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도집경(六度集經)

육도집경(六度集經) 제1권

오(吳) 강거국(康居國) 사문(沙門) 강승회(康僧會)한역

1. 보시도무극장(布施度無極章) ① [여기에 10장이 있음]

이와 같이 들었다.

한때 부처님께서 왕사성(王舍城)의 요산(鷂山)에 계셨는데, 그때 5백 명의 응진(應眞: 아라한)과 천 명의 보살이 자리를 같이하였다. 그 가운데 아니찰(阿泥察)이라는 보살은 부처님께서 경을 설하시면 항상 마음을 차분히 하고 정성껏 들었으며, 적연(寂然)히 딴 생각이 없고 오로지 경에만 뜻이 있었다.
부처님[衆祏]께서 아시고, 미치기 어려운 높은 수행인 보살의 6도무극[度無極]을 말씀하시어 빨리 부처가 되게 하셨다. 무엇이 6도무극인가? 첫째는 보시(布施)요, 둘째는 지계(持戒)요, 셋째는 인욕(忍辱)이요, 넷째는 정진(精進)이요, 다섯째는 선정(禪定)이요, 여섯째는 지혜[明度無極高行]이다.

보시도무극(布施度無極)이란 어떠한 것인가? 대자(大慈)의 마음으로 사람을 기르고, 삿된 무리를 불쌍히 여기며, 어진 자를 기뻐하여 제도[度]를 이루게 하며, 중생을 보호하여 건져 주며, 천지(天地)의 한계를 받지 않고 혜택이 널리 강과 바다에까지 미친다. 중생에게 보시하되, 굶주린 자를 먹이고, 목마른 자를 마시게 하고, 추위에 옷을 주고 더위에는 시원하게 하여 주며, 앓는 자에게 약을 주어 낫게 하고, 수레 ㆍ말ㆍ배ㆍ 가마ㆍ진귀한 보배ㆍ처자ㆍ국토를 찾는 대로 주되, 마치 태자(太子) 수대나(須大拏)가 가난한 이에게 보시하기를, 어버이가 자식을 기르듯 하여 부왕(父王)이 가두고 쫓아냈어도 딱하게만 여기고 원망하지 아니함과 같이 하는 것이니라.

1
예전에 보살이 그 마음이 진리에 통달하였다. 세상이 무상하여 영화와 목숨을 보전하기 어려움을 알아 재물을 다 보시하였다. 천제석(天帝釋)이, 보살이 중생을 자비심으로 기르며 보시로 무리를 구제하는 데 공훈이 높고 높으며, 덕이 시방보다 무거운 것을 보고서 자기의 지위를 빼앗길까 두려워하여 변화로 지옥을 만들어서 그 앞에 나타나게 하였다. 그리고 말하였다.
“보시하여 중생을 구제하면 죽어서 혼령이 태산(太山)지옥에 들어가 태우고 지지며 여러 가지 독을 주어 해함을 받느니라. 그래도 네가 이것을 하겠느냐?”
보살이 말하였다.
“어찌 덕을 베푸는데 태산지옥에 들어간다고 하느냐?”
제석이 말하였다.
“네가 믿지 않는구나. 죄인에게 물어 보는 것이 좋으리라.”
보살이 물었다.
“너는 어떠한 인연으로 지옥에 있게 되었느냐?”
죄인이 말하였다.
“저는 예전에 세상에서 집을 비워서 궁한 이를 구제하고 여러 가지 액난을 건져 주었는데, 그랬더니 이제 무거운 죄를 받아서 태산지옥에 있게 되었습니다.”
보살이 물었다.
“인자한 은혜를 베푸는 자가 재앙을 얻는다면 보시를 받는 자는 어떠한가?”
제석이 말하였다.
“은혜를 받는 자는 죽어서 천상에 오르느니라.”

보살이 말하였다.
“내가 구제하고자 는 것은 오직 중생이니 그대의 말과 같다면 진실로 내가 원하는 것이다. 은혜를 베풀어서 죄를 받는다면 내가 반드시 해야 하리라. 자기를 희생하여 중생을 건짐은 보살의 높은 뜻이 아닌가.”
제석이 말하였다.
“그대는 무엇에 뜻을 두고 원하기에 이러한 높은 행을 숭상하는 것인가?”
“나는 부처를 구하여 중생을 구제해서 니원[泥洹: 열반]을 얻게 하여 생사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함이로다.”
제석이 거룩한 뜻을 듣고 물러나 머리를 조아리며 말하였다.
“실로 보시로 중생을 사랑하여 구제했는데 복은 멀어지고 화를 받게 되어 태산지옥에 들어가는 경우는 없습니다. 당신의 덕이 하늘과 땅을 움직여 나의 지위를 빼앗을까 두려웠으므로 짐짓 지옥을 만들어 보여서 당신의 뜻을 현혹했던 것입니다. 어리석게 성인을 기만하였으니 그 무거운 허물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이렇게 뉘우쳐서 사과하고는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갔다.
보살은 자비로운 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慈惠度無極], 보시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2
예전에 보살이 큰 나라의 왕이 되었는데, 이름은 살바달(薩波達)이었다. 중생에게 보시하여 그들이 구하는 바를 마음껏 주었으며, 액난을 딱하게 여기고 구제하기에 항상 비창(悲愴)함이 있었다. 천제석이 왕의 인자한 은혜과 덕이 시방에 덮인 것을 보았고, 천신(天神)ㆍ귀(鬼)ㆍ용(龍)들이 모두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을 들었다.
“천제의 높은 지위도 처음에는 없는 것이다. 보통 사람이 계율을 갖추어 고상한 행동을 하며, 자비롭고 은혜로우며 복덕이 융성하면 목숨이 다한 뒤 혼신이 옮겨 와 곧 천제가 되는 것이다.”
곧 자신의 지위를 빼앗길까 두려워 가서 시험하여 참인지 거짓인지 알아보고자 하였다. 천제가 변방의 왕에게 일렀다.
“이제 저 인간의 왕의 인자한 혜택이 만물을 적시고 복과 덕이 매우 높으니, 나의 천제의 지위를 빼앗을 생각을 할까 두렵다. 너는 비둘기로 변화하여 빨리 왕의 처소로 가서 거짓으로 떨면서 저 왕에게 구원하여 달라고 애걸하라. 왕은 인자하므로 반드시 너를 보호하리라. 나는 곧 그 뒤를 따라서 왕에게 너를 내어 놓으라고 할 것이고, 그러면 왕은 끝내 돌려주지 않고 반드시 저자에서 파는 고기로 충당하려고 할 것이다. 그때 나는 억지를 써서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왕의 마음이 맑고 참되다면 마침내 자신의 살을 베어서 그 중량만큼을 충당하려 할 것이다. 그런데 저울질함을 따라서 비둘기의 무게가 자꾸만 무거워지도록 하면 살이 다하고 몸이 아파서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니, 후회하는 생각이 있으면 뜻한 바를 이루지 못하게 되리라.”

제석은 곧 매로 변화하고 변방의 왕은 비둘기로 변화하였다.
비둘기가 잽싸게 날아서 와서 발 밑으로 들어가서 떨면서 말하였다.
“대왕님 살려 주십시오. 제가 죽게 되었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떨지 말아라. 내가 너를 살려 주리라.”
매가 곧 뒤쫓아와서 왕을 향하여 말하였다.
“나의 비둘기가 이리로 왔는데, 비둘기는 나의 밥이니, 원컨대 임금님은 돌려주시오.”
왕이 말하였다.
“비둘기가 와서 목숨을 부탁하기에 이미 그 청을 받았다. 내가 신의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기에 끝내 어길 수가 없노라. 네가 구태여 고기를 구한다면 내가 너를 만족하게 백 배만큼의 무게를 주리라.”
매가 말하였다.
“나는 오직 비둘기가 필요할 뿐, 그 나머지 고기는 소용이 없습니다. 임금님은 은혜를 베푼다고 하면서 어찌하여 나의 밥을 빼앗습니까?”
“이미 저의 생명을 보장하였으니 신의의 중함은 천지와 같은지라, 어떻게 어기는 마음을 내겠느냐? 마땅히 무엇을 주면 네가 비둘기를 놓아 주고 기꺼이 가겠느냐?”
“만약 임금님께서 인자한 혜택으로 반드시 중생을 건지신다면 임금님 몸의 살을 베어서 비둘기와 같은 만큼의 것을 주신다면 내가 흔연히 받겠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좋다.”
그리고는 곧 스스로 넓적다리의 살을 베어 달아서 비둘기의 무게와 같게 하려 하였다. 비둘기의 무게가 왕의 무게를 넘어 자꾸만 베어서 보태었으나 노상 그러하므로 몸뚱이의 살을 온통 다하였으나 무게가 같아지지 않았다. 살을 베어 낸 자리는 아프기가 한량없었으나 왕은 인자한 마음으로 참으며 비둘기를 살리기만 원하였으므로 또 측근의 신하에게 명하였다.
“너는 어서 나를 죽여 골수를 달아서 비둘기의 무게와 같게 하라. 나는 모든 부처님을 받들고 바르고 참된 소중한 계(戒)를 받았다. 중생의 위급과 액난을 구제함에 비록 여러 가지 사악(邪惡)한 번뇌가 있다 한들 마치 작은 바람과 같으니, 어찌 태산을 움직일 수 있으랴.”

매가 왕의 마음이 도를 지켜 옮기지 않고 인자한 혜택이 같기 어려움을 알고 각기 본래의 몸으로 돌아갔다.
제석과 변방의 왕이 땅에 머리를 조아리고 말하였다.
“대왕이여, 무엇을 지향하시기에 뇌고가 이와 같으십니까?”
왕이 말하였다.
“나는 천제석이나 비행황제(飛行皇帝)의 지위를 목표로 하지 않노라. 내가 보니 중생들의 눈이 멀고 어둠에 빠져서 3존(尊)을 보지 못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지 못하고, 흉한 재앙의 행동을 마음대로 하다가 몸을 무택(無擇)의 지옥에 던지니, 이 어리석음을 보매 측은하고 슬퍼서 부처 되기를 구하여 중생의 곤액을 구제하여 니원을 얻게 하고자 함이로다.”
천제가 놀라 말하였다.
“저는 대왕이 제 지위를 빼앗고자 한다고 여겨 어지럽힌 것입니다. 장차 무엇이든지 시킬 것은 없습니까?”
왕이 말하였다.
“내 몸의 상처를 전과 같이 낫게 하여 나로 하여금 보시하고 중생을 구제하는 일을 지금보다 더 높이도록 하여 달라.”
천제가 곧 천의(天醫)를 시켜 신약(神藥)을 몸에 바르게 하니, 상처가 나아 기색과 역량이 전보다도 나아졌고 몸의 상처도 순식간에 말끔히 나았다.
제석이 물러나 머리를 조아리고 왕의 둘레를 세 번 돌고는 기뻐하면서 갔는데, 이 뒤로 보시를 전보다 더하였다.
보살은 자비로운 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보시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3
예전에 보살이 몹시 가난하고 곤궁하여, 여러 장사하는 사람들과 함께 다른 나라에 갔었다. 그들은 다 부처님을 믿는 마음이 있어서 궁핍한 이에게 보시하며 중생을 제도하였다.
그들이 말하였다.
“모두 다 인자하고 은혜롭거늘 그대는 장차 무엇을 베풀겠는가?”
보살이 대답하였다.
“무릇 몸뚱이는 빌린 것이라 버리지 않을 수 없다. 내가 바다의 고기들을 보니 크고 작은 것이 서로 잡아먹으니 마음이 슬퍼지노라. 내가 마땅히 이 몸으로 저 작은 놈을 대신하여 잠깐 동안의 목숨이라도 보존하게 하리라.”
그리고는 곧 스스로 몸을 바다에 던지니 큰 고기는 배가 불렀고, 작은 놈은 살게 되었다.
혼령은 변화하여 전어(鱣魚)의 왕이 되었는데, 몸의 크기가 수 리(里)나 되었다.

해변에 나라가 있었는데, 그 나라에 가뭄이 들어서 백성들이 굶주려 서로 잡아먹었다. 고기의 왕이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중생들이 소요(騷擾)하니 그 얼마나 고통스러우랴. 내 몸에 수 리에 뻗치는 살이 있으니, 저 백성들에게 제공하면 열흘이나 달포의 궁핍은 면하게 되리라.”
곧 몸을 솟구쳐서 그 나라 바닷가에 오르니 온 나라 사람들이 뜯어먹었지만 생명은 붙어 있었다. 살을 뜯기기 두어 달이었지만 고기가 오히려 살아 있으므로 천신이 내려와서 말하였다.
“네가 그렇게 고통을 참고 어떻게 견디느냐? 왜 목숨을 끊지 않느냐? 고통을 떠날 수 있을 터인데.”
고기가 말하였다.
“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 혼이 나가고 몸이 썩어 버려서 백성들은 다시 굶주리고 서로 잡아먹고 할 것이니, 내가 차마 볼 수 없을 것이 느껴지노라.”
천신은 탄복하여 말하였다.
“보살이 품은 자비는 짝하기가 어렵도다.”
그리고는 마음 아파하면서 말하였다.
“그대는 반드시 부처님이 되어서 우리 중생을 제도하리라.”

어떤 사람이 도끼로 그의 머리를 잘라 가니, 고기는 그때에야 죽었다.
혼령은 곧 감응하여 왕이 되었는데, 태자로 나면서부터 높고 성스러운 지혜가 있었다. 4은(恩)으로 자비를 넓히고 은택이 2의(儀)와 가지런하며, 백성의 곤궁을 불쌍히 여겨 말하는데 목이 메었다. 그러나 나라는 아직도 가물어 마음을 다스리고 재계를 엄숙히 하면서 식사를 물려 헌상[獻]을 끊고, 머리를 조아려 참회하였다.
“백성 착하지 않은 것은 허물이 내게 있습니다. 원컨대 내 목숨을 죽이고 백성에게 비의 혜택을 주옵소서.”
날마다 애통해 하니 마치 지극한 효자가 거룩한 아버지의 상(喪)을 당한 것과 같았다.
이 정성이 먼 데까지 뻗쳐서 부처님들이 아시고 5백 분이 그 나라 지경에 오셨다.

왕은 듣고서 기쁜 마음뿐이어서 몸이 없는 것과 같았다. 받들어 맞아들여서 예배하고 정전(正殿)으로 모셨다. 황후도 태자도 엄숙히 하여 정성을 다하지 않음이 없었다. 가장 맛난 음식과 법복(法服)을 바쳐서 모자람이 없이 하고, 온몸을 땅에 던져 예배하고, 머리를 조아려 울면서 말하였다.
“제가 마음이 더럽고 행실이 흐려서 3존(尊)과 4은(恩)의 가르침에 맞지 않아 백성들로 하여금 고난을 받게 하였습니다. 죄가 마땅히 이 몸을 쳐서 백성에게 덕을 입혀야 하오리다. 가뭄이 여러 해 계속되어 백성들이 굶주리니 원통하고 마음이 아프옵니다. 원컨대 백성들의 재앙을 없애고 그 재앙으로 내 죄를 벌하소서.”
모든 부처님들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는 어진 임금이오. 사랑하고 측은해 하며 어질고 은혜로워 덕이 제석과 같기에 모든 부처님께서 널리 아시오. 이제 그대에게 복을 주노니 슬퍼하지 마시오. 곧 백성에게 신칙하여 모두 곡식을 심게 하라.”
왕이 곧 명령과 같이 하였다. 남녀가 생업에 나아가니 집마다 다스려지지 않는 것이 없었다. 벼는 변화하여 박[蓏]이 되었는데, 농신(農臣)이 물으니, 왕은 “익기를 기다리라” 하였다. 박 열매가 나라를 덮었는데, 속에는 모두 벼나 보리[稻穬]가 두어 휘[斛]씩 들어 있었다. 그 맛은 향기로워 온 나라에 향기가 가득하니 나라가 온통 기뻐서 왕의 덕을 찬탄하였고, 네 이웃에 원수였던 나라들이 모두 신하라 일컬었으며, 백성들이 구름처럼 모여드니, 나라의 지경이 날로 늘어났다. 온 나라가 계를 지키고 3존에 귀의하였으며 목숨을 마친 뒤에는 다 천상에 태어났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때 가난했던 사람은 바로 나였느니라. 여러 겁을 인자한 혜택으로 중생을 구제했기에 그 공이 헛되지 않아서 이제 그 과보로 부처가 되었으며, 호(號)는 천중천(天中天)으로서 3계(界)의 영웅이 된 것이다.”
보살은 자비로운 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보시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4
예전에 보살이 서심(逝心: 바라문)이 되어 항상 산과 늪에 살고 있었다. 전일하게 도를 생각하고 악을 범하지 않았으며, 과일을 먹고 물을 마셔 조금도 쌓아 두는 일이 없었고, 중생이 우치하여 스스로 쇠망함을 인자하게 염려하여 매양 위급과 액난을 보면 목숨을 걸고 구제하였다.
과일을 찾아 나섰다가 길에서 젖먹이는 범을 만났다. 범이 젖을 먹인 뒤라 피곤과 굶주림이 덮쳐 왔으나 먹을 것이 없어 마음이 거칠어져서 도리어 새끼를 먹으려 하였다. 보살이 보다가 마음이 슬퍼져서 중생들이 세상에 처하매 근심과 고통이 한량이 없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어미와 자식이 서로 먹는다면 그 고통은 형언하기 어려운 것이다’ 하고, 목이 메어 눈물을 흘리면서 몸을 돌려 사방을 돌아보았으나 어미 범에게 먹여서 새끼의 목숨을 건질 만한 것이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
가만히 스스로 생각하였다.
‘대체로 범은 육식하는 종류이다. 깊이 생각해 보면 내가 뜻을 세우고 도를 배우는 것은 오로지 중생이 무거운 고통에 빠져 있어 그들을 구제하여 재앙을 없이 하고 신명(身命)을 길이 편안하게 하고자 함이다. 내가 뒤에 늙어 죽으면 몸뚱이는 내버리고 마는 것을, 차라리 자비와 은혜로 중생을 구제하여 덕을 이룸만 같지 못하다.’
그리고는 곧 머리를 범의 입 속에 던졌는데, 이것은 빨리 죽어서 아픔을 모르게 하고자 함이었다. 범의 어미와 새끼가 함께 구제되었다.
모든 부처님들이 덕을 찬탄하여 높은 성인과 공(功)이 같다고 하셨고, 하늘ㆍ용ㆍ선한 신들로서 도에 뜻이 있는 자들이 슬퍼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나아가 구항(溝港: 수다원)이 되고, 빈래(頻來: 사다함)ㆍ불환(不還: 아나함)ㆍ응진(應眞: 아라한)ㆍ연일각(綠一覺: 연각)이 되었으며,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발하니, 이러한 용맹한 뜻이 모든 보살을 넘어서서 9겁 전에 5탁(濁)에서 천상과 인간의 스승[天人師]이 될 것을 서원하였고, 모든 5역(逆)과 10악(惡)을 제도하며 거짓된 것으로 하여금 도에 따르도록 하였다.
보살은 자비로운 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보시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5
예전에 보살이 큰 나라의 왕이 되었는데, 나라 이름은 건이(乾夷)였고, 왕의 이름은 편열(偏悅)이었다. 속은 현명하고 겉은 인자하여 얼굴이 온화하고 단정하였다. 백성들이 그를 따라서 감화되니 옥에는 죄수가 없었다. 가난한 백성들에게 구하고 찾는 바대로 넉넉하게 주니, 인자한 혜택이 고루 적시어 은혜가 제석(帝釋)과 같았다.

타국의 바라문이, 이 왕이 인자하게 보시하며 무리들이 욕구하는 대로 좇는다는 것을 듣고, 사특한 무리들이 질투하여 거짓된 것으로써 참된 것을 헐었다.
궁문(宮門)에 나아가서 말하였다.
“내가 들으니, 현명한 왕은 백성들의 곤핍함을 건져 주되 하늘의 혜택이 널리 덮임과 같다고 한다.”
곧 호위하는 병사에게 고하였다.
“그대는 임금님께 알려 드리겠는가?”
측근의 신하가 알리니 왕이 곧 나타났다.

바라문이 말하였다.
“현명하신 임금님, 어지신 혜택이 사국(四國)에 미치니 유정[有識]들이 감탄하지 않음이 없사옵니다. 제가 감히 원하는 바를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왕이 매우 좋다고 하니 바라문이 말하였다.
“천왕은 보시를 숭상하여 구한즉 어김이 없다고 합니다. 때에 마땅히 사람의 머리를 써야 할 일이 있으니 원컨대 임금님의 머리를 빌려 소망에 맞게 하여 주십시오.”
왕이 말하였다.
“내 머리가 무엇이 좋아서 얻고자 하는가? 내게 많은 보배가 있으니 그대에게 주리라.”
바라문은 받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공장(工匠)을 시켜서 7보로 머리를 만들어서 수백 개나 주어 보았으나, 바라문은 오직 왕의 머리라야만 한다고 하였다.

왕은 일찍이 사람을 거스린 적이 없었다. 곧 스스로 전각에서 내려와서 머리를 풀어 나무에다 매고, “내 머리를 그대에게 주노라” 하였다.
바라문이 칼을 빼어 들고 달려갔다. 수신(樹神)이 보고 그 무도함을 괘씸하게 여겨 손으로 그 뺨을 쳤다. 그러자 몸이 뒤틀리고 얼굴이 반대로 돌아갔으며, 손은 늘어지고 칼은 떨어졌다. 왕은 평안함[平康]을 얻었다. 신하와 백성들이 만수무강을 빌면서 기쁨과 슬픔이 서로 뒤섞였고, 모든 하늘은 덕을 찬탄하면서 참보시[內施]라 하였으며, 사천왕이 옹호하고 모든 악독한 것이 없어지니, 국토 안에 병이 없으며 오곡은 풍성하게 익고 감옥은 헐려서 임금과 신하가 기쁨으로 가득하였다.

부처님께서 모든 사문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의 건이국왕은 나이고, 바라문은 조달(調達)이으니라.”
보살은 자비로운 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보시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6
예전에 보살이 큰 나라의 왕이 되었다. 백성을 다스리되, 자비로써 하며 자기를 미루어 저들을 헤아렸다. 달마다 순행하면서 가난한 자를 구제하였고, 홀아비와 과부에게는 약과 미음을 주었으며, 순행할 적에 매양 명령하여 뒷 수레에는 여러 가지 보배와 의복과 의약품을 갖추어 실었으며, 죽은 자가 있으면 장사 지내어 주었다.
항상 가난한 백성을 보면 문득 자책하였다.
‘임금이 덕이 없어서 백성이 궁한 것이다. 임금이 부유하고 덕이 있으면 백성의 집이 유족할 터인데, 이제 백성이 가난하니 이것은 곧 내가 가난한 때문이로다.’
왕의 자비함이 이러하니 그 이름이 시방에 덮였다.

두 번째가 된 제석(帝釋)은 그 자리가 뜨거워졌다.
제석의 마음이 두려워져서 말하였다.
“저의 덕이 저렇게 높으니 반드시 내 자리를 빼앗을 것이다. 내가 그 뜻을 부수리니, 그런 행동은 곧 끝날 것이다.”
곧 스스로 변화하여 늙은 바라문이 되어서 왕에게 가서 은전 1천을 빌었다. 왕이 곧 주니, 그는 말하였다.
“나는 늙어서 도둑이 무서우니 임금님께서 맡아 주시오.”
왕은 우리 나라에는 도둑이 없다고 하였으나, 거듭 맡아 달라고 하여 받아 두었다.

하늘이 또 다른 바라문으로 변화하여 궁문에 나아가니, 측근의 신하가 알려서 왕이 곧 그를 만났다.
바라문이 감탄하여 말하였다.
“대왕의 공과 명성이 팔극(八極)에 유포되고 덕행이 희유하십니다. 이제 멀리 와서 빌고자 하는 것이 있습니다.”
왕이 매우 좋다고 하니 그는 또 말하였다.
“내가 전생에 복이 엷어서 범상한 서민층에 태어났으므로 높은 영화를 흠모하오니 이 나라를 빌려 주십시오.”
왕이 대단히 좋다고 하고 곧 처자와 더불어 간편한 수레를 타고 떠났다.

천제가 또 다른 바라문으로 변화하여 왕에게 쫓아가서 수레를 달라고 하니 수레와 말을 주어 버리고 처자를 데리고 길을 걸어서 산을 의지하고 머물러 잤다.
다섯 가지 신통을 얻은 도사가 왕과 전부터 벗이었는데, 왕의 덕을 생각하니 그의 숙소가 보였고, 그가 잃어버린 나라도 보였다. 마음을 고요히 하고 숨을 고르니, 천제석이 탐욕과 질투로 나라를 빼앗아 버려서 나라가 지치고 병들어 있는 것도 보였다.
도사가 신족(神足)으로써 홀연히 왕이 있는 곳에 가서 말하였다.
“장차 무엇을 구하기에 이다지도 수고로운가?”
왕이 말하였다.
“내가 뜻하는 바를 그대가 잘 알지 않는가?”
도사가 곧 변화로써 하나의 수레를 만들어서 왕에게 주고 새벽에 각각 헤어졌다.

제석이 다시 바라문이 되어 그 수레를 달라고 하였다. 곧 또 주어버리고 그 나라에서 나아가다가 수십 리도 못 되었는데, 제석이 다시 처음의 바라문으로 화현하여 와서는 은전을 찾았다.
왕이 말하였다.
“내가 나라를 남에게 주고 떠나온 중에 그대의 돈을 잊었노라.”
바라문은 3일 안으로 반드시 돈을 돌려달라고 하였다.
왕이 곧 처자를 각각 어떤 집에 볼모로 잡히고 은전 1천을 얻어서 바라문에게 돌려주었다.
아내는 볼모로 있는 집에서 그 집 딸을 모셨는데, 딸이 목욕할 때에 몸의 값진 패물을 시렁에 걸어 두었는데 제석이 변화하여서 매가 되어 그 옷과 보배를 후리어 갔다. 딸은 종이 훔친 것이라 하여 구속하여 옥에 가두었다. 그 아이는 볼모 집 아이와 함께 잤는데, 제석이 밤에 가서 볼모 집 아이를 죽이니, 그 집에서는 아이를 잡아서 옥에 보내었다.
모자가 함께 갇혀 굶주리고 몸이 헐었으며, 구원이 없는 것을 탄식하며, 종일토록 울었다. 마침내 죄가 이루어져 저자에 버려지게 되었다.

왕이 품팔아서 얻은 은전 1천으로 처자의 속전을 바치려 저자로 찾아다니다가 그들을 보고, 곧 시방의 모든 부처님을 생각하면서 스스로 허물을 뉘우치며 말하기를, “나의 전생의 악이 이에 이르게 한 것인가” 하고, 마음을 고요히 하고 선정에 들었다.
신통의 밝음을 얻어 제석이 한 짓을 보았다. 공중에서 소리가 났다.
“어찌 빨리 그들을 죽이지 않느냐?”
왕이 말하였다.
“내가 들으니, 제석은 중생을 널리 건져서 있는 그대로의 마음[赤心]으로 딱하게 여기며 길러 주는 것이 인자한 어머니보다도 더하니, 피가 있는 무리들이 혜택을 입지 않음이 없다고 한다. 그대는 악연으로는 제위(帝位)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제석이 중한 독을 품은 죄악이 성숙하여 산 채로 태산지옥에 들어갔다. 천상과 인간과 용과 귀신으로서 좋아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지주(地主)의 왕은 곧 처자의 죄를 풀어 주었다.
두 왕이 서로 보고 그 원인을 물어서 연유를 낱낱이 말하니, 나라에 온통 눈물을 흘리지 않는 이가 없었다.
지주의 왕은 나라를 나누어서 다스리자고 하였으나 고국의 신민들이 왕의 소재를 알고 온 나라가 받들어 맞으니, 두 나라의 임금과 백성들이 한편으로는 애석해 하고 한편으로는 기뻐하였다.

그 때의 왕은 곧 나였고 아내는 구이(九夷)였으며, 아들은 라운(羅云)이었고, 천제는 조달이었으며, 산중 바라문은 사리불이었고, 저 국왕은 미륵이었다.”
보살은 자비로운 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보시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7
예전에 보살이 큰 나라의 왕이 되었다. 백성을 다스리되, 바르게 하여 마음에 치우침이 없었다. 그러나 노닐며 보는 일이 없으니 국상(國相)이 아뢰었다.
“원컨대 한 번 나아가 노니소서.”
왕이 대단히 좋다고 하고 밝은 날에 곧 나가 보니, 인민들이 기뻐하고 널리 모두 제자리를 얻었으며, 나라의 부성(富姓)들은 사는 집이 훌륭하고 아름다워 금과 은으로 기와를 이었고, 옷의 장식들이 길에서 빛나는 것을 보고 “내 나라가 풍부하다”고 하면서 매우 기뻐하였다.
궁으로 돌아와서 생각하였다.
“이 모든 부호의 집들이 나라에 무슨 이익이 되겠는가?”
곧 칙명으로 그 재산을 기록하여 군자금으로 하라고 하였다.

한 부호가 사재(私財)가 3천만이 있다고 왕에게 상소하였다. 왕이 노하여서 말하였다.
“어찌 감히 내 앞에서 속이느냐?”
그가 대답하였다.
“어려서부터 생업을 다스렸기 때문에 무릇 사재가 있습니다. 집안의 보배는 5가(家)의 몫이요, 저의 소유가 아닙니다.”
“그러면 무엇을 사재라고 하느냐?”
“마음으로 부처님의 업(業)을 생각하고, 입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펴며, 몸으로 부처님의 일을 행하고, 5가의 것을 덜어서 부처님의 종묘를 일으키며, 성현들을 공경하여 그 의식에 이바지하며, 날고 꿈틀거리고 기어다니는 것들을 사랑으로 기르며, 마음에 편안치 아니한 바는 더하지 아니하니, 이 복덕이 저를 따름이 마치 그림자가 형체를 따름과 같은지라, 이것이 이른바 사재이옵니다. 5가의 몫이라는 것은 첫째는 물이요, 둘째는 불이요, 셋째는 도둑이요, 넷째는 관청이요, 다섯째는 목숨이 다하는 것[命盡]입니다. 몸뚱이는 가보에 속하나 그것을 세상에 버리고 홀로 가며 앙화의 문에서 갈 바를 모릅니다. 세상을 보매 환영과 같으므로 구태여 소유하지 않습니다. 5가분을 계산하면 족히 10억은 되오나 이것은 재앙의 무더기인지라 항상 몸을 위태롭게 할까 두렵거늘 어찌 감히 지니오리까? 원컨대 관에서는 이것을 가져 가서 나의 근심을 제하여 주소서.”

왕이 “참으로 옳은 말이로다” 하고 곧 돌려보냈다.
그리고는 재방(齋房)에 들어가서 마음을 편안히 하고 생각을 정밀히 하여 곧 깨달아서 말하였다.
“몸뚱이도 오히려 보전치 못하거늘 어찌 하물며 국토와 처자와 모든 것들을 장구(長久)하다 할 것이냐.”
곧 불경을 찬집하고 글을 외우며 뜻을 해석하여 마음의 때를 비추어 제거하고, 곧은 신하를 쓰고 충성된 간언(諫言)을 받아들이며, 나라에 대사령(大赦令)을 내리고, 백성들의 재물을 돌려주며, 관료들을 후대하고, 너그럽고 바른 것을 의논하며, 여러 신하들에게 일렀다.
“대저 불경의 묘의(妙義)와 중계(重戒)를 보지 않는 자는 귀먹고 눈먼 것이리라. 저 부호가 참으로 부하고 나만이 가난하였도다.”
곧 나라에 칙명을 내려 재보를 흩어 빈곤한 자에게 나눠 주고 백성들이 하고자 하는 바를 마음대로 하게 하며, 부처님의 절을 세우고 증번(繒幡)을 달고 향을 피우고 사문들을 공양하며, 몸소 6재(齋)를 지키니, 이렇게 하기를 3년에 사경(四境)이 편안하여 도둑이 전혀 없고, 오곡이 풍성하여 백성들에게 기한(飢寒)이 없었다.
왕은 뒤에 목숨이 다하자 곧 제2 천상에 태어났다.

부처님께서 모든 사문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의 왕은 나였고, 부호는 추로자(秋鷺子)였으며, 왕에게 노닐기를 권한 자는 아난이었느니라.”
보살은 자비로운 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보시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8
예전에 보살이 큰 부호가 되었는데, 이름은 선탄(仙歎)이었다. 재산이 풍부하여 한량이 없었으나, 부처님 경전을 보고 세상은 무상하여 영화도 목숨도 보전하기 어렵고 재물도 자기의 소유가 아니니, 오직 보시하는 공덕만이 썩지 않는다고 깨달았다. 그래서 백성들에게 고하였다.
“만약 가난한 자가 있거든 원대로 취하여 가라.”
이렇게 하기 두어 달에 그때 정사(政事)는 너그럽고 백성은 부하여서 재물이 궁핍한 자가 없었으므로 선탄은 생각하기를, ‘약을 사서 여러 병자들에게 공급하는 것이 마땅하리라’ 하고, 곧 좋은 약을 사서 무리들의 생명을 건지니, 그 자비가 널리 뻗쳐서 은혜가 두루하지 않음이 없었다.
여러 해의 은혜로 그 덕의 향기가 멀리 퍼져서 사방에서 병자가 달려오니, 모두 그 넓은 혜택을 찬탄하여 덕이 하늘 같다 하였다.

재물이 다 없어지니 몸소 보배를 캐러 나섰다. 집에서 백여 리쯤 갔을 때 한 물가에서 두어 대의 수레에 중병자를 싣고 가는 것을 만나서 물었다.
“어디로 갑니까?”
대답하였다.
“선탄에게 가서 남은 목숨을 건져 보려 합니다.
선탄이 곧 돌아와서 왕에게서 5백 냥을 꾸어서 약을 사다가 치료하니, 병자가 모두 나았다. 스스로 상인과 더불어 바다에 들어가서 보배를 캐니 얻은 바가 많았다. 나라로 돌아오는데, 배를 두고 걸어가자니 길은 어렵고 물도 없었다. 선탄이 한 우물물을 얻어 여러 사람을 불러서 모두 마시게 하였다.
상인들이 그가 얻은 흰 구슬이 유달리 빛남을 보고 탐심이 생겨 더욱 악해져서 성인을 헐뜯고 어진 이를 잔해하게 되었다. 함께 선탄을 밀어 우물에 던졌는데, 보살의 어진 덕이 신을 감동시킨지라 천신이 받들어서 상하지 않게 하였다.

상인들이 나라에 돌아가니 왕이 물었다.
“선탄은 어디 갔느냐?”
“나라에서 나가자 곧 헤어져서 간 곳을 모릅니다.”
“너희가 죽인 것이냐?”
“아닙니다.”

선탄은 우물에서 곁으로 뚫린 구멍을 발견하고 찾아 나와 7일 만에 본국으로 돌아오니, 왕이 물었다.
“어찌 헛되이 돌아오는가?”
“불우하였습니다.”
왕이 가만히 생각하여 보매, 반드시 곡절이 있으리라 하고 상인들을 불러서 문초하였다.
“너희가 진실로 자수하면 살려 주려니와 속이는 자는 죽으리라.”
곧 모두 자수하매 옥에 가두어 죄를 정하였다. 선탄이 울면서 궁문에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죄를 청하였다.
왕이 대답하였다.
“정사에 위배되느니라.”
또 거듭 청하였다.
“어리석은 자는 소견이 뒤바뀌었사오니 족히 밝혀 꾸짖을 것이 못 되옵니다. 그들이 무지한 것을 용서하십시오.”
왕이 선탄의 어진 덕을 가상히 여겨 상인들의 흉악한 죄를 용서하고 물건을 돌려주라 하였다.
상인들이 모두 말하였다.
“선탄이 부처님을 받들지 않는 자라면 어찌 이렇게 어질 수가 있겠느냐?”
곧 각기 이름난 보물을 골라 돌려주었다.
선탄이 각각 그 반씩만 받으니, 상인들이 머리를 조아리면서 말하였다.
“은혜를 입어서 목숨이 온전한데, 다 받으셔야 합니다.”
이를 받아서 왕의 돈을 돌려주고 또 크게 보시하였다. 왕과 신하와 백성들이 서로 좇아서 계를 받았으며, 자식은 효도하고, 신하는 충성하며, 천신이 지켜 주니 나라가 풍부하고 백성이 편안하였고, 사방의 이웃 나라들도 덕을 입어서 칭찬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때 선탄은 바로 나였느니라.”
보살은 자비로운 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보시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9
예전에 보살이 사성(四姓)에서 났는데, 땅에 떨어지자 곧 말하였다.
“중생의 만 가지 화(禍)를 내가 마땅히 건지리라. 부처님의 위의를 보지 못하고 밝은 법을 듣지 못하니, 내가 마땅히 그들의 이목을 열어서 눈멀고 귀먹음을 제거하여 위없는 바르고 참된, 성인들의 왕이며 밝은 법의 근원을 보고 듣게 하리니, 보시하고 권유하면 복종하지 않음이 없으리라.”
구친(九親)이 모두 놀라 말하였다.
“예로부터 갓난아이가 이런 말을 했다는 것을 듣지 못하였는데, 이것이 하늘인지 용인지 귀신의 영인지 점이라도 처 봐야겠다.”
곧 어버이에게 대답하였다.
“저는 높은 성인이 화한 바라, 넓은 지혜를 품어서 저절로 그런 것이요, 저 뭇 요귀가 아니니 의심하지 마옵소서.”
그리고는 입을 다물었다.
어버이가 말하였다.
“아이에게 하늘 땅을 널리 윤택하게 할 뜻이 있으니 범부가 아니로다.”
그리고는 아이의 이름을 보시(普施)라 하였다.

나이 열 살에 부처님의 모든 전적(典籍)과 세속에 유행하는 여러 가지 술법을 통달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어버이에게 사퇴하고 대중을 구제하여 가난한 이에게 보시하겠다고 하니, 어버이가 말하였다.
“나를 가장 유명한 부자라고 한다. 너는 마음대로 여러 가난한 이들에게 보시할 수 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원컨대 사문이 되겠사오니 제게 법복과 응기(應器)와 책장(策杖)을 주옵소서. 이로써 중생을 제도함이 저의 평생의 원이옵니다.”
어버이가, 아이의 처음 낳을 때 서원을 생각하고 막을 수 없다 하여 곧 그 원대로 좇아 들어 주어서 사문이 되었다.

두루 돌면서 교화하여 한 큰 나라를 지나가게 되었다.
그 나라에 어떤 호성(豪姓)이 또 여러 가지 글에 밝았는데, 보시의 거동과 용모가 당당하고 빛나며, 그의 성품이 담박하여 조촐하기가 천금(天金)과 같고, 높은 성인의 표가 있어서 장차 세상의 어른[世雄]이 될 것을 보고 보시에게 말하였다.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말하시오. 성인에게 만족하게 하기를 원하노라. 내게 못난 딸이 있는데 원컨대 주겠으니 키질과 쓰레질을 시키라.”
“대단히 좋습니다. 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십시오.”
계속 길을 나아가 해변에 이르러서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 언덕에 올라 산에 들어가 사람이 없는 곳에 이르렀다. 멀리서 은성(銀城)을 보았는데 궁전은 밝고 좋았다. 그때 독사가 그 성을 일곱 번 감고 있었는데 몸통의 크기가 백 아름은 되었다. 보시가 온 것을 보더니 머리를 높이 쳐들었다.
보시가 생각하였다.
‘이런 독을 품은 종류는 반드시 해칠 마음을 가지고 있다. 내가 마땅히 무개(無蓋)의 자비를 일으켜서 저 독을 없게 하리라. 대체로 흉악한 것은 불이요, 자비한 것은 물이니, 물로써 불을 멸한다면 어찌 아니 없어지랴.’
곧 앉아서 자비의 정(定)을 일으켜 중생들로 하여금 빨리 8난(難)을 여의고, 마음에 악념(惡念)을 제거하며 부처님을 만나고 법을 보며 사문과 모여서 위없는 바르고 참되고 밝은 도를 듣고 마음이 열리며, 때가 없어져서 자신의 소견과 같게 되기를 원하였다. 이 자비의 정(定)을 일으키매 뱀의 독이 곧 소멸되어서 머리를 숙이고 잠들었다.

보시가 그 머리에 올라서 성에 들어가니 성중에 천신(天神)이 있다가 보시가 온 것을 보고 기뻐서 말하였다.
“오래 성덕(聖德)에 감복하였더니 이제 여기에 오시니 나의 본마음을 이루었습니다. 원컨대 한 때인 90일 동안만 머무르십시오.”
보시가 그렇게 허락하였다. 천왕이 곧 정사(政事)를 측근의 신하에게 맡기고 몸소 음식을 올리고 조석으로 엄숙하게 받들었다. 그리하여 모든 부처님의 무상[非常]ㆍ고(苦)ㆍ공(空)ㆍ무아(無我)의 높은 수행과 중생을 건지는 밝은 법을 배웠다.
시일이 지나 휴양을 마치고 보시는 또 길을 떠났는데 천왕이 명월진주(明月眞珠) 한 개를 주면서 말하였다.
“이 구슬에 저절로 따르는 광명이 40리에 뻗칩니다.”
곧 뜻과 원을 발하였다.
“여러 가지 보배가 만족될 겁니다. 만일 뒤에 부처님이 되시면 제자가 되어서 친히 곁에서 모시겠습니다.”
보시가 좋다고 하였다.

곧 또 앞으로 나가다가 보니 황금성이 있는데, 장엄하게 꾸민 것이 은성에 댈 바가 아니었다. 거기에도 독사가 있는데 성을 에우기 14겹이요, 몸뚱이의 크기도 앞의 것의 배나 되는 것이 머리를 수 길이나 쳐들고 있었다. 보시가 다시 자비를 넓히는 정(定)을 생각하니 뱀의 독이 곧 없어지면서 머리를 숙이고 잠이 들었다. 뱀에 올라 들어가니 하늘 사람이 있다가 보시를 보고 기뻐서 말하였다.
“오랫동안 신령하고 밝음에 감복하였더니, 여기 오시니 매우 좋습니다. 원컨대 두 때인 180일만 머무르십시오. 제가 힘을 다하여 공양하겠으니 오직 위신(威神)을 머물러 주십시오.”
곧 그렇게 허락하고 머물러서 위없는 밝은 행을 설법하다가 마치고, 곧 사퇴하니 하늘 사람이 다시 신비한 구슬 한 개를 주면서 말하였다.
“밝은 빛이 80리를 비추는데 마음에 원하는 뭇 보배가 그 이수(里數)에 가득하게 될 것입니다. 만약 당신이 도를 얻으면 원컨대 제자가 되어서 위없는 신통(神通)을 얻게 하소서.’

그 신비한 구슬을 받고 곧 또 나아가서 유리성을 보았다. 앞의 것보다도 더욱 빛났는데, 또 큰 독사가 있어서 성을 21겹이나 두르고 머리를 들고 성난 눈으로 성문에 당하여 있었다.
다시 앉아서 넓은 자비의 정을 깊이 생각하면서 중생을 건질 것을 서원하니 독이 가라앉고 머리를 숙였다.
올라가서 성안으로 들어가니 역시 하늘 사람이 있어서 기뻐하는 것이 앞에서와 같았고, 세 때[三時]를 머물도록 청하면서 공양하기를 원하였다.
기간을 마치고 사퇴하니, 또 신비한 구슬 한 개를 주면서 말하였다.
“광명이 160리를 비추고, 그 구슬이 있는 곳에 많은 보배가 그 광명 안에 가득하여 구하고자 하는 것을 못 얻을 것이 없을 겁니다. 당신이 만약 위없는 바르고 참된 깨달음의 도를 얻으면 제가 제자가 되어서 가장 밝은 지혜를 지니길 원합니다.”
또 말하였다.
“반드시 그대는 원을 이루리라.”
보시가 구슬을 가지고 생각하기를, ‘이것으로 족히 중생의 곤핍을 건질 수 있을 것이다’ 하고, 그 옛 집으로 돌아갔다.

바다의 모든 용신들이 모두 모여서 의논하였다.
“우리들의 이 큰 바다에서 오직 이 세 구슬이 우리의 영화가 되었는데, 저 도사가 모두 가져 가니 우리가 어떻게 번영하랴. 차라리 모든 보배를 온통 없애더라도 이 구슬만은 잃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는 해신(海神)이 평범한 사람으로 화하여 보시 앞에 서서 말하였다.
“내가 들으니 인자(仁者)가 세상의 상보(上寶)를 얻었다니 볼 수 있는가?”
곧 보이니 해신이 그의 머리를 때리고는 구슬을 탈취하였다. 보시가 생각하였다.
‘내가 험한 곳을 지나고 큰 바다를 건너서 이 보배를 얻은 것은 중생들의 곤핍을 구제하고자 함이러니 도리어 이 신에게 빼앗겼구나.’
곧 해신에게 말하였다.
“너는 내 구슬을 돌려주어라. 그렇지 않으면 내가 네 바다를 말리리라.”
해신이 말하였다.
“너는 왜 그 헛된 말을 하느냐? 이 큰 바다가 얼마나 깊고 넓은데 누가 능히 말리겠느냐? 하늘의 해는 떨어뜨릴 수가 있고, 큰 바람도 멎게 할 수 있지만 바다는 말리기 어려우니 마치 허공을 부술 수 없는 것과 같으니라.”

“내가 예전 정광부처님 앞에서 도력을 얻어서 바다를 뒤집어엎고 손가락으로 수미산을 뽑아서 천지를 진동시키며, 또 모든 세계를 옮길 수 있도록 원하였더니, 부처님께서 내 뜻과 원을 좇아 주셨으므로 이제 그러한 힘을 얻었다. 너희들 귀신의 실오라기와 터럭만한 사특한 힘이 어찌 능히 나의 바르고 참된 힘을 막겠느냐?”
곧 경을 설하였다.
“내가 무수겁(無數劫) 이래로 어머니의 젖을 먹었으며 흘린 눈물과 몸이 죽어서 흐른 피는 바다가 수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로다. 은혜와 애정을 끊기 어렵고 나는 것과 죽는 것을 그치기 어려우나 나는 오히려 은애(恩愛)의 근본을 끊고 생사(生死)의 신(神)을 막으려 하노라. 이 생(生)에 퍼서 못다 한다면 세세생생(世世生生)에 퍼내겠노라.”
곧 두 발을 모으고 표주박으로 바닷물을 퍼서 철위산 밖에 던졌다.

변정천(遍淨天)이 멀리 듣고 깊이 혼자 생각하였다.
‘예전에 내가 정광부처님 앞에서 이 사람이 그 원하는 것을 얻었다고 들었더니, 반드시 세존이 되어서 우리 중생들을 제도할 것이다.’
그리고는 내려와서 그 물을 푸는 것을 도우니 10분의 8이 없어졌다.
해신이 뉘우치고 떨면서 말하였다.
“이게 어떠한 사람이기에 이러한 무극(無極)의 신령함이 있느냐? 이 물이 다 없어지면 나의 거처가 무너지는 것이다.”
말하였다. 곧 모든 보물을 꺼내어 창고들을 비우고 보시에게 주니 보시가 받지않고
“오직 내 구슬만 찾고자 한다.”
모든 신들은 그 구슬을 돌려주었고, 보시는 그 물을 돌려주었다.

그리고 본토로 돌아오면서 길에서도 보시하니, 지나오는 나라마다 빈민이 없었고, 곳곳의 모든 나라가 품행[操]을 고치지 아니함이 없었다. 5계(戒)와 10선(善)으로 국정(國政)을 삼고 옥을 열어서 크게 사면하니 윤택이 중생에 미쳤고, 드디어 부처를 얻음에 이르렀다.

부처님께서 모든 사문에게 말씀하셨다.
“보시라는 자는 나였고, 아버지는 백정왕이었으며, 어머니는 곧 나의 어머니 사묘(舍妙)였다. 도사의 딸은 지금의 구이(俱夷)였으며, 은성 중의 하늘이란 자는 지금의 이 아난이었고, 금성 중의 하늘이란 자는 목련이었으며, 유리성 중의 하늘이란 자는 사리불이었으니, 보살이 여러 겁을 부지런히 4은(恩)을 행하고 서원하여 부처를 구하며, 중생을 건진다.”
보살은 자비로운 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보시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10
예전에 보살이 큰 나라의 왕이 되었는데, 이름은 장수(長壽)였고, 태자의 이름은 장생(長生)이었다. 그 왕이 어질고 착하여서 항상 자비심을 품었고, 중생들을 연민히 여겨서 제도할 것을 서원하고 정진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칼이나 몽둥이가 행해지지 않았고, 신하와 백성들이 원한이 없었으며, 바람과 비가 때를 맞추어서 보배와 곡식이 풍족하였다.
이웃 나라의 소왕(小王)은 행동이 포학하고, 탐욕과 잔인으로 법을 삼으니, 나라는 황폐하고 백성은 가난하였다.
왕이 여러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내가 들으니 장수왕은, 그 나라가 풍부하고 여기서 멀지 않은데, 인자함을 품어서 죽이지 않는다니, 병혁의 방비가 없을 것이다. 내가 빼앗고자 하면 얻을 수 있겠느냐?”
여러 신하들이 할 수 있다하니 곧 전투할 군사를 일으켜서 대국의 경계에 도달하였다.

변방을 지키던 신하가 달려가서 그 상황을 아뢰면서 방비할 것을 원하였다.
장수왕이 곧 여러 신하들을 모아 의논하였다.
“저 왕이 오는 것은 오직 우리 나라에 백성이 많고 보배가 많은 것을 탐낸 것이다. 만약 그와 싸우면 반드시 백성의 목숨이 상할 것이다. 나를 이롭게 하고 백성을 잔해하며, 탐욕하여 어질지 않은 일을 나는 하지 않으리라.”
여러 신하들이 모두 말하였다.
“신들이 예전에 군모(軍謀)와 병법(兵法)을 익혔으니 저희들이 적멸하겠습니다. 임금님은 수고롭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왕이 말하였다.
“승리하면 저쪽이 죽고 약하면 우리가 죽는다. 저쪽 군사나 우리 백성이 다 하늘이 낳아서 기른 것이다. 몸이 중하고 목숨이 아까운 것은 누군들 그렇지 않겠느냐? 나를 온전히 하자 하여 백성을 해하는 짓을 어진 자는 하지 않느니라.”
여러 신하들이 나와서 말하였다.
“이 하늘 같이 어진 임금을 잃을 수 없다.”
그리고는 각자가 서로 군사를 거느리고 적을 막았다.

장수왕이 이것을 알고 태자에게 말하였다.
“저쪽에서 우리 나라를 탐하여 독을 품고 왔는데, 여러 신하들이 나 한 사람 때문에 백성들의 목숨을 잔해하려 한다. 내가 이제 나라를 버려서 천민(天民)을 온전히 할까 한다. 그것이 옳지 않겠느냐?”
태자도 응낙하였다. 부자가 성을 넘어서 곧 성명을 고치고 산에 숨었다.

그래서 탐욕의 왕이 드디어 그 나라에 들어왔다.
여러 신하와 백성들이 그 옛 임금을 잃으니 마치 효자가 그 어버이를 잃은 것과 같아서 애통하여 몸부림을 치지 않는 집이 없었다.
탐욕의 왕은 장수왕에게 황금 천 근과 천만의 돈을 현상금으로 걸었다.

장수가 길가에 나와 나무 밑에 앉아서 생각해 보니, 중생들이 생사에 몹시 고통스럽지만 무상(無常)ㆍ고(苦)ㆍ공(空)ㆍ무아(無我)를 보지 못하고 욕망에 미혹되어 그 고통이 헤아릴 수 없는 것을 불쌍히 여겼다.
먼 나라에서 한 바라문이, 왕이 보시를 좋아하여 중생의 목숨을 건진다는 말을 듣고 멀리 와서 궁한 신세를 의탁하려 하였다. 또한 나무 밑에서 쉬다가 서로 물어 보고 각기 내력을 이야기하였다. 바라문이 놀라 대왕께서 무슨 인연이 이러하냐고 눈물을 흘리면서 제 신세를 말하였다.
“나는 여생이 얼마 없기에 와서 남은 목숨을 보존하고저 빌려 했더니 대왕이 나라를 잃었으니 내 목숨도 그만입니다.”
그가 애통해 하니, 왕이 말하였다.
“그대가 와서 궁한 신세를 의탁하려 하였는데, 바로 내가 나라를 잃은 뒤에 만났으니 그대를 구제할 수 없으매 나 역시 마음 아프도다.”
눈물을 씻으면서 다시 말하였다.
“내 들으니, 새 임금이 나를 잡으면 매우 중히 한다고 한다. 그대가 내 머리를 취하여 가면 가히 중한 상을 얻으리라.”
“그렇지 않습니다. 멀리서 대왕이 인자하게 중생을 구제하여 덕택이 천지와 같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고향[本土]을 떠나서 스스로 구제 입기를 바란 것입니다. 이제 머리를 베라고 신칙하시니, 감히 명하심을 받지 못하겠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몸은 썩는 그릇인데 어찌 구태여 보전하랴. 대체로 삶에 죽음이 있는 법, 누가 항상 존재할 수 있겠나. 만약 그대가 취하지 않더라도 재와 흙이 되는 것인데.”
바라문이 말하였다.
“천왕께서 하늘같이 인자한 은혜를 펴시어 기어이 목숨을 바쳐서 하열한 자를 건지고자 하시니, 그렇다면 헤어져 서로 다시 만나기 원합니다.”
왕이 곧 그를 따라 고국의 성문에 이르러 묶어 가지고 알리게 하였다.

나라 사람들이 왕을 보고 슬피 우니 전체가 동요하였다. 바라문은 상을 얻었고, 탐욕의 왕은 네거리에서 산 채로 태워서 죽이라고 명령하였다.
여러 신하들이 상주[啓]하여 말하였다.
“신들이 이제 옛 임금의 마지막을 당하여서 약간의 음식으로 죽어 가는 영을 위로하게 하소서.”
탐욕의 왕이 좋다고 하였다.
백관과 백성들이 애통해 하며 길을 막았고 몸부림쳐 구르면서 하늘을 부르지 않는 이가 없었다.
태자 장생이 또한 거짓으로 나무팔이가 되어 아버지 앞에 섰다. 아버지가 그를 보고 하늘을 우러르며 말하였다.
“아비의 가르침을 어기고 흉악함을 머금고 독을 품고 무거운 원한을 쌓으면 앙화가 만세에 이으리니, 효자가 아니니라. 모든 부처님은 4등(等)으로 자비의 윤택함을 넓혀 덕이 하늘 땅을 덮으니, 나는 이 길을 찾아서 몸을 바쳐 중생을 건지는 것이다. 오히려 작은 효도도 못할까 두려워해야 하거늘 하물며 포학을 행하여 복수를 할까보냐. 내 말을 어기지 않으면 가히 효자라고 하리라.”
아들이 차마 아버지의 죽음을 볼 수 없어서 깊은 산으로 들어갔다.

왕이 죽자 태자는 슬피 울어 입에서 피를 토하면서 말하였다.
“내 아버지께서 비록 임종시에 어질게 하라는 경계가 있으셨으나 내가 반드시 어기더라도 저 짐새[毒鴆]를 베리라.”
그리고는 품팔이로 나아가서 어떤 신하의 채소를 가꾸게 되었다.
신하가 마침 동산에 갔다가 채소가 매우 잘된 것을 보고, 그 까닭을 물으니, 원감(園監)이 대답하였다.
“저자에 품팔이 한 사람이 있는데 원종(園種)에 능합니다.”
신하가 그를 불러 물었다.
“무엇이나 다 능하냐?”
대답하였다.
“백공(百工)의 교묘함에 있어서 제가 으뜸입니다.”
신하가 그 왕을 청하여서 찬(饌)을 만들어 올리게 하니 태관(太官)보다 뛰어남이 있었다.

왕이 물었다.
“이 음식을 누가 한 것이냐?”
신하가 사실로써 대답하니, 왕이 곧 채용하여 주감(廚監)을 삼았는데, 모든 일에서 왕을 만족시켜 발탁하여 측근의 신하로 삼으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장수왕의 아들이 나의 큰 원수인데 이제 너로 하여금 내 신변을 지키도록 하겠다.”
곧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오리다.”
왕이 물었다.
“너는 사냥을 좋아하느냐?”
“예, 신도 좋아하옵니다.”
왕이 곧 사냥을 나갔다. 말을 달려서 짐승을 쫓다가 무리들을 잃어버리고 오직 장생과 더불어 산 속에서 3일을 지냈다. 드디어 굶주림과 피곤이 덮쳐 오니 칼을 풀어서 장생에게 주고 그 무릎을 베고 잠들었다.
장생이 말하였다.
“이제 너를 얻지 못하랴.”
곧 칼을 뽑아 베려다가 문득 아버지가 하신 ‘아버지의 가르침을 어기면 불효가 된다’는 명령을 기억하고는 칼을 거두고 말았다.

왕이 잠을 깨어 말하였다.
“꿈에 장생이 내 머리를 베려고 하였으니 어쩌면 좋으냐?”
대답하였다.
“산에는 강한 귀신이 있어서 작열(灼熱)하기를 좋아합니다. 신이 옆에서 지키고 있는데 무슨 걱정이 있겠습니까?”
왕은 다시 누웠다. 이렇게 하기를 세 번에 드디어 칼을 던지면서 말하였다.
“내가 어지신 아버지를 위하여 네 목숨을 살려 준다.”
왕이 깨어서 말하였다.
“꿈에 장생을 보았는데 내 목숨을 살려 준다 하는구나.”
태자가 말하였다.
“장생이란 바로 접니다. 아버지를 생각하여 원수를 쫓아서 지금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저의 아버지가 죽음에 임하여서 친히 어진 경계를 남겨 저로 하여금 모든 부처님의 악이 오고 선이 가는 것을 참는 도를 따르게 하신 것인데, 제가 극히 어리석은 성품을 품고 독(毒)으로써 독을 공격하려 하였습니다. 세 번 아버지의 경계하심을 생각하고 세 번 칼을 놓은 것입니다. 원컨대 대왕은 빨리 죽여 중한 근심을 제거하소서. 저도 몸이 죽고 정신이 떠나면 악한 생각이 나지 않을 것입니다.”

왕이 허물을 뉘우치고 말하였다.
“내가 포악하여서 선하고 악한 것을 구별하지 못하였다. 그대의 선군(先君)은 높은 행(行)을 순수하게 갖추셔서 나라는 없어져도 그 행은 없어지지 않았으니 높은 성인이라 이를 만하다. 그대가 어버이의 온전한 행을 지녔으니 효자라고 할 만하다.
나는 승냥이나 이리처럼 산 목숨을 잔해하여 내 배를 불렸거늘, 이제 내 목숨이 그대에게 있는데도 용서하고 죽이지 않았으니, 뒤에 어찌 선행을 어기겠느냐? 이제 나라로 돌아가야 할 터인데 어느 길로 가야 할 것인가.”
“이 길을 잃게 한 것도 제가 한 것입니다.”
곧 왕을 데리고 숲에서 나와 여러 관료들과 만났다. 왕이 말하였다.
“그대들은 장생을 아는가?”
모두 모른다고 하였다.
“이 사람이 곧 장생인데, 이제 나라를 돌려주고 나는 본거(本居)로 돌아간다. 앞으로는 형제간이 되어서 화와 복을 같이하리라.”
태자를 왕으로 세우는 날 온 나라가 슬픔과 기쁨이 교차되어 만수무강을 칭송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탐욕의 왕은 본국으로 돌아가서 다시 조공을 바쳤으니, 마침내 천하가 태평하게 되었다.

부처님께서 모든 사문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장수왕이란 자가 나의 몸이었고, 태자는 아난이었으며, 탐욕의 왕은 조달이었다. 조달은 세세(世世)에 독의(毒意)를 품고 내게 향하였는데, 그것을 내가 번번히 제도하였다. 아난과 조달은 본래 원한이 없었으므로 서로 해하지 않은 것이다. 내가 세세에 참을 수 없는 것을 참으면서 뜻을 자제하고 행(行)을 세웠으므로 이제 깨달음을 얻어서 삼계의 어른이 되었다.”
보살은 자비로운 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보시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육도집경 제2권

오 강거국 사문 강승회한역

1. 보시도무극장 ② [여기에 4장이 있음]

11
바야왕경(波耶王經)

예전에 바라나국에 바야(波耶)라는 왕이 있었다. 나라를 인(仁)으로써 다스려서 방패와 창이 못쓰게 되었고, 곤장과 매질이 없어졌으며, 감옥은 헐리니 길거리에 걱정하는 소리가 없었고, 중생들은 제자리를 얻었다. 나라는 풍족하고 백성은 번성하니 하늘들은 인자함을 찬탄하였다.
왕성의 너비와 길이가 4백 리요 둘레가 1천6백 리인데 왕이 날마다 이 성중의 사람들을 먹이고 다 그 원대로 좇아 주었다.
이웃 나라에서 이 나라가 풍족하고, 재해가 없음을 듣고 왕이 신하들과 모의하여 말하였다.
“저 나라는 풍부하고 백성들이 안락하다. 내가 얻고자 하니, 가면 반드시 이기리라.”
신하와 첩들이 모두 기쁘게 왕의 원대로 따르겠다고 하였다. 곧 군사를 일으켜서 어진 나라로 갔다.

어진 나라의 여러 신하들이 듣고 막으려 하였다.
어진 왕은 슬퍼하면서 말하였다.
“나 한 사람의 몸 때문에 많은 백성의 몸을 죽이겠는가. 나 한 사람의 목숨을 사랑하여 백성들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겠는가. 한 입에 두 번 먹으며 한 몸뚱이에 여러 벌 옷을 입겠는가. 때에 따라 어찌 다투랴. 봄 하늘[春天] 같은 덕을 버리고 승냥이와 이리의 잔학(殘虐)을 취하겠는가. 내가 차라리 한 세상의 목숨을 버릴지언정 큰 뜻을 버리지 않으리라. 자기를 헤아리고 여러 생명을 편안하게 한다는 것은 대개 하늘의 인(仁)이다.”
방편으로 신하들에게 말하기를, “각각 물러갔다가 내일 다시 의논하자” 하고, 밤에 성을 넘어서 도망하여 한 나무 밑에 앉았다.

한 바라문이 왔는데 그의 나이 60이었다. 왕에게 물었다.
“저 어진 나라의 임금님께서 만복하시고 강령하신가?”
대답하였다.
“그 임금님은 벌써 돌아가셨다.”
바라문은 듣고 땅을 치면서 애통해 하였다.
왕이 그에게 물었다.
“그대는 왜 그렇게 슬퍼하는가?”
대답하였다.
“내가 들으니 저 임금님은 어진 덕이 여러 생명에 미쳐서 그 덕택이 제석과 같다기에 달려와서 목숨을 의탁하려 했더니, 저 임금님이 돌아가셨다니 이 늙은 것도 다 살았구려.”
왕이 말하였다.
“저 어진 임금이란 자가 바로 나였소. 이웃 나라 임금이 우리 나라가 풍부하고 백성이 번성하며 보배가 많다는 것을 듣고 무사에게 명령하여서 내 머리를 가져오는 자에게는 남녀 종을 각각 천 명, 말 천 필, 소 천 마리, 금ㆍ은 각 천 근씩을 상으로 준다 하였소. 이제 그대가 내 머리를 취하고 금관과 칼을 분명한 증거로 삼아 가지고 저 왕에게 가서 많은 중상(重賞)을 받아서 대대로 물려줄 자산이 된다면 내 마음이 기쁘겠소.”
“어질지 못하여 도를 어김은 차라리 죽을지언정 어찌하겠습니까?”
“노인은 나를 믿고 살았는데 궁하게 할 수 있으랴. 내가 이제 이 머리를 그대에게 주되, 그대에게는 죄가 없게 하리라.”
그리고는 일어나서 시방에 머리 조아리고, 눈물을 흘리면서 맹세하였다.
“중생으로서 위태로운 자를 내가 마땅히 편안케 하리라. 참됨을 등지고 삿됨으로 향하는 자를 내가 마땅히 3존(尊)께 귀의케 하리라. 이제 이 머리로써 그대의 궁함을 구제하되, 그대에겐 죄가 없게 하리라.”
곧 칼을 당겨 자결함으로써 그 사람의 어려움을 건지게 하였다.

바라문이 머리와 관과 칼을 가지고 저 왕에게 이르렀다. 왕은 옛 신하들에게 물었다.
“어진 왕의 힘이 천 사람을 당한다는데 어찌 이 사람에게 잡혔느냐?”
옛 신하들은 머리를 조아려 땅에 쓰러져 애통해 하며 대답을 못하였다.
다시 바라문에게 물었다. 바라문이 경위를 진술하니, 백성들이 거리에 쓰러져서 울부짖다가 어떤 사람은 피를 토하였고, 어떤 사람은 기절을 하여 시체처럼 보였다. 저 왕도 신하도 크고 작은 무사들도 모두 비통해 하지 않는 자가 없었다.
왕은 하늘을 우러르면서 길게 탄식하여 말하였다.
“나의 무도함이여, 하늘의 어진 아들을 죽였도다.”
그리고는 어진 왕의 몸뚱이와 머리를 취하여 연결하여 금박을 하고 전상(殿上)에 앉혀서 32년 동안 천자(天子)를 삼았다가 뒤에 그의 아들을 세워서 왕으로 삼으니, 이웃 나라까지도 자식처럼 그를 사랑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어진 왕은 죽은 뒤에 곧 천상에 났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어진 왕은 내 몸이었고, 이웃 나라의 왕은 목련이었으며, 그 나라의 여러 신하들은 지금 이 모든 비구들이었다.”
보살은 자비로운 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보시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12
바라나국왕경(波羅㮈國王經)

예전에 바라나 국왕의 태자 이름은 가란(迦蘭)인데 형제가 두 사람이었다.
부왕이 죽으니 나라를 서로 사양하여 주인으로 서는 자가 없었다.
형은 아내를 거느리고 도망하여 산에 들어가서 도를 배웠다. 임강수(臨江水)에 이르렀는데, 그때 다른 나라의 어떤 범죄자가 국법으로 그의 손발을 잘리고 코와 귀가 절단되고 부서진 배에 띄워 버려졌다. 죄인이 하늘을 연달아 부르니 도사(道士)가 그것을 들고 슬퍼하며 말하였다.
“저 사람이 누구기에 그 괴로움이 저다지도 심할까. 대체로 자비를 넓히어 몸을 어질게 하고 목숨의 위험을 무릅쓰면서 뭇 생명의 액난을 건지는 것은 큰 선비가 할 일이다.”
그리고는 물에 뛰어들어 물결을 헤치고 배를 끌어다가 언덕에 댄 뒤 그를 업고 거처로 돌아와서 극진히 양호하니, 상처가 나아 목숨을 보전하게 되었다. 햇수가 4년이 지났지만 자비로 기르되, 싫증냄이 없었다.

그의 아내는 음란하여 꺼리는 것이 없어 죄인과 음모를 꾸며 남편을 죽이려고 죄인에게 말하였다.
“그대가 그를 죽인다면 내가 그대와 살겠다.”
죄인이 말하였다.
“저 사람은 현자(賢者)인데 어떻게 죽이느냐?”
그렇게 하여도 아내의 말이 여전하매 죄인이 또 말하였다.
“나는 손발이 없어서 죽일 수 없다.”
아내가 말하였다.
“그대는 앉아 있으라. 나에게 꾀가 있다.”
그리고는 거짓으로 머리가 아프다고 하며 남편에게 말하였다.
“이것은 반드시 산신의 소위인데 내가 풀어 주고자 하니 내일 당신과 함께 기도를 합시다.”
남편이 대단히 좋다고 하여, 다음날 드디어 언덕으로 갔는데 높이가 40리며 삼면에 절벽이 있어서 보는 자가 모두 무서워하였다.
아내가 말하였다.
“술법이 있으니 당신이 해를 향하고 서 있으면 제사는 내가 지내겠습니다.”
남편은 해를 향하였고 아내는 거짓으로 두어 둘레쯤 돌다가 산 밑으로 밀어서 떨어뜨렸다.
산 중턱에 나무가 있었는데, 잎이 촘촘하고 두터워 부드럽고 폭신하였다. 도사(道士)는 가지를 잡고 서게 되었다. 나무에는 감미로운 과실이 있어 먹고 목숨을 보전하였다. 나무 곁에는 거북이 있어서 또한 날마다 그 과실을 먹었는데, 나무에 사람이 있는 것을 보고 무서워서 감히 가지 못하여 닷새나 굶다가 위험을 무릅쓰고 과실이 있는 데로 나아가니, 양자가 서로 해함이 없어서 드디어 서로 닿을 만큼 가까이 다가왔다. 도사는 뛰어서 거북에 올라타니 거북이 놀래어 땅으로 뛰어내렸는데 천신이 도와서 사람도 거북도 상함이 없었다.

고국에 돌아오니 아우가 나라를 형에게 사양하였고, 형은 몸을 어질게 하여 넓은 자비로 뭇 생명을 건졌다.
왕이 나라를 다스리되, 날마다 보시하여 4백 리 안 사람들이 수레, 말, 갖가지 보배와 음식을 자유로 하였으며, 동서남북에 은혜로 기르기를 이와 같이 하니, 왕의 공명이 두루 펴져서 시방에서 덕을 찬탄하였다.

한편 그의 아내는 남편이 죽었고 나라에 자기를 아는 사람이 없다고 하여 손, 발이 무지러진 사내를 업고 나라로 들어와서 스스로 말하였다.
“시집이 세상의 쇠란을 당하였고 몸마저 절단나서 높으신 임금님의 인자하신 은혜를 듣고 와서 비는 것입니다.”
나라 사람들이 이와 같음을 갸륵하게 여겨 다음과 같이 가르쳐 주었다.
“대왕께서 넓으신 자비로 뭇 생명을 기르시는데 내일은 동문으로 나가서 보시할 것이다. 네가 마중하면 너의 선행을 귀하게 보셔서 네게 많이 주시리라.”

이튿날 왕에게 가서 구걸하니, 왕은 그들을 기억하고는 여러 신하들에게 아내의 내력을 이야기하였다. 한 신하는 말하였다.
“마땅히 불에 태워야 합니다.”
또 한 신하는 말하였다.
“마땅히 베어야 합니다.”
법을 맡은 대신[執法大臣]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대체로 바른 것을 버리고 삿됨에 들어가서 패역(悖逆)의 행동을 하는 것보다 큰 죄는 없습니다. 저 흉악한 사람에게 못을 박아 사람을 후리는 여자[蠱女]의 등이라고 붙여 항상 지고 있게 해야 합니다.”
여러 신하들이 모두 말하였다.
“좋습니다. 좋은 것을 따라 집행함이 현명합니다.”
왕이 10선(善)으로써 백성을 교화하니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왕과 신하와 백성들은 죽어서 천상에 태어났으며, 죄인 부부는 죽어서 지옥에 들어갔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의 왕은 내 몸이었고, 죄인은 조달이었으며 아내는 회간여자(懷杆女子)였느니라.”
보살은 자비로운 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보시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13
살화단왕경(薩和檀王經)

예전에 국왕의 이름이 살화단(薩和檀)이었으니, 풀이하면 일체를 보시한다[一切施]는 뜻이다. 구하는 것이 있으면 남의 뜻을 거슬리지 않고 보시하였기 때문이다. 그 왕의 이름이 팔방에 퍼져서 모르는 이가 없었다.
그때 문수사리(文殊師利)가 가서 시험하고자 하여 소년 바라문으로 변화하여 다른 나라로부터 왕궁 문에 이르러 문지기에게 말하였다.
“나는 먼 데서 왔는데, 대왕을 뵙고자 합니다.”
문지기가 곧 이와 같이 아뢰었다.
왕은 매우 기뻐하면서 곧 나아가 맞이하되, 아들이 아버지를 뵙는 것과 같이하여 앞에서 예(禮)를 올리고 앉으라고 청하였다. 그리고 물었다.
“도인께서는 어디에서 오셨습니까? 험한 길을 오시기에 얼마나 피곤하십니까?”
바라문이 말하였다.
“제가 다른 나라에 있으면서 왕의 공덕을 들었으므로 와서 뵙는 것이며, 이제 빌고자 하는 것이 있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대단히 좋습니다. 얻고자 하는 바를 스스로 의심하거나 어려워하지 마십시오. 지금 내 이름이 일체시(一切施)입니다. 어떠한 것을 구하고자 합니까?”
바라문이 말하였다.
“나는 다른 것은 소용이 없고, 왕의 몸을 얻어서 나의 남종으로 삼고 왕의 부인으로 나의 여종을 삼고 싶은데, 만약 그렇게 하겠다면 나를 따라 갑시다.”
왕이 매우 기뻐하면서 대답하였다.
“대단히 좋습니다. 이제 이 몸은 결정코 도인에게 종속되어 부림을 받겠습니다. 그러나 부인은 큰 나라의 왕녀이오니 마땅히 가서 물어 보아야겠습니다.”

곧 들어가서 부인에게 말하였다.
“이제 한 도인이 연소하고 단정한데, 멀리서 와 내 몸을 빌어 가지고 남종을 삼고자 하고, 아울러서 당신은 여종으로 삼고자 하는데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소?”
부인이 물었다.
“왕께서는 어떻게 대답하셨습니까?”
“나는 이미 종이 될 것을 허락하였으나, 당신에 대하여는 허락하지 못하였소.”
부인이 말하였다.
“왕께서는 서로 버리고 혼자서만 편리할 대로 하시고, 나를 제도하실 생각은 아니하십니다.”
부인이 곧 왕을 따라 나가서 도인에게 말하였다.
“이 몸도 도인의 종으로 바치겠습니다.”

바라문이 다시 왕에게 말하였다.
“정말로 그렇게 하겠습니까? 나는 이제 가야겠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내가 태어난 이래로 보시하되 일찍이 후회한 적이 없었습니다. 도인을 따라가겠습니다.”
“그대들이 나를 따르겠다면 다 모두 맨발인 채로 신을 신지 말라. 마땅히 종의 법과 같이하여 바로잡지 않을 수 없다.”
왕과 부인이 말하였다.
“예, 주인님[大家]의 가르침을 좇아서 감히 명령을 어기지 않겠습니다.”
그때 바라문이 노비를 거느리고 길을 갔다.
문수사리는 곧 나툰 사람[化人]으로서 그 왕의 자리와 부인의 몸을 대신하여 나라를 다스려서 전과 같게 하였다.

왕의 부인은 본디 큰 나라의 왕녀로서 단정하기 짝이 없었으며, 수족이 부드럽고 연하였으며, 깊은 궁중에서 생장하여 추위와 괴로움을 겪지 않았다. 더구나 임신한 지 수 개월의 무거운 몸으로 걸어서 주인을 따르자니, 온몸이 고통스럽고 발바닥은 터지고 상하여서 다시 나아갈 수 없었다. 피로가 극도에 달하여 뒤에 떨어지니 바라문이 둘아보고 꾸짖었다.
“네가 이제 종이 되었으니 마땅히 종의 법대로 할 것이요, 네 그 본래의 행투를 쓰지 못하리라.”
부인은 꿇어앉아 아뢰었다.
“다만 소인이 아주 피로해서 조금 멈추어 쉰 것입니다.”
고함쳤다.
“빨리 와서 내 뒤를 따르라.”
가다가 나라의 시장에 이르러서 따로따로 남종과 여종을 팔아서 각각 다른 주인에게 넘기니, 서로 수 리(里)나 떨어졌다.

그때 어느 장자가 이 남종을 사서 이 집을 지키게 하고 모든 매장하는 자[埋者]가 있으면 그 세금을 거두게 하여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이때 여종은 어느 대가(大家)에 소속되었는데, 부인의 질투가 심하여 새벽부터 밤까지 일하게 되니 당초부터 쉴 수가 없었다. 그 뒤 수일 만에 여종이 아이를 낳으니 남자인데, 부인이 성내어 말하였다.
“너는 종년인데 어떻게 이 아이를 얻을 수 있겠느냐? 어서 죽여 버려라.”
주인의 명령을 따라서 곧 그 아이를 죽여서 묻으러 가는데, 남종의 처소에 이르러 서로 만나 보고 말하였다.
“사내아이를 낳았는데 오늘 죽었습니다. 돈을 아니 가지고 왔으니 지금 정녕 아무렇게나 묻을 수는 없습니까?”
남종이 말하였다.
“주인님께서 몹시 급하니 이것을 들으면 나에게 적지 않은 벌을 줄 것이오. 그대는 빨리 가지고 가서 다시 다른 데를 찾아보고 여기에서 지체하지 말아 주오.”
왕과 부인이 비록 서로 만났으나 애쓰고 고생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고, 각기 원망하는 마음도 없었다.

이렇게 말하는 순간에 황홀하기 꿈과 같더니, 왕과 부인이 저절로 본국으로 돌아와서 중궁(中宮)에 있었다. 정전에 앉았는데 전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고, 모든 신하들이나 후궁ㆍ채녀들이 다 모두 전과 같았으며, 낳았던 태자도 또한 저절로 살아나니, 왕과 부인이 마음속으로 스스로 의심이 되어서 이게 어떻게 된 연고인가 하였다.
문수사리가 허공에서 7보로 된 연꽃 위에 앉아 신색상(身色相)을 나투고 찬탄하였다.
“훌륭하다. 지금 그대가 보시하는 지성이 이와 같구나.”
왕과 부인이 기뻐서 뛰었고, 곧 나아가 절을 하였다.
문수사리가 그들을 위하여 경법을 설하니 3천 세계의 국토가 크게 진동하였고, 온 나라 사람을 덮으니, 모두 위없는 참되고 바른 도의 뜻을 발하였으며, 왕과 부인은 그때에 불기법인(不起法忍)을 얻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때 왕은 곧 내 몸이었고, 부인은 지금의 구이(俱夷)였으며, 태자는 라운(羅云)이었느니라.

내가 숙세(宿世)에 보시함이 이와 같아서 일체 사람을 위하여 신명(身命)을 아끼지 않아 무수겁에 이르렀으되 뉘우침이 없었으며, 영화를 바라는 바가 없어서 스스로 정각을 얻었다.”
보살은 자비로운 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보시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14
수대나경(須大拏經)

예전에 섭파국(葉波國)에 왕이 있었는데, 호는 습수(濕隨)였고, 이름은 살사(薩闍)였다. 나라를 바르게 다스리니 백성들이 원망이 없었다.
왕에게 태자가 있었는데, 이름이 수대나(須大拏)였다. 용모와 위의가 세상에 빛났고, 자비와 효성이 그와 같기 어려웠으며, 4등(等)으로 널리 보호하였고 말로도 사람을 상하게 하지 않았다.
왕에게는 한 아들뿐이어서 무량한 보배로 여겼다. 태자는 어버이를 섬기되 하늘과 같게 하였으며, 지각(知覺)이 든 이래로 항상 보시하여 뭇 생명을 건지기를 원했으며, 우리의 후세가 복을 한량없이 받도록 하였다.
어리석은 자는 무상한 변화를 보지 못하고 보존할 수 있다고 하지만, 지혜 있는 사람는 5가(家)가 있음을 알고 보시하는 사람을 높인다.
시방의 모든 부처님ㆍ연각[緣一覺]ㆍ무소착존(無所着尊)께서도 보시하는 것이 세상의 보배라고 찬탄하지 않음이 없으시다.
태자가 드디어 널리 보시하여 혜택이 중생에 미쳤다. 의복과 음식을 얻고자 하는 자에게는 말하자마자 그것을 주었고, 금은과 여러 가지 진귀한 보배와 수레ㆍ말ㆍ전답ㆍ주택 따위를 구하여도 주지 않음이 없었다. 그리고 빛과 향기가 멀리 퍼져 찬탄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부왕에게 한 흰 코끼리가 있었는데 위무(威武)와 용맹(勇猛)이 60마리의 코끼리를 쓰러뜨릴 수 있었다. 원수 나라가 와서 싸워도 이 코끼리가 번번이 이겼다.

모든 왕들이 의논하였다.
“태자가 어질고 거룩하여서 구하는 것을 주지 않는 것이 없다 하니, 바라문 여덟 사람을 보내어서 태자에게 가서 흰 코끼리를 달라고 하게 하자.”
바라문들을 불러 말하였다.
“만약 능히 얻기만 하면 우리가 그대에게 중하게 사례하리라.”
그들은 명령을 받고는 곧 길을 떠났다.
사슴 가죽 옷을 입고, 짚신을 신고, 병을 들고, 지팡이를 들고 멀리 여러 고을을 지나 천여 리를 가서 섭파국에 이르렀다.

지팡이를 짚고 한쪽 발을 들고 대궐문을 향하고 서서 지키는 군사[衛士]에게 말하였다.
“내가 들으니 태자가 가난하고 궁핍한 이에게 보시하여 윤택이 여러 생명에 미친다 하므로 먼 데서 와서 나도 궁핍한 바를 구걸하고자 한다.”
지키는 군사가 곧 들어가서 사실대로 알렸다. 태자가 듣고 흔연(欣然)히 달려나가서 맞아들이고, 마치 아들이 아버지를 뵙는 것처럼 머리를 조아려서 발에 닿도록 하고 위로하였다.
“어디에서 오셨습니까? 고체(苦體)는 어떠하십니까? 구하는 바를 얻고자 하여 한 발로 선 것입니까?”
대답하였다.
“태자님의 덕의 빛이 두루 팔방에 들리어 위로는 창천(蒼天)에 달하고, 아래로는 황천(黃泉)에 이르렀으니, 태산처럼 높은 덕을 우러러 찬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대는 하늘 사람의 아들이라 입 밖에 낸 말은 반드시 믿을 만합니다. 정말 보시를 숭상하여 중생의 원을 어기지 않는다면 이제 연꽃 위로 가는 흰 코끼리를 얻고자 합니다. 라사화대단(羅闍★大檀)이라고 하는 코끼리 말입니다.”
태자가 말하였다.
“대단히 좋습니다. 여러분에게 금은과 여러 가지 보배를 올려 마음대로 구하는 바를 가져 어려움이 없게 하겠습니다.”
곧 시자(侍者)에게 신칙하여 빨리 흰 코끼리에게 금은의 안장과 굴레를 씌워서 끌어오게 하였다.
왼손으로 코끼리 고삐를 잡고 오른손으로는 금 항아리를 받들어 바라문의 손을 씻고 인자함과 기쁨으로 코끼리를 넘겨주었다. 바라문이 크게 기뻐하면서 곧 축원을 마치고 함께 코끼리를 타고 웃음을 머금고 갔다.

정승과 백관들로서 한탄하지 않는 이가 없었고, 모두 말하였다.
“이 코끼리는 용맹과 힘이 으뜸이어서 나라가 이 놈을 믿고 편안하였다. 적과 교전하게 되면 바로 위풍당당하게 돌진하였는데, 이제 원수 나라에 주었으니, 장차 무엇을 믿을 것인가?”
그리고는 함께 왕께 간언을 올렸다.
“대체로 흰 코끼리는 그 힘이 60마리의 코끼리를 쓰러뜨릴 수 있으며, 이 나라의 적을 물리치는 보배이온데, 태자께서 무서운 원수에게 주었습니다. 궁중에는 창고가 날마다 비어 들어가는데, 태자께서 마음대로 보시하기를 그만두지 않습니다. 수년 내에 온 나라 처자들까지도 반드시 보시할 물건으로 될 것이 두렵습니다.”
왕이 그 말을 듣고 마음이 아파 한참 있다가 말하였다.
“태자가 불도를 좋아하여 궁핍을 구제하고 중생을 자비로 기르는 것을 수행의 으뜸으로 삼는다. 비록 법을 어겼더라도 만약 구속하여 벌한다면 이것은 무도한 일이다.”

백관들이 말하였다.
“허물을 갈고 닦는다는 교의(敎儀)에는 잃음이 없어야 합니다. 구속하고 벌함이 잔학하다 함을 신들도 감히 들었사오니 나라에서 쫓아내어 10년 동안만 전야(田野)에서 스스로 근신하고 뉘우치도록 하는 것이 신들의 원입니다.”
왕은 곧 사자(使者)를 보내어서 태자에게 말하였다.
“코끼리는 나라의 보배인데 어찌 원수에게 주었느냐? 차마 벌을 가하진 못하겠으니 빨리 나라에서 나가거라.”
사자가 명을 받들어 이와 같이 말하니, 태자가 대답하였다.
“감히 천명(天命)을 어기지 않겠습니다. 원컨대 7일만 보시하여 없는 사람을 구제하게 하시면 나라에서 나가도 여한이 없겠습니다.”
사자가 그렇게 아뢰니, 왕이 말하였다.
“빨리 가라. 네 말을 듣지 않겠다.”
사자가 돌아가 말하였다.
“왕께서 윤허하시지 않습니다.”
태자가 거듭 말하였다.
“감히 천명을 어기지 않겠습니다. 나에게 사재(私財)가 있으니 나라의 것을 침범하지 않겠습니다.”
사자가 또 아뢰니 왕이 들어 주었다.

태자가 흔연히 시자(侍者)에게 신칙하였다.
“나라 안에 궁핍한 백성이 있으면 빨리 오도록 권하여서 그 하고자 하는 바를 좇아 마음대로 어김이 없이 하여 주라. 국토ㆍ관작ㆍ전택(田宅)ㆍ재보는 허깨비나 꿈 같은 것이라 없어지지 않는 것이 없느니라.”
백성들이 모두 궁문으로 달려왔다. 태자는 음식ㆍ의복ㆍ칠보와 그밖에 여러 가지 보배로써 백성이 원하는 것을 마음껏 주었다. 보시를 마치고 나니 가난하였던 자가 다 부유하게 되었다.
태자의 아내의 이름은 만지(曼坁)였는데 다른 나라 왕의 딸로서 얼굴이 아름답고 빛나 한 나라에 둘도 없었고, 머리에서 발까지 7보와 영락으로 장식하였다.
태자는 그 아내에게 말하였다.
“일어나서 내 말을 들어 보오. 부왕께서 나를 단특산(檀特山)으로 보내어 10년 동안 있게 하셨는데, 그대는 아는가?”
아내가 놀라 일어나서 태자를 보고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무슨 죄가 있기에 나라에서 추방되어서 높으신 몸이 깊은 산에 있어야 하옵니까?”
그는 아내에게 대답하였다.
“내가 보시함으로써 국내의 것을 헛되이 소모하고, 싸움의 보배인 이름난 코끼리를 원수에게 주었기 때문에 부왕과 여러 신하들이 성나서 나를 쫓아내는 것이오.”
아내는 곧 발원하였다.
“나라가 풍족하며, 왕과 대신들과 백성들의 부귀와 수명이 다함이 없어지이다. 마땅히 뜻을 세워 저 산택(山澤)에서 성도할 것을 널리 맹세하나이다.”

태자는 말하였다.
“저 산택은 무서운 곳이오. 호랑이 따위 해하는 짐승 때문에 살기 어려우며, 또 독충ㆍ도깨비ㆍ귀신ㆍ번개ㆍ뇌성벽력ㆍ바람ㆍ비ㆍ구름ㆍ안개가 있어 매우 두려워할 만하오. 추위도 더위도 과도하여 수목에 의지하기 어려우며, 가시덤불과 돌자갈은 그대가 견딜 바가 아니오. 그대는 왕의 딸로 영화와 즐거움 속에 태어나서 중궁(中宮)에서 자랐으니, 옷은 곱고 부드러운 것이었으며, 음식은 달고 아름다운 것이었고, 눕는 곳은 휘장과 장막이었으며, 여러 가지 음악이 귀를 울렸고, 원하면 무엇이나 마음대로 하였소. 이제 산택에 산다면 풀을 깔고 누워야 하고 초목의 열매를 먹어야 하니, 사람이 참을 바가 아닌데 어떻게 견디겠소?”
아내는 말하였다.
“고운 옷과 뭇 보배와 휘장과 맛있는 음식이 내게 무슨 유익한 것이기에 태자와 더불어 생이별하여 살겠습니까?
대왕이 나갈 때엔 번(幡)으로써 표지[幟]를 삼고, 불은 연기로써 표지를 삼고, 지어미는 지아비로써 표지를 삼거늘, 내가 태자 믿기를 어린애가 어버이 믿듯이 하였습니다. 태자가 나라에 계시면서 사방에 멀리 보시할 때 나도 같은 원을 세웠었는데, 이제 어려움을 겪게 된 마당에 오히려 남아서 영화를 지킨다면 어찌 이것이 어진 길이오리까?
혹 누가 와서 구걸한다면 하늘 같은 남편을 보지 못하여 이 마음이 절망을 느껴 반드시 죽게 되리니, 그것은 의심할 것이 없습니다.”

태자가 말하였다.
“먼 나라 사람이 와서 처자를 달라 하면 나는 거스르는 마음을 가질 수 없소. 그대가 그리운 애정 때문에 혹 은혜의 길을 어겨서 널리 윤택하게 함을 끊는다면 나의 중한 임무를 파괴하는 것이오.”
아내가 말하였다.
“태자님의 보시(布施)는 세상에서 보기에 희유한 것입니다. 마땅히 큰 서원을 마치기까지 삼가 게으름이 없이 하오리다. 백천만 세에 당신과 같으신 이가 없을 것입니다. 부처님의 중한 임무를 나도 감히 어기지 않겠습니다.”
태자가 좋다고 하고 곧 처자를 거느리고 어머니께 나아가서 하직하는데, 머리를 땅에 조아리고 마음 아파하며 말씀드렸다.
“원컨대 걱정을 버리시고 옥체를 보중하시옵소서. 나라 일이 번잡하더라도 자주 자비로 간하시어 마음대로 백성에게 죄 주는 일이 없게 하옵소서. 마땅히 참기 어려운 것을 참으시면 참는 것이 보배가 되옵니다.”
어머니가 하직하는 말을 듣고 시자(侍者)를 돌아보면서 탄식하였다.
“내 몸이 돌과 같고 마음이 강철 같구나. 이제 아들 하나 있는 것을 쫓아내는데 보고만 있으니, 내가 이 무슨 마음이란 말인가. 아들을 두지 못했을 때는 자식 두기를 원하다가 아이를 밴 날부터는 나무가 꽃을 머금은 것 같아서 날마다 이루어지기만 기다렸더니, 하늘이 나의 원을 빼앗지 않으시고 아들을 두게 하사 이제 길러서 성취시켰더니, 생이별을 해야 한다는 말이냐? 부인과 빈첩으로서 질투하던 자는 기뻐하여 다시 나를 존경하지 않을 것이다.”

태자가 처자와 함께 절하고 물러가니, 궁내에 있는 사람들로서 목메어 울지 않는 이가 없었다. 궁에서 나와 문무 대신과 관리와 백성들과 슬픈 작별을 하고 성을 나왔다. 모든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태자는 나라의 성령(聖靈)이요, 보배 중의 보배거늘 두 어버이는 무슨 마음으로 쫓아내는 것일까?”
태자가 성밖에 앉아 모든 전송하는 자들에게 사례하여 집으로 돌려보내니, 백성들이 엎드려 절하고 모두 애통해 하였다. 어떤 이는 애통해 하며 하늘을 불렀는데, 그 소리가 나라에 진동하였다.
아내와 함께 길을 떠나 본국에서 멀리 떨어져 온 것을 알고 한 나무 밑에 앉았는데, 어떤 바라문이 먼 데로부터 와서 구걸하기에 입었던 보배 옷과 처자의 진주 구슬을 풀어서 다 주어 버렸다.
처자를 수레에 태우고 자신은 고삐를 잡고 가는데, 막 길을 떠나려 하니, 또한 바라문이 말을 빌기에 말을 주어 버리고, 자신이 끌채에 들어가 수레를 끌었다. 가다가 또한 바라문이 수레를 빌기에 곧 처자를 내리게 하고 수레를 주었다.
태자에게는 수레도 말도 옷도 패물도 몸에 필요한 필수품도 아무 것도 남은 것이 없었다. 아내에게 딸을 업게 하고 자기는 사내아이를 안았다. 나라에 있을 때에 그 이름난 코끼리와 여러 가지 보배와 수레와 말을 보시하다가 쫓겨났지만, 한 번도 성내거나 후회하지 않고 화목한 마음으로 서로 따르면서 기쁘게 산으로 들어갔다.
세 번의 이레인 21일 만에 드디어 단특산에 이르렀다.

태자가 보니 산엔 수목이 무성하였고, 흐르는 샘마다 물이 아름다웠으며, 단 과실이 갖추어 있었고, 오리ㆍ기러기ㆍ원앙이 그 사이에 유희하였으며, 온갖 새들이 서로 화답하며 구슬피 울었다.
태자는 보고 나서 그 아내에게 말하였다.
“당신, 이 산을 보오. 수목이 하늘로 솟았으나 부러지고 상한 것이 거의 없으며, 뭇 새들은 지져귀고, 곳곳에 샘이 있으며 여러 가지 과실이 많아서 음식이 될 만하니, 오직 도에만 힘써서 서원한 것을 어기지 맙시다.”
산중의 도사(道士)들은 다 절개를 지키고 학문을 좋아하였다.
한 도사가 있었는데 이름은 아주타(阿周陀)로 오래 산간에 살았으며, 현묘(玄妙)한 덕이 있었다. 곧 아내와 함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리고 합장하고 서서 도사에게 말하였다.
“내가 처자를 거느리고 여기 온 것은 도를 배우고자 함이오니, 원컨대 넓은 자비와 가르침을 내리셔서 나의 뜻을 이루어 주소서.”
도사는 가르치고 태자는 배웠다. 나무와 풀로 얽어서 집을 짓고, 머리는 묶고, 풀잎 옷을 입고 과일을 먹고 샘물을 마셨다. 아들의 이름은 야리(耶利)인데 작은 풀 옷[草服]을 입고 아버지를 따라 드나들었고, 딸의 이름은 계나연(罽拏延)인데 사슴 가죽옷[廘皮衣]을 입고 어머니를 따라서 드나들었다.
산에서 하루를 자고 나니 하늘이 샘을 불게 하여 그 맛이 더욱 달아졌고, 약을 만들 수 있는 나무[藥樹木]가 자라났으며 좋은 과실이 무성하였다.

뒤에 구류손(鳩留孫)이라는 늙고 가난한 바라문이 있었는데, 그의 아내는 한창 나이인 데다가 얼굴이 곱고 단정하였다. 병을 가지고 물을 길러 갔는데, 길에서 나이 젊은이가 길을 막고 그녀를 희롱하여 말하였다.
“그대는 사는 것이 가난하여 몸을 보전하지 못하는데 저 늙은이의 재물이 탐나서 같이 살기를 바라는가. 저 늙은이는 도를 배운다지만 속은 사악하며 교화의 도리에도 통하지 못하였으니, 한 인격을 이루기가 어렵소. 오로지 어리석고 악독한데 그대는 그의 무엇을 탐하는가. 얼굴은 추하고 검으며, 코는 납작하고, 몸뚱이는 굽었고, 낯은 주름살투성이고, 입술은 비뚤어지고, 말은 더듬고, 두 눈은 푸르러 그 모습이 귀신 같아 온몸에 한 군데도 좋은 데가 없으니, 누가 미워하지 않으랴. 그대는 그의 아내가 되었으니, 부끄럽고 싫지 않은가?”
여자가 조롱하는 말을 듣고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내가 그 늙은이를 보면 머리털과 수염이 바로 하얗게 센 것이 마치 나뭇가지에 서리가 붙은 것과 같아서 조석으로 그가 빨리 죽기만 바라건만 원대로 안 되니 어떻게 할 수가 없소.”
곧 남편에게 돌아가서 사실을 모두 이야기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당신이 종을 두면 내가 물을 길지 않을 것이요, 만약 이대로면 나는 당신을 떠나겠소.”
남편이 말하였다.
“내가 가난하니 부리는 사람을 어떻게 얻겠소?”
아내가 말하였다.
“내가 들으니 보시에 뛰어난 수다나라고 하는 보살이 자비로 중생을 건져 그 나라 재물을 허비하여서 임금과 여러 신하에게 쫓겨 산중에 산다고 하오. 그에게 있는 두 아이를 달라고 하면 당신에게 줄 것입니다.”

아내가 자주 이렇게 조르니 사랑하는 아내를 어기기가 어려워서 그 말대로 하기로 하고, 섭파국으로 갔다. 궁문에 나아가서 태자가 어디로 갔느냐고 물으니, 지키는 병사가 위에 아뢰었다.
왕이 이 말을 듣고는 가슴이 맺히고 속이 막혀 눈물과 콧물이 섞여 흘러서 한동안 있다가 말하였다.
“태자가 쫓겨난 것은 바로 이런 사람들 때문인데, 지금 또 왔구나.”
그리고는 불러들여서 오느라고 수고했다고 한 뒤, 그 까닭을 물었다.
“태자님의 덕의 향기를 원근이 모두 노래하기에 멀리서 와서 의탁하여 쉬기를 바랍니다.”
왕이 말하였다.
“태자가 여러 가지 보배를 보시하여 다 없애고 지금 깊은 산에 처하여서 의식도 채우지 못할 터인데 무엇을 그대에게 주겠는가?”
“덕의 아름다움이 높고 높아 멀리서 목마르게 사모하였사오니, 빛나시는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귀하여 지금 죽어도 한이 없겠습니다.”
왕이 사람을 시켜서 그 지름길을 가르쳐 주었다.

길에서 사냥꾼을 만나서 물었다.
“그대는 여러 산을 밟았으니 혹시 태자를 보지 못했는가?”
사냥꾼이 본디 태자가 쫓겨난 까닭을 알았으므로 벌컥 성내어 꾸짖었다.
“내가 네 목을 베리라. 태자를 물어서 어떻게 한다는 것이냐?”
바라문이 계면쩍고 두려워서 생각하였다.
‘내가 꼭 이 사람에게 죽게 되었구나. 방편을 써서 속일 수밖에 없다.’
“임금님과 여러 신하들이 태자님을 불러서 나라로 돌아오게 하여 왕으로 삼으려고 하는 것이다.”
사냥꾼은 “대단히 좋다”면서 기쁘게 그 처소를 가르쳐 주었다.

멀리 작은 집이 보였고, 태자도 또한 그가 오는 것을 보았다. 두 아이는 보고 마음속으로 무서워하며 남매가 서로 말하였다.
“우리 아버지가 보시를 숭상하여서 이 사람도 온 것이다. 재산이 다하여 알맞은 것이 없으니 반드시 우리 남매를 줄 것이다.”
그리고는 손을 붙들고 함께 도망쳤다. 어머니가 옛날에 구덩이를 파 놓았는데 그 구덩이에 사람이 들어갈 만하였다.
두 아이가 들어가 나무로 그 위를 덮고, 서로 경계하여 말하였다.
“아버지가 불러도 대답을 하지 말자.”

태자가 공손히 앞쪽에 앉으라고 청하여 과일 음료를 앞에 내놓았다. 과일 음료를 다 마시자 위로하였다.
“먼길에 오시느라고 얼마나 피로하십니까?”
그가 대답하였다.
“내가 먼 곳에서 오느라고 온몸이 아프고, 또 대단히 주리고 목이 마릅니다. 태자님의 빛과 향기는 팔방에서 좋다고 탄복하지요. 높고 높아서 멀리 비추니, 그것은 마치 태산과 같은지라 천신(天神)이든 땅 귀신[地祇]이든 누가 칭찬하지 않겠습니까? 이제 멀리 와서 궁한 신세를 의탁하여 작은 목숨을 늘리고자 합니다.”
태자는 딱한 표정으로 말하였다.
“재물이 다 없어져 아낄 것이 없습니다.”
바라문이 대답하였다.
“두 아이로써 이 늙은 몸을 봉양케 하여 주면 좋겠습니다.”
태자가 대답하였다.
“그대가 멀리서 와서 아이들을 구하는데 내가 어길 마음이 없습니다.”

태자가 아이를 부르니 남매가 무서워서 서로 말하였다.
“아버지가 부르는 것은 반드시 귀신에게 우리를 주려는 것이다. 명을 어기고 대답하지 말자.”
태자는 구덩이에 있다고 생각하여 나무를 들추어 아이들을 발견했다. 아이들이 나와서 아버지를 끌어안고 부들부들 떨면서 눈물을 흘리며 말하였다.
“저것은 귀신이지 바라문이 아니어요. 우리가 자주 바라문을 보았지만 얼굴과 모양이 저렇지는 않아요. 우리를 귀신의 밥으로 만들지 마셔요. 어머니는 과일을 따러 가시더니 왜 이리 더디신가. 오늘 우리는 틀림없이 귀신에게 먹힐 텐데. 어머니가 오셔서 우리를 찾으면 어미소가 송아지를 찾듯 미쳐서 달리면서 애통해 하실 터이며, 아버지도 반드시 후회하실 거여요.”
태자가 말하였다.
“나는 보시한 이래로 일찍이 조금도 후회한 적이 없었다. 내가 허락하였으니 너희들은 어기지 말라.”
바라문이 말하였다.
“그대가 넓은 자비로 주는 것인데, 아이의 어머니가 돌아오면 그대의 넓은 덕도 깨어지고 내 본래의 원도 어긋나는 것이니, 빨리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태자가 말하였다.
“그대가 아이들을 구하려고 멀리서 왔는데, 마침내 어길 수 없으니 어서 속히 데리고 가시오.”

태자가 오른 손으로 바라문의 손에 물을 부어 깨끗하게 하고 왼손으로는 아이들을 붙들어서 바라문에게 주니, 바라문이 말하였다.
“내가 늙어서 기운이 없는데 아이들이 도망하여 어머니한테로 가면 내가 어떻게 잡겠는가? 태자는 크신 은혜로 서로 묶어서 주시오.”
태자가 아이들을 붙들어 바라문으로 하여금 묶게 하고 자신이 손으로 그 새끼줄 끝을 잡았다. 두 아이가 몸부림을 쳐 뒹굴면서 아버지 앞에서 슬피 울며 어머니를 부르면서 말하였다.
“천신ㆍ지신이시여, 산과 나무의 모든 신들이여, 한 번 불쌍히 여기셔서 우리 어머니에게 일러 주소서. 두 아이를 남에게 주었으니 어서 과일을 버리고 와서 한 번 서로 보기라도 하라고.”
슬픔이 하늘과 땅을 감동시키니, 산신이 슬퍼서 큰 소리를 내어 우레가 진동하는 것과 같았다.
어머니는 그때 과일을 따다가 마음이 두근거려 하늘을 우러러보니 구름도 비도 없었다. 그런데 오른편 눈에 경련이 일어나고 왼편 겨드랑이가 가려우며 두 젖에서 젖이 자꾸 흘렀다.
어머니가 생각하였다.
‘이것은 대단히 괴이한 일이다. 내가 과일 때문에 이러고 있었더니 빨리 돌아가서 아이들을 봐야겠다. 장차 무슨 일이라도 있을 모양이다’
곧 과일을 내버리고 황황히 미친 사람처럼 돌아왔다.

제석이 생각하였다.
‘보살이 뜻이 높아서 그 넓은 서원의 중한 임무를 이루고자 하는데 아내가 가면 그 높은 뜻이 무너지게 된다’
그리고는 사자로 변화하여서 길을 막아 웅크리고 앉으니, 부인이 말하였다.
“너는 짐승 중의 왕이요, 나는 사람 중의 왕자로서 함께 이 산에 머물고 있다. 내게 두 아이가 있는데, 다 아직 어리다. 아침도 아직 못 먹어 나만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사자가 그녀를 피하였다. 부인이 나아가는데, 다시 그 앞에 흰 이리로 변화하여 나타나니 부인이 앞에서와 같이 말하니 이리도 또 피하였다. 다음 또 범이 되었는데 마침 바라문이 멀어지자 드디어 물러갔다.

부인이 돌아와서 태자가 혼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참담하고 무서워서 말하였다.
“우리 아이들은 어디 가고 이제 혼자만 앉아 있습니까? 아이들이, 항상 내가 과일을 가지고 돌아오는 것을 멀리서 보면 내게로 달려오다가 넘어져 다시 일어나고, 뛰고, 좋아하며 웃으면서 ‘엄마가 왔다’고 하였고, 그리고 나서 주린 애들은 배부르게 먹었는데, 이제 보이지 않으니 누구에게 주었습니까?
내가 앉으면 아이들이 좌우에 서서 몸에 먼지가 묻은 것을 보곤 서로 털어주고 하더니, 이제 아이들이 오지 않고 또 있는 곳도 못 보겠으니, 당신이 누구에게 주었단 말이요. 어서 말 좀 하세요.
하늘과 땅에 기도드릴 때, 그때 심정은 말도 하기 어려우나 마침내 좋은 자식들을 얻게 되었소. 이제 아이들의 장난감인 흙 코끼리ㆍ흙 소ㆍ흙 말ㆍ흙 돼지와 그밖에 여러 가지 앙증스런 것들이 이리저리 땅바닥에 널린 것을 보니 마음이 슬프오. 내가 또한 미치겠구려. 호랑이나 귀신에게 잡아먹혔나요, 아니면 도적에게 잡혀갔나요. 어서 이 맺힌 것을 풀어 주시오. 내가 꼭 죽을 것 같소.”
태자가 한참 만에야 드디어 말하였다.
“어떤 한 바라문이 와서 두 아이를 달라고 하면서 나이가 다하고 목숨이 얼마 남지 않아 심부름이나 시키겠다고 하여 내가 주었소.”
아내가 이 말을 듣고 몸부림 쳐 땅에 구르고 애통해 하며 울면서 말하였다.
“과연 꿈꾼 바와 같구나. 하룻밤 꿈에 늙고 가난한 거지 같은 바라문이 나의 두 젖을 베어 가지고 달아나더니, 바로 지금 이 일이었구나.”
애통하여 하늘을 부르니 한 산 사이에 진동하였다.
“내 자식이 저러하니 어디에 가서 찾아야 하나.”

태자는 아내의 애통함이 더욱 심함을 보고 말하였다.
“내가 본래 그대에게 효도를 융성하게 하며 받들어 따른다고 맹세하였소. 내가 대도에 뜻을 두어 중생을 구제하되, 구하는 것을 주지 않는 것이 없이 한다고 아주 분명하게 말하였거늘, 지금 애통해 하여 나의 마음을 어지럽히는가?”
아내가 말하였다.
“태자님은 도를 구하는데 괴로움이 어찌 그리 심합니까? 대체로 가장이 처자들 사이에 있어서 자유롭지 않음이 없거늘, 하물며 사람 중에서도 높으신 신분이리까?”
그리고는 원하였다.
“구하는 바를 반드시 얻어서 일체지(一切智)에 이르소서.”

제석과 모든 하늘들이 모두 의논하였다.
“태자의 도를 넓히는 보시가 다함이 없으니, 그 아내로써 시험하여 마음을 보는 것이 어떠한가?”
제석이 바라문이 되어 가지고 그 앞에 가서 말하였다.
“내가 들으니 당신은 하늘과 땅의 어짊을 품고 널리 중생을 건져서 보시하되 어김이 없다기에 와서 동정을 청합니다. 당신의 부인이 어질고 정숙하여 덕의 향기가 멀리 들리므로 와서 주기를 청하는 것이니, 혹 즐거이 줄 수 있습니까?”
“대단히 좋다.”
그리고는 오른손으로는 물을 떠서 바라문의 손을 씻게 하고, 왼손으로는 아내를 이끌어 주려고 하였다. 모든 하늘이 만수무강을 기원하였고, 그 선함을 탐복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그러자 천지가 갑자기 크게 움직여 사람도 귀신도 놀라지 않는 이가 없었다.

바라문이 말하였다.
“그만두시오. 난 취하지 않겠습니다.”
“이 아내에게 어떤 나쁜 점이 있다는 말입니까? 이 아내에게는 나쁜 것이라곤 도무지 없고 부인으로서의 예절도 가장 잘 갖추었다오. 그 부왕께서 오직 이 딸만을 두었는데, 예를 다하여 남편을 섬기되 도탄을 피하지 않았으며, 좋은 옷과 맛난 음식을 구하지 않았고, 부지런히 노력하였건만 얼굴은 빛남이 남보다 뛰어납니다. 그대가 취하면 내가 기뻐할 것이니, 근심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좋은 일입니다.”
범지가 대답하였다.
“부인의 현숙하고 부지런함은 진실로 당신의 말과 같습니다. 삼가 승낙하고 받아서 내가 당신에게 드리는 것이니 남에게 주는 일이 없도록 하십시오.”
또 말하였다.
“실은 나는 천제석으로서 세상의 보통 사람이 아닙니다. 그래서 와서 당신을 시험해 본 거지요. 당신이 부처님을 숭상하는 지혜는 표리가 일치하여 견줄 수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이제 무엇을 원하십니까? 마음대로 구하시면 반드시 좇겠습니다.”
태자가 말하였다.
“원컨대 큰 부자가 되어서 항상 보시를 좋아하되, 지금보다도 탐함이 없도록 하고, 나의 부왕님과 나라의 신민들을 서로 만나게 해주십시오.”
천제석이 “좋다”고 하고, 때에 응하여 나타나지 않았다.

한편 바라문은 그 뜻대로 얻은 것을 기뻐하였으므로 가는 데 피곤함을 몰랐다. 두 아이를 끌고 가서 부리기를 바랐으나, 아이들은 왕의 자손이라 본래 영화와 즐거움을 자유로 하다가 그 양친을 떠나서 새끼줄로 묶인 바 되니, 묶인 자리가 다 상하여서 슬피 울며 어머니를 불렀다. 그러면 채찍을 쳐서 달리게 하였다.
바라문이 낮잠을 자는데, 두 아이가 도망하여 스스로 못 속에 빠지니, 연과 부들[蒻]이 위를 덮었고, 물벌레가 몸을 덮었다. 깨어서 찾아다니다가 다시 아이들을 붙들어서 마구 채찍으로 때리니 피가 흘러 땅을 물들였다.
천신이 불쌍히 생각하여 묶인 것을 풀고 상한 것을 낫게 하였으며, 단 과일이 생기게 하고, 땅을 부드럽고 연하게 하니, 남매가 과일을 따서 서로 주고 먹으면서 말하였다.
“이 과일은 마치 과수원의 것과 같고, 이 땅은 마치 임금님 면류관 옆에 달린 술과 같구나.”
남매가 서로 붙들고 하늘을 우러르며 어머니를 불러서 눈물이 온몸에 흘러내렸다.
바라문이 가는 데는 그 땅이 높고 험하며 자갈밭ㆍ가시덤불이어서 몸뚱이와 발바닥이 상하여 지독하게 아팠고, 나무의 과일을 보면 혹은 쓰거나 혹은 맵거나 하여 바라문은 가죽과 뼈가 서로 붙었으나, 아이들은 피부가 빛나고 윤택하며 얼굴빛이 회복되었다.

그 집에 돌아와서 웃으면서 말하였다.
“내가 그대를 위하여 종 두 사람을 얻었으니 당신 마음대로 부리도록 하오.”
아내가 이 아이들을 보고 말하였다.
“노비가 아닙니다. 이 아이들은 단정하고 수족이 고와서 일을 시킬 수 없으니 빨리 가서 팔아 가지고 다시 부릴 만한 것을 사오십시오.”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다른 나라로 가고자 하였는데, 하늘이 그 길을 잘못 들게 하여 아이들의 본국으로 갔다. 백성들이 알고 모두 말하였다.
“이들은 태자님의 아들이다. 대왕님의 손자다.”
그들은 목이 메어서 궁문에 나아가서 위에 알렸다. 왕이 바라문을 불러 아이들을 데리고 궁에 들어오니 궁인으로서 누구나 탄식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왕이 불러서 안으려고 하니 두 아이가 나아가지 않았다. 왜 그러느냐고 하니 아이가 말하였다.
“전에는 왕손이었으나 지금은 종이 되었사온데 천한 종으로서 어떻게 임금님의 무릎에 앉겠습니까?”
바라문에게 이 아이들을 얻은 연유를 물으니, 사실대로 대답하였다. 얼마에 팔겠느냐 하니 바라문이 대답을 못 하자, 사내아이가 얼른 대답하였다.
“남자는 값이 은전 1천과 황소 백 마리옵고, 여자는 값이 금전 2천과 암소 2백 마리옵니다.”
왕이 말하였다.
“남자는 컸는데도 천하고, 여자는 어린데도 귀하니 그 무슨 까닭이냐?”
대답하였다.
“태자가 거룩하고 어질어서 윤택이 하늘 땅과 같으며 천하가 즐겨 따르니, 마치 어린애가 어버이를 의지하듯 합니다. 이것은 천하를 얻는 밝은 도모이옵거늘 멀리 추방되어 산택(山澤)에 처하여 호랑이와 독충과 이웃이 되었으며, 과일을 먹고 풀 옷을 입었으며, 우레와 비가 사람을 놀라게 하였습니다. 대체로 재물이란 초개(草芥)와 같은 것이라, 앉아서 내침을 당하니, 그러므로 남자는 천한 줄로 압니다.
백성의 딸이 만약 용모가 빼어나면 깊은 궁궐에 들어갈 수 있으니 누우면 곧 보료 위요, 보배 휘장을 덮으며, 천하의 훌륭한 옷을 입고, 천하가 바치는 조공을 먹으니, 그러므로 여자는 귀한 줄로 압니다.”
왕이 말하였다.
“여덟 살밖에 안 된 어린애가 보살의 변론을 갖추었으니 하물며 그 아버지랴.”
궁중의 모든 사람들로서 그 풍자하여 간함을 듣고 슬퍼하지 않은 이가 없었다.
바라문이 말하였다.
“값으로 은전 1천과 황소와 암소를 각각 백 마리씩 주신다면 좋고,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 그만두겠습니다.”
왕이 승낙하고 곧 그 수대로 주니 바라문이 물러갔다.

왕이 두 손자를 무릎 위에 앉히고 물었다.
“아까는 안기지 않더니 지금은 어찌하여 빠르냐?”
대답하였다.
“아까는 노비였사오나 지금은 왕손이 되었습니다.”
“네 아비는 산에서 무엇을 먹느냐?”
“고비 나물과 나무 열매 따위를 먹으며, 날마다 새와 짐승을 데리고 서로 즐기니 또한 근심이 없습니다.”
왕이 사자(使者)를 보내 맞아오게 하니 사자가 길에 나아가매 산중에 수목들이 구부렸다 폈다 하여 마치 절을 하는 것과 같았다. 모든 새들이 슬피 우니 슬픈 소리에 감정이 담겨 있었다. 태자가 말하였다.
“이것이 무슨 상서일까?”
아내가 누워 있다가 말하였다.
“부왕의 뜻이 풀어지셔서 사자가 맞이하러 오나 봅니다. 신기(神祇)가 돕고 기뻐서 이런 상서가 일어나나 봅니다.”
아내는 아이들이 없어진 때부터 누워 있었는데, 사자가 오자 일어나서 절하고 왕명을 받았다.
사자가 말하였다.
“상감마마와 황후마마께옵서 식사를 못 하시고 울음으로 보내시와 몸이 날로 쇠해지시면서 태자님을 보고싶어 하시옵니다.”
태자가 좌우를 돌아보니 산도 나무도 흐르는 샘도 그리운 것이었다. 눈물을 거두고 수레에 올랐다.

사자를 따라서 출발하니 온 나라가 기뻐서 길을 닦고 청소를 하고 휘장을 치고 향을 피우고 꽃을 흩고 기악을 울리고 기와 일산을 바치고 하여 온통 종종걸음을 쳤으며, 만세를 불렀다.
태자가 성에 들어와 머리를 조아려 사과 올리고, 물러나와 기거하니, 왕이 다시 나라의 진귀한 보배를 모두 태자에게 주어서 보시하게 하매 이웃 나라의 지친 백성들이 모두 귀화하여 마치 여러 내가 바다로 돌아가듯 하였다. 묵은 원한이 다 사라지고 절하여 신하라 일컬었으며, 공물을 바쳐 서로 위하니, 적들도 어짊을 숭상하고 도둑이 다투어 보시하였다. 방패와 창을 거두어들였고, 감옥은 헐렸다. 뭇 생명이 길이 편안하였고 시방이 착함을 칭송하였다. 덕을 쌓기를 쉬지 아니하여 드디어 여래의 집착하는 바 없는 바르고 참된 도와 가장 바른 깨달음의 도법과 하늘과 인간을 거느리는 스승을 얻어서 삼계에 독보(獨步)하는 뭇 성인의 왕이 되었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모든 부처님의 중한 임무를 받아 중생을 건질 것을 맹세하고 비록 일찍이 극도의 고통을 받았을지라도 이제 위없는 어른[無蓋尊]이 되었느니라.
태자가 뒤에 목숨을 마치고 도솔천에 났다가 천상에서 내려와서 백정왕에게 태어났으니, 곧 지금의 이 몸이었으며, 부왕은 아난이었고, 처는 구이였으며, 아들은 라운이었고, 딸은 나한 주지모(朱遲母)였으며, 천제석은 미륵이었고, 사냥꾼은 우타야(優陀耶)였으며, 아주타는 대가섭이었고, 아이를 판 바라문은 조달이었고, 그 처는 지금의 조달의 처 전차(旃遮)였느니라.
내가 숙세로부터 마음과 힘을 다하여 애쓴 것이 헤아릴 수 없으나 마침내 두려워하거나 큰 서원을 어김이 없었으며, 보시 법으로써 제자를 위하여서 설하였다.”
보살은 자비로운 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보시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육도집경 제3권

오 강거국 사문 강승회한역

1. 보시도무극장 ③ [여기에 11장이 있음]

15
이와 같이 들었다.

한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는데,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예전에 국왕이 있었는데 화묵(和黙)이라 하였다. 왕이 행동이 어질고 평등하여 백성을 자식같이 사랑하였으며, 바른 법으로 나라를 다스리니, 백성에게 원망하는 마음이 없었다.
그 나라는 넓고 커서 군(郡)과 현(縣)이 매우 많고 경계가 치성하였으며, 오곡이 풍성하게 익고 나라에 재난이 없었으며, 수명은 8만 세였다.
화묵성왕이 밝게 궁중의 황후ㆍ귀인ㆍ백관ㆍ시자로 하여금 법도를 지키는 신하가 되게 하고, 바른 법으로써 가르쳐서 각기 맡은 바 부서를 다스리게 하였다.
왕이 항상 인자한 마음으로 중생을 불쌍히 생각하여 그 어리석고 어둡고 미치고 어긋나서 스스로 타락하는 이를 슬퍼하여 도가 있는 근원을 찾아 기쁘게 보태지 않음이 없었으며, 중생을 불쌍히 여겨 보호하기를 제석(帝釋)과 같이 하였다.
살생ㆍ도둑질ㆍ음탕함ㆍ이간하는 말ㆍ욕설ㆍ거짓말ㆍ꾸밈말ㆍ질투ㆍ성냄ㆍ어리석음, 이와 같은 사나운 것을 마음에 남겨 두지 않고, 부모에게 효순하고, 구친(九親)을 경애하며, 현자를 찾아 따르고, 성인을 높이며, 부처를 믿고, 법을 믿고, 사문의 말을 믿고, 선에는 복이 있고, 악에는 재앙이 있음을 믿는, 이 충성되고 바른 10선(善)의 밝은 법을 자신이 행하고, 후비(後妃)와 천첩(賤妾)에 미치도록 엄중히 신칙하여 다 높이 받들게 하고, 서로 거느려 선을 하게 하였으며, 4진(鎭)에 포고하여 신하와 백성이 모두 지니어 외우고 마음으로 잡아 행하게 하였다.

나라에 가난한 자가 있어서 곤궁함을 참을 수 없었다. 잘못된 계획으로 도둑질을 하였더니, 주인이 붙들어서 위에 보고하였다.
왕이 물었다.
‘네가 도둑질을 했느냐?’
도둑이 말하였다.
‘도둑질을 했습니다.’
‘네가 무엇 때문에 도둑질을 했느냐?’
‘실은 빈곤해서 스스로 살 수가 없어서 성현의 밝은 법을 어기고 불로 뛰어드는 도둑질을 했습니다.’
왕이 연민히 여기면서 그 솔직함을 가상히 여기고, 속으로는 부끄러워 하며 길게 탄식하였다.
‘백성이 굶주린 것은 곧 내가 그를 굶주리게 한 것이요, 백성이 추운 것은 곧 내가 그를 벌거벗게 한 것이다. 내 힘으로 능히 나라에 가난한 자가 없게 하리니, 백성의 고락이 내게 달렸도다.’
곧 나라에 큰 사면[大赦]을 베풀고 창고의 재물을 내어 곤핍한 자에 보시하니, 주리고 목마른 자에게는 먹고 마시게 하였으며 추운 자에게는 옷을 입게 하였고, 병든 자에게는 약을 주었으며, 전원ㆍ사택ㆍ금은ㆍ구슬ㆍ수레ㆍ말ㆍ소ㆍ돈을 구하는 대로 주었다. 나는 새, 달리는 짐승, 뭇 벌레, 오곡, 꼴풀 따위도 또한 좋은 대로만 되어 주었다.

왕이 보시를 한 뒤로부터 나라가 풍족하고 백성이 부하였으며, 서로 도로써 거느리니, 백성으로서 죽이는 자와, 남의 재물을 훔치거나, 남의 부녀를 간음하거나, 이간하는 말ㆍ욕설ㆍ거짓말ㆍ꾸밈말을 하거나, 질투하고, 성내고, 어리석거나 한 자가 없어서 흉악하고 미련한 마음이 조용히 사라졌으며, 다 부처를 믿고 법을 믿고 사문을 믿고, 선을 하면 복이 있고 악을 지으면 앙화가 있다는 것을 믿어서 온 나라가 화락하니, 채찍과 몽둥이가 없어지고, 원수와 적이 신하가 되니, 무기가 창고에서 썩었으며, 감옥에는 매어 있는 죄수가 없으매 사람들이 모두 선을 칭송하며 우리가 때를 만나 태어났다고 하였다.
하늘ㆍ용ㆍ귀신이 돕고 기뻐하여 그 나라를 보호하지 않음이 없어 독해(毒害)가 말라 없어지고, 오곡이 풍성하게 익었으며, 집집이 남는 재물[餘財]이 있어서 왕은 속으로 혼자 기뻐하여 오복을 얻었으니, 첫째는 장수(長壽)요, 둘째는 얼굴이 빛나서 날마다 좋아짐이요, 셋째는 덕의 기운이 펄방 상하에 가득함이요, 넷째는 무병하고 기력이 날로 느는 것이요, 다섯째는 국경이 안온하여 마음이 항상 즐거운 것이었다.

왕은 뒤에 목숨을 마쳤는데도 건강한 사람처럼 잘 먹고 편안히 누웠다가 홀연히 도리천상에 태어났다. 그 나라 인민들은 왕의 10계를 받들어 지옥ㆍ아귀ㆍ축생도에 들어가는 자가 없어서 목숨이 다하면 혼령이 모두 하늘에 올랐다.”

부처님께서 모든 사문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화묵왕이란 바로 나였느니라.”

모든 사문들이 경을 듣고 다 크게 기뻐하면서 부처님께 절을 하고 물러갔다.

16
불설사성경(佛說四姓經)

이와 같이 들었다.

한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이때 4성의 집이 숙명의 재앙을 만나서 가난이 더욱 심하여 풀 옷과 풀 자리에 나물 죽을 먹었으며, 지극히 곤궁하였으나 무도한 집에 발을 옮기지 않았고, 손으로는 무도한 은혜를 잡지 않았으며, 지조와 행실이 청정하여 여러 사특한 것이 그 마음을 물들이지 못하였으며, 아침에 배우고 저녁에 익혀 경과 계율을 입에서 놓지 않았으니, 세존께서 칭찬하시는 바요, 여러 지혜 있는 이가 공경하는 바였다. 비록 옷과 밥을 자기의 몸과 입에는 공급하지 못하여도 성중(聖衆)께는 봉양하였으니, 나물 죽이거나 풀 자리거나 집에 있는 것에 따라서 하되 하루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모든 사문들이 말하였다.
“4성이 빈곤하여 항상 주린 빛이 있는데 우리들이 저 사람의 공양[常食]을 받을 수가 없다.
경에서 말씀하시기를 ‘사문이 일심으로 참[眞]을 지키고 계를 갖추고 수행이 높아서 뜻이 천금(天金)과 같으며, 재색(財色)을 보배로 여기지 아니하고 오직 경을 보배로 여겨 6기(飢)를 없앤다고 하셨으니, 그러므로 맹세하여 제근(除饉)이 되니, 어찌 걸식[分衛]을 부끄러워하여 행하지 않으랴’ 하셨다.
함께 부처님께 나아가서 본말(本末)을 진술하니, 세존께서 잠자코 계셨다.

뒷날 4성이 정사(精舍)에 나아가 절하고 나서 한쪽에 앉으니, 부처님께서 모든 사문들이 전에 말씀 드리던 일을 생각하시고 4성에게 물으셨다.
“어떻게 날마다 인자하게 보시하여 비구들을 공양하는가?”

대답하였다.
“그러하옵니다. 온 집이 날마다 공양을 하지만 다만 한스러운 것은 사는 것이 가난하여 나물 죽과 풀 자리에 성현들을 왕림하시게 하는 것이니, 아뢸 말씀이 없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시의 행에 오직 네 가지 뜻이 있으니, 인자한 마음으로 상대방에 향하고, 가엾어하는 마음으로 뒤따라 불쌍해 하며, 상대방이 성도(成度)함을 기뻐하고, 중생을 보호하여 구제하는 것이니, 비록 보시하는 것이 작고 박할지라도 그 뒤에 태어나는 곳은 의레 천상이나 인간 두 길이일 것이며, 원하는 바가 자연스러워서 눈에는 빛이요, 귀에는 소리이며, 코에는 향기요, 입에는 맛이며, 몸에는 옷이요, 마음에는 다 기쁨이니, 궁핍함을 두려워 말라.
만약 보시를 하되 야박하고 또 마음이 기쁘지 않으면 뒤에는 그 복을 얻더라도 아주 엷은 복이어서 관의 지위나 7보가 족히 영화롭지 못하며, 박한 가운데 처하여서 마음이 또 인색하게 검박하여 감히 입지도 먹지도 못하고 걱정스럽고 조마조마하여 언제나 기쁨을 누리지 못하며, 배는 고프고 몸은 추워서 혹 걸인(乞人)과 같이 헛되이 살다가 헛되이 죽나니, 선으로써 스스로 도와 줌이 없느니라.
만약 보시를 좋아하기는 하나, 마음이 정성되지 않아서 교만하여 스스로 뽐내며, 몸으로 공경하지 아니하고 비단같이 빛나는 이름이나 구하여 멀리 자기를 드날리고자 한다면 뒤에 조그마한 재산이 있어도 세상 사람들은 공연히 큰 억대의 부자라고 떠들며, 안으로는 강제로 빼앗길까 두려워하여 입는 것도 항상 형편이 없고, 먹는 것도 단 것을 맛보지 못하다가 또한 헛되이 나서 헛되이 죽게 된다. 비구는 일찍이 그 문을 밟은 적이 없으며, 멀리 3존(尊)을 떠나 항상 악도(惡道)에 가까워지느니라.
좋은 것으로써 보시하며, 4등(等)으로 공경하여 받들되 손수 스스로 짐작하여 하고, 뜻을 3존에 두며 중생으로 하여금 부처님을 만나고 하늘에 오르게 할 것을 서원하면 고통과 독이 없어져서 후세에 태어나는 것이 원하는 대로 되며, 부처님을 만나고 하늘에 나는 것이 반드시 원하는 대로 되느니라.”[이 장의 별본(別本)이 「살화단왕경(薩和檀王經)」 뒤에 있음.]

17
예전에 바라문이 있었으니 이름은 유람(維藍)이었다. 영화가 높고 지위가 높아서 비행황제(飛行皇帝)가 되었다. 재물이 헤아릴 수 없고 본래 보시를 좋아하여 얼굴빛이 좋은 유명한 여인과 세상에 빛나는 옷을 남에게 베풀어 주었다. 금 발우에는 은 싸라기를 담았고, 은 발우에는 금 싸라기를 담았으며, 깨끗이 씻은 항아리와 소반에는 4보(寶)가 서로 섞여 있었고, 금 솥ㆍ은 솥 안에는 온갖 맛있는 것이 있었다.
진수(秦水)라는 이름난 소를 모두 황금으로써 옷을 입혔고, 뿔이 하나인 소는 날마다 4되의 젖이 나왔고, 모두 송아지가 딸려 있었다.
보배 옷을 짜서 만드는데 밝은 구슬을 솔기에 달아 엮었고, 평상과 걸상과 휘장에 보배로 장식한 것이 눈이 부셨다.
훌륭한 코끼리와 말에는 금과 은으로 안장과 굴레를 하였고, 여러 가지 보배로 얽은 모든 수레에 꽃 일산과 호피(虎皮)로 된 자리와 글과 무늬를 조각한 것이 좋지 않은 것이 없었다.
유명한 여인으로부터 보배 수레에 이르기까지 한가지 한가지에 각각 1,084개씩 있는 것을 사람에게 베풀어 주니, 유람의 인자한 은혜를 팔방과 상하의 하늘ㆍ용ㆍ선한 신들이 도와 주고 기뻐하지 않음이 없었다.

저 유람과 같이 보시하여 서민들을 구제하되 그 목숨이 다하도록 날마다 피로도 게으름도 없이 하더라도 그것이 하루 동안 계를 갖춘 한 청신녀에게 공양하는 것만 못하니, 그 복이 전자보다 배나 되어서 헤아릴 수 없다.
또 청신녀 백 명에게 보시하는 것이 계를 갖춘 청신남(淸信男) 한 사람에게 한 때의 밥을 대접하는 것만 못하고, 계를 갖춘 남자 백 명에게 보시함이 계를 갖춘 비구니에게 밥 한 끼니를 보시함만 못하며, 비구니 백 명에게 보시함은 수행이 높은 사미 한 사람에게 밥을 대접하는 것만 못하고, 사미 백 명에게 보시함이 계행을 갖추어 마음에 더러움과 흐림이 없고 안팎이 청결한 사문 한 사람에게 보시함만 못하다. 범인(凡人)이 기왓장과 돌 같다면, 높은 계행을 갖춘 자는 명월주(明月珠)와 같으니, 기왓장과 돌이 천하에 가득하여도 진주 하나만 못한 것과 같다.

또 유람과 같이 많은 보시로 계행을 갖춘 많은 사람에 미치게 하더라도 그것이 구항(溝港) 한 사람에게 공양하는 것만 못하고, 수다원 백 사람에게 하는 것이 빈래(頻來)한 사람에게 공양하는 것만 못하고, 사다함 백 사람에게 하는 것이 불환(不還) 한 사람에게 공양하는 것만 못하고, 아나함 백 사람에게 하는 것이 응진(應眞) 한 사람에게 공양하는 것만 못하다.

또 유람이 앞에서 한 보시와 모든 성현에 밥을 공양한 것과 같은 것은 그 어버이를 효성(孝誠)으로 섬기는 것만 못하니, 효성이란 그 마음을 다하여 밖으로 나[私]를 없이 하는 것이다.
백 세(世)를 어버이에게 효도하는 것이 한 벽지불에 공양하는 것만 못하고, 벽지불 백 명에게 공양하는 것이 한 부처님께 공양하는 것만 못하며, 부처님 백 분께 공양하는 것이 한 절을 세우고 3보를 지켜 스스로 귀의하는 것만 못하니,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고 비구승에 귀의하며, 인(仁)을 다하여 살생을 아니하고, 청백을 지켜 훔치지 아니하며, 정조를 지켜 다른 이의 아내를 범하지 아니하고, 신의를 받들어 속이지 아니하며, 효순(孝順)하여 술에 취하지 않는다. 5계를 지키며, 달마다 6재를 받들면 그 복이 높고 높아서 저 유람이 만 가지 명물을 보시하고 성현에게 공양한 것보다 나아서 헤아리기 어렵다.

계(戒)만을 지키는 것도 평등한 마음으로 중생을 자육(慈育)하는 것만 못하니, 그 복이 다함이 없다.
비록 나물 죽과 풀 자리라 하더라도 3보를 받들어 스스로 귀의하고, 4등심(等心)을 품고, 5계를 갖추어 가지면 산과 바다는 저울질하고 헤아릴 수 있을지라도 이 복은 헤아리기 어렵다.

부처님께서 4성에게 말씀하셨다.
“유람을 알고자 하느냐? 곧 내 몸이었느니라.”

4성이 경을 듣고 마음이 크게 기뻐서 절하고 갔다.

18
예전에 보살의 몸이 사슴의 왕이 되었는데, 그 몸이 키가 크고 컸으며, 몸에 털이 오색이었으며, 굽과 뿔이 기묘하고 아름다워 뭇 사슴이 복종하니 수천의 무리가 되었다.
국왕이 사냥을 나가니 뭇 사슴이 분산하여 바위에서 떨어지고 구렁에 빠지며, 나무에 부딪치고 가시에 찔리며, 부러지고 깨어지고 죽고 상하고 하며 죽은 것이 적지 않았다.
사슴의 왕이 보고 목메어 말하였다.
“내가 무리의 장(長)이 되어 가지고, 의당 밝게 생각하여 땅을 택하여서 놀아야 했거늘 다만 좋은 풀만을 위하여서 여기에 머뭇거려 여러 어린 것들을 죽게 하였으니 죄는 내게 있다.”
그리고는 곧바로 스스로 나라에 들어가니 나라 사람들이 모두 보고 말하였다.
“우리 임금님이 지극히 어지신 신 덕이 있으셔서 신록(神鹿)이 조회하러 온 것이다.”
곧 나라의 상서로 여겨 함부로 건드리지 않았다.
드디어 정전 앞에 이르러서 무릎을 꿇고 말하였다.
“보잘것없는 축생이 삶을 탐하여서 나라의 지경에 목숨을 의탁하였다가 졸지에 사냥꾼을 만나 벌레 같은 것들이 달아나다가 혹 살아도 서로 잃어버리고, 혹은 주검이 낭자(狼藉)합니다.
하늘 같은 어지심으로 만물을 사랑하시는데 실로 가련한 일이옵니다. 원컨대 스스로 서로 골라서 날마다 태관(太官)에게 바치겠사오니 그 수를 알려 주옵소서. 감히 임금님을 속이지 않겠습니다.”
왕이 매우 기특하게 여기면서 말하였다.
“태관이 쓰는 것은 하루 하나에 불과한 것인데, 너희들의 사상(死傷)이 매우 많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만약 실지로 그렇다면 내가 맹세코 사냥을 아니하리라.”

사슴의 왕이 돌아와서 여러 사슴에게 이 뜻을 말하고 그 화와 복을 설명하니, 뭇 사슴들이 엎드려서 듣고 스스로 서로 차례를 매겨 먼저 갈 자를 정하였다.
매양 죽음에 나아감을 당하여 그 왕에게 하직하러 가면, 왕이 울면서 회유(誨諭)하였다.
“무릇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은 다 죽으니, 누가 그것을 면할 수 있으랴. 길을 갈 때에 부처님을 생각하며 어지신 가르침을 지켜서 인자한 마음으로 저 사람의 왕을 향하여서 삼가 원망함이 없이 하라.”
날마다 이와 같이 하였는데, 그 가운데 마땅히 가야 할 사슴이 잉태하여 몸이 무거운 것이 있어서 애원하였다.
“죽음을 감히 피하는 것은 아닙니다. 해산하도록만 기다려 주십시오”
다시 그 다음을 취하여 대신하려 하였다.
그 다음 차례가 머리를 조아리고 울면서 말하였다.
“마땅히 죽음에 나아가야 할 일이오나, 아직 하루 낮 하루 밤의 목숨이 있사오니 때가 이르러서 죽는 것이라면 한스럽지 않겠습니다.”

사슴 왕이 차마 그 생명을 죽게 할 수 없어서 다음날 무리 속에서 빠져나와 자신이 태관에게로 갔다.
요리사가 사슴 왕을 알아보고 곧 위에 알리니, 왕이 그 까닭을 물으매 위와 같은 사실을 대답하였다.
왕이 창연(愴然)히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어찌 짐승으로서 천지의 어짊을 품어 몸을 죽여서 무리를 건지는 옛 사람의 넓은 자비의 행을 밟는단 말이냐. 내가 사람의 임금이 되어 가지고 날마다 중생의 목숨을 죽여서 내 몸을 살찌게 하였으니, 나는 흉학(兇虐)함을 좋아하였고 승냥이와 이리의 짓을 숭상하였구나. 짐승인데도 저러한 어진 일을 하여 하늘을 받드는 높은 덕이 있구나.”
왕이 사슴을 제 처소로 돌려보내고 온 나라에 칙명을 내렸다.
“만약 사슴을 침해하는 자가 있으면 사람을 침해한 것과 같이 벌하리라.”

이런 일이 있은 뒤로부터 왕 및 여러 관료들이 교화를 따르고 백성들이 인(仁)을 지켜 죽이지 않으니 윤택이 초목에까지 미치고 나라가 드디어 태평하였다.
보살이 세세(世世)에 목숨을 위태롭게 하여 중생을 건지니 공은 이루어지고 덕이 높아져서 드디어 높은 어른[尊雄]이 되었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사슴의 왕은 나였고, 국왕은 사리불이었느니라.”
보살은 자비로운 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보시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19
예전에 보살의 몸이 따오기가 되어서 자식을 셋을 두었다.
그때 나라에 큰 가뭄이 들어서 먹일 것이 없었다. 겨드랑 밑의 살을 찢어서 그들의 목숨을 건지니, 세 자식이 의심하였다.
“이 고기의 냄새와 맛이 어머니 몸의 냄새와 같으니, 우리 어머니가 몸의 살로써 우리를 먹이는 것이 아니겠느냐”
세 자식이 슬프고 괴로운 심정으로 또 말하였다.
“차라리 우리가 죽을지언정 어머니의 몸을 손상하지 않으리라.”
곧 입을 다물고 먹지 않으니 먹지 않는 것을 보고 어미는 다시 먹이를 구하였다.
천신이 탄복하여 “어미의 인자한 은혜는 넘기 어렵고, 새끼의 효도도 드물게 있는 일이로다” 하고 모든 천신이 도와서 원하는 대로 좇아 주었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따오기의 어미가 바로 내 몸이었고, 세 자식은 사리불ㆍ목련ㆍ아난이었느니라.”
보살은 자비로운 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보시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이 장의 별본이 「유람장(維藍章)」 뒤에 있음.]

20
예전에 보살이 공작의 왕이 되었는데 따르는 아내가 5백이나 되었으나 그 옛 짝들에게 돌려보내고 푸른 공작만을 아내로 하고자 하였다. 푸른 공작은 오직 감로(甘露)와 좋은 과실만을 먹었으므로 공작은 아내를 위하여 날마다 다니면서 그것을 구하여 왔다.
그 나라 왕의 부인이 병이 있었는데 꿈을 꾸니 공작의 고기가 약이 된다는 것이었다. 깨어서 왕에게 말하니 왕이 사냥꾼에게 명령하여 빨리 가서 찾으라 하였다. 부인이 말하였다.
“누구든 그것을 잡는다면 막내딸의 사위로 삼고 금 백 근을 주리라.”

나라의 사냥꾼들이 퍼져서 다니며 찾다가 공작의 왕이 한 푸른 공작을 따라 항상 먹는 데가 있음을 보고 곧 꿀에 반죽한 보릿가루를 그곳 나무에다 발라 놓았더니 공작이 그것을 취하여서 그 처에게 주었다.
사냥꾼이 꿀에 반죽한 보릿가루를 자기 몸에 바르고 죽은 듯이 앉아 있었다. 공작이 와서 보릿가루를 취하니 사람이 그때 공작을 잡았다.
공작이 말하였다.
“그대는 몸을 삼가는 것이 반드시 이로울 것이다. 내가 그대에게 금산(金山)을 보여 주겠는데, 무진장의 보배라 이를 만하다. 내 목숨을 놓아 달라.”
그 사람이 말하였다.
“대왕은 내게 금 백 근을 주기로 하였고, 막내딸의 사위로 삼기로 하였는데, 어찌 네 말을 믿겠느냐?”
곧 왕에게 바쳤다.

공작이 말하였다.
“대왕님께서 인자하셔서 윤택이 두루하지 않음이 없으시니, 제 작은 원을 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물을 조금만 주시면 제가 자비로써 축원할터이니 그것을 복용하면 병이 곧 나으리다. 만약 효력이 없다면 그때 죄를 주셔도 늦지 않을까 합니다.”
왕이 그 뜻을 받아들였고, 부인이 그 물을 먹으니 모든 병이 다 나아서 화색이 좋아졌다. 궁 안의 사람들도 다 그렇게 해서 병들이 나았다.
온 나라가 왕이 넓은 자비로 공작의 목숨을 보전하여 한 나라 전체의 목숨을 늘리게 하였음을 칭찬하였다. 공작이 말하였다.
“원컨대 제가 몸을 저 큰 호수에 던져서 그 물에 축원을 할 수 있다면 온 나라 백성들의 모든 병을 다 고칠 수 있습니다. 만약 의심스러운 점이 있으면 몽둥이로 제 발을 치소서.”
왕이 좋다고 하니 공작이 곧 축원을 하였고, 나라 사람들이 물을 마시매 귀먹은 자가 듣고 장님이 보며 벙어리가 말을 하고 꼽추가 펴져서 모든 병이 다 나았다.

부인의 병이 없어지고 나라 사람이 아울러 무병함을 얻으니 공작을 해하는 마음이 없었다. 공작이 모두 알고 왕에게 말하였다.
“임금님의 살려 주신 은혜를 받고 제가 보답으로 일국의 수명을 건졌습니다. 보답이 끝났사오니 물러가게 하여 주소서.”
왕이 좋다고 하니 공작이 곧 날아서 나무 위에 올라가서 다시 말하였다.
“천하에 세 가지 어리석은 것이 있도다.”
왕이 물었다.
“무엇이 세 가지냐?”
“첫째는 내가 어리석은 것이고 둘째는 사냥꾼이 어리석은 것이고 셋째는 대왕께서 어리석은 것입니다.”

왕이 설명해 보라고 하니 공작이 말하였다.
“모든 부처님의 중한 계율은 색(色)을 불로 여긴 것이니, 몸을 불태워서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5백의 받들어 주는 아내를 버리고 푸른 공작을 탐하여서 그 먹이를 찾아 주기를 종과 같이 하다가 사냥꾼의 그물에 걸리게 되어 목숨이 위태하게 되었으니, 이것은 나의 어리석음입니다. 사냥꾼의 어리석음이란 내가 지성스럽게 말했지마는 한 산의 금덩어리를 버리고, 무궁한 보배를 버리고, 부인의 사악하고 거짓된 속임수를 믿고 막내딸로 아내 삼을 것을 바랐으니, 세상에 미치고 어리석은 것들을 보면 다 이런 무리들입니다. 부처님의 지성의 계율을 버리고 귀신과 도깨비의 속임을 믿어서 술마시기를 좋아하고 음란하다가 혹 파문(破門)의 화를 가져오고, 혹 죽어서 태산지옥에 들어가면 그 고통이 무수한데, 다시 사람이 되기를 생각하나 마치 날개 없는 새가 날아서 하늘에 오르고자 하는 것과 같으니, 어찌 어렵지 않겠습니까? 음란한 여자의 요망함은 저 도깨비보다 지나치니, 나라를 망치고 몸을 위태롭게 함이 이에 말미암지 않음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어리석은 남자는 이를 존중합니다. 만에 한 가지도 성실한 말이 없거늘 사냥꾼이 믿었으니 이것이 사냥꾼의 어리석음입니다.
임금님께서는 천의(天醫)를 얻으셔서 한 나라의 병을 제거하고 모든 독이 다 없어져 얼굴들이 한창 핀 꽃과 같으니 모두들 기뻐서 의뢰하거늘, 임금님께서 놓아 주셨으니 이것은 임금님의 어리석음입니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공작의 왕이 이런 뒤로 팔방에 두루 돌면서 번번이 신약으로써 인자한 마음으로 보시하여 중생의 병을 고쳤나니, 공작의 왕은 내 몸이었고, 국왕은 사리불이었으며, 사냥꾼은 조달이었고, 부인은 조달의 처였느니라.”
보살은 자비로운 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보시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21
예전에 한 바라문의 나이가 120살이었는데, 정조를 지켜 아내를 얻지 않았으며, 음란하고 방종한 일들이 전혀 없었다. 고요히 산택(山澤)에 처하여서 세속의 영화를 즐기지 않았다. 띠풀로 집을 짓고 쑥으로 방석을 삼았으며, 샘물과 산 과일로 생명을 지탱하면서 뜻이 넓고 수행이 높으니, 천하가 그 덕을 칭찬하였다. 왕이 사위로 삼아서 재상으로 하려 하였으나, 도에 뜻을 두어 벼슬을 하지 않고 산택에 처하기 수십여 년이었다. 어짊이 중생에 미치니 새와 짐승이 믿고 따랐다.

그때 네 짐승이 있었으니, 여우ㆍ수달ㆍ원숭이ㆍ토끼였다. 이 네 짐승이 말하였다.
“도사에게 공양하고 마음을 맑히어서 경을 듣자.”
여러 해가 지났다. 산에 과일이 다 없어지니 도사가 과일 많은 곳을 찾아서 옮기고자 하였다.
네 짐승이 걱정하여 말하였다.
“비록 한 나라에 영화를 누리는 사람이 있으나 마치 흐린 물이 바다에 찬 것과 같아서 한 말이나 한 되의 감로수만 못하다. 도사가 간다면 성전을 듣지 못하니 우리들이 쇠잔하겠구나. 각기 마땅한 대로 음식을 구하여서 도사님께 바치고 이 산에 머물도록 청하여서 큰 법을 듣기로 하자.”
모두 옳다고 하여 원숭이는 과일을 찾아오고, 여우는 사람으로 화하여서 한 자루의 찐 보릿가루를 얻어 오고 수달은 큰 물고기를 잡아 와서 각기 말하기를 가히 한 달 동안은 바칠 만한 양식이 된다고 하였다.
토끼가 ‘나는 무엇을 도사께 올려야 할까?’ 하고 깊이 생각하였다. 그리고 말하였다.
“대체로 생(生)이 있으면 사(死)가 있는 것을, 몸뚱이는 썩는 그릇이라 오히려 버리는 것이 마땅한데, 범부 만 명을 먹이는 것이 도사 한 분께 공양하는 것만 못하다.”
그리고는 곧 나무를 가져다가 태워서 숯불을 만들고 도사를 향하여 말하였다.
“제 몸이 비록 작으나 하루 양식으로 바칩니다.”
말을 마치고 곧 스스로 불로 뛰어드니 불에 타지 않았다. 도사가 보고 그의 이와 같음에 감격하였고, 모든 부처님께서 그 덕을 찬탄하셨으며, 천신이 사랑하여 길렀다.
도사가 드디어 머물러서 날마다 묘한 경을 설하였고, 네 짐승이 가르침을 받았다.

부처님께서 모든 사문들에게 말씀하셨다.
“바라문은 정광(定光)부처님이셨고, 토끼는 내 몸이었으며, 원숭이는 추로자(秋鷺子)였고, 여우는 아난이었으며, 수달은 목련이었느니라.”
보살은 자비로운 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보시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22
예전에 보살이 큰 부호가 되어서 보배를 쌓은 것이 나라와 같았다. 항상 가난을 구제하기를 좋아하여 은혜가 중생에 미쳐 모두 다 귀의함을 받으니, 마치 바다가 여러 흐름을 받아들이는 것과 같았다.
그때 친구의 자식이 있었는데 방탕한 행동으로써 집안의 재물을 다 없애니, 부호가 딱하게 여겨서 타일렀다.
“생계를 세우되 도(道)로써 하면 복과 이익이 다함이 없느니라. 금 천 냥을 줄 터이니 자본을 삼으라.”
대답하였다.
“잘 알겠습니다. 밝으신 가르침을 감히 어기지 않겠습니다.”
곧 장사를 하였으나 성품이 삿되고 행실을 함부로 하며, 귀신과 요사한 것 섬기기를 좋아하고, 음탕한 짓과 술을 좋아하여 재물을 다 없애고 또 궁하여졌다.
이렇게 하기를 다섯 번에 다섯 번 다 그 재물을 없애고 다시 가난하게 되었다. 그때 부호의 집 문 밖에 똥 위에 죽은 쥐가 있었는데 부호가 보이면서 말하였다.
“대체로 총명하고 착한 사람은 저 죽은 쥐를 가지고도 생계를 세워서 살아 갈 수 있는데, 금 천 냥을 가지고도 곤궁하다는 말이냐? 이제 다시 금 천냥을 네게 주리라.”

그때 어떤 거지 아이가 이 가르침을 멀리서 듣고 깊이 느낀 것이 있었다. 나아가서 밥을 빌고 돌아갈 때 쥐를 가지고 갔다. 부호의 묘한 가르침을 따라서 양념을 구걸하여 잘 섞어 쥐를 구워서 파니 돈 양전(兩錢)이 되었다. 그것을 굴려서 채소를 팔아서 백여 전이 되었고, 작은 것이 차츰 불어나게 되어 드디어 부자가 되었다.
한가롭게 있으면서 생각하였다.
‘내가 본래 거지로서 어떻게 이 재산을 치부하였는가?’
곧 깨닫고는 말하였다.
“그때 현명한 부호가 저 어리석은 아이에게 하던 그 훈계로 말미암아서 내가 이만큼 치부한 것이니, 은혜를 받고 갚지 않으면 이를 일러 밝음을 등지는 것이라 하리라.”
곧 은으로 된 책상 하나를 만들고 또 금 쥐를 만들어서 여러 유명한 보배로 그 배를 채워 책상 위에 놓고 또 여러 가지 보배로 그 둘레를 꾸몄다. 그리고 여러 가지 맛 좋은 음식을 갖추어 가지고 저 부호에게 가서 절하고 그 까닭을 말하면서 이제 높으신 덕택에 보답하려는 것이라고 하니, 부호가 말하였다.
“어질도다, 장부여. 교훈이 될 만하도다.”
곧 딸을 주어 아내로 삼게 하고 거처와 여러 가지를 온통 다 주면서 말하였다.
“너는 나의 후계자가 되어서 마땅히 3보(寶)를 받들고 4등심(等心)으로써 중생을 구제하여라.”
“예, 반드시 부처님의 가르침을 닦겠습니다.”
이렇게 부호의 대를 이으니, 일국이 효도를 칭찬하였다.

부처님께서 모든 사문들에게 말씀하셨다.
“부호는 나였고, 저 탕자(蕩子)는 조달이었으며, 쥐로써 치부한 자는 반특(槃特) 비구였느니라. 조달은 나의 육억품(六億品) 경을 품고도 말은 따르되 행실은 어긋났으므로 죽어서 태산지옥에 들어갔고, 반특 비구는 나의 한 글귀를 품었으나 드디어 세상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대체로 말만 있고 실천이 없는 것은 기름이 빛 때문에 스스로를 해치는 것과 같으니, 이는 소인(小人)의 지혜요, 말과 행동이 서로 맞는 것은 밝기가 해와 달 같아서 뭇 생명을 품고 만물을 이루니, 이는 대인(大人)의 밝음이니라. 실천은 곧 땅[地]이라 만물이 이를 말미암아 나느니라.”
보살은 자비로운 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보시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23
예전에 늙은 과부가 부호의 집에 고용되어서 전원(田園)을 지켰다.
주인이 돌아다니다 보니 식사할 때가 지났다. 그때 과부가 와서 먹으려고 하는데 사문이 와서 밥을 비니, 마음으로 이 사람을 생각하였다.
‘욕심을 끊고 삿된 것을 버리며, 그 행동이 청정하고 진실하여 사해의 주린 사람을 건지니, 이러한 계행이 청정한 참된 현자에게 조금 보시하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는 자신이 먹을 몫을 다 발우에 담고 연꽃 한 송이를 그 위에 얹어서 바치니, 도인이 신통을 나타내어 광명을 놓았다.
과부가 기뻐서 감탄하여 말하였다.
“참으로 신성한 분이로다. 원컨대 내가 뒤에 백 명의 아들을 낳아서 이와 같게 하리라.”
과부는 죽어 신이 옮겨 가서 “바라문의 후사(後嗣)가 될 것이다” 하였다. 그 영(靈)이 바라문의 소변 보는 곳에 모였는데, 사슴이 소변을 핥고는 곧 그것에 감응하여 태어나게 되었다.
때가 차서 딸을 낳으매 바라문이 기르니 나이 10여 살에 용모가 빛나고 걸음이 단정하였다. 집에서 불을 지키는데 이 딸이 사슴과 함께 놀다가 모르는 사이에 불이 꺼졌다. 아버지가 와 보고 성내면서 가서 불을 구하여 오게 하여 딸이 사람 모인 데로 갔는데, 한 걸음을 옮기면 그 자리에 연꽃 하나가 솟았다.
불 임자[火主]가 말하였다.
“네가 내 집을 세 바퀴만 돌면 불을 네게 주리라.”
딸이 곧 그렇게 하니 연꽃이 육지에 나서 집을 세 겹으로 둘렀는지라 행인들로서 발을 멈추고 아름답고 신기해 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이 소문이 국왕에게 알려졌다. 왕이 관상사(觀相師)에 명하여 그 귀천을 상보게 하니, 관상사가 말하였다.
“반드시 성사(聖嗣)를 두어서 복을 전함이 무궁하오리다.”
왕이 어진 신하에게 명하여서 예를 갖추고 아내로 맞이하니, 용모가 매우 아름다워 궁 안의 사람으로 이만한 이가 없었다.
임신을 하여 때가 차서 알을 백 개를 낳게 되었는데 후비와 첩들로서 질투하지 않는 이가 없어서 미리 파초에 귀신의 형상을 새겨 두었다가 해산하게 되자 머리털로 그의 낯을 덮고 오로(惡露)를 또 파초에 발라서 왕에게 보이면서 여러 요망스러운 말로 총명을 가리니, 왕이 현혹하여 믿었다.
여러 사특한 것들이 병에 알을 넣고 입구를 밀봉하여 강물에 던졌다.

천제석이 내려와 봉인(封印)을 하였고, 천사들이 날개로 호위하여 흐름을 따라 내려가다 정지하니, 마치 기둥이 땅에 박힌 것 같았다.
하류에 있는 나라에서 그 왕이 누대에 올라서 멀리 보니 병이 떠내려오는데 찬란한 빛이 있어서 하늘의 영[乾夷]이 있는 듯하였다.
건져서 보니 제석의 인문(印文)이 찍혀 있었고 알 백 개가 들어 있었다.
백 명의 부인으로 하여금 따뜻하게 품도록 하였더니, 때가 차매 몸이 이루어져서 나오는데 백 명의 사내아이였다.
나면서부터 높은 성인의 지혜가 있어서 깨우쳐 주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알았고 얼굴이 빛남이 세상에서 뛰어났으며, 상호가 희유하였고, 힘과 재간이 백 사람을 당하였으며, 소리가 사자의 울음소리와 같았다.
왕이 곧 흰 코끼리 백 마리에 7보의 안장과 굴레를 갖추어서 그들에게 주고 이웃 나라를 치게 하니, 네 이웃이 항복하여 모두 신하라고 일컬었다.

또 그들이 태어난 나라를 치니, 나라 사람들이 모두 무서워서 떨었다. 왕이 말하였다.
“누가 능히 이 적을 물리치겠느냐?”
부인이 말하였다.
“대왕께서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적이 성을 어디서 칠 것인지 보고서 거기에 망루대를 세운다면 대왕을 위하여 항복하게 하오리다.”
왕이 곧 적이 올 곳을 살펴보고 망루(望樓)를 세우니, 어머니가 망루에 올라가서 소리를 높여서 말하였다.
“대체로 반역에는 큰 것이 세 가지가 있다. 여러 사특한 것들을 멀리하지 않고 두 세상의 죄를 불러오는 것이 그 하나요, 태어나서 어버이를 모르고 효행을 어기는 것이 그 둘이며, 세력을 믿고 어버이를 죽이고 독을 3존(尊)께 향하는 것이 그 셋이라. 이 세 가지 반역을 품으면 그 악을 덮을 수 없으리라. 너희들은 입을 벌리라. 징표가 이제 나타나리라.”
어머니가 그 젖을 짜니 하늘이 젖을 백 아들의 입으로 들어가게 하였다.
정성의 느낌으로 젖을 마시고 슬퍼져서 모두 말하였다.
“이분이 곧 우리 어버이로다.”
울면서 합장하고 걸어 나가서 머리를 조아리면서 허물을 뉘우치니, 어버이와 아들이 비로소 모였고, 애통해 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두 나라가 화목하니, 정이 형제보다 나았으며, 다른 데서도 기뻐서 훌륭하다고 칭찬하지 않음이 없었다.

모든 아들들이 세상이 무상하여 허깨비와 같음을 보고 어버이께 하직하고 도를 배워 세속의 더러움을 멀리하여 99명의 아들이 연각[緣一覺]이 되었으며, 한 아들은 나라를 다스리던 부왕이 죽으매 왕이 되어서 크게 모든 죄를 사하고 감옥을 헐고 못 막은 것을 터 놓고 노예를 풀어 주고 효도하는 자를 위로하였고, 고독한 자를 부양하고 창고를 열어서 크게 보시하여 백성의 원을 따라서 주었으며, 10선으로써 국법을 삼아서 사람마다 외우게 하였더니, 집에는 효자가 있게 되었고, 탑을 세우고 절을 짓고 사문에게 공양하며, 경을 외우고 도를 논하였더니, 입에는 4악이 없었으며, 모든 독이 없어지니 수명이 더하여 길어졌고, 천제가 기르고 지켜 주기를 어버이가 자식을 기르는 것과 같이 하였다.

부처님께서 사문들에게 말씀하셨다.
“머물러서 왕이 된 자는 내 몸이었고, 부왕은 지금의 백정왕이었으며, 어머니는 사묘(舍妙)였느니라.”
보살은 자비로운 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보시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24
예전에 보살이 한때 바라문이 되었는데, 경학(經學)에 밝게 통달하니, 나라 사람들이 스승으로 삼았다. 제자가 5백 명이었는데 다 선비의 덕이 있었고, 보시를 좋아하여 마치 스스로 몸을 보호하듯이 하였다.
그때 세상에 부처님께서 계셨는데, 호는 첩(啑)여래ㆍ무소착(無所著)ㆍ정진존(正眞尊)ㆍ최정각(最正覺)이셨고, 삼계를 거느려서 인도하여 신성한 본래의 무(無)로 돌아가게 하셨다.
보살이 부처님을 뵙고 자연히 스스로 귀의하여 부처님과 스님들을 청하여서 7일 동안 집에 머물게 하고 예로써 공양하였는데, 바라문의 제자들이 각기 맡을 바를 다투었다.
한 사람이 나이가 어린데 스승의 심부름을 다니다가 일할 것을 청하니, 스승이 말하였다.
“일은 있는데 할 사람이 없는 것을 네가 맡으라.”
동자가 대답하였다.
“오직 등불을 담당할 사람이 없습니다.”
스승이 좋다고 하자, 제자는 독에 삼씨 기름을 채워서 스스로 목욕하고, 흰 천을 머리에 감고 제 손으로 불을 붙였다.

하늘ㆍ사람ㆍ용ㆍ귀신이 그 용맹한 힘을 보고 모두 손뼉을 치면서 놀라지 않는 이가 없었고, 세상에 이럴 수도 있느냐고 탄복하면서 이는 반드시 부처가 될 것이라고 하였으며, 부처님께서도 가상히 여기셨다.
밝혀 철야하였는데도 머리는 상하지 않았고, 마음이 한결같이 경에 있어서 확연(霍然)하여 다른 생각이 없었다. 7일을 이와 같이 하되 도무지 게으른 생각이 없이 하니, 부처님께서 수기하셨다.
“무수겁을 지나서 너는 마땅히 부처가 되리니 호를 정광(錠光)이라 하고, 정수리와 어깨 위에 각각 광명이 있을 것이며, 가르치고 건져서 해탈을 얻는 중생이 한량이 없으리라.”
하늘ㆍ사람ㆍ용ㆍ귀신들이 그가 부처가 될 것이라는 말을 듣고 기뻐하지 않음이 없었고, 머리 조아려 절하면서 치하하였다.

바라문이 생각하기를 ‘저 동자가 부처가 된다면 나도 반드시 되리라. 마땅히 내게도 부처님께서 수기를 주시고 가실 것이다’ 하고, 나아가서 머리를 조아리고 아뢰었다.
“이제 베푼 것은 작은 공양이오나 제 성심껏 한 것이오니, 원컨대 제게도 수기를 주옵소서.”
부처님께서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동자가 부처가 될 때에 마땅히 네게 수기를 주리라.”
바라문이 부처가 될 것이라는 말을 듣고 기뻐서 몸뚱이 있는 것도 잊어버렸다. 이런 뒤로 크게 보시하여 주린 자에게 밥을, 헐벗은 자에게 옷을, 병든 자에게 의사와 약을 주고, 날고 기고 꿈틀거리는 것들까지도 그 먹는 바를 따라서 때를 맞춰서 구제하니, 팔방의 모든 나라들이 인자한 아버지라고 일컬었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동자는 정광불이시고, 바라문은 내 몸이었다. 보살은 자비로운 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보시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25
예전에 보살이 큰 부호가 되니 축적된 재산이 수억이었다. 항상 3존을 받들고 자비로 중생(衆生)에게 향하였다.
저자에 나갔다가 자라를 보고 불쌍한 마음이 나서 값이 얼마인가를 물었다.
자라 임자는 보살이 너른 자비의 덕이 있어서 중생을 구제하기를 숭상하고, 재산이 헤아릴 수 없는 부자여서 값이 높거나 낮은 데 구애되지 않을 것을 알고 대답하였다.
“값이 백만입니다. 사가신다면 좋지만 그렇지 않으면 제가 마땅히 삶을 것입니다.”
보살은 좋다고 하고, 곧 그 값대로 치르고 자라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와서 그 상한 데를 씻어서 보호하고 물에 가서 놓아 주었다. 그리고 그것이 놀면서 가는 것을 보고 한편 슬프고 한편 기뻐서 맹세하였다.
“태산지옥과 아귀중생의 무리와 세상의 감옥에 갇힌 이들이 어서 난을 면하고 몸이 편안하고 목숨이 완전하게 되기를 지금 너와 같이 되어라.”
그리고는 시방에 머리를 조아리고 합장하고 원하였다.
“중생이 소란하여 그 고통이 한량 없다. 내가 마땅히 하늘이 되고 땅이 되며, 가뭄에는 비가 되고, 표류하는 데는 뗏목이 되며, 주린 데에는 밥을 주고, 추위에 옷을 주고, 더위에 서늘하게 하여 주며, 병에는 좋은 의원이 되고, 어둠에 빛이 되리니, 만약 흐린 세계에 뒤바뀜이 있을 때에 내가 그 가운데서 부처가 된다면 저 중생들을 제도하오리다.”
시방의 모든 부처님께서 다 그 서원을 좋아하여 찬탄하셨다.
“훌륭하다. 반드시 네 뜻대로 되리라.”

자라가 뒤에 밤에 와서 그 문을 깨무니 그 문 소리를 이상히 여겨서 부리는 사람이 나가서 자라를 보고 돌아와서 사실대로 말하였다.
보살이 보니, 자라가 말하였다.
“제가 무거운 은택을 입어서 몸의 온전함을 얻었는데 덕택에 보답함이 없었습니다. 저는 물에 사는 물건이라 물이 가득 참과 이지러짐을 압니다. 홍수가 와서 반드시 큰 해가 있을 것이오니 속히 배를 마련하여 때가 오거든 서로 만나도록 합시다.”
대답하였다.
“대단히 고맙다.”
다음날 새벽에 궁문에 나아가서 사실대로 왕에게 말하니, 왕이 전부터 보살의 훌륭한 이름을 들은지라, 그 말을 신용하고 낮은 데 있는 자들을 높은 곳에 옮겨 있도록 하였다.

때가 되자 자라가 와서 말하였다.
“홍수가 오니 어서 내려와서 제가 가는 대로 따라오시면 해가 없을 것입니다.”
배가 그 뒤를 따르는데, 뱀이 배로 오는 것을 보살이 건지라고 하니, 자라가 대단히 좋다고 하였다. 또 여우가 떠내려가는 것을 보고 건지라고 하니, 자라가 또 좋다고 하였다.
또 보니 사람이 표류하는데 제 뺨을 치고 하늘을 부르면서 자기 목숨을 건져 달라고 하였다.
건져 주자고 하니, 자라가 말하였다.
“삼가 건지지 않도록 하십시오. 대체로 사람은 마음이 거짓되어 끝까지 믿을 수가 없으며, 은혜를 등지고 세력을 쫓아 흉악과 반역을 잘합니다.”
보살이 말하였다.
“벌레의 무리인 너를 구제했는데, 사람의 무리를 내가 천하게 여긴다면 어찌 이것이 어진 도리이겠느냐? 내가 차마 그럴 수 없다.”
그리고는 건지니 자라가 말하였다.
“후회할 것입니다.”
드디어 풍요로운 땅에 이르자 자라가 물러나면서 말하였다.
“은혜에 보답이 끝났으니 물러갈까 합니다.”
보살이 대답하였다.
“내가 여래ㆍ무소착ㆍ지진정각(至眞正覺)을 얻으면 반드시 제도하리라.”
자라가 대단히 좋다고 하고 물러갔으며 뱀과 여우도 각각 갔다.

여우는 굴을 파고 살았는데, 옛 사람이 묻어 두었던 자마명금(紫磨名金) 백 근을 얻고 기뻐서 “저분의 은혜를 갚으리라” 하고, 달려가서 말하였다.
“제가 은덕을 받아서 작은 목숨이 구제되었습니다. 저는 굴에서 사는 동물이므로 굴을 파고 스스로 편안히 지내는데, 굴을 파다가 금 백 근을 얻었습니다. 이 굴은 무덤이 아니요, 집이 아니며, 빼앗거나 훔친 것도 아니라 나의 정성의 소치이므로 현자께 바치려고 합니다.”
보살이 깊이 생각하기를, ‘받지 않고 헛되이 버리면 가난한 백성에게 유익함이 없으니, 받아서 보시함으로써 중생이 구제되게 한다면 얼마나 좋겠느냐’ 하고 받으니, 표류하던 사람이 보고 자기에게 반을 나눠 달라 하였다. 보살이 곧 10근을 주니, 그 사람이 말하였다.
“네가 무덤을 파고 금을 빼내었으니 그 죄를 어떻게 할 것이냐? 반으로 나누지 않으면 내가 반드시 유사(有司)에게 고발하리라.”
보살이 대답하였다.
“가난한 백성이 곤핍(困乏)하니 내가 고르게 주고자 하는데 네가 마음대로 하려고 하면 또한 치우치는 것이 아니냐?”
그 사람이 드디어 사직에 고발하여서 보살이 구속되었으나 하소연할 곳이 없었다. 오직 3존께 귀명하고 허물을 뉘우쳐 자책하면서 자비로 원하였다.
“중생들이 어서 8난을 여의고 지금 나와 같은 원한이 없게 되어지이다.”

뱀과 여우가 만나서 말하였다.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하나?”
뱀이 “내가 장차 구제하리라” 하고, 드디어 좋은 약을 머금고 옥으로 들어가서 보살의 형상을 보니 얼굴빛이 손상되어 있었다. 마음이 슬퍼져서 보살에게 말하였다.
“이 약을 스스로 지니시오. 내가 장차 태자를 물 테니 그 독이 더욱 심하여져서 능히 건질 자가 없게 되거든 현자께서 약이 있다고 알리고 전하시오. 그렇게 하면 나을 것입니다.”
보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뱀이 그대로 하였다.
태자의 목숨이 위태롭게 되자 왕이 영을 내렸다.
“누가 이를 구제할 수 있다면 정승으로 봉하여서 내가 더불어 정치에 참여하게 하리라.”
보살이 위에 알리고 약을 전하여서 곧 나으니 왕이 기뻐서 까닭을 물으매, 갇힌 사람이 본말(本末)을 스스로 진술하였다.
왕이 슬픈 표정으로 스스로 뉘우쳐 말하기를 “내가 너무도 어두웠도다” 하고, 곧 표류하던 사람을 베고, 그 나라에 큰 사면을 베풀고, 정승으로 봉하여서 손을 잡고 궁으로 들어와서 함께 앉아서 말하였다.
“현자는 어떠한 글을 좋아하고 어떠한 도를 품었기에 하늘 땅과 같은 어짊을 행하여 혜택이 중생에 미치는가?”
“불경을 좋아하고 불도를 품었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불교에 요결(要決)이 있는가?”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네 가지 항상함이 없음을 말씀하셨는데, 여기에 있는 자는 여러 가지 앙화가 없어지고 밝은 복이 창성합니다.”
왕이 말하였다.
“좋다. 원컨대 그 실제를 얻고자 하노라.”
“하늘과 땅이 없어질 때에 일곱 해가 나란하고 큰 바다가 모두 마르며, 천지가 텅 비어서 수미산이 무너지며, 하늘ㆍ사람ㆍ귀신ㆍ용ㆍ중생의 신명(身命)이 갑자기 타 없어지니 전에 성하였던 것이 이제 쇠망함이라, 이것이 이른바 항상함이 없는 것입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항상함이 없다는 생각을 지켜 말하기를, ‘천지도 오히려 그러하거늘 관작(官爵)이나 국토가 어찌 오래 가겠느냐’고 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자는 넓은 자비의 뜻이 있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천지도 오히려 그러하거늘 어찌 하물며 국토리요, 부처님께서 항상함이 없다고 설하신 것을 내가 마음으로 믿노라.”

부호가 또 말하였다.
“괴로운 것 중에서도 더욱 괴로운 것을 대왕은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원컨대 밝은 가르침을 듣고자 하노라.”
“중생의 식령(識靈)은 미묘하여 알기 어렵습니다. 보아도 모양이 없고 들어도 소리가 없건만 넓기로는 천하이며, 높기로는 덮음이 없는지라 왕양(汪洋)하여 겉이 없으며, 윤회하여 조금도 쉼이 없습니다. 그러나 6욕(欲)에 주리고 목마름이 마치 바다가 많은 지류(支流)에 만족하지 않는 것과 같아서 이것을 자주 탐하다가 태산지옥에서 태어나고 지지는 여러 지독한 고통을 받고, 혹 아귀가 되어서 구리를 녹인 물로 입을 적시고, 역사[役]하여 태산을 만들며, 혹 축생이 되어서 도살되는데 베이고 벗겨지고 찢기고 하여 죽으면 다시 칼질을 하니 그 고통이 한량이 없으며, 만약 사람이 되어서 태중에 열 달 있다가 태어나게 되면 갑자기 자궁이 줄어들어 마치 새끼줄로 몸을 조르는 것과 같고, 땅에 떨어질 때 아픈 것이 높은 데서 밑으로 떨어지는 것과 같고, 바람이 불어오면 불로 몸을 사르는 것과 같고, 따뜻한 물로 씻는 것이 끓는 구리 쇳물로 목욕하는 것과 같고, 손으로 몸을 만지는 것이 칼로 벗기는 것과 같으니 이러한 고통은 말할 수 없으며, 나이가 많아진 뒤에는 모든 기관[根]이 아울러 늙어서 머리털은 희고 이는 빠지고 안팎이 쇠약하고 피로하게 되니 이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슬픕니다.
나아가 중병을 이루고 4대(大)가 흩어지려 하면 마디마다 다 아파서 앉고 눕는 데도 사람을 기다려야 하고, 의원이 와도 괴로움만 더합니다.
목숨을 마치려고 할 때엔 몸 안의 모든 바람이 아울러 일어나서 힘줄은 끊어지고 뼈는 부숴지고 구멍은 모두 막히며, 숨이 끊어지면 혼신이 떠나서 갈 바를 찾아가는데, 만약 하늘에 오르더라도 하늘에 또한 빈부와 귀천이 있으며, 수명도 무한정 연장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복이 다하면 죄가 오는지라 떨어져서 태산ㆍ아귀ㆍ축생으로 들어가니 이것이 괴로움입니다.”
왕이 말하였다.
“훌륭하구나.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고(苦)의 요체(要諦)를 내가 마음으로 믿으리라.”

부호가 또 말하였다.
“대체로 존재하는 것은 반드시 공(空)하게 되나니, 마치 두 나무를 서로 비벼서 불이 나면 불이 도리어 나무를 태우고 불도 나무도 다하여서 두 가지가 다 공하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예전의 윗대 임금과 궁전과 신민이 지금은 없어져서 간 곳을 보지 못하니, 이 또한 공한 것입니다.”
왕이 말하였다.
“훌륭하구나.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공(空)의 요체를 내가 마음으로 믿으리라.”

부호가 또 말하였다.
“대체로 몸뚱이는 흙ㆍ물ㆍ불ㆍ바람입니다. 강한 것은 흙이 되고, 연한 것은 물이 되며, 더운 것은 불이 되고, 숨쉬는 건 바람인데 목숨이 다하여 혼신이 가고, 4대가 각각 흩어지면 능히 보전할 것이 없으니, 이러므로 무아(無我)입니다.”
왕이 말하였다.
“훌륭하구나.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내가 없다는 것을 내가 마음으로 믿으리라. 몸뚱이도 보전하지 못하거든 어찌 하물며 국토리요. 슬프도다. 나의 선왕께서 위없는 바르고 참된 최정각의 무상(無常)ㆍ고(苦)ㆍ공(空)ㆍ무아(無我)의 가르침을 듣지 못하셨도다.”

부호가 말하였다.
“천지도 항상함이 없는데 누가 나라를 보전할 수 있겠습니까? 어찌 창고를 비워서 가난하여 주린 사람들에게 보시하지 않으십니까?”
왕이 말하였다.
“훌륭하구나. 밝은 스승의 가르침이 상쾌하도다.”
곧 모든 창고를 비워서 가난한 자에게 보시하고, 홀아비ㆍ홀어미와 고아들로 하여금 어버이가 되고 자식이 되게 하니 백성들이 그 빛나는 일에 복종하여 빈부가 평등하여지니 온 나라가 기뻐서 웃음을 머금고 다녔으며, 하늘을 우러러 탄복하기를 “보살의 신성한 덕화가 이에 이른 것인가” 하여 사방에서 덕을 찬탄하니, 드디어 태평한 세대가 되었다.

부처님께서 모든 사문들에게 말씀하셨다.
“부호는 내 몸이었고, 국왕은 미륵이었으며, 자라는 아난이었고, 여우는 추로자였으며, 뱀은 목련이었고, 표류하던 사람은 조달이었느니라.”
보살은 자비로운 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보시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26
예전에 보살이 사문의 수행을 하였다. 항상 산림에 처하였고, 인자한 마음으로 중생의 긴 고통을 불쌍히 여겨서 삼계에 윤회하는 것을 어떻게 건질까 하였다. 마음을 맑히고 사유하여 도를 찾고 근원을 넓혀서 마땅히 저 중생을 건지리라고 하는데, 옷에 이가 있어서 몸이 가렵고 마음이 흔들리니 도의 뜻이 서지 않았다. 손으로 더듬어 찾아서 곧 이를 잡았는데 마음에 측은하여 둘 데를 구하다가 마침 짐승의 뼈가 있어서 가만히 그 가운데에 두었다. 이가 7일 동안 먹다가 다하매 버리고 가서 생사에 전전하였다.
보살은 부처가 되어서 종으로 횡으로 교화하였다.
그때 큰 눈이 와서 길에 행인이 끊어졌었는데, 나라의 어떤 부호가 부처님과 수천의 비구들을 초청하여 7일 동안 공양하되 그 마음이 엄숙하고 경건하게 하되, 온 집안이 다 그러하였다.
눈은 아직 개이지 않았는데,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신칙하여 모든 사문에게 다 정사로 돌아가게 하라고 하시니, 아난이 아뢰었다.
“주인의 공손한 마음이 떨어지지 않았고 눈이 한창 내립니다. 걸식[分衛]할 곳도 없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주인의 뜻이 끝났으니 다시 더 공양하지 않으리라.”
부처님께서 곧 이끌고 나아가시니 사문들도 호위하고 따라서 정사에 돌아갔다.

다음날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주인에게 가서 걸식하여 보아라.”
아난이 가르침을 받고 가서 주인의 문에 이르니 문에서 사람이 보고도 온 까닭을 묻지 않았다.
조금 있다가 돌아와서 머리 조아리고 꿇어앉아서 사실대로 아뢰고, 또 그 원인을 여쭈었다.
“저 사람의 뜻이 변하는 것이 어찌 그리 빠릅니까?”
부처님께서 곧 위와 같은 말씀을 하시고 또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내가 인자한 마음으로 이의 작은 목숨을 건져서 썩은 뼈를 주어서 7일을 먹게 하였으므로 이 세상에서 정성을 다한 공양을 얻은 것이다. 숙세(宿世)에 은혜를 베푼 것이 은혜가 7일에 해당하므로 그의 뜻이 그치고 다시 전과 같지 않은 것이니, 어찌 하물며 인자한 마음으로 부처님과 사문들에게 향하며, 계를 지킴이 청정하며, 욕심을 벗고 수행을 높게 하지 않겠는가. 안으로 자기의 마음을 단정히 하고 겉으로 자비로써 교화하여 수행 높은 비구 한 사람을 공경하여 공양하는 것이 범부 서민을 여러 겁 동안 정성껏 보시하는 것보다 나으리라.
그 까닭은 비구는 부처님의 경을 품었으며, 계가 있고, 정(定)이 있고, 혜(慧)와 해탈과 해탈지견의 씨가 있어서 이 5덕(德)으로써 중생을 인자하게 인도하여 삼계의 만 가지 고통의 화를 멀리하게 하는 때문이니라.”

아난이 아뢰었다.
“다행하옵니다. 이 부호가 직접 여래ㆍ무소착ㆍ정진도(正眞道)ㆍ최정각(最正覺)ㆍ도법어(道法御)ㆍ천인사(天人師)와 아울러 모든 사문인 불환(不還)ㆍ빈래(頻來)ㆍ구항(溝港)ㆍ응진(應眞) 및 보살과 크고 넓은 자비를 세우고 중생을 거느려 인도하는 자를 뵙고 공양하였으니, 이 복이 계량하기 어려워서 바다와 같고 저울질하기 어려워서 땅과 같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아난아, 참으로 그러하다. 부처님 때는 만나기 어렵고, 경법(經法)은 듣기 어렵고, 비구승은 공양하기 어려우니 우담바라꽃이때에 한 번 있는 것과 같으니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니, 비구들이 기뻐하시면서 머리 조아리고 받들어 행하였다.
보살은 자비로운 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보시를 행함도 이와 같다.

육도집경 제4권

오 강거국 사문 강승회한역

2. 계도무극장(戒度無極章)[여기에 15장이 있음]

계도무극(戒度無極)이란 어떠한 것인가?미치고 어리석고 흉측하고 포학하여 생명을 잔해하기를 좋아하고, 탐욕하는 나머지 빼앗고 훔치며, 음탕하여 더럽고 탁하며, 이간하는 말ㆍ욕설ㆍ거짓 말ㆍ꾸밈말을 하며, 질투하고 성내고 어두운 마음으로 어버이를 해하고 성현을 죽이며, 부처님을 비방하고 현자를 어지럽히며, 종묘의 물건을 취하며, 흉악함과 패역함을 품고 3존(尊)을 헐뜯는 이러한 으뜸가는 악은 차라리 저며져서 포가 되고 난도질되고 절여져 시장에서 팔릴지언정 끝까지 하지 않고, 부처님의 3보(寶)를 믿고 4은(恩)으로 널리 제도하는 것이다.

27
예전에 보살이 청신사(淸信士)가 되었는데 그 나라의 왕이 참된 것을 행하여 신민을 권면하고 인도하여 3존을 알게 하고, 계를 지켜 재(齋)를 받드는 자에게는 세금을 감하고 부역을 면제하니, 백성들이 모두 왕이 어진 것을 숭상함을 보고 대부분 겉으로는 착한 척하면서 숨어서는 삿된 짓을 하였다.
왕이 부처님의 계율로써 백성의 몸가짐을 관찰하니 겉으로 선하고 속으로 더러움이 있어서, 부처님의 청정한 교화를 어기는지라, 곧 방편으로 영을 내려 신칙하였다.
“감히 불도를 받드는 자가 있으면 사형시켜 그 시체를 저자에 버리리라.”
그랬더니 거짓 착한 체하던 무리들이 참된 것을 놓아 버리고, 마음 놓고 그 본래의 사특함을 방자히 하지 않는 자가 없었다.
보살이 나이 많았고 바르고 참되고 넓고 빛나는 지헤를 품었는데, 명령을 듣고 놀라서 말하였다.
“참됨을 버리고 삿됨을 좇아서 비록 제왕이 되어 수명이 하늘ㆍ땅과 같고, 부귀가 다시 없고, 6락(樂)을 마음대로 한다 하더라도 나는 마침내 하지 않으리라. 비록 한 끼니의 목숨이지만 3존을 뵙고 지극히 참된 교화를 받는다면 나는 기쁘게 받들리라.
세속의 서적 만억 권을 품고 몸이 천궁(天宮)에 처하여 천상의 수명을 다하더라도 3존을 모르고 불경을 듣지 못한다면 나는 그것을 원하지 않으리라.
부처님의 말씀을 받는다면 곧 죽이는 환란이 있다 하더라도 나는 마음에 달게 받으리라.
경에서 말씀하시기를 ‘중생이 스스로를 3악도(惡道)에 던지면 인도(人道)를 얻기가 어려우며, 가운데 나라에 있기 어려우며, 6근(根)을 완전히 갖추기 어려우며, 도(道)가 있는 나라에 태어나기 어려우며, 보살과 더불어 친하기 어려우며, 경을 보고 믿기 어려우며, 오묘한 것을 꿰뚫고 미묘함을 알기 어려우며, 수행이 높은 사문을 만나서 청정한 마음으로 공양하기 어려우며, 부처님을 만나서 수기를 받기 어렵다’고 하셨거늘, 내가 숙세(宿世)의 공(功)이 있어서 이제 불경을 보고 3보를 받들게 되었으니, 만약 무도하게 난도질을 하여 젓을 담그는 혹독과 끓이고 태우는 모짊을 만난다 하더라도 끝까지 바름을 버리고 저 요망함을 따르지는 않으리라.”

왕이 담당 관리에게 명하여서 명을 어기는 자를 자세히 조사하여 저자에서 죽이라 하였다.
염탐하는 사람은 보살의 뜻이 굳어서 변하지 않고 3존을 받들어 섬기는 지극한 마음이 줄지 않음을 보고 곧 이를 잡아서 보고하니, 왕이 저자에 내다가 죽이라 하고, 가만히 사람을 시켜서 그가 하는 말을 들어서 살피도록 하였다.
보살이 죽음에 임하여 그 아들에게 경계하였다.
“하늘ㆍ땅이 처음 일어나고 사람이 있어 온 이래로 중생이 세상에 처하여서 6정(情)으로써 난행(亂行)함이 미치고 취한 것보다도 심하다. 3존을 뵙고 청정하고 밝은 교화를 받는 일이 드문데 너는 다행히 법을 알았으니, 삼가 놓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대체로 불법의 수행을 버리고 요귀(妖鬼)의 거짓을 한다면 나라가 망할 것이 분명하나니, 나는 차라리 몸을 버릴지언정 참된 것을 버리지 않으리라. 왕이 이제 어긋나고 잘못되었으니 너는 따르지 말라.”
염탐꾼이 보고하니, 왕이 그 행실이 참됨을 알고 곧 기쁘게 청하여서 손을 잡고 전상(殿上)에 올라가서 말하였다.
“그대는 참으로 불제자라고 할 만하오.”
곧 정승으로 삼아서 정치를 맡겼다. 부처님의 청정한 교화를 놓아버린 자들에게 그 부역을 다시 부과하니, 이에 나라 안에 선을 높이지 않는 이가 없었다.
부처님께서 모든 사문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국왕은 미륵이었고, 청신사(淸信士)는 내 몸이었느니라.”
보살은 뜻을 견고히 지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지계(持戒)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28
예전에 보살이 코끼리의 왕이 되었다. 그 마음이 넓고 심원하였으며, 부처가 있고, 법이 있고, 비구승이 있다는 것을 밝게 알았고, 항상 3보께 스스로 귀의하여 매양 넓은 자비로 중생을 구제하면서 부처가 되어서 마땅히 일체를 제도할 것을 서원하였다.
그는 5백의 코끼리를 거느렸다. 그때 두 아내가 있었는데, 코끼리 왕이 물 속에서 한 연꽃을 얻으니 그 빛이 매우 묘하였다. 정실 부인에게 주니, 정실 부인이 기뻐하면서 “이렇게 심한 추위에 어떻게 이런 꽃이 있단 말인가” 하였다.
작은 부인이 질투하여 성내어서 맹세하기를 “무서운 독을 가진 짐새[鴆]로써 너를 죽이리라” 하고 기운이 맺혀서 죽었다.

그 혼령이 귀족의 딸로 변화하였는데 얼굴의 화려함이 남보다 뛰어났고, 지혜가 통하여서 고금을 널리 알았으며, 천문을 보아서 때의 성쇠를 알았다. 왕이 이와 같음을 알고 장가들어 부인을 삼았다. 그녀가 궁에 들어가 곧 나라를 다스리는 정사를 국왕에게 진술하니 의로움이 충신에 합당하였다.
왕이 기뻐하고 존경하여 말하는 대로 따랐다.
부인이 말하였다.
“제가 꿈에 어금니가 여섯 개인 코끼리를 보았습니다. 그 상아로 패물을 만들고 싶은데 대왕께서 이루어 주시지 않으면 저는 곧 죽겠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요망한 말을 하지 말라. 남이 들으면 웃을 것이다.”
부인이 말하였다.
“계속 마음에 근심이 생깁니다.”

왕은 의논할 신하 네 사람을 청하여서 스스로 자기의 꿈이라고 하면서 말하였다.
“고금에 이런 코끼리가 있느냐?”
한 신하는 말하였다.
“있을 수 없습니다.”
한 신하는 말하였다.
“왕께서 꿈꾸지 않으셨습니다.”
한 신하는 말하였다.
“일찍이 있다는 말을 들었으나 있는 데가 매우 멀다 합니다.”
한 신하는 말하였다.
“만약 거기에 이를 수 있다면 제석이 지금 이 자리에 내려올 것입니다.”
네 신하가 곧 사방의 사냥꾼을 불러서 물으니 남방의 사냥꾼이 말하였다.
“저의 선친께서 늘 ‘그런 코끼리가 있으나 먼 데 있어서 잡기가 어렵다’고 하셨습니다.”
신하가 위에 보고하였다.
“이 사람이 압니다.”
왕이 곧 불러들이자, 부인이 말하였다.
“네가 바로 남쪽으로 3천 리를 가서 산에 닿거든 산으로 이틀 동안쯤 들어가면 코끼리 있는 곳에 이를 것이다. 길가에 구덩이를 파고 머리와 수염을 깎고 사문의 옷을 입고 있다가 구덩이 속에서 코끼리를 쏘아라. 그리고 그 어금니 둘만 끊어 오너라.”

사수가 명령한 대로 가서 코끼리 노는 곳에 이르러 먼저 코끼리를 쏘고 법복을 입고 발우를 가지고 구덩이 속에 머무니 코끼리 왕이 사문을 보고 곧 머리를 숙이고서 말하였다.
“도사(道士)님에게 예배합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 몸의 목숨을 해치는 것입니까?”
“너의 어금니를 얻고자 하는 것이다.”
“내가 아파서 참기 어려우니 빨리 상아를 취하여 가고 내 마음을 어지럽혀 나쁜 생각을 내게 하지 마십시오. 생각이 악한 자는 죽어서 태산지옥ㆍ아귀ㆍ축생의 길에 들어가게 됩니다. 참는 마음을 품고 인자함을 행하여서 악이 와도 선으로 보답하는 것이 보살의 높은 수행입니다. 바로 뼈를 난도질하고 살로 포를 뜨더라도 끝까지 이 수행을 어기지 않나니, 이 행을 닦는 자는 죽는 즉시 하늘에 오르며 빨리 멸도(滅度)함을 얻게 됩니다.”
사람이 곧 어금니를 자르니, 코끼리가 말하였다.
“도사는 물러갈 때 여러 코끼리들이 발자취를 찾지 못하게 하시오.”
코끼리는 마침내 사람이 멀리 가자 아픔을 참기 어려워서 땅에 쓰러지며 크게 부르짖고 문득 죽어서 곧 천상에 태어났다.
여러 코끼리들이 사방에서 와서 모두 말하였다.
“어떤 사람이 우리 왕을 죽였느냐?”
찾아다녔으나 찾지 못하고 돌아와서 왕을 지키면서 슬피 울부짖었다.

사냥꾼이 상아를 가지고 돌아오니 왕이 상아를 보자 마음이 슬퍼지고 겁이 났다. 부인이 그것을 손에 들고 마침 보려고 하자 강력한 천둥과 번개가 치니, 그녀는 피를 토하고 죽어서 지옥에 들어갔다.

부처님께서 모든 사문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코끼리 왕은 나의 몸이었고, 큰 부인은 구이(求夷)였으며, 사냥꾼은 조달(調達)이었고, 작은 부인은 호수(好首)였느니라.”
보살은 뜻을 견고히 지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지계(持戒)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29
예전에 보살이 앵무새의 왕이 되었는데, 항상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고 3존께 귀의하였으며, 때에 죽음을 당하더라도 죽어도 10악을 범하지 않았고, 인자한 마음으로 교화하는데 6바라밀로 으뜸을 삼았다.
그때 국왕이 앵무새를 먹기를 좋아하니 사냥꾼이 다투어 찾아서 앵무새의 무리를 발견하고 그물로 거두어서 다 잡았다. 태관에게 바치니 재부(宰夫)가 가두고 길러서 살찌면 곧 삶아서 요리를 하였다.
앵무새의 왕이 깊이 생각해 보니, 중생이 요란하여 옥으로 달려들어 몸을 잃고 삼계에 윤회함이 음식에 연유하지 않는 것이 없었다.

따르는 자들에게 말하였다.
“탐욕을 제하고 먹는 것을 줄이면 몸이 말라 조금 괴롭지만 목숨은 건질 수 있으리라. 어리석은 자는 음식을 탐하여 먼 염려를 하지 않으니 마치 탐욕스런 어린애가 칼날에 묻은 작은 꿀을 탐하다가 혀가 끊어지는 근심이 있는 것을 모르는 것과 같으니라. 나는 먹는 것을 줄이리니, 너희들도 그렇게 하라.”
앵무새의 왕이 날마다 야위더니 새장 틈으로 솟구쳐 나와서 새장 위에 서서 말하였다.
“대체로 탐욕은 악(惡) 중에서 큰 것이요, 욕심이 없음은 선(善) 중에서 큰 것이다. 모든 부처님께서는 탐욕을 감옥이라고 여기고, 그물이라고 여기고, 독이라고 여기고, 칼이라고 여기셨느니라. 너희들이 먹는 것을 줄이면 나와 같이 될 수 있느니라.”
보살은 스스로 이와 같으니라. 만약 범인(凡人)이 되면 거친 음식으로 목숨을 부지하고 헤진 옷으로 몸뚱이를 가리며, 탐욕으로써 마음을 경계하여 하루도 방심함이 없게 하라.
복으로 제왕이 되면 곧 부처님의 지혜로써 나라의 폐단을 보아라. 복이 높고 넓고 많아서 헤아리기 어렵다 하여도 항상함이 아니요, 견고함이 없으니 고통일 뿐, 낙이 없는 것이다. 대체로 있는 것은 없어지는 것이라 몸뚱이는 헛 것이어서 보전하기 어려움이 마치 알과 같고 기르기 어려움이 이리와 같으니 눈이 있어서 보게 되면 몸서리쳐지지 않을 수 없다.
보살이 세세(世世)에 계로써 수행을 하여 드디어 여래(如來)ㆍ무소착(無所着)ㆍ정진도(정진도)ㆍ최정각ㆍ천인사가 되었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앵무새의 왕은 내 몸이었고 사람의 왕은 조달이었느니라.”
보살은 뜻을 견고히 지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지계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30
예전에 보살이 왕의 태자가 되니 이름은 법시(法施)였다. 속은 맑고 겉은 깨끗하여서 항상 삿된 길을 밟는 재앙으로써 스스로 그 마음을 경계하고 성현을 존경하며, 어버이께 효도하고 자비로 중생을 건졌다.
태자가 조현(朝見)하는 데도 상국(相國)을 기다려서 진퇴를 법대로 하여 예의를 잃지 않았다.
왕의 애첩이 속에 사특한 음란함을 품고 나와서 태자를 끌어안는 것을 태자가 힘으로 모면하였다. 상국의 머리를 치면서 가라고 하니 그 관(冠)이 땅에 떨어졌다. 상국의 머리에는 머리털이 없었다. 첩이 우습기도 하였지만 부끄러워 분한 생각을 품었다.

첩이 왕에게 가서 울면서 말하였다.
“첩이 비록 미천하오나 그래도 왕의 아내입니다. 태자가 불손하게도 첩에게 욕심을 두었나이다.”
왕이 말하였다.
“태자는 지조가 있어서 부처님의 뜻이 아니면 생각하지 않고, 부처님의 가르침이 아니면 말하지 않고, 부처님의 도가 아니면 가지 않으니, 팔방에서 덕을 찬탄하고 모든 나라에서 그와 같은 이가 없다고 한다. 어찌 그런 잘못이 있겠느냐?”
참소하는 말이 치밀하고 또 자주 하니 왕의 마음이 현혹되었다.
왕이 말하였다.
“골육상잔은 이것을 일러서 난적(亂賊)이라 한다. 나는 그럴 수 없다.”
곧 변방의 왕으로 삼으니 본국과의 거리가 8천 리였다.
“너는 변경 밖을 진수(鎭守)하라. 하늘을 법 받고 어짊을 행하여서 백성의 목숨[民命]을 잔해하지 말고 구차히 탐욕을 부려 백성들을 빈곤하게 하지 말라. 노인 존경하기를 어버이와 같이 하고, 백성 사랑하기를 자식과 같이 하라. 삼가 부처님의 계율을 닦고, 죽음으로써 도를 지킬지니, 세상에는 간계와 거짓이 많으니 치인(齒印)의 명령을 너는 믿어야 하리라.”
태자가 머리를 조아리고 울면서 말하였다.
“감히 높으신 가르침을 어기지 않으리다.”
곧 임지로 나아가서 5계(戒)와 10덕(德)으로 백성들을 인자하게 교화하니, 자리에 처한 지 1년에 먼 곳에 있는 백성이 덕을 사모하고 귀화하여 구름처럼 모여들어 만여 호가 늘었다.
장계를 올려서 왕의 덕화가 멀리까지 비쳐서 그렇다고 찬탄했다.

왕과 후비가 기뻐서 칭찬하였다.
첩은 유달리 원한을 품고 상국과 태자를 제거할 간계를 꾸몄다. 왕이 누운 것을 틈타서 나가 밀랍[蠟]으로 인(印)을 눌러 문서를 위조하여 말하였다.
“너는 임금을 업신여긴 죄가 있으나 차마 면전에서 벨 수는 없다. 이 글을 받는 대로 빨리 눈동자를 빼어서 사신에게 주어 나라로 돌려보내라.”
이 글을 가지고 사신이 가니, 여러 신하들이 모두 말하였다.
“이 요망하고 어지러운 사신은 대왕으로부터 온 것이 아닙니다.”
태자가 말하였다.
“대왕님의 앞니[前齒]가 이제 신표로서 나타났다. 몸을 아껴 어버이를 어기는 것을 대역(大逆)이라고 한다.”
곧 여러 신하와 더불어 3일 동안 즐기고, 두루 나라를 순행하면서 궁핍을 구제하고 부처님 밝은 법[景模]으로써 자비로운 마음으로 백성들을 가르쳤다.
눈을 뽑아 줄 사람을 구하니, 꼴을 파는 아이[賣芻兒]가 곧 뽑았다. 사신에게 주니, 그것을 함에 넣고 말을 달려 본국에 돌아갔다. 상국이 그것을 첩에게 주었다. 첩이 상 앞에 달아 놓고 꾸짖었다.
“내 말을 듣지 않더니 눈을 뽑히니 좋으냐?”

대왕의 꿈에 벌이 태자의 눈을 쏘는지라, 깨어서 곧 걱정하였다.
“우리 아들에게 이변(異變)이 있는 것이 아니냐?”
첩이 말하였다.
“대왕께서 염려를 지극히 하시니까 그런 꿈이 있습니다. 반드시 이변이 없을 것입니다.”
태자가 거문고를 타 주고 밥을 구걸하여 목숨을 지탱하면서 모든 나라에 전전하다가 아내의 부왕의 나라에 이르렀다. 왕에게 좋은 거문고가 있었는데 불러서 타게 하니, 그 음이 과거 선왕의 덕을 찬탄하는 것이었고, 고아의 어버이 없는 애절한 소리가 아니었다. 그 아내가 소리를 알고 흐느껴 말하였다.
“저의 남편이 저 지경이 되었구료.”
왕이 물었다.
“어떻게 된 일이냐?”
비(妃)가 갖추어 말하고 어버이께 하직하여 말하였다.
“이것은 제 운명입니다. 여자가 그 성을 두 번 간다면 정조가 아닙니다. 원컨대 지극히 효성스러운 남편을 보호하여 따르겠나이다.”
두 어버이가 온통 슬퍼하였다.
비(妃)가 태자를 이끌어 본국에 돌아왔다.

왕이 거문고를 잘 타는 자가 있다는 것을 듣고 불러서 타게 하였다.
형용이 초췌하여서 오직 그 소리를 듣고 알았다.
왕이 말하였다.
“네가 내 아들 법시가 아니냐?”
태자가 땅에 엎드려서 목메어 우니 왕과 왕후와 궁인들은 물론 온 나라 사람들로서 모두 애통해 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비가 사실의 본말을 아뢰니, 왕이 말하였다.
“슬프다. 여인의 어질지 않음이 마치 쌀밥에 독을 섞은 것과 같도다. 부처님께서 멀리하라 가르치신 것이 역시 옳구나.”
곧 상국과 첩을 구속하여 가시로 볼기를 치고 끓는 아교를 상처에 부어서 마르면 곧 터지게 하고 구덩이에 산 채로 묻었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태자의 숙세의 운명은 그가 일찍이 흰 구슬을 팔았었는데, 그때 저 첩은 부호의 딸로서 수레를 타고 길을 가고 있었고, 상국은 그때 마부였다. 구슬팔이 아이를 불러 말하였다.
‘네 구슬을 보게 이리 와라.’
구슬을 가지고 가자 사지는 않으면서 음탕한 눈짓과 어조를 썼다. 동자가 성내어서 말하였다.
‘내 구슬을 돌려주지 않고 음탕한 눈짓을 하니 내가 네 눈을 파내리라.’
여자와 마부가 함께 말하였다.
‘가시로 볼기를 치고 찢어진 살에 끓는 아교를 부어서 너 같은 것은 산 채로 묻어야 옳다.’
대체로 선이고 악이고 이미 베풀었으면 재앙이나 복이 저절로 따르는 것이 마치 그림자가 형상에 매인 것과 같으며, 악이 익어서 죄를 이루는 것이 메아리가 소리에 응함과 같으니, 악을 하고 그 재앙이 없고자 하는 것은 마치 씨를 심어 놓고 나지 않게 하려는 것과 마찬가지니라. 보살이 부처님의 청정한 게를 받으면 차라리 눈을 뽑히고 죽을지언정 음란을 범하고 살지 않느니라.
그때 태자 법시는 나였고, 상국은 조달이었으며, 첩은 조달의 아내였느니라.”
보살은 뜻을 견고히 지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지계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31
예전에 보살이 있었는데 형제가 세 사람이었다. 세상이 마르는 가뭄을 만나서 백성이 서로 잡아먹었다. 함께 다니면서 먹을 것을 찾아서 미약한 목숨을 부지하더니, 험한 산 속을 지나다가 먹을 것이 떨어진 지 여러 날이 되었다.
두 형이 말하였다.
“아내로써 목숨을 건지는 것이 옳겠다.”
큰형이 먼저 그의 아내를 죽여 5등분으로 나눴다.
작은 아우는 어질고 측은하여 슬퍼하면서 먹지 않았다. 작은형이 또 그의 아내를 죽이니 아우가 더욱 목이 메었다. 두 형이 아우의 아내를 죽이려 하니, 아우가 말하였다.
“아내를 죽여 나를 온전히 하는 것은 부처님의 어진 길이 아니니 나는 할 수 없다.”
그리고는 아내를 데리고 산에 들어가서 과실을 따먹었다. 산에서 견디기에 해가 지났다. 산에 한 절름발이가 있었는데, 아내가 그와 몰래 사통하고 그 남편을 죽일 것을 꾀하였다.
거짓으로 꾸며서 말하였다.
“아내의 의무는 남편을 힘써 봉양하는 것인데 당신이 하시니, 내일은 나도 따라가서 괴로움을 함께 겪을까 합니다.”
“산이 매우 험하니 그대는 갈 수 없소.”
세 번이나 말하여도 듣지 아니하여 드디어 함께 갔다.
아내가 산이 높고 골이 깊은 것을 보고 남편을 밀어서 떨어뜨렸다.
물가에 신이 있었는데 그 신이 받들어서 무사하게 하였다.
아내는 이제 잘 되었다고 기뻐하면서 돌아와서 절름발이와 함께 살았다.

남편이 물가로 가다가 상인(商人)을 만나서 자기의 내력을 이야기하니 상인이 딱하게 여겨서 싣고 풍국(豊國)이란 나라에 이르렀다. 그때 마침 그 나라 왕이 죽었는데 또 태자가 없어서 여러 신하들이 서로 사양하니, 설 자가 없었다. 바라문으로 하여금 점을 치게 하니 길가는 사람으로서 상(相)에 맞는 자가 있으니, 세워서 왕을 삼으라는 것이었다.
바라문이 보살을 보고 곧 말하였다.
“이 분이 도 있는 임금으로서 가히 모든 백성들을 위하여 하늘 같은 어진 덕으로 덮을 것이다.”
여러 각료와 백성들이 기쁜 눈물을 흘리면서 좋다고 찬탄하고 만수무강을 빌지 않는 이가 없었다. 떠받들고 궁으로 들어가서 임금의 자리를 주었다.
곧 4등(等)으로 백성을 기르고 여러 삿된 술책은 모두 폐하였으며, 5계를 주고 10선을 펴니, 온 나라가 계를 지켰고, 이에 천제가 그 나라를 도우니 귀신과 요망한 것들이 멀리 달아났으며, 독기가 삭아 없어지고 곡식과 과일이 풍성하게 익었다. 이웃 나라도 바르게 되어서 원수가 다시 친해졌으며, 백성들이 아이들을 들쳐업고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아내도 절름발이 남편을 부축하고 나라에 들어와서 구걸하면서 전부터 남편을 데리고 세상의 어려움을 피하다가 이제 이 인자하신 그늘로 돌아온 것이라고 하였다.
나라 사람들이 아름답고 기특하게 여겨 모두 말하였다.
“어진 부인을 기록해야 한다.”
부인이 말하였다.
“중한 상을 주셔야 합니다.”
왕이 곧 부인을 보고 물었다.
“천자(天子)를 알겠느냐?”
부인이 떨면서 머리를 조아렸다. 왕이 궁인들을 위하여 내력을 말하니, 집정대신이 말하였다.
“이는 죽여야 합니다.”
왕이 말하였다.
“모든 부처님께서 인(仁)으로써 삼계의 상보(上寶)를 삼으셨나니, 내가 차라리 내 목숨을 죽일지언정 어진 길을 버리지 않으리라.”
사람을 시켜 부인을 나라에서 몰아내어 그 발자국을 쓸어 버렸다.

부처님께서 추로자에게 말씀하셨다.
“왕은 나였고 절름발이는 조달이었으며, 아내였던 자는 호수였느니라.”
보살은 뜻을 견고히 지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지계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32
예전에 보살이 한때 범부가 되었다. 불경을 널리 배우고 깊이 죄와 복을 알았으며, 여러 가지 의술과 새ㆍ짐승들이 우는 것에도 모두 알지 않음이 없었다.
세상이 어지럽고 탁함을 보고 숨어서 벼슬을 하지 않았으며, 부처님 계율을 높이고 숭상하여 오직 바른 것이라야만 따라서 하였다. 가난에 처하여 곤궁했으므로 상인의 품팔이 짐꾼이 되어 물가를 지나다가 요기를 하였는데, 까마귀 떼가 시끄럽게 짖었다. 상인은 마음으로 무서워하며 모발이 곤두섰는데 보살은 웃었다. 먹고 나서 곧 걸어 그 본토로 돌아와서 그 서직(婿直)을 돌아보면서 말하였다.
“까마귀가 우짖을 때 그대는 웃었으니 무슨 까닭이라도 있는가?”
“까마귀가 말하는데, 저 사람에게 흰 구슬이 있으니 값이 매우 비싸다. 네가 죽이고 그 구슬을 취하면 나는 그 고기를 먹겠다고 하므로 웃었습니다.”
“그대가 죽이지 않은 것은 무슨 까닭인가?”
“대체로 불경을 보지 않은 자는 하늘에 넘칠 악을 짓고도 재앙이 없다고 하지만 이것은 스스로 속이는 것입니다. 나는 위없는 바르고 참된 경전을 보고 보살의 청정하고 어짊을 보아서 날아다니고 기어다니고 꿈틀거리는 것들까지도 사랑하여 죽이지 않으며, 지푸라기도 내 것이 아니면 가지지 않습니다. 대체로 죽이기를 좋아함은 어진 것이 아니며, 가지기를 좋아함은 청정한 것이 아닙니다.
내가 전 세상에 가지기를 좋아하는 더러운 생활을 했기 때문에 이제 그 앙화를 얻어서 곤궁한 가난에 처하였고, 그대의 품팔이꾼이 되었으니, 이제 또 범한다면 한량없는 죄를 심는 것이라, 부처님 제자가 아니니, 내가 차라리 도를 지키다가 가난하게 죽을지언정 무도한 부귀를 누리고 살지 않을 것입니다.”
화주(貨主)가 말하였다.
“훌륭하구나. 오직 부처님의 가르침만이 참된 것이로다.”
보살은 뜻을 견고히 지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지계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33
예전에 보살이 세상에 처하여 빈곤하였다. 상인의 품팔이꾼이 되어서 바다에 들어가 이로운 것들을 채집하는데 배가 머물고 가지 않으니, 상인들이 모두 무서워서 신기(神祇)에게 구제하여 달라고 빌었다.
가난한 사람은 오직 스스로 3귀의를 하고 계를 지켜 범하지 않고 허물을 뉘우쳐 자책하면서 낮과 밤에 각각 세 번씩 인자한 마음으로 원하였다.
“시방의 중생이 무서움이 없기를 오늘의 나와 같이 하여지이다. 내가 뒤에 부처가 되면 마땅히 이 무리들을 제도하오리다.”
7일이 되어도 배는 나아가지 못하였다.
해신(海神)이 거짓으로 화주에게 현몽하여 말하였다.
“네가 가난한 사람을 버리면 내가 너를 가게 하리라.”
화주가 꿈을 얻고 슬퍼하면서 몰래 의논하는 것을 가난한 사람이 그 눈치를 알고 말하였다.
“나 한 사람의 몸뚱이 때문에 여러 목숨이 죽을 수는 없다.”
화주는 떼를 만들고 식량을 주어 떼 위에 내려놓고 떼를 밀어서 멀리 띄웠다.
큰 고기가 배를 뒤집어 엎어서 상인들을 다 삼켜 버렸다.
가난한 사람이 바람을 따라 언덕을 얻어서 그 본토로 돌아가니 구족(九族)이 기뻐하였다.
가난한 사람은 스스로 3보께 귀의하고 5계와 10선을 지키며, 재를 받들어 참회하면서 자비로 중생을 대하였으므로 이러한 복을 얻은 것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가난한 사람은 나였느니라.”
보살은 뜻을 견고히 지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지계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34
예전에 보살이 계를 지키면서 숨어서 살았다. 시속의 영화를 생각하지 않고 4성(姓)에 의탁하여 그 묘지기가 되었다.
만약 초상과 장사가 있으면 힘을 다하여 도왔는데, 상주가 감동하여 재물을 주면 얻은 바가 많건 적건 도루 4성에게 돌려주었다.
4성이 말하였다.
“그대가 노력하였기 때문에 이 재물을 얻는 것인데 어찌 되돌리는가?”
도사가 말하였다.
“저는 그대의 땅을 지키고 저들은 그대의 땅에 장사지내니, 대의로 말하면 재물도 그대의 것입니다.”
4성이 감탄하여 말하였다.
“훌륭하다. 예전의 현자가 어찌 그대보다 낫겠는가?”
곧 계집종[靑衣] 중에서 현숙한 행이 있고 겸하여 화색(華色)이 있는 자를 택하여 아내를 삼게 하고 재물을 나눠 주어 그 살림을 마련하였다.
도사가 말하였다.
“그 수행이 나아가야 하고 그 덕을 높여야 한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때 가난한 도사는 나였고 아내는 구이(求夷)였느니라.”
보살은 뜻을 견고히 지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지계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35
예전에 보살의 몸이 평범한 사람이 되어서 3존께 귀의하고 계를 지켜 결함이 없었다.
외삼촌과 함께 다니면서 행상을 하여 스스로 생계를 하였다. 다른 나라에 가는데 외삼촌이 먼저 물을 건너서 과부 집에서 쉬게 되었다. 그 집에 어린 딸이 있었는데, 자기 어머니한테 뒤에 있는 대야를 상인의 흰 구슬과 바꾸자고 하자고 하니, 어머니가 딸의 뜻을 좇아서 상인에게 보였다. 상인이 칼로 긁어 보고 그것이 진짜 보배임을 알고도 거짓으로 땅에 던지면서 내 손만 더러워졌다고 하고 곧 길로 나아가니, 어머니와 딸이 부끄러워하였다.

동자가 뒤에 이르니 딸이 거듭 구슬을 청하였다. 어머니가 말하였다.
“아까 당한 부끄러움으로 지금을 경계하도록 하라.”
딸이 말하였다.
“이 사람은 어진 사람의 상이 있으니 아까의 사나운 욕심쟁이가 아니어요.”
그 대야를 또 보였다.
동자가 말하였다.
“이것은 자마금(紫磨金)입니다. 내가 가진 재물을 다 주고 바꿔도 되겠습니다.”
어머니가 좋다고 하니, 동자가 말하였다.
“제 금전 2매(枚)를 주겠습니다.”
외삼촌이 되돌아와서 말하였다.
“이제 작은 구슬을 줄 테니 대야를 가져오라.”
어머니가 말하였다.
“선량한 동자가 있어 좋은 구슬을 다 주고 내 금대야를 사면서 오히려 그 값이 적음을 미안해 하였다. 네가 빨리 가지 않으면 몽둥이로 패 주겠다.”
외삼촌이 물가에 이르자 땅을 구르면서 “내 보배를 돌려줘라” 하고 부르짖으면서 성급하게 가슴을 치다가 피를 토하고 죽었다.
생질이 그 금을 돌려주고자 했을 때는 이미 그가 죽었음을 보고 목이 메어 말하였다.
“탐욕이 결국 죽음을 가져왔도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살은 신의를 지켜 보배를 얻었고, 조달은 탐욕과 속임수로 몸을 잃었다. 동자는 나였고 외삼촌은 조달이었느니라.”
보살은 뜻을 견고히 지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지계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36
예전에 보살이 수없는 겁 전에 형제가 벌이하여 어버이를 봉양하였다. 다른 나라에 가서 아우를 시켜 구슬을 가지고 그 국왕에게 알현하게 하였다. 왕이 아우의 얼굴이 빛남을 보고 기쁘게 그 딸을 주었다. 구슬을 많이 구하여 가지고 돌아와서 형에게 고하였다.
형이 따라서 그 왕의 처소에 갔더니 왕이 또 형의 용모가 당당하고, 말이 성인의 경전에 맞았으며, 우아한 품이 그와 같기 어려움을 보고, 왕이 거듭 칭찬하고 그 딸을 다시 그에게 준다고 하니, 여자도 좋아하였다.
형이 생각하였다.
‘남편의 형이면 곧 아버지와 같고 아우의 아내면 곧 자식과 같은 것이다. 부자의 윤리가 있는데 어디 시집가고 장가드는 도리가 있겠느냐? 이 왕은 사람의 임금이라는 높은 자리에 처하여 있으나 금수의 짓을 한다.’
곧 아우를 이끌고 물러가니, 여자가 대(臺)에 올라서 바라보고 말하였다.
“내가 독충이 되어서 형놈의 간을 먹을 것이다.”
그 뒤로 생사(生死)에 전전하여 형은 원숭이가 되고, 여자는 아우와 함께 자라가 되었다.

자라의 아내가 병이 들어서 원숭이의 간을 먹고 싶다고 하니, 수컷이 다니며 구하였는데 마침 원숭이가 내려와서 물을 마시는 것을 보았다.
자라가 말하였다.
“너는 일찍이 음악을 들은 적이 있느냐?”
“없다.”
“내 집에 묘한 음악이 있는데 네가 보고자 하느냐?”
“그렇다.”
“그러면 내 등에 오르라. 너를 데리고 가서 보여 주겠다.”
원숭이가 등에 올라서 물로 반쯤 따라갔는데 자라가 말하였다.
“내 아내가 네 간을 먹고 싶어한다. 물 속에 무슨 음악이 있겠느냐?”
원숭이는 마음으로 부끄러워 이렇게 생각하였다.
‘대체로 계율은 선을 지키는 데 떳떳한 것이요, 방편[權]은 난을 건지는 데 큰 것이다.’
그리고는 자라에게 말하였다.
“너는 왜 진작 말하지 않았느냐? 내가 간을 저 나무 위에 걸어 놓았다.”
자라가 믿고 되돌아가니 원숭이가 언덕에 올라가서 말하였다.
“죽어라. 자라야, 어떻게 뱃속에 있는 간을 나무에다 걸어 놓을 수 있겠느냐?”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형이었던 자는 나였는데 항상 바르고 청정함을 지켜 끝까지 음란함을 범하지 않았으나 숙세의 남은 업장[餘殃] 때문에 원숭이 속에 떨어졌고, 아우와 왕녀는 함께 자라의 몸을 받은 것인데, 수컷은 조달이었고 암컷은 조달의 처였느니라.”
보살은 뜻을 견고히 지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지계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37
예전에 보살이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서 보배를 캐어다가 궁핍을 구제하였다. 바닷가에 성이 있었는데 꽃밭과 동산이 갖추어져 있었고, 화려한 여자가 물가에 나와서 일행에게 요구하며 말하였다.
“이 나라가 풍부하고 비옥하여 진귀한 보배를 마음대로 구할 수 있으니, 성에 들어와서 백성이 있는지 없는지 보라.”
상인들이 믿고 귀매(鬼魅)의 달콤한 유혹에 떨어져서 드디어 머물러서 함께 살기를 5년이나 하였다.
보살이 양친이 계시는 고향을 생각하고 성을 나와 산에 올라서 사방을 돌아보다가 멀리 바라보니, 한 철성(鐵城) 중에 장부가 있었는데, 머리에 천관(天冠)을 쓰고 엄연히 앉아 있었다.
그가 보살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유혹된 것이다. 귀매로써 아내를 삼고 그대들 양친과 구족의 두터움을 저버린 것이다. 귀신에게 먹히는 바가 되었으니 어찌 유혹된 것이 아니냐? 그대들은 자지 말고 그 참과 거짓을 살펴보아라. 바야흐로 신마(神馬)가 있어 거기 날아가서 그대들을 건질 것이니, 이 말에 붙어서 있는 데서 떠나면 그대의 신명을 온전히 하려니와 만약 호리는 처[蠱妻]를 못잊어 죽으러 그 성에 들어가면 뭇 독이 두루 가해질 것이니 후회해도 구원이 없으리라.”

보살이 그 말을 듣고 거짓으로 자는 체하고 살펴보니 참으로 그 말과 같았다. 그 마음이 무서워서 다음날 가만히 서로 통하니, 일행이 다 그러냐고 하고, 각각 아내를 살펴보았다. 과연 변하여 여우의 몸이 되어 가지고 다투어 사람을 먹는데 몸서리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들도 죽을 것이다.”
서로 놀라서 미리 준비해야지 게으르면 죽으리라 하였다.
말의 왕[馬王]이 와서 말하였다.
“누가 여기서 떠나겠는가? 마음에 어버이를 생각하거든 빨리 와서 여기 붙으라. 내가 구제하리라.”
상인들이 기뻐서 말하였다.
“이것은 반드시 하늘의 돌보심이다.”
무리가 달려가서 목숨을 의탁하였다. 그의 아내가 곧 자식을 안고 발자국을 찾아가면서 애통해 하며 말하였다.
“하늘님도 원망스럽습니다. 여러 해 동안 아내가 되었는데 이제는 귀신이라고 합니까?”
애절한 소리로 마음을 상하게 하면서 왕에게 나아가서 이와 같은 말을 하였다.
“지금 허둥거려서 믿을 데가 없을 것이나, 대왕께서 첩의 심정을 가엾이 알아 주소서.”
왕이 보살을 불러서 그 까닭을 물으매 곧 본 바를 처음부터 끝까지 진술하였다. 그러나 왕은 자색이 아름다움을 보고 바로 남편을 보내고 나서 안의 후궁에 두고 색(色)에 골몰하니, 나라의 정사가 어지러웠다.
귀신이 여우로 화하여 날마다 사람을 먹어 폐해가 심하였으나 왕은 깨닫지 못하였다.

뒤에 각각 목숨이 다하여 생사에 윤회하다가 보살은 덕을 쌓아서 드디어 부처가 되었고, 여우 귀신의 혼령은 화하여 바라문의 집에 태어났는데, 자색(姿色)이 절묘하였다.
부처님께서 그때 작법현(作法縣)에서 밥을 구하였는데 식사를 마치시고는 성을 나와 나무 밑에 앉아 계셨다.
바라문이 부처님의 상호를 보니 얼굴빛이 자금색이고 목에 일광(日光)이 있어서 별 속의 달과 같았다. 부처님의 이와 같음을 보고, 그 기쁨이 한량없어 돌아와서 아이의 어머니에게 말하였다.
“내 딸의 사윗감을 얻었는데 그는 세상의 영웅이다. 빨리 좋은 옷으로, 세상의 모든 좋은 것을 갖춰서 입히도록 하라.”
바라문과 부인이 딸을 데리고 바치러 가는데 길에서 발자국을 보고 아내가 말하였다.
“이분은 욕심이 없는 신성한 어른인데, 어찌 음란과 사특으로 그 뜻을 어지럽히랴.”
남편이 말하였다.
“내 딸은 나라에서도 가장 아름다운데 어찌 덕이 높다고 해서 돌아오지 않겠는가?”
아내가 곧 그 뜻을 게송으로 노래하였다.
음탕한 자는 발을 끌고 다니고
성내는 자는 주먹 쥐고 걸으며,
미련한 자는 발로 땅을 다지는데
이 발자국은 천인존(天人尊)의 것일세.

그리고는 스스로 욕됨이 없도록 하자 하니, 남편이 말하였다.
“너는 지혜가 엷어 어긋나게 행동하는구나.”
그리고는 딸을 바치니,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제6 마천(魔天)이 내게 셋째 딸을 바쳤는데 변하여 늙은 귀신이 되었었다. 이제 너는 똥주머니이다. 또 와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이냐?”
바라문이 미안하여 낯이 뜨거웠고, 그 아내는 거듭 부끄러워하였다.
그때 어떤 비구가 나아가 머리를 조아리고 말하였다.
“원컨대 제게 주옵소서.”
세존께서 경계하셨다.
“너는 예전에 왕이 되었는데, 이 여자는 그때 귀신이 되어서 색으로써 너를 호리고 네 백성을 잡아먹었더니라. 이런데도 너는 싫지 않으냐?”
비구가 부끄러워서 물러가 참선을 닦고 정을 얻어서 수다원이 되었다.

부처님께서 추로자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이 성에 있던 사람의 경계함을 받고 집으로 돌아와서 3존께 귀의하고 스스로 맹세하기를 ‘때에 죽음을 만나 죽더라도 다시는 여래ㆍ응의(應儀)ㆍ정진각의 청정한 중계(重戒)를 범하지 않겠다’ 하고 계행을 쌓기를 넓고 많이하여 드디어 불도를 이루었나니, 그때 장자(長者)는 나였고, 왕은 지금의 저 비구였으며, 귀신은 바라문의 딸이다.”
보살은 뜻을 견고히 지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지계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38
태자묘백경(太子墓魄經)

이와 같이 들었다.

한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이때 부처님께서 모든 사문들에게 말씀하셨다.
예전에 바라내(波羅柰)라는 나라가 있었고, 왕에게 태자가 있었으니, 이름은 묘백이었다. 나면서부터 무궁한 지혜가 있어서 과거ㆍ현재ㆍ미래의 여러 일에 그 지혜가 걸림이 없었다. 단정하고 빛나는 것이 마치 별 속의 달과 같았다.
왕에게는 오직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고 보니 온 나라가 사랑하지 않음이 없었다. 그런데 나이 열세 살이 되자 입을 닫고 말을 않으니 벙어리와 같았다. 왕과 왕후가 이를 근심하고 바라문들을 불러서 그 까닭을 물으니,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이는 상서롭지 않은 일입니다. 단정하여도 말을 않으니 대왕께 무엇이 유익하겠습니까? 후궁에게도 아들이 없으니 어찌 저것이 해가 아닙니까? 법으로 마땅히 산 채로 묻어야 하오리니, 그렇게 하시면 반드시 귀한 아들을 두오리다.”
왕이 곧 난처해서 들어가 왕후와 더불어 의논하니 왕후와 궁인들이 애통해 하지 않는 이가 없었고, 모두 탄식하여 말하였다.
“어찌하여 태자는 복이 엷어서 나면서 이런 재앙을 얻은 것인가.”
슬퍼하는 자들이 길을 막으니, 마치 대상(大喪)이 있는 것과 같았다.
보배 옷을 갖추어 가져다가 상두꾼[喪夫]에게 주니 상두꾼이 그 옷을 받아서 함께 묻기로 하였다.

묘백이 생각하였다.
‘임금님과 나라 사람들이 나를 참벙어리로 믿는구나.’
곧 가만히 옷을 거두고 물에 들어가서 깨끗이 목욕하고 향을 몸에 바르고 보배 옷을 갖추어 입고, 구덩이를 파는 데에 가서 말하였다.
“너희들은 무엇을 하는가?”
대답하였다.
“태자가 벙어리고 귀머거리인데, 나라에 후사가 없기 때문에 임금의 명령으로 생매장을 하고 좋은 후사를 낳기 바라는 것이오.”
“내가 바로 묘백이다.”
상두꾼들이 태자를 싣고 온 수레를 보매 텅 비어 있었고, 그의 형용을 보니, 환한 광명이 있어 들이 온통 해가 비추는 것처럼 밝았다. 성령의 큰 힘이 신(神)과 영기(靈祇)를 움직인 것이었다.
상두꾼들이 모두 놀라서 서로 보매 얼굴 모습이 누렇고 푸르렀다. 태자의 말이 문장을 이루니 두렵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늘을 우러르며 말하였다.
“태자의 신령한 덕이 이럴 수도 있습니까.”
곧 머리를 조아리며 말하였다.
“원컨대 돌아가서 임금님을 편안하게 해 드리고 무리들로 하여금 슬퍼하지 않게 하소서.”
태자가 말하였다.
“네가 빨리 가서 임금님께 태자가 말할 수 있습니다라고 여쭈어라.”
사람이 곧 달려가서 아뢰니, 왕과 왕후와 백성들이 그렇게 된 까닭을 심히 괴이하게 여기면서 마음으로 기뻐하며 좋다고 하고,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수레가 달리고 사람이 뛰고 길이 막히고 혼잡을 이루었다.
묘백이 생각하였다.
‘내가 사문이 되어서 비고 고요한 수행을 하면 또한 좋지 않으랴.’
뜻이 비로소 이와 같았다.

제석이 화하여 동산과 못과 수목을 만드니 세상에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며, 곧 여러 보배 옷도 없어지고 화하여 가사가 되었다.
왕이 도착하매 태자가 오체를 땅에 던져 예(禮)대로 절하였다. 왕이 곧 자리에 나아가 그 언성을 들었으며, 빛나는 모습의 위엄과 신령함은 하늘 땅을 움직였다.
왕이 기뻐하면서 타일렀다.
“내가 너를 둔 이래로 온 나라가 공경하고 사랑하였다. 마땅히 왕위를 이어서 백성의 부모가 되어야 하리라.”

태자가 대답하였다.
“오직 원컨대 대왕께옵서 제 작은 말씀을 들으시옵소서. 제가 예전에 일찍이 이 나라의 왕이 되어 이름을 수념(須念)이라 하였습니다.
나라에 처하여 백성에 임하기 25년 동안에 몸으로 10선을 받들고 백성을 사랑으로써 길러서 채찍과 몽둥이를 없앴고, 병역을 모두 그만두어서 행하지 않았사오며, 감옥에는 죄수가 없었고, 거리에는 원망과 한탄의 소리가 없었으며, 은혜로 널리 베푸니 윤택이 두루하지 않음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다만 나아가 노니는데 옹호하여 따르는 무리가 매우 많았고, 인도하는 신하가 달려 경비하매 백성들이 두려워하였으므로 마침내 태산지옥에 들어가서 태워지고 지져지고 베이고 찢기기를 6만 년을 쌓는 동안 죽음을 구하여도 얻지 못하고 울부짖어도 구원이 없었습니다.
저 때에 안으로 구친이 있었고 밖으로 신민이 있었으며, 재산이 억대이고 여러 가지 즐거움이 다함이 없었는데, 어찌 제가 태산지옥에 들어가서 태워지고 지져지고 하는 여러 가지 더할 수 없는 고통을 겪을 줄 알았겠습니까?
살아 있는 동안에 영화롭던 처자와 신민이 누가 능히 이 고통을 나누어 갈 것입니까? 생각해 보면 저 모든 독이 한량이 없는데 매양 한 번씩 생각할 적마다 마음이 괴롭고 뼈가 아프며, 몸에서 식은땀이 나고 모발이 곤두섭니다.
말을 하면 화가 와서 죽음이 그림자처럼 찾아오니 비록 말을 하고자 하나 다시 죄를 얻을까 무섭고 태산지옥의 고난을 두 번 다시 하기 어려워서 혀를 오그리고 도무지 말이 없이 하고자 하다가 13년 만에 비로소 요망한 도사가 왕으로 하여금 저를 생매장하게 하오매 대왕께옵서 태산지옥의 죄를 얻을까 무서워서 힘을 회복하여서 한 말씀 드리는 것입니다.
이제 사문이 되어서 욕심 없는 수행을 해 나가고 여러 화근의 문을 막고 다시 왕이 되지 않고자 하니, 원컨대 괴이하게 생각하지 마시옵소서.”

왕이 말하였다.
“네가 훌륭한 임금이 되어서 수행이 높고 덕이 높아 백성을 도(道)로써 거느렸으며 허물은 실낱이나 터럭과 같아서 사람들이 염두(念頭)에도 두지 않았거늘, 이 때문에 죄를 얻어서 혹독한 형벌이 그와 같았다는 말이냐.
나는 이제 사람의 임금이 되어서 마음에 하고자 하는 바를 좇아서 하고 바른 법을 받들지 안았으니 마침내 어디로 갈 것이냐?”
곧 도 배울 것을 허락하였다.
왕이 돌아와서 나라를 다스리되 바름으로써 하고 삿되지 않게 하니, 드디어 나라는 풍요롭고 백성을 즐겁게 되었다.
묘백은 곧 스스로 마음을 단속하고 욕심을 끊어 참된 길로 나아가서 드디어 부처가 되었으며, 널리 밝은 법을 설하여서 중생을 건져서 멸도하기에 이르렀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묘백은 나였고, 부왕은 지금 백정왕이었으며, 어머니는 지금 나의 어머니 사묘였느니라. 대체로 영화와 여색과 사악함과 즐거움은 몸을 불사르는 화로이며, 청정과 담백은 근심 없는 집이니, 만약 난을 면하고 죄를 여의고자 할진대 부처님의 가르침을 잃음이 없어야 하느니라.
도를 닦는 것이 비록 괴롭다 하나 오히려 3악도에 처하는 것보다 나으며, 사람이 되어도 곧 빈천을 멀리하고 8난에 처하지 않느니라.
도를 배우는 자의 뜻은 마땅히 부처님의 수행과 같아야 하나니, 연일각(緣一覺)ㆍ응진(應眞)ㆍ멸도(滅度)를 얻고자 하면 얻을 수 있으리라.”

부처님께서 경을 설하여 마치시니, 모든 사문이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었고, 머리를 조아려서 절을 하였다.

39
미란경(彌蘭經)

이와 같이 들었다.

한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모든 사문들이 한가롭게 있으면서 깊이 생각하였다.
‘세상 사람들은 삿된 것을 익히고 욕망을 즐거워하여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5락(樂)을 싫어하는 이가 없는데, 무엇을 5락이라고 하는가? 눈에 빛과 귀에 소리와 코에 향기와 입에 맛과 몸에 곱고 매끄러움이다. 대체로 이 5욕을 그 목숨이 마침에 이르도록 어찌 싫어함이 있을까?’
한낮이 지난 뒤에 함께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서 부처님 발에 절하고 물러서서 아뢰었다.
“우리 세존이시여, 생각하옵건대 세상의 어리석은 자들이 5욕에 미혹되어 그 목숨이 다하도록 어찌 싫어하는 자가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세상을 보면 저 5욕락에 만족하는 이가 없느니라. 예전에 5백의 상인이 있어 바다에 들어가서 이익을 구하였는데, 그 가운데 슬기로운 자가 있었으니 이름은 미란인데, 무리들의 스승이 되어 지도하였다.
바다에 신어(神魚)가 있었는데, 이름은 마갈(魔竭)이었다. 부딪쳐서 그 배를 부수니 무리들은 다 몸을 잃었다. 미란은 널판지를 타고 겨우 모면하여서 바람에 불려 언덕에 닿았는데, 그 지명은 비마(鼻摩)였다.
언덕에 올라서 두루 돌면서 잠깐 숨을 돌이킬 곳을 찾다가 한 작은 길을 보고 찾아 나가다가 멀리 은성(銀城)을 보았다.
수목이 무성하고 사이에 목욕하는 못이 있었는데 둘레를 감수(甘水)가 흐르고 있었으며, 네 미인이 있었는데 용모가 천녀(天女)와 같았다. 그들이 받들어 맞이하면서 말하였다.
‘큰 바다를 건너오시기에 얼마나 피로가 많으십니까? 잘 오셨음을 치하드립니다. 지금 이 은성은 여러 보배ㆍ황금ㆍ백은ㆍ수정ㆍ유리ㆍ산호ㆍ호박ㆍ차거로 궁전이 만들어졌으며, 저희들 네 여자가 당신의 심부름을 하겠습니다.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서 오직 명령하시는 대로 하여서 달리 노는 일이 없이 하오리다.”
미란이 성에 들어가서 7보의 전각에 오르니, 환락(歡樂)을 하고 싶은 대로 하되 원하는 것이 있지 않은 것이 없었다. 이 중에 처하기를 천여 년에 미란이 생각하기를, ‘이 모든 옥녀들이 나로 하여금 가지 못하게 하는데, 아마 무슨 까닭이 있을 것이다’ 하고, 네 여인이 잠든 틈을 타서 몰래 빨리 도망하여 나왔다.

멀리 보니 금성(金城)이 있었다. 여덟 명의 옥녀가 있었는데 환영하는 언사가 먼저 와 같았고 꽃다운 용모가 또 앞의 네 사람보다 나았다.
성중에 있는 보전의 이름은 설말(屑末)이었고, 명월진주의 모든 보배도 앞의 것보다 나았다. 수명을 수천만 세나 누리고, 또 의심하기를, ‘이 여덟 명의 옥녀가 나를 가지 못하게 하는 것은 무슨 까닭이 있을 것이다’ 하고, 그들이 누운 틈을 타서 몰래 빨리 도망하여 나왔다.

또 수정성(水精城)을 보았다. 열여섯 명의 옥녀가 있어서 나와 맞이하였는데, 그 언사가 먼저와 같았다. 거느리고 성에 들어가서 7보의 전각에 오르니, 성과 전각과 여러 가지 보배와 옥녀의 빛나고 화려함이 앞의 것보다 나았다. 여기에서 산 햇수가 또한 수천만 세였다.

마음에 만족해 하지 않았다. 또 모든 여자가 누운 틈을 타서 도망하여 나갔다.
다시 유리보성(琉璃寶城)을 보았다. 광명의 빛남이 혁혁하였고, 서른두 명의 여자가 있어서 나와 맞이하였는데, 무릎 꿇고 절하면서 경건하게 하는 언사가 먼저와 같았다. 그들의 요청으로 성에 들어가 7보의 전각에 올랐다. 궁전의 이름은 울단(鬱單)이었는데 그 가운데 여러 보배와 기악과 단 음식과 여색이 전보다 나았다. 여기에서 산 햇수가 오랜 것도 위와 같았다.

또 여자들이 누운 틈을 타서 도망하여 나왔다.
멀리 철성(鐵城)이 보였는데, 맞이하는 자가 없었다. 미란이 생각하였다.
‘은성에서는 네 명의 여자였고, 금성에서는 여덟 명이었고, 수정에서는 열여섯 명이었고, 유리보성에서는 서른두 명의 옥녀가 세상에 빛났으되 정성껏 맞이하였거늘, 이제 맞이하지 않는 것은 귀함을 가진 때문인가.’
성을 한 바퀴 도는데 귀신이 문을 열었다. 미란이 성에 들어가서 그 귀신을 보았다. 귀신의 이름은 구인(俱引)인데 쇠바퀴[鐵輪]가 이글거리며 그 머리 위를 돌고 있었고, 죄인을 지키는 귀신이었다. 저 머리의 바퀴를 가져다가 미란의 머리 위에 씌우는데 뇌가 흘러내리고 몸이 탔다.
미란이 울면서 말하였다.
‘4에서 8로, 8에서 16으로, 16에서 32로 영화를 누리면서 설말전에서도, 울단전에서도 내가 만족함이 없는 행동을 했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니, 어떻게 하여야 마땅히 이 재앙을 떠날 수 있을 것인가.’
지키는 귀신이 대답하였다.
‘그 햇수는 그대가 그동안 환락을 누려온 만큼 오래 있으면 그대가 이 재앙을 면하리라.’
불 바퀴가 미란의 머리 위에 있기를 6억세 만에 벗어났다.”

부처님께서 모든 사문들에게 말씀하셨다.
“미란이는 나였느니라. 그렇게 된 까닭은 3존을 받들지 못했을 때, 어리석고 어두워서 삿된 것을 믿었기 때문이며, 어머니가 목욕하고 새 옷을 입고 누웠을 때 내가 어머니의 머리를 밟았기 때문에 태산지옥에서 불 바퀴로 그 머리를 으깨인 것이니라. 또 일찍이 4월 8일에 팔관재(八關齋)를 지키고 마음속으로 환희 하였으므로 보배 성을 얻었고 수명이 여러 억이었으며, 원하는 바를 마음대로 하되 구하여 얻지 못하는 것이 없었느니라. 세상을 보매 만족한 것이 없었으니, 오직 도를 얻어야만 그제야 그쳤느니라.”

부처님께서 또 모든 사문들에게 말씀하셨다.
“미란이 태산지옥에서 나와서 마음에서 세 가지 악을 끊고, 입에서 네 가지 칼날을 없애고 몸에서 세 가지 허물을 단속하여 부모님께 효순하고 3존을 친히 받들며 계율을 갓[冠]으로 이고, 계율을 옷으로 입고, 계율을 양식으로 품고, 계율을 반찬으로 삼아서 먹거나 쉬거나 앉거나 다니거나 부처님의 계율을 잊지 않으며, 서성거리는 동안에는 계율로써 덕이 되어서 스스로 부처가 되기에 이르렀느니라.
대체로 사람의 행동이 어버이에게 효도하지 않고 스승을 높여 받들지 않으면 내가 보건대 그 뒤에 중죄를 스스로 초래하니, 미란이 그런 무리였느니라. 악에는 화가 쫓아오는 것이 마치 그림자가 몸을 따르는 것과 같으니, 삿된 것을 끊고 참된 것을 높여라. 뭇 재앙이 스스로 없어지리라.”

부처님께서 경을 설하여 마치시니, 모든 사문들이 기뻐서 절하였다.

40
정생성왕경(頂生聖王經)

이와 같이 들었다.

한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이때 아난이 한가롭게 있으면서 깊이 생각하였다.
‘중생이 처음부터 끝까지 5욕을 싫어하는 자가 적도다.’
한낮이 지난 뒤에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서 예배하고 나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한가히 앉아서 깊이 생각하오매 중생이 족한 줄 아는 자는 적고 5욕을 만족해 하지 않는 이는 많습니다.”

세존께서 감탄하여 말씀하셨다.
“그렇도다, 그렇도다. 네 말과 같다. 그런 까닭인즉, 예전에 왕이 있었으니, 이름은 정생(頂生)이었다. 동서남북에서 신하로 종속하지 않음이 없었다. 왕에게 칠보가 있었으니, 나는 금륜[飛轉金輪]과 흰 코끼리와 감색 말과 명월주(明月珠)와 옥녀처(玉女妻)와 성보신(聖輔臣)과 전병신(典兵臣), 이 일곱 가지 보배는 세상에서 보기 드문 것이었다.
또 천 아들을 두었으니, 단정하고 곱고 우아하며 총명하고 널리 알아서 천하가 성인이라 일컬었고, 용맹한 힘이 무리를 굴복시켰으니, 사자와 같은 데가 있었다.
왕이 이미 거룩하고 또 어지니 천하가 널리 즐겁게 종속하여 왔고 수명은 억수를 헤아렸다.
왕이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구야니(拘耶尼)의 한 천하의 땅을 소유하여 세로와 너비가 32만 리인데, 백성들이 치성하고 오곡이 풍족하며 집마다 큰 부자여서 세상에 희유한 것을 우리 나라가 겸하였다. 비록 그러하나 원컨대 하늘에서 금전과 은전의 비를 7일 7야만 내려 지이다. 내게 이렇게 하여 주었으면 또한 좋지 않으리까?’
하늘이 그 원을 좇아서 금은 두 가지 보물의 돈을 내려서 그 경계에 가득하게 하니, 하늘 보배의 밝음이 혁혁하게 나라를 비쳤다.
왕의 기쁨이 한량없었고, 천하가 절하여 경하(慶賀)하였다. 날마다 여러 신하와 함께 기쁘게 서로 즐겼고, 백성이 모두 훌륭하다고 칭송하였다. 더할 수 없는 낙을 얻기 수천만 세였다.

왕이 또 생각하였다.
‘내가 서쪽 땅 32만 리에 7보의 영화를 소유하였고 천자들이 나라를 빛냈으며 하늘에서 보배 돈을 내렸으니, 세상에 일찍이 없던 것이다. 비록 그러하나 내가 들으니, 남방에 염부제라는 땅이 있어서 너비와 길이가 28만 리에 백성의 무리가 많고 구하여서 얻지 못하는 것이 없다는데, 내가 저 땅을 얻으면 또한 좋지 않으리.’
왕이 마음에 두니 금륜(金輪)이 남으로 향하였고 7보와 4병(兵)이 가볍게 들려 날아서 함께 그 땅에 도착하니, 저곳의 왕과 신민들이 기쁘게 따르지 않음이 없었다. 그 땅의 임금과 신하들이 종일토록 기뻐하여 왕이 머물러서 교화하니, 햇수가 위와 같았다.

왕이 또 생각하였다.
‘내가 서쪽 땅을 소유하고 이제 남쪽 땅도 얻었으니 천상과 인간에 무슨 보배인들 구하여서 얻지 못하랴. 들으니 동방의 불우체(弗于逮)라는 땅이 36만 리인데, 그 땅에 임금과 백성이 보배와 곡식과 모든 진귀한 것을 원대로 지니지 않은 것이 없다 하니, 내가 그 땅을 얻으면 또한 좋지 않으랴.’
입에서 말이 떨어지자 금륜도가 동으로 향하였고 7보와 4병이 날아서 함께 이르니, 임금과 신하와 백성들이 즐거이 종속하지 않음이 없었다. 또 바른 법으로 어질게 임금과 신하를 교화하니 햇수가 위와 같았고, 집마다 덕을 생각하였다.

왕이 또 생각하였다.
‘내가 서쪽과 남쪽과 동쪽의 땅을 소유하고 천상과 인간의 여러 가지 보배를 가지지 않은 것이 없다. 이제 들으니 북방의 울단월이라는 땅이 있다 하니, 내가 얻어서 여기서도 왕노릇하면 또한 좋지 않으랴.’
입을 열어 소원을 말하니, 금륜도가 북으로 향하였고, 7보와 4병이 전과 같이 함께 날아갔다. 처음으로 그 경계에 들어가서 멀리 보니, 땅이 푸르기가 비취색 날개 빛과 같았다.
왕이 말하였다.
“너희들은 저 푸른 땅이 보이느냐?”
“보입니다.”
“저것을 울단월 땅이라 한다.”
또 흰 땅을 보고 보라고 하면서 말하였다.
“이것은 벼를 찧은 쌀로 이루어진 것이니, 너희들은 먹으라.”
또 보니 모든 보배 나무에 여러 가지 부드럽고 묘한 옷과 팔찌와 가락지와 영락 따위 여러 가지 신기한 것들이 나무에 달려 있는 것을 보고 말하였다. “저것이 보이느냐?”
“그렇습니다.”
“너희들은 입으라.”
왕이 인덕(仁德)으로써 다스리고 관대함으로 백성을 교화(敎化)하면서 거기에 있은 햇수가 오래 됨이 위와 같았다.

또 생각하였다.
‘내가 세 천하를 소유하였고 이제 북방 40만 리를 얻었으니, 이제는 도리천의 제석의 처소에 오르리라.’
왕의 뜻이 그러하니, 금륜이 위로 향하고 7보와 4병도 날아서 하늘로 올랐다. 제석의 궁에 들어가니, 제석이 왕이 온 것을 보고 기쁘게 맞이하며 말하였다.
“자주 높은 이름을 듣고 오래 서로 보고자 하였더니 이렇게 오니 좋습니다.”
그리고는 손을 잡고 함께 앉는데 자리를 반분하여 앉았다.
왕이 좌우를 돌아보니, 하늘 궁전이 황금ㆍ백은ㆍ수정ㆍ유리ㆍ산호ㆍ호박ㆍ차거ㆍ진주로 궁전이 지어졌는데, 보니 마음이 기뻐서 또 생각하였다.
‘내가 네 나라를 가졌고 보배와 돈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 영화는 말할 수 없으니 천제를 죽게 하고 내가 그 자리에 처함이 또한 최고의 원이 아니랴.’
악한 생각이 일어나면서 신족(神足)이 없어지니 제석이 고궁(故宮)으로 돌려보냈다.
곧 중병을 얻었다. 보좌하는 신하가 물었다.
“대왕께옵서 병환이 위독하시니 만약 꺼리지 않는다면 남기실 명령이라도 있으십니까?”
왕이 대답하였다.
“만약 왕께서는 어찌하여 죽었느냐고 묻는다면 본 대로 대답하라. 탐욕 때문에 병을 얻어서 드디어 죽음에 이른 것이라고. 대체로 탐욕이란 목숨을 죽이는 칼이며, 나라를 망하게 하는 근본이니, 3존을 버리고 3악도에 처함이 모두 이것 때문이니, 후래의 자손에게 경계하노라. 탐욕과 우치함은 불이라 몸을 불사르는 근본이니, 삼가 탐욕을 없이 할지어다. 대체로 영화가 높은 자는 그 재앙도 높으며, 재산이 많은 자는 그 원수도 많으니라 하고.”
왕이 죽으매 후사(後嗣)가 이 탐욕에 대한 훈계를 외워서 대대로 전하는 보배를 삼았다. 사천하의 백성들이 그 어진 교화에 존경하여 3존을 받들고 10선을 행함으로써 다스리는 법을 삼아서 드디어 영원한 복을 이루었다.

세존께서 또 말씀하셨다.
“세상을 보매, 능히 영화와 부귀를 버리며 5욕을 없이 하는 자가 적은데, 오직 불환(不還)ㆍ빈래(頻來)ㆍ구항(溝港)ㆍ응진(應眞)ㆍ연각(緣覺), 무상정진도(無上正眞道)ㆍ최정각(最正覺)ㆍ도법어(道法御)ㆍ천인사(天人師)라야 능히 이를 끊느니라.
비행황제가 뜻만 두면 곧 얻어서 원하는 대로 된 것은 숙세에 보시ㆍ지계ㆍ인욕ㆍ정진ㆍ선정ㆍ지혜를 닦은 까닭이요, 공연히 얻은 것이 아니니라.정생왕은 곧 나였느니라.”

부처님께서 경을 설하여 마치시니 아난이 기뻐서 부처님께 절하였다.

41
보명왕경(普明王經)

이와 같이 들었다.

한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예전에 보살이 큰 나라의 왕이 되니 이름은 보명(普明)이었다. 인자한 혜택을 밝게 입히니, 시방이 그 덕을 노래하였고 백성이 그 아름다움을 힘입음이 마치 사랑하는 자식이 어버이를 편안하게 해 드리는 것과 같았다.
이웃 나라에 왕이 있었는데, 다스리는 법을 바름으로써 하였고, 힘이 사자와 같아서 달려가서 나는 새를 잡았다.
요리사[宰人]가 고기가 없어서 새벽에 저자에 나가 구하다가 길에서 갓 죽은 시체를 보고 가져다가 요리를 만드니, 맛이 짐승의 고기보다 나았다.
그 뒤에는 반찬이 그와 같이 달지 않으니, 왕이 태관을 꾸짖었다.
요리사가 나아가서 머리를 조아리면서 자수하니, 왕이 마음으로 민망하여 말하였다.
‘사람의 고기가 그렇게 달았더냐?’
가만히 요리사에게 신칙하여서 항상 그렇게 하라고 하였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대체로 맛을 탐하는 자는 곧 어진 도가 없어지고, 어진 도가 없어지면 승냥이와 이리의 마음이 일어나는데, 이리가 되면 진실로 고기 맛을 탐하여서 중생의 목숨을 해하므로 천하가 이를 원수로 삼는 것이다.

요리사가 명령을 받들고 몰래 사람을 죽여서 왕의 식욕에 이바지하니, 신하와 백성들이 소란하여졌고, 왕에게 글을 올려 도적을 찾으라고 하였다. 왕이 ‘그러마’ 하고, 비밀하게 요리사에게 조심하라고 하였으나 법관에게 잡히고 말았다.
도적이 말하였다.
‘왕의 명령에 의한 것이다.’
여러 신하가 간하였다.
‘신은 들으니 임금은 어진 법으로 덕을 삼아서 정명(精明)함이 일월과 같고, 후토(后土)의 윤택이 하늘 땅과 같아서 중생을 품는 것이 허공과 같아야 천하의 왕이 된다고 합니다. 만약 어짊을 어기고 잔학함을 따른다면 곧 이리의 무리이며, 밝음을 버리고 어둠으로 나아감은 소경과 같으며, 건넘을 폐하고 스스로 침몰함은 흙으로 된 배와 같으며, 윤택함을 버리고 메마름을 택하는 것은 불과 가뭄에 상하는 것이며, 비어 있는 곳을 등지고 막힌 데로 향하는 것은 돌 사람[石人]의 마음입니다.
대체로 이리의 잔인과 소경의 어둠과 흙으로 된 배의 침몰과 불로 태움과 돌 사람의 품행으로는 요리사의 감독도 될 수 없거늘, 어찌 천하의 왕이 될 수 있겠습니까? 만약 높은 덕을 숭상하면 창성하려니와 잔인과 도적을 좋아하면 망하는 것이오니, 두 뜻의 옳고 그름을 상감께서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왕이 말하였다.
‘어린애들이라면 괜찮은가?’
‘아니되옵니다.’
‘나는 그대로 하리라.’
여러 신하들이 모두 말하였다.
‘이리는 기를 수 없고 무도한 자는 임금으로 할 수 없다.’
신하와 백성들이 합심하여 같은 소리로 쫓아내었다.

왕이 도망하여 산에 들어가서 수신(樹神)을 보고 빌었다.
‘나를 나라로 돌아가게 해주면 신께 백 명의 왕을 잡아 바치겠습니다.’
맹세가 끝나자 곧 행동하여 왕들이 나오는 틈을 타서 무리 속에 뛰어들어 잡으니, 마치 매가 새를 채가듯 하였다. 99명의 왕을 잡으니 수신이 사람으로 화현하였는데 얼굴의 빛남이 범속하지 않았다.
아군(阿群)에게 말하였다.
‘네가 무도하여서 왕의 영화를 상실하였는데, 이제 다시 더욱 못된 짓을 하니 장차 무엇을 바라느냐?’
아군이 앞으로 나아갔으나 홀연히 보이지 않았다.

그때 보명왕이 나와서 백성들의 고락을 살피다가 길에서 바라문을 만났다.
바라문이 말하였다.
‘대왕은 궁으로 돌아가십시오. 제가 하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어제 마땅히 나가기로 명하였으니 믿음의 말을 어기기 어렵도다. 도사가 자리에 나오기로 되었으매 내가 이제 나오는 것이로다.’
드디어 나왔다가 아군에게 잡힌 바 되어 나무 밑에 동댕이쳐졌다.
왕이 말하였다.
‘몸뚱이 죽는 것은 무섭지 않으나 내 믿음이 허물어짐을 한하노라.’
아군이 말하였다.
‘무슨 말입니까?’
왕이 도사가 자기를 보기로 약속했다고 하고, 말하였다.
‘원컨대 한 번 보고 그 중계(重戒)를 받고 약간의 사례를 하게 한면 죽어도 한하지 않겠노라’
아군이 놓아 주니, 도사를 보고 몸소 높은 자리를 마련하였다. 도사가 자리에 올라서 곧 게송을 설하였다.

겁수가 다하여
하늘 땅이 타오르면
수미산도 큰 바다도
온통 모두 재가 되네.

하늘ㆍ용도 복이 다하면
그 가운데서 죽고 마나니,
하늘 땅도 오히려 없어지거늘
나라가 어떻게 항상하랴.

나고 늙고 앓고 죽고
윤회의 전전함이 끝이 없는데
사실은 소원과 틀려서
근심과 슬픔으로 상하고 마네.

욕심이 깊으면 화가 높은 것
온통 피투성이 상처뿐이라,
삼계가 도무지 고해이거늘
나라가 어찌 믿을 만한 것이랴.

있는 것은 저절로 없어지나니
인연으로 이루어진 모든 것이
성하면 반드시 쇠하게 되고
실한 것은 반드시 허하게 된다.

중생들이 꿈틀거려 움직이는 게
도무지 허황된 인연으로 사는 것
소리와 메아리가 공한 것처럼
국토도 또한 마찬가질세.

식신(識神)은 형상이 없는 것인데
네 뱀[四蛇:地水火風]을 멍에하여 타니
무명(無明)이 소중하게 길러 내어서
즐거운 수레로 여기네.

형상에 항상한 주인이 없고
식신에 항상한 집이 없나니
삼계가 모두 다 헛것인지라
어찌 나라가 있을 것이냐.

게송을 받고 나서 곧 금전 1만 2천을 바치니, 도사가 거듭 경계하였다.
‘그대는 네 가지 항상함이 없음을 명심하여 두라. 모든 재앙이 반드시 없어지리라.’
왕이 대답하였다.
‘삼가 승낙하여 감히 밝게 경계하심을 어기지 않겠습니다.’
곧 나무 밑에 이르되, 웃음을 머금고 가니 아군이 말하였다.
‘목숨이 당장에 위험한데 무엇이 기뻐서 웃는가?’
대답하였다.
‘세존의 말씀은 삼계에서 듣기 어려운데 내가 이제 품었으니, 어찌 나라와 목숨이 아까울 것이 있겠느냐?’
아군이 부드럽게 말하였다.
‘원컨대 높은 가르침을 들려 달라.’
왕이 곧 네 글귀를 가르치니, 놀라고 기뻐서 감탄하여 말하였다.
‘높고 높은 세존께서 네 가지 항상함이 없음을 가르치셨도다. 이것을 듣도 보도 못하였기에 이른바 미치광이가 되었도다.’
곧 백 명의 왕을 풀어서 각기 나라로 돌아가게 했다.

아군은 허물을 뉘우치면서 스스로 나무를 의지하여 있을 데를 마련하고 살았다. 날마다 네 게송을 외우다가 목숨이 다하매 혼신이 옮겨 왕의 태자가 되었다.
아내를 들였으나 사내의 구실을 못하니, 왕이 매우 걱정하여 나라의 여자를 모집하여 가르쳐서 사내 구실을 하게 하였더니, 뒤에 드디어 음탕함에 빠져서 참된 도리를 따르지 않았다.
왕이 노하여 네거리에 묶어 매고 행인으로 하여금 그 머리를 쥐어박아 욕보이게 하였더니, 마침 99명에서 태자는 죽고 혼령이 변화하여 전전히 윤회하다가 부처님께서 계신 세상을 만나서 사위국에 태어났는데, 일찍 그 아버지가 죽고 홀어머니와 더불어 살았다.
바라문의 도를 섬겨 성질이 독실하고 말이 믿음직스러웠으며, 용맹한 힘은 코끼리를 쓰러뜨렸다. 스승이 사랑하고 벗이 존경하며 원근이 어짊을 칭찬하였다. 스승이 돌아다닐 때마다 집안을 맡겼다.

스승의 아내가 연정을 품고 그 손을 끌면서 음란한 말로 유혹하니, 아군이 사절하였다.
‘세상에 연로한 이를 남자는 내가 아버지로 대접하고 여자는 내가 어머니로 대접하는데 어찌 하물며 스승이 공경하는 사람이겠습니까? 몸뚱이를 태우라면 따르겠사오나 이런 어지러운 일은 감히 순종하지 못하겠습니다.’
스승의 아내가 부끄러워 물러가서 생각을 달리하고, 남편이 돌아오니 아내가 말하였다.
‘당신은 저 사람의 어짊을 칭찬하지만 족히 나쁜 것도 알아야 할 것입니다.’
그의 허물을 갖추어서 만드니, 여자의 요사함이 참과 같아서 바라문이 믿었다.
스승이 아군에게 말하였다.
‘네가 신선이 되고 싶으냐?’
‘예, 그렇습니다.’
‘너는 백 명의 사람을 죽여서 그 손가락을 자르라. 곧 신선이 되리라.’
명령을 받들고는 칼을 가지고 사람을 만나면 곧 죽여서 99명의 손가락을 얻었다.
무리들이 도망치고 나라가 시끄러웠다.

마침 어머니가 오는 것을 보고 기뻐서 말하였다.
‘어머니가 오면 수가 차서 내가 곧 신선이 된다.’
부처님께서 생각하셨다.
‘삿된 도가 무리를 어둡게 하는데 온 천하가 모두 이런 무리들이다.’
곧 사문으로 화하여서 그 앞을 걸으면서 말하였다.
‘사람 수가 찼으니 뒤에 오는 이는 자르지 말라.’
‘사문은 거기 그치라.’
‘나는 그친 지 오랜데 네가 그렇지 못하다.’
‘그쳤다는 뜻이 무엇이냐?
‘나는 악을 모두 그쳤는데 너는 악이 치성하고 있다.’
아군이 마음이 열려서 확연히 구름이 개인 것 같았다. 오체를 땅에 던져 절하면서 사과하고 합장하고 따라서 정사로 돌아와서는 곧 사문이 되었다.
부처님께서 숙세의 일을 설하시고 네 가지 항상함이 없음을 보이셔서 수다원의 도를 얻게 하셨다. 나무 밑으로 물러가서 눈을 감고 합장하고 수련하여 암은 번뇌를 없애고 집착이 없음을 얻었다.

그때 왕이 군사(軍師)와 전사(戰士) 수만을 소집하여 요망한 도적을 잡으려 하였으나 간 곳을 모르다가 부처님 처소를 지나게 되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왕은 어디서 오는데 몸에 먼지를 쓰셨습니까?’
‘나라에 요망한 도적이 있어 죄 없는 백성을 죽이기 때문에 이제 잡으려고 찾는 중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대체로 백성이 먼저는 덕을 닦다가 뒤에는 삿된 것을 숭상한다면 국법에 어떻습니까?’
‘먼저 잘 하다가 뒤에 잘못하면 바른 법으로 다스립니다.’
‘만약 먼저는 축생의 마음을 가졌다가 물러가서 성인의 덕을 품었다면 바른 법으로 어떻게 합니까?’
‘먼저 잘못하다가 뒤에 잘하면 정법으로 상을 줍니다.’
‘도적은 이미 삿된 것을 버리고 참된 것을 숭상하여 이제 사문이 되었습니다.’

왕이 감탄하여 말하였다.
‘거룩하십니다. 여래ㆍ무소착ㆍ정진도ㆍ최정각ㆍ도법어ㆍ천인사시여, 신묘하고 높으신 교화가 이럴 수가 있습니까? 처음에 승냥이와 이리가 이제 하늘 같은 어진 자가 되었단 말입니까?’
그리고는 발에 절하였다. 그리고 거듭 찬탄하여 말하였다.
‘이런 교화는 신기한 일이오니 원컨대 한 번 보고자 합니다.’
세존께서 좋다고 하시니 왕과 관속들이 그에게 나아가서 말하였다.
‘덕이 높은 현자여, 눈을 뜨고 한 번 서로 상면함이 어떠합니까?’
이렇게 하기를 세 번만에 대답하였다.
‘나의 눈이 빛을 쏘면 감당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왕이 머리 조아리고 말하였다.
‘내일 작은 찬이나마 마련하겠으니 원컨대 한 번 왕림하여 주십시오.’
‘변소라면 내가 가지만 궁전에는 가지 않겠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알았습니다.’

돌아와서 변소를 뜯고 그 땅을 파서 새롭게 하고, 녹나무[樟]ㆍ가래나무[梓]ㆍ전단나무[栴] 재목으로 기둥과 대들보를 하고, 향수를 땅에 뿌리고 전단ㆍ소합(蘇合) 울금(鬱金) 따위의 향으로 반죽한 흙을 바르고, 여러 가지 비단으로 좌석을 만들고, 문채를 새기고, 여러 가지 보배로 장식하니, 그 휘황함이 전당보다 나았다.
다음날 왕이 몸소 향로를 받들고 맞이하여 아군이 자리에 나아갔다. 왕은 옷을 걷고 무릎걸음을 하였다.
공양을 마치자, 곧 경을 설하였다.
‘변소가 전날처럼 더럽다면 거기서 밥을 먹을 수 있습니까?’
‘그럴 수 없습니다.’
‘지금은 그럴 수 있습니까?’
‘그럴 수 있습니다.’
아군이 다시 말하였다.
‘내가 부처님을 뵙기 전에 요망한 귀신을 섬길 때, 마음에 두고 입으로 말하고 몸으로 행한 것이 모두 삿된 것이어서 사도로 더럽혀진 것이 그것을 냄새나는 더러운 것으로 친다면 저 변소보다 심할 것입니다. 똥오줌의 더러움은 씻을 수 있으나 사도에 더럽혀진 것은 제거하기 어려운 것인데, 숙세의 복을 힙입어서 부처님 세상에 태어나서 청정하신 교화에 목욕하고 악취를 제거하여 향을 품으니, 안팎이 청정함이 마치 하늘의 진주와 같습니다.
대체로 부처님을 못 뵙고 네 가지 항상함이 없음을 모르는 자는 그 뜻하여 나아감을 보건대 마치 미치광이가 술취한 것과 같으며, 현자를 친하지 않고 10악(惡)에 의지하는 자는 이리와 우리[檻]를 함께 할 자입니다.’
왕이 말하였다.
‘훌륭하십니다. 기특하신 부처님의 지극하신 교화가 이에 변소의 악취를 전단의 향기로 화하게 하셨습니다.’

경을 설하여 마치고 곧 저자로 지나가다가 어떤 부인이 아이가 거꾸로 태어나려고 하여 목숨이 위급하다는 말을 듣고 돌아가서 부처님께 사실을 말씀드리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네가 가서 그녀를 위해 아기가 태어나게 해주어라.’
아군이 난처해 하니 세존께서 지시하셨다.
‘네가 산모를 바라보고 말하기를, 〈나는 나면서부터 자비로 중생을 향하여서 덕이 하늘땅과 같은 자이니, 너희 모자가 함께 온전하게 되리라〉하고 하라.’
가르침을 받고 가서 부처님의 은덕을 베푸니, 모자가 함께 살았다.
돌아와서 도(道)를 찾는데 자기에게 살인한 죄가 있음을 의심하고 부처님께 질문하니, 부처님께서 아군에게 말씀하셨다.
‘대저 사람의 마음이 열려서 도를 받는 날이 말하자면 처음 태어난 날이다. 3존을 보지 못하고 중계(重戒)를 받지 못하면 마치 아이가 태중에 있는 것과 같으니 비록 눈이 있은들 무엇을 볼 것이며, 귀가 있은들 무엇을 들을 것이냐? 그러므로 나지 못한 것이니라.’
“아군이 마음이 열려서 곧 응진의 도를 얻었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예전에 보명은 나였느니라. 내가 전세에 네 글귀의 게송을 가르쳐서 한 번에 백 명의 왕을 살렸고, 이제 도를 얻어서 중죄를 받지 않게 하였느니라. 아군은 숙세에 일찍이 비구가 되어서 쌀 한 휘[斛]를 지고 절에 갔으며, 칼 하나를 만들어 바쳤으며, 세존께 환희 찬탄하며 절하고 갔느니라. 쌀을 진 것으로 많은 힘을 얻었고, 칼을 바쳤으므로 많은 보배를 얻었고, 기뻐하였으므로 단정함을 얻었고, 세존을 찬탄하였으므로 왕이 되었고, 절을 하였으므로 나라 사람들의 숭배하는 바가 되었으며, 99명이 그의 머리를 때려서 드디어 죽게 하였으므로 그 원수를 죽여서 그 손가락을 자른 것인데, 뒤에 오던 사람은 때리고자 하였으나 이미 죽은 것을 보았고, 또 사문을 보고 다시 인자한 마음을 내었으므로 곧 그의 어머니가 되었느니라.
그러나 처음에는 악의가 있었으므로 아군도 처음에는 역시 어머니를 죽이려는 나쁜 뜻이 있었고, 사문을 보고는 다시 인자하였으므로 아군도 부처님을 뵙고 나서는 곧 효도한 것이니, 순수함을 심으면 순수함을 얻고, 잡된 것을 심으면 잡된 것을 얻는 것이라. 선이나 악을 베풀었으면 재앙과 복이 따르나니, 그림자가 따르고 메아리가 응하는 것이 다 까닭이 있는 것이요, 공연히 저절로 그런 것이 아니니라.
비구가 원하여 말하기를 너로 하여금 부처님을 만나서 도를 얻게 하리라하면 원과 같이 얻어지며, 3존께 공양한 것이 털끝만큼이라도 있으면 사문이 자비로써 보시하는 자를 축원하여 말이 그 말과 같아서 만에 하나도 잃음이 없느니라.”
보살은 뜻을 견고히 지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지계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육도집경 제5권

오 강거국 사문 강승회한역

3. 인욕도무극장(忍辱度無極章)[여기에 13장이 있음]

인욕도무극(忍辱度無極)이란 어떠한 것인가?
보살은 깊이 생각하였다.
‘중생의 마음은 어리석어 스스로 막고 큰 체, 높은 체하며 항상 남을 이기려고 하며, 관작(官爵)과 국토와 6정의 좋음을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한다. 만약 남이 가진 것을 보면 곧 어리석게 탐내고 질투한다. 안에는 탐욕과 질투가 들어 있고, 밖에는 성냄과 분노가 나타나서 행동하되 그칠 줄을 모르니, 그것은 미치고 취한 것이어서 오래 눈멀어 어둠에 처하고, 5도(道)에 전전하다가 태산지옥에서 태워지고 지져지며 아귀와 축생계에서 고통을 한량없이 쌓는다.’
보살은 이렇게 보고 곧 깨달아서 탄식하였다.
“중생이 살아서는 나라가 망하고 집이 파괴되고 몸이 위태롭게 되고 친족이 멸하는 이러한 환난이 있고, 죽으면 3도(道)의 허물이 있는 이유는 참는 마음을 품고 인자함을 행하지 않는 까닭에 그렇게 되는 것이다.”
보살은 깨닫고 곧 스스로 맹세하였다.
“내가 차라리 끓는 물이나 타는 불의 형벌과 도마에 난도질되고 소금으로 절여지는 환난을 당할지언정 끝까지 성낸 독기를 중생에게 가하지 않으리라. 대저 참지 못할 것을 참는 것은 만복의 근원이 것이다.”
이렇게 자각한 뒤로 세세에 자비를 행하여서 중생이 자기를 꾸짖고 욕하고, 때리고, 재산과 처자와 국토를 빼앗고, 몸을 위태롭게 하고, 목숨을 해치더라도 보살은 곧 모든 부처님의 참는 힘의 복으로써 독한 성냄을 없애고, 자비로 연민히 여기어 건지고 보호하며, 만약 그가 허물을 면하면 그를 위하여 기뻐하느니라.

42
예전에 보살이 세상이 더럽고 흐려 임금과 신하가 무도하며, 참된 것을 등지고 삿된 데로 향하여 인도하고 교화하기 어려움을 보고, 지혜를 숨기고 몸을 감추어 무덤 사이에서 인욕의 수행을 익혔다.
그런데 거기에 송아지가 있었다. 늘 그의 똥오줌을 가져다가 음식을 삼아 연명하고 뜨거운 노천에서 참선을 하니, 얼굴이 추하고 검어져서 사람들이 모두 미워하였다. 나라 사람들이 그를 보고 또 말하였다.
“이 땅에 귀신이 있다.”
그리고는 보는 자마다 침 뱉고 욕하며 흙덩이와 돌로 때리었다. 그러나 보살은 조금도 성냄이 없고 인자한 마음으로 불쌍히 여겨 말하였다.
“불쌍하구나. 이 사람들은 부처님의 경을 보지 않고 이런 나쁜 짓을 하는구나.”
그리고는 맹세하였다.
“내가 여래ㆍ무소착ㆍ정진각도자(正眞覺道者)가 되어서 반드시 이들을 제도하리라.”
보살은 법인으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法忍度無極], 인욕(忍辱)을 행함이 이와 같았다.

43
예전에 보살이 이름은 섬(睒)이었다. 항상 큰 자비심을 품어 윤택이 중생에게 미쳤다.
여러 우매한 사람들이 3존을 보지 않음을 슬퍼하고 불쌍히 여기면서 그 부모를 모시고 산택에 살았다. 부모가 나이 연로하매 두 눈이 멀었는데 섬이 매우 슬퍼하였고 그것을 말하면 울었다. 밤에도 늘 세 번씩 일어나서 춥고 더운 것을 살펴 문안하니 지극한 효성의 덕의 향기[德香]가 하늘을 감동시켰고, 지기(地祇)와 해룡(海龍)과 나라 사람들이 모두 알았다.
부처님의 10선(善)을 받들어서 중생을 죽이지 않고, 길에 흘린 것도 줍지 않으며, 동정(童貞)을 지켜 장가들지 않으니, 몸의 화근이 모두 그쳤다. 이간하는 말ㆍ참소ㆍ비방ㆍ사특ㆍ허위 따위 입의 허물을 다 없애고, 마음속의 여러 가지 더러운 질투ㆍ성냄ㆍ탐욕 따위 마음의 때를 모두 가라앉혔으며, 선(善)에는 복이 있고, 악에는 재앙이 있음을 믿으며, 풀과 띠로 지붕을 이고 쑥으로 자리를 삼아서 청정하여 욕심이 없으니, 뜻이 천금(天金)과 같았다. 산에는 흐르는 샘이 있어서 그 속에서 연꽃이 났고, 여러 가지 달고 맛난 과실이 그 둘레에 있었다. 일찍 일어나서 과실을 땄지만 먼저 먹어 본 적이 없었다. 그 어짊이 멀리 비치매 새와 짐승들도 믿고 따랐다.
양친이 목이 마르다 하매 섬이 물을 길러 갔다. 그때 가이국(迦夷國)의 왕이 산에 들어와서 사냥을 하는데 활을 쏘아 사슴을 잡으려다가 잘못하여 섬의 가슴에 화살이 맞았다. 화살의 독이 퍼져 나가니 그 아픔을 말할 수 없었다. 좌우를 돌아보고 울면서 크게 말하였다.
“누가 한 화살을 가지고 세 명의 도사(道士)를 죽이느냐? 우리 부모님이 늙으셨고 또 모두 눈까지 머셨으니, 하루아침에 내가 없어지고 보면 그분들도 따라서 돌아가실 수밖에 없다.”
또한 목소리를 높여 슬프게 말하였다.
“코끼리라면 상아가 있고 물소라면 뿔이 있고 비취새라면 그 털이 있다. 상아도 뿔도 빛나는 털도 없는 나를 무엇 때문에 죽이느냐?”
왕이 슬픈 소리를 듣고 말에서 내려서 물었다.
“너는 깊은 산에서 무엇을 하느냐?”
“나는 양친을 모시고 이 산중에 있으면서 세상의 더러움을 제거하여 도를 배워 나갑니다.”

왕이 듣고 눈물을 흘리고 매우 슬퍼하면서 말하였다.
“내가 어질지 못하여서 많은 생명을 잔인하게 죽였고, 또 지극한 효자를 죽였구나.”
이에 큰 소리로 슬퍼하였다.
“이를 어찌하면 좋으냐?”
여러 신하들도 모두 목메어 울었다.
왕이 거듭 말하였다.
“내가 한 나라의 힘으로써 그대의 목숨을 구하리라. 어버이의 계신 곳은 어디인가 알려 달라. 내가 자백하여 사과하고자 하노라.”
“저 작은 길로 가면 얼마 안 가서 작은 초막이 있는데 우리 양친이 거기 계십니다. 나를 위하여 어버이께 말씀드려 주십시오. 이제부터 길이 이별이오니 바라옵건대 여년(餘年)을 마치시도록 아예 생각을 마시라고.”
마지막 기운을 내어 슬퍼하고는 문득 숨이 끊어지니, 왕과 군사들이 또 한 번 애통해 하며 가리킨 길을 찾아서 그 어버이의 처소에 이르니, 왕을 따르는 무리가 여럿인지라 초목에 버석버석 소리가 났다. 두 어버이가 듣고 그 이상한 인기척을 의심하여 말하였다.
“거 누구십니까?”
“나는 가이국의 왕입니다.”
“임금님께서 여기를 오시다니 황송하옵니다. 여기 풀자리나마 좀 쉬십시오. 단 과일이 있습니다. 우리 아들이 물을 길러 갔으니, 이제 곧 돌아올 것입니다.”
왕이 그 어버이가 사랑으로써 아들을 기다리는 것을 보고 거듭 목이 메었다.

왕이 어버이에게 말하였다.
“내가 두 도사께서 사랑으로써 아들을 기다리는 것을 보니, 마음이 한량없이 아픕니다. 도사의 아들 섬을 내가 쏘아 죽였습니다.”
어버이가 놀라서 떨면서 말하였다.
“내 자식을 무슨 죄로 죽였다는 것입니까? 자식은 마음이 어질어서 땅을 밟아도 항상 땅이 아파할까 두려워하는 놈인데, 그 무슨 죄가 있기에 대왕은 죽이셨습니까?”
“지극한 효자요, 실로 높은 현자인 것을 내가 사슴을 쏘다가 잘못 맞춰서 그렇게 된 것일 뿐입니다.”
“자식이 이미 죽었다면 장차 무엇을 믿겠습니까? 나도 이제 죽을 것이니, 원컨대 대왕은 우리 두 늙은이를 끌어다가 자식의 주검 곁에 놓아 주시오. 정말 죽었나를 보고 같이 재가 되고 흙이 되겠습니다.”
왕이 어버이의 말을 듣고 또 한 번 애통해 하면서 손수 그 어버이를 이끌고 주검이 있는 곳에 이르렀다.
아버지는 그의 머리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어머니는 그의 발을 끌어안고 입을 빨고 발을 핥으면서 한 손으로는 상처를 어루만지고 또 한 손으로는 자기 가슴을 치고 뺨을 치면서 머리를 우러르고 부르짖었다.
“천신, 지신과 목신(木神)과 수신(水神)이시여, 내 아들 섬이 부처님을 받들고, 법을 믿고, 성현을 존경하고, 어버이에 효성하며, 한없이 넓은 어짊을 품어서 덕이 초목에 미치는 줄 압니다.
만약 자식이 과연 부처님을 받들고 지극한 효성이 있어서 하늘이 아실진대 마땅히 화살이 뽑히고 중독이 소멸되어서 자식이 살아나 그 지극한 효성을 다하게 하옵소서. 자식의 행실이 그렇지 않다면 제 말도 성실(誠實)한 것이 아니오니 마땅히 죽어서 함께 재와 흙이 되게 하소서.”
천제석과 사천대왕(四天大王)과 지기(地祇)와 해룡(海龍)이 그 어버이의 슬픈 소리를 듣고 그 말들을 믿어서 모두 소동(騷動)하였다.

제석이 내려와서 그 어버이에게 말하였다.
“이 지극히 효성스러운 아들을 내가 능히 살려 주리라.”
하늘의 신약(神藥)을 섬의 입 속에 흘려 넣으니, 섬은 홀연히 소생하였다. 부모와 본인은 물론 왕과 신하와 따라온 자들이 슬픔과 기쁨이 뒤섞이어 또 한 번 소리내어 울었다.
왕이 말하였다.
“부처님을 받들고 극진한 효도를 한 덕이 이에 이른 것이로다.”
드디어 여러 신하들에게 명하였다.
“이제부터 이후로는 온 나라 인민들이 다 부처님의 10덕의 선을 받들고, 섬과 같은 지극한 효행을 닦으라.”
온 나라가 따랐고, 그런 뒤로는 나라가 풍족하고 백성이 편안하여 드디어 태평세계가 되었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세세에 모든 부처님을 받들고 지극한 효행을 하였기 때문에 덕이 높아지고 복이 융성하여져서 드디어 하늘 중의 하늘로서 삼계에 독보하게 되었느니라. 그때 섬은 바로 나였으며, 국왕은 아난이었고, 섬의 아버지는 지금 나의 아버지였으며, 어머니는 지금 나의 어머니 사묘였고, 천제석은 미륵이었느니라.”
보살은 법인(法忍)으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지계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44
예전에 보살이 한때 바라문이 되었다. 이름은 찬제화(羼提和)였는데, 산택에 처하여서 나무 밑에서 정밀하게 사유하고, 과실과 샘물로써 음식을 삼았으며, 안으로 번뇌가 다 없어졌고, 비고 고요한 곳에 처하여서 널리 6통을 밝혀 다 알아 얻으니, 슬기로운 이름과 인격의 향기가 팔방 상하에 사무쳤다.
시방의 모든 부처님과 연일각과 응진 성중들이 칭찬하지 않음이 없었고, 제석과 범천왕과 사천왕ㆍ해룡ㆍ지기(地祇)들이 아침저녁으로 경건하게 합장하고 머리를 조아리고 교화의 가르침을 받았으며, 그 나라를 옹호하니, 바람과 비가 순조롭게 때를 맞췄고, 오곡이 풍족하게 익었으며, 독이 사라지고 재앙이 없어졌으며, 군신(君臣)이 번성하였다.
그때 왕의 이름은 가리(迦梨)였다. 산에 들어가서 사냥을 하다가 사슴을 쫓아서 그 발자국을 찾았더니, 보살의 앞으로 지나간지라, 왕이 도사에게 물었다.
“짐승의 발자국이 이리로 지나갔는데 그것이 어디로 갔느냐?”
보살이 속으로 생각하였다.
‘중생이 불안하게 움직이는 것이 오직 몸과 목숨 때문이다. 죽는 것을 무서워하고 살기를 탐하는 것이 나의 마음과 무엇이 다르랴. 내가 만약 왕에게 말하면 학살하여 어질지 않으리니 죄가 왕과 같아지고, 만약 보지 못하였다고 하면 내가 속이는 것이 된다.’
마음속으로 난처해서 머리를 숙이고 말하지 않았다.

왕이 곧 노하였다.
“죽여서 마땅할 거지야, 내가 현재 제왕으로서 한 나라의 어른이거늘, 묻는데 즉시 대답하지 않고 거짓으로 머리를 숙이고 있느냐?”
그 나라의 체수조(揥手爪)가 말하였다.
“그렇지 않은가?”
보살은 딱하기만 하였다.
“아니거든 왕께 못 보았다고 하라.”
왕이 말하였다.
“짐승의 발자국이 이리로 지나갔는데 못 보았다고 한다는 말이냐? 왕의 세력은 자재(自在)한 것이다. 능히 너를 죽이지 못할 줄 아느냐?”
보살이 말하였다.
“저는 왕의 결정을 따르겠습니다.”
“너는 누구냐?”
“저는 인욕(忍辱)하는 사람입니다.”
왕이 노하여서 칼을 빼어 그의 오른팔을 끊었다.
보살이 생각하였다.
‘내가 높은 도에 뜻을 두고 다투는 일이 없는데도 이 왕은 오히려 내게 칼질을 하니, 하물며 일반 백성들이랴. 원컨대 부처가 되어서 반드시 먼저 제도하여 중생들로 하여금 그 악을 본받음이 없게 하리라.’
왕이 또 말하였다.
“너는 누구냐?”
“저는 인욕하는 사람입니다.”
왕은 또 그의 왼팔을 끊었다. 이렇게 한 번 묻고 한 번 끊어서 그의 다리를 끊고 귀를 끊고 코를 끊으니, 피가 샘솟듯 하여 흘렀으며, 그 아픔이 한량 없었다.
천지가 진동하고 해가 어두워졌다.

사천대왕이 모두 함께 내려와서 같은 소리로 성내어서 말하였다.
“이 왕의 가혹함이 아무도 이와 같기 어려울 것이다.”
도사에게 말하였다.
“언짢은 마음을 없이 하시라. 우리가 왕과 그의 처자를 베고 아울러서 나라를 멸함으로써 그 악함을 드러내리라.”
도사가 대답하였다.
“그 무슨 말씀입니까? 이 앙화는 내가 전 세상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지 않고 저에게 독해를 가하였기 때문에 악한 짓을 한 앙화가 마치 그림자가 형체에 매인 것처럼 쫓아온 것입니다.
예전에 조금 심은 것을 지금에 많이 거두는 것이니, 내가 만약 천왕의 뜻에 순종한다면 그 앙화가 하늘땅과 같아서 여러 겁 동안 그 죄를 받아도 끝이 없을 것입니다.”
백성들이 천지의 변을 보고 달려와서 머리를 조아리면서 사과하여 말하였다.
“도사께서 여기 계시면서 나라를 도와서 윤택하게 하시고 재앙을 물리치고 병을 없애 주셨는데, 이 지극히 어리석은 임금이 옳고 그름을 알지 못하고, 거취가 밝지 못하여서 성인께 악을 가한 것이오니, 오직 원컨대 성인께서는 우리들에게 상제(上帝:사천대왕)의 보복이 없게 하여 주소서.”
보살이 대답하였다.
“왕이 무고한 악으로써 아픔을 내 몸에 가하였으니, 내가 이를 불쌍히 여기기를 마치 착한 어머니가 그 갓난애기를 불쌍히 여기듯 하였거늘 백성에게 무슨 허물이 있기에 원망하리요. 만일 의심이 되거든 내 끊어진 팔을 가지고 오라.”
백성이 곧 집으니 그 끊어진 팔에서 젖이 흘렀다.
보살이 말하였다.
“내가 자비로운 어머니의 사랑을 지녔기 때문에 이제 그 표신이 여기 나타난 것이다.”
백성들이 그 넓은 믿음을 보고 모두 감화를 받고 기뻐하면서 물러갔다.

보살에게 아우가 있었는데 역시 도의 근본을 본 이었다. 다른 산에 있다가 천안통으로써 보니, 천신과 귀신ㆍ용들이 회의를 하는데, 왕의 악함에 분노를 품지 않는 이가 없었다. 형에게 덕을 손상하는 마음이 있을까 두려워하여 신족으로써 형의 처소에 가서 말하였다.
“상한 데가 있습니까?”
“아니다. 네가 나의 믿음을 알고자 하거든 끊어진 팔다리ㆍ귀ㆍ코를 제자리에 붙여 보라. 회복되면 곧 내가 믿은 것이니라.”
아우가 붙이니 곧 회복되었다.
형이 말하였다.
“나의 넓고 인자한 믿음이 이제 나타난 것이로다.”
천신과 지기가 슬퍼하다가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었으며, 머리 조아려 선을 칭송하고, 다시 서로 권하고 인도하여 높은 수행에 뜻을 두고 계를 받고 물러갔다.
이런 뒤로는 해와 달이 빛이 없고 5성(星)이 법도를 잃었으며, 요괴(妖怪)가 연달았고, 마르고 가물어서 곡식이 귀하니, 백성들이 살 수 없어서 그 왕을 원망하였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찬제화는 나였고, 아우는 미륵이었으며, 왕은 나한(羅漢) 구린(拘隣)이었느니라.”
보살은 법인(法忍)으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인욕을 행함이 이와 같았다.

45
예전에 보살이 가난한 집에 태어나니 그 집에서 기르지 못하고 속옷으로 싸서 밤에 사람이 없을 때 가만히 네거리에 두고 아울러서 돈 1천도 그 길에 놓아 두었다.
나라 풍속이 그 날을 좋은 날이라 하여 온 나라 사람들이 들에 모여서 군자나 소인이나 각각 그 무리끼리 성찬(盛饌)을 장만하고 즐겼다.
바라문이 노는 것을 보고 모인 자들을 칭찬하여 말하였다.
“아아, 오늘 모인 자의 구별이 마치 뉘가 없는 것과 같아서 그 향기가 대단하구나. 만약 오늘 낳는 아들ㆍ딸이라면 귀하고도 어진 사람이 될 텐데.”
자리에 한 부호가 있었는데 아들이 없었다. 듣고서 속으로 기뻐하면서 사람을 사방에 놓아서 혹 버린 아들이 없는가 찾아보게 하였다.
심부름꾼이 길 가던 사람에게 물었다.
“버려진 아이를 보았는가?”
길 가던 사람이 말하였다.
“어느 홀어머니가 데려갔다.”
사람을 시켜 찾아서 그가 있는 곳을 알고 가서 말하였다.
“나는 4성의 부자로서 아들이 없는데 그대가 아기를 주면 많은 재산을 얻으리라.”
홀어미가 좋다고 하고 돈을 받고 아기만 보내면서 욕심껏 재산을 요구하여 뜻대로 얻어 내었다.

아이를 기른 지 두어 달 만에 아내가 임신을 하니, ‘내가 아들이 없어서 남의 자식을 길렀더니, 이제 하늘이 내게 복을 주시어 자식이 생긴 것이다.’ 하고 속옷으로 싸서 밤에 구덩이 속에 던졌다.
그런데 집에서 기르는 양이 날마다 가서 젖을 먹였다. 양을 기르는 사람이 살피다가 아이를 보고 곧 감탄하였다.
“상제가 어찌하여 아들을 이런 곳에 떨어뜨렸을까?”
그리고는 데려다가 양의 젖으로 길렀다.
4성이 알고 힐난하였다.
“무엇 때문에 젖을 훔치느냐?”
대답하였다.
“제가 하늘이 버린 자식을 얻어서 젖으로 기릅니다.”
4성이 뉘우치고 도로 데려다가 기르는데 두어 달 만에 아내가 드디어 아들을 낳으니, 나쁜 생각이 다시 일어났다.
또 전과 같이 속옷으로 싸서 수레바퀴 자국 가운데에 놓아두었다.
아이의 마음에는 부처님 3보가 있어서 자비로써 그 어버이에 향하였다.

새벽에 상인들의 수백 대의 수레가 이 길을 경유하는데 소가 멈추고 나가지 않았다. 상인이 그 까닭을 살피다가 아이를 보고 놀라서 말하였다.
“천제(天帝)의 아들이 어찌하여 여기에 있느냐?”
그리고는 수레 속으로 안아들이니 그제야 소는 흐르듯이 나아갔다. 20리쯤 가서 정자 곁에 소를 쉬게 하는데, 홀어머니가 있다가 보고 상인에게 사정하였다.
“아이를 내게 주어 늙은이의 고독을 면하게 해주시오.”
곧 그에게 아이를 주었다. 그 어머니가 기른 지 얼마 안 되는 동안에 4성이 또 듣고 탄식하여 말하였다.
“나의 어질지 못함이 천덕(天德)을 잔해하였구나.”
또 많은 재물로써 아이를 바꾸어 가지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목메어 울면서 자책하고 똑같이 두 아이를 길러 수 년이 되었다. 그 동안에 아이의 슬기가 뛰어남을 보고 나쁜 생각이 또 났다.
‘이 놈은 지혜가 넘치는 정도인데 우리 아이는 그렇지 못하니, 반드시 이 놈에게 눌리고 말 것이다.’
그리고는 싸 가지고 산에 들어가서 대밭 속에 버리면서 말하였다.
‘먹지 못하면 죽을 것이다.’
아이가 착한 생각을 일으켜서 말하였다.
“내가 뒤에 부처가 되어서 반드시 여러 가지 고통을 건지리라.”

산 가까이에 시냇물이 있었다. 아이가 제 힘으로 움직여서 대나무에서 땅으로 떨어져 내려와서 물가에 이르러 20리나 내려가니, 죽은 사람을 떠메고 가는 것 같았다.
나무를 하던 사람이 멀리서 어린아이를 발견하고는 쫓아가서 보고 탄식하였다.
‘이것은 상제가 그 아들을 떨어뜨린 것이냐?’
안고 돌아가서 기르는데, 4성이 또 듣고 그 뉘우침이 전과 같아서 여러 가지 훌륭한 보배를 주고 데려다가 글과 수학과 천문과 지리와 여러 가지 도술을 가르치니, 한 번만 보아도 곧 능하였으며, 성품이 어질고 효성스러워서 말하면 곧 교화가 되니, 나라 사람들이 성인이라 일컫고, 선비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아비가 흉악한 생각을 내니, 그 성질이 더욱 악해졌다. 앞집에 대장장이가 있었다. 성에서 7리쯤 떨어져 있었는데 아이를 죽이려고 도모하고 서신으로 대장장이에게 신칙하였다.
“전부터 이 아이를 길러 왔는데, 이 아이가 내 집에 들어오면서 병이 떠나지 않고 재산이 없어지고 가축이 죽곤 해서 태복(太卜)에게 점을 쳐 보니 아이가 이러한 재앙을 가져온다는 것이었소. 이 글을 가지고 도 착하거든 꼭 붙잡아서 불 속에 던져 주오.”
그리고 거짓으로 아이에게 명령하였다.
“내 나이 이제 서산에 기운 석양인 데다가 중한 병까지 들었구나. 너는 대장장이한테 가서 돈과 보배를 계산하여 오너라. 네 한평생의 재산이다.”
아이가 명령을 받고 가다가 성문 안에서 아우가 동무들과 호도를 차면서 노는 것을 보았다.
아우가 말하였다.
“형이 와서 내가 잘 되었다. 심부름은 내가 갈 테니 나를 위하여 형은 돌아가라.”
형이 말하였다.
“아버지의 명령이다. 내가 가야 한다.”
“괜찮다. 내가 가겠다.”
곧 서신을 빼앗아 가지고 대장장이에게 가니 대장장이가 서신을 보고 아우를 불 속에 던졌다.
한편 아비는 마음이 불안하여 부리는 사람을 시켜 아이를 찾아보게 하였다. 부리는 사람이 형을 보고 물었다.
“아우는 어디에 갔느냐?”
형이 사실대로 대답하고, 돌아가서 또 그대로 말하니, 아비가 역마를 놓아 쫓았지만 아이는 이미 재가 되어 있었다.

아비가 몸뚱이를 내던지고 하늘을 부르다가 기가 맺혀서 속을 막으니 드디어 큰 병이 되었다.
또 독한 생각을 내었다.
‘내가 자식이 없어지고 말았으나 이 자식을 자식으로 할 수는 없다. 반드시 죽이고야 말리라.’
아비에게 별장이 있었는데 나라에서 천 리나 되었다. 이 아이를 보내면서 말하였다.
“저기에는 내 재산이 흩어져 있으니 네가 가서 정리하여라. 지금 별장에 보내는 서신을 주머니에 넣어서 밀로 봉하였으니, 너는 급히 가지고 가라.”
그리고 그 서신에 비밀로 신칙한 내용은 “이 아이가 도착하거든 급히 돌을 허리에 묶어서 깊은 못에 집어넣어라” 하는 것이었다.
아이가 명령을 받고 머리를 조아리고 가볍게 말을 달려서 반쯤 갔다. 거기에 바라문이 있었는데 아버지와 전부터 서로 절친하여 항상 서로 안부를 물어서 서신으로 자주 왕래하였다.

그 바라문에게 딸이 있었는데 아주 현명하여서 깊이 길흉과 천문을 알고 기후를 점쳤다.
아이가 바라문이 사는 곳에 이르러서
“우리 아버지의 친구이신 바라문이 여기 사신다.”
종자(從者)에게 말하였다.
“이제 지나는 길에 인사를 하고 가는 것이 어떠한가?”
종자가 좋다고 하였다.
곧 들어가서 뵈니 바라문이 기뻐서 “우리 형의 아들이 왔다” 하고, 곧 네 이웃에 알렸다.
학사와 유생과 노덕들이 모여들어서 잔치를 베풀고 즐기면서 아울러 의심나는 것을 묻곤 하니, 모두 기뻐하는 중에 낮이 다하고 밤이 깊었다.
각기 피로하여 자는데, 딸이 남자의 허리띠에 찬 주머니에 봉서(封書)가 들어 있는 것을 보고 가만히 풀어 내어 자세히 그 사연을 읽어 보았다. 그리고는 슬퍼서 탄식하였다.
“아무리 요망하고 악하기로서니 어진 아들을 해하는 데 이렇게까지 할 수가 있느냐?”
그 글을 찢어 버리고 다시 썼다. 그 사연은 이러하였다.
“내 나이 서쪽으로 기울었고 중한 병이 날로 더하오. 저 바라문은 나의 친구이고, 그 딸은 이미 어질고 또 밝아서 고금에 다시없는 우리 아이의 짝이니 보배로 폐백을 극진히 갖추어서 장가들이되, 잘 힘써서 예가 작더라도 정중하게 하도록 할 것이니, 아내를 들이는 날에 이 부탁대로 하여 주기 바라오.”
이렇게 써서 도로 봉하여 넣었다.

다음날 새벽에 길을 떠났다. 바라문과 여러 선비들로서 모두 칭찬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별장지기가 서신을 받아 보고 명령을 받들어서 예를 갖추어 가지고 바라문의 집에 나아갔다.
바라문 부처가 서로 의논하였다.
“대체로 혼인은 궁합을 보고 택일을 하는 데서부터 시작하여 저쪽에서 예를 잘 갖추면 그때에 내가 허락하여야 할 것인데, 이제 남자 측에서 중매도 통하지 않고 빙례(娉禮)를 하자고 왔으니 저쪽에서 어찌 그렇게 거만한가?”
또 물러나와 모여서 말하였다.
“남녀가 짝이 되는 것은 자고로 그런 것인데 남자가 어질고 여자가 정숙함을 진실로 또한 만나기 어렵다.”
드디어 예를 올리고 종친이 모이니 구족이 칭찬하면서 말하였다.
“이 영화가 대대로 전하라.”
아내를 들이는 예를 이루고는 별장지기가 달려가서 알리니 4성이 듣고 맺혀진 병이 더욱 위독하여졌다.
아들이 어버이의 병을 듣고 목이 메어서 말하였다.
“대체로 목숨이란 보전하기 어렵도다. 허깨비와 같아서 참된 것이 아니로다.”
바라문이 좋은 날을 가려서 돌려보내고자 하니, 보살이 마음이 아파서 그대로 따르지 않고 곧 아내를 거느리고 달려 돌아가서 당에 올라서 어버이께 머리를 조아렸다.
아내는 두 번 절하고 눈물을 흘리면서 세 걸음을 나아가서 또 절하고는 이름을 일컬으면서 말하였다.
“저는 아들 아무개의 아내이옵니다. 어버이께옵서 저를 며느리라고 불러주옵소서. 마땅히 종사 (宗嗣)를 받들고 키질과 비질을 맡겠나이다. 예절을 다하여 효도를 닦겠사오니, 오직 원컨대 아버님께서는 어서 병이 나으시고 복을 받으셔서 영원히 마침이 없는 수명을 보전하시와 이 뜻을 펴서 효부(孝婦)의 덕을 쌓게 하옵소서.”
4성이 분이 맺혀서 속이 막혀 죽으니 보살이 빈소를 차리고 인자하고 측은한 마음으로 슬퍼하고 사모하여 마지않으니 온 나라가 효자라 일컬었고, 장례를 마치고 행실을 닦으니 인격의 향기가 사방에 퍼졌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동자는 나였고, 아내는 구이였으며, 4성은 조달이었느니라.”
보살은 법인(法忍)으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인욕을 행함이 이와 같았다.

46
예전에 보살이 큰 나라의 왕이 되어서 항상 4무량심[四等]으로써 중생을 길러서 보호하니, 명성이 원근에 떨쳐서 덕을 찬탄하지 않은 이가 없었다.
외삼촌도 또한 왕이 되어서 다른 나라에 있었는데, 성품이 탐욕스럽고 염치가 없으며 흉포함으로써 강건함을 삼았다. 보살들이, 보살이 하늘 땅의 은혜를 품은 것을 모두 찬탄하니, 거짓말로 허물을 만들어서 비방하고 군사를 일으켜서 보살의 나라를 빼앗고자 하였다.
보살의 여러 신하들이 모두 말하였다.
“차라리 하늘처럼 어진 이에게 천하게 여겨질지언정 승냥이와 이리 같은 이에게 귀한 대접을 받지 않겠다.”
백성들이 말하였다.
“차라리 도를 지닌 임금의 가축이 될지언정 무도한 임금의 백성이 되지 않으오리다.”
이에 무사를 선발하여 군대를 조직하였다. 국왕이 대에 올라서 군정(軍情)을 사열하다 몸을 돌려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내 한 몸 때문에 백성들의 목숨을 죽일 것인가. 나라가 망하여도 회복하기 어렵지만 사람의 몸도 얻기가 어렵다. 내가 도망하면 국경이 다 편안할 것이니 누구에게 환난이 있으랴.”
왕이 왕후와 함께 나라를 버리고 떠나갔다.
외삼촌이 들어와 나라에 처하여 탐욕과 잔악으로써 정사를 하며, 충성되고 곧은 이를 죽이고, 아첨하고 고혹하는 무리를 등용하니, 정치가 가혹하고 백성이 살 수 없어서 원망하는 울음이 서로 따랐고, 옛 임금을 생각하는 것이 마치 효자가 인자한 어버이를 생각하듯 하였다.

왕이 왕후와 함께 산림에서 살았는데 바다에 사특한 용이 있어 왕비의 빛나는 얼굴에 욕심을 품고 바라문으로 화하여 와서 능청스럽게 합장하고 꿇어앉아서 머리를 숙이고 고요히 생각하는 체하니, 도사가 참선을 할 때와 흡사하였다. 왕이 보고 기뻐하여 날마다 과일을 따다가 바쳤다.
용이, 왕이 나간 틈을 타서 왕비를 납치하여 가지고 바다의 제 처소로 돌아가는데, 길이 두 산 사이의 좁은 골짜기를 경유하게 되었다. 거기 큰 새가 있다가 날개를 펴서 길을 막고 용과 한바탕 싸웠다. 용이 천둥과 번개를 일으켜 큰 새의 오른쪽 날개를 쳐서 끊고는 마침내 바다로 돌아갈 수 있었다.

왕이 과일을 따 가지고 돌아오니 그의 아내가 보이지 않았다. 슬퍼서 탄식하였다.
“내가 숙세에 어긋난 행동을 하여서 재앙이 여기까지 온 것인가.”
활과 살을 가지고 모든 산을 헤매면서 왕비를 찾아다녔다.
구비구비 흐르는 작은 계곡물을 보고 그 근원에 도달하니 큰 원숭이가 있어 애통해 하였다. 왕이 더욱 처량해져서 물었다.
“너는 또 무엇 때문에 그리 슬퍼하냐?”
원숭이가 대답하였다.
“나는 외삼촌과 함께 왕이었는데 외삼촌의 힘이 세어서 나의 무리를 빼앗아 갔습니다. 억울해도 호소할 곳이 없다오. 그런데 당신은 무슨 일로 이 험한 산에 오셨나요?”
“듣고 보니 너도 나와 같은 처지로다. 나는 게다가 또 아내까지 잃었는데 간 곳을 알지 못하노라.”
원숭이가 말하였다.
“당신이 나를 도와 싸워서 나의 무리들을 돌아오게 해주면 당신을 위하여서 함께 찾아 드리리다. 마침내 반드시 찾게 될 것입니다.”
왕이 그렇게 하기로 하고 좋다고 하였다.
다음날 원숭이가 외삼촌과 더불어 싸우는데 왕이 활시위에 살을 끼어 겨냥하고 팔과 다리를 벌려 힘을 주니 외삼촌이 멀리서 무서워 어정거리다가 도망하였다.
원숭이 왕이 무리가 돌아오자 무리들에게 명령하였다.
“인간 왕의 왕비가 이 산에서 길을 잃은 모양이다. 너희들은 퍼져서 찾아보라.”
원숭이 무리들이 각기 다니다가 날개를 잃은 새를 보았다. 새가 말하였다.
“그대들은 무엇을 찾느냐?”
“인간의 왕이 그 정비(正妃)를 잃었는데 우리가 찾는 것이다.”
“용이 도적질하여 갔는데 내 힘으로는 어쩔 수 없었다. 지금 바닷속 큰 섬에 있다.”
이 말을 하고 새는 죽었다.

원숭이의 왕이 무리를 거느리고 좁은 길로 바다에 다다랐으나 건널 수 없는 것이 걱정이었다.
천제석이 곧 원숭이로 화하였는데 몸이 옴병투성이었다. 와서 말하였다.
“이제 군사들이 바다의 모래보다도 많은데 왜 저 섬에 건너가지 못할 것을 걱정합니까? 이제 각각 돌을 져 날라다가 바다를 막으면 높은 산이라도 될 텐데 어찌 다만 섬에 통할 수 있을 뿐이겠습니까?”
원숭이의 왕이 곧 그를 감독으로 삼았다. 무리들이 그 꾀를 따라서 돌을 져 나르니 그 공이 이루어져서 무리들이 건너갈 수 있었다. 섬을 여러 겹으로 포위하니, 용이 독한 안개를 피워서 원숭이들이 모두 아파서 땅에 쓰러지지 않음이 없었다. 두 왕이 걱정하니 감독하던 작은 원숭이가 또 말하였다.
“무리들의 병을 낫게 하오리니 염려하지 마옵소서.”
곧 하늘약을 무리들의 코 속에 넣으니 모두 재채기를 하고 일어나서 힘이 전보다 더해졌다.
용이 바람과 구름을 일으켜서 하늘과 해를 가리니 번개가 바다에 번쩍였고, 뇌성벽력이 천지를 진동하였다. 작은 원숭이가 말하였다.
“사람의 임금님은 활을 잘 쏘시니 저 번쩍이는 번개를 쏘십시오. 그것이 용이오니 화살로 그 흉악한 놈을 제거하면 백성에게 복을 가져올 것이며 여러 성현들도 원망이 없을 것입니다.”
번쩍거리는 번개 빛을 향하여 왕이 살을 쏘니 정통으로 용의 가슴에 맞았다. 용이 살을 맞고 죽으니 원숭이들이 좋다고 하였다. 작은 원숭이가 용의 궁문 자물쇠를 벗기자 왕비가 나오니 하늘도 귀신도 다 기뻐하였다.
두 왕이 함께 본산으로 돌아와서 다시 서로 사례하니 겸손한 빛이 사양으로 높아졌다.

마침 외삼촌인 왕이 죽었는데 뒤를 이을 아들이 없었다. 신하와 백성들이 옛 임금을 찾아서 분주히 헤매다가 저 산에서 임금과 신하가 서로 만나매 감격하여 울다가 함께 돌아와서 외삼촌의 나라도 아울러 얻으니 백성들이 기뻐서 만세를 불렀다.
크게 사면을 내리고 정치를 너그럽게 하니 백성들의 마음이 모두 기뻐서 웃음을 머금고 다녔다.
왕이 왕비에게 말하였다.
“아내가 남편을 떠나서 하룻밤만 외박을 하여도 남들의 의심을 사거늘 하물며 달포이리요. 그대는 친정으로 돌아가는 일이 옛 도리에 합당할 것이오.”
왕비가 말하였다.
“내가 비록 더러운 벌레의 굴에 있었사오나 마치 연꽃이 진흙탕에 있는 것과 같았습니다. 내 말에 틀림이 없거든 땅이 갈라지옵소서.”
말을 마치자 곧 땅이 갈라지니 말하였다.
“이것으로 내 말의 증거가 나타났나이다.”
왕이 말하였다.
“장하오. 대체로 곧고 결백함은 사문(沙門)의 행인 줄 아오.”
이로부터 나라 안에 장사하는 사람이 이익을 양보하고, 벼슬하는 자가 지위를 사양하며, 귀족이 능히 천한 것을 참고, 강한 자가 약한 자를 능멸하지 않음은 왕의 교화 때문이었고, 음란한 여자가 지조를 지키고 목숨이 위태로워도 정조를 지키고, 사기하던 자가 신의를 숭상하며 교묘히 거짓된 행위를 하는 자가 진실함을 지키게 됨은 왕비의 감화 때문이었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였다.
“그때 국왕은 나였고, 왕비는 구였으며, 외삼촌은 조달이었고, 천제석은 미륵이었느니라.”
보살은 법인(法忍)으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인욕을 행함이 이와 같았다.

47
예전에 보살이 몸이 원숭이가 되니, 힘이 무리에서 뛰어났고 밝은 지혜가 사람보다 나았으며, 항상 넓은 자비를 품고 중생을 건지기에 힘썼다. 깊은 산에 처하여서 나무에 올라 과실을 따다가 산골짜기 깊은 구렁에 사람이 빠져서 스스로 나오지 못하고 수일을 애절하게 하느님을 부르면서 살려 달라고 애원하는 것을 보았다.
원숭이가 듣고 불쌍한 생각에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내가 부처가 되기를 서원한 것은 오직 이러한 무리들을 위함이었다. 이제 이 사람을 구출하지 않는다면 그는 반드시 죽을 것이니, 내가 마땅히 언덕을 찾아 골짜기에 내려가서 업고 나오리라.”
드디어 깊은 골로 들어가서 사람을 업고 풀포기를 더위잡고 산으로 올라와서 평지에 놓고 산골의 좁은 길을 가르쳐 주면서 말하였다.
“그대가 가고 싶은 데로 가시고, 헤어져서 간 뒤로는 삼가 나쁜 짓을 하지 마시오.”
그리고는 사람을 끌어내기에 피로가 심하여서 한가한 데 나아가서 누워 쉬는데 사람이 생각하였다.
‘골짜기에서 허기가 졌더니 이제 나와서도 역시 그러하다면 빠졌을 때와 무엇이 다르랴.’
마음속에 마땅히 원숭이를 죽여서 먹음으로써 자기 목숨을 건지는 것이 옳겠다는 생각으로 돌로써 머리를 치니 피가 흘러서 땅이 붉게 물들었다.
원숭이가 놀라서 일어나니 현기가 일어 쓰러지려는 것을 나무에 의지하였다. 그러나 마음에 성내는 뜻이 없고, 사랑하고 가엾어하는 마음으로 그가 악한 생각을 품은 것을 슬퍼하면서 스스로 생각하였다.
‘지금 내 힘으로 건지지 못할 자는 내세에 항상 모든 부처님을 만나서 가르침을 믿고 받아 제도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와 같이 나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없도록 하옵소서.’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원숭이는 나였고, 골짜기 속의 사람은 조달이었느니라.”
보살은 법인(法忍)으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인욕을 행함이 이와 같았다.

48
예전에 보살이 아난(阿難)과 함께 죄 받음을 마치고 용이 되었었다. 그 한 용이 말하였다.
“내가 그대와 함께 바다 속에 있어서는 못 본 것이 없으니, 이번에 함께 육지에 올라가서 놀면 좋지 않겠는가?”
또 한 용이 대답하였다.
“육지에는 사람이 악독하다는데 비상한 사태라도 만나면 벗어날 수 없다.”
한 용이 거듭 말하였다.
“작은 뱀으로 화하여서 만약 길에 사람이 없거든 큰 길에서 놀다가 사람을 만나거든 숨으면 될 것인데 무엇을 걱정하는가?”
이에 서로 좋다고 합의되어 함께 올라가서 놀기로 하였다.
물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되어 길에서 독을 머금은 살무사[蚖]를 만났다. 이 살무사가 두 뱀을 보더니, 갑자기 흉악한 생각이 나서 가서 해치려고 뜨거운 독거품을 두 뱀에게 토하였다.
두 뱀 중에서 한 뱀이 뜻을 일으켜 위엄과 신력으로써 이 독을 품은 살무사를 죽이려고 하니, 한 뱀이 인자한 마음으로 참으면서 말리며 말하였다.
“대체로 높은 선비는 마땅히 어리석은 무리들을 용서하되 참지 못할 것을 참아야 하나니, 이것이 부처님의 바르고 참된 큰 계율이 아닌가.”
곧 게송을 설하였다.

탐욕으로 미친 사람이 되어
어질고 옳은 마음이 없고
질투하여 거룩함을 해하려 해도
오직 잠잠이 참으면 편안하네.

법이 아니며 상궤(常軌)가 아닌 자가
마음에 측은한 마음이 없고
인색함과 사나움으로 보시를 방해해도
오직 묵묵히 참으면 편안하네.

방일하여 계행 없는 사람이
혹독한 도적의 마음을 품고
도(道)와 덕(德)에 순종하지 않더라도
오직 묵묵히 참으면 편안하네.

은혜를 등져 갚는 일이 없고
허식으로 아첨과 거짓을 행하는
아주 지극히 우치한 자에게도
오직 묵묵히 참으면 편안하네.

이렇게 한 뱀이 참는 덕을 칭송하여 게송으로 뜻을 펴니, 한 뱀이 또한 공경하여 받아들이고 드디어 살무사를 해하지 않았다. 한 뱀이 말하였다.
“우리가 바다로 돌아가는 것이 옳겠다.”
서로 그렇다고 하고 함께 가는데 그 위엄과 신력을 떨치니 하늘이 진동하고 땅이 움직였다. 구름을 일으키고 비를 내리면서 변화 속에 용이 빛나니 사람도 귀신도 모두 놀랐다.
살무사는 무서워서 기절하여 정신을 잃고 7일을 먹지 못하였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살무사를 해하려고 한 용은 아난이었고, 참는 법을 설한 용은 나였으며, 독을 품은 살무사는 조달이었느니라. 보살이 어느 세상에서나 인욕을 행하여서 비록 금수 중에 처하더라도 그 행을 잊지 않느니라.”
보살은 법인(法忍)으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인욕을 행함이 이와 같았다.

49
예전에 나라가 있었으니 이름은 마천라(摩天羅)였고, 왕의 이름은 난(難)이었는데, 학문이 신명에 통하여 아무리 깊은 것이라도 보지 못하는 것이 없었다. 세상이 무상함을 깨닫고 말하였다.
“내 이 몸뚱이도 마땅히 썩어서 흙이 될 것이니 어찌 나라를 보전하랴.”
영화와 환락을 버리고 보살[大士]의 법복을 입고 한 발우의 밥으로 만족하면서 사문의 계를 받고 산림에서 살기 30년이었다.
나무 가에 구덩이가 있는데 그 길이가 30길이나 되었다. 그때 어떤 사냥꾼이 사슴을 쫓아서 달리다가 사슴이 구덩이 속에 떨어졌다. 또 까마귀와 뱀이 하나씩 있다가 역시 놀라서 함께 떨어졌는데 몸뚱이가 모두 상하였고 몹시 지쳐 있었다. 하늘을 우러러 슬피 울부짖으니 그 소리가 아주 애절하였다. 도사가 처량한 생각이 나서 불로 비추어 보고 눈물을 흘리면서 구덩이를 향하여 말하였다.
“너희들은 근심하지 말라. 내가 너희들의 어려움을 구하여 주리라.”
곧 긴 밧줄을 만들어서 달아 올리니 세 것이 혹은 물고 혹은 붙들고 하여 매달려 올라와서 모두 목숨을 보전하게 되었다. 함께 머리를 조아리면서 감사하여 말하였다.
“저희들 목숨이 눈깜짝할 동안에 부지되었습니다. 도사님의 인자하신 은혜가 한량없이 넓으셔서 저희들로 하여금 다시 하늘을 보게 하여 주셨습니다. 원컨대 이 몸이 다하도록 여러 가지 부족한 것을 대드려서 작은 것으로나마 중한 은혜의 만분의 일이라도 보답하겠습니다.”

도사가 말하였다.
“나는 국왕이 되어서 나라도 크고 백성도 많고 궁전ㆍ보배ㆍ채녀 등이 모든 나라보다 많으니, 원하면 곧 메아리처럼 응하거늘 무엇을 구하여서 얻지 못하랴. 그러나 나는 나라를 원망의 소굴로 알고, 빛ㆍ소리ㆍ향기ㆍ맛ㆍ화려한 옷ㆍ삿된 생각을 여섯 개의 칼이나 화살로 알고, 그것이 내 몸을 자르고 내 몸을 쏘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 여섯 가지 삿됨을 말미암아 윤회하면서 고통을 받는다. 3도의 혹독한 고통은 참기 어렵고 견디기 어려우니, 나는 이를 싫어하여 나라를 버리고 사문이 되어서 여래ㆍ무소착ㆍ정진도ㆍ최정각ㆍ도법어ㆍ천인사가 되어 중생들을 교화하여 근본으로 돌아가게 하기를 원하는 것이니, 어찌 너희들 셋뿐이랴. 각기 집으로 돌아가서 너희들 친척을 만나 보고 3보에 귀의하게 하여 부처님의 가르침에 어김이 없도록 하여라.”

사냥꾼이 말하였다.
“세상에 처하기 여러 해에 비록 선비들이 덕을 쌓고 선을 하는 것을 보았으나 어찌 불제자처럼 자기를 견제하고 중생을 건지면서 숨어서 그 이름을 나타내지 않는 자가 있으랴. 만약 도사께서 틈이 있으시면 원컨대 저의 집에 오셔서 작은 공양이나마 받으시오.”
까마귀가 말하였다.
“제 이름은 발(鉢)입니다. 도사께서 어려움이 있으시면 제 이름을 불러 주십시오. 제가 마땅히 달려가겠습니다.”
뱀이 말하였다.
“제 이름은 장(萇)입니다. 만약 도사께서 환난이 있으시면 제 이름을 불러주십시오. 꼭 와서 은혜를 갚겠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각기 물러갔다.

어느 날 도사가 사냥꾼의 집에 가니 사냥꾼이 멀리서 그가 오는 것을 보고 아내에게 말하였다.
“저기 상서롭지 못한 사람이 오는데, 내가 네게 찬을 장만하라고 하거든 꾸물꾸물 하는 체하여라. 저 사람은 한낮이 지나면 먹지 않는다.”
아내가 도사를 보더니 거짓 반색을 하면서 앉으라고 식사를 차리겠다고 빈말만 하고는 한낮을 넘겼다.
도사가 물러나와 산으로 돌아와서 까마귀를 보고 “발아”하고 불러 보았다.
까마귀가 물었다.
“어디 갔다 오십니까?”
“사냥꾼의 집에 갔다가 온다.”
“식사를 하셨습니까?”
“저기서 준비가 덜 되었는데, 한낮이 지나서 먹을 때가 아니므로 그냥 돌아왔다.”
“흉물스런 귀신은 인자하게 제도하기 어렵습니다. 어짊을 어기고 은혜를 등짐은 흉역(凶逆) 중에 큰 것입니다. 저는 남은 음식이 없어 공양할 수 없사오니 느긋하게 앉아 계십시오. 곧 돌아오겠습니다.”
반차국으로 날아가서 왕의 후궁으로 들어갔다.
왕의 부인이 누웠는데 머리 장식 속에 명월주(明月珠)가 있는 것을 보고 까마귀가 머금고 날아서 도사께 바쳤다.

부인이 자나깨나 찾다가 못 찾고 곧 임금에게 알렸다. 왕이 신민에게 칙명하였다.
“얻어서 바치는 자에게는 상으로 금과 은 각각 천 근씩과 소와 말 각각 천 마리씩 주리라. 얻고도 바치지 않는 자는 죄를 중히 하여 친족을 멸 하리라.”
도사가 사냥꾼에게 주었더니 사냥꾼이 도사를 묶어 가지고 아뢰었다.
왕이 물었다.
“네가 어떻게 이 보배를 얻었느냐?”
도사가 깊이 생각하였다.
‘사실대로 말하면 한 나라의 까마귀가 모두 죽게 될 것이고, 훔쳤다고 말하면 이건 불제자가 아니다.’
말을 하지 않고 고문을 받으니 몽둥이의 고초가 천 수에 달하였으나 왕을 원망하지 않았고 저 사람 사냥꾼도 미워하지 않았다. 그리고 넓은 자비심으로 맹세하였다.
“나로 하여금 부처가 되게 하소서. 중생들의 모든 고통을 건지겠나이다.”

왕이 명령하였다.
“이 도사놈을 끌어다가 묻되 그 머리만 나오게 하여라. 내일 죽이리라.”
도사가 뱀을 불렀다.
“장아, 장아.”
뱀이 듣고 말하였다.
“천하에 내 이름을 아는 자가 없고 오직 도사밖에 모르는데 소리를 높여서 부르니 필시 까닭이 있는 것이다.”
곧 빨리 가서 도사가 이렇게 된 것을 보고는 머리를 조아리면서 물었다.
“어찌하여 이 지경에 이르렀습니까?”
도사가 갖추어 그렇게 된 사유를 말하니, 뱀이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도사의 어짊이 천지와 같은데도 오히려 화를 만나거늘 하물며 무도한 자를 누가 장차 도우랴. 하늘같이 어지신 이여,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왕에게는 태자가 오직 한 사람뿐이고 다른 아들이 없습니다. 제가 궁에 들어가서 태자를 물어 죽일 것이오니, 저의 신약을 전하십시오. 곧 나을 것입니다.”
뱀이 밤에 궁에 들어가서 태자를 물으니 바로 죽었다. 3일 동안 시체를 놓아 두고 영을 내렸다.
“태자를 살리는 자가 있으면 나라를 나눠 주리라.”
결국 시체를 싣고 산에서 화장을 하려고 가다가 도사 앞을 지나가게 되었다.
도사가 말하였다.
“태자가 무슨 병이 있어서 돌아가셨습니까. 아직 장사 지내지 마십시오. 내가 살리오리다.”
종자(從者)가 듣고 달려가서 왕에게 알리니 슬프고 기쁘고 해서 다시금 애통해 하면서 말하였다.
“내가 너를 용서하고 나라를 나눠서 왕으로 삼으리라.”
도사가 약을 태자의 몸에 전하니 태자가 홀연히 일어나서 말하였다.
“내가 어떻게 되어서 여기에 있느냐?”
종자가 이유를 자세히 말하였다.
태자가 궁에 돌아오니 모두 기뻐서 춤을 추었다.

나라를 나누어 주니 하나도 받는 바가 없었다. 왕이 깨닫고 말하였다.
“나라를 나누어 주어도 받지 않는데 어찌 도적에 해당하랴.”
“그대는 어느 나라 사람인가? 그리고 어찌하여 사문이 되었으며, 어떻게 하여서 구슬을 얻었는가? 행실이 그렇게도 높은데 이러한 환을 당하였으니, 어떻게 된 까닭인가?”
도사가 본말을 진술하니, 왕이 감격하여 눈물이 얼굴로 흘러내렸다. 왕이 사냥꾼에게 말하였다.
“너는 나라에 공훈이 있으니 구친을 다 불러오라. 내가 중히 상주고자 하노라.”
사냥꾼의 친척이 크거나 작거나 간에 다 국문으로 모이니 왕이 말하였다.
“어질지 않고 은혜를 등지는 것은 악의 으뜸이니라.”
곧 모두 처형하여 버렸다.
도사가 산으로 올라가서 도를 배우고 정진을 게을리 하지 않다가 목숨을 마쳐 천상에 태어났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도사는 나였고, 까마귀는 사리불이었고, 뱀은 아난이었으며, 사냥꾼은 조달이었고, 그 아내는 회반(懷槃) 여자였느니라.”
보살은 법인(法忍)으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인욕을 행함이 이와 같았다.

50
예전에 구심(拘深)이라는 나라가 있었는데, 왕의 이름은 억가달(抑迦達)이었다. 그 나라가 광대하고 인민이 번성하였으며, 나라를 다스리되 바름으로써 하여 백성을 괴롭히지 않았다.
왕에게 자식 두 사람이 있었으니 1남 1녀였다. 사내의 이름은 수달(須達)이요, 여자의 이름은 안사난(安闍難)인데, 품행이 단정하고 청정하니 왕이 매우 소중히 여겨 그들을 위하여 금 못을 만들었다.
두 아이가 들어가서 목욕하는데, 못 가운데 거북이 있었다. 거북의 이름은 금(金)이었고, 눈 하나가 멀었었다. 역시 이놈도 물에서 놀다가 두 아이의 몸에 닿았는데 아이들이 놀라서 크게 소리쳤다.
왕이 까닭을 물으니, 못 속에 무엇이 있는데 우리들을 건드려서 무섭게 한다고 대답하였다.
왕이 노하여서 말하였다.
“못은 아이들을 위하여서 만든 것인데 무엇이 들어가서 우리 아이들을 놀라게 하느냐?”
곧 그물을 쳐서 잡아 내라고 하였다. 귀신과 용이 기이하게 여겨 거북을 몰아 잡히게 하니, 그물장이[罟師]가 거북을 잡아 냈다.
왕이 어떻게 죽이는 것이 좋으냐고 하니, 여러 신하가 혹은 머리를 베라고 하였고, 혹은 산 채로 태우라고 하였고, 혹은 썰어서 국을 끓이자고 하였는데, 한 신하가 말하였다.
“그렇게 죽이는 것은 혹독한 것이 아닙니다. 오직 큰 바다에 던져야만 이것이 이른바 혹형입니다.”
거북이 웃으면서 말하였다.
“오직 그것이 혹독하다.”
왕이 시켜 강 가운데 던졌다.

거북이 환을 모면하고 기뻐서 용왕에게로 달려가서 자진하여 말하였다.
“인왕 억가달이 딸을 두었는데 단정하고 빛나고 화려하여 천녀에 견줄 만 합니다. 인왕의 마음이 경건하고 정성스러운데, 대왕께서 그 딸로써 사돈을 맺고자 합니다.”
용왕이 말하였다.
“너 그것이 진실이냐?”
“그러하옵니다.”
거북을 위하여 성찬을 갖추어 차리는데 다 보배 그릇으로써 하였다.
거북이 말하였다.
“빨리 어진 신하를 파견하여 상의하십시오. 저희 왕은 이 일을 확정하고자 하십니다.”
용이 어진 신하 열여섯 명을 보내어 거북을 따라서 인왕의 성 아래 해자[塹]에 이르렀다. 거북이 말하였다.
“그대들은 여기 있으라. 내가 가서 왕에게 말하리라.”
거북이 드디어 가더니 도망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열여섯 명의 신하들이 초조하고 답답하여 성에 들어가서 왕을 알현하였다.
왕이 말하였다.
“용들은 어찌 왔느냐?”
용들이 대답하였다.
“천왕께서는 어지신 은혜로 신들을 접견하시는군요. 왕께서 귀하신 따님으로써 저희 왕비를 삼고자 하시므로 용왕께서 신들을 보내셔서 맞이하러 왔나이다.”
왕이 노하였다.
“어찌 사람의 왕의 딸이 사룡(蛇龍)과 베필이 될 수 있겠느냐?”
용이 대답하였다.
“대왕께옵서 일부러 신구(神龜)를 보내셔서 대왕의 뜻을 전달하였기에 그래서 온 것이옵고, 신들이 공연히 온 것이 아니옵니다.”
왕이 허락하지 않았다.
모든 용들이 변화하여 궁중의 여러 가지 물건을 다 용이 되게 하여 왕의 앞뒤로 도니 왕이 무서워서 부르짖었고, 여러 신하들이 놀라 다 정전 아래 이르러서 까닭을 물었다.
왕이 그 사실을 자세히 설명하니 여러 신하들이 말하였다.
“어찌 한 딸 때문에 나라를 망치겠나이까?”

왕과 여러 신하들이 물에 다다라 딸을 보내니, 드디어 용의 왕비가 되어 남녀 두 사람을 낳았는데, 남자의 이름은 반달(槃達)이었다. 용왕이 죽으니, 아들이 그 위를 이어 왕이 되었으나 세속 영화의 더러움을 버리고 높은 수행을 배우고자 뜻하였다.
그 아내의 수가 만 명인데, 모두 찾아서 따라다녀 도피하여 깊이 숨었으나 그래도 면하지 못하였다.
드디어 육지에 올라가서 사리수(私梨樹) 밑에 몸을 숨기고 뱀의 몸으로 변화하여서 서리고 누웠다. 밤에는 밝은 등불이 출현하여 나무 밑에 수십 개나 있었고, 날마다 몇 가지 꽃이 쏟아져 내리니, 그 빛이 밝고 향기가 아름다워서 세상에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나라 사람 중에 용을 다루는 자가 있었는데 이름이 피도(陂圖)였다. 산에 들어가서 용을 구하여 구걸하는 데 쓰고자 하였다.
소 치는 아이를 보고 용이 있는지를 물으니 아이가 말하였다.
“제가 한 뱀이 이 나무 밑에 서리고 누운 것을 보았는데, 밤이면 나무 위에 수십 개의 등불이 빛나고, 꽃이 눈같이 쏟아지는데 밝은 빛과 아름다운 향기를 비유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몸으로 건드려 봐도 또한 해치고자 하는 마음이 없더이다.”
술사(術師)가 말하였다.
“좋다. 내 원대로 되었구나.”
곧 독약으로써 용의 치아에 바르니 치아가 다 빠졌고, 지팡이로써 치니 가죽이 상하고 뼈가 부러졌다.
술사가 머리에서 꼬리까지 손으로 만지니 그 아픔이 한량이 없었으나 용은 역시 원망하는 마음이 없이 스스로 숙세에 행한 것이 없어지지 않고 이러한 화를 가져온 것임을 탓하였다. 그리고 서원하였다.
“내가 부처가 되어 중생들을 제도하되 모두 안온하게 하여서 지금 나와 같은 일이 없도록 하리라.”

술사가 용을 잡아 작은 상자 속에 넣어서 지고 다니면서 구걸하는데, 이르는 나라마다 용으로 하여금 춤을 추게 하니, 모든 나라의 신하와 백성들이 그를 무서워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술사가 금은 각각 천 근과 노비 천 사람과 코끼리ㆍ말ㆍ소ㆍ수레와 여러 가지 가축을 각각 천 수로 달라고 하니, 이르는 나라마다 얻는 바가 다 그러하였다.
전전하여 용왕의 외조부의 나라에 들어갔다. 그 어머니와 용의 형제가 다 육지로 올라와서 그를 찾아다니다가 새로 화하여 왕궁에 내려앉았다.
마침 술사가 거기 이르렀다. 용왕이 다섯 머리로 화하여 나와서 춤을 추려고 하다가 그 어머니와 누이를 보고 부끄러워서 위축되어 가지고 다시 나와서 춤을 추지 않으니, 술사가 부르기를 대여섯 번 만에 용이 드디어 꺾이고 엎드렸다.
그 어머니가 다시 사람의 몸을 회복하여 왕과 서로 만나보고 그 본말을 진술하니, 왕과 신민들로서 슬퍼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왕이 술사를 죽이고자 하니 용이 간하였다.
“제가 숙세에 행하여 심은 바를 이제 마땅히 과보로 받는 것이오니, 죽이지 말으시와 뒤에 원수를 더함이 없게 하옵시고, 구하는 대로 베풀어 주옵소서. 넓은 자비가 이러하여야 부처님의 도를 얻을 수 있나이다.”
왕이 곧 다른 나라의 예에 준하여 좋아하는 바를 갖추어 모두 주었다.

술사가 이 중보(重寶)를 얻어 가지고 기뻐하면서 출국하다가 다른 나라에서 도적을 만나 몸은 난도질 당하여 젓 담겨졌고, 재물은 모두 빼앗겼다.
용의 모자가 왕과 결별하면서 말하였다.
“만약 대왕께서 저를 생각하고 이름을 부르시면 곧 오겠으니 상심하지마옵소서.”
왕과 신민이 물가에 다다라 전송하니, 온 나라가 모두 슬퍼하여 가슴을 치고 발을 구르지 않는 이가 없었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반달용왕은 나였고, 억가달 국왕은 아난이었으며, 어머니는 지금 나의 어머니였으며, 남동생은 사리불이었고, 여동생은 청련화 비구니이었으며, 용을 혹사하던 사람은 조달이었느니라.”
보살은 법인(法忍)으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인욕을 행함이 이와 같았다.

51
작왕경(雀王經)

예전에 보살의 몸이 공작의 왕이 되어서 인자한 마음으로 중생을 건지되 인자한 어머니보다 심하였고, 저들의 괴로움을 불쌍히 여겼으니, 그 마음이 부모와 자식이 헤어진 것과 같았다. 무리가 도를 받는 것을 보면 기뻐하기를 자기가 편안한 것과 같이 하였으며, 중생을 사랑하여 기르기를 자신의 상처를 보호하듯 하였다.
어떤 범이 짐승을 먹다가 뼈가 이빨에 버티어서 병들어 장차 죽게 되었다. 공작이 그렇게 된 것을 보고 마음 아파하면서 말하였다.
“모든 부처님께서 먹는 것이 화가 된다고 하셨다더니 과연 그렇다.”
범의 입에 들어가서 뼈를 쪼았다. 날마다 이렇게 하니, 공작의 입에는 상처가 나고 몸은 파리해졌다.
뼈가 나오니 범은 살아났다. 공작이 날아서 나무에 올라가 부처님의 경을 설하였다.
“죽임은 흉학한 짓이라 그 악이 더 클 수 없다. 만약 저가 나를 죽인다면 어찌 좋겠느냐? 마땅히 자신을 미루어 남을 헤아린다면 생명을 기르는 봄 하늘과 같은 어짊이 있게 될 것이다. 어짊이란 큰 사랑이라 복이 메아리처럼 응하여 오고, 흉악하여 중생을 잔해하면 화가 그림자 따라오듯 찾아오느니라. 너는 부디 내 말을 생각하여라.”
범이 공작의 훈계를 듣고 발끈 성을 내어 말하였다.
“네가 비로소 내 입을 떠나가지고 감히 말이 많으냐?”
공작이 그를 교화할 수 없음을 보고 딱하게 생각하면서 곧 날아가고 말았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공작의 왕은 나였고, 범은 조달이었느니라. 보살이 세세에 인자한 마음으로 중생을 건지는 것을 바쁜 일로 삼아서 마치 자기의 몸을 걱정하듯 하였다.”
보살은 법인(法忍)으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인욕을 행함이 이와 같았다.

52
지라국경(之裸國經)

예전에 보살이 형제 두 사람이 있었다. 각각 나라의 재물을 받아 함께 나체의 나라로 가면서 동생이 말하였다.
“대체로 복이 많은 자는 의식이 자연히 넉넉하지만 복이 엷은 자는 노력을 해야 됩니다. 이제 저 나체의 나라에는 부처님도 안 계시고 법도 없고 사문들도 없으니, 이를테면 사람이 없는 땅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가서 구부리고 우러르고 하면서 그 뜻을 취하자면 어찌 어렵지 않겠습니까? 나라에 들어가면 풍속을 따라서 진퇴를 그대로 하고 부드러운 마음으로 말은 공손히 하면서 밝음을 숨기고 어리석은 체하는 것이 보살의 생각인가 합니다.”
형이 말하였다.
“예절은 생략할 수 없고 덕은 물리칠 수 없거늘 어찌 벗은 몸으로 나의 옛 위의를 헐겠느냐?”
동생이 말하였다.
“옛 성인의 법에 몸은 죽어도 행은 죽지 않아야 계율의 떳떳함이라 하였습니다. 속은 금이 되고 겉은 구리가 되어서 위의를 놓고 시속을 좇으면 처음은 속이는 것이 되지만 뒤에는 감탄할 것이니, 이것은 큰 방편인가 합니다.”
드디어 거기까지 함께 가서 형이 말하였다.
“네가 이제 먼저 들어가서 그 형편을 보고 심부름꾼을 보네어 진실을 고하여라.”
동생이 응낙하였다. 한 열흘 만에 삼부름꾼이 돌아와서 형에게 고하였다.
“꼭 풍속을 따라야 합니다.”
형이 발끈해서 말하였다.
“사람의 도리를 놓고 짐승의 행동을 따르는 짓을 어찌 군자가 하겠느냐? 동생은 하더라도 나는 아니한다.”

그 나라의 풍속은 매달 그믐과 보름날 밤에는 항상 즐기는데, 마유고(麻油膏)를 머리에 바르고, 백토(白土)로 몸에 그림을 그리고, 여러 가지 뼈로 된 영락을 목에 걸고, 돌멩이 두 개를 서로 치면서 사내와 계집이 손을 잡고 흥청거리면서 노래하고 춤을 추는 것이었다.
보살이 따라서 하니 나라 사람들이 기뻐하였다.
왕이 사랑하고 백성이 존경하여 손님으로 대접하였으며 왕이 물건을 모두 사고 값을 열 배나 주었다.
형이 수레를 타고 나라에 들어와서 엄한 법을 말하여 곧 민심을 어겼다. 왕이 분노하고 백성은 거만하여 재물을 빼앗고 매질을 하는 것을 동생이 사정하여 놓아 주었다. 함께 본국으로 돌아오는데 동생을 전송하는 자는 길을 메웠고, 형을 욕하는 자는 귀가 시끄러웠다.
형이 부끄럽고 노여워서 말하였다.
“저것들이 너와는 어찌하여 친하고 나와는 어찌하여 원수며, 네게는 주는데 내게서는 빼앗으니 어찌 네가 모략한 것이 아니겠느냐?”
동생을 띠로 결박하면서 말하였다.
“이 뒤로는 세세에 혹독하게 하여 끝까지 너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보살이 슬퍼서 눈물을 흘리면서 맹세하였다.
“나로 하여금 세세에 부처님을 만나고 법을 배우고 사문을 받들며, 4은(恩)으로 널리 덮어 윤택하게 중생을 구제하며, 형을 몸과 같이 받들게 하소서. 이 맹세를 어기지 않겠나이다.”
이런 뒤로 형이 동생을 억눌러도 동생은 항상 형을 구제하였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동생은 나였고, 형은 조달이었느니라.”
보살은 법인(法忍)으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인욕을 행함이 이와 같았다.

53
육년수기필죄경(六年守飢畢罪經)

예전에 보살이 큰 나라의 왕이 되어서 3존께 귀의하고 10선(善)을 갖추어 받드니, 덕이 원근에 미쳐 그 덕화의 바람을 받지 않는 이가 없었다.
군사와 무기를 쓰지 않았고 감옥이 없었으며, 바람과 비가 제때에 오니 나라가 풍족하고 백성들이 부유하였으며, 사방이 편안하여 거리에 원성이 없었다. 화사하고 거짓된 소인의 글은 온 나라가 입에 담지 않았고, 6바라밀의 참된 교화를 사람마다 외우지 않음이 없었다.
그때 어떤 바라문이 지조를 청정하게 지켜 한가롭게 산림에 살면서 세속을 좋아하지 않고 오직 덕을 쌓기에만 힘썼다. 밤에 목이 말라서 가서 마신 것이 잘못하여 나라 사람이 연꽃을 심어 놓은 연못의 물이었다.
마시고 나서 깨닫고 말하였다.
“저 주인이 이 못을 사서 꽃은 부처님 사당에 바치고 물과 과실은 자기가 쓰려고 한 것인데, 내가 그 물을 마시면서 그 주인에게 말하지 않았으니, 이는 곧 도둑질을 한 것이다.
대체로 도둑의 죄는 먼저 태산지옥에 들어갔다가 다음엔 축생이 되어서 도살되어 저자에 팔림으로써 묵은 빚을 갚아야 한다. 그 뒤에 다행히 사람이 되어도 마땅히 노비가 되는 것이니, 내가 일찌감치 지금에 그 죄를 끝내어서 후환을 남기지 않으리라.”

대궐에 나아가서 자백하여 말하였다.
“제가 도둑죄를 범하였으니 대왕께옵서 법으로 다스려서 죄를 지금에 마치도록, 그리하여 뒤에 근심이 없도록 하여 주소서.”
왕이 말하였다.
“그것은 자연의 물이라 보배로운 물건이 아니거늘 어찌 죄가 있느냐?”
“대체로 집을 사면 곧 그 우물을 소유하고 밭을 차지하면 그 풀도 아끼는 것이어서 우물을 긷고 꼴을 베는 데는 주인에게 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온데, 제가 이제 말하지 않고 마셨으니 어찌 도둑이 아니옵니까? 원컨대 대왕께옵서는 처벌하여 주소서.”
왕이 말하였다.
“국사가 많으니 잠시 정원에 앉아 있으라.”
태자가 정원 속으로 깊이 들어가서 있도록 하였다.

왕이 일이 바빠서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다가 6일 만에야 깨닫고 말하였다.
“바라문이 그대로 있느냐?”
그리고는 빨리 불러오게 하였다.
바라문이 계를 지키면서 6일 동안 굶주리다가 앞에 가서 서는데 몸이 수척하여서 일어나다가 비틀거리니, 왕이 보고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내 허물이 중하도다.”
왕후는 곁에 있다가 웃었다.
왕이 사람을 시켜서 바라문에게 목욕을 시키고 성찬을 갖추어서 몸소 공양하면서 머리를 조아리고 사과하였다.
“내가 임금이 되어서 백성이 굶으면 나도 굶어야 하고, 추우면 곧 홑옷으로 지내야 하거늘 어찌 하물며 도를 품고 덕을 베푸는 선비이리까? 온 나라의 착한 선비의 복은 행이 높은 현자 한 사람의 덕만 못할 것입니다. 나라가 태평하고 백성이 편안하며, 사시(四時)가 순조롭고 곡식이 풍성하게 되는 것이 계행의 덕이 아니면 누구의 힘이겠습니까?”
도사에게 말하였다.
“주인에게 말하지 않고 물을 마신 죄도 이와 같거늘 어찌 하물며 참도둑에게 중한 죄가 없겠습니까. 이것으로써 그대를 용서하니 반드시 뒤에는 환이 없을 겁니다.”
바라문이 말하였다.
“대왕의 넓은 덕을 입어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이런 뒤로 생사에 윤회하여 끝이 없었다. 부처가 됨에 이르러서 6년을 먹지 않음으로써 죄를 마치고 도를 이루었으며, 구이가 스스로 몸을 풀어서 라운(羅云)이 태어났다. 태자가 나라를 버리고 산림에서 근행(勤行)하니 사견(邪見)의 무리들이 모두 미쳤다고 하면서 비방하는 소리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태자가 듣고도 이 욕된 비방을 참고 뒤에 자비로써 제도하니, 복이 높아지고 도가 이루어져서 모든 하늘이 구름처럼 모이고 머리를 조아려 교화를 받았으며, 제왕과 신민들이 귀의하지 않음이 없었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왕은 나였고 부인은 구이였으며, 태자는 라운(羅云)이었느니라. 대체로 악에는 화가 따르고 덕에는 복이 돌아가는 것이니 삼가지 않을 수 있겠느냐? 왕이 도사를 잊고 6일을 굶게 하였으므로 6년 동안 죄를 받아서 굶다가 겨우 굶주림을 없앴다. 6일 뒤에 왕이 몸소 공양했기 때문에 6년의 재앙을 마치고 도를 이룬 것이니라. 구이는 웃었으므로 이제 라후라를 배었으나, 6년 동안 중병을 치렀다. 태자는 바라문으로 하여금 깊이 동산 안에 처하게 하였으므로 6년 동안 어둠 속에 있었던 것이니라. 어리석은 자는 거듭 어두워서 나아갈 바를 알지 못하고, 악한 마음으로 부처님과 사문을 대한다. 바라문으로 손이 끊기고 혀가 잘리더라도 이것은 한세상의 고통뿐이지만, 망령되이 손으로 때리고 허황하게 입으로 비방한 죄는 죽어서 태산지옥에 들어가서 지옥의 귀신이 그 혀를 빼어 내어 뜨거운 모래 위에 놓고 소로써 그 위를 갈며 또 불에 달군 못으로 그 오체를 못박는데 죽으려고 하여도 죽지도 못하나니, 앙화가 이러한지라 순리로 행하여 삿됨이 없이 할지니라.”
보살은 법인(法忍)으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인욕을 행함이 이와 같았다.

54
석가필죄경(釋家畢罪經)

예전에 보살이 계율을 지키고 행을 청정히 하여 공을 쌓고 덕을 쌓아서 드디어 여래ㆍ무소착ㆍ정진도ㆍ최정각이 되시어 사위국에 노닐면서 계셨다.
하늘ㆍ용ㆍ귀신ㆍ제왕ㆍ신민들로서 귀의하지 않는 이가 없었고, 고혹의 도[蠱道]와 사특한 술법은 부처님의 밝고 높은 법을 만나니, 마치 밝은 해가 떠오르자 반딧불이 숨어 버리는 것과 같았다. 탐욕과 질투가 일어나면 몸을 망치는 불을 보지 못한다.
사특한 무리들이 모략을 꾸미고 호수(好首)라는 여제자(女弟子)에게 권하여 부처님을 헐뜯게 하니 진실을 자세히 모르는 나라 사람이 심각한 태도로 의심하고 모든 사문들을 의심하였으며, 왕도 또한 괴이하게 여겼으나, 고혹의 도가 탐하고 혼탁하여 재물을 다투고 서로 고소하니 탁한 것이 드러나면서 화가 돌아가서 즉시에 폐해졌고 바르고 참된 것이 밝게 드러나매 천상과 인간에서 선함을 찬탄하였다.
왕이 정사(精舍)에 나아가서 머리를 조아리고 허물을 뉘우쳤다. 이로 말미암아 왕은 부끄러운 마음이 있었는데, 중매를 통하여 말하였다.
“부처님의 누이동생을 맞이하여 혼인의 굳음을 맺음으로써 석씨 가문과의 원한을 끊을까 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집을 버리고 사문이 되어서 세속의 일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혼인에 대한 것은 부왕께 의논 하십시오.”
이에 사자를 보내어서 경의를 표하고 결친(結親)하자는 말을 하니, 모든 석씨들이 허락하지 않았다.
왕이 말하였다.
“부처님이 그 나라에 처하여 그로 말미암아서 왕래하고 있다. 밝은 자는 원수를 없이 하고 어리석은 자는 원수를 두나니, 딸은 나의 천첩의 자식인 것을 어찌 구태여 원한을 불러오랴.”
왕이 좋다고 허락하였다. 드디어 혼인을 이루었고, 아들을 두었는데, 한 번 외삼촌들을 보고 싶다고 하여 석씨의 나라에 갔었다.

그 때는 마침 부처님께서 돌아오셔서 모든 석씨에게 교화를 여는 계제였다. 모든 석씨들이 기뻐서 부처님의 정사를 짓는데, 땅을 석 자를 파고 전단향으로써 채우고 나라의 여러 보배를 거둬서 부처님 정사를 만드니, 빛나고 눈부신 것이 천궁(天宮)과 같았다. 소문이 이웃 나라에 들리니 모두들 뛰어왔다.
부처님께서 아직 앉지도 않으셨는데, 저 서자인 외손이 들어가서 보고 말하였다.
“이 정사의 교묘함과 여러 가지 진귀한 보배의 묘함은 오직 천제의 궁이라야 필적할 만하겠다.”
그리고는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오시기 전에 내가 한 번 앉아 보았으면 죽어도 한이 없겠다.”
서자가 총애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이름은 두가마(頭佉摩)인데, 말하였다.
“하늘이 준 기회를 어찌 또한 잃으랴.”
곧 자리에 올라가 앉으니, 석씨의 큰 선비들이 큰 소리로 꾸짖었다.
“부처님의 높은 자리는 천제도 못 앉는 법인데 어찌 계집종의 자식이 감히 자리에 올라가느냐?”
자리를 찢어 버리고 다시 만드니 서자가 나와서 그 친구에게 말하였다.
“이 욕이 더할 수 없다. 만약 내가 왕만 되어 보라. 너도 이것을 잊지 말아라.”
친구도 말하였다.
“그러자.”
돌아가서 그 어머니에게 태자가 되고 싶다고 졸랐다.
어머니가 요망스럽고 고혹적인 수단으로써 아들의 원대로 청하니 왕이 말하였다.
“자고로 듣지 못한 일이다. 미친 소리를 하여 스스로 부끄러움을 불러오지 말라.”
그러나 요망스럽고 고혹적인 것이 안에 있고 아첨하는 간신이 교묘하게 말하니, 드디어 두 태자를 세워서 백성을 나누어 다스리게 되었다.

대왕이 죽으니, 자리는 두 나라로 갈라졌고, 백성들은 기뻐하는 바를 따르니, 인(仁)과 흉(兇)이 무리를 나누어 어진 편은 형을 받들었고, 흉악한 측은 동생에게로 달려갔다.
동생의 나라에서는 친구가 상국이 되어 가지고 방패와 창을 수선하고 여러 가지 군비(軍備)를 단단히 하고 나서 옛 일로써 아뢰니, 왕이 좋다고 하고, 곧 큰 장수와 무사들을 거느리고 진군하여 나가다가 부처님께서 길가에 반은 마른 나무 밑에 앉아 계신 것을 보고, 왕이 나아가서 머리를 조아리고 아뢰었다.
“부처님께옵서 싱싱하게 산 나무 그늘에 앉지 않으시고 반이나 죽은 나무 밑에 앉으셨으니, 무슨 까닭이십니까?”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이 나무의 이름은 석(釋)인데 내가 그 이름을 사랑합니다. 어진 도로써 그 어려움을 구제하고 그 마른 것을 적셔서 그를 살리려는 것입니다.”
왕이 송구하고 속으로 부끄러워서 아뢰었다.
“부처님의 인자하심이 넓고 넓어서 혜택이 초목에까지 미치시오니, 어찌 하물며 사람이오리까?”
군사를 돌이켰다.

상국이 천문을 우러러 살펴보니 석씨가 숙세의 복이 다하고 화가 일어난지라, 다시 왕에게 말하여 또 출군하여 석씨의 성 수 리 밖에 이르렀는데, 성 안에서 활과 쇠뇌를 쏘는 소리가 풍우와 같고 이쪽의 기치와 일산대가 부러지고 갑옷이 찢어지고 군사와 말이 어지럽게 뛰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으므로 왕은 또 돌아갔다.
석씨들이 부처님께 이뢰었다.
“도적을 어떻게 막아야 하옵니까?”
“관문을 굳게 하고 참교(塹橋)를 폐하라.”
왕이 또 출군하니 목련이 아뢰었다.
“제가 나한의 위신으로써 화현으로 천망(天網)을 만들어서 성을 덮어 40리에 달한다면 왕이 석씨들을 어떻게 하겠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죄를 어떻게 할 수 없느니라.”
또 아뢰었다.
“다른 국토로 옮기면 어떠하오리까?”
“죄를 어떻게 할 수 없느니라.”
목련이 아뢰었다.
“제가 능히 형체가 있는 것은 막는다 하더라도 형체가 없는 죄는 어찌할 수 없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악을 심어서 화가 생기는 것을 누가 능히 막겠느냐? 석씨의 한 어린이를 내 발우 밑에 보호하여 두어라. 그 실제를 증험하리라.”
목련이 명하신 대로 하였다.

석씨의 모든 나이 많은 이들이 부처님의 가르침과 같이 문을 지키는데 마군[魔]이 노덕(老德)으로 화하여서 모든 석씨들을 꾸짖었다.
“저편 왕이 길을 빌어서 갈 데가 있는 것이다. 그대들이 저를 거절한다면 장차 후환이 더할 터인데, 불제자의 행동이 그럴 수가 있느냐?”
마군이 힘을 떨쳐서 자물쇠를 빼어 문을 미니 군사가 들어오는데, 마치 못 둑이 터져서 물이 용솟음치는 것과 같았다.
석마남(釋摩南)이 대장군이 되었는데 저쪽 왕의 선왕(先王)과 같은 스승 밑에서 배웠고, 생사를 맹세한 친구 사이였다. 저쪽 왕에게 말하였다.
“그대의 사나운 군사들을 한 식경만 멈추어 주면 성 안의 사람들을 내보내어 목숨을 건지도록 하리라.”
왕이 좋다고 하였다.
대장군이 물가에서 부처님 계신 데를 향하여 머리를 조아리고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나의 이 미천한 목숨으로써 저 소인에게 청하였습니다. 원컨대 시방의 여러 중생들로 하여금 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고 자기의 마음을 미루어 중생을 건지며, 덕이 하늘땅에 합하고, 이리와 뱀 같은 독으로 중생을 해치는 이런 무도한 왕과 같은 이가 없게 하소서.”
물에 들어가서 머리털을 나무 뿌리에 감으니 조금 있다가 목숨이 끊어졌다. 왕이 보낸 사자가 와서 보고는 돌아가서 사실대로 말하였다.
군사가 들어가서 땅을 파고 석씨 사람들을 반 토막만 묻고는 재목을 가로로 놓고 코끼리로 끌게 해서 쓸어 파서 죽거나 혹 말이 짓밟거나 혹 군사가 칼로 찌르거나 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때 머리가 아팠는데, 그 아픈 것이 말할 수 없었다. 범왕ㆍ제석ㆍ사대천왕이 모두 합장하고 모시면서 마음 아파하였다.
석씨 사람들이 스스로 3존께 귀의하는 자, 경을 외우는 자, 자비심을 일으키는 자가 있었다.
석씨에게 세 성(城)이 있었는데, 정벌이 끝이 안 났으나 왕이 석마남이 제 몸을 죽여 여러 목숨을 청한 것을 생각하고 슬퍼하여 회군하면서 사자를 부처님께 보내어서 공손히 아뢰었다.
“군사들이 피로하여 나라로 돌아가서 군사를 쉬겠나이다. 다른 날 예의를 갖추어서 발 아래에 머리를 조아리겠나이다.”
부처님께서 왕에게 몸을 조심하라는 인사를 전하였다.
사자가 물러가는 것을 부처님께서 유심히 보시니 아난이 법복을 정제하고 머리를 조아려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헛되이 보시지 않는데, 그 연유가 반드시 있는가 하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석씨의 죄는 끝나고 왕의 죄가 일어나고 있다. 앞으로 7일 후에 태산귀(太山鬼)가 불로써 왕과 왕의 신민을 불태우는데 왕의 죄를 구제하기 어려움이 마치 석씨의 재앙을 막기 어려웠던 것과 같으리라.”
그리고는 아난으로 하여금 발우를 들게 하고 보니, 발우 밑에 보호되었던 사람이 역시 죽어 있었다.

부처님께서 모든 사문들을 거느리시고 바라문의 강당에 이르시는 길에 모든 석씨들이 죽은 곳을 지나는데 혹은 이미 죽었고, 혹은 팔과 엉덩이와 정강이가 부러져서 부처님께서 오시는 것을 보고 혹은 제 뺨을 치면서 신음하여 말하였다.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법에 귀의합니다. 성중(聖衆)께 귀의합니다. 원컨대 시방의 중생들이 모두 길이 편안함을 얻어서 우리들과 같은 이가 없게 되어지이다.”
그때 저절로 상이 땅에서 솟아 나왔는데 그 땅에 빈틈이 없었다. 거기에 사문들이 다 앉으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왕의 도리에 어긋난 죄가 넓고 넓으니라.”
또 사문들에게 물으셨다.
“혹 도살하고 사냥하고. 고기잡고 하는 자가 비행황제(飛行皇帝)가 되는 것을 보았느냐?”
“못 보았나이다.”
“훌륭하다. 나도 또한 보지 못하였노라. 이것은 저 뭇 중생들에게 보시하는 4등심(等心)이 없기 때문이다.”

왕이 호숫가에 거닐고 무리들은 물에 들어가 목욕하더니, 신이 화하여 독충이 되어 가지고 그 군사의 무리를 쏘았다. 독이 돌아서 몸이 검어지고 혹은 물 속에서 죽는 자, 혹은 백 보에서 죽거나, 혹은 1리를 나가다가 죽는 자가 속출하였다.
또 반쯤 나라에 들어갔을 때 흉귀(兇鬼)가 구름처럼 궁중에 모여들어 밤중에 사람의 소리가 나고 물건이 우니,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의지하면서 말하였다.
“내일 아침까지 살 것인가?”
해와 달이 어두워지고, 성수(星宿)가 법도를 잃고, 괴이한 일이 잇달아 일어나니 왕을 원망하지 않음이 없었다.
왕이 부처님께서 화변(火變)의 이상을 경계하셨다는 것을 듣고 속이 끓고 타서 사자를 보내어 그 일을 여쭈매 부처님께서 위와 같이 말씀하시니, 사신이 돌아가서 자세히 보고하였다.
나라가 흔들려 기와가 무너지니 왕이 여러 신하들을 모아 의논하였다. 혹은 산을 말하고 혹은 물을 말하다가 드디어 배를 타고 바다로 들어가니, 강하고 부한 자는 따라갈 수 있었고, 가난하고 약한 자는 나라에 남았다.
왕과 내궁인(內宮人)들이 배에 올라 옷을 올리고, 불을 바라보고서 옷을 풀고 양수주(陽燧珠)를 벗겨 옷 위에 놓았다. 그날 구름이 일어 흐리고 음산하더니 풍우가 사나워지면서 닻줄이 끊어지고 배가 표류하니, 신민들이 모두 말하였다.
“이 나쁜 왕이 흉악한 짓을 해서 이런 재앙이 온 것이다.”
한낮이 된 때에 해가 나면서 양수주에 쪼이더니 양수주가 불로 화하여서 왕의 배부터 태웠고, 태산 귀신과 구름이 모이더니 벼락을 치면서 산 채로 온통 태산지옥으로 몰아넣었다. 언덕에 남아 있던 자들만 약간 무섭기는 했으나 온전하였다.

부처님께서 이날 자심정(慈心定)에 드시니 모든 사문들이 아난에게 물었다.
“부처님께서 나오지 않으시는가?”
대답하였다.
“한 나라가 크게 죽으니 부처님께서 자심정에 드셔 아니 나오신다.”
부처님께서 다음날 새벽에 나오시니 모든 사문들이 땅에 머리를 조아리고, 제석ㆍ범천ㆍ사왕[四天王]과 모든 용ㆍ귀신ㆍ제왕ㆍ신민들이 역시 머리를 조아리고 자리에 나아갔다.
아난이 옷을 정제하고 두 나라의 화변의 근원을 묻고 말하였다.
“원컨대 대중의 의심을 풀어 주시와 중생들로 하여금 화와 복의 말미암은 바를 알게 하옵소서.”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예전에 세 나라가 있어서 이웃하여 왕이 되었더니라. 그 때는 부처님께서 세상을 떠나신 지 오래여서 경전을 닦지 않았었다. 보살이 처한 나라에 호수와 못이 있어서 고기를 수없이 잡으니, 가까운 나라에서 듣고 기뻐하여 재물을 가지고 와서 사가니, 고기가 다 없어지고 참혹한 일이 돌아왔다. 먼 데 나라는 알지 못하였고, 따라서 살 마음도 없었더니라. 고기를 잡은 나라는 지금 죽은 석씨 3억 인이 이들이고, 또 한 나라, 기뻐서 고기를 사간 나라는 지금 온 성 안 사람들로서 무서워하고 재물을 없앤 이들이며, 먼 나라여서 고기 얻은 것을 듣지 못한 나라는 지금 온 성 안 사람들로서 왕이 온 것을 알지 못한 자들이니라. 내가 그때 고기의 머리를 부수는 것을 보고 ‘좋다’고 실언을 했더니, 이제 이미 부처가 되어 삼계의 어른이로되, 오히려 머리가 아픈 것을 면하지 못하거늘 어찌 하물며 범부 서민이겠느냐.
모든 제자들아, 네 마음을 바르게 하고 덕과 은혜를 일으켜서 중생을 편안하게 하라. 자기를 미루어 남을 제도하여 삼가 살생을 하거나, 남의 재물을 도둑질하거나, 아내가 아닌데 간음하거나, 이간하는 말ㆍ사나운 욕설ㆍ거짓말ㆍ꾸미는 말을 하거나, 질투하거나, 성내고 어리석거나, 3존을 비방하거나 하지 말라. 화의 큰 것이 10악보다 더함이 없고, 복과 영화의 높은 것이 오직 10선에 있느니라. 다른 것을 죽이는 것이 자신을 죽이는 것이요, 다른 것을 살리는 것이 자신을 살리는 것이니라.
마음으로 악을 생각하고 입으로 악을 말하고 몸으로 악을 행함을 채찍하는 것은 힘써 마음으로 도를 생각하고 입으로 도를 말하고 몸으로 도를 행함만 못하느니라.
선을 베풀면 복이 오고, 악을 하면 화가 오는 것이 마치 메아리가 소리에 응하고, 그림자가 형체를 쫓는 것과 같나니, 이러한 변을 본 자는 삼가 봄 하늘과 같은 어짊을 어기고 승냥이와 이리의 사나움을 높이지 말지니라.”

부처님께서 경을 설하여 마치시니, 4부 제자와 하늘ㆍ용ㆍ귀신들이 다 크게 환희하여 머리를 조아리고 갔다.

육도집경 제6권

오 강거국 사문 강승회한역

4. 정진도무극장(精進度無極章)[여기에 19장이 있음]

정진도무극(精進度無極)이란 어떠한 것인가?
정력(精力)을 도의 깊은 데 두고 나아가매 게으름이 없어 눕거나 앉거나 행보하거나 숨을 쉬거나 그만두지 않는다. 그 눈은 마치 모든 부처님의 신령스러운 상의 변화가 항상 자기 앞에 서 있다고 보고, 그 귀는 소리를 듣되 항상 바르고 참된 것으로 가르치시는 덕음(德音)을 들으며, 코는 도의 향기를 맡고, 입은 도의 말을 하며, 손은 도의 일을 하고, 발은 도의 당(堂)을 밟아서 숨쉬는 짧은 동안에도 이 뜻을 폐하지 않는 것이다.
불쌍한 중생들은 긴 밤을 끓는 바다에서 거슬러 흐르고 바퀴처럼 굴러서 독이 더해지더라도 구원이 없다. 보살은 이를 근심하는 것이 마치 지극한 효자가 어버이를 잃는 것과 같이 하느니라.
대저 중생을 건지는 길이, 앞에 끓는 물과 타는 불의 어려움과 칼과 독의 해가 있더라도 몸을 던져서 목숨을 아끼지 않고 기쁘게 여러 어려움을 건져야 하며, 그 뜻은 6도(道)의 중생들이 고통을 벗어나 영화(榮華)를 얻는 데에 있다.

55
예전에 보살이 범속한 사람이 되었었다. 그는 부처님의 명호(名號)와 상호(相好)와 도력과 공덕이 높고 높아서 모든 하늘이 함께 귀의하였으며, 그 높음을 본받아 행하는 자는 여러 가지 괴로움이 모두 없어진다는 것을 들었다.
보살이 이에 생각을 두고 항상 슬퍼하면서 말하였다.
“내가 천사(天師)를 만나서 경전을 익혀 외우고 행실을 바로잡음으로써 부처가 되어서 중생의 병을 낫게 하고 본래의 청정함으로 돌아가게 하리라.”
그때 부처님께서 세상을 떠나시고 비구들이 없어서 법을 받아 들을 수가 없더니, 이웃에 어떤 한 범부가 그 성질이 탐욕하고 잔학한데, 보살의 정진의 뜻이 날카로움을 보고 말하였다.
“내가 부처님의 3계(戒) 한 글귀를 아는데 그대가 받고자 하는가?”
보살이 듣고 그 기쁨이 한량없어 발밑에 머리를 조아리고 땅에 엎드려서 가르침을 청하니, 게송을 아는 자가 말하였다.
“이것은 위없는 바르고 참된, 최정각ㆍ도법어ㆍ천인사의 요긴한 가르침인데 그대가 그냥 듣고자 하니 어찌 그럴 수가 있는가?”
“법을 청하여 묻는 데는 그 예의가 어떠해야 합니까?”
“그대가 정말로 간절한 정성이 있을진대 몸의 털구멍 하나에 바늘 한 개씩을 찔러서 피가 흐르고 몸이 아파도 후회하지 않아야 높은 가르침을 들을 수 있으리라.”
“부처님의 법문을 듣기만 하면 죽어도 기뻐할 터인데 어찌 하물며 몸을 찌르는 정도에 그치고, 사는 것이겠습니까?”
곧 바늘을 펴서 몸을 찌르니 피가 샘처럼 흘렀으나 보살이 법을 듣는다는 것만 기뻐서 아픔이 없는 정(定)을 얻었다.

제석이 보살의 뜻이 날카로움을 보고 감격하여서 변화의 힘으로 온몸의 한 털구멍에 바늘 한 개씩 꼽히게 하니, 그 사람이 보고 그의 뜻이 높음을 알고 곧 가르쳤다.
“입을 지키고, 뜻을 거두어 잡고, 몸으로 악을 범함이 없이 하라. 이 세 가지 행을 제거하여야 어짊을 얻어 도무극에 이를 것이니, 이것이 모든 여래ㆍ무소착ㆍ정진존ㆍ최정각께서 경계하신 참된 말씀이니라.”
보살이 계를 듣고 기뻐서 머리를 조아리면서 몸을 보니 몸에 바늘이 깨끗이 없어졌고, 얼굴빛이 혁혁히 빛나고 기력이 전보다 나았으며, 하늘ㆍ사람ㆍ귀신ㆍ용들이 덕을 찬탄하지 않음이 없었다. 뜻이 나아가고 행이 높아져서 실천하고 가르침이 서로 인이 되어 드디어 부처가 되어 중생을 건졌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에게 게송을 준 자는 지금의 조달이었느니라. 조달이 비록 먼저 부처의 게송을 알았으나 마치 소경이 촛불을 잡은 것과 같아서 남을 밝혀 줄 수는 있으되 자신은 밝히지 못하였으니, 자기에게 무슨 이익이 있겠느냐?”
보살이 예지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銳志度無極], 정진함이 이와 같았다.

56
예전에 보살이 원숭이의 왕이 되어 5백의 원숭이를 데리고 유희하였다.
그때 마르고 가물어서 여러 가지 과실이 넉넉하지 않았다. 국왕이 살고 있는 성은 산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고, 그 사이를 작은 강이 흐르고 있었다. 원숭이의 왕이 그 무리들을 거느리고 왕실의 동산에 들어가서 과실을 먹으니 동산 지기가 위에 알렸다. 왕이 물샐 틈 없이 지켜 도망하지 못하게 하라고 명령하였다.
원숭이의 왕이 알고 슬퍼서 말하였다.
“내가 무리의 어른이 되었으니 무리들의 화와 복이 내게 달렸는데, 과실을 탐하여 목숨을 건지려다가 도리어 무리들을 그르쳤도다.”
그 무리들에게 흩어져 칡을 구해 오라고 신칙하였다. 무리들이 칡을 구해 가지고 돌아와 그것을 이어서 그 한 끝을 큰 나뭇가지에 매고, 또 한 끝은 원숭이의 왕 자신의 허리에 매고 나무에 올라가서 몸을 던져 저쪽 나뭇가지를 휘어잡았으나, 칡이 짧았기 때문에 몸뚱이가 늘어져 매달려 있었다.
그 무리들에게 재촉하여 빨리 칡을 타고 건너가게 하였다. 무리들이 다 지나가자 두 겨드랑이가 찢어지면서 물가 언덕에 떨어져서 기절했다가 깨어났다.

국왕이 새벽에 나와서 순시하다가 큰 원숭이를 잡으니 그것이 사람의 말을 하였다. 머리를 조아리고 스스로 진술하였다.
“야생의 짐승이 삶을 탐하여 산택에 의지하여 국가에 살고 있었는데 때마침 가물어서 먹을 것이 없어 나라의 동산을 침범하였습니다. 이 죄는 나에게 있사오니 그 나머지는 용서하여 주옵소서. 벌레 같은 몸뚱이의 썩어질 살은 태관에게 바치면 하루 아침의 반찬거리는 될 것입니다.”
왕이 우러르면서 탄식하였다.
“짐승의 우두머리도 몸을 죽여서 무리들을 건지는 옛 성현의 넓은 어짊이 있거늘 나는 사람의 임금으로서 어찌 능히 이만도 못하냐?”
눈물을 뿌리면서 명령하여 그 묶은 것을 풀고 안전한 땅에 놓아 주었다. 그리고 온 나라에 신칙하여 원숭이가 먹는 것을 내버려 둘 것과 만약 원숭이를 침범하는 자가 있으면 도적과 같은 죄로 다스리겠다고 하였다.
돌아가서 황후에게 그 어짊을 이야기하며 말하였다.
“옛 성현의 행함도 이와 같지는 못할 것이오. 나의 어짊이 실오라기나 털끝만한 것이라면 저의 어짊은 곤륜산보다도 더 클 것이오.”
황후가 말하였다.
“훌륭하고 기특한 짐승이옵니다. 대왕께옵서는 마땅히 그로 하여금 마음대로 먹게 하고 백성들에게 해치지 못하게 하옵소서.”
왕이 말하였다.
“내가 이미 그렇게 명령을 하였소.”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원숭이의 왕은 나였고, 국왕은 아난이었으며, 5백의 원숭이는 지금의 5백 명 비구였느니라.”
보살이 예지(銳志)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정진을 행함이 이와 같았다.

57
예전에 보살이 사슴이 되었다. 힘이 무리보다 뛰어났고 인자함이 널리 덮여서 뭇 사슴이 사모하고 따랐다.
동산 가까운 데서 놀더니 목동이 알려서 왕이 군사들을 이끌고 포위하여 들어가면서 그물을 쳤다.
사슴의 왕이 알고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너희들이 이런 액난을 당하는 것이 그 허물이 내게 있다. 내가 장차 목숨을 바쳐서 너희들을 건지리라.”
그물로 가서 앞의 두 발로 내리고는 말하였다.
“나를 딛고 뛰어오르면 너희들은 온전할 수 있으리라.”
뭇 사슴이 그렇게 해서 다 모면하였는데 사슴의 왕은 몸뚱이의 살이 찢어지고 떨어져 나가고 해서 피가 샘물 솟듯 하면서 땅에 쓰러져서 겨우 숨만 할딱거렸다. 그 아픔이 말할 수 없었다.
뭇 사슴이 울부짖으면서 빙빙 돌고 가지 않았다.

사람의 왕이 그 사슴의 몸이 참혹하게 절단나서 피가 흘러 땅을 물들인 것을 보고 다른 사슴의 무리는 볼 것도 없이 물었다.
“이것은 어찌 된 것이냐?”
사슴의 왕이 대답하였다.
“지조를 잡음이 착하지 못하여서 짐승의 목숨을 받았사오며, 좋은 풀을 찾아다니면서 미미한 목숨을 보전하옵더니, 이제 국경을 침범하온 죄가 더욱 무겁습니다. 몸뚱이의 살점은 비록 다 떨어져 나갔사오나 두 허벅다리와 오장은 완전한 채로 남았사오니, 원컨대 태관에게 하루 아침의 반찬으로 바치겠나이다.”
왕이 거듭 물었다.
“네가 어찌하여 이 꼴이 되었느냐?”
사슴의 왕이 그 사실의 본말을 진술하니, 그 왕이 측은하여서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네가 짐승으로서 하늘땅과 같이 넓은 어짊을 품고 목숨을 바쳐서 무리들을 건지는데, 나는 사람의 임금으로서 구차하게 탐욕스럽고 죽이기를 좋아하여 하늘이 낳은 바를 잔해하였도다.”
곧 엄중한 명령을 선포하여 백성들에게 신칙하였다.
“이제부터 사냥을 금하고 사슴의 고기를 먹지 말라.”
그물을 찢어 버리고 사슴을 들어서 평지에 편안히 놓으니, 뭇 사슴들이 그 왕을 보고 하늘을 우러르며 슬피 울부짖다가 각각 나아가서 상처를 핥았고, 한편 퍼져서 약을 구해다가 씹어서 발라 주니, 사람의 왕이 보고 거듭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임금은 자식을 사랑하듯 그 무리를 기르고, 무리는 어버이의 은혜처럼 그 임금을 사모한다면 임금이 된 도리가 어질다고 않겠느냐?”
이로부터 살생을 끊고 어짊을 숭상하니 하늘도 곧 도왔으며, 나라가 풍족하고 백성이 화평하니 원근간에 어짊을 일컬었고, 백성들이 물이 흘러들 듯 귀순하여 왔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사슴의 왕은 나였고, 5백의 사슴은 지금 5백 명 비구들이며, 사람의 왕은 아난이었느니라.”
보살이 예지(銳志)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정진함이 이와 같았다.

58
예전에 보살이 사슴의 왕이 되었으니 이름은 수범(修凡)이었다. 몸의 털빛이 아홉 가지 빛이어서 세상에서 보기 희유한 것이었다. 강변에서 놀다가 물에 빠진 사람이 있어 하늘을 부르면서 구해 달라고 애원하니, 사슴이 불쌍히 생각하고 말하였다.
“사람의 목숨을 얻기란 어려운데 죽음을 당한단 말이냐? 내가 차라리 위험을 무릅쓰고 저 사람을 건지리라.”
곧 헤엄쳐 나아가서 말하였다.
“그대는 무서워 말고 내 뿔을 잡고 내 등에 타라. 내가 건져 주리라.”
사람이 곧 그와 같이 하였다.
사슴이 사람을 건져 내고는 지쳐서 숨이 거의 끊어져 갔다.
사람이 살아나매 매우 기뻐서 사슴을 세 번 돌고 머리를 조아리면서 말하였다.
“인도(人道)를 만나기 어려우매 그 목숨이 더욱 중하거늘 대부(大夫)께서 위험을 무릅쓰고 나의 소중한 목숨을 건져 주시니 은혜가 하늘땅보다 큰지라, 끝까지 잊지 않겠으며, 원컨대 종이 되어서 부족함이 없도록 대어 드리리다.”
사슴이 말하였다.
“그대는 가라. 나의 목숨은 죽을 때까지 그대에게 달렸으니, 혹 나를 찾는 이가 있거든 보았다고 하지 말라.”
빠졌던 사람이 공손하게 응낙하여 죽어도 어기지 않겠다고 하였다.

그때 국왕의 이름은 마인광(魔因光)이었다. 성품이 순후하고 화평하여 사랑으로 백성을 길렀다. 왕후의 이름은 화치(和致)였는데, 꿈에 사슴의 왕을 보았다. 몸의 털빛이 아홉 가지 빛이었고, 그 뿔이 물소보다 나았다.
꿈을 깨고 나서 왕에게 이야기하였다.
“그 사슴의 가죽과 뿔로 옷과 귀고리를 만들고 싶은데, 만약 잡지 못하면 저는 반드시 죽을 것입니다.”
왕이 거듭 좋다고 하고 새벽에 여러 신하들에게 사슴의 몸 모양을 설명하고 왕명(王命)을 선포하여 현상금을 걸어 구하였다.
“잡는 자는 한 고을을 봉하고, 금 발우에 은 싸라기를 채우고, 은 발우에 금 싸라기를 채워서 주리라.”
이렇게 현상금을 걸었더니, 물에 빠졌던 사람이 좋아서 말하였다.
“내가 한 고을을 얻고 금과 은을 발우에 가득히 얻는다면 한평생 즐겁게 살 수 있다. 사슴은 저절로 죽게 될 것이니, 내가 무엇을 주저하랴.”
곧 궁으로 달려가서 사실대로 알렸다. 그러자 그는 곧 얼굴에 문둥병이 생기고 입이 썩어서 악취가 났다. 거듭 말하였다.
“이 사슴은 신령함이 있으니 대왕께옵서 마땅히 무리들을 거느리고 가셔야 잡을 것입니다.”
왕이 곧 군사를 일으켜 가지고 강을 건너가서 찾았다.

사슴은 까마귀와 본디 우의를 두텁게 맺은 사이였는데, 사슴이 누워서 잠이 들어 왕이 온 것을 알지 못하자, 까마귀가 말하였다.
“친구여, 왕이 와서 그대를 잡으려고 한다.”
사슴은 피곤하여 듣지 못하였다. 귀를 쪼면서 거듭 말하였다.
“왕이 와서 그대를 죽이려고 한다.”
사슴이 놀라 왕의 활이 이미 자기를 겨냥하고 있음을 보고 빨리 달려 앞으로 나아가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면서 말하였다.
“천왕께옵서 제게 순간적인 목숨이나마 빌려 주옵소서. 미련한 말씀을 드리고자 하옵니다.”
왕은 사슴의 그러한 거동을 보고 곧 명령하여 쏘는 것을 멈추게 하였다.
사슴이 말하였다.
“대왕께서 왕후를 소중히 하시어 수고로이 몸소 출동하셨으니, 저는 마침내 죽음을 면하지 못할 줄 압니다. 대왕께서는 깊은 궁 안에 계시면서 어떻게 이 작은 벌레가 여기 있는 것을 아셨습니까?”
왕이 손으로 가리키면서 말하였다.
“저 문둥이가 알린 것이다.”

사슴이 말하였다.
“제가 좋은 풀을 찾아다니며 먹다가 멀리 보니 물에 빠진 사람이 하늘을 부르면서 애걸했습니다. 불쌍하여서 제가 위험을 무릅쓰고 건져 주었더니, 그 사람이 언덕에 올라와서 기뻐서 머리를 조아리며 말하기를, ‘나는 꼭 죽을 것인데 그대가 건져 주었으니 원컨대 종이 되어서 물과 풀을 공급하겠다’고 했습니다. 나는 대답하기를, ‘그대는 자유롭게 가라. 그러나 사람들에게 내가 여기 있다는 말을 말라’고 했습니다.”
사슴의 왕이 또 말하였다.
“차라리 물에 뜬 초목을 건져 내어 육지로 올릴지언정 돌이켜서 갚음이 없는 사람을 건져 내지는 말았어야 할 것입니다. 재물을 빼앗고 그 임자를 죽였다면 그 악은 용서하려니와 은혜를 받은 자가 패역을 도모한다면 이 원통함을 말할 수 없습니다.”
왕이 놀라서 말하였다.
“이것이 어떻게 축생으로서 넓은 사랑을 품고 목숨을 바쳐서 중생을 건지는 일을 어렵지 않게 하느냐? 이것은 반드시 하늘이로다.”
왕이 사슴의 말을 훌륭하게 여기고, 기쁘게 덕으로 나아갔다.
국내에 명령하였다.
“이 뒤로는 사슴이 먹는 것을 내버려 두라. 감히 범하는 자는 죄가 죽음에 해당하리라.”
천왕이 환궁하매, 왕후가 왕이 사슴을 놓아주었다는 말을 듣고 화가 치밀어서 마음이 뒤집혔으며, 죽어서는 태산지옥에 들어갔다.
천제석은, 왕이 뜻을 세우고 어짊을 숭상한다는 것을 듣고는 그가 이와 같음을 가상히 여겨 사슴의 무리를 화현하여 나라에 가득하게 하고 곡식을 마구 먹게 하니 싹이고 이삭이고 할 것 없이 땅을 쓴 것처럼 다 없어졌다. 이렇게 함으로써 그 뜻을 보자는 것이었다.
백성들이 이 지경이 된 것을 호소하니 왕이 말하였다.
“흉악과 거짓으로 나라를 보전하는 것이 신의를 지키다가 죽는 것만 못하다.”
제석이 왕의 신의가 참된 것임을 알고 사슴을 각기 흩어 보내었으며, 곡식을 열 배나 풍성하게 하고 독해(毒害)를 없이 하니, 모든 환난이 저절로 없어졌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사슴 왕은 나였고, 까마귀는 아난이었으며, 왕은 사리불이었고, 물에 빠졌던 자는 조달이었으며, 왕의 아내였던 자는 지금 조달의 처였느니라.”
보살은 예지(銳志)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정진함이 이와 같았다.

59
예전에 보살이 말의 왕이 되니 이름은 구야(駈耶)였다. 항상 바닷가에 있으면서 표류하는 사람을 건네어 주었다.
그때 바다 저편 언덕에 음탕한 여귀(女鬼)가 있었는데 그 수가 매우 많았다. 그것들이 만약 상인(商人)을 보면 곧 성곽(城郭)ㆍ거처(居處)ㆍ전원(田園)ㆍ기악ㆍ음식을 화하여서 만들고 미인으로 변하는데 얼굴이 꽃처럼 환하게 빛났다. 상인들을 호려서 술과 음악으로 그들을 즐겁게 하였다. 귀신이 사람을 유혹하면 모두 다 머물러서 귀신과 부부가 되었다.
1년 동안만 지내면 음귀들은 싫증이 나서 쇠창으로 그 목을 찔러서 그 피를 마시고 그 살을 먹고 골수를 빨았다.
말의 왕이 멀리서 음귀가 사람을 먹는 것을 보고 그들을 위하여 눈물을 흘렸다.

그래서 날아서 바다를 건너 저 언덕에 도착하여 잘 찧은 쌀을 얻었다. 말의 왕이 먹고 나서 산에 올라가서 외쳤다.
“누가 건너가고자 하는가?”
이렇게 세 번을 외치니, 모든 상인들이 듣고 기뻐서 말하였다.
“항상 신마(神馬)가 있어서 위급한 난을 건네어 준다고 들었더니, 이제 그 신마가 왔구나.”
기쁘게 나아가서 말하였다.
“우리를 불쌍히 여겨 건네어 주시오.”
“그대들이 떠나려 하면 음귀가 반드시 자식을 쳐들어 보이면서 그대를 부르고 쫓아올 것이다. 만약 돌아보고 그리워하는 마음이 있는 자는 내가 간 뒤에 반드시 귀신이 쇠창으로써 목을 찔러 피를 마시며 살을 먹을 것이니, 마음을 바르게 하고 착한 것을 생각해야 목숨을 보전할 수 있으리라.
대저 돌아가고자 하는 자는 내 등에 타거나, 갈기나 꼬리를 잡거나 머리나 목을 붙들거나 붙잡을 곳을 마음대로 하며 서로 이끌어 잡아라. 반드시 살아 돌아가서 어버이를 볼 수 있으리라.”
상인으로서 그 말을 신용한 자는 다 목숨을 보전하여 돌아가서 육친(六親)을 보았으나, 음란에 미혹된 무리는 요귀를 믿다가 먹히지 않은 자가 없었다.
대저 바름을 믿고 삿됨을 버리는 자는 현세에 길이 편안한 것이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말의 왕은 나였느니라.”
보살은 예지(銳志)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정진함이 이와 같았다.

60
예전에 보살의 몸이 고기의 왕이 되었다. 좌신(左臣)과 우신(右臣)이 있었는데 다 높은 수행이 있었다.
항상 부처님의 가르침을 지녀서 먹고 쉬고 하는 동안에도 변함이 없었다. 물에서 나는 나물을 먹고 겨우 생명을 보전하면서 여러 작은 무리들을 사랑하여 기르기를 마치 자기 몸을 보호하듯 하였다.
조수물을 따라서 노닐면서 부처님의 계율로써 가르치다가 고기 잡는 사람이 그물을 치고 좁혀 들어오는 것을 깨닫지 못하였다.
여러 크고 작은 고기들이 당황하여 갈팡질팡하니 고기의 왕이 연민히 여기면서 말하였다.
“무서워하지 말라. 일심으로 염불하면서 중생들이 편안할 것을 원하라. 넓은 자비로 큰 서원을 세우면 하늘의 도움이 메아리와 같으리라. 빨리 와서 서로 찾아 나아가라. 내가 너희들을 구제하리라.”
고기의 왕이 머리를 진흙 가운데에 거꾸로 박고 꼬리로 버티어서 그물을 드니, 무리들이 모두 달려 나아가서 여러 고기들이 삶을 얻고는 따라서 친하지 않음이 없었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고기의 왕은 나였고, 좌우의 신하는 사리불과 대목건련이었느니라.”
보살은 예지(銳志)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정진함이 이와 같았다.

61
예전에 보살이 거북의 왕이 되었다. 주야로 정진하여 좋은 방편을 생각하고 중생으로 하여금 정신을 본무(本無)로 돌이키게 하였다.
또 하나 어떤 거북의 왕이 함께 깊은 산에 처하였다. 도롱뇽이 나무에 올라가서 스스로 몸을 던져 이와 같이 하여 편안함이 없는 것을 함께 보고 보살이 점을 쳐 말하였다.
“이것은 몸이 위태로울 징조이니 우리들은 빨리 피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그 한 거북의 왕은 오로지 어리석고 제멋대로여서 참말을 따르지 않았다.
보살은 마음을 다하여서 그 따르는 자들을 구제하여 난을 면하게 하였다. 10일 뒤에 코끼리의 왕이 무리들과 그 나무 밑에 이르러 쉬더니, 도롱뇽이 스스로 제 몸을 던져서 코끼리 귓속에 떨어지매, 곧 놀라서 부르짖고, 여러 코끼리가 갈팡질팡 날뛰어 달아나는데, 종으로 횡으로 짓밟아서 모든 거북을 죽였다.
거북의 왕이 성내고 말하였다.
“일이 이와 같을 줄 알면서 지적하여 말하지 아니하여서 나는 죽고 너는 사니 마음이 좋으냐? 여러 겁을 너를 찾아서 만나면 곧 잔인하게 죽이리라.”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점을 잘 치는 거북은 나였고, 제멋대로여서 가지 않은 자는 조달이었느니라.”
보살은 예지(銳志)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정진함이 이와 같았다.

62
예전에 보살이 앵무새 왕이 되었는데 무리들이 3천이었다. 그 가운데 두 앵무가 힘이 무리에서 뛰어났는데 입으로 대나무 줄기를 물어서 탈 것[車乘]을 만들면 왕은 그 위에 날아 내려와서 타고 놀았다.
항상 대나무 수레를 탈 때에 상하, 전후, 좌우에 각각 5백 마리의 앵무가 옹위하니, 6면의 보익(輔翼)이 합하여 3천이었다.
진귀한 것을 바치고 수시로 오락을 하였으나 왕은 깊이 스스로 생각하였다.
‘무리들이 떠들고 하여 덕을 어지럽히니 정(定)을 얻을 수가 없다. 내가 방편을 써서 아프다는 핑계로 먹지 않고 죽은 체하여 무리들을 버리리라.’
그러자 그 모든 무리들이 소쿠리로 덮어 놓고 다른 데로 가 버렸으며 왕은 일어나서 먹을 것을 구하였다.
모든 앵무들이 다른 산의 앵무 왕에게로 가서 말하였다.
“우리 왕은 죽었습니다. 원컨대 신복(臣僕)이 되게 하소서.”
그 왕이 말하였다.
“너희 왕이 죽었다면 시체를 보여라. 만약 죽은 것이 틀림없다면 내가 너희들을 받아들이리라.”
시체를 가지고 가려고 돌아와 보니 시체가 없었다. 사방으로 퍼져서 찾아다니다가 그 왕을 만났다. 모두 절을 하면서 다시 전과 같이 공양하였다.
왕이 말하였다.
“내가 아직 죽지 않았는데 너희들은 나를 버렸다. 모든 부처님께서는 분명히 가르치시기를, ‘세상을 보면 친한 것이 없으니 오직 도에만 의지하라’고 하셨다. 사문은 수염과 머리털도 뜻을 어지럽히는 더러움이 된다 하여 버리고 욕심이 없는 수행을 숭상한다. 너희들은 시끄럽게 하여 삿된 소리로 뜻을 어지럽히니, 혼자서 짝을 없이 하고 높은 성현들과 덕을 같이하리라.”
훌쩍 날아서 한가한 곳에 고요히 있으면서 욕심을 버리고 함이 없이하여 선정을 사유하니, 모든 더러움이 아주 없어지고 마음이 천금(天金)과 같았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앵무왕은 나였느니라.”
보살은 예지(銳志)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정진함이 이와 같았다.

63
예전에 보살이 비둘기의 왕이 되었는데 따르는 무리가 5백이었다. 국왕의 동산에 날아가 놀면서 먹을 것을 찾는데 국왕이 보고 신칙하여 목부(牧夫)로 하여금 그물을 쳐서 잡게 하니, 그 무리가 크거나 작거나 단 하나도 남지 않았다. 새장에 가두고 쌀을 먹여서 살이 찌면 태관이 잡아서 요리를 하였다. 비둘기의 왕이 갇혀서 일심으로 부처님을 생각하면서 허물을 뉘우치고 자비를 일으켜서 원하였다.
“중생으로서 구속된 자가 풀림을 얻고 빨리 8난을 여의어서 나와 같은 일이 없게 하여지이다.”
그리고 모든 비둘기들에게 일렀다.
“부처님께서 경에서 여러 가지로 경계하신 중에 탐욕이 으뜸으로 되어 있다. 탐욕으로써 영화를 누린다면 마치 주린 사람이 독약을 얻어 마시는 것과 같으니, 즐거움을 얻는 순간이란 번개가 반짝할 동안이고, 여러 가지 고통이 몸을 핍박하는 것은 억 년이나 될 것이다. 너희들이 먹는 것을 덜면 신명(身命)을 보전하리라.”
무리들이 대답하였다.
“구속되어 새장 속에 갇힌 신세인데 장차 무엇을 바라겠습니까?”
왕이 또 말하였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어기고 뜻대로 탐욕을 일으키면 몸을 잃지 않음이 없느니라.”
그리고는 자기가 스스로 먹지 않으니, 살쪘던 몸이 날마다 말라서 새장 틈으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남은 무리들을 돌아보고 일렀다.
“탐욕을 없애어 먹는 것을 줄이면 나와 같이 될 수 있으리라.”
말을 마치고 날아갔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둘기의 왕은 나였느니라.”
보살은 예지(銳志)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정진함이 이와 같았다.

64
불설밀봉왕경(佛說蜜蜂王經)

이와 같이 들었다.

한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부처님께서 모든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마땅히 부지런히 정진하여 경을 듣고 외우며, 게을러 음개(陰蓋)에 덮이지 말라. 내가 생각하건대 과거 무수겁 때에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이름은 일체도왕(一切度王)여래ㆍ무소착 ㆍ최정각이었다.
그때 일체 모든 하늘과 헤아릴 수 없는 인민을 위하여 경법(經法)을 설하셨느니라. 이때 두 비구가 있었으니, 그 한 비구의 이름은 정진변(精進辯)이었고, 또 한 비구의 이름은 덕락정(德樂正)이었는데, 함께 경법을 들었더니라.
정진변은 경을 듣고 기뻐하였고 그때 곧 아유월치(阿惟越致:불퇴전)를 얻어서 신통을 구족하였으나, 덕락정은 잠에서 깨지 못하고 홀로 얻은 것이 없었다.

그때 정진변이 덕락정에게 말하였다.
“부처님은 만나기 어렵다. 억백천 세상에 한 번 나오시니까. 마땅히 힘써 정진하여서 무리의 모범이 되어야 하거늘 어찌하여 잠만 잔단 말인가. 대저 잠이란 것은 음개(陰蓋)의 죄인 것이니, 마땅히 힘써서 깨닫는 마음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때 덕락정이 그의 충고를 듣고 곧 경행(經行)을 하였는데, 기수(祇樹)에서 처음으로 경행하다가 다시 잠 속에 머물렀다. 이렇게 번거롭고 어지러워서 스스로 정(定)에 이르지 못하자 샘물 가에 나아가 앉아서 사유(思惟)하고자 하였으나 또 앉아서 졸았다.
그때 정진변이 문득 좋은 방편으로써 가서 제도하기로 하고, 화하여 꿀벌의 왕이 되어 날아서 그 눈으로 나아가서 쏠 것 같이 하니, 덕락정이 놀라서 깨어 앉아서 이 벌의 왕을 무서워하다가 얼마 안 가서 또 졸았다.
그때 꿀벌의 왕이 겨드랑이 밑으로 날아 들어가서 그 가슴과 배를 쏘니 덕락정이 놀라서 마음속이 두근거려 감히 다시 졸지 못하였다.
그때 샘물 속에 여러 빛의 꽃, 즉 우담(夏曇)ㆍ구문(拘文)과 그밖에 여러 가지가 곱고 깨끗하였다.
꿀벌의 왕이 꽃 위로 날아가서 감로미(甘露味)를 먹으니, 덕락정이 단정하게 앉아서 지켜 보고 또 날아올까 무서워서 감히 다시 졸지 못하였다. 그리고 그 벌에 대하여 생각하고 그 근본을 관찰하였다.
벌의 왕이 꿀을 먹으면서 나오지 않고 얼마 동안 꽃 속에 있더니, 졸다가 진흙탕 속으로 떨어져서 온통 미역을 감고는 다시 날아서 그 꽃 위로 돌아가 머물렀다.
그때 덕락정이 꿀벌을 향해 이렇게 게송을 설하였다.

이 감로(甘露)를 먹는 자는
그 몸이 평안하게 되는데,
다시 가지고 돌아가서
두루 처자에게도 줘야 할 게 아닌가.

어찌하여서 진흙탕에 떨어져
스스로 그 몸을 더럽히는 것이냐?
이와 같이 지혜 없는 짓을 하면
그 감로의 맛을 망치는 것이네.

또 이러한 꽃이란 것은
오래 그 속에 머물 것이 아니니
해가 빠지면 꽃이 오므라져
나가려 해도 나갈 수가 없다네.

마땅히 해가 나길 기다려야
너 다시 나올 수 있으리니
긴 밤의 피로와 어둠은
그 고통 말할 수 없게 되네.

그때 꿀벌의 왕이 덕락정을 향해 게송으로 대답했다.

부처님을 감로에다 비하리니
듣고 또 들어도 만족이란 없다네.
게으름은 있어서는 아니되니
일체에 유익함이 없으리라.

5도(道)는 생사의 바다이니
진흙탕에 떨어짐과 같으니라.
애욕(愛欲)에 얽힌 바 되면
아주 어리석은 지혜 없는 사람일세.

해가 나와 꽃들이 열리는 걸
부처님의 색신에다 댄다면
해가 져서 꽃이 도로 오므림은
세존께서 열반함[般泥曰]과 같다 하리.

여래의 세상을 만났으니
마땅히 부지런히 정진하여
졸음으로 덮인 것을 제거하고
부처님을 늘 계시다 하지 말라.

깊은 법의 요긴한 지혜는
색인연(色因緣)을 쓰지 않나니
현재 그 지혜 있는 자는
마땅히 알지니라. 선교(善巧)의 방편임을.

좋은 방편으로 제도하는 바는
유익한 때문이요 느닷없이 드는 것이 아니니
이제 이 변화를 나타냄도
또한 일체를 위한 연고니라.

그때 덕락정이 그 말을 듣고 곧 불기법인(不起法忍)을 얻고 모든 법의 근본과 다라니를 알았으며, 그제야 정진변의 선교 방편을 알고 항상 홀로 경행(經行)하여 다시 게으르지 않았으며, 때에 응하여 또한 불퇴전의 경지를 얻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정진변은 나였고, 덕락정은 미륵이었느니라.

내가 그때 미륵과 함께 경법을 들었으나 미륵은 그때 잠 때문에 홀로 얻은 바가 없었으니, 만약 내가 그때 좋은 방편을 써서 제도하지 않았다면 미륵은 지금까지 생사 가운데 있으면서 벗어나지 못하였으리라.
이 법을 듣는 자는 항상 마땅히 정진하고 널리 일체에 전하여서 다 졸음의 덮개를 제거하고 빛나는 지혜의 근본으로 나아가게 할지니라.”

이 일을 설하실 때 한량없는 사람이 다 위없는 평등도의(平等度意)를 발하였다.”
보살은 예지(銳志)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정진함이 이와 같았다.

65
불이삼사소경(佛以三事笑經)

예전에 보살이 청신사(淸信士)가 되어서 3보께 귀의하고 큰 자비와 넓은 어짊으로 중생을 용서하여 건졌다.
청백함을 지켜 도둑질하지 않았고, 보시하되 평등히 하였으며, 곧고 깨끗하여 음란하지 않았고, 관하여서 속으로도 음탕한 마음을 없이 하였으며, 신의가 4시(時)와 같았고, 무겁기가 수미산과 같았다. 술을 끊어 마시지 않았고, 효도를 높여 어버이께 순종하였으며, 정월에는 6재(齋)를 받들어 정진하되 게으름이 없이 하다가 태어난 곳에서 부처님을 만나니, 덕행이 날로 높아져서 드디어 여래ㆍ무소착ㆍ정진각ㆍ도법어ㆍ천인사가 되었다.교화하면서 두루 돌았다.

그때 저자를 지나가는데, 한 늙은이를 보니, 생선을 말로 되어서 팔면서 애통해 하며 부르짖었다.
“하늘님도 원망스럽다. 내 자식은 무슨 죄로 일찍 죽었단 말이냐? 자식이 있어서 고기를 판다면 어찌 내가 이 고생을 하랴.”
부처님께서 그것을 보고 웃으시니 입에서 오색 광명이 나와 저자에 퍼졌다.
또 큰 돼지가 오줌으로 미역을 감고 길로 가는 것을 보시고 또 웃으셨다.
아난이 옷을 바로 하고 머리를 조아리면서 아뢰었다.
“웃음이란 사람이 다분히 공경하는 마음이 없는 데서 오는 것이온데, 이제 거듭 웃으시니 반드시 가르침이 있으실 줄 아나이다. 원컨대 무리들의 의심을 풀어 주시고 뒤에 밝은 법이 되게 하여 주옵소서.”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내가 웃은 데는 세 가지 인연이 있느니라. 하나는 저 늙은이의 어리석음이 그렇게 크기 때문이다. 날마다 고기잡이를 하여 뭇 생명을 죽이고도 털끝만큼도 측은해 함이 없어 그 화로 자식이 죽은 것인데, 모든 하늘을 원망하고 울부짖고 무서워하고 하니, 이것은 아주 어리석은 짓이라, 하늘땅같이 어지신 성현도 용서하지 않나니, 이 때문에 웃은 것이니라.
예전에 비행황제가 복을 심은 것이 높고 높더니 뜻이 교만하고 행동이 방자하여 이제 말[斗] 속의 고기가 되었으니 이것이 둘이며, 무상(無想)의 천인은 80억 4천만 겁을 사는 동안 뜻이 오로지 공(空)에 집착하며 공을 공이라고 여겨 본무(本無)로 돌아가지 못하고 복이 다하매 죄를 받아서 이제 말 속에 들어 있으니 이것이 셋이니라.”

아난이 아뢰었다.
“비행황제와 저 높은 하늘은 그 덕이 높고 높은데 어찌하여 죄를 면치 못하나이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화와 복이 참이 아니거늘 어찌 항상함이 있으랴. 대체로 높고 영화로움에 처하여도 4등은(等恩)을 베풀고 네 가지 항상함이 아님을 깨달으면 저 화를 면하리라. 그런데 만약 귀함을 인하여 스스로 마음을 방자히 하여 삿됨을 좇으면 복이 다하고 나서 죄를 받는 것이 자고로 그러해서 화와 복이 쫓아오되 마치 그림자가 형체를 찾고 메아리가 소리에 응함과 같나니, 어찌 귀천이 있겠느냐?
생각해 보니 내가 전 세상에 청신사가 되었을 때, 어떤 이웃 사람이 귀신 위하는 걸 좋아하고, 간사하고 사특한 것들과 무리가 되어 믿지 않고 악을 행하여 화가 메아리처럼 응하였다.
매양 재일(齋日)이 되면 내가 부처님의 바르고 참된 법당에 들어가서 사문들이 설하는 청정한 법을 듣고 덕의 근본을 삼아서 흉화(凶禍)를 막아 끊을 것을 권하였으나 그 사람은 음탕하여 거짓으로 볼일이 있다고 핑계하고 내가 법당에 나아가면 그는 음란한 길로 갔다.
이런 뒤로 나는 태어나는 바에 부처님을 만나고 법을 듣고 사문들과 더불어 뜻을 같이하여 덕행이 날로 높아져서 드디어 여래ㆍ무소착ㆍ정진도ㆍ최정각ㆍ도법어ㆍ천인사가 되어 삼계의 어른으로서 호를 법왕(法王)이라고 하였지만 이웃 사람은 귀신의 술법을 좋아하였고 뭇 생명을 죽였으며, 여색에 음탕하고 술을 먹고 불효한 짓을 하면서 스스로 뜻을 얻었다고 뽐냈다가 3악도에 윤회 전전하여 고통이 한량이 없었느니라.
나는 이미 부처가 되었으나 그는 계속하여 냄새나는 돼지가 되었으므로 그래서 웃었느니라.”

부처님께서 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여러 겁을 경을 받아 뜻을 캐고 사문을 친하며 기뻐하여 이렇게 높고 높음을 얻었느니라.”
보살은 예지(銳志)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정진함이 이와 같았다.

66
소아문법즉해경(小兒聞法卽解經)

예전에 어떤 비구가 정진하여 법을 지키고, 어려서부터 금계를 가져서 처음부터 범하지 않았으며, 항상 범행(梵行)을 지키고, 정사(精舍)에 있었으며, 외우는 바는 반야도무극이었다.
경을 설하는 소리가 묘하여서 따를 자가 없으니, 이 비구의 음성을 들으면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한 어린아이가 있었으니 그의 나이 일곱 살이었다. 성밖에서 소를 먹이다가 멀리서 비구가 경을 외워 설하는 소리를 듣고 곧 소리를 찾아서 정사에 이르러 비구에게 절하고는 한편에 물러앉아서 그 경의 말씀을 들었다.
그때 말씀이 색의 근본[色本]이었는데 듣고는 바로 알고서 아이가 크게 기뻐하였다. 경의 글귀가 끊어지니 문득 비구에게 물었다. 비구의 응답이 아이의 뜻에 옳지 않으니, 이때 어린아이가 도리어 풀어서 설명하였는데, 그 뜻이 심히 미묘하여 예전에 듣기 드문 바였다.
비구가 듣고 매우 기뻐하면서 이 어린아이가 이러한 지혜가 있으니 이는 범상한 사람이 아니라고 괴이하게 여겼다.
아이가 소 있는 곳으로 돌아가 보니 송아지가 흩어져서 산으로 들어갔다. 아이가 그 발자국을 찾아서 쫓아가다가 범을 만나서 해침을 당하였다. 아이가 죽으매 혼신이 옮기어 장자의 집에 제일 부인의 아들로 태어나게 되었다.

부인이 임신하자 문득 입으로 반야도무극을 설하였는데 아침부터 저물도록 쉬지 않으니, 그 장자의 집은 본디 불법을 몰랐는지라, 이 부인이 입으로 망령된 말을 한다고 괴이하게 여기고 귀신 들린 병이라고 하면서 귀신 쫓는 법을 묻기 위하여 가 보지 않은 곳이 없으나 아는 자가 없었다.
장자가 심히 근심하였으나 부인이 어찌하여 이런 병을 얻은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집안이 온통 안팎으로 근심과 두려움에 싸여 있었다.
이때 비구가 성에 들어와서 걸식하다가 장자의 집 앞에 이르러서 멀리 경 외우는 소리를 듣고 마음이 심히 기뻐졌다. 문 앞에 한동안 머물고 있노라니까 주인이 마침 나와서 이 비구를 보았으나 인사를 하지 않았다. 비구가 괴이한 생각이 들었다.
‘이 현자의 집 안에서 경을 설하는 소리가 저렇게 묘한데 이제 이 장자가 어째서 나하고 말도 하지 않는가?’

곧 장자에게 물었다.
“안에 누가 있어서 경을 설하기에 음성이 이렇게 미묘합니까?”
장자가 대답하였다.
“우리 집안 식구가 귀신병이 들려서 밤낮으로 미친 소리를 하는데 처음부터 입을 쉴 새가 없다오.”
비구가 그제야 이 장자의 집이 불법을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주인에게 말하였다.
“이것은 귀신병이 아닙니다. 다만 높은 경전인 부처님의 대도(大道)를 설하는 것입니다. 내가 안에 들어가서 좀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장자가 좋다고 하고 곧 비구를 데리고 아내의 처소로 들어가니, 아내가 비구를 보고 곧 절을 하였다.
비구가 축원하였다.
“빨리 부처가 되십시오.”
곧 비구와 함께 서로 경법을 논설하는데 되풀이하면서 피력하여 풀이하니, 비구가 매우 기뻐하였다.
장자가 물었다.
“무슨 병이오?”
비구가 대답하였다.
“무슨 병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깊은 경전을 말하는 것인데 깊은 뜻과 이치가 있으니, 이 부인이 가지신 아기가 불제자일 듯합니다.”
장자가 마음이 풀려서 곧 비구를 머물게 하고 음식을 대접하였다. 음식을 마치고 비구가 곧 정사로 돌아가서 소문을 퍼뜨렸다.
“한 장자의 부인이 아기를 뱄는데 아주 기괴하여서 입으로 높은 경을 외우는데, 그 말이 물 흐르는 것 같고, 그 소리가 묘하고 좋으며, 경을 해석하는데 이치가 매우 깊더라.”

훗일에 장자가 다시 그 비구와 여러 승려들을 청하여서 집에 오게 하고 음식을 장만하였다.
때가 되어 모두 와서 좌정하고 손을 닦고 음식을 마치고는 시주를 위하여서 축원을 하였다.
그때 부인이 나와서 비구들에게 절하고는 한 옆에 앉아서 다시 비구들을 위하여 쾌활하게 경법을 설하는데, 모든 의심나고 어렵고 능히 미치지 못하는 것을 다 비구들에게 구족하게 해설하니, 여러 승려들이 기뻐 뛰면서 물러갔다.
달과 날짜가 차매 부인이 아들을 낳았는데, 또한 오로(惡露)도 없었다. 그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곧 합장하고 꿇어앉아서 반야도무극을 외웠다. 부인은 그 때부터 도로 본래대로 되어서 다시 아는 바가 없게 되니, 마치 꿈꾸던 사람이 깨고 나서 아무 것도 모르는 것과 같았다.
장자가 곧 다시 여러 승려들을 초청하니 비구들이 모두 모여서 가 보았다.
어린아이가 경과 고사(故事)를 설하는데 처음부터 서슴이 없었다. 이때 여러 승려들이 이 아이의 근본을 일심으로 관하였으나 다 알지 못하였다.
장자가 물었다.
“이 아이는 어떻게 된 것이오?”
비구가 대답하였다.
“참된 불제자이니 삼가 놀라거나 의심하지 말고 잘 기르시오. 이 아이는 뒤에 크면 마땅히 일체 중생을 위한 스승이 될 것이니, 우리들도 모두 그 가르침을 따라서 받아야 할 것입니다.”

아이가 커서 나이 일곱 살이 되니, 미묘한 이치를 다 알아서 도(道)와 속(俗)을 모두 갖추었고, 무리에 뛰어나서 지혜도무극이 다함이 없었다.
모든 비구들이 다 따라서 수학하였고, 경 가운데 잘못되고 빠지고 모자라고 한 것을 바로잡고 채우고 하였다.
아이가 매양 출입하면서 이르러 그치는 곳마다 문득 사람을 교화하여 대승에 발심하게 하였다.
장자의 집 안팎 대소가(大小家) 5백 인이 다 아이를 좇아서 배워 마하연(摩訶衍)의 뜻을 발하고 모두 부처님 일을 하였으며, 성(城)이나 시(市)나 리(里)에서 아이가 가르쳐 개발된 자 8만 4천이 다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발하였고, 제자로 된 자가 5백 인이었다.
모든 비구들이, 아이가 설하는 바를 듣고 근본 번뇌의 뜻이 풀어졌고, 대승(大乘)을 뜻하여 구하는 자는 다 법안정(法眼淨)을 얻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때 어린아이는 나였고, 비구는 가섭불이었느니라. 아난아, 이와 같이 내가 옛날에 한 번 비구에게서 「마하면품(摩訶衍品)」을 듣고 선행을 칭찬하였고 이해가 되었으며 마음이 기뻐서 변치 않았고, 정진하여 잊지 않았으며, 깊이 숙명을 알고 스스로 위없는 평등 정각(正覺)을 얻었나니, 한 번 들은 공덕도 오히려 이러하거늘 하물며 종일 수도하는 분을 따르는 것이겠느냐.”
보살은 예지(銳志)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정진함이 이와 같았다.

67
살신제고인경(殺身濟賈人經)

예전에 보살이 5백 명 상인과 더불어 큰 바다에 들어가서 여러 가지 보배를 채취하였다. 바다 에 들어간 지 두어 달 만에 얻은 보배를 가득히 싣고 본토로 돌아오는데 중도에서 큰 바람을 만나니, 우레와 번개가 땅을 진동하였고, 물귀신들이 구름처럼 모여드니 사방 둘레가 성과 같았고, 그것들의 눈에서는 불꽃이 튀었다.
파도가 솟구쳐 산과 같으니, 여러 사람들이 우리는 죽는다고 울부짖으며 질려 얼굴빛이 변해 가지고 하늘을 우러러 애걸하였다.
보살이 슬퍼하면서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내가 부처가 되려는 것은 다만 중생을 위한 것이다. 해신(海神)이 사나우니 죽는 사람이 많겠구나. 목숨을 바쳐서 무리를 건짐은 보살이 숭상할 일이다. 내가 이 몸의 피를 바다에 뿌렸는데 해신이 싫어하지 않으면 뱃사람들이 마침내 언덕에 건너가지 못할 것이다.’
여러 사람들에게 일렀다.
“그대들은 손을 잡아 서로 의지하고 아울러 내 몸뚱이도 붙들어 달라.”
여러 사람이 그대로 하였다.
보살이 곧 칼로 스스로 목을 찌르니 해신이 이를 싫어하여 배를 나부껴 언덕에 올리니, 여러 사람들은 모두 구제되었다.

뱃사람들이 시체를 안고 하늘을 부르면서 울며 말하였다.
“이분은 틀림없이 보살이고 범상한 무리가 아니다.”
몸부림치면서 말하였다.
“하늘님, 차라리 우리가 여기서 죽을지언정 덕이 높은 보살을 죽이지 마옵소서.”
그 말이 참되고 정성된지라, 모든 하늘을 감동시켰다.
천제석이 보살의 큰 자비와 세상에 희유함을 보고 내려와서 말하였다.
“이는 지극한 덕의 보살로 장차 성웅(聖雄)이 될 것이다. 이제 내가 살리리라.”
그리고는 하늘의 신약을 그 입에 넣어 주고 또 몸에 바르니, 보살이 곧 소생하여 일어나 앉아서 무리와 더불어 서로 위로하였다. 제석이 유명한 보배를 배에 가득히 채워 주니 먼저 것의 천 배나 되었다.
곧 본토로 돌아와서 구친과 서로 보니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궁핍한 이에게 보시하여 구제하니 혜택이 중생에게 미쳤으며, 부처님 경전을 펴서 어리석고 어둠을 열어 주니, 국왕이 보살의 덕에 감복하고 나아가 청정한 교화를 받았다.
임금은 어질고 신하는 충성하며, 온 나라가 계율을 지키니 집마다 효자들만 있었다. 나라가 풍족하고 독한 것이 없어지니 백성들이 기뻐하였고, 목숨이 다하면 천상에 태어나서 길이 여러 가지 괴로움을 여의었다.
보살이 여러 겁을 쉬지 않고 정진하여 드디어 부처가 되었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몸을 죽여 무리를 건진 자는 나였고, 천제석(天帝釋)은 미륵(彌勒)이었으며, 5백 상인들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5백 응진(應眞)이었느니라.”
보살은 예지(銳志)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정진함이 이와 같았다.

68
예전에 보살이 홀어머니의 아들이 되었다. 아침에 절에 나아가서 삿된 것을 버리고 참된 것을 높이며 사문에게 절하고, 부처님의 신묘한 교화를 받아서 아침에 더하고 저녁에 외우니, 밝은 지혜가 날로 높아갔다.
여러 경을 탐구하여 예전 성현들의 효행을 잘 알고 정성을 다하여 사모하기를 마치 굶주렸을 때 밥을 생각하듯 하였다.
살고 있는 나라의 왕이 무도하여 재물을 탐하고 여색을 중히 하며 어진 이를 박대하고 백성을 천하게 여겼다.
왕이 항상함이 없음을 생각하고 스스로 말하였다.
“내가 착하지 않게 했으니 죽어서 장차 태산지옥에 들어갈 것이다. 어찌 금을 모아서 태산지옥의 왕에게 뇌물을 쓰지 않을 수 있으랴.”
그리고는 백성에게서 금을 얻는데 엄중한 영을 내렸다.
“만약 조금의 금이라도 감추면 그 죄가 죽음에 이르리라.”
이렇게 3년을 하니 민간에 금이란 도무지 없었다. 왕이 또 거짓으로 현상금을 걸어 말하였다.
“금을 조금이라도 얻어서 왕에게 바치는 자가 있으면 막내딸로써 아내를 삼게 하고 높은 벼슬을 주리라.”
동자가 어머니에게 말하였다.
“예전에 금돈 한 푼을 돌아가신 아버지의 입 속에 넣어서 태산의 왕에게 뇌물로 하고자 하였는데, 지금도 반드시 있을 것이니, 가져다가 왕에게 바칠까 합니다.”
어머니가 좋다고 하였다.

아들이 갖다 바치니, 왕이 구속하게 하여 금을 얻은 연유를 물으니, 대답하였다.
“아버지가 죽었을 때 금을 입 안에 넣어서 태산에 뇌물로 하고자 하였더니, 실은 대왕께서 벼슬을 내걸고 금을 구하시므로 무덤을 파고 관을 헤쳐서 가져온 것입니다.”
왕이 물었다.
“아버지의 상을 당한 지 몇 해나 되느냐?”
“11년이 되었습니다.”
“네 아버지는 태산왕에게 뇌물을 쓰지 않은 것이냐?”
“여러 성현의 글 중에서도 부처님의 가르침만이 참된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불경에서 말씀하시기를, ‘착하게 하면 복이 오고 악하게 하면 화가 따르는데, 화와 복이 그림자와 메아리 같다’ 하셨으니, 몸을 달려서 그림자를 피할 수 있고 산을 어루만져서 메아리를 막을 수 있습니까?”
“그럴 수 없다.”
“대저 몸뚱이는 곧 4대(大)입니다. 목숨이 마치면 4대가 흩어지고 영(靈)은 가서 변화하되 행한 바를 따라서 가는 것이니, 어찌 뇌물이 통할 것입니까? 대왕께서는 전세에 보시한 덕으로 왕이 되셨는데 또 인애(仁愛)를 숭상하여 덕택이 원근에 미쳤으니 비록 도는 얻지 못하였더라도 후세에 반드시 또 왕이 되실 것입니다.”
왕이 기뻐서 감옥에 갇힌 이를 크게 사면하고 빼앗은 금을 돌려주었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왕이 민간에 남은 금으로 인하여 죄없는 자를 잔인하게 살해하니, 보살이 백성들의 울부짖음을 보고 눈물을 뿌리면서 악한 정치에 목숨을 던져서 백성의 고난을 도탄에서 구해 내니 백성이 그 덕을 느끼고 부처님의 계율을 받드니, 나라가 드디어 풍족하여졌느니라. 그때 동자는 나였느니라.”
보살은 예지(銳志)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정진함이 이와 같았다.

69
조달교인위악경(調達敎人爲惡經)

예전에 보살이 천왕(天王)이 되었었다. 정력을 미세한 행에 두고, 힘써 나아가되 그침이 없었다. 매양 재일(齋日)이 되면 마차를 타고 사천하에 돌면서 부처님의 오묘한 경전을 펴서 중생을 교화하여 그 결점과 깨끗하지 않은 것을 없애고, 여래ㆍ응의(應儀)ㆍ정진각ㆍ하늘 중의 하늘[天中之天]ㆍ성인 중의 왕[衆聖中王]ㆍ도교 높은 이[道敎之尊]를 숭배하여 3악의 여러 고통의 근원을 여의게 하였다.
조달이 또한 마천왕(魔天王)이 되어서 사천하에 다니면서 사람에게 악을 마음대로 하도록 가르치면서 태산지옥의 앙화 같은 과보는 없다고 하였다.
다니다가 보살과 서로 만났다. 조달이 물었다.
“그대는 무엇을 하고 다니는가?”
보살이 대답하였다.
“백성들에게 부처님을 받들고 높은 성덕(聖德)을 닦도록 가르친다.”
조달이 말하였다.
“나는 백성들에게 욕심대로 하게 하고 현재나 미래에 재앙이 없다고 가르친다. 착하게 한다는 것은 뜻을 수고로이 할 뿐, 몸에 유익함이 없다.”
보살이 말하였다.
“그대는 우리의 도를 피하는구나.”
조달이 대답하였다.
“그대가 선을 하는 것은 마치 금이나 은과 같지만 내가 악을 숭상하는 것은 강철과 같은 것이다. 강철은 금과 은을 끊을 수 있지만, 금과 은은 강철을 끊을 수 없다. 그대가 도에서 내려오지 않으면 나는 그대를 벨 것이다.”
조달은 악이 치성하자 앙화가 이루어져서 산 채로 태산지옥에 들어갔고, 부인도 악을 하였으니, 다 죽어서 3악도에 빠졌다.
3악도에서도 착하게만 하면 모두 천상에 오를 수 있나니, 비록 높은 영화로운 자리에 처하였더라도 원악(元惡)을 품는다면 3악도에 있으면서 부처님의 한 말씀을 지키는 것만 못하리라.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사람들에게 착하게 하도록 가르친 천왕은 나였고, 사람들에게 악하게 하도록 가르친 마천(魔天)은 조달이었느니라.”
보살은 예지(銳志)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정진함이 이와 같았다.

70
살룡제일국경(殺龍濟一國經)

예전에 보살이 형제가 뜻을 같이하여 함께 도를 배웠다. 모든 부처님의 미치기 어려운 행을 사모하고, 경을 외우며 뜻을 해석하여 6도의 어둠을 열어서 인도하였다. 단련하여 속에 때를 없이 하고 지관(止觀)으로 고요히 정(定)을 닦았다.
매양 모든 나라에서 3존을 모르는 데가 있으면 곧 가서 교화하여 6도무극의 바르고 참된 묘행을 받들게 하였다.
그때 큰 나라가 있었다. 그 나라의 왕은 도를 좋아하였으나 여러 요괴들이 유혹하여 사특하고 거짓됨을 가르치니, 온 나라가 그 풍교(風敎)를 받들어 다 못된 도를 섬기니, 바람과 비가 제때에 아니오고 요괴로운 일이 끊어지지 않았다.
보살 형제가 서로 말하였다.
“우리 본국은 3존의 교화가 행하여 사람마다 10선(善)을 품어서 임금은 어질고 신하는 충성하며, 아버지는 의롭고 아들은 효도하며, 남편은 미더웁고 아내는 절개를 지키며, 집집에 현명한 자가 있으니, 우리가 다시 누구를 교화할 것인가. 그런데 저 나라는 요괴한 것을 믿고, 교룡(蛟龍)이 있어서 백성을 잡아먹으니 슬피 울부짖어도 구원할 이가 없으니, 대저 뜻을 세워서 부처되기로 구함은 이러한 무리들을 위한 것이라. 도로써 교화하고 어짊으로써 깨우쳐야 하며, 교룡은 흉악한 독을 머금었으니 우리가 꺾어야 하겠다.”

동생이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죽이는 것을 흉학의 큰 것으로 경계하시고, 살리는 것을 인도(仁道)의 으뜸이라 하셨으니 어찌 그렇게 해야 합니까?”
형이 말하였다.
“대체로 한 사람을 잔해하는 것은 그 죄가 백 겁에 뻗치지만 용이 한 나라를 삼킨다면 항하사 겁을 마쳐도 그 재앙이 없어지지 않을 것을 나는 두려워한다. 구차스럽게 작은 맛과 순간의 이익을 탐하다가 태산지옥에서 태워지고 지져지는 허물을 보지 못하는 것을 나는 마음으로 슬퍼한다.
사람으로 태어남을 얻기 어렵고 불법을 듣기 어려우니, 용을 제거하여 나라를 건져서 3존의 6도무극 높은 행으로써 인도하면 화는 실낱과 털끝 같고, 복은 하늘과 땅보다 크리라. 너는 코끼리로 화하여라. 나는 사자가 되리라. 두 목숨이 죽지 않으면 이 나라는 건지지 못하리라.”
그리고는 시방에 머리를 조아리고 맹세하였다.
“중생이 편안치 못한 것은 나의 허물이옵니다. 우리가 뒤에 부처가 되어서 마땅히 일체를 건지오리다.”
사자가 코끼리를 타고 용이 있는 데로 나아가니 용이 곧 힘을 떨쳐 번개가 번쩍이고 뇌성이 진동하였으며, 사자가 뛰며 소리지르니 용의 신령한 위업과 사자의 혁혁한 세력으로 대지가 진동하였고, 세 목숨이 끊어지니, 모든 하늘이 착함을 일컬었고, 어짊을 찬탄하지 않음이 없었다.
두 보살은 마침내 제4 천상에 태어났다.

한 나라가 목숨을 온전히 하니 주검을 안고 슬퍼하면서 말하였다.
“이는 반드시 신인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누가 이렇듯 어질겠느냐?”
문도(門徒)들이 찾아다니다가 스승이 넓은 자비로 몸을 죽여 무리를 건지는 것을 보고는 애통하여 덕을 칭송하면서 각각 또 나아가서 스승의 도화(道化)를 펴니, 왕과 신민들이 비로소 부처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온 나라가 모두 말하였다.
“부처님의 어지신 교화가 이렇게까지 거룩하시도다.”
두 주검을 장사지내면서 온 나라가 애통해 하였다.
왕이 곧 명령하였다.
“부처님의 6도무극과 10선을 받들지 않고 요귀를 섬기는 자가 있으면 죄를 들어서 권속도 함께 벌하리라[擧眷屬同].
이렇게 한 뒤로는 나라에 천 명의 사문이 있게 되어 어깨를 나란히 하고 다녔으며, 국내의 남자와 여자들이 다 청정한 신앙과 높은 수행을 하니, 사방이 편안하여 드디어 태평시대를 이루었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형은 나였고, 아우는 미륵이었으며, 독룡은 조달이었느니라.”
보살은 예지(銳志)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정진함이 이와 같았다. [죄를 들어서 권속도 함께 벌하리라(擧眷屬同)”는 거란본[丹本]에는 “죄가 독룡과 같을 것이다(與★同)”로 되어 있다.]

71
미륵위여인신경(彌勒爲女人身經)

예전에 보살이 천제석이 되어 자리가 존귀하고 영화가 높았다. 그 뜻은 언제나 무상(無常)ㆍ고(苦)ㆍ공(空)ㆍ무아(無我)라는 생각에 두어서 앉으면 참선을 하였고, 노닐면 교화를 하여 어리석음을 가엾이 여겼고, 슬기로움을 사랑하였으며, 지혜로써 가르치고 정진함을 쉬지 않았다.
그의 옛 벗이 부인의 몸을 받고 부호의 아내가 되어서 재물과 색에 혹하여 항상함이 없음을 알지 못하고, 저자에서 점포에 앉아 있었다.
제석이 장사꾼으로 화하여서 살 것이 있는 것처럼 하고 부인 앞에 와서 머물렀다. 부인이 기뻐서 아이로 하여금 달려가서 의자를 가져다가 앉게 하려 하였다. 상인이 부인을 자세히 보면서 웃었다.
부인은 높은 지조가 있는지라, 속으로 상인을 괴상하게 여기고 웃고 있는 것을 마땅치 않게 생각하였다.
아이가 의자를 가지고 오는 것이 더뎠으므로 돌아오자 곧 때리니, 상인이 보고 웃고 있었다. 곁에 한 아이가 작은 북을 치면서 뛰고 노니 상인이 보자 또 웃고 있었다. 아버지의 병 때문에 아들이 소를 잡아 놓고 귀신에게 제사지내는 것을 보자 상인이 또 웃었다.

한 부인이 어린아이를 안고 배회하다가 시장을 지나게 되었는데 아이가 얼굴을 할퀴어 피가 목으로 흘렀다. 상인이 이것을 보고 또 웃으니, 부호의 아내가 물었다.
“그대가 내 앞에서 웃음을 그치지 않는데, 내가 아이를 때린 것은, 그대 때문에 때릴 뜻이 일어난 것이거늘 그대는 어째서 웃는 것입니까?”
상인이 말하였다.
“그대는 나의 좋은 친구였는데 그대는 잊어버렸는가?”
부인이 의아해 하며 마음으로 더욱 기뻐하지 않고 상인의 말을 해괴하게 여기니, 상인이 또 말하였다.
“내가 아이를 때리는 것을 보고 웃은 것은 아이가 그대의 아버지였는데 혼령이 돌아와서 감응하여 그대의 아들이 되었기 때문이다. 한 세상만 지나도 아버지가 있어도 알지 못하니, 어찌 하물며 장구한 일이리요.
작은 북을 치는 아이는 먼저는 소였는데, 소가 죽어서 영혼이 돌아와 주인의 아들이 된 것이오. 집에서 그 소의 가죽으로 북을 만들었는데, 아이가 이제 그 북을 가지고 놀면서 그 가죽이 제 옛 몸이었음을 모르니, 그래서 웃었소.
소를 죽여서 제사하는 자는 아버지의 병이 낫기를 바라면서 삶을 구하는 데 죽임으로써 하니 상서롭지 못함이 더 심할 수 없는지라, 마치 짐새의 독[鴆毒]을 먹여서 병을 구원하려는 것과 같소. 이 아버지는 곧 죽을 것이며, 죽어서 소가 되어 여러 세상에서 도살당하는 앙화를 받아서 그침이 없을 것이며, 이제 희생되는 소는 죽어서 영혼이 사람으로 태어나서 근심과 고통을 면할 것이니, 그래서 또 웃은 것이오.
어머니의 얼굴을 할퀸 아이는, 아이가 본래 첩이었고 어머니는 본처였는데, 여자의 마음이 음란하고 질투가 강하여서 항상 가혹한 짓을 했기 때문에 첩이 원한을 품고 죽어서 본처의 자식으로 태어나서 이제 원수를 갚느라고 얼굴을 할퀴어 몸을 상해하건만 감히 원망도 하지 못하니, 그래서 웃은 것이오.

대저 중생의 마음이란 항상함이 없는지라, 전에 미워하던 것을 지금 사랑하니, 어찌 항상함이 있다 하겠소? 이런 것은 모두 한 세상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보고도 알지 못하니, 하물며 여러 겁이리요.
경에서 말씀하시기를, ‘색(色)으로써 스스로 가리는 자는 큰 도에 눈이 어둡고, 삿된 소리를 오로지 듣는 자는 부처님 소리의 메아리를 듣지 못한다’고 하셨나니, 내가 그래서 웃는 것이오.
세상의 영화란 번개와 같아서 황홀하다가 곧 없어지는 것이니, 마땅히 항상됨이 없음을 깨닫고 어리석은 자와 함께하지 말며, 덕과 지조를 높이고 6도무극 묘행을 닦아야 하오. 나는 이제 돌아갔다가 훗일에 반드시 그대의 집에 갈 것이오.”
말을 마치고는 홀연히 보이지 않았다.
부인이 허전한 마음으로 돌아가서 재계를 엄숙히 하고 오기를 바라니 온 나라가 다 그 일을 듣고서 왕과 관료들이 기쁘게 초청하려 하였다.

상인이 뒤에 과연 그의 문 앞에 나타나니 형상이 추하고 의복이 남루하였는데, 말하였다.
“나의 친구가 안에 있으니 그대가 불러오라.”
문에 있던 사람이 들어가서 모습을 자세히 말하였다.
부인이 나와서 말하였다.
“그대는 나의 친구가 아니다.”
제석이 웃으면서 말하였다.
“모양이 변하고 옷이 바뀌기만 하여도 그대는 모르는데 하물며 세상을 달리하여 이 몸을 버리고 저 몸을 받음이리요.”
거듭 말하였다.
“그대는 부지런히 부처님을 받들라. 부처님 때를 만나기 어렵고, 수행 높은 비구에게 공양하여 섬기기 어려우니, 목숨이 호흡 사이에 있는 것을 알고 세상을 따라서 미혹함이 없도록 하오.”
말을 마치고는 보이지 않았다.
온 나라가 기뻐하고 찬탄하였으며, 각각 6도무극의 높고 묘한 행을 닦았다.

부처님께서 추로자(鶖鷺子: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부인은 미륵이었고, 제석은 나였느니라.”
보살은 예지(銳志)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정진함이 이와 같았다.

72
여인구원경(女人求願經)

예전에 보살이 여인이 되었다. 그 남편이 사람됨이 사납고 어리석고 투기하여 매번 장사하러 나갈 때면 아내를 이웃 홀어머니에게 부탁하였다.
홀어머니는 부처님 계율을 받들어 청정한 신앙의 수행을 하였다.
그때 부처님께서 나라에 들어오시니, 왕과 신민들로서 계를 받지 않는 이가 없었다. 홀어머니가 경을 듣고 돌아와서 부인을 위하여 말하여 주니, 부인이 기뻐서 찬탄하였다.
“이는 곧 위없는 정진도(正眞道)ㆍ최정각자(最正覺者)이십니다.”
홀어머니에게서 부처님 말씀을 듣고 곧 멀리서 머리를 조아렸다.
재일(齋日)에 홀어머니가 말하였다.
“가서 부처님의 교화를 듣지 않겠는가?”
부인이 기뻐서 좋다고 하고 성밖에까지 찾아가다가 문득 남편의 질투를 생각하고 마음이 불안하여 집으로 돌아와서 스스로 한탄하였다.
“내 죄가 무겁기도 하다.”
홀어머니가 돌아와서 말하였다.
“하늘ㆍ용ㆍ귀신ㆍ제왕ㆍ신민들이 모두 경을 듣고, 어떤 이는 사문의 4도(道)를 얻고, 어떤 이는 보살의 수기를 얻었는데, 부처님 때를 만나기 어렵고, 경의 법을 듣기 어렵거늘 자네는 어째서 가다가 돌아왔는가?”
부인이 부처님의 덕을 듣고 눈물을 흘리면서 남편의 투기에 대하여 말하였다. 홀어머니가 시험삼아 한번 가 보자고 하니, 부인이 공손히 허락하였다.

다음날 홀어머니를 따라가서 부처님을 뵙고 오체를 땅에 던져 절하고 물러서서 마음을 고요히 하여 부처님 상호를 보고, 부처님께서는 청정하신 참으로 옳은 천존(天尊)이라고 생각하였다.
부처님께서 여인에게 물으셨다.
“너는 무슨 소원으로 왔느냐?”
곧 머리를 조아리고 대답하였다.
“저는 부처님께서 위없는 정진도ㆍ최정각ㆍ도법어ㆍ천인사가 되시어 덕이 항하사 같으시고, 지혜가 허공과 같으시며, 6통(通)ㆍ4달(達)로 일체지혜를 얻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짬을 내어 세존께 청하오니 원컨대 부처님께옵서 저를 불쌍히 여기옵소서.”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부처는 일체를 위하여 보호하시니 네 원하는 바를 들어 주겠노라.”
여인이 머리를 조아리고 아뢰었다.
“대저 사람이 세상에 처하여 본래의 무(無)를 얻지 못한 자들은 다 애욕 때문에 짝을 지어 함께 삽니다. 저는 세세에 높은 덕이 있는 이와 함께 살면서 뜻을 같이하여 질투하는 일이 없게 하여 주소서. 둘째는 몸ㆍ입ㆍ뜻ㆍ행동의 단정함이 세상에서 뛰어나게 하소서. 셋째는 세세에 정성껏 3존을 받들고 마음의 때가 날마다 없어지며, 도에 나아가되 게으름이 없도록 하시며, 모든 부처님께서 도와주시며, 사특한 무리들이 막을 수 없게 하옵시며, 반드시 일체 지혜를 얻어서 중생의 어려움을 건지게 하소서.”
부처님께서 찬탄하셨다.
“훌륭하다, 훌륭하다. 네게 원대로 얻게 하여 주리다.”
여인이 크게 기뻐하며 머리를 조아리고 제 처소로 돌아왔다. 그의 남편은 장사하러 나갔다가 배를 타고 물길로 돌아오는데 마땅히 그날 도착해야 되는데, 천제가 아내의 높은 행과 둘도 없는 발원을 보고는 기뻐서 칭찬하고 바람과 비를 일으켜서 그 배를 멈추게 하여 그 다음날 돌아왔다.

부인이 뒤에 목숨을 마치고 영혼이 도(道)가 있는 집에 태어나니 용모가 아름다워 세상에서 빛났다. 자라서 나라의 유사(儒士)의 아내가 되니, 나라에서 높고 어짊을 칭송하였다.
그때 남편은 바다에 들어가서 보배를 채취하여 궁한 백성을 구제하고자 하였다. 아내는 집에서 예절로써 스스로 지키니 마치 성이 도둑을 막는 것과 같았다. 국왕의 후비(后妃)와 대신의 처첩이 우러러 본받지 아니함이 없어서 문에 구름처럼 모여들어서 부인의 덕의(德儀)를 본받았다.
아내가 밤에 자다가 깨어서 생각하니 세상이 덧없었다.
‘영화와 부귀가 허깨비와 같으니 누가 얻어서 길게 누릴 것인가. 몸은 흙 배[坏舟]인데 정신을 거기 실었으니, 마치 달 그림자를 잡아서 하늘의 보배를 구하려는 것과 같은지라, 마음만 수고롭고 몸은 고달플 뿐, 내게 무슨 유익함이 있으랴. 꿈과 허깨비는 다 공한 것이라 천신(天神)의 세상의 영화도 그 결말이 이와 같도다. 내일 새벽에는 마땅히 위없는 바르고 참된, 하늘 중의 하늘을 찾아서 내 스승을 삼으리라.’
새벽에 일어나서 보니 뜰에 석탑이 있었다. 불상이 금빛으로 빛났고, 벽에는 경이 새겨져 있었는데, 부처님을 찬탄하여 “여러 성인들의 스승으로서 삼계에 독보(獨步)하신다”는 것이었다.
아내가 기뻐서 찬탄하였다.
“이는 곧 여래ㆍ응의ㆍ정진도ㆍ최정각자이시다.”
오체를 땅에 던져 예배하고 세 번 돌고 꽃을 흩고 향을 피우고 등을 켜서 비단을 달고, 새벽마다 밤마다 엄숙하게 정성껏 머리 조아려 공손히 예배하니, 왕후와 나라의 부인들이 그 청정한 바람을 받아서 삿된 것을 물리치고 참된 것을 숭상하였다.

이웃에 흉물스런 장사꾼 남자가 있었다. 이 부인의 남편을 만나서 말하였다.
“그대의 아내가 요망하고 헛된 데로 나아가서 귀신의 사당을 세우고 조석으로 향을 피우면서 괴상한 술법으로 저주하여 그대로 하여금 죽기를 원하니 상서롭지 못함이 이보다 더 심하랴.”
남편이 돌아가니 아내가 말하였다.
“내가 얼마 전 하룻밤에 세상이 덧없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런데 새벽에 보니 높고 신령하며, 위없는 바르고 참된 어른의 절묘한 형상이 가운데 뜰에 와 있어서 내가 이제 받들어 향을 피우고 등불을 켜고 비단을 달고 꽃을 바치고 조석으로 예배하여 머리 조아리고 귀의하오니, 당신도 마땅히 섬기면 반드시 성인의 법에 합치될 것입니다.”
남편이 크게 기뻐하고 일심으로 엄숙히 또 정성껏 하였다.
나라 사람들이 크거나 작거나 모두 그 교화를 받들어 이와 같이 하기를 8만 4여 년 동안 하였다.

부처님께서 추로자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부인은 나였고, 남편은 미륵이었으며, 홀어머니는 사리불이었고, 이웃의 흉물스런 남자는 조달이었느니라.”
보살은 예지(銳志)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정진함이 이와 같았다.

73
연등수결경(然燈授決經)

예전에 보살이 여인이 되었다. 젊어서 과부가 되어 수절하면서 3존께 귀의하였다. 가난하게 살면서 도를 즐겼고 정진을 게을리 하지 않았으며, 옳지 않은 이익을 없이하고, 기름 장사를 생업으로 하였다.
그때 어떤 사문이 나이가 서쪽으로 기운 석양과 같았는데 뜻을 높은 행에 두고 문학(文學)에는 겨를이 없으니, 속마음이 사악한 무리들은 무명(無明)이라고 하여 예경하는 데도 편벽됨이 있어서 다 갖추지 않았다. 그런데 마유(麻油)를 구걸하여 부처님 앞에 바치니, 홀어머니가 그것을 알고 하루도 빼지 않고 기름을 주었다.

한 비구가 부처님께 머리를 조아리고 합장하고 여쭈었다.
“저 늙은 비구가 비록 지혜는 적으나 계율을 갖추고 행이 높습니다. 등을 켜서 정성껏 공양하옵는데 뒤에 어떠한 복을 얻겠나이까?”
세존께서 칭찬하셨다.
“잘 물었다. 저 늙은 비구는 무수겁을 지나서 마땅히 여래ㆍ무소착ㆍ정진도ㆍ최정각이 되어서 정수리에 겹광명[重光]이 있고 삼계를 인도하여서 득도(得度)하는 중생이 헤아릴 수 없이 많으리라.”
홀어머니가 소식을 듣고 부처님 처소로 달려가서 머리를 조아리고 아뢰었다.
“비구가 등에 켠 기름은 제가 바친 것이옵니다. 그가 앞으로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얻어서 중생을 인도하여 신묘한 본래의 무(無)로 돌아가게 하리라 하시오니, 하늘ㆍ사람ㆍ귀신ㆍ용들로서 좋아하지 않는 것이 없나이다. 저를 불쌍히 여겨 다시 제게도 수기를 주옵소서.”
부처님께서 여인에게 말씀하셨다.
“여인의 몸으로는 부처ㆍ연각ㆍ벽지불ㆍ범천ㆍ제석ㆍ마천ㆍ비행황제가 되지 못하나니, 이러한 어른은 높고 높아서 여인의 몸으로 얻어질 바가 아니다. 이를 얻고자 하거든 마땅히 더러운 몸을 버리고 청정한 몸을 받아야 하느니라.”
여인이 머리를 조아리고 아뢰었다.
“이제 이 몸뚱이를 버리겠나이다.”

집으로 돌아가서 깨끗이 목욕하고 멀리 절하면서 말하였다.
“대저 몸뚱이라는 것은 4대(大)가 화합하여 있는 것인데, 내가 오래 보전할 수 없다.”
누각에 올라서 소원하였다.
“이제 이 더러운 몸을 굶주린 중생에게 바치오니, 원컨대 남자의 몸을 얻어서 수기를 받고 부처가 되게 하옵소서. 만약 혼탁한 세상에 어두운 중생으로서 바름을 등지고 삿된 데로 향하여 부처를 알지 못하는 자가 있으면 제가 마땅히 저 세상에 있어서 건지겠나이다.”
높은 데서 몸을 던지니 보는 자가 소름이 끼쳤다. 부처님께서 지극한 뜻을 아시고 땅을 화하여 부드럽게 하시니, 마치 하늘의 보료와 같았다. 몸을 보니 상한 데가 없는데 곧 그대로 남자가 되었는지라 그 기쁨이란 한량이 없었다.
부처님 처소에 달려가서 뛰면서 아뢰었다.
“세존의 은혜를 입어서 이미 청정한 몸을 얻었사오니 원컨대 가엾이 여기시와 제게도 높은 수기를 주옵소서.”
부처님께서 찬탄하셨다.
“네 용맹은 세상에 희유하다. 반드시 부처가 될 것이니 의심을 품지 말라. 등불을 켠 비구가 부처가 될 때 마땅히 네게 불호(佛號)를 주리라.”
하늘ㆍ사람ㆍ귀신ㆍ용들이 장차 이 사람이 부처가 되리라는 것을 듣고 다 그를 향하여 절하여 축하하고 처소로 돌아가서 감탄하면서 각기 정진을 더하였다. 그때 중생을 발심시킨 것이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었다.

부처님께서 추로자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늙은 비구는 정광(錠光)부처님이었고, 홀어머니는 나였느니라.”
보살은 예지(銳志)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정진함이 이와 같았다.

육도집경 제7권

오 강거국 사문 강승회한역

5. 선도무극장(禪度無極章)[여기에 9장이 있음]

74
선도무극(禪度無極)이란 어떠한 것인가? 그 마음을 바르게 하고 그 뜻을 하나로 하며, 여러 가지 착한 것을 모아 마음속에 두며, 마음의 모든 더럽고 나쁜 것을 착한 것으로써 소멸시키는 것이다.
대저 4선(禪)이 있으니, 1선(禪)의 행은 탐하고 애착하는 다섯 가지 요망하고 사특한 일을 제거하며, 눈으로 화려한 색을 보면 마음이 음란해지고 미치는데, 귀에 소리와 코에 향기, 입에 맛, 몸에 좋음도 다 제거하는 것이다. 도를 행하는데 뜻을 둔 자는 반드시 이런 것들을 멀리해야 한다. 또 멀리해야 할 다섯 가지 번뇌가 있으니, 재물을 탐하는 번뇌[貧財蓋], 성내어 노하는 번뇌[恚怒蓋], 잠자는 번뇌[睡眠蓋], 음탕한 낙의 번뇌[淫樂蓋], 근심하고 의심을 품는 번뇌[悔疑蓋]이다.
도가 있거나 없거나, 부처가 있거나 없거나, 경이 있거나 없거나, 심(心)ㆍ의(意)ㆍ식(識)ㆍ념(念)이 청정하여 때가 없어야 한다. 마음이 밝아서 참됨을 보며 알지 못함이 없나니, 하늘도 용도 귀신도 요괴도 어둡게 할 수 없다. 마치 사람이 많은 원수[十怨]가 있어 몸을 빼내어 홀로 산간에 있으면 아무도 모르게 되고, 또 두려워할 것도 없는 것처럼, 사람이 정욕을 멀리하고 안으로 청정하여 마음이 고요하면 이것을 1선(禪)이라고 한다. 마음이 1선을 얻으면 2선으로 나아가게 된다.

제2선(禪)이란, 어떤 사람이 원수를 피하여 비록 깊은 산에 처하였으나 원수가 찾아올까 두려워서 더욱 깊이 숨는 것, 고요함을 행하여 비록 열 가지 정욕의 원수를 멀리는 하였으나 오히려 욕심의 도적이 와서 도(道) 뜻을 파괴할까 무서워서 제2선을 얻는 것이니, 정욕이 점점 멀어지면 몸을 더럽히지 못한다.
제1 선은 선과 악이 다투는데, 선으로써 악을 없애어 악이 물러가고 선이 나아가는 것이지만, 제2선은 기쁜 마음으로 고요히 머무르니, 다시 착함으로써 가서 저 악함을 소멸시키지는 않는다.
기쁨[喜]과 착함[善]의 두 가지 뜻도 다 스스로 소멸되어 10악이 아주 끊어졌다. 외부에서 인연이 와서 마음에 들어감이 없는 것은, 비유하건대 높은 산 꼭대기에 샘이 있는데, 흘러 들어오는 물도 없고, 또한 용이 비를 내리는 것도 아닌데, 물이 저절로 속에서 나와 맑은 물이 샘에 가득한 것처럼 착함이 속마음에서 나와 악함이 다시 귀와 눈과 코와 입으로 들어가지 않는 것이다. 마음을 제어하는 것을 이와 같이 하면 곧 3선으로 나아가게 된다.

제3선은 마음을 굳게 지켜 선과 악이 들어오지 않고 마음의 편안함이 수미산(須彌山)과 같으며, 모든 착함이 바깥 일에서 나오지 않고, 선과 악이 고요히 없어져 마음에 들어오지 않는다. 마치 연꽃의 뿌리와 줄기가 물에 있고, 꽃이 봉우리져서 아직 피지 않은 채 물에 덮여 있는 것과 같다.
3선의 행은 그 깨끗함이 꽃과 같아서 여러 악함을 여의고 몸과 뜻이 함께 편안한 것이니, 마음 제어하기를 이와 같이 하면 곧 4선으로 항하게 된다.

선과 악을 다 버려서 마음에 착함도 생각하지 않고 또한 악함도 두지 않아서 마음속이 밝고 깨끗함이 유리 구슬과 같으며, 또 사녀(士女)가 깨끗하게 스스로 목욕하고 좋은 향을 몸에 바르고, 속옷도 겉옷도 새 것으로 갈아입고, 선명한 웃옷을 걸치면 겉과 속이 향기롭고 깨끗한 것처럼, 보살의 마음이 발라서 저 4선을 얻으면 사특한 무리와 여러 가지 더러움이 그 마음을 덮지 못한다.
마치 깨끗한 비단처럼 무슨 빛깔이나 낼 수 있고, 도자기 만드는 사람이 진흙을 이겨 그릇을 만드는데 자갈도 모래도 없이 된 진흙으로 무슨 그릇이거나 만들 수 있는 것과 같으며, 또 야금사(冶金師)가 명금(名金)을 단련하는데 백천 기교를 마음을 좇아서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과 같이, 보살이 마음이 청정하여 저 4선을 얻으면 뜻이 향하는 대로 되어서 가볍게 몸을 들어 날아오를 수도 있고, 물 위를 밟고 갈 수도 있고, 몸뚱이를 분산하여 만 가지로 변화할 수도 있으며, 출입을 틈이 없이 하되 있고 없고를 자유로 하며, 해와 달을 더듬고 하늘땅을 움직이며, 막힘이 없이 보고 투철하게 들어서 듣고 보지 못하는 것이 없으며, 마음이 청정하고 보는 것이 밝아서 일체 지혜를 얻는다. 천지의 중생들로서 대신함이 있을 수 없어서 시방에 현재 중생들의 생각하는 바, 아직 싹트지 않은 일과 중생의 혼령이 하늘이 되고, 사람이 되고, 태산ㆍ아귀ㆍ축생 도(道)에 들어가고, 복이 다하면 죄를 받고, 앙화가 끝나면 복을 받고 하는 것들을 멀리 알지 못하는 것이 없다.
대저 4선을 얻으면 불환ㆍ빈래ㆍ구항ㆍ응진ㆍ부처님 여래의 지극히 참되고 평등하고 바른 깨달음의 위없는 밝음을 얻고자 하여 구하면 곧 얻나니, 마치 만물이 다 땅에서 나는 것처럼 5통지(通智)로부터 세존에 이르기까지 다 4선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마치 중생의 짓는 바가 땅이 아니면 서지 못하는 것과 같다.

부처님께서 또 말씀하셨다.
“중생이 세상에 처하여 바로 천제와 선성(仙聖)의 공교하고 약은 지혜를 부려도 이 경을 보지 않아 4기(棄)의 정(定)을 얻지 못하면 오히려 어리석고 몽매하게 된다. 이미 지혜가 있고 또 마음을 하나로 하게 되면 곧 세상을 제도함에 가깝게 될 것이다.”
보살은 선으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禪度無極], 마음을 하나로 함이 이와 같았다.

75
예전에 비구가 식사를 마치고 씻고 양치하고 깊은 산 언덕에 들어가 무덤 사이 나무 밑에 앉아서 손을 깍지끼고 머리를 숙이고 일심으로 생각을 없이하여 마음속에서 5개(蓋)를 제거하였다. 5개가 없어진 뒤에는 그 마음이 환해져서 어둠은 물러가고 밝음만이 있었다.
하늘ㆍ인간ㆍ나는 것ㆍ기는 것ㆍ꿈틀거리는 것들을 돌아볼 때, 그것들이 어리석고 어두워서 5개를 풀어 밝고 착한 마음을 막아서 끊는 것을 가엾어 하였다.
5개를 없이 하여 버리면 모든 착함이 곧 강하여지나니, 마치 가난한 사람이 빚을 얻어 생업을 다스려서 이익을 얻어 빚을 갚고, 남은 재산으로 살 길을 닦아서 날마다 이익이 들어오니 그 사람의 마음이 기쁜 것과 같고, 또 종의 신세를 면하여 양민이 되고, 병이 낫고, 구족(九族)이 날로 일어나고, 옥에 갇혔던 중죄인이 사면을 만나서 나오게 되는 것과 같으며, 또 중한 보배 때문에 바다를 건너고 험한 데를 지나서 집에 돌아와 친척을 보매 그 기쁨이 한량없는 것과 같으니라.
마음에 5개를 지니면 마치 5고(苦)와 같은데, 비구가 진리를 보고 5개를 여의니, 마치 저 범속한 사람이 위의 5환(患)을 면한 것과 같다. 덮음이 물러가고 밝음이 나아가니 여러 악한 것이 다 없어지고 도의 뜻이 강성하여 곧 1선을 얻는다.

1선으로부터 2선에 나아가는데, 무릇 3행(行)이 있으니, 첫째는 힘써 나아감이요, 둘째는 세면서 생각함[數念]이요, 셋째는 사유함[思惟]이라, 이 세 가지 일로부터 4선을 이루는 것이다.
1선으로써 2선에 이르고, 2선으로써 3선에 이르고, 3선으로써 4선에 이르나니, 4선은 3선보다 낫고, 3선은 2선보다 낫고, 2선은 1선보다 낫다.
제1선은, 10악이 물러가고 5선(善)으로 나아가니 무엇을 10악이라고 하는가? 눈으로 색을 즐기고, 귀로는 소리, 코로는 냄새, 입으로는 맛, 몸으로는 좋은 접촉을 즐기는 것에다가 위에서 말한 5개(蓋)를 아울러서 10악이라고 한다. 무엇을 5선이라고 하는가? 첫째는 헤아림[計]이요, 둘째는 생각[念]이요, 셋째는 사랑[愛]이요, 넷째는 즐거움[樂]이요, 다섯째는 일심(一心)인 것이니, 이 5선이 안에 있는 것이다.
제2선은, 헤아리지 않고[不計] 생각하지 않고[불념] 마음을 제어(制御)하여 안으로 관(觀)하며, 선행(善行)이 안에 있어서 다시 저 귀ㆍ눈ㆍ코ㆍ입으로 드나드는 것[出入]이 아니며, 선과 악 두 가지 행동에 다시 서로 간여하지 않고 마음이 안에 처하여서 오직 기쁨만을 지니는 것이다.
3선의 행은, 환희를 제거하여 마음이 청정함으로 향해서 편안하게 고요한 것이다. 부처님께서 여러 응진에게 욕심을 없애서 그 마음을 청정하게 한 자라야 몸이 처음부터 끝까지 편안하리라고 하셨느니라.
제4선은 기쁜 마음[歡喜]이 가고 적정(寂定)을 얻는 것이다.
1선은 귀가 소리에 어지럽고[聲亂], 2선은 마음이 생각에 어지러우며[念亂], 3선은 마음이 기쁨으로 어지럽고[歡喜亂], 4선은 마음이 호흡으로 어지러운데[喘息亂], 1선에서 귀의 소리를 제거하고 2선으로 나아가며, 2선에서 생각을 없애고 3선으로 나아가며, 3선에서 기쁨을 없애고 4선으로 나아가며, 4선에서 호흡을 없애어 공정(空定)을 얻는다.
보살은 선(禪)으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마음을 하나로 함이 이와 같았다.

76
보살이 도에 뜻을 둠에는 대체로 몇 가지 일로 안을 청정하게 하고, 마음을 하나로 하여 선을 얻는 것인가?
혹 늙은이가 머리가 희고 이가 빠져서 형체가 변하여 달라진 것을 보면 깨달아서 “나도 뒤에 반드시 저러할 것이다” 하고 일심으로 선을 얻는다. 혹 병자가 몸과 마음이 괴롭고 아픈 것을 보면 마치 매맞는 고초를 당하는 것과 같아서 슬퍼하면서 깨달아서 “나는 뒤에 반드시 저러할 것이다” 하고 일심으로 선을 얻는다. 혹 중생이 수명이 다하여서 숨이 끊어지고 온기가 가시고 혼신이 떠나고 몸이 차져서 구족이 들어다가 멀리 들 밖에 버리면 한 열흘 만에 부풀어 오르고 썩어 냄새나니, 혹 여우나 개나 새들이 먹고, 살에서 벌레가 생겨서 그 벌레가 도로 몸뚱이를 먹으며, 고름과 피와 오로가 흥건히 땅에 흐르고 해골이 흩어져서 마디마디 곳을 달리하여 발ㆍ발등ㆍ정강이ㆍ넓적다리ㆍ엉덩이ㆍ척추ㆍ갈비ㆍ팔뚝ㆍ머리ㆍ이빨ㆍ해골 따위가 각자 분리된 것을 보면, 도인이 생각하기를, ‘대저 삶에는 죽음이 있으니 사람과 사물은 허깨비와 같다. 모인즉 떠남이 있어서 혼신이 가고 몸뚱이가 흩어지는 것이니, 내가 어찌 머물러 홀로 저와 같지 않겠느냐’ 하고 슬퍼서 일심으로 선을 얻는다.

혹 죽은 지 오래 되어 몸뚱이 뼈가 녹아 없어져서 흙과 먼지로 된 것을 보면 깊이 생각하기를, ‘내 몸뚱이도 저렇게 될 것이다’ 하고 일심으로 선을 얻는다. 혹 태산지옥의 끓는 물이나 타는 불의 지독함과 혹독하게 찢는 아픔이며, 아귀가 굶주린 채 여러 해를 거듭하는 괴로움과 축생이 도살되어 벗겨지고 갈라지고 끓는 고통을 당함을 들으면 놀라서 일심을 얻는다. 혹 곤궁함과 추위와 굶주림으로 죽는 것을 보거나, 혹 나쁜 짓을 한 사람이 왕법(王法)에 의하여 죽는 것을 보고는 도인이 생각하기를, ‘이 사람이 환을 만나는 것은 도의 뜻이 없는 때문이다. 나도 정진하지 않으면 반드시 또 저와 같이 될 것이다’ 하고, 그 마음을 하나로 하여서 선을 얻는다. 깊이 생각하여 안으로 관하니, 아래로는 똥오줌이 내려가서 핍박하고, 위로는 차고 뜨거운 기운이 올라가서 위협하니, 몸뚱이란 싫어할 만한 것임을 깨닫고 일심으로 선을 얻는다. 혹 흉년에 오곡이 익지 않고 백성들이 궁핍하여 난리를 일으켜 서로 치고 싸워서 주검이 가로 세로로 놓인 것을 보면 슬퍼서 생각하기를, ‘내가 도를 닦지 않으면 반드시 저와 같이 되리라’ 하고 그 마음을 하나로 하여 선을 얻는다. 성하면 쇠함이 있은지라 영화와 재물은 보전하기 어렵고, 젊고 씩씩함에는 늙고 병듦이 있으며, 목숨은 번갯빛 같음을 보고 이를 생각하매 놀라서 그 마음을 하나로 하여 선을 얻는다.

부처님의 높고 높으심과 상호가 그와 같을 수 없음을 생각하니 다 청정함을 말미암아 부처님이 되기까지에 이른 것이다. 이를 생각하고 기뻐서 그 마음을 하나로 하여 선을 얻는다. 경전의 깊은 뜻과 사문의 높은 행을 생각하고 그 마음을 하나로 하여 선을 얻는다. 몸으로 착한 일을 하여 앞뒤로 덕을 쌓아서 그 마음을 하나로 하여 선을 얻는다. 다만 어리석어 구하는 것이 부처님의 밝은 법을 어겨서 수고로울 뿐 죄를 더하지만 모든 하늘은 세상에 처하였을 때, 계를 지키고 재(齋)를 받들므로 천상에 오르게 되어 영화와 수명이 한량없는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그 마음을 하나로 하여 선을 얻는다.
부처님의 깊은 경전을 받고 되풀이하여 생각하며, 중생을 위하여 가르쳐 인도하고는 마음이 환희하여서 그 마음을 하나로 하여 선을 얻느니라.

중생들을 생각해 보면 이루어짐이 있으면 문득 무너지는데, 무너지는 것은 모두 고통이라, 이를 생각하고 슬퍼서 그 마음을 하나로 하여 선을 얻는다. 중생의 성품은 스스로 보전하지 못하나, 닥쳐올 변을 도인은 스스로 두려워 한다. 목숨이 다하면 죽음이 이르러서 혹 악도에 떨어지는지라, 세상의 영화와 즐거움과 참과 거짓이 꿈과 같음을 보고 뜻이 거듭 각성되어 그 마음을 하나로 하여 선을 얻는다.
모든 음식이 입에 들어가면 침과 콧물이 뒤섞이어 밖에서는 좋으나 속에서는 썩어서 똥오줌이 되니, 이를 생각해 보면 추악한 것이라, 그 마음을 하나로 하여 선을 얻는다.
아이가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 처음에는 엉긴 죽 같다가 점점 커서 삼십 칠팔 일이 되면 몸뚱이가 다 이루어지고, 낳는 어려움에 임하여는 위태함이 많고 편안함이 적으며, 태어난 뒤에는 모든 병에 침노되어 혹은 한 살, 혹은 열 살 혹은 쉰 살에서 백 살까지 간다 하더라도 다 늙고 죽음을 당하여서 이 환을 면할 수 없으니, 나도 또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마음을 하나로 하여 선을 얻는다.
존재가 있으면 곧 없어져서 찾아도 처한 곳이 없으니 삼계가 다 공한 것이라, 뜻에 탐하고 사모함이 없고, 중생을 생각하되 부처님 경을 보지 않고 삿된 욕심에 가려서 항상함이 아님을 모르는 것을 슬퍼하여서 제도할 것을 서원하고 그 마음을 하나로 하여 선을 얻는다.

뜻을 이루고 행이 높아져 4등심을 품어 중생을 가엾이 여겨 기르니, 마치 인자한 어머니가 어린아이를 거두는 것과 같이 하나니, 아이가 동무들을 따라가 놀면 어머니가 걱정이 되어서 나가 찾다가 아이가 진흙과 먼지투성이가 되어서 배고픔과 목마름에 우는 것을 보고는 가엾어서 눈물을 머금고 안고 돌아와서 목욕을 시키고 옷과 밥을 주며, 몸이 편안해지고 마음이 기쁘게 되면 어머니가 좋아서 안고 돌아다니면서 전과 같이 놓아 두지 않는데, 도인이 자비로써 중생을 애호함이 저 인자한 어머니보다도 더하여서 천하의 사람들과 날아다니고 기어다니고 꿈틀거리는 무리들로 하여금 부처님을 받들고 경을 보고 사문들을 친하고 부처님 계율을 받아서 품고 행하게 하여 3악을 멀리 여의고 마음으로 착함을 생각하며, 입으로 착함을 말하며, 몸으로 착함을 행하여 3악을 억제하고 길이 3선(善)을 일으켜서 다시는 태산지옥ㆍ아귀ㆍ축생의 궁하고 괴롭고 험한 곳에 떨어지지 않고 복이 끝이 없는 집[無極之福堂]에 편안히 있게 한다.
다시 뒤쫓아 가르치되 복된 곳에 있어 그 때문에 교만하고 방탕해져서 방자하게 악심을 쫓아서 도로 3악도에 떨어질까 무서우므로 영화와 복록의 화를 보이고, 항상함이 아님과 괴로움과 공함의 변으로써 경계하여 함이 없음[無爲]을 취하도록 권하는 것이 저 인자한 어머니가 거두어 보호하는 뜻과 같다.

열여섯 가지 일을 생각하여 그 마음을 하나로 하면 선을 얻나니, 무엇이 열여섯 가지인가? 호흡[喘息]이 길고 짧으면 곧 스스로 알고, 호흡이 몸을 움직이면 곧 스스로 알며, 호흡이 조금 나타나면 곧 스스로 알고, 호흡이 쾌하고 쾌하지 않으면 곧 스스로 알고, 호흡이 그치고 달리면 곧 스스로 알며, 호흡이 기쁘고 슬프면 곧 스스로 알고, 스스로 만물이 덧없음을 생각함을 호흡으로 스스로 알며, 만물은 지나가서 거슬러 올라가 얻을 수 없음을 호흡으로 스스로 알고, 안으로 생각하는 바를 없이 하여 생각하는 바를 버림을 호흡으로 스스로 알며, 몸과 목숨을 방기함이 몸과 목숨을 버리는 것이 아님을 호흡으로 스스로 안다. 도인은 이것이 있으면 이것을 얻고, 없으면 이것을 얻지 못함을 깊이 생각한다. 대저 남[生]이 있으면 반드시 늙고 죽는 환난이 있으나 영혼은 없어지지 않고 곧 다시 몸을 받으며, 남이 없으면 늙음도 없고, 늙지 않으면 죽음도 없나니, 이것을 생각하고 그 마음을 하나로 하여 선을 얻는다.
도인이 눈으로 세상의 생사를 관하되 다만 12인연으로 하여서 이것을 생각하고 그 마음을 하나로 하여 선을 얻는다.

도인이 5사(事)로써 스스로 형체를 관하나니, 첫째는 스스로 얼굴 따위가 자주 변함을 보고, 둘째는 고와 낙이 자주 옮겨가며, 셋째는 뜻과 생각이 자주 변하고, 넷째는 형체가 자주 달라지며, 다섯째는 선악이 자주 바뀌는 것이니, 이것을 5사라고 한다. 자주 변하여 달라지는 것이 마치 흐르는 물이 앞뒤가 서로 미치는 것과 같나니, 이것을 생각하고 그 마음을 하나로 하여 선을 얻는다.
도인이 선(禪)을 생각함에는 마땅히 어떻게 해야 하는가? 눈으로 죽은 사람을 보되 머리에서 발까지 자세히 생각하고 익히 보아서 생각에 두고 마음에 붙여서 가거나 앉거나 눕거나 일어나거나 먹거나 마시거나 하는 만 가지 일에 항상 생각하고 마음에 붙여서 그 뜻을 견고히 한다.
선을 얻어 생각하는 바에 자재함은,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두어 섬의 쌀로 밥을 짓는데, 익고 안 익은 것을 알고자 하면 곧 쌀 한 낱알을 집어서 비벼 보아서 하나가 익은 것이 분명하면 나머지는 다 익은 것이니, 도의 뜻도 이와 같아서 마음의 돌아 달리는 것이 물 흐르는 것과 같아도, 도인은 곧 한 일을 생각해서 마음이 머물고 뜻이 청정하면 응의(應儀: 아라한)의 참도[眞道]와 멸도(滅度)를 얻을 수 있다.

제1선에서 응의를 얻고자 하면 될 수 있는가, 없는가?

얻는 자도 있고 얻지 못하는 자도 있다.
어떻게 해서 얻을 수 있고, 어떻게 해서 얻지 못하는가?
1선에서 생각[念]이 있고 애욕[愛]이 있으면 도가 이뤄지지 않는다. 천지는 덧없고 허공도 보전하기 어려우니, 안의 더러움을 다하고 탐착과 애욕의 생각이 없다. 뜻을 이와 같이 맑히면 응진(應眞)을 얻을 수 있다.
2선, 3선에서 4선에 이르도록 마음 잡기를 마땅히 1선과 같이 할 것이니, 뜻이 1선에 있으면 응의(應儀)를 얻지 못하더라도 목숨을 마치고는 7천(天)에 올라가서 1겁의 수명을 받을 것이며, 2선에 있으면 마침내 11천에 올라가서 2겁의 수명을 받을 것이며, 3선에 처하면 마침내 15천에 올라가서 8겁의 수명을 받을 것이며, 4선에 처하면 마침내 19천에 올라가서 16겁의 수명을 누릴 것이다.

도인이 스스로 몸 안의 오로(惡露)를 관찰하여 온통 깨끗하지 않다고 여긴다.머리털ㆍ살ㆍ뼈ㆍ가죽ㆍ눈물ㆍ콧물ㆍ침ㆍ힘줄ㆍ핏줄ㆍ골수ㆍ간ㆍ폐ㆍ장ㆍ위ㆍ심장ㆍ쓸개ㆍ비장ㆍ신장ㆍ똥ㆍ오줌ㆍ고름ㆍ피 따위 더러운 것들이 함께 합하여져서 사람이 되었으니, 마치 주머니에다 오곡(五穀)을 넣은 것과 같다. 주머니를 쏟고 분별하여 보면 가지가지가 각각 다른 것처럼 밝은 사람은 이와 같이 안으로 그 몸뚱이를 보매, 4대가 가지 수대로 제각기 이름이 있어서 도무지 사람이란 없는 것이다. 무욕(無欲)의 관(觀)으로써 본래의 공함을 보고 그 마음을 하나로 하여 선을 얻는다.

도인이 깊이 관하여 몸을 흙[地]ㆍ물[水]ㆍ불[火]ㆍ바람[風] 4대로 구별하되, 털ㆍ뼈ㆍ이ㆍ가죽ㆍ살ㆍ오장은 흙이고, 눈물ㆍ콧물ㆍ침ㆍ고름ㆍ피ㆍ땀ㆍ기름ㆍ골수ㆍ오줌은 곧 물이며, 몸의 온기와 열은 주로 음식을 소화시키는데 이것은 불이고, 천식 호흡은 곧 바람이다. 마치 칼잡이[屠兒]가 축생을 잡아서 네 등분으로 갈라놓았다면 그는 자세한 것을 아는 것처럼, 도인이 안으로 관하여 4대로 나눠서 구별하되, 이것은 흙, 저것은 물로, 불과 바람도 그렇게 갈라 보면 도무지 사람은 없는 것이 된다. 이렇게 생각하고 뜻이 고요하여 그 마음을 하나로 하면 선을 얻는다.
도인이 스스로 호흡의 장단(長短)을 알고, 더디고 빠르고 크고 가늘고를 다 구별하여 아는 것이, 마치 사람이 물건을 깎는 데 있어 스스로 깊고 얕음을 아는 것과 같으니, 숨쉬는 것 생각하기를 이와 같이 하여 그 마음을 하나로 하면 선을 얻는다.
보살은 선(禪)으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마음을 하나로 함이 이와 같았다.

77
태자가 나가서 노닐려고 하니, 왕이 국내에 신칙하여 뭇 더러운 것이 태자가 가는 길에 나타나지 못하게 하라고 하였다.
태자가 성을 나가니 제2의 천제(天帝)가 노인으로 화하여 그 수레 앞에 당도하니, 머리는 희고 등은 굽었는데, 지팡이에 의지하고 비틀걸음을 쳤다.
태자가 말하였다.
“이 사람은 무엇인가?”
수레를 모는 사람이 대답하였다.
“늙은 사람입니다.”
“무엇을 늙는다고 하는가?”
“4대의 근(根:六根)이 익어서 남은 목숨이 얼마 없는 것입니다.”
“나도 뒤에 역시 늙을 것인가?”
“자고로 늙음을 면한 성인은 없었습니다.”
‘나를 존귀하고 영화롭다 하여 보통과 다르다고 하지만 이런 것을 면하지 못한다면 영화라는 것이 내게 무슨 이익됨이 있으랴’ 하고, 궁으로 돌아와서 이를 생각하고 일심으로 선(禪)을 얻었다.
왕이 신하에게 물었다.
“태자가 나아가서 노니는데 나라를 보고 기뻐하더냐?”
“길에서 늙은이를 보고는 세상이 항상함이 아님을 생각하고 마음으로 기뻐하지 않았습니다.”
왕이 나라를 버릴까 무서워서 음악하는 사람들을 더 늘려서 영화로써 혹하게 하고, 여러 가지 음악으로써 어지럽혀서 그의 도에 대한 뜻을 무너뜨리고 임금의 자리를 지키게 하고자 하였다.

뒤에 다시 나아가 노니는데 왕이 거듭 신칙하여 말하였다.
“늙은이가 길가에 있는 일이 없도록 하라.”
먼젓번 그 제석이 다시 병자로 화하여서 몸은 기진 맥진하여 살은 다 빠지고 뼈만 남았는데, 게다가 오로를 몸에 바르고 문 옆에 의지하여 있었다.
태자가 물었다.
“이건 또 무슨 사람이냐?”
“병든 사람입니다.”
“어떻게 해서 병이 드는가?”
“음식을 절도 있게 하지 않고 눕고 일어남을 항상함이 없게 하므로 이러한 병을 얻어서 혹 낫기도 하고 혹 죽기도 하옵니다.”
“나도 역시 음식을 절제하지 않고 눕고 일어남을 항상함이 없이 하면 병들 것이 아닌가.”
“몸뚱이가 있으면 곧 병이 따르는 것이니 이 환을 면할 수 없습니다.”
태자가 말하였다.
“나도 환을 면하지 못할 것이니 뒤에는 반드시 이와 같을 것이다.”
궁에 돌아와서 이를 생각하고 일심으로 선에 들었다.

뒤에 나갔을 때는 제석이 다시 죽은 사람으로 화하여서 들것에 메여 가는데, 만장을 세우고 애통해 하는 행렬이 길을 막으니, 태자가 물었다.
“이것은 또 어떻게 된 사람이냐?”
“죽은 사람입니다.”
“무엇을 죽었다고 하느냐?”
“목숨을 마치면 혼신은 옮겨 가고 몸뚱이가 분산되어 길이 친척들과 더불어 여의는 것이오니, 애통하여 그 자리에 있기 어렵습니다.”
“나도 또한 그러하겠구나.”
“높은 성인의 순수한 덕으로도 이 환은 면할 수 없습니다.”
수레를 돌려 궁으로 돌아가서 일심으로 선에 들었다.

뒤에 다시 나아가 노니는데, 왕의 농원 여막에 가서 나무 밑에 앉아 밭가는 것을 보니, 파 뒤집은 흙에서 벌레가 나오는데, 혹은 상하였거나 혹은 죽은 것을 새가 쫓아가서 먹는지라, 마음에 처량하여 길이 탄식하였다.
‘애닲다. 중생들의 불안함이여, 안타까워도 어찌할 수 없구나.’
이를 생각하고 슬퍼하여 일심으로 선에 들었다.
그때 해가 한창 성하게 나와 태자의 몸에 쬐니 나무가 가지를 숙여 가려서 해에 그을지 않게 하였다.
왕이 찾아 나왔다가 멀리 위없는 성덕(聖德)의 영(靈)을 보고 슬픔과 기쁨이 뒤섞여서 자기도 모르게 절을 하니, 태자가 또한 땅에 머리를 조아렸다. 부자간의 인사가 끝나고 왕은 궁으로 돌아갔으며, 태자는 일심으로 선에 들었다.
보살은 선(禪)으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마음을 하나로 함이 이와 같았다.

78
태자가 처음 탄생하여 왕이 관상쟁이로 하여금 상을 보게 하니, 관상쟁이가 말하였다.
“나라에 있으면 반드시 비행황제가 될 것이고, 나라를 버리고 사문이 되면 마땅히 천상과 인간의 스승이 될 것입니다.”
왕이 세 계절의 궁전을 짓고, 봄ㆍ여름ㆍ겨울이면 각각 궁전을 달리하였다. 궁전에는 5백의 기녀가 있었는데 살찌지도 않고 마르지도 않았으며, 키도 나무랄 데 없었고 얼굴이 아름답고 밝은 것이 모두 복숭아와 오얏꽃 같았으며, 각각 몇 가지씩의 재주를 겸하여 그 자태가 어진 이를 혹하게 할 정도였는데, 이로써 태자를 즐겁게 하였다.
궁전 앞에 단 과실 나무를 줄지어 심었는데 꽃향기가 감돌았고, 청정한 욕지(浴池) 둘레에는 여러 가지 꽃과 기이한 새들이 있어서 우는 소리가 서로 조화되었다.
궁전 문을 여닫는 소리는 40리에 들렸고, 충신 위사(衛士)들이 순찰을 게을리 하지 않았으며, 경비하는 새에 교청새[鵁鶄]와 원앙새가 있어 서로 놀라서 울었다.

태자의 나이 17세에 경을 통달하지 않음이 없으니, 스승이 도리어 절하고 배웠다. 왕이 태자 비(妃)를 맞아들이니 비의 이름은 구이(裘夷)였는데, 용모와 자색(姿色)의 아름다움이 천녀(天女)에 비견되었다. 태자의 힘은 60마리의 거대한 코끼리를 꺾어서 물리칠 만하였다.
나이 19세에 이르니, 태자에게 기녀가 모두 합하면 무릇 1천5백 인이나 되었는데, 함께 한 궁전에 있게 하여 그 기악(伎樂)을 지극히 누리게 하였으니, 이는 태자를 피로하여 눕게 해서 출가를 버릴 수 있기를 바라서였다.
하늘이 기녀들로 하여금 다 누워서 아는 것이 없게 하였으나, 태자만 고요히 생각하였다. 태자가 모든 기녀들을 보니, 마치 나무 인형과 같아서 백 마디가 다 빈 것이 대나무 마디와 같았고, 수족은 땅에 늘어졌으며, 눈물 콧물이 흘러나왔고, 입의 침이 볼을 더럽혔으며, 북 위에 엎어진 채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다.
기녀들은 다 훌륭한 귀고리를 달아서 걸으면 흔들려서 반짝거렸고, 구슬 영락에 옥고리를 장식하였으며, 비단에 수를 놓은 훌륭한 옷을 입었다.
그런데 지금 거문고ㆍ비파ㆍ쟁(箏)ㆍ피리[笛]ㆍ갈잎피리[笳]ㆍ퉁소 따위 악기가 땅위에 가로 세로 흩어져 굴렀고, 경비하는 새와 수위(守衛)하는 자들도 모두 잠들어서 아무 것도 몰랐다.
태자가 가림이 없는 눈으로 두루 여러 사람의 몸을 관찰하다가 돌아와서 그 아내를 보니, 머리털ㆍ해골ㆍ뼈ㆍ이ㆍ손톱ㆍ손가락ㆍ피부ㆍ근육ㆍ고름ㆍ피ㆍ힘줄ㆍ핏줄ㆍ심장ㆍ쓸개ㆍ비장ㆍ신장ㆍ간장ㆍ폐장ㆍ창자ㆍ위 (胃)ㆍ눈물ㆍ똥ㆍ오줌ㆍ콧물ㆍ침뿐이라, 안으로 보면 마른 뼈와 같고, 겉으로 보면 살주머니[肉囊]와 같아서 하나도 귀할 것이 없는, 깨끗하지 않은 냄새나는 것이라, 이렇게 보고 생각할 때 사람으로 하여금 토악질을 하게 하였다.
마치 가면을 쓴 것처럼 좋은 의복으로 그 겉을 향기롭게 감쌌으나 똥ㆍ오줌ㆍ피ㆍ고름으로 그 속을 채웠으니, 어리석은 자는 그 겉을 믿지만 밝은 자는 그 속을 보고 만 리만큼이나 멀리하고도 오히려 눈을 감는다.

태자가 몸뚱이를 보매 허깨비와 같아서 오래 보전하기 어렵고, 세상에 있는 것이 빌린 것이니, 반드시 주인에게 돌려주어야 할 것이었다. 가로 세로 흩어져서 누워 있는 자는 마치 죽은 송장과 같으니, 더욱 좋지 않았다.
일심으로 참선을 하다가 선에서 깨어서 우러러 별[沸星]을 보니 밤이 이미 한밤중이었다.
그때 모든 하늘이 허공에 가득 차서 합장하고 절을 하고 꽃과 향을 흩고 여러 가지 음악을 울렸으며 헤아릴 수 없는 소원을 일으켰다.
태자가 모든 하늘이 머리를 조아림을 보고 곧 경을 설하였다.
“음란하고 방일함이 가장 나쁜 것이어서 사람으로 하여금 미치고 취하게 하며 올바름을 비방하고 사특함을 감탄하며, 어둠으로써 밝음을 삼게 하나니, 이러므로 모든 부처님과 벽지불ㆍ아라한들이 좋다고 말씀하지 않으신 것이다. 마땅히 어서 멀리하여야 하리라.”
되풀이하여 생각하고는 차닉(車匿)을 불러서 어서 건척(鞬陟)에 안장을 갖추도록 하였다.

그리고 또 생각하였다.
‘성문을 여닫을 때는 소리가 40리나 들리니 어떻게 해야 할까?’
모든 하늘들이 모두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우리들이 성문을 소리가 없게 하여 궁 안의 사람들이 알지 못하게 하옵고, 말발굽 소리도 고요하게 하여서 작은 소리도 나지 않게 하겠나이다.”
태자가 말에 오르니 백억 제석과 4백억 사대천왕과 하늘ㆍ용ㆍ귀신들이 받들고 따르면서 인도하여 길을 평탄하게 하고 하늘 음악으로 읊조리기를,위없이 높고 높으신데 우리가 나서 만남이여,
신령한 빛 접하오매 마음의 번뇌가 사라져서
영원히 쇠하지 않는 것을.
8난의 고통을 멀리하시는, 세존이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거듭 말하였다.
“다행한 일이다. 우리는 부처님을 만났으니…….”
말이 문을 나간 뒤에 문은 소리를 내었다. 말이 목이 메어 슬피 울부짖으니 눈물이 볼을 적셨다. 모든 하늘이 왕을 제지하여 온 나라가 알지 못하게 하였다.
그렇게 한 까닭은 태자로 하여금 빨리 불도를 얻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태자가 이렇게 하여 금륜왕(金輪王)의 7보의 지위를 버리고 여러 가지 고통을 참고 중생을 제도하였다.
보살은 선(禪)으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마음을 하나로 함이 이와 같았다.

79
태자가 아직 도를 얻지 못하였을 때 땅에 짚과 풀을 가져다가 깔고 나무 밑에 합장하고 단정히 앉아서 여러 가지 더러운 생각을 버리고 그 마음을 맑게 하고 그 뜻을 하나로 하여 스스로 결심하였다.
‘오늘부터 시작하여 살이 마르고 힘줄이 썩더라도 여기서 부처가 되지 못한다면 내가 끝까지 일어나지 않으리라.’
보살이 곧 1선을 얻고 2선과 3선을 거쳐서 4선에 이르렀다. 곧 일야(一夜)에 숙명통[術闍]을 얻었고, 수없는 겁의 부모ㆍ형제ㆍ처자ㆍ구족에 대하여 알았으며, 이야(二夜)에 천안통을 얻어서 수없는 겁의 빈부ㆍ귀천ㆍ장단ㆍ흑백과 중생의 마음속에 생각이 있고 생각이 없는 것을 알아서 알지 못함이 없었으며, 삼야(三夜)에 누진통을 얻어서 3독이 다 없어지고 밤이 밝을 무렵에 불도를 이루셨다. 그리고는 깊이 스스로 생각하셨다.
‘내가 이제 부처를 얻고 보니 심히 깊고 심히 깊어 알기 어렵고 마치기 어렵도다. 미세한 중에도 미세하고, 묘한 중에도 묘하도다. 이제 불도를 이루어서 모를 것이 없음을 얻었도다.’
일어나서 용이 있는 물에 이르셨다.
용의 이름은 문린(文隣)이었다. 문린이 있는 물가에 나무가 있었는데, 부처님께서 나무 밑에 앉으셔서 이렇게 생각하셨다.
‘예전에 정광부처님께서 내게 높은 수기를 하시되, 당래에 석가모니불이 되리라고 하시더니, 참으로 그 수기와 같이 내가 이제 부처가 되었도다. 수없는 겁으로부터 지금까지 보시ㆍ지계ㆍ인욕ㆍ정진ㆍ선정ㆍ지혜[明度]의 공을 쌓아 세운 원으로 이제 지극히 존귀함을 얻었으니, 착함을 지은 복이 돌아온 것이라. 나의 공이 헛되지 않았구나.’
부처님께서 마침 이렇게 생각하시고 문득 선도무극에 드셨다.

부처님께서 물가에 계시니 광명이 용의 거처에 투철하여 비친지라, 용이 그 광명을 보고 비늘이 모두 일어섰다. 용이 일찍이 세 부처님을 보았으니, 구루진불(拘婁秦佛)과 구나함모니불(拘那鋡牟尼佛)과 가섭불(迦葉佛)이었다.
이 세 부처님께서 도를 얻으실 때도 다 이 자리에 앉아서 용의 거처에까지 광명을 비추었던 것이다.
용이 광명을 보고 생각하였다.
‘이 광명이 전에 세 부처님 광명과 같은 것이라 세간에 없는 것인데, 다시 부처님께서 출현하신 것이로구나.’
용이 크게 기뻐서 물에서 나와 좌우를 돌아보다가 부처님께서 나무 밑에 앉아 계신 것을 보았다. 몸에 32상을 갖추시고 자마금색으로 광명이 혁혁함이 해와 달보다 더하였고, 상호의 단정하심이 나무에 꽃이 핀 것과 같았다.
용이 부처님께 나아가서 절하고 부처님을 일곱 번 돌고는 부처님한테서 40리를 떨어져 가서 일곱 머리로써 부처님 위를 가리고 기뻐서 7일 7야 동안 풍우(風雨)를 지었다.
부처님께서는 단정히 앉아서 움직이지 않고 흔들리지 않고 헐떡이지 않고 쉬지 않고 7일 동안 식사를 안 하셨으나 부처가 된 기쁜 마음에는 도무지 몸에 대한 생각이 없으셨다.
용이 또한 크게 기뻐서 7일을 먹지 않았으나 주리고 목마른 생각이 없었고, 7일을 마치니 풍우도 그쳤다.
부처님께서 선정에서 깨어나셨다.

용이 바라문의 소년으로 화하여서 좋은 옷을 입고 길게 무릎 꿇고 합장하고 머리를 조아리고 아뢰었다.
“추위도 없고, 뜨거움도 없으며, 굶주림도 없고, 목마름도 없으며, 공과 복이 모여서 여러 가지 독이 해하지 못하는 세상에 부처님이 되어서 삼계에 특히 높으시니 어찌 즐겁지 않으오리까?”
부처님께서 용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모든 부처님께서 경에서 말씀하시기를, ‘중생이 3악도를 떠나서 사람이 되는 것이 즐겁고, 세상에 처하되 한가히 있어서 도를 지키는 것이 즐겁고, 예전에 들은 바를 이제 다 얻는 것이 즐겁고, 세상에 처하되 자비를 품고 중생을 해하지 않는 것이 즐거우며, 천마(天魔)의 중한 독이 다 없어지는 것이 즐겁고, 담박하고 욕심이 없어서 영화를 생각하지 않는 것이 즐거우며, 세상에서 도를 얻어서 천상과 인간의 스승이 되어서 공(空)과 불원(不願)과 무상(無相)의 정(定)에 뜻을 두고, 비록 여러 가지 욕심을 가진 몸이 있더라도 정신을 본래의 무(無)로 돌려서 길이 고요함에 있으면 영원히 고통이 없어지는 것이니, 이것이 위없는 즐거움이니라’라고 하셨다.”
용이 머리를 조아리고 아뢰었다.
“이제부터 이후에는 스스로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겠나이다.”
부처님께서 용에게 말씀하셨다.
“방금 여러 성자들이 응진을 서원하고 굶주리는 고통을 제거하고자 하니, 또한 마땅히 미리 스스로 귀의(歸依)할지니라.”
용이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나이다.”
스스로 비구들에게 귀의하니, 축생 중에서 부처님께 귀의하고 먼저 교화된 자는 이 용이 제일이었다.
보살은 선(禪)으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마음을 하나로 함이 이와 같았다.

80
부처님께서 가시다가 길가 나무 밑에 앉으셨는데 1천2백50명의 비구와 함께 계셨다. 일심으로 선정에 드셨을 때 5백 대의 수레가 지나갔다. 그때 부처님께서 몹시 목이 말라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물을 가져오라. 내가 마시고자 한다.”
“방금 5백 대의 수레가 지나갔기 때문에 그 물이 매우 흐려서 마실 수가 없나이다.”
거듭 신칙하셨다.
“내가 더욱 목이 마르니 너는 빨리 물을 가져오라.”
이렇게 두세 번이나 신칙하시니, 아난이 아뢰었다.
“계곡이 있으니 이름은 구대(鳩對)라고 하옵니다. 물이 맑고 아름다워서 목욕도 할 수 있고 마실 수도 있나이다.”
부처님께서 아난과 이런 말씀을 하고 계실 때 한 사람이 있었으니 이름은 포계(胞罽)인데, 바라문을 스승으로 섬겼었다. 그 바라문은 이름이 라가람(羅迦藍)이었다.
포계가 부처님의 신령한 빛을 보니 몸빛이 자금색이며, 상호가 아주 특이하여 옛 성인에게도 희유한 것이었다. 마음에 기쁨이 넘쳐서 합장하고 곧 나아가서 머리를 조아리고 아뢰었다.
“방금 5백 대의 수레가 이리로 갔나이다. 세존께서 듣고 보고 하셨나이까?”
“듣지 못하였고 보지 못하였노라.”
포계가 또 아뢰었다.
“세존께서 누워계셨나이까?”
“내가 좌선을 하여 일심정(一心定)을 얻었었노라.”

포계가 감탄하였다.
“여래ㆍ무소착ㆍ정진각의 현묘하고 깊은 선정이 이럴 수도 있나이까? 수레가 향하는 곳은 나라가 진동하고 몸이 진애로 더럽혀지거늘, 도를 뜻하시고 휘청거림이 없으시며 듣지 않으시고 보지 않으시니, 하늘땅은 움직여도 이 뜻은 기울이기 어려운 줄 아나이다. 저의 스승이 계실 때 역시 길가 나무 밑에서 참선을 하셨는데, 그때 역시 5백 대의 수레가 그 앞으로 지나갔었습니다.
어떤 사람이 묻기를, ‘수레가 가는 것을 듣고 보고 하였느냐?’고 하니, ‘듣지 않았고, 보지 않았다’고 하였나이다. 그 사람이 또 말하기를, ‘당신은 잠들었던 것이냐?’고 하니, ‘나는 마음을 하나로 하여 청정한 선정을 얻었으므로 듣지 못한 것이다’라고 하였나이다. 그 사람이 말하기를, ‘아라한의 도[羅漢道] 뜻의 깊음이 이럴 수가 있는가. 수레가 앞을 지나가서 몸이 먼지로 더렵혀져도 알지 못하니’ 하고, 그 사람이 저분의 뜻이 깊고 현묘함을 보고는 종신토록 스승으로 섬겼었나이다.”
포계가 또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고요하고 안정되어 휘청거림이 없으신 뜻이 저의 돌아가신 스승과 같나이다. 오늘부터 목숨을 마치도록 부처님 5계를 받들고 청신사가 되겠사오니 감히 여러 가지 나쁜 짓을 하겠나이까?”

부처님께서 포계에게 말씀하셨다.
“5백 대의 수레소리와 우레 진동하는 소리가 어느 것이 크겠느냐?”
“천 대의 수레소리도 비올 때 작은 천둥소리에 견줄 수 없는데 어찌 하물며 격노의 벼락소리이오리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예전에 아담현에 있을 때 초막 밑에 앉아서 생사의 근본을 생각하였는데, 사나운 바람ㆍ비ㆍ우박ㆍ우레ㆍ번개ㆍ벼락으로 네 마리의 소와 밭 갈던 형제 두 사람이 죽었었다. 그 고을 백성들이 모두 나와서 구경하였는데, 내가 나가 경행하려는데 한 사람이 내게로 오기에 내가 묻기를,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무엇을 보는 것이냐?’고 하였다. 그 사람이 사실대로 이야기하고는 ‘부처님께서는 그때 어디에 계셨나이까?’ 하였다. ‘혼자서 이 초막 밑에 있었노라’ 하니, 그 사람이 또 묻기를, ‘그러면 그때 주무셨나이까’ 하였다.
‘아니다’라고 대답하였더니, ‘어찌 깨어 계시면서 듣지 않으실 수 있나이까? 도의 뜻이 심히 깊으시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제부터 원컨대 스승으로 세존을 섬기고 다섯 가지 청정한 계율을 밤들어 청신사가 되겠으며 종신토록 참됨을 지키겠나이다’라고 한 일이 있느니라.”

포계가 듣고는 마음이 열리고 맺힌 것이 풀려서 그 기쁨이 한량없었다.
종자(從者)에게 신칙하였다.
“집 창고에 금으로 짜서 만든 옷 천 벌이 있으니 그 속에서도 좋은 것으로 가져오라. 내가 부처님께 울리리라.”
종자가 명을 받고 집에 돌아가서 가져오니, 포계가 자기 손으로 옷을 부처님 몸에 입혀 드리고 물러나서 머리를 조아리고 아뢰었다.
“이제부터 원컨대 세존께옵서 높으신 몸을 굽히시어 저희들 마을의 청신사들 처소에 왕림하옵시고, 아울러서 제 집에도 내려오셔서 종문의 여러 사람이 각각 자신의 부처님께 공양하게 하여 주소서.
하늘땅이 다하도록 지극히 공경하는 마음으로써 하늘ㆍ용ㆍ귀신이나 날고, 기고, 꿈틀거리는 것들을 봉양하는 것이 하루 동안 한 사문에게 공양하는 것만 못하거늘 하물며 위없는 바르고 참되신 부처님이오리까? 원컨대 큰 자비를 베푸시어 제게 다함이 없는 복을 내리소서.”
세존께서 매우 좋다고 하셨다.

보살은 선(禪)으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마음을 하나로 함이 이와 같았다.

81
부처님께서 스스로 말씀하셨다.
“보살이 되었을 때 이름이 상비(常悲)였다. 상비보살이 항상 눈물을 흘리고 다녔다.
그때 세상에 부처님께서 안 계시고 경전은 다 없어지고 사문 성현들을 볼 수 없었다. 항상 부처님을 뵙고 경의 오묘한 뜻을 듣기를 생각하였으나, 그때 세상이 더럽고 탁하여서 바름을 배반하고 사특함을 향하여서 사치하고, 거짓되며, 사리(私利)를 탐하여 나아감이 마치 나비가 불을 좋아함과 같아서 4등(等:四無量心)과 6도(度:6바라밀)가 영원히 편안한 집인데도 세상에서 부처님의 이 법을 버리고 저 위험한 화로 나아감으로써 스스로 부서지므로 근심이 되고 슬퍼져서 애통해 하고 다니는 것이었다.
옛날에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명호는 영법무예(影法無穢)여래왕이었다. 멸도에 드신 지 오래 되어서 경법이 다 없어졌다. 상비보살이 꿈에 그 부처님을 보았는데, 그를 위하여 설법하셨다.
‘삼가 뽐내는 일이 없도록 하라. 배우는 보살의 행실이란 것은 마음에 은애(恩愛)의 때를 버리고 6정(情)의 지저분한 일에 집착하지 말아야 하나니, 여러 가지 애욕을 남겨서 털끝이나 실낱만큼이라도 마음속에 감추어 두지 말라. 모든 생각이 고요히 없어지면 이것을 함이 없음[無爲]이라고 하느니라.’
보살이 부처님한테서 이 법을 듣고는 마치 굶주린 사람이 달게 먹은 것과 같아서 그 기쁨이 한량없었으며, 마음의 때가 제거되어 청정한 선정에 들었으며, 곧 집을 버리고 처자를 멀리하고 깊은 산의 들어가서 한적하게 있으면서 산의 물과 과실로써 스스로 생활하였다.

산에 있으면서 손을 들어 가슴을 치면서 슬피 부르짖었다.
‘내가 지금 태어난 것이 원망스럽습니다. 부처님 세상을 만나지 못하고 부처님 경전을 듣지 못하오니 시방에 현재하신 지극히 참된 세존이시여, 밝게 보시고 밝게 들으시어 일체를 다 아시고, 황홀하고 아득하게 광명이 가지 않는 데가 없으시니, 원컨대 존령(尊靈)을 나타내시어 저로 하여금 부처님을 뵙고 큰 법과 큰 도의 지극한 이치를 듣게 하여 주소서.’
애원하는 소리가 마침 끝나자 천신(天神)이 내려와서 말하였다.
‘밝은 보살이여, 그렇다면 다시 슬퍼하지 말라. 부처님께 큰 법이 있으니 지혜도무극[明度無極]의 지혜라고 한다. 과거의 여러 부처님, 지금 현재에, 또 미래에 다 이 법을 말미암아서 도를 이루나니, 그대는 반드시 찾아서 그 글을 외워 익히고 그 뜻을 품어 알아서 받들어 행하라. 그대는 반드시 4무소외(無所畏)와 10력(力)과 18불공법(不共法)을 얻어 자금색의 몸과 끝이 없는 정수리의 광명이 있게 되고 시방에 경도(經道)가 있을 것이다. 그대는 밝은 임금ㆍ뭇 성인의 어른ㆍ천상 인간의 스승이 되리니, 응의(應儀)인 각 부처님께서도 지님이 없는 것이니라.’

상비보살이 우러러보면서 물었다.
‘누구한테서 이 높은 법을 들어야 합니까? 어떠한 방편으로 어느 국토에 가야 하며, 그 스승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천신이 말하였다.
‘그대는 여기서 정동쪽으로 가되, 색(色)ㆍ통(痛)ㆍ상(想)ㆍ행(行)ㆍ식(識)을 생각하지 말고, 고ㆍ낙ㆍ선ㆍ악과 귀ㆍ눈ㆍ코ㆍ입ㆍ몸ㆍ마음과 아(我)와 사람이 지나간 세상에 겪어 온 바와 오는 세상의 일을 생각하지 말고, 지(地)ㆍ수(水)ㆍ화(火)ㆍ풍(風)ㆍ공(空)과 청ㆍ황ㆍ백ㆍ흑 따위 여러 빛과 탐욕ㆍ음란ㆍ성냄ㆍ우치ㆍ질투와 남녀 구족과 좌ㆍ우ㆍ전ㆍ후ㆍ고(高)ㆍ하(下)ㆍ지(遲)ㆍ질(疾)을 생각하지 말고, 부처가 있고, 부처가 없고, 경도(經道)가 있고, 경도가 없고, 현성이 있고, 현성이 없고를 생각하지 말고 그대의 뜻을 비우며, 여러 가지 원을 끊으라. 그대가 이렇게 마음을 잡아서 나의 가르침에 어김이 없이 하면 곧 지혜도무극의 성전을 보게 되리라.’
상비보살이 우러러 말하였다.
‘잘 알았습니다. 끝까지 이를 지키겠습니다.’
천인이 거듭 말하였다.
‘정진하여 그것을 보존하라.’
그리고는 홀연히 나타나지 않았다.

보살이 가르침을 받고 마음을 바르게 하여 안을 깨끗이 하고 동으로 가면서 찾기를 수일 동안 하다가 서서 깊이 생각하였다.
‘내가 숙세의 복이 없어서 태어났으되 부처님을 만나지 못하고 세상에 사문이 없으며, 임금과 신하의 마음이 어지러운 것이다. 부처님 지혜도무극의 어둠을 제거하는 높은 스승께서는 여기서 몇 리나 가야 계시는지 알 수 없다.’
부처님을 보지 못하는 동안 마음이 더욱 비장해져서 온통 울면서 갔다. 정성의 지극함이 모든 부처님께 느껴졌다.
상방의 부처님께서 날아오셔서 그의 앞에 계시니, 몸빛이 자금색이었으며, 상호가 뛰어나게 거룩하셔서 얼굴은 보름달과 같았고 목에는 햇빛 같은 광명이 있었다. 모든 하늘이 모시어 따랐는데 보배 휘장과 꽃 일산에 풍악을 울리고 꽃을 흩었으며, 합장하고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부처님께서 보살을 찬탄하여 말씀하셨다.
‘훌륭하다, 훌륭하다. 너의 그 쾌하고 꿋꿋함은 세상에서 보기 드물도다.’
보살이 부처님을 뵙고 한편 기쁘고 한편 슬퍼서 머리를 조아리고 아뢰었다.
‘원컨대 부처님께옵서 저를 불쌍히 여기시어 저의 얽매임을 끊어 주시고, 저의 맺힘을 풀어 주시고, 저의 눈멂을 열어 주시고, 저의 병을 고쳐 주시고, 저를 위하여 경을 설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3계가 다 공한 것이다. 대저 존재하는 것은 다 없어는지는 것이니, 만물이 허깨비와 같아서 한 번 나고 한 번 멸함이 마치 물거품과 같으니라. 세상을 보면 다 그런 것이니 너는 그렇게 생각하여라.
내가 너를 위하여 경을 설하니 마음을 바르게 하여 자세히 듣고 삼가 잊어버림이 없이 하여라. 여기서 동으로 2만리를 가면 나라가 있으니 이름은 건타월(建陀越)이다. 모든 보살들의 성(城)이어서 한 나라 안에 모두 높은 보살뿐이고 평범하고 용렬한 사람이 없으며, 모든 보살의 덕을 설하고자 하는데 겁수(劫數)가 이미 다하였으나 그 덕이 남음이 있느니라.
지존상덕(至尊上德)의 보살의 이름은 법래(法來)인데, 저 모든 성자 중에서 마치 별 속의 달과 같으니라. 모든 경전을 품어서 그 밝음이 한이 없으며, 지혜도무극의 경을 펴서 연설하되 되풀이하여 사람을 가르치는데, 모든 보살이 경을 받은 자, 외우는 자, 쓰는 자, 경의 근원을 정하는 자가 있다. 너는 가 보아라. 반드시 너의 스승이 되어서 네게 부처를 찾도록 권할 것이니 빨리 달려 가라. 너를 위하여 안팎의 지혜도무극의 밝은 덕을 설할 것이다.’
상비보살이 부처님께서 저 보살의 이름과 덕을 찬탄하심을 듣고 마음이 법희(法喜)에 들어 현재정(現在定)을 얻었고, 여러 생각이 다 고요해졌으며, 모든 부처님께서 자기를 위하여 지혜도무극의 덕을 설하시고, 자기의 정진과 부처님을 찾는 공을 찬탄하시는 것을 보았는데, 모두 말씀하셨다.
‘훌륭하다. 부처를 구하는 뜻을 너는 얻었도다. 나도 옛날에 처음 뜻을 발하였을 때 역시 그러하였더니라.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모든 부처님도 다 너와 같이 찾느니라. 너는 반드시 부처가 되어서 일체 중생을 건지리라.’

상비보살이 정에서 깨어나서 좌우를 돌아보니 다시 모든 부처님께서 보이지 않았다.
곧 다시 마음이 슬퍼져서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모든 부처님의 신령하신 빛이 어디서 왔다가 지금 어디로 간 것이냐?’

보살은 선(禪)으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마음을 하나로 함이 이와 같았다.

82
예전에 두 보살이 있었으니 뜻이 맑고 행이 조촐하여 안으로는 고요히 욕심이 없었고, 겉으로는 천금(天金)과 같았다.
더럽고 탁한 무리들을 버리고 산택(山澤)에 처하여 돌을 파서 집을 만들고 한가히 있으면서 뜻을 고요히 하고 마음을 고요히 하였다. 부들 옷과 풀자리에 과실을 먹었고, 샘물을 마시면서 청정히 하여 함이 없었다. 뜻이 허공과 같았고, 4선을 갖추어 5통의 지혜를 다 얻었으니, 첫째는 투철하게 보아 아무리 멀어도 못 봄이 없는 것이며, 둘째는 밝게 들어 아무리 작은 소리라도 못 들음이 없는 것이며, 셋째는 날아다녀서 못 드나드는 데가 없는 것이며, 넷째는 시방 중생의 마음속 생각을 다 아는 것이며, 다섯째는 무수한 겁 동안 과거의 생애에 겪어 온 바를 스스로 아는 것이었다.
범천ㆍ제석ㆍ신선ㆍ성자와 모든 하늘ㆍ용ㆍ귀신이 머리를 조아리지 않음이 없었다.
산택에 처하기 60여 년이었는데, 중생들이 점점 더 어리석고 어두워서 악을 하면 뒤에 중한 재앙이 있고, 정을 누르고 욕심을 버리고 3존을 공경하여 받들면 복이 메아리처럼 응하여 와서 반드시 그 영화를 얻는다는 것을 보지 않음을 가엾게 생각하였다.
그 두 보살은 하나는 이름이 제기라(題耆羅)요, 하나는 이름이 나뢰(那賴)였다. 제기라가 밤에 일어나서 경을 외우다가 피곤하여 누웠더니, 나뢰가 역시 그때 경을 외우다가 잘못하여 제기라의 머리를 밟았다.

제기라가 곧 일어나서 말하였다.
“누가 내 머리를 밟았느냐? 내일 아침해가 나면 한 대에 네 머리를 부숴서 일곱 조각을 내는 것이 좋겠다.”
나뢰가 말하였다.
“모르고 그대를 밟았을 뿐인데 저주함이 어찌 그리 지독한가. 대저 움직이지 않는 그릇 같은 것도 오히려 서로 부딪칠 수 있는데 하물며 사람이 함께 있으면서 끝까지 잘못함이 없으랴. 그대의 말이 항상 진실한 것이고 보면, 내일 아침해만 나면 내 머리는 반드시 일곱 조각이 될 것이니, 내가 마땅히 해를 제지하여 나오지 못하게 해야겠다.”
드디어 그렇게 하니 5일 동안이나 해가 아니 나와서 온 나라가 어두웠다. 횃불과 촛불로 서로 찾으니 여러 관청의 업무도 할 수 없었으며, 임금과 백성이 당황하여 관료들을 모으고 도사(道士)를 청하여서 왕이 물었다.
“해가 나지 않는 것은 그 허물이 어디에 있는 것인가?”
도사 중에 5통을 얻은 자가 말하였다.
“산중에 도사 두 사람이 약간의 다툼이 있어서 해를 제지하여 못 나오게 하는 것입니다.”
왕이 물었다.
“그 다툼이란 어떻게 된 것인가?”
도사가 본말을 갖추어서 왕에게 말하였다.

왕이 물었다.
“어떻게 해야 되느냐?”
도사(道士)가 대답하였다.
“대왕께서 여러 각료들과 백성들을 거느리고 가서 저분들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화해하게 하십시오. 반드시 인자하게 화해할 것입니다.”
왕이 곧 조서를 내려 도사가 지시한 대로 하고, 그 산택에 나아가서 머리를 조아리면서 말하였다.
“나라가 풍족하고 백성이 편안한 것은 두 어른의 덕인데 이제 불화하시니 온 나라가 제자리를 잃었습니다. 그 허물은 제게 있고 백성에게는 죄가 없사오니 원컨대 용서하소서.”
나뢰가 말하였다.
“임금님께서 힘써서 저 사람에게 깨우쳐서 저의 뜻이 풀어진다면 제가 해를 놓겠습니다.”
왕이 제기라에게 가서 나뢰의 뜻을 말하니, 왕에게 말하였다.
“그로 하여금 진흙을 머리에 바르게 한다면 해를 놓아도 조각이 나고 나뢰는 아무렇지도 않을 것입니다.”
왕과 신하와 백성들이 기뻐하지 아니함이 없었다.
두 도사가 왕을 위하여 널리 나라를 다스리되 마땅히 4등과 덮임이 없는 자비로써 할 것을 말하고, 5계(戒)를 지키고 10선을 받들어 행하도록 권하니, 왕과 신민들이 모두 계를 받았다.
왕이 나라로 돌아가서 조서를 내렸다.
“사람에게는 높고 낮음이 있을 수 없다. 5계와 10선경(善經)에 의하여 나라의 정사를 하리라.”
이런 뒤로 왕의 덕이 초목에 미치고, 충신들이 진실되고 또 청백하게 사양하며, 아버지의 법과 어머니의 예의를 집집마다 높이고, 도를 지켜서 곧고 미더우며, 집에 효자가 있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두 보살이 그 나라의 임금이 3존을 알지 못하고, 신하와 백성들은 마음이 어지러워 삿된 소견으로 스스로 가려 마치 어둠 속에서 눈을 감고 다니는 것 같음을 보고서 그 헛되이 죽어 불경을 보지 못하는 것을 가엾어하였으므로 일부러 이러한 변을 일으켜 밝음을 보게 하고자 한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또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뢰는 나였고, 제기라는 미륵이었느니라.”
보살은 선(禪)으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마음을 하나로 함이 이와 같았다.

육도집경 제8권

오 강거국 사문 강승회한역

6. 명도무극장(明度無極章)[여기에 9장이 있음]

83
이와 같이 들었다.

한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1,250명의 비구와 보살 1만 인이 함께 앉아 있었다.
제일(第一) 제자 추로자(鶖鷺子: 사리불)이 앞으로 나아가서 머리를 조아리고 무릎을 꿇고 앉아서 아뢰었다.
“차닉(車匿)은 숙세에 어떠한 공덕이 있었기에 보살이 집에 있으면 마땅히 비행황제가 되었을 것인데 권하여 나라를 버리고 산에 들어가서 도를 배워 부처가 되어서 중생을 제도하시고 공훈이 높고 높아서 멸도(滅度)에까지 이르게 하였나이까? 원컨대 세존이시여, 그 원인을 드러내어 주소서.”

부처님께서 찬탄하시면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사리불이 묻는 바는 매우 훌륭하도다. 차닉은 여러 세상에서 공훈이 한량없었느니라. 너희들은 자세히 들으라. 내가 이제 말하리라.”
“예, 그렇게 하겠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예전에 보살이 되어서 니가변국(尼呵遍國)에 있었다. 그 왕이 사람은 혹 도를 닦아서 하늘에 오른다고도 하고, 혹 신사(神祠)를 위하여서 하늘에 오른다고도 하는 말을 들었다. 왕이 어려서부터 항상 하늘에 오르기를 원하였으나 어떻게 해야 될지 방법을 알지 못하였다.
나라에 바라문 4만여 인이 있었는데 왕이 불러들여서 물었다.
‘내가 하늘에 오르고자 하는데 장차 어떠한 방법으로 하면 될 것인가?’
기애(耆艾)가 대답하였다.
‘잘 물으셨습니다. 대왕께서는 장차 이 몸으로 승천하고자 하십니까, 아니면 영혼으로써 하시려는 것입니까?’
왕이 말하였다.
‘이렇게 앉은 대로 승천하고자 하노라.’
‘그러시면 마땅히 큰 제사를 일으키십시오.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왕이 기뻐서 금은 2천 근을 주었다.
바라문이 보배를 얻어 가지고 돌아가서 흥청거리고 놀다가 보배가 다 없어지자 의논하였다.
‘왕으로 하여금 인물이 출중한 동남ㆍ동녀 백 명씩과 코끼리와 말 따위 가축들을 각각 백 마리씩을 잡아서 먼저 우리들이 먹게 하고 사람과 축생을 죽인 그 뼈와 살로써 하늘에 오를 계단을 삼으라고 하자.’
그렇게 왕에게 말하니, 왕이 대단히 좋다고 하고, 곧 외신(外臣)에게 명하여 빨리 그렇게 준비하도록 하여 모두 옥에 가두니, 우는 자가 길을 메웠다.
나라 사람들이 모두 말하였다.
‘대저 왕이 된 자가 부처님의 참된 교화를 등지고 요망한 짓을 하니 나라를 망하게 할 장본인이로다.’
바라문이 또 말하였다.
‘설사 이 산 것들을 죽이기만 하는 것으로는 대왕께서 하늘에 오르지 못합니다. 우리들이 저자에서 육시(戮屍)를 해야만 그것이 틀림없이 됩니다.’

거듭 모의하였다.
‘향산(香山)에 천왕의 기녀(妓女)가 있는데 이름은 사인형신(似人形神)이다. 신성하여 얻기 어려운데 왕에게 이를 구하라고 하자. 만약 얻지 못하면 모든 것이 다 허사가 되니 그것은 우리의 허물이 아니라고 하자.’
또 왕에게 가서 말하였다.
‘향산에 하늘의 음악 여인이 있는데 마땅히 그 피를 얻어서 사람과 축생의 것에 합하여서 계단을 만들어야 당신이 하늘에 오를 것입니다.’
왕이 거듭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왜 진작 말하지 않았는가? 이제 벌써 4월인데 비로소 말하는가?’
대답하였다.
‘우리 술법에는 본말(本末)의 절차가 있습니다.’
왕이 국내에 백성들을 모이게 하고 크게 상을 주어 술과 풍악을 다 갖추고는 물었다.
“오늘 누가 능히 신녀(神女)를 잡아 올 수 있겠느냐?”
백성 가운데 아는 자가 말하였다.
‘제7 산중에 두 도사가 있는데 하나는 이름이 사리(闍梨)요, 하나는 우분(優犇)입니다. 이 두 사람이 신녀가 있는 곳을 압니다.’
왕이 그 도사를 불러오라고 하니, 사자가 명령을 받은 지 수일 만에 도사를 데리고 돌아왔다. 왕이 기뻐서 7일 동안 술을 베풀고 음악을 들려 주고 나서 말하였다.
‘그대들은 나를 위하여서 신녀를 붙잡아 오라. 내가 하늘에 오르면 나라는 그대에게 주리라.’
‘꼭 힘써서 하겠습니다.’

대답하고 물러나와 찾아 나서기 2개월이 넘어서 일곱 겹으로 된 산을 지나 향산에 가서 보니 큰 못물이 있었는데 세로와 가로가 30리였으며, 못 가 평지에 큰 보배 성이 있었는데 세로와 가로와 높이가 각각 80리였고, 보배 나무가 성을 두르고 있었는데 밝고 밝게 나라를 비추었다. 못 가운데 연꽃이 있었는데 꽃잎이 천 개였고 거기에 오색이 있어서 빛과 빛이 서로 비추었다. 이상한 종류의 새들도 부르고 화답하여 울었다. 성문이 일곱 겹이었고, 누각과 궁전이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깃발이 휘날려 빛났으며, 종과 풍경 소리가 오음을 내었다. 천제가 그 가운데 있어서 광대들과 서로 오락하다가 7일 후에는 제석이 나와서 노닐었고, 못에서 목욕하고 쾌락이 끝나면 마땅히 도로 하늘로 오르는 것이었다. 못과 나무 밑에 거룩한 바라문이 있었는데 안팎이 때가 없고 5통의 밝음을 얻은 분이었다. 두 도사가 나아가 머리를 조아리고 물었다.
‘이 소리가 세상에 없는 기이한 것인데 장차 누가 즐기게 됩니까?’
대답하였다.
‘두마왕(頭魔王)의 딸 등 천여 명이 여기서 유희한다. 이제 올 것이라서 자리를 닦고 있으니 그대들은 빨리 물러가라.’
명령을 받고 물러가 숨어서 의논하였다.
‘이 바라문은 도덕이 신령스러우니 우리들이 무슨 방법으로 천녀를 납치할 수 있을까? 오직 고도(蠱道)로써 풀을 묶어 제웅을 만들어서 주문을 외우고 물에 던져서 저 바라문으로 하여금 몸이 무거워지게 하고 천녀들의 신령함이 쉬게 하는 수밖에 없다.’

곧 풀을 묶어서 물에 던지고 고도로써 저주하니 제석이 돌아가고 모든 하늘도 다 돌아갔으나 오직 천녀가 날지 못하였다.
두 도사가 물에 들어가 천녀의 상희를 벗기고 묶자 천녀가 말하였다.
‘그대들은 장차 나를 어떻게 할 셈이냐?’
위에 말한 대로의 내막으로 대답하고 대나무로 채롱을 만들어서 담아 가지고 길을 가기 7일 만에 왕의 나라에 도달하였다. 궁에 나아가서 스스로 송구스러워하니 왕이 여자가 나타난 것을 기뻐하여 음식을 주고 도사를 위로하였다.
‘내가 하늘에 오름을 얻으면 이 나라는 그대들에게 주리라.’

왕의 원자 이름은 난라시(難羅屍)인데, 다른 나라의 왕이 되었고, 그의 태자는 이름이 수라(須羅)인데 이전부터 속이 인자하고 화하고 밝아서 크게 비추었다. 처음 세상의 중생들의 미래(未來)의 일을 보자, 아무리 깊어도 보지 못하는 것이 없고, 아무리 작아도 통달하지 아니함이 없었다. 6도무극의 높은 행을 마음에 놓지 않고 스스로 여래ㆍ무소착ㆍ정진각ㆍ도법어ㆍ천인사ㆍ선서ㆍ세간해가 되어 본래의 무(無)에 미치기를 서원하여 구하였다.
왕이 말하였다.
‘내가 승천할 것이니, 황손(皇孫)을 불러서 하직하리라.’
손자가 이르러 머리를 조아려 인사를 마치고 물러나 자리에 앉으니, 왕이 물었다.
‘네 부모와 및 백성들이 편안하냐?’
‘덕택을 입어서 모두 편안하옵니다.’
손자가 말하였다.
‘제가 천녀를 구하여 아내를 삼지 않으면 할아버지께옵서 그를 반드시 죽일 것이라는 말씀을 사람들한테 들었나이다.’
왕이 말하였다.
‘내가 마땅히 그 피로 계단을 만들어서 하늘에 오를 것이다.”
손자가 곧 먹지 않고 물러가 누워서 기뻐하지 않았다. 왕이 손자가 죽을까 두려워하여서 곧 그 천녀로 아내를 삼아주니 안팎이 모두 기뻐하고 걱정할 일이 다 없어졌다.

네 달 뒤에 바라문이 다시 말하였다.
‘마땅히 구덩이를 파고 모든 축생을 잡아서 구덩이를 메꾸고 신녀의 피를 취하여서 그 위에 바르고 길일을 택하여 하늘에 제사 지내야 하옵니다.’
왕이 좋다고 하고 나라의 모든 원로(元老)와 여러 신하들과 백성들에게 명하여 이 제사를 일으키라고 하였다. 황손이 듣고 딱한 듯 기뻐하지 않고 바라문에게 힐난하여 물었다.
‘이 제사의 술법이 어느 성전에서 나온 것인가?’
대답하였다.
‘대저 이 제사를 지내야 그 복으로 승천하는 것이오.’
황손이 또 힐난하였다.
‘대저 죽인다는 것은 중생의 목숨을 해치는 것이요, 중생의 목숨을 해하는 자는 패역과 죄악의 우두머리이다. 그 화가 끝이 없고 혼령이 몸을 바꿔 다시 서로 원혐하면서 칼과 독으로 서로 잔해하여 세세에 쉼이 없다가 죽어서 태산에 들어가면 태워지고 지져지고 저며지고 베이고 하는 온갖 지독한 형벌을 받다가 그것이 끝나면 혹 축생이 되어서 다시 칼에 죽으며, 만약 뒤에 사람이 되더라도 육시의 죄를 받나니, 모두 잔상하고 죽인 데서 연유하는 것이어늘 어찌 모진 것을 행하여서 승천함이 있으랴.’

바라문이 대답하였다.
‘그대는 나이가 어린데 무엇을 안다고 우리를 힐난(詰難)하는가?’
황손이 말하였다.
‘내가 숙세에 바라문의 집에 태어나서 5백 생을 계속해서 그대들의 도서(道書)를 완미하였는데 청정하고 참된 것이 위주였다. 그대들의 교묘한 거짓이 어찌 경의 뜻에 맞겠는가?’
바라문이 말하였다.
‘그대가 우리 도를 안다면 어찌 말하지 않는가?’
황손이 바라문의 밝은 법을 갖추어 설명하였다.
‘성인의 뜻은 지극히 청정한데, 그대들은 더럽고 흐리며, 잔인하고 혹독하며, 탐하고 인색한 데다가 헛되이 사특한 제사로써 사람과 모든 축생을 살해하고, 술을 마시고 음란하고 위를 속이고 백성을 궁하게 하는 것이다. 백성으로 하여금 부처님을 등지고 법을 어기며, 성현을 멀리하여 섬기지 않고, 재물을 다하여 귀신에게 바치면서 어버이는 굶주리고 헐벗게 하니, 어찌 성인의 뜻에 맞으며, 사문의 높은 행이겠느냐?’
바라문이 계면쩍고 부끄러워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갔다.

손자가 곧 할아버지인 왕을 위하여 위없는 바르고 참된 최정각의 지극히 성실한 믿음의 말씀을 하였다.
‘대저 승천하고자 하는 자는 마땅히 3존께 귀의하고, 4비상(非常)을 깨달아서 인색함과 탐욕함을 모두 끊고, 뜻을 청정하게 가누며, 몸을 바쳐서 무리를 건짐으로써 덕이 중생에 미치도록 하는 것이 첫째입니다. 인자하게 생명을 아끼고 자기를 억제하여 상대방을 건지며, 뜻을 항상 족한 데 머무르게 하고, 내 것이 아니면 취하지 않으며, 정조를 지켜 음탕하지 않고, 신의를 지켜 속이지 않으며, 술은 어지러운 독이라 효도를 마르고 썩게 하는 것이니, 10덕(德)을 받들어 지키고 어버이를 인도하되 바름으로써 하는 것이 둘째입니다. 중생의 욕(辱)을 참고, 미치고 취한 것을 슬퍼하며, 독한 것이 오면 가엾어 하는 생각을 보내어서 제도하고 해하지 않으며, 3존으로써 깨우쳐서 알면 곧 도와서 기뻐하고, 사랑으로 기르고 평등하게 보호하여 은덕이 하늘땅과 같으면 이것이 셋째입니다. 예리한 뜻으로 정진하여 우러러 높은 행에 오르는 것이 넷째입니다. 삿됨을 버리고 더러움을 제거하여 뜻이 고요하기가 공(空)과 같은 것이 다섯째입니다. 널리 덮임이 없는 것을 배워 일체지혜를 구하는 것이 이 여섯째입니다. 이러한 큰 덕을 품고 처음부터 끝까지 허물이 없이 하면 삼계의 법왕도 될 수 있는데, 하늘에 오르는 것이 어찌 어렵겠나이까? 만약 부처님의 자비의 가르침을 어기고 저 흉악하고 혹독함을 숭상하여 중생의 목숨을 잔해하며, 음탕함을 즐기고 삿된 것을 위한다면 살아서는 하늘이 버리고, 죽어서는 3악도에 들어가서 다시 서로 죽여 화를 받음이 끝이 없으리니, 이러한 큰 악으로써 승천하기를 바라는 것은 비유하면 왕의 명령을 어기는 자가 높은 벼슬을 바라는 것과 같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훌륭하다. 옳은 말이로다.’
옥을 열어서 크게 사면하고 모든 요망한 것을 물리쳐 끊으며 곧 나라의 재물을 들어 손자에게 명하여 덕을 일으키게 하였다.
황손이 재물을 얻어서 궁한 백성들에게 모두 주니 보시한 지 7일에 궁핍한 자와 부족한 자가 없었다. 보시한 뒤에 백성들에게 계를 지키도록 권하니, 온 나라가 감화되어 따르지 않는 이가 없었고, 하늘ㆍ용ㆍ귀신이 모두 훌륭하다고 찬탄하면서 훌륭한 보배와 비단과 곡식들이 쏟아지게 하니, 이웃 나라에서 덕을 사모하고 귀화하는 것이 마치 여러 갈래의 흐르는 물이 바다로 돌아가는 것과 같았다. 황손이 아내를 데리고 할아버지에게 인사하고 물러나 나라로 돌아가서 합문(閤門)을 닫고 일을 하지 않고 서로 즐기니, 여러 신하들이 아뢰었다.
‘태자의 비를 제거하지 않으면 국사가 장차 그릇되겠나이다.’
부왕이 말하였다.
‘조왕(祖王)께서 아내로 맞이하게 하여 주신 것을 어찌 제거하겠느냐? 불러서 가두자.’
비가 듣고 무참하여서 날아서 본래의 거처인 제7 산으로 돌아가서 우분 등을 보고 말하였다.
‘나의 남편이 오거든 나를 위하여 내게로 보내 달라.’
금가락지를 두어 신표로 삼았다. 부왕이 태자비가 갔다는 것을 듣고 아들을 보내 나라로 돌아오도록 하라고 하였으나 그 아내를 보지 못하고 슬퍼서 눈물을 흘렸다.
그러자 궁을 지키는 신이 말하였다.
‘그대는 슬퍼하지 말라. 내가 그대에게 길을 가르쳐 주리라. 비는 제7 산에 있는데 빨리 찾으면 미칠 수 있으리라.’

황손이 듣고 곧 구슬옷을 입고 칼을 차고 활을 잡으니 복장의 광채가 40리에 빛났다. 다음날 7산에 이르니 아내가 나뭇가지를 꺾어서 땅에 던져 표식(標識)으로 삼은 것이 보였다.
나아가서 두 도사를 보고 물었다.
‘나의 아내가 이리로 지나갔는가?’
그렇다고 하면서 금가락지를 주고 도와서 함께 가다가 나무로 다리를 만들어서 저 작은 물을 건너고 8산 위에 올라갔다. 4선 바라문을 보고, 오체를 땅에 던져 절하고 물었다.
‘내 아내가 여기로 지나가는 것을 보았습니까?’
‘여기로 지나갔노라. 잠깐만 앉으라. 내가 그대에게 처소를 보여 주리라.’
그때 천왕제석이 원숭이로 화하여서 위령(威靈)이 산을 진동하니 황손이 크게 무서워하였다.
바라문이 말하였다.
‘그대는 무서워할 것이 없다. 저것이 와서 공양을 올릴 것이다.’

원숭이가 세 도사를 보고 의심하여 머문 채 나아가지 않았다. 바라문이 나오라고 말하자 원숭이가 곧 나아가 과실로써 공양을 올렸다. 바라문이 받아서 네 사람이 함께 먹고는 원숭이에게 말하였다.
‘이 세 사람을 데리고 사인형신의 처소에 가라.’
원숭이가 말하였다.
‘이 사람은 어떠한 사람이기에 하늘에 오르게 합니까?’
바라문이 말하였다.
‘국왕의 태자며, 보살의 우두머리인 분이라, 장차 여래(如來)ㆍ무소착(無所着)ㆍ정진도(正眞道)ㆍ최정각(最正覺)ㆍ도법어(道法御)ㆍ천인사(天人師)가 될 것이고, 중생이 마땅히 그 덕택을 입어서 본래의 무(無)로 돌아감을 얻으리라.’
원숭이가 감탄하였다.
‘훌륭하도다, 보살이여. 부처가 되시거든 저는 그때 말이 되겠습니다.”
우분 등 두 사람은 하나는 종이 되고, 하나는 응진이 되기를 원하니, 보살은 대단히 좋다고 하고 함께 하늘에 올랐는데, 길에 연일각(緣一覺) 5백 인이 있다가 함께 지나가면서 머리를 조아렸다.
원숭이를 보내어 꽃을 가져오게 하여 모든 부처님 위에 흩으면서 원하였다.
‘나로 하여금 빨리 정각을 얻게 하여 중생을 인도하여 생사의 신을 없애고, 본래의 무(無)로 돌아가게 하옵소서.’
세 사람도 또한 같은 원을 하고 함께 모든 부처님께 머리를 조아리고 갔다.

사인형신의 성문 밖에 이르러서 원숭이는 머리를 조아리고 갔고, 세 사람이 함께 앉았더니, 그때 비녀[靑衣]가 나와서 물을 길었다.
보살이 물었다.
‘너는 물을 길어서 무엇을 하려느냐?’
‘왕녀의 목욕물을 공급하려는 것입니다.’
보살이 가락지를 빼어서 그 물 가운데 던졌더니 천녀가 가락지를 보고 곧 목욕을 중지하고 그 어버이에게 말하였다.
‘제 남편이 이제 여기 찾아왔습니다.’
어버이의 이름은 두마(頭摩)였다. 기뻐서 급히 나가서 만나니, 보살은 머리를 조아려서 사위된 예로 뵈었고, 두 도사는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났다.
왕이 데리고 안으로 들어가서 손수 딸을 불러 주었다. 시녀가 천여 명이었다. 하늘 음악으로 서로 즐기면서 거기에 머문 지 7년이 되었다.
어버이를 봉양해야 할 것을 생각하고는 목이 메어 하직 인사를 하고 본국으로 돌아갈 것을 말하니, 천왕이 말하였다.
‘이 나라의 모든 것을 이제 자네에게 줄 터인데 어찌하여 가려고 하는가?’
보살이 또 먼저와 같이 하직 인사를 하니 왕이 7일만 더 유하여 즐기도록 하라고 하였다.
7일 후에 어떤 큰 신왕(神王)이 천왕한테 와서 축하하였다.
‘없어졌던 따님이 이미 돌아왔고, 게다가 성인 사위까지 맞이하였으니 얼마나 기쁘십니까?’
천왕이 말하였다.
‘내 딸은 미천한 것인데 성웅(聖雄)인 사위를 얻었소. 그런데 돌아가서 어버이를 봉양할 생각을 하니 수고스럽지만 좀 보내 주오.’
귀신 왕이 공손히 승낙하고 곧 하늘 보배로써 집을 지으니, 7층의 망루(望樓)와 여러 가지 보배 하늘 악기가 있었는데, 세상에서 보기 드문 것이었다.
귀신 왕이 손바닥으로 받들고 가서 본토에 놓고 머리를 조아리고는 물러갔다.

보살이 어버이를 뵙고 정성껏 인사를 다 갖추었다. 할아버지인 왕이 기뻐서 왕위를 물려주니 천녀와 귀신ㆍ용들이 훌륭하다고 일컫지 않음이 없었다. 여러 죄수들을 크게 사면하고 국고를 비워서 보시하여 사방의 백성들과 아래로 뭇 생명에 미치기까지 그 궁핍함을 구제하되, 원하는 대로 하여 주니, 중생들이 뛰면서 찬탄하지 않음이 없었다. 부처님의 어진 교화를 찬탄하며 윤택이 천지를 지나니, 팔방에서 덕택을 사모하고 나라로 들어오는 것이 어린아이가 인자한 어머니를 의지함과 같았다. 할아버지 왕은 목숨을 마치고 곧 천상에 태어났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황손은 나였고, 4선 바라문은 사리불이었으며, 우분은 목련이었고, 사리는 차익이었으며, 천제석은 건덕(揵德)이었고, 부왕은 가섭(迦葉)이었으며, 할아버지 왕은 지금 백정왕이었고, 어머니는 나의 어머니 사묘였으며, 비(妃)는 구이였느니라. 보살이 여러 해를 4등(等)으로 널리 자비를 베풀고 큰 자비와 6도무극로써 중생을 제도한 것을 이루 셀 수 없느니라.”

부처님께서 경을 설하여 마치시니, 모든 보살과 4부 제자와 하늘ㆍ용ㆍ귀신 및 질량신(質諒神)이 모두 기뻐하면서 절하고 갔다.

84
차라국왕경(遮羅國王經)

예전에 차라 국왕의 왕후가 아들이 없었다. 왕이 심히 슬퍼하며 왕후에게 명령하였다.
“그대는 그대의 친정으로 돌아가서 자식을 두는 술법을 구하여 가지고 돌아오라. 내가 허물하지 않으리라.”
왕후가 울면서 인사하고 물러 나와 목숨을 버릴 것을 맹세하고 산의 험한 곳에서 몸을 던지려고 마침내 숲속으로 들어갔다.
천제석이 감동하여 말하였다.
“이 왕의 원후(元後)는 전 세상에 나의 누님이었다. 이제 아들이 없어서 몸을 험한 산 속에 던졌구나.”
이를 불쌍히 여기고 홀연히 내려와서 그릇에 과실을 담아 주면서 말하였다.
“누님이여, 당신은 이 과실을 잡수시오. 반드시 거룩한 아들을 두어서 장차 세상에 어른이 될 것입니다. 만약 왕이 의심하거든 이 그릇을 보이시오. 이것은 천왕의 신기(神器)이니 분명한 증거가 될 것입니다.”
왕후가 하늘을 우러르고 과실을 삼켰더니 홀연히 천제는 사라져서, 간 바를 볼 수 없었다. 곧 몸이 무거움을 느끼고 궁으로 돌아가서 왕을 보고 사실대로 자세히 말하였다. 때가 차서 아들을 낳았는데, 그 형상이 몹시 추하여서 세상에서 보기 드문 것이었다. 그러나 이를 갈 나이가 되자 총명이 널리 통달하여 지혜와 책략이 짝할 이가 없고, 힘은 능히 코끼리를 쓰러뜨릴 만했으며, 달려가서 나는 매를 잡았고, 소리를 지르면 그 울림이 사자의 부르짖음[獅子吼]과 같았다. 이름은 원근에 펴졌고 팔방에서 칭찬이 대단했다.
왕이 이웃 나라의 왕녀를 태자의 비로 맞아들이니 그 이름은 월광(月光)이었고 단정하고 아름다워 세상에 좋음을 골고루 갖추었다.
이 왕녀에게는 다음으로 일곱 명의 동생이 있었는데 이들 역시 인물들이 좋았다.

왕후는 월광이 태자의 형상을 미워할까 무서워서 거짓으로 말하였다.
“우리 나라에는 예전부터 법이 남편을 밝은 낮에 서로 보지 않도록 되어 있는데, 이것은 중요한 예의이니, 비(妃)는 예의를 잃음이 없게 하라.”
“잘 알겠나이다. 감히 높으신 가르침에 어김이 없이 하오리다.”
이렇게 한 뒤로 태자가 출입하여도 그 얼굴을 알지 못하였다.
태자가 하루는 깊이 생각하였다.
‘우리 나라가 일곱 나라와 적이 되어서 심하게 다투어 편안함이 없어 백성들이 울부짖으니, 내가 장차 권도로써 편안하게 하리라.’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나의 몸이 지극히 추하니 비가 본다면 반드시 떠날 것이다. 가면 천하는 편안하고 백성들은 쉬게 될 것이다.’
그리고는 기쁘게 모후(母后)에게 말씀드려서 한 번 비를 보고 자기의 용모를 보이고자 한다고 하였다.
모후가 말하였다.
“네 모양은 추하고 비의 용모는 아름답고 고와서 천녀에 견줄 만한데 알면 곧 버리고 갈 것이라, 너는 마침내 홀아비가 될 것이다.”
태자가 그래도 거듭 말하니 모후가 딱하게 여겨서 그 원을 들어 주었다.
비를 데리고 말을 보는데 태자가 말을 기르는 목부(牧夫)로 변장하였다. 비가 보고 말하였다.
“목부가 왜 그렇게 추합니까?”
왕후가 말하였다.
“이는 선왕(先王)의 목부이다.”

다음은 데리고 코끼리를 보는데 비가 거기서 또 그를 보고 의심하였다.
‘내가 놀러 가는 곳마다 이 사람을 보게 되니 이상한 일이다. 혹시 이 사람이 태자가 아닐까?’
그리고는 왕후에게 말하였다.
“원컨대 태자의 빛나신 모습을 보고 싶나이다.”
왕후가 곧 방편으로써 그 형제로 하여금 나라에 노닐게 하고 태자의 관료들이 따르며 시위하게 하니 비가 보고 조금 기뻐하였다.
뒤에 또 동산에 들어갔는데 태자가 나무에 올라가서 과실을 가지고 비의 등에 던졌다.
비가 말하였다.
“이건 태자인 것이 틀림없구나.”
밤에 그가 자는 틈을 타서 가만히 불로써 그 모습을 비추어 보고는 무서워서 본국으로 달아나 버렸다.
왕후가 분하여서 말하였다.
“어찌하여 비가 돌아가게 하였느냐?”
태자가 대답하였다.
“비가 간 것은 천하가 태평할 근본이오니 백성들이 마침내 그 어버이를 편안히 모시게 될 것입니다.”
절하여 인사하고 찾아나섰다.

비의 나라에 가서 거짓 도자기 만드는 사람이 되어 품삯을 받고 그릇을 만드니 그릇의 묘한 품이 나라에 으뜸이었다. 공장 주인이 그 묘함을 보고 잘 포장하여 왕비에게 바쳤다.
왕이 그릇을 받고는 좋아하면서 작은 딸에게 주니, 전하여서 언니들도 보게 되었다.
월광은 남편이 한 짓임을 알고 땅에 던져서 부숴 버렸다. 또 이번에는 성에 들어가서 품삯을 받고 여러 가지 비단에 물들이는 일을 하였는데, 그 한 필을 매듭지어 여러 가지 기묘한 재주를 베푸니, 갖가지 기교가 가득하여 세상에 보기 드문 것이었다.
물들이는 집에서 기뻐하면서 왕에게 바치니 왕이 또 좋아하면서 여덟 딸에게 보였다. 월광은 또 알고 던져 버리고 보지 않았다.
또 대신에게 고용되어서 말을 기르는데 말이 살찌고 또 길들여졌다. 대신이 보고 말하였다.
“네가 모두 어떠한 재주를 지녔느냐?”
“태관(太官)이 다루는 여러 가지 맛을 제가 모두 갖출 수 있습니다.”
대신이 찬을 만들게 하여 대왕에게 드리니 왕이 말하였다.
“이 음식은 누가 한 것인가?”
신하가 사실대로 대답하니 왕이 명하여 태관을 삼아서 모든 요리를 맡아서 감독하게 하였다.

국을 가지고 안에 들어가서 여덟 왕녀에게 올리는데 권도를 쓰고자 하여 거짓 엎질러 몸을 적시니, 모든 딸들이 놀라고 무서워하는데 월광은 보지 않았다.
천제석이 찬탄하였다.
‘보살이 중생을 건지기에 근심함이 이에 이르렀도다. 내가 방편으로써 이를 도우리라. 일곱 적국을 부추겨 여자가 있는 수도로 모이게 하리니, 그렇게 하면 백성들의 큰 화가 멈춰지리라.’
월광의 부왕이 쓴 서신을 변화로 만들어서 월광을 아내로 준다고 하니 일곱 나라가 모두 예를 갖추어 친히 맞이하러 모여들었다.
함께 모이자, 서로 인사하면서 말하였다.
“여기에 어찌하여 왔느냐?”
각기 말하였다.
“월광에게 장가들려고 왔다.”
그래서 다툼이 분분하게 되었다. 각기 서신을 보이니, 그들이 원망하여 한결같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마땅히 저놈의 후사를 멸하여야 한다.”
그것을 틀림없이 하기 위하여 사신을 보내어 서신을 돌려주고 모두 힐난하였다.
“너는 한 딸로써 우리 일곱 나라를 희롱하였다. 원수는 같고 병력은 풍성하니 네 나라가 없어지는 것은 시간 문제이다.
월광의 부왕이 두려워서 말하였다.
“이거 큰 화가 닥쳐왔구나. 전에 잘못한 짓이 불러온 바로다.”

월광에게 말하였다.
“네가 남의 아내가 되었으니 남편이 현명하거나 어리석거나, 길하거나 흉하거나, 잘생겼거나 못생겼거나 그것은 네 숙명인데 누가 능히 막겠느냐. 정숙하게 한결같이 하며 효성을 다하여서 어른을 받들지 않고, 남편을 박대하고 나라로 돌아왔기에 화가 이에 이른 것이다. 내가 이제 마땅히 네 몸뚱이를 일곱 몫으로 나눠서일곱 왕에게 사과하리라.”
월광이 울면서 말하였다.
“원컨대 제 목숨을 한 시각만 빌려 주옵소서. 지혜 있는 선비를 구하면 반드시 능히 일곱 나라의 환을 물리칠 자가 있을 줄로 압니다.”
왕이 곧 모집하였다.
“누가 이 화를 막을 수 있겠는가? 월광으로써 아내를 삼고 큰 복으로써 대우하리라.”
태자가 말하였다.
“빨리 높은 망루(望樓)를 세우소서. 제가 그것을 막으리다.”
망루가 이루어지자 태자가 꾀병으로 비칠거리다가 땅에 쓰러지면서 말하였다.
“월광이 업고 올라가야만 적을 물리칠 수 있다.”
월광이 창황하여 도륙 당할 것을 두려워하여 겨드랑이를 부축하여 겨우 망루에 올라가서 섰다.
태자가 마치 사자후와 같은 높은 소리와 멀리 진동하는 소리로 일곱 국왕에게 불교로써 깨우쳐서 일렀다.
“하늘 같은 임금이 되고자 하면 마땅히 어진 도로써 해야 하거늘 그대들은 이제 노여움을 일으키는가. 노여움이 성하면 곧 화가 나타나고, 화가 나타나면 곧 몸을 잃는 것이다. 대저 몸을 죽이고 나라를 잃는 것이 이름난 여색으로 말미암는다.”
일곱 나라의 장수들로서 두려워 허둥거리지 않는 이가 없었다. 조금 있다가 본토로 돌아가고자 하였다.

태자가 왕에게 말하였다.
“혼인의 도가 저 모든 왕들만한 이들이 없는데, 어찌 일곱 딸을 저 일곱 왕에게 시집보내어 사위로 울타리와 병풍으로 삼지 않습니까? 왕은 크게 편안해지고 신하와 백성들은 쉬게 되며, 어버이는 봉양함을 얻을 것이옵니다.”
왕이 말하였다.
“좋다. 이 즐거움이 큰 것이로다.”
드디어 일곱 왕을 사위로 삼으니, 여덟 사위의 예가 풍성하였고 임금과 백성들이 기뻐하였다. 이에 왕과 신하와 백성들이 비로소 태자가 월광의 옛 남편이었음을 알았다.
곧 좋은 보좌역으로 무사를 골라서 시종하여 각각 본국으로 돌아가게 하니 아홉 나라가 화친하여 편안하였고, 백성들이 손뼉을 치고 춤을 추면서 찬탄하기를, “하늘이 우리에게 아버지를 내려 보내셨다”고 하였다.
대저 성인의 권도 술책은 범부가 아는 바가 아니다.
덕이 모이고 공이 이루어져서 그것이 이에 빛나니 다시는 조롱하고 비방함이 없었다.

나라에 돌아온 지 몇 해 만에 대왕이 죽고 태자가 왕위를 대신하자, 크게 무리들의 죄를 사면하고 5계(戒)ㆍ6도(度)ㆍ8재(齋)ㆍ10선(善)으로써 백성들을 교화하니, 재앙과 요괴가 아주 없어져서 나라가 풍족하고 무리가 편안하였으며, 큰 교화가 유행하여 다 3존을 받들었다.
덕이 성하여 복이 되돌아와 모든 병이 소멸되고 얼굴이 빛나고 밝아져서 저 복숭아꽃보다도 나았다. 그렇게 된 까닭은 보살이 숙세에 부부가 함께 밭을 갈다가 아내에게 밥을 가져오도록 시키고 아내가 돌아오는 것을 바라보니, 한 벽지불과 더불어 함께 걷다가 산기슭에 숨어서 오래 되어도 오지 않는지라, 의심이 생겨서 호미를 가지고 가서 때리고자 하였다. 가서 보니 그 아내가 먹을 것을 나누어서 사문에게 공양하고 합장하고 물러서 있었다.
사문이 먹고 나서 발우를 허공에 던지니 광명이 번쩍이면서 날아갔다.
이것을 보고 남편이 마음으로 뉘우치고 부끄러워하면서 생각하였다.
‘아내는 덕이 있어서 이 어른께 치성을 하였는데, 나는 심히 어리석었으니 장차 그 재앙을 받게 되리라.’
곧 아내에게 말하였다.
“그대가 공양한 복을 나도 마땅히 함께 할 것이니 남은 밥을 같이 먹읍시다. 그래도 그대에겐 허물이 없을 것이오.”
그들은 목숨을 마치고 각각 왕가에 태어났는데, 아내에겐 순후한 자비의 혜택이 있었기 때문에 나면서 단정하였고, 남편은 먼저 성냈다가 뒤에 인자하였으므로 처음엔 추하였다가 뒤에는 좋아진 것이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대저 사람의 하는 짓이 먼저는 주었는데 뒤에는 빼앗았으면 후세에 처음 나서는 크게 부하다가 커서는 빈곤하게 되며, 처음에는 빼앗았는데 뒤에는 고맙게 주면 뒷세상에서 받는 것이 처음에는 빈천하다가 뒤에는 커서 부귀하게 되느니라. 태자는 나였고, 아내는 구이이였으며, 부왕은 정백왕이었고 어머니는 사묘였고, 천제석은 미륵이었느니라. 보살이 세세에 중생들을 염려하여 도탄에서 건졌나다.”
보살은 넓은 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普智度無極], 명시(明施)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85
보살이명리귀처경(菩薩以明離鬼妻經)

예전에 보살이 범속한 사람이 되었다. 나이 열 여섯에 뜻이 열려 통달하였으며, 배움이 넓고 보는 것이 커서 경을 알지 못함이 없었다. 정신을 단련하여 깊이 생각하되, 여러 경전과 도술 중에서 어느 경이 가장 참되고 어느 도가 가장 편안한가 하였다. 생각하고는 한숨을 쉬며 탄식하였다.
‘오직 불경만이 가장 참된 것이고, 함이 없음[無爲]이 가장 편안한 길이로다.’
또 결심하였다.
‘내가 마땅히 그 참됨을 품고 그 편안함에 처하리라.’
어버이가 아내를 들이고자 하니 슬퍼하여 말하였다.
“요망한 화근의 성함이 색보다 큰 것이 없으니, 만약 요망한 벌레[蠱]가 이르면 도덕이 상하게 될 것이다. 내가 도망하여 가지 않으면 장차 이리에게 먹히게 되겠다.”
드디어 다른 나라로 가서 힘껏 품팔이하여서 스스로 살아갔다.
그때 농사하는 노인이 있었다. 늙도록 아들이 없었는데 풀밭에서 한 계집아이를 얻으니 얼굴이 아름다워 나라에서 뛰어날 정도였다. 잘 길러서 자식을 삼고, 남편감을 구하여 나라를 돌았으나 마땅한 사람이 없었다.
노인이 보살을 고용한 지 5년이 되었는데, 그 지조와 행실을 작은 데서부터 큰 데까지 보고 마음속으로 칭찬하고 말하였다.
“동자야, 우리는 살기가 넉넉하다. 딸을 네 아내로 줄테니, 나의 후사(後嗣)가 되어 다오.”

딸에게는 신덕(神德)이 있어서 보살의 마음을 호렸다. 아내로 들인 지 얼마 안 되어서 곧 스스로 깨달았다.
‘내가 모든 부처님의 밝은 교화를 보니, 여색은 불이요, 사람은 날아드는 나방이라고 하셨다. 나방이 불빛을 탐하다가 타 죽고 말지 않는가. 그런데 이 노인이 색의 불로써 내 몸을 태우고, 재물의 미끼로써 내 입을 나꾸었으며, 집의 더러운 것으로 내 덕을 죽였다.’
그리고는 밤에 가만히 도망하여 백여 리를 갔다. 마침 빈 정자가 있어서 의지하고 자려 하는데 정자의 주인인 듯한 사람이 물었다.
“그대는 웬 사람인가?”
“나는 지나가다가 들려서 쉬려는 것이오.”
정자의 주인이 데리고 들어갔는데, 보니 묘한 상(床)과 요(蓐)와 여러 가지 진귀한 것이 눈에 빛났으며, 부인이 있었는데 얼굴이 자기의 아내와 같았고, 보살의 마음을 호렸다. 데리고 살게 하여서 거기서 다섯 해를 지내다가 마음을 밝혀 깨달았다.
‘음난함은 벌레가 되는 것이니 몸을 망치고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도망하여 숨으려 한 것인데 여자를 또 만났구나.’

가만히 도망하다가 또 보니 보배 궁전에 부인이 앞에서 처럼 다시 그의 마음을 호렸다.
더불어 살기를 10년 만에 마음을 밝혀 깨닫고 탄식하였다.
‘내 재앙이 무겁구나. 달아나도 못 면하는구나.’
그리고는 깊이 스스로 맹세하였다.
‘다시는 끝까지 기숙(寄宿)하지 않으리라.’
또 도망하다가 멀리 큰 집을 보고 피하여 풀 속으로 가니 문지기가 말하였다.
“웬 사람인데 밤에 다니느냐?”
“이 앞동네까지 가는 사람입니다.”
“금함이 있어서 갈 수 없다.”
안에서 사람이 불러서 가 보니 보이는 바가 먼저와 같았다. 부인이 말하였다.
“무수한 겁으로부터 부부가 될 것을 맹세하였는데, 그대가 달아나면 어디로 갈 것입니까?”
보살이 생각하였다.
‘애욕의 뿌리를 뽑기가 이렇게도 어렵단 말인가?’
곧 네 가지 무상하다[四非常]는 생각을 일으켜서 말하였다.
“내가 무상(無常)ㆍ고(苦)ㆍ공(空)ㆍ무아(無我)의 선정으로써 삼계의 모든 더러움을 없애고자 하거늘 어찌 다만 그대의 더러움만 없애지 못하랴.”
이 네 가지 생각을 일으키니 귀신 아내가 곧 없어졌고, 마음속이 밝아지면서 문득 모든 부처님께서 자기 앞에 서 계신 것을 보고 공(空)ㆍ불원(不願)ㆍ무상(無相)의 선정을 알았으며, 사문의 계를 받고 무승사(無勝師)가 되었다.
보살이 넓은 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명시(明施)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86
유동수결경(儒童受決經)

예전에 보살이 발마국(鉢摩國)에 태어났을 때 바라문이 되었는데 이름은 유동(儒童)이었다. 스승으로부터 학문을 받아서 우러러 천문을 보았으며, 도참(圖讖)에 대한 여러 가지 글까지도 듣고 보면 곧 알았고 참됨을 지키며 효도를 숭상하니, 나라의 바라문들이 칭찬하였다. 그의 스승이 말하였다.
“네가 도를 갖췄고 재주가 족하게 되었는데 어찌 나아가서 교화를 시작할 뜻을 내지 않느냐?”
“전부터 가난하여 재물이 없어서 은덕에 보답할 수 없으므로 감히 물러가지 못합니다. 어머니의 병환이 심하여도 치료를 할 수 없으니, 원컨대 다니면서 품팔이를 하여서 약값이라도 마련할까 합니다.”
스승이 대단히 좋은 일이라고 하였다.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나서 가까운 나라에 돌아다니다가 보니, 바라문 5백 명이 강당에 모여서 높은 자리를 마련하고, 또 꽃다운 여자 한 사람과 은전 5백 냥을 놓고는, 높은 자리에 올라간 자에게 여러 선비들이 함께 질문하여서 그가 본 것이 넓고 도가 깊은 자면 여자와 돈을 바치기로 하고 있었다. 보살이 가 보니 그들의 지혜가 얕아서 질문하면 곧 말이 막히곤 하였다. 이것을 보고 여러 바라문들에게 말하였다.
“나도 역시 바라문의 아들이니 여러분의 논의에 참예할 수 있습니까?”
모두 좋다고 말하였다.
곧 높은 자리에 오르니 여러 선비들의 논란은 천박한데 대답하는 도는 컸고, 물음은 좁은데 해석하는 뜻은 넓었다.
모든 바라문들이 말하였다.
“도가 높고 지혜가 큰 자는 스승으로 삼을 만하다.”

모두 내려가서 머리를 조아렸다.
보살이 인사하고 물러나니 바라문들이 함께 말하였다.
“이분이 비록 높고 슬기로우나 다른 나라의 바라문이니 우리 나라의 딸을 줄 수는 없다. 돈이나 보태 주자.”
보살이 말하였다.
“도가 높은 자는 그 덕이 깊은 것입니다.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은 욕심을 없이하는 도이니, 이 욕심은 귀중한 것이라 도로써 선(仙)에게 전하고, 덕으로써 성인(聖人)에게 주어서 신선과 성인이 서로 전할 때 그 밝은 교화는 없어지지 않나니, 말하자면 이것이 좋은 후사(後嗣)인데, 그대들의 욕심은 도의 근원을 막고 덕의 뿌리를 자르는 것이니 후손이 없다고 할 만합니다.”
말을 마치고 곧 물러가니 바라문들이 계면쩍고 부끄러워하였다.
여자가 저 보살은 곧 나의 남편이라고 하면서 옷을 걷어잡고 도보로 그의 발자취를 찾아서 여러 나라를 거치는 동안에 힘은 지치고 발은 부르트고 해서 길가에 머물러 쉬고 있었다.
거기는 발마국이었다. 왕의 이름은 제승(制勝)이었는데 나라를 순행하면서 지경을 살피다가 여자가 지쳐서 쉬는 것을 보고 물었다.
“너는 웬 사람인데 길가에 있느냐?”
여자가 자세히 그 내력을 진술하니, 왕이 그의 뜻을 가상히 여기고 매우 가엾이 생각하였다.
왕이 그 여자에게 명령하였다.
“나를 따라서 궁으로 돌아가자 너로써 딸을 삼으리라.”
여자가 말하였다.
“남의 밥을 거저 먹을 수 있습니까? 원컨대 무슨 직업을 갖게 하여 주시면 대왕을 따르겠나이다.”
왕이 말하였다.
“너는 좋은 꽃을 가져다가 나 있는 데를 꾸미는 일을 하여라.”
여자가 공손히 응낙하고 왕을 따라서 궁으로 돌아가서 날마다 좋은 꽃을 따다가 왕궁(王宮)의 소용되는 곳에 공급하였다.

유동이 나라로 돌아와서, 길가의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면서 구렁을 메우고 땅을 쓸어서 더러움을 없애는 것을 보았다. 행인에게 물었다.
“백성들이 기뻐하니 장차 무슨 경사라도 있는 것입니까?
대답하였다.
“정광(定光)여래ㆍ무소착ㆍ정진도ㆍ최정각ㆍ도법어ㆍ천인사께서장차오셔서 교화하시기 때문에 모두들 기뻐하는 것입니다.”
유동이 마음으로 기뻐하면 고요히 선정에 들어서 마음을 밝혀 더러움을 없이 하고 부처님께서 장차 오시면 뵈려고 하였다.
길에서 전의 그 여자가 꽃을 병에 꽂아 가지고 가는 것을 만났다. 꽃을 청하였더니 다섯 송이를 주었다.
왕후도 서민도 모두 몸소 길을 닦는데 보살도 땅을 조금 청하여서 스스로 닦았다.
한 백성이 말하였다.
“나머지 작은 시내가 있는데 물이 급하고 빨라서 흙과 돌이 서지 않습니다.”
보살이 생각하였다.
‘내가 선정의 힘으로써 저 작은 별을 내려다가 막으면 어떨까?’
또 생각하였다.
‘공양하는 법이 4대의 힘으로써 몸소 애써서 해야 좋은 것이다.’
곧 별을 놓아 두고 돌을 날라다가 몸의 힘으로써 막고 선정의 힘으로 머물게 하니 나머지는 작은 구덩이였다.
부처님께서 이르셨다.
몸의 사슴가죽 옷을 벗어서 그 젖은 땅에 깔고 다섯 송이 꽃을 부처님 위에 흩으니 꽃이 공중에 벌여 있는 것이 마치 손으로 종자를 뿌려 뿌리가 땅에 붙이고 난 것과 같았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뒤에 91겁을 지나서 네가 마땅히 부처가 되어서 호를 능인(能仁)여래ㆍ무소착ㆍ정진도ㆍ최정각ㆍ도법어ㆍ천인사라 하리라. 그 세계는 뒤바뀌어 부자간이 원수가 되기도 하고, 왕의 정치가 백성을 상하게 하여서 마치 칼이 비오듯 하여 백성이 비록 피하려 하여도 그 환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인데, 네가 마땅히 거기에서 중생을 건지리니 제도되는 자를 셀 수가 없으리라.”
유동이 기뻐서 뛰었는데, 땅에서 일곱 길이나 허공으로 올라갔다. 공중에서 내려와서는 머리털을 땅에 펴고 부처님께서 밟으시게 하니, 세존께서 넘으시고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땅을 밟지 못하게 하라. 그 까닭은 수기를 한 곳이어서 그 높음이 위가 없기 때문이다. 지혜 있는 보살이 여기에 절을 지으면 수기를 받은 것과 같으리라.”
모든 하늘이 모두 소리를 가지런히 하여 말하였다.
“우리가 마땅히 절을 지으오리다.”
그때 장자의 아들이 이름이 현건(賢乾)이었는데 작은 나무의 가지를 그 땅에 꽂으면서 말하였다.
“내 절이 벌써 섰다.”
모든 하늘이 서로 돌아보면서 말하였다.
“범속한 서민의 더벅머리 아이가 높은 성인의 지혜를 지닌 것이냐?”
곧 여러 가지 보배를 날라다가 그 위에 절을 세우고서 머리를 조아리면서 아뢰었다.
“원컨대 저도 부처가 되어서 지금과 같이 교화하게 하소서. 이제 절을 세운 바 그 복이 어떠하옵나이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유동은 부처가 될 때에 네가 마땅히 수기를 받으리라.”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유동은 나였고, 꽃을 팔던 여자는 지금의 구이였으며, 장자의 아들은 지금 이 좌중의 비라여(非羅餘)니라.”
비라여가 곧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니, 부처님께서 수기하셨다.
“뒤에 마땅히 부처가 되어서 호를 쾌견(快規)이라 하리라.”

부처님께서 경을 설하여 마치시니 모든 4부 제자와 하늘ㆍ용ㆍ귀신들이 기뻐하지 아니함이 없이 머리를 조아리고 갔다.
보살은 넓은 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명시(明施)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87
마조왕경(摩調王經)

이와 같이 들었다.

한때 부처님께서 무이국(無夷國)에 계시면서 나무 밑에 앉으시니 얼굴빛이 빛남이 자금(紫金)보다 더하였고, 흔연히 웃으시니 입에서 오색 광명이 뻗쳐 나와서 당시에 보는 자가 뛰면서 기뻐하지 않음이 없어서 모두 함께 찬탄하였다.
“참으로 이른바 하늘 중의 하늘이신 분이다.”

아난이 옷을 단정히 하고 머리를 조아리면서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웃으심에는 반드시 중생을 제도하시려는 깊은 뜻이 있으신가 하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다. 실로 네 말과 같다. 내가 헛되이 웃지 않나니 곧 법을 일으키려는 것이니라. 네가 웃는 뜻을 알고자 하느냐?”

아난이 대답하였다.
“성전(聖典)에 기갈하였사오니 진실로 배부르고 만족함이 없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예전에 성왕이 있었으니 이름은 마조(摩調)였다. 그때 비행황제가 되어서 사천하를 다스리되 마음이 바르고 행동이 공평하니 백성이 훔치고 원망함이 없었고, 자비로 기쁘게 보호하니 뜻이 제석(帝釋)과 같았다.
그때 백성의 수명은 8만 세였다. 임금에게 7보가 있었으니 자금전륜(紫金轉輪)ㆍ비행백상(飛行白象)ㆍ감색신마(紺色神馬)ㆍ명월신주(明月神珠)ㆍ옥녀성처(玉女聖妻)ㆍ주보성신(主寶聖臣)ㆍ전병성신(典兵聖臣)이었다.임금에게 천 아들이 있었으니 단정하고 어질고 고요하며, 옛 일을 밝게 알고, 앞일을 미리 알아, 유식한 무리들로서 공경하여 사모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임금이 노닐어 보고자 하여 동서남북 어디에고 뜻 맞는 데에 생각을 두면 금륜이 앞에 있다가 뜻을 따라서 가는데 7보가 다 그렇게 되어서 날아서 성왕을 인도하였고, 하늘ㆍ용ㆍ신선이 모두 지키면서 여러 가지 보배 꽃을 흩었으며, 성수(聖壽)의 무량함을 빌었다.

임금이 측근의 신하로서 주로 수건과 빗을 맡은 자에게 신칙하였다.
‘네가 내 머리에서 백발이 나거든 곧 내게 알려라. 대저 모발이 흰빛으로 되는 것은 죽음이 온다는 분명한 증거이다. 그렇게 되면 나는 더러운 세상의 속된 일을 버리고 청정 담박한 행동으로 나아가고자 하노라.”
측근의 신하가 명령대로 뒤에 흰 머리털을 발견하고 곧 임금에게 알리니, 임금이 흔연히 태자를 불러서 말하였다.
‘내 머리에 흰 털이 났구나. 머리가 희어지는 것은 항상함이 없다는 증거이다. 생각을 무익한 세상 일에 흩는 것이 마땅치 않다. 이제 너를 임금으로 세우니 사천하를 잘 다스려라. 신하와 백성들의 목숨이 네게 매였으니, 네가 그들을 불쌍히 여기고, 법은 내가 행한 것과 같이 하면 악도를 면하리라. 그리고 너도 머리가 희어지거든 나라를 버리고 반드시 사문이 되어라. 아들을 세우는 가르침은 4등ㆍ5계ㆍ10선을 우선으로 하도록 하여라.’
밝은 가르침이 마침 끝나니 곧 나라를 버리고 시골땅 나무 밑에서 수염과 머리털을 제거하고 법복을 입고 사문이 되니, 여러 신하와 백성들이 애통해 하고 사모하여 몸부림치며 울었다.

마조법왕의 자손이 서로 계승하여 1천84대에 이르러 성황(聖皇)의 바른 법이 마지막에 없어지려 하니, 마조성왕이 다시 천상을 버리고 혼신으로 내려와서 말세의 왕에게 태어나서 또 비행황제가 되어 가지고 명호를 남(南)이라고 하였다.
정법을 다시 일으키고 궁중의 황후와 귀인들에게 밝게 신칙하여 8계를 받들고, 달마다 6재를 지키게 하였으니, 첫째는 마땅히 인자하고 측은한 마음으로 중생을 사랑하여 살려 줄 것이요, 둘째는 삼가 도적질하지 않고 부한 자는 가난한 자를 구제할 것이며, 셋째는 마땅히 정조를 잡아서 청정하게 참됨을 지킬 것이요, 넷째는 마땅히 믿음을 지키며 말은 부처님 가르침으로써 할 것이요, 다섯째는 마땅히 효성을 다하고 술을 입에 대는 일이 없을 것이고, 여섯째는 높은 상과 비단 장막에 눕지 않을 것이며, 일곱째는 신시(申時)가 지나면 음식을 입에 대지 않을 것이요, 여덟째는 향과 꽃과 기름을 삼가 몸에 가까이 함이 없이 하고, 음란한 노래와 삿된 음악으로 행실을 더럽힘이 없도록 할 것이니, 이런 것은 마음으로 생각하지 말고 입으로 말하지 말고, 몸으로 행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또 모든 훌륭한 신하들에게 신칙하여 영특한 바라문들을 이끌고, 아래로는 백성들에게 미치도록 하며, 사람에게 높고 낮음이 없으며 6재를 받들고, 8계를 익혀 몸에 붙이되 날마다 세 번 외우게 하였다.
부모에게 효순하고, 노인을 공경하되 높이 받들어서 마음을 쉬고 나아가 경을 받게 하였으며, 홀아비와 과부와 어리고 약한 걸인 아이들을 구제하고 질병에는 의약과 의식(衣食)으로 건졌으며, 괴롭고 궁핍하여 없는 자는 궁문으로 나와서 부족한 바를 구하게 하였다.
만약 교화에 순종하지 않는 자가 있으면 부역을 무겁게 하고, 그 한 집을 어진 자 다섯 집 사이에 있게 하여 이 다섯 집으로 하여금 그 한 집을 교화하도록 하는데, 먼저 순종하도록 하는 자에게는 상을 주었다. 돕는 신하는 어진 이를 쓰고 귀족을 쓰지 않았다.
왕이 이렇게 밝은 법을 시행한 뒤로는 사천하의 백성이 자비과 화목으로 서로 향하여서 살벌한 마음이 없어졌고, 얻으면 서로 사양하니 밤에도 문을 닫지 않았으며, 정결(貞潔)하고 청정하여 아내가 아니면 욕심을 내지 않았고, 한 가지 말을 하고 두 말 하지 않아서 교령을 내매 어질고 측은히 하였고, 항상 진실되지 않음을 보고는 말하되 화려하게 꾸미지 않았으며, 상대방의 길함과 이로움을 보면 마음으로 기뻐하고 말로 도왔다.
큰 도의 교화가 행해지니 흉한 것과 독한 것이 사라져 없어졌으며, 부처를 믿고 법을 믿고 사문을 믿으며 말에 다시 의심과 맺힘이 없었다.

남왕의 인자한 윤택[慈潤]이 이르지 아니함이 없어서 팔방과 상하에서 덕을 찬탄하지 않음이 없었다.
제2 천제와 사천왕과 일월성신ㆍ해룡ㆍ지기(地祇)들이 날마다 함께 의논하였다.
‘세간의 인왕(人王)이 4등으로 인자하게 베푸니 은혜가 이르는 바가 모든 하늘보다 낫다.’
천제석이 모든 하늘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남왕(南王)을 보고자 하는가?’
하늘들이 말하였다.
‘몇 해나 벼른 원이옵니다. 실로 밝게 아시는 그대로입니다.’
제석이 곧 팔을 굽히는 동안에 남왕의 자혜(慈惠)의 전상에 이르러서 남왕을 보고 말하였다.
‘성왕의 높은 덕을 모든 하늘들이 목마르게 사모하여 서로 보고자 날마다 원하는데 성왕은 도리천을 보고자 하지 않으십니까? 그 위에서는 저절로 원하는 것이 없는 것이 없습니다.’
남왕이 말하였다.
‘좋습니다. 노닐어 보고 싶습니다.’

제석이 돌아가서 마차 부리는 사람[禦者]인 마루(摩婁)를 불러서 말하였다.
‘내가 타는 천마보거(千馬寶車)를 가지고 남왕을 맞이하여 오라.’
마차 부리는 사람이 명령을 받고 하늘 수레로써 남왕을 맞이하는데, 수레가 대궐 밑에 이르니 신하와 백성들이 모두 놀라면서 말하였다.
‘이것은 우리 성왕의 상서로다.’
일찍이 없던 일에 감탄하면서 다시 서로 선전하여 온 나라가 기뻐하였다.
‘우리 임금님의 넓은 자비로 덕이 중생에 미치시는데 달마다 6재에 8계를 스스로 닦으시고 또 백성을 그것으로써 가르치시니, 이 덕이 무거우므로 천제가 경애하여 와서 맞이하는 것이다.’
남왕이 수레에 오르니 수레와 말이 함께 날아서 서서히 배회하였는데, 백성들이 함께 보도록 하게 하고자 함이었다.
왕이 마차 부리는 사람에게 말하였다.
‘잠시 내게, 악인의 두 길인 지옥과 아귀계에서 태우고 지지고 고문하여 그들의 묵은 죄를 받게 하는 것을 보게 하여 달라.’
마차 부리는 사람이 명령대로 하고는 드디어 하늘에 올랐다.

제석이 기뻐서 자리에서 내려와 맞이하면서 말하였다.
‘종으로 횡으로 노심하여 중생을 근심하고 건지시는 4등ㆍ6도의 보살의 큰 업을 모든 하늘이 사모하고 서로 보고자 합니다.’
제석이 스스로 나아가서 팔을 잡고 함께 앉으니, 남왕의 풍채가 다시 향기롭고 깨끗하게 변하여서 얼굴빛의 단정함이 제석과 다를 것이 없었다.
곧 훌륭한 음악을 연주하니 그 소리가 한량이 없었고, 보배ㆍ꽃ㆍ향을 흩으니 세상에서 보는 바가 아니었다.
제석이 거듭 말하였다.
‘세간의 옛 거처(居處)를 생각하지 마시오. 천상의 여러 가지 기쁜 것이 성왕의 것입니다.’
남왕의 뜻이 어리석고 어두운 것을 교화하고 여러 가지 삿된 마음을 없애어 3존을 알게 하는 데 있었으므로 제석에게 대답하였다.
‘사람의 물건을 빌렸으면 마땅히 주인에게 돌려줄 것을 알아야 하는 것처럼 이제 이 천상의 자리가 나의 떳떳한 거처가 아니오니, 잠시 세간에 돌아가서 내 자손을 가르치되, 부처님의 밝은 법으로써 마음을 바르게 하여 나라를 다스리고 효도와 순종으로 서로 계승하게 하며, 계율을 갖추고 행이 높아지면 사람의 몸뚱이를 놓아 버리고 천상에 태어나서 제석과 더불어 서로 즐기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남왕은 나였느니라. 자손이 서로 이어받아서 서로 전하기를 1천84대 동안 하였는데, 아들을 세워서 왕을 삼고는 아버지는 가서 사문이 되곤 하였느니라.”

아난이 기뻐하면서 머리를 조아리고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인자하시게 중생을 가엾어하시며 은덕의 윤택함이 여기에 이르도록 공덕이 썩지 않았고, 이제 과연 부처가 되시어 삼계 가운데 어른이 되셨나이다.”

모든 하늘과 신선 성자들이 귀의하여 공경하지 않음이 없었고, 모든 비구들은 기뻐서 절하고 갔다.

88
아리념미경(阿離念彌經)

이와 같이 들었다.

한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우리(優梨) 마을에 계셨다.
그때 모든 비구들이 점심 뒤에 강당에 앉아서 사사로이 함께 강론하였다.
“사람의 수명은 짧은 것이어서 몸의 편안함이 얼마 없고 곧 저승으로 나아가니, 하늘이나 사람이나 모든 것들이 태어나서 죽지 않는 것이 없거늘 어리석고 어두운 사람들은 인색하고 탐욕하여 보시하지 않고 떳떳한 도[經道]를 받들지 않으면서 착하여도 복이 없고 악하여도 별로 화가 없는 것이라 하여 제 마음대로 제 뜻에 좋은 대로 못된 짓을 않는 것이 없이 하여 부처님의 가르침을 어기니, 뒤에 뉘우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부처님께서 천이(天耳)로 멀리서 모든 비구들이 무상(無常)이라는 높은 법담을 강론함을 들으시고, 곧 일어나셔서 비구들이 있는 데로 오셔서 자리에 앉으셨다. 그리고 물으셨다.
“조금 전에 무엇을 이야기 하였느냐?”
모두 꿇어앉아서 대답하였다.
“조금 전 밥을 먹은 뒤에 함께 사람의 목숨이 어름어름하는 동안에 오래지 않아서 곧 저승으로 가게 된다는 말을 하였나이다.”
위에서 말한 대로를 말씀드렸다.
세존께서 칭찬하셨다.
“훌륭하다, 훌륭하다. 아주 좋은 말들을 하였구나. 마땅히 너희들은 집을 버리고 도를 배우거든 뜻을 항상 청결하게 하고 오직 착함만을 생각해야 하느니라. 비구가 앉고 일어날 때에는 마땅히 두 가지 일을 생각해야 하나니, 첫째는 마땅히 경을 설하는 것이요, 둘째는 마땅히 참선하여 쉬는 것이니라. 너희들이 이제 경을 듣고자 하느냐?”
“예, 그러하옵니다. 즐거이 듣기를 원하나이다.”

세존께서 곧 말씀하셨다.
“예전에 어떤 국왕이 있었는데 이름은 구렵(拘獵)이었다. 그 나라에 나무가 있었으니 나무 이름은 수파환(須波桓)이었다. 나무 둘레가 560리였고, 밑뿌리가 사방으로 퍼진 것이 840리며, 높이가 4천 리었고 가지가 4방으로 퍼진 것이 2천 리였다. 나무에 다섯 면(面)이 있었는데, 첫째 면의 과일은 왕과 궁인이 함께 먹었고 둘째 면은 백관(百官)이 먹었고, 셋째 면은 백성들이 먹었고, 넷째 면은 사문 도인이 먹었고, 다섯째 면은 새와 짐승이 먹었으니, 그 나무 과일의 크기가 두 말들이 병만이나 하였고, 맛이 달기가 꿀과 같았는데 지키는 자가 없었고 또한 서로 침범하지도 않았다.
그때 사람의 수명이 다 8만 4천 세였으나 모두 아홉 가지 병이 있었으니, 추움ㆍ더움ㆍ주림ㆍ목마름ㆍ대소변ㆍ애욕ㆍ식욕ㆍ늙음ㆍ몸 약함이라, 이 아홉 가지 병이 있었다.
여인은 나이가 5백 살이 되어야 출가하였다.
그때 장자(長者)가 있었으니 이름은 아리념미(阿離念彌)였고 재물이 한량이 없었다.
염미가 스스로 생각하였다.
‘수명이 심히 짧아 태어난 것으로 안 죽는 것이 없다. 보물은 내 것이 아니라 자주 재앙과 환난을 가져오는 것이니, 보시하여 빈핍을 건지는 것만 못하다. 세상의 영화가 비록 즐거우나 오래 가는 것이 없으니 집을 버리어 더럽고 탁한 것을 멀리하고 청결을 지키는 것만 못하다.’
곧 가사를 입고 사문이 되어서 어진 이를 찾아가서 사문의 계를 받았다.
염미가 사문이 된 것을 보고는 수천여 명의 사람들이 그의 성스러운 교화를 듣고, 다 항상함이 없어서 성함이 있으면 곧 쇠하고 존재한 것은 없어지지 않음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오직 도만이 귀하다 하여 다 사문이 되어서 그의 교화를 따랐다.

염미가 모든 제자들을 위하여서 경을 설하였다.
‘사람의 목숨이란 짧은 것이어서 어름어름하다 보면 항상함이 없어서 이 몸을 버리고 저승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태어남이 있으면 죽지 않는 것이 없으니 어찌 장구할 것이냐.
이러므로 마땅히 인색하고 탐욕하는 마음을 끊고 가난하고 궁핍한 이에게 보시하며, 애정을 단속하고 욕심을 거두어서 모든 악을 범함이 없이 하라. 사람이 세상에 처하여 목숨의 흐름이 심히 빠르다. 사람의 목숨은, 비유하면 마치 아침에 풀잎 끝에 있는 이슬처럼 잠깐 있다가 곧 떨어지니, 사람의 목숨이 이와 같은데 어찌 장구할 것인가.
사람의 목숨은, 비유하면 하늘에서 비가 내려 물에 떨어질 때 거품이 일어났다가 곧 꺼지는 것과 같지만, 그러나 목숨의 흐름이 빠르기가 저 거품보다 심하다.
사람의 목숨은, 비유하면 우레와 번개가 황홀하다가 잠깐사이에 곧 없어지는 것과 같지만, 그러나 목숨의 흐름이 빠르기가 이보다도 심함이 있다.
사람의 목숨은, 비유하면 지팡이로 물을 치고서 지팡이를 떼면 물이 곧 합쳐지는 것과 같지만, 그러나 목숨의 흐름이 빠르기가 이보다도 심함이 있다.

사람의 목숨은, 비유하면 타오르는 큰 불 속에 던져진 작은 기름덩이가 잠깐 동안에 타 버리는 것과 같지만, 그러나 목숨의 흐름이 저 작은 기름덩이보다 빠르다.
사람의 목숨은, 비유하면 베틀에 편 날이 베를 짬에 따라서 자꾸 줄어 없어지는 것처럼 천명(天命)이 밤낮으로 손모(損耗)됨도 이와 같아서 근심은 많고 고통은 무거우니 어찌 장구할 것인가.
사람의 목숨은, 비유하면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가 한 걸음 옮기는데 한 걸음 죽을 땅에 가까워지는 것처럼 사람이 하루를 지남이 저 소의 한 걸음과 같고, 또한 목숨의 흘러감이 또 이보다 촉급하다.
사람의 목숨은, 비유하면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주야로 빨리 흘러 잠시도 그침이 없는 것과 같지만, 그러나 사람의 목숨이 지나감은 이보다 빠름이 있어서 주야로 죽음에 나아가되 그침이 없는 것이다.
사람이 세상에 처하여 근고(勤苦)가 심하고 근심이 많은데, 사람의 목숨을 얻기가 어려우니, 이러므로 마땅히 바른 도를 받들고 경과 계율을 지키고 행하여서 헐뜯거나 상함이 없도록 하고 궁핍한 자들에게 보시하여라.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죽지 않는 자가 없느니라.’

염미가 모든 제자들에게 이렇게 가르치고 또 말하였다.
‘내가탐욕ㆍ음란ㆍ성냄ㆍ어리석음ㆍ노래ㆍ춤ㆍ기악ㆍ수면(睡眠)ㆍ사특하고편벽된 마음을 버리고 청정한 마음으로 나아가서 멀리 애욕을 여의고 모든 악행을 없앴느니라. 안으로 마음의 때를 씻고 모든 바깥 생각[外念]을 없애서 선함을 보아도 기뻐하지 않고 악함을 만나도 근심하지 않으며, 고와 낙을 두 가지가 아닌 것처럼 하고, 그 행을 청정하게 하며, 일심으로 움직이지 않고 제4선(禪)을 얻었느니라.
내가 인자한 마음으로 사람과 축생을 교화하여 선한 도를 알게 하고 천상에 올라서 태어나게 하였으며, 슬퍼하고 연민히 여기어 그들이 악에 떨어질까 두려워하였느니라.
내가 4선과 모든 공정(空定)을 보아 비추어 통달하지 아니함이 없었고, 그 마음이 환희하여 그 본 바로써 만물을 교화하여 깊은 법을 보게 하였고, 선정과 불사(佛事)에 만약 얻음이 있는 자는 또한 도와서 기뻐하였으며, 만물을 기르고 보호하되 스스로 몸을 보호함과 같이 하였느니라.
이 네 가지 일을 행하면 그 마음이 바르고 평등하여지느니라.
눈으로 보는 추하고 좋은 모든 색과, 귀로 듣는 찬탄하는 소리와 꾸짖는 소리와, 좋은 향기, 더러운 냄새와, 아름다운 맛, 쓰고 매운 맛과 곱고 매끄럽고, 거칠고 모짊과, 뜻에 맞는 희망, 마음을 어기는 고민에 좋아하지도 기뻐하지도 않고 나빠도 원망하고 성내지 않았나니, 이 여섯 가지 행을 지켜서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에 이르렀느니라.
만약 그대들이 마땅히 이 여섯 가지 행을 행하면 응진(應眞)의 도를 얻으리라.’

염미는 삼계의 여러 성인들의 높은 스승으로서 지혜가 미묘하고 통달하여 아무리 깊어도 알지 못하는 것이 없었으며, 그 모든 제자들이 비록 응진의 도는 얻지 못하였더라도 그 목숨을 마치고는 다 천상에 났으니, 마음이 고요하고 뜻이 적막하여서 선정을 숭상한 자는 다 범천에 났고, 그 다음은 화응성천(化應聲天)에 났고, 다음은 불교락천(不憍樂天)에 났고, 다음은 도솔천에 났고, 다음은 염천(炎天)에 났고, 다음은 3도리천에 났고, 다음은 제1 천상에 났고, 다음은 세간 왕후의 집에 태어났느니라.
행이 높으면 그 높음을 얻고 행이 낮으면 그 낮음을 얻는 것이어서 빈부, 귀천과 오래 살고 일찍 죽음이 다 숙세의 업을 말미암나니, 염미의 계율을 받들면 쓸데없는 고통이 없느니라.

염미는 곧 내 몸이었느니라.
모든 사문들이 힘써 행하여 정진하면 생ㆍ노ㆍ병ㆍ사와 근심과 걱정의 괴로움에서 벗어나서 응진(應眞)의 멸도(滅道)의 대도를 얻을 것이며, 다 행하지 못하더라도 불환(不還)ㆍ빈래(頻來)ㆍ구항(溝港)의 도를 얻으리라.
밝은 자는 깊이 생각하라. 사람의 목숨은 덧없어서 어찌어찌하다 보면 잠깐 사이에 이제 수명이 백 세가 되니, 어떤 사람은 그 때까지 살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은 그 때까지 살지도 못한다. 백 세 동안에 무릇 3백 계절이 바뀌나니, 봄ㆍ여름ㆍ겨울이 각각 백 번씩 바뀐다. 백 년 중에 1천2백 달이 있으며 봄ㆍ여름ㆍ겨울 절기마다 각각 4백 달씩 있다. 다시 3만 6천 일이 바뀌니, 봄이 1만 2천 일이 바뀌고 여름 더위와 겨울 추위가 각각 1만 2천 일씩이다.
백 세 동안에 하루 두번씩 먹는다면 무릇 7만 2천 끼니이니, 봄ㆍ여름ㆍ겨울에 각각 2만 4천 끼니씩인데, 어려서 젖먹이때에 먹지 못한 때와 혹 겁나거나 무서워서 먹지 못하거나 혹 병으로, 혹 성나서, 혹 참선하거나 혹 재계하거나 혹 가난하고 없어서 먹지 못한 때를 제외하면 이 7만 2천 끼니 중에 있는 것이다.
백 세 동안에 밤에 눕는 것으로 50년을 제하고, 어렸을 때를 10년으로 제하고, 병든 동안을 10년으로 제하고, 가사로 걱정하고 그밖에 여러 가지 일을 경영하기에 근심한 것을 20년으로 잡아서 제하고 보면 사람의 수명이 백 세라고 하나 겨우 10년의 즐거움을 얻는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또 이어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미 사람의 목숨에 대하여서 해를 말하고 달을 말하고 날을 말하고 먹는 것을 말하였다. 내가 비구들을 위하여서 말할 것은 이미 다 말하였으니, 내가 뜻한 것은 다 이룬 것이다.
너희 모든 비구들이 뜻하여 구하는 것도 또한 마땅히 마치게 되리니, 혹은 산택(山澤)에서 혹은 절에서 경을 외우고 도를 생각하여 수행을 게을리 하지 말라. 옳은 마음의 보살은 뒤에 뉘우침이 없느니라.”

부처님께서 경을 설하여 마치시니 모든 비구들이 기뻐하지 아니함이 없었으며, 부처님께 나아가 절을 하고 물러갔다.

89
경면왕경(鏡面王經)

이와 같이 들었다.

한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여러 비구들이 식사할 때에 발우[應器]를 들고 성에 들어가서 밥을 구하는데 해가 아직 한낮이 안 되었으므로 함께 생각하고 말하였다.
“성에 들어가는 것이 너무 이르니 우리들이 함께 배움을 달리하는 바라문의 강당에 가서 잠깐 앉아서 기다리자.”
모두 좋다고 하고 곧 그곳으로 갔다. 바라문들과 더불어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나아가서 앉아 있었다.
그때 바라문들은 함께 자기들끼리 경에 대하여 논쟁하였는데, 설고 맺힌 것을 풀지 않아 서로 비방하고 미워하기를, “나는 이 법을 알지만 너는 무슨 법을 안다는 것이냐”, “내가 아는 바는 도에 맞는 것이지만, 네가 아는 것은 도에 맞지 않는 것이다”, “나의 도법은 펴서 행할 수 있는 것이지만 너의 도법이란 것은 가까이하기 어려운 것이다” 하였다.
마땅히 앞에 해야 할 말을 뒤에 말하며, 마땅히 뒤에 해야 할 말을 도리어 앞에 말하며, 대부분의 법을 옳지 않게 말하여서 무거운 짐을 주어 능히 들지 못하게 하고는 “너를 위하여 뜻을 설하여도 능히 알지 못한다”고 하면, “네가 아는 것이 없고 지닌 것이 없으면서 네가 핍박하면 또 어떻게 할 것이냐” 하여 말다툼으로 서로 해하였는데, 한마디 독설을 받으면 세 마디로 응수하려 하였다.
모든 비구들이 그들의 이와 같은 나쁜 말을 듣고 또한 그들의 말을 좋아하지 않았고, 그들의 바름을 인증하지 않았다.
각각 자리에서 일어나서 사위성에 이르러 밥을 구하여서 먹기를 마치고, 발우를 간직하고 기수(祇樹)로 돌아와서 부처님께 절하고 모두 한 면에 앉아서 사실대로 말씀드리고, 이 바라문들의 그 배움이 스스로 괴로운 것이니, 언제 마땅히 해탈할 것인가 생각하였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저 배움을 달리하는 무리들이 한 세상만 어리석고 어두운 것이 아니니라. 비구들아, 구원한 과거에 이 염부제에 왕이 있었으니 이름은 경면(鏡面)이었다.
부처님의 요긴한 경을 외워서 지혜가 항하의 모래 같았으나 신하와 백성들은 대부분 외우지 않고 쓸데없는 세속의 글[瑣小書]을 지녔으며, 반딧불의 밝음은 믿었으나 일월이 멀리까지 비춤을 의심하였다.
왕이 장님들로써 깨우쳐 주어 백성들로 하여금 도랑물을 버리고 큰 바다에 놀게 하고자 하였다. 사자에게 신칙하여 나라 안에 다니면서 배냇장님들을 모아서 다 궁으로 데리고 오라 하였다.
신하가 명령을 받고 다니면서 나라 안의 눈 없는 사람들을 모두 데리고 와서 아뢰었다.
‘눈 없는 사람들을 구하여서 이미 대궐에 데려다 놓았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데리고 가서 코끼리를 보이도록 하여라.’
신하가 왕의 명령을 받들어 장님들을 인솔하여 코끼리 있는 데로 가서 손으로 만져 보게 하였다.
그 중에는 코끼리의 발을 만져 보는 자, 꼬리를 만져 보는 자, 꼬리의 밑둥을 만져 보는 자, 배를 만져 보는 자, 옆구리를 만져 보는 자, 등을 만져 보는 자, 귀를 만져 보는 자, 머리를 만져 보는 자, 상아[牙]를 만져 보는 자, 코를 만져 보는 자가 있었다.
장님들은 코끼리에 대하여 다투는 바가 분분하였다. 각기 제가 본 것이 옳고 남이 본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사자가 이끌고 돌아와서 왕의 처소로 나아가니, 왕이 물었다.
‘너희들은 코끼리를 보았느냐?’
‘저희들이 함께 보았습니다.’
‘코끼리가 무엇과 같더냐?’
발을 만져 본 자가 대답하였다.
‘대왕님, 코끼리가 칠통(漆筩) 같았습니다.’
꼬리를 만져 본 자가 대답하였다.
‘비[掃帚]와 같았습니다.’
꼬리의 밑둥을 만져 본 자가 대답하였다.
‘지팡이와 같았습니다.’
배를 만져 본 자가 대답하였다.
‘북과 같았습니다.’
옆구리를 만져 본 자가 대답하였다.
‘벽과 같았습니다.’
등을 만져 본 자가 대답하였다.
‘높은 안석과 같았습니다.’
귀를 만져 본 자가 말하였다.
‘키[簸箕]와 같았습니다.’
머리를 만져 본 자가 말하였다.
‘작은 언덕과 같았습니다.’
어금니를 만져 본 자가 말하였다.
‘뿔과 같았습니다.’
코를 만져 본 자가 말하였다.
‘대왕님, 코끼리는 큰 동아줄과 같았습니다.’
왕 앞에서 다시 서로 다투면서 말하였다.
‘대왕님, 코끼리는 참으로 제 말과 같은 것입니다.’

경면왕이 크게 웃으면서 말하였다.
‘장님아, 장님아, 네가 불경을 보지 않는 자와 같구나.’
그리고는 게송을 설하였다.

이제 눈이 없는 무리들이 되어서
쓸데없이 다투면서 제가 옳다네.
한 가지만 보고는 나머지는 아니라니
코끼리 하나를 놓고 서로 미워하도다.

또 말하였다.
‘대체로 소인의 글만 알고 불경의 한없이 넓고 위없이 높은 참되고 바름을 보지 않는 자는 마치 눈이 없는 것과 같으니라.’
이에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모두 불경을 외웠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또 말씀하셨다.
“경면왕은 곧 나였고, 장님들은 강당의 바라문이었느니라. 이때 그들이 지혜가 없이 장님처럼 앉아서 다투었는데, 이제 다투고 또한 어두우니 다투고 앉아 있는 것은 이익이 없느니라.”

부처님께서 이때 이 책을 모두 살펴보시고서 제자들로 하여금 풀이하게하여 후세들을 위하여 밝음이 되게 하였고, 우리 경도(經道)를 오래 머물게 하기 위해 이 『의족경(義足經)』을 설하셨다.

제가 어두우면서 남이 저만 못하다 하니
날로 느는 어리석음 언제 밝아지랴.
도가 없으면서 모두 다 배웠다 하니
뒤바뀐 행동으로 언제 깨달으랴.

스스로 깨달아서 높은 행을 해야 하고
듣고 보는 데서 견줌 없이 해야 하거늘
세간의 5택(宅)에 떨어져 얽매여서
제가 하는 것이 남보다 낫다고 하니

우치함을 품고서 잘되기를 바라고
삿된 학문 가지고 제도됨을 바라도다.
보고 듣는 바를 자세히 생각하고
계를 지켜도 그것을 뽐내지 말라.

세상에 행함을 보고 따르지 말 것이니
비록 약은 생각이라도 저들의 행이니라.
행을 평등히 하고 또한 공경하여서
따라오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지 말라.

이렇게 허물 끊고 뒤에도 없이 하며
나만이 할 수 있다는 생각도 버려라.
제가 안다고 영리한 체하지 말고
보고 듣고 하더라도 관(觀)만 행하여라.

이것도 저것도 원하는 게 없으면
태(胎)로 나는 고통도 여의게 되리라.
여기도 저기도 머무는 바 없이 하고
모두 법을 관하면 바름을 얻으리라.

의식으로써 듣고 보고 하는 바
사특한 것은 조금도 생각지 말고
지혜로 법을 관하며 의식으로 의식을 보면
여기 세상을 놓고 공함을 얻으리라.

있는 것이 없거니 무엇을 기다리랴.
본래 법을 행하여 진리를 구할 것을.
계만 지키는 것으로는 지혜[慧]가 못 되나니
그것만으로는 저 언덕에 못 가리라.

90
찰미왕경(察微王經)

예전에 보살이 큰 나라의 왕이 되었으니 이름은 찰미(察微)였다. 뜻이 맑고 행이 조촐하며 오직 3존에 귀의하고 불경을 받아 익혔으며, 마음과 뜻을 고요한 데 두고 깊이 사람의 시초를 보았다.
‘본래의 무(無)로부터 생겨나 원기(元氣)가 강한 것은 흙으로 되고, 연한 것은 물로 되고, 따뜻한 것은 불로 되고, 움직이는 것은 바람으로 되었으며, 이 네 가지가 화합하여 의식과 정신[識神]이 생기고, 위로 밝음이 있어 능히 깨닫는 것이다. 욕심을 그치고 마음을 비우면 신령스런 본래의 무(無)로 돌아간다.’
그리고는 맹세하였다.
‘각(覺)을 깨닫지 못한 무리가 정신이 4대를 의지하여 서는데, 크게 어질면 하늘이 되고 조금 어질면 사람이 되며, 여러 가지 더럽고 추잡한 짓을 한 것은 날아다니고 기어다니고 꿈틀거리는 것이 되니, 행(行)으로 말미암아 몸을 받는다. 그 형체가 만 가지로되 식(識)과 원기(元氣)는 미묘하여 보기 어렵나니, 형상이 털끝만큼도 없는 것을 누가 능히 파악할 것인가. 그러나 그것이 묵은 것을 놓고 새 것을 받아서 종시 끝이 없도다. 내가 영원(靈元)으로써 덧없는 몸을 화하여 5도(塗)에 윤전(輪轉)하면서 면면히 계속하여 여러 신하들의 의심을 풀어 주리라.’
무리들이 어두워서 깨닫지 못하고 오히려 의심하였다.
‘몸뚱이가 죽어도 혼신이 살아 있어서 다시 다른 몸을 받는다 하나, 저희들은 여럿이지만 과거 세상을 아는 이가 적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생각의 실마리를 잡을 수 없는데 어찌 능히 여러 지난 세상 일을 알 것이며, 물질이 소모되는 것도 보지 못하는데 누가 능히 영혼의 변화를 보겠느냐?”

왕이 한가한 날 사사로운 문으로 추한 옷을 입고 혼자 나아가 신을 깁는 늙은이한테 가서 희롱하여 물었다.
“이 땅에 사람으로서 누가 즐겁겠는가?”
늙은이가 대답하였다.
“왕이 제일 즐거울 것이오.”
“그의 즐거움이란 어떠한 것일까?”
“백관이 떠받들고 백성들이 올리니 무슨 소원이고 마음대로 되는지라, 이것이 즐거움이 아니겠느냐?”
“과연 그렇다.”
그리고는 포도주를 마시게 하였더니 그가 취하여서 아무 것도 모르게 되었다. 그를 궁중으로 끌어다 놓고 왕이 원비(元妃)에게 말하였다.
“이 신 깁는 늙은이가 말하기를 임금이 가장 즐겁다고 하기에 내가 희롱으로 왕복을 입히고 나라의 정사를 듣게 하여 볼 테니 모두들 해괴하게 알지 말라.”
왕비가 말하였다.
“잘 알았습니다.”
그가 술을 깬 날 시첩이 시치미를 떼고 말하였다.
“대왕님, 술이 취하신 동안에 여러 가지 일이 밀려 쌓였사오니 마땅히 평상대로 살피셔야 하옵니다. 나아가서 집무를 보십시오. 백관들이 일을 바로잡도록 재촉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어둡고 답답해서 동인지 서인지 알 수가 없었다. 사관[國官]은 허물을 기록하였고, 여러 대신들은 충고하였으며, 자리에 종일 앉았으니 온몸이 결리고 아팠다. 먹는 것도 달게 여겨지지 않아 날마다 수척하여 갔다.

궁녀가 천연스럽게 물었다.
“대왕님, 신색(神色)이 좋지 않으시니 어찌되신 일이옵니까?”
“내가 꿈에 신기료장수가 되어서 밥벌이를 하노라고 몹시 애썼더니 그래서 그런가 보다.”
모두 속으로 웃지 않는 이가 없었다.
잠자리에 들어서도 잠을 못 이루고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생각하였다.
‘내가 신을 깁는 늙은이인가, 참으로 천자인가? 만약 천자라면 몸뚱이의 살갗이 왜 이렇게 추하냐? 본래 신기료장수라면 어떻게 되어서 왕궁에 처하게 된 것인가? 내 마음을 가눌 수 없고, 눈알이 도는데, 두 군데 몸이 어느 것이 참인지 모르겠구나.’
원비가 걱정하는 척하고 말하였다.
“대왕께서 기뻐하지 않으시니 기악을 갖추어 올리겠습니다.”
포도주를 마시게 하여 몸시 취하게 하여서 아무 것도 모르게 되자 도로 옛 옷을 입히고 추한 제 처소로 데려다 놓았다.
술이 깨자 곧 눈을 떠 보니 그 더러운 방에 추한 옷이 여전하였고 뼈마디가 모두 아파서 두들겨 맞은 것 같았다.
수일 후에 왕이 또 갔더니 늙은이가 말하였다.
“먼저 그대가 준 술을 마시고 깊이 취하여서 아무 것도 모르다가 이제 비로소 깨어났소. 그동안 꿈에 왕이 되어서 여러 가지 관무(官務)를 살피는데, 사관은 허물을 기록하고, 여러 관료들은 충고하고 하여 마음이 황황하고 초조하였으며, 마디마디 아픈 것이 볼기를 맞아도 이보다 더하지는 않았을 것이오. 꿈만으로도 오히려 이와 같으니 하물며 참으로 왕이 되는 것이랴. 지난 날 말한 것은 반드시 그런 것 같지 않소.”

왕이 궁으로 돌아가서 여러 신하들과 더불어 이 일을 말하니, 웃음소리에 귀가 시끄러웠다.
왕이 여러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이 한 몸뚱이로 겪은 것을 보고 듣고 하고도 오히려 알지 못하거늘, 하물며 세상을 달리하여 옛 것을 놓고 새 것을 받으며, 다시 도깨비에 시달리고 병으로 고통한 여러 가지 어려움이랴. 그런데 혼령이 변화하여 가서 몸을 받는 곳을 알고자 하니 어찌 어렵지 않으랴. 경에서 말씀하시기를, ‘어리석은 자가 여러 가지 사특함을 품고 혼령을 보고자 하는 것은 마치 청맹과니가 그믐밤에 별과 달을 우러러보려는 것과 같으니, 몸을 괴롭혀서 이가 빠지도록 한들 언제 보겠느냐’고 하셨느니라.”
이에 여러 신하들과 온 나라 백성들이 비로소 혼령이 원기와 서로 합하여서 마치고는 다시 비롯하여 윤회함이 끝이 없음을 알고, 생ㆍ사ㆍ화ㆍ복이 나아가는 바를 믿었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왕은 나였느니라.”
보살은 넓은 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명시(明施)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91
범마황경(梵摩皇經)

이와 같이 들었다.

한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이 덕을 닦고 여러 가지 착함을 받들어 행하면 반드시 큰 복을 얻으리니, 비유하건대 농부가 일찍이 좋은 밭이 있어서 잘 가다듬고 비가 알맞게 오고 씨를 제때에 뿌려서 절기에 응하여 난 것을 풀을 매어 가꾸고 또 재해(災害)가 없다면 어찌 수확이 없을까 두려워하랴.
내가 예전 세상에 부처가 못 되었을 때 마음이 크고 널리 사랑하여 중생을 연민히 여겨 구제하기를 마치 인자한 어머니가 그 갓난애기를 기르듯 하였느니라.
이와 같이 하기를 7년에 어진 공이 나타나서 목숨을 마치고는 혼령이 올라가서 범황(梵皇)이 되었으니 이름은 범마(梵魔)였다.
저 천황의 지위에 처하여서 하늘과 땅이 일곱 번 이루어지고 무너지고 하는 것을 겪었는데, 무너질 때를 당하면 내가 곧 위로 올라가서 제15 약정천(約淨天)에 있다가 그 뒤 다시 시작되면 도로 범천으로 돌아와서 청정하여 욕심이 없었고, 있는 바에 자연스러웠느니라.
뒤에 내려와서 서른여섯 번이나 도리천제가 되었는데, 7보 궁궐과 음식ㆍ의복ㆍ음악이 자연스러웠고, 뒤에 다시 세간에 돌아와서 비행황제가 되었는데, 7보가 인도하고 따랐으니, 첫째는 자금전륜(紫金轉輪)이요, 둘째는 명월신주(明月神珠), 셋째는 비행백상(飛行白象), 넷째는 감마주렵(紺摩朱鬣), 다섯째는 옥녀처(玉女妻), 여섯째는 전보신(典寶臣), 일곱째는 성보신(聖寶臣)인데 모두 8만 4천씩이었느니라.
왕에게 천 아들이 있었으니 다 단정하고 깨끗하며 인자하고 용감하여 한 사람이 천 명을 당할만하였다.

왕이 그때 5교(敎)로써 정치를 하여 백성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으니, 첫째는 자비롭고 어질게 하여 죽이지 않으니 은혜가 뭇 생명에 미쳤고, 둘째는 청백하고 사양하여 도둑질하지 않고 자기를 버려 무리를 구제하였으며, 셋째는 정숙하고 고결하여 음란하지 않고 모든 애욕에 빠지지 않았으며, 넷째는 성실하고 신의가 있어 속이지 않고 화사하게 꾸미지 않았으며, 다섯째는 효도를 받들고 술 취하지 않아서 행동에 경박하고 추잡함이 없는 것이었다.
이때에는 감옥이 없었고, 채찍과 몽둥이를 쓰지 않았으며, 바람과 비가 고루고 알맞아서 오곡이 풍성히 익고, 재해가 일어나지 않으니 세상이 태평하였다.
사천하 백성들이 서로 도(道)로써 이끌어서 착하면 복을 얻고 악하면 재앙이 있음을 믿으니, 죽어서는 다 하늘에 올랐고, 3악도에 들어가는 자가 없었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예전 세상에서 4등심(等心)을 행한 7년 동안의 공으로 올라가서 범황이 되었고, 내려와서 제석이 되었으며, 다시 돌아와서 세간의 비행황제가 되어 사천하를 다스리기 수천백 세상이었느니라.
공이 쌓이고, 덕이 찼으며, 모든 악이 없어지고, 많은 선함이 널리 모여서 부처가 되어서 말과 행에 따를 자가 없는 삼계의 어른이 되었느니라.”

비구들이 경을 듣고 기뻐서 부처님께 절하고 갔다.
보살이 넓은 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명시(明施)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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