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도론(淸淨道論)

『청정도론(淸淨道論)』①

열반의 경지에 이르는 방법 제시한 책

『청정도론(淸淨道論)』(Visuddhimagga)은 기원5세기, 지금부터 1500년 전 인도 출신의 붓다고사(Buddhaghosa)라는 스님이 스리랑카로 건너와서 지은 논서이다. 붓다고사라는 법명의 유래는 스님이 말씀하시면 마치 부처님의 음성과 같다고 해서 지어졌다한다. 붓다고사는 ‘불음’(佛音, 부처님의 목소리) 또는 깨달음의 소리라고 해서 각음(覺音)이라고 한다.

 

이 책은 팔리어로 되어 있는데, 팔리어는 2300년 전 스리랑카에 불교가 정착되면서 사용된 초기불교 언어이다. 팔리어로 전승된 남방상좌불교 전통(스리랑카, 태국, 미얀마 등)에서는 이것이 부처님께서 직접 하신 말씀이라고 해서 ‘근본말씀’ 이라고 한다. 팔리어로 지어진 주석문헌으로 경율론의 삼장을 해석하면서 불교의 핵심을 7가지 청정도로 정리한 것이 『청정도론』이다.

 

청정도(淸淨道)의 ‘청정’은 괴로움이 완전히 소멸한 경지인 열반(涅槃)을 말한다. 열반을 의미하는 청정에 도(道)를 합해서 청정도가 되면 그 의미는 ‘청정에 이르는 길’, ‘열반에 이르는 방편(方便)’을 의미하게 된다. 즉 ‘청정한 길’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청정에 이르는 길’인 수행법을 뜻한다. 따라서 간단히 말하면 열반에 이르는 방법을 제시해 놓은 책이 『청정도론』이다. 부처님께서 중생들을 위해 가르침을 펴신 단 하나의 이유이면서 불교의 목적인 ‘열반’, 괴로움이 완전히 소멸한 열반의 경지에 이르는 방법을 정리해서 제시해주고 있는 책이 바로 『청정도론』이다.

 

책의 내용은 청정이라고 하는 열반에 이르는 방법을 계정혜(戒定慧) 삼학(三學)으로 정리하고 있다. 불자들이 절에 가서 예불을 올릴 때, 5분향례를 한다. ‘계향, 정향, 혜향, 해탈향, 해탈지견향’ 할 때 앞의 계정혜 세 가지를 통해서 해탈에 이른다는 가르침이 예불의식을 통해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청정도론』은 총 23장으로 되어 있는데, 앞의 1, 2장은 계(戒)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고, 3장부터 13장까지는 정(定)이 설명되어 있고, 마지막 14장부터 23장까지는 혜(慧)에 대한 설명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계정혜를 순서대로 닦아 나갈 때 열반이라고 하는 청정한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 『청정도론』의 간단한 윤곽이다.

 

계정혜, 삼학을 통해서 불자들이 수행을 해 나가야 한다는 것은 불교기초교리에 나오는 가장 근본적인 핵심이고 자주 듣는 이야기여서 이론적으로는 이해되지만 실제로 가슴에 와 닿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이 삼학은 실제로 살아가면서 직접 경험해야만 제대로 가슴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학의 의미를 간단하게 설명해 보면, 계는 계율이라고도 하는데 계와 율은 실제로 다른 의미로 쓰인다. 먼저 율은 출가한 비구·비구니 스님들이 지켜야 하는 승단의 규율을 말한다. 승단이라고 하는 공동체가 존립하기 위해서 지켜야만 하는 규율인 것이다. 따라서 율은 타율적인 규범을 말한다. 이 율을 지키지 않은면 승단에 의해서 제재를 받는다. 사회에서 법을 어기면 벌을 받는 것과 같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율은 살인, 도둑질, 거짓말(큰 거짓말), 음행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것을 어기면 승단에서 추방되는 가장 무거운 죄가 된다. 사회로 보면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자격을 박탈하면서 감금된 상태에 처해지거나 그 사회에서 추방되는 것이다. 스리랑카, 미얀마, 태국의 남방불교에서는 포살(보름에 한 번 하는)때 율의 조항을 외우고, 그동안 율을 어긴 것이 있으면 스스로 참회하고 거기에 대한 적절한 제재를 받는다. 학교로 말하면 한 달 동안 정학을 당하기도 하고, 한 달 동안 독방살이를 하기도 한다. 잘못의 경중에 따라서 승단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한 결정권을 박탈당하기도 한다. 이처럼 율에 의해서 엄격하게 출가공동체의 질서가 유지되어 왔다.

 
『청정도론』 ②

계는 자율적으로 지켜야 할 도덕적 규범


계와 율의 차이점

율속에는 계(戒)가 포함되어 있다. 그렇다면 계는 무엇일까? 계란 자율적으로 지켜야 하는 도덕적 규범을 말한다.

 

부처님의 재가제자들에게는 율은 없고 계만 있다. 반면에 스님들은 율 속에 계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본적인 계는 오계[五戒 : 살생, 도둑질, 잘못된 음행, 거짓말, 음주를 삼가는 것]라고 되어 있어 항상 지켜야 하는 규범[常戒]이다. 계는 마음으로 지킨다. 설령 길을 지나가다 모르고 개미를 죽일 수 있지만, 이것은 고의적으로 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계를 깬 것이 아니다.

 

동기와 의지에 따라서 계를 지키고 계를 파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지로 지켜야 하는 계이다. 남이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내 의지로 지키려고 하는 것이 계이다.

 

그렇다면 계를 깼을 때는 그 순간 참회하고 다시 계를 지키려고 하면 된다. 이 5계를 일상생활 속에서 잘 지키고 사는 것이 초기불교의 가르침을 잇고 있는 〈청정도론〉에 제시된 청정에 이르는 7걸음의 첫 걸음이다.

 

불살생(不殺生), 불투도(不偸盜), 불사음(不邪淫), 불망어(不忘語), 불음주(不飮酒,)의 다섯 가지 계를 재가자로서 지키려면 어렵지만, 이 다섯 가지 계는 깨뜨린다고 해서 포기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계의 정신이다. 다시 지켜야겠다고 마음먹고, 또 지키려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계는 스스로 정신을 흐트러뜨리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울타리이기 때문에 그 울타리를 내 잘못으로 망가뜨렸다고 해서 다 쓰러뜨리면 도둑이나 외부사람들이 쉽게 들어오게 된다. 한쪽 귀퉁이 울타리가 무너졌으면 다시 고쳐서 이어 놓으면 된다.


이 일은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마음으로 계를 지키겠다고 다짐하고 설령 깨뜨렸다고 해도 참회하고 다시 마음을 고쳐먹는 것이 계의 정신이다.

 

계와 업보

계를 깬 것은 자기한테 나쁜 업으로 남는다. 그리고 그 나쁜 업(惡業)의 과보(果報)는 자기가 받게 된다. 그런데 그 과보를 받을 때 우리는 결과로서 받으면서 또다시 악업을 짓기도 한다. 그러면 악업, 나쁜 행위에 대한 결과는 계속 이어 나가게 되어 있다. 그러나 나쁜 행위에 대한 결과를 받으면서 마음으로 이젠 나쁜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 악업은 단절된다.

 

업은 마음의 의지작용이라고 한다. 업은 마음으로 짓고, 말로 하고, 행동으로 한다. 오계를 열 가지로 펼치면 십선계(十善戒) 또는 십선업(十善業)이 되는데, 그 열 가지 중에서 말(語)로 짓는 업이 네 가지나 된다. 몸과 입과 마음으로 짓는 의도적인 행위를 좋게 만드는 것, 이것이 십선업이고, 이것을 나쁘게 짓는 것이 십악업이 되는 것이다.

 

오계를 지키면 인간으로 태어날 수 있는 씨를 뿌리는 것이다. 천상에서 태어나고 싶으면 십선업을 닦아야 한다. 이 두 가지는 부처님이 재가 수행자들이 닦아야 할 덕목으로 강조한 가르침이다. 사실 〈청정도론〉은 수행하지 않는 재가자가 이해하기에 쉽지 않다. 〈청정도론〉과 초기경전 가운데에서 재가자를 위한 법문을 간단히 정리해 본다.

 

첫째는 보시(施)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산이나 법이나 따뜻한 마음을 베풀라는 의미이다. 둘째는 계(戒)를 스스로 지켜라. 셋째는 마음을 닦아서(修) 천상에 가는 업을 지으라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재가자의 실천 항목은 초기불교의 가르침이면서 〈청정도론〉 등에 제시된 남방불교의 가르침이기도 하다. 베풀라는 것은 탐욕을 덜어 내라는 가르침이고, 계를 지키는 것은 탐심과 진심에서 어느 정도 마음을 자유롭게 하는 것과 연결되어 있다.

 

불살생(不殺生)은 화나는 마음, 진심(瞋心), 분노(忿怒)를 다스리는 것이다. 도둑질은 탐심(貪心)하고 관계가 있다. 그래서 탐진치(貪瞋痴) 삼독(三毒) 가운데 욕망과 분노를 계로써 다스릴 수 있다.

 

부처님께서는 탐심과 진심을 계로써 막아 준 다음에 마음의 향상을 이루기 위해 수행을 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즉 계정혜 삼학의 선정과 지혜로 넘어가는 것이다.
 

『청정도론』 ③
내것 나누는 보시가 지계-수행의 근본


재가자들은 보시(布施), 지계(持戒), 수행(修行)의 세 가지 실천을 기회를 만들어 항상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보시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누어 주는 것이다. 내가 가진 재물을 나눠 주는 것은 가장 쉽고 낮은 단계의 보시이다. 남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것을 무외시(無畏施)라고 한다. 즉 다른 사람에게 그 사람의 입장에서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것이다. 이 무외시가 재물을 나눠 주는 것보다 더 큰 보시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최상의 보시는 법(法)보시이다. 부처님의 가르침, 진리를 나누는 것이다.

 

법보시는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하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나누는 것인데 재가자들은 법보시를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자신의 노력으로 애써 모은 재물을 승단에 보시하거나 얼굴에 미소를 띄우며 주위 사람들을 편안하게 하는 것, 따뜻한 마음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것은 얼마든지 실천할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이 이해하고 실천하고 있는 부처님 법에 대해서도 가능한 만큼 나누려고 애를 쓴다면 세 가지 보시가 갖춰지는 것이다. 이것이 계를 실천하기 전에 하기 쉬운, 1차적으로 해야 하는 재가자의 실천이다.

 

다섯 가지 계(五戒)를 자발적으로, 즉 마음으로 스스로 지켜야 한다. 『밀린다왕문경』에서 밀린다 왕이 나가세나라는 인도 스님과 대화하는 내용 중에 계에 대한 말이 나온다. 바로 ‘알고 짓는 죄와 모르고 짓는 잘못 중에 어떤 것이 더 과보가 큽니까?’ 하는 물음이다. 법적인 형량으로 보면 고의적으로, 혹은 계획적으로 지은 죄가 더 무겁겠지만 불교적으로 보면 모르고 지은 죄의 과보가 더 크다고 한다.

 

모르고 지은 잘못은 그것이 잘못인지도 모르기 때문에 계속해서 잘못을 되풀이한다. 그러나 잘못한 줄 알고 지은 죄는 마음에 잘못되었다는 것이 남기 때문에 거기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싹이 튼다. 그래서 무엇이 잘못된 것인 줄 분명하게 아는 것은 계를 지키는 데 필수적인 요건이 된다. 즉 지혜가 있어야 계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계정혜 삼학은 이렇게 서로 의지하고 있다.

 

계를 지키는데도 기본적인 지혜가 없으면 지키기 힘들다. 『밀린다왕문경』에 나오는 얘기처럼 잘못을 잘못인 줄 모르고 짓는 사람이 많다. 따라서 법을 공부해야 한다. 법문도 듣고, 경전과 해설서도 읽어보고, 무엇이 정말로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하는지, 무엇이 청정에 이르는 데 방해가 되고 도움이 되는지 그 기준을 알고 있어야만 한다. 들어서 생긴 지혜(聞慧)는 사유해서 생긴 지혜(思慧)의 바탕이 되고, 수행해서 얻는 지혜(修慧)로 이어져 번뇌를 끊어내는 밑거름이 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재가자들이 일상생활에서 닦을 수 있는 수행법으로서 자비관(慈悲觀)을 제시하셨다. ‘자비’는 자애(慈)와 연민(悲)으로 나누어지며 자애명상을 먼저 시작한다.

 

자애명상을 처음 시작할 때, 1-2분정도 자신에 대한 자애명상을 먼저 하고 난 후에 다른 대상을 향해서 자애명상을 한다. ‘내 자신이 안락하고, 행복하고, 평화롭기를, 괴로움에서 벗어나기를 기원한다.’ 이처럼 자애명상의 대상으로 자신을 넣어서 자신을 위한 자애명상을 한다.

 

자신을 본보기로 하여 짧게 자애명상을 하고 난 후에 한정되지 않은 모든 대상이나 한정된 대상을 향해서 자애명상을 한다. 자애명상을 닦으면 여러가지 유익함이 따르는데, 그 유익함은 △편히 잠든다. △편히 잠에서 깨어난다. △악몽에 시달리지 않는다. △사람들이 사랑하게 된다. △사람 아닌 천신들과 동물들이 사랑하게 된다. △천신들이 보호한다. △독극물, 무기, 물, 불 등의 외적인 위험에 의해 해를 받지 않는다. △얼굴에서 빛이 난다. △마음이 평온해진다. △죽을 때 혼란되지 않는다. △아라한이 되지 못하고 죽으면 범천(梵天)이라는 행복한 천상 세계에 태어난다는 11가지에 달한다.

 

자애명상을 포함한 자비희사의 사무량심 수행은 『청정도론』 9장(초기불전연구원 간행, 『청정도론』 2권 135-191쪽)에 자세히 해설되어 있고 뒤에서 다시 정리하려고 한다

『청정도론』 ④

지계의 특징은 마음안정-선법의 토대


무엇이 청정에 이르는 데 방해가 되고 도움이 되는가?

 

그 기준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부처님께서는 간단하게 말씀하셨다. 마음으로 짓거나, 말을 하거나, 행동을 했을 때 우리 마음이 편해지는 것이 있고, 반면에 불편해지는 것이 있다는 것이다. ‘욕심을 부리면 마음이 불편해 지겠죠? 화나면 불편해지겠죠? 어리석음에 빠지면 불편해지겠죠?’ 부처님께서는 살다 보면 욕망에 눈이 가려 지내고, 원하는 바대로 되지 않는다고 화내고, 사물의 이치에 어두어 어리석음에 빠질 때가 있는데, 그때 마음이 불편해지고, 복잡해지고, 어려워지는 것을 스스로 안다면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아야 된다고 말씀하신다.

 

불교에서 버리는 것과 받아들이는 기준이 분명하다. 바로 탐진치 삼독심이 기준이 된다. 탐욕, 성냄 어리석음은 버려야 되는 번뇌의 뿌리이고 탐욕이 없음, 성냄이 없음, 어리석음이 없음은 받아들여야 할 것의 뿌리이다.

 

앞의 것은 좋지 않음(不善)의 뿌리이고, 뒤의 것은 좋은 것(善)의 뿌리이다. 좋지 않은 것과 좋은 것의 기준은 탐진치의 유무에 있다. 탐진치는 우리가 청정하게 되는 것, 최상의 행복인 열반을 얻는 것을 방해한다. 우리 마음의 때이며 번뇌의 근원이다. 번뇌를 『청정도론』(대림 스님 역, 2004)에서는 오염원이라고 번역했는데, 오염원이란 마음을 더럽히는 원천이라는 의미이다. 탐진치는 바로 오염원의 뿌리이다. 반면에 탐진치를 버린 상태는 오염원에서 벗어난 상태이며, 흔들리지 않는 행복인 열반이다.

 

이 열반으로 가까이 가는 것, 그것이 좋은 법(善法)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청정도론』의 내용을 실제 수행을 중심으로 정리해본다.

 

계를 지키는 것은 탐심과 진심을 막는 일을 도와준다.

 

『청정도론』에서 제시하는 계를 지키는 일은 감각기능과 의식주를 절제하는 것. 생활 수단을 청정하게 하는 일, 생활 필수품에 대해서 소욕지족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계와 검소한 수행생활법이 『청정도론』 계청정의 내용이며, ‘계에 대한 해설’과 ‘검소한 수행생활(두타행)에 대한 해설’에서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계에 대한 해설’에서 계란 의도이며, 마음의 작용이자, 단속이며, 범하지 않는 것이라고 정의를 내린다.

 

계를 의도적인 마음으로 지키며, 계의 항목, 마음챙김, 지혜, 인욕과 정진으로 감각기관을 단속하는 것이 계이다. 재가자의 5계이든, 출가수행자의 비구·비구니계이든 지 각 계의 항목들을 지키는데, 마음챙김으로 번뇌의 흐름을 알아차려서 막아내어 감각기관을 단속하며, 지혜에 의해서 그 번뇌의 흐름을 저지한다.

 

추위와 더위를 견딘다고 하면서 인내를 통해 마음을 절제하며, 욕망이 일어났을 때 욕망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마음을 절제하는 것이다.

 

계는 마음을 안정시킨다는 뜻을 가지고 있고, 좋은 법의 토대가 된다. 이것이 계의 특징이다. 계는 몸과 말과 마음의 깨끗함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 스스로 부끄러워하고 남에 대해 두려워하는 마음(慙愧心)이 계를 지키는 가장 가까운 원인이다.

 

계를 지키는 목적과 유익함은 후회하지 않음이다. 또한 계를 지킬 때 다섯가지 유익함이 있다.

게으르지 않아 많은 재산을 모으게 되며, 명성을 얻고, 어떤 모임에 가도 두려움이나 부끄러움이 없고, 죽을 때 혼미하게 죽지 않으며, 죽은 뒤에는 인간이나 천상의 세계에 태어나게 된다.

 

『청정도론』에서는 계를 다양한 종류로 분류하여 상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자세한 내용은 생략한다. 계를 더럽히는 것은 이익과 명성 때문에 계를 범하는 것과 잘못된 음행에 관련된 것이 7가지가 있다. 계는 열반으로 가는 발판이자 모든 일을 성취하기 위한 뿌리이다. 계를 지니는 것은 바로 삶을 안정시키는 울타리를 만드는 일이며, 바로 자신의 마음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라고 분명히 자각하고 있어야 한다. 

 

『청정도론』 ⑤

계율 지키지 않으면 탁발한 음식도 毒

『청정도론』은 앙구따라 니까야를 인용하면서 계를 더럽히는 것은 이익과 명성 때문에 계를 범하는 것과 잘못된 음행에 관련된 것이 7가지가 있다고 한다. 음행에 관련된 7가지란 ①여성과 직접 음행을 하지는 않지만 몸을 만지게 하면서 즐기는 것 ②함께 즐기고 노는 것 ③바라보면서 즐기는 것 ④여인의 목소리를 엿들으며 즐기는 것 ⑤이전에 여인과 즐겼던 일을 회상하는 것 ⑥다른 남자들이 감각적 욕망에 빠져 지내는 것을 보고 즐기는 것 ⑦ 천상에 태어나기를 바라면서 청정한 계행을 지키는 것이다.

 

음행을 포함한 일반적인 감각적 욕망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사실을 자세히 제시해 주고 있는 이 가르침을 통해서 감각적 쾌락에 빠져 살기 쉬운 우리들의 생활을 자제하려는 마음, 스스로 계를 지니고 몸과 마음을 보호해서 마음의 청정과 지혜의 청정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청정도론』은 강조하고 있다.

 

쾌락은 불무더기를 안고 있을 때의 고통보다 더 격렬한 고통의 결과를 가져오는데 계를 지키지 않는 자는 이 쾌락을 버리지 않으니 어떤 행복을 느낄 수 있겠는가.

 

자제함이 없는 자가 옷을 수용함에 무슨 행복이 있을까. 탁발해서 얻은 달콤한 음식은 계를 지키지 않은 자에게는 독과 같다. 계를 지키지 않으면서 신자들이 신심으로 보시한 절에 머물 때 무슨 즐거움이 있을 것인가. 계로써 자신을 절제하지 않는다면, 사문의 옷을 걸쳤을 뿐이지 진정한 사문이 아니라고 까지 하면서 계를 지키지 않는 것은 자신의 선근(善根)을 파내는 일이라고 하며, 계를 지키지 않을 때의 결점을 소개하고 있다.

 

출가한 수행승들이 정말로 마음에 새기고 있어야 하는 계를 지키지 못했을 때의 결점이지만, 재가자에게도 많은 교훈을 주는 가르침이다. 재가자가 자발적으로 지녀야 하는 5계는 살생, 주어지지 않은 것을 취하는 일, 잘못된 음행, 거짓말, 음주는 자기 스스로의 행복을 일구는 선근(善根)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계를 지키는 마음에서 마음의 집중과 지혜의 싹이 빨리 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리석음까지 뿌리 뽑으려면 육체와 언어를 정화하는 계를 바탕으로 해서 마음집중(선정)을 닦고, 마음집중의 힘을 바탕으로 해서 지혜를 닦아야 한다는 것이 초기불교와 『청정도론』에 전해지고 있는 수행의 단계이다.

 

부처님께서는 재가자들이 보시를 하고 계를 지키고 수행을 하라고 말씀하셨는데, 여기에서 말하는 수행은 전문적인 출가승과 일상생활을 하는 재가자의 수행으로 나뉘며, 재가자들이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수행이 여러 가지로 제시되어 있다. 일반 재가자들이 생계를 놓고 수행에 전념하기는 어렵다. 절에서 참선하는 방법이나 기도하는 방법, 수행하는 방법을 배운 재가불자들이라도 매일매일 30분에서 1시간씩 정진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살면서 돈 버는 일이 바쁘고, 돈 번 것을 모으고, 쓰기 바쁘기 때문에 정신적 향상의 길은 잊고 지내기가 쉽다. 마음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어떤 때가 묻는지, 벗어나는지, 이런 것은 관심을 두고 살기조차 어렵다. 그래서 재가자들에게는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가르침으로 자비희사의 사무량심 등을 제시해주신 것이다.

 

자비희사의 사무량심을 닦는 바탕에 5계를 지니려고 하는 마음이 전제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 부처님과 『청정도론』의 가르침인 것이다.

 

출가자는 출가자로서의 계율을 지키고, 재가자는 재가자로서 최소한 5계를 지켜야 한다는 가르침의 원래 의미를 잘 이해하고 계를 지키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자신의 심신의 건강과 보다 지속적이며 가치 있는 마음의 행복을 경험하기 위해서, 자신과 타인을 위해서 계를 지니고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출가자의 경우 계행을 철저하게 지키면서 소욕지족(少欲知足)하는 삶을 사는 방식을 두타행이라고 한다. 두타행은 『청정도론』2장에서 자세히 설명되어 있는데 재가자의 경우는 검소한 삶을 사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청정도론』 ⑥

두타행 알면 물질 떠난 진정한 행복 성취


세상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몸과 목숨을 돌보지 않으며, 열반에 이르는 수행을 시작하고자 하는 출가 수행승들에게 제시된 13가지 두타행을 『청정도론』 2장에서 자세하게 설명한다.

『청정도론』에서는 두타행까지 계청정에 해당되는데, 출가생활의 소욕지족의 청빈한 삶속에서 재산의 상속자가 아니라 법의 상속자가 되라고 하신 부처님의 말씀을 다시 되새기게 하는 가르침이 바로 두타행이다.

 

13 가지 두타행은 다음과 같다. 1. 분소의(버려진 옷감으로 만든 옷)만을 입는 수행 2. 세 가지 옷(하의, 상의, 대가사)만을 수용하는 수행 3. 탁발한 음식만 수용하는 수행 4. 차례대로 탁발하는 수행 5. 한자리에서만 먹는 수행 6. 자신의 발우에 담긴 음식만 먹는 수행 7. 나중에 얻은 음식을 먹지 않는 수행 8. 숲에서 지내는 수행 9. 나무 아래에서 머무는 수행 10. 노지에서 머무는 수행 11. 묘지에서 머무는 수행 12. 배정된 거처에 머무는 수행 13. 눕지 않고 정진하는 수행이다.

 

13가지 두타행에는 옷에 관한 항목이 2 가지, 음식에 관한 항목이 5가지, 주거에 관한 항목이 5가지, 정진에 대한 항목이 1가지가 있다. 의식주에 대한 집착이 없어, 생명을 유지하고, 정진하는 데 필요한 물질로 만족하면서 내적인 평온과 행복을 추구하라고 하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물질적인 풍요로움에 의해 많은 선택지가 생겼지만, 정작 생활의 만족도나 행복감은 나아진 것이 없다고 현대의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선택의 파라독스 : 더 풍요로운데 덜 행복한가』 Paradox of Choice : Why more is less(2004)에서 저자 배리 슈왈츠Barry Schwartz는 엄청나게 많아진 청바지의 종류를 보고서 이전에 오직 한 가지 밖에 없었던 때보다 더 혼란스럽고 불만족스런 상황을 경험하게 되었다고 한다. GNP가 3천억불이 되었어도 우리들 삶은 만족스럽지 못한 것은 물질에 의해 얻을 수 있는 행복의 한계를 말해주는 것이다. 육체의 건강을 유지할 정도의 재물로 만족할 수 있다면, 삶은 더욱 내적으로 풍요로워질 것을 두타행 수행이 보여주고 있다.

 

출가 수행자의 청빈한 삶에서 얻는 진정한 행복은 물질적 풍요에 의해서는 얻지 못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면 두타행의 중요성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두타행의 가르침은 소비지향의 문화에 길들여져 대량소비에 의한 행복을 추구하고 있는 자본주의적 문화에 대한 반성을 하게 해준다.

 

두타행의 제 일인자는 마하가섭존자였다. 부처님은 좋은 가사를 입고 있는 마하가섭존자가 두태행 수행에 어울린다는 사실을 아시고, 당신의 남루한 가사와 바꾸었다. 이 가사를 교환한 일은 선종에서 말하는 의발을 전수했다기 보다는 마하가섭존자에게 알맞은 수행법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마하가섭존자는 아라한이 된 후에도 철저한 두타행을 실천했으며, 부처님께서 완전한 열반에 드실 때, 승단의 중요한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1차 결집을 주도하게 되었던 것이다. 아라한이 되어 최고의 경지에 도달한 부처님 당시의 제자들의 검소한 삶은 우리들의 삶을 반성하게 해준다.

 

출가한 수행승이 추구하는 최상의 가치는 번뇌를 소멸하여 부처님께서 물려주신 법의 상속자가 되는 것이지 물질의 상속자가 되는 것이 아님을 두타행의 전통에서 깊이 마음에 새겨두어야 할 것이다. 이는 본질적으로는 재가자들에게도 적용된다. 하지만 자신의 생계를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서 꾸려가야 하는 재가자는 자신과 다른 중생들의 삶을 해치지 않는 바른 직업을 통해서 열심히 재물을 모아서 현실의 안정을 이루어야 한다고 부처님은 가르쳐 주셨다. 다만 재가자들은 두타행의 가르침에서 재물의 한계를 알고 법을 통해서 얻는 행복의 가치를 올바로 이해해야 한다는 점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출가자는 물론 재가자들도 재물은 죽을 때 아무 소용이 없지만, 법을 추구한 선한 행위가 큰 재산이 된다는 점도 명심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청정도론』 ⑦

대상에 마음 집중된 좋은상태가 삼매


윤리적인 규범인 계(戒)와 생활의 욕심을 조절하는 두타행을 실천하여 청정한 계를 확립한 자는 더 미세한 마음의 더러움을 씻어내기 위해서 마음집중인 선정(禪定)을 닦아야 한다.

초기경전과 『청정도론』에서 선정을 닦는다는 말을 ‘마음(心)을 닦는다’고 한다. 마음을 닦는 다는 말을 사마타(samatha, 止), 삼매(samadhi, 定), 선정(jhana, 禪定)이라고도 하며, 집중 또는 마음집중 명상(concentration meditation)이라고도 한다.

 

『청정도론』에서 삼매를 〈하나의 대상에 마음이 집중된 좋은 상태(善心一境性)〉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정의에서 중요한 말은 ‘좋은 상태(善)’이다. ‘좋다’는 말은 불교의 목적인 열반, 최상의 청정에 좋다는 의미이다. 마음을 집중하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집중된 마음에서 신통력 같은 능력이 나오는 것은 불교 이외의 수행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실제로 부처님 당시에 많은 사상가들이 집중에서 얻어지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그러한 집중의 상태가 최고의 경지라고 주장하였다. 현재도 그런 수행법들을 접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마음의 집중과 그 능력이 자신의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貪瞋痴)라는 부정적 심리상태(煩惱)를 제거하는 방향으로 쓰이지 못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자신을 망치는 독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자신과 남에게 해가 되는 온갖 부정적인 심리상태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 마음집중은 잘 가려서 피해야 한다.

 

마음이 집중되면 산만하지 않게 되며, 마음의 동요가 없어진다. 마음집중을 이루려면 행복(樂, sukha)이 바탕이 되어야한다. 『청정도론』은 다양한 방식으로 삼매를 설명하고 있다. 삼매에는 근접삼매와 본삼매, 기쁨을 동반하는 삼매, 행복을 동반하는 삼매, 평온을 동반하는 삼매, 세간적인 삼매, 출세간적인 삼매 등이 있다. 수행자가 전문적으로 삼매를 닦으려면 10가지 장애를 끊고, 수행을 지도할 스승을 찾아가서 자신의 성향에 맞는 수행법을 지도받아야 한다. 10가지 장애는 ①거주하는 곳이 불편함이 없어야 하고 ②가족에 의해 방해받지 않아야 하며 ③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얻으려는 일이 장애가 되어서는 안되며 ④함께 수행하는 대중 때문에 방해받아서 안되고 ⑤건물을 새로 짓는 일 때문에 방해가 되어서 안된다 ⑥여행을 하는 것 때문에 방해받아서 안되며 ⑦친척이 아플 때는 수행에 방해가 되니 간호해서 다 나은 후에 수행해야 하고 ⑧병에 걸리면 방해가 되기 때문에 병을 고치고 나서 수행해야 한다. ⑨책을 너무 많이 보아 방해받아서도 안된다. ⑩범부의 신통을 얻게 되면 그 신통에 집착할 수 있기 때문에 신통 때문에 방해받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삼매 수행의 주제를 잘 지도해줄 스승(善知識)을 가까이 하는 것은 수행을 다 이룬 것이나 다름없다. 부처님을 스승으로 해서 제자들은 최고의 목적을 이룰 수 있었다. 스승은 붓다의 깨달음과 업에 대한 믿음, 사람들을 귀하게 여기고 공경하는 계, 사성제와 연기에 대한 식견, 소욕지족하는 욕망을 멀리하는 마음, 자기와 남을 위한 정진, 놓치지 않는 마음챙김, 산만하지 않은 삼매, 그리고 전도되지 않은 지혜를 갖춘 자, 그래서 자신의 번뇌를 끊어버린 자나 번뇌를 끊기 위해 노력하여 스스로 부끄러움을 아는 자를 말한다. 자신이 살고 있는 근처에 이와 같은 스승이 있다면 가까이 가서 배우고, 주변에 없다면 찾아야 한다.

 

스승은 제자에게 자애명상, 죽음에 대한 명상 등의 보편적인 명상과 제자의 성향을 잘 파악해서 그 성향에 알맞은 수행법을 제시해야 한다. 사람에게는 탐내는 성향, 성내는 성향, 어리석은 성향, 믿는 성향, 지적인 성향, 사변적인 성향의 6 가지 성향이 있다. 이러한 성향은 행동거지, 일하는 것, 먹는 것, 보는 것,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에 따라 파악해서 그 성향에 맞는 수행주제를 제시해야 한다.


『청정도론』 ⑧

탐욕 많은 사람은 10부정관 수행이 적격

집중명상의 주제로 『청정도론』에서는 초기불전을 바탕으로 하여 40가지 주제가 제시된다. 이 40가지 마음집중 명상의 주제는 7가지 범주로 분류된다.

 

①10 카시나 명상(十遍, dasa kasi    ni) ②10 부정관 명상(十不淨, dasa asubh  ) ③10 반복적 마음챙김 명상(十隨念, dasa-anussati) ④4 한계 없는 마음을 닦는 명상(四無量心, 四梵住, catasso apama    a) ⑤ 4 순수한 정신세계의 명상(四無色, catt  ro   rupa) ⑥음식에 대해 싫어하는 마음을 일으키는 명상(食厭想,  h  re pa  ik  lasa      ) ⑦네 가지 요소를 구별하는 명상(四界差別, catudh  tuvavatth  na)이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10 카시나 명상은 ①흙 ②물 ③불 ④바람 ⑤청색 ⑥ 황색 ⑦적색 ⑧백색 ⑨빛 ⑩한정 공간을 대상으로 하여 마음을 집중하는 수행법이다.

 

(2) 10부정관 명상은 공동묘지에 버려진 시체가 부패해 가는 모습을 대상으로 한 명상이다. 육체와 감각적 욕망을 다스리는 수행의 주제이다. ① (시체가) 부풀어 오름 ② 검푸르게 변함 ③ 곪아터짐 ④ 잘라짐 ⑤ 뜯어 먹힘 ⑥ 흩어짐 ⑦ 잘게 흩어짐 ⑧ 피가 묻어 있음 ⑨ 벌레가 가득함 ⑩ 뼈만 남아있음.

 

(3)10 반복적 마음챙김 명상(十隨念i)은 ①불수념(佛隨念, 붓다의 덕에 대한 반복적 마음챙김) ②법수념(法隨念, 법의 덕에 대한 반복적 마음챙김) ③승수념(僧隨念, 상가의 덕에 대한 반복적 마음챙김) ④계수념(戒隨念, 계의 덕에 대한 반복적 마음챙김) ⑤사수념(捨隨念, 보시의 덕에 대한 반복적 마음챙김) ⑥ 천수념(天隨念, 천인에 대한 반복적 마음챙김) ⑦사수념(死隨念, 죽음에 대한 반복적 마음챙김) ⑧ 신지념(身至念, 몸에 대한 반복적 마음챙김) ⑨입출식념(入出息念, 호흡에 대한 반복적 마음챙김) ⑩적지수념(寂止隨念, 열반에 대한 반복적 마음챙김)으로 정해진 주제에 대한 반복적인 마음챙김을 통해 선정을 이루는 방법이다.

 

(4) 4 한계 없는 마음을 닦는 명상(四無量心, 四梵住)은 ① 자(慈 : 자애 – 모든 존재들이 행복하기를 기원하는 마음) ② 비(悲: 연민 – 모든 존재들이 괴로움에서 벗어나기를 기원하는 마음) ③ 희(喜: 더불어 기뻐함 – 다른 존재들의 행복이나 잘한 일을 함께 기뻐하는 마음) ④ 사(捨: 평정/평온 – 모든 존재들은 각자 자신의 행위(업)의 결과를 받는다고 이해하여, 한 편으로 치우쳐 대립하지 않는 마음)이다. 분노와 잔인함 등에서 일시적으로 마음의 자유를 경험하게 해주는 수행주제들이다.

 

(5) 4 순수한 정신세계의 명상 (四無色)은 ① 공간이 무한함을 대상으로 하는 명상(空無邊處定) ②의식이 무한함을 대상으로 하는 명상(識無邊處定) ③아무것도 없음을 대상으로 하는 명상(無所有處定) ④지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영역에 대한 명상(非想非非想處定)을 말한다. 색계의 경계를 벗어나 물질 없는 순수한 정신의 영역에 머무는 명상이다.

 

(6)음식에 대해 싫어하는 마음을 일으키는 명상(食厭想)은 음식을 얻기 어려움을 생각하여 음식에 대한 욕심을 다스리기 위한 명상이다.

 

(7) 네 가지 요소를 구별하는 명상(四界差別)은 자신의 육체를 지(地), 수(水), 화(火), 풍(風)의 4가지 요소로 구분해서 관찰하는 명상이다. 아만심을 다스려준다.

 

사람의 성향(특질)에 따라 선택하는 명상주제가 달라지는데『청정도론』에서는 여섯 부류의 인간의 성향과 각각의 성향에 맞는 수행의 주제가 다음과 같이 제시되어 있다.

 

(1)탐행 (貪行: 탐욕이 많은 성향)은 10부정관과 몸에 대한 마음챙김 (2)진행 (瞋行: 화내기 쉬운 성향)은 사범주(四梵住)와 청·황·적·백의 카시나 (3)치행 (痴行: 우둔한 성향)은 입출식념 (4)신행 (信行:신앙이 깊은 성향)은 6 반복적인 마음챙김(佛·法·僧·戒·捨·天) (5)각행 (覺行: 지혜가 날카로운 성향)은 죽음·열반에 대한 반복적 마음챙김, 4계차별·식염상 (6)심행(尋行:사변적인 성향)은 입출식념을 닦으면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인간의 성향이 복합적이기 때문에 어떤 수행의 주제를 선택해도 효과는 볼 수 있다.

 

 『청정도론』 ⑨
마음집중 수행이 긍정적 정서 만든다

 

40가지 집중명상 주제를 닦으면 찰나삼매, 근접삼매, 본삼매라는 세 가지 삼매를 얻게 된다고 『청정도론』에서 제시되어있다. 이 세 가지 삼매의 구분은 초기불교에서는 없었으며, 후대 부파불교의 선정에 대한 해석이다.

 

북방의 설일체유부에서는 초선에 이르기 전까지의 선정을 미지정(未至定)이라고 하며, 초선에서 제 2선, 제 2선에서 제 3선, 제3선에서 제4선에 이르는 중간 단계의 선정을 중간정(中間定)이라고 한다.

 

『청정도론』의 근접삼매는 미지정과 중간정에 해당한다. 찰나삼매는 선정 수행을 전제로 닦지 않는 순수 위빠사나 수행 도중에 나타나는 순간적인 삼매이다. 끊임없이 변하는 심신의 현상을 변하는 순간순간에 포착하는 삼매가 찰나삼매이다. 생멸하는 대상에 따라서 순간순간 이어진다. 찰나삼매는 위빠사나 수행을 설명할 때 좀 더 자세히 설명할 것이다.

 

세 가지 삼매는 강약의 차이는 있지만, 삼매의 기능을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에 5가지 덮개(五蓋)를 일시적으로 멈추게 한다. 즉 마음이 집중되면, (1)감각적 욕망에의 희구(欲愛 k  macchanda), (2)나쁜 의도(惡意, bypda), (3)혼침과 졸음(昏沈 睡眠 thna-middha), (4)들뜸과 회한(掉擧 惡作 uddhacca- kukkucca), (5) 회의적인 의심(疑 icikicch)이라는 다섯 가지 부정적인 심리현상이 일시적으로 가라앉는다. 오개가 가라앉는 것으로 마음이 집중되었는지를 가늠하게 되는 것이다. 네 가지 본삼매는 초선에서 제 4선의 색계선과 4 단계의 무색계선을 말한다.

 

초선은 모든 감각적인 욕망을 떨어버리고, 모든 온전치 못한 법들(不善法)을 떨쳐 버리고 (마음집중의 대상에 대한) 향하는 생각(尋)과 머무는 생각(伺)이 있고, (감각적인 욕망 등에서) 멀리 떠남에 의해서 생겨난 희열(喜)과 행복(樂)이 있다. 첫 번째 마음집중(初禪)에서 (좋지 않은) 다섯 가지 번뇌(五蓋)가 끊어지고, (좋은) 다섯 가지 요소(五禪支: 尋, 伺, 喜, 樂, 心一境性)가 갖추어진다.

 

제 2선(第二禪)에서는 향하는 생각과 머무는 생각이 가라앉고 마음의 정결함과 하나된 상태가 이루어지고, 향하는 생각이 없고, 머무는 생각도 없는, 마음집중에서 생긴 희열과 행복이 있다. 제2선을 구성하는 요소는 희열(喜), 행복(樂) 그리고 심일경성(心一境性)이다.

 

제 3선(第三禪)에서는 희열을 버리고, 평온(捨)에 머문다. 마음챙김(正念)과 분명한 앎(正知)을 지니고, 몸으로 행복을 경험하면서, 평온함과 마음챙김을 지니고 행복에 머문다. 제3선을 구성하는 요소는 행복(樂)과 심일경성(心一境性)이다.

제 4선(第四禪)에서는 행복(樂)을 떠나고 괴로움(苦)도 떠나고, 그 이전에 이미 기쁨과 슬픔을 없애버린, 불고불락(不苦不樂)인, 그리고 평온(捨)에 의한 마음챙김의 청정함(捨念淸淨)이 있다. 제4선을 구성하는 요소는 평온(捨)과 심일경성(心一境性)이다.

 

이처럼 집중명상을 통해서 마음이 한 곳에 모아지면, 기쁨과 행복감과 평정심과 같은 긍정적인 심리상태를 경험하게 되며, 마음 챙김이 청정하게 되는 결과를 경험하게 된다. 『청정도론』에서는 마음집중(삼매)수행을 닦으면 얻게 되는 공덕을 다섯 가지 제시하고 있다.

 

①집중된 마음에는 부정적인 정서가 가라앉고, 긍정적인 정서가 생겨나기 때문에 지금 여기에서 행복하게 지내게 된다.(現法樂住)

②마음이 집중되면, 심신의 생멸을 있는 그대로 보는 위빠 사나 지혜를 얻게 된다.

③5가지 세간의 신통력(신족통, 천안통, 천이통, 숙명통, 타심통)을 얻게 된다.

④색계정과 무색계정의 힘으로 색계 또는 무색계의 천상에 천인(天人)으로 태어난다. 마음으로 익힌 선정의 힘이 다음 생의 존재양식을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욕망의 세계(欲界), 섬세한 물질의 세계(色界), 물질없는 순수 정신의 무색계(無色界)의 삼계(三界)는 오직 마음이 만들었다고 하는 가르침은 불교의 고유한 심리론이자 세계관이다.

⑤무색계정까지 이룬 자는 지혜의 힘으로 멸진정(滅盡定)에 도달한다.

 

『청정도론』⑩
위빠사나는 찰나삼매 일어날 때 가능

 

『청정도론』의 마지막 부분인 혜학에 대한 설명에 들어가기에 앞서 선정을 전제로 하지 않는 순수 위빠사나 수행을 위한 4가지 선정 수행에 대해 설명해 본다. 앞서 간단히 설명하였듯이 4색계선으로 들어가지 않으면서도 다섯 덮개(五蓋)를 일시적으로 가라앉히는 역할을 찰나삼매가 해주며, 순수 위빠사나는 이 찰나 삼매가 일어날 때 비로소 가능하다고 『청정도론』은 말한다. 이 부분을 다음에 다시 다루기로 하고, 이번에는 위빠사나 수행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먼저 예비적인 단계로 4가지 보호하는 명상 수행에 대해 설명해본다.

 

현대의 위빠사나 수행법을 대중화한 미얀마의 마하시 스님(1904-1980)은 선정 수행의 힘이 약한 상태에서 위빠사나 수행를 닦으려 할 때, 수행자의 심리적인 안정과 정진에 힘을 불어넣어 주는 네 가지 보호하는 선정수행이 필요하고 한다.

 

1)부처님의 9가지 덕에 대한 반복적인 마음챙김(佛隨念, buddhanusati),

2)모든 존재들이 행복하기를 기원하는 자애명상(慈觀, metta bhavana),

3), 육체의 부정관(不淨觀, asubhasanna),

4)죽음에 대한 마음챙김[死念, maranasati]이다.

 

네 가지 보호하는 선정수행 가운데 뒤의 세 가지 수행은 『청정도론』에는 어떤 성향의 수행자에게도 유익한 일반적인 명상의 주제(sabbatthaka-kamma tthana)로 제시되어 있다.(Vism 97,『청정도론』1권 291쪽) 이 4가지 수행법은 선정수행의 주제가 되는 수행법들인데, 마하시 사야도는 위빠사나 수행에 직접 들어가기 전에 간단하게 이 방법으로 자신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들어가라고 가르치고 있다. 위의 각 수행법을 통해서 어느 정도의 선정(근접삼매에서 사선)까지 이를 수 있지만, 실제 위빠사나 수행에서는 좌선할 때 위빠사나 수행으로 들어가기 전에 짧게는 5분 길게는 30분 정도 하게 된다.

 

1. 부처님의 덕에 대한 반복적인 마음 챙김은 9가지 부처님의 덕(북방의 如來十號)을 반복해서 생각하는 수행이다. 부처님의 깨달음에 대한 믿음을 확고하게 하며, 수행자 자신의 수행의 목적을 확인하며 마음을 안정시키는 수행이다. 부처님의 9가지 덕 가운데 하나인 아라한이라는 덕목을 “괴로움의 원인인 번뇌를 모두 없애버리신 부처님은 공양 받을만한 분 아라한이십니다”라고 반복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아라한은 위빠사나 수행의 목표이다.

 

2. 부정관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토록 애지중지하며 집착하고 있는 자신의 육체의 부정함을 상기하는 수행이며 육체에 대한 집착심을 다스린다. 자기 몸의 위장, 내장, 담, 피, 고름 등을 생각하면서 자신과 타인의 신체에 대한 집착을 다스린다.

 

3. 죽음에 대한 마음 챙김은 한 번 호흡하는 사이에 닥쳐올지 모르는 자신의 죽음에 대해 상기하며 굳은 결의로 게으르지 않고 수행에 임할 마음을 일으킨다. ‘이 목숨 언제 끊어질지도 모른다. 지금 이 순간이 아니면 수행할 수 있는 시간은 없다.’고 생각하며 정진에 힘을 불어넣는다.

 

4. 자애명상(慈觀)은 자신을 포함한 모든 생명 있는 존재들(衆生)이 행복하고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먼저 자신에 대해서 본보기로 2분 정도 자애명상을 한다. ‘내 자신이 행복하고, 평화롭기를 기원합니다.’, ‘내 자신이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모든 존재에 대한 자애명상을 한다. ‘모든 생명 있는 존재들이 행복하고, 평화롭기를 기원합니다’, ‘모든 생명 있는 존재들이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기원합니다.’ 마지막으로 집중적인 자애명상을 하기 위하여 한정된 대상에 대한 자애명상을 한다. 먼저 자애의 느낌이 잘 일어나는 대상인 고마운 사람, 존경하는 사람을 향해서 자애명상을 한다. 이렇게 해서 자애의 마음이 성숙하게 되면 사랑하는 사람 (가족, 친지, 친구), 중립적인 사람, 싫은 사람, 미워하는 사람의 순서로 자애명상을 한다. 자애명상의 초보자는 한정된 대상을 향해 자애명상을 할 때, 욕정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이성(異性)으로 여겨지는 대상에게 하지 않으며 죽은 사람은 집중이 되지 않기 때문에 언제나 제외된다.

 

『청정도론』 ⑪

무상·무아를 체험으로 통달하는 것이 지혜

마음집중(삼매)수행의 다섯 가지 공덕의 두 번째로 심신의 생멸을 있는 그대로 보는 위빠사나 지혜를 얻게 된다고 하였다. 이제 『청정도론』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주제인 지혜에 대해서 살펴본다.

마음집중(삼매)를 닦은 다음에 지혜(통찰지, 반야)를 닦아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을 『청정도론』은 14장에서 23장까지 다루고 있다. 먼저 14장은 다섯 무더기(五蘊)에 대한 고찰인데, 오온에 대한 설명에 들어가기에 앞서 지혜란 무엇이며, 어떤 의미가 있고, 그 특징, 작용(역할), 나타남, 가까운 원인에 대해 알아보고, 지혜의 종류와 닦는 방법, 지혜의 유익함(공덕)에 대해서 개괄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먼저 지혜(반야)란 좋은 마음(善心)과 연결된 위빠사나(통찰)에 의해 얻은 참된 앎(智)를 말한다고 간단히 정의하고 있다. 열반을 얻는데 도움이 되며, 심신의 무상, 고, 무아를 통찰하는 위빠사나 수행을 통해서 얻은 참된 앎이 바로 괴로움의 원인인 번뇌를 끊어내는 지혜라고 정의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정의는 간단하면서도 중요한 내용을 모두 담고 있다.

 

『청정도론』은 지혜의 의미란 무엇인가라고 물음을 던지면서, 인식 또는 지각(想)과 의식 또는 분별(識)과 지혜(慧)을 구분해서 설명하고 있다. 인식 또는 지각은 어떤 대상이 ‘푸르다’ ‘노랗다’는 정도를 아는 것을 말한다. 그 대상이 무상하고 고이며 무아인 특성까지 알지 못한다. 의식 또는 분별에 의해서는 어떤 대상이 ‘푸르다’ ‘노랗다’도 알고, 그 대상이 무상하고 고이고 무아라는 사실도 이해한다. 하지만 수행의 힘이 없기 때문에 깨달음(道)을 이루지 못한다. 분별하는 의식의 작용, 합리적 이성, 논리적 추론만으로는 번뇌를 끊어내는 깨달음의 문을 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지혜에 의해서는 지각과 분별의식의 한계를 넘어서 수행의 힘, 정진의 힘에 의해서 깨달음에 이르게 된다. 이렇게 무상, 고, 무아를 체험적으로 통달하는 것이 지혜의 의미라고 정의하고 있다.

『청정도론』에서는 지각과 분별의식과 지혜를 구분해서 설명하기 위해서 비유를 들고 있다. 분별없는 어린아이는 지각에 비유되고, 시골 농부는 분별의식에 비유되며, 금 세공인의 지혜에 비유된다. 동전을 본 어린 아이는 그 모양이나 색깔만을 알 뿐이지 그 가치를 모른다. 시골 농부는 동전의 모양이나 색깔도 알고, 그 가치도 알고 있지만, 어느 동전이 진짜 금화이고 가짜 금화인지 구별하지 못한다. 하지만 금세공인은 동전의 모양과 가치뿐만 아니라, 진짜 금인지 가까인지도 알아낸다. 그리고 그 동전이 어디에서 누가 만들었는지도 안다.

지혜의 특징은 법(法, 무위법과 유위법)의 고유한 특징(自性)을 꿰뚫어 보는 것이다. 그 작용(역할)은 법의 고유한 특징을 덮는 몽매함(痴, moha)의 어둠을 없애버리는 것이다. 지혜는 몽매하지 않음으로 나타나고, 가까운 원인은 마음집중(삼매)이다.

지혜의 종류에는 1가지에서 4가지로 분류하여 총 12가지 종류를 들고 있다. 1가지 지혜로는 ①법의 고유한 특징(自性)을 꿰뚫어 보는 것이고, 2 가지에는 ②세간과 출세간의 지혜 ③ 번뇌가 없는 지혜, 번뇌가 남아 있는 지혜 ④정신과 물질을 구분하는 지혜 ⑤기쁨을 동반한 지혜, 평정을 동반한 지혜 ⑥ 깨달음의 첫 체험(見道)의 지혜와 윗 단계의 깨달음을 닦는(修道)의 지혜가 있다. 세 가지 지혜에는 ⑦부처님 법을 듣거나 공부해서 생기는 지혜(聞慧), 법에 대해서 심사숙고해서 얻은 지혜(思慧), 법에 따라서 있는 그대로의 몸과 마음의 생멸하는 현상을 관찰하는 수행을 통해서 얻는 지혜(修慧)의 문사수(聞思修)의 지혜 ⑧제한된 대
상에 대한 지혜, 고귀한 대상에 대한 지혜, 무량한 대상에 대한 지혜 ⑨ 증장시키는데 능숙한 지혜, 손상시키는 데 능숙한 지혜, 수단에 능숙한 지혜 ⑩내적인 오온에 대한 지혜, 외적인 오온에 대한 지혜, 내적, 외적인 오온에 대한 지혜가 있다. 네 가지 지혜에는 ⑪고집멸도 사성제에 대한 지혜와 ⑫네 가지 뛰어난 분석(四無碍解) 의 지혜가 있다.

『청정도론』 ⑫
좋은 마음은 선정·지혜에 의한 깨달음

지혜는 무엇을 바탕(토양)으로 자라는가?

지혜가 자라는 토양으로 제시된 여섯 가지 법의 범주(蘊, 處, 界, 根, 諦, 緣起)는 초기불교의 핵심적인 교리 내용이다. 지혜의 토양인 이 법들에 대해서 교리 공부(聞慧), 사유(思慧), 실제 수행을 통한 체험적 이해(修慧)가 있어야 지혜의 몸체(慧體)가 얻어진다. 지혜의 몸체는 지혜가 향상되는 다섯 단계의 과정을 말하며 『청정도론』 18장에서 22장까지 해설되어 있다. 이 부분은 나중에 다시 설명한다.

다섯 가지 무더기는 지혜가 자라는 토양의 처음으로 제시되었으며, 초기경전에서 아라한이 되기까지 체험적 사유의 대상으로 제시되어 있는 경전을 확인할 수 있다. 계를 지닌 비구가 집착된 다섯 무더기(五取蘊)의 무상(無常), 고(苦), 질병, 부스럼, 화살, 통증, 아픔, 다른 것, 파괴되는 것, 비어있는 것(空), 자아가 없는 것(無我)으로 이치에 맞게(자신의 직접적인 체험에 따라) 사유하면 수타원이 되고, 수타원에서 아나함까지 같은 방식으로 다섯 무더기를 무상 등으로 이치에 맞게 사유할 때 아라한이 될 수 있다고 『상유타 니카야』(SN III 167.17-169.4.)에 설명되어 있다.

다섯 무더기는 물질·육체(色), 느낌(受), 지각(想), 형성·지음(行), 의식(識)을 말한다. 의식있는 존재를 구성하는 구성요소로 간단하게는 마음과 육체(nama-rupa, 名色)라고 한다. 물질로 되어있는 육체는 지수화풍(地水火風)의 4가지 근본요소(四大種)와 24가지 파생된 물질(所造色)로 구성되어있다. 육체·물질은 업, 마음, 음식, 열이라는 네 가지 원인에서 생겨난다. 이 가운데 업과 마음은 육체의 정신적 원인이 된다.

 

의식(識)은 마음(心)과 의(意)와 동의어이며, 89가지로 분류된다. 좋은 마음(善心) 21가지, 좋지 않은 마음(不善心) 12가지, 결과의 마음(異熟心) 36가지, 작용만 하는 마음 20가지가 있다. (자세한 내용은 대림스님 역 『청정도론』 2권, 441쪽 도표 참조) 좋은 마음이란 기쁨, 평온, 지혜 등의 긍정적인 심리작용과 결합된 욕계의 마음과 색계 선정의 구성요소와 결합된 색계의 마음, 무색계 선정의 마음, 네 가지 출세간의 깨달음(四道)이 있다. 좋은 마음은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되는 기본적인 심리작용과 선정과 지혜에 의한 깨달음을 말한다. 좋지 않은 마음은 탐욕, 분노, 무지(貪瞋痴)라는 근본 오염원(煩惱)과 결합되어 괴로움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마음으로 극복해서 제거해야 하는 마음을 말한다.

결과의 마음은 과거의 행위의 결과로 생겨난 욕계의 마음, 색계선정, 무색계선정, 4성인의 마음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작용만 하는 마음은 아라한에게만 있는 마음으로 업이 되지 않지만 중생을 교화하는 등의 순수한 마음의 작용만이 있는 것을 말한다. 좋지 않은 마음을 다스리고(諸惡莫作), 좋은 마음을 기르고(衆善奉行) 자기 마음을 깨끗이 하면(自淨其意), 궁극적으로는 좋은 마음에 의해 작용만이 있는 마음을 쓰고 사는 흔들리지 않는 행복을 영원히 얻은 자유인(阿羅漢)이 되는 것이다.

느낌(受)에는 괴로운 느낌, 즐거운 느낌, 중립적인 느낌이 있는데, 이 느낌들은 좋은 마음이나 좋지 않은 마음, 결정되지 않은 마음과 연결되어 일어난다. 따라서 좋지 않은 마음과 결합된 느낌의 근원에 있는 탐진치를 다스려야 한다. 즐거운 느낌은 탐욕, 괴로운 느낌은 분노, 중립적 느낌은 무지로 이어지는 고리를 끊어나가는 것이 바로 느낌을 통한 탐진치의 소멸로 가는 길이다.

지각(想)은 6 감각기관과 6 감각대상을 근거로 해서 생겨나기 때문에 6가지가 있다. 지각도 느낌과 마찬가지로 세 가지 마음과 결합되어 일어난다.

형성(行)에는 52가지 마음에 속한 법(心所法)가운데 느낌과 지각의 2가지를 제외한 50가지가 있다. 형성은 의도 등의 마음작용이 포함되어 있고, 좋은 마음과 결합된 형성을 닦아야 출세간에 이르게 된다.

 『청정도론』 ⑬

18界는 영혼불변 인식 제거하는 가르침

 

지혜의 바탕(토양)에 해당하는 여섯 가지 법의 범주(蘊, 處, 界, 根, 諦, 緣起) 가운데 15장의 12가지 감각기관과 감각대상(十二處), 여러 가지 요소(界), 16장의 22가지 기능(根)과 네 가지 진리(諦)에 대해서 정리해본다. 12처는 초기불교에서 존재하는 모든 것(一切)이라고 한 법의 범주이다. 눈, 귀 코, 혀, 몸, 마음(眼耳鼻舌身意)이라는 여섯 감각기관(六內入)과 그 대상인 모양·색깔, 소리, 냄새, 맛, 촉감, 심리현상(色聲香味觸法)이라는 여섯 감각대상(六外入)을 말한다.

 

12처의 가르침은 인간이 감각기관으로 인식할 수 있는 것만이 존재하는 모든 것이라는 인식론과 존재론을 의미하는 중요한 교설이다.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 천인의 여섯 존재세계(육도(六道))는 각각 고유의 인식체계를 가지고 세계를 인식한다. 그리고 마음의 능력을 향상시키면, 인간의 눈과 귀로 인식할 수 있는 세계를 넘어선 천인들의 인식능력으로 세계를 인식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존재세계는 마음에 비친 세계일뿐이라는 유식(唯識)의 입장은 초기불교 및 부파불교의 존재론과 인식론과 통한다고 볼 수 있다.

 

18계에는 12처에 안식계에서 의식계까지의 여섯 가지 식(識)의 요소가 추가된다. 18계에서의 계(界)는 고유한 성질을 지닌 것으로 해설된다. 경전에서는 여러 가지 계(界)가 제시되어 있음을 『청정도론』에서도 밝히고 있다. 광명계(光明界), 정계(淨界), 공무변처계 등의 색계와 무색계의 세계, 욕계(欲界), 악의계(惡意界), 지계(地界), 수계(水界), 화계(火界), 풍계(風界), 유위계, 무위계 등이 있는데, 이러한 계는 모두 18계에 포함된다고 한다. 안식에서 의식에 이르는 여섯 의식의 요소는 감각기관과 감각대상을 조건으로 하여 생긴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18계는 변치 않는 영혼이라는 개념을 제거하기 위해서 설하신 가르침이라고 한다.

 

22가지 기능(根)은, 눈, 귀, 코, 혀, 몸, 여자, 남자, 생명, 마음, 즐거움, 괴로움, 정신적 즐거움, 정신적 괴로움, 평온, 믿음, 정진, 마음 챙김, 삼매, 지혜, 궁극적 지혜를 가지려고 함, 궁극적 지혜, 궁극적 지혜를 지닌 자의 기능을 말한다. 경전에 설해진 여러 가지 종류의 기능을 모두 모아 놓은 것인데, 몸과 연결된 다섯 감각기능(五根)을 먼저 제시하고, 남자, 여자를 구분해주는 것, 이 남자기능과 여자기능은 생명기능과 결합하여 존재하게 된다. 생명기능이 있으면 육체적, 정신적인 다섯 가지 느낌도 존재하게 된다. 이것을 소멸시키기 위해서는 다섯 가지 마음의 기능(五根 : 信, 精進, 念, 定, 慧)을 닦아야 하며, 다섯 기능을 닦아서 순서대로 궁극적 지혜를 가지려 하는 기능, 궁극적 지혜의 기능, 궁극적 지혜를 지닌 자(아라한)의 기능을 갖추게 된다. 이와 같이 중생의 여러 가지 양상과 수행을 해내는 기능 그리고 그 결과로서의 아라한의 기능까지를 보여주는 것이 22가지 기능이라는 가르침이다.

 

네 가지 진리(諦)는 고집멸도의 사성제이다. 사성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간략하고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먼저, 성제(聖諦) 즉 성스러운 진리의 의미에는 (1)부처님 등의 성인이 통찰하신 진리, (2)성인의 진리, (3) 진실 되고 거짓이 아니며 속이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성스러운 진리라는 세 가지 의미가 있다. 괴로움의 진리는 괴롭히는 것을 특징으로, 불타는 것을 작용으로, 윤회가 계속되는 것을 나타남으로 한다.

 

발생의 진리는 근원을 특징으로, 끊어지지 않음을 작용으로, 장애를 나타남으로 한다. 소멸의 진리는 고요함을 특징으로, 불사(不死)를 작용으로, 표상이 없음을 나타남으로 한다. 길의 진리는 출구를 특징으로, 번뇌를 없애는 것을 작용으로, 탈출을 나타남으로 한다. 이어서 괴로움, 괴로움의 발생, 괴로움의 소멸,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의 진리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생노병사 등과 다섯 가지 집착된 무더기의 괴로움, 그 원인인 갈애, 괴로움의 소멸인 열반, 열반에 이르게 하는 8정도를 계정혜 삼학으로 설명한다.

 

『청정도론』 ⑭

탐진치 근본번뇌 완전 소멸이 열반

 

지혜의 바탕(토양)에 해당하는 여섯 가지 법의 범주(蘊, 處, 界, 根, 諦, 緣起) 가운데 17장에서는 마지막 항목인 12연기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연기설은 사성제 가운데 두 번째의 괴로움의 발생의 진리(苦集聖諦)와 네 번째의 괴로움의 소멸의 진리(苦滅聖諦)를 설명해주고 있다. 12연기에 대한 해석의 기본적인 입장은 삼세양중(三世兩重)의 인과이다. 옆의 표는 12연기의 고리들이 어떻게 과거·현재·미래의 삼세에 걸쳐있는가를 한 눈에 보여주고 있다.

 

8-10과 함께 1-2의 고리는 다섯 가지 윤회의 업의 원인(業因)을 내포하고 있으며, 업의 과정을 의미한다. 11-12와 함께 3-7에 이르는 고리는 다섯 가지 업의 결과(業果)를 내포하고 있으며, 윤회의 과정을 의미한다. 『청정도론』은 『무애해도』(Patisambhida magga)의 다음 구절을 인용하고 있다.

 

다섯 원인이 과거에 있어서, 다섯 결과가 현재에 생겨났다.
현재, 다섯 가지 원인이 있으면, 미래에 다섯 가지 결과가 생겨날 것이다.

 

〈『淸淨道論』 XVII, Vism 579, 『청정도론』3권(대림스님 역) p.159〉

『청정도론』의 12연기 설명을 수행에 대비해 보면 우리가 현재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분명해진다. 현재 우리는 과거나 미래의 인과관계를 어찌할 수 없다.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윤회의 과정인 3(識)에서 7(受)까지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여, 업의 과정인 8(愛)로 연결되는 고리를 끊는 일이다.

 

아라한이 되어야 12연기설 체험 간단히 말하면, 7번째 느낌(受) 다음에 8번째 갈애(愛)가 일어나지 않게 되면, 미래의 윤회의 과정이라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 원인 즉 업의 과정이 끊어지는 것이다. 불교의 지혜는 바로 세 가지 느낌(苦, 樂, 不苦不樂)에 이어서 탐욕, 분노, 어리석음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일이다.

 

느낌 다음에 일어나는 탐진치라는 근본번뇌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불교의 궁극적 목적인 열반의 성취이다. 이렇게 보면, 지혜의 칼은 항상 느낌에 머물러서 느낌 다음에 탐진치의 번뇌가 일어나는 것을 잘라내야 한다.

 

12연기의 가르침을 체험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간단하지 않다. 어리석음(무명)이 완전히 소멸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아라한이 되어야 12연기설을 체험적으로 이해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경전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어리석음(無明)의 남김 없는 소멸에 의해 업의 형성(行)의 소멸이 있다. 업의 형성의 소멸에 의해 의식(識)의 소멸이 있다. 의식의 소멸에 의해 정신적·육체적인 존재(名色)의 소멸이 있다.

 

그리고 정신적·육체적인 존재의 소멸에 의해 여섯 가지 감각기관(六入)의 소멸이 있다. 여섯 가지 감각기관의 소멸에 의해 접촉(觸)의 소멸이 있다. 접촉의 소멸에 의해 느낌(受)의 소멸이 있다. 느낌의 소멸에 의해 갈망(愛)의 소멸이 있다. 갈망의 소멸에 의해 집착(取)의 소멸이 있다. 집착의 소멸에 의해 존재양식(有)의 소멸이 있다. 존재양식의 소멸에 의해 태어남(生)의 소멸이 있다.

 

이어 태어남의 소멸에 의해 늙음과 죽음(老死), 슬픔, 비탄, 고통, 비애, 절망의 소멸이 있다. 이것이 괴로움의 무더기(苦蘊)의 소멸이다.’ (SN II 1-2)

 

느낌조차 없는 경지가 바로 열반

연기설을 우리의 수행에 직접 응용하는 것이 바로 현재 순간순간의 느낌을 바르게 알아차려, 갈애가 일어나는 싹을 끊는 작업이다. 이 작업을 계속해 나가 더 이상 느낌조차 생겨나지 않는 경지에 도달하게 되면 바로 이 삶에서 열반을 체험하는 것이다.

『청정도론』 ⑮ 

계율과 마음 청정이 지혜의 뿌리

『청정도론』 18장에서, 바탕(토양)에 해당하는 여섯 가지 법(蘊, 處, 界, 根, 諦, 緣起)을 파악하고 질문해서 지혜를 굳건하게 한 후, 지혜의 뿌리가 되는 두 가지 청정인 계율의 청정(戒淸淨)과 마음의 청정(心淸淨)인 선정을 닦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지혜의 바탕에 해당하는 교리를 이론적으로 배우는 일은 교학을 익히는 일이며, 그 과정에 동반되거나 나중에 실제적인 수행이 뒤 따른다. 계를 지켜 몸과 입을 청정하게 하고, 선정을 닦아 마음을 청정하게 한다. 지혜의 몸통에 해당하는 다섯 청정에 대한 설명이 『청정도론』의 마지막 부분인 18장에서 22장까지 이어진다. 마지막 장인 23장은 지혜 수행의 유익함에 대한 논의이다. 다음은 일곱 가지 청정과 수행의 향상 단계의 일부를 대비시켜본 것이다. (6)행도지견청정(行道智見淸淨), (7)지견청정(智見淸淨)은 마지막에 설명한다.

(1) 계청정(戒淸淨)은 앞서 설명한 네 가지 계를 말한다.

(2) 심청정(心淸淨)은 40 가지 선정 수행의 주제(四十業處)를 닦아 근접삼매나 본삼매를 얻는 것을 말한다.

(3) 견청정(見淸淨)은 지혜수행의 시작이며, 마음과 육체를 구별하는 앎(名色區別智)이다.

(4) 도의청정(度疑淸淨)은 조건을 파악하는 앎(緣把握智)이다.

(5) 도비도지견청정(道非道智見淸淨)은 현상들의 무상·고·무아에 대한 사유에 의한 앎(思惟智)과 발생과 소멸에 대한 앎(生滅隨觀智)의 초기 단계에 해당한다. 도와 도가 아닌 것을 아는 단계의 전반부이다.

먼저, 지혜의 몸통은 마음과 육체를 구별하는 앎(名色區別智)의 단계에서 시작된다. 인간을 구성하는, 서로 다른 두 현상인 마음과 육체가 분명히 구별되는 지혜이다. 다섯 무더기(五蘊)를 관찰하면서, 육체·물질과 나머지 네 가지 무더기를 분명히 구별해서 보는 지혜가 생기는 것을 말한다. 이 지혜가 열려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이 지혜가 견청정에 해당한다.

다섯 무더기를 더욱 관찰을 해나가면, 육체와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들은 원인과 조건의 관계로 되어있다는 지혜가 생겨난다. 이 단계가 조건을 파악하는 앎(緣把握智)이며, 과거, 현재, 미래의 삼세에 대한 의심을 극복하는 단계이다.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현상은 육체·물질과 마음의 인과관계에서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것을 체험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더욱, 수행을 계속 해나가면, 대상이 나타났다가는 바로 사라지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이런 인식이 분명해지면, 수행자는 관찰대상인 육체와 마음은 변하고(無常), 안정되어 있지 않고(苦), 실체가 없다(無我)는 이해가 생긴다. 이 단계의 앎이 현상들의 무상·고·무아에 대한 사유에 의한 앎(思惟智)이다. 이러한 생각을 관찰하게 되면, 다섯 가지 마음의 기능(五根: 믿음, 정진, 마음챙김, 집중, 지혜)이 균형을 이루게 되며, 몸과 마음의 현상은 매우 빠르게 일어났다가 사라지게 되며, 수행자는 빠르게 생멸하는 이 현상들을 모두 관찰하게 된다. 이 때, 위빠사나 수행에 따르는 10 가지 번뇌(十觀隨染)가 경험된다.

위빠사나 수행에 따르는 10가지 번뇌는 『청정도론』(Vism 633-638, 대림스님 역, 3권 269-276쪽)에 자세히 나오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마음속에서 강한 빛을 경험하기도 하고(光明),②예리한 이해력이 생기기도 하며(智), ③강한 희열이 생기기도 하고(喜), ④몸과 마음은 아주 편안해지며(輕安), ⑤마음에서 강한 즐거운 느낌을 느끼기도 하며(樂), ⑥강한 신심이 생겨나기도 하고(勝解), ⑦더욱 정진을 하며(努力), ⑧흔들림 없는 마음 챙김이 항상 자리 잡기도 하고(現起), ⑨생겨났다가 사라지는 현상에 대해서 무덤덤해지며(捨), ⑩이러한 제 현상들에 대하에 미세한 집착과 욕망이 일어난다(欲求). 위빠사나 수행의 10가지 번뇌는 처음으로 위빠사나 수행만을 열심히 닦는 수행자에게만 일어난다고 하며, 이러한 번뇌는 깨달음(道)이 아니고, 지혜에 의해 파악하기 때문에 도비도지견청정(道非道智見淸淨)이라고 한다. 수행의 과정에서 얻은 좋은 경험들에 집착하면 안 된다는 점을 말해준다. 좋은 경험도 생겨났다 사라지는 현상인데, 하물며 다른 좋지 않은 법은 말할 것도 없다.

『청정도론』 16 · 끝

발생·소멸 관찰하면 ‘나’ 없는 지혜 형성 
 

『청정도론』의 일곱 가지 청정 가운데 (6)행도지견청정(行道智見淸淨)은 21장에서, (7)지견청정(智見淸淨)은 22장에서 자세히 설명되어있다.

(6)행도지견청정(行道智見淸淨)에서는 4. 발생과 소멸에 대한 앎(生滅隨觀智)의 본격적인 단계에 이르러 바른 수행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그리고 차례로 5. 소멸에 대한 앎(壞隨觀智), 6. 두려움에 대한 앎(怖畏隨觀智), 7.허물에 대한 앎(過患隨觀智), 8. 싫어해 멀리하는 앎(厭離隨觀智), 9. 벗어나고자 하는 앎(脫欲智),10. 되돌아 살펴보는 앎(省察隨觀智), 11. 모든 현상들에 대해서 초연한 앎(行捨智), 12. 벗어남에 이르는 관찰의 앎(出起觀智), 13. 진리에 따르는 앎(隨順智), 14. 종성(種姓:범부에서 성인으로의 변환)에 대한 앎의 순서로 지혜가 전개된다.(7)지견청정(智見淸淨)에서는, 15. 도(道)에 대한 앎, 16. 과(果)에 대한 앎, 17. 되돌아보는 앎, 18. 깨달음에의 몰입(果定), 19. 더 높은 단계의 도와 과로 깨달음의 단계라 전개되어 마지막 아라한의 깨달음의 결실이라는 최상의 목적에 이르게 된다.

발생과 소멸에 대한 앎(生滅隨觀智)의 본격적인 단계에서는 위빠사나 수행에 따르는 10 가지 번뇌(十觀隨染)이 나타나면 이 현상들이 사라질 때까지 마음 챙겨 집착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관찰해야 한다. 수행을 지속해나가면, 수행자에게 더 이상 대상이 생겨나는 것은 분명해지지 않게 된다. 다만 아주 빨리 대상들이 사라지고, 그 대상을 알아차리는 마음도 빠르게 사라지게 된다. 대상과 알아차리는 마음이 짝을 이루어 순간순간 사라지는 것이 분명해질 때, 몸이니, 머리니, 손이니, 발이니 하는 것이 더 이상 파악되지 않고, 모든 것은 사라지고 소멸한다는 생각이 분명하게 나타나게 된다. 이 단계가 소멸에 대한 앎(壞隨觀智)이다.

수행자는 이렇게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을 관찰하는 수행 도중에 두려움을 가지게 되기도 한다. 이 두려움도 알아차려야 한다. 두려움을 알아차릴 때, 불행하다는 생각 밖에 떠오르지 않지만, 이 불행하다는 생각도 관찰해야한다. 그러면 사라지게 된다. 제대로 관찰하지 못하면, 슬픔이 강해지고, 두려움에 압도되고 만다. 하지만 강한 관찰을 통해 이러한 바람직하지 않은 두려움은 막을 수 있다. 두려움에 대한 앎이 생기면, 육체적, 정신적인 과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바람이 생긴다. 어떤 수행자는 관찰의 결과, 두려움과 불행함을 경험하게 되면, 현상을 관찰하는 일을 그만두기도 한다. 하지만 관찰을 멈추는 것이 두려움 등에서 벗어나는 길이 아님을 자각하고, 다시 대상에 대한 관찰로 돌아오게 되고, 무상, 고. 무아에 대해서 완전하게 이해하게 된다. 이 때 “모든 조건 지워진 현상(諸行)에 대해서 평정한 마음의 상태를 얻게 될 것이고, 이러한 현상이 소멸된 경지인 열반을 얻어 평온과 행복이 올 것이다.”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처럼 사유하면서, 그는 현상들을 계속 관찰한다.

조건 지워진 현상(諸行)에 대해 평정한 마음의 상태를 얻게 되면, 마음은 분명해지고, 현상들을 명료하게 알아차리게 된다. 그래서 아주 섬세한 현상들도 애쓰지 않아도 알아차리게 되며, 더 이상 사유를 하지 않아도, 무상, 고, 무아의 진정한 특징이 더욱 분명해진다. 이 상태가 되면, ‘나’ 라든가, ‘나의 것’이라든가,‘그 사람’이라는 것은 없다는 지혜가 생겨 마음은 만족하게 된다. 이처럼 수행해 나가면, 오근(五根: 信, 精進, 念, 定, 慧)이 더욱 균형 있게 향상되고, 머지않아 깨달음(道)과 결실(果) 그리고 열반에 도달하게 된다.

『청정도론』의 마지막 23장은 지혜 수행의 4가지 유익함에 대해 설명한다. 지혜수행을 통해, 1. 온갖 번뇌를 끊고, 2. 성인의 깨달음의 결실(果定)에 도달하며, 3. 사무색계정을 닦은 수행자는 지혜의 힘으로 멸진정(滅盡定)에 들어갈 수 있으며, 마지막으로 4, 아라한의 깨달음의 결실에 도달한다.

붓다의 실천체계인 계정혜의 삼학을 7청정으로 풀어쓰면서, 초기불교 및 상좌불교의 교리와 실천체계를 함께 소개하고 있는 『청정도론』에 대한 개략적 소개를 마치면서, 모든 독자들이 몸과 입과 마음으로 청정한 업을 닦아 최상의 행복을 바로 이생에서 얻기를 기원합니다.

김재성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교수 [2007-02-21]  법보신문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