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린다왕문경(彌蘭陀王問經) 미란타왕문경

(1장)
1. 이름에 관한 문답

미린다 왕은 나아가세나 존자가 앉아 있는 곳으로 갔다. 가까이 가서 공손히 예배드린 다음, 다정하고 정중하게 인사말을 나누고, 예의 바르게 한 편에 비켜 앉았다. 나아가세나 존자도 답례로서 왕의 마음을 기쁘게 했다. 미린다 왕은 나아가세나 존자를 향하여 질문을 시작했다.

『존자는 어떻게 하여 세상에 알려졌습니까. 그대의 이름은 무엇이라고 합니까.』

『대왕이여, 나는 나아가세나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나의 동료 수행자들은 나를 나아가세나라 부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모는 나에게 나아가세나(龍軍), 수우라세나(勇軍), 비이라세나(雄軍), 시잉하세나(獅子軍)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습니다. 그렇지만 나아가세나라는 이름은 명칭, 호칭, 가명, 통칭(通稱)에 지 나지 않습니다. 거기에 인격적 개체 – 즉 육체 속에 있는 영원 불변한 것 – 는 인정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 때, 미린다 왕은 5백 명의 요나카 인과 8만 명의 비구에게 말했다.

『나아가세나 존자는 ‘이름 속에 내포된 인격적 개체는 인정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지금 그 말을 믿을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다시 왕은 나아가세나 존자를 향하여 질문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만일 인격적 개체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면 그대에게 의복과 음식과 침대와 질 병에 쓰는 약물 등 필수품을 제공하는 자는 누구입니까. 또 그것을 받아서 사용하는 자는 누구 입니까. 계행(戒行)을 지키는 자, 수행(修行)에 힘쓰는 자, 수도(修道)한 결과 열반에 이르는 자, 살생(殺生)을 하 는 자, 님의 것을 훔치는 자, 세속적인 욕망 때문에 바르지 못한 행위를 하는 자, 술을 마시는 자는 누구입니까. 또, 무간지옥(無間地獄)1)에 떨어질 다섯 가지2) 역죄(逆罪,五無間業)를 짓는 자는 누구입니 까. 만일, 인격적 개체가 없다고 한다면 공도 죄도 없으며, 선행과 악행의 과보도 없을 것입니다. 존자 여, 설령 그대를 죽이는 자가 있더라도 살생의 죄는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그대의 승단에는 스승도, 계를 가르치고 전해주는 스승도, 비구의 계도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대는 말하기를 `승단의 수행 비구들은 나를 나아가세나라 부르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나아가세나라고 불리우는 것은 대 체 무엇입니까. 존자여, 머리털이 나아가세나라는 말씀입니까.』

『대왕이여, 그런 말씀이 아닙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대의 몸에 붙은 털이 나아가세나라는 말씀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손톱,살갗,살,힘줄,뼈,뼛골,콩팥,염통,간장,늑막,지라,폐,창자,창자막,위,똥,담즙,담,고름,피,땀,굳은기름(脂肪),눈물,기름(膏),침,콧물,관절속의 액체(關節滑液),오줌,뇌들 중, 그 어느 것이 나아가세나라는 말씀입니까. 아니면 이들 전부가 나아가세나라는 말 씀입니까.』

나아가세나 존자는 그 어느 것도, 그것을 전부도 모두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존자여, 물질적인 형태(色)나, 느끼는 작용(受)이나, 표상의 작용(相)이나, 형성하는 작용(行)이나, 식 별하는 작용(識)이 나아가세나입니까.』

존자는 그 어느 것에 대해서도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이들 색(色).수(受).상(相).행(行).식(識)을 모두 합친 것(五蘊)이 나아가세나라는 말씀입니까?』

『아닙니다, 대왕.』

『그러면 오온(五蘊)을 제외한 어떤 것이 나아가세나입니까.』

나아가세나 존자는 여전히 아니라고 대답했다.

『존자여, 나는 그대에게 물을 수 있는 데까지 다 물어보았으나, 나아가세나를 찾아낼 수 없었습니다. 나아가세나란 빈 소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앞에 있는 나아가세나는 어떤 자입니까. 존자여, 그대는 `나아가세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진실이 아닌 거짓을 말씀하였습니다.』

그 때 나아가세나 존자는 미린다 왕에게 반문했다.

『대왕이여, 그대는 귀족 출신으로 호화롭게 자랐습니다. 만일 그대가 한낮 더위에 맨발로 뜨거운 땅이 나 모랫벌을 밟고 울퉁불퉁한 자갈 위를 걸어 왔다면 발을 상했을 것입니다. 몸은 피로하고 마음은 산란하여 온 몸에 고통을 느낄 것입니다. 도대체 그대는 걸어서 왔습니까. 아니면 탈 것으로 왔습니까.』

『존자여, 나는 걸어서 오지 않았습니다. 수레를 타고 왔습니다.』

『수대왕이여, 그대가 수레를 타고 왔다면 무엇이 수레인가를 설명해주십시오. 수레의 채轅가 수레입니 까.』

『그렇지 않습니다.』

『굴대(軸)가 수레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바퀴(輪)나, 차체(車體)나, 차틀(車棒)이나, 멍에(軛)나 밧줄이나 바퀴살(輻)이나 채찍(鞭)이 수레입니까.』

왕은 이들 모두를 아니라고 대답했다.

『대왕이여, 나는 그대에게 물을 수 있는 데까지 다 물어보았으나 수레를 찾아낼 수 없습니다. 수레란 단지 빈 소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그대가 타고 왔다는 수레는 대체 무엇입니까. 그대는 `수 레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진실이 아닌 거짓을 말씀한 셈이 됩니다. 그대는 전 인도에서 제일 가는 임 금님입니다. 무엇이 두려워서 거짓을 말씀했습니까.』

이렇게 물은 다음, 나아가세나 존자는 5백 명의 요나카인과 8만 명의 비구들에게 말했다.

『미란다 왕은 여기까지 수레로 왔다고 말씀했습니다. 그러나, 어떤 것이 수레인가 설명해 달라는 질문을 했을때, 이것이 수레이다 라고 단정 적인 주장을 내세울 수 없었습니다. 그대들은 대왕의 말씀을 믿을 수 있겠습니까.』

이 말을 듣고 5백명 요나카 인은 왕에게 말했다.

『대왕이여, 말씀해 보십시오.』

그래서 미린다 왕은 존자에게 다시 말했다.

『존자여, 나는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닙니다. 수레는 이들 모든것, 즉 수레채,굴대,바퀴,차제,차틀,밧줄,멍에,바퀴살,채찍 따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것들에 반연攀緣하여<수레>라는 명칭이나 통칭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대왕께서는 <수레>라는 이름을 바로 파악하였습니다. 마찬가지로 그대가 나에게 질문한 모든 것, 즉 인체가 만들어 내는 서른 세가지 물질과 존재의 다섯 가지 구성요소五蘊를 반연하여 <나아가세나>라는 명칭이나 통칭이 생기는 것입니다. 대왕이여, 바지라 비구니는 세존앞에서 이 같은 싯 구를 읊은 일이 있습니다.”

마치 여러 부분이 모이므로

<수레>라는 말이 생기듯,

다섯 가지 구성 요소(五蘊)가

존재할 때

생명 있는 존재(有情)라는 이름도 생기노라.

『훌륭하십니다. 존자여, 정말 희귀합니다. 내가 그대에게 한 질문은 매우 어려웠습니다만 훌륭하게 대답하였습니다. 만일, 부처님께서 여기에 계신다면 그대의 대답을 입증하실 것입니다. 잘 말씀하였습니다. 존자여, 정말 잘 말씀하였습니다.』

1) 무간지옥(無間地獄) : 8개 화탕지옥 중 하나. 그칠새 없이 닥쳐오는 지옥고를 받음. 또는 그 간에 환 락이라고는 조금도 섞이지 않으므로 무간(avici)이라 한다.
2) 다섯 가지 역죄 : 五逆罪,五無間業,아버지,어머니,아라한,스님을 죽이는 네가지와 부처 님 몸에 피를 흘리게 하는 것의 다섯

2. 나이에 관한 문답

『존자여, 그대는 출가하여 비구가 된 지 몇 년이 되었습니까.』

『대왕이여, 일곱입니다.』

『존자여, 그대가 말씀한 <일곱>이란 무엇을 말한 것입이까. 그대가 <일곱>이란 것입니까. 아니면 수가 <일곱>이란 것입니까.』

바로 그 때, 온 몸을 화려하게 장식한 왕의 그림자가 땅과 물 항아리 속에 비쳤다. 존자는 왕에게 말했다.

『대왕이여, 그대의 그림자가 땅 위와 물 항아리 속에 비쳤습니다. 도대체 그대가 왕입니까. 아니면 저 그림자가 왕입니까.』

『존자여. 내가 왕입니다. 그림자는 나로 인하여 생긴 것 입니다.』

『대왕이여, 마찬가지로 법의 햇수가 <일곱>이라는 것이요, 내가 <일곱>인 것은 아닙니다. 대왕이여, 그대의 그림자 경우처럼, 나로 인하여 <일곱>이 생긴 것입니다.』

『훌륭하십니다. 존자여, 정말 희귀합니다. 나의 질문은 아주 어려웠는데 훌륭하게 해답하였습니다.』

3. 장로의 엄중한 약속〔대화를 성립시키는 근거〕

왕은 말했다.

『존자여, 나와 다시 대론하시겠습니까.』

『대왕이여, 만일 현자(賢者)로서 대론을 원한다면 나는 그대와 대론하겠습니다. 그러나 만일 왕자(王者)로서 대론을 원한다면 나는 그대와 대론하지 않겠습니다.』

『존자여, 현자로서 대론한다 함은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

『대왕이여, 대체로 현자의 대론에 있어서는 문제가 해명되고, 비판 받고, 수정 받고, 반박(反駁) 받지만, 그것으로 성내는 일이 없습니다. 대왕이여, 현자는 진정 이렇게 대론합니다.

『또, 왕자로서 대론한다 함은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

『대왕이여, 왕자들은 대개 대론에 있어서 한 가지 일을 주장하고, 한가지 점만을 밀고 나가며, 만일 그 일과 그 점에 따르지 않으면 ‘이 사람에게는 이러 이러한 벌을 주어라’라고 명령합니다. 대왕이여, 왕자는 바로 이렇게 대론합니다.』

『좋습니다. 나는 왕자로서가 아니라 현자로서 대론하겠습니다. 존자께서는 마치 비구나 사미나 신도나 정원사와 대론하는 것처럼 마음 놓고 거리낌 없이 자유롭게 대론해주십시오. 조금도 염려 마시길 바랍니다.』

『대왕이여, 좋습니다.』

존자는 쾌히 동의했다.

-이렇게 해서 두 사람은 동서의 예지가 불꽃 튕기는 대론(對論)을 시작한다. 그 첫 대론은 참으로 기발한 대화이다. 그것은 팽팽한 활시위와 같이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위대한 명작의 막이 오르기 전의 예고와 같은 전조(前兆)의 대화는 아주 짧다.

『존자여, 나는 이미 질문하였습니다.』

『대왕이여, 나는 벌써 대답하였습니다.』

『그대는 무엇을 대답하였습니까.』

그러나, 곧 미린다 왕은 이렇게 생각했다.

‘이 비구는 위대한 현자다. 정말 나와 대론할 수 있다. 나는 그에게 물을 것이 많다. 그에게 모든 것을 묻기 전에 해는 서쪽으로 질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내일 궁정(宮廷)에서 대론함이 좋을 것이다.’

그래서 왕은 데바만티야에게 말했다.

『데바만티야여, 그대는 존자에게 내일 대론은 궁정에서 하자고 알려라.』

미린다 왕은 나아가세나 존자에게 작별 인사를 마치고 말에 올라 `나아가세나, 나아가세나’를 외우면서 돌아갔다. 데바만티야는 존자에게 그 전갈을 아뢰었다. 존자는 그 제의를 즐겁게 받아들였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데바만티야와 아난타카아야와 만쿠리와 삽바딘나는 미린다 왕에게 가서 이렇게 아뢰었다.

『대왕이여, 나아가세나 존자가 오늘 오십니까.』

『그렇다. 그 분은 오늘 오실 것이다.』

『그분은 얼마나 많은 비구들과 함께 오십니까.』

『그 분이 원하는 만큼 많은 비구들과 함께 오실 것이다.』

삽바딘나는 왕에게 말했다.

『그 분더러 열 사람의 비구만을 데리고 오시라 하십시오.』

왕은 삽바딘나에게 다시 말헸다.

『모든 준비는 다 되었다. 몇 사람이든 그 분이 원하는 만큼 많은 비구와 함께 오시라고 하여라.』

삽바딘나는 왕에게 거듭 말했다.

『그 분더러 열 사람의 비구만을 데리고 오라고 하십시오.』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다. 너에게 거듭 말하노니 몇 사람이든 그 분이 원하는 만큼 많은 비구와 함께 오시라고 하여라. 삽바딘나는 나의 뜻을 어기고 사람 수를 제한하려고 하는구나. 그렇게 되면 내가 비구들에게 음식을 공양할 수 없는 것으로 그 분이 생각하지 않겠는가.』

이 말을 듣고 삽바딘나는 무안해 했다.

4. 아난타카아야의 영혼에 관한 문답

데바만티야와 아난타카아야와 만쿠라는 존자에게 가서,「미린다 왕은 얼마든지 그대가 원하는 만큼 많은 비구와 함께 오시라고 하십니다」고 전했다.

존자는 그날 오전에 장삼을 입고 바루와 가사를 손에 들고서 8만 명의 비구와 함께 사아가라로 떠났다. 아난타 카아야가 존자에게 가까이 가 물었다.

『존자여, 제가 나아가세나라고 말할 때, 그 나아가세나란 무엇입니까.』

장로는 대답했다.

『그대는 나아가세나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들이 쉬고 내 쉬는 숨(呼吸)이 나아가세나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나간 숨이 돌아오지 않거나 들어 온 숨이 나가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살아 있을 수 있겠는가.』

『존자여, 그렇지 않습니다.』

『나팔 부는 사람이 나팔을 불 때 그가 내 쉰 숨이 다시 그에게로 돌아오는가.』

『아닙니다. 존자여, 그렇지 않습니다.』

『피리 부는 사람이 피리를 불 때 그가 내 쉰 숨이 다시 그에게로 돌아오는가.』

『아닙니다, 존자여.』

『그렇다면 그들은 왜 죽지 않는가.』

『저는 그대 같은 논자(論者)와는 논의할 수 없습니다. 존자여, 그 뜻이 어떠한가를 말씀 해 주십시오.』

『호흡에는 영혼이 없다. 들이 마시는 숨과 내 쉬는 숨은 신체 구조의 계속적인 활동에 지 나지 않는다.』고 장로는 대답했다. 그리고 그에게 논을 설명해 주었다. 그 결과 아난타 카아야는 승단의 시주가 되겠다고 서약했다.

5. 출가의 목적

나아가세나 존자는 미린다 왕의 궁정에 이르러 미리 마련된 자리에 앉았다. 왕은 존자와 함께 온 비구들 모두에게 여러 가지 음식과 옷을 공양하였다. 식사가 끝나자, 왕은 존자와 비구 열 사람만 남기고 나머지 사람은 돌아가도록 하였다. 자리가 정돈되자 왕은 물었다.

『존자여, 무엇에 관해 대론하시겠습니까.』

『우리는 진리에 이르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진리에 관해서 대론하면 어떻겠습니까.』

왕은 물었다.

『존자여, 그대가 출가한 목적은 무엇입니까. 또 그대의 최고의 목적은 무엇입니까.』

장로는 대답했다.

『우리가 출가한 목적은 괴로움을 없애고, 다시는 괴로움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데 있습니다. 세속에 대한 집착이 없고, 완전히 해탈하는 것이 최고의 목적입니다.』

『존자여, 비구들 모두가 그와 같은 고상한 목적을 가지고 출가하였습니까.』

『대왕이여,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은 그런 목적으로 출가했습니다만, 어떤 사 람은 폭군에 대한 공포 때문에, 어떤 사람은 도둑들의 공격을 피하기 위하여, 또 어떤 사 람은 생활 수단으로 출가했습니다.』

『존자여, 그대는 무슨 목적으로 출가하였습니까.』

『대왕이여, 실은 나는 어려서 출가했습니다. 그러므로, 그 때 나는 궁극적인 목적은 몰랐습 니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이들 사문(沙門)은 현자(賢者)이다. 이 분들 은 나를 공부시켜 줄 것이다」고 그리고 나는 그 분들에게서 배웠기 때문에 지금은 출가 하는 목적과 자제(自制)하는 이익이 무엇인가를 알았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존자여.』

(2장)

1. 無我說은 윤회(輪廻)의 관념과 모순되지 않는다.

왕은 물었다.

『존자여, 다시 태어난 자와 죽어 없어진 자는 동일합니까, 또는 다릅니까.』

『동일하지도 않고, 다르지도 않습니다.』

『비유를 들어 주십시오.』

『대왕이여, 그대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대는 일찍이 갓난 애였고, 유약한 애였고, 꼬마였고, 등에 업혀 있었습니다. 어릴 적 그대가 어른이 된 지금의 그대와 같습니까.』

『아닙니다. 어릴 적 나와 지금의 나와는 다릅니다.』

『만일 그대가 그 어린애가 아니라면 그대는 어머니도 아버지도, 또 선생도 없었다는 것이 됩니다. 학문이나 계율(戒律)이나 지혜도 배울 수 없었다는 것이 됩니다. 대왕이여,잉태 후 첫 7일 동안의 어머니와, 셋째 7일 동안의 어머니와, 넷째 7일 동안의 어머니가 각각 다릅니까. 어릴 적 어머니와 어른이 되었을 적 어머니가 다릅니까. 죄를 범한 자와 죄를 지은 벌로 손발이 잘린 자가 다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데, 존자여, 무엇 때문에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장로는 대답했다.

『내 자신은 등에 업힌 연약한 갓난 아이 적의 나와 어른이 된 지금의 나와 같습니다. 모든 상태는 이 한 몸에 의하여 하나로 포괄(包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비유를 들어 주십시오.』

『여기 어떤 사람이 등불을 켠다고 합시다. 그 등불은 밤새도록 탈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밤새도록 탈 것입니다』

『그런데, 대왕이여, 초저녁에 타는 불꽃과 밤중에 타는 불꽃이 같겠습니까.』

『아닙니다.』

『그렇다면, 초저녁의 불꽃과 밤중의 불꽃과 새벽의 불꽃은 각각 다르겠습니까.』

『그렇지도 않습니다. 불꽃은 똑같은 등불에서 밤새도록 탈 것입니다.』

『대왕이여, 인간이나 사물1) 의 연속은 꼭 이와 같이 지속됩니다. 생겨나는 것과 없어지는 것은 별개의 것으로 보이지만 지속(순환)되는 것입니다. 이리하여 존재는 동일하지도 않 고 상이(相異)하지도 않으면서, 최종 단계의 의식으로 포섭되는 것입니다.』

『다시 한 번 비유를 들어 주십시오.』

『대왕이여, 우유가 변하는 경우와 같습니다. 짜낸 우유는 얼마 후엔 굳은 우유(牛乳)가 되 고, 다음에는 버터기름으로 변해갑니다. 만일 우유가 굳은 우유나 버터나 버터기름과 똑같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대왕은 그 말이 옳다고 하겠습니까.』

『아닙니다. 옳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들은 우유로부터 만들어진 것입니다.』

『대왕이여, 인간이나 사물의 연속은 꼭 그와 같습니다. 생겨나는 것(生)과 없어지는 것(滅) 은 별개의 것이지만, 서로 앞서거나 뒤지지 않고 동시에 지속됩니다. 이리하여 모든 존재 는 동일하지도 않고 상이하지도 않으면서, 최종 단계의 의식으로 포섭되는 것입니다.』

『잘 알겠습니다.』

1) 사물의 연속. 영역은 The continuity of a person or thing is maintained(Rhys Davids). 한역은 『인간저신이 전전 상속(展轉相續)함이 이와 같다』

2. 윤회(輪廻)에 관하여

왕은 물었다.

『존자여, 저 세상에 다시 태어나지 않을 사람은 그것을 알고 있습니까.』

『대왕이여, 그렇습니다.』

『그 사람은 어떻게 그것을 압니까.』

『저 세상에 다시 태어날 원인, 즉 인(因)과 연(緣)이 정지하므로 저 세상에 다시 태어나지 않음을 압니다.』

『비유를 들어 주십시오.』

『대왕이여, 한 농부가 땅을 갈고 씨를 뿌려 곡식을 가꾸어 창고에 채워 둔 후, 얼마 동안 은 땅을 갈아 씨를 뿌리지 않고 저장되어 있는 곡식을 먹거나 다른 물품과 바꾸거나, 또 필요할 때 쓰기도 하면서 살아간다고 합시다. 대왕이여, 그 농부는 이제 창고에 곡식이 가 득차 있지 않음을 알고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응당 알고 있을 것입니다.』

『어떻게 하여 그는 그것을 알고 있습니까.』

『창고를 채우는 인과 연이 정지함에 의하여 알고 있습니다.』

『대왕이여, 그대 말씀과 꼭 같습니다. 저 세상에 다시 태어날 인(因)과 연(緣)이 정지함에 의하여 사람은 저 세상에 다시 태어나지 않음을 압니다.』

『잘 알겠습니다 존자여.』

1) 윤회(輪廻)의 주체 : 제 1문답을 다시 발전시켜, 중생은 앞 시기와 뒷 시기에 동일하지도 않고 상이하지도 않은(不一不異) 상태를 유지 하면서, 몇 생에 걸쳐 윤회하는 생존을 계속하는데 그 주체가 무엇인가를 논의한 것. 윤회 사상은 인도 여러 종교에서 널리 신봉되며, 불교도 이를 설했다. 그러나 무아설(無我說)의 입장을 취한 불교가 뒷날에 윤회설을 채용했기 때문에 인도 여러 철학파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그레시아인 파타고라스(Pythagoras, 572~500B.C.)학파나 플라톤도 윤회 사상을 품고 있었으나, 그레시아인의 지배적 관념으로는 발전하지 않았다.

3. 해탈(解脫)하면 지식(知識)은 없어지는가

왕은 물었다.

『존자여, 지식을 가진 자는 지혜도 가집니까.』

『그러합니다, 대왕이여.』

『지식과 지혜는 둘 다 같은 것입니까.』

『그러합니다.』

『그렇다면, 지식과 함께 지혜를 가진 사람은 당혹(當惑)하는 일이 있습니까. 또는 없습니 까.』

『어떤 일에 대해서는 미혹하고, 어떤 일에 대해서는 당혹하지 않습니다.』

『어떤 일에 대해서 당혹합니까?』

『아직 익히지 않은 기술의 영역이나, 아직 가 본 적이 없는 지방이나 아직 들어 보지 못한 명칭과 술어 등에 대해서는 당혹할 것입니다.』

『어떤 일에 대해서 당혹하지 않습니까.』

『통찰에 의하여 달관(達觀)한 것, 즉 무상(無常)이라든가, 고(苦)라든가, 무아(無我)라고 하 는 것들에 대해서는 당혹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깨친 사람의 어리석음(癡)은 어떻게 됩니까.』

『지혜가 생기자마자 곧 어리석음은 사라져 버립니다.』

『비유를 들어주십시오.』

『사람이 어두운 방안으로 등불을 가져왔을 때, 어둠이 사라지고 밝음이 나타나는 것과 같 습니다.』

『존자여, 그렇다면 지혜는 어디로 갑니까.』

『지혜는 자신의 해야 할 일을 성취하자마자 곧 사라집니다. 그러나, 지혜에 의하여 성취된 무상이라고 알며, 고(苦)라고 알며, 무아(無我)라고 아는 깨달음은 없어지지 않습니다.』

『존자여, 지금 말씀에 대하여 비유를 들어 주십시오.』

『어떤 사람이 한밤중에 서기더러 등불을 밝혀 편지를 쓰게 한 다음, 등불을 끄는 경우와 같습니다. 이 경우 등불은 꺼져도 편지는 없어지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지혜는 사라지지 만 지혜에 의하여 성취된 무상·고·무아에 대한 깨달음은 없어지지 않습니다.』

『다시 한 번 비유를 들어 주십시오.』

『동쪽 어느 시골에는 집집마다 다섯 개의 물병을 준비해 두었다가 화재가 나면 끄는 풍속 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집에 불이 나면 그 다섯 새의 물병을 집어 던져 불을 끈다고 합니 다. 불이 꺼진 다음에도 그 사람들은 물병을 계속 사용하려고 생각하겠습니까.』

『아닙니다, 존자여. 물병들은 이제 소용이 없습니다. 불을 끈 다음에 물병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대왕이여, 다섯 개의 물병은 다섯 개의 뛰어난 수행력, 즉 신행·정진·전념·정신통일· 지혜와 같고, 시골 사람들은 수행자와 같으며, 불은 번뇌와 같습니다. 다섯 개의 물병으로 불을 끄는 것과 같이 다섯 개의 뛰어난 수행력에 의하여 모든 번뇌의 불을 끕니다. 이리 하여 이미 없어진 번뇌는 두 번 다시 일어나는 일이 없습니다.』

『또 비유를 들어 주십시오.』

『의사가 약초로 만든 다섯 가지 약을 환자에게 먹여 병을 낫게 했다고 합시다. 이 경우 병 이 나은 후에도 의사는 그에게 약의 효과를 보이려고 생각하겠습니까.』

『아닙니다. 약은 이제 할 일을 다했습니다. 병이 나는 사람에게 약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 까.』

『대왕이여, 꼭 그와 같습니다. 다섯가지 약은 뛰어난 다섯 가지 수행력이며, 의사는 수행자 이며, 병은 번뇌이며, 환자는 범부(凡夫)와 같습니다. 다섯 가지 약에 의하여 병이 낫는 것 처럼 뛰어난 다섯 가지 수행력에 의하여 모든 번뇌는 없어지며, 지혜는 사라지지만 성취 된 깨달음은 없어지지 않습니다.』

『또 비유를 들어 주십시오.』

『용감한 병사가 싸움터에 나가 다섯 개의 화살을 쏘아 적을 물리쳤다고 합시다. 용사는 그 이상 화살을 계속 쏠 필요가 있겠습니까.』

『아닙니다. 화살을 쏘아야 할 일은 이미 다 했습니다. 무엇 때문에 더 필요가 있겠습니까.』

『대왕이여, 그와 같습니다. 다섯 개의 화살에 적군이 격파되는 것처럼 다섯 개의 뛰어난 수 행력에 의하여 모든 번뇌가 타파되고, 타파된 번뇌는 두 번 다시 일어나는 일이 없습니다. 이 같이 지혜는 할 일을 마치자마자 곧 없어지지만, 그 지혜에 의하여 성취된 무상과 고 와 무아에 대한 깨달음은 없어지지 않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존자여.』

4. 해탈한 사람도 육체적 고통을 느끼는가

왕은 물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저 세상에 태어나지 않을 사람도 괴로움을 느끼며 받습니까.』

존자는 대답했다.

『어떤 괴로움은 느끼고, 어떤 괴로움은 느끼지 않습니다.』

『어떤 것을 느끼고, 어떤 것을 느끼지 않습니까.』

『대왕이여, 육체적인 고통은 느끼지만 정신적인 고통은 느끼지 않습니다.』

『어찌하여 그러합니까.』

『대왕이여, 육체적인 고통의 인(因)과 연(緣)은 계속하기 때문에 느끼지만, 정신적인 고통의 인과 연은 끝나기 때문에 느끼지 않습니다. 세존께서는「한 가지 괴로움, 즉 육체적인 괴 로움만을 느끼며, 정신적인 괴로움은 느끼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존자여, 그렇다면 그 사람 – 육체적인 괴로움만을 느끼는 해탈한 사람 – 은 왜 완전한 열 반(般涅槃)에 들지 않습니까.』

『대왕이여, 아라한에게는 사랑하고 좋아하거나 싫어하고 미워하는 일이 없습니다. 그는 익 지 않은 과일 – 즉 몸 -을 흔들어 떨어뜨리지 않고 익기를 기다립니다. 대왕이여, 이것 샤아리풋타(舍利弗)장로는 이렇게 읊었습니다.』

나는 죽음을 환영하지도 않으며

삶을 환영하지도 않는다.

품팔이가 품삯을 기다리는 것처럼 나는 – 다가 올 – 때를 기다린다.

나는 죽음을 바라지도 않으며

삶을 바라지도 않는다.

바로 알고(正知), 바로 생각하며(正念),

나는 때가 오는 것을 기다린다.

게송을 들은 왕은 말하였다.

『잘 알겠습니다. 존자여.』

5, 감각(感覺)이 성립하는 근거

왕은 물었다.

『존자여, 쾌감은 선입니까. 악입니까. 아니면 무기(無記)입니까.』

『그것은 선일 수도 있고 악일 수도 있으며, 또 무기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존자여, 만일 선이 괴로움도 아니요 또 괴로움이 선도 아니라면, 선인 동시에 괴로 움이란 것은 일어날 수 없겠습니다.』

『대왕이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여기 어떤 사람이 한 손에 뜨거운 쇠붙이를 잡고, 또 한손 에 차가운 얼음덩이를 갖고 있다고 한다면, 그 사람은 양 손 다 아프겠습니까.』

『그러합니다. 양 손 다 아플 것입니다.』

『양손 다 뜨겁겠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그대는 잘못 알고 있습니다. 만일 뜨거움이 아프게 한다면 양 손 다 뜨거운 것 이 아니므로 고통은 뜨거움에서 생길 수 없으며, 또 만일 차가움이 아프게 한다면 양 손 다 차가운 것이 아니므로 고통은 차가움에서 생길 수 없습니다. 대왕이여, 그렇다면 어찌 하여 양 손 다 아플 수 있겠습니까. 양 손 다 뜨거운 것도 아니요, 양 손 다 차가운것도 아니므로 고통은 뜨거움에서도 차가움에서도 생길 리가 없습니다.』

『존자여, 나는 그대와 같은 논사(論師)와는 토론하여 대적할 수 없습니다. 존자여, 그 문제 가 어째서 그러한가를 설명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래서 장로는 아비달마론으로부터 유도된 문제를 설명함으로써 미린다 왕을 설복시켰다.

『대왕이여, 세속(在家)생활에 관계된 여섯 가지 기쁨이 있고, 세속을 버림(出家)애 관계된 여섯 가지 기쁨이 있으며, 세속 생활에 관계된 여섯 가지 슬픔이 있고 세속을 버림에 관 계된 여섯 가지 슬픔이 있으며, 세속생활에 관계된 여섯 가지 평정(平靜)이 있고, 세속을 버림에 관계된 여섯 가지ㅇ 평정이 있습니다. 이같이 여섯 가지 계열에 각각 여섯가지 감 각이 있습니다. 즉 현재의 서른 여섯 가지 감각이 있고, 과거의 서른 여섯 가지 감각이 있 으며, 미래의 서른 여섯가지 감각이 있습니다. 모두 합치면 백 여덟 가지 감각이 됩니 다.』

『잘 알겠습니다. 존자여.』
1) 무기(無記) – 선도 악도 아닌 중간의 상태

6 윤회의 주체(主體)

왕은 물었다.

『존자여, 무엇이 저 세상에 바뀌어 태어납니까.』

『명칭[名](즉 인간의 정신 활동)과 형태[色](즉 물질과 육체)가 바뀌어 태어납니다.』

『현재의 명칭과 형태가 저 세상에 바뀌어 태어납니까.』

『아닙니다. 현재의 명칭과 형태에 의하여 선이나 악의 행위(業)가 행해지고, 그 행위로 인 하여 또하나의 새로운 명칭과 형태가 저 세상에서 태어납니다.』

『존자여, 만일 현재의 명칭과 형태 그대로 저 세상에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면, 인간은 악 업(惡業)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존자는 대답했다.

『만일 저 세상에 다시 태어나지 않는다면 인간은 악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왕이여, 저 세상에 다시 태어나는 한, 악업으로 벗어나지 못합니다.』

『비유를 들어 주십시오.』

『대왕이여, 어떤 사람이 남의 망고나무(암바) 과일을 훔쳤다고 합시다. 망고나무 주인이 그 를 붙잡아 왕 왕 앞에서 처벌해 달라고 했을 때, 그 도적이 말하기를 “대왕이여, 저는 이 사람의 망고를 따오지 않았습니다. 이 사람이 심은 망고와 제가 따 온 망고와는 다릅니 다. 저는 처벌을 받아서는 안 됩니다.”고 한다면 왕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 사나이를 처 벌하겠습니까.』

『존자여 처벌하겠습니다. 그 사람은 마땅히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무슨 이유로 그러합니까.』

『그가 무슨 말을 하든 처음 망고는 현재 보이지 않지만, 마지막 망고에 대해서 죄가 있기 때문입니다.』

『대왕이여, 마찬가지로 인간은 현재의 명칭과 형태에 의하여 선악의 행위가 행해지고, 그 행위로 인하여 또 하나의 새로운 명칭과 형태로 저 세상에서 태어나는 것입니다. 그러므 로 다시 태어난 인간은 그의 업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것입니다.』

『다시 한 번 비유를 들어 주십시오.』

『대왕이여, 사람이 남의 쌀이나 고구마를 훔쳤다고 하는 경우도 망고 과일의 경우와 똑 같 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어떤 사람이 추울 때 불을 피워 몸을 녹이고 나서 불을 끄지 않 고 가버렸는데 불이 번져서 남의 밭을 태웠다고 합시다. 밭 주인이 그 사람을 왕 앞에 데 리고 와 처벌을 내려 달라고 했을 때, 그 사람이 말하기를 “대왕이여, 저는 이 사람의 밭 을 태우지 않았습니다. 제가 끄지 않은 불과 이 사람의 밭을 태운 불은 다른 불입니다. 저는 죄가 없습니다”고 한다면, 왕은 그 사나이에게 죄가 있다고 생각하겠습니까.』

『존자여, 그러할 것입니다.』

『어째서 그렇습니까.』

『그가 무슨 말을 하든 처음의 불을 원인으로 해서 일어난 불이므로 죄가 있습니다.』

『대왕이여, 마찬가지로 인간은 현재의 명칭과 형태로 인하여 선생, 악행을 하게 되고, 그 행위로 인하여 또 하나의 새로운 명칭과 형태로 저 세상에 태어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새로 태어난 인간은 그의 업(業)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것입니다.』

『대왕이여, 어떤 사람이 등불을 켜고 집 꼭대기 방에서 식사를 하다가 등불이 지불을 태 우고 이어서 마을을 태웠다고 합시다. 마을 사람들이 그 사나이에게 “당신은 어찌하여 마 을을 태웠소”하고 물었습니다. 사나이는 “왜요, 나는 마을을 불태우지 않았습니다. 내가 식사를 하기 위하여 켜 놓은 불과 마을을 태운 불은 다릅니다.”고 대답했습니다. 그 들이 입씨를을 하다가 왕에게 가서 말한다면 왕은 어느 쪽 말이 옳다고 하겠습니까.』

『마을 사람들의 말이 옳다고 하겠습니다.』

『어째서 그렇습니까.』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든, 마을을 태운 불은 그 사람이 식사하기 위하여 사용한 불로부 터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대왕이여, 마찬가지로 사람은 죽음과 함께 끝나는 현재의 명칭, 형태와 저세상에 다시 태 어나는 명칭, 형태가 다르기는 하지만 두 번째 것은 첫 번째로부터 나온 결과입니다. 그 러므로 악업(惡業)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습니다.』

『또 비유를 들어 주십시오.』

『대왕이여, 어떤 사나이가 한 소녀에게 구혼하며 값을 치루고 갔다고 합시다. 그런데 그 소녀가 장성하여 묘령의 처녀가 되었을 때, 딴 사나이가 값을 치루고 그 소녀와 결혼했다 고 합시다. 먼저 사나이가 와서 “당신은 왜 나의 아내를 데리고 갔소”라고 따졌습니다. 나중 사나이가 “나는 당신의 아내감을 데려간게 아닙니다. 당신이 구혼하여 값을 치룬 어 린 소녀와 내가 구혼하여 값을 치룬 처녀는 딴 여성입니다.”고 대답했다고 합시다. 그들 이 입씨름을 하다가 왕에게 재판을 요구한다고 하면, 왕은 어느 쪽을 옳다고 하겠습니 까.』

『먼저 사나이가 옳다고 할 것입니다.』

『어째서 그렇습니까.』

『나중 사내가 무슨 말을 하든, 장성한 그 아가씨는 어린 소녀로부터 성장했기 때문입니 다.』

『대왕이여, 그와 같습니다. 죽음으로 끝나는 현재의 명칭과 형태와, 저 세상에 다시 태어나 는 명칭과 형태는 딴 것이긴 하지만, 저 세상 것은 이 세상으로부터 생겨납니다. 그러므 로 악업(惡業)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것입니다.』

『또 비유를 들어 주십시오』

『대왕이여, 어떤 사람이 소치는 소년으로부터 우유 한병을 사서 그에게 맡기고 가면서 “내 일 가지로 오겠다”라고 했다고 합시다. 다음날 그 우유는 굳은 우유(牛乳)로 변할 것입니 다. 그 사나이가 와서 우유를 달라고 하므로 굳은 우유로 변한 것을 내주었습니다. 사나 이는 “내가 산 것은 굳은 우유가 아닙니다. 내 우유를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소치는 소 년은 “나에겐 아무런 잘못도 없습니다. 당신의 우유가 굳은 우류로 변한 것 뿐입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들이 서로 싸우다가 왕 앞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면, 왕은 어느 편을 옳 다고 하겠습니까“』

『소치는 소년이 옳다고 할 것입니다.』

『왜 그렇습니까.』

『우유를 산 사람이 무슨 말을 하든, 굳은 우유는 그가 산 우유가 변하여 된 것이기 때문입 니다.』

『대왕이여, 그와 같습니다. 죽음으로 끝나는 현재의 명칭과 형태와는 다르지만, 굳은 우유 가 우유로부터 나온 결과이듯이 사람은 악업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합니다.』

『잘 알겠습니다. 존자여.』

7 윤회에 관하여

왕은 물었다.

『존자여, 그대는 저 세상에 다시 태어날 것입니까』

『대왕이여, 그만 둡시다. 그대는 무었 때문에 그런 질문을 하십니까. 나는 이미“죽을 때 만일 생존에 대한 집착을 갖는다면 저 세상에 다시 태어날 것이요, 집착을 버린다면 저 세상에 다시 태어나지 않을 것입니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비유를 들어 주십시오.』

『대왕이여, 어떤사람이 왕의 정무(政務)를 처리한다고 합시다. 왕은 그에게 정무를 맡길 것입니다. 그는 왕의 정무를 수행하는 동안 다섯가지 욕망의 대상을 부여받아 그것에 전적으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만일 그가 “우리 임금은 어떤 정무도 처리하시지 않는다”고 여러사람에게 공언했다고 합시다. 왕은 그 사람이 옳게 말했다고 하겠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대왕이여, 그와 같습니다. 그런 질문을 다시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나는 벌써 만일 죽을 때 생존에 대한 집착(執着)이 있다면 저 세상에 다시 태어날 것이요, 집착이 없다면 저 세상에 다시 태어나지 않을 것이다“고 말씀 드리지 않았습니까.』

『존자여, 그대는 진작 말씀하였습니다.』

8, 명칭(名)과 형태(色)[정신과 육체]

왕은 물었다.

『그대는 아까 명칭, 형태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씀에서 명칭이란 무엇이며, 형태란 무엇입니까.』

『모든 사물에서 조잡한 것[감각적인 것]은 형태이고, 미묘한 것. 즉 정신적인 것은 명칭입니다.』

『존자여, 어찌하여 명칭만이 저 세상에 다시 태어나거나, 형태만이 다시 태어나거나 하지 않습니까.』

『대왕이여, 이들 여러 가지 법(諸法) 즉, 명칭과 형태는 서로 의존하여 하나가 되어 함께 태어나기 때문입니다.』

『대왕이여, 암탉은 노른자나 달걀 껍질이 없다면 달걀을 만들어 내지 못할 것입니다. 그런데 노른자와 달걀 껍질은 둘이 다 서로 의존하여 함께 한 물건으로 생겨납니다. 마찬가지로 만일 명칭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형태도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말은 명칭과 형태는 양자가 서로 의존해 있고, 하나의 존재로 함께 생겨남을 의미합니다.』

『존자여, 잘 알겠습니다.』

왕은 물었다.

『존자여, 죽은 뒤 다시 태어나지 않는자가 있습니까.』

『어떤 사람은 다시 태어나고, 어떤 사람은 다시 태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면 어떤 사람은 다시 태어나고 어떤 사람은 다시 태어나지 않습니까.』

『죄 있는 사람은 다시 태어나고, 죄 없는 사람은 다시 태어나지 않습니다.』

『그대는 다시 태어날 것입니까.』

『죽을 때 생존에 집착을 가지고 죽는다면 다시 태어날 것이요, 생존에 대한 집착없이 죽는다면 다시 태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잘 알겠습니다. 존자여.』

9, 생사윤회를 벗어남에 관하여

왕은 물었다.

『존자여, 생사윤회를 벗어나는 사람은 이치에 맞는 주의작용(如理作意)에 의하여 벗어나는 것입니까.』

『대왕이여, 바른 주의작용과 지혜와 그 밖의 모든 선법(善法)에 의하여 생사윤회를 벗어납 니다.』

『바른 주의작용과 지혜는 똑같은 것이 아닙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바른 주의작용과 지혜는 다른 것입니다. 양과 산양과 소와 물소와 낙타 와 노새에게도 바른 주의작용은 있지만 지혜는 없습니다.』

『잘 말씀하셨습니다. 존자여.』

2장10, 지혜(智慧)에 관하여

왕은 물었다.

『주의작용의 특직은 무엇이며, 지혜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주의작용은 파지(把持), 움켜 잡음을 특징으로 하고, 지혜는 끊어버림(斷切)을 특징으로 합니다.』

『주의작용은 어떻게 하여 움켜 잡음을 특징으로 하며, 지혜는 어떻게 하여 끊어버림을 특 징으로 합니까. 비유를 들어 주십시오.』

『그대는 보리를 베는 사람들을 앍소 있습니까.』

『알고 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어떻게 보리를 벱니까.』

『왼 손으로 보릿대를 움켜잡고 오른 손으로 낫을 들어 보리를 벱니다.』

『대왕이여, 이를테면 그와 같습니다. 출가자는 사고력에 의하여 자기 마음을 움켜 잡고 지 혜에 의하여 자기의 번뇌를 끊어버립니다. 이 같이 하여, 주의작용은 움켜 잡음을 특징으 로 하고 지혜는 끊어버림을 특징으로 합니다.』

『잘 말씀하셨습니다. 존자여.』

11, 계행(戒行)의 특징에 관하여[계행은 일체 선법의 근거이다]

왕은 물었다.

『존자여, 또 그 밖의 선법이라고 하셨는데, 그 선법이란 어떤 것입니까.』

『대왕이여, 계행·신행·정진(精進)·전념(專念)·정신통일(禪定)·지혜(智慧)등의 선법입니다.』

『계행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계행은 일체 선법의 근거가 됩니다. 즉 다섯 가지 도덕적 능력(五根)·힘(力)·일곱가지 깨침 에 필요한 것(七覺支)·여덟가지 신성한 길(八正道)·네 가지 전념의 확립(四念處)·네 가지 바른노력(四正勤)·네 가지 자재력의 구족(四神足)·네 가지 단계의 선(四禪)·여덟 가지 해탈 (八解脫)·네 가지 정신통일(四定)·여덟 가지 마음의 통일(八等持)등 하나 하나가 모두 계행 을 근거로 확립됩니다. 계행이 확립된 사람에게서 일체의 선법은 결손되는 일이 없습니 다.』

『실례를 들어 주십시오.』

『대왕이여, 성장하고 장성하고 번성하는 모든 동·식물 어느 것이든 땅에 의존하고, 땅을 근 거로 하여 성장하고 장서하고 번성합니다. 마찬가지로 출가자는 계행에 의존하고, 계행을 근거로 하여 구경(究竟)에 이릅니다.』

『더 좋은 비유를 들어 주십시오.』

『대왕이여, 도시 설계자가 도시를 건설하려고 할 때, 맨 먼저 도시의 터를 깨끗이 닦고 나 무 밑둥이나 가시덤불을 치우고 바닥을 반반하게 한 다음, 거리와 광장과 십자로와 상가 등을 배열하여 도시를 건설합니다. 마찬가지로 출가자는 계행에 의존하고 계행의 기반을 확립시킴으로써 다섯가지 도덕적 능력을 자기 스스로 증진시킵니다.』

『하나 더 비유를 들어 주십시오.』

『대왕이여, 곡예사가 요술을 보이려고 할 때, 먼저 땅을 파고 들과 깨친 기와를 제거하여 땅을 편편하게 한 다음, 그 부드러운 땅 위에서 요술을 보입니다. 마찬가지로 출가자는 계행에 의지하고 계행에 의하여 기반을 확립한 다음, 다섯 가지 도덕적 노력을 발전시킵 니다. 대왕이여, 부처님께서는 이것을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지혜있는 사람은 계행을 근거로 하여 마음을 단련시키고 지혜를 키울 수 있다.

열의(熱意)있고 깨우친 비구는 인생의 얽매인 모든 큰(繫縛)을 풀 것이다.

마치 대지가 생물의 근거가 되듯이,

계행을 닦은 최상의 파아티목카(波羅提木叉)는 선(善)을 증대시키는 근본이요,

또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들어가는 문지방이다.

『잘 알겠습니다. 존자여.』

12, 신행(信行)에 관하여[신행의 특징은 청정과 대원이다

왕은 물었다.

『존자여, 신행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대왕이여, 청정(淸淨)과 대원(大願)입니다.』

『청정은 어떻게 하여 신행의 특징이 됩니까.』

『대왕이여, 마음에 신앙심이 솟아날 때 신앙심은 다섯 가지 장애(五蓋 즉, 탐욕·성냄·나태· 자만·의심)를 쳐부수며, 또 장애를 벗어난 마음은 맑게 가라 앉고, 깨끗해지고 흐림이 없 어질 것입니다.』

『비유를 들어 주십시오.』

『대왕이여, 가령 전륜성왕(轉輪聖王)이 네 가지 군사를 거느리고 행군하는 도중 조그마한 강을 건넌다고 합시다. 강물은 상군, 기마군, 전차군과 보병군에 의하여 흐려지고 흙탕물 이 되어버릴 것입니다. 그런테 강을 다 건너고 난 왕은 부하들에게 “누가 마실 물을 가져 오너라. 물을 마시고 싶다”고 명령했습니다. 그 때 왕에게는 물을 맑게 하는 마니(摩尼 珠),淸水珠)가 있었습니다. 부하들이 왕의 명령을 받들어 그 마니를 강물에 던졌습니다.마 니가 던져지자 곧 상카와 바아라 같은 물풀(水草)은 없어지고, 흙탕물은 가라앉아 강물은 깨끗해 졌습니다. 그때 비로소 부하들은 마실물을 왕에게 가져다 바쳤습니다. 여기서, 마 음은 강물과 같고 출가자는 부하들과 같습니다. 또 번뇌는 풀이나 흙탕물과 같고, 신행은 물을 맑게하는 마니주와 같습니다. 물을 맑게 하는 마니주를 물 속에 던지자마자 물 속의 풀이 없어지고 흙탕물이 가라앉아 물이 맑아지듯이, 신앙심이 솟아날 때 다섯 가지 장애 는 없어지고 마음이 청정하게 됩니다.』

『그럼 대원은 어찌하여 신행의 특징이 됩니까.』

『대왕이여, 출자가는 성인이 어떻게 해탈했는가를 알아, 그와 같이 수행하여 깨달음에 이 르고자 하는 경지(預流果)와, 한번 이 세상에 왔다 가는 경지(一來果)와, 두 번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는 경지(不還果)와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증득한 경지 등에 뛰어 들어 아직 이르지 못한 곳에 이르고, 아직 느끼지 못한 것을 경험하고, 아직 얻지 못한 것을 얻기 위하여 수행합니다. 이같이 신행의 특징은 대원입니다.』

『비유를 들어 주십시오.』

『대왕이여, 큰비가 산마루에 내린다고 합시다. 그 빗물은 낮은 곳을 따라 흘러 산골짜기와 벌어진 바위틈을 메우고, 강을 채우고 강의 양 둑에 범람할 것입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 들이 강의 깊이나 넓이를 모르기 때문에 망설이며 강기슭에 서 있다고 합시다. 이 때 어 떤 사람이 자기의 체력과 역량을 알아 허리띠를 졸라매고 강물에 뛰어 들어 저쪽 둑으로 건너갔다면, 나머지 사람들도 그 사람의 뒤를 따라 강을 건널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출가 자는 나머지 사람들이 강물에 뛰어 드는 것처럼, 앞에 말한 네 가지 단계의 경지에 이르 기 위하여 수행합니다. 세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사람은 신행에 의하여 격류(激流)를 건너고

근면에 의하여 생사의 바다를 건넌다.

정진(精進)에 의하여 모든 괴로움을 뛰어넘고

지혜(智慧)에 의하여 청정하게 된다.

『잘 알겠습니다. 존자여.』

13, 정진(精進)에 대하여[정진은 일체 선법을 지탱하는 것이다]

왕은 물었다.

『존자여, 정진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대왕이여, 일체 선법(善法)을 지탱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정진에 의하여 지탱된 일체의 선법은 없어지지 않습니다.』

『비유를 들어 주십시오.』

『대왕이여, 집이 쓰러지려고 할 때 딴 목재로 집을 떠받친다고 합시다. 이렇게 떠받쳐진 집은 무너지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정진의 특징은 선을 떠받치는 것입니다. 정진에 의하여 떠받쳐진 일체의 선법은 무너지지 않습니다.』

『다시 한 번 비유를 들어 주십시오.』

『대왕이여, 대군이 숫자가 적은 군대를 공격한다고 합시다. 그 때 소군을 가진 왕은 장병(將兵)을 규합하고 원군(援軍)과 협력하여 소군을 증강하므로써 대군을 물리칩니다. 마찬가지로 정진의 특징은 지원(支援)하는 것입니다. 정진에 의하여 지원 받는 일체의 선법은 없어지지 않습니다. 대왕이여,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비구들아, 정진하는 제자는 악을 버리고 선을 계발하며, 잘못된 것을 버리고 바른 것을 발전시켜 자신을 청정하게 한다”고.』

14, 전념(專念)에 관하여[전념의 특징은 열거(列擧)와 집지(執持)이다]

왕은 물었다.

『존자여, 전념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대왕이여, 열거(列擧)와 집지(執持)입니다.』

『열거가 어떻게 전념의 특징이 됩니까.』

『대왕이여, 출가자에게 전념이 일어날 때 그는 선악과 정사(正邪)와 존비(尊卑)와 흑백(黑 白)등 대조적인 성질을 반복해서 열거합니다. 즉 이것들은 네 가지 전념(四念處)의 확립이 요, 네 가지 바른 노력(四正勤)이요, 네 가지 자재력의 근거(四神足)요, 다섯 가지 정신력 의 작용(五根)이요, 네 가지 비상한 힘(五力)이요, 깨달음에 필요한 일곱 가지 것(七覺支) 이요, 바른 관찰(正觀)이요, 밝은 지혜(明智)요, 해탈 등입니다. 이리하여 출가자는 배워야 할 것을 배우(修習)고, 배워서 안 될 것은 배우지 않으며, 가까이 할 것을 가까이 하 고, 가까이 해서는 안 될 것은 가까이 하지 않습니다. 이와 같이 전념은 열거를 특징으로 합니다.』

『비유를 들어 주십시오.』

『대왕이여, 전륜성왕의 이재관(理財官)이 조석으로 왕엥게 재력(財力)을 상기하게 하는 것 과 같습니다. 즉 이재관이 “대왕이여, 그대의 상군은 얼마이며, 기마군은 얼마이며, 전차 군은 얼마이며, 보병군은 얼마이며, 황금은 얼마이며, 금화(金貨)는 얼마이며, 재보(財寶) 는 얼마입니까. 그것을 기억해 주소서”라고 왕의 재산을 열거하는 것과 같습니다.』

『존자여, 집지(執持)가 어떻게 하여 전념의 특징이 됩니까.』

『대왕이여, 전념이 생길 때 출가자는 이익 되는 것(善法)과 이익 되지 않는 것(不善法)의 범주를 추구합니다. 즉 이러 이러한 것은 선이고, 이러 이러한 것은 악이며, 이러 이러한 것은 유용하고, 이러 이러한 것은 유용하지 않다(顚倒)고 가려내어 추구합니다. 이리하여 출가자는 자신에게 악한 것은 소멸하고 선한 것은 보존합니다. 이와 같이 전념은 집지를 특징으로 합니다.』

『비유를 들어 주십시오.』

『대왕이여, 이를테면 전륜성왕에게 믿음직한 신하가 있어 왕에게 이롭고 이롭지 않은 것을 알아 이것들은 이익되고 이것들은 이롭지 않으며, 이것들은 유용하고 이것들은 유용치 않 다(顚倒)고 충언을 드리는 것과 같습니다. 이리하여 왕은 자신에게 악한 것은 소멸시키고 선한 것은 보존합니다. 대왕이여,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비구들아, 나는 전념이야 말로 어느 때 어느 경우에나 유익한 것이라고 말한다”고.』

15, 정신통일(禪定)에 관하여[정신통일은 일체 선법을 통솔한다]

왕은 물었다.

『존자여, 정신 통일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대왕이여, 우두머리 됨을 특징으로 합니다. 일체의 선법은 정신 통일을 우두머리로 하여 통솔되고, 또 쏠려 갑니다.』

『비유를 들어 주십시오.』

『대왕이여, 대들보는 꼭대기에 있어 모든 서까래가 그곳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만납니다. 마찬가지로 정신 통일은 일체의 법에 대하여 그와 같은 관계에 있습니다.』

『비유를 다시 한번 들어 주십시오.』

『대왕이여, 왕이 사군을 거느리고 싸움터에 나간다고 합시다. 모든 군사, 즉 상군, 기마군, 전차군, 보병군은 모두 왕을 우두머리로 하여 그에게로 향하도록 인솔됩니다. 그리고 각자가 왕의 부하로서 왕을 수령으로 전열이 정돈됩니다. 일체 선법이 정신통일에 대한 관계도 이와 꼭 같습니다. 대왕이여,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비구들아 정신통일을 수련하라. 정신통일을 성취한 사람은 모든 것을 있는 참된 모습 그대로 보는 것이다.”고』

16, 지혜(智慧)의 특징에 관하여[지혜는 광명을 말한다]

왕은 물었다.

『존자여 지혜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대왕이여, 나는 이미 지혜는 끊어버림(斷切)을 특징으로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지혜 는 또 밝게 비춤(光明)을 특징으로 합니다.』

『지혜의 특징은 어찌 하여 광명입니까.』

『대왕이여, 지혜가 생길 때 지혜는 어리석음(無明)의 어두움을 타파하고 밝은 지혜를 발하 며, 지식의 등불을 밝히고 고상한 진리(聖諦)를 드러냅니다. 이리하여 출가자는 일체는 무 상(無常)이다, 고(苦)다, 무아(無我)다 라고 보는 가장 밝은 지혜(正慧)로써 모든 존재를 비춰보는 데 정력을 쏟습니다.』

『비유를 들어 주십시오.』

『대왕이여, 어떤 사람이 어두운 집안으로 등불을 가지고 들어온다고 합시다. 어둠을 깨고 광채를 발하며 밝은 빛을 비추어 거기에 있는 대상물을 밝게 볼 수 있게 합니다. 마찬가 지로 수행자는 가장 밝은 지혜로써 모든 존재를 바로 비추어 봅니다.』

『잘 말씀하셨습니다. 존자여.』

17, 일체의 선법(善法)은 번뇌를 끊는다

왕은 물었다.

『존자여, 이들 선법은 여러 가지지만 동일한 목적을 성취합니까.』

『그러합니다. 이들 선법은 각각 다르지만 모두 동일한 목적을 성취합니다. 즉 이들 선법은 번뇌를 끊는 것을 동일한 목적으로 합니다.』

『어떻게 하여 그러합니까. 비유를 들어 주십시오.』

『그것들(諸法)은 여러 부분의 군대, 즉 상마·기마군·전차군·보병군들이 싸움터에서 적군을 쳐부순다는 동일한 목적을 이루는 것과 같습니다.』

『잘 말씀하셨습니다. 존자여.』

미린다왕문경(彌蘭陀王問經) 미란타왕문경(彌蘭陀王問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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