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원장 후보 사퇴에 따른 설조 스님 성명서

성 명 서

적폐세력이 낙점한 자가, 어제(9월 26일) 사실상 조계종의 총무원장 당선자로 정해지는 촌극이 벌어졌습니다. 총무원장 선거에 나섰던 세 후보가 적폐 세력의 음험한 책략을 간파하고 후보 사퇴라는 결단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세 후보께서는 ‘제36대 총무원장후보를 사퇴하면서’라는 제목의 기자회견문에서 “선거운동과정에서 두터운 종단 기득권세력들의 불합리한 상황들을 목도하면서 참으로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며 “이권만 있으면 불교는 안중에도 없는 기존 정치세력 앞에 종단변화를 염원하는 저희들의 노력은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통감하였다”고 토로하였습니다.

미랍은 지난 8월 30일 적폐세력의 종권장악 연장을 위한 일련의 과정을 중단하고, 교단쇄신기구를 만들어 적폐를 청산한 후, 교단이 새롭게 된 상태에서 선거를 치를 것을 성명을 통해 요구한 바 있습니다. 또한 누구가 되든 적폐세력들에 의해 선출된 총무원장은 인정할 수 없음을 천명한 바 있습니다. 이 요구는 미랍의 개인 견해가 아니라 적폐승과 유사승들의 퇴출을 통해 교단이 바로서기를 바라는 다수 선량한 불자들의 염원을 담은 것이었습니다.

미랍은 오늘 우리 교단이 맞이한 엄중한 기로를 맞아 각계에 몇 가지 당부의 말씀을 전하고자 합니다.

1. 교단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현 교역직 종무원들에게 촉구합니다

지금이라도 즉시 총무원장 선거 일정을 중단하고, 그 동안의 악행을 참회한 후 교단쇄신의 길을 열어 놓기를 촉구합니다.

총무원장 선거에 출마했던 세 분의 후보자께서는 어제 “만약 이번 제 36대 총무원장선거가 현재대로 진행된다면 종단파행은 물론이거니와 종단은 특정세력의 사유물이 되어 불일(佛日)은 빛을 잃고 법륜(法輪)은 멈추게 될 것”이라며 “이처럼 불합리한 선거제도를 바로잡고자 이번 제36대 총무원장 후보를 사퇴하기로 결의하였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여러분들에게 손톱만큼의 참괴심이 남아 있다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즉시 선거일정을 중단해야 할 것이며, 총무원 등 3원의 모든 교역직 책임자들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 교단이 쇄신의 길을 갈 수 있도록 마지막 역할이라도 해야 할 것입니다.

2. 교단을 바로세우고자 떨쳐 일어선 재가불자들께 당부 드립니다

적폐청산은 정의롭고 선량한 재가불자가 총궐기하고, 뜻 있는 스님들이 함께 하며, 불교를 걱정하는 일반국민들의 지지를 받아서 반드시 성취해야 할 과제라는 점을 한 순간도 잊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적폐청산의 길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닙니다. 오래 걸릴 수도 있는 어려운 불사입니다. 그렇더라도 다시 마음을 다잡읍시다. 미랍이 목숨 건 단식을 하고 있을 때, 단식중단을 요청하며 “살아서 함께 적폐청산에 나서달라”고 했던 선량한 재가불자들의 목소리가 아직도 미랍의 귓전에 남아 있습니다.

만해스님은 독립이 될 가능성을 보고 독립운동을 한 것이 아닙니다. 그 길이 옳고 마땅히 걸어야 할 길이기에 끝까지 독립운동의 길에 나섰던 것입니다. 적폐청산의 길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3. 적폐세력들에 의해 세워질 후보에게 경고합니다

적폐세력의 아바타가 되는 것은 교단은 물론 그대 자신을 망치는 어리석은 짓임을 알고, 지금이라도 스스로 후보자 자리에서 물러남으로써 적폐청산의 길을 막지 말 것을 권합니다.

다수의 선량하고 정의로운 불자들은 그대를 교단의 대표로 결코 인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유는 적폐 원흉들에 의해 낙점되고 그 추종세력들의 담합에 의해 그 자리를 맡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바타 원장이 되고자 한다면 그대 역시 머지않아 전임자가 걸었던 비극적인 길을 답습하게 될 것임을 경고합니다. 교단을 위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당장 사퇴해야 합니다. 그럴 때 비로소 그대는 불조 앞에 고개를 들 수 있을 것입니다.

4. 원로회의 의원 스님들께 호소 드립니다

적폐세력들에 의해 세워질 제2의 아바타 총무원장 당선자에 대한 인준을 거부하여 주십시오. 적폐세력들이 다시금 이 교단을 농락하고 망치지 못하도록 원로스님들께서 철퇴를 내려주십시오. 아울러 원로회의가 중심이 되어 교단 혁신기구를 구성하고, 적폐청산과 청정교단 건설을 위한 길을 열어주십시오.

원로스님들이나 미랍이나 살아갈 날이 그리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원로의원 스님들, 이 오래된 교단을 수렁으로부터 건져내는 일이 역대 전등께서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와 같은 늙은 중들에게 부촉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부디 사자후를 내려 교단이 쇄신될 수 있도록 지도하여 주실 것을 간곡히 청원 드립니다.

불기 2562년(2018) 9. 27.
비구 설조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