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아함경(中阿含經) 31~40권

중아함경 제31권

승가제바 한역

11. 대품 제1③
132) 뇌타화라경(賴吒■羅經)1) 제16제3 염송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구루수(拘樓瘦)를 유행하실 때에 큰 비구들과 함께 유로타(鍮蘆吒)로 가셔서 유로타촌 북쪽에 있는 시섭화(尸攝■)2)동산에 머무셨다.

그때 유로타의 범지와 거사들은 이런 소문을 들었다.
‘석종(釋種)의 아들 사문 구담(瞿曇)은 석가 종족을 버리고 출가하여 도를 배워, 구루수를 유행하면서 큰 비구들과 함께 이 유로타로 와서 유로타 북쪽에 있는 시섭화 동산에 계신다. 그 사문 구담은 큰 명성이 있어 시방(十方)세계 전체에 소문이 자자하며, 사문 구담은 여래(如來)ㆍ무소착(無所著)ㆍ등정각(等正覺)ㆍ명행성위(明行成爲)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士)ㆍ도법어(道法御)ㆍ천인사(天人師)로서 불 중우(佛衆祐)라 불리며, 그는 이 세상에서 하늘ㆍ악마ㆍ범(梵)ㆍ사문 범지 등 사람에서 하늘에 이르기까지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증득하여 성취하여 노닌다. 그리고 그가 만일 설법하면 처음도 묘하고 중간도 묘하고 마지막도 또한 묘하여 뜻도 있고 문채도 있으며, 청정함을 구족하고 범행을 나타낸다. 만일 그 여래ㆍ무소착ㆍ등정각을 보고 존중하고 예배하며 공양하고 받들어 섬기면 쾌히 좋은 이익을 얻는다.’
그래서 그들은 함께 가서 사문 구담을 뵙고 예배하고 공양하자고 하였다.

유로타의 범지와 거사들은 이 말을 듣고 각각 끼리끼리의 권속을 데리고 서로 따라 유로타를 나와 북으로 시섭화 동산으로 가서 세존을 뵙고 예배하고 공양하고자 하였다. 부처님께로 나아가서는 그 유로타의 범지와 거사들은 혹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고 혹은 부처님께 문안을 드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으며 혹은 부처님을 향하여 합장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고 혹은 멀리서 부처님을 보고 나서 잠자코 앉았다. 그때 유로타의 범지와 거사들이 각각 자리를 정하고 앉자 부처님께서는 그들을 위해 설법하셔서 간절히 우러르는 마음을 내게 하고 기쁨을 성취하게 하셨다.
한량없는 방편으로 그들을 위해 설법하셔서 간절히 우러르는 마음을 내게 하고 기쁨을 성취하게 한 뒤에 잠자코 계셨다. 그때 유로타의 범지와 거사들은 부처님께서 자기들을 위해 설법하셔서 간절히 우러르는 마음을 내게 하고 기쁨을 성취하게 하시자, 각각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부처님을 세 번 돌고 물러갔다.

그때 거사의 아들 뇌타화라(賴吒和羅)는 일부러 앉아서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유로타의 범지와 거사들이 떠난 지 오래지 않아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옷의 한쪽을 벗어 메고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알고 있는 부처님의 설법대로 하자면 만일 제가 계속 집에 있으면 쇠사슬에 얽매인 것 같아 몸과 목숨이 다하도록 청정한 범행을 행할 수 없을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원하건대 저도 세존을 따라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구족계(具足戒)를 받게 해주시면 비구가 되어 범행을 청청히 닦겠습니다.”

세존께서는 물으셨다.
“거사의 아들아, 너의 부모는 네가 이 바른 법 가운데서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는 것을 허락하였는가?”

거사의 아들 뇌타화라는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제 부모는 아직 제가 이 바른 법 가운데서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거사의 아들아, 네가 이 바른 법 가운데서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는 것을 만일 네 부모가 허락하지 않는다면, 나는 너를 제도하여 출가하여 도를 배우게 할 수도 없고 또한 구족계를 줄 수도 없다.”

“세존이시여,저는 마땅히 방편으로써 부모님께 요구하여 꼭 제가 바른 법 가운데서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는 것을 허락하시도록 하겠습니다.”

“거사의 아들아,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

이에 거사의 아들 뇌타화라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잘 받아 가지고서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세 번 돌고 돌아갔다. 그는 부모[二尊]에게 말씀드렸다.
“부모님[二尊]이시여, 제가 알고 있는 부처님의 설법대로 하자면, 제가 계속 집에 있으면 사슬에 얽매인 것 같아 몸과 목숨이 다하도록 청정한 범행을 행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오직 원컨대 부모님이시여, 제가 바른 법률 가운데서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는 것을 허락하여 주십시오.”

뇌타화라의 부모는 말하였다.
“뇌타화라야, 우리에겐 지금 외동아들인 너 하나뿐이다. 우리는 지극히 사랑하고 어여삐 여기며 마음은 언제나 즐거워 아무리 보아도 싫증나지 않았다. 만일 네가 목숨을 마친다 해도 우리는 오히려 버릴 수 없을 텐데, 하물며 살아서 이별하여 너를 보지 못할 수 있겠느냐?”

뇌타화라 거사의 아들은 두 번ㆍ세 번 여쭈었다.
“부모님이시여, 제가 알고 있는 설법대로 하자면 제가 계속 집에 있으면 사슬에 얽매인 것 같아 몸과 목숨이 다하도록 청정한 범행을 행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오직 원컨대 부모님이시여, 제가 바른 법률 가운데서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그러자 그 부모도 두 번 세 번 말하였다.
“뇌타화라여, 우리에겐 지금 외동아들인 너 하나뿐이다. 지극히 사랑하고 어여삐 여기며 마음은 언제나 즐거워 아무리 보아도 싫증나지 않았다. 만일 네가 목숨을 마친다 해도 우리는 오히려 버릴 수 없을 텐데, 하물며 살아서 이별하여 너를 보지 못할 수 있겠느냐?”

그러자 뇌타화라 거사의 아들은 곧 땅에 누웠다.
‘지금부터 일어나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으며 먹지도 않으면, 부모님은 곧 내가 바른 법률 가운데서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는 것을 허락하게 될 것이다.’
이에 뇌타화라 거사의 아들은 하루 동안 음식을 먹지 않았고, 2ㆍ3ㆍ4일 나아가 여러 날을 먹지 않았다.

그러자 그 부모가 아들에게 가서 말하였다.
“뇌타화라야, 너는 매우 부드럽고 유연하며 아주 좋은 몸을 가졌고 언제나 좋은 자리에 앉고 누웠었다. 너는 지금 고통을 못 느끼느냐? 뇌타화라야, 너는 빨리 일어나 가서 보시를 행하며 복업이나 잘 닦거라. 무슨 까닭인가? 뇌타화라야, 세존의 경계는 매우 어렵고도 어려운 것이며, 집을 나가 도를 배우는 것 또한 어렵기 때문이다.”
그때 거사의 아들 뇌타화라는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이에 거사의 아들 뇌타화라의 부모는 뇌타화라의 친척과 여러 하인들을 찾아가 이렇게 말하였다.
“너희들 모두 뇌타화라에게 가서 그에게 땅에서 일어나라고 권해라.”

거사의 아들 뇌타화라의 친척과 여러 하인들은 곧 함께 뇌타화라에게 가서 말하였다.
“뇌타화라여, 당신은 매우 부드럽고 유연하며 아주 좋은 몸을 가졌고 언제나 좋은 자리에 앉고 누웠었습니다. 당신은 지금 고통을 못 느끼십니까? 뇌타화라여, 당신은 빨리 일어나 가서 보시를 행하며 복업이나 잘 닦으십시오. 무슨 까닭인가? 세존의 경계는 매우 어렵고도 어려운 것이며, 집을 나가 도를 배우는 것도 또한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때 거사의 아들 뇌타화라는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이에 거사 아들 뇌타화라의 부모는 거사의 아들 뇌타화라의 착한 벗과 친구와 동갑들을 찾아가 이렇게 말하였다.
“너희들이 함께 뇌타화라에게 가서 그에게 땅에서 일어나라고 권해라.”

이에 거사 아들 뇌타화라의 착한 벗과 친구와 동갑들은 곧 거사의 아들 뇌타화라에게 함께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뇌타화라여, 너는 매우 부드럽고 유연하며 아주 좋은 몸을 가졌고 언제나 좋은 자리에 앉고 누웠었다. 너는 지금 고통을 못 느끼는가? 뇌타화라여, 너는 빨리 일어나 가서 보시를 행하며 복업이나 잘 닦아라. 무슨 까닭인가? 뇌타화라여, 세존의 경계는 매우 어렵고도 어려운 것이며, 집을 나가 도를 배우는 것 또한 어렵기 때문이다.”
그때 뇌타화라 거사의 아들은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이에 거사 아들 뇌타화라의 착한 벗과 친구와 동갑들은 거사의 아들 뇌타화라의 부모에게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뇌타화라가 바른 법률 가운데서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는 것을 허락하십시오. 그것이 좋더라도 이 생에서 예전처럼 서로 볼 수 있을 것이며, 만약 그것이 좋지 않다면 반드시 부모님께 돌아올 것입니다. 만일 지금 허락하지 않는다면 의심할 여지가 없이 분명 죽을 것이니 무슨 이익이 있겠습니까?”

이에 뇌타화라 거사 아들의 부모는 이 말을 듣고 거사 아들 뇌타화라의 착한 벗과 친구와 동갑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이제 뇌타화라가 바른 법률 가운데서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고 집 없이 도를 배우는 것을 허락하겠다. 만일 도를 배우고 돌아오면 전처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거사의 아들 뇌타화라의 착한 벗과 친구와 동갑들은 곧 뇌타화라에게 같이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거사의 아들이여, 부모님께서 네가 바른 법률 가운데서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는 것을 허락하셨다. 만일 도를 배워 마치거든 돌아와 부모님을 뵈어라.”

거사의 아들 뇌타화라는 이 말을 듣고 곧 크게 기뻐하며 사랑과 즐거움이 생겨 땅에서 일어나 차츰 그 몸을 보양하였다. 그 몸이 회복되자 유로타(鍮蘆吒)에서 나와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제 부모님께서 제가 바른 법률 가운데서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는 것을 허락하셨습니다. 원하건대 세존이시여, 세존을 따라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구족계를 받아 비구가 되는 것을 허락해주십시오.”

이에 세존께서는 거사의 아들 뇌타화라를 제도하셔서 출가하여 도를 배우게 하고 구족계를 주셨다. 구족계를 주신 뒤에는 유로타에서 얼마 동안 머무시고, 그 다음에는 곧 가사를 챙기고 발우를 가지고 계속해서 유행하다 사위국에 이르러 승림급고독원에 머무셨다. 존자 뇌타화라는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구족계를 받은 뒤에 멀리 떠나 혼자 있으면서 마음에 방일함 없이 꾸준히 힘써 수행하였다. 그는 멀리 떠나 혼자 있으면서 마음에 방일함 없이 꾸준히 힘써 수행한 뒤에는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는 족성자가 해야 할 바인 오직 위없는 범행(梵行)을 마치고, 현재에 있어서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증득하고 성취하여 노닐었다. 즉 생이 이미 다하고 범행이 이미 서고 해야 할 일을 이미 마쳐 다시는 후세의 생명을 받지 않음을 사실 그대로 알았다. 존자 뇌타화라는 법을 알고는 아라하를 증득하게 되었다.

존자 뇌타화라는 법을 알아 아라하가 된 뒤, 혹 9년이나 10년쯤 지나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예전에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는 돌아가 부모님을 뵙겠다고 약속하였다. 나는 이제 돌아가 본래의 약속을 지키자.’
이에 존자 뇌타화라는 부처님께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예전에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돌아가서 부모님을 뵙겠다는 약속을 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하직하고 돌아가 부모님을 뵙고 본래 했던 약속을 지키려고 합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이렇게 생각하셨다.
‘이 뇌타화라 족성자는 결코 계를 버리고 도행(道行)을 그만두고 예전처럼 되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세존께서는 이렇게 아신 뒤에 말씀하셨다.
“너는 가서 아직 제도되지 않은 자는 제도하고 아직 해탈하지 못한 자는 해탈을 얻게 하며 아직 열반하지 못한 자는 열반을 얻게 하라. 뇌타화라여, 이제 네 뜻대로 하라.”

그때 존자 뇌타화라는 부처님의 말씀을 들어 잘 받아 지니고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주위를 세 번 돌고 물러갔다. 그는 자기 방으로 돌아와 침구를 챙기고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계속 유행(遊行)하여 유로타로 가서 유로타촌 북쪽에 있는 시섭화(尸攝和) 동산에 머물렀다. 이에 존자 뇌타화라는 밤을 지내고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유로타로 들어가 걸식하였다. 뇌타화라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세존께서는 차례로 걸식하는 것을 칭찬하셨으니 나도 이제 이 유로타에서 차례로 걸식하리라.’
존자 뇌타화라는 곧 유로타에서 차례로 걸식하다가 차츰차츰 예전의 집[本家]에 다달았다.

그때 존자 뇌타화라의 부모는 중문에서 수염과 머리를 다듬고 있었다. 뇌타화라의 아버지는 멀리서 존자 뇌타화라가 오는 것을 보고 곧 이렇게 말하였다.
“저 까까머리 사문은 악마에 속박되어 종성을 단절하고 자식도 없으며 결국 우리 집마저 파괴하였다. 내게는 지극히 사랑하고 어여삐 여기며 마음으로 항상 즐거워하여 아무리 보아도 싫증나지 않았던 외동아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 아이를 데리고 가버렸으니 밥을 주지 말아야 한다.”

존자 뇌타화라는 자기 아버지 집에서 보시를 얻지 못하고 질책만 받았다.
‘저 까까머리 사문은 악마에 속박되어 종성을 단절하고 자식도 없으며 결국 우리 집마저 파괴하였다. 내게는 지극히 사랑하고 어여삐 여기며 마음으로 항상 즐거워하여 아무리 보아도 싫증나지 않았던 외동아들이 있었다. 그런 아이를 데리고 가버렸으니 밥을 주지 말아야 한다.’
존자 뇌타화라는 이것을 알고는 곧 얼른 나와 버렸다.

그때 존자 뇌타화라 아버지 집의 여종이 키[箕]에다 썩은 음식을 담아 가지고 거름더미에 버리려고 하였다. 존자 뇌타화라는 아버지의 여종이 키에다 썩은 음식을 담아 가지고 거름더미에 버리려고 하는 것을 보고 곧 이렇게 말하였다.
“그대 자매여, 만일 그 썩은 음식을 버리려거든 내 발우에 쏟아 주시오. 내가 그것을 먹겠소.”

그때 존자 뇌타화라 아버지의 집 여종은 키 안의 썩은 음식을 발우에 쏟았는데, 음식을 발우에 쏟던 중 그 음성과 손발의 두 모습을 보고 알아차렸다. 여종은 곧 존자 뇌타화라의 아버지에게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주인님, 이제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존자 뇌타화라께서 이 유로타로 돌아오셨습니다. 당장 가 보십시오.”
존자 뇌타화라의 아버지는 이 말을 듣고 너무 기쁜 나머지 뛰면서 왼손으로 옷을 걷어잡고 오른손으로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존자 뇌타화라가 있는 곳으로 급히 달려갔다.

그때 존자 뇌타화라는 벽을 향하고서 그 썩은 음식을 먹고 있었다. 존자 뇌타화라의 아버지는 존자 뇌타화라가 벽을 향하고서 그 썩은 음식을 먹고 있는 것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너 뇌타화라야, 너는 매우 부드럽고 유연하며 아주 좋은 몸은 가졌었고 항상 좋은 음식을 먹었었다. 뇌타화라야, 네가 어떻게 이 썩은 음식을 먹는단 말이냐? 뇌타화라야, 너는 무슨 마음으로 이 유로타까지 와서 부모 집에는 오지 않았느냐?”

존자 뇌타화라가 말씀드렸다.
“거사시여, 제가 아버지 집에 들렀으나 보시는 얻지 못하고 질책만 받았습니다. 곧 ‘저 까까머리 사문은 악마에 속박되어 종성을 단절하고 자식도 없으며 우리 집마저 파괴하였다. 내게는 지극히 사랑하고 어여삐 여기며 마음으로 항상 즐거워하여 아무리 보아도 싫증나지 않았던 외동아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 아이를 데리고 가버렸으니 밥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하신 이 말씀을 듣고 저는 얼른 나와 버렸습니다.”

그러자 존자 뇌타화라의 아버지는 곧 사과하면서 말하였다.
“뇌타화라야, 참아라. 뇌타화라야, 참아라. 나는 정말 뇌타화라가 애비 집에 돌아온 줄을 몰랐구나.”
이에 존자 뇌타화라 아버지는 공경하는 마음으로 존자 뇌타화라를 부여안고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자리를 펴고 앉게 하였고, 존자 뇌타화라는 곧 자리에 나아가 앉았다.

이에 그 아버지는 존자 뇌타화라가 앉는 것을 보고 그 부인에게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그대는 이제 알아야 하오. 뇌타화라 족성자가 지금 집에 돌아왔소. 빨리 음식을 마련하시오.”

존자 뇌타화라의 어머니는 이 말을 듣고 매우 기뻐 날뛰면서 재빨리 음식을 마련하였다. 음식을 마련한 뒤에는 얼른 가운데 뜰에 돈을 실어 내어 큰 돈 꾸러미를 만들었다. 그 돈 꾸러미는 한쪽에 사람을 세우고 다른 한쪽에 사람을 앉히면 서로 볼 수 없을 정도였다. 큰 돈 꾸러미를 만들어 놓고는 존자 뇌타화라에게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뇌타화라야, 이것은 네 어미가 분배받은 재물이다. 네 아버지가 가진 재물은 한량없는 백천으로서 다시 셀 수조차 없다. 이제 다 너에게 주겠다. 뇌타화라야, 너는 계(戒)를 버리고 도행(道行)을 그만두고 보시를 행하며 복업이나 잘 닦거라. 무슨 까닭인가? 세존의 경계는 매우 어렵고도 어려우며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것 또한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존자 뇌타화라는 그 어머니께 말씀드렸다.
“제가 지금 할 말이 있는데, 들어주시겠습니까?”

존자 뇌타화라 어머니가 말하였다.
“거사의 아들아, 네가 할 말이 있다면 내 마땅히 들어주리라.”

존자 뇌타화라는 그 어머니에게 말하였다.
“새 자루를 만들어 거기에 이 돈을 가득 담고 수레에 실어 긍가강(恒伽江:항하)으로 가서 제일 깊은 곳에 쏟으십시오. 왜냐하면 이 돈 때문에 사람들은 걱정하고 괴로워하며 슬퍼하고 울며불며 쾌락을 얻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존자 뇌타화라의 어머니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런 방편으로는 아들 뇌타화라로 하여금 계를 버리고 도를 그만두게 하지 못할 것 같다. 나는 차라리 그의 옛날 부인들에게 가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 좋겠다.
‘여러 신부들아, 너희들은 옛날에 쓰던 영락으로 몸을 잘 꾸며라. 뇌타화라 족성자는 옛날에 집에 있을 때 이것을 극히 사랑스럽게 생각했었다. 그러니 빨리 이 영락으로 몸을 잘 꾸미고, 너희들이 다 같이 저 뇌타화라 족성자의 처소로 가서 각각 한 발씩 부둥켜안고 이렇게 말해라.
〈모르겠군요. 낭군님. 도대체 어떤 천녀가 저희보다 더 아름답기에 낭군님으로 하여금 저희를 버리고 범행(梵行)을 닦게 합니까?〉’”

이에 존자 뇌타화라의 어머니는 아들의 옛날 부인들 처소로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여러 신부들아, 너희들은 전에 쓰던 이 영락으로 그 몸을 잘 꾸며라. 뇌타화라 족성자는 옛날에 집에 있을 때 이것을 매우 사랑스럽게 생각했었다. 그러니 빨리 이 영락으로 몸을 꾸미고, 너희들이 저 뇌타화라 족성자의 처소로 가서 각각 한 발씩 부둥켜안고 이렇게 말해라.
‘모르겠군요, 낭군님. 도대체 어떤 천녀가 저희보다 아름답기에 낭군님으로 하여금 저희를 버리고 범행을 닦게 합니까?’

그때 존자 뇌타화라의 본래 부인들은 곧 각각 전에 쓰던 영락으로 그 몸을 잘 꾸몄다. 존자 뇌타화라가 옛날에 집에 있을 때 매우 사랑스럽게 생각하던 영락으로 몸을 잘 꾸민 뒤에 존자 뇌타화라의 처소로 가서 각각 한 발씩 부둥켜안고 이렇게 말하였다.
“모르겠군요, 낭군님. 도대체 어떤 천녀가 저희보다 아름답기에 낭군님으로 하여금 저희를 버리고 범행을 닦게 합니까?”

존자 뇌타화라가 옛날 부인들에게 말하였다.
“여러 누이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나는 천녀(天女)를 위하여 범행을 닦는 것이 아니다. 내가 범행을 닦는 까닭은 그 이치를 이미 터득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아 이미 해야 할 일을 마쳤기 때문이다.”

그러자 존자 뇌타화라의 여러 부인들은 물러나 한쪽에 서서 눈물을 흘리고 울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저희는 낭군님의 누이가 아닙니다. 낭군님은 어찌하여 저희를 누이라고 부르십니까?”

이에 존자 뇌타화라는 부모를 돌아보고 말씀드렸다.
“거사시여, 만일 밥을 주시려거든 곧 때를 맞추어 주시면 되는데 어찌하여 서로 희롱만 하십니까?”

그때 그 부모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손 씻는 물을 돌리고 여러 가지 맛있고 풍족한 음식을 손수 집어주며 실컷 먹게 하였다. 식사가 끝나자 그릇을 거두고 손 씻을 물을 돌린 뒤에는 작은 자리를 가져다가 따로 앉아 설법을 들었다. 존자 뇌타화라는 부모를 위해 설법하여 간절히 우러르는 마음을 내게 하고 기쁨을 성취하게 하였다. 한량없는 방편으로 그들을 위해 설법하여 간절히 우러르는 마음 내게 하고 기쁨을 성취하게 한 뒤에 곧 자리에서 일어나 게송으로 말하였다.

진귀한 보물과 영락 따위로
이 잘 꾸민 모양새들 보니
오른쪽으로 머리털 돌려 감고
검푸른 물감으로 그린 눈썹들
어리석은 사람은 속일 수 있지만
저 언덕 건넌 사람은 속일 수 없네.

여러 가지 좋은 비단 빛깔로
냄새나고 더러운 몸 꾸몄구나.
어리석은 사람은 속일 수 있지만
저 언덕 건넌 사람은 속일 수 없네.

온갖 향을 몸에 두루 바르고
자황(雌黃)으로 그 발을 누렇게 물들였네.
어리석은 사람은 속일 수 있지만
저 언덕 건넌 사람은 속일 수 없네.

몸에는 깨끗하고 묘한 옷 입고
그 꾸밈새 마치 환술과 같네.
어리석은 사람은 속일 수 있지만
저 언덕 건넌 사람은 속일 수 없네.

사슴이 묶은 줄 끊어 버리고
또 사슴이 닫힌 문 부수듯
나는 미끼 버리고 떠나가노라.
어느 사슴이 결박을 좋아하리.

존자 뇌타화라는 이 게송을 마친 뒤에 여의족(如意足)으로써 허공을 타고 가서 유로타숲에 이르렀다. 유로타숲 속으로 들어가 비혜륵(鞞醯勒)나무 밑에 니사단(尼師檀)을 펴고 결가부좌(結跏趺坐)하였다.
그때 구뢰바왕(拘牢婆王)은 모든 신하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정전(正殿)에 앉아 존자 뇌타화라를 찬탄하였다.
“만일 뇌타화라 족성자가 이 유로타에 온다는 소식을 들으면 내가 꼭 가서 뵐 것이다.”

그리고 구뢰바왕은 사냥꾼에게 말하였다.
“너는 가서 유로타숲을 살펴보아라. 나는 사냥하러 나갈 것이다.”
사냥꾼은 분부를 받고 곧 유로타숲을 살펴보았고 거기서 존자 뇌타화라가 비혜륵나무 밑에서 니사단을 펴고 결가부좌하고 있는 것을 보고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구뢰바왕과 여러 신하들이 정전에 같이 앉아 찬탄하던 그 사람이 지금 이미 여기에 있었구나.’

그때 사냥꾼은 유로타숲을 살펴본 뒤에 돌아와 구뢰바왕에게 가서 말씀드렸다.
“대왕이여,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저는 대왕의 뜻에 따라 유로타숲을 살펴보고 왔습니다. 대왕께서는 일전에 여러 신하들과 정전에 같이 앉아 이렇게 존자 뇌타화라를 찬탄하셨습니다.
‘만일 뇌타화라 족성자가 이 유로타에 온다는 소식을 들으면 내가 꼭 가서 뵐 것이다.’
바로 그 존자 뇌타화라 족성자가 지금 유로타 숲속 비혜륵나무 밑에서 니사단을 펴고 결가부좌하고 계십니다. 대왕이여, 보고 싶으시면 곧 가시지요.”

구뢰바왕은 이 말을 듣고 수레꾼에게 분부하였다.
“너는 빨리 수레를 준비해라. 나는 지금 뇌타화라를 가서 뵐 것이다.”

수레꾼은 분부를 받고 곧 수레를 준비한 뒤에 돌아와서 말씀드렸다.
“대왕이시여, 마땅히 아십시오. 수레 준비가 이미 끝났으니 대왕께서는 마음대로 하십시오.”

이에 구뢰바왕은 곧 수레를 타고 유로타숲으로 가다가 멀리서 존자 뇌타화라가 보이자 곧 수레에서 내려 걸어서 존자 뇌타화라에게로 갔다. 존자 뇌타화라는 구뢰바왕이 오는 것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대왕이여, 지금 당신 스스로 오셔서 앉고자 하십니까?”

구뢰바왕이 말하였다.
“나는 지금 내 경계에 와 있습니다만 나는 뇌타화라 족성자께서 저를 청해 앉게 하기를 바랍니다.”

존자 뇌타화라는 곧 구뢰바왕에게 청하였다.
“여기에 별도의 자리가 있으니 대왕께서는 앉으시오.”

이에 구뢰바왕은 존자 뇌타화라와 함께 앉아 문안한 뒤에 물러나 한쪽에 앉아 뇌타화라에게 말하였다.
“혹 가문이 쇠락하여 출가하여 도를 배우십니까? 만일 재물이 없기 때문에 도를 배운다면 뇌타화라여, 구뢰바왕 집에는 재물이 많습니다. 나는 그 재물을 내어 뇌타화라께 드리고 뇌타화라께 권하여 계를 버리고 도행을 그만두고 보시를 행하며 복업을 잘 닦게 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뇌타화라여, 스승의 가르침은 매우 어렵고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것 또한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존자 뇌타화라는 그 말을 듣고 곧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대왕은 이제 부정(不淨)한 것으로 나를 청하는 것이지 청정하게 청하는 것은 아닙니다.”

구뢰바왕이 듣고 나서 물었다.
“제가 어떻게 하면 청정하게 뇌타화라를 청하고 부정하게 청하는 것이 안 되겠습니까?”

존자 뇌타화라가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마땅히 이렇게 말씀하십시오.
‘뇌타화라여, 우리 나라 백성들은 안온하고 쾌락하여 두려움도 없고 싸움도 없으며 또한 형벌도 없고 괴로운 부역도 없으며 곡식은 풍족하여 걸식하기 쉽습니다. 뇌타화라여, 우리 나라에 머무십시오. 제가 마땅히 법답게 보호하겠습니다.’
대왕이시여, 이렇게 하면 청정(淸淨)하게 나를 청하는 것이며 부정(不淨)하게 나를 청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이제 청정하게 뇌타화라를 청하고 부정하게 청하지 않겠습니다. 우리나라 백성들은 안온하고 쾌락하여 두려움도 없고 싸움도 없으며 또한 형벌도 없고 괴로운 부역도 없으며 곡식은 풍족하여 걸식하기 쉽습니다. 뇌타화라여, 우리나라에 머무십시오. 제가 마땅히 법답게 보호하겠습니다.

또 뇌타화라여, 네 가지의 쇠함[衰]이 있습니다. 곧 쇠하고 쇠하기 때문에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는 것입니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병들어 쇠함[病衰]ㆍ 늙어 쇠함[老衰]ㆍ재물의 쇠함[財衰]ㆍ친척의 쇠함[親衰]입니다.
뇌타화라여, 어떤 것이 병들어 쇠함인가? 혹 어떤 사람은 오랫동안 병을 앓아 병이 매우 위중하고 고통이 극심할 때 그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나는 오랫동안 병을 앓아 병이 매우 위중하고 고통이 극심하다. 나는 사실 욕망이 있지만 욕망대로 행할 수 없으니, 내 이제 차라리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는 것이 낫겠다.’
그는 그 뒤로 병들어 쇠함 때문에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웁니다. 이것을 병들어 쇠함이라고 합니다.

뇌타화라여, 어떤 것이 늙어 쇠함인가? 어떤 사람은 나이 먹고 감각기관[根]이 문드러져 수명이 장차 다하려 할 때 그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나는 나이 먹고 감각기관이 문드러져 수명이 장차 다해가고 있다. 내 이제 차라리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는 것이 낫겠다.’
그는 그 뒤로 늙어 쇠함 때문에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웁니다. 이것을 늙어 쇠함이라고 합니다.

뇌타화라여, 어떤 것이 재물의 쇠함인가? 어떤 사람은 가난하고 궁핍하여 힘이 없을 때 그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나는 가난하고 궁핍해서 힘이 없다. 내 이제 차라리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는 것이 낫겠다.’
그는 그 뒤로 재물의 쇠함 때문에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웁니다. 이것을 재물의 쇠함이라고 합니다.

뇌타화라여, 어떤 것이 친척의 쇠함인가? 혹 어떤 사람은 친척의 종자가 끊어지고 죽어서 다 없어졌을 때 그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나는 친척의 종자가 끊어지고 죽어서 다 없어졌으니 내 이제 차라리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는 것이 낫겠다.’
그는 그 뒤로 친척의 쇠함 때문에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웁니다. 이것을 친척의 쇠함이라고 합니다.

뇌타화라여, 옛날에 당신은 병이 없어 안온을 성취하고 평상시의 식도는 차갑지도 않고 뜨겁지도 않으며 순조롭고 안락하여 다른 아무런 이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먹고 마신 것은 안온하게 소화되었습니다. 뇌타화라여, 그러므로 당신은 병의 쇠함 때문에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는 것이 아닙니다.

뇌타화라여, 옛날에 당신은 나이 어린 동자로서 머리는 검고 말쑥하며 몸은 튼튼하고 건장하였습니다. 그때는 기생들의 풍류로써 스스로 즐겼고 몸을 치장했으며 항상 유희를 좋아하였습니다.
그때 친족들은 모두 당신이 도 배우기를 바라지 않았고 부모는 흐느껴 울며 걱정하고 번민하면서 당신이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웁니다. 뇌타화라여, 그러므로 당신은 늙음의 쇠함 때문에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는 것이 아닙니다.

뇌타화라여, 당신은 이 유로타(鍮蘆吒)에서 제일 큰 가문이며, 가장 훌륭한 가문이며 가장 높은 가문이라고 할 수 있으니 곧 재물을 말합니다. 뇌타화라여, 그러므로 당신은 재물의 쇠함 때문에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는 것이 아닙니다.

뇌타화라여, 이 유로타 숲속에는 재물과 세력이 많은 큰 친족들이 모두 존재하고 있습니다. 뇌타화라여, 그러므로 당신은 친족의 쇠함 때문에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는 것이 아닙니다.

뇌타화라여, 이 네 가지 쇠함 중에서 혹 쇠함이 있는 사람이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는 것입니다. 제가 뇌타화라를 보건대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게 할 만한 그런 쇠함은 도무지 없었습니다. 뇌타화라여, 어떠한 것을 알고 보았으며 어떠한 것을 들었기에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는 것입니까?”

존자 뇌타화라가 대답하였다.
“대왕이시여, 지자(知者)이시고 견자(見者)이신, 세존 여래(如來)ㆍ무소착(無所著)ㆍ등정각(等正覺)께서는 4사(事)를 말씀하셨습니다. 저 또한 이 말씀을 좋아하고 마음으로 즐거워하였으며, 저는 그것을 보고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는 것입니다. 어떤 것이 4사인가? 대왕이시여, 이 세상에는 보호해 주는 자도 없고 의지하여 믿을 만한 자도 없습니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늙는 법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 세상은 항상하지 않아서 마땅히 버려야 할 것입니다. 이 세상 사람들은 만족할 줄 모르고 싫증낼 줄 몰라 이것에 애착하여 분주하게 부림당하고 있습니다.”

구뢰바왕이 물었다.
“뇌타화라여, 좀 전에 ‘대왕이여, 이 세상에는 보호해 주는 자도 없고 의지하여 믿을 만한 자도 없다’고 말하였습니다. 뇌타화라여, 내게는 자손과 형제의 무리들이 있고 상군(象軍)ㆍ차군(車軍)ㆍ마군(馬軍)ㆍ보군(步軍)들은 다 활 쏘기와 말 부리기에 능하며 굳세고 용맹한 왕자인 역사(力士) 발라건제(鉢邏騫提)ㆍ마하능가(摩訶能伽)가 있으며 점쟁이가 있고 책사[策慮]가 있으며 계산하는 자와 글을 잘 아는 자가 있고 변론에 능한 자가 있으며 임금과 신하가 있고 권속이 있으며 주문을 가지고 주문을 아는 자도 있습니다. 그들은 어디서나 두려움이 있는 자가 있으면 능히 그것을 제지하여 줍니다. 그래도 만일 뇌타화라께서 ‘대왕이시여, 이 세상에는 보호해 주는 자도 없고 의지하여 믿을 만한 자도 없다’고 말하겠다면 뇌타화라여, 좀 전에 말한 것에는 어떤 뜻이 있습니까?”

존자 뇌타화라가 대답하였다.
“대왕이여, 제가 이제 왕에게 물을 것이니 아는 대로 대답하십시오. 대왕이여, 몸에 혹 병이 있습니까?”

구뢰바왕이 대답하였다.
“뇌타화라여, 지금도 내 몸에는 늘 풍병(風病)이 있습니다.”

존자 뇌타화라가 물었다.
“대왕이여, 풍병이 나서 매우 위중하고 고통이 극심할 때 대왕이여, 그때 저 자손과 형제와 활쏘기와 말 부리기에 능한 상군ㆍ마군ㆍ차군ㆍ보군과 굳세고 용맹한 왕자 역사 발라건제ㆍ마하능가와 점쟁이ㆍ책사ㆍ계산과 글을 잘 아는 자와 변론에 능한 자와 임금과 신하와 권속과 주문을 가지고 주문을 잘 아는 자에게 ‘너희들은 모두 와서 나를 대신하여 잠깐 이 못 견딜 고통을 받아 내가 병이 없이 안락을 얻게 하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구뢰바왕이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무슨 까닭인가? 내 스스로 업을 지어 그 업을 인연하여 혼자서 극심한 고통을 받기 때문입니다.”

“대왕이시여, 그러므로 세존께서 ‘이 세상에는 보호해주는 자도 없고 의지하여 믿을 만한 자도 없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나도 또한 이 말을 좋아하였고 마음으로 즐거워하였으며 나는 이것을 보고 들어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는 것입니다.”

구뢰바왕이 말하였다.
“만일 뇌타화라께서 ‘대왕이시여, 이 세상에는 보호해주는 자도 없고 의지하여 믿을 만한 자도 없다’고 말한다면 뇌타하라여, 저도 이 말씀을 좋아하고 이 말씀을 마음으로 즐거워 할 것입니다. 무슨 까닭인가? 이 세상에는 진실로 보호해주는 자도 없고 의지하여 믿을 만한 자도 없기 때문입니다.”

구뢰바왕이 다시 물었다.
“만일 뇌타화라께서 ‘대왕이시여, 이 세상 모든 것은 늙는 법으로 향하여 나아간다’고 말한다면, 뇌타화라께서 좀 전에 말씀한 것에는 다시 어떤 뜻이 있습니까?”

존자 뇌타화라가 대답하였다.
“대왕이시여, 제가 이제 왕에게 물을 것이니 아는 대로 대답하십시오. 만일 대왕의 나이가 24세 혹은 25세라면 대왕의 생각에는 어떠합니까? 그때의 민첩함[速疾]은 지금과 비교해 어떠하겠습니까? 그때의 근력과 형체와 얼굴빛은 어떠하겠습니까?”

구뢰바왕이 대답하였다.
“뇌타화라여, 만일 내 나이 24세 혹은 25세라면 나는 그때를 기억합니다. 민첩함이나 근력이나 형체나 얼굴빛이 저보다 나은 자가 없었습니다. 뇌타화라여, 나는 지금 아주 늙어 모든 감각기관은 쇠잔해졌고 목숨은 장차 다하려 하며 나이는 80이 꽉 차서 다시 일어날 수도 없습니다.”

“대왕이여, 그러므로 세존께서는 ‘이 세상 모든 것은 늙는 법으로 향하여 나아간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나는 이 말씀을 좋아하였고 마음으로 즐거워하였으며 나는 이것을 보고 들어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는 것입니다.”

“만일 뇌타화라께서 ‘대왕이여, 이 세상 모든 것은 늙는 법을 향하여 나아간다’고 말한다면 나 또한 이 말씀을 좋아하고 마음으로 즐거워 할 것입니다. 무슨 까닭인가? 진실로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늙는 법을 향하여 나아가기 때문입니다.”

구뢰바왕은 다시 물었다.
“만일 뇌타화라께서 ‘대왕이시여, 이 세상은 항상하지 않아서 마땅히 버려야 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면 뇌타화라께서 좀 전에 말씀하신 것에는 어떤 뜻이 있습니까?”

존자 뇌타화라가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제가 이제 왕에게 물을 것이니 아는 대로 대답하십시오. 대왕이여, 대왕에게는 풍성한 구루국(拘樓國)과 풍성한 후궁(後宮)과 풍성한 창고가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대왕이시여, 풍성한 구루국과 풍성한 후궁과 풍성한 창고가 있지만, 만일 유한한[時有] 법이 찾아와 의지하거나 좋아하고 즐거워할 수 없게 파괴하여 일체 세상의 것이 죽음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 없다면 그때 풍성한 구루국과 풍성한 후궁과 풍성한 창고를 이 세상에서 뒷세상으로 가지고 갈 수 있겠습니까?”

“아닙니다. 왜냐하면 나는 혼자로서 둘이 없고 또한 동무도 없이 이 세상에서 뒷세상으로 가기 때문입니다.”

“대왕이여, 그러므로 세존께서 ‘이 세상은 항상하지 않아서 마땅히 버려야 하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나는 이 말씀을 좋아하였고 마음으로 즐거워하였으며 나는 이것을 보고 들어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는 것입니다.”

“만일 뇌타화라께서 ‘대왕이시여, 이 세상은 항상하지 않아서 마땅히 버려야 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면 나도 또한 이 말씀을 좋아하고 마음으로 즐거워 할 것입니다. 무슨 까닭인가? 이 세상은 진실로 항상하지 않아서 마땅히 버려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뇌타화라께서 ‘대왕이시여, 이 세상 사람들은 만족할 줄 모르고 싫증낼 줄 몰라 이것에 애착하여 분주하게 부림당하고 있다’고 말한다면, 뇌타화라께서 좀 전에 말씀하신 것에는 다시 어떤 뜻이 있습니까?”

“대왕이여, 제가 이제 왕에게 물을 것이니 아는 대로 대답하시오. 대왕이여, 대왕에게 풍성한 구루국과 풍성한 후궁과 풍성한 창고가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대왕이시여, 풍성한 구루국과 풍성한 후궁과 풍성한 창고가 있지만, 만일 동방(東方)에서 믿을 만하고 맡길 만하며 세상을 속이지 않는 어떤 사람이 와서 왕에게 이렇게 말한다고 합시다.
‘저는 동방에서 왔습니다. 국토를 보건대 매우 풍성하고 즐거우며 백성들이 많습니다.’
대왕이시여, 대왕께서 그 나라 그곳의 재물과 백성과 부역을 얻을 수 있다면 대왕은 그 나라를 얻어 거느리고자 하겠습니까?”

“뇌타화라여, 만일 내가 그렇게 풍성한 나라와 거기에는 재물과 백성과 부역이 있는 줄을 알고 그 백성을 얻어 거느려 다스릴 수 있다면 나는 반드시 그것을 취하겠습니다.

이렇게 남방ㆍ서방ㆍ북방도 그러할 것입니다.”
“만일 큰 바닷가에서 믿을 만하고 맡길 만하며 세상을 속이지 않는 어떤 사람이 와서 왕에게 이렇게 말한다고 합시다.
‘저는 큰 바다 저쪽에서 왔습니다. 그 국토를 보건대 매우 풍성하고 즐거워 백성들이 많았습니다.’
대왕이시여, 대왕은 그 나라 그곳의 재물과 백성과 부역을 얻을 수 있다면 그 나라를 얻어 거느리고자 하겠습니까?”

“뇌타화라여, 만일 내가 그렇게 풍성한 나라와 그곳의 재물과 백성과 부역이 있는 줄을 알고 그 백성을 얻어 거느려 다스릴 수 있다면 나는 반드시 그것을 취하겠습니다.”

“대왕이시여, 그러므로 세존께서는 ‘이 세상 사람들은 만족할 줄 모르고 싫증낼 줄 몰라 이것에 애착하여 분주하게 부림당하고 있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나는 이 말씀을 좋아하였고 마음으로 즐거워하였으며, 이것을 보고 들어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는 것입니다.”

구뢰바왕이 말하였다.
“만일 뇌타화라께서 ‘대왕이여, 이 세상 사람들은 만족할 줄 모르고 싫증을 낼 줄 몰라 이것에 애착하여 분주하게 부림당하고 있다’고 말한다면, 나 또한 이 말씀을 좋아하고 이 말씀을 마음으로 즐거워할 것입니다. 무슨 까닭인가? 이 세상 사람들은 진실로 만족할 줄 모르고 싫증낼 줄 몰라 이것에 애착하여 분주하게 부림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존자 뇌타화라가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지자(知者)이시고 견자(見者)이신 세존 여래ㆍ무소착ㆍ등정각께서는 저를 위하여 이 4사(事)를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이 말씀을 알고 나서 마음으로 좋아하고 즐거워하였으며 이것을 보고 들어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는 것입니다.”

이에 존자 뇌타화라는 게송으로 말하였다.

내 세상 사람들 보건대
재물 두고 어리석어 보시할 줄 모르네.
재물 얻고도 다시 얻기 구하여
아끼고 탐내 재물 쌓기만 하네.

임금이란 자 천하 얻으면
그 능력 따라 다스리면 되는데
바다 안을 다 갖고도 싫증낼 줄 몰라
다시 바다 바깥까지를 구하네.

임금과 또 모든 백성들
욕심 못 버린 채 목숨 끝나면
머리털 산발하여 처자들 곡하며
아아, 괴로움은 항복받기 어렵다네.

옷을 입혀 땅에 묻거나
혹은 장작을 쌓아 불에 사르면
인연의 행을 따라 후세에 이르는데
다 사른 뒤에도 지혜의 생각 없네.

죽고 나면 재물도 따르지 않고
마누라 자식들과 또 종들과
그 많은 금ㆍ은 보화도 그러하니
어리석건 지혜롭건 또한 마찬가지네.

지혜로운 사람은 근심 품지 않고
오직 어리석은 이라야 슬픔을 안고 가네.
그러므로 지혜를 훌륭하다 하니
바른 깨달음의 길을 체득할 수 있다네.

‘가지자, 가지자’고 깊이 집착해
어리석고 미련하여 악을 행하며
법속에 있으면서 법 아닌 것 행하여
힘으로써 억지로 남의 물건 빼앗네.

지혜 적은 사람은 남을 본받아 익히고
어리석은 사람은 나쁜 일 많이 행하다가
태속으로 들어가 다음 생에 이르며
이렇게 끊임없이 나고 죽음을 받네.

이미 생명을 받아 세상에 나서
온갖 나쁜 일 혼자서 행하면
마치 도적이 다른 사람에게 포박 당하듯
스스로 악을 지어 해를 입는 것.

이와 같이 이러한 모든 중생들
여기서 죽어서 다음 생에 이르면
자기가 지은 그 업을 따라
스스로 악을 지어 해를 입는다네.

열매 익어 저절로 떨어지는 것처럼
늙건 젊건 다 이와 같아서
장엄과 아름다움 애욕을 즐겨하여
마음은 나쁜 색(色)을 좋아하여 따른다네.

욕심 때문에 묶여 해를 입고
욕심으로 말미암아 두려움 생기네.
왕이여, 나는 이를 보고 깨달아
이 사문의 미묘함을 안다네.

존자 뇌타화라가 이렇게 말하자, 구뢰바왕은 존자 뇌타화라의 말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주석
1 이 경의 이역경(異譯經)으로는 오(吳)시대 지겸(支謙)이 한역한 『불설뇌타화라경(佛說賴吒和羅經)』과 송(宋)시대 법현(法賢)이 한역한 『불설호국경(佛說護國經)』이 있으며, 참고 경전으로는 『법구경(法句經)』과 『장로게경(長老偈經)』이 있다.
2 나무 이름이며 승사파(勝舍婆)ㆍ시시파(尸尸婆)ㆍ견실(堅實) 등으로 쓰기도 한다.

해제보기

중아함경 제32권

승가제바 한역

11. 대품 ④
133) 우바리경(優婆離經) 제17제3 염송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나란타(那難陀)를 유행하실 때에 파바리나(波婆離㮈)숲에 머무셨다.

그때 장고행니건(長苦行尼揵)1)은 오후에 천천히 거닐어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 문안드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그러자 세존께서 물으셨다.
“고행자여, 니건친자(尼揵親子)2)는 몇 가지 행을 마련하여 악업(惡業)을 행하지 않게 하고 악업을 짓지 않게 하는가?”

장고행니건이 대답하였다.
“구담이시여, 제 스승 니건친자는 우리들을 위해 행(行)을 마련하여 악업을 행하지 않게 하거나 악업을 짓지 않게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우리들을 위해 형벌을 마련하여 악업을 행하지 않게 하고 악업을 짓지 않게 할 뿐입니다.”

세존께서 다시 물으셨다.
“고행자여, 니건친자는 몇 가지 형벌을 마련하여 악업을 행하지 않게 하고 악업을 짓지 않게 하는가?”

장고행니건이 대답하였다.
“구담이시여, 제 스승 니건친자는 우리 무리들을 위해 세 가지 형벌을 마련하여 악업을 행하지 않게 하고 악업을 짓지 않게 합니다. 어떤 것이 세 가지인가? 즉 몸의 형벌[身罰]ㆍ입의 형벌[口罰]ㆍ뜻의 형벌[意罰]입니다.”

“고행자여, 어떻게 몸의 형벌이 다르고 입의 형벌이 다르며 뜻의 형벌이 다른가?”

“구담이시여, 우리들의 몸의 형벌이 다르고 입의 형벌이 다르며 뜻의 형벌이 다릅니다.”

“고행자여, 이 세 가지 형벌은 이렇게 서로 비슷한데 니건친자는 어떤 형벌을 가장 무겁다고 주장하여 악업을 행하지 않게 하고 악업을 짓지 않게 하는가? 몸의 형벌인가, 입의 형벌인가,뜻의 형벌인가?”

“구담이시여, 이 세 가지 형벌은 이렇게 서로 비슷합니다. 그러나 제 스승 니건친자는 몸의 형벌을 마련하여 가장 무거운 것으로 삼아 악업을 행하지 않게 하고 악업을 짓지 않게 합니다. 입의 형벌은 그렇지 않고 뜻의 형벌은 가장 낮은 것으로서 몸의 형벌의 지극히 크고 매우 무거운 것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세존께서 다시 물으셨다.
“고행자여, 너도 몸의 형벌이 가장 무겁다고 말하는가?”

장고행니건이 대답하였다.
“구담이시여, 몸의 형벌이 가장 무겁습니다.”

세존께서 다시 두 번 세 번 물으셨다.
“고행자여, 너도 몸의 형벌이 가장 무겁다고 말하는가?”

장고행니건도 두 번 세 번 대답하였다.
“구담이시여, 몸의 형벌이 가장 무겁습니다.”
이에 세존께서는 두 번 세 번 장고행니건에게 이 일을 물어 확인하신 뒤에 곧 잠자코 계셨다. 장고행니건이 여쭈었다.

“사문 구담께서는 몇 가지 형벌을 마련하여 악업을 행하지 않게 하고 악업을 짓지 않게 하십니까?”

그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고행자여, 나는 형벌을 마련하여 악업을 행하지 않게 하거나 악업을 짓지 않게 하지 않는다. 나는 다만 업을 주장하여 악업을 행하지 않게 하고 악업을 짓지 않게 할 뿐이다.”

“구담이시여, 몇 가지 업을 주장하여 악업을 행하지 않게 하고 악업을 짓지 않게 하십니까?”

“고행자여, 나는 세 가지 업을 주장하여 악업을 행하지 않게 하고 악업을 짓지 않게 한다. 어떤 것이 세 가지인가 하면 신업(身業)ㆍ구업(口業)ㆍ의업(意業)이다.”

“구담이시여, 신업이 다르고 구업이 다르며 의업이 다른 것입니까?”

“고행자여, 나의 신업이 다르고 구업이 다르며 의업이 다르다.”

“구담이시여, 이 3업(業)이 이렇게 서로 비슷한데 어느 업을 가장 무거운 것이라고 주장하여 악업을 행하지 않게 하고 악업을 짓지 않게 하십니까? 신업입니까, 구업입니까, 의업입니까?”

“고행자여, 이 3업은 이렇게 서로 비슷하나, 나는 의업(意業)을 가장 무거운 것이라고 주장하여 악업을 행하지 않게 하고 악업을 짓지 않게 한다. 신업과 구업은 그렇지 않다.”

“구담이시여, 의업을 가장 무거운 것이라고 주장하십니까?”

“고행자여, 나는 의업을 가장 무거운 것이라고 주장한다.”

장고행니건이 다시 두 번 세 번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의업을 가장 무거운 것이라고 주장하십니까?”
세존께서도 다시 두 번 세 번 대답하셨다.
“고행자여, 나는 의업을 가장 무거운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장고행니건은 두 번 세 번 세존께 이 일을 물어 확인한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을 세 번 돌고 물러나와 니건친자의 처소로 갔다.

니건친자는 멀리서 장고행니건이 오는 것을 보고 곧 물었다.
“고행자야, 어디서 오는가?”

장고행니건이 대답하였다.
“스승이시여, 저는 나란타의 파바리나(波婆離㮈)숲에 있는 사문 구담의 처소에서 옵니다.”

“고행자야, 혹 사문 구담과 서로 토론한 적이 있는가?”

“서로 토론하였습니다.”

“고행자야, 만일 사문 구담과 서로 토론한 것이 있으면 모두 내게 말하라. 나라야 그와 토론한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장고행니건이 세존과 토론한 것을 모두 그에게 말하자 니건친자는 다 듣고 곧 찬탄하여 말하였다.
“착하다, 고행자여. 너는 스승에 대하여 제자로서 해야 할 법을 행하였다. 지혜로운 변재(辯才)와 총명함으로 결정하였으며 안온하고 두려움이 없어 잘 제어하는 법을 성취하였으며 큰 변재를 체득하여 감로의 당기[甘露幢]를 얻었고 그 감로의 세계에서 스스로 증득하여 성취하여 노닐었구나. 무슨 까닭인가? 곧 너는 사문 구담에게 ‘몸의 형벌을 가장 무거운 것이라고 주장하여 악업을 행하지 않게 하고 악업을 짓지 않게 한다. 입의 형벌은 그렇지 못하고 뜻의 형벌은 가장 낮은 것으로서 몸의 형벌이 지극히 크고 매우 무거운 것에 미치지 못한다’라고 말하였기 때문이다.”

그때 우바리(優婆離) 거사는 500거사와 함께 대중 가운데 있다가 니건친자를 향해 합장하였다. 이어 우바리 거사는 장고행니건에게 말하였다.
“존자께서 이미 두 번 세 번 사문 구담에게 그런 일을 다짐하였소?”

장고행니건이 대답하였다.
“거사여, 나는 이미 두 번 세 번 사문 구담에게 그런 일을 다짐하였소.”

우바리 거사가 장고행니건에게 말하였다.
“나도 두 번 세 번 사문 구담에게 그런 일을 다짐한 뒤에 끌어당기는 대로 그가 따르게 할 것이다. 마치 역사가 갈기 긴 염소를 잡고 끌어당기는 대로 따르게 하는 것처럼, 나 또한 그와 같이 두 번 세 번 사문 구담에게 그런 일을 다짐한 뒤에 끌어당기는 대로 그가 따르게 할 것이다. 또 마치 역사(力士)가 손에 털가죽 옷을 잡고 먼지를 터는 것처럼, 나 또한 그와 같이 두 번 세 번 사문 구담에게 그런 일을 다짐한 뒤에 끌어당기는 대로 그가 따르게 할 것이다. 또 마치 술장수나 그의 제자가 술 거르는 주머니를 깊은 물에 담그고 끌어당기는 대로 따르게 하는 것처럼, 나 또한 그와 같이 두 번 세 번 사문 구담에게 그런 일을 다짐한 뒤에 끌어당기는 대로 그가 따르게 할 것이다. 또 마치 용상왕(龍象王)이 나이 60이 차서 어금니와 발과 몸이 갖추어 있고, 근력이 왕성하며 교만한 마하능가(摩訶能加:큰 코끼리 이름)를 역사가 끌고 가서 물로 넓적다리를 씻고 등을 씻으며 옆구리를 씻고 배를 씻으며 어금니를 씻고 머리를 씻으며 또 물속에서 장난하는 것처럼, 나 또한 그와 같이 두 번 세 번 사문 구담에게 그런 일을 다짐한 뒤에는 그가 씻는 대로 따르게 할 것이다. 나는 사문 구담의 처소로 가서 서로 담론을 벌여 항복받고 돌아올 것이다.”

니건친자가 우바리 거사에게 말하였다.
“나 또한 사문 구담을 항복받을 수 있고, 너 역시 그러하며 장고행니건도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장고행니건이 니건친자에게 말했다.
“저는 우바리 거사를 사문 구담의 처소로 보내고 싶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사문 구담은 환화주(幻化呪)를 아는데, 그 주문으로써 교화해 제자인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優婆塞)ㆍ우바사(優婆私:우바이)로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바리 거사도 사문 구담의 교화를 받아 그 제자가 될까 두렵습니다.”

니건친자가 말하였다.
“고행자야, 우바리 거사가 사문 구담의 교화를 받아 제자가 된다는 것은 끝내 그럴 수 없다. 혹 사문 구담이 우바리 거사의 교화를 받아 제자가 된다면 그것은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우바리 거사는 두 번 세 번 니건친자에게 말했다.
“저는 지금 사문 구담의 처소로 가서 그와 서로 담론을 벌여 항복받고 돌아오겠습니다.”

그러자 니건친자도 두 번 세 번 대답하였다.
“너는 빨리 가라. 나 또한 사문 구담을 항복받을 것이다. 너 역시 그렇고 장고행니건도 그렇다.”

이에 장고행니건도 다시 두 번 세 번 말씀드렸다.
“저는 우바리 거사를 사문 구담에게로 보내고 싶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사문 구담은 환화주를 아는데, 그 주문으로써 교화해 제자인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사로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바리 거사도 사문 구담의 교화를 받아 제자가 될까 두렵습니다.”

니건친자가 말하였다.
“고행자야, 우바리 거사가 사문 구담의 교화를 받아 제자가 된다는 것은 끝내 그럴 수 없다. 혹 사문 구담이 우바리 거사의 교화를 받아 제자가 된다면 그것은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우바리 거사야, 너는 가서 마음대로 하라.”

이에 우바리 거사는 니건친자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세 번 돌고 떠났다. 그는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 서로 문안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물었다.
“구담이여, 오늘 장고행니건이 여기 왔었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왔었다, 거사여.”

“구담이여, 혹 장고행니건과 토론을 벌인 적이 있었소?”

“토론한 적이 있었다.”

“구담이여, 만일 장고행니건과 토론을 벌인 적이 있었다면 모두 내게 말씀해주시오. 만일 내가 들으면 혹 알 수도 있을 것이오.”
이에 세존께서 장고행니건과 서로 토론한 내용을 그에게 모두 말씀하셨다.

이때 우바리 거사는 듣고 곧 찬탄해 말하였다.
“착하여라. 그 고행자여, 그는 스승에 대하여 제자로서 해야 할 법을 행하였소. 지혜로운 변재와 총명함으로 결정하였으며 안온하고 두려움이 없어 잘 제어하는 법을 성취하였으며 큰 변재를 체득하여 감로의 당기[甘露幢]를 얻었고 그 감로의 세계에서 스스로 증득하여 성취하여 노닐었구나. 무슨 까닭인가? 곧 그는 사문 구담에게 ‘몸의 형벌을 가장 무거운 것으로 삼아 악업을 행하지 않게 하고 악업을 짓지 않게 한다. 입의 형벌은 그렇지 못하고 뜻의 형벌은 가장 낮은 것으로서 몸의 형벌이 지극히 크고 매우 무거운 것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말하였기 때문이오.”

그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거사여, 나는 너와 함께 이 일을 토론하고자 하니 네가 만일 진실하게 사는 자라면 진실하게 대답하라.”

우바리 거사가 대답하였다.
“구담이여, 나는 진실하게 살고 있으니 진실하게 대답하겠소. 사문 구담이여, 오직 나와 함께 이 일을 토론합시다.”

세존께서는 물으셨다.
“거사여, 네 뜻에는 어떠한가? 만일 어떤 니건이 있는데 그는 보시를 좋아하고 기뻐하며 보시 행하기를 즐거워하고 실없지 않고 실없지 않은 것을 좋아하며, 극히 청정하고 지극히 주(呪)를 행한다고 하자. 만일 그가 왕래할 때 크고 작은 벌레를 많이 죽였다면 어떤가, 거사여, 저 니건친자는 이 살생에 대해서 과보를 주장하는가?”

우바리 거사가 대답하였다.
“구담이여, 만일 생각[思]이 있었다면 큰 죄가 될 것이며 만일 생각이 없었다면 큰 죄가 되지 않을 것이오.”

“거사여, 그대가 말하는 생각이란 어떤 것인가?”

“구담이여, 의업(意業)이 그것이오.”

“거사여, 너는 마땅히 생각해본 뒤에 대답하라. 그대의 말은 앞의 것은 뒤의 것과 어긋나고, 뒤의 것은 앞의 것과 어긋나서 서로 맞지 않다. 거사여, 너는 이 대중 가운데서 스스로 이렇게 말하였다.
‘구담이여, 나는 진실하게 살고 있으니 진실하게 대답하겠소. 사문 구담이여, 오직 나와 함께 이 일을 토론합시다.’
거사여, 네 뜻에는 어떠한가? 만일 어떤 니건이 끓인 물만 먹고 찬물을 끊었는데, 그는 끓인 물이 없자 찬물이라도 마시고 싶어 하였다. 그러나 찬물도 얻지 못해 곧 목숨을 마쳤다. 거사여, 니건친자는 저 니건이 어디에 태어날 것이라고 말하겠는가?”

“구담이여, 의착(意著)이라는 하늘이 있는데, 저 니건이 목숨을 마칠 때 뜻에 집착을 가지고 죽었다면 반드시 그곳에 태어났을 것이오.”

“거사여, 너는 마땅히 생각해본 뒤에 대답하라. 그대의 말은 앞의 것은 뒤의 것과 어긋나고, 뒤의 것은 앞의 것과 어긋나서 서로 맞지 않는다. 너는 이 대중 가운데서 스스로 말하였다.
‘구담이여, 나는 진실하게 살고 있으니 진실하게 대답하겠소. 사문 구담이여, 오직 나와 함께 이 일을 토론합시다.’
거사여, 네 뜻에는 어떠한가? 어떤 사람이 날카로운 칼을 가지고 와서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이 나란타(那難陁) 안의 모든 중생을 하루 동안에 쪼개고 토막 내며 베고 도려서 하나의 고기 뭉치로 만들고 하나의 고기 더미로 만들 것이다.’
거사여, 네 뜻에는 어떠하냐? 그 사람은 과연 이 나란타 안의 일체 중생을 하루 동안에 쪼개고 토막 내며 베고 도려서 한 고기 뭉치를 만들고 한 고기 더미를 만들 수 있겠는가?”

“아니오. 왜냐하면, 이 나란타 안은 매우 풍요롭고 즐거워 백성들이 많기 때문에 그 사람은 이 나란타의 모든 중생을 하루 동안에 쪼개고 토막 내며 베고 도려서 한 고기 뭉치를 만들고 한 고기 더미를 만들 수 없을 것이오. 구담이여, 그 사람은 한낱 매우 번거롭고 고단하기만 할 것이오.”

“거사여, 네 뜻에는 어떠한가? 어떤 사문 범지가 큰 여의족(如意足)이 있고 큰 위덕(威德)이 있으며 큰 복이 있고 큰 위신(威神)이 있어 마음의 자재를 얻고서 그는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한 번 성을 내어 이 나란타 안을 모두 불태워 재로 만들 것이다.’
거사여, 네 뜻에는 어떠한가? 그 사문 범지가 과연 나란타 안을 모두 불태워 재로 만들 수 있겠는가?”

“구담이여, 어찌 다만 한 나란타뿐이겠으며 어찌 다만 2ㆍ3ㆍ4의 나란타뿐이겠소? 구담이여, 그 사문 범지는 큰 여의족이 있고 큰 위덕이 있으며 큰 복이 있고 큰 위신이 있어 마음의 자재(自在)를 얻었으므로 만일 한 번 성을 내면 능히 모든 나라와 모든 백성을 불태워 재로 만들 수 있는데 하물며 한 나란타뿐이겠소?”

“거사여, 너는 마땅히 생각해본 뒤에 대답하라. 그대의 말은 앞의 것은 뒤의 것과 어긋나고 뒤의 것은 앞의 것과 어긋나서 서로 맞지 않다. 너는 이 대중 가운데서 스스로 말하였다.
‘구담이여, 나는 진실하게 살고 있으니 진실하게 대답하겠소. 사문 구담이여, 오직 나와 함께 이 일을 토론합시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거사여, 너는 혹 일찍이 큰 연못의 한가로움[大澤無事]ㆍ기린의 한가로움[騏驎無事]ㆍ사슴의 한가로움[麋鹿無事]ㆍ정적의 한가로움[靜寂無事]ㆍ빈 들판의 한가로움[空野無事] 등 한가로운 곳을 한가롭게 만든 것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구담이여, 내가 들어본 적이 있다.”

“거사여, 네 뜻에는 어떠한가? 그 누가 큰 연못의 한가로움ㆍ기린의 한가로움ㆍ사슴의 한가로움ㆍ정적의 한가로움ㆍ빈 들판의 한가로움 등 한가로운 곳을 한가롭게 만들었는가?”

우바리 거사는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거사여, 빨리 대답하라. 거사여, 빨리 대답하라. 지금은 잠자코 있을 때가 아니다. 거사여, 너는 이 대중 가운데서 스스로 말하였다.
‘구담이여, 나는 진실하게 살고 있으니 진실하게 대답하겠소. 사문 구담이여, 오직 나와 함께 이 일을 토론합시다.’”

이에 우바리 거사는 잠깐 동안 잠자코 있다가 말하였다.
“구담이시여, 제가 잠자코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다만 이 뜻을 생각할 뿐입니다. 구담이시여, 저 어리석은 니건은 잘 깨닫지도 못했고 잘 해득하지도 못했으며, 좋은 밭[良田]을 분별하지도 못했고 스스로 자세히 알지도 못했으면서 오랫동안 저를 속였고, 저는 그 때문에 그릇되게도 사문 구담에게 ‘몸의 형벌을 가장 무거운 것이라 주장하여 악업을 행하지 않게 하고 악업을 짓지 않게 하는데, 입의 형벌과 뜻의 형벌은 그보다 못하다’고 말했었습니다. 만일 제가 사문 구담의 말씀을 좇아 그 뜻을 안다면 선인(仙人)이 한 번 성을 내면 능히 큰 연못의 한가로움ㆍ기린의 한가로움ㆍ사슴의 한가로움ㆍ정적의 한가로움ㆍ빈 들판의 한가로움 등 한가로운 곳을 한가롭게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나는 이미 알았습니다. 선서(善逝)시여, 저는 이미 해득하였습니다. 저는 지금부터 부처님과 법과 비구 스님들께 귀의합니다. 오직 원하건대 세존이시여, 저를 받아들이셔서 우바새가 되게 해 주십시오. 저는 오늘부터 몸을 마치도록 귀의하여 목숨을 다하겠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거사여, 너는 잠자코 실행하되 의견을 공포하지 말라. 이렇게 훌륭한 사람은 잠자코 선행(善行)을 한다.”

“세존이시여, 그렇기 때문에 저는 세존에 대한 기쁨이 더욱 더합니다. 왜냐하면 세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기 때문입니다.
‘거사여, 너는 잠자코 실행하되 의견을 공포하지 말라. 이렇게 훌륭한 사람은 잠자코 선행을 한다.’
세존이시여, 만일 제가 다시 다른 사문 범지의 제자가 된다면 그들은 곧 당번(幢幡)과 덮개를 들고 돌아다니면서 나란타에 명령을 내려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우바리 거사가 내 제자가 되었다.’
그런데, 세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거사여, 너는 잠자코 실행하되 의견을 공포하지 말라. 이렇게 훌륭한 사람은 잠자코 선을 행한다.’”

우바리 거사가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는 오늘부터 모든 니건들이 우리 집 문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오직 세존의 4부대중[四衆] 곧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사(優婆私)만이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겠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거사여, 저 니건들은 네 집에서 오랫동안 존경을 받았다. 만일 저들이 오거든 너는 마땅히 힘닿는 대로 저들을 공양하라.”

“세존이시여, 이 때문에 제가 세존에 대한 기쁨이 더욱 더합니다. 왜냐하면 세존께서는 이와 같이 말씀하시기 때문입니다.
‘거사여, 저 니건들은 네 집에서 오랫동안 존경을 받았다. 만일 저들이 오거든 너는 마땅히 힘닿는 대로 저들을 공양하라.’
세존이시여, 저는 이전에 세존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마땅히 내게 보시하고 다른 이에게 보시하지 말라. 마땅히 내 제자에게 보시하고 다른 이의 제자에게 보시하지 말라. 만일 내게 보시하면 반드시 큰 복을 얻을 것이고 만일 다른 이에게 보시하면 큰 복을 얻지 못할 것이다. 내 제자에게 보시하면 반드시 큰 복을 얻을 것이고 다른 이의 제자에게 보시하면 큰 복을 얻지 못할 것이다.’”

“거사여, 나는 ‘마땅히 내게 보시하고 다른 이에게 보시하지 말라. 내 제자에게 보시하고 다른 이의 제자에게 보시하지 말라. 만일 내게 보시하면 반드시 큰 복을 얻을 것이며 만일 다른 이에게 보시하면 큰 복을 얻지 못할 것이다. 내 제자에게 보시하면 반드시 큰 복을 얻을 것이며 만일 다른 이의 제자에게 보시하면 큰 복을 얻지 못할 것이다’라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거사여, 나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이들에게 보시하고 마음대로 기뻐하라. 다만 정진(精進)하지 않는 자에게 보시하면 큰 복을 얻지 못할 것이며 정진하는 자에게 보시하면 반드시 큰 복을 얻을 것이다.’”

“세존이시여, 원하건대 염려 마십시오. 제 스스로 니건에게 보시할 경우와 니건에게 보시하지 않을 경우를 알아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다시 부처님과 법과 비구 스님들께 귀의합니다. 원하건대 세존이시여, 저를 받아들이셔서 우바새가 되게 해주십시오. 오늘부터 몸을 마치도록 귀의하여 목숨을 다하겠습니다.”

이에 세존께서는 우바리 거사를 위해 설법하셔서 간절히 우러르는 마음을 내게 하고 기쁨을 성취하게 하셨다. 한량없는 방편으로 그를 위해 설법하셔서 간절히 우러르는 마음을 내게 하고 기쁨을 성취하게 하신 뒤에, 모든 부처님의 법과 같이 먼저 단정법(端正法)을 말씀하셔서 듣는 이가 모두 기뻐하게 하셨다. 곧 보시(布施)를 말씀하시고 계(戒)를 말씀하시며 천상(天上)에 나는 법을 말씀하시고 욕심을 꾸짖어 재환(災患)이라 하시고, 나고 죽음을 더러움(穢)이라 하시며 욕심 없음을 찬탄하셔서 미묘한 도품(道品)의 백정(白淨)이라 하셨다. 세존께서는 그를 위해 이러한 법을 말씀하신 뒤에 그가 기뻐하는 마음[歡喜心]ㆍ구족한 마음[具足心]ㆍ부드럽고 유연한 마음[柔軟心]ㆍ참고 견디는 마음[堪耐心]ㆍ위로 오르는 마음[昇上心]ㆍ한결같은 마음[一向心]ㆍ의혹이 없는 마음[無疑心]ㆍ덮임이 없는 마음[無蓋心]이 있으며, 능(能)하고 힘이 있어 바른 법을 감당해 받을 줄을 아셨다. 그래서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른 이치대로 세존께서는 곧 그를 위하여 괴로움ㆍ괴로움의 발생ㆍ괴로움의 소멸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말씀하셨다.

우바리 거사는 곧 그 자리에서 괴로움ㆍ괴로움의 발생ㆍ괴로움의 소멸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의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四聖諦]를 보았으니, 마치 흰 천이 물들기 쉬운 것과 같이 우바리 거사는 곧 그 자리에서 괴로움ㆍ괴로움의 발생ㆍ괴로움의 소멸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의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를 보았다.

이에 우바리 거사는 법을 보고 법을 증득해 희고 깨끗한 법[白淨法]을 깨달았으며, 의심을 끊고 미혹을 건너 다시 다른 높일 이가 없어 남을 따르지 않았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이미 과증(果證)에 머물렀고 세존의 법에 대해서 두려움이 없게 되어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하고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세 번째로 부처님과 법과 비구 스님들께 귀의합니다. 원하건대 세존이시여, 저를 받아들이셔서 우바새가 되게 해주십시오. 오늘부터 몸을 마치도록 귀의하여 목숨을 다하겠습니다.”

이에 우바리 거사는 부처님의 말씀을 들어 잘 받아 지닌 뒤에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세 번 돌고 돌아갔다. 그는 문지기에게 분부하였다.
“너희들은 마땅히 알라. 나는 이제 세존의 제자가 되었다. 오늘부터는 어떤 니건이 오더라도 문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지 말고 오직 세존의 4중(衆) 제자인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사만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라. 만일 니건이 오거든 그에게 말하라.
‘존자 우바리 거사는 이제 부처님의 교화를 받아 그 제자가 되어 곧 모든 니건들이 문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오직 세존의 4중 제자인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사만 들어오는 것을 허락한다. 만일 밥이 필요하면 여기서 기다려라. 밥을 내다 주겠다.’”

때마침 장고행니건은 우바리 거사가 사문 구담의 교화를 받아 그 제자가 되어, 곧 모든 니건들이 문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오직 사문 구담의 제자인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사만 들어오는 것을 허락한다는 말을 들었다. 장고행니건은 그 말을 듣고는 니건친자에게 가서 말씀드렸다.
“스승이시여, 이 일은 본래 제가 말씀드렸던 것입니다.”

니건친자가 물었다.
“고행자야, 어떤 것이 네가 본래 말한 것인가?”

“스승이시여, 저는 본래 ‘우바리 거사를 사문 구담에게 보내고 싶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사문 구담은 환화주(幻化呪)를 아는데 그 주문으로 교화해 제자인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사로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바리 거사도 사문 구담의 교화를 받아 그 제자가 될까 두렵습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스승이시여, 우바리 거사는 이제 이미 사문 구담의 교화를 받아 그 제자가 된 뒤에는 모든 니건들이 그 문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오직 사문 구담의 제자인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사만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고 있습니다.”

“고행자야, 우바리 거사가 사문 구담의 교화를 받아 그 제자가 된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가 없다. 혹 사문 구담이 우바리 거사의 교화를 받아 그 제자가 된다면 그것은 반드시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스승이시여, 만일 제 말이 믿기지 않으면 스승님께서 직접 가보시던지 사람을 보내든지 하십시오.”

“고행자야, 네가 직접 그를 찾아가 우바리 거사가 사문 구담의 교화를 받아 그 제자가 되었는지 사문 구담이 우바리 거사의 교화를 받아 그 제자가 되었는지를 알아보라.”

장고행니건은 니건친자의 분부를 받고 우바리 거사의 집으로 갔다. 문지기는 멀리서 장고행니건이 오는 것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존자 우바리 거사는 지금 부처님의 교화를 받아 그 제자가 되어, 곧 모든 니건들이 그 문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오직 세존의 4중(衆) 제자인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사만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십니다. 만일 밥을 얻고자 하거든 여기서 기다리십시오. 내다 주겠습니다.”

장고행니건이 말하였다.
“문지기여, 나는 밥이 필요 없다.”

장고행니건은 이 일을 확인하고는 머리를 내젓고 돌아섰고 니건친자에게 가서 말씀드렸다.
“스승이시여, 제가 본래 말씀드렸던 것과 같았습니다.”

니건친자가 물었다.
“고행자여, 어떤 것이 본래 네가 말한 것인가?”

“스승이시여, 저는 본래 ‘우바리 거사를 사문 구담에게 보내고 싶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사문 구담은 환화주를 아는데, 그 주문으로 교화하여 제자인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사로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바리 거사도 사문 구담의 교화를 받아 그 제자가 될까 두렵습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스승이시여, 우바리 거사는 이제 이미 사문 구담의 교화를 받아 그 제자가 된 뒤에는, 모든 니건들이 그 문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오직 사문의 제자인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사만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고 있습니다.”

“고행자야, 우바리 거사가 사문 구담의 교화를 받아 그 제자가 된다는 것은 도저히 그럴 수가 없다. 혹 사문 구담이 우바리 거사의 교화를 받아 그 제자가 된다면 그것은 반드시 그럴 수가 있을 것이다.”

“스승이시여, 만일 제 말이 믿기지 않으시면 원컨대 스승님께서 직접 가 보십시오.”

이에 니건친자는 큰 니건 대중들 500명과 함께 우바리 거사의 집으로 갔다. 문지기는 멀리서 니건친자가 큰 니건들 500명과 함께 오는 것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존자 우바리 거사는 이제 부처님의 교화를 받아 그 제자가 되어, 곧 모든 니건들이 그 문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오직 세존의 4중 제자인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사만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십니다. 만일 밥을 얻고자 하거든 여기서 기다리십시오. 내다 주겠습니다.”

니건친자가 말하였다.
“문지기여, 나는 밥이 필요 없다. 다만 우바리 거사를 보고자 할 뿐이다.”

“원컨대 존자께서는 여기 계십시오. 제가 지금 들어가 존자 우바리 거사에게 여쭈어 보겠습니다.”

문지기는 곧 들어가 말씀드렸다.
“거사님, 마땅히 알립니다. 지금 니건친자는 큰 니건 대중들 500명과 함께 문 밖에 서서 ‘나는 우바리 거사를 보고자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바리 거사가 문지기에게 말하였다.
“너는 중문(中門)에 가서 자리를 편 뒤에 내게 와서 알려라.”

문지기는 분부를 받고 중문에 나가 자리를 펴고는 돌아와 말씀드렸다.
“거사님, 마땅히 알립니다. 자리는 다 준비되었습니다. 오직 원컨대 거사님은 마땅히 때를 아십시오.”

우바리 거사는 문지기를 데리고 중문으로 나갔다. 그곳에는 이전에 우바리 거사가 니건친자를 안아 앉히던 지극히 높고 넓으며 깨끗하고 좋은 깔개를 깐 평상 자리가 있었다. 우바리 거사는 스스로 그 위에 올라가 결가부좌하고서 문지기에게 분부하였다.
“너는 니건친자에게 가서 ‘존자시여, 우바리 거사께서는 존자께서 들어오고 싶으면 마음대로 하시라고 말씀하십니다’라고 이렇게 말하라.”

그 문지기는 분부를 받고 곧 나가 니건친자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존자시여, 우바리 거사께서 존자께서는 들어오고 싶으면 마음대로 하시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에 니건친자는 큰 니건 대중들 500명과 함께 중문에 들어섰다.

우바리 거사는 멀리서 니건친자가 큰 니건 대중들 500명과 함께 들어오는 것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존자여, 자리가 있소. 앉고 싶으면 마음대로 하시오.”

니건친자가 말하였다.
“거사여, 당신은 과연 그런가? 스스로 높은 자리에서 결가부좌하고서 남과 이야기하는 것이, 마치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자와 다름이 없구나.”

우바리 거사가 말하였다.
“존자여, 내게는 재물이 있소. 주고 싶으면 곧 줄 것이고 주고 싶지 않으면 주지 않을 것이오. 이 자리는 내 것이므로 나는 ‘자리가 있소. 앉고 싶으면 마음대로 하시오’라고 한 것이오.”

니건친자는 자리를 펴고 앉아 말하였다.
“거사여, 어찌하여 그렇게 되었는가? 사문 구담을 항복받으러 갔다가 도리어 자신이 항복하고 왔는가? 마치 사람이 눈[眼]을 찾아 숲으로 들어갔다가 눈을 잃고 돌아오는 것처럼, 거사는 사문 구담을 항복받으러 갔다가 도리어 사문 구담에게 항복하고 왔구나. 마치 어떤 사람이 목이 말라 연못에 들어갔다가 도리어 목이 말라 돌아오는 것처럼, 거사 또한 그러하여 사문 구담을 항복받으러 갔다가 도리어 항복하고 왔구나. 거사여, 어찌하여 그렇게 되었는가?”

“존자여, 내가 비유로 말할 것이니 들으시오. 슬기로운 사람은 비유를 들으면 곧 그 뜻을 이해하는 법이오. 존자여, 비유하면 어떤 한 범지에게 젊은 부인이 있었는데 그 부인은 아기를 배어 그 남편에게 말하였소.
‘나는 지금 아기를 배었습니다. 당신은 시장에 가서 아기를 위해 좋은 장난감을 사 오십시오.’
그때 범지가 그 부인에게 말하였소.
‘다만 그대가 편안하게 순산할 수 있으면 되지 그것 없는 것이 무슨 걱정이겠소? 만일 사내를 낳으면 당신을 위해 사내의 장난감을 사올 것이요, 만일 계집애를 낳으면 당신을 위해 계집애의 장난감을 사올 것이오.’
그러자 부인은 두 번 세 번 그 남편에게 말하였소.
‘나는 지금 아기를 배었습니다. 당신은 빨리 시장에 가서 아기를 위해 좋은 장난감을 사 오십시오.’
그러자 범지도 역시 두 번 세 번 그 부인에게 말하였소.
‘다만 그대가 편안하게 순산할 수 있으면 되지 그것 없는 것이 무슨 걱정이겠소? 만일 사내를 낳으면 당신을 위해 사내의 장난감을 사올 것이며, 만일 계집애를 낳으면 당신을 위해 계집애의 장난감을 사올 것이오.’

그러나 그 범지는 그 부인을 지극히 예쁘게 생각하여 곧 물었소.
‘여보, 아이를 위해서 어떤 장난감을 사왔으면 좋겠소.’
그 부인이 대답하였소.
‘당신은 가서 좋은 원숭이 새끼 장난감을 사 오십시오.’
범지는 듣자마자 시장으로 가서 원숭이 새끼 장난감을 사 가지고 와서 그 부인에게 말하였소.
‘나는 아기를 위해 원숭이 새끼 장난감을 사 왔소.’
그 부인은 그것을 보고는 빛깔이 좋지 않다고 싫어하면서 남편에게 말하였소.
‘당신은 이 원숭이 새끼 장난감을 가지고 염색하는 집에 가서 아주 사랑스럽게 황금색으로 염색하고 두드려서 광택이 나게 하십시오.’
범지는 듣자마자 그 원숭이 새끼 장난감을 가지고 염색하는 집으로 가서 말하였소.
‘이 원숭이 새끼 장난감을 아주 사랑스럽게 황금색으로 염색하고 두드려서 광택이 나게 해 주십시오.’
염색하는 사람이 곧 범지에게 말하였소.
‘원숭이 새끼 장난감을 아주 사랑스럽게 황금색으로 염색할 수는 있지만 두드려서 광택을 낼 수는 없소.’
그리고 그 염색하는 사람은 게송으로 말하였소.

원숭이는 물감은 견뎌내도
두드리는 것은 감당하지 못하네.
만일 두드리면 목숨 끊어지기에
아무래도 망치로 두드릴 수는 없네.
이것은 이 더러움의 주머니
원숭이는 더러운 것으로 가득 차있네.

존자여, 마땅히 알아야 하오. 니건이 말한 것도 역시 이와 같소. 그는 다른 이의 어려운 물음을 감당할 수 없고 또한 깊이 생각하고 관찰하지도 못하며 다만 어리석음만을 물들이고 슬기는 물들이지 못하오. 존자여, 다시 들으시오. 마치 청정한 파라나옷[波羅㮈衣]과 같이 주인이 그것을 가지고 저 염색하는 집에 가서 말하였소.
‘이 옷을 아주 사랑스럽게 아주 좋은 물감으로 염색하고 또 두드려서 광택이 나게 해주시오.’
그때 염색하는 사람이 말하였소.
‘이 옷은 아주 사랑스럽게 좋은 물감으로 염색할 수도 있고 또한 두드려 광택을 낼 수도 있소.’
이에 염색하는 집에서 게송으로 말하였소.

파라나옷은
희고 깨끗해 물감도 잘 받고
또 두드리면 부드럽고 연하여
빛깔은 더더욱 좋아진다네.

존자여, 마땅히 알아야 하오. 모든 여래(如來)ㆍ무소착(無所著)ㆍ등정각(等正覺)의 말씀도 이와 같아서 다른 이의 어려운 물음을 능히 감당해 받으실 수 있고 깊이 잘 생각하고 관찰하기도 하십니다. 다만 슬기만 물들이고 어리석음은 물들이지 않는다오.”

니건친자가 말하였다.
“거사여, 사문 구담의 환화주(幻化呪)에 걸렸는가?”

우바리 거사가 말하였다.
“존자여, 좋은 환화주이고 지극히 좋은 환화주라오. 존자여, 그 환화주는 우리 부모를 오랫동안 이익되게 하고 안온ㆍ쾌락을 얻게 하였으며 처자ㆍ노비ㆍ하인들 또한 그러하며, 나란타 국왕과 일체 세간ㆍ하늘ㆍ악마ㆍ범(梵)ㆍ사문 범지 등 사람에서 하늘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이익되게 하고 안온과 쾌락을 얻게 하셨소.”

“거사여, 온 나란타가 모두 우바리 거사는 니건의 제자인 줄 알고 있다. 지금은 결국 누구의 제자가 되었는가?”

이에 우바리 거사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무릎을 땅에 붙이고 부처님께서 계실 것 같은 방향으로 합장하고 그쪽을 향하여 말하였다.
“존자여, 내 말을 들으시오.

사내답고 용맹스러워 어리석음 떠나고
더러운 생각 끊어 항복받아 바로잡고
대적할 이 없이 미묘하게 생각하여
계율ㆍ선정ㆍ지혜를 배워 익히며
안온하여 다시는 번뇌 없으신
그 부처님 제자 우바리라네.

큰 성인은 닦아 익혀 마치고
큰 덕을 얻어 자재하게 말하며
잘 생각하시고 묘하게 관찰하여
잘난 체도 않고 구부리지도 않고
흔들리지도 않아 항상 자재하신
그 부처님 제자 우바리라네.

아첨이 없이 항상 만족할 줄 알고
아낌을 떠나 만족을 얻으시고
사문이 되어 깨달음 성취하여
최후의 몸인 높은 대사(大士)로서
견줄 데 없고 티끌도 없으신
그 부처님 제자 우바리라네.

질병도 없고 헤아릴 수 없이
지극히 심오한 무니(牟尼)3)가 되어
항상 안온하고 용맹스럽고
법에 머물러 미묘하게 생각하며
잘 제어하여 언제나 실없지 않으신
그 부처님 제자 우바리라네.

큰 용은 즐겁게 높은데 머물러
번뇌가 다해 해탈을 얻고
응공(應供)으로서 변재(辯才)가 청정하시며
지혜를 내어 슬픔을 떠나고
다시는 유(有)로 돌아오지 않는 석가(釋迦)
그 부처님 제자 우바리라네.

바른 법을 고요히 생각하시고
희롱함 없이 청정하시며
언제나 웃어 성냄이 없고
떠남을 즐겨하여 제일가는 이치 증득해
두려움 없이 항상 정진하시는
그 부처님 제자 우바리라네.

7선(仙)4)으로서 짝할 이 없는 분
3달(達)5)을 체득해 범(梵)에 이르러
깨끗이 목욕하여 밝은 등불과 같으며
지식(止息)을 얻어 원수 맺음 그치고
용맹하고 지극히 청정하신
그 부처님 제자 우바리라네.

지식(止息)을 얻어 지혜는 땅 같고
큰 지혜는 세상 탐욕 없애
가히 섬길 만한 위없는 눈을 지니신
상사(上士)로서 아무도 짝할 이 없고
또 이끌어주는 분으로서 성냄 없으신
그 부처님 제자 우바리라네.

욕망이 없는 위없는 선(善)이고
잘 다루어 견줄 데 없으며
위없어 언제나 즐거워하고
의혹이 없고 광명이 있으며
교만을 끊고 위없는 깨달음 증득하신
그 부처님 제자 우바리라네.

애욕을 끊고 견줄 데 없는 깨달음 증득해
연기도 없고 또 불꽃도 없으며
가시는 곳마다 선서(善逝) 되시어
견줄 데 없고 짝할 이 없으며
이름은 이미 바름에 이르신
그 부처님 제자 우바리라네.

이렇게 갖가지로 부처님을 찬탄한 것
본래는 일찍이 생각지 못했으나
우바리 거사 게송을 읊을 때
여러 하늘들 그에게 내려와

모든 변설로 그를 잘 도왔으며
법답게 말한 것 그 사람다웠었네.
니건친자는
부처님 십력제자에게 물었네.

니건친자가 물었다.
“거사여, 그대는 무슨 뜻으로 사문 구담을 찬탄하는가?”

우바리 거사가 대답하였다.
“존자여, 내가 비유로 말할 것이니 들으시오. 슬기로운 사람은 비유를 들으면 곧 그 뜻을 이해하는 법이오. 마치 꽃다발 만드는 사람과 꽃다발 만드는 사람의 제자가 여러 가지 꽃을 따다 긴 끈으로 꿰어 여러 가지 꽃다발을 만드는 것처럼 존자여, 여래ㆍ무소착ㆍ등정각께는 한량없이 찬탄할 만한 것이 있어서 내가 존경하기 때문에 찬탄하는 것이오.”

이 법을 말할 때 우바리 거사는 티끌을 멀리 하고 때[垢]를 떠나 모든 법에 대한 법의 눈[法眼]이 생겼다. 니건친자는 그 자리에서 뜨거운 피를 토했고 파화국(波和國)에 이르러 이 몹쓸 병으로 이내 목숨을 마쳤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우바리 거사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주석
1 팔리어로는 Dighatapassin Nigaha라고 한다. 니건친자(尼揵親子)의 제자.
2 팔리어로는 Nigaha Nātaputta라고 한다. 또는 니건타야제자(尼乾陁若提子)라고도 한다. 인도 야제족(若提族) 출신의 니건타(尼乾陁)외도. 6사(師)외도 가운데 한 명. 기나교(耆那敎:jaina)의 중흥조이다.
3 팔리어로는 muni라고 한다. 한역하여 적정(寂靜)ㆍ현인(賢人)ㆍ적묵(寂黙)이라 하며 신(身)ㆍ구(口)ㆍ의(意)의 번뇌를 없애버려 적정(寂靜)을 증득한 성자를 말한다.
4 팔리본에는 isisattama로 되어 있으며 제7선(仙)을 뜻한다. 과거 6불(佛) 이후에 세간에 출현하신 석존(釋尊)을 가리킴.
5 팔리본에는 tevijja로 되어 있으며 3명(明)을 뜻한다. 3달(達)이란 숙명지(宿命智)ㆍ천안지(天眼智)ㆍ누진지(漏盡智)의 세 가지 신통을 말한다.

중아함경 제33권

승가제바 한역

11. 대품 ⑤
134) 석문경(釋問經)1) 제18제3 염송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마갈타국(摩竭陁國)2)을 유행하실 때에 왕사성(王舍城)의 동쪽이며, 내림촌(㮈林村)의 북쪽인 비타제산(鞞陁提山)의 인다라(因陁羅) 돌집에 계셨다.

그때 천왕석(天王釋)은 부처님께서 왕사성 동쪽이며, 내림촌의 북쪽인 비타제산의 인다라 돌집에 계신다는 말을 듣고서 오결락자(五結樂子)3)에게 말하였다.
“나는 세존께서 마갈타국을 유행하시다가 왕사성 동쪽이며 내림촌 북쪽에 있는 비타제산의 인다라 돌집에 계신다는 말을 들었다. 오결아, 너도 나와 함께 부처님을 뵈러 가자.”

오결락자가 대답하였다.
“예.”
이에 오결락자는 유리 거문고를 끼고 천왕석을 따라갔다. 삼십삼천(三十三天)은 천왕석이 그 엄중한 마음으로 부처님을 뵈러 가고자 한다는 말을 듣고 삼십삼천 또한 천왕석을 모시고 따라갔다. 이에 천왕석과 삼십삼천 및 오결락자는 마치 역사가 팔을 굽혔다 펴는 것 같은 동안에 삼십삼천에서 갑자기 없어져 나타나지 않다가, 어느새 마갈타국 왕사성의 동쪽이며 내림촌의 북쪽인 비타제산의 돌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머물렀다.

그때 비타제산에서 마치 불꽃처럼 밝은 광명이 비치자 그 산 주위에 살던 백성들은 이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비타제산에 큰불이 났구나.’

그때 천왕석은 한곳에 자리 잡고 말하였다.
“오결아, 세존께서는 이렇게 일 없는 한가한 곳이나 산림이나 나무 밑이나 높은 바위에 즐겨 계시면서, 고요하여 소리가 없고 멀리 떠나 악이 없으며 백성들도 없는 데서 이치에 따라 고요히 앉아 계시는 큰 위덕이 있으신 분이다. 모든 하늘들도 그분과 함께 멀리 떠나 고요히 앉아 안온하고 쾌락하게 노닐기를 좋아한다. 그런데 우리들은 아직 통보하지도 못했으니, 곧장 그분 앞에 갈 수가 없구나. 오결아, 네가 먼저 가서 통보하여라. 뒤이어 우리들도 가겠다.”

오결락자가 대답했다.
“예.”
이에 오결락자는 천왕석의 분부를 받고 유리 거문고를 끼고서 곧 먼저 인다라 돌집으로 가서 문득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곳은 부처님에게서 가깝지도 않고 멀지도 않게 떨어져 있다. 부처님께서 나를 알아차리게 하고 내 음성을 들으시게 하자.’
그곳에 자리를 잡은 뒤에 유리 거문고를 연주하여 욕계(欲界)에 알맞은 게송ㆍ용(龍)에게 알맞은 게송ㆍ사문에게 알맞은 게송ㆍ아라하에게 알맞은 게송을 지어 노래하였다.

현자여, 당신의 부모와
달과 탐부루(耽浮樓)4)에 예경합니다.
그 지극히 뛰어나고 미묘한 당신을 낳았고
나로 하여금 기쁜 마음 내게 하였네.

답답하고 더울 때는 시원한 바람 찾고
목마르면 찬물을 마시고 싶듯
이렇게 내 당신을 사랑하기는
마치 아라하가 법을 사랑하듯 하네.

엎지른 물 담기가 어려운 것처럼
욕심에 대한 집착 또한 그러하며
한량없는 생 동안 함께 만나
집착 없는 이에게 베풀 듯 하리.

못물은 맑고 또 시원하며
그 밑에는 금싸라기 모래가 있어
만일 큰 코끼리 더위에 시달리면
그 못물에 들어가 목욕하네.

마치 갈고리에 매인 코끼리처럼
내 마음 당신에게 항복했다네.
그러나 내 행동 당신 모르기에
심원하여 아직 당신 얻지 못했네.

내 마음 지극히 당신에게 집착하여
답답하고 원망스런 내 마음 불사르네.
그러므로 나는 즐겁지 않으니
사람이 호랑이 입에 들어간 것처럼.

석자(釋子)가 선정에 드는 것처럼
언제나 한 생각으로 즐거워하였고
모니(牟尼)가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당신의 그 묘함과 깨끗함 얻었으면.

마치 모니가 즐거워하는 것은
위없고 바른 지극한 깨달음인 것처럼
이렇게 내가 즐거워하는 것
언제나 당신을 찾아 얻고자 함이네.

마치 병자가 약을 찾는 듯하고
굶주린 이가 밥을 찾는 듯하니
어진 당신께서 내 마음 잠재워
마치 물이 불을 끄듯 하십시오.

만일 내가 지은 모든 복(福)
그것으로 모든 무착(無著) 공양한다면
그것은 모두 깨끗하고 묘하니
나는 당신과 함께 그 과보 받으리.

나는 당신과 함께 마치기를 원하네.
당신을 여의고는 혼자 살지 못하리라.
나는 당신과 함께 죽을지언정
당신과 헤어져 살기를 바라지 않네.

제석께선 저와 함께 원합니다.
삼십삼천의 존귀한 분들도
당신은 사람 가운데 위없는 높은 분
이 내 소원은 아주 굳세다네.

그러므로 나는 대웅(大雄)께 예배해
사람 가운데 최상이신 분께 머리 조아리며
모든 애욕의 가시를 끊고
나는 일친(日親)5)께 예배합니다.

이에 세존께서는 삼매에서 일어나 오결락자를 찬탄하여 말씀하셨다.
“착하고 착하다. 오결이여. 네 노래 소리는 거문고 소리와 서로 어울리고 거문고 소리는 노래 소리와 어우러져 노래 소리는 거문고 소리 밖으로 벗어나지 않고 거문고 소리는 노래 소리 밖으로 벗어나지 않는구나. 오결아, 너는 혹 옛날에 이 욕계에 알맞은 게송ㆍ용에게 알맞은 게송ㆍ사문에게 알맞은 게송ㆍ아라하에게 알맞은 게송을 읊은 일을 기억하는가?”

오결락자가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오직 대선인(大仙人)께서만 스스로 아십니다. 대선인이시여, 옛날 세존께서 처음으로 도를 깨달으시고 울비라(鬱鞞羅)6) 니련선하(尼連禪河) 언덕에 있는 아사화라니구류(阿闍和羅尼拘類)나무 밑에서 노니셨을 때입니다. 탐부루악왕(耽浮樓樂王)의 딸은 이름이 현월색(賢月色)이었는데, 하늘의 수레를 부리는 마도려(摩兜麗)의 아들 결(結)은 그 처녀를 그리워하였습니다. 대선인이시여, 그가 그녀를 그리워하였을 때 나 또한 그녀 얻기를 갈구하였습니다.
그런데 대선인이시여, 저는 그녀를 갈구했지만 끝내 얻지 못하였습니다. 나는 그때 그녀의 뒤에서 이 욕계에 알맞은 게송ㆍ용에게 알맞은 게송ㆍ사문에게 알맞은 게송ㆍ아라하에게 알맞은 게송을 노래로 읊었습니다. 대선인이시여, 제가 이 게송을 노래로 읊었을 때 그녀는 돌아보고 미소를 머금으며 내게 말하였습니다.
‘오결이여, 저는 아직 저 불세존을 뵙지는 못했으나 나는 이미 삼십삼천에게서 저 여래(如來)ㆍ무소착(無所著)ㆍ등정각(等正覺)ㆍ명행성위(明行成爲)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士)ㆍ도법어(道法御)ㆍ천인사(天人師)ㆍ불중우(佛衆祐)라고 불리는 세존께서 출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오결이여, 만일 그대가 자주자주 세존을 찬탄할 수 있다면 나는 당신과 함께 저 대선인을 섬길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오직 한 번만 만나고 다음부터는 다시 보지 않을 것입니다.’”

이때 천왕석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오결락자가 이미 세존을 선정에서 깨워 일으킨 뒤에 선서(善逝)에게 나를 알렸을 것이다.’
그때 천왕석이 말하였다.
“오결아, 너는 곧 저기 가서 나를 위해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세존에게 문안을 여쭈어라.
‘거룩하신 몸 건강하고 편안하고 유쾌하여 병이 없으시며, 기거하시기 가볍고 평안하며 기력은 한결같으십니까?’
그리고 이렇게 말하라.
‘대선인이시여, 천왕석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세존께 문안드립니다. 거룩하신 몸 건강하고 편안하고 유쾌하여 병이 없으시며, 기거하시기 가볍고 평안하며 기력은 한결같으십니까? 대선인이시여, 천왕석과 삼십삼천은 세존을 뵙고자 합니다.’”

오결락자가 대답했다.
“예.”

이에 오결락자는 유리 거문고를 버리고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대선인이시여, 천왕석께서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문안드립니다.
‘거룩하신 몸 건강하고 편안하고 유쾌하여 병이 없으시며 기거하시기 가볍고 평안하며 기력은 한결같으십니까?’라고 세존께 안부를 여쭈셨습니다. 대선인이시여, 천왕석과 삼십삼천은 세존을 뵙고자 합니다.”

그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오결아, 지금 천왕석은 안온하고 쾌락하며 또 모든 하늘ㆍ사람ㆍ아수라ㆍ건달바ㆍ나찰 및 여러 다른 것들의 몸도 안온하고 쾌락한가? 오결아, 천왕석이 나를 보고자 한다면 마음대로 하라.”

이에 오결락자는 부처님 말씀을 들어 잘 받아 지니고서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세 번 돌고 떠났다. 그는 천왕석에게 가서 말했다.
“천왕이여, 제가 이미 세존께 여쭈었습니다. 세존께서는 지금 천왕을 기다리십니다. 오직 원컨대 천왕께서는 때를 아셔야 마땅할 것입니다.”

이에 천왕석과 삼십삼천 및 오결락자는 부처님 처소로 나아갔고, 그때 천왕석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두 번 세 번 자기 이름을 말했다.
“대선인이시여, 저는 천왕석입니다. 저는 천왕석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그렇다. 구익(拘翼)아, 너는 천왕석이다.”

그때에 천왕석은 두 번 세 번 자기 이름을 말하고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삼십삼천과 오결락자도 또한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천왕석이 여쭈었다.
“오직 대선인이시여, 제가 세존께 가까이 가서 앉아야 합니까, 멀찍이 앉아야 합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내게 가까이 앉아라. 왜냐하면 너에게는 많은 하늘 권속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천왕석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고 삼십삼천과 오결락자도 또한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그때 인다라 돌집이 갑자기 넓고 커졌다. 왜냐하면, 부처님의 위신(威神)과 모든 하늘들의 위덕(威德) 때문이었다.

그때 천왕석은 자리를 정한 뒤에 여쭈었다.
“오직 대선인이시여, 저는 오랫동안 세존을 뵙고자 하였고 법을 묻고자 하였습니다. 대선인이시여, 옛날 어느 때 세존께서는 사위성을 유행하시다가 바위 가운데 계셨습니다. 대선인이시여, 나는 그때 스스로를 위하고 또 삼십삼천을 위하여 1천 코끼리의 수레를 타고 비사문(鞞沙門) 대왕의 집으로 갔습니다. 그때 비사문 대왕의 집에는 반사나(槃闍那)라는 첩이 있었습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고요하게 선정에 드셨고 그 첩은 합장하고 세존께 예배하였습니다. 대선인이시여, 저는 그녀에게 말하였습니다.
‘누이여, 나는 지금 세존을 찾아가 뵐 때가 아니다. 세존께서는 선정에 드셨다. 만일 세존께서 선정에서 깨어나시거든 누이여, 곧 나를 위하여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거룩하신 몸 건강하고 편안하고 유쾌하여 병이 없으시며, 기거하시기 가볍고 평안하며 기력은 한결같으십니까?〉라고 세존께 안부를 여쭈어라. 그리고 이렇게 말하라.
〈대선인이시여, 천왕석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세존께 문안드립니다. 거룩하신 몸 건강하고 편안하고 유쾌하여 병이 없으시며, 기거하시기 가볍고 평안하며 기력은 한결같으십니까?〉’
대선인이시여, 그 누이는 저를 위하여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세존께 문안드렸습니다. 세존이시여, 기억하십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구익아, 그 누이는 너를 위하여 내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네 뜻을 갖추어 말하고 내게 문안하였다. 나도 또 기억한다. 구익아, 네가 갈 때 그 음성을 듣고 나는 곧 선정에서 깨어났다.”

천왕석이 말하였다.
“대선인이시여, 저는 옛날에 ‘만일 여래ㆍ무소착ㆍ등정각ㆍ명행성위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도법어ㆍ천인사ㆍ불중우라 불리는 이가 세상에 나오실 때에는 모든 하늘 무리를 더하고 아수라를 감한다’고 들었습니다.
대선인이시여, 저는 제 눈으로 세존의 제자 비구들이 세존을 따라 범행을 닦아 익히고 욕심을 버리고 욕심을 떠나서,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좋은 곳으로 가서 하늘에 태어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대선인이시여, 구비석녀(瞿毘釋女)는 세존의 제자입니다. 그 여인 또한 세존을 따라 범행을 닦아 익혀, 그러한 여자의 몸을 싫어하고 남자의 형상을 좋아함으로써 여자의 몸을 바꾸어 남자의 형상을 받았으니, 욕심을 버리고 욕심을 떠나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묘한 곳 삼십삼천에 태어나게 되어 내 아들이 되었습니다. 그가 태어나자마자 모든 하늘은 다 구바천자(瞿婆天子)에게 큰 여의족이 있고 큰 위덕이 있으며 큰 복이 있고 큰 위신이 있는 줄을 알았습니다.

대선인이시여, 저는 또 세존의 제자 세 비구가 또한 세존을 따라 범행을 닦아 익혔지만, 욕심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다른 하천한 기악궁(伎樂宮) 가운데 태어난 것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태어나자마자 날마다 삼십삼천에 와서 모든 하늘을 공양해 섬기고 구바천자를 받들어 모셨습니다. 구바천자는 그들을 보고 게송으로 말하였습니다.”

여안(與眼)의 우바사(優婆私)
나의 이름은 구비(瞿毘)였고
부처님과 또 법을 받들어 공경하고
청정한 뜻으로 대중을 공양했네.

나는 이미 부처님 은혜를 입고
석씨의 제자로서 큰 복과 덕이 있어
이제 묘하게 삼십삼천에 태어나니
그들은 모두 제석의 아들로 아네.

그대들 본래 비구였으나
기악신(伎樂神)으로 태어나
합장하고 앞에 섰으니
구바는 그대들 위해 게송을 설하리.

그대들은 본래 구담의 제자로
내가 본래 사람으로 있었을 때
우리 집에 찾아왔었고
나는 음식으로 잘 공양하였네.

그대들은 본래 성인과 같았고
위없는 범행을 행하였건만
이제는 남의 하인이 되어
날마다 와서 하늘을 섬기누나.

나는 본래 그대들을 받들어 섬기며
성인께서 말씀하신 법을 듣고는
믿음을 얻고 계율을 성취하여
이제 묘하게 삼십삼천에 태어났네.

그대들은 본래 섬김을 받고
위없는 범행을 행하였건만
지금은 남의 하인이 되어
날마다 와서 하늘을 섬기누나.

그대들은 무엇으로 얼굴을 삼았기에
부처님 법을 받아 지닌 뒤에도
도리어 등지고 법을 향하지 않았냐고
안목을 갖추고 법을 깨친 이 말씀하셨네.

내가 옛날에 보았던 그대들
지금은 하천한 기악으로 태어났구나.
스스로 법 아닌 행을 저질러
스스로 법 아닌 데 태어났구나.

나는 본래 가정에 있었는데
내 지금의 수승한 덕을 관찰하면
여자 몸 바꾸어 천자가 되어
5욕(欲)의 즐거움을 마음껏 누린다네.

천자(天子)가 구담의 제자를 꾸짖자
흡족해하고 그들 구담을 찬탄했네.
‘나는 이제 마땅히 진행하리라
천자의 거짓 없는 진실한 말을.’

셋 중 두 제자 부지런히 정진하여
구담의 법을 기억해 내고
욕심에 재환(災患)이 있는 줄 알아
그들은 곧 욕심을 버렸다네.

그들 욕심에 묶여 있었으나
곧 멀리 버려 여의고
마치 코끼리가 굴레를 끊듯
삼십삼천을 뛰어넘었네.

인다라(因陁羅)ㆍ하늘ㆍ범(梵)
모두가 다 와서 모일 때
그는 그 자리를 떠나버렸네
사내답고 용맹스럽게 티끌 욕심 버리고.

제석은 이를 보고 흡족하였네.
‘하늘 보다 뛰어난 하늘 중의 하늘이라
그들은 본래 하천하게 태어났으나
이제 삼십삼천마저 뛰어넘었네.’

흡족해 하며 묘식(妙息)이 말하자
구바(瞿婆)가 뒤이어 말하네.
‘사람 가운데 부처란 뛰어난 분 있으니
그 석가모니는 욕심을 아신다.’

그 제자 그 동안에 뜻을 잃었다가
내가 꾸짖자 다시 뜻을 얻어
그 셋 가운데 한 제자
곧 기악신(伎樂神)으로 태어났다네.

다른 두 제자 등정도(等正道)를 이루어
하늘에서 정근(定根)의 즐거움 얻었네.
‘그대가 이러한 법을 설하여
제자들 의혹이 사라졌다오.’

누(漏)를 건너고 삿된 의혹을 끊어
부처님께 예경하고 근(根)을 항복받고서
만일 그들 모든 법 깨닫는다면
그 둘은 올라가 나아갈 곳 얻으리라.

그들이 올라가 나아갈 곳 얻은 뒤에는
저 범천 가운데 태어날 것이니
우리는 모두 저 법을 알기에
대선(大仙)께서 여기에 이르러 왔네.

그때 세존께서는 문득 이렇게 생각하셨다.
‘이 귀신들은 오랜 세월동안 아첨이 없고 속임이 없으며 허황됨이 없고 바르고 곧아 만일 의문이 있으면 다 알고자 하기 때문에 실없이 하지 않는다. 그의 물음도 이와 같다. 나는 차라리 깊고 깊은 아비담(阿毘曇)을 설해 주는 것이 좋겠다.’
세존께서는 이런 줄을 아신 뒤에 천왕석을 위하여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현재에 즐거워하기 때문에
후세에도 또한 즐거워하네.
구익아, 너 하고자 하는 대로
스스로 거리낌 없이 물어라.
이것저것 묻는 것
모두 다 결단해 주리라.

세존께서 이미 다 허락하시자
일천(日天)은 그 이치 구하려고
마갈타국에서
어진 이 바사바(婆娑婆)7)는 물었네.

이에 천왕석은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하늘ㆍ사람ㆍ아수라ㆍ건답화(揵沓和)ㆍ나찰 및 그 밖의 여러 몸에는 각각 몇 가지 번뇌[結]가 있습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구익아, 하늘ㆍ사람ㆍ아수라ㆍ건답화ㆍ나찰 및 그 밖의 여러 몸에는 각각 2종(種)의 번뇌가 있으니, 곧 아낌과 질투이다. 그들은 각각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무기[杖]도 없고 번뇌도 없으며 원한도 없고 성냄도 없으며 다툼도 없고 싸움도 없으며 고통도 없고 안락하게 노닐고 싶다.’
그들은 비록 이렇게 생각하지만 여전히 그들에게는 무기가 있고 번뇌가 있으며 원한이 있고 성냄이 있으며 다툼이 있고 싸움이 있으며 고통이 있어 안락하게 노닐 수 없다.”

그때 천왕석이 듣고서 말씀드렸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렇습니다, 선서시여. 그렇습니다, 대선인이시여. 하늘ㆍ사람ㆍ아수라ㆍ건답화ㆍ나찰 및 그 밖의 여러 가지 몸에는 각각 2종(種)의 번뇌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내게는 무기가 없고 번뇌가 없으며 원한이 없고 성냄이 없으며 다툼이 없고 싸움이 없으며 고통이 없고 안락하게 노닐고 싶다.’
그들은 비록 이렇게 생각하지만 여전히 그들에게는 무기가 있고 번뇌가 있으며 원한이 있고 성냄이 있으며 다툼이 있고 싸움이 있으며 고통이 있어 안락하게 노닐 수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렇습니다, 선서시여. 그렇습니다, 대선인이시여. 부처님께서 설법하신 것과 같이 저는 그것을 모두 알아 의심을 끊고 미혹을 건너 망설임이 없습니다. 그것은 부처님의 말씀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때 천왕석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천왕석이 다시 여쭈었다.
“대선인이시여, 아낌과 질투는 무엇을 인연하고 무엇으로부터 생기며 무엇으로 말미암아 있습니까? 다시 무엇으로 말미암아 아낌과 질투는 없어집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구익아, 아낌과 질투는 사랑[愛]과 미움[不愛]을 인연하고 사랑과 미움으로부터 생기며 사랑과 미움으로 말미암아 있다. 만일 사랑과 미움이 없으면 곧 아낌과 질투는 없어진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렇습니다, 선서시여. 그렇습니다, 대선인이시여. 아낌과 질투는 사랑과 미움을 인연하고 사랑과 미움으로부터 생기며 사랑과 미움으로 말미암아 있습니다. 만일 사랑과 미움이 없으면 곧 아낌과 질투는 없어집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렇습니다, 선서시여. 그렇습니다, 대선인이시여. 부처님께서 설법하신 것과 같이 저는 그것을 다 알아 의심을 끊고 미혹을 건너 망설임이 없습니다. 그것은 부처님의 말씀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때 천왕석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천왕석은 다시 여쭈었다.
“대선인이시여, 사랑과 미움은 무엇을 인연하고 무엇으로부터 생기며 무엇으로 말미암아 있습니까? 다시 무엇으로 말미암아 사랑과 미움이 없어집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구익아, 사랑과 미움은 욕심[欲]을 인연하고 욕심으로부터 생기며 욕심으로 말미암아 있다. 만일 욕심이 없으면 곧 사랑과 미움은 없어진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렇습니다, 선서시여. 그렇습니다, 대선인이시여. 사랑과 미움은 욕심을 인연하고 욕심으로부터 생기며 욕심으로 말미암아 있습니다. 만일 욕심이 없으면 곧 사랑과 미움은 없어집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렇습니다, 선서시여. 그렇습니다. 대선인이시여. 부처님께서 설법하신 것과 같이 저는 다 알아 의심을 끊고 미혹을 건너 망설임이 없습니다. 그것은 부처님 말씀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때 천왕석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천왕석은 다시 여쭈었다.
“대선인이시여, 욕심은 무엇을 인연하고 무엇으로부터 생기며 무엇으로 말미암아 있습니까? 다시 무엇으로 말미암아 욕심은 없어집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구익아, 욕심은 기억[念]을 인연하고 기억으로부터 생기며 기억으로 말미암아 있다. 만일 기억이 없으면 욕심은 곧 없어진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렇습니다, 선서시여. 그렇습니다, 대선인이시여. 욕심은 기억을 인연하고 기억으로부터 생기며 기억으로 말미암아 있습니다. 만일 기억이 없으면 욕심은 곧 없어집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렇습니다, 선서시여. 그렇습니다, 대선인이시여. 부처님께서 설법하신 것과 같이 저는 그것을 다 알아 의심을 끊고 미혹을 건너 망설임이 없습니다. 그것은 부처님 말씀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때 천왕석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천왕석은 다시 여쭈었다.
“대선인이시여, 기억은 무엇을 인연하고 무엇으로부터 생기며 무엇으로 말미암아 있습니까? 다시 무엇으로 말미암아 없어집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구익아, 기억은 헤아림[思]을 인연(緣)하고 헤아림으로부터 생기며 헤아림으로 말미암아 있다. 만일 헤아림이 없으면 기억은 곧 없어진다. 기억으로 말미암아 욕심이 있고 욕심으로 말미암아 사랑과 미움이 있으며 사랑과 미움으로 말미암아 아낌과 질투가 있고 아낌과 질투로 말미암아 칼과 몽둥이ㆍ싸움ㆍ미움ㆍ아첨ㆍ속임ㆍ거짓말ㆍ이간하는 말이 있고 마음속에는 한량없이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이 생긴다. 이렇게 큰 고음(苦陰)이 생기는 것이다. 만일 헤아림이 없으면 곧 기억이 없어지고 만일 기억이 없으면 곧 욕심이 없어지며 만일 욕심이 없으면 곧 사랑과 미움이 없어지고 만일 사랑과 미움이 없으면 곧 아낌과 질투가 없어지며 만일 아낌과 질투가 없으면 곧 칼과 몽둥이ㆍ싸움ㆍ미움ㆍ아첨ㆍ속임ㆍ거짓말ㆍ이간하는 말이 없어지고 마음속에는 한량없는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이 생기지 않는다. 이렇게 큰 고음이 소멸하는 것이다.”

그때 천왕석이 듣고서 말씀드렸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렇습니다, 선서시여. 그렇습니다, 대선인이시여. 기억은 헤아림을 인연하고 헤아림으로부터 생기며 헤아림으로 말미암아 있습니다. 만일 헤아림이 없으면 곧 기억은 없어집니다. 기억으로 말미암아 욕심이 있고 욕심으로 말미암아 사랑과 미움이 있으며 사랑과 미움으로 말미암아 아낌과 질투가 있고 아낌과 질투로 말미암아 칼과 몽둥이ㆍ싸움ㆍ미움ㆍ아첨ㆍ속임ㆍ거짓말ㆍ이간하는 말이 있고, 마음속에는 한량없는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이 생긴다. 이렇게 큰 고음이 생기는 것입니다. 만일 헤아림이 없으면 곧 기억이 없어지고 만일 욕심이 없으면 곧 사랑과 미움이 없어지며, 사랑과 미움이 없으면 곧 아낌과 질투가 없어지며, 만일 아낌과 질투가 없으면 곧 칼과 몽둥이ㆍ싸움ㆍ미움ㆍ아첨ㆍ속임ㆍ거짓말ㆍ이간하는 말이 없어지며, 마음속에는 한량없는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이 생기지 않습니다. 이렇게 큰 고음이 소멸합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렇습니다, 선서시여. 그렇습니다, 대선인이시여. 부처님께서 설법하신 것과 같이 저는 그것을 다 알아 의심을 끊고 미혹을 막아 망설임이 없습니다. 그것은 부처님 말씀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때 천왕석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천왕석은 다시 여쭈었다.
“대선인이시여, 어떤 것이 실없음[戲]을 멸하는 도법[道跡]이며, 비구는 무엇을 행하여 실없음을 멸하는 도법으로 나아갑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구익아, 실없음을 소멸하는 도법은 곧 8정도[八支聖道]이니, 바른 견해[正見]에서부터 나아가 바른 선정[正定]에 이르기까지의 여덟 가지이다. 구익아, 이것을 실없음을 멸하는 도법이라고 하며, 비구는 이것을 행하여 실없음을 멸하는 도법으로 나아간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렇습니다, 선서시여. 그렇습니다, 대선인이시여. 실없음을 멸하는 도법은 곧 8정도이니, 바른 견해와 나아가 바른 선정에 이르기까지의 여덟 가지입니다. 대선인이시여, 이것을 실없음을 멸하는 도법이라고 하며, 비구는 이것을 행하여 실없음을 멸하는 도법으로 나아갑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렇습니다, 선서시여. 그렇습니다, 대선인이시여. 부처님께서 설법하신 것과 같이 저는 그것을 다 알아서 의심을 끊고 미혹을 막아 망설임이 없습니다. 그것은 부처님 말씀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때 천왕석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천왕석은 다시 여쭈었다.
“대선인이시여, 비구로서 실없음을 멸하는 도법으로 나아가려면 몇 가지 법을 끊어야 하며 몇 가지 법을 행하여야 합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구익아, 비구로서 실없음을 멸하는 도법으로 나아가려면 3법을 끊어야 하고 3법을 닦아 행해야 한다. 어떤 것이 세 가지인가? 첫째는 기억[念]이며, 둘째는 말[言]이며, 셋째는 구하는 것[求]이다. 구익아, 기억에도 두 가지가 있다고 나는 말한다. 곧 행하여야 할 것과 행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만일 행하지 않아야 할 기억이면 나는 곧 그것을 끊고, 만일 행하여야 할 기억이면 나는 그것을 하기 위한 때를 안다. 기억이 있고 지혜가 있어 그 기억을 성취하기 위한 까닭이니 말도 역시 그와 같다. 구익아, 구하는 것에도 나는 두 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곧 행하지 않아야 할 것과 행하여야 할 것이다. 만일 행하지 않아야 할 구함이라면 나는 곧 그것을 끊고, 만일 행하여야 할 구함이라면 나는 그것을 하기 위한 때를 안다. 기억이 있고 지혜가 있어 그 구함을 성취하기 위한 까닭이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렇습니다, 선서시여. 그렇습니다, 대선인이시여. 비구로서 실없음을 소멸하는 도법으로 나아가려면 3법을 끊어야 하고 3법을 닦아 행해야 합니다. 어떤 것이 세 가지인가? 첫째는 기억이며, 둘째는 말이며, 셋째는 구하는 것입니다. 대선인께서는 행해야 할 것과 행하지 않아야 할 두 가지의 기억이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만일 기억이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더 자라게 하고 착한 법을 덜어 감한다면 대선인께서는 곧 그것을 끊으시고, 만일 기억이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덜어 감하고 착한 법을 더 자라게 한다면 대선인께서는 그것을 하기 위한 때를 아실 것입니다. 생각이 있고 지혜가 있어 그 기억을 성취하기 위한 까닭입니다. 말에 대하여도 그렇습니다.
대선인께서는 또한 구함에도 행하여야 할 것과 행하지 않아야 할 두 가지가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만일 구함이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더 자라게 하고 착한 법을 덜어 감한다면 대선인께서는 곧 그것을 끊으시고, 만일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덜어 감하고 착한 법을 더 자라게 한다면 대선인께서는 그것을 하기 위한 때를 아실 것입니다. 생각이 있고 지혜가 있어 그 구함을 성취하시기 위한 까닭입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렇습니다, 선서시여. 그렇습니다, 대선인이시여. 부처님께서 설법하신 것과 같이 저는 그것을 다 알아 의심을 끊고 미혹을 막아 망설임이 없습니다. 그것은 부처님의 말씀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때 천왕석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천왕석이 다시 여쭈었다.
“대선인이시여, 비구로서 실없음을 소멸하는 도법으로 나아가려면 몇 가지 법이 있어 종해탈(從解脫)을 보호하고 몇 가지 법을 행하여야 합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구익아, 비구로서 실없음을 멸하는 도법으로 나아가려면 6법이 있어 종해탈을 보호하고 6법을 행하여야 한다. 어떤 것이 여섯 가지인가? 눈은 빛깔을 보고 귀는 소리를 들으며 코는 냄새를 맡고 혀는 맛을 맛보며 몸은 감촉을 느끼고 뜻은 법을 아는 것이다. 구익아, 눈이 빛깔을 보는 것에도 행해야 할 것과 행하지 않아야 할 두 가지가 있다고 나는 말한다. 만일 눈이 보지 않아야 할 빛깔을 본다면 나는 곧 그것을 끊고 만일 눈이 보아야 할 빛깔을 본다면 나는 그것을 하기 위한 때를 안다. 그것은 생각이 있고 지혜가 있어 그것을 성취하기 위한 까닭이다. 이와 같이 귀가 소리를 듣고 코가 냄새를 맡으며 혀가 맛을 맛보고 몸이 감촉을 느끼는 것에 대해서도 그러하다. 뜻이 법을 아는데도 행해야 할 것과 행하지 않아야 할 두 가지가 있다고 나는 말한다. 만일 뜻이 알지 않아야 할 법을 안다면 나는 곧 그것을 끊고, 만일 뜻이 알아야 할 법을 안다면 나는 그것을 하기 위한 때를 안다. 그것은 생각이 있고 지혜가 있어 그것을 성취하기 위한 까닭이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렇습니다, 선서시여. 그렇습니다, 대선인이시여. 비구로서 실없음을 소멸하는 도법으로 나아가려면 6법이 있어 종해탈을 보호하고 6법을 행하여야 합니다. 어떤 것이 여섯 가지인가? 눈은 빛깔을 보고 귀는 소리를 들으며 코는 냄새를 맡고 혀는 맛을 맛보며 몸은 감촉을 느끼고 뜻은 법을 아는 것입니다. 대선인이시여, 눈이 빛깔을 보는 데도 행해야 할 것과 행하지 않아야 할 두 가지가 있습니다. 만일 눈이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더 자라게 하고 착한 법을 덜어 감하는 빛깔을 본다면 대선인께서는 곧 그것을 끊으실 것이고, 만일 눈이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덜어 감하고 착한 법을 더 자라게 하는 빛깔을 본다면 대선인께서는 그것을 하기 위한 때를 아실 것입니다. 그것은 생각이 있고 지혜가 있어 그것을 성취하기 위한 까닭입니다.

이와 같이 귀가 소리를 듣고 코가 냄새를 맡으며 혀가 맛을 맛보고 몸이 감촉을 느끼는 것에 대해서도 또한 그러하며, 대선인께서는 뜻이 법을 아는 데도 행해야 할 것과 행하지 않아야 할 두 가지가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만일 뜻이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더 자라게 하고 착한 법을 덜어 감하는 법을 안다면 대선인께서는 곧 그것을 끊을 것이고, 만일 뜻이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덜어 감하고 착한 법을 더 자라게 하는 법을 안다면 대선인께서는 그것을 하기 위한 때를 아실 것입니다. 그것은 생각이 있고 지혜가 있어 그것을 성취하기 위한 까닭입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렇습니다, 선서시여. 그렇습니다, 대선인이시여. 부처님께서 설법하신 것과 같이 저는 그것을 다 알아 의심을 끊고 미혹을 막아 망설이지 않습니다. 그것은 부처님의 말씀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때 천왕석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천왕석이 다시 여쭈었다.
“대선인이시여, 비구로서 실없음을 소멸하는 도법으로 나아가려면 목숨이 한 시간쯤 남아 있을 때에 다시 몇 가지 법을 끊어야 하며, 몇 가지 법을 행하여야 합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구익아, 비구로서 실없음을 소멸하는 도법으로 나아가려면 목숨이 한 시간쯤 남아 있을 때 다시 3법을 끊어야 하고 3법을 행하여야 한다. 어떤 것이 세 가지인가? 첫째는 기쁨[喜]이며 둘째는 걱정[憂]이며 셋째는 평정[捨]이다. 구익아, 기쁨에도 행하여야 할 것과 행하지 않아야 할 두 가지가 있다고 나는 말한다. 만일 행하지 않아야 할 기쁨이면 나는 곧 그것을 끊고, 만일 행하여야 할 기쁨이면 나는 그것을 하기 위한 때를 안다. 그것은 생각이 있고 지혜가 있어 그것을 성취하기 위한 까닭이다. 걱정에 대해서도 그러하다. 구익아, 평정에도 행하여야 할 것과 행하지 않아야 할 두 가지가 있다고 나는 말한다. 만일 행하지 않아야 할 평정이라면 나는 곧 그것을 끊고 만일 행하여야 할 평정이라면 나는 그것을 하기 위한 때를 안다. 그것은 생각이 있고 지혜가 있어 그것을 성취하기 위한 까닭이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렇습니다, 선서시여. 그렇습니다, 대선인이시여. 비구로서 실없는 도법을 소멸하는 데로 나아가려면 목숨이 한 시간쯤 남아 있을 때 3법을 끊어야 하고 3법을 닦아야 합니다. 어떤 것이 세 가지인가? 첫째는 기쁨이요 둘째는 걱정이며 셋째는 평정입니다. 대선인께서는 기쁨에도 행하여야 할 것과 행하지 않아야 할 두 가지가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만일 기쁨이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더 자라게 하고 착한 법을 덜어 감하는 것이면 대선인께서는 곧 그것을 끊고, 만일 기쁨이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덜어 감하고 착한 법을 더 자라게 하는 것이면 대선인께서는 그것을 하기 위한 때를 아실 것입니다. 그것은 생각이 있고 지혜가 있어 그것을 성취하기 위한 까닭입니다. 걱정에 대해서도 또한 그러하며, 대선인께서는 평정에도 행하여야 할 것과 행하지 않아야 할 두 가지가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만일 평정이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더 자라게 하고 착한 법을 덜어 감하는 것이면 대선인께서는 곧 그것을 끊으시고, 만일 평정이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덜어 감하고 착한 법을 더 자라게 하는 것이면 대선인께서는 그것을 하기 위한 때를 아실 것입니다. 그것은 생각이 있고 지혜가 있어 그것을 성취하기 위한 까닭입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렇습니다, 선서시여. 그렇습니다, 대선인이시여. 부처님께서 설법하신 것과 같이 저는 그것을 다 알아 의심을 끊고 미혹을 막아 망설임이 없습니다. 그것은 부처님의 말씀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때 천왕석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천왕석이 다시 여쭈었다.
“대선인이시여, 모든 사문 범지는 동일한 말[說]ㆍ동일한 욕심[欲]ㆍ동일한 사랑[愛]ㆍ동일한 즐거움[樂]ㆍ동일한 뜻[意]을 가집니까?”

세존께서 듣고 나서 대답하셨다.
“구익아, 모든 사문 범지가 동일한 말ㆍ동일한 욕심ㆍ동일한 사랑ㆍ동일한 즐거움ㆍ동일한 뜻을 가진 것은 아니다.”

“대선인이시여, 모든 사문 범지가 무슨 까닭으로 동일한 말과 동일한 욕심ㆍ 동일한 사랑ㆍ동일한 즐거움ㆍ동일한 뜻을 가지지 않습니까?”

“구익아, 이 세상에는 몇몇의 세계가 있는가 하면 한량없는 세계도 있다. 그들은 그들이 아는 세계를 따르고 곧 그 세계에서 그 힘을 따르고 그 방편을 따라 한결같이 이것은 진실이며 다른 것은 허망하다고 말한다. 구익아, 그러므로 모든 사문 범지가 동일한 말ㆍ동일한 욕심ㆍ동일한 사랑ㆍ동일한 즐거움ㆍ동일한 뜻을 가진 것은 아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렇습니다, 선서시여. 그렇습니다, 대선인이시여. 이 세계에는 몇몇의 세계가 있는가 하면 한량없는 세계가 있습니다. 그들은 그들이 아는 세계를 따르고 곧 그 세계에서 그 힘을 따르고 그 방편을 따라 한결같이 ‘이것은 진실이며 다른 것은 허망하다’라고 말합니다. 대선인이시여, 그러므로 모든 사문 범지는 동일한 말ㆍ동일한 욕심ㆍ동일한 사랑ㆍ동일한 즐거움ㆍ동일한 뜻을 가진 것은 아닙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렇습니다, 선서시여. 그렇습니다, 대선인이시여. 부처님께서 설법하신 것과 같이 저는 그것을 다 알아 의심을 끊고 미혹을 막아 망설임이 없습니다.”

그때 천왕석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천왕석이 다시 여쭈었다.
“대선인이시여, 모든 사문 범지는 구경(究竟)에 이르게 되어 희고 깨끗함[白淨]이 구경에 이르고, 범행(梵行)이 구경에 이르며 범행이 구경에 이르러 마치게 됩니까?”

세존께서는 대답하셨다.
“구익아, 꼭 모든 사문 범지가 구경에 이르게 되어 희고 깨끗함이 구경에 이르고, 범행이 구경에 이르며 범행이 구경에 이르러 마치게 되는 것은 아니니라.”

“대선인이시여, 무슨 까닭으로 꼭 모든 사문 범지가 구경에 이르게 되어 희고 깨끗함이 구경에 이르고, 범행이 구경에 이르며 범행이 구경에 이르러 마치게 되지 않습니까?”

“구익아, 만일 어떤 사문 범지가 위없는 애욕에 있어서 다 바르고 착하게 마음이 해탈하지 못하면, 그는 구경에 이르지 못하여 희고 깨끗함이 구경에 이르지 못하고 범행이 구경에 이르지 못하며,범행이 구경에 이르러 마치지 못하게 된다. 구익아, 만일 어떤 사문 범지가 위없는 애욕에 있어서 다 바르고 착하게 마음이 해탈하면 그는 구경에 이르러 희고 깨끗함이 구경에 이르고 범행이 구경에 이르며 범행이 구경에 이르러 마치게 된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렇습니다, 선서시여. 그렇습니다, 대선인이시여. 만일 어떤 사문 범지가 위없는 애욕에서 다 바르고 착하게 마음이 해탈하지 못하면 그는 구경에 이르지 못하여 희고 깨끗함이 구경에 이르지 못하고 범행이 구경에 이르지 못하며 범행이 구경에 이르러 마치지 못할 것입니다. 대선인이시여, 만일 어떤 사문 범지가 위없는 애욕에 있어서 다 바르고 착하게 마음이 해탈하면, 그는 구경에 이르러 희고 깨끗함이 구경에 이르고 범행이 구경에 이르며 범행이 구경에 이르러 마치게 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렇습니다, 선서시여. 그렇습니다, 대선인이시여. 부처님께서 설법하신 것과 같이 저는 그것을 다 알아 의심을 끊고 미혹을 막아 망설임이 없습니다. 그것은 부처님의 말씀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때 천왕석은 부처님 말씀을 들어 잘 받아 지니고서 다시 여쭈었다.
“대선인이시여, 내게는 오랫동안 의혹의 가시[刺]가 있었는데, 세존께서 오늘 그것을 빼내주셨습니다. 왜냐하면 곧 여래ㆍ무소착ㆍ등정각이시기 때문입니다.”

세존께서 물으셨다.
“구익아, 너는 혹 옛날에 다른 사문 범지에게도 이런 일을 물어 본 적이 있는가?”

그때 천왕석이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대선인께서는 마땅히 스스로 아실 것입니다. 대선인이시여, 삼십삼천은 법당에 모여 각각 슬픔을 가지고 몇 번이나 탄식하며 말하였습니다.
‘우리들이 만일 여래ㆍ무소착ㆍ등정각을 만나면 꼭 찾아뵐 것이다.’
대선인이시여, 그런데 저희들은 여래ㆍ무소착ㆍ등정각을 만나지 못하고 곧 5욕의 공덕[五欲功德]8)을 구족하게 행하였습니다. 대선인이시여, 우리들은 방일(放逸)하였고 방일한 뒤에는 큰 위덕이 있는 천자가 지극히 묘한 곳에서 곧 목숨을 마쳤습니다. 대선인이시여, 저는 큰 위덕이 있는 천자가 지극히 묘한 곳에서 목숨을 마치는 것을 보았을 때 곧 극심한 싫증이 생겨 몸의 털이 곤두서서 생각하였습니다.
‘나는 이곳에서 목숨을 마치지 말았으면…….’

대선인이시여, 저는 이렇게 싫증내고 이렇게 슬퍼한 까닭으로 말미암아 만일 다른 사문 범지가 일 없는 한가한 곳이나 산림이나 나무 밑이나 높은 바위에 즐겁게 있으면서 고요하여 소리가 없고 멀리 떨어져 악이 없으며, 또 사람도 없는 데서 이치를 따라 고요히 선정에 들고 그가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을 좋아하며 고요히 선정에 들어 안온하고 쾌락하게 노닐고 있으면, 저는 그를 보고 나서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저 사람은 여래ㆍ무소착ㆍ등정각일 것이다.’
그래서 곧 가서 만나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는 저를 몰라보고 제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누굽니까?’
그때 저는 대답하였습니다.
‘대선인이시여, 저는 천왕석입니다. 대선인시이여, 저는 천왕석입니다.’

그분은 다시 저에게 물었습니다.
‘저는 일찍이 석(釋)을 보고 또한 석종성(釋種姓)을 본 적이 있습니다. 무슨 이유로 이름을 석이라 하였으며 무슨 이유로 석종성이라고 합니까?’
저는 다시 그분께 대답했습니다.
‘대선인이시여, 만일 누가 와서 저에게 어떤 일을 물으면 저는 곧 그 능한 바와 그 능력에 따라 그에게 대답하기 때문에 석(釋)이라고 이름합니다.’
그러자 그가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우리가 만일 그 일에 따라 석에게 물으면 석도 역시 그 일에 따라 우리에게 대답할 것이다.’
그가 저에게 물었지 저는 그에게 묻지 않았고, 그가 저에게 귀명했지 제가 그에게 귀명하지는 않았습니다. 대선인이시여, 그 사문 범지에게서는 끝내 위의법(威儀法)의 가르침을 얻지 못하였는데 하물며 이런 질문을 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때 천왕석이 게송으로 말하였다.

석(釋)이 이미 지나간 뒤에
지금의 석은 이렇게 말하네,
마음속 생각을 멀리 떠나고
모든 의심과 망설임을 없애라고.

오래도록 세상을 돌아다니며
여래를 갈구해 찾다가
멀리 떠나 있으면서 선정에 든
사문 범지 보고는
이분이 바로 정각이라 생각하여
공경히 받들어 예로써 섬겼네.

어떻게 위로 오르느냐고
나는 이렇게 그에게 물었으나
이렇게 물어도 그는 거룩한 도와
도의 자취를 알지 못했네.

세존께서는 이제 나를 위하여
만일 마음에 의심이 있고
생각하는 것과 헤아림 있으며
그 뜻으로 행하는 바 있으면
마음의 숨김과 드러남 알아
현명한 이 나를 위해 말씀하시네.

거룩한 부처님은 거룩한 스승이시고
거룩한 무소착ㆍ모니(牟尼)이시며
모든 번뇌[結使]9)를 끊고
스스로 건너시고 중생도 건지시네.

깨달은 이로서는 제일의 깨달은 이
이끄는 이로서는 최상의 이끄는 이
쉬는 이로서는 가장 묘하게 쉬는 이
대선인께서는 스스로 건너시고 중생도 건지시네.

그러므로 나는 천존께 예배하고
최상의 사람에게 머리를 조아리니
모든 애욕의 가시를 끊고
나는 오늘 일친(日親)께 예배하네.

이에 세존께서 물으셨다.
“구익아, 너는 혹 옛날에 이러한 떠남을 얻었고 이러한 기쁨을 얻었느냐? 곧 내게서 법의 기쁨을 얻었었느냐?”

그때 천왕석이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대선인만이 마땅히 스스로 아실 것입니다. 대선인이시여, 옛날 어느 때 하늘과 아수라(阿修羅)가 서로 싸웠습니다. 대선인이시여, 하늘과 아수라가 서로 싸울 때 저는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하늘이 이겨 아수라를 부수게 하자. 그리고 모든 하늘의 음식과 아수라의 음식을 다 삼십삼천의 음식이 되게 하자.’
대선인이시여, 하늘과 아수라가 서로 싸울 때 하늘은 승리를 얻어 아수라를 부수고 모든 하늘의 음식과 아수라의 음식을 모두 삼십삼천의 음식이 되게 하였습니다. 대선인이시여, 그때 떠남이 있고 기쁨은 있었지만 칼과 몽둥이ㆍ번뇌ㆍ원한ㆍ싸움ㆍ미움이 섞여 신통을 얻지 못하고 도를 깨닫지 못하였으며 열반을 얻지 못하였습니다. 대선인이시여, 오늘은 떠남[離]을 얻고 기쁨[喜]을 얻었으며, 칼과 몽둥이ㆍ번뇌ㆍ원한ㆍ싸움ㆍ미움이 섞이지 않고 도를 깨달았으며 또한 열반을 얻었습니다.”

“구익아, 너는 무엇으로 인하여 떠남을 얻고 기쁨을 얻었느냐? 곧 내게서 법의 기쁨을 얻었느냐?”

“대선인이시여,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내가 여기에서 목숨을 마친 뒤에는 인간으로 태어나 만일 거기에 종족이 있으면 매우 풍족하여 즐거우며, 재산은 한량없고 목축과 일거리가 헤아릴 수 없으며 봉호(封戶)와 식읍(食邑)과 여러 가지가 구족하였으면 한다. 곧 찰리(刹利) 장자의 종족ㆍ범지(梵志) 장자의 종족ㆍ거사(居士) 장자의 종족 및 다른 종족으로서 지극히 크고 풍족하여 즐거우며, 재산은 한량없고 목축과 일거리가 헤아릴 수 없으며 봉호와 식읍과 여러 가지가 구족한 이러한 종족으로 태어난 뒤에는 모든 근(根)을 성취하고 여래께서 말씀하신 법(法)과 율(律)에 믿음을 얻게 되면, 믿음을 얻은 뒤에는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려 집 없이 도를 배웠으면 한다. 지혜를 배우고 지혜를 배운 뒤에 만일 지혜를 증득하면 곧 구경의 지혜[究竟智]를 얻고 구경의 끝[究竟邊]을 얻게 하며, 지혜를 배우고 지혜를 배운 뒤에 만일 지혜를 증득하고도 구경의 지혜를 얻지 못하면 혹은 여러 하늘 가운데서 큰 복이 있고 형색과 모습이 위풍당당하고 광채가 나며 지극히 위력이 있고 안온하고 쾌락하여 오랫동안 궁전에서 살며 그 중에서 최상인 곳에 태어나되 내가 그 가운데 태어났으면 한다.’”

이에 천왕석은 게송으로 말하였다.

하늘 몸을 버려 여의고
내려와 인간으로 태어나되
어리석은 이의 태에 들어가지 않고
내 마음으로 좋아하는 곳에 태어나리.

몸의 원만함을 얻은 뒤에는
질박하고 곧은 바른 도를 체득하여
완전히 갖춘 범행을 행하면서
언제나 걸식을 즐겨하리.

“지혜를 배우고 지혜를 배운 뒤에 만일 지혜를 증득하면 곧 구경의 지혜를 얻고 구경의 끝을 얻고자 합니다. 지혜를 배우고 지혜를 배운 뒤에, 만일 지혜를 얻고도 구경의 지혜를 얻지 못하면 마땅히 최상의 묘한 하늘이 되어 모든 하늘이 그 이름을 듣는 색구경천(色究竟天)으로 가서 그곳에서 태어났으면 합니다. 대선인이시여, 마땅히 아나함(阿那含)이 되기를 원합니다. 대선인이시여, 저는 이제 결정코 수다원(須陀洹)을 증득하였습니다.”

세존께서 물으셨다.
“구익아, 너는 무엇으로 인하여 이 지극히 좋고 지극히 높으며 지극히 넓은 계덕을 얻어 스스로 수다원을 증득하였다고 일컫는가?”

그때 천왕석이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다시 다른 거룩한 분 없고
오직 세존의 경계뿐이었네.
일찍이 이곳에 없었던
최상의 공덕을 얻었다네.

대선인이시여, 저는 이 자리에서
곧 이 하늘 몸으로
다시 목숨을 더할 수 있으니
제 눈으로 이와 같이 봅니다.

이 법을 말할 때 천왕석은 모든 티끌[塵]과 때[垢]를 멀리 여의어 온갖 법에 대한 법안(法眼)이 생겼고, 또 8만의 모든 하늘들도 티끌과 때를 멀리 여의어 모든 법에 대한 법안이 생겼다. 이에 천왕석은 법을 보고 법을 얻어 희고 깨끗한 법을 깨닫고 의심을 끊고 미혹을 건너 다시 따를 만한 다른 거룩한 이가 없게 되었으며 망설임 없이 이미 과증(果證)에 머물러 세존법(世尊法)에서 무서움이 없게 되었다. 그래서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부터 부처님과 법과 비구 스님께 귀의하겠습니다. 원하건대 세존이시여, 저를 받아들이셔서 우바새가 되게 해 주십시오. 오늘부터 시작하여 몸을 마치도록 귀의하여 목숨이 다할 때까지 이르겠습니다.”

그리고 천왕석은 오결락자를 찬탄하여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너 오결은 내게 큰 이익을 주었다. 왜냐하면 너로 인해 부처님께서 선정에서 깨어나셨기 때문이다. 네가 먼저 세존을 선정에서 깨어나시게 했기 때문에 우리는 그 다음에 부처님을 뵙게 되었다. 오결아, 내가 여기서 돌아가면 탐부루(耽浮樓) 기악왕(伎樂王)의 딸 현월색(賢月色)을 너에게 시집보내 아내로 삼게 하고 또 아비 기악왕의 본 나라를 너에게 주어 너를 기악왕으로 삼을 것이다.”

그리고 천왕석이 삼십삼천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다 오라. 만일 우리들이 본래 범천왕(梵天王)을 위하여 범천에서 살면서 두 번 세 번 공경하고 예로써 섬겼다면 우리들은 이제 다 세존을 위하여 공경하고 예로써 섬겨야 한다. 왜냐하면 세존께서는 범천이시고 범천이 만물을 만들 때 가장 높은 이로서 중생과 중생의 생명과 마땅히 그들이 있어야 할 그곳을 내고 알 만한 것은 다 알고 볼 만한 것은 다 보시기 때문이다.”

이에 천왕석과 삼십삼천 및 오결락자는 본래는 범천왕을 위하여 범천에 살면서 두 번 세 번 공경하고 예로써 섬겼지만, 이제는 다 세존을 위하여 공경하고 예로써 섬기고 여래ㆍ무소착ㆍ등정각께 머리를 조아렸다. 천왕석과 삼십삼천과 오결락자는 두 번 세 번 세존을 위하여 공경하고 예로써 섬기고서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세 번 돌고는 거기서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그때 형색과 모습이 위풍당당하고 광채가 나는 범천이, 새벽이 되자 부처님 처소로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나 한쪽에 서서 곧 게송으로 세존께 여쭈었다.

많은 이익과 이치를 행하고
이로움과 이치를 보아야 범천이라 할 것이니
마갈국에 머무시는 현인께
바사바(婆娑婆)는 이 일을 여쭈었습니다.

대선인이 이 법을 말씀하셨을 때 천왕석은 티끌과 때를 멀리 여의어 모든 법에 대한 법안이 생겼고, 또 8만의 모든 하늘도 역시 티끌과 때를 멀리 여의어 모든 법에 대한 법안이 생겼다. 이에 세존께서는 범천에게 말씀하셨다.
“그렇다, 그렇다. 범천이 말한 것과 같다.

많은 이익과 이치를 행하고
이로움과 이치를 보아야 범천이라 할 것이니
마갈국에 머무시는 현인께
바사바는 이 일을 여쭈었습니다.

범천아, 내가 법을 연설하였을 때 천왕석은 티끌과 때를 멀리 여의어 모든 법에 대한 법안이 생겼고, 또 8만의 하늘들도 역시 티끌과 때를 멀리 여의어 모든 법에 대한 법안이 생겼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천왕석과 33천ㆍ오결락자 및 대범천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이 석문경에 수록된 경문 글자 수는 총 7,368자이다.

135) 선생경(善生經)10) 제19제3 염송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王舍城)을 유행하실 적에 두꺼비숲[蝦蟆林]에 머무셨다.

그때 선생(善生) 거사(居士)의 아버지는 임종 때 6방(方)에 대하여 그 아들에게 유언으로써 잘 가르쳐 훈계하였다.
“선생아, 내가 죽은 뒤에는 너는 마땅히 합장하고 6방(方)을 향하여 이렇게 예배하여라.
‘동방(東方)에 만일 중생이 있으면 나는 그들을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기를 다하리라. 내가 그들에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기를 다하고 나면 그들도 또한 마땅히 나를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길 것이다. 이와 같이 남방ㆍ서방ㆍ북방ㆍ하방(下方)ㆍ상방(上方)에 대해서도 또한 그러하나니, 만일 중생이 있으면 나는 그들을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기를 다하리라. 내가 그들에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기를 다하고 나면, 그들도 또한 마땅히 나를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길 것이다.’”

거사의 아들 선생은 아버지의 분부를 받고 아버지에게 말씀드렸다.
“마땅히 아버님의 분부대로 행하겠습니다.”

이에 거사의 아들 선생은 그 아버지가 돌아간 뒤에, 이른 아침에 목욕하고 새로 지은 베옷[新蒭磨衣]을 입고, 손에는 생구사잎[生拘舍葉]을 들고 물가로 나가, 합장하고 6방(方)을 향하여 예배하였다.
‘동방에 만일 중생이 있으면 나는 그들을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기를 다하리라. 내가 그들에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기를 다하고 나면 그들도 또한 마땅히 나를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길 것이다. 이와 같이 남방ㆍ서방ㆍ북방ㆍ하방ㆍ상방에 대해서도 또한 그러하나니, 그곳에 만일 중생이 있으면 나는 그들을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리라. 내가 그들에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기를 다하고 나면 그들도 또한 마땅히 나를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길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밤이 지나고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왕사성에 들어가 걸식하셨다. 세존께서는 왕사성에 들어가 걸식하실 때, 멀리서 거사의 아들 선생이 이른 아침에 목욕하고 새 베옷을 걸치고 손에는 생구사잎을 들고 물가로 나가 합장하고 6방(方)을 향하여 예배하는 것을 보셨다.
‘동방에 만일 중생이 있으면 나는 그들을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기를 다하리라. 내가 그들에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기를 다하고 나면 그들도 또한 마땅히 나를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길 것이다. 이와 같이 남방ㆍ서방ㆍ북방ㆍ하방ㆍ상방에 대하여도 또한 그러하나니, 그곳에 만일 중생이 있으면 나는 그들을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기를 다하리라. 내가 그들에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기를 다하고 나면 그들도 또한 마땅히 나를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길 것이다.’

세존께서는 그것을 보신 뒤에 선생 거사자가 있는 곳으로 가셔서 물으셨다.
“거사자여, 어떤 사문 범지의 가르침을 받았는가? 누가 너에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는 일을 가르쳤기에, 너는 이른 아침에 목욕하고 새 베옷을 입고, 손에는 생구사잎을 들고 물가로 나가 합장하고 6방(方)을 향하여 이렇게 예배하는가?
‘동방에 만일 중생이 있으면 나는 그들을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기를 다하리라. 내가 그들에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기를 다하고 나면 그들도 또한 마땅히 나를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길 것이다. 이와 같이 남방ㆍ서방ㆍ북방ㆍ하방ㆍ상방에 대해도 또한 그러하나니, 그곳에 만일 중생이 있으면 나는 그들을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기를 다하리라. 내가 그들에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기를 다하고 나면 그들도 또한 나를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길 것이다.’”

거사의 아들 선생이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저는 다른 사문 범지의 가르침을 받지 않았습니다. 세존이시여, 제 아버님께서는 임종하실 때 6방(方)에 대하여 저에게 유언으로써 잘 가르쳐 훈계하셨습니다.
‘선생아, 내가 죽은 뒤에는 너는 마땅히 합장하고 6방(方)을 향하여 이렇게 예배하여라.
〈동방에 만일 중생이 있으면 나는 그들을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기를 다하리라. 내가 그들에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기를 다하고 나면 그들도 또한 마땅히 나를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길 것이다. 이와 같이 남방ㆍ서방ㆍ북방ㆍ하방ㆍ상방에 대하여도 또한 그러하나니, 그곳에 만일 중생이 있으면 나는 그들을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기를 다하리라. 내가 그들에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기를 다하고 나면 그들도 또한 마땅히 나를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길 것이다.〉

세존이시여, 저는 아버지의 유언을 받아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기 위하여, 이른 아침에 목욕하고 새 베옷을 입고, 손에는 생구사잎을 들고 물가로 나가 합장하고 6방을 향하여 예배하였습니다.
‘동방에 만일 중생이 있으면 나는 그들을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기를 다하리라. 내가 그들에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기를 다하고 나면, 그들도 또한 마땅히 나를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길 것이다. 이와 같이 남방ㆍ서방ㆍ북방ㆍ하방ㆍ상방에 대하여도 또한 그러하나니, 그곳에 만일 중생이 있으면 나는 그들을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기를 다하리라. 내가 그들에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기를 다하고 나면, 그들도 또한 마땅히 나를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길 것이다.’”

세존께서는 이 말을 들으시고 말씀하셨다.
“거사의 아들이여, 나도 6방(方)이 있다고 말했지, 없다고 말하지 않았다. 거사의 아들이여, 만일 어떤 사람이 6방을 잘 분별하여 4방(方)의 악하고 착하지 않은 업의 때를 여의면, 그는 현재에 있어서도 공경할 만하고 존중할 만하며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도 반드시 좋은 곳으로 가 천상에 날 것이다. 거사자여, 중생들에게는 네 가지의 업(業)과 네 가지의 더러움[穢]이 있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거사자여, 살생은 중생의 업의 종자[業種]요, 더러움의 종자[穢種]이다. 도둑질[不與取]과 사음(邪淫)과 거짓말[妄言]은 중생의 업의 종자요 더러움의 종자이니라.”

그리고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말씀하셨다.

살생과 주지 않는 것을 가지는 일과
사음으로써 남의 아내 범하고
말하는 바가 진실하지 않으면
슬기로운 사람은 칭찬하지 않느니라.

“거사의 아들이여, 사람은 4사(事)로 인하여 많은 죄를 짓는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욕심을 부리고[行欲] 성을 내며[行恚] 두려움을 주고[行怖] 어리석음[行癡]을 행하는 것이니라.”

이어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말씀하셨다.

욕심과 성냄과 두려움과 어리석음
악하고 법답지 않은 행을 행하면
그의 이름은 반드시 사라지나니
마치 달이 그믐으로 향하는 것 같으니라.

“거사의 아들이여, 사람은 4사(事)로 인하여 많은 복을 받는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욕심을 부리지 않고 성을 내지 않으며 두려움을 주지 않고 어리석음을 행하지 않는 것이니라.”

이어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말씀하셨다.

욕심을 끊고 성내지 않고 두려움 주지 않고
어리석음이 없어 법다운 행 행하면
그의 이름은 두루 널리 퍼지나니
마치 달이 보름으로 향하는 것 같으니라.

“거사의 아들이여, 재물을 구하는 자는 마땅히 여섯 가지 도 아닌 것[六非道]을 알아야 한다. 어떤 것이 여섯 가지인가? 첫째는 갖가지 노름으로 재물을 구하는 것은 도가 아니다. 둘째는 부적절할 시기에 재물을 구하는 것은 도가 아니다. 셋째는 술을 마시고 방탕하게 재물을 구하는 것은 도가 아니다. 넷째는 나쁜 벗을 가까이하여 재물을 구하는 것은 도가 아니다. 다섯째는 항상 풍류놀이를 좋아하면서 재물을 구하는 것은 도가 아니다. 여섯째는 게으르면서 재물을 구하는 것은 도가 아니다.

거사의 아들이여, 만일 사람이 갖가지로 노름을 하면 마땅히 여섯 가지 재환(災患)이 있는 줄을 알아야 한다. 어떤 것이 여섯 가지인가? 첫째는 지면 원한이 생기고, 둘째는 잃으면 부끄러움이 생기며, 셋째는 지면 잠이 편안하지 못하고, 넷째는 원수 집을 기쁘게 하며, 다섯째는 일가를 걱정하게 하고, 여섯째는 대중에게 말을 하여도 남이 신용하지 않는다. 거사의 아들이여, 노름하는 사람은 사업을 경영하지 못하고 사업을 경영하지 못하면 공업(功業)을 이루지 못하며 아직 얻지 못한 재물은 얻을 수 없고 본래 있던 재물은 자꾸 없어지느니라.

거사의 아들이여, 만일 사람이 부적절한 시기에 행하면 마땅히 여섯 가지 재환이 있는 줄을 알아야 한다. 어떤 것이 여섯 가지인가? 첫째는 자신을 보호하지 못하고, 둘째는 재물을 보호하지 못하며, 셋째는 처자식을 보호하지 못하고, 넷째는 남의 의심을 받으며, 다섯째는 많은 괴로움과 근심이 생기고, 여섯째는 남의 비방을 받는다. 거사의 아들이여, 사람이 부적절한 시기에 행하면 사업을 경영하지 못하고 사업을 경영하지 못하면 공업을 이루지 못하며 아직 얻지 못한 재물은 얻을 수 없고 본래 있던 재물은 자꾸 없어지느니라.

거사의 아들이여, 만일 사람이 술을 먹고 방탕하면 마땅히 여섯 가지 재환이 있는 줄을 알아야 한다. 첫째는 현재의 재물을 없애고, 둘째는 병이 많이 생기며, 셋째는 싸움이 많아지며, 넷째는 비밀이 탄로 나며, 다섯째는 남들이 칭찬하거나 보호하지 않고, 여섯째는 지혜를 없애고 어리석음이 생긴다. 거사의 아들이여, 사람이 술을 먹고 방탕하면 사업을 경영하지 못하고 사업을 경영하지 못하면 공업을 이루지 못하며, 아직 얻지 못한 재물은 얻을 수 없고, 본래 있던 재물은 자꾸 없어지느니라.

거사의 아들이여, 만일 사람이 나쁜 벗을 가까이하면 마땅히 여섯 가지 재환이 있는 줄을 알아야 한다. 어떤 것이 여섯 가지인가? 첫째는 도적과 친해지게 되고, 둘째는 사기꾼과 친하게 되며, 셋째는 주정뱅이와 친하게 되고, 넷째는 방자한 사람과 친하게 되며, 다섯째는 노름꾼과 모이게 되고, 여섯째는 이런 것들을 친구로 삼고, 이런 것들을 짝으로 삼게 된다. 거사의 아들이여, 만일 사람이 나쁜 벗과 친근하면 사업을 경영하지 못하고 사업을 경영하지 못하면 공업을 이루지 못하며 아직 얻지 못한 재물은 얻을 수 없고 본래 있던 재물은 자꾸 없어지느니라.

거사의 아들이여, 만일 사람이 풍류를 좋아하면 마땅히 여섯 가지 재환이 있는 줄을 알아야 한다. 어떤 것이 여섯 가지인가? 첫째는 노래 듣기를 좋아하는 것이고, 둘째는 춤 구경을 좋아하는 것이며, 셋째는 가서 풍류놀이 하기를 좋아하는 것이고, 넷째는 방울 놀리는 것 보기를 좋아하는 것이며, 다섯째는 손뼉 치기를 좋아하는 것이고, 여섯째는 큰 모임을 좋아하는 것이다. 거사의 아들이여, 만일 사람이 풍류놀이를 좋아하면 사업을 경영하지 못하고 사업을 경영하지 못하면 공업을 이루지 못하며 아직 얻지 못한 재물은 얻을 수 없고, 본래 있던 재물은 자꾸 없어지느니라.

거사의 아들이여, 만일 사람이 게으르면 마땅히 여섯 가지 재환이 있는 줄을 알아야 한다. 어떤 것이 여섯 가지인가? 첫째는 너무 이르다 하여 일을 하지 않는 것이고, 둘째는 너무 늦다 하여 일을 하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너무 춥다 하여 일을 하지 않는 것이고, 넷째는 너무 덥다 하여 일을 하지 않는 것이며, 다섯째는 너무 배부르다 하여 일을 하지 않는 것이고, 여섯째는 너무 배고프다 하여 일을 하지 않는 것이다. 거사의 아들이여, 만일 사람이 게으르면 사업을 경영하지 못하고, 사업을 경영하지 못하면 공업을 이루지 못하며, 아직 얻지 못한 재물은 얻을 수 없고, 본래 있던 재물은 자꾸 없어지느니라.”

이에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갖가지 노름하며, 색(色)을 쫓아다니고
술을 즐기고 풍류놀이 좋아하며
나쁜 벗들과 친하게 지내고
게을러빠져 일하지 않으면
방자하여 스스로 보호하지 못하나니
이것들은 사람을 망치느니라.

왔다 갔다 하며 단속하지 못하고
삿된 음행으로 남의 아내 범하며
마음속에 언제나 원한을 맺고
갈구하고 원하나 이익 없으며
술 마시고 여자 생각이나 하니
이것들이 사람을 망치느니라.

거듭거듭 착하지 않은 짓 행하고
성질 못돼 가르침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사문 범지를 욕설로 꾸짖고
거꾸로 된 삿된 견해를 지니고서
흉악하고 사나워 검은 업을 짓나니
이런 것들이 사람을 망치느니라.

스스로 가난하여 재물도 없으면서
술 마시다가 옷을 잡히며
지는 빚은 솟아나는 우물 같나니
그는 반드시 그 문중[門族]을 망치리라.

숱하게 술집을 찾아다니고
나쁜 벗들과 친하게 지내
마땅히 얻을 재물 얻지 못하나니
패거리를 좋아하기 때문이니라.

나쁜 벗들이 많이 있고
좋지 않은 짝들 항상 따르니
그는 현세와 후세
두 곳에서 모두 멸망하리라.

사람이 나쁜 버릇 익히면 덕이 점점 감하고
착한 버릇을 익히면 덕이 점점 성하여
나보다 나은 사람 점점 불어가리니
그러므로 나보다 나은 사람 친해야 하네.

오르기를 익히면 오르는 것을 체득하고
언제나 지혜 높아짐을 체득하며
더욱더 청정한 계를 가지고
또한 미묘한 선정을 얻게 되리라.

낮에는 뒹굴며 잠자는 것 좋아하고
밤에는 쏘다니며 놀기를 좋아하며
언제나 방탕하게 술 마시나니
집에 있으면 뜻을 이룰 수 없네.

너무 춥거나 너무 덥다고
일하지 않는 게으른 사람
끝끝내 사업을 이루지 못해
마침내 재물도 얻지 못하네.

혹 매우 춥거나 매우 더워도
마치 풀처럼 헤아리지 말라
만일 그 사람 이런 버릇 익힌다면
그는 끝내 즐거움 잃지 않으리.

“거사의 아들이여, 친하지 않으면서 친한 체하는 것에 네 가지가 있나니,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째는 지사(知事)가 친하지 않으면서 친한 체하는 것이다. 둘째는 그 사람 앞에서 정다운 말로 친하지 않으면서 친한 체하는 것이다. 셋째는 말로서 친하지 않으면서 친한 체하는 것이다. 넷째는 나쁜 갈래의 짝이 친하지 않으면서 친한 체하는 것이니라.
거사의 아들이여, 4사(事)로 인하여 지사가 친하지 않으면서 친한 체하나니,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째는 일을 맡아 처리함으로써 재물을 빼앗는 것이고, 둘째는 적은 것으로써 많은 것을 취하는 것이며, 셋째는 두려워서 친한 체하는 것이고, 넷째는 이익을 위해서 친압하는 것이니라.”

이에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말씀하셨다.

사람이 알아서 섬기고
그 말 지극히 부드럽고 연하며
두려움과 이익 위해 친압하여
친하지 않으면서 친한 체함 깨닫거든
그와 떨어져 상당한 거리를 두되
마치 길에 무서운 것 있는 것처럼 하라.

“거사의 아들이여, 4사(事)로 인하여 그 사람 앞에서 정다운 말로 친하지 않으면서 친한 체하는 것이니,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째는 묘한 일을 억제하여 못하게 하는 것이요, 둘째는 나쁜 일을 하게 하는 것이며,셋째는 그 사람 앞에서 칭찬하는 것이고, 넷째는 등 뒤에서 나쁜 점을 말하는 것이니라.”

이에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말씀하셨다.

만일 묘하고 착한 법 억누르고
악하고 착하지 않은 일 하게 하며
그 사람 앞에서 맞대고 칭찬하다가도
등 뒤에 돌아서 나쁜 점 말할 때

만일 그 묘함과 나쁨 알고
다시 두 말을 깨닫게 되면
그런 친함은 친하다 할 수 없나니
그 사람 그런 줄 깨닫거든
그와 떨어져 상당한 거리를 두되
마치 길에 무서운 것 있는 것처럼 하라.

“거사의 아들이여, 4사(事)로 인하여 말로써 친하지 않으면서 친한 체하나니,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째는 과거의 잘못을 알아내기 위해서요, 둘째는 곰곰이 미래의 일을 위해서요, 셋째는 거짓으로 남을 속이기 위해서요, 넷째는 ‘현재의 일은 반드시 멸하는 법이니 나는 마땅히 어떤 일을 꾸미되 인정하는 말을 하지 않으리라’라고 하는 것이다.

이에 세존께서 이 게송을 말씀하셨다.

과거와 미래의 허물 찾아내려 하고
현재 일 멸한다고 거짓되게 논하며
마땅히 일을 꾸미며 하지 않는다고 말하니
친하지 않으면서 친한 체함을 알면
그와 떨어져 상당한 거리를 두되
마치 길에 무서운 것 있는 것처럼 하라.

“거사의 아들이여, 4사(事)로 인하여 나쁜 갈래의 짝은 친하지 않으면서 친한 체하는 것이니,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째는 노름을 가르쳐 주는 것이요, 둘째는 적당한 시기가 아닐 때의 행을 가르쳐 주는 것이며, 셋째는 술 마시기를 가르쳐 주는 것이요, 넷째는 나쁜 벗과 친하게 지내는 것을 가르쳐 주는 것이니라.”

이에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말씀하셨다.

갖가지 놀음을 가르쳐 주고
술 마시고 남의 아내 범하며
하천한 것 익히고 훌륭한 것 익히지 않으면
그는 자멸함이 기우는 달 같으리니
그와 떨어져 상당한 거리를 두되
마치 길에 무서운 것 있는 것처럼 하라.

“거사의 아들이여, 마땅히 알아야 하나니, 착한 친구에 네 종류가 있다. 어떤 것이 네 종류인가? 첫째는 고락(苦樂)을 같이 하는 것이니, 그가 착한 친구인 줄을 알아야 한다. 둘째는 가엾게 생각하는 것이니, 그가 착한 친구인 줄을 알아야 한다. 셋째는 이로움을 구하는 것이니, 그가 착한 친구인 줄을 알아야 한다. 넷째는 요익(饒益)되게 하는 것이니, 그가 착한 친구인 줄을 알아야 하느니라.
거사의 아들이여, 4사(事)로 인하여 고락을 같이 한다면 착한 친구인 줄을 알아야 하나니,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째는 그를 위하여 자기를 버리는 것이요, 둘째는 그를 위하여 재물을 버리는 것이며, 셋째는 그를 위하여 처자를 버리는 것이요, 넷째는 할 말을 참고 견디는 것이니라.”

이에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말씀하셨다.

욕심과 재물과 처자를 버리고
할 말을 능히 참고 견디며
고락(苦樂)을 같이 하는 친구인 줄 알았거든
지혜로운 사람은 마땅히 친근하라.

“거사의 아들이여, 4사(事)로 인하여 가엾게 여긴다면 착한 친구인 줄을 알아야 하나니,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째는 묘한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요, 둘째는 나쁜 법을 제어하는 것이며, 셋째는 맞대고 일컫는 것이요, 넷째는 원수를 물리쳐 주는 것이니라.”

이에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묘하고 선한 법을 가르치고 나쁜 법 제어하며
맞대고 일컬으며 원수를 물리치고
가엾게 생각하는 친구인 줄 알았거든
지혜로운 사람은 마땅히 친근하라.

“거사의 아들이여, 4사(事)로 인하여 이익을 구한다면 착한 친구인 줄을 알아야 하나니,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째는 비밀스러운 일 드러내는 것이요, 둘째는 은밀하게 숨기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이익을 얻으면 기뻐하는 것이요, 넷째는 이익을 얻지 못해도 걱정하지 않는 것이니라.”

이에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말씀하셨다.

비밀한 일 들러내 숨기지 않고
이익 되면 기뻐하고 이익 없어도 걱정하지 않으며
이익을 구하는 친구인 줄 알았거든
지혜로운 사람은 마땅히 친근하라.

“거사의 아들이여, 4사(事)로 인하여 요익되게 한다면 착한 친구인 줄 알아야 하나니,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째는 재물이 다한 것을 아는 것이요, 둘째는 재물이 다한 줄을 알고는 곧 물질을 대어주는 것이며, 셋째는 방일하는 것을 보면 가르쳐 충고하는 것이요, 넷째는 언제나 가엾게 여기는 것이니라.”

이에 세존께서 이 게송을 말씀하셨다.

재물이 다한 줄 알아 물질을 대어 주고
방일하면 가르쳐 충고하며 가엾게 여겨
요익하게 하는 착한 친구인 줄 알았거든
지혜로운 사람은 마땅히 친근하라.

“거사의 아들이여, 성인의 법률 가운데에는 6방(方)이 있으니, 곧 동방ㆍ남방ㆍ서방ㆍ북방ㆍ하방ㆍ상방이다. 거사의 아들이여, 동방은 자식이 부모를 보는 것과 같나니, 그러므로 자식은 마땅히 5사(事)로써 부모를 받들어 공경하고 공양하여야 한다. 어떤 것이 다섯 가지인가? 첫째는 재물이 불어나게 하는 것이요, 둘째는 많은 일을 처리하는 것이며, 셋째는 하고자 하는 것을 대어 드리는 것이요, 넷째는 방자하게 어기지 않는 것이며, 다섯째는 자신이 가진 물건을 다 받들어 올리는 것이다.
자식이 이 5사로써 부모를 받들어 공경하고 공양하면 부모도 또한 5사(事)로써 그 자식을 잘 생각하여야 하나니, 어떤 것이 다섯 가지인가? 첫째는 아이를 사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이요, 둘째는 대주어 모자람이 없게 하는 것이며, 셋째는 자식이 빚지지 않게 하는 것이요, 넷째는 때맞추어 결혼시키는 것이며, 다섯째는 가진 재물을 기꺼이 모두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이다. 부모는 이 5사(事)로써 그 자식을 잘 생각하여야 한다. 거사의 아들이여, 이와 같이 동방에서 이 두 가지를 함께 분별해야 하느니라. 거사의 아들이여, 성인의 법률 가운데서는 동방을 자식과 부모라고 이른다. 거사의 아들이여, 만일 사람이 부모를 사랑하고 효도하면 반드시 이익이 불어날 것이요, 흉하거나 쇠하지 않느니라.

거사의 아들이여, 남방은 제자가 스승을 보는 것과 같나니, 제자는 마땅히 5사(事)로써 스승을 공경하고 공양하여야 한다. 어떤 것이 다섯 가지인가? 첫째는 잘 공경하고 순종하는 것이요, 둘째는 잘 받들어 섬기는 것이며, 셋째는 빨리 일어나는 것이요, 넷째는 짓는 업이 착한 것이며, 다섯째는 스승을 잘 받들어 공경하는 것이다.
제자가 이 5사로써 스승을 공경하고 공양하면 스승도 또한 5사(事)로써 그 제자를 잘 생각하여야 하나니, 어떤 것이 다섯 가지인가? 첫째는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요, 둘째는 빨리 가르치는 것이며, 셋째는 아는 것을 다 가르치는 것이요, 넷째는 좋은 방향으로 인도하여 편안히 머물게 하는 것이며, 다섯째는 착한 벗을 사귀게 당부하는 것이다. 스승은 이 5사(事)로써 제자를 잘 생각하여야 한다. 거사의 아들이여, 이와 같이 남방에서 이 두 가지를 함께 분별해야 하느니라. 거사의 아들이여, 성인의 법률 가운데서는 남방을 제자와 스승이라고 이른다. 거사의 아들이여, 만일 사람이 스승을 사랑하고 순종하면 반드시 이익이 불어날 것이요, 흉하거나 쇠하지 않느니라.

거사의 아들이여, 서방은 남편이 아내를 보는 것과 같나니 남편은 마땅히 5사(事)로써 처자를 사랑하고 공경하며 물품을 대주어야 한다. 어떤 것이 다섯 가지인가? 첫째는 처자를 어여삐 생각하는 것이요, 둘째는 업신여기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영락 따위의 장식품을 주는 것이요, 넷째는 집안에서 편안함을 얻게 하는 것이며, 다섯째는 아내의 친족들을 생각하는 것이다.
남편이 이 5사로써 처자를 사랑하고 공경하며 물품을 제공하면 처자는 마땅히 13(事)로써 남편을 공경하고 순종하여야 하나니, 어떤 것이 열세 가지인가? 첫째는 남편을 존중하고 사랑하며 공경하는 것이요, 둘째는 남편을 존중하여 공양하는 것이며, 셋째는 남편을 잘 생각하는 것이요, 넷째는 할 일을 챙기는 것이며, 다섯째는 권속을 잘 거두는 것이요, 여섯째는 먼저 우러러 모시는 것이며, 일곱째는 그 다음에 애정을 갖는 것이요, 여덟째는 말이 성실한 것이며, 아홉째는 문을 잠그지 않고 기다리는 것이요, 열째는 오는 것을 보고는 칭찬하는 것이며, 열한째는 자리와 침상을 펴고 기다리는 것이요, 열두째는 깔끔하고 맛나고 풍족한 음식을 차리는 것이며, 열셋째는 사문 범지를 공양하는 것이다. 처자는 이 13사(事)로써 남편을 공경하고 순종하여야 한다. 거사의 아들이여, 이와 같이 서방에서 이 두 가지를 함께 분별해야 하느니라. 거사의 아들이여, 성인의 법률 가운데서는 서방을 남편과 처자라고 이른다. 거사의 아들이여, 만일 사람이 처자를 사랑하고 어여삐 생각하면 반드시 이익이 불어날 것이요, 흉하거나 쇠하지 않느니라.

거사의 아들이여, 북방은 주인[大家]이 종이나 일꾼을 보는 것과 같나니, 주인은 5사(事)로서 종이나 일꾼을 가엾게 생각하고 불쌍히 여겨 구제하여야 한다. 어떤 것이 다섯 가지인가? 첫째는 그 능력에 따라 일을 시키는 것이요,둘째는 때에 맞춰 먹이는 것이며, 셋째는 때에 맞춰 마시게 하는 것이요, 넷째는 날마다 쉬게 하는 것이며, 다섯째는 병이 나면 약을 주는 것이다.
주인이 이 5사로써 종이나 일꾼을 가엾게 생각하고 불쌍하게 여겨 구제하면 종이나 일꾼은 마땅히 9사(事)로써 주인을 잘 받들어야 하나니, 어떤 것이 아홉 가지인가? 첫째는 때에 맞춰 일을 하는 것이요, 둘째는 마음을 오로지해 일을 하는 것이며, 셋째는 모든 일을 하는 것이요, 넷째는 먼저 우러러 모시는 것이며, 다섯째는 그 다음에 사랑을 행하는 것이요, 여섯째는 성실하게 말하는 것이며, 일곱째는 급할 때 멀리 떠나지 않는 것이요, 여덟째는 다른 지방에 갈 때엔 곧 주인을 칭송하는 것이며, 아홉째는 주인이 원하는 것에 가깝게 대주는 것이다. 종이나 일꾼은 이 9사(事)로써 주인을 잘 받들어야 한다. 거사의 아들이여, 이와 같이 북방에서 이 두 가지를 함께 분별해야 하나니 거사의 아들이여, 성인의 법률 가운데서는 북방을 주인과 종ㆍ하인이라고 이른다. 거사의 아들이여, 만일 사람이 종이나 일꾼을 사랑하고 가엾게 여기면 반드시 이익이 불어날 것이요, 흉하거나 쇠하지 않느니라.

거사의 아들이여, 하방은 친한 벗이 친한 벗의 종을 보는 것과 같나니, 친한 벗은 5사(事)로써 친한 벗의 종을 사랑하고 공경하며 물품을 제공하여야 한다. 어떤 것이 다섯 가지인가? 첫째는 사랑하고 공경하는 것이요, 둘째는 업신여기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속이지 않는 것이요, 넷째는 보물을 주는 것이며, 다섯째는 친한 벗의 종을 가엾게 생각하는 것이다.
친한 벗이 이 5사로써 친한 벗의 종을 사랑하고 공경하며 물품을 제공하면, 친한 벗의 종도 또한 이 5사로써 주인의 친한 벗을 잘 생각하여야 하나니 어떤 것이 다섯 가지인가? 첫째는 재물이 다한 줄을 아는 것이요, 둘째는 재물이 다한 줄을 알면 재물을 제공하는 것이며, 셋째는 방일한 것을 보면 가르쳐 충고하는 것이요, 넷째는 사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이며, 다섯째는 급할 때에는 의지처가 되는 것이다. 친한 벗의 종은 이 5사로써 주인의 친한 벗을 잘 생각해야 한다. 거사의 아들이여, 이와 같이 하방에서 이 두 가지를 함께 분별해야 하나니 거사의 아들이여, 성인의 법률 가운데서는 하방을 친한 벗과 친한 벗의 종이라고 이른다. 거사의 아들이여, 만일 사람이 친한 벗의 종을 사랑하고 가엾게 여기면 반드시 이익이 불어날 것이요, 흉하거나 쇠하지 않느니라.

거사의 아들이여, 상방은 시주(施主)가 사문 범지를 보는 것 같나니, 시주는 마땅히 5사로써 사문 범지를 존경하고 공양하여야 한다. 어떤 것이 다섯 가지인가? 첫째는 문을 닫아걸지 않는 것이요, 둘째는 오는 것을 보면 반갑게 칭찬하는 것이며, 셋째는 자리와 상을 펴고 모시는 것이요, 넷째는 정갈하고 맛있는 음식을 풍성하게 차리는 것이며, 다섯째는 법답게 옹호하는 것이다.
시주가 이 5사로써 사문 범지를 존경하고 공양하면 사문 범지도 또한 5사로써 시주를 잘 생각하여야 하나니, 어떤 것이 다섯 가지인가? 첫째는 믿음을 가르쳐 믿음을 행하게 하고 믿음을 생각하게 하는 것이요, 둘째는 금계(禁戒)를 가르치는 것이며, 셋째는 널리 듣기를 가르치는 것이요, 넷째는 보시를 가르치는 것이며, 다섯째는 지혜를 가르쳐 지혜를 행하고 지혜를 세우게 하는 것이다. 사문 범지는 이 5사로써 시주를 잘 생각하여야 한다. 거사의 아들이여, 이와 같이 상방에서 이 두 가지를 함께 분별해야 하나니 거사의 아들이여, 성인의 법률 가운데서는 상방을 시주와 사문 범지라고 이른다. 거사의 아들이여, 만일 사람이 사문 범지를 존경하여 받들면 반드시 이익이 증가할 것이요, 흉하거나 쇠하지 않느니라.

거사의 아들이여, 네 가지 섭사[四攝事]11)가 있나니,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째는 혜시(惠施)요, 둘째는 애어(愛言)이며, 셋째는 이행(利行)이요, 넷째는 동리(等利)이다.”

이에 세존께서 이 게송을 말씀하셨다.

은혜를 베풀고[惠施] 정답게 말하며[愛言]
항상 남을 위하여 이롭게 행하고[利行]
중생과 함께 이익을 같이하면[同利]
그 좋은 이름 멀리 퍼지느니라.

이렇게 세상을 껴잡는 것은
마치 수레를 모는 사람 같아서
만일 세상에 껴잡는 법 없으면
어머니는 그 자식으로 말미암아

공양과 공경을 받을 수 없고
아버지가 자식을 말미암는 것 마찬가지이나
만일 이 껴잡는 법 있으면
그 때문에 큰 복 얻으리라.

멀리 비춤이 마치 햇빛 같아서
이익도 빠르며 드날림도 빠르리니
추한 말 쓰지 않고 또 총명하면
이렇게 하여 그 좋은 이름 얻느니라.

결정코 교만함 없으면
이익도 빠르고 드날림도 빠르리니
믿음과 계율[尸賴]을 성취하면
이렇게 하여 그 좋은 이름 얻느니라.

언제나 깨어 있어 게으르지 않으며
사람에게 음식 베푸는 것 기뻐하고
데리고 가서 바르게 잘 다룬다면
이렇게 하여 그 좋은 이름 얻느니라.

친한 벗의 종을 똑같이 가엾게 여기고
좋아함엔 제한이 있지만
사람 포섭하기 친구들 속에 있듯 하니
그 뛰어나고 묘함이 사자와 같네.

처음에는 먼저 기술을 배우고
그 다음으로는 재물을 구하며
재물을 구한 뒤에는
그것을 나누어 네 몫으로 만들라.

한 몫으로는 음식 만들고
한 몫으로는 농사의 밑천을 삼고
한 몫은 간직하여 저축했다가
급할 때 쓰도록 하라.

농사꾼이나 장사꾼에게 주어
나머지 한 몫으로 이자를 낳게 하고
다섯째로는 아내를 맞이하고
여섯째로는 집을 장만하라.

만일 집에 이러한 6사(事) 갖춘다면
더 불어나지 않더라도 유쾌히 즐거움 얻을 것이고
그는 반드시 재물이 풍족하여
바다 속에서 물이 흐르듯 하리.

그는 이렇게 재물을 구하기
마치 꿀벌이 꽃을 따는 듯하니
오랫동안 재물을 구해
마땅히 스스로 쾌락을 받으리라.

재물을 먼 곳으로 보내지 말고
또한 두루 펴지도 말라
흉악하고 사나운 사람에게나
세력 있는 이에게 빼앗기나니

동쪽 방위는 부모가 되고
남쪽 방위는 스승이 되며
서쪽 방위는 처자가 되고
북쪽 방위는 종이 되며
하방은 친한 벗의 종이 되고
상방은 사문 범지 되나니

원컨대 이 모든 방위에 예배하여
둘 다 함께 큰 명성을 얻고
이 모든 방위에 예배한 뒤에
시주는 하늘에 나게 되기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거사의 아들 선생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주석
1 이 경의 이역본으로는 송(宋)시대 법현(法賢)이 한역한 『불설제석소문경(佛說帝釋所問經)』이 있고, 참고 경전으로는 원위(元魏)시대 길가야(吉迦夜)와 담요(曇曜)가 한역한 『잡보장경(雜寶藏經)』 제6권, 그리고 『장아함경』 제10권 석제환인문경(釋提桓因問經)이 있다.
2 팔리어로는 magadha라고 한다. 또는 마갈타(摩揭陁)ㆍ마가타(摩伽陁)라고도 쓰며 옛날 나라 이름. 부처님 재세(在世)시에 중인도(中印度) 16대국(大國)가운데 하나.
3 팔리본에서는 Pañcasikha Gandhabhaputta 즉 건달바의 아들 빤차시카라고 하였다. 5계(髻)라고도 하며 제석(帝釋)을 시중드는 음악신의 이름.
4 팔리어로는 Timbaru이고 역시 음악의 신인 건달바왕을 지칭하는 말이다.
5 팔리어로는 Ādiccabandhu라고 한다. 석가모니불을 가리킴. 인도 신화에서 고대 인도를 일(日)과 월(月) 2통(統)으로 구분하여 석존(釋尊) 출신을 일통(日統)이라 한 데서 이 이름이 비롯됨.
6 팔리어로는 Uruvela라고 한다. 마을 이름으로 불타가야(佛陁伽耶) 남쪽 니련선하에서 약 1리 남짓 떨어져 있는 곳에 위치한다.
7 팔리어로는 Vsava이고 제석천(帝釋天)의 이명(異名)이다.
8 팔리어로는 Pānca Kāmagua이며 안(眼)ㆍ이(耳)ㆍ비(鼻)ㆍ설(舌)ㆍ신(身)의 5근(根)이 색(色)ㆍ성(聲)ㆍ향(香)ㆍ미(味)ㆍ촉(觸)의 5경(境)을 만나 색욕(色欲)ㆍ성욕(聲欲)ㆍ향욕(香欲)ㆍ미욕(味欲)ㆍ촉욕(觸欲)의 다섯 가지 욕망을 생기게 유발하는 것을 가리킴. 여기서 guna는 공덕(功德)ㆍ덕성(德性)ㆍ성질(性質)ㆍ종류(種類) 등의 뜻을 함축하고 있기 때문에 경전 중에서는 5욕(欲)을 5욕공덕(欲功德)으로 번역하여 쓰고 있다.
9 결(結)과 사(使) 모두 번뇌(煩惱)의 다른 이름. 결사에는 9결 10사가 있음. 번뇌는 인간의 마음과 몸을 계박(繫縛)하며 괴로운 결과[苦果]를 맺으므로 결(結)이라 하고, 번뇌는 중생을 쫓아다니면서 중생을 부리므로 사(使)라고 한다.
10 이 경의 이역경전으로는 『장아함경』 제11권에 수록된 소경인 선생경(善生經)과 후한(後漢)시대 안세고(安世高)가 한역한 『불설시가라월육방예경(佛說尸迦羅越六方禮經)』, 그리고 송(宋)시대 지법도(支法度)가 한역한 『불설선생자경(佛說善生子經)』이 있다.
11 보살이 고통세계의 중생을 교화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네 가지 방편. 첫째는 혜시(惠施:dāna)로서 상대방이 좋아하는 재물이나 법 두 가지를 보시하여 중생들이 그 마음에 감동케 하여 이끌어 들이는 것이다. 즉 중생들은 두 가지 보시의 이익에 힘입어 친근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 불도(佛道)에 들어가게 됨. 둘째는 애어(愛語:peyya-vajja)로서 보살은 중생의 근기에 따라 부드럽고 온화한 말로 위로하고 즐겁게 하여 중생들이 친근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 불도에 들어가게 됨. 셋째는 이행(利行:attha-cariyā)으로서 보살이 동작[身]ㆍ언어[口]ㆍ생각[意]으로 착한 행동을 하여 모든 중생을 이익 되게 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중생이 친근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 불도에 들어가게 한다. 넷째는 동사(同事:Samānattatā)로서 보살이 법안(法眼)으로 중생의 근기를 밝게 살피고서 그 좋아하는 바에 따라 변신하여 그들과 함께하여 이끌어 들이는 것이다.

중아함경 제34권

승가제바 한역

11. 대품 ⑥
136)상인구재경(商人求財經)1) 제20제3 염송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을 유행하실 적에 승림급고독원에 머무셨다.

그 때 세존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염부주(閻浮洲)의 여러 상인들이 모두 고객당(賈客堂)에 모여 이렇게 생각하였다.
‘우리는 차라리 배를 만들어 타고 큰 바다로 나아가 보물을 구해 가지고 와서 집안 살림에 쓰자.’
그들은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우리가 바다에 들어가서 괜찮을지 괜찮지 않을지 미리 알 수 없으니, 우리들은 이제 각각 바다에서 뜨는 기구 즉 암염소 가죽 주머니ㆍ큰 뒤웅박ㆍ 뗏목을 준비하자.’
그들은 그 뒤에 각각 암염소 가죽 주머니ㆍ큰 뒤웅박ㆍ뗏목을 준비해 가지고 곧 바다로 들어갔다. 그들은 바다 복판에서 마갈어왕(摩竭漁王) 때문에 그 배가 파손되었고 그 상인들은 제각기 바다에서 뜨는 기구, 즉 암염소 가죽 주머니ㆍ큰 뒤웅박ㆍ뗏목을 타고 정처 없이 이리저리 떠다녔다.

그 때 바다 동쪽에서 갑자기 큰 바람이 일어나 상인들을 바다 서쪽 언덕으로 밀어 붙였다. 그들은 거기서 얼굴이 매우 미묘하고 단정하며 온갖 장신구로 그 몸을 치장한 여러 여인들을 보았다. 그 여자들은 이들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여러분, 잘 오셨습니다. 여러분, 잘 오셨습니다. 이곳은 지극히 즐겁고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서 동산과 목욕하는 못, 앉고 눕는 자리, 울창한 숲이 있으며, 또 많은 재물과 금ㆍ은ㆍ수정ㆍ유리(琉璃)ㆍ마니(摩尼)ㆍ진주(眞珠)ㆍ푸른 옥[碧玉]ㆍ흰 구슬[白珂]ㆍ자거(車)ㆍ산호(珊瑚)ㆍ호박(琥珀)ㆍ마노(馬瑙)ㆍ대모(瑇瑁)ㆍ적석(赤石)ㆍ선주(旋珠) 등이 있는데, 그것을 모두 여러분께 드리겠습니다. 그 대신 여러분들은 우리들과 즐겁게 놀아 주셔야 합니다. 염부주의 상인들께서는 여기서 남방으로 가겠다는 것을 꿈에도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그 상인들은 모두 그 여자들과 서로 즐겁게 놀았고 그 상인들은 그 여자들과 서로 즐거워하였기 때문에 혹은 아들을 낳고 또 혹은 딸을 낳았다.
그 뒤에 어떤 지혜로운 염부주의 상인이 혼자 고요한 곳에 있으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무엇 때문에 이 여자들은 우리를 붙잡고 남방으로 가지 못하게 할까? 나는 이제 같이 사는 아내의 동정을 살피다가 그녀가 잠든 틈을 타서 가만히 일어나 몰래 남방으로 가야겠다.’

그 염부주의 지혜로운 상인은 그 뒤에 같이 사는 아내의 동정을 살피다가 그녀가 잠든 틈을 타서 가만히 일어나 곧 몰래 남방으로 떠났다. 그 염부주의 지혜로운 상인은 남방으로 떠난 뒤에 멀리서 크게 울부짖는 소리를 들었다. 곧 여러 사람이 통곡하고 괴로워하며 아버지를 부르고 어머니를 부르며 처자 및 모든 사랑하는 친족과 벗을 부르면서 말하였다.
‘염부주가 비록 안온하고 쾌락하여 좋다지만 그를 이제 다시는 볼 수 없구나.’
그 상인은 이 울부짖음을 듣고 매우 두려워 털이 곤두서면서 말하였다.
‘사람이나 사람 아닌 것이 나를 해치지 않기를…….’
이에 그 염부주의 지혜로운 상인은 두려움을 억제하고 다시 남방을 향해 나아갔다. 그는 남방을 향해 나아가다가 문득 동쪽에 큰 쇠성[鐵城]이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두루 돌아보았으나, 문도 볼 수 없었고 나아가 고양이 새끼가 빠져 나올 만한 구멍조차도 없었다.

그 염부주의 지혜로운 상인은 쇠성 북쪽에 큰 무덕나무[大叢樹]가 있는 것을 보고 곧 가서 그 큰 무덕나무를 타고 천천히 올라갔다. 그 나무 위에서 그는 여러 사람들에게 물었다.
‘여러분, 당신들은 왜 울고 괴로워하면서 아버지를 부르고 어머니를 부르며, 처자와 여러 사랑하는 친족과 벗을 부르면서 〈염부주가 비록 안온하고 쾌락하여 좋다지만 그를 이제 다시는 볼 수 없구나〉라고 울부짖는가?’
그 때 여러 사람들은 곧 그에게 대답하였다.
‘현자여, 우리들은 염부주의 상인들이었다. 우리는 함께 고객당(賈客堂)에 모여 이렇게 생각하였다.
〈우리는 차라리 배를 만들어 타고 큰 바다로 나아가 보물을 구해 가지고 와서 집안 살림에 쓰자.〉
현자여, 우리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우리가 바다에 들어가서 괜찮을지 괜찮지 않을지 미리 알 수 없으니, 우리들은 이제 바다에서 뜨는 기구 즉 암염소 가죽 주머니ㆍ큰 뒤웅박ㆍ뗏목을 준비하자.〉

현자여, 우리는 그 뒤에 각각 암염소 가죽 주머니ㆍ큰 뒤웅박ㆍ뗏목을 준비해 가지고 곧 바다로 들어갔다. 현자여, 우리는 바다 복판에서 마갈어왕 때문에 그 배가 파손되었다. 현자여, 우리 상인들은 제각기 바다에서 뜨는 기구 즉 암염소 가죽 주머니ㆍ큰 뒤웅박ㆍ뗏목을 타고 정처 없이 이리저리 떠다녔다. 그 때 바다 동쪽에서 갑자기 큰 바람이 일어나 우리 상인들을 바다 서쪽 언덕으로 밀어 붙였다. 우리는 거기서 얼굴이 매우 미묘하고 단정하며 온갖 장신구로 그 몸을 치장한 여러 여인들을 보았다. 그녀들은 우리를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여러분, 잘 오셨습니다. 여러분, 참 잘 오셨습니다. 이곳은 지극히 즐겁고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서 동산과 목욕하는 못, 앉고 눕는 자리, 울창한 숲이 있으며, 또 많은 재물과 금ㆍ은ㆍ수정ㆍ유리ㆍ마니ㆍ진주ㆍ푸른 옥[碧玉]ㆍ흰구슬[白珂]ㆍ자거(車)ㆍ산호(珊瑚)ㆍ호박(琥珀)ㆍ마노(馬瑙)ㆍ대모(瑇瑁)ㆍ적석(赤石)ㆍ선주(旋珠) 등이 있는데, 그것을 모두 여러분께 드리겠습니다. 그대신 여러분들은 우리들과 즐겁게 놀아 주셔야 합니다. 염부주의 상인들께서는 여기서 남방으로 가겠다는 것을 꿈에도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현자여, 그래서 우리들은 모두 그녀들과 즐겁게 놀았고, 우리들은 그녀들과 서로 즐거워하였기 때문에 혹은 아들을 낳고 혹은 딸을 낳았다.
그런데, 현자여, 그 부인들은 염부주의 다른 상인들이 바다 복판에서 마갈어왕 때문에 배가 파손되었다는 말을 듣지 않았을 때엔 우리들과 서로 즐겁게 지냈지만, 현자여 그 부인들이 염부주의 다른 어떤 상인들이 바다 복판에서 마갈어왕 때문에 배가 파손되었다는 말을 듣자 그녀들은 곧 우리들을 잡아 잡아먹고 매우 극심하게 핍박하였다. 그녀들은 사람을 잡아먹을 때 털이나 손톱이나 이빨이 남았을 경우엔 그 부인들은 그것을 다 집어 먹었으며, 만일 사람을 먹을 때 땅에 핏방울이 떨어지면 그녀들은 곧 손톱으로 깊이 네 치까지 땅을 파서 그것을 집어 먹었다. 현자여, 마땅히 알아야 한다. 우리 염부주 상인은 본래 5백 명이었는데, 그 중에서 이미 250명은 잡아먹히고 이제 250명만 남아, 지금 이 큰 쇠성 안에 모두 갇혀있다. 현자여, 그대는 그 부인네들의 말을 믿지 말라. 그녀들은 진짜 사람이 아니요, 모두 나찰 귀신[羅刹鬼]일 뿐이다.’

이에 염부주의 지혜로운 상인은 그 큰 무덕나무에서 천천히 내려와 길을 돌이켜 그 부인과 본래 같이 살던 곳으로 갔다. 그는 그녀가 아직도 잠이 들어 깨지 않은 것을 알고는 그 밤으로 곧 저 염부주의 여러 상인들에게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여러분 같이 조용한 곳으로 갑시다. 당신들은 제각기 혼자 오고 아이들을 데리고 오지 마시오. 우리는 거기 가서 은밀하게 의논할 일이 있소.’
그래서 저 염부주의 여러 상인들은 다 조용한 곳으로 가되 각자 혼자 가고 아이들을 데리고 가지 않았다.

그 때 염부주의 한 지혜로운 상인은 말하였다.
‘여러 상인들이여, 나는 일찍 편안하고 조용한 곳에 혼자 있으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무엇 때문에 이 부인네들은 우리를 붙들고 남방으로 가지 못하게 할까? 나는 이제 같이 사는 아내의 동정을 살피다가 그녀가 잠든 틈을 타서 가만히 일어나 몰래 남방으로 가야겠다.〉
이에 나는 같이 사는 아내의 동정을 살피다가 그녀가 잠든 틈을 타서 가만히 일어나 몰래 남방으로 떠났다. 나는 남방으로 떠난 뒤에 멀리서 크게 울부짖는 소리가 들었다. 곧 여러 사람이 통곡하고 괴로워하며 아버지를 부르고 , 어머니를 부르며 처자 및 모든 사랑하는 친족과 벗을 부르면서 말하였다.
〈염부주가 비록 안온하고 쾌락하여 좋다지만 그를 이제 다시는 볼 수 없구나.〉
나는 이 울부짖음을 듣고 매우 두려워 털이 곤두서면서 말하였다.
〈사람이나 사람 아닌 것이 나를 해치지 않기를…….〉
이에 나는 두려움을 억제하고 다시 남방을 향해 나아갔다. 나는 남방을 향해 나아가다가 문득 동쪽에 큰 쇠성이 있는 것을 보았다. 나는 두루 돌아보았으나 그 문도 볼 수 없었고, 나아가 고양이 새끼가 빠져나올 만한 구멍조차도 없었다.

나는 쇠성 북쪽에 큰 무덕나무[大叢樹]가 있는 것을 보고 곧 가서 그 큰 무덕나무를 타고 천천히 올라갔다. 그 나무 위에서 나는 여러 사람들에게 물었다.
〈여러분, 당신들은 왜 울고 괴로워하면서 아버지를 부르고 어머니를 부르며, 처자와 여러 사랑하는 친족과 벗을 부르면서, 염부주가 비록 안온하고 쾌락하여 좋다지만 이제 다시는 볼 수 없구나라고 울부짖는가?〉

그 때 여러 사람들은 곧 내게 대답하였다.
〈현자여, 우리들은 염부주의 상인들이었다. 우리는 함께 고객당에 모여, 우리는 차라리 배를 만들어 큰 바다로 나아가 보물을 구해 가지고 와서 집안 살림에 쓰자고 생각하였다. 현자여, 우리는 다시 우리가 바다에 들어가서 괜찮을지 괜찮지 않을지 미리 알 수 없으니 우리들은 이제 바다에서 뜨는 기구 즉 암염소 가죽 주머니ㆍ큰 뒤웅박ㆍ뗏목을 준비하자고 생각하였다. 현자여, 우리는 그 뒤에 각각 암염소 가죽 주머니ㆍ큰 뒤웅박ㆍ뗏목을 가지고 곧 바다로 들어갔다. 현자여, 우리는 바다 복판에서 마갈어왕 때문에 배가 파손되었고 현자여, 우리 상인들은 제각기 바다에서 뜨는 기구 즉 암염소 가죽 주머니ㆍ큰 뒤웅박ㆍ뗏목배를 타고 정처 없이 이리저리 떠다녔다. 그 때 바다 동쪽에서 갑자기 큰 바람이 일어나 우리 상인들을 바다 서쪽 언덕에 밀어 붙였다. 우리는 거기서 얼굴이 매우 미묘하고 단정하며 온갖 장신구로 그 몸을 치장한 여러 여인들을 보았다. 그 여자들은 우리를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여러분, 잘 오셨습니다. 여러분, 참 잘 오셨습니다. 이곳은 지극히 즐겁고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서 동산과 목욕하는 못, 앉고 눕는 자리, 울창한 숲이 있으며, 또 많은 재물과 금ㆍ은ㆍ수정ㆍ유리ㆍ마니ㆍ진주ㆍ푸른 옥ㆍ흰 구슬ㆍ자거ㆍ산호ㆍ호박ㆍ마노ㆍ대모ㆍ적석ㆍ선주 등이 있는데, 그것을 모두 여러분에게 드리겠습니다. 그 대신 여러분들은 우리들과 즐겁게 놀아 주셔야 합니다. 염부주의 상인들께서는 여기서 남방으로 가겠다는 생각을 꿈에도 해서는 안 됩니다.’

현자여, 그래서 우리들은 모두 그 여자들과 즐겁게 놀았고, 우리들은 그녀들과 서로 즐거워하였기 때문에 혹은 아들을 낳고 혹은 딸을 낳았다.
현자여, 그 부인들은 염부주의 다른 상인들이 바다 복판에서 마갈어왕 때문에 배가 파손되었다는 말을 듣지 못했을 때엔 우리들과 서로 즐겁게 지냈지만, 현자여 그 부인네들은 염부주의 다른 어떤 상인들이 바다 복판에서 마갈어왕 때문에 배가 파손되었다는 말을 듣자 그녀들은 곧 우리들을 잡아먹고 매우 극심하게 핍박하였다. 사람을 잡아먹을 때에도 털이나 손톱이나 이빨이 남았을 경우엔 그 부인들은 그것을 다 집어 먹었으며, 만일 사람을 잡아먹을 때 땅에 핏방울이 떨어지면 그 부인네들은 곧 손톱으로 깊이 네 치까지 땅을 파서 그것을 집어먹었다. 현자여, 마땅히 알아야 한다. 우리 염부주 상인은 본래 5백 명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 이미 250명은 잡아먹히고 이제 250명만 남아, 지금 이 큰 쇠성 안에 모두 갇혀있다. 현자여, 그대는 그 부인네들의 말을 믿지 말라. 그녀들은 진짜 사람이 아니라 모두 나찰 귀신일 뿐이다.〉’

이에 염부주의 여러 상인들은 저 염부주의 한 지혜로운 상인에게 물었다.
‘현자여, 그 대중들에게 〈여러분, 혹 우리와 당신들을 여기서 안온하게 염부주까지 가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라고 묻지 않았는가?’
염부주의 한 지혜로운 상인이 대답하였다.
‘여러분, 나는 그 때 그만 그렇게 묻지 않았다.’
이에 염부주의 여러 상인들은 말하였다.
‘현자여, 본래 같이 살던 부인에게 돌아갔다가, 그녀가 잠든 틈을 타서 가만히 일어나 다시 몰래 남방으로 가서 그 대중들에게 〈여러분, 혹 우리와 당신들을 여기서 안온하게 염부주까지 가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라고 물어보라.’

이에 염부주의 한 지혜로운 상인은 여러 상인들을 위하여 잠자코 허락하였다. 이 때 염부주의 한 지혜로운 상인은 본래 같이 살던 부인에게 돌아갔다가, 그녀가 잠든 틈을 타서 가만히 일어나 몰래 남방으로 가서 그 대중들에게 물었다.
‘여러분 혹 우리와 당신들을 여기서 안온하게 염부주까지 가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그 대중들이 대답하였다.
‘현자여, 우리들이 안온하게 염부주까지 갈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다. 현자여, 우리는 〈우리들은 다 같이 이 담을 부수고 본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이렇게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렇게 마음을 먹자, 이 담은 보통 때보다 몇 배나 높아졌다. 현자여, 그러므로 우리들이 안온하게 염부주까지 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하는 것이다. 현자여, 당신들을 여기서 안온하게 염부주까지 가게 할 방법은 따로 있다. 그러나 우리들에게는 영원히 방법이 없다.

여러분, 우리들은 공중에서 하늘이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염부주 상인들은 우매하고 어리석어 결정짓지 못하고 또 잘 알지도 못한다. 왜냐 하면 보름날 종해탈(從解脫)을 연설할 때 남방으로 가지 않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모마왕(䭷馬王)2)이 있어 저절로 생겨난 멥쌀을 먹고 안온하고 쾌락하며, 모든 근(根)이 충만하다. 그는 누가 저쪽 언덕[彼岸]으로 건너가고자 하고, 누가 자기를 풀어 주었으면 하며, 누가 자기를 데리고 여기서 안온하게 염부주까지 가기를 바라는가 라고 두 번 세 번 외친다.〉
당신들은 다 같이 저 모마왕에게 가서 이렇게 말하라.
〈저희들은 저쪽 언덕으로 건너가고자 합니다. 원컨대 저희들을 벗어나게 하여, 저희들을 데리고 여기서 안온하게 염부주까지 가 주십시오.〉
현자여, 그러므로 당신들을 여기서 안온하게 염부주까지 가게 할 방법이 있다고 말한 것이다.
상인들이여, 당신들은 저 모마왕에게 가서 이렇게 말하라.
〈저희들은 저쪽 언덕으로 건너가고자 합니다. 원컨대 저희들을 벗어나게 하여, 저희들을 데리고 여기서 안온하게 염부주까지 가 주십시오.〉’

이에 염부주의 한 지혜로운 상인은 돌아와 말하였다.
‘여러 상인들이여, 지금 저 모마왕에게 가서 이렇게 말하자.
〈저희들은 저쪽 언덕으로 건너가고자 합니다. 원컨대 저희들을 벗어나게 하여, 저희들을 데리고 여기서 안온하게 염부주까지 가 주십시오.〉’
모든 상인들은 하늘의 뜻을 따랐다. 여러 상인들은 생각하였다.
‘만일 보름날 종해탈을 연설할 때 모마왕이 저절로 생겨난 멥쌀을 먹고 안온하고 쾌락하며, 모든 근이 충만하여 두 번 세 번 외치기를 〈누가 저쪽 언덕으로 건너가고자 하고, 누가 자신을 풀어 주었으면 하며, 누가 자기를 데리고 여기서 안온하게 염부주까지 가기를 바라는가〉라고 하거든, 우리들은 그 때 곧 그에게 가서 이렇게 말하자.
〈저희들은 저쪽 언덕으로 건너가고자 합니다. 원컨대 저희들을 벗어나게 하여, 저희들을 데리고 여기서 안온하게 염부주까지 가 주십시오.〉’

이에 모마왕은 다음 보름날에 종해탈을 연설할 때 저절로 생겨난 멥쌀을 먹고 안온하고 쾌락하며, 모든 근이 충만하여 두 번 세 번 외쳤다.
‘누가 저쪽 언덕으로 건너가고자 하고, 누가 자기를 풀어 주었으면 하며, 누가 자기를 데리고 여기서 안온하게 염부주까지 가기를 바라는가?’
그 때 염부주의 여러 상인들은 이 외침을 듣고 곧 모마왕에게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저희들은 저쪽 언덕으로 건너가고자 합니다. 원컨대 저희들을 벗어나게 하여, 저희들을 데리고 여기서 안온하게 염부주까지 가 주십시오.’

그 때 모마왕이 말하였다.
‘상인들이여, 저 부인네들은 반드시 아이들을 안고 다 같이 와서 이렇게 말 할 것이다.
〈여러분, 잘 돌아오셨습니다. 이곳은 지극히 즐겁고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서 동산과 목욕하는 못, 앉고 눕는 자리, 울창한 숲이 있으며, 또 많은 재물과 금ㆍ은ㆍ수정ㆍ유리ㆍ마니ㆍ진주ㆍ푸른 옥ㆍ흰 구슬ㆍ자거ㆍ산호ㆍ호박ㆍ마노ㆍ대모ㆍ적석ㆍ선주 등이 많이 있는데, 그것을 모두 여러분께 드리겠습니다. 그 대신 여러분은 우리들과 즐겁게 놀아 주셔야 합니다. 비록 우리들은 필요 없더라도 이 아이들을 가엾게 생각하소서.〉
그 때 만일 상인들이 〈내게는 아들과 딸이 있다. 내게는 지극히 즐겁고 가장 아름다운 곳인 동산과 목욕하는 못, 앉고 눕는 자리, 울창한 숲이 있으며, 내게는 많은 재물과 금ㆍ은ㆍ수정ㆍ유리ㆍ마니ㆍ진주ㆍ푸른 옥ㆍ흰 구슬ㆍ자거ㆍ산호ㆍ호박ㆍ마노ㆍ대모ㆍ적석ㆍ선주가 있다〉고 생각하면, 그는 비록 내 등 한복판에 바로 타더라도 반드시 거꾸러져 물에 떨어져서 곧 그녀들에게 잡아먹히고 매우 극심한 곤란에 처하게 될 것이다. 그녀들은 사람을 먹을 때 털이나 손톱이나 이빨이 남았을 경우엔 그 부인들은 그것을 모두 집어 먹을 것이며, 만일 사람을 먹을 때 땅에 피가 떨어지면 그녀들은 곧 손톱으로 깊이 네 치까지 땅을 파서 그것을 집어먹을 것이다.

만일 상인들이 〈내게는 아들과 딸이 있다. 내게는 지극히 즐겁고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서 동산과 목욕하는 못, 앉고 눕는 자리, 울창한 숲이 있으며, 내게는 많은 재물과 금ㆍ은ㆍ수정ㆍ유리ㆍ마니ㆍ진주ㆍ푸른 옥ㆍ흰 구슬ㆍ자거ㆍ산호ㆍ호박ㆍ마노ㆍ대모ㆍ적석ㆍ선주 등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그는 비록 내 몸의 털 하나만 잡더라도 반드시 안온하게 염부주까지 가게 될 것이다.’”

세존께서 다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부인네들은 아이들을 안고 와서 이렇게 말하였다.
‘여러분, 잘 돌아오셨습니다. 여기는 지극히 즐겁고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서 동산과 목욕하는 못, 앉고 눕는 자리, 울창한 숲이 있으며, 많은 재물과 금ㆍ은ㆍ수정ㆍ유리ㆍ마니ㆍ진주ㆍ푸른 옥ㆍ흰 구슬ㆍ자거ㆍ산호ㆍ호박ㆍ마노ㆍ대모ㆍ적석ㆍ선주가 있는데, 그것을 모두 여러분께 드리겠습니다. 그 대신 여러분은 우리들과 즐겁게 놀아 주셔야 합니다.’
그랬을 때 만일 그 상인들이 ‘내게는 아들과 딸이 있고, 내게는 지극히 즐겁고 가장 아름다운 곳인 동산과 목욕하는 못, 앉고 눕는 자리, 울창한 숲이 있다. 내게는 많은 재물과 금ㆍ은ㆍ수정ㆍ유리ㆍ마니ㆍ진주ㆍ푸른 옥ㆍ흰 구슬ㆍ자거ㆍ산호ㆍ호박ㆍ마노ㆍ대모ㆍ적석ㆍ선주가 있다’고 생각하면, 그는 비록 모마왕의 등 한복판에 바로 탔더라도 반드시 거꾸러져서 물에 떨어져 곧 그녀들에게 잡아먹히고 매우 극심한 곤란에 처하게 될 것이다. 그녀들이 사람을 잡아먹을 때에도 털이나 손톱이나 이빨이 남았을 경우엔 그 부인들은 그것을 집어먹을 것이요, 다시 사람을 잡아먹을 때 만일 땅에 핏방울이 떨어지면 그녀들은 곧 손톱으로 깊이 네 치까지 땅을 파서 그것을 집어먹을 것이다.

만일 그 상인이 ‘내게는 아들과 딸이 있다. 내게는 지극히 즐겁고 가장 아름다운 곳인 동산과 목욕하는 못, 앉고 눕는 자리, 울창한 숲이 있으며, 내게는 많은 재물과 금ㆍ은ㆍ수정ㆍ유리ㆍ마니ㆍ진주ㆍ푸른 옥ㆍ흰 구슬ㆍ자거ㆍ산호ㆍ호박ㆍ마노ㆍ대모ㆍ적석ㆍ선주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그는 비록 모마왕의 털을 하나만 잡더라도 반드시 안온하게 염부주까지 갈 수 있을 것이다.

여러 비구들아, 내가 이 비유를 들어 말한 것은 그 이치를 알게 하려고 이러한 뜻을 설한 것이다. 내 법을 잘 설하되 지극히 자세하게 모두 드러내 밝히고 잘 보호하여 없어지지 않게 하며, 마치 물 위에 뜬 뗏목처럼 널리 유포해서 마침내 천인(天人)에 이르기까지 미치게 하고자 함이니라. 그러니 이와 같이 내 법을 잘 설하되 지극히 자세하게 모두 드러내 밝히고 잘 보호하여 없어지지 않게 하며, 마치 물 위에 뜬 뗏목처럼 널리 유포해서 마침내 천인에 이르기까지 미치게 하여라.

만일 어떤 비구가 ‘안(眼)은 나[我]요, 내게는 안(眼)이 있다. 이(耳)ㆍ비(鼻)ㆍ설(舌)ㆍ신(身)ㆍ의(意)도 또한 그러하며, 의(意)는 나요, 내게는 의(意)가 있다’고 생각하면 그 비구는 반드시 해를 입을 것이니, 마치 저 상인이 나찰귀신에게 먹히는 것과 같다. 이것은 내 법을 잘 설하되 지극히 자세하게 모두 드러내 밝히고 잘 보호하여 없어지지 않게 하며, 마치 물 위에 뜬 뗏목처럼 널리 유포해서 마침내 천인에 이르기까지 미치게 하고자 함이니라. 그러니 이와 같이 내 법을 잘 설하되 지극히 자세하게 모두 드러내 밝히고 잘 보호하여 없어지지 않게 하며, 마치 물 위에 뜬 뗏목처럼 널리 유포해서 마침내 천인에 이르기까지 미치게 하여라.
만일 어떤 비구가 ‘안(眼)은 나[我]가 아니요, 내게는 안(眼)이 없다. 이(耳)ㆍ비(鼻)ㆍ설(舌)ㆍ신(身)ㆍ의(意)도 또한 그러하며, 의(意)는 나가 아니요, 내게는 의(意)가 없다’고 생각하면, 그 비구는 안온하게 갈 수 있나니, 마치 저 상인이 모마왕을 타고 안온하게 건너갈 수 있는 것과 같다. 이것은 내 법을 잘 설하되 지극히 자세하게 모두 드러내 밝히고 잘 보호하여 없어지지 않게 하며, 마치 물 위에 뜬 뗏목처럼 널리 유포해서 마침내 천인에 이르기까지 미치게 하고자 함이니라. 그러니 이와 같이 내 법을 잘 설하되 지극히 자세하게 모두 드러내 밝히고 잘 보호하여 없어지지 않게 하며, 마치 물 위에 뜬 뗏목처럼 널리 유포해서 마침내 천인에 이르기까지 미치게 하여라.

만일 어떤 비구가 ‘색(色)은 나요, 내게는 색이 있다. 성(聲)ㆍ향(香)ㆍ미(味)ㆍ촉(觸)ㆍ법(法)도 또한 그러하며 법은 나요 내게는 법이 있다’고 생각하면 그 비구는 반드시 해를 입을 것이니, 마치 저 상인이 나찰귀신에게 먹히는 것과 같다. 이것은 내 법을 잘 설하되 지극히 자세하게 모두 드러내 밝히고 잘 보호하여 없어지지 않게 하며, 마치 물 위에 뜬 뗏목처럼 널리 유포해서 마침내 천인에 이르기까지 미치게 하고자 함이니라. 그러니 이와 같이 내 법을 잘 설하되 지극히 자세하게 모두 드러내 밝히고 잘 보호하여 없어지지 않게 하며, 마치 물 위에 뜬 뗏목처럼 널리 유포해서 마침내 천인에 이르기까지 미치게 하여라.
만일 어떤 비구가 ‘색은 나가 아니요 내게는 색이 없다. 성ㆍ향ㆍ미ㆍ촉ㆍ법도 또한 그러하며 법은 나가 아니요 내게는 법이 없다’고 생각하면 그 비구는 반드시 안온하게 갈 수 있나니, 마치 저 상인이 모마왕을 타고 안온하게 건널 수 있는 것과 같다. 이것은 내 법을 잘 설하되 지극히 자세하게 모두 드러내 밝히고 잘 보호하여 없어지지 않게 하며, 마치 물 위에 뜬 뗏목처럼 널리 유포해서 마침내 천인에 이르기까지 미치게 하고자 함이니라. 그러니 이와 같이 내 법을 잘 설하되 지극히 자세하게 모두 드러내 밝히고 잘 보호하여 없어지지 않게 하며, 마치 물 위에 뜬 뗏목처럼 널리 유포해서 마침내 천인에 이르기까지 미치게 하여라.

만일 어떤 비구가 ‘색음(色陰)은 나요 내게는 색음이 있다. 각음(覺陰)ㆍ상음(想陰)ㆍ행음(行陰)ㆍ식음(識陰)도 또한 그러하며, 식음은 나요 내게는 식음이 있다’고 생각하면, 그 비구는 반드시 해를 입을 것이니, 마치 저 상인이 나찰귀신에게 먹히는 것과 같다. 이것은 내 법을 잘 설하되 지극히 자세하게 모두 드러내 밝히고 잘 보호하여 없어지지 않게 하며, 마치 물 위에 뜬 뗏목처럼 널리 유포해서 마침내 천인에 이르기까지 미치게 하고자 함이니라. 그러니 이와 같이 내 법을 잘 설하되 지극히 자세하게 모두 드러내 밝히고 잘 보호하여 없어지지 않게 하며, 마치 물 위에 뜬 뗏목처럼 널리 유포해서 마침내 천인에 이르기까지 미치게 하여라.
만일 어떤 비구가 ‘색음은 나가 아니요, 내게는 색음이 없다. 각음ㆍ상음ㆍ행음ㆍ식음도 또한 그러하며, 식음은 나가 아니요, 내게는 식음이 없다’고 생각하면, 그 비구는 안온하게 갈 수 있나니, 마치 저 상인이 모마왕을 타고 안온하게 건널 수 있는 것과 같다. 내 법을 잘 설하되 지극히 자세하게 모두 드러내 밝히고 잘 보호하여 없어지지 않게 하며, 마치 물 위에 뜬 뗏목처럼 널리 유포해서 마침내 천인에 이르기까지 미치게 하고자 함이니라. 그러니 이와 같이 내 법을 잘 설하되 지극히 자세하게 모두 드러내 밝히고 잘 보호하여 없어지지 않게 하며, 마치 물 위에 뜬 뗏목처럼 널리 유포해서 마침내 천인에 이르기까지 미치게 하여라.

만일 어떤 비구가 ‘흙[地]은 나요 내게는 흙이 있다. 물[水]ㆍ불[火]ㆍ바람[風]ㆍ허공[空]ㆍ식[識]도 또한 그러하며 식은 나요 내게는 식이 있다’고 생각하면 그 비구는 반드시 해를 입을 것이니, 마치 저 상인이 나찰귀신에게 먹히는 것과 같다. 그것은 내 법을 잘 설하되 지극히 자세하게 모두 드러내 밝히고 잘 보호하여 없어지지 않게 하며, 마치 물 위에 뜬 뗏목처럼 널리 유포해서 마침내 천인에 이르기까지 미치게 하고자 함이니라. 그러니 이와 같이 내 법을 잘 설하되 지극히 자세하게 모두 드러내 밝히고 잘 보호하여 없어지지 않게 하며, 마치 물 위에 뜬 뗏목처럼 널리 유포해서 마침내 천인에 이르기까지 미치게 하여라.
만일 어떤 비구가 ‘흙은 나가 아니요, 내게는 흙이 없다. 물ㆍ불ㆍ바람ㆍ허공ㆍ식도 또한 그러하며 식은 나가 아니요 내게는 식이 없다’고 생각하면 그 비구는 안온하게 갈 수 있나니, 마치 저 상인이 모마왕을 타고 안온하게 건널 수 있는 것과 같으니라.”

이에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말씀하셨다.

만일 부처님께서 말씀한
바른 법률을 믿지 않으면
그 사람 반드시 해를 입나니
마치 나찰귀신에게 먹히는 것과 같네.

만일 부처님께서 말씀한
바른 법률을 믿는 사람이라면
그는 안온하게 건너가리니
마치 모마왕을 탄 것과 같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이 상인구재경에 수록된 경문의 글자 수는 총 4,273자이다.

137) 세간경(世間經)제21제3 염송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을 유행하실 적에 승림급고독원(勝林給孤獨園)에 머무셨다.

그 때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여래는 스스로 세간을 깨닫고 또한 남을 위하여 설명하시니, 여래는 세간을 아시기 때문이다. 여래는 스스로 세간의 습(習:集)을 깨닫고 또한 남을 위하여 설명하시니, 여래는 세간의 습을 끊으셨기 때문이다. 여래는 스스로 세간의 멸(滅)을 깨닫고 또한 남을 위하여 설명하시니, 여래는 세간의 멸을 증득하셨기 때문이다. 여래는 스스로 세간의 도적(道跡)을 깨닫고 또한 남을 위하여 설명하시니, 여래는 세간의 도적을 닦으셨기 때문이다. 만일 모든 것이 다 두루하고 바르다면, 그 모든 것은 여래께서 알고 보고 깨닫고 얻으신 것이다. 왜냐 하면 여래는 옛날 무상정진각(無上正盡覺)을 닦은 뒤로부터 오늘밤 무여열반계(無餘涅槃界)에서 열반해 마칠 때까지 그 중간에서 만일 여래가 입으로 말한 바가 있고 대답한 바 있으면, 그 모든 것은 다 진실하여 공허하지 않고 진실을 떠나지 않았으며, 또한 거꾸로 왜곡되지도 않았고, 진제(眞諦)로 실상을 분명히 아셨기 때문이다.
만일 사자처럼 외치려면 마땅히 여래가 말하는 것처럼 하라. 왜냐 하면 여래는 대중 가운데서 강설하는 일이 있으면 사자처럼 외쳐 일체 세간ㆍ하늘ㆍ악마ㆍ범(梵)ㆍ사문 범지 등 사람에서 하늘에까지 이르기 때문이다. 여래는 범(梵)의 존재다. 여래는 지극히 차가운 존재로서 번민도 없고 뜨거움도 없으며 진실하여 헛되지 않은 존재이니라.”

이에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말씀하셨다.

일체 세간을 알고
일체 세간에서 벗어나며
일체 세간을 설하고
일체 세간을 진실 그대로 아시네.

그는 최상으로 존귀하신 영웅이라
일체의 결박을 풀어 헤치고
일체의 업을 끊어 없애
생사를 모두 해탈하였네.

그러므로 하늘이나 사람이나
부처님께 귀의한다네.
매우 깊고 넓은 바다 같으신
여래께 머리 조아려 예배한다네.

알고 나서 또한 공경하고 수행하였고
모든 하늘의 향음신(香音神)들
그들 또한 머리 조아려 예배한다네.
이른바 죽음을 따르는 자도
지사(智士)께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사람 중에 으뜸인 분께 귀의하네.

걱정 없고 티끌 여의어 안온하며
걸림 없이 모든 것 해탈하나니
그러므로 마땅히 선정을 즐기고
멀리 떠나 지극한 선정에 머무네.

마땅히 스스로 등불이 되어
나는 그 때를 잃는 일 없으리.
때를 놓치면 걱정과 슬픔 있나니
이른바 지옥에 떨어진다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이 세간경에 수록된 경문의 글자 수는 총 396자이다.

138) 복경(福經) 제22 제3 염송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을 유행하실 적에 승림급고독원에 머무셨다.

그 때 세존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복을 사랑스럽고 즐겁다고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왜냐 하면 복은 즐거운 것이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복을 사랑스럽거나 즐겁지 않다고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을 두려워하라. 왜냐 하면 복이 아닌 것은 괴로운 것이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왜냐 하면 나는 옛날 오랫동안 복을 지어 오랫동안 과보를 받았는데, 그것은 사랑스럽고 즐거운 것이라고 마음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옛날 7년 동안 자비를 행하여 이 세계가 일곱 번 생기고 무너지는 동안 이 세상에 오지 않았었다. 세상이 패망하여 무너질 때에는 황욱천(晃昱天)에 났었고 세상이 이루어질 때에는 내려와 허공의 범천 궁전 안에 태어났다. 그 범천에서는 대범천(大梵天)이 되었고 다른 곳에서는 천 번을 자재천왕(自在天王)이 되었으며 서른여섯 번을 천제석(天帝釋)이 되었고 다시 한량없이 반복하여 찰리 정생왕(刹利頂生王)3)이 되었느니라.

비구들아, 내가 찰리 정생왕이 되었을 때 8만 4천 마리의 큰 코끼리가 있었다. 좋고 뛰어난 안장을 채우고 여러 보물로 꾸몄고 흰 구슬 목걸이를 씌웠었는데, 우사하상왕(于娑賀象王)이 그 우두머리였다. 비구들아, 내가 찰리 정생왕이 되었을 때 8만 4천 마리의 말이 있었다. 좋고 뛰어난 안장을 채우고 여러 보물로 꾸몄고 금ㆍ은을 섞어 고삐를 만들었는데 모마왕이 그 우두머리였다. 비구들아, 내가 찰리 정생왕이 되었을 때 8만 4천 대의 수레가 있었다. 네 가지로 꾸미고 온갖 좋은 것으로 장엄하며 사자와 호랑이와 표범의 얼룩무늬 가죽을 엮은 잡색의 갖가지 것으로 장식하였고 매우 빠르고 날쌨는데, 낙성거(樂聲車)가 그 우두머리였다. 비구들아, 내가 찰리 정생왕이 되었을 때 8만 4천의 큰 성이 있었다. 그 성들은 매우 풍성하고 즐거워 많은 백성이 살았는데, 구사화제왕성(拘舍和提王城)이 으뜸이었다. 비구들아, 내가 찰리 정생왕이 되었을 때 8만 4천의 누각이 있었다. 금ㆍ은ㆍ유리ㆍ수정의 네 가지 보배누각이 있었는데, 정법전(正法殿)이 그 우두머리였다.

비구들아, 내가 찰리 정생왕이 되었을 때 8만 4천의 자리가 있었다. 금ㆍ은ㆍ유리ㆍ수정의 네 가지 보배자리로서 털담요ㆍ털자리를 깔고 금실로 짠 비단이불로 덮었고 비단속이불과 양머리에 꽃수를 놓은 베개에 최고로 좋은 사슴 모피로 만든 장막이 쳐져 있었다. 비구들아, 내가 찰리 정생왕이 되었을 때 8만 4천 벌의 겹옷이 있었는데 삼베옷ㆍ비단옷ㆍ무명옷ㆍ가릉가파화라옷[加陵伽波和羅衣]이 있었다. 비구들아, 내가 찰리 정생왕이 되었을 때 8만 4천 명의 여자가 있었다. 몸은 빛나고 희며 밝고 깨끗하며 빼어난 얼굴은 사람을 능가했고 하늘보다는 조금 못했다. 단정한 모습은 보는 사람을 모두 기쁘게 하였고 온갖 보배영락으로 구족하게 꾸몄는데, 찰리 종족의 여인들은 모두 그러했고 다른 종족도 한량없었다.

비구들아, 내가 찰리 정생왕이 되었을 때 8만 4천 종의 음식이 있었는데, 밤낮으로 준비되고 언제나 나를 위해 차려져 있으면서 내가 먹기를 바라고 있었다.
비구들아, 그 8만 4천 종 음식 가운데 지극히 아름답고 깔끔하고 갖가지 한량없는 맛을 가진 한 음식이 있었는데 그것은 내가 항상 먹던 것이었다. 비구들아, 그 8만 4천 명의 여자 가운데 가장 단정하고 아름다운 한 찰리 여자가 있었는데 그 여자는 언제나 나를 받들어 모셨었다. 비구들아, 그 8만 4천 벌의 겹옷 가운데 혹은 삼베옷, 혹은 비단옷, 혹은 무명옷, 혹은 가릉가파화라옷 등의 한 겹옷이 있었는데 그것은 언제나 내가 입던 것이었다. 비구들아, 그 8만 4천 자리 가운데 혹은 금, 혹은 은, 혹은 유리, 혹은 수정으로 만든 한 자리가 있었는데 거기엔 털담요ㆍ털자리를 깔고 금실로 짠 비단이불을 덮었으며, 비단속이불과 양머리에 꽃수를 놓은 베개에 최고로 좋은 사슴 모피로 만든 장막을 쳤는데, 그것은 언제나 내가 눕던 곳이었다.

비구들아,그 8만 4천 개의 누각 가운데 혹은 금, 혹은 은, 혹은 유리, 혹은 수정으로 지은 한 누각이 있었는데 정법전(正法殿)이라 하였으며, 그곳은 언제나 내가 살던 곳이었다. 비구들아, 그 8만 4천 개의 큰 성 가운데 매우 풍성하고 즐거워 많은 백성이 살고 있는 한 성이 있었는데 구사화제(拘舍和提)라고 이름하였으며, 그곳은 언제나 내가 거주하던 곳이었다. 비구들아, 그 8만 4천 대의 수레 가운데 온갖 좋은 것으로 장엄하고, 사자와 호랑이와 표범의 얼룩무늬 가죽을 엮은 잡색의 갖가지 것으로 장식하였으며, 매우 빠르고 날쌘 낙성거(樂聲車)라는 수레가 있었는데, 그것은 내가 늘 타고 나가 동산을 구경하던 것이었다. 비구들아, 그 8만 4천 마리의 말 가운데 검푸른 몸에 까마귀 같은 머리 모양을 한 모마왕이라 이름하는 한 말이 있었는데 그것은 내가 타고 나가 동산을 구경하던 것이었다. 비구들아, 그 8만 4천 큰 코끼리 가운데 전신이 하얗고 7지(支)가 모두 바른 우사하상왕(于娑賀象王)이란 이름의 코끼리가 있었는데, 그것은 내가 언제나 타고 나가 동산을 구경하던 것이었다.

비구들아, 나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것은 어떤 업과(業果)이고, 어떤 업보(業報)이기에 나로 하여금 오늘날 큰 여의족이 있고 큰 위덕이 있으며, 큰 복이 있고 큰 위신이 있게 한 것일까?’
비구들아, 나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것은 3업과(業果) 3업보(業報)이기에 오늘날 나로 하여금 큰 여의족이 있고 큰 위덕이 있으며, 큰 복이 있고 큰 위신이 있게 한 것이니, 첫째는 보시요, 둘째는 조어(調御)이며, 셋째는 수호(守護)이다.’”

이에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말씀하셨다.

이 복의 과보를 보라.
미묘하고 선하며 요익이 많나니
비구들아, 나는 옛날에
7년 동안 자비심을 닦음으로써
일곱 번이나 성하고 패망하는 겁 동안
이 세상에는 돌아오지 않았네.

이 세간이 패망해 무너질 때에는
저 황욱천에 태어났으며
이 세간이 이루어질 때에는
저 범천 가운데 태어났나니

범천에서는 대범천왕 되었고
천 번이나 자재천에 태어났으며
서른여섯 번이나 제석(帝釋)이 되었고
한량없는 횟수 동안 정생왕 되었네.

사람 중에서 가장 높은
찰리 정생왕은
법답게 무기를 쓰지 않고
천하를 잘 이끌어 다스렸으며

법답게 억울함 주지 않고
바르고 안락하게 가르쳤으며
법답게 굴려 서로 전하여
모든 대지에 두루하게 하였네.

큰 부자로 재물이 많은
이러한 종족으로 태어나
재물과 곡식은 그득하였고
일곱 가지 보배를 성취했나니
이러한 큰 복으로 말미암아
나는 곳곳마다 자재를 얻었네.

모든 부처님 세상을 다스림에
그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과
그 심히 기특한 것 또한 아시고
그 신통 보이심도 적지 않나니
누가 이것을 알고도 믿지 않으리.
이와 같이 하면 어둠에 나느니라.

그러므로 스스로 해야 하나니
만일 큰 복을 구하고자 하거든
마땅히 부처님의 법 공경하고
늘 부처님의 법률을 생각하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이 복경에 수록된 경문의 글자 수는 1,154자이다.

139) 식지도경(息止道經) 제23제3 염송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을 유행하실 적에 승림급고독원에 머무셨다.

그 때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젊은 비구로서 처음으로 계를 성취한 자들은 자주자주 식지도(息止道)에 나아가서 모든 모양[相] 즉, 몸이 썩어 뼈가 앙상하게 드러나는 모양[骨相]과 시체의 푸르딩딩한 모양[靑相]과 시체가 썩어 문드러지는 모양[腐相]과 시체가 짐승에게 먹히는 모양[食相]과 시체의 뼈들이 연결된 모양[骨鎖相]을 관찰하여야 한다. 그는 이 형상들을 잘 수용해 간직하고서 제가 거처하는 곳으로 돌아와서는 손발을 씻고 니사단(尼師檀)을 펴고 평상 위에서 결가부좌한 채 이 모양들 즉 몸이 썩어 뼈가 앙상하게 드러나는 모양[骨相]과 시체의 푸르딩딩한 모양[靑相]과 시체가 썩어 문드러지는 모양[腐相]과 시체가 짐승에게 먹히는 모양[食相]과 시체의 뼈들이 연결된 모양[骨鎖相]을 생각하라. 왜냐 하면 만일 그 비구가 이 형상을 닦아 익히면 마음속의 욕심과 성냄의 병을 빨리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말씀하셨다.

만일 나이 젊은 비구로서
공부4)가 아직 높은 뜻 얻지 못했으면
마땅히 저 식지도(息止道)로 나아가
그 음욕 없애기에 힘쓰라.

마음 가운데 성냄과 다툼 없이
중생을 사랑하고 가엾게 여겨
모든 곳에 두루 가득하게
나아가 저 몸뚱이들을 관찰해 보라.

푸르딩딩한 몸뚱이 모양
썩어 문드러지는 몸뚱이 모양
짐승과 벌레한테 먹히는 모양
서로 연결된 뼈마디를 관찰해 보라.

이러한 모양들을 닦아 익히고
제가 거처하는 곳으로 돌아오거든
손과 발을 깨끗이 씻고 난 뒤에
자리를 깔고 바르고 꼿꼿하게 앉아라.

안 몸과 또 바깥 몸에는
대변ㆍ소변이 가득 차있고
염통ㆍ콩팥ㆍ간장ㆍ허파 등이 거기 있다고
마땅히 그 참 모양 관찰해 보라.

만일 걸식해 먹고자
속인들의 마을로 들어가거든
장수가 갑옷으로 몸을 가리듯
언제나 바른 생각 염두에 두어라.

만일 사랑스럽고도 깔끔한
내 욕심에 알맞은 여자 보거든
그것을 보고는 참 모양을 관찰하고
부처님의 법률을 바르게 생각해 보라.

여기에는 뼈도 힘줄도 없고
살도 없고 또한 피도 없으며
콩팥ㆍ염통ㆍ간장과 허파도 없고
눈물도 가래침도 골도 없나니

일체의 흙 종류는 다 공(空)하고
일체의 물 종류도 또한 그러하며
일체의 불 종류도 또한 공하고
일체의 바람 종류도 또한 공하다네.

만일 가지고 있는 모든 감각이
깨끗하여 욕심과 서로 맞거든
그 모든 것을 그쳐 쉬어
지혜롭게 그대로 관찰하라.

이와 같이 행하고 꾸준히 힘써
늘 부정상(不淨想)을 생각하면
영원히 음욕ㆍ성냄ㆍ어리석음을 끊고
일체 무명이 없어져
청정한 깨달음이 일어나리니
비구는 괴로움의 끝을 얻게 되리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이 식지도경에 수록된 경문의 글자 수는 372자이다.

140) 지변경(至邊經) 제24제3 염송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을 유행하실 적에 승림급고독원에 머무셨다.

그 때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생활함에 있어 극히 하천하고 가장 끝되는 것은 걸식하는 것이다. 세간에서 크게 꺼리는 까닭은 까까머리에다 손엔 발우를 들고 다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 족성자는 그렇게 하는 뜻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받는다.
왜냐하면생(生)ㆍ노(老)ㆍ병(病)ㆍ사(死)와시름[愁慼]ㆍ울음[啼哭]ㆍ걱정[憂苦]ㆍ번민[懊惱]을 싫어하고 온갖 큰 고음(苦陰)의 끝을 얻으려 하기 때문이다. 너희들은 이러한 마음으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것이 아닌가?”

그 때 여러 비구들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러나, 저 어리석은 사람들은 이러한 마음으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면서도 탐욕을 부리고 욕심에 집착함이 지극히 무거워 혼탁함이 마음속을 감돌고 미워하고 질투하여 믿음이 없으며 게을러서 바른 생각을 잃고 바른 선정이 없어 나쁜 지혜로 마음은 미치고 모든 감각기관[根]은 어지러우며 계를 지님에는 지극히 관대해 사문을 닦지도 않고 행을 더하거나 넓히지도 않는다.
마치 사람이 먹으로써 먹물을 씻고 피로써 피를 없애며 때로써 때를 씻고 혼탁함으로써 혼탁함을 없애며 똥물로써 똥물을 씻는 것과 같아서 다만 그 더러움만 더할 뿐이요 어둑한 데서 어둑한 데로 들어가고 깜깜한 데서 깜깜한 데로 들어간다. 나는 저 우매하고 어리석은 사람이 사문의 계를 지니는 것도 또한 그와 같다고 말하나니, 곧 그 사람은 탐욕에 집착함이 지극히 무거워 혼탁함은 마음속에 감돌고 미워하고 질투하여 믿음이 없으며 게을러서 바른 생각을 잃고 바른 선정이 없어 나쁜 지혜로 마음은 미치고 모든 감각기관은 어지러우며 계를 지님에는 지극히 관대해 사문을 닦지도 않고 행을 더하거나 넓히지도 않는다.

마치 일 없는 한적한 곳에서 사람을 태우다 남긴 나무와 같나니, 그 깜부기 불[火燼]은 일 없는 한적한 곳에서 쓸 것도 아니요 또한 마을에서 쓸 것도 아니다. 나는 저 우매하고 어리석은 사람이 사문의 계를 지니는 것도 또한 그와 같다고 말하나니, 곧 그 사람은 탐욕에 집착함이 지극히 무거워, 혼탁함은 마음속에 감돌고 미워하고 질투하여 믿음이 없으며 게을러서 바른 생각을 잃고 바른 선정이 없어 나쁜 지혜로 마음은 미치고 모든 감각기관은 어지러우며 계를 지님에는 지극히 관대해 사문을 닦지도 않고 행을 더하거나 넓히지도 않느니라.”

이에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말씀하셨다.

우매하고 어리석어 욕락을 잃고
또한 다시 사문의 뜻마저 잃어
양쪽을 다 함께 잃어 버렸으니
마치 타다 남은 깜부기불 같구나.

또 마치 일 없는 한가한 곳에서
사람을 태우다 남긴 깜부기불 같아
일 없는 한적한 곳에서도 마을에서도 쓰이지 않네.
사람이 욕심에 집착함도 그러하니
마치 타다 남은 깜부기불 같아서
양쪽을 다 함께 잃어버리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이 지변경에 수록된 경문의 글자 수는 총 422자이다.

141)유경(喩經) 제25제3 염송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을 유행하실 적에 승림급고독원(勝林給孤獨園)에 머무셨다.

그 때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한량없이 착한 법을 얻을 수 있다면 그 일체는 방일하지 않음[不放逸]을 근본[本]으로 하고 방일하지 않음을 원인[習]으로 하며 방일하지 않음으로 인하여 생기고 방일하지 않음을 우두머리로 삼나니, 방일하지 않음은 모든 착한 법에서 가장 으뜸이 되느니라.
마치 농사를 짓는 것과 같나니, 그 일체는 땅을 인연하고 땅을 의지하며 땅에 서서 농사를 짓게 된다. 만일 이와 같이 한량없이 착한 법을 얻을 수 있다면 그 일체는 방일하지 않음을 근본으로 하고 방일하지 않음을 원인으로 하며 방일하지 않음으로 인하여 생기고 방일하지 않음을 우두머리로 삼나니, 방일하지 않음은 모든 착한 법에서 가장 으뜸이 되느니라.
마치 종자와 같나니, 마을과 귀촌(鬼村)에서 온갖 곡식과 약나무가 나고 자랄 때 그 일체는 땅을 인연하고 땅을 의지하며 땅에 서서 나고 자라게 된다.

만일 이와 같이 한량없이 착한 법을 얻을 수 있다면 그 일체는 방일하지 않음을 근본으로 하고 방일하지 않음을 원인으로 하며 방일하지 않음으로 인하여 생기고 방일하지 않음을 우두머리로 삼나니, 방일하지 않음은 모든 착한 법에서 가장 으뜸이 되느니라.
마치 모든 뿌리향[根香] 가운데 침향(沈香)을 제일로 치는 것과 같고 모든 나무향[木香] 가운데 붉은 전단[赤栴檀]을 제일로 치는 것과 같으며 모든 물꽃[水華] 가운데 푸른 연꽃[靑蓮華]을 제일로 치는 것과 같고 모든 육지꽃 가운데 수마나꽃[須摩那華]을 제일로 치는 것과 같으며 모든 짐승 발자국 그 일체는 다 코끼리 발자국 안에 들어가고 코끼리 발자국은 모든 발자국을 포섭하므로 저 코끼리 발자국을 제일로 치는 것과 같나니, 곧 넓고 크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한량없이 착한 법을 얻을 수 있다면 그 일체는 방일하지 않음을 근본으로 하고 방일하지 않음을 원인으로 하며 방일하지 않음으로 인하여 생기고 방일하지 않음을 우두머리로 삼나니, 방일하지 않음은 모든 착한 법에서 가장 으뜸이 되느니라.
마치 모든 짐승 중에서 저 사자왕(師子王)을 가장 으뜸으로 삼는 것과 같고, 마치 진(陣)을 펼쳐 서로 싸울 때 오직 맹세[要誓]를 제일로 치는 것과 같으며, 마치 누각의 서까래가 모두 들보를 의지하여 서고, 들보는 모든 서까래를 껴잡아 지탱하므로 들보가 가장 으뜸이 되는 것과 같나니, 곧 모두를 껴잡아 지탱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한량없이 착한 법을 얻을 수 있다면 그 일체는 방일하지 않음을 근본으로 하고 방일하지 않음을 원인으로 하며 방일하지 않음으로 인하여 생기고 방일하지 않음을 우두머리로 삼나니, 방일하지 않음은 모든 착한 법에서 가장 으뜸이 되느니라.
마치 모든 산 가운데 수미산(須彌山)을 제일로 치는 것과 같고, 모든 샘물ㆍ큰 샘물을 포함하는 물 가운데 큰 바다를 제일로 치는 것과 같으며, 모든 큰 몸 가운데에서 아수라왕(阿須羅王)을 제일로 치는 것과 같고, 모든 첨시(瞻侍)에서 마왕(魔王)을 제일로 치는 것과 같으며, 모든 행욕(行欲)에서 정생왕(頂生王)을 제일로 치는 것과 같고, 모든 작은 왕 중에서 전륜왕(轉輪王)을 제일로 치는 것과 같으며, 허공의 모든 별에서 달을 제일로 치는 것과 같고, 모든 비단옷에서 백련(白練)을 제일로 치는 것과 같으며, 모든 광명에서 지혜의 광명을 제일로 치는 것과 같고, 모든 대중 가운데 여래의 제자대중을 제일로 치는 것과 같으며,유위와 무위의 모든 법 가운데에서 애욕이 다하고 욕심이 없는 것, 멸하여 다한 열반을 제일로 치는 것과 같다.

그리고 발이 없는 것, 두 발ㆍ네 발ㆍ많은 발, 색이 있고[有色] 색이 없는 것[無色]과 생각이 있고[有想] 생각이 없으[無想]며, 나아가 생각이 있는 것도 아니요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닌[非有想非無想] 모든 중생에 있어서 여래를 지극한 제일로 치며, 크다[大]고 하고 위[上]라고 하며, 최고[最]라고 하고 훌륭하다 하며, 높다고 하고 묘하다고 하는 것과 같다. 마치 소로 인하여 젖[乳]이 있고 젖으로 인하여 낙(酪)이 있으며, 낙으로 인하여 생소(生酥)가 있고 생소로 인하여 숙소(熟酥)가 있으며, 숙소로 인하여 소정(酥精)이 있어 소정을 제일로 치며, 크다고 하고 위라고 하며, 최고라 하고 훌륭하다 하며, 높다고 하고 묘하다고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만일 발이 없는 것, 두 발ㆍ네 발ㆍ많은 발, 색이 있는 것과 색이 없는 것, 생각이 있는 것과 생각이 없는 것, 나아가 생각이 있는 것도 아니요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닌 모든 중생이 있다면 여래를 그 중에서 지극한 제일이라 하며 크다고 하고 위라고 하며 최고라고 하고 훌륭하다 하며 높다고 하고 묘하다고 하느니라.”

이에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말씀하셨다.

만일 재물을 구하는 이라면
갈수록 많아짐 매우 좋아하듯
방일하지 않음을 일컬어 칭찬하고
일과 일 없음을 지혜로운 이는 설한다네.

만일 방일하지 않는 이라면
반드시 두 가지 이치를 취해
곧 이 세상에서도 이익을 얻고
후세에서도 또한 이익을 얻으리.

지혜로운 사람은 웅장하고 용맹하여
모든 이치 관찰해 반드시 해탈하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주석
1 이 경의 이역경전으로는 『증일아함경』 제41권「마왕품(馬王品)」의 첫 번째 경과 수(隋)시대 사나굴다(闍那崛多)가 한역한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 제50권이 있다. 참고 경전으로는 오(吳)시대 강승회(康僧會)가 한역한 『육도집경(六度集經)』 제4권과 제6권 중에 같은 내용이 들어 있다. [신수대장경 3권 p.19 下와 p.33 中 참조]
2 팔리어로는 valāhassa라고 한다. 털이 긴 말의 일종. 혹 하늘을 달리는 말을 지칭하기도 한다.
3 팔리어로는 māndhātā라고도 한다. 또는 지양(持養)ㆍ지계(持戒)ㆍ최승(最勝)이라고도 씀. 인도 아주 오랜 옛날의 전륜성왕(轉輪聖王)을 지칭한다.
4 고려대장경 원문에는 각(覺)자로 되어 있으나 송(宋)ㆍ원(元)ㆍ명(明) 세 본(本)에는 학(學)자로 되어 있고 문맥상 ‘학’자가 적합하여 이 글자로 대치하였다.

중아함경 제35권

승가제바 한역

12. 범지품(梵志品) 제2①
범지품에는 모두 스무 개의 소경이 수록 되었다.(앞에 있는 열 개의 소경은 제3송에 속하고) 뒤에 있는 열 개의 소경은 제4송에 속한다.

우세경(雨勢經)ㆍ상가라경(傷歌邏經)ㆍ산수목건련경(算數目揵連經)과
구묵목건련경(瞿黙目犍連經)ㆍ상적유경(象跡喩經)과
문덕경(聞德經)ㆍ하고경(何苦經)ㆍ하욕경(何欲經)과
울수가라경(鬱瘦歌邏經)ㆍ아섭화경(阿攝和經)이 있다.

142) 우세경(雨勢經) 제1제3 염송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왕사성(王舍城)을 유행하실 적에 취암산(鷲巖山)에 계셨다.

그 때 비타제(鞞陁提)의 아들 마갈타왕(摩竭陁王) 미생원(未生怨)은 발기국(跋耆國)과 서로 미워하는 사이가 되어 항상 권속들 앞에서 이렇게 말했었다.
‘발기국 사람은 큰 여의족(如意足)이 있고 큰 위덕(威德)이 있으며, 큰 복이 있고 큰 위신(威神)이 있다. 나는 발기인의 종자를 멸하고 발기국을 쳐부수어 발기국 사람들로 하여금 한량없는 액난을 당하게 하리라.’

이에 비타제의 아들 마갈타왕 미생원은 세존께서 왕사성을 유행하시다가 취암산에 계신다는 말을 듣고, 곧 대신 우세(雨勢)에게 말하였다.
“나는 사문 구담(瞿曇)께서 왕사성을 유행하시다가 취암산에 계신다는 말을 들었다. 우세여, 너는 사문 구담께 가서 내 이름으로 ‘성체(聖體)는 병이 없어 편안하고 유쾌하시며 기력은 한결같으신가’라고 문안하면서 이렇게 말하라.
‘구담이시여, 비타제의 아들 마갈타왕 미생원이 성체는 병이 없어 편안하고 유쾌하시며 기력은 한결같으시냐고 문안을 여쭙니다. 구담이시여, 비타제의 아들 마갈타왕 미생원은 발기국과 서로 미워하는 사이가 되어 항상 권속 앞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발기국 사람은 큰 여의족이 있고 큰 위덕이 있으며 큰 복이 있고 큰 위신이 있다. 나는 발기국 사람의 종자를 멸하고 발기국을 쳐부수어 발기국 사람으로 하여금 한량없는 액난을 당하게 하리라.〉
사문 구담이시여, 마땅히 무슨 하실 말씀이 없습니까?’
우세여, 만일 사문 구담께서 무슨 말씀이 있으시거든 너는 마땅히 잘 받아 간직해야 한다. 왜냐 하면 그분은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니라.”

대신 우세는 왕의 분부를 받고, 가장 좋은 수레를 타고 5백 대의 수레와 함께 왕사성을 출발하여 곧 취암산으로 향하였다. 취암산에 오르자 수레에서 내려 걸어서 부처님 처소로 나아가 세존께 서로 문안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비타제의 아들 마갈타왕 미생원이 ‘성체는 병이 없어 편안하고 유쾌하시며, 기력은 한결같으십니까’라고 문안을 여쭈었습니다. 구담이시여, 비타제의 아들 마갈타왕 미생원은 발기국과 서로 미워하는 사이가 되어, 항상 권속들 앞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발기국 사람은 큰 여의족이 있고 큰 위덕이 있으며, 큰 복이 있고 큰 위신이 있다. 나는 발기국 사람의 종자를 멸하고 발기국을 쳐부수어, 발기국 사람들로 하여금 한량없는 액난을 당하게 하리라.’
사문 구담이시여, 마땅히 무슨 하실 말씀이 없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우세여, 나는 일찍이 발기국을 유행한 적이 있었다. 그 나라에는 차화라(遮和邏)라는 절이 있었다. 우세여, 그 때 나는 발기국 사람들을 위하여 일곱 가지 쇠하지 않는 법[七不衰法]을 설명하였고, 발기국 사람들은 그 일곱 가지 쇠하지 않는 법을 받아 행하였다. 우세여, 만일 발기국 사람들이 그 일곱 가지 쇠하지 않는 법을 행하여 범하지 않는다면 발기국은 반드시 이기고 쇠하지 않으리라.”

대신 우세가 세존께 아뢰었다.
“사문 구담께서 그 일을 대충 말씀하시고 널리 분별하지 않으시니, 저희들은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원컨대 사문 구담이시여, 널리 분별해 말씀하시어 저희들로 하여금 그 뜻을 이해하게 해주십시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우세여, 자세히 듣고 잘 기억하라. 나는 너를 위하여 그 뜻을 널리 설해주리라.”
대신 우세는 그 분부를 받들고 경청하였다.

이 때 존자 아난은 불자[拂]를 들고, 부처님을 모시고 있었다. 세존께서 돌아보며 물으셨다.
“아난아, 혹 발기국 사람들이 자주 법회를 열고, 많이 모인다는 말을 들었느냐?”

존자 아난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발기국 사람들이 자주 법회를 열고, 많이 모인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세존께서 곧 대신 우세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저 발기국 사람들이 자주 법회를 열고 많이 모인다면, 발기국은 반드시 이기고 쇠하지 않으리라.”

세존께서는 다시 존자 아난에게 물으셨다.
“혹 발기국 사람들은 함께 모이고, 발기국 일을 위해 함께 애쓰며, 함께 일어난다는 말을 들었느냐?”

존자 아난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발기국 사람들은 함께 모이고, 발기국 일을 위해 함께 애쓰며, 함께 일어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세존께서는 다시 대신 우세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저 발기국 사람들이 함께 모이고 발기국 일을 위해 함께 애쓰며 함께 일어난다면 발기국은 반드시 이기고 쇠하지 않으리라.

세존께서 다시 존자 아난에게 물으셨다.
“혹 발기국 사람들은 아직 시설하지 않은 것은 다시금 새롭게 시설하지 않고 본래부터 있던 시설은 뜯어 고치지 않으며, 발기국의 옛 법을 잘 받들어 행한다는 말을 들었느냐?”

“세존이시여, 저는 발기국 사람들은 아직 시설하지 않은 것은 다시금 새롭게 시설하지 않고 본래부터 있던 시설은 뜯어 고치지 않으며, 발기국의 옛 법을 잘 받들어 행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세존께서 다시 대신 우세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저 발기국 사람들이 아직 시설하지 않은 것은 다시금 새롭게 시설하지 않고 본래부터 있던 시설은 뜯어 고치지 않으며, 발기국의 옛 법을 잘 받들어 행한다면, 발기국은 반드시 이기고 쇠하지 않으리라.”

세존께서 다시 존자 아난에게 물으셨다.
“아난아, 혹 발기국 사람들은 세력으로써 남의 아내나 남의 처녀를 범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느냐?”

“세존이시여, 저는 발기국 사람들은 세력으로써 남의 아내나 남의 처녀를 범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다시 대신 우세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저 발기국 사람들이 세력으로써 남의 아내나 남의 처녀를 범하지 않는다면 발기국은 반드시 이기고 쇠하지 않으리라.”

세존께서 다시 존자 아난에게 물으셨다.
“혹 발기국 사람들은 이름과 덕망이 있어 존중할 만한 사람이 있으면 발기국 사람들은 모두 그를 존경하고 받들며 공양하고 그의 가르침을 들으면 곧 그대로 행한다는 말을 들었느냐?”

“세존이시여, 저는 발기국 사람들은 이름과 덕망이 있어 존중할 만한 사람이 있으면 발기국 사람들은 모두 그를 존경하고 받들며 공양하고, 그의 가르침을 받으면 곧 그대로 행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세존께서 다시 대신 우세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저 발기국 사람들이 이름이 있고 덕망이 있어 존중할 만한 사람이 있으면 모두 그를 존경하고 받들며 공양하고, 그의 가르침을 듣고 곧 그대로 행한다면 발기국은 반드시 이기고 쇠하지 않으리라.”

세존께서 존자 아난에게 물으셨다.
“혹 발기국 사람들은 그들이 가진 옛 절을 다 수리하여 꾸미고 받들며, 공양하고 예로 섬기며 본래의 시설은 폐하지 않고, 본래 하던 일은 줄이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느냐?”

“세존이시여, 저는 발기국 사람들은 그가 가진 옛 절을 다 수리하여 꾸미고 받들며 공양하고 예로 섬기며 본래의 시설은 폐하지 않고 본래 하던 일은 줄이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세존께서 다시 대신 우세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저 발기국 사람이 그가 가진 옛 절을 다 수리하여 꾸미고 받들며, 공양하고 예로 섬기며 본래의 시설은 폐하지 않고, 본래 하던 일은 줄이지 않는다면,발기국은 반드시 이기고 쇠하지 않으리라.”

세존께서 존자 아난에게 물으셨다.
“혹 발기국 사람들은 다들 모든 아라하(阿羅訶)를 옹호하여 지극히 사랑하고 공경하며, 아직 오지 않은 아라한은 빨리 오기를 원하고, 이미 온 아라하는 오래 머물기를 원하며, 항상 의복ㆍ음식ㆍ침구류ㆍ탕약 등 생활의 온갖 도구를 모자라지 않게 한다는 말을 들었느냐?”

“세존이시여, 저는 발기국 사람들은 다들 모든 아라하를 옹호하여 지극히 사랑하고 공경하며 아직 오지 않은 아라하는 빨리 오기를 원하고 이미 온 아라하는 오래 머물기를 원하며 항상 의복ㆍ음식ㆍ침구류ㆍ탕약 등 생활의 온갖 도구를 모자라지 않게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세존께서 다시 대신 우세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저 발기국 사람이 다들 모든 아라하를 옹호하여 지극히 사랑하고 공경하며 아직 오지 않은 아라하는 빨리 오기를 원하고 이미 온 아라하는 오래 머물기를 원하며 항상 의복ㆍ음식ㆍ침구류ㆍ탕약 등 생활의 온갖 도구를 모자라지 않게 한다면, 발기국은 반드시 이기고 쇠하지 않으리라.
우세여, 발기국 사람들이 이 일곱 가지 쇠하지 않는 법[七不衰法]을 행하고 이 일곱 가지 쇠하지 않는 법을 받아 지닌다면 발기국은 반드시 이기고 쇠하지 않으리라.”

그러자 대신 우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가사 한쪽을 벗어 매고 부처님을 향해 합장하고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혹 발기국 사람이 한 가지 쇠하지 않는 법만 성취하였더라도 비타제의 아들 마갈타왕 미생원이 그들을 항복받을 수 없겠거늘 하물며 일곱 가지 쇠하지 않는 법을 갖춤이겠습니까? 구담이시여, 저는 나라 일이 많아 돌아가기를 원합니다.”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가고 싶으면 뜻대로 해라.”

그러자 대신 우세는 부처님 말씀을 잘 받아 지니고 일어나 부처님을 세 번 돌고 물러갔다.

대신 우세가 떠난 지 오래지 않아 세존께서는 아난을 돌아보며 말씀하셨다.
“취암산 여러 곳에 머무는 비구들에게 명령하여 모두 강당에 모이게 하고 다 모이거든 내게 와서 알려라.”

존자 아난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었다.
“예, 세존이시여.”
이 때 존자 아난은 곧 명령을 전해 취암산 여러 곳에 머무는 비구들을 모두 강당에 모이게 하고 모인 뒤에는 곧 부처님께 돌아가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서서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미 분부를 전해 취암산 여러 곳에 머무는 비구들을 모두 강당에 모이게 하였습니다. 세존께서는 그 때임을 아소서.”

그러자 세존께서는 존자 아난을 데리고 강당으로 가셔서 비구대중 앞에서 자리를 펴고 앉아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제 너희들을 위하여 일곱 가지 쇠하지 않는 법을 말하리니, 너희들은 자세히 듣고 그것을 잘 기억하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이 아뢰었다.
“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떤 것이 일곱 가지인가? 만일 비구들이 자주 법회를 열고 많이 모이면 비구는 반드시 이기고 법이 쇠하지 않으리라. 만일 비구들이 함께 모이고 대중 일을 위해 함께 애쓰며 함께 일어난다면, 비구는 반드시 이기고 법이 쇠하지 않으리라. 만일 비구들이 아직 시설하지 않은 것은 다시 새롭게 시설하지 않고 본래 있던 시설은 뜯어고치지 않으며 내가 말하는 계를 잘 받들어 행하면 비구는 반드시 이기고 법이 쇠하지 않으리라.

만일 비구들이 이 미래의 생명에 대해 사랑하고 기뻐하는 욕심을 다 갖추어 그것들을 사랑하고 즐거워하지만 그것이 일어나더라도 따르지 않는다면 비구는 반드시 이기고 법이 쇠하지 않으리라. 만일 어떤 장로상존(長老上尊)이 범행을 갖추어 배웠으면 모든 비구가 다 그들을 존경하고 받들어 공양하고 그의 가르침을 받아 그대로 따른다면 비구는 반드시 이기고 법이 쇠하지 않으리라.

만일 비구들이 일 없는 한가한 곳ㆍ산림ㆍ높은 바위와 고요한 곳에서 한가롭게 살며 고요하여 소리가 없고 멀리 떠나 있어 악이 없으며 사람들 없는 데서 이치를 따라 고요히 앉아 즐겁게 머물러 떠나지 않는다면 비구는 반드시 이기고 법이 쇠하지 않으리라. 만일 비구들이 모든 범행자들을 옹호하여 지극히 존중하고 사랑하고 공경하며 아직 오지 않은 범행자는 빨리 오기를 원하고 이미 온 범행자는 오래 머물기를 원하며 항상 의복ㆍ음식ㆍ침구류ㆍ탕약 등 모든 생활 도구를 모자라지 않게 한다면 비구는 반드시 이기고 법이 쇠하지 않으리라.
만일 비구들이 이 일곱 가지 쇠하지 않는 법을 행하고 받아 지녀 범하지 않는다면 비구는 반드시 이기고 쇠하지 않으리라.”

그러자 세존께서 다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너희들을 위하여 다시 일곱 가지 쇠하지 않는 법을 말하리니, 너희들은 자세히 듣고 그것을 잘 기억하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이 말했다.
“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떤 것이 일곱 가지인가? 만일 비구들이 스승을 존경하고 공경하며 공양하고 받들어 섬기면 비구는 반드시 이기고 법이 쇠하지 않으리라. 만일 비구들이 법ㆍ대중ㆍ계율ㆍ방일하지 않음ㆍ공양[供給]ㆍ선정을 공경하고 존중하며 공양하고 받들어 섬기면 비구는 반드시 이기고 법이 쇠하지 않으리라.
만일 비구들이 이 일곱 가지 법을 행하고 받아 지녀 범하지 않으면 비구는 반드시 이기고 법이 쇠하지 않으리라.”

세존께서 다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너희들을 위하여 또 일곱 가지 쇠하지 않는 법을 말하리니, 너희들은 자세히 듣고 그것을 잘 기억하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예.”

“어떤 것이 일곱 가지인가? 만일 비구들이 업을 짓지 않고 업을 좋아하지 않으며 업을 익히지 않으면 비구는 반드시 이기고 법이 쇠하지 않으리라. 지껄이지 않고 지껄이기를 좋아하지 않으며 지껄이기를 익히지 않으면, 모이지 않고 모이기를 좋아하지 않으며 모이기를 익히지 않으면, 잡되게 합하지 않고 잡되게 합하기를 좋아하지 않으며 잡되게 합하기를 익히지 않으면, 잠자지 않고 잠자기를 좋아하지 않으며 잠자기를 익히지 않으면, 이익을 위하지 않고 칭찬을 위하지 않으며 남을 위하여 범행을 행하지 않으면, 잠시만 그렇게 하거나 덕이 수승했으면 하다가 중간에 방편을 버리고 덕을 수승하게 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비구는 반드시 이기고 법이 쇠하지 않으리라.
만일 비구들이 이 일곱 가지 쇠하지 않는 법을 행하고 받아 지녀 범하지 않으면, 비구는 반드시 이기고 법이 쇠하지 않으리라.”

세존께서 다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너희들을 위하여 다시 또 일곱 가지 쇠하지 않는 법을 말하리니, 너희들은 자세히 듣고 그것을 잘 기억하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이 말했다.
“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떤 것이 일곱 가지인가? 만일 비구들이 믿음의 재물[信財]ㆍ계율의 재물[戒財]ㆍ제 부끄러움의 재물[慚財]ㆍ남부끄러움의 재물[愧財]ㆍ널리 듣는 재물[博聞財]ㆍ보시의 재물[施財]을 성취하고, 지혜의 재물[慧財]을 성취하면, 비구는 반드시 이기고 법이 쇠하지 않으리라. 만일 비구들이 이 일곱 가지 쇠하지 않는 법을 행하고 받아 지녀 범하지 않으면 비구는 반드시 이기고 법이 쇠하지 않으리라.”

세존께서 다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너희들을 위하여 다시 일곱 가지 쇠하지 않는 법을 말하리니, 너희들은 자세히 듣고 그것을 잘 기억하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이 말하였다.
“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떤 것이 일곱 가지인가? 만일 비구들이 믿음의 힘[信力]ㆍ정진의 힘[精進力]ㆍ제 부끄러움의 힘[慚力]ㆍ남부끄러움의 힘[愧力]ㆍ생각의 힘[念力]ㆍ선정의 힘[定力]을 성취하고 지혜의 힘[慧力]을 성취하면 비구는 반드시 이기고 법이 쇠하지 않으리라. 만일 비구들이 이 일곱 가지 쇠하지 않는 법을 행하고 받아 지녀 범하지 않으면, 비구는 반드시 이기고 법이 쇠하지 않으리라.”

세존께서 다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너희들을 위하여 다시 일곱 가지 쇠하지 않는 법을 말하리니,너희들은 자세히 듣고 그것을 잘 기억하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이 말했다.
“예.”

“어떤 것이 일곱 가지인가? 만일 비구들이 염각지(念覺支)를 닦아 버리고 여읨을 의지하고 욕심 없음을 의지하며 멸하여 다함을 의지하여 출요(出要)로 나아가고, 법의 간별[擇法]ㆍ정진(精進)ㆍ기쁨[喜]ㆍ쉼[息]ㆍ선정[定]에 있어서도 또한 그러하며, 사각지(捨覺支)를 닦아 버리고 여읨을 의지하고 욕심 없음을 의지하며 멸하여 다함을 의지하여 출요로 나아가면, 비구는 반드시 이기고 법이 쇠하지 않으리라.
만일 비구들이 이 일곱 가지 쇠하지 않는 법을 행하고 받아 지녀 범하지 않으면 비구는 반드시 이기고 법이 쇠하지 않으리라.”

세존께서 다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너희들을 위하여 다시 일곱 가지 쇠하지 않는 법을 말하리니, 너희들은 자세히 듣고 잘 기억하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이 말했다.
“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떤 것이 일곱 가지인가? 만일 비구들이 마땅히 면전율(面前律)을 주어야 할 자에겐 면전율을 주고, 마땅히 억율(憶律)을 주어야 할 자에겐 억율을 주고, 마땅히 불치율(不癡律)을 주어야 할 자에겐 불치율을 주고, 마땅히 자발로(自發露)를 주어야 할 자에겐 자발로를 주고, 마땅히 거(居)를 주어야 할 자에겐 거를 주고, 마땅히 전전(展轉)을 주어야 할 자에겐 전전을 주고, 대중 가운데서 싸움이 일어나 마땅히 분소(糞掃)를 버리듯 하여야 할 자에겐 법으로써 그것을 말리면, 비구는 반드시 이기고 법이 쇠하지 않으리라. 만일 비구들이 이 일곱 가지 쇠하지 않는 법을 행하고 받아 지녀 범하지 않으면, 비구는 반드시 이기고 법이 쇠하지 않으리라.”

세존께서 다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제 너희들을 위하여 여섯 가지 위로법(慰勞法)을 말하리니, 너희들은 자세히 듣고 그것을 잘 기억하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이 말했다.
“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떤 것이 여섯 가지인가? 인자한 몸의 업[身業]으로써 모든 범행자(梵行者)를 대하는 것이 이 위로법이니, 사랑스러운 법이요 즐거운 법으로서 남으로 하여금 사랑하게 하고 존중하게 하며 받들게 하고 공경하게 하며 닦게 하고 껴잡게 한다. 또한 사문(沙門)을 얻고 일심(一心)을 얻게 하며 정진(精進)을 얻고 열반(涅槃)을 얻게 하느니라. 이와 같이 인자한 입의 업[口業], 인자한 뜻의 업[意業]도 또한 그러하니라. 만일 법의 이익이 있으면 법답게 이익을 얻고 발우 안에 있는 자기가 먹을 음식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이익을 나누어 모든 범행자들에게 보시하는 것이 이 위로법이니, 사랑스러운 법이요 즐거운 법으로서, 남으로 하여금 사랑하게 하고 존중하게 하며, 받들게 하고 공경하게 하며, 닦게 하고 껴잡게 한다. 또 사문(沙門)을 얻고 일심(一心)을 얻게 하며, 정진(精進)을 얻고 열반(涅槃)을 얻게 하느니라.

만일 계가 있으면 이지러지지도 않고, 뚫어지지도 않으며, 더러움도 없고 검음[黑]도 없으며, 땅과 같이 다른 것을 따르지 않고, 성인의 칭찬을 받으며, 두루 갖추어 잘 받아 지니고, 이러한 계를 나누어 모든 범행자들에게 보시하는 것이 이 위로법이니, 사랑스러운 법이요 즐거운 법으로서, 남으로 하여금 사랑하게 하고 존중하게 하며, 받들게 하고 공경하게 하며, 닦게 하고 껴잡게 한다. 또 사문을 얻고 일심을 얻게 하며, 정진을 얻고 열반을 얻게 하느니라.
만일 이 성인의 출요(出要)를 보게 되면, 밝게 깨치고 깊이 통달하며, 능히 바르게 괴로움을 다한다. 이러한 견해를 나누어 모든 범행자들에게 보시하는 것이 이 위로법이니, 사랑스러운 법이요 즐거운 법으로서 남으로 하여금 사랑하게 하고 존중하게 하며 받들게 하고 공경하게 하며 닦게 하고 껴잡게 한다. 또 사문을 얻고 일심을 얻게 하며 정진을 얻고 열반을 얻게 하느니라.
내가 전에 말한 여섯 가지 법은 이것으로 인해 말한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이 우세경에 수록된 경문의 글자 수는 총 3,007자이다.

143) 상가라경 (傷歌邏經) 제2제3 염송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을 유행하실 적에 승림급고독원에 머무셨다.

그 때 상가라마납(傷歌邏摩納)1)은 오후에 천천히 거닐어, 부처님께 나아가 서로 안부를 여쭙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아뢰었다.
“구담(瞿曇)이시여, 제가 여쭐 말씀이 있는데 허락하신다면 감히 여쭙겠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마납아, 의문 나는 것이 있다면 마음껏 물어라.”

상가라 마납이 곧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범지(梵志)는 법답게 재물을 얻으러 다니며,혹은 스스로 재(齋)를 지내거나, 혹은 재(齋) 지내는 것을 가르치기도 합니다. 구담이시여, 만일 스스로 재를 지내거나 남에게 재 지내는 것을 가르친다면 그 재로 인하여 그의 모든 행은 한량없는 복의 자취를 남길 것입니다. 그런데 사문 구담의 제자는 족성자를 따라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려 집 없이 도를 배워 스스로 제어하고 스스로 쉬며[息止] 스스로 열반을 얻습니다. 이렇게 사문 구담의 제자는 족성자를 따라 도를 배움으로 인하여 한 가지 복의 자취만 행할 뿐 한량없는 복의 자취는 행하지 않습니다.”

그 때 존자 아난은 불자[拂]를 들고 부처님을 모시고 있었다. 이에 존자 아난이 물었다.
“마납이여, 이 두 도의 자취 중에서 어느 것이 가장 위이고 가장 묘하며 가장 훌륭한가?”

상가라 마납이 말하였다.
“아난이시여, 저는 사문 구담과 아난, 두 분을 다 공경하고 존중하며 받듭니다.”

아난이 말하였다.
“마납이여, 나는 그대에게 누구를 공경하고 존중하며 받드느냐고 묻지 않았다. 나는 다만 그대에게 이 두 도의 자취 중에 어느 것이 가장 위이고 가장 묘하며 가장 훌륭하냐고 물었을 뿐이다.”

그리고 존자 아난이 두ㆍ세 번 질문하기에 이르렀다.
“마납이여, 이 두 도의 자취 가운데 어느 것이 가장 위이고 가장 묘하며 가장 훌륭한가?”

그러자 상가라 마납도 두ㆍ세 번 대답하였다.
“아난이시여, 저는 사문 구담과 아난 두 분을 다 공경하고 존중하며 받듭니다.”

존자 아난이 또 말하였다.
“마납이여, 나는 그대에게 누구를 공경하고 존중하며 받드느냐고 묻지 않았다. 나는 다만 그대에게 이 두 도의 자취 중에 어느 것이 가장 위이고 가장 묘하며 가장 훌륭하냐고 물었을 뿐이다.”

그러자 세존께서 곧 이렇게 생각하셨다.
‘이 상가라 마납이 아난에게 곤란을 당하고 있다. 내가 그를 구해 줘야겠다.’

세존께서는 이미 아시면서 물으셨다.
“마납아, 옛전에 왕과 신하들이 많이 모여 큰 연회를 열고 무슨 일을 의논한 적이 있느냐? 또 무슨 일로 그렇게 모였었느냐?”

상가라 마납이 대답하였다.
“구담이시여, 옛날에 왕과 신하들이 많이 모여 큰 연회를 열고 이런 일을 의논하였습니다.
‘무슨 인연으로 전에는 사문 구담이 적은 계를 시설하였음에도 도를 얻은 비구가 많았는데, 지금은 무슨 인연으로 사문 구담이 많은 계를 시설하는데도 도를 얻는 비구가 적은가?’
구담이시여, 옛날에 왕과 신하들은 많이 모여 큰 연회를 열어 이런 일을 의논하였고, 이 일 때문에 그렇게 모였을 뿐입니다.”

그 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마납아, 나는 이제 너에게 물을 것이니, 아는 대로 대답하라.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혹 어떤 사문 범지가 스스로 이러한 도와 이러한 자취를 행하고, 이 도를 행하고, 이 자취를 행한 뒤에 모든 누(漏)가 다해 누가 없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심해탈(心解脫)ㆍ혜해탈(慧解脫)을 하여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증험을 성취하여 노닐며 생(生)이 이미 다하고 범행(梵行)은 이미 섰으며 해야 할 일은 이미 마쳐 다시는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그는 남을 위하여 ‘나는 스스로 이러한 도와 이러한 자취를 행하고 이 도를 행하고 이 자취를 행한 뒤에는 모든 누(漏)가 이미 다하여 누가 없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심해탈(心解脫)ㆍ혜해탈(慧解脫)을 하여,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증험을 성취하여 노닐었으며, 생이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해야 할 일은 이미 마쳐, 다시는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만일 너희들도 또한 다 같이 와서 스스로 이러한 도와 이러한 자취를 행하고 이 도를 행하고 이 자취를 행하여 마친다면, 모든 누가 이미 다하여 누가 없게 되고 심해탈(心解脫)ㆍ혜해탈(慧解脫)을 하여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증험을 성취하여 노닐 것이다. 즉 생이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해야 할 일은 이미 마쳐 다시는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도 또 스스로 이러한 도와 이러한 자취를 행하고, 이 도를 행하고 이 차취를 행한 뒤에는, 모든 누가 이미 다하여 누가 없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심해탈(心解脫)ㆍ혜해탈(慧解脫)을 하여,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증험을 성취하여 노닐었으며 생이 이미 다하고 범행이 이미 섰으며 해야 할 일은 이미 마쳐 다시는 후세의 목숨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그는 남을 위해 설명하고 남은 또 남을 위하여 설명하고 이렇게 계속하여 한량없는 백 천에까지 이른다면 마납아,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내 제자가 족성자를 따라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려 집 없이 도를 배운다면, 도를 배움으로 인하여 한 가지 복의 자취만을 행하고 한량없는 복의 자취를 행하지 않는다고 하겠느냐?”

상가라 마납이 대답하였다.
“구담이시여, 제가 사문 구담께서 말씀하신 뜻을 이해하기로는 저 사문 구담의 제자가 족성자를 따라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려 집 없이 도를 배우는 자에겐 도를 배움으로 인하여 한량없는 복의 자취를 행하는 것이요, 한 가지 복의 자취만 행하는 것은 아닙니다.”

세존께서 다시 상가라 마납에게 말씀하셨다.
“세 가지 시현(示現)이 있으니, 여의족시현(如意足示現)ㆍ점념시현(占念示現)ㆍ교훈시현(敎訓示現)이다. 마납아, 무엇을 여의족 시현이라 하는가? 어떤 사문 범지는 큰 여의족이 있고 큰 위덕(威德)이 있으며, 큰 복이 있고 큰 위신이 있어서 마음이 자재함을 얻어 한량없는 여의족의 공덕을 행한다. 이를테면 하나를 나누어 여럿을 만들고 여럿을 합하여 하나를 만들기도 하는데 하나는 곧 하나에 머물러 앎이 있고 봄이 있다. 석벽도 장애되지 않아 마치 허공을 다니는 듯하며 땅에 빠지는 자에겐 물에서와 같고 물을 밟는 자에겐 땅에서와 같으며 가부좌를 하고서 허공에 오르는 것은 마치 새가 나는 것 같다. 이제 이 해와 달에 대해서도 큰 여의족이 있고 큰 위덕이 있으며 큰 복이 있고 큰 위신이 있어서 손으로 만지고 몸은 범천에 이른다. 마납아, 이것을 여의족시현이라 하느니라.

마납아, 무엇을 점념시현이라 하는가? 어떤 사문 범지는 남의 상(相)을 보아 그의 뜻을 점치기를 이런 뜻이 있고 이런 뜻과 같다고 하면, 진실로 이런 뜻이 있다. 이렇게 한량없는 점(占)과 적지 않은 점은 모두 진실하여, 허망하게 말하는 것이 없다. 남의 상을 보아 그의 뜻을 점치지 않을 경우에는 오직 하늘 소리나 비인(非人)의 소리를 들어, 이런 뜻이 있고 이런 뜻과 같다고 하면 진실로 이런 뜻이 있다. 이렇게 한량없는 점과 적지 않은 점은 모두 진실하여 허망하게 말하는 것이 없다. 남의 상(相)을 보아 그의 뜻을 점치지도 않고, 또한 하늘 소리나 귀신 소리를 들어 그의 뜻을 점치지도 않고, 다만 남의 생각과 남의 헤아림과 남의 말과 그 소리를 들어 남의 뜻을 점쳐 이런 뜻이 있고 이런 뜻과 같다고 하면, 진실로 이런 뜻이 있다. 이렇게 한량없는 점과 적지 않은 점은 모두 진실하여 허망하게 말하는 것이 없다.

다시 남의 상을 보아 남의 뜻을 점치지도 않고, 또한 하늘 소리나 귀신 소리를 들어 남의 뜻을 점치지도 않으며, 또한 남의 생각과 남의 헤아림과 남의 말과 소리를 들은 뒤에 남의 뜻을 점치지도 않고, 다만 다른 사람이 각(覺)도 없고 관(觀)도 없는 선정에 든 것을 보면 그것을 보고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 현자(賢者)는 생각하지도[念] 않고 헤아리지도[思] 않으면서 원하는 대로 된다. 저 현자는 이 선정에서 깨어나면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러면 과연 그는 그 선정에서 깨어나 이러이러하게 생각을 한다. 그는 또한 과거를 점치고 미래도 점치며, 또한 현재도 점치나니, 오래전에 했던 일과 오래전에 했던 말도 점치고, 또한 편하고 고요한 곳과 편하고 고요한 곳에 머문 것도 점치며, 또한 그의 마음[心]과 마음이 가진 무수한 법[心所有法]에 이르기까지도 점친다. 마납아, 이것을 점념시현이라 하느니라.

마납아, 무엇을 교훈시현이라 하는가? 어떤 사문 범지가 스스로 이러한 도와 이러한 자취를 행하고 이 도를 행하고 이 자취를 행한 뒤에는 모든 누(漏)가 이미 다하여 누가 없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심해탈(心解脫)ㆍ혜해탈(慧解脫)을 하여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증험을 성취하여 노닐며 생(生)이 이미 다하고 범행(梵行)은 이미 섰으며, 해야 할 일은 이미 마쳐 다시는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그는 남을 위하여 ‘나는 스스로 이러한 도와 이러한 자취를 행하고, 이 도를 행하고 이 자취를 행한 뒤에는 모든 누(漏)가 다하여 누가 없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심해탈(心解脫)ㆍ혜해탈(慧解脫)을 하여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증험을 성취하여 노닐었으며, 생이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해야 할 일은 이미 마쳐 다시는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만일 너희들도 또한 다 같이 와서 스스로 이러한 도와 이러한 자취를 행하고 이 도를 행하고 이 자취를 행하여 마치다면, 모든 누(漏)가 이미 다하여 누가 없게 되고 심해탈(心解脫)ㆍ혜해탈(慧解脫)을 하여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증험을 성취하여 노닐 것이다. 그래서 생이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해야 할 일은 이미 마쳐 다시는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도 또 스스로 이러한 도와 이러한 자취를 행하고, 이 도를 행하고 이 자취를 행한 뒤에는 모든 누가 이미 다하여 누가 없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심해탈(心解脫)ㆍ혜해탈(慧解脫)을 하여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증험을 성취하여 노닐었으며, 생이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해야 할 일은 이미 마쳐 다시는 후세의 목숨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그는 남을 위하여 설명하고 남은 또 남을 위하여 설명하고 이렇게 계속하여 한량없는 백 천에까지 이른다. 마납아, 이것을 교훈시현이라 한다. 이 세 가지 시현 가운데 어느 시현이 가장 위이고 가장 묘하며, 가장 훌륭하다 하겠는가?”

상가라 마납이 대답하였다.
“구담이시여, 어떤 사문 범지가 큰 여의족이 있고 큰 위덕이 있으며, 큰 복이 있고 큰 위신이 있으며, 여의족에서 마음이 자재(自在)함을 얻어 이에 몸이 범천(梵天)에까지 이른다면, 구담이시여, 이것은 스스로 짓고 스스로 가지며 스스로 그 과보를 받는 것입니다. 구담이시여, 모든 시현 가운데 이것은 큰 법을 시현한 것입니다.
구담이시여, 만일 어떤 사문 범지가 남의 상(相)을 보아 남의 뜻을 점치고 나아가 마음[心]과 마음이 가진 무수한 법[心所有法]을 점친다면,구담이시여, 이것도 또한 스스로 짓고 스스로 가지며, 스스로 그 과보를 받는 것입니다. 구담이시여, 모든 시현 가운데 이것도 또한 큰 법을 시현한 것입니다.
그러나 구담이시여, 만일 어떤 사문 범지가 스스로 이러한 도와 이러한 자취를 행하고 이 도를 행하고 이 자취를 행한 뒤에는 모든 누(漏)가 이미 다하여 누가 없게 되고 심해탈ㆍ혜해탈하여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증험을 성취하여 노닐며, 그래서 생이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해야 할 일은 이미 마쳐 다시는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면, 그는 다시 남을 위하여 그것을 설명하고 남은 또 남을 위하여 그것을 설명하며 이렇게 계속하여 한량없는 백 천에까지 이를 것이니 구담이시여, 3시현(示現) 가운데 이 시현이 가장 위되고 가장 묘하며 가장 훌륭합니다.”

세존께서 다시 상가라에게 물으셨다.
“세 가지 시현 가운데 어느 시현을 찬탄할 것인가?”

상가라 마납이 대답하였다.
“구담이시여, 세 가지 시현 가운데 저는 사문 구담을 찬탄할 것입니다. 왜냐 하면 사문 구담께서는 큰 여의족이 있고, 큰 위덕이 있으며, 큰 복이 있고, 큰 위신이 있으며, 마음이 자재함을 얻어 몸이 범천에까지 이르시기 때문입니다. 사문 구담께서는 남의 상을 보고 남의 뜻을 점치시며, 나아가 모든 마음과 마음의 무수한 법에 이르기까지를 점치십니다. 사문 구담께서는 이러한 도와 이러한 자취를 나타내시고, 이 도를 행하고 이 자취를 행한 뒤에는 모든 누(漏)가 이미 다하여 누가 없게 되셨고, 심해탈ㆍ혜해탈하여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증험을 성취하여 노닐고 계십니다. 그리하여 생이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해야 할 일은 이미 마쳐 다시는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십니다. 그리고 사문 구담께서는 남을 위하여 그것을 설명하시고 다시 남은 남을 위하여 그것을 설명하며 이렇게 계속하여 한량없는 백천에까지 이릅니다. 구담이시여, 그렇기 때문에 저는 세 가지 시현 가운데서 사문 구담을 찬탄하는 것입니다.”

그러자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마납아, 너는 이 이치를 잘 알았구나. 왜냐 하면 나는 큰 여의족이 있고 큰 위덕이 있으며, 큰 복이 있고 큰 위신이 있으며, 여의족에서 마음이 자재함을 얻어 몸이 범천에까지 이르기 때문이다. 마납아, 나는 남의 상을 보아 남의 뜻을 점치며, 나아가 모든 마음과 마음이 가진 무수한 법까지 점친다. 마납아, 나는 스스로 이러한 도와 이러한 자취를 행하고 이 도를 행하고 이 자취를 행한 뒤에는 모든 누(漏)가 이미 다하여 누가 없게 되었고 심해탈ㆍ혜해탈하여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증험을 성취하여 노닌다. 그래서 생이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해야 할 일은 이미 마쳐 다시는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나는 남을 위하여 그것을 설명하고, 또 남은 남을 위하여 그것을 설명하며, 이렇게 계속하여 한량없는 백천에까지 이른다. 마납아, 그러므로 나는 네가 이 이치를 잘 알았다고 한 것이니, 너는 마땅히 이렇게 잘 받아 지녀야 한다. 왜냐 하면 이렇게 말한 뜻은 마땅히 그러하기 때문이니라.”

이에 상가라 마납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미 알았습니다. 선서시여, 저는 이미 이해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부터 부처님과 법과 비구 스님들께 귀의하겠습니다. 오직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를 받아 주시어 우바새가 되게 해 주십시오. 오늘부터 몸이 마치도록 귀의하여 목숨이 다할 때까지 이르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상가라 마납과 존자 아난 및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이 상가라경에 수록된 경문의 글자 수는 총 2,252자이다.

144) 산수목건련경(算數目揵連經)2) 제3제3 염송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 사위국을 유행하실 적에 동원(東園) 녹자모당(鹿子母堂)에 머무셨다.

그 때 산수범지(算數梵志) 목건련(目揵連)은 오후에 천천히 거닐어 부처님 처소로 나아가 문안드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제가 여쭈어 보고 싶은 것이 있는데 허락하신다면 감히 아뢰겠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목건련아, 네 마음대로 물어 스스로 의심을 갖지 말라.”

산수 목건련이 곧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이 녹자모당(鹿子母堂)은 차례차례로 지어진 뒤에 비로소 다 완성된 것입니다. 구담이시여, 그래서 녹자모당의 사다리는 처음에 1층을 오른 뒤에야 2ㆍ3ㆍ4층으로 오르는 것이니, 구담이시여, 이와 같이 녹자모당은 층을 따라 차츰차츰 오르게 되어 있습니다. 구담이시여, 코끼리를 다루는 사람도 또한 갈고리로 순서에 따라 차츰차츰 다룬 뒤에야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구담이시여, 말을 다루는 사람도 또한 채찍을 가지고 순서를 따라 차츰차츰 다룬 뒤에야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구담이시여, 찰리(刹利)도 또한 화살을 잡고 순서를 따라 차츰차츰 다룬 뒤에야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구담이시여, 모든 범지들도 또한 경서를 순서에 따라 차츰차츰 배운 뒤에야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구담이시여, 우리들이 산수(算數)를 배우고 산수로써 살아가는 것도 또한 순서를 따라 차츰차츰 이루어진 것입니다. 혹 남자나 혹은 여자 제자에게 처음에는 1과 1의 수를 가르친 뒤에, 2와 2ㆍ3과 3ㆍ10ㆍ100ㆍ1,000ㆍ10,000으로 순서를 따라 차츰차츰 올라가는 것입니다. 구담이시여, 이와 같이 우리들이 산수를 배우고, 산수로써 살아가는 것도 또한 순서를 따라 차츰차츰 이루어진 것입니다. 사문 구담이시여, 이 법률 가운데에는 어떠한 순서가 있어 차츰차츰 성취하게 되는 것입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목건련아, 무릇 바른 주장[正說]이 있으면 그것은 순서를 따라 차츰차츰 성취하게 된다. 목건련아, 나의 법률(法律)을 바른 주장이라 하나니, 왜냐하면 목건련아, 나도 이 법률 가운데서 순서를 따라 차츰차츰 성취하였기 때문이다. 목건련아, 만일 젊은 비구가 처음으로 와서 도를 배우고 처음으로 법률에 들어오면 여래는 먼저 ‘비구여, 너는 와서 목숨이 다하도록 몸[身]을 보호하여 청정하게 하고, 목숨이 다하도록 입[口]과 뜻[意]을 보호하여 청정하게 하라’고 가르칠 것이다. 목건련아, 만일 비구가 목숨이 다하도록 몸을 보호하여 청정하게 하고,목숨이 다하도록 입과 뜻을 보호하여 청정하게 하면 여래는 다시 그 위의 것을 가르칠 것이다.
즉 ‘비구여, 너는 와서 안 몸을 몸답게 관찰하고 감각[覺]과 마음[心]과 법(法)을 (감각과 마음과) 법답게 관찰하라.’
목건련아, 만일 비구가 안 몸을 몸답게 관찰하고 감각과 마음과 법을 (감각과 마음과) 법답게 관찰하게 되면, 여래는 더 위의 것을 가르칠 것이다.
‘비구여, 너는 와서 안 몸을 몸답게 관찰하여 욕심과 상응하는 생각을 하지 말고, 감각과 마음과 법을 (감각과 마음과) 법답게 관찰하여 법 아닌 것과 상응하는 생각을 하지 말라.’

목건련아, 만일 비구가 안 몸을 몸답게 관찰하여 욕심과 상응하는 생각을 하지 않고 감각과 마음과 법을 (감각과 마음과) 법답게 관찰하여 법 아닌 것과 상응하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되면 여래는 다시 그 위의 것을 가르칠 것이다.
‘비구여, 너는 와서 모든 근(根)을 보호하여 항상 단속하기를 생각하고 밝게 알기를 생각하며 생각하는 마음을 지켜 보호하여 성취하도록 하라. 그래서 언제나 바른 지혜를 일으켜, 만일 눈으로 색(色)을 보더라도 그 상(相)을 받아들이지 않고, 또한 색(色)에 맛들이지 않아야 하나니, 그것은 분쟁을 일으키기 때문에 안근(眼根)을 지켜 보호해야 하느니라. 마음속에 탐욕과 근심과 슬픔과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이 생겨나게 하지 말아야 하나니, 그러면 마음이 그쪽으로 향하기 때문에 안근을 지켜 보호해야 하느니라. 이렇게 귀ㆍ코ㆍ혀ㆍ몸도 또한 그렇게 하며 만일 뜻이 법을 알더라도 그 상(相)을 받아들이지 않고 또한 법에 맛들이지 않아야 하나니, 그것은 분쟁을 일으키기 때문에 의근(意根)을 지켜 보호해야 하느니라. 마음속에 탐욕과 근심과 슬픔과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이 생겨나게 하지 말아야 하나니, 그러면 마음이 그 쪽으로 향하기 때문에 의근을 지켜 보호해야 하느니라.’

목건련아, 만일 비구가 모든 근을 지켜 보호하여 항상 단속하기를 생각하고 밝게 알기를 생각하며 생각하는 마음을 지켜 보호하여 성취하도록 하고 그래서 언제나 바른 지혜를 일으켜 만일 눈이 색을 보더라도 그 상을 받아들이지 않고, 또한 그것은 분쟁을 일으키기 때문에 색에 맛들이지 않고 안근을 지켜 보호하며, 마음이 그 쪽으로 향하기 때문에 마음속에 탐욕과 근심과 슬픔과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이 생겨나게 하지 않고 의근을 지켜 보호하며 이렇게 귀ㆍ코ㆍ혀ㆍ몸도 또한 그렇게 하고 만일 뜻으로 법을 알더라도 그 상을 받아들이지 않고 분쟁을 일으키기 때문에 또한 법에 맛들이지 않고 의근을 지켜 보호하며 마음이 그 쪽으로 향하기 때문에 마음속에 탐욕과 근심과 슬픔과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이 생겨나지 않게 하여 의근을 지켜 보호하면 여래는 더 위의 것을 가르칠 것이다.
‘비구여, 너는 와서 들고 남[出入]을 바로 알고 굽히고 펴기와 구부리고 우러르기와 몸가짐과 질서를 잘 관찰하고 분별하며 승가리와 모든 옷과 발우를 바로 가지며 다니고 서고 앉고 눕고 잠자고 깨기와 말하고 침묵하기를 다 바로 알아야 한다.’

목건련아, 만일 비구가 들고 남[出入]을 바로 알고 굽히고 펴기와 구부리고 우러르기와 몸가짐과 질서를 잘 관찰하고 분별하며 승가리와 모든 옷과 발우를 가지며 다니고 서고 앉고 눕고 잠자고 깨기와 말하고 침묵하기를 다 바로 알면 여래는 더 위의 것을 가르칠 것이다.
‘비구여, 너는 와서 멀리 떨어져 혼자 살며 일 없는 한가한 곳에 머물되 혹은 나무 밑이나 텅 비고 편안하고 고요한 곳이나 바위ㆍ돌집ㆍ한데ㆍ짚가리에 머물거나, 혹은 숲속이나 무덤 사이에서 머물러라. 그리고 네가 이미 일 없는 한가한 곳에 있으면서 혹은 나무 밑이나 텅 비고 편하고 고요한 곳에 가거든 니사단(尼師檀)을 펴고 결가부좌(結跏趺坐) 하고서 몸을 바로 하고 서원을 바로 하여 생각이 다른 데로 향하지 않게 하라. 그리고 탐욕을 끊어 없애 마음에 다툼이 없게 하라. 남의 재물과 여러 생활 도구를 보더라도 탐욕을 일으켜 내 소유로 만들려고 하지 말고 너는 탐욕에서 그 마음을 깨끗이 없애라. 이렇게 분노[瞋恚]와 수면(睡眼)과 조회(調悔)도 또한 그렇게 하며 의심을 끊고 미혹을 막아 모든 착한 법에 있어서 망설이지 말고 너는 의혹에서 그 마음을 깨끗이 없애라. 너는 이 5개(蓋)와 마음의 더러움[心穢]과 지혜의 미약함[慧羸]을 끊고 욕심을 여의고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여의며 나아가 제4선(禪)을 성취하여 노닐 수 있도록 하라.’

목건련아, 만일 비구가 욕심을 떠나고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떠나 제 4선(禪)을 성취하여 노닐게 되면 목건련아, 여래는 모든 젊은 비구들을 위하여 많은 이익을 준 것이니, 곧 가르치고 훈계한 것이니라.
목건련아, 만일 비구로서 장로(長老)ㆍ상존(上尊)이나 구학(舊學)의 범지가 있으면 여래는 더 위의 것을 가르칠 것이니 곧 ‘구경(究竟)하여 마치면 일체의 누(漏)가 다할 것이다’고 하리라.”

산수 목건련이 곧 다시 여쭈었다.
“사문 구담이시여, 모든 제자들을 이렇게 훈계하고 이렇게 가르치면 모두들 구경의 지혜를 얻어 반드시 열반을 얻게 됩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목건련아, 한결같이 다 얻지는 못한다. 혹 얻는 자도 있고 혹 얻지 못하는 자도 있느니라.”

“사문 구담이시여, 이 가운데에는 무슨 인연이 있습니까? 열반이 있고 열반으로 가는 길이 있으며 사문 구담께서는 현재의 길잡이[導師]로서 이렇게 훈계하고 이렇게 가르치시는데 혹 어떤 비구들은 구경의 열반을 얻기도 하고 열반을 얻지 못하기도 하는 까닭은 무엇입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목건련아, 내가 너에게 도리어 물으리니 아는 대로 대답하라. 목건련아,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너는 왕사성이 있는 곳을 알고 또한 그리로 가는 길을 아느냐?”

“예, 저는 왕사성이 있는 곳을 알고 또한 그리로 가는 길도 알고 있습니다.”

“목건련아, 만일 어떤 사람이 와서 저 왕을 뵈려고 왕사성으로 가는데, 그 사람이 너에게 ‘나는 왕을 뵙기 위해 왕사성으로 갑니다. 산수 목건련이여, 왕사성이 있는 곳을 알고 그리로 가는 길을 알고 있다면 내게 말해 줄 수 있습니까?’라고 묻는다면, 너는 그 사람에게 ‘여기서 동쪽으로 가면 어느 마을에 이르고 그 어느 마을에서 더 가면 어느 읍에 이를 것이니 이렇게 계속 가면 왕사성에 이를 것이다. 또 왕사성 밖에는 좋은 동산이 있고 그 땅은 편편하며 누각과 목욕탕과 몇몇의 꽃나무가 있고 긴 강을 끼고 있으며, 또 맑은 샘물이 있는 것을 다 보고 다 알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그 사람이 네 말을 듣고 네가 가르쳐 준 것을 받아들인 뒤에도 여기서 동쪽으로 얼마 안 가서 곧 바른 길을 버리고 나쁜 길에 헤맬 경우 그는 왕사성 밖에 좋은 동산이 있고, 그 땅은 편편하며 누각과 목욕탕과 몇몇의 꽃나무가 있고 긴 강을 끼고 있으며, 또 맑은 샘물이 있는 것도 그는 다 볼 수 없고, 또한 알 수도 없을 것이다.

다시 어떤 사람이 와서 저 왕을 보려고 왕사성으로 가는데 그 사람이 너에게 ‘나는 왕을 보기 위해 왕사성으로 갑니다. 산수 목건련이여, 왕사성이 있는 곳을 알고 그리로 가는 길을 알고 있다면 내게 말해 줄 수 있습니까?’라고 묻는다면, 너는 그 사람에게 ‘여기서 동쪽으로 가면 어느 마을에 이르고 그 어느 마을에서 더 가면 어느 읍에 이를 것이니 이렇게 계속가면 왕사성에 이를 것이다. 또 왕사성 밖에는 좋은 동산이 있고 그 땅은 편편하며 누각과 목욕탕과 몇몇의 꽃나무가 있고 긴 강을 끼고 있으며 또 맑은 샘물이 있는 것을 너는 다 보고 다 알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면 그 사람이 네 말을 듣고 네가 가르쳐 준 것을 받아들인 뒤에 여기서 동쪽으로 가서 어느 마을에 이르고 그 어느 마을에서 더 가서 어느 읍에 이르게 되고 이렇게 계속 가서 왕사성에 이를 경우 그는 왕사성 밖에 좋은 동산이 있고 그 땅은 편편하며 누각과 목욕탕과 몇몇의 꽃나무가 있고 긴 강을 끼고 있으며 또 맑은 샘물이 있는 것을 그는 다 보고 다 알 수 있을 것이다.

목건련아, 이 가운데에는 무슨 인연이 있는가? 저 왕사성이 있고, 왕사성으로 가는 길이 있으며 너는 현재의 길잡이인데, 그 첫째 사람은 네가 가르쳐준 것을 받아들인 뒤에도 오래되지 않아 곧 편편하고 바른 길을 버리고 나쁜 길로 돌아갔고 그래서 왕사성 밖에 좋은 동산이 있고 그 땅은 편편하며 누각과 목욕탕과 몇몇의 꽃나무가 있고 긴 강을 끼고 있으며 또 맑은 샘물이 있는 것을 그는 다 보지도 못하고 또한 알지도 못하지 않는가? 또 둘째 사람은 네가 가르쳐 준 것을 받아들인 뒤에 편편하고 바른 길을 따라 계속 가서 왕사성에 이르렀고 그래서 왕사성 밖에는 좋은 동산이 있고 그 땅은 편편하며 누각과 목욕탕과 몇몇의 꽃나무가 있고 긴 강을 끼고 있으며 또 맑은 샘물이 있는 것을 그는 다 보고 다 알았지 않느냐?”

산수 목건련이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저는 그 일과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저 왕사성이 있고 왕사성으로 가는 길이 있으며 제가 현재의 길잡이긴 하지만 첫째 사람은 제가 가르쳐 준 것을 따르지 않고 편편하고 바른 길을 버리고서 나쁜 길로 돌아갔고 그래서 왕사성 밖에 좋은 동산이 있고 그 땅은 편편하며 누각과 목욕탕과 몇몇의 꽃나무가 있고 긴 강을 끼고 있으며 또 맑은 샘물이 있는 것을 그는 다 보지도 못하고 또한 알지도 못했을 뿐입니다. 그러나 저 둘째 사람은 제가 가르쳐 준 것을 따라 편편하고 바른 길을 쫓아 계속 가서 왕사성에 이르게 되었고 그래서 왕사성 밖에 좋은 동산이 있고 그 땅은 편편하며 누각과 목욕탕과 몇몇의 꽃나무가 있고 긴 강을 끼고 있으며 또 맑은 샘물이 있는 것을 그는 다 보고 다 알게 되었을 뿐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마찬가지로 목건련아, 나도 또한 그 일과 상관없느니라. 저 열반이 있고 열반으로 가는 길이 있으며 내가 길잡이가 되어 모든 비구들을 위하여 이렇게 훈계하고 이렇게 가르치지만 혹은 구경의 열반을 얻기도 하고 혹은 얻지 못하기도 한다. 목건련아, 그것은 단지 각자 따르는 비구의 행에 있을 뿐이니 그 때 세존은 곧 그의 행을 기별(記莂)하여 ‘구경(究竟)의 누(漏)가 다했다’라고 말할 뿐이니라.”

산수 목건련이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저는 이미 알았습니다. 구담이시여, 저는 이미 이해하였습니다. 구담이시여, 마치 비옥한 땅에 사라숲[娑羅林]이 있는 것과 같나니, 그 곳에 사라숲을 지키는 사람이 있어 총명하고 건장하고 게으르지 않아서 때를 보아 모든 사라 뿌리 주위를 호미로 파서 높은 데는 편편하게 하고 낮은 데는 메우며 거름 주고 물 대기에 그 시기를 놓치지 않고, 만일 그 주변에 더럽고 나쁜 풀이 있으면 다 뽑아 버리고, 만일 굽어서 곧지 않은 것이 있으면 다 가지 쳐 추리며, 만일 아주 좋고 꼿꼿한 나무가 있으면 곧 보호하고 길러 때에 따라 호미로 파고 거름 주고 물을 대주어 그 시기를 놓치지 않으면 비옥한 땅의 사라나무숲은 날이 갈수록 무성하고 좋아질 것입니다.

구담이시여, 이와 같이 어떤 사람이 아첨하고 속여 희망이 없고 믿음이 없으며 게으르고 생각도 없고 선정에 듦도 없으며 나쁜 지혜를 가졌고 마음이 미치고 모든 근이 어지러우며 계를 지킴에 있어 방만하고 느슨해 사문의 도를 닦지 않는다면 구담이시여, 이러한 사람과는 일을 같이 할 수 없습니다. 왜냐 하면 구담이시여, 이러한 사람은 범행을 더럽히기 때문입니다. 구담이시여, 만일 다시 어떤 사람이 아첨하지도 않고 또한 속이지도 않으며 희망이 있고 믿음도 있어 정진하여 게으르지 않고 생각이 있고 선정에 듦도 있으며 또한 지혜가 있고 계율을 지극히 공경하며 널리 사문의 도를 닦는다면 사문 구담이시여, 이러한 사람과는 능히 일을 같이 할 수 있습니다. 왜냐 하면 구담이시여, 이러한 사람은 범행을 청정하게 행하기 때문입니다.

구담이시여, 마치 모든 뿌리의 향기 가운데 침향(沈香)을 첫째로 하는 것과 같습니다. 왜냐 하면 구담이시여, 저 침향은 모든 뿌리의 향기 중에서 최상이기 때문입니다. 구담이시여, 마치 모든 사라나무 향기 가운데 붉은 전단[赤栴]을 제일로 치는 것과 같습니다. 왜냐 하면 구담이시여, 붉은 전단은 모든 사라나무 향기 가운데 최상이기 때문입니다. 구담이시여, 마치 모든 물꽃 가운데 푸른 연꽃을 제일로 치는 것과 같습니다. 왜냐 하면 구담이시여, 푸른 연꽃은 모든 물꽃 가운데 최상이기 때문입니다. 구담이시여, 마치 모든 육지꽃 가운데 수마나꽃[修摩那花]을 제일로 치는 것과 같습니다. 왜냐 하면 구담이시여, 수마나꽃은 모든 육지꽃 가운데 최상이기 때문입니다. 구담이시여, 마치 세상의 모든 논사 가운데 사문 구담을 가장 제일로 치는 것과 같습니다. 왜냐 하면 사문 구담 논사께서는 능히 일체 외도 이학(異學)을 항복받으시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부터 부처님과 법과 비구 대중께 귀의하겠습니다. 원컨대 세존이시여, 저를 받아 주시어 우바새(優婆塞)가 되게 하여 주십시오. 저는 오늘부터 몸이 다하도록 귀의하여 목숨을 마칠 때까지 이르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산수 목건련과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주석
1 팔리어로는 Sagārava Māava라고 한다. 한 바라문 청년을 말한다.
2 이 경의 이역본으로 서진(西晋)시대 법거(法炬)가 한역한 『불설수경(佛說數經)』이 있다.

중아함경 제36권

승가제바 한역

12. 범지품 ②
145) 구묵목건련경(瞿黙目揵連經) 제4제3 염송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반열반(般涅槃)에 드신 지 오래지 않은 무렵 존자 아난(阿難)은 왕사성(王舍城)을 유행하였다.

그 때 마갈타국(摩竭陀國) 대신(大臣) 우세(雨勢)는 발기(跋耆)를 막기 위하여 왕사성을 다스리고 있었다. 그 때 마갈타국 대신 우세는 농부인 구묵목건련(瞿黙目揵連)을 죽림(竹林) 가란다원(加蘭哆園)으로 보냈다.

그 때 존자 아난은 밤을 지내고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걸식하러 왕사성으로 들어가려 하였다. 그 때 존자 아난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왕사성의 걸식은 잠깐 그만두고 구묵목건련 농부에게 가야겠다.’
존자 아난은 구묵목건련 농부에게로 갔다.

범지(梵志) 구묵목건련은 멀리서 존자 아난이 오는 것을 보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입은 옷 한쪽을 벗어 메고 합장하며 존자 아난을 향해 아뢰었다.
“잘 오셨습니다. 아난이시여, 오랜만입니다. 이 자리에 앉으십시오.”
존자 아난은 곧 그 자리에 앉았다.

범지 구묵목건련은 존자 아난에게 문안드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아뢰었다.
“아난이시여, 여쭐 말씀이 있는데 제 질문을 허락하시겠습니까?”

“목건련이여, 그대는 물어 보시오. 나는 듣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아난이시여, 혹 사문 구담과 동등한 비구가 한 사람이라도 있습니까?”

존자 아난이 범지 구묵목건련과 함께 이 일을 이야기하고 있을 때,마갈타국 대신 우세는 농부들을 위로한 뒤에 범지 구묵목건련 농부에게로 왔다.

마갈타국 대신 우세는 존자 아난이 범지 구묵목건련 농부와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존자 아난에게 나아가 문안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아뢰었다.
“아난이시여, 범지 구묵목건련과 무슨 일을 의논하며 무슨 일로 이렇게 모였습니까?”

존자 아난이 대답하였다.
“우세여, 범지 구묵목건련이 내게 묻기를 ‘아난이시여, 혹 사문 구담과 동등한 비구가 한 사람이라도 있습니까?’라고 하였습니다.”

“아난이시여, 그에게 어떻게 대답하셨습니까?”

“우세여, 세존과 동등한 비구는 아무도 없습니다.”

마갈타국 대신 우세는 다시 물었다.
“그렇습니다. 아난이시여, 세존과 동등한 비구는 한 사람도 없습니다. 그러면 사문 구담께서 세상에 계실 때 혹 어떤 비구를 내세워 ‘내가 열반한 뒤에 모든 비구들은 이 비구를 의지하라’고 말씀하시어 곧 당신들이 지금 의지하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

존자 아난이 대답하였다.
“우세여, 세존의 지견(知見)을 갖추었기에 여래(如來)ㆍ무소착(無所著)ㆍ등정각(等正覺)께서 세상에 계실 때 ‘내가 열반한 뒤에 모든 비구들은 이 비구를 의지하라’고 내세우셔서 우리들이 지금 의지하고 있는 비구는 아무도 없습니다.”

마갈타국 대신 우세는 다시 물었다.
“아난이시여, 그렇습니다. 구담 사문과 동등한 비구는 한 사람도 없으며 또한 사문 구담께서 세상에 계실 때 ‘내가 열반한 뒤에 모든 비구들은 이 비구를 의지하라’고 내세우셔서 당신들이 지금 의지하고 있는 비구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혹 대중들이 화합하여 모두 모여서는 예배하고 ‘이 비구는 세존께서 열반하신 뒤에 모든 비구들의 의지처가 된다’ 하고서 당신들이 지금 의지하는 비구가 있습니까?”

“우세여, 대중들이 화합하여 모두 모여서는 예배하고 ‘이 비구는 세존께서 열반하신 뒤에 모든 비구들의 의지처가 된다’ 하고서 우리들이 지금 의지하고 있는 비구는 아무도 없습니다.”

마갈타국 대신 우세가 다시 물었다.
“아난이시여, 그렇습니다. 사문 구담과 동등한 비구는 한 사람도 없으며 또한 사문 구담께서 세상에 계실 때 ‘내가 열반한 뒤에 모든 비구들은 이 비구를 의지하라’고 내세우셔서 당신들이 지금 의지하는 비구도 없으며 또한 대중이 화합하여 모두 모여서는 예배하고 ‘이 비구는 세존께서 열반하신 뒤에 모든 비구들의 의지처가 된다’ 하고서 당신들이 지금 의지하고 있는 비구도 없습니다. 아난이시여, 만일 그렇다면 당신들은 의지할 데가 없어도 서로 화합하여 다툼이 없고 안온하며 한 가르침을 다 같이 받고 물과 우유처럼 하나로 화합되어 쾌락하게 노니는 것이 사문 구담께서 세상에 계실 때와 같습니까?”

존자 아난이 대답하였다.
“우세여, 당신은 우리가 의지할 데가 없다고 말하지 마시오. 왜냐 하면 우리들은 의지할 데가 있기 때문입니다.”

마갈타국 대신 우세가 말했다.
“아난이시여, 어찌하여 앞뒤 말이 서로 맞지 않습니까? 아난께서는 아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세존과 동등한 비구는 한 사람도 없으며, 또한 세존의 지견을 갖추었기에 여래ㆍ무소착ㆍ등정각께서 세상에 계실 때 〈내가 열반한 뒤에 모든 비구들은 이 비구를 의지하라〉고 말씀하셔서 우리가 지금 의지하고 있는 비구도 없다.’
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대중들이 화합하여 모두 모여서는 예배하고 〈이 비구는 세존께서 열반하신 뒤에 모든 비구들의 의지처가 된다〉 하고서 우리들이 지금 의지하고 있는 비구도 없다.’
그런데 아난이시여, 무슨 인연으로 ‘지금 우리들은 의지하는 데가 있다’고 말씀하십니까?”

존자 아난이 대답하였다.
“우세여, 우리는 사람을 의지하지 않고 법(法)을 의지합니다. 우세여, 우리는 마을을 유행하다가 보름날 종해탈(從解脫)을 설할 때가 되면 한곳에 모여 앉아 법을 아는 비구가 있으면 우리들은 그 비구에게 우리를 위해 설법하기를 청합니다. 그리하여 만일 그가 청청한 사람이면 우리는 모두 기뻐하여 그 비구의 말을 받들어 행하고 만일 그가 청정하지 않은 사람이면 우리는 그 법에 설한 바대로 그를 조치합니다.”

마갈타국 대신 우세가 말하였다.
“아난이시여, 당신들이 그를 조치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법이 그를 조치하는 것입니다. 아난이시여, 적은 법이든 많은 법이든 그와 같이 오래 머물 수 있다면 아난이시여, 이와 같이 모두가 화합하여 다툼이 없고 안온하며, 한 가르침을 다 같이 받고 물과 우유처럼 하나로 화합되어 쾌락하게 노니는 것이 사문 구담께서 세상에 계실 때와 같을 것입니다.”

마갈타국 대신 우세가 다시 물었다.
“아난이시여, 혹 존경할 만한 이가 있습니까?”

존자 아난이 대답하였다.
“우세여, 존경할 만한 이가 있습니다.”

“아난이시여, 어찌하여 앞뒤의 말이 서로 맞지 않습니까? 아난께서는 아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세존과 동등한 비구는 한 사람도 없으며, 또한 세존께서 세상에 계실 때 〈내가 열반한 뒤에 모든 비구들은 이 비구를 의지하라〉고 내세우셔서, 우리가 지금 의지하고 있는 비구도 없다.’
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대중들이 화합하여 모두 모여서는 예배하고 〈이 비구는 세존께서 열반하신 뒤에 모든 비구들의 의지처가 된다〉 하고서 우리들이 지금 의지하고 있는 비구도 없다.’
그런데 아난이시여, 무슨 인연으로 ‘지금 우리는 존경할 만한 이가 있다’고 말씀하십니까?”

존자 아난이 대답하였다.
“우세여, 지견을 갖추신 분이시고 여래ㆍ무소착ㆍ등정각이신 세존께서는 존경할 만한 10법(法)이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만일 어떤 비구가 10법을 가진 것을 보면, 우리는 곧 그 비구를 공경하고 존중하며 공양하고 받들며 예로써 섬깁니다. 어떤 것이 10법인가?
우세여, 비구는 금계(禁戒)를 닦아 익혀 종해탈(從解脫)을 지켜 보호하고 또 위의와 예의를 잘 지니며 티끌만한 죄를 보아도 항상 두려운 생각을 품고 배운 계를 받아 지닙니다. 우세여, 우리는 만일 증상계(增上戒)를 철저히 행하는 비구를 보게 되면 곧 모두 그 비구를 공경하고 존중하며, 공양하고 받들며 예로써 섬깁니다.

또 우세여, 비구는 널리 배우고 많이 들어 기억하여 잊지 않으며, 널리 들은 것을 쌓아 모으나니, 이른바 그 법은 처음도 묘하고 중간도 묘하며 마지막도 또한 묘하여, 뜻도 있고 문채도 있으며, 맑고 깨끗함을 구족하고 범행(梵行)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이러한 모든 법을 널리 배우고 많이 듣고 천 번을 외워 익혀 마음으로 해득하며, 환히 보고 깊이 통달합니다. 우세여, 우리는 만일 지극히 많이 아는 비구를 보게 되면 곧 모두 그 비구를 공경하고 존중하며 공양하고 받들며 예로써 섬깁니다.

또 우세여, 비구는 선지식(善知識)이 되고 착한 벗이 되며, 착한 도반이 됩니다. 우세여, 우리는 만일 지극한 선지식이 되는 비구를 보게 되면 곧 모두 그 비구를 공경하고 존중하며 공양하고 받들며 예로써 섬깁니다.

또 우세여, 비구는 멀리 떠나 머물기를 좋아하여 몸과 마음이 함께 멀리 떠남을 성취합니다. 우세여, 우리는 만일 멀리 떠나 머물기를 지극히 좋아하는 비구를 보게 되면 곧 모두 그 비구를 공경하고 존중하며 공양하고 받들며 예로써 섬깁니다.

또 우세여, 비구는 고요히 좌선하기를 좋아하여 마음의 행을 바르게 그치고 또한 선정을 떠나지 않으며 관찰하기에 더욱 힘써 공(空)의 행을 성취합니다. 우세여, 우리는 만일 고요히 좌선하기를 지극히 좋아하는 비구를 보게 되면 모두 그 비구를 공경하고 존중하며 공양하고 받들며 예로써 섬깁니다.

또 우세여, 비구는 만족할 줄을 알아 옷은 몸을 가리기 위해 입고 밥은 몸을 채우기 위해 먹습니다. 여기저기 유행할 때에는 가사와 발우만 갖추고 다니며 다른 것에는 애착이 없으니, 마치 매가 두 날개를 가지고 공중을 나는 것과 같습니다. 이와 같이 비구는 만족한 줄을 알아 옷은 몸을 가리기 위해 입고 밥은 몸을 채우기 위해 먹으며 여기저기 유행할 때에는 가사와 발우만을 지니고 다른 애착은 없습니다. 우세여, 우리는 만일 지극히 만족할 줄을 아는 비구를 보게 되면 곧 모두 그 비구를 공경하고 존중하며 공양하고 받들며 예로써 섬깁니다.

또 우세여, 비구는 항상 생각을 단련하여 바른 생각을 성취하고 오래 전에 익힌 바와 오래 전에 들은 바를 기억하여 잊지 않습니다. 우세여, 우리는 만일 지극히 바른 생각을 가진 비구를 보게 되면 곧 모두 그 비구를 공경하고 존중하며 공양하고 받들며 예로써 섬깁니다.

또 우세여, 비구는 항상 정진하여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끊고 모든 착한 법을 닦으며 한결같이 스스로 뜻을 일으켜 전일하고 견고히 하여 모든 착한 일의 근본을 위한 방편을 버리지 않습니다. 우세여, 우리는 만일 지극히 정진하는 비구를 보게 되면 곧 모두 그 비구를 공경하고 존중하며 공양하고 받들며 예로써 섬깁니다.

또 우세여, 비구는 지혜를 닦아 흥하고 쇠하는 법을 관찰하고 이러한 지혜를 얻어 거룩한 슬기[聖慧]가 밝게 트여 분별하고 환히 알아 괴로움을 바로 없앱니다. 우세여, 우리는 만일 지혜를 지극히 닦는 비구를 보게 되면 곧 모두 그 비구를 공경하고 존중하며 공양하고 받들며 예로써 섬깁니다.

또 우세여, 비구는 모든 누(漏)가 이미 다하여 누가 없게 되고 심해탈(心解脫)ㆍ혜해탈(慧解脫)하여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증득하여 성취하여 노닐며 생(生)은 이미 다하고 범행(梵行)은 이미 섰으며 해야 할 일을 이미 마쳐 다시는 후세의 몸을 받지 않음을 진실 되게 압니다. 우세여, 우리는 만일 모든 누가 이미 다한 비구를 보게 되면 곧 모두 그 비구를 공경하고 존중하며 공양하고 받들며 예로써 섬깁니다.

우세여, 지견을 갖추신 분이시고 여래ㆍ무소착ㆍ등정각이신 세존께서는 존경할 만한 이 10법을 말씀하셨습니다. 우세여, 우리는 만일 이 10법을 행하는 비구를 보게 되면 곧 모두 그 비구를 공경하고 존중하며 공양하고 받들며 예로써 섬깁니다.”
이에 대중들은 높은 소리로 외쳤다.
“바른 도를 닦아야겠다. 닦지 않으면 안 되겠다. 만일 바른 도를 닦아야 하고 닦지 않으면 안 된다면 세상의 아라하(阿羅訶:아라한)를 공경하고 존중하며 공양하고 예로써 섬겨야겠다. 만일 여러분도 바른 도를 닦아야 하기에 능히 바른 도를 닦는다면 그런 까닭에 세상의 아라하를 공경하고 존중하며, 공양하고 예로써 섬겨야 한다.”

그러자 마갈타국 대신 우세와 그 권속들이 물었다.
“아난이시여, 지금 어느 곳을 유행하십니까?”

존자 아난이 대답하였다.
“나는 지금 이 왕사성의 죽림가란다원(竹林迦蘭哆園)을 유행하고 있습니다.”

“아난이시여, 죽림가란다원은 지극히 사랑스럽고 잘 정돈되어 즐거워할만합니까? 낮에는 시끄럽지 않고 밤에는 고요하며 모기나 등에가 없고 파리나 벼룩이 없으며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습니까? 아난이시여, 죽림가란다원에 머무시기가 매우 좋습니까?”

“그렇습니다, 우세여. 그렇습니다, 우세여. 죽림가란다원은 지극히 사랑스럽고 잘 정돈되어 즐거워할 만합니다. 낮에는 시끄럽지 않고 밤에는 고요하며 모기나 등에가 없고 파리나 벼룩도 없으며 또한 춥지도 덥지도 않습니다. 우세여, 나는 죽림가란다원에 머물기를 좋아합니다. 왜냐 하면 세존께서 옹호하셨기 때문입니다.”

이 때 바난(婆難) 대장이 그 대중 가운데 있다가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우세여, 그렇습니다. 우세여, 죽림가란다원은 지극히 사랑스럽고 잘 정돈되어 즐거워할 만합니다. 낮에는 시끄럽지 않고 밤에는 고요하며 모기나 등에가 없고 파리나 벼룩도 없으며 또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습니다. 저 존자는 죽림가란다원에 머물기를 좋아하십니다. 왜냐 하면 이 존자는 관찰[伺]을 행하고 관찰하기를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마갈타국 대신 우세는 이 말을 듣고 말하였다.
“바난 대장이여, 사문 구담께서는 옛날 금비라락(金鞞羅樂) 동산을 유행하셨습니다. 바난 대장이여, 그 때 나는 자주 거기 나아가 사문 구담을 뵈었습니다. 왜냐 하면 사문 구담께서는 관찰을 행하시고 관찰하기를 좋아하시며 또 모든 관찰을 칭찬하셨기 때문입니다.”

존자 아난은 이 말을 듣고 말하였다.
“우세여,‘사문 구담께서 모든 관찰[伺]을 칭찬하셨다’고 말하진 마십시오. 왜냐 하면 세존께서는 혹 관찰을 칭찬하시기도 하고 혹은 칭찬하지 않기도 하셨기 때문입니다.”

마갈타국 대신 우세가 다시 물었다.
“아난이시여, 사문 구담께서 관찰을 칭찬하지 않으셨다면 어떤 관찰을 칭찬하지 않으셨습니까?”

“우세여, 혹 어떤 이는 탐욕에 덮이고 탐욕을 일으키고는 번뇌를 벗어나는 방법을 진실 되게 알지 못합니다. 그는 탐욕의 장애를 받기 때문에 살피고 더욱 살피며 거듭 살핍니다. 우세여, 이것을 제1의 관찰[伺]이라 하며, 세존께서는 칭찬하지 않으셨습니다. 또 우세여, 혹 어떤 이는 분노에 덮이고 분노를 일으키고는 번뇌를 벗어나는 방법을 진실 되게 알지 못합니다. 그는 분노의 장애를 받기 때문에 살피고 더욱 살피며 거듭 살핍니다. 우세여, 이것을 제2의 관찰[伺]이라 하며 세존께서는 칭찬하지 않으셨습니다. 또 우세여, 수면에 덮이고 수면을 일으키고는 번뇌를 벗어나는 방법을 진실 되게 알지 못하면 그는 수면의 장애를 받기 때문에 살피고 더욱 살피며 거듭 살핍니다. 우세여, 이것을 제3의 관찰이라 하며 세존께서는 칭찬하지 않으셨습니다. 우세여, 의혹에 덮이고 의혹을 일으키고는 번뇌를 벗어나는 방법을 진실 되게 알지 못하면 그는 의혹의 장애를 받기 때문에 살피고 더욱 살피며 거듭 살핍니다. 우세여, 이것을 제4의 관찰이라 하며, 세존께서는 칭찬하지 않으셨습니다. 우세여, 세존께서는 이 네 가지 관찰을 칭찬하지 않으셨습니다.”

마갈타국 대신 우세가 아뢰었다.
“아난이시여, 그 네 관찰은 미워할 만하고 미워할 만한 처소로서 사문 구담께서는 칭찬하지 않으셨습니다. 왜냐 하면 바르게 모두 깨달으셨기 때문입니다.”

마갈타국 대신 우세가 다시 아뢰었다.
“아난이시여, 사문 구담께서는 어떤 관찰을 칭찬하셨습니까?”

존자 아난이 대답하였다.
“우세여, 비구는 욕심을 여의고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여의며, 나아가 제4선(禪)을 성취하여 노닙니다. 우세여, 세존께서는 이 네 가지 관찰[伺]을 칭찬하셨습니다.”

“아난이시여, 그 네 가지 관찰은 칭찬할 만하고 칭찬할 만한 처소로서 사문 구담께서는 칭찬하셨습니다. 왜냐 하면 바르게 모두 깨달으셨기 때문입니다.
아난이시여, 저희는 일이 바빠 이제 물러나 돌아가고자 합니다.”

“돌아가려거든 돌아가십시오.”

이에 마갈타국 대신 우세는 존자 아난의 말을 잘 받아 지니고 자리에서 일어나 존자 아난을 세 번 돌고 물러갔다.

이 때 범지 구묵목건련은 마갈타국 대신 우세가 떠난 지 오래지 않아 아난에게 아뢰었다.
“아난이시여, 제가 여쭈어본 말에는 아직 대답하지 않으셨습니까?”

“목건련이여, 나는 아직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범지 구묵목건련이 아뢰었다.
“아난이시여, 제가 다시 여쭐 말씀이 있는데 제가 묻는 것을 허락하시겠습니까?”

“목건련이여, 당신이 다시 묻는다면 내가 듣고 생각해 보리다.”

“아난이시여, 여래(如來)ㆍ무소착(無所著)ㆍ등정각(等正覺)의 해탈과 혜해탈(慧解脫) 및 아라하의 해탈[阿羅訶解脫], 이 세 해탈은 어떠한 차별이 있으며, 어느 것이 훌륭합니까?”

“목건련이여, 여래ㆍ무소착ㆍ등정각의 해탈과 혜해탈 및 아라하의 해탈, 이 세 해탈은 어떠한 차별도 없고 또한 어느 것이 훌륭하다는 것도 없습니다.”

“아난이시여, 여기서 공양하십시오.”
그러자 존자 아난은 잠자코 허락하였다.

범지 구묵목건련은 아난이 잠자코 받아들인 것을 알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몸소 손 씻을 물을 돌리고 지극히 맛있고 깔끔하며 오묘하고 풍성한 갖가지 음식을 손수 나르며 배불리 극진하게 공양하였다. 공양이 끝나자 그릇을 거두고 손 씻을 물을 돌린 뒤에 작은 평상을 가져다 따로 앉아 법을 들었다.

존자 아난은 그를 위해 설법하여 마음을 내게 하고 우러러 갈망하게 하며 기쁨을 성취하게 하였다. 그리고 한량없는 방편으로 그를 위해 설법하여 마음을 내게 하고 우러러 갈망하게 하며 기쁨을 성취하게 하기를 마쳤다.
존자 아난이 이렇게 설법하자 마갈타국 대신 우세와 그 권속 및 범지 구묵목건련은 존자 아난의 설법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이 구묵목건련경에 수록된 경문의 글자 수는 3,143자이다.

146) 상적유경(象跡喩經) 제5제3 염송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을 유행하실 적에 승림급고독원(勝林給孤獨園)에 머무셨다.

그 때 비로(卑盧)라는 이학(異學)이 이른 아침에 사위국을 출발하여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그를 위해 설법하시어 마음을 내게 하고 우러러 갈망하게 하며 기쁨을 성취하게 하셨다. 그리고 한량없는 방편으로 그를 위해 설법하시어 마음을 내게 하고 우러러 갈망하게 하며 기쁨을 성취하게 하신 뒤에는 잠자코 계셨다. 비로 이학은 부처님께서 그를 위해 설법하시어 마음을 내게 하고 우러러 갈망하게 하며 기쁨을 성취하게 하시자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세 번 돌고 물러갔다.

그 때 생문(生聞) 범지(梵志)는 매우 호화로운 흰 수레를 타고 5백 제자들과 함께 이른 아침에 사위국을 나와 일 없는 한가한 곳으로 가서 제자들에게 경서를 읽히려고 하였다. 생문 범지는 멀리서 비로 이학이 오는 것을 보고 곧 물었다.
“바차(婆蹉)여, 이 이른 아침부터 어디 갔다 오는가?”

비로 이학이 대답하였다.
“범지여, 나는 세존을 뵙고 예로써 섬기고 공양하고 오는 길이네.”

생문 범지가 물었다.
“바차여, 혹 사문 구담은 비고 편안하고 고요한 곳에서 지혜를 배우고 있던가?”

“범지여, 어느 누가 세존께서 비고 편안하고 고요한 곳에서 지혜를 배우고 있는 줄을 알 수 있겠는가? 만일 누군가 세존께서 비고 편안하고 고요한 곳에서 지혜를 배우는 줄을 안다면 그도 마땅히 세존과 같은 사람일 것이네. 범지여, 나는 그저 책을 읽어 4구(句)의 이치만 알 뿐이고, 그 4구의 이치로 인하여 나는 반드시 세존께서는, 여래(如來)ㆍ무소착(無所著)ㆍ등정각(等正覺)이시요 세존의 설법은 훌륭하시며 여래 제자의 거룩한 대중들은 좋은 곳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네.
범지여, 비유하면 훌륭한 코끼리 조련사는 일 없는 한가한 곳을 노닐다가 숲 속에서 큰 코끼리 발자국을 보면 이 코끼리는 반드시 크므로 이런 발자국이 있는 것이라고 믿는 것과 같다네. 범지여, 나도 또한 이와 같아서 책을 읽어 4구의 이치를 알고 이 4구의 이치로 인하여 나는 반드시 세존께서는 여래ㆍ무소착ㆍ등정각이시고, 세존의 설법은 훌륭하시며 여래 제자의 거룩한 대중들은 좋은 곳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는 것일세.

어떤 것이 4구의 뜻인가? 범지여, 지혜로운 찰리(刹利)의 논사들은 많이 듣고 결정하여 세상 사람을 항복받고 알지 못하는 것이 없어 다양한 견해를 가진 문장을 지어 세상에 유행시킨다네. 그들은 이렇게 생각했네.
‘나는 사문 구담의 처소로 가서 이러이러한 일을 물으리라. 만일 그가 능히 대답하면 나는 거듭거듭 물을 것이요, 그가 능히 대답하지 못하면 곧 항복받고 떠나버리게 할 것이다.’
그들은 세존께서 어느 마을을 유행하신다는 말을 듣고 곧 그리로 갔지만 세존을 뵙고 나자 감히 묻지도 못했으니 하물며 어떻게 항복받았겠는가? 범지여, 나는 책을 읽어 이러한 제1구의 이치를 얻었다네. 나는 이 이치로 인하여 반드시 세존께서는 여래ㆍ무소착ㆍ등정각이시고 세존의 설법은 훌륭하시며 여래 제자의 거룩한 대중들은 좋은 곳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는 것이네.

이와 같이 지혜로운 범지와 지혜로운 거사와 지혜로운 사문 논사들은 많이 듣고 결정하여 세상 사람을 항복받고 알지 못하는 것이 없어 다양한 견해를 가진 문장을 지어 세상에 유행시킨다네. 그리고 그들은 이렇게 생각했네.
‘나는 사문 구담의 처소로 가서 이러이러한 일을 물으리라. 만일 그가 능히 대답하면 나는 거듭거듭 물을 것이요, 그가 능히 대답하지 못하면 곧 항복받고 떠나버리게 할 것이다.’
그들은 세존께서 어느 마을을 유행하신다는 말을 듣고 곧 그리로 갔지만 세존을 뵙고 나자 감히 묻지도 못했으니 하물며 어떻게 항복받았겠는가? 범지여, 나는 책을 읽어 이러한 제4구의 이치를 얻었다네. 나는 이 이치로 인하여 반드시 세존께서는 여래ㆍ무소착ㆍ등정각이시고 세존의 설법은 훌륭하시며 여래 제자의 거룩한 대중들은 좋은 곳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는 것이네. 범지여, 나는 책을 읽어 이 4구(句)의 이치로 인하여 반드시 세존께서는 여래ㆍ무소착ㆍ등정각이시고 세존의 설법은 훌륭하시며 여래 제자의 거룩한 대중들은 좋은 곳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는 것이네.”

생문 범지가 말하였다.
“바차여, 그대는 사문 구담을 크게 공양하고 그것을 인연하여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는가?”

비로 이학이 대답하였다.
“범지여, 그렇다네, 그렇다네. 나는 저 세존을 지극히 공양하고 또한 지극히 칭찬하며 기린다네. 그러므로 일체 세간도 또한 마땅히 공양하여야 하네.”

그 때 생문 범지는 이 말을 듣고는 곧 수레에서 내려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손을 모아 승림급고독원을 향하여 두 번 세 번 예배하면서 ‘여래ㆍ무소착ㆍ등정각께 귀의하나이다’라고 하였다. 이렇게 세 번을 말하고는 매우 호화로운 흰 수레를 다시 타고 승림급고독원으로 나아갔다. 그 승지(乘地)에 이르자 곧 수레에서 내려 걸어서 부처님께 나아가 문안을 드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생문 범지는 조금 전에 비로 이학과 서로 문답한 일을 모두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께서는 그 말을 들으신 뒤에 곧 말씀하셨다.
“범지여, 비로 이학이 코끼리의 발자국 비유를 말했다지만 그것도 오히려 잘한 설명은 아니고, 또한 충분하지도 않다. 나는 이제 코끼리의 발자국 비유를 아주 잘 갖추어 그대를 위해 말하리니, 그대는 마땅히 잘 들어라. 범지여, 비유하면 훌륭한 코끼리 조련사가 일 없는 한가한 곳을 노닐다가 숲속에서 큰 코끼리의 발자국을 보고는 이 코끼리는 지극히 크기 때문에 이런 발자국이 있는 것이라고 꼭 믿는 것과 같다. 범지여, 그 훌륭한 코끼리 조련사가 혹 믿지 않고 ‘이 숲속에는 가리누(加梨㝹)라는 몸집이 매우 큰 어미 코끼리가 있어서 이런 발자국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면 그는 곧 그 어미 코끼리의 발자국을 확인하고 나서 다시 큰 코끼리 발자국을 보고는,‘이 코끼리는 지극히 크기 때문에 이런 발자국이 있다’고 꼭 믿는다.

범지여, 그 훌륭한 코끼리 조련사는 혹 다시 믿지 않고,‘이 숲 속에는 다시 가라리(加羅梨)라는 몸집이 매우 큰 어미 코끼리가 있어서 이런 발자국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면 그는 곧 그 어미 코끼리의 발자국을 확인하고 나서 다시 큰 코끼리 발자국을 보고는 ‘이 코끼리는 지극히 크기 때문에 이런 발자국이 있다’고 꼭 믿는다. 범지여, 그 훌륭한 코끼리 조련사는 혹 다시 믿지 않고,‘이 숲 속에는 다시 바화누(婆和㝹)라는 몸집이 매우 큰 어미 코끼리가 있어서 이런 발자국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면 그는 곧 그 어미 코끼리의 발자국을 확인하고 나서 다시 큰 코끼리 발자국을 보고는,‘이 코끼리는 지극히 크기 때문에 이런 발자국이 있다’고 꼭 믿는다. 그가 이 어미 코끼리의 발자국을 확인한 뒤에 큰 코끼리 발자국을 살펴보면 그 큰 코끼리 발자국은 지극히 길고 넓으며 확실하게 드러나고 땅이 깊게 패인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코끼리가 오가기도 하고 멈추거나 달리기도 하며 서 있거나 눕기도 하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 그는 그 코끼리를 보고 나서는 곧 ‘이런 발자국이 있다면 이것은 반드시 큰 코끼리이리라’고 생각하게 된다.

범지여, 이와 같이 만일 이 세상에 여래(如來)ㆍ무소착(無所著)ㆍ등정각(等正覺)ㆍ명행성위(明行成爲)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士)ㆍ도법어(道法御)ㆍ천인사(天人師)로서 불중우(佛衆祐)라고 불리는 이가 나오면 그는 이 세상과 하늘[天]ㆍ악마[魔]ㆍ범(梵)ㆍ사문(沙門)ㆍ범지(梵志) 및 하늘 사람[天人]에 있어서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증득하여 성취하여 노닐며 생이 이미 다하고 범행(梵行)은 이미 섰으며, 해야 할 일은 이미 마쳐 다시는 후세의 몸을 받지 않음을 사실대로 안다. 또 그의 설법은 처음도 묘하고 중간도 묘하고 마지막도 묘하며 뜻도 있고 문채도 있으며 맑고 깨끗함을 구족하고 범행(梵行)을 나타낸다. 그의 설법을 들은 거사나 혹은 거사의 아들은 믿음을 얻고 여래의 바른 법률 가운데서 믿음을 얻은 그는 곧 이렇게 생각한다.
‘가정이란 지극히 좁고 괴로운 곳이요, 집을 떠나 도를 배우는 것은 환히 드러나고 넓고 큰 것이다. 내가 지금 집에 있을 경우 사슬에 묶여 몸과 목숨이 다하도록 범행을 닦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차라리 적은 재물이건 많은 재물이건 이 재물을 버리고 적거나 많거나 친족을 떠나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써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리라.’

그는 그 뒤에 적건 많건 재물을 다 버리고 적거나 많거나 친족을 떠나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써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운다. 그는 집을 떠난 뒤에는 친족의 상(相)을 버리고 비구의 중요한 가르침을 받아 금계(禁戒)를 닦아 익히고 종해탈(從解脫)을 지켜 보호하며, 또 위의와 예절을 잘 거두어 잡고 털끝만한 죄를 보아도 언제나 두려워하는 생각을 품으며 배운 계를 받아 지닌다.

그는 살생을 떠나고 살생을 끊어 칼이나 몽둥이를 버리며 제 부끄러움[慚]과 남부끄러움[愧]이 있고, 자비스런 마음이 있어 일체 중생과 나아가 곤충에 이르기까지 이롭게 한다. 그는 살생에 대해 그 마음을 깨끗이 없앤다. 그는 주지 않는 것 취함[不與取]을 떠나고 주지 않는 것 취함을 끊어 주는 것이라야 받고 주는 것 받기를 좋아하며 언제나 보시하기를 좋아하고 기뻐하여 아낌이 없으며 그 갚음을 바라지 않는다. 그는 주지 않는 것 취함에 대해 그 마음을 깨끗이 없앤다. 그는 범행(梵行)이 아닌 것을 떠나고 범행이 아닌 것을 끊어 범행을 부지런히 닦고 묘행(妙行)에 꾸준히 힘쓰며 청정하여 더러움이 없고 욕심을 떠나고 음욕을 끊는다. 그는 범행이 아닌 것에 대해 그 마음을 깨끗이 없앤다.

그는 거짓말을 떠나고 거짓말을 끊어 진실을 말하고 진실을 즐기며 진실에 머물러 움직이지 않으며 일체를 믿고 세상을 속이지 않는다. 그는 거짓말에 대해 그 마음을 깨끗이 없앤다. 그는 이간하는 말[兩舌]을 떠나고 이간하는 말을 끊으며 이간하지 않는 행을 행하여 남을 파괴하지 않는다. 여기서 듣고 저기서 말하여 이것을 파괴하려 하지 않으며 저기서 듣고 여기서 말하여 저것을 파괴하려 하지 않는다. 갈라지면 합하게 하고 합하면 기뻐하며 패거리를 만들지 않고 패거리를 좋아하지 않으며 패거리를 칭찬하지 않는다. 그는 이간하는 말에 대해 그 마음을 깨끗이 없앤다.
그는 추한 말을 떠나고 추한 말을 끊는다. 만일 그의 말씨가 추하고 소리가 나빠서 귀에 거슬려 여러 사람들이 기뻐하지 않고 여러 사람들이 사랑하지 않으며 남을 괴롭게 하고 안정을 얻지 못하게 하는 일이 있으면 그는 이러한 말을 끊는다. 만일 그가 하는 말이 맑고 온화하며 부드럽고 윤택하여 귀에도 순하고 마음에도 들어 기뻐할 만하고 사랑할 만하며 남을 안온하게 하고 말씨와 소리가 두루 분명하여 남에게 겁을 주지 않고 남에게 안정을 가져다준다면 그는 이러한 말씨로 말한다. 그는 추한 말에 대해 그 마음을 깨끗이 없앤다. 그는 꾸밈말[綺語]을 떠나고 꾸밈말을 끊어 시기적절한 말ㆍ참다운 말ㆍ법다운 말ㆍ이치에 맞는 말ㆍ의혹을 중지시키는 말[止息說]ㆍ즐겨 의혹을 중지시키는 말[樂止息說]을 하며 일은 때에 따라 적절히 행하고 잘 가르치고 잘 꾸짖는다. 그는 꾸밈말에 대해 그 마음을 깨끗이 없앤다.

그는 살림살이를 떠나고 살림살이를 끊어 저울과 말[斗]과 섬[斛]을 버리고 또한 재물을 받지 않으며 사람을 속박하지 않고 말이나 저울질 깎기를 바라지 않으며 조그마한 이익으로써 남을 속이지 않는다. 그는 살림살이에 대해 그 마음을 깨끗이 없앤다.
그는 과부나 처녀를 받아들이지 않고 과부나 처녀 받아들임을 끊는다. 그는 과부나 처녀를 받아들임에 대해 그 마음을 깨끗이 없앤다. 그는 노비를 받아들이지 않고 노비 받아들임을 끊는다. 그는 노비를 받아들임에 대해 그 마음을 깨끗이 없앤다. 그는 코끼리ㆍ말ㆍ소ㆍ양을 받아들이지 않고 코끼리ㆍ말ㆍ소ㆍ양을 받아들임을 끊는다. 그는 코끼리ㆍ말ㆍ소ㆍ양을 받아들임에 대해 그 마음을 깨끗이 없앤다. 그는 닭이나 돼지를 받아들이지 않고 닭이나 돼지를 받아들임을 끊는다. 그는 닭이나 돼지를 받아들임에 대해 그 마음을 깨끗이 없앤다. 그는 농지나 점방을 받아들이지 않고 농지나 점방을 받아들임을 끊는다. 그는 농지나 점방을 받아들임에 대해 그 마음을 깨끗이 없앤다. 그는 벼ㆍ보리ㆍ콩을 받지 않고 벼ㆍ보리ㆍ콩 받기를 끊는다. 그는 벼ㆍ보리ㆍ콩을 받음에 대해 그 마음을 깨끗이 없앤다.

그는 술을 떠나고 술을 끊는다. 그는 술을 마심에 대해 그 마음을 깨끗이 없앤다. 그는 높고 넓고 큰 평상을 떠나고 높고 넓고 큰 평상을 끊는다. 그는 높고 넓고 큰 평상에 대해 그 마음을 깨끗이 없앤다. 그는 꽃다발ㆍ영락ㆍ바르는 향ㆍ연지분을 떠나고 꽃다발ㆍ영락ㆍ바르는 향ㆍ연지분을 끊는다. 그는 꽃다발ㆍ영락ㆍ바르는 향ㆍ연지분에 대해 그 마음을 깨끗이 없앤다. 그는 노래ㆍ춤ㆍ기생의 풍류와 그것을 보고 듣기를 떠나고 노래ㆍ춤ㆍ기생의 풍류와 그것을 보고 듣기를 끊는다. 그는 노래ㆍ춤ㆍ기생의 풍류와 그것을 보고 들음에 대해 그 마음을 깨끗이 없앤다. 그는 색(色)ㆍ상보(像寶) 받기를 떠나고 색ㆍ상보 받기를 끊는다. 그는 색ㆍ상보를 받음에 대해 그 마음을 깨끗이 없앤다. 그는 오후에 음식을 멀리하고 오후에 음식을 끊으며 하루에 한 끼로 밤이나 공부할 때에는 먹지 않는다. 그는 오후의 음식에 대해 그 마음을 깨끗이 없앤다.

그는 이미 이렇게 이 거룩한 계[聖戒聚]를 성취한 뒤에는 다시 지극히 만족할 줄을 알아 옷은 몸을 가리기 위해 입고 밥은 몸을 보충하기 위해 먹는다. 따라서 장소를 따라 유행할 때에는 가사와 발우를 함께 지니고 다른 것에는 조금도 애착이 없으니, 마치 매가 두 날개로 공중을 나는 것과 같다. 그는 이 거룩한 계와 지극히 만족할 줄 앎을 성취한 뒤에는 다시 모든 근을 지켜 보호하며 언제나 닫아 막기를 생각하고 밝게 알기를 원하며 생각하는 마음을 지켜 보호하기를 성취하여 언제나 바른 지혜를 일으킨다. 그래서 혹 눈으로 색(色)을 보더라도 그 형상을 받아들이지 않고 또한 그 색에 맛들이지도 않나니, 곧 받아들이면 성내고 다투기 때문에 안근(眼根)을 지켜 보호하는 것이다. 마음속에 탐욕과 슬픔과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일으키지 않나니, 일으키면 그곳을 향해 달려가기 때문에 안근을 지켜 보호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귀ㆍ코ㆍ혀ㆍ몸에 대해서도 또한 그러하며 혹 뜻이 법을 알더라도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고 또한 그 법에 맛들이지도 않나니, 받아들이면 성내고 다투기 때문에 의근(意根)을 지켜 보호하는 것이다. 마음속에 탐욕과 슬픔과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일으키지 않나니, 일으키면 그곳을 향해 달려가기 때문에 의근을 지켜 보호하는 것이다.

그는 이미 이 거룩한 계와 지극히 만족할 줄 앎을 성취하고 모든 근을 지켜 보호한 뒤에는 다시 들고 남을 바르게 알고 굽히고 펴기와 구부리고 우러르기와 몸가짐과 질서를 잘 관찰하고 분별하며 승가리(僧伽梨)와 모든 옷과 발우를 잘 지니며 다니고 멈추고 앉고 눕기와 자고 깨고 말하고 침묵하기를 바르게 잘 안다. 그는 이미 이 거룩한 계와 지극히 만족할 줄 앎을 성취하고 모든 근(根)을 지켜 보호하며 들고 남을 바르게 안 뒤에는 다시 혼자 멀리 떠나 살며 일 없는 한가한 곳에 있거나 혹은 나무 밑이나 비고 편안하고 고요한 곳이나, 산 바위ㆍ돌집ㆍ한데ㆍ볏짚더미나 혹은 숲속이나 무덤 사이로 간다. 그는 일 없는 한가한 곳이나, 혹은 나무 밑이나 비고 편안하고 고요한 곳으로 가서는 니사단(尼師檀)을 펴고 결가부좌(結跏趺坐)로 몸을 바로 하고 소원을 바로 하여 생각이 다른 데로 향하지 않고 탐욕을 끊어 없애고 마음에 다툼이 없으며 남의 재물이나 모든 생활 도구를 보고도 탐욕을 일으켜 자기 소유로 만들려 하지 않는다. 그는 탐욕에 대해 그 마음을 깨끗이 없앤다.

이와 같이 성냄과 수면과 들뜸에 대해서도 또한 그러하며 의심을 끊고 미혹을 막아 모든 선법(善法)에 대해서 망설임이 없다. 그는 의혹에 대해 그 마음을 깨끗이 없애느니라. 그는 이 5개(蓋)와 마음의 더러움과 지혜의 미약함을 끊고 욕심을 여의고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여의어 각(覺)도 있고 관(觀)도 있으며 여의는 데서 생기는 기쁨과 즐거움이 있는 초선(初禪)을 성취하여 노닌다. 범지여, 이것을 여래께서 굴복 받으신 바요, 여래께서 행(行)하신 바이며, 여래께서 복종 받으신 바라 한다. 그러나 그는 이것으로써 끝내지 않는다. 세존ㆍ여래ㆍ무소착ㆍ등정각의 설법은 선하고, 여래의 제자 성중(聖衆)들은 잘 나아간다.
그는 각과 관이 이미 그쳐 안이 고요히 한마음이 되어 각도 없고 관도 없으며 선정에서 생기는 기쁨과 즐거움이 있는 제2선에 이르러 성취하여 노닌다. 범지여, 이것을 여래께서 굴복 받으신 바요, 여래께서 행하신 바이며, 여래께서 복종 받으신 바라 한다. 그러나 그는 이로써 끝내지 않는다. 세존ㆍ여래ㆍ무소착ㆍ등정각의 설법은 선하고 여래의 제자 성중들은 잘 나아간다.

그는 기쁨[喜]의 욕심을 떠나고, 평정하여 구함 없이 노닐며 바른 생각과 바른 지혜로 몸에 즐거움을 깨닫는다. 곧 성인께서 말씀하신 성인의 평정 [捨]ㆍ기억[念]ㆍ즐거움에 머묾[樂住]ㆍ공(空)이 있는 제3선에 이르러 성취하여 노닌다. 범지여, 이것을 여래께서 굴복 받으신 바요, 여래께서 행하신 바이며, 여래께서 복종 받으신 바라 한다. 그러나 그는 이로써 끝내지 않는다. 세존ㆍ여래ㆍ무소착ㆍ등정각의 설법은 선하고, 여래의 제자 성중들은 잘 나아간다.
그는 즐거움이 멸하고 괴로움도 멸하는데 기쁨과 걱정의 뿌리는 이미 멸한 상태이며 괴로움도 없고 즐거움도 없는[不苦不樂] 평정[捨]ㆍ기억[念]ㆍ청정(淸淨)이 있는 제4선에 이르러 성취하여 노닌다. 범지여, 이것을 여래께서 굴복 받으신 바요, 여래께서 행하신 바이며, 여래께서 복종 받으신 바라 한다. 그러나 그는 이로써 끝내지 않는다. 세존ㆍ여래ㆍ무소착ㆍ등정각의 설법은 선하고, 여래의 제자 성중들은 잘 나아간다.

그는 이미 이러한 선정의 마음을 얻고, 청정하여 더러움도 없으며 번뇌 없이 유연하게 잘 머물러 움직이지 않는 마음을 얻으며 누진지(漏盡智)의 신통으로 나아가 스스로 증득한다. 그는 이 괴로움[苦]에 대하여 사실 그대로 알고, 이 괴로움의 발생[苦習]을 알며 이 괴로움의 소멸[苦滅]을 알고 이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苦滅道]에 대하여 사실 그대로 안다. 그리고 이 누(漏:煩惱)에 대하여 사실 그대로 알고 이 누의 발생을 알며 이 누의 소멸을 알고 이 누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하여 사실 그대로 안다. 그는 이렇게 알고 이렇게 보아 욕루(欲漏)에서 심해탈(心解脫)하고 유루(有漏)ㆍ무명루(無明漏)에서 심해탈하며 해탈한 뒤에는 곧 해탈한 줄을 알아 생(生)은 이미 다하고 범행(梵行)은 이미 서며 해야 할 일은 이미 마쳐 다시는 후세의 몸을 받지 않음을 사실 그대로 안다. 범지여, 이것을 여래께서 굴복 받으신 바요, 여래께서 행하신 바이며, 여래께서 복종 받으신 바라 하나니, 그는 이로써 끝내느니라. 세존ㆍ여래ㆍ무소착ㆍ등정각의 설법은 선하고 여래의 제자 성중들은 잘 나아간다.
범지여,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이러한 코끼리 발자국의 비유는 아주 잘 갖추어 설명되었느냐?”

생문 범지가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구담이시여, 이러한 코끼리 발자국의 비유는 아주 잘 갖추어 설명되었습니다.”

생문 범지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미 알았습니다. 선서시여, 저는 이미 이해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부터 부처님과 법과 비구 스님께 귀의하겠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제가 우바새(優婆塞)가 되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저는 오늘부터 이 몸이 다할 때까지 스스로 귀의하여 목숨이 다하는 그날까지 그렇게 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생문 범지와 비로 이학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나서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이 상적유경에 수록되어 있는 경문의 글자 수는 2,988자이다.

147) 문덕경(聞德經) 제6제3 염송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을 유행하실 적에 승림급고독원에 머무셨다.

그 때 생문 범지(生聞梵志)는 오후에 천천히 걸어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 문안드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제가 여쭙고 싶은 것이 있는데 허락하신다면 감히 여쭙겠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범지여, 너는 마음대로 물으라.”

생문 범지가 곧 여쭈었다.
“집에 있거나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사문 구담의 제자들은 무슨 이유로 널리 듣고 외워 익힙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범지여, 집에 있거나 혹은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나의 제자들이 널리 듣고 외워 익히는 까닭은 스스로 마음을 제어하기 위함이요, 스스로 마음을 쉬기 위함이며, 스스로 열반[滅訖]을 구하기 위해서이다. 범지여, 집에 있거나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나의 제자들은 이런 이유로 널리 듣고 외워 익히느니라.”

“구담이시여, 널리 듣고 외워 익히는 데에도 차별이 있습니까? 또한 널리 듣고 외워 익히면 공덕이 있습니까?”

“범지여, 널리 듣고 외워 익히는 데에도 차별이 있고, 또한 널리 듣고 외워 익히면 공덕이 있느니라.”

“구담이시여, 널리 듣고 외워 익히는 데에는 어떠한 차별이 있습니까? 또한 널리 듣고 외워 익히는 데에는 어떠한 공덕이 있습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범지여,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多聞聖弟子]는 낮에 일을 하여 그 이익을 얻고자 하다가 그 하던 일이 실패하여 성취되지 못하면 그 하던 일이 실패하여 성취되지 못하더라도 걱정하고 슬퍼하거나, 시름하고 번민하거나, 울지 않고, 몸을 치면서 괴로워하지도 않으며, 또한 어리석게 미치광이 짓도 하지 않는다. 범지여, 만일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가 낮에 일을 하여 그 이익을 얻고자 하다가 그 하던 일이 실패하여 성취되지 못하면, 그 하던 일이 실패하여 성취되지 못하더라도 걱정하고 슬퍼하거나 시름하고 번민하거나 울지도 않고 몸을 치면서 괴로워하지도 않으며, 또한 어리석게 미치광이 짓도 하지 않는다면 범지여, 이것을 널리 듣고 외워 익히는 데 차별이 있고 이런 공덕이 있는 것이라 하느니라.

범지여,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는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 헤어지지 않다가 서로 맞지 않아 이별하더라도 걱정하고 슬퍼하거나 시름하고 번민하거나, 또한 울지도 않고 몸을 치면서 괴로워하지도 않으며, 또한 어리석게 미치광이 짓도 하지 않는다. 범지여, 만일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가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 서로 흩어지지 않다가 서로 맞지 않아 이별하더라도 걱정하고 슬퍼하거나 시름하고 번민하거나, 또한 울지도 않고 몸을 치면서 괴로워하지도 않으며, 또한 어리석게 미치광이 짓도 하지 않는다면 범지여, 이것을 널리 듣고 외워 익히는 데 차별이 있고 이런 공덕이 있는 것이라 하느니라.

다시 범지여,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는 소유한 재물이 다 무상한 것인 줄 알아 출가하여 도 배우기를 생각한다. 범지여, 만일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가 소유한 재물은 다 무상한 것인 줄 알아 출가하여 도 배우기를 생각한다면 범지여, 이것을 널리 듣고 외워 익히는 데 차별이 있고 이런 공덕이 있는 것이라 하느니라.
또 범지여,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는 소유한 재물은 다 무상한 것인 줄 알고는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려 집 없이 도를 배운다. 범지여, 만일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가 소유한 재물은 다 무상한 것인 줄 알고는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운다면 범지여, 이것을 널리 듣고 외워 익히는 데 차별이 있고, 이런 공덕이 있는 것이라 하느니라.

또 범지여,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는 능히 굶주림과 목마름, 추위와 더위, 모기ㆍ등에ㆍ파리ㆍ벼룩을 참고 바람과 햇볕의 시달림과 욕설과 매질도 또한 참으며 몸에 병이 들어 극심한 고통을 당하고 목숨이 끊어지려 해도 이러한 모든 즐겁지 않은 일을 다 능히 참고 견딘다. 범지여, 만일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가 능히 굶주림과 목마름, 추위와 더위, 모기ㆍ등에ㆍ파리ㆍ벼룩을 참고 바람과 햇볕의 시달림과 욕설과 매질도 또한 참으며 몸에 병이 들어 극심한 고통을 당하고 목숨이 끊어지려 해도 이러한 모든 즐겁지 않은 일을 다 능히 참고 견딘다면 범지여, 이것을 널리 들어 외워 익히는 데 차별이 있고 이런 공덕이 있는 것이라 하느니라.

또 범지여,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는 즐겁지 않은 일도 참고 견디며, 즐겁지 않은 일이 생기더라도 마음은 끝내 거기에 집착하지 않는다. 범지여, 만일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가 즐겁지 않은 일도 참고 견디며 즐겁지 않은 일이 생기더라도 마음은 끝내 거기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범지여, 이것을 널리 듣고 외워 익히는 데 차별이 있고 이런 공덕이 있는 것이라 하느니라.

또 범지여,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는 두려움을 참고 견디며 두려운 일이 생기더라도 마음은 끝내 거기에 집착하지 않는다. 범지여, 만일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가 두려움을 참고 견디며 두려운 일이 생기더라도 마음은 끝내 거기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범지여, 이것을 널리 듣고 외워 익히는 데 차별이 있고 이런 공덕이 있는 것이라 하느니라.

또 범지여,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는 혹 세 가지 악하고 착하지 않은 생각, 곧 탐욕의 생각[欲念]ㆍ성냄의 생각[恚念]ㆍ해침의 생각[害念]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이 세 가지 악하고 착하지 않은 생각이 생기더라도 마음은 끝내 거기에 집착하지 않는다. 범지여, 만일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가 혹 세 가지 악하고 착하지 않은 생각, 곧 탐욕의 생각ㆍ성냄의 생각ㆍ해침의 생각을 일으키고 이 세 가지 악하고 착하지 않은 생각이 생기더라도 마음은 끝내 거기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범지여, 이것을 널리 듣고 외워 익히는 데 차별이 있고 이런 공덕이 있는 것이라 하느니라.

또 범지여,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는 욕심을 떠나고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떠나며 나아가 제4선(禪)에까지 이르러 성취하여 노닌다. 범지여, 만일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가 욕심을 떠나고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떠나며 나아가 제4선을 성취하여 노닌다면 범지여, 이것을 널리 듣고 외워 익히는 데 차별이 있고, 이런 공덕이 있는 것이라 하느니라.

또 범지여,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는 3결(結)1)이 이미 다해 수다원(須陀洹)을 증득해 악법(惡法)에 떨어지지 않고 결정코 정각(正覺)으로 나아가 마지막에는 7유(有)를 받아 천상과 인간을 일곱 번 오간 뒤에 괴로움의 끝[苦邊]을 얻는다. 범지여, 만일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가 3결이 이미 다해 수다원을 증득해 악법에 떨어지지 않고 결정코 정각으로 나아가 마지막에 7유를 받아 천상과 인간을 일곱 번 오간 뒤에는 괴로움의 끝을 얻는다면 범지여, 이것을 널리 듣고 외워 익히는 데 차별이 있고 이런 공덕이 있는 것이라 하느니라.

또 범지여,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는 3결이 이미 다해 음욕[淫]ㆍ성냄 [怒]ㆍ어리석음[癡]이 엷어지고, 한 번 왕래함을 얻어 천상과 인간을 한 번 왕래한 뒤에 괴로움의 끝을 얻는다. 범지여, 만일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가 3결이 이미 다해 음욕ㆍ성냄ㆍ어리석음이 엷어지고 한 번 왕래함을 얻어 천상과 인간에 한 번 왕래한 뒤에 괴로움의 끝을 얻는다면 범지여, 이것을 널리 듣고 외워 익히는 데 차별이 있고 이런 공덕이 있는 것이라고 하느니라.

또 범지여,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는 5하분결(下分結)2)이 이미 다해 저 세계에 태어난 뒤에 곧 반열반(般涅槃)에 들고 물러나지 않는 법[不退法]을 얻어 이 세상에 돌아오지 않는다. 범지여, 만일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가 5하분결이 이미 다해 저 세계에 태어난 뒤에 곧 반열반에 들고 물러나지 않는 법을 얻어 이 세상에 돌아오지 않는다면 범지여, 이것을 널리 듣고 외워 익히는 데 차별이 있고 이런 공덕이 있는 것이라 하느니라.

또 범지여,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는 식해탈(息解脫)하여 색(色)을 여의어 무색(無色)을 증득하고 여기상정(如其像定)을 몸으로 체득하여 성취하여 노닐며 슬기의 관찰로 누(漏)를 끊고 또 누를 안다. 범지여, 만일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가 식해탈하여 색을 여의고 무색을 증득하고 여기상정을 몸으로 체득하여 성취하여 노닐며 슬기의 관찰로 누를 끊고 또 누를 안다면 범지여, 이것을 널리 듣고 외워 익히는 데 차별이 있고, 이런 공덕이 있는 것이라 하느니라.

또 범지여,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는 여의족(如意足)과 천이지(天耳智)ㆍ타심지(他心智)ㆍ숙명지(宿命智)ㆍ생사지(生死智)가 있고, 모든 누(漏)가 이미 다해 누가 없게 되어 심해탈(心解脫)ㆍ혜해탈(慧解脫)하여 현재에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달으며 스스로 체득하여 성취하여 노닐고 생이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서고, 해야 할 일은 이미 마쳐 다시는 후세의 몸을 받지 않음을 진실 되게 안다. 범지여, 만일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가 여의족과 천이지ㆍ타심지ㆍ숙명지ㆍ생사지가 있고 모든 누가 이미 다해 누가 없게 되어 심해탈ㆍ혜해탈하여 현재에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달으며 스스로 체득하여 성취하여 노닐고 생이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서고, 해야 할 일은 이미 마쳐 다시는 후세의 몸을 받지 않음을 진실 되게 안다면 범지여, 이것을 널리 듣고 외워 익히는 데 차별이 있고 이런 공덕이 있는 것이라 하느니라.”

생문 범지가 다시 세존께 여쭈었다.
“이 널리 듣고 외워 익히는 데에는 이런 차별이 있고 이런 공덕이 있는데 혹 다시 다른 차별이 있거나 다시 다른 최상(最上)ㆍ최묘(最妙)ㆍ최승(最勝)의 공덕이 있습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범지여, 널리 듣고 외워 익히는 데에는 이런 차별과 이런 공덕이 있고 다시 다른 차별과 다시 다른 최상ㆍ최묘ㆍ최승의 공덕은 없느니라.”

생문 범지가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미 알았습니다. 선서(善逝)시여, 저는 이미 이해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지금 부처님과 법과 비구 스님께 귀의하겠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제가 우바새(優婆塞) 되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저는 오늘부터 이 몸이 다할 때까지 스스로 귀의하여 목숨이 다하는 그날까지 그렇게 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생문 범지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이 문덕경에 수록된 경문의 글자 수는 1,609자이다.

148) 하고경(何苦經)3) 제7제3 염송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을 유행하실 적에 승림급고독원에 머무셨다.

그 때 생문 범지(生聞梵志)는 오후에 천천히 걸어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 문안드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제가 여쭙고 싶은 것이 있는데 허락하신다면 감히 여쭙겠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범지여, 네 마음대로 물으라.”

생문 범지가 곧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집에 있는 사람에겐 어떤 괴로움이 있으며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사람에겐 어떤 괴로움이 있습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범지여, 집에 있는 사람은 자재하지 못한 것을 괴로움으로 여기고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사람은 자재한 것을 괴로움으로 여기느니라.”

생문 범지가 다시 물었다.
“구담이시여, 집에 있는 사람은 왜 자재하지 못한 것을 괴롭다고 여기고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사람은 왜 자재한 것을 괴롭다고 여깁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범지여, 집에 있는 사람은 만일 돈이 불어나지 않고, 금ㆍ은ㆍ진주ㆍ유리ㆍ수정들이 다 불어나지 않으며, 목축과 곡식과 노비와 심부름꾼 또한 불어나지 않으면, 그 때 집에 있는 사람은 걱정하고 괴로워하며, 시름하고 슬퍼하나니, 그로 인해 집에 있는 사람은 걱정과 괴로움이 많아지고, 시름과 슬픔을 많이 품느니라. 범지여,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사람은 만일 행이 그 욕심을 따르고 행이 성냄과 어리석음을 따르면, 그 때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사람은 걱정하고 괴로워하며 시름하고 슬퍼하나니 그로 인해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사람은 걱정과 괴로움이 많아지고 시름과 슬픔을 많이 품느니라. 범지여, 이와 같이 집에 있는 사람은 자재하지 못한 것을 괴롭다고 여기고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사람은 자재한 것을 괴롭다고 여기느니라.”

생문 범지가 다시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집에 있는 사람에겐 어떤 즐거움이 있으며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사람에겐 어떤 즐거움이 있습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범지여, 집에 있는 사람은 자재한 것을 즐겁다고 여기고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사람은 자재하지 못한 것을 즐겁다고 여기느니라.”

“구담이시여, 집에 있는 사람은 왜 자재한 것을 즐겁다고 여기고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사람은 왜 자재하지 못한 것을 즐겁다고 여깁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범지여, 집에 있는 사람은 만일 돈이 불어나게 되고 금ㆍ은ㆍ진주ㆍ유리ㆍ수정들이 다 불어나게 되며 목축과 곡식과 노비와 심부름꾼이 또한 불어나게 되면 그 때 집에 있는 사람은 쾌락하고 기뻐하나니, 그로 인해 집에 있는 사람은 쾌락과 기쁨이 많아지느니라. 범지여,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사람은 행이 욕심을 따르지 않고 행이 성냄과 어리석음을 따르지 않으면 그 때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사람은 쾌락하고 기뻐하나니, 그로 인해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사람은 쾌락과 기쁨이 많아지느니라. 범지여, 이와 같이 집에 있는 사람은 자재한 것 때문에 즐겁고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사람은 자재하지 못한 것 때문에 즐겁느니라.”

생문 범지가 다시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어떤 일이 하늘과 사람에게 반드시 이익이 없게 하고 어떤 일이 하늘과 사람을 반드시 이익 되게 됩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범지여, 만일 하늘이나 사람이 서로 다투면 반드시 이익이 없고 만일 하늘이나 사람이 서로 다투지 않으면 반드시 이익이 있느니라.”

“구담이시여, 하늘이나 사람이 서로 다투면 반드시 이익이 없다는 것은 무슨 뜻이며 하늘이나 사람이 서로 다투지 않으면 반드시 이익이 있다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범지여, 만일 때때로 하늘이나 사람이 서로 다투고 미워하면 그 때 하늘과 사람은 걱정하고 괴로워하며 시름하고 슬퍼하나니, 그로 인해 하늘과 사람은 걱정과 괴로움이 많아지고 시름과 슬픔을 많이 품느니라. 범지여, 만일 하늘이나 사람이 서로 다투지 않고 미워하지 않으면 그 때 하늘과 사람은 쾌락하고 기뻐하나니, 그로 인해 하늘과 사람은 많이 쾌락하고 많이 기뻐하느니라. 범지여, 이와 같이 하늘이나 사람이 서로 다투면 반드시 이익이 없고 하늘이나 사람이 서로 다투지 않으면 반드시 이익이 있느니라.”

생문 범지가 다시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하늘과 사람을 반드시 요익(饒益)하게 하지 않아 괴로움을 얻게 하는 것은 무엇이며 하늘과 사람을 반드시 요익하게 하여 즐거움을 얻게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범지여, 만일 하늘과 사람이 법 아닌 것을 행하고 또 악을 행하면 반드시 이익을 얻지 못해 그 괴로움을 얻고, 만일 하늘과 사람이 법답게 행하여 악을 행하지 않으면 반드시 요익을 얻어 그 즐거움을 얻느니라.”

“구담이시여, 하늘과 사람이 어떻게 법 아닌 것을 행하고 또 악을 행하면 반드시 이익을 얻지 못해 반드시 그 괴로움을 얻습니까? 또 하늘과 사람이 어떻게 법답게 행하고 또 악을 행하지 않으면 반드시 요익을 얻어 반드시 그 즐거움을 얻습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범지여, 하늘과 사람이 몸으로 법 아닌 것을 행하고 또 악을 행하며 입과 뜻으로 법 아닌 것을 행하고 또 악을 행하면, 그 때 하늘과 사람은 반드시 줄어들고 아수라(阿修羅)는 반드시 흥성할 것이다. 범지여, 만일 하늘과 사람이 몸으로 법답게 행하여 그 몸을 지켜 보호하고 입과 뜻으로 법답게 행하여 입과 뜻을 지켜 보호하면, 그때 하늘과 사람은 반드시 흥성하고 아수라는 반드시 줄어들 것이다. 범지여, 이와 같이 하늘과 사람이 법 아닌 것을 행하고 또 악을 행하면, 반드시 이익을 얻지 못해 그 괴로움을 얻을 것이고 범지여, 이와 같이 하늘과 사람이 법답게 행하여 악을 행하지 않으면, 반드시 요익을 얻어 그 즐거움을 얻느니라.”

생문 범지가 다시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어떻게 악지식(惡知識)을 관찰해야 합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범지여, 마땅히 악지식은 달[月]과 같다고 관찰하라.”

“구담이시여, 어떻게 악지식을 달과 같다고 관찰합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범지여, 그믐으로 향하는 달은 날마다 점점 감소하고 달의 궁전도 또한 감소하며 광명도 또한 감소하고 형색도 또한 감소하여 날마다 다해 가는 것과 같다. 범지여, 그래서 때가 되면 달은 완전히 사라져 전혀 볼 수가 없느니라. 범지여, 악지식도 또한 여래의 바른 법률에 있어서 그 믿음을 얻지만 그는 믿음을 얻고 나서 효순(孝順)하지 않고 또한 공경하지 않으며 하는 행동은 순하지 않고 바른 지혜를 세우지 않으며 법과 다음 법으로 나아가지 않다가 그는 문득 믿음을 잃고 계를 지니는 것과 널리 들음과 소원과 지혜도 또한 잃어버린다. 범지여, 때가 되면 이 악지식은 마치 달이 사라지듯 선법(善法)을 완전히 멸한다. 범지여, 이와 같이 악지식은 마땅히 달과 같다고 관찰하라.”

생문 범지가 다시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어떻게 선지식(善知識)을 관찰해야 합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범지여, 마땅히 선지식도 달과 같다고 관찰하라.”

“구담이시여, 어떻게 선지식을 달과 같다고 관찰합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범지여, 마치 달이 처음 생길 때에는 산뜻하고 밝고 깨끗하며 날로 더해가는 것과 같다. 범지여, 그래서 보름에 이르면 그 달의 궁전은 풍만해지느니라. 범지여, 이와 같이 선지식은 여래의 바른 법률에 있어서 믿음을 얻고 그는 믿음을 얻고 나서 늘 효순하고 공경하며 하는 행동은 순하고 바른 지혜를 세워 법과 다음 법으로 나아간다. 그는 믿음을 증장(增長)시키고 계를 지니는 것과 널리 들음과 소원과 지혜도 또한 증장시킨다. 범지여, 때가 되면 그 선지식은 마치 보름달처럼 선법(善法)을 구족한다. 범지여, 이와 같이 선지식은 마땅히 달과 같다고 관찰하라.”

이에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말씀하셨다.

마치 달이 티끌[垢] 없이
허공세계[虛空界]에 떠서 노닐면
일체 세간 모든 별들의
그 광명을 가리는 것처럼

이와 같이 믿음과 널리 들음과
소원과 간탐 없는 마음은
세간의 모든 간탐
그 광명을 모조리 가리우네.

또 마치 큰 용왕이
구름과 뇌성과 번개를 일으키며
철철 넘치도록 비를 내려
온 땅을 가득 채우는 것처럼

이와 같이 믿음과 널리 들음과
소원과 간탐 없는 마음은
음식을 베풀어 풍족하게 하고
즐겨 힘써 더욱더 널리 베푸네.

이와 같이 큰 뇌성 떨치며
하늘이 때맞추어 비를 내리듯
널리 축축이 적시는 저 복비[福雨]
시주가 내리는 비라네.

재물도 많고 명예도 많으며
좋은 곳에서 태어나게 되고
거기서 또 복을 받다가
죽은 뒤에는 천상에 나리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생문 범지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주석
1 여기서는 신견(身見)ㆍ계금취견(戒禁取見)ㆍ의(疑)의 세 종류의 번뇌를 말함. 결(結)은 번뇌의 이명(異名)이다.
2 욕계(欲界)의 유정중생(有情衆生)이 탐욕ㆍ성냄ㆍ신견(身見)ㆍ계금취견(戒禁取見)ㆍ의(疑)의 다섯 종류의 번뇌에 계박된 것을 5하분결이라 한다.
3 『증일아함경』 제7권 「안반품(安般品)」 여덟 번째 경을 참조할 것.

중아함경 제37권

승가제바 한역

12. 범지품 ③
149) 하욕경(何欲經)1) 제8제3 염송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을 유행하실 적에 승림급고독원에 머무셨다.

그 때 생문 범지(生聞梵志)는 오후에 천천히 걸어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 문안드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여쭙고 싶은 것이 있는데 허락하신다면 감히 여쭙겠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범지여, 네 마음대로 물으라.”

범지가 곧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찰리(刹利)는 무엇을 하고자 하고 무엇을 행하며 무엇으로 서고 무엇을 의지하며 무엇으로 마칩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찰리는 재물을 얻고자 하고 지혜를 행하며 칼로써 서고 백성을 의지하며 자재(自在)로써 마침을 삼느니라.”

생문 범지가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거사(居士)는 무엇을 하고자 하고 무엇을 행하며 무엇으로 서고 무엇을 의지하며 무엇으로 마칩니까?”

“거사는 재물을 얻고자 하고 지혜를 행하며 기술로써 서고 작업(作業)을 의지하며 작업을 마치는 것으로 마침을 삼느니라.”

“구담이시여, 부인(婦人)은 무엇을 하고자 하고 무엇을 행하며 무엇으로 서고 무엇을 의지하며 무엇으로 마칩니까?”

“부인은 남자를 얻고자 하고 화장하고 꾸미며 아이로써 서고 남편[無對]을 의지하며 자재(自在)로 마침을 삼느니라.”

생문 범지가 다시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도둑은 무엇을 하고자 하고 무엇을 행하며 무엇으로 서고 무엇을 의지하며 무엇으로 마칩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도둑은 주지 않는 것을 빼앗으려고 하고 숨겨 감춤을 행하며 칼로써 서고 어둠을 의지하며 발각되지 않는 것으로 마침을 삼느니라.”

“구담이시여, 범지(梵志)는 무엇을 하고자 하고, 무엇을 행하며, 무엇으로 서고, 무엇을 의지하며, 무엇으로 마칩니까?”

“범지는 재물을 얻고자 하고, 지혜를 행하며, 경서(經書)로써 서고, 재계(齋戒)를 의지하며, 범천(梵天)으로 마침을 삼느니라.”

“구담이시여, 사문(沙門)은 무엇을 하고자 하고 무엇을 행하며 무엇으로 서고 무엇을 의지하며 무엇으로 마칩니까?”

“사문은 진제(眞諦)를 얻고자 하고 지혜를 행하며 계(戒)로써 서고 일 없는 곳[無處]을 의지하며 열반(涅槃)으로써 마침을 삼느니라.”

생문 범지가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미 알았습니다. 선서(善逝)시여, 저는 이미 이해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부처님과 법과 비구 스님들께 귀의하겠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제가 우바새(優婆塞) 되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저는 오늘부터 이 몸이 다할 때까지 스스로 귀의하여 목숨이 다하는 그날까지 그렇게 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생문 범지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이 하욕경에 수록된 경문의 글자 수는 422자이다.

150) 울수가라경(鬱瘦歌邏經) 제9제3 염송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왕사성(王舍城)을 유행하실 적에 죽림(竹林) 가란다원(迦蘭哆園)에 머무셨다.

그 때 울수가라(鬱瘦歌邏) 범지는 오후에 천천히 걸어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 문안드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여쭙고 싶은 것이 있는데 허락하신다면 감히 여쭙겠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마음대로 물으라.”

울수가라 범지가 곧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범지는 네 종성[四種姓]을 위하여 네 가지 받들어 섬기는 것[四奉事]을 시설하나니, 곧 범지를 위하여 받들어 섬기는 것[奉事]을 시설하고 찰리(刹利)ㆍ거사(居士)ㆍ공사(工師)를 위하여 받들어 섬기는 것을 시설합니다. 구담이시여, 범지가 범지를 위하여 받들어 섬기는 것을 시설할 때 범지는 마땅히 범지를 받들어 섬겨야 하고 찰리ㆍ거사ㆍ공사도 또한 범지를 받들어 섬겨야 할 것이니, 이 네 종성은 마땅히 범지를 받들어 섬겨야 할 것입니다. 구담이시여, 범지가 찰리(刹利)를 위하여 받들어 섬기는 것을 시설할 때 찰리는 마땅히 찰리를 받들어 섬겨야 하고 거사ㆍ공사도 또한 마땅히 찰리를 받들어 섬겨야 할 것이니, 이 세 종성은 마땅히 찰리를 받들어 섬겨야 할 것입니다. 구담이시여, 범지가 거사를 위하여 받들어 섬기는 것을 시설할 때 거사는 마땅히 거사를 받들어 섬겨야 하고 공사도 또한 마땅히 거사를 받들어 섬겨야 할 것이니, 이 두 종성은 마땅히 거사를 받들어 섬겨야 할 것입니다. 구담이시여, 범지가 공사를 위하여 받들어 섬기는 것을 시설할 때 공사는 마땅히 공사를 받들어 섬겨야 하겠지만 공사를 받들어 섬기라고 시설할 만한 그들보다 하천한 이가 누가 있겠습니까? 오직 공사만이 공사를 받들어 섬길 것입니다.”

세존께서 물으셨다.
“범지여, 모든 범지는 스스로 알고서 네 종성을 위하여 네 가지 받들어 섬기는 것을 시설하는가? 곧 범지를 위하여 받들어 섬기는 것을 시설하고 찰리ㆍ거사ㆍ공사를 위하여 받들어 섬기는 것을 시설하는가?”

“알지 못합니다. 구담이시여, 다만 모든 범지는 스스로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이 세상과 하늘ㆍ악마ㆍ범(梵)ㆍ사문 범지 등 사람에서 하늘에 이르기까지 그 사이에서 범지는 스스로 알지 못하지만 네 종성을 위하여 네 가지 받들어 섬기는 것을 시설하나니, 곧 범지를 위하여 받들어 섬기는 것을 시설하고 찰리ㆍ거사ㆍ공사를 위하여 받들어 섬기는 것을 시설한다.’”

“범지여, 그것은 마치 어떤 사람이 남에게 억지로 고기를 주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과 같다.
‘그대는 이것을 먹어야 한다. 그리고 내게 그 값을 주어야 한다.’
범지여, 네가 모든 범지를 위하여 말하는 것도 또한 이와 같나니, 왜냐 하면 범지는 스스로 알지 못하면서 네 종성을 위하여 받들어 섬기는 것을 시설하나니, 곧 범지를 위하여 받들어 섬기는 것을 시설하고 찰리ㆍ거사ㆍ공사를 위하여 받들어 섬기는 것을 시설하기 때문이다.”

세존께서 물으셨다.
“범지여, 무엇을 받들어 섬기는 것이라 하는가?만일 어떤 것을 받들어 섬길 때 그 받들어 섬김으로 말미암아 같음이 있고 나음이 없으면 이것을 받들어 섬기는 것이라 하겠는가? 만일 어떤 것을 받들어 섬길 때 그 받들어 섬김으로 말미암아 나음이 있고 같음이 없으면 이것을 받들어 섬기는 것이라 하겠는가? 범지여, 만일 범지를 받들어 섬길 때 그 받들어 섬김으로 말미암아 같음이 있고 나음이 없으면 이것을 받들어 섬기는 것이라 하겠는가? 찰리ㆍ거사ㆍ공사를 받들어 섬길 때 그 받들어 섬김으로 말미암아 같음이 있고 나음이 없으면 이것을 받들어 섬기는 것이라 하겠는가? 범지여, 만일 범지를 받들어 섬길 때 그 받들어 섬김으로 말미암아 나음이 있고 같음이 없으면 이것을 받들어 섬기는 것이라 하겠는가? 찰리ㆍ거사ㆍ공사를 받들어 섬길 때 그 받들어 섬김으로 말미암아 나음이 있고 같음이 없으면 이것을 받들어 섬기는 것이라 하겠는가?”

울수가라 범지가 대답하였다.
“구담이시여, 만일 제가 받들어 섬기고 그 받들어 섬김으로 말미암아 같음이 있고 나음이 없으면 저는 그를 받들어 섬기지 않을 것입니다. 만일 제가 받들어 섬기고 그 받들어 섬김으로 말미암아 나음이 있고 같음이 없으면 저는 마땅히 그를 받들어 섬길 것입니다. 구담이시여, 만일 범지를 받들어 섬길 때 그 받들어 섬김으로 말미암아 같음이 있고 나음이 없으면 저는 그를 받들어 섬기지 않을 것입니다. 찰리ㆍ거사ㆍ공사를 받들어 섬길 때, 그 받들어 섬김으로 말미암아 같음이 있고 나음이 없으면 저는 그를 받들어 섬기지 않을 것입니다. 구담이시여, 만일 범지를 받들어 섬길 때 그 받들어 섬김으로 말미암아 나음이 있고 같음이 없으면 저는 마땅히 그를 받들어 섬길 것입니다. 찰리ㆍ거사ㆍ공사를 받들어 섬길 때 그 받들어 섬김으로 말미암아 나음이 있고 같음이 없으면 저는 마땅히 그를 받들어 섬길 것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범지여, 만일 어리석지도 않고 미련하지도 않으며 또 전도(顚倒)되지도 않고 마음도 전도됨이 없어 자유자재한 범지가 또 찾아온다면 나는 그 범지에게 이렇게 물을 것이다.
‘네 생각에는 어떤가? 만일 어떤 것을 받들어 섬길 때 그 받들어 섬김으로 말미암아 같음이 있고 나음이 없으면 이것을 받들어 섬김이라 하겠는가? 만일 어떤 것을 받들어 섬길 때 그 받들어 섬김으로 말미암아 나음이 있고 같음이 없으면 이것을 받들어 섬김이라 하겠는가? 범지여, 만일 범지를 받들어 섬길 때 그 받들어 섬김으로 말미암아 같음이 있고 나음이 없으면 이것을 받들어 섬김이라 하겠는가? 찰리ㆍ거사ㆍ공사를 받들어 섬길 때 그 받들어 섬김으로 말미암아 같음이 있고 나음이 없으면 이것을 받들어 섬김이라 하겠는가? 범지여, 만일 범지를 받들어 섬길 때 그 받들어 섬김으로 말미암아 나음이 있고 같음이 없으면 이것을 받들어 섬김이라 하겠는가? 찰리ㆍ거사ㆍ공사를 받들어 섬길 때 그 받들어 섬김으로 말미암아 나음이 있고 같음이 없으면 이것을 받들어 섬김이라 하겠는가?’

범지여, 어리석지도 않고 미련하지도 않으며 또한 전도되지도 않았고 마음도 전도되지 않아 자유자재한 그 범지는 나에게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구담이시여, 만일 제가 받들어 섬기고, 그 받들어 섬김으로 말미암아 같음이 있고 나음이 없으면 저는 그를 받들어 섬기지 않을 것입니다. 만일 제가 받들어 섬기고 그 받들어 섬김으로 말미암아 나음이 있고 같음이 없으면 저는 마땅히 그를 받들어 섬길 것입니다. 구담이시여, 만일 범지를 받들어 섬길 때 그 받들어 섬김으로 말미암아 같음이 있고 나음이 없으면 저는 그를 받들어 섬기지 않을 것입니다. 찰리ㆍ거사ㆍ공사를 받들어 섬길 때, 그 받들어 섬김으로 말미암아 같음이 있고 나음이 없으면 저는 그를 받들어 섬기지 않을 것입니다. 구담이시여, 만일 범지를 받들어 섬길 때 그 받들어 섬김으로 말미암아 나음이 있고 같음이 없으면 저는 마땅히 그를 받들어 섬길 것입니다. 찰리ㆍ거사ㆍ공사를 받들어 섬길 때 그 받들어 섬김으로 말미암아 나음이 있고 같음이 없으면 저는 마땅히 그를 받들어 섬길 것입니다.’”

세존께서 물으셨다.
“범지여, 네 생각에는 어떠한가? 만일 어떤 것을 받들어 섬길 때 그 받들어 섬김으로 말미암아 믿음[信]ㆍ계율[戒]ㆍ널리 들음[博聞]ㆍ소원[庶幾]ㆍ지혜(智慧)를 잃는다면 이것을 받들어 섬김이라 하겠는가? 만일 어떤 것을 받들어 섬길 때 그 받들어 섬김으로 말미암아 믿음ㆍ계율ㆍ널리 들음ㆍ소원ㆍ지혜를 더하게 된다면 이것을 받들어 섬김이라 하겠는가? 범지여, 만일 범지를 받들어 섬길 때 그 받들어 섬김으로 말미암아 믿음ㆍ계율ㆍ널리 들음ㆍ소원ㆍ지혜를 잃는다면 이것을 받들어 섬김이라 하겠는가? 찰리ㆍ거사ㆍ공사를 받들어 섬길 때 그 받들어 섬김으로 말미암아 믿음ㆍ계율ㆍ널리 들음ㆍ소원ㆍ지혜를 잃는다면 이것을 받들어 섬김이라 하겠는가? 범지여, 만일 범지를 받들어 섬길 때 그 받들어 섬김으로 말미암아 믿음ㆍ계율ㆍ널리 들음ㆍ소원ㆍ지혜를 더하게 된다면 이것을 받들어 섬김이라 하겠는가? 찰리ㆍ거사ㆍ공사를 받들어 섬길 때 그 받들어 섬김으로 말미암아 믿음ㆍ계율ㆍ널리 들음ㆍ소원ㆍ지혜를 더하게 된다면 이것을 받들어 섬김이라 하겠는가?”

울수가라 범지가 대답하였다.
“구담이시여, 만일 제가 받들어 섬길 때 그 받들어 섬김으로 말미암아 믿음ㆍ계율ㆍ널리 들음ㆍ소원ㆍ지혜를 잃는다면 저는 그를 받들어 섬기지 않을 것입니다. 만일 제가 받들어 섬길 때 그 받들어 섬김으로 말미암아 믿음ㆍ계율ㆍ널리 들음ㆍ소원ㆍ지혜를 더하게 된다면 저는 마땅히 그를 받들어 섬길 것입니다. 구담이시여, 만일 범지를 섬길 때 그 받들어 섬김으로 말미암아 믿음ㆍ계율ㆍ널리 들음ㆍ소원ㆍ지혜를 잃는다면 저는 그를 받들어 섬기지 않을 것입니다. 만일 찰리ㆍ거사ㆍ공사를 받들어 섬길 때 그 받들어 섬김으로 말미암아 믿음ㆍ계율ㆍ널리 들음ㆍ소원ㆍ지혜를 잃는다면 저는 그를 받들어 섬기지 않을 것입니다. 구담이시여, 만일 범지를 받들어 섬길 때 그 받들어 섬김으로 말미암아 믿음ㆍ계율ㆍ널리 들음ㆍ소원ㆍ지혜를 더하게 된다면 저는 마땅히 그를 받들어 섬길 것입니다. 찰리ㆍ거사ㆍ공사를 받들어 섬길 때 그 받들어 섬김으로 말미암아 믿음ㆍ계율ㆍ널리 들음ㆍ소원ㆍ지혜를 더하게 된다면 저는 마땅히 그를 받들어 섬길 것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범지여, 만일 어리석지도 않고 미련하지도 않으며 또한 전도되지도 않고 마음도 전도됨이 없어 자유자재한 범지가 또 찾아온다면 나는 그 범지에게 이렇게 물을 것이다.
‘네 생각에는 어떠한가? 만일 어떤 것을 받들어 섬길 때 그 받들어 섬김으로 말미암아 믿음ㆍ계율ㆍ널리 들음ㆍ소원ㆍ지혜를 잃는다면 이것을 받들어 섬김이라 하겠는가? 만일 어떤 것을 받들어 섬길 때,그 받들어 섬김으로 말미암아 믿음ㆍ계율ㆍ널리 들음ㆍ소원ㆍ지혜를 더하게 된다면 이것을 받들어 섬김이라 하겠는가? 범지여, 만일 범지를 받들어 섬길 때 그 받들어 섬김으로 말미암아 믿음ㆍ계율ㆍ널리 들음ㆍ소원ㆍ지혜를 잃는다면 이것을 받들어 섬김이라 하겠는가? 찰리ㆍ거사ㆍ공사를 받들어 섬길 때 그 받들어 섬김으로 말미암아 믿음ㆍ계율ㆍ널리 들음ㆍ소원ㆍ지혜를 잃는다면 이것을 받들어 섬김이라 하겠는가? 범지여, 만일 범지를 받들어 섬길 때 그 받들어 섬김으로 말미암아 믿음ㆍ계율ㆍ널리 들음ㆍ소원ㆍ지혜를 더하게 된다면 이것을 받들어 섬김이라 하겠는가? 찰리ㆍ거사ㆍ공사를 받들어 섬길 때 그 받들어 섬김으로 말미암아 믿음ㆍ계율ㆍ널리 들음ㆍ소원ㆍ지혜를 더하게 된다면 이것을 받들어 섬김이라 하겠는가?’

범지여, 어리석지도 않고 미련하지도 않으며 또한 전도되지도 않고 마음도 전도됨이 없어 자유자재한 그 범지도 또한 내게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구담이시여, 만일 제가 받들어 섬길 때 그 받들어 섬김으로 말미암아 믿음ㆍ계율ㆍ널리 들음ㆍ소원ㆍ지혜를 잃는다면 저는 그를 받들어 섬기지 않을 것입니다. 만일 제가 받들어 섬길 때 그 받들어 섬김으로 말미암아 믿음ㆍ계율ㆍ널리 들음ㆍ소원ㆍ지혜를 더하게 된다면 저는 마땅히 그를 받들어 섬길 것입니다. 구담이시여, 만일 범지를 받들어 섬길 때 그 받들어 섬김으로 말미암아 믿음ㆍ계율ㆍ널리 들음ㆍ소원ㆍ지혜를 잃는다면 저는 그를 받들어 섬기지 않을 것입니다. 찰리ㆍ거사ㆍ공사를 받들어 섬길 때 그 받들어 섬김으로 말미암아 믿음ㆍ계율ㆍ널리 들음ㆍ소원ㆍ지혜를 잃는다면 저는 그를 받들어 섬기지 않을 것입니다. 구담이시여, 만일 범지를 받들어 섬길 때 그 받들어 섬김으로 말미암아 믿음ㆍ계율ㆍ널리 들음ㆍ소원ㆍ지혜를 더하게 된다면 저는 마땅히 그를 받들어 섬길 것입니다. 찰리ㆍ거사ㆍ공사를 받들어 섬길 때 그 받들어 섬김으로 말미암아 믿음ㆍ계율ㆍ널리 들음ㆍ소원ㆍ지혜를 더하게 된다면 저는 마땅히 그를 받들어 섬길 것입니다.’”

울수가라 범지가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범지는 네 종성을 위하여 네 가지 자기 몫의 재물을 시설하나니, 곧 범지를 위하여 자기 몫의 재물을 시설하고 찰리ㆍ거사ㆍ공사를 위하여 자기 몫의 재물을 시설합니다. 구담이시여, 범지가 범지를 위하여 자기 몫의 재물을 시설한다는 것은 구담이시여, 범지는 범지를 위하여 빌어서 구하는 것을 자기 몫의 재물로 시설합니다. 만일 범지가 빌어서 구하는 것을 업신여긴다면 이는 곧 자기 몫의 재물을 업신여기는 것입니다. 자기 몫의 재물을 업신여기면 곧 이익을 잃게 되나니 마치 소를 방목하는 사람이 소를 지키지 못하면 곧 이익을 잃는 것과 같습니다. 이와 같이 구담이시여, 범지는 범지를 위하여 빌어서 구하는 것을 자기 몫의 재물로 시설하나니, 만일 범지가 빌어서 구하는 것을 업신여긴다면 곧 자기 몫의 재물을 업신여기는 것이 됩니다. 자기 몫의 재물을 업신여기면 곧 이익을 잃게 됩니다.

구담이시여, 범지가 찰리를 위하여 자기 몫의 재물을 시설한다는 것은 구담이시여, 범지는 찰리를 위하여 활과 화살을 자기 몫의 재물로 시설합니다. 만일 찰리가 활과 화살을 업신여긴다면 이는 곧 자기 몫의 재물을 업신여기는 것입니다. 자기 몫의 재물을 업신여기면 곧 이익을 잃게 되나니, 마치 소를 방목하는 사람이 소를 지키지 못하면 곧 이익을 잃는 것과 같습니다. 이와 같이 구담이시여, 범지는 찰리를 위하여 활과 화살을 자기 몫의 재물로 시설하나니, 만일 찰리가 활과 화살을 업신여긴다면 이는 곧 자기 소유의 재물을 업신여기는 것이 됩니다. 자기 소유의 재물을 업신여기면 곧 이익을 잃게 됩니다.

구담이시여, 범지가 거사를 위하여 자기 몫의 재물을 시설한다는 것은 구담이시여, 범지는 거사를 위하여 밭작물을 자기 몫의 재물로 시설합니다. 만일 거사가 밭작물을 업신여긴다면 이는 곧 자기 몫의 재물을 업신여기는 것입니다. 자기 몫의 재물을 업신여기면 곧 이익을 잃게 되나니,마치 소를 방목하는 사람이 소를 지키지 못하면 곧 이익을 잃는 것과 같습니다. 이와 같이 구담이시여, 범지는 거사를 위하여 밭작물을 자기 몫의 재물로 시설하나니, 만일 거사가 밭작물을 업신여긴다면 곧 자기 몫의 재물을 업신여기는 것이 됩니다. 자기 몫의 재물을 업신여기면 곧 이익을 잃게 됩니다.

구담이시여, 범지가 공사를 위하여 자기 몫의 재물을 시설한다는 것은 구담이시여, 범지는 공사를 위하여 삼[麻]을 자기 몫의 재물로 시설합니다. 만일 공사가 삼을 업신여긴다면 이는 곧 자기 몫의 재물을 업신여기는 것입니다. 자기 몫의 재물을 업신여기면 곧 이익을 잃게 되나니, 마치 소를 방목하는 사람이 소를 지키지 못하면 곧 이익을 잃는 것과 같습니다. 이와 같이 구담이시여, 범지는 공사를 위하여 삼을 자기 몫의 재물로 시설하나니, 만일 공사가 삼을 업신여긴다면 곧 자기 몫의 재물을 업신여기는 것이 됩니다. 자기 몫의 재물을 업신여기면 곧 이익을 잃게 됩니다.”

세존께서 물으셨다.
“범지여, 모든 범지는 스스로 알고서 네 종성을 위하여 네 가지 자기 몫의 재물을 시설하는가? 곧 범지를 위하여 자기 몫의 재물을 시설하고 찰리ㆍ거사ㆍ공사를 위하여 자기 몫의 재물을 시설하는가?”

울수가라 범지가 대답하였다.
“알지 못합니다. 구담이시여, 다만 모든 범지들은 스스로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이 세상ㆍ하늘ㆍ악마ㆍ범ㆍ사문 범지 등 사람에서 하늘에 이르기까지 그 사이에서 스스로 알지 못하지만 네 종성을 위하여 네 가지 자기 몫의 재물을 시설하나니, 곧 범지를 위하여 자기 몫의 재물을 시설하고 찰리ㆍ거사ㆍ공사를 위하여 자기 몫의 재물을 시설한다.’”

“범지여, 그것은 마치 어떤 사람이 억지로 남에게 고기를 주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과 같다.
‘그대는 이것을 먹어야 한다. 그리고 내게 그 값을 주어야 한다.’
범지여, 그대가 모든 범지를 위하여 말하는 것도 또한 이와 같나니, 왜냐 하면 범지는 스스로 알지 못하면서 네 종성을 위하여 네 가지 자기 몫의 재물을 시설하나니, 곧 범지를 위하여 자기 몫의 재물을 시설하고 찰리ㆍ거사ㆍ공사를 위하여 자기 몫의 재물을 시설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범지여, 나는 스스로 잘 이해하고 모든 법을 잘 알아 남을 위하여 그치고 쉬는 법ㆍ멸하여 마치는 법ㆍ도를 깨닫는 법ㆍ좋은 세계로 나아가는 법을 자기 몫의 재물로 시설하느니라.”

세존께서 물으셨다.
“범지여, 네 생각에는 어떠한가? 혹 범지가 이 허공에 붙들리지도 않고 묶이지도 않으며 부딪히지도 않고 걸리지도 않는다면 찰리ㆍ거사ㆍ공사도 그렇지 않겠는가?”

“구담이시여, 범지도 이 허공에 붙들리지 않고 묶이지도 않으며 부딪히지 않고 걸리지도 않으며 찰리ㆍ거사ㆍ공사도 또한 그렇습니다.”

“범지여, 나는 스스로 잘 이해하고 모든 법을 잘 알아 남을 위하여 그치고 쉬는 법ㆍ멸하여 마치는 법ㆍ도를 깨닫는 법ㆍ좋은 세계로 나아가는 법을 자기 몫의 재물로 시설하느니라.”

세존께서 물으셨다.
“범지여, 네 생각에는 어떠한가? 혹 범지가 능히 사랑하는 마음을 행해 맺음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을 수 있다면 찰리ㆍ거사ㆍ공사도 그렇지 않겠느냐?”

“구담이시여, 범지도 능히 사랑하는 마음을 행해 맺음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을 수 있으며 찰리ㆍ거사ㆍ공사도 또한 그렇습니다.”

“범지여, 나는 스스로 잘 이해하고 모든 법을 잘 알아 남을 위하여 그치고 쉬는 법ㆍ멸하여 마치는 법ㆍ도를 깨닫는 법ㆍ좋은 세계로 나아가는 법을 자기 몫의 재물로 시설하느니라.”

세존께서 물으셨다.
“범지여, 네 생각에는 어떠한가? 만일 백 종류의 사람이 있을 때 어떤 한 사람이 그들에게 ‘너희들은 모두 오라. 만일 찰리족(刹利族)ㆍ범지족(梵志族)으로 태어난 사람이 있다면 오직 그들만이 비누[澡豆]를 가지고 물에 가서 때를 씻어 지극히 깨끗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하자. 범지여, 네 생각에는 어떠한가? 찰리족ㆍ범지족이면 그들은 비누를 가지고 물에 가서 때를 씻어 지극히 깨끗해질 수 있고 거사족(居士族)ㆍ공사족(工師族)이면 그들은 비누를 가지고 물에 가서 때를 씻어 지극히 깨끗해질 수 없는가? 아니면 모든 백 종류의 사람이 다 비누를 가지고 물에 가서 때를 씻어 지극히 깨끗해 질 수 있는가?”

울수가라 범지가 대답하였다.
“구담이시여, 그 모든 백 종류의 사람들도 다 능히 비누를 가지고 물에 가서 때를 씻어 깨끗해질 수 있습니다.”

“그와 같이 범지여, 나는 스스로 잘 이해하고 모든 법을 잘 알아 남을 위하여 그치고 쉬는 법ㆍ멸하여 마치는 법ㆍ도를 깨닫는 법ㆍ좋은 세계로 나아가는 법을 자기 몫의 재물로 시설하느니라.”

세존께서 물으셨다.
“범지여, 네 생각에는 어떠한가? 만일 백 종류의 사람이 있는데, 혹 어떤 한 사람이 그들에게 ‘너희들은 모두 오라. 만일 찰리족ㆍ범지족으로 태어난 사람이라면, 오직 그들만이 잘 마른 사라(娑羅)나 전단(栴檀)나무로 화모(火母)를 삼아 찬(鑽)을 마찰시켜 불을 내어 오래가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하자. 범지여, 네 생각에는 어떠한가? 찰리족이나 범지족이면 그들은 잘 마른 사라나 전단나무로 화모(火母)를 삼아야만 찬(鑽)을 마찰시켜 불을 내어 오래가게 할 수 있고 거사족이나 공사족이면 그들은 돼지나 개의 밥그릇이나 이란단(伊蘭檀)나무나 그 밖의 쓸모없는 나무로 화모를 삼아야만 찬을 마찰시켜 불을 내어 오래가게 할 수 있는가? 아니면 모든 백 종류의 사람이 다 여러 종류의 나무로 화모를 삼아 찬을 마찰시켜 불을 내어 오래가게 할 수 있겠는가?”

“구담이시여, 그 모든 백 종류의 사람들도 다 능히 여러 종류의 나무로 화모를 삼아 찬을 마찰시켜 불을 내어 오래가게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범지여, 나는 스스로 잘 이해하고 모든 법을 잘 알아 남을 위하여 그치고 쉬는 법ㆍ멸하여 마치는 법ㆍ도를 깨닫는 법ㆍ좋은 세계로 나아가는 법을 자기 몫의 재물로 시설하느니라.”

세존께서 물으셨다.
“범지여, 네 생각에는 어떠한가? 만일 그 백 종류의 사람들이 다 여러 종류의 나무로 화모(火母)를 삼아 찬을 마찰시켜 불을 내어 오래가게 할 수 있다면 그 모든 불은 다 불꽃이 있고 빛이 있으며 열이 있고 광명이 있어서 다 능히 불의 구실을 할 수 있다. 그 중 어떤 불만 홀로 불꽃이 있고 빛이 있으며 열이 있고 광명이 있어서 불의 구실을 할 수 있고, 그 중 어떤 불은 유독 불꽃이 없고 빛이 없으며 열이 없고 광명이 없어서 불의 구실을 하지 못한다고 하겠는가? 아니면 그 모든 불이 다 불꽃이 있고 빛이 있으며 열이 있고 광명이 있어서 불의 구실을 한다고 하겠는가?”

울수가라 범지가 대답하였다.
“구담이시여, 만일 백 종류의 사람이 다 여러 종류의 나무로 화모를 삼아 찬을 마찰시켜 불을 내어 오래가게 할 수 있다면 그 모든 불은 다 불꽃이 있고 빛이 있으며 열이 있고 광명이 있어서 다 불의 구실을 할 수 있습니다. 혹 그 중 어떤 불만 홀로 불꽃이 있고 빛이 있으며 열이 있고 광명이 있어서 불의 구실을 한다는 것은 끝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또 혹 그 가운데 어떤 불은 유독 불꽃이 없고 빛이 없으며 열이 없고 광명이 없어서 불의 구실을 하지 못한다는 것도 끝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오직 구담이시여, 그 모든 불이 다 불꽃이 있고 빛이 있으며 열이 있고 광명이 있어서 다 불의 구실을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범지여, 나는 스스로 잘 이해하고 모든 법을 잘 알아, 남을 위하여 그치고 쉬는 법ㆍ멸하여 마치는 법ㆍ도를 깨닫는 법ㆍ좋은 세계로 나아가는 법을 자기 몫의 재물로 시설하느니라.”

세존께서 물으셨다.
“범지여, 네 생각에는 어떠한가? 만일 그 백 종류의 사람들이 다 여러 종류의 나무를 화모로 삼아 찬을 마찰시켜 불을 내어 오래가게 하였을 때 거기 혹 어떤 사람이 마른 초목을 그 불 속에 넣는다면 불꽃이 생기고 빛이 생기며 열이 생기고 연기가 생길 것이다. 그런데 불꽃ㆍ빛ㆍ열ㆍ연기가 있을 때 그 불꽃ㆍ빛ㆍ열ㆍ연기에도 자못 차별이 있겠는가?”

“구담이시여, 만일 그 백 종류의 사람들이 다 여러 종류의 나무를 화모로 삼아 찬을 마찰시켜 불을 내어 오래가게 하였을 때 거기에 혹 어떤 사람이 마른 초목을 그 불 속에 넣는다면 불꽃이 생기고 빛이 생기며 열이 생기고 연기가 생길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 불꽃ㆍ빛ㆍ열ㆍ연기에 대해서 불꽃ㆍ빛ㆍ열ㆍ연기에 차별이 있다고 주장할 수 없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범지여, 그와 같이 내가 얻은 불과 내가 얻은 방일하지 않음은 능히 방일과 뽐냄과 거만을 멸한다. 그러나 나는 이 불에 대해서 불에 또한 차별이 있음을 주장할 수 없느니라.”

울수가라 범지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미 알았습니다. 선서시여, 저는 이미 이해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부처님과 법과 비구 스님들께 귀의하겠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제가 우바새가 되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저는 오늘부터 이 몸이 다할 때까지 스스로 귀의하여 목숨이 다하는 그 날까지 그렇게 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울수라가 범지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이 울수가라경에 수록된 경문의 글자 수는 3,585자이다.

151) 아섭화경(阿攝■經)2) 제10제3 염송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을 유행하실 적에 승림급고독원에 머무셨다.

그 때 많은 범지들은 구살라(拘薩羅)에서 학당(學堂)에 모여 서로 이런 일을 의논하고 있었다.
‘범지종(梵志種)은 훌륭한데 다른 종성은 그만 못하고 범지종은 흰데 다른 종성(種姓)은 다 검으며 범지는 청정한데 범지가 아닌 종성은 청정하지 못하다. 범지는 범천의 아들로서 그 입에서 나왔으니, 범지는 범천(梵天)의 변화로 된 것인데 사문(沙門) 구담(瞿曇)은 네 종성이 다 청정하다고 말하며 시설해 드러내 보이고 있다.’
그들은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여러분, 누가 능히 사문 구담의 처소로 찾아가 이 일을 법답게 따질 수 있는 능력이 있겠는가?’
그들은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아섭화라연다나마납(阿攝■邏延多那摩納)은 부모도 높이 칭찬하는 사람으로서 청정하게 태어났고 나아가 7대 동안 부모의 종족이 끊이지 않았으며 대대로 나쁜 일이 없었고 널리 들은 것 모두 잊지 않았으며 4베다[典經]3)를 전부 외우고 인(因)ㆍ연(緣)ㆍ정(正)ㆍ문(文)ㆍ희(戱) 5구설(句說)4)에 깊이 통달하였다. 아섭화라연다나마납은 능히 사문 구담의 처소로 가서 이 일을 법답게 따질 수 있는 능력이 있을 것이다. 여러분, 우리는 아섭화라연다나마납의 처소로 가서 그에게 이 일을 말하고 아섭화라연다나마납이 하는 말대로 우리는 따르자.’

이에 구살라의 많은 범지들은 곧 아섭화라연다나마납의 처소로 나아가 서로 문안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말했다.
“마납(摩納)이시여, 우리들 많은 범지들은 구살라에서 학당에 모여 이런 일을 의논하였습니다.
‘범지종은 훌륭한데 다른 종성은 그만 못하고 범지종은 흰데 다른 종성은 다 검으며 범지는 청정한데 범지가 아닌 종성은 청정하지 못하다. 범지는 범천의 아들로서 그 입에서 나왔으니, 범지는 범천(梵天)의 변화로 된 것인데 사문 구담은 네 종성이 다 청정하다고 말하며 시설해 드러내 보이고 있다.’

우리는 또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여러분, 누가 능히 사문 구담의 처소로 가서 이 일을 법답게 따질 수 있는 능력이 있겠는가?’
우리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아섭화라연다나마납은 부모도 높이 칭찬하는 사람으로서 청정하게 태어났고 나아가 7대 동안 부모의 종족이 끊이지 않았으며 대대로 나쁜 일이 없었고 널리 들은 것 모두 잊지 않았으며 4베다를 전부 외우고 인(因)ㆍ연(緣)ㆍ정(正)ㆍ문(文)ㆍ희(戱) 5구설(句說)에 깊이 통달하였다. 아섭화라연다나마납은 능히 사문 구담의 처소로 가서 이 일을 법답게 따질 수 있는 능력이 있을 것이다.’
원컨대 아섭화라연다나마납이시여, 사문 구담에게 가서 이 일을 법답게 따져 주십시오.”

아섭화라연다나마납이 모든 범지들에게 말하였다.
“여러분, 사문 구담은 법답게 설법합니다. 만일 법답게 설법한다면야 따질 수 없는 것입니다.”

구살라의 많은 범지들이 말하였다.
“마납이시여, 당신은 아직 어떤 일에도 굽힌 적이 없으니, 미리 예상하여 스스로 항복할 것이 아닙니다. 왜냐 하면 아섭화라연다나마납은 부모도 높이 칭찬하는 사람으로서 청정하게 태어났고 나아가 7대 동안 부모의 종족이 끊이지 않았으며 대대로 나쁜 일이 없었고 널리 들은 것 모두 잊지 않았으며 4베다를 전부 외우고 인(因)ㆍ연(緣)ㆍ정(正)ㆍ문(文)ㆍ희(戱) 5구설(句說)에 깊이 통달하기 때문입니다. 아섭화라연다나마납은 능히 사문 구담의 처소로 가서 이 일을 법답게 따질 수 있는 능력이 있을 것입니다. 원컨대 아섭화라연다나마납이시여, 사문 구담의 처소로 가서 이 일을 법답게 따져 주십시오.”
아섭화라연다나마납은 구살라의 많은 범지들을 위하여 잠자코 받아주었다.

이에 아섭화라연다나마납은 그 구살라의 많은 범지들을 데리고 부처님 처소로 나아가 문안드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여쭙고 싶은 것이 있는데 제가 여쭙는 것을 허락하시겠습니까?들어 주시겠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마납이여, 너는 마음대로 물으라.”

아섭화라연다나마납이 곧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모든 범지들은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범지종은 훌륭한데 다른 종성은 그만 못하고 범지종은 흰데 다른 종성은 다 검으며 범지는 청정한데 범지가 아닌 종성은 청정하지 못하다. 범지는 범천의 아들로서 그 입에서 나왔으니 범지는 범천의 변화로 된 것이다.’
잘 모르겠으나, 사문 구담께서는 어떻게 말씀하셨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내 이제 너에게 물으리니, 너는 아는 대로 대답하라. 마납아, 여니(餘尼)5)국과 검부국(劍浮國)6)에는 양반[大家]과 노비의 두 종성이 있는데, 양반이 노비가 되고, 노비가 양반이 되었다는 말을 혹 들어보았는가?”

“구담이시여, 저는 여니국과 검부국엔 양반과 노비의 두 종성이 있는데 양반이 노비가 되고 노비가 양반이 되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와 같이 마납아, 범지(梵志)가 만일 바르게 나아가면 그는 잘 이해하여 스스로 법답게 알 것이요, 찰리(刹利)ㆍ거사(居士)ㆍ공사(工師)가 만일 바르게 나아가면 그들도 또한 잘 이해하여 스스로 법답게 알 것이다.”

“구담이시여, 매우 기이하고 매우 특별합니다. 유쾌하게 그 비유를 말씀하셨는데 다만 모든 범지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범지종은 훌륭한데 다른 종성은 그만 못하고 범지종은 흰데 다른 종성은 다 검으며 범지는 청정한데 범지가 아닌 종성은 청정하지 못하다. 범지는 범천의 아들로서 그 입에서 나왔으니, 범지는 범천의 변화로 된 것이다.’”

세존께서 물으셨다.
“마납아, 네 생각에는 어떠한가? 혹 어떤 범지만 유독 이 허공에 붙들리지도 않고 묶이지도 않고 부딪히지도 않고 걸리지도 않으며 찰리ㆍ거사ㆍ공사는 그렇지 않다고 하겠는가?”

“구담이시여, 범지가 이 허공에 붙들리지도 않고 묶이지도 않으며 부딪히지도 않고 걸리지도 않는다면 찰리ㆍ거사ㆍ공사도 또한 그럴 것입니다.”

“그와 같이 마납아, 범지가 만일 바르게 나아가면 그는 잘 이해하여 스스로 법답게 알 것이고 찰리ㆍ거사ㆍ공사도 바르게 나아가면 그도 또한 잘 이해하여 스스로 법답게 알 것이니라.”

아섭화라연다나마납이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매우 기이하고 매우 특별합니다. 유쾌하게 그 비유를 말씀하셨는데 다만 모든 범지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범지종은 훌륭한데 다른 종성은 그만 못하고 범지종은 흰데 다른 종성은 다 검으며 범지는 청정한데 범지가 아닌 종성은 청정하지 못하다. 범지는 범천의 아들로서 그 입에서 나왔으니, 범지는 범천의 변화로 된 것이다.’”

세존께서 물으셨다.
“마납아, 네 생각에는 어떠한가? 혹 어떤 범지만 유독 능히 자비심을 행해 맺음도 없고 원한도 없고 성냄도 없고 다툼이 없으며 찰리ㆍ거사ㆍ공사는 그렇지 않다고 하겠는가?”

“구담이시여, 범지가 능히 자비심을 행해 맺음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이 없다면 찰리ㆍ거사ㆍ공사도 또한 그럴 것입니다.”

“그와 같이 마납아, 범지가 만일 바르게 나아가면 그는 잘 이해하여 스스로 법답게 알고 찰리ㆍ거사ㆍ공사도 바르게 나아가면 그들도 또한 잘 이해하여 스스로 법답게 알 것이니라.”

“구담이시여, 매우 기이하고 특별합니다. 유쾌하게 그 비유를 말씀하셨는데 다만 모든 범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범지종은 훌륭한데 다른 종성은 그만 못하고 범지종은 흰데 다른 종성은 다 검으며 범지는 청정한데 범지가 아닌 종성은 청정하지 못하다. 범지는 범천의 아들로서 그 입에서 나왔으니 범지는 범천의 변화로 된 것이다.’”

세존께서 물으셨다.
“마납아, 네 생각에는 어떠한가? 만일 백 종류의 사람이 있는데, 혹 어떤 한 사람이 그들에게 ‘너희들은 모두 오라. 만일 찰리족(刹利族)ㆍ범지족(梵志族)으로 태어난 사람이 있다면 오직 그들만이 비누[澡豆]를 가지고 물에 가서 때를 씻어 지극히 깨끗해질 수 있다’고 했다고 말하자. 마납아, 네 생각에는 어떠한가? 찰리족이나 범지족이면 그들은 비누를 가지고 물에 가서 때를 씻어 지극히 깨끗해질 수 있고, 거사족(居士族)이나 공사족(工師族)이면 그들은 비누를 가지고 물에 가서 때를 씻어 지극히 깨끗해질 수 없겠는가? 아니면 모든 백 종류의 사람이 다 비누를 가지고 물에 가서 때를 씻어 지극히 깨끗해질 수 있겠는가?”

“구담이시여, 그 모든 백 종류의 사람들도 다 능히 비누를 가지고 물에 가서 때를 씻어 깨끗해질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마납아, 범지가 만일 바르게 나아가면 그는 잘 이해하여 스스로 법답게 알 것이고 찰리ㆍ거사ㆍ공사도 만일 바르게 나아가면 그들도 또한 잘 이해하여 스스로 법답게 알 것이니라.”

“구담이시여, 매우 기이하고 매우 특별합니다. 유쾌하게 그 비유를 말씀하셨는데 다만 모든 범지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범지종은 훌륭한데 다른 종성은 그만 못하고 범지종은 흰데 다른 종성은 다 검으며 범지는 청정한데 범지가 아닌 종성은 청정하지 못하다. 범지는 범천의 아들로서 그 입에서 나왔으니 범지는 범천의 변화로 된 것이다.’”

세존께서 물으셨다.
“마납아, 네 생각에는 어떠한가? 만일 백 종류의 사람이 있을 때 어떤 한 사람이 그들에게 ‘너희들은 모두 오라. 만일 찰리족이나 범지족으로 태어난 사람이라면 오직 그들만이 잘 마른 사라(娑羅)나 전단(栴檀)나무로 화모(火母)를 삼아 찬을 마찰시켜 불을 내어 오래가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하자. 마납아, 네 생각에는 어떠한가? 찰리족이나 범지족이면 그들은 잘 마른 사라나 전단나무로 화모를 삼아야만 찬을 마찰시켜 불을 내어 오래가게 할 수 있고, 거사족이나 공사족이면 그들은 돼지나 개의 밥그릇, 이란단(伊蘭檀)나무나 그 밖의 쓸모없는 나무로 화모를 삼아야만 찬을 마찰시켜 불을 내어 오래가게 할 수 있는가? 아니면 모든 백 종류의 사람이 다 여러 종류의 나무로 화모를 삼아 찬을 마찰시켜 불을 내어 오래가게 할 수 있겠는가?”

“구담이시여, 그 모든 백 종류의 사람들도 다 능히 여러 종류의 나무로 화모를 삼아 찬을 마찰시켜 불을 내어 오래가게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마납아, 범지가 만일 바르게 나아가면 그는 잘 이해하여 스스로 법답게 알 것이고 찰리ㆍ거사ㆍ공사도 만일 바르게 나아가면 그들도 또한 잘 이해하여 스스로 법답게 알 것이니라.”

“구담이시여, 매우 기이하고 매우 특별합니다. 유쾌하게 그 비유를 말씀하셨는데 다만 모든 범지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범지종은 훌륭한데 다른 종성은 그만 못하고 범지종은 흰데 다른 종성은 다 검으며 범지는 청정한데 범지가 아닌 종성은 청정하지 못하다. 범지는 범천의 아들로서 그 입에서 나왔으니 범지는 범천의 변화로 된 것이다.’”

세존께서 물으셨다.
“마납아, 네 생각에는 어떠한가? 만일 그 백 종류의 사람들이 다 여러 종류의 나무로 화모를 삼아 찬을 마찰시켜 불을 내어 오래가게 할 수 있다면 그 모든 불은 다 불꽃이 있고 빛이 있으며 열이 있고 광명이 있어서 다 능히 불의 구실을 할 수 있다. 그 중 어떤 불만 홀로 불꽃이 있고 빛이 있으며 열이 있고 광명이 있어서 불의 구실을 할 수 있고 그 중의 어떤 불은 유독 불꽃이 없고 빛이 없으며 열이 없고 광명이 없어서 불의 구실을 못한다고 하겠는가? 아니면 그 모든 불이 다 불꽃이 있고 빛이 있으며 열이 있고 광명이 있어서 불의 구실을 한다고 하겠는가?”

“구담이시여, 만일 그 백 종류의 사람이 다 여러 종류의 나무로 화모를 삼아 찬을 마찰시켜 불을 내어 오래가게 할 수 있다면 그 모든 불은 다 불꽃이 있고 빛이 있으며 열이 있고 광명이 있어서 다 불의 구실을 할 수 있습니다. 혹 그 가운데 어떤 불만 홀로 불꽃이 있고 빛이 있으며, 열이 있고 광명이 있어서 불의 구실을 한다는 것은 끝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또 혹 그 가운데 어떤 불은 유독 불꽃이 없고 빛이 없으며 열이 없고 광명이 없어서 불의 구실을 하지 못한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오직 구담이시여, 그 모든 불이 다 불꽃이 있고 빛이 있으며 열이 있고 광명이 있어서 다 불의 구실을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마납아, 범지가 만일 바르게 나아가면 그는 잘 이해하여 스스로 법답게 알고 찰리ㆍ거사ㆍ공사도 만일 바르게 나아가면 그도 또한 잘 이해하여 스스로 법답게 알 수 있을 것이니라.”

“구담이시여, 매우 기이하고 매우 기특합니다. 유쾌하게 그 비유를 말씀하셨는데 다만 모든 범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범지종은 훌륭한데 다른 종성은 그만 못하고 범지종은 흰데 다른 종성은 다 검으며 범지는 청정한데 범지가 아닌 종성은 청정하지 못하다. 범지는 범천의 아들로서 그 입에서 나왔으니, 범지는 범천의 변화로 된 것이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마납아, 만일 이 몸이 그 태어나는 바를 따른다면 곧 그의 구성원[數]이 될 것이니, 범지족으로 태어나면 곧 범지족의 구성원이 될 것이요, 만일 찰리족ㆍ거사족ㆍ공사족으로 태어나면 곧 찰리족ㆍ거사족ㆍ공사족의 구성원이 될 것이다. 마납아, 마치 불이 그 생겨나는 바를 따라 곧 그 구성[數]이 되는 것과 같나니, 나무로 인해 생기면 곧 그 나무 불의 구성이 될 것이요 풀이나 똥이나 섶으로 인해 생기면 곧 그 풀이나 똥이나 섶의 불의 구성이 될 것이다. 이와 같이 마납아, 이 몸이 태어나는 바를 따라 곧 그 구성원이 되는 것이니,만일 범지족으로 태어나면 곧 그 범지족의 구성원이 될 것이요, 찰리족ㆍ거사족ㆍ공사족으로 태어나면 곧 그 찰리족ㆍ거사족ㆍ공사족의 구성원이 될 것이다.”

세존께서 물으셨다.
“마납아, 네 생각에는 어떠한가? 만일 찰리 여자와 범지 남자가 서로 어울리면 그 어울림으로 말미암아 뒤에 곧 자식을 낳을 것이며 혹 아버지를 닮거나 혹 어머니를 닮거나 혹은 아버지도 어머니도 닮지 않을 것이다. 그 때 너는 뭐라고 말하겠느냐? 그는 찰리인가, 범지인가?

“구담이시여, 찰리 여자와 범지 남자가 서로 어울리면 그 어울림으로 말미암아 뒤에 곧 자식을 낳을 것이며 혹은 아버지를 닮거나 혹은 어머니를 닮거나 혹은 아버지도 어머니도 닮지 않을 것입니다. 그 때 저는 그를 찰리라고 말할 수 없고 또한 범지라고도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구담이시여, 저는 다만 그는 다른 몸이라고 말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렇다. 마납아, 이 몸이 태어나는 바를 따라 곧 그 구성원이 되나니, 만일 범지족으로 태어나면 곧 범지족의 구성원이 될 것이요 찰리족ㆍ거사족ㆍ공사족으로 태어나면 곧 찰리족ㆍ거사족ㆍ공사족의 구성원이 될 것이다.”

세존께서 물으셨다.
“마납아, 만일 범지 여자와 찰리 남자가 서로 어울리면 그 어울림으로 말미암아 뒤에 곧 자식을 낳을 것이며 혹은 아버지를 닮거나 혹은 어머니를 닮거나 혹은 아버지도 어머니도 닮지 않을 것이다. 그 때 너는 뭐라고 말하겠느냐? 그는 범지인가, 찰리인가?”

“구담이시여, 범지 여자와 찰리 남자가 서로 어울리면 그 어울림으로 말미암아 뒤에 곧 자식을 낳을 것이며 혹 아버지를 닮거나 혹 어머니를 닮거나 혹은 아버지도 어머니도 닮지 않을 것입니다. 그 때 저는 그를 범지라고 말할 수 없고 또한 찰리라고도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구담이시여, 저는 다만 그는 다른 몸이라고 말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렇다. 마납아, 이 몸이 태어나는 바를 따라 곧 그 구성원이 되나니, 만일 범지족으로 태어나면 곧 범지족의 구성원이 될 것이요, 찰리족ㆍ거사족ㆍ공사족으로 태어나면 곧 찰리족ㆍ거사족ㆍ공사족의 구성원이 될 것이다.”

세존께서 물으셨다.
“마납아, 네 생각에는 어떠한가? 만일 어떤 사람이 많은 초마(草馬) 가운데 한 수나귀를 풀어놓았는데 그 중 한 초마가 수나귀와 서로 교미하고 그 교미로 말미암아 뒤에 곧 망아지를 낳으면 너는 뭐라고 말하겠느냐? 그것은 나귀인가, 말인가?”

“구담이시여, 만일 어떤 초마가 수나귀와 서로 교미하고 그 교미로 말미암아 뒤에 곧 망아지를 낳으면, 저는 그것을 나귀라고 말할 수도 없고, 또한 그것을 말이라고 말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구담이시여, 저는 그것을 노새라고 말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렇다. 마납아, 이 몸이 태어나는 바를 따라 곧 그 구성원이 되나니, 범지족으로 태어나면 곧 범지족의 구성원이 될 것이요, 찰리ㆍ거사ㆍ공사족으로 태어나면 곧 찰리ㆍ거사ㆍ공사족의 구성원이 될 것이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마납아, 먼 옛날에 많은 선인(仙人)들이 일 없는 높은 곳에 함께 살면서, 이러한 나쁜 견해를 내었다.
‘범지종은 훌륭한데 다른 종성은 그만 못하고, 범지종은 흰데 다른 종성은 다 검으며, 범지는 청정한데 범지가 아닌 종성은 청정하지 못하다. 범지는 범천의 아들로서 그 입에서 나왔으니 범지는 범천(梵天)의 변화로 된 것이다.’
그 때 아사라선인제비라(阿私羅仙人提鞞邏)는 많은 선인들이 일 없는 높은 곳에 함께 살면서 이러한 나쁜 견해를 낸다는 말을 듣고는 가사를 입고 가사 두건으로 머리를 싸고 지팡이를 짚고 일산을 들고 흰 옷을 입고 몸을 변화시켜 문으로 들어가지 않고 선인들이 사는 조용한 방으로 와서 거닐고 있었다.

그 때 일 없는 높은 곳에 함께 살던 어떤 한 선인이 아사라선인제비라가 가사를 입고 가사 두건으로 머리를 싸고 지팡이를 짚고 일산을 들고 흰 옷을 입고 몸을 변화시켜 문으로 들어가지 않고 선인들이 사는 조용한 방으로 와서 거니는 것을 보고는 일 없는 높은 곳에 함께 사는 많은 선인들에게 가서 곧 이렇게 말하였다.
‘여러분, 지금 어떤 사람이 가사를 입고 가사 두건으로 머리를 싸고 지팡이를 짚고 일산을 들고 흰 옷을 입고 몸을 변화시켜 문으로 들어오지 않고 선인이 사는 조용한 방으로 와서 거닐고 있다. 그러니 우리 함께 가서 그에게 곧 〈너는 재[灰]가 되라, 너는 재가 되라〉는 주문을 외우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이에 일 없는 높은 곳에서 함께 살던 많은 선인들은 곧 저 아사라선인제비라가 있는 곳으로 가서 ‘너는 재가 되라, 너는 재가 되라’고 함께 주문을 외웠다. 그들이 주문법대로 그에게 ‘너는 재가 되라, 너는 재가 되라’고 주문을 외우자 그의 매우 빛나는 얼굴이 더욱 좋아지고 온몸엔 부드럽게 윤기가 흘렀다. 그러자 그 많은 선인들은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우리가 예전에 〈너는 재가 되라, 너는 재가 되라〉고 주문을 외우면 그는 곧 재가 되었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이 사람에게 〈너는 재가 되라, 너는 재가 되라〉고 하며 우리들이 주문법대로 이 사람에게 주문을 외웠으나 이 사람의 빛나는 얼굴이 더욱 좋아지고 온몸엔 부드럽게 윤기가 흐르나니 우리가 차라리 물어보는 것이 낫겠다.’
그리고 곧 그에게 물었다.
‘그대는 누구인가?’
아사라선인제비라가 대답하였다.
‘여러분, 당신들은 혹 아사라선인제비라가 있다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아사라선인제비라가 있다는 말을 들어보았다.’
‘내가 곧 그 사람이다.’
그 많은 선인들은 곧 아사라선인제비라에게 사과하였다.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저희들은 당신이 존경하는 아사라선인제비라인 줄 몰랐습니다.’

이에 아사라선인제비라는 여러 선인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이미 용서하였노라. 너희들은 진실로 나쁜 견해를 내어 〈범지종은 훌륭한데 다른 종성은 그만 못하고 범지종은 흰 데 다른 종성은 다 검으며 범지는 청정한데 범지가 아닌 종성은 청정하지 못하다. 범지는 범천의 아들로서 그 입에서 나왔으니 범지는 범천의 변화로 된 것이다〉고 하였다.’
거기의 여러 선인들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아사라시여.’
아사라는 다시 여러 선인들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너희들의 아버지를 스스로 아는가?’
‘압니다. 범지인 아버지는 범지인 아내를 맞이했으니 범지 여자가 아니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그 아버지 또 그 아버지 나아가 7대의 아버지에 이르기까지 범지인 아버지는 그 범지인 아내를 맞이했으니 범지 여자가 아니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너희들은 너희들의 어머니를 스스로 아는가?’
‘압니다. 범지인 어머니는 범지인 남편을 맞이했으니, 범지 여자가 아니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그 어머니 또 그 어머니 나아가 7대의 어머니에 이르기까지 범지인 어머니는 범지인 남편을 맞이했으니 범지 남자가 아니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아사라가 여러 선인들에게 다시 물었다.
‘너희들은 혹 태를 받은 일을 스스로 아는가?’
‘압니다. 3사(事)가 고루 합해져 태를 받았습니다. 곧 부모의 회합, 만족스럽지 않은 상황을 견뎌냄7), 향음(香陰:中有)의 이르름 등 아사라여, 이런 일들이 모여 어머니 태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면 생을 받는 것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아는가? 찰리족에서 왔는지, 범지족ㆍ거사족ㆍ공사족에서 왔는지를 아는가? 동방에서 왔는지 남방ㆍ서방ㆍ북방에서 왔는지를 아는가?’
‘모르겠습니다.’
아사라는 다시 그 선인들에게 말했다.
‘여러분은 그것을 보지도 못했고 알지도 못한다. 그대들은 태를 받았지만 누가 어디서 왔으며, 남자인지 여자인지, 찰리족에서 왔는지 범지족ㆍ거사족ㆍ공사족에서 왔는지, 동방ㆍ남방ㆍ서방ㆍ북방 어디에서 왔는지를 알지 못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한다.
〈범지종은 훌륭한데 다른 종성은 그만 못하고 범지종은 흰데 다른 종성은 다 검으며 범지는 청정한데 범지가 아닌 종성은 청정하지 못하다. 범지는 범천의 아들로서 그 입[口]에서 나왔으니, 범지는 범천의 변화로 된 것이다.〉’
마납아, 저 일 없는 높은 곳에 살던 많은 선인들도 아사라선인제비라에게 이렇게 잘 가르침을 받고 잘 꾸짖음을 받고는 범지만이 청청하다고 주장할 수 없었는데 하물며 한낱 가죽옷이나 풀옷을 입는 그대들 따위겠는가?”

이에 아섭화라연다나마납은 세존께 직접 꾸짖음을 받고 마음속으로 걱정스럽고 슬퍼져 머리를 숙이고 잠자코 있으면서, 다시 뭐라고 할 말을 잃었다.

이에 세존께서는 아섭화라연다나마납을 직접 꾸짖으신 뒤에 다시 기쁘게 하시고자 곧 말씀하셨다.
“마납아, 어떤 한 범지가 재(齋)를 베풀고 보시를 행하였다. 그에겐 네 아이가 있었는데 둘은 학문을 좋아하고 둘은 학문을 좋아하지 않았다. 마납아, 네 생각에는 어떠한가? 그 범지는 누구에게 먼저 제일 좋은 자리와 제일 좋은 손 씻을 물과 제일 좋은 음식을 주겠는가?”

“구담이시여, 만일 그 범지의 두 아이가 학문을 좋아한다면 반드시 그들에게 먼저 제일 좋은 자리와 제일 좋은 손 씻을 물과 제일 좋은 음식을 줄 것입니다.”

세존께서는 다시 물으셨다.
“마납아, 다시 어떤 한 범지가 재를 베풀고 보시를 행하였다. 그에게는 네 아이가 있었는데 둘은 학문을 좋아했지만 정진(精進)하지 않고 악법(惡法) 행하기를 기뻐하였고 둘은 학문을 좋아하지는 않았으나 정진하기를 좋아하고 묘법(妙法) 행하기를 기뻐하였다. 마납아, 네 생각에는 어떠한가? 그 범지는 누구에게 먼저 제일 좋은 자리와 제일 좋은 손 씻을 물과 제일 좋은 음식을 주겠는가?”

“구담이시여, 만일 그 범지의 두 아이가 비록 학문은 좋아하지 않으나 정진하기를 좋아하고 묘법 행하기를 기뻐한다면 반드시 그들에게 먼저 제일 좋은 자리와 제일 좋은 손 씻을 물과 제일 좋은 음식을 줄 것입니다.”

“마납아, 너는 먼저는 학문하는 것을 칭찬하더니, 나중엔 계(戒) 지니는 것을 칭찬하고 있구나. 마납아, 나는 네 종성(種姓)이 다 청정하다고 말하며 시설하고 나타내 보였는데, 너도 또한 네 종성이 다 청정하다고 말하며 시설하고 나타내 보이고 있구나.”

이에 아섭화라연다나마납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려 하였다. 그 때 그 대중들은 높고 큰 소리로 외쳤다.
“사문 구담께서는 매우 기이하고 특별하시다. 대여의족(大如意足)이 있으시고 대위덕(大威德)이 있으시며 큰 복[大福祐]이 있으시고 대위신력(大威神力)이 있으시다. 왜냐 하면 사문 구담께서 네 종성이 다 청정하다고 말하며 시설하고 나타내 보이신 것처럼 아섭화라연다나마납으로 하여금 또한 네 종성이 다 청정하다고 말하게 하셨기 때문이다.”

그 때 세존께서는 그 대중들이 마음으로 생각하는 바를 아시고 말씀하셨다.
“그만두라, 그만두라. 아섭화라연다나여, 다만 마음으로 기뻐하면 족하다. 자리로 돌아가 앉으라. 내 지금 너를 위하여 설법하리라.”

아섭화라연다나마납이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자 세존께서는 그를 위해 설법하시어 못내 우러르는 마음을 내게 하고 기쁨을 성취하게 하셨으며 한량없는 방편으로 그를 위해 설법하시어 못내 우러르는 마음을 내게 하고 기쁨을 성취하게 하신 다음엔 고요히 머무셨다.

이에 아섭화라연다나마납은 부처님께서 그를 위해 설법하시어 못내 우러르는 마음을 내게 하고 기쁨을 성취하게 하시자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세 번 돌고 물러갔다.
이 때 구살라의 많은 범지들은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곧 갖가지 말로 아섭화라연다나를 꾸짖었다.
“어쩌자는 것인가? 사문 구담을 항복받으려 하다가 도리어 사문 구담에게 항복하고 돌아오다니. 마치 어떤 사람이 눈을 위해 숲속으로 들어갔다가 도리어 눈을 잃고 돌아오는 것처럼 아섭화라연다나여, 그대도 또한 이와 같아서 사문 구담을 항복받으러 갔다가 도리어 그에게 항복하고 돌아왔구나. 또 마치 어떤 사람이 물을 마시려고 못[池]에 들어갔다가 도리어 목이 말라 돌아온 것처럼 아섭화라연다나여, 그대도 또한 이와 같아서 사문 구담을 항복받으러 갔다가 도리어 그에게 항복하고 돌아왔구나. 아섭화라연다나여, 어쩌자는 것인가?”

이에 아섭화라연다나마납은 구살라의 많은 범지들에게 말하였다.
“여러분, 저는 전에 이미 말하였습니다.
‘사문 구담은 법답게 설법합니다. 만일 법답게 설법한다면야 따질 수 없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아섭화라연다나마납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주석
1 이 경의 참고 경전으로는 『증일아함경』 제30권 「육중품(六重品)」의 여덟 번째 경이 있다.
2 이 경의 이역본으로는 동진(東晋) 시대 축담무란(竺曇無蘭)이 한역한 『범지알파라연문종존경(梵志頞波羅延問種尊經)』이 있다.
3 또는 4폐다(吠陀)ㆍ4명론(明論)ㆍ4위다(韋陀)라고 쓰기도 함. 폐다(吠陀)는 범어 Veda의 음역. 4종 베다성전이라는 뜻. 고대 인도 바라문교의 근본성전으로 리구폐다(梨俱吠陀, g-Veda)ㆍ사마폐다(沙摩吠陀, Sāma-Veda)ㆍ야유폐다(夜柔吠陀, Yajur-Veda)ㆍ아달바폐다(阿闥婆吠陀, Atharbha-Veda)의 네 가지 경전을 말함.
4 팔리본에는 이 부분이 ‘3베다ㆍ어휘(語彙)ㆍ의궤(儀軌)ㆍ음운론(音韻論), 다섯 번째로 사전(史傳)의 시구에 대한 해석에 통달하였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잡아함경』 제23권 600번째 소경에서는 ‘송제경전(誦諸經典)ㆍ물류명자(物類名字)ㆍ만물차품(萬物差品)ㆍ자류분합(字類分合)ㆍ역세본말(歷世本末) 이 다섯 가지 기술에 모두 통달하였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5 팔리어로는 Yona라고 함. 국명(國名). 또는 야마나(夜摩那)라고 쓰기도 함. 인도 서북 지방에 위치한 나라.
6 팔리어로는 Kamboja라고 함. 또는 감보차국(甘菩遮國)ㆍ검보제(劍菩提)라고 쓰기도 하며, 의역하여 애(愛)ㆍ호(好)ㆍ승(勝)이라고 함. 검부국(劍浮國)은 고대 인도의 16대국 가운데 하나임.
7 고려대장경의 원문은 ‘무만감내(無滿堪耐)’이다. 명본(明本)에는 만(滿)자가 루(漏)자로 되어 있다. 팔리본에는 이 부분이 ‘mātā ca utunī hoti’로 되어 있는데, 이는 어머니의 월경 즉, 배란을 의미한다.

중아함경 제38권

승가제바 한역

12. 범지품 ④
여기서부터 제4 분별송(分別誦)인데 이 송에는 총 3품 반,1) 35경이 수록되어 있다.

앵무경(鸚鵡經)ㆍ수한제경(鬚閑提經)과
바라바당경(婆羅婆堂經)과
수달다경(須達哆經)ㆍ범파라연경(梵波羅延經)과
황로원경(黃蘆園經)ㆍ두나경(頭那經)과
아가라하나경(阿伽羅訶那經)과
아란나경(阿蘭那經)ㆍ범마경(梵摩經)이다.

152) 앵무경(鸚鵡經)2) 제11제4 분별송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王舍城)을 유행하실 적에 죽림가란다원(竹林加蘭哆園)에 머무셨다.

그 때 도제(都題)의 아들 앵무마납(鸚武摩納)은 잠깐 일이 있어 왕사성에 가서 어느 거사 집에 묵고 있었다. 이에 도제의 아들 앵무마납은 그가 묵는 집의 거사에게 물었다.
“혹 뭇 논사들의 종주(宗主)로서 대중을 통솔하고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며 내가 때때로 가서 뵙고 받들어 공경할 만하며 그로 말미암아 받들어 공경할 때 나를 기쁘게 할 만한 사문 범지가 있습니까?”

거사가 대답하였다.
“있습니다. 천애(天愛:尊者)시여, 사문 구담은 석종자(釋種子)로서 석가 종족을 버리고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워 무상정진각(無上正盡覺)3)을 깨달았습니다. 천애시여, 그는 때로 가서 뵙고 받들어 공경할 만하며 그로 말미암아 받들어 공경할 때 마음에 기쁨을 얻을 것입니다.”

앵무마납은 곧 다시 물었다.
“사문 구담은 지금 어디 계십니까? 나는 가서 뵙고 싶습니다.”

“사문 구담은 이 왕사성의 죽림가란다원에 계시니 곧 가서 보시면 됩니다.”

앵무마납은 그가 묵던 거사 집에서 나와 죽림가란다원으로 갔다. 앵무마납은 숲 사이에 계시는 세존을 멀리서 뵈었는데 그 모습은 단정하고 아름다워 별 속의 달과 같았고 빛나고 밝고 환하여 금산(金山)과 같았으며, 상호(相好)를 구족하고 위신은 위풍당당했으며 모든 근(根)은 고요하여 가려진 것이 없었고 조어(調御)를 성취해 마음이 쉬어 고요하였다. 그는 부처님을 본 뒤에 부처님 처소로 나아가 문안드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여쭙고 싶은 것이 있는데 허락하신다면 감히 여쭙겠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마음대로 물으라.”

앵무마납이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제가 들은 바로는 만일 집에 있으면 잘 이해하여 곧 법답게 알지만 출가하여 도를 배우면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제가 구담께 여쭙나니, 이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것은 일정하지 않느니라.”

“구담이시여, 원컨대 이제 저를 위하여 이 일을 분별해 주십시오.”

“마납아, 자세히 듣고 잘 기억하라. 내 마땅히 너를 위하여 자세히 분별하여 설명하겠다.”
앵무마납은 분부를 받고 경청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납아, 만일 집에 있거나 출가하여 도를 배우거나 삿된 행을 행하는 사람을 나는 칭찬하지 않느니라. 왜냐 하면 만일 집에 있거나 출가하여 도를 배우거나 삿된 행을 행하는 사람은 잘 이해하지 못하여 법답게 알지 못하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마납아, 만일 집에 있거나 출가하여 도를 배우거나 삿된 행을 행하는 사람을 나는 칭찬하지 않느니라. 마납아, 만일 집에 있거나 출가하여 도를 배우거나 바른 행을 행하는 사람을 나는 칭찬하느니라. 왜냐 하면 만일 집에 있거나 출가하여 도를 배우거나 바른 행을 행하는 사람은 반드시 잘 이해하여 법답게 알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마납아, 만일 집에 있거나 출가하여 도를 배우거나 바른 행을 행하는 사람을 나는 칭찬하느니라.
마납아, 나는 이와 같이 말하여 이 두 가지 법을 말했고 이와 같이 분별하고 이와 같이 나타내 보였느니라. 만일 어떤 사문 범지가 능력이 있고 견고하여 깊이 심취해 한결같이 오로지 힘쓰면 이것을 진리[眞諦]라 하고 다른 것은 허망하다 하느니라.”

앵무마납이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제가 들은 바로는 만일 집에 있으면 큰 이익이 있고 큰 공덕이 있지만 출가하여 도를 배우면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제가 구담께 여쭙나니 이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것은 일정하지 않느니라.”

“구담이시여, 원컨대 저를 위해 이 일을 다시 분별해 주십시오.”

“마납아, 자세히 듣고 잘 기억하라. 내 마땅히 너를 위하여 자세히 분별해 설명하겠다.”
앵무마납은 분부를 받고 경청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납아, 만일 집에 있는 사람이 큰 재환(災患)이 있고 큰 싸움이 있으며 큰 원망과 미움이 있어서 삿된 행을 행하면 큰 과보를 얻지 못하고 큰 공덕도 없느니라. 마치 농사지을 때 큰 재환이 있고 큰 싸움이 있으며 큰 원망과 미움이 있어서 삿된 행을 행하면 큰 과보를 얻지 못하고 큰 공덕이 없는 것과 같나니, 이와 같이 마납아, 집에 있는 사람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마납아,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사람이 사소한 재환이 있고 사소한 다툼이 있으며 사소한 원망과 미움이 있어서 삿된 행을 행하면 큰 과보를 얻지 못하고 큰 공덕도 없느니라. 마치 살림살이에 사소한 재환이 있고 사소한 싸움이 있거나 사소한 원망과 미움이 있어서 삿된 행을 행하면 큰 과보를 얻지 못하고 큰 공덕이 없는 것과 같나니, 이와 같이 마납아,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사람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마납아, 만일 집에 있는 사람이 큰 재환이 있고 큰 싸움이 있으며 큰 원망과 미움이 있더라도 바른 행을 행하면 큰 과보를 얻고 큰 공덕이 있느니라. 마치 농사지을 때 큰 재환이 있고 큰 싸움이 있으며 큰 원망과 미움이 있더라도 바른 행을 행하면 큰 과보가 있고 큰 공덕이 있는 것과 같나니, 이와 같이 마납아, 집에 있는 사람도 또한 이와 같으니라. 마납아,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사람이 사소한 재환이 있고 사소한 싸움이 있으며 사소한 원망과 미움이 있더라도 바른 행을 행하면 큰 과보를 얻고 큰 공덕이 있느니라. 마치 살림살이에 사소한 재환이 있고 사소한 싸움이 있으며 사소한 원망과 미움이 있더라도 바른 행을 행하면 큰 과보를 얻고 큰 공덕이 있는 것과 같나니, 이와 같이 마납아,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사람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마납아, 나는 이와 같이 말하여 이 두 가지 법을 말했고 이와 같이 분별하고 이와 같이 나타내 보였느니라. 만일 어떤 사문 범지가 능력이 있고 견고하여 깊이 심취해 한결같이 오로지 힘쓰면 이것을 진리라 하고 다른 것은 허망하다 하느니라.”

앵무마납이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저 모든 범지들은 5법4)을 시설하여 큰 과보가 있고 큰 공덕이 있으며 복을 짓고 선을 얻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모든 범지들이 5법을 시설하여 큰 과보가 있고 큰 공덕이 있으며 복을 짓고 선을 얻는다면 너는 이 대중 가운데서 지금 말할 수 있겠는가?”

“구담이시여, 저는 그렇게 못할 것이 없습니다. 왜냐 하면 구담이시여, 저는 지금 이 대중 가운데 앉아 있기 때문입니다.”

“너는 곧 말해보라.”

앵무마납은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잘 들어주십시오. 범지는 첫째로 진제법(眞諦法)을 시설하여 큰 과보가 있고 큰 공덕이 있으며 복을 짓고 선을 얻습니다. 둘째는 송습(誦習)이요, 셋째는 열행(熱行)이며, 넷째는 고행(苦行)입니다. 구담이시여, 범지는 다섯째로 범행(梵行)을 시설하여 큰 과보가 있고 큰 공덕이 있으며 복을 짓고 선을 얻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범지가 5법을 시설하여, 큰 과보가 있고 큰 공덕이 있으며 복을 짓고 선을 얻는다면 그 범지 가운데 혹 이와 같은 말을 한 범지가 한 사람이라도 있었는가?
‘나는 이 5법을 현세에서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달았으며 스스로 증득하고 나서 그 과보를 시설한다.’”

“없습니다. 구담이시여.”

“그러면 어떤 스승이나 또는 그 조사(祖師), 나아가 7대 부모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말을 한 적이 있는가?
‘나는 이 5법을 현세에서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달았으며, 스스로 증득하고 나서 그 과보를 시설한다.’”

“없습니다, 구담이시여.”

그 때 세존께서 물으셨다.
“마납아, 혹 옛날의 어떤 범지는 수(壽)가 끝나고 명(命)을 마치도록 경서를 외워 지녔고 경서를 널리 유포했으며, 경전을 외워 익혔다. 그 중 첫째는 야타(夜吒)요, 둘째는 바마(婆摩)이며, 셋째는 바마제바(婆摩提婆)요, 넷째는 비사밀다라(毗奢蜜哆邏)이며, 다섯째는 야바타건니(夜婆陀揵尼)요, 여섯째는 응의라바(應疑羅婆)이며, 일곱째는 바사타(婆私吒)요, 여덟째는 가섭(迦葉)이며, 아홉째는 바라바(婆羅婆)요, 열째는 바화(婆■)였다. 지금의 모든 범지들은 곧 그들의 경전을 모두 외워 익히고, 지니고 배운다. 그들은 혹 이러한 말을 한 적이 있는가?
‘나는 이 5법을 현세에서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달았으며 스스로 증득하고 나서 그 과보를 시설한다.’”

“없습니다, 구담이시여. 모든 범지들은 그저 믿음으로 받아 지닙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모든 범지 중에서 한 범지도 ‘나는 이 5법을 현세에서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달았으며 스스로 증득하고 나서 그 과보를 시설한다’고 말하지 못했고 또한 스승이나 또는 그 조사(祖師) 나아가 7대 부모에 이르기까지 ‘나는 이 5법을 현세에서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달았으며, 스스로 증득하고 나서 그 과보를 시설한다’고 말한 사람이 없으며, 또한 옛날에 수(壽)가 끝나고 명(命)을 마치도록 경서를 외워 지니고서 경서를 널리 펴며, 경전을 외워 익힌 범지들,즉 첫째는 야타, 둘째는 바마, 셋째는 바마제바, 넷째는 비사밀다라, 다섯째는 야바타건니, 여섯째는 응의라바, 일곱째는 바사타, 여덟째는 가섭, 아홉째는 바라바, 열째는 바화인데, 지금의 모든 범지들도 그들의 경전을 모두 외워 익히고 지니고 배우면서 그들도 ‘나는 이 5법을 현세에서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달았으며 스스로 증득하고 나서 과보를 시설한다’고 이렇게 말하지 않았다면 마납아, 그 모든 범지들은 이로써 믿어 향하는 가운데 근본이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구담이시여, 사실 근본이 없습니다. 모든 범지들은 그저 그런 말을 들은 뒤에 받아 지닐 뿐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마치 여러 장님이 서로를 의지해 잡고 가는데 앞서가는 자는 뒤도 보지 못하고 또한 가운데도 보지 못하며 그 가운데 있는 자는 앞도 보지 못하고 또한 뒤도 보지 못하며 뒤에 있는 자는 가운데도 보지 못하고 또한 앞도 보지 못하는 것과 같이 마납아, 네가 말하는 모든 범지 무리들도 또한 그와 같다. 마납아, 아까는 믿음을 말하더니 이제는 들음을 말하는구나.”

그러자 앵무마납은 세존께 성을 내고 미워하면서 기뻐하지 않았고 오히려 세존을 비방하고 세존께 손가락질하며 세존을 꾸짖었다. 그리고 구담을 비방하고 구담을 손가락질하며 구담을 떨어뜨리고자 세존께 말하였다.
“어떤 범지가 있는데 이름을 불가사사라(弗袈娑娑羅)라 하며, 성질이 곧고 청정하였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만일 어떤 사문 범지가 자기는 사람보다 위되는 법[人上法]에 있어 앎이 있고 봄이 있어서 현재의 자기는 증득한 자라고 하면, 저는 그 말을 듣고는 크게 웃으며 옳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것은 허망하여 진실이 아니요, 또한 법답지 않기 때문이다. 어떻게 사람이 사람 가운데 나서 스스로 사람보다 위되는 법을 얻었다고 말하는가? 만일 사람보다 위되는 법에 있어서 자기는 알고 자기는 보았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옳지 않다.’”

이에 세존께서는 곧 이렇게 생각하셨다.
‘도제의 아들 앵무마납은 나에게 성을 내고 미워하며 기뻐하지 않고 있구나. 나를 비방하고 나를 손가락질하며 나를 꾸짖고 있다. 그리고 구담을 비방하고 구담을 손가락질하고 구담을 떨어뜨리고자 내게 이런 말을 하였다.
〈구담이시여, 이름을 불가사사라라 하는 성질이 곧고 청정한 어떤 범지는 말하기를, 곧 어떤 사문 범지가 말하기를 자기는 사람보다 위되는 법에 있어 앎이 있고 봄이 있어서 현재의 자기는 증득한 자라고 한다면 나는 그 말을 듣고 크게 웃으며 옳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것은 허망하여 진실이 아니요 또한 법답지 않기 때문이다. 어떻게 사람이 사람 가운데 나서 스스로 사람보다 위되는 법을 얻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만일 사람보다 위되는 법에 있어서 자기는 알고 자기는 보았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옳지 않다라고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세존께서는 이미 그런 줄 아시고서 말씀하셨다.
“마납아, 범지 불가사사라는 성질이 곧고 청정하였다. 그는 모든 사문 범지들이 마음으로 생각하는 바를 다 안 뒤에 이런 말을 했겠는가?
‘혹 어떤 사문 범지가 말하기를, 자기는 사람보다 위되는 법에 있어 앎이 있고 봄이 있어서 현재의 자기는 증득한 자라고 한다면 나는 그 말을 듣고는 크게 웃으며 옳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것은 허망하여 진실이 아니요, 또한 법답지 않기 때문이다. 어떻게 사람이 사람 가운데 나서 스스로 사람보다 위되는 법을 얻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만일 사람보다 위되는 법에 있어서 자기는 알고 자기는 보았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옳지 않다.’”

“구담이시여, 범지 불가사사라는 성질이 곧고 청정하였습니다. 그러나 그에게는 불니(不尼)라는 한 여종이 있었는데 불가사사라는 그 여종이 마음으로 생각하는 바도 알지 못했거늘 하물며 모든 사문 범지가 마음으로 생각하는 바를 알 수 있겠습니까? 만일 안다고 한다면 끝내 그럴 수 없을 것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마치 나면서부터 장님인 사람이 말하기를 ‘검고 흰 빛깔도 없고 또한 검고 흰 빛깔을 보는 자도 없으며 좋고 나쁜 빛깔도 없고 또한 좋고 나쁜 빛깔을 보는 자도 없으며 길고 짧은 빛깔도 없고 또한 길고 짧은 빛깔을 보는 자도 없으며 가깝고 먼 빛깔도 없고 또한 가깝고 먼 빛깔을 보는 자도 없으며 굵고 가는 빛깔도 없고 또한 굵고 가는 빛깔을 보는 자도 없다. 나는 처음부터 보지도 못했고 알지도 못한다. 그러므로 빛깔은 없는 것이다’고 하는 것과 같나니, 그 장님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진실하다고 하겠는가?”

앵무마납이 세존께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구담이시여, 왜냐 하면 검고 흰 빛깔도 있고 또한 검고 흰 빛깔을 보는 자도 있으며 좋고 나쁜 빛깔도 있고 또한 좋고 나쁜 빛깔을 보는 자도 있으며 길고 짧은 빛깔도 있고 또한 길고 짧은 빛깔을 보는 자도 있으며 가깝고 먼 빛깔도 있고 또한 가깝고 먼 빛깔을 보는 자도 있으며 굵고 가는 빛깔도 있고 또한 굵고 가는 빛깔을 보는 자도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나는 처음부터 보지도 못했고 알지도 못한다. 그러므로 빛깔이 없다’고 그 장님이 이렇게 말한다면 그것은 진실이라 할 수 없습니다.”

“마납아, 범지 불가사사라는 성질이 곧고 청정하였지만 그가 말한 것은 나면서부터 눈 없는 사람과 같지 않겠는가?”

“구담이시여, 장님과 같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마납아,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만일 옛날에 수(壽)가 다하고 명(命)을 마치도록 경서를 외워 지니고 경서를 널리 유포하며 경전을 외워 익힌 범지가 있었다면 이른바 상가(商伽) 범지ㆍ생문(生聞) 범지ㆍ불가사사라(弗袈娑娑羅) 범지와 또 너의 아버지 도제(都題)이다. 혹 그들의 말은 옳기도 하고 옳지 않기도 하며 참되기도 하고 참되지 않기도 하며 높은 것도 있고 낮은 것도 있었는가?”

“만일 옛날에 수를 다하고 명을 마치도록 경서를 외워 지니고 경서를 널리 유포하며 경전을 외워 익힌 범지가 있었다면 이른바 상가 범지ㆍ생문 범지ㆍ불가사사라 범지와 또 저의 아버지 도제일 것입니다. 저는 그들의 말이 옳아서 옳지 않음이 없고 참되어 참되지 않음이 없으며, 높아서 낮음이란 없었으면 하고 생각합니다.”

그 때 세존께서 물으셨다.
“마납아, 범지 불가사사라는 성질이 곧고 청정하였지만 그가 말한 바는 옳지 않아서 옳음이 없다고 하지 않겠는가? 참되지 않아서 참됨이 없다고 하지 않겠는가? 지극히 낮아서 높음이 없다고 하지 않겠는가?”

“사실 그렇습니다, 구담이시여.”

“다시 또 마납아, 장애가 되고 덮개[覆蓋]가 되며 눈 없는 장님을 만들고 지혜를 멸하며 한낱 제 스스로를 피로하게 할 뿐 열반을 얻지 못하게 하는 다섯 가지 법이 있다. 어떤 것이 다섯 가지인가? 마납아, 탐욕심이 그 첫 번째 법으로서 장애가 되고 덮개가 되며 눈 없는 장님을 만들고 지혜를 멸하며 한낱 제 스스로를 피로하게 할 뿐 열반을 얻지 못하게 한다. 마납아, 성냄과 몸에 대한 견해와 계에 대한 집착도 또한 그러하며 의심이 다섯 번째 법으로서 장애가 되고 덮개가 되며 눈 없는 장님을 만들고 지혜를 멸하며 한낱 제 스스로를 피로하게 할 뿐 열반을 얻지 못하게 하느니라. 마납아,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이 다섯 가지 법에 걸리고 덮이며 묶이고도 그가 혹 자기의 이치를 관찰하고 남의 이치를 관찰하며 자기와 남의 두 이치를 함께 관찰하고 또 모든 사문 범지가 마음으로 생각하는 바를 알려고 한다면 그것은 끝내 그럴 수 없을 것이다. 마납아, 범지 불가사사라는 성질이 곧고 청정하였지만 탐욕에 물들고 탐욕에 더럽혀지며 탐욕에 접촉하고 탐욕에 의지하며 탐욕에 집착하고 탐욕 속에 들어가 재환(災患)을 보지 못하고 그것을 벗어나는 방법을 몰라 탐욕을 행했다. 그는 이 다섯 가지 법에 걸리고 덮이며 묶였으니 그는 혹 자기의 이치를 관찰하고 남의 이치를 관찰하며 자기와 남의 두 이치를 함께 관찰하고 또 모든 사문 범지가 마음으로 생각하는 바를 알려고 하더라도 끝내 그럴 수 없을 것이다.

또 마납아, 사랑스럽게 생각하고 뜻으로 즐거워하는 5욕(欲)의 공덕이 있다. 그것은 빛깔을 사랑하고 탐욕과 상응하며 매우 즐거워할 만한 것이다. 어떤 것이 다섯 가지인가? 눈으로 빛깔을 알고 귀로 소리를 알며 코로 냄새를 알고 혀로 맛을 알며 몸으로 촉감을 아는 것이다. 마납아,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중생은 이 5욕의 공덕으로 말미암아 즐거움을 내고 기쁨을 내는데 다시 이보다 더한 것은 없겠느냐?”

“그렇습니다, 구담이시여.”

세존께서 물으셨다.
“마납아,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초목을 인(因)으로 하여 불을 붙이는 것과 초목을 떠나서 불을 붙이는 것 중에 어느 불꽃이 가장 위이고 가장 묘하며 가장 훌륭하겠는가?”

“구담이시여, 초목을 떠나서 불을 붙인다는 것은 끝내 있을 수 없습니다. 오직 여의족(如意足)의 능력이 있어야 가능할 뿐입니다. 구담이시여, 만일 초목을 떠나서 불을 붙인다면 그 불꽃은 가장 위이고 가장 묘하며 가장 훌륭할 것입니다.”

“그렇고 그렇다. 마납아, 만일 초목을 떠나서 불을 붙인다는 것은 끝내 있을 수 없나니, 오직 여의족의 능력이 있어야 가능할 뿐이니라. 만일 초목을 떠나서 불을 붙인다면 그 불꽃은 가장 위이고 가장 묘하며 가장 훌륭할 것이다. 내가 이제 가정해서 말하겠다. 마납아, 초목을 인으로 하여 불을 붙이는 것과 같이 이렇게 중생이 일으킨 기쁨과 즐거움[喜樂]은 이른바 탐욕과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인한 것으로 평정의 즐거움[捨樂]을 얻지는 못하고 고요히 쉼에 이르지 못하는 것이다. 마납아, 초목을 떠나서 불을 붙이는 것과 같이 이렇게 중생이 일으킨 평등한 즐거움은 이른바 탐욕을 떠나고 모든 착한 법을 따르는 것으로 평등한 즐거움을 얻고 고요히 쉼에 이룰 수 있는 것이니라.”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마납아,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어떤 범지가 재(齋)를 베풀고 보시를 행할 때, 혹 동쪽에서 어떤 찰리 동자가 와서 그가 이렇게 말한다고 하자.
‘나는 저 중에서 제일 좋은 자리와 제일 좋은 손 씻을 물과 제일 좋은 음식을 얻으리라.’
그는 그 중 제일 좋은 자리와 제일 좋은 손 씻을 물과 제일 좋은 음식을 얻지 못하면 곧 원망하며 미움을 품을 것이다. 혹은 남쪽에서 어떤 범지 동자가 와서 그가 이렇게 말한다고 하자.
‘나는 저 중에서 깨끗하고 맛있는 음식을 얻으리라.’
그는 그 중에서 깨끗하고 맛있는 음식을 얻지 못하면 곧 원망하여 미움을 품을 것이다. 혹은 서쪽에서 어떤 거사 동자가 와서 그가 이렇게 말한다고 하자.
‘나는 저 중에서 배부른 음식을 얻으리라.’
그는 그 중에서 배부른 음식을 얻지 못하면 곧 원망하며 미움을 품을 것이다. 혹은 북쪽에서 어떤 공사(工師) 동자가 와서 그가 이렇게 말한다고 하자.
‘나는 저 중에서 풍족한 음식을 얻으리라.’
그는 그 중에서 풍족한 음식을 얻지 못하면 곧 원망하며 미움을 품을 것이다. 마납아, 그 모든 범지들은 이러한 보시에 어떠한 과보가 있다고 시설하는가?”

앵무마납이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범지는 이러한 마음으로 보시를 행하지 않았는데 남으로 하여금 원망하고 미움을 품게 한 것입니다. 구담이시여, 그러나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범지는 가엾게 여기는 마음으로 보시를 행했으므로 가엾게 여기는 마음으로 보시를 행한 뒤에 곧 큰 복을 얻을 것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마납아, 범지는 큰 과보가 있고 큰 공덕이 있으며 복을 짓고 선(善)을 얻는 여섯 번째 법을 시설하지는 않는가?”

“그렇습니다, 구담이시여.”

세존께서 물으셨다.
“마납아, 만일 어떤 범지가 다섯 가지 법을 시설하여 큰 과보가 있고 큰 공덕이 있으며 복을 짓고 선을 얻는다면 너는 이 법이 어느 곳에 많이 있다고 보느냐? 집에 있다 하겠느냐,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데 있다고 하겠느냐?”

“구담이시여, 만일 어떤 범지가 다섯 가지 법을 시설하여 큰 과보가 있고 큰 공덕이 있으며 복을 짓고 선을 얻는다면 저는 이 법은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데 많이 있고 집에 있지 않다고 봅니다. 왜냐 하면 집에 있는 이는 일이 많아서 할 일이 많고 원한 맺음이 많으며 미움과 다툼이 많아서 그는 참된 진리를 수호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구담이시여,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이는 일이 적어서 할 일이 적고 원한 맺음이 적으며 미움과 다툼이 적어서 그는 반드시 참된 진리를 수호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구담이시여, 저는 저 참된 진리가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데 많이 있고 집에는 있지 않다고 봅니다. 왜냐 하면 집에 있는 이는 일이 많아서 할 일이 많고 원한 맺음이 많으며 미움과 다툼이 많아서 그는 보시를 행할 수 없고 외워 익힐 수 없으며 고행(苦行)을 행할 수 없고 범행(梵行)을 행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구담이시여,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이는 일이 적어 할 일이 적고 원한을 맺음이 적으며 미움과 다툼이 적어서 그는 보시를 행할 수 있고 그는 외워 익힐 수 있으며 고행을 행할 수 있고 범행을 행할 수 있습니다. 구담이시여, 범행을 행하는 것, 저는 이 법은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데 많이 있고 집에는 있지 않다고 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마납아, 만일 어떤 범지가 다섯 가지 법을 시설하여 큰 과보가 있고 큰 공덕이 있으며, 복을 짓고 선을 얻는다면, 나는 이것은 마음에서 일어난다고 말하리라. 어째서 마음이라 하는가? 만일 마음에 맺음[結]도 없고 원망[怨]도 없으며 성냄[恚]도 없고 다툼[諍]도 없으면 그것을 닦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납아,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만일 어떤 비구가 참된 진리를 수호한다면 그는 참된 진리를 수호함으로 인하여 기쁨[喜]을 얻고 즐거움[悅]을 얻을 것이니라. 마납아, 만일 기쁨이 있고 즐거움이 있으면 선과 잘 상응하므로 나는 이것을 마음에서 일어난다고 말하는 것이다.

어째서 마음이라 하는가? 만일 마음에 맺음도 없고 원망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으면 그것을 닦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그는 보시를 행할 수 있고 외워 익힐 수 있으며 고행을 행할 수 있고 범행을 행할 수 있다. 그는 범행을 행함으로 인하여 기쁨을 얻고 즐거움을 얻는다. 마납아, 만일 기쁨과 즐거움이 있으면 선과 잘 상응하므로 나는 이것을 마음에서 일어난다고 말하는 것이다.
어째서 마음이라 하는가? 만일 마음에 맺음도 없고 원망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으면 그는 자애로움과 함께하는 마음으로 1방(方)을 가득 채워 성취하여 노닐고 이렇게 2방ㆍ3방ㆍ4방ㆍ4유(維)ㆍ상ㆍ하의 일체에 두루할 것이다. 그는 자애로움과 함께하는 마음으로 맺음도 없고 원망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이 지극히 넓고 매우 크며 한량없이 잘 닦아 일체 세간을 가득 채우고 성취하여 노닐 것이다. 불쌍히 여김[悲]과 기뻐함[喜]도 마찬가지이며 평정함[捨]과 함께하는 마음으로 맺음도 없고 원망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이 지극히 넓고 매우 크며 한량없이 잘 닦아 일체 세간을 가득 채우고 성취하여 노닐 것이다.

마납아, 마치 어떤 사람이 고둥[螺]을 잘 부는데, 만일 아직껏 그 소리를 듣지 못한 곳이 있으면 그가 밤중에 높은 산에 올라가 힘껏 고둥을 불어 미묘한 소리를 내어 사방에 가득 차게 하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비구는 자애로움과 함께하는 마음으로 1방(方)을 가득 채워 성취하여 노닐고 이렇게 2방ㆍ3방ㆍ4방ㆍ4유(維)ㆍ상하의 일체에 두루하게 한다. 자애로움과 함께하는 마음으로 맺음도 없고 원망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이 지극히 넓고 매우 크며 한량없이 잘 닦아 일체 세간을 가득 채우고 성취하여 노닌다. 불쌍히 여김과 기뻐함도 마찬가지이며 마음은 평정과 함께하는 마음으로 맺음도 없고 원망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이 지극히 넓고 매우 크며 한량없이 잘 닦아 일체 세간을 가득 채우고 성취하여 노닌다.
마납아,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만일 어떤 이가 하늘을 구하되 기어이 천상(天上)을 구하기 때문에 곧 탐욕[貪伺]과 상응하는 마음을 쓰면서 ‘나는 하늘과 또 다른 하늘이 되리라’고 한다고 하자. 또 어떤 이는 하늘을 구하되 기어이 천상을 구하기 때문에 곧 맺음도 없고 원망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으며 한량없이 지극히 넓게 잘 닦아 마음이 고요하고 뜻이 풀려 두루 가득하게 성취하여 노닐면서 ‘나는 하늘과 또 다른 하늘이 되리라’고 한다고 하자. 네가 그들을 볼 때 누가 하늘과 또 다른 하늘이 될 수 있겠는가?”

“구담이시여, 만일 그가 하늘을 구하되 기어이 천상을 구하기 때문에 곧 맺음도 없고 원망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으며 한량없이 지극히 넓게 잘 닦아 마음이 고요하고 뜻이 풀려 두루 가득하게 성취하여 노닌다면 저는 그 사람이 반드시 하늘과 또 다른 하늘이 되리라고 봅니다.”

세존께서 물으셨다.
“마납아,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만일 어떤 이가 범천(梵天)을 구하되 기어이 범천 위[上]를 구하기 때문에 곧 탐욕과 상응하는 마음을 쓰면서 ‘나는 범천과 또 다른 범천이 되리라’고 한다고 하자. 또 혹 어떤 이는 범천을 구하되 기어이 범천 위를 구하기 때문에 곧 맺음도 없고 원망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으며, 한량없이 지극히 넓게 잘 닦아 마음이 고요하고 뜻이 풀려 두루 가득하게 성취하여 노닐면서 ‘나는 범천과 또 다른 범천이 되리라’고 한다고 하자. 네가 그들을 볼 때 누가 범천과 또 다른 범천이 될 수 있겠는가?”

“구담이시여, 만일 그가 범천을 구하되 기어이 범천 위를 구하기 때문에 곧 맺음도 없고 원망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으며 한량없이 지극히 넓게 잘 닦아 마음이 고요하고 뜻이 풀려 두루 가득하게 성취하여 노닌다면 저는 그가 범천과 또 다른 범천이 되리라고 봅니다.”

앵무마납이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범도(梵道)의 자취를 아십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마납아, 내 이제 너에게 물으리니, 아는 대로 대답하라. 마납아,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나라가라(那羅歌邏) 마을은 이 대중들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느냐?”

“멀리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네가 이 대중 가운데 어떤 한 사람에게 ‘너는 저 나라가라 마을에 갔다가 곧 다시 돌아오라’고 한다면 그는 너의 지시를 받고 빨리 나라가라 마을에 갔다가 돌아올 것이다. 그가 돌아온 뒤에 네가 그 길, 곧 나라가라 마을로 가고 온 것과 나가고 들어온 일들을 물으면 그 사람은 과연 머뭇거리며 대답하지 못하겠느냐?”

“아닙니다, 구담이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마납아, 그 사람은 나라가라 마을을 갔다 오고서도 그 길에 대해 물으면 머뭇거리며 대답하지 못할 수는 있어도 여래(如來)ㆍ무소착(無所著)ㆍ등정각(等正覺)께 범도의 자취를 물었을 때 끝내 잠시라도 머뭇거리며 대답하지 못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앵무마납이 세존께 여쭈었다.
“사문 구담이시여, 무착 천사(無著天祠)께서는 이 일을 구족하셨습니다. 곧 범도의 자취를 물으면 능히 빨리 대답하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미 이해하였습니다. 선서(善逝)시여, 저는 이미 알았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부처님과 법과 비구스님들께 귀의하겠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제가 우바새가 되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저는 오늘부터 이 몸이 다할 때까지 스스로 귀의하여 목숨이 다하는 그 날까지 그렇게 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앵무마납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이 앵무경에 수록된 경문의 글자수는 4,561자이다.

153) 수한제경(鬚閑提經) 제12제4 분별송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구루수(拘樓瘦)를 유행하실 적에 바라바(婆羅婆)의 제1 정실(靜室)에 머무시면서 풀자리[草座]에 앉아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는 밤을 지내고,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지니시고서 검마슬담(劍摩瑟曇)5)에 들어가 차례로 걸식하셨다. 식사를 마치시고 오후에 돌아와 가사와 발우를 챙기고, 손과 발을 씻으신 뒤에 니사단(尼師檀)을 어깨 위에 걸치고 한 숲으로 나아가 낮에 거닐던 곳에 다다르셨다. 그 때 세존께서는 그 숲으로 들어가 한 나무 밑에 이르러 니사단을 펴고 결가부좌(結加趺坐)하셨다.

이 때 수한제(鬚閑提) 이학(異學)은 오후에 천천히 거닐어 바라바의 제1 정실로 나아갔다. 수한제 이학은 멀리서 바라바의 제1 정실에서 풀자리를 펴고 한쪽 옆구리를 대고 누워 있는 사람을 보았는데 사자(師子)가 누워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사문(沙門)이 누워 있는 것 같기도 하며 범행자(梵行者)가 누워 있는 것 같기도 하였다. 수한제 이학은 그것을 본 뒤에 물었다.
“바라바여, 제1 정실에서 풀자리에 한쪽 옆구리를 대고 누워 있는 분은 누구시기에 그 모습이 사자가 누워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사문이 누워 있는 것 같기도 하며 범행자가 누워 있는 것 같기도 한가?”

바라바 범지가 대답하였다.
“수한제여, 사문 구담이라는 석족(釋種)의 아들이 있다. 그분은 석가 종족을 버리고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워 무상정진각(無上正盡覺)을 깨달으셨다. 바로 그분이 저 제1정실에서 풀자리에 한쪽 옆구리를 대고 누워 계시는데 사자가 누워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사문이 누워 있는 것 같기도 하며 범행자가 누워 있는 것 같기도 한 것이다.”

수한제 이학이 말하였다.
“바라바여, 나는 이제 볼 필요 없는 것을 보았고 들을 필요 없는 것을 들었으니 곧 내가 사문 구담이 누워 있는 것을 본 것이다. 왜냐 하면 저 사문 구담은 지(地)6)를 파괴하였으니, 지(地)를 파괴한 사람은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수한제여, 그대는 이 일로 저 사문 구담을 꾸짖어서는 안 된다. 왜냐 하면 저 사문 구담에겐 많은 지혜가 있으니, 곧 찰리의 지혜와 범지의 지혜ㆍ거사의 지혜ㆍ사문의 지혜가 있고, 지혜를 말하면 모두들 성인의 지혜를 얻기 때문이다. 수한제여, 나는 이 사실을 저 사문 구담께 말씀드리고자 하는데 어떻겠는가?”

“바라바여, 말하고자 하거든 네 마음대로 하라. 나는 말리지 않겠다. 바라바여, 만일 사문 구담을 보게 되면 나도 또한 이 사실을 말할 것이다. 왜냐 하면 저 사문 구담은 지(地)를 파괴하였으니, 지를 파괴한 사람은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그 때 세존께서는 낮에 유행처에 계시다가 사람들보다 탁월한 청정한 천이(天耳)로 바라바 범지와 수한제 이학이 하는 이야기를 들으신 뒤에 해질녘에 곧 연좌(燕坐)에서 일어나 바라바 범지의 제1 정실로 가셔서 풀자리 위에 니사단을 펴고 결가부좌하고 계셨다. 바라바 범지는 멀리서 숲 속에 계시는 세존을 뵈었는데 단정하고 아름다운 모습은 마치 별 가운데 달과 같았고 빛나고 밝고 환함은 마치 금산(金山)과 같았으며 상호를 구족했고 위신(威神)은 위풍당당했으며 모든 감관[根]은 고요하고 안정되어 가리움이 없었으며, 스스로 제어할 줄 아는 법을 성취하여 마음이 쉬어 고요했다. 그는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께 문안드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세존께서 물으셨다.
“바라바여, 너는 수한제 이학과 이 풀자리에 대해 이야기하였는가?”

바라바 범지가 세존께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구담이시여, 저도 또한 이 일을 사문 구담께 말씀드리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사문 구담께서는 제가 말씀드리지도 않았는데 이미 스스로 알고 계시니 그것은 여래ㆍ무소착ㆍ등정각이시기 때문입니다.”

세존께서 바라바 범지와 이 일을 이야기하고 계실 때 수한제 이학은 나중에 천천히 걸어 바라바의 제1 정실로 갔다. 세존께서는 멀리서 수한제 이학이 오는 것을 보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수한제여, 안근(眼根)을 잘 제어하지 못하고 빈틈없이 수호하지도 못하면서 또 수행하지도 않는다면 반드시 괴로움의 과보를 받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사문 구담을 따라 스스로 잘 제어하고 빈틈없이 잘 수호하면서 또 잘 수행하기도 한다면 반드시 즐거움의 과보를 얻을 것이다. 수한제여, 너는 이런 이유 때문에 ‘사문 구담은 지(地)를 파괴하였으니, 지를 파괴한 사람은 쓸모없다’고 말했는가?”

“그렇습니다, 구담이시여.”

“수한제여, 이와 같이 이근(耳根)ㆍ비근(鼻根)ㆍ설근(舌根)ㆍ신근(身根)과 의근(意根)을 잘 제어하지 못하고 빈틈없이 수호하지도 못하면서 또 수행하지도 않는다면 반드시 괴로움의 과보를 받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사문 구담을 따라 스스로 잘 제어하고 빈틈없이 수호하면서 또 잘 수행하기도 한다면 반드시 즐거움의 과보를 얻을 것이다. 수한제여, 너는 이런 이유 때문에 ‘사문 구담은 지(地)를 파괴하였으니, 지를 파괴한 사람은 쓸모없다’고 말했는가?”

“그렇습니다, 구담이시여.”

세존께서 물으셨다.
“수한제여,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혹 어떤 사람이 아직 출가하여 도를 배우기 전에는, 그는 눈으로 빛깔[色]을 알아 사랑스럽게 생각하고 마음으로 즐거워하며 욕망과 서로 호응하였다. 그러나 그는 그 뒤에 눈으로 빛깔[色]을 아는 것을 버리고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웠다. 그는 눈으로 빛깔을 아는 것과 그것의 집착[習]과 멸함[滅]과 맛[味]과 근심[患]과 그것을 벗어나는 방법을 사실 그대로 알아 안으로 마음을 쉬어 노닐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아직 빛깔에 대한 욕심[色欲]을 여의지 못하여 빛깔에 대한 애착에 잠식당하고 빛깔의 열[色熱]에 뜨거워지는 사람을 보면, 또 그가 눈으로 빛깔을 알아 사랑스럽게 생각하고 마음으로 즐거워하며 욕망과 서로 호응하여 행하는 것을 보게 되면 그것을 칭찬하지 않고 그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수한제여,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만일 이런 즐거움이 있고 애착과 빛깔 때문에 그 즐거움을 즐거워할 때 그가 천박하기 때문에 그것을 칭찬하지 않고 천박하기 때문에 그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수한제여, 과연 그에게 할 말이 있겠는가?”

“없습니다, 구담이시여.”

“수한제여,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혹 어떤 사람이 아직 출가하여 도를 배우기 전에는 이와 같이 귀로는 소리를 알고 코로는 냄새를 알며 혀로는 맛을 알고 몸으로는 감촉을 알아 사랑스럽게 생각하고 마음으로 즐거워하며 욕망과 서로 호응하였다. 그러나 그는 그 뒤에 몸으로 감촉[觸]을 아는 것을 버리고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웠다. 그는 몸으로 감촉을 아는 것과 그것의 집착[習]과 멸함[滅]과 맛[味]과 근심[患]과 그것을 벗어나는 방법을 사실 그대로 알아 안으로 마음을 쉬어 노닐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아직 감촉에 대한 욕심[觸欲]을 여의지 못하여 감촉에 대한 애착에 잠식당하고 감촉의 열[觸熱]에 뜨거워지는 사람을 보면 또 그가 몸으로 감촉을 알아 사랑스럽게 생각하고 마음으로 즐거워하며 욕망과 서로 호응하여 행하는 것을 보게 되면 그것을 칭찬하지 않고, 그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수한제여,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만일 이런 즐거움이 있고 애착과 감촉 때문에 그 즐거움을 즐거워할 때 그가 천박하기 때문에 그것을 칭찬하지 않고 천박하기 때문에 그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수한제여, 과연 그에게 할 말이 있겠는가?”

“없습니다, 구담이시여.”

세존께서 물으셨다.
“수한제여,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혹 어떤 사람이 아직 출가하여 도를 배우기 전에는 5욕(欲)의 공덕을 사랑스럽게 생각하고 마음으로 즐거워하며 욕망과 서로 호응하였다. 그러나 그는 그 뒤에 5욕의 공덕을 버리고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웠다. 그는 5욕의 공덕과 그것의 집착과 멸함과 맛과 근심과 그것을 벗어나는 방법을 사실 그대로 알아 안으로 마음을 쉬어 노닐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아직 5욕을 여의지 못하여 5욕에 대한 애착에 잠식당하고 5욕의 열에 뜨거워지는 사람을 보면 또 그가 5욕의 공덕을 사랑스럽게 생각하고 마음으로 즐거워하며 욕망과 서로 호응하여 행하는 것을 보게 되면 그것을 칭찬하지 않고 그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수한제여,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만일 이런 즐거움이 있고 5욕과 5욕에 대한 애착 때문에 그 즐거움을 즐거워할 때 그가 천박하기 때문에 그것을 칭찬하지 않고 천박하기 때문에 그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수한제여, 과연 그에게 할 말이 있겠는가?”

“없습니다, 구담이시여.”

“수한제여, 나는 이전에 출가하여 도를 배우기 전에는 5욕의 공덕을 어렵지 않게 얻어 그것을 사랑스럽게 생각하고 마음으로 즐거워하며 욕망과 서로 호응하였었다. 그러나 나는 그 뒤에 5욕의 공덕을 버리고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웠다. 나는 그 5욕의 공덕과 그 집착과 멸함과 맛과 근심과 그것을 벗어나는 방법을 사실 그대로 알아 안으로 마음을 쉬어 노닐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아직 5욕을 여의지 못하여 5욕에 대한 애착에 잠식당하고 5욕의 열에 뜨거워지며 5욕의 공덕을 사랑스럽게 생각하고 마음으로 즐거워하며 욕망과 서로 호응하여 행하는 사람을 보면 나는 그것을 칭찬하지 않고 나는 그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수한제여,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만일 이런 즐거움이 있고 5욕과 5욕에 대한 애착 때문에 그 즐거움을 즐거워할 때 천박하기 때문에 내가 그것을 칭찬하지 않고 천박하기 때문에 내가 그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수한제여, 과연 내게 할 말이 있겠는가?”

“없습니다, 구담이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수한제여, 마치 거사나 거사의 아들이 지극히 크고 풍부하고 즐거워 자산과 재물이 한량없고 여러 가지 목축이 많으며 봉호와 식읍과 모든 생활 물자가 갖가지로 풍족하여 그는 5욕을 어렵지 않게 얻었다. 그는 몸의 묘행(妙行)과 입과 뜻의 묘행을 성취하였다. 그리고 죽음에 임박했을 땐 5욕의 공덕을 좋아하지 않아 버리고서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좋은 곳으로 올라가 천상(天上)에 나게 되어 5욕의 공덕을 구족하게 행하는 것과 같나니 수한제여, 이 하늘과 하늘의 아들이 과연 하늘의 5욕 공덕을 버리고 인간의 5욕을 좋아하여 기쁘다는 생각을 하겠는가?”

“아닙니다. 구담이시여, 왜냐 하면 인간의 5욕이란 냄새나는 것으로 깨끗하지 못하며 그 마음은 매우 더럽고 악하여 향할 수 없고 미워하고 다투어 매우 괴롭습니다. 구담이시여, 인간의 5욕에 비하면 천상의 5욕은 가장 위이고 가장 묘하며 가장 훌륭한 것입니다. 저 하늘과 하늘의 아들이 천상의 5욕 공덕을 버리고 인간의 5욕을 좋아하여 기쁘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을 끝내 있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 수한제여. 나는 인간의 5욕을 끊고 천상의 5욕마저 건너려고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고는 저 5욕 공덕과 그 집착과 멸함과 맛과 근심과 그것을 벗어나는 방법을 사실 그대로 알아 안으로 마음을 쉬어 노닐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아직 5욕을 여의지 못하여 5욕에 대한 애착에 잠식당하고 5욕의 열에 뜨거워지며 5욕의 공덕을 사랑스럽게 생각하고 마음으로 즐거워하며 욕망과 서로 호응하여 행하는 것을 보면 나는 그것을 칭찬하지 않고 나는 그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수한제여,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만일 이런 즐거움이 있고 5욕과 5욕에 대한 애착 때문에 그 즐거움을 즐거워할 때 천박하기 때문에 내가 그것을 칭찬하지 않고 천박하기 때문에 내가 그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수한제여, 과연 내게 할 말이 있겠는가?”

“없습니다, 구담이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수한제여, 그것은 마치 문둥병을 앓는 사람이 몸이 썩어 문드러지고 벌레에게 먹힐 때 손톱으로 부스럼을 긁어 헤집고 불구덩이에다 그슬리는 것과 같나니 수한제여,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만일 문둥병을 앓는 사람이 몸이 썩어 문드러지고 벌레에게 먹힐 때 손톱으로 부스럼을 긁어 헤집고 불구덩이에다 그슬린다면 이렇게 하고도 과연 병을 없애고 힘을 얻어 모든 근을 무너뜨리지 않고 문둥병을 벗어나 몸이 완전히 건강해지고 옛날처럼 회복되어 본래 살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겠는가?”

“아닙니다. 구담이시여, 왜냐 하면 만일 문둥병을 앓는 사람이 몸이 썩어 문드러지고 벌레에게 먹힐 때 손톱으로 부스럼을 긁어 헤집고 불구덩이에다 그슬린다면 그러면 다시 부스럼이 생겨 부스럼은 더욱 많아지고 본래보다도 부스럼은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그는 도리어 문둥병을 즐거움으로 삼습니다.”

“수한제여, 문둥병 앓는 사람이 몸이 썩어 문드러지고 벌레에게 먹힐 때 손톱으로 부스럼을 긁어 헤집고 불구덩이에다 그슬린다면 그러면 다시 부스럼이 생겨 부스럼은 더욱 많아지고 본래보다도 부스럼은 더욱 커지건만 그래도 그는 도리어 문둥병을 즐거움으로 삼는 것처럼 수한제여, 이와 같이 중생은 5욕을 여의지 못하여 5욕에 대한 애착에 잠식당하고 5욕의 열에 뜨거워지면서도 5욕을 행한다. 수한제여, 이와 같이 중생은 5욕을 여의지 못하여 5욕에 대한 애착에 잠식당하고 5욕의 열에 뜨거워지면서도 5욕을 행한다. 그러면 5욕은 더욱 많아지고 5욕에 대한 애착은 더욱 넓어지건만 그래도 그는 도리어 5욕에 대한 애착을 즐거움으로 삼느니라. 그들이 만일 5욕을 끊지 못하고,5욕에 대한 애착을 여의지 못하고서 안으로 마음 쉬기를 이미 행했거나 지금 행하거나 앞으로 행하려 한다면 끝내 그럴 수 없느니라. 왜냐 하면 이것은 5욕을 끊고 5욕에 대한 애착을 여의게 하는 도리가 아니요, 5욕을 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니라.”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수한제여, 그것은 마치 왕과 대신이 5욕을 얻기가 어렵지 않은 것과 같나니 그들이 만일 5욕을 끊지 못하고 5욕에 대한 애착을 여의지 못하고서 안으로 마음 쉬기를 이미 행했거나 지금 행하거나 앞으로 행하려 한다면 끝내 그럴 수 없느니라. 왜냐 하면 이것은 5욕을 끊고 5욕에 대한 애착을 여의게 하는 도리가 아니요, 5욕을 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니라.
이와 같이 수한제여, 중생들은 아직 5욕을 여의지 못하여 5욕에 대한 애착에 잠식당하고 5욕의 열[欲熱]에 뜨거워지면서도 5욕을 행한다. 수한제여, 만일 중생이 5욕을 여의지 못하여, 5욕에 대한 애착에 잠식당하고 5욕의 열에 뜨거워지면서도 5욕을 행하면 그러면 5욕은 더욱 많아지고 5욕에 대한 애착은 더욱 커지건만 그래도 그들은 도리어 5욕을 즐거움으로 삼느니라. 그들이 만일 5욕을 끊지 못하고 5욕에 대한 애착을 여의지 못하고서 안으로 마음 쉬기를 이미 행했거나 지금 행하거나 앞으로 행하려 한다면 끝내 그럴 수 없느니라. 왜냐 하면 이것은 5욕을 끊고 5욕에 대한 애착을 여의게 하는 도리가 아니요, 5욕을 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니라.

수한제여, 그것은 마치 문둥병을 앓는 사람이 몸이 썩어 문드러지고 벌레에게 먹히자 손톱으로 부스럼을 긁어 헤집고 불구덩이에다 그슬릴 때 어떤 사람이 그를 가엾게 생각하고 불쌍히 여겨 이익과 요익을 구하며 안온과 쾌락을 구하여 그 증세에 꼭 맞는 좋은 약을 주었고 그 증세에 꼭 맞는 좋은 약을 준 뒤에 그는 병이 없어지고 기력이 회복되어 모든 근(根)이 무너지지 않고 이미 문둥병을 벗어나 몸이 완전히 건강해지고 옛날처럼 회복되어 본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과 같다. 그런 그가 만일 어떤 문둥병을 앓는 사람이 몸이 썩어 문드러지고 벌레에게 먹힐 때 손톱으로 부스럼을 긁어 헤집고 불구덩이에다 그슬리는 것을 본다면 수한제여, 그 사람이 그것을 본 뒤에 과연 즐겁다는 생각이 들어 칭찬하고 좋아하겠는가?”

“아닙니다. 구담이시여, 왜냐 하면 병이 있다면 반드시 약을 써야 하겠지만 병이 없으면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수한제여,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만일 그 문둥병을 앓던 사람이 병이 없어지고 기력이 회복되어 모든 근이 무너지지 않고 이미 문둥병을 벗어나 몸이 완전히 건강해지고 옛날처럼 회복되어 본래 살던 곳으로 돌아갔을 때 두 역사(力士)가 강제로 그 사람을 붙잡아 불구덩이에다 그슬린다면 그는 그 속에서 놀라고 두려워 불을 피하면서, 몸으로 심한 뜨거움을 느낄 것이다. 수한제여,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그 불구덩이가 지금 더욱 뜨거워지고 큰 고통과 재앙이 예전보다 심해서이겠는가?”

“아닙니다. 구담이시여, 그가 전에 문둥병을 앓아 몸이 썩어 문드러지고 벌레에게 먹힐 때 손톱으로 부스럼을 긁어 헤집고 불구덩이에다 그슬리며 그 고통에 대해 매우 즐겁다는 갱락상(更樂想)을 내었던 것은 그 마음이 미혹되고 산란하며 전도(顚倒)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구담이시여, 그 사람은 이제 병이 없어지고 기력을 회복하여 모든 근이 무너지지 않고 이미 문둥병에서 벗어나 몸은 완전히 건강해지고 옛날처럼 회복되어 본래 살던 곳으로 돌아갔습니다. 그가 고통에 대해 매우 괴롭다는 갱락상을 내는 것은 그 마음이 태연하고 전도된 생각이 없기 때문입니다.”

“수한제여, 문둥병을 앓는 사람은 몸이 썩어 문드러지고 벌레에게 먹힐 때 손톱으로 부스럼을 긁어 헤집고 불구덩이에다 그슬리며 그가 고통에 대해 매우 즐겁다는 갱락상(更樂想)을 내는 것은 그 마음이 미혹되고 산란하며 전도된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한제여, 이와 같이 중생은 5욕을 여의지 못하여 5욕에 대한 애착에 잠식당하고 5욕의 열에 뜨거워지면서도 5욕을 행한다. 그들이 고통스런 5욕에 대해 5욕은 즐겁다는 생각[樂欲想]을 가지는 것은 그 마음이 미혹되고 산란하며 전도된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한제여, 마치 그 사람이 병이 없어지고 기력이 회복되어 모든 근이 무너지지 않고 이미 문둥병을 벗어나 몸이 완전히 건강해지고 옛날처럼 회복되어 본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면 그는 고통에 대해 매우 고통스럽다는 갱락상을 내고 그 마음이 태연하여 전도된 생각이 없는 것처럼 이와 같이 수한제여, 나는 고통스런 5욕에 대해 5욕은 괴롭다는 생각[苦欲想]을 하고 진실을 얻어 전도된 생각이 없다. 왜냐 하면 수한제여, 과거의 5욕도 깨끗하지 못한 냄새나는 곳이요, 마음은 매우 더럽고 악하여 향할 수 없고, 미워하고 다투어 괴로움과 다시 부딪히며, 미래와 현재의 5욕도 또한 깨끗하지 못한 냄새나는 곳으로서 마음은 매우 더럽고 악하여 향할 수 없고, 미워하고 다투어 괴로움과 다시 부딪히기 때문이다. 수한제여, 여래ㆍ무소착ㆍ등정각은 병이 없는 것이 제일가는 이익이요, 열반이 제일가는 즐거움이라고 말하느니라.”

“구담이시여, 저도 일찍이 나이 많고 덕이 높은 장로와 오래 배운 범행자들에게서 ‘병이 없는 것이 제일가는 이익이요, 열반이 제일가는 즐거움이다’라고 들었습니다.”

세존께서 물으셨다.
“수한제여, 만일 네가 일찍이 나이 많고 덕이 높은 장로와 오래 배운 범행자들에게서 ‘병이 없는 것이 제일가는 이익이요, 열반이 제일가는 즐거움이다’라고 들었다면 수한제여, 어떤 것이 병이 없는 것이며, 어떤 것이 열반인가?”

이에 수한제 이학은 자신이 곧 병(病)이요 종기[癰]이며, 화살이요 뱀이며, 무상(無常)이요 고통이며, 공(空)이요 비신(非神)이면서 두 손을 문지르며 이렇게 말하였다.
“구담이시여, 이것이 병이 없는 것이며 이것이 열반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수한제여, 나면서부터의 장님이 눈이 있는 사람에게서 ‘희고 깨끗하여 때가 없구나, 희고 깨끗하여 때가 없구나’라는 말을 듣고는 곧 희고 깨끗한 것을 찾았다. 그 때 그를 위해 이익과 요익을 구하지 않고 안온과 쾌락을 구하지 않는 어떤 사기꾼이 때가 묻어 더러운 옷을 가지고 그에게 가서 말하였다.
‘너는 알아야 한다. 이것은 희고 깨끗하여 때가 없는 옷이다. 너는 두 손으로 공경스럽게 받아 몸에 걸쳐라.’
그러자 그 장님은 기뻐하면서 곧 두 손으로 공경스럽게 받아 몸에 걸치고는 이렇게 말하였다.
‘희고 깨끗하여 때가 없구나, 희고 깨끗하여 때가 없구나.’
수한제여, 그 사람이 스스로 알아 말했다고 하겠느냐, 알지 못하고 말했다고 하겠느냐, 스스로 보고 말했다고 하겠느냐, 스스로 보지 못하고 말했다고 하겠느냐?”

“구담이시여, 그렇게 말한 것은 실로 알지도 보지도 못한 것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이와 같이 수한제여, 눈이 없는 장님이 자신이 곧 병이요 종기며, 화살이요 뱀이며, 무상이요 고통이며, 공이요 비신이면서 두 손을 문지르며 ‘구담이시여, 이것이 병이 없는 것이요, 이것이 열반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수한제여, 너는 병이 없는 것도 알지 못하거늘 하물며 어찌 열반을 알고 보겠는가? 알고 본다고 말한다 해도 끝내 그럴 수 없느니라. 수한제여, 여래ㆍ무소착ㆍ등정각은 말하노라.”

병이 없는 것 제일가는 이익이요
열반은 제일가는 즐거움이며
모든 도(道) 가운데는 8정도(正道)가
안온한 감로에 머물게 하느니라.

그 많은 사람들이 다 같이 이것을 들었는데 많은 이학들은 이 게송을 들은 뒤에 계속하여 서로 전하였으나 그 뜻은 알지 못하였다. 그들은 이미 듣고는 가르침을 구하고자 하였으나, 그들은 똑같이 어리석고 미련하여 도리어 서로 속였다. 그들의 그 현재의 몸은 4대(大)의 종류로서 부모를 좇아 나서 음식으로 자라나며 항상 덮어주고 문지르며 목욕시키지만 억지로 참아야 하고 부서지며 갈려 없어지고 떠나 흩어지는 물질이었다. 그래서 신(神)을 보고 신을 받으며 받음을 인연하여 곧 있고[有] 있음을 인연하여 곧 나며[生] 남을 인연하여 곧 늙고 죽으며[老死] 늙고 죽음을 인연하여 곧 시름하고 슬퍼하고 울며 근심하고 괴로워하고 번민하였으니, 이와 같이 그 생은 순전한 큰 괴로움의 무더기였다.

이에 수한제 이학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가사 한쪽을 벗어 메고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저는 이제 사문 구담을 지극히 믿습니다. 원컨대 구담이시여, 잘 설법하시어 저로 하여금 ‘이것은 병이 없는 것이요, 이것은 열반이다’라고 알게 해 주십시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수한제여, 만일 너의 거룩한 혜안(慧眼)이 깨끗해지지 못한다면, 내가 너를 위하여 병 없음과 열반을 말하더라도 끝내 알지 못하고 한낱 나를 번거롭게 하고 괴롭게만 할 것이다. 수한제여, 마치 날 때부터 장님인 사람이 남이 찾아가서 ‘너는 알아야 한다. 이것은 푸른빛이요, 누런 빛ㆍ빨간 빛ㆍ흰 빛이다’라고 하면 그 말을 따르는 것과 같나니, 수한제여, 날 때부터 장님인 사람이 혹 남의 말로 인해 그 푸른 빛ㆍ누런 빛ㆍ빨간 빛ㆍ흰 빛을 알겠는가?”

“아닙니다, 구담이시여.”

“그와 같이 수한제여, 만일 너의 거룩한 혜안이 깨끗해지지 못한다면 내가 너를 위하여 병 없음과 열반을 말하더라도 끝내 알지 못하고 한낱 나를 번거롭게 하고 괴롭게만 할 것이다. 수한제여, 내가 너를 위하여 너의 증세에 꼭 맞는 묘한 약을 말하여 아직 깨끗하지 못한 거룩한 혜안(慧眼)을 청정하게 하리라. 수한제여, 만일 너의 거룩한 혜안이 청정해지면 너는 곧 ‘이것은 병이 없는 것이요, 이것은 열반이다’라고 스스로 알게 될 것이다. 수한제여, 마치 날 때부터 장님인 사람에게 여러 친족들이 있어 그들이 그를 사랑하고 가엾게 여겨 이익과 요익을 구하고 안온과 쾌락을 구하기 때문에 그를 위하여 눈을 치료하는 의사를 구하는 것과 같다. 그 눈을 치료하는 의사는 여러 가지 치료법을 베푸는데 혹은 토하게 하고 혹은 내리게 하며 혹은 코에 물을 붓고 혹은 다시 씻어 내리며 혹은 힘줄을 자극하고 혹은 눈물을 흘리게 하면 수한제여, 혹 그럴 때 깨끗한 두 눈을 얻게 되는 것과 같다. 수한제여, 만일 그의 두 눈이 청정해지면 곧 스스로 ‘이것은 푸른 빛ㆍ누런 빛ㆍ빨간 빛ㆍ흰 빛이다’라고 볼 것이다.

그래서 그는 그 때 묻은 더러운 옷을 보고 곧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저 사람은 나의 원수이다. 오랜 세월 동안 때 묻은 옷으로써 나를 속였다.’
그래서 그는 미워하는 마음을 가질 것이니 수한제여, 이 사람은 혹 그를 죽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수한제여, 나는 너를 위해 너의 증세에 꼭 맞는 묘한 약을 말하여 아직 깨끗해지지 못한 거룩한 혜안을 청정하게 하리라. 수한제여, 만일 너의 거룩한 혜안이 청정해지면 너는 곧 ‘이것은 병이 없는 것이요, 이것은 열반이다’라고 스스로 알게 될 것이다.

수한제여, 아직 깨끗하지 못한 거룩한 혜안을 청정하게 하는 네 가지 법이 있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선지식을 가까이하여 공경하고 받들어 섬기는 것, 선법(善法)을 듣는 것, 잘 생각하는 것, 법과 다음 법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수한제여, 너는 마땅히 이렇게 배워 선지식을 가까이하여 공경하고 받들어 섬기며 선법을 듣고 잘 생각하여 법과 다음 법을 향해 나아가라. 수한제여, 너는 마땅히 이렇게 배우라. 수한제여, 너는 선지식(善知識)을 가까이하여 공경하고 받들어 섬기고 나서는 곧 선법을 듣고 선법을 들은 뒤에는 잘 생각하고 잘 생각한 뒤에는 곧 법과 다음 법을 향해 나아가고 법과 다음 법을 향해 나아간 뒤에는 곧 이 괴로움[苦]에 대하여 사실 그대로 알고 이 괴로움의 발생[苦習]을 알며 이 괴로움의 소멸[苦滅]을 알고 이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苦滅道]에 대하여 사실 그대로 알아야 한다.

어떻게 괴로움을 사실 그대로 아는가? 곧 ‘태어남[生]이 괴로움이요, 늙음[老]이 괴로움이며 병듦[病]이 괴로움이요 죽음[死]이 괴로움이며 싫어하는 것과 만남이 괴로움이요 사랑하는 것과 헤어짐이 괴로움이며 구하되 얻지 못함이 괴로움이니 간략히 말해 5성음(盛陰)이 괴로움이다’라고 이렇게 괴로움을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괴로움의 발생을 사실 그대로 아는가? 곧 ‘이 애욕은 장차 미래의 목숨을 받고 기쁨의 탐욕[喜欲]과 함께 여러 가지 목숨을 원한다’고 이렇게 괴로움의 발생을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괴로움의 소멸을 사실 그대로 아는가? 곧 ‘이 애욕은 장차 미래의 목숨을 받고 기쁨의 탐욕과 함께 여러 가지 목숨을 원한다. 그러나 그것은 멸할 수 있고 무여(無餘)일 수 있으며 끊을 수 있고 버릴 수 있으며 토할 수 있고 다할 수 있으며 무욕(無欲)일 수 있고 없앨 수 있으며 쉬고 그칠 수 있는 것이다’라고 이렇게 괴로움의 소멸을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하여 사실 그대로 아는가? 곧 ‘8정도[支聖道]로서 곧 바른 견해[正見]와 나아가 바른 선정[正定]까지이다. 이것을 여덟 가지라 한다’고 이렇게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하여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이 법을 말씀해 마치시자 수한제 이학은 티끌을 멀리하고 때를 떠나 모든 법에 대한 법안(法眼)이 생겼다. 이에 수한제 이학은 법을 보고 법을 얻고 희고 깨끗한 법을 깨달았다. 의심을 끊고 미혹을 건너, 다시는 다른 높일 이가 없어 남을 좇지 않고 망설임 없이 이미 과증(果證)에 머물러 세존의 법에서 두려움이 없게 되었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원컨대 제가 출가하여 도를 배우게 하시고, 구족계(具足戒)를 받고 비구가 되게 해 주십시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잘 왔구나. 비구여, 범행을 닦아라.”

그래서 수한제 이학은 곧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구족계를 받고 비구가 되었다. 수한제 이학은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구족계를 받고 법을 안 뒤에는 아라하(阿羅訶)가 되었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존자 수한제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주석
1 제4 분별송에는 완전한 두 품과 두 개의 반품(半品)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것을 순서대로 나열하면 「범지품」(後半品)ㆍ「근본분별품」ㆍ「심품」ㆍ「쌍품」(前半品)이 수록되어 있다. 고려대장경에서는 모두 합하여 3품 반이 수록되었다고 하였는데 불광대장경에서는 사실대로 2품과 2반품이 수록되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2 이 경의 이역경으로는 유송(劉宋) 시대 구나발타라(求那跋陀羅)가 한역한 『앵무경』이 있다.
3 범어로는 anuttara-samyaksabodhi이고, 팔리어로는 anuttara sammāsam bodhi의 번역. 위없는 올바른 부처님의 깨달음으로 무상정등각(無上正等覺:阿耨多羅三貌三菩提)과 동일.
4 바라문교에서 설해지는 다섯 가지 법 즉 진제(眞諦)ㆍ송습(誦習)ㆍ고행(苦行)ㆍ범행(梵行)ㆍ열행(熱行)을 말함.
5 팔리어로는 kammssadhamma라고 함. 의역하여 잡색목우(雜色牧牛)ㆍ조우(調牛)ㆍ조복박우(調伏駮牛)라고도 함. 인도 구루인(拘樓人)들의 도성(都城).
6 범어로는 pthivī라고 함. 여기에서 지(地)는 당시 외도인 바이셰시카(vaieika) 학파에서 말하는 실체 가운데 하나이다. 색ㆍ냄새ㆍ맛ㆍ촉각을 가진 것으로 모든 여섯 가지 감각 능력을 개발 또는 성장시킬 수 있는 잠재능력을 가진 실체로 간주되고 있다.
7 이 권에 수록되어 있는 두 소경의 경문 글자 수를 합하면 8,682자인데 여기에서는 8,662자로 표기하여 실제보다 20자가 부족하다.

중아함경 제39권

승가제바 한역

12. 범지품 ⑤
154) 바라바당경(婆羅婆堂經)1) 제13제4 분별송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을 유행하실 적에 동원(東園) 녹자모당(鹿子母堂)에 계셨다.

그 때 바사타(婆私吒)와 바라바(婆羅婆) 두 범지족(梵志族)은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웠다.
여러 범지들은 그들을 보고 심하게 꾸짖고 몹시 다그쳐 괴롭히면서 말하였다.
“범지종은 훌륭한데 다른 종성은 그만 못하고 범지종은 흰데 다른 종성은 다 검으며 범지는 청정한데 범지가 아닌 종성은 청정하지 못하다. 범지는 범천의 아들로서 그 입에서 나왔으니 범지는 범천의 변화로 된 것이다. 그런데 너희들은 훌륭한 것을 버리고 그만 못한 것을 따르며 흰 것을 버리고 검은 것을 따른다. 저 까까머리 사문은 검은 것에 묶였고 종자를 끊어 자식이 없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하는 짓이 매우 나빠서 지극히 큰 잘못을 범하였다.”

그 때 세존께서는 해질 녘에 연좌(燕坐)에서 일어나 녹자모당 위에서 내려와서 당(堂) 그늘 한데를 거니시면서 여러 비구들을 위하여 매우 깊고 미묘한 법을 말씀하고 계셨다. 존자 바사타는 멀리서 세존께서 해질녘에 연좌에서 일어나 당에서 내려오셔서 당 그늘 한데를 거니시며 여러 비구들을 위하여 매우 깊고 미묘한 법을 말씀하고 계신 것을 보았다. 존자 바사타는 그것을 본 뒤에 말하였다.
“현자 바라바(婆羅婆)여, 마땅히 알아야 한다. 세존께서는 해질 녘에 연좌에서 일어나 당에서 내려오셔서 당 그늘 한데를 거니시며 여러 비구들을 위하여 매우 깊고 미묘한 법을 말씀하고 계신다. 현자 바라바여,우리 함께 부처님 처소로 가자. 가게 되면 부처님께 법을 들을 수 있으리라.”

그리고 바사타와 바라바는 곧 부처님 처소로 나아가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그 뒤를 따라 거닐었다.

세존께서는 돌아보시고 그 두 사람에게 말씀하셨다.
“바사타여, 너희들 두 범지는 범지족을 버리고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고 있다. 여러 범지들이 그런 너희를 보고 크게 꾸짖지 않았는가?”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여러 범지들은 저희들을 보고 심하게 꾸짖고 다그치며, 몹시 괴롭혔습니다.”

세존께서 물으셨다.
“바사타여, 여러 범지들이 너희들을 보고 어떻게 심하게 꾸짖고 다그치며 몹시 괴롭혔느냐?”

“세존이시여, 여러 범지들은 저희들을 보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범지종은 훌륭한데 다른 종성은 그만 못하고 범지종은 흰데 다른 종성은 다 검으며 범지는 청정한데 범지가 아닌 종성은 청정하지 못하다. 범지는 범천의 아들로서 그 입에서 나왔으니 범지는 범천의 변화로 된 것이다. 그런데 너희들은 훌륭한 것을 버리고 그만 못한 것을 따르며 흰 것을 버리고 검은 것을 따른다. 저 까까머리 사문은 검은 것에 묶였고 종자를 끊어 자식이 없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하는 짓이 매우 나빠서 지극히 큰 잘못을 범하였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바사타여, 저 여러 범지들의 말은 지극히 나쁘고 지극히 부당하다. 왜냐 하면 그들은 어리석고 미련하여 이치를 잘 깨닫지 못하고 좋은 밭을 분별하지 못하며 스스로 알지도 못하면서 ‘우리 범지는 범천의 아들로서 그의 입에서 나왔으니 범지는 범천의 변화로 된 것이다’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왜냐 하면 바사타여, 나의 이 위없는 밝음[明]과 행(行)과 깨달음[作證]에서는 생(生)의 훌륭함을 말하지 않고 종성(種姓)을 말하지 않으며 교만을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이 내 뜻을 옳다느니 내 뜻을 옳지 않다느니 하는 것은 자리[坐]와 물[水]과 배운 경서를 표준한 것이다. 바사타여, 만일 혼인하는 자가 있으면 그들은 마땅히 생(生)을 말할 것이요, 종성(種姓)을 말할 것이며, 교만(憍慢)을 말할 것이다. 그들이 내 뜻을 옳다느니 내 뜻을 옳지 않다느니 하는 것은 자리와 물과 배운 경서를 표준한 것이다.

바사타여, 만일 생을 헤아리고 종성을 헤아리며 교만을 헤아리는 자가 있다면 그들은 나의 위없는 밝음[明]과 행(行)과 깨달음[作證]에서 아득히 멀어질 것이다. 바사타여, 생을 말하고 종성을 말하며 교만을 말하고 내 뜻을 옳다느니 내 뜻을 옳지 않다느니 함에 있어서 자리와 물과 배운 경서를 표준하는 것은 내 위없는 밝음[明]과 행(行)과 깨달음[作證]에서 아득히 떠나는 것이다.
그리고 바사타여, 어떤 사람도 서로 논쟁할 수 없는 세 종성이 있는데 그들은 선(善)과 불선법(不善法)이 뒤섞여 있어 성인들의 칭찬을 받기도 하고 받지 못하기도 한다. 어떤 것이 세 가지인가? 찰리종과 범지종과 거사종이다. 바사타여, 네 생각에는 어떠한가? 찰리는 산목숨을 죽이고 주지 않는 것을 빼앗으며 사음을 행하고 거짓말하며 나아가 삿된 견해를 가질 수 있고 거사도 또한 그러한데 범지는 그렇지 않은가?”

“세존이시여, 찰리도 또한 산목숨을 죽이고 주지 않는 것을 빼앗으며 사음을 행하고 거짓말하며 나아가 삿된 견해를 가질 수 있고 범지ㆍ거사도 또한 그렇습니다.”

세존께서 물으셨다.
“바사타여, 네 생각에는 어떠한가? 범지는 살생을 떠나고 살생을 끊으며 주지 않는 것을 빼앗는 것과 사음과 거짓말과 나아가 삿된 견해 등을 여의어 바른 견해를 얻을 수 있지만 찰리ㆍ거사는 그렇지 않은가?”

“세존이시여, 범지도 살생을 떠나고 살생을 끊으며 주지 않는 것을 빼앗는 것과 사음과 나아가 삿된 견해 등을 여의어 바른 견해를 얻을 수 있고 찰리ㆍ거사도 또한 그렇습니다.”

세존께서 물으셨다.
“바사타여,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만일 한량없이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이 있으면, 이것은 찰리나 거사의 소행이요 범지는 아닌가? 또 만일 한량없이 착한 법이 있으면 이것은 범지의 소행이요 찰리나 거사는 아닌가?”

“세존이시여, 만일 한량없이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이 있으면 그것은 찰리나 거사도 행할 수 있고 범지도 또한 그렇습니다. 만일 한량없이 착한 법이 있으면 그것은 범지도 행할 수 있고 찰리나 거사도 또한 그렇습니다.”

“바사타여, 만일 한량없이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이 있어 한결같이 찰리나 거사만이 행하고 범지는 아니라면 또 만일 한량없이 착한 법이 있어 한결같이 범지만 행하고 찰리나 거사는 그렇지 않다면 저 모든 범지들은 ‘우리들 범지는 범천의 아들로서 그의 입에서 나왔으니, 범지는 범천의 변화로 된 것이다’라고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왜냐 하면 바사타여, 범지의 여자가 처음으로 혼인하는 것을 보거나 혼인한 뒤에 아이를 배는 것을 보거나 아이를 밴 뒤에 아이를 낳는 것을 보면 혹은 사내요 계집애다. 바사타여, 이렇게 모든 범지들도 또한 세상법과 같이 생산하는 길을 따라 태어난다. 그런데 저들은 거짓말로 범천을 빙자하여 ‘우리 범지는 범천의 아들로서 그 입에서 나왔으니, 범지는 범천의 변화로 된 것이다’라고 그렇게 말한다.

바사타여, 만일 여러 성(姓)과 여러 이름의 족성자가 여러 종족을 버리고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나를 따라 도를 배운다면 마땅히 ‘우리 범지들은 범천의 아들로서 그의 입에서 나왔으니, 범지는 범천의 변화로 된 것이다’라고 이와 같이 말하라. 왜냐 하면 바사타여, 그 족성자는 내 바른 법률 가운데 들어와 내 바른 법률을 받고 저쪽 언덕에 이르게 되었고 의심을 끊고 미혹을 건너 망설임이 없으며 세존의 법에 두려움이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마땅히 ‘우리 범지는 범천의 아들로서 그 입에서 나왔으니, 범지는 범천의 변화로 된 것이다’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바사타여, 저 범천은 곧 여래(如來)ㆍ무소착(無所著)ㆍ등정각(等正覺)을 말한다. 범천은 곧 여래요, 냉철함은 곧 여래이며 번뇌가 없고 번뇌의 열독이 없으며 여여(如如)함을 여의지 않은 것이 곧 여래이니라.
바사타여,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모든 석가족은 구사라(拘娑羅)의 왕 바사닉(波斯匿)에게 뜻을 낮추어 사랑하고 공경하며 지극히 존중하고 공양하며 받들어 섬기는가?”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물으셨다.
“바사타여,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만일 모든 석가족이 구사라의 왕 바사닉에게 뜻을 낮추어 사랑하고 공경하며 지극히 존중하고 공양하며 받들어 섬긴다면 그와 같이 구사라의 왕 바사닉도 곧 나에게 뜻을 낮추어 사랑하고 공경하며 지극히 존중하고 나를 공양하며 받들어 섬기겠는가?”

“모든 석가족이 구사라의 왕 바사닉에게 뜻을 낮추어 사랑하고 공경하며 지극히 존중하고 공양하며 받들어 섬긴다면 이것은 기특할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만일 구사라의 왕 바사닉이 세존께 뜻을 낮추어 사랑하고 공경하며 지극히 존중하고 공양하며 받들어 섬긴다면 그것은 참으로 기특한 일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바사타여, 구사라의 왕 바사닉은 나에게 뜻을 낮추어 사랑하고 공경하며 지극히 존중하고 나를 공양하며 받들어 섬긴다. 그러나 그는 ‘사문 구담의 종족은 지극히 높으나 내 종족은 낮고 사문 구담은 재보(財寶)가 매우 많으나 내 재보는 적으며 사문 구담은 형색이 지극히 묘하나 내 형색은 묘하지 못하며 사문 구담은 큰 위신(威神)이 있으나 내 위신은 작으며 사문 구담은 좋은 지혜가 있으나 나는 나쁜 지혜가 있다’는 그런 뜻에서가 아니다. 바사타여, 구사라의 왕 바사닉은 다만 법을 사랑하고 공경하며 지극히 존중하고 공양하며 받들어 섬기기 때문에, 나에게 뜻을 낮추어 사랑하고 공경하며 지극히 존중하고 나를 공양하며 받들어 섬기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바사타여, 언젠가 이 세상은 다 무너졌었다. 이 세상이 무너졌을 때 거기 있던 중생들은 황욱천(晃昱天)에 태어났다. 그들은 그 하늘에서 묘한 빛깔[色]을 생각대로 만들어 일체의 지절(支節)과 모든 근(根)을 구족하며 기쁨을 음식으로 삼고 스스로 몸에 광명이 있어 허공에 올라 깨끗한 빛깔이 오래 머물렀다. 바사타여, 언젠가 이 대지에 물이 가득 차고 그 큰 물 위를 바람이 불어 흔들었다. 그러면 맺히고 얽혀 정(精)이 되어 한데 모여 화합하였으니, 마치 지팡이로 젖을 저으면 숙락(熟酪:醍醐)이 맺히고 얽혀 정(精)이 되어 한데 모여 화합하는 것과 같았다. 이와 같이 바사타여, 언젠가 이 땅에 물이 가득 찼었고 그 큰 물 위를 바람이 불어 흔들었다. 그러면 맺히고 얽혀 정이 되어 한데 모여 화합하였고 여기서 빛깔과 향기로운 맛이 있는 지미(地味:대지의 精分)가 생겼다. 어떤 빛깔인가? 마치 생소(生酥)나 숙소(熟酥) 빛깔과 같다. 어떤 맛인가? 밀환(蜜丸)의 맛과 같다.

바사타여, 어느 땐가 이 세상이 다시 이루어졌을 때 황욱천에 태어났다가 거기서 목숨[壽]이 다하고 업(業)이 다하고 복(福)이 다하고 명(命)이 다한 중생이 있으면 그들은 이 세상에 태어나 사람이 되었다. 그들은 이 세간에 태어난 뒤에 묘한 빛깔을 생각대로 만들어 일체의 지절과 모든 근을 구족하였으며 기쁨을 음식으로 삼고, 스스로의 몸에 광명이 있어 허공에 올라 깨끗한 빛이 오래 머물렀다.
바사타여, 그 때 세상에는 해도 달도 없고 또한 별도 없었으며 낮도 밤도 없고 한 달도 보름도 없었으며 계절도 없고 햇수도 없었다. 바사타여, 그 때에는 아비도 없고 어미도 없었으며 남자도 없고 여자도 없었으며 또 양반도 없고 노비들도 없이 다 같은 중생일 뿐이었다. 그 때 청렴하지 못하고 탐욕스런 어떤 중생이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어떤 것이 지미인가? 나는 차라리 손가락으로 그 지미를 찍어 맛보리라.’
그리고 그 중생은 곧 손가락으로 지미를 찍어 맛보았다. 이렇게 하여 그 중생은 지미를 알고 나서는 다시 더 먹기를 바랐다.

그 때 중생은 다시 이렇게 생각했다.
‘나는 왜 손가락으로 이 지미를 맛보느라고 스스로 괴로워하는가? 나는 이제 손으로 이 지미를 집어먹으리라.’
그 중생은 곧 손으로 이 지미를 집어먹었다. 그 중생들 가운데 다시 다른 중생들은 이 중생이 손으로 지미를 집어먹는 것을 보고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것은 참으로 좋구나. 이것은 실로 유쾌하구나. 우리도 손으로 이 지미를 집어먹으리라.’
그 때 그 중생들은 곧 손으로 이 지미를 집어먹었다. 그 중생들은 손으로 이 지미를 집어먹기를 되풀이한 뒤에 몸이 점점 뚱뚱해지고, 점점 무거워지며 점점 단단해졌다. 그래서 그들이 본래 가졌던 청정한 빛깔은 곧 없어지고 저절로 어둠이 생겼다.
바사타여, 세간의 법이 자연 여기서 생겼으니, 만일 어둠이 생기면 반드시 해와 달이 생기고, 해와 달이 생긴 뒤에는 곧 별이 생기며, 별이 생긴 뒤에는 곧 낮과 밤이 이루어지고, 낮과 밤이 이루어진 뒤에는 곧 한 달과 보름이 있으며, 계절과 햇수가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들은 지미를 맛보며 오랫동안 세상에서 살았다.

바사타여, 만일 어떤 중생이 지미를 너무 많이 먹으면 그는 곧 나쁜 빛깔을 띠었고 지미를 조금 먹으면 그는 곧 묘한 빛깔을 띠었다. 이로부터 빛깔에 낫고 못함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빛깔의 낫고 못함으로 인하여 중생과 중생들은 서로 업신여기면서 말하였다.
‘내 빛깔은 훌륭하고 네 빛깔은 못하다.’
빛깔의 낫고 못함으로 인하여 업신여김과 나쁜 법이 생겼기 때문에 지미는 곧 없어지고 말았다. 지미가 없어지자 그 중생들은 모두 모여 못내 슬퍼하고 울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어찌할꼬? 지미여, 어찌할꼬? 지미여.’
마치 요즘 사람들이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그 본래의 이름을 말하지도 않고 비록 받아먹더라도 그 이유를 알지 못하는 것과 같나니, 이 말의 뜻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바사타여, 지미가 없어진 뒤에 그 중생들에게는 빛깔과 향기로운 맛이 있는 지비(地肥:地餠)가 생겼다. 어떤 빛깔인가? 마치 생소나 숙소 빛깔과 같다. 어떤 맛인가? 밀환 맛과 같다. 그들은 이 지비를 먹으면서 오랫동안 이 세상에서 살았다.

바사타여, 만일 어떤 중생이 이 지비를 많이 먹으면 그는 곧 나쁜 빛깔을 띠었고 이 지비를 적게 먹으면 그는 곧 묘한 빛깔을 띠었다. 이로부터 빛깔에 낫고 못함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빛깔의 낫고 못함으로 인하여 중생과 중생들은 서로 업신여기면서 말하였다.
‘내 빛깔은 훌륭하고 네 빛깔은 못하다.’
그리고 빛깔의 낫고 못함으로 인하여 업신여김과 나쁜 법이 생겼기 때문에 지비는 곧 없어지고 말았다. 지비가 없어지자 그 중생들은 모두 모여 못내 슬퍼하고 울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어찌할꼬? 지비여, 어찌할꼬? 지비여.’
마치 요즘 사람들이 남에게 꾸지람을 당할 때 본래의 이름도 말하지 않고 비록 책망을 받으면서도 그 뜻을 알지 못하는 것과 같아서 이 말의 뜻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바사타여, 지비가 없어진 뒤에 그 중생들에게는 빛깔과 향기로운 맛이 있는 바라(婆羅)가 생겼다. 어떤 빛깔인가? 마치 우담바라꽃[曇華]의 빛깔과 같다. 어떤 맛인가? 진 밀환[淖蜜丸]과 같다. 그들은 이 바라(婆羅)를 먹으면서 오랫동안 세상에 살았다.

바사타여, 만일 중생이 바라를 많이 먹으면 그는 곧 나쁜 빛깔을 띠었고 이 바라를 적게 먹으면 그는 곧 묘한 빛깔을 띠었다. 이로부터 빛깔에 낫고 못함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고 빛깔의 낫고 못함이 있음으로 말미암아 중생과 중생들은 서로 업신여기면서 말하였다.
‘내 빛깔은 훌륭하고 네 빛깔은 못하다.’
빛깔의 낫고 못함으로 말미암아 업신여김과 나쁜 법이 생겼기 때문에 바라는 곧 없어지고 말았다. 바라가 없어지자 그 중생들은 모두 모여 못내 슬퍼하고 울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어찌할꼬?바라여, 어찌할꼬? 바라여.’
마치 요즘 사람들이 괴로운 법에 부딪쳤을 때 본래 이름을 말하지도 않고 비록 괴로움을 받더라도 그 뜻을 알지 못하는 것과 같아서 이 말의 뜻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바사타여, 바라가 없어진 뒤에 그 중생들에게는 자연 멥쌀[粳米]이 생겼는데 희고 깨끗하고 껍질이 없으며 또한 속껍질도 없고 길이는 네 마디[寸] 정도였다. 아침에 베면 저녁에 나고 저녁에 베면 아침에 났으며 무르익으면 짭짤한 맛이 나고 풋기가 없었다. 중생들은 자연 멥쌀을 먹었고 그 중생들이 이 자연 멥쌀을 먹은 뒤에 곧 중생들에게 몇 가지 형상이 생겼으니 혹 어떤 중생은 남자의 형상이 되고 혹 어떤 중생은 여자의 형상이 되었다. 만일 그 중생들이 남자와 여자의 형상이 되면 그들은 서로 보고 ‘나쁜 중생이 생겼다’라고 그렇게 말하였다.

바사타여, 나쁜 중생이 생겼다는 것은 곧 부인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 중생들이 남자의 형상과 여자의 형상이 되자 그 중생들은 곧 서로 엿보았고 서로 엿본 뒤에는 곧 눈으로 서로를 보았으며 눈으로 서로 본 뒤에는 곧 서로 친해졌고 서로 친해진 뒤에는 곧 번열(煩熱)이 생겼으며 번열이 생긴 뒤에는 곧 서로 애착하였고 서로 애착한 뒤에는 곧 음욕을 행하였다. 그리고 만일 다른 중생이 음욕을 행하는 것을 보면 곧 나무나 돌이나 혹은 몽둥이나 흙덩이로 때리면서 ‘아, 더럽고 나쁜 중생들이 법답지 않은 짓을 하는구나’라고 말하였다. 어떻게 중생들이 서로 이런 말을 하였는가? 마치 요즘 사람들이 신부를 맞이할 때 복꽃[襆華]을 뿌리거나 혹은 꽃다발[華鬘]을 드리우고 ‘신부여, 안온하시오. 신부여, 안온하시오’라고 이와 같이 말하는 것과 같았다. 본래는 미워하던 것이었지만 지금은 사랑하는 것이다.
바사타여, 혹 어떤 중생은 깨끗하지 못한 법을 미워하여 증오하고 수치스러워하며 부끄럽다는 생각을 품고는 그는 곧 하루나 이틀 나아가 엿새나 이레,보름, 한 달, 내지 일 년 동안 대중을 떠났다. 바사타여, 혹 어떤 중생은 이 깨끗하지 못한 짓을 행하려고 곧 집을 짓고는 ‘이 속에서 나쁜 짓을 하자. 이 속에서 나쁜 짓을 하자’고 이렇게 말하였다. 바사타여, 이것을 세상에 집[家]이 세워지게 된 법의 첫 번째 인연이라 한다. 이는 옛날의 제일의 지혜로서 법다워서 법답지 않음이 아니며 법답기에 사람들이 귀하게 여기는 것이다.

그 중에 어떤 게으른 중생은 곧 ‘나는 왜 날마다 자연 멥쌀을 거둬야 하는가? 차라리 내일 하루 먹을 분량을 한꺼번에 거두는 것이 어떨까?’라고 이와 같이 생각하였다. 그리고 그는 곧 하루 먹을 쌀을 더 거두었다. 그 때 어떤 중생이 그 중생에게 말하였다.
‘중생아, 나와라. 쌀을 거두러 함께 가자.’
그는 곧 대답했다.
‘나는 이미 이틀 치를 한꺼번에 거두었으니, 그대나 거두러 가게.’
그 중생은 이 말을 듣고 곧 이렇게 생각했다.
‘그것은 참으로 잘한 일이다. 그것은 참으로 유쾌한 일이다. 그러면 나도 이제 차라리 내일 먹을 쌀까지 한꺼번에 거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는 곧 내일 먹을 쌀까지 한꺼번에 거둬가지고 왔다.

다시 어떤 중생이 그 중생에게 말했다.
‘중생아, 나와라. 쌀을 거두러 함께 가자.’
그는 곧 대답했다.
‘나는 이미 내일 먹을 쌀까지 한꺼번에 거두었으니 그대나 거두러 가게.’
그 중생은 이 말을 듣고 이렇게 생각했다.
‘그것은 참으로 잘한 일이다. 그것은 참으로 유쾌한 일이다. 그러면 나는 이제 차라리 여러 날 먹을 쌀을 한꺼번에 거두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 중생은 곧 이레 동안 먹을 쌀을 한꺼번에 거둬 가지고 왔다. 그 중생이 그처럼 자연 멥쌀을 많이 거둬 쌓아 두자, 그 이레치 멥쌀에서는 곧 껍질이 생겼고 벤 지 이레가 지나도 역시 껍질이 생겼으며 벤 자리에서 다시는 쌀이 나지 않았다.

그러자 그 중생들은 곧 모두 모여 몹시 슬피 울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는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내었으니 곧 우리는 쌀을 묵혀 쌓아 두었다. 왜냐 하면 우리는 본래 묘한 빛깔을 생각대로 만들어 일체의 지절과 모든 근(根)을 구족하였으며 기쁨으로 음식을 삼고 스스로의 몸에 광명이 있어 허공에 올라 깨끗한 빛이 오래 머물렀었다. 그 때 우리에게 지미(地味)가 생겨 빛깔과 향기로운 맛이 있었으니 어떤 빛깔이던가? 마치 생소(生酥)나 숙소(熟酥) 빛깔과 같았다. 어떤 맛이던가? 마치 밀환(蜜丸) 맛과 같았다. 우리들은 지미를 먹으면서 세상에서 오랫동안 살았다. 우리는 지미를 많이 먹으면 곧 나쁜 빛깔이 생겼고 지미를 적게 먹으면 곧 묘한 빛깔을 띠었다. 이로부터 빛깔에 낫고 못함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빛깔의 낫고 못함이 있음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각각 서로 업신여기면서 〈내 빛깔은 훌륭한데 네 빛깔은 그만 못하다〉라고 말하였다. 그리고 빛깔의 낫고 못함으로 말미암아 업신여김과 나쁜 법이 생겨났기 때문에 지미는 곧 없어지고 말았다.

지미가 없어진 뒤로 우리에게는 지비(地肥)가 생겨났는데 빛깔과 향기로운 맛이 있었다. 어떤 빛깔이던가? 마치 생소나 숙소 빛깔과 같았다. 어떤 맛이던가? 밀환 맛과 같았다. 우리는 지비를 먹으면서 세상에서 오랫동안 살았다. 그런데 우리가 지비를 많이 먹으면 곧 나쁜 빛깔이 생겼고 지비를 적게 먹으면 곧 묘한 빛깔을 띠었다. 이로부터 빛깔에 낫고 못함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빛깔의 낫고 못함이 있음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각각 서로 업신여기면서 〈내 빛깔은 훌륭한데 네 빛깔은 그만 못하다〉고 말하였다. 빛깔의 낫고 못함으로 말미암아 업신여김과 나쁜 법이 생겨났기 때문에 지비는 곧 없어지고 말았다.

지비가 없어진 뒤로 우리에게는 바라(婆羅)가 생겼는데 빛깔과 향기로운 맛이 있었다. 어떤 빛깔이던가? 마치 우담바라꽃의 빛깔과 같았다. 어떤 맛이던가? 마치 진 밀환[淖蜜丸]과 같았다. 우리는 바라를 먹으면서 세상에서 오랫동안 살았다. 우리가 바라를 많이 먹으면 곧 나쁜 빛깔이 생겼고 바라를 적게 먹으면 곧 묘한 빛깔을 띠었다. 이로부터 빛깔에 낫고 못함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빛깔의 낫고 못함이 있음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각각 서로 업신여기면서 〈내 빛깔은 훌륭한데 네 빛깔은 그만 못하다〉라고 말하였다. 빛깔의 낫고 못함으로 말미암아 업신여김과 나쁜 법이 생겨났기 때문에 바라는 곧 없어지고 말았다.
바라가 없어진 뒤로 우리에게는 자연 멥쌀이 생겼다. 희고 깨끗하여 껍질도 없고 또한 속껍질도 없으며 길이는 네 마디 정도였다. 아침에 베면 저녁에 나고 저녁에 베면 아침에 나며 무르익으면 짭짤한 맛이 나고 풋기가 없었다. 우리는 그 자연 멥쌀을 먹었는데 이렇게 우리가 그 자연 멥쌀을 많이 거두어 쌓아두자 그렇게 묵은 멥쌀에는 곧 껍질이 생기고 벤 지 이레가 지나도 또한 껍질이 생겼으며 벤 자리에서 다시는 쌀이 나지 않는다. 그러니 우리는 차라리 밭을 만들고 푯말을 세우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이에 그 중생들은 밭을 만들고 푯말을 세웠다. 그 중에 어떤 중생은 자기 밭에 곡식이 있는데도 남의 밭에 들어가 남의 곡식을 훔쳤다. 그 주인은 그것을 보고 곧 이렇게 말하였다.
‘아아, 더럽고 나쁜 중생이여, 어떻게 이런 짓을 하는가? 네 곡식을 가지고 있으면서 남의 밭에 들어와 남의 곡식을 훔치는구나. 너는 이번에는 가도 좋다. 그러나 이후에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말라.’
그러나 그 중생은 다시 두 번 세 번 남의 곡식을 훔쳤다. 그 주인도 또한 두 번 세 번이나 그것을 보게 되자 곧 주먹으로 때리고 대중이 있는 곳으로 끌고 가서 대중에게 말하였다.
‘이 중생은 자기도 곡식을 가지고 있으면서 내 밭에 들어와 내 곡식을 훔쳤다.’
그러자 그 중생도 또한 대중에게 말하였다.
‘이 중생은 주먹으로 나를 때리고 대중이 있는 곳으로 끌고 왔다.’

이에 그 여러 중생들은 모두 한데 모여 못내 슬피 울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는 악하고 착하지 못한 법을 내었으니 이른바 밭을 지킨다는 것이다. 무슨 까닭인가? 밭을 지키기 때문에 서로 다투며 잃음이 있고 다함이 있으며 서로 할 말이 있고 주먹으로 서로 때리는 일이 있다. 우리는 차라리 이 대중 가운데서 형색이 단정하고 지극히 묘하여 가장 제일가는 한 사람을 천거하여 밭주인으로 세우자. 그래서 만일 꾸짖을 만한 사람이 있으면 그를 시켜 꾸짖게 하고 만일 물리칠 만한 사람이 있으면 그를 시켜 물리치게 하자. 그리고 우리가 얻은 벼곡식을 법답게 실어다가 그에게 주자.’
이에 대중들은 그 대중 가운데서 형색이 단정하고 묘하여 가장 제일가는 사람을 천거하여 밭주인으로 삼고, 만일 꾸짖을 만한 사람이 있으면 그를 시켜 꾸짖게 하고, 만일 물리칠 만한 사람이 있으면 그를 시켜 물리치게 하였다. 그리고 그들이 얻은 곡식을 법답게 실어다가 그 밭주인에게 주었으니 이것이 밭주인이요, 이 밭주인을 찰리(刹利)라고 한다. 그는 법답게 중생을 즐겁게 하고 중생을 수호하여 계를 행하게 하였으니 이것이 왕이요, 이 왕을 왕이라 하였다.
바사타여, 이것을 세상에 찰리 종족이 있게 된 첫 번째 인연이라 한다. 이는 옛날의 제일의 지혜로서 법다워서 법에 맞지 않음이 없으며 법답기에 사람들이 귀하게 여긴다.

그 때 특별한 중생들은 지킴[守]을 병(病)이라 하고 지킴을 종기[癰]라 하며 지킴을 화살이나 가시로 여겨 곧 지킴을 버리고 일 없이 한가한 곳에 풀집을 짓고 선(禪)을 배웠다. 그들은 일 없이 한가한 곳에서 아침마다 이른 아침에 촌ㆍ읍이나 왕성으로 들어가 밥을 빌었다. 많은 중생들은 그를 보고는 곧 밥을 주고, 공경하고 존중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이 특별한 중생들은 지킴을 병이라 하고 지킴을 종기라 하며 지킴을 화살이나 가시라 하여 곧 지킴을 버리고 일 없는 곳에 풀집을 짓고 선을 배운다. 이 귀한 사람들은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버리나니 이것이 범지요, 이 범지를 범지라 하자.’

그 중생들은 선을 배우다가 선을 얻지 못하고 고행(苦行)을 배우다가 고행을 얻지 못하며 멀리 여읨을 배우다가 멀리 여읨을 얻지 못하고 일심(一心)을 배우다가 일심을 얻지 못하며 정진(精進)을 배우다가 정진을 얻지 못하자 그만 일 없이 한가한 곳을 버리고 촌ㆍ읍이나 왕성으로 돌아와 네 기둥의 집을 짓고 경서(經書)를 만들었다. 그 많은 사람들은 이런 모습을 보고 다시는 보시하지 않았고 공경하거나 존중하지도 않으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이 특별한 중생들은 이전에는 지킴을 병이라 하고 지킴을 종기라 하며 지킴을 화살이나 가시라 하여 곧 지킴을 버리고 일 없이 한가한 곳에 풀집을 짓고 선을 배웠다. 그러나 선을 배우다가 선을 얻지 못하고 고행을 공부하다가 고행을 얻지 못하며 멀리 여읨을 배우다가 멀리 여읨을 얻지 못하고 일심을 배우다가 일심을 얻지 못하며 정진을 배우다가 정진을 얻지 못하자 그만 일 없이 한가한 곳을 버리고 촌ㆍ읍이나 왕성으로 돌아와 네 기둥의 집을 짓고 경서를 만들었다. 이 귀한 사람들은 다시 널리 많이 들어 배우고 이렇게 널리 들으면서 다시는 선을 배우지 않나니 이렇게 널리 듣는 자들을 널리 들어 아는 사람이라 하자.’
바사타여, 이것을 이 세상에 범지 종족이 있게 된 첫 번째 인연이라 한다. 이는 옛날의 제일의 지혜로서 법다워서 법에 맞지 않음이 없고 법답기에 사람들이 귀하게 여기느니라.

이에 그 특별한 중생들은 각각 여러 곳으로 가서 농사를 지었다. 이렇게 각각 여러 곳으로 가서 농사를 지었으니 이렇게 각각 여러 곳으로 가서 농사를 짓는 사람을 비사(鞞舍)라 하였다. 바사타여, 이것을 세상에 비사 종족이 있게 된 첫 번째 인연이라 한다. 이는 옛날의 제일의 지혜로서 법다워서 법에 맞지 않음이 없으며 법답기에 사람들이 귀하게 여기느니라.

바사타여, 이 세상에 이 세 종성(種姓)이 일어난 뒤에는 곧 제4의 사문종(沙門種)이 있게 됨을 안다. 어떤 것이 이 세상에 세 종성이 일어난 뒤에 곧 제4의 사문이 있게 됨을 아는 것인가? 찰리 종족의 족성의 아들은 능히 스스로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꾸짖고 스스로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싫어하고 미워하여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면서 ‘나는 사문이 되어 범행(梵行)을 행하리라’고 이렇게 생각한다. 그는 곧 사문이 되어 범행을 행한다. 이와 같이 범지 종족이나 비사 종족의 족성의 아들들도 또한 스스로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꾸짖고 스스로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싫어하고 미워하여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면서 ‘나는 사문이 되어 범행을 하리라’고 이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그는 곧 사문이 되어 범행을 행한다. 바사타여, 이와 같이 세상에는 이 세 종성이 일어난 뒤에 곧 제4의 사문종이 있게 됨을 아느니라.

바사타여, 나는 이제 이 세 종성에 대해 자세히 말하리라. 어떻게 널리 이 세 종성이 있는가? 찰리 종족의 족성의 아들이 몸으로 착하지 않은 법을 행하고 입과 뜻으로 착하지 않은 법을 행하면 그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한결같이 괴로움을 받는다. 이와 같이 범지 종족ㆍ비사 종족의 족성의 아들들도 몸으로 착하지 않은 법을 행하고 입과 뜻으로 착하지 않은 법을 행하면 그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한결같이 괴로움을 받는다.
바사타여, 찰리 종족의 족성의 아들이 몸으로 착한 법을 행하고 입과 뜻으로 착한 법을 행하면 그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한결같이 즐거움을 받는다. 이와 같이 범지 종족ㆍ비사 종족의 족성의 아들들도 몸으로 착한 법을 행하고 입과 뜻으로 착한 법을 행하면 그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한결같이 즐거움을 받는다.
바사타여, 찰리 종족의 족성의 아들이 몸으로 두 가지 행과 호행(護行)을 행하고 입과 뜻으로 두 가지 행과 호행을 행하면 그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괴로움과 즐거움을 받는다. 이와 같이 범지 종족ㆍ비사 종족의 족성의 아들들도 몸으로 두 가지 행과 호행을 행하고 입과 뜻으로 두 가지 행과 호행을 행하면 그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괴로움과 즐거움을 받느니라.

바사타여, 찰리 종족의 족성의 아들이 7각법(覺法)2)을 닦아 잘 생각하고 잘 관찰하면 그는 이와 같이 알고 이와 같이 보아 욕루(欲漏)에서 심해탈(心解脫)하고 유루(有漏)와 무명루(無明漏)에서 심해탈하며 해탈한 뒤에는 곧 해탈한 줄을 알아 생이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서며 해야 할 일은 이미 마쳐 다시는 후세의 목숨을 받지 않음을 사실 그대로 안다. 이와 같이 범지 종족ㆍ비사 종족의 족성의 아들들도 7각법을 닦아 잘 생각하고 잘 관찰하면 그는 이와 같이 알고 이와 같이 보아 욕루에서 심해탈하고 유루ㆍ무명루에서 심해탈하며 해탈한 뒤에는 곧 해탈한 줄을 알아 생이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서고, 해야 할 일은 이미 마쳐 다시는 후세의 목숨을 받지 않음을 사실 그대로 안다. 바사타여, 이와 같이 이 세 종족을 널리 설명하였느니라.”

범천제주(梵天帝主)가 게송으로 말하였다.

찰리로 이족존(二足尊)이신 분
종족의 성이 있다고 말하며
밝음과 행을 배워 구하니
그는 하늘과 사람의 칭찬을 받네.

“바사타여, 범천제주는 이 게송을 잘 말하였으니 잘하지 않은 것이 아니요, 잘 노래하고 외웠으니 잘하지 않은 것이 아니며 잘 읊어 말하였으니 잘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그는 이렇게 말하였다.”

찰리로 이족존이신 분
종족의 성이 있다고 말하며
밝음과 행을 배워 구하니
그는 하늘과 사람의 칭찬을 받네.

“무슨 까닭인가? 나도 또한 그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찰리로 이족존이신 분
종족의 성이 있다고 말하며
밝음과 행을 배워 구하니
그는 하늘과 사람의 칭찬을 받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존자 바사타와 바라바 및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이 바라바당경에 수록된 경문의 글자 수는 총 5,068자이다.

155) 수달다경(須達哆經)3) 제14제4 분별송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을 유행하실 적에 승림급고독원(勝林給孤獨園)에 계셨다.

그 때 수달다(須達哆) 거사는 부처님 처소로 나아가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세존께서 물으셨다.
“거사의 집에서는 혹 보시를 행하는가?”

수달다 거사가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 집에서는 보시를 행합니다. 다만 좋은 것이 없어 거친 것밖에 할 수 없으니 곧 겨밥에 참깨국과 새앙나물 한 줌뿐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거사여, 거친 음식을 보시하거나 오묘한 음식을 보시하거나 다 같이 과보를 받느니라. 거사여, 만일 거친 보시를 행하되 믿고서 보시하지 않고 일부러 보시하지 않으며 손수 보시하지 않고 스스로 가서 보시하지 않으며 생각하면서 보시하지 않고 믿음으로 말미암아 보시하지 않으며 업(業)의 과보(果報)를 관찰하여 보시하지 않으면 마땅히 이러한 과보를 받는다고 관찰하라. 곧 마음으로 좋은 집을 얻으려 하지 않고 좋은 수레를 얻으려 하지 않으며 좋은 옷을 얻으려 하지 않고 좋은 음식을 얻으려 하지 않으며 좋은 5욕(欲)의 공덕을 얻으려 하지 않은 것이다. 무슨 까닭인가? 지극하지 않은 마음으로 보시를 행하였기 때문이니 거사여, 마땅히 이와 같은 과보를 받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거사여, 만일 거친 보시를 행하되 믿고서 보시하고 일부러 보시하며 손수 보시하고 스스로 가서 보시하며 생각하면서 보시하고 믿음으로 말미암아 보시하며 업의 과보를 관찰하여 보시하면 마땅히 이러한 과보를 받는다고 관찰하라. 곧 마음으로 좋은 집을 얻으려 하고 좋은 수레를 얻으려 하며 좋은 옷을 얻으려 하고 좋은 음식을 얻으려 하며 좋은 5욕의 공덕을 얻으려 하는 것이다. 무슨 까닭인가? 지극한 마음으로 보시를 행하였기 때문이니 거사여, 마땅히 이와 같은 과보를 받는다는 것을 알아야 하느니라.

거사여, 만일 묘한 보시를 행하되 믿고서 보시하지 않고 일부러 보시하지 않으며 손수 보시하지 않고 스스로 가서 보시하지 않으며 생각하면서 보시하지 않고 믿음으로 말미암아 보시하지 않으며 업의 과보를 관찰하고 보시하지 않으면 마땅히 이와 같은 과보를 받는다고 관찰하라. 곧 마음으로 좋은 집을 얻으려 하지 않고 좋은 수레를 얻으려 하지 않으며 좋은 옷을 얻으려 하지 않고 좋은 음식을 얻으려 하지 않으며 좋은 5욕의 공덕을 얻으려 하지 않은 것이다. 무슨 까닭인가? 지극하지 않은 마음으로 보시를 행하였기 때문이니 거사여, 마땅히 이와 같은 과보를 받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거사여, 만일 묘한 보시를 행하되 믿고서 보시하고 일부러 보시하며 손수 보시하고 스스로 가서 보시하며 생각하면서 보시하고 업의 과보를 관찰하여 보시하면 마땅히 이러한 과보를 받는다고 관찰하라. 곧 마음으로 좋은 집을 얻으려 하고 좋은 수레를 얻으려 하며 좋은 옷을 얻으려 하고 좋은 음식을 얻으려 하며 좋은 5욕의 공덕을 얻으려 하는 것이다. 무슨 까닭인가? 지극한 마음으로 보시를 행하였기 때문이니 거사여, 마땅히 이와 같은 과보를 받는다는 것을 알아야 하느니라.

거사여, 옛날 과거 세상에 범지로서 수람(隨藍)이라 이름하는 큰 장자가 있었느니라. 재산은 한량없고 봉호(封戶)와 식읍(食邑)과 온갖 보배가 많았으며 목축(牧畜)과 산업도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그는 보시를 행하였는데 그 모양은 이러하였다. 곧 8만 4천의 금발우에 은(銀)가루를 가득 담아 이러한 큰 보시를 행하고, 8만 4천의 은발우에 금가루를 가득 담아 이러한 큰 보시를 행하며, 8만 4천의 금발우에 금가루를 가득 담아 이러한 큰 보시를 행하고, 8만 4천의 은발우에 은가루를 가득 담아 이러한 큰 보시를 행하며, 8만 4천의 코끼리를 장엄하고 장식하며 백낙(白絡)으로 그 위를 덮어 이러한 큰 보시를 행하고, 8만 4천의 말을 장엄하고 장식하며 백낙과 합금 따위의 비나(霏那:福德行)를 얹어 이러한 큰 보시를 행하며, 젖을 짜면 모두 한 섬의 젖을 얻을 수 있는 8만 4천의 소에 옷을 짜 입혀[衣繩衣覆] 이러한 큰 보시를 행하고, 모습이 단정하여 보는 사람마다 다 기뻐하는 8만 4천의 여자를 여러 가지 보배와 영락으로 완벽하게 장식하여 이러한 큰 보시를 행하였으니, 그 밖의 음식물이야 더 말할 필요가 있겠느냐?

거사여, 범지 수람(隨藍)이 이러한 큰 보시를 행하였더라도 만일 다시 어떤 이가 염부장(閻浮場:閻浮洲道場)에 가득한 범부들에게 밥을 보시한다면 이것은 저 보시보다 더 훌륭한 것이다. 거사여, 만일 범지 수람이 이러한 큰 보시를 행하고 또 염부장에 가득 찬 범부들에게 밥을 보시하더라도 만일 다시 어떤 이가 한 수다원(須陀洹)에게 음식을 보시한다면 이것은 저 보시보다 더 훌륭한 것이다. 거사여, 만일 범지 수람이 이러한 큰 보시를 행하고 또 염부장에 가득 찬 범부들에게 음식을 보시하며 1백 수다원에게 밥을 보시하더라도 만일 다시 어떤 이가 한 사다함(斯陀含)에게 밥을 보시한다면 이것은 저 보시보다 더 훌륭한 것이다. 거사여, 만일 범지 수람이 이러한 큰 보시를 행하고 또 염부장에 가득 찬 범부들에게 음식을 보시하며 1백 수다원ㆍ1백 사다함에게 음식을 보시하더라도 만일 다시 어떤 이가 한 아나함(阿那含)에게 음식을 보시하면 이것은 저 보시보다 더 훌륭한 것이다. 거사여, 만일 범지 수람이 이러한 큰 보시를 행하고, 또 염부장에 가득 찬 범부들에게 음식을 보시하며 1백 수다원ㆍ1백 사다함ㆍ1백 아나함에게 음식을 보시하더라도 만일 다시 어떤 이가 한 아라하(阿羅訶)에게 음식을 보시한다면 이것은 저 보시보다 더 훌륭한 것이다.

거사여, 만일 범지 수람이 이러한 큰 보시를 행하고 또 염부장에 가득 찬 범부들에게 밥을 보시하며 1백 수다원ㆍ1백 사다함ㆍ1백 아나함ㆍ1백 아라하에게 음식을 보시하더라도 만약 다시 어떤 이가 한 벽지불(辟支佛)에게 음식을 보시한다면 이것은 저 보시보다 더 훌륭한 것이다.
거사여, 만일 범지 수람이 이러한 큰 보시를 행하고 또 염부장에 가득 찬 범부들에게 음식을 보시하며 1백 수다원ㆍ1백 사다함ㆍ1백 아나함ㆍ1백 아라하ㆍ1백 벽지불에게 음식을 보시하더라도 만일 다시 어떤 이가 한 여래ㆍ무소착ㆍ등정각에게 음식을 보시한다면 이것은 저 보시보다 더 훌륭한 것이다. 거사여, 만일 범지 수람이 이러한 큰 보시를 행하고 또 염부장에 가득 찬 범부들에게 밥을 보시하며 1백 수다원ㆍ1백 사다함ㆍ1백 아나함ㆍ1백 아라하ㆍ1백 벽지불에게 밥을 보시하더라도 만일 어떤 이가 방사를 지어 사방 비구들에게 보시하면 이것은 저 보시보다 가장 훌륭한 것이다.

거사여, 만일 범지 수람이 이러한 큰 보시를 행하고 또 염부장에 가득 찬 범부들에게 음식을 보시하며 1백 수다원ㆍ1백 사다함ㆍ1백 아나함ㆍ1백 아라하ㆍ1백 벽지불에게 음식을 보시하고 방사를 지어 사방 비구들에게 보시하더라도 만일 다시 어떤 이가 기뻐하는 마음으로 부처님과 법과 비구스님 등 3보에 귀명(歸命)하고 또 계를 받는다면 이것은 저 보시보다 더 훌륭한 것이다. 거사여, 만일 범지 수람이 이러한 큰 보시를 행하고 또 염부장에 가득 찬 범부들에게 음식을 보시하며 1백 수다원ㆍ1백 사다함ㆍ1백 아나함ㆍ1백 아라하ㆍ1백 벽지불에게 밥을 보시하고, 방사를 지어 사방 비구들에게 보시하며, 기뻐하는 마음으로 부처님과 법과 비구스님 등 3보에 귀명하고, 또 계를 받더라도, 만일 어떤 이가 일체 중생을 위하여, 소젖을 짜는 동안만큼의 짧은 시간이라도 사랑하는 마음을 행한다면 이것은 저 보시보다 더 훌륭한 것이다.

거사여, 만일 범지 수람이 이러한 큰 보시를 행하고 또 염부장에 가득 찬 범부들에게 밥을 보시하며 1백 수다원ㆍ1백 사다함ㆍ1백 아나함ㆍ1백 아라하ㆍ1백 벽지불에게 밥을 보시하고 방사를 지어 사방 비구스님에게 보시하며 기뻐하는 마음으로 부처님과 법과 비구 스님 등 3보에 귀명하고 또 계를 받으며 일체 중생을 위하여 소젖을 짜는 동안만큼의 짧은 시간이라도 사랑하는 마음을 행하더라도 만일 어떤 이가 능히 일체 모든 법은 무상하고 괴로운 것이며 공하고 신(神)이 아니라고4) 관찰한다면 이것은 저 보시보다 더 훌륭한 것이니라.

거사의 생각은 어떠하냐? 옛날의 범지로서 큰 장자인 수람이 다른 사람이라 생각하느냐?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 왜냐 하면 그는 바로 지금의 나인 줄 알아야 한다. 나는 옛날 범지로서 큰 장자였으며 이름을 수람이라 하였다. 거사여, 나는 그 때 내 자신도 요익하게 하였고 남도 요익하게 하였으며, 또 많은 사람을 요익하게 하였다. 세상을 가엾게 여겼으며 하늘을 위하고 사람을 위하여 이치와 요익을 구하고 안온과 쾌락을 구하였다. 그 때에는 법을 연설하였으나 최후의 경지[究竟]에 이르지 못하였고 희고 깨끗한 법에 대하여 최후의 경지에까지 이르지 못하였으며 범행에 대하여 최후의 경지에까지 이르지 못하였고 범행에 대하여 최후의 경지에까지 이르러 마치지 못하였다. 그 때에는 생ㆍ노ㆍ병ㆍ사와 울음ㆍ근심ㆍ슬픔을 여의지 못하였고 또한 일체의 괴로움을 벗어나지 못하였다.

거사여, 나는 이제 세상에 나와 여래ㆍ무소착ㆍ등정각ㆍ명행성위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도법어ㆍ천인사ㆍ불중우라고 불린다. 나는 이제는 내 자신도 요익하게 하고 남도 요익하게 하며 또한 많은 사람을 요익하게 한다. 세상을 가엾게 여기며 하늘을 위하고 사람을 위하여 이치와 요익을 구하고 안온과 쾌락을 구한다. 나는 이제 법을 연설하여 최후의 경지[究竟]에 이르게 되었고 희고 깨끗한 법의 최후의 경지에 이르렀으며 범행의 최후의 경지에 이르렀고 범행의 최후의 경지에 이르러 마쳤다. 나는 이제 이미 생ㆍ노ㆍ병ㆍ사와 울음ㆍ근심ㆍ슬픔을 여의었고 나는 이제 이미 일체의 괴로움을 벗어났느니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수달다 거사와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이 수달다경에 수록된 경문 글자 수는 1,589자이다.

156) 범파라연경(梵波羅延經) 제15제4 분별송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을 유행하실 적에 승림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구사라국(拘娑羅國)의 많은 범지들은 오후에 천천히 거닐어 부처님 계신 곳에 나아가 문안드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여쭙고 싶은 것이 있는데 제가 여쭙는 것을 허락하시겠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들 마음대로 물으라.”

여러 범지들은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혹 지금도 옛날 범지법을 배우는 범지가 있습니까? 아니면 옛날 범지법에서 벗어났습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지금은 옛날 범지법을 배우는 범지가 없고 범지들은 오래 전부터 이미 옛날의 범지법을 벗어났느니라.”

그 때 여러 범지들이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왜 지금은 옛날의 범지법을 배우는 범지가 없으며 모든 범지들이 옛날의 범지법을 벗어난 지는 얼마나 오래되었습니까?”

그 때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이른바 옛날 범지들
제 자신을 다스리고 열심히 행하여
저 5욕의 공덕을 버리고
청정한 범행 행하였네.

깨끗한 행과 계행을 행하고
부드럽고 온순한 성품 이루어
용서하고 이해하며 해칠 마음 없애고
욕됨을 참고 그 뜻을 지켰네.

옛날에는 이런 법 있어
범지들은 이런 것 보호하지 않았으니
그들이 가졌던 재물과 곡식
범지들 이런 것 지키지 않고
외워 익히는 것을 재물과 곡식 삼아
범지들은 이것을 지키고 간직했네.

갖가지 색깔과 옷과
집과 평상, 와구를 갖춘
풍성한 성과 모든 나라들
범지에게 배우기 이와 같았네.

이 범지 남을 해칠 마음이 없고
모든 법을 잘 지키고 보호하기에
남의 집에 이르더라도
아무도 그를 제어하는 이 없었고
문을 열고 밥을 빌 때에도
밥 때를 맞추어 찾아갔었네.

범지가 집에 머물러 있으면
보는 사람 모두 다 보시하고자 하였고
48년이 꽉 차는 동안
청정한 범행을 닦아 행했네.

명행성(明行成)을 찾아 구하는 것
이것이 옛날 범지의 행이었지.
그들은 남의 재물 도둑질하지 않고
또한 두려워하는 것도 없었네.

사랑과 사랑으로 서로 호응하며
서로 화합하고 어울렸지만
번뇌를 일으키지 않으려 했기에
음욕과 상응하는 것 싫어하였네.

지금의 모든 범지들은
능히 이렇게 행하지 못하지만
저들은 만일 어떤 제일행(第一行) 있다 하면
범지는 그것을 기어코 구했네.

저들은 어떠한 음욕의 법도
생시에도 꿈에도 행하지 않았으니
저들의 이러한 범행으로 인하여
나는 범(梵)이라고 스스로 일컬었네.

그들에게 이런 행 있는 줄 알았으면
슬기로운 사람은 꼭 그들을 알아야 하네.
평상은 허술하고 옷은 보잘것없으며
소(酥)와 우유 먹으며 목숨을 부지했고

남에게 비는 것은 모두 법대로 하여
재(齋)를 베풀고 보시까지 행했으며
재를 베풀 때도 남의 힘 빌지 않고
스스로 빈 것으로 충당하였네.

재를 베풀고 보시 행할 때에도
그는 소를 잡는 일이 없었으니
부모나 형제처럼 여기고
다른 친족처럼 친근히 했네.

사람이나 소나 마찬가지로
이로 인해 그들에게 즐거움 생겼나니
먹고 마심에 몸에선 힘이 솟고
그것을 타는 자는 안온하고 즐거웠네.

이러한 이치 있는 줄 알았으면
소를 죽이는 일 즐기지 말라.
부드럽고 연한 몸 지극히 크고
정색(精色)에 칭찬 따르리.

옛날 범지의 행.
은근히 스스로의 이익 구했으니
범지는 제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할 일과 안할 일을 터득하였네.

그는 장차 이 세상에 와서
반드시 이 세상을 제도하리니
저 달[月]이 이 달보다 뛰어나
그것보고 마음이 그에게 쏠리네.

한밤중 유희할 적엔
모든 부녀자들 장엄하게 꾸몄고
길(吉)한 소 그 앞을 둘러쌌는데
아름다운 부녀자들 지극히 단정했네.

인간의 미묘한 욕심
범지는 항상 소원하였네.
수레나 탈 것을 두루 갖추고
잘 만든 옷에 좋은 치장을.

살 집 장만하고 혼인하는 것
범지는 항상 소원하였네.
그들이 이런 결박 지음으로써
우리들이 저기에서 여기로 왔네.

풍성하고 흡족한 재물과 미곡(米穀)
그리고 그 밖에 남는 재물 있으시면
대왕이여 재와 보시 행하여
그 재물의 이익 잃지 마소서.

대왕은 여기에 호응하였고
범지와 대왕[車乘]5)은
상재(象齋)와 마재(馬齋)를 행하되
마재 때엔 문을 막지 않았네.

한데 모여 보시와 재를 행하고
그 재물은 범지에게 보시하였네.
그들은 이를 따라 이익을 얻고
사랑하고 즐거워하며 재물을 아꼈네.

그들은 그로써 욕심을 일으켜
갈수록 애착만 늘어났으니
마치 넓은 못의 물처럼
한량없는 재물을 탐했네.

이렇게 사람에겐 소들이 있어
살아가는 생활의 도구 삼았네.
그들이 이런 결박 지음으로써
우리들이 저기에서 여기로 왔네.

풍성하고 흡족한 재물과 미곡
또 당신께 소가 많다면
대왕이여 재를 행하고 보시 행하여
그 재물의 이익 잃지 마소서.

대왕은 여기에 호응하였고
범지와 대왕은
한량없는 백천 마리 소
재 행함으로 말미암아 죽였네.

머리의 뿔이 예쁘지 않건
소건 돼지건 그 땐 가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 쇠뿔을 잡고
날카로운 칼로 소를 죽였네.

울부짖는 소 아비에게 달려갔으니
그 나찰(羅刹) 이름은 향(香)이라 하네.
칼로 소를 찔러 죽일 때
그는 ‘법이 아니다’ 소리 질렀네.

이 법으로써 재를 행하니
그 큰 허물 코앞에 닥치리.
아무런 이유 없이 죽이는 것
근본에서 멀어지고 쇠퇴하는 법이네.

옛날에는 세 가지 병만 있었으니
욕망과 굶주림과 늙음
그러나 소를 미워한 까닭에
98종의 질병이 생겨났다네.

이와 같이 갈수록 다투게 되므로
지혜로운 사람이 미워하나니
만일 사람들이 이러한 것 본다면
어느 누가 미워하지 않으리.

이와 같은 이 세상의 행(行)
지혜도 없고 가장 하천하네.
제각기 욕심내고 미워하나니
마치 아내가 남편을 비방하듯

찰리와 범지의 딸들
그리고 타고난 성바지를 수호하려는 이들
만약 생(生)의 법을 범한다면
그것은 끝없는 욕심 때문이니라.

“이와 같이 범지여, 지금은 옛날의 범지법을 배우는 범지가 없고 범지들은 오래 전부터 이미 범지법에서 벗어났느니라.”

이에 구사라국의 많은 범지들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이미 알았습니다. 선서(善逝)시여, 저희들은 이미 이해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지금부터 부처님과 법과 비구 스님들께 귀의하겠습니다. 원컨대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우바새가 되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저는 오늘부터 이 몸이 다할 때까지 스스로 귀의하여 목숨이 다하는 그날까지 그렇게 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구사라국(拘娑羅國)의 많은 범지들과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주석
1 이 경의 이역본으로는 송(宋) 시대 시호(施護)가 한역한 『불설백의금당이바라문연기경(佛說白衣金幢二婆羅門緣起經)』이 있고 참고 경전으로는 『장아함경』 다섯 번째 소경인 소연경(小緣經)이 있다.
2 7각지(覺支)를 말함. 산스끄리트어로는 Sapta-bodhy-aga라 함. 깨달음을 얻기 위해 유용한 일곱 가지 사항이라는 뜻. 마음의 상태에 따라 존재를 관찰함에 있어서 깨달음에 도움이 되는 일곱 가지 항목. 첫째 택법각지(擇法覺支)로 가르침 가운데 진실된 것을 선택하고 거짓된 것을 버림. 둘째 정진각지(精進覺支)로 한마음으로 노력하는 것. 셋째 희각지(喜覺支)로 진실의 가르침을 실행하는 기쁨으로 삶. 넷째 경안각지(經安覺支)로 심신을 발랄하고 쾌적하게 함. 다섯째 사각지(捨覺支)로 대상으로의 속박을 버림. 여섯째 정각지(定覺支)로 마음을 집중하여 흔들리지 않음. 일곱째 염각지(念覺支)로 생각을 평탄하게 하는 것.
3 이 경의 이역 경전으로는 소제(蕭齊) 시대 구나비지(求那毗地)가 한역한 『불설수달경(佛說須達經)』과 송(宋) 시대 법천(法天)이 한역한 『불설장자시보경(佛說長者施報經)』과 실역(失譯) 『불설삼귀오계자심염리공덕경(佛說三歸五戒慈心厭離功德經)』이 있으며, 참고 경전으로는 『증일아함경』 제19권 「등취사제품(等趣四諦品)」의 세 번째 소경이 있다.
4 고려대장경 원문은 비신(非神)인데 팔리어로는 anatta이고 무아(無我) 혹은 비아(非我)로 한역되기도 한다.
5 팔리본에 의하면 거승(車乘)은 전차들의 주인[車乘之主] 즉 왕을 지칭하는 말이다.
6 고려대장경 원문에는 십천육백구(十千六百九)자로 되어 있는데 앞에 표시된 세 경전의 글자 수를 합해 보면 모두 7,616자이다. 그리하여 역자가 7,616자로 바꾸어 표기하였다.

중아함경 제40권

승가제바 한역

2. 범지품 ⑤
157) 황로원경(黃蘆園經)1) 제16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비란야(鞞蘭若)를 유행하실 적에 황로원(黃蘆園)에 계셨다.

그 때 비란야의 범지는 나이가 너무 많아 목숨을 마칠 때에 이르렀는데 그의 나이는 120세였다. 오후에 지팡이를 의지하고 천천히 걸어 부처님께 나아가 문안드리고 부처님 앞에서 지팡이에 의지한 채 서서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제가 들으니 사문 구담께서는 나이도 너무 젊고 출가하여 공부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건만 이름 있고 덕망 높은 사문 범지가 친히 오는데도 경례도 하지 않고 존중하지도 않으며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자리에 앉으라고 청하지도 않는다 합니다. 구담이시여, 그것은 아주 잘못된 일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범지여, 나는 애당초 하늘이나 악마ㆍ범(梵)ㆍ사문 범지 등 사람에서부터 하늘에 이르기까지 스스로 와서 여래로 하여금 경례하고 존중하게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앉기를 청하게 하는 이를 보지 못하였소. 범지여, 만일 어떤 이가 와서 여래로 하여금 경례하고 존중하게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앉기를 청하게 하고자 한다면 그는 반드시 머리가 부서져 일곱 조각이 날 것이다.”

범지는 다시 여쭈었다.
“구담께서는 맛이 없군요[瞿曇無味].”2)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범지여, 나로 하여금 맛이 없게 하는 것들이 있다. 그러나 그대의 말과는 같지 않다. 만일 빛깔의 맛ㆍ소리의 맛ㆍ냄새의 맛ㆍ감촉의 맛이 있으면 여래는 그것들에 대해서 지혜를 끊어 없애고 뿌리째 뽑아 다시는 나지 않게 한다. 이것이 나로 하여금 맛이 없게 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그대의 말과는 같지 않다.”

범지가 다시 아뢰었다.
“구담께서는 두려움이 없군요.”

“범지여, 나로 하여금 두려움이 없게 하는 것들이 있다. 그러나 그대의 말과는 같지 않다. 만일 빛깔의 두려움과 소리ㆍ냄새ㆍ맛ㆍ감촉의 두려움이 있으면 여래는 그것에 대해서 지혜를 끊어 없애고 뿌리째 뽑아 다시는 나지 않게 한다. 이것이 나로 하여금 두려움이 없게 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그대의 말과는 같지 않다.”

범지가 다시 아뢰었다.
“구담께서는 태(胎)에 들지 않겠군요.”

“범지여, 나로 하여금 태에 들어가지 않게 하는 것들이 있다. 그러나 그대의 말과는 같지 않다. 만일 어떤 사문 범지가 미래의 태상(胎床)에 대해서 지혜를 끊어 없애고 뿌리째 뽑아 다시 나지 않게 한다면 나는 그는 태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말한다. 여래는 미래의 태상에 대해서 지혜를 끊어 없애고 뿌리째 뽑아 다시는 나지 않게 한다. 그러므로 나로 하여금 태에 들어가지 않게 한다. 이것이 나로 하여금 태에 들어가지 않게 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그대의 말과는 같지 않다.

범지여, 나는 이 중생들이 무명으로 태어나고 무명으로 즐거워하며 무명에 덮이고 무명의 알[卵]에 싸여 있을 때 나는 먼저 법을 관찰하였다. 그러므로 나는 중생 중에서 가장 제일이다.
마치 닭이 알을 깔 때 혹은 10개 혹은 12개를 때때로 생각하고 때때로 덮어 주며 때때로 따뜻하게 하고 때때로 옹호하는데 그 뒤에 닭이 설사 방일하더라도 그 중에 어떤 병아리는 혹은 부리로 혹은 발톱으로 그 알을 쪼아 부수고 편안하게 스스로 나온다. 그러면 그 병아리는 병아리 중에서 가장 제일이 된다. 나도 또한 그와 같아서 이 중생들이 무명으로 태어나고 무명으로 즐거워하며 무명에 덮이고 무명의 알에 싸여 있을 때 내가 먼저 법을 관찰하였다. 그러므로 나는 중생들 중에서 제일이니라.

범지여, 나는 다북풀을 가지고 각수(覺樹) 밑으로 가서 나무 밑에 풀을 깔고 그 위에 니사단을 펴고 가부좌를 하고 앉아 바른 자세를 흩트리지 않고 반드시 누(漏)가 다한 경지에 이르고자 하였다. 나는 바른 자세를 흩트리지 않고 반드시 누가 다한 경지에 이르고자 하였고 나는 바르게 앉은 뒤에 욕심을 여의고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여의어 각(覺)도 있고 관(觀)도 있으며 여의는 데서 생기는 기쁨과 즐거움이 있는 초선을 성취하여 노닐었다. 이른바 나는 그 때 제1 증상심(增上心)을 얻어 곧 현세에서 안락한 삶을 어렵지 않게 얻었고 즐거이 머물러 두려움이 없었으며 안온하고 쾌락하였고 열반을 향해 오르게 되었다.

범지여, 나는 각과 관을 이미 쉬고 안이 고요하여 한마음이 되어 각도 없고 관도 없으며 선정에서 생기는 기쁨과 즐거움이 있는 제2선을 성취하여 노닐었다. 이른바 나는 그 때 제2 증상심을 얻어 곧 현세에서 안락한 삶을 어렵지 않게 얻었고 즐거이 머물러 두려움이 없었으며 안온하고 쾌락하였고 열반을 향해 오르게 되었다.

범지여, 나는 기쁨의 욕심을 여의고 평정하여 구함 없이 노닐며 바른 생각과 바른 지혜로 몸에 즐거움을 깨닫는다. 이른바 성인께서 말씀하신 성인의 평정[捨]ㆍ기억[念]ㆍ즐거움에 머묾[樂住]ㆍ공(空)이 있는 제3선에 이르러 성취하여 노닐었다. 이른바 나는 그 때 제3 증삼심을 얻어 곧 현세에서 안락한 삶을 어렵지 않게 얻었고 즐거이 머물러 두려움이 없었으며 안온하고 쾌락하였고 열반을 향해 오르게 되었다.
범지여, 나는 즐거움이 멸하고 괴로움도 멸했는데 기쁨과 걱정의 뿌리는 이미 멸한 상태였으며 괴로움도 없고 즐거움도 없는[不苦不樂] 평정[捨]ㆍ기억[念]ㆍ청청(淸淨)이 있는 제4선을 성취하여 노닐었다. 이른바 나는 그 때 제4 증상심을 얻어 곧 현세에서 안락한 삶을 어렵지 않게 얻었고 즐거이 머물러 두려움이 없었으며 안온하고 쾌락하였고 열반을 향해 오르게 되었다.

범지여, 나는 그 때 이미 이러한 선정의 마음[定心]이 청정하게 되어 더러움도 없고 번뇌도 없으며 부드럽게 잘 머물며 움직이지 않는 마음을 얻었고 과거를 기억하는 지혜의 신통[宿命之通]을 공부하여3) 증득하게 되었다. 내가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모양을 가졌었는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오랜 옛날에 겪은 일을 기억하였다. 곧 1생ㆍ2생ㆍ백 생ㆍ천 생ㆍ성겁ㆍ패겁과 헤아릴 수 없는 성패겁 동안 저 중생의 이름은 무엇이었고 그는 옛날에 무슨 일을 했으며 나는 일찍이 저기 태어나 어떤 성(姓)과 어떤 이름이었고 어떻게 태어났으며 어떤 음식을 먹었으며 어떤 고락을 받았고 얼마나 오래 살았으며 얼마나 오래 머물렀고 어떻게 목숨을 마쳤는지를 기억하였다. 여기서 죽어 저기에 태어나고 저기서 죽어 여기에 태어났는데 나는 그곳에 태어나 어떤 성과 어떤 이름이었으며 어떻게 태어났고 어떤 음식을 먹었으며 어떤 고락을 받았고 얼마나 오래 살았으며 얼마나 오래 머물렀고 어떻게 목숨을 마쳤는지 등을 다 기억하였다. 이른바 나는 그 때 초야에 제1의 명달(明達)을 얻었고 본래 방일함이 없음으로써 즐겁게 멀리 떠나 머물면서 수행하고 정근하였다. 이른바 무지가 멸하고 지혜가 생겨났으며 어둠이 무너지고 밝게 되었으며 무명이 멸하고 밝음이 생겼으니 이른바 과거를 기억하는 지혜를 증득하고 밝게 통달한 것이다.

범지여, 나는 이미 이러한 선정의 마음이 청정하게 되어 더러움도 없고 번뇌도 없으며 부드럽게 잘 머물며 움직이지 않는 마음을 얻었고 생사를 아는 지혜의 신통[宿命智通]을 공부하여 증득하게 되었다. 나는 사람들보다 뛰어난 청정한 천안(天眼)으로써 이 중생들의 죽을 때와 태어날 때 좋은 빛깔과 나쁜 빛깔, 묘하고 묘하지 않음, 좋은 곳과 나쁜 곳으로 왕래하는 것을 보고 저 중생들이 지은 업대로 된다는 것을 사실대로 보았다. 곧 만일 이 중생들이 몸으로 짓는 악행과 입과 뜻으로 짓는 악행을 성취하여 성인을 비방하고 삿된 소견으로써 삿된 소견의 업을 성취하면 그는 이 인연으로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반드시 나쁜 곳으로 가서 지옥에 태어났다. 만일 이 중생들이 몸으로 짓는 묘행과 입과 뜻으로 짓는 묘행을 성취하여 성인을 비방하지 않고 바른 소견으로써 바른 소견의 업을 성취하면 그는 이 인연으로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반드시 좋은 곳으로 올라가 천상에 태어났다. 이른바 나는 그 때 중야(中夜)에 이 제2의 명달(明達)을 얻었고 본래 방일함이 없음으로써 즐거운 마음으로 멀리 떠나 머무르면서 수행하고 정근하였다. 그리하여 무지가 멸하고 지혜가 생겼으며 어둠이 무너지고 밝게 되었으며 무명이 멸하고 밝음이 생겼으니 이른바 번뇌가 다한 지혜[漏書智]를 증득하고 밝게 통달한 것이니라.

범지여, 나는 이미 이러한 선정의 마음이 청정하게 되어 더러움도 없고 번뇌도 없으며 부드럽게 잘 머물며 움직이지 않는 마음을 얻었고 누가 다한 지혜의 신통[漏盡智通]을 공부하여 밝게 깨닫게 되었다. 나는 이 괴로움에 대하여 사실 그대로 알고 이 괴로움의 발생을 알며 이 괴로움의 소멸을 알고 이 괴로움에 이르는 길에 대하여 사실 그대로 알았다. 또 이 누(漏:煩惱)에 대하여 사실 그대로 알고 이 누의 발생을 알며 이 누의 소멸을 알고 이 누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하여 사실 그대로 알았다. 나는 이렇게 알고 이렇게 보아 욕루(欲漏)에서 마음이 해탈하고 유루와 무명루(無明漏)에서 마음이 해탈하였으며 해탈한 뒤에는 곧 해탈한 줄을 알아 생(生)이 이미 다하고 범행(梵行)도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쳐 다시는 후세의 목숨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하여 나는 그 때 새벽[後夜]에 이 제3의 명달(明達)을 얻었고 본래 방일함이 없음으로써 즐거운 마음으로 멀리 떠나 머무르면서 수행하고 정근하였다. 그리하여 무지(無智)가 멸하고 지혜가 생겼으며 어둠이 무너지고 밝게 되었으며 무명이 멸하고 밝음이 생겼으니, 이른바 번뇌가 다한 지혜를 증득하고 밝게 통달한 것이니라.

범지여, 만일 바른 말이 있어 어리석지 않은 법을 설한다면 그는 중생의 세상에 나되 일체 중생들 가운데서 가장 훌륭하며 괴로움과 즐거움에 덮이지 않나니, 마땅히 알라. 저 바른 말을 한 사람은 바로 나였었다. 왜냐하면 나는 어리석지 않은 법을 연설하였고 중생의 세상에 나서 일체 중생 가운데서 가장 훌륭하며 괴로움과 즐거움에 덮이지 않았기 때문이니라.”

이에 비란야 범지는 곧 지팡이를 버리고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세존께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제일이요 세존께서는 위대하시며 세존께서는 최고이시고 세존께서는 수승하시며 세존께서는 부처와 같으시고 세존께서는 사람과 같지 않으시며 세존께서는 짝할 이 없으시고 세존께서는 장애가 없고 세존께서는 장애할 사람이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부처님과 법과 비구 스님들께 귀의하겠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제가 우바새 되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저는 오늘부터 이 몸이 다할 때까지 스스로 귀의하여 목숨이 다하는 그 날까지 그렇게 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비란야 범지와 다른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이 황로원경에 수록된 경문의 글자 수는 모두 1,602자이다.

158) 두나경(頭那經) 제17제4 분별송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을 유행하실 적에 승림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두나(頭那) 범지는 오후에 천천히 걸어 부처님께 나아가 문안드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세존께서 물으셨다.
“만일 어떤 이가 ‘너는 범지냐?’ 하고 묻는다면 너는 스스로 범지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

“구담이시여, 만일 바로 범지라고 말하는 자가 있다면 그는 부모가 천거한 바로서 생(生)을 받음이 청정하며 나아가 7대 동안 부모의 종족이 끊어지지 않았고 대대로 악이 없었으며 널리 듣고 모두 기억해 네 가지 경전을 환히 외우고 인(因)ㆍ연(緣)ㆍ정(正)ㆍ문(文)ㆍ희(戱)의 5구설(句說)을 깊이 통달한 사람일 것입니다. 구담이시여, 정녕 범지라고 일컬을 자는 바로 저입니다. 왜냐 하면 나는 부모가 천거한 바로서 생을 받음이 청정하며 나아가 7대 동안 부모의 종족이 끊어지지 않았고 대대로 악이 없었으며 널리 듣고 모두 기억해 네 가지 경전을 환히 외우고 인(因)ㆍ연(緣)ㆍ정(正)ㆍ문(文)ㆍ희(戱)의 5구설을 깊이 통달했기 때문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두나여, 내가 이제 네게 물으리니 너는 아는 대로 대답하라. 두나여,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옛날에 수(壽)가 다하고 명(命)을 마치도록 경서를 외워 기억하고 경서를 널리 유포하며 경서를 외워 익힌 범지들이 있었으니 이른바 그들은 야타(夜吒)ㆍ바마(婆摩)ㆍ바마제바(婆摩提婆)ㆍ비사밀다라(毗奢蜜哆邏)ㆍ야타건니(夜陀揵尼)ㆍ응의라바(應疑羅婆)ㆍ바사타(婆私吒)ㆍ가섭(迦葉)ㆍ바라바(婆羅婆)ㆍ바화(婆和)였다. 그들은 다섯 가지 범지를 시설하였으니, 곧 범(梵)과 같은 범지ㆍ하늘과 같은 범지ㆍ범지의 경계를 넘지 않는 범지ㆍ범지의 경계를 넘는 범지요, 다섯 번째는 전다라(旃茶羅) 범지이다. 두나여, 이 다섯 종류의 범지 중에 너는 어느 범지에 속하느냐?”

두나가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이 이치에 대해 간략하게 말씀하실 뿐 자세히 분별하지 않으시니 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오직 원하옵건대 사문 구담이시여, 자세히 말씀하시어 저로 하여금 그 뜻을 알게 해 주십시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두나여, 자세히 듣고 잘 기억하라. 내가 너를 위하여 자세히 분별하여 말하리라.”

“예, 구담이시여.”
두나는 분부를 받아 경청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두나여, 어떤 범지가 범(梵)과 같은가? 어떤 범지는 부모가 천거한 바로서 생을 받음이 청정하며 나아가 7대 동안 부모의 종족이 끊어지지 않았고 대대로 악이 없었다. 그는 48년 동안 동자의 범행을 행하면서 경서를 얻어 그것을 외워 익히려고 한다. 그는 경서를 얻어 그것을 외워 익힌 뒤에는 스승을 공양하기 위하여 재물을 구걸하되 법답게 하고 법답지 않게 하지 않는다. 어떤 것이 법답지 않은 것인가?4) 농사ㆍ살림살이ㆍ책ㆍ계산ㆍ산수ㆍ조각ㆍ글씨ㆍ문장ㆍ경(經)ㆍ시(詩)ㆍ칼이나 몽둥이ㆍ왕의 심부름 등으로 재물을 구하지 않고 법답게 구걸해 구걸한 재물로 스승을 공양한다. 그는 재물을 보시한 뒤에 자애로운 마음으로 1방을 가득 채워 성취하여 노닐고 이렇게 2ㆍ3ㆍ4방과ㆍ4유ㆍ상하 일체를 두루 채운다. 자애로운 마음[慈心]으로 맺힘도 없고 원망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이 지극히 넓고 매우 크며 한량없이 잘 닦아 일체 세간을 가득 채우고 성취하여 노닌다. 이와 같이 슬픈 마음[悲心]과 기쁜 마음[喜心]도 또한 그러하며 평정한 마음[捨心]으로 맺힘도 없고 원망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이 지극히 넓고 매우 크며 한량없이 잘 닦아 일체 세간을 가득 채우고 성취하여 노닌다. 두나여, 이런 범지는 범과 같으니라.

두나여, 어떤 범지가 하늘과 같은가? 어떤 범지는 부모가 천거한 바로서 생을 받음이 청정하며 나아가 7대 동안 부모의 종족이 끊어지지 않았고 대대로 악이 없었다. 그는 48년 동안 동자의 범행을 행하면서 경서를 얻어 그것을 외워 익히려고 한다. 경서를 얻어 그것을 외워 익힌 뒤에는 스승을 공양하기 위하여 재물을 구걸하되 법답게 하고 법답지 않게 하지 않는다. 어떤 것이 법답지 않은 것인가? 농사ㆍ살림살이ㆍ책ㆍ계산ㆍ산수ㆍ조각ㆍ글씨ㆍ문장ㆍ경ㆍ시ㆍ칼이나 몽둥이ㆍ왕의 심부름 등으로 재물을 구하지 않고 법답게 구걸해 구걸한 재물로 스승을 공양한다. 그는 재물을 보시한 뒤에 몸으로 짓는 묘행과 입과 뜻으로 짓는 묘행을 행한다. 몸으로 짓는 묘행과 입과 뜻으로 짓는 묘행을 행한 뒤에 그는 이 인연으로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반드시 좋은 곳으로 올라가서 천상에 태어난다. 두나여, 이런 범지는 하늘과 같으니라.

두나여, 어떤 범지가 경계를 벗어나지 않는 범지인가? 어떤 범지는 부모가 천거한 바로서 생을 받음이 청정하며 나아가 7대 동안 부모의 종족이 끊어지지 않았고 대대로 악이 없었다. 그는 48년 동안 동자의 범행을 행하면서 경서를 얻어 그것을 외워 익히려고 한다. 그는 경서를 얻어 그것을 외워 익힌 뒤에는 스승을 공양하기 위하여 재물을 구걸하되 법답게 하고 법답지 않게 하지 않는다. 어떤 것이 법답지 않은 것인가? 농사ㆍ살림살이ㆍ책ㆍ계산ㆍ산수ㆍ조각ㆍ글씨ㆍ문장ㆍ경ㆍ시ㆍ칼이나 몽둥이ㆍ왕의 심부름 등으로 재물을 구하지 않고 법답게 구걸해 구걸한 재물로 스승을 공양한다. 그는 재물을 보시한 뒤에 자신을 위해서 아내를 구하되, 법답게 하지 법답지 않게 하지는 않는다.

어떤 것이 법답지 않은 것인가? 그는 범지의 딸에게 마음이 쏠려 서로 사랑하고 서로 안고 교합하는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 그는 범지의 딸에게 장가들고, 범지의 딸이 아니거나 찰리의 딸에게는 장가들지 않는다. 또 아이 밴 여자나 아이를 낳은 여자에게는 장가가지 않는다. 두나(頭那)여, 무엇 때문에 범지는 아이 밴 여자에게는 장가들지 않는가? 그 여자 때문에 다른 남자들로부터 더러운 음욕을 가진 자라고 불리지 않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범지는 아이 밴 여자에게는 장가들지 않는다. 두나여, 무엇 때문에 범지는 아이 낳은 여자에게는 장가들지 않는가? 그 여자 때문에 다른 남자들로부터 더러운 성냄을 가진 자라고 불리지 않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범지는 아이 낳은 여자에게는 장가들지 않는다. 두나여, 그가 장가를 드는 것은 재물을 위해서도 아니요[不爲財物] 교만함을 위해서도 아니며[不爲憍慠] 장엄을 위해서도 아니요[不爲莊嚴] 장식을 위해서도 아니며[不爲珓飾] 다만 자식을 얻기 위해서이다[但爲子故].5) 그는 아들을 낳은 뒤에도 만일 옛날 범지들의 종요로운 맹세와 처소와 경계가 있으면 거기에 머무르고 그것을 지켜 그것을 벗어나지 않는다. 두나여, 이와 같은 범지가 그 경계를 벗어나지 않는 범지이니라.

두나여, 어떤 범지가 경계를 벗어나는 범지인가? 어떤 범지는 부모가 천거한 바로서 생을 받음이 청정하며 나아가 7대 동안 부모의 종족이 끊어지지 않았고 대대로 악이 없었다. 그는 48년 동안 동자의 범행을 행하면서 경서를 얻어 그것을 외워 익히려고 한다. 그는 경서를 얻어 그것을 외워 익힌 뒤에는 스승을 공양하기 위하여 재물을 구걸하되 법답게 하고 법답지 않게 하지 않는다. 어떤 것이 법답지 않은 것인가? 농사ㆍ살림살이ㆍ책ㆍ계산ㆍ산수ㆍ조각ㆍ글씨ㆍ문장ㆍ경ㆍ시ㆍ칼이나 몽둥이ㆍ왕의 심부름 등으로 재물을 구하지 않고 법답게 구걸해 구걸한 재물로 스승을 공양한다. 그는 재물을 보시한 뒤에 스스로 아내를 구하되 법답게 하지 법답지 않게 하지는 않는다.

어떤 것이 법답지 않은 것인가? 그는 범지의 딸에게 마음이 쏠려 서로 사랑하고 서로 안고 교합하는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 그는 범지의 딸에게 장가들고, 범지의 딸이 아니거나 찰리의 딸에게는 장가들지 않는다. 또 아이 밴 여자나 아이를 낳은 여자에게도 장가들지 않는다. 두나여, 무엇 때문에 범지는 아이 밴 여자에게는 장가들지 않는가? 그 여자 때문에 다른 남자들로부터 더러운 음욕을 가진 자라고 불리지 않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범지는 아이 밴 여자에게는 장가들지 않는다. 두나여, 무엇 때문에 범지는 아이 낳은 여자에게는 장가들지 않는가? 그 여자 때문에 다른 남자들로부터 더러운 성냄을 가진 자라고 불리지 않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범지는 아이 낳은 여자에게는 장가들지 않는다. 두나여, 그가 장가를 드는 것은 재물을 위해서도 아니요, 교만함을 위해서도 아니며, 장엄함을 위해서도 아니요, 장식을 위해서도 아니며, 다만 자식을 얻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그는 아들을 낳은 뒤에는 옛날 범지들의 종요로운 맹세와 처소와 경계가 있어도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그것을 받아 가지지 않으며 곧 그것을 벗어난다. 두나여, 이와 같은 범지가 그 경계를 벗어나는 범지니라.

두나여, 어떤 범지가 범지 전다라인가? 어떤 범지는 부모가 천거한 바로서 생을 받음이 청정하며, 나아가 7대 동안 부모의 종족이 끊어지지 않았고 대대로 악이 없었다. 그는 48년 동안 동자의 범행을 행하면서 경서를 얻어 그것을 외워 익히려 한다. 그는 경서를 얻어 그것을 외워 익힌 뒤에는 스승을 공양하기 위하여 재물을 구걸하되, 법답게 하고 법답지 않게 하지 않는다. 어떤 것이 법답지 않은 것인가? 농사ㆍ살림살이ㆍ책ㆍ계산ㆍ산수ㆍ조각ㆍ글씨ㆍ문장ㆍ경ㆍ시ㆍ칼이나 몽둥이ㆍ왕의 심부름 등으로 재물로 구하지 않고 법답게 구걸해 구걸한 재물로 스승을 공양한다. 그는 재물을 보시한 뒤에 스스로 아내를 구하되, 법답게 하고 법답지 않게 하지는 않는다.

어떤 것이 법답지 않은 것인가? 그는 범지의 딸에게 마음이 쏠려 서로 사랑하고 서로 껴안고 교합하는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 그는 범지의 딸에게 장가들고, 범지의 딸이 아니거나 찰리의 딸에게는 장가들지 않는다. 또 아이 밴 여자나 아이를 낳은 여자에게는 장가들지 않는다. 두나여, 무엇 때문에 범지는 아이 밴 여자에게는 장가들지 않는가? 그 여자 때문에 다른 남자들로부터 더러운 음욕을 가진 자라고 불리지 않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범지는 아이 밴 여자에게는 장가들지 않는다. 두나여, 무엇 때문에 범지는 아이 낳은 여자에게는 장가들지 않는가? 그 여자 때문에 다른 남자들로부터 더러운 성냄을 가진 자라고 불려지지 않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범지는 아이 낳은 여자에게는 장가들지 않는다. 범지여, 그가 장가를 가는 것은 재물을 위해서도 아니요 교만함을 위해서도 아니며 장엄함을 위해서도 아니요 장식을 위해서도 아니며 다만 자식을 얻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그는 아들을 낳은 뒤에는 왕에 어울리는 일ㆍ도적에 어울리는 일ㆍ사도(邪道)에 어울리는 일을 행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범지는 마땅히 어떤 일이라도 해야 한다. 그리고 범지는 그 때문에 물들지 않아야 하고, 또한 그 때문에 더러워지지도 않아야 한다. 비유하면 마치 불과 같아서 깨끗한 것도 태우고 깨끗하지 않은 것도 태워야 한다. 또 범지는 어떤 일도 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범지는 그 때문에 물들지 않아야 하고 또한 그 때문에 더러워지지도 않아야 한다.’
두나여, 이와 같은 범지가 범지 전다라이니라.
두나여, 이 다섯 종류의 범지에서 너는 어느 범지에 속하느냐?”

두나가 아뢰었다.
“구담(瞿曇)이시여, 마지막에 말씀하신 그 범지 전다라에도 저는 아직 미치지 못하거늘, 하물며 다른 범지이겠습니까? 세존이시여, 저는 이미 알았습니다. 선서시여, 저는 이미 이해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부처님과 법과 비구스님들께 귀의하겠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제가 우바새가 되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저는 오늘부터 이 몸이 다할 때까지 스스로 귀의하여, 목숨이 다하는 그 날까지 그렇게 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자 두나 범지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이 두나경에 수록된 경문의 글자 수는 1,850자이다.

159) 아가라하나경(阿伽羅訶那經) 제18제4 분별송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을 유행하실 적에 승림급고독원(勝林給孤獨園)에 계셨다.

그 때 아가라하나(阿伽羅訶那)범지는 오후에 천천히 걸어서 부처님께 나아가 문안드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여쭙고 싶은 것이 있는데 허락하신다면 감히 여쭙겠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마음대로 물으라.”

범지가 곧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범지의 경전은 무엇을 의지하여 머무나이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범지의 경전은 사람을 의지하여 머무느니라.”

“구담이시여, 사람은 무엇을 의지하여 머무나이까?”

“사람은 벼나 보리를 의지하여 머무느니라.”

“구담이시여, 벼나 보리는 무엇을 의지하여 머무나이까?”

“벼나 보리는 땅을 의지하여 머무느니라.”

“구담이시여, 땅은 무엇을 의지하여 머무나이까?”

“땅은 물을 의지하여 머무느니라.”

범지가 다시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물은 무엇을 의지하여 머무나이까?”

세존께서는 대답하셨다.
“물은 바람을 의지하여 머무느니라.”

“구담이시여, 바람은 무엇을 의지하여 머무나이까?”

“바람은 허공을 의지하여 머무느니라.”

“구담이시여, 허공은 무엇을 의지하여 머무나이까?”

“허공은 의지하는 것이 없다. 다만 해와 달로 인하여 본래부터 허공이 있었느니라.”

범지가 다시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해와 달은 무엇을 의지하여 머무나이까?”

세존께서는 대답하셨다.
“해와 달은 사왕천(四王天)을 의지하여 머무느니라.”

“구담이시여, 사왕천은 무엇을 의지하여 머무나이까?”

“사왕천은 삼십삼천(三十三天)을 의지하여 머무느니라.”

“삼십삼천은 무엇을 의지하여 머무나이까?”

“삼십삼천은 험마천(㷿摩天:焰摩天)을 의지하여 머무느니라.”

“구담이시여, 험마천은 무엇을 의지하여 머무나이까?”

“험마천은 도슬다천(兜瑟哆天)을 의지하여 머무느니라.”

“구담이시여, 도슬다천은 무엇을 의지하여 머무나이까?”

“도슬다천은 화락천(化樂天)을 의지하여 머무느니라.”

“구담이시여, 화락천은 무엇을 의지하여 머무나이까?”

“화락천은 타화락천(他化樂天)을 의지하여 머무느니라.”

범지가 다시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타화락천은 무엇을 의지하여 머무나이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타화락천은 범세(梵世)를 의지하여 머무느니라.”

“구담이시여, 범세는 무엇을 의지하여 머무나이까?”

“범세는 대범(大梵)을 의지하여 머무느니라.”

“구담이시여, 대범은 무엇을 의지하여 머무나이까?”

“대범은 인욕(忍辱)ㆍ온화함[溫]ㆍ선량함[良]을 의지하여 머무느니라.”

“구담이시여, 인욕ㆍ온화함ㆍ선량함은 무엇을 의지하여 머무나이까?”

“인욕ㆍ온화함ㆍ선량함은 열반을 의지하여 머무느니라.”

범지가 다시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열반은 무엇을 의지하여 머무나이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범지의 의욕(意欲)은 무궁한 일을 의지한다. 그러므로 네가 이제 내게 질문하는 것도 끝이 없다. 그러나 열반은 의지하는 것이 없다. 다만 열반은 멸하여 마치는 것이요, 열반은 제일이니라. 범지여, 이러한 이치가 있나니 나를 좇아 범행을 행하라.”

범지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미 알았습니다. 선서시여, 저는 이미 이해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부처님과 법과 비구 스님들께 귀의하겠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 우바새가 되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저는 오늘부터 이 몸이 다할 때까지 스스로 귀의하여 목숨이 다하는 그날까지 그렇게 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아가라하나 범지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이 아가라하나경에 수록된 경문의 글자 수는 634자이다.

160) 아란나경(阿蘭那經) 제19제4 분별송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을 유행하실 적에 승림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여러 비구들이 점심 공양을 마친 뒤에 강당에 모여 앉아 이러한 일을 의논하였다.
“여러분, 참으로 기이하고 참으로 기이합니다. 사람의 목숨은 지극히 짧아 반드시 뒷세상으로 가게 됩니다. 그러므로 착한 일을 해야 하고 범행(梵行)을 행해야 합니다. 한 번 나서 죽지 않는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세상 사람들은 법다운 행에 대해서 의로운 행에 대해서 선한 행에 대해서 묘한 행에 대해서 하는 것도 없고 구하는 것도 없습니다.”

그 때 세존께서는 낮에 활동하는 곳에 계시면서 사람들보다 뛰어난 청정한 천이(天耳)로써 여러 비구들이 점심 뒤에 강당에 모여 앉아 이러한 일을 의논하는 것을 들으셨다.
“여러분, 참으로 기이하고 참으로 기이합니다. 사람의 목숨은 지극히 짧아 반드시 뒷세상으로 가게 됩니다. 그러므로 착한 일을 해야 하고 범행(梵行)을 행해야 합니다. 한 번 나서 죽지 않는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세상 사람들은 법다운 행에 대해서 의로운 행에 대해서 선한 행에 대해서 묘한 행에 대해서 하는 것도 없고 구하는 것도 없습니다.”

세존께서는 들으신 뒤에 해질 무렵[晡時] 연좌에서 일어나 강당으로 가시어 비구들 앞에서 자리를 펴고 앉아 여러 비구들에게 물으셨다.
“너희들은 무슨 일을 의논하였느냐? 무엇하러 강당에 모여 앉았느냐?”

그 때 여러 비구들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 비구들은 점심 공양을 마친 뒤에 강당에 모여 앉아 이러한 일을 의논하였습니다.
‘여러분, 참으로 기이하고 참으로 기이합니다. 사람의 목숨은 지극히 짧아 반드시 뒷세상으로 가게 됩니다. 그러므로 착한 일을 해야 하고 범행을 행해야 합니다. 한 번 나서 죽지 않는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세상 사람들은 법다운 행에 대해서 의로운 행에 대해서 선한 행에 대해서 묘한 행에 대해서 하는 것도 없고 구하는 것도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이 일을 의논하였고 이 일로 강당에 모여 앉았습니다.”

세존께서 찬탄해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비구들아, 너희들이 이런 말을 하였구나.
‘여러분, 참으로 기이하고 참으로 기이합니다. 사람의 목숨은 지극히 짧아 반드시 뒷세상으로 가게 됩니다. 그러므로 착한 일을 하여야 하고 범행(梵行)을 행하여야 합니다. 한 번 나서 죽지 않는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세상 사람들은 법다운 행에 대해서 의로운 행에 대해서 선한 행에 대해서 묘한 행에 대해서 하는 것도 없고 구하는 것도 없습니다.’
무슨 까닭인가? 나도 또한 이렇게 말하기 때문이니라.
‘참으로 기이하고 참으로 기이하다. 사람의 목숨은 지극히 짧아 반드시 뒷세상으로 가게 된다. 그러므로 착한 일을 하여야 하고 범행을 행하여야 한다. 그런데 지금 세상 사람들은 법다운 행에 대해서 의로운 행에 대해서 선한 행에 대해서 묘한 행에 대해서 하는 것도 없고 구하는 것도 없구나.’
무슨 까닭인가? 먼 옛날에는 중생이 있어 수명이 8만 세였다. 비구들아, 사람의 수명이 8만 세였을 때 이 염부주는 지극히 크고 풍족하고 즐거우며 재물과 보배가 많았고 촌ㆍ읍들은 닭이 한 번에 날아갈 정도로 가까이 있었다. 비구들아, 사람의 수명이 8만 세였던 때 여자는 나이 5백 세가 되어야 시집갔었다. 비구들아, 사람의 수명이 8만 세였던 때 병으로는 오직 추위ㆍ더위ㆍ대소변ㆍ욕심ㆍ굶주림ㆍ늙음이 있을 뿐 더 이상 다른 근심은 없었다.

비구들아, 사람의 수명이 8만 세였던 때에 구뢰바(拘牢婆)라는 왕이 있었다. 그는 전륜왕이 되어 총명하고 지혜로웠으며 네 종류의 군사가 있어 천하를 바르게 다스렸고 자기 자신도 자재로웠으며 법다운 법왕으로서 7보를 성취하였었다. 그 7보란 윤보(輪寶)ㆍ상보(象寶)ㆍ마보(馬寶)ㆍ주보(珠寶)ㆍ여보(女寶)ㆍ거사보(居士寶)ㆍ주병신보(主兵臣寶)이니 이것을 7보라 한다. 그에게는 용모가 단정하고 용맹하며 두려움이 없는 천 명의 아들이 있어 능히 다른 무리들을 항복받았으며 반드시 이 일체의 땅과 나아가 큰 바다에 이르기까지 다스릴 만하였다. 그들은 칼이나 몽둥이를 쓰지 않고 법으로써 가르치고 명령하여 안온을 얻게 하였다.

비구들아, 구뢰바왕에게는 범지가 있었는데 그 이름은 아란나(阿蘭那)이고 큰 장자였다. 그는 부모가 천거한 바로서 생을 받음이 청정하고 나아가 7대 동안 부모의 종족이 끊어지지 않고 대대로 악이 없었으며 널리 듣고 모두 기억해 네 가지 경전을 환히 외우며 인(因)ㆍ연(緣)ㆍ정(正)ㆍ문(文)ㆍ희(戱), 5구설(句說)을 깊이 통달하였다.
비구들아, 범지 아란나에게는 한량없는 백천 마납마(摩納磨)6)가 있었다. 범지 아란나는 한량없는 백천 마납마들을 위하여 어떤 일 없는 곳에 머무르면서 경서를 가르치고 있었다.

그 때 범지 아란나는 혼자서 고요한 곳에 머물면서 편안히 앉아 깊은 사유(思惟)에 잠겨 있다가 마음으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참으로 기이하고 참으로 기이하다. 사람의 목숨은 지극히 짧아 반드시 뒷세상으로 가게 된다. 그러므로 착한 일을 하여야 하고 범행을 행하여야 한다. 한 번 나서 죽지 않는 것은 없다. 그런데 지금 세상 사람들은 법다운 행에 대해서 의로운 행에 대해서 선한 행에 대해서 묘한 행에 대해서 하는 것도 없고 구하는 것도 없구나. 나는 차라리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자.’
이에 범지 아란나는 몇 나라의 여러 마납마 처소에 가서 말하였다.
‘여러 마납마들이여, 나는 혼자 고요한 곳에 있으면서 편안히 앉아 깊은 사유(思惟)에 잠겨 있다가 마음으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참으로 기이하고 참으로 기이하다. 사람의 목숨은 지극히 짧아 반드시 뒷세상으로 가게 된다. 그러므로 착한 일을 하여야 하고 범행을 행하여야 한다. 한 번 나서 죽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지금 세상 사람들은 법다운 행에 대해서 의로운 행에 대해서 선한 행에 대해서 묘한 행에 대해서 하는 것도 없고 구하는 것도 없다. 나는 이제 차라리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자. 여러 마납들이여, 나는 이제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고자 한다. 너희들은 장차 어떻게 하려는가?’

몇몇 나라의 마납마들이 아뢰었다.
‘존사(尊師)시여, 저희들이 아는 것은 모두 스승님의 은혜를 입은 것입니다. 만일 스승님께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시겠다면 저희들도 또한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겠습니다.’
이에 범지 아라나는 그 뒤에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웠다. 그 몇몇 나라의 여러 마납마들도 또한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그 스승 범지 아란나를 따라 도를 배웠다. 여기서 스승 아란나와 스승 아란나의 제자라는 이름이 생겼다.

그 때 스승 아란나는 제자들을 위해 설법하였다.
‘여러 마납마들이여, 참으로 기이하고 참으로 기이하다. 사람의 목숨은 지극히 짧아 반드시 뒷세상으로 가게 된다. 그러므로 착한 일을 해야 하고 범행을 행하여야 한다. 한 번 나서 죽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지금 세상 사람들은 법다운 행에 대해서 의로운 행에 대해서 선한 행에 대해서 묘한 행에 대해서 하는 것도 없고 구하는 것도 없구나.’
그 때 스승 아란나는 제자들을 위해 설법하였다.
‘여러 마납마들이여, 참으로 기이하고 참으로 기이하다. 사람의 목숨은 지극히 짧아 반드시 뒷세상으로 가게 된다. 그러므로 착한 일을 해야 하고 범행을 행하여야 한다. 한 번 나서 죽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지금 세상 사람들은 법다운 행에 대해서 의로운 행에 대해서 선한 행에 대해서 묘한 행에 대해서 하는 것도 없고 구하는 것도 없구나.’
이와 같이 스승 아란나는 제자들을 위하여 설법하였다.

다시 스승 아란나는 제자들을 위하여 설법하였다.
‘마납마들이여, 마치 풀잎 위의 아침 이슬방울이 해가 뜨면 곧 사라져 잠깐 존재할 뿐 오래가지 못하는 것과 같이 마납마들이여, 사람의 목숨도 아침 이슬과 같아서 얻기도 매우 어렵지만 지극히 짧아 의미가 없으며 큰 고통과 재환(災患)만 있는데 그 재환은 너무도 많으니라.’
이와 같이 스승 아란나는 제자들을 위하여 설법하였다.
다시 스승 아란나는 제자들을 위하여 설법하였다.
‘마납마들이여, 마치 큰비가 올 때 떨어지는 물방울에 거품이 일어나 혹은 생겼다가 혹은 사라지는 것처럼 이와 같이 마납마들이여, 사람의 목숨도 물거품과 같아서 매우 얻기도 어렵지만 지극히 짧아 의미가 없다. 큰 고통과 재환만 있는데 그 재환은 너무도 많으니라.’
이와 같이 스승 아란나는 제자들을 위하여 설법하였다.
다시 스승 아란나는 제자들을 위하여 설법하였다.
‘마납마들이여, 마치 작대기를 물속에 던지면 들어갔다가 재빨리 다시 나오는 것처럼, 이와 같이 마납마들이여, 사람의 목숨도 작대기를 물속에 던지면 도로 나오는 시간이 너무나 빠른 것과 같아서 매우 얻기도 어렵지만 지극히 짧아 의미가 없다. 큰 고통과 재환만 있는데 그 재환은 너무도 많으니라.’
이와 같이 스승 아란나는 제자들을 위하여 설법하였다.

다시 스승 아란나는 제자들을 위하여 설법하였다.
‘마납마들이여, 마치 새로 만든 질그릇을 물에 담갔다 곧 꺼내면 바람과 열에 부딪쳐 재빨리 마르는 것과 같이 마납마들이여, 사람의 목숨도 새로 만든 질그릇을 물에 적셨을 때 재빨리 마르는 것과 같아서 매우 얻기도 어렵지만 너무도 짧아 아무 의미가 없다. 큰 고통과 재환만 있는데 그 재환은 너무도 많으니라.’
이와 같이 스승 아란나는 제자들을 위하여 설법하였다.
다시 스승 아란나는 제자들을 위하여 설법하였다.
‘마납마들이여, 마치 조그만 살점을 큰 가마솥 물속에 넣고 밑에서 불을 세게 때면 어느새 다 타 버리는 것처럼 마납마들이여, 사람의 목숨도 살점과 같아서 매우 얻기도 어렵지만 지극히 짧아 아무 의미가 없다. 큰 고통과 재환만 있는데 그 재환은 너무도 많으니라.’
이와 같이 스승 아란나는 제자들을 위하여 설법하였다.
다시 스승 아란나는 제자들을 위하여 설법하였다.
‘마납마들이여, 마치 도적을 묶어서 사형장으로 보내 죽이려고 할 때 떼어 놓는 발길 따라 걸음걸음 죽음으로 나아가고 걸음걸음 목숨이 줄어드는 것처럼 마납마들이여, 사람의 목숨도 도적을 묶어 사형장으로 보내 죽이는 것과 같아서 매우 얻기도 어렵지만 지극히 짧아 아무 의미가 없다. 큰 고통과 재환만 있는데 그 재환은 너무도 많으니라.’
이와 같이 스승 아란나는 제자들을 위하여 설법하였다.

다시 스승 아란나는 제자들을 위하여 설법하였다.
‘마납마들이여, 마치 백정이 송아지를 끌고 가서 죽이려 할 때 떼어놓는 발걸음 따라 걸음걸음 죽음으로 나아가고 걸음걸음 목숨이 줄어드는 것처럼 마납마들이여, 사람의 목숨도 소를 끌고 가서 죽이는 것과 같아서 매우 얻기도 어렵지만 지극히 짧아 아무 의미가 없다. 큰 고통과 재환만 있는데 그 재환은 너무도 많으니라.’
이와 같이 스승 아란나는 제자들을 위하여 설법하였다.
다시 스승 아란나는 제자들을 위하여 설법하였다.
‘마납마들이여, 마치 베를 짤 때에 그 오가는 씨실을 따라 베가 완성되면 곧 마치는 것처럼 마납마들이여, 사람의 목숨도 베를 짜서 마치는 것과 같아서 매우 얻기도 어렵지만 지극히 짧아 아무 의미가 없다. 큰 고통과 재환만 있는데 그 재환은 너무도 많으니라.’
이와 같이 스승 아란나는 제자들을 위하여 설법하였다.
다시 스승 아란나는 제자들을 위하여 설법하였다.
‘마납마들이여, 마치 산골짜기 물이 갑자기 불어나서 모든 것을 휩쓸고 내려갈 때 물이 빠르게 흘러 잠시도 멈추지 않는 것처럼 마납마들이여, 사람의 목숨도 빨리 달려 잠시도 머무름이 없느니라. 이와 같이 마납마들이여, 사람의 목숨도 재빨리 흐르는 물과 같아서 얻기도 매우 어려우며 지극히 짧아 아무 의미가 없다. 큰 고통과 재환만 있는데 그 재환은 너무도 많으니라.’
이와 같이 스승 아란나는 제자들을 위하여 설법하였다.

다시 스승 아란나는 제자들을 위하여 설법하였다.
‘마납마들이여, 마치 어두운 밤에 지팡이를 땅에 던지면 혹은 거꾸로 떨어지기도 하고 혹은 바로 떨어지기도 하며 혹은 다시 옆으로 떨어지기도 하고 혹은 깨끗한 곳에 떨어지기도 하며 혹은 깨끗하지 못한 곳에 떨어지기도 하는 것처럼 마납마들이여, 중생들은 무명(無明)에 덮이고 애욕에 묶여 혹은 지옥에 나기도 하고 혹은 축생에 나기도 하며 혹은 아귀에 나기도 하고 혹은 천상에 나기도 하며 혹은 인간에 나기도 한다. 이와 같이 마납마들이여, 사람의 목숨도 어둠 속에서 지팡이를 땅에 던지는 것과 같아서 얻기도 매우 어렵지만 지극히 짧아 아무 의미가 없다. 큰 고통과 재환만 있는데 그 재환은 너무도 많으니라.’
이와 같이 스승 아란나는 제자들을 위하여 설법하였다.

다시 스승 아란나는 제자들을 위하여 설법하였다.
‘마납마들이여, 나는 세상에서 탐욕을 끊고 마음에 다툼이 없어 남의 재물이나 여러 가지 생활 도구를 보아도 탐욕을 일으켜 내 것으로 만들고 싶지 않으니 나는 탐욕에 있어서 그 마음을 깨끗이 없앴다. 이와 같이 성냄과 수면(睡眠)과 들뜸에 있어서도 또한 그러하다. 나는 세상에서 의심을 끊고 미혹을 막아 모든 착한 법에 대해서 망설임이 없으니 나는 의혹에 있어서 그 마음을 깨끗이 없앴다. 마납마들이여, 너희들도 또한 세상에서 탐욕을 끊고 마음에 다툼이 없어 남의 재물과 여러 가지 생활 도구를 보더라도 탐욕을 일으켜 내 것으로 만들려고 하지 말아야 하리니 너희들도 탐욕에 있어서 그 마음을 깨끗이 없애도록 하라. 이와 같이 성냄과 수면과 들뜸에 있어서도 또한 그러하며 너희들은 세상에서 의심을 끊고 미혹을 막아 모든 착한 법에 대해서 망설임이 없어야 하느니라.’
이와 같이 스승 아란나는 제자들을 위하여 설법하였다.

다시 스승 아란나는 제자들을 위하여 설법하였다.
‘마납마들이여, 나는 자애로운 마음[慈心]으로 1방을 가득 채워 성취하여 노닐고, 이와 같이 2ㆍ3ㆍ4방과 4유ㆍ상ㆍ하 일체를 가득 채운다. 자애로운 마음으로 맺힘도 없고 원망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이 지극히 넓고 매우 크며 한량없이 잘 닦아 일체 세간을 두루 채우고 성취하여 노닌다. 이와 같이 슬픈 마음[悲心]과 기쁜 마음[喜心]도 마찬가지이며 평정한 마음[捨心]으로 맺힘도 없고 원망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이 지극히 넓고 매우 크며 한량없이 잘 닦아 일체 세간을 가득 채우고 성취하여 노닌다.
마납마들이여, 너희들도 또한 자애로운 마음으로 1방을 가득 채워 성취하여 노닐고 이와 같이 2ㆍ3ㆍ4방과 4유ㆍ상하 일체를 가득 채우고 자애로운 마음으로 맺힘도 없고 원망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이 지극히 넓고 매우 크며 한량없이 잘 닦아 일체 세간을 가득 채우고 성취하여 노닐어야 한다. 슬픈 마음과 기쁜 마음도 마찬가지이며 평정한 마음으로 맺힘도 없고 원망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이 지극히 넓고 매우 크며 한량없이 잘 닦아 일체 세간을 가득 채우고 성취하여 노닐어야 하느니라.’
이와 같이 스승 아란나는 제자들을 위하여 설법하였다.

다시 스승 아란나는 제자들을 위하여 범세법(梵世法)을 연설하였다. 스승 아란나가 범세법을 연설했을 때 여러 제자들 중에 법을 두루 갖추고 받들어 행하지 않은 자들이 있으면 그들은 목숨을 마친 뒤에 사왕천(四王天)에 나거나 혹은 삼십삼천에 나며 혹은 험마천에 나거나 혹은 도슬다천에 나며 혹은 화락천에 나거나 혹은 타화락천에 태어났다. 스승 아란나가 범세법을 연설했을 때 여러 제자들 중에 법을 두루 갖추고 받들어 행하는 자가 있으면 4범실(梵室)7)을 닦아 탐욕을 버리고 그는 목숨을 마친 뒤에는 범천에 태어날 수 있었다. 그 때 스승 아란나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제자들과 함께 뒷세상에 함께 가서 한곳에 태어나지 않으리라. 나는 이제 차라리 증상자(增上慈)를 닦으리라. 증상자를 닦으면 목숨을 마친 뒤에 황욱천(晃昱天)에 태어날 것이다.’
스승 아란나는 그 뒤에 다시 증상자를 닦았다. 증상자를 닦았으므로 목숨을 마친 뒤에 황욱천에 나게 되었다. 스승 아란나와 그 모든 제자들은 도를 배운 것이 헛되지 않아 큰 과보를 증득하였다.

비구들아, 너희들의 생각에는 어떠하냐? 옛날의 스승 아란나를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느냐? 그런 생각을 말라. 왜냐 하면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하나니 그는 곧 지금의 나이니라. 나는 그 때 스승 아란나라고 이름하였고 한량없는 백천의 많은 제자가 있었으며 모든 제자들을 위하여 범세법을 연설하였다.

내가 범세법을 연설했을 때 모든 제자들 중에 법을 두루 갖추고 받들어 행하지 않은 자들이 있으면 그들은 목숨을 마친 뒤에 사왕천에 나기도 했고 혹은 삼십삼천에 나기도 했으며 혹은 험마천(㷿摩天)에 나기도 했고 혹은 도슬다천(兜瑟哆天)에 나기도 했으며 혹은 화락천(化樂天)에 나기도 했고 혹은 타화락천(他化樂天)에 나기도 했다. 내가 범세법을 연설했을 때 모든 제자들 중에 법을 두루 갖추고 받들어 행하는 자가 있으면 4범실(梵室)을 닦아 탐욕을 버리고 그는 목숨을 마친 뒤에는 범천에 태어날 수 있었다. 나는 그 때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제자들과 함께 뒷세상에 함께 가서 한곳에 태어나지 않으리라. 나는 이제 차라리 다시 증상자를 닦으리라. 증상자를 닦으면 목숨을 마친 뒤에는 황욱천에 태어날 수 있으리라.’
그 때 나와 제자들은 도를 배운 것이 헛되지 않아 큰 과보를 얻었느니라.

나는 그 때에 내 자신도 요익하게 하였고 남도 요익하게 하였으며 많은 사람을 요익하게 하였다. 세간을 가엾이 여겼으며 하늘을 위하고 사람을 위하여 의(義)와 요익을 구하고 안온과 쾌락을 구하였었다. 나는 그 때에는 설법하였으나 구경(究竟)에 이르지는 못하였고 최후의 희고 깨끗한 법에 이르지 못하였으며 최후의 범행에 미치지 못하였고 최후의 범행을 마치는 데에는 이르지 못하였었다. 나는 그 때에는 생ㆍ노ㆍ병ㆍ사와 울음과 근심과 슬픔을 여의지 못하였고 또한 능히 일체의 괴로움에서도 벗어나지 못하였었다.
비구들아, 나는 이제 세상에 나와 여래(如來)ㆍ무소착(無所著)ㆍ등정각(等正覺)ㆍ명행성위(明行成爲)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士)ㆍ도법어(道法御)ㆍ천인사(天人師)로서, 불중우(佛衆祐)라고 불린다. 나는 이제 내 자신도 요익하게 하였고 남도 요익하게 하였으며 많은 사람을 요익하게 하였다. 세간을 가엾게 여기고 하늘을 위하고 사람을 위하여 의와 요익을 구하고 안온과 쾌락을 구하였다. 나는 이제는 설법하여 구경에 이르게 되었고 최후의 희고 깨끗한 법에 이르렀으며 최후의 범행을 이루었고 최후의 범행을 마쳤다. 나는 이제 이미 생ㆍ노ㆍ병ㆍ사와 울음과 근심과 슬픔을 여의었고 나는 이제 이미 일체의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비구들아, 만일 바르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사람의 목숨은 지극히 짧아 반드시 뒷세상으로 가게 된다. 그러므로 착한 일을 해야 하고 범행을 행하여야 한다. 한 번 나서 죽지 않는 것은 없다’고 말하리라.
비구여, 이제 이것은 바른 말이다. 왜냐 하면 이제 만일 장수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무리 오래라 해도 백 년, 혹은 그것을 조금 넘었을 것이다. 만일 장수하는 사람이라면 3백 철을 살 것이니, 봄철 1백, 여름철 1백, 겨울철 1백이다.
이것은 1천 2백 달을 사는 것이니, 봄 4백, 여름 4백, 겨울 4백 달이다. 1천 2백 달을 사는 것은 2천 4백 번의 보름을 사는 것이니, 봄 8백, 여름 8백, 겨울 8백 보름이다. 2천 4백 번의 보름을 사는 것은 3만 6천의 밤낮이니, 봄 1만 2천, 여름 1만 2천, 겨울 1만 2천의 밤낮이다. 3만 6천 밤낮을 사는 것은 7만 2천 끼니를 먹는 것인데 거기에는 장애와 어머니 젖이 있다. 장애가 있다는 것은 괴로워 먹지 못하고 성이 나서 먹지 못하며 병들어 먹지 못하고 일이 있어 먹지 못하며 다니느라 먹지 못하고 왕 앞이라 먹지 못하며 재일(齋一)이라서 먹지 못하고 얻지 못해 먹지 못하는 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1백 년을 사는 동안의 1백 년의 햇수ㆍ철 수ㆍ년 수와 철 수ㆍ달 수ㆍ보름 수ㆍ달과 보름 수ㆍ낮 수ㆍ밤 수ㆍ밤과 낮 수ㆍ끼니 수ㆍ장애 수ㆍ끼니와 장애의 수라고 한다.

비구들아, 만일 스승이 제자를 위하여 큰 사랑과 불쌍히 여김과 가엾게 여기는 마음을 일으켜 의리와 요익을 구하고 안온과 쾌락을 구한다면 나는 이미 그것을 다하였으니 너희도 또한 마땅히 힘쓰도록 하라. 곧 일 없는 곳이나 산속 숲ㆍ나무 밑ㆍ빈 곳이나, 편안하고 고요한 곳에 가서 편안히 앉아 깊이 사색하되 방일하지 말고 부지런히 힘쓰고 꾸준히 나아가 후회가 없게 하라. 이것이 나의 가르침이요, 이것이 나의 훈계이니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주석
1 이 경의 이역본으로는 역자를 알 수 없는 『불위황죽원노바라문설학경(佛爲黃竹園老婆羅門說學經)』이 있다.
2 『불위황죽원노바라문설학경』에는 이 부분이 “이 사문 구담은 게으르고 태만하기만 하다[此沙門瞿曇但懈怠慢]”로 되어 있다.
3 고려대장경에 각(覺)자로 되어 있는 것을 송ㆍ원ㆍ명 3본에 의거하여 학(學)자로 수정하고 번역하였다. 앞뒤에 반복되고 있는 문장에 학(學)자로 되어 있는 것을 보아도 학(學)자가 옳다.
4 고려대장경에 ‘운하불여법(云何不如法)’으로 되어 있는데 내용으로 보아 ‘운하여법(云何如法)’ 즉 ‘어떻게 법답게 하는가?’라야 옳을 것으로 생각된다. 뒤에 반복되는 문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5 이 부분이 팔리본에는 “애욕을 위해서도 아니요[不爲愛欲] 데리고 놀기 위해서도 아니며[不爲嬉戱] 보고 즐기기 위해서도 아니요[不爲觀樂] 단지 자식을 얻기 위해서이다[但爲得子故]”라고 되어 있다.
6 팔리어 mava의 음역어이고 바라문 청년, 혹은 바라문 동자를 뜻한다. 마납(摩納) 혹은 마나바(摩那婆)ㆍ마납바(摩納婆)로 음역하기도 한다.
7 자ㆍ비ㆍ희ㆍ사의 4무량심(無量心)을 말한다. 이 네 가지를 닦으면 대범천(大梵天)에 태어나는 과보를 받게 된다.

중아함경 1~10권, 11~20권, 21~30권, 31~40권, 41~50권, 51~60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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