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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록·황룡록

작성자
busong
작성일
2018-02-06 21:22
조회
300
선림고경총서 17
선림고경(禪林古鏡)에 씀

설봉스님이 하루는 원숭이를 보고 말하기를
"원숭이가 각각 한 개의 옛거울(古鏡)을 짊어지고 있구나!"
하니 삼성스님이
"숱한 세월동안 이름이 없거늘 어찌하여 옛거울(古鏡)이라 합니
까?"
하고 물었다. 설봉스님이
"흠이 생겼구나!"
하자 삼성스님이 말하기를
"천오백명을 거느리는 대선지식이 말귀도 못 알아들으십니까?"
하니 설봉스님이 말하였다.
"노승이 주지하기가 번거로와서…"

알겠는가.

비가 연잎을 적시니
향기가 집에 떠돌고
바람은 갈대잎을 흔드는데
눈은 배에 가득하네.


雪峰一日見 乃云, 者 各各背一面古鏡
三聖便問, 歷劫無名何以彰爲古鏡
峰云, 瑕生也
聖云, 一千五百人善知識話頭也不識
峰云,老僧住持事煩


會�


雨蒸荷葉香浮室
風攪盧花雪滿船



佛紀 2532年 端午節
伽倻山에서
退翁 性徹 씀

선림고경총서(禪林古鏡叢書) 간행사

귀의삼보(歸依三寶)하옵니다.
부처님의 자비로운 가르침이 이 땅에 전해져 겨레의 문화창달에 이바지
하고 나라의 동량을 배출하여 온 지도 천육백여 년이 지났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오래 지나고 연륜이 멀어짐에 따라 부처님의 마음을 전
하는 선종의 정법은 감추어지고, 고불고조(古佛古祖)들의 바른 뜻은 매몰
되어 잘못된 주장만 들러나게 되었습니다.
성철 큰스님께서는 이런 선문(禪門)의 병폐를 일찍부터 지적하시고, 그
시정을 위해 몇 해 전에는 「선문정로(禪門正路)」라는 저서를 출간하기도
하셨습니다. 그리고 선(禪)을 올바로 이해하고 실천하고자 하는 현대인들
에게 무엇이 가장 요긴한 일인가를 심려해 오시던 차에, 우리들 주변에는
선을 이해하고 실천하는데 필요한 선서(禪書)들이 너무나 빈곤하다는 사
실을 통감 하시게 되었습니다. 이는 고불고조들의 말씀이 한문(漢文)으로
되어 있어서 언어 생활이 다른 요즘 사람들이 쉽게 읽을 수가 없기 때문입
니다. 그래서 큰스님께서는 대장경에 수록되어 있는 옛 조사 스님들의 말
씀 가운데 참선(參禪)을 위해 가장 요긴하다고 생각되는 삼십여 종의 저
서들을 가려내어 번역토록 하시고, 그 전집(全集)의 이름을 「선림고경총
서(禪林古鏡叢書)」라고 지어 주셨습니다.
한문으로 된 말씀들을 한글로 번역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어서 많
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합니다. 때로는 큰스님의 구술(口述)을 옮기고,

때로는 선(禪)의 이치를 여쭈면서 글 밝은 이들에게 번역을 부탁하였습니
다. 따라서 선림고경총서 간행불사(刊行佛事)가 겨레 공동의 문화 재산이
되고 후손들에게 부처님의 크고 밝은 가르침을 전하는 이 시대의 훌륭한
유산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우리나라 선종사에서 처음 시도하는 번역인 만큼 큰 스님께서 연로하시
어 일일이 감수하실 수 없어 번역에 허물이 많으리라 믿습니다. 이 점 널
리 이해하시고 잘못된 번역이 있으면 독자들께서 동참하시어 더 완벽한
글이 되도록 이끌어 주신다면 더없는 다행이겠습니다.
이러한 선림고경총서의 원만한 간행이 조계(曹溪)의 개울을 건너는 징
검다리가 되어, 선림(禪林)에 백화(百花)가 난만하고 모든 이들은 자성을
깨쳐 성불(成佛)하길 발원합니다.



佛紀 2532년年 端午節
해인사 백련암(海印寺 白蓮庵)
백련선서간행회(白蓮禪書刊行會)
員澤 和南

양기록 해제(楊岐錄 解題)

양기록 은 양기파의 개조인 양기방회(楊岐方會 : 993-1046)스님의 어
록이다.스님은 원주(袁州:江西省) 의춘현(宜春縣)에서 태어났으며,속성
은 냉씨(冷氏)이다. 스님은 어려서부터 매우 영민하였는데, 서주(瑞州
: 江西省) 구봉사(九峰寺)에 놀러갔다가 마침내 출가하여 담주(潭州)
유양(劉陽)의 도오산(道吾山)에서 삭발하였다.
제방(諸方)을 행각하다가 석상 초원(石霜楚圓)스님을 참례하고서는 오랫
동안 시봉하였고, 초원스님이 도오산, 석상산으로 옮김에 따라갔었다.
그러나 초원스님께 법을 물을 때면 "창고 일[庫司事]이 번거로우니 가보
라" 하거나 또는 "감사(監寺)는 나중에 자손이 천하에 퍼질 것인데 어찌
서두르는가" 할 뿐이였다.
하루는 초원스님이 산에 나갔다가 비를 맞은 것을 보고서 "이 늙은이
야, 오늘은 내게 꼭 말해라. 말하지 않으면 때리겠다"고 하자 초원스님이
말했다. "감사도 이일을 알지. 그만두어라." 이 한마디가 채 끝나기도 전
에 크게 깨치고는 진흙길에 엎드려 절하였다.
그 후 초원스님이 담주(潭州:湖南省) 광화사(光化寺)로 옮김에 하직하
고서 구봉사로 돌아갔다. 그 후 승속의 청에 의해 원주 양기산 보통선원
(普通禪院)에 계시다가 경력6년(慶歷 6年:1046) 담주 운개산(雲蓋山) 해
회사(海會寺)로 옮겼다. 법석을 펴다가 얼마 후 입적하셨으니 세수 54세
이다.
스님의 어록으로는 「원주양기방회화상어록(袁州楊岐方會和尙語錄)」1권
동 「후록(後錄)」1권, 동「어요(語要)」1권이 남아 있다.
법제자로서는 백운 수단(白雲守端), 비부 손거사(比部孫居士), 보녕 인용






(保寧仁勇)스님 등 10여 명이 있으며, 운거산에 수탑(樹塔)이 있다.
「양기화상어록」은 일찍이 양기파의 네 스님〔慈明石霜楚圓, 楊岐方會,
白雲守端, 五祖法演〕의 어록을 모은「자명4가록(慈明四家錄)」에 수록되었
을 것이다. 그러나 현존하는 것으로는 「고존숙어요(古尊宿語要)」3에 수록
된 것이 가장 오랜된 것이며, 여기에는 황우(皇祐) 2년(1050) 문정(文政)의
서(序)와 원우(元祐) 3년(1088) 양걸(楊傑)의 서가 붙어 있으며, 여기에 수
록된 법어는 다음과 같다.

원주양기산보통선원회화상어록(袁州楊岐山普通禪院會和尙語錄,保寧仁勇編)
후주담주운개산해회사어록 (後住潭州雲蓋山海會寺語錄, 白雲守端編)
감변(勘辯)
게송(偈頌)

명장본(明藏本) 「고존숙어록(古尊宿語錄)」19에는 이것이 그대로 수록되
었는데 무슨 까닭인지 문정과 양걸의 서가 권말, 즉 담주(潭州)「도오오진
선사오요(道吾悟眞禪師語要)」의 뒤에 붙어 있다.
「양기방회선사후록」은 그 편자(編者)를 알 수 없으며, 그 내용은「양기
록」에 수록되지 않은 상당·시중과 자찬(自讚)을 수록하였다. 그 외에도
「선학 대계(禪學大系)」에는 양기운개어록(楊岐雲蓋語錄)의 유보(遺補)로
서 선종정맥(禪宗正脈), 대광명장(大光明藏)에서의 발초어(拔抄語) 약간을
수록하고 있다.



황룡록 해제(黃龍錄 解題)




「황룡록(黃龍錄)」은 임제종(臨濟宗) 황룡파의 개조(開祖)인 황룡 혜남
(黃龍慧南 : 1002∼1069)스님의 어록이다.
스님은 신주(信州 : 江西省) 옥산(玉山) 출신으로, 속성은 장씨(章氏)이
다. 11세에 정수원(定水院)의 지란(智 )스님에게 출가하여 19세에 삭발하
고 구족계를 받았다. 그 후 여러 곳을 행각하였는데, 여산(廬山) 귀종사
(歸宗寺에서 자보(自寶)노스님을 참례하였고, 삼각산(三角山) 서현사(棲賢
寺)에서 회징(懷澄)스님을 참례하여 3년간 시봉하다가 회징스님이 늑담(
潭)으로 옮기자 따라갔다. 이때 법기(法器)를 인정받아 분좌설법(分坐說
法)을 하였다.
그 후 다시 행각하면서 운봉문열(雲峰文悅)스님의 권유로 석상 초원(石
霜楚圓:987∼1040)스님을 뵈러 가다가 형악(衡岳)의 복엄사(福嚴寺)에 머
물면서 서기(書記)를 맡고 있었는데, 석상스님이 복엄사의 주지로 왔다.
이에 입실(入室)하여 그에게 가르침을 청하였는데, 조주감파(趙州勘破)의
이야기를 듣고 마침내 깨쳤다. 스님의 나이가 35세(宋 明道 2年:1033) 때
의 일이다.
다시 제방(諸方)을 행각하다가 홍주(洪州) 봉서사(鳳棲寺) 동안원(同安
院)에서 개당설법을 하였다. 이때 석상스님의 법을 이었음을 밝혔는데,
이것을 전해들은 회징스님은 교분을 끊었다.
귀종사에 돌아와 주지하던 중, 절에 불이 나서 그 죄로 투옥되었다가 2
개월만에 풀려나기도 했다. 다시 황벽산(黃檗山)으로 옮겨서 깊은 산에 암
자를 엮고 적취암(積翠庵)이라 하였다. 많은 납자들이 모여들어 스님의 지
도를 받았는데, 스님의 지도방법 중 3관화(三關話)는 이때부터 널리 알려






졌다. 후에 융흥부(隆興府)의 황룡산(黃龍山)으로 옮겨 크게 종풍을 날리
니, 스님의 종풍은 호남(湖南), 호북(湖北), 강서(江西)를 중심으로 널리
퍼졌다. 뒷날 이 일파를 황룡파라 불렀다.
희녕 2년(熙寧 2年 : 1069) 3월 17일 입적하니 세수 68세이다.
법제자가 83인이나 되어 마조(馬祖)스님만큼이나 많았다고 하며, 그 중
에서도 특히 황룡 사심(黃龍死心), 늑담 극문( 潭克文), 동림 상총(東林
常聰)스님 등이 뛰어났다. 후에 휘종(徽宗)은 대관 4년(大觀 4年 : 1110)
에 보각선사(普覺禪師)라고 시호하였다.
스님의 어록으로는 「황룡혜남선사 어록(黃龍慧南禪師語錄)」1권, 동
「어요(語要)」1권, 동 「서척집(書尺集)」1권이 있다.
「황룡혜남선사 어록」은 황룡스님의 4세 법손인 구정 혜천(九頂惠泉)스
님이 손으로 쓴 것이다. 혜천스님은 황용과 네 스님〔黃龍慧南, 晦堂祖心,
死心新悟, 超定慧方〕의 어록을 모아서 「황룡4가집(黃龍四家集)」을 편집
하였는데, 그 맨 앞에는 소흥 11년(紹興 11년:1141) 전밀(錢密)이 찬(撰)
한 황룡4가어록 서(序)를 붙였다.
황룡혜남선사의 어록에 수록된 것은 다음과 같다.


동안숭승선원 어요〔同安崇勝禪院語要〕11가지
귀종사로 옮겨 살면서 남긴 어록〔遷住歸宗語錄〕13가지
균주 황벽산에서 남긴 법어〔筠州黃蘗山法語〕15가지
황룡산에서 남긴 어록〔黃龍山語錄〕14가지
게송(偈頌)41수






그 후 경도(京都) 건인사(建仁寺) 양족원(兩足院)의 고봉 동준(高峰東晙
:1736∼1801)스님이 「황룡혜남선사어록 속보 (黃龍慧南禪寺語錄續補)」를
새로 편집하였다. 「속전등록(續傳燈錄)」「연등회요(聯燈會要)」「가태보
등록(嘉泰普燈錄)」「속고존숙어요(續古尊宿語要)」「선문염송집(禪門拈頌
集)」「영평광록(永平廣錄)」「무시개심선사어록(無示介諶禪師語錄)」 등
에서 50여항을 새로 수집하였고, 또 「오등회원」「임간록」「운와기담」
등에서 황룡3관과 그 밖의 게송 12수를 구하여 수록하였다.


5가 7종 (五家七宗)에 대하여


중국의 남종선(南宗禪)은 육조 혜능(六祖慧能)스님 이후 분파를 계속하여
5파를 이루었는데, 이것을 5가(五家)라 한다.


육조혜능 남악회양 황벽희운 -- 임제의현 ----임제종
(六祖慧能)(南嶽懷讓)(黃檗希運](臨濟義玄)

위산 영우-- 앙산 혜적 ------위앙종
(山靈祐) (仰山慧寂)

청원행사 천황도오 설봉의존 운문문언 ------운문종
(淸原行思 ) (天皇道悟) (雪峯義存) (雲文文偃)

현사 사비 법안 문익 --- 법안종
(玄師沙備) (法眼文益)

약산 유엄 -- 동산 양개 -- 조산본적 --------- 조동종
(藥山惟儼) (洞山良价) (曹山本寂)


5가 중 위앙종과 법안종은 일찍 쇠퇴하였고, 임제종만이 오랫동안 번성
하였다. 송(宋) 대에 들어서 임제종은 다시 양기파(楊岐派)와 황룡파(黃龍
派)로 나우어졌고, 양기파의 법손(法孫)이 가장 번성하였으며, 우리나라 현
재 조계종도 이 문하(門下) 이다.
세상에서는 5가에 다시 양기파와 황룡파의 두 종까지를 합쳐서 5가 7종이
라 한다.

차 례

선림고경(禪林古鏡)에 씀 … 退翁 性徹/ 2
선림고경총서간행사(禪林古鏡叢書刊行辭)/ 4
양기록 해제(楊岐錄解題)/ 6
황룡록 해제(黃龍錄解題)/ 8
5가 7종(五家七宗)에 대하여/ 11



양기록

담주 운개산 회화상 어록 서 ………………………………………… 17
원주 양기산 보통선원 회화상 어록 / 仁勇 編 ………………… 19
그 뒤 담주 운개산 해회사에 머물면서 남긴 어록/ 守端 編 … 29
양기 방회스님 어록에 제(題)한다 ………………………………… 49
양기 방회화상 후록 ………………………………………………… 51


황룡록

· 황룡 사가어록 서 ……………………………………………… 79
·동안 숭숭선원에서 남긴 어록 ………………………………… 81
·귀종사로 옮겨 살면서 남긴 어록 …………………………… 93
·균주 황벽산에서 남긴 법어 …………………………………‥ 107
·황룡산에서 남긴 어록 ………………………………………… 117
·게송 ……………………………………………………………… 127


〔附錄〕 袁州楊岐山普通禪院會和尙語錄
後住潭州雲蓋山海會寺語錄
潭州雲蓋山會和尙語錄序
題楊岐會老禪師
楊岐和尙後錄
黃龍四家語錄序
黃龍慧南禪師語錄

일러두기

1. 양기록의 서문은,부록판본인 고존숙어록에서는 뒤에 실려있는 것을 편집상
맨앞으로 옮겨 실었다.
2. 황룡록의 서문은 원래 황룡스님 이하 그 법제자 4분의 어록을 모은 「황룡4
가어록」에 통합적으로 붙여진 것이나 황룡스님에 대한 서문이 따로 없으므
로 이에 대신하였다.
3. 황룡록에서 '동안 숭승선원에서 남긴 어록’이라는 제목은 원문에는 없으나
편집과정에서 붙였다.
4. 부록으로 실은 양기록의 한문 원문은 「고존숙어록(古尊宿語錄)」(권제19)
과「대정신수대장경(大正新修大藏經)」(제47권)의 것을 실었다. 황룡록의
원문은「대정신수대장경」(제47권)의 것을 싣고, 황룡 4가어록 서는 「卍
속장경(卍續藏經)」을 이용하였다.
5. 스님들의 생몰연대는 「선학대사전(禪學大辭典)」(大修館書店, 1979)과 「중
국불학인명사전(中國佛學人名辭典)」(明復編,方舟出版社)을 참고하였다.



양기록






담주 운개산 회화상 어록 서
(潭州雲蓋山會和尙語錄序)







이씨(李氏)가 세운 당나라에 선(禪)으로 걸출한 자가 있으니 마
조(馬祖)대사가 강서(江西)땅 늑담사( 潭寺)에 살면서 문도 84명
을 배출해냈다. 그 가운데 두각을 나타낸 자로서는 오직 백장 회
해(白丈懷海)스님 한분이 대기(大機)를 얻고 회해스님이 배출한
황벽 희운(黃蘗希運)스님이 대용(大用)을 얻었을 뿐, 그 나머지는
남의 말이나 따라 읊어대는 사람들이었다.
희운스님이 남원 혜옹(南院慧 )스님을 배출하였고, 혜옹스님이
풍혈 연소(風穴延沼)스님을 배출하였으며, 연소스님이 수산 성념
(首山省念)스님을, 성념스님이 분양 선소(汾陽善昭)스님을, 선소
스님이 자명 초원(慈明楚圓)스님을, 초원스님이 양기 방회(楊岐方
會)스님을 배출하였다.
방회스님은 처음 원주(袁州) 땅 양기산(楊岐山)에 살다가 뒤에
장사(長沙) 땅 운개산(雲蓋山)에 머물렀는데, 당시에 말하기를
"회해스님은 대기를 얻었고 희운 스님은 대용을 얻었지만, 둘 다
얻은 자는 방회스님뿐일 것이다"라고 하였다.
스님께서 12년 남짓 두 법석에 계시면서 강령을 제창하고 납자
들을 맞아 지도하는 동안 많은 말씀을 남기셨으나 기록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데 형양(衡陽)의 수단(守端)스님이 말없이
여러 편을 기억하여 한 축(軸)의 책을 엮어 내었다. 나는 오래 전
부터 은혜로운 스님의 명성을 우러러 오던 차에 이 일로 수단스님
에게 가서 그 책을 구하여 향을 사루고 펴서 읽었다.
위대하시다. 대사의 기변(機辯)이여. 마치 거령신(巨靈神)이 태
화산(太華山)과 수양산(首陽山)을 쪼개 황하의 물살을 급히 흘려
내너 일찍이 막힌 적이 없게 한 듯하니 상상(上上)의 대승근기(大
乘根器)가 아니라면 어찌 여기에 이를 수 있으랴.
수단 스님이 나에게 서문을 쓰라고 명하시니 스님의 도가 천하
에 널리 퍼짐을 귀하게 여겨서이다. 그러나 방회스님의 명성과 도
는 식자들 사이에 깊게 알려져 모두들 들었을 것이므로 수식은 그
만두고 유서만을 사실대로 적을 뿐이다.
스님은 원주(袁州) 의춘(宜春) 사람으로 성은 냉씨(冷氏)이며,
담주 유양(瀏陽)의 도오산(道吾山)에서 머리를 깎았다. 속세 나이
54세에 운개산에서 돌아가셨으며, 그곳에 탑이 있다.

황우 2년(皇祐 2 : 1050) 중춘(仲春) 16일에
상중(湘中) 비구 문정(文政)이 쓰다.




원주 양기산 보통선원 회화상 어록
(袁州楊岐山普通禪院會和尙語錄)


강녕부(江寧府) 보녕선원(保寧禪院)
법제자 인용(仁勇)이 편집함



1.
스님께서 균주(筠州) 구봉산(九峰山)에 계실 때, 소(疏)를 받고
나서 법의를 입고 대중에게 그것을 들어보이면서 말씀하셨다.
"알계느냐! 모르겠다면 오늘 괜히 물빛 암소떼 속으로 뛰어들
어간 셈이다. 알았느냐! 균양(筠陽)의 아홉 구비에 부평초[萍實]
인 양기(楊岐)이다."
그리고는 법좌에 올랐는데, 그때 한 스님이 대중 가운데서 나오
니 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늙은 어부는 아직 낚시도 던지지 않았
는데 팔짝 뛰는 고기는 파도에 부딪치면서 오는구나" 하자 그 스
님은 대뜸 악! 하고 할을 하였다. 스님께서 "말을 하지 그러느
냐" 하자 그 스님은 손뼉을 치며 대중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스님께서는 "용왕의 굉장한 바람을 쓰는그나" 하셨다.

한 스님이 물었다.

"스님은 어느 가문의 곡조를 부르며, 누구의 종풍을 이었습니까?"
"말이 있으면 말을 타고 말이 없으면 걸어가지요."
"젊은 스님인데도 기지와 계산이 훌륭하시군요."
"그대가 늙은 것을 생각해서 30대만 때리겠소."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부처입니까?"
"다리가 셋 달린 나귀가 절룰절룩 가는구나."
"바로 그것이 아니겠습니까?"
"호남의 장로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인(人)과 법(法) 양쪽을 다 버린다 해도 납승 최고의 경계는
아니며, 부처와 조사를 둘 다 잊는다 해도 학인에게는 의심이 가
는 곳입니다. 스님께서는 어떻께 학인을 지도하시는지 모르겠습니
다."
"그대는 새 장로를 간파하기만 하면 된다."
"그렇다면 생나무를 땔감으로 찍어다가 잎이 달린 채로 태워야
하겠군요."
"칠구 육십삼이다."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더 질문할 사람이 있느냐? 대중 속에서 한번 나와 봐라. 오늘
내 목숨은 그대들 손아귀에 달렸으니 이리 끌던 저리 끌던 한번
마음대로 해보아라. 어째서 그렇겠느냐. 대장부라면 대중 앞에서

결택(決擇)해야지 등뒤에서 마치 물에서 호로병을 누르듯 해서는
안되며, 대중 앞에서 증거를 내놔야지 얼굴이 불거져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있느냐, 있어? 나와서 결택해 보아라. 없다면 나만 손
해를 보았다."

스님께서 법좌에서 내려오자마자 구봉 근(九峰勤)스님이 붙들어
세우고는 말하였다.
"오늘은 기쁘게도 동참(同參)을 만났소."
"동참하는 일이란 어떤 일입니까?"
"구봉은 쟁기를 끌고 양기는 고무래를 끄는 것이오."
"바로 그럴 때 양기가 앞에 있습니까, 구봉이 앞에 있습니까?"
구봉스님이 무어라 하려는데 스님이 밀어제치면서 말하였다.
"동참이라 하렸더니 그게 아니었군."

2.
스님께서 절에 처음 들어가 상당하자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양기산의 경계입니까?"
"외로운 소나무는 바윗가에서 우뚝하고, 원숭이는 산을 내려가
면서 운다."
"무엇이 그 경계 속에 있는 사람입니까?"
"가난한 집 여자는 대바구니를 들고 가고, 목동은 피리를 불면
서 물을 향해 돌아간다."
스님께서 계속해서 말씀하셨다.
"안개는 긴 허공으로 사라지고 바람은 큰 들판에서 일어나니 온

갖 풀이며 나무가 큰 사자후를 내어서 마하대반야(摩訶大般若)를
연설하고 3세 모든 부처님이 그대들 발꿈치 아래서 큰 법륜을 굴
린다.
알아들었다면 공을 헛들이지 않았겠지만, 몰랐다면 양기산의 산
세가 험하다 말하지 말라. 앞에 가장 높은 봉우리가 하나 더 있
다."

3.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백장(白丈)스님은 불을 들고 발을 갈면서 불법대의를 설하였다
는데, 이것이 무슨 말이겟느냐? 나도 이틀 동안 벼를 심었는데 역
시 대단한 법문이 있었다."
그리고는 다시 말씀하시기를 "달마대사는 앞 이빨이 없다"라고
하셨다.

4.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나의 한 가지 요점[一要]은 모든 성인의 그것과 똑같이 오묘한
데, 이것을 대중에게 보시하리라."
선상을 한 번 치고는 말씀하셨다.
"과연 비춤[照]을 잃었군."

5.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나의 한마디 말[一言]은 모나면 모난대로 둥글면 둥근대로 하
는 것이니 만일 조금이라도 헤아렸다가는 십만 팔천 리나 틀린 것
이다."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6.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나의 한 마디 말[一語]은 부처를 꾸짖고 조사를 꾸짖는다. 눈
밝은 사람 앞에선 잘못 거론하지 말아라."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7.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나의 한 구절[一句]은 재빨리 착안해서 엿보아야 한다. 길다란
선상 위에서 숟가락 들고 젓가락 드는구나."
그리고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8.
상당하자 한 스님이 물었다.
"물살 급한 강물에 낚시를 드리워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큰 자
리를 낚아서 돌아올 수 있겠습니까?"
"저 허공 밖으로 손을 놔야 하는데 세상 사람들이 아무도 모르
는구나."
"아는 일은 어떤 일입니까?"

"구름이 고갯마루에서 일어나는구나."
"솜씨좋은 선지식은 역시 자연스럽습니다."
"이 말이나 외우는 놈아!"
그리고는 스님께서 말을 이으셨다.
"한 법도 보지 않는 이것이 큰 병통이다."
주장자를 잡아 세우면서 말씀하셨다.
"석가노인의 콧구멍을 뚫어버렸다. 몸을 벗어날 한 구절을 어떻
게 말하겠느냐. 물로 물을 씻지 못하는 곳에서 한마디 해보아라."
한참 잠자코 있다가 말을 이으셨다.
"지난날 산 아랫길로 다니지 말라 하더니 과연 애간장을 끊는
원숭이 울음소리를 듣는구나."

9.
상당하여 선상을 손으로 한 번 치고는 말씀하셨다.
"마음마음일 뿐이니, 마음이 부처로서 시방세계에서 가장 신령
한 물건이다. 석가노인도 꿈을 설명하였고, 3세 모든 부처님도 꿈
을 설명하였으며, 천하의 노스님들도 꿈을 설명하였다. 여러분에
게 묻노니 꿈을 꾸어본 적이 있느냐. 꿈을 꾸어보았다면 한밤중에
한마디 해 보라."
한참 잠자코 있더니 말씀하셨다.
"인간에게 진짜 소식이 있다 해도 나에게 차례대로 꿈을 설명해
보아라. 참구하라."



10.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하늘 땅에 눌러앉으니 천지가 암흑하며 하나[一着]를 놓아주니
비바람이 순조롭다. 그렇기는 하나 속된 기운이 아직 없어지지 않
았구나."
한 스님이 물었다.
"마음속의 시끄러움을 벗어버리려면 응당 옛 가르침을 보아야
한다 하는데, 무엇이 옛 가르침입니까?"
"천지에는 달이 밝고 푸른 바다엔 파도가 맑구나."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발밑을 보아야 한다."
"홀연히 넘실대는 큰 파도를 만났을 땐 어찌해야 합니까?"
"하나〔一着〕를 놓아주어 네거리에서 종횡무진할 때는 또 어떻
겠느냐?"
그 스님이 대뜸 악! 하고는 손뼉을 한번 치자 스님께서 말씀
하셨다.
"이 역전의 장수를 보라"
"풀을 쳐서 뱀을 놀래켰군요."
"그래도 모두가 알아야 한다."
스님께서 주장자를 잡아 세우면서 "하나가 모든 것이며 모든 것
이 하나이다[一卽一切 一切卽一]"하고는 한 획을 긋고 말씀하셨
다.
"산하대지와 천하의 노스님이 산산히 부서졌는데 무엇이 여러분
의 본래면목이냐?"

한참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칼은 공평하지 못한 일 때문에 보배 칼집을 떠나고,약은 병을
고치기 위해서 황금 병에서 꺼내진다."
악!하고 할을 한번 하고 주장자를 한 번 내려치더니 "참구하
라!" 하셨다.

11.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가을 비가 가을 숲을 씻으니 가을 숲이온통 비취빛이구나.
슬프다. 부대사(傅大士)여, 어느 곳에서 미륵을 찾느냐."

12.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박복하게도 양기산에 머문 뒤 해마다 기력이 쇠약해 간다. 찬
바람에 낙엽은 시들한데 그래도 옛친구 돌아오니 기쁘구나. 랄랄
라.
불 꺼진 나무토막을 끄집어내서 연기 나지 않는 불에다 던진
다."

13.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내게는 정통 종지가 없고, 발을 갈아 다같이 밥을 먹을 뿐이
다. 꿈을 말한 석가노인은 어디서 그 종적을 찾을까."
악!하고 할을 한번 하고 선상을 한 번 치더니 "참구하라!" 하

셨다.

14.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범부도 성인도 없는데 부처와 조사가 어찌 성립하랴. 대중들이
여, 맑고 평화로운 세계에서는 시장에서 멋대로 물건을 빼앗는 것
을 허락하지 않는다."

15.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내 잠시 머무는 집의 담벽은 헐어 침상 가득 진주빛 눈발 쌓이
니 목을 움츠리고 가만히 탄식해 본다."
그리고는 한참 잠자코 있다가 "나무 밑에 살았던 옛 어른을 돌
이켜 생각해 본다." 하셨다.


그 뒤 담주 운개산 해회사에 머물면서 남긴 어록
[後住潭州雲蓋山海會寺語錄]

서주(舒州) 백운봉(白雲峰)에서
법제자 수단(守端)이 편집함
1.
스님께서 흥화사(興化寺)에서 개당할 때 부주(府主) 용도(龍圖)
가 스님에게 소(疏)를 건네 주니 그것을 받아들고서 말씀하셨다.
"대중들이여, 부주 용도와 여러 관료가 여러분에게 제일의(第
一義諦)를 모두 설명했다. 여러분은 알아들었느냐. 알았다면 집과
나라가 편안하여 한 집안일 같겠지만, 몰랐다면 승정(僧正)에게
수고를 끼치노니, 승정은 표백(表白:唱導)에게 주어서 세상사람
이 알게 크게 읽도록 하라."표백이 소를 선포하고 나서 말하기를
"오늘은 훌륭한 관원(官員)들이 안개처럼 에워싸고 바다같은
대중들이 법회에 임하였습니다. 높은 중에서도 가장 높은 법문
[最上上乘]을 스님께서 베풀어 주십시오" 라고 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최상상승이라면 모든 성인도 비켜서야 하고 불조도 자취를 숨
겨야 한다. 어째서 그렇겠느냐. 그대들 모두가 옛 부처와 같기 때
문이다. 믿을 수 있겠느냐. 믿을 수 있다면 모두 흩어지거라. 흩
어지지 않는다면 산승이 여러분을 속일 것이다."
그리고는 드디어 법좌에 오라 향을 집어들고 말씀하셨다.
"이 향[一瓣香]으로 우리 황제의 성수(聖壽)가 길이 무궁하기를
축원합니다."
또 향을 들어올리고 말씀하셨다.
"이 향은 지부(知府) 용도와 그 관속들에게 올리노니 업드려 원
하옵건대 항상 국록을 받는 자리에 계시옵소서."
다시 향을 들고 말씀하셨다.
"대중들이여, 귀결점을 알았느냐. 모른다면 설명해 주어서 석상
산(石霜山) 자명(慈明)선사께서 법유(法乳)를 먹여 길러주신 은혜
에 보답하고자 하나 이제 나는 천지에 불 놓은 것을 면치 못하게
되었구나."
그리고는 마치매 향을 사루셨다.
정행대사(淨行大師)가 백추(白槌)를 치면서 말하기를 "법회에
모인 용상 대중은, 제일의(第一義)를 관찰해야 한다"고 하자 스님
께서 말씀하셨다.
"대중들이여, 이는 벌써 두번째 세번째에 떨어져버린 것이다.
여러분은 무엇 때문에 대장부의 기상을 자부하지 않느냐. 그렇지
않는 자는 의심이 있거든 질문하라."
그러자 한 스님이 물었다.
"옛날에 범왕(梵王)이 부처님께 법을 청하자 하늘에서 네 가지
꽃비가 내렸는데, 부주(府主)가 법회에 오셨으니 어떠한 상서가
있겠습니까?"
"조각구름은 산 앞에서 걷히고 소상강(瀟湘江)물결은 절로 잔잔
하구나."
"대중이 은혜를 입었으니 학인은 감사의 절을 올립니다."
"머리 끊긴 뱃사공이 양주(楊洲)로 내려가는구나."

한 스님이 물었다.
"군사를 매복하고 무기를 휘두르는 것은 묻지 않겠습니다만 오
늘 당장의 일을 어떻습니까?"
"내가 인간세계에 와서 이렇게 솜씨좋은 선지식은 처음 보았
다."
그 스님이 손으로 획을 한 번 긋자 스님께서 "몸을 양쪽에 나누
어 보라" 하셨다.
이어서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질문 있는 자는 나오너라. 모든 공양 가운데 법공양이 가장 수
승하다.
조사의 종지에 의거하여 법령을 내린다면 조사와 부처도 종적
을 숨기고 천하가 깜깜할 것인데, 어찌 여러분이 여기 서 있을 여
지를 용납하며 하물며 산승이 입을 벌리기를 기다리랴.
그렇긴 하나 우선 두 번째 기틀[第二機]에서라면 약간의 언어문
자를 설하고 큰 작용을 번거롭게 일으켜 움직이는 족족 완전한 진
실이다. 이미 진실이라 이름하나 진실을 여의지 않고 성립하였으
므로 그 자리가 바로 진실이다. 그러므로 그 자리에서 생겨나 그
자리에서 해탈함을 바로 여기서 알아야 하는데, 이를 '시끄러운
시장 속에서 찰간대에 오르니 사람들 모두가 그것을 본다'고 하는
것이다.
그대들은 말해 보라. 금과 금을 바꾸지 않는 한마디를 무어라고
해야겠는가.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거든 나와서 엎어지고 뛰어
보아라. 없다면 오늘은 내가 손해를 보았다.
그러나 이번에 나는 영광스럽게도 지부용도통판(知府龍圖通判)
과 여러 관속들로부터 운개산 도량에 머물러 달라는 청을 받았다.
이는 모든 관료의 원(願)이 깊고 커서 나라에 충신이 되어 법의
깃발을 세워서 위로 황제의 복을 장엄했다 할 만하다.
그러므로 모든 관속들은 산같이 장수를 누리면서 훌륭한 임금
을 길이 보좌하여 팔다리같은 신하가 되고 부처님의 시주가 되어,
모든 절의 큰스님과 법회에 모인 신도들과 함께 세세생생에 큰 불
사 짓기를 기원한다. 오랫동안 서 있느라 수고하였다. 몸조심하여
라."

2.
상당하여 말씀하시기를 "봄비가 골고루 적셔 주는데 한 방울 한
방울이 딴 곳에 떨어지지 않는다" 하더니 주장자를 들어서 한 번
치고는 말씀하셨다.
"알았느냐. 9년을 부질없이 면벽하니 늙어감에 더욱 마음만 고
달프구나."

3.
설날 아침에 상당하시자 한 스님이 물었다.
"묵은 해는 이미 섣달을 따라가버렸습니다. 오늘 새 봄의 일은

어떻습니까?"
"발우 속이 가득하구나."
"그렇다면 윤달은 3년에 한 번씩 오고 9월이면 중양절(重陽節)
이겠군요."
"들불이 타지 않아서 봄바람이 부니 다시 살아나는구나."
"제방(諸方)에 이 말씀을 꼭 전하겠습니다."
"이 운개의 말후구 한마디를 어떵게 말하려느냐?"
"칠구 육십삼입니다"
"말이나 외우는 놈아!"
이어서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봄바람은 칼같고 봄비는 기름[膏]과도 같아서 율령(律令)이 올
바로 시행되니 만물의 정이 움직인다. 그대들은 실제의 경지를 밟
는 한마디를 무어라고 말하겠느냐? 나와서 동쪽에서 솟고 서쪽에
서 잠기는 자리에서 말해 보아라. 설사 말한다 해도 양산(梁山)의
노래이다."

4.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이른 아침 맑음은 예나 지금이나 모두들 보아 왔는데 다시 어
떻냐고 묻는다면 역시 어리석은 사람이다."

5.
상당하여 말씀하시기를 "티끌 하나가 이니 온누리를 다 거둬들
인다"하더니 주장자를 잡아 세우면서 "이제 일어나는구나" 하셨


다.선상을 한 번 치고 말씀하셨다.
"산하대지가 여러분의 눈동자를 막아버렸다. 남에게 속지 않을
사람이 있거든 나와서 말해 보아라."
한참을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옥피리를 비껴 부니 천지가 요동하는데 이제껏 알아줄 이[知
音]를 만나지 못했구나. 참구하라."

6.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몸과 마음이 청정하면 모든 경계가 청정하고, 모든 경계가 청
정하면 몸과 마음이 청정하다. 이 늙은이의 귀결점을 알겠느냐?"
그리고는 말씀하시기를 "강뭉에다 돈을 빠뜨리고 물 속을 휘젖
는구나" 하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7.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나의 이 일은 밤송이나 부들[蒲]을 삼키듯 선(禪)을 설명하는
것과는 다르다. 여기서 알아낸다면 불법이 천지처럼 현격하게
다르리라."

8.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삼춘(三春)이 끝나려 하니 사해(四海)가 맑게 트이고, 바람이
잠잠해져 물결이 고요하구나. 이런 줄 아는 사람이 있다면 말해


보라. 긴 것을 가지고 짧은 것에 보태는 한마디를 무어라 하겠느
냐?"
한참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검은 바람은 큰 바다를 몇 번이나 뒤집었는가. 이제껏 고깃배
기우뚱했다는 말을 듣지 못했네. 참구하라."

9.
상당하여 주장자를 잡고 한 번 내려치더니 말씀하셨다.
"대중들이여, 달마에게 참다운 소식이 있다해도 그것은 여러분
을 두 번째 기틀에 떨어뜨리는 것이다. 참구하라."

10.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날이 잠깐 개이니 물물이 화창하게 퍼진다. 발걸음을 드니 천
신(千身)의 미륵이요, 움직이며 작용하니 곳곳마다 석가인데, 문
수와 보현이 다 여기에 있다. 대중 가운데 남에게 속지 않을 사람
이 있거든 말해 보아라. 나는 밀기울까지 국수로 판다. 그렇긴 하
나 포대 속에 송곳을 가득 담았구나."

11.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말 있음과 말 없음은 등넝쿨이 나무를 의지함과 같으니 문수와
유마는 손을 놓고 되돌아 간다. 내가 이렇게 말한다 해도 금길[金
路]에 땜질하는 것을 보는 것과 같다. 여기에 한마디가 더 있으니

잘못 꺼내지 말라."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12.
상당하여 말씀하시기를 "하하하, 이것이 무엇이냐? 큰방 안에
서 차나 마시거라" 하더니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13.
상당하여 주장자를 던지고는 말씀하셨다.
"석가노인이 가부좌를 하고 내가 횡설수설하는 것을 몰래 비웃
는다. 그렇긴 하나 세상은 공평하여 부지런함을 가지고 못난 것을
보완한다. 참구하라."

14.
관료들의 모임에 참석하고 절로 돌아와서 상당하여 말씀하셨
다.
"석가느인이 선봉이 되고 미륵보살이 뒤를 따른다. 대중 가운데
힘을 쓸 수 있는 자가 있느냐? 나와서 내게 그 힘을 보여다오.
없다면 내가 스스로 신통을 보이겠으니 사나흘 드나들면서 보아
라.
수좌와 대중들이여, 말해 보라. 여기에도 막히고 걸릴 도리가
있는가? 그대들이 승당 안에서 발우를 펼 땐 그대들과 함께 펴
고, 졸 땐 그대들과 함께 졸며, 서 있을 땐 그대들과 함께 서 있
다. 키 큰 사람은 법신이 길고, 키 작은 사람은 법신이 짧다. 미
륵의 운용과 가고 옴이 어느 곳인들 간격이 있으랴. 그렇기는 하
나 말해 보라. 내가 뱃머리에 있느냐, 배 끝에 있느냐? 대중 가
운데 간파해낸 영리한 납승이 있느냐?"
한참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사람마다 평지에서는 험하다고 하나 누각에 오르고서야 먼 산
이 푸름을 깨닫는다[人人盡道平地險 登樓方覺遠山靑]. 참구하라."

15.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눈이 와서 그 어디나 눈이 부시게 깨끗한데 황하수는 꽁꽁 얼
어 실오라기만한 흐름도 끊겼다. 빛나는 햇빛 속에서 매서움[烈]
을 쏟아내야만 하니, 매서움을 쏟아냄이여. 나타(那陀 : 비사문
天)의 머리 위에서 가시덩쿨을 먹고 금강역사의 발 아래서 피를
흘려낸다. 참구하라."

16.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저울추를 밟으니 무쇠처럼 딱딱한데 벙어리는 꿈을 꾼들 누구
에게 말하랴. 수미산 꼭대기에는 물결이 하늘까지 넘실대고 큰 바
다 밑바닥에선 뜨거운 불을 만났다. 참구하라."

17.
상당하여 선상을 한 번 치고는 말씀하셨다.
"강호의 오뉴월 그리워하지 말고 낚싯줄 거두어 돌아가거라."
18.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나는 선이 무엇인지는 모르고 그저 먹고 자기를 조하할 뿐이
다. 진동하는 하늘의 우뢰를 쳐서 움직인다 해도 그것은 반푼어치
도 못된다."

19.
상당하여 말씀하시기를 "한마디에 몸을 바꿀만한 옛사람의 한
마디 공안을 들어 대중에게 보시하노라" 하더니, 한참을 잠자코
있다가 "입은 그저 밥 먹기 만을 좋아할 뿐이로구나" 하셨다.

20.
양기 전(楊岐詮) 노스님이 찾아오자 스님이 상당하여 말씀하셨
다.
"꽃을 들어 부촉하니 당사자[當人]를 굴복시켰고, 면벽 9년에
오랑캐가 중국말 하니 당사자들로서는 천지를 휘어잡았다. 말해
보라. 무엇이 천지를 휘어잡는 한마디인가?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느냐. 없다면 내가 손해를 보았다."

21.
양전제형(楊 提刑)이 산 아래를 지나가자 스님께서 나아가 맞
이하였더니, 제형이 물었다.
"스님께서는 누구의 법을 이었습니까?"
"자명(慈明)대사를 이었습니다."
"무슨 도리를 보았기에 그분의 법을 이었습니까?"
"같은 발우에 밥을 먹었습니다."
"그렇다면 보지 못했군요."
스님이 무릎을 누르면서 말하였다.
"어느 점이 보지 못했다는 것입니까?"
양전제형이 크게 웃자 스님이 말씀하시기를 "제형이라야 되겠
소" 하였다.
다시 "절에 들어가 향을 사루시지요" 하니 양전제형은 "기다려
주십시오. 돌아가겠습니다" 하였다.
그리하여 스님께서 차와 글을 드리니 양전제형이 말하였다.
"이런건 되려 필요치 않습니다. 무슨 무미건조한 선[乾 底
禪]이 있기에 약간만 보기도 힘드는지요?"
스님께서 차와 글을 가르키며 말씀하셨다.
"이것도 필요치 않다면서 더구나 무미건조한 선이겠습니까?"
양전제형이 머뭇거리자 스님께서 게송을 지으셨다.

왕신(王臣)으로 나타내보이니 불조가 어찌할 바를 모르네
미혹의 근원은 지적하려고 숱한 사람을 죽였다네.
示作王巨佛祖罔措 爲指迷源殺人無數

그러자 양전제형이 말하기를 "스님은 무엇 때문에 자신을 겁탈
하십니까?" 하니 스님께서 "원래 우리집 사람이었군" 하셨다. 양
전제형이 크게 웃자 스님께서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셨다.


22.
만수(萬壽)스님이 먼저 도착하고 이어서 편지가 이르자, 스님께
서 물었다.
"만수봉(萬壽峰) 앞의 사자후를 이 사람〔當人〕이 되받아치느
일은 어떠한가?"
"펄쩍 뛰어 33천에 오릅니다."
"그렇다면 내게 당장 들킬 것이다."
"좀도둑이 크게 패했습니다."
"두번 간파하지는 않을 터이니 앉아서 차나 마시게."

23.
용흥(龍興)의 자(孜) 노스님이 돌아가시자 한 스님이 편지를 가
지고 오니 스님께서 물었다.
"세존께서는 입멸하여 곽에 두 발을 보이셨는데, 스님께서는 돌
아가시면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더냐?"
그 스님이 말이 없자 스님이 가슴을 치면서 "아이고! 아이
고!" 하였다.

24.
자명스님이 돌아가시자 한 스님이 편지를 가지고 왔다. 스님께
서는 대중을 모으고 초상화를 걸어놓고 장례를 거행하려 하셨다.
스님께서 초상화 앞에 이르시더니 좌복을 들고서 "대중들이여, 알
겠는가?" 하시고는 이윽고 초상화를 가르키면서 말씀하셨다.
"내가 지난날 핼각할 때 이 노스님께서 120근이나 되는 짐을 내
몸 위에 놓아 두셨는데 지금은 천하태평을 얻었다."
대중을 돌아보시면서 "알겠느냐" 하였는데 대중이 말이 없자 스
님께서는 가슴을 치면서 말씀하셨다.
"아아, 슬프다. 바라옵건대 맘껏 드시옵소서."

25.
자명스님의 제삿날에 재를 열어 대중이 모이자 스님께서는 초상
화 앞으로 나아가셨다. 두 손으로 주먹을 모아 머리 위에 얹고,
좌복으로 한 획을 긋더니 일원상(一圓相)을 그리셨다. 이어서 향
을 사루고는 세 걸음을 물러나 큰절을 하시니 수좌가 말하였다.
"괴이한 짓을 날조하지 마십시오."
"그대는 어떻게 하겠는가?"
"스님께선 괴이한 짓을 날조하지 마십시오."
"토끼가 소젖을 먹는구나."
제2좌(第二座)가 앞으로 나가 일월상을 그리고 이어서 향을 사
루고는 역시 세 걸음을 물러나 큰절을 하자, 스님께서는 그 앞으
로 가서 듣는 시늉을 하셨다. 제 2좌가 무어라고 하려는데 스님께
서 뺨을 한 대 치고는 "이 칠통이 횡설수설하는구나" 하셨다.

26.
무천(武泉)의 상(常) 노스님을 전송하러 문을 나왔다가 물으셨
다.
"문을 나셨으니 고향에 돌아갈 생각이겠는데, 집에 도착하는 한
마디를 무어라고 말하겠습니까?"
"스님께선 주지나 잘 하시오."
"이렇다면 몸이 쓸쓸한 그림자를 따라가며 발이 크니 짚신도 널
찍하겠군요."
"스님께서 밭이나 잘 갈아두시오."
"토끼가 언제 굴을 떠난 적이 있었습니까?"

27.
하루는 신참승 셋이 찾아왔는데 스님께서 "세 사람이 같이 길을
가면 반드시 지혜로운 이가 있다…하였는데" 하고는 좌복을 들고
말씀하셨다.
"참두(參頭 : 수좌)는 이것을 무어라고 부르겠느냐?"
"좌구(坐具)입니다."
"참말이겠지."
"그렇습니다."
"이것을 무어라고 부르겠느냐?"
그 스님이 "좌구입니다" 하자 스님께서는 좌우를 돌아보더니
"참두가 되려 안목을 갖추었구나" 하고는 다시 제2좌에게 물으셨
다.
"천리길을 가려면 한 걸음이 최초가 된다 하는데 무엇이 최초의
한 마디이더냐?"
스님께서 한 손으로 한 획을 긋자 그 스님은 "끝났습니다[了]"
하였다. 스님께서 두 손을 펴자 그 스님이 무어라 하려는데 스님
께서 "끝났다" 하셨다.

다시 제3좌에게 물으셨다.
"요즈음 어디서 떠나 왔느냐?"
"남원(南源)에서 왔습니다."
"내가 오늘 그대에게 간파당했구나. 우선 앉아서 차나 마시게."

28.
하루는 신참승 일곱 명이 찾아오자 스님께서 물으셨다.
"진이 완벽하게 쳐졌는데 솜씨좋은 장수는 무엇 때문에 진을 나
와 겨뤄보지 않느냐."
한 스님이 좌구로 갑자기 후려치자 스님께서 "훌륭한 장수로군"
하셨다. 그 스님이 다시 후려쳤더니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한 좌
구, 두 좌구 해서 어쩌자는 것이냐?"
스님들이 무어라 말하려는데 스님께서 등을 돌리고 섰다. 그가
다시 후려치니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말해 보라. 내 말이 어디에 귀결되는가."
그 스님이 얼굴을 가르키면서 "여기 있습니다" 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30년 뒤에 눈 밝은 사람을 만나거든 잘못 들먹이지나 말아라.
우선 앉아서 차나 마시거라."

29.
하루는 도오산의 공양주 스님이 편지를 가지고 오자 스님께서
물으셨다.
"봄비가 잠시도 쉬지 않고 내리느데 물흐름〔波瀾〕을 거슬리지
말고 한번 말해 보아라."
"편지를 조금전에 이미 전해드렸습니다."
"이것은 도오 것이고, 저것은 화주(化主) 것이로구나."
공양주가 가르키면서 "봄비가 계속 옵니다" 하자 스님께서는 손
뼉을 치며 크게 웃더니 말씀하셨다.
"반푼어치도 안되는군."
공양주가 대뜸 악! 하고 고함을 치자 스님이 말씀하셨다.
"이 눈먼 놈아, 조금전에 반푼어치도 안된다고 했는데 그렇게
악을 써서 무얼 하려느냐."
공양주가 손뼉을 한 번 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우선 앉아서 차나 마시게."

30.
하루는 석상산의 공양주 스님이 오자 스님께서 물으셨다.
"정벌하러 가는 장수가 길을 빌려 지나가는구나. 방비가 이미
완벽한데 무엇 때문에 나와 한판 붙어보지 않느냐."
"지난날엔 도중에서 잘못 찾았더니 오늘은 노련한 선지식을 친
견하는군요."
"내 우선 조금만 싸움을 걸겠다."
공양주가 별안간 악! 하고 고함을 치자 스님께서는 "그렇게 허
둥지둥해서 무얼 하려느냐" 하셨다.
공양주가 좌구를 가지고 한 획을 긋자 스님께서 "재가 끝나고
종을 치는구나" 하셨다.
공양주가 "허(噓)!" 하자, "이것일 뿐 다시 더 있겠느냐" 하셨
는데 공양주가 말이 없자 스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패전한 장수는 목을 베지 않는 법이다. 우선 앉아서 차나 마
셔라."

31.
스님께서 한 스님에게 물으셨다.
"양기산에 오는 길은 험한데 어떻게 귀한 걸음을 하셨습니까?"
"스님께선 다행히도 대인이십니다."
"에, 에〔 〕."
"스님께선 다행이도 대인의 스승이십니다."
"나는 요즈음 귀가 먹었다. 우선 앉아서 차나 마셔라."

32.
스님께서 한 스님에게 물으셨다.
"가을 빛이 완연한데 아침에 어디서 떠나 왔느냐?"
"지난 여름에는 상람사(上覽寺)에 있었습니다."
"앞길을 밟지 않는 한마디를 무어라고 말하겠느냐?"
"두겹의 공안이군요."
"그대의 대답이 고맙네."
그 스님이 별안간 악! 하고 고함을 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디서 이런 헛것을 배웠느냐?"
"눈 밝은 큰 스님은 속이기 어렵군요."
"그렇다면 내가 그대를 따라가리라."
그 스님이 무어라 하려는데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고향 사람인 것을 생각해서 30대만 때리겠다."

33.
스님께서 한 스님에게 물으셨다.
"구름은 깊고 길은 험한데 어떻게 귀한 걸음을 하셨습니까?"
"하늘은 사방에 벽이 없습니다."
" 짚신 꽤나 닳렸겠군."
그 스님이 별안간 악! 하고 고함을 치자 스님께서 "한번,두번,
할을 해서 어쩌자는 것인가?" 하셨다. 그 스님이 "그대는 이 노승
을 보아라" 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주장자도 없잖아! 우선 앉아서 차나 마시게."

34.
스님께서 한 스님에게 물으셨다.
"ㅆ은 낙엽더미가 구름처럼 쌓였는데 아침에 어디서 떠나 왔느
냐?"
"관음사(觀音寺)에서 왔습니다."
"관음의 발밑을 한마디로 무어라고 말하겠느냐?"
"조금전에 이미 만나 보았습니다."
"만나 본 일은 어땠느냐?"
그 스님이 말이 없자 " 제2좌가 참두(參頭)수좌 대신 일러 보아
라" 하셨는데 또 대답이 없자 "피차 서로를 바보로 만드는구나"
하셨다.

35.
하루는 신참승 여덟 명이 찾아오자 스님께서 물으셨다.
"일자진(一字陣)이 완벽하게 쳐졌는데 솜씨가 좋은 장수는 무엇
때문에 진을 나와서 나와 겨뤄보지 않느냐?"
한 스님이 말하였다.
"스님께서는 말을 돌이켜 보십시오."
"나는 오늘 말[馬]을 껴안고 깃대를 끌겠다."
"새로 계를 받은 이가 후퇴를 알리는 북을 칩니다."
"말해 보아라"
그 스님이 머뭇거리자 다시 "말해 보아라" 하셨는데 그 스님이
손뼉을 한번 치자 "그대의 대답에 감사하네" 하셨다.
그 스님이 대답이 없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장수가 용맹하지 못하면 화가 삼군(三軍)에 미친다. 우선 앉아
서 차나 마시게."















양기 방회스님 어록에 제(題)한다.







양기산 방회 노스님
세 다리 나귀를 타고
물빛 암소떼 속에 들어가
고삐잡고 소를 끌었네
밭에다 씨앗 뿌려
밥을 먹고
옥피리 비껴 불며
밤과 포〔栗浦〕를 배불리 먹으니
사십 년 이래로
총림에서 대단하게 여겼네
듣지도 못했는가
3세 모든 부처님이 꿈을 말하였고
제방의 큰 스님도 꿈을 말했다 한 것을
이는 양기스님이 당일 하신 말씀이나
스님 자신은 꿈을 꾼 뒤에
다시 깨었는지는 모르겠네
맑은 가풍을 다시 진작하고
옛 법령을 거듭 시행하려는가
눈 밝은 사람이라면
이 어록을 한번 볼 일이다.

원우 3년(元祐 3 :1088) 입춘(立春)일
무위자 양걸(無爲者楊傑)이 망해루(望海樓)에서 쓰다.
















양기방회 화상 후록
(楊岐方會和尙後錄)





1.
스님께서 처음 절에 들어가 개당하실 때 소(疏)를 선포하고
나서 말씀하셨다.
"대중들이여, 여러분이 해산해버린다 해도 벌써 두 번째 세
번째에 떨어질 것이며, 해산하지 않는다면 오늘 여러분에게 새
빨간 거짓말을 하리라.

의양(宜陽)에 물이 수려하니 부평초가 초강(楚江)에 가득하
다[宜陽秀水 萍實楚江]."

드디어 법좌에 올라 향을 들고 말씀하셨다.
"이 향이 하나로 우리 황제 천년토록 성수(聖壽)를 누리시고
불일(佛日)이 영원히 창성하기를 받드옵니다. 다음 향 하나로는
주현의 관료와 신심있는 신도들을 위해 바칩니다.
이 향의 귀착점을 여러분은 아느냐? 귀착점을 안다면 더 이상
두입술을 벌릴 것이 없겠지만, 모른다면 먼저는 남원(南源)에 머
물렀고, 다음으로 석상(石霜)에 머물렀으며, 지금은 담주의 흥화
선사(興化禪寺)에 머무는 분을 위한 것이다.여러분은 흥화선사를
아느냐? 모른다면 윗 조사에게 느끼침을 면치 못하리라."
그리고는 가좌부를 하고 앉았다.
유나(維那)가 백추(白槌)를 친 후에 말씀하셨다.
"벌써 제2의(第二義)에 떨어졌구나. 대중들이여 그냥 해산
했다면 그래도 좋았으려만 이미 해산을 하지 않았으니 의심이
있거든 질문하라."
한 스님이 물었다.
"스님께선 어느 집안의 곡조를 부르며 누구의 종풍을 이으셨
는지요."
"강 건너서 북을 치니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흥화의 맏이며 임제의 자손이시군요."
"오늘은 재가 있으니 경찬(慶讚)을 베풀겠다."
스님께서 이어서 말씀하시기를 "다시 질문할 자가 있느냐?
그러므로 모든 공양 가운데 법공양이 가장 수승하다 하였다"
하시고는 한참을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백천의 부처님들과 천하의 노스님들이 세간에 출현하여 모든
사람의 마음을 곧장 지적하여 견성성불하게 하였다. 여기에서 알
아낸다면 백천의 모든 부처님과 자리를 함께 하려니와[同參]여기
에서 알아내지 못한다면 내가 구업 짓는 일을 면치 못하리라.
더두나 여러분은 영산회상에서 부처님의 부촉을 받은 사람이니
어찌 스스로 퇴굴하려 하는가. 그래도 기억하는 사람이 있으면 말
해 보라. 영산의 마지막 한마디〔末後一句〕를 무어라고 해야겠느
냐? 기억하지 못한다면 오늘은 낭패를 보았다.
나는 그저 '방회'로서 구름 깊은 곳에 못난 자신을 숨기고
대중을 따라 세월이나 보내고 싶었으나 군현의 관료들뿐만 아
니라 신도들도 모두 3보(三寶)를 숭상하여 부처님의 수명을 잇
고 법이 오래 머물도록 하기 위해 산승에게 이 절에 주지하게
하였으니 역시 작은 인연이 아니다. 터럭만큼의 착함을 다하여
위로는 황제의 만세를 축원하고 재상들의 천추를 빈다.
대중들이여 말해 보라. 오늘 일은 어떤가?"
한참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내년에 새 가지가 돋아나 쉴새없이 봄바람에 흔들리리니 기
다려 볼 일이다."

2.
상당하자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머리는 이고 있으나 책은 짊어지지 않았다."
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마음이 생기면 갖가지 법이 생기고
마음이 없어지면 갖가지 법이 없어진다 하였다" 하고는 주장자
를 들어 한 번 치더니 말씀하셨다.
"대천세계에 산산이 부서졌다. 발우를 들고 향적세계(香積世
界)에서 밥을 먹어라."


3.
상당하자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움직이지 않는 분[不動尊]입니까?"
"대중들이여, 일제히 힘쓰도록 하여라."
"그렇다면 향과 등불이 끊이지 않겠군요."
"다행이 관계가 없다."
스님께서 다시 말을 이으셨다.
"모든 법이 다 불법이어서 법당은 절문[三門]을 마주하고,
승당은 부엌을 마주하고 있다. 이것을 알았다면 주장자와 발우
를 걸머지고 천하를 마음대로 다녀도 되겠지만 모른다면 다시
면벽(面壁)을 하도록 하라."

4.
상당하자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부처입니까?"
스님께서는 "도둑질도 사람이 하는 것이다" 하고는 다시 말
씀하셨다.
"만법은 마음의 빛이며 모든 인연은 다만 본성의 밝음이라.
미혹한 이 깨달은 이가 본래 없음을 이 자리에서 알면 될 뿐이
니, 산하대지에 무슨 허물이 있으랴. 산하대지와 눈앞에 있는
법 모두가 여러분의 발꿈치 아래 있으나 스스로가 믿지 않을
뿐이니, 가히 옛날의 석가가 이전 사람이 아니며 지금의 미륵
이 뒷사람이 아니라 하겠다.
그러나 이런 나를 두고 모자를 사놓고 머리를 맞춰본다[買帽
相頭]하리라."

5.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마음은 6근(六根)이며 법은 6진(六塵)이다. 이 두 가지는
마치 거울에 낀 때와 같아서 때가 다할 때 빛이 비로서 나타나
듯, 마음과 법을 둘 다 잊으니 성품 그대로가 진실이다."
그리고는 선상을 손으로 한 번 치고는 말씀하셨다.
"산하대지가 어디에 있느냐. 자, 남에게 속지 않을 한마디를
무어라고 하겠느냐? 말할 수 있다면 네거리에서 한마디 해 보
아라. 없다면 내가 오늘 손해를 보았다."

6.
상당하여 "힌 티끌 일기만 하면 온누리를 다 거둬들인다" 하
더니 주장자를 잡아 세우면서 말씀하셨다.
"수미산 위에서 말을 달리고 큰 바다 속에서 깡충 뛰나 시끄
러운 시장 가운데 홀연히 이것에 부딪치고서야 사람들은 그것
이 있음을 안다.
말해 보라. 깜깜한 속에서 바늘을 뚫는 한 구절을 무어라고
하겠는가?"
한참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평소에 입을 자주 열려 하지 않음은 온몸에 누더기를 입었
기 때문이다."

7.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마음은 만가지 경계를 따라 바뀌는데, 바뀌는 그곳은 실로
오묘하고 흐름 따라 본성을 알아내니 기쁨도 근심도 없다."
다시 말씀을 이으셨다.
"천당 지옥이 그대들 머리를 덮었고, 석가노인이 그대들 발
꿈치 아래 있다.
밝음을 마주하고 어둠을 대하고서야 사람들은 그것이 있는
줄 아니 시끄러운 시장 안에서 콧구멍을 붙들어 오너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내 앞에 나와서 한번 기상을 뿜어 보라. 없다
면 내가 오늘 손해를 보았다."

8.
상당하자 한 스님이 물었다.
"조사가 면벽했던 뜻이 무엇이니까?"
"인도 사람은 당나라 말을 모른다."
"어제는 비가 내리더니 오늘은 하늘이 개었구나 하는 정도는
사람들도 말할 수 있습니다. 스님께서는 격식을 벗어난 한마디
를 해 주십시오."
스님께서 두 손으로 무릎을 누르며 앉자 그 스님이 말하였다.
"힘을 다해서 말했으나 반쯤 밖에 안되는군요."
"몸을 두 곳에 나누고 보라."
그 스님이 시자를 가르키면서 말하였다.
"스님께서는 무엇 때문에 신을 신지 않으셨습니까?"
스님께서 "이 칠통아!" 하자, 그 스님은 절을 하고 대중에
게로 돌아갔다. 이어서 스님께서 들려주셨다.
"외도가 부처님께 물었다. '말이 있음도 묻지 않고 말이 없
음도 묻지 않겠습니다' 하니 세존께서 한참 말없이 계시자 외
도가 찬탄하였다. '세존께서는 대자대비하시어 저의 미혹의 구
름을 열어주셔서 저를 깨닫아 들게 하셨습니다.'
외도가 떠난 뒤에 아난이 세존께 묻기를 '외도는 무엇을 보았기
에 자기를 깨달아 들게 하였다고 하였습니까?' 하니 세존께서 말
씀하셨다. '세간에서 훌륭한 말은 채찍 그림자만 보고도 간다.'"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도오사형(道吾師兄)은 말하기를 '세존의 한 눈은 3세에 통
하고, 외도의 두 눈동자는 다섯 하늘을 뚫었다' 하였는데, 도
오사형이 훌륭하긴 훌륭하다만 어떻게 옛 사람과 함께 기상을
토해내겠는가.
나는 말하건대 금과 놋쇠를 가려내지 못하고, 옥인지 돌인지
를 분간하지 못했다고 하리라.
대중들이여, 알고자 하는가. 세존께서는 자기를 돌보지 아니
하고 남을 위했으며, 외도는 재를 차려놓은 김에 축사를 한마
디 하였다."
주장자를 한 번 내려치고 악! 하고 할을 한 번 하였다.

9.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묘하고 담담한 법문[總持]이신 부동존(不動尊), 세간에 희유하
신 수능엄왕(首楞嚴王)이시여. 억겹토록 쌍아온 저의 뒤바뀐 생각
을 녹이시어 아승지겁을 거치지 않고 법신를 얻게 하여지이다."
그리고는 주장자를 들고 말씀을 이으셨다.
"주장자가 어찌 법신이 아니랴. 그대들은 알겠는가. 내가 오늘
진창에서 자빠지고 구르고 하는 것은 그대들의 머리통을 밀가루
푸대 속에 처넣기 위해서이다. 30년 뒤에 눈 밝은 이 앞에서 이
이야기를 잘못 들먹이지 말아라."
주장자를 한 번 내려치고 악! 하고 할을 한 번 하였다.

10.
상당하여 말씀하시기를 "모든 것을 아는 지혜[一切智]는 통하여
막힘이 없다" 하고는 주장자를 잡아 세우면서 말씀하셨다.
"주장자가 여러분의 면전에서 굉장한 신통을 드러내는구나."
이어서 주장자를 던지면서 말씀하셨다.
"곧장 천지가 진동하며 찢어지고 대지가 여섯 번 요동하였다.
듣지도 못하였느냐. 모든 것을 아는 지혜는 청정하다 함을."
다시 선상을 손으로 한 번 치더니 말씀하셨다.
"30년 뒤에 눈 밝은 사람 앞에서 내가 용두사미(龍頭蛇尾)였다
고 말하지 말라."

11.
상당하여 말씀하시기를 "비오고 천둥 칠 기세에 만물이 일어나
는구나"허더니 주장자를 잡아 세우면서 말씀하셨다.
"대중들이여 말해 보라. 이것이 무엇이냐?"
한참을 잠자코 있다가 "늙은 어부는 하루종일 부질없이 낚시 드
리웠다가 낚시줄을 거두어 되돌아가네" 하고는 주장자로 선상을
한 번 치고 "참구하라" 하셨다.

12.
상당하자 한 스님이 물었다.
"스님께서 보좌(寶座)에 오르시니 사부대중이 법회에 임하였습
니다. 서쪽에서 오신 뜻을 분명하고도 정확히 스님께서는 드러내
[擧唱] 주십시오."
"구름이 걷히니 산악이 수려하고 물이 흘러드니 사해가 드넓
다."
"이 한마디는 오늘 스님의 가르침을 받아 이제껏 듣지 못했던
것을 들었습니다."
"발꿈치 아래의 한마디는 무어라고 말하겠느냐?"
"3배를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우리에게 스님의 기봉을 드러내겠
습니까?"
"다시 무슨 일이 있느냐?"
그 스님이 절을 하자 스님께서는 "이 스님의 말을 기억하라" 하
셨다.
또 물었다.
"옛 성인에게는 팔만사천의 법문(法門)이 있어 문마다 진리를
본다 하였는데, 학인은 무엇 때문에 부딪치는 곳마다 막힙니까?"
"왜 스스로 퇴굴하느냐."
"긴요한 점을 스님께서 드러내 주십시오."
"노주(露柱)가 깡충 뛰어 33천에 오른다."
"법당을 잡고 앞산으로 가버리면 발꿈치 아래서 서천까지는 거
리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나는 그대의 질문에 나가떨어졌다."
"솜씨 좋다[無鼻孔 : 흔적을 남기지 않음] 하였더니…."
"30년 뒤에 스스로 얼굴이 붉어지리라."
스님께서 말을 이으셨다.
"'바람은 나뭇가지를 울리지 않고 비는 흙덩이를 때리지 않는구
나' 하였는데, 이는 속인의 경계[時節]이다. 어떤 것이 경계에 상
응하는 구절이냐?"
그리고는 선상을 한 번 내려치고는 "그저 미륵이 하생할때까지
기다려라" 하셨다.

13.
상당하자 한 스님이 물었다.
"호부(虎符 : 구리로 호랑이 모습을 만든 거으로 군사를 징발하
는데 쓰는 도장)와 금인(金印 : 장군이 쓰는 금으로 만든 도장)을
스님께서 몸소 쥐셨으니 나라가 흥하고 망하는 일은 어떠한지요?"
"장군이 명령을 거행하지 않는다."
"장막 안에서 계획을 세우는 일은 스님이 아니면 누가 하겠습니
까?"
"금주(金州)의 객(客)이 하지."
"다행히도 인간, 천상을 마주하였으니 굉장한 일을 구경하고 싶
습니다."
"내 콧구멍이 그대 손아귀에 있구나."
"제 목숨도 스님 손에 있습니다."
"너는 괜히 깡충거려 무엇 하려느냐?"
"언덕을 내려오면서 달리지 않으면 빠른 속도를 얻기 어렵습니
다."
그리고는 손뼉을 한 번 치고 절을 올리니 스님께서는 "이 한 사
람의 장근을 보아라" 하셨다.
그리고는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바람과 서리는 대지를 긁어대고 차가운 낙엽은 허공에 나부끼
는데 봄날 인연에 끄달리지 말고 본래면목을 가져 오너라."
그리고는 선상을 손으로 한 번 치더니 말씀하셨다.
"내년에 다시 새가지가 돋아나 봄바람에 쉴새없이 흔들리리니
기다려 볼 일이다."

14.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내게 비결이 하나 있어 범부와 성인의 길이 끊겼으니 유마거사
는 까닭없이 많은 말을 하였구나."

15.
상당하자 공양주 스님이 물었다.
"눈길이 아득한데 어떻게 인도해야 합니까?"
"안개가 수려한 천 산을 둘러쌌으니 구불구불 길 가는 사람에게
물어서 간다."
"홀연히 스님의 뜻을 묻는 사람이 있으면 무어라고 말해 주어야
합니까?"
"큰 들판엔 봄빛이 분명하나 바위 앞은 꽁꽁 얼어 녹지 않았
다."
그 스님이 일월상을 긋고는 "홀열히 이런 사람을 만나면 또 어
떻게 하시렵니까?" 하니 스님께서 얼굴을 비틀었다.
그 스님이 무어라 하려는데 스님께서 악! 하고 할을 한 번 하
고는 말씀하셨다.
"어디로 가려느냐?"
그 스님이 큰 절을 하자, 스님께서는 "돌아오면 너에게 30대를
때려야겠구나" 하셨다.
스님께서 계속하여 "내가 명령하는 것은 이미 말 이전에 있다.
어떤 것이 올바른 법령이더냐?" 하더니 악! 하고 할을 한 번 하
고는 바로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16.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물수리[ ]를 떨어뜨리는 화살과 교룡을 베는 칼에 주전장수는
스스로 패하여 말을 껴안고 깃대를 끈다. 집안이 편안하고 나라가
선 곳에서 한마디 할 사람이 있느냐?"
한참을 잠자코 있다가 "태평은 본래 장군이 이룩하는 것이나 장
군에게는 태평성대 보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하시고는 악! 하
고 할을 한 번 내질렀다.


17.
상당하자 세속의 선비가 물었다.
"사람의 왕과 법이 왕이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나누겠습니까?"
"낚시배 위의 사씨네 셋째 아들[謝三郞]이다."
"이 일은 이제 스님의 가르침을 받았습니다만 운개 가풍의 일은
어떻습니까?"
"머리에 두른 삼베모자를 벗어 술 값을 치른다."
"홀연히 손님이 찾아오면 어떻게 대접해야 합니까?"
"두잔, 석잔, 한가한 일이니 취한 뒤에는 주인이 남을 웃길 것
이다."
스님께서 이어서 말씀하시기를 "모든 법이 다 불법이다" 하고는
선상을 손으로 한 번 내려치며 말씀하셨다.
"하늘을 한 바퀴 도는 매[ ]는 무엇과 같이 생겼는가. 만리에
구름 한 점만이 떠 있구나."

18.
상당하여 손으로 선상을 치고는 말씀하셨다.
"대중들이여, 낚시대가 다 쪼개져 대나무를 다시 재배하려는데
일하는 것을 계산하지 않아야 바로 쉴 수 있다."

19.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가이없는 국토에 나와 남이 털끝만큼도 떨어져 있지 않고, 십
세고금의 처음과 끝이 지금 당장의 생각을 여의지 않았다."
선상을 손으로 한 번 치고는 말씀하셨다.
"석가노인은 나이가 몇이나 되었는지 아느냐? 알았다면 인간천
상에 자유롭게 출입하겠지만, 모른다면 내가 말해 주겠다. 여래는
2천년."

20.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하늘 땅 붙잡기를 몇 만번이었던가. 문수 보현이 어찌 볼 수
있으랴. 오늘은 그대들을 위해 거듭 설명해 주노니 남산에서는 자
라코 독사를 잘 살필 일이다."
주장자로 한 번 내려쳤다.

21.
상당하여 말씀하시기를 "하나가 일체[一卽一切]요, 일체가 하나
[一切卽一]이다" 하고는 주장자를 잡아 세우더니 말씀하셨다.
"산하대지를 삼켜버렸으니 과거 미래의 모든 부처님과 천하의
노스님이 모조리 이 주장자 끝에 있다."
주장자로 한 획을 긋고는 "할(喝) 한 번도 필요치 않다" 하셨
다.

22.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내가 화살을 전하여 명령을 내리니 석가노인이 선봉을 서고,
보리달마가 보리가 되어 진(陣)의 형세가 이미 완벽하니 천하가
태평하구나. 말해 보라. 걸음을 떼지 않는 한마디를 어떻게 말하
겠느냐?"
한참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한 가지 일을 겪지 않으면 한 가지 지혜가 자라나지 않는다.
참구하라."

23.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하늘은 하나[一]를 얻어 맑고, 땅은 하나를 얻어 편안하며, 군
왕은 하나를 얻어 천하를 다스린다. 납승은 하나를 얻어 무얼 하
겠느냐?"
한참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발우 입이 하늘을 향하였다.

24.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마음이 만가지 경계를 따라 변하는데 변하는 곳은 실로 깊고
묘하다."
선상을 한 번 치고는 말하였다.
"석가노인이 초명( 螟)벌레에게 잡혀 먹혔다. 기쁘다! 천하가
태평해졌구나."
그리고는 악!하고 할을 한 번 내질렀다.
25.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때맞은 비가 주룩주룩 내려 농사꾼의 마음을 기쁘게 하고 물물
마다 찬란하니 금을 금과 바꿀 필요가 없다. 참구하라."

26.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이 법이 법의 자리에 머물러 세간의 모습이 항상하다.석가노인
의 콧구멍은 하늘을 돌고, 누지여래(樓至如來)의 두 다리는 땅을
밟았다. 말해 보라. 이 두사람에게 허물이 있느냐?"
한참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개는 문득 짖고 소는 쟁기를 끈다. 납승이 그래가지고는 껍데
기도 못 더듬어 본 것이다."

27.
상당하여 대중을 돌아보며 악!하고 할을 하고는 주장자를 세워
한 번 치더니 말씀하셨다.
"맑고 평화로운 세계에서는시장에서 마음대로 빼앗는 것을 허락
하지 않는다."

28.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석가노인이 처음 탄생했을 때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걸으면서
눈으로 사방을 돌아보고는 한 손으로 하늘을 가르키고 한 손으로
땅을 가르켰다.
요즈음 납자들은 이것을 본떠서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고 하
니 나도 목숨을 아끼지 않고 여러분을 위해 본보기를 지어주겠
다."
한참 잠자코 있더니 "양(陽)의 기운이 움틀 때는 굳은 땅이 없
다" 하셨다.

29.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미륵, 참 미륵이여. 몸을 천백억으로 나누어서 당시 사람들에
게 때때로 보이나 당시 사람들은 아무도 알지 못하는구나."
스님께서는 주장자를 던지고는 바로 방장실로 돌아가셨다.

30.
상당하여 "향상일로(向上一路)는 모든 성인도 전하지 못한다"
하신 반산(盤山)스님의 말씀을 들려주더니 "입에서 집착을 냈구
나" 하셨다.
또 "학인이 육신만 수고롭게 하는 것과 같구나" 하신 말씀에 대
해서는 "반산스님의 이러한 말씀도 자기 때문에 남을 방해한 것이
다" 하셨다.

31.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미륵, 참 미륵이여. 천백억으로 몸을 나투어서 때때로 당시 사
람들에게 보여 주었으나 당시 사람들은 아무도 몰랐다."
스님께서는 주장자를 잡아 세우면서 말씀하셨다.
"주장자가 어찌 미륵이 아니랴. 여러분은 보았느냐. 주장자가
눕는 것은 미륵이 빛을 놓아 대지가 진동함이며, 주장자가 서는
것은 미륵이 빛을 놓아 33천을 비춤이다. 주장자가 눕지도 서지도
않음은 미륵이 여러분의 발꿈치 아래서 여러분을 도와 반야를 설
명함이다. 알았다면 콧구멍을 잡고 발우 속에서 한마디 해 보아
라. 아는 이가 없다면 내가 손해를 보았다."

32.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나의 한마디 말에는 범부와 성인이 함께 들어 있다. 낚시를 파
하고 낚시줄을 거두어서 돌아가는 것이 좋겠다."

33.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오늘이 3월 2일이구나. 구담(瞿曇)이 깨어나지도 않고 꽃가지
를 들고 여러 이야기를 하니 가섭은 취(醉)한 채로 다시 끝말〔末
後語〕을 하였다. 이 이야기를 잘못 들먹여서는 안된다."

34.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아침에는 개었다가 저녁에는 비가 오니 백성들이 임금의 다스
림을 기뻐한다. 구담노인은 아직 뒷말을 하지 않았으니 내가 오늘
대중을 위해 말해 주리라.
한참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태평은 본래 장군이 이룩하는 것이나 장군에게는 태평을 보는
것은 허락되지 않는다."



감변(勘辯)


1.
하루는 연삼생(璉三生)이 찾아오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차가운 바람 매섭고 붉은 낙엽 허공에 나부끼는데 조실(祖室)
의 고상한 무리여, 아침에 어디를 떠나왔느냐?"
"공양을 하고서 남원(南源)을 떠나왔습니다."
"발 밑의 한마디를 무어라고 말하겠느냐?"
연삼생이 좌구를 한 번 집어던지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이것뿐이냐, 다른 것이 더 있느냐?"
연삼생이 몸을 빼는 시늉을 하자 "우선 앉아서 차나 마시게" 하
셨다.

2.
신참승 두 사람이 찾아오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봄비가 잠깐 그쳤으나 흙탕물은 마르질 않았다. 행각하는 고상
한 사람이여, 무슨 말을 하려느냐?"
한 스님이 말하였다.
"지난날 옛 사찰을 떠났다가 오늘에야 스님의 얼굴을 뵈옵니
다."
"어디서 이런 첫마디를 외워왔느냐?"
"스님께선 다행히도 대인이십니다."
"발 밑의 한마디를 무어라고 하겠느냐?"
그 스님이 좌구를 한 번 내려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면 내가 향을 사르며 공양해야겠구나."
"눈 밝은 사람은 속이기 어렵군요."
스님께서 좌구를 들고 말씀하셨다.
"두번째 행각승이여, 이것을 무어라고 부르겠느냐?"
"총림에 들어온 지 얼마 안되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진실한 사람은 만나기 어렵지. 우선 앉아서 차나 마시게."

3.
한 스님에게 물으셨다.
"낙엽은 바람에 떨어지는데 아침에 어디를 떠나 왔느냐?"
"공양을 하고 남원을 떠나 왔습니다."
"발 밑의 한마디를 무어라고 하겠느냐?"
"근심있는 사람은 근심있는 사람에게 말하지 않습니다."
"나는 오르지 제방을 위해서 드러낼[擧楊]뿐이다."
"이 무슨 마음이십니까?"
"내 찬탄은 듣지 못한다."
그 스님이 무어라 하려는데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우선 앉아서 차나 마시게."

4.
하루는 신참승 몇 사람이 찾아와 만난 자리에서 말씀하셨다.
"이미 완벽하게 진을 쳐놓았는데 솜씨좋은 장수는 어째 나와서
나와 붙어보지 않느냐."
한 스님이 좌구 하나를 던지자 스님께서 "솜씨좋은 장수로구나"
하셨다.
그 스님이 다시 좌구 하나를 던지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한 좌구, 두 좌구, 구래서 어쩌겠다는거냐?"
그 스님이 무어라 하려는데 스님께서 등지고 돌아섰다. 그 스님
이 또 좌구 하나를 던지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말해 보라. 내 말이 어디에 있느냐?"
"여기에 있습니다."
"30년 뒤에 스스로 깨닫을 것이다. 나는 그대 손아귀에 있으니
우선 앉아서 차나 마시게."
스님께서 다시 물으셨다.
"여름에는 어디에 있었느냐?"
"신정(神鼎)에 있었습니다."
"그대가 신정에서 왔다는 것은 벌써 알고 있었네만 다시는 감히
묻지 않겠네."
스님께서 다음날 법을 묻는 자리[參]에서 말씀하셨다.
"어제는 신참 몇이서 찾아와 내게 좌구를 세 번이나 던졌는데
깨달은 곳은 있는 듯도 하였다."
그리고는 앞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낭패를 본 곳은 여러분이 다 알겠지만 신참이 이긴 곳을
여러분은 아느냐? 알았다면 나와서 내게 기상을 토해 볼 일이요,
모른다면 눈 밝은 사람 앞에서 잘못 들먹이지 말라."

5.
상당하여 말씀하시기를 "만법은 본래 한가하지만 사람 스스로가
시끄러울 뿐이다" 하고는 주장자를 세워 한 번 치더니 말씀하셨
다.
"대중들이여, 촛불을 잘 보아라. 눈 밝은 사람 앞에서 이 이야
기를 잘못 들먹이지 말아라."

6.
스님께서 손비부(孫比部)를 방문하였을 때, 그는 마침 공사(公
事)를 판결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손비부가 말하였다.
"변변찮은 관리가 나라의 일에 끄달려 벗어날 길이 없습니다."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이는 비부의 원력이 크고 깊어서 많은 중생을 이익으로 구제하
심입니다."
"무슨 말씀이신지요?"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재상의 몸으로 응하여 나타나시니
자비와 원력 크고도 깊어라.
사람을 위해 거듭 지적한 곳
방망이 끝에서 피가 뚝뚝 떨어진다.
應現宰官身 廣弘悲願深
爲人重指處 棒下血霖霖

비부는 게송을 듣고 느낀 바가 있었다. 그리하여 작은 청사로
돌아가 앉아서 되물었다.
"변변찮은 관리는 매일 재계하고 채소만 먹습니다만 그렇게 하
면 성인들에게 부합합니까?"
스님께서는 게송을 지어 주었다.

손비부, 손비부여
술과 고기로 장과 밥통을 더럽히지 않았네
시중드는 종이며 처자를 모두 돌아보지 않으니
석가노인은 누가 만들었나
손비부, 손비부여
孫比部孫比部 不將酒肉汚腸
侍僕妻兒渾不顧 釋迦老子是蘭誰做
孫比部孫比部









초상화에 찬을 스스로 쓰다.[自術眞讚]


입은 빌어먹는 아이의 부대자루 같고
코는 채소밭의 똥바가지 같구나
그대의 귀신같은 필치를 수고롭게 하여 그려 놓았으니
세상 사람들이여, 멋대로 헤아리게나.
口似乞兒席袋 鼻似園頭屎杓
勞君神筆寫成 一任天下卜度

나귀와 흡사한데 나귀가 아니고
말과 비슷한데 말도 아니어라
쯧쯧, 양기여
쟁기끌고 고무래 끄는구나.
似驪非驪 似馬非馬
哉楊岐 牽犁?杷

나귀라 하려니 꼬리가 없고
소라 부르려니 뿔이 없구나
앞으로 나감에 걸음을 옮기지 않는데
뒤로 물러남엔들 어찌 다리를 거두랴.
指驪又無尾 喚牛又無角
進前不移步 退後豈收脚
말이 없으나 부처와 같진 않고
말이 있는들 뉘라서 짐작하랴
잘난 데 못난 데가 눈 앞에 항상 드러나니
그대를 수고롭게 하여 내 모습을 그려두었네.
無言不同佛 有語誰 酌
巧拙常現前 勞君安寫邈






















황 룡 록










황룡 4가어록 서
(黃龍四家語錄序)





말로써 충분하다면 종일 말해서 도를 다 말하겠으나, 말로는 부
족하니 종일 말해도 사물을 다 말할 뿐이다. 그러므로 충분하다
부족하다 함은 둘 다 틀리는 것인데 세상사람이 어찌 그런 줄 알
겠는가.
황룡스님의 4세 법손인 혜천(惠泉)스님이 적취(積翠), 회당(晦
堂), 사심(死心), 초종(超宗)의 4가어록을 손수 써 놓고 내게 서
문을 쓰라 하였다.
저 네 분 대사(大士)는 강서(江西)에서 선종의 불꽃같은 분이니
혹은 마조(馬祖)스님의 후신이라 전하고 혹은 대위(大 )스님의
법석을 지켰다고 하며 혹은 번개에 천둥소리 따르듯 하고, 혹은 6
근이 훌륭하게 익어져[熱] 무너지지 않았다 하니 그 참되고 명예
로운 도풍을 천하 사람들이 우러러보았다. 기봉을 한번 건드리면
만 게송이 병에서 물쏟듯 하여 마치 커다란 빈 골짜기가 소리에
남김없이 반응하고 커다란 둥근 거울이 모습을 남김없이 비추는
것과 같다. 구슬꾸러미 돈꾸러미 같은 말씀을 인간세상에 뿌려놓
으니 달빛어린 창가, 구름 도는 집집마다 만 입으로 불러 외워 적
으면 적은대로 크면 큰대로 모두 얻는 바가 있었다.
말로 치자면 가히 사물을 극진히 설명했다고 할 수 있으나 요컨
대 사물도 극진히 하고 도(道)도 극진히 하는 것으로는 듣는 자
스스로가 알아차려야 할 일이다. 그 가운데 소위 '종일 말하나 말
한바가 없다' 함은 가죽을 벗겨내고 뼈를 부러뜨리는 것으로도 써
낼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혜천스님이 문답을 편집한 일이 옳은가, 그른가? 옳다
고 한다면 대장경[毘盧藏]속의 방대한 경전에서도 본래 문자를 인
정하지 않았고, 그르다고 한다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용이 뇌성을
감추고 묵묵히 있다 해도 본래 그 소리의 위용은 없는 것이 아니
다. 그러므로 옳다 그르다 함이 반드시 정해진 것이 아니다. 이
도리를 알기만 하면 말이 있건 없건 모두 진여이겠으나 이 도리를
알지 못하면 말이 있건 없건 모두 사견에 떨어진다. 그러므로 혜
천스님의 마음이 바로 네 분 조사의 마음이며, 혜천스님의 견해가
바로 네 분 조사의 견해임을 알겠다.
(스님께서는) 그 내용의 우열을 가려 정도(正道)를 보임으로써
네 스님이 중생을 이롭게 하신 자비심을 널리 드러내고 음성의 세
계로 들어가 한 몸 아끼지 않음으로써 네 스님이 도를 실천하시던
은혜를 전하였으니 진실로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본 뜻이다. 이
도에 앉아서 수행하는 사람은 이 글로써 한번 평가해 보라.

소흥 11년(紹興 11年 : 1141) 3월 5일,
수인전밀(秀人錢密)이 서(序)를 쓴다.


동안 숭승선원에서 남긴 어록
[同安崇勝禪院語錄]






1.
스님께서 동안(同安)의 숭승선원(崇勝禪院)에 처음 머물면서 개
당(開堂)하던 날에 소(疏)를 크게 읽고 난 후 향을 잡고 말씀하셨
다.
"이 하나의 향으로 우리 황제의 수명이 무궁하시길 바라옵니
다."
다시 향을 잡고 말씀하셨다.
"이 하나의 향으로 지군낭중(知軍郎中) 문무 신하들의 복과 수
명이 늘어나기를 바라옵니다. 다음으로 나라가 안녕하고 법륜이
항상 굴려지기를 바라옵니다."
또 향을 잡고 말씀하셨다.
"대중들이여, 말해 보라! 이 하나의 향은 누구를 위해 피워야
할는지. 많은 사람이 헤아려 보나 귀결점을 모르는구나. 오늘은
호남(湖南)의 자명선사(慈明禪師)를 위하여 하나를 태워서 그것이
널리 퍼져 천하의 총림과 모든 납승들에게 재앙이 되게 하리라."
유나(維那)가 백추(白槌)를 치면서 말하였다.
"이 법회에 모인 용상(龍象) 대중들이여! 첫째 가는 뜻[第一
義]을 관(觀)하도록 하라."
스님께서 한숨을 쉬면서 말씀하셨다.
"첫째 가는 좋은 뜻이 다행히도 저절로 완전하더니 이제 유나에
게 후려맞고 두 쪽이 났구나. 누가 붙여 줄 사람이 있느냐?"
그리고는 좌우로 대중을 돌아보더니 말씀하셨다.
"붙이지 못한다면 나는 오늘 머리를 꼬리로 만들고 꼬리를 머리
로 만들어버리겠다. 물을 말이 있는 자는 잘 살펴야[着眼] 하리
라."
그때 한 스님이 물었다.
"스님께서는 이미 봉황고개에 올라 종풍을 널리 펴시니 누구의
법을 이으셨는지요?"
스님께서 일원상(一圓相)을 그리자 그 스님이 이어서 말하였다.
"석상스님의 한 맥이 흘러나와 강서로 들어갔군요."
"밝은 해가 중천에 떴는데 눈먼 사람은 땅을 더듬는구나."
"무엇이 동안(同安)의 경계입니까?"
"볼 수가 없다."
"그런 경계 가운데 있는 사람은 어떤 자입니까?"
"얼굴 없는 사람이다."
"솜씨좋은 선지식은 줄탁( 啄)*하는 것이 아니니, 줄탁하면 솜
------------------------------------
* 줄탁( 啄) : 병아리가 부화될 때 새끼와 어미가 안팎으로 쪼아대는 것으로 여
기서는 스승과 제자간의 기연이 딱 맞음을 비유함.
씨좋은 선지식이 아닙니다. 대중이 법회에 모였으니 스님께서는
선지식을 만나 보십시오."
스님께서 한발 아래로 늘어뜨리셨다. 그 스님이 "불꽃 속에서
흩날리는 눈을 찾고, 물 속에서 불이 하늘을 태우는군요" 하자 스
님께서는 발을 거둬들이셨다.
그 스님이 다시 "대중은 참다운 선지식을 증명합니다" 하자 스
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도 틀렸고 그대도 틀렸다."
"그렇다면 아직은 두 집이 같이 쓰는 것입니다만, 북을 끌고 와
서 깃대를 빼앗으며 한판 붙어보는 일은 어떻습니까?"
스님께서는 불자(拂子)를 던져버리고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자리에 오르기 전에는 아무 일도 없더니 이 자리에 오르자
마자 많은 질문과 답변이 있게 되었다. 감히 묻노라. 대중들이
여! 한 번 묻고 한 번 답변함이 종승(宗乘)에 부합되느냐? 부합
된다고 한다면 일대장교(一大藏敎)에 어찌 문답이 없으며 또한 무
엇 때문에 '교(敎)밖에서 따로 펴서 상근(上根)의 무리에게 전한
다'고 하였겠느냐? 부합되지 않는다고 한다면 조금 전에 했던 허
다한 문답은 무엇을 위함이었겠느냐? 행각하는 납자라면 스스로
눈을 떠서 후회없도록 하라.
이 일로 말하자면 신통(神通)이나 닦아 얻음[修證]으로 도달하
지 못하며 다문(多聞)과 지혜로 논할 바도 아니다. 3세 모든 부처
님도 스스로 알아야 한다고만 했을 뿐, 일대장교로 설명하고 주석
을 내어도 미치질 못한다. 그러므로 영산회상 백천만 대중 가운데
서 유독 가섭만이 직접 들었다고 인정하였으며, 황매산(黃梅山) 7
백 고승 가운데서 의발(衣鉢)은 행자(行者 : 6조) 에게 부촉하였
던 것이다. 어찌 이것이 그대들의 탐심·음행·어리석은 집착·승
부심으로 되는 일이겠느냐?
출가한 사람이라면 대장부의 매서운 뜻을 품어 양쪽[兩頭]*을
끊고 집에 되돌아가 편안하게 앉아야 한다. 그런 뒤에 문을 크게
열고 자기 재산을 틀어 왕래하는 사람들을 접대하고 집 없고 외로
운 사람을 구제해야만 조금이라도 부처님의 깊은 은혜에 보답했다
하리라. 그렇지 못한 사람은 전혀 옳지 않다 하리라."
불자로 선상을 치고는 법좌에서 내려와 인사하는 자리를 베푸셨
다.

2.
정월 초하룻날 상당하자 한 스님이 여쭈었다.
"모든 성인을 구하지도 않고 자기의 신령함을 소중히 여기지 않
는다 해도 이는 납승 본분의 일은 아닙니다. 무엇이 납승 본분의
일입니까?"
"30년 이래로 이런 질문은 드물게 만났다."
"그렇다면 모든 성인을 저버리겠군요."
"대꾸조차 제대로 못하는군. 무엇 때문에 저버린다 하느냐?"
그 스님이 손뼉을 한 번 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음( ), 놓아주어선 안되지."
그리고 말씀하셨다.

*양쪽[兩頭]:이쪽과 저쪽의 뜻으로 상대되는 두 개념. 생과 사, 단견과 상견 등.
"4상(四象 : 노소음양)이 밀고 옮기면서 끝났다간 다시 시작하
고 2의(二儀 : 음양)가 교대로 형통함이 진실로 이 때에 속한다.
세상의 이치[俗諦]는 여러 갈래여서 각자 왕래하는 법칙을 펴내지
만, 진여(眞如)의 경계는 낡고 새로움의 차별이 없다. 왜 그럴까.
이런 말을 듣지 못했느냐.

한 생각으로 한량없는 세월을 관찰해 보니
감도 없고 옴도 없으며 머뭄도 없다.
一念普觀無量劫 無去無來亦無住

이미 가고 옴이 끊겼으니 무슨 낡고 새로움이 있으며, 이미 낡
고 새로울 것이 없는데 또 무엇 때문에 신년하례를 하느라 특별히
왕래하겠느냐. 한 생각이 항상 고요할 수만 있다면 자연히 3제(三
際)를 아득히 잊는데, 어찌 가고 옴에 매이며 무슨 새롭고 낡음을
묻느냐. 그러므로 '이처럼 3세의 일을 철저히 알면 모든 방편을
초월하여 10력(十力 : 여래만이 가진 열 가지 지혜력)을 이룬다'
고 하였던 것이다."
한참 잠자코 있다가 말을 이으셨다.
"이처럼 거량(擧楊)하고 설법할 줄은 사람마다 다 알지만 둘을
부수어 셋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있겠느냐? 왜냐하면 세
상 사람들이 순풍에 돛을 올릴 줄만 알았지 역풍에 키를 붙들 줄
은 모르기 때문이다."
선상을 치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3.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동지(冬至)에서 한식(寒食)까지 105일은 묻질 않겠다.모든 스
님들이여, 캄캄한 밤중에 바늘귀를 꿰는 한 소식을 어떻게 말하겠
느냐. 누가 말할 수 있다면 내가 최고의 값을 쳐주겠지만 못한다
면 피차가 손해를 보리라."
그리고는 곧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4.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법신은 모습이 없으나 사물에 따라서 형체를 나타내며,반야는
앎이 없으나 인연을 만나면 즉시 비춘다."
그리고는 불자를 일으켜 세우면서 말씀하셨다.
"불자를 일으켜 세움을 법신이라 하니 어찌 이것이 '사물에 따
라서 형체를 나툼'이 아니랴. 불자를 눕히는 것은 반야라 하니 어
찌 이것이 '인연을 만나 즉시 비춤'이 아니랴. 그리고는 하하 하
고 크게 웃는데, 홀연히 어떤 사람이 나와서 나의 멱살을 잡고서
침 한 번 뱉고 한 대 후려치며 선상을 번쩍 들어 뒤엎어버리고는
나를 끌고 계단으로 내려간다 해도 그를 괴이하게 여기진 못하리
라. 지금은 이미 돼지를 물어뜯는 개와 같은 이런 솜씨가 없으니
내가 도리어 이 법령을 행하리라."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5.
상당하여 대중이 모이자 한참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아름다운 물고기 깊은 곳에 있는데 그윽한 새는 오래도록 서
있구나."
그리고는 선상을 치고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6.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오늘 사월 초파일은 우리 부처님께서 탄생하신 날로서 나라 안
의 모든 절에는 부처님을 관욕(灌浴)시킨다.
기억해 보니 준포납(遵布衲)이 약산(藥山 : 745∼828)스님 회상
에 있으면서 전주(殿主 : 불전의 청소나 향 등을 관리하는 소임,
지전)를 맡고 있을 당시 부처님을 관욕시키는 차에 약산 스님이
물었다. '그대는<이것>만 목욕시킬 뿐이구나. <저것>도 목욕시킬
수 있느냐?' 준포납이 '저것을 가져와 보십시오'라고 대꾸하자 약
산스님은 그만 두었다."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옛사람은 때에 따라 말을 함에 일언반구도 교묘함이 없었는데
요즈음 사람들은 마음과 힘을 다 써서 계산한다 해도 끝내 그들의
경계에 도달하진 못한다. 대중 가운데서는 생각으로 따라서 이렇
게 말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이것>이라 함은 청동불상이며,<저것>이라 함은 법신이다. 불
상은 형제가 있어 씻을 수 있으나 법신은 형상이 없는데 어떻게
씻을 수 있으랴. 약산스님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몰라서 도리어 준
스님에게 당하고 곧장 입이 납짝하게 되는 낭패를 면치 못하였
다.'
또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옛날 성인이 질문했던 것은 납자를 시험하려 하였을 뿐이다.
그러니 그에게 저것을 물었는데 저것을 가져와 보라고 하면 그것
은 색과 소리에 끄달리는 것으로서 그의 말이나 씹으면서 그의 올
가미에 올라앉은 셈이다. 약산스님은 그가 이해하지 못했음을 아
셨기 때문에 그만둔 것이다.'
또 말할 것이다.
'약산스님이 그렇게 했던 것은 일없는 데서 일을 일으킨 것이니
긁어 부스럼을 만든 셈이다. 한편 준스님은 병통인 줄 모르고서
도리어 부스럼 위에다가 쑥불을 놓았다 하리라.'
어떤 사람은 말할 것이다.
'옛사람은 완전히 깨쳐서 만나는 곳마다 놀고 가니 가타부타할
것도 없었고, 높다 낮다 할 것도 없었다. 그러나 너와 내가 있다
고 알게 되고부터 후인들은 억지로 분별을 내었다.'"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이런 식의 이해는 선지식을 만나지 못하여 한 번 근원을 잃고
미혹하여 회복하질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성실한 마음만 믿고 헤
아리고 비교함으로써 종승에 부딪쳐 보았으나 조작과 사유가 마음
이 있음을 따라 일어난 것임을 잘 몰랐던 것이다. 이렇게 사유
로써 부처님의 경계를 분별함은 마치 반딧불로 수미산을 태우려
는 격이어서 미진겁을 지난다 해도 끝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
므로 행각하는 고상한 납자라면 스스로 간절히 살펴보아야만 한
다. 이제껏 이야기한 일을 어떻게 해야 하며, 필경 무엇을 가지고
저 생사를 대적할 것인가. 조금이라도 들뜨고 거친 알으말이[識
見]로 스스로 장애지음을 용납치 말라. 불법은 이러한 도리가 아
니다.
나는 오늘 구업(口業)을 두려워하지 않고 여러분에게 설파해 준
다. 위의 두 분 스님께서는 한 번 나오고 한 번 들어가면서 이기
고 짐을 보이질 않으셨다. 30년 뒤에 이 소식을 잘못 말하지 말
라."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7.
성절(聖節)에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오늘은 황제께서 태어나신 날로서 온누리 모든 백성이 성수(聖
壽)가 연장되기를 축원하는 일은 빠뜨릴 수 없다만, 여러 납자들
이여! 왕자를 아느냐?
누가 알았다면 티끌같은 시방세계가 모두 그대의 것이어서 다
름이 아니고 열반성 안에 앉아 단정히 팔짱낀 채 함이 없이[無爲]
3계를 자기 집처럼 거느리고 4생(四生)의 부모가 되려니와, 알지
못했다면 법당 안에서 향을 사르고 3문(三門)앞에서 합장해야 하
리라."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8.
상당하자 한 스님이 편지를 전해오니 이런 이야기를 하셨다
[擧].
행사(行思)스님이 석두(石頭)스님더러 편지를 가지고 달려가 남
악 회양(南嶽懷讓)스님에게 올리라 하고는, "즉시 돌아오면 그대
에게 무딘 도끼를 주어 산에 주지살이하게 하리라"라고 말하였다.
석두스님이 회양스님의 처소에 이르러 편지를 전달하지도 않고 불
쑥 물었다.
"모든 성인도 구하지 않고 자기의 신령함도 대단히 여기지 않을
경우라면 어떻습니까?"
"그대의 질문은 지나치게 고상하다. 왜 향하(向下:俗諦를 써서
중생을 제접하는 쪽의 일)에서 묻질 않는가?"
"영겁토록 생사윤회를 받을지언정 모든 성인으로부터 해탈을 구
하진 않겠습니다."
회양스님은 대꾸하지 않았다. 석두스님이 곧 돌아오니 행사 스
님이 물었다.
"그대가 떠난 지 오래지 않은데 편지는 전달하였느냐?"
"말도 통하지 못했고 편지도 전달하지 못했습니다."
행사스님이 이유를 묻자 석두스님은 앞서의 대화를 말씀드리고
다시 말하였다.
"지난날 스님께서 무딘 도끼를 줄테니 산에 주지하라 하신 허락
을 하셨으니 바로 지금 청하옵니다."
행사스님이 한 발을 늘어뜨리자 석두스님은 바로 절하고 남악으
로 들어가 산에 주지하였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석두스님이 편지를 가지고 달려갔던 일은 예나 지금이나 함께
들었으나 뒷 사람들은 그 근본 뜻[宗由]을 잘 알지 못하여 법을
편 사람이 드물었다. 그리하여 물과 우유를 분별하지 못하고 옥과
돌을 분간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내가 오늘 반으로 갈라
보여 대중들에게 보시하리라.
석두스님은 이처럼 잘 달려가 전달하여 종풍을 욕되게 하진 않
았으나 너무 허둥대다가 낭패보는 줄을 몰랐는데야 어찌하랴. 이
미 손해를 보았다면 돌아와서는 무엇 때문에 도리어 무딘 도끼를
얻어 산에 주지하겠느냐. 여기에서 깨칠 수 있다면 산에 주지할
뿐만 아니라 시방세계 티끌티끌마다 호랑이 굴이나 마군의 궁전까
지도 모두가 안주할 곳이다. 그러나 만일 깨치지 못한다면 감히
장담하노니 여러분은 안심입명할 곳이 없으리라."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9.
운문(雲門)스님은 이렇게 말하였다.
"평탄한 길에서 죽은 사람이 셀 수도 없으니 가시덤불로 가는
것이 상책이리라."

상당하여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는 불자를 잡아 일으키더니 말씀
하셨다.
"대중아! 이를 불자라고 부른다면 바로 평지에서 죽은 사람이
며 불자라 부르지 않는다 해도 가시덤불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선상을 치고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10.
상당하여 악!하고 할(喝)을 한 번 하고는 말씀하셨다.
"온 누리가 내 할 한 번에 기왓장 깨지듯 얼음녹듯 하였다. 이
제 그대들은 어디서 옷 입고 밥을 먹겠느냐. 옷 입고 밥 먹을 곳
을 아직 찾지 못했거든 옷 입고 밥 먹을 곳을 찾아야만 하며, 옷
입고 밥 먹을 곳을 알았다면 본래면목[鼻孔]을 알아야 하리라."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11.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큰 파도는 아득히 출렁이고 흰 물결은 하늘까지 넘실거린다.
생사의 흐름을 끊고 저 언덕에 도달한 사람은 단연코 알음알이를
떨어버리겠지만 짧은 노의 외로운 뱃사람은 밀고 당기느라 상을
찌푸리며 애쓴다.
말해 보라. 바람 자고 물결 고유한 한마디를 어떻게 말하겠느
냐.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느냐? 없다면 내 그대들에게 보시하
리라."
한참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어부는 어부대로 한가히 선창하고 나무꾼도 저 혼자서 소리 높
여 노래하네[漁人閑自唱 樵者獨高歌]."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귀종사로 옮겨 살면서 남긴 어록
〔遷住歸宗語錄〕






1.
스님께서 처음 절에 들어가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귀종상사(歸宗上寺)는 큰 선강[禪河]이다. 이미 선강이라면 어
찌 낚시꾼이 없으랴. 누가 질문할 사람이 없느냐?"
한참 있어도 묻는 사람이 없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뿔난 짐승 많아도 해태( :성품이 충직한 외뿔 달린 전설상
의 동물)는 없고, 털난 짐승 많다 해도 원앙은 적어라. 미묘하구
나, 큰 저 법신이여. 일부러 들어도 듣지 않고 보아도 보지 않도
다. 청정하도다. 배울수 없는 지혜여! 어찌 생각해서 얻으며 어
찌 배워서 되겠느냐.
그러나 설법이 없다면 누구라서 근본종지를 가려내며, 문답이
없다면 어떻게 삿됨과 올바름을 밝히랴.
지금 이 장로(長老)가 상당하여 법문으로 이끌어 주는데도 대중
가운데선 질문하는 사람이 없구나. 질문하는 사람이 없으니 답변
하는 사람도 없구나.
근본종지와 삿되고 바름을 밝히고 분별하려느냐. 삿됨과 바름을
분별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나와서 선상을 밀쳐 거꾸러뜨리고
소리를 쳐 대중을 해산한다 해도 그 납승에게 숨을 돌리게 해 주
겠지만, 분별해내지 못한다면 내년에 새 가지가 돋아나 쉴새없이
봄바람에 흔들리리니 기다려 볼 일이다."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2.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손바닥의 마니(摩尼)구슬은 갖가지 색깔 따라 빛이 나뉘고, 하
늘에 걸린 보배달은 천강에 달그림자를 드리운다.
여러 납자들이여! 한 번 묻고 한 번 답하며, 방망이 한 대,할
한번 하는 것이 다 빛 그림자[光影]이며, 밝고 어두우며 잡고 놓
아줌이 다 빛 그림자이며, 산하대지도 빛 그림자이며, 일월성신도
빛 그림자이며, 3세 모든 부처님과 일대장교 나아가서는 모든 큰
조사와 천하의 훌륭하신 화상과 문 두드리는 기왓쪽 따위 천차만
별까지도 모두 다 빛 그림자이다.
말해 보라. 무엇이 마니 구슬이며 무엇이 보배달인지를. 마니구
슬과 보배달을 모르고서 말[言句]을 기억하여 빛 그림자를 그것이
라고 잘못 안다면 마치 바다에 들어가 모래를 헤아리고 벽돌을 갈
아 거울을 만들려는 격이니 그 수를 다 헤아리고 밝은 거울을 만
들려 하나 만부당한 일이다.
듣지도 못하였느냐? '문자의 의미를 널리 찾음은 거울 속의 물
건을 구하는 것과 같고, 그렇다고 생각[念]을 쉬고 공(空)을 관
(觀)함은 물 속의 달을 붙들려는 것과 똑같은 일이다'라고 한 말
을.
납승이라면 이쯤에서 몸을 바꿀 만한 길 한 가닥[傳神一路]이
있어야만 한다. 몸을 바꿀 수만 있다면 벌여놓은 것과 모인 무더
기마다 다 대사(大事)가 나타난[現前] 것이라서 종횡으로 자유로
와 다시는 모자라거나 남는 법이 없으려니와, 몸을 바꾸지 못한다
면 푸대 속의 늙은 거위와 같아서 살아있다 해도 죽은 목숨과 같
으니라.
나는 산에 사는 평범한 사람으로서 본래 식견이 없다. 그러나
어제는 이 군(郡)의 전승판관비서(殿承判官秘書)에게 특별히 초청
을 받았으니 명령을 받고서 감히 찾아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런데 문 앞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바로 귀종사(歸宗寺)를 맡아달라
는 명령이 있었다.
나아가고 물러남을 곰곰히 살펴보았더니 염치없음만 깊이 더하
였다. 이는 전승판관이 옛날에 부처님의 수기(受記)를 받들어 왕
의 신하로 모습을 보이심이다. 항상 정사를 베푸는 여가에 부처님
의 가르침을 공경스럽게 받들어 혜풍(慧風)과 요풍(堯風)을 아우
러 선양하려 하였으며 불일(佛日)과 순일(舜日)이 함께 밝기를 기
대했으니 진실로 중생에 뜻[意]을 두지 않았다면 어떻게 이처럼
마음을 극진히 할 수 있었으랴.
이 날에 또 조정의 수레가 영광스럽게도 법회에 임하여 시종 성
쇠하던 중에 진실로 영광을 더하게 되었다. 옛날에 배상국(裵相
國)은 높은 벼슬 자리에 있었으나 황벽(黃檗)스님에게 인정을 받
았고, 한문공(漢文公)은 당세에 명성이 지중하였으니 태전(太賞)
스님을 모시었다. 지금의 이 일을 옛날에 비교한다면 무슨 차이가
있으랴. 할말은 많으나 보고 듣느라고 번거로울까 염려스럽다."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3.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법령을 극진히 하여 기강을 잡음은 범부와 성인 양쪽에 다 통
하지는 않으며 그렇다고 한 가닥 길을 놓아주면 알음알이[商量]가
생긴다.
곧 이어 주장자를 잡아 세우더니 말씀하셨다.
"바로 지금 주장자가 서니 시방세계가 일시에 서는구나."
그리고는 다시 주장자를 눕히더니 말씀하셨다.
"바로 지금 주장자를 눕히니 시방세계가 일시에 눕는다. 어째서
인가? 듣지도 못했느냐. '가장 작은 것은 가장 큰 것과 같아서
경계를 끊어 잊었고, 가장 큰 것은 가장 작은 것과 같아서 테두리
를 보지 못한다'고 한 말씀을."
그리고는 주장자를 높이 세우더니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4.
제형(提刑:지방에서 형벌이나 옥사의 일을 맡는 벼슬)이 산에
들어와 좌석에 오르자 한 스님이 청하였다.
"제형의 수레가 멀리서 법좌에 나오셨으니 스님께서는 깨달음의
종지[向上宗乘]를 한 번 결단해 주십시오."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일자(一字) 모양 두건[ 頭]이며 챙이 뾰족한 모자로다."
그 스님이 또 말하였다.
"비단, 제형만 이 훌륭함을 받들 뿐 아니라 저도 절하며 스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의 눈섭을 잡아 벗기고 그대의 콧구멍을 두드려서 떨어뜨
린다면 또 어떻하겠느냐?"
그 스님이 "허허(噓噓)" 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국수를 만들려면 그 고을 밀가루로 빚어야 하고, 노래를 부르
려면 천자의 고향 사람이라야만 한다."
그리고는 다시 말씀하셨다.
"유정(有情)의 근본은 지혜 바다로 근본을 삼고, 함식(含識)의
부류는 모두 법신으로 자체를 삼는다. 다만 미혹한 생각[情]이 생
겨 지혜가 막혔기 때문에 매일 작용하면서도 모르며, 생각[想]이
바뀌는대로 몸이 달라지기 때문에 업연(業緣)을 쫓아가 되돌아올
수 없다. 아득한 예와 지금에 뉘라서 근본 원인을 확인히 아는가.
고단한 사랑과 증오는 망정의 근본으로서 허망한 것이다. 그러므
로 우선 석가모니 조어사(調御師)께서는 일찌감치 깨달음을 얻으
시고 우리가 수고로운 삶으로 생사유전을 자초함을 불쌍히 여기셨
다. 그런 뒤에 큰 지혜를 얻고 오묘한 모습으로 몸을 나투시어 49
년을 세상에 머무시면서 12분교(十二分敎)를 연설하셨다. 그리하
여 영리하고 둔한 근기에 맞추어 교화 방편을 세워 상·중·하의
근기가 각자 정도〔漸〕에 맞게 얻기를 바라셨다. 마치 큰 바다가
작은 물줄기를 사양하지 않아서, 가령 모기·등애·아수라왕이 그
물을 마시는데 모두 배부르게 되는 것과도 같았다. 그 뒤 교화할
인연이 다하여 쌍림(雙林)에서 열반을 보이려 하면서 인간·천상
의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나에게 정법안장과 열반묘심(涅槃妙心)이 있는데 마하대가섭
(摩訶大迦葉)에게 부촉하여 교(敎)밖에 따로 펴서 상근기들에게
전하게 하노라.'
이 법은 조작이나 사유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신통이나
닦아서 깨달음[修證]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또한 유심
(有心)으로써 알지도 못하며 무심(無心)으로써 체득하지도 못한
다. 이를 깨달으면 3계(三界)를 단박에 초월하려니와 이에 미혹되
면 만겁토록 생사에 빠진다.
오늘은 왕의 관리가 두루 모이고 승속이 자리에 함께 하여 앉고
섬이 염연하고 보고 들음이 어둡지 않으니 이는 미혹이겠느냐, 깨
달음이겠느냐? 여기에서 체득할 수 있다면 3아승지겁[三祗劫]을
다 채우거나 만행(萬行)의 공부가 완성되기를 기다리지 않고 일념
에 초월하여 다시는 전·후가 없으리라.
오늘은 우리 절에 영광스럽게도 이 지반의 제형도관(提刑都官)
과 제형사인(提刑舍人)이 직접 조정의 수레로 내려오셔서 보잘 것
없는 이 절을 빛내 주시려고 하룻밤이나 걸려 찾아왔으니 나날의
기거(起居)에 만복 있으소서. 더구나 존귀한 두 분 관리는 숙세에
덕의 근본을 심어 재관(宰官)의 몸으로 시현(示現)하여 자비와 은
혜로 백성들에게 임하셨음에랴. 지금 밤낮으로 급한 천자의 일을
대신하여 스님·속인·귀인·천인들이 모조리 복과 수명의 은혜를
하사받았으니 이루 다 말할 수 있겠느냐.
이미 영광스럽게도 왕림해 주신 덕을 보았으니 우선 귀한 보살
핌을 여유있게 받으라. 그러므로 우리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설법하는 사람은 설명함도 없고 보여줌도 없으며, 법을 듣는 사
람도 들음도 없고 얻음도 없다'고 하셨던 것이다.
또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중니(仲尼 : 孔子)가 온백설자(溫伯雪子)를 오랫동안 보고 싶어
하던 중, 하루는 수레를 타고 가다 길에서 만났는데 피차 말없이
각자 되돌아갔다.
그 뒤에 제자가 묻기를, '선생님께서는 오랫동안 온백설자를 보
고 싶어하셨습니다. 그런데도 만나서는 한마디도 나누지 않으셨으
니 무슨 뜻인지요?' 하자 중니는 이렇게 대답하였다고 한다.
'군자의 만남은 눈빛이 마주치는 데에 도가 있다.'
말해 보라. 옛사람의 만남이 눈빛 마주치는 데에 도가 있다 하
였는데 산승은 오늘 북을 울리고 법당에 올라 유난스레 말이 많았
으니 한바탕 손해를 보았노라."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5.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호랑이 수염을 순조롭게 뽑으려거든 응당 자기부터 살펴야 하
며, 뱀꼬리를 거꾸로 잡으려거든 뱀이 하는대로 맡겨두어라. 오랑
캐가 오면 오랑캐가 나타나고 중국사람이 오면 중국사람이 나타나
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니 밝은 거울을 높은 경대에 걸지 말라."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6.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자소봉(紫 峰) 위의 검은 구름은 아련한데 파양호( 陽湖) 속
의 흰 파도는 하늘까지 넘실거린다. 한 기운〔一氣〕은 일어남 없
이 일어나고 만법은 그렇지 않으면서도 그러하구나. 여기서 따지
고 헤아리다면 10만 8천리 밖으로 멀어지리라."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7.
상당하여 주장자를 잡더니 말씀하셨다.
"옆으로 잡고 거꾸로 휘둘러 미륵의 눈동자를 열어제치고, 밝음
이 가고 어둠이 오니 조사의 콧구멍을 두드려 떨어뜨린다. 바로
이런 때라면 목건련과 사리자는 숨소리마저 죽이고 임제(臨濟)와
덕산(德山)은 하하 하고 크게 웃는다. 말해 보라. 무엇을 두고 웃
었는지를. 쯧쯧…"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8.
목주(睦州)스님께서는 뛰어난 제자가 하나 있었는데, 언젠가 만
났을 때 목주스님이 말하였다.
"무엇을 아는가?"
"24가(二十四家)의 서법(書法)을 압니다."
목주스님은 주장자로 공중에다 점 하나를 찍더니 말하였다.
"알겠느냐?"
제자가 어찌할 바를 모르자 목주스님이 말하였다.
"24가의 서법을 안고서 다시 말해 보라. 영자8법(永字八法)도
모르고서는…"

스님께서 상당하여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는 말씀하셨다.
"목주스님의 한 점은 곧장 위음왕불(威音王佛) 이전에 있더니
영자8법으로 글씨를 논함에 이르러선 도리어 속인에게 간파당하였
다. 나라면 그렇게 하지 않겠다.
공자 문하의 제자는 아는 사람 없었는데 눈 푸른 달마는 웃으면
서 머리를 끄덕이는구나."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9.
엄양존자(嚴陽尊者)가 조주(趙州)스님에게 말하였다.
"한 물건도 가져오지 않을 경우라면 어떻습니까?"
"놓아버리게"
"이미 한 물건도 가져오지 않았는데 무엇을 놓아버리라는 말씀
입니까?"
"그렇다면 걸머지게"
존자는 이 말끝에 깨달았다.

스님께서 상당하여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는 게송으로 말씀하셨
다.
한 물건도 가져 온 것 없건만
어깨에 짐을 지고 일어나지 못했었네
말 끝에 홀연히 잘못임을 알아
마음 속은 무한히 기쁘고
나쁜 독을 마음에서 잊었으니
뱀과 호랑이도 친구라네
몇백 년 세월 흘렀건만
맑은 바람 그치질 않네
一物不將來 肩頭擔不起
言下忽知非 心中武限喜
毒惡旣忘懷 蛇處爲知己
光陰幾百年 淸風物未己
주장자를 선상에 세우더니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10.
임제스님이 감원(監院:원주)에게 물었다.
"어디 갔다 오느냐?"
"고을에서 쌀을 사옵니다."
임제스님은 주장자로 그 앞에서 한 획을 긋더니 말씀하셨다.
"이것도 살 수 있겠느냐?"
감원이 별안간 악! 하고 고함을 치자 스님은 바로 후려쳤다.
전좌(典座:선방에서 좌구나 의복 생활용품을 담당하는 소임)가 찾
아오자 임제스님이 앞의 대화를 말하였더니 전좌가 말하였다.
"원주(院主)는 스님의 의도를 몰랐군요."
"그대는 어찌하겠는가?"
전좌가 절을 하자 임제스님은 역시 후려쳤다.
스님께서 상당하여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는 말씀하셨다.
"할을 해도 후려치고 절을 해도 후려쳤다. 여기에 가까이함과
멀리함이 있겠느냐? 가까이함과 멀리함이 없었다면 임제스님은 옳
지 않으니 맹목적으로 묶어놓고 방망이질을 한 것이다. 나라면 그
렇게 하지 않겠다. 원주가 할을 할 때 놓아주어선 안되며, 전좌가
절을 할 때 놓아주어서도 안된다."
다시 말씀하셨다.
"임제스님은 법령을 행하였고, 나는 놓아주었다. 30년 뒤에 설
명해 줄 사람이 있으리라."
선상을 치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11.
한 스님이 남원(南院)스님에게 물었다.
"해와 달은 번갈아 옮겨가고 추위와 더위는 차례차례 뒤바뀝니
다. 추위와 더위를 겪지 않는 수도 있습니까?"
"자줏빛 비단으로 이마를 문지르고 속곳 허리에 수를 놓는다."
"가장 뛰어난 근기라면 여기서 이미 깨달았겠지만 중하(中下)의
부류는 어떻게 알아야 합니까?"
"잿더미 속에 몸을 숨겨라."

스님께서 상당하여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는 말씀하셨다.
"남원은 한 번에 상대를 이롭게 하였지만 병에 맞게 약을 쓴다
는 면에서 보면 잘못 되었다. 납승의 문하라면 천지처럼 현격하게
다르다. 말해 보라. 납승에겐 더 나은 점이 무엇이겠느냐?"
"쯧쯧" 하더니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12.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범부니 성인이니 하는 망정이 다하면 진
상(眞常)이 그대로 드러나고, 허망한 인연을 여의기만 하면 그대
로가 여여(如如)한 부처이니라' 하였는데, 쯧쯧! 이 무슨 말인
가?"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13.
상당하자 한 스님이 여쭈었다.
"우두(牛頭)스님이 사조(四祖)스님을 뵙기 전에는 무엇 때문에
온갖 새들이 꽃을 물어다 바쳤습니까?"
"뽕나무 뿌리는 못[釘] 같으며 물소뿔은 넓다."
"뵌 뒤엔 무엇 때문에 꽃을 물어다가 바치지 않았을까요?"
"잠방이에는 배자( :덧조끼)가 없고 홑바지엔 바지 구멍이 없
다."
그 스님이 또다시 여쭈었다.
"뵙지 않았을 땐 어떻습니까?"
"나라가 맑으면 인재가 존경을 받고, 집이 넉넉하면 어린 아이
가 버릇없다."
"뵌 뒤엔 어떻습니까?"
"세상의 인정은 차고 따뜻함을 살피며, 사람의 얼굴은 높고 낮
음을 좇는다."
스님께서 계속하여 말씀하셨다.
"학륵나(鶴勒那) 존자는 저 공중(空中)에서 갖가지 모습을 나투
고 만나라(蔓拏羅) 존자는 땅을 가리키니 샘이 되었다. 덕산(德
山)의 회상은 전후가 끊어졌고[光前絶後]임제의 문전에선 한 쪽만
을 얻을 뿐이다."
한참 잠자코 있더니 "무엇이 그 한 쪽이겠느냐?" 하고는 법좌에
서 내려오셨다.







균주 황벽산에서 남긴 법어
[筠州黃檗山法語]







1.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해는 동쪽에서 떠오르고 달은 서쪽으로 진다. 하나가 뜨면 하
나가 짐을 예로부터 지금까지 여러분들은 모두 알고 모두 보아왔
다.
비로자나부처는 끝도 없고 한계도 없어 매일매일 천차만별로 인
연따라 자유로운데, 여러분은 무엇 때문에 보지 못하느냐? 아마
도 마음에 헤아림이 남아 있고 견해가 인과에 머물러서 성인이라
는 생각을 넘고 모든 자취를 초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념연기(一念緣起)함이 남이 아님[無生]을 안다면 해와 달이
누리를 비추듯 하고 하늘과 땅이 만물을 덮어주고 실어주듯 하겠
지만 알지 못한다면 지옥귀신이 발칵 성을 내어 그대들의 머리를
일격에 부숴놓으리라."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2.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오늘은 5월 1일, 중하(仲夏:음력5월)로 들어서는 아침이다.
여러 지사(知事:절의 관리를 맡은 여러 소임)와 수좌(首座)와 대
중은 도체(導體)가 안락하여 하루밤을 긴 선상 위에서 다리를 폈
다 오므렸다 하여 남을 개의치 않았다. 날이 밝아 일어나서는 호
떡과 대궁밥과 떡을 야금야금 씹으면서 배 부르면 쉰다.
바로 이런 때라면 옛도 아니고 지금도 아니며 선도 생각하지 않
고 악도 생각하지 않으니 귀신도 그의 자취를 찾지 못하고 만법이
그의 짝이 되질 못하며 땅이 싣지 못하고 하늘도 덮지 못한다. 그
렇긴 하나 눈 속에는 눈동자가 있어야 하며, 살 속에는 피가 흘러
야 한다. 눈에 눈동자가 없다면 눈먼 사람과 무엇이 다르며, 살
속에 피가 흐르지 않는다면 죽은 사람과 무엇이 다르랴. 30년 뒤
에 나를 괴이하게 여기는 잘못을 범하지 말라."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3.
상당하여 대중이 모이자마자 악! 하고 할을 한 번 하고는 한참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아무 일도 없는데 할은 해서 무엇하겠느냐?"
또 할을 한 번 하더니 말씀하셨다.
"한 번 할하고 두 번 할한 뒤엔 어떠하겠느냐?"
불자로 공중에 한 획을 긋더니 말씀하셨다.
"백장(百丈)스님이 '귀가 먹었던 일'은 그런대로 그렇다 하겠으
나 삼성(三聖)스님의 '눈먼 나귀'는 사람을 근심하게 하는구나."
선상을 치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4.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화장세계(華藏世界)에 끝도 없이 계속 유람하고 다니다가 연등
불(然燈佛)의 처소에 이르러선 한 법도 없다. 그러므로 무(無) 속
에도 유(有)이며 덕산스님의 몽둥이는 별똥이 튀듯 하니 유 속의
무이다. 임제스님의 할은 우뢰가 진동하듯 하며 귀 먹은 듯 벙어
리인 듯 하다. 천지를 곽 채우고 아픔과 가려움을 아는 이 몇이나
있을까.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5.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도는 닦음[修]을 빌리지 않으니 더럽히지만 않으면 될 뿐이며
선(禪)은 배움을 빌리지 않으니 마음 쉼[息心]을 중히 여긴다. 마
음이 쉬었기 때문에 마음마다 생각이 없고 닦지 않기 때문에 걸음
마다 도량이다. 생각이 없으면 벗어날 3계도 없고 닦지 않으면 구
해야 할 보리도 없다. 벗어날 것도 구할 것도 없다는 것은 오히려
교종[敎乘]에서 하는 말이니, 납승이라면 어떻게 해야겠느냐?"
한참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머리 없는 보살은 부질없고 합장하고 다리 없는 금강역사는 아
무렇게나 주먹을 폈다 쥐는구나[菩薩無頭空合掌 金剛無脚 張拳]."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6.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나는 어떤 때는 큰 길로 가고 어떤 때에는 잡초 속으로 달린
다. 그대들 납자여! 날카로운 송곳 끝을 보지 말지니, 뚫어야할
귀퉁이를 잃어버린다. 듣지도 못했더냐. 옛날에 말하기를, '열어
놓고 막지를 못하면 도적을 불러다가 집을 파산 시키며, 끊어야
하는데 끊지 않으면 도리어 그 난리를 만난다'라고 했던 말을."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7.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바다에 들어가 모래를 헤아림은 부질없이 힘만 허비하는 일이
고 벽돌을 갈아 거울을 만듦은 쓸데없는 헛공부이다. 보지도 못하
였느냐. 높고 높은 산 위의 구름은 스스로 걷히고 스스로 퍼지는
데 무슨 가깝고 멀고가 있으며, 깊고 깊은 산 골 물은 굽은 길 곧
은 길 만나는대로 흘러가면서 여기저기 가리지 않음을.
중생이 매일 작용함은 구름같고 물같으니 구름과 물도 그러한데
사람만 그렇지 않구나. 그러함을 체득했다면 3계 윤회가 어느 곳
에서 일어나겠느냐."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8.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금란가사(金 袈裟)가 전해지고 나서도 아난은 오히려 의심을
품었고 찰간(刹竿)대를 거꾸러뜨리지 않아서 가섭이 수고를 면치
못하였다.
여러 스님들이여! 말해 보라. 어떤 찰간대를 거꾸러뜨렸는지
를. 초학자든 만학이든 모두 헤아리지 못함은 평소에 총림에 오랫
동안 있으면서 열이면 열, 모두가 흐리멍텅해서이니 성인의 시대
와 간격이 멀어 사람들에게 게으름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9.
고을에 가느라고 절에서 나갔다가 되돌아와서 상당하더니 말씀
하셨다.
"흐르는 물이 산에서 내려감은 그리움이 있어서가 아니며, 조각
구름이 동구로 되돌아오나 본래 무심하다. 대나뭇집·띳집은 누가
주인일까. 달 밝은 밤중에 늙은 원숭이가읊조리는구나."
선상을 치더니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아난이 가섭에게 묻되 "세존께서 금란가사를 전해주신 이외에 무슨 법을 전해주
셨습니까?" 하니 가섭이 아난을 불렀다. 아난이 대답하니 가섭이 "문밖에 서있는
깃대[刹竿]를 쓰러뜨리라" 하였다.
10.
설날 아침에 상당하자 한 스님이 여쭈었다.
"묵은 해는 이미 갔고 새해가 찾아왔습니다. 이 두 길을 지나지
않는 길을 스님께서는 지적해 보여 주십시오."
"동방(東方)은 갑을목(甲乙木)이다."
"인간과 천상이 귀를 쯩긋하고 오로지 흘러 통하는[流通]소리를
들을 뿐입니다."
"흘러 통하는 일은 어떠한데?"
"흐르는 물을 만나지 못한다면 어찌 다른 산으로 지날 수 있겠
습니까?"
"30년 뒤에 잘 헤아려 보라."
그리고는 스님께서 이 이야기를 하셨다.
한 스님이 경청(鏡淸)스님에게 물었다.
"신년 벽두에도 불법이 있습니까?"
"있지"
"어떤 것이 신년 벽두의 불법인지요?"
"초하룻날 아침에 복을 여니 만물 모두가 새롭다."
"스님의 답변에 감사드립니다."
"노승이 오늘은 손해를 보았구나."
다시 그 스님이 명교(明敎)스님에게 물었다.
"신년에도 불법이 있습니까?"
"없다."
"해마다 좋은 해이고 나날이 좋은 날인데 무엇 때문에 없다 하
시는지요?"
"장공(張公)이 술을 마셨는데 이공(李公)이 술에 취한다."
"원, 무슨 말씀을, 용두사미로군요."
"노승이 오늘은 손해를 보았다."
이에 대해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경청스님이 손해본 것은 묻질 않겠다. 그대 납자들이여! 무엇
이 명교스님이 손해본 곳이더냐? 가려낼 사람이 있다면 문수의 머
리는 하얗고 보현의 머리는 까맣겠지만, 가려내지 못한다면 오늘
은 내가 손해를 보리라."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11.
늑담( 潭)스님이 편지를 보내오자 그 일로 상당하여 이런 말씀
을 하셨다.
"5조 사계(五祖思戒)스님이 지문(智門)스님이 편지를 가지고 덕
산(德山)스님에게 도착하였더니 원명(圓明)스님이 편지를 받고는
물었다.
'이것은 지문(智門)스님의 것이니 어느 것이 바로 심부름꾼의
것이냐?'
오조스님은 곧장 올라가 덕산스님을 보면서 말하였다.
'앞 사람을 보려 한다면 우선 심부름꾼을 관찰하십시오.'"

그리고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옛사람은 산 너머로 연기만 보아도 바로 불이라는 것을 알았다
는데 나는 그에 비해 얼마나 다행인가. 늑담스님께서 영광스런 편
지를 멀리 보내와 내 마음을 자상하게 위로해 주시니 실로 부끄러
운 마음으로 받는다. 더구나 스님께서는 바다같은 학문에 훤히 밝
고 고금에 박식하게 통달한 사람이 아닌가. 하늘의 일월을 높이
떠받들고 사람을 가르치는데 게으름이 없었다 할 만하다. 나는 또
무슨 지푸라기같은 사람이기에 이같은 은덕을 입는가."
불자로 선상을 치고는 내려오셨다.]

12.
성절(聖節)에 상당하더니 말씀하셨다.
"오늘은 영광스럽게도 우리 황제가 탄생하신 날이니 온 누리가
모두 축하하고 온 나라에서 공경히 받듭니다. 요임금같은 천명(天
命)과 순임금같은 덕은 일월과 똑같이 밝고, 금과 옥같은 자손은
산같이 바다같이 영원히 견고하소서.
만국을 가엾게 여기는 은혜를 베푸시고 다른 나라까지도 은택을
내리소서. 감옥에는 오래 갇혀 있는 죄수가 없게 하고 전쟁하는
말은 소와 양과 함께 골짜기에 놀게 하소서. 문덕(文德)을 닦으시
고 무덕(武德)을 쉬어 전쟁을 그만두게 하시니 만민은 우물을 파
서 물 마시고 백성은 스스로 농사 지어 밥을 먹으며 집안과 나라
는 편안하고 제대로 되지 않는 일이 없게 하소서."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13.
눈이 내리자 상당하더니 말씀하셨다.
"눈은 송이송이 다르지 않고 어지럽게 흩날리며 시절에 응하는
구나. 알쏭달쏭한 선문답도 모르는데 말뚝을 지키며 토끼 기다리
는 이야기를 누구에게 들려주랴."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14.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3현3요(三玄三要)와 5위군신(五位君臣)과 4종장봉(四種藏鋒)*
과 8방주옥(八方珠玉)을 30년 전에는 다투어 구하느라 저마다 날
카로운 기량[機鋒]을 드러냈었다. 그러나 지금은 태평스러워져 소
박순수함으로 되돌아가 사람마다 다 가지고 있다.
산도 푸르고 물도 푸른데 흰 구름 깊은 곳이로다. 3의(三儀)와
한 벌 누더기뿐, 만사에 생각 없는데 무얼 염려하랴."
선상을 치더니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15.
영가대사(永嘉大師)는 말하였다.
"강과 바다에 다니고 산과 개울을 건너 스승을 찾고 도를 묻는
것으로 참선이라 하다가 조계의 길[曹溪路]을 알고부터는 생사가
나를 어찌하지 못함을 분명히 알았다네."

스님께서 상당하여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는 말씀하셨다.
"여러 스님들이여! 어느 것이 돌아다닌 산천이며, 어느 것이

*4종장봉:경.율.론 3장에 잡장(雜藏)이나 주장(呪藏)을 더한 것.
찾아다닌 스승이며, 어느 것이 참구할 선이며, 어느 것이 물을 도
이더냐?
회남(淮南)과 양절(兩浙:절강을 중심으로 위 아래 고을)과 여산
과 남악에서 운문과 임제가 스승을 구하고 도를 물었고 동산(洞
山)과 법안(法眼)이 참선을 하였으니 이는 밖으로 치달려 구하는
것으로서 외도(外道)라 한다. 비로자나 자성으로서 바다를 삼고
반야 적멸의 지혜[智]로서 선을 삼는다면 안에서 구함[內求]이라
하겠지만, 밖에서 구한다면 그대를 ㅉ아낼 것이며, 5온(五蘊) 안
에 안주하여 구하면 그대를 속박하리라. 그러므로 선(禪)이란 안
도 아니며 밖도 아니며 있음도 아니며 없음도 아니며 실제도 아니
고 허망도 아니다. 듣지도 못했느냐? '안으로 보고 밖으로 봄이
모두 잘못이며 부처의 도와 마군의 도가 모두 악이다'라고 했던
말을.
별안간 이렇게 되어버림이여
달에 서산에 지는구나
자꾸만 소리와 모습[聲色]을 찾음이여
이름과 모습이 어디에 있는가.
瞥然與�去兮 月落西山
更尋聲色兮 何處名邈

불자로 선상을 치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황룡산에서 남긴 어록
[黃龍山語錄]







1.
절에 들어가 상당하자 한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황룡산의 경계입니까?"
"어제서야 여기에 도착하였기 때문에 아직 자세히 보질 못하였
다."
"어떤 것이 그 경계에 있는 사람입니까?"
"긴 것은 길고 짧은 것은 짧다."
스님께서 이어서 말씀하셨다.
"도는 의심과 막힘이 없으며 법은 본래 인연을 따르니 일이 어
찌 억지로 되랴. 아마도 그렇지 않으면서 그러한 것이리라. 적취
암(積翠菴)에 있으면 적취암 사람이라 하고, 황룡산(黃龍山)에 들
어가면 바로 황룡장로(黃龍長老)라 한다. 조사의 심인(心印)을 어
떻게 알랴. 무쇠소를 만드는 틀과도 흡사하여 도장을 떼면 무늬
[印文]가 찍히고 도장을 누르고 있으면 무늬가 뭉개진다. 떼지도
않고 누르지도 않을 경우엔 또 어떻게 도장을 찍겠느냐?"
한참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안개 낀 마을에 3월 비 내리는데 어떤 집 하나만은 색다른 봄
이로구나[煙村三月雨 別是一家春]."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2.
방거사(龐居士)가 조리( 籬)를 팔러 다리로 내려오다가 땅바닥
에 입을 박고 엎어지자 딸인 영조(靈照)도 아버지 곁에 거꾸러지
니 거사가 말하였다.
"너는 무얼 하느냐?"
"아버지께서 땅에 거꾸러진 것을 보고 제가 부축해 드리는 겁니
다."
"다행히도 보는 사람이 없었기 망정이구나."

스님께서 상당하여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는 말씀하셨다.
"가련한 사람은 비웃는 줄도 모르고 도리어 가다 말고 진흙탕에
서 뒹구는구나. 내가 당시에 보았더라면 이 원수를 한 방망이에
쳐죽였으리라."
불자로 선상을 치고는 내려오셨다.

3.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모든 부처님은 세상은 출현하여 방편으로 말씀[言詮]을 시설
하였으나 조사가 서쪽에서 찾아와서는 입도 뻥긋 않으셨다. 가령
허공에서 놓아버린다면 3천세계(三千世界) 모든 티끌의 낱낱 티끌
가운데 법계를 머금겠지만, 만일 걸음마다 높은 데 오르려 한다면
나귀의 안장은 너의 아버지 아래턱뼈가 아니리라."
불자로 선상을 치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4.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큰 도는 중간이 없으니 다시 무엇이 전후가 되며, 긴 허공은
자취가 끊겼는데 어찌 헤아림이 필요하랴. 허공이 이미 이와 같은
데 도를 어찌 말하랴. 상근기라면 설명[言詮]을 빌리지 않겠지만
중·하의 부류라면 또 어떻게 면하겠는가. 그러므로 한 스님이 운
문스님에게 묻기를 '무엇이 운문의 한 곡조입니까?' 하자 '납월
25일이다'라고 했던 것이다."
계속해서 말씀하셨다.
"오늘이 바로 납월 25일이다. 그대들은 잘 알겠느냐? 잘 모르겠
다면 자세히 들으라. 내 여러분을 위해서 거듭 한 번 더 노래하리
라.
운문의 한 곡조는 스물 다섯이라
궁상각치우에 속하지 않았네
내 곡조의 유래를 묻는 사람이 있다면
남산에 구름 일어나니 묵산에 비 내린다 하리.
雲門一曲二十五 不屬宮南角徵羽
若人問我曲因由 南山起雲北山非
불자로 선상을 치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5.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승당앞에서 종을 치면 종이 울리고 법당 위에서 북을 치면 북
이 메아리쳐서 3세 모든 부처님이 북소리 속에서 큰 법륜을 굴린
다. 여러분은 어느 곳에서 안심입명을 하려느냐? 억지로 부리는
어떤 납승이 있어 탁하고 청정함을 모른 채 문득 '동서남북과 사
유상하와 오늘은 7, 다음날은 8을 말하며 승당 안에서 밥을 먹고
요사채에서 불을 쪼이거나 혹은 면전에 한 획을 굿기도 한다. 이
렇게 했다간 4은(四恩)을 등지리니 그것은 그래도 괜찮다 하겠지
만 서쪽에서 오신 눈 푸른 달마를 저버리리라."
선상을 치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6.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황매산(黃梅山)에서 한밤중에 심게(心偈)를 전하고 소실암전
(少室巖前)에서 팔을 끊었으니 긁어 부스럼 만들면서 아픔을 모르
고 지금까지 시비거리를 만드네."
불자로 선상을 치고는 내려오셨다.

7.
월주(越州) 대주(大珠)스님이 지난날에 마조(馬祖)스님을 뵈었
을 때 마조스님이 물었다.
"그대는 무얼 하러 왔느냐?"
"불법을 구하러 왔습니다."
"그대는 무엇 때문에 집을 버리고 생업을 잃었느냐. 왜 머리를
돌이켜 자기 집의 보배창고를 알고 갖질 않느냐."
"무엇이 자기 집의 보배 창고입니까?"
"지금 묻고 있는 자가 그것이다. 그대가 머리를 돌이킨다면 일
체가 구족하여 누리고 씀[受用]이 끝도 없어서 다시는 조금도 부
족함이 없으리라."
대주스님은 여기에서 구하는 마음을 홀연히 쉬고 대도량에 앉았
다.

스님께서 상당하여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는 말씀하셨다.
"여러분들은 각자에게 자기의 보배창고가 있는데 무엇 때문에
사용하질 못하느냐. 머리를 돌이키지 않기 때문이다."
선상을 치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8.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한 사람은 아침에는「화엄경」을 보고 저녁엔「반야경」을 보
면서 밤낮으로 정근하느라 잠시도 겨를이 없으며, 한 사람은 참선
도 하지 않고 논의도 하지 않은 채 헤진 방석을 붙들고 대낮에 졸
고 있다. 이 두 사람이 함께 나를 찾아왔다. 한 사람은 함이 있고
한 사람은 함이 없다. 어떤 사람을 인정해야 옳겠느냐?"
한참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공덕천(功德天:毘沙門王의 왕비)과 흑암녀(黑暗女)를 지혜 있
는 주인은 둘 다 받질 않는다."
불자로 선상을 치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9.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대각세존이 말씀하시기를, '나는 지금 그대를 위해서 깨달음을
잘 간직[保任]하나니 이 일은 결코 거짓이 아니다. 너희들은 이
삼매를 부지런히 정진해야 된다'고 하셨다."
스님께서 이어서 말씀하셨다.
"정진이라면 없질 않다만 여러분은 무엇을 삼매라 하겠느냐?"
한참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가섭의 분소의(糞掃衣) 값은 백천만금이고, 전륜왕 상투 속의
보배는 반푼어치도 못된다."
불자로 선상을 치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10.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어제는 죽을 지나치게 늦게 먹더니 오늘은 또 죽을 너무 일찍
먹는구나. 이는 주지하는 사람의 위엄스러운 명령이 근엄하질 못
해서이냐, 아니면 일 보는 사람[執事人]의 몸과 마음이 게으르기
때문이냐? 대중들은 한번 판단해 보라. 법도가 혼란해지고 나면
모든 일이 들쑥날쑥하며 한 사람이 일을 실수 하면 여러 사람이
불안해진다. 절 내외의 1,2백 사람들은 곡좌(曲坐)가 이미 그 지
위에 있으니 큰 일이든 작은 일이든 낱낱이 가까이 목전에서부터
반조하고 되돌아보아야만 하며 일을 경솔히 하고 대중을 업신여겨
서는 안된다. 이처럼 할 수만 있다면 낱낱이 원각(圓覺)이며 걸음
마다 도량이다. 어찌 밖에서 천착하여 긁어 부스럼을 만들랴."
불자로 선상을 치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11.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달마는 서쪽에서 십만 리를 찾아와 소림에서 팔구년을 면벽했
는데 오직 신광(神光:이조 혜가)이 이 뜻을 알고 묵묵히 3배(三
拜)하여 헛되게 전하지 않았다. 후대의 아손은 정각(正覺)을 잃고
근본을 버리고 지말을 좇으며 삿된 말을 숭상하여 죽는 날에 이르
러선 빚진 원수같은 몸으로 황천에 들어가는구나."
불자로 선상을 치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12.
상당하여 불자로 선상을 한 번 치고는 말씀하셨다.
"눈이 있으면 모두 보고 귀가 있으면 다 들었을 것이다. 이미
보고 들었으니 말해 보라. 무엇을 들었는지를. 만학이든 초학이든
분명하고 분명하게 설파해야만 한다. 우리 부처님께선 마갈타국에
서 이 법령을 직접 시행하였고, 28조사는 차례차례 전수하였다.
그 뒤 석두(石頭)와 마조(馬祖)스님에 이르러선 망아지 한 마리가
천하 사람들을 밟아 죽인 격이고, 임제와 덕산의 몽둥이와 할은
우뢰와 번개처럼 빨랐다. 뒤의 법손은 변변치 못하여 그 법령을
내세우긴 했으나 시행하진 못하고 화려한 언구만 드러냈을 뿐이
다.
내가 세간에 태어난 시대는 말세운에 해당하여 다 망가져가는
법고(法鼓)를 치고 떨어져 버린 현묘한 강령을 정돈하였다. 여러
분은 중간에 여러 해를 매어둔 채 보내지 말라. 4대해(四大海)의
물이 여러분의 머리 위에 있음을 알아야만 하리라."
불자로 선상을 치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13.
한 스님이 건봉(乾峰)스님에게 물었다.
"시방 제불의 한 길 열반문이라 하였는데 그리로 가는 길목이
어느 곳에 있습니까?"
건봉스님은 주장자로 가르키면서 말하였다.
"여기에 있다."
그 스님이 운문스님에게 자세한 설명을 청하였더니 운문스님은
부채를 잡아 일으키면서 말하였다.
"부채가 껑충 뛰어 33천에 올라 제석(帝釋)의 콧구멍에 부딪치
고 동해의 잉어가 한 방망이를 치니 비가 동이물을 붓듯 쏟아지는
구나. 알겠느냐, 알겠어?"

스님께서 상당하여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는 말씀하셨다.
"건봉스님이 한 번 지적한 일은 초학자[初機]를 위한 자상한 방
편이며 운문스님에 와서야 변화에 통하여 후인들이 게으르지 않게
끔 하였다. 여러분은 두 분 스님의 뜻을 깊이 캘지언정 두 분의
말씀을 좇진 말라. 뜻을 얻으면 바른 길로 되돌아와 집으로 돌아
가려니와, 말을 찾는다면 삿된 길로 미끄러져 더욱 멀어지리라."
불자로 선상을 치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14.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범부니 성인이니 하는 망정(妄情)이 다하여 진상(眞常)이 그대
로 드러나고 허망한 인연 여의기만 하면 바로 여여한 부처라 하였
다.
이는 옛사람이 먹다 남긴 국이고 쉰 밥이긴 하나 상당한 사람
들이 먹질 못하고 있다. 내가 이 말을 들먹였으니 손해가 적지를
않구나. 점검해낼 사람이 있다면 바로 부처의 병과 조사의 병을
알리라. 만일 점검해내지 못한다면 섬부(陝府)의 무쇠소*가 천지
를 삼키리라."
선상을 치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섬부의 무쇠소(陝府鐵牛):섬부는 지금의 하남성(河南省)자리. 여기에는 철제로
만든 큰소가 있다는데 움직이지 않는 것의 상징으로 쓰임.




게송






조주감파*
趙州勘破

총림에서 걸출한 조주여
노파를 간파한 일, 이유가 있었구나
지금 세상이 거울처럼 맑으니
길 가는 사람은 길과 원수맺지 말지어다.
傑出叢林是趙州 老婆勘破有來由
而今四海淸如鏡 行人莫與路爲


*조주스님이 사는 오대산에 들어오는 길가에 노파가 있으면서 납자들이 오다가
"오대산은 어디로 갑니까?"하고 물으면 "곧장가시오"하여 그가 서너 걸음 내딛으
면 "멀쩡한 스님이 또 저렇게 가는군"하였다. 나중에 어떤 스님이 조주스님에게
말씀드리자 스님은 "내가 직접 간파해 보리라"하였다. 이튿날 가서 그렇게 물으니
노파는 여전히 그렇게 대답하는지라 스님은 돌아와서 대중에게 말하였다. "내 그
대들을 위해 그 노파를 간파했다."
한유시랑이 태전스님을 봄*
韓愈侍郞見大顚

일등가는 종사(宗師)가 가풍을 펴서
정성을 다한 법문으로 한공(韓公)을 위했으니
사자 굴 속에는 다른 짐승 없고
코끼리왕 가는 곳 여우 자취 끊겼네.
宗師一等展家風 盡情施設爲韓公
師子窟中無異獸 象王行處絶狐


보수스님이 개당을 하니 산성스님이 어떤 스님을 밀침*
寶壽開堂三聖推僧

보화왕좌(寶華王座)에 처음 오를 때
삼성이 한 스님을 밀쳐 대중의 의심 결단했네
방망이 끝엔 분명히 노소가 없는데
천하에 눈먼 사람들 몇이나 알랴.
寶華王座始登時 三聖推僧決衆疑
棒頭分明無老少 天下盲人幾箇知
*태전스님에게 한유가 물었다. "제자는 군주(軍主)에 일이 많으니 긴요한 말씀 한
마디를 일러주십시오."스님이 잠자코 있자 문공(한유)이 어리둥절하거늘 삼평(三
平)이 시자로 있다가 선상을 3번치니 스님이 "무슨뜻인고?"하자 삼평이 "먼저 선
정으로써 동(動)하고 나중에 지혜로써 뽑아 냅니다"라고 대답하였다. 이에 문공이
삼평에게 절을하고 사례하면서 "화상의 가풍은 높고 거세어 제자는 시자에게서 들
어갈 자리를 얻었습니다"라고 하였다.
* 보수스님이 개당하는 날 삼성스님이 중 하나를 밀어냈다. 보수스님이 그를 때리
자 "그런 식으로 사람을 위해서야 그 중만 눈멀개 할 뿐 아니라 진주성 사람을 온
통 눈멀게 할 것이다" 하자 보수스님은 자리에서 내려왔다.
비마암스님이 곽산스님이 찾아온 인연을 봄*
秘魔巖見�u山到因綠

사숙과 조카 서로 만나 둘 다 꺼릴 것 없거늘
마침내 등을 어루만져 바보짓을 하였네
머리를 돌이키니 사람들이 비웃을까 두려워
천리 밖에서 나를 속이러 왔다 하네.
叔姪相逢兩不猜 到頭撫背似癡
廻首恐人生怪笑 報云千里 余來


임제스님이 삼성스님에게 부탁함
臨濟屬三聖

열반[圓寂]으로 돌아가려 하며 이별의 마음 펼 때
정법안장을 잘 지니라 간곡히 당부하였네
할(喝) 소리에 진흙탕 길 열리지 않으니

* 오대산 비마암 스님은 항상 나무 집게[木枚] 하나를 들고 있다가 납자들이 와서
절을하면 목덜미를 집고 말하되 "어느 마군이가 너를 중을 만들었으며 어느 마군
이가 너를 행각하게 했는가? 대답을 하더라도 집어서 죽이고 못하더라도 집어서
죽이리라. 속히 말하라"하였다. 그때 곽산스님이 와서 품안으로 뛰어드니 비마암
스님은 등을 세 차례 문질렀다. 곽산스님이 튀어나가 손을 들고 말하기를 "삼천리
밖에서 나를 속였구나" 하였다.
* 임제스님이 세상을 뜰 때 삼성스님이 원주로 있었는데 임제스님이 상당하여 말
하기를 "어찌 감히 스님의 정법안장을 멸망케 하겠습니까?"하였다. 이제 임제스님
이 말하기를 "갑자기 누군가가 물으면 그대는 무었이라 대답하겠는가?" 하니, 삼
성스님이 말하기를 "갑자기 누군가가 물으면 그대는 무엇이라 대답하겠는가?하니,
삼성스님이 할을 하거늘 임제스님이 말하기를 "나의 정법안장이 저 눈먼 당나귀에
게 멸망될 줄을 누가 알았으리오"하였다.
이로부터 눈먼 나귀 타는 사람 적었으라.
圓寂將歸 別時 法眼好任持
喝下不開泥水路 驢從此少印騎


영운스님이 복사꽃을 보고 도를 깨달음*(3수)
靈雲見桃花悟道

2월 3월엔 햇빛도 따사롭더니
여기저기 복사꽃 나무마다 붉었어라
종장(宗匠)은 깨달아도 철저하지 못하여
지금도 여전히 봄바람에 벙글거리네.
二月三月景和融 遠近桃花樹樹紅
宗匠悟來猶未徹 至今依舊笑春風

용과 코끼리[龍象] 서로 만남 세상에 드물어
한 번 오고 한 번 감에 친소가 나타나네
요즘 사람 그 속의 뜻 깨닫지 못하고
잎을 따고 가지 찾아 객진(客塵)을 키우네.

* 복주(福州) 영운 지근(靈雲志勤)스님이 위산에서 복숭아꽃을 보고 깨닫고는 시
를 한수 읊었다. 30년 동안 검(劍)을 찾던 나그네/몇 차례나 잎지고 가지 돋았는
가. 복사꽃을 한차례 본뒤로는/오늘까지 다시는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는 위산스
님에게 이야기하니 위산스님이 "인연따라 깨달으면 영원히 물러나지 않으리니 잘
간진하라" 했다. 어떤 스님이 현사스님에게 이야기하니 현사스님이 말하되 "당연
하고 당연한 일이나 노형께선 아직 철저히 깨닫지 못했다고 확신하노라"하였다.
대중이 이 말을 이상하게 생각하므로 현사스님은 지장스님에게 묻되 "내가 그렇게
말했는데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니 지장스님은 "계침(桂琛)이 아니었다면
세상 사람들을 몹시 바쁘게 했을 것이니라" 하였다.
龍象相逢世不群 一來一去顯疏親
時人不悟其中旨 摘葉尋枝長客盡

한 번 복사꽃 보더니 다시는 의심치 않았는데
총림에선 깨닫지 못했다고 옳다 그르다 하네
마땅히 알아야 할지니 사심없는 한 기운이라야
마른 나무에서 다시 싹 트게 할 수 있음을.
一見桃花更不疑 叢林未徹是兼非
須知一氣無私力 能令枯木更抽枝


국사가 시자를 세 번 부름*(2수)
國師三喚侍者

국사가 시자를 세 번 부르니
풀을 헤침은 뱀을 놀라게 하려 함 뿐이었네
뉘라서 알랴. 산골물 푸른 소나무 아래
천 년 묵은 복령(茯 : 버섯의 일종)이 있음을.
國師三喚侍者 打草祗要蛇驚
誰知澗底靑松下 有千年茯

국사는 말을 꺼냈다 하면 헛소리를 낸 적 없은나
시자를 세 번 불렀어도 소식이 없었구료

*남양 혜충국사가 시자를 불러 시자가 네! 하고 대답하였다. 이렇게 세 번을 불러
세 번을 대답하니 국사가 말하기를 "내가 너를 저버린다 하렸더니 네가 나를 저버
리는구나" 하였다.
평생에 속마음을 남에게 기울였으나
알고 지냄이 모를만 못하였네.
國師有語不虛施 侍者三喚無消息
平生心膽向人傾 相識不如相識


조주스님의 '차나 마시게'*(2수)
趙州喫茶

조주가 사람 시험한 분명한 경계
무심코 입을 열어도 바로 속마음을 알았네
얼굴을 마주할 때 푸른 눈 없었더라면
종풍이 어찌 지금에 이루렀으랴.
趙州驗人端的處 等閑開口便知音
面若無靑白眼 宗風爭得到如今

서로 만나 묻고는 내력을 알아
친소를 가리지 않고 바로 차를 주었네
돌이켜 기억하니 바쁘게 왕래한 자들이여
바쁜 중에 뉘라서 항아리에 가득한 꽃향기를 알았으리.
相逢相問知來歷 不揀親疏便與茶
蒜 憧憧往來者 忙忙誰辨滿 花

* 조주스님이 어떤 스님에게 묻기를 "여기에 왔던적이 있던가?"하여 "그렇습니다"
하면 "차나마시게" 하였다. 또 다른 스님에게 똑같은 질문을 하여 이번에는 "왔던
적이 없습니다"하면 이 때도 역시 "차나 마시게"하였다. 이에 원주가 뭍기를 "어
째서 왔던 이도 차를 마시게하고 온 적이 없는 이도 차를 마시게 합니까?" 하니
스님이 "원주야!" 하고 불러 원주가 대답하거늘 "차나 마시게" 하였다.
뜰 앞의 잣나무*(3수)
庭前伯

조주가 뜰 앞의 잣나무를 말하니
납지들이 고금에 서로 전하였네
잎을 따고 가지 찾아서 이해를 했다 해도
나무 한 그루로는 숲을 이루지 못함을 어찌 알랴.
趙州有語庭前柏 禪者相傳古復今
摘葉尋枝雖有解 那知獨樹不成林

짙푸른 뜰 앞의 잣나무 조사의 마음 보이니
조주의 이 말씀 총림에 퍼졌네
구비서린 뿌리는 절개지켜 기름진 땅에 섰으니
납자들이여, 틀 밖에서 찾는 일을 쉬게나.
庭柏蒼蒼示祖心 趙州此語播叢林
盤根抱節在金地 禪者休於格外尋

온갖 나무는 시절 따라 시들기도 하지만
조주의 잣나무는 영원히 무성하네
서리를 견뎌내고 절개를 지킬 뿐 아니라
맑은 바람 맞으며 밝은 달 마주함이 얼마이던고.
萬木隨時有凋變 趙州庭樹鎭長榮
不獨凌霜抱貞節 幾奏淸風對月明


* 어떤 스님이 조주 스님에게 묻기를 "무엇이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하자 "뜰 앞 잣나무니라" 하였다.
여릉의 쌀값*
廬陵米賈

여릉의 쌀값은 해마다 새로운데
길 가다가 듣는 헛된 말 다 진실은 아니라네
큰 뜻은 꼭 갈림길에서 물을 것 아니라
오르락내리락하며 본래의 행인을 보아야 하리.
廬陵米賈逐年新 道聽虛傳未必眞
大意不須岐路問 高低宜見本行人


수미산
須彌山

선지식은 자재로와 결코 헛되지 않아서
근기에 ㅁ추어 수미산을 뿜어냈다네
서로 쫓아가며 해마다 길에서 시달리네.
作者從橫終不虛 應機踊出須彌盧
人窮不到金剛際 相逐年年役路途




* 청원 행사 스님에게 한 스님이 불법의 요지를 물으니 "여릉(강서성 부근으로 쌀의
주산지)에는 쌀값이 얼마냐 하더냐?" 하셨다.
북두에 몸을 숨김*
北斗藏身

하늘에 있는 별 모두 북두로 향하고
땅 위의 물은 모두 다 동해로 빠진다
요즘 사람 몸을 숨길 곳 알려 한다면
키[ 箕]들고 딴 곳에서 방아 찧어야 하리.
天上有星皆拱北 人間無水不朝東
時人若識藏身病 拈取 箕別處春


위산스님의 물빛암소*(3수)
山水 牛

옛날 위산에 물빛암소 있더니
지금은 늙어 거친 언덕에 누웠네
겉모습은 엉성하여 힘은 없어도
물 먹이니 여전히 좋은 소라오
사방의 푸른 들에 마음대로 놓아주었다가
천봉(千峰)에 눈이 하얗거든 재빨리 거두네
시절에 ㅁ추어 들고 놓을 수 있다면

* 한 스님이 운문 스님께 묻기를 "무엇이 법신을 꿰뚫는 도리입니까? 하자 "북두
에 몸을 숨기느니라"하였다.
* 위산스님이 대중에게 말하였다. "내가 죽은 뒤엔 산 밑 마을에 가서 한 마리 물
빛 암소가 되어 왼쪽 겨드랑이 밑에 '위산의 중 아무게'라 쓰겠다. 그때 만일
위산이라 하면 암소를 어찌하여 암소라 하면 내 이름은 어찌하겠는가?" 그러자
앙산 스님이 나와 절을 하고 물러갔다.
사방 가득한 뽕밭인데 무슨 근심을 하랴.
昔日 山有水 而今老倒臥荒丘
形容貞立雖無力 灌啖依前是好牛
四野草靑隨處放 千峰雪白早須收
若能擡擧及時節 極目桑田何用憂

천군만대(千群萬隊)의 물빛암소도
위산의 한 마리에서 벗어나진 않네
무심히 몸에 지니면 항상 현전(現前) 하려니와
마음을 내서 찾는다면 찾지 못하리
크지도 작지도 않으나 근력은 있어
한 몸에 두 이름, 아는 사람 적어라
인연 따라 놓아주니 초목은 푸르고
늦은 석양에 거두니 천지가 어둡다네
끌고 놓아줌은 코 끝의 고삐여야만 하니
고삐 얻지 못하면 잡을 도리 없으리
고삐 없는 많은 세상 사람들
빤히 보면서도 이 도둑소를 놓쳐버렸네.
天群萬隊水 牛 不出 山這一隻
無心管帶常現前 作意追尋尋不得
不大不小有筋力 一身兩號少人識
隨綠放去草木靑 遇晩收來天地黑
收放須得鼻頭繩 若不得繩無準則
世間多少無繩人 對面走却這牛賊
위산의 물빛암소 뼈만 앙상하여
철 따라 털옷을 바꾸어 입는다
동자는 뿔에 받힐 줄 모르면서
덜렁대는 마음으로 별안간 허리에 타고서
홀연히 그림자를 가이없이 희롱하다가
모르는 곁에 몸 뒤집혀 구렁창에 빠져버렸네
곧장 일어났으나 소는 간데 없어지고
온몸은 진흙 속에서 눈물이 줄줄 흐르네.
山水 骨羸錐 改變毛衣隊四時
童子未知攀角上 序心便要驀腰騎
忽然弄影無邊際 不覺蒜身墮


납자에게 주는 글
示禪者

남북을 분간 못하고
천지를 속이면서
현묘한 도리를 논함은
당나귀 울음소리 개 짖는 소리.
南北不分 欺天罔地
說妙談玄 驢鳴狗吠


전대도에게 답함
和全大道

음광(飮光)존자는 한량 없는 세월을 좌선하였고
포대(布袋)화상은 일생동안 정신이 빠졌다
학질 걸린 개는 천상에 태어남을 원치 않고
도리어 구름 속의 백학(白鶴)을 비웃네.
飮光論劫坐禪 布袋終年落魄
疥狗不願生天 却笑雲中白鶴


남악의 높은 누각에서 납자에게 주는 글
南嶽高臺示禪者

풀을 헤치고 바람을 맞아 삿됨과 바름을 가려내려면
우선 눈[眼]속의 모래를 집어 내게나
머리를 들고 천황(天皇)스님의 떡을 맛보면
빈 마음으로 조주스님의 차 마시기는 어려우리
남전(南泉)스님은 말 없이 방장실로 돌아가고
영운(靈雲)스님은 복사꽃 보고 깨달아 오도송 읊었네
처음부터 나를 위해 고친 글[雌黃]을 꺼내어
총림의 올바른 선지식을 보려 해야 한다.
撥草占風辨正邪 先須拈却眼中沙
擧頭若味天皇 虛心難喫趙州茶
南泉無語歸方丈 靈雲有頌悟桃花
從頭爲我雌黃出 要見叢林正作家
남악에서 수납자를 전송함
南嶽送秀禪者

인공(人空)과 법공(法空)을 깨닫고
문득 나를 하직하고 수많은 봉우리를 떠나려 하는구려
아 - 아!그대의 지견(知見) 아직 통달치 못하였으니
인연 따라 시설해선 실로 통하기 어려워라
연못에 비친 달을 마음에 두어 붙들지 말고
절개를 지녀 눈 맞은 소나무를 속여야 하네
여기를 떠나 안온한 곳을 알려는가
천태(天台)와 안탕(上蕩)은 강동(江東)땅에 있다네.
悟得人空與法空 便擬辭予出亂峯
嗟汝見知猶未達 任錄施設信難通
在心勿守澄潭月 秉節須欺帶雪松
此去欲知安穩處 天台上蕩在江東


황벽산 초유나에 부침
寄黃檗初維那

방망이를 얻어맞고는 단제(황벽)스님을 붙들어 도와주었고
병을 걷어차고는 그 자리에서 위산 스님을 얻었다네
시비거리는 총림의 입을 식히지 않았는데
무슨 사건이 세간에 가득 퍼지나.
喫棒祗因扶斷祭 甁當下得 山
是非未寒叢林口 何事流傳滿世間
운전좌에게 주는 글
示雲典座

훌륭하신 우리 황제의 도 순박하여
순조로운 비와 바람 곳곳에 들리네
채소밭 푸른 채소에 벼는 벼대로 익으니
때맞은 변통은 모조리 그대 덕분이라네.
當今明聖道唯淳 塊雨條風處處聞
園裡菜靑禾又熟 時中通變盡由君


남악의 파초암 주인에게 부침
寄南嶽芭蕉庵主

영원(靈源)에서 헤어진 후 또 한번의 봄을 맞으니
다시 만나기를 기약하나 만날 길 없음이 한스러워라
대사껜 파초를 심는 비결 있으니
다음 사람을 뽑아서 전수하는 일 삼가시오.
一別靈源又一春 欲期再會恨無因
吾師有種芭蕉訣 愼莫傳持取次人


절에서 물러나 여산을 이별함
退院別盧山

10년 여산 살던 중이
하루아침에 층층 바위를 나오네
옛 친구와 강가에서 이별하는데
와로운 배는 날아오르는 학을 실었네
물결은 강언덕을 따라 구비치고
돛은 바람 부는대로 휘어지니
가고 머뭄에 본래 집착이 없어
선가에선 사랑과 미움이 끊어졌다오.
十年廬嶽僧 一旦出巖層
舊友臨江別 孤舟帶鶴登
水流隨岸曲 帆勢任風騰
去住本無著 禪家絶愛憎


옥산으로 되돌아가는 사백을 전송함
送師伯歸玉山

오실 땐 가을바람 불더니
가실 땐 봄바람 이는군요
바람의 성품 본래 집착이 없듯
사백의 마음도 역시 그러합니다.
옛 절 되돌아가 옥산을 그리워하시니
아득히 천리길이군요
떠나보내며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아득히 넘실대는 텅 빈 강물뿐이군요
來時秋風生 去時春風起
風性本無著 師心亦復爾
舊寺歸懷玉 千百里
送別何所談 浩渺空江水


앙산 원감원에게 베장삼으로 보답함
酬仰山圓監院布衫

먹물옷 난삼[ 衫]을 누가 알아보랴
소매 끝과 옷깃이 퍽이나 잘 어울리네
조주는 일찍이 일곱 근의 무게를 보였고
동산[洞上]에선 두팔기(竇八機)를 온전히 제창했다오
칠하지 않은 산색 물색은 눈에 넘치고
단엄한 몸은 지조를 기대할 만하구려
자재롭게 염부제를 붙어 살면서
도리어 요란한 서리바람 비웃는다오.
墨 衫誰辨別 袖頭打領頗相宜
趙州曾示七斤重 洞上全提竇八機
溢目不粧山水色 嚴身堪作歲寒期
綜橫著在閻浮世 蒜笑霜風遼亂吹


훈·안 두 납자를 전송함
送勛顔二禪者

선(禪) 밖엔 별다른 일 없어
봄기운 타고 수려한 물로 가는구나
나에게 반게(半偈)를 구하고
나아가서 고달픈 중생을 위로한다네
해가 나오니 안개 구름 흩어지고
바람이 훈훈하니 초목이 무성하다
거듭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하랴
법마다 본래 원만히 이루어진 것을.
禪外無餘事 乘春秀水行
就予求半偈 前去慰勞生
日出雲霞散 風和草木榮
何須重話會 法法本圓成


부가 한두 번 나와서 문병한 데 대해 감사드림
謝富一二修造問病

어리석음을 따라 애욕이 있으니
곧 나의 병 생겼고
유마가 모범을 보이자
문수가 이윽고 떠났네
지·수(地·水)가 서로 어긋나
화·풍(火·風)이 서로 부딪쳐
각각 어울리는 곳 없는데
어찌 분별해 앎을 용납하랴
오가는 말은 다함 있어도 생각은 다함이 없어
달은 차가운 연못에 교교한데 가을 이슬은 방울방울 맺히네.
從癡有愛 則我病生
淨名垂節 文殊遂行
地水相違 火風相擊
名無所從 寧容辨識
分飛言盡意不盡 月皎寒潭秋露滴


착유나를 전송함
送著維那

청정한 원력의 마음을 버리지 않고
소매를 걷어부치고 다시 미혹한 뭇중생 교화하는구려
떠나보내며 오직 보름달에 부탁할 뿐이니
밤마다 같이 다니지만 다른 시내에 이르리다.
淸淨願力心未捨 卷衣又出化群迷
送行唯託金論月 夜夜相隨到別谿








스스로 초상화에 찬을 지음
自述眞讚

한 납자가 나의 초상화를 그려놓고는 나에게 찬문(讚文)을
청하였다. 아 - 아! 그리는 것도 잘못이거니와 찬을 지음
은 더더욱 잘못이로다. 고집스런 명령 바꾸지 않기에 이에
그 뜻에 따라준다.

한 폭의 하얀 명주에
울긋불긋 나를 닮게 그려놓고
나의 모습이라 말하나
그 도적이로다
나의 진면목은 모양 없으니
나의 모습 그려낼 수 없도다
꿈 속에 번개 같은 세월 쉰 한 살이고
고향은 옥산(玉山), 속성은 장(章)씨라오.
一幅素繒 丹靑模勤
謂吾之眞 乃吾之賊
吾眞匪狀 吾貌匪狀
夢電光陰五十一 桑梓玉山俗姓章





늑담의 월장로가 짚신을 보내주신 데 대해 보답함(2수)
酬 潭月長老惠草履

그때 서쪽 조사가 일찍이 남겨놓더니
오늘은 스님의 특별한 은혜를 받았구려
짚신을 마주하고 그 사람을 생각하나 누가 나를 알겠소
달 밝은 밤 신고서 묘고대(妙高臺)에 오릅니다.
當年西祖曾留下 今日蒙師特惠來
覩物思人孰知我 月明著上妙高臺

뼈 찾고 살 찾는 마음 죽지 않았는데
그 때에 한 번 신었는데 다시 무얼 부러워하랴
지금은 2백년 전의 일이 되어버렸으니
마음 알아주는 벗이 아니면 들고 오지 않으리.
尋骨尋皮心未灰 當年一著更何猜
而今二百年前事 不是知音不擧來


절땅으로 들어가는 영·통 두 납자를 홍주에서 전송함.
洪州送永統二禪人入浙

황벽은 마음 물었으나 마음 다하지 않고
홍도(洪都)에서 송별하니 이별이 가볍지 않아라
옛 산으로 돌아갈 날 의론할 겨를 없어
그대 위해 배회하며 가는 길 말한다네
숲 속의 흩날리는 낙엽은 옷에다 찬란함을 다투고
고향의 다듬이소리는 지팡이소리와 뒤섞이리
물물마다 내 집 물건이니
티글 생각[情塵]으로 일일이 밝음을 취하려 하지 말라.
黃檗問心心不盡 洪都送別別非輕
舊山未暇論歸日 爲爾徘徊說去程
林葉 紛衣鬪爛 鄕砧 亮錫交聲
頭頭總是吾家物 莫把情盡取次明


황룡으로 가는 이를 전송함
送人之黃龍

지난날 봉령(鳳嶺)에서 봉황의 털을 얽고
강서와 남악에서 유람을 쉬었다오
이제 황룡(黃龍)의 뿔을 잡으려는가
몸에다가 칠성도(七星刀)를 비껴차야 하리라.
鳳嶺昔曾綴鳳毛 江西南嶽罷遊
而今欲 黃龍角 橫身須佩七星刀


화납자를 전송함
送和禪者

비로자나의 성품은 청정하나
청정은 지킴을 필요치 않네
헤지고 때 묻은 옷 입고
세속에 들어가 간탐과 소유를 타파하라
5·6·7·8·9
남쪽을 향해 북두칠성을 보라
이 가운데 현묘함을 얻는다면
마음대로 포효하게 하리라.
毘盧性淸淨 淸淨不須守
宜著弊垢衣 人俗破�h有
五六七八九 面南看北斗
此中若得玄 縱橫任哮吼


주납자를 전송함
送周禪者

붙잡아 일으키면 쓰러지고
뒤집으면 엎어지는구나
세속[假]을 따르고 진제[眞]를 따르며
그것에게 값을 되돌려주라
사자는 기지개를 켜고
코끼리왕은 되돌아보며
붉게 타오르는 햇빛 속에
구름은 날고 안개는 일어난다
천차만별을 앉은 자리에서 끊고
가만히 요로(要路)를 여니
대장부라면 죽은 토끼는 잡지 말라.

扶起放� 蒜來覆去
隨假隨眞 還伊價數
師子嚬呻 象王廻顧
赤日光中 騰雲起霧
坐斷千差 密開要路
大丈夫漢 莫打死兎
수기(受記) --> 95쪽 15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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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碧嚴錄) 원문 해제 1칙~100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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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옹록 백련불교선서 22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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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림보전 선림고경총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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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림보훈 선림고경총서 6권 장경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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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선림고경총서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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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록 해제(曹洞錄 解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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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록·황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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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림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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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황본 육조단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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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조단경반야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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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어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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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단경 法寶壇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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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책진 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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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문정로 禪門正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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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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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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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조 승찬대사의 신심명강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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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국사 지눌스님 수심결 修心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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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직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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