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 5

증일아함경 제41권

동진 계빈 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김월운 번역

45. 마왕품(馬王品)

[ 1 ]1)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열성 가란타죽원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그 성에는 마혜제리(摩醯提利)라는 바라문이 있었다. 그는 외도의 경술(經術)에 밝았고 천문과 지리에도 모두 능숙하였으며 세상에서 두루 섭렵할 수 있는 법들을 모두 다 통달하였다.
그 바라문에게는 의애(意愛)라는 딸이 있었다. 그녀는 매우 총명하고 세상에서 보기 드물 만큼 얼굴이 단정하였다.

그때 바라문은 이런 생각을 하였다.
‘우리 바라문 경전에 이런 말이 있다. 두 사람이 세상에 출현하는 일은 매우 만나기 어렵고 참으로 만날 수 없다. 누가 그 두 사람인가? 이른바 여래ㆍ지진ㆍ등정각과 전륜성왕이다. 전륜성왕이 세상에 출현할 때에는 7보가 메아리처럼 저절로 따른다. 내게는 지금 이 여보(女寶)가 있으니, 얼굴이 너무도 묘해 미녀 중에서도 제일이다. 그런데 지금 전륜성왕이 없다.
나는 또 〈진실하고 청정한 왕자 실달(悉達)은 출가하여 도를 배웠고 32대인상(大人相)과 80종호가 있는데, 그가 집에 머문다면 분명 전륜성왕이 될 것이요, 출가하여 도를 배우면 불도를 이룰 것이다〉라고 들었다. 나는 이제 내 딸을 저 사문에게 주리라.’

그 바라문은 곧 그 딸을 데리고 세존 앞에 나아가 아뢰었다.
“부디 사문께서는 미녀를 받아 주십시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만두어라, 그만두어라. 범지야, 나는 애욕에 집착하는 그런 사람은 필요하지 않다.”

바라문은 두 번 세 번 아뢰었다.
“사문이여, 이 미녀를 받아 주십시오. 이 세계에서는 이 여자에 견줄만한 이가 없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이미 네 뜻은 받았다. 다만 나는 출가한 사람이므로 다시는 그런 애욕을 즐기지 않는다.”

그때 어떤 장로 비구가 여래 뒤에서 부채를 들고 부처님을 부치고 있다가 세존께 아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그 여인을 받으소서. 만일 세존께서 필요치 않으시면 저희들이 쓰게 주십시오.”

그때 세존께서는 장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어리석고 미혹하여 여래 앞에서 그런 나쁜 말을 하는구나. 너는 어떻게 얽혀들었기에 이 여자에게 마음을 두는가? 무릇 여자에게는 아홉 가지 나쁜 법이 있다. 아홉 가지란 무엇인가? 첫째, 여자는 냄새나고 더러워 깨끗하질 않다. 둘째, 여자는 입버릇이 나쁘다. 셋째, 여자는 은혜를 갚을 줄 모른다. 넷째, 여자는 질투를 잘한다. 다섯째, 여자는 인색하다. 여섯째, 여자는 놀러 다니기를 좋아한다. 일곱째, 여자는 성을 잘 낸다. 여덟째, 여자는 거짓말을 많이 한다. 아홉째, 여자는 말이 경솔하다. 비구야, 여자에게는 이런 아홉 가지 나쁜 점이 있느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언제나 웃고 울기를 좋아하고
친한 척하지만 사실 친하지 않네.
부디 너는 다른 방편을 구해
어지러운 생각을 일으키지 말라.

그때 장로 비구는 세존께 아뢰었다.
“비록 여자에게 그런 아홉 가지 나쁜 법이 있다고 하지만 제가 지금 이 여자를 관찰해보니 전혀 흠이 없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이 미련한 사람아. 너는 지금 여래의 신성한 말을 믿지 않는가? 내 이제 설명해 주리라. 먼 옛날, 바라내성(婆羅㮈城)에 보부(普富)라는 큰 상인이 있었다. 그는 5백 명의 상인을 거느리고 보배를 캐러 바다로 들어갔다. 그러나 그 바다 가에는 늘 사람들을 잡아먹곤 하는 나찰이 살고 있었다.
이때 그 바다에 거센 바람이 일더니 그 상인들의 배에 불어 닥쳐서는 나찰이 사는 곳에 떨어뜨렸다. 나찰은 상인들이 오는 것을 멀리서 보고 한량없이 기뻐하였다. 곧 나찰은 형상을 숨기고 견줄 이 없이 단정한 여자의 모습이 되어 상인들에게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여러분, 이 보배로운 섬은 저 하늘 궁전과 다름이 없으니, 수많은 온갖 보배에 수 천 백 가지 풍족한 음식이 있습니다. 또 미녀들이 많은데 그들은 모두 남편이 없습니다. 그러니 저희와 함께 여기서 즐기십시오.’

비구야, 알아야 한다. 그 상인들 가운데 어리석고 미혹한 이들은 그 여자들을 보고는 곧 집착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때 우두머리 상인 보부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큰 바다는 사람이 살만한 곳이 아닌데 어떻게 이 여자들이 여기서 살 수 있을까? 이들은 의심할 것도 없이 나찰임이 분명하다.’
이에 보부는 여자에게 말하였다.
‘그만두어라, 그만두어라. 아가씨들아, 우리는 여색을 탐하지 않는다.’

이때 매달 8일, 14일, 15일에는 마왕(馬王)이 허공을 돌면서 이렇게 외쳤다.
‘누구든 이 험난한 바다를 건너려한다면 내가 그를 업어 건네주리라.’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때 그 우두머리 상인은 높은 나무 위로 올라가 멀리서 그 마왕을 바라보고 또 그 소리를 듣고는 너무 기뻐 어쩔 줄 몰랐느니라. 그는 마왕에게 달려가 마왕에게 말하였다.
‘저희 5백 상인들은 바람에 밀려 지금 매우 난처한 곳에 떨어졌습니다. 이 바다를 건너고 싶으니 부디 건네주십시오.’
마왕은 말하였다.
‘너희들은 모두 오라. 내가 저 바다 끝으로 건네주리라.’

이때 보부(普富) 장자는 여러 상인들에게 말하였다.
‘지금 마왕이 가까운 곳에 있다. 우리 모두 그에게 찾아가 험난한 바다를 함께 건너자.’

그러자 여러 상인들은 대답하였다.
‘그만두시오, 주인. 우리는 우선 여기서 살면서 즐기겠소. 저 염부제에 살면서 열심히 애쓴 까닭은 즐거운 것을 구하기 위해서요. 진기한 보물과 아름다운 여자가 이곳에 모두 갖추어져 있소. 우리는 여기서 다섯 가지 욕망[五欲]을 누리다가 뒷날 차차 재물을 모아 가지고 이 어려움을 함께 건너리다.’

우두머리 상인은 말하였다.
‘그만두어라, 그만두어라. 미련한 사람들아, 이곳에 여자라고는 없다. 이 큰 바다 한가운데 어떻게 사람이 살겠는가?’
상인들은 대답하였다.
‘그만 그치시오, 주인. 우리는 이곳을 버리고 갈 수 없소.’

이때 우두머리 상인 보부는 게송으로 말하였다.
우리는 지금 어려움에 처했으니
남자나 여자라고 생각지 말라
저들은 바로 나찰 종자라
차츰차츰 우리를 잡아먹으리.

‘만일 그대들이 나와 함께 가지 않겠다면 각자 몸을 잘 보전하라. 만일 내가 몸과 입과 뜻으로 실수한 것이 있다면 모두 송두리째 버리고 마음에 두지 말라.’

그때 여러 상인들은 그를 위해 전송하는 게송을 함께 읊었다.
우리들의 안부를 전해 주오.
저 염부제의 친지들에게
우리는 여기서 즐기느라
제때에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다고.

이때 우두머리 상인도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그대들은 사실 재앙을 만났는데
그걸 모르고 돌아가려 하지 않네.
그렇게 하면 오래지 않아
모두 다 귀신에게 잡아먹히리.

이 게송을 마치고는 곧 그들을 버리고 떠났다. 그는 마왕에게 찾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는 그를 타고 곧 떠나버렸다. 그때 여러 상인들은 멀리서 그 주인이 마왕을 타고 떠나는 것을 보았고, 그 중에는 부르는 이도 있었지만 부르지 않으며 원망하는 이도 있었다.

이때 가장 큰 나찰 주인이 여러 나찰들을 향해 이런 게송을 말하였다.
사자 아가리에 떨어졌다면
거기서 벗어나기 매우 어렵다
하물며 우리 섬에 들어왔으니
도망가고 싶어도 진실로 어려우리.

그때 나찰 주인은 곧 매우 아름다운 여자 모습으로 변하더니 두 손으로 가슴을 가리키면서 말하였다.
‘만일 너희들을 잡아먹지 않는다면 결코 나찰이라 할 수 없으리라.’

그 동안에 마왕은 곧 우두머리 상인을 태우고 바닷가에 이르렀다. 그러나 나머지 5백 상인은 모두 곤욕을 치렀느니라.

그때 바라내성(波羅㮈城)에서는 범마달(梵摩達)이라는 왕이 백성을 다스리고 있었다. 이때 나찰은 ‘아이고, 내 남편을 잃다니’ 하며 곧바로 우두머리 상인을 뒤쫓았다. 그 무렵 우두머리 상인은 곧장 집으로 돌아갔다. 이때 나찰은 변화한 모습으로 사내아이를 안고는 범마달왕을 찾아가 호소하였다.
‘세상에 큰 재앙이 닥쳤으니 그것을 모두 없애셔야 합니다.’
왕은 말하였다.
‘세상에 완전히 없애야 할 어떤 재앙이 닥쳤단 말인가?’
나찰은 아뢰었다.
‘남편에게 버림받았습니다. 헌데 저는 남편에게 아무 잘못도 없습니다.’
이때 범마달왕은 너무도 아름다운 그 여자의 모습을 보고 곧 애착이 생겨 여자에게 말하였다.
‘네 남편은 사람으로서의 의리도 없이 너를 버리고 떠났구나.’

범마달왕은 곧 사람을 보내 남편이라는 자를 불러와 말하였다.
‘네가 이렇게 좋은 아내를 버렸다는 게 사실인가?’
우두머리 상인은 대답하였다.
‘이 자는 나찰이지 여자가 아닙니다.’
나찰은 다시 왕에게 아뢰었다.
‘이 사람은 남편으로서의 의리도 없습니다. 지금 저를 버리고도 다시 저를 나찰이라고 욕하는군요.’
왕은 상인에게 물었다.
‘네가 정말로 필요 없다면 내가 거두리라.’
상인은 아뢰었다.
‘이 자는 나찰입니다. 왕의 뜻대로 하소서.’

그때 범마달왕은 곧 그 여자를 데려다 깊은 궁중에 두고 수시로 만나며 원망이 없도록 하였다. 그러나 나찰은 사람들이 없을 때 왕을 잡아먹고는 뼈만 남겨두고 이내 떠났느니라.

비구들아, 달리 생각지 말라. 그때의 우두머리 상인은 바로 지금의 사리불 비구요, 그때의 나찰은 바로 지금의 이 여자이고, 그때의 범마달왕은 바로 지금의 이 장로 비구요, 그때의 마왕(馬王)은 바로 지금의 나이며, 그때의 5백 상인은 바로 지금의 이 5백 비구이니라. 이런 사실로 보더라도 애욕이란 더러운 생각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지금 다시 애착하는 마음을 일으키는가?”

그때 그 비구는 곧 세존의 발에 예배하고 아뢰었다.
“원컨대 이 참회를 받아 주시고 저의 큰 잘못을 용서하소서. 지금부터 다시는 범하지 않겠습니다.”

이때 그 비구는 세존의 가르침을 받고는 곧 한적한 곳에서 자신을 이겨내며 스스로 수행하였다. 그리하여 족성자들이 부지런히 범행을 닦는 목적대로 위없는 범행을 닦고자 하였다. 이때 그 비구는 곧 아라한이 되었다.

그때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2 ]2)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석시(釋翅)의 암바리과원(闇婆梨果園)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존자 사리불과 존자 목건련이 다른 곳에서 여름 안거(安居)를 마친 뒤, 5백 명의 비구들을 데리고 세상을 유행하다가 차츰 다가와 석시 마을에 도착하였다. 그때 먼 길을 온 비구들과 머물고 있던 비구들은 제각기 서로에게 말을 건네고 서로의 안부를 물었는데 그 음성들이 너무 높고 컸었다.
그때 세존께서 비구들이 떠드는 소리를 듣고 곧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이 동산에서 누가 저처럼 크게 떠드는가? 마치 나무나 돌을 부수는 소리 같구나.”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지금 사리불과 목건련이 5백 비구들을 데리고 이곳으로 왔는데 먼 길을 온 비구들과 머물고 있던 비구들이 서로의 안부를 묻느라고 저런 소리가 들립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속히 사리불과 목건련을 보내라. 이곳에 머물지 못하게 하라.”

아난은 분부를 받고 곧 사리불과 목건련에게 가서 말하였다.
“세존께서 분부가 계십니다. 빨리 이곳을 떠나고 이곳에 머물지 말라 하셨습니다.”

사리불은 대답하였다.
“예, 분부대로 하겠소.”

그때 사리불과 목건련은 곧 그 동산을 나와 5백 비구들을 데리고 길을 떠났다.

그때 여러 석가족 사람들은 사리불과 목건련 비구가 세존에게 쫓겨났다는 소식을 듣고, 곧장 사리불과 목건련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사리불에게 아뢰었다.
“현자들께선 어디로 가시는 길입니까?”

사리불은 대답하였다.
“우리는 여래로부터 쫓겨나 제각기 안온한 곳을 찾고 있습니다.”

그러자 석가족 사람들이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현자들이여, 잠시만 생각을 거두십시오. 저희들이 여래께 참회하겠습니다.”

이때 석가족 사람들은 곧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아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먼 곳에서 찾아온 비구들의 허물을 용서하소서. 원컨대 세존께서는 때를 따라 깨우쳐 주소서. 저 멀리서 찾아온 비구들 중에 처음으로 도를 배우고 우리 법에 새로 들어온 자들은 세존을 뵙지 못하면 반드시 후회하고 마음이 변할 것입니다. 마치 무성한 모종이라도 물기를 만나지 못하면 자라지 못하는 것처럼,저 비구들도 그와 같아서 여래를 뵙지 못하고 떠나면 후회하고 마음이 변할지도 모릅니다.”

그때 범천왕은 여래의 마음속 생각을 알고 마치 역사가 팔을 굽혔다 펴는 것처럼 짧은 시간에, 범천에서 사라져 여래가 계신 곳으로 와서는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섰다. 그때 범천왕이 세존께 아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멀리서 온 비구들이 저지른 허물을 용서하시고 때를 따라 깨우쳐 주소서. 저들 가운데 아직 구경에 이르지 못한 비구들이 있다면 그들은 곧 후회하고 마음이 변할 것입니다. 그들은 여래의 존안을 뵙지 못하면 곧 마음이 변해 본래의 업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마치 갓 태어난 송아지가 태어나자마자 그 어미를 잃으면 시름에 잠겨 먹지 않는 것처럼, 저 처음으로 도를 배우는 비구들도 여래를 뵙지 못하면 곧 이 바른 법에서 멀리 떠날 것입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곧 석가족들의 간청과 송아지로 비유를 든 범천왕의 말을 받아들이시고 아난을 돌아보셨다. 아난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여래는 이미 여러 사람과 천신들의 간청을 들어주셨다.’
아난은 곧 사리불과 목건련 비구를 찾아가 말하였다.
“여래께서 여러 스님들을 보고 싶어하십니다. 하늘과 사람들이 모두 그 사실을 아뢰었습니다.”

그때 사리불은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제각기 가사와 발우를 챙기고 다 같이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가자. 여래께서는 이미 우리들의 참회를 들어주셨다.”

이에 사리불과 목건련은 5백 비구를 데리고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이때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물으셨다.
“내가 아까 여러 비구들을 쫓아버렸을 때,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였는가?”

사리불은 아뢰었다.
“아까 여래께서 여러 비구들을 쫓아버리셨을 때, 저는 ‘여래께서는 고요한 곳에서 홀로 함이 없이 지내기를 좋아하고 시끄러운 것을 싫어하신다. 그래서 여러 비구들을 쫓아버리는 것이다’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그 다음에 어떤 생각을 했는가? 그때 그 성중(聖衆)은 누구의 허물인가?”

사리불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그때 저는 다시 ‘나도 한적한 곳에서 홀로 노닐고 시끄러운 곳에서 지내지 말자’라고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도 한적한 곳에서 지내리라’는 그런 말 말라. 또 그렇게 생각지도 말라. 지금 그 성중(聖衆)들의 허물이 어찌 사리불과 목건련 탓이 아니겠는가?”

그때 세존께서는 목건련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여러 비구들을 쫓아버렸을 때,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였는가?”

목건련은 아뢰었다.
“여래께서 비구들을 쫓아버리셨을 때, 저는 ‘여래께서는 홀로 함이 없이 지내고 싶어서 성중을 쫓아버리는 것이다’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 다음에는 무슨 생각을 했는가?”

목건련은 아뢰었다.
“‘지금 여래께서 성중을 쫓아버리셨지만 우리는 다시 그들을 모아 흩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목련아. 그대 말이 옳다. 이 대중 가운데 우두머리는 오직 나와 그대 둘 뿐이다. 지금부터 목건련은 여러 후학 비구들을 잘 가르쳐 긴 세월 동안 언제나 안온한 곳에 살게 하고 중간에서 물러나 생사에 떨어지는 일이 없게 하라.
만일 비구가 아홉 가지 법을 성취한다면 그는 현세에서 성장할 수 없으리라. 아홉 가지란 무엇인가? 나쁜 벗을 섬기고 가까이 하는 것, 일 없이 항상 놀러 다니기를 좋아하는 것, 늘 병(病)을 품고 사는 것, 재물 모으기를 좋아하는 것, 가사와 발우에 탐착하는 것, 허황하고 잘 잊으며 생각이 어지러워 안정되지 못한 것, 지혜의 밝음이 없는 것, 이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때때로 가르침을 받지 않는 것이다.
목련아, 이것이 이른바 ‘비구가 이 아홉 가지 법을 성취하면 현세에서 성장하지 못하고 교화가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니라.

만일 비구가 아홉 가지 법을 성취한다면 그는 곧 큰 결과를 이룰 것이다. 아홉 가지란 무엇인가? 좋은 벗을 섬기는 것, 바른 법을 수행하고 삿된 업에 집착하지 않는 것, 항상 홀로 노닐며 사람들 사이에서 지내기를 좋아하지 않는 것, 병이 적고 근심이 없는 것, 재보를 많이 쌓아 두지 않는 것, 가사와 발우에 탐착하지 않는 것, 부지런히 정진하며 어지러운 마음이 없는 것, 이치를 들으면 곧 이해해 거듭 배우지 않는 것, 때때로 법을 들으며 싫증내지 않는 것이다.
목련아, 이것이 이른바 ‘비구가 아홉 가지 법을 성취하면 현세에서 많은 이익을 얻는다’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목련아, 모든 비구들을 더욱 부지런히 가르쳐 긴 세월 동안 함이 없는 곳에 이르게 하리라고 생각해야 하느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언제나 스스로 깨어 있을 생각하고
잘못된 법에 집착하지 말라
그 닦는 바가 바른 행과 맞으면
생사의 어려움을 건너게 되리.

이것을 지으면 이것을 얻고
이것을 지으면 이 복을 얻으리.
중생들 떠돌기 오래이거니
늙음ㆍ병ㆍ죽음을 끊어야 하네.

성취하고 나서는 익히지 않고
그릇된 행을 다시 저지르니
이런 게으르고 방탕한 사람
결국 번뇌 속을 헤매게 되리.

만일 부지런히 노력하려는 마음을
항상 그 마음에 새겨두고서
서로서로 가르쳐 깨우친다면
마침내 번뇌 없는 사람이 되리.

“그러므로 목건련아, 부디 비구들을 이렇게 깨우쳐 주라. 또 이와 같이 배울 것을 생각해야 하느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비구들을 위해 아주 묘한 법을 말씀하시어 기쁜 마음을 내게 하셨다.
이때 이 법을 들은 여러 비구들 중에 60여 비구는 번뇌가 없어지고 마음에 이해가 생겼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3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비구가 촌락(村落)을 의지해 살면서 선한 법은 소멸하고 악한 법이 불어가거든 그 비구는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나는 지금 이 촌락에 머물러 살면서 나쁜 법이 늘어나고 선한 법은 자꾸 줄어들고 있다. 생각이 한결같지 않아 번뇌를 없앨 수 없고 함이 없는 안온한 경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내가 얻는 의복ㆍ음식ㆍ침구ㆍ병에 맞는 의약품도 노고 끝에야 겨우 얻을 수 있다.’
그는 또 이렇게 사유해야 한다.
‘나는 지금 이 촌락에서 머물러 살면서 나쁜 법이 늘어나고 선한 법은 자꾸 줄어들고 있다. 나는 또한 의복ㆍ음식ㆍ침구ㆍ병에 맞는 의약품 등을 위해 사문이 된 것이 아니다. 내가 구하고 원하는 것은 아직 그 결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그리고는 그 촌락을 멀리 떠나야 하느니라.

만일 또 어떤 비구가 촌락을 의지해 살면서 선한 법은 자꾸 늘어나고 나쁜 법은 없어지며, 그가 얻는 의복ㆍ음식ㆍ침구ㆍ병에 맞는 의약품 등도 애를 써야만 얻어지거든 그는 이렇게 배워야 한다.
‘나는 지금 이 촌락에서 머물러 살면서 나쁜 법이 늘어나고 선한 법은 자꾸 줄어들고 있으며, 내가 얻는 여러 가지 공양 거리도 애를 써야만 얻을 수 있다. 나는 의복을 위해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범행을 닦는 것이 아니다. 나는 배우는 도에 있어서 구하고 원하는 법을 반드시 성취하여 몸과 목숨을 마칠 때까지 섬김과 공양을 받으리라.’”

그때 세존께서는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의복과 음식과
침구와 나를 편하게 하는 모든 것들에
탐하여 집착하는 생각을 내지 말고
또 그 때문에 이 세상에 오지 말라.

의복 따위를 구하기 위해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것 아니네
도를 배우는 까닭은
반드시 그 소원을 이루기 위함이라.

비구는 모름지기 알맞은 시기를 살펴
그 몸이 다하도록 그 마을에 머물고
그 마을에서 반열반(般涅槃)하여
그 목숨의 근본을 다하도록 하라.

“이때 그 비구가 만일 노닐만한 마을의 고요한 곳에 머물면서 선한 법이 더욱 늘어나고 나쁜 법은 스스로 소멸하거든 그 비구는 몸과 목숨을 마칠 때까지 그 마을에서 살며 멀리 유행을 떠나지 말아야 한다.”

이때 아난이 세존께 아뢰었다.
“여래께서는 ‘4대는 음식을 의지해야 존재할 수 있고 또 마음으로 생각하는 법을 의지하며, 모든 선한 법은 마음을 의지해 생긴다’고 늘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또 그 비구는 촌락을 의지해 살면서 정신을 수고롭게 하여 의복과 음식을 구한다고 했습니다. 그런 그가 어떻게 선한 법을 일으킬 수 있기에 멀리 떠나지 말고 그 마을에서 살라고 하십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의복ㆍ음식ㆍ침구ㆍ병에 맞는 의약품에 세 가지 종류가 있다. 만일 어떤 비구가 네 가지 공양에만 전념하고 그 소원을 이루지 못한다면 그 의지한 것들이 곧 괴로움이 된다. 그러나 만일 만족할 줄을 아는 마음을 내고 거기에 집착하는 마음을 내지 않는다면 모든 하늘과 사람들이 그를 대신해 기뻐할 것이다. 비구라면 마땅히 이렇게 배워야 한다. 그 때문에 나는 이런 이치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난아, 비구라면 마땅히 욕심이 적어 만족할 줄 알아야 함을 명심해야 하느니라. 아난아, 이렇게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아난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4 ]3)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바라원(婆羅園)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는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걸식하러 바라촌(婆羅村)으로 들어가셨다.
이때 악마 파순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이 사문이 마을에 들어가 걸식을 하려고 한다. 내 이제 방편을 써서 저 마을의 남녀들이 그에게 밥을 주지 않게 하리라.’
악마 파순은 곧 온 나라 사람들에게 “저 사문 구담에게는 음식을 주지 말라”고 명령하였다.

그 무렵 세존께서는 마을로 들어가 걸식하였다. 그러나 아무도 여래와 더불어 말하지 않았고 또 다가와 섬기며 공양하는 이도 없었다. 여래께서는 결국 걸식하지 못하고 이내 마을에서 도로 나오셨다.

이때 악마 파순이 세존께 다가와 말하였다.
“사문이여, 걸식에서 끝내 아무것도 얻지 못했구나.”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악마가 수작을 부려 밥을 얻지 못하게 하였다. 너도 오래지 않아 그 과보를 받을 것이다. 악마야, 이제 내 말을 들어보아라. 옛날 현겁(賢劫)동안에 구루손(拘樓孫 여래(如來)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ㆍ명행성위(明行成爲)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士)ㆍ도법어(道法御)ㆍ천인사(天人師ㆍ불중우(佛衆祐)라는 이름의 부처님이 계셔 이 세상에 출현하셨느니라.
그때 그분 역시 이 마을을 의지해 40만 대중을 거느리고 머물고 계셨다. 이때 악마 파순(波旬)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 이제 방편을 구해 저 사문이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하게 하리라.’
그는 다시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이 바라촌 사람들과 약속해 저 사문이 밥을 얻지 못하게 하리라.’
이때 성중(聖衆)들은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마을에 들어가 걸식하였다. 그러나 비구들은 마침내 밥을 얻지 못하고 마을에서 도로 나왔다.

그때 그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 이제 묘한 법을 설하리라. 대개 음식을 관찰해보면 아홉 가지가 있으니, 인간이 먹는 4식(食)과 세간을 벗어난 이들이 먹는 5식(食)이다.
인간이 먹는 4식이란 무엇인가? 첫째는 단식(揣食),4) 둘째는 갱락식(更樂識),5) 셋째는 염식(念食),6) 넷째는 식식(識食)7)이니, 이것이 세간의 4식이니라.
어떤 것이 세간 밖으로 벗어난 이들이 먹는 5식인가? 첫째는 선식(禪食), 둘째는 원식(願食, 셋째는 염식(念食), 넷째는 8해탈식(解脫食), 다섯째는 희식(喜食)이니, 이것이 5식이니라.
비구들아, 이와 같은 5식은 세상 밖으로 벗어난 이들이 먹는다. 부디 전념하여 4식(食)을 버리고, 방편을 구해 5식(食)을 마련하도록 하라. 비구들아,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때 비구들은 그 부처님 가르침을 듣고 곧 스스로 수행하여 5식을 성취하였다. 그래서 악마 파순도 그 틈을 노리지 못하였다.

이때 악마 파순은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이 사문에게 방편을 쓸 수가 없다. 이제는 눈[眼]ㆍ귀[耳]ㆍ코[鼻]ㆍ혀[口]ㆍ몸[身]ㆍ뜻[意]의 틈을 노리리라. 나는 이제 저 마을에 머물며 마을 사람들을 시켜, 이양(利養)을 구하던 사문들이 이양을 얻게 하고 이미 이양을 얻었던 이들은 더욱 많이 얻게 하리라. 그리고 그 비구들로 하여금 이양에 탐착(貪着)하여 잠깐도 버리지 않고, 또 눈ㆍ귀ㆍ코ㆍ혀ㆍ몸ㆍ뜻을 따라 방편을 얻고 싶어 하도록 하리라.’

이때 그 부처님의 성문들은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마을에 들어가 걸식하였다. 그때 바라촌 사람들은 비구들에게 의복ㆍ음식ㆍ침구ㆍ병에 맞는 의약품 등을 공급하여 모자람이 없게 하고, 모두들 나와 승가리를 붙잡고 억지로 물건을 주었다.
이때 그 부처님은 성문들에게 말씀하셨다.
‘이양이란 사람을 나쁜 곳에 떨어뜨리고 함이 없는 곳[無爲之處]에 이르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너희 비구들은 거기에 집착하지 말고 그것으로 향하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 이양에 집착하는 비구가 있다면 그는 다섯 가지 법신(法身)을 이루지 못하고 계의 덕을 갖추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아, 이양을 얻으려는 마음이 아직 생기지 않았으면 그것을 생기지 못하게 하고, 이미 생겼거든 곧 없애도록 하라.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이때 악마 파순은 곧 몸을 숨기고 떠났느니라.”

그때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5 ]8)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자애로운 마음을 행하고 자애로운 마음을 널리 펴라. 자애로운 마음을 행하면 온갖 성내는 마음은 스스로 소멸할 것이다.
비구들아, 내가 이제 그 이유를 설명하리라. 옛날에 아주 사나운 귀신이 찾아와 석제환인의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때 삼십삼천들은 크게 성을 내며 ‘무슨 일로 이 귀신이 우리 주인 자리에 앉는단 말인가’고 하였다. 여러 하늘들이 성을 내면 낼수록 그 귀신은 더욱 단정하였고 얼굴은 보통 때보다 훌륭한 모습이 되었다.
그때 석제환인은 보집강당(普集講堂)에서 미녀들과 즐기고 있었다. 이때 어떤 천자가 석제환인에게 가서 아뢰었다.
‘구익(瞿翼)이여, 아소서. 지금 어떤 못된 귀신이 거룩한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삼십삼천들은 매우 화가 나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 하늘들이 성을 내면 낼수록 그 귀신은 더욱 단정하였고 얼굴은 보통 때보다 훌륭한 모습이 되었습니다.’
석제환인은 생각하였다.
‘그 귀신은 틀림없이 신묘한 귀신이다.’

그는 귀신이 있는 곳으로 가 멀지 않은 곳에서 자기 이름을 밝혔다.
‘나는 모든 하늘의 주인인 석제환인이다.’
석제환인이 자기 이름을 밝히자 그 못된 귀신은 곧 추한 몸으로 변하였고 얼굴도 미워졌다. 그리고 그 귀신은 이내 사라졌다.
비구들아, 이런 사실로 보더라도 자애로운 마음을 쓰며 버리지 않으면 그 덕이 이와 같음을 알 수 있느니라.

또 비구들아, 나는 옛날에 7년 동안 늘 자애로운 마음을 닦았었다. 그래서 일곱 번의 성겁(成劫)ㆍ패겁(敗劫)을 거치면서도 생ㆍ사에 왕래하지 않을 수 있었다. 겁이 무너지려 할 때에는 바로 광음천(光音天)에 태어났고, 겁이 시작되려 할 때에는 바로 무상천(無想天)에 태어났었다. 혹은 범천이 되어 여러 하늘들을 거느리고 1만 세계를 거느리기도 했고, 또 서른일곱 차례나 석제환인이 되고 수 없이 전륜성왕이 되었다.
비구들아, 이런 사실로 보더라도 자애로운 마음을 쓰면 그 덕이 이와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느니라.

자애로운 마음을 쓰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범천에 태어나고, 세 갈래 나쁜 세계를 떠나며, 여덟 가지 어려움에서 벗어날 것이다. 또 자애로운 마음을 쓰면 중심에 있는 바른 나라에 태어날 것이다. 또 자애로운 마음을 쓰면 얼굴이 단정하고 모든 감각기관이 온전하여 형체가 완전히 갖추어질 것이다. 또 자애로운 마음을 쓰면 여래를 직접 보고 모든 부처님을 받들어 섬기게 될 것이며, 집에 있기를 좋아하지 않아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자 하는 이는 세 가지 법의를 입고 수염과 머리를 깎고는 사문의 법을 닦고 위없는 범행을 닦게 될 것이다.

비구들아, 알아야 한다. 마치 저 금강(金剛)을 사람이 삼키면 그것은 끝내 소화되지 않고 반드시 아래로 나오게 되는 것처럼, 자애로운 마음을 닦는 사람도 그와 같아서 여래가 세상에 출현하게 되면 반드시 도인이 되어 위없는 범행을 닦아 ‘삶과 죽음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마쳐 다시는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고 사실 그대로 알 것이다.”

그때 존자 아난이 세존께 아뢰었다.
“만일 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시지 않았을 때에 그 선남자가 집에서 지내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는 어디로 향해야 합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여래가 세상에 출현하지 않았을 때라도, 선남자가 집에서 지내기를 좋아하지 않아 스스로 수염과 머리를 깎고 한적한 곳에서 자기를 이기며 수행한다면, 그는 그곳에서 온갖 번뇌가 다하고 번뇌가 없는 행을 성취할 것이다.”

아난은 아뢰었다.
“어떻습니까, 세존이시여. 그가 스스로 범행과 3승(乘)의 행을 닦는다면 그런 사람은 어디로 나아가게 됩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네 말과 같이 나는 항상 3승의 행을 말한다. 과거와 미래를 비롯한 3세의 모든 부처님께서도 모두 3승의 법을 말한다. 아난아, 알아야 한다. 어떤 때가 되면 중생들의 얼굴과 수명은 갈수록 못해지고, 몸이 쇠약해지고 위신이 없어지며, 온갖 성냄ㆍ질투ㆍ어리석음ㆍ간사함ㆍ거짓ㆍ의혹이 많아지고 소행이 진실하지 않게 되리라. 혹 근기가 날카롭고 빠른 자가 있다하더라도 여기저기서 다투고 서로 싸우면서 주먹이나 기왓장, 돌이나 칼이나 몽둥이로 서로를 해칠 것이다. 그때의 중생들은 풀을 잡아도 곧 칼이 되어 그들의 목숨을 끊을 것이다.
그 중에서 자애로운 마음을 행하는 중생들은 성냄 없이 그런 변괴를 보다가, 모두들 곧 두려운 생각이 들어 다들 그 나쁜 곳을 버리고 달아나 산이나 들에서 살면서, 스스로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의를 입고 위없는 범행을 닦으며 자기를 극복할 것이다. 그래서 번뇌가 있는 마음을 없애고 해탈을 얻어 곧 번뇌 없는 경지에 들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저희끼리 이렇게 말할 것이다.
‘우리는 원수를 이겼다.’
아난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들을 가장 훌륭한 자들이라 하느니라.”

그때 아난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들은 어느 부류에 속합니까? 즉 성문의 부류입니까, 벽지불의 부류입니까, 부처의 부류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들을 바로 벽지불의 부류라고 부른다. 왜냐하면 그들은 다 온갖 공덕을 짓고 온갖 선(善)의 근본을 행하며, 청정한 네 가지 진리를 닦고 모든 법을 분별하기 때문이다.
선한 법을 행한다는 것은 바로 자애로운 마음이다. 왜냐하면 어짊을 실행하고 자애로움을 행하면 그 덕은 넓고 크기 때문이다. 나는 옛날에 이 자애로움과 어짊의 갑옷을 입고 악마의 권속들을 항복 받았고, 나무 밑에 앉아 위없는 도를 성취하였다. 이런 사실로 보더라도 자애로움이 가장 제일이고, 자애로움이 가장 훌륭한 법임을 알 수 있느니라. 아난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가장 훌륭하다고 부르는 것이다.
자애로운 마음을 쓴다는 것은 그 덕이 이와 같아서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다. 그러니 부디 방편을 구해 자애로운 마음을 닦도록 하라. 아난아,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때 아난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6 ]9)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존자 사리불은 이른 아침에 고요한 방에서 일어나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세존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모든 감각기관이 청정하고 얼굴이 다른 사람과 다르구나. 너는 지금 어떤 삼매에서 노니는가?”

사리불은 아뢰었다.
“예, 세존이시여. 저는 항상 공삼매(空三昧)에서 노닙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사리불아. 공삼매에서 노닐 수 있다니. 무엇 때문인가? 모든 허공삼매(虛空三昧)가 가장 제일이기 때문이다. 그 어떤 비구가 공삼매에서 노닌다면 그는 ‘나[吾我]’와 ‘사람[人]’과 ‘수명(壽命)’이라는 것이 없음을 알고 또 ‘중생(衆生’을 보지도 않을 것이다. 또한 모든 행의 본말을 보지 않을 것이고, 이미 보지 않으므로 행의 근본을 짓지 않으며, 이미 행이 없으므로 다시는 몸을 받지 않고, 몸을 받는 일이 이미 없어졌으므로 괴롭거나 즐거운 과보를 다시는 받지 않느니라.

사리불아, 알아야 한다. 나는 옛날 불도를 이루기 전에 나무 밑에 앉아 이렇게 생각했었다.
‘이 중생들이 어떤 법을 얻지 못해 생ㆍ사에 흘러 다니면서 해탈을 얻지 못하는가?’
이때 나는 다시 생각하였다.
‘공삼매가 없으면 곧 생ㆍ사에 떠다니게 되고 끝내 해탈에 이르지 못한다.
이 공삼매가 있더라도 중생들이 그것을 닦지 않으면, 중생들은 집착하는 생각을 내게 되고 세상이란 생각을 일으킨 뒤에는 곧 생ㆍ사의 흐름을 받게 된다. 만일 이 공삼매를 얻고 또 원하는 것이 없게 되면 곧 무원삼매(無願三昧)를 얻게 될 것이며,무원삼매를 얻어 여기서 죽어 저기에 태어나기를 구하지 않고 전혀 아무 상(相)도 없을 때, 그 행자는 다시 무상삼매(無想三昧:無相三昧)를 얻어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중생들은 다 삼매를 얻지 못하였기 때문에 생ㆍ사에 흘러 다니는 것이다. 모든 법을 관찰하면 곧 공삼매를 얻을 것이요, 공삼매를 얻으면 곧 아뇩다라삼먁삼보리10)를 이룰 것이다.’
나는 그때 공삼매를 얻고 이레 낮 이레 밤 동안 보리수를 관찰하면서 눈도 깜짝인 일이 없었다.
사리불아, 이런 사실로 보더라도 공삼매가 모든 삼매 중에서 가장 제일의 삼매임을 알 수 있다. 왕삼매(王三昧)란 바로 공삼매이다. 그러므로 사리불아, 부디 방편을 구해 공삼매를 갖추도록 하라. 사리불아,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때 사리불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7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열성 가란타죽원에서 대비구들 1,250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라열성에 시리굴(尸利掘)11)이라는 장자가 있었다. 그는 재물과 보배가 많아 금ㆍ은 등의 보배와 자거ㆍ마노가 이루 헤아릴 수 없었다. 또 그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멀리 하고 외도 니건자(尼乾子)만을 섬기며, 국왕ㆍ대신들과 모두 친한 사이였다. 이때 외도 범지들과 니건자의 신도와 제자들은 스스로 불법을 비방하며 ‘내가 있고, 내 몸이 있다’고들 말하였다. 아울러 육사외도의 무리들도 모두 함께 모여 이렇게 의논하였다.
“지금 저 사문은 일체지(一切智)가 있어 모르는 일이 없다. 그리고 우리는 이양을 얻지 못하는데 저 사문은 많은 이양을 얻는다. 그러니 방법을 써서 이양을 얻지 못하게 해야 마땅하다. 우리 저 시리굴 장자 집으로 가서 그 장자에게 방도를 세우게 하자.”

이때 외도 범지 니건자와 그 육사외도들은 시리굴 장자 집으로 찾아가 장자에게 말하였다.
“대성(大姓)은 아시오. 당신은 범천의 소생인 범천자로서 세상에 많은 이익을 주었소. 당신은 우리를 가엾이 여겨, 저 사문 구담을 찾아가 그 사문과 비구들을 청해 집으로 와서 제사를 지내시오. 그리고 또 명령하여 집안에 큰 불구덩이를 만들어 불을 붙여 두고 음식에는 독을 넣어 그들을 초청해 먹게 하시오.
만일 사문 구담이 일체지가 있어 3세의 일을 안다면 그 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요, 만일 일체지가 없다면 곧 청을 받아들여 제자들을 데리고 왔다가 모두 불에 탈 것이오. 만일 그가 하늘 사람이라면 불의 피해를 입지 않고 안온할 수 있을 것이오.”

이때 시리굴은 잠자코 육사외도들의 말을 따랐다. 그는 곧 성을 나서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는 독을 품은 마음으로 세존께 아뢰었다.
“원컨대 세존과 비구들께서는 저의 청을 받아 주소서.”

세존께서는 그의 마음속 생각을 알면서도 잠자코 청을 받아 주셨다. 이때 시리굴은 여래께서 잠자코 청을 받아 주시는 것을 보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이내 물러갔다.
그는 도중에서 생각하였다.
‘우리 육사외도들의 말씀은 참으로 진실하구나. 저 사문은 내 마음속 생각을 알지 못하니 반드시 큰불에 탈 것이다.’
이때 시리굴은 집으로 돌아와 큰 불구덩이를 만들어 불을 활활 피워 두도록 명령하고, 또 갖가지 음식을 장만하여 모두 독을 넣어 두도록 명령하였다. 또 문밖에 큰 불구덩이를 만들어 큰불을 피우고는 그 불 위에 자리를 깔고 음식마다 지독한 독을 넣어 두고 세존께 때가 왔음을 아뢰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때가 되었음을 아시고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비구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그의 집으로 떠나셨다. 그리고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나보다 먼저 앞서 가지 말고, 또 나보다 앞서 먼저 앉지 말며, 또 나보다 먼저 음식을 먹지 말라.”

이때 라열성 사람들은 시리굴이 큰 불구덩이를 만들고 음식에 독을 넣어 부처님과 비구 스님과 네 무리들12)을 초청했다는 소식을 듣고 모두들 울면서 ‘장차 여래와 비구 스님을 해치려는 것이 아닌가’고 하였다. 또 어떤 이는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아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그 장자의 집에 가시지 마소서. 그는 큰 불구덩이를 만들고 독이 든 음식을 만들었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두려워하지 말라. 여래는 결코 남의 해침을 받지 않는다. 이 염부제 안의 불이 범천까지 치솟는다 하더라도 오히려 나를 태우지 못하거늘 하물며 조그만 불이 여래를 해칠 수 있겠느냐? 끝내 그럴 리 없느니라. 우바새야, 알아야 한다. 내게는 조금도 해칠 마음이 없느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라열성으로 들어가 장자의 집에 이르셨다.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장자의 집에 먼저 들어가지 말고, 또 음식을 먼저 먹지도 말아야 한다.”

그때 세존께서 막 발을 들어 문턱 위에 놓자 그 불구덩이는 저절로 목욕하는 연못으로 변했는데, 매우 맑고 시원하며 온갖 꽃이 그 가운데 피어 있었고 또 수레바퀴만한 크기에 줄기는 7보로 된 연꽃이 피어 있었으며, 또 다른 연꽃들이 피어 꿀벌들이 그 안에서 놀고 있었다. 그때 석제환인과 범천왕ㆍ사천왕ㆍ건답화(乾沓惒:건달바)ㆍ아수륜 및 여러 열차(閱叉)ㆍ귀신들은 불구덩이 속에서 연꽃이 피는 것을 보고 제각기 경사라 외치며 모두 같은 소리로 말하였다.
‘여래께서는 훌륭한 이들 중에서도 제일이시라.’

그때 그 장자의 집에는 여러 외도 이학들이 모여 있었다. 우바새와 우바이들은 여래의 신통을 보고 기뻐 뛰면서 어쩔 줄 몰랐고, 외도 이학들은 여래의 신통을 보고 모두 근심에 잠겼으며, 허공의 모든 천신(天神)들은 갖가지 이름난 꽃들을 여래 위에 흩뿌렸다. 그때 세존께서는 땅에서 네 치쯤 떠서 허공을 밟고 장자의 집에 이르셨는데, 여래께서 발을 디디는 곳마다 곧 수레바퀴만한 연꽃이 피어났다.

그때 세존께서 오른쪽으로 몸을 돌리며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모두 연꽃을 밟고 오라.”
이때 성문들은 모두 연꽃을 따라 장자 집에 이르렀다.

그때 세존께서 곧 옛날부터 내려오는 말씀을 하셨다.
“나는 옛날부터 지금까지 항하의 모래알 같은 모든 부처님들을 공양하고 섬기고 예경(禮敬)하면서 그 거룩한 뜻을 어기지 않았으니, 이런 지성스러운 맹세로써 이 여러 좌석들이 튼튼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세존께서는 다시 말씀하셨다.
“비구들아, 나는 지금 허락한다. 먼저 손으로 자리를 집고 그 다음에는 앉아라. 이것은 내 분부이니라.”
그때 세존과 비구들은 모두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그 자리 아래마다 매우 향기로운 연꽃이 피어났다.

이때 시리굴은 여래의 이러한 신통을 보고 생각하였다.
‘내가 저 외도 이학들에게 속아 인간의 행(行)을 잃고 또 하늘 길도 영원히 잃었구나. 내 마음이 마치 독약을 먹은 것처럼 심란하니 반드시 세 갈래 나쁜 세계에 떨어질 것이다. 진실로 이런 여래는 만나기 어렵다.’
이렇게 깨닫고는 곧 눈물을 흘리면서 머리를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아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의 참회를 들으소서. 과거의 잘못을 고치고 미래를 닦겠습니다. 저는 스스로 죄인 줄 알면서 여래를 괴롭혔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의 참회를 받아 주소서. 다시는 범하지 않겠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장자야, 허물을 고치고 본래의 뜻을 버리고는 여래를 괴롭혔다는 것을 능히 스스로 아는구나. 성현의 법은 매우 넓고 크다. 너의 참회를 허락하고 법에 따라 용서한다. 내 이제 너의 참회를 받아 주니 다시는 범하지 말라.”
이와 같이 두 번 세 번 되풀이하셨다.

그때 아사세왕은 시리굴 장자가 큰 불구덩이와 독이 든 음식을 준비해 여래를 해치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 크게 화를 내며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이 염부제 안에서 그 사람처럼 시리굴이란 이름을 가진 자는 기필코 모두 없애버리리라.”
아사세왕은 또 여래의 공덕을 생각하고는 눈물을 흘리고 슬피 울면서 왕관을 벗고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내가 이제 살아서 무엇을 하겠는가? 여래를 불태우고 또 비구승들을 모두 불태웠다고 하는구나. 너희들은 빨리 장자 집으로 가 여래를 돌보라.”

그때 기바가(耆婆伽) 왕자가 아사세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근심하지 마시고 또 그런 나쁜 생각도 내지 마소서. 왜냐하면 여래께선 결코 남의 해침을 받지 않으시기 때문입니다. 오늘 시리굴 장자는 여래 제자가 될 것입니다. 원컨대 대왕께서도 지금 가서 그 신통을 보소서.”

이때 아사세왕은 기바가의 깨우침을 받고는 설산의 큰 코끼리를 타고 곧바로 시리굴 장자의 집으로 갔고, 코끼리에서 내려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 그 집 문 밖에는 사람들이 8만 4천 명이나 모여 있었다. 왕은 크기가 수레바퀴만한 연꽃을 보고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였다.
“여래께서 온갖 악마에게 늘 승리하시기를.”
왕은 기바가 왕자에게 말하였다.
“훌륭하구나, 기바가야. 너는 여래의 이러한 힘을 믿었구나.”
이때 아사세왕은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아사세왕은 여래 입에서 광명이 나오는 것을 보고, 또 여래의 안색이 특별하심을 두루 살펴보고는 너무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

이때 시리굴 장자가 세존께 아뢰었다.
“내가 차린 음식에는 모두 독이 있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잠깐만 기다리소서. 지금 곧 다시 음식을 만들겠습니다. 왜냐하면 여래 몸을 상하게 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세존께서는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여래와 그 제자들은 결코 남의 해침을 받지 않는다. 장자는 준비했던 음식을 때맞춰 올리기만 하면 되느니라.”이때 장자는 손수 갖가지 음식을 공양하였다.

그때 세존께서는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지성스러운 부처님과 법과 비구는
어떤 독(毒)이든 남김없이 없애네.
모든 부처님 독이 없나니
지성스러운 부처님 독을 없애네.

지성스러운 부처님과 법과 비구는
어떤 독이든 남김없이 없애네.
모든 부처님 독이 없나니
지성스러운 법은 독을 없애네.

지성스러운 부처님과 법과 비구는
어떤 독이든 남김없이 없애네.
모든 부처님 독이 없나니
지성스러운 승가 독을 없애네.

탐욕과 성냄의 독
이 세상에는 3독(毒)이 있네.
여래는 영원히 독이 없나니
지성스러운 부처님 독을 없애네.

탐욕과 성냄의 독
이것은 세상의 3독
여래의 법에는 독이 없나니
지성스러운 법은 독을 없애네.

탐욕과 성냄의 독
이 세상에는 3독이 있네.
여래의 승가는 독이 없나니
지성스러운 부처님 독을 없애네.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마치시고 곧 독이 든 음식을 공양하셨다.
그때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 모두 먼저 먹지 말라. 반드시 내가 먹은 뒤에 먹어야 한다.”

이때 장자는 손수 갖가지 음식을 올려 부처님과 비구 스님을 공양하였다.
그때 시리굴 장자는 여래께서 공양을 마치시는 것을 보고는 발우를 치우고 다시 작은 자리를 가지고 와서 여래 앞에 앉았다.
그때 세존께서는 장자와 8만 4천 대중을 위해 미묘한 논을 말씀하셨다. 이른바 논이란 보시와 계율과 천상에 태어나는 것에 대한 논이요,‘탐욕은 더러운 것이요 음행은 큰 재앙이므로 그것을 벗어나는 것이 즐거움이다’고 하셨다.
세존께서는 그 장자와 8만 4천 대중들의 마음이 열리고 뜻이 풀려 다시는 번뇌가 없게 된 것을 보시고, 모든 불세존들께서 항상 말씀하시는 법, 즉 괴로움[苦]과 괴로움의 발생[集]과 괴로움의 소멸[盡]과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道]을 8만 4천 대중에게 모두 말씀하시고, 그 행을 자세히 분별하셨다.

그때 대중들은 곧 그 자리에서 모든 번뇌가 없어지고 법안이 깨끗해졌으니, 마치 새 옷은 색이 쉽게 물이 들듯, 그 대중들도 그와 같아서 제각기 그 자리에서 도의 자취를 보았다. 법을 보고 법을 얻어 모든 법을 분별하고는 온갖 의심을 건너 두려움이 없게 되었다. 그래서 다시는 다른 스승을 섬기지 않고 부처님과 법과 승가에 스스로 귀의하여 5계를 받았다.

그때 시리굴 장자는 스스로 도의 자취를 얻은 줄을 알고 세존께 나아가 아뢰었다.
“차라리 여래에게 독을 베풀어 큰 과보를 얻을지언정 다른 외도 이학들에게 감로를 주어 다시 그 죄를 받지는 않겠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지금 독이든 음식으로 부처님과 비구 스님을 청하고도 현세에서 이런 증험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오랜 세월 동안에 저 외도들에게 홀려 여래에게 그런 나쁜 마음을 일으키게 된 것입니다. 외도 이학을 섬기는 자들은 모두 치우친 길에 떨어질 것입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네 말과 같아서 틀림이 없다. 모두 그들에게 속은 것이니라.”

그때 시리굴이 다시 아뢰었다.
“지금부터는 저 외도 이학을 믿지 않고, 또 그들의 사부대중이 저희 집에서 공양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그런 말을 하지 말라. 왜냐하면 너는 늘 그 외도들을 공양해왔기 때문이다. 축생에게 음식을 베풀어도 그 복을 헤아리기 어려운데 하물며 사람이겠느냐? 만일 어떤 외도 이학이 너에게 ‘시리굴 그대는 누구의 제자인가’라고 묻는다면 너는 뭐라고 대답하겠느냐?”

그때 시리굴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무릎을 꿇어 합장하고 세존께 아뢰었다.
“용맹하게 해탈하시고 이제 사람의 몸을 받으신 일곱 번째 선인(仙人),13) 바로 석가문(釋迦文)의 제자입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장자야. 네가 그렇게 미묘한 찬탄을 능히 말하는구나.”

그때 세존께서는 다시 장자를 위해 매우 깊은 법을 설명하시고 곧 다음과 같이 주원(呪願)하셨다.
제사에는 불이 으뜸이고
시서(詩書)에는 게송이 제일이네.
사람들 중에는 임금이 제일 높고
온갖 강들 중에는 바다가 근본이다.
별들 중에선 달이 제일 밝고
광명 중에선 해가 으뜸이로다.

위와 아래 그리고 사방의
형상 있는 모든 것과
모든 하늘과 이 세상에서는
부처님이 제일이니
그 복을 얻으려는 자는
부디 세 부처님께 공양하여라.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마치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그때 시리굴과 여러 대중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주석
1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중아함경』 제34권 136번째 소경인 「상인구재경(商人求財經)」이 있다.
2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후한 시대 강맹상(康孟詳)이 한역한 『사리불마하목련유사구경(舍利弗摩訶目連遊四衢經)』이 있다.
3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39권 1,095번째 소경인 「걸식경(乞食經)」이 있다.
4 단식(摶食)이라고도 한다. 인도인들의 일반적인 식사법이 음식을 손으로 둥글게 뭉쳐 입에 넣는 것이므로 단식이라 한다.
5 촉식(觸食)이라고도 한다. 외부 대상과의 접촉이 먹는 음식과 마찬가지로 몸과 마음을 유지 성장케 하는 자양분이 되므로 음식이라 하였다.
6 의사식(意思食)이라고도 한다. 출세간의 염식(念食)과 구분할 때 욕망에 근거한 욕구와 의도, 사유작용을 말한다.
7 분별하여 아는 인식작용을 말한다.
8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40권 1,107번째 소경인 「야차경(夜叉經)」과 『별역잡아함경』 제2권 36번째 소경이 있다.
9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雜阿含經)』 제9권 236번째 소경인 「청정걸식주경(淸淨乞食住經)」이 있다.
10 팔리어로 anuttarasammāsambodhi를 음사한 말이다. 위없이 바른 깨달음[無上正等正覺]이라는 뜻이다.
11 시리국다(尸利鞠多)라고도 하며, 승밀(勝密)ㆍ길호(吉護)로 한역하기도 한다.
12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의 사부대중을 말한다.
13 석가모니부처님은 비바시불 이래로 일곱 번째 부처님이시다.

증일아함경 제42권

동진 계빈 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김월운 번역

46. 결금품(結禁品)

[ 1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열 가지 공덕이 있으므로 여래는 비구들을 위해 금계(禁戒)를 말하는 것이다.
열 가지 공덕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성중(聖衆)을 받들어 섬기고, 화합하고 순종하며, 성중을 안온하게 하고, 나쁜 사람을 항복 받으며, 부끄러워하는[慙愧] 비구들을 괴롭히지 않고, 믿지 않는 사람은 신근(信根)을 세우게 하며, 믿음이 있는 사람은 그 믿음을 더욱 더하게 하고, 현세에서 번뇌를 없애고 후세의 온갖 번뇌의 병도 모두 없애며, 바른 법을 오래 머무르게 하고, 어떤 방편을 써야 바른 법을 오래 머무르게 할까 하고 항상 사유하는 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이 열 가지 공덕으로서 여래가 비구들을 위해 금계를 연설하는 까닭이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아, 부디 방편을 구해 금계를 성취하여 빠뜨림이 없도록 하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2 ]1)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성현이 사는 곳에 열 가지 일이 있어, 3세의 여러 성현들은 항상 그 안에서 사느니라.
어떤 것이 그 열 가지인가? 곧 비구는 다섯 가지 일을 이미 버렸고, 여섯 가지 일을 성취하며, 한 가지 일을 항상 보호하고, 사부대중을 이끌어 보호하며, 약한 이를 보살피고, 평등하게 가까이 지내며, 번뇌 없는 곳으로 바로 나아가고, 몸의 행을 고요히 하며, 마음이 잘 해탈하고, 지혜로 잘 해탈하는 것이니라.

비구가 다섯 가지를 이미 버렸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에 비구는 5결(結)을 이미 끊었다. 이와 같이 다섯 가지를 이미 버렸다.

비구가 여섯 가지 일을 성취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에 비구는 여섯 가지 중요한 법2)을 받든다. 이와 같이 비구는 여섯 가지 일을 성취한다.

비구가 한 가지 일을 늘 보호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에 비구는 마음에서 번뇌 있음과 번뇌 없음, 함이 있음과 함이 없음을 항상 보호하여 열반의 문에 이른다. 이와 같이 비구는 늘 한 가지 일을 보호한다.

비구가 사부대중을 이끌어 보호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에 비구는 4신족을 성취하여 이렇게 곧 사부대중을 이끌어 보호한다.
비구가 약한 이를 보살핀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에 비구는 생ㆍ사의 모든 행이 이미 없어졌다. 이와 같이 비구는 약한 이들을 보살핀다.
비구가 평등하게 가까이 지낸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에 비구는 3결(結)이 이미 없어졌다. 이것을 비구가 평등하게 가까이 지내는 것이라 한다.
비구가 번뇌 없는 곳으로 바로 나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에 비구는 교만을 없애버린다. 이와 같이 비구는 번뇌 없는 곳으로 바로 나아간다.
비구가 몸의 행을 고요히 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에 비구는 무명이 이미 없어졌다. 이와 같이 비구는 몸의 행을 고요히 한다.
비구가 마음이 잘 해탈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에 비구는 애욕이 이미 다 없어졌다. 이와 같이 비구는 마음이 잘 해탈한다.
비구가 지혜로 해탈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에 비구는 괴로움에 대한 진리와 괴로움의 발생ㆍ괴로움의 소멸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한 진리를 사실 그대로 안다. 이와 같이 비구는 지혜로 해탈하느니라.

비구들아, 이것이 이른바 열 가지 일로서 바로 성현들이 사는 곳이다. 옛날의 성현들도 여기서 살았고, 살고 있고 또 장차 살아갈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다섯 가지 일을 버리고, 여섯 가지 법을 성취하며, 한 가지 법을 지키고, 사부대중을 이끌어 보호하며, 약한 이를 보살피고,평등하게 가까이 지내며, 번뇌 없는 곳으로 바로 향하고, 몸의 행을 고요히 하며, 마음이 해탈하고, 지혜로 해탈하는 것을 늘 생각해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3 ]3)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여래는 10력(力)을 성취하고 스스로 집착이 없음을 알아 대중 가운데서 사자처럼 외치면서 위없는 법 바퀴를 굴려 중생들을 제도하느니라.
이른바 ‘이것은 색(色)이요, 이것은 색의 발생[色集]이며, 이것은 색의 소멸[色盡]이요, 또한 이것은 색에서 벗어남[色出要]이다. 통(痛:受)ㆍ상(想)ㆍ행(行)도 마찬가지며, 이것은 식(識)이요, 이것은 식의 발생이며, 이것은 식의 소멸이요, 이것은 식에서 벗어남이다’고 관찰한다. 이것으로 인해 이것이 있고, 이것이 생기면 이것이 생기느니라. 즉 무명(無明)을 인연해 행(行)이 있고 행을 인연해 식(識)이 있으며, 식을 인연해 명색(名色)이 있고, 명색을 인연해 6입(入)이 있으며, 6입을 인연해 접촉[更樂]이 있고, 접촉을 인연해 느낌[痛]이 있으며, 느낌을 인연해 애욕이 있고, 애욕을 인연해 집착[受]이 있으며, 집착을 인연해 존재[有]가 있고, 존재를 인연해 죽음[死]이 있으며, 죽음을 인연해 근심ㆍ걱정ㆍ괴로움ㆍ번민이 이루 헤아릴 수 없나니, 이 5음(陰)의 몸으로 인하여 이러한 법들이 발생하는 것이니라.
이것이 멸하면 곧 멸하고 이것이 없으면 곧 없다. 즉 무명이 멸하면 행이 멸하고, 행이 멸하면 식이 멸하며, 식이 멸하면 명색이 멸하고, 명색이 멸하면 6입이 멸하며, 6입이 멸하면 접촉이 멸하고, 접촉이 멸하면 느낌이 멸하며, 느낌이 멸하면 애욕이 멸하고, 애욕이 멸하면 집착이 멸하며, 집착이 멸하면 존재가 멸하고, 존재가 멸하면 죽음이 멸하며, 죽음이 멸하면 근심ㆍ걱정ㆍ괴로움ㆍ번민이 모두 없어지느니라.

비구들아, 알아야 한다. 내 법은 매우 넓고 커서 끝이나 밑이 없으며 모든 의심을 끊고 바른 법에 안온히 살 수 있다.
그러므로 선남자와 선여인은 부지런히 마음을 써서 빠뜨림이 없게 하고, 설사 몸이 마르고 무너진다 하더라도 정진하는 행을 버리지 말며, 마음을 잡아매어 잊지 않도록 하라. 괴로운 법을 수행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니라. 지금 여래가 현재 범행을 잘 닦듯이 한적한 곳을 즐겨 고요히 생각하면서 두타의 행을 버리지 말라.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스스로 관찰할 때에는 그 미묘한 법을 깊이 사유하고 또 두 가지 뜻을 살피며, 게으름 없이 행해 결과를 성취하여 감로와 같은 완전한 소멸의 경지에 이르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비록 남에게서 의복ㆍ음식ㆍ침구ㆍ병에 맞는 의약품 등의 공양을 받더라도 그들의 수고를 헛되게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부모로 하여금 그 보답을 얻게 하는 것이고, 모든 부처님을 받들어 섬기고 예경하고 공양하는 것이니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4 ]4)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여래는 10력을 성취하고, 4무소외(無所畏5)를 얻어 대중 가운데서 사자처럼 외치느니라.
10력이란 무엇인가? 이에 여래는 옳은 것도 사실 그대로 알고 그른 것도 사실 그대로 안다.

또 여래는 어디서나 다른 중생들이 인연에 의하여 받는 그 과보를 안다.

또 여래는 여러 가지 계(界)와 여러 가지 지(持)과 여러 가지 입(入)을 사실 그대로 안다.

또 여래는 여러 가지 해탈과 한량없는 해탈을 사실 그대로 안다.

또 여래는 다른 중생들의 지혜의 많고 적음을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또 여래는 다른 중생들의 마음속 생각을 사실 그대로 안다. 즉 욕심이 있으면 욕심이 있는 줄을 알고, 욕심이 없으면 욕심이 없는 줄을 안다. 성내는 마음이 있으면 성내는 마음이 있는 줄을 알고, 성내는 마음이 없으면 성내는 마음이 없는 줄을 안다. 어리석은 마음이 있으면 어리석은 마음이 있는 줄을 알고, 어리석은 마음이 없으면 어리석은 마음이 없는 줄을 아느니라.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면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 줄을 알고,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랑하는 마음이 없는 줄을 안다. 집착하는 마음이 있으면 집착하는 마음이 있는 줄을 알고, 집착하는 마음이 없으면 집착하는 마음이 없는 줄을 안다. 어지러운 마음이 있으면 어지러운 마음이 있는 줄을 알고, 어지러운 마음이 없으면 어지러운 마음이 없는 줄을 안다. 흐트러지는 마음이 있으면 흐트러지는 마음이 있는 줄을 알고, 흐트러지는 마음이 없으면 흐트러지는 마음이 없는 줄을 안다. 마음이 좁으면 마음이 좁은 줄을 알고, 마음이 좁지 않으면 마음이 좁지 않은 줄을 안다. 마음이 넓으면 마음이 넓은 줄을 알고, 마음이 넓지 않으면 마음이 넓지 않은 줄을 안다. 한량없는 마음이면 한량없는 마음인 줄을 알고, 한량이 있는 마음이면 한량이 있는 마음인 줄을 안다. 안정된 마음이면 안정된 마음인 줄을 알고, 안정되지 않은 마음이면 안정되지 않은 마음인 줄을 안다. 해탈한 마음이면 해탈한 마음인 줄을 알고, 해탈하지 않은 마음이면 해탈하지 않은 마음인 줄을 아느니라.

또 여래는 나아가는 모든 마음의 길을 안다. 1생ㆍ2생ㆍ3생ㆍ4생ㆍ5생ㆍ10생ㆍ50생ㆍ1백 생ㆍ천 생ㆍ억백천 생ㆍ한량없는 생과 이루어지는 겁[成劫]ㆍ무너지는 겁[敗劫]을 알며, 한량없이 이루어지고 무너지는 겁 동안에 ‘나는 옛날 저기서 태어났다. 이름은 이러했고, 자(字)는 이러했으며, 어떤 음식을 먹었으며 어떤 괴로움과 즐거움을 겪었으며, 수명은 얼마나 길고 짧았으며, 여기서 죽어 저기서 태어나고 저기서 죽어 여기서 태어났다’는 등 이러한 무수한 전생 일을 스스로 기억하느니라.

또 여래는 중생들의 나고 죽는 곳을 안다. 천안(天眼)으로 중생들을 관찰하여 심은 행에 따른 좋은 몸과 나쁜 몸, 좋은 세계와 나쁜 세계를 다 아느니라. 즉 어떤 중생이 몸과 입과 뜻으로 악을 행하고 성현을 비방하며 삿된 소견의 업을 지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지옥에 태어나고, 또 어떤 중생은 몸과 입과 뜻으로 선을 행하고 성현을 비방하지 않으며 항상 바른 소견을 행하여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천상의 좋은 곳에 태어나는 것을 사실 그대로 안다. 이것이 이른바 천안이 청정하여 중생들이 나아가는 행을 관찰한다는 것이니라.

다시 여래는 번뇌가 없어지고 번뇌가 없게 되어 마음이 해탈하고 지혜로 해탈하여,‘삶과 죽음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마쳐 다시는 몸을 받지 않는다’고 사실 그대로 안다.
이것이 이른바 ‘여래는 10력이 있고, 집착이 없으며, 네 가지 두려움 없음을 얻어 대중 가운데서 사자처럼 외쳐 법륜을 굴린다’는 것이니라.

여래가 얻은 네 가지 두려움 없음이란 무엇인가? 여래는 등정각(等正覺)을 이루었다고 말하려 하는데, 만일 어떤 중생이 그저 지식이 있는 자라고 말하려 한다면 그것은 잘못이다.

또 만일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이나 하늘이나 혹은 하늘의 악마가 찾아와 번뇌를 완전히 없애지 못한 자라고 말하려 한다면 그것은 잘못이다. 그것이 잘못이기 때문에 여래는 곧 안온을 얻느니라.

또 내가 연설하는 법은 성현들이 괴로움을 벗어나는 길로서 사실 그대로 괴로움을 끝까지 다하는 것인데, 사문이나 바라문이나 하늘이나 하늘의 악마가 찾아와 괴로움을 끝까지 다하지 못한다고 말하려 한다면 그것은 잘못이다. 그것이 잘못이기 때문에 여래는 곧 안온을 얻느니라.

또 내가 말하는 안의 법[內法]이란 나쁜 세계를 무너뜨리는 것인데 만일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이 찾아와 그렇지 않다고 말하려 한다면 그것은 잘못이다. 비구들아, 이것이 이른바 네 가지 두려움이 없다는 것이니라.

만일 어떤 외도 이학이 ‘저 사문 구담은 어떤 힘이 있고 어떤 두려움이 없기에 스스로 집착이 없는 가장 높은 이라고 일컫는가’고 말하거든 너희들은 이 10력을 가지고 그들에게 대답하라.
또 만일 어떤 외도 이학이 다시 ‘우리도 10력을 성취하였다’고 말하거든 너희 비구들은 다시 그들에게 ‘너는 어떤 10력을 가졌느냐’고 물어보아라. 그때 그 외도 이학들은 대답하지 못하고 결국 의혹만 더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여래를 제외하고는, 네 가지 두려움 없음을 얻었다고 스스로 일컬을 수 있는 어떤 사문 바라문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방편을 구해 10력과 네 가지 두려움 없음을 성취하도록 해야 한다.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5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라의 일을 가까이 하면 열 가지 잘못[非法]이 있다. 열 가지란 무엇인가? 이에 어떤 이가 나라를 모반할 마음을 일으켜 국왕을 죽이려 하고, 그 음모로 말미암아 국왕이 죽는 일이 생긴다고 하자. 그러면 그 백성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저 사문 도사가 자주 내왕하였다. 이것은 반드시 저 사문의 소행일 것이다.’
이것이 첫 번째 잘못으로서, 나라 일을 가까이할 때 생기는 재앙이다.

또 대신이 반역을 일으켰다가 왕에게 붙잡혀 모두 죽게 되면 그 백성들은 모두 이렇게 생각한다.
‘저 사문 도사가 자주 내왕하였다. 이것은 반드시 저 사문의 소행일 것이다.’
이것이 두 번째 잘못으로서, 나라 일에 간섭할 때 생기는 재앙이다.

또 나라에서 재물이나 보배를 잃어버리면 재물을 맡은 사람은 이렇게 생각한다.
‘이 보물은 내가 늘 지키고 있었고 다른 사람은 여기 들어온 일이 없다. 반드시 저 사문이 가져갔을 것이다.’
이것이 세 번째 잘못으로서, 나라 일에 간섭할 때 생기는 재앙이다.

또 나이가 한창 젊고 아직 결혼하지 않은 국왕의 딸이 마침 아이를 배게 되면 그 백성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그곳에 다른 사람은 내왕한 일이 없다. 이것은 반드시 저 사문의 소행일 것이다.’
이것이 네 번째 잘못으로서, 나라 일을 가까이할 때 생기는 재앙이다.

또 국왕이 중병을 앓다가 다른 사람의 약에 중독이 되면 그 백성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그곳에 다른 사람은 없었다. 이것은 반드시 저 사문의 소행일 것이다.’
이것이 다섯 번째 잘못으로서, 나라 일을 가까이할 때 생기는 재앙이다.

또 국왕과 대신들이 서로 다투어 상해를 입히게 되면 그 백성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저 대신들이 본래는 서로 화합하였는데 지금은 서로 다툰다. 이것은 다른 사람의 소행이 아니다. 반드시 저 사문 도사의 소행일 것이다.’
이것이 여섯 번째 잘못으로서, 나라 일을 가까이할 때 생기는 재앙이다.

또 두 나라가 서로 싸우며 각각 승리를 다투는데, 다른 인민들은 이렇게 생각한다.‘저 사문 도사들이 자주 와서 나라 안에 있는데, 필시 저 사문의 소행일 것이다.’일곱 번째 잘못으로서,나라 일을 가까이할 때 생기는 재앙이다.

또 국왕이 본래는 보시하기를 좋아하여 백성들과 재물을 나누었는데 뒤에 갑자기 인색해져 보시하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 백성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우리 국왕은 본래 보시하기를 좋아하였는데 지금은 인색하고 탐욕스러워 보시할 마음이 없다. 이것은 반드시 저 사문의 소행일 것이다.’
이것이 여덟 번째 잘못으로서, 나라 일을 가까이할 때 생기는 재앙이다.

또 국왕이 항상 올바른 법도로 백성들로부터 재물을 거두다가 뒤에 다시 잘못된 법도로 백성들의 재보(財寶)를 거두면 그 백성들은 제각기 이렇게 생각한다.
‘우리 국왕은 본래 법도에 따라 백성들로부터 재보를 거두었는데 지금은 잘못된 법도로 백성들의 재보를 거둔다. 이것은 반드시 저 사문의 소행일 것이다.’
이것이 아홉 번째 잘못으로서, 나라 일을 가까이할 때 생기는 재앙이다.

또 그 나라 인민들이 모두 역병을 앓게 된다면 그것은 모두 전생의 인연인데, 그 백성들은 제각기 이렇게 생각한다.
‘우리는 이전에는 병이 없었는데 지금은 모두 병에 걸려 시체가 길에 넘친다. 이것은 반드시 저 사문의 주술 때문일 것이다.’
이것이 열 번째 잘못으로서, 나라 일을 가까이할 때 생기는 재앙이다.

비구들아, 이것이 이른바 열 가지 잘못으로서, 나라 일에 간섭할 때 생기는 재앙이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나라 일에 가까이할 생각을 내지 말아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6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국왕이 열 가지 법을 성취한다면, 그는 오래 보존하지 못하고 또 도적이 많을 것이다.
열 가지 법이란 무엇인가? 때로 국왕이 인색하고 탐욕스러워 조그만 일로도 곧 화를 내고 의리(義理)를 살피지 않는 것이다. 만일 왕이 이 첫 번째 법을 성취한다면 그는 오래 보존하지 못하고 나라에 도적이 넘칠 것이다.

또 그 왕이 재물을 탐착하여 보시하기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면 이것이 이른바 국왕이 두 번째 법을 성취한 것으로서, 그는 오래 보존하지 못한다.

또 국왕이 남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사람 됨됨이가 포악하여 자애로운 마음이 없다면 이것이 이른바 세 번째 법으로서, 그는 오래 보존하지 못한다.

또 그 왕이 인민들을 억눌러 함부로 가두고 그들이 감옥에서 나올 기약이 없다면 이것이 이른바 네 번째 법으로서, 그는 오래 보존하지 못한다.

또 국왕이 법도가 없고 대신들 또한 바른 행을 살피지 않는다면 이것이 이른바 다섯 번째 법으로서, 그는 오래 보존하지 못한다.

또 국왕이 남의 여자를 탐하고 제 아내를 멀리한다면 이것이 이른바 그 왕이 여섯 번째 법을 성취한 것으로서, 그는 오래 보존하지 못한다.

또 국왕이 술을 좋아하고 즐겨 나라 일을 처리하지 않는다면 이것이 이른바 일곱 번째 법을 성취한 것으로서, 그는 오래 보존하지 못한다.

또 국왕이 노래와 춤과 놀이를 좋아하여 나라 일을 처리하지 않는다면 이것이 이른바 여덟 번째 법으로서, 그는 오래 보존하지 못한다.

또 국왕이 늘 병에 시달리며 건강한 날이 없다면 이것이 이른바 아홉 번째 법으로서, 그는 오래 보존하지 못한다.

또 국왕이 충성스럽고 효성스런 신하를 믿지 않아 심복이 적고 튼튼한 대신이 없는 것이다.
이것이 이른바 ‘국왕이 이 열 가지 법을 성취하면 오래 보존하지 못한다’는 것이니라.

이제 비구들도 그와 같다. 만일 열 가지 법을 성취하면 선의 근본인 공덕이 늘지 않고,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지옥에 들어가느니라.
열 가지 법이란 무엇인가? 만일 비구가 계율을 지키지 않고 또 공경하고 정성스러운 마음도 없다면 이것이 이른바 비구가 첫 번째 법을 성취한 것으로서, 그는 이르러야 할 궁극적 존재를 얻지 못할 것이다.

또 비구가 부처를 받들어 섬기지 않고 진실한 말을 믿지 않는다면 이것이 이른바 비구가 두 번째 법을 성취한 것으로서, 그는 오래 머무를 수 없다.

또 비구가 법을 받들어 섬기지 않고 여러 가지 계율을 빠뜨린다면 이것이 이른바 비구가 세 번째 법을 성취한 것으로서, 그는 오래 머무를 수 없다.

또 비구가 성중을 받들어 섬기되 항상 제 뜻을 낮추어 그들의 받아들임을 믿지 않는다면 이것이 이른바 비구가 네 번째 법을 성취한 것으로서, 그는 오래 머무를 수 없다.

또 비구가 이양(利養)에 탐착하여 마음에서 지워버리지 못한다면 이것이 이른바 비구가 다섯 번째 법을 성취한 것으로서, 그는 오래 머무를 수 없다.

또 비구가 많이 배우지 않으며 부지런히 읽고 익히고 외우지도 않는다면 이것이 이른바 비구가 여섯 번째 법을 성취한 것으로서, 그는 오래 보존하지 못한다.

또 비구가 착한 벗과 사귀지 않고 항상 나쁜 벗과 사귄다면 이것이 이른바 비구가 일곱 번째 법을 성취한 것으로서, 그는 오래 보존하지 못한다.

또 비구가 항상 일하기만 좋아하고 좌선할 생각을 않는다면 이것이 이른바 여덟 번째 법으로서, 그는 오래 보존하지 못한다.

또 비구가 산수에 집착하여 길을 돌이켜 세속으로 나아가려 하면서 법을 익히지 않는다면 이것이 이른바 비구의 아홉 번째 법으로서, 그는 오래 보존하지 못한다.

또 비구가 범행 닦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더러운 것에 탐착한다면 이것이 이른바 비구의 열 번째 법으로서, 그는 오래 보존하지 못한다.

이것이 이른바 ‘비구가 이 열 가지 법을 성취하면 반드시 세 갈래 나쁜 세계에 떨어지고 좋은 곳에 태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니라.

만일 국왕이 열 가지 법을 성취하면 세상에 오래 머무르게 되느니라. 열 가지란 무엇인가? 이에 국왕이 재물에 집착하지 않고 성을 내지 않으며 또 조그만 일로 해치려는 마음을 내지 않는다면 이것이 이른바 첫 번째 법으로서, 그는 오래 보존할 수 있다.

또 국왕이 신하들의 충고를 받아들여 그 말을 거스르지 않는다면 이것이 이른바 두 번째 법을 성취한 것으로서, 그는 오래 보존할 수 있다.

또 국왕이 항상 보시하기를 좋아해 백성들과 함께 즐거워한다면 이것이 이른바 세 번째 법으로서, 그는 오래 보존할 수 있다.

또 국왕이 법도에 맞게 재물을 거두고 잘못된 법도로 하지 않는다면 이것이 이른바 네 번째 법으로서, 그는 오래 보존할 수 있다.

또 국왕이 남의 여자를 탐하지 않고 항상 자기 아내를 보호한다면 이것이 이른바 다섯 번째 법을 성취한 것으로서, 그는 오래 보존할 수 있다.

또 국왕이 술을 마시지 않아 마음이 거칠거나 어지럽지 않다면 이것이 이른바 여섯 번째 법을 성취한 것으로서, 그는 오래 보존할 수 있다.

또 국왕이 실없이 웃으며 놀지 않고 외적을 항복 받는다면 이것이 이른바 일곱 번째 법을 성취한 것으로서, 그는 오래 보존할 수가 있다.

또 국왕이 법을 살펴 다스리며 끝내 왜곡시키지 않는다면 이것이 이른바 여덟 번째 법을 성취한 것으로서, 그는 오래 보존할 수 있다.

또 국왕이 신하들과 화목하며 다투지 않는다면 이것이 이른바 아홉 번째 법을 성취한 것으로서, 그는 오래 보존할 수 있다.

또 국왕이 병이 없고 기력이 왕성하다면 이것이 이른바 열 번째 법으로서, 그는 오래 보존할 수 있느니라.

만일 국왕이 이 열 가지 법을 성취한다면 그는 오래 보존할 것이요, 아무도 그를 어쩌지 못하리라.

비구들도 그와 같아 열 가지 법을 성취하면 팔을 굽혔다 펴는 사이에 천상에 태어날 것이니, 열 가지란 무엇인가?
이에 비구가 계율을 받들어 지키며 계율의 덕을 완전히 갖추어 바른 법을 범하지 않는다면 이것이 이른바 비구가 첫 번째 법을 성취한 것으로서,그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천상의 좋은 곳에 태어날 것이다.

또 비구가 여래에게 공경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이것이 이른바 비구가 두 번째 법을 성취한 것으로서, 그는 좋은 곳에 태어날 것이다.

또 비구가 법의 가르침에 순종하며 하나도 범하지 않는다면 이것이 이른바 비구가 세 번째 법을 성취한 것으로서, 그는 좋은 곳에 태어날 것이다.

또 비구가 성중을 공경히 받들며 게으른 마음이 없다면 이것이 이른바 네 번째 법을 성취한 것으로서, 그는 천상에 태어날 것이다.

또 비구가 욕심이 적고 만족할 줄을 알아 이양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이것이 이른바 비구가 다섯 번째 법을 성취한 것으로서, 그는 천상에 태어날 것이다.

또 비구가 제 마음대로 하지 않고 항상 계법(戒法)을 따른다면 이것이 이른바 여섯 번째 법을 성취한 것으로서, 그는 좋은 곳에 태어날 것이다.

또 비구가 사무에 집착하지 않고 항상 좌선하기를 좋아한다면 이것이 이른바 일곱 번째 법을 성취한 것으로서, 그는 천상에 태어날 것이다.

또 비구가 한적한 곳을 좋아해 사람들 틈에서 살지 않는다면 이것이 이른바 여덟 번째 법을 성취한 것으로서, 그는 좋은 곳에 태어날 것이다.

또 비구가 나쁜 벗과는 사귀지 않고 항상 착한 벗과 사귄다면 이것이 이른바 아홉 번째 법을 성취한 것으로서, 그는 좋은 곳에 태어날 것이다.

또 비구가 항상 범행을 닦으며 나쁜 법을 떠나고 많이 듣고 이치를 배워 그 차례를 잃지 않는 것이다.
이와 같이 비구가 열 가지 법을 성취한다면 팔을 굽혔다 펴는 것처럼 짧은 시간에 천상의 좋은 곳에 태어날 것이니라.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지옥에 들어가게 하는 열 가지 법답지 못한 행은 부디 버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열 가지 바른 법의 행을 받들어 닦아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7 ]6)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열성의 가란타죽원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많은 비구들은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라열성으로 걸식하러 들어가고 있었다. 이때 그들은 생각하였다.
‘우리가 성에 들어가 걸식하기에는 아직 때가 이르다. 우리 저 외도 이학들을 찾아가 변론하자.’
이때 비구들은 외도 이학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이때 외도 이학들은 멀리서 이 사문들이 오는 것을 보고 저희들끼리 말하였다.
“모두 조용히 하라. 떠들지 말라. 사문 구담의 제자들이 이곳으로 오고 있다. 그리고 사문의 법에서는 고요한 사람을 칭찬한다. 우리의 바른 법을 저들이 알도록 난잡하게 굴지 말자.”

그때 비구들은 외도 이학들에게 가서 서로 문안하고 한쪽에 앉았다.

이때 외도들이 비구들에게 물었다.
“너희들의 사문 구담이 제자들을 위해 그 미묘한 법을 말하면 너희 비구들은 그 모든 법을 이해하고 스스로 즐거이 노닐지 않는가? 우리도 제자들을 위해 이 미묘한 법을 설명하면서 스스로 즐거이 노닌다. 우리말과 너희들 말은 무엇이 다르며 어떤 차별이 있는가? 설법과 훈계는 꼭 같아서 다름이 없지 않는가?”
이때 비구들은 외도 이학들의 말을 듣고 좋다고 칭찬하지도 않고 나쁘다고 말하지도 않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났다.

이때 비구들은 그들끼리 말하였다.
“우리 이 문제를 가지고 세존께 가서 여쭈어 보자. 만일 세존께서 무슨 말씀이 있으시면 우리는 기억하여 받들어 행하자.”

그때 비구들은 라열성에 들어가 걸식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와 가사와 발우를 거두고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섰다. 이때 비구들은 있었던 일을 모두 세존께 아뢰었다.
그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그 외도 이학들이 그런 문제로 묻거든 너희들은 이런 말로 대답하라.
‘하나의 주장ㆍ하나의 이치ㆍ하나의 연설에서 열의 주장ㆍ열의 이치ㆍ열의 연설이 있다. 이런 말을 할 때 여기에는 어떤 뜻이 있는가?’
만일 너희들이 이런 말로 물으면 그들은 능히 대답하지 못하고, 그 외도 이학들은 결국 의혹만 더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그들이 가진 경계가 아니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아, 나는 여래와 나로부터 들은 여래의 제자를 제외하고는 이 물음에 대답할 수 있는 어떤 하늘이나 사람ㆍ악마ㆍ하늘의 악마ㆍ제석ㆍ범천왕도 보지 못하였다. 그들은 이것을 논하지 못한다.
하나의 주장ㆍ하나의 이치ㆍ하나의 연설이라고 나는 그 이치를 설명하는데, 무슨 이유로 그렇게 말하는 것인가? 즉 일체 중생은 음식[食]으로 말미암아 살고 먹지 않으면 죽는다. 그러므로 비구가 평등하게 싫어하고 평등하게 해탈하며 평등하게 관찰하고 평등하게 그 이치를 분별한다면 평등하게 괴로움을 벗어날 것이다. 이것은 꼭 같은 이치로서 둘이 아니다. 하나의 주장ㆍ하나의 이치ㆍ하나의 연설이라고 내가 설명하는 것은 바로 이것을 말하는 것이니라.

둘의 주장ㆍ둘의 이치ㆍ둘의 연설이라고 나는 그 이치를 설명하는데, 무슨 이유로 그렇게 말하는 것인가? 명(名)과 색(色)이 있다. 명(名)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느낌[痛;受]ㆍ생각[想]ㆍ기억[念]ㆍ접촉[更樂]ㆍ사유(思惟)이니, 이것을 명(名)이라 한다. 그 어떤 것을 색(色)이라 하는가? 4대와 4대로 만들어진 색이니, 이것을 색(色)이라 한다. 이런 이유로 명(名)과 색(色)이라고 하는 것이다. 둘의 주장ㆍ둘의 이치ㆍ둘의 연설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내가 지금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만일 비구가 평등하게 싫어하고 평등하게 해탈하며 평등하게 관찰하고 평등하게 그 이치를 분별한다면 평등하게 괴로움을 벗어날 것이다.

무슨 이유로 셋의 주장ㆍ셋의 이치ㆍ셋의 연설이라고 그 이치를 설명하는가? 이른바 세 가지 느낌[痛]이 있으니, 세 가지란 무엇인가? 이른바 괴로운 느낌ㆍ즐거운 느낌ㆍ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은 느낌이다. 어떤 것이 즐거운 느낌인가? 이른바 마음속에 즐거운 생각이 떠오르고 또 혼란스럽지도 않은 것이니 이것이 즐거운 느낌이다. 어떤 것이 괴로운 느낌인가? 이른바 마음속이 어지러워 전일하지 않고 여러 가지 생각을 사유하는 것이니 이것이 괴로운 느낌이다. 어떤 것이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은 느낌인가? 이른바 마음속에 괴로운 생각도 즐거운 생각도 없으며, 또 전일(專一)한 것도 아니요 어지러운 생각도 아니며, 법이나 법 아닌 것도 사유하지 않고 항상 스스로 고요하여 마음의 활동이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이라 한다. 이것을 세 가지 느낌이라 하느니라.
만일 비구가 평등하게 싫어하고 평등하게 해탈하며 평등하게 관찰하고 평등하게 그 이치를 분별한다면 평등하게 괴로움을 벗어날 것이다. 내가 말하는 셋의 주장ㆍ셋의 이치ㆍ셋의 연설은 바로 이것을 말하는 것이니라.

나는 무슨 이유로 넷의 주장ㆍ넷의 이치ㆍ넷의 연설이라고 그 이치를 또 설명하는가? 이른바 네 가지 진리를 말한다. 네 가지란 무엇인가? 이른바 괴로움과 괴로움의 발생과 괴로움의 소멸과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이다. 괴로움에 대한 진리[苦諦]란 무엇인가? 이른바 태어나는 괴로움ㆍ늙은 괴로움ㆍ병드는 괴로움ㆍ죽는 괴로움ㆍ근심과 슬픔과 번민의 괴로움ㆍ원수와 만나는 괴로움ㆍ사랑하는 이와 헤어지는 괴로움ㆍ구하여 도 얻지 못하는 괴로움이다.
어떤 것이 괴로움의 발생에 대한 진리[苦集諦]인가? 이른바 애욕의 근본이 욕심과 어울리는 것이니 이것이 괴로움의 발생에 대한 진리이다. 어떤 것이 괴로움의 소멸에 대한 진리[苦盡諦]인가? 이른바 애욕이 남김없이 완전히 다하고 다시는 생기지 않는 것이니 이것이 괴로움의 소멸에 대한 진리이다. 어떤 것이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방법에 대한 진리[苦出要諦]인가? 이른바 현성의 8품도이다. 즉 바른 소견ㆍ바른 다스림ㆍ바른 말ㆍ바른 생활ㆍ바른 업ㆍ바른 방편ㆍ바른 기억ㆍ바른 삼매이니 이것을 8품도라 한다.
만일 비구가 평등하게 싫어하고 평등하게 해탈하며 평등하게 그 이치를 분별하고 평등하게 관찰한다면 평등하게 괴로움을 벗어날 것이니라. 이것이 이른바 넷의 주장ㆍ넷의 이치ㆍ넷의 연설로서 내가 설명하는 것은 바로 이것을 말하는 것이니라.

나는 지금 무슨 이유로 다섯의 주장ㆍ다섯의 이치ㆍ다섯의 연설을 말하는가? 이른바 5근(根)이니라. 다섯 가지란 무엇인가? 신근(信根)ㆍ정진근(精進根)ㆍ염근(念根)ㆍ정근(定根)ㆍ혜근(慧根)이다.
신근(信根)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현성의 제자[賢聖弟子]로서 여래의 도법을 믿고, 그 여래(如來)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ㆍ명행성위(明行成爲)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士)ㆍ도법어(道法御)ㆍ천인사(天人師)ㆍ불중우(佛衆祐)라고 하는 이가 세상에 출현한 것을 믿는 것이니, 이것을 신근이라 하느니라. 정진근(精進根)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몸과 마음과 뜻이 모두 게으르지 않고 부지런하여 선하지 않은 법은 없애고 선한 법은 더욱 자라게 하여 항상 마음에 잡고 있는 것이니, 이것을 정진근이라 한다. 염근(念根)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염근이란 외운 것을 잊지 않고 항상 마음속에 두어 모두 지녀 잃어버리지 않으며, 함이 없는 법이나 번뇌 없는 법을 끝내 잊어버리지 않는 것이니, 이것을 염근이라 한다. 정근(定根)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정근이란 마음속에 어지러움이 없고 여러 가지 생각이 없으며 언제나 그 뜻이 전일한 것이니, 이것을 삼매근(三昧根)이라 한다. 지혜근(智慧根)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괴로움을 알고 그 발생을 알며 그 소멸을 알고 소멸에 이르는 길을 아는 것이니, 이것을 지혜근이라 한다. 이것을 5근이라 하느니라.
비구가 이 가운데서 평등하게 해탈하고 평등하게 그 이치를 분별한다면 평등하게 괴로움을 벗어날 것이니라. 내가 설명하는 다섯의 주장ㆍ다섯의 이치ㆍ다섯의 연설은 바로 이것을 말하는 것이니라.

나는 무슨 이유로 여섯의 주장ㆍ여섯의 이치ㆍ여섯의 연설을 말하는가?이른바 여섯 가지 중요한 법이니라. 여섯 가지란 무엇인가? 이에 비구는 항상 몸으로 자애로운 마음을 행하여 혹 고요하고 깨끗한 방안에 있더라도 언제나 한결같은 마음이어서 높일 만하고 귀히 여길 만하며, 늘 남과 화합한다. 이것이 비구의 첫 번째 중요한 법이다. 또 입으로 자애로운 마음을 행하여 마침내 거짓이 없고 공경할 만하고 귀히 여길 만하면 이것은 두 번째 중요한 법이다. 또 뜻으로 자애로움을 행하여 미워하는 마음을 내지 않고 공경할 만하고 귀히 여길 만하면 이것이 세 번째 중요한 법이다. 또 만일 법다운 이양을 얻어 발우에 남은 것이 있으면 여러 범행인(梵行人)들에게 평등한 마음으로 베풀어준다. 이것이 네 번째 중요한 법으로서 공경할 만하고 귀히 여길 만한 것이다. 또 계율을 받들어 지키고 빠뜨림이 없어 성인이 귀히 여길 만하면 그것은 다섯 번째 중요한 법으로서 공경할 만하고 귀히 여길 만한 것이다. 또 바른 소견으로 성현들의 벗어나는 길을 얻어 괴로움을 벗어나고 뜻이 어지럽지 않으며 여러 범행인들과 같이 그 행을 닦으면 이것이 여섯 번째 중요한 법으로서 공경할 만하고 귀히 여길 만한 것이니라.
그때 비구가 평등하게 싫어하고 평등하게 해탈하며 평등하게 그 이치를 분별한다면 평등하게 괴로움을 벗어날 것이다. 내가 말하는 여섯의 주장ㆍ여섯의 이치ㆍ여섯의 연설은 바로 이것을 말하는 것이니라.

나는 무슨 이유로 일곱의 주장ㆍ일곱의 이치ㆍ일곱의 연설을 말하는가? 이른바 식(識)이 머무르는 일곱 곳이니라.
일곱 가지란 무엇인가? 어떤 중생은 여러 가지 생각에 여러 가지 몸을 가지고 있으니 이른바 하늘과 사람들이다. 또 어떤 중생은 여러 가지 몸에 한 가지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이른바 범가이천(梵迦夷天)으로 맨 처음 태어났을 때이다. 또 어떤 중생은 한 가지 생각에 한 가지 몸을 가지고 있으니 이른바 광음천(光音天)이 바로 그들이다. 또 어떤 중생은 한 가지 몸에 여러 가지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이른바 변정천(遍淨天)이 바로 그들이다. 또 어떤 중생은 허공의 영역이 한량없으니 이른바 공처천(空處天)이 바로 그들이다. 또 어떤 중생들은 식의 영역이 한량없으니 이른바 식처천(識處天)이 바로 그들이다. 또 어떤 중생은 아무것도 없는 영역이 한량없으니 이른바 불용처천(不用處天)이 바로 그들이다. 또 어떤 중생은 생각이 있기도 하고 생각이 없기도 한 영역이 한량없으니 이른바 유상무상천(有想無想天)이 바로 그들이니라.
비구들아, 이것이 식(識)이 머무르는 일곱 곳이다. 비구가 거기서 평등하게 해탈하고……(이하 생략)……평등하게 괴로움을 벗어날 것이다. 내가 말하는 일곱의 주장ㆍ일곱의 이치ㆍ일곱의 연설은 바로 이것을 말하는 것이니라.

나는 여덟의 주장ㆍ여덟의 이치ㆍ여덟의 연설이라고 설명하는데, 무슨 이유로 이렇게 말하는가? 이른바 세상의 여덟 가지 법으로서 그것은 세상을 따라 윤회하게 하는 것이니라.
여덟 가지란 무엇인가? 이른바 이익ㆍ손실ㆍ헐뜯음ㆍ찬양ㆍ칭찬ㆍ꾸짖음ㆍ괴로움ㆍ즐거움이니, 이것이 세상을 따라 윤회하게 하는 세상의 여덟 가지 법이니라. 만일 비구가 거기서 평등하게 해탈하고……(이하 생략)……괴로움을 벗어날 것이다. 내가 말하는 여덟의 주장ㆍ여덟의 이치ㆍ여덟의 연설은 바로 이것을 말하는 것이니라.

나는 아홉의 주장ㆍ아홉의 이치ㆍ아홉의 연설이라고 설명하는데 무슨 이유로 이렇게 말하는가? 이른바 중생이 사는 아홉 곳이니라.
아홉 곳이란 무엇인가? 어떤 중생은 여러 가지 몸을 가지고 있으니 이른바 하늘과 사람들이다. 어떤 중생은 여러 가지 몸에 한 가지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이른바 범가이천으로 맨 처음 태어났을 때이다. 어떤 중생은 한 가지 생각에 한 가지 몸을 가지고 있으니 이른바 광음천이 바로 그들이다. 어떤 중생은 한 가지 몸에 여러 가지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이른바 변정천이 바로 그들이다. 어떤 중생은 허공의 영역이 한량없으니 이른바 공처천이 바로 그들이다. 어떤 중생은 식(識)의 영역이 한량없으니 이른바 식처천이 바로 그들이다. 어떤 중생은 아무것도 없는 영역이 한량없으니 이른바 불용처천이 바로 그들이다. 어떤 중생은 생각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영역이 한량없으니 이른바 유상무상천이 바로 그들이다. 여기에 생각이 없는 중생과 거기서 태어나는 중생들을 합해 식(識)이 머무르는 아홉 곳이라 하느니라.
거기서 비구가 평등하게 해탈하고……(이하 생략)……괴로움을 벗어날 것이다. 내가 말하는 아홉의 주장ㆍ아홉의 이치ㆍ아홉의 연설은 바로 이것을 말하는 것이니라.

나는 무슨 이유로 열의 주장ㆍ열의 이치ㆍ열의 연설을 말하는가? 이른바 열 가지 생각이다. 즉 부처님을 생각하고, 법을 생각하며, 비구 스님들을 생각하고, 계율을 생각하며, 보시를 생각하고, 하늘을 생각하며, 휴식을 생각하고, 호흡이 들고 남을 생각하며, 몸을 생각하고,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니, 이것을 열 가지 생각이라 하느니라.
만일 비구가 평등하게 해탈하고……(이하 생략)……괴로움을 벗어날 것이다.
비구들아, 열의 주장ㆍ열의 이치ㆍ열의 연설이란 이와 같으니, 이처럼 비구들아, 하나에서 열까지 이르느니라.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만일 외도 이학들이 이 말을 듣는다면 얼굴빛을 자세히 보지도 못하겠거늘 하물며 대답하려 하겠는가? 이런 이치를 이해하는 비구가 있다면 그는 현세에서 제일 높은 사람이 될 것이다. 또 만일 비구ㆍ비구니가 이 이치를 10년 동안 사유한다면 그는 반드시 두 가지 과위를 성취할 것이니 아라한이 되거나 아나함이 될 것이다.
비구가 10년은 고사하고 1년 동안만이라도 이 이치를 사유한다면 그도 반드시 두 과위를 성취하여 마침내 중간에 물러남이 없을 것이다. 비구가 1년 동안 사유하는 것은 고사하고, 그 사부대중이 열 달이나 혹은 한 달 동안만이라도 이 이치를 사유한다면 그들도 반드시 두 과위를 성취하고 중간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한 달은 고사하고 만일 사부대중이 이레 동안만이라도 이 이치를 사유한다면 그들도 반드시 두 과위를 성취하여 마침내 의심이 없을 것이다.”

그때 아난이 부처님 뒤에서 부채를 들고 부처님을 부치고 있다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법은 너무도 심오합니다. 만일 어디에 머물건 이 법을 가진 자가 있다면 곧 여래를 만나는 것인 줄 알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이 법의 이름은 무엇이며, 어떻게 받들어 행해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경의 이름은 ‘열 가지 법의 진리’이니 이렇게 기억하고 받들어 행해야 하느니라.”

그때 아난과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8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누구든 열 가지 생각을 수행하면 곧 번뇌를 없애 신통을 얻고, 몸으로 증득하여 차츰 열반에 이르게 될 것이다. 열 가지란 무엇인가? 이른바 흰 뼈라는 생각[白骨想]ㆍ시퍼런 어혈덩어리라는 생각[靑瘀想]ㆍ썩어서 부풀어 오른다는 생각[膖脹想]ㆍ소화되지 않은 음식이라는 생각[食不消想]ㆍ핏덩어리라는 생각[血想]ㆍ뜯어 먹힌다는 생각[噉想]ㆍ영원하고 영원하지 않다는 생각[有常無常想]ㆍ탐욕스럽게 먹는다는 생각[貪食想]ㆍ죽는다는 생각[死想]ㆍ모든 세상은 즐거워할 만한 것이 없다는 생각[一切世間不可樂想]이니라.
비구들아, 이것이 이른바 ‘열 가지 생각을 닦으면 번뇌가 없어져 열반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니라.
또 비구들아, 이 열 가지 생각 중에서 ‘모든 세상은 즐거워할 만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가장 제일이다. 왜냐하면 즐거워할 만한 것이 없다는 생각을 수행하는 사람과 믿음을 가지고 법을 받드는 사람이 있다면, 이 두 종류의 사람은 반드시 차례를 뛰어넘어 진리를 증득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아, 만일 나무 밑이나 고요한 곳이나 한데 앉게 되거든 이 열 가지 생각을 깊이 사유하라.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9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어떤 비구가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오늘 비구들을 위하여 열 가지 생각[十想]이란 법을 말씀하시고 ‘그것을 능히 닦는 사람은 모든 번뇌를 끊고 번뇌가 없는 행을 성취할 것이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세존이시여, 저와 같은 사람은 그런 생각을 닦을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욕심이 많아 몸과 마음이 불꽃같아서 고요히 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깨끗하다는 생각을 버리고 더럽다는 생각을 깊이 사유하라. 영원하다는 생각을 버리고 무상하다는 생각을 깊이 사유하라. 나[我]가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나가 없다는 생각을 깊이 사유하라. 즐거워할 만하다는 생각을 버리고 즐거워할 만한 것이 없다는 생각을 깊이 사유하라. 왜냐하면 만일 비구가 깨끗하다는 생각을 사유하면 곧 욕심이 불꽃처럼 일어나고, 더럽다는 생각을 사유하면 곧 욕심이 없어지기 때문이니라.
비구들아, 알아야 한다. 욕심은 똥 무더기처럼 더럽고, 욕심은 앵무새처럼 말이 많으며, 욕심은 저 독사처럼 은혜를 갚을 줄 모르고, 욕심은 햇볕에 녹는 눈처럼 허망하다. 그러므로 시체를 무덤 사이에 버리듯 그것을 버려라. 욕심은 독을 품은 뱀처럼 스스로를 해치고, 욕심은 짠물을 마셨을 때처럼 싫어할 줄을 모르며, 욕심은 강물을 삼켜버리는 바다처럼 채워지기 어렵고, 욕심은 나찰의 마을처럼 매우 두려운 것이며, 욕심은 마치 원수와 같으니 항상 멀리 여의어야 하느니라.
욕심이 그래도 맛있는 것은 칼에 발린 꿀과 같고, 욕심은 사랑할 만한 것이 못 되는 것은 길에 버려진 해골과 같으며, 욕심이 얼굴에 나타나는 것은 뒷간에서 꽃이 피어나는 것과 같고, 욕심이 참되지 못한 것은 속에 더러운 것들로 가득 찬 화병이 겉은 번듯한 것과 같으며, 욕심이 튼튼하지 못한 것은 거품덩이와 같으니라.
그러므로 비구야, 마땅히 탐욕을 멀리 떠날 것을 생각하고, 더럽다는 생각을 깊이 사유해야 하느니라. 이제 너는 기억하라. 너는 옛날 가섭부처님 밑에서 열 가지 생각을 받들어 행했었다. 지금 거듭 열 가지 생각을 깊이 사유하면 번뇌에서 곧 마음이 해탈할 것이니라.”

그때 비구는 눈물을 흘리고 슬피 울면서 스스로 억제하지 못하였다. 그는 곧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에 예배하고 세존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오랫동안 어리석고 미혹하였습니다. 여래께서 친히 열 가지 생각을 말씀해 주시니 이제야 멀리 여의어야겠단 생각이 듭니다. 이제 스스로 참회하오며 다시는 범하지 않겠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이 무거운 죄를 살피시고 미치지 못했던 것을 용서하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의 참회를 들어 준다. 다시는 범하지 말라. 여래가 너를 위해 열 가지 생각을 설명하였는데 너는 그것을 기꺼이 받들어 가지려하지 않았었느니라.”

이때 그 비구는 세존의 교훈을 듣고 한적한 곳에서 자신을 이겨내며 사유하였고, 족성자들이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의를 입고 위없는 범행을 닦는 목적대로 그 소원을 이루고자 하였고,‘삶과 죽음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마쳐 다시는 태를 받지 않는다’고 사실 그대로 알았다. 그래서 그 비구는 곧 아라한이 되었다.

그때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결금(結禁)과 성현거(聖賢居)와
이력(二力)과 십념(十念)에 대해 설하셨고
친국(親國)과 무가애(無罣礙)와
십륜(十輪)과 관상(觀想)에 대해 설하셨다.

[ 10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열 가지 생각[十念]이 있다. 그것을 자세히 분별하여 수행하면 욕계의 욕망ㆍ색계의 욕망ㆍ무색계의 욕망ㆍ교만ㆍ무명을 모두 끊을 것이다.
열 가지 생각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부처님을 생각하고, 법을 생각하며, 비구 스님을 생각하고, 계율을 생각하며, 보시를 생각하고, 하늘을 생각하며, 지관을 생각하고, 호흡이 들고 남[安般]을 생각하며, 몸을 생각하고,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니라.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어떤 중생이든 이 열 가지 생각을 수행하면 욕계의 욕망ㆍ색계의 욕망ㆍ무색계의 욕망ㆍ일체의 무명ㆍ교만을 모두 끊어 없앤다’고 하는 것이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주석
1 『잡아함경』 제3권 71번째 소경인 「유신경(有身經」에 유사한 내용이 일부 있다.
2 『증일아함경』「육중품(六重品)」에 따르면 6근(根)으로 6경(境)을 인식할 때 기뻐하지도 근심하지도 않고 평정한 마음으로 바른 기억과 바른 앎에 머무르는 것을 여섯 가지 중요한 법[六重法]이라고 한다.
3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14권 348번째 소경인 「십력경(十力經」이 있다.
4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26권 684번째 소경인 「십력경(十力經)」과 『잡아함경』 제26권 701번째 소경인 「여래력경(如來力經」, 당(唐) 시대 물제제서어(勿提提犀魚)가 한역한 『불설십력경(佛說十力經』, 송(宋) 시대 시호(施護) 등이 한역한 『불설불십력경(佛說佛十力經)』, 송 시대 법현(法賢)이 한역한 『불설신해지력경(佛說信解智力經)』이 있다.
5 4무외(無畏)라고도 하며, 설법함에 있어 두려움이 없게 하는 네 가지로서 “나는 일체 법을 깨달았다”고 자신하는 일체지무소외(一切智無所畏),“나는 일체의 번뇌를 완전히 끊었다고”고 자신하는 누진무소외(漏盡無所畏),“수행의 장애를 이미 다 설하였다”고 자신하는 설장도무소외(說障道無所畏),“고통을 벗어나는 길을 이미 다 설하였다”고 자신하는 설진고도무소외(說盡苦道無所畏)를 말한다.
6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17권 486번째 소경인 「일법경(一法經)」 ①, 487번째 「일법경」 ②, 488번째 「일법경」 ③, 489번째 「일법경」 ④가 있다.

증일아함경 제43권

동진 계빈 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김월운 번역

47. 선악품(善惡品)

[ 1 ]1)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중생이 열 가지 법을 행하면 곧 천상에 태어날 것이요, 또 열 가지 법을 행하면 곧 나쁜 세계에 태어날 것이며, 또 열 가지 법을 행하면 열반 세계에 들어갈 것이다.

어떤 열 가지 법을 행하면 나쁜 세계에 태어나는가? 이에 어떤 사람은 생물을 죽이고, 도둑질하며, 음탕한 짓을 하고, 거짓말을 하며, 꾸미는 말을 하고, 나쁜 말을 하며, 이간질하는 말로 이 사람과 저 사람을 싸우게 하고, 질투하며, 성내고, 삿된 소견을 일으킨다. 이것이 열 가지 법이니, 그 어떤 중생이 이 열 가지 법을 행한다면 그는 나쁜 세계에 들어갈 것이니라.

어떤 열 가지 법을 수행하면 천상에 태어나는가? 이에 어떤 사람은 살생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음탕한 짓을 하지 않고, 거짓말하지 않으며, 꾸미는 말을 하지 않고, 나쁜 말을 하지 않으며, 이간질하는 말로 이 사람과 저 사람을 싸우게 하지 않고, 질투하지 않으며, 성내지 않고, 삿된 소견을 일으키지 않는다. 만일 어떤 사람이 이 열 가지 법을 행한다면 그는 곧 천상에 태어날 것이니라.

어떤 열 가지 법을 행하면 열반에 이르게 되는가? 이른바 열 가지 생각이니, 부처님을 생각하고, 법을 생각하며, 비구 스님을 생각하고, 하늘을 생각하며, 계율을 생각하고, 보시를 생각하며, 휴식을 생각하고, 호흡의 들고 남을 생각하며, 몸을 생각하고,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다. 이것이 이른바 ‘열 가지 법을 수행하면 열반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하늘과 나쁜 세계에 태어나게 하는 것들은 마땅히 버리고 여의겠다고 생각하고, 열반에 이르게 하는 그 열 가지 법은 잘 닦고 받들어 행하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2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열 가지 악의 근본으로 말미암아 바깥의 물건들도 줄어들고 없어지거늘 하물며 안의 법이겠는가?
어떤 것을 열 가지 악이라고 하는가? 말하자면 살생ㆍ도둑질ㆍ음행ㆍ거짓말ㆍ꾸미는 말ㆍ나쁜 말ㆍ이 사람 저사람 싸움 붙이는 이간질하는 말ㆍ질투ㆍ성냄ㆍ삿된 소견을 마음에 품는 것이니라.
살생의 과보로 말미암아 중생의 수명이 매우 짧고, 도둑질의 과보로 말미암아 중생이 태어나자 곧 비천하게 되며, 음행의 과보로 말미암아 중생의 가문이 순결하지 않고, 거짓말의 과보로 말미암아 중생의 입에서 냄새가 나고 깨끗하지 않으며, 꾸미는 말의 과보로 말미암아 땅이 평평하지 않게 되고, 이간질하는 말의 과보로 말미암아 대지에서 가시가 자라며, 나쁜 말의 과보로 말미암아 여러 종류의 언어가 있게 되고, 질투의 과보로 말미암아 곡식이 풍성하지 않게 되며, 성냄의 과보로 말미암아 온갖 더러운 물건이 많아지고, 삿된 소견의 과보로 말미암아 여덟 가지 큰 지옥이 저절로 생기느니라.
이 열 가지 악의 과보로 말미암아 모든 바깥의 물건도 줄어들고 없어지거늘 하물며 안의 물건이겠는가?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마땅히 열 가지 나쁜 법은 버리고 열 가지 좋은 법은 닦아 행할 것을 생각하라’고 하는 것이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3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바사닉왕이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아뢰었다.
“여래께서 ‘내게 보시하면 복을 많이 얻고 다른 이에게 보시하면 복을 적게 얻는다. 내 제자에게 보시하고 다른 이에게는 보시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혹 어떤 사람이 이렇게 말한다면 그것은 여래를 헐뜯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오직 내게만 보시하고 남에게는 보시하지 말라’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대왕이여, 아십시오. 나는 항상 이렇게 말합니다.
‘만일 비구가 발우에 남은 음식이 있을 때, 물에 던져 벌레들이 그것을 먹게 해도 오히려 복을 받겠거늘, 하물며 사람에게 보시하는데 복을 받지 않겠는가?’
대왕이여, 나는 다만 이렇게 말했습니다.
‘계율을 지키는 이에게 보시하는 것은 계율을 범하는 이에게 보시하는 것보다 그 복이 더 많다.’”

그때 바사닉왕이 앞으로 나아와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계율을 지키는 이에게 보시하는 것은 계율을 범하는 이에게 보시하는 것보다 그 복이 배나 많을 것입니다.”

왕은 다시 아뢰었다.
“니건자는 제게 와서 말하였습니다.
‘사문 구담은 환술(幻術)을 알아 세상 사람들을 빙빙 돌릴 수 있다.’
세존이시여, 이 말이 사실입니까, 아닙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렇습니다, 대왕이여. 조금 전 말씀하신 것처럼 나는 환술을 가지고 있어 세상 사람들을 빙빙 돌릴 수 있습니다.”

왕은 아뢰었다.
“어떤 것이 빙빙 돌리는 환술입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살생하는 이는 그 죄가 헤아리기 어렵지만 살생하지 않는 이는 받는 복이 한량이 없습니다. 도둑질을 하는 이는 받는 죄가 한량이 없지만 도둑질하지 않는 이는 받는 복이 한량이 없습니다. 음탕한 짓을 하는 이는 받는 죄가 한량이 없지만 음탕한 짓을 하지 않는 이는 받는 복이 한량이 없습니다. 삿된 소견을 가진 이는 받는 죄가 한량이 없지만 바른 소견을 가진 이는 받는 복이 한량이 없습니다. 내가 아는 환법(幻法)이란 바로 이것을 말합니다.”

왕은 아뢰었다.
“만일 세상 사람이나 악마나 혹은 악마의 하늘 등, 형상이 있는 중생들이 이 환술을 깊이 안다면 그들은 큰 행복을 얻을 것입니다. 지금부터는 저 외도 이학들이 내 나라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세존의 사부대중께서 늘 저의 궁중에 머무르시길 청합니다. 필요한 것들을 공양하겠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런 말 마십시오. 왜냐하면 축생들에게 보시하여도 오히려 그 복을 받고 계율을 범하는 이에게 보시하여도 그 복을 받습니다. 더구나 계율을 지키는 이에게 보시한다면 그 복은 한량이 없을 것입니다.
외도 선인들에게 보시하면 1억의 복을 받고, 수다원ㆍ사다함ㆍ아나함ㆍ아라한ㆍ벽지불 및 부처님에게 보시하면 그 복은 헤아릴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대왕께선 마땅히 마음을 내어 미래ㆍ과거의 여러 부처님과 그 성문 제자들을 공양하도록 하십시오. 대왕이시여,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합니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4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많은 비구들은 식사를 마치고 모두 보회강당(普會講堂)에 모여 이런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다. 즉 의복ㆍ장식ㆍ음식에 관한 이야기, 이웃나라ㆍ도적ㆍ싸움에 관한 이야기, 술ㆍ음행ㆍ다섯 가지 욕망에 관한 이야기, 노래ㆍ춤ㆍ놀이ㆍ풍류에 관한 이야기 등, 이런 쓸데없는 이야기들이 한량없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천이(天耳)로 비구들의 이런 이야기를 들으시고 곧 보회강당으로 가 비구들에게 물으셨다.
“너희들은 여기 모여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비구들은 아뢰었다.
“저희들은 여기 모여 이러이러한 중요하지 않은 일들을 이야기하였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만두어라, 비구들아. 그따위 이야기들은 그만두라. 왜냐하면 그런 이야기는 아무 의미도 없고 또 선한 법으로 나아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이야기로는 범행을 닦을 수 없고, 번뇌가 완전히 사라진 열반을 얻을 수 없으며, 사문의 평등한 길도 얻을 수 없느니라.
그것은 모두 세속 이야기로서 바른 길로 나아가는 이야기가 아니다. 너희들은 이미 세속을 떠나 도를 닦고 있다. 그러므로 행을 무너뜨리는 그런 이야기를 생각할 것이 아니니라.
만일 너희들이 이야기하고 싶거든 열 가지 법의 공덕을 이야기하라. 열 가지란 어떤 것인가? 정근하는 비구로서 욕심이 적고, 만족할 줄을 알며, 용맹스런 마음이 있고, 많이 들어 남을 위해 설법하며, 두려움이 없고, 계율을 완전히 갖추며, 삼매를 성취하고, 지혜를 성취하며, 해탈을 성취하고, 해탈한 지혜를 성취하는 것이다.
만일 너희들이 이야기하고 싶으면 이 열 가지 일을 이야기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일체를 윤택하게 하고, 이익되는 바가 많으며, 범행을 닦게 하고, 번뇌가 완전히 사라진 함이 없는 곳에 이르게 하며, 열반의 요긴한 길이기 때문이니라.
너희들은 이제 족성자로서 이미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있다. 그러므로 이 열 가지를 사유해야 하느니라. 그런 논의는 바른 법의 논의로서 나쁜 세계를 떠나게 하느니라.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5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많은 비구들이 모두 보회강당에 모여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지금 사위성에는 곡식이 귀해 구걸하여도 얻기 어렵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시기를,〈사람의 몸은 음식을 의지해야 보존할 수 있고, 4대는 마음이 생각하는 법을 의지하며, 법은 선의 근본을 의지한다〉고 하셨다.
우리는 길을 나누어 따로따로 행걸(行乞)하자. 그래서 행걸하는 사람이 아름다운 여자를 보고 너무도 묘한 접촉을 하게 되며, 또 의복ㆍ음식ㆍ침구ㆍ병에 맞는 의약품 등을 얻게 된다면 좋지 않겠는가?’

그때 세존께서는 청정하여 흐림이 없는 천이(天耳)로 멀리서 비구들의 이런 이야기를 들으시고, 곧 보회강당으로 가 대중 가운데 앉아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여기 모여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비구들은 아뢰었다.
“저희들은 ‘사위성은 걸식하러 다녀도 얻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길을 나누어 한 사람씩 차례로 걸식을 하러 가자. 그러면 때로 아름다운 여자의 좋은 옷도 볼 수 있고, 또 의복ㆍ음식ㆍ침구ㆍ병에 맞는 의약품 등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저희들은 바로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걸식을 행하는 비구가 의복ㆍ음식ㆍ침구ㆍ병에 맞는 의약품 등 네 가지 공양을 받고 또 빛깔ㆍ소리ㆍ냄새ㆍ맛ㆍ감촉까지 얻으려고 하는가? 나는 항상 훈계하였다.
‘걸식(乞食)에는 가까이할 것과 가까이하지 않아야 것, 두 가지가 있다. 혹 의복ㆍ음식ㆍ침구ㆍ병에 맞는 의약품 등을 얻더라도 그것이 나쁜 법을 늘어나게 한다면 그것은 가까이하지 말아야 할 것이요, 만일 걸식하여 얻은 의복ㆍ음식ㆍ침구ㆍ병에 맞는 의약품 등이 좋은 법을 늘어나게 하고 나쁜 법을 늘어나게 하지 않으면 그것은 가까이해야 할 것이다.’
너희 비구들은 우리 법 안에서 어떤 논의를 하려 하는가? 너희들의 논의는 바른 법의 논의가 아니다. 그러므로 그런 법은 버리고 다시는 생각하지 말라. 그것으로는 번뇌가 쉬고 번뇌가 사라진 열반으로 갈 수 없느니라.

너희들이 만일 이야기하려거든 열 가지 법을 이야기하라. 열 가지 법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정근하는 비구로서 욕심이 적고, 만족할 줄을 알며, 용맹스런 마음이 있고, 많이 들어 남을 위해 설법하며, 두려움이 없고, 계율을 완전히 갖추며, 삼매를 성취하고, 지혜를 성취하며, 해탈을 성취하고, 해탈한 지혜를 성취하는 것이다.
너희들이 이야기하고 싶거든 이 열 가지 일을 이야기하라. 왜냐하면 그것은 일체를 윤택하게 하고, 많은 이익이 있으며, 범행을 닦게 하고, 번뇌가 완전히 사라진 함이 없는 열반의 세계에 이르게 하기 때문이니라.
그런 이야기는 사문의 목적이다. 그런 것들을 항상 사유하며 마음에서 지워버리지 않도록 하라. 모든 비구들아,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6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많은 비구들은 모두 보회강당에 모여 제각기 다른 주장을 하였다.
“이 사위성은 아무리 걸식을 하여도 얻기 어려워 비구들이 편안히 살 곳이 못 된다. 우리는 한 사람을 내세워 차례로 걸식하도록 하자. 그 걸식을 행하는 비구는 능히 의복ㆍ음식ㆍ침구ㆍ병에 맞는 의약품 등을 구하여 모자람이 없게 될 것이다.”

그때 대중 가운데 있던 어떤 비구가 말하였다.
“우리는 여기서 걸식을 행할 수 없다. 모두 마갈국(摩竭國)으로 가 거기서 걸식을 행하자. 거기는 곡식이 풍성하고 음식이 매우 많다.”

또 어떤 비구는 말하였다.
“우리는 그 나라에서 걸식할 수 없다. 왜냐하면 아사세왕(阿闍世王)이 그 나라를 다스리는데 그는 주로 비법(非法)을 행한다. 또 그는 부왕을 죽였고, 제바달두(提婆達兜)와 친구가 되었다. 그러므로 그곳에서는 걸식을 행할 수 없다.”

또 어떤 비구는 말하였다.
“지금 저 구류사국(拘留沙國)은 인민이 번성하고 재물과 보배가 많다. 거기 가서 걸식을 행하자.”

또 어떤 비구는 말하였다.
“우리는 거기서 걸식을 행할 수 없다. 왜냐하면 악생왕(惡生王)이 그 나라를 다스리기 때문이다. 그는 사납고 흉악해 자비가 없으며, 그 인민들도 사납고 거칠어 싸우기를 좋아한다. 그러므로 거기서 걸식할 수 없다.”

또 어떤 비구는 말하였습니다.
“우리는 우전왕(優塡王)이 다스리는 구심(拘深)의 바라내성(婆羅㮈城)으로 가자. 그는 불법을 독실하게 믿어 뜻이 흔들리지 않는다. 우리가 거기 가서 걸식한다면 소원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천이로 이 비구들의 이런 주장을 들으시고 곧 옷을 정돈하고 비구들이 있는 곳으로 가 한 가운데 앉아 물으셨다.
“너희들은 여기 모여 무슨 이야기를 하려하며 또 무슨 일을 이야기했는가?’

비구들은 아뢰었다.
“저희들은 여기 모여 제각기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었습니다.
‘지금 사위성에서는 곡식이 귀해 걸식을 행하여도 얻기가 어렵다. 모두 마갈국으로 가 거기서 걸식을 행하자. 그 나라는 재물과 보배가 많아 구하는 것을 얻기 쉽다’
그러자 그 중의 어떤 비구가 말하였습니다.
‘우리는 그 나라에서 걸식을 행할 수 없다. 왜냐하면 저 아사세왕은 그 나라를 다스리면서 주로 비법을 행한다. 또 그는 부왕을 죽이고 제바달두와 친구가 되어 있다. 그러므로 거기서 걸식을 행할 수 없다.’
또 어떤 비구는 말하였습니다.
‘지금 구류사국은 인민이 번성하고 재물과 보배가 많다. 그 나라에 가서 걸식하자.’
그러자 또 어떤 비구가 말하였습니다.
‘우리는 거기서 걸식할 수 없다. 왜냐하면 악생왕이 그곳을 다스리는데 그는 사람됨이 흉악하고 자비가 없어 싸우기를 좋아한다. 그러므로 거기서 걸식할 수 없다.’
또 어떤 비구가 말하였습니다.
‘우리 우전왕이 다스리는 구심 바라내성으로 가자. 그는 불법을 독실하게 믿어 뜻이 흔들리지 않는다.’
저희들은 여기서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왕이 다스리는 그 나라를 칭찬하거나 비방하지 말고, 또 그 왕들의 우열을 논하지도 말라.”

그때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모든 사람이 선과 악을 지으면
그 행의 근본에는 원인이 있다
그들은 제각기 그 과보 받으리니
없어짐은 끝내 있을 수 없다.

모든 사람이 선과 악을 지으면
그 행의 근본에는 원인이 있다
선을 행하면 선의 과보 받고
악을 행하면 악의 과보 받는다.

“그러므로 비구들아, 그런 생각으로 나라 일을 비판하지 말라. 그런 비판으로는 번뇌가 완전히 사라진 열반 세계에 이를 수 없고, 또 사문의 바른 행법을 얻을 수도 없다. 만일 그런 비판을 하려 한다면 그것은 바른 업이 아니니라.
너희들은 열 가지 좋은 논의를 배워야 한다. 열 가지란 무엇인가? 정근하는 비구로서 욕심이 적고, 만족할 줄을 알며, 용맹스런 마음을 가지고, 많이 들어 남을 위해 설법하며, 두려움이 없고, 계율을 완전히 갖추며, 삼매를 성취하고, 지혜를 성취하며, 해탈을 성취하고, 해탈 지혜를 성취하는 것이다.
만일 너희들이 이야기하려 하거든 이런 열 가지 일에 대해 이야기하라. 왜냐하면 그것들은 일체를 두루 윤택하게 하고, 범행을 닦아 번뇌가 완전히 사라진 열반에 이르게 하기 때문이니라.
너희들은 출가하여 도를 배우면서 세속을 떠났다. 그러므로 그것을 부지런히 사유해 마음에서 지워버리지 말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7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많은 비구들은 보회강당에 모여 모두 이렇게 이야기하였다.
“지금 바사닉왕은 주로 비법(非法)을 행하고 거룩한 계율의 가르침을 범하고 있다. 그는 아라한의 도를 얻은 비구니를 모함해 12년 동안 궁중에 가둬놓고 정을 통하고 있다. 또 부처님과 법과 비구 스님을 섬기지 않고 아라한에 대해 독실하게 믿는 마음이 없으니, 즉 부처님과 법과 성중을 믿는 마음이 없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살지 말고 멀리 떠나야 한다. 왜냐하면 왕이 비법을 행하면 그 좌우의 관리들도 비법을 행할 것이며, 관리가 비법을 행하면 모든 백성들도 비법을 행할 것이다. 그러니 우리 여기서 살지 말고 먼 나라로 가서 행걸하자. 그러면 다른 나라의 교화된 풍속도 볼 수 있고, 교화된 풍속을 보면 특이한 곳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천이(天耳)로 이 비구들의 이런 이야기를 들으시고 곧 그들에게로 가 한 복판에 앉아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여기 모여 무엇을 의논하는가?”

비구들은 아뢰었다.
“저희들은 여기서 이렇게 의논하였습니다.
‘바사닉왕은 주로 비법을 행하고 거룩한 계율의 가르침을 범하고 있다. 그는 비구니를 모함해 12년 동안 깊은 궁중에 가두어 두고는 여자로 여겨 정을 통하고 있다. 또 도인의 행은 3계를 뛰어넘는데 저 왕은 부처님과 법과 비구 스님을 섬기지 않고 아라한에 대한 독실한 믿음도 없다. 그런 마음이 없으면 곧 3존(尊)2)에 마음이 없는 것이다.
우리는 구태여 여기서 살지 말고 멀리 유행을 떠나자. 왜냐하면 왕이 비법을 행할 때에는 그 신하와 백성들도 악을 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상의 풍속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나라 일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라. 먼저 내 몸을 단속하여 사유하고 안으로 살피며 헤아리고 분별하여야 한다. 그런 이야기는 지극한 이치에 맞지 않고, 또 사람으로 하여금 범행을 닦아 번뇌가 완전히 사라진 함이 없는 곳에 이르지 못하게 한다. 먼저 자기 몸을 닦고 법다운 행을 불꽃처럼 일으켜 가장 거룩한 이에게 스스로 귀의해야 한다.
만일 비구가 자기 몸을 닦고 법의 즐거움을 일으킨다면 그런 사람들은 바로 내 몸에서 태어난 사람이라 할 것이다.
비구야, 스스로 불꽃처럼 치열하고 법의 즐거움을 일으켜 거짓이 없이 가장 거룩한 이에게 귀의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에 비구가 안으로 몸[身]을 관찰하여 몸이라는 생각이 그치고 스스로 그 마음을 거두어 어지러운 생각을 버리면 근심과 걱정은 없어진다. 밖으로 그 몸을 관찰하여 몸이라는 생각이 그치고 스스로 그 마음을 거두어 어지러운 생각을 버리면 근심과 걱정은 없어진다. 다시 안팎으로 몸을 관찰하여 몸이라는 생각을 그친다.

안으로 느낌[痛]을 관찰하고, 밖으로 느낌을 관찰하고, 안팎으로 느낌을 관찰하며, 안으로 마음[心]을 관찰하고, 밖으로 마음을 관찰하고, 안팎으로 마음을 관찰하며, 안으로 법[法]을 관찰하고, 밖으로 법을 관찰하는 것도 마찬가지며, 안팎으로 법을 관찰하여 법이란 생각이 그치고 스스로 그 마음을 거두어 어지러운 생각을 버리면 근심ㆍ걱정은 없어지느니라.
이와 같이 비구는 능히 스스로 그 행을 불꽃처럼 왕성하게 하고 법의 즐거움을 일으켜 가장 거룩한 이에게 스스로 귀의해야 한다. 만일 미래나 현재의 비구들이 능히 스스로 불꽃처럼 일어나 그 행의 근본을 잃지 않는다면 그들은 바로 내 몸에서 태어난 사람이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아, 만일 무언가 이야기하고 싶거든 열 가지 일을 이야기하라. 열 가지란 무엇인가? 그것은 이른바 정근하는 비구로서 욕심이 적고, 만족할 줄을 알며, 용맹스런 마음을 가지고, 많이 들어 남을 위해 설법하며, 두려움이 없고, 계율을 완전히 갖추며, 삼매를 성취하고, 지혜를 성취하며, 해탈을 성취하고 해탈 지혜를 성취하는 것이다.
너희들이 무언가 이야기하고 싶거든 이 열 가지 일을 이야기하라. 왜냐하면 그것은 일체를 윤택하게 하여 이익이 많고, 범행을 닦아 번뇌가 완전히 사라진 함이 없는 열반 세계에 이르게 하기 때문이니라. 이 이야기는 사문의 목적이다. 그러므로 늘 사유해 마음에서 지워버리지 말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8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사위성에 살던 어느 장자가 라운(羅云)3)을 위하여 좌선하는 집을 지어 주었다.
그때 라운은 며칠 동안 그 집에 머무르다가 곧 세간으로 나가 유행하였다. 이때 장자에게 ‘나는 이제 존자 라운을 찾아뵈리라’는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 장자가 라운의 방으로 찾아갔지만 그곳엔 아무도 없이 텅 비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존자 라운께선 지금 어디 계십니까?”

비구들은 대답하였다.
“라운은 지금 세간으로 나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장자는 말하였다.
“여러분, 그 다음 사람을 제가 보시한 이 방에 머무르게 하십시오. 세존께서도 말씀하셨습니다.
‘과일나무 동산을 만들고 다리나 배를 만들며 길 가까이 뒷간을 만들어 그것을 보시하면 항상 복을 받고 계법(戒法)을 성취하여 죽은 뒤에는 천상에 태어난다.’
그래서 저는 라운을 위해 집을 지은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라운께선 제 방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원컨대 여러분, 다른 분을 차례에 따라 이 방에 머무르게 하십시오.”

비구들은 대답하였다.
“장자가 시키는 대로 하지요.”
이때 비구들은 곧 차례에 따라 한 비구를 그 방에서 지내게 하였다.

이때 존자 라운은 생각하였다.
‘나는 세존을 떠난 지 너무 오래다. 지금 찾아가서 문안드리리라.’
이때 존자 라운은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잠깐 앉아다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자기 방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와서 보니 다른 비구가 그 방에 있었다. 그것을 보고 그에게 물었다.
“누가 내 방을 그대에게 주어 지내게 하였는가?”

그 비구는 대답하였다.
“여러 스님들이 차례에 따라 저를 이 방에서 지내게 하였습니다.”

이때 라운은 다시 세존께 나아가 그 사실을 자세히 아뢰었다.
“알 수 없습니다. 여래여, 과연 스님들이 저의 방을 차례에 따라 물려주어 다른 도인이 그곳에서 지내게 할 수 있는 것입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그 장자에게 가서 이렇게 말하라.
‘내 몸과 입과 뜻의 행에 어떤 허물도 없지 않은가? 몸의 세 가지ㆍ입의 네 가지ㆍ뜻의 세 가지 허물이 없지 않은가? 그런데도 장자는 먼저 내게 주었던 방을 뒤에 다시 스님들에게 주었다.’”

라운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곧 장자의 집으로 찾아가 그에게 말하였다.
“내게 몸의 세 가지ㆍ입의 네 가지ㆍ뜻의 세 가지 허물이 없지 않은가?”

장자는 대답하였다.
“저 역시 라운에게서 몸과 입과 뜻의 허물을 보지 못했습니다.”

라운이 장자에게 말하였다.
“무엇 때문에 내 방을 빼앗아 다른 스님들에게 주었는가?”

장자는 대답하였다.
“저는 방이 비어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스님들에게 보시한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때 생각하였습니다.
‘존자 라운께서 분명 내가 보시한 방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그것을 보시했을 뿐입니다.”

이때 라운은 장자의 말을 듣고 곧 다시 세존께 나아가 그 사실을 자세히 아뢰었다.
이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빨리 건추(揵椎)를 쳐서 이 기원정사(祇洹精舍)에 있는 비구들을 모두 보회강당으로 모이게 하라.”
아난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비구들을 불러 모두 보회강당에 모았다.

그때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청정한 보시를 설명하리라. 너희들은 잘 사유하고 기억하라.”
비구들은 부처님의 분부를 들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청정한 보시란 어떤 것인가? 비구들아, 만일 어떤 사람이 물건을 보시했다가 뒤에 도로 그것을 빼앗아 다른 사람에게 준다면 그것은 고른 보시가 아니요, 평등한 보시가 아니다. 만일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의 물건을 빼앗아 성중에게 주거나 또 어떤 사람이 성중에게서 도로 빼앗아 다시 다른 사람에게 준다면 그것은 평등한 보시도 아니요, 또 청정한 보시도 아니니라.
전륜성왕이 자기의 나라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처럼 비구는 자기 가사와 발우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만일 그 사람이 입으로 허락하지도 않았는데 남의 물건을 가져다 다른 사람에게 준다면 그것은 평등한 보시가 아니니라.
비구들아, 나는 지금 너희들에게 말한다. 주는 이는 주었다고 생각하지만 받는 이가 주었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그것은 평등한 보시가 아니니라. 만일 비구가 목숨을 마쳤다면 그는 그 방을 가지고 대중 가운데서 갈마(羯磨)를 시행해 대중들에게 외쳐 알려야 한다.
‘아무 비구가 목숨을 마쳤습니다. 이제 이 방은 여러분의 소유입니다. 누구를 여기서 지내게 하면 좋겠습니까? 여러분의 분부를 따르겠습니다.
여러분, 지금 아무 비구에게 맡겨 그가 지내게 한다면 모두 함께 승인하시겠습니까?’
그래서 대중이 허락하지 않으면 이렇게 두 번 세 번 되풀이해야 한다. 만일 대중 가운데 허락하지 않는 자가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그것을 주는 것은 평등한 보시가 아니요, 곧 잡되고 탁한 물건이 되느니라.
지금 그 방을 라운에게 돌려주니 너는 이것을 깨끗이 받아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9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열성 가란타죽원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이때 대균두(大均頭)는 한적한 곳에서 지내다 ‘앞ㆍ뒤와 가운데의 여러 가지 소견을 어떻게 하면 알 수 있을까’란 생각을 일으켰다.
그때 대균두는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아뢰었다.
“지금 이 여러 가지 소견들은 앞뒤가 서로 맞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소견들을 없앨 수 있으며, 또 다른 소견을 생기지 않게 하겠습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균두야, 그 소견은 그 생기는 곳이나 멸하는 곳이 모두 무상하며 괴롭고 공한 것이다. 균두야, 그런 줄 알고 그렇게 생각하라. 균두야, 소견에는 62종이 있으니,열 가지 선한 자리에 머물러 그 소견들을 없애야 하느니라.
열 가지란 무엇인가? 남들은 살생하기를 좋아하지만 우리는 살생하지 않아야 하고, 남들은 도둑질하기를 좋아하지만 우리는 도둑질하지 않으며, 남들은 깨끗한 행을 범하지만 우리는 깨끗한 행을 행하고, 남들은 거짓말을 하지만 우리는 거짓말하지 않아야 한다. 또 남들은 이간질하는 말을 하여 이 사람 저 사람을 싸움 붙이고, 꾸미는 말ㆍ나쁜 말을 하며, 질투ㆍ성냄ㆍ삿된 소견을 가지지만 우리는 바른 소견을 가져야 한다.

균두야, 알아야 한다. 나쁜 길을 따라가서 바른 길을 만나고, 삿된 소견을 쫓아 바른 소견에 이르며, 삿됨을 돌이켜 바름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마치 어떤 사람이 자기도 물에 빠져 있으면서 남을 건네주려 하는 것과 같아 끝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기는 열반에 들지 못하고서 남을 열반에 들게 하려 한다면 그건 그리 될 수 없느니라.
그러나 마치 어떤 사람이 자기가 물에 빠지지 않고서 남을 건네주려 한다면 그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지금 그와 마찬가지로 자기가 열반에 들고서 다시 다른 사람을 열반에 들게 하려 한다면 그것은 그리 될 수 있느니라.
그러므로 균두야, 살생을 떠나 살생하지 않음으로서 열반에 들며, 도둑질을 떠나 도둑질하지 않음으로서 열반에 들며, 음행을 떠나 음행하지 않음으로서 열반에 들며, 거짓말을 떠나 거짓말하지 않음으로서 열반에 들며, 꾸미는 말을 떠나 꾸미는 말을 하지 않음으로서 열반에 들며, 추한 말을 떠나 추한 말을 하지 않음으로서 열반에 들며, 이 사람 저 사람 싸움 붙이는 짓을 떠나 이 사람 저 사람 싸움 붙이지 않음으로서 열반에 들며, 질투를 떠나 질투하지 않음으로서 열반에 들며, 성냄을 떠나 성내지 않음으로서 열반에 들며, 삿된 소견을 떠나 바른 소견을 얻음으로서 열반에 들기를 생각하라.

균두야, 알아야 한다. 범부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나[我]는 있는가, 나는 없는가, 나는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가? 세상은 영원한가, 세상은 무상한가? 세계는 끝이 있는가, 세계는 끝이 없는가? 목숨이 곧 몸인가, 목숨과 몸은 다른가? 여래는 죽는가, 여래는 죽지 않는가? 죽음은 있는가, 죽음은 없는가? 누가 이 세계를 만들었는가?’
또 ‘범천이 이 세계를 만들었는가, 지주(地主)가 이 세계를 펼쳐 놓았는가? 범천이 이 중생들을 만들고, 지주가 이 세상을 만들었는가? 중생은 본래는 없던 것이 지금 있고, 본래 있던 것은 곧 멸할 것인가?’ 하고 온갖 삿된 소견을 일으킨다. 범부들은 들은 것도 없고 본 것도 없어서 곧 이런 생각들을 일으키느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범천은 저절로 있게 되었다.’
이것은 범지들이 하는 말이다
그런 소견 참되지도 바르지도 않으니
그저 그들의 소견일 뿐이니라.

‘우리 주인이 연꽃을 피웠고
그 속에서 범천이 태어났다.’
지주가 범천을 낳은 것이니
저절로 생겼다는 말 맞지 않다.

‘지주(地主)는 찰리 종족과
범지 종족의 부모이다.’
그러면 왜 찰리의 자손들과
범지들은 다시 서로를 낳는가?

그들이 태어난 곳을 더듬어 보면
그것은 저 여러 하늘들이 한 말
그것은 바로 찬탄한 말이거늘
도리어 굴레의 재앙을 스스로 덮어쓰네.

‘저 범천이 사람을 낳았고
지주는 세상을 만들었다.’
혹은 ‘다른 이가 만들었다’ 말하지만
이 말을 누가 증명할건가?

성냄과 탐욕과 어리석음
이 세 가지가 함께 어울려
그 마음 자유롭지 못하면서도
‘세상에서 내가 훌륭하다’고 스스로 일컫는구나.

천신(天神)이 세상을 만든 것도
저 범천이 낳은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범천이 만들었다 한다면
그것은 허망한 말이 아닌가?

그 자취 찾아보면 갈래가 많고
진실을 살펴보면 그 말들 허망하다
그런 행들 제각기 서로 서로 다른데
그런 행은 진실을 찾는 것이 아니니라.

“균두야, 알아야 한다. 중생들은 그 소견이 같지 않고 그 생각도 각기 다르다. 그 여러 소견들은 모두 무상한 것이다. 누가 그런 소견을 가졌다면 그것은 모두 무상하고 변하는 법이니라.
혹 남들이 살생하더라도 우리는 살생을 떠나야 한다. 남들이 비록 도둑질하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멀리 떠나야 한다. 그래서 그런 행을 익히지 않고 마음을 오로지하여 어지럽지 않게 하며 깊이 사유하고 헤아려, 그 일어나는 삿된 소견과 내지 열 가지 나쁜 법을 모두 버리고 그 행을 익히지 않아야 하느니라.
남들이 성을 내더라도 우리는 인욕을 배우고, 남들이 질투하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버리며, 남들이 교만하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버리기를 생각하고, 남들이 자신을 칭찬하고 남을 헐뜯더라도 우리는 자신을 칭찬하거나 남을 헐뜯지 않으며, 남들이 욕심이 많더라도 우리는 욕심을 적게 가지는 것을 배워야 하고, 남들이 계율을 범하더라도 우리는 그 계율을 닦아야 하느니라.
남들이 게으르더라도 우리는 정진해야 하고, 남들이 삼매를 닦지 않더라도 우리는 삼매를 닦아야 한다. 마땅히 이렇게 배워야 하니, 남들이 어리석더라도 우리는 지혜를 행해야 하느니라. 능히 그 법을 관찰하고 분별하는 자는 삿된 소견이 사라지고 또 다른 소견도 생기지 않을 것이다.”

이때 균두는 여래의 설법을 듣고 나서 한적한 곳에서 깊이 사유하고 헤아려 보았다. 그리고 족성자들이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세 가지 법의를 입는 그 목적대로 위없는 범행을 닦았다. 그래서 ‘삶과 죽음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마쳐 다시는 몸을 받지 않는다’고 사실 그대로 알았다. 이때 균두는 곧 아라한이 되었다.

그때 균두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10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지옥 중생이 그 죄의 과보를 받는 한정은 1겁까지이다. 그러나 중간에 일찍 죽는 자들이 있다. 축생도 그 죄의 과보를 받는 한정은 1겁까지이다. 그러나 중간에 일찍 죽는 자들이 있다. 아귀도 그 과보를 받는 한정은 1겁까지이다. 그러나 중간에 일찍 죽는 자들이 있다.
비구들아, 알아야 한다. 울단왈(鬱單曰) 사람들은 수명이 1천 세로서 중간에 일찍 죽는 이가 없다. 왜냐하면 그곳 사람들은 매인 데가 없기 때문이다. 또 설사 그곳에서 목숨을 마치더라도 천상의 좋은 곳에 태어나고 타락하는 이가 없을 것이다. 불우체(弗于逮) 사람들은 수명이 5백 세이고 또 중간에 일찍 죽는 이도 있으며, 구야니(瞿耶尼) 사람들은 수명이 250세고 또 중간에 일찍 죽는 이도 있으며,염부제(閻浮提) 사람들은 최고수명이 1백세이고 또 중간에 일찍 죽는 사람이 많으니라.

비록 사람의 수명이 최고 1백세까지 산다고는 하지만, 사람들은 1백 세 동안에 그 행이 같지 않고 그 성질도 각기 다르다. 즉 처음 10세까지는 아직 어려서 지각이 없고, 10대에는 다소 지각이 있으나 아직 완전하지 못하며, 20대에는 의욕이 왕성하고 색에 탐착하며, 30대에는 온갖 기술이 많아지고 하는 일이 끝이 없으며, 40대에는 도리를 분명히 이해하고 익힌 것을 잊지 않느니라.
50대에는 재물에 집착하고 마음에 결단력이 없어지며, 60대에는 게을러지고 잠자기를 좋아하며 몸과 성질이 느려지게 되고, 70대에는 젊은 마음이 없고 또 꾸미지 않게 되며, 80대에는 병이 많아지고 피부가 늘어지며 얼굴에 주름이 지며, 90대에는 모든 감각기관이 쇠하고 뼈마디가 드러나며 쉽게 잊어버리고 정신이 혼미해지느니라.
비구들아, 알아야 한다. 만일 사람이 1백 세를 살면 그만한 어려움을 겪어야 하고, 또 3백 번의 겨울ㆍ여름ㆍ가을을 보내야 한다. 그러나 수명을 계산해 보면 하잘 것 없느니라. 만일 사람이 1백 세를 살면 3만 6천 끼니를 먹는데 그 사이에 간혹 먹지 않는 때도 있으니, 화가 나서 먹지 않고 주지 않아서 먹지 않으며 병이 나서 먹지 않는 때이다. 그가 먹고 먹지 않는 때와 또 어머니 젖을 먹는 때를 계산해, 대충 요약해서 말하면 3만 6천 끼니니라.
비구들아, 알아야 한다. 만일 사람이 그 한계수명인 1백 세를 산다면 그 음식 먹는 사정이 대개 이와 같으니라.

비구들아, 알아야 한다. 이 염부제 사람들도 그 수명이 매우 길어 거의 한량없는 수명과 같은 때가 있었다. 즉 헤아릴 수 없는 오랜 과거 세상에 ‘온갖 병을 고치는 이[療衆病]’라는 왕이 있었다. 그는 수명이 매우 길고 얼굴이 단정하며 한량없는 쾌락을 누렸다. 그때는 병들거나 늙거나 죽는 재앙이 없었다.
이때 어떤 부부가 아들을 낳았는데 그 아들이 곧 죽어버렸다. 그 부모는 아들을 안아 일으켜 앉히고 밥을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그 아들은 일어나 앉지도 못하고 밥을 먹지도 못했다. 왜냐하면 죽었기 때문이다.
이때 그 부모는 생각하였다.
‘우리 아들이 지금 무슨 화가 났기에 음식도 먹으려 하지 않고 말도 하지 않는가?’
그들은 아직 죽음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한 것이다.

그들은 또 생각하였다.
‘이레가 지나도록 우리 아들이 먹지를 않는다. 무엇 때문에 잠자고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 이 사정을 저 왕에게 찾아가서 알립시다.’
이때 그 부모들은 왕에게 가서 그 사정을 자세히 아뢰었다.
이때 왕은 생각하였다.
‘이제 죽음의 메아리가 들리는구나.’
왕은 말하였다.
‘너희들은 그 아기를 내게로 데려 오라.’
그때 그 부모들은 곧 아기를 안고 왕에게 갔다. 왕은 아기를 보고는 부모에게 말하였다.
‘이 아이는 벌써 죽었다.’

부모는 아뢰었다.
‘죽음이란 어떤 것입니까?’
왕은 말하였다.
‘이 아이는 다시는 일어나 다니거나 말하거나 대답하거나 음식을 먹거나 장난치지 못할 것이다. 몸은 꼿꼿하여 움직이지 않을 것이니 그것을 죽음이라 하느니라.’
부모는 아뢰었다.
‘얼마 동안이나 이 변은 계속 되겠습니까?’
왕은 말하였다.
‘이 아이는 오래지 않아 몸이 퉁퉁 부었다가 곧 문드러지고 고약한 냄새가 나면서 다시는 쓸모없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 부모는 왕의 말을 믿지 않고 죽은 아이를 다시 안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온몸이 문드러지고 지독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그때서야 그 부모는 비로소 왕의 말을 믿고 말하였다.
‘이 아이는 오래지 않아 몸이 부풀어 올랐다가 모조리 허물어지고 말겠구나.’

그 부모는 다시 부풀어 오른 어린아이를 안고 왕에게 찾아가 아뢰었다.
‘대왕이여, 이제 이 아이를 공물로 바치겠습니다.’
그러나 그 부모는 울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아직 죽음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때 그 왕은 그 아이의 가죽을 벗겨 커다란 북을 만들었다. 그리고 일곱 층 다락을 지어 그 북을 그 위에 달게 하고는 곧 한 사람에게 명령하였다.
‘너는 알아야 한다, 이 북을 잘 지키면서 1백 년에 한 번씩 치라. 때를 어기지 말라.’
그는 왕의 명령에 따라 백 년에 한 번씩 북을 쳤다. 이때 사람들은 그 북소리를 듣고 ‘일찍이 들어보지 못한 소리다’ 하고 이상해 하면서 사람들끼리 말하였다.
‘이 무슨 소리인가? 무슨 소리이기에 여기까지 들리는가?’
왕은 말하였다.
‘저것은 죽은 사람의 가죽에서 나는 소리니라.’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제각기 중얼거렸다.
‘이상하구나. 저런 소리를 다 듣게 되다니.’

너희 비구들아, 그때의 왕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 왜냐하면 그때의 왕이 바로 지금의 나이기 때문이니라.
이것으로도 알 수 있지만, 옛날의 염부제 땅 사람들은 그 수명이 매우 길었는데 지금의 염부제 땅 사람들은 그 수명이 매우 짧고 죽는 이도 한이 없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살생을 많이 했기 때문에 수명이 매우 짧아지고 얼굴은 화색을 잃게 된 것이다. 이런 인연으로 이런 변괴가 있게 된 것이니라.

비구들아, 알아야 한다. 이 염부제 땅의 50년은 저 사천왕의 하루 낮 하루 밤이다. 그들의 날 수 계산은 30일이 한 달이요 열두 달이 1년이다. 그들의 수명은 5백 세로서 혹 중간에 일찍 죽는 이도 있느니라.
인간 수명의 18억 세는 환활(還活) 지옥의 하루 낮 하루 밤이다. 그들의 날 수 계산도 30일이 한 달이요 열두 달이 1년이다. 그들의 수명은 천 세로서 중간에 일찍 죽는 이가 있지만 인간의 수명으로 계산하면 36억 세이니라. 인간의 1백 세는 삼십삼천의 하루 낮 하루 밤이다. 그들의 날과 달과 햇수로 계산하여 그들의 수명은 천 세로서 중간에 혹 일찍 죽는 이도 있느니라.
인간의 수명으로 36억 세는 아비지옥의 하루 낮 하루 밤이다. 그들의 날 수 계산도 30일이 한 달이요 열두 달이 1년이다. 그들의 수명은 2만 세로서 인간의 수명으로 계산하면 1구리(拘利)4)에 해당하는 수명이니라.
비구들아, 이와 같이 그 수명을 계산하면 무상천(無想天)을 제외하고는 그 곱절씩 점점 늘어간다. 무상천의 수명은 8만 4천겁인데 이 세상에 돌아오지 않는 정거천은 제외한다.
그러므로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방일하지 말고 현재의 몸으로써 번뇌를 없애도록 해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주석
1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37권 1,056번째 소경인 「십법경(十法經)」②가 있다.
2 불ㆍ법ㆍ승 3보를 말한다.
3 부처님의 아들로서 라후라(羅睺羅) 혹은 라호라(羅護羅)라고도 하며, 부장(覆障)ㆍ장월(障月)로 한역하기도 한다.
4 구지(俱胝)라고도 하고, 억(億)으로 한역하기도 한다. 인도의 수량 단위 중 하나이다.

증일아함경 제44권

동진 계빈 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김월운 번역

48. 십불선품(十不善品)①

[ 1 ]1)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중생이 살생을 행하고 살생을 널리 편다면 그것은 지옥의 죄와 아귀ㆍ축생의 행을 심는 것이요, 설사 인간으로 태어나더라도 수명이 매우 짧을 것이다. 왜냐하면 남의 목숨을 해쳤기 때문이니라.

또 어떤 중생이 남의 물건을 훔친다면 그것은 세 갈래 나쁜 세계에 태어나는 죄를 심는 것이요, 설사 인간으로 태어나더라도 항상 가난하여 배를 채울 밥이 없고 몸을 가릴 옷이 없을 것이다. 그것은 모두 도둑질하였기 때문이니, 남의 물건을 빼앗는 것은 곧 남의 목숨을 끊는 것이니라.

또 어떤 중생이 음행하기를 좋아한다면 그것은 세 갈래 나쁜 세계에 태어나는 죄를 심는 것이요, 설사 인간으로 태어나더라도 그 가문이 도둑질하고 음란한 정숙치 못한 집안일 것이니라.

또 어떤 중생이 거짓말을 한다면 그것은 지옥의 죄를 심는 것이요, 설사 인간으로 태어나더라도 남의 업신여김을 받고 그 말은 신용이 없으며 남의 천대를 받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모두 전생의 거짓말 때문이니라.

또 어떤 중생이 이간질하는 말을 한다면 그것은 세 갈래 나쁜 세계에 태어나는 죄를 심는 것이요, 설사 인간으로 태어나더라도 마음이 항상 안정되지 못하고 늘 근심에 빠질 것이다. 왜냐하면 그가 이쪽저쪽에 거짓말을 전하였기 때문이니라.

또 어떤 중생이 나쁜 말을 한다면 그것은 세 갈래 나쁜 세계에 태어나는 죄를 심는 것이요, 설사 인간으로 태어나더라도 남의 미움을 받고 늘 욕설을 듣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가 말을 항상 올바르게 하지 않았기 때문이니라.

또 어떤 중생이 이 사람 저 사람과 마구 싸운다면 그것은 세 갈래 나쁜 세계에 태어나는 죄를 심는 것이요, 설사 인간으로 태어나더라도 미워하는 이가 많고 친척들은 뿔뿔이 흩어질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모두 전생에 싸웠기 때문이니라.

또 어떤 중생이 질투한다면 그것은 세 갈래 나쁜 세계에 태어나는 죄를 심는 것이요, 설사 인간으로 태어나더라도 옷이 모자랄 것이다. 왜냐하면 그가 탐하고 질투하였기 때문이니라.

또 어떤 중생이 해칠 마음을 일으킨다면 그것은 세 갈래 나쁜 세계에 태어나는 죄를 심는 것이요, 설사 인간으로 태어나더라도 항상 허황함이 많고 참된 이치를 이해하지 못하며 마음이 어지러워 안정되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전생에 성을 내어 자애로운 마음이 없었기 때문이니라.

또 어떤 중생이 삿된 소견을 행한다면 그것은 세 갈래 나쁜 세계에 태어나는 죄를 심는 것이요, 설사 인간으로 태어나더라도 중앙에 태어나지 못하고 변두리에 살면서 3존(尊)의 거룩한 도법의 이치를 듣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혹은 귀머거리나 장님이나 벙어리 따위의 불구자가 되어 선법과 악법의 뜻을 분별하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전생에 신근(信根)이 없었고, 또 사문ㆍ바라문ㆍ부모ㆍ형제를 믿지 않았기 때문이니라.

비구들아, 알아야 한다. 이런 열 가지 악의 과보로 말미암아 이런 재앙이 있게 된다. 그러므로 비구들아, 너희들은 부디 열 가지 악을 여의고 바른 소견을 닦도록 해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2 ]2)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계율을 말씀하시는 보름날이 되어 여러 비구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보회강당(普會講堂)으로 가셨다. 이때 세존께서는 잠자코 대중을 둘러보시고 대중들도 조용히 말이 없었다.
이때 아난이 세존께 아뢰었다.
“지금 성중이 모두 강당에 모였습니다. 세존이시여, 비구들을 위하여 금계(禁戒)를 말씀해 주소서.”
이때 세존께서는 잠자코 말씀이 없으셨다. 조금 있다가 아난은 다시 아뢰었다.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금계를 말씀하여 주소서. 초저녁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세존께서는 여전히 잠자코 말씀이 없으셨다.

조금 있다가 아난은 다시 아뢰었다.
“한밤이 지나가고 있고 대중들도 지쳤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지금 바로 계율을 말씀하여 주소서.”

그러나 세존께서는 여전히 잠자코 말씀이 없으셨다. 조금 있다가 아난은 다시 아뢰었다.
“새벽이 밝아오고 있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지금 바로 계율을 말씀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대중 가운데 부정한 자가 있기 때문에 계율을 말하지 않는 것이다. 이제 상좌가 금계를 설하도록 하리라. 만일 상좌 비구가 계율을 설할 수 없다면 지율자(持律者)를 시켜 설하게 하리라. 또 만일 지율자 없다면 계율을 외워 밝게 통달한 이를 시켜 그것을 외우고 설하게 하리라. 오늘 이후로 여래는 계율을 설하지 않을 것이다. 대중 가운데 부정한 자가 있을 때, 여래가 그곳에서 계율을 설한다면 그 사람은 머리가 일곱 조각으로 부서져, 저 수라(酬羅) 열매와 꼭 같이 될 것이다.”

이때 아난은 슬피 울면서 말하였다.
“성중은 오늘부터 외롭게 되었구나. 여래의 바른 법은 어찌 이다지도 빨리 사라지는가? 부정한 사람은 또 어찌 이다지도 빨리 생기는가?”

이때 목건련은 생각하였다.
‘이 대중 가운데 법을 파손한 자는 누구인가? 이 대중 가운데 있어 여래로 하여금 금계를 말씀하지 못하게 하는 자가 누구인가?’
대목건련은 곧 삼매에 들어 대중들의 마음속 더러움을 살펴보았다.
그때 목련은 마사(馬師)와 만숙(滿宿) 두 비구가 대중 가운데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그 비구들에게 다가가 말하였다.
“너희들은 빨리 일어나 이 자리를 떠나라. 여래께서 꾸짖고 계시다. 너희들 때문에 여래께서 금계를 설하지 않으시는 것이다.”

그러나 두 비구는 잠자코 말이 없었다. 목련은 두 번 세 번 말하였다.
“너희들은 빨리 일어나라. 여기 있지 말라.”
그러나 그 비구들은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목련은 곧 앞으로 다가가 그들의 손을 잡고 문 밖으로 끌어내고는 돌아와 문을 걸고 부처님께 나아가 아뢰었다.
“부정한 비구를 문 밖으로 끌어내었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곧 금계를 말씀하여 주소서.”

세존께서 목련에게 말씀하셨다.
“그만두어라, 그만두어라. 목련아, 여래는 다시는 비구들을 위해 계율을 설하지 않을 것이다. 여래는 두 말을 하지 않는다. 네 자리로 돌아가라.”

목련은 다시 아뢰었다.
“지금 이 대중 가운데서 이미 불상사가 생겼으므로 저는 유나3)법(維那法)을 행할 수 없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다른 사람을 뽑으소서.”
세존께서는 잠자코 허락하셨다.
그때 목건련은 머리를 조아려 세존의 발에 예배하고 본 자리로 돌아갔다.

이때 아난이 아뢰었다.
“비바시(毗婆尸)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을 때 그 성중은 얼마나 되었습니까? 또 얼마나 지나 범하는 사람이 생겼습니까? 내려와서 가섭(迦葉)여래의 제자는 얼마나 되었으며, 어떤 계율을 말씀하셨습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91겁 전에 비바시 여래ㆍ지진ㆍ등정각께서 세상에 출현하셨다. 그때 성중의 모임은 세 번 있었다. 첫 번째 모임에는 16만 8천 비구 성중이 있었고, 두 번째 모임에는 16만 성중이 있었으며, 세 번째 모임에는 10만 성중이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아라한이었다.
그 부처님의 수명은 8만 4천 세였고 백 년 동안 성중은 청정하였다. 그 부처님은 항상 하나의 게송으로 금계를 삼으셨느니라.
참고 견디는 것이 제일이요
부처님 말씀은 함이 없음이 제일이라.
비록 수염과 머리를 깎았어도
남을 해치면 사문이 아니니라.

그때 그 부처님은 이 하나의 게송으로 백 년 동안 금계를 삼으셨다. 그러다가 범하는 사람이 생기자 곧 다시 금계를 정하셨느니라.

또 31겁 전쯤에 시힐(試詰 여래ㆍ지진ㆍ등정각께서 이 세상에 출현하셨다.
그때도 성중의 모임이 세 번 있었다. 첫 번째 모임에는 16만 성중이 있었고, 두 번째 모임에는 14만 성중이 있었으며, 세 번째 모임에는 10만 성중이 있었다.
그 부처님 때에는 80년 동안 청정하여 더러워진 일이 없었다. 그리고 하나의 게송을 말씀하셨다.
눈으로 보아도 삿되지 않아
지혜로운 사람 집착 않나니
갖가지 악한 일을 아주 버리고
이 세상을 지혜롭게 살아가라.

그때 그 부처님은 80년 동안 이 하나의 게송을 말씀하셨고, 뒤에 범하는 사람이 생겨 다시 금계를 정하셨다. 그리고 그 시힐부처님의 수명은 7만 세였느니라.

또 그 겁에 비사라바(毗舍羅婆)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다. 그분도 성중의 모임을 세 번 가지셨다. 첫 번째 모임에는 10만의 성중이 모였는데 모두 아라한이었고, 두 번째 모임에는 8만 아라한이었고, 세 번째 모임에는 온갖 번뇌가 완전히 없어진 7만 아라한이었다. 비사라바여래 때에는 70년 동안 범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때는 하나 반의 게송으로 금계를 삼았었다.
해치지 말고 그른 짓도 말고
큰 계율을 받들어 행하라.
음식에 있어서 만족할 줄 알고
앉는 자리도 그렇게 하라.
뜻을 다잡아 전일(專一)하는 것
이것이 곧 부처의 가르침이다.

그분은 70년 동안 이 하나의 게송으로 금계를 삼으셨고, 뒤에 범하는 사람이 생겨 다시 금계를 정하셨다. 그리고 비사라바여래의 수명도 7만세였느니라.

그리고 이 현겁(賢劫) 중에 구루손(拘樓孫)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다. 그때 성중의 모임은 두 번 있었다. 첫 번째 모임에는 7만의 성중이 모였는데 모두 아라한이었고, 두 번째 모임에는 6만 아라한이었다.
그 부처님 때에는 60년 동안 범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때 그 부처님께서는 두 게송으로 계율을 삼으셨다.
비유하면 꿀벌이 꽃밭을 누비며
향기롭고 깨끗한 예쁜 꽃에서 꿀을 따듯
맛있는 음식으로 남들에게 보시하며
도사(道士)들아 촌락에서 유행하여라.

함부로 남을 비방하지 말고
또 옳고 그름을 보지도 말며
다만 스스로 제 행을 돌아보아
바르고 그릇됨 분명히 보라.

그 부처님께서는 60년 동안 이 두 게송으로 금계를 삼으셨고, 그 뒤에 범하는 사람이 있어 곧 다시 금계를 정하셨다. 그리고 그 부처님의 수명은 6만세였느니라.

또 이 현겁 중에 구나함모니(拘那含牟尼) 여래ㆍ지진ㆍ등정각께서 세상에 출현하셨다. 그때는 성중의 모임이 두 번 있었다. 첫 번째 모임에는 60만 성중이 모였는데 모두 아라한이었고, 두 번째 모임에는 40만 성중으로서 모두 아라한이었다. 그 부처님 때에는 40년 동안 범하는 사람이 없었고, 하나의 게송으로 금계를 삼았었다.
뜻을 굳게 세워 경솔하지 말고
거룩하고 고요한 도를 배워라.
현자는 근심이나 걱정이 없으니
항상 마음속의 생각을 없애라.

그 부처님께서는 40년 동안 이 게송을 설하시며 금계로 삼으셨고, 그 뒤에 범하는 사람이 있어 다시 금계를 정하셨다. 그리고 그 부처님의 수명은 4만세였느니라.

또 이 현겁에 가섭(迦葉)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다. 그때는 성중의 모임이 두 번 있었다. 첫 번째 모임에는 40만 성중이었고, 두 번째 모임에는 30만 성중으로서 모두 아라한이었다. 그 부처님 때에는 20년 동안 범하는 사람이 없었고 항상 하나의 게송으로 계율을 삼았었다.
온갖 악한 일은 짓지를 말고
부디 착한 일 받들어 행하라
그 마음을 스스로 깨끗이 하는 것
이것이 곧 부처님들 가르침이다.

그 부처님께서는 20년 동안 이 하나의 게송을 설하며 금계로 삼으셨고, 그 금계를 범하는 일이 있자 다시 제한을 두셨다. 그리고 그 가섭부처님의 수명은 2만세였느니라.

지금은 내가 세상에 출현하여 한 번의 모임에 성중은 1,250명이었고, 12년 동안 범하는 사람이 없었으며, 또 하나의 게송으로 금계를 삼았었다.
입과 마음 단속해 청정케 하고
몸의 행도 또한 청정케 하라
이 세 가지 행을 깨끗이 하여
큰 선인의 도를 닦아 행하라.

12년 동안 이 하나의 게송을 설하여 금계로 삼았는데, 이 계율을 범하는 사람이 생겨 250계가 있게 되었다.
지금부터는 비구들이 함께 모여 율에 있는 그대로 다음과 같이 서로 말하라.
‘여러분, 모두 들으십시오. 오늘은 15일 계를 설하는 날입니다. 지금 스님들께서 승인하시면 스님들은 화합하여 금계를 설할 것입니다.’
이렇게 알린 뒤에, 만일 할 말이 있는 비구가 있거든 계를 설하지 말고 모두 잠자코 있어라. 만일 말하는 사람이 없거든 계를 설명하여야 한다. 그렇게 차례로 계를 설명한 뒤에는 다시 이렇게 물어야 한다.
‘여러분, 누가 청정하지 않습니까?’
이렇게 두 번 세 번 ‘누가 청정하지 않습니까?’ 하고 물어라. 그리고 청정한 사람은 잠자코 그대로 있어라. 지금 사람의 수명은 너무도 짧아 기껏해야 백세를 넘지 못한다. 그러므로 아난아, 그것을 잘 받들어 가져야 하느니라.”

그때 아난은 세존께 아뢰었다.
“먼 옛날에는 모든 불세존의 수명도 매우 길고, 계율을 범하는 이도 적어 더럽혀질 일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사람들은 수명이 매우 짧아 1백 년을 넘지 못합니다. 과거 부처님들께서 멸도하신 뒤, 남기신 법은 세상에 얼마동안이나 머물렀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부처님들께서 멸도하신 뒤, 그 법은 오래 보존되지 않았느니라.”

아난은 아뢰었다.
“여래께서 세상을 떠나신 뒤에는 바른 법이 세상에 얼마동안이나 보존되겠습니까?”

세존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멸도한 뒤에 그 법은 오래 보존될 것이다. 가섭부처님께서 멸도하신 뒤에 그 남기신 법은 이레 동안 세상에 머물렀느니라. 아난아, 너는 지금 여래의 제자가 적다고 여기는가? 그렇게 보지 말라. 동방의 제자가 무수 억 천이요, 남방의 제자도 무수 억 천이니라.
그러므로 아난아, 너는 ‘우리 석가문(釋迦文)부처님의 수명은 매우 길다’고 생각해야 하느니라. 왜냐하면 육신은 비록 멸도하지만 법신(法身)은 남기 때문이다. 이것이 그 이치이니, 부디 생각하고 받들어 행해야 하느니라.”

그때 아난과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3 ]4)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아난이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는 세존께 아뢰었다.
“여래께서는 지극히 밝으시어 살피지 못하는 일이 없습니다. 미래ㆍ과거ㆍ현재 3세를 모두 밝게 아시고 과거 모든 부처님의 성과 이름, 또 날개처럼 그 뒤를 따르는 제자 보살들의 많고 적음을 모두 아시며, 1겁ㆍ1백 겁 혹은 무수한 겁을 다 관찰하여 아시고 또 국왕ㆍ대신ㆍ인민들의 성과 이름을 능히 분별하시며, 지금 현재의 여러 나라들도 모두 밝게 아십니다.
먼 장래 미륵 지진ㆍ등정각께서 세상에 출현하실 때의 사정을 듣고 싶습니다. 새의 날개처럼 그 뒤를 따르는 제자들은 어느 정도이고, 그 부처님 국토의 풍요로움은 어떠하며, 또 얼마나 계속되겠습니까?”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자리로 돌아가 앉아 내 말을 들어라. 그리고 미륵께서 세상에 출현하실 때 그 나라의 풍요로움과 그 제자의 많고 적음을 듣고 잘 사유하여 기억하라.”
이때 아난은 부처님의 분부를 듣고 곧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그때 세존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먼 장래에 이 나라에 계두(鷄頭)라는 성곽이 있어 동서는 12유순이요, 남북은 7유순으로서 토지는 풍성하고 인민은 번성하며 거리가 즐비할 것이다.
그때 그 성에는 수광(水光)이라는 용왕(龍王)이 살며 밤이면 비를 내려 촉촉하고 향기로우며 낮은 맑고 환할 것이다.
이때 계두성 안에 엽화(葉華)라는 나찰 귀신이 있을 것이다. 그는 법을 따라 행하고 바른 법을 어기지 않으며, 늘 인민들이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온갖 나쁘고 더러운 것들을 치우고는 또 향수를 그 땅에 뿌려 너무도 향기롭고 깨끗하게 할 것이다.

아난아, 알아야 한다. 그때 이 염부제는 동ㆍ서ㆍ남ㆍ북이 10만 유순이요, 모든 산과 강과 석벽들은 다 저절로 없어질 것이며, 네 바다의 물이 각기 한 방위를 차지할 것이다. 그때의 염부제는 매우 평평하여 거울처럼 맑고 밝을 것이다. 온 염부제 안에는 곡식이 풍성하고 인민이 번성하며 온갖 보배가 넘쳐나고 마을들은 닭 우는 소리가 서로 들릴 만큼 가까울 것이다.
또 그때는 더러운 꽃과 과일나무들은 모두 말라버리고, 나쁘고 더러운 물건들은 저절로 없어지며, 그 밖의 달고 맛있으며 또 그 향기 또한 빼어난 과일나무가 땅에서 자라날 것이다.
그때 기후는 화창하고 사계절은 절기를 어기지 않으며, 사람 몸에는 백 여덟 가지 근심이 없을 것이다.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이 성하지 않아 사람들은 마음이 고르고 모두 그 뜻이 같아서, 서로 보면 기뻐하고 좋은 말로 대하며 말씨가 같아 차별이 없을 것이니, 꼭 저 울단왈(鬱單曰) 사람들과 다름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때 염부제 사람들은 크고 작기가 꼭 같아서 여러 가지 차별이 없을 것이다.

또 그때 남녀들이 대소변이 보고 싶으면 땅이 저절로 갈라졌다가 일을 마치면 그 땅이 다시 합쳐질 것이다.
그때 염부제 안에는 멥쌀이 저절로 자라는데 껍질이 없으며 매우 향기롭고 맛있으며 그것을 먹으면 괴로움이 없어질 것이다. 또 이른바 금ㆍ은의 보배와 자거ㆍ마노ㆍ진주ㆍ호박 등이 땅에 흩어져 있어도 그것을 살피고 기록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들은 그 보배를 손에 들고 저희끼리 말할 것이다.
‘옛날 사람들은 이 보배 때문에 서로를 죽이고 감옥에 가두었으며 또 무수히 고뇌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이 보배들이 기와조각이나 돌과 같아서 아무도 지키는 사람이 없다.’

그때 상가(蠰佉)라는 법왕이 출현할 것이다. 그는 바른 법으로 인민을 다스리고 7보를 성취할 것이다. 7보란 윤보(輪寶)ㆍ상보(象寶)ㆍ마보(馬寶)ㆍ주보(珠寶)ㆍ옥녀보(玉女寶)ㆍ전병보(典兵寶)ㆍ수장보(守藏寶)이니, 이것을 7보라 한다. 그가 이 염부제를 통치할 때에는 칼이나 몽둥이를 사용하지 않아도 항복하지 않는 이가 없을 것이다.
아난아, 지금처럼 그때에도 네 보배 창고가 있을 것이다. 건타월국(乾陀越國)의 이라발(伊羅鉢 보배 창고에 온갖 보배와 기이한 물건들이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을 것이다. 둘째는 미제라국(彌梯羅國)의 반주(般綢) 큰 창고인데 거기도 보배가 많을 것이다. 셋째는 수뢰타대국(須賴吒大國)에 있는 보배 창고인데 거기도 보배가 많을 것이다. 넷째는 바라내상가(婆羅㮈蠰佉)에 있는 큰 창고인데 온갖 보배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을 것이다. 이런 네 개의 큰 창고가 저절로 나타날 것이다.
창고지기들은 모두 그 왕에게 가서 아뢸 것이다.
‘원컨대 대왕께서 이 보배 창고의 물건들을 빈궁한 사람들에게 보시하소서.’
그때 상가왕은 보배를 얻고도 살피고 기록하지 않을 것이니 마음에 재물에 대한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이때 염부제에서는 나무에서 너무도 곱고 부드러운 옷이 저절로 열릴 것이며 사람들은 그것을 가져다 입을 것이다. 마치 지금 울단왈 사람들이 나무에서 저절로 열리는 옷을 입는 것과 조금도 다름없을 것이다.

그때 그 왕에게는 수범마(修梵摩)라는 대신이 있을 것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왕과 친하여 왕은 그를 매우 사랑하고 존경할 것이다. 또 그는 얼굴이 단정하고, 키가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으며, 살찌지도 않고 여위지도 않으며, 희지도 않고 검지도 않으며, 나이가 너무 많지도 않고 적지도 않을 것이다.
또 그 수범마에게는 범마월(梵摩越)이라는 아내가 있을 것이다. 그녀는 미녀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나고 묘하여 천제(天帝)의 왕비 같을 것이다. 입에서는 우발(優鉢)연꽃의 향기가 나고 몸에서는 전단(栴檀) 향기가 나, 여러 부인들의 여든네 가지 맵시도 그 앞에서는 아주 무색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는 병도 없고 어지러운 생각도 없으리라.
그때 미륵보살은 도솔천에서 나이가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은 그 부모가 될 이들을 관찰하고 곧 강신하여 아래로 내려오고 오른쪽 옆구리에서 태어날 것이다. 지금의 내가 오른쪽 옆구리에서 태어났던 것과 조금도 다름없이 미륵보살도 그럴 것이다.
이때 도솔천의 여러 하늘들은 각기 외칠 것이다.
‘미륵보살께서 이미 강신하여 내려가셨다.’
그때 수범마는 곧 그 아들에게 미륵(彌勒)이라는 이름을 지어줄 것이다. 그는 32상과 80종호로 그 몸을 장엄하고 그 몸은 황금빛일 것이다.
그때 사람들은 수명이 매우 길고 아무 병도 없을 것이니, 그 수명은 8만 4천 세요, 또 여자는 나이 5백 세가 되어야 시집을 갈 것이다. 그때 미륵보살은 얼마동안 집에서 지내다가 곧 출가하여 도를 배울 것이다.

그때 계두성에서 멀지 않은 곳에 용화(龍華)라는 도수(道樹)가 있을 것인데 높이는 1유순이요, 넓이는 5백보다. 미륵보살은 그 나무 밑에 앉아 위없는 도를 이루는데, 그날 밤중에 집을 떠나 그 밤으로 위없는 도를 이룰 것이다. 이때 삼천대천세계는 여섯 번 진동하고 지신들은 각각 저희들끼리 이렇게 말할 것이다.
‘지금 미륵께서 성불하셨다.’
그 소리는 사천왕의 궁전까지 들릴 것이다.
‘미륵께서 성불하셨다.’
그리하여 삼십삼천ㆍ야마천ㆍ도솔천ㆍ화자재천ㆍ타화자재천까지 들리고 더 나아가 범천까지 전해질 것이다.
‘미륵께서 성불하셨다.’
그때 대장(大將)이라는 마왕은 법으로 그 세계를 다스리고 교화하다가 여래의 명성을 듣고 뛸 듯이 기뻐하고 어쩔 줄 모르며 이레 낮ㆍ이레 밤을 자지 못할 것이다. 그는 욕계의 수 없는 하늘 사람들을 데리고 미륵부처님께 나아가 공경하고 예배할 것이다.

미륵부처님은 그 하늘들을 위하여 미묘한 논을 설명할 것이다. 이른바 그 논이란 보시와 계율과 천상에 태어나는 것에 대한 논이요, 욕심은 더러운 것이므로 그것을 벗어나는 것이 좋다고 말씀하실 것이다.
그때 미륵부처님은 그 사람들이 발심해 기뻐하는 것을 보고 모든 불세존께서 항상 말씀하시는 법, 즉 괴로움과 괴로움의 발생과 괴로움의 소멸과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그 하늘 사람들을 위하여 널리 해설하실 것이다.
그래서 그 자리에 있던 8만 4천 천자들은 온갖 번뇌가 없어지고 법안이 깨끗해질 것이다.
그때 마왕 대장은 그 세계 인민들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너희들은 빨리 출가하라. 왜냐하면 미륵께서 오늘 저쪽 언덕으로 건너셨기 때문이다. 그리고 너희들도 이끌어 저쪽 언덕에 이르게 하실 것이다.

그때 계두성에 선재(善財)라는 장자가 있을 것이다. 그는 마왕의 분부와 또 부처라는 말을 듣고는 8만 4천 무리를 데리고 미륵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는다.
미륵부처님은 그를 위해 미묘한 논을 설명할 것이다. 이른바 그 논이란 보시와 계율과 천상에 태어나는 것에 대한 논이요, 욕심은 더러운 것이므로 그것을 벗어나는 것이 좋다고 말씀하실 것이다.
이때 미륵부처님은 사람들의 마음이 열리고 마음이 풀린 것을 보시고, 여러 불세존께서 항상 말씀하시는 법, 즉 괴로움과 괴로움의 발생과 괴로움의 소멸과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그 사람들에게 자세히 분별하실 것이다. 그래서 그 자리에 있던 8만 4천 명은 온갖 번뇌가 없어지고 법안이 깨끗하게 될 것이다.
이때 선재와 8만 4천 명의 사람들은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께 이렇게 아뢸 것이다.
‘출가하여 범행을 잘 닦아서 모두 아라한이 되겠습니다.’
그래서 미륵부처님의 첫 번째 모임은 8만 4천 아라한이 될 것이다.

이때 상가왕은 미륵께서 이미 불도를 이루셨다는 말을 듣고 곧 그 부처님께 나아가 법을 듣고자 할 것이다.
이때 미륵부처님은 그를 위하여 설법하실 것이다. 그 법은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마지막도 좋으며, 뜻은 매우 깊고 그윽할 것이다.
그리고 대왕은 다시 그 뒤에 태자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보물은 이발사에게 주고 또 여러 범지들에게는 여러 잡다한 보물들을 나눠줄 것이다. 그러고는 8만 4천 무리를 데리고 부처님께 나아가 사문이 되기를 원하여 모두 아라한의 도를 이룰 것이다.

이때 수범마 장자도 미륵보살이 불도를 이루었다는 소식을 듣고 8만 4천 범지들을 데리고 그 부처님께 나아가 사문이 되기를 원할 것이다. 그들은 모두 아라한이 되는데, 오직 수범마 한 사람만은 3결사(結使)를 끊고 기필코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나게 되는 경지를 얻을 것이다.

이때 부처님의 어머니 범마월도 8만 4천 궁녀들을 데리고 부처님께 나아가 사문이 되기를 원할 것이다. 이때 모든 여인들은 다 아라한이 되는데, 오직 범마월 한 사람만은 3결사(結使)를 끊고 수다원(須陀洹)을 이룰 것이다.

이때 여러 찰리 부인들도 미륵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여 정등각(正等覺)을 이루셨다는 소식을 듣고, 수천만 무리들이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각기 사문이 될 마음을 내어 출가하여 도를 배울 것이다. 그 가운데는 차례를 뛰어넘어 깨달음을 증득하는 이도 있고, 혹은 증득하지 못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아난아, 그때 차례를 뛰어 넘어 증득하지 못하는 이들도 모두 법을 받드는 사람으로서 일체 세상은 즐거워할 것이 못 된다는 생각으로 세상을 싫어할 것이다.
그때 미륵부처님은 3승의 가르침을 말씀하실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나의 제자 중에 12두타행을 실천하는 저 대가섭(大迦葉)은 과거에도 여러 부처님 밑에서 범행을 잘 닦았던 사람이다. 그가 항상 미륵부처님을 도와 인민들을 교화할 것이다.”

그때 가섭은 여래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서 가부좌하고 앉아,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고 생각을 매어 앞에 두고 있었다. 그때 세존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늙어 나이 80이 넘었다. 그러나 지금 여래에게는 이 세상을 교화할 수 있는 큰 성문이 네 사람 있다. 그들은 지혜가 끝이 없고 온갖 덕을 두루 갖추었다. 그 네 사람이란 이른바, 대가섭 비구ㆍ군도발한(君屠鉢漢) 비구ㆍ빈두로(賓頭盧) 비구ㆍ라운(羅云) 비구이니라.
너희들 네 큰 성문은 결코 반열반에 들지 말라. 내 법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 뒤에 반열반에 들라. 대가섭도 반열반에 들지 말고 미륵께서 세상에 출현하실 때를 기다려라. 왜냐하면 미륵께서 교화할 제자는 다 석가문부처의 제자로서, 내가 남긴 교화로 말미암아 번뇌를 다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가섭은 저 마갈국(摩竭國) 비제촌(毗提村)의 산 속에서 지내도록 하라. 미륵여래께서 수 없는 사람들에게 앞ㆍ뒤로 둘러싸여 그 산중으로 갈 것이고, 부처님의 은혜를 입은 여러 귀신들은 미륵부처님을 위하여 문을 열고 가섭이 선정에 든 굴을 보도록 할 것이다.

그때 미륵부처님은 오른손을 펴서 가섭을 가리키며 여러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이 사람은 먼 옛날 석가문부처님의 제자로서 그 이름은 가섭이다. 지금 현재에도 두타의 고행을 실천함에 있어 그가 제일이니라.’
그때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처음 보는 일이라고 찬탄할 것이다. 그리고 그 수 없는 백천 중생들은 온갖 번뇌가 없어지고 법안(法眼)이 깨끗해질 것이요, 또 어떤 중생은 가섭의 몸을 자세히 볼 것이다.
이것이 최초의 모임으로서 96억 인민들이 모두 아라한이 될 것이다. 그들은 모두 내 제자다. 왜냐하면 그들은 다 내 교훈을 받아 그렇게 된 것이고, 또 보시하고 사랑을 베풀며 남들을 이롭게 하고 이익을 같이 나누는 네 가지 일을 인연하였기 때문이니라.
아난아, 그때 미륵여래께서는 가섭의 승가리를 받아 입을 것이고, 그 순간 가섭의 몸은 갑자기 별처럼 흩어질 것이다. 그러면 미륵부처님은 또 갖가지 향과 꽃으로 가섭을 공양할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불세존은 바른 법을 공경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요, 미륵 역시 내게서 바른 법의 교화를 받아 위없이 바르고 참된 깨달음을 이루었기 때문이니라.

아난아, 알아야 한다. 미륵부처님의 두 번째 모임에는 94억의 사람이 모이는데 그들은 모두 아라한이다. 그들 역시 내가 남긴 가르침의 제자로서 네 가지 공양을 행하였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니라.
또 미륵부처님의 세 번째 모임에는 92억의 사람이 모이는데, 그들도 다 아라한으로서 역시 내가 남긴 가르침의 제자이니라.

그때 비구들의 성명은 모두 자씨(慈氏) 제자라고 할 것이다. 마치 지금 나의 성문들이 모두 석가 제자라고 일컬어지는 것과 같으니라.
그때 미륵부처님께서는 모든 제자들을 위해 이렇게 설법하실 것이다.
‘너희 비구들은 무상하다는 생각ㆍ즐거움에는 고통이 있다는 생각ㆍ나라고 여기지만 나는 없다는 생각ㆍ진실로 공(空)하다는 생각ㆍ색은 변한다는 생각ㆍ시퍼런 어혈덩어리라는 생각ㆍ썩어서 부풀어 오른다는 생각ㆍ소화되지 않은 음식이라는 생각ㆍ핏덩어리라는 생각ㆍ일체 세상은 즐거워할 만한 것이 없다는 생각을 사유해야 하느니라. 왜냐하면 비구들아, 알아야 한다. 이 열 가지 생각은 다 과거 석가문부처님께서 너희들을 위해 말씀하시어 번뇌를 없애고 마음의 해탈을 얻게 하신 것이기 때문이니라.

만일 이 대중 가운데 석가문부처님의 제자가 있으면 그는 과거에 범행을 닦고 내게 온 것이다. 혹은 석가문부처님에게서 그 법을 받들어 가지다가 내게 온 것이요, 혹은 석가문부처님 밑에서 삼보를 공양하고 내게 온 것이며, 혹은 석가문부처님 밑에서 잠깐 동안 선의 근본을 닦고 여기에 온 것이요, 혹은 석가문부처님 밑에서 4등심(等心)5)을 닦고 여기에 온 것이며, 혹은 석가문부처님 밑에서 5계를 받들어 지니고 삼보에 스스로 귀의하고 내게 온 것이요, 혹은 석가문부처님 밑에서 절이나 탑을 세우고 내게 온 것이니라.
혹은 석가문부처님 밑에서 낡은 절을 수리하고 내게 온 것이요, 혹은 석가문부처님 밑에서 8관재법(關齋法)을 받고 내게 온 것이며, 혹은 석가문부처님께 향과 꽃을 공양하고 내게 온 것이요, 혹은 그분에게서 불법을 듣고는 슬피 울며 눈물을 흘리고 내게 온 것이며, 혹은 석가문부처님에게 전일한 마음으로 법을 듣고 내게 온 것이요, 또는 목숨을 마칠 때까지 범행을 닦다가 내게 온 것이며, 혹은 쓰고 읽고 외우다가 내게 온 것이요,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다가 내게 온 사람들이다.’

그리고 미륵부처님은 곧 다음 게송을 읊을 것이다.
계율을 지키고 많이 듣는 덕
선정과 사유하는 업을 늘리며
깨끗한 범행을 잘 닦았기에
그래서 내게로 오게 되었네.

보시를 권하고 기쁜 마음 내며
마음의 근본을 닦아 행하고
마음에 여러 가지 생각이 없던 이들
모두들 내게로 오게 되었네.

혹은 평등한 마음을 내어
모든 부처님 받들어 섬기고
성중에게 공양하던 이
모두들 내게로 오게 되었네.

혹은 계율과 경전을 외우고
잘 익혀 남을 위해 설명해 주며
일심으로 법의 근본 생각했기에
지금 내게로 오게 되었네.

교화에 능한 석가의 종족
온갖 사리에 공양하였고
법을 받들어 섬기고 공양했기에
지금 내게로 오게 되었네.

혹 어떤 이는 사경을 하고
흰 비단에 써서 널리 배포하며
혹은 경전에 공양했던 이
모두들 내게로 오게 되었네.

채색 비단과 온갖 물건을
절에 가져가 공양하면서
스스로 ‘나무불’ 일컬었던 이
모두들 내게로 오게 되었네.

현재의 부처님과 또 과거의
그 모든 부처님께 공양드리고
선정에 들어 바르고 평등하며
또한 늘어나고 줄어듦도 없네.

그러므로 부처님과 또 그 법과
성스런 그 스님들 섬겨 받들라
전일한 마음으로 삼보 섬기면
함이 없는 곳에 반드시 이르리라.

아난아, 알아야 한다. 미륵여래께서는 그 대중 가운데 이런 게송을 읊을 것이다. 그때 대중 가운데의 여러 하늘과 사람들은 그 열 가지 생각을 깊이 사유하고 11해(姟)6)의 사람들이 온갖 번뇌가 없어지고 법안이 깨끗해질 것이다.

미륵여래 때에는 천년 동안 계율을 범하는 비구가 없을 것이다. 그때는 항상 하나의 게송으로 금계를 삼을 것이다.
입과 뜻으로 악을 행하지 말고
몸으로도 또한 범하지 말라.
이 세 가지 나쁜 행을 버리면
생사의 깊은 바다 벗어나리라.

천년이 지난 뒤에 계율을 범하는 이가 있어 다시 계율을 정할 것이다.

미륵여래의 수명은 8만 4천 세일 것이요, 그분이 반열반하신 뒤에 그 남기신 법도 8만 4천년 동안 보존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때의 중생들은 모두 그 근기가 지혜롭기 때문이니라.
만일 선남자ㆍ선여인으로서 미륵부처님과 세 차례 모임의 성문들과 또 계두성을 보고 싶거나, 또 상가왕과 네 개의 큰 보배 창고를 보고 싶거나, 또 저절로 자란 맵쌀을 먹고 저절로 생기는 옷을 입다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천상에 태어나기를 바라는 이는 부디 부지런히 정진하며 게으르지 말라. 그리고 법사들을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되 이름난 꽃과 찧은 향 등 갖가지를 공양하며 빠뜨림이 없게 하라. 아난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아난과 대중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주석
1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37권 1,047번째 소경인 「원주경(圓珠經)」①과 1,048번째 소경인 「원주경」②가 있다.
2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중아함경』 제6권 37번째 소경인 「첨파경(瞻波經)」과 서진(西晉) 시대 법거(法炬)가 한역한 『불설항수경(佛說恒水經)』ㆍ『법해경(法海經)』과 후한(後漢) 시대 구마라집(鳩摩羅什)이 한역한 『불설해팔덕경(佛說海八德經)』이 있으며, 참고가 될 만한 전적으로는 유송(劉宋) 시대 불타집(佛陀什)과 축도생(竺道生)이 공역한 『미사색부화혜오분율(彌沙塞部和醯五分律)』 제28권이 있다.
3 도유나(都維那)라고도 한다. 범어 Karma-dāna의 역어이다. 승가 대중의 잡무를 관장하고, 또 그들을 지도 감독하는 직무의 명칭이다.
4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중아함경』 제13권 66번째 소경인 「설본경(說本經」이 있다.
5 4무량심(無量心)이라고도 하며, 자애로운 마음[慈]ㆍ불쌍히 여기는 마음[悲]ㆍ기뻐하는 마음[喜]ㆍ평정한 마음[捨]을 말한다.
6 수량의 단위이다. 만(萬)ㆍ억(億)ㆍ조(兆)ㆍ경(京), 그 다음이 해(姟)이다.

해제보기

증일아함경 제45권

동진 계빈 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김월운 번역

48. 불선품(不善品)②

[ 4 ]1)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많은 비구들은 보회강당에 모여 서로 이렇게 말하였다.
‘지금 여래께서는 참으로 기이하고 참으로 뛰어나십니다. 과거 반열반에 들었던 분들의 성명과 종족을 아시고, 그분들이 가졌던 계율과 그 제자들도 분명히 아시며, 또 그들의 삼매와 지혜와 해탈과 해탈지견과 그 수명의 길고 짧음까지도 모두 다 아십니다.
어떻습니까, 여러분. 여래께서는 법계를 아주 청정하게 분별하시기 때문에 그 부처님들의 성명과 종족을 아시는 것일까요, 아니면 여러 하늘들이 여래께 찾아와 그것을 알려 드리는 것일까요?’

그때 세존께서는 천이로 그 비구들의 이러한 이야기를 환히 들으시고 곧 비구들에게로 가시어 한 복판에 앉아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여기 모여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고, 무슨 법을 이야기하려 하는가?”

비구들은 아뢰었다.
“저희들은 여기 모여 바른 법의 요점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즉 저희들은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여래께서는 참으로 기이하고 참으로 뛰어나십니다. 과거 모든 불세존의 성명을 아시고 그 지혜의 많고 적음을 모두 다 아십니다. 참으로 기이하고 놀랍습니다.
어떻습니까, 여러분. 여래께서는 법계를 아주 청정하게 분별하시기 때문에 저 여러 부처님들의 성명과 종족을 아시는 걸까요, 아니면 여러 하늘들이 여래께 찾아와 그것을 알려드리는 걸까요?’”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과거 모든 부처님의 신비한 지혜의 힘과 그 성명과 수명의 길고 짧음에 대해 듣고 싶은가?”

비구들은 아뢰었다.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그 사실을 말씀하여 주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잘 사유하고 기억하라. 내 너희들을 위해 그 사실을 자세히 설명하리라.”
그때 비구들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들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과거 91겁 전에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그 이름은 비바시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이셨다. 또 31겁 전에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그 이름은 식힐(式詰)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이셨다. 또 그 31겁 전 무렵에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바로 비사라바(毗舍羅婆)여래라는 분이 출현하셨느니라.
또 이 현겁(賢劫) 중에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그 이름은 구루손(拘屢孫)여래셨다. 또 이 현겁 중에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그 이름은 구나함모니(拘那含牟尼)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이셨다.

또 이 현겁 중에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그 이름은 가섭(迦葉)이셨다. 또 이 현겁 중에 부처가 세상에 출현하였으니, 그 이름은 석가문(釋迦文)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이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곧 이런 게송을 읊으셨다.
91겁 전에
비바시부처님 계셨고
31겁 전에는
식힐여래 출현하시고
또 그 겁 중에
비사라바여래 출현하셨네.

지금 이 현겁에
네 부처님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구루손ㆍ구나함모니ㆍ가섭 여래로
세상을 비추는 태양 같았네.
그분들 이름을 알고 싶은가
그분들 이름은 이러하니라.

“비바시여래께서는 찰리 종족 출신이셨고, 식힐여래께서도 찰리 종족 출신이셨으며, 비사라바여래께서도 찰리 종족 출신이셨다. 구루손여래께서는 바라문 종족 출신이셨고,구나함모니여래께서도 바라문 종족 출신이셨으며, 가섭여래께서도 바라문 종족 출신이셨다. 그리고 지금 나는 찰리 종족 출신이니라.”

그때 세존께서 곧 다음 게송을 읊으셨다.
현겁 전에 출현하셨던 여러 부처님
모두 찰리 종족 출신이셨고
구루손여래부터 가섭여래까지는
모두들 바라문 종족 출신이셨네.

가장 높아 따를 자 없는 이
나는 지금 천상과 인간의 스승
모든 감각기관 욕심 없고 깨끗하나니
나는 찰리 종족 출신이니라.

“비바시여래의 성은 구담이요, 식힐여래께서도 성이 구담이셨으며, 비사라바여래 역시 성이 구담이셨다. 가섭여래의 성은 가섭이요, 구루손여래와 구나함모니여래 역시 성이 가섭이셨다. 그리고 지금 나, 여래의 성은 구담이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곧 이런 게송을 읊으셨다.
처음의 세 부처님
그 성은 구담이요
그 뒤로 가섭까지는
가섭의 성에서 나오셨네.

지금 현재의 나는
천상과 인간의 공경을 받으며
모든 감각기관 욕심 없고 깨끗하나니
구담 성에서 나왔느니라.

“비구들아, 알아야 한다. 비바시여래께서는 성이 구린야(拘鄰若)이셨고, 식힐여래께서도 구린야에서 나왔으며, 비사라바여래 역시 구린야에서 나오셨다. 구루손여래께서는 바라타(婆羅墮)에서 나왔고, 구나함모니여래도 바라타에서 나왔으며, 가섭여래 역시 바라타에서 나오셨다. 그리고 지금 나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은 구린야에서 나왔느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을 읊으셨다.
처음의 세 부처님
구린야에서 나오셨고
뒤에 세 분 가섭까지
바라타에서 나오셨네.

지금 현재의 이 나는
천상과 인간의 공경 받으며
모든 감각기관 욕심 없고 깨끗하나니
바로 구린야에서 나왔느니라.

“비바시여래께서는 파라리화(波羅利華) 나무 밑에 앉아 불도를 이루셨고, 식힐여래께서는 분다리(分陀利) 나무 밑에 앉아 불도를 이루셨으며, 비사라바여래께서는 파라(波羅) 나무 밑에 앉아 불도를 이루셨고, 구루손여래께서는 시리사(尸利沙) 나무 밑에 앉아 불도를 이루셨으며, 구나함모니여래께서는 우두발라(優頭跋羅) 나무 밑에 앉아 불도를 이루셨고, 가섭여래께서는 니구류(尼拘留) 나무 밑에 앉아 도과(道果)를 이루셨다. 그리고 나 지금의 여래는 길상(吉祥) 나무 밑에 앉아 불도를 이루었느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을 읊으셨다.
최초의 한 분 불도를 이루셨네.
파라리 나무 아래 앉아서
식힐께서는 분타리 아래 앉고
비사라바께선 파라 아래 앉으셨네.

구루손께서는 시리사 아래에 앉고
구나함모니께선 우두발라 아래에서
가섭께서는 니구류 나무
길상 아래에선 내가 도를 이루었네.

일곱 부처님은 하늘 가운데 하늘
온 세상을 환히 비추나니
인연 따라 여러 나무 아래에 앉아
제각기 그 도를 이루셨느니라.

“비바시여래의 제자는 16만 8천이요, 식힐여래의 제자는 16만이며, 비사라바여래의 제자는 10만이요, 구루손여래의 제자는 8만이며, 구나함모니여래의 제자는 7만이요, 가섭여래의 제자는 6만이었다. 그리고 지금 내 제자는 1,250명이다. 그들은 모두 아라한으로서 모든 번뇌가 완전히 없어져 어떤 결박도 없느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을 읊으셨다.
16만 8천 명
비바시여래의 제자
10만에 또 6만
식힐여래의 제자.

10만의 비구들은
비사라바 제자요
구루손는 8만
구나함모니는 7만.

가섭은 6만 대중
그들은 모두 아라한
지금 나 석가문은
1,250명이니라.

그들은 모두 진인(眞人)의 행으로
널리 법을 펴서 나타냈으니
남기신 법과 그 남은 제자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다네.

“비바시여래의 시자 이름은 대도사(大導師)요, 식힐여래의 시자 이름은 선각(善覺)이며, 비사라바여래의 시자 이름은 승중(勝衆)이다. 구루손여래의 시자 이름은 길상(吉祥)이요, 구나함모니여래의 시자 이름은 비라선(毗羅先)이며, 가섭여래의 시자 이름은 도사(導師)다. 그리고 지금 내 시자의 이름은 아난(阿難)이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을 읊으셨다.
대도사와 선각
승중과 길상
비라선과 도사
그리고 아난이 일곱째 시자라네.

그들은 모두 성인을 공양하며
그때를 맞추지 못하는 법 없었고
외우고 익히고 받들어 지녀
배운 그 이치를 잊지 않았네.

“비바시여래의 수명은 8만 4천 세였고, 식힐여래의 수명은 7만 세였으며, 비사라바여래의 수명은 6만 세였다. 구루손여래의 수명은 5만 세였고, 구나함모니여래의 수명은 4만 세였으며, 가섭여래의 수명은 2만세였다. 그리고 지금 내 수명은 너무도 짧아 기껏해야 1백 세를 넘기지 못하느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을 읊으셨다.
최초의 부처님은 8만 4천 세
그 다음 부처님은 7만 세였네.
비사라바께서는 6만 세였고
구루손여래 수명은 5만 세였네.

2만2)에 또 2만은
구나함모니여래의 수명
가섭여래 수명도 2만 세였는데
오직 나만은 수명이 1백 년이네.

“비구들아, 이와 같이 나는 모든 부처님의 성과 이름과 자를 관찰하여 분명히 알고, 그들이 나온 종족을 모두 익숙히 알며, 그들이 가진 계율과 지혜와 선정과 해탈을 모두 아느니라.’

아난은 아뢰었다.
“여래께서는 ‘열반에 드신 항하의 모래알 같은 과거 여러 부처님들을 여래는 알고 있고, 또 장차 오시게 될 항하의 모래알 같은 미래 부처님들도 여래는 알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여래께서는 왜 그 많은 부처님들의 행장을 다 말씀하지 않으시고 지금 일곱 부처님의 내력만 말씀하십니까?”
세존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 여래가 일곱 부처님의 내력만 말한 것이다. 과거 항하의 모래알 같은 부처님들도 일곱 부처님의 내력만 말씀하셨고, 미래에 미륵(彌勒)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셔도 또 일곱 부처님의 내력만 말씀하실 것이다.

또 사자응(師子應)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셔도 일곱 부처님의 내력만 말씀하실 것이요, 승유순(承柔順)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셔도 일곱 부처님의 내력만 말씀하실 것이며, 또 광염(光焰)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셔도 일곱 부처님의 내력만 말씀하실 것이다.
그리고 만일 무구(無垢)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시면 가섭부처님의 내력만 말씀하실 것이요, 또 만일 보광(寶光)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시면 석가문(釋迦文)부처님의 내력만 말씀하실 것이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을 읊으셨다.
사자응ㆍ승유순과
광염ㆍ무구ㆍ보광
이분들은 미륵 다음에
모두 불도를 이룰 것이다.

미륵은 식힐의 내력을 설하고
사자응은 비사라바의 내력을 설하며
승유순은 구루손의 내력을 설하고
광염은 구나함모니의 내력을 설하리라.

또 무구는 가섭에 대해
과거의 인연을 모두 설명하고
보광도 삼보리를 이루고는
나의 내력을 설명하리라.

과거의 그 여러 부처님들과
또 미래의 여러 부처님
그들은 모두 일곱 부처님의
과거 내력을 설명하리라.

“이런 이유로 여래는 지금 일곱 부처님의 이름만 설명한 것이니라.”

이때 아난이 세존께 아뢰었다.
“이 경 이름은 무엇이며 어떻게 받들어 행하여야 합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이 경 이름은 기불명호(記佛名號)이니, 그렇게 기억하고 받들어 행하라.”

그때 아난과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5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열성의 가란타죽원에 계셨다.

이때 사자(師子) 장자가 사리불에게 찾아와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아뢰었다.
“원컨대 존자께서는 저의 초청을 받아 주소서.”

사리불은 잠자코 그 청을 받아 주었다.
장자는 존자가 잠자코 청을 받아 주는 것을 보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그 발에 예배하고 물러갔다.
그는 다시 대목건련(大目乾連)ㆍ리월(離越)ㆍ대가섭(大迦葉)ㆍ아나율(阿那律)ㆍ가전연(迦旃延ㆍ만원자(滿願子)ㆍ우바리(優婆離)ㆍ수보리(須菩提)ㆍ라운(羅云)ㆍ균두(均頭) 사미 등 이러한 상수제자들을 찾아가서 5백 명을 초청하였다.
이때 사자 장자는 곧 자기 집으로 돌아가 갖가지 아주 맛난 음식을 장만하였고, 좋은 자리를 펴고는 때가 되었음을 알렸다.
“여러 진인 아라한들께서는 두루 살피소서. 음식이 준비되었습니다. 원컨대 몸을 굽혀 저의 집으로 왕림하소서.”

그때 여러 성문들은 각각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성으로 들어가 장자 집에 이르렀다.
장자는 여러 존자들이 좌정하는 것을 보고 자신의 손으로 직접 갖가지 음식을 돌렸다. 여러 성중이 공양을 마치자 깨끗한 물을 돌리고 각각 성중에게 하얀 천 한 벌씩을 보시하였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 축원을 받았다.

이때 존자 사리불은 장자를 위하여 매우 묘한 법을 설명하고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났고, 조용한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이때 라운은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세존께서는 물으셨다.
“너는 지금 어디서 오느냐?”

라운은 아뢰었다.
“오늘 사자 장자의 초청을 받았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떠했느냐, 라운아. 음식은 훌륭했느냐, 그렇지 못했느냐? 정결했느냐, 거칠었느냐?”

라운은 대답하였다.
“음식은 매우 훌륭하고 또 풍성하였습니다. 지금 이 흰 천도 그에게서 받은 것입니다.”

“비구들은 몇 사람이나 갔었고, 그 우두머리는 누구였느냐?”

라운은 아뢰었다.
“화상 사리불께서 우두머리셨습니다. 그리고 신덕이 있는 제자 5백 명이 갔었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어떠냐? 라운아, 그 장자는 복을 많이 받겠느냐?”

라운은 세존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 장자가 받는 복의 과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한 명의 아라한에게 보시해도 그 복은 한량없는데 하물며 신묘한 하늘 사람들의 공경을 받는 사람들이겠습니까? 그 자리의 5백 분은 모두 진인들이십니다. 그러니 그 복을 어찌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세존께서는 라운에게 말씀하셨다.
“그것은 5백 아라한에게 보시하는 공덕이다. 만일 대중 가운데서 차례에 따라 사문 한 사람을 청해 공양한다고 하자. 이럴 때 대중 가운데서 뽑힌 사람에게 공양하는 복을 5백 아라한에게 공양한 복과 비교한다면, 그 복이 백 배ㆍ천 배ㆍ몇 억 만 배나 되어 비유로써 견줄 수도 없느니라. 왜냐하면 대중이 뽑은 사람에게 공양하는 복은 한량이 없어 번뇌가 완전히 사라진 감로를 얻기 때문이니라.
라운아, 알아야 한다. 만일 어떤 사람이 스스로 맹세하기를 ‘내 기필코 모든 강물을 모두 마셔보리라’고 한다면 그가 과연 그렇게 할 수 있겠는가?”

라운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럴 수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이 염부제는 매우 넓고 크기 때문입니다. 이 염부제에는 네 개의 큰 강이 있습니다. 즉 긍가(恆伽)ㆍ신두(新頭ㆍ사타(私陀)ㆍ박차(博叉)이고, 그 하나하나의 강에는 5백 개의 강이 딸려있습니다. 그러므로 그 사람은 그 물을 모두 마셔볼 수 없습니다. 만일 마시려 한다면 그저 수고만 더할 뿐 끝내 일은 이루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다시 이렇게 말한다.
‘나에게는 그 물을 모두 마셔볼 방법이 있다.’
무슨 방법으로 그 물을 모두 마셔보겠다는 것인가? 이때 그는 곧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바닷물을 마시자. 왜냐하면 일체 모든 물은 다 바다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어떠냐? 라운아, 그는 과연 그 모든 물을 마실 수 있겠는가?”

라운은 아뢰었다.
“그런 방법이라면 그는 그 물들을 모두 마셔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물은 다 바다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그 물을 모두 마셔볼 수 있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렇다. 라운아, 개인에게 하는 일체의 보시는 저 강물과 같다. 그래서 복을 얻기도 하고 혹은 얻지 못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중은 저 큰 바다와 같다. 왜냐하면 강물이 흘러서 바다로 들어가고 나면 곧 본래 이름은 없어지고 다만 큰 바다라는 이름만 있기 때문이니라.
라운아, 이것도 또한 그와 같다. 지금 열 사람이 있는데 그들은 모두 대중 가운데서 나온 사람들이다. 대중이 아니면 그들은 있을 수 없다. 그 열 사람이란 무엇인가? 수다원으로 향하는 이ㆍ수다원을 얻은 이ㆍ사다함으로 향하는 이ㆍ사다함을 얻은 이ㆍ아나함으로 향하는 이ㆍ아나함을 얻은 이ㆍ아라한으로 향하는 이ㆍ아라한을 얻은 이ㆍ벽지불 그리고 부처이다. 이 열 사람은 모두 대중 가운데서 나오고 혼자 독립한 것이 아니니라.
라운아, 이런 사실로 보더라도 대중 가운데서 뽑힌 사람은 그 복이 한량없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라운아,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이 그 헤아릴 수 없는 복을 구하고 싶다면 저 성중을 공양하여야 하느니라.
라운아, 알아야 한다. 그것은 마치 어떤 사람이 소(酥)를 물에 넣으면 곧 엉겨 두루 퍼지지 않지만, 만일 기름을 물에 넣으면 곧 물위에 고루 퍼지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라운아, 성중의 비구들을 공양할 것을 생각해야 하느니라. 라운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사자 장자는 ‘여래께서는 대중에게 보시하는 복은 찬탄하시고 다른 복은 찬탄하지 않으신다’는 소문을 듣게 되었다. 어느 다른 날 장자는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아뢰었다.
“세존께서 대중에게 보시하는 복은 찬탄하시고 따로 사람을 청하는 복은 찬탄하지 않으신다는 소문을 듣게 되었습니다. 지금부터는 항상 성중(聖衆)을 공양하겠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성중에게만 공양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공양하지 말라’고 말하지 않았다. 축생에게 보시해도 그 복을 받거늘 하물며 사람이겠느냐? 다만 나는 그 복의 많고 적음에 대해 말하였을 뿐이다. 왜냐하면 여래의 성중은 공경할 만하고 귀히 여길 만하며 세상의 위없는 복밭이기 때문이니라.
지금 이 대중 가운데는 네 부류의 향하는 이와 네 부류의 성취한 이, 그리고 성문의 법과 벽지불의 법과 그리고 부처의 법이 있다. 만일 선남자 선여인이 이 3승의 교법을 얻으려고 하거든 대중 가운데 들어가 그것을 구하라. 왜냐하면 3승의 교법은 모두 대중 가운데서 나오기 때문이니라.
장자야, 나는 이런 이치를 보았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 것일 뿐이다. 그리고 나는 사람들에게 ‘성중에게만 보시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보시하지 말라’고 가르치지 않았느니라.”

장자는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의 말씀과 같습니다. 지금부터는 복업을 짓게 되면 마땅히 모든 성중에게 공양하고 사람을 가려 보시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장자를 위해 미묘한 법을 연설하시어 기쁜 마음을 내게 하셨다. 장자는 그 설법을 듣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물러갔다.

그리고 사자 장자는 복업을 지으려고 결심하였다.

그때 여러 하늘은 장자에게 찾아와 말하였다.
“이 자는 수다원으로 향하는 사람이요, 이 자는 수다원을 얻은 사람이다. 이 자에게 보시하면 복을 많이 얻고 이 자에게 보시하면 복을 적게 얻을 것이다.”

그때 그 하늘 사람은 곧 다음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가려서 보시하기 여래는 찬탄하네.
그러므로 덕이 있는 이들에게 보시하라.
여기에 보시하면 복을 많이 얻으리라
마치 좋은 밭에서 자라는 모종처럼.

그러나 사자 장자는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하늘 사람은 다시 장자에게 말하였다.
“이 자는 계율을 지키는 사람이요, 이 자는 계율을 범한 사람이다. 이 자는 수다원으로 향하는 사람이요, 이 자는 수다원을 얻은 사람이며, 이 자는 사다함으로 향하는 사람이요, 이 자는 사다함을 얻은 사람이며, 이 자는 아나함으로 향하는 사람이요, 이 자는 아나함을 얻은 사람이며, 이 자는 아라한으로 향하는 사람이요, 이 자는 아라한을 얻은 사람이다.
이 자는 성문의 법을 닦고, 이 자는 벽지불의 법을 닦으며, 이 자는 부처의 법을 닦는다. 여기에 보시하면 복을 적게 얻고, 여기에 보시하면 복을 많이 얻을 것이다.”

그러나 장자는 여전히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가리지 말고 보시하라는 여래의 교훈을 기억하였기 때문이다.

장자는 어느 다른 날 다시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아뢰었다.
“저는 세존의 말씀을 기억하고 성중을 청해 공양하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어떤 하늘이 저에게 찾아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자는 계율을 지키는 사람이고, 이 자는 계율을 범한 사람이다. 이 사람은 수다원으로 향하고 이 사람은 수다원을 얻었으며……(이하 생략)……3승의 교법을 모두 분별한다.’
그리고 또 다음 게송을 읊었습니다.
가려서 보시하기 여래는 찬탄하네.
그러므로 덕이 있는 이들에게 보시하라.
여기에 보시하면 복을 많이 얻으리라
마치 좋은 밭에서 자라는 모종처럼.

이때 저는 다시 ‘여래의 교훈은 어길 수 없다. 어떻게 가리는 마음을 내겠는가?’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끝내 옳고 그르다는 마음과 높고 낮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때 저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나는 모든 중생들에게 다 보시하자. 만일 상대가 스스로 계율을 잘 지키는 자이면 끝없는 복을 받을 것이요, 만일 계율을 범한 자이면 스스로 그 재앙을 받을 것이다. 그저 중생들을 가엾이 여기자. 그들은 먹지 않으면 목숨을 건지지 못한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장자야, 너는 그 행이 서원을 넘어서는구나. 보살의 보시는 그 마음이 항상 평등하니라.
장자야, 알아야 한다. 보살이 보시할 때는 하늘들이 찾아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족성자야, 알아야 한다. 이 자는 계율을 지키는 사람이요, 이 자는 계율을 범한 사람이다. 이 사람에게 보시하면 복을 많이 얻고, 이 사람에게 보시하면 복을 적게 얻을 것이다.’
그러나 보살은 끝내 ‘이 사람에게 보시하고 이 사람에게는 보시하지 말자’ 는 마음이 없느니라. 이처럼 보살은 마음을 굳게 가져 옳고 그르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또 이 자는 계율을 지킨다고 말하지도 않고 이 자는 계율을 범하였다고도 말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장자야, 평등하게 보시할 것을 늘 명심하라. 오랜 세월 동안 한량없는 복을 받으리라.”

이때 사자 장자는 여래의 교훈을 생각하고 여래를 오래도록 바라보면서 그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곧 법안(法眼)이 깨끗해졌다. 그리고 사자 장자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세존의 발에 예배하고 물러갔다.

장자가 떠난 지 오래지 않아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저 사자 장자는 평등한 보시를 생각하기 때문에, 여래를 머리에서 발끝까지 자세히 바라보고 그 자리에서 곧 법안이 깨끗해졌느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의 우바새 가운데 평등하게 보시하기로 첫째가는 제자는 이른바 사자 장자가 바로 그 사람이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향하였다.

[ 6 ]3)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열성(羅閱城 가란타죽원(迦蘭陀竹園)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존자 사리불은 기사굴산(耆闍崛山)의 으슥한 곳에서 헌 누더기 옷을 깁고 있었다.
이때 범가이천(梵迦夷天) 만 명이 범천(梵天)에서 사라져 사리불 앞에 나타나서는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모두 둘러서서 모시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가장 으뜸인 분께 귀의합니다.
가장 거룩한 분께 귀의합니다.
저희는 지금 모르겠습니다.
어떤 선정에 의지하고 계시는지.

만 명의 범가이천이 이렇게 말했을 때 사리불은 잠자코 인가하였다. 이때 하늘들은 사리불이 잠자코 인가하는 것을 보고 곧 발에 예배하고 물러갔다. 하늘들이 떠난 지 오래지 않아 사리불은 곧 금강삼매(金剛三昧)에 들었다.

이때 두 귀신이 있었으니, 하나는 이름이 가라(伽羅)요, 다른 하나는 이름이 우파가라(優波伽羅)였다. 비사문(毗沙門)천왕은 그들을 비류륵(毗留勒)천왕에게 보내 인간과 천상의 일을 의논하려 하였다.
이때 두 귀신은 그 허공으로 날아가다가 사리불이 가부좌하고는 생각을 앞에 두고 마음이 고요히 안정된 모습으로 앉아 있는 것을 멀리서 보았다. 가라 귀신은 우파가라에게 말하였다.
“나는 지금 주먹으로 저 사문머리를 칠 수 있다.”

우파가라는 말하였다.
“너는 저 사문의 머리를 칠 생각을 내지 말라. 왜냐하면 저 사문은 아주 신비스러운 덕과 큰 위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 존자의 이름은 사리불로서, 세존의 제자 중에 지혜롭고 재주가 많기로 저 사람을 능가할 자가 없다. 그는 제자 중에서 지혜가 가장 뛰어난 자이다. 만일 그렇게 하면 너는 오랜 세월 동안 한량없는 고통을 받을 것이다.”

그래도 그 귀신은 두 번 세 번 거듭 말하였다.
“나는 저 사문의 머리를 때릴 수 있다.”

우파가라는 말하였다.
“만일 네가 내 말을 듣지 않겠다면 너는 여기 있어라. 나는 너를 두고 여기를 떠나겠다.”

나쁜 귀신 가라는 말하였다.
“너는 저 사문이 두려운가?”

우파가라는 말하였다.
“나는 정말 두렵다. 만일 네가 손으로 저 사문을 때리면 이 땅은 두 조각이 날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때 사나운 바람에 억수같은 비가 쏟아져 땅이 진동하고 하늘들은 놀랄 것이다. 땅이 진동하면 사천왕도 놀라고 두려워할 것이요, 사천왕이 알면 우리는 여기서 편히 살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쁜 귀신은 말하였다.
“나는 지금 사문을 욕보일 수 있다”
착한 귀신은 그 말을 듣고 곧 그를 두고 떠났다.

그때 그 나쁜 귀신은 곧 손으로 사리불의 머리를 쳤다. 그러자 천지가 크게 진동하고 사방에서 사나운 바람이 일며 억수같은 비가 쏟아지며 땅이 곧 두 조각으로 갈라졌다. 그리고 그 나쁜 귀신은 온몸이 지옥에 떨어졌다.
그때 존자 사리불은 삼매에서 깨어나 옷매무새를 바르게 하고 기사굴산에서 내려와 죽원으로 갔다. 그는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으로 앉았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요즘 몸에 병은 없는가?”

사리불은 아뢰었다.
“몸에는 평소 병이 없는데, 머리가 좀 아픕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가라 귀신이 손으로 네 머리를 쳤구나. 만일 그 귀신이 손으로 수미산을 쳤다면 수미산은 두 조각이 났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귀신은 매우 힘이 세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 그 죄의 과보로 온몸이 아비지옥에 떨어졌느니라.”

그때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참으로 기이하고,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금강삼매의 힘이 이토록 대단하다니. 그 삼매의 힘 때문에 다치지 않은 것이다. 설사 수미산으로 그 머리를 쳤더라도 끝내 털끝 하나 움직이지 못하였을 것이다.
비구들아 들어라. 내 이제 그 이유를 설명하리라. 이 현겁 중에 부처님이 계셨으니, 그 이름은 구루손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이셨다. 그 부처님에게 두 성문이 있었으니, 하나는 이름이 등수(等壽)요, 다른 하나는 이름이 대지(大智)였다.
비구 등수는 신통이 제일이었고, 비구 대지는 지혜가 제일이었다. 그것은 마치 오늘날 나의 제자 사리불이 지혜가 제일이요, 목건련은 신통이 제일인 것과 같았느니라.
그때 등수와 대지 두 비구는 모두 금강삼매를 얻었다. 어느 때에 등수 비구는 한적한 곳에서 금강삼매에 들어 있었다. 이때 소먹이는 사람ㆍ염소먹이는 사람ㆍ나무하는 사람들은 이 비구가 좌선하는 것을 보고 저희끼리 이렇게 말하였다.
“이 사문은 죽었다.”
그래서 목동과 나무꾼들은 곧 섶나무를 모아 비구의 몸 위에 쌓아 불을 붙이고는 그를 두고 떠나버렸다.

이때 등수 비구는 곧 삼매에서 깨어나 옷매무새를 바르게 하고는 곧 그 자리를 떠났다. 그는 그날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마을에 들어가 걸식하였다. 이때 여러 나무꾼들은 이 비구가 마을에서 걸식하는 것을 보고 저희끼리 말하였다.
‘저 비구는 어제 죽어 있었다. 그래서 우리가 화장하였는데 오늘 저렇게 다시 살아났다. 우리 저분을 다시 살아난 분[還活]이라 부르자.’
비구들아, 만일 어떤 비구가 금강삼매를 얻는다면 불로 태울 수 없고 칼로 벨 수 없으며 물로 쓸려 보낼 수도 없어 남의 해침을 받지 않을 것이다.
비구들아, 금강삼매의 위덕(威德)은 이와 같은데, 지금 이 사리불이 그 삼매를 얻었다. 사리불 비구는 항상 공삼매(空三昧)와 금강삼매, 두 곳에서 노니느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아, 부디 방편을 구해 금강삼매를 얻도록 하라. 비구들아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계속 말씀하셨다.
“내 너희들에게 가르쳐 주리라. 저 사리불 비구의 지혜는 큰 지혜ㆍ분별하는 넓은 지혜ㆍ끝이 없는 지혜ㆍ빠른 지혜ㆍ두루 노니는 지혜ㆍ날카로운 지혜ㆍ매우 깊은 지혜ㆍ끓는 지혜이니라.
또 그는 욕심이 적어 만족할 줄 알고, 고요하면서 용맹스러우며, 생각이 흩어지지 않고, 계율을 성취하고, 삼매를 성취하고, 지혜와 해탈과 해탈지견을 성취하였느니라.
부드럽고 온화해 다툼이 없고, 나쁜 말재주를 버렸으며, 모든 말을 삼가고, 악을 떠난 것을 칭찬하며, 항상 여의기를 생각하고, 중생들을 가엾이 여기며, 바른 법을 치성하게 일으켜 남을 위해 설법하되 싫어할 줄 모르느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을 읊으셨다.
만 명의 여러 하늘 사람들
그들은 모두 범가이천
스스로 사리불에게 귀의하였네.
저 영취산 꼭대기에서.

가장 으뜸인 분께 귀의합니다.
가장 거룩한 분께 귀의합니다.
저희는 지금 모르겠습니다,
어떤 선정에 의지하고 계시는지.

이처럼 꽃과 같은 그 제자
부처님 깨달음의 나무를 장엄하였으니
마치 저 하늘의 주도원(晝度園)인 듯
그 즐거움 다시 견줄 데 없네.

“꽃과 같은 제자란 바로 이 사리불 비구를 말한 것이다. 왜냐하면 능히 부처님의 나무를 장엄하기 때문이다. 깨달음의 나무란 바로 여래를 말하는 것이니, 여래는 능히 일체 중생을 덮어 주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아, 항상 부지런히 용맹 정진하여 사리불처럼 되려고 생각하라. 비구들아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때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주석
1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장아함경』 첫 번째 소경인 「대본경(大本經)」과 송(宋) 시대 법천(法天)이 한역한 『비바시불경(毗婆尸佛經)』과 『불설칠불경(佛說七佛經)』과 역자를 알 수 없는 『칠불부모성자경(七佛父母姓字經)』이 있다.
2 고려대장경에는 일만(一萬)으로 되어 있는데, 신수대장경 각주에 의하면 “성본(聖本)에는 일만(一萬)이 이만(二萬)으로 되어 있다”고 하였으며, 앞에서 구나함모니의 수명을 4만 세로 밝혔으므로 성본에 따라 2만으로 번역하였다.
3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50권 1,330번째 소경인 「가타경(伽吒經)」과 『별역잡아함경』 제16권 329번째 소경이 있다.

증일아함경 제46권

동진 계빈 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김월운 번역

49. 방우품(放牛品)1)①

[ 1 ]2)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소치는 아이가 열한 가지 법을 성취한다면 그 소들은 마침내 성장하지 못하고 그는 그 소들을 보호하지 못할 것이다.
열한 가지란 무엇인가? 이른바, 소치는 사람이 그 형체를 분별하지 못하고, 그 모양을 알지 못하며, 긁어서 떨어내야 하는데 긁어서 떨어내지 않고, 상처를 감싸주지 않으며, 때맞춰 연기를 피워주지 않고, 좋은 풀이 무성한 좋은 풀밭을 알지 못하며, 안온한 곳을 알지 못하고, 소가 건너야 할 지점을 알지 못하며, 적당한 때를 알지 못하고, 젖을 짤 때에 남겨두지 않고 다 짜는 것이다. 그럴 때는 부릴 만한 큰 소도 때를 따라 보호할 수 없을 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이 이른바 ‘소치는 사람이 이 열한 가지 법을 성취한다면 끝내 그 소를 기를 수 없고 그 몸을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이니라.

이제 이 대중 가운데 있는 비구들도 그와 같아서 끝내 이익되는 바가 없을 것이다. 열한 가지란 어떤 것인가? 이른바 비구가 그 색(色)을 분별하지 못하고, 그 모양을 알지 못하며, 긁어 떨어내야 할 것을 긁어 떨어내지 않고, 상처를 감싸주지 않으며, 때맞춰 연기를 피우지 않고, 풀이 무성한 좋은 풀밭을 알지 못하며, 건너야 할 곳을 알지 못하고, 안온한 곳을 알지 못하며, 적당한 때를 알지 못하고, 음식을 남겨 둘 줄 모르며, 장로 비구들을 공경히 대접하지 않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비구가 색을 알지 못한다는 것인가? 이에 비구가 4대와 4대로 이루어진 색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면, 그것이 비구가 그 색을 분별하지 못하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비구가 그 모양을 분별하지 못하는 것인가? 이에 비구가 어리석은 행과 지혜로운 행을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면, 그것이 비구가 그 모양을 분별하지 못하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비구가 긁어 떨어내야 할 것을 긁어 떨어내지 않는 것인가? 이에 비구가 눈으로 빛깔을 보고는 곧 빛깔이라는 생각을 일으켜 온갖 어지러운 생각을 가지고, 또 눈을 단속하지 못하고 생각을 잘 거두어 잡지 않아 온갖 재앙을 만들고 눈을 보호하지 못한다면, 그와 마찬가지로 비구가 귀로 소리를 듣고, 코로 냄새를 맡으며, 혀로 맛을 보고, 몸으로 감촉을 느끼며, 뜻으로 법을 알고는 온갖 어지러운 생각을 일으키고 또 뜻을 보호하지 못해 그 행을 고치지 못한다면, 그것이 비구가 긁어 떨어내야 할 것을 긁어 떨어내지 않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비구가 상처를 감싸주지 않는 것인가? 이에 비구가 탐욕을 일으키고는 그것을 떠나지 않고 또 그 생각을 버리지 않으면, 또 성냄과 해치려는 생각을 일으키고 온갖 악하고 선하지 않은 생각을 일으키고는 끝내 그것을 버리지 않으면, 그것이 비구가 상처를 감싸주지 않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비구가 때맞춰 연기를 피우지 않는 것인가? 이에 비구가 읊고 외운 법을 때맞춰 남에게 설법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비구가 때맞춰 연기를 피우지 않는 것이다.

어떤 것이 비구가 풀이 무성한 좋은 풀밭을 알지 못하는 것인가? 이에 비구가 4의지(意止)3)를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면, 그것이 비구가 풀이 무성한 좋은 풀밭을 알지 못하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비구가 건너야 할 지점을 알지 못하는 것인가? 이에 비구가 현성의 8품도를 알지 못하면, 그것이 비구가 건너야 할 지점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비구가 사랑할 바를 알지 못하는 것인가? 이에 비구가 12부경, 즉 계경(契經)ㆍ기야(祇夜)ㆍ수결(授決)ㆍ게(偈)ㆍ인연(因緣)ㆍ본말(本末)ㆍ방등(方等)ㆍ비유(譬喩)ㆍ생경(生經)ㆍ설(說)ㆍ광보(廣普)ㆍ미증유법(未曾有法)을 알지 못하면,그것이 비구가 사랑할 바를 알지 못하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비구가 적당한 때를 알지 못하는 것인가? 이에 비구가 천한 집이나 도박장을 왕래한다면, 그것이 비구가 적당한 때를 알지 못하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비구가 남겨두지 않는 것인가? 이에 비구가 신심이 있는 범지나 우바새의 초청을 받았을 때 음식에 탐착하여 만족할 줄을 모르면, 그것이 비구가 남겨두지 않는 것이다.

어떤 것이 비구가 장로와 덕이 높은 비구들을 공경하지 않는 것인가? 이에 비구가 덕망이 있는 사람에 대해 공경하는 마음을 내지 않으면 그런 비구는 범하는 일이 많으니, 그것이 이른바 비구가 장로를 공경하지 않는 것이니라.
만일 비구가 이 열한 가지 법을 성취한다면, 그는 끝내 이 법 안에서 많은 이익을 얻지 못할 것이니라.

또 만일 소치는 사람이 열한 가지 법을 성취한다면, 그는 그 소들을 보호하고 때를 놓치지 않을 수 있어 많은 이익을 얻을 것이다. 열한 가지란 어떤 것인가? 이에 소치는 사람이 그 형체를 알고, 그 모양을 분별하며, 긁어 떨어내야 할 것을 긁어 떨어내고, 그 상처를 감싸주며, 때맞춰 연기를 피우고, 풀이 무성한 좋은 풀밭을 알며, 건너기에 요긴한 곳을 알고, 그 소를 사랑하며, 적당한 때를 분별하고, 그 성품과 행실을 알며, 젖을 짤 때에 남겨둘 줄을 알고, 또 때를 따라 부릴만한 놈을 보호할 줄을 아는 것이다. 이렇게 소치는 사람은 소를 보호할 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이 이른바 ‘만일 소치는 사람이 열한 가지 법을 성취하여 그 시기를 놓치지 않으면 결코 손해 보지 않는다’는 것이니라.

이와 같이 비구도 만일 열한 가지 법을 성취한다면 현세에서 많은 이익을 얻을 것이다. 열한 가지 법이란 어떤 것인가? 이에 비구가 색(色)을 알고, 모양을 알며, 긁어 떨어낼 줄 알고, 상처를 감쌀 줄 알며, 연기를 피울 줄 알고, 풀이 무성한 좋은 풀밭을 알며,사랑할 바를 알고, 길을 가릴 줄 알며, 건널 곳을 알고, 음식에 만족할 줄을 알며, 장로 비구를 공경히 받들어 때를 따라 예배할 줄을 아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비구가 색을 아는 것인가? 이에 비구가 4대와 4대로 만들어진 색을 알면, 그것이 비구가 색을 아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비구가 모양을 아는 것인가? 이에 비구가 어리석은 모양과 지혜로운 모양을 사실 그대로 알면, 그것이 비구가 모양을 아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비구가 긁어 떨어낼 줄 아는 것인가? 이에 비구가 욕심이 일어났을 때 그것을 생각해 버릴 줄 알고 애쓰지 않아 영원히 욕심이 없게 된다면, 또 성냄과 해칠 생각과 온갖 악하고 착하지 않은 생각이 일어났을 때 그것을 생각해 버릴 줄을 알고 애쓰지 않아 영원히 성냄이 없게 된다면, 그것이 비구가 긁어 떨어낼 줄 아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비구가 상처를 감쌀 줄 아는 것인가? 이에 비구가 눈으로 빛깔을 보더라도 빛깔이란 생각을 일으키지 않고 또 집착하지도 않아 감각기관인 눈을 깨끗이 하며, 근심ㆍ걱정과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없애 마음으로 탐하거나 즐거워하지 않고 거기서 감각기관인 눈을 보호한다면, 이와 마찬가지로 비구가 귀로 소리를 듣고, 코로 냄새를 맡으며, 혀로 맛을 보고, 몸으로 감촉을 느끼며, 뜻으로 법을 알더라도 안다는 생각을 일으키지 않고 또 집착하지도 않아 감각기관인 뜻을 깨끗이 한다면, 그것이 비구가 상처를 감쌀 줄 아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비구가 연기를 피울 줄 아는 것인가? 이에 비구가 들은 바 법을 사람들을 위해 널리 설법하면, 그것이 비구가 연기를 피울 줄 아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비구가 풀이 무성한 좋은 풀밭을 아는 것인가? 이에 비구가 현성의 8품도를 사실 그대로 알면, 그것이 비구가 풀이 무성한 좋은 풀밭을 아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비구가 사랑할 바를 아는 것인가? 이에 비구가 여래가 설한 법보를 듣고 마음으로 사랑하고 즐거워하면, 그것이 비구가 사랑할 바를 아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비구가 갈 길을 가리는 것인가? 이에 비구가 12부경, 즉 계경ㆍ기야ㆍ수결ㆍ게ㆍ인연ㆍ본말ㆍ방등ㆍ비유ㆍ생경ㆍ설ㆍ광보ㆍ미증유법을 가려서 행하면 그것이 비구가 길을 가릴 줄 아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비구가 건너는 지점을 아는 것인가? 이에 비구가 4의지를 알면, 그것이 비구가 건너는 지점을 아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비구가 음식에 만족할 줄을 아는 것인가? 이에 비구가 신심이 있는 범지나 우바새가 찾아와 초청했을 때에 그 음식을 탐하지 않고 만족할 줄을 알면, 그것이 비구가 만족할 줄 아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비구가 때를 따라 장로 비구를 공경히 받드는 것인가? 이에 비구가 항상 몸과 입과 뜻의 착한 행으로써 여러 장로 비구를 대하면, 그것이 비구가 때를 따라 장로 비구를 공경히 받드는 것이니라.
이와 같은 열한 가지 법을 성취하면 현세에서 많은 이익을 얻을 것이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소를 먹이되 방일하지 않으면
그 주인은 큰 복을 얻으리라.
여섯 마리 소도 6년이면
점점 불어나 60마리 소가 되리.

만일 비구가 계율을 성취하고
선정에 있어서 자재를 얻어
여섯 감각기관이 고요해지면
6년 동안에 여섯 신통 얻으리.

이와 같이 비구들아, 만일 어떤 사람이 능히 나쁜 법을 떠나 열한 가지 법을 성취한다면, 그는 현세에서 많은 이익을 얻을 것이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2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비구가 열한 가지 법을 성취하면 반드시 성장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열한 가지 법이란 어떤 것인가?
이에 비구가 계율을 성취하고, 삼매를 성취하며, 지혜를 성취하고, 해탈을 성취하며, 해탈지견을 성취하고, 모든 감각기관이 고요하며, 음식에 만족할 줄을 알고, 항상 공법(共法)을 닦으며, 또 그 방편을 알고, 그 뜻을 분별하며, 이양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이와 같이 비구가 이 열한 가지 법을 성취한다면, 그는 크게 자랄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일체 모든 행에 바로 이 열한 가지 법이 있기 때문이니라.”

이때 아난이 세존께 아뢰었다.
“무슨 까닭입니까? 진실로 거기서 벗어나는 것이 없는 열한 가지 법이 있습니까? 무엇이 그 열한 가지입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이른바 열한 가지란 아란야에서 살고, 걸식하며, 한 곳에 앉고, 하루 한 끼만 먹으며, 한 낮에 먹고, 집을 가려 걸식하지 않으며, 세 가지 법의만 입고, 나무 밑에 앉으며, 한적한 곳 한데에 앉고, 기운 누더기 옷을 입으며, 혹은 무덤가에서 사는 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이 이른바 ‘어떤 사람이 열한 가지 법을 성취하면 곧 이르는 곳이 있을 것이다’는 것이니라. 나는 거듭 너에게 말한다. 만일 어떤 사람이 11년 동안 이 법을 공부한다면, 그는 현재의 몸으로 아나함을 이룰 것이요, 몸을 바꾸면 곧 아라한을 이룰 것이다.
비구들아, 11년은 고사하고 9년, 8년, 7ㆍ6ㆍ5ㆍ4ㆍ3ㆍ2ㆍ1년 동안만이라도 이 법을 공부한다면 곧 아나함이나 혹은 아라한, 두 과위(果位)를 이룰 것이다. 또 1년은 고사하고 한 달 동안만 그 법을 수행하더라도 그 비구는 아나함이나 혹은 아라한의 두 과위를 이룰 것이다. 왜냐하면 12인연 즉 태어남ㆍ늙음ㆍ병듦ㆍ죽음ㆍ근심ㆍ걱정ㆍ괴로움ㆍ번민이 모두 이 열한 가지 법 가운데서 나오기 때문이니라.

나는 이제 너희들에게 말하나니, 너희들은 가섭 비구 같은 사람이 되라. 만일 어떤 사람이 남들이 꺼리고 괴롭게 여기는 법을 수행한다면 그런 행에는 미치기 어렵다. 왜냐하면 가섭 비구는 이 열한 가지 법을 성취하였기 때문이니라.
너희들은 알아야 한다. 과거의 다살아갈(多薩阿竭)4)께서도 등정각을 이루고 이 열한 가지 법을 성취하셨느니라.
지금 가섭 비구는 일체 중생을 모두 가엾이 여긴다. 만일 과거의 여러 성문들을 공양하면 후생에서야 비로소 그 과보를 받겠지만 만일 가섭을 공양한다면 현재의 몸으로 곧 그 과보를 받을 것이다.
만일 내가 무상등정각(無上等正覺)을 이루지 못했더라면 훗날 분명 가섭으로 말미암아 등정각을 이루었을 것이다. 이런 인연으로 가섭 비구는 과거의 여러 성문들보다 뛰어나느니라. 그러므로 가섭 비구와 같은 이가 있다면 그는 곧 우두머리 보살이 될 것이다.
비구들아,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3 ]5)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무수한 중생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설법하고 계셨다.
이때 사리불은 많은 비구들을 거느리고 경행하고 있었고, 대목건련ㆍ대가섭ㆍ아나율ㆍ리월ㆍ가전연ㆍ만원자ㆍ우바리ㆍ수보리ㆍ라운ㆍ아난 비구 등도 각각 많은 비구들을 거느리고 서로 즐거워하고 있었으며, 제바달두(提婆達兜) 역시 많은 비구들을 거느리고 경행하고 있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신통력이 있는 여러 제자들이 각각 그 무리들을 거느리고 경행하는 모습을 지켜보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의 근기와 성정은 서로 비슷한 점이 있어 착한 이는 착한 이와 서로 어울리고, 나쁜 이는 나쁜 이와 서로 어울린다. 비유하면 마치 젖은 젖과 서로 어울리고 소(酥)는 소와 서로 어울리며 똥은 똥오줌과 서로 어울리는 것처럼, 중생의 근기와 행하는 법이 각각 서로 어울리는 것도 그와 같아서, 착한 이는 착한 이와 서로 어울리고 나쁜 이는 나쁜 이와 서로 어울리는 것이다. 너희들은 사리불 비구가 모든 비구들을 거느리고 경행(經行)하는 것을 보는가?”

비구들이 아뢰었다.
“예, 봅니다.”

“저 사람들은 모두 지혜로운 이들이니라.”

또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저 목련 비구가 여러 비구들을 거느리고 경행하는 것을 보는가?”

비구들은 아뢰었다.
“예, 봅니다.”

“저 비구들은 모두 신통을 갖춘 선비들이니라.”

또 물으셨다.
“너희들은 저 가섭이 여러 비구들을 거느리고 경행하는 것을 보는가?”

비구들은 아뢰었다.
“예, 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저 여러 상사(上士)들은 다 11두타행법(頭陀行法)6)을 실천하는 사람들이니라.”

또 물으셨다.
“너희들은 저 아나율 비구를 보는가?”

비구들이 아뢰었다.
“예, 봅니다.”

“저 여러 현사(賢士)들은 모두 천안으로 제일이니라.”

또 물으셨다.
“너희들은 저 리월 비구를 보는가?”

비구들이 아뢰었다.
“예, 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저 사람들은 다 선정에 든 사람들이니라.”

또 물으셨다.
“너희들은 저 가전연 비구를 보는가?”

비구들이 아뢰었다.
“예, 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저 상사들은 다 이치를 분별할 줄 아는 사람들이니라.”

또 물으셨다.
“너희들 저 만원자 비구를 보는가?”

비구들 아뢰었다.
“예, 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저 여러 현사들은 다 설법을 잘하는 사람들이니라.”

또 물으셨다.
“너희들은 저 우바리가 여러 비구들을 거느리고 경행하는 것을 보는가?”

비구들이 아뢰었다.
“예, 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저 사람들은 다 계율을 가지는 사람들이니라.”

또 물으셨다.
“너희들은 저 수보리 비구를 보는가?”

비구들이 아뢰었다.
“예, 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저 여러 상인(上人)들은 공을 이해함에 있어 제일이니라.”

또 물으셨다.
“너희들은 저 라운 비구를 보는가?”

비구들은 아뢰었다.
“예, 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저 여러 현사들은 다 계를 완전히 갖춘 선비들이니라.”

또 물으셨다.
“너희들아, 저 아난 비구를 보는가?”

비구들은 아뢰었다.
“예, 봅니다.”

“저 여러 현사(賢士)들은 다 많이 들음에 있어 제일이라서 한 번 들은 것은 잊지 않느니라.”

또 물으셨다.
“너희들은 저 제바달두 비구가 여러 사람들을 거느리고 경행하는 것을 보는가?”

비구들이 아뢰었다.
“예, 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저 사람들은 악의 우두머리로서 선의 근본이 없느니라.”

그때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읊으셨다.
나쁜 벗이나 어리석은 이
그런 자들과 함께하지 말고
착한 벗이나 지혜로운 이
그런 자들과 더불어 사귀어라.

본래는 악하지 않았던 사람도
악한 사람을 가까이하면
뒤에는 반드시 악의 인을 이루어
나쁜 이름이 천하에 퍼지리라.

그때 제바달두의 제자 30여 명은 세존의 이 게송을 듣고, 곧 제바달두를 버리고 세존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무거운 죄의 용서를 구하면서 세존께 아뢰었다.
“저희들이 어리석고 미혹하여 참과 거짓을 분별하지 못하고는 착한 벗을 버리고 나쁜 벗을 가까이하였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용서하소서. 다시는 범하지 않겠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희들의 참회를 받아 주니, 과거를 고치고 미래를 닦아 다시는 범하지 말도록 하라.”
이때 제바달두의 제자들은 세존의 교훈을 받들고 한적한 곳에서 묘한 이치를 사유하면서 자신을 극복하며 법을 닦았다. 그래서 족성자들이 수염과 머리를 깎고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목적대로 위없는 범행을 닦으려 하였다.
그때 그 비구들은 모두 아라한이 되었다.

“비구들아, 알아야 한다. 중생의 근본은 끼리끼리 어울리기 마련이라 악한 이는 악한 이와 서로 따르고, 선한 이는 선한 이와 서로 따르는 것이다. 과거나 미래 중생들의 근본 또한 그러하여 끼리끼리 서로 따르느니라. 그것은 마치 깨끗한 것은 깨끗한 것과 서로 어울리고, 더러운 것은 더러운 것과 서로 어울리는 것과 같으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아, 깨끗한 이와 서로 어울리고 깨끗하지 않은 이는 멀리 여의는 것을 배우도록 하라. 비구들아,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때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4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구류사(拘留沙)의 법행성(法行城)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상사리불(象舍利弗)7)은 법복을 버리고 속인 생활로 돌아갔다. 어느 때 아난은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성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차츰 상사리불의 집에 이르게 되었다. 이때 상사리불은 두 여자의 어깨에 기대어 있었다. 아난은 멀리서 그 모습을 보고 우울해하며 매우 불쾌히 생각하였다. 상사리불은 아난을 보고 너무도 창피스러워 딴 자리로 옮겨 앉았다.

아난은 걸식을 마치고 성을 나와 세존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아뢰었다.
“저는 아까 성에 들어가 걸식하면서 차츰 상사리불 집에까지 이르렀다가, 그가 양쪽으로 여자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저는 그것을 보고 너무도 우울했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그것을 보고 어떤 마음이 들었느냐?”

아난은 아뢰었다.
“저는 생각하였습니다.
‘상사리불은 열심히 정진하고 들은 것이 많았으며, 성품과 행실이 부드럽고 온화하였고, 항상 범행인들을 위해 설법하며 싫어할 줄 몰랐었는데, 어째서 지금은 법복을 버리고 세속 생활을 즐기는 걸까?’
그래서 저는 그를 보고 너무도 우울했습니다. 그리고 그 상사리불은 큰 신력과 한량없는 위덕이 있었습니다. 저는 ‘일찍이 그가 석제환인과 변론하는 것을 보았었는데 왜 지금은 애욕을 즐기며 악을 행하는 걸까?’고 생각하였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렇다. 아난아, 네 말과 같다. 그는 아라한이 아닐 뿐이다. 무릇 아라한이라면 결코 법복을 버리고 세속 생활을 즐기지는 않는다. 아난아, 너는 지금 우울해할 것 없다. 상사리불은 지금부터 이레 뒤에 다시 이곳으로 와서 번뇌를 없애고 번뇌 없는 행을 이룰 것이다. 상사리불은 전생의 업에 끌려 그렇게 되었을 뿐이다. 이제 행이 완전히 갖추어지면 반드시 번뇌를 없앨 것이다.”

그때 상사리불은 이레 뒤에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리고 잠시 뒤 물러앉아 세존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끝자리에 앉아 사문의 행을 닦도록 허락하소서.”
그때 상사리불 비구는 곧 사문이 되었고 그 자리에서 아라한이 되었다.

이때 상사리불은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성에 들어가 걸식하였다. 어떤 범지는 상사리불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석종의 제자들은 없는 곳이 없고 안가는 곳이 없다. 그리고 우리들이 행하는 주술을 멸망시킨다. 나는 이제 이 성 사람들에게 저 사문의 허물을 폭로하리라.’
그리하여 그 범지는 성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혹 상사리불을 보았는가? 그는 옛날 ‘나는 아라한이다’라고 스스로 일컫다가 중간에 법복을 버리고 세속 생활로 도로 돌아가 다섯 가지 욕망을 누리던 사람이다. 이제 다시 사문이 되어 집집마다 걸식하면서 거짓으로 청렴결백한 척하지만 여자들만 보면 욕정을 일으킨다. 그래서 동산으로 돌아가서도 여색만을 생각하며 마음에서 지워버리지 못한다.
마치 약한 나귀가 짐을 질 수 없어 가만히 누워 있는 것처럼, 저 석종의 제자도 그와 같이 거짓으로 걸식하는 척하지만 여자들만 보면 이리 저리 궁리한다.”

이때 상사리불은 이 범지가 비방하는 소리를 듣고 곧 생각하였다.
‘이 사람이 매우 어리석어 질투하는 마음을 내는구나. 그리고 남이 이양(利養)을 얻는 것을 보면 아까워하고 시기하지만, 자기가 이양을 얻으면 곧 기쁜 마음으로 속인 시주에게 찾아가 남을 비방한다. 나는 이제 그가 악을 짓지 못하도록 제어해 그로 하여금 한량없는 죄를 받지 않도록 하리라.’

그때 상사리불은 공중으로 날아올라 범지에게 말하였다.
안목도 없고 교묘한 방편도 없이
나쁜 생각으로 범행을 헐뜯는구나.
쓸데없는 일을 스스로 지으면
오래도록 지옥의 고통 받으리.

상사리불은 이 게송을 마치고 곧 스스로 물러나 머물던 곳으로 돌아갔다.

그때 성 사람들은 그 범지가 비방하는 말을 듣고, 또 상사리불의 게송을 듣고는 제각기 생각하였다.
‘만일 범지의 말과 같다면 나중에 신통을 나타내 보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가 법복을 버리고 세속 생활로 돌아간 것도 보았다.’
이때 많은 사람들은 서로를 이끌고 상사리불에게 찾아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물었다.
“혹 아라한이 법복을 버리고 세속 생활로 도로 돌아가는 일도 있습니까?”

상사리불은 대답하였다.
“아라한이 법복을 버리고 세속 생활로 도로 돌아가는 일은 없다.”

그들은 아뢰었다.
“그러면 아라한은 혹 전생 인연으로 말미암아 계율을 범하기도 합니까?”

상사리불은 대답하였다.
“이미 아라한이 되었다면 계율을 범하지 않는다.”

그들은 다시 아뢰었다.
“배우는 단계에 있는 사람은 전생 인연으로 말미암아 계율을 범합니까?”

상사리불은 대답하였다.
“배우는 단계에 있는 사람이라면 전생 인연으로 말미암아 계율을 범하는 수가 있다.”

그들은 다시 아뢰었다.
“존자께서는 전에 아라한으로서 법복을 버리고 세속 생활로 돌아가 다섯 가지 욕망을 스스로 누리다가 왜 지금 다시 출가하여 도를 배우십니까? 본래는 신통이 있었는데 지금은 왜 그렇습니까?”

그때 상사리불은 곧 다음 게송을 읊었다.
세속 선정에 아무리 노닐더라도
끝내 번뇌를 벗어나지 못하네.
멸진(滅盡)의 도를 얻지 못하면
다섯 가지 욕망을 다시 익힌다.

섶나무가 없으면 불붙지 않고
뿌리 없으면 가지 생기지 않고
석녀(石女)는 아이를 밸 수 없듯이
아라한은 번뇌를 받지 않는다.

그때 사람들이 상사리불에게 물었다.
“존자께선 전에 아라한이 아니었습니까?”

상사리불은 대답하였다.
“나는 전에 아라한이 아니었다. 거사들이여, 알아야 한다. 다섯 가지 신통[五通]8)과 여섯 가지 신통[六通]9)은 각기 다르다. 내 이제 열한 가지 신통을 설명하리라. 대개 다섯 가지 신통을 가진 선인은 욕계의 욕망이 이미 다해 혹 위의 세계에 태어나기도 하지만 다시 욕계(欲界)로 떨어지게 된다. 그러나 여섯 가지 신통을 가진 여래의 제자 아라한은 번뇌가 다한 신통을 얻어 곧 무여열반(無餘涅槃)의 세계에서 반열반하느니라.”

그들은 아뢰었다.
“저희가 상사리불님의 말씀을 살펴보면, 이 세상에는 법복을 버리고 세속 생활로 돌아가는 아라한은 없다고 하셨습니다.”

상사리불은 대답하였다.
“그렇다. 너희들 말과 같다. 법복을 버리고 세속 생활로 도로 돌아가는 아라한은 없다. 아라한이 행하지 않는 열한 가지 법이 있다. 열한 가지란 어떤 것인가?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결코 법복을 버리고 세속 생활로 도로 돌아가지 않는다.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결코 더러운 행을 익히지 않는다.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결코 살생하지 않는다.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결코 도둑질하지 않는다.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결코 음식을 남기지 않는다.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결코 거짓말하지 않는다.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결코 무리를 지어 서로 돕지 않는다.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결코 추악한 말을 하지 않는다.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끝내 의심이 없다.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결코 두려워하지 않는다.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결코 다른 스승에게 배우지 않고, 또 다시 태를 받지도 않는다.
여러분, 이것이 이른바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결코 열한 가지 경우에 처하지 않는다’는 것이니라.”

그들은 아뢰었다.
“저희들이 존자의 말을 듣고 외도 이학을 관찰해보니 마치 아무것도 없는 빈 병을 보는 것 같습니다. 또 지금 안의 법을 관찰해보니 마치 꿀이 담긴 병과 같아서 달고 맛있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여래의 바른 법도 그와 같습니다. 이제 저 범지는 한량없는 죄를 받을 것입니다.”

그때 상사리불은 허공으로 날아올라 가부좌하고 앉아, 곧 이런 게송을 말하였다.
서로 어느 것이 중요한 줄 모르고
저 외도들의 술수를 익히면서
서로 어지러이 싸우는 것
지혜로운 사람 그런 짓 않느니라.

그때 구류사 사람들은 상사리불에게 아뢰었다.
“그 훌륭한 변설에는 진실로 따르기 어렵습니다. 마치 장님에게 눈을 주고 귀머거리를 듣게 하는 것처럼, 지금 존자의 말씀도 그와 같아서 무수한 방편으로 법을 말씀하시어, 저희들로 하여금 오늘 여래와 법과 비구 스님들께 귀의하게 하셨습니다. 원컨대 존자께서는 저희들이 우바새가 되는 것을 허락하소서. 저희는 목숨이 다할 때까지 다시는 살생하지 않겠습니다.”

그때 상사리불은 그들을 위해 미묘한 법을 설명하여 기쁜 마음을 내게 하였다. 그들은 각각 자리에서 일어나 발아래 예배하고 떠났다.

이때 존자 아난은 범지가 상사리불을 비방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상사리불을 바로 쳐다보지도 못하겠거늘 하물며 함께 변론하겠는가?’고 생각하였다. 그는 곧 세존께 나아가 이 사실을 자세히 아뢰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평등한 아라한을 거론하자면 상사리불을 말하는 것이 옳으니라. 왜냐하면 지금 상사리불은 이미 아라한을 이루어 옛날부터 전해오는 아라한이라는 이름을 지금 다 얻었기 때문이다.
세속의 다섯 가지 신통은 진실한 행이 아니기 때문에 뒤에 반드시 도로 잃어버리게 된다. 그러나 여섯 가지 신통은 진실한 행이다. 왜냐하면 저 상사리불이 먼저는 다섯 가지 신통을 가졌다가 지금은 여섯 가지 신통을 얻었기 때문이다. 너도 상사리불을 따르도록 공부하라. 이것이 그 도리이니 부디 생각하고 받들어 행하라.”

그때 아난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5 ]10)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제 인연법(因緣法)을 설명하리니 잘 사유하고 기억해 그 행을 닦아 익히도록 하라.”

비구들은 아뢰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때 비구들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들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인연법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무명(無明)을 인연하여 행(行)이 있고, 행을 인연하여 식(識)이 있으며, 식을 인연하여 명색(名色)이 있고, 명색을 인연하여 6입(入)이 있으며, 6입을 인연하여 접촉[更樂]이 있고, 접촉을 인연하여 느낌[痛]이 있으며, 느낌을 인연하여 애욕[愛]이 있고, 애욕을 인연하여 집착[受]이 있으며, 집착을 인연하여 존재[有]가 있고, 존재를 인연하여 태어남[生]이 있으며, 태어남을 인연하여 죽음[死]이 있고, 죽음을 인연하여 근심[憂]ㆍ슬픔[悲]ㆍ괴로움[苦]ㆍ번민[惱]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리하여 5음(陰)의 몸이 이루어지느니라.

무명(無明)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괴로움을 모르고 괴로움의 발생과 괴로움의 소멸과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모르는 것이니, 이것을 무명이라 한다.

행(行)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행에는 세 가지가 있다. 어떤 것이 셋인가? 이른바 몸의 행ㆍ입의 행ㆍ뜻의 행이니, 이것을 행이라 하느니라.

식(識)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6식이니, 여섯이란 이른바 안식(眼識)ㆍ이식(耳識)ㆍ비식(鼻識)ㆍ설식(舌識)ㆍ신식(身識)ㆍ의식(意識)이다. 이것을 식이라 한다.

명(名)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느낌[痛]ㆍ생각[想]ㆍ기억[念]ㆍ접촉[更樂]ㆍ사유(思惟)이니, 이것을 명이라 한다. 색(色)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4대와 4대로 이루어진 몸이니 이것을 색이라 하며, 명과 색이 각각 다르므로 명색(名色)이라 하느니라.

6입(入)이란 무엇인가? 안의 6입이니, 여섯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안입(眼入)ㆍ이입(耳入)ㆍ비입(鼻入)ㆍ설입(舌入)ㆍ신입(身入)ㆍ의입(意入)이니, 이것을 6입이라 한다.

접촉[更樂]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여섯 가지 접촉[六更樂身]이다. 여섯 접촉이란 즉 눈[眼]ㆍ귀[耳]ㆍ코[鼻]ㆍ혀[舌]ㆍ몸[身]ㆍ뜻[意]의 접촉이니, 이것을 접촉이라 하느니라.

느낌[痛:受]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세 가지 느낌이다. 어떤 것이 셋인가? 즉 즐거운 느낌ㆍ괴로운 느낌ㆍ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은 느낌이니, 이것을 느낌이라 한다.

애욕[愛]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세 가지 욕망[三愛身]으로서 욕애(欲愛ㆍ유애(有愛)ㆍ무유애(無有愛)이니, 이것을 애욕이라 한다.
집착[受:取]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네 가지 집착이 그것이다. 어떤 것이 넷인가? 즉 애욕의 집착[欲受:欲取]ㆍ소견에 대한 집착[見受:見取]ㆍ계율에 대한 집착[戒受:戒取]ㆍ나라는 집착[我受:我取]이다. 이것을 네 가지 집착이라 한다.

존재[有]란 무엇인가? 이른바 3유(有)이다. 어떤 것이 셋인가? 욕유(欲有)ㆍ색유(色有ㆍ무색유(無色有)이니, 이것을 존재라 한다.

태어남[生]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태어남이란 어느 집에 태어나 갖가지 존재를 받아 5음을 얻고 여러 감각기관을 받는 것이니, 이것을 태어남이라 하느니라.

늙음[老]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이런저런 중생들이 그 몸에서 이가 빠지고 머리털이 세며, 기력이 쇠하고 감각기관이 문드러지며, 수명이 날로 줄어들어 본래의 정신이 없어지는 것이니, 이것을 늙음이라 한다.

죽음[死]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이런저런 중생들이 받은 몸의 온기가 없어지고 무상하게 변하여 가까이했던 다섯 가지가 제각기 흩어지며, 5음의 몸을 버리고 목숨이 끊어지는 것이니, 이것을 죽음이라 한다. 비구들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늙음ㆍ병듦ㆍ죽음이라 하느니라.
이것이 인연법으로서 그 이치를 자세히 설명한 것이다. 모든 부처 여래가 큰 자비를 일으켜 수행해야 할 일을 나는 이제 마쳤다. 너희들은 나무 밑이나 한데, 혹은 무덤 사이에서 이것을 생각하고 좌선하면서 두려워하거나 어렵게 생각하지 말라. 지금 부지런히 힘쓰지 않으면 후회하여도 소용이 없으리라.”

그때 아난이 세존께 아뢰었다.
“여래께서는 비구들을 위해 매우 심오한 인연법을 설명하셨습니다. 그러나 제가 관찰하기엔 그다지 심오한 이치가 없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쳐라, 그쳐라, 그런 생각 말라. 왜냐하면 이 12인연법은 매우 심오하고 심오해 보통 사람은 능히 밝게 깨달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나도 옛날 이 인연법을 깨닫기 전에는 생ㆍ사에 흘러 다니면서 벗어날 기약이 없었느니라.
그리고 아난아, 이 인연법을 그다지 심오하지 않다고 말한 것은 비단 오늘의 너만이 아니다. 옛날에도 그렇게 말한 사람이 있었다. 내 이제 그 사실을 말해 주리라.
지나간 세상에 수염(須焰)이라는 아수륜왕(阿須倫王)이 가만히 ‘해와 달을 붙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바다 밖으로 나가 그 몸을 아주 크게 변화시키자 바닷물이 허리춤에 왔다.

그때 그 아수륜왕의 아들 구나라(拘那羅)는 그 아버지에게 아뢰었다.
‘저도 지금 바닷물에 목욕하고 싶습니다.’
수염은 말하였다.
‘바다에 들어가 목욕하려 하지 말라. 왜냐하면 바닷물은 매우 깊고 또 넓어 결코 거기서는 목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구나라는 아뢰었다.
‘제가 지금 그 물이 대왕의 허리춤까지 밖에 오지 않는 것을 보고 있는데 왜 매우 깊다고 말씀하십니까?’
그래서 아수륜왕은 곧 아들을 들어다 바다에 넣었다. 아들은 그 발이 물밑에 닿지 않자 매우 두려워하였다. 이때 수염이 아들에게 말하였다.
‘내 아까 너에게 바닷물이 매우 깊다고 타일렀었다. 그러나 너는 두려울 것 없다고 말했다. 오직 나만이 바다에서 목욕을 할 수 있으니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때의 수염 아수륜이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달리 생각하지 말라. 그는 곧 나이니라. 그리고 그때의 그 아들은 바로 너이니라. 그때 내가 바닷물이 매우 깊다고 했을 때 너는 두려울 것 없다고 말하더니, 지금 또 매우 심오한 12인연법을 너는 그다지 심오할 것이 없다고 말하는구나. 모든 중생들은 12인연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생ㆍ사에 헤매면서 거기서 벗어날 기약이 없는 것이다. 모두들 미혹하고 행의 근본을 알지 못하여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고 저승에서 이승으로 오면서 영원히 다섯 가지 번뇌 속에 있으니, 벗어나기를 구하지만 그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니라.
나도 처음 불도를 이루었을 때 12인연을 깊이 사유하였기 때문에, 악마의 권속들을 항복 받고 무명을 없애 지혜의 밝음을 얻어 온갖 어두움이 아주 없어지고 티끌과 때가 없어졌느니라.
또 아난아, 나는 이 12인연설을 세 번 굴렸고 그렇게 했을 때 곧 도를 깨달았느니라. 이런 사실로도 12인연법은 매우 심오하고 심오한 것으로서 보통 사람이 능히 밝혀 펼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느니라.
그러므로 아난아, 마땅히 깊고 깊이 생각하여 이 12인연법을 받들어 행하라. 그와 같이 공부하려고 생각해야 하느니라.”

그때 아난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6 ]①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열성의 가란타죽원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라열성에 시라(施羅)라는 범지가 있었는데, 그는 온갖 주술을 밝게 알고 외도 이학의 경전에 기록된 천문ㆍ지리에 모두 능통하였으며 또 5백 명의 범지 동자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또 그 성에는 시녕(翅甯)이라는 이학의 선비도 있었다. 그는 아는 것이 많고 빈비사라왕(頻毗娑羅王)의 존경을 받았다. 그래서 왕은 때를 따라 공양하고 범지들이 필요로 하는 물건을 공급하였다.

그때 여래의 명성은 멀리까지 퍼져 ‘여래ㆍ지진ㆍ등정각ㆍ명행성위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도법어ㆍ천인사ㆍ불중우(佛衆祐)로서 한량없이 사람을 건지는 이가 세상에 출현하였다’고들 하였다.
그때 시녕 범지는 생각하였다.
‘여래라는 이름은 참으로 듣기 어렵다. 나는 지금 찾아가서 문안하고 예경(禮敬)하고 가까이하리라.’
이때 시녕 범지는 곧 부처님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아뢰었다.
“사문 구담의 성(姓)은 무엇입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내 성은 찰리이다.”

범지는 여쭈었다.
“여러 바라문들은 제각기 ‘우리 성이 가장 뛰어나 이보다 나은 것이 없다’고들 말합니다. 혹은 성이 희다고 말하고, 혹은 성이 검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바라문들은 스스로 범천에게서 태어났다고 일컫습니다. 지금 사문 구담께서는 무엇이라 주장하시겠습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범지여, 알아야 한다. 사람이 혼인할 때라면 반드시 호귀(豪貴)한 성을 구할 것이다. 그러나 나의 바른 법에는 높거나 낮고 옳고 그른 이름과 성이 없느니라.”

범지는 다시 아뢰었다.
“어떻습니까, 구담이시여. 타고난 성이 청정해야 법이 청정한 것 아닙니까?”

“너는 무슨 이유로 법이 청정한 것은 타고난 성이 청정하기 때문이라 하는가?”

“여러 바라문들은 제각기 ‘우리 성이 가장 뛰어나고 이보다 나은 것은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혹은 성이 희다고 하고 혹은 성이 검다고 하며, 바라문들은 스스로 ‘범천에게서 태어났다’고 일컫는 것입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만일 찰리 처녀가 바라문 집에 시집가서 사내를 나았다면 그 아이는 어느 성을 따라야 하겠는가?”

범지는 아뢰었다.
“그는 바라문 종족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아버지가 정기를 주어 그 아이가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만일 바라문 처녀가 찰리 집에 시집가서 사내를 낳았다면 그 아이는 어느 성을 따라야 하겠는가?”

범지는 아뢰었다.
“그는 찰리 종족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아버지가 정기를 주어 그 아이가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깊이 사유한 뒤에 내게 대답하라. 지금 너의 말은 앞뒤가 서로 맞지 않다. 어떤가? 범지여, 가령 나귀가 말의 꽁무니를 쫓아가 새끼를 낳았다면 그것을 말이라 하겠는가, 나귀라 하겠는가?”

범지는 아뢰었다.
“그런 종류는 나귀말[驢馬]이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나귀의 정기로 말미암아 새끼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깊이 사유한 뒤에 내게 대답하라. 너는 아까 ‘찰리 처녀가 바라문에게 시집가서 아이를 낳으면 바라문 종족이다’고 말하더니, 지금은 ‘나귀가 말을 쫓아가 새끼를 낳으면 나귀 말이다’고 말하니, 그것은 앞의 말과 어긋나지 않는가? 그리고 또 범지여, 만일 말이 나귀를 좇아가 새끼를 낳았다면 이름을 무엇이라고 하겠는가?”

범지는 아뢰었다.
“말 나귀[馬驢]라고 부를 것입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어떤가, 범지여. ‘말 나귀’와 ‘나귀 말’이 무엇이 다르겠는가? 만일 어떤 사람이 ‘보배 한 섬’이라 말하고 또 어떤 사람은 ‘한 섬의 보배’라고 말한다면 이 두 가지 말뜻에 다른 점이 있는가?”

범지는 아뢰었다.
“그것은 같은 뜻입니다. 왜냐하면 ‘보배 한 섬’과 ‘한 섬의 보배’는 그 뜻이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말나귀와 나귀 말은 그 뜻이 같으니라.”

범지는 아뢰었다.
“사문 구담께선 그렇게 말씀하시지만 바라문들은 ‘우리 성이 가장 뛰어나니 우리보다 나은 자는 없다’고 스스로 일컫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먼저는 그 어머니를 칭찬하더니 뒤에는 다시 그 아버지를 칭찬하는구나. 그러면 만일 그 아버지도 바라문 종족이요 그 어머니도 바라문 종족으로서 그들이 두 아이를 낳았다고 하자. 그 중 한 아이는 온갖 기술이 많고 보지 못한 일이 없으며, 둘째 아들은 아는 것이 없다면, 그때 그 부모는 어느 아들을 정중히 대하겠는가? 지혜로운 아들이겠는가, 아무것도 모르는 아들이겠는가?”

범지는 아뢰었다.
“그 부모는 덕이 높고 총명한 아들을 정중히 대할 것이요, 지혜 없는 아들은 정중히 대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한 아들은 모르는 일이 없고 익숙하지 않은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그 아들을 정중히 대할 것이요, 무지한 아들은 정중히 대하지 않을 것입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만일 그 두 아들 중에서 총명한 아들은 살생과 도둑질과 음행 따위의 열 가지 악한 법을 행하고, 총명하지 않은 아들은 몸과 입과 뜻의 행에 있어 열 가지 선한 법을 잘 지켜 하나도 범하는 일이 없다면, 그 부모는 어느 아들을 정중히 대하겠는가?”

범지는 아뢰었다
“그 부모는 응당 열 가지 선을 행하는 아들을 정중히 대할 것입니다. 선하지 않은 짓을 하는 사람을 정중히 대해 뭣하겠습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먼저는 많이 들음[多聞]을 칭찬하더니 뒤에는 그 계율을 칭찬하는구나. 어떤가? 범지여, 또 두 아들이 있다고 하자. 한 아들은 아버지는 온전한데 어머니가 온전하지 못하며, 한 아들은 아버지는 온전하지 못한데 어머니가 온전하다. 어머니는 온전한데 아버지가 온전하지 못한 그 아들은 익숙하지 않은 일이 없고 경전과 주술을 널리 알며, 아버지는 온전한데 어머니가 온전하지 못한 두 번째 아들은 널리 배우지는 못하였으나 열 가지 선만은 지킨다면, 그 부모는 어느 아들을 정중히 대하겠는가? 어머니는 깨끗한데 아버지는 깨끗하지 못한 이를 정중히 대하겠는가, 혹은 아버지는 깨끗한데 어머니가 깨끗하지 못한 이를 정중히 대하겠는가?”

범지는 아뢰었다.
“응당 어머니가 깨끗한 아들을 정중히 대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는 경서와 온갖 기술을 널리 알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아버지는 깨끗한데 어머니는 깨끗하지 못한 두 번째 아들은, 비록 계율은 가졌으나 지혜가 없으니 결국 어디에 쓰겠습니까? 들음[聞]이 있으면 반드시 계율은 있는 법입니다.”

부처님께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먼저는 아버지가 깨끗한 것을 찬탄하고 어머니가 깨끗한 것은 찬탄하지 않더니, 지금은 어머니가 깨끗한 것을 찬탄하고 아버지가 깨끗한 것은 찬탄하지 않는구나. 또 먼저 들음의 덕을 찬탄했다가 뒤에 계율의 덕을 찬탄하더니, 다시 이제는 계율을 찬탄했다가 뒤에서야 들음을 찬탄하는구나.
어떤가? 범지여, 만일 그 범지의 두 아들 중에 한 아들은 널리 배우고 들음이 많은데 겸하여 열 가지 선을 가졌고, 그 둘째 아들은 지혜는 있지만 겸하여 열 가지 악을 행한다면 그 부모는 어느 아들을 정중히 대하겠는가?”

범지는 아뢰었다
“아버지가 깨끗하고 어머니가 깨끗하지 못한 아들을 정중히 대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는 온갖 경전을 널리 보고 온갖 기술에 밝으며 아버지의 깨끗함으로 말미암아 그런 아들이 태어났기 때문이며, 또 겸하여 열 가지 선을 행해 범하는 일이 없고 모든 덕의 근본을 두루 갖추었기 때문입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처음에는 그 성을 말했고, 다음에는 들음을 말하면서 성을 말하지 않았고, 다음에는 다시 계율을 말하면서 들음을 말하지 않았고, 뒤에는 다시 들음을 말하면서 계율을 말하지 않았다. 네가 지금 그 부모와 들음과 계율을 찬탄하는 것이 어찌 앞의 말과 어긋나지 않는가?”

범지는 아뢰었다.
“사문 구담께서는 비록 그렇게 말씀하시지만 바라문들은 ‘우리 성이 가장 뛰어나니 우리보다 나은 자는 없다’고 스스로 일컫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혼인을 하는 경우라면 성을 논하겠지만 나의 법 안에서는 그런 법이 없다. 너는 혹 먼 변방에 있는 나라와 또 다른 변방 사람들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범지는 아뢰었다.
“예,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 나라 백성들에게는 두 가지 종성이 있다. 그 두 가지란, 첫째는 평민이요, 둘째는 노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성도 일정하지 않느니라.”

범지는 여쭈었다.
“어떻게 일정하지 않습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먼저는 평민이었다가 뒤에 노예가 되고, 혹은 먼저는 노예였다가 뒤에 평민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중생 무리는 모두 동일한 종류로서 차이점이 없느니라.
범지여, 천지가 모두 무너져 이 세상이 텅 비게 될 때에는 산과 강과 석벽과 초목들은 모두 불타 없어지고 사람도 다 죽고 만다. 그러다가 천지가 다시 이루어지려 할 때에는 하루ㆍ한 달ㆍ한 해ㆍ세월 등의 한정이 없느니라.
그때 광음천이 이 세상으로 온다. 그 광음천들은 복덕이 차츰 다해 순수한 광명이 없어지면 서로를 바라보다가 곧 욕심을 일으킨다. 그래서 욕심이 지나치게 많은 이는 곧 여자가 되고 욕심이 적은 이는 남자가 되어 서로 서로 정을 통해 곧 아이를 배게 된다.
이 인연으로 말미암아 최초로 사람이 있게 되고, 계속해서 네 종류의 성이 생겨 천하에 퍼진다. 이런 사실로 보더라도 사람은 모두 찰리 종족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느니라.”

그때 범지는 아뢰었다.
“그만두소서, 그만두소서. 구담이시여, 마치 꼽추의 등을 펴주고 장님의 눈을 띄워주며 어둠 속에 있는 이에게 등불을 주는 것처럼, 사문 구담께서도 그와 같이 무수한 방편으로 저를 위해 설법하셨습니다. 저는 이제 사문 구담께 귀의합니다. 원컨대 저를 위해 설법하시고 제가 우바새 되는 것을 허락하소서.”

그때 범지는 다시 세존께 아뢰었다.
“원컨대 여래께서는 저의 초청을 받아 주시어 비구들을 데리고 우리 집으로 오소서.”

세존께서는 잠자코 허락하셨다.
이때 범지는 세존께서 잠자코 청을 받아 주심을 보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이내 물러갔다.
그는 집에 돌아가 음식을 장만하였고, 온갖 자리를 펴고 향수를 땅에 뿌리고는 혼자 중얼거렸다.
“여래께서 이 자리에 앉으시리라.”

그때 시라(施羅) 범지가 5백 제자를 데리고 시녕(翅甯) 범지 집으로 갔다가, 그 집에서 좋은 자리를 펴는 것을 보고 물었다.
“자네 집에 무슨 혼사라도 있는 건가? 아님 마갈국의 빈비사라왕이라도 초청하려는 것인가?”

시녕 범지는 대답하였다.
“나는 빈비사라 왕을 초청하지도 않았고 또 혼사도 없네. 나는 지금 큰 복을 지으려는 것이네.”

시라 범지는 물었다.
“어떤 복을 지으려는지 그 생각을 듣고 싶네.”

그때 시녕 범지는 시라 범지에게 대답하였다.
“그대는, 마땅히 알아야 하네. 출가하여 도를 배워 위없는 지진ㆍ등정각을 이룬 석종자(釋種子)가 계시네. 나는 이제 그 부처님과 비구 스님들을 초청하였다네. 그래서 갖가지 자리를 준비하는 것이라네.”

그때 시라 범지가 시녕 범지에게 물었다.
“자네가 지금 ‘부처님’이라고 말했는가?”

“나는 지금 ‘부처님’이라고 말하였네.”

다시 물었다.
“참으로 기이하고,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지금 ‘부처님’이라는 말을 듣게 되다니. 그 여래는 지금 어디 계신가? 내 그분을 뵙고 싶네.”

시녕은 대답하였다.
“지금 라열성 밖에 있는 죽원에 머무시며 5백 제자들을 거느리고 즐거이 지내고 계신다네. 찾아가 뵙고 싶다면 지금 즉시 가보게나.”

이때 시라 범지는 곧 5백 제자들을 데리고 부처님 계신 곳으로 찾아가 문안드리고 한쪽에 앉았다. 그리고 그는 생각하였다.
‘사문 구담은 너무도 단정하고 그 몸은 황금빛이다. 우리 경전에 〈여래가 세상에 출현하는 것은 참으로 만나기 어렵다. 그것은 우담발화(優曇鉢花)가 아주 가끔씩 피는 것과 같다. 만일 32상(相)과 80종호(種好)를 성취하였다면 그는 반드시 두 길로 나아갈 것이다. 즉 집에 있으면 전륜성왕이 되어 7보를 완전히 갖출 것이요, 만일 출가하여 도를 배운다면 반드시 위없는 도를 이루어 삼계(三界)의 복이 되리라〉는 말이 있다. 나는 이제 부처님의 32상을 살펴보리라.’
그때 그 범지는 30상(相)만 볼 수 있었고 2상(相)은 보지 못하였다. 그래서 의심을 일으켰으니 그것은 넓고 긴 혀[廣長舌]와 음마장(陰馬藏)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때 시라 범지는 곧 다음 게송을 읊었다.
32대인상(大人相)을
그는 가졌다고 나는 들었네.
이제 두 모습을 볼 수 없으니
그것은 도대체 어디 있는가?

맑고 깨끗한 그 음마장
그 모양 진실로 비유하기 어려우며
과연 넓고도 긴 혀가 있어
귀를 핥으며 얼굴을 덮을까?

원컨대 넓고 긴 그 혀를 내어
나로 하여금 의심이 없게 하고
또 그 음마장 내게 보여
의심의 그물을 아주 없애라.

주석
1 신수대장경 각주에 의하면 “송ㆍ원ㆍ명 3본에는 「방우품(放牛品)」이 「목우품(牧牛品)」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2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47권 1,249번째 소경인 「목우자경(牧牛者經)」②가 있다.
3 4념처(念處)를 말한다.
4 팔리어 tathāgata를 음사한 말로 여래(如來)로 한역한다.
5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16권 447번째 소경인 「행경(行經)」이 있다.
6 신수대장경 각주에 의하면 “송ㆍ원ㆍ명 3본에는 모두 12두타행법(頭陀行法)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7 팔리어로 Citta-Hatthirohaputta라고 한다. 질다사리불(質多舍利佛)이라고도 옮긴다. 사위성에 살았던 농부의 아들로 여섯 번 환속하고 일곱 번째 출가한 끝에 아라한이 되었다고 한다.
8 5신통(神通, pañca-abhiñña)이라고 하며, 천안통(天眼通)ㆍ천이통(天耳通)ㆍ타심통(他心通)ㆍ숙명통(宿命通ㆍ신족통(神足通)을 말한다. 이 5신통은 누진통(漏盡通)이 빠진 것으로 외도(外道)에게도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되어졌다.
9 6신통(神通, chaḷa-abhiñña)이라고 하고, 부처님과 보살 등이 갖춘 여섯 종류의 초인적인 능력으로 천안통ㆍ천이통ㆍ타심통ㆍ숙명통ㆍ신족통ㆍ누진통을 말한다.
10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12권 298번째 소경인 「법설의설경(法說義說經)」이 있다.

증일아함경 제47권

동진 계빈 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김월운 번역

49. 방우품②

[ 6 ]②
그때 세존께서 곧 혀를 내밀어 좌우의 귀를 핥으시고는 도로 거두어들이셨다. 그리고 곧 삼매에 들어 그 범지로 하여금 음마장(陰馬藏)을 보게 하셨다.

이때 범지는 부처님의 32상(相)과 80종호(種好)를 보고 기뻐 뛰면서 어쩔 줄 몰랐다.
이때 시라(施羅) 범지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지금 바라문이고 사문은 찰리종(刹利種)입니다. 그러나 사문이나 바라문은 다 동일한 도(道)로서 하나의 해탈을 구합니다. 바라옵건대 사문은 우리들을 허락하시어 동일한 도를 얻게 하시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그럴 생각이 있는가?”

범지가 대답하였다.
“저는 그럴 생각이 있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는 뜻을 내어 하나의 해탈로 향해 가라. 그것은 이른바 바른 견해[正見]이니라.”

범지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바른 견해가 곧 하나의 해탈입니까, 혹은 다른 해탈이 있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범지여, 다시 다른 해탈이 있어 열반의 세계를 얻는다. 거기에는 여덟 가지가 있으니, 이른바 바른 소견[正見]ㆍ바른 다스림[正治]ㆍ바른 말[正語]ㆍ바른 업[正業]ㆍ바른 생활[正命]ㆍ바른 방편[正方便]ㆍ바른 생각[正念]ㆍ바른 선정[正定]이다. 범지야, 이것을 일러 8품도(品道)로서 열반에 이른다는 것이다.”

그때 범지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혹 중생으로서 이 8품도를 아는 이가 있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을 아는 이는 한 백천[一白千] 분이 아니다. 범지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수 없는 백천 중생들이 이 8품도를 아느니라.”

범지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혹 중생으로서 이 8품도를 모르는 이가 있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중생으로서 모르는 이가 한 사람만이 아니다.”

범지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혹 중생으로서 이 법을 얻지 못하는 이가 있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이 도를 얻지 못하는 중생으로서 열한 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다. 무엇이 열한 가지인가? 이른바, 간사하고 거짓된 것, 나쁜 말을 하는 것, 충고하기 어려운 것, 은혜를 갚을 줄 모르는 것, 미워하기 좋아하는 것, 부모를 해치는 것, 아라한을 죽이는 것, 선근(善根)과 착한 일을 끊는 것, 악을 갚는 것, 나[我]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나쁜 생각으로 여래를 대하는 사람이다. 범지야, 이것을 일러 ‘열한 가지 종류의 사람은 이 8품도를 얻지 못한다’고 하는 것이다.”

이 8품도를 설명할 때에 그 범지는 온갖 번뇌가 없어지고 법안이 깨끗해졌다.

그때 시라 범지가 5백 명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각각 좋아하는 것을 공부해야 한다. 나는 여래의 밑에서 범행(梵行)을 잘 닦으리라.”

그 제자들이 아뢰었다.
“저희들도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싶습니다.”

그때 범지와 그 5백 명 제자들은 모두 꿇어앉아 세존께 아뢰었다.
“바라건대 세존께서는 출가하여 도를 배우기를 허락하소서.”

부처님께서 모든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잘 왔다, 비구여. 여래의 앞에서 범행을 잘 닦으면 차츰 괴로움의 근본이 없어질 것이다.”

여래께서 이렇게 말씀하실 때 5백 명 범지들은 곧 사문으로 변하였다. 그때 세존께서 5백 비구들을 위하여 미묘한 논을 말씀하셨다. 그때 설하신 논은 보시에 대한 논[施論]과 계율에 대한 논[戒論]과 천상에 나는데 관한 논[生天論]이요, 또 탐욕은 더러운 것이므로 그것을 벗어나는 것이 가장 즐거운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여러 불세존이 항상 말씀하시는 법, 즉 괴로움ㆍ괴로움의 발생ㆍ괴로움의 소멸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말씀하셨다.
세존께서 모든 사람들을 위해 설법하셨을 때 그 5백 명은 온갖 번뇌가 영원히 없어졌고 상인(上人)의 법을 얻었다.

그때 시녕(翅甯) 범지가 아뢰었다.
“때가 되었습니다. 원컨대 왕림하십시오.”

그때 세존께서 시라 등 5백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도 모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져라.”

세존께서는 1천 비구들에게 둘러싸여 성 안으로 들어가 범지의 집에 이르러 자리에 앉으셨다. 그때 시녕 범지는 5백 바라문이 모두 사문이 된 것을 보고 그들에게 말하였다.
“훌륭하십니다. 여러분, 도에 나아가는 요점은 이보다 나을 것이 없소.”

이때 시라 비구는 시녕을 위하여 다음 게송을 읊었다.
이 요긴한 길보다 더 훌륭한
그런 법이 이 밖에 또 없으니
이렇게 훌륭한 비구의 모습들
이 보다 나은 것이 어디 있을까?

그때 시녕 범지가 세존께 아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조금 참으시고 때를 기다리소서. 그렇게 하시면 음식을 다시 장만하겠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이미 장만한 음식을 곧 차려라. 모자랄까 걱정하지 말라.”

이때 시녕 범지는 한량없이 기뻐하면서 몸소 음식을 돌려 부처님과 비구 스님들을 공양하였다.
세존께서 공양을 마치시고 발우를 거두시자 시녕 범지는 여러 가지 꽃으로 부처님과 비구 스님들 위에 흩었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 세존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지금 이 남녀노소들은 모두 우바새가 되기를 원합니다.”

그때 범지의 부인이 아이를 배고 있었다. 그 부인이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지금 아이를 배었습니다. 이것이 사내아이인지 계집아이인지는 모르겠사오나 여래께 귀의하오니, 허락하시어 우바이(優婆夷)가 되게 하소서.”

그때 여래께서는 대중들을 위해 미묘한 법을 연설하시고, 그 자리에서 이런 게송을 읊었다.
유쾌하여라. 이 복의 과보여,
원하는 결과를 반드시 얻어
차츰차츰 안온한 곳에 이르러
근심과 액난(厄難)이 영원히 없으리.

죽어서는 천상에 태어나게 되리니
비록 그 어떤 마천(魔天)이라 할지라도
이 복을 지은 사람으로 하여금
다시 죄에 떨어지게 하지 못하리.

그들도 또한 온갖 방편을 구해
성현의 거룩한 지혜를 얻어
괴로움의 근본을 모두 없애고
여덟 가지 어려움 영원히 떠나리.

세존께서 이 게송을 마치시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셨다.

그때 시녕 범지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7 ]1)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항상 하루에 한 끼를 먹으므로 몸이 가볍고 기력이 강성하다. 너희 비구들도 하루에 한 끼를 먹으면 몸이 가볍고 기력이 강성하여 범행을 닦을 수 있을 것이다.”

그때 발제바라(跋提婆羅)2)가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하루에 한 끼니만 먹을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기력이 약하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시주의 집에 가거든 1분(分)만 먹고 1분은 가지고 돌아오도록 하라.”3)

발제바라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그런 법을 쓸 수 없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에게는 재(齋)를 어기는 것을 허락하리니, 하루에 세 때를 먹어라.”

발제바라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그 법도 행할 수 없습니다.”
세존께서는 잠자코 말씀하시지 않으셨다.

그때 가류타이(迦留陀夷)4)가 해가 저물어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성에 들어가 걸식하였다. 날이 아주 어두워져 우다이(優陀夷)는 차츰 어느 장자 집에 이르렀다. 그 장자의 부인은 아이를 배고 있었다. 부인은 사문이 밖에서 걸식하는 소리를 듣고 곧 손수 밥을 가지고 나와 주려 하였다.
그런데 우다이는 얼굴빛이 매우 검었는데 마침 하늘에서는 곧 비가 내릴 듯 여기저기서 번개가 쳤다.
그때 장자의 부인은 문을 나와 사문의 몹시 검은 얼굴빛을 보고 갑자기 놀라고 두려워 ‘귀신이다’라고 소리쳤다. 그리고 ‘아, 나는 귀신을 보았다’라고 하면서 부르짖었다. 그 바람에 낙태하여 아기가 죽고 말았다.
이때 가류타이는 이내 정사로 돌아와 근심에 잠겨 앉아 생각하고 후회하였으나 어쩔 수가 없었다.

그때 사위성에는 이런 나쁜 소문이 퍼졌다.
‘석종(釋種)의 제자 사문이 주술을 부려 남의 아이를 떨어뜨렸다.’
그 중에 어떤 남녀들은 저희들끼리 이렇게 말하였다.
“요즘의 사문들은 행동에 절도가 없고 음식에 때를 모르니 출가하지 않은 속인들과 무엇이 다르겠느냐?”

그때 많은 비구들은 모든 사람들이 ‘석종의 제자 사문들은 절도가 없고 오고감에 거리낌이 없다’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 중에서 계율을 가지는 비구나 계율이 완전한 이들은 스스로 원망하고 이렇게 꾸짖었다.
‘사실은 우리들의 행동이 아니지만 그것은 음식에 제한이 없고 오고감에 시간이 없기 때문이니, 진실로 우리들의 잘못이다.’
그들은 서로 이끌고 부처님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이 사실을 자세히 세존께 아뢰었다.

그때 세존께서 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가서 가류타이를 불러오너라.”

그 비구는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곧 가서 우다이를 오라고 하였다.
이때 우다이는 부처님께서 부르신다는 말을 듣고 곧 세존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세존께서 우다이에게 물으셨다.
“네가 정말로 어제 저물어서 성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장자의 집에 이르러 장자의 부인이 낙태하게 하였느냐?”

우다이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우다이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왜 시간을 분별하지 않고, 또 비가 오려고 하는데 성에 들어가 걸식하였느냐? 그것은 네가 할 짓이 아니다. 또 그것은 족성자로서 출가하여 도를 배우면서 음식에 탐착(貪着)하는 것이다.”

그때 우다이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께 아뢰었다.
“지금부터 다시는 범하지 않겠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의 참회를 받아 주십시오.”

그때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빨리 건추(揵搥)를 쳐서 모든 비구들을 보회강당에 다 모이게 하라.”

아난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곧 비구들을 모두 강당에 모으고 부처님께 나아가 아뢰었다.
“모든 비구들이 다 모였습니다. 세존께서는 때가 되었음을 아셔야 합니다.”

그때 세존께서 곧 강당으로 가시어 한복판에 앉아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먼 옛날 모든 불세존(佛世尊)도 모두 하루에 한 끼니만 먹었고[一座而食] 모든 성문(聲聞)들도 하루에 한 끼니만을 먹었으며, 미래의 모든 부처님과 그 제자들도 하루에 한 끼니만 먹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도를 행하는 요긴한 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하루에 한 끼니를 먹을 것이다. 만일 하루에 한 끼니를 먹게 되면 몸은 가볍고 마음은 열리게 될 것이다. 마음이 열리면 온갖 선의 뿌리를 얻을 것이요, 선의 뿌리를 얻으면 곧 삼매를 얻을 것이며, 삼매를 얻으면 사실 그대로 알게 될 것이다. 무엇을 사실 그대로 아는가? 이른바 괴로움에 대한 진리를 사실 그대로 알고, 괴로움의 발생에 대한 진리를 사실 그대로 알며, 괴로움의 소멸에 대한 진리를 사실 그대로 알고,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방법에 대한 진리를 사실 그대로 알 것이다.
너희들 족성자는 이미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세속의 여덟 가지 업을 버렸으면서 때를 알지 못한다면 저 탐욕을 가진 사람들과 무슨 차별이 있겠는가? 범지(梵志)에게는 범지의 법이 따로 있고 외도(外道)에게는 외도의 법이 따로 있느니라.”

이때 우바리(優波離)가 세존께 아뢰었다.
“과거의 여래와 미래의 모든 부처님도 모두 하루에 한 끼니만 먹는다면 원컨대 세존께서도 비구들을 위하여 때를 한정하여 먹게 하소서.”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여래도 그런 지혜는 있다. 그러나 다만 범하는 이가 없기 때문이니, 반드시 눈앞에 죄가 있어야 제한을 정하는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완전히 하루에 한 끼니만 먹는다[一座而食]. 너희들도 하루에 한 끼니를 먹어야 한다. 이제 너희들은 점심때에만 먹고[日中而食] 때를 지나서 먹어서는 안 된다. 또 너희들은 걸식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어떤 것이 비구가 배워야 할 걸식하는 법인가?이른바 비구는 목숨을 지탱하는 것으로써 취지를 삼아, 얻어도 기뻐하지 않고 얻지 못해도 걱정하지 않는다. 음식을 얻었을 때에는 생각하고 먹고 탐착하는 마음이 없다. 그래서 다만 그것으로써 내 몸을 보존하며 묵은 병을 고치고 새 병이 나지 않게 하며 기력을 충족하게 한다. 비구들아, 이것을 걸식이라고 하느니라.
너희 비구들은 한 번 앉아 먹어야 한다.

어떤 것이 비구가 한 번 앉아 먹는 것인가? 일어나면 먹는 법을 범하는 것이니, 다시 먹지 말아야 한다. 이것을 비구가 한 번 앉아 먹는 것이라고 한다.
너희 비구들은 음식을 얻어서 먹어야 한다. 어떤 것이 비구가 음식을 얻어서 먹는 것인가? 말하자면 비구가 이미 음식을 얻었는데 다시 무엇이 있어 그것과 같을 것인가? 먹은 뒤에 또 얻더라도 다시 그것을 먹지 않아야 한다. 비구는 이와 같이 음식을 얻어서 먹어야 한다.
너희 비구들은 세 가지 법의를 입고 나무 밑이나 한적한 곳에 앉으며 한데 앉아 고행하고 누더기 옷을 입으며 무덤 사이에 머무르고 헤어진 나쁜 옷을 입어야 한다. 왜냐하면 욕심이 적은 사람을 찬탄하기 때문이니라.
나는 지금 너희들에게 분부하니 마땅히 가섭 비구처럼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가섭 비구는 12두타행을 스스로 행하고 또 남을 가르쳐 그 요긴한 법을 행하게 하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너희들에게 분부하니 마땅히 면왕(面王)5) 비구처럼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면왕 비구는 나쁘고 해진 옷을 입고 장식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구들아, 이것이 나의 교훈이니 부디 생각하고 닦아 행하라.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발제바라는 3개월이 지나도록 세존께서 계신 곳에 나아가지 않았다. 그래서 아난은 3개월이 지난 뒤에 처음으로 발제바라 비구에게 가서 말하였다.
“지금 모든 비구들은 모두 누더기 옷을 깁고 있다. 그리고 여래께서는 곧 세간에 유행(遊行)하실 것이다. 지금 가서 뵙지 않으면 후회해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이때 아난은 발제바라를 데리고 세존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세존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의 참회를 받아 주십시오. 지금부터 다시는 범하지 않겠습니다. 여래께서는 금계를 정하셨으나 제가 받지 않았습니다. 원컨대 용서해 주십시오.”
이와 같이 재삼 되풀이하였다.

이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의 참회를 받아 주니 뒤에는 다시 범하지 말라. 왜냐하면 내가 그 무수한 생사(生死)를 생각하건대, 혹은 나귀ㆍ노새ㆍ낙타ㆍ코끼리ㆍ말ㆍ돼지ㆍ염소 따위가 되어 풀을 먹고 그 몸을 길렀으며, 혹은 지옥에서 뜨거운 쇠 구슬을 먹었으며, 혹은 아귀가 되어 항상 고름과 피를 먹었고, 혹은 인간이 되어 5곡을 먹었으며, 혹은 하늘 사람이 되어 자연의 감로(甘露)를 먹었었다. 그리하며 무수한 겁 동안에 온갖 목숨을 받아 서로 다투면서 조금도 만족할 줄 몰랐다.
우바리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마치 불이 섶을 얻어 조금도 만족할 줄 모르고 또 큰 바다가 온갖 물을 머금어 만족할 줄 모르는 것처럼, 지금 범부들도 그와 같이 음식을 탐내어 만족할 줄 모른다.”

그때 세존께서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생사가 끊어지지 않는 것
그것은 모두 탐욕 때문이다.
원망과 미움으로 악을 키우는 것은
어리석은 사람이 익히는 것이라네.

“그러므로 발제바라야, 항상 욕심이 적어 만족할 줄 알기를 생각하고 탐욕과 온갖 잡된 생각을 일으키지 말라. 우바리야,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발제바라는 여래의 교훈을 받고 한적한 곳에서 스스로 힘쓰고 꾸짖었으니, 그 까닭은 족성자로서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이가 위없는 범행을 닦으면 ‘삶과 죽음은 이미 다하였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쳐 다시는 몸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사실 그대로 알았기 때문이었다.
이때 발제바라는 곧 아라한이 되었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성문 제자들 중에서 음식을 제일 많이 먹는 이는 길호(吉護)6) 비구이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8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앙예촌(鴦藝村)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사람들은 모두 너희들을 사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만일 너희들에게 ‘너희들이 사문이냐?’ 하고 물으면 너희들은 ‘사문이다’라고 대답한다. 나는 이제 너희들에게 사문의 행과 바라문의 행에 대하여 말하리라. 너희들이 생각하고 닦아 익히면 뒤에 반드시 성취하리니, 그것은 확실하여 틀림이 없을 것이다. 나는 이제 그 이유를 설명하리라. 사문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으니, 습행(習行) 사문과 서원(誓願) 사문이다.

무엇을 습행 사문이라고 하는가? 말하자면 비구로서 가고 옴ㆍ나아감과 머무름ㆍ바라봄ㆍ용모ㆍ옷을 입음ㆍ발우를 지니는 것이 모두 법과 같고,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에 집착하지 않으며, 다만 계(戒)를 지니고 정진하여 법이 아닌 것을 범하지 않고 모든 계를 평등하게 배우는 것이니, 이것을 습행 사문이라고 한다.

어떤 것을 서원 사문이라고 하는가? 말하자면 비구로서 위의ㆍ계율ㆍ출입ㆍ나아감과 머무름ㆍ걸음걸이ㆍ용모ㆍ바라봄ㆍ거동이 모두 법과 같고, 번뇌를 없애 번뇌가 없게 되며, 현세에서 몸으로 증득하여 스스로 유행하면서 교화한다. 그래서 ‘삶과 죽음이 이미 다하였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쳐 다시는 몸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사실 그대로 아는 것이니, 이것을 서원 사문이라고 한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두 종류의 사문’이라고 한다.”

그때 아난이 세존께 아뢰었다.
“그 어떤 것을 사문의 법행(法行)이라고 하고 바라문의 법행이라고 합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른바 비구로서 음식에 만족할 줄을 알고 밤낮으로 경행(經行)하며 때를 잃지 않고 여러 가지 도의 갈래를 행하는 것이다.

어떤 것을 비구의 온갖 감각기관[根]이 고요한 것이라고 하는가? 말하자면 비구가 눈으로 빛깔을 보고도 집착하거나 어지러운 생각을 일으키지 않고, 거기에서 감각기관인 눈을 깨끗이 하여 온갖 나쁜 생각을 없애고 착하지 않은 법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귀로 소리를 듣고 코로 냄새를 맡으며 혀로 맛을 보고 몸으로 감촉을 느끼며 뜻으로 법을 알더라도 거기에 집착하거나 어지러운 생각을 일으키지 않아서 감각기관인 뜻을 청정이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것을 비구의 모든 감각기관이 청정한 것이라 하느니라.

어떤 것을 비구가 음식에 만족할 줄 아는 것이라고 하는가? 비구가 배를 요량해 먹고 살찌거나 희어지기를 바라지 않으며, 다만 그 몸을 보존하려고 할 뿐이요, 묵은 병을 고치고 새 병은 다시 생기지 않아 범행을 닦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마치 어떤 남녀가 몸에 부스럼이 나면 때에 따라 고약을 바르는 것은 다만 부스럼을 고치려고 하는 것인 것처럼, 지금 이 비구들도 그와 같아서 배를 요량해 먹을 뿐이다. 또 수레에 기름을 치는 것은 멀리 가려고 하는 것인 것처럼, 비구가 배를 요량해 먹는 것은 목숨을 보존하려고 하는 것일 뿐이다. 이와 같은 것을 비구가 음식에 만족할 줄 아는 것이라 하느니라.

어떤 것을 비구가 항상 깨어 있을 줄 아는 것이라고 하는가? 이른바 비구로서 초저녁과 새벽에 항상 깨어 있어 37도품(道品)의 법을 생각하고 낮에는 거닐면서 나쁜 생각과 온갖 번뇌[結]를 없애며, 초저녁과 새벽에도 거닐면서 나쁜 번뇌와 좋지 못한 생각을 없애고, 밤중에는 오른쪽으로 누워 다리를 포개고 다만 광명을 향하는 생각을 가지며, 또 새벽에는 드나들고 거닐면서 좋지 못한 생각을 버리는 것이니, 이와 같은 것을 비구가 늘 때를 알아 깨어 있는 것이라 하느니라.
아난아, 이것이 사문이 해야 할 요긴한 행이다.

그 어떤 것이 바라문이 해야 할 요긴한 행인가? 비구는 괴로움에 대한 진리를 사실 그대로 알고, 괴로움의 발생ㆍ괴로움의 소멸ㆍ괴로움에서 벗어나는 방법에 대하여 사실 그대로 안다. 그리고는 욕루(欲漏)의 마음ㆍ유루(有漏)의 마음ㆍ무명루(無明漏)의 마음에서 벗어나 해탈을 얻는다. 해탈을 얻고는 곧 해탈하였다는 지혜[解脫智]를 얻는다. 그래서 ‘삶과 죽음은 이미 다하였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쳐 다시는 태(胎)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사실 그대로 아는 것을 말한다. 이것을 바라문이 해야 할 요긴한 행의 법이라고 한다.
아난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것을 요긴한 행의 의미라고 하느니라.”

그때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사문을 식심(息心)이라 하니
온갖 악을 영원히 다 끊었기 때문이요
범지를 청정(淸淨)이라 하니
온갖 어지러운 생각을 다 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난아, 사문의 법행과 바라문의 법행을 항상 생각하고 닦아 행하여야 하느니라. 어떤 중생이라도 이 법을 행한 뒤에야 사문이라고 일컬을 수 있다.
무엇 때문에 사문이라고 하는가? 온갖 번뇌를 아주 없애기 때문에 사문이라고 한다. 무엇 때문에 범지라고 하는가? 어리석고 미혹한 법을 모두 버렸기 때문에 범지(梵志)라고 한다. 또 찰리(刹利)라고도 하나니, 무엇 때문에 찰리라고 하는가?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끊었기 때문에 찰리라고 한다.
또 목욕(沐浴)이라고도 하니, 무엇 때문에 목욕이라고 하는가? 21가지의 번뇌를 다 씻어 없앴기 때문에 목욕이라고 한다. 또 깨달음[覺]이라고도 하나니, 무엇 때문에 깨달음이라고 하는가? 어리석은 법과 지혜로운 법을 밝게 깨달았기 때문에 깨달음이라고 한다. 또 저 언덕[彼岸]이라고도 하나니, 무엇 때문에 저 언덕이라고 하는가? 이 언덕에서 저 언덕에 이르기 때문에 저 언덕이라고 한다.
아난아, 이런 법을 행할 수 있는 이라야 비로소 사문ㆍ바라문이라고 한다. 이것이 그 의미이니 부디 생각하고 받들어 행하라.”

그때 아난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9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석시(釋翅) 가비라월(迦毗羅越) 니구류원(尼拘留園)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제바달두(提婆達兜 왕자는 세존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에게도 도(道)에 들어가 사문이 되는 것을 허락해 주소서.”

부처님께서 제바달두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속가에 있으면서 시주가 되어 보시하는 것이 좋겠다. 사문이 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때 제바달두는 두 번 세 번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끝자리에라도 앉기를 허락해 주소서.”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너는 속가에 있는 것이 좋겠다. 출가하여 사문의 행을 닦는 것은 마땅치 않느니라.”

그때 제바달두는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사문이 질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구나. 나는 지금 내 손으로 직접 머리를 깎고 범행을 잘 닦으리라. 이 사문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이때 제바달두는 곧 돌아가 제 손으로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나는 석종의 제자이다’라고 스스로 일컬었다.

그때 수라타(修羅陀)7)라고 하는 비구가 있었다. 그는 두타행으로 걸식하면서 누더기 옷을 입고 다섯 가지 신통을 밝게 통달하였다.
이때 제바달두는 그 비구에게 가서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앞으로 나아가 말하였다.
“원컨대 존자는 저를 위해 설법하여 오랜 세월 동안 안온함을 얻게 하십시오.”

수라타 비구는 곧 그를 위해 위의와 예절을 설명하고 말하였다.
“이 법을 깊이 사유하여 가지고 버릴 것을 잘 분별하시오.”
이때 제바달두는 그 비구가 시키는 대로 행하여 빠뜨리지 않았다.

제바달두가 그 비구에게 말하였다.
“원컨대 존자는 저를 위해 신통을 얻는 길을 말씀해 주십시오. 저는 그 도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그때 비구는 그를 위해 신통을 얻는 길을 설명하였다.
“당신은 지금 마음의 가볍고 무거움을 공부하시오. 마음의 가볍고 무거움을 알게 되거든, 다시 4대(大)인, 지(地)ㆍ수(水)ㆍ화(火)ㆍ풍(風)의 가볍고 무거움을 분별하고, 4대의 가볍고 무거움을 알게 되거든 곧 자재삼매(自在三昧)를 수행하고, 자재삼매를 행하고 나서는 다시 용맹삼매(勇猛三昧)를 닦으며, 용맹삼매를 수행하고는 다시 심의삼매(心意三昧)를 수행하고, 심의삼매를 수행하고는 다시 자계삼매(自戒三昧)를 수행하시오. 자계삼매를 마치고 나면 오래지 않아 곧 신통의 도를 성취할 것입니다.”

그때 제바달두는 스승의 가르침을 받고는 스스로 마음의 가볍고 무거움을 깨달았고 다시 4대의 가볍고 무거움을 깨달았다. 그리고 여러 가지 삼매를 모두 닦아 하나도 빠뜨림이 없었다. 그래서 오래지 않아 신통의 도를 성취하였다. 이리하여 무수한 방편으로 무량한 변화를 부렸으므로 그 명성이 사방에 멀리 퍼졌다.

그때 제바달두는 신통의 힘으로 삼십삼천에까지 올라가 우발연화(優鉢蓮花)와 구모두화(拘牟頭華 등 갖가지 꽃을 꺾어 가지고 와서 아사세(阿闍世) 태자에게 바치면서 말하였다.
“이 꽃은 삼십삼천에 나는 꽃으로 석제환인이 보내어 태자에게 바치는 것입니다.”

그때 왕태자는 제바달두의 신통이 이러한 것을 보고 곧 수시로 공양하고 그가 필요한 것을 대주었다. 태자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제바달두의 신통은 참으로 따르기 어렵다.’
이때 제바달두는 다시 제 모습을 숨기고 어린아이의 몸으로 변화해 태자의 무릎 위에 앉았다. 여러 궁녀들은 각기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아이는 누구인가? 귀신인가, 하늘인가?”
그 말을 마치기 전에 그는 다시 몸을 변화해 본래의 몸으로 되었다. 이때 왕태자와 궁녀들은 모두 찬탄하였다.
“그것이 바로 제바달두였구나.”
곧 필요한 것을 모두 공급해 주었고 또한 이러한 말을 퍼뜨렸다.
“제바달두의 이름과 덕망은 이루 다 기록할 수가 없다.”

그때 많은 비구들은 이 소문을 듣고 세존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아뢰었다.
“제바달두는 신통이 매우 많아 의복ㆍ음식ㆍ침구ㆍ병에 맞는 의약품 등을 얻을 수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그런 생각을 하지 말라. 제바달두의 이양(利養)을 탐내지 말라. 그리고 그의 신통의 힘을 부러워하지도 말라. 그는 곧 신통의 힘 때문에 삼악도(三惡道)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 제바달두가 얻는 이양과 그 신통은 장차 다해 없어질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스스로 몸과 입과 뜻으로 나쁜 행을 짓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때 제바달두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사문 구담이 신통이 있으면 나도 신통이 있다. 사문 구담이 아는 것이 있으면 나도 아는 것이 있다. 사문이 귀족이면 나도 귀족이다. 만일 사문 구담이 한 가지 신통을 나타내면 나는 두 가지를 나타낼 것이요, 사문이 두 가지를 나타내면 나는 네 가지를 나타낼 것이며, 그가 네 가지를 나타내면 나는 여덟 가지를 나타낼 것이요, 그가 여덟 가지를 나타내면 나는 열여섯 가지를 나타낼 것이며, 그가 열여섯 가지를 나타내면 나는 서른두 가지를 나타낼 것이다. 그 사문이 나타내는 신통을 따라 나는 자꾸 그보다 갑절이아 더 나타낼 것이다.’
그때 많은 비구들이 제바달두의 이 말을 들었다. 그 중의 5백여 비구들은 제바달두에게로 갔다. 그리하여 제바달두와 그 5백 비구들은 태자의 공양을 받았다.

이때 사리불과 목건련이 서로 의논하였다.
“우리 함께 저 제바달두에게 가서 그가 설법할 때 무엇을 말하는지 들어보자.”
곧 그들은 함께 제바달두에게 갔다.

그때 제바달두는 멀리서 사리불과 목건련이 오는 것을 보고 곧 그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저 두 사람은 실달(悉達)의 제자이다.”
그리고는 매우 기뻐하였다. 사리불과 목건련은 거기 가서 서로 문안인사를 나누고 한쪽에 앉았다.

이때 다른 비구들은 모두 이렇게 생각하였다.
‘석가문(釋迦文)부처님의 제자들이 지금 다 제바달두에게 왔다.’
그때 제바달두가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너는 지금 비구들을 위하여 설법할 수 있겠느냐? 나는 조금 쉬고 싶다. 등 병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다리를 포개고 오른쪽으로 누워 흐뭇한 마음으로 곧 잠이 들었다.
사리불과 목건련은 제바달두가 잠든 것을 보고 곧 신통으로 모든 비구들을 모아 데리고 공중을 날아 돌아갔다.

이때 제바달두는 잠에서 깨어나 비구들이 보이지 않자 잔뜩 화를 내며 이렁헥 말하였다.
“내가 만일 원수를 갚지 못하면 제바달두가 아니다.”
이것이 제바달두가 첫 번째 5역죄(逆罪)를 범한 것이었다.
그는 막 이렇게 생각하자 곧 신통을 잃고 말았다.

그때 많은 비구들이 세존께 아뢰었다.
“제바달두 비구는 대단한 신통이 있어서 우리 성중(聖衆)을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제바달두는 단지 지금만 성중(聖衆)을 무너뜨린 것이 아니다. 과거 세상에서도 늘 성중을 무너뜨렸었다. 그 내력을 말하면 과거에도 성중을 무너뜨렸고 또 악한 생각을 내어 ‘나는 기어코 사문 구담을 잡아죽이고 삼계에서 부처가 되어 홀로 높아 짝이 없이 되리라’고 하였다.”

이때 제바달두가 아사세 태자에게 말하였다.
“옛날에 사람의 수명이 매우 길었지만 지금은 짧아졌습니다. 만일 왕태자가 하루아침에 목숨을 마친다면, 이 세상에 헛되이 태어난 것이 되고 말 것입니다. 그런데 왜 부왕을 해쳐 성왕(聖王)의 자리를 이어받지 않습니까? 나는 여래를 해치고 부처가 될 것이니, 그때에는 새 왕과 새 부처로서 얼마나 유쾌하겠습니까?”

그때 아사세 태자는 곧 문지기를 보내어 부왕을 잡아 감옥에 가두고 스스로 왕이 되어 나라를 다스렸다.
이때 신하들이 저희끼리 수군거렸다.
“저 아들은 태어나지 않은 것이 좋았을 뻔 했다. 원한을 품은 아들이다.”
그런 뜻에서 아사세왕8)이라고 이름한 것이다.

이때 제바달두는 아사세왕이 그 부왕을 가둔 것을 보고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도 기어코 사문 구담을 잡아 죽이리라.’
그때 세존께서는 기사굴산의 한 작은 산 곁에 계셨다. 제바달두는 기사굴산으로 가서 길이 30주(肘) 너비 15주가 되는 큰 돌을 들어 세존께 던졌다.
이때 산신 금비라(金毘羅)9)가 항상 그 산에 머물고 있었는데, 제바달두가 돌을 들어 부처님께 던지는 것을 보고 곧 손을 펴 온몸을 덮었다.

그러나 부서진 돌 한 조각이 여래의 발을 때려 곧 피가 흘렀다.
그때 세존께서 제바달두를 보고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또 나쁜 생각을 내어 여래를 해치려고 하는구나.”
이것이 두 번째 5역죄였다.

그때 제바달두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끝내 사문 구담(瞿曇)을 죽이지 못하였다. 다시 방편을 구하리라.’
그리고는 거기서 떠나갔다.
그는 아사세왕에게 가서 아뢰었다.
“검은 코끼리에게 취하도록 술을 먹여 사문을 해치게 하십시오. 왜냐하면 이 코끼리는 몹시 사나워서 틀림없이 사문 구담을 해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만일 저 사문이 일체지(一切智)가 있다면 반드시 내일은 성에 들어와 걸식하지 않을 것이요,일체지가 없다면 틀림없이 성에 들어와 걸식하다가 이 사나운 코끼리에게 죽임을 당할 것입니다.”

아사세왕은 곧 독한 술을 코끼리에게 먹여 취하게 하고 온 나라 백성들에게 영(令)을 내렸다.
“편하기를 구하고 목숨을 아끼는 자는 내일은 성안을 다니지 말라.”

그때 세존께서는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라열성에 들어가 걸식하였다. 그런데 그 나라의 남녀노소와 사부대중들은 아사세왕이 코끼리에게 술을 먹여 여래를 해치려 한다는 말을 듣고 모두 서로 이끌고 세존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아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라열성에 가셔서 걸식하지 마십시오. 왜냐하면 아사세왕이 코끼리에게 취하도록 술을 먹여 여래를 해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여러 우바새들에게 말씀하셨다.
“등정각(等正覺)은 결코 남의 해침을 받지 않느니라.”

세존께서는 그 말을 들었으나 평상시와 똑같이 성 안으로 들어갔다. 이때 그 사나운 코끼리가 멀리서 세존께서 오시는 것을 보고는 불꽃처럼 성이 나서 여래께 달려와 해치려고 하였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코끼리가 오는 것을 보고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코끼리야, 이 용을 해치지 말라.
용과 코끼리는 나타나기 어렵나니
너는 이 용을 해치지 않음으로
저 좋은 곳에 태어나게 되리라.

그 코끼리는 여래께서 읊으시는 게송을 듣고 곧 앞으로 나아가 꿇어앉아 여래의 발을 핥았다. 그리고 허물을 뉘우치고 마음이 편치 않아, 곧 목숨을 마치고는 삼십삼천에 태어났다.

그때 아사세왕과 제바달두는 코끼리의 죽음을 보고 매우 슬퍼하였다.
제바달두가 왕에게 말하였다.
“사문 구담이 코끼리를 잡아 죽였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이 사문 구담은 큰 신력이 있고 온갖 기술(伎術)이 많아 곧 주술(呪術)로써 저 큰 코끼리를 죽인 것입니다.”
왕이 다시 말하였다.
“이 사문은 반드시 큰 위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사나운 코끼리의 해침을 받지 않은 것입니다.”

제바달두가 대답하였다.
“사문 구담은 사람의 마음을 홀리는 주술이 있어서 저 외도 이학(異學)들도 모두 항복 받거늘 하물며 축생 따위이겠습니까?”

이때 제바달두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지금 아사세왕을 살펴보니 그는 뉘우치며 마음이 변하려고 한다.’
그렇게 생각한 그는 근심하고 불쾌해 하면서 라열성을 나왔다.

그때 법시(法施) 비구니는 멀리서 제바달두가 오는 것을 보고 그에게 말하였다.
“당신이 지금 하시는 일은 아주 잘못된 일입니다. 지금 후회하기는 쉽지만 뒤에는 아마 어려울 것입니다.”

제바달두는 이 말을 듣고 더욱 화가 나서 곧 물었다.
“이 중년[禿婢]아, 내게 무슨 잘못이 있기에 지금은 쉽고 나중에는 어렵다고 하느냐?”

법시 비구니가 대답하였다.
“당신은 지금 악인(惡人)들과 함께 온갖 죄악의 근본을 지었습니다.”

이때 제바달두는 불꽃같은 성이 치밀어 곧 손으로 그 비구니를 때려 죽였다.

제바달두는 그 진인(眞人:阿羅漢)을 죽이고 자기 방으로 돌아와 여러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나는 지금 나쁜 생각을 내어 사문 구담에게 향하였지만 그것은 의리에 맞지 않다. 아라한으로서 나쁜 생각을 내어 아라한을 향해서는 안 된다. 나는 지금 저분에게 참회하는 것이 옳다.”

이때 제바달두는 이 때문에 근심에 잠겨 이내 중병을 얻었다. 그는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지금 사문 구담을 찾아가 뵐 기운이 없다. 너희들은 나를 부축해 가지고 저 사문에게로 가자.”

그때 제바달두는 열 손톱에 독약을 바르고는 다시 그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나를 가마에 메고 사문에게로 가라.”
제자들은 그를 가마에 메고 세존에게로 떠났다.

그때 아난이 멀리서 제바달두가 오는 것을 보고 곧 세존께 아뢰었다.
“제바달두가 지금 저기에 오고 있습니다. 반드시 뉘우치는 마음이 있어 여래께 참회를 구하려는 것일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제바달두는 끝내 내게 오지 못할 것이다.”

아난은 두 번 세 번 되풀이해 아뢰었다.
“지금 저 제바달두가 참회를 하려고 이곳으로 오고 있습니다.”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저 나쁜 사람은 끝내 여래에게 오지 못할 것이다. 그는 오늘 목숨이 이미 다 되었느니라.”

그때 제바달두는 세존께서 계신 곳에 이르기 전에 그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내가 지금 누워서 여래를 뵐 수는 없다. 가마에서 내려 뵙는 것이 마땅하다.”
제바달두가 땅에 막 발을 내딛자 땅 속에서 큰 불바람[火風]이 일어나 그의 몸을 에워쌌다. 그때 제바달두는 불에 타면서 곧 여래께 후회하는 마음이 생겨 막 ‘나무불(南無佛)’이라고 외치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 말을 마치지 못한 채 ‘나무’10)만을 일컫고 곧 지옥으로 들어갔다.

그때 아난은 제바달두가 지옥에 떨어지는 것을 보고 세존께 여쭈었다.
“제바달두가 지금 목숨을 마치고 지옥에 들어갔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제바달두는 번뇌를 다하여 구경처(究竟處)에 이르지 못하였다. 지금 그는 나쁜 생각을 일으켜 여래의 몸을 해치려 하였기 때문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다음에 아비지옥(阿鼻地獄)에 들어갔다.”

아난은 눈물을 흘리고 슬피 울면서 어쩔 줄을 몰랐다.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왜 그처럼 슬피 우느냐?”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아직 애욕(愛欲)의 마음이 다하지 못하였고 욕심[欲]11)을 끊지 못하였기 때문에 슬피 웁니다.”

그때 세존께서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만일 사람들이 스스로 행(行)을 짓고
그 근본을 도로 관찰해 보면
선(善)한 이는 그대로 선한 과보를 받고
악(惡)한 이는 그대로 악한 재앙을 받는다.

세상 사람들이 나쁜 행을 행하여
죽어서 지옥의 고통을 받더라도
만일 그가 또 선(善)한 행을 행하면
몸을 바꾸어 하늘의 복을 받으리.

그는 제가 스스로 악한 일을 행해
제 스스로 지옥에 들어갔거니
그것은 이 부처님의 허물 아니다.
너는 지금 어찌하여 슬피 우는가?

그때 아난이 세존께 아뢰었다.
“제바달두는 지금 죽어 어디에 태어났습니까?”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제바달두는 목숨을 마치고 아비지옥에 들어갔다. 왜냐하면 그는 5역죄를 지었기 때문에 그런 과보를 받는 것이다.”

아난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의 말씀과 같습니다. 자기가 죄를 지어 현세의 몸으로 지옥에 들어갔습니다. 제가 지금 눈물을 흘리면서 슬피 우는 까닭은 제바달두가 그 이름과 종족을 아끼지 않고, 또 부모와 어른들을 위하지 않으며 모든 석씨를 욕되게 하고 우리 문중을 헐뜯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제바달두가 현재의 몸으로 지옥에 들어간 것은 진실로 그럴 수 없는 일입니다. 왜냐하면 우리 문족(門族)은 전륜성왕의 지위에서 나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제바달두의 몸은 왕족에서 나왔는데 현재의 몸으로 지옥에 들어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제바달두는 현세의 몸으로 번뇌를 다하고 번뇌가 없게 되어, 마음이 해탈하고 지혜가 해탈하여 현세의 몸으로 과(果)를 증득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삶과 죽음은 이미 다하였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쳐 다시는 태(胎)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사실 그대로 알고, 진인(眞人)의 자취를 배워 아라한이 되어 무여열반(無餘涅槃)의 세계에서 반열반(般涅槃)했어야 할 터인데, 어찌 현세의 몸으로 지옥에 들어갈 줄 알았겠습니까?
제바달두가 이 세상에 있을 때에 큰 신력(神力)과 신덕(神德)이 있어 능히 삼십삼천에까지 올라갔고 변화가 자재(自在)하였는데 어떻게 그런 사람이 지옥에 들어갈 수 있습니까? 알 수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제바달두는 지옥에서 얼마만큼 세월을 지나야 하겠습니까?”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 사람은 지옥에서 한 겁(劫)을 지내야 할 것이다.”

그때 아난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러하오나 겁에는 대겁(大劫)과 소겁(小劫), 이 두 종류가 있는데, 그는 어떤 겁을 지내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는 대겁을 지내야 할 것이다. 이른바 대겁이란 즉 현겁(賢劫)이니, 그는 그 겁수(劫數)를 지나고 행이 끝나면 목숨을 마치고 도로 사람의 몸을 받아 태어날 것이다.”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바달두는 인간의 근본[人根]을 모두 잃어버리고야 비로소 다시 이룩하겠습니다. 왜냐하면 겁의 수효가 길고 멀기 때문입니다. 대개 대겁이란 현겁에 불과합니다.”

그때 아난은 더욱 슬피 울고 흐느끼면서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바달두는 아비지옥에서 나오면 다음에는 어디에 태어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제바달두는 거기서 목숨을 마치면 사천왕천에 태어날 것이다.”

아난이 다시 물었다.
“또 거기에서 목숨을 마치면 어디에 태어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거기에서 목숨을 마치면 계속하여 차례로 삼십삼천(三十三天)ㆍ염천(焰天)ㆍ도솔천(兜率天)ㆍ화자재천(化自在天)ㆍ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에 태어날 것이다.”

아난이 다시 물었다.
“거기에서 목숨을 마치면 또 어디에 태어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제바달두는 지옥에서 목숨을 마치고 천상의 좋은 곳에 태어나면 60겁을 지내도록 3악도(惡道)에 떨어지지 않고, 천상과 인간을 왕래하다가 최후로 사람의 몸을 받을 것이다. 그러고는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의를 입고 견고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도를 배워 벽지불이 될 것이니, 그때는 이름을 ‘나무’라 할 것이다.”

그때 아난이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그와 같이 제바달두는 악의 과보로 말미암아 지옥의 죄를 받았는데, 또 어떤 공덕을 지었기에 60겁 동안 삶과 죽음을 지내면서도 고뇌를 받지 않고, 다시 벽지불이 되어 그 이름을 ‘나무’라 할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잠깐 동안의 착한 마음도 그 복을 비유하기 어렵거늘, 하물며 제바달두처럼 고금(古今)의 일에 두루 밝고 외워 익힌 것이 많으며, 온갖 법을 모두 가져 들은 것을 잊지 않는 이이겠는가?
생각하면 저 제바달두는 과거의 원한으로 해칠 마음을 내어 여래를 향하였으나, 다시 과거 인연의 과보로 기쁜 마음을 가지고 여래를 향하였으므로 이 인연의 과보 때문에 60겁 동안 삼악도에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는 또 마지막 목숨을 마칠 때에 부드럽고 즐거운 마음으로 ‘나무’라고 했기 때문에 뒷날 벽지불이 되어 그 이름을 ‘나무’라 할 것이다.”

그때 아난이 곧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께 예배하고 거듭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의 말씀과 같습니다.”

이때 대목건련이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지금 아비지옥으로 가서 제바달두를 위해 요긴한 행을 설명하고, 그를 위로하고 경하(慶賀)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목련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알아서 하되 너무 경솔하고 성급하게 하지 말고, 마음을 전일(專一)하게 하고 뜻을 바르게 하여 어지러운 생각을 일으키지 말라. 왜냐하면 매우 악한 중생은 다루기 어렵고 성취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비지옥에 떨어진 것이다. 또 그 죄인들은 인간의 음성과 말을 주고받는 것을 알지 못한다.”

목련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지금 64가지 말을 다 통하니 그 음성(音聲)으로 그에게 가서 말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목련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때를 알아서 하라.”
아난이 이 말을 듣고 기뻐 뛰면서 어쩔 줄 몰랐다.

이때 대목련이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의 발에 예배한 뒤에 부처님을 세 번 돌고,그 앞에서 마치 역사(力士)가 팔을 굽혔다 펴는 것 같은 짧은 시간에 곧 아비지옥으로 들어갔다.
이때 대목건련이 아비지옥의 허공에서 손가락을 튀겨 깨우면서 말하였다.
“제바달두야.”

제바달두는 묵묵히 있고 대답하지 않았다.
이때 옥졸들이 목련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지금 어느 제바달두를 불렀는가?”

옥졸들이 다시 말하였다.
“지금 여기는 구루손부처님 때의 제바달두도 있고 구나함모니부처님 때의 제바달두와 가섭부처님 때의 제바달두도 있으며, 또 속가에 있던 제바달두와 출가한 제바달두도 있다. 비구여, 지금 그대는 어느 제바달두를 불렀는가?”

목련이 대답하였다.
“지금 내가 부른 사람은 석가문부처님의 숙부의 아들 제바달두이다. 그 이를 보고 싶다.”

이때 옥졸들이 손에 쇠고랑을 들고 혹은 불꽃을 잡아 그 몸을 지지며 부수고 있었다. 제바달두의 몸에는 벌건 불꽃이 붙어 그 불길의 높이가 30주나 되었다. 여러 옥졸들이 제바달두에게 말하였다.
“이 미련한 놈아, 왜 잠만 잤느냐?”

제바달두는 온갖 고통에 몹시 괴로워하면서 대답하였다.
“너희들은 지금 나를 어떻게 하려는 것이냐?”

옥졸들이 말하였다.
“너는 지금 공중을 쳐다보라.”

곧 그 말을 따라 공중을 쳐다보다가, 대목련이 보배연꽃 위에 가부좌하고 앉아 있는 것을 보았는데, 해가 구름을 헤치고 나오는 것 같았다. 제바달두는 그것을 보고 곧 이런 게송을 읊었다.
그 누가 하늘 광명 나타내기에
해가 구름을 헤치고 나오는 것 같은가?
또 마치 순금으로 된 산 덩어리 같아
더러운 티끌 때가 전혀 없구나.

그때 목련도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나는 바로 석씨의 사자
구담(瞿曇) 종족의 후예로서
그의 성문(聲聞) 제자이거니
이름을 대목련이라 한다.

그때 제바달두가 목련에게 말하였다.
“존자 목건련이여, 무엇 때문에 여기에 오셨습니까? 여기 중생들은 한량없이 많은 죄를 지어 교화하기 매우 어렵고 착한 일을 짓지 않아 목숨을 마치고 여기 와서 태어난 것입니다.”

목련이 대답하였다.
“나는 부처님의 사자로서 일부러 여기에 왔다. 너를 가엾이 여겨 괴로움의 근본을 뽑아 주려고 한다.”

이때 제바달두는 ‘부처님’이라는 말을 듣고 기뻐 뛰면서 어쩔 줄 몰랐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하였다.
“원컨대 존자는 곧 자세히 설명하여 주십시오. 여래 세존께서는 어떤 분부가 계셨습니까? 다시 나쁜 세계가 없을 것이라고 말씀하시지는 않으셨습니까?”

목련이 대답하였다.
“제바달두여, 두려워하지 말라. 지옥은 매우 괴로우나 이보다 더 괴로운 곳은 없다. 저 석가문 불(佛)ㆍ여래(如來)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께서는 온갖 곤충까지 불쌍하게 여기시는데, 마치 어머니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 같이 해서 마음에 차별이 없으시다. 그래서 때를 따라 법을 연설하여 마침내 차례를 잃지 않게 하며, 또 그 종류를 어기지 않고 한량없이 연설하신다.
지금 세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는 처음에 나쁜 생각을 내어 세존을 해치려고 하였고, 또 다른 사람을 시켜 죄악의 근본으로 나아가게 하였다. 그 인연의 과보로 아비지옥에 들어가 한 겁을 지내는 동안에는 나갈 기약이 없을 것이다. 그러다가 그 겁수가 지나고 행이 다하여 목숨을 마치고 나면 사천왕천에 태어날 것이요, 거기서 계속하여 차례대로 삼십삼천ㆍ염천ㆍ도솔천ㆍ화자재천ㆍ타화자재천에 태어나서, 60겁 동안은 악취(惡趣)에 떨어지지 않고 인간과 천상으로 돌아다니다가 최후로 몸을 받으면 도로 사람으로 태어날 것이다.
그리하여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복을 입고 견고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면 틀림없이 벽지불이 되어 그 이름을 ‘나무’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네가 전에 죽음에 다다라 목숨이 끊어지려 할 때에 ‘나무’라고 일컬었기 때문에 그 이름을 가지게 된다.’
지금 저 여래께서는 그 ‘나무’라고 한 착한 말을 관찰하셨기 때문에 그 이름을 말씀하셨고, 60겁 동안 악한 세계에 떨어지지 않고 벽지불이 되리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그때 제바달두는 이 말을 듣고 기뻐 뛰면서 착한 마음이 생겨 다시 목련에게 아뢰었다.
“여래께서 말씀하신 가르침은 반드시 그러하리라고 의심하지 않습니다. 중생을 가엾이 여겨 한량없이 많은 중생들을 제도하시고, 또 큰 자비로 어리석고 미혹한 이를 교화하십니다. 비록 제가 지금부터 아비지옥에서 오른쪽으로 누워 한 겁을 지내더라도 마음과 뜻이 전일하고 발라 마침내 괴로워하거나 지겨워하지 않겠습니다.”

목련이 다시 제바달두에게 말하였다.
“어떠냐? 지금 네 고통에 혹 더하거나 덜한 것이 있느냐?”

제바달두가 대답하였다.
“제 몸의 고통은 갈수록 더하고 덜하지 않습니다. 지금 여래께서 주시는 이름을 받아 고통이 조금 덜하지만 그것은 말할 것도 못 됩니다.”

목련이 물었다.
“네가 지금 괴로워하는 고통의 모양은 어떤 종류인가?”

제바달두가 대답하였다.
“뜨거운 쇠 바퀴로 몸을 깔아 부수고 쇠 절굿공이로 몸을 찧으며, 검고 사나운 코끼리가 제 몸을 짓밟고, 또 불산[火山]이 와서 제 얼굴을 누르며, 옛날에 입었던 가사가 몹시 뜨거운 구리쇠 경첩이 되어 제 몸에 와서 감깁니다. 그 고통의 모양은 이와 같습니다.”

목련이 물었다.
“너는 과연 네 죄의 근본을 알고 그런 고통을 받는가? 내가 지금 낱낱이 분별해 주리니 너는 듣고 싶은가?”

제바달두가 대답하였다.
“예, 곧 말씀하여 주십시오.”

그때 목련은 이런 게송을 말하였다.
너는 옛날에 가장 훌륭한
비구 승단(僧團)을 무너뜨렸다.
그래서 지금 뜨거운 쇠 절구로
너의 온몸을 찧고 부순다.

그리고 너는 그 대중의
제일가는 성문(聲聞)으로서
비구 스님들과 싸웠으므로
지금 뜨거운 바퀴에 치인다.

너는 옛날에 국왕을 시켜
술 취한 코끼리 놓았으므로
지금 저 검은 코끼리 떼가
너의 온몸을 짓밟는다.

너는 옛날에 큰 돌을 들어
멀리 여래의 발에 던졌으므로
지금에 그 불 산의 과보로
남김없이 너를 태운다.

너는 옛날에 주먹으로
그 비구니를 죽였으므로
지금 뜨거운 구리쇠 경첩으로
감아 태워 펴지지 않는 것이다.

과보는 끝내 무너지지 않고
또 그것은 헛되지 않나니
그러므로 부디 부지런히 힘써
온갖 악의 근본을 여의어라.

“제바달두여, 네가 옛날에 지은 악의 근본은 바로 이런 것들이다. 그러므로 부디 알뜰한 마음으로 불여래(佛如來)를 향함으로써 오랜 세월 동안 한량없이 많은 복을 얻도록 하라.”

제바달두가 다시 목련에게 아뢰었다.
“이제 목련께 부탁합니다. 땅에 엎드려 세존의 발에 예배하옵고 문안 인사를 드립니다. ‘기거함이 경건하시고 행보도 편안하십니까?’라고 합니다. 아울러 존자 아난께도 예배한다고 전해 주십시오.”

그때 존자 대목건련은 큰 신통을 놓아 아비지옥의 고통을 쉬게 하였다. 그리고 다시 게송을 읊었다.
석씨의 스승 가장 훌륭한 이께
‘나무불’이라고 모두들 외쳐라.
그 이라면 능히 안온함을 베풀어 주고
온갖 고뇌를 덜어 버리시느니라.

그때 지옥 중생들은 목련의 이 게송을 듣고 6만여 명은 행이 다하고 죄가 끝나 곧 거기에서 목숨을 마치고는 사천왕천에 태어났다.

목련은 곧 신통을 거두고 자기 처소로 돌아왔다. 그는 세존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아뢰었다.
“제바달두는 문안드리며 공경하고 받들기 한량없는데 ‘기거함에 가볍고 행보도 편안하십니까?’ 하고 문안드렸으며, 또 아난께도 문안하면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여래께서 〈60겁 중에 벽지불(辟支佛)이 되어 이름을 ‘나무’라 하리라〉고 기별(記莂)을 주시니,저는 비록 아비지옥 속에서 오른쪽으로 누워 있더라도 마침내 그 괴로움을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참으로 훌륭하다. 목련아, 많은 이익을 주었고 많은 은혜를 베풀었구나. 중생을 가엾이 여기고 천상과 인간을 편안하게 하였으며, 여래의 모든 성문들로 하여금 차츰 번뇌가 사라진 열반에 이르게 하였다. 그러므로 목련아, 항상 노력하여 세 가지 법을 성취하도록 하라. 왜냐하면 만일 저 제바달두가 몸으로 짓는 세 가지와 입으로 짓는 네 가지와 뜻으로 짓는 세 가지의 선한 법을 수행하였더라면 그는 몸을 마치도록 이양(利養)을 탐하지 않고 또 5역죄(逆罪)를 지음으로써 아비지옥에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 까닭이 무엇인가 하면 무릇 이양을 탐내는 사람은 삼보(三寶)에 공경하는 마음이 없고, 또한 금계(禁戒)를 받들어 지니지 않으며, 몸과 입과 뜻으로 짓는 행을 완전히 갖추지 않고, 다만 탐내는 일에만 뜻을 오로지하여 몸과 입과 뜻으로 행하기 때문이다. 목련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목련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10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중생들이 자애로운 마음[慈心]을 닦아 해탈하고, 그 이치를 널리 펴서 남을 위해 연설하면 반드시 열한 가지 과보를 얻을 것이다.
어떤 것이 그 열한 가지인가? 누워도 편안한 것, 깨어도 편안한 것, 나쁜 꿈을 꾸지 않는 것, 하늘도 보호하는 것, 사람도 사랑하는 것, 독약을 먹지 않는 것, 무기에 상해를 입지 않는 것, 물ㆍ불ㆍ도적의 침해를 당하지 않는 것,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범천(梵天)에 태어나는 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자애로운 마음을 수행하면 열한 가지 복을 얻는다’고 하는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 곧 이 게송을 읊으셨다.
만일 자애로운 마음을 닦고
또 방일(放逸)한 행동 없으면
온갖 번뇌가 점점 엷어져
마침내 도의 자취 보게 되리라.

자애로운 마음을 행함으로
반드시 저 범천에 태어날 것이요
어느 새 온갖 그 번뇌 사라져
함이 없는 그곳에 아주 가리라.

죽이지 않고 해칠 마음 없으며
승부(勝負)를 겨루는 그 뜻이 없으면
사랑을 행하여 일체를 덮어
마침내 원한의 마음 없으리.

“그러므로 비구들아, 부디 방편을 구하여 자애로운 마음을 수행하고 그 이치를 널리 펴도록 하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주석
1 『중아함경』 제194번째 소경 「발타화리경(跋陀和利經)」과 내용이 유사하다.
2 발제바라(跋提婆羅,Bhaddālin)는 바제바라(波提婆羅)ㆍ발타리(跋陀利)라고도 하고, 의역하여 현호(賢護)라고 한다.
3 『마하승기율(摩訶僧祇律)』 제17권에 따르면 “새벽에 일어나 두 개의 발우를 지니고 마을로 들어가 걸식하여 하나는 아침으로 먹고, 다른 하나는 점심으로 먹는다. 이것이 두 번[二食]의 식사이다”라고 되어 있다.
4 가류타이(迦留陀夷, Kāludāyin)는 우다이(優陀夷)ㆍ우타(優陀)ㆍ가루오타이(加樓烏陀夷)라고도 하며, 대추흑(大麤黑 또는 흑광(黑光)으로 한역하기도 한다.
5 면왕(面王, Mogharājan)은 또한 모하라야(謨賀囉惹)라고도 한다.
6 발제바라를 가리키는 말이다.
7 수라타(修羅陀, Surādha)는 또한 수뢰타(須賴陀)라고도 하며, 한역하면 선득(善得)이다.
8 팔리어로 Ajātasattu라고 하며, 의역하여 미생원(未生怨), 즉 ‘아직 태어나기도 전에[未生] 원망하는 마음을 가졌다’는 뜻이다.
9 금비라(金毘羅,Kumbhīra)는 또한 금비로(金鞞盧)ㆍ공비라(供毗羅)라고도 하며, 한역하면 위여(威如)이다.
10 팔리어로 namo라고 한다. 귀의(歸依)한다는 뜻이다.
11 신수대장경 각주에 의하면 “성본(聖本)에는 욕(欲)이 결(結)로 되어 있다”고 하였다.

증일아함경 제48권

동진 계빈 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김월운 번역

50. 예삼보품(禮三寶品)

[ 1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이 여래의 절[神寺]에 예배하려고 한다면 열한 가지 법으로 여래의 절에 예배하여야 한다.
어떤 것이 그 열한 가지 법인가?
잘 견디기 때문에 용맹스런 마음을 일으키는 것, 마음이 한결같기 때문에 마음이 어지럽지 않은 것, 온갖 지관(止觀)을 닦기 때문에 전일한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 삼매(三昧)에 들기 때문에 온갖 생각이 영원히 쉬는 것, 지혜(智慧)를 말기암기 때문에 그 마음이 한량없는 데 미치는 것, 그 형상을 말미암기 때문에 뜻의 어려움을 관찰하는 것, 위의(威儀)를 말미암기 때문에 뜻이 맑고 고요한 것, 명칭(名稱 때문에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는 것, 그 색(色)을 말미암기 때문에 마음에 상상(想像)이 없는 것, 부드러운 음성을 말미암기 때문에 그 범음(梵音)은 미치기 어려운 것이다.
모든 비구들아,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이 여래의 절에 예배하려 하거든 마땅히 이 열한 가지 법1)을 갖추어 예배해야 한다. 그리하면 오랜 세월 동안 한량없이 많은 복을 얻을 것이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2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이 법에 예배하고자 한다면 열한 가지 일을 생각한 뒤에 예배해야 한다.
어떤 것이 그 열한 가지인가? 바른 법은 교만이 있으면 교만을 제거한다는 것, 바른 법은 애욕이 있으면 애욕의 생각을 제거한다는 것, 탐욕이 있으면 탐욕을 제거한다는 것,바른 법은 생사(生死)의 깊은 흐름을 끊는다는 것, 바른 법을 행하면 평등한 법을 얻는다는 것, 바른 법을 밝히면 모든 악취(惡趣)를 끊는다는 것, 이 바른 법을 찾으면 좋은 곳에 이르게 된다는 것, 바른 법은 욕망의 그물을 끊을 수 있게 한다는 것, 바른 법을 행하면 유위(有爲)에서 무위(無爲)에 이르게 된다는 것, 바른 법을 행하면 밝아 비추지 않는 곳이 없다는 것, 바른 법은 열반의 세계에 이르게 한다는 것이다.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이 법에 예배하고자 하면 이 열한 가지 법을 깊이 사유해야 한다. 그러면 곧 한량없이 많은 복을 얻고 오랜 세월 동안에도 한량없이 많은 복을 받게 될 것이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3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이 승가(僧家)에 예배하고자 하면 열한 가지 법을 집중하여 생각한 뒤에 예배해야 한다.
무엇이 그 열한 가지 법인가? 여래의 제자는 바른 법을 성취하였다는 것, 여래의 성스러운 제자는 상하(上下)가 화합(和合)하다는 것, 여래의 승가는 법과 법을 성취하였다는 것, 여래의 성스러운 제자는 계율을 성취하였다는 것 삼매(三昧)를 성취하였다는 것, 지혜를 성취하였다는 것, 해탈을 성취하였다는 것, 해탈견혜(解脫見慧)를 성취하였다는 것, 여래의 성스러운 제자는 삼보(三寶)를 맡아 보호한다는 것, 여래의 성스러운 제자는 외도 이학(異學)을 항복 받는다는 것, 여래의 성스러운 제자는 모든 중생의 좋은 벗이며 복밭이 된다는 것이다.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이 승가에 예배하고자 하면 이 열한 가지 법을 깊이 사유하면서 해야 한다. 그리하면 오랜 세월 동안 한량없이 많은 복을 얻을 것이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모든 비구들과 하늘ㆍ용ㆍ귀신ㆍ건답화(乾沓和)ㆍ아수륜(阿須倫)ㆍ가류라(迦留羅ㆍ진타라(甄陀羅)ㆍ마휴륵천(摩休勒天) 및 사람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4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바가바(婆伽婆)께서 마갈국 밀제라성 동쪽에 있는 대천원(大天園)에서 대비구들 1,250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는 공양을 마치시고 일어나 아난과 함께 동산을 거닐다가 갑자기 웃으셨다.
아난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여래(如來ㆍ무소착(無所着)ㆍ등정각(等正覺)께서는 함부로 웃으시지 않는데 지금 무엇 때문에 웃으셨을까? 틀림없이 어떤 의미가 있을 것이다. 내가 여쭈어 보리라.’
아난은 옷을 정제(整齊)하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붙이고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여래ㆍ무소착ㆍ등정각께서는 함부로 웃으시지 않으시는데, 지금 무슨 까닭에 웃으셨습니까? 틀림없이 까닭이 있을 터이오니 그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너를 위해 설명하리라. 과거 현겁(賢劫) 초에 이곳은 어떤 전륜성왕(轉輪聖王)이 온 천하를 다스리고 있었는데 그 이름을 대천(大天)이라고 하였었다. 그는 오래 살고 병이 없으며 단정하고 용맹스러워 바른 법으로 다스리고 백성을 속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에게는 칠보(七寶)가 저절로 생겼다. 그 칠보는 첫째 윤보(輪寶), 둘째 상보(象寶), 셋째 마보(馬寶), 넷째 주보(珠寶), 다섯째 여보(女寶), 여섯째 주장보(主藏寶), 일곱째 전병보(典兵寶)이다.”

세존께서는 이어 말씀하셨다.
“그 대천왕은 동자(童子)로서 8만 4천 세(歲)를 지냈고 태자(太子)로서 8만 4천 세를 지냈으며 왕위에 올라 8만 4천 세를 지냈다.”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떤 것을 윤보(輪寶)라고 합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보름달이 한창 둥글 때에 왕이 깨끗이 목욕하고 궁녀들과 동쪽 누각에 올라 동쪽을 향해 바라볼 때에 바퀴 살 천 개를 가진 금 바퀴가 나타나는데, 그 바퀴의 높이는 일곱 길로서 한 그루의 다라(多羅)2)와 같다. 다라란 홀로 우뚝하게 솟아난 나무인데, 그 나무로 한정하여 그 바퀴는 일곱 그루의 다라 높이만큼 떠 있는데, 순수한 자마금(紫磨金)으로 되었다.
왕은 그것을 보고 가만히 생각하였다.
‘이 바퀴는 좋은 바퀴이다. 붙드는 것이 좋겠다.’
이렇게 생각하자 그 바퀴는 곧 왕의 왼손에 놓였다. 왕은 곧 그것을 들어 오른손에 옮기고 바퀴에 대고 말하였다.
‘항복하지 않는 것은 나를 위해 항복 받고 내 땅이 아닌 것은 나를 위해 차지하되 법대로 하고 법 아닌 것으로는 하지 말라.’
말을 마치자 바퀴는 도로 공중에 머무르되 바퀴의 테는 동쪽으로 향하고 바퀴통은 북쪽으로 향하였다. 왕은 좌우에 명령하여 네 종류의 군사를 모았다. 군사가 모이자, 그 군사를 데리고 바퀴를 좇아 공중에 세웠다. 바퀴가 동쪽으로 끌면 그것을 따라 동방 세계를 두루 순행하다가 해가 저물면 왕은 군사를 데리고 바퀴 밑에서 잠을 잤다.

그러면 동방 세계의 여러 작은 왕들은 모두 와서 조회하고 금 발우에는 은 좁쌀을 담고 은 발우에는 금 좁쌀을 담아 모두 왕에게 바치면서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대왕이여. 이 동방 세계의 토지와 보배와 백성들은 모두 왕의 소유입니다. 원컨대 수레를 멈추어 여기서 사십시오. 저희들이 천왕의 명령을 받들겠습니다.’
대천왕이 여러 작은 왕들에게 대답하였다.
‘너희들이 내 명령을 받들고 싶거든 제각기 본국으로 돌아가 열 가지 선행(善行)으로 백성들을 가르치고 사리에 어그러지는 일은 행하지 말라.’
이 훈계를 마치자 바퀴는 곧 굴러 바다로 나가 구름을 타고 떠나갔다. 바다에는 저절로 1유순(由旬)쯤 되는 너비의 길이 열렸다. 왕은 네 종류 군사와 함께 바퀴를 따라 앞에서와 같이 남방 세계를 순행하였다. 남방세계의 여러 작은 왕들은 모두 와서 조회하고 금 발우에는 은 좁쌀을 담고 은 발우에는 금 좁쌀을 담아 왕에게 바치면서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천왕이여. 이 남방 세계의 토지와 보배와 백성들은 모두 왕의 소유입니다. 원컨대 수레를 멈추시고 여기에서 사십시오. 우리들은 천왕의 명령을 받들겠습니다.’

대천왕이 대답하였다.
‘너희들이 내 명령을 받들고자 하거든 제각기 본국으로 돌아가 열 가지 선행으로 백성을 가르치고 사리에 어그러지는 일은 행하지 말라.’
이렇게 교훈을 마치자 바퀴는 서쪽으로 돌아 서방 세계를 순행하였다. 서방세계의 여러 왕들이 물건을 바치고 살기를 청하는 것도 남방세계에서와 같았다.
바퀴는 다시 북쪽으로 돌아 북방 세계를 순행하였다. 북방 세계의 여러 왕들도 모두 와서 조회하고, 물건을 바치고 살기를 청하는 것도 앞에서와 같았다.
이렇게 나흘 동안 돌아다니면서 염부제의 네 바다를 둘러 본래의 밀제라성으로 돌아와, 궁문 앞 허공 위에서 바퀴 테를 동쪽으로 향하고 일곱 그루의 다라 높이만큼 높은 위치에서 머무르자 왕은 곧 궁중으로 들어갔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대천왕이 얻은 윤보는 이와 같으니라”

아난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대천왕이 얻은 상보(象寶)는 어떠하였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대천왕은 그 뒤 보름날 달이 한창 둥글 때에, 깨끗이 목욕하고는 궁녀들을 데리고 동쪽 누각에 올라 동으로 향해 공중을 바라볼 때에 만호(滿呼)라는 흰 코끼리가 허공을 타고 왔다. 일곱 개의 다리에 발굽은 통통하고 입에는 여섯 개의 어금니가 있으며 머리에는 금관(金冠)을 썼고 영락(瓔珞)도 금으로 되었으며 진주(眞珠)로 그 몸을 얽고 좌우에는 금방울을 달았다. 그는 신력이 있어 자유로이 형상을 변화하였다.
대천왕은 그것을 보고 생각하였다.
‘나는 이 코끼리를 가지는 것이 좋겠다. 반드시 쓸 만하리라.’
이렇게 생각하자 코끼리는 곧 왕의 앞 공중에 머물렀다. 왕은 다섯 가지 일로 그 코끼리를 가르치고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코끼리의 능력을 시험해 보리라.’
이튿날 날이 밝아 왕은 그 코끼리를 타고 잠깐 동안에 천하를 두루 돌고, 다시 본국으로 돌아와 동쪽 궁문에서 동쪽으로 향해 섰다.
아난아, 대천왕이 얻은 상보는 이와 같았느니라.”

아난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대천왕이 얻은 마보(馬寶)는 어떠하였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 뒤에 대천왕은 보름날 달이 한창 둥글 때에, 깨끗이 목욕하고는 궁녀를 데리고 서쪽 누각에 올라 서쪽을 향해 바라보았다. 바라함(婆羅含)이라는 검푸른 말이 허공을 타고 오는데, 걸어도 몸이 흔들리지 않고 머리에는 금관을 썼으며 영락은 보배로 되었고 진주로 몸을 얽었으며 좌우에는 방울을 달았다. 그 말은 신력(神力)이 있어 자유로이 그 형상(形相)을 변화하였다.
대천왕은 그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것을 얻어 타면 좋겠다.’
이렇게 생각하자 말은 왕의 앞으로 왔다. 왕은 그것을 타고 시험하고 싶었다.
이튿날 날이 밝자 왕은 그것을 타고 동쪽으로 갔다. 잠깐 동안에 천하를 두루 돌고 본국으로 돌아와 서쪽 궁문에서 서쪽으로 향해 섰다.
아난아, 대천왕이 얻은 마보는 이와 같았느니라.”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대천왕이 얻은 주보(珠寶)는 어떠하였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대천왕은 그 뒤 보름날 달이 한창 둥글 때에, 깨끗이 목욕하고는 궁녀들을 데리고 동쪽 누각에 올라 동쪽을 향해 바라보았다. 길이는 1척(尺) 6촌(寸)이요 여덟모가 있으며 검푸른 유리 빛으로 된 구슬이 허공을 타고 오는데 땅에서 일곱 다라 높이쯤 되었다.
대천왕은 그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저 구슬을 얻어 구경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생각하자 곧 그 구슬을 얻을 수 있었다. 왕은 그것을 시험하고 싶었다. 밤중이 되자 왕은 네 종류의 군사를 모으고 당기 꼭대기에 그 구슬을 달고 성을 나가 놀았다. 구슬은 사방 12유순까지 밝게 비추었다. 군사들은 서로 볼 수 있어서 낮과 다름이 없었다. 그 구슬 광명이 비추는 곳에는 사람들이 모두 놀라 일어나 ‘날이 밝았다’고 말하였다. 왕은 곧 궁중으로 돌아와 궁전 안에 당기를 세웠다. 궁전 안팎은 항상 밝아 낮과 다름이 없었다.
아난아, 대천왕이 얻은 구슬은 이와 같았느니라.”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대천왕이 얻은 옥녀보(玉女寶)는 어떠하였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대천왕은 보름날 달이 한창 둥글 때가 되어 깨끗이 목욕하고는 궁녀들을 데리고 동쪽 누각에 올라 동쪽을 향해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만나가리(曼那呵利)라고 하는 찰제리 여보(女寶)를 보게 되었다.
그녀는 견줄 수 없을 만큼 단정하고 아름답고 깨끗하며, 키는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으며 몸은 뚱뚱하지도 않고 호리호리하지도 않으며 희지도 않고 검지도 않았다. 겨울에는 몸이 따뜻하고 여름에는 몸이 서늘하며 몸 털구멍에서는 전단향 냄새가 나고 입에서는 우발라 연꽃 향내가 나며 보통 여자들의 어떤 나쁜 자태도 없었다. 성정(性情)이 잘 조화되어 있고 남의 마음을 미리 알아 받들어 행하는데, 허공을 타고 와서 왕에게 이르렀다.
아난아, 대천왕이 얻은 옥녀보는 이와 같았느니라.”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대천왕이 얻은 주장보(主藏寶)는 어떠하였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대천왕은 보름날 달이 한창 둥글 때가 되어 깨끗이 목욕하고는 궁녀들을 데리고 북쪽 누각에 올라 북쪽을 향해 바라보다가, 아라타지(阿羅咃吱)라고 하는 주장신(主藏臣)을 보았다.
그는 단정하고 아름답고 묘하며, 키는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으며 몸은 살지지도 않고 여위지도 않았다. 몸은 황금빛이요 털은 검푸른 빛이며 눈은 흰자위 검은자위가 분명하였다. 또 땅에 묻힌 칠보(七寶)를 환히 보고는 주인이 있는 것은 잘 보호해 주고 주인이 없는 것은 파내어 왕의 쓰임새에 공급(供給)하였다. 그는 총명하고 지혜로우며 좋은 방편을 가졌는데, 허공을 타고 와서 왕에게 이르렀다.
그가 왕에게 말하였다.
‘지금부터 왕께서는 한껏 즐기시고 그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왕에게 보물을 바쳐 모자람이 없게 하겠습니다.’
왕은 그를 시험하려고 함께 배를 타고 바다로 들어가 그에게 말하였다.
‘나는 금과 은 등의 보물을 가지고 싶다.’

그가 대답하였다.
‘해안(海岸)으로 돌아가시면 구해 올리겠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나는 물속의 보물을 가지고 싶다. 육지의 보물은 필요 없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정제한 뒤에 오른쪽 무릎을 꿇고 합장하고 물을 보고 예배하였다. 물속에서 곧 저절로 금덩이가 나오는데 크기는 수레 바퀴통만 하였다. 그래서 잠깐 동안에 배에 가득 찼다.
왕이 말하였다.
‘그만두라. 더 이상 금을 끌어올리지 말라. 배가 가라앉겠다.’
아난아, 대천왕이 얻은 주장보는 이와 같았느니라.”

아난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대천왕이 얻은 병사를 주관하는 장군은 어떠하였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대천왕은 보름날 달이 한창 둥글 때가 되어 깨끗이 목욕하고는 궁녀들을 데리고 남쪽 누각에 올라 남쪽을 향해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남쪽에서 비비나(比毘那)라고 하는 장군을 보게 되었다.
그는 단정하고 아름다우며 털은 진주 빛 같고 몸은 녹색이었다. 키는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으며 몸은 살지지도 않고 여위지도 않으며 눈은 남의 속을 꿰뚫어 보았다. 군사를 부리는 꾀는 변화가 많고 나아가고 물러남에 시기를 잘 알았는데, 그가 허공을 타고 왕에게로 왔다.
그가 왕에게 말하였다.
‘원컨대 왕은 마음껏 즐기시고 천하의 일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사방을 정벌하는 일은 제가 맡아서 하겠습니다.’

왕은 그를 시험하고자 하여 밤중에 이렇게 생각하였다.
‘네 종류의 군사를 모으고 싶다.’
이렇게 생각하자 군사들은 모두 모였다.
왕이 다시 생각하였다.
‘동쪽으로 이끌고 가고 싶다.’
군사들은 곧 동쪽으로 몰렸다. 왕은 복판에 앉고 장군은 앞에 있고 네 종류의 군사들은 빙 둘러섰다. 왕이 가려고 생각하면 군사들은 곧 가고 왕이 돌아오려고 생각하면 군사들은 곧 돌아왔다.
아난아, 대천왕이 얻은 병사를 주관하는 장군보는 이와 같았느니라.”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대천왕이 얻은 칠보는 이와 같았느니라.”

부처님께서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대천왕은 오랫동안 천하를 다스리다가 머리를 빗어주는 시자(侍者) 겁북(劫北)3)에게 말하였다.
‘만일 내 머리에서 흰 머리카락이 보이거든 곧 그것을 뽑아 나에게 보여라.’
겁북은 오랫동안 머리를 지켜보다가 흰 머리카락 하나를 발견하고 곧 왕에게 아뢰었다.
‘전에 분부하신 흰 머리카락을 이제 발견하였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그것을 뽑아 나에게 보여라.’
겁북은 곧 금 족집게로 흰 머리카락을 뽑아 왕의 손바닥에 놓았다. 왕은 흰 머리카락을 집어 들고 이런 게송을 읊었다.
이제 내 머리에
이 흰 털이 났구나.
몸의 사자(使者)가 부르러 왔으니
도(道)에 들어갈 때가 되었네.

왕은 가만히 생각하였다.
‘나는 이미 인간의 다섯 가지 욕망을 한껏 누렸다. 이제는 출가하여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복을 입으리라.’
왕은 곧 태자 장생(長生)을 불러 말하였다.
‘동자야, 내 머리에는 벌써 흰 머리카락이 났다. 세간의 다섯 가지 즐거움[五樂]이 나는 이제 싫어졌다. 이제는 천상의 쾌락을 구해야 하겠다. 나는 지금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복을 입고 출가하여 도를 닦으리니, 너는 이 나라의 정사를 맡아 다스려라.
그리고 너도 장자를 세워 태자로 삼고 겁북을 잘 보호하여 흰 머리카락을 살피게 하다가 흰 머리카락이 나거든 이 나라를 너의 태자에게 맡기고 나처럼 출가하여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복을 입어야 하느니라.’

왕은 다시 태자에게 말하였다.
‘나는 지금 이 거룩한 자리를 간절한 마음으로 너에게 물려준다. 너는 이 거룩한 자리를 대대로 이어 종족이 끊어지지 않게 하라. 종족이 끊어지면 곧 변방 사람이 될 것이요, 또 선한 행을 끊으면 곧 법이 없는 곳에 태어나게 될 것이다.’
대천왕은 이렇게 훈계한 뒤에 그 나라를 태자 장생에게 물려주고 겁북과 농토를 모두 물려주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대천왕은 이 성ㆍ이 동산ㆍ이 땅에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복을 입고 도에 들어갔다. 그리고 여기서 8만 4천 년 동안 자(慈)ㆍ비(悲)ㆍ희(喜)ㆍ호(護:捨)의 4범행(梵行)을 닦다가 여기서 목숨을 마치고는 범천에 태어났다. 대천왕이 출가한 지 이레 뒤에 그 옥녀는 목숨을 마쳤다.

장생이 왕위에 올랐다. 그는 보름날 달이 한창 둥글 때가 되어 궁녀들을 데리고 동쪽 누각에 올라 동쪽을 향해 바라보았다. 앞에서와 같이 다정한 어떤 옥녀가 허공을 타고 왔다.
장생왕은 칠보를 가지고 나라 정치를 맡아 네 천하를 통솔하였다.
장생왕이 겁북에게 말하였다.
‘지금부터는 내 머리를 빗기되 흰 머리카락을 보거든 곧 내게 알려라.’
장생은 왕위에 오른 지 8만 4천 년이 지나 흰 머리카락이 났다.
겁북이 왕에게 아뢰었다.
‘흰 머리카락이 났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그것을 뽑아 내 손바닥에 올려놓아라.’
겁북은 곧 금 족집게로 그것을 뽑아 왕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왕은 흰 머리카락을 잡고 게송을 읊었다.
이제 내 머리에
흰 털이 났구나.
몸의 사자가 부르러 왔으니
도에 들어갈 때가 되었네.

왕은 가만히 생각하였다.
‘나는 이미 인간의 다섯 가지 욕망은 한껏 누렸다. 이제는 출가하여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복을 입자.’
왕은 곧 태자 관계(冠髻)를 불러 이렇게 말하였다.
‘동자야, 나는 벌써 머리가 세었다. 세간의 다섯 가지 욕망은 벌써 싫어졌다. 이제는 하늘 쾌락을 구해야 하겠다. 나는 지금 출가하여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복을 입고 도를 닦으리라. 너는 이 나라를 맡아 잘 다스려라.
그리고 장자를 세워 태자로 삼고 겁북을 잘 길러 흰 머리카락을 살피게 하여 흰 머리카락이 나거든 나라를 태자에게 물려주고 나처럼 출가하여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복을 입어라.’
왕이 다시 태자에게 말하였다.
‘나는 이제 이 거룩한 왕위를 간결한 마음으로 너에게 물려준다. 너는 이 거룩한 왕위를 이어 종족이 끊어지게 하지 말라. 종족이 끊어지면 곧 변방 사람이 될 것이요, 만일 선한 행을 끊으면 곧 법이 없는 곳에 태어날 것이다.’
장생왕은 이렇게 훈계한 뒤에 그 나라를 태자 관계에게 물려주고 겁북과 농토를 다 물려주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장생왕도 이 성ㆍ이 동산ㆍ이 땅에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복을 입고 도에 들어갔다. 그리고 여기서 8만 4천 년 동안 자ㆍ비ㆍ희ㆍ호의 4범행을 행하다가 목숨을 마치고 범천에 태어났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장생왕이 집을 나온 지 이레 뒤에 그 칠보는 저절로 변화해 떠나 버렸다.
관계왕은 근심에 잠겨 있었다. 신하들은 근심에 잠겨있는 왕을 보고 물었다.
‘천왕은 무엇을 근심하십니까?’
왕이 대답하였다.
‘칠보가 변화해 떠났기 때문이다.’
신하들이 아뢰었다.
‘왕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왕이 말하였다.
‘어떻게 걱정하지 않겠느냐?’

신하들이 아뢰었다.
‘부왕 범행이 이 가까운 동산에 계십니다. 가서 여쭈어 보시면 반드시 그 칠보를 이룩할 법을 왕에게 가르쳐 주실 것입니다.’
왕은 곧 거동 준비를 명령하였다. 신하들은 수레를 준비하고 왕에게 알렸다. 왕은 신하들과 함께 칠보로 된 수레를 타고 다섯 가지 물건, 즉 보배 갓ㆍ깃 일산ㆍ칼ㆍ부채ㆍ보배 신 등으로 기치를 삼고 좌우에는 신하가 따르게 하고는 동산으로 나아갔다.
동산에 이르러서는 수레에서 내려 다섯 가지 물건을 벗어놓고 동산 문으로 걸어서 들어갔다. 그는 부왕 앞에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한 뒤에 한쪽에 물러앉아 합장하고 아뢰었다.
‘대왕께서 가지셨던 칠보가 지금 모두 변화해 떠났습니다.’
부왕은 먼저 좌정(坐定)하고 그 말을 듣고는 머리를 들고 대답하였다.
‘동자야, 대개 성왕의 법에는 아비가 소유했던 것을 믿는 것이 아니다. 네가 스스로 법을 행하여 그것을 구하여야 한다.’

왕이 다시 물었다.
‘전륜성왕은 어떤 법으로 교화하였습니까?’
부왕이 대답하였다.
‘법을 공경하고 법을 존중하며 법을 생각하고 법을 기르며 법을 자라게 하고 법을 성하게 하며 법을 크게 하나니, 이 일곱 가지 법을 행하면 성왕의 다스림에 적절한 것이며 또 칠보를 이룩할 수 있다.’
왕이 다시 물었다.
‘어떤 것이 법을 공경하는 것이고……(이하 생략)……법을 크게 하는 것입니까?’
부왕이 대답하였다.
‘빈궁(貧窮)한 이에게 보시하고 백성을 가르쳐 양친에게 효도하게 하고 봉양하게 하며, 네 철과 여덟 절후에 때를 맞추어 제사를 올리고, 인내를 가르치며, 음욕과 질투와 어리석음을 버리는 것이니, 이 일곱 가지 법을 행하면 성왕의 법에 꼭 맞는 것이니라.’

왕은 부왕의 교훈을 받고 물러나 예배하고는 일곱 번 돌고 이내 돌아왔다.
이에 왕은 곧 부왕의 명령을 받들어 일곱 가지 법을 잘 행하면서 사방에 영을 내려 왕의 가르침을 공경하고 숭상하게 하였다.
왕은 곧 창고를 열어 빈궁한 이에게 보시하고 고독한 노인들을 모셔 봉양(奉養)하자 사방 백성들은 모두 그것을 따라 받들어 행하였다.
그때 왕은 보름날 달이 한창 둥글 때에, 깨끗이 목욕하고는 궁녀들을 데리고 동쪽 누각에 올라 동쪽을 향해 바라보았다.
1천 개의 바퀴살을 가진 자금(紫金) 바퀴가 허공을 타고 와서 공중에 떠 있는데, 바퀴의 높이는 일곱 그루의 다라나무만 하고 땅에서 일곱 그루의 다라나무 만큼 떨어져 있었다.

왕은 그것을 보고 생각하였다.
‘이 바퀴를 가졌으면 좋겠다.’
바퀴는 곧 내려와 왕의 왼손에 있다가 다시 오른손으로 옮겨갔다. 왕은 그 바퀴를 보고 말하였다.
‘항복하지 않은 이들은 나에게 항복하게 하고 내 땅이 아닌 것은 나의 땅이 되게 하되 법(法)대로 하고 비법(非法)으로 하지 말라.’
왕은 곧 손으로 그것을 던져 허공으로 돌려보냈다. 그것은 궁문 동쪽에서 바퀴 테는 동쪽으로 향하고 바퀴통은 북쪽으로 향하여 허공에 떠 있었다.
바퀴가 생긴 뒤에 흰 코끼리ㆍ검푸른 말ㆍ신령스런 구슬ㆍ옥녀ㆍ주장ㆍ장군 등, 이 칠보가 차례로 나타난 것은 대천왕과 같았고 그것을 시험한 것도 그와 같았다.
거기서 8만 4천 년을 마친 것과 왕이 겁북을 주고 태자에게 분부하며 나라 일을 맡기고 출가하여 도에 들어간 것 등도 모두 먼저 왕의 법과 같았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 관계왕도 이 성ㆍ이 동산ㆍ이 땅에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복을 입고 8만 4천 년 동안 자ㆍ비ㆍ희ㆍ호의 4범행을 닦다가 여기서 목숨을 마치고 범천에 태어났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 대천왕의 자손은 서로 대를 이어 8만 4천 년에 이르렀고, 전륜성왕의 자리와 선한 종족은 끊어지지 않았다.
그 최후 성왕의 이름은 임(荏)4)으로 바른 법으로 나라를 다스렸다. 그는 사람됨이 총명하고 자상하여 무엇이나 잊지 않았다. 32상이 있었고 빛깔은 붉은 연꽃 같았다. 보시하기를 좋아하여 사문과 바라문을 공양하였고 외로운 노인들을 모셔 기르며 빈궁한 이에게 보시하였다.
네 성문과 성 복판에 창고를 만들어 두고 금ㆍ은ㆍ잡보ㆍ코끼리ㆍ말ㆍ수레와 의복ㆍ침구ㆍ병에 맞는 의약품ㆍ향ㆍ꽃ㆍ음식을 쌓아두고, 고독한 이를 위해서는 그 아내를 주선해 주며 갖가지로 보시하되 남의 요구를 다 따라 주었다.
왕은 6재일(齋日)에는 안팎에 명령하여 모두 여덟 가지 계율을 가지게 하였다.
이 날에 수타회천은 항상 인간에 내려와 그 여덟 가지 계율을 받았다.

5) 제석과 삼십삼천(三十三天)은 모두 그 나라 사람들을 찬탄하였다.
‘유쾌하여라, 좋은 이익이로구나. 이런 법왕을 만나게 되었구나. 갖가지로 보시하되 백성들의 요구를 따르고 또 깨끗한 재계는 빠뜨리는 일이 없구나.’
제석천은 모든 천자들에게 말하였다.
‘임왕을 보고 싶은가?’
모두들 대답하였다.
‘보고 싶습니다. 여기 오게 하소서.’
제석천은 곧 궁비니(窮鼻尼) 천녀에게 명령하였다.
‘너는 밀제라성(蜜提羅城)에 가서 임왕에게 이렇게 말하라.
〈당신은 크게 좋은 이익을 얻었습니다. 여기 모든 하늘들은 모두 당신의 높은 공덕을 찬탄합니다. 그리고 나에게 은근히 문안드리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여기 여러 천자들은 당신을 매우 보고 싶어합니다. 잠깐 생각을 굽혀 여기 오셔 주소서.〉

궁비니는 분부를 받고 곧 인간 세계로 내려갔다. 마치 사람들이 팔을 굽혔다 펴는 것 같은 짧은 사이에 갑자기 왕의 궁전 앞 허공에 섰다.
그때 왕은 한 궁녀를 데리고 궁전 위에 앉아 이렇게 생각하였다.
‘일체 세간이 모두 안온을 얻어 어떤 고통도 없게 하고 싶다.’
궁비니는 공중에서 손가락을 튀기면서 왕을 깨웠다. 왕은 머리를 들고 궁전 위의 광명을 보고 또 그 소리를 들었다.
‘저는 석제환인의 시자입니다. 석제환인이 저를 보내어 여기에 왔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궁금합니다. 천제는 내게 무슨 분부가 있으십니까?’
천녀가 대답하였다.
‘천제는 간절한 마음으로 바랍니다. 지금 이 여러 천자들은 당신의 공덕을 찬탄하고 사모하면서 만나고 싶어합니다. 잠깐 왕림하소서.’
왕이 잠자코 허락하였다.
천녀는 돌아가 천제(天帝)에게 아뢰었다.
‘분부는 이미 전달되었습니다. 그리고 오기를 허락하였습니다.’
천제는 곧 어자(御者)에게 명령하여 칠보로 된 날아다니는 마차를 장엄하고 밀제라성으로 가서 임왕을 맞아 오게 하였다. 어자는 분부를 받고 곧 마차를 준비하여 인간으로 내려갔다.

그때 왕은 신하들과 함께 궁전에 모여 앉아 있었다. 수레가 왕의 앞 공중에 머물렀다. 어자가 말하였다.
‘천제가 지금 수레를 보내어 맞이하러 왔습니다. 모든 천자들께서 공손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곧 수레에 오르소서. 그리고 너무 연연해서 돌아보지 마십시오.’
여러 대소(大小) 신하들은 왕이 떠난다는 말을 듣고 너무 서운해 하면서 모두 일어나 합장하고 아뢰었다.
‘왕께서 떠나신 뒤에 우리는 누구의 명령을 받들어야 하겠습니까?’
왕이 대답하였다.
‘그대들은 걱정하지 말라. 내가 떠난 뒤에도 보시하고 재계하면서 백성들을 잘 보살피고 나라를 다스리되 내가 있을 때와 같이 하라. 나는 오래지 않아 다시 돌아올 것이다.’
왕이 분부를 마치자 수레가 곧 땅에 내려왔다. 왕은 곧 수레에 올랐다.
어자가 왕에게 물었다.
‘어느 길로 가리이까?’
왕이 말하였다.
‘무슨 말인가?’
어자가 대답하였다.
‘가는 데는 두 갈래 길이 있습니다. 첫째는 악의 길이요, 둘째는 선의 길입니다. 악을 행한 사람은 나쁜 길로 가서 괴로운 곳에 이르고, 선을 닦은 사람은 좋은 길을 거쳐 즐거운 곳에 이르는 것입니다.’

왕이 말하였다.
‘오늘은 선악(善惡)의 길을 모두 가고 싶구나.’
어자는 그 말을 듣고 한참만에야 깨닫고 말하였다.
‘참으로 좋습니다, 대왕이여.’
어자는 곧 두 길 중간으로 인도하였다. 왕은 선악을 모두 다 보면서 삼십삼천으로 갔다.
천제와 여러 천자들은 멀리서 왕이 오는 것을 보고서 천제가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대왕이여.’
그리고는 자기 자리에 같이 앉게 하였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왕은 곧 천제의 자리에 앉았다. 왕과 천제는 모양과 옷과 말소리가 모두 똑같았다. 천자들은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어느 것이 제석이며 어느 것이 왕인가?’
또 생각하였다.
‘사람은 눈을 깜빡이는 법인데 모두 다 눈을 깜빡이지 않는다.’
그래서 그것을 분별할 수 없어 모두 놀랐다.
천제는 천자들이 의심을 가진 것을 보고 생각하였다.
‘나는 왕을 붙들어 여기서 머물게 한 뒤에 저들을 깨닫게 하리라.’
천제는 여러 천자들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내가 왕을 붙들어 여기서 머물게 하기를 바라는가?’
천자들이 말하였다.
‘진정 머물게 하고 싶습니다.’
천제가 임왕에게 말하였다.
‘대왕은 여기 머무를 수 있습니까? 내가 다섯 가지 욕망을 공급해 주고, 그로써 여러 하늘들이 왕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왕이 천제에게 말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왕은 곧 쾌락의 공양(供養)을 받고는 말하였다.
‘원컨대 여러 천자님들의 수명이 무궁하시기를 빕니다. 손님은 주인께 사양하려고 청합니다.’
이렇게 세 번 청하였다.
제석천이 왕에게 물었다.
‘왜 머무르지 않으시렵니까?’
왕이 대답하였다.
‘나는 출가하여 도를 배워야 하겠습니다. 지금 이 천상에서는 도를 배울 인연이 없습니다.’
천제가 말하였다.
‘왜 도를 닦으려 하십니까?’

왕이 대답하였다.
‘부왕의 유언을 받았습니다. 만일 흰 머리카락이 나거든 집을 떠나라고 말입니다.’
제석천은 도에 들어가라는 유언이 있었다는 말을 듣고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왕이 천상에서 잠깐 동안 다섯 가지 욕망을 누린 시간은 인간 세계의 12년에 해당하였다. 왕은 장차 고별(告別)하려고 여러 천자들을 위해 자세히 법을 설명하였다. 이때 제석천이 어자에게 명령하였다.
‘너는 이 임왕을 본국으로 배웅해 드려라.’
어자는 분부를 받고 곧 수레를 장엄하고 왕에게 말하였다.
‘왕은 수레에 오르소서.’
이에 왕은 제석과 여러 천자들에게 고별인사를 하고 수레에 올라, 오던 길을 따라 밀제라 궁전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여자는 곧 천상으로 돌아갔다.
며칠 뒤에 왕은 다시 겁북에게 분부하였다.
‘만일 내 머리에서 흰 머리카락을 보거든 곧 내게 알려라.’
며칠 사이에 왕의 머리에 흰 머리카락이 났다. 겁북은 금 족집게로 흰 머리카락을 뽑아 왕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왕은 그것을 보고 곧 게송을 읊었다.
이제 내 머리에
이 흰 털이 났구나.
몸의 사자가 부르러 왔으니
도에 들어갈 때가 되었네.

왕은 가만히 생각하였다.
‘나는 이미 인간의 다섯 가지 욕망은 한껏 누렸다. 이제는 출가하여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복을 입으리라.’
왕은 태자 선진(善盡)을 불러 말하였다.
‘나는 이제 흰 머리카락이 났다. 세간의 다섯 가지 즐거움은 이미 싫어졌다. 이제는 천상의 쾌락을 구하여야 하겠다.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복을 입고 출가하여 도에 들어가리라. 동자야, 나는 이제 나라 일을 너에게 부탁한다. 그리고 겁북을 잘 보호하여, 만일 네 머리에 흰 머리카락이 나거든 나라를 너의 태자에게 물려주고 너도 출가하여 도에 들어가라. 동자야, 나는 이제 이 거룩한 왕위를 너에게 물려준다. 종족을 끊어지게 하지 말라. 종족이 끊어지면 곧 변방 사람이 될 것이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임왕은 곧 나라 정사를 태자에게 물려주고 겁북과 농토를 붙여 주었다. 그리고 이 성ㆍ이 동산ㆍ이 땅에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복을 입고 출가하여 도를 닦았다. 도를 닦은 이레 뒤에 바퀴와 구슬은 변화해 떠나고 코끼리ㆍ말ㆍ옥녀ㆍ장자ㆍ장군은 모두 죽었다.
왕은 그 동산에서 8만 4천 년 동안 자ㆍ비ㆍ희ㆍ호의 4범행을 행하다가 목숨을 마친 뒤에는 범천에 태어났다.
그 뒤에 선진왕은 그 아버지의 업(業)을 받들지 않아 바른 법이 바뀌고 무너졌다. 그 때문에 칠보는 다시 와서 호응하지 않았다.
선한 행이 계속 되지 않자 사람들의 목숨은 짧아지게 되었고 모습은 추하며 힘은 적고 병은 많으며 지혜가 없는 다섯 가지 줄어듦[五減]이 닥쳐왔다. 다섯 가지 줄어듦이 이르자 갈수록 백성들은 빈곤해지고 빈곤으로 말미암아 절도(竊盜)는 들끓었다. 그들은 왕에게 나아가 아뢰었다.
‘이 사람은 남의 물건을 훔친 사람입니다.’

왕은 바깥 신하들에게 명령하여 그 나라 백성들에게 벌을 주게 하였다. 왕이 도둑을 죽였다는 말을 듣고 백성들은 모두 그의 악함을 미워하여 제각기 칼을 만들었다. 칼은 여기서 비로소 만들어졌고, 또 그로 말미암아 살생이 생기게 되었으니 여기서 두 가지 악이 있게 되었다.
또 남의 아내를 범하고 그 남편과 싸우면서 ‘나는 하지 않았다’고 하니 여기서 넷째 악이 생겼고, 이간하는 말로 싸움을 붙이니 이것이 다섯째의 악이며, 싸우면서 서로 꾸짖으니 이것이 여섯째의 악이요, 나쁜 말로 진실하지 못하니 이것이 일곱째 악이며, 남의 화합(和合)을 미워하니 이것이 여덟째 악이요, 성을 내어 얼굴빛이 변하니 이것이 아홉째 악이며, 마음에 의심을 품으니 이것이 열째 악이다. 이 열 가지 악이 이미 갖추어지자 다섯 가지 줄어듦은 갈수록 더해 갔다.”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
“현겁 초에 나타났던 그때의 대천왕이 누구인지 알고 싶으냐? 그분은 바로 나이다. 아난아, 그때의 8만 4천 년 맨 마지막 왕으로서 정치를 바로 한 임왕이 누구인지 알고 싶으냐? 그 이는 바로 너이다. 그때 최후의 왕으로서 난폭하여 도가 없고 성왕의 종족을 끊은 선진왕이 누구인지 알고 싶으냐? 그이는 바로 저 조달(調達)6)이다.
아난아, 너는 과거에 대천 전륜성왕의 좋은 계통을 이어받아 그 왕위가 끊이지 않게 하였으니, 그것은 다 너의 공(功)으로서 법대로 하였고 비법으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난아, 나는 지금 위없는 법왕으로서 위없는 선법을 물려 간절한 마음으로 너에게 붙여 주는 것이다. 너는 석종(釋種)의 아들로서 변방 사람이 되지 말고 종족을 끊는 행을 짓지 말도록 하라.”

아난이 부처님에게 여쭈었다.
“어떤 것이 종족을 끊는 행이 됩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대천왕은 비록 선법은 행하였으나 번뇌를 다하지 못하여 세간을 벗어나지 못하였고 건너지 못하였으며 탐욕을 끊지 못하였고 20억7)의 결박[結]을 부수지 못하였으며, 62가지 소견을 버리지 못하였고 세 가지 때[三垢]8)를 씻지 못하였으며, 신통을 얻지 못하였고 해탈의 참 도를 얻지 못하였으며, 열반을 얻지 못하였다. 그래서 대천이 행한 선법은 범천에 태어나는 것에 지나지 못하였다.

아난아, 나는 지금 법을 밝혀 끝내 함이 없다. 내 법은 진제(眞際)에 이르러 천상과 인간세계를 벗어났으며, 내 법은 샘이 없고 탐욕이 없으며 번뇌가 사라지고 생사를 건너고 신통을 얻었으며 번뇌를 해탈하였고 진정한 사문이며 열반에 이르렀다.
아난아, 나는 지금 이 위없는 법을 간절한 마음으로 너에게 부촉(咐囑)하니 너는 내 법을 사라지게 하지 말고, 또 변방 사람이 되지 말라. 아난아, 만일 현재의 성문으로서 이 법을 끊는 이가 있으면 그는 곧 변방 사람이 될 것이요 만일 능히 이 법을 일으키면 그는 곧 부처의 맏아들이 되어 권속을 성취할 것이다.
아난아, 너는 부디 권속을 성취하고 종족을 멸하는 행을 짓지 말라. 아난아, 내가 지금까지 말한 법을 모두 너에게 부촉하니 너는 그렇게 알고 공부해야 한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아난은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5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큰 지옥에 갈 사람이 넷이 있다. 말하자면 네 사람이란 말가리(末佉梨 죄인과 제사(帝舍) 비구 죄인과 제바달두(提婆達兜) 죄인과 구파리(瞿波離) 비구 죄인이 그 사람들이다.
말가리 죄인은 몸에서 불꽃이 나오는데 그 길이가 60주(肘)나 되고, 제사 죄인은 몸에서 불꽃이 나오는데 그 길이가 40주나 되며, 제바달두 죄인은 몸에서 불꽃이 나오는데 그 길이가 30주나 되고, 구파리 죄인은 몸에서 불꽃이 나오는데 그 길이는 20주나 된다.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말가리는 무수한 중생들을 가르쳐 삿된 소견과 뒤바뀐 생각을 가지게 하였고 ‘있다 없다[有無]’ 하는 생각을 헤아리게 하였다. 저 어리석은 제사는 여러 성중(聖衆)의 발우를 산산이 부수었다. 어리석은 제바달두는 비구들과 싸우고 아라한 비구니를 죽였으며 여래에 대하여 해칠 마음을 내었다. 구파리 죄인은 사리불과 목건련을 비방하였다.

또 비구들아, 말가리 죄인은 무수한 중생을 가르쳐 삿된 소견을 가지게 하였기 때문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염광(焰光) 지옥에 떨어졌다. 제사 죄인은 성중의 발우를 산산이 부수었기 때문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등해(等害) 지옥에 떨어졌다. 제바달두 죄인은 여래에 대해 모해하려는 마음을 일으켰기 때문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끊어진 뒤에는 아비지옥에 떨어졌다. 구파리 죄인은 사리불과 목건련을 비방했기 때문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발투마(鉢投摩) 지옥에 떨어졌다.

그때 옥졸들은 산채로 말가리 죄인의 혀를 뽑아 등에 뒤집어 붙였다. 왜냐하면 과거에 무수한 중생들을 가르쳐 삿된 소견을 가지게 하였기 때문이다. 그때 옥졸들은 제사 죄인의 몸을 산채로 찢고 구리쇠 녹인 물을 심장에 쏟아 부으며 뜨거운 철환을 머금게 하였다. 왜냐하면 그는 발우를 산산이 부수었기 때문이다.
제바달두 죄인은 뜨거운 쇠 바퀴로 그 몸을 쓸고 또 쇠 절굿공이로 그 몸을 찧으며 사나운 코끼리가 그 몸을 짓밟고 또 뜨거운 큰 철산이 그 얼굴을 짓눌렀으며 뜨거운 구리쇠판으로 그 몸을 둘둘 감았고 쇠 바퀴로 그 머리를 끊었다. 왜냐하면 과거에 성중과 싸우고 승가의 화합을 부수었기 때문이다.

또 저 어리석은 제바달두는 저 태자를 시켜 그 부왕을 해치게 하였다. 그 과보로 말미암아 쇠 절굿공이로 그 몸을 부수게 하였다. 또 저 어리석은 제바달두는 코끼리를 취하도록 술을 먹여 여래를 해치려 하였다. 그 과보로 말미암아 코끼리 떼가 그 몸을 짓밟았다. 또 저 흉악한 제바달두는 기사굴산 꼭대기에 올라가 돌을 들어 여래에게 던졌다. 그 과보로 말미암아 뜨거운 철산으로 그 얼굴을 짓누르게 하였다. 그리고 저 어리석은 제바달두는 아라한 비구니를 죽였다. 그 과보로 말미암아 뜨거운 구리쇠판으로 그 몸을 둘둘 감았다.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구파리 죄인은 저 연화지옥에 있을 때 보습을 갖춘 천 마리의 소가 보습으로 그의 혀를 갈았다. 왜냐하면 사리불과 목건련을 비방하였기 때문이니, 그 과보로 말미암아 보습을 갖춘 천 마리 소로 그 혀를 갈게 한 것이다.

또 비구들아, 말가리 죄인은 그 몸에서 길이 60주나 되는 불꽃이 날 때, 어떤 중생이 그를 가엾이 여겨 ‘나는 저 사람을 구제해 편안하게 하리라’ 하여, 길이 40주나 되는 네 바닷물을 가지고 그 몸에 쏟아 부었지만 그 바닷물은 이내 다 말라 버리고 불꽃은 변함이 없다. 마치 뜨거운 철판을 나흘 동안 불에 태울 때, 어떤 사람이 와서 네 방울의 물을 뿌리면 그 물은 곧 말라 버리는 것처럼, 이것도 그와 같아서 어떤 사람이 와서 네 바닷물로 그 사람의 몸에 쏟아 무사하게 하려고 하여도 마침내 성과를 얻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 죄가 매우 깊고 무겁기 때문이다.

또 저 제사 죄인의 몸에서 길이 40주나 되는 불꽃이 날 때에, 어떤 중생이 그를 가엾이 여겨 세 큰 바닷물을 그 몸에 쏟아 부었지만 그 바닷물은 곧 말라 버리고 불꽃은 꺼지지 않는다. 마치 어떤 사람이 세 방울 물을 뜨거운 철판에 뿌리면 물은 곧 말라 버리고 오래 머무르지 못하는 것처럼, 이것도 그와 같아서 세 바닷물로 제사 몸에 쏟아 부어도 물은 곧 말라 버리고 끝내 불은 꺼지지 않는다.

제바달두 죄인의 몸에서 길이 30주나 되는 불꽃이 날 때에, 어떤 중생이 가엾이 여기는 생각을 내여 제바달두를 무사하게 해 주려고 두 바닷물을 그 몸에 쏟아 부으면 물은 이내 말라 버리고 끝내 불은 꺼지지 않는다. 마치 두 방울 물을 뜨거운 철판에 떨어뜨리면 마침내 철판은 식지 않는 것처럼, 저 어리석은 제바달두도 그와 같아서 두 바닷물로 그 몸에 쏟아 붓더라도 물은 곧 말라 버리고 끝내 불은 꺼지지 않나니 제바달두의 몸의 고통도 이와 같다.

구파리 죄인의 몸에서 길이 20주나 되는 불꽃이 날 때에, 어떤 중생이 그를 가엾이 여겨 한 바닷물을 가져다 그 몸에 쏟아 붓더라도 그 바닷물은 곧 말라 없어지고 끝내 불은 꺼지지 않는다. 마치 한 방울 물을 뜨거운 철판에 떨어뜨리면 물은 곧 말라 버리고 오래 머무르지 못하는 것처럼 구파리 비구도 그와 같아서 죄의 과보에 끌리기 때문에 그러한 죄를 받는 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네 종류의 사람이 지극히 중한 죄를 받는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디 마음을 다해 이런 걱정을 여의고 범행을 고루 닦는 여러 성현(賢聖)들을 섬기도록 하라. 인자(仁者)들이여,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6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지옥을 밝게 알고 지옥으로 가는 길을 알며 또 그 지옥 중생들의 근본을 다 안다. 즉 만일 어떤 중생이 온갖 악하고 착하지 않은 행을 지으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지옥에 들어가는 지를 나는 다 안다.
또 비구들아, 나는 축생(畜生)에 대해서도 밝게 알고 축생으로 가는 길을 알며 또 축생의 근본을 다 안다. 즉 온갖 악의 근본을 짓고 거기에 태어나는 지를 나는 다 안다.
나는 또 아귀(餓鬼)로 가는 길을 안다. 즉 누구나 악의 근본을 지으면 아귀 속에 태어나는 지를 나는 다 안다.
또 나는 인간의 세계로 향하는 사람의 길을 안다. 즉 어떤 중생으로서 사람의 몸을 얻는 지를 나는 다 안다.
또 나는 하늘로 가는 길을 안다. 즉 어떤 중생이 온갖 공덕의 근본을 짓고 저 천상에 태어나는 지를 나는 다 안다.
또 나는 열반으로 가는 길을 안다. 즉 어떤 중생이 번뇌를 다하고 번뇌가 없게 되어, 심해탈(心解脫)하고 혜해탈(慧解脫)하여 현재에서 깨달음의 결과를 성취하는 지를 나는 안다.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나는 지옥으로 가는 길을 안다. 무슨 이유로 나는 이런 말을 하는가?”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중생들의 생각을 관찰하고 이른바 ‘이 사람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지옥에 들어갈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 뒤에 과연 그 사람이 지옥에 들어가 심한 고통과 무서운 고문을 무수히 받으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근심ㆍ걱정ㆍ괴로움ㆍ번민을 당하는 것을 본다.
마치 어떤 큰 불구덩이에 연기가 나지 않을 때 어떤 사람이 그곳으로 가면, 눈 밝은 사람은 그리로 가는 그 사람을 보고 ‘저 사람은 틀림없이 저 불구덩이에 떨어질 것이다’라고 말하였는데, 그 뒤에 과연 그 사람이 불구덩이에 떨어지는 것을 본다. 내가 말하는 그 사람이 불구덩이에 떨어지는 것처럼, 나는 지금 중생들의 생각을 관찰하고 ‘틀림없이 지옥에 들어갈 것이다’라고 말하는데, 그 뒤에 과연 그 사람이 지옥에 들어가 이루 말할 수 없는 지독한 고통을 받는 것을 분명히 본다.
왜 그 사람은 지옥에 들어가는가?‘나는 지옥으로 가는 중생을 보고, 그들은 모두 온갖 악한 행과 착하지 않은 업을 지었기 때문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지옥에 들어가는 것을 다 안다’고 말한 것은 바로 이것을 두고 한 말이다.

나는 또 축생으로 가는 길을 알고 축생으로 가는 사람을 안다. 무슨 이유로 나는 이렇게 말하는가?
비구들아, 나는 중생들의 마음속에 품고 있는 생각을 관찰하고 ‘저 사람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축생 세계에 태어날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 뒤에 과연 그 사람은 축생 세계에 태어나서 이루 말할 수 없는 근심ㆍ걱정ㆍ괴로움ㆍ번민을 당하는 것을 나는 본다.
왜 그 사람은 축생 세계에 떨어지는가? 비유하면 어떤 촌락에 큰 뒷간이 있어 똥이 가득 차있는데 어떤 사람이 그곳으로 오면, 눈 밝은 사람은 그 사람이 그리로 오는 것을 보고 ‘저 사람은 머지않아 뒷간에 빠질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 뒤에 과연 그 사람이 뒷간에 빠져 이루 말할 수 없는 곤액(困厄)을 당하는 것을 그는 본다.
왜 그 사람은 뒷간에 빠졌는가? 내가 지금 중생들을 관찰하는 것도 그와 같아서 ‘저 사람은 틀림없이 축생 세계에 태어날 것이다’라고 말하고, 또 그 뒤에 그가 축생 속에 태어나서 한량없이 많은 고통을 받는 것을 본다. ‘내가 지금 축생들을 관찰하여 모두 다 밝게 안다’고 말한 것은 바로 이것을 두고 한 말이다.

나는 또 아귀 중생을 알고 아귀로 가는 길을 알며 그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아귀로 태어나는 사람을 알고, 어떤 중생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아귀 세계로 나아갈 것을 나는 다 알며, 그 뒤에 그 중생이 아귀 세계에 들어가 괴로움과 즐거움을 받는 것을 나는 다 본다.
왜 그 사람은 아귀 속에 들어가는가? 비유하면 어떤 마을의 곁에 가지와 잎이 다 떨어진 큰 나무가 위험한 곳에 서 있는데 어떤 사람이 그곳으로 가면, 눈 밝은 사람은 멀리서 그 사람을 보고 ‘틀림없이 저 나무 밑으로 갈 것이다’라고 말하였다. 조금 뒤에 과연 그 사람이 그 밑에서 앉기도 하고 눕기도 하면서 괴롭고 즐거운 과보를 받는 것을 그는 본다.
왜 그 사람은 그 나무 밑에 와서 앉기도 하고 눕기도 하는가? 내가 지금 중생들을 관찰하는 것도 그와 같아서,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틀림없이 아귀 세계에 떨어져 이루 말할 수 없는 괴롭고 즐거운 과보를 받는 것을 본다. ‘나는 아귀를 알고 아귀로 나아가는 길을 다 분명히 안다’고 말한 것은 바로 이것을 두고 한 말이다.

나는 사람 세계를 알고 사람으로 나아가는 길을 알며 어떤 행을 짓고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 인간 세계에 태어나는 지를 나는 다 안다.
비구들아, 나는 중생들이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관찰하고는 ‘저 사람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반드시 인간 세계에 태어나리라’고 말하고, 그 뒤에 과연 그 사람이 인간 세계에 태어난 것을 본다.
왜 그는 인간 세계에 태어났는가? 비유하면 어떤 촌락에 큰 나무가 있는데 그것은 평평한 곳에 서 있고 그늘이 많았다. 어떤 사람이 그 길로 바로 오면, 눈 밝은 사람은 그것을 보고, 곧 ‘저 사람은 틀림없이 그 나무 밑을 향해 가서 거기 이를 것이다’라고 아는데, 정말로 그는 조금 뒤에 그 사람이 그 나무 밑에 가서 한량없는 즐거움을 받는 것을 보는 것과 같다.
왜 그 사람은 그 나무 밑에 이르게 되는가? 내가 중생들이 마음속에 생각하고 있는 것을 관찰하는 것도 그와 같아서 ‘그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반드시 인간 세계에 태어나리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고, 또 그 뒤에 과연 그 사람이 인간 세계에 태어나 한량없는 즐거움을 누리는 것을 나는 본다.
‘나는 사람의 세계를 알고 인간 세계로 나아가는 길을 알며 지금 인간 세계에 태어난 것을 다 안다’고 말한 것은 바로 이것을 두고 한 말이니라.

나는 또 하늘을 알고 하늘 세계로 나아가는 길을 알며 어떤 중생이 온갖 공덕을 짓고 천상에 나는 지를 나는 안다. 무슨 이유로 이런 말을 하는가?
나는 지금 중생들이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관찰하고는 ‘저 사람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반드시 천상의 좋은 곳에 태어나리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뒤에 과연 그 사람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 천상의 좋은 곳에서 저절로 복을 받고 그 쾌락이 견줄 데 없음을 본다. 이것을 일러‘그 사람은 천상에 태어나서 저절로 복을 받고 쾌락이 견줄 데 없다’고 하는 것이니라.
비유하면 촌락 곁에 높고 넓은 좋은 강당이 있어서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새기고 비단과 번기와 일산을 달고 향수를 땅에 뿌리고 좋은 자리를 깔아놓으며, 모두 털로 짜고 무늬 있게 수를 놓은 자리를 갖추었을 때,어떤 사람이 그 길로 바로 오면 눈 밝은 사람은 그를 보고,‘그는 반드시 저 높고 넓은 강당으로 향하여 거기에 이르게 될 것이다’라고 의심하지 않다가 조금 뒤에 과연 그 사람이 그 강당에 올라가 앉기도 하고 눕기도 하면서 복을 받고 그 쾌락 또한 견줄 데 없음을 보는 것과 같다.
이것도 그와 같아서 나는 중생들을 관찰하고 그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반드시 천상의 좋은 곳에 태어나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쾌락을 누릴 줄을 안다.
‘어째서 그 사람은 천상의 좋은 곳에 태어났는가? 또 나는 어떻게 하늘 세계를 알고 하늘로 나아가는 길을 아는가?’라고 말한 것을 바로 이것을 두고 한 말이다.

나는 또 열반을 알고 열반으로 나아가는 길을 알며 반열반할 중생을 안다. 즉 어떤 중생으로서 번뇌를 다하고 번뇌가 없게 되어, 심해탈하고 혜해탈하여 현재의 몸으로 깨달음을 증득하여 스스로 즐거이 노니는 것을 나는 다 안다.
무슨 이유로 나는 이런 말을 하는가? 비구들아, 나는 중생들이 마음속에 생각하고 있는 것을 관찰하고는 그는 번뇌를 다하고 번뇌가 없게 되어, 심해탈하고 혜해탈한 줄을 안다. 이것을 일러 ‘그는 번뇌를 다하고 번뇌가 없게 되었다’고 하는 것이니라.
비유하면 촌락에서 멀지 않은 곳에 물이 아주 맑은 큰 못이 있는데, 어떤 사람이 그 길로 바로 오면, 눈 밝은 사람은 멀리서 그 사람이 오는 것을 보고 ‘저 사람은 반드시 저 못으로 갈 것이다’ 하고 의심하지 않다가, 조금 뒤에 과연 그 사람이 그 못에 이르러 깨끗이 목욕하여 온갖 더러운 때와 티끌을 모두 씻고 그 곁에 앉아 남과 다투지 않는 것을 보는 것과 같다.
내가 중생들을 관찰하는 것도 그와 같아서 번뇌를 다하고 번뇌가 없게 되어 심해탈하고 혜해탈하여, 삶과 죽음은 이미 다하였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쳐, 이름과 물질[名色]을 사실 그대로 다 안다. 이것을 일러 ‘그 사람이 거기에 이르렀다’고 하는 것이다.

나는 열반의 길을 알고 또 중생으로서 반열반하는 이를 모두 다 안다.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은 이런 지혜가 있고 두려움이 없는 힘을 갖추어 모두 다 성취하였다. 여래의 지혜는 한량이 없다.
여래는 능히 과거의 한량이 없고 헤아릴 수 없는 일을 모두 관찰해 알고 한량이 없는 미래와 현재의 일을 모두 다 분별한다.
그러므로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방편을 구하여 10력(力)과 두려움 없음[無畏]을 갖추도록 해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7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크고 높고 넓은 나무가 설산(雪山)을 의지하고 있는데 그것은 다섯 가지가 훌륭하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인가? 이른바 뿌리가 움직이지 않는 것, 껍질이 매우 두꺼운 것, 가지가 넓게 드리워진 것, 덮지 않는 것이 없는 것, 잎이 매우 무성한 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설산에 의지하고 있는 저 큰 나무가 매우 좋다’고 하는 것이다.
지금 선남자와 선여인도 이처럼 뛰어난 종족에 의지하면 다섯 가지 일이 증장(增長)한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인가? 말하자면 믿음이 더욱 자라는 것, 계율이 더욱 자라는 것, 들음이 더욱 자라는 것, 보시가 더욱 자라는 것, 지혜가 더욱 자이 더욱 자라는 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선남자와 선여인이 뛰어나 종족을 의지하여 다섯 가지 일을 성취한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아, 너희들은 부디 방편을 구하여 믿음[信]ㆍ계율[戒]ㆍ들음[聞]ㆍ보시[施]ㆍ지혜(智慧)를 성취하도록 해야 하느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을 읊으셨다.
마치 저 설산의 나무가
다섯 가지 공덕을 성취함으로
뿌리 좋고 껍질 두껍고 가지 멀리 드리우며
그 잎이 매우 무성한 것처럼

믿음이 있는 선남자와 선여인은
다섯 가지 공덕을 이루나니
믿음과 계율과 들음과 보시와
그 지혜 더욱 자라나느니라.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8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무라파군(茂羅破群)9) 비구는 여러 비구니들과 서로 어울려 놀았고 비구니들과도 서로 어울려 놀기를 좋아하였다. 사람들이 무라파군 비구를 비방하면 그 비구니들은 매우 화를 내며 근심하고 걱정하면서 불쾌히 여겼고, 또 누가 비구니를 나무라면 파군 비구도 근심하고 걱정하면서 불쾌히 여겼다.
그래서 모든 비구들이 파군 비구에게 말하였다.
“너는 왜 비구니들과 친하고 또 비구니들도 너와 교제를 하는가?”

파군이 대답하였다.
“내가 여래께서 말씀하신 교훈을 알기로는 음행을 범한 죄 따위는 그리 말할 만한 것도 못 되는 것이다.”

비구들이 다시 말하였다.
“그만두라, 그런 말을 하지 말라. 여래의 교훈을 비방하지 말라. 여래의 교훈을 비방하는 자는 그 죄가 작지 않다. 또 세존께서는 무수한 방편으로 음행의 더러움을 말씀하셨는데, 음행을 즐기는 이를 죄가 없다고 말씀하셨다니 그럴 이치가 없느니라. 너는 그런 나쁜 소견을 버려라. 그렇지 않으면 오랜 세월 동안 한량없이 많은 고통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그 파군 비구는 여전히 비구니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그 행동을 고치지 않았다.

이때 많은 비구들이 세존께 찾아가서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세존께 아뢰었다.
“이 사위성 안에 파군이라는 비구가 비구니들과 서로 사귀고 또 비구니들도 파군 비구와 왕래하면서 사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그를 권해 그런 행동을 고치라고 하였사오나 그들은 갈수록 더욱 친하게 지내면서 뒤바뀐 소견을 버리지 않고 또 바른 법의 업을 따르지 않습니다.”

그때 세존께서 어떤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저 파군 비구에게 가서 여래가 부른다고 일러라.”

그 비구는 여래의 분부를 받고 곧 파군 비구에게 가서 말하였다.
“너는 마땅히 알아야 하리라. 여래께서 너를 부르신다.”

파군 비구는 그 비구의 말을 듣고 곧 세존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세존께서 그 비구에게 물으셨다.
“너는 정말로 비구니들을 가까이 하였느냐?”

파군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비구로서 왜 비구니들과 사귀느냐? 너는 지금 족성자(族姓子)로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의를 입고 견고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있지 않느냐?”

파군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족성자로서 견고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할 법이 아닌데 너는 왜 비구니와 사귀느냐?”

파군이 아뢰었다.
“저는 여래의 말씀을 듣건대 음행을 즐기는 죄는 말할 것이 못 된다고 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미련한 사람아, 여래가 어떻게 음행을 즐기는 것은 죄가 없다고 말하였겠는가? 나는 무수한 방편으로 음행의 더러움을 말하였다. 너는 지금 어째서 말하기를 ‘여래는 음행은 죄가 없다고 말하였다’라는 말을 하느냐? 너는 입으로 짓는 허물을 잘 단속하여 오랜 세월 동안에 늘 그 죄를 받지 않도록 하라.”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잠깐 있어라. 내가 모든 비구들에게 물어 보리라.”

그때 세존께서 많은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을 혹 내가 비구들에게 ‘음행은 죄가 없다’고 말한 것을 들은 일이 있는가?”

비구들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여래께서 ‘음행은 죄가 없다’고 말씀하신 것을 듣지 못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여래께서는 무수한 방편으로 음행의 더러움을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만일 죄가 없다고 말씀하셨다면 그럴 이치가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렇다, 그렇다.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 말과 같다. 나는 무수한 방편으로 음욕의 더러움을 설명하였다.”

그때 세존께서는 거듭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야 하느니라. 혹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법을 익힌다고 하자. 이른바 계경(契經)ㆍ기야(祇夜)ㆍ게(偈)ㆍ수결(授決)ㆍ인연(因緣)ㆍ본말(本末)ㆍ비유(譬喩)ㆍ생경[生]ㆍ방등(方等)ㆍ미증유(未曾有)ㆍ설(說ㆍ광보(廣普) 등 이런 법을 외우고 익히더라도 그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하나니 그 뜻을 관찰하지 않고 또 순종해야 할 법을 순종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침내 그 행을 따르지 않고 그 법만을 외우는 까닭은 욕심을 따라 남과 경쟁하여 승부를 다투려 할 뿐이니, 그것은 자기를 위한 것도 아니요 또 남을 제도하지도 못할 것이니, 그가 그렇게 법을 외우는 것은 곧 계율을 범하는 일이 될 것이다.
비유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촌락을 떠나 독사를 잡으려고 할 때, 그가 아주 큰 독사를 보고는 직접 가서 왼손으로 그 꼬리를 잡으면 뱀은 머리를 돌려 그 손을 물어 그 과보로 곧 목숨을 마치고 마는 것처럼, 이것도 같아서 혹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그 법을 익히되 12부 경전을 모두 어림해 알지만 그 뜻을 제대로 관찰하지는 못한다. 왜냐하면 그는 바른 법의 이치를 완전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혹 어떤 선남자는 그 법을 갖고 익히되, 계경ㆍ기야ㆍ게ㆍ수결ㆍ인연ㆍ본말ㆍ비유ㆍ생경ㆍ방등ㆍ미증유ㆍ설ㆍ수결ㆍ인연ㆍ광보 등, 이런 법을 외우고는 그 뜻을 깊이 이해하고 그 깊은 이치를 잘 알기 때문에 그 교훈에 순종하고 어기거나 빠뜨림이 없다. 그리고 그 법을 외우는 까닭은 승부를 다투려는 마음에서가 아니고 남과 경쟁하지 않으며, 자기를 닦고 남을 구제하려고 하며 그 소원을 성취한다. 그래서 그 인연으로 차츰 열반에 이르게 된다.
비유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그 마을을 벗어나 독사(毒蛇)를 찾다가 그는 독사를 보고는 쇠 집게로 먼저 그 머리를 집은 뒤에 곧 머리를 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하면, 비록 그 뱀이 꼬리를 돌려 그 사람을 해치려 하여도 마침내 어찌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왜냐하면 모든 비구들아, 그 머리를 잡았기 때문이니라.
저 선남자도 그와 같아서 모든 경전을 두루 읽고 외우고 익히되, 그 이치를 관찰하고 그 법을 순종하여 마침내 어기거나 빠뜨림이 없으면 그는 그 인연으로 말미암아 차츰 열반에 이르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바른 법을 잡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아, 내 법의 이치를 아는 이는 받들어 행할 것을 생각하고 내 법의 이치를 모르는 이는 자주 와서 내게 물어라. 여래는 지금 현재 세상에 살아 있다. 뒷날 후회하여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비구가 대중들 가운데에서 ‘여래가 말씀하신 금계(禁戒)를 나는 다 안다. 음행을 즐기는 죄는 말할 것이 못 된다’고 말하거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그 비구에게 ‘그만 중지하라, 그만 중지하라. 그런 말을 하지 말라. 여래를 비방하는 그런 말을 하지 말라. 여래께서는 끝내 그런 말씀을 하시지 않으셨다’고 말하라.
그래서 만일 그 비구가 그 허물을 고치면 좋거니와 그래도 그 행을 고치지 않거든 다시 두 번 세 번 충고하라. 만일 그가 고치면 좋거니와 그래도 고치지 않으면 타락하고 말 것이다. 그리고 비구들아, 그 일을 숨겨 드러내지 않으면 너희들도 함께 타락할 것이다. 모든 비구들아, 이것이 나의 금계이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9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생루(生漏 범지가 세존께 찾아가 문안인사를 드리고 한쪽에 앉아서 아뢰었다.
“과거에 몇 겁이 있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과거에 그 많은 겁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다.”

범지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 수를 계산할 수 없습니까? 사문 구담께서는 항상 3세(世)를 말하셨습니다. 그 삼세란 이른바 과거ㆍ미래ㆍ현재입니다. 사문 구담께서는 과거ㆍ미래ㆍ현재를 아십니다. 원컨대 사문께서는 겁수의 이치를 설명하여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내가 이 겁에서 시작해서 다시 그 다음의 겁을 설명하려면, 네가 멸도하고 네가 목숨을 마치더라도 그 겁수의 이치를 다 알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은 사람의 수명이 매우 짧아 한껏 살아야 1백 살을 넘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 1백 살 동안, 그 겁을 세어, 내가 멸도하고 네가 목숨을 마치더라도 마침내 그 겁수의 이치는 다 알지 못할 것이다.
범지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여래께서는 그런 지혜가 있어 그 겁의 수를 자세히 분별하고, 중생들의 수명의 길고 짧기와 그 어떤 고락(苦樂)을 받은 것을 다 분명히 안다. 이제 너를 위해 비유를 들어 말하리라. 지혜로운 이는 비유를 들어 말해 주면 다 알게 되느니라. 마치 저 항하강 모래알 수는 한량이 없어 계산할 수 없는 것처럼, 지나간 겁의 수도 그와 같아서 이루 다 말할 수 없고 헤아릴 수 없느니라.”

범지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미래의 겁수는 얼마나 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것도 항하강 모래알 수와 같아서 한량없이 많고 헤아릴 수 없이 많으며 셀 수도 없느니라.”

범지가 다시 아뢰었다.
“현재 겁에는 이루어지는 겁[成劫]과 무너지는 겁[壞劫]이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겁에는 이루어지는 겁과 무너지는 겁이 있지만, 그것은 한 겁 백 겁이 아니다. 마치 그릇이 위태한 자리에 놓여 있으면 끝내 가만히 머무를 수 없고 가령 머무르려고 해도 곧 무너지고 마는 것처럼, 세계의 모든 경계도 그와 같아서 겁이 이루어지기도 하고 무너지기도 하여, 몇 겁이 이루어지기도 하고 무너지기도 하여, 몇 겁이 이루어지고 무너지는지 그 수는 다 헤아리기 어렵다.
왜냐하면 생사(生死)는 길고 멀어 그 끝이 없기 때문이다. 중생은 무명(無明)과 번뇌로 말미암아 이승에서 저승으로, 저승에서 이승으로 떠돌아다니면서 오랜 세월 동안에 고통과 번민을 받는 것이니, 그것을 싫어하고 근심하여 그 고뇌를 벗어나야 한다. 그러므로 범지야,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생루 범지는 세존께 아뢰었다.
“사문 구담께서는 참으로 놀랍고 뛰어나십니다. 과거와 미래의 겁수의 이치를 다 아시고 계십니다. 저는 지금 사문 구담께 귀의하겠습니다. 원컨대 사문 구담께서는 저를 허락해 우바새가 되게 하소서. 저는 목숨을 마칠 때까지 감히 살생하거나 나아가서는 술을 마시지 않겠습니다.”

그때 생루 범지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10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열성의 기사굴산에서 대비구(大比丘)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어떤 비구가 세존께 아뢰었다.
“이 세계의 겁은 끝이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방편으로써 비유를 인용해 말해 주리라. 그러나 겁의 수는 끝이 없느니라. 먼 과거의 이 현겁에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그 명호를 구루손(俱樓孫) 지진ㆍ등정각이라 하였다. 그때 이 기사굴산은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다. 이때 이 라열성에 살던 사람들은 이 기사굴산에 오르기 위해 나흘 낮 나흘 밤을 걸어서 비로소 그 꼭대기까지 올랐다.
또 비구야, 구나함모니(拘那含牟尼)부처님 때에도 이 기사굴산은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다. 그때 라열성 사람들은 사흘 낮 사흘 밤을 걸어 비로소 이 산 꼭대기에 이르렀다.
가섭(迦葉)여래가 세상에 나오셨을 때에도 이 기사굴산은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다. 이때 라열성 사람들은 이틀 낮 이틀 밤을 걸어 비로소 이 산 꼭대기에 이르렀다.
또 지금 나 석가문(釋迦文)부처님이 세상에 나왔는데 이 산 이름은 기사굴산이라 하고 잠깐 동안에 이 산꼭대기에 이르게 된다.
또 미륵(彌勒)여래가 세상에 출현하더라도 이 산 이름은 역시 기사굴산이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부처님의 위신력을 모두 이 산이 생겨나게 하기 때문이다.

비구들아, 이 사실로써 겁이 무너지는 일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음을 알 수 있느니라. 그리고 겁에는 두 종류가 있으니 곧 큰 겁[大劫]과 작은 겁[小劫]이다. 만일 그 겁에 여래가 세상에 없을 때 그때에는 벽지불(辟支佛)이 세상에 나타나는 일이 없을 것이니 그 겁은 작은 겁이라고 한다. 만일 그 겁에 여래가 세상에 나타나면 그때는 벽지불은 세상에 나타나는 일이 없을 것이니 그 겁은 큰 겁이라고 한다.
비구들아, 이 사실로 보더라도 겁수는 길고 멀어 헤아릴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이 겁수의 이치를 기억하여야 한다.”

그때 그 비구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주석
1 고려대장경 원문에는 단지 열 가지 법만 나와 있고, 한 가지 법이 빠져 있다.
2 다라(多羅, tāla)는 한역하면 고송수(高竦樹)이다. 종려나무와 비슷하고 높은 것은 24~25m에 이른다고 한다.
3 겁북(劫北)은 팔리본에 Kappaka으로 되어 있고, 이발사란 뜻이다.
4 임(荏)은 팔리본에는 Nimi(尼彌)로 되어 있다.
5 신수대장경 각주에 의하면 “송(宋)ㆍ원(元)ㆍ명(明) 3본에는 수(受)가 모두 수(授)로 되어 있다”고 한다.
6 제바달다를 가리키는 다른 이름이다.
7 신수대장경 각주에 의하면 “송(宋)ㆍ원(元)ㆍ명(明) 3본에는 억(億)이 일(一)로 되어 있다”고 하였다.
8 탐(貪)ㆍ진(瞋)ㆍ치(癡) 3독(毒)의 이명(異名)이다.
9 무라파군(茂羅破群, Moliya-phagguna)은 또한 모리파군나(牟梨破群那)ㆍ무라파나(茂羅破那)라고도 한다.

증일아함경 제49권

동진 계빈 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김월운 번역

51. 비상품(非常品)

[ 1 ]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떠냐? 비구들아, 너희들은 생사(生死)에 돌아다니면서 고뇌(苦惱)를 겪고 거기에서 슬피 울면서 흘린 그 눈물이 더 많겠느냐? 저 항하강의 물이 더 많겠느냐?”

그때 비구들은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들이 여래께서 말씀하신 뜻을 관찰해보면 생사를 겪으면서 흘린 눈물은 저 항하강의 물보다 더 많습니다.”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 말대로 틀림이 없느니라. 너희들이 생사에 있으면서 흘린 눈물은 항하강의 물보다 더 많으니라. 왜냐하면 그 생사 중에서도 또한 부모가 돌아가셨을 것이니, 거기에서 흘린 눈물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니라. 또 오랜 세월 동안 부모ㆍ형제ㆍ자매(姉妹ㆍ아내ㆍ자식 등 다섯 친척과 모든 은애(恩愛)하는 이를 추모하여 슬피 울면서 흘린 눈물도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비구들아, 그러므로 너희들은 마땅히 그 생사를 싫어하고 근심하여 그것을 여의도록 해야 한다.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이렇게 설법하시자 60여 명 비구들은 번뇌가 다 끊어지고 뜻에 이해가 생겼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2 ]2)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떠냐? 비구들아, 너희들이 생사 중에 있으면서 몸이 허물어질 때 흘린 피가 더 많겠느냐? 저 항하강의 물이 더 많겠느냐?”

그때 모든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들이 여래께서 하신 말씀을 관찰해 보면 그때 흘린 피는 저 항하강의 물보다 훨씬 더 많을 듯합니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비구들아, 너희들의 말대로 너희들이 흘린 피는 항하강의 물보다 더 많으니라. 왜냐하면 그 생사 중에서 있으면서 혹은 소ㆍ양ㆍ돼지ㆍ개ㆍ사슴ㆍ말ㆍ새ㆍ짐승과 그밖의 무수한 것들이 되어 겪은 고뇌는 실로 싫어하고 근심할 만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마땅히 그것을 버리겠다고 생각하여야 한다.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세존께서 이렇게 설법하시자 60여 명의 비구들은 번뇌가 없어지고 뜻에 이해가 생겼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3 ]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무상(無常)한 것이라는 생각을 깊이 사유(思惟)하고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널리 펴라.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깊이 사유하고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널리 펴면, 욕애(欲愛)ㆍ색애(色愛)ㆍ무색애(無色愛)를 모두 끊고 무명(無明)과 교만(憍慢)이 다 없어질 것이다.
비유하면 마치 불로써 초목(草木)을 태워 남김없이 영원히 다 없애는 것과 같다.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만일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깊이 사유하고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널리 펴면, 삼계(三界)의 애욕을 모두 다 끊을 수 있을 것이다.

옛날에 청정음향(淸淨音響)이라고 하는 국왕이 있었다. 이 염부(閻浮) 땅을 다스리면서 8만 4천 성곽(城郭)을 두었고 8만 4천 대신(大臣)과 8만 4천의 채녀(婇女)를 두었는데 그 하나하나 채녀들에게는 각각 네 명의 시녀[侍人]들이 있었다.
그때 음향(音響) 성왕(聖王)에겐 자식이 한 명도 없었다. 그때 그 대왕은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지금까지 이 나라를 다스리면서 법으로써 다스리고 이치에 어긋나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지금 내게는 뒤를 이을 자식이 없으니 내가 목숨을 마친 뒤에는 가문 혈족이 끊어져서 없어지고 말 것이다.’
그때 그 국왕은 자식이 없기 때문에 모든 하늘ㆍ용(龍)ㆍ신(神)과, 해ㆍ달ㆍ별에 스스로 귀의(歸依)하고,또 제석천(帝釋天)ㆍ범천(梵天)ㆍ사천왕(四天王)과 산신(山神)ㆍ수신(樹神)에서부터 아래로는 약초신(藥草神)ㆍ과신(果神)에 이르기까지 귀의하여 복(福)을 구하되 ‘원컨대 저에게도 자식이 생기게 해 주소서’ 하고 빌었다.

그때 삼십삼천(三十三天)에 수보리(須菩提)라고 하는 어떤 천자(天子)가 있었는데, 그는 목숨이 끝나가려 할 즈음에 다섯 가지 징조가 저절로 생겨 몸을 핍박하였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인가? 이 모든 하늘들의 꽃은 끝내 시들지 않는 법인데, 이 천자의 화관은 저절로 시들었던 것이다. 저 하늘들의 옷은 때와 먼지가 묻지 않는 법인데, 그때 이 천자의 옷에는 때와 먼지가 생겼던 것이다. 또 삼십삼천의 신체(身體)는 향기가 나고 깨끗하며 광명이 밝게 비치는 법인데, 그때 저 천자의 몸에서는 냄새가 나서 가까이 갈 수가 없었다. 또 삼십삼천에는 항상 옥녀(玉女)가 있어 앞뒤로 둘러싸고 풍악을 울리며 다섯 가지 욕망을 즐겼는데, 그때 저 천자가 목숨이 끝나려 할 즈음엔 옥녀들이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또 삼십삼천에는 저절로 만들어진 자리가 있는데 네 자는 땅 속에 들어가 있다가 만일 천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면 땅에서 네 자쯤 떨어지곤 했는데, 그러나 이 천자는 목숨이 끝나려 할 즈음엔 본래의 자리를 좋아하지 않았다.
이것을 일러 다섯 가지 징조가 저절로 생겨 몸을 핍박한다는 것이다.

수보리 천자에게 이러한 다섯 가지 징조가 있자, 그때 석제환인(釋帝桓因)이 한 천자에게 말하였다.
‘너는 지금 염부 땅으로 가서 음향왕(音響王)에게 말하기를 〈석제환인은 한량없는 공경을 드립니다. 기거는 경건하시고 행보도 건강하십니까? 염부 땅에는 왕의 자식이 될 만한 덕이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다만 지금 삼십삼천에 수보리라는 천자가 있는데, 그에게는 지금 다섯 가지 징조가 저절로 생겨 몸을 핍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신(神)이 내려와 왕의 자식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나이 젊고 왕성할 때에 틀림없이 출가하여 도를 배우면서 위없는 범행(梵行)을 닦을 것입니다〉라고 하여라.’
그 하늘이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천왕이여.’
그는 천왕의 분부를 받고 마치 역사가 팔을 굽혔다 펼 만큼 짧은 시간에 삼십삼천에서 사라져 염부 땅으로 갔다.

그때 음향대왕은 일산을 든 한 사람을 데리고 높은 누각 위에 있었다. 그때 그 하늘은 누각 위 허공에서 왕에게 말하였다.
‘석제환인은 한량없는 공경을 드립니다. 행보는 건강하시고 기거는 경건하십니까? 염부 땅에는 왕의 아들이 될 만한 덕이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다만 지금 삼십삼천에 수보리라는 천자가 있는데, 지금 다섯 가지 징조가 이미 그의 몸을 핍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신이 내려와 왕의 자식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단지 그는 나이 젊고 왕성할 때에 틀림없이 출가하여 도를 배우면서 위없는 범행(梵行)을 닦을 것입니다.’
그때 음향왕은 이 말을 듣고 나서 뛸 듯이 기뻐 어쩔 줄 모르면서 곧 하늘에게 대답하였다.
‘지금 와서 알려 주시는 일은 그보다 더한 큰 다행이 없습니다. 다만 신이 내려와 저의 아들이 되어 주시기만 한다면 출가하려고 해도 결코 어기거나 거스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때 저 하늘은 석제환인의 처소로 돌아가서 천왕에게 아뢰었다.
‘음향왕은 그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면서 〈다만 신이 내려오시기만 한다면 출가하려고 해도 결코 어기거나 거스르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때 석제환인은 곧 수보리 천자의 처소에 가서 수보리 천자에게 말하였다.
‘너는 지금 음향왕의 왕궁에 태어나기를 서원(誓願)하라. 왜냐하면 음향왕은 항상 바른 법으로 나라를 다스리고 교화하는데 자식이 없기 때문이다. 너는 전생의 복이 있어 많은 공덕을 지었으니, 지금 신으로 내려가 저 궁중에 태어나라.’
수보리 천자가 대답하였다.
‘그만 하십시오, 그만 하십시오. 천왕이시여, 저는 인간 세계의 왕궁(王宮)에 태어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저는 출가하여 도를 배우려고 하는데, 왕궁에 있으면 도를 배우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석제환인이 말하였다.
‘너는 다만 그 왕궁에 태어나기를 발원하기만 하라. 나는 분명히 장차 너를 보호하여 출가해서 도를 배우게 하리라.’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때 수보리 천자는 곧바로 왕궁에 가기를 발원하였느니라.

이때 음향왕은 그의 첫째 부인과 관계를 가졌는데, 그 부인은 임신한 것을 알게 되었다. 이때 부인이 음향왕에게 말하였다.
‘대왕이여, 마땅히 아셔야만 합니다. 저는 지금 임신한 것을 알았습니다.’
그때 왕은 그 말을 듣고 뛸 듯이 기뻐하며 어쩔 줄 몰랐다. 그리고는 다시 특별히 좋은 자리를 펴고 맛있고 좋은 음식을 먹여 왕과 다름없게 해 주었다. 이때 부인은 8ㆍ9개월이 지나자 한 사내아이를 낳았는데 얼굴은 매우 단정하고 뛰어나 세상에 보기 드물었다.
그때 음향왕은 모든 외도(外道 범지(梵志)와 모든 신하들을 불러 그들로 하여금 아기의 상(相)을 보게 하고, 관상을 보는 사람들에게 그 동안의 모든 일들을 전부 설명하였다. 모든 바라문들이 대답하였다.
‘오직 바라건대 대왕은 지금 그 이치를 살피소서. 지금 태어나신 태자는 세상에서 특별하게 뛰어난 분이십니다. 옛날에 천자로 있었을 때에 그 이름을 수보리라고 하였사오니, 지금 우선 그 이름을 따서 수보리라고 하소서.’
여러 관상 보는 사람들이 아기의 이름을 짓고는 각기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그때 왕자 수보리는 왕이 애지중지하여 왕의 눈앞에서 잠깐도 떠나지 못하게 하였다. 이때 음향왕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까지 자식이 없었다. 그래서 자식 때문에 모든 하늘에 빌어 아들 하나만 점지해 달라고 하였었다. 그렇게 한지 얼마쯤 지나서 지금 이 아들을 낳았다. 그러나 천제(天帝)의 예언은 장차 출가하여 도를 배우게 될 것이라고 하니, 나는 지금 교묘한 방편을 써서 출가하여 도를 배우지 못하게 하리라.’
음향왕은 태자를 위하여 세 계절에 알맞은 궁전을 지었다. 추울 때에는 따뜻한 궁전을 짓고 더울 때에는 시원한 궁전을 지으며 춥지도 않고 덮지도 않을 때에는 그 계절에 알맞은 궁전을 지었다. 또 그를 위해 궁녀(宮女)가 거처할 궁전 네 채도 지었다. 첫 번째 궁전에는 6만 채녀(婇女)를 두었고, 두 번째 궁전에도 6만 채녀를 두었으며, 세 번째 궁전에도 6만 채녀를 두었고 네 번째 궁전에도 6만 채녀를 두었는데, 그들은 각각 시녀 네 명씩을 두고서 빙빙 돌아가는 자리를 만들어 태자를 그 위에 눕게 하였다.
만일 수보리 왕자가 앞으로 나가 즐기려고 하는 마음을 가지면 그때 모든 궁녀들은 곧 앞에 서 있고, 이때 그 자리는 몸을 따라 돌았는데, 그 앞에는 6만 채녀와 그들의 시녀 네 명이 있었다. 만일 그가 뒤에서 놀려고 마음을 내면 즉시 자리는 곧 몸을 따라 돌았고, 또 모든 채녀들과 서로 즐기려고 하면 그때 자리는 곧 몸을 따라 돌았다. 그래서 왕자 수보리로 하여금 다섯 가지 욕망에 빠져 출가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게 하였다.

그때 석제환인은 밤중이 되어 아무도 없을 때를 틈타 왕자 수보리의 처소로 가서 허공에서 수보리 왕자에게 말하였다.
‘왕자여, 그대는 옛날에 〈만일 내가 집에 있게 되면 나이 장성(壯盛)할 때에 출가하여 도를 배우리라〉 하고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이유로 다섯 가지 욕망에 빠져 스스로 즐기면서 출가하여 도를 배우려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리고 나도 또한 〈왕자를 권유하여 출가하여 도를 배우게 하리라〉고 그렇게 말하였다. 지금이 바로 그때이다. 만일 출가하여 도를 배우지 않으면 후회하여도 아무 소용이 없으리라.’
석제환인은 이렇게 말하고 나서 곧 물러갔다.

그때 왕자 수보리는 궁녀들 속에 있으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음향왕은 나에게 애욕(愛欲)의 그물을 주었다. 나는 그 애욕의 그물 때문에 출가하여 도를 배울 수가 없다. 나는 이제 이 그물을 끊어 더러움에 끌려 다니지 않고, 견고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되, 텅 비고 고요한 곳에서 부지런히 공부하고 수행하여 날로 새롭게 하리라.’

그때 왕자 수보리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음향 부왕께서는 6만이나 되는 채녀(婇女)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있다. 나는 지금 그들에게 혹 이 세상에 영원히 존재하는 이치가 있는가를 관찰해 보리라.’
그때 왕자 수보리는 궁중을 두루 관찰하여 보았다. 그러나 어떤 여인(女人)도 영원히 세상에 존재할 사람은 없었다.

수보리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무엇 때문에 바깥 물질만 관찰하는가? 몸 안의 인연으로 일어나는 것들을 관찰해 보리라. 지금 이 몸속에 있는 머리카락ㆍ털ㆍ손톱ㆍ발톱ㆍ이ㆍ뼈ㆍ골수 따위 중에 혹 세상에 영구히 존재할 것이 있는가?’
그래서 머리에서부터 발끝에 이르기까지 36가지 물질에 대해 관찰해 보았으나 그것들도 모두 더러운 물건일 뿐 어느 것 하나 깨끗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한 가지도 탐낼 만한 것이 없고 진실한 것이 없었다. 모두 허깨비요 거짓이라서 진실한 게 아니고, 모두 공(空)으로 돌아가는 것으로서, 이 세상에 오래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때 왕자 수보리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이 그물을 끊고 출가하여 도(道)를 배우리라.’
그때 수보리는 이 5수음(受陰)의 몸을 관찰해 보았다. 이른바 ‘이 색(色)은 괴로운 것이요, 이 색은 발생하는 것이며, 이 색은 소멸하는 것이요, 이 색은 벗어나야 할 것이다. 통(痛:受)ㆍ상(想ㆍ행(行)도 그러하고, 또 이 식(識)은 괴로운 것이요, 이 식은 괴로움이 발생하는 것이며, 이 식은 소멸하는 것이요, 이 식은 벗어나야 할 것이다.’
그때 이 5음(陰)인 몸을 관찰하고 나서 ‘이른바 발생하는 속성을 가진 것[習法]은 다 사라지는 속성을 가진 것[盡法]이다’라고 깨닫고 그 자리에서 곧 벽지불(辟支佛)이 되었다.

그때 수보리 벽지불은 스스로 부처가 된 것을 깨닫고 곧 이 게송을 읊었다.
나는 너의 근본을 알고 싶어했나니
마음은 생각에서 생겨났구나.
내 너를 생각하지 않으면
너는 곧 존재하지 않으리.

이때 벽지불은 이 게송을 읊고 나서 허공을 날아 떠나갔다. 그는 어떤 산속으로 가서 혼자 나무 밑에서 무여열반(無餘涅槃) 세계에서 반열반(般涅槃)하였다.

그때 음향왕은 곁에 있던 신하에게 말했다.
‘너는 수보리 궁전에 가서 왕자는 자나 깨나 편안하신가 보고 오라.’
대신은 왕의 분부를 받고 왕자의 궁전으로 갔다. 그런데 그가 쉬고 있는 내실(內室)의 덧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그 대신은 왕이 계신 곳으로 돌아와 왕에게 아뢰었다.
‘왕자는 자나 깨나 편안하신 듯 덧문이 굳게 닫혀 있었습니다.’
그러자 왕은 두 번 세 번 물었다.
‘너는 가서 왕자가 잘 주무시는지 보았느냐?’
그 대신은 다시 궁문(宮門)으로 갔다. 그러나 덧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그는 다시 왕에게 아뢰었다.
‘왕자는 궁에서 잠이 들어 깨어나지 않았고 덧문은 굳게 닫힌 채 아직까지 열리지 않았습니다.’
그때 음향왕은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 아들 왕자는 어릴 때에도 잠을 잘 자지 않았는데, 더구나 지금은 한창 장성한 나인데 무슨 잠을 그리 자겠는가? 내가 직접 가서 아들의 길흉(吉凶)을 살펴보리라. 내 아들이 행여 무슨 병이나 난 것이 아닐까?’

그때 음향왕은 곧 수보리가 있는 궁전으로 가서 문 밖에 서서 어떤 사람에게 말하였다.
‘너는 지금 사다리를 놓고 담을 넘어 안으로 들어가 나를 위해 문을 열어라.’
그 사람은 왕의 분부를 받고, 곧 사다리를 놓고 담을 넘어 안으로 들어가 왕을 위해 문을 열어 주었다. 왕은 궁 안으로 들어가 궁전 안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그가 누워 있어야 할 자리는 비어 있었고 왕자는 보이지 않았다. 왕은 채녀들에게 물었다.
‘왕자 수보리는 지금 어디 계시느냐?’
모든 채녀들이 대답하였다.
‘저희들도 왕자께서 어디 계신지 모르겠나이다.’
그때 음향왕은 이 말을 듣고 스스로 땅에 쓰러졌다가 한참 후에야 비로소 깨어났다.
그때 음향왕이 모든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내 아들은 어렸을 때 이렇게 생각하였다.
〈만일 내가 자라면 꼭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의(法衣)를 입고 견고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도(道)를 배우리라.〉
그러니 지금 왕자는 틀림없이 나를 버리고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있을 것이다. 너희들은 지금 왕자가 어디 있는지 사방으로 찾아보아라.’
그때 신하들은 즉시 수레를 타고 사방으로 흩어져서 왕자를 찾았다.

그때 어떤 신하가 산 속으로 길을 가는 도중에 이런 생각을 하였다.
‘만일 왕자 수보리가 출가하여 도를 배운다면 틀림없이 이 산에서 도를 배울 것이다.’
그리고 그 대신은 왕자 수보리가 어떤 나무 밑에서 가부좌하고 앉아 있는 것을 멀리서 발견했다. 그러자 그 신하는 곧 ‘저 사람이 바로 왕자 수보리일 것이다’라고 그렇게 생각하고는 자세히 살펴본 다음 왕에게 가서 아뢰었다.
‘왕자 수보리께서는 저기 가까운 산 어떤 나무 밑에서 가부좌하고 앉아 계십니다.’
음향왕은 이 말을 듣고 나서 곧 그 산 속으로 갔다. 멀리서 수보리가 어떤 나무 밑에서 가부좌하고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또 땅에 쓰러지며 말하였다.
‘내 아들이 전에 서원(誓願)하기를 〈만일 내 나이 스물이 가까워지면 출가하여 도를 배우리라〉라고 하더니, 이제 그 말이 틀리지 않았구나. 저 하늘도 나에게 말하기를 〈당신의 아들은 반드시 도를 배울 것입니다〉라고 하였었다.’
그때 음향왕은 곧 앞으로 나아가 수보리에게 말하였다.
‘너는 지금 왜 나를 버리고 출가하여 도를 배우느냐?’
그때에도 벽지불은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왕이 다시 말하였다.
‘네 어머니는 지금 크나큰 근심에 잠겨 기필코 너를 봐야 밥을 먹겠다고 하신다. 어서 일어나 궁궐로 가자.’
그러나 벽지불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잠자코 있었다.

음향왕은 곧 앞으로 나아가 아들의 손을 잡았으나 그래도 그는 꼼짝 하지 않았다. 그러자 왕은 다시 모든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왕자는 오늘 이미 목숨을 마쳤다. 석제환인(釋提桓因)이 전에 나에게 와서 〈당신은 반드시 아들을 얻을 것이다. 다만 그는 장차 출가하여 도를 배울 것이다〉라고 말하더니, 이제 왕자는 이미 출가하여 도를 배웠다. 이젠 이 사리(舍利)3)를 싣고 왕국으로 돌아가 화장[蛇旬]4)하자.’

그때 그 산 속에 있던 모든 신[神祇]들은 반쯤 몸을 나타내고 왕에게 아뢰었다.
‘이분은 벽지불이지, 왕자(王子)가 아닙니다. 그런 까닭에 화장하여 사리(舍利)를 취하는 법을 왕자의 법으로 해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과거 모든 부처님의 제자들인데,그 모든 부처님께서는 〈세상에는 반드시 탑[偸婆]을 세워야 할 네 종류의 사람이 있는데, 어떤 사람이 그 네 사람인가? 여래(如來)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을 위해 꼭 탑을 세워야 하고, 벽지불을 위해서 반드시 탑을 세워야 하며, 여래의 제자로서 번뇌가 다 없어진[漏盡] 아라한을 위해서 꼭 탑을 세워야 한다〉5)라고 이렇게 가르치셨기 때문이니, 마땅히 전륜성왕의 몸을 화장할 때처럼 여래와 벽지불의 몸을 화장할 때도 그와 같이 해야 합니다.’

그때 음향왕은 다시 하늘에게 말하였다.
‘마땅히 어떻게 공양하고 전륜성왕의 몸을 화장합니까?’
수신(樹神)이 대답하였다.
‘전륜성왕을 위해 쇠로 곽(槨:널)을 만들고, 그 안에 향유(香油)를 가득히 부어 전륜성왕의 몸을 목욕시키고 나서 희고 깨끗한 겁파육의(劫波育衣)6)로 그 몸을 싼 뒤에, 다시 무늬가 있는 비단 옷을 그 위에 덮고, 곽 안에 넣어 쇠뚜껑으로 그 위를 덮고 여러 곳에 못을 칩니다. 그리고는 흰 천 백 장(張)으로 그 곽을 싸고는 갖가지 향을 땅에 쌓아놓고 쇠 곽을 그 속에 올려놓은 다음 이레 낮 이레 밤 동안 꽃과 향을 공양하고, 비단으로 만든 번기와 일산을 달고 풍악을 울립니다.
이레가 지난 뒤에는 왕의 몸을 다시 가져다가 화장하고, 그 사리를 주워야 합니다. 화장하고 나서는 이레 낮 이레 밤 동안 끊이지 않고 공양을 하다가 네거리에 탑을 세웁니다. 그리고는 다시 향ㆍ꽃ㆍ번기ㆍ일산 등 갖가지로 공양합니다.
대왕이여,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전륜성왕의 사리는 이와 같이 공양해야 합니다. 그리고 모든 불여래(佛如來)와 벽지불과 아라한도 그렇게 하면 됩니다.’

그때 음향왕이 그 하늘에게 말하였다.
‘무슨 인연(因緣)으로 전륜성왕의 몸을 공양해야 하며, 무슨 인연으로 벽지불과 아라한의 몸을 공양해야 합니까?’
하늘이 왕에게 대답하였다.
‘전륜성왕은 왕법(王法)으로 다스려 자기 자신도 살생을 행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시켜서도 살생하게 하지 않으며, 자기 자신도 도둑질을 하지 않고,다른 사람을 시켜서도 도둑질을 하게 하지 않으며, 자기 자신도 음일(淫妷)한 짓을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시켜서도 남의 아내를 범하게 하지 않으며, 자기 자신도 거짓말ㆍ꾸밈 말ㆍ욕ㆍ이간질하는 말로 이편과 저 편을 싸움 붙이는 일ㆍ질투ㆍ성냄ㆍ어리석음이 없고, 마음이 전일하고 올곧아 항상 바른 소견만을 가지며, 또 다른 사람을 시켜서도 바른 소견을 가지게 합니다. 대왕이여, 이런 인연 때문에 전륜성왕을 위해 꼭 탑을 세워야 하는 것입니다.’

왕이 하늘에게 물었다.
‘또 무슨 인연으로 번뇌가 다한 아라한을 위해 탑을 세워야 합니까?’

하늘이 왕에게 대답하였다.
‘번뇌가 다한 아라한 비구는 욕애(欲愛)가 이미 다 끊어졌고 성냄과 어리석음이 이미 제거되어, 이윽고 존재를 벗어나서 무위(無爲:涅槃)에 이르렀으니, 그는 세간의 좋은 벗이요 복밭[福田]입니다. 이런 인연 때문에 번뇌가 다한 아라한을 위해 꼭 탑을 세워야 하는 것입니다.’

왕이 다시 물었다.
‘무슨 인연으로 벽지불을 위해 반드시 탑을 세워야 합니까?’
하늘이 대답하였다.
‘벽지불은 스승이 없이 스스로 깨달은 이로서 세상에 나오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는 현재 세상에서 과보(果報)를 얻어 나쁜 갈래의 세계를 벗어나고, 사람들로 하여금 천상(天上)에 태어나게 합니다. 이런 인연 때문에 벽지불을 위해 꼭 탑을 세워야 하는 것입니다.’
왕이 다시 물었다.
‘무슨 인연으로 여래를 위해 반드시 탑을 세워야 합니까?’

하늘이 대답하였다.
‘여래는 10력(力)을 원만하게 갖추었습니다. 그 10력은 성문(聲聞)이나 벽지불이 미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전륜성왕(轉輪聖王)도 미칠 수 없으며, 세간의 어떤 중생도 능히 미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또 여래는 네 가지 두려움 없음[四無畏]이 있어, 대중 가운데에서 능히 사자처럼 외쳐 범륜(梵輪)을 굴리십니다. 또 여래께서는 해탈하지 못한 이를 해탈케 하시고 벗어나지 못한 이를 벗어나게 하시며, 반열반(般涅槃)하지 못한 이를 반열반하게 해 주십니다. 구호해줄 사람이 없는 사람에게는 덮어 보호해 주시고, 장님에게는 눈이 되어 주시며, 병든 이를 위해서는 곧 의사가 되어 주십니다. 그래서 하늘과 세상사람, 그리고 마(魔)와 또는 마천(魔天)들이 모두 높이고 받들어 모시지 않는 이가 없고, 공경하고 귀하게 여깁니다. 또 여래는 나쁜 갈래 세계의 중생들을 돌려 좋은 곳으로 이르게 하십니다.
대왕이여, 이런 인연 때문에 여래를 위해 꼭 탑을 세워야 하는 것입니다. 대왕이여, 이런 인연의 본말(本末) 때문에 저 네 분들을 위해 꼭 탑을 세워야 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때 음향왕이 그 하늘에게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십니다. 천신(天神)이시여, 나는 지금 당신의 가르침을 받고, 이 사리를 공양하게 하고, 마땅히 벽지불을 공양하겠습니다.’

그때 음향왕이 모든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각각 수보리 벽지불의 사리를 메고 내 나라로 돌아가자.’
신하들은 왕의 명령을 받고 금(金) 평상에 눕혀 수레에 싣고 국내로 돌아갔다. 이때 음향왕은 곧 쇠 곽을 만들도록 명령하고 그 안에 향유를 가득 채운 뒤에 벽지불의 몸을 목욕시키고 겁파육의로 그 몸을 쌌다. 다시 온갖 채색이 있고 좋은 비단옷으로 그 위를 덮어 쇠 곽 안에 넣고는 또 쇠 덮개로 그 위를 덮고 여러 곳에 못을 쳐 든든하게 하고 나서 흰 천 1백 장으로 그 위를 덮었다.
그리고 갖가지 좋은 향을 가져다가 벽지불의 몸을 그 속에 두고, 이레 낮 이레 밤 동안 향과 꽃을 공양하였다.
이레가 지난 뒤에 벽지불을 화장한 사리(舍利)에 다시 이레 동안 풍악을 울리면서 공양을 올리고 네 거리에 탑 하나를 세웠다.
그리고는 향ㆍ꽃ㆍ비단으로 만든 번기와 일산을 공양하고 광대로 하여금 풍악을 울리며 그 탑에 공양하였느니라.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만 한다. 어떤 중생이 벽지불의 사리를 공경하고 공양하면, 그는 목숨을 마친 뒤에 곧 삼십삼천에 태어날 것이요, 또 어떤 중생이 무상(無常)한 것이라는 생각을 깊이 사유하면 세 갈래 나쁜 세계를 돌려 천상이나 인간 세계에 태어날 것이다.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이렇게 생각하지 말아야 하나니, 그때의 음향왕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그는 바로 지금의 나였었느니라. 그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깊이 사유하면 많은 이익을 얻을 것이니, 나는 지금 그 이치를 관찰하고 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 너희들은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깊이 사유하고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널리 펴라.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깊이 사유하면 곧 욕애(欲愛)ㆍ색애(色愛)ㆍ무색애(無色愛)를 모두 끊고, 무명(無明)과 교만(憍慢)도 영원히 남김 없이 될 것이다. 비유하면 마치 불로 초목(草木)과 높고 좋은 강당(講堂)의 창과 문을 태우는 것과 같다. 비구가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깊이 사유하는 것도 그와 같아서 욕애ㆍ색애ㆍ무색애를 영원히 끊어 남김없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마음을 다해 어기거나 잃어버리는 일이 없게 하라.”
이렇게 설법하실 때 그 자리에서 60여 명의 비구는 번뇌가 다 끊어지고 뜻에 이해가 생겼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4 ]7)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비구와 비구니에게 마음의 다섯 가지 더러움[心五弊]8)이 끊어지지 않고, 마음의 5결(結)을 끊지 못했다면, 그 비구와 비구니는 밤낮으로 선(善)한 법이 줄어들고 더 늘어나지 않을 것이다.
비구들아, 어떤 것을 마음의 다섯 가지 더러움이 끊어지지 않은 것이라고 하는가? 비구가 여래에 대해 의심하는 것이 있으면, 역시 해탈(解脫)하지도 못하고, 또한 바른 법에 들어가지도 못하여 그 사람은 마음을 공부[諷誦]에 두지 않게 된다. 이것을 일러 그 비구는 마음의 더러움이 끊어지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니라.

또 비구가 바른 법에 대해 의심이 있으면, 해탈하지도 못하고 또한 저 바른 법에 들어가지도 못하여 그 사람도 역시 공부를 하지 못한다. 이것을 일러 그 비구는 마음의 더러움이 끊어지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니라.
또 비구가 성중(聖衆)에 대하여 의심이 있으면, 해탈하지 못하고 또한 화합(和合)한 대중에 대하여 마음을 베풀지 않으며, 또 도품법(道品法)에 마음을 두지 않게 된다. 이것을 일러 그 비구는 마음의 더러움이 끊어지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니라.

또 비구가 금계(禁戒)를 범하고도 스스로 그 잘못을 뉘우치지 않으면 그 비구는 이미 금계를 범하고도 스스로 뉘우쳐 고치지 않기 때문에 도품법(道品法)에 마음을 두지 않는다. 이것을 일러 그 비구는 마음의 더러움이 끊어지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니라.

또 비구가 마음과 뜻이 안정되지 못한 채 범행을 닦고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이 범행을 닦은 공덕으로 말미암아 천상이나 혹은 여러 신들[神祇]로 태어날 것이다.’
그러나 그 비구는 그런 마음으로 범행을 닦기 때문에 마음을 오로지 도품(道品)에 두지 않으리니, 마음을 오로지 도법에 두지 않으면, 이것을 일러 마음의 더러움이 끊어지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니라.
이와 같은 비구는 마음의 다섯 가지 더러움이 끊어지지 않은 것이니라.

어떤 것을 비구가 마음에 5결(結)이 끊어지지 않은 것이라고 하는가? 비구가 게을러서 방편을 구하지 않는 것이니, 저 비구는 이미 게을러져 방편을 구하지 않으면, 이것을 일러 그 비구는 두 번째 마음에 결박이 끊어지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니라.

또 비구가 항상 거짓말을 매우 좋아하고 잠자는 것만 탐하는 것이니, 그 비구는 이미 거짓말하기를 좋아하고 잠자기를 탐하게 되면, 이것을 일러 그 비구는 두 번째 마음에 결박이 끊어지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니라.

또 비구가 마음이 안정되지 않아 항상 혼란한 것을 좋아하면, 이것을 일러 그 비구는 세 번째 마음에 결박이 끊어지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니라.

또 비구가 감각기관의 문[根門]이 안정되지 못하면, 그 비구는 이미 감각기관의 문이 안정되지 못하게 되나니, 이것을 일러 그 비구는 네 번째 마음에 결박이 끊어지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니라.

또 비구가 항상 시끄러운 장터에 있기를 좋아하고 고요한 곳에 있지 않으면, 이것을 그 비구는 다섯 번째 마음에 결박이 끊어지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니라.

만일 비구와 비구니에게 마음의 다섯 가지 더러움이 있고 5결(結)이 끊어지지 않았으면, 그 비구와 비구니는 밤낮으로 선(善)한 법이 끊어져 늘어남이 없을 것이다. 비유하면 마치 여덟 마리, 또는 열두 마리의 병아리를 수시로 덮어 보호해 주지 않고, 수시로 알을 품어 주지 않으며, 수시로 보호하지 않으면, 그 닭이 비록 ‘내 새끼를 아무 탈 없이 무사하게 보전하리라’고 생각하더라도 그 병아리는 마침내 안온하지 못한 것과 같다.
왜냐하면 모두가 수시로 보호하지 않았기 때문에 뒤에는 모두 끊어지고 무너져서 새끼가 부화되지 못하는 것이다.
이 역시 그와 같아서, 만일 비구와 비구니가 마음의 5결(結)을 끊지 않고 다섯 가지 마음의 더러움을 버리지 못하면, 밤낮으로 선한 법은 점점 줄어들어 늘어나는 일이 없게 될 것이다.

만약 또 비구와 비구니가 마음의 5결(結)을 끊고 다섯 가지 마음의 더러움을 없애면 밤낮으로 선한 법이 늘어나고 조금도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비유하면 여덟 마리나 열두 마리의 병아리를 수시로 보살펴주고 수시로 양육(養育)하며, 수시로 덮어 보호해 주면, 그 닭이 비록 ‘내 새끼들을 완전하게 성취하지 않게 하리라’고 생각하더라도, 그 병아리들은 저절로 성취하여 안온하고 무사하게 되는 것과 같다.
왜냐하면 수시로 양육하여 아무 일이 없게 하였기 때문에, 그때 그 병아리들은 알을 깨고 곧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역시 그와 같아서 만일 비구와 비구니가 다섯 가지 마음의 더러움을 끊고 마음의 5결(結)을 없애면 그 비구와 비구니는 오랜 세월 동안 선한 법이 자꾸만 늘어나고 줄어드는 일이 없을 것이다.

그런 까닭에 비구와 비구니는 마땅히 마음을 시설(施設)하여 부처님에 대해 망설이거나 의심하지 말고, 성중에 대해 망설이거나 의심하지 말라. 또 계(戒)를 완전히 갖추고 마음과 뜻이 전일(專一)하고 바르게 되어 어지럽지 않으며, 또 마음을 내어 다른 법을 희망하지 않고, 또 요행을 바라는 마음으로 범행을 닦으면서 ‘나는 이 법을 행함으로써 하늘이나 사람의 몸이 되어 신묘(神妙)하고 높고 좋은 종족이 될 것이다’라고 하지 말아야 한다.

또 만일 어떤 비구와 비구니가 부처님과 법과 성중에 대하여 망설이거나 의심이 없으며, 또 계를 범하지 않고 빠뜨리거나 잃지 않으면, 나는 지금 너희들에게 거듭 알리니, 그 비구는 장차 천상이나 혹은 인간, 이 두 곳에 태어날 것이다.
비유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매우 뜨거운 곳에서 배고프고 목마를 때에,그늘져 시원한 곳을 만나고, 찬 샘물을 얻어 마시면, 그 사람은 비록 ‘나는 아무리 그늘져 시원한 곳에서 찬물을 얻어 마셨지만 아직도 배고프고 목마른 것은 풀리지 않았다’고 말하더라도 그 사람은 더위가 이미 가시고 주림과 목마름도 이미 없어진 것과 같다.
이 역시 그와 같아서, 만일 비구와 비구니가 여래에 대하여 의심하거나 망설임이 없으면, 그 비구는 곧 두 갈래 세계인 천상이나 인간 세상에 태어날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와 비구니는 마땅히 방편을 구해 마음의 다섯 가지 더러움을 끊고 마음의 5결(結)을 없애도록 해야 한다.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5 ]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혹 어떤 때에 왕의 위엄이 널리 미치지 않으면 도적(盜賊)이 다투어 일어날 것이요, 도적이 이미 다투어 일어나면 마을에 집이나 도시 사람들은 모두 다 패망(敗亡)할 것이다. 또 기근(饑饉)을 만나 목숨을 마치는 이도 있으리니, 만일 저 중생들이 기근을 만나 목숨을 마치면, 그들은 모두 세 갈래 나쁜 세계에 떨어질 것이다.

지금 이 정진(精進)하는 비구도 그와 같아서, 만일 계(戒)를 가지는 이가 줄어들면, 그때에는 악한 비구가 다투어 일어날 것이요, 나쁜 비구가 이미 다투어 악을 일으키고 나면, 바른 법은 점점 쇠해지고 그른 법[非法]이 자꾸 늘어날 것이며, 그른 법이 늘어나면 그 가운데 살고 있는 중생들은 모두 세 갈래 나쁜 세계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
또 만일 이때 왕의 위엄이 먼 데까지 떨치면 도적은 곧 숨고 말 것이요, 왕의 위엄이 이미 먼 데까지 떨치고 나면 성곽(城郭) 안이나 마을 사람들은 불꽃처럼 번성해질 것이다.
지금 이 정진하는 비구도 또한 이와 같아서 만일 계를 완전하게 가지면, 그때에는 계를 범하는 비구는 점점 줄어들어서, 바른 법은 일어나고 그른 법은 줄어들 것이니, 그 가운데 살고 있는 중생들은 목숨을 마친 뒤에는 모두 천상이나 인간 세상에 태어날 것이다.
그런 까닭에 비구들아, 마땅히 계율을 완전히 갖추기를 생각해야 하고 위의(威儀)와 예절(禮節)을 빠뜨리거나 줄어들게 하지 말아야 한다.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6 ]9)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차라리 항상 잠을 잘지언정 깨어 있으면서 혼란한 생각으로 사유하지 말아야 한다.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나쁜 세계에 태어날 것이다.
차라리 쇠 송곳을 불에 달구어 눈을 지질지언정 빛깔을 보고 혼란한 생각을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 혼란한 생각을 일으키는 비구는 인식작용[識]이 패망하고, 비구가 이미 인식작용이 패망하고 나면, 미래 세계에는 반드시 세 갈래 나쁜 세계인 지옥(地獄ㆍ축생(畜生)ㆍ아귀(餓鬼)의 길로 나아갈 것이다.

지금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사람은 차라리 잠을 잘지언정 깨어 있으면서 혼란한 생각으로 사유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니라.
차라리 예리한 송곳으로 그 귀를 찌를지언정 소리를 듣고 혼란한 생각을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 혼란한 생각을 일으키는 비구는 인식작용이 패하게 된다. 그러므로 차라리 항상 잠을 잘지언정 깨어 있으면서 혼란한 생각을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

차라리 뜨거운 쇠사슬로 그 코를 뭉갤지언정 냄새를 맡고 혼란한 생각을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 혼란한 생각을 일으키는 비구는 인식작용이 패하고, 이미 인식 작용이 패하면 곧 지옥ㆍ축생ㆍ아귀의 세 갈래 나쁜 세계에 떨어질 것이다. 내가 말하는 것은 정녕 이것 때문이다.

차라리 예리한 칼로 그 혀를 자를지언정 나쁜 말ㆍ추한 말 때문에 세 갈래 악한 세계인 지옥ㆍ축생ㆍ아귀의 길에 떨어지지 말아야 한다. 그러므로 차라리 항상 잠을 잘지언정 깨어 있으면서 혼란한 생각을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

차라리 뜨겁게 달군 구리쇠판으로 그 몸을 감쌀지언정 장자(長者ㆍ거사(居士)ㆍ바라문(婆羅門)의 딸과 교접(交接)하지 말아야 한다. 만일 그들과 오가면서 교접하고 이야기를 나누면 반드시 세 갈래 악한 세계인 지옥ㆍ축생ㆍ아귀의 길에 떨어질 것이다. 내가 말하는 것은 정녕 이것 때문이다.

차라리 항상 잠을 잘지언정 깨어 있으면서 성중을 무너뜨리려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성중을 무너뜨려 5역죄(逆罪)에 떨어지면, 억 천 분의 부처님이라 해도 마침내 구원하지 못할 것이다.
정녕 대중들과 다투는 이는 반드시 구제하지 못할 죄에 떨어질 것이다. 그런 까닭에 나는 지금 ‘차라리 항상 잠을 잘지언정 깨어 있으면서 성중을 무너뜨리려는 생각을 하여 구제할 수 없는 죄를 짓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6정(情)10)을 잘 단속하여 실수하는 일이 없게 해야 한다.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7 ]1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아나빈기(阿那邠祁) 장자에게 네 아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부처님ㆍ법ㆍ성중을 섬기지 않았고, 또 부처님ㆍ법ㆍ성중에 귀의(歸依)하지도 않았다. 그때 아나빈기 장자가 네 아들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각각 부처님ㆍ법ㆍ성중에 귀의하라. 그리하면 오랜 세월 동안 한량없이 많은 복을 받을 것이다.”

아들들이 아버지에게 말하였다.
“저희들은 스스로 부처님ㆍ법ㆍ성중에 귀의하지 않겠습니다.”

아나빈기 장자가 말하였다.
“나는 지금 너희들에게 각각 순금(純金 1천 냥씩 줄 테니, 내 말대로 부처님ㆍ법ㆍ성중에 귀의하라.”

“저희들은 스스로 부처님ㆍ법ㆍ성중에 귀의하지 않겠습니다.”

“너희들에게 각각 2천ㆍ3천ㆍ4천ㆍ5천 냥의 순금을 더 줄 테니, 부디 스스로 부처님ㆍ법ㆍ성중에 귀의하여라. 그리하면 오랜 세월 동안 한량없이 많은 복을 받을 것이다.”

그때 아들들은 이 말을 듣고 잠자코 받아들였다. 그때 아들들은 아나빈기 장자에게 아뢰었다.
“저희들은 어떻게 부처님ㆍ법ㆍ성중에 귀의해야 합니까?”

아나빈기 장자가 대답하였다.“너희들은 모두 와서 나를 따라 세존께 가자. 만일 세존께서 무슨 말씀이 있으시거든 너희들은 꼭 잘 기억하여 받들어 행하라.”

아들들이 아버지에게 아뢰었다.
“여래께서는 지금 어디 계십니까? 여기서 얼마나 멉니까?”

“지금 여래ㆍ지진ㆍ등정각께서는 사위성에 있는 내 동산에 계신다.”

그때 아나빈기 장자는 네 아들을 데리고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가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서 있었다.
그때 장자가 세존께 아뢰었다.
“지금 제 아들 넷은 아직 부처님ㆍ법ㆍ성중에 귀의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제 각각 순금 5천 냥씩을 주고 권하여 부처님ㆍ법ㆍ성중을 섬기게 하였습니다. 오직 바라옵건대 세존께서는 이 아이들을 위해 설법하시어, 오랜 세월 동안 한량없이 많은 복을 받게 해 주십시오.”

세존께서는 장자의 네 아들들을 위해 차례로 설법하시고 그들에게 권하시어 모두 기쁘게 해 주셨다. 장자의 아들들은 그 설법을 듣고 뛸 듯이 기뻐 어쩔 줄 모르며 스스로 앞으로 나가 꿇어앉아 세존께 아뢰었다.
“저희들은 각자 스스로 세존과 바른 법과 성중에 귀의하나이다. 지금부터 이후로는 살생하지 않고……(이하 생략)……술을 마시지 않겠습니다.”
이와 같이 두 번 세 번 되풀이하였다.

그때 아나빈기 장자가 세존께 아뢰었다.
“만일 어떤 사람이 물질을 내어 사람들을 보살펴주면서 그들로 하여금 부처님을 섬기게 하면 그 복이 어떠합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장자야, 이런 질문을 하여 하늘과 사람들이 편안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여래에게 이런 이치를 묻는구나. 잘 생각하고 기억하라. 내가 너희들을 위해 설명해 주리라.”
그때 장자는 부처님의 분부를 따랐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큰 창고 넷이 있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건타위(乾陀衛)에는 이라발(伊羅鉢)용왕의 창고가 있는데, 그것을 첫 번째 창고라고 하며, 무수히 많은 보배가 그 궁전에 가득 쌓여 있다. 또 밀체라국(蜜締羅國)에는 반조(斑稠)라고 하는 큰 창고가 있는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진귀한 보배가 거기에 쌓여 있다. 또 수뢰타국(須賴吒國)에는 빈가라(賓伽羅)라고 하는 큰 창고가 있는데, 거기에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진귀한 보배가 쌓여 있다. 바라내국(婆羅㮈國)에는 낭가(蠰佉)라고 하는 큰 창고가 있는데, 거기에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보배가 쌓여 있다.
염부 땅의 남녀(男女) 노소[大小]들이 4년 4개월 4일 동안 이라발 창고에 있는 보배를 꺼낸다 해도 끝내 줄어들지 않는다.
또 저마다 반조 창고에 와서 4년 4개월 4일 동안 보배를 집어내도 줄어드는 줄을 모르고, 또 저마다 빈가라 창고에서 4년 4개월 4일 동안 보배를 집어내도 줄어드는 줄을 모르며, 또 바라내국에 있는 낭가 대창고의 보배를 4년 4개월 4일 동안 각각 집어내도 줄어드는 줄을 모른다.
장자야, 이것을 일러 네 개 큰 창고의 보배를 염부 땅의 남녀노소들이 4년 4개월 4일 동안 각각 꺼내 가도 줄어드는 줄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니라.

미래 세상에 미륵(彌勒)이라는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실 것이다.
그때 그 나라의 이름은 계두(雞頭)라고 하는데, 왕이 다스리는 경계는 동서(東西)가 12유연(由延)이고 남북(南北)이 7유연이며, 인민(人民)이 번성하고 곡식이 풍성할 것이다.
계두왕(雞頭王)이 다스리는 곳은 성을 일곱 겹 둘렀고, 세로와 너비가 1유연이나 되는 못이 네 개나 있다. 그 못 아래는 금모래가 깔려 있고, 우발연화(優鉢蓮華)ㆍ구물두화(拘物頭花)ㆍ분타리화(分陀利華)가 그 못 안에 각각 피어 있다. 물빛은 금빛ㆍ은빛ㆍ수정(水精)빛ㆍ유리(琉璃)빛이며, 만일 은빛 물이 얼어버리면 곧 그 물이 은(銀)으로 변화되고, 금빛 물이 얼어버리면 곧 그 물이 금(金)으로 변화되며, 유리 빛 물이 얼어버리면 곧 그 물이 유리로 변화되고, 수정 빛 물이 얼어버리면 곧 그 물이 수정(水精)으로 변화된다.

장자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거기에는 큰 성문(城門)이 네 개가 있는데, 은 못물에는 금으로 문지방을 만들고 금 못물에는 은으로 문지방을 만들었으며, 유리 못에는 수정으로 문지방을 만들고 수정 못에는 유리로 문지방을 만들 것이니라.

장자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때 계두성(雞頭城) 둘레에는 방울이 달려 있어 그 방울들은 다섯 가지 음악 소리를 낼 것이고, 그 성 안에서는 항상 일곱 가지 소리가 날 것이다. 어떤 것이 그 일곱 가지 소리인가? 즉 조개[貝] 소리ㆍ북 소리ㆍ거문고 소리ㆍ소고(小鼓) 소리ㆍ원고(員鼓)12) 소리ㆍ장구[鞞鼓] 소리ㆍ노래와 춤 소리이다.
그때 그 계두성 안에는 멥쌀[粳米]이 저절로 생산(生産)되는데 길이가 다 세 치이고, 매우 향기롭고 맛있어서 온갖 맛보다 뛰어나며, 베고 나면 조금 뒤에 다시 나서 벤 흔적을 볼 수 없느니라. 그때 낭가(蠰佉)라고 하는 왕이 있어 법으로 나라를 교화하고 다스리며 7보를 원만하게 갖출 것이다.

장자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때 선보(善寶)라고 하는 창고지기가 있으리니, 그는 덕이 높고 지혜로우며 천안(天眼)이 제일일 것이다. 또 능히 보배가 간직된 곳을 잘 알아 주인이 있는 창고는 잘 보호해 주고 주인이 없는 창고는 왕에게 바칠 것이다.
그때 이라발(伊羅鉢)용왕ㆍ반조(般稠)용왕ㆍ빈가라(賓伽羅)용왕ㆍ낭가용왕, 이 네 용왕들이 보배 창고를 맡고 있는데, 그들은 모두 선보라는 창고지기에게 가서 말할 것이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우리들이 모두 공급해 주리라.’
그때 네 용왕이 말한다.
‘네 개의 창고에 있는 보배를 바치리니 그것으로 일을 경영하기 바라오.’
그때 창고지기 선보는 네 창고의 보배를 받아 금으로 된 깃 수레와 함께 낭가왕에게 바칠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 곧 이 게송을 읊으셨다.
이라(伊羅)는 건타(乾陀)에 있고
반조(般稠)는 밀치(蜜絺)에 있으며
빈가(賓伽)는 수뢰국(須賴國)에 있고
낭가는 바라내국에 있다.

갖가지 보배가 가득 차 있는
네 개의 보배 창고
그때 항상 나타나리니
쌓은 공덕 때문이니라.

그 거룩한 왕에게
금ㆍ은과 보배 깃으로 된 수레 바치면
모든 신들은 모두 옹호하리니
그대 장자는 그런 복을 받으리.

“그때 미륵(彌勒) 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ㆍ명행성위(明行成爲)ㆍ선서(善逝) 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士)ㆍ도법어(道法御)ㆍ천인사(天人師)ㆍ불중우(佛衆祐)라고 하는 명호를 가진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시어 인민들을 교화(敎化)하실 것이다.
장자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때 선보라는 창고지기가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이런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하나니, 그 창고지기는 바로 지금 장자 그대이기 때문이니라.

그때 낭가왕은 금ㆍ은으로써 널리 복덕(福德)을 짓고, 8만 4천 대신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미륵의 처소를 찾아가 출가하여 도를 배울 것이다. 또 창고를 담당했던 사람도 널리 복덕을 지은 뒤에 출가하여 도를 배워 괴로움의 끝을 완전히 벗어날 것이다. 그것은 모두 장자가 네 아들을 인도해 부처님ㆍ법ㆍ비구승(比丘僧)에 귀의하게 했기 때문이니, 그 공덕의 인연으로 세 갈래 나쁜 세계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또 그 공덕의 인연으로 네 개의 큰 창고를 얻고, 그 과보(果報)로 낭가왕의 창고를 주관하게 되어, 그 세상에서 괴로움의 끝을 완전히 벗어날 것이다.
왜냐하면 부처님ㆍ법ㆍ승가에 귀의하면, 그 덕(德)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다. 부처님ㆍ법ㆍ승가에 귀의하면, 그 복이 이와 같으니라. 그런 까닭에 장자야, 부디 형상이 있는 무리들을 사랑하고 가엾이 여겨, 방편을 구해 부처님ㆍ법ㆍ승가에 귀의하게 하라. 장자야,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아나빈기 장자는 뛸 듯이 기뻐 어쩔 줄을 모르면서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을 세 번 돌고 예배하고 떠나갔고, 그 네 아들들도 이와 같이 하였다.

그때 아나빈기 장자와 네 아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8 ]13)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아나빈기 장자는 몸에 중병을 앓고 있었다. 그때 사리불(舍利弗)이 청정하여 더러운 티가 없는 천안(天眼)으로, 아나빈기 장자가 몸에 중병을 앓고 있는 것을 보고, 곧 아난(阿難)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오시오. 우리 함께 아나빈기 장자에게 가서 문병을 합시다.”

그러자 아난이 대답하였다.
“마땅히 그때를 알아야 합니다.”

그때 아난이 때가 되자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사위성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차츰 아나빈기 장자의 집에 이르러 곧 자리에 나아가 앉았다.
그때 사리불이 그 자리에서 곧 아나빈기 장자에게 말하였다.
“당신의 병은 지금 더하거나 덜함이 있습니까? 느끼시기에 고통이 점점 없어지거나 더 그 심해지거나 하는 차도가 없습니까?”

장자가 대답하였다.
“지금 제 병은 어디 의뢰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심하고, 갈수록 더하기만 할 뿐 덜한 줄은 모르겠습니다.”

사리불이 말하였다.
“지금 같은 때에 장자는 마땅히 부처님은 바로 ‘여래ㆍ지진ㆍ등정각ㆍ명행성위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도법어ㆍ천인사ㆍ불중우이시다’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또 마땅히 법에 대해서 ‘여래의 법은 매우 깊어 공경할 만하고 높일 만하며, 그 무엇과 견줄 만한 것이 없는 성현(聖賢)이 수행해야 할 것이다’라고 추모하고 기억해야 합니다. 또 마땅히 승가에 대해서는 ‘여래의 제자는 상하가 화순(和順)하여 다투거나 싸우는 일이 없으며, 법과 법을 성취하였고, 계를 성취하였으며, 삼매(三昧)를 성취하였고 지혜(智慧)를 성취하였으며, 해탈(解脫)을 성취하였고 해탈지견[解脫見慧]을 성취하였다. 이른바 승(僧)이란 사쌍팔배(四雙八輩)로써 이것을 이름하여 여래의 성중이라고 하며, 존경할 만하고 귀하게 여길 만하니, 그들은 이 세간의 위없는 복밭이다’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장자여, 만일 부처님을 생각하고 법을 생각하며 비구승 생각하기를 수행하면, 그 덕은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어 감로(甘露)의 멸진처(滅盡處)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만일 선남자나 선여인이 부처님ㆍ법ㆍ성중인 3존(尊)을 생각하면, 결코 세 갈래 나쁜 세계에 떨어지는 일이 없을 것이요, 만일 선남자나 선여인이 부처님ㆍ법ㆍ성중인 3존을 생각하면, 반드시 천상이나 인간 세계의 좋은 곳에 태어날 것입니다.
장자여, 빛깔[色]에 대해 마음을 일으키지 말고 빛깔에 의지하여 인식작용[識]을 일으키지 말며, 소리[聲]에 대해 마음을 일으키지 말고 소리에 의지하여 인식작용을 일으키지 말며, 냄새[香]에 대해 마음을 일으키지 말고 냄새에 의지하여 인식작용을 일으키지 말며, 맛[味]에 대해 마음을 일으키지 말고 맛에 의지하여 인식작용을 일으키지 말며, 감촉[細滑]에 대해 마음을 일으키지 말고 감촉에 의지하여 인식작용을 일으키지 말며, 뜻[意]에 대해 마음을 일으키지 말고 뜻에 의지하여 인식작용을 일으키지 말며, 금세(今世)와 후세(後世)에 대해 마음을 일으키지 말고 금세와 후세에 의지하여 인식작용을 일으키지 말며, 애욕[愛]을 일으키지 말고 애욕에 의지해 인식작용을 일으키지 말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애욕[愛]을 연(緣)하여 취함[受:取]이 있고 취함을 연하여 존재[有]가 있으며, 존재를 연하여 태어남[生]이 있고 태어남을 연하여 죽음[死]ㆍ근심[愁]ㆍ걱정[憂]ㆍ괴로움[苦]ㆍ번민[惱]이 이루 헤아릴 수 없이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일러 5고성음(苦盛陰)이라고 하는데, 나[我]니 남[人]이니, 수명[壽]이니 목숨[命]이니 하는 것도, 사부(士夫)ㆍ중생 등 형상이 있는 무리도 모두 다 없는 것입니다.
눈이 일으킬 때 곧 생기는 것이지만14) 그 온 곳을 알지 못하고, 눈이 사라지면 곧 멸하지만 그 가는 곳을 알지 못합니다. 아무것도 없는데서 눈이 생기고 이미 있는데도 눈은 멸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다 여러 법의 인연이 모였기 때문이니, 이른바 인연법(因緣法)이란 ‘이것을 연(緣)하여 이것이 있고 이것이 없으면 없는 것이다’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이른바 무명(無明)을 연하여 행(行)이 있고 행을 연하여 식(識)이 있으며, 식을 연하여 명색(名色)이 있고 명색을 연하여 6입(入)이 있으며, 6입을 연하여 접촉[更樂:觸]이 있고 접촉을 연하여 느낌[痛:受]이 있으며, 느낌을 연하여 애욕[愛]이 있고 애욕을 연하여 취함[受:取]이 있으며, 취함을 연하여 존재[有]가 있고 존재를 연하여 태어남[生]이 있으며, 태어남을 연하여 죽음이 있고 죽음을 연하여 근심ㆍ걱정ㆍ괴로움ㆍ번민 따위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것입니다. 귀ㆍ코ㆍ혀ㆍ몸ㆍ뜻도 다 그와 같아서 아무것도 없는 데에서 그것이 생겨나지만 그것이 온 곳을 알지 못하고, 이미 있었던 것이 멸하였지만 그것이 간 곳을 알지 못합니다. 그것은 모두 여러 가지 법의 인연이 모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장자여, 이것은 공행제일법(空行第一法)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때 아나빈기 장자는 눈물을 흘리고 슬피 울면서 스스로 억제하지 못하였다.

그러자 사리불이 아나빈기 장자에게 말하였다.
“무슨 까닭에 그처럼 슬퍼하십니까?”

장자가 대답하였다.
“저는 슬퍼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이유는 저는 옛날부터 숱하게 부처님을 받들어 섬겨왔고, 또 모든 장로(長老) 비구들도 존경하였었습니다. 그런데도 사리불께서 연설하신 것과 같은 이러한 중요한 법을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때 아난이 아나빈기 장자에게 말하였다.
“장자여, 마땅히 알아야 합니다. 세간(世間)에는 두 종류 사람이 있나니, 이것은 여래께서 말씀하신 것입니다. 어떤 것이 그 두 종류의 사람인가? 첫째는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요, 둘째는 괴로움을 아는 사람입니다. 저 즐거움을 익히는 사람은 이른바 존자 야수제(耶輸提) 족성자(族姓子)이고, 저 괴로움을 익히는 사람은 바로 바가리(婆伽梨) 비구입니다.
또 장자여, 야수제 비구는 공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이고, 바가리 비구는 믿음으로 해탈한 사람입니다. 또 장자여, 괴로움을 아는 사람과 즐거움을 아는 사람, 이 두 사람은 마음의 해탈[俱解脫]을 얻은 사람입니다. 이 두 사람은 다 여래의 제자로서 그들과 비교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들은 죽지도 않고 태어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저 두 사람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부지런히 듣고서 게을리 하지 않았지만, 다만 마음에 더함과 덜함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아는 이도 있고 알지 못하는 이도 있는 것입니다.
장자께서는 ‘나는 옛날부터 이미 여러 부처님을 섬겨왔고 장로 비구들을 공경하였지만 사리불께서 연설한 것 같은 그런 중요한 법을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씀하셨으나, 야수제 비구는 땅을 관찰하여 마음의 해탈을 얻었고, 바가리 비구는 칼을 관찰하여 곧 마음의 해탈을 얻었습니다. 그런 까닭에 장자여, 당신은 마땅히 저 바가리 비구들과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때 사리불은 그를 위해 더 자세하게 설법하고 권유하여 기쁘게 해 주고 위없는 마음을 내게 한 뒤에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사리불과 아난이 떠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 아나빈기 장자는 이내 목숨을 마치고 삼십삼천(三十三天)에 태어났다. 그때 아나빈기 천자는 다른 하늘들보다 뛰어난 다섯 가지 공덕이 있었는데,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 공덕인가? 이른바 하늘 수명[天壽]ㆍ하늘 형상[天色]ㆍ하늘 쾌락[天樂]ㆍ하늘 위신[天威神]ㆍ하늘 광명[天光明]이다.
그때 아나빈기 천자는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지금 이 하늘의 몸을 얻은 것은 모두 여래의 은혜 때문이다. 나는 지금 다섯 가지 욕락을 스스로 즐기기 전에 먼저 세존께 나아가 꿇어앉아 절하고 문안인사를 드리리라.’

그리고 아나빈기 천자는 그는 모든 천자들에게 둘러싸여 온갖 하늘 꽃을 가지고 여래의 위에 흩뿌렸다.
그때 여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저 천자는 허공에서 합장하고 세존을 향해 곧 이 게송을 읊었다.
여기는 바로 기원(祇洹)의 경계
여러 선인들이 즐겁게 노닐었고
법왕(法王)께서 다스리는 곳이니
기쁘고 즐거운 마음을 내라.

그때 아나빈기 천자가 이 게송을 설하여 마치자 여래께서 잠자코 옳다고 하셨다.
그때 아나빈기 천자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여래께서 옳다고 인정하셨다. 나는 곧 신통[神足]을 버리고 한쪽에 서 있으리라.’

그때 아나빈기 천자는 곧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수달(須達)입니다. 또 아나빈기라고 하면, 세상 사람들이 환히 다 알 것입니다. 저도 또한 여래의 제자로서 거룩한 가르침을 받다가, 지금은 목숨을 마치고 삼십삼천에 태어났나이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누구의 은혜로 지금 그 하늘의 몸을 받았느냐?”

천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의 힘을 입어 하늘 몸을 받았나이다.”
그때 아나빈기 천자는 다시 하늘 꽃을 여래의 몸에 흩고, 또 아난과 사리불의 위에도 흩었다. 그리고는 기원을 일곱 바퀴 돌고는 사라지더니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때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어젯밤에 어떤 천자가 내게 와서 이런 게송을 읊었다.”
여기는 바로 기원(祇洹)의 경계
여러 선인들이 즐겁게 노닐었고
법왕(法王)께서 다스리는 곳이니
기쁘고 즐거운 마음을 내라.

“그리고는 그 천자는 이 기원을 일곱 바퀴 돌고는 곧 물러갔다. 아난아, 너는 혹 그 천자를 알겠느냐?”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는 틀림없이 아나빈기 장자일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네 말과 같다. 너는 알 수 없는 지혜인데도 그 천자를 아는구나. 왜냐하면 그는 바로 아나빈기 천자이기 때문이다.”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아나빈기는 지금 천상에 태어나서 이름을 무엇이라고 합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는 아나빈기라고 부르느니라. 왜냐하면 그가 하늘에 태어나던 날 모든 하늘들은 다 이렇게 말하였다.
‘이 천자는 인간 세계에 있을 때 바로 여래의 제자였다. 그는 항상 평등한 마음으로 일체 중생에 두루 보시하였고 곤궁한 이를 두루 구제하였다. 그런 공덕을 짓고 곧 이 삼십삼천에 태어났으니, 그러므로 계속해서 그 이름을 아나빈기라고 하자.’”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아난 비구는 큰 공덕이 있고 지혜를 성취하였다. 아난 비구는 지금은 비록 배우는 자리에 있지만 그 지혜는 아무도 같은 사람이 없다. 왜냐하면 아라한이 알아야 할 것을 아난은 다 알고 있고, 과거 모든 불세존께서 배우셨던 것을 아난은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역시 이런 사람이 있어서 듣기만 하면 곧 알았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아난 비구 같은 이는 바라보기만 해도 곧 이렇게 안다.
‘여래는 이것을 필요로 하고, 여래는 이것은 필요로 하지 않는다.’
과거 모든 부처님의 제자는 삼매에 들어서야 비로소 미연(未然)의 일을 알았지만, 오늘날 우리 아난 비구 같은 이는 보면 곧 환히 아느니라.”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성문 제자들 중에서 널리 아는 것이 있고 용맹스럽게 정진하며, 생각이 어지럽지 않고 들은 것이 많기로 제일가는 사람으로 맡은 일을 감당해낼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이 아난 비구이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9 ]15)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아나빈기 장자는 선생(善生)이라는 이름을 가진 며느리를 보았는데, 그녀는 얼굴이 단정하고 얼굴빛은 도화색(桃華色)과 같았다. 바사닉왕(波斯匿王)왕 대신의 딸로서 그 족성[姓]만 믿고 부호(富豪) 종족임을 믿어, 시부모와 남편을 공경하지 않고, 부처님ㆍ법ㆍ비구승을 섬기지 않았으며, 또 거룩한 3존(尊)을 공경하고 받들지도 않았다.

그때 아나빈기 장자는 곧 세존께 나아가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있었다.
그때 장자가 세존께 아뢰었다.
“근자에 바사닉왕의 제일가는 대신의 딸을 며느리로 맞이했는데 그는 자신의 족성만 믿고, 3존을 받들어 섬기지 않으며, 장로와 존비(尊卑)를 받들어 섬기지도 않습니다. 바라옵건대 세존께서는 마땅히 그녀를 위해 설법하여 기쁜 마음을 내게 하시고 그 마음이 열려 뜻에 이해가 생기게 하여 주십시오.”

그때 여래께서 잠자코 장자의 말을 허락하셨다.
그때 장자는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오직 바라옵건대 세존께서는 지금 비구 스님과 함께 저의 초청을 받아 주십시오.”

그때 장자는 여래께서 잠자코 청을 받아 주신 것을 보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하고 주위를 세 바퀴 돌고 나서 떠나갔다.
그는 집으로 돌아가 갖가지 음식을 장만하고 좋은 자리를 편 뒤에 때가 되었음을 알렸다.
“부디 바라옵건대 세존께서는 저의 청을 받아 주소서. 이미 음식이 갖추어졌습니다.”

세존께서는 비구 대중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인 채 장자의 집에 이르러 자리에 나아가 앉으셨다. 그러자 장자는 따로 작은 자리를 가져다가 여래의 앞에 앉았다.

그때 세존께서 선생이라는 여인에게 말씀하셨다.
“장자의 며느리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대개 부인에게는 네 가지 법이 있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 법인가? 어머니와 같은 부인이 있고, 친척과 같은 부인이 있으며, 도적과 같은 부인이 있고, 노비와 같은 부인이 있느니라.
너는 지금 꼭 알아야 한다. 어머니와 같은 부인이란, 수시(隨時)로 남편을 보살펴 모자람이 없게 하여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나니, 그때 모든 하늘들은 곧 그를 보호해 주고, 사람인 듯하면서 사람이 아닌 것[人非人]들은 그 틈을 엿보지 못하며, 죽으면 곧 천상에 태어난다.
장자의 며느리야, 이것을 일러 어머니와 같은 부인이라고 하느니라.

저 어떤 사람을 친척과 같은 부인이라고 하는가? 장자의 며느리야, 남편을 보고 나서는 마음에 변동[增減]이 없이 고락(苦樂)을 같이하는 사람이니, 이것을 일러 친척과 같은 부인이라고 하느니라.

저 어떤 것을 도적과 같은 부인이라고 하는가? 그 여인은 남편을 보고 나면, 곧 성을 내고 남편을 미워하며, 또한 받들어 섬기거나 공경하거나 예배하지도 않고, 남편을 보면 곧 해치려고 한다. 마음이 다른 곳에 있기 때문에 남편은 아내와 친하지 않고 아내는 남편과 친하지 않으며, 남의 사랑과 공경을 받지 못하고 모든 하늘이 옹호(擁護)하지도 않으며, 나쁜 귀신이 침해(侵害)한다. 그리고 그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지옥에 떨어지나니, 이것을 일러 도적과 같은 부인이라고 하느니라.

저 어떤 사람을 종[婢]과 같은 부인이라고 하는가? 현명하고 어진 부인은 그 남편을 보고는 수시로 보살피고 말을 참아 끝내 되돌려 갚지 않으며, 추운 고통을 참아내고 항상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며, 거룩한 3존에 대하여 이렇게 생각한다.
‘이것이 존재하므로 내가 존재하나니, 이것이 사라지면 나도 사라져 없어진다.’
그러므로 모든 하늘들이 옹호하고 사람인 듯하면서 사람이 아닌 것들도 모두 사랑하고 생각하며,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천상과 같은 좋은 곳에 태어난다.
장자의 며느리야, 이것을 일러 네 종류의 부인이 있다고 한 것인데, 지금 너는 그 어느 조항에 해당하느냐?”

그때 그 여인은 세존의 이 말씀을 듣고 나서,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세존께 아뢰었다.
“오직 바라옵건대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과거를 고치고 미래를 닦아 다시는 감히 그렇게 하지 않겠습니다. 지금부터 이 뒤로는 항상 예법(禮法)을 행하여 종과 같이 되겠나이다.”

그때 선생(善生) 부인은 그 남편에게 돌아와서는 남편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서 말하였다.
“모쪼록 당신을 보살피기를 종과 같이 하겠습니다.”

이때 선생 여인은 다시 세존께서 계신 곳을 찾아가서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세존께서 그를 위해 차례로 설법하셨다. 그때 설법한 논은 보시에 대한 논[施論], 계율에 대한 논[戒論], 천상에 태어나는데 대한 논[生天論]이었으며, 탐욕은 깨끗하지 못한 생각이요, 음행은 크게 더러운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때 세존께서는 이미 그 여자의 마음이 열리고 뜻에 이해가 생긴 줄을 아시고, 그를 위해 모든 부처님께서 항상 말씀하셨던 법인, 괴로움[苦]ㆍ괴로움의 발생[習:集]ㆍ괴로움의 소멸[盡:滅]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道]에 대하여 모두 말씀하셨다. 그때 세존께서 그 여인에게 말씀하시는 것이 끝나자 그 여인은 바로 그 자리에서 법안(法眼)이 깨끗하게 되었다.
비유하면 마치 새 천에는 쉽게 물이 드는 것처럼, 그녀 또한 그와 같아서 온갖 법을 분별하고, 깊고 묘한 이치를 잘 이해하였다. 그러고 나서 3존(尊)에게 귀의하고 5계(戒)를 받았다.

그때 선생 여인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10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사라불은 곧 세존께서 계시는 곳으로 찾아가서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조금 있다가 뒤로 물러나 앉아서 세존께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항상 부호(富豪)로서 존귀하고 높은 자리에 있는 이를 칭찬하시고 비천(卑賤)한 사람에 대해서도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나 세존이시여, 저는 부호의 집안에 태어난 존귀한 사람에 대해서도 찬탄하지 않을 것이며 또한 비천한 사람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으렵니다. 그 중간에 있는 사람들에게만 설하여 그들로 하여금 출가하여 도를 배우도록 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스스로 일컬어 말하기를 ‘부호의 집안에 태어난 존귀한 사람에 대해서도 찬탄하지 않고, 또한 비천한 사람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을 것이며, 중도에 위치한 사람들에게만 설하여 그들로 하여금 출가하여 도를 배우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하였다.
그러나 나는 오늘 상(上)ㆍ중(中)ㆍ하(下) 어느 생을 받은 이든 간에 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대부분 생(生)은 매우 괴로운 것이어서 족히 즐거워할 만한 것이 못 되기 때문이다. 비유하면 마치 저 똥을 치우는 것과 같아서 조금만 남아 있어도 그 냄새는 오히려 지독한 것이거늘, 하물며 많이 쌓아둘 만한 것이겠느냐? 지금 생을 받는 것도 그와 같아서 1생ㆍ2생도 오히려 괴롭고 힘든 일이거늘 하물며 처음도 끝도 없이 유전(流轉)하면서 어찌 즐거울 수 있겠느냐?

존재[有]로 말미암아 생(生)이 있고 그 생으로 말미암아 늙음[老]이 있으며, 죽음[死]ㆍ근심[愁]ㆍ걱정[憂]ㆍ괴로움[苦]ㆍ번민[惱]이 있는 것이니, 어찌 족히 탐하고 좋아할 만한 것이겠느냐?
그리하여 곧 5성음(盛陰)으로 이룩된 몸이 이루어지는 것이니라.
나는 이런 이치를 관찰하여 알고 나서 이렇게 말하였다.
‘1생ㆍ2생도 오히려 괴롭고 힘든 일이거늘 하물며 처음도 끝도 없이 유전하면서 어찌 즐거울 수 있겠느냐?’
사리불아, 만약 지금 네 마음속에 생을 받고 싶거든 곧 마땅히 발원(發願)하되,‘부호ㆍ귀족의 가문에 태어나고 비천한 집안에 태어나지 말게 하소서’라고 하라. 왜냐하면 사리불아, 중생은 오랜 세월 동안 마음에 결박되지 부호나 귀족에 결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니라. 사리불아, 그래서 나는 부호ㆍ귀족의 집안에 태어났느니라. 나는 찰리(刹利)종성으로서 전륜성왕(轉輪聖王)이 출현한 집안이었느니라. 가령 내가 출가하여 도를 배우지 않았다면, 당연히 전륜성왕이 되었을 것이나, 지금은 그 전륜성왕의 자리를 버리고 출가하여 도를 배워 무상도(無上道)를 성취하였느니라.
보통 비천한 집안에 태어나면, 출가하여 도를 배울 수가 없고 도리어 나쁜 세계에 떨어지게 되나니, 그러므로 사리불아, 너는 마땅히 방편을 구해서 마음을 항복 받아야 하느니라. 사리불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사리불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주석
1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33권 938번째 소경인 「누경(淚經)」과 『별역잡아함경』 제16권 331번째 소경이 있다.
2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33권 937번째 소경인 「혈경(血經)」과 『별역잡아함경』 제16권 330번째 소경이 있다.
3 팔리어로는 śarīra라고 하며, 음역하여 설리라(設利羅)라고도 한다. 원래 어원적 의미로는 신체를 뜻하지만 그 복수형은 유골을 뜻한다. 불교에서는 대부분 부처님이나 성자(聖者)의 유골을 뜻하는 용어로 사용하는데, 본문에서 불도를 성취한 수보리 왕자의 육신을 처리함에 있어서는 이 두 가지 의미를 다 이해해야만 문장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4 다비(茶毗)라는 뜻으로 죽은 시신을 화장(火葬)하는 것을 말한다. 신수대장경 각주에 의하면 “성본(聖本)에는 순사(旬蛇)로 되어 있다”고 되어 있다.
5 앞에서 네 종류의 사람이라고 했는데, 실제는 세 사람밖에 안 된다. 신수대장경 각주에 의하면 “송(宋)ㆍ원(元)ㆍ명(明) 3본에는 이 아래에 ‘전륜성왕 응기투바(轉輪聖王) 應起偸婆’라는 글이 더 있다”고 한다.
6 팔리어로는 kappāsacīvara라고 한다. 또는 겁패의(劫貝衣)라고도 하며, 번역하여 목면의(木棉衣), 또는 면의(棉衣)라고 한다.
7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중아함경』 제56권 206번째 소경인 「심예경(心穢經)」이 있다.
8 첫째 세존을 의심함[懷疑世尊], 둘째 바른 법을 의심함[懷疑正法], 셋째 승가 대중을 의심함[懷疑僧家], 넷째 금계를 범하고도 그 허물을 참회하지 않음[犯於禁戒不自悔過], 다섯째 마음과 뜻이 안정되지 못한 채 범행을 닦음[心意不定而修梵行]이다. 이 소경과 같은 내용인 『중아함경』 제56권 206번째 소경인 「심예경(心穢經」에서는 다섯 가지 더러움[五穢]이라고 하여 첫째는 세존을 의심함[懷疑世尊], 둘째는 법을 의심함[懷疑法], 셋째는 계를 의심함[懷疑戒], 넷째는 세존의 가르침을 의심함[懷疑世尊之敎示], 다섯째는 세존께서 칭찬하시는 범행자(梵行者)에 대하여 마음속으로 반감을 일으킴이라고 하였고, 팔리본에서는 다섯 가지 마음의 거침[五種心荒蕪]이라고 하여 첫째 스승을 의심함[疑師], 둘째 법을 의심함[疑法], 셋째 승가를 의심함[疑僧家], 넷째 계율을 의심함[疑學], 다섯째 같은 수행자에 대해 성냄[對同行者瞋怒]이라고 하였다.
9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9권 241번째 소경인 「소연법경(燒燃法經)」이 있다.
10 6근(根)ㆍ6입(入)이라고 하며, 눈[眼]ㆍ귀[耳]ㆍ코[鼻]ㆍ혀[舌]ㆍ몸[身]ㆍ뜻[意]을 말한다. 근(根)에는 정식(情識)이 있기 때문에 정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11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후한(後漢) 시대 안세고(安世高)가 한역한 『아나빈저화칠자경(阿那邠邸化七子經)』과 서진(西晉) 시대 축법호(竺法護)가 한역한 『불설미륵하생경(佛說彌勒下生經)』이 있다.
12 신수대장경 각주에 의하면 “원ㆍ명 2본에는 원(員)이 원(圓)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13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37권 1,032번째 소경인 「급고독경(給孤獨經)」과 『중아함경』 제6권 28번째 소경인 「교화병경(敎化病經」이 있다.
14 고려대장경 본문에는 ‘즉기(則起’ 2자가 없으나 신수대장경 각주에 의하면 “송ㆍ원ㆍ명 3본에는 즉기(則起) 2자가 더 있다”고 한다. 이어지는 뒤의 문장을 고려해 볼 때 이 두 글자를 넣어야 문맥이 통하므로 이를 참고하여 해석하였다.
15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유송(劉宋) 시대 구나발타라(求那跋陀羅)가 한역한 『불설아속달경(佛說阿遫達經)』과 실역(失譯) 『옥야녀경(玉耶女經)』과 동진(東晋) 시대 축담무란(竺曇無蘭)이 한역한 『옥야경(玉耶經)』이 있다.

증일아함경 제50권

동진 계빈 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김월운 번역

52. 대애도반열반품(大愛道般涅槃品) ①

[ 1 ]1)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비사리성(毗舍離城) 보회강당(普會講堂)에서 대비구(大比丘)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대애도(大愛道)2)는 비사리성에 있는 고대사(高臺寺)에서 대비구니(大比丘尼)들 5백 명과 함께 노닐고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나한(羅漢)으로서 온갖 번뇌[漏]가 이미 다 끊어진 이들이었다.
그때 대애도는 모든 비구들이 ‘여래께서는 오래지 않아 장차 멸도(滅度)하실 터인데, 석 달이 지나기 전에 구이나갈(拘夷那竭) 사라(娑羅) 쌍수 사이에서 멸도하실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그때 대애도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여래께서 멸도하시는 것을 차마 뵈올 수 없고, 또 아난(阿難)이 멸도하는 것도 차마 볼 수가 없다. 내가 지금 먼저 멸도해야겠다.”

그때 대애도는 곧 세존의 처소로 찾아가 세존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대애도는 부처님 앞에 나아가 아뢰었다.
“저는 세존께서 오래지 않아 멸도하실 터인데, 지금부터 석 달이 지나기 전에 구이나갈에 있는 사라쌍수 사이에서 멸도하실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저는 지금 세존과 아난이 멸도하시는 것을 차마 볼 수가 없습니다. 오직 바라옵건대 세존께서는 제가 먼저 멸도하는 것을 허락해 주소서.”
그때 세존께서는 잠자코 허락하셨다.

대애도가 거듭 부처님께 아뢰었다.
“바라옵건대 세존이시여, 지금부터는 제가 모든 비구니들을 위해 계(戒)를 설명하게 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비구니가 또 비구니들을 위해 금계(禁戒)를 설하는 것을 허락한다. 내가 전에 금계를 설한 것처럼 하여 조금도 차질이 없게 하라.”

그때 대애도가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 발에 예를 올리고 서 있었다.
그때 대애도가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이제 다시는 여래의 얼굴을 뵈올 수 없고, 또 미래의 모든 부처님께서 포태(胞胎)를 받지 않고 영원히 함이 없는 곳[無爲:涅槃]에 계시는 것도 뵈올 수 없습니다. 오늘 저 거룩한 모습을 떠나면 다시는 뵈올 수 없을 것입니다.”

그때 대애도는 부처님 주위를 일곱 번 돌고, 또 아난의 주위도 일곱 번 돌고, 다시 비구 대중들 주위도 돌고 나서는 곧 물러갔다.
그는 모든 비구니 대중들에게 돌아가 모든 비구니에게 말하였다.
“나는 지금 함이 없는 열반세계에 들려고 한다. 왜냐하면 여래께서 오래지 않아 멸도에 드시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너희들은 각각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마음대로 가거라.”

그때 차마(差摩) 비구니ㆍ우발색(優鉢色) 비구니ㆍ기리시(基利施) 비구니ㆍ발타란자(鉢陀闌柘) 비구니ㆍ바라자라(婆羅柘羅) 비구니ㆍ가전연(迦旃延) 비구니ㆍ사야(闍耶 비구니와 그리고 5백 비구니들은 세존께서 계시는 곳으로 가서 한쪽에 서 있었다.
그 5백 비구니 중에서 차마 비구니가 우두머리가 되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 모든 사람들은 여래께서 오래지 않아 장차 멸도하실 것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저희들은 여래와 아난께서 먼저 멸도하시는 것을 차마 뵈올 수가 없습니다. 오직 바라옵건대 세존께서는 저희들이 먼저 멸도하는 것을 허락하여 주소서. 저희들이 지금 멸도하는 것이 정말 옳을 듯하옵니다.”
그때 세존께서 잠자코 허락하셨다.
그러자 차마 비구니와 5백 비구니들은 세존께서 잠자코 허락하신 것을 알고,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의 발에 예를 올리고 세 번 돌고 나서 물러나 본래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그때 대애도는 강당(講堂) 문을 닫고 건추(乾椎)를 치고는 한데[露地]에다 자리를 펴고 허공으로 올라가, 공중에서 앉기도 하고 눕기도 하며 걸어 다니기도 하였다. 혹은 불꽃을 내기도 하는데, 몸 아래서 연기를 내면 몸 위에서는 불을 내며, 몸 아래에서 물을 내면 몸 위에서 연기를 내기도 하며, 온몸에서 불꽃을 내기도 하고 온몸에서 연기를 내기도 하였다.
왼쪽 옆구리에서 물을 내면 오른쪽 옆구리에서는 불을 내기도 하고, 오른쪽 옆구리에서 물을 내면 왼쪽 옆구리에서는 연기를 내기도 하였다. 앞에서 불을 내면 뒤에서는 물을 내기도 하며, 앞에서 물을 내면 뒤에서 불을 내기도 하며, 온몸에서는 불을 내는가 하면 온몸에서 물을 내기도 하였다.

그때 대애도는 여러 가지 변화(變化)를 부리고는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아와 가부좌하고 앉아,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고 생각을 매어 앞에 두고는 초선(初禪)에 들었다. 초선에서 일어나 제2선에 들어갔고, 제2선에서 일어나 제3선에 들어가며, 제3선에서 일어나 제4선에 들어갔다. 제4선에서 일어나서는 공처(空處)에 들어가고 공처에서 일어나 식처(識處)에 들어가며, 식처에서 일어나 불용처(不用處)에 들어가고 불용처에서 일어나 유상무상처(有想無想處)에 들어가며, 유상무상처에서 일어나 상지멸(想知滅)에 들어갔다.
상지멸에서 일어나 도로 유상무상처에 들어가고 유상무상처에서 일어나 도로 불용처에 들어가며, 불용처에서 일어나 도로 식처에 들어가고 식처에서 일어나 도로 공처에 들어갔다.
공처에서 일어나 도로 제4선에 들어가고 제4선에서 일어나서 도로 제3선에 들어가며, 제3선에서 일어나 도로 제2선에 들어가고 제2선에서 일어나 도로 초선에 들어갔다. 다시 초선에서 일어나서 제2선에 들어가고 제2선에서 일어나서 제3선에 들어가며, 제3선에서 일어나서 제4선에 들어가고 이미 제4선에 들어가서는 곧 멸도하였다.

그때 천지(天地)가 크게 흔들렸다. 동쪽이 솟아오르면 서쪽이 꺼지고 서쪽이 솟아오르면 동쪽이 꺼지며, 사방이 모두 솟아오르면 한복판이 꺼져 내렸다.
또 사방에서 시원한 바람이 일고 모든 하늘들은 허공에서 풍류를 연주하였으며, 욕계(欲界)의 모든 하늘들은 눈물을 흘리며 슬피 울었다. 비유하면 마치 봄 하늘에서 단 비가 내리는 것 같았다. 신묘(神妙)한 하늘들은 우발화향(優鉢華香)과 전단(栴檀)을 섞어 부수어 그 위에 뿌렸다.

그때 차마 비구니ㆍ우발색 비구니ㆍ기리시구담미(基利施瞿曇彌) 비구니ㆍ사구리(舍瞿離) 비구니ㆍ사마(奢摩) 비구니ㆍ발타란차(鉢陀蘭遮) 비구니ㆍ가전연 비구니ㆍ사야 비구니 등 이상과 같은 상수(上首) 5백 비구니들은 각각 한데에다 자리를 펴고 날아올라 허공에 있으면서, 공중에서 앉기도 하고 눕기도 하며 걸어 다니기도 하면서 열여덟 가지로 변화를 부리고……(이하 생략)……생각이 끊긴 선정에 들어 각각 멸도하였다.

그때 비사리성 안에 야수제(耶輸提)라고 하는 대장(大將)이 있었는데, 그는 5백 동자(童子)를 데리고 보회강당(普會講堂)에 모여 강설(講說)하고 있었다. 그때 야수제와 5백 동자들은 멀리서 5백 비구니(比丘尼)들이 열여덟 가지 변화를 부리는 것을 보고, 한량없이 기뻐 뛰면서 각각 합장하고 그쪽을 향하였다.
그때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야수제 대장에게 가서 그에게 말하기를 ‘빨리 평상 5백 개ㆍ좌구(坐具) 5백 개ㆍ소(酥) 5백 병ㆍ기름 5백 병ㆍ꽃 5백 수레ㆍ향 5백 봉지ㆍ섶나무 5백 수레를 준비하라’고 하라.”

그때 아난이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알지 못하겠습니다. 세존께서는 그것을 어디에 보시하시려고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애도가 이미 멸도하였다. 그리고 5백 비구니도 이미 다 니원(泥洹)에 들었다. 나는 그것을 그 사리(舍利)에 공양하려고 한다.”

그때 아난은 슬피 울면서 스스로 견디지 못해 하면서 말하였다.
“대애도의 멸도가 어이 그리도 빠르단 말인가?”

그때 아난은 손으로 눈물을 뿌리면서 야수제 대장에게로 갔다.

그때 야수제는 멀리서 아난이 오는 것을 보고 모두 일어나 맞이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아난이여, 무슨 분부가 있으시기에 이렇게 갑자기 오셨습니까?”

그러자 아난이 말하였다.
“나는 부처님의 심부름으로 왔는데 부탁할 말이 있습니다.”

그때 대장이 물었다.
“무슨 분부이십니까?”

아난이 말하였다.
“세존께서 대장에게 분부하시기를 ‘지금 빨리 평상 5백 개ㆍ좌구 5백 개ㆍ소 5백 병ㆍ기름 5백 병ㆍ꽃 5백 수레ㆍ향 5백 봉지ㆍ섶나무 5백 수레를 준비하라. 대애도와 5백 비구니가 모두 멸도하였다. 우리는 거기에 가서 그들의 사리에 공양하려고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때 대장은 슬피 울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대애도의 멸도가 어이 그리도 빠르단 말인가? 5백 비구니의 멸도도 참으로 빠르구나. 지금부터는 누가 우리를 가르치고 보시하는 시주들을 교화한다는 말인가?”

그때 야수제 대장은 곧 평상 5백 개ㆍ좌구 5백 개ㆍ기름 5백 병ㆍ소(酥)ㆍ섶나무 등 화장할 때 쓸 물건을 모두 준비한 뒤에 세존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서 있었다.
그때 야수제 대장이 세존께 아뢰었다.
“여래께서 분부하신 공양할 물건들이 지금 다 준비되었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지금 각기 대애도의 몸과 5백 비구니의 몸을 메고 비사리성을 나가 넓은 들판으로 가자. 내가 그곳에서 그 사리에 공양하리라.”

야수제 대장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때 장자는 곧바로 대애도 등이 있는 곳으로 가서 어떤 사람에게 말하였다.
“너는 지금 사다리를 놓고 담을 넘어 안에 들어가 천천히 문을 열어 소리가 나지 않게 하라.”

그는 시키는 대로 곧 들어가 문을 열었다. 대장은 다시 5백 사람에게 분부하여 각각 그 사리를 들어 평상 위에 올려놓게 하였다.”
그때 두 사미니(沙彌尼)가 거기에 있었다. 한 사람의 이름은 난타(難陀)였고, 다른 한 사람의 이름은 우반난타(優般難陀)였다. 그 두 사미니가 대장에게 말하였다.
“그만두시오, 제발 그만두시오. 대장님, 저 여러 스승님에게 손을 대어 시끄럽게 하지 마십시오.”

야수제 대장이 말하였다.
“너희 스승님들은 잠을 자는 것이 아니다. 모두 멸도하셨다.”

그때 두 사미니는 스승님이 멸도하셨다는 말을 듣고 두려운 마음이 생겨 곧 스스로 가만히 사유하여 ‘발생한 모든 것은 다 사라져 없어진다’라고 관(觀)하였다. 그리하여 그들은 그 자리에서 세 가지 밝음[三明]3)과 여섯 가지 신통[六通]을 얻었다.
그때 두 사미니는 곧 허공을 날아 먼저 넓은 벌판으로 가서 열여덟 가지 변화를 부렸는데, 혹은 허공에 앉기도 하고 눕기도 하며, 걸어 다니기도 하고 몸에서 물과 불을 내는 등 한량없이 많은 변화를 부렸다. 그리고는 무여열반(無餘涅槃)의 경계에 들어 반열반(般涅槃)하였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 대중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대애도의 절로 가셨다. 그때 세존께서 아난과 난타와 라운(羅云)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대애도의 몸을 들어라. 내 지금 몸소 공양하리라.”

그때 석제환인(釋帝桓因)이 세존께서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를 알아차리고, 마치 역사(力士)가 팔을 굽혔다 펴는 것 같은 아주 짧은 시간에 삼십삼천(三十三天)에서 비사리에 이르러 세존께 나아가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서 있었다.
그 가운데 번뇌가 다한 비구들은 모두 석제환인과 삼십삼천을 보았지만, 번뇌가 다하지 못하고 탐욕이 있는 비구니와 우바새(優婆塞)ㆍ우바이(優婆夷)로서 아직 번뇌가 다하지 못한 이들은 아무도 석제환인과 삼십삼천을 보지 못하였다.

그때 범천왕(梵天王)은 멀리서 여래께서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계시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아차리고, 모든 범천들을 데리고 범천 위에서 사라져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와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서 있었다.

그때 비사문천왕(毘沙門天王)도 세존께서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계시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아차리고, 열차(閱叉:夜叉) 귀신들을 데리고 여래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와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서 있었다.
그때 제지뢰타천왕(提地賴吒天王)도 건답화(乾沓和:乾達婆)를 데리고 동쪽으로부터 여래께 찾아와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서 있었다.
또 비루륵차천왕(毗婁勒叉天王)은 무수히 많은 구반다(拘槃茶)를 데리고 남쪽으로부터 세존께 찾아와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서 있었다.
또 비루바차천왕(毗婁波叉天王)도 용신(龍神)들을 데리고 여래께 찾아와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서 있었다.
또 욕계(欲界)ㆍ색계(色界)ㆍ무색계(無色界)의 여러 하늘들도 여래께서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계시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아차리고, 세존께 찾아와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서 있었다.

그때 석제환인과 비사문천왕이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몸소 수고하시지 마십시오. 저희들이 지금 그 사리에 공양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모든 하늘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만두시오, 그만두시오, 천왕들이여. 나 여래가 스스로 알아서 할 것이다. 이것은 여래가 마땅히 행할 일이요, 하늘ㆍ용ㆍ귀신들이 할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부모는 자식을 낳아 많은 이익을 주었기 때문이다. 즉 젖을 먹이고 안아 키운 은혜가 중하다. 그러니 그 은혜를 갚아야 한다. 은혜를 갚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모든 하늘들은 꼭 알아야 한다. 과거에도 여러 불세존(佛世尊)을 낳으신 그 어머님이 먼저 멸도(滅度)하셨다. 그런 일이 있고 나면 그 불세존께서 모두 스스로 다비4)하고 그 사리에 공양하곤 하였었다.
가령 미래에 모든 불세존을 낳은 어머니가 먼저 멸도하신다면 그 후에 모든 부처님들은 모두 직접 공양할 것이다. 이런 방편으로써 여래가 마땅히 직접 공양해야 하는 것이고 하늘ㆍ용ㆍ귀신이 할 일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때 비사문천왕이 5백 귀신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저 전단림(栴檀林)에 가서 향나무를 가지고 오너라. 지금 화장하여 공양하리라.”

그때 5백 귀신은 천왕의 말을 듣고 나서, 곧 전단림 속으로 가서 전단 섶나무를 가지고 넓은 들판으로 왔다.

그때 세존께서는 몸소 직접 평상의 한 쪽 다리를 드시고 난타가 한 쪽 다리를 들고 라운이 한 쪽 다리를 들고 아난이 한 쪽 다리를 들고 허공을 날아 저 무덤 사이에 있는 화장터로 갔다. 그 중간에 사부대중인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는 5백 비구니의 사리를 들고 그 무덤 사이로 갔다.
그때 세존께서 야수제 대장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다시 평상 두 개ㆍ좌구 두 개ㆍ섶나무 두 수레를 준비하고, 향과 꽃을 두 사미니의 몸에 공양하라.”

야수제 대장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잠시 후에 곧 공양할 도구를 준비하였다.

그때 세존께서 전단 나무를 각각 모든 하늘들에게 전해 주셨다. 그때 세존께서 다시 대장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각각 5백 비구니의 사리를 가져다가 각각 분별하여 공양하고 두 사미니도 또한 그렇게 하도록 하라.”

그때 대장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각각 분별하여 수습해 공양하고 곧 가져다가 화장하였다.
그때 세존께서 다시 전단 나무를 대애도의 몸 위에 놓았다.

그때 세존께서 이 게송을 읊으셨다.
일체의 행(行)은 무상(無常)한 것
한 번 나면 반드시 다함이 있네.
나지 않으면 죽지도 않나니
이 적멸(寂滅)이 가장 즐거운 것이라네.

그때 모든 하늘과 사람들이 다 그 무덤 사이에 구름처럼 모여들어, 거기에 모인 대중들의 수는 수십 억(億) 해(姟) 나술(那術)이나 되었다.
그때 대장은 불이 꺼지고 나서 다시 사리를 가져다 탑[偸婆]을 세웠다.

부처님께서 대장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저 5백 비구니의 사리도 가져다가 탑을 세워라. 오랜 세월 동안 한량없이 많은 복(福)을 받을 것이다. 왜냐하면 세간에는 탑을 세울 만한 네 종류의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자가 그 네 사람인가? 만일 어떤 사람이 여래(如來)ㆍ지진(至眞:阿羅漢)ㆍ등정각(等正覺)을 위해 탑을 세우고, 전륜성왕(轉輪聖王)과 성문(聲聞)과 벽지불(辟支佛)을 위해 탑을 세우면 한량없이 많은 복을 받을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모든 하늘과 백성들을 위해 미묘(微妙)한 법을 연설하시어 권유하여 기쁘게 해 주셨다. 그때 1억이나 되는 하늘과 사람들은 온갖 티끌과 때가 다 없어지고 법안(法眼)이 깨끗하게 되었다.

그때 모든 하늘ㆍ사람ㆍ건답화(乾沓和)ㆍ아수륜(阿須輪)과 사부대중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2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사위성 안에 어떤 비구니가 있었는데, 그 이름을 바타(婆陀)라고 하였다.
그는 5백 비구니를 데리고 그 성에서 노닐고 있었다.
그때 바타 비구니는 한적하고 고요한 곳에 있으면서 혼자서 사유하면서 가부좌하고 앉아, 생각을 매어 앞에 두고는 무수한 전생[宿命]의 일을 기억하다가 혼자 웃었다.
어떤 비구니가 멀리서 바타 비구니가 웃는 것을 보고는, 곧 비구니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말하였다.
“지금 바타 비구니가 혼자 나무 밑에 앉아서 웃고 있다. 과연 무슨 이유가 있어서 그러는 것일까?”

그때 5백 비구니는 서로 이끌고 바타 비구니에게 가서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바타에게 말하였다.
“무슨 일이 있기에 혼자 나무 밑에 앉아서 웃었습니까?”

그때 바타 비구니가 5백 비구니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아까 이 나무 밑에서 스스로 무수하게 많은 전생의 일을 기억해 보았소. 그리고 또 옛날에 겪었던 내 몸을 관찰하고, 여기에서 죽어 저기에 태어난 것을 모두 다 관찰해 보았소.”

그러자 5백 비구니들이 또 말하였다.
“바라건대 지금 과거의 일을 말씀하여 주십시오.”

그때 바타 비구니가 5백 비구니들에게 말하였다.
“오랜 옛날 91겁(劫) 중에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신 일이 있었소. 그 부처님의 이름은 비바시(毗婆尸) 여래(如來)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ㆍ명행성위(明行成爲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士)ㆍ도법어(道法御ㆍ천인사(天人師)ㆍ불중우(佛衆祐)라고 하였소.
그때 그 세계의 이름은 반두마(槃頭摩)였으며, 그 나라에는 백성들이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치성(熾盛)하였소.
그때 그 여래는 그 나라에 노닐면서 16만 8천 비구 대중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서 설법하셨소. 그때 그 부처님의 명호(名號)는 사방에 멀리 퍼졌었소. 비바시부처님은 온갖 모양을 완전히 갖추었으니, 그분은 모든 사람들의 좋은 복밭이 되셨소.

그때 그 나라에 어떤 동자가 있었는데, 그 동자의 이름은 범천(梵天)이였고, 얼굴 모습은 단정(端正)하여 세상에 보기 드물었소. 그때 그 동자는 손에 보배 일산[寶蓋]을 들고 온 거리를 돌아다녔소. 그때 어떤 거사(居士)의 아내가 있었는데, 그녀의 얼굴 모습도 역시 단정하였소. 그녀도 그 길을 따라 걸어갔는데 그때 사람들은 모두 그를 유심히 바라보았소.
그때 그 동자는 이렇게 생각하였소.
‘나는 지금 얼굴도 단정하고 손에는 보배일산까지 들었지만 많은 사람들은 다 나를 유심히 보지 않는다. 그런데 사람들은 모두 저 여자는 유심히 바라본다. 그러니 내가 지금 어떤 방편을 써서라도 사람들로 하여금 나를 바라보게 하리라.’
그때 그 동자는 곧 그 성을 나가 비바시부처님의 처소에 나아가 이레 낮 이레 밤 동안 보배 꽃을 가져다가 공양하고 또 서원을 세웠소.
‘만일 비바시부처님께 이러한 신통과 이러한 신력(神力)이 있다면 바로 이 세간과 천상의 복밭이 되실 것이다. 내가 짓는 이 공덕으로 나로 하여금 미래 세상에 여자의 몸이 되게 하시어 누구나 나를 보고는 모두 기뻐 뛰게 하여지이다.’

그때 그 동자는 이레 낮 이레 밤 동안 그 부처님께 공양하고 나서 목숨을 마치고는 곧 여자의 몸으로 삼십삼천(三十三天)에 태어났다. 얼굴은 매우 단정하여 옥녀(玉女)들 중에서 제일이었고, 다섯 가지 일의 공덕으로 그 옥녀들보다 뛰어났었소. 어떤 것을 그 다섯 가지라고 하는가? 말하자면 하늘 수명[天壽]ㆍ하늘 형상[天色]ㆍ하늘 즐거움[天樂]ㆍ하늘의 위엄과 복[天威福]ㆍ하늘의 자유[天自在]입니다.
그때 삼십삼천들은 모두 그 여자를 보고 나서 이렇게 말하였소.
‘이 천녀(天女)는 매우 뛰어나고 아름다워 어느 누구도 견줄 만한 사람이 없다.’
그 중에 혹 어떤 천자는 이렇게 말하였소.
‘나는 기어코 이 천녀를 얻어 천후(天后)로 삼으리라.’
그리하여 각각 서로 다투었소. 그때 큰 천왕(天王)이 말하였소.
‘너희들은 서로 다투지 말라. 너희들 중에서, 가장 미묘한 법을 연설하는 이에게 곧 이 천녀를 주어 아내로 삼게 하리라.’

그때 어떤 천자가 곧 이런 게송을 읊었소.
일어나거나 또는 앉았거나 간에
자나 또 깨나 즐거움이 없네.
만일 내가 깊은 잠에 빠졌을 때
그때서야 비로소 욕심 없으리.

그때 또 어떤 천자는 이런 게송을 읊었소.
너는 지금 일부러 즐거움 위해
잠에 들어 아무 생각 없으리라 하지만
나는 지금 일어나는 그리운 이 생각
마치 저 전장에서 북을 치는 것 같네.

그때 또 어떤 천자는 이런 게송을 읊었소.
설사 전장에서 북을 친다 하여도
그 소리는 오히려 그칠 때가 있지만
빠른 속도로 치달리는 내 욕심은
물이 흘러 멈추지 않는 것과 같네.

그때 또 어떤 천자는 이런 게송을 읊었소.
가령 물이 큰 나무를 떠내려 보내도
그것은 오히려 멈출 때가 있지만
내 항상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정은
죽은 코끼리 눈을 깜박이지 않는 것 같네.

그때 천자들 중에서 가장 높은 천자가 모든 천자에게 이런 게송을 읊었소.
너희들은 오히려 한가하구나.
제각기 이런 게송들을 읊었지만
나는 지금 스스로 알지 못하겠네.
이것이 산 것인가 죽은 것인가?

그때 모든 하늘 신들이 그 천자에게 말하였소.
‘훌륭합니다. 천자여, 읊은 게송이 매우 맑고 미묘합니다. 지금 이 천녀를 천왕에게 바치겠습니다.’
그때 그 천녀는 곧 천왕의 궁전으로 들어갔소. 모든 자매들이여, 주저하지 마시오.
왜냐하면 그때 동자의 몸으로서 보배일산을 부처님께 공양한 이가 어찌 다른 사람이겠소? 그렇게 생각하지 마시오. 그때 그 동자는 바로 지금의 나였소.

또 과거 31겁 중에 식힐(式詰:尸棄)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시어, 야마(野馬)라고 하는 세계에 노닐면서 대비구들 16만 명과 함께 계셨소.
그때 그 천녀는 뒷날 목숨을 마치고 인간 세상에 태어나 여자의 몸을 받아 매우 단정하여 세상에 보기 드물었소.
어느 때 식힐여래께서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야마성(野馬城)에 들어가 걸식하였소.
그때 그 천녀는 장자(長者)의 아내가 되어 좋은 음식으로 식힐여래께 바치면서 역시 서원(誓願)을 세웠소.
‘이 공덕의 업(業)으로 말미암아 태어나는 곳마다 세 갈래 나쁜 세상에는 떨어지지 않게 하고 얼굴이 단정하여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나게 하여지이다.’

그때 그 여자는 목숨을 마치고 삼십삼천에 태어났소. 그는 거기에서 다시 여자의 몸이 되어 얼굴이 매우 단정하였고, 다섯 가지 공덕에 있어서 그 하늘의 다른 천녀들보다 뛰어났었소.
그때의 그 천녀가 어찌 다른 사람이겠소? 그렇게 생각하지 마시오. 왜냐하면 그 천녀는 바로 지금의 나였기 때문이오.

또 그 겁에 비사라바(毗舍羅婆:毗舍浮)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소.
그때 그 천녀는 살만큼 살다가 목숨을 마치고는 인간 세상에 태어났소. 그는 여자의 몸을 받았는데 얼굴이 매우 단정하여 세상에 보기 드물었소. 그는 다시 장자 거사의 아내가 되어 좋은 의복을 가져다가 여래께 바치면서 이렇게 서원을 하였소.
‘제가 미래 세상에 여자의 몸으로 태어나게 하소서.’
그때 그 부인은 목숨을 마치고 삼십삼천에 천녀로 태어났는데, 얼굴이 매우 단정하여 다른 천녀들보다 뛰어났었소.
그때의 그 천녀가 어찌 다른 사람이겠소? 그렇게 생각하지 마시오. 왜냐하면 그 천녀는 바로 지금의 나였기 때문이오.

그때 그 여인(女人)은 살만큼 살다가 목숨을 마친 뒤에는 인간 세계로 와서 태어나 바라내(波羅㮈) 큰 성에 살면서 월광(月光) 장자 아내의 종이 되었소. 그는 얼굴이 추악[麤醜]하여 사람들이 모두 밉게 보았소. 비사라바여래께서 세상을 떠나신 뒤로는 다른 부처님께서 출현하신 일이 없었고 벽지불이 세상을 교화하였소. 그때 월광 장자의 부인이 그 종에게 말하였소.
‘너는 밖에 나가 돌아다니면서, 사문을 찾아보다가 얼굴이 단정하여 내 마음에 들 만한 이를 만나거든 우리 집으로 데리고 오너라. 나는 공양하려고 한다.’
이때 그 종은 곧 집을 나가 밖에서 사문을 찾다가, 우연히 성 안을 돌아다니면서 걸식(乞食)하는 벽지불을 보게 되었소. 그러나 그는 얼굴이 추악하고 자색(姿色)이 추하고 더러웠소. 그때 그 종이 벽지불에게 말하였소.
‘우리 집 주인이 뵙고 싶다고 합니다. 바라건대 저희 집으로 와주십시오.’
종은 곧 집에 들어가 주인에게 아뢰었소.
‘사문께서 오셨습니다. 나가서 서로 만나보십시오.’

장자의 부인은 사문을 보고 나서 마음이 기쁘지도 즐겁지도 못하여 곧 그 종에게 말하였소.
‘이 사문을 돌려보내어라. 나는 보시(布施)하지 않겠다. 왜냐하면 그는 얼굴이 추악하고 보기 흉하기 때문이다.’
그때 그 종이 부인에게 말하였소.
‘만일 부인께서 저 사문께 보시하지 않으시겠다면 오늘 제가 먹을 몫을 모두 저분께 드리겠습니다.’
그때 그 부인은 곧 그 종이 먹을 몫으로 밀가루 한 되를 내어 주었소. 그러자 그 종은 그것을 받아 사문에게 주었소. 벽지불은 그것을 받아먹고 나서 허공에 날아올라 열여덟 가지 변화를 부렸다. 그때 그 종은 이렇게 서원을 하였소.
‘이 공덕으로 말미암아 태어나는 곳마다 세 갈래 나쁜 세계에 떨어지지 않게 하고, 미래 세상에는 저로 하여금 얼굴이 아주 단정한 여자로 태어나게 하소서.’

그때 벽지불은 손으로 발우를 받쳐 들고 성(城)을 세 바퀴 돌았소.
그때 월광 장자는 5백 상인(商人)들을 데리고 보회강당(普會講堂)에 모여 있었소.
그때 그 성 안에 있는 남녀노소[男女大小]들은 벽지불이 발우를 받쳐 들고 허공으로 날아가고 있는 것을 보고 나서 저희들끼리 서로 말을 주고받았소.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인데 저러한 신통이 있는가? 이러한 벽지불을 만났으니 우리 음식을 보시하자.’

그때 장자의 종이 그 부인에게 말하였소.
‘나와서 저 사문의 신덕(神德)을 보십시오. 허공을 날면서 열여덟 가지 변화를 나타내는 등 한량없이 많은 신통을 부리십니다.’
그때 장자의 부인이 종에게 말하였소.
‘네가 아까 저 사문에게 보시한 음식으로 인하여 만약 복을 받게 되거든, 그것을 모두 나에게 돌려 달라. 내가 지금 너에게 이틀 분의 밥값을 주리라.’
그 종이 대답하였소.
‘저는 그 복을 드릴 수 없습니다.’

부인이 말하였소.
‘너에게 나흘 분의 밥값, 아니 열흘 분의 밥값을 주리라.’
그 종이 대답하였소.
‘저는 복을 드릴 수 없습니다.’
부인이 말하였소.
‘내가 너에게 금전(金錢) 1백 매(枚)를 주리라.’
그 종이 대답하였소.
‘저에게는 필요가 없습니다.’
부인이 다시 말하였소.
‘내가 너에게 금전 2백 매, 아니 1천 매를 주리라.’
그 종이 대답하였소.
저에게는 필요가 없습니다.’
부인이 말하였소.
‘내가 너를 종을 면하게 해 주리라.’

종이 대답하였소.
‘저는 굳이 평민[良人]이 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부인이 다시 말하였소.
‘너를 부인으로 모시고 내가 네 종이 되겠다.’
그 종이 말하였소.
‘저는 구태여 부인이 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부인이 말하였소.
‘나는 지금 너를 잡아 매를 치고 귀와 코를 베고 손과 발을 끊고 네 목을 베리라.’
그 종이 대답하였소.
‘그런 고통은 다 견디어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결코 복을 줄 수는 없습니다. 몸은 비록 주인집에 매여 있지만 마음의 선(善)함은 각각 다릅니다.’
그때 장자 부인은 그 종을 매질하였소.

그때 5백 상인들이 저마다 이렇게 말하였소.
‘이 신인(神人)이 지금 와서 걸식한다. 이번에는 꼭 우리 집에서 보시하리라.’
그때 월광 장자는 모든 사람들을 다 돌려보내고 다시 집으로 들어갔소.
그 부인이 종을 매질하는 것을 보고 물었소.
‘무슨 이유로 이 종을 때리느냐?’
그러자 종이 그 사실을 자세히 아뢰었소.
그때 월광 장자는 기뻐 뛰면서 어쩔 줄 몰랐다. 그리고 곧 부인을 바꾸어 종으로 삼고 그 종을 대신 부인으로 삼았소.

그때 바라내성을 다스리는 왕이 있었는데, 그 이름을 범마달(梵摩達)5) 하였소. 그때 그 대왕은 월광 장자가 벽지불에게 음식으로 공양하였다는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면서 이렇게 말하였소.
‘그는 진인(眞人)을 만나 때를 따라 보시하였구나.’
그리고는 범마달왕은 곧 사람을 보내 월광 장자를 불러 그에게 말하였소.
‘네가 정말 저 신선(神仙) 진인에게 음식으로 공양하였느냐?’
장자가 왕에게 아뢰었소.
‘진실로 진인을 만나 음식을 보시하였습니다.’
그러자 범마달왕은 곧 상(賞)을 주고 또 직위(職位)를 더 올려 주었소. 그때 장자의 종은 살만큼 살다가 목숨을 마친 뒤에 삼십삼천에 태어났소. 그의 얼굴은 뛰어나게 아름다워서 세상에 보기 드물었고, 다섯 가지 공덕에 있어서도 다른 하늘들보다 뛰어났소.
모든 누이들이여, 다른 생각 마시오. 그때 그 장자의 종은 바로 지금의 나였소.

또 이 현겁(賢劫) 중에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는데, 그 명호를 구루손(拘樓孫)여래라고 하였소.
그때 그 천녀는 살만큼 살다가 목숨을 마친 뒤에는 인간 세상에 태어났소. 그는 그때 야야달(耶若達) 범지의 딸이 되었소. 그때 그 여인도 또 여래께 음식을 공양하면서 이런 서원을 세워 여자의 몸이 되기를 구하였소. 그 뒤에 그는 목숨을 마치고 삼십삼천에 태어났고, 얼굴이 단정하여 다른 모든 천녀들보다 뛰어났소. 그는 또 거기서 목숨을 마친 뒤에 인간 세상에 태어났소.

그때 구나함모니(拘那含牟尼)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소.
그때 그 천녀는 장자의 딸이 되었소. 그는 또 금꽃[金華]으로 구나함모니부처님께 공양을 하면서 발원하였소.
‘이 공덕으로 말미암아 태어나는 곳마다 세 갈래 나쁜 세계에 떨어지지 않고 뒷세상에는 저를 여자의 몸이 되게 하소서.’
그때 그 여인은 살만큼 살다가 목숨을 마친 뒤에는 삼십삼천에 태어났소. 거기에서도 얼굴이 단정하여 다른 천녀들보다 뛰어났고, 다섯 가지 공덕에 있어서 그에게 미칠 이가 없었소.
그때 장자의 딸로서 구나함모니부처님께 공양한 이가 어찌 다른 사람이겠소? 그렇게 관찰하지 마시오. 그때 그 장자의 딸은 바로 지금의 나였소.

그때 그 천녀는 살만큼 살다가 인간 세상에 태어났소. 그는 또 장자의 아내가 되었는데 그의 얼굴은 뛰어나 세상에 보기 드물었소.

그때 가섭(迦葉)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소. 그때 그 장자의 아내는 이레 낮 이레 밤을 가섭부처님께 공양하면서 원을 세우며 말하였소.
‘미래 세상에 저를 여자의 몸이 되게 하소서.’
그때 장자의 아내는 살만큼 살다가 목숨을 마친 뒤에는 삼십삼천에 태어났고, 다섯 가지 공덕에 있어서 그 하늘의 다른 천녀들보다 뛰어났소.
그때 장자의 아내로서 가섭부처님께 공양한 이가 어찌 다른 사람이겠소? 그렇게 보지 마시오. 그때 장자의 아내는 바로 지금의 나였소.

또 이 현겁에 석가문(釋迦文)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출현하셨소. 그때 그 천녀는 목숨을 마친 뒤에, 이 라열성(羅閱城)에 살고 있는 겁비라(劫毗羅) 바라문의 딸이 되었소. 얼굴이 단정하여 모든 여인들 중에 가장 뛰어났었소. 겁비라 바라문의 딸은 자마금(紫磨金) 빛 형상으로서 다른 여자들에게 가면, 그들은 검기가 흡사 먹과 같았소. 그는 마음속으로 다섯 가지 욕망을 탐내지 않았소.
그 여인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소? 모든 누이들이여, 그렇게 보지 마시오. 그때 그 바라문의 딸은 바로 지금의 나요.
모든 누이들이여, 마땅히 알아야 하오. 나는 옛날의 그 공덕으로 인한 과보(果報)로 말미암아 비발라(比鉢羅) 마납(摩納)의 아내가 되었으니, 이른바 마하가섭(摩訶迦葉)이 바로 그분이오. 존자 대가섭(大迦葉)이 먼저 출가하였고, 그 뒤에 나도 곧 출가한 것이오.
나는 내가 옛날 여자의 몸으로 겪었던 일을 스스로 기억하고 있소. 그런 까닭에 내가 지금 빙그레 웃었을 따름이오. 또 나는 무지(無智)하고 가려져 있어서 여섯 분 여래께 공양하면서 스스로 여인의 몸이 되기를 빌었소. 그래서 나는 옛날의 경력에 대하여 빙그레 웃은 것이오.”

그때 많은 비구들은 바타 비구니가 스스로 전생의 무수한 세상에서 있었던 일을 기억한다는 말을 듣고, 곧 세존께 나아가 발아래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서 이 사실을 자세히 여래께 아뢰었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혹 성문(聲聞) 제자 비구니들 중에서 이 사람처럼 무수히 많은 전생의 일을 기억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느냐?”

모든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런 사람을 보지 못했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성문들 중에서 스스로 전생의 수없이 많은 세상의 일을 기억하고 있기로 제일인 제자는 바로 겁비라 비구니이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3 ]6)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어떤 비구가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와 발아래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있었다. 그는 조금 있다가 뒤로 물러나 앉더니 다시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겁의 길고 짧음에는 한정이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겁은 매우 길고 멀다. 나는 지금 너희들에게 비유를 들어 말할 것이니 한결같은 마음으로 들어라. 나는 지금 설명하리라.”
그때 비구는 부처님으로부터 가르침을 듣고 있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비구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비유하면 마치 세로와 너비가 1유순(由旬)이나 되는 쇠 성이 있고 그 쇠 성에 빈틈없이 겨자씨를 가득 채워 두었는데, 가령 어떤 사람이 1백 년에 한 번씩 와서 그 겨자씨를 한 알씩 집어낸다고 할 때 그 쇠 성의 겨자씨가 모두 없어져야 비로소 한 겁이 되는 것과 같아서, 그것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생사(生死)는 길고 멀어 그 끝이 없는데, 중생들은 은혜와 사랑에 얽매이고 집착하여 생사에 떠돌아다니면서, 여기서 죽어 저기에 태어나는 것이 다할 때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는 그 가운데에서 생사를 싫어하고 근심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비구들아, 너희들은 부디 훌륭한 방편(方便)을 구해 이 애착(愛着)을 면하도록 하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주석
1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서진(西晉) 시대 백법조(白法祖)가 한역한 『불설대애도반니원경(佛說大愛道般泥洹經)』과 유송(劉宋) 시대 혜간(慧簡)이 한역한 『불모반니원경(佛母般泥洹經)』이 있다.
2 팔리어로는 Mahāpajāpatī라고 한다. 또는 대애도구담미(大愛道瞿曇彌)라고도 한다.
3 3달(達)이라고도 한다. 숙주지증명(宿住智證明)ㆍ사생지증명(死生智證明)ㆍ누진지증명(漏盡智證明)을 말한다.
4 고려대장경에는 ‘사순(蛇旬)’으로 되어 있는데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다. 신수대장경 각주에 의하면 “송(宋)ㆍ원(元)ㆍ명(明) 3본에는 사순(蛇旬)이 야유(耶維)로 되어 있다”고 하므로 역자도 이를 따라 ‘다비’로 번역하였다.
5 팔리어로는 Brahmadatta라고 한다. 또는 범마달다(梵摩達多)로 쓰기도 하고, 번역하여 범여(梵與)ㆍ범수(梵授)라고 한다.
6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雜阿含經)』 제34권 948번째 소경인 「성경(城經)」과 『별역잡아함경(別譯雜阿含經)』 제16권 341번째 소경이 있다.

증일아함경 제51권

동진 계빈 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김월운 번역

52. 대애도반열반품②

[ 4 ]1)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어떤 비구가 세존의 처소로 찾아와 발아래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 있었다.
그때 그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겁(劫)이 길고 멉니까?”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겁은 매우 길고 멀어서 산수로 헤아릴 수가 없느니라. 내가 지금 너에게 비유를 들어 말할 것이니 잘 생각하고 기억하라. 내 지금 너를 위해 설명하리라.”
그때 그 비구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있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마치 세로와 너비가 1유순이나 되고 높이도 1유순이나 되는 큰 돌산이 있는데, 가령 어떤 사람이 하늘 옷을 들고 1백 년에 한 번씩 와서 스칠 때, 그 돌은 오히려 다 닳아 없어질지언정 겁수(劫數)는 한정하기 어려운 것과 같다. 왜냐하면 겁수는 길고 멀어 끝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겁이 1겁이나 1백 겁만이 아니니라.
왜냐하면 생사(生死)는 길고 멀어 한량(限量)할 수도 없고 끝도 없는데, 중생들은 무명(無明)에 덮여 생사에 유랑(流浪)하면서 벗어날 기약이 없이 여기서 죽어 저기에 태어나면서 끝날 때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는 그 가운데에서 생사를 싫어하고 근심하는 것이다. 이와 같나니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방편을 구해 이 애착의 생각을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5 ]2)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수시로 법을 들으면 다섯 가지 공덕(功德)이 있어 항상 때를 잃지 않는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 공덕인가? 일찍이 들어보지 못했던 법을 곧 듣게 되는 것, 이미 들은 것은 받들어 가지게 되는 것, 의심을 제거해 없애는 것, 삿된 소견이 없어지는 것, 매우 깊은 법을 알게 되는 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수시로 법을 들으면 다섯 가지 공덕이 있다’고 하는 것이니라. 그런 까닭에 비구들아, 부디 잘 기억하여 항상 매우 깊은 법을 듣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곧 나의 가르침이다.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6 ]3)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비사리(毗舍離 마하바나원(摩訶婆那園)에서 대비구(大比丘)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사자(師子)라는 대장(大將)이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와 그 발아래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여래께서 대장에게 말씀하셨다.
“시주 단월(檀越)에게는 다섯 가지 공덕이 있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 공덕인가?

이른바 시주의 이름이 멀리 퍼지는 것이다.
‘어떤 마을에는 보시하기를 좋아하는 어떤 사람이 있는데, 그는 곤궁한 이를 두루 구제하되 아까워하는 마음이 없다.’
사자 대장아, 이것을 일러 시주가 보시로 말미암아 이룩하는 첫 번째 공덕이라고 한다.

또 사자 대장아, 그 시주 단월은 찰리(刹利) 대중이나 바라문(婆羅門) 대중이나 사문(沙門) 대중 속에 가더라도 모두 두려워할 것이 없고 또한 의심할 것이 없게 된다. 사자야, 이것이 두 번째 공덕이니라.

또 시주 단월은 남의 사랑을 받으므로 모두 와서 우러러본다. 마치 자식이 어머니를 사랑하여 그 마음이 서로 떠나지 못하는 것처럼, 시주도 그와 같아서 다른 사람의 사랑을 많이 받느니라.

또 사자야, 시주 단월이 보시할 때에 기뻐하는 마음을 내면, 그 기뻐하는 마음 때문에 곧 즐거움이 있어서 그 뜻이 견고해진다. 그때 즐거움과 괴로움이 있음을 깨달아도 마음이 변하여 후회하지 않고 어떤 이치를 사실 그대로 알게 된다. 어떤 것이 이치를 스스로 사실 그대로 아는 것인가? 즉 괴로움에 대한 진리와 괴로움의 발생ㆍ괴로움의 소멸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한 진리를 사실 그대로 아는 것이니라.”

그때 세존께서 곧 이 게송을 읊으셨다.
보시는 중생이 복을 짓는 도구로서
제일가는 진리에 이르나니
누구나 능히 보시를 생각하거든
곧 기쁘고 즐거운 마음을 내라.

“또 사자 장자야, 시주 단월은 보시를 할 때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삼십삼천(三十三天)에 태어나고, 또 다섯 가지 일이 있어 다른 모든 하늘들보다 뛰어나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인가? 첫째는 얼굴의 아름다움과 호귀(豪貴)한 집안에 태어남과 위신(威神)과 광명(光明)이요, 둘째는 무엇이든 하고 싶은 대로 되어 이루지 못할 것이 없는 것이며, 셋째는 단월 시주로서 인간에 태어나면 부귀(富貴)한 집안에 태어나는 것이요, 넷째는 재물이 풍족하고 보배가 많은 것이며, 다섯째는 말대로 순종하고 작용하는 것이다. 사자야, 이것을 일러 단월에게 이런 다섯 가지 공덕이 있어 선한 길로 인도해 들어가게 하는 것이라고 하느니라.”

그때 사자대장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 뛰면서 어쩔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비구들과 함께 지금 저의 청을 받아 주소서.”

그러자 세존께서 잠자코 그 청을 받아 주셨다.
그때 사자 대장은 이미 세존께서 잠자코 청을 받아들이심을 알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물러갔다.
그는 집으로 돌아와서 온갖 음식을 장만하고 좋은 자리를 펴고 곧 가서 아뢰었다.
“때가 되었습니다.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원컨대 대성(大聖)께서는 저를 가엾이 여기시어 왕림해 주소서.”

그때 세존께서 때가 되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모든 비구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대장의 집에 이르러 각각 차례대로 앉았다.
그때 사자 장군(將軍)은 부처님과 비구 스님들이 차례로 앉으신 것을 보고, 손수 장만해 두었던 갖가지 음식을 돌렸다.
그때 대장이 음식을 돌리자 모든 하늘들이 허공에서 말하였다.
“이 사람은 아라한(阿羅漢)입니다. 이 사람은 아라한으로 향하는 과정에 있는 사람입니다. 이 사람에게 보시하면 많은 복을 얻을 것이요, 이 사람에게 보시하면 적은 복을 얻을 것입니다. 이 사람은 아나함(阿那含)입니다. 이 사람은 아나함으로 향하는 과정에 있는 사람입니다. 이 사람은 사다함(斯陀含)입니다. 이 사람은 사다함으로 향하는 과정에 있는 사람입니다. 이 사람은 수다원(須陀洹)입니다. 이 사람은 수다원으로 향하는 과정에 있는 사람입니다.
이 사람은 7생(生)이나 천상과 인간을 오는 간 사람이요, 이 사람은 1생을 오고 간 사람입니다. 이 사람은 믿음을 가진 사람이고, 이 사람은 법을 받드는 사람이며, 이 사람은 근기가 영리한 사람이고, 이 사람은 근기가 둔한 사람입니다. 이 사람은 비천(卑賤)한 사람이고, 이 사람은 정진(精進)하면서 계(戒)를 지키는 사람이며, 이 사람은 계를 범한 사람입니다. 이 사람에게 보시하면 복을 많이 얻고 이 사람에게 보시하면 복을 적게 얻습니다.”

그때 사자 대장은 모든 하늘들의 말을 들었으나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여래께서 공양을 마치시자, 그는 발우를 치운 뒤에 따로 작은 자리를 가져다가 여래의 앞에 앉았다. 그때 사자 대장이 세존께 아뢰었다.
“아까 하늘들이 제게 와서 ‘이 사람은 아라한이고……(이하 생략) ……이 사람은 계율을 범한 사람입니다’라고 알려 주었습니다.”
이렇게 여래에게 모두 자세히 아뢰고 나서 여래께 아뢰었다.
“저는 비록 그런 말을 들었으나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또 이렇게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나는 이 사람은 버려두고 저 사람에게만 보시하자. 저 사람은 버려두고 이 사람에게만 보시하자.’
그리고 또 저는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일체 중생들에게 마땅히 다 보시하여야 한다. 형상이 있는 중생들은 모두 음식을 먹어야 살고 음식을 먹지 않으면 죽기 때문이다.’
저는 직접 여래로부터 이런 게송을 듣고는 항상 마음에 두어 잊지 않고 있습니다. 어떤 것이 그 게송인가?
보시는 마땅히 널리 평등하게 하여
마침내 거스름이 없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반드시 성현(聖賢)을 만나
그것으로 인연하여 해탈하게 되리라.

세존이시여, 이것이 이른바 그 게송을 제가 직접 여래께 듣고 나서 언제나 기억하여 받들어 실천하는 것입니다.”

세존께서 대장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다. 이것을 일러 보살 마음의 평등한 보시라고 한다. 만일 보살이 보시한다면 그 역시 ‘나는 이 사람에게는 보시하고 저 사람에게는 보시하지지 않으리라’라고 생각하지 않고 항상 평등하게 보시할 것이다.
또 ‘일체 중생은 먹을 것이 있어야 살고 음식이 없으면 죽는다’라고 생각할 것이니라. 보살이 보시를 할 때에는 역시 이런 업(業)을 생각하고 다음과 같은 게송을 읊을 것이다.
대개 사람은 그 행을 닦을 때
악(惡)도 행하고 또 선(善)도 행하지만
그들은 제각기 그 과보(果報)를 받나니
그 행은 끝내 멸하지 않느니라.

사람들이 만일 그 행을 찾아보면
그 과보를 받는 이유를 알 수 있나니
선을 행하면 선의 과보를 받고
악을 지으면 악의 과보를 받는다.

악을 행하거나 선을 행하거나
그 사람이 익힌 대로 따르나니
마치 5곡의 종자를 심어
제각기 그 열매 거두는 것과 같네.

사자 대장아, 마땅히 이러한 방편을 보아도 선과 악은 각각 그 행한 것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처음으로 뜻을 세울 때부터 도(道)의 마음을 이룰 때까지 그 마음에는 더하고 덜함이 없어, 사람을 선택(選擇)한다거나 또는 그 지위를 보지 않기 때문이니라.
그런 까닭에 사자야, 만일 보시를 하려고 할 때에는 언제나 평등이 할 것을 생각하고 옳으니 그르니 하는 그런 마음을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 사자야,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세존께서 다시 게송으로 보시에 대해 말씀하셨다.
보시하는 기쁨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것
그것을 많은 사람들이 칭송하나니
어디를 가나 의심할 것이 없고
또 누구에게도 질투하는 마음이 없네.

그러므로 지혜로운 사람의 보시는
온갖 나쁜 생각을 떨어버리고
오랜 세월 동안 좋은 세계로 나아가나니
모든 하늘들이 찬탄하는 바이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마치시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가셨다.

그때 사자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7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바사닉왕(波斯匿王)이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와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있었다.
그때 바사닉왕이 세존께 여쭈었다.
“대개 보시하는 사람은 마땅히 어떤 곳에 보시해야 합니까?”

세존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마음이 기뻐하는 대로 거기에 보시하면 됩니다.”

왕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디에 보시를 해야 큰 공덕을 얻습니까?”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왕께서는 아까는 ‘어디에 보시해야 하느냐?’고 묻더니, 이제는 또 ‘복을 얻는 공덕’을 물으시는군요.”

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지금 여래께 ‘어디에 보시해야 그 공덕을 얻는가?’ 하고 여쭌 것이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다시 물을 터이니 왕은 마음대로 대답하십시오. 어떻습니까? 대왕이시여, 만일 어떤 찰리의 아들이나 바라문의 아들이 찾아왔는데, 그들은 모두 어리석고 미혹하여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고 마음이 착란(錯亂)하여 항상 일정하지 않다고 합시다. 그런 그들이 왕에게 찾아와서 ‘저희들은 마땅히 성왕(聖王)을 공경하고 받들어 수시로 필요한 것을 따르겠습니다’라고 말한다면, 어떻습니까? 대왕은 그런 사람들을 받아들여 좌우에 두겠습니까?”

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쓰지 않을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그 사람은 지혜가 없고 심식(心識)이 안정되지 않아서 외적(外敵)을 막아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어떻습니까? 대왕이시여, 만일 찰리 종족이나 바라문 종족이 온갖 방편이 많고 두려워하거나 어려워함이 없으며, 또 무서워하지 않아 능히 외적을 막아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이들이 왕에게 찾아와 ‘저희들이 항상 성왕을 보살펴 받들겠습니다. 부디 바라건대 은혜를 베풀어 받아들여 주소서’라고 말한다면, 어떻습니까? 대왕은 그들을 받아들이겠습니까?”

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그들을 받아들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외적을 막아내는데 어려움이 없고 또 무서워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비구들도 그와 같습니다. 모든 감각기관을 완전하게 갖추어 다섯은 버리고 여섯을 성취하며, 하나를 보호하고 넷을 항복 받았다면, 그런 사람에게 보시하면 가장 많은 복을 얻을 것입니다.”

왕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떤 것이 비구가 다섯을 버리고 여섯을 성취한 것이며, 하나를 보호하고 넷을 항복 받은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이른바 비구가 탐욕의 덮개[貪欲蓋]ㆍ성냄의 덮개[瞋恚蓋]ㆍ수면의 덮개[睡眠蓋]ㆍ들뜸의 덮개[掉戱蓋]ㆍ의심의 덮개[疑蓋]4)를 버렸으면, 그런 비구를 다섯을 버렸다고 말합니다.
어떤 것이 비구가 여섯을 성취한 것인가? 왕은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만일 비구가 눈으로 빛깔을 보고 나서도 빛깔이라는 생각을 일으키지 않아 그로 말미암아 안근(眼根)을 보호하고, 악하고 선하지 않은 생각을 없애 안근을 보호하며, 또 귀ㆍ코ㆍ혀ㆍ몸도 그러하며 뜻도 의식을 일으키지 않아 의근(意根)을 보호하면, 그런 비구를 여섯을 성취한 비구라고 합니다.
어떤 것이 비구가 하나를 보호하는 것인가? 비구가 생각을 매어 앞에 두면 이와 같은 비구를 하나를 보호하는 비구라고 합니다.

어떤 것이 비구가 넷을 항복 받은 것인가? 비구가 몸이라는 마[身魔]를 항복 받고, 탐욕이라는 마[貪欲魔]ㆍ죽음이라는 마[死魔]ㆍ천사의 마왕[天魔]를 모두 다 항복 받으면, 이와 같은 비구를 넷을 항복 받은 비구라고 합니다. 대왕이시여, 이런 것을 ‘다섯을 버리고 여섯을 성취하였으며, 하나를 보호하고 넷을 항복 받았다’고 하는 것이니, 이와 같은 사람에게 보시하면 한량없이 많은 복을 받을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삿된 소견은 치우친 소견과 서로 호응하나니, 이와 같은 사람에게 보시하는 것은 아무 이익이 없습니다.”

그때 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런 사람에게 보시하면 그 복은 헤아리기 어려울 것입니다. 만일 비구가 한 법만 성취했어도 그 복은 오히려 헤아리기 어렵겠거늘 하물며 여럿을 다 성취한 사람이겠습니까? 어떤 것을 한 법이라고 하는가? 이른바 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왜냐하면 니건자(尼乾子)는 항상 몸의 행과 뜻의 행만 헤아리고[計身行意行] 입의 행은 생각하지 않기[不計口行]5)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니건자는 어리석고 미혹하여 뜻이 항상 착란하고 마음도 안정되어 있지 않은 사람입니다. 그런 스승의 법이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하는 것일 뿐입니다. 대개 몸이 행한 과보와 입이 행한 과보를 받는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뜻이 행한 과보는 형상이 없기 때문에 볼 수 없는 것입니다.”

왕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 세 가지 행(行) 가운데 어느 것이 가장 중합니까?몸의 행입니까, 입의 행입니까, 뜻의 행입니까?”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이 세 가지 행 가운데 뜻의 행이 가장 중합니다. 입의 행과 몸의 행은 말할 만한 것이 못 됩니다.”

왕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무슨 인연(因緣)으로 뜻의 행이 가장 중하다고 하십니까?”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대개 사람의 소행은 먼저 뜻으로 생각한 뒤에 입으로 말하고, 입으로 말하고 나면 곧 몸으로 살생ㆍ도둑질ㆍ음행을 저지르기 때문입니다. 설근(舌根)은 정해진 것이 아니고 또한 단서(端緖)도 없는 것입니다. 설령 그 사람이 목숨을 마치더라도 신근(身根)과 설근(舌根)은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대왕이시여, 그 사람은 무슨 까닭에 몸으로 행하지 못하고 입으로 말하지 못합니까?”

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 사람은 의근(意根)이 없기 때문에 그런 변괴가 있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이런 사실을 가지고 보더라도 의근이 가장 중하고 다른 두 가지는 가볍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때 세존께서 곧 이 게송을 읊으셨다.
마음은 모든 법의 근본이 되나니
마음이 주인이 되어 모든 것을 부린다.
그 마음속에 악(惡)을 생각하여
곧 그대로 실행하게 되면
거기에서 괴로운 과보 받는데
바퀴가 바퀴자국을 따라가는 것과 같네.

마음은 모든 법의 근본이 되나니
마음이 주인이 되어 모든 것을 부린다.
그 마음속에 선을 생각하여
곧 그대로 실행하게 되면
거기에서 선의 과보 받는데
그림자가 형체를 따르는 것과 같다네.

그때 바사닉왕이 세존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악을 지은 사람은 몸으로 악을 행하고, 그 행을 따라 나쁜 세계에 떨어지게 됩니다.”

부처님께서 왕에게 물으셨다.
“왕께서는 어떤 이치를 관찰하였기에 나에게 와서 묻기를 ‘어떤 사람에게 보시해야 복을 더 많이 받습니까?’ 하고 물었습니까?”

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옛날 니건자의 처소에 이르러서 그에게 묻기를 ‘어떤 곳에 보시해야 합니까?’ 하였더니, 니건자는 내 질문을 듣고 나서 다른 일만 이야기하고 그것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니건자가 나에게 말하기를 ‘사문 구담(瞿曇)은 〈나에게 보시하면 복(福)을 많이 받지만 다른 사람에게 보시하면 복이 없다. 그러니 마땅히 내 제자에게만 보시하라. 그러면 그 복은 이루 헤아릴 수가 없을 것이다〉라고 말한다’고 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왕은 어떻게 대답하였습니까?”

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때 저는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혹 그런 이치가 있다면 여래에게 보시할 때 그 복은 이루 헤아리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일부러 여래께 ‘어디에 보시하면 그 복을 헤아리기 어렵습니까?’ 하고 여쭙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세존께서는 칭찬도 하지 않으시고 또 다른 사람을 헐뜯지도 않았습니다.”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내 입으로 ‘내게 보시하면 복을 많이 얻고 다른 사람에게 보시하면 복을 얻지 못한다’고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다만 나는 지금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발우에 남은 것을 가지고 남에게 주면 그 복은 헤아리기 어렵다. 청정한 마음으로 깨끗한 물에 던지면서 널리 그렇게 생각하면 그 가운데 살고 있는 형상이 있는 중생들도 한량없는 복을 받겠거늘 하물며 사람이겠는가?’
대왕이여, 다만 나는 지금 이렇게 말합니다.
‘계를 지키는 이에게 보시하면 그 복은 이루 헤아리기 어렵지만, 계를 범한 이에게 보시하는 것은 말할 것이 못 된다.’

대왕이시여,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마치 저 농부가 농지를 잘 다스리고 잡초를 없앤 뒤에 좋은 종자를 가져다가 좋은 밭에 뿌리면 거기서 얻는 수확이 한량없이 많겠지만, 만일 그 농부가 땅을 잘 다스리지 않고 잡초들도 없애지 않고서 곡식 종자를 뿌리면 그 수확은 말할 게 못 되는 경우와 같습니다.
지금 비구들도 역시 그와 같습니다. 만일 비구가 다섯 가지를 버리고 여섯 가지를 성취하며, 한 가지를 보호하고 네 가지를 항복 받았다면, 그런 사람에게 보시하면 그 복은 이루 다 말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또 대왕이시여, 이것을 비유하면 마치 찰리 종족이나 바라문 종족이 뜻에 의심이 없고 외적을 항복 받는 경우와 같은 것이니, 그런 사람은 마땅히 아라한과 같이 보아야 할 것입니다. 또 그 바라문 종족이 마음이 전일하고 안정되지 못하거든 마땅히 삿된 견해를 가진 사람처럼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자 바사닉왕이 세존께 아뢰었다.
“계(戒)를 잘 지키는 사람에게 보시하면 그 복을 이루 다 헤아리기 어렵다고 하시니, 저는 지금부터는 그런 사문이 찾아와서 구하는 것이 있으면 결코 거절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만일 사부대중이 와서 요구하는 것이 있더라도 절대로 거절하지 않고 수시로 의복ㆍ음식ㆍ침구 등을 역시 공급해 줄 것이며, 또 여러 범행(梵行)을 닦는 사람들에게도 보시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런 말 마십시오. 왜냐하면 축생(畜生)들에게 보시하여도 그 복은 이루 다 헤아리기 어렵거늘 하물며 사람이겠습니까?다만 내가 지금 말하는 것은 계를 잘 지키는 사람에게 보시하면 그 복이 이루 다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다는 것이고, 계를 범한 사람을 두고 한 말은 아닙니다.”
바사닉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지금 거듭 다시 한 번 세존께 귀의하나이다. 그런데 세존께서는 이처럼 은근(殷勤)하신 데가 있으십니다. 저 외도(外道) 이학(異學)들은 서로들 항상 세존을 비방하는데도 세존께서는 항상 저들을 찬탄하고 칭찬하시며, 저 외도 이학들은 이양(利養)에만 탐착(貪着)하는데 또 여래께서는 이양에 탐착하지 않으십니다. 저는 나라 일이 너무 많아 돌아가고자 합니다.”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마땅히 그때를 잘 알아서 하십시오.”

그때 바사닉왕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8 ]6)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바사닉왕은 그 서모(庶母)의 아들 1백 명을 죽이고 곧 후회하였다.
‘나는 매우 많은 악(惡)의 근원을 지었는데, 또 이런 버릇으로 왕위를 위해 사람을 1백 명이나 죽였다. 누가 내 이 근심을 덜어 줄 수 있는 능력이 있을까?’
바사닉왕은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오직 세존만이 능히 내 근심을 덜어 주실 수 있을 것이다.’
그때 왕은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이런 근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 잠자코 세존께 찾아가되, 왕의 위엄을 차리고 세존께 가야 한다.’
그때 바사닉왕은 많은 신하들에게 명령하였다.
“너희들은 보배 깃털 수레를 준비시켜라. 예전 왕의 법과 같이 사위성(舍衛城)을 나가 직접 여래를 뵈올 것이다.”

모든 신하들은 왕의 명령을 받고 나서 곧 보배 깃털로 장식한 수레를 준비하고 곧 왕에게 돌아와 아뢰었다.
“수레 준비는 이미 끝났습니다. 왕이시여, 때를 알아서 하소서.”

그러자 바사닉왕은 곧 보배 깃털 수레를 타고는 종을 치고 북을 울리며 비단 번기와 일산을 휘날렸으며, 종자(從者)들에겐 모두 갑옷을 입혔다.
왕은 여러 신하들에게 둘러싸여 사위성을 나가 기원(祇洹)에 이르러 거기서부터는 걸어서 기원정사(祇園精舍)로 들어갔다. 그리고 예전 왕의 법과 같이 다섯 가지 위의(威儀)를 버렸으니, 즉 일산[蓋]ㆍ하늘 갓[天冠]ㆍ총채[拂]ㆍ칼[劍]ㆍ가죽신[履屣] 등을 모두 다 버리고 세존 앞에 나아가 머리를 땅에 대고, 다시 손으로 여래의 발을 어루만지면서 모두 다 고백하며 아뢰었다.
“저는 지금 참회하나이다. 과거를 고치고 미래를 닦겠습니다. 어리석고 미혹하여 진실과 거짓을 분별하지 못하고 왕의 위력을 이용하여 서모의 아들 1백 명을 죽였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와서 스스로 후회하고 있사오니 부디 바라옵건대 받아 주소서.”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합니다. 대왕이시여,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 앉으십시오. 지금 법을 설하겠습니다.”

바사닉왕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리고 본래 있었던 자리로 돌아갔다.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의 목숨은 매우 위태롭고 약한 것입니다. 기껏 살아야 1백 년을 넘기지 못합니다. 거기에서 벗어나는 사람은 불과 몇 명도 되지 않습니다. 사람의 목숨을 1백 년으로 계산하면 삼십삼천의 하루 낮 하루 밤입니다. 그 하늘의 낮과 밤을 계산하여 30일을 한 달로 삼고 열두 달을 한 해로 삼으면, 그 삼십삼천의 정수(正壽) 1천 살은 인간의 수명으로 계산하면 10만 년입니다.
또 계산해보면 환활(還活) 지옥의 하루 낮 하루 밤에 해당되는데, 그 지옥의 낮과 밤을 계산하여 30일을 한 달로 삼고 열두 달을 한 해로 삼으면 환활 지옥의 수명은 5천 년이 됩니다. 혹은 거기에서 반 겁(劫)을 살기도 하고, 혹은 1겁을 살기도 하는데 그것은 그 사람이 지은 행에 따라 그렇게 되는 것입니다. 혹 그 중에서 중간에 일찍 죽는 이가 있기도 한데, 그것을 계산하면 인간 세상의 수명은 백억 년에 해당됩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항상 널리 그 행을 수행하기를 생각하는데 또 거기에서 악을 행하겠습니까? 그곳은 즐거움은 적고 괴로움만 많아 그 재앙은 이루 다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그런 까닭에 대왕은 자기 몸이나 부모ㆍ처자ㆍ국토(國土ㆍ백성들로 말미암아 죄업(罪業)을 행하지 말고, 또 왕의 몸을 위하여 죄(罪)의 근본을 짓지 마십시오. 비유하면 마치 석밀(石蜜)이 처음에는 달지만 뒤에는 쓴 것처럼, 이것도 역시 그와 같은데 짧은 일생 동안에 무엇을 하느라 죄를 짓겠습니까?

대왕이시여,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네 가지 큰 두려운 것이 있어서 항상 사람들의 몸을 핍박해오지만 그것은 끝내 막아낼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또 주술(呪術)이나 전투(戰鬪)나 약초(藥草)로써도 억눌러 꺾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것은 이른바 생(生)ㆍ노(老)ㆍ병(病)ㆍ사(死)입니다.
마치 네 개의 큰 산(山)이 사방에서 밀려와 각각 서로 부딪치면 나무를 꺾고 부수어 모두 없애는 것처럼, 그 네 가지도 그와 같은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생이 올 때에는 부모로 하여금 근심ㆍ걱정ㆍ고통ㆍ번민을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겪게 한답니다.
또 늙음이 올 때에는 다시 젊음은 아주 없어지고 몸은 허물어지고 무너지며, 사지와 뼈마디는 차츰 이지러지고 느슨해지는 것입니다. 또 병이 오면 젊고 씩씩하던 기력은 없어지고 점점 더 목숨이 촉박해질 것입니다. 또 죽음이 오면 목숨이 끊어져 은혜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고 5음(陰)은 각각 흩어질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이것을 일러 네 가지 크게 무서운 것이 있어 다 자재(自在)함을 얻지 못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또 어떤 사람이 만일 살생을 가까이 한다면 온갖 죄의 근원을 다 받을 것입니다. 만일 인간 세상에 태어나면 수명(壽命)이 아주 짧아질 것입니다.
또 사람이 도둑질을 익히면 후생(後生)에는 빈곤(貧困)하여, 옷은 몸을 가리지 못하고 음식은 배를 채우지 못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의 재물을 빼앗았기 때문에 그런 변을 당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인간 세상에 태어나면 한량없는 고통을 받을 것입니다.
또 사람이 남의 아내와 음행을 즐기면 후생에 인간 세상에 태어나더라도 그 아내는 정숙하지도 진실하지도 못할 것입니다.

또 사람이 거짓말하기를 좋아하면 후생에 인간 세상에 태어나더라도 그 말에 신용(信用)이 없고 다른 사람에게 업신여김을 받을 것이니, 그것은 모두 전생에 거짓말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또 만일 사람이 모진 말을 하면 지옥(地獄)에서 죄(罪)를 받고, 만일 인간 세상에 태어나면 안색(顔色)이 추하고 더러울 것이니, 그것은 모두 전생에 모진 말을 하였기 때문에 그런 과보를 받는 것입니다.
또 사람이 꾸며서 하는 말을 하면 지옥에서 죄를 받고, 만일 인간 세상에 태어나면 집안이 화목하지 못하여 항상 싸울 것입니다. 왜냐하면 다 전생에 지었던 과보 때문입니다.
또 사람이 이간질하는 말로 이쪽 사람과 저쪽 사람을 싸움 붙이면 지옥에서 그 죄를 받을 것이요, 만일 인간 세상에 태어나면 집안이 화목하지 못하여 항상 싸울 것입니다. 왜냐하면 다 전생에 피차(彼此)간에 싸움을 붙였기 때문입니다.

또 사람이 다른 사람을 미워하고 질투하기를 좋아하면 지옥에서 죄를 받을 것이요, 만일 인간 세상에 태어나면 다른 사람의 미움을 받을 것이니, 모두가 전생에 행한 근본 때문이랍니다.
또 사람이 모략을 써서 남을 해치려는 마음을 내면 지옥에서 죄를 받을 것이요, 인간 세상에 태어나면 뜻이 전일하지도 안정되지도 못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다 전생에 이런 마음을 일으켰기 때문입니다.
또 사람이 삿된 소견을 익히면 지옥에서 죄를 받을 것이요, 만일 인간 세상에 태어나면 귀머거리나 장님이나 벙어리가 되어 다른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다 전생에 행한 근본 때문입니다.

대왕이시여, 이것을 일러 열 가지 악의 과보로 말미암아 이런 재앙[災舋]과 한량없는 고통을 받는 것이라 하니, 하물며 다른 사람이겠습니까?
그런 까닭에 대왕이시여, 부디 법으로 나라를 다스리고 법 아닌 것[非法]을 쓰지 마십시오. 또 이치로 백성들을 다스리고 이치 아닌 것은 쓰지 마십시오. 대왕이시여, 온갖 바른 법으로 백성들을 다스리는 사람은 목숨을 마친 뒤에 모두 천상(天上)에 태어날 것이요, 가령 또 대왕이 목숨을 마친 뒤라도 백성들은 기억하고 추모하며 끝까지 잊지 않을 것이요, 이름이 멀리 퍼질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법 아닌 것으로 백성들을 다스리는 사람은 죽은 뒤에 모두 지옥에 떨어질 것이니, 그때 옥졸(獄卒)들은 다섯 묶음으로 얽어맬 것이며 거기에서 받는 고통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것입니다.
혹은 때리기도 하고 혹은 결박하기도 하며, 혹은 종아리를 치기도 하고 혹은 사지를 가르기도 하며, 혹은 불로 지지기도 하고 혹은 끓는 구리쇠 물을 그 몸에 붓기도 하며, 혹은 가죽을 벗기기도 하고 혹은 풀을 뱃속에 넣기도 하며, 혹은 그의 혀를 뽑기도 하고 혹은 그의 몸을 찌르기도 하며, 혹은 톱으로 그 몸을 썰기도 하고 혹은 쇠 절구통에 넣고 찧기도 하며, 혹은 바퀴로 그 얼굴을 갈기도 하고 혹은 칼 산과 칼 나무 위로 달리게 하기도 하여 잠깐도 쉬지 못하게 하며, 뜨겁게 달아오른 구리쇠 기둥을 안게 하기도 하고, 혹은 눈을 뽑아내기도 하고 혹은 귀를 베기도 하며, 혹은 손발을 끊기도 하고 혹은 귀나 코를 베어내기도 하는데 그렇게 하면 다시 돋아나기도 합니다. 온몸을 큰 가마솥에 넣고 또 쇠 가지[鐵叉]로 그 몸을 흔들어대며 잠깐도 그치지 않다가 다시 가마솥에서 꺼내어 등의 힘줄을 뽑아서는 수레를 고치는데 씁니다.

또는 열자(熱炙) 지옥에 들어가기도 하고 또는 열시(熱屎) 지옥에 들어가기도 하며,또는 자(刺) 지옥에 들어가기도 하고 또는 회(灰) 지옥에 들어가기도 하고 또는 도수(刀樹) 지옥에 들어가기도 하고, 또는 반듯하게 눕히고 뜨거운 쇠 구슬을 먹이면 창자와 밥통 등 5장(藏)이 모두 다 문드러지면서 쇠 구슬이 밑으로 내려가며, 또 끓는 구리쇠 물을 입에 부어 밑으로 내려가게 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그 가운데에서 받는 고뇌(苦惱)는 반드시 그 죄가 다 끝나고 나서야 비로소 벗어날 수 있습니다.
대왕이시여, 중생들이 지옥에 들어가는 상황은 이러한데, 그것은 모두 전생에 바르지 않은 법으로 백성들을 다스렸기 때문입니다.”

그때 세존께서 곧 이 게송을 읊으셨다.
백 년 동안을 방일(放逸)하며 즐겼기에
후생에 그로 인해 지옥에 들어간다네.
마침내 그것은 탐할 만한 것이 아니거니
그 죄를 받는 것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어라.

“대왕이시여, 법으로 다스려 교화(敎化)하면 자기 몸과 부모ㆍ처자ㆍ노비ㆍ친족을 구제할 것이요 또 나라 일을 보호할 것입니다. 그런 까닭에 대왕이시여, 항상 마땅히 법으로 다스리며 교화하시고 법이 아닌 것은 쓰지 마십시오.
사람의 목숨은 매우 짧아서 세상에 있는 동안은 잠깐이며, 생사(生死)는 길고 멀어서 온갖 두려움과 어려움이 많습니다. 만일 죽음이 오면 그 가운데서 아무리 울부짖어도 뼈마디는 모두 떨어져나가고 몸은 모두 고통을 겪을 것입니다. 그때에는 아무도 구제할 이가 없을 것이니, 부모ㆍ처자ㆍ노비(奴婢ㆍ복종(僕從)ㆍ국토(國土)ㆍ백성들도 다 구제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러한 어려움이 있는데 그것을 누가 대신할 수 있겠습니까?
거기에는 오직 보시(布施)와 지계(持戒)만이 있을 뿐입니다. 말은 언제나 부드럽게 하여 남의 마음을 다치게 하지 말고, 온갖 많은 공덕을 지어 선(善)한 근본을 행하도록 하십시오.”

그때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읊으셨다.
지혜로운 이여 마땅히 보시하라.
모든 부처님께서 아름다움을 찬탄하시네.
그러므로 맑고 깨끗한 마음으로
조금도 게으른 생각을 내지 말라.

저 닥쳐오는 죽음의 핍박으로
지극히 큰 고통을 받고
마침내 저 나쁜 세계에 이르러
잠깐 동안도 편히 쉴 때 없네.

또 만일 세상에 다시 와도
지극히 큰 고통을 받게 되고
모든 감각기관은 저절로 허물어져
악으로 말미암아 쉬지 못하네.

혹은 의사(醫師)가 와서
온갖 약초(藥草)를 한데 모아도
그 어느 것도 몸에 맞지 않나니
악으로 말미암아 그치지 않네.

또 혹은 만약 친족(親族)이 찾아와
재물 둔 곳을 물어 보아도
귀가 먹어 소리를 듣지 못하나니
악으로 말미암아 그치지 않네.

만약 또 다른 곳으로 옮겨가
병든 이가 그 위에 누워 있어도
그 몸은 마른나무의 뿌리 같나니
악으로 말미암아 그치지 않네.

만약 또 목숨이 끝나서
몸에서 명(命)과 식(識)이 떠나고 나면
몸은 마치 장벽(牆壁)의 흙과 같나니
악으로 말미암아 그치지 않네.

만약 또 죽은 그 시체를
친족들이 무덤으로 메고 갈 때는
그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나니
오직 믿을 것은 복뿐이니라.

“그런 까닭에 대왕이시여, 부디 방편(方便)을 구해 복업(福業)을 닦도록 하십시오. 지금 실천하지 않으면 후회해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그때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읊으셨다.
여래는 그 복의 힘을 가지고
마(魔)의 권속들을 다 항복 받고
이제는 이미 부처님 힘에 이르렀으니
그런 까닭에 복의 힘은 거룩하니라.

“그런 까닭에 대왕이시여, 부디 복 짓기를 생각하십시오. 만일 악을 행하였거든 곧 뉘우치고 다시는 범하지 마십시오.”

그때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읊으셨다.
아무리 큰 악을 지었더라도
뉘우치면 허물은 점점 얇아지리니
그때는 바로 이 세상에서
악의 근본이 모두 사라지고 말리라.

“그런 까닭에 대왕이시여, 자기 몸으로 말미암아 악을 행하지 말고 부모ㆍ처자ㆍ사문ㆍ바라문을 위해 악을 행하거나 그 악행(惡行)을 익히지 마십시오. 대왕이시여,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합니다.”

그때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읊으셨다.
능히 이 악을 면하게 할 이는
부모도 아니요 형제들도 아니며
또한 저 여러 친족들도 아니니
그들 모두 날 버리고 죽고 마네.

“그런 까닭에 대왕이시여, 지금부터 이후로는 법으로 다스려 교화하고 법 아닌 것을 쓰지 마십시오. 대왕이시여,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합니다.”

그때 바사닉왕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9 ]7)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국왕 바사닉은 밤에 꿈속에서 열 가지 일을 보았다. 왕은 곧 꿈을 깨고 나서 매우 근심하고 무서워하면서, 나라와 자기 몸과 처자들이 망하지나 않을까 하고 매우 두려워하였다.
이튿날 곧 공경(公卿) 대신(大臣)들과 지혜가 밝은 도사(道士)와 바라문들 중에 꿈 풀이를 잘하는 이를 모두 불러 모았다.
왕은 곧 지난 밤 꿈속에서 본 열 가지 일을 설명하고 그들에게 물었다.
“누가 잘 해석할 수 있는가?”

바라문이 대답하였다.
“제가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마도 왕께서 들으시면 매우 불쾌해 하실 것입니다.”

왕이 말하였다.
“편하게 말해 보라.”

바라문이 말하였다.
“장차 왕과 왕태자와 왕후(王后)가 죽게 될 것입니다.”
왕이 물었다.
“어떤가? 여러분, 그것을 물리칠 방법은 있는가?”

바라문이 말하였다.
“그것을 물리치는 일은 가능합니다. 지금 태자를 죽이시고 또 왕께서 소중하게 여기는 대부인(大夫人)과 곁에서 모시는 시자(侍者)ㆍ하인[僕從]ㆍ노비(奴婢)와 중히 여기는 대신을 죽여 천왕(天王)께 제사를 올리고, 왕께서 가지고 계신 침구와 진기한 보물을 모두 불에 살라서 하늘에 제사를 올리소서. 그렇게 하면 왕과 나라는 모두 무사할 것입니다.”

왕은 바라문의 말을 듣고 매우 근심하고 걱정하면서 불쾌하게 여겼다. 그리고 재실(齋室)에 들어가 그 일만 생각하였다.
왕에게는 마리(摩利)라고 하는 부인이 있었다. 그 부인이 왕에게 가서 물었다.
“무엇 때문에 근심하고 시름에 잠겨 있습니까? 제가 왕에게 무슨 잘못이라도 저질렀습니까?”

왕이 말하였다.
“그대는 내게 아무 잘못이 없다. 다만 그 이유만은 묻지 말라. 그대가 혹시라도 들으면 그대는 매우 걱정하고 두려워할 것이다.”

부인이 왕에게 대답하였다.
“걱정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겠나이다.”

왕이 말하였다.
“부디 묻지 말라. 들으면 그대가 걱정하고 두려워할 것이다.”

부인이 말하였다.
“저는 왕의 몸의 반쪽입니다. 만일 위급한 변란이 있어 저 한 사람을 죽여 왕께서 무사(無事)하실 수만 있다면 저는 두려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원컨대 왕께서는 말씀해 주소서.”

왕은 곧 부인을 위해 지난밤 꿈에서 본 열 가지 일을 말하였다.
“첫째는 세 개의 가마솥이 있는데 양쪽 가마솥은 모두 가득 찼고 복판에 있는 가마솥만 비어 있었소. 양쪽 가마솥에는 끓는 기운이 서로 오르락내리락하면서도 복판에 있는 빈 가마솥에는 들어가지 않았소.
둘째는 말이 입으로 무엇을 먹었고 엉덩이로도 무엇을 먹고 있었소.
셋째는 꿈속에서 큰 나무에 꽃이 피어 있는 것을 보았소.
넷째는 꿈속에서 작은 나무에 열매가 맺혀있는 것을 보았소.
다섯째는 꿈속에서 어떤 사람이 밧줄을 끌고 가고 그 뒤에 양이 있었는데, 그 양의 주인이 그 밧줄을 먹고 있는 것을 보았소.
여섯째는 꿈속에서 여우가 금(金) 평상 위에 앉아서 금 그릇에 담긴 음식을 먹고 있는 것을 보았소.
일곱째는 꿈속에서 큰 소가 도리어 송아지의 젖을 빨고 있는 것을 보았소.
여덟째는 꿈속에서 검은 소 떼가 사방에서 모여와 울부짖으며 싸우려고 했는데 막 붙으려고 하다가는 붙지 않고 소도 간 곳을 알 수 없는 일을 보았소.
아홉째는 꿈속에서 큰 늪지대에 못물이 있었는데 그 복판은 흐렸고 사방은 맑은 것을 보았소.

열째는 꿈속에서 큰 개울물이 모두 시뻘겋게 흐르는 것을 보았소.
나는 이런 꿈을 꾸고 깨어나서 ‘혹 나라와 내 몸과 처자와 백성들이 망하지나 않을까’ 하여 몹시 두려워하였소.
그래서 공경 대신들과 도인과 바라문 중에 해몽(解夢)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불렀던 것이오. 그런데 그때 어떤 바라문이 이렇게 말하였소.
‘태자와 사랑하는 부인과 대신과 종들을 죽여 하늘에 제사를 지내시오.’
그래서 나는 근심하는 것이오.”

부인은 대답하였다.
“대왕이시여, 그런 꿈 때문에 걱정하지 마소서. 비유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금을 샀을 때는 불로 태우거나 또는 돌에다 갈아보면 좋고 나쁜 것이 저절로 나타나는 것처럼, 지금 부처님께서 저 가까운 기원정사에 계십니다. 부처님께 가서 여쭈어보아 부처님께서 해설하시면 그대로 따르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무엇 때문에 저 어리석은 바라문의 말을 믿고 이처럼 혼자서 근심하고 괴로워하십니까?”

왕은 비로소 깨닫고 기뻐하며 곧 측근 신하들을 불러 수레를 준비하라고 명하였다. 왕은 높은 덮개가 있는 수레를 타고, 말을 탄 시종 수천만 명을 거느리고 사위성을 나가 기원정사에 이르렀다. 거기서부터는 수레에서 내려 걸어서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한 뒤에 꿇어앉아 합장하고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어젯밤 꿈에 열 가지 일을 보았습니다. 바라옵건대 저를 가엾이 여겨 낱낱이 해설하여 주소서.”

세존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신 대왕이여, 대왕께서 꾸신 꿈은 장차 다가올 후세의 징조가 나타난 것입니다. 후세의 사람들은 금지하는 법을 두려워하지 않고, 모두 음일(淫泆)하고 아내와 자식에 탐착하며, 마음껏 놀고도 만족할 줄 모르고, 질투하고 어리석어 제 자신에 대해서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고 다른 사람에게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며, 청렴결백한 이는 버림을 받고 아첨하는 이가 나라를 어지럽힐 것입니다.
대왕이 꿈속에서 본 ‘세 개의 가마솥이 있는데, 양쪽 가마솥은 가득 찼고 복판에 있는 가마솥은 텅 비어 있으며 양쪽 가마솥의 끓는 기운은 서로 오르락내리락하면서도 복판에 있는 텅 빈 가마솥에는 들어가지 않았다’고 한 것은, 후세 사람들은 모두 빈궁한 이를 구제하지 않고 부모를 봉양하지 않으며, 형제ㆍ자매와는 가까이하지 않으면서 도리어 다른 사람을 따르고 부귀한 사람들을 따르며 저희들끼리 음식을 먹고 나누어준다는 의미입니다. 왕이 꿈속에서 본 첫 번째 일은 바로 이것을 보인 것입니다.

또 대왕이 꿈속에서 본 ‘말이 입으로도 무엇을 먹고 엉덩이로도 무엇을 먹는다’고 한 것은, 후세에는 대신들과 많은 관리들 그리고 고을의 수령들이 나라의 녹도 먹고 또 백성들에게서 뜯어먹어, 부역과 조세가 끊이지 않고 말단 관리[下吏]까지 간사하게 굴어 백성들이 그 고장에서 편히 살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대왕이 꿈속에서 본 두 번째 일은 바로 이것을 보인 것입니다.

또 왕께서 꿈속에서 본 ‘큰 나무에 꽃이 피었다’고 한 것은, 후세에 백성들은 항상 큰 부역을 만나 애가 타고 마음이 괴로우며, 항상 근심하고 두려워하여 나이 서른만 되어도 머리가 희어진다는 의미입니다. 왕이 꿈속에서 본 세 번째 일은 바로 이것을 보인 것입니다.

또 왕이 꿈속에서 본 ‘작은 나무에 열매가 맺혔다’고 한 것은, 후세 여인들은 나이 열다섯도 채 못 되어 곧 사내를 구하여 시집을 가고 아기를 안고 돌아오면서도 부끄러워할 줄 모른다는 의미입니다. 왕이 꿈속에서 본 네 번째 일은 바로 이것을 보인 것입니다.

또 왕이 꿈속에서 본 ‘한 사람이 밧줄을 끌고 가는데 뒤에 양이 따라가고 그 양의 주인이 밧줄을 먹는다’고 한 것은, 후세에는 남편이 행상을 나가거나 혹 군대에 들어가 무리를 지어 거리를 쏘다니면서 저희들끼리 유희(遊戱)에 빠져 있을 때,어질지 못한 아내는 집에 있으면서 다른 남자와 정(情)을 통하며 집안에서 잠을 재우고 남편의 재물을 먹이며 마음껏 향락하면서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며, 그 남편은 그것을 알고도 일부러 모르는 체 한다는 의미입니다. 왕이 꿈속에서 본 다섯 번째 일은 바로 이것을 보인 것입니다.

또 왕이 꿈속에서 본 ‘여우가 금 평상에 올라앉아 금 그릇에 담긴 음식을 먹었다’고 한 것은, 후세에는 천한 사람이 귀하게 되어 금 평상 위에 앉아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귀족이나 양반들은 심부름꾼이 되며, 양민들은 노비가 되고 노비는 도리어 양민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왕이 꿈속에서 본 여섯 번째 일은 바로 이것을 보인 것입니다.

왕이 꿈속에서 본 ‘큰 소가 도리어 송아지 밑에서 젖을 빨아먹었다’고 한 것은, 후세에는 어미 된 자가 딸의 매파노릇을 해 다른 남자를 데려다가 함께 방에서 지내게 하고는 어미는 문 앞에 지키고 섰다가 거기에서 재물을 얻어 살아가는데, 그 아비도 또한 같은 마음이라 거짓으로 귀머거리인 듯 모른 체한다는 의미입니다. 왕이 꿈에서 본 일곱 번째 일은 바로 이것을 보인 것입니다.

왕이 꿈속에서 본 ‘검은 소가 사방에서 떼로 몰려와 서로 울부짖으며 싸우려고 하는데, 서로 붙을 듯하다가 붙지 않고 소도 간 곳을 알 수 없었다’고 한 것은, 후세 사람들은 국왕ㆍ대신ㆍ큰 관리ㆍ백성들 모두가 나라에서 국법으로 크게 금지하는 법을 두려워하지 않고 음욕을 탐하여 즐기고 재산을 모아 저축하며, 처자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청렴 결백하지 못하여 음일(淫妷)하고 탐하여 만족할 줄 모르며, 질투하고 어리석은데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고, 충성과 효도는 행하지 않고 아첨과 간사함으로 나라를 망치는데도 위와 아래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비가 제때에 내리지 않고 기후는 고르지 않으며, 사나운 바람이 갑자기 일어나 모래를 날리고 나무를 부러뜨리며, 황충(蝗蟲)이 곡식을 먹어 그 곡식들이 여물지 못하게 하리니, 임금과 백성들이 올바르지 못하기 때문에 하늘이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또 사방에서 구름이 일어나면, 임금과 백성들은 모두 기뻐하면서 제각기 말하기를 ‘구름이 사방에서 모이니 이제는 틀림없이 비가 내릴 모양이다’라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어느새 구름은 모두 흩어지고 말 것입니다.
일부러 이런 변괴(變怪)를 나타내는 것은 온 백성들로 하여금 행실을 고치고 선(善)을 지키며 계(戒)를 가져, 천지(天地)를 두려워할 줄 알아서 나쁜 길에 들지 않으며, 곧고 청렴하여 제 분수를 지키고 한 아내와 한 남편을 가지며,자애로운 마음으로 성내지 않게 하려고 그러는 것입니다. 왕이 꿈속에서 본 여덟 번째 일은 바로 이것을 보인 것입니다.

또 왕이 꿈속에서 본 ‘큰 늪지대에 못물이 있는데 한가운데는 흐리고 사방 변두리는 맑다’고 한 것은, 후세에는 염부 땅 안에서 신하는 충성하지 않고 자식은 효도하지 않으며, 어른을 공경하지 않고 부처님의 도(道)를 믿지 않으며, 경전에 밝은 도사(道士)를 공경하지 않고 신하는 벼슬 주기만을 탐하며, 자식이 아버지의 재물을 탐하고 은혜를 갚을 줄 모르며 의리(義理)를 돌아보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변방 나라 사람들은 충성하고 효도하며, 어른을 존경하고 부처님의 도를 믿고 좋아하며, 경전에 밝은 도사에게 보시를 하고 은혜 갚기를 생각한다는 의미입니다. 왕이 꿈속에서 본 아홉 번째 일은 바로 이것을 보인 것입니다.

또 왕이 꿈속에서 본 ‘큰 개울물이 시뻘겋게 파도치며 흐른다’고 한 것은 후세에는 제왕이나 국왕들이 장차 자기 나라에 만족하지 않고 군사를 일으켜 서로 싸울 것입니다. 수레 군사[車兵]와 말 군사[馬兵]를 만들어 서로 공격하고 쳐서 마구 죽임으로 인해서 흐르는 피가 시뻘겋다는 의미입니다. 왕이 꿈속에서 본 열 번째 일은 바로 이것을 보인 것입니다.
그것은 모두 후세 사람들의 일을 미리 보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후세 사람들이 만약 능히 마음에 부처님의 도를 가지고 경전에 밝은 도인(道人)을 받들어 섬긴다면, 죽어서 모두 천상에 태어날 것입니다. 그러나 만일 어리석은 행을 지어 서로 해친다면 죽어서 세 갈래 나쁜 세계에 들어갈 것은 다시 말할 필요도 없는 일입니다.”

왕은 곧 꿇어앉아 합장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아들였고 마음속으로 환희(歡喜)하고 선정과 지혜를 얻어 다시는 두려움이 없게 되었다. 왕은 다시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는 궁(宮)으로 돌아갔다.
그는 궁전으로 돌아와서 부인에게 많은 상(賞)을 주고 지위를 올려 정실 왕후[正后]로 삼았다. 그리고는 많은 재물과 보물을 주어 사람들에게 보시하게 하였다. 그리하여 온 나라는 드디어 풍요롭고 즐거워졌다.
왕은 다시 여러 공경 대신과 바라문들의 봉록(俸祿)을 모두 빼앗고 그들을 나라 밖으로 쫓아내고 다시는 신용(信用)하지 않았다. 그리고 모든 백성들은 다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無上正眞道]의 마음을 내었다.
왕과 부인은 부처님께 예배하고 물러갔다.

그때 바사닉왕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주석
1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雜阿含經)』 제34권 949번째 소경인 「산경(山經)」과 『별역잡아함경(別譯雜阿含經)』 제16권 342번째 소경이 있다.
2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증일아함경(增壹阿含經)』 제28권 「청법품(聽法品)」 첫 번째 소경이 있다.
3 이 소경에 대한 이해를 도울 만한 경으로는 『증일아함경(增壹阿含經)』 제45권 불선품(不善品)의 5번째 소경이 있다.
4 고려대장경에는 ‘조의(調疑)’의 두 글자만 있지만 원(元)ㆍ명(明) 본에는 ‘도희개(掉戱蓋)ㆍ의개(疑蓋,’ 송(宋) 본에는 ‘조의개(調疑蓋)ㆍ의개(疑蓋)’의 다섯 자로 되어 있다. 원ㆍ명 2본을 따라 5개(蓋)의 뜻을 살려 옮겼다.
5 신수대장경 각주에 의하면 “송(宋)ㆍ원(元)ㆍ명(明) 3본에는 이 부분이 계신행불계의행구행(計身行不計意行口行)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이 말이 더 맞는 듯하다.
6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42권 1,147번째 소경인 「석산경(石山經)」과 『별역잡아함경』 제4권 70번째 소경이 있다.
7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실역(失譯) 『사위국왕십몽경(舍衛國王十夢經)』과 실역 『사위국왕몽견십사경(舍衛國王夢見十事經)』, 동진(東晋) 시대 축담무란(竺曇無蘭)이 한역한 『국왕불리선니십몽경(國王不梨先泥十夢經)』이 있다.

증일아함경 1, 증일아함경 2, 증일아함경 3, 증일아함경 4, 증일아함경 5, 한글대장경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