대한불교조계종 노동조합 출범 선언문

대한불교조계종은 청정과 승풍 진작의 원력이 담긴 정화불사와 1994년 개혁에 대한 여망으로 출범한 개혁회의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 우리 종무원들은 이 역사의 매듭마다 당당한 주인으로 참여하여 온몸을 내딛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우리의 모든 삶과 생활은 종단과 종무를 중심으로 움직였으며 종단의 주요 구성원으로서 종도와 우리사회에 희망을 줄 수 있는 종단으로 거듭나기 위해 진력해왔다.

오늘 우리는 다시 종단과 종무를 새겨본다.

지난 9개월여의 소요(騷擾)는 우리 모두에게 깊은 상처와 후유증을 남겨 주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이 소요의 원인은 수십여 년의 세월 동안 축적되고 지속되어 온 것이다. ‘종단의 안정과 쇄신’은 그 말 자체의 절실한 여망에도 불구하고 모든 종도들을 인질처럼 붙잡아 두고 있었다. ‘종단의 안정’ 이란 말은 우리의 병을 들여다보지 못하게 했고, 용기있게 드러내지 못하게 했으며, 결국 고통조차도 느끼지 못하는 깊은 병을 우리에게 안겨주었다. 종단의 안정은 곧 특정한 정치적 세력의 안정, 그들만의 종단을 의미하는 것이었고 그렇게 귀결되어 왔기 때문이다.

‘종단 쇄신’ 또한 이와 다르지 않았다. 무엇을 자성하고 쇄신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언 손과 발을 녹여가며 1000배를 해야 하는 것도, 잃어버린 절 땅을 어떻게 찾으려고 하는지도 모른 채 한여름 땡볕에 도로를 점거하면서 서울시청까지 삼보일배를 하는 것도 종무원들의 몫이었다. 더욱 답답한 것은 이렇게 흘린 종무원들의 땀방울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아무도 알지 못하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결국, 우리는 종단이 계승한 개혁정신의 질적인 전환을 이루어내지 못했다.

이에 부끄러운 마음과 결연한 의지가 함께 교차한다. 종헌종법의 원칙에 근거하여 종무를 수행했는지 자괴감도 있다. 우리들의 종무가 어떻게 회향되고 있는가를 연기(緣起)의 눈으로 성찰하지 못했다.

우리는 종무원이자 노동자다. 개혁불사 초심으로 종무에 대한 책무를 다하고자 했으나 우리의 자긍심은 순응적인 문화, 줄서기 문화 속에 무너져 버린 지 오래다. 애종심과 쇄신은 누군가에 증명이라도 해야 할 듯 거리에서 사찰에서 우리 스스로를 수단과 도구로 전락시키는 용어가 되어버렸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종무행정은 갈수록 줄어들고, 신도를 수동적인 동원의 대상으로 전락시켰다.

우리는 우리의 일터를 사랑하기 때문에 여기 모였다. 부처님 법을 만나 행복한 우리는 부처님 법을 전하고 부처님 법대로 살아가기 위해 더 나아갈 것이다. 우리는 종단이 사부대중의 책임과 역할에 조응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 스스로 뿐 아니라, 종단의 모든 사부대중과 우리사회의 모든 사람들에게 천 개의 손과 천개의 눈(千手千眼)이 되고자 한다.

오늘 우리는 노동조합을 출범하며, 당당하게 노동자로서 스스로의 권익을 보호하고, 우리의 일터인 종단과 사찰이 세상에 든든한 안식처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모든 생명은 스스로의 주인’ 이라는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의 뜻을 담아 새로운 차원의 실천 의지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하나. 우리는 업무의 단순한 조력자에서 벗어나 종헌종법을 근간으로 사찰과 종도를 위해 소신있게 종무를 행하는 중심축임을 잊지 않을 것이며, 자유로운 의견조차 표현하기 어려운 조직문화 개선과 종무원들의 인권 및 권익향상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하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고용안정, 직장 내 성평등, 근로조건 개선을 통해 우리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는 종단이 되도록 나설 것이다!

하나. 사부대중의 평등한 공동체 실현을 통해 불자와 국민에게 신뢰받는 종단을 만들 것이다.

하나. 참된 민주주의의 구현, 한반도 평화통일과 민족공동체 실현을 위해 사회적 연대를 적극 추진할 것이다!

2018년 9월 20일(목)

전국민주연합노조 대한불교조계종 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