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 2

증일아함경 제11권

동진 계빈 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김월운 번역

20. 선지식품(善知識品)

[ 1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마땅히 선지식(善知識:착한 벗)을 친근히 하고, 나쁜 행[惡行]을 익히거나 나쁜 업[惡業]을 믿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모든 비구들아, 선지식을 친근히 하면 믿음이 더욱 늘어나고 지식[聞]ㆍ보시[施]ㆍ지혜(智慧)가 다 자꾸만 많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비구들아, 선지식을 친근히 하고 나쁜 행을 익히지 말라. 왜냐하면 만일 나쁜 벗을 친근히 하면 곧 믿음[信]ㆍ계(戒ㆍ지식[聞]ㆍ보시[施]ㆍ지혜(智慧)가 모두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선지식을 친근히 하고 나쁜 벗을 가까이 하지 말아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2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열성(羅閱城:王舍城)에 있는 가란타죽원(迦蘭陀竹園)에서 대비구들 5백 명에게 앞뒤로 둘러싸인 채 설법을 하고 계셨다.

그때 제바달두(提婆達兜:제바달다)는 5백 명의 비구들을 거느리고 여래께서 계신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을 지나가고 있었다. 세존께서 제바달두가 거느리고 있는 제자들을 보시고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나쁜 벗을 친근히 하지 말고
어리석은 이와 종사(從事)하지 말라.
사람 중에서 가장 뛰어난
선지식을 친근히 해야 한다.

사람이 본래는 악하지 않지만
만일 나쁜 벗을 친근히 하게 되면
나중엔 반드시 나쁜 뿌리를 심어
언제나 어둠 속에 살게 되리라.

그때 제바달두가 거느린 5백 명의 제자들은 세존께서 설하신 이 게송을 듣고, 곧 세존께서 계신 곳을 찾아가서 부처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조금 있다가 다시 물러나 앉아서 세존을 향하여 잘못을 참회하였다.
“저희들은 어리석고 미혹하여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희들의 참회를 받아 주소서.’

세존께서는 그 5백 명 비구들의 참회를 받아들이시고, 그들을 위해 설법하여 그들로 하여금 믿음[信根]을 얻게 하셨다.

그때 5백 명의 비구들은 한적하고 고요한 곳에서 심오한 법을 사유하였다. 그 까닭은 이름 있는 족성의 자제로서 출가하여 도(道)를 배우는 것은, 견고한 믿음으로 위없는 범행(梵行)을 닦는 데 있기 때문이었다.
그때 저 5백 명의 비구들은 곧 아라한(阿羅漢)이 되어, 나고 죽음이 이미 다하였고 범행도 이미 섰으며, 할 일은 이미 다 마쳤으므로 다시는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사실 그대로 알았다.
그때 5백 사람은 다 아라한이 되었다.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3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는 수없이 많은[無央數]1) 대중들에게 둘러싸여서 설법을 하고 계셨다.
그때 담마류지(曇摩留支)는 고요한 방에서 혼자 사유하다가 선삼매(禪三昧)에 들어, 자기 전생(前生)의 몸이 큰 바다 속의 물고기였는데, 그 몸의 길이가 7백 유순(由旬)이나 되었던 것을 알았다. 그는 곧 고요한 방에서 나와서 마치 역사(力士)가 팔을 굽혔다 펴는 만큼의 아주 짧은 시간에 저 큰 바다로 가서 옛날 자신의 시체 위를 거닐었다.

그때 담마류지는 곧 이런 게송을 읊었다.
무수한 겁(劫)을 나고 죽고 하면서
돌아다닌 것 헤아릴 수 없으니
사람마다 편안한 것을 구하지만
끊임이 없이 괴로움만 받는구나.

가령 내가 또 그 몸을 보고 나서
마음에 내가 살 집을 만들고 싶어할지라도
사지와 뼈마디가 모두 허물어져
완전한 형체를 얻을 수 없네.

마음이 이미 모든 행 여의었으면
애착도 아주 사라져 없으리니
다시는 이 따위의 몸 받지 않고
영원히 열반(涅槃)을 누리리라.

;그때 존자 담마류지는 이 게송을 마치고 나서, 곧 그곳에서 사라져 사위국 기원정사(祇洹精舍)로 와서, 세존께서 계시는 곳으로 갔다.
그때 세존께서 담마류지가 온 것을 보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훌륭하다. 담마류지야, 참으로 오랜만이로구나.”

담마류지가 세존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정말 오랜만입니다.”

그때 여러 상좌들과 모든 비구들이 저마다 이런 생각을 하였다.
‘저 담마류지는 항상 세존의 곁에서 떠나지 않고 있었는데, 지금 세존께서는 〈훌륭하다, 담마류지야. 참으로 오랜만이구나〉 하고 말씀하시는구나.’

그때 세존께서는 모든 비구들이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아시고 그 의심을 풀어 주기 위해 곧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담마류지가 오랜만에 왔기 때문에 내가 그렇게 말한 것이 아니다. 내가 이제 그 까닭을 말해 주리라. 과거 무수히 많은 겁(劫) 이전에, 정광(定光) 여래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ㆍ명행성위(明行成爲)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士)ㆍ도법어(道法御)ㆍ천인사(天人師)ㆍ불중우(佛衆祐)라고 부르는 분이 세상에 출현하셨다. 그는 발마(鉢摩)라고 하는 큰 나라를 다스리면서 대비구(大比丘)들 14만 8천 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거기에는 사부대중들 또한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그래서 국왕ㆍ대신ㆍ관리ㆍ백성들은 모두 와서 공양을 올리고 또 필요한 물건을 공급해 주었다.

그때 거기에 야야달(耶若達)이라고 하는 어떤 범지(梵志)가 있었는데 그는 설산(雪山) 곁에 머물러 살고 있었는데, 비참(祕讖)ㆍ천문(天文)ㆍ지리(地理) 등 널리 해박하게 알지 못하는 것이 없었고 문장과 글씨에도 다 능통하였으며, 시를 암송하는 것도 1구(句) 5백 언(言)이나 되었고, 큰 인물이 될 관상인지에 대해서도 척척 알아냈으며, 불의 신[火神]ㆍ해ㆍ달ㆍ별자리를 섬기면서 5백 제자들을 가르쳤는데 밤낮으로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 야야달 범지에게는 운뢰(雲雷)라는 제자가 있었는데, 그는 세상에 드물 정도로 안색과 용모가 단정했고 털은 감청(紺靑)색이었다. 운뢰 범지는 총명(聰明)한 데다가 식견이 넓어 모르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 그는 언제나 야야달의 사랑을 받게 되었고, 잠시도 떨어진 적이 없었다. 그때 그는 그 바라문이 할 줄 아는 주술(呪術)을 모두 배웠다.

그때 운뢰 범지는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나는 이제 배워야 할 것을 이미 다 갖추어 배웠다.’
그리고 다시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나는 책에 실려 있는 여러 유학(有學) 범지들이 행하는 기술을 훨씬 능가하게 되었으니, 나는 지금 마땅히 스승님의 은혜를 갚아야겠다.’
그는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꼭 배워야 할 것은 다 배워서 모르는 게 하나도 없게 되었으니, 내 이제 스승의 은혜를 갚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러나 집안이 가난하여 스승님께 공양할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마땅히 내가 다른 나라에 나아가 필요한 것을 구해 와야겠다.’

그렇게 생각한 운뢰 범지는 곧 그 스승의 처소를 찾아가서 스승께 아뢰었다.
‘범지로서 배워야 할 기술들을 이제 다 배웠고, 또 책에 실려 있는 여러 유학들의 기술을 훨씬 능가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스승님의 은혜를 갚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으나, 집안이 가난하여 공양을 올릴 만한 금ㆍ은 같은 진귀한 보물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제 다른 나라에 나아가 재물을 구해 스승님께 공양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때 야야달 바라문(婆羅門)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운뢰 범지는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제자이거늘 마음에서 떠나보낼 수 없다. 설령 내가 죽는다 해도 오히려 떠나보낼 수 없겠거늘 하물며 지금 나를 버리고 떠나려 하는 것이겠는가? 내가 지금 마땅히 어떤 방편을 써야 머물러 있도록 붙들 수 있을까?’

그때 아야달 범지는 곧 운뢰에게 말하였다.
‘범지야, 너는 아직 바라문으로서 꼭 배워야 할 것이 남아 있다. 네가 오히려 알지 못하는 것이 있다.’
그러자 운뢰 범지가 곧 스승의 앞에 나아가 아뢰었다.
‘부디 원컨대 가르쳐 주소서. 제가 아직 외우지 못한 것이 무엇입니까?’
그때 야야달 범지는 곧 5백 언(言)의 송(誦)을 생각해 지어 가지고 운뢰에게 말하였다.
‘여기 5백 언 송이라고 하는 이런 글이 있다. 너는 이것을 공부해야 한다.’
운뢰가 아뢰었다.
‘원컨대 스승께서 가르쳐 주시면 제가 외우겠습니다.’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때 야야달 범지가 이 5백 언 송을 가르친 지 며칠이 되지 않아 그는 그것을 다 외웠다.
그때 야야달 바라문이 5백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이 운뢰 범지는 모든 기술을 다 갖추어 무슨 일이든지 통달하지 못한 것이 없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서 초술(超術)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이 초술 범지는 매우 재주가 뛰어나서 천문과 지리를 널리 보아 알지 못하는 것이 없었고 글씨와 문장까지도 다 깨달아 알았다. 그때 초술 범지는 며칠이 지나자 다시 그 스승에게 아뢰었다.
‘범지로서 배워야 할 기술이란 기술은 이제 모두 알았습니다. 그리고 또 책에 실려 있는 모든 유학(有學)들의 기술을 훨씬 능가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스승님의 은혜를 갚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으나, 집안이 가난하여 스승님께 공양을 올릴 만한 금ㆍ은 같은 진귀한 보물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제 다른 나라에 나아가 재물을 구해 스승님께 공양할까 하오니 원컨대 허락해 주십시오.’
그러자 야야달 범지가 말하였다.
‘네가 그때를 제대로 알 것이다.’
초술 범지는 앞으로 나아가 그 스승의 발에 예를 올리고 곧 물러나 떠나갔다.

그때 그 성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발마(鉢摩) 대국이 있었는데, 그곳에 많은 범지들이 한 곳에 모두 모여 크게 제사를 올리고, 게다가 강론(講論)까지 벌이려고 하였다. 그리하여 8만 4천 명의 범지들이 한 곳에 모여 있었는데, 그 중 제일가는 상좌(上座)로서 또한 외도(外道)의 글들을 외워 밝게 통달하지 않은 것이 없고, 천문ㆍ지리ㆍ별자리들의 변괴 따위에 대하여 모두 밝게 아는 이에게 그 법회(法會)를 마치고 서로 헤어질 때에는 금 5백 냥과 금 지팡이 하나, 금 물통 하나, 소 천 마리를 가지고 스승으로 받들어 섬기며 그 제일가는 상좌에게 주기로 하였다.

그때 초술 범지는 ‘발마대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8만 4천 명의 범지들이 한 곳에 모여 기술을 시험해, 제일 뛰어난 사람에게 금 5백 냥과 금지팡이 하나, 금 물통 하나, 소 천 마리를 준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때 초술 범지는 스스로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무슨 까닭에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구걸하고 있는 걸까? 차라리 저 대중들에게 가서 기술을 겨루어 보는 것이 낫겠다.’
초술 범지는 곧 그 대중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때 많은 범지들이 멀리서 초술 범지를 보고 저마다 큰 소리로 외쳐댔다.
‘훌륭하십니다. 제사 주인[祠主]이여, 이제 큰 이익을 얻게 되어 범천을 몸소 내려오시게까지 하였습니다.’
8만 4천 명의 범지들은 저마다 일어나 함께 맞이하면서, 똑같은 소리로 이렇게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큰 범신천(梵神天)이여.’
그때 초술 범지가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모든 범지들은 나를 범천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러나 나는 범천이 아니다.’
그때 초술 범지가 여러 바라문들에게 말하였다.
‘그만두시오, 그만두시오. 여러분, 나를 범천이라고 부르지 마시오. 당신들은 듣지 못하였습니까? 설산 북쪽에 많은 범지 대중들의 스승이 계신데, 그 이름을 야야달이라고 하오. 그분은 천문과 지리에 대해 모두 환하게 통달하지 못한 것이 없소.’
모든 범지들이 말하였다.
‘우리들도 듣기는 했는데 아직 만나 보지는 못했습니다.’
초술 범지가 말하였다.
‘나는 그분의 제자로서 이름을 초술이라고 합니다.’
그때 초술 범지는 그 대중들 중 제일가는 상좌를 향하여 말하였다.
‘어떤 기술이든지 아는 것이 있으면 나에게 말해 보시오.’

그때 저 대중들 중에 제일가는 상좌가 곧 초술 범지를 향해 3장(藏)의 기술을 외웠는데, 조금도 빠뜨리거나 실수가 없었다. 그러자 초술 바라문이 다시 그 상좌에게 말하였다.
‘1구 5백 언을 나에게 외워 보시오.’
그때 그 상좌는 말하였다.
‘나는 그 의미를 모르겠습니다. 어떤 것이 그 1구 5백 언입니까?’
초술 범지가 말하였다.
‘여러분은 잠자코 내가 말하는 1구 5백 언으로 된 대인(大人)의 모습에 대해 들으시오.’

비구들이여,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때 초술 범지는 곧 3장의 기술과 1구 5백 언으로 된 대인의 모습에 대해 외웠다. 그때 8만 4천 명의 범지들은 일찍이 들어보지 못했던 내용이라고 찬탄하였다.
‘참으로 기이하고 매우 특별한 일입니다. 우리는 1구 5백 언으로 된 대인의 모습에 대해 전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이제 존자는 제일가는 상좌로서 우두머리가 되셔야 합니다.’

그때 초술 범지는 그 상좌의 자리로 옮기고 자기가 제일가는 우두머리의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그 대중들의 상좌로 있던 이가 심한 원한을 품고 이런 서원을 하였다.
‘이제 이 사람이 내가 앉는 자리를 밀어내고 제가 그 자리에 앉았다. 내가 지금 경전을 암송하는 것과 고행하며 계를 지키는 것이, 만일 장차 어떤 복이 있는 것이라면, 그것을 다 걸고 이렇게 서원을 할 것이다. 이 사람이 어떤 곳에서 태어나서 어떤 일을 하려고 하면 나는 그때마다 그 공을 부숴 버릴 것이다.’

그때 그 모임의 시주는 곧 금 5백 냥과 금 지팡이 하나, 금 물통 하나, 소 천 마리와 미녀 한 사람을 뽑아 이 초술 상좌에게 주며 주원(呪願)을 해 달라고 하였다.
그때 이 초술 상좌가 시주에게 말하였다.
‘나는 지금 이 금 5백 냥과 금 지팡이와 금 물통만 받아 내 스승님께 공양할 것이오. 그리고 이 여자와 소 천 마리는 시주님에게 도로 돌려주겠소. 왜냐하면 나는 탐욕을 익히지 않았고, 또한 재물을 쌓아두지도 않기 때문이오.’

그러고 나서 초술 범지는 그 금 지팡이와 금 물통만 받아 가지고 발마대국으로 갔다. 그 나라 왕의 이름은 광명(光明)이라고 하였는데, 그때 그 국왕은 정광(定光)여래와 비구 대중들을 초청하여 의복(衣服)과 음식(飮食)을 공양하려 하였다. 그래서 그 국왕은 성 안에 영(令)을 내렸다.
‘어떤 백성이든지 향(香)과 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모두 그것을 팔지 말라. 만일 파는 사람이 있으면 그에게 엄중한 벌을 줄 것이다. 나는 그것을 사서 다시 다른 곳에 팔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백성들에게 칙명(勅命)을 내려 길을 깨끗이 쓸게 하고 청소하여 흙ㆍ자갈과 그밖에 더럽고 흉악한 물건을 다 치우고, 비단으로 만든 번기와 일산을 달고 향즙(香汁)을 땅에 뿌리고 광대와 기생으로 하여금 음악을 연주하게 하는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었다.

그때 저 범지는 이것을 보고 나서 길을 가는 사람에게 물었다.
‘오늘이 무슨 날이기에 이처럼 길을 깨끗이 쓸고 더러운 물건을 치우며, 비단으로 만든 번기와 일산을 다는 등 이루 말할 수 없이 분주하니, 장차 국왕이나 태자가 결혼이라도 하는 것입니까?’
길을 가던 사람이 대답하여 말하였다.
‘범지께서는 알지 못하십니까? 발마대국의 왕이 지금 정광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을 초청하여 의복과 음식을 공양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길을 닦고 비단으로 만든 번기와 일산을 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범지비기(梵志祕記)』에도 또한 이런 말이 있습니다.
〈여래께서 이 세상에 출현하시는 것을 만나기는 매우 어렵다. 오랜만에 나타나는 일이라 참으로 만날 뵐 수가 없다. 비유하면 마치 우담발화(優曇鉢華)가 아주 오랜만에 한 번 피는 것처럼, 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시는 것을 만나는 것도 참으로 어렵다.〉

또 범지의 책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두 사람이 세상에 나타나는 것을 만나기는 참으로 어렵다. 어떤 사람이 그 두 사람인가? 여래(如來)와 전륜성왕(轉輪聖王)을 말하는 것이다. 이 두 사람이 세상에 출현하는 것을 만나기는 참으로 어렵다.〉’
그때 그 범지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지금 어떻게 해야 빨리 스승님의 은혜(恩惠)를 갚을 수 있을까? 그러나 지금은 우선 금 5백 냥을 정광여래께 바치리라.’
그리고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책에 기록된 것을 보니 여래는 금ㆍ은 같은 진귀한 보물 따위는 받지 않는다고 적혀 있다. 그러면 나는 이 금 5백 냥으로 꽃과 향을 사서 여래 위에 뿌리리라.’

그때 범지는 곧 성안으로 들어가 향과 꽃을 사려고 하였다. 그러자 성안의 길을 가던 사람이 말하였다.
‘범지는 알지 못하십니까? 지금 국왕이 영(令)을 내려, 그 누구든지 향이나 꽃을 파는 사람이 있으면 중한 벌을 내리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그 초술 범지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복이 엷어서 꽃을 구하려고 해도 얻을 수가 없구나. 어쩌면 좋을까?’
도로 성을 나와 성문 밖에 서 있었다.

그때 어떤 바라문의 딸이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선미(善味)라고 하였다. 그는 물병을 가지고 물을 길러 나오는 중이었는데, 한 손에 다섯 송이의 꽃을 들고 있었다. 범지는 그것을 보고 그 여인에게 말하였다.
‘누이여, 나는 지금 꽃이 필요합니다. 바라건대 누이여, 나에게 그 꽃을 파시오.’
범지녀(梵志女)가 말하였다.
‘내가 언제부터 당신의 누이란 말입니까? 제 부모님을 알기라도 하십니까?’
초술 범지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여자는 성품과 행실은 관대하지만, 장난치려는 생각을 하고 있구나.’
다시 그녀에게 말하였다.
‘현녀(賢女)여, 내가 꽃값을 지불할 테니, 이 꽃을 그냥 보시한다고 보지 마시오.’

범지녀가 말하였다.
‘당신은 어찌 꽃을 팔지 말라고 하는 대왕의 엄명을 듣지 못했습니까?’
범지가 말하였다.
‘현녀여, 그 일은 그리 어려울 게 없습니다. 대왕이라 한들 그대한테까지야 어떻게 할지 못할 것입니다. 나는 지금 급하게 그 다섯 송이 꽃이 필요합니다. 내가 그 꽃만 얻는다면 그대는 귀한 대가를 받을 것입니다.’
범지녀가 말하였다.
‘당신은 그렇게 급하게 꽃을 구해서 무엇에 쓰려고 하십니까?’
범지가 말하였다.
‘내가 오늘 좋은 땅을 발견했습니다. 그 꽃을 거기에 심으려고 합니다.’
범지녀가 말하였다.
‘이 꽃은 이미 뿌리에서 떨어져 나온 것이라서 결국 살지 못할 것입니다. 무슨 방법으로 내가 심으려고 한다고 그렇게 말씀하십니까?’
범지가 말하였다.
‘내가 오늘 발견한 좋은 밭은 죽은 재를 심어도 오히려 살아날 것인데 하물며 이렇게 좋은 꽃이겠습니까?’

범지녀가 물었다.
‘어떤 좋은 밭이기에 죽은 재를 심어도 곧 살아날 것이라고 하십니까?’
범지가 대답하였다.
‘현녀(賢女)여, 정광(定光) 불(佛)ㆍ여래(如來)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께서 이 세상에 출현하셨습니다.’
범지녀가 말하였다.
‘정광여래는 어떤 분이십니까?’
범지가 곧 그녀에게 대답하였다.
‘정광여래는 이와 같은 덕(德)이 있으시고 이와 같은 계(戒)를 지니셨으며, 온갖 공덕을 성취하신 분이십니다.’
범지녀가 말하였다.
‘만일 그런 공덕이 있는 분이시라면 그분에게서 어떤 복을 구하려고 합니까?’
범지가 대답하였다.
‘나는 후생(後生)에 꼭 저 정광 여래ㆍ지진ㆍ등정각처럼 되고 싶고, 또 금계(禁戒)와 공덕도 그와 같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범지녀가 말하였다.
‘만일 당신이 나와 태어나는 세상마다 부부가 되겠다고 허락해 준다면 나는 곧 이 꽃을 당신에게 드리겠습니다.’
범지가 말하였다.
‘내가 지금 수행하고 있는 것은 마음이 탐욕에 집착하지 않는 것입니다.’
범지녀가 말하였다.
‘제가 지금 당장 이 몸으로 당신의 아내가 되겠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음 생에 당신의 아내가 되게 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입니다.’
초술 범지가 말하였다.
‘보살이 닦는 행은 애욕과 아까워하는 것을 없애는 데 있습니다. 만일 그대가 내 아내가 된다면 반드시 내 마음을 무너뜨리고 말 것입니다.’
범지녀가 말하였다.
‘나는 결코 당신이 보시를 하려고 하는 뜻을 무너뜨리지 않을 것입니다. 설령 내 몸을 가지고 남에게 보시한다 하더라도 나는 끝내 그 보시할 마음을 무너뜨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때 범지는 곧 5백 금전(金錢)을 주고 그 다섯 송이 꽃을 사 가지고 그 여자와 서로 서원(誓願)을 하고는 제각기 헤어져 갔다.

그때 정광 여래ㆍ지진ㆍ등정각께서 때마침 비구 스님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발마대국으로 들어가고 계셨다.
그때 초술 범지는 멀리서 정광여래를 보았다. 용모가 매우 단정하여 보는 이마다 모두들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었고 모든 감각기관[根]은 고요하였으며, 걸음걸이도 어지럽지 않았고 32상(相)과 80종호(種好)를 갖추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물이 맑아서 더럽고 흐림이 없고 광명이 두루 비쳐 걸림이 없는 것 같았고, 또 보배 산[寶山]이 여러 산 위에 우뚝 솟아 있는 것과 같았다. 그는 부처님을 보고 곧 환희심(歡喜心)을 내어, 여래께서 계신 곳에서 그 다섯 송이 꽃을 들고 정광여래께서 있는 곳으로 나아가 한쪽에 머물렀다.

그때 초술 범지가 정광(定光)부처님께 아뢰었다.
‘원컨대 이것을 받아 주소서. 만약 세존께서 지금 수결(授決:授記)을 주시지 않는다면 저는 여기서 목숨을 끊겠나이다. 살기를 원하지 않나이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범지야, 그 다섯 송이 꽃을 위없는 등정각에게 주는 것은 옳지 않다.’
범지가 아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를 위해 보살이 행해야 할 법을 말씀해 주십시오.’
정광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살이 행해야 할 법은 애욕을 없애는 것이니라.’

그때 범지가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감히 아버지와 어머니를
다른 사람에게 보시할 수는 없고
모든 부처님은 진인(眞人)의 어른이라
또한 감히 남에게 보시할 수 없다.

해와 달은 세상을 골고루 돌아다니는 것이라서
그 두 가지도 보시할 수 없지만
나머지는 다 보시해야 하나니
마음에 결정 내리면 어려울 것이 없네.

그때 정광부처님도 또한 이런 게송으로 범지에게 대답하셨다.
네가 말한 것과 같은 그런 보시는
여래가 말한 보시가 아니다.
억 겁 동안 괴로움을 참으며
머리ㆍ몸ㆍ귀ㆍ눈을 보시하라.

또 처자와 나라와 재물도 보시하고
수레와 말과 종들까지 보시하라.
만일 그런 것을 다 보시할 수 있다면
나는 곧 너에게 수기를 주리라.

그때 마납(摩納)2)이 다시 이런 게송을 말하였다.
마치 불이 훨훨 타오르는 큰 산을
억 겁 동안 머리에 이고 참고 견디면서
도를 향하는 마음 무너지지 않으리니
원컨대 지금 곧 수기를 주소서.

그때 정광여래께서는 잠자코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그때 그 범지가 손에 다섯 송이 꽃을 들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정광여래께 뿌리면서 아울러 이렇게 말하였다.
‘이 복[福祐]으로 말미암아 다음 세상에 꼭 정광 여래ㆍ지진ㆍ등정각처럼 되게 하시어 조금도 다름이 없게 하소서.’
그리고는 곧 머리를 풀어 진흙길 위에 깔고 아뢰었다.
‘만일 여래께서 저에게 수결(授決)을 주시려거든 지금 곧 제 머리털을 밟고 지나가십시오.’

비구들이여, 마땅히 알아야만 한다. 그때 정광여래께서는 범지가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아시고 곧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다음 세상에서 석가모니[釋迦文] 불ㆍ여래ㆍ지진ㆍ등정각이 될 것이다.’

그때 초술 범지에게는 함께 공부를 하던 담마류지(曇摩留支)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가 여래의 곁에 있다가 정광부처님께서 초술 범지에게 수결을 주고,또 발로 머리털을 밟고 지나가는 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까까머리 사문(沙門)이 어떻게 차마 발로 이 청정한 범지의 머리털을 밟고 지나간단 말인가? 이것은 사람으로서 할 행동이 아니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야야달 범지가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그렇게 알지 말라. 왜냐하면 그때의 야야달은 바로 지금의 백정왕(白淨王)이고, 그때 8만 4천 명의 범지 상좌는 바로 지금의 제바달두이며, 그때 초술 범지는 바로 지금의 나이니라. 그때 범지의 딸로서 꽃을 판 여자는 바로 지금의 구이(瞿夷)이고, 그때의 사당 주인[祠主]은 바로 지금의 집장(執杖) 범지이며, 그때 입으로 좋지 않은 소리를 내는 행(行)을 지은 담마류지는 바로 지금의 담마류지이니라.
그리고 또 담마류지는 수없이 많은 겁 동안 늘 축생(畜生)이 되었다가 최후로 받은 몸이 큰 바다의 물고기가 되었는데 그 몸의 길이가 7백 유순(由旬)이나 되었었다. 그는 거기서 목숨을 마치고 이 세상에 태어나서는 선지식(善知識)들과 함께 종사(從事)하고 항상 선지식을 친근히 하면서, 여러 착한 벗과 함께 일하고 항상 착한 벗과 가까이 친하면서, 여러 가지 착한 법을 익혀서 모든 감각기관이 통하고 영리해졌다. 그런 까닭에 나는 ‘참으로 오랜만이다’라고 말하였던 것이고, 담마류지 또한 스스로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참으로 오랜만입니다’라고 아뢰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항상 몸과 입과 뜻으로 짓는 행을 잘 닦아 익혀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4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말하리라. 사자(師子)와 같은 사람이 있고 양(羊)과 같은 사람이 있다. 너희들은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해 보아라.”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있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사자와 같은 사람인가? 비구들아, 혹 어떤 사람은 의복ㆍ음식ㆍ평상[牀]ㆍ침구[臥具]와 질병에 필요한 의약품[醫藥] 등의 공양을 받으면, 그는 그것들을 받아서 스스로 쓰면서도 집착하여 물든 마음을 일으키지 않고 또한 욕심도 없으며, 아무런 생각도 일으키지 않아서 조금도 다른 생각이 없다. 그래서 번뇌를 벗어나는 요긴한 법[出要法]을 스스로 안다. 설사 이양(利養)을 얻지 못한다 하더라도 혼란한 생각을 일으키지 않고 마음에 더하고 덜함이 없느니라.
이를 비유하면 마치 사자왕(師子王)이 자질구레한 짐승을 잡아먹을 때에 그때 저 짐승의 왕은 ‘이것은 맛이 좋다, 이것은 맛이 없다’는 등의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집착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고 또한 욕심도 없으며, 어떤 생각도 일으키지 않는 것처럼, 이 사람도 의복ㆍ음식ㆍ침구와 질병에 필요한 의약품 등의 공양을 받아 스스로 쓰면서도 집착하는 생각을 일으키지 않고, 설사 그것들을 얻지 못하더라도 다른 생각이 없는 것과 같으니라.

또 어떤 사람은 남에게서 의복ㆍ음식ㆍ평상ㆍ침구와 병에 필요한 의약품 등의 공양을 받으면, 그는 그것을 받아서 스스로 쓰면서 곧 물들어 집착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애욕의 마음을 내어, 번뇌를 벗어나는 요긴한 길을 알지 못한다. 만일 그것들을 얻지 못하면 항상 그런 것들을 얻으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그 사람이 그런 공양을 얻고 나면 비구들을 향해 스스로 뽐내고 남을 업신여기면서 ‘나는 의복ㆍ음식ㆍ평상ㆍ침구와 질병에 필요한 의약품 등을 공양 받는데 저 모든 비구들은 그런 것들을 얻지 못하는구나’라고 한다.
이것을 비유하면 마치 양 떼 속에서 어떤 양이 그 무리에서 벗어나, 혼자서 똥 무더기로 가서 똥을 실컷 먹고는 양의 무리 속으로 돌아와 뽐내면서 ‘나는 맛좋은 음식을 얻어먹었는데 이 양 떼들은 먹어보지도 못하였구나’라고 하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또 어떤 사람은 의복ㆍ음식ㆍ평상ㆍ침구와 질병에 필요한 의약품 등의 이양을 얻으면 곧 온갖 혼란한 생각을 일으키고 물들고 집착하는 마음을 내어 곧 다른 비구들을 향해 스스로 뽐내면서 ‘나는 공양을 받는데 이 비구들은 공양을 받지 못하는구나’라고 한다.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사자왕을 본받고 양처럼 되지 말아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5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중생이 은혜를 갚을 줄 알면 그 사람은 공경할 만한 사람이다. 조그만 은혜도 오히려 잊지 않거늘 하물며 큰 은혜이겠느냐? 그는 설사 나에게서 천 유순(由旬)이나 혹은 백천 유순쯤 떨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멀다고 할 수 없고, 내 곁에 있는 것과 다름이 없다. 왜냐하면 비구들아, 꼭 알아야 하느니라. 나는 항상 은혜를 갚을 줄 아는 사람을 찬탄하기 때문이니라.
어떤 중생이라도 은혜를 갚을 줄 모르는 사람은 큰 은혜도 오히려 기억하지 않거늘 하물며 조그만 은혜이겠느냐? 그는 나와 가깝지도 않고 나도 그와 가깝지 않다. 비록 승가리(僧伽梨)를 입고 내 곁에 있다 하더라도 그는 나에게서 멀리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왜냐하면 나는 항상 은혜를 갚을 줄 모르는 사람을 칭찬하여 말하지 않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항상 은혜 갚기를 생각해야 하고 은혜를 갚지 않는 것은 배우지 말아야 할 것이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6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사람이 게으름을 피우면서 나쁜 행동만 심으면 그는 일에 손해만 있을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이 게으르지 않아서 열심히 정진(精進)하면 이 사람은 제일 미묘한 사람으로서 모든 착한 법이 곧 자꾸만 늘어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미륵보살은 30겁(劫)을 지나서야 비로소 불(佛)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이 될 것이니, 나는 정진하는 힘과 용맹(勇猛)한 마음으로서 미륵보살을 뒤에 있게 하였기 때문이다.
과거 항하강(恒河江) 모래 수만큼 많은 다살아갈(多薩阿竭:如來)ㆍ아라하(阿羅訶)ㆍ삼야삼불(三耶三佛)도 다 용맹으로 말미암아 부처가 되었느니라. 이런 사실로 보아 게으름은 괴로움이 되고 온갖 악행(惡行)을 지으며, 일에 손해가 있다는 것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만일 잘 정진하고 용맹스런 마음이 강(强)하면 온갖 착한 공덕은 자꾸만 늘어날 것이다.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항상 정진하기를 생각하고 게으름을 피우지 말라. 이와 같으니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7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아련야(阿練若)1) 비구는 마땅히 두 가지 법(法)을 닦고 실천해야 한다. 어떤 것이 그 두 가지 법인가? 지(止)와 관(觀)을 말한다. 만일 아련야 비구가 휴식(休息)하여 멈추는 법[止]을 터득하면 곧 계율을 성취하여 위의(威儀)를 잃지 않고, 금지하는 행위[禁行]를 범하지 않아 온갖 공덕을 지을 것이다.
또 아련야 비구가 다시 관법(觀法)을 터득하면 괴로움[苦]을 관찰하여 사실 그대로 알고, 괴로움의 발생[苦集]을 관찰하고, 괴로움의 소멸[苦盡]을 관찰하며,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방법[苦出要]을 관찰하여 사실 그대로를 알게 될 것이다. 그가 이와 같이 관찰하고 나면 욕루(欲漏)의 마음에서 해탈하고, 유루(有漏)의 마음과 무명루(無明漏)의 마음에서 해탈하여 곧 해탈의 지혜를 얻는다. 그리하여 ‘나고 죽음이 이미 다하였고 범행(梵行)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쳐 다시는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과거의 모든 다살아갈ㆍ아라하ㆍ삼야삼불께서도 다 이 두 가지 법으로 말미암아 성취하게 되었다. 그 까닭은 보살이 나무 밑에 앉았을 때에 먼저 이 지와 관, 두 가지 법을 생각하였기 때문이니라. 만일 보살마하살이 지에 대하여 터득하고 나면, 마원(魔怨)을 항복 받을 것이요, 또 관법을 터득하고 나면, 이내 세 가지 밝은 지혜[三達智]를 이루어 위없는 지진ㆍ등정각을 성취하게 될 것이다.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아련야 비구는 마땅히 방편(方便)을 구하여 이 두 가지 법을 닦아 행하여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8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아련야[阿練] 비구로서 한가하고 고요한 곳에 있으면서, 대중들 속에 있지 않더라도 항상 공경하고 기뻐하는 마음을 내어야 한다. 만일 아련야 비구로서 한가하고 고요한 곳에 있다고 해서, 공경하지 않고 기뻐하는 마음을 내지 않는다면 그가 혹 대중 속에서 남을 위해 설법하더라도 아련야의 법[阿練之法]을 알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 아련야 비구는 공경하는 마음이 없고 기뻐하는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또 비구들아, 아련야 비구는 한가하고 고요한 곳에 있으면서 대중들 속에 있지 않더라도 항상 정진하고 게으름을 피우거나 교만하게 굴지 말고, 모든 법의 긴요한 것을 다 알아야 한다. 만일 또 아련야 비구로서 한가하고 고요한 곳에 있으면서 게으르고 교만한 마음을 가지고 온갖 악행(惡行)을 지으면, 그는 혹 대중 속에서 남에게 ‘이 아련야 비구는 게으름을 피우면서 정진하지 않았다’라는 비난을 받을 것이다.
그런 까닭에 비구들아, 아련야 비구는 한가하고 고요한 곳에 있으면서 대중들 속에 있지 않더라도 항상 겸손하고 기뻐하는 마음을 내어야 한다.
그래서 게으르고 교만하거나, 공경하는 마음이 없어서는 안 되고 정진을 생각하고 행하여 뜻이 변하지 않고 모든 착한 법을 완전히 갖추어야 한다. 이와 같으니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9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두 사람에게는 법어(法語)를 잘 말해 줄 수가 없다. 어떤 사람이 그 두 사람인가? 믿음이 없는 사람에게 믿음에 대한 법을 말해 주는 이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요, 인색하고 탐욕이 있는 사람에게 보시에 대한 법을 말해 주는 이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또 비구들아, 믿음이 없는 사람에게 믿음에 대한 법을 말해 주면, 그는 곧 성을 내어 해칠 마음을 낼 것이다. 비유하면 마치 본래도 사나운 개에게 코까지 다치게 하면 개는 곱절이나 더 성을 내는 것과 같다. 모든 비구들이여, 이와 마찬가지로 믿음이 없는 사람에게 믿음에 대한 법을 말해 주면, 그는 더욱 성을 내어 한층 더 해칠 마음을 낼 것이다.
또 비구들아, 만일 인색하고 탐욕이 있는 사람에게 보시(布施)에 대한 법을 말해 주면 그는 곧 성을 내어 해칠 마음을 낼 것이다. 비유하면 마치 종기가 아직 곪지도 않았는데 그걸 칼로 째면 그 고통을 참아낼 수 없는 것처럼 인색하고 탐욕이 있는 사람에게 보시에 대한 법을 말해 주면, 그는 더욱 성을 내어 해칠 마음을 낼 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두 사람에게는 법을 설해 주기 어렵다’고 말하는 것이다.

또 비구들아, 어떤 두 사람에게는 법을 설해 주기가 쉽다. 어떤 사람이 그 두 사람인가? 믿음이 있는 사람에게 믿음에 대한 법을 말해 주는 것과 인색하지 않고 탐욕이 없는 사람에게 보시에 대한 법을 말해 주는 것이다.
비구들아, 만일 믿음이 있는 사람에게 믿음에 대한 법을 말해 주면, 그는 곧 기뻐하면서 마음이 변하거나 후회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비유하면 마치 병든 사람에게 병을 없애는 약(藥)을 말해 주면 그는 곧 평상시처럼 병이 회복되는 것처럼 믿음이 있는 사람에게 믿음에 대한 법을 말해 주면 곧 기뻐하면서 마음을 바꾸거나 변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또 만일 탐욕이 없는 사람에게 보시에 대한 법을 말해 주면, 그는 곧 기뻐하면서 후회하는 마음이 없을 것이다. 비유하면 마치 얼굴이 예쁘고 단정한 어떤 남녀(男女)가 스스로 목욕하고 세수하기를 좋아하는데 어떤 사람이 아름다운 꽃을 가지고 와서 그들에게 받들어 올리면 그 얼굴은 곱절이나 아름다워지며, 또 좋은 옷을 그 사람들에게 받들어 올리면 그들은 그 옷을 받고 더욱 기뻐하는 것처럼,그와 같이 인색하거나 탐욕이 없는 사람에게 보시에 대한 법을 말해 주면 그는 곧 기뻐하면서 후회하는 마음이 없을 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두 사람에게는 설법하기 쉽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믿음에 대해 배우고 보시에 대해 배워야 할 것이요, 인색하지 않고 탐하는 마음을 내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와 같으니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10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범부(凡夫)가 두 가지 법에 보시하면 큰 공덕(功德)을 얻고 큰 과보(果報)를 성취하고 감로의 맛을 얻어 무위처(無爲處:涅槃)에 이르게 될 것이다. 어떤 것이 그 두 가지 법인가? 하나는 부모님을 공양(供養)하는 것이다. 이것이 이른바 ‘두 사람에게 보시하면 큰 공덕을 얻고 큰 과보를 성취한다’고 한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일생보처보살(一生補處菩薩)에게 공양하면 큰 공덕을 얻고 큰 과보를 성취할 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두 사람에게 보시하면 큰 공덕을 얻고 큰 과보를 받고 감로의 맛을 얻어 무위처에 이른다’고 한 것이니라.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항상 부모에게 효순(孝順)하고 공양하기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11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두 사람에게는 아무리 착한 일을 하여도 그 은혜를 다 갚을 수 없다. 어떤 사람이 그 두 사람인가? 아버지와 어머니를 일컫는 말이다. 가령 비구들아, 어떤 사람이 왼쪽 어깨에 아버지를 얹고 오른쪽 어깨에 어머니를 얹고 다니면서, 천만년 동안 의복ㆍ음식ㆍ평상ㆍ침구ㆍ질병을 치료하는 의약품 등으로 공양할 때에 그 부모가 설령 어깨 위에서 오줌과 똥을 눈다 하더라도, 오히려 그 은혜를 다 갚을 수 없을 것이다. 비구들아, 반드시 알아야 한다. 부모의 은혜는 참으로 막중(莫重)하니라. 우리들을 안아 길러 주셨고, 수시로 보살펴 시기를 놓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가 저 해와 달을 보게 된 것이다. 이런 사실[方便]로 보아 이 부모의 은혜를 갚기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부모에게 공양을 해야 할 것이요, 항상 효도하고 순종하여 그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하느니라. 이와 같으니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12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존자 반특(槃特)이 그 아우 주리반특(朱利槃特)에게 말하였다.
“만일 계(戒)를 지킬 능력이 못 되거든 속세[白衣]로 돌아가라.”
그러자 주리반특은 그 말을 듣고 나서 곧 기원정사(祇洹精舍)로 가서 문 밖에 서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때 세존께서 깨끗한 천안(天眼)으로 주리반특 비구가 문 밖에 서서 스스로 견딜 수 없이 울고 있는 것을 보셨다.

그때 세존께서는 고요한 방에서 나와 전처럼 거닐어 기원정사의 문 밖으로 나가셔서 주리반특에게 말씀하셨다.
“비구야, 무슨 까닭에 여기서 슬피 울고 있는가?”

주리반특이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형님에게 쫓겨났습니다. 형님이 말하기를 ‘만일 계를 지킬 능력이 못 되거든 속세로 돌아가라. 여기에 머무를 필요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슬피 울고 있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비구야, 걱정하지 말라. 나는 위없는 등정각[無上等正覺]을 이루었지만, 너희 형 반특으로 인해서 도(道)를 얻은 것은 아니다.”

그러고 나서 세존께서 손으로 주리반특을 붙잡고 고요한 방으로 데리고 가서 자리에 앉게 하셨다. 그리고 세존께서는 다시 비[掃㨹]를 잡게 하고 가르치셨다.
“너는 이 글자를 외워라. 이 글자가 무슨 글자이냐?”

그런데 주리반특은 소(掃)자를 외우면 제(㨹) 자를 잊어버리고, 제자를 외우면 또 소자를 잊어버렸다.

그때 존자 주리반특이 그렇게 소자와 제자를 외운 지 며칠이 지나갔다. 그러나 그는 이 소제는 ‘때를 제거하여 없애는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 주리반특은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무엇을 제거한다[除]고 하고 무엇을 때[垢]라고 하는가? 때라는 것은 재[灰]ㆍ흙[土]ㆍ 기왓장[瓦]ㆍ돌[石]이요, 제거하여 없앤다는 것은 깨끗하게 하는 것이다.’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세존께서는 무슨 까닭에 이런 것으로 나를 가르치시는 걸까? 나는 지금 그 뜻을 생각해보리라.’
그리고 그 뜻을 생각해보고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내 몸에도 티끌과 때가 있다. 내 스스로를 비유해 보자. 무엇이 없애는 것이며, 무엇이 때인가?’
그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결박[縛結]이 때이고, 지혜(智慧)가 없애는 것이다. 나는 지금 지혜의 비로써 이 결박을 쓸어버리리라.’

그때 주리반특은 5성음(盛陰:五蘊)이 이루어지는 것과 소멸하는 것을 생각하였다. 즉 이른바 ‘이것은 색(色)이요, 이것은 색의 발생원인[色集]이며, 이것은 색의 소멸[色滅]이다. 이것이 통(痛:受)ㆍ상(想)ㆍ행(行)ㆍ식(識)이 이루어지고 소멸하는 것이다’고 사유하였다.
그는 이 5성음을 생각하고 난 뒤에 욕루(欲漏)의 마음에서 해탈하고 유루(有漏)의 마음과 무명루(無明漏)의 마음에서 해탈하였으며, 해탈하고 나서는 이내 해탈의 지혜를 얻었다. 그리하여 ‘나고 죽음이 이미 다하였고 범행(梵行)이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쳐 다시는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라는 것을 사실 그대로 알았다. 이에 존자 주리반특은 곧 아라한(阿羅漢)이 되었고, 아라한이 된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세존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아서 세존께 아뢰었다.
“이제는 지(智)가 생겼습니다. 이제야 혜(慧)가 생겼습니다. 이제는 소제(掃㨹)를 알았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비구야, 어떻게 알았느냐?”

주리반특이 대답하였다.
“없앤다는 것은 지혜를 이르는 말이고, 때라는 것은 결박을 이르는 말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다. 비구야, 네가 말한 것과 같다. 없앤다고 하는 것은 곧 지혜를 이르는 말이고, 때라는 것은 곧 결박을 이르는 말이니라.”
그때 존자 주리반특이 세존께 이런 게송으로 아뢰었다.
이제 이것을 외움으로 만족하였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신 것과 같사옵니다.
지혜라야 능히 결박을 없앨 수 있고
그밖의 다른 행은 의지할 것 못 되나이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비구야, 네가 말한 것과 같다. 지혜로만 그렇게 할 수 있을 뿐, 그밖의 다른 행으로는 그렇게 하지 못하느니라.”

그때 존자는 세존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13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두 가지 법이 있으니, 그 법은 소중히 여길 것이 못 되고, 또한 애착(愛着)할 만한 것도 아니어서 세상 사람들이 버리는 것이다. 어떤 것이 그 두 가지 법인가? 하나는 미워하는 이와 서로 만나는 것이니, 이것은 소중히 여길 것이 못 되고, 또한 애착할 만한 것도 아니어서 세상 사람들이 버리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은애(恩愛)하는 이와 헤어지는 것이니, 이것도 소중히 여길 것이 못 되고, 또한 애착할 만한 것도 아니어서 세상 사람들이 버리는 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여기 두 가지 법이 있는데 세상 사람들이 기뻐하지 않고 소중히 여기지 않는 것이다’고 말한 것이니라.

비구들아, 또 두 가지 법이 있는데, 그 법은 세상 사람들이 버리지 않는 것이다. 어떤 것이 그 두 가지 법인가? 첫째는 미워하는 이와 헤어지는 것이니, 세상 사람들이 기뻐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은애하는 이와 한 곳에 모이는 것이니, 매우 사랑할 만한 것이라서 세상 사람들이 기뻐하는 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여기 두 가지 법이 있는데 세상 사람들이 기뻐하는 것이다’라고 말한 것이니라.

나는 지금 이 미워하는 이와 만나는 것과, 사랑하는 이와 헤어지는 것을 말했고, 다시 미워하는 이와 헤어지는 것과 사랑하는 이와 만나는 것에 대하여 말하였다. 여기에는 무슨 뜻이 있으며, 무슨 인연이 있는가?”

비구들이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모든 법의 왕이십니다. 원컨대 세존이시여, 저희들을 위하여 말씀하여 주십시오. 저희 모든 비구들은 그것을 듣고 나서 받들어 실천하겠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고 그것을 잘 기억하라. 내가 너희들을 위해 그것을 분별해 해설해 주리라. 모든 비구들아, 이 두 가지 법은 애욕으로 말미암아 생기며, 애욕으로 말미암아 이루어지고, 애욕으로 말미암아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애욕을 없애는 것을 배워 부디 생겨나지 않게 하라. 이와 같으니 모든 비구들아,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주석
1 인도에서 제일 큰 수를 말할 때 쓰는 숫자의 한 단위이다.
2 팔리어로는 māṇava라고 한다. 또는 마납바(摩納婆)라고 하기도 하며, 번역하여 소년(少年)ㆍ연소정행(年少淨行)이라고 하니, 청정하게 수행하는 젊은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1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31권 902~904번째 소경이 있다.

해제보기

증일아함경 제12권

동진 계빈 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김월운 번역

21. 삼보품(三寶品)

[ 1 ]2)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스스로 귀의하는 덕(德)에 세 가지가 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부처님께 귀의하는 것이 첫 번째 덕이고, 법(法)에 귀의하는 것이 두 번째 덕이며, 승가에 귀의하는 세 번째 덕이다.

어떤 것을 부처님께 귀의하는 덕이라 하는가? 모든 중생인 두 발 달린 것ㆍ네 발 달린 것ㆍ많은 발이 달린 것과 형상이 있는 것[有色]3)ㆍ형상이 없는 것[無色]4)과 생각이 있는 것[有想]ㆍ생각이 없는 것[無想]5)들에서부터 저 니유선천(尼維先天:非想非非想處天)에 이르기까지 여래(如來)가 그 중에서 가장 존귀하고 최상이어서 어느 누구도 여래를 따를 이가 없느니라.
그것은 마치 소에서 젖[乳]을 얻고 우유에서 낙(酪)을 얻으며, 낙에서 소(酥)를 얻고 소에서 제호(醍醐)를 얻지만, 그 중에서 제호가 가장 존귀하고 최상이어서 그 어느 것도 제호의 맛을 따를 수 없는 것처럼, 모든 중생인 두 발 달린 것ㆍ네 발 달린 것ㆍ많은 발이 달린 것과 형상이 있는 것ㆍ형상이 없는 것과, 생각이 있는 것ㆍ생각이 없는 것들에서부터 저 니유선천에 이르기까지 여래가 그 중에서 가장 존귀하고 최상이어서 어느 누구도 여래를 따를 이가 없기 때문에, 모든 중생들이 다 부처님을 받들어 섬기는 것이다. 이것을 제일가는 덕을 받들어 섬기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 제일가는 덕을 획득하면, 곧 천상(天上)이나 인간(人間) 세상에서 복을 받으니, 이것을 제일가는 덕이라고 하느니라.

어떤 것을 스스로 법에 귀의하는 것이라고 하는가? 모든 법인 유루(有漏)ㆍ무루(無漏)와 유위(有爲)ㆍ무위(無爲)와 무욕(無欲)ㆍ무염(無染)와 멸진(滅盡)ㆍ열반(涅槃)이 있지만, 그 중에서 열반이 가장 존귀하고 최상이어서 그 어느 것도 여기에 미칠 것이 없다.
그것은 마치 소에서 젖을 얻고 우유에서 낙을 얻으며, 낙에서 소를 얻고 소에서 제호를 얻지만,그 중에서 제호가 가장 존귀하고 최상이어서 그 어느 것도 제호의 맛을 따를 수 없는 것처럼, 모든 법인 유루ㆍ무루와 유위ㆍ무위와 무욕ㆍ무염과 멸진ㆍ열반이 있지만, 그 중에서 열반이 가장 존귀하고 최상이기 때문에 모든 중생들은 법을 섬기는 것이다. 이것을 제일가는 덕을 받들어 섬기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 제일가는 덕을 획득하면, 곧 천상이나 인간 세상에서 복을 받으니, 이것을 제일가는 덕이라고 하느니라.

어떤 것을 스스로 성중(聖衆)에 귀의하는 것이라고 하는가? 성중이라고 말하는 것은 형상이 있는 대중들이 많이 모여 사는 것을 말한다. 그 중생들 가운데 여래의 대중인 승가[僧]가 가장 존귀하고 최상이어서 어느 누구도 성중에 미칠 수 있는 이는 없다. 그것은 마치 소에서 젖을 얻고 우유에서 낙을 얻으며, 낙에서 소를 얻고 소에서 제호를 얻지만, 그 중에서 제호가 가장 존귀하고 최상이어서 그 어느 것도 제호의 맛을 따를 수 없는 것처럼, 성중이라고 말하는 것은 형상이 있는 대중들이 많이 모여 사는 것을 말하는데, 그 중생들 가운데 여래의 대중인 승가가 가장 존귀하고 최상이어서 어느 누구도 성중에 미칠 수 있는 이는 없다. 이것을 제일가는 덕을 받들어 섬기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 제일가는 덕을 획득하면, 곧 천상이나 인간 세상에서 복을 받으니, 이것을 제일가는 덕이라고 하느니라.

그때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첫 번째로 부처님을 받들어 섬기면
가장 존귀하여 더 높은 것 없고
다음으로 또 법을 받들어 섬기면
탐욕이 없어지고 집착도 없어진다.

현성(賢聖) 대중을 공경하고 받드는 것
그것은 가장 좋은 복밭[福田]이니
그런 사람은 제일가는 지혜가 있어
제일 먼저 복을 받으리라.

만일 그가 천상이나 인간에 태어나면
대중들 속에서 바른 길잡이 되고
또한 가장 묘한 자리를 얻어
저절로 감로(甘露)를 마시게 되리라.

몸에는 7보 옷 입고
다른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며
가장 완전한 계를 갖추어
모든 감각기관 새거나 결함 없으리.

게다가 지혜의 바다까지 얻어
열반의 세계로 차츰 나아가리니
이 세 가지에 귀의하는 사람은
태어나는 세계 또한 어려운 일 없으리.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2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 가지 복이 되는 업(業)이 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보시(布施)가 복을 짓는 업이요, 평등(平等)이 복을 짓는 업이며, 사유(思惟)가 복을 짓는 업이다.

어째서 보시가 복을 짓는 업이 되는가? 만일 어떤 사람이 마음을 열어 사문ㆍ바라문ㆍ매우 빈궁(貧窮)한 사람ㆍ고독한 사람ㆍ갈 곳 없는 이에게 보시를 하되, 밥을 필요로 하는 이에게는 밥을 주고 장(漿)을 필요로 하는 이에게는 장을 주며, 의복(衣服)ㆍ음식(飮食)ㆍ평상[牀]ㆍ침구[臥具]와 질병에 필요한 의약품[醫藥]과 향(香ㆍ꽃과 자고 머물 수 있는 곳 등을 저들의 요구를 따라 아낌없이 주면, 이것을 ‘보시가 복을 짓는 업이 된다’고 말하는 것이니라.

어째서 평등이 복을 짓는 업이 되는가? 혹 어떤 사람이 살생을 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항상 부끄러워할 줄 알고 나쁜 생각을 일으키지 않으며, 남의 물건을 몰래 훔치지 않고 남에게 보시하기를 좋아하며, 탐하거나 아끼는 마음이 없고 말씨가 온화하고도 맑으며, 남의 마음에 상처 입히지 않고 또한 다른 이와 음란한 짓을 하지 않으며, 제 자신이 범행(梵行)을 닦고 자기 아내에 만족하고 거짓말을 하지 않아 항상 성실하기를 생각하며, 속이는 말을 하지 않아서 세상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며,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일이 없고 또한 술을 마시지 않아서 언제나 혼란한 것을 피할 줄 안다.
또 자애로운 마음[慈心]을 1방(方)에 두루 채우고, 2방ㆍ3방ㆍ4방에도 또 그렇게 하고, 8방과 상ㆍ하에까지 두루 채워서 헤아릴 수도 없고 한정할 수도 없다. 한정할 수도 없고 무게를 달아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의 이와 같은 자애로운 마음으로 일체를 두루 덮어 그들로 하여금 안온함을 얻게 한다. 또 불쌍히 여기는 마음[悲心]ㆍ기뻐하는 마음[喜心]ㆍ평정한 마음[護心]을 1방에 가득 채우고, 2방ㆍ3방ㆍ4방에도 또한 그렇게 하고, 8방과 상ㆍ하에까지도 모두 채워 헤아릴 수도 없고 한정할 수도 없으며, 무게를 달아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로 이 불쌍히 여기는 마음ㆍ기뻐하는 마음ㆍ보호하는 마음을 일체에 가득 채운다. 이것을 일러 ‘평등이 복을 짓는 업이 된다’고 하는 것이니라.

어째서 사유가 복을 짓는 업이 되는가? 비구(比丘)가 염각의(念覺意)를 수행하여 욕심 없음[無欲]에 의지하고 관찰함이 없음에 의지하며, 다 사라짐에 의지하고 번뇌를 벗어나는 중요한 방법에 의지하여 법각의(法覺意)를 닦고 염각의(念覺意)를 닦으며, 의각의(猗覺意)를 닦고 정각의(定覺意)를 닦으며, 호각의(護覺意)를 닦아 욕심 없음에 의지하고 관찰함이 없음에 의지하며, 다 사라짐에 의지하고 번뇌를 벗어나는 중요한 방법에 의지하면, 이것을 일러 ‘사유가 복을 짓는 업이 된다’고 하는 것이니라.

이와 같으니 비구들아, 이런 세 가지 복을 짓는 업이 있느니라.”

그때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보시와 평등과 자애로운 마음과
보호하는 마음과 또 사유하는 것
이런 것들의 세 가지 업이 있는데
지혜로운 사람은 이를 친근히 한다.

이 세상에서 그 과보(果報) 받고
천상에서도 또한 그러하니
이런 세 가지 업으로 말미암아
천상에 태어날 것 의심 없어라.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방편을 구해, 이 세 가지를 찾아야 한다. 이와 같으니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3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 가지 인연이 있어야 식(識)이 태(胎)를 받게 된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비구들아, 어머니가 애욕(愛欲)의 마음이 있어서 부모가 한 곳에 모여 함께 머물러 잔다 하더라도, 그러나 또한 바깥에서 식(識)이 와서 호응해 주지 않으면 곧 태가 이루어지지 못한다. 또 식(識)이 와서 들어가려고 하더라도 부모가 한 곳에 모여 있지 않으면 역시 태는 성립되지 못한다.
또 어머니가 애욕의 마음이 없는 상태로 부모가 한 곳에 모여 있을 경우, 그때 아버지가 아무리 애욕의 마음이 왕성하다 하더라도 어머니가 그리 간절하지 않으면 태는 성립되지 못한다. 또 부모가 한 곳에 모여 있을 경우 어머니가 아무리 애욕의 마음이 왕성하다 하더라도 아버지가 그리 간절하지 않으면 태는 성립되지 못한다.

또 부모가 한 곳에 모여 있다 하더라도 아버지에게 풍병(風病)이 있거나 어머니에게 냉병(冷病)이 있으면 태는 성립되지 못한다. 또 부모가 한 곳에 모여 있다 하더라도 어머니에게 풍병이 있거나 아버지에게 냉병이 있으면 태는 성립되지 못한다.
또 어느 때에 부모가 한 곳에 모여 있다 하더라도 아버지의 몸에 물 기운[水氣]이 지나치게 많으면 어머니에게 그런 질환이 없어도 태는 성립되지 못한다.

또 어느 때에 부모가 한 곳에 모여 있다 하더라도 아버지의 상(相)에는 자식이 있으나 어머니의 상에 자식이 없으면 태는 성립되지 못한다. 또 어느 때에 부모가 한 곳에 모여 있다 하더라도 어머니의 상에는 자식이 있으나 아버지의 상에 자식이 없으면 태는 성립되지 못한다. 또 어느 때에 부모의 상에 모두 자식이 없으면 태는 성립되지 못하느니라.

또 때로는 식신(識神)이 태에 나아가더라도 아버지가 떠나 있어 없을 경우엔 태는 성립되지 못한다. 또 어느 때에 부모가 꼭 한 곳에 모여 있어야 할 것이나, 그러나 어머니가 멀리 떠나 있어 없을 경우엔 태는 성립되지 못하느니라. 또 어느 때에 부모가 한 곳에 모여 있더라도, 그러나 아버지가 몸에 위중한 병이 있을 경우, 그때는 식신이 태에 나아간다 하더라도 태가 성립되지 못한다. 또 어느 때에 부모가 한 곳에 모일 만하고 식신이 와서 태에 나아간다 하더라도 어머니가 위중한 병을 앓을 경우 태는 성립되지 못한다. 또 어느 때에 부모가 한 곳에 모일 만하고 식신이 와서 태에 나아간다 하더라도, 그러나 부모가 모두 병을 앓을 경우 태는 성립되지 못한다.

또 비구들아, 만일 부모가 한 곳에 모여 있고 부모에게 질환이 없을 경우에야 식신이 오는 것이고, 그리고 또 부모에게 모두 자식을 둘 상(相)이 있을 경우에 그는 곧 태가 성립되는 것이다. 이것을 일러 ‘세 가지 인연이 있어야 태가 성립된다’고 하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방편을 구하고, 이 세 가지 인연을 끊어야 한다. 이와 같으니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4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중생이 자애로운 마음을 일으키고 독실하게 믿는 마음을 가지고서 부모ㆍ형제ㆍ친척ㆍ아내ㆍ친구ㆍ선지식을 받들어 섬기려고 하거든 마땅히 세 곳에 안주(安住)하게 하여 그들로 하여금 이동(移動)할 생각을 가지지 않게 하라.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첫째는 마땅히 환희심(歡喜心)을 내어 여래의 처소에서 마음이 이동하지 않게 하라. 저분은 여래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ㆍ명행성위(明行成爲)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士)ㆍ도법어(道法御)ㆍ천인사(天人師)ㆍ불세존(佛世尊)이라고 호칭하느니라.

둘째는 바른 법[正法]에 대하여 마음을 내는 것이다. 여래의 법은 잘 말씀하신 걸림이 없는 것으로서 지극히 미묘하여 그것으로 말미암아 큰 과(果)를 이루는 것이다. 이와 같으니 지혜로운 사람은 꼭 배워서 알아야 하느니라.

셋째는 이 성중(聖衆)에 대해 마음을 내는 것이다. 여래의 성중은 모두 화합(和合)하여 어지러움이 없고, 법(法)과 법을 성취하고 계(戒)를 성취하며, 삼매(三昧)를 성취하고 지혜(智慧)를 성취하며, 해탈(解脫)을 성취하고 해탈견혜(解脫見慧)를 성취한다. 성중이란 사쌍팔배(四雙八輩)와 12현성(賢聖)을 이르는 말이다. 이는 곧 여래의 성중이니 공경할 만하고 귀하게 여길 만하나니, 이들은 세상에서 더할 나위 없는 복밭이다.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이 이 세 가지를 배우면 큰 과보를 이룩할 것이다. 이와 같으니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5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구파리(瞿波離) 비구가 세존께서 계시는 곳을 찾아가서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그 비구가 세존께 아뢰었다.
“저 사리불(舍利弗)과 목건련(目揵連) 비구는 소행(所行)이 매우 나쁩니다. 저들은 온갖 악행(惡行)을 다 짓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런 말을 하지 말라. 너는 여래의 처소에서 기뻐하는 마음을 내어야 한다. 사리불과 목건련 비구는 소행이 순수하고 착하다. 저들은 아무런 악함도 없느니라.”

그때 구파리 비구가 두 번 세 번 세존께 아뢰었다.
“여래의 말씀은 진실하여 거짓이 없습니다. 그러하오나 사리불과 목건련 비구는 소행이 매우 나쁩니다. 저들은 선(善)한 근본이 조금도 없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이 미련한 사람아, 너는 여래의 말을 믿지 못하느냐? 너는 방금 ‘사리불과 목건련 비구는 소행이 매우 나쁘다’고 말하였다. 너는 지금 악행을 지었다. 오래지 않아 그에 대한 과보를 받게 될 것이다.”

그러자 그 비구는 그 자리에서 즉시 몸에 악성 종기[惡瘡]가 생겼는데, 그 크기가 처음에는 겨자씨만 하더니 차츰 커져서 콩만 해졌고, 또 점점 커져서 아마륵(阿摩勒) 열매만 해지더니 다시 호도(胡桃)만 해졌고, 마침내는 합장(合掌)한 크기만 하게 되었다. 그 악성 종기에서 고름과 피가 흘러나오더니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연화지옥(蓮華地獄)에 떨어졌다.

그때 존자 대목건련은 구파리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 곧 세존의 처소를 찾아가서 세존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잠시 뒤에 자리에서 조금 물러나 앉아서 세존께 아뢰었다.
“구파리 비구는 지금 어디에 태어났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는 죽어서 연화지옥에 태어났느니라.”

이때 목련이 세존께 아뢰었다.
“제가 지금 그 지옥에 가서 그 사람을 교화하려고 하나이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목련아, 너는 거기 갈 필요가 없느니라.”

목련은 거듭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그 지옥에 가서 그를 교화하고 싶습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잠자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셨다.

그러자 존자 대목건련이 역사(力士)가 팔을 굽혔다 펴는 만큼의 짧은 시간에 사위성(舍衛城)에서 사라져 보이지 않더니 곧 연화 대지옥에 이르렀다. 그때 구파리 비구는 온몸이 불에 타고 있었고, 또 백 마리 소가 그의 혀를 보습으로 갈고 있었다.

그때 존자 대목건련이 허공에서 가부좌하고 앉아 손가락을 튀기면서 그 비구에게 말하였다.

그 비구는 곧 우러러 보면서 물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목건련이 대답하였다.
“구파리여, 나는 바로 석가모니부처님의 제자이며, 이름은 목건련이고 성은 구리타(拘利陀)라고 합니다.”

그때 비구는 목련을 보고 나서 곧 이런 욕을 하였다.
“나는 지금 이 나쁜 세계에 떨어져 있는데도 아직 네 앞을 벗어나지 못하였구나.”
이렇게 말하자, 바로 그때 천 마리 소가 보습으로 그의 혀를 갈았다.

목련은 그것을 보고 나서 근심이 갑절이나 더하고 답답해져서 후회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는 그곳에서 모습을 감춰 사위국으로 돌아와 세존의 처소에 이르러서 세존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목련은 그간에 있었던 인연사를 세존께 자세히 아뢰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전에 너에게 ‘그곳에 가서 그 나쁜 사람을 볼 필요가 없다’고 말하지 않았느냐?”

그때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대개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면
도끼가 그 사람의 입 속에 있어
그것으로써 제 몸을 베나니
그것은 악한 말 때문이니라.

저의 숨길과 내 이 숨길
그것은 모두 착하건만
이미 나쁜 짓을 하였기 때문에
그는 나쁜 세상에 떨어졌다.

끝이 있거나 끝이 없거나
그곳은 가장 나쁜 곳이요
여래에 대해 나쁜 짓을 하면
그것은 가장 중한 죄이니라.

1만 3,061명이나 되는 이
회옥(灰獄)에 떨어졌네.
성인을 비방하여 저기에 떨어졌으니
몸과 입으로 지은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 이어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세 가지 법을 배워서 그 행을 성취해야 한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몸으로 짓는 착한 행과 입으로 짓는 착한 행과 뜻으로 짓는 착한 행이 그것이다. 이와 같으니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6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비구가 세 가지 법을 성취(成就)하면 현재 세상에서 쾌락을 누릴 수 있고, 용맹스럽게 정진(精進)하여 번뇌를 다 끊어 없애게 될 것이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비구야, 모든 감각기관이 고요하고 음식에 절제할 줄을 알며 거닐기를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다.

어떻게 비구는 모든 감각기관을 고요하게 하는가? 혹 비구가 눈으로 빛깔을 보고도 집착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고 인식하고 기억하는 마음이 없어서 눈이 청정하게 되면, 그로 인해 해탈(解脫)을 구해 항상 눈을 보호하게 된다.
또 귀로 소리를 듣고 코로 냄새를 맡으며, 혀로 맛을 알고 몸으로 부드럽고 매끄러움을 느끼며, 뜻으로 법을 분별하더라도 집착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고 인식하고 기억하는 마음이 없어서 뜻이 청정하게 되면, 그로 인해 해탈을 구해 항상 뜻을 보호하게 된다. 이와 같이 비구는 모든 감각기관을 고요하게 하느니라.

어떻게 비구는 모든 음식을 절제할 줄 아는가? 비구가 음식이 어디로부터 온 것인가를 생각하여 살지고 깨끗한 것만을 구하지 말고, 다만 몸의 4대(大)를 부지(扶持)하고 보전(保全)하기만을 생각하되 ‘나는 지금 오래된 병(病)을 고치고 다른 병이 새로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며, 몸에 기운이 생기게 하여 도를 닦아 범행(梵行)이 끊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음식을 먹는다’라고 하느니라.
그것은 마치 남자나 여자의 몸에 악성 종기가 생기면, 혹은 고약을 그 종기에 바르는데 그것은 곧 종기를 고치기 위해서이다. 이 또한 그와 같아서 모든 비구들아, 음식을 절제할 줄 알아야 하느니라. 이에 비구들은 그 음식이 어디로부터 온 것인가를 생각해 보고서 살지고 깨끗한 것만 구하지 말고, 다만 몸의 4대를 부지하고 보전하기만을 생각하되 ‘나는 지금 오래된 병을 고치고 다른 병이 새로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며, 몸에 기운이 생기게 하여 도를 닦아 범행이 끊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음식을 먹는다’라고 하느니라.
또 그것은 마치 무거운 짐을 실은 수레의 바퀴통에 기름을 바르는 것은 짐을 싣고 목적한 곳으로 가기 위해서인 것처럼, 비구도 그와 같아서 음식을 절제할 줄 알아야 한다. 비구들은 그 음식이 어디로부터 온 것인가를 생각하여 살지고 깨끗한 것만을 구하지 말고,다만 몸의 4대를 부지하고 보전하기만을 생각하되 ‘나는 지금 오래된 병을 고치고 다른 병이 새로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며, 몸에 기운이 생기게 하여 도를 닦아 범행이 끊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다’라고 생각해야 한다. 이와 같이 비구는 음식을 절제할 줄 알아야 하느니라.

어떻게 비구는 거닐기[經行]를 잃어버리지 않는가? 비구는 초저녁[前夜]이나 새벽[後夜]이나 언제나 거닐기를 생각하여 때를 잃어버리지 않고 항상 도품(道品) 가운데 생각을 매어 둔다. 낮에는 다니거나 앉거나 간에 묘한 법[妙法]을 사유(思惟)하여 번뇌[陰蓋]를 없애고, 초저녁에도 다니거나 앉거나 간에 묘한 법을 사유하여 번뇌를 없애며, 한밤중에는 오른쪽 옆구리를 땅에 대고 누워 생각을 매어 밝은 곳에 두고, 새벽에는 일어나서 다니거나 앉거나 간에 심오한 법을 사유하여 번뇌를 없앤다. 이와 같이 비구는 거닐기를 잃어버리지 않느니라.

만일 어떤 비구든지 모든 감각기관[根]이 고요해지고 음식을 절제할 줄 알며, 거닐기를 잃어버리지 않고 항상 도품 가운데 생각을 매어두면, 그 비구는 곧 두 가지 과(果)를 성취하고 현재 세상에서 아나함(阿那含)이 될 것이다. 비유하면 마치 말을 잘 다루는 사람이 평탄[平正]한 길에서 네 마리 말이 끄는 수레를 몰면 아무 장애가 없어 가려고 목적한 곳에 틀림없이 이르게 되는 것처럼, 이 비구도 그와 같아서 모든 감각기관이 고요해지고 음식을 절제할 줄 알며 거닐기를 잃어버리지 않고 항상 도품 가운데 생각을 매어두면 그 비구는 곧 두 가지 과를 성취하고 현재 세상에서 번뇌가 다 끊어져 아나함이 될 것이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7 ]6)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 가지 큰 병이 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즉 풍(風)이 큰 병이요, 담(痰)이 큰 병이며, 냉(冷)이 큰 병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세 가지 큰 병이라고 말하느니라.
그러나 또 이 세 가지 큰 병에는 세 가지 좋은 약[良藥]이 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만일 풍병에는 소(酥)가 좋은 약이 되나니, 소로써 밥을 지어 주고, 또 담병에는 꿀이 좋은 약이 되나니 꿀로 밥을 지어 주며, 또 냉병에는 기름이 좋은 약이 되니 기름으로 밥을 지어 주어야 한다. 비구들아, 이것을 ‘세 가지 큰 병에 세 가지 좋은 약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니라.

이와 같이 비구들아, 또 세 가지 큰 병이 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탐욕(貪欲)ㆍ성냄[瞋恚]ㆍ어리석음[愚癡]를 이르는 말이니, 비구들아, 이것이 세 가지 큰 병이니라.
그러나 이 세 가지 큰 병에도 또 세 가지 좋은 약이 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 약인가? 만일 탐욕이 일어날 때에는 부정관(不淨觀)을 가지고 가서 다스려 부정도(不淨道)를 사유하게 하고, 성냄[瞋恚]의 큰 병에 걸린 사람에게는 자애로운 마음을 가지고 가서 다스려 자애로운 마음의 도를 사유하게 하며, 어리석음이라는 큰 병에 걸린 사람에게는 지혜(智慧)를 가지고 가서 다스려 인연으로 일어나는 도를 사유하게 해야 한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세 가지 큰 병에는 세 가지 좋은 약이 있다’고 말한 것이다.
그런 까닭에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방편을 써서 이 세 가지 약을 찾아야 한다. 이와 같으니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8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 가지 나쁜 행[三惡行]이 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몸으로 짓는 나쁜 행과 입으로 짓는 나쁜 행과 뜻으로 짓는 나쁜 행을 말한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세 가지 나쁜 행이라고 하느니라.
그러므로 꼭 방편을 구해 세 가지 착한 행을 닦아야 한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몸으로 짓는 나쁜 행을 한 이는 몸으로 짓는 착한 행을 닦아야 하고, 입으로 짓는 나쁜 행을 한 이는 입으로 짓는 착한 행을 닦아야 하며, 뜻으로 짓는 나쁜 행을 한 이는 뜻으로 짓는 착한 행을 닦아야 하느니라.”

이때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몸으로 짓는 나쁜 행을 잘 단속하고
몸으로 짓는 착한 행을 닦아 익혀라.
몸으로 짓는 나쁜 행 버리기를 생각하고
몸으로 짓는 착한 행을 꼭 배워야 한다.

입으로 짓는 나쁜 행을 잘 단속하고
입으로 짓는 착한 행을 닦아 익혀라.
입으로 짓는 나쁜 행 버리기를 생각하고
입으로 짓는 착한 행을 꼭 배워야 한다.

뜻으로 짓는 나쁜 행을 잘 단속하고
뜻으로 짓는 착한 행을 닦아 익혀라.
뜻으로 짓는 나쁜 행 버리기를 생각하고
뜻으로 짓는 착한 행을 꼭 배워야 한다.

그 몸으로 짓는 행이 만일 착하면
입으로 짓는 행도 또한 그럴 것이요
그 뜻으로 짓는 행이 만일 착하면
모든 것도 또한 그러하리라.

그 입과 뜻을 단속해 청정해지면
그 몸도 나쁜 행 짓지 않으니
이 세 가지 행이 깨끗해지면
무위의 신선 경지에 이를 것이다.

“이와 같으니,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꼭 세 가지 나쁜 행을 버리고 세 가지 착한 행을 닦아야 한다. 이와 같으니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9 ]7)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많은 비구들은 때가 되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걸식을 하기 위해 성으로 들어갔다. 그때 많은 비구들이 갑자기 이렇게 생각했다.
‘우리들이 성에 들어가 걸식하기에는 아직 때가 좀 이르다. 그러니 우리 지금 외도(外道) 범지(梵志)들이 있는 곳이나 우르르 몰려 가보자.’

그때 비구 대중들은 곧 이학(異學) 범지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곳에 가서 서로 문안을 하고 한쪽에 앉았다.
이때 범지들이 사문(沙門)에게 물었다.
“구담(瞿曇) 도사(道士)는 늘 욕론(欲論)ㆍ색론(色論)ㆍ통론(痛論)ㆍ상론(想論)에 대해서 말씀하신다고 하던데, 이와 같은 여러 가지 주장은 우리들 주장과 무엇이 다른가? 우리들이 주장하는 것이 곧 사문의 주장이요, 사문의 주장이 곧 우리들의 주장이다. 설법도 우리들이 하는 설법과 같고 가르침도 우리들이 가르치는 것과 같다.”

그때 비구 대중들은 그들이 하는 말을 듣고 나서 훌륭하다고 말하지도 않고 나쁘다고 말하지도 않은 채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가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우리들은 꼭 이 뜻을 세존께 가서 여쭈어보리라.’

그때 비구 대중들은 걸식을 마치고 곧 세존께서 계시는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비구 대중들은 범지들이 물었던 일들을 전부 세존께 아뢰었다.
그러자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가령 저 범지들이 그렇게 물었다면 너희들은 마땅히 이런 이치를 가지고 저들의 질문에 대답했어야 했다.
‘탐욕에는 어떤 맛이 있고 또 어떤 허물이 있는가? 마땅히 탐욕을 버려야 한다. 색(色)에는 어떤 맛이 있고 또 어떤 허물이 있는가? 마땅히 색을 버려야 한다. 통(痛:受)에는 어떤 맛이 있고 또 어떤 허물이 있는가? 마땅히 통을 버려야 한다.’
만일 너희들이 이런 말로 저들이 던진 물음에 대답했다면, 저들 범지는 잠자코 아무 대답도 못했을 것이다. 비록 무슨 말을 했다 하더라도 그들은 이 심오한 이치를 이해하지 못하고, 마침내는 어리석음과 의혹만 더 늘려 한쪽으로 치우친 소견에 떨어지고 말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저들의 경계(境界)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또 비구들아, 여래ㆍ등정각과 여래의 가르침을 받은 성중을 제외하고, 그밖에 저 마(魔)ㆍ마천(魔天)ㆍ제석천ㆍ범천ㆍ사천왕ㆍ사문ㆍ바라문ㆍ사람과 그리고 사람이 아닌 것들은 이 이치를 논할 수 없느니라.

탐욕[欲]에는 어떤 맛이 있는가? 말하자면 다섯 가지 욕망[五欲]이 바로 그것이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인가? 눈으로 빛깔[色]을 보아 안식(眼識)을 일으키게 되면, 그 물질에 대하여 매우 사랑스럽고 존경스러운 마음을 내는데, 이는 세상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다. 또 귀로 소리[聲]를 듣고 코로 냄새[香]를 맡으며, 혀로 맛[味]을 알고 몸으로 보드랍고 매끄러움을 느끼면, 그것에 대하여 매우 사랑스럽고 존경스러운 마음을 내는데, 이는 세상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다섯 가지 욕망 속에서 괴롭다거나 즐겁다는 마음을 내면 이것을 탐욕의 맛이라고 말하느니라.

탐욕에는 어떤 허물이 있는가? 어떤 좋은 집안[族姓]의 자제는 온갖 기술(伎術)을 배워 스스로 살아가면서, 혹 농사를 짓는 일을 배우기도 하고 혹은 글 쓰는 것을 배우기도 하며, 혹은 품팔이를 하기도 하고 혹은 셈하는 법을 배우기도 하며, 혹은 방편상 남을 속이는 것을 배우기도 하고 혹은 조각하는 기술을 배우기도 하며, 혹은 통신(通信)하는 것을 배워 저기에 갔다가 여기로 오기도 하고 혹은 임금을 받들어 섬기는 법을 배워 추위와 더위를 피하지 않고 고달픈 것을 무릅쓰고 부지런히 애쓰지만, 제 마음대로 하지 못하며 이렇게 고생하면서 재물을 모으나니, 이것을 탐욕의 허물이라고 말한다.
현재 세상의 고뇌(苦惱)는 모두 이 은애(恩愛)로부터 생기고 또한 모두 탐욕 때문에 생겨난다. 그러나 저 좋은 집안의 자제들은 그렇게 고생을 하고서도 재물을 얻지 못하면, 저들은 갑자기 시름하고 근심하며 고뇌하기를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한다. 그러다가 그들은 곧 생각한다.
‘나는 이렇게 괴롭게 공(功)을 들이고 온갖 방법을 써 보았으나 재물을 얻지 못하였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이런 짓을 버리자.’
이것이 바로 탐욕을 여읜다는 것이니라.

또 저 좋은 집안의 자제는 혹 어느 때는 그런 방법으로써 재물을 얻기도 한다. 그는 그 얻은 재물을 여러 가지 방법을 총동원하여 보호하려고 한다. 혹 왕(王)에게 빼앗기지나 않을까, 도둑들에게 도둑을 맞지나 않을까, 물에 떠내려가지나 않을까, 불에 타버리지나 않을까 하고 늘 걱정하다가 다시 이렇게 생각한다.
‘땅에 파묻어 간직하려 하니 나중에 그 자리를 잊을까 걱정이 되고 이자 놀이를 하자 하니 되돌려 받지 못할까 걱정이며, 혹은 집 안에 나쁜 자식이라도 태어나면 내 재물을 다 낭비하고 말 것이다.’
이것을 일러 탐욕이 큰 걱정거리가 된다고 한 것으로서, 다 탐욕의 근본으로 인하여 이런 재변(災變)이 생기는 것이니라.

저 좋은 집안의 자제는 항상 이런 마음을 내어 그 재물[財貨]을 보호하려 하지만, 그는 훗날 오히려 국왕에게 빼앗기고 도둑에게 겁탈 당하거나, 물에 떠내려 보내고 불에 타버리게 되기도 한다. 땅에 묻은 것은 찾아내지 못하고 이자놀이를 한 것은 받지 못하게 되며, 집안에 나쁜 자식이 태어나서 그 재물을 모두 써버려 만 분(分)의 하나도 갖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그는 근심하고 걱정하며 괴로워하고 번민하면서 가슴을 치고 부르짖는다.
‘내가 본래 가지고 있던 재물이 지금은 모두 없어졌다.’
그러면서 마침내는 어리석어지고 미혹되어 마음과 뜻이 착란(錯亂)을 일으킨다. 이것을 일러 탐욕은 큰 걱정거리가 된다고 하는 것으로서, 이 탐욕의 근본을 조건[緣]으로 하여 무위(無爲:涅槃)에 이르지 못하느니라.

또 이 탐욕의 근본을 조건으로 하여 갑옷을 입고 무기를 들고 서로 공격하여 치게 되는데, 서로 공격하여 치기 때문에 혹은 코끼리 군사 앞에서나 말 군사 앞에서나 보병의 앞에서나 수레 군사의 앞에서, 말을 보면 말과 싸우고 코끼리를 보면 코끼리와 싸우며, 수레를 보면 수레와 싸우고 보병을 보면 보병과 싸우면서, 혹은 서로 칼로 베고 활을 쏘며 창으로 서로 찌른다. 이와 같은 일들을 좇는 것은 다 탐욕이 큰 걱정거리가 되는 것으로서 탐욕의 근본을 조건으로 하여 이런 재변이 생기는 것이니라.

또 이 탐욕의 근본을 조건으로 하여 갑옷을 입고 무기를 들고 혹은 성문에서, 혹은 성 위에서 서로 칼로 베고 활로 쏘며 창으로 찌르기도 하며, 혹은 쇠 바퀴[鐵輪]로 그 머리를 갈고 쇠를 녹여 서로 퍼붓는다. 이런 고통을 받아 죽는 사람이 매우 많다.

또 탐욕이란 역시 무상(無常)한 것으로서 사라지고 생겨나면서 번갈아 변화하고 바뀌어 잠시도 멈추지 않으며 풀리지도 않는다. 이렇게 탐욕은 변하고 바뀌어 무상한 것이므로 이것을 일러 탐욕은 큰 걱정거리가 되는 것이라고 말한 것이니라.

어떻게 해야 마땅히 탐욕을 버리겠는가? 만일 수행해서 탐욕을 버리면 그것을 탐욕을 버렸다고 말하느니라. 그런데 어떤 사문과 바라문들은 탐욕이 큰 걱정거리가 되는 것임을 알지 못하고, 또한 탐욕의 근본을 버릴 줄 모르며, 사문(沙門)으로서 사문의 위의(威儀)에 대하여 사실 그대로를 알지 못하고, 바라문(婆羅門)으로써 바라문의 위의를 제대로 알지 못하나니, 그들은 사문도 바라문도 아니다. 또한 온몸으로 그것을 증득하여 스스로 유희(遊戱)하지도 못한다.
그러나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들은 탐욕이 큰 걱정거리의 근원임을 자세히 알아 헛되지 않고 참답게 탐욕을 버린다. 그들은 사문으로서 사문의 위의를 알고 바라문으로서 바라문의 위의를 알며, 제 자신의 몸으로 그것을 증득하여 스스로 유희한다. 이것을 일러 탐욕을 버리는 것이라고 하느니라.

어떤 것이 몸의 맛[色味]인가? 만일 찰리(刹利)의 여자ㆍ바라문의 여자ㆍ장자의 여자로서 나이 14세ㆍ15세ㆍ16세쯤 되고 키는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으며 살이 찌지도 않고 야위지도 않으며, 희지도 않고 검지도 않아서 세상에서 둘도 없는 단정한 여자를 보면, 그는 그 여자의 얼굴을 보고 기뻐하고 좋아하는 생각을 낸다. 이것을 일러 몸의 맛이라고 한다.

어떤 것이 몸의 큰 걱정거리인가?또 나중에 그 여자가 나이 80ㆍ90 내지 1백 살이 되어 얼굴색이 변하여 달라지고 젊은 시절은 이미 다 지나가서 이는 빠지고 머리는 희며, 몸은 추하게 되고 피부는 늘어나고 얼굴에는 주름이 생기며, 등은 굽고 숨은 가쁘며, 몸뚱이는 낡은 수레와 같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지팡이에 의지해서 간신히 걸어 다닌다.
어떻겠는가? 비구들아, 처음 볼 때에는 그처럼 아름답던 몸이었는데, 뒤에는 저렇게 변해 버렸으니, 그것이 어찌 큰 걱정거리가 아니겠느냐?”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것을 일러 몸은 큰 걱정거리[大患]라고 말한다. 다시 만일 그 여자가 중한 병에 걸려 병상에 누운 채 대소변(大小便)도 가리지 못하고 스스로 기동하지도 못하는 것을 본다면 어떻겠는가? 비구들아, 본래는 그처럼 아름답던 몸이었는데 지금은 저런 병을 앓고 있는 것을 보니, 그런 것들이 어찌 큰 걱정거리가 아니겠느냐?”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비구들아, 그것을 일러 몸은 큰 걱정거리가 된다고 한 것이니라. 또 비구들아, 만일 그 여자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 무덤으로 가는 것을 본다면 어떻겠는가? 비구들아, 본래는 그처럼 아름답던 몸이었는데 지금은 저렇게 변해 버렸으니, 거기에서 괴로움과 즐거움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런 것들이 어찌 큰 걱정거리가 아니겠느냐?”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비구들아, 그것을 일러 몸은 큰 걱정거리가 된다고 한 것이니라. 또 비구들아, 만일 다시 그 여자가 죽은 지 하루ㆍ이틀ㆍ사흘ㆍ나흘ㆍ닷새 내지 이레가 되어 몸이 퉁퉁 부어오르고 썩어 문드러져서 냄새가 나고 한쪽에 버려져 있는 것을 본다면, 어떻겠는가? 비구들아, 본래는 그처럼 아름답던 몸이었는데 지금은 저렇게 변해 버렸으니, 그런 것들이 어찌 큰 걱정거리가 아니겠느냐?”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비구들아, 그것을 일러 몸은 큰 걱정거리가 된다고 한 것이니라. 또 만일 다시 그 여자의 시체를 까마귀ㆍ까치ㆍ솔개ㆍ독수리 따위가 다투어 와서 쪼아 먹거나, 혹은 여우ㆍ개ㆍ이리ㆍ호랑이 따위가 와서 씹어 먹거나, 혹은 아주 작은 벌레나 곤충들이 갉아먹는 것을 본다면 어떻겠는가?비구들아, 본래는 그처럼 아름답던 몸이 지금은 저렇게 변해 버렸으니, 그 가운데에서 괴로움과 즐거움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런 것들이 어찌 큰 걱정거리가 아니겠느냐?”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비구들아, 그것을 일러 몸은 큰 걱정거리가 된다고 한 것이니라. 또 만일 그 여자의 몸을 벌레와 새들이 반쯤 먹어치워 창자와 밥통과 살덩이와 피 같은 것들의 더러운 모습을 본다면 어떻겠는가? 비구들아, 본래는 그처럼 아름답던 몸이 지금은 저렇게 변해 버렸으니, 그 가운데에서 괴로움과 즐거움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런 것들이 어찌 큰 걱정거리가 아니겠느냐?”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비구들아, 그것을 일러 몸은 큰 걱정거리가 된다고 한 것이니라. 또 만일 그 여자의 몸이 피와 살은 모두 없어지고 뼈만 서로 연이어져 앙상하게 남아 있는 것을 본다면 어떻겠는가? 비구들아, 본래는 그처럼 아름답던 몸이 지금은 저렇게 변해 버렸으니, 그 가운데에서 괴로움과 즐거움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런 것들이 어찌 큰 걱정이 아니겠느냐?”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비구들아, 그것을 일러 몸은 큰 걱정거리가 된다고 한 것이니라. 또 만일 그 여자의 몸이 피와 살은 다 없어지고 오직 힘줄이 남아 나뭇단처럼 묶여 있는 것을 본다면 어떻겠는가? 비구들아, 본래는 그처럼 아름답던 몸이 지금은 저렇게 변해 버렸으니, 그 가운데에서 괴로움과 즐거움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런 것들이 어찌 큰 걱정거리가 아니겠느냐?”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비구들아, 그것을 일러 몸은 큰 걱정거리가 될 뿐이라고 한 것이니라. 또 만일 그 여자의 몸이 해골이 되어 여러 개로 나뉘어 흩어져 저마다 한 곳에 나뒹굴고 있어서, 혹은 다리뼈도 어느 한 곳에 있고 장딴지 뼈도 어느 한 곳에 있으며, 넓적다리뼈도 어느 한 곳에 있고 허리뼈도 어느 한 곳에 있으며, 옆구리뼈도 어느 한 곳에 있고 갈비뼈도 어느 한 곳에 있으며, 어깨뼈도 어느 한 곳에 있고 팔뼈도 어느 한 곳에 있으며, 목뼈도 어느 한 곳에 있고 머리뼈도 어느 한 곳에 있어 사방에 흩어진 것을 본다면 어떻겠는가? 비구들아, 본래는 그처럼 아름답던 몸이 지금은 저렇게 변해 버렸으니, 그 가운데에서 괴로움과 즐거움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런 것들이 어찌 큰 걱정거리가 아니겠느냐?”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비구들아, 그것을 일러 몸은 큰 걱정거리가 된다고 한 것이니라. 또 만일 그 여자의 해골이 희거나 혹은 잿빛으로 된 것을 본다면 어떻겠는가? 비구들아, 본래는 그처럼 아름답던 몸이 지금은 저렇게 변해 버렸으니, 그 가운데에서 괴로움과 즐거움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런 것들이 어찌 큰 걱정이 아니겠느냐?”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비구들아, 그것을 일러 몸은 큰 걱정거리가 된다고 한 것이니라. 또 만일 그 여자의 해골이 무수히 많은 해를 지내 썩고 문드러지고 무너져서 흙과 똑같은 색깔이 된 것을 본다면 어떻겠는가? 비구들아, 본래는 그처럼 아름답던 몸이 지금은 저렇게 변해 버렸으니, 그 가운데에서 괴로움과 즐거움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런 것들이 어찌 큰 걱정거리가 아니겠느냐?”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을 일러 몸은 큰 걱정거리가 된다고 한 것이니라. 이 몸은 무상한 것으로서 변하고 바뀌어 오래 머무를 수 없으며, 또 거기에는 늙고 젊음[牢强]의 구별이 없다. 이것을 일러 몸은 큰 걱정거리가 된다고 한 것이니라.

어떤 것이 이 몸을 벗어나는 긴요한 방법인가? 만일 몸을 버리고 여의어 온갖 어지러운 생각을 없애면, 이것을 일러 몸을 버리고 여의었다고 하는 것이니라.
그런데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들은 몸을 보고 몸에 집착하여 그 몸이 큰 걱정거리라는 것을 알지도 못하고 또한 버리지도 못하며, 사실 그대로 알지도 못한다. 이들은 사문(沙門)도 아니요 바라문(婆羅門)도 아니다. 사문으로서 사문의 위의(威儀)를 알지 못하고 바라문으로서 바라문의 위의를 알지 못하며, 자신의 몸으로 증득(證得)하여 스스로 유희(遊戱)하지도 못한다.
그러나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들은 몸을 보고도 몸에 집착하지 않고 그것의 큰 걱정거리임을 확실히 알아 능히 그것을 버릴 줄을 안다. 그들은 사문으로서 사문의 위의를 알고 바라문으로서 바라문의 위의를 알며, 제 자신이 증득하여 스스로 유희한다. 이렇게 하는 것을 일러 몸을 버리고 여의었다고 하는 것이니라.

어떤 것을 느낌의 맛[痛味]이라고 하는가? 비구들아, 즐거움을 느낄 때에는 곧 나는 즐거움을 느낀다고 알고, 괴로움을 느낄 때에는 곧 나는 괴로움을 느낀다고 알며,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음을 느낄 때에는 곧 나는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음을 느낀다고 안다.
만일 음식을 먹고 즐거움을 느낄 때에는 곧 나는 음식을 먹고 즐거움을 느낀다고 알고, 음식을 먹고 괴로움을 느낄 때에는 곧 나는 음식을 먹고 괴로움을 느낀다고 알며, 음식을 먹고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음을 느낄 때에는 곧 나는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음을 느낀다고 안다.
만일 음식을 먹지 않아 괴로움을 느낄 때에는 곧 스스로 나는 음식을 먹지 않아 괴로움을 느낀다고 알고, 음식을 먹지 않아 즐거움을 느낄 때에는 곧 스스로 나는 음식을 먹지 않아 즐거움을 느낀다고 알며, 만일 음식을 먹지 않아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음을 느낄 때에는 곧 스스로 나는 음식을 먹지 않아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음을 느낀다고 안다.

또 비구들아, 만일 즐거움을 느끼면 그때에는 괴로움을 느끼지 못하고, 또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은 느낌도 없다. 그때에는 내게는 다만 즐거운 느낌만 있다고 안다. 만일 괴로움을 느끼면 그때에는 즐거운 느낌이 없고, 또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은 느낌도 없으며, 오직 괴로운 느낌만 있다. 또 비구들아, 만일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음을 느끼면 그때에는 즐거운 느낌이나 괴로운 느낌은 없고 오직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은 느낌만 있다.
또한 느낌이란 무상한 것이며 변하고 바뀌는 법이다. 느낌은 무상한 것이며 변하고 바뀌는 것인 줄을 알기 때문에 이것을 일러 느낌은 큰 걱정거리가 된다고 말한 것이니라.

어떤 것이 느낌에서 벗어나는 긴요한 방법인가? 만일 능히 느낌을 버리고 여의어서 온갖 어지러운 생각을 없애면 그것을 일러 느낌을 버리고 여의었다고 하느니라.
그런데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들은 느낌에 대해서 느낌에 집착하여 또한 버려 여의지도 못하고, 사실 그대로 알지도 못한다. 이들은 사문도 아니요 바라문도 아니다. 사문으로서 사문의 위의를 알지 못하고 바라문으로서 바라문의 위의를 알지 못하며, 자신의 몸으로 증득하여 스스로 유희하지도 못한다.
그러나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들은 느낌에 대해서 느낌에 집착하지 않고 그것이 큰 걱정거리가 되는 것임을 확실히 알아 능히 그것을 버릴 줄을 안다. 그들은 사문으로서 사문의 위의를 알고 바라문으로서 바라문의 위의를 알며, 제 자신이 증득하여 스스로 유희한다. 이렇게 하는 것을 일러 느낌을 버려 여의었다고 한다.

또 비구들아, 만일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으로서 괴로운 느낌과 즐거운 느낌과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은 느낌을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면서 다른 사람을 가르쳐 교화시켜 그것을 행하게 하면 그것은 옳지 못하다.
그러나 만일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으로서 능히 느낌을 버려 여의고 또한 사실 그대로 알아서 남에게 권유하고 가르쳐서 그것을 멀리 여의게 하면 그것은 진정 옳은 일이다. 이것을 일러 느낌을 버려 여의었다고 하는 것이니라.

비구들아, 나는 지금 탐욕에 대한 집착과 탐욕의 맛[味欲]과 그런 것들이 큰 걱정거리가 된다는 것과 그것을 버려야 한다는 것에 대하여 말하였고, 또 몸에 대한 집착과 몸의 맛[味色]과 그런 것들이 큰 걱정거리가 된다는 것과 그것을 버려야 한다는 것에 대하여 말하였다. 그리고 느낌에 대한 집착과 느낌의 맛[味痛]과 그런 것들이 큰 걱정거리가 된다는 것과 그것을 버려야 할 것이라는 것에 대하여 말하였다. 모든 여래께서 꼭 행하셨던 것들을 나는 여기에서 다 말해 마쳤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항상 나무 밑이나 비고 고요한 곳에 앉아서 조용히 사유하고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하느니라. 이것이 나의 가르침이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10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 가지 든든하지[牢要] 못한 것이 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몸뚱이가 든든하지 못하고 목숨이 든든하지 못하며 재물이 든든하지 못한 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세 가지 든든하지 못한 것이라고 한다.
비구들아, 이 든든하지 못한 세 가지 중에서 마땅히 방편(方便)을 구하여 세 가지 든든한 것을 성취해야 한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든든하지 못한 몸에서 든든한 것을 찾고 든든하지 못한 목숨에서 든든한 것을 찾으며 든든하지 못한 재물에서 든든한 것을 찾는 것이다.

어떤 것이 든든하지 못한 몸에서 든든한 것을 찾는 것인가? 겸손하고 공경하고 예배(禮拜)하여 수시(隨時)로 안부를 묻는 것이다. 이것을 일러 든든하지 못한 몸에서 든든한 것을 찾는 것이라고 한다.

어떤 것이 든든하지 못한 목숨에서 든든한 것을 찾는 것인가? 선남자(善男子)나 선여인(善女人)이 목숨을 마칠 때까지 살생하지 않는 것이니, 칼이나 몽둥이로 해를 가하지 않고 항상 부끄러워[慚愧]할 줄을 알며 자비심(慈悲心)을 가져 널리 일체 중생들을 생각하는 것이다.
또 목숨을 마칠 때까지 도둑질하지 않는 것이니, 항상 보시[惠施]를 생각하여 마음에 인색한 생각이 없는 것이다. 또 목숨을 마칠 때까지 음행하지 않는 것이니, 다른 사람과는 관계하지 않는 것이다. 또 목숨을 마칠 때까지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니, 항상 진실한 마음으로 세상 사람들을 속이지 않는 것이다. 또 목숨을 마칠 때까지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니, 생각이 뒤섞이고 어지럽지 않아 부처님의 금계(禁戒)를 잘 지키는 것이다. 이것을 일러 든든하지 못한 목숨에서 든든한 것을 찾는다고 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든든하지 못한 재물에서 든든한 것을 찾는 것인가? 만일 선남자나 선여인이 항상 보시하기를 생각하여 사문ㆍ바라문이나 여러 가난한 이들에게 베풀어 주되, 밥을 필요로 하는 이에게는 밥을 주고, 음료수[漿]가 필요한 이에게는 음료수를 주며, 의복[衣被]ㆍ음식(飮食)ㆍ평상[牀敷]ㆍ침구[臥具]와 질병에 필요한 의약품[醫藥]과 집[舍宅]ㆍ성(城) 등 필요로 하는 것을 모두 주면, 이와 같이 하는 것을 든든하지 못한 재물에서 든든한 것을 찾는 것이라고 한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세 가지 든든하지 못한 것에서 세 가지 든든한 것을 찾는 것이라고 하느니라.”

그때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몸은 든든하지 못한 것이요
목숨도 든든하지 못한 것이며
재물은 줄어들고 없어지는 것임을 알아
마땅히 든든한 것을 찾아야 하리라.

사람의 몸은 매우 얻기 어렵고
목숨도 또한 오래 머물지 않으며
재물은 사라져 없어지는 것이니
기쁜 마음으로 보시하기를 생각하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제일가는 덕(德)과 복(福)의 업과
세 가지 원인과 세 가지 편안함과 구담과
세 가지 밤[夜]과 병(病)과 악행(惡行)과
괴로움 없앰과 든든하지 못한 것에 대해 설하셨다.

22. 삼공양품(三供養品)

[ 1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상 사람들이 마땅히 공양(供養)해야 할 사람이 셋이 있다. 어떤 것이 그 세 사람인가? 여래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께 세상 사람들은 마땅히 공양해야 하고, 여래의 제자로서 번뇌가 다한[漏盡] 아라한(阿羅漢)을 세상 사람들은 꼭 공양해야 하며, 셋째는 전륜성왕(轉輪聖王)을 세상 사람들은 꼭 공양해야 하느니라.

무슨 인연(因緣)으로 여래를 세상 사람들은 공양해야 하는가? 대개 여래(如來)는 굴복하지 않는 이를 굴복 받으시고, 항복하지 않는 이를 항복 받으시며, 제도되지 못한 이를 제도하시고, 해탈(解脫)하지 못한 이를 해탈하게 하시며, 열반(涅槃)하지 못한 이를 열반하게 하시고, 구호할 이 없는 이를 구호하시며, 장님에게는 눈이 되어 주시고 병든 사람은 구호(救護)하여 주신다. 그는 제일 높고 존귀한 분으로서 마(魔)ㆍ마천(魔天)ㆍ하늘ㆍ사람, 이 가운데에서 가장 높고 존귀한 복밭[福田]이므로 공경할 만하고 귀하게 여길 만한 분이시다. 사람들을 인도해 주시는 분이 되어 바른 길을 알게 하시고 길을 모르는 이에게는 길을 가르쳐 주시고 인도해 주신다. 이런 인연으로 세상 사람들은 마땅히 여래를 공양해야 하느니라.

또 무슨 인연으로 여래의 제자로서 번뇌가 다 없어진 아라한을 세상 사람들은 마땅히 공양해야 하는가?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번뇌가 다 없어진 아라한은 나고 죽는 근원을 벗어나서 다시는 몸을 받지 않고, 위없는 법[無上法]을 얻어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없어져 완전히 다했기 때문에 그는 세상의 복밭이 된다. 이런 인연으로 번뇌가 없어진 아라한을 세상 사람들은 마땅히 공양해야 하느니라.

또 무슨 인연으로 전륜성왕을 세상 사람들은 당연히 공양해야 하는가?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전륜성왕은 법으로 다스리고 교화하여 끝내 살생을 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시켜서 살생하게 하지도 않으며, 제 자신이 직접 도둑질하지 않고 남을 시켜서 도둑질하게 하지도 않으며, 제 자신이 직접 음행하지 않고 남을 시켜서 음행하게 하지도 않으며, 제 자신이 직접 거짓말을 하지 않고 남을 시켜서 거짓말을 하게 하지도 않으며, 제 자신이 직접 이간하는 말을 하여 남을 싸우게 하지 않고 남을 시켜서 이간하는 말을 하게 하지도 않으며, 제 자신이 직접 질투하거나 성내거나 어리석지 않고 남을 시켜서 그런 법을 익히게 하지도 않으며, 제 자신이 바른 소견을 가지고 남을 시켜서 삿된 소견을 가지게 하지 않느니라. 이런 인연으로 전륜성왕을 세상 사람들은 당연히 공양해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2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세 가지 선근(善根)이 있어 끝[窮]이 없고 다함[盡]이 없이 점점 열반(涅槃)의 세계에 이르게 하느니라.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여래의 처소에서 공덕(功德)을 심는 것이니, 이 선근은 끝이 없고 다함이 없느니라. 또 정법(正法) 가운데에서 공덕을 심는 것이니, 이 선근도 끝이 없고 다함이 없느니라. 또 성중(聖衆)에게 공덕을 심는 것이니, 이 선근도 끝이 없고 다함이 없느니라.
아난아, 이 세 가지 선근은 끝이 없고 다함이 없어서 열반의 세계로 점점 이르게 되느니라. 그러므로 아난아, 마땅히 방편을 구해 이 끝이 없고 다함이 없는 복(福)을 얻어야 한다. 아난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아난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3 ]1)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 가지 느낌[痛]이 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 느낌인가? 즐거운 느낌과 괴로운 느낌과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은 느낌이다.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저 즐거운 느낌이라는 것은 애욕의 번뇌[欲愛使]이고, 저 괴로운 느낌이라는 것은 성냄의 번뇌[瞋恚使]이며,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은 느낌이라는 것은 어리석음의 번뇌[癡使]이니라.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방편을 배워서 이 번뇌[使]들을 다 없애야만 한다. 왜냐하면 마땅히 스스로 불꽃처럼 치열하게 스스로 그렇게 법을 수행하면 비길 데 없는 법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내가 죽은[滅度] 뒤에 어떤 비구는 스스로 불꽃처럼 치열하게 생각하고 또 그 법을 수행하여 비길 데 없는 법을 얻게 될 것이니 그가 곧 제일가는 성문(聲聞)이리라.

비구들아, 어떻게 마땅히 스스로 불꽃처럼 치열하게 또 마땅히 스스로 수행하여 수행하는 법을 증득해야만 비길 데 없는 법을 얻게 되는가? 비구들아, 안으로 직접 몸[身]을 관찰하고 밖으로 몸을 관찰하며 안팎으로 몸을 관찰하여 스스로 유희(遊戱)해야 한다. 안으로 직접 느낌[痛]을 관찰하고 밖으로 느낌을 관찰하며 안팎으로 느낌을 관찰해야 한다. 또 안으로 뜻[意]을 관찰하고 밖으로 뜻을 관찰하며 안팎으로 뜻을 관찰해야 한다. 또 안으로 법(法)을 관찰하고 밖으로 법을 관찰하며 안팎으로 법을 관찰하여 스스로 유희해야 하느니라.
이와 같으니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불꽃처럼 치열하게 법을 행하여 비길 데 없는 법을 얻어야만 한다. 모든 비구들아, 이 법을 행하면 성문들 중에 제일가는 제자(弟子)가 될 것이다. 이와 같으니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4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 가지 일이 있는데 덮어두면 미묘한데 드러내면 미묘하지 않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 일인가? 첫째는 여인(女人)이니 덮어두면 미묘하지만 드러내면 미묘하지 않다. 둘째는 바라문의 주술(呪術)이니 덮어두면 미묘하지만 드러내면 미묘하지 않다. 셋째는 삿된 소견으로 짓는 업(業)이니 덮어두면 미묘하지만 드러내면 미묘하지 않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세 가지 일이 있는데 덮어두면 미묘하지만 드러내면 미묘하지 않다고 하는 것이니라.

또 세 가지 일이 있는데 드러나면 미묘하지만 덮어버리면 미묘하지 않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 일인가? 첫째는 해와 달이니 드러나면 미묘한데 덮이면 미묘하지 않다. 나머지는 여래의 법과 말씀이니, 드러나면 미묘하지만 덮여버리면 미묘하지 않다. 비구들아, 이것이 드러나면 미묘하지만 덮여버리면 미묘하지 않다고 한 세 가지 일이니라.”

그때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여자와 주술과
삿된 소견으로 짓는 착하지 못한 행(行)
세상의 이 세 가지 법은
덮어 숨기면 가장 묘한 것이다.

널리 비추는 저 해와 달과
그리고 여래의 바른 법과 말씀
세상의 이 세 가지 법은
드러내야 가장 묘한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여래의 법을 밝게 드러내고 덮어버리지 않게 해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5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 가지 유위(有爲)와 유의의 모습[有爲相]이 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생겨나는 현상을 알고 마땅히 변천(變遷)하는 현상을 알며, 장차 반드시 없어질 것임을 아는 것이다.
어떤 것이 생겨나는 현상을 아는 것인가? 생겨나는 것을 말하나니, 자라고 5음(陰)의 형체[形]를 이루며 모든 지(持)와 입(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니, 이것을 일러 생겨나는 현상을 안다고 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없어질 것임을 아는 것인가? 죽는 것을 말하나니 목숨은 흘러 머물지 않으며 무상한 것이어서 모든 음(陰)은 다 무너져 흩어지고 친족[宗族]들과도 이별하며, 목숨[命根]이 끊어지는 것이니, 이것을 일러 없어질 것임을 안다고 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변천하는 현상인가? 이는 빠지고 머리는 희어지며 기운은 다 떨어지고 나이가 들어 몸이 무너지는 것이니, 이것을 일러 변화하고 바뀌는 법[變易法]이라고 하느니라.
비구들아, 이것이 세 가지 유위와 유위의 모습이다. 너희들은 마땅히 이 세 가지 유위와 유위의 모습을 잘 분별해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6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리석은 사람에게는 세 가지 모양과 세 가지 법이 있는데, 믿고 의지할 만한 것이 아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어리석은 사람은 사유할 만한 것이 아닌 것을 사유하고, 논란하여 말할 만한 것이 아닌 것을 논하여 말하며 행해서는 안 될 것을 닦아 익힌다.

어떤 것이 어리석은 사람이 사유할 만한 것이 아닌 것을 사유하는 것인가? 어리석은 사람은 마음의 세 가지 행을 곧 생각하고 기억한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어리석은 사람은 남의 재물과 남의 여자에 대해 질투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나쁜 말을 기억해서 미워하는 마음을 일으켜서 ‘저들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모두 나에게 허용되기를 원한다’고 말한다. 이와 같이 어리석은 사람은 사유할 만한 것이 아닌 것을 사유하느니라.

어떤 것이 어리석은 사람이 논란하여 말할 만한 것이 아닌 것을 논하는 것인가? 어리석은 사람은 입으로 네 가지 허물을 짓는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어리석은 사람은 항상 거짓말과 꾸밈말과 악한 말과 사람들을 다투게 하는 말을 하기 좋아한다. 이와 같이 어리석은 사람은 입으로 네 가지 허물을 짓느니라.

어떤 것이 어리석은 사람이 악한 짓을 행하는 것인가? 어리석은 사람은 몸으로 악한 짓을 하면서 언제나 살생(殺生)ㆍ도둑질[竊盜]ㆍ음행[淫泆]을 늘 생각한다. 이와 같이 어리석은 사람은 악한 짓을 행하느니라.
이와 같으니 비구들아, 어리석은 사람에게는 이러한 세 가지 행이 있고, 어리석은 사람은 이러한 세 가지 일을 익히느니라.

또 비구들아, 지혜로운 이에게도 세 가지 일이 있으니, 항상 생각하고 닦아 실천해야 한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지혜로운 사람은 꼭 사유해야 할 것을 곧 사유하고, 꼭 논하여 말해야 할 것을 곧 논하여 말하며, 꼭 행해야 할 착한 일을 곧 닦고 실천한다.

어떤 것이 지혜로운 사람이 꼭 사유해야 할 것을 곧 사유하는 것인가? 지혜로운 사람은 마음의 세 가지 행을 생각한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지혜로운 사람은 질투하거나 성내거나 어리석지 않고, 항상 바른 소견을 행하여 남의 재물을 보고도 욕심을 내지 않는다. 이와 같이 지혜로운 사람은 꼭 생각해야 할 것만을 곧 생각하느니라.

어떤 것이 지혜로운 사람이 꼭 논해 말해야 할 것을 논하여 말하는 것인가? 지혜로운 사람은 입으로 네 가지 행을 성취한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지혜로운 사람은 거짓말을 하지 않고 남을 시켜서 거짓말을 하게 하지도 않으며, 남이 거짓말을 하는 것을 보면 마음으로 좋아하거나 기뻐하지 않는다. 이것을 일러 지혜로운 사람은 그 입을 보호한다고 하는 것이다. 또 지혜로운 사람은 꾸밈말ㆍ악한 말ㆍ남과 다투게 하는 말을 하지 않고, 또한 남을 시켜서 꾸밈말ㆍ악한 말ㆍ남과 싸우게 하는 말을 하게 하지도 않는다. 이와 같이 지혜로운 사람은 입으로 네 가지 행을 성취하느니라.

어떤 것이 지혜로운 사람이 몸으로 세 가지 행을 성취하는 것인가? 지혜로운 사람은 몸의 행(行)을 사유하여 범하거나 저촉되는 일이 없다. 그리하여 지혜로운 사람은 제 자신이 직접 살생하지도 않고, 남을 시켜서 살생하게 하지도 않으며, 남이 살생하는 것을 보면 마음으로 좋아하지 않는다. 제 자신이 직접 도둑질하지도 않고, 남을 시켜서도 도둑질하게 하지도 않으며, 남이 도둑질하는 것을 보면 마음으로 좋아하지 않는다. 또 음행을 하지 않아서 남의 여자를 보아도 음욕의 생각이 일어나지 않고, 또한 남을 시켜서 음행을 행하게 하지도 않는다. 그리하여 가령 늙은 여자를 보면 자기 어머니처럼 생각하고 중년 여자를 보면 누이처럼 생각하며 젊은 여자를 보면 누이동생처럼 생각하여, 마음에 차별[高下]이 없다. 이와 같이 지혜로운 사람은 몸으로 세 가지 행을 성취한다. 이것을 일러 지혜로운 사람의 소행(所行)이라고 하느니라.
이와 같이 비구들아, 이런 세 가지 유위의 모습이 있다.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어리석은 사람의 세 가지 행은 항상 버려 여의어야 하고 지혜로운 사람의 세 가지 소행은 잠깐이라도 그만두지 말아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7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여기 세 가지 법이 있다. 그 법은 깨달아 알 수 없고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다. 나고 죽음을 수없이 겪었으면서도 일찍이 본 일이 없고, 나나 너희들도 일찍이 보았거나 들은 적이 없었던 것이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성현(聖賢)의 계(戒)를 이르는 말이다. 그 법은 깨달아 알 수 없고 보이거나 들리지도 않으며, 나고 죽음을 수없이 겪었으면서도 일찍이 본 일이 없고, 나나 너희들도 일찍이 보았거나 들은 적이 없었던 것이다. 또 성현의 삼매(三昧)와 성현의 지혜(智慧)로도 깨달아 알 수 없고 보이거나 들리지도 않았던 것이다. 만일 지금 나나 너희들이 모두 성현의 계와 성현의 삼매와 성현의 지혜를 다 깨달아 알고, 모조리 다 성취한다면 다시는 몸을 받지 않을 것이다. 그 까닭은 이미 나고 죽는 근원을 끊었기 때문이니라.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이 세 가지 법을 기억하여 닦고 실천해야 한다. 이와 같으니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8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 가지 법이 있는데, 그 법은 매우 존중하고 사랑할 만한 것이라서 세상 사람들이 탐(貪)하는 대상이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이른바 젊고 씩씩함이니, 그것은 매우 존중하고 사랑할 만한 것이라서 세상 사람들이 탐하는 대상이다. 다음에는 병이 없는 것[無病]이니, 그것은 매우 존중하고 사랑할 만한 것이라서 세상 사람들이 탐하는 대상이다. 그 다음에는 목숨[壽命]이니 그것은 매우 존중하고 사랑할 만한 것이라서 세상 사람들이 탐하는 대상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매우 존중하고 사랑할 만한 것이라서 세상 사람들이 탐하는 세 가지 법이라고 한다.
또 비구들아, 비록 그 세 가지 법은 매우 존중하고 사랑할 만한 것이라서 세상 사람들이 탐하는 대상이긴 하더라도, 그러나 다시 존중하고 사랑할 만한 것이 아니라서 세상 사람들이 탐하지 않는 세 가지 법이 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첫째는 아무리 젊고 씩씩하더라도 장차 틀림없이 늙을 것이니, 그 법은 존중하고 사랑할 것이 아니라서 세상 사람들이 탐하지 않는 것이다.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하느니라. 아무리 병들지 않고 건강하다 하더라도 장차 틀림없이 앓을 때가 있을 것이니, 그 법은 존중하고 사랑할 만한 것이 아니라서 세상 사람들이 탐하지 않는 것이다.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하느니라. 아무리 수명이 있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죽을 것이니, 그 법은 존중하고 사랑할 만한 것이 아니라서 세상 사람들이 탐하지 않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비록 젊고 씩씩하다 하더라도 장차 늙지 않기를 구해 열반의 경계로 나아가야 한다. 또 아무리 병이 없어 건강하다 하더라도 마땅히 방편을 써서 병에 걸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아무리 수명이 있다 하더라도 방편을 써서 목숨이 끝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와 같으니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9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봄날 하늘에서 큰 우박이 쏟아지는 것처럼, 만일 여래(如來)께서 이 세상에 나오시지 않았다면 중생들이 지옥에 들어가는 것도 그와 같았을 것이다. 그때에는 지옥에 들어가는 여자의 숫자가 남자보다 많을 것이니, 무엇 때문인가?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이다. 세 가지 일 때문에 중생들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세 갈래 나쁜 세계[三惡趣]에 들어간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곧 탐욕(貪欲)과 잠[睡眠]과 들뜸[調戲]이 그것이다. 이 세 가지 일이 마음을 얽어매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세 갈래 나쁜 세계에 들어가게 된다.

여인은 하루 종일 세 가지 법을 익히면서 스스로 즐긴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이른 아침에는 질투하는 마음으로써 제 자신을 얽어매고, 한낮이 되면 잠으로써 제 자신을 얽어매며, 저물어서는 탐욕의 마음으로써 제 자신을 얽어맨다. 이런 인연 때문에 그 여인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세 갈래 나쁜 세계에 태어나게 된다.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꼭 이 세 가지 법 여의기를 생각해야 하느니라.”

그때 세존께서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질투와 잠자기와 들뜸과
그리고 탐욕은 나쁜 법이니
사람을 지옥으로 끌어들여
마침내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그러므로 질투와 잠과
들뜸을 반드시 버려야 하며
또한 탐욕도 버려야 하나니
그러한 나쁜 짓을 행하지 말라.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질투를 여의기를 생각해야 하며, 아끼는 마음을 없애고 언제나 보시를 행해야 할 것이며, 잠에 집착하지 말고 탐욕에 물들거나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이와 같으니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10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 가지 법이 있다. 그것을 익히고 음미하면 만족할 줄 모르게 되고, 또 휴식처(休息處)로 가지 못하게 된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즉 탐욕이니, 만약 어떤 사람이 그것을 익히고 음미하면 조금도 만족할 줄 모르게 되고, 또 만약 어떤 사람이 술 마시기에 익숙해지면 조금도 만족할 줄 모르게 되며, 또 만약 어떤 사람이 잠에 익숙해지면 조금도 만족할 줄 모르게 된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만일 어떤 사람이 세 가지 법에 익숙해지면 만족할 줄 모르고, 또 멸진(滅盡)의 처소에 이르지 못한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항상 꼭 이 세 가지 법을 버려 여의고 그 세 가지 법을 친근히 하지 말아야 하느니라. 이와 같으니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공양과 세 가지 선근과
세 가지 느낌과 세 가지 덮고 드러냄과
모양과 법과 세 가지 깨닫지 못함과
공경과 봄[耳]과 만족할 줄 모름에 대해 설하셨다.

주석
2 욕계(欲界)ㆍ색계(色界)의 중생을 말한다.
3 무색계(無色界)의 중생을 가리킨다.
4 멸진정(滅盡定)에 든 사람과 무상천(無想天)의 유정(有情)을 가리킴. 이곳을 제외한 다른 곳에 속한 중생들을 유상(有想)이라 한다.
5 이 소경의 이역경(異譯經)으로는 후한(後漢) 시대 안세고(安世高)가 한역한 『불설칠처삼관경(佛說七處三觀經)』의 제45번째 소경이 있다.
6 이 소경의 이역경(異譯經)으로는 역자를 알 수 없는 『불설고음경(佛說苦陰經)』이 있고,『중아함경』 제25권 99번째 소경인 「고음경(苦陰經)」과 내용이 비슷하며, 참고할 경으로는 『중아함경』 제24권 98번째 소경인 「염처경(念處經)」이 있다.
7 이 소경은 『잡아함경(雜阿含經)』 제17권 468번째 소경과 내용이 비슷하다.
1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것으로는 『중아함경』 제29권 123번째 소경인 「사문이십억이경(沙門二十億耳經)」과 『잡아함경』 제9권 254번째 소경인 「이십억이경(二十億耳經)」이 있다.

증일아함경 제13권

동진 계빈 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김월운 번역

23. 지주품(地主品)

[ 1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舍衛國)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 계셨다.

그때 바사닉왕(波斯匿王)이 여러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빨리 우보(羽寶)로 만든 수레를 장엄(莊嚴)하라. 내가 세존께서 계신 곳을 찾아가 예배하고 문안드리고자 한다.”

그러자 좌우(左右) 신하들은 왕의 명령을 받고 곧 우보로 만든 수레를 장엄하고 왕에게 아뢰었다.
“수레를 다 장엄하였습니다. 지금이 곧 떠나실 때입니다.”

그때 바사닉왕은 곧 우보로 장엄한 수레를 타고 가는데, 보병(步兵)과 기병(騎兵) 수천 명이 앞뒤로 빙 둘러쌌다. 그들은 사위국을 나가 기원정사(祇園精舍)에 이르러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갔다. 왕법(王法)을 따라 장식했던 다섯 가지 장식인, 일산[蓋]ㆍ천관(天冠ㆍ칼[劍]ㆍ신[履屣], 그리고 금(金)으로 만든 총채를 제거하여 한쪽으로 치워두고 나서, 세존의 처소로 나아가 세존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세존께서 그를 위해 심오한 법을 설명하여 그를 기쁘고 즐겁게 해 주셨다. 그러자 바사닉왕은 그 설법을 듣고 세존께 아뢰었다.
“오직 바라건대 세존께서는 석 달 동안 저의 청을 받아 주시고, 비구 스님들도 다른 곳에 있지 말게 해 주소서.”
그러자 세존께서는 잠자코 그 청을 받아 주셨다.

그때 왕은 세존께서 잠자코 그 청을 받아들이심을 알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물러나 떠나갔다. 그는 사위성으로 돌아가 여러 신하들에게 명(命)하였다.
“나는 부처님과 비구 스님들에게 석 달 동안 공양을 올리고, 또 의복[衣被]ㆍ음식[飯食]ㆍ평상[牀]ㆍ침구[臥具]과 질병에 필요한 의약품[醫藥] 등 필요한 물건을 모두 제공하려고 한다. 너희들도 기뻐하는 마음을 내어야 할 것이다.”

신하들이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바사닉왕은 궁전 문 밖에 아주 큰 강당(講堂)을 지었는데 매우 특이하고 아름다웠다. 비단으로 된 번기[幡]와 일산[蓋]을 달고 광대들이 풍류를 울리는 등 화려하기가 이루 헤아릴 수가 없었다. 또 온갖 목욕할 못을 만들고 온갖 기름 등불도 준비하였으며, 온갖 종류의 맛있는 음식을 장만하였다. 그런 다음에 바사닉왕은 사람을 보내 세존께 아뢰었다.
“때가 되었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제 집으로 왕림해 주소서.”

그러자 세존께서 때가 된 것을 아시고 가사(袈裟)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모든 비구승들을 거느리고 앞뒤로 빙 둘러싸인 채, 사위성으로 들어가 그 강당에 이르러 자리에 앉으셨다. 비구승들도 각각 차례를 따라 앉았다.

그때 바사닉왕은 많은 궁녀들을 거느리고 나와 손수 음식을 돌리고 필요한 물건을 공급했다. 그렇게 석 달 동안 모자라는 것이 없이 의복ㆍ음식ㆍ평상ㆍ침구와 질병에 필요한 의약품 등을 지급하였다.
세존께서 공양을 마치신 것을 본 왕은 갖가지 꽃을 가져다가 세존과 비구 스님들 위에 뿌리고, 또 조그만 의자를 가져다 놓고 여래의 앞에 앉아 아뢰었다.
“저는 전에 부처님으로부터 인연(因緣)의 본말(本末)에 대하여 설법하신 것을 들었습니다.
‘축생(畜生)들에게 음식을 준 이는 그 백 갑절의 복을 받고, 계(戒)를 범한 이에게 음식을 준 이는 그 천 갑절의 복을 받으며, 계를 잘 지키는 이에게 음식을 준 이는 그 만 갑절의 복을 받고, 탐욕[欲]을 끊은 선인(仙人)에게 음식을 준 이는 그 억 갑절의 복을 받으며, 수다원(須陀洹)으로 향(向)하는 이에게 음식을 준 이까지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복을 받는데, 하물며 수다원을 성취한 분에게 음식을 준 사람이겠는가? 더구나 사다함(斯陀含)으로 향하고 사다함의 도(道)를 얻은 사람이나, 아나함(阿那含)으로 향하고 아나함의 도를 얻은 사람이나, 아라한(阿羅漢)으로 향하고 아라한의 도를 얻은 사람이나, 벽지불(辟支佛)로 향하고 벽지불이 된 사람이나, 여래(如來)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으로 향하는 이나 부처님이 된 분과 그 밑의 제자 비구들이겠는가? 그들에게 보시한 공덕과 복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저는 지어야 할 공덕(功德)을 지금 다 마쳤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그런 말은 하지 마십시오. 복을 짓는 데는 만족이라는 것이 없는데, 어찌하여 지어야 할 일을 오늘 다 마쳤다고 그런 말을 하십니까? 왜냐하면 나고 죽음은 길고도 아득해 이루 다 헤아릴 기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대왕이여, 아주 먼 옛날에 지주(地主)라는 왕이 있었는데, 그 왕이 이 염부리(閻浮里:南贍部洲)의 땅을 다스리고 있었습니다. 그 왕에게는 선명(善明)이라고 하는 신하가 있었는데, 그는 젊을 때부터 왕을 위해서 하는 일이라면 두려워하거나 어려워하는 일이 없었습니다. 그때 그 왕은 염부리의 국토의 절반을 나누어 주고 그 신하에게 다스리라고 하였습니다.
그 작은 왕 선명은 성을 쌓았는데 동서(東西)의 길이가 12유순(由旬)이었고, 너비는 7유순이었으며, 토지는 기름졌고 백성도 아주 많았습니다.

그때 그 성의 이름은 원조(遠照)라고 하였으며, 선명왕은 일월광(日月光)이라고 하는 첫째 부인을 맞이했습니다. 그 부인은 키가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았고, 살지지도 않고 여위지도 않았으며, 희지도 않고 검지도 않았고, 얼굴 모습은 단정하여 세상에 보기 드문 미인이었습니다. 입에서는 우발화(優鉢華 향내가 났고 몸은 전단향(栴檀香)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며칠이 안 되어 그 부인은 아기를 배었는데, 그 부인이 왕에게 가서 말하였습니다.
‘저는 지금 아기를 배었습니다.’
그러자 왕은 그 말을 듣고는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몰라 했고, 곧 좌우에 명하여 편안하기 견줄 데 없는 좌구(坐具)를 만들게 하였습니다. 부인은 아기를 밴 후 달이 차서 한 사내아이를 낳았는데, 아이가 나올 때가 되자 염부리 경내는 온통 금빛으로 환하게 빛났습니다. 그 아이의 얼굴 모습은 단정(端正)하였고 온몸에 32상(相)을 갖추었으며 몸은 온통 금빛이었습니다. 선명 대왕은 그 태자를 보고 기뻐 어쩔 줄 모르면서 한량없이 좋아하였습니다. 왕은 곧 여러 스승인 바라문(婆羅門)과 도사(道士)들을 부르고 몸소 태자를 안고 나아가 아기의 관상을 보라고 하면서 말하기를,‘나는 지금 이 아이를 낳았다. 그대들은 이 아이의 관상을 보고 곧 이름을 지어라’라고 하였습니다.

그때 여러 관상가[相師]들은 왕의 분부를 받고 제각기 아이를 안고 그 얼굴 모습을 관찰하고 나서 모두 아뢰었습니다.
‘성왕(成王)이시여, 이 태자는 단정하기 비길 데 없습니다. 모든 감각기관[根]은 결함이 없고 32상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 왕자(王子)에게는 두 길이 있습니다. 만일 장차 세간에 있으면 전륜성왕(轉輪聖王)이 되어 7보를 원만하게 갖추게 될 것입니다. 그 7보는 윤보(輪寶)ㆍ상보(象寶)ㆍ마보(馬寶ㆍ주보(珠寶)ㆍ옥녀보(玉女寶)ㆍ거사보(居士寶)ㆍ전병보(典兵寶)이니 이 일곱 가지를 말합니다.
또 천 명의 아들도 두게 될 것입니다. 그들은 모두 용맹스럽고 굳세어 많은 적(敵)을 물리칠 것이요, 이 천하에서는 무기를 쓰지 않고도 모두 저절로 항복해오게 될 것입니다. 또 만일 이 왕자가 출가하여 도(道)를 닦으면 위없이 바른 깨달음[無上正覺]을 이루어, 그 명성(名聲)과 덕망(德望)이 멀리 퍼져 온 세계에 가득 차게 될 것입니다. 이 왕자가 태어나던 바로 그날 광명(光明)이 멀리 비치었으니, 이 왕자의 이름은 등광(燈光)이라고 하소서.’
여러 관상가들은 이미 그렇게 이름을 지어 주고는 각기 그 자리에서 물러나 가버렸습니다.

그러자 왕은 하루 종일 태자를 안고 앉아서 잠깐도 눈을 떼지 않았습니다. 그때 왕은 그 태자를 위해 세 개의 강당을 지어 가을과 겨울과 여름에 그 계절에 따라 알맞도록 하였으며, 궁인(宮人)들과 채녀(婇女)들을 궁전 안에 많이 두어 태자로 하여금 그 속에서 놀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왕태자(王太子)는 나이 29살 되던 때에 견고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려고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그 태자는 그날로 출가하여 바로 그날 밤에 부처가 되었습니다. 그때 염부리 사람들은 모두 그 왕태자가 출가하여 도를 배워 그날로 바로 부처가 되었다는 말을 들어 알게 되었습니다.
부왕(父王)은 이른 아침에 왕태자가 출가하여 도를 닦아 그날 밤에 부처가 되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때 그 부왕은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어젯밤에 나는 여러 하늘들이 허공에서 훌륭하다고 칭찬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것은 틀림없이 좋은 징조이지 나쁜 소식은 아닐 것이다. 내가 지금 가서 보리라.’

왕은 곧 40억 남녀들에게 빙 둘러싸인 채 등광(燈光)여래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갔다. 그곳에 이르러서 왕은 여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고, 40억 명의 대중들도 여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습니다.
그때 여래께서는 부왕과 40억 명의 대중들을 위해 점차 묘(妙)한 논(論)에 대하여 말씀하셨습니다. 그 논은 곧 보시론(布施論ㆍ계율론(戒律論)ㆍ생천론(生天論)을 일컫는 것이었고, 또 ‘애욕(愛欲)은 더러운 것이요, 번뇌[漏]는 깨끗하지 못한 행(行)이다. 그러므로 출가하는 것이 요긴한 일이며 청정(淸淨)한 과보(果報)를 얻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때 여래께서는 중생들의 심성이 부드러워졌음을 관찰하시고, 모든 불여래(佛如來)께서 늘 말씀하셨던 법(法)인 괴로움[苦]과 괴로움의 발생[集]과 괴로움의 소멸[盡]과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道]의 뜻에 대하여 저 40억 명의 대중들에게 널리 말씀하셨습니다. 그리하여 그때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은 모든 번뇌[塵垢]가 다하고 법안(法眼)이 깨끗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40억 명의 대중들이 등광여래에게 아뢰었습니다.
‘저희들도 수염과 머리를 깎고 출가하여 도를 배우기를 원합니다.’
대왕께서는 그때 저 40억 명의 대중들이 모두 출가하여 도를 배워, 그날로 아라한이 되었다는 것을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그때 등광여래는 40억 명의 대중을 거느리고 계셨는데, 그들은 모두 아라한[無着]들이었습니다. 그들이 국경을 유행할 때, 그 나라의 백성들이 모두 의복ㆍ음식ㆍ침구와 질병에 필요한 의약품 등 네 가지를 공양하여 조금도 부족한 것이 없게 하였습니다.
그때 지주 대왕은 자신의 아들 등광여래가 위없이 바르고 참된 등정각[無上正眞等正覺]을 성취하여 40억 명의 대중들을 거느렸는데, 그들은 다 아라한으로서 그 나라를 유행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생각하였습니다.
‘나는 지금 마땅히 사신을 보내 여래께서 여기에 와서 유람하면서 교화해달라고 청하리라. 만일 오신다면 내 본래 소원을 이룰 것이요, 오시지 않는다면 내가 직접 가서 예배하고 꿇어앉아 문안을 드리리라.’
그리고 곧 한 신하에게 명령하였습니다.
‘너는 저곳에 가서 여래께 문안을 드리되, 내 이름으로 여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한 뒤에 〈기거하시기에 경쾌하고 다니시기에 편하고 건강하십니까?〉라고 하고 나서, 왕 지주(地主)가 여래께 문안드리오니 〈기거하시기에 경쾌하고 다니시기에 편하고 건강하십니까? 바라건대 세존께서는 우리나라에 왕림하소서〉라고 말하라.’

그때 그 사람은 왕의 분부를 받고 그 나라로 가서,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대왕 지주는 여래의 발에 예배하고 문안드립니다. 예를 마치고는 〈기거하시기에 경쾌하고 다니시기에 편하고 건강하십니까? 바라건대 세존께서는 우리나라에 왕림해 주십시오〉라고 하나이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잠자코 그 청을 받아 주셨습니다.

그때 등광여래는 대중들을 데리고 차츰차츰 인간 세상을 유행하시면서, 대비구(大比丘)들 40억 명과 함께 계셨습니다. 부처님께서 이르는 곳마다 공경하지 않는 이가 없었고, 의복ㆍ음식ㆍ침구와 질병에 필요한 의약품들을 모두 바쳤습니다. 점점 나아가 지주왕의 나라에 이르렀을 때 지주 대왕은 등광여래께서 대비구 40억 명을 데리고 그 나라에 와서 그 나라 북쪽에 있는 바라(婆羅) 동산에서 계신다는 말을 듣고 ‘내가 직접 가서 맞이하리라’라고 말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지주 대왕은 다시 40억 명의 대중들을 거느리고 등광여래의 처소를 찾아갔습니다. 그곳에 이르자 그는 여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고, 40억 명의 대중들도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습니다.

그때 등광여래는 그 왕과 40억 명의 대중들을 위해 묘한 논[妙論]에 대하여 말씀해 주셨는데, 그 논은 곧 보시론ㆍ계율론ㆍ생천론을 말하는 것이며, 또 ‘애욕은 더러운 것이요, 번뇌[漏]는 깨끗하지 못한 행이므로 출가하는 것이 요긴한 일이며 청정한 과보를 얻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때 여래께서는 중생들의 심성이 부드러워졌음을 관찰하고, 모든 불여래께서 늘 말씀하셨던 법인 괴로움ㆍ괴로움의 발생ㆍ괴로움의 소멸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하여 저 40억 명의 대중들에게 널리 말씀하셨습니다. 그리하여 그때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은 모든 번뇌가 다하고 법안이 깨끗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40억 명의 대중들이 등광여래께 아뢰었습니다.
‘저희들도 수염과 머리를 깎고 출가하여 도를 배우기를 원합니다.’
대왕께서는 그때 그 40억 명의 대중들은 모두 출가하여 도를 배워, 그날로 아라한이 되었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그때 지주 국왕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물러나 떠났습니다.

그러자 모두 아라한이었던 80억 명의 등광여래 제자 대중들은 그 나라를 유행할 때 그 나라 백성들은 의복ㆍ음식ㆍ침구와 질병에 필요한 의약품 등의 네 가지를 공양하였는데, 이런 것들을 낱낱이 공급해 주되 조금도 부족함이 없게 하였습니다.
지주 국왕은 또 다른 때에 여러 신하들을 데리고 그 여래의 처소를 찾아가서 여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있었는데, 그때 등광여래께서는 그 국왕을 위해 미묘한 법을 설해 주셨습니다. 그러자 지주 대왕이 여래에게 아뢰었습니다.
‘오직 원하건대 세존이시여, 제 목숨[形壽]이 다할 때까지 제 공양을 받아 주십시오. 또 비구 스님들에게도 의복ㆍ음식ㆍ평상ㆍ침구와 질병에 필요한 의약품들을 공급해드리겠습니다.’
그때 등광여래께서는 잠자코 그 왕의 청을 받아 주셨고,

왕은 부처님께서 잠자코 받아 주시는 것을 보고 거듭 세존께 아뢰었습니다.
‘저는 지금 세존께 한 소원이 있나이다. 부디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여래의 법은 그 소원보다 더 훌륭합니다.’
왕이 세존께 아뢰었습니다.
‘제가 지금 청하는 소원은 매우 깨끗하고 미묘한 것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 청하는 소원이 무엇이기에 깨끗하고 미묘하다고 합니까?’
왕이 세존께 아뢰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오늘은 여러 스님들께 한 그릇의 밥을 드리고, 내일은 또 다른 그릇을 사용하여 밥을 드리며, 오늘은 여러 스님들께 한 가지 옷을 입히고 내일은 다시 다른 옷을 갈아입히며, 오늘은 여러 스님들을 한 종류의 자리에 앉으시게 하고 내일은 다시 다른 자리에 앉으시게 하며, 오늘은 여러 스님들에게 심부름할 사람을 주어 심부름을 시키게 하고 내일은 다시 다른 사람으로 바꾸어 보내서 심부름을 시키게 하는 것입니다. 제가 청하는 소원은 바로 이런 것들입니다.’
등광여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왕의 소원대로 하십시오.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그러자 지주 대왕은 기뻐하여 뛰면서 어쩔 줄을 몰라 했습니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여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곧 물러나 떠났습니다.
그는 궁중으로 돌아와 여러 신하들에게 말하였습니다.
‘나는 오늘부터 목숨을 마칠 때까지 등광 여래ㆍ지진ㆍ등정각과 또 비구 스님들께 의복ㆍ음식ㆍ평상ㆍ침구와 질병에 필요한 의약품을 공양하려고 한다. 너희들도 마땅히 서로 권장하고 마음을 내어 내가 준비하는 것을 도와야 할 것이다.’
신하들이 모두 대답하였습니다.
‘대왕의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왕은 성에서 그리 멀지 않은 한 1유순쯤 떨어진 곳에 집을 지은 뒤에 채색을 써서 무늬를 새기고 그림을 그리고, 다섯 가지 빛깔의 비단 번기와 일산을 달고 광대들을 시켜 음악을 연주하게 하고, 향수를 땅에 뿌리고 목욕할 못을 수리하고 밝은 등불과 갖가지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고, 앉을 방석을 깔아놓고는 사람을 보내 아뢰었습니다.
‘때가 되었습니다.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바라건대 부디 세존께서는 제 집으로 오십시오.’

그때 등광여래께서는 이미 때가 된 것을 아시고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비구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인 채 그 강당으로 가시어 각각 제 자리에 나아가 앉았습니다. 지주 대왕은 부처님과 비구 스님들이 자리에 다 앉은 것을 보고, 궁인(宮人)들과 시녀들과 여러 대신들을 거느리고 나와 자신의 손으로 직접 온갖 맛있는 음식을 돌렸습니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그때 지주 국왕은 7만 년 동안 등광여래와 80억 대중이나 되는 모든 아라한들을 공양하면서도 일찍이 게으름을 피우거나 중단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때 여래께서 교화를 마치시고 곧 무여열반(無餘涅槃)의 경계에 들어가 반열반(般涅槃)하셨습니다.

그때 지주 대왕은 온갖 종류의 숱한 향과 꽃을 공양하고, 네거리 길에 네 개의 절[廟寺]을 세우고는 금ㆍ은ㆍ유리ㆍ수정 등 7보로 꾸미고, 비단 번기와 일산을 달았습니다. 그리고 저 80억 명의 대중들도 점점 무여열반의 경계로 들어가 반열반하였습니다. 그러자 지주대왕은 80억 대중들의 사리(舍利)를 거두어 각각 절을 짓고 비단 번기와 일산을 달고 향과 꽃을 공양하였습니다.
대왕께서는 꼭 알아야만 합니다. 그때 지주 대왕은 다시 등광여래께서 계시는 절과 80억 아라한들이 있는 절에 공양하였습니다. 그 뒤에 다시 7만 년을 지내는 동안 수시로 공양하고 등불을 켜고 꽃을 뿌리고 비단 번기와 일산을 달았습니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등광여래께서 남겨주신 법이 다 없어진 뒤에야 그 왕은 비로소 열반[滅度]에 들었습니다.

그때의 그 지주 대왕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습니까? 그렇게 보시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그때 그 지주 대왕은 나 자신이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때 7만 년 동안 의복ㆍ음식ㆍ평상ㆍ침구와 질병에 필요한 의약품들을 그 부처님께 공양하여 조금도 부족함이 없게 했었고, 그 부처님께서 반열반하신 뒤에 다시 7만 년 동안은 그 형상과 사리에 공양하고, 향을 사르고 등불을 켜고 비단 번기와 일산을 달아 조금도 부족함이 없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때 그렇게 한 공덕으로 말미암아 스스로 나고 죽는 속에 있으면서 이러한 복을 받기만 바라고 해탈하기를 구하지는 않았었습니다. 대왕께서는 꼭 알아야만 합니다.
‘그때 지녔던 복덕(福德)이 아직도 남아 있는가?’
그렇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내가 오늘날 그 복을 관찰해보면 털끝만큼도 남은 것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나고 죽음은 길고도 아득해 이루 다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니, 그 동안 그 복을 다 누렸고 지금은 털끝만큼도 남은 것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대왕께서는 ‘내가 지어야 할 복(福)을 오늘 다 마쳤다’라는 그런 말을 하지 마십시오.
그보다도 대왕께서는 마땅히 이렇게 말해야만 합니다.
‘나는 지금 몸과 입과 뜻으로 짓는 모든 행으로 해탈을 구하기를 다해야 하리니, 나고 죽는 속에 있으면서 거기에서의 복업(福業)을 구하지 않으면 곧 오랜 세월 동안 한량없이 안온하리라.’”

그때 바사닉왕은 갑자기 두려워져 온몸의 털이 곤두서고 슬픔과 울음이 뒤엉켰다. 그는 손으로 눈물을 훔치면서 세존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서 자신의 잘못을 털어놓았다.
“이 미련한 것이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제 뉘우침을 받아 주소서. 저는 지금 온몸을 땅에 던져 지나간 잘못을 고치고 다시는 그런 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부디 세존께서는 제 참회를 받아 주십시오.”
이와 같이 두 번 세 번 되풀이하였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장하십니다. 대왕이여, 지금 여래의 앞에서 잘못을 뉘우치면서 지난 잘못을 고치고 미래를 다짐하시니 나는 지금 확실히 당신의 참회(懺悔)를 받아들이겠습니다. 다시는 죄를 짓지 마십시오.”

그때 그 대중들 가운데 가전연(迦旃延)이라는 비구니가 있었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아뢰었다.
“지금 세존께서 하신 말씀은 매우 미묘(微妙)합니다. 또 세존께서는 바사닉왕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대왕은 꼭 알아야만 합니다. 나는 지금 몸과 입과 뜻으로 짓는 모든 행으로 해탈을 구하기를 다해야 하리니, 나고 죽는 속에 있으면서 거기에서의 복업(福業)을 구하지 않으면 곧 오랜 세월 동안 한량없이 안온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스스로 과거 31겁(劫) 동안의 일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때 식힐(式詰:尸棄)여래ㆍ지진ㆍ등정각께서 세상에 출현(出現)하셨는데, 그분은 명행성위(明行成爲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士)ㆍ도법어(道法御)ㆍ천인사(天人師)이시며 불중우(佛衆祐)라고 호칭하는 분으로서, 야마(野馬) 세계에 유행하시고 계셨습니다.

그때 그 부처님께서는 때가 되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야마성으로 들어가 걸식하셨습니다. 그때 그 성에는 순흑(純黑)이라고 하는 심부름꾼이 있었습니다. 그 심부름꾼은 여래께서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성에 들어와 걸식하시는 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지금 여래께서 성에 들어오신 것은 틀림없이 음식이 필요해서일 것이다.’
그는 곧 집에 들어가 음식을 가지고 와서 여래께 바치면서 이렇게 발원하였습니다.
‘나는 이 공덕을 지녔기 때문에 세 갈래 나쁜 세계에는 떨어지지 않고, 또 미래 세상에도 분명 이런 성인을 만나게 될 것이며, 또한 그 성인이 나를 위해 설법해 주실 터이니, 그때 해탈을 얻게 해 주십시오.’
세존과 바사닉왕은 다 아실 것입니다만 그때 그 심부름꾼 순흑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습니까? 그렇게 생각하지 마소서. 왜냐하면 그때의 순흑은 바로 저였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때 식힐여래의 앞에서 이런 서원을 하였습니다.
‘미래 세상에 이런 성인을 만나고, 그 성인이 저를 위해 설법할 때에 해탈을 얻게 해 주십시오.’
이런 서원을 세웠기 때문에 저는 31겁 동안 세 갈래 나쁜 세계에 떨어지지 않고 늘 하늘과 인간 세계에 태어났으며, 최후(最後)로 지금 이 몸을 받아 이렇게 성존(聖尊)을 만났고, 출가하여 도를 배워 모든 번뇌를 없애고 아라한이 된 것입니다. 또 세존의 말씀은 지극히 미묘하시니, 바사닉왕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몸과 입과 뜻으로 지은 많은 행(行)으로 해탈을 구하기를 다하고, 나고 죽는 속에 있으면서 거기에서의 복업(福業)을 구하지 말아야 합니다.’
제가 만일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優婆塞)ㆍ우바이(優婆夷)로서 오직 기쁜 마음으로 여래를 향하는 이를 보면 저는 곧 이렇게 생각하겠습니다.
‘이 모든 어진 사람들은 마음 씀은 있지만 아직 여래를 존경하고 받들어 공양하지는 못한다.’
또 제가 만일 사부대중을 보면 곧 가서 말하겠습니다.
‘여러 어진 이들이여, 그대들은 무슨 물건이 필요합니까? 가사입니까, 발우입니까? 니사단(尼師檀)입니까, 바늘통[針筒]입니까? 세숫대야[澡罐]입니까, 그밖의 사문에게 필요한 여러 가지 기구[什物]입니까? 나는 무엇이든 다 공급해드리겠습니다.’
저는 이미 그렇게 하기로 다짐하고 여러 곳으로 다니면서 구걸하겠습니다. 그래서 만일 내가 그것을 얻으면 이는 큰 다행일 것이요, 만일 얻지 못하면 울단월(鬱單越)ㆍ구야니(瞿耶尼)ㆍ불우체(弗于逮) 등을 돌아다니면서 그것을 구해 와서 공급해 주겠습니다. 왜냐하면 이는 다 사부대중들로 하여금 열반의 길을 얻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때 세존께서 가전연 비구니의 마음을 관찰해보시고 곧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혹 이러한 신심(信心)의 해탈을 지닌 가전연 비구니 같은 이를 본 적이 있느냐?”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보지 못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내 성문 제자 중 제일가는 비구니로서 신해탈(信解脫)을 얻은 이는 바로 가전연 비구니이다.”

그때 가전연 비구니와 바사닉왕, 그리고 사부대중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2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열성(羅閱城) 기사굴산(耆闍堀山)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존자 바구로(婆拘盧)는 어떤 산모퉁이에서 헌 옷을 깁고 있었다.
그때 석제환인(釋提桓因)이 멀리서 존자 바구로가 어떤 산모퉁이에서 헌 옷을 깁고 있는 것을 보고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존자 바구로는 이미 아라한이 되어 모든 결박이 벌써 풀렸고 한량없이 장수하며, 항상 제 자신을 항복 받고 비상(非常:無常)ㆍ괴로움[苦]ㆍ공(空)ㆍ비신(非身:無我)을 생각하여 세상일에 집착하지 않으며, 또한 다른 사람에게 설법하지 않고 잠자코 자기 몸만 닦는 것이 마치 저 외도들의 수행과 같다.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저 존자가 과연 다른 사람에게 설법하는 일을 감당해낼 수가 있을까? 내가 지금 가서 그를 시험해 보리라.’

그때 천제석(天帝釋)은 곧 삼십삼천에서 사라져 보이지 않더니 기사굴산에 내려와 존자 바구로 앞에 나타나, 그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서 있었다. 그때 석제환인이 곧 이 게송을 설하였다.
지혜로운 이 찬탄하여 말하나니
어찌하여 그 법을 설명하지 않습니까?
결박 끊고 거룩한 행 이루었으면서
어찌하여 그저 잠자코 머물러 계십니까?

그때 존자 바구로도 또한 이런 게송으로 석제환인에게 대답하였다.
부처님과 또 사리불(舍利弗)과
아난(阿難)과 균두반(均頭槃)과
그리고 여러 존장들 있어
묘한 법을 잘 연설하고 있기 때문이네.

그때 석제환인이 존자 바구로에게 말하였다.
“중생들의 근기(根器)는 참으로 다양합니다. 그러나 존자께서는 꼭 아셔야만 합니다. 세존께서도 중생들의 종류는 이 땅덩이의 흙보다 더 많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왜 존자 바구로께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설법하지 않습니까?”

바구로가 대답하였다.
“중생들의 종류는 다 깨달아 알기 어렵고 세계의 온갖 나라들도 모두 똑같지 않습니다. 그들은 다 내 것[我所]과 내 것이 아니다[非我所]라고 하는 데에 집착하고 있다. 나는 지금 그 이치를 다 관찰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들에게 설법하지 않는 것입니다.”

석제환인이 말하였다.
“원컨대 존자께서는 저를 위해 내 것과 내 것이 아닌 것에 대하여 그 이치를 설명하여 주십시오.”

존자 바구로가 말하였다.
“나는 사람의 수명(壽命)에 대하여 남자ㆍ여자 등 사람의 종류라면 누구나 다 이 목숨을 의지해서 존재한다는 것을 압니다. 그런데 또 구익(拘翼)이여, 세존께서도 또 말씀하시기를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만 하느니라. 항상 스스로 치열하게 힘써 삿된 법을 일으키지 말고, 또 성현의 침묵[黙然]을 배워야 하느니라’라고 하셨습니다. 나는 그 이치를 관찰하였기 때문에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입니다.”

그때 석제환인은 멀리서 세존께서 계신 곳을 향해 합장하고 곧 이런 게송을 말하였다.
10력을 지니신 존귀한 분께 귀의하니
원만하게 빛나 그 광명은 가림이 없네.
모두가 일체 중생을 위하는 것이니
이야말로 참으로 기이하고 특별하네.

존자 바구로가 대답하였다.
“어찌하여 제석께서는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그것은 참으로 기이하고 특별합니다.”

석제환인이 말하였다.
“나는 기억합니다. 옛날에 나는 세존께서 계신 곳에 나아가 그 발에 예배하고 이런 이치를 물었습니다.
‘하늘이나 사람의 무리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까?’
그때 세존께서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세계의 많은 종류들이 제각기 달라서 그 근원이 똑같지 않느니라.’
저는 그 말을 듣고 조금 있다가 대답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신 것과 같습니다. 세계의 많은 종류들은 제각각이어서 똑같지 않습니다. 그러나 만일 저 중생들을 위해 설법해 주시면 모두 그것을 받들어 가져 좋은 과(果)를 성취하는 이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그것은 매우 기이하고 특별한 일이다’라고 말하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존자 바구로께서도 또한 그와 같이 세계의 많은 종류들은 제각각이어서 똑같지 않다고 말하십니다.”

그때 석제환인은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존자는 다른 사람들에게 충분히 설법할 수 있는 분이다. 설법할 능력이 없지 않다.’
그리고 석제환인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그때 석제환인은 존자 바구로의 말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3 ]2)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점파국(占波國)3)의 뇌성(雷聲) 못가에 계셨다.

이때 존자 이십억이(二十億耳)는 어떤 고요한 곳에서 스스로 법의 근본을 닦아 12두타(頭陀)의 행법(行法)을 버리지 않고, 밤낮으로 경행(經行)하면서 37도품(道品)의 가르침에서 떠나지 않았다. 앉거나[坐] 다니거나[行] 간에 항상 바른 법을 닦고, 초저녁이나 밤중이나 새벽이나 늘 스스로 격려하여 잠깐도 쉬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욕루(欲漏)의 법에서 마음이 해탈하지 못하였다.
그때 존자 이십억이는 경행하던 곳에서 다리를 다쳐 피가 흘러 온 길에 낭자했다. 비유하면 마치 소를 잡은 곳에서 흘러내린 피를 까막까치가 먹는 것과 같았다. 그런데도 그는 여전히 욕루의 마음에서 해탈하지 못하였다.
그때 존자 이십억이는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석가모니(釋迦文)부처님의 제자로서 고행(苦行) 정진(精進)하는 이들 중에 내가 제일이다. 그런데도 나는 오늘날까지 번뇌의 마음[漏心]에서 해탈하지 못하였다. 게다가 우리 집은 재산도 많고 보배도 넉넉하다. 나는 차라리 이 가사를 벗어버리고 세속 사람으로 되돌아가 집안의 재물을 가지고 널리 보시하는 것이 낫겠다. 사문 노릇을 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때 세존께서 멀리서 이십억이가 마음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아시고, 곧 허공을 날아 그가 경행하는 곳으로 가서 자리를 펴고 앉으셨다. 그때 존자 이십억이가 부처님의 처소로 나아가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러자 세존께서 이십억이에게 물으셨다.
“너는 전에 어떤 이유로 ‘석가모니(釋迦文)부처님의 제자로서 고행 정진하는 이들 가운데서는 내가 제일이다. 그런데도 나는 오늘날까지 번뇌의 마음에서 해탈하지 못하였다. 게다가 우리 집은 재산도 많고 보배도 넉넉하다. 나는 차라리 이 가사를 벗어버리고 세속 사람으로 되돌아가 집안의 재물을 가지고 널리 은혜나 베푸는 것이 낫겠다. 사문 노릇을 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라는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느냐?”

이십억이가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너에게 도로 물으리니, 네 마음 내키는 대로 나에게 대답하여라. 어떠냐? 이십억이야, 너는 본래 세속 집에 있을 때에 거문고를 잘 탔느냐?”

이십억이가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본래 속가 집에 있을 때에 거문고를 잘 탔었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어떠냐? 이십억이야, 만일 거문고 줄을 너무 죄면 그 소리가 고르지 못할 터인데, 그때에도 거문고 소리를 잘 나게 탈 수 있었느냐?”

이십억이가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어떠냐? 이십억이야, 만일 거문고 줄을 다시 느슨하게 하면 그때에도 거문고 소리를 잘 나게 탈 수 있었느냐?”

이십억이가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어떠냐? 이십억이야. 만일 거문고 줄을 너무 죄지도 않고 너무 늦추지도 않으면, 그때에는 거문고 소리를 잘 나게 탈 수 있었느냐?”

이십억이가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거문고 줄을 너무 죄지도 않고 너무 늦추지도 않으면 그때는 거문고소리를 잘 나게 탈 수 있었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공부하는 일도 그와 같다. 너무 지나치게 정진(精進)하면 그것은 마치 조롱하고 장난치는[調戱] 것과 같고, 게을리 하면 삿된 소견에 떨어지게 된다. 만일 그 중간에 있으면 그것이 최상의 행(行)이다. 그렇게 하면 오래지 않아 마땅히 번뇌가 없는 사람이 될 것이니라.”

그때 세존께서 이십억이와 비구들에게 미묘한 법을 설명하시고 나서 뇌음못가로 돌아가셨다.

그때 존자 이십억이는 세존의 가르침을 생각하여 잠깐도 게을리 하지 않고 한가하고 고요한 곳에서 그 법을 수행하였다. 좋은 집안 자제가 출가하여 도를 배울 때처럼, 수염과 머리를 깎고 위없는 범행(梵行)을 닦았다. 그래서 ‘나고 죽음이 이미 다하였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은 이미 다 마쳐 다시는 몸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사실 그대로 알아 존자 이십억이는 곧 아라한(阿羅漢)이 되었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성문(聲聞)들 중에서 정진 고행으로 제일가는 제자는 바로 이 이십억이 비구이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4 ]4)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사위성에 살고 있던 바제(婆提 장자는 우연히 병이 들어 목숨을 마쳤다. 그런데 그 장자는 자식이 없어 그가 가지고 있던 재보(財寶)는 모두 국가에 귀속되었다.
그때 바사닉왕이 온몸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세존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세존께서 왕에게 물었다.
“대왕이여, 무슨 일로 온몸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나의 처소에 오신 것입니까?”

바사닉왕이 세존께 아뢰었다.
“이 사위성 안에 살고 있던 바제 장자가 오늘 죽었습니다. 그런데 그에게는 자식이 없었기 때문에 제가 직접 가서 그가 가지고 있던 재산과 보물을 거두어 국가에 귀속시켰습니다. 순금(純金)이 8만 근(斤)이나 되었으니, 하물며 그밖의 다른 물건들이야 더 말할 것이 있겠습니까? 그러나 그 장자가 세상에 살아 있었을 때에는 그가 먹는 음식은 매우 거칠고 부드럽지 못했고, 그가 입은 옷은 때가 묻어 더러웠으며, 그가 타고 다니던 말은 매우 여위고 약했었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렇습니다. 대왕이여, 대왕께서 하신 말씀과 같습니다. 대개 인색하고 탐욕이 많은 사람은 재물을 많이 가지고도 잘 먹지 못하는 법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부모ㆍ처자ㆍ하인[僕從]ㆍ종[奴婢]들에게도 베풀지 않으며, 또한 벗[朋友]이나 지식(知識)에게도 주지 못하고, 또한 사문(沙門) 바라문(婆羅門)이나 모든 어른들에게도 베풀어 주지 못합니다. 그러나 지혜로운 선비는 재물을 얻으면 곧 능히 보시하여 널리 구제하고, 조금도 그 재물을 아까워하지 않으며, 사문 바라문이나 덕이 높은 모든 사람들에게 공급한답니다.”

그러자 바사닉왕이 물었다.
“이 바제 장자는 지금 죽어서 어디에 태어났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저 바제 장자는 죽어서 체곡(涕哭)이라고 하는 큰 지옥에 태어났습니다. 왜냐하면 선근(善根)을 끊은 사람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체곡 지옥에 태어나기 때문입니다.”

바사닉왕이 말하였다.
“저 바제 장자는 선근을 끊은 사람입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렇습니다. 대왕이여, 왕께서 하신 말씀과 같습니다. 그 장자는 선근을 끊었습니다. 그런데다가 그 장자는 과거에 지었던 복도 이미 다하고 없건만 다시 새로운 복(福)도 짓지 않았습니다.”

바사닉왕이 말하였다.
“그 장자에게 혹 남은 복이 있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없습니다. 대왕이여, 털끝만큼도 남아 있는 것이 없습니다. 비유하면 마치 저 농부가 오로지 거두어들이기만 하고 씨를 뿌리지 않아서 곤궁하게 살다가 목숨을 마치는 경우와 같습니다. 왜냐하면 다만 예전에 지었던 양식은 다 없어졌고 다시 새로운 양식은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니, 이 장자도 그와 같이 다만 예전에 지었던 복을 먹어 없애기만 하고 새로운 복은 짓지 않았기 때문에 그 장자는 오늘 밤에 틀림없이 체곡 지옥에 있을 것입니다.”

그때 바사닉왕은 갑자기 두려움이 생겨 눈물을 닦으면서 말하였다.
“그 장자는 옛날 무슨 공덕의 복업(福業)을 지었기에 부잣집에 태어났으며, 또 무슨 착하지 않은 근본을 지었기에 지극히 풍부했던 재물을 써보지도 못하고 다섯 가지 즐거움[五樂]을 누리지도 못하였습니까?”

그때 세존께서 바사닉왕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아주 먼 옛날 가섭(迦葉)부처님 때에 이 장자(長者)는 이 사위성에 사는 어떤 농부 아들이었습니다. 그 부처님께서 세상을 떠나신 뒤에 어떤 벽지불(辟支佛)이 세상에 나와 그 장자의 집에 갔었는데, 그 장자는 이 벽지불이 문 밖에 있는 것을 보고 곧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이렇게 거룩하신 분이 세상에 나오시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나는 이제 음식을 가져다가 저분께 보시하리라.’
그때 장자는 곧 음식을 가지고 가서 그 벽지불에게 보시하였고, 벽지불은 그 음식을 먹고 곧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그때 그 장자는 그 벽지불의 신통을 보고 서원(誓願)을 세웠습니다.
‘이 착한 근본의 소원으로 말미암아 저로 하여금 태어나는 생마다 세 갈래 나쁜 세계에 떨어지지 않고 항상 재산과 보물이 많게 해 주십시오.’
그러나 그는 이후에 후회하는 마음이 생겨 ‘내가 아까 보시한 음식은 종들에게 주어야 할 것이었는데, 저 까까머리 도인에게 주어 먹게 하지 말 것을 그랬구나’라고 후회하였습니다.

그때 농부의 장자를 다른 사람이라 생각하지 마시오. 왜냐하면 그때 그 농부의 장자는 바로 지금 저 바제 장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때 그는 보시를 하고 나서 이런 서원을 세웠었습니다.
‘이 공덕으로 말미암아 태어나는 곳마다 나쁜 세계에 떨어지지 않고 언제나 재물이 풍부하며, 부귀한 집안에 태어나 조금도 모자랄 것이 없게 해 주십시오.’
그러나 그는 이미 보시를 하고 나서 ‘내가 아까 보시한 음식은 종들에게 주어야 할 것이었는데, 저 까까머리 도인에게 주어 먹게 하였구나’ 하고 후회하였으니, 이런 인연으로 그는 그 많은 재물을 쓰지도 못하고 또 다섯 가지 즐거움을 누리지도 못하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제 자신도 쓰지도 못하고 또 부모ㆍ형제ㆍ처자ㆍ노비ㆍ벗ㆍ지식들에게도 주지 않았으며, 사문 바라문이나 여러 어른들에게도 보시하지 못하고서, 다만 옛날에 지었던 업만 다 까먹고 새로운 복은 짓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대왕이여, 만일 지혜로운 사람이 이렇게 재물을 얻었거든 널리 보시하여 아끼지 마십시오. 그러면 다시 한량없는 재물을 얻게 될 것이니, 대왕이여,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합니다.”

그때 바사닉왕이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지금부터 이후로는 사문 바라문과 사부대중(四部大衆)들에게 널리 보시하겠습니다. 그러나 그밖에 모든 외도들은 아무리 와서 구걸하더라도 저는 보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그렇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왜냐하면 일체 중생은 다 음식으로 말미암아 살아가고, 먹지 않으면 곧 죽기 때문입니다.”

그때 세존께서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언제나 널리 보시하기를 생각하고
끝까지 보시할 마음 끊지 않으면
장차 틀림없이 현성(賢聖)을 만나
생사(生死)의 근원을 벗어나리라.

그때 바사닉왕이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이제 몇 갑절이나 기쁜 마음을 가지고 여래를 향해 나아가겠습니다. 왜냐하면 여래께서는 ‘일체 중생은 다 음식으로 말미암아 살아가고, 먹지 않으면 곧 죽는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때 바사닉왕이 다시 아뢰었다.
“저는 지금부터 이후로는 마땅히 널리 보시하고 조금도 아까워하지 않겠습니다.”

그때 세존께서 왕을 위해 미묘한 법을 말씀하셨다. 그러자 왕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떠나갔다.

그때 바사닉왕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5 ]1)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존자 아난(阿難)이 한적하고 고요한 곳에 있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세간(世間)에 자못 어떤 향이 있어서 혹 바람을 거슬러서 향내를 풍기고 바람 부는 대로 향내를 풍기며, 또는 바람을 거스르거나 바람 부는 대로 따라서나 언제나 향내를 풍기는 그런 향이 있을까?’
그때 존자 아난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께서 계시는 곳으로 찾아가 세존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존자 아난이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한적하고 고요한 곳에 있으면서 문득 ‘이 세간에 어떤 향이 있어서 혹 바람을 거스르거나 향내를 풍기고 바람 부는 대로 향내를 풍기며, 또는 바람을 거스르거나 바람 부는 대로 따라서나 언제나 향내를 풍기는 그런 향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자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런 묘한 향이 있다. 그 향은 바람을 거슬러서 향내를 풍기고 바람 부는 대로 향내를 풍기며, 또는 바람을 거스르거나 바람 부는 대로 따라서나 언제나 향내를 풍기는 그런 향이다.”

그때 아난이 세존께 아뢰었다.
“바람을 거슬러서도 향내를 풍기고 바람 부는 대로 따라서도 향내를 풍기며 바람을 거스르거나 바람 부는 대로 따라서나 언제나 향내를 풍기는 그 향은 어떤 향입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런 향이 있다. 그러나 이 향기(香氣)의 힘은 바람을 거슬러서도 향내를 풍기고 바람 부는 대로 따라서도 향내를 풍기며 바람을 거스르거나 바람 부는 대로 따라서나 언제나 향내를 풍기는 것이다.”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 향은 어떤 향이기에 바람을 거슬러서도 향내를 풍기고 바람 부는 대로 따라서도 향내를 풍기며, 바람을 거스르거나 바람 부는 대로 따라서나 언제나 향내를 풍기나이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세 가지 향이 있다. 그 향은 바람을 거슬러서도 향내를 풍기고 바람 부는 대로 따라서도 향내를 풍기며, 바람을 거스르거나 바람 부는 대로 따라서나 언제나 향내를 풍기는 것이다.”

아난이 여쭈었다.“어떤 것이 그 세 가지 향입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계의 향[戒香]ㆍ들음의 향[聞香]ㆍ보시의 향[施香]이니, 아난아, 이것이 이른바 향의 종류이니,‘바람을 거슬러서도 향내를 풍기고 바람 부는 대로 따라서도 향내를 풍기며, 바람을 거슬러서나 바람 부는 대로 따라서나 언제나 향내를 풍기는 향’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향 가운데에서 이 세 가지 향이 가장 훌륭하여 그 어느 것도 이 향에 비교할 만하거나, 이 향에 미칠 만한 것이 없느니라.
이를 비유하면 마치 소[牛]에서 낙(酪)이 생기고 낙에서 소(酥)가 생기며 소에서 제호(醍醐)가 생기지만, 그 제호가 가장 맛이 좋고 뛰어나서 그 어는 것으로도 견줄 만한 것이 없고 그 맛에 미칠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세간의 모든 향 가운데에서는 이 세 가지 향이 가장 좋고 최상이어서 그 어느 향도 여기에 미칠 만한 것이 없느니라.”

그때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목밀(木蜜)과 전단(栴檀)과
우발(優鉢) 및 모든 향들
이러한 온갖 향들 중에서
계의 향이 가장 훌륭하다네.

이 계를 성취함으로써
탐욕도 없어지고 더러움도 없어져서
평등한 지혜로 해탈 얻으면
그가 가는 곳은 악마도 모르리라.

전단향(栴檀香)이나 목밀향(木蜜香)
이러한 향들 아무리 좋다 해도
계의 향이 가장 미묘하나니
시방에 모두 두루 풍기기 때문이네.

전단향이나 우담향(優曇香)
그밖의 다른 온갖 향들
그러한 모든 향들 가운데에서
많이 들어 아는 향이 제일이니라.

전단향이나 우담향
그밖의 다른 온갖 향들
그러한 모든 향들 가운데에서
많이 들어 아는 향이 제일이니라.

“이른바 이 세 가지 향은 바람을 거슬러서도 향내를 풍기고 바람 부는 대로 따라서도 향내를 풍기며, 바람을 거스르거나 바람 부는 대로 따라서나 언제나 향내를 풍기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난아, 너는 마땅히 방편을 구해 이 세 가지 향을 성취해야 하느니라. 아난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아난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6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열성의 가란타죽원(迦蘭陀竹園)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때가 되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라열성에 들어가 걸식하셨다. 마침 제바달두(提婆達兜:提婆達多)도 그 성에 들어가 걸식하고 있었다. 그때 제바달두가 들어간 골목으로 부처님도 들어가시게 되었다. 부처님께서는 멀리서 제바달두가 오는 것을 보고 돌아서 가시려고 하셨다.

그러자 아난이 세존께 여쭈었다.
“왜 이 골목에서 떠나시려고 하십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제바달두가 이 골목에 있기 때문에 그래서 피하려고 하는 것이다.”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어째서 제바달두를 두려워하십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제바달두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다만 그 나쁜 사람과 만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아난이 말하였다.
“그러면 세존이시여, 그 제바달두를 시켜 다른 곳에 가서 살게 하시면 되지 않습니까?”

그때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나는 그를 다른 곳에 있게 하고픈
그런 마음이 끝내 없노라.
제 스스로 마땅히 제 할 일을 따르다가
저절로 다른 곳에 가서 살게 되리라.

아난이 세존께 아뢰었다.
“그렇다면 제바달두가 여래보다 더 뛰어납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저 어리석고 미혹한 사람과는 가급적 만나지 않아야 하느니라.”
그때 세존께서 아난에게 이런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가급적 어리석은 사람과는 만나지 말고
또한 어리석은 사람과는 함께 일하지도 말며
또한 그런 이와 더불어 서로 따지며
일의 옳고 그름에 대해 다투지 말라.

그러자 아난도 세존께 이런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어리석은 이 무슨 능력 있으며
어리석은 이 무슨 나음 있으랴.
비록 그와 더불어 말한다 한들
거기에 그 어떤 잘못 있으랴.

세존께서 다시 아난에게 다음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어리석은 이는 제멋대로 하나니
그가 하는 일 법이 아니다.
바른 소견과 바른 율을 어겨
삿된 소견만 날로 불어가네.

“그러므로 아난아, 나쁜 벗과 함께 일하지 말라. 왜냐하면 어리석은 사람과 같이 일을 하면 믿음이 없어지고 계도 없어지며, 들어 아는 것도 없어지고 지혜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착한 벗과 일을 같이 하면 온갖 공덕이 불어나고 계도 완전히 성취될 것이다. 아난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아난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7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열성의 가란타죽원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아사세왕(阿闍世王)은 항상 5백 개의 가마솥에 밥을 지어 제바달두에게 공양(供養)하곤 하였다. 그런 일이 있자 제바달두의 명성이 사방 멀리까지 퍼져나갔다.
‘그는 계와 덕을 원만하게 갖추었고 명예까지도 모두 갖추었다. 그래서 그 왕이 날마다 그를 모셔다가 공양을 하곤 한다.’

그때 제바달두가 이와 같은 이양(利養)이 있고 난 다음 모든 비구들이 그 소문을 듣고 세존께 아뢰었다.
“온 나라 사람들이 모두 제바달두를 찬양하여 그의 명성이 멀리까지 퍼졌습니다. 그래서 급기야 아사세왕으로 하여금 항상 와서 공양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아, 너희들은 그런 마음을 가지고 제바달두가 누리는 이양을 탐하지 말아라. 왜냐하면 저 어리석은 제바달두는 몸과 입과 뜻으로 짓는 세 가지 나쁜 짓을 행하면서도, 마침내 무서워하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만일 저 제바달두 같이 어리석은 사람은 지금 누리고 있는 온갖 복(福)이 끝나게 되면 마치 사나운 개의 코를 잡아 때리면 그 개는 더욱 사나워지는 것처럼, 저 제바달두 같이 어리석은 사람도 그와 같아서 그런 호강을 받음으로써 마침내 교만해지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역시 이양에 집착하는 생각을 내지 말아야 하느니라.
가령 비구가 되어 물질에 집착하면 세 가지 법을 얻지 못할 것이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현성(賢聖)의 계(戒)와 현성의 삼매(三昧)와 현성의 지혜(智慧)를 말하는 것인데, 이 세 가지를 성취하지 못할 것이다. 만일 비구가 되어 물질에 집착하지 않으면 곧 세 가지 법을 얻을 것이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현성의 계와 현성의 삼매와 현성의 지혜를 이르는 말이니라. 가령 이 세 가지 법을 성취하려고 하면, 마땅히 착한 마음을 내어 이양(利養)에 집착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8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 가지 불선근(不善根)이 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탐욕의 불선근ㆍ성냄의 불선근ㆍ어리석음의 불선근이 그것이다. 비구가 이 세 가지 불선근이 있으면 세 갈래 나쁜 세계에 떨어질 것이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지옥(地獄)ㆍ아귀(餓鬼)ㆍ축생(畜生)의 세계이다. 이와 같이 비구들아, 만일 이 세 가지 불선근이 있다면 곧 세 갈래 나쁜 세계에 존재하게 되는 것이니라.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또 세 가지 선근(善根)이 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탐내지 않는 선근[不貪善根]ㆍ성내지 않는 선근[不恚善根]ㆍ어리석지 않은 선근[不癡善根]이 그것이다. 이것이 비구에게 세 가지 선근이 있다는 것이다. 세 가지 선근이 있게 되면, 곧 두 가지 좋은 세계에 존재하게 되고, 열반이 세 번째가 된다. 어떤 것이 두 가지 세계인가? 인간과 천상이 그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이 ‘비구에게 세 가지 선근이 있으면 좋은 세계에 태어난다’라고 하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이 세 가지 불선근을 여의고, 세 가지 선근을 닦아야 하느니라. 이와 같으니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9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 가지 성질[聚]이 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바른 성질[等聚]ㆍ삿된 성질[邪聚]ㆍ결정되지 않은 성질[不定聚]이다. 어떤 것이 바른 성질인가? 바른 소견[等見]ㆍ바른 다스림[等治]ㆍ바른 말[等語]ㆍ바른 업[等業]ㆍ바른 생활[等命]ㆍ바른 방편[等方便]ㆍ바른 기억[等念]ㆍ바른 선정[等定]을 이르는 말이니, 이것을 바른 성질이라고 한다.
어떤 것이 삿된 성질인가? 삿된 소견[邪見]ㆍ삿된 다스림[邪治]ㆍ삿된 말[邪語]ㆍ삿된 업[邪業]ㆍ삿된 생활[邪命]ㆍ삿된 방편[邪方便]ㆍ삿된 기억[邪念]ㆍ삿된 선정[邪定]을 이르는 말이니, 이것을 삿된 성질이라고 한다.

어떤 것이 결정되지 않은 성질인가? 괴로움[苦]을 모르는 것, 괴로움의 발생[集]을 모르는 것, 괴로움의 소멸[盡]을 모르는 것,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道]을 모르는 것, 바른 성질을 모르는 것, 삿된 성질을 모르는 것을 이르는 말이니, 이것을 결정되지 않은 성질이라고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또 세 가지 성질이 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착한 성질[善聚]과 바른 성질[等聚]과 결정된 성질[定聚]를 말한다.
어떤 것이 착한 성질인가? 세 가지 선근을 이르는 말이니, 즉 탐내지 않는 선근ㆍ성내지 않는 선근ㆍ어리석지 않은 선근을 이르는 말이니, 이것을 착한 성질이라고 하느니라.
어떤 것이 바른 성질인가? 현성의 8품도(品道)인 바른 소견ㆍ바른 다스림ㆍ바른 말ㆍ바른 업ㆍ바른 생활ㆍ바른 방편ㆍ바른 기억ㆍ바른 삼매를 말하는 것이니, 이것을 바른 성질이라고 하느니라.
어떤 것이 결정된 성질인가? 괴로움임을 알고, 괴로움의 발생을 알며, 괴로움의 소멸을 알고,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알며, 착한 성질을 알고, 나쁜 세계를 알며, 결정된 성질을 아는 것을 말하는 것이니, 이것을 결정된 성질이라고 하느니라.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이 세 가지 성질 중에서 삿된 성질과 결정되지 않은 성질은 마땅히 멀리해야 하고 바른 성질은 꼭 받들어 행해야 하느니라. 이와 같으니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10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 가지 생각[想]이 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탐내는 생각ㆍ성내는 생각ㆍ살해(殺害)하려는 생각을 말한다. 비구들아, 이것을 세 가지 생각이라고 하느니라.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만일 탐내는 생각을 가지면 목숨을 마친 뒤에는 곧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만일 성내는 생각을 가지면 목숨을 마친 뒤에는 닭이나 개에 소속되거나 뱀이나 독사 따위의 축생으로 태어날 것이다. 만일 해치려는 생각을 가지면 그 또한 목숨을 마친 뒤에는 아귀로 태어나 온몸이 불에 타리니, 그 고통을 이루 다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세 가지 생각이 있으면 지옥과 아귀와 축생 세계에 태어난다고 하는 것이다.

또 세 가지 생각이 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탐욕을 벗어나려는 생각ㆍ해치지 않으려는 생각ㆍ성내지 않으려는 생각을 말한다.
만일 어떤 사람이 탐욕을 벗어나려는 생각이 있으면, 그는 목숨을 마친 뒤에는 이 인간 세계에 태어날 것이고, 만일 해치려는 생각이 없으면 그는 목숨을 마친 뒤에 저절로 천상(天上)에 태어날 것이며, 만일 죽이려는 마음을 가지지 않으면 그는 목숨을 마칠 때에 5결(結)을 끊고 그곳에서 바로 반열반(般涅槃)할 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세 가지 생각이라 하나니 항상 기억하고 수행하여 이 세 가지 나쁜 생각을 마땅히 멀리 여의어야 하느니라. 이와 같으니 모든 비구들아,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지주(地主)ㆍ바구(婆拘)ㆍ이십억이(二十億耳)와
바제(婆提)와 역순(逆順)의 향(香)과
어리석음ㆍ세상ㆍ세 가지 불선을 설하셨고
세 가지 성질과 생각은 맨 뒤에 설하셨다.

주석
2 팔리어로는 campā라고 하며, 첨파국(瞻波國)이라고도 한다. 한역하여 무승(無勝)이라고도 하는데, 인도 16대국 가운데 하나로 중인도 긍가(恆伽) 못 주변에 위치해 있었으며, 도성(都城)을 또한 점파(占波)라고 하였다.
3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것으로는 『잡아함경』 제46권 1,233번째 소경인 「명종경(命終經)」이 있다.
4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것으로는 『잡아함경』 제38권 1,073번째 소경인 「아난경(阿難經)」과 『별역잡아함경』 제1권 12번째 소경이 있고, 이역경으로는 동진(東晋 시대 축담무란(竺曇無蘭)이 한역한 『불설계덕향경(佛說戒德香經)』과 송(宋) 시대 법현(法賢)이 한역한 『불설계향경(佛說戒香經)』이 있다.
1 이 소경과 비슷한 내용의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35권 981번째 소경인 「당경(幢經)」이 있다.

증일아함경(增壹阿含經) 제14권

동진 계빈 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김월운 번역

24. 고당품(高幢品)①

[ 1 ]2)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천제석(天帝釋)이 삼십삼천(三十三天)에게 말하기를 ‘그대들이 큰 전쟁에 나갔을 때, 만일 두렵고 무서운 마음이 생기거든 그대들은 높이 걸려있는 나의 큰 당기[幢]를 돌아보아라. 만약 나의 이 당기를 돌아보면 곧 두려움이 없어지게 될 것이다. 만일 내 당기가 기억나지 않거든 저 이사천왕(伊沙天王)3)의 당기를 생각하라. 그 당기를 생각하면 모든 두려움은 곧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 만일 내 당기와 이사천왕의 당기가 기억나지 않거든 그때에는 마땅히 저 바류나(婆留那)4) 천왕(天王)의 당기를 생각하라. 그 당기를 생각하면 모든 두려움은 곧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라고 하였다.

나는 이제 또 너희들에게 말한다. 만일 어느 비구(比丘ㆍ비구니(比丘尼)ㆍ우바새(優婆塞ㆍ우바이(優婆夷)들이 어떠한 두려움이 있어 온몸의 털이 곤두서거든, 그때에는 꼭 나를 생각하라.
‘이분은 여래ㆍ지진(至眞:阿羅漢)ㆍ등정각(等正覺)ㆍ명행성위(明行成爲)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士)ㆍ도법어(道法御)ㆍ천인사(天人師)ㆍ불중우(佛衆祐)라는 명호(名號)를 지니신 분이시다. 그분이 이 세상에 출현하셨다.’
비록 두려움이 있어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하더라도 곧 저절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만일 또 나를 기억할 수 없거든 그때에는 마땅히 법(法)을 기억하면 된다.
‘여래의 법은 매우 미묘(微妙)하여 지혜로운 사람이 배우는 것이다.’
이미 그 법을 생각하고 나면, 온갖 두려움은 곧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

만일 나를 기억하거나 법을 기억할 수 없거든 그때에는 마땅히 성중(聖衆)을 기억해야 한다.
‘여래의 성중은 매우 화순(和順)하며, 법다운 법을 성취하였고 계(戒)를 성취하였으며, 삼매(三昧)를 성취하였고 지혜(智慧)를 성취하였으며, 해탈(解脫)을 성취하였고 해탈견혜(解脫見慧)를 성취하였다. 그러므로 이 성중을 사쌍팔배(四雙八輩)5)라고 말하나니, 이들은 곧 여래의 성중으로서 공경할 만하고 섬길 만한 세상의 복밭[福田]이다. 이것을 일러 여래의 성중이라고 말한다.’
그때 만약 이 성중을 기억하고 나면 온갖 두려움은 곧 저절로 다 사라질 것이다.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석제환인(釋帝桓因)은 아직 음욕ㆍ성냄ㆍ어리석음이 있는데도 삼십삼천(三十三天)들이 그 주인[主:釋帝桓因]을 기억하면 곧 두려움이 없어지거늘, 하물며 음욕ㆍ성냄ㆍ어리석음이 없는 여래를 기억하는데 무슨 두려움이 있겠느냐? 만약 어떤 비구라도 여래를 기억하면 어떤 두려움도 곧 저절로 다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부처님과 법과 성중, 이 3존(尊)을 기억해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2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발기(拔祇)6)국 경내에는 비사(毘沙)라고 하는 귀신이 있었다. 그 귀신은 그 나라 안에 있으면서 매우 흉악하고 포학하여 그 나라 백성들을 수없이 많이 죽였다. 날마다 하루에 한 사람씩 죽이기도 하고, 혹은 날마다 두 사람ㆍ세 사람ㆍ네 사람ㆍ다섯 사람ㆍ열 사람ㆍ스무 사람ㆍ서른 사람ㆍ마흔 사람ㆍ쉰 사람씩 죽였다. 그때 그 나라에는 온갖 귀신들과 나찰(羅刹) 따위들이 득실거리고 있었다.

이때 발기국 백성들은 한 곳에 모두 모여 의논하였다.
‘우리들은 이 나라를 피해서 다른 나라로 가자. 이 나라에 머물러 있을 필요가 없다.’

그때 그 악한 귀신 비사는 그 나라 백성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 무엇이지를 알고 그 백성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이곳을 떠나서 다른 나라로 가지 말아라. 왜냐하면 너희들은 끝내 내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너희들이 날마다 한 사람씩 잡아 가지고 와서 내게 제사를 올리면 나는 결코 너희들을 못살게 굴지 않을 것이다.”

그러자 발기국 백성들은 날마다 한 사람씩을 잡아 가지고 가서 그 악한 귀신에게 제사를 지냈다. 그때 그 귀신은 그 사람을 잡아먹고 나서는 그 해골을 다른 산에다 던져버렸다. 그래서 그 산골짜기에는 사람들의 뼈가 가득 찼다.

그때 선각(善覺)이라는 장자(長者)가 그 나라에 살고 있었는데, 그는 재물이 풍족하고 보배도 많았다. 그는 재산을 천억이나 쌓아두었고 나귀ㆍ노새ㆍ낙타 따위는 이루 다 헤아릴 수조차 없었으며, 금ㆍ은 보배와 자거(車磲)ㆍ마노(馬瑙)ㆍ진주(眞珠)ㆍ호박(琥珀) 등도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그때 그 장자에게는 나우라(那優羅)라고 하는 외동아들이 있었다. 그 장자는 그 아들을 매우 사랑하고 소중히 여겨 잠깐도 그의 눈앞에서 떠나지 못하게 하였다. 그러던 차에 그 나라 백성들은 약속에 따라 ‘다음번에 어린 나우라를 귀신에게 제사할 차례가 되었다’고 말하였다.

그러자 나우라의 부모는 그 아이를 목욕(沐浴)시키고 좋은 옷을 갈아 입혀 가지고 그 귀신이 있는 무덤 사이로 데리고 갔다. 거기 이르러서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소리 높여 울부짖으면서 말하였다.
“모든 신들과 땅의 신들은 다 함께 증명(證明)하소서. 우리들에게는 오직 이 외동아들 하나밖에 없습니다. 원컨대 여러 신명(神明)들은 마땅히 이를 증명하소서. 그리고 스물여덟 큰 귀신왕(鬼神王)들도 마땅히 다 함께 이를 보호하여 어떻게든지 이 액(厄)을 면하게 하소서. 또 사천왕(四天王)께도 귀의(歸依)하나이다. 부디 이 아이를 보호해 주시어 이 액난(厄難)을 면하게 해 주소서. 또 석제환인에게도 귀명(歸命)하오니, 원컨대 이 아이의 목숨을 구제하여 주소서. 또 범천왕(梵天王)께도 귀명하오니 부디 이 운명을 벗어나게 해 주소서. 모든 귀신들과 세상을 보호하는 이들께도 귀명하오니, 이 액을 벗어나게 해 주소서. 모든 여래의 제자로서 번뇌가 다 없어진 아라한(阿羅漢)들에게도 또한 귀명하오니, 이 아이로 하여금 이 액운을 벗어나게 해 주소서. 모든 스승 없이 스스로 깨달은 벽지불(辟支佛)께도 귀명하오니, 이 아이로 하여금 이 액에서 벗어나게 해 주소서.

저 여래(如來)께 지금 또 귀의하나이다. 여래께서는 항복하지 않는 이를 항복 받으시고 건너지 못한 자를 건네주시며, 얻지 못한 이에게는 얻게 하시고 벗어나지 못한 자에게는 벗어나게 해 주시며, 열반(涅槃)에 이르지 못한 이에게는 열반에 이르게 하시고 구호해 주는 이가 없는 사람을 구호해 주시며, 장님에게는 눈이 되어 주시고 병 든 자에게는 큰 의사가 되어 주시나이다. 또 하늘ㆍ용ㆍ귀신과 일체 사람들ㆍ마(魔ㆍ천마(天魔) 중에서 가장 존귀하신 분이시고 가장 으뜸가는 분이시라, 아무도 따를 이가 없사옵니다. 존경할 만하고 귀하게 여길 만한 분이시며, 사람을 위해 좋은 복 밭이 되오니 여래보다 더 나은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하오니 여래께서는 부디 밝게 살피소서. 원컨대 여래께서는 이 지극한 마음을 비춰보소서.”
이때 나우라의 부모는 곧 그 아이를 귀신에게 바치고 나서 그곳에서 떠나갔다.

그때 세존께서 청정(淸淨)한 천안(天眼)과 또 천이(天耳)로 그 일을 환히 보고 또 그 말을 다 들으셨다. 나우라의 부모는 한없이 울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신통[神足]의 힘으로 악귀(惡鬼)가 사는 그 산으로 가셨다. 그때 그 악귀들은 설산(雪山) 북쪽에 있는 악귀 귀신들의 소굴에 모여 있었다. 세존께서 그 악귀들이 있는 소굴에 들어가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고 가부좌하고 앉으셨다.

이때 어린 나우라는 그 악귀의 소굴로 점점 다가갔다. 이때 어린 나우라는 멀리서 악귀의 소굴에 머물러 계시는 여래(如來)를 보았다.
그 몸은 광명이 불꽃처럼 찬란하게 빛났는데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시고 생각을 매어 앞에 두시며, 얼굴이 단정(端正)하여 세상에서 가장 기이하신 모습이었다. 모든 감각기관[根]은 고요하고 온갖 공덕을 다 얻었으며, 모든 마(魔)를 모조리 항복 받았다. 이와 같은 온갖 덕(德)을 이루 다 헤아려 따질 수가 없었다. 게다가 32상과 80종호로 그 몸을 장엄(莊嚴)한 것은 마치 저 수미산(須彌山)이 여러 산들 중에 가장 우뚝한 것과 같았으며, 얼굴은 해와 달과 같았고 또한 금산(金山)과도 같아서 그 광명이 아주 멀리까지 비추었다. 그는 그러한 것을 보고 나서 곧 기쁜 마음이 생겨 여래에게로 향해가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저분은 틀림없이 악귀(惡鬼) 비사가 아니다. 왜냐하면 내가 지금 저분을 보자마자 기쁜 마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설사 저분이 악귀라 하더라도 나를 마음대로 먹으라고 하리라.’

그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나우라야, 네 생각과 같다. 나는 여래ㆍ지진(至眞)ㆍ등정각으로서 너를 구원하고 저 악귀를 항복 받기 위하여 일부러 여기에 왔다.”

나우라는 이 말을 듣고는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곧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세존께서는 그에게 미묘한 법을 설명해 주셨다. 그때 설하신 논(論)은 보시론[施論]ㆍ계율론[戒論]ㆍ천상에 나는 데 대한 논[生天論]이었으며, 탐욕은 더럽고 악하며 번뇌[漏]는 깨끗하지 못한 행(行)이므로 출가하여 온갖 어지러운 생각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그때 세존께서는 어린 아이 나우라가 마음으로 환희(歡喜)하고 뜻이 부드러워진 것을 보시고 모든 부처님들께서 항상 말씀하셨던 법인, 괴로움[苦]ㆍ괴로움의 발생[集]ㆍ괴로움의 소멸[盡]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道]에 대하여 자세히 말씀해 주셨다. 그러자 그 어린 아이는 그 자리에서 모든 번뇌[塵垢]가 다 없어지고 법안(法眼)이 청정하게 되어, 그는 법을 봄으로써 법을 얻고 온갖 법을 다 성취하였으며, 온갖 법을 다 받들어 받았다. 그리하여 아무 의심이 없이 여래의 가르침을 이해하고 부처님과 법과 성중(聖衆)에 귀의하여 5계(戒)를 받았다.

그때 악귀 비사는 제가 본래 살고 있던 굴로 돌아왔는데, 그때 그 악귀는 세존께서 단정히 앉아 사유하면서 꼼짝도 하지 않으시는 것을 멀리서 보고는 곧 성을 벌컥 내면서, 여래를 향해 우레를 울리고 벼락을 치며, 혹은 칼을 비처럼 쏟아 붓기도 했다. 그러나 그 칼은 미처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모두 우발연화(優鉢蓮華)로 변하고 말았다. 그러자 그 귀신은 더욱 성을 내어 모든 산과 강과 석벽(石壁)을 비처럼 쏟아 부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미처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갖가지 음식으로 변화하였다.
이때 그 악귀는 큰 코끼리로 변화하여 여래를 향해 외쳤다. 그때 세존께서는 다시 큰 사자왕(獅子王)으로 변화하셨다. 그러자 귀신은 갑절이나 더 큰 사자의 몸으로 변신하여 여래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자 세존은 큰 불 더미[火聚]로 변화했다. 그때 귀신은 더욱더 성을 내어 머리 일곱 개가 달린 큰 용(龍)으로 변화했다. 그러자 세존께서 곧 커다란 금시조(金翅鳥)로 변화하셨다.

그때 그 귀신은 문득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내가 가지고 있는 신통력은 이제 다 나타내었다. 그러나 저 사문은 털끝도 까딱하지 않는다. 내 이제 저에게 가서 깊은 이치를 물어보리라.’
이때 그 귀신이 세존께 물었다.
“나 비사는 지금 깊은 이치를 물으려고 합니다. 만일 나에게 대답해 주지 못하면 나는 네 두 다리를 잡아 저 바다 남쪽에 던져버리리라.”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악귀야, 반드시 알아야 한다. 내가 스스로 관찰해보건대 하늘ㆍ사람ㆍ사문ㆍ바라문ㆍ사람인 듯 사람 아닌 듯한 것들 중에 능히 내 두 다리를 잡아 바다 남쪽으로 던질 만한 자는 아무도 없다. 묻고 싶은 일이 있으면 곧 물어 보거라.”

그때 악귀가 물었다.
“사문이여, 어떤 것이 과거(過去)의 행(行)이고, 어떤 것이 현재(現在)의 행이며, 어떤 것이 그 행이 사라지는 것인가?”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악귀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눈은 과거의 행이다. 과거에 지은 인연의 느낌으로 그 행이 이루어진 것이다. 귀ㆍ코ㆍ혀ㆍ몸ㆍ뜻도 과거의 행이다. 과거에 지은 인연의 느낌으로 그 행이 이루어진 것이다. 악귀야, 이것이 바로 과거의 행이니라.”

비사 귀신이 물었다.
“어떤 것이 현재의 행인가?”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지금 몸으로 짓는 세 가지[殺生ㆍ偸盜ㆍ邪淫], 입으로 짓는 네 가지[妄語ㆍ惡口ㆍ兩舌ㆍ綺語], 뜻으로 짓는 세 가지[貪ㆍ瞋ㆍ癡]가 그것이다. 악귀야, 이것을 일러 현재의 행이라고 한다.”

그러자 악귀가 물었다.
“어떤 것이 행(行)의 사라짐인가?”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악귀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과거의 행이 모두 사라져 다시는 일어나지 않고, 또한 새로 짓지도 않아서 그 행이 영원히 생기지 않고 아주 사라져 남음이 없으면, 그것을 일러 행의 사라짐이라고 한다.”

그때 그 악귀가 세존께 아뢰었다.
“나는 지금 매우 배가 고픕니다. 무슨 까닭에 내 밥을 빼앗습니까? 이 아이는 내가 먹을 음식입니다. 사문이여, 그 아이를 내게 돌려주십시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옛날 내가 도(道)를 이루기 전 보살로 있었던 때에 어떤 비둘기 한 마리가 내게 몸을 던지며 구원해 달라고 간청한 적이 있었다. 나는 그때에도 오히려 목숨을 아끼지 않고 그 비둘기를 죽음에서 구해 주었거늘, 하물며 여래가 된 오늘에 어찌 이 아이를 너에게 주어 네 밥이 되게 하겠느냐? 너는 지금 악귀로서 네가 가지고 있는 신력(神力)을 다 부리더라도 나는 결코 이 아이를 너에게 주지 않을 것이다. 어떠냐? 너는 일찍이 가섭(迦葉)부처님 때에 사문이 되어 범행(梵行)을 닦아 가졌었는데, 나중에 계(戒)를 범하는 바람에 지금 그 악귀의 몸으로 태어났느니라.”

그때 악귀는 부처님의 위엄한 신력을 받들어 과거에 지은 온갖 악행(惡行)을 되살려 기억하게 되었다. 그때 악귀는 부처님의 앞에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의 발에 예를 올리고 말하였다.
“저는 지금 미련하기 그지없어 진실과 거짓을 분별하지 못하고, 곧 여래에 대하여 그런 마음을 내었습니다. 바라건대 세존께서는 저의 참회(懺悔)를 받아 주소서.”
이와 같이 세 번 네 번 되풀이하였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의 허물을 용서하노라. 다시는 범하지 말라.”
그때 세존께서 비사 귀신을 위해 미묘한 법을 설명하시어 기뻐하게 해 주셨다.

그때 그 악귀는 수천 냥 금(金)을 손에 받들고 세존께 드리면서 말하였다.
“저는 지금 이 산골짜기를 초제승(招提僧)7)들에게 보시하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의 이 수천 냥 금을 받아 주소서.”
이와 같이 두 번 세 번 되풀이하였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그 산골짜기만 받으시고 곧 다음 게송을 말씀하셨다.
동산을 주어 시원함을 보시하고
큰 강물에는 다리를 놓아주며
커다란 배를 만들어 시설(施設)해 주고
온갖 양생(養生)의 도구를 베풀어 주는 등

밤이나 낮이나 게을리 하지 않으면
그가 얻는 복 헤아릴 수 없이 많으리니
법의 이치와 계율을 성취하여
마침내 후생에는 천상(天上)에 태어나리라.

그때 그 귀신이 세존께 아뢰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세존이시여. 혹 무슨 분부하실 일이 없으십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네 본래의 형상을 버린 뒤에, 세 가지 법의(法衣)8)를 입고 사문(沙門)이 되어, 발기성(拔祇城)에 들어가서 가는 곳마다 또는 네가 있는 곳마다 이렇게 외쳐라. ‘여러분은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여래께서 이 세상에 출현(出現)하시어 항복하지 않는 이를 항복 받으시고, 건너지 못한 이를 건네주시며, 해탈하지 못한 이는 해탈하는 방법을 알게 해 주시고, 구호(救護)해줄 이가 없는 이를 구호해 주시며, 장님에게는 눈이 되어 주십니다. 그리하여 모든 하늘ㆍ세상사람ㆍ용ㆍ귀신ㆍ마ㆍ천마ㆍ사람인 듯 사람 아닌 듯한 것들 중에서 가장 존귀하시고 최상(最上)이신 분이라서 그분과 동등할 이는 아무도 없다. 그러므로 공경할 만하고 귀하게 여길 만하여 사람들의 좋은 복 밭이 되고 있다. 그는 오늘 어린 나우라를 구원하고 아울러 비사 악귀를 항복 받으셨다. 너희들은 거기 가서 그분의 교화(敎化)를 받아야 한다.’라고 이렇게 소리쳐 말하라.”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때 비사 귀신은 사문으로 변화하여 세 가지 법의를 입고 마을로 들어가 이렇게 교화하며 외쳤다.
“오늘 세존께서는 어린 나우라를 제도하시고 비사 악귀를 항복 받으셨다. 너희들은 가서 그분의 가르침을 받아라.”

그때를 당해서 발기 국경 안에는 많은 백성들이 불꽃처럼 치성하게 많았다. 그때 장자(長者) 선각(善覺)은 이 말을 듣고 나서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는 8만 4천 사람을 거느리고 세존의 처소를 찾아가서, 머리를 조아려 그의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발기국 백성들은 혹은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리기도 하고, 혹은 손을 들고 있는 이도 있었다.
그때 8만 4천 대중들이 이미 한쪽에 앉았다.

그러자 세존께서 그들을 위해 점차적으로 미묘(微妙)한 법을 설명하셨다. 여기에서 설하신 논(論)은 보시론ㆍ계율론ㆍ 천상에 태어나는 데 대한 논이었으며, 탐욕은 깨끗하지 못한 생각이요, 번뇌[漏]는 큰 걱정거리라고 말씀하셨다. 그때 세존께서 저 8만 4천 대중들이 마음으로 기뻐하고 있는 줄을 아시고 그들을 위하여 모든 부처님들께서 항상 말씀하셨던 괴로움ㆍ괴로움의 발생ㆍ괴로움의 소멸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하여 말씀해 주셨다. 그 자리에 있던 저 8만 4천 대중들에게 이 법을 설하시자, 그들은 모두 저마다 그 자리에서 온갖 번뇌[塵垢]가 다 없어지고 법안(法眼)이 청정하게 되었다.
비유하면 마치 희고 깨끗한 옷이 쉽게 빛깔에 물들여지는 것처럼, 이 8만 4천 대중들도 역시 그와 같아서 모든 번뇌가 다 없어졌고 법안이 청정하게 되어, 법을 얻고 법을 보며, 온갖 법을 분별(分別)하되 조금도 의심이 없고, 두려움이 없는 경지를 얻게 되었다. 그리고 부처님과 법과 성중(聖衆)에게 귀의하여 5계(戒)를 받았다.

그때 나우라의 아버지인 장자가 세존께 아뢰었다.
“바라건대 세존께서는 저의 청(請)을 받아 주소서.”
그때 세존께서는 잠자코 그 청을 받아들이셨다.

그때 그 장자는 세존께서 잠자코 청을 받아들이신 것을 알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자기가 살던 곳으로 돌아갔다. 그는 여러 가지 맛있는 음식을 장만해 놓고 이른 아침에 사람을 보내 아뢰었다.
“때가 되었나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때가 되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발기성으로 들어가 장자의 집으로 가셔서 자리에 앉으셨다. 이때 장자는 세존께서 자리에 앉으신 것을 보고 자신의 손으로 직접 갖가지 음식을 골고루 돌렸다.
세존께서 공양을 다 마치신 것을 보고 그는 깨끗한 물을 돌리고는 곧 자리를 가져다가 세존의 앞에 앉아서 세존께 아뢰었다.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사부대중들이 필요로 하는 의복ㆍ음식ㆍ평상ㆍ침구ㆍ의약 등을 모두 저의 집에서 가져다 쓰십시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장자야, 네가 말한 대로 그렇게 하리라.”

세존께서 곧 장자를 위해 미묘한 법을 말씀해 주시고, 설법을 마치신 뒤에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가셨다.

그때 세존께서는 팔을 굽혔다 펴는 동안만큼의 아주 짧은 시간에 발기국에서 사라져 사위국 기원정사(祇園精舍)로 돌아오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사부대중들 중에 그 누구든지 의복ㆍ음식ㆍ평상ㆍ침구ㆍ의약 등이 필요하거든 마땅히 저 나우라 아버지인 장자의 집에서 가져다 쓰도록 하라.”

그때 세존께서 다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오늘 우리 우바새(優婆塞)들 중에서 물건을 아까워하지 않고 보시하기로 제일가는 제자는 바로 나우라의 아버지이니라.”

그때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3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석시(釋翅) 니구류(尼拘留) 동산에서 대비구(大比丘)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석씨의 호성(豪姓 수천 사람들은 세존의 처소를 찾아가서 머리를 조아려 그의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그리고 모든 석씨들이 세존께 아뢰었다.
“오늘 당장 왕이 되어 이 나라를 다스리면 우리들의 종성(種姓)은 곧 썩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전륜성왕(轉輪聖王)의 자리[位]가 당신에게서 끊어지 않게 하소서. 만일 세존께서 출가(出家)하지 않는다면 틀림없이 이 천하에 전륜성왕이 되어 사방 천하를 다스리고 1천 아들을 둘 것이요, 또한 우리들 종성의 이름이 멀리 퍼져서 ‘전륜성왕이 석씨 종족에서 나왔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세존께서는 마땅히 왕이 되어 천하를 다스림으로써 왕의 종자가 끊어지지 않게 하소서.”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왕의 몸이니 그 이름을 법왕(法王)이라고 한다. 그 까닭은 이러하다. 나는 지금 그대들에게 물으리라. 어떤가? 모든 석씨들아, 전륜성왕은 7보를 두루 갖추고 용맹스런 1천 아들을 둔다고 말했는가? 나는 지금 삼천대천찰토(三千大天刹土) 중에서 가장 높고 최상이어서 아무도 나를 따를 이가 없으며, 7각의(覺意)의 보배를 성취하였고 무수(無數) 천(千) 성문(聲聞)의 아들들이 따르고 있다.”

그때 세존께서 곧 이 게송을 말씀하셨다.
이제 만일 왕의 자리 가지면
얻은 뒤에는 다시 잃게 되지만
이 법왕의 자리는 가장 훌륭하여
끝도 없고 또한 시작도 없다.

훌륭하기에 빼앗을 수 없으니
이 훌륭함이야말로 가장 뛰어나다.
그러므로 부처님의 한량없는 행(行)은
자취도 없거니 누가 그 자취를 따르랴.

“그러므로 모든 구담(瞿曇)들아, 마땅히 방편을 구해 바른 법의 왕이 되어 다스려야 하느니라. 모든 석씨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모든 석씨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4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어떤 비구가 세존의 처소를 찾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그 비구가 세존께 아뢰었다.
“혹시라도 이 색(色)은 영원히 존재하고 변하거나 바뀌지 않는 것입니까? 오랫동안 세상에 존재하여 이동(移動)하지 않기도 합니까? 혹 통(痛:受)ㆍ상(想)ㆍ행(行)ㆍ식(識)도 영원히 존재하고 변하거나 바뀌지 않는 것입니까? 오랫동안 세상에 존재하여 이동하지 않기도 합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비구들아, 어떤 색도 영원히 존재하고 변하거나 바뀌지 않는 것은 없고, 오랫동안 세상에 존재하는 것도 없다. 또한 어떤 통ㆍ상ㆍ행ㆍ식도 영원히 존재하여 변하거나 바뀌지 않는 것은 없고 오랫동안 세상에 존재하는 것도 없다.
또 비구들아, 만일 어떤 색이 영원히 존재하고 변하거나 바뀌지 않거나 오랫동안 세상에 존재한다면, 범행(梵行)을 닦는 사람이 분별할 수 없을 것이요, 통ㆍ상ㆍ행ㆍ식이 오랫동안 세상에 존재하고 변하거나 바뀌지 않는다면, 범행을 닦는 사람이 분별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아, 색은 분별할 수 없고 세상에 오래도록 존재하지도 않는다. 그런 까닭에 범행을 닦는 사람은 곧 그것을 분별하여 괴로움의 근본[苦本]을 다 없앤다. 또한 통ㆍ상ㆍ행ㆍ식은 오랫동안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까닭에 범행을 닦는 사람은 그것을 분별하여 괴로움의 근본을 다 없애는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 흙을 조금 집어 손톱 위에 얹어놓고 그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어떤가? 비구야, 이 손톱 위의 흙이 보이는가?”

비구가 대답하였다.
“예, 보입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마땅히 이만큼이라도 색이 이 세상에 항상 존재한다면, 범행을 닦는 사람은 그것을 분별하여 괴로움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아, 그만큼이라도 색은 항상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곧 범행을 닦아 괴로움의 근본을 없애는 것이다.
그 까닭이 무엇인가?
비구들아, 나는 옛날에 대왕이 되어 사방 천하를 다스릴 때에 법으로 백성들을 다스렸고 7보인, 윤보(輪寶)ㆍ상보(象寶)ㆍ마보(馬寶)ㆍ주보(珠寶)ㆍ옥녀보(玉女寶)ㆍ거사보(居士寶)ㆍ전병보(典兵寶)를 완전하게 갖추었다.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나는 그때 전륜성왕이 되어 온 천하를 다스릴 때에 8만 4천 마리의 신령한 코끼리가 있었는데, 그 코끼리의 이름은 보호(菩呼)라고 하였다. 다시 8만 4천 대의 우보(羽寶)로 꾸민 수레가 있었는데, 혹은 사자 가죽으로 뚜껑을 덮기도 했고, 혹은 이리나 개가죽으로 뚜껑을 덮기도 하였으며, 모두 당기를 달고 높은 일산을 씌웠다. 다시 8만 4천 개의 높고 넓은 누각이 있었는데, 마치 천제(天帝)가 살고 있는 궁전 같았고, 또 8만 4천 개의 강당(講堂)이 있었는데, 그것들은 법강당(法講堂)과 비슷했다.
또 8만 4천 명의 미녀(美女)가 있었는데, 그들의 얼굴은 천녀(天女)와 같았고, 다시 8만 4천 개의 높고 넓은 자리가 있었는데, 모두 금(金)과 은(銀) 등 7보를 가지고 사이사이를 꾸몄으며, 또 8만 4천 벌의 의복(衣服)이 있었는데, 모두 화려한 문채(文彩)로 수를 놓았고 매우 부드러웠으며, 또 8만 4천 가지 음식이 있었는데 여러 가지 맛을 골고루 갖추었다.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만 한다. 나는 그때 큰 코끼리를 타고 다녔는데, 빛깔이 매우 희고 좋았다. 입에는 여섯 개의 어금니가 있었으며, 금과 은으로 장식하였고 몸은 능히 날아다녔으며, 또한 몸을 숨기기도 하였고, 혹은 크게도 했다가 혹은 작게도 하곤 하였었다. 그 코끼리의 이름은 보호라고 하였다.
또 나는 그때 신령스런 말을 타고 다녔는데, 그 말의 꼬리털은 붉은 색이고 걸을 때에도 몸을 흔들지 않았으며, 금과 은으로 장식하였고 몸은 능히 날아다녔으며, 또한 몸을 숨기기도 하였고, 혹은 크게도 했다가 혹은 작게도 하곤 하였다. 그 말의 이름은 모왕(毛王)이라고 하였다.
또 나는 그때 8만 4천 개의 높고 넓은 누각이 있었다. 그 중 한 누각에서 살고 있었는데, 그 누각의 이름은 수니마(須尼摩)라고 하였으며 순금(純金)으로 지었다. 또 나는 그때 한 강당 안에서 살았는데 그 강당의 이름은 법설(法說)이라고 하였으며, 순금으로 지어진 것이었다. 또 나는 그때 우보로 만든 수레를 타고 다녔는데, 그 수레의 이름은 최승(最勝)이라고 하였고 순금으로 만든 것이었다.
또 나는 그때 어떤 옥녀(玉女)를 거느렸는데 그들은 좌우에서 모시기를 자매처럼 하였다. 또 나에게는 그때 8만 4천 개의 높고 넓은 자리가 있었다. 나는 그 중의 한 자리를 썼는데 금ㆍ은ㆍ영락(瓔珞)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보배로 장식하였다. 또 나는 그때 미묘한 옷을 입었는데 마치 하늘 옷[天衣]과 같았으며, 먹는 음식의 맛은 마치 감로(甘露)와 같았었다.

내가 전륜성왕이었던 그때 8만 4천 마리의 신령한 코끼리들이 아침마다 올 때에는 문 밖에서 상해(傷害)를 당하는 사람이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았었다. 그때 나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8만 4천 마리의 신령스런 코끼리가 아침마다 올 때에 문 밖에서 상해를 당하는 사람이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나는 지금 마음속으로 그것을 둘로 나누어, 4만 2천 마리가 아침마다 와서 축하하게 하고 싶다.’
비구들아, 나는 그때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과거에 어떤 복을 지었고, 또 어떤 덕을 쌓았기에 지금 이런 위력(威力)을 얻어 이렇게까지 되었는가?’
다시 생각하였다.
‘세 가지 일의 인연으로 말미암아 나는 이런 복을 얻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은혜로 베푸는 것, 자애롭고 어진 것, 자기를 잘 지키는 것을 말한다.’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관찰해야 할 것이다. 나는 그때 모든 행(行)이 아주 사라져 남음이 없었고, 마음대로 노닐면서도 만족할 줄을 몰랐다. 이른바 만족이란 성현(聖賢)의 계율(戒律)에 대한 만족을 말하는 것이다.
어떤가? 비구들아, 이 몸은 영원히 존재하는 것인가, 영원히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영원히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또 영원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변하고 바뀌는 법이다. 그런데도 너는 과연 ‘이것은 곧 나요, 나는 곧 저의 것이다’라고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느냐?”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통(痛:受)ㆍ상(想)ㆍ행(行)ㆍ식(識)은 영원히 존재하는 것인가, 아니면 영원히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비구가 대답하였다.
“영원히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가령 영원히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면 그것은 변하고 바뀌는 법이다. 그런데도 너희들은 과연 ‘이것은 내 것이요. 나는 저의 것이다’라고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느냐?”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그런 까닭에 비구들아, 모든 존재하는 색(色)이 과거ㆍ미래ㆍ현재의 것이거나, 또는 크거나 작거나 좋거나 추하거나 멀거나 가깝거나 간에 그것은 다 내 것이 아니고, 나도 또한 저의 것이 아니다. 이것은 지혜로운 이께서 깨달으신 것이다. 또 모든 느낌[痛]이 과거ㆍ미래ㆍ현재의 것이거나 또는 멀거나 가깝거나 간에 그것은 내 것이 아니고, 나는 저의 것이 아니다. 이것은 지혜로운 이가 배우신 것이다.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이와 같이 관찰해야 하느니라.
또는 성문(聲聞)인 사람은 눈에 대해 싫어하고 걱정하며, 빛깔에 대해 싫어하고 걱정하며, 안식(眼識)에 대해 싫어하고 걱정하며, 눈을 연(緣)하여 생기는 괴로움과 즐거움도 또한 싫어하고 걱정하며, 또는 귀에 대해 싫어하고 걱정하며, 소리에 대해 싫어하고 걱정하며, 이식(耳識)에 대해 싫어하고 걱정하며, 이식을 의지하여 생기는 괴로움과 즐거움도 역시 싫어하고 걱정하거나, 코ㆍ혀ㆍ몸도 그렇게 하고, 뜻에 대해 싫어하고 걱정하며, 법도 또한 싫어하고 걱정하며, 또는 뜻을 의지하여 생기는 괴로움과 즐거움도 싫어하고 걱정해야 한다.
이미 이런 것들을 싫어하고 걱정했다면 그는 곧 해탈 할 것이요, 이미 해탈하고 나면 곧 해탈지혜(解脫知慧)가 생길 것이다.
그래서 나고 죽음은 이미 다하였고 범행은 이미 확립되었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쳤으므로, 다시는 몸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사실 그대로 알게 될 것이다.”

그때 저 비구들은 세존의 이와 같은 가르침을 듣고는 한적하고 고요한 곳에서 조용히 사유하면서 스스로 수행하였다. 좋은 집안의 자제로써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의(法衣)를 입고 출가하여 도(道)를 배우는 이유는, 곧 나고 죽음이 이미 다하였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쳤으므로 다시는 몸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사실 그대로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 비구들은 모두 아라한이 되었다.

그때 저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5 ]①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마갈국(摩竭國)의 도량수(道場樹) 밑에서 처음으로 부처가 되었다.

그때 세존께서 문득 이렇게 생각하셨다.
‘나는 지금 이 매우 심오(深奧)한 법을 얻었다. 이 법은 이해하기 어렵고 깨닫기 어려우며, 밝히기 어렵고 알기 어려우며, 지극히 미묘(微妙)하여 지혜로운 사람만이 깨달아 알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우선 누구를 위해 이 법을 설명해야 할까?내 법을 알아야 할 사람은 누구일까?’
세존께서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셨다.
‘라륵가람(羅勒迦藍:阿羅邏迦羅摩)9)은 모든 감각기관[根]이 이미 익숙해졌으니 마땅히 먼저 제도해야 할 만한 사람이다. 또 그는 나에게 법이 있는 것을 알고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였을 때에 어떤 하늘이 허공에서 세존께 아뢰었다.
“라륵가람은 죽은 지 이미 이레나 지났습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셨다.
‘이 얼마나 괴로운 일인가? 내 법을 듣지 못하고 그만 죽고 말았구나. 만일 내 법을 들었다면 그는 곧 해탈하였을 것이다.’
이때 세존께서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셨다.
‘그러면 나는 지금 제일 먼저 누구에게 설법해 주어서 해탈을 얻게 해야 하나? 울두람불(鬱頭藍弗)10)을 우선 제도해야겠다. 지금 그에게 설법을 해 주자. 그가 내 법을 듣고 나면 아마도 제일 먼저 해탈하게 될 것이다.’
세존께서 이렇게 생각하실 때에 다시 어떤 하늘이 허공에서 말하였다.
“그는 어제 밤중에 죽었습니다.”
그때 세존께서 곧 이렇게 생각하셨다.
‘울두람불이 죽다니, 이 얼마나 괴로운 일인가? 내 법을 듣지 못하고 그만 죽고 말았구나. 만일 내 법을 들었다면 그는 곧 해탈하였을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셨다.
‘그렇다면 누가 먼저 이 법을 듣고 해탈할 수 있을 것인가?’
그때 세존께서는 다시 곰곰이 생각하셨다.
‘나는 저 다섯 비구의 힘을 많이 입었다. 내가 어릴 때부터 그들은 내 뒤를 늘 따랐었다.’
세존께서 다시 이렇게 생각하셨다.
‘지금 저 다섯 비구들이 살아 있을까?’
세존께서는 곧 천안(天眼)으로 그 다섯 비구가 있는 곳을 관찰해 보셨다. 그들은 바라내(波羅㮈) 시에 있는 선인(仙人)이 살았던 녹원(鹿苑)에 머물고 있었다.
‘나는 이제 저곳으로 가서 저 다섯 비구들에게 제일 먼저 설법해 주어야겠다. 저들이 내 법을 듣고 나면 틀림없이 해탈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이레 동안 도수(道樹:菩提樹)를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눈 한 번 깜박이지 않으셨다.
그때 세존께서 곧 다음 게송을 읊으셨다.
나는 지금까지 이 자리에 앉아
나고 죽음의 괴로움을 겪다가
기어이 지혜(智慧)의 도끼를 잡아
나고 죽는 뿌리를 아주 잘랐다.

하늘의 왕은 여기에 이르러
모든 마(魔)와 원수의 권속들을
다시 방편으로써 항복 받고는
해탈의 갓을 쓰게 하였다.

나는 지금까지 이 나무 밑에서
금강(金剛) 평상에 앉아
일체를 아는 지혜를 얻었고
마침내 걸림 없는 지혜에 이르렀다.

나는 지금까지 이 나무 밑에 앉아서
나고 죽음의 괴로움을 보고는
이미 죽음의 근본을 끊었으며
늙음과 병도 영원히 남지 않았네.

그때 세존께서 이 게송 읊기를 마치시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바라내국을 향해 떠나시려고 하셨다.

이때 우비가(優毗伽)11)라는 범지(梵志)가 멀리서 세존의 광명(光明)이 빛나 해와 달의 광명을 가리는 것을 보고는 세존께 아뢰었다.
“구담(瞿曇) 스승이시여, 지금까지 살아 계셨습니까? 누구를 의지하여 출가하여 도를 배우셨습니까? 항상 어떤 법을 연설하셔서 가르치시기를 좋아하십니까? 또 어디에서 오셨다가 어디로 가시려고 하십니까?”

그때 세존께서 그 범지(梵志)에게 다음 게송을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아라한(阿羅漢)이 되어
세간(世間)에서 뛰어나 견줄 이 없다.
천상(天上)과 또 이 인간(人間) 세상에서
나는 가장 높은 이가 되었노라.

또 내게는 스승도 없고
나와 더불어 동등한 이도 없노라.
홀로 높아서 견줄 이 없고
싸늘해져서 따뜻한 기운이 없다.

나는 지금 법륜(法輪)을 굴리기 위해
저 가시나(加尸那)로 가려 하나니
거기에서 이제 이 감로(甘露)약으로써
눈멀고 어두운 이 깨우치련다.

저 바라내국은
가시(加尸) 국왕이 다스리는 나라이다.
그곳에 다섯 비구가 살고 있으니
그곳에서 미묘(微妙)한 법을 말하려 한다.

그들로 하여금 도를 빨리 이루게 하고
누진통(漏盡通)을 얻게 하여
나쁜 법의 근원을 없애게 하려고 하노니
그런 까닭에 나는 가장 훌륭하니라.

그때 저 범지는 찬탄하면서 머리를 숙이고 합장하고는 손가락을 튀기며 빙그레 웃으면서 발길을 돌려 떠나갔다.

그때 세존께서 바라내국으로 가셨다. 이때 다섯 비구들이 멀리서 세존이 오시는 것을 보고 서로 의논하였다.
“저 사문 구담이 멀리서 오고 있다. 생각[情性]이 어지럽고 마음은 순수하지 못하다. 우리들은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또 일어나서 맞이하지도 말고 또 앉으라고 청하지도 말자.”

그때 다섯 비구들은 이런 게송을 말하였다.
저 사람은 존경할 만한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또 친근하게 대하지도 말자
잘 왔다고 인사도 하지 말고
자리에 앉기를 청하지도 말자.

그때 다섯 비구들은 이 게송을 마치고 나서 모두 잠자코 있었다. 그러자 세존께서 다섯 비구들이 있는 곳으로 나아가 점점 그들 가까이에 가셨다. 그때 다섯 비구들은 저도 모르게 일어나 맞이하면서 혹은 자리를 펴기도 하고, 혹은 물을 가지고 오기도 하였다. 그러자 세존께서 곧 자리에 앉아 이렇게 생각하셨다.
‘이 어리석은 사람들은 끝내 제 본성[本限]을 온전히 가지지 못하는구나.’
그때 다섯 비구들은 세존을 ‘그대[卿]’라고 불렀다.
그때 세존께서 다섯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무상지진(無上至眞)ㆍ등정각(等正覺)을 ‘그대’라고 부르지 말라. 왜냐하면 나는 이미 무상지진ㆍ등정각이 되어 훌륭한 감로(甘露)를 얻었노라. 각자 스스로 생각을 오로지하고 내 법을 들어라.”

그때 다섯 비구들이 세존께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그대는 본래 고행(苦行)할 때에도 오히려 상인(上人)의 법을 얻지 못하였거늘, 하물며 지금 그 어지러운 마음으로 어떻게 도를 얻었다고 말하는가?”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다섯 사람들아, 너희들은 일찍이 내가 거짓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더냐?”

다섯 비구들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구담이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여래ㆍ등정각은 이미 감로(甘露)를 얻었다. 너희들은 다 마음을 한 곳에 집중하여 내 설법을 들어라.”
이때 세존께서 곧 이렇게 생각하셨다.
‘나는 지금 이 다섯 사람을 충분히 항복 받을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는 세존께서 다섯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네 가지 진리[四諦]가 있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괴로움에 대한 진리[苦諦]ㆍ괴로움의 발생에 대한 진리[苦習諦]ㆍ괴로움의 소멸에 대한 진리[苦盡諦]ㆍ괴로움에서 벗어나는 방법에 대한 진리[苦出要諦]가 그것이니라.
저 어떤 것을 괴로움에 대한 진리라고 하는가? 이른바 태어나는 괴로움[生苦]ㆍ늙는 괴로움[老苦]ㆍ병드는 괴로움[病苦]ㆍ죽는 괴로움[死苦]과 근심ㆍ슬픔ㆍ번민의 괴로움[憂悲惱苦]ㆍ시름하고 근심하는 고통[愁憂苦痛] 등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이 많으며, 원수나 미운 사람과 만나는 괴로움[怨憎會苦]ㆍ사랑하는 이와 이별하는 괴로움[恩愛別苦]이며, 구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것도 또한 괴로움이다. 긴요한 것만을 취하여 말하면 5성음고(盛陰苦)라고 한다. 이것을 일러 괴로움에 대한 진리라고 하느니라.

어떤 것을 괴로움의 발생에 대한 진리라고 하는가? 이른바 느끼고 애착하는 부분들을 모으고 쌓기를 게을리 하지 않고 자꾸 모으며 뜻으로 항상 탐하고 집착하는 것이니, 이것을 일러 괴로움의 발생에 대한 진리라고 하느니라.

저 어떤 것을 괴로움의 소멸에 대한 진리라고 하는가? 이른바 저 애욕을 남김없이 모두 없애 다시는 생겨나지 않게 하는 것이니, 이것을 일러 괴로움의 소멸에 대한 진리라고 하느니라.

저 어떤 것을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방법에 대한 진리라고 하는가? 이른바 성현(聖賢)의 8성도(聖道)인, 바른 소견[等見]ㆍ바른 다스림[等治]ㆍ바른 말[等語]ㆍ바른 업[等業]ㆍ바른 생활[等命]ㆍ바른 방편[等方便]ㆍ바른 생각[等念]ㆍ바른 선정[等定]을 말하는 것이다. 이것을 일러 네 가지 진리의 법이라고 하느니라.

그리고 또 다섯 비구들아, 이 네 가지 진리의 법에서 괴로움에 대한 진리라는 것은 거기에서 안목이 생기고 지식이 생기며, 밝음이 생기고 깨달음이 생기며, 광명이 생기고 지혜가 생기는 것이니라. 괴로움에 대한 진리라는 것은 진실하고 결정된 것이라서 허무한 것이 아니고 거짓이 아니며, 마침내 달라지지 않는 것으로서 세존께서 말씀하신 것이기 때문에 괴로움에 대한 진리라고 하느니라.
괴로움의 발생에 대한 진리라는 것은 전에는 미처 듣지 못했던 법으로서, 거기에서 안목이 생기고 지식이 생기며, 밝음이 생기고 깨달음이 생기며, 광명이 생기고 지혜가 생기는 것이니라. 또 괴로움의 발생에 대한 진리라는 것은 진실하고 결정된 것이라서 허무한 것이 아니고 거짓이 아니며, 마침내 달라지지 않는 것으로서 세존께서 말씀하신 것이기 때문에 괴로움의 발생에 대한 진리라고 하느니라.

괴로움의 소멸에 대한 진리라는 것은 전에는 미처 듣지 못했던 법으로서, 거기에서 안목이 생기고 지식이 생기며, 밝음이 생기고 깨달음이 생기며, 광명이 생기고 지혜가 생기는 것이니라. 또 괴로움의 소멸에 대한 진리라는 것은 진실하고 결정된 것이라서 허무한 것이 아니고 거짓이 아니며, 마침내 달라지지 않는 것으로서 세존께서 말씀하신 것이기 때문에 괴로움의 소멸에 대한 진리라고 하느니라.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방법에 대한 진리라는 것은 전에는 미처 듣지 못했던 법으로서, 거기에서 안목이 생기고 지식이 생기며, 밝음이 생기고 깨달음이 생기며, 광명이 생기고 지혜가 생기는 것이니라. 또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방법에 대한 진리라는 것은 진실하고 결정된 것이라서 허무한 것이 아니고 거짓이 아니며, 마침내 달라지지 않는 것으로서 세존께서 말씀하신 것이기 때문에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방법에 대한 진리라고 하느니라.

다섯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 네 가지 진리가 3전(轉) 12행(行)12)이 되는 것을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면 위없는 무상정진(無上正眞)ㆍ등정각(等正覺)을 이룩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이 네 가지 진리가 3전 12행이 되는 것을 사실 그대로 깨달아 알았기 때문에 무상지진ㆍ등정각을 이룩하였느니라.”

이렇게 설법하실 때에 아야구린(阿若拘鄰)은 모든 번뇌[塵垢]가 다 없어지고 법안(法眼)이 깨끗하게 되었다.

세존께서 구린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법을 체득하여 법을 얻었느니라.”

구린(拘鄰)이 대답하였다.
“그러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법을 얻어 법에 이르렀습니다.”

그때 지신(地神)은 이 말을 듣고 이렇게 외쳤다.
“지금 여래께서는 바라내국에 계시면서 법륜(法輪)을 굴리시고 있다. 온갖 하늘ㆍ세상사람ㆍ마(魔)ㆍ천마(天魔)ㆍ사람인 듯 사람 아닌 듯한 것들은 그 누구도 굴리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 여래께서는 이 법륜을 굴리시고, 아야구린도 이미 감로의 법을 얻었다.”

그때 사천왕(四天王)들은 그 지신이 외치는 소리를 듣고, 다시 서로 전해 알렸다.
“아야구린은 이미 감로의 법을 얻었다.”

이때 삼십삼천(三十三天)도 사천왕에게서 그 말을 들었고, 염천(艶天)은 삼십삼천에게서 들었으며, 그렇게 자꾸 전해져서 마침내는 저 도술천(兜術天)과 범천(梵天)까지도 다음과 같은 소리를 전해 들었다.
‘여래께서는 바라내국에 계시면서 법륜을 굴리시고 있다. 온갖 하늘ㆍ세상사람ㆍ마(魔)ㆍ천마(天魔)ㆍ사람인 듯 사람 아닌 듯한 것들은 그 누구도 굴리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 여래께서는 이 법륜을 굴리시고 있다.’
그리하여 그를 곧 아야구린(阿若拘鄰:깨달은 구린이라는 뜻)이라고 이름하게 된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 다섯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 중 두 사람이 여기에 머물러 가르침을 받을 때에는 세 사람은 나가서 걸식(乞食)을 해 와서 그 세 사람이 얻은 음식을 여섯 사람이 나누어 먹도록 하라. 또 세 사람이 여기에 머물러 가르침을 받을 때에는 두 사람이 나가서 걸식을 해 와서 그 두 사람이 얻은 밥을 여섯 사람이 나누어 먹도록 하라.”
세존께서 이렇게 가르치시자 그때 다섯 비구들은 생(生)함이 없는 열반법(涅槃法)을 얻었고, 또한 남이 없고ㆍ늙음이 없으며ㆍ병듦이 없고ㆍ죽음이 없음을 이루어 모두 아라한(阿羅漢)이 되었다. 그때 이 삼천대천찰토(三千大天刹土)에는 다섯 아라한이 있게 되었고 부처님까지 모두 여섯이 되었다.

그때 세존께서 다섯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누구든지 세상에 나가 걸식할 때에는 부디 혼자 다니지 말라. 그리고 또 중생들 중에는 근기가 순수하고 익숙하여 제도를 받을 만한 사람도 있다. 나는 지금 우류비(優留毗)라는 마을로 가서 그곳에 머물면서 설법을 할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 곧 우류비라는 마을로 가셨다. 그때 니련(尼連)이라고 하는 강가에는 가섭(迦葉)1)이라는 수행인(修行人)이 살고 있었다. 그는 천문(天文)과 지리(地理)를 모두 해박하게 통달하지 못한 것이 없고 저 나뭇잎까지도 계산하여 모두 분명하게 알았으므로, 그는 그때 5백 명의 제자들을 거느리고 날마다 그들을 교화(敎化)하고 있었다. 가섭이 있는 곳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돌집[石室]이 있었고 그 돌집 속에는 독룡(毒龍)이 살고 있었다.

그때 세존께서 가섭의 처소에 이르러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오늘밤에 저 돌집에서 하룻저녁 묵으려고 하는데 허락해 주겠는가?”

가섭이 대답하였다.
“내가 저 돌집을 아까워해서 그러는 게 아니오. 다만 거기에는 독룡이 있는데, 그 독룡이 혹 당신을 해칠까 걱정될 뿐이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가섭이여, 괴로워할 것 없다. 용은 나를 해치지 않을 것이다. 그저 하룻밤 묵는 것을 허락해 주면 되오.”

가섭이 대답하였다.
“꼭 묵고 싶으면 묵으시오.”

그러자 세존께서 곧 돌집으로 들어가셔서 자리를 펴고 주무시다가 다시 가부좌하고 앉아,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고 생각을 매어 앞에 두고 계셨다. 이때 독룡이 세존께서 앉아 계시는 것을 보고 곧 불[火毒]을 토하였다. 그러자 세존께서 자삼매(慈三昧)에 들어가셨다가 다시 자삼매에서 깨어나셨고, 또 화염광삼매(火焰光三昧)에 들어가셨다. 그러자 용(龍)이 토해내는 모든 불과 부처님의 광명이 한데 어우러졌다.

그때 가섭이 밤에 일어나서 별자리를 살펴보다가 돌집 안에서 일어나는 큰 불빛을 보았다. 그것을 보고 나서 그는 곧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이 구담 사문은 얼굴이 매우 단정하였는데, 이제 용에게 해를 입어 죽는 모양이구나. 참으로 가엾은 일이다. 내가 아까 그에게 거기에는 독룡이 살고 있어 머무를 수 없다고 말하였다.”
그때 가섭이 다시 5백 제자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물병과 높은 사다리를 가지고 가서 저 불을 끄고, 그 사문을 저러한 어려움에서 구해 내도록 하라.”

그때 가섭은 5백 제자를 데리고 돌집으로 달려가 불을 끄기 시작하였다. 혹은 물을 뿌리기도 하고, 혹은 사다리를 놓기도 했지만, 그 불길은 도저히 잡을 수가 없었다. 그것은 다 여래(如來)의 위신력(威神力) 때문이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자삼매에 들어가 점차 저 용으로 하여금 다시는 성을 내지 못하게 하였다. 그러자 그 사나운 용은 두려운 마음이 생겨 동쪽 서쪽으로 마구 치달리면서 돌집을 빠져나가려고 애를 썼으나 도저히 그 돌집을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그때 그 사나운 용은 여래를 향해 가더니 그만 발우 속으로 들어가 머물고 있었다.

그때 세존께서 오른손으로 독룡의 몸을 어루만지시면서 게송을 말씀하셨다.
용의 몸을 벗어나기는 매우 어렵다.
용과 용이 한 곳에 모였으니
용이여, 해칠 마음 일으키지 말라.
용의 몸을 벗어나기는 매우 어렵다.

항하강 모래 알같이 많은 과거에도
모든 부처님들께서 반열반(般涅槃)하셨건만
너는 마침내 한 번도 만나지 못했으니
그것은 분노의 불 때문이니라.

여래에 대해 착한 마음 가지고
그 성내는 독을 빨리 버려라.
성내는 그 독을 버리고 나면
곧 천상(天上)에 태어나게 되리라.

주석
2 팔리어로는 Īsāna devarājā라고 한다. 또는 이사나천(伊舍那天)이라고도 하며, 번역하여 사배자(司配者)라고 한다. 욕계(欲界) 제6천인 자재천(自在天)의 천주이다. 호세(護世) 8방천의 하나로 시방호법신왕(十方護法神王)의 하나이며, 12천(天)의 하나이다.
3 팔리어로는 Varuṇa라고 하며, 천왕의 이름이다.
4 소승(小乘) 4향(向)과 4과(果)의 성자를 말한다. 향(向)과 과(果)가 한 쌍으로 이를 4종(種)의 쌍(雙, 또는 8배(輩)라고 한다. 즉 수다원향(須陀洹向)ㆍ수다원과(須陀洹果)ㆍ사다함향(斯陀含向)ㆍ사다함과(斯陀含果)ㆍ아나함향(阿那含向)ㆍ아나함과(阿那含果)ㆍ아라한향(阿羅漢向)ㆍ아라한과(阿羅漢果)를 말한다.
5 팔리어로는 Vajji라고 한다. 또는 발기(跋祇)ㆍ발사(跋闍)라고 쓰기도 하고, 번역하여 증승(增勝)ㆍ피(避)라고 한다. 부처님 재세(在世) 시에 인도 16국의 하나로서 중인도(中印度) 북부에 위치해 있던 종족이다.
6 팔리어로는 cātuddisasaṅgha라고 한다. 번역하여 사방승(四方僧)이라고 하는데, 즉 객승(客僧)을 이르는 말이다.
7 출가 수행하는 비구가 입는 세 가지 의복(衣服). 첫째, 승가리(僧伽梨)이니, 이는 중의(重衣)ㆍ대의(大衣ㆍ잡쇄의(雜碎衣)라고 번역한다. 9조(條)로부터 25조까지 있으며, 마을이나 궁중에 들어갈 때 입는 옷이다. 둘째, 울다라승(鬱多羅僧)이니, 이는 상의(上衣)ㆍ중가의(中價衣)ㆍ입중의(入衆衣)라고 번역한다. 7조 가사를 말하며, 예불(禮佛)ㆍ독경(讀經)ㆍ청강(聽講ㆍ포살(布薩) 등을 할 때 입는 옷이다. 셋째, 안타회(安陀會)이니, 이는 5조 가사를 이르는 말이며, 내의(內衣)ㆍ중숙의(中宿衣)라고 번역한다. 절 안에서 작업을 하거나 잠을 잘 때 입는 옷이다.
8 팔리어로 Āḷāra KāLama라고 한다. 부처님께서 출가하신 뒤 처음으로 가르침을 구한 수행자이다. 그에게서 무소유처정(無所有處定)을 수행하셨다.
9 팔리어로 Uddaka Rāmaputta라고 한다. 부처님께서 출가하신 후 두 번째로 가르침을 구한 수행자이고, 그로부터 비상비비상처정(非想非非想處定)을 수행하셨다.
10 팔리어로는 Upaka라고 한다. 또는 우파가(優波迦)로 쓰기도 한다.
11 여기에서 3전이라는 것은 시상전(示相轉)ㆍ권상전(勸相轉)ㆍ증상전(證相轉)을 말하는 것이며, 12행이라는 것은 이 3전이 각각 안(眼)ㆍ지(智)ㆍ명(明)ㆍ각(覺)의 네 가지 행상(行相)을 갖춤으로써 모두 합하여 12행상이 되는 것이다. 각각의 진리마다 각각 3전 12행상이 있기 때문에 4제에 모두 12전 48행상이 갖추어지는 것이다.
12 3가섭 형제 중 우류비가섭(優留毗迦葉, Uruvea-kassapa)을 가리키는 말이다. 또는 우루빈나가섭(優樓頻那迦葉)이라고 쓰기도 한다.
1 팔리어로는 harñṭaka라고 한다. 번역하여 가자(柯子)라고 한다. 천주(天主)가 가지고 온 인도의 과자(果子) 이름. 빛깔은 황금색(黃金色)이고, 맛은 아주 희귀한 맛이라고 한다.

증일아함경 제15권

동진 계빈 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김월운 번역

24. 고당품②

[ 5 ]②
그때 사납기 그지없던 용은 혀를 내어 여래의 손을 핥으면서 여래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이튿날 아침에 세존께서는 그 사나운 용을 손에 받쳐들고 가섭(迦葉)에게로 가서 말씀하셨다.
“이 사나운 용은 매우 흉악하고 포악했었으나, 이제는 이미 항복을 받았노라.”

그때 가섭은 그 사나운 용이 두려워하는 것을 보고 세존께 아뢰었다.
“중지하시오, 그만 중지하시오. 사문이여, 앞으로 다가오지 마시오. 용은 우리를 모두 해칠 것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가섭아, 두려워하지 말아라. 내가 이제 이미 이 용을 항복 받았다. 결코 아무도 해치지 않을 것이다. 왜 그런가 하면 이 용은 이미 교화(敎化)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때 가섭과 그의 5백 제자들은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고 찬탄하였다.
“매우 기이한 일이로다. 이 구담(瞿曇) 사문은 매우 큰 위신력(威神力)을 가지고 있어서 이 사나운 용을 항복 받아 나쁜 짓을 하지 못하게 하셨다. 비록 그렇지만 아직 우리들이 얻은 참다운 도[眞道]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때 가섭이 세존께 아뢰었다.
“큰 사문(沙門)이시여, 이제 90일 동안 제 청(請)을 받아 주소서. 필요한 의복ㆍ음식ㆍ평상ㆍ침구와 병들고 수척한 사람을 위해 의약을 모두 공급하여 드리겠습니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잠자코 가섭의 청을 받아 주셨다.

그때 세존께서 이 신룡(神龍)을 큰 바다에 놓아주셨다. 그러자 저 사나운 용은 그 바다에서 수명대로 살다가 목숨을 마친 뒤에는 사천왕(四天王)의 하늘에 태어났다. 이때 여래께서 다시 돌집으로 돌아와 계셨다.

가섭은 갖가지 음식을 준비한 다음에 세존께 나아가 아뢰었다.
“음식이 이미 준비되었습니다, 어서 가셔서 공양하시기 바랍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가섭아, 먼저 가거라. 내가 뒤따라가리라.”
가섭이 떠나간 뒤에 세존께서는 곧 염부제(閻浮提) 경계에 가셔서 염부수(閻浮樹) 밑에서 염부(閻浮) 열매를 따 가지고 가섭의 돌집에 먼저 돌아와 앉아 계셨다.

가섭은 세존께서 돌집 안에 앉아 계시는 것을 보고 아뢰었다.
“사문이시여, 어느 길을 거쳐서 이 돌집에 오셨습니까?”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떠난 뒤에 나는 염부제 경계에 가서 염부 열매를 따 가지고 여기에 돌아와서 앉아 있는 중이다. 가섭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 과일은 매우 향기롭고 맛이 있어 먹을 만하다.”

가섭이 대답하였다.
“저는 그 과일이 필요 없습니다. 사문께서나 드십시오.”
그때 가섭은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사문은 대단한 신통(神通)과 위력(威力)을 가지고 있다. 그리하여 능히 염부의 경계에 가서 이런 맛있는 과일을 따 가지고 오신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얻은 참다운 도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그것을 드시고 나서 돌아와 쉬셨다.

이른 아침에 가섭이 세존께서 머물고 계시는 곳으로 가서 아뢰었다.
“공양 때가 되었습니다, 어서 가셔서 공양하소서.”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먼저 가거라. 내가 뒤따라가리라.”
가섭이 떠난 뒤에 세존께서는 곧 염부제로 가셔서 아마륵(阿摩勒) 열매를 따 가지고 가섭의 돌집으로 가섭보다 먼저 돌아와 앉아 계셨다.

가섭이 세존께 아뢰었다.
“사문이시여, 어느 길을 거쳐서 이 돌집에 오셨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네가 떠난 뒤에 나는 염부제 경계에 가서 이 열매를 따 가지고 왔다. 이 과일은 매우 향기롭고 맛이 있다. 하나 집어서 맛을 보아라.”

가섭이 대답하였다.
“저는 그 과일이 필요 없습니다. 사문께서나 많이 드십시오.”
그때 가섭은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사문은 대단한 신통(神通)과 큰 위력(威力)을 가지고 있다. 그리하여 내가 떠난 뒤에 이 과일을 따 가지고 오신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이미 얻은 참다운 도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그것을 드시고 나서 돌아와 쉬셨다.

이튿날 가섭이 세존께서 머물고 계시는 곳으로 가서 아뢰었다.
“공양하실 때가 되었습니다, 어서 가셔서 공양하소서.”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먼저 가라, 내가 뒤따라가리라.”
가섭이 떠난 뒤에 세존께서는 곧 북울단왈(北鬱單曰)로 가셔서 저절로 생산되는 쌀[自然粳米]을 가지고 가섭의 돌집으로 가섭보다 먼저 돌아와 계셨다.

가섭이 세존께 아뢰었다.
“사문이시여, 어느 길을 거쳐서 이 자리에 오셨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가섭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네가 떠난 뒤에 나는 울단왈에 가서 저절로 생산되는 쌀을 가지고 왔다. 이 쌀은 매우 향기롭고 맛이 있다. 만일 필요하거든 한 번 먹어보아라.”

가섭이 대답하였다.
“저는 그 쌀이 필요 없습니다. 사문께서나 드십시오.”
그때 가섭은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사문은 대단한 신통력과 큰 위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하여 내가 떠난 뒤에 이 과일을 따 가지고 오신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이미 얻은 참다운 도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그것을 드시고 나서 돌아와 쉬고 계셨다.

이튿날 가섭이 세존께서 머물고 계시는 곳으로 가서 아뢰었다.
“공양하실 때가 되었습니다. 어서 가셔서 공양하십시오.”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먼저 가거라. 내가 곧 뒤따라가리라.”
가섭이 떠난 뒤에 세존께서는 곧 구야니(瞿耶尼)로 가셔서 하리륵(呵梨勒)2) 과일을 가지고 가섭의 돌집으로 가섭보다 먼저 돌아와 앉아 계셨다.

가섭이 세존께 여쭈었다.
“사문이시여, 어느 길을 거쳐서 이 자리에 오셨습니까?”

세존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떠난 뒤에 나는 구야니로 가서 이 과일을 따 가지고 왔다. 매우 향기롭고 맛이 있다. 만일 필요하거든 한 번 먹어보아라.”

가섭이 대답하였다.
“저는 그 과일이 필요 없습니다. 사문께서나 드십시오.”
그때 가섭은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사문은 대단한 신통력과 큰 위력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그렇지만 내가 이미 얻은 참다운 도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그것을 드시고 나서 돌아와 쉬고 계셨다.

이튿날 가섭이 세존께서 머물고 계시는 곳으로 가서 아뢰었다.
“공양하실 때가 되었습니다. 어서 가셔서 공양하십시오.”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먼저 가라, 내가 곧 뒤따라가리라.”
가섭이 떠난 뒤에 세존께서는 불우체(弗于逮)로 가셔서 비혜륵(毗醯勒)3) 과일을 가지고 가섭의 돌집으로 가섭보다 먼저 돌아와 앉아 계셨다.

가섭이 세존께 여쭈었다.
“사문이시여, 어느 길을 거쳐서 이 자리에 오셨습니까?”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떠난 뒤에 나는 불우체로 가서 이 과일을 따 가지고 왔다. 매우 향기롭고 맛이 있다. 만일 필요하거든 한 번 먹어보아라.”

가섭이 대답하였다.
“저는 그 과일이 필요 없습니다. 사문께서나 드십시오.”
그때 가섭은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사문은 대단한 신통력과 큰 위력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그렇지만 내가 이미 얻은 참다운 도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그것을 드시고 나서 돌아와 쉬고 계셨다.

그때 가섭이 거대한 제사를 지내려고 하자, 그의 5백 제자들이 도끼를 가지고 장작을 쪼개려고 하였다. 그러나 손에 든 도끼가 아래로 내려가질 않았다. 이때 가섭이 생각하였다.
‘이것은 틀림없이 사문이 하는 짓이리라.’
그때 가섭이 세존께 여쭈었다.
“지금 장작을 쪼개려고 하였는데 무슨 일인지 도끼가 아래로 내려가질 않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도끼질을 하고 싶으냐?”

“하고 싶습니다.” 그러자 도끼는 곧 내려갔다.

그때 아래로 내려간 도끼는 다시 들리지 않았다. 가섭이 또 세존께 여쭈었다.
“도끼가 무슨 까닭에 들리지 않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도끼를 들고 싶은가?”

“들고 싶습니다.”그런 일이 있고 나자 도끼는 곧 들렸다.

그때 가섭의 제자들이 불을 붙이려고 하였으나 불이 붙여지지 않았다. 그때 가섭이 다시 생각하였다.
‘이것은 틀림없이 사문 구담의 짓이리라.’
가섭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불이 왜 붙지 않습니까?”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불을 붙이고 싶으냐?”

“붙이고 싶습니다.”조금 뒤에 불이 곧 붙었다.

그때 그들이 다시 불을 끄려고 하였으나 불은 또 꺼지지 않았다.
가섭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불이 왜 꺼지지 않습니까?”

세존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불을 끄고 싶으냐?”

“끄고 싶습니다.”
그러자 불은 곧 꺼져버렸다. 가섭은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사문 구담은 얼굴과 안목이 단정하여 세상에서 보기 드문 존재이다. 나는 내일 커다란 제사를 지내려고 한다. 국왕과 백성들이 모두 모여들 것이다. 만일 이제 그들이 이 사문을 보면 나는 공양을 얻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 사문이 내일 여기에 오지 않는다면 얼마나 다행한 일이겠는가?’

그때 세존께서는 가섭이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아시고 계셨다.
세존께서는 그 이튿날 이른 아침에 울단왈로 가셔서는 저절로 생산되는 쌀을 취(取)하시고, 구야니로 가셔서는 유즙(乳汁)을 취해 가지고 아뇩달(阿耨達)4)이라는 우물로 가셔서 그것을 드시고 온종일 거기에 머물러 계시다가 날이 저물어서야 돌집으로 돌아와 쉬고 계셨다.

가섭이 그 이튿날 세존의 처소를 찾아가서 여쭈었다.
“사문이시여, 어제는 무슨 일로 오시지 않으셨습니까?”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어제 생각하기를 ‘이 구담은 얼굴과 안목이 단정하여 세상에서 보기 드문 존재이다. 나는 내일 큰 제사를 지내려고 한다. 만일 국왕들과 백성들이 이 사문을 보면 곧 나에게 올리던 공양이 끊어지고 말게 될 것이다. 이 사문이 내일 여기에 오지 않는다면 얼마나 다행한 일이겠는가?’라고 생각하고 있기에 나는 곧 네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알고, 그 길로 울단왈에 가서 저절로 생산되는 쌀을 취하고 다시 구야니로 가서 유즙을 취해 가지고 아뇩달 샘물 가로 가서 그것들을 먹고 온종일 거기에 머물고 있다가 날이 저물 무렵에 이 돌집에 와서 좀 쉬고 있는 중이다.”

그때 가섭은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큰 사문은 참으로 대단한 신통력과 위신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아직은 내가 얻은 참다운 도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 공양(供養)을 마치시고 돌집으로 돌아와 쉬고 계셨다. 그날 밤에 사천왕(四天王)들이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가서 경법(經法)을 들었다. 사천왕들도 큰 광명(光明)이 발산하였고 부처님께서도 또 큰 광명을 놓아 그 산과 들을 환하게 비추어 똑같은 빛으로 밝게 하였다.

그때 저 가섭도 밤에 그 광명을 보았다. 그는 이튿날 이른 아침에 세존께 나아가 아뢰었다.
“어제 밤에 어떤 광명이 이 산과 들을 비추었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어젯밤에 사천왕이 나를 찾아와서 나에게 법(法)을 들었다. 그 광명은 저 사천왕들의 광명이었다.”

이때 가섭은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사문은 큰 신통력이 있어 저 사천왕들이 와서 경법을 들은 것이다. 아무리 이런 힘이 있다고 하더라도 아직 내가 얻은 참다운 도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이때 세존께서 공양을 마치시고 돌아가 쉬시었다. 밤중에 석제환인(釋帝桓因)이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와서 법을 들었다. 그 천제(天帝)의 광명이 다시 그 산을 비추었다.

그때 저 가섭이 밤에 일어나 별자리를 관찰하다가 그 광명을 보았다.
이튿날 이른 아침에 가섭이 세존께 나아가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어젯밤의 비추던 광명은 매우 특별하였습니다. 무슨 인연(因緣)이 있기에 그런 광명이 있었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어젯밤에는 천제석(天帝釋)이 나를 찾아와서 나에게 법을 들었다. 그 때문에 그런 광명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자 가섭은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사문 구담은 큰 신통력이 있어 곧 저 천제석으로 하여금 와서 경법을 듣게 하였구나.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아직 내가 얻은 참다운 도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공양을 마치시고 돌아가 쉬고 계셨다. 밤중에 범천왕(梵天王)이 큰 광명을 놓아 그 산을 온통 비추면서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와서 경법을 들었다.

그때 가섭이 밤에 일어나 그 광명을 보았다. 그는 이튿날 세존께 나아가 여쭈었다.
“어젯밤에 비춘 광명은 전보다 몇 갑절이나 더 빛나서 해와 달빛보다 더 밝았습니다. 무슨 인연이 있었기에 그런 광명이 있었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가섭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대범천왕(大梵天王)이 나를 찾아와서 경법을 들었다.”

이때 가섭은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사문 구담은 대단한 신통력이 있어, 곧 우리 조부(祖父)까지 와서 경법을 듣게 하였구나. 그러나 아직 내가 얻은 참다운 도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다 떨어진 누더기 옷 다섯 벌을 얻어 가지고 그것을 빨려고 하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장차 어디로 가서 이 옷을 빨아야 하나?’
그때 석제환인이 세존께서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시고 있는가를 알고 곧 조화로 목욕할 못을 만들고는 세존께 아뢰었다.
“여기서 옷을 빠는 것이 좋겠습니다.”

세존께서 다시 이렇게 생각하셨다.
‘내 장차 어디에다 이 옷을 치댈까?’
그때 사천왕들은 세존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곧 네모반듯한 커다란 돌을 들어다 물가에 놓아두고 세존께 아뢰었다.
“여기에다가 옷을 치대소서.”

이때 세존께서 다시 생각하셨다.
‘나는 어느 곳에서 이 옷을 말릴까?’
그때 나무 신[樹神]은 세존께서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알고는 곧 나무 가지를 늘여 드리우면서 세존께 아뢰었다.
“원컨대 여기에다가 옷을 말리소서.”

이튿날 이른 아침에 가섭이 세존의 처소를 찾아가 세존께 여쭈었다.
“본래 이 못이 없었는데 지금 여기에 이런 못이 생겼고, 본래 이런 나무가 없었는데 지금 여기에 이 나무가 있으며, 본래 이 돌이 없었는데 지금 여기에 이 돌이 있으니 무슨 인연이 있었기에 이런 변화가 일어났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이것들은 어젯밤에 제석천이 내가 옷을 빨려고 하는 줄을 알고 여기에 이 못을 만들었다. 내가 또 ‘장차 어디에다가 이 옷을 치댈까?’ 하고 생각하였더니, 그때 사천왕들이 나의 이런 마음을 알고 곧 이 돌을 가지고 왔다. 내가 다시 ‘장차 어느 곳에다가 이 옷을 말리까?’ 하고 생각하였더니, 그때 나무 신이 내 마음을 알고 곧 나무 가지를 아래로 늘여 드리웠다.”

이때 가섭은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사문 구담이 아무리 신통력이 있다 하더라도 아직 내가 얻은 참다운 도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공양을 마치시고 돌아가 쉬고 계셨다. 이 날 밤중에 새까만 구름이 일어나더니 큰 비가 막 쏟아졌다. 빗물이 연이어 큰 강으로 흘러들어 넘쳐흘렀다. 가섭은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강이 사납게 넘쳐흐르고 있다. 사문은 틀림없이 저 강물에 떠내려가고 말 것이다. 내 이제 그 일을 구경하리라.’
이때 가섭과 그의 5백 제자들은 모두 강가로 나갔다.
그때 세존께서 물 위로 걸어 다니시는데 발이 물에 젖지 않으셨다. 이때 가섭이 멀리서 물 위를 걸어 다니시는 것을 보았다.
그때 가섭은 곧 이런 생각을 하였다.
‘참으로 기이한 일이로다. 사문 구담이 저렇게 물 위를 걸어 다니고 있구나. 나도 물 위로 걸어 다닐 수 있다. 다만 발이 물에 젖지 않게 하지 못할 뿐이다. 그러나 이 사문이 아무리 신력이 있다 해도 내가 얻은 참다운 도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이때 세존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아라한이 아니다. 또한 아라한의 도(道)도 알지 못하고 있다. 너는 오히려 아라한이라는 이름도 분별하지 못하거늘 더구나 도를 얻었다고 할 수 있겠느냐? 너는 곧 맹인(盲人)과 다름이 없어서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 내[如來]가 그러한 변화를 나타내었건만 너는 짐짓 말하기를 ‘내가 얻은 참다운 도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라고 생각했으며, 너는 또 말하기를 ‘나도 능히 물 위를 걸어 다닐 수 있다’고 하였다.
‘지금 당장 나와 함께 물 위로 걸어 다닐 수 있겠느냐?’
너는 그런 삿된 소견을 얼른 버려 오랜 세월 동안 그런 괴로움을 받지 않도록 하라.”

그때 가섭은 세존의 말씀을 듣고, 곧 앞으로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리고 말하였다.
“제가 지금 참회(懺悔)하나이다. 법답지 않은 것을 가지고 함부로 여래와 부딪쳤음을 확실하게 알았습니다. 원컨대 이 참회를 받아 주소서.”
이와 같이 두 번, 세 번 되풀이하였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의 허물을 용서하노라. 너는 스스로 여래와 부딪쳐 여래를 흔든 줄을 알았구나.”

그때 가섭은 그의 5백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각각 좋을 대로 하라. 나는 이제 사문 구담에게 귀의(歸依)하리라.”

이때 5백 제자들이 가섭에게 말하였다.
“우리들은 벌써부터 사문 구담에게 마음이 있었습니다. 용(龍)을 항복 받았을 때에 곧 귀의하려고 하였습니다. 만일 스승께서 직접 구담께 귀의하신다면 우리 5백 제자들도 다 스스로 구담에게 귀의하겠습니다.”

가섭이 말하였다.
“지금이 바로 그때이다. 그런데도 또 내 마음은 이렇게 어리석음에 집착하여, 그러한 변화를 보고도 마음에 깨닫지 못했기 때문에 스스로 ‘내 도는 진정하다’고 말하였다.”

이때 가섭은 5백 제자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인 채 세존의 처소를 찾아가서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서서 세존께 아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희들이 사문이 되어 청정한 행(行)을 닦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모든 부처님의 일상적인 법에서는 만약 ‘잘 왔구나, 비구들아’라고 말씀하시기만 하면 곧 그 자리에서 사문이 되고 하였다.
이때 세존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잘 왔구나, 비구들아. 이 법은 미묘(微妙)하니, 범행을 잘 닦도록 하라.”
그때 가섭과 그의 5백 제자들이 입었던 옷이 모두 가사(袈裟)로 바뀌었고 머리털은 저절로 깎여졌다. 머리를 깎은 지 이미 이레가 지나갔다. 이때 가섭은 학술(學術)의 도구와 주술(呪術)에 대한 책을 모두 물속에 던져버렸다.

그때 5백 제자들이 세존께 아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희들을 허락하시어 사문이 되게 하소서.”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잘 왔구나, 비구들아.”
그때 5백 제자들은 곧 모두 사문이 되었다. 가사가 몸에 입혀지고 머리털은 저절로 떨어졌다.

그때 강을 따라 하류로 내려가다 보면 거기에 어떤 범지가 살고 있었는데, 그 이름을 강가섭(江迦葉)5)이라고 하였다. 그는 그 강가에 살고 있었는데, 그때 강가섭은 주술 도구가 모두 물에 떠내려 오는 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아아, 우리 큰 형님이 물에 빠져 죽은 모양이로구나.’
이때 강가섭은 3백 명 제자들을 데리고 물을 따라 상류(上流)로 올라가 형의 시체를 찾아 헤매다가 멀리 세존께서 한 나무 밑에 앉아 대가섭(大迦葉)과 그의 5백 제자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인 채 설법(說法)하시는 것을 보았다. 그런 광경을 보고 난 그는 곧 그의 형 가섭의 앞으로 나아가 말하였다.
“이 일이 좋은 것입니까? 본래는 남의 스승이셨는데 지금은 사문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그려. 큰 형님, 무슨 연고로 사문의 제자가 되었습니까?”

가섭이 대답하였다.
“이 이치가 참으로 절묘하다. 이보다 더 나은 것은 없다.”

이때 우비가섭(優毗迦葉)은 강가섭에게 이런 게송을 말하였다.
이 스승이야말로 사람과 하늘이 귀히 여기는 분
나는 이제 이분을 스승으로 섬기기로 했노라.
모든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출현하시는 것을
만나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니라.

그때 강가섭은 부처라는 명호(名號)를 듣고 너무도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는 세존의 앞으로 나아가 아뢰었다.
“원컨대 도를 닦도록 허락해 주소서.”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잘 왔구나, 비구야. 범행을 잘 닦아 괴로움의 영역을 벗어나라.”

그 말이 끝나자마자 강가섭과 그의 3백 제자들은 곧 사문이 되었다. 가사(袈裟)가 저절로 몸에 입혀지고 머리털도 저절로 깎여나갔다. 그러자 강가섭과 그의 3백 제자들은 주술 도구를 모두 물에 던져버렸다.

그때 그 강 하류(下流)에는 가이가섭(伽夷迦葉)6)이라고 하는 범지(梵志)가 물가에 살고 있었는데, 그는 멀리서 주술 도구가 물에 떠내려 오는 것을 보고는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 두 형님이 저 상류에서 도를 공부하시면서 살고 계셨는데, 지금 주술 도구가 모두 물에 떠내려 오는 것을 보니, 아마도 두 형님이 모두 물에 빠져 죽은 모양이로구나.’
그렇게 생각한 그는 곧 그의 2백 제자를 데리고 물을 따라 상류로 올라가 형님들이 주술을 공부하던 곳에 이르렀다. 그는 두 형이 사문으로 변해 있는 것을 보고 곧 이렇게 말하였다.
“그 이치가 그렇게도 좋습니까? 본래는 남의 존경을 받고 계시더니 지금은 도리어 사문의 제자가 되셨구려.”

가섭이 대답하였다.
“이 이치가 참으로 절묘하다. 이보다 더 나은 것은 없다.”

그러자 가야가섭은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여기 나의 두 형님은 널리 배워 아는 것이 많다. 이곳은 틀림없이 좋은 곳인 모양이다, 그래서 두 형님으로 하여금 여기에서 도를 배우게 하는 것이리라. 나도 이제 여기에서 도를 배워야겠다.’
이때 가야가섭이 곧 앞으로 나아가 세존께 아뢰었다.
“바라건대 부디 세존께서는 허락하시어 저를 사문이 되게 해 주소서.”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잘 왔구나, 비구야. 범행을 잘 닦아 괴로움의 경계에서 벗어나라.”

그 말이 끝나자마자 가이가섭은 그 자리에서 곧 사문이 되었다. 가사가 저절로 몸에 입혀지고 머리털도 저절로 깎여나가 마치 머리를 깎고 이레가 지난 사문과 똑같았다.

그때 세존께서는 그 강가에 있는 니구류(尼拘類7) 나무 밑에서 부처가 되신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 1천 제자를 거느리게 되었는데, 그들은 다 나이가 많고 덕망 높은 장로(長老)들이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세 가지 일로 그들을 교화하셨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즉 신족(神足)의 교화ㆍ말[言敎]의 교화ㆍ훈계[訓誨]의 교화를 이르는 말이다.

어떤 것이 신족의 교화인가? 그때 세존께서는 혹은 여러 몸으로 나뉘었다가 다시 합해져서 하나가 되기도 하고, 혹은 나타나지 않기도 하며, 혹은 나타나서 석벽(石壁)을 통과하여 아무 걸림이 없기도 하였다. 혹은 땅에서 솟아 나왔다가 땅으로 들어가기도 했는데, 마치 흐르는 물이 막힘이 없는 것과 같았고, 혹은 가부좌하고 허공에 앉아 있는 모습이 마치 새가 아무 걸림 없이 허공을 날아다니는 것과 같았으며, 또한 큰 화산(火山)에서 한량없이 많은 연기가 나는 것과도 같았다.
또 큰 신력이 한량없이 많아서 해와 달을 손으로 잡으며, 몸이 곧 범천(梵天)에까지 올라가는 등 세존께서는 이와 같은 신족을 나타내셨다.

어떤 것이 말의 교화인가? 그때 세존께서는 여러 비구들을 가르치시되 ‘이것은 버리고 저것은 간직해두어라, 이것은 가까이하고 저것은 멀리 하여라. 이것은 생각하고 저것은 버려라, 이것은 보고 저것은 보지 말아라’라고 가르치셨다.
또 어떤 것은 닦고 어떤 것은 닦지 않아야 하는가?
‘마땅히 7각의(覺意)는 닦아야 하고, 3결(結)은 없애야 한다.’
어떤 것은 관찰해야 하고 어떤 것은 관찰하지 않아야 하는가?‘마땅히 3결(結)과 사문(沙門)의 착한 행은 관찰해야 하는 것이니, 이른바 나고 죽음을 벗어나는 방법의 즐거움ㆍ분노함이 없는 즐거움ㆍ성냄이 없는 즐거움이 그것이다.’
어떤 것을 관찰하지 않아야 하는가?
‘사문의 세 가지 괴로움은 관찰하지 않아야 한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탐욕을 관찰하고 분함을 관찰하며 성냄을 관찰하는 것이다.
어떤 것을 생각해야 하고 어떤 것을 생각하지 않아야 하는가?
마땅히 괴로움에 대한 진리ㆍ괴로움의 발생에 대한 진리ㆍ괴로움의 소멸에 대한 진리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한 진리는 생각해야 하고, 삿된 진리는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즉 영원히 존재하는 것이라는 소견과 영원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소견, 끝이 있다는 소견과 끝이 없다는 소견, 그리고 저것은 목숨이다, 저것은 몸이다, 저것은 목숨도 아니고 몸도 아니라는 것과 여래도 목숨이 끝난다, 목숨이 끝나지 않는다, 끝이 있기도 하고 끝이 없기도 하다, 끝이 있는 것도 아니요 끝이 없는 것도 아니다’라는 이런 것들은 다 생각하지 않아야 하는 것들이다.

어떤 것을 훈계의 교화라고 하는가?
‘또 마땅히 이렇게 떠나가야 하고 이렇게 떠나가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와야 하고 이렇게 오지 말아야 한다. 잠자코 있거나 이렇게 말해야 한다. 이런 옷은 입고 이런 옷은 입지 말아야 한다. 마땅히 이와 같이 마을로 들어가야 하고 이와 같이 마을로 들어가지 말아야 한다.’
이와 같은 것을 훈계의 교화라고 말한다.

그때 세존께서는 이 세 가지 일을 가지고 1천 비구를 교화하셨다. 이때 그 비구들은 부처님의 교화를 받고 나서 1천 비구 모두가 다 아라한이 되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그 1천 비구가 모두 아라한이 된 것을 보셨다. 그때 염부리(閻浮里) 경내에 1천 아라한과 다섯 비구가 있었고, 부처님께서는 여섯 번째로 스승이 되어 가비라위(迦毗羅衛)를 향해 돌아 앉으셨다.

그때 우비가섭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세존께서는 왜 가비라위를 바라보면서 앉아 계실까?’
그는 곧 앞으로 나아가 꿇어앉아 세존께 아뢰었다.
“알지 못할 일입니다. 세존께서는 왜 가비라위를 향해 돌아앉으셨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여래는 세간에 있으면서 마땅히 다섯 가지 일을 행해야 한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인가? 첫째는 법륜(法輪)을 굴리는 것이요, 둘째는 아버지를 위해 설법하는 것이며, 셋째는 어머니를 위해 설법하는 것이요, 넷째는 범부(凡夫)를 인도해 보살행(菩薩行)을 하도록 하는 것이며, 다섯째는 보살에게 기별(記莂)을 주는 것이다.
가섭아, 이것을 일러 여래께서 세간에 출현하여 마땅히 행해야 할 다섯 가지 일이라고 하는 것이니라.”

이때 우비가섭은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여래께서는 짐짓 친족(親族)이 있는 본국[本邦]을 생각하기 때문에 그쪽을 향해 앉으신 것이리라.’

그때 다섯 비구들은 니련강 가로 와서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존자 우다야(優陀耶)는 멀리 세존께서 가비라위를 향해 앉아 계신 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세존께서는 틀림없이 가비라위로 가시어 여러 친척들을 만나고 싶어하시는구나.’
그때 우다야는 곧 앞으로 나아가 꿇어앉아 세존께 아뢰었다.
“제가 지금 여쭐 말씀이 있습니다. 세존께서 허락하여 주소서.”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묻고 싶은 일이 있으면 어서 물어보아라.”

우다야가 세존께 아뢰었다.
“여래의 생각을 살펴보오니 세존께서는 아마도 가비라위로 마음이 향해 있는 듯하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네 말과 같다. 우다야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너는 먼저 백정왕(白淨王)8)에게 가거라. 내가 바로 뒤에 따라가리라. 왜냐하면 찰리(刹利) 종족을 먼저 사자(使者)로 보내어 알리고 나서 나 여래(如來)가 가야 하기 때문이다. 너는 왕에게 가서 ‘이레 뒤에 여래가 와서 왕을 뵈올 것이라’고 말하여라.”

우다야가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이때 우다야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여민 뒤에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리고, 세존의 앞에서 사라지고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 길로 가비라위의 진정왕(眞淨王)의 처소를 찾아가서 백정왕의 앞에 섰다.

그때 진정왕은 대전(大殿) 위에서 여러 채녀(婇女)들과 함께 앉아 있었다. 그때 우다야는 허공을 날고 있었다. 진정왕은 우다야가 손에 발우와 지팡이를 들고 앞에 서 있는 것을 보고는 곧 두려워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이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사람인가, 사람이 아닌가? 하늘인가, 귀신인가? 야차인가, 나찰[閱叉]인가? 용인가, 귀신인가?”

진정왕이 우다야에게 물었다.
“너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다시 다음 게송으로 우다야에게 말하였다.
하늘인가, 귀신인가?
혹은 건답화(乾沓惒:乾闥婆)인가?
네 이름은 무엇인가?
나는 당장 알고 싶구나.

그러자 우다야가 다시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저는 하늘도 아니요
또한 건답화도 아닙니다.
저는 이 대왕의 나라인
가비국(伽毗國)에 사는 사람입니다.

옛날에 18억(億)이나 되는
폐마(弊魔) 파순(波旬)의 무리를 무너뜨리신 분
그는 저의 스승 석가모니(釋迦文)이시고
저는 그분의 진정한 제자입니다.

그러자 진정왕도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그 누가 18억이나 되는
폐마 파순의 무리를 부수었느냐?
누구의 이름이 석가모니기에
너는 지금 찬탄하여 말하느냐?

이때 우다야가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여래가 처음 세상에 태어나셨을 때
천지(天地)가 두루 크게 진동하였다.
그 서원(誓願) 이제 다 이루었기에
지금은 실달(悉達)이라 이름하였네.

그는 18억이나 되는
폐마 파순의 무리를 항복 받았으니
그 이름은 석가모니라 하시며
그는 이제 불도(佛道)를 이루셨네.

그 사람은 석씨의 사자(師子)이시고
나는 구담(瞿曇)의 제자로서
오늘 사문(沙門)이 되었는데
내 본래 이름은 우다야라 합니다.

이때 진정왕은 이 말을 듣고 곧 기쁜 마음을 품고 어쩔 줄을 모르면서 우다야에게 말하였다.
“어떠냐? 우다야여, 실달 태자는 지금도 그대로 계시느냐?”

우다야가 대답하였다.
“석가모니부처님은 현재 살아 계십니다.”

그때 왕이 물었다.
“이제 부처가 되었느냐?”

우다야가 대답하였다.
“이제는 벌써 부처가 되었습니다.”

왕이 또 물었다.
“지금 여래는 어디 계시느냐?”

우다야가 대답하였다.
“여래는 지금 마갈국(摩竭國) 경계 안에 있는 니구류 나무 밑에 계십니다.”

그러자 왕이 대답하였다.
“그를 따르는 제자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우다야가 대답하였다.
“수억의 여러 하늘들과 1천 비구들과 사천왕(四天王)들이 항상 그의 곁에 있습니다.”

그때 왕이 물었다.
“그가 입은 옷은 어떤 옷이냐?”

우다야가 대답하였다.
“여래께서 입으신 옷은 가사(袈裟)라고 부릅니다.”

그러자 왕이 물었다.
“어떤 음식을 드시느냐?”

우다야가 대답하였다.
“여래의 몸은 법을 음식으로 삼습니다.”

왕이 다시 물었다.
“어떠냐? 우다야여, 여래를 뵈올 수 있겠느냐?”

우다야가 대답하였다.
“왕은 시름하거나 답답해하지 마십시오. 이레 뒤에는 여래께서 이 성(城)으로 들어오실 것입니다.”

그때 왕은 매우 기뻐서 어쩔 줄 모르면서 손수 음식을 주어 우다이를 공양하였다.

그때 왕은 큰 북을 울려 그 나라 백성들에게 칙명을 내려, 길을 편편하게 닦고 더러운 것들을 다 치우고 향수(香水)를 땅에 뿌리며, 비단으로 만든 번기와 일산을 달고 광대로 하여금 풍류를 울리게 하는 등 이루 헤아릴 수가 없었다. 다시 나라에 명령을 내려 ‘모든 귀머거리ㆍ장님ㆍ벙어리들은 한 사람도 나타나지 못하게 하라. 지금부터 이레 뒤에는 실달(悉達)이 이 성으로 들어오실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때 진정왕은 부처님이 장차 성에 들어오실 것이라는 말을 듣고 이레 동안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그때 세존께서 이레가 지나자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신통력[神足力]으로 가비라위에 가는 것이 좋겠다.’
그때 세존께서 곧 모든 비구들에게 앞뒤로 빙 둘러싸여 가비라위로 가셨다. 그곳에 이르러 곧 성 북쪽에 있는 살로원(薩盧園)으로 가셨다.

그때 진정왕은 실달께서 가비라위의 북쪽에 있는 살로원에 도착하셨다는 말을 듣고, 여러 석씨(釋氏)들을 데리고 세존께서 계시는 곳으로 갔다.

이때 세존께서 다시 이렇게 생각하셨다.
‘만일 진정왕께서 직접 여기에 오시게 한 것은 나의 처신이 옳지 못하다. 내가 지금 가서 만나 뵈리라. 왜냐하면 부모님의 은혜(恩惠)는 막중하고 나를 기르신 정(情)은 매우 깊기 때문이다.’
이때 세존께서는 모든 비구들을 데리고 성문(城門)으로 나아가 땅에서 일곱 길쯤 떨어진 허공 위를 날고 있었다.

그때 진정왕은 세존께서 단정하기 비길 데 없어 세상에 아주 드물고 모든 감각기관[根]은 고요하여 아무 잡념(雜念)이 없으며, 몸에는 32상과 80종호로 그 몸을 장엄하신 것을 보고 기쁜 마음이 생겨, 곧 머리를 조아려 그의 발에 예를 올리고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찰리의 왕종(王種)으로 이름을 진정왕이라고 합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 누리는 수명(壽命)을 무궁하게 하시오. 그러므로 대왕은 마땅히 바른 법으로 다스려 교화하고 삿된 법[邪法]을 쓰지 마십시오. 대왕이시여,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바른 법으로 다스려 교화하는 사람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천상(天上)처럼 좋은 곳에 태어나십니다.”

이때 세존께서 곧 공중을 걸어서 진정왕의 궁중으로 갔다. 그곳에 이르러 자리에 앉으셨다.

그때 왕은 세존이 좌정(坐定)하신 것을 보고 손수 온갖 맛있는 음식들을 담아 골고루 돌렸다. 세존께서 공양을 마치시는 것을 보고는 깨끗한 물을 돌리고, 다시 조그만 자리를 하나 가지고 와서 앉아 설법을 들었다.

그때 세존께서 진정왕을 위해 묘(妙)한 이치를 차례대로 설명하셨다. 여기에서 논한 논은 보시론[施論]ㆍ계율론[戒論]ㆍ천상(天上)에 태어나는 일에 대한 논(論)이었고, 탐욕은 더러운 행이므로 그것을 벗어나는 것이 즐거움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때 세존께서 왕(王)의 마음이 열리고 마음에 이해가 생긴 것을 보시고 여러 불세존(佛世尊)께서 항상 설하셨던 법인, 괴로움[苦]ㆍ괴로움의 발생[集]ㆍ괴로움의 소멸[盡]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道]을 모두 왕에게 설명하셨다.

진정왕은 곧 그 자리에서 모든 번뇌[塵垢]가 없어지고 법안(法眼)이 깨끗하게 되었다.

세존께서는 왕을 위해 설법하시기를 마친 다음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가셨다.

그때 진정왕은 널리 석씨의 무리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말하였다.
“모든 사문들의 얼굴이 매우 추(醜)하다. 그런데 찰리의 종족으로서 여러 범지들을 거느리고 있는 것이 마땅치 않다. 찰리 석씨의 종족으로서 또 찰리 종족을 거느리는 것이 묘한 일이로다.”

여러 석씨들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대왕이여. 대왕의 가르침과 같이 찰리 종족이라면 도로 찰리의 무리들을 거느리는 것이 참으로 묘한 일입니다.”

그때 왕은 나라에 명(命)을 내렸다.
“형제가 두 사람이면 한 사람은 반드시 도를 닦아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꼭 중(重)한 벌을 줄 것이다.”

그때 모든 석씨들은 ‘형제가 두 사람이면 반드시 한 사람은 도를 닦아야 한다. 만일 이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중한 벌을 주리라’라고 하는 영(令)을 들었다. 그때 석씨(釋氏) 종족인 제바달두(提婆達兜)가 석씨 종족인 아난(阿難)에게 말하였다.
“진정왕께서 오늘 칙명을 내리시기를 ‘형제가 두 사람이면 반드시 한 사람은 도를 닦아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니 너는 이제 출가하여 도를 배워라. 나는 집에서 살림을 돌보리라.”
그러자 아난은 기뻐 뛰면서 대답하였다.
“형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그때 석씨 종족인 난타(難陀)가 석씨 종족인 아나율(阿那律)에게 말하였다.
“진정왕께서 칙명을 내리시기를 ‘형제가 두 사람이면 꼭 한 사람은 도를 닦아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반드시 중한 벌을 받으리라’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니 너는 출가하여라. 나는 마땅히 집에서 살림을 도우리라.”
이때 석씨 아나율은 이 말을 듣고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모르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형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그때 진정왕은 석씨 종족인 곡정(斛淨)9)ㆍ석씨 종족 숙정(叔淨)10)ㆍ석씨 종족 감로(甘露)11)를 데리고 세존이 계신 곳으로 갔다. 그때 네 마리 말이 끄는 수레를 탔는데, 첫 번째는 흰 수리에 흰 일산과 흰 말에 멍에를 메웠고, 두 번째는 푸른 수레에 푸른 일산과 푸른 말에 멍에를 메웠으며, 세 번째는 누런 수레에 누런 일산과 누런 말에 멍에를 메웠고, 네 번째는 붉은 수레에 붉은 일산과 붉은 말에 멍에를 메웠다. 이때 모든 석씨들도 어떤 이는 코끼리를 타기도 하고 어떤 이는 말을 타고서 모두들 모여들었다.

이때 세존께서는 멀리 진정왕이 여러 석씨들을 거느리고 오는 것을 보시고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이 석씨 대중들과 진정왕의 대중들을 보아라.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저 삼십삼천(三十三天)이 공원으로 나갈 때에도 또한 이 법처럼 하여 조금도 다름이 없었느니라.”

그때 아난은 크고 하얀 코끼리를 탔는데, 하얀 옷에 흰 일산이었다. 세존께서는 그를 보시고 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저 석씨 아난이 탄 흰 코끼리와 흰 옷이 보이느냐?”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예, 보았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저 사람은 장차 출가하여 도를 배워 제일 많이 듣는 것으로써 제일인자가 될 것이요, 항상 내 곁에서 나를 모시게 될 것이다. 또 너희들은 이 아나율을 보았는가?”

모든 비구들이 말하였다.
“예, 보았습니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저 사람은 장차 출가하여 도를 배워 천안(天眼)으로 제일 가는 이가 될 것이다.”

이때 진정왕과 그의 형제 네 사람과 난타와 아난은 모두 다섯 가지 장식[五好]1)을 버리고 걸어서 세존의 앞으로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진정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어젯밤에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찰리 종족으로서 범지들을 거느리는 것은 옳지 못하다. 찰리의 무리를 거느리는 것이 옳다.’
그래서 나는 곧 나라에 영을 내려 ‘형제 두 사람이 있으면 반드시 한 사람은 출가하여 도를 배우게 하라’고 하였습니다. 바라건대 세존께서는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한 일입니다. 대왕이시여, 대왕께서는 천상(天上)과 인간(人間)에 많이 이익을 주어 편안함을 얻게 하셨습니다. 왜냐하면 선지식(善知識)은 좋은 복밭[福田]이 되기 때문입니다. 나도 선지식을 인연하여 남ㆍ늙음ㆍ병듦ㆍ죽음에서 벗어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때 모든 석씨의 무리들은 곧 도를 닦게 되었다.

이때 진정왕이 세존께 아뢰었다.
“오직 바라건대 세존께서 우다야를 가르치셨던 것처럼 이 새로운 비구들을 잘 가르쳐 주십시오. 왜냐하면 이 우다야 비구는 대단한 신통력(神通力)이 있기 때문입니다. 원컨대 우다야 비구가 항상 궁중에 있으면서 교화(敎化)하여 중생들로 하여금 오랜 세월 동안 평안함을 얻을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왜냐하면 이 비구에게는 큰 신통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처음 우다야 비구를 보았을 때에 곧 기쁜 마음이 생겨서 나는 곧 생각하기를 ‘제자인데도 저런 신통력이 있는데 하물며 그 스승이신 여래에게 어찌 이보다 더한 신통력이 없겠는가?’라고 하였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렇습니다, 대왕이시여. 대왕의 말씀과 같습니다. 이 우다야 비구는 대단한 신통력과 큰 위덕(威德)이 있습니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제자들 중에 지식이 많고 국왕(國王)의 사랑을 받기로 첫째가는 이는 바로 아야구린(阿若拘鄰) 비구이고, 능히 사람에게 권유하고 교화시키기로 첫째가는 이는 바로 우다야(優陀耶) 비구이며, 민첩성과 지혜를 겸하기로 첫째가는 이는 바로 마하남(摩訶男)이고, 항상 날아다니기를 좋아하기로 첫째가는 이는 바로 수바휴(須婆休) 비구이며, 공중(空中)을 왕래(往來)하기로 첫째가는 이는 바로 바파(婆波) 비구이고, 제자가 많기로 첫째가는 이는 바로 우비가섭(優毗迦葉) 비구이며, 공(空)을 관하기로 첫째가는 이는 바로 강가섭(江迦葉) 비구이고, 지관(止觀)으로 첫째가는 이는 바로 상가섭(象迦葉) 비구이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진정왕을 위해 미묘(微妙)한 법을 자세히 설명하셨다.
그러자 왕은 그 법을 듣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리고 물러갔다.

그때 모든 비구들과 진정왕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주석
2 팔리어로는 vibhīṭaka라고 한다. 또는 비륵득가(毗勒得迦)라고 한다. 인도의 과자 이름이며, 그 형상은 복숭아처럼 생겼고, 맛은 매우 달며, 이것을 먹으면 나병(癩病)이 치료된다고 한다.
3 팔리어로는 anotatta라고 한다. 또는 아나반답다(阿那般答多)ㆍ아나파달다(阿那婆達多)ㆍ아나발달다(阿那跋達多)라고 음역하고, 아뇩달(阿耨達)ㆍ아나달(阿那達)은 무열뇌(無熱惱)ㆍ청량(淸凉)이라고 번역한다. 염부제의 4대하(大河)인 긍가ㆍ신도ㆍ박추ㆍ사다의 근원이라고 하au, 설산 북쪽, 향취산의 남쪽에 있다. 혹은 히말라야산 중의 항하강 수원(水原)을 가리키기도 하며, 서장의 모나사루완호라고도 하지만 미상이다.
4 팔리어로는 Nadī-kassapa라고 하며, 나제가섭(那提迦葉)이라고도 한다. 3가섭의 한 사람으로서 우루빈나가섭(優樓頻那迦葉)의 동생이며, 가야가섭(伽耶迦葉)의 형이다.
5 팔리어로는 Gayā-kassapa라고 하며, 또는 가야가섭(伽耶迦葉)이라고 하기도 하고, 번역하여 상가섭(象迦葉)이라고 한다. 3가섭의 한 사람으로서 맨 막내이다.
6 팔리어로는 Nigrodha라고 한다. 또는 니구타(尼拘陀)라고도 하는데, 보리수나무[榕樹]를 이르는 말이다.
7 팔리어로는 Suddhodana라고 하며, 또는 진정왕(眞淨王)ㆍ정반왕(淨飯王)이라고도 하는데, 석가(釋迦) 세존의 아버님이며, 그 당시 가비라위성(迦毗羅衛城)의 성주로 있었다.
8 팔리어로는 Dhotodana라고 한다. 이는 곧 곡반왕(斛飯王)이며, 세존의 숙부(叔父)이고, 진정왕(眞淨王)의 아우이다.
9 팔리어로는 Sukkodana라고 한다. 이는 곧 백반왕(白飯王)이며, 세존의 숙부이고, 진정왕(眞淨王)의 아우이다.
10 팔리어로는 Amitodana라고 한다. 이는 곧 감로반왕(甘露飯王)이며, 세존의 숙부이고, 진정왕(眞淨王)의 아우이다.
11 또는 5위용(威容)ㆍ5의식(儀式)이라고도 하며, 국왕의 다섯 가지 장식을 말한다. 『중아함경』 제11권 62번째 소경인 빈바라왕영불경(頻婆羅王迎佛經)에 의하면, 첫째 검(劍), 둘째 일산[蓋], 셋째 천관(天冠, 넷째 주병불(珠柄拂), 다섯째 엄식사(嚴飾屣)라고 하였고,『증일아함경』 제13권 제23 지주품(地主品) 첫 번째 소경에 의하면, 첫째 일산, 둘째 천관, 셋째 검, 넷째 이사(履屣), 다섯째 금불(金拂)이라고 하였다.
1 또는 8재계(齋戒ㆍ8계재(戒齋)ㆍ8계(戒)라고 쓰기도 한다. 속가에 있는 사람이 하루 밤 하루 낮 동안 지키는 계율. 중생을 죽이지 말라, 훔치지 말라, 음행하지 말라, 거짓말하지 말라, 술 먹지 말라, 꽃다발을 쓰거나 향 바르고 노래하고 풍류를 연주하거나 가서 구경하지 말라, 높고 넓은 평상에 앉지 말라, 때 아닐 때 먹지 말라는 8가지인데, 이 중 여덟 번째는 재(齋)이고 나머지는 계(戒)이다.

증일아함경 제16권

동진 계빈 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김월운 번역

24. 고당품③

[ 6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15일까지의 사이에 세 개의 재법(齋法)이 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8일ㆍ14일ㆍ15일이 그것이다.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런 때가 있다. 즉 8일의 재일에는 사천왕(四天王)이 그의 여러 신하들을 보내 세상을 두루 살펴보게 한다.
‘누가 선(善)한 일을 하고 누가 악(惡)한 짓을 하는가? 어떤 중생이 부모에게 효도하고 사문(沙門)ㆍ바라문(婆羅門)ㆍ어른[尊長]들에게 공경하는가? 어떤 중생이 보시(布施)하기를 좋아하고 계(戒)를 닦고 인욕(忍辱)ㆍ정진(精進ㆍ삼매(三昧)를 닦으며, 경전의 뜻을 연설하고 8관재(關齋)2)를 지키는가?’ 하고 자세히 분별하게 한다.
만일 어떤 중생이던지 부모ㆍ사문ㆍ바라문과 모든 어른에게 효도하고 순종하지 않으면 그 신하들은 사천왕에게 보고한다.
‘지금 저 세간(世間)에는 부모ㆍ사문ㆍ도사(道士)에게 효도하고 순종하는 이는 하나도 없고, 4등심(等心)3)으로써 중생들을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는 중생이 아무도 없습니다.’
사천왕은 그 말을 듣고 나서는 곧 근심하고 걱정하며 슬퍼한다. 사천왕은 곧 도리천(忉利天)으로 올라가서 선법강당(善法講堂)에 모여, 그런 사실을 제석천왕(帝釋天王)에게 자세히 갖추어 아뢴다.
‘천제(天帝)시여, 마땅히 아셔야만 합니다. 지금 저 세간에는 부모ㆍ사문ㆍ바라문과 어른들에게 효도하고 순종하는 중생이 아무도 없다고 합니다.’
그때 삼십삼천(三十三天)은 그 말을 듣고 나서 모두들 근심하고 걱정하며 슬퍼한다. 왜냐하면 모든 하늘의 무리들은 줄어들고, 아수륜(阿須倫:阿修羅)의 무리들만 늘어나기 때문이다.

또 이런 때도 있다. 만일 세간에 부모ㆍ사문ㆍ바라문과 모든 어른들에게 효도하고 순종하고 8관재를 가지며, 덕(德)을 닦아 깨끗해지고 털끝만큼도 금계(禁戒)를 범하지 않는 중생이 있으면, 그 사자(使者)는 기뻐 뛰면서 어찌할 줄을 모르면서 사천왕에게 아뢴다.
‘지금 저 세상에는 많은 중생들이 부모ㆍ사문ㆍ바라문, 그리고 모든 어른들에게 효도하고 순종한다고 합니다.’
천왕들은 그 말을 듣고는 매우 기뻐하면서 곧바로 석제환인(釋帝桓因)의 처소로 달려가서 그 사실을 자세하게 갖추어 아뢴다.
‘천제시여, 꼭 아셔야만 합니다. 지금 저 세간에는 많은 중생들이 부모ㆍ사문ㆍ바라문과 그리고 여러 어른들에게 효도하고 순종한다고 합니다.’
제석(帝釋)과 삼십삼천은 모두 기뻐하며 어찌할 줄을 몰랐다. 왜냐하면 하늘의 무리는 더욱 늘어나고 아수륜의 무리가 자꾸 줄어들며 지옥의 고문은 저절로 쉬어져 고통이 없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14일의 재일 때에는 사천왕이 그 태자(太子)를 내려 보내 온 천하를 골고루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의 선행(善行)과 악행(惡行)을 살펴보게 한다.
‘어떤 중생들이 부처님을 믿고 법을 믿으며 비구승(比丘僧)을 믿는지, 부모ㆍ사문ㆍ바라문과 그리고 어른들에게 효도하고 순종하는지, 보시를 좋아하고 8관재를 가지며 6정(情)4)을 막고 다섯 가지 욕망[五欲]5)을 방제(防除)하는가?’
이런 것들을 관찰하여 만일 중생들이 바른 법을 닦지 않고 부모ㆍ사문ㆍ바라문에게 효도하고 순종하지 않으면, 그때 태자는 사천왕에게 달려가서 사천왕에게 보고한다. 사천왕은 그 말을 듣고 나서 근심하고 걱정하고 슬퍼하면서 석제환인에게 가서 그 사실을 자세히 갖추어 보고한다.
‘대왕이시여, 마땅히 아셔야만 합니다. 지금 저 세간에는 부모ㆍ사문ㆍ바라문과 모든 어른들에게 효도하고 순종하는 중생들이 한 사람도 없습니다.’
그때 제석천왕과 삼십삼천은 모두들 근심하고 걱정하며 슬퍼한다. 왜냐하면 하늘의 무리는 자꾸 줄어들고 아수륜의 무리가 점점 늘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만일 중생들이 부모ㆍ사문ㆍ바라문과 모든 어른들에게 효도하고 순종하며 8관재를 잘 가지면, 그 태자는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모르면서 곧 사천왕에게 가서 보고를 드린다.
‘대왕이시여, 마땅히 아셔야만 합니다. 지금 저 세간에는 부모ㆍ사문ㆍ바라문과 모든 어른들에게 효도하고 순종하는 이가 많다고 합니다.’
사천왕은 그 말을 듣고 나서 매우 기뻐 뛰며 어쩔 줄을 모르면서 곧 제석의 처소를 찾아가서 그 사실을 자세히 갖추어 보고한다.
‘대왕이시여, 마땅히 아셔야만 합니다. 지금 저 세간에는 부모ㆍ사문ㆍ바라문과 모든 어른들에게 효도하고 순종하며, 삼보(三寶)에 귀의하고 자애로운 마음으로 충고하며, 성실하여 속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때 천제(天帝)와 사천왕, 그리고 삼십삼천은 모두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모른다. 왜냐하면 하늘의 무리들은 자꾸 늘어나고 아수륜의 무리는 점점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비구들아, 꼭 알아야 한다. 15일 날 계율을 해설할 때에는 사천왕이 몸소 내려와서 천하를 두루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을 살펴본다.
‘어떤 중생이 부모ㆍ사문ㆍ바라문과 모든 어른들에게 효도하고 순종하는가, 보시하기를 좋아하고 8관재와 여래(如來)의 재법(齋法)을 잘 가지는가?’
그리하여 만일 중생들이 부모ㆍ사문ㆍ바라문과 모든 어른들에게 효도하고 순종하지 않으면 사천왕은 곧 근심하고 걱정하고 슬퍼하면서 제석천왕에게 가서 그 사실을 자세히 갖추어 보고한다.
‘대왕이시여, 마땅히 아셔야만 합니다. 지금 저 세간에는 부모ㆍ사문ㆍ바라문과 모든 어른들에게 효도하고 순종하는 중생들이 한 사람도 없습니다.’
그때 제석천왕과 삼십삼천은 모두들 근심하고 걱정하며 슬퍼한다. 왜냐하면 하늘의 무리는 자꾸 줄어들고 아수륜의 무리만 점점 늘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또 만일 중생들이 부모ㆍ사문ㆍ바라문과 모든 어른들에게 효도하고 순종하며 8관재를 잘 가지면, 사천왕은 기뻐 뛰며 어쩔 줄 모르면서 곧 제석의 처소로 달려가서 그 사실을 자세히 갖추어 보고 드린다.
‘대왕이시여, 마땅히 아셔야만 합니다. 지금 저 세간에는 부모ㆍ사문ㆍ바라문과 모든 어른들에게 효도하고 순종하는 이가 많습니다.’
그때 석제환인과 사천왕, 그리고 삼십삼천은 모두들 매우 기뻐 뛰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왜냐하면 하늘의 무리들은 자꾸만 늘어나고 아수륜의 무리들은 점점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니라.”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15일 날 8관재법은 어떻게 가져야 하느냐?”

이때 모든 비구들이 세존께 아뢰었다.
“여래께서는 바로 모든 법(法)의 왕(王)이시고, 모든 법의 인(印:증명)이십니다. 바라건대 세존께서는 마땅히 저희 모든 비구들을 위해 그 이치를 설명하여 주십시오. 저희 모든 비구들은 그것을 듣고 받들어 행하겠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었다가 잘 생각해 보도록 하라. 나는 꼭 너희들을 위해 자세히 분별하여 해설해 주리라. 비구들아, 만약 선남자와 선여인이 매월 8일6)과 14일과 15일에 계(戒)를 해설하고 재(齋)를 가질 때에 사부대중들에게 가거든 이렇게 말하라.
‘나는 오늘 재일(齋日)에 8관재법을 가지고 싶습니다. 오직 바라건대 존자들은 나를 위해 설명해보시오.’
그때 사부대중들은 마땅히 너희들을 위해 8관재법을 설명할 것이다.
그들은 먼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선남자여, 지금 네 성명(姓名)을 말해 보아라.’

너희가 자기의 이름을 말하면 그 다음에 8관재법에 대하여 설명하겠다. 그때 교수(敎授)되는 사람은 마땅히 그 사람을 시켜서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 말하게 할 것이다.
‘나는 이제 여래의 재법을 받들어 가지겠습니다. 나는 내일 아침에 청정한 계를 닦아 모든 나쁜 법을 제거해 버리겠습니다. 몸이 짓는 나쁜 행(行)ㆍ입이 짓는 나쁜 말ㆍ뜻이 짓는 나쁜 생각[念], 즉 몸이 짓는 세 가지와 입으로 짓는 네 가지와 뜻이 짓는 세 가지의 모든 나쁜 짓을 이미 지었고 또 장차 지을 것입니다.
혹 탐욕(貪欲) 때문에 짓는 것, 혹은 성냄 때문에 짓는 것, 혹은 어리석음 때문에 짓는 것, 혹은 호족(豪族)이라는 이유 때문에 짓는 것, 혹은 나쁜 벗 때문에 짓는 것, 혹은 현재 세상의 몸과 다음 세상의 몸과 무수(無數)한 몸으로 혹 부처님을 모르고 법을 모르며, 혹은 비구승과 싸우고, 부모와 스승을 죽였을 것입니다. 나는 이제 스스로 숨기지 않고 모두 드러내어 참회합니다. 계와 법을 의지하여 계행(戒行)을 성취하기 위하여, 여래의 8관재법을 받겠습니다.’

어떤 것이 8관재법인가? 진인(眞人:阿羅漢)처럼 마음을 가져, 이 목숨을 마칠 때까지 죽이지 않고 또한 해칠 생각을 가지지 않으며, 중생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다.
‘나 아무개는 내일 아침까지 재를 가져, 죽이지 않고 해칠 생각을 하지 않으며 일체 중생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겠습니다.’

또 진인처럼 삿된 생각이 없이 목숨을 마칠 때까지 도둑질하지 않고 보시(布施)하기를 좋아하는 것이다.
‘나 아무개는 목숨을 마칠 때까지 도둑질을 하지 않기 위하여, 지금부터 내일 아침까지 재를 지니겠습니다.’

또 진인처럼 마음을 가져 ‘나는 목숨을 마칠 때까지 음일(淫佚)하지 않고 삿된 생각이 없이 항상 범행(梵行)을 닦아 몸이 향기롭고 깨끗하게 할 것이며, 오늘은 음행하지 않는 계율을 가져 또한 내 아내도 생각하지 않고 남의 여자는 더더욱 생각하지 않겠으며, 내일 아침까지 범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또 아라한처럼 목숨을 마칠 때까지 거짓말을 하지 않고 항상 지극히 정성스러워 남을 속이지 않으며, 지금부터 내일까지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지금부터 다시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또 아라한처럼 술을 마시지 않아서 마음이 어지럽지 않으며, 부처님의 금계(禁戒)를 지켜 범하지 않는 것이다.
‘나도 장차 그와 같이 오늘부터 내일 아침까지 술을 마시지 않고,부처님의 금계를 가져 범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또 아라한처럼 목숨을 마칠 때까지 재법(齋法)을 부수지 않고, 항상 때를 맞추어 음식을 먹되, 조금 먹어도 만족할 줄을 알아 맛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나도 역시 그와 같이 목숨을 마칠 때까지 재법을 무너뜨리지 않고, 항상 때를 맞추어 음식을 먹되, 적게 먹어도 만족할 줄을 알며, 맛에 집착하지 않고 오늘부터 내일 아침까지 잘 지키겠습니다.’

또 아라한처럼 높고 넓은 평상에 앉지 않는 것이다. 높고 넓은 평상이라고 말하는 것은, 금(金)ㆍ은(銀)ㆍ상아(象牙)로 만든 평상ㆍ뿔로 만든 평상ㆍ부처님의 자리ㆍ벽지불(辟支佛)의 자리ㆍ아라한(阿羅漢)의 자리ㆍ스승님의 자리를 이르는 말이니, 아라한은 이런 여덟 가지 자리에 앉지 않는다.
‘나도 그런 자리에 올라가 앉음으로써 그 자리를 침범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또 아라한처럼 향과 꽃과 연지[脂]와 분(粉)으로 장식하지 않는 것이다.

‘나도 그와 같이 이 목숨을 마칠 때까지 향과 꽃과 연지와 분으로 몸을 장식하지 않겠습니다.’
‘지금 나 아무개는 이런 여덟 가지 일을 여의고 8관재법을 받들어 가지리니, 그 공덕으로 부디 세 갈래 나쁜 세계에 떨어지지 않게 하시고, 이런 공덕으로 인하여 지옥(地獄)ㆍ아귀(餓鬼)ㆍ축생(畜生) 따위의 여덟 가지 어려움에 들지 않게 하소서. 또 항상 착한 벗[善知識]을 만나고 나쁜 벗[惡知識]을 따라 종사하지 않게 하며, 좋은 부모의 집에 태어나고 불법(佛法)이 없는 변두리 지방에 태어나지 않게 하며, 수명이 긴 천상(天上)에도 태어나지 않게 하고 남의 노비(奴婢)가 되지 않게 하며, 범천(梵天)도 되지 않고 제석천왕(帝釋天王)의 몸도 되지 않게 하며, 전륜성왕(轉輪聖王)도 되지 말게 해 주십시오.
그리하여 항상 부처님 앞에 태어나서 스스로 부처님을 뵙고 그 법을 들어 모든 감각기관이 어지럽지 않게 하고, 만일 내가 삼승(三乘)의 행(行)을 향해 서원(誓願)을 세우면 빨리 그 도과(道果)를 얻게 해 주십시오.’
이와 같이 원을 세우느니라.

비구들이여, 마땅히 알아야만 한다. 만일 어떤 우바새(優婆塞)나 우바이(優婆夷)로서 이 8관재법을 가지면, 그 선남자와 선여인은 장차 세 가지 길로 나아갈 것이다. 즉 인간 세계나 천상에 태어나거나, 혹은 반열반(般涅槃)할 것이니라.”

그때 세존께서 곧 다음 게송 말씀하셨다.
살생하지 말고 도둑질하지 말며
음행하지 말고 거짓말을 하지 말며
술을 피하고 향과 꽃을 멀리 하라.
맛에 집착해 재법을 범하는 이
노래하고 춤을 추며 창기(倡伎)가 된다.

아라한처럼 버리기를 배우고
이제 8관재를 가져서
밤낮으로 그것을 잊지 않으면
거기는 나고 죽는 고통 없으리.

다시는 돌아 나올 기약이 없으리니
사랑하는 이들과 모이지 말고
미워하는 이들과 만나지 말라.

원컨대 이 몸[五陰]의 괴로움과
온갖 병과 나고 죽는 고통 없애고
열반에 들어 모든 근심 없으리니
나는 이제 스스로 귀의하노라.

“그런 까닭에 비구들아,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이 8관재법을 지켜 모든 괴로움을 여의고 좋은 곳에 태어나고자 하는 사람이나, 온갖 번뇌[漏]를 없애고 열반(涅槃)에 들고자 하는 이는 마땅히 모든 방편(方便)을 구하여 8관재법을 성취(成就)하도록 노력하여라. 인간의 영화로운 자리는 족히 귀하다 할 것이 하나도 없지만, 천상의 즐거움[快樂]은 이루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이 위없는 복(福)을 얻으려고 하거든 마땅히 방편을 구해 이 재법(齋法)을 성취하도록 하라.

나는 이제 거듭 부탁하나니,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이 8관재법을 성취하여 사천왕천(四天王天)7)에 태어나기를 구하면 그는 곧 그 소원을 이룰 것이다. 왜냐하면 계를 가지는 사람은 다 그 소원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는 다음과 같은 이치를 말하는 것일 뿐이다.
‘인간의 영화로운 자리는 족히 귀하다고 할 것이 없다.’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이 8관재를 가지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천상과 같은 좋은 곳에 태어날 것이다. 즉 염천(艶天)에도 태어나고, 도술천(兜術天)ㆍ화자재천(化自在天)ㆍ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에도 태어나서 마침내 헛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계를 가지는 사람의 소원은 모두 다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모든 비구들아, 나는 이제 거듭 너희들에게 부탁(付託)하나니,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이 8관재법을 가지면 욕계천(欲界天)에 태어나고자 하는 이나 색계천(色界天)에 태어나고자 하는 이의 소원이 모두 이루어질 것이다. 왜냐하면 계를 가지는 이의 소원은 다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또 선남자와 선여인이 8관재법을 가지면 무색계천(無色界天)에 태어나고자 하더라도 또한 그 소원은 모두 이루어질 것이다.

비구들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이 8관재법을 가지면 네 가지 성(姓)8)의 집안에 태어나고자 하더라도 다 태어날 수 있을 것이요, 1방(方)의 천자 또는 2방ㆍ3방ㆍ4방의 천자가 되려고 해도 또한 그 소원을 다 이룰 수 있을 것이요, 전륜성왕이 되려고 하여도 그 소원을 모두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계를 가지는 이의 소원은 다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또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이 성문(聲聞)이 되고 연각(緣覺)이나 부처가 되려고 하여도 다 그 소원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지금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던 것도 다 계를 가졌기 때문이다. 5계와 10선행(善行)은 어떤 소원이든지 다 이룰 수 있다.
모든 비구들아, 만일 도(道)를 이루고자 하면, 마땅히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7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현재 세상에서 세 가지 일을 가지면 그런 선남자와 선여인은 한량없이 많은 복을 얻을 것이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현재 세상에서 믿음을 가지면 그런 선남자와 선여인은 한량없이 많은 복을 얻을 것이다. 만일 현재 세상에서 재물9)을 가지면 그런 선남자와 선여인은 한량없이 많은 복을 얻을 것이다. 만일 현재 세상에서 범행을 가지면 그런 선남자와 선여인은 한량없이 많은 복을 얻을 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현재 세상에서 세 가지 일을 가지면 한량없이 많은 복을 얻을 것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믿음ㆍ재물ㆍ범행은 얻기 어려운 것
계를 가지는 이만이 받아 가질 수 있다.
이 세 가지를 깨달아 알고 나서
지혜로운 사람은 수시로 보시 행한다.

그는 오랜 세월 동안 편안함을 얻고
모든 하늘들도 보호해 주나니
그는 거기에서 스스로 즐기면서
다섯 가지 욕락에 만족할 줄 모른다.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만약 선남자와 선여인이라면 마땅히 방편을 구해 이 세 가지 법을 성취해야 할 것이니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8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구심성(拘深城)10)의 구사라원(瞿師羅園)11) 동산에 계셨다.

그때 거기에는 구심(拘深)이라는 비구가 있었는데 그는 항상 싸우기를 좋아하여 온갖 악행(惡行)을 저지르고 얼굴을 맞닥뜨리고 말을 하며, 때로는 칼이나 몽둥이를 휘두르기도 하였다.
그때 세존께서 이른 아침에 그 비구의 처소에 가셔서 그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비구들은 부디 싸우지 말고 서로 시비(是非)하지 말라. 모든 비구들은 마땅히 서로 화합(和合)해야 한다. 한 스승을 섬기는 제자들로서 물과 젖처럼 그래야 하겠거늘 왜 그렇게 서로 싸우느냐?”

구심 비구가 세존께 아뢰었다.
“바라건대 세존께서는 그런 일에 대해서는 걱정하시지 마십시오. 저도 지금 그런 이치를 스스로 생각하고 지나온 일들에 대하여 저의 허물이 있음을 잘 알고 있나이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어떠냐? 너희들은 임금을 위해 도를 닦느냐, 아니면 그 누구를 두려워하여 도를 닦느냐, 그도 아니면 세상이 험하기 때문에 도를 닦느냐?”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어떠한가? 비구들아, 너희들은 나고 죽음을 여의고 싶어서 함이 없는 도[無爲道]를 구하여 그 도를 닦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5음(陰)으로 이루어진 몸은 진실로 영원히 보전하기가 어려우니라.”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의 말씀과 같이 저희 족성(族姓)의 집안 자제들이 출가하여 도를 닦는 까닭은 함이 없는 도를 구해 5음으로 이루어진 이 몸을 없애기 위해서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비구들아, 이제부터는 도를 닦으면서 서로 싸우지 말아야 한다. 주먹으로 서로 가격하지도 말고 얼굴을 맞닥뜨리고 시비하지도 말며, 서로 대하여 욕설도 하지 말라. 너희들은 마땅히 이런 행(行)을 성취하여 같은 스승에게서 똑같이 법을 배워야 한다. 또한 반드시 이 여섯 가지 법을 실천하고 몸과 입과 뜻으로도 이 행을 실천하고 온갖 범행(梵行)을 닦는 이를 공양해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그것은 저희들의 일입니다. 세존께서는 이 일에 대하여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때 세존께서 구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어떤가? 이 어리석은 사람들아, 너희들은 왜 여래의 말을 믿지 않느냐? 너희들은 이제 ‘여래께서는 이 일에 대하여 걱정하지 마십시오’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너희들은 스스로 그 삿된 소견의 과보를 받게 될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 그 비구에게 거듭 말씀하셨다.
“과거 아주 오랜 옛날에, 이 사위성(舍衛城)에 장수(長壽)라는 왕이 살고 있었다. 그는 총명하고 슬기로워 모르는 일이 없었고 더구나 칼 쓰는 솜씨가 매우 능숙했다. 그러나 보물이 모자라 창고를 채운 일이 한 번도 없었고, 재물은 점점 줄어들었으며, 네 가지 군사도 그리 많지 않았고, 대신들도 자꾸만 줄어들었다.
그때 바라내국(婆羅㮈國)에 범마달(梵摩達)이라는 왕이 있었다. 그 왕은 용맹스럽기 짝이 없었고 굳세고 건장하여 모두를 항복 받지 못한 이가 없었고, 돈과 재물, 그리고 7보가 창고에 가득했으며, 네 부류의 군사들도 또한 모자람이 없었으며, 대신들도 수없이 많았다.

그때 범마달왕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저 장수왕(長壽王)은 도와주는 신하들도 없고 재물도 모자라며 게다가 보물도 없다. 나는 이제 가서 그 나라를 공격하리라.’

그때 범마달왕은 곧 군사를 일으켜 그 나라를 공격했다.
그때 장수왕은 범마달왕이 군사를 일으켜 자기 나라를 공격해 온다는 말을 듣고 곧 계책을 세웠다.
‘나는 지금 비록 7보와 재물, 그리고 대신들과 네 가지 군사가 하나도 없고, 저 왕은 비록 온갖 군사들이 많지만, 나는 오늘 내 한 사람의 힘으로도 충분히 저 백천 군사들을 무너뜨리고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중생들을 다 죽일 수 있다. 그러나 한 세상의 영화를 위해 영원한 죄를 지을 수는 없다. 나는 차라리 지금 이 성을 내주고 다른 나라로 가서 살지언정 저들과 싸우지 않으리라.’

그때 장수왕은 대신들에게는 알리지 않고, 첫째 부인과 단 한 사람만을 데리고 사위성(舍衛城)을 나와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갔다.
그때 사위성 안에 있던 대신들은 장수왕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곧 범마달왕에게 사신[信使]을 보내 이렇게 말하라고 하였다.
‘원컨대 대왕은 우리나라로 오십시오. 지금 장수왕은 어디로 갔는지 그가 간 곳을 모르겠습니다.’
그러자 범마왕은 가시국(迦尸國)12)으로 가서 그 나라를 다스렸다.

그때 장수왕의 둘째 부인(夫人)은 아이를 배어 아이를 낳을 때가 되었다. 그때 부인은 꿈을 꾸었다.
그 꿈은 이러했다.
‘사위성에서 아이를 낳았다. 해가 뜰 때에 네 부류의 군사가 모두 손에 다섯 자쯤 되는 칼을 들고 빙 둘러싸고 있었는데, 혼자서 아이를 낳는데도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
이런 꿈을 꾸고 깨어나 그 사실을 장수왕에게 아뢰었다. 왕이 부인에게 말하였다.
‘우리는 지금 이렇게 깊은 산 속에 있소. 무슨 인연으로 저 사위성에서 아이를 낳겠소. 당신이 지금 아이를 낳고자 하면 사슴처럼 그렇게 낳을 것이오.’
부인이 말하였다.
‘만일 제가 그렇게 낳지 못하면 바로 죽고 말 것입니다.’
그때 장수왕은 이 말을 듣고 나서 곧 그날 밤에 옷을 갈아입고 아무도 거느리지 않고 혼자서 사위성으로 들어갔다.

그때 장수왕에게는 한 대신(大臣)이 있었는데, 그 이름은 선화(善華)라고 하였다. 그는 조그만 일이 있어서 성을 나오다가, 성으로 들어오는 장수왕을 보았다. 저 선화라는 대신은 왕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왕을 버려두고 가버렸다. 그는 한숨을 쉬고 눈물을 흘리면서 되돌아갔다. 그때 장수왕은 곧 그를 좇아가다가 아무도 없는 으슥한 곳에 이르러 말하였다.
‘제발 소문을 내지 말라.’
대신이 대답하였다.
‘예, 대왕님의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알 수 없는 일입니다만 대왕께서는 무슨 하교하실 말씀이 있으십니까?’
장수왕이 말하였다.
‘나의 옛 은혜를 기억하거든 곧 그것을 되돌려 갚아야 할 것이다.’

그때 신하가 대답하였다.
‘대왕이여, 무슨 분부이던 다 시키시면 제가 마땅히 그대로 하겠습니다.’
장수왕이 말하였다.
‘내 아내가 어젯밤 꿈에 이 성 안에서 아이를 낳았다. 그런데 네 부류의 군사들이 빙 둘러싸고 있었는데, 매우 단정한 한 사내아이를 낳았다고 한다. 만일 꿈대로 아이를 낳지 못하면 이레 안에 반드시 죽고 말 것이다.’
대신이 대답하였다.
‘제가 이제 왕의 명령대로 그 일을 감당할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고 나서 그는 떠나갔다.

그때 그 대신은 즉시 범마달왕에게로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이레 안으로 대왕의 군사들 중 상병(象兵)ㆍ마병(馬兵)ㆍ차병(車病)ㆍ보병(步兵)이 얼마나 되는지 보고 싶습니다.’
그러자 범마달왕이 곧 곁에 있는 신하들에게 명령하였다.
‘즉시 가장 뛰어난 군사들을 재촉하여 선화의 말대로 하라.’
그때 선화 대신은 이레 안에 곧 군사들을 모아 사위성에 배치해 놓았다. 이때 저 부인은 이레 안에 그 도시 안으로 왔다. 그때 선화 대신은 멀리서 부인이 오는 것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어지신 부인이여.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그때 그 부인은 네 부류의 군사들을 보고는 매우 기뻐하며 좌우 신하들에게 명(命)하여 큰 장막을 치게 하였다. 부인은 해가 뜰 때가 되어 한 사내아이를 낳았다. 그 아이는 단정하기가 세상에 보기 드물었다. 부인은 아기를 안고 산 속으로 돌아갔다. 장수왕은 멀리서 아기를 안고 오는 부인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저 아이의 수명(壽命)이 길게 해 주십시오.’
부인이 왕에게 아뢰었다.
‘바라건대 왕께서는 아기의 이름을 지어 주십시오.’
왕은 곧 그 아이의 이름을 장생(長生)이라고 지었다.

장생 태자의 나이 여덟 살 때에 부왕(父王) 장수는 조그만 일이 있어 사위성에 들어갔다.
그때 장수왕의 옛날 신하 겁비(劫比)는 성(城)으로 들어오는 장수왕을 만나자,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뚫어지게 보고 나서는, 곧 범마왕이 있는 곳으로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대왕은 너무 방일(放逸)하십니다. 지금 장수왕이 이 성에 와 있습니다.’
그러자 왕은 매우 성을 내면서 곧 좌우 신하들에 명하여 장수왕을 잡아오라고 하였다.

그때 측근 신하들은 겁비를 데리고 가서 동서(東西) 사방으로 찾아 나섰다. 그때 겁비는 멀리서 장수왕을 보고 곧 눈으로 가리키며 대신들에게 말하였다.
‘저 사람이 장수왕입니다.’
그들은 곧 그 앞에 나아가 장수왕을 잡아 범마왕이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가서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이 사람이 장수왕입니다.’
온 나라의 백성들은 모두 장수왕이 잡혔다는 말을 들어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때 그 부인도 장수왕이 범마왕에게 붙잡혔다는 말을 듣고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이제 살아서 무엇하겠는가? 차라리 대왕과 함께 목숨을 같이하리라.’
그때 부인은 그 태자를 데리고 사위성으로 들어가면서 부인은 태자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너는 이제 네 살길을 찾도록 해라.’
그러자 장생 태자는 그 말을 듣고 나서도 잠자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때 부인은 범마왕이 있는 곳으로 갔다. 왕은 멀리서 그 부인이 오는 것을 보고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몰랐다. 즉시 대신들에게 명하여 부인과 장수왕을 끌고 네거리에 가서 그들의 몸을 네 동강을 내라고 하였다.
그때 모든 대신들은 왕의 명령을 받고 장수왕과 그 부인의 몸을 뒤로 묶어 가지고 사위성을 돌면서 온 백성들로 하여금 모두 보게 하였다. 그때 백성들은 그것을 보고 누구나 마음이 아파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그때 장생 태자가 그 대중들 가운데 있다가 자기의 부모를 끌고 시장바닥을 돌아다니다가 끌고 가서 죽이려고 하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도 그는 얼굴빛이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그때 장수왕은 장생 태자를 돌아보면서 말하였다.
‘너는 남의 장점도 보지 말고 또 남의 단점도 보지 말라.’
그리고는 곧 이런 게송을 말하였다.
원한을 원한으로 갚으면 그치지 않나니
옛날부터 이런 법이 있어왔다.
원한을 없애면 원한을 이기나니
이 법은 영원히 변치 않는 법이다.

이때 대신들이 서로 말했다.
‘저 장수왕은 매우 어리석다. 장생 태자가 어떤 사람이기에 우리들의 앞에서 저 왕은 태자에게 이런 게송을 외우는 것일까?’
그때 장수왕은 모든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어리석지 않다. 다만 이 가운데서 지혜로운 사람만이 내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다. 여러분은 마땅히 알아야만 한다. 내 한 사람의 힘만으로도 이 백만(百萬) 무리들을 쳐부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그렇게 하면 이 중생들이 수없이 죽어갈 것이다. 내 한 몸 때문에 여러 세상 동안에 죄를 받을 수는 없다. 원한을 갚으면 원한은 끊이지 않는다. 이것은 옛날부터 있어온 법이다. 원한이 없으면 원한을 이길 수 있다. 이 법은 영원히 변치 않는 것이다.’

그때 그 모든 신하들은 장수왕과 그 부인을 네거리로 끌고 가서 그들의 몸을 네 동강을 내고, 그대로 버려 둔 채 제각기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장생 태자는 해질 무렵에 나무와 풀을 주워 모아 부모를 화장하고 떠나갔다.

그때 범마달왕은 높은 누각[樓] 위에 올라가 멀리서 어린아이가 장수왕과 그 부인을 화장하는 것을 보고 측근 신하들에게 명하였다.
‘저 애는 틀림없이 장수왕의 친척일 것이다. 너희들은 어서 가서 저 아이를 잡아오너라.’
그때 모든 신하들이 미처 그를 잡으러 가기 전에 그 아이는 벌써 달아났다.

장생 태자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저 범마왕은 우리 부모를 죽였고, 또 우리나라를 빼앗아 살고 있다. 내가 부모의 원수를 갚으리라.’
장생 태자는 곧 거문고를 잘 타는 스승에게 가서 말하였다.
‘나는 이제 거문고 타는 것을 배우고 싶습니다.’
거문고 타는 스승이 물었다.
‘지금 너의 성(姓)은 무엇이며, 부모는 어디에 있는가?’
아이가 대답하였다.
‘저에게는 부모가 없습니다. 저는 본래 이 사위성에 살았었는데, 우리 부모는 일찍 돌아가셨습니다.’
거문고 타는 스승이 말하였다.
‘거문고 타는 법을 배우고 싶으면 배우도록 해라.’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장생 태자는 곧 거문고 타는 기술과 노래 곡조를 배웠다. 장생 태자는 본래 총명(聰明)하여 채 며칠이 지나지 않아 거문고 타는 기술과 노래 곡조에 대하여 모르는 것이 없었다. 그때 장생 태자는 거문고를 안고 범마달왕의 처소에 있는 코끼리 외양간으로 가서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혼자 거문고를 타면서 또 청아한 노래를 불렀다.
그때 범마달왕은 높은 누각 위에서 거문고를 타면서 노래를 부르는 소리를 듣고 곁에 있는 신하에게 물었다.
‘저 아이는 어떤 사람이기에 코끼리 외양간에서 혼자서 거문고를 타고 노래를 부르면서 저렇게 놀고 있는가?’
신하가 대답하였다.
‘이 사위성에 사는 어떤 아이가 혼자서 거문고를 타면서 저렇게 노래를 부르며 놀고 있습니다.’
그때 왕이 시자(侍者)에게 말하였다.

‘너는 저 아이에게 명하여 여기 와서 놀게 하여라. 내가 저 아이의 노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때 그 시자는 곧 아이를 불러 왕이 있는 곳으로 오라고 하였다. 범마달왕이 아이에게 물었다.
‘네가 어제 밤에 저 코끼리의 외양간에서 거문고를 탔느냐?’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대왕이시여.’
범마달이 말하였다.
‘너는 지금 내 곁에서 거문고를 타면서 노래하고 춤을 추어보아라. 내가 너에게 의복과 음식을 대주리라.’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때 장생 태자는 범마달의 앞에서 거문고를 타면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다. 그 솜씨는 매우 절묘하였고 아름답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범마달왕은 거문고 타는 소리를 듣고 매우 기뻐하면서 장생 태자에게 말하였다.
‘이제부터 너는 나를 위해 내 보물창고를 지키도록 하여라.’
그러자 장생 태자는 왕의 분부를 받은 뒤로 한 번도 실수가 없었으며, 그는 항상 왕의 뜻을 따라 먼저 웃어 보이고 뒤에 말하되 늘 왕의 뜻을 먼저 알아차리곤 하였다.
그때 범마달왕이 다시 명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너는 사람됨이 매우 총명하다. 나는 다시 너에게 명한다. 너는 이 궁중 안의 일을 모두 책임지고 알아서 처리하라.’
그때 장생 태자는 궁중 안에 있으면서 거문고 타는 기술과 노래 부르는 법을 모든 기녀들에게 가르치고, 또 코끼리 타는 법과 말 타는 기술을 가르치는 등 무슨 일이든 모르는 것이 없었다.

그때 범마달은 공원 관사에 나가 서로 즐기면서 놀고 싶어서 장생을 명하여 보배 깃털로 만든 수레를 정비하라고 하였다.
그러자 장생 태자는 곧 왕의 분부를 받고 곧 깃털로 만든 수레를 준비하고, 금(金)과 은(銀)으로 만든 안장(鞍裝)과 굴레를 코끼리에게 씌워 수레를 장식하였다. 그는 왕에게 돌아와 아뢰었다.
‘수레 준비가 다 끝났습니다. 왕은 때를 아소서.’
범마달왕은 보배 깃털로 만든 수레를 타고 장생을 시켜 수레를 몰게 하고, 네 부류의 군대를 거느리고 갔다.

장생 태자가 수레를 몰고 앞서 가면서 늘 대중들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때 범마달왕이 장생 태자에게 물었다.
‘지금 군사들은 어디에 있는가?’
장생이 대답하였다.
‘신은 군사들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때 왕이 말하였다.
‘잠깐 멈추어라. 내가 지금 몹시 피로하여 조금 쉬고 싶다.’
그때 장생 태자는 곧 수레를 멈추고 왕을 쉬게 하였다. 그 당시는 군사들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때 범마달왕은 곧 장생 태자의 무릎을 베고 잠이 들었었다. 장생 태자는 왕이 잠든 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왕은 나의 큰 원수이다. 나의 부모를 죽였고 우리나라를 빼앗아 살고 있다. 지금 원수를 갚지 않으면 언제 그 원수를 갚을 수 있겠는가? 내가 이제 저 왕의 목숨을 끊어놓으리라.’
그렇게 생각한 그는 오른손으로 칼을 빼고 왼손으로 그 머리카락을 잡았다. 그러다가 다시 생각하였다.
‘아버지께서 임종하실 때에 나에게 타이르기를 〈장생아, 너는 꼭 알아야 한다. 남의 장점(長點)도 보지 말고 또 남의 단점(短點)도 보지 말라〉고 하시면서 다시 게송을 말씀하시지 않으셨던가?
원한을 원한으로 갚으면 그치지 않나니
옛날부터 이런 법이 있어왔다.
원한을 없애면 원한을 이기나니
이 법은 영원히 변치 않는 법이다.

내 이제 이 원수를 용서해야 하겠다.’
이와 같이 생각하고는 곧 칼을 도로 꽂았다. 이렇게 두 번 세 번 되풀이하다가 다시 생각하였다.
‘이 왕은 나의 큰 원수이다. 나의 부모를 죽였고 우리나라를 빼앗아 살고 있다. 지금 원수를 갚지 않으면 언제 그 원수를 갚을 수 있겠는가? 그렇다, 지금이야말로 내가 바로 이 원수의 목숨을 끊을 절호의 기회이다. 그래야만 원수를 갚는 것이 된다.’
그때 다시 부왕(父王)께서 당부하셨던 옛 기억이 떠올랐다.
‘너 장생아, 너는 부디 남의 장점도 보지 말고 남의 단점도 보지 말라.’
또 부왕의 이런 분부도 생각났다.
‘원한을 원한으로 갚으면 그치지 않는다. 옛날부터 이 법은 있어온 것이다. 원한을 없애면 원한을 이긴다. 이 법은 영원히 변치 않는 것이다.’
이렇게 당부하셨으니 나는 지금 이 원한을 버려야 하겠다. 그리고는 곧 칼을 도로 꽂았다.

그때 범마달왕은 장수왕의 아들 장생 태자가 자기를 잡아 죽이려고 하는 꿈을 꾸고 몹시 놀라 이내 잠에서 깨었다.
장생 태자가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무슨 일로 그렇게 놀라 깨셨습니까?’
범마달왕이 대답하였다.
‘좀 전에 내가 잠을 자고 있었는데 꿈에 장수왕의 아들 장생 태자가 칼을 빼어 나를 죽이려고 하였다. 그 때문에 놀라 깨었다.’

그러자 장생 태자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이 왕은 내가 장생 태자인 줄 이미 알고 있구나.’
그렇게 생각하고는 곧 오른손으로 칼을 빼고 왼손으로 그 머리카락을 잡고 왕에게 말하였다.
‘내가 바로 장수왕의 아들 장생 태자이다. 왕은 곧 나의 큰 원수이다. 내 부모를 죽이고 우리나라를 빼앗아 살고 있다. 지금 원수를 갚지 않으면 앞으로 언제 갚겠는가?’
그러자 범마달왕이 장생 태자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지금 내 목숨은 네 손 안에 있다. 부디 용서하여 내 목숨을 살려다오.’
장생이 대답하였다.
‘내가 왕을 용서하여 살려 줄 수는 있겠지만 왕은 내 목숨을 살려두지 않을 것이다.’
왕이 장생에게 말하였다.
‘제발 나를 살려 다오. 내가 결코 너를 죽이지 않을 것이다.’
그때 장생 태자와 왕은 서로 목숨을 살려 주고 끝내 서로 해치지 않기로 맹세하였다.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때 장생 태자는 왕을 살려 주었다.
그러자 범마달왕이 장생 태자에게 말하였다.
‘원하건대 태자야, 나와 함께 성으로 돌아가자. 어서 보배 깃털로 만들어진 수레를 준비하여 국내로 돌아가자.’
그러자 태자는 수레를 준비했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함께 보배 깃털로 만들어진 수레를 타고, 사위성으로 돌아왔다.

그때 범마달왕은 곧 여러 신하를 모아놓고 이렇게 말하였다.
‘만일 그대들이 장수왕의 아들을 본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그 중의 어떤 대신이 이렇게 대답하였다.
‘마땅히 수족(手足)을 끊어버리겠습니다.’
다른 한 대신은 이렇게 말하였다.
‘마땅히 그의 몸을 세 동강으로 내겠습니다.’
또 다른 한 대신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마땅히 잡아 죽이겠습니다.’
이때 장생 태자는 왕의 곁에 앉아서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고 장차 다가올 말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범마달왕은 직접 장생 태자를 붙잡고 여러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이 사람이 장수왕의 아들 장생 태자이다. 이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니 그대들은 다시는 그런 말을 하지 말라. 왜냐하면 장생 태자는 내 목숨을 살려 주었으므로 나도 또한 이 사람의 목숨을 살려 주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자 모든 신하들은 이 말을 듣고 일찍이 보지 못했던 일이라고 찬탄하였다.
‘이 왕과 태자는 참으로 기이한 일이며 매우 특이한 일이다. 능히 원수에 대해서 원수를 갚지 않는구나.’

그때 범마달왕이 장생에게 물었다.
‘너는 충분히 나를 죽일 수 있었는데, 왜 나를 놓아주고 죽이지 않았느냐?그 이유가 무엇인지 들어보고 싶다.’
장생이 대답하였다.
‘대왕이시여, 잘 들으십시오. 부왕(父王)께서 임종하실 때에 저에게 말하기를 〈너는 남의 장점도 보지 말고, 또 남의 단점도 보지 말라〉라고 하셨고, 또 〈원한을 원한으로 갚으면 그 원한은 쉬지 않는다. 이 법은 옛날부터 있어왔던 것이다. 원한을 없애면 원한을 이긴다. 이 법은 영원히 변치 않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때 많은 신하들은 그 태자의 부왕이 말했다는 말을 듣고 모두들 서로 수군거렸습니다.
〈이 왕의 말은 현혹하는 말이다. 장생이란 어떤 사람인가?〉
그러자 장수왕은 대답하였습니다.
〈그대들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 가운데 지혜로운 사람은 나의 이 말을 이해할 것이다.〉
이렇게 말씀하셨으므로 나는 아버지의 이 말씀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왕의 목숨을 살려준 것입니다.’
범마달왕은 이 말을 듣고 나서, 그가 한 일이 매우 기특하다 하고 일찍이 보지 못했던 일이라고 찬탄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능히 돌아가신 아버지의 명령을 지켜 잊어버리지 않았구나.’

그때 범마달왕이 태자에게 말하였다.
‘네가 지금 말한 이치를 나는 아직 이해하지 못하겠다. 이제 나를 위해 그 이치를 설명하여 나로 하여금 이해하게 하라.’
장생 태자가 대답하였다.
‘대왕이시여, 잘 들으십시오. 제가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범마달왕께서 장수왕을 잡아 죽였을 때에, 만일 장수왕에게 본래부터 아주 친한 신하들이 있었다면 그들은 다시 왕을 죽일 것입니다. 또 만일 범마달왕의 신하가 있다면 그들은 또 장수왕의 신하들을 죽일 것이니, 이것을 일러 원한과 원한은 마침내 끊어지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만일 원한을 끊어버리려면 오직 남에게 원한을 갚지 않는 것뿐입니다. 나는 지금 이런 이치를 관찰하였기 때문에 왕을 해치지 않은 것입니다.’
그때 범마달왕은 이 말을 듣고 나서 매우 기뻐 뛰면서 어쩔 줄 모르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이 왕태자는 매우 총명하여 충분히 그런 이치를 자세히 설명한다.’

그때 범마달왕은 곧 장생 태자를 향해 이렇게 참회(懺悔)하였다.
‘장수왕을 죽인 것은 내 죄이다.’
그리고는 천관(天冠)을 벗어서 장생에게 주어 쓰게 하고 다시 딸을 주어 아내로 삼게 하고는, 사위국과 그 나라 백성들을 모두 되돌려주어 장생으로 하여금 다스리게 하였다. 그리고 왕은 곧 바라내(波羅㮈)로 돌아가 그 나라를 다스렸다.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옛날의 모든 왕들에게는 이런 떳떳한 법이 있어서, 비록 나라를 두고 다투는 일이 있었어도 오히려 서로 참고 견디어 해치는 일이 없었다. 그런데 하물며 너희 비구들은 견고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면서,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은 마음을 버려야 하겠거늘, 이제 다시 서로 다투어 화순(和順)하지 않고 저마다 서로들 참을 줄을 모르며 참회하여 고치지 않는구나.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이런 이치를 보고 싸움이란 옳지 못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 동일한 스승의 제자요, 물과 젖과 똑같은 처지이다. 부디 서로 싸우지 말라.”

그때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싸움이 없고 다툼이 없이
자애로운 마음으로 중생들을 가엾이 여겨
일체 중생을 괴롭히지 않는 것을
모든 부처님께서 칭찬하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인욕(忍辱)을 수행하도록 하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구심(拘深) 비구가 세존께 아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그런 일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런 일은 저희들이 꼭 알아야 할 일입니다. 세존이시여, 비록 그렇게 말씀하시지만 그 일은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께서는 곧 그를 버려두고 발기국(跋耆國)으로 떠나가셨다.

그때 발기국에는 세 족성자(族姓子)가 있었으니, 아나율(阿那律)ㆍ난제(難提)ㆍ금비라(金毗羅)였다. 그 족성자들은 함께 규칙을 정하였다. 만일 어떤 사람이 걸식(乞食)하러 나가면 그 뒤에 남아 머물러있는 사람은 물을 뿌려 땅을 쓸고 깨끗하게 청소를 하는 등 무슨 일이든지 하나도 빠짐없이 하고, 밥을 얻어 오는 사람은 머물러 있던 사람들과 서로 나누어 먹되, 넉넉하면 좋겠지만 좀 모자라면 마음대로 가기로 하고, 만약 남은 것이 있으면 그릇에 담아 다른데 버리기로 하였다. 또 만일 맨 마지막에 밥을 빌어 오는 이가 있어 풍족하면 좋겠지만 좀 모자라면 그릇에 있는 밥을 가져다가 발우에 채워두자고 하였다.
그때 곧 물병을 가져다가 한 곳에 두기로 하고 또 날마다 집을 소제하기로 하였다. 다시 한적하고 고요한 곳에서는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고 생각을 매어 앞에 두고 묘한 법을 생각하자고 하였다. 그들은 또 끝내 서로 이야기하지 말고 각기 잠자코 있기로 하였다.

그때 존자 아나율이 탐욕(貪欲)은 깨끗하지 못한 것이라고 관찰하여, 생각이 기쁘고 편안하게 되어 첫 번째 선정에서 놀았다. 그때 난제와 금비라도 아나율이 마음속으로 생각했던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곧 탐욕은 깨끗하지 못한 것이라고 관찰하여, 생각이 기쁘고 편안하게 되어 첫 번째 선정에서 놀았다. 만일 또 존자 아나율이 두 번째 선정, 세 번째 선정, 네 번째 선정을 생각하면, 그때 존자 난제와 금비라도 두 번째 선정, 세 번째 선정, 네 번째 선정을 생각하였다.
또 만일 존자 아나율이 공처(空處)ㆍ식처(識處)ㆍ불용처(不用處)ㆍ유상무상처(有想無想處)를 생각하면, 존자(尊者) 난제도 공처ㆍ식처ㆍ불용처ㆍ유상무상처를 생각하였다. 만일 또 존자 아나율이 멸진정(滅盡定)1)을 생각하면, 존자 난제와 금비라도 멸진정을 생각하였다. 그들은 이와 같은 모든 법(法)들을 다 생각하였다.

그때 세존께서는 사자원(師子園)으로 가셨다. 그때 동산을 지키던 사람은 멀리서 세존이 오시는 것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사문(沙門)께서는 이 동산 안으로 들어오지 마시오. 왜냐하면 이 동산에는 세 족성자가 있소. 그들의 이름은 아나율ㆍ난제ㆍ금비라입니다. 부디 시끄럽게 굴지 마시오.”

그때 존자 아나율은 깨끗한 천안(天眼)과 청정한 천이통(天耳通)으로, 동산지기가 세존에게 그런 말을 하여 세존을 동산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을 들었다. 존자 아나율이 곧 밖으로 나아가서 문지기에게 말하였다.
“막지 말아라. 세존께서 지금 여기 오시고 계신다. 세존께서 오시는 것을 뵙고 싶다.”

그때 아나율이 곧 안으로 들어가 금비라에게 말하였다.
“빨리 나오시오. 세존께서 지금 문 밖에 와 계십니다.”
그러자 존자 세 사람은 곧 삼매(三昧)에서 일어나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의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서서 제각기 칭송하며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세존이시여.”
존자 아나율은 앞으로 나아가 세존의 발우를 받고, 존자 난제는 앞으로 나아가 자리를 펴고 존자 금비라는 물을 가져다 세존의 발을 씻어드렸다.

그때 세존께서 아나율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 세 사람은 이곳에 있으면서 서로 화합(和合)하여 다른 생각이 없고 걸식도 마음대로 잘 되느냐?”

아나율이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걸식하기는 그리 힘들지 않습니다. 왜냐 하오면, 만일 제가 첫 번째 선정을 생각하면 난제와 금비라도 첫 번째 선정을 생각하고, 만일 제가 두 번째ㆍ세 번째ㆍ네 번째 선정과, 공처ㆍ식처ㆍ불용처ㆍ유상무상처와 멸진삼매를 생각하면, 그때 난제와 금비라도 또한 첫 번째 선정ㆍ두 번째ㆍ세 번째ㆍ네 번째 선정과, 공처ㆍ식처ㆍ불용처ㆍ유상무상처와 멸진삼매를 생각합니다. 이와 같이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이런 법을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아나율아, 너희들은 혹 그때에도 또한 상인(上人)의 법을 얻느냐?”

아나율이 대답하였다.
“그러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다시 상인의 법을 얻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어떤 것이 상인의 법이냐?”

아나율이 대답하였다.
“이러한 묘한 법이 있는데 그게 바로 상인의 법입니다. 또 저희들은 자애로운 마음을 1방에 두루 채우고, 다시 2방ㆍ3방ㆍ4방ㆍ4유(維ㆍ상하까지도 또한 그렇게 하며,일체 중생 모두에게까지 자애로운 마음을 두루 채워 수없이 많고 한량없이 많으며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그리하여 스스로 유희(遊戱)하고 있습니다. 다시 가엾이 여기는 마음ㆍ기뻐하는 마음ㆍ보호하는 마음을 1방에 두루 채우고, 2방ㆍ3방ㆍ4방ㆍ4유ㆍ상하에까지도 그렇게 하며 스스로 유희하고 있습니다. 세존이시여, 이것을 일러 ‘저희들이 다시 상인의 법을 얻었다’라고 말합니다.”

그때 존자 난제와 금비라가 아나율에게 말하였다.
“우리들이 어느 날 그대에게 가서 그런 이치를 물었기에 지금 세존의 앞에서 스스로 그렇게 말하십니까?”

아나율이 말하였다.
“그대들은 예전에 나에게 와서 그 이치를 물은 일이 없다. 다만 모든 하늘이 나에게 와서 그 이치를 말하였다. 그런 까닭에 나는 세존의 앞에서 그 이치를 말하였을 뿐이다. 다만 나는 오랜 세월 동안 그대들의 마음을 알고 있다. 그런데 그대들도 그 삼매를 얻었기 때문에 세존의 앞에서 이렇게 말하였을 뿐이다.”

이 법을 말할 때에 장수(長壽) 대장(大將)이 세존께 찾아와서 머리를 조아려 그의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장수 대장이 세존께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오늘 이 사람들을 위해 설법하셨습니까?”

이때 세존께서는 지금까지 있었던 사실들을 장수 대장에게 자세하게 말씀하셨다.

그때 대장이 세존께 아뢰었다.
“이 발기국은 통쾌하게도 큰 이익을 얻었습니다. 그것은 이 아나율ㆍ난제ㆍ금비라, 세 족성자가 스스로 놀면서 교화하기 때문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대장이여. 네 말과 같다. 발기국은 대단한 이익을 얻었다. 발기국은 고사하고 마갈타(摩竭陀)도 유쾌하게 좋은 이익을 얻었다. 그것은 곧 이 세 족성자가 있기 때문이다. 만일 마갈타 대국(大國)의 백성들로서 이 세 족성자를 잘 기억한다면 언제나 편안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대장이여, 마땅히 알아야 한다. 만일 현(縣)ㆍ읍(邑)ㆍ성곽(城郭) 안에 이 세 족성자가 있으면 그 성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오랜 세월 동안 편안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세 족성자가 태어난 집도 큰 이익을 얻을 것이요, 나아가서는 이 거룩한 사람을 낳은 부모들이나 다섯 친척들까지도 만약 이 세 사람을 기억하면 역시 큰 이익을 얻을 것이다. 또 하늘ㆍ용ㆍ귀신들도 이 세 족성자를 기억하면 아주 큰 이익을 얻을 것이다. 만일 어떤 사람이 아라한을 찬탄하여 말하면 그것은 또 이 세 사람을 찬탄하는 것이고, 만일 어떤 사람이 탐욕이 없고 어리석음이 없으며 성냄이 없는 사람을 찬탄하면 그 또한 이 세 사람을 찬탄하는 것이며, 만일 어떤 사람이 복밭[福田]을 찬탄하면 그 또한 이 세 사람을 찬탄하는 것이다.
나는 3아승기겁(阿僧祇劫) 동안 부지런히 애써 위없는 도[無上道]를 성취하여, 이 세 사람으로 하여금 이 법을 이루게 한 것이다. 그런 까닭에 대장이여, 마땅히 이 세 족성자에 대하여 기뻐하는 마음을 내어야 한다. 대장이여,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대장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9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3결사(結使:번뇌)가 있어서 중생들을 얽어매어 이 언덕에서 저 언덕으로 건너가지 못하게 한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몸에 대한 그릇된 소견[身見]과 계율에 대한 그릇된 소견[戒禁取見]과 의심[疑]을 일컫는 말이니라.

저 어떤 것을 몸에 대한 그릇된 번뇌[邪結]라고 하는가? 몸이 곧 나라고 헤아려 나라는 생각을 내고, 중생(衆生)이라는 생각을 가져 명(命)이 있고, 수(壽)가 있으며, 사람이 있고 사부(士夫)가 있으며, 인연이 있고 집착함이 있다고 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을 일러 몸에 대한 그릇된 소견의 결박이라고 하느니라.

저 어떤 것을 의심의 번뇌[疑結]라고 하는가?‘나라고 하는 것이 있는가, 나라고 하는 것이 없는가?생(生)이 있는가, 생이 없는가? 나라고 하는 것ㆍ남이라고 하는 것ㆍ수명이라고 하는 것이 있는가, 나라고 하는 것ㆍ남이라고 하는 것ㆍ수명이라고 하는 것이 없는가? 부모라고 하는 것이 있는가, 부모라고 하는 것이 없는가? 금생(今生)과 후생(後生)이 있는가, 금생과 후생이 없는가? 사문(沙門)과 바라문(婆羅門)이 있는가, 사문과 바라문이 없는가? 세상에 아라한이 있는가, 세상에 아라한이 없는가? 증득한 이가 있는가, 증득한 이가 없는가?’라고 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니, 이것을 일러 의심의 번뇌라고 하느니라.

저 어떤 것을 계(戒)에 대한 그릇된 소견이라고 하는가? 말하자면 ‘나는 장차 이 계를 지킴으로써 큰 족성의 집안에 태어나고, 장자(長者)의 집안에 태어나며, 바라문의 집안에 태어나고, 혹은 천상(天上)이나 여러 신(神)의 세계에 태어날 것이다’라고 하는 것이니, 이것을 일러 계에 대한 그릇된 소견이라고 하느니라.

비구들아, 이것이 이른바 ‘3결사(結使)가 있어서 중생들을 얽어매어 이 언덕에서 저 언덕으로 건너가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니라.
비유하면 마치 두 마리 소가 한 멍에 속에서 끝내 서로 떨어지지 못하는 것처럼, 이 중생들도 다 그와 같아서 3결사에 얽매어 이 언덕에서 저 언덕으로 건너가지 못하느니라.

어떤 것이 이 언덕이며, 어떤 것이 저 언덕인가? 이 언덕이라고 말하는 것은, 몸에 대한 그릇된 소견이 바로 그것이요, 저 언덕이라고 말하는 것은 몸에 대한 그릇된 소견이 사라져 없어진 것을 말한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3결(結)이 중생을 얽어매어 이 언덕에서 저 언덕으로 건너가지 못하게 한다’고 하는 것이니라.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방편을 구해 이 3결을 없애도록 해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10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 가지 삼매(三昧)가 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공삼매(空三昧)ㆍ무원삼매(無願三昧ㆍ무상삼매(無想三昧:無相三昧)이다.

어떤 것을 공삼매라고 하는가? 공(空)이라고 말하는 것은, 모든 법은 다 공허(空虛)한 것이라고 관(觀)하는 것이니, 이것을 일러 공삼매라고 말한다.
어떤 것을 무상삼매라고 하는가? 무상이라고 말하는 것은, 모든 법에서 상이라는 생각이 없으며 또한 그렇게 볼만한 것도 없다고 관하는 것이니, 이것을 일러 무상삼매라고 말한다.

어떤 것을 무원삼매라고 하는가? 무원이라고 말하는 것은, 모든 법에서 구하기를 원하지 않는 것이니, 이것을 일러 무원삼매라고 말한다.

이와 같이 비구들아, 만일 이 세 가지 삼매를 얻지 못하면, 오래도록 나고 죽음에 있으면서 스스로 깨닫지 못할 것이다. 이와 같아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방편을 구해 이 세 가지 삼매를 얻어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당기[幢]ㆍ비사(毗舍)ㆍ법왕(法王)과
구묵(瞿黙)과 신통의 교화[神足化]와
재계(齋戒)ㆍ현재전(現在前)과
장수(長壽)ㆍ결(結)ㆍ삼매(三昧)에 대해 설하셨다.

주석
2 4무량심(無量心)이라고도 하며, 자애로운 마음[慈]ㆍ불쌍히 여기는 마음[悲]ㆍ기뻐하는 마음[喜]ㆍ평정한 마음[捨]을 말한다.
3 눈[眼]ㆍ귀[耳]ㆍ코[鼻]ㆍ혀[舌]ㆍ몸[身]ㆍ뜻[意]을 말한다. 구역(舊譯)에서는 6정(情)이라고 하였고, 신역(新譯)에서는 6근(根)이라고 하였는데, 근(根)에는 정식(情識)이 있기 때문에 정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4 빛깔[色]ㆍ소리[聲]ㆍ향기[香]ㆍ맛[味]ㆍ감촉[觸]의 다섯 경계에 더러워져서 생겨나는 다섯 가지 정욕(情欲)을 말한다.
5 고려대장경에는 8일이 없다. 신수대장경 각주에 의하면,“송(宋)ㆍ원(元)ㆍ명(明) 3본에는 8일 14일 15일로 되어 있다”고 하므로 역자가 보입하여 번역하였다.
6 고려대장경 원문에는 천(天)자가 없다. 다만 신수대장경 각주에 의하면 “송(宋)ㆍ원(元)ㆍ명(明 3본에는 왕(王)자 아래 천(天)자가 더 있다”고 하므로 이에 의거하여 ‘천’자를 붙여 넣었다.
7 첫째 바라문(婆羅門)이니 또는 범지(梵志)라고 하기도 하며, 번역하여 정행(淨行)이라고 한다. 승려(僧侶)나 학자(學者)의 계급(階級)으로 4성 중 최상위(最上位)이다. 둘째 찰제리(刹帝利)이니 또는 찰리(刹利)라고 하기도 하고, 번역하여 전주(田主)라고 한다. 국왕(國王)이나 무사(武士)의 계급이다. 셋째 폐사(吠舍)이니 또는 폐사(吠舍)라고 하기도 하고, 번역하여 상고(商賈)라고 하며, 평민 계급이다. 넷째 수다라(首陀羅)이니 또는 전다라(旃陀羅)라고 하기도 하며, 번역하여 농인(農人)이라고 하는데, 노예(奴隸)의 계급이다.
8 이 소경과 상응하는 Aṇguttara Nikāya, 3. 41. sammukhi에서는 믿음saddhā, 보시물deyyadhamma, 공양 받을 만한 사람(dakkhiṇeyya,福田)의 세 가지를 들고 있다. 이 내용에 비춰 볼 때, 여기에서 말하는 재물은 보시물을 말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9 팔리어로는 Kosambī라고 한다. 또는 교상미(憍賞彌) 혹은 구섬미(拘睒彌)라고도 하며, 번역하여 부정(不靜)이라고 한다. 고대 인도 16대국 중의 하나이다.
10 팔리어로는 Ghositārāma라고 한다. 번역하여 미음정사(美音精舍)라고도 하는데, 이는 구사라 장자가 석존(釋尊)께 보시한 원림(園林)이다.
11 팔리어로는 Kāsī라고 한다. 또는 가이(迦夷)라고도 하고, 번역하여 광유체(光有體)ㆍ노위(蘆葦)라고 한다. 중인도(中印度)에 위치하고 있으며, 고대(古代) 인도 16대국의 하나이다.
12 범어 nirodha-samāpatta의 번역. 멸수상정(滅受相定)이라고도 하고, 멸진삼매(滅盡三昧)라고도 한다. 심(心)과 심소(心所)를 모두 단절한 선정으로서 무상정(無想定)과 더불어 이무심정(二無心定)의 하나로 말한다.
1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3권 73번째 소경인 「중담경(重擔經」이 있다.

증일아함경 제17권

동진 계빈 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김월운 번역

25. 사제품(四諦品)

[ 1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마땅히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四聖諦]를 닦고 실천해야 한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첫째는 괴로움에 대한 진리이니, 그 이치는 다할 수 없는 것이어서 생각으로도 다할 수 없고 말로도 다할 수 없다. 둘째는 괴로움의 발생에 대한 진리이니, 그 이치는 다할 수 없는 것이어서 말로는 이루 다할 수 없다. 셋째는 괴로움의 소멸에 대한 진리이니, 그 이치는 다할 수 없는 것이어서 생각으로도 다할 수 없고 말로도 다할 수 없다. 넷째는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한 진리이니, 그 이치는 다할 수 없어서 생각으로도 다할 수 없고 말로도 다할 수 없느니라.

어떤 것이 괴로움의 진리인가? 이른바 괴로움에 대한 진리란, 나는 괴로움[生苦]ㆍ늙는 괴로움[老苦]ㆍ병듦의 괴로움[病苦]ㆍ죽는 괴로움[死苦]과ㆍ근심ㆍ슬픔ㆍ번민의 괴로움[憂悲惱苦]과 미워하는 이와 만나는 괴로움[怨憎會苦]ㆍ사랑하는 이와 이별하는 괴로움[恩愛別苦], 구하고자 하나 얻지 못하는 괴로움[求不得苦]이니, 통틀어 말하면 5음성고(陰盛苦)라고 한다. 이것을 괴로움에 대한 진리라고 하느니라.

어떤 것이 괴로움의 발생에 대한 진리인가? 이른바 괴로움의 발생에 대한 진리라는 것은 애(愛)와 욕(欲)이 서로 호응하여 마음이 항상 더러워지고 집착하는 것이니, 이것을 괴로움의 발생에 대한 진리라고 하느니라.

어떤 것이 괴로움의 소멸에 대한 진리인가? 이른바 괴로움의 소멸에 대한 진리라는 것은 저 애욕이 아주 다 없어져서 남은 것이 없고 다시는 새로 일어나지 않는 것이니, 이것을 괴로움의 소멸에 대한 진리라고 하느니라.

어떤 것이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한 진리인가? 이른바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한 진리라는 것은, 곧 현성의 8품도(品道)이니, 말하자면 바른 소견[正見]ㆍ바른 다스림[正治]ㆍ바른 말[正語]ㆍ바른 행[正行]ㆍ바른 생활[正命]ㆍ바른 방편[正方便]ㆍ바른 생각[正念]ㆍ바른 삼매[正三昧]이다. 이것을 일러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방법에 대한 진리라고 하느니라.

비구들아, 이와 같이 이 네 가지 진리는 진실한 것이어서 허망하지 않으며, 세존께서 말씀하신 것이기 때문에 진리라고 한다. 모든 중생인, 두 발 달린 중생ㆍ세 발 달린 중생ㆍ네 발 달린 중생ㆍ욕계(欲界ㆍ색계(色界)ㆍ무색계(無色界)ㆍ생각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세계의 온갖 중생들 중에서 여래(如來)가 최상(最上)이신 데, 그분이 곧 이 네 가지 진리를 성취하셨기 때문에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라고 하느니라.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을 깨달아 알지 못하면 언제나 나고 죽음 속에 있으면서 다섯 갈래 세계[五道]를 윤전(輪轉)하게 된다. 이제 나는 이 네 가지 진리를 얻었기 때문에 이 언덕에서부터 저 언덕에 이르고 이 이치를 성취하여 나고 죽는 근본을 끊음으로 인하여, 다시는 후생에 몸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사실 그대로 알았느니라.”

그때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이제 이 네 가지 진리의 법을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면
나고 죽는 속에서 윤회하면서
끝내 거기에서 해탈하지 못한다.

만일 이제 이 네 가지 진리를
이미 밝게 깨달아 환히 알면
나고 죽는 뿌리를 끊음으로써
다시는 후생에 몸을 받지 않으리.

“만일 사부대중들이 이 진리를 얻지 못하고 깨달아 알지 못하면 곧 다섯 갈래 세계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방편을 써서 이 네 가지 진리를 성취하도록 해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2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이러한 네 가지 법이 있어 사람들을 많이 유익하게 한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첫 번째 법은 선지식(善知識)을 친근(親近)히 하는 것이요, 두 번째 법은 법을 듣는 것[聞法]이며, 세 번째 법은 법을 아는 것[知法]이요, 네 번째 법은 법마다 그 현상을 밝히는 것[法法相明]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네 가지 법이 있어 사람들을 많이 유익하게 한다’고 하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방편을 구해 이 네 가지 법을 성취하도록 해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3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실 때에는 곧 일찍이 없었던 네 가지 법이 세상에 나타난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이 중생들은 대부분 집착이 많다. 만일 이들에게 집착하지 않는 법을 설명하면, 또한 그들은 법을 받들어 가져 생각하고 수행하면서 마음이 거기에서 멀리 떠나지 않는다. 만약 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실 때에는 일찍이 없었던 네 가지 법이 세상에 나타나나니, 이것을 일러 ‘첫 번째의 일찍이 없었던 법이 세상에 나타난다’고 하는 것이니라.

또 아난(阿難)아, 중생들은 윤회하며, 항상 다섯 갈래 세계에 머물고 있다. 만일 그들을 위해 법을 설명하면, 그들은 법을 받들어 가져서 마음이 거기에서 멀리 떠나지 않는다. 만약 여래가 세상에 출현하실 때에는 이 두 번째의 일찍이 없었던 법이 세상에 나타나느니라.

또 아난아, 이 중생들은 항상 교만함을 품어 마음에서 버리지 않는다. 만일 그들을 위해 법을 설명하면 그들은 또 법을 받들어 가져 마음이 거기에서 멀리 떠나지 않는다. 그러나 아난아, 이 중생들이 항상 교만함을 품어 잠깐도 버리지 않을 때, 만일 그들을 위해 법을 설하고 또 설하면 그들은 법을 받들어 가진다. 이것을 일러 ‘세 번째의 일찍이 없었던 법이 세상에 나타난다’고 하는 것이니라.
또 아난아, 이 중생들은 무명(無明)에 덮여있다. 만일 또 그들을 위해 유명(有明)의 법을 설하고 또 설하면, 그때 그들은 법을 받들어 가져 잃어버리지 않는다. 그리고 또 아난아, 이 유명과 무명의 법을 설명할 때에는 그들은 마음이 부드러워져서 항상 기쁜 마음으로 수행(修行)한다. 아난아, 이것을 일러 ‘여래가 세상에 출현할 때에는 곧 이 네 가지 일찍이 없었던 법이 세상에 나타난다’고 하는 것이니라.
만일 다살아갈(多薩阿竭:如來)이 세상에 출현하실 때에는 곧 이 네 가지 일찍이 없었던 법이 세상에 나타난다. 그런 까닭에 아난아, 마땅히 여래에 대해 기뻐하는 마음을 내도록 해야 하느니라. 아난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아난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4 ]2)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무거운 짐[擔]에 대하여 설명하고, 또 그 짐을 진 사람에 대하여 설명하며, 또 짐의 인연에 대하여 설명하고 또 짐을 버리는 것에 대하여 설명하리라. 너희 비구들은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은 다음 잘 생각하고 기억하도록 하라. 내가 지금 설명해 주리라.”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들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저 어떤 것을 짐이라고 하는가? 5성음(盛陰)을 이르는 말이다. 어떤 것을 5성음이라고 하는가? 말하자면 색음(色陰)ㆍ통음(痛陰:受陰)ㆍ상음(想陰)ㆍ행음(行陰)ㆍ식음(識陰)이니, 이것을 짐이라고 하느니라.

어떤 것을 짐을 진 사람이라고 하는가? 짐을 진 사람이라고 하는 것은 사람의 몸이 바로 그것이다. 즉 ‘자(字)는 아무개이고 이름은 아무개이며, 이와 같이 태어났고 이와 같은 음식을 먹으며, 이와 같은 괴로움과 즐거움을 받고, 그리고 어떤 수명(壽命)을 받았다’ 하는 것이니, 이것을 일러 짐을 진 사람이라고 하느니라.

저 어떤 것을 짐의 인연이라고 하는가? 짐의 인연이라고 하는 것은 애착(愛着)하는 인연이 바로 그것이니, 그것은 탐욕과 어울려 마음이 거기에서 멀리 떠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을 일러 짐의 인연이라고 하느니라.

저 어떤 것을 짐을 버리는 것이라고 하는가? 짐을 버린다는 말은 애욕(愛欲)을 아주 없애버려서 남음이 없게 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미 다 제거해 없애고 이미 다 토해 버린 것을 말한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짐을 버린다고 하는 것이니라.

비구들아, 나는 이제 이미 이와 같이 짐을 말하였고 짐의 인연을 이미 말하였으며, 짐을 진 사람에 대하여 이미 말하였고 짐을 버리는 것에 대하여 이미 말하였다. 그리고 모든 여래들께서 행하셨던 일을 나는 이제 다 마쳤다. 그러므로 만약 나무 밑이나 텅 비어 아무도 없는 곳이나 드러난 데에서 항상 좌선(坐禪)하기를 생각하고 방일(放逸)하게 행동하지 말라.”

그때 세존께서 곧 이 게송을 말씀하셨다.
마땅히 무거운 짐 버리기를 생각하고
다시는 새로운 짐을 만들지 말라.
짐이란 곧 세간의 병(病)이니
짐을 버리는 것이 제일 즐거우니라.

그리고 또한 애욕의 결박 끊고
법답지 않은 모든 행을 버려라.
그것들을 모두 버리고 여의면
다시는 후생에 몸을 받지 않으리.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방편을 구해 무거운 짐을 버리고 여의도록 하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5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네 가지 생(生)이 있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이른바 난생(卵生)ㆍ태생(胎生ㆍ습생(濕生)ㆍ화생(化生)이 그것이니라.

어떤 것을 난생이라고 하는가? 이른바 난생이란, 닭ㆍ참새ㆍ까마귀ㆍ까치ㆍ공작(孔雀)ㆍ뱀ㆍ물고기[魚]ㆍ개미 따위의 종류가 모두 난생이다. 이것을 일러 난생이라고 한다.

어떤 것을 태생이라고 하는가? 이른바 사람ㆍ축생(畜生), 그리고 두 발 달린 곤충이니, 이것을 일러 태생이라고 하느니라.

어떤 것을 습생이라고 하는가? 이른바 썩은 고기 속에 생긴 벌레와 뒷간 속에 있는 벌레, 그리고 송장 속에 생긴 벌레 따위이니, 이와 같은 것을 다 습생이라고 하느니라.

어떤 것을 화생이라고 하는가? 이른바 모든 하늘ㆍ큰 지옥ㆍ아귀(餓鬼)ㆍ사람 같은 것ㆍ축생 같은 것 따위이니, 이것을 일러 화생이라고 한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네 가지 생이라고 말하느니라.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방편을 구해 이 네 가지 생을 버리고 네 가지 진리의 법을 성취해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6 ]3)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존자(尊者 사리불(舍利弗)과 존자 목건련(目揵連)은 왕사성(王舍城) 가란타죽원(迦蘭陀竹園)에 있었다.

그때 사리불이 모든 비구(比丘)들에게 말하였다.
“세간(世間)에는 다음과 같은 네 종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어떤 것이 그 네 종류인가? 이른바 첫 번째 사람은 번뇌[結]를 따르지만, 그러나 마음에 번뇌가 있는 줄을 알지 못하며, 혹 어떤 사람은 번뇌를 따르지만,그러나 마음에 번뇌가 있는 줄 사실 그대로 안다. 혹 어떤 사람은 번뇌를 따르지 않지만,마음에 번뇌가 없는 줄 사실 그대로를 알지 못하며, 혹 어떤 사람은 번뇌를 따르지 않지만, 그러나 마음에 번뇌가 없는 줄 사실 그대로를 압니다.

여러분, 마땅히 알아야 합니다. 그 첫 번째 사람은 번뇌를 따르지만, 그러나 마음에 번뇌가 있는 줄을 알지 못하니, 그 사람은 저 번뇌가 있는 두 사람 중에서도 가장 못난 사람이다. 그러나 저 두 번째 사람은 번뇌를 따르면서 마음에 번뇌가 있는 줄 사실 그대로 아는 사람이니, 그 사람은 매우 훌륭한 사람입니다.
저 세 번째 사람은 번뇌를 따르지 않지만, 마음에 번뇌가 없는 줄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이니, 그런 사람은 저 번뇌가 없는 두 사람 중에서 가장 못난 사람입니다. 그러나 저 네 번째 사람은 번뇌를 따르지 않으면서 마음에 번뇌가 없는 줄 사실 그대로 다 아는 사람이니, 그런 사람은 번뇌가 없는 사람 중에서 가장 으뜸가는 사람입니다. 여러분은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세간에는 이런 네 종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그때 존자 목건련이 사리불에게 물었다.
“무슨 인연(因緣)으로 번뇌가 있어 그 번뇌를 따르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은 못나고 한 사람은 훌륭하다고 합니까? 또 무슨 인연으로 번뇌를 따르지 않는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은 못나고 한 사람은 훌륭하다고 합니까?”

사리불이 대답하였다.
“저 번뇌를 따르면서도 마음에 번뇌가 있는 줄을 모르는 그런 사람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나는 마땅히 깨끗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곧 깨끗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마땅히 깨끗하다고 생각할 때에 그는 곧 욕심(欲心)을 일으키고, 욕심을 일으키고 나면 곧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은 마음을 가진 채 목숨을 마칠 것입니다. 그때 그는 방편(方便)을 구해 이런 욕심을 없애지 못하고, 성냄과 어리석은 마음을 가진 채 목숨을 마치고 마는 것입니다.
목건련이여,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비유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시장에 가서 구리 그릇[銅器]을 샀는데, 먼지와 때가 잔득 묻어 있어 매우 더러웠습니다. 그런데도 그 사람은 수시(隨時)로 닦지도 않고 씻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그 그릇은 갈수록 때가 더욱 끼여 갑절이나 더 더러워지는 것처럼, 이 첫 번째 사람도 그와 같아서 번뇌를 따르면서도 마음에 번뇌가 있는 줄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고 그는 곧 이렇게 생각합니다.
‘나는 지금 깨끗하다.’
그는 깨끗하다고 생각하고 나서는 곧 욕심을 내고, 욕심을 내고 나서는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가진 채 목숨을 마치면서도 방편을 구해 이 욕심을 없애지 않습니다.

저 두 번째 사람은 번뇌를 따르지만 마음에 번뇌가 있는 줄을 사실 그대로 알고 이렇게 생각합니다.
‘나는 지금 깨끗하다는 생각을 버리고 깨끗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가지리라.’
그는 깨끗하다는 생각을 이미 버리고 깨끗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가집니다. 그리고 깨끗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나서는 곧 욕심을 내지 않습니다. 그리하여 방편을 구해 얻지 못한 것을 얻고, 거두지 못한 것을 거두며, 도달하지 못한 것을 도달하게 하여 곧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없고, 또한 번뇌가 없이 목숨을 마치고 맙니다.
비유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시장에서 구리 그릇을 샀는데, 그 그릇에 먼지와 때가 묻어 더러웠습니다. 그러므로 그가 수시로 닦고 씻어서 깨끗하게 만든 것처럼, 이 사람도 또한 그와 같아서 번뇌를 따르지만 마음에 번뇌가 있는 줄 사실 그대로 압니다. 그 사람은 곧 깨끗하다는 생각을 버리고 깨끗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가집니다. 그는 깨끗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가지고는 다시 방편을 구해 얻지 못한 것을 얻고 거두지 못한 것을 거두며 증득하지 못한 것을 증득할 수 있도록 합니다. 그래서 이미 욕심이 없고 성냄과 어리석음이 없이 목숨을 마칩니다. 목건련이여, 이것을 일러 ‘번뇌를 따르는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은 못나고 한 사람은 훌륭하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목건련이 물었다.
“그러면 또 무슨 인연(因緣)으로 저 두 사람은 똑같이 번뇌를 따르지 않는데, 한 사람은 못나고 한 사람은 훌륭하다고 하는가?”

사리불이 대답하였다.
“저 세 번째 사람은 번뇌를 따르지 않으면서도 마음에 번뇌가 없는 줄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고 이렇게 생각합니다.
‘나는 방편을 구해 생각하지 않는데도, 얻지 못한 것을 얻었고 거두지 못한 것을 거두었으며 증득하지 못한 것을 증득하였다.’
그래서 그 사람은 욕심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생겨 거기에 얽매인 채 목숨을 마칩니다.
비유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시장에 가서 구리 그릇을 샀는데, 그 그릇에 티끌과 때가 묻어 매우 더러웠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수시로 씻지도 않고 닦지도 않는 것처럼, 이 세 번째 사람도 또한 그와 같아서 번뇌를 따르지는 않지만 마음에 번뇌가 없는 줄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고 또 이렇게 생각합니다.
‘나는 마땅히 방편을 구해 온갖 번뇌를 다 없애리라.’
이렇게 생각하고는 공부를 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가진 채 목숨을 마치고 맙니다.

저 네 번째 사람은 번뇌를 따르지도 않고, 또 마음에 번뇌가 없는 줄 사실 그대로 압니다. 그리하여 그 사람은 곧 이렇게 생각합니다.
‘나는 방편을 구해 얻지 못한 것을 얻고 거두지 못한 것을 거두며 증득하지 못한 것을 증득하리라.’
그래서 그는 이런 번뇌가 없이 목숨을 마칩니다.
비유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시장에 가서 좋은 구리 그릇을 구했는데, 그 그릇이 매우 깨끗하였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또 수시로 닦고 씻어서 그 그릇을 더욱 깨끗하고 곱게 만듭니다. 그 네 번째 사람도 또한 그와 같아서 번뇌를 따르지도 않고, 또한 마음에 번뇌가 없는 줄 사실 그대로 알면서도 그 사람은 곧 이렇게 생각합니다.
‘나는 방편을 구해 얻지 못한 것을 얻고 거두지 못한 것을 거두며 증득하지 못한 것을 증득하리라.’
그리하여 그는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번뇌가 없이 목숨을 마치고 맙니다.
목건련이여, 이것을 일러 ‘번뇌를 따르지 않아 마음에 번뇌가 없는 두 사람 중에 그것을 사실 그대로 아는 사람은 훌륭하고 그것을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은 못났다’고 하는 것입니다.”

이때 존자 목건련이 물었다.
“무슨 까닭에 번뇌라고 부릅니까?”

사리불이 대답하였다.
“목건련이여, 마땅히 알아야 합니다.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은 온갖 삿된 소견[邪見]을 일으키기 때문에 번뇌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혹 어떤 사람은 생각하기를 ‘여래께서는 저에게 이치를 물으신 뒤에 모든 비구들을 위해 설법하시고, 여래께서 다른 비구들에게 그 이치를 물어 그 비구로 하여금 비구들을 위해 설법하시지 않게 했으면 좋겠다’라고 합니다.
그러나 때로는 세존께서 다른 비구에게 말씀하시어 설법하게 하시고, 그 비구에게는 말씀하시지 않으면 그는 생각하기를 ‘여래께서 설법하시면서 나에게는 아무 말씀도 하시지 않는다. 내가 비구들을 위해 설법해야 하겠다’라고 합니다.
이리하여 착하지도 못한 데다가 탐욕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이미 착하지도 못한 데다 또 탐욕(貪欲)까지 갖추고 있으니, 이 두 가지는 다 좋지 않은 것입니다.

혹 때로 그 비구는 생각하기를 ‘내가 항상 모든 비구들 앞에 있으면서 마을에 들어가 걸식하고 다른 비구는 비구들 앞에 있으면서 마을에 들어가 걸식하지 못하게 했으면 좋겠다’라고 합니다.
그러나 혹 어떤 때는 다른 비구가 비구들 앞에 있으면서 마을에 들어가 걸식하고, 저 비구가 다른 비구들 앞에 있으면서 마을에 들어가 걸식하지 못하게 되면 그는 또 생각하기를 ‘나는 비구들 앞에 있으면서 마을에 들어가 걸식하지 못했다’라고 합니다.
이미 착하지도 못한 데다가 탐욕까지 있으니, 이 두 가지는 다 좋지 않은 것입니다.

목건련이여,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혹 때로 그 비구는 생각하기를 ‘내가 비구들 앞에 앉아 물과 밥을 다른 이들보다 먼저 받고, 다른 비구는 비구들 앞에 앉아 물과 밥을 다른 이들보다 먼저 받지 못하게 했으면 좋겠다’라고 합니다.
그러나 때로는 다른 비구가 비구들 앞에 앉아 물과 밥을 다른 이들보다 먼저 받고, 자기 자신은 비구들 앞에 앉아 물과 밥을 다른 이들보다 먼저 받지 못하게 되면 그는 또 생각하기를 ‘나는 비구들 앞에 앉아 물과 밥을 다른 이들보다 먼저 받지 못했다’라고 합니다.
이미 착하지도 못한 데다가 탐욕까지 있으니, 이 두 가지는 다 좋지 못한 것입니다.

또 때로 그 비구는 생각하기를 ‘내가 밥을 먹은 뒤에 시주(施主)들을 위해 설법하고, 다른 비구는 밥을 먹은 뒤에 시주들을 위해 설법하지 못하게 했으면 좋겠다’라고 합니다.
그러나 때로는 다른 비구가 공양을 든 뒤에 시주를 위해 설법하고, 자기는 공양을 든 뒤에 시주를 위해 설법하지 못하게 되면 그는 또 생각하기를 ‘나는 밥을 먹은 뒤에 시주를 위해 설법하지 못하였다’라고 합니다.
이미 착하지도 못한 데다가 탐욕까지 있으니, 이 두 가지는 다 좋지 못한 것입니다.

또 때로 그 비구는 생각하기를 ‘내가 공원으로 가서 장자(長者)나 바라문(婆羅門)을 위해 설법하고, 다른 비구는 공원으로 가서 장자나 바라문을 위해 설법하지 못하게 했으면 좋겠다’라고 합니다.
그러나 때로는 다른 비구가 공원으로 가서 장자나 바라문을 위해 설법하고, 자기는 공원으로 가서 장자나 바라문을 위해 설법하지 못하게 되면 그는 또 생각하기를 ‘나를 공원으로 가서 장자나 바라문을 위해 설법하지 못하였다’라고 합니다.
이미 착하지도 못한 데다가 탐욕까지 있으니, 이 두 가지는 다 좋지 못한 것입니다.

혹 때로 그 비구는 생각하기를 ‘나는 지금 계(戒)를 범했다. 내가 계를 범한 것을 여러 비구들이 알지 못했으면 좋겠다’라고 합니다.
그러나 때로는 그 비구가 계를 범하였을 적에, 여러 비구들이 그 비구가 계를 범한 것을 압니다.
이미 착하지도 못한데 게다가 탐욕까지 있으니, 이 두 가지는 다 좋지 못한 것입니다.

또 때로 그 비구는 생각하기를 ‘내가 계를 범했다고 다른 비구들이 나에게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합니다.
그러나 때로는 그 비구가 계를 범하였을 적에, 다른 비구가 그에게 계를 범한 것을 말합니다.
이미 착하지도 못한 데다가 탐욕까지 있으니, 이 두 가지는 다 좋지 못한 것입니다.

또 때로 그 비구는 생각하기를 ‘나는 지금 계를 범했다. 청정한 비구가 내게 말하고, 청정하지 않은 비구로 하여금 내게 말하지 못하게 했으면 좋겠다’라고 합니다.
그러나 때로는 청정하지 않은 비구가 그에게 ‘너는 계를 범했다’라고 말합니다.
이미 착하지도 못한 데다가 탐욕까지 있으니, 이 두 가지는 다 좋지 못한 것입니다.

또 때로 그 비구는 생각하기를 ‘나는 계(戒)를 범하였다. 만일 어떤 비구가 내게 말하려면 대중들 앞에서 말하지 말고 아무도 없이 은밀한 곳에서 했으면 좋겠다’라고 합니다.
그러나 때로는 그 비구가 계를 범했을 때, 대중들 앞에서 말하고, 아무도 없이 은밀한 곳에서 말하지 않으면 비구는 또 생각하기를 ‘아무도 없이 은밀한 곳에서 말하지 않고, 대중들 앞에서 나에게 말하였다’라고 합니다.
이미 착하지도 못한 데다가 탐욕까지 있으니, 이 두 가지는 다 좋지 못한 것입니다.

목건련이여,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이것이 모든 법의 근본으로서, 이런 행(行)을 일으키기 때문에 번뇌라고 하는 것입니다.
또 목건련이여,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모든 사부대중들이 이런 행을 범하는 이를 다 함께 듣고 보고 생각해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는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나는 아련야(阿練若)를 행하고, 한가하고 조용한 곳에서 가령 다섯 가지 누더기 옷[五納衣]4)을 입고, 항상 걸식하되 가난하거나 부유함을 가리지 않으며, 행동은 조급하거나 사납지 않으며, 가고 오고 서고 움직임이 조용하고, 말하고 잠자코 있는 것이 법에 꼭 맞다.’
이와 같이 말하고 나서 또 그 비구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優婆塞)ㆍ우바이(優婆夷) 등 이런 모든 범행(梵行)을 닦는 이들이 항상 와서 나에게 공양하였으면 좋겠다.’

그는 이렇게 생각하지만 사부대중들은 또 때를 따라 공양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비구가 악하고 착하지 않은 행을 버리지 못한 것을 그들이 보고 듣고 생각해 알기 때문입니다.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아주 깨끗한 구리 그릇에 깨끗하지 못한 것을 가득 담고는 다른 뚜껑을 그 위에 덮고, 그것을 가지고 다른 국경으로 나가면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나서 그 사람에게 물을 것입니다.
‘그대가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우리는 그게 무엇인지 보고 싶다.’
그때 그 사람들은 본래 매우 굶주리고 있던 터였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들은 ‘이것은 좋은 음식일 것이다’라고 하면서 이내 그 그릇의 뚜껑을 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곧 아주 더러운 것임을 그들 모두는 볼 수 있었습니다. 이 비구도 또한 그와 같아서 아무리 아란야행이 있고 수시로 걸식하며, 다섯 가지 누더기 옷[五衲衣]을 입고 몸과 마음을 바르게 가지며, 생각을 매어 앞에 두고, 또 온갖 범행을 닦는 이로 하여금 수시로 와서 공양하게 해야 하겠다고 생각하더라도 그 범행을 닦는 모든 이들은 수시로 와서 공양하지 않습니다.왜냐하면 그 비구는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과 번뇌[結]가 없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목건련이여,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어떤 비구가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이 없고 번뇌[結使]가 이미 없어진 것을 그들이 듣고 보고 생각하고 알면, 그는 비록 성 밖에서 성 주위를 빙빙 돌아다니더라도 오히려 법을 가진 사람으로서 혹은 남의 초청[請]을 받기도 하고, 혹은 장자(長者)의 공양(供養)을 받기도 할 것입니다. 그 비구는 탐욕(貪欲)의 생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때에는 사부대중들과 온갖 범행을 닦는 이들이 모두 몰려와서 공양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비구는 행(行)이 청정하므로 그들이 모두 그것을 보고 듣고 생각해 알기 때문입니다.
비유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좋은 구리 그릇에 아주 맛있고 향기로운 좋은 음식을 담고, 또 다른 물건으로 그 위를 덮고, 그것을 가지고 다른 나라에 가면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물을 것입니다.
‘그것이 무엇이오? 우리들은 그것을 보고 싶소.’
그러면서 그들은 곧 뚜껑을 열고 그 음식을 보고는 모두 함께 먹을 것입니다. 이 비구도 그와 같아서, 이 비구를 보고 듣고 생각해 알면 그가 비록 성 밖에서 성 주위를 빙빙 돌아다니면서 장자의 공양을 받고 있는 처지인지라, 그는 ‘여러 범행을 닦는 사람들이 모두 와서 내게 공양하였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가 그렇게 생각하지만, 또 모든 범행을 닦는 이들이 다 몰려와서 공양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비구는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범행을 모두 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목건련이여, 이런 여러 가지 행(行) 때문에 그것을 번뇌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자 존자 목건련이 찬탄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합니다. 사리불이여, 왜냐하면 나는 옛날 이 왕사성의 가란타죽원에 살고 있었습니다.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라열성(羅閱城)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저 수레를 만드는 장인(匠人)의 집에 이르러 그 문 밖에서 아무 말 없이 잠자코 서 있었습니다. 그때 그 장인은 손에 도끼를 들고 재목을 다듬고 있었습니다. 그때 또 어떤 늙은 장인이 조그만 일이 있어서 이 장인의 집에 와서 이 장인이 재목을 다듬는 솜씨를 보았습니다. 그때 그 늙은 장인은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이 젊은 장인의 재목 다루는 솜씨가 과연 내 생각과 같을까? 나는 지금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리라.’
그때 이 늙은 장인이 마음에 맞지 않아 하는 곳을 그 젊은 장인이 모두 베어내었습니다. 이 늙은 장인은 매우 기뻐하면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훌륭한 솜씨로다. 정말로 훌륭한 솜씨로구나. 그대가 재목을 다루는 것이 모두 내 생각과 같구나.’
지금 이 자리도 그와 같습니다. 모든 비구들은 마음이 부드럽지 못해서 사문(沙門)의 행(行)을 버리고, 간사하고 거짓된 마음을 품어 사문의 법을 따르지 않습니다. 성품과 행동[性行]이 거칠고 성글어서 부끄러움을 알지 못하고, 두꺼운 얼굴로 욕됨을 참아 비천(卑賤)한 행동을 예사로 하고 용맹(勇猛)이 없으며, 혹은 잊어버리기를 잘 하여 해야 할 일을 기억하지 못하고, 마음과 뜻이 안정되지 못해 하는 일마다 어지럽고, 모든 감각기관[根]이 안정을 찾지 못합니다. 그런데 지금 존자 사리불께서는 그들의 성행(性行)을 관찰하고 나서는 그것을 잘 다스리고 있습니다.

모든 족성자(族姓子)들은 견고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도를 배워 계를 매우 공경하고, 사문(沙門) 현성(賢聖)의 법을 버리지 않아 허망하거나 거짓이 없으며, 경솔하거나 사납지 않아 마음이 부드럽고 온화하며, 말은 언제나 웃음을 머금어 남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으며, 마음이 항상 안정되어 시비(是非)가 없고 모든 감각기관이 어지럽지 않습니다. 저들은 존자 사리불의 말을 듣고 나서는 스스로 받들어 지녀서 잊지 않을 것입니다.
비유하면 단정하기 그지없는 어떤 남자와 여자가 금방 목욕을 하고 나서 좋은 새 옷을 갈아입고 향(香)을 몸에 발랐는데, 다시 어떤 사람이 우발화(優鉢華)를 그에게 가져다가 바쳐 올리면, 그 사람은 그것을 머리 위에 꽂고 기뻐 뛰면서 어쩔 줄 몰라 할 것입니다. 이것도 그와 같아서, 만일 어떤 족성자가 견고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도(道)를 배워 계를 공경하고, 사문의 법을 잃지 않아 허망하거나 거짓이 없으며, 행동이 경솔하거나 난폭하지 않으며, 마음이 부드럽고 말할 때는 항상 웃음을 머금으며, 다른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으며, 마음은 항상 안정되어 시비가 없고 모든 감각기관이 어지럽지 않으면 그 사람은 존자 사리불의 말을 듣고 나서 매우 기뻐하며 어쩔 줄 모르면서 그 가르침을 받아 지닐 것입니다.”
이와 같이 두 족성자는 이렇게 설법하였다.

그때 모든 어진 이들은 제각기 그 말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7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세상에 네 가지 과일이 있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혹 어떤 과일은 덜 익었는데도 익은 것 같고, 혹 어떤 과일은 다 익었는데도 덜 익은 것 같으며, 혹 어떤 과일은 완전하게 익어야 익은 것 같고, 혹 어떤 과일은 덜 익으면 덜 익은 것 같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이 세상에 네 가지 과일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니라.
이 세간에도 네 종류의 사람이 있는데 그 또한 이 과일과 같다. 어떤 것이 그 네 종류인가? 혹 어떤 사람은 익숙한데도 선 것 같은 형상이 있고, 혹 어떤 사람은 설면서도 익숙한 것 같은 형상이 있으며, 혹 어떤 사람은 설기 때문에 선 것 같은 형상이 있고, 혹 어떤 사람은 익숙하기 때문에 익숙한 것 같은 형상이 있다.

어떤 사람을 설면서도 익숙한 것 같은 형상이라고 하는가? 혹 어떤 사람은 가고 오는 걸음걸이가 경솔하거나 난폭하지 않고, 눈으로 보는 것이 늘 법에서 가르친 것을 따르며,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걸어갈 때에도 법을 따라서 다만 땅만 보고 좌우는 돌아보지 않는다. 그런데 그는 또 계를 범하고 바른 행(行)을 따르지 않아, 실은 사문이 아니면서 사문인 체하고, 범행(梵行)을 행하지 않으면서 스스로 범행을 행한다고 말하나니, 그런 사람은 바른 법을 모두 무너뜨리는 나쁜 종류의 사람이다. 이것을 일러 ‘설면서도 익은 것 같은 사람이다’라고 하는 것이니라.

어떤 사람을 익숙한데도 선 것 같은 형상이라고 하는가? 혹 어떤 비구는 성질과 행동이 거친 듯하고, 눈길이 단정하지 못하며, 법을 따라 행동하지 않아 좌우를 돌아보기를 좋아한다. 그런데 그는 또 정진(精進)하고 많이 들으며, 착한 법을 닦아 행하고 항상 계를 지켜 위의(威儀)를 잃지 않으며, 조그만 허물을 보고도 곧 두려워한다. 이것을 일러 ‘익숙한데도 선 것 같은 사람이다’라고 하는 것이니라.

어떤 사람을 설기 때문에 선 것 같은 형상이라고 하는가? 혹 어떤 비구는 금계(禁戒)를 지키지 않고 행보(行步)에 예절(禮節)을 알지 못하며, 들어가고 나가고 오고 가는 것을 잘 알지 못하고 가사를 입는 것과 발우 지니는 것을 잘 알지 못하며, 모든 감각기관이 뒤섞이고 어지러워 마음이 빛깔[色]ㆍ소리[聲]ㆍ냄새[香]ㆍ맛[味]ㆍ섬세하고 매끄러움[細滑]에 집착한다. 그는 또 금계를 범하고 바른 법을 행하지 않으며, 사문이 아니면서 사문인 체하고 범행을 행하지 않으면서 범행을 행하는 체하나니, 근본이 못쓰게 된 사람은 꾸밀 수가 없다. 이것을 일러 ‘설기 때문에 선 것 같은 사람이다’라고 하느니라.

어떤 사람을 익숙하기 때문에 익숙한 것 같은 형상이라고 하는가? 혹 어떤 비구는 금계의 한계를 잘 지키고 들어가고 나오고 걸어 다니는 일에 때를 잃지 않으며, 보는 눈길도 위의(威儀)를 잃지 않는다. 그리고 또 지극히 정진하여 착한 법을 닦고 행하며, 위의와 예절을 모두 다 성취하였다. 그는 조그만 허물을 보아도 곧 두려워하거늘, 하물며 큰 허물이겠는가? 이것을 일러 ‘익숙하기 때문에 익숙한 것 같은 사람이다’라고 하느니라.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세간에는 이 네 가지 과일과 같은 사람이 있다’고 하는 것이니, 너희들은 마땅히 익은 과일과 같은 사람이 되도록 배워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8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오늘 공중에서 수람풍(隨嵐風)이 있었다. 만일 허공을 날아다니는 까마귀5)ㆍ까치ㆍ기러기ㆍ따오기 같은 새들이 그 바람을 만나면, 두뇌(頭腦)와 날개[羽翼]가 제각기 흩어져 어느 한 곳에 있을 것이다.
이 세간에 있는 비구들도 또한 그와 같다. 그는 금계를 버리고 나서 속인[白衣]으로 돌아갔다. 그때 입고 다니던 세 가지 법의와 발우ㆍ그릇ㆍ침통(鍼筩 등 여섯 가지 물건이 제각기 흩어져 어느 한 곳에 있는 것이 마치 수람풍이 몰아쳐서 저 새들을 죽인 것과 같다.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범행을 닦고 행하여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9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러한 네 종류의 새가 있다. 어떤 것이 그 네 종류인가? 혹 어떤 새는 울음소리는 매우 좋은데, 생긴 모습은 추한 경우도 있고, 혹 어떤 새는 생긴 모양은 좋은데 울음소리는 듣기 싫은 경우도 있으며, 혹 어떤 새는 울음소리도 듣기 싫고 생긴 모양도 추한 경우도 있고, 혹 어떤 새는 생긴 모양도 좋고 울음소리도 좋은 것이 있다.

저 어떤 새가 울음소리는 좋은데 생긴 모양이 추한 것인가? 구시라(拘翅羅)라는 새가 그것이다. 이것을 일러 울음소리는 좋은데 생긴 모양이 추한 새라고 한다.
어떤 새가 생긴 모양은 좋은데 울음소리가 추한 새인가? 새매가 바로 그것이다. 이것을 일러 생긴 모양은 좋은데 울음소리는 추한 새라고 한다.
어떤 새가 울음소리도 추하고 생긴 모양도 추한 새라고 하는가? 올빼미가 바로 그것이다. 이것을 일러 울음소리도 추하고 생긴 모양도 추한 새라고 한다.
어떤 새가 울음소리도 좋고 생긴 모양도 좋은 새라고 하는가? 공작새가 바로 그것이다. 이것을 일러 울음소리도 좋고 생긴 모양도 좋은 새라고 한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네 종류의 새가 있다고 하는 것이니, 너희들은 마땅히 모두 그런 줄을 알아야 하느니라.

이와 같이 이 세간에도 새와 같은 네 종류의 사람이 있으니, 마땅히 모두 그런 줄을 알아야 한다. 어떤 것이 그 네 종류인가? 혹 어떤 비구는 얼굴이 단정하고, 나가고 들어가며 오고 가는 것과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는 것과 굽히고 펴는 것, 구부리고 우러러보는 것에 대하여 위의(威儀)를 성취하였다. 그러나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마지막도 좋은 온갖 법을 외우지 못하고, 법의 가르침을 받들지 못하며, 또한 그것을 잘 읽고 외우지도 못한다. 이것을 일러 생긴 모양은 좋은데 말소리는 좋지 않다고 하는 사람이니라.

어떤 사람을 말소리는 좋은데 생긴 모양이 추하다고 하는가? 혹 어떤 비구는 나가고 들어가며 오고 가는 것과 굽히고 펴는 것, 구부리고 우러러보는 것과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는 것에 대하여 위의는 성취하지 못하였으나 항상 널리 설법(說法)하기를 좋아한다. 그런데 그 사람은 정진하고계율을 가지며, 법을 듣고 배운 것을 잘 알며,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마지막도 좋은 법을 많이 들어 깊은 이치를 완전히 알고 범행을 원만하게 닦는다. 그리고 그는 또 법을 잘 가지고 잘 외운다. 이것을 일러 말소리는 좋은데 생긴 모습은 추한 사람이라고 하느니라.
저 어떤 사람이 말소리도 추하고 생긴 모습도 추한 사람이라고 하는가? 혹 어떤 사람은 계(戒)를 범하고 정진(精進)하지 않으며, 많이 듣지 않고 들으면 곧 잊어버리고 만다. 그는 이 법에 대하여 두루 갖추어 범행을 원만하게 행해야 하련만, 그런 것을 즐겨 받들어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다. 이것을 일러 말소리도 추하고 생긴 모양도 추한 사람이라고 하느니라.

저 어떤 사람을 말소리도 좋고 생긴 모습도 좋은 사람이라고 하는가? 혹 어떤 비구는 얼굴이 단정하고, 나가고 들어가며 오고 갈 때와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는 좌우를 돌아보지 않는다. 그리고 또 정진하여 착한 법을 닦아 행하고 계를 원만하게 갖추었으며, 조그만 잘못된 법을 보아도 오히려 두려운 마음을 가지거늘 하물며 큰 허물이겠느냐? 또 그는 많이 듣고 한 번 들은 것은 잊어버리지 않으며,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마지막도 좋은 모든 법과 착한 행을 닦으며, 이와 같은 법을 잘 읽고 외운다. 이것을 일러 말소리도 좋고 생긴 모습도 좋은 사람이라고 하느니라.

이것을 일러 세간에 네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하는 것이다. 세간에 사는 사람들은 마땅히 모두 깨달아 알아야 한다.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말소리도 좋고 생긴 모습도 좋은 그런 것을 배우도록 해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10 ]1)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네 종류의 구름이 있다. 어떤 것이 그 네 종류인가? 혹 어떤 구름은 우레는 치면서 비는 내리지 않고, 혹 어떤 구름은 비는 내리면서도 우레는 치지 않으며, 혹 어떤 구름은 비도 내리지 않고 우레도 치지 않으며, 혹 어떤 구름은 우레도 치지 않고 비도 내리지 않는다. 이것을 네 종류의 구름이라고 하느니라.
이 세간에도 저 구름과 같은 네 종류의 사람이 있다. 어떤 것이 그 네 종류의 사람인가? 혹 어떤 비구는 우레는 치면서 비는 내리지 않고, 혹 어떤 비구는 비는 내리면서 우레는 치지 않으며, 혹 어떤 비구는 비도 내리지 않고 우레도 치지 않으며, 혹 어떤 비구는 비도 내리고 우레도 친다.

저 어떤 비구를 우레는 치면서 비는 내리지 않는 것이라고 하는가? 혹 어떤 비구는 소리 높여 외우고 익히는 이가 있다. 이른바 계경(契經)ㆍ기야(祇夜ㆍ수결(受決)ㆍ게(偈)ㆍ본말(本末)ㆍ인연(因緣)ㆍ기설(己說)ㆍ생경(生經ㆍ송(頌)ㆍ방등(方等)ㆍ미증유법(未曾有法)ㆍ비유(譬喩) 등 이와 같은 모든 법을 잘 읊고 읽고 외워 그 뜻을 잃어버리지 않는다. 그러나 남을 위해 널리 설법하지는 않는다. 이것을 일러 ‘우레는 치면서 비는 내리지 않는 사람이다’라고 하느니라.

저 어떤 사람을 비는 내리면서 우레는 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하는가? 혹 어떤 비구는 안색(顔色)이 단정하고, 나가고 들어가며, 오고 가는 것, 나아가고 물러나는 법도를 모두 갖추었고, 온갖 착한 법을 닦고 털끝만큼의 실수도 없다. 그러나 그는 많이 듣지도 않고 또 소리 높여 외우고 익히지도 않으며, 또 계경ㆍ기야ㆍ본말ㆍ수결ㆍ게ㆍ인연ㆍ비유ㆍ생경ㆍ방등ㆍ미증유의 법을 닦고 행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남에게 가르침을 받으면 잊어버리지 않고 선지식(善知識)과 사귀기를 좋아하며, 또 남을 위해 설법하기를 좋아한다. 이것을 일러 ‘비는 내리면서도 우레는 치지 않는 사람이다’라고 하느니라.

저 어떤 사람을 비도 내리지 않고 우레도 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하는가? 혹 어떤 사람은 안색도 단정하지 않고, 나가고 들어가는 것과 오고 가는 것과 나아가고 물러나는 법도도 모두 갖추지 못하고, 온갖 착한 법도 닦지 않는다. 그리고 또 많이 듣지도 않고 소리 높여 읽고 외우지도 않으며, 계경……(이하 생략)……방등을 닦아 행하지도 않고 또 남을 위해 설법하지도 않는다. 이것을 일러 ‘비도 내리지 않고 우레도 치지 않는 사람이다’라고 하느니라.

저 어떤 사람을 비도 내리고 우레도 치는 사람이라고 하는가? 혹 어떤 사람은 안색(顔色)도 단정하고, 나가고 들어가는 것과 오고 가는 것과 나아가고 물러나는 법도도 모두 갖추어 알며, 배우기를 좋아하고 한 번 배운 것은 잊어버리지 않는다. 또 남을 위해 설법하기를 좋아하고, 남에게 권하여 그것을 받들어 가지게 한다. 이것을 일러 ‘우레도 치고 비도 내리는 사람이다’라고 하느니라.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세간에 네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네 가지 진리ㆍ요익(饒益)ㆍ아난과
무거운 짐ㆍ네 가지 생(生)ㆍ번뇌와
네 종류의 과일ㆍ수람풍에 대해 설하시고
네 종류의 새와 우레는 맨 뒤에 설하셨다.

주석
2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중아함경』 제22권 87번째 소경인 「예품경(穢品經」이 있고, 이역경(異譯經)으로는 서진(西晉) 시대 법거(法炬)가 한역한 『불설구욕경(佛說求欲經)』이 있다.
3 첫째 길가에 버린 옷, 둘째 쓰레기를 버리는 곳에 있는 옷, 셋째 물가에 버려진 옷, 넷째 벌레들이 구멍을 뚫은 옷, 다섯째 다 떨어져 너덜너덜한 옷을 기워 만든 옷을 말한다.
4 고려대장경에는 조(鳥)자로 되어 있다. 신수대장경 각주에 의하면 “송(宋)ㆍ원(元)ㆍ명(明) 3본에는 조(鳥)자가 오(烏)자로 되어 있다”고 하므로 글의 문맥에 맞추어 까마귀로 번역하였다.
5 이 소경의 이역경(異譯經)으로는 후한(後漢) 시대 안세고(安世高)가 한역한 『불설칠처삼관경(佛說七處三觀經)』의 제10번째 소경이 있다.
1 또는 37조도품(助道品)이라고도 한다. 열반(涅槃)의 이상경(理想境)에 나아가기 위하여 닦는 도행(道行)의 종류로서 4념처(念處)ㆍ4정근(精勤)ㆍ4여의족(如意足)ㆍ5근(根)ㆍ5력(力)ㆍ7각분(覺分)ㆍ8정도(正道)를 말한다. 고려대장경에는 37이라는 글자는 없다.

증일아함경 제18권

동진 계빈 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김월운 번역

26. 사의단품(四意斷品)①

[ 1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마치 산(山)ㆍ강(江)ㆍ석벽(石壁)ㆍ온갖 풀과 다섯 가지 곡식은 모두 땅을 의지해서 자라나고 큰다. 그러나 땅은 가장 높고 최상(最上)이다. 이 또한 그와 같아서 모든 착한 도인 37도품(道品)2)의 법이 다 방일(放逸)하지 않은 땅에 머물러 모든 착한 법을 거기에서 자라나게 한다.

그래서 방일하지 않은 비구는 4의단(意斷)3)을 닦고 또 4의단을 닦는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그것은 비구가 아직 생기지 않은 나쁜 법[弊惡法]은 방편을 구해 생기지 않게 하고, 마음이 항상 멀리 떠나지 않으며, 항상 그것을 없애려고 하는 것이다. 이미 생긴 나쁜 법은 방편을 구해 생기지 않게 하고, 마음이 항상 떠나지 않으며, 그것을 없애려고 하는 것이다.
아직 생기지 않은 착한 법은 방편을 구해 생기게 하고, 이미 생긴 착한 법은 방편을 구해 더욱 늘려서 많아지게 하며 잃어버리지 않고 원만하게 갖추어 닦아 수행하고 마음과 뜻에 잊지 않는 것이다.
이와 같이 비구는 4의단을 닦는다.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방편을 구해 4의단을 닦아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2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여러 조그만 나라의 왕과 여러 큰 나라의 왕들이 다 전륜성왕(轉輪聖王)에게 와서 붙어 가까이한다. 전륜성왕은 거기에서 가장 높고 최상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아서 37도품법(道品法 가운데에서 방일(放逸)하지 않는 법이 제일이다. 그러므로 방일하지 않는 비구는 4의단(正斷)을 닦는다.

이에 비구들은 아직 생기지 않은 나쁜 법은 방편을 구해 생기지 못하게 하고, 마음이 항상 멀리 떠나지 않고 그것을 없애려고 노력한다. 이미 생긴 나쁜 법은 방편을 구해 생기지 못하게 하고, 마음이 항상 멀리 떠나지 않고 그것을 없애려고 노력한다.
아직 생기지 않은 착한 법은 방편을 구해 생기게 하고 이미 생긴 착한 법은 더욱 늘려 많아지게 하며, 끝까지 잃지 않고 원만하게 수행하면서 마음에 잊지 않는다.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4의단을 닦도록 해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3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별빛 가운데 달빛이 제일인 것처럼, 이것도 또한 그와 같아서 온갖 착한 공덕의 37도품 가운데 방일하지 않은 행(行)이 가장 제일이요 가장 높고 가장 귀(貴)하다.

그러므로 방일하지 않은 비구는 4의단을 닦느니라.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곧 비구는 생기지 않은 나쁜 법은 방편을 구해 생기지 못하게 하고, 이미 생긴 나쁜 법은 방편을 구해 사라지게 한다. 생기지 않은 착한 법은 방편을 구해 생겨나게 하고, 이미 생긴 착한 법은 방편을 구해 더욱 늘려 많아지게 하며, 끝까지 잃지 않고 원만하게 수행하면서 마음에 잊지 않는다.
이와 같이 비구는 4의단을 닦는다.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4의단을 닦도록 해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4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첨복화(瞻蔔華)4)ㆍ수마나화(須摩那華)5) 등 천상(天上)과 인간(人間) 세상의 모든 꽃들 중에서 바사화(婆師華)6)가 가장 제일인 것처럼, 모든 착한 공덕(功德)의 37도품 가운데서는 방일하지 않은 행(行)이 제일이다.

그러므로 방일하지 않은 비구는 4의단을 닦는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그것은 곧 비구는 아직 생기지 않은 나쁜 법은 방편을 구해 생기지 못하게 하고, 이미 생긴 나쁜 법은 방편을 구해 사라지게 한다. 아직 생기지 않은 착한 법은 방편을 구해 생기게 하고, 이미 생긴 착한 법은 방편을 구해 더욱 늘려 많아지게 하며 끝까지 잃지 않고 원만하게 수행하면서 마음에 잊지 않는다.
이와 같이 비구는 4의단을 닦는다.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4의단을 닦도록 해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5 ]7)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바사닉왕(波斯匿王)은 보배 깃털로 만든 수레를 타고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으로 가서 세존을 뵈려고 하였다.
그는 모든 왕의 일상적인 법대로 다섯 가지 위용(威容)8)을 한쪽에 끌러두고, 세존 앞에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禮)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세존께서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만 합니다. 이 세간에는 네 종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어떤 것이 그 네 종류인가? 혹 어떤 사람은 먼저는 어둡다가도 나중에는 밝아지는 이가 있고, 혹 어떤 사람은 먼저는 밝다가도 나중에는 어두워지는 이가 있으며, 혹 어떤 사람은 먼저도 어둡지만 나중에도 어두운 이가 있고, 혹 어떤 사람은 먼저도 밝고 나중에도 밝은 사람이 있습니다.

저 어떤 자들을 먼저는 어둡다가도 나중에는 밝아지는 이라고 하는가?어떤 사람은 비천(卑賤)한 집안인, 전다라(旃陀羅)종ㆍ담인종(噉人種)ㆍ공사종(工師種)이나 혹은 음일(淫佚)한 집안에 태어났으면서 혹은 눈이 없거나, 혹은 손발이 없거나, 혹은 발가벗거나 맨발이거나, 혹은 모든 감각기관이 다 어지러운 사람을 말합니다.
그러나 그는 몸과 입으로 착한 법을 행(行)하고 뜻으로 착한 법을 생각합니다. 그는 또 사문(沙門)이나 바라문(婆羅門)이나 모든 어른[尊長]들을 보면 항상 기억하고 예(禮)를 올리며, 맞아들이고 배웅함에 있어서 때를 놓치지 않으며, 먼저 웃음을 띠고 나중에 말하며, 수시(隨時)로 일용품을 공급해줍니다.
또 어느 때든지 걸식하는 사람ㆍ사문ㆍ바라문ㆍ나그네ㆍ가난한 이들을 보았을 때에는 돈이나 재물이 있으면 곧 베풀어 주고, 만일 재물이 없으면 곧 장자의 집으로 가서 빌어다가 보시하곤 합니다. 또 저 보시하는 이를 보면 곧 도리어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모릅니다. 그는 몸으로 착한 법을 행하고 입으로 착한 법을 행하며 뜻으로 착한 법을 생각하다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천상(天上)의 좋은 곳에 태어나게 됩니다.
비유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땅에서 평상에 오르고 평상에서 말을 타며, 말에서 코끼리를 타고 코끼리에서 강당(講堂)에 오르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 까닭에 나는 이제 ‘이 사람은 먼저는 어둡다가도 나중에는 밝아지는 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대왕이여, 이런 사람을 일러 먼저는 어둡다가도 나중에는 밝아지는 사람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저 어떤 자들을 먼저는 밝다가도 나중에는 어두운 사람이라고 하는가? 어떤 사람은 큰 종족의 집안인, 찰리종(刹利種)ㆍ장자종(長者種)ㆍ바라문종(婆羅門種)에 태어납니다. 그는 재물도 넉넉하고 보물도 많아 금(金)ㆍ은(銀)ㆍ진보(珍寶)ㆍ자거(車)ㆍ마노(馬瑙)ㆍ수정(水精)ㆍ유리(琉璃)ㆍ종복(從僕ㆍ노비(奴婢) 등이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이 많고, 코끼리ㆍ말ㆍ돼지ㆍ염소도 모두 갖추었습니다.
그리고 또 이 사람은 얼굴 모양이 단정(端正)하여 도화색(桃花色)과 같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은 항상 삿된 소견[邪見]을 가져 치우친 견해와 서로 호응합니다. 그는 곧 이런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주는 이도 없고 받는 이도 없으며 전생의 사람이 보시한 바도 없으며, 또한 선(善)한 행도 없고 악(惡)한 행도 없으며, 금세(今世)와 후세(後世)라는 것도 없으며,도를 얻는 이도 없고 세상에는 존경할 만한 아라한(阿羅漢)이나 금세와 후세에서 증득할 수 있는 사람도 없다.’
그래서 그는 사문이나 바라문을 보면 곧 성을 내며 공경(恭敬)하는 마음이 없고, 혹 다른 사람이 보시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기쁘거나 즐겁지 않으며, 몸과 입과 뜻으로 지은 행(行)이 고르지 못합니다. 그는 이미 행한 일이 법답지 않으므로 말미암아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지옥(地獄)에 떨어집니다.
비유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강당으로부터 코끼리에 이르고 코끼리로부터 말에 이르며, 말로부터 평상에 이르고 평상으로부터 땅에 이르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지금 말하기를 ‘이 사람은 이와 같다’고 하는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이런 사람을 일러 ‘먼저는 밝다가도 나중에는 어두워지는 사람이다’라고 하는 것입니다.

저 어떤 자들을 먼저도 어둡고 나중에도 어두운 사람이라고 하는가? 혹 어떤 사람은 비천(卑賤)한 집안인, 전다라의 집, 사람을 잡아먹고 사는 집, 혹은 지극히 빈궁(貧窮)한 집에 태어납니다. 혹 또 어떤 때에는 불구자(不具者)로서 얼굴이 추악하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또 그 사람은 항상 삿된 견해를 가지고 있어 이렇게 주장합니다.
‘금세와 후세라는 것은 없는 것이며, 사문이나 바라문도 없으며, 또한 도(道)를 얻는 자도 없고 존경할 만한 아라한도 없으며, 금세와 후세에서 증득하는 사람도 없다.’
그러면서 그는 혹 사문이나 바라문을 보면 곧 성을 내어 공경하는 마음이 없고, 또 사람이 와서 보시하는 것을 보면 마음으로 기뻐하거나 즐거워하지 않습니다. 그는 몸과 입과 뜻으로 짓는 행(行)이 평등(平等)하지 않고, 성인(聖人)을 비방(誹謗)하며 3존(尊)을 헐뜯습니다. 그는 자기도 이미 보시하지 않고 또 다른 사람이 보시하는 것을 보면 매우 성을 내곤 합니다. 그는 성냄으로 말미암아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지옥에 떨어집니다.
이를 비유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어두운 데에서 어두운 곳으로 가고 불 속에서 불 속으로 가며 지혜를 버리고 어리석음으로 나아가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 까닭에 말하기를 ‘이 사람은 먼저도 어두웠고 나중에도 어두울 것이다’라고 한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그러므로 이런 사람을 일러 ‘어두운 데에서 어두운 곳으로 가는 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저 어떤 자들을 밝은 데에서 밝은 데로 이르는 사람이라고 하는가? 혹 어떤 사람은 부호(富豪) 종족(種族)의 집안인, 찰리의 종족이나 국왕(國王)의 집안이나 혹은 대신의 집안에 태어나서 재물이 넉넉하고 보물이 많아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습니다. 그런데다 그는 안색(顔色)도 단정하여 도화색(桃花色)과 같고, 또 저 사람은 항상 바른 견해를 가져 마음에 어지러움이 없습니다. 그는 이러한 바른 소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시(布施)도 있고 복(福)도 있으며, 받는 이도 있고 선악(善惡)의 과보(果報)도 있으며, 금세와 후세라는 것도 있고 사문이나 바라문도 있다.’
그래서 그는 혹 사문이나 바라문을 보면 공경하는 마음을 내고 얼굴빛을 온화하고 부드럽게 가지며, 자기 자신도 직접 보시하지만 다른 사람을 권해 보시하게 하기도 하며, 보시하는 날에는 마음이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몰라 합니다. 그는 몸으로 착한 일을 행하고 입으로는 착한 말만을 하며 뜻으로도 착한 일을 행하여서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천상(天上)과 같이 좋은 곳에 태어납니다.
이를 비유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강당으로부터 강당으로 이르고 궁전(宮殿)으로부터 궁전으로 이르는 경우와 같습니다. 그런 까닭에 나는 지금 말하기를 ‘이 사람은 밝은 데에서 밝은 데로 이르는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이것을 일러 ‘이 세간에 네 종류 사람이 있다’고 말한 것입니다.”

그때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대왕은 꼭 알아야만 합니다. 가난한 사람도
믿음이 있고 보시하기를 좋아하여
사문이나 바라문이나
또 보시할 만한 사람을 보면,

일어나 맞이하고 또 배웅하며
바른 견해를 가르쳐 주고
보시할 때에는 매우 기뻐하여
구하는 대로 주고 거절하지 않네.

그는 진실하고 좋은 벗으로
마침내 악한 짓을 행하지 않고
바른 견해 행하기를 좋아하며
항상 착한 법 구하기를 생각한다네.

대왕이시여, 그런 사람은
죽을 때에는 가는 곳이 있어
반드시 저 도술천(兜術天)에 태어나리니
먼저는 어두웠으나 나중에는 밝은 사람이라네.

아무리 부자인 사람이라도
믿음이 없고 성내기를 좋아하며
아끼고 탐내고 마음이 나약하여
삿된 소견을 고치지 못하거나,

사문이나 바라문이나
보시를 구하는 사람을 볼 때에는
언제나 꾸짖고 욕하기를 좋아하고
삿된 소견으로 없다고 말하며

보시하는 것을 보면 곧 성을 내어
보시하는 일을 끊게 하나니
그 사람의 행은 지극히 나빠
온갖 악의 근본을 지어낸다네.

그런 종류의 나쁜 사람은
목숨이 끝나고 나면
반드시 지옥에 떨어지리니
먼저는 밝았으나 뒤에는 어두운 사람이라네.

또 만일 빈천한 사람으로서
믿음도 없고 성내기만 좋아하며
착하지 않은 온갖 행 짓고
삿된 소견으로 바른 견해 믿지 않아,

만일 혹 저 사문 선비나
섬겨야 할 만한 사람을 보면
곧 업신여기고 그를 헐뜯으며
아끼고 탐내고 믿음이 없네.

보시할 때에도 기뻐하지 않고
남이 보시하는 것을 보고도 그러하니
그런 사람은 자기가 지은 행으로
가는 곳마다 편안한 곳이 없으리.

그런 종류의 나쁜 사람은
반드시 장차 목숨 끝나고 나면
저 지옥 속에 떨어지리니
먼저도 어둡고 나중에도 어두운 사람이라네.

혹 어떤 사람은 재물도 많고
믿음도 있고 보시하기도 좋아하며
바른 소견 지녀 다른 생각이 없고
항상 착한 법 구하기를 좋아하여,

만일 혹 어떤 도사(道士)나
또 보시할 만한 사람을 만나면
일어나 맞이하고 또 공경하며
바른 소견을 배우네.

보시할 때에는 매우 즐거워하고
고르게 하기를 언제나 생각하며
은혜로이 주면서 아낌이 없어
받는 사람 마음을 거슬리지 않고

목숨을 걸어 죽는 한이 있더라도
온갖 나쁜 행 짓지 않나니,
마땅히 알아야 하오. 그런 종류의 사람은
그 목숨 끝나려 할 때에 이르러
반드시 저 좋은 천상에 태어나리니
먼저도 밝고 또 나중에도 밝은 사람이라네.

“그러므로 대왕이시여, 마땅히 먼저도 밝고 나중에도 밝은 것을 배우고, 먼저는 밝으나 뒤에는 어두운 것은 배우지 않아야만 합니다. 대왕이시여,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합니다.”

그때 바사닉왕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6 ]9)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존자 아난(阿難)이 세존의 처소를 찾아가서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서 있었다. 조금 뒤에 다시 두 손으로 여래의 발을 어루만지면서 발등에 입을 맞추고 이렇게 아뢰었다.
“천존(天尊)의 몸이 무슨 까닭으로 이렇게 되었습니까? 몸이 너무나 느슨해지셨습니다. 여래(如來)의 몸이 이전과 많이 다르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아난아, 네 말과 같다. 지금 여래의 몸은 피부와 살이 다 많이 느슨해졌다. 오늘의 이 몸은 이전과 많이 다르다. 왜냐하면 대개 몸을 받으면 질병으로 핍박(逼迫)을 받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마땅히 병이 든 중생은 병으로 핍박을 받고, 죽음에 처한 중생은 죽음의 핍박을 받는 법이다. 지금 여래는 이미 늙었다. 내 나이 이미 80이 넘었느니라.”

이때 아난이 그 말을 듣고 슬피 흐느껴 울면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리고 이렇게 중얼거렸다.
“아, 늙음이 이르러 이 지경이 되었구나.”
그때 세존께서는 때가 되어 가사를 입으시고 발우를 가지시고 사위성에 가서 걸식(乞食)하시다가 세존께서 점점 바사닉왕의 집 가까이에 이르게 되셨다. 마침 그때 바사닉왕의 문 앞에는 낡아 부서진 수레 수십 대가 한쪽에 버려진 채 있었다.

존자 아난이 한쪽에 버려진 수레를 보고 세존께 아뢰었다.
“이 수레들은 바사닉왕의 수레입니다. 옛날에 새로 만들 때에는 매우 아름답더니 오늘 보니 와석(瓦石)10)과 똑같은 꼴이 되었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아난아, 네가 말한 것과 같다. 지금 본 저 수레들도 옛날에는 매우 정밀하고 미묘했었다. 금과 은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는데, 그런데 오늘은 낡고 부서져 다시는 쓸 수가 없게 되었다. 이와 같이 바깥 물건도 오히려 낡고 부서지거늘 하물며 마음이겠느냐?”

그때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아! 이 늙음과 병과 죽음이
사람의 젊었던 몸을 무너뜨리는구나.
처음에는 그렇게도 좋았었는데
지금은 죽음의 핍박을 받고 있구나.

비록 백 년 동안 오래 산다 하여도
마침내는 모두 죽음으로 돌아가거니
이런 근심과 괴로움을 면할 길 없어
모두 다 이 한 길로 돌아가리라.

안으로 이 몸뚱이가 지닌 모든 것
죽음의 핍박을 받는 것처럼
밖으로 저 모든 4대(大)
모두 본래 없었던 데로 돌아간다.

그러므로 죽음이 없는 것을 구하려 하면
오직 이 열반의 길만 있을 뿐이다.
그것엔 남도 없고 죽음도 없어
이런 모든 현상들 아무것도 없다네.

그때 세존께서는 곧 바사닉왕의 자리에 앉으셨다.

바사닉왕은 세존을 위해 갖가지 음식을 준비하여 공양하였다. 왕은 세존께서 공양을 마치신 것을 보고 조그만 자리를 가지고 와서 세존의 앞에 앉아서 아뢰었다.
“어떠하십니까? 세존이시여. 모든 부처님의 몸은 다 금강(金剛)으로 되어 있는데, 그런 몸도 장차 늙음ㆍ병ㆍ죽음이 있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렇습니다, 대왕이시여. 대왕의 말씀과 같습니다. 여래에게도 그러한 남ㆍ늙음ㆍ병ㆍ죽음이 있습니다. 나도 사람의 수(數)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의 이름은 진정(眞淨:淨飯)이시고, 어머니의 이름은 마야(摩耶)로서 전륜성왕(轉輪聖王)의 종족(種族)으로 태어났습니다.”

그때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모든 부처님도 사람에게서 태어났으니
그 아버지의 이름은 진정이시고
어머니의 이름은 극묘청(極妙淸)이시며
그 호족(豪族)의 이름은 찰리종(刹利種)이다.

죽음의 길은 매우 고달파
높고 낮은 것 전연 상관이 없네.
모든 부처도 오히려 못 면하거든
하물며 그밖에 다른 범속(凡俗)이랴.

세존께서 다시 바사닉왕을 위해 이 게송을 말씀하셨다.
제사 중에는 불에 제사함이 으뜸이고
시(詩) 중에는 송(頌)이 가장 뛰어나다.
사람 중에는 왕이 가장 귀하고
물 가운데에는 바다가 우두머리이다.

별 중에는 달이 가장 위가 되고
광명 가운데에는 해가 제일 먼저이다.
8방과 상ㆍ하와 또 중간은
이 세계가 싣고 있나니.

하늘과 세간의 사람들 중에
저 여래가 가장 높나니
그 복록(福祿)을 구하려 하거든
마땅히 부처님에게 공양하여라.

그때 세존께서 이 게송을 마치시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기원정사(祇洹精舍)로 돌아가시어 자리에 앉으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간에는 네 가지 법이 있는데, 이 법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젊은 나이가 세간에서 사람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고, 병들어 아픈 것이 없는 것이 사람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으며, 수명(壽命)이 사람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고,은애(恩愛)의 덩어리가 사람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느니라.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네 가지 법이 있어 세간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것이라고 하는 것이니라.

비구들아, 다시 네 가지 법이 있는데, 그것은 세간 사람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지 못한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젊은 나이가 때로 늙고 병들면 세간 사람들이 기뻐하지 않고, 또 병이 없다가도 사람이 나중에 병을 얻으면 세간 사람들이 기뻐하지 않으며, 수명을 얻었다가 나중에 죽으면 세간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고, 은애가 모였다가 나중에 헤어지게 되면 세간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네 가지 법은 세간과 함께 돌고 돈다’고 한 것이다. 저 하늘이나 세간 사람들, 그리고 전륜성왕(轉輪聖王)이나 모든 불세존(佛世尊)에 이르기까지도 다 이 법을 함께 가졌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세간에 네 가지 법이 있어 세간과 함께 돌고 돈다’고 하는 것이다.

또 만일 네 가지 법을 깨닫지 못하면, 그때는 곧 나고 죽음에 유전(流轉)하면서 다섯 갈래 세계를 두루 돌아다닐 것이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현성(賢聖)의 계(戒)ㆍ현성의 삼매(三昧)ㆍ현성의 지혜(智慧)ㆍ현성의 해탈(解脫)이다. 비구들아, 이 네 가지 법을 깨닫지 못하면 위의 네 가지 법[四法:生ㆍ老ㆍ病ㆍ死]을 받을 것이다. 나나 너희들은 이 성현(聖賢)의 네 가지 법을 깨달았기 때문에 나고 죽는 근본을 끊고 다시는 후생에 몸을 받지 않게 된 것이다.
지금 여래의 몸은 쇠하고 늙었다. 마땅히 이 쇠모(衰耗)하는 과보를 받아야 한다.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나지도 않고 늙지도 않으며, 병들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영원히 고요한 열반(涅槃)을 구해야 하고, 은애하는 이와 헤어짐에 있어서 무상(無常)한 것이고 변하는 것이라는 것을 항상 기억하도록 해야 한다.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7 ]11)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바사닉왕이 곧 보좌하는 신하들에게 명하였다.
“보배 깃털로 만든 수레를 준비하라. 사위성을 나가 지강당(地講堂)을 구경하리라.”
그때 바사닉왕의 어머니는 수명이 매우 쇠(衰)하고 늙었는지라, 그때 나이 백 살에 가까웠다. 왕은 매우 존중하고 공경하여 늘 생각하던 터라 잠깐도 눈을 떼지 않았다.
그때 바사닉왕의 곁에 불사밀(不奢蜜)이라고 하는 대신이 있었다. 그의 뛰어난 재주는 세간을 뒤덮었고, 세간 사람들은 그를 매우 존중(尊重)하였다. 그때 그 대신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바사닉왕의 어머니는 나이가 백 살이 가까웠다. 오늘 목숨을 마칠 것이다. 만일 지금 이 말을 듣는다면 왕은 매우 근심하고 슬퍼하여 음식도 먹지 못하고 중병(重病)을 얻을 것이다. 나는 지금 방편(方便)을 써서 왕으로 하여금 근심하거나 또한 병에 걸리지 않게 하리라.’

그때 대신들은 곧 5백 마리 흰 코끼리에 수레를 메워 장엄(莊嚴)하고, 또 5백 마리 말에 수레를 메워 장엄하였으며, 5백 명 보병에다가 5백 명의 기녀를 꾸미게 하고, 5백 명의 노모(老母)ㆍ5백 명의 바라문ㆍ5백 명의 사문ㆍ5백 벌의 의상(衣裳)ㆍ5백 가지 보배를 장엄하고 또 죽은 사람들을 위해 좋고 큰 관(棺)을 만들었는데, 그 채색(彩色) 그림이 지극히 아름다웠고, 비단으로 만든 번기와 일산을 달고 창기(倡伎)들로 하여금 풍류를 울리게 하는 등 헤아릴 수 없이 장엄한 광경을 지으며 사위성을 나섰다.

이때 바사닉왕이 다시 성으로 돌아왔다. 때마침 바사닉왕에게 조그만 일이 있었다. 이때 왕이 멀리서 그 죽은 이의 상여를 보고 측근 신하들에게 물었다.
“저것은 어떤 사람이기에 공양이 저런 지경에 이르렀는가?”

그러자 불사밀이 말하였다.
“이 사위성에 살고 있는 어떤 장자의 어머니가 죽었는데, 저것은 바로 그 장례 행렬입니다.”

그때 왕이 다시 물었다.
“저 온갖 코끼리와 말이 끄는 수레는 또 무엇에 쓰려고 하는 것인가?”

대신들이 대답하였다.
“이 5백 명 할머니들을 염라대왕(閻羅大王)에게 갖다 바쳐 죽은 이의 목숨을 대신하려는 것입니다.”

왕은 곧 웃으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저것은 미련한 사람들이 하는 법이다. 목숨이란 보전하기 어려운 것이거늘 어떻게 극복할 수 있겠는가? 비유하면 마치 마갈어(摩竭魚)12)의 입 속에 든 사람을 구해 내려고 해도 그렇게 할 수 없는 것과 같아서,염라대왕의 앞에 끌려간 사람을 구해 내려 한들 어찌 그렇게 될 수 있겠느냐?”

“저 5백 명의 기녀를 이용하면 될 것입니다.”

왕이 대답하였다.
“그것으로도 안 되느니라.”

그러자 대신들이 말하였다.
“저 기녀로도 안 되면 마땅히 다른 것을 쓰면 대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왕이 말하였다.
“그것도 안 되느니라.”

대신들이 말하였다.
“만일 그것으로도 안 된다면 5백 가지 진보(珍寶)를 쓰면 대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왕이 대답하였다.
“그것으로도 안 되느니라.”

대신들이 말하였다.
“그것으로도 안 된다면 5백 벌 의상을 쓰면 대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왕이 말하였다.
“그것으로도 안 되느니라.”

신하들이 말하였다.
“만일 의상으로도 안 된다면, 마땅히 5백 명 범지(梵志:婆羅門)의 주술(呪術)을 쓰면 대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왕이 대답하였다.
“그것으로도 안 되느니라.”

대신들이 말하였다.
“만일 저 5백 명 범지로도 안 된다면, 또 마땅히 이 훌륭한 재주가 있는 사문의 설법으로 대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왕이 말하였다.
“그것으로도 안 되느니라.”

대신들이 말하였다.
“만일 설법으로도 안 된다면, 마땅히 군사를 모아 한 번 싸워서 취해 오겠습니다.”

그때 바사닉왕이 크게 웃으면서 말하였다.
“그것은 미련한 사람들이나 하는 방법이다. 마갈어의 입 속에 떨어지면 끝내 벗어날 수 없느니라.”

그러자 왕이 말하였다.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과연 생(生)이 있는데 죽지 않을 수 있겠느냐?”

대신들이 말하였다.
“그것은 실로 그렇게 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때 대왕이 말하였다.
“실로 그렇게 될 수 없다.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생이 있으면 반드시 죽음이 있다. 목숨은 얻기 어려운 것이다’라고 하셨다.”

그러자 불사밀이 꿇어앉아 왕에게 아뢰었다.
“그런 까닭에 대왕이시여, 너무 근심하지 마소서. 모든 중생들은 다 죽음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그때 왕이 물었다.
“내가 무엇 때문에 근심하겠느냐?”

대신이 왕에게 아뢰었다.
“왕은 반드시 아셔야만 합니다. 대왕의 어머님이 오늘 돌아가셨습니다.”

바사닉왕은 그 말을 듣고 여덟아홉 번이나 한숨을 지으면서 대신들에게 말하였다.
“훌륭하구나. 너희들의 말과 같다. 너는 능히 좋은 방편을 알고 있구나.”

그때 바사닉왕이 성으로 들어가 갖가지 향(香)과 꽃을 마련해 죽은 어머니께 공양하고 곧 수레를 돌려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세존께서 물으셨다.
“대왕이시여, 무슨 일로 먼지를 온몸에 뒤집어썼습니까?”

왕이 세존께 아뢰었다.
“아까 어머님이 돌아가셨기에 성 밖에서 장례를 치르고, 그 까닭을 여쭈어보려고 세존께 달려왔습니다. 그런데 어머님께서 세간에 살아 계실 때에 계를 지키고 정진(精進)하면서 항상 착한 법만을 구하다가 나이 백 세가 가까워 오늘 돌아가셨습니다. 그 때문에 세존을 찾아왔습니다.
만일 제가 지금 코끼리를 가지고 어머님의 목숨을 대신할 수만 있다면 코끼리를 가지고 살 것이요, 또 말로써 대신할 수 있다면 말로써 대신할 것이며, 만일 수레로써 목숨을 대신할 수 있다면 수레로 대신할 것이요, 금ㆍ은 따위의 보배로 목숨을 대신할 수 있다면 금ㆍ은 따위의 보배로 대신할 것이며, 따르는 노비와 나라나 성(城)으로 목숨을 대신할 수 있다면 성과 나라로 대신할 것이요, 가시국 안의 백성으로 대신할 수 있다면 가시국의 백성들로 목숨을 대신하여 내 어머니가 목숨을 마치지 않도록 하고 싶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런 까닭에 대왕이시여, 너무 근심하지 마시오. 일체 중생들은 다 죽음으로 돌아가게 마련이오. 일체 것은 다 바뀌고 변하는 법으로서 아무리 바뀌고 변하지 않게 하려고 해도 결국에는 그리 될 수 없는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사람의 몸은 마치 눈덩이와 같아서 반드시 부서지는 데로 돌아갈 것이요, 또 그것은 흙덩이와 같아서 반드시 부서져서 오래 보존하지 못할 것입니다. 또 그것은 아지랑이[野馬]와 같아서 허망하고 진실하지 못한 것이요,또 그것은 텅 빈 주먹으로 어린애를 속이는 것과 같은 것이니. 그런 까닭에 대왕은 이 몸을 믿지도 말고 근심하지도 마십시오.
대왕이시여, 마땅히 알아야 합니다. 이 네 가지 두려움이 이 몸에 닥치면 그것은 막아 보호할 수 없습니다. 말ㆍ주술ㆍ약초ㆍ부적으로도 그것을 제거할 수는 없습니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첫째는 늙음이 젊음을 부수어 아름다움을 없애는 것이요, 둘째는 병으로서 건강을 부수는 것이며, 셋째는 죽음으로써 목숨의 뿌리를 부수는 것이요, 넷째는 유상(有常)한 물건이 덧없음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이것을 일러 ‘네 가지 법은 막아 보호할 수 없다’고 한 것입니다. 힘으로 항복 받을 수 없습니다.

대왕이시여,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비유하면 마치 사방에 있는 네 개의 커다란 산이 사방으로부터 와서 중생을 짓누르면 그것을 힘으로 물리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 까닭에 대왕이시여, 견고(堅固)하지 않은 물건은 믿을 것이 못 됩니다. 그런 까닭에 대왕께서는 법으로 나라를 다스려 교화하고 법 아닌 것은 쓰지 말아야 합니다. 왕도 오래지 않아 나고 죽는 바다로 가게 될 것입니다.
왕은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법으로 다스려 교화하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천상(天上)과 같이 좋은 세계에 태어날 것이지만 법이 아닌 것으로 나라를 다스리고 교화하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지옥(地獄)에 떨어질 것이오.
그런 까닭에 대왕이시여, 마땅히 법으로 다스려 교화하고 법이 아닌 것으로 다스려 교화하지 않도록 하십시오. 대왕이시여,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합니다.”

그때 바사닉왕이 세존께 아뢰었다.
“이 법을 무어라고 이름하고 어떻게 받들어 행하오리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이 법은 ‘근심의 가시를 없애는 것’이라고 합니다.”

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진실로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왜냐 하오면 저는 이 법을 듣고 나서 온갖 근심의 가시가 이제 다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나라 일이 많아 저는 이만 돌아가려고 하나이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그럴 때입니다.”
바사닉왕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발에 예를 올리고 물러나 떠났다.

그때 바사닉왕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8 ]13)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비단 비구ㆍ비구니ㆍ청신사(淸信士ㆍ청신녀(淸信女)들 중에서만 높은 것이 아니다. 모든 세간의 사람들 중에서 나 혼자만이 유독 높다. 나는 지금 네 가지 법의 본말(本末)을 스스로 알았고, 사부대중과 천상ㆍ인간 세계에서 증득하였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첫째로 일체 모든 행은 다 무상(無常)한 것임을 나는 이제 알았다. 그래서 사부대중들과 천상ㆍ인간 세계에서 증득하였다. 둘째로 일체 모든 행(行)은 괴롭다는 것, 셋째로 일체 모든 행에는 나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는 것, 넷째로 열반은 휴식이라는 것을 나는 이제 모두 알았고 사부대중들과 천상ㆍ인간 세계에서 증득하였다.
비구들아, 이것이 네 가지 법의 근본이다. 그런 이유로 천상과 인간에서 혼자 높게 된 것이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9 ]①14)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세존께서 라열성(羅閱城)으로 가셔서 여름 안거[夏坐]를 지내려고 하였다. 사리불(舍利弗)과 천 2백 50명의 제자들도 라열성으로 가서 여름 안거를 지내려고 하였다. 그런데 사리불과 목건련은 여름 안거를 마치고는 장차 열반에 들게 되어 있었다.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과 사리불ㆍ목건련을 데리고 라열성의 가란타죽원에에서 여름 안거를 지내셨다.
그때 세존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1,250명의 제자들이 너희들을 위해 여기서 여름 안거를 마쳤다. 그런데 사리불과 목건련은 이제 곧 열반하게 되어 있다. 어떠냐? 사리불아, 그대는 비구들을 위해 묘(妙)한 법을 설명해줄 수 있겠느냐? 나는 지금 등이 아파 조금 쉬고자 한다.”

사리불이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때 세존께서 몸소 승가리(僧伽利)를 접어놓고 오른쪽 옆구리를 땅에 대고 누워 두 다리를 서로 포개고 생각을 매어 밝은 데 두었다.

그때 존자 사리불이 모든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처음에 계(戒)를 받고 반 달이 지나 4변재(辯才)를 증득하였고 그 이치를 완전히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이제 그 이치를 분별하여 설명해 주어서 그대들로 하여금 알 수 있게 하겠소.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시오.”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때 비구들은 사리불의 가르침을 듣고 있었다.

사리불이 말하였다.
“어떤 것이 그 4변재인가? 내가 증득한 4변재는, 첫째가 의변(義辯)이니, 나는 이로 말미암아 법변(法辯)을 증득하였고, 이 법변으로 말미암아 응변(應辯)을 증득하였으며, 응변으로 말미암아 자변(自辯)을 증득하였습니다. 내가 이제 그 이치를 자세히 해설하리니, 만일 사부대중들 중에 의심나는 사람이 있거든 내가 살아 있는 동안 그 뜻을 물으십시오.
또 여러분이 만일 4禪에 대해서 의심이 있거나 4等心에 대해서 의심이 있으면 내게 물으십시오. 내가 설명해 주겠습니다.
또 여러분이 만일 4의단(意斷), 4신족(神足), 4의지(意止), 4성제(聖諦)에 대해서 의심이 있으면 내게 그 뜻을 물으시오. 내가 그것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만일 지금 묻지 않으면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또 나에게는 지금 세존(世尊)ㆍ무소착(無所着)ㆍ등정각(等正覺)이 가지고 계신 심오한 법과 행하신 일들이 있소. 내게 그 이치를 물으시오. 내가 설명해 주리니 뒷날 후회하지 말도록 하시오.”

이때 존자 대목건련은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라열성에 들어가 걸식(乞食)하려 하였다. 그때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범지(梵志)들이 멀리서 목련이 오는 것을 보고 저희들끼리 수군거렸다.
‘저 사람은 사문 구담(瞿曇)의 제자 중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이다. 우리들은 저 사람을 에워싸고 때려죽이자.’

그들은 곧 그를 둘러싸고 저마다 기왓장과 돌로 죽도록 때려 쓰러지게 만들고 그대로 버려 둔 채 떠나갔다.
목건련은 온몸의 뼈와 살이 모두 문드러지고 심한 고통이 이루 다 말할 수 없었다.

이때 대목건련이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범지들이 나를 에워싸고 때려 뼈와 살이 모두 문드러지게 해 놓고는 나를 버려 둔 채 떠나가 버렸다. 지금 나는 온몸이 아프지 않은 곳이 없고 매우 고통스러워 동산으로 돌아갈 기운조차 없다. 내 이제 신통의 힘을 이용해서 정사(精舍)로 돌아가리라.’
그는 곧 신통을 부려 정사로 돌아가 사리불을 찾아가서 한쪽에 앉아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저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범지들이 나를 에워싸고 때려서 이렇게 뼈와 살이 모두 문드러졌습니다. 온몸의 고통을 실로 견딜 수 없습니다. 나는 이제 반열반(般涅槃)에 들고 싶어 당신에게 하직인사를 하러 왔습니다.”

그때 사리불이 말하였다.
“당신은 세존의 제자들 중에서 신통이 제일이요 큰 위력(威力)이 있는데, 왜 그 신통력으로 그 일을 피하지 않았습니까?”

목건련이 대답하였다.
“내가 본래 지은 업은 매우 깊고 무겁소. 그 과보를 받기 위해 끝내 피하지 않았습니다. 공중에서 그 과보를 받는 것은 옳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나는 지금 온몸의 고통이 너무 심하기 때문에 당신에게 와서 하직인사를 하고 저 반열반에 들려고 합니다.”

사리불이 말하였다.
“모든 비구와 비구니들이 4신족(神足)을 닦고 그 이치를 자세히 설명하는데, 그 사람은 자기의 생각에 겁(劫) 동안 머무르고 싶으면 그 겁이 지나도록 열반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당신은 왜 그 겁 동안 머무르지 않고 반열반(般涅槃)을 하려고 합니까?”

목건련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사리불이여. 여래께서도 말씀하시기를 ‘만일 비구와 비구니로서 4신족을 닦은 사람은 목숨을 겁(劫) 동안 머무르게 하려고 하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다만 여래께서 겁을 머무르게 하여 머물러 계실 수만 있으시겠다면 나도 겁 동안 머무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여래께서는 오래지 않아 반열반에 드실 것입니다. 중생들은 수명(壽命)이 매우 짧습니다. 또 나는 세존께서 반열반에 드시는 것을 차마 볼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내 몸에 고통이 너무 심해 반열반에 들고만 싶습니다.”

사리불이 목련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잠깐만 기다리시오. 내가 지금 먼저 멸도(滅度:涅槃)에 들겠습니다.”
그때 목련은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이때 사리불이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사리불이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지금 멸도에 들고 싶습니다. 바라건대 허락하여 주십시오.”

세존께서 잠자코 대답하지 않으셨다. 그때 사리불이 두 번 세 번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지금 바로 열반에 들고 싶습니다.”

이때 세존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왜 1겁을 머무르게 하여 1겁을 더 지내지 않는가?”

이때 사리불이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친히 세존께 들었고 또 직접 스스로 받들어 받았습니다.
‘중생들은 받은 목숨이 매우 짧아 한껏 살아도 백 년을 지나지 못한다. 중생들의 목숨이 짧기 때문에 마땅히 여래의 목숨도 짧은 것이다.’
만일 장차 여래께서 1겁 동안 목숨을 머물러 계신다고 하신다면 저도 마땅히 1겁 동안 목숨을 머무르도록 하겠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사리불의 말과 같이 중생들의 목숨이 짧기 때문에 여래의 목숨도 짧다. 그러나 또 이런 일은 의논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과거 머나먼 아승기겁(阿僧祇劫)에 선념서원(善念誓願) 여래(如來)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께서 세간에 출현하셨다. 그때에는 사람의 목숨이 8만 살로서 중간에 요절(夭折)해 죽는 이가 하나도 없었다.
그 선념서원 여래께서 성불(成佛)하실 때를 당하여 그날로 한량없이 많은 부처를 변화로 만들었고, 한량없이 많은 중생들을 성취시켰는데, 3승(乘)의 행(行)에 있으면서 물러나지 않는 자리[不退轉地]에 머무르는 이도 있었고, 다시 한량없이 많은 중생들을 성취시켜 네 족성(族姓)의 집안에 있는 이들도 있었으며, 또 한량없이 많은 중생들을 성취시켜 사천왕궁(四天王宮)ㆍ염천(艶天)ㆍ도술천(兜術天)ㆍ화자재천(化自在天)ㆍ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ㆍ범가이천(梵迦夷天)ㆍ욕천(欲天)ㆍ색천(色天)ㆍ무색천(無色天)에 있게 하고는 바로 그날로 무여열반(無餘涅槃) 세계에서 반열반(般涅槃)하셨다. 그런데 지금 사리불께서는 말하기를 ‘중생들의 수명이 짧기 때문에 여래의 수명도 짧다’고 하였다. 어떤가? 사리불아, 또 그대는 말하기를 ‘여래께서 장차 1겁을 머무르게 하여 1겁 동안을 더 지내신다면, 나도 꼭 1겁 동안 더 머무르게 하여 1겁 동안을 더 지낼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그러나 또 중생들은 여래의 수명이 길고 짧은 것을 알지 못한다. 사리불아, 마땅히 알아야만 한다. 여래에게는 네 가지 불가사의(不可思議)한 일이 있다. 그 일은 소승(小乘)으로서는 알 수 없는 것이다. 어떤 것을 네 가지라고 하는가? 세계(世界)의 불가사의와 중생들의 불가사의와 용(龍)의 불가사의와 불토(佛土) 경계(境界)의 불가사의이다. 사리불아, 이것을 일러 네 가지 불가사의라고 하느니라.”

사리불이 아뢰었다.
“그러하옵니다, 세존이시여. 네 가지 불가사의한 일이 있습니다. 세계(世界)ㆍ중생(衆生)ㆍ용궁(龍宮)ㆍ불토(佛土)는 진실로 불가사의한 일입니다. 그러나 오랜 세월 동안 항상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석가모니(釋迦文)부처님께서는 마침내 1겁도 더 머무르게 하시지 않으실 것이다.’
또 모든 하늘들이 저의 처소에 이르러 저에게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석가모니부처님께서는 세간에 오래 머무르시지 않는다. 나이 80이 가까웠다. 그러나 지금 세존께서는 오래지 않아 분명히 열반에 드실 것이다.’
그러니 저는 지금 세존께서 반열반에 드시는 것을 차마 뵈올 수가 없습니다. 또 저는 친히 여래로부터 이런 말씀을 들었습니다.
‘과거ㆍ미래ㆍ현재의 모든 부처님의 가장 우두머리 제자가 먼저 반열반에 든 뒤에 부처님께서도 반열반에 들 것이다. 또 최후의 제자가 먼저 반열반에 든 뒤에 머지않아 세존께서도 반열반에 드실 것이다.’
오직 바라건대 세존께서는 제가 멸도에 드는 것을 허락하여 주십시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지금이 바로 그때이니라.”

사리불은 곧 여래의 앞에 앉아 몸과 마음을 바르게 가지고 생각을 매어 앞에 두고는 첫 번째 선정[初禪]에 들었다. 첫 번째 선정에서 일어나 두 번째 선정에 들고, 두 번째 선정에서 일어나 세 번째 선정에 들고, 세 번째 선정에서 일어나 네 번째 선정에 들었다. 또 네 번째 선정에서 일어나 또 공처(空處)ㆍ식처(識處)ㆍ불용처(不用處)ㆍ유상무상처(有想無想處)에 들어가고, 유상무상처에서 일어나 멸진정(滅盡定)에 들어갔다.
다시 멸진정에서 일어나 유상무상처에 들어갔고, 유상무상처에서 일어나 불용처ㆍ식처ㆍ공처에 들어갔으며, 공처에서 일어나 네 번째 선정에 들어갔고, 네 번째 선정에서 일어나 세 번째 선정에 들어갔으며, 세 번째 선정에서 일어나 두 번째 선정에 들어갔고, 두 번째 선정에서 일어나 첫 번째 선정에 들어갔다.
다시 첫 번째 선정에서 일어나 두 번째 선정에 들어갔고, 두 번째 선정에서 일어나 세 번째 선정에 들어갔으며, 세 번째 선정에서 일어나 네 번째 선정에 들어갔다.
그때 존자 사리불이 네 번째 선정에서 일어나 모든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이것을 사자분신삼매(師子奮迅三昧)라고 한다.”

이때 모든 비구들은 일찍이 없었던 일에 대하여 찬탄하였다.
“매우 기이하고 매우 특별한 일이다. 존자 사리불이 삼매(三昧)에 드는 것이 저처럼 빠르구나.”

그때 사리불이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리고 물러나 떠나갔다.

그때를 당하여 모든 비구들은 사리불의 뒤를 따랐다. 그때 사리불은 뒤를 돌아보면서 말하였다.
“여러분은 제각기 갈 곳으로 가십시오.”

많은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우리들은 존자 사리불을 공양하고 싶습니다.”

사리불이 말하였다.
“여러분, 그만두시오. 제발 그만두시오. 그것으로써 이미 공양은 끝났소. 내게는 사미(沙彌)가 있습니다. 그 사미가 나에게 공양할 것입니다. 그대들은 각각 있던 곳으로 돌아가 도로써 교화하기를 생각하고 범행(梵行)을 잘 닦아 괴로움의 끝까지 완전히 벗어나도록 하시오. 여래께서 세간에 나오시는 것을 만나기는 참으로 어렵습니다. 모처럼 나오시기 때문입니다. 비유하면 마치 우담발화(優曇鉢華)가 모처럼 피는 것처럼, 여래의 출현도 그와 같아서 억(億) 겁만에야 한 번씩 나오십니다. 또 사람의 몸을 받아 태어나기도 어렵고 믿음을 성취하는 것도 어려우며, 출가하여 여래의 법을 배우려고 하는 것도 어렵고, 모든 행(行)을 아주 없애기도 또한 어렵습니다. 애욕(愛欲)을 남김없이 아주 없애면 그것이 멸진열반(滅盡涅槃)입니다.
지금 여기 여래께서 말씀하신 네 가지 법의 본말(本末)이 있습니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모든 행은 무상(無常)한 것이다.’
이것이 첫 번째 법의 본말로서 여래께서 말씀하신 것입니다.
‘모든 행은 괴롭다.’
이것이 두 번째 법의 본말로서 여래께서 말씀하신 것입니다.
‘모든 행에는 나라는 것이 없다.’
이것이 세 번째 법의 본말로서 여래께서 말씀하신 것입니다.
‘열반은 영원히 고요한 것이다.’
이것이 네 번째 법의 본말로서 여래께서 말씀하신 것입니다.
여러분, 이것을 일러 네 가지 법의 본말로서 여래께서 말씀하신 것이라고 합니다.”

이때 비구들은 모두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지금 사리불의 멸도가 어찌 이다지 빠르단 말인가?”

그때 존자 사리불이 모든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그만두시오, 제발 그만두시오. 여러분, 제발 근심하지 마시오. 변하고 바뀌는 법은 아무리 변하고 바뀌지 않게 하려고 해도 그 일은 되지 않는 것입니다. 저 수미산왕(須彌山王)도 오히려 무상한 것이어서 변하거든 하물며 겨자씨 같은 몸을 가진 이 사리불 비구가 어떻게 이 근심을 면할 수 있겠습니까? 여래의 금강(金剛) 같은 몸으로도 머지않아 반열반에 들겠거늘, 하물며 내 몸이겠습니까? 그러니 그대들은 각각 법다운 행을 닦아 괴로움의 끝까지 완전히 벗어나도록 하십시오.”

그때 존자 사리불은 정사에 돌아가 가사와 발우를 두고 죽원(竹園)을 나가 본래 출생지(出生地)인 자신이 살았던 고장을 향해 떠나갔다. 이때 존자 사리불은 걸식을 하면서 점점 마수국(摩瘦國)에 이르렀다. 그때 존자 사리불은 그의 출생지인 마수국 본고장에서 노닐다가 몸에 병이 들어 고통이 심하였다. 그때 그에게는 오직 균두(均頭)1)라는 사미만이 있어 그의 공양을 보살폈는데, 우선 눈에 보이는 더러운 것을 받아 치우고 깨끗한 것을 공급하곤 하였다.

이때 석제환인(釋帝桓因)은 사리불이 마음에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알았다. 마치 역사(力士)가 팔을 굽혔다 펴는 아주 짧은 시간에 삼십삼천(三十三天)에서 내려와 사리불이 머물고 있는 정사에 나타나서 머리를 조아려 그의 발에 예를 올리고 다시 두 손으로 사리불의 발을 어루만지면서 자기의 성명을 일컫고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천왕(天王 제석(帝釋)입니다.”

사리불이 말하였다.
“통쾌합니다, 천제시여. 수명이 무궁하십니다.”

석제환인이 대답하였다.
“나는 지금 존자 사리불께 공양하려고 합니다.”

그때 사리불이 말하였다.
“그만두시오, 제발 그만두시오. 천제시여, 그것으로써 공양은 이미 끝났습니다. 모든 하늘이 다 청정하고 아수륜(阿須輪)ㆍ용(龍)ㆍ귀신(鬼神)과 하늘의 무리들이 다 청정합니다. 나에게는 사미가 있어서 충분히 심부름을 해 주고 있습니다.”

그때 석제환인이 두 번 세 번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나는 지금 복업(福業)을 짓고 싶습니다. 내 소원을 거절하지 마십시오. 나는 지금 존자 사리불께 공양하려고 합니다.”
이때 사리불은 잠자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때 석제환인은 몸소 똥을 받아내면서 괴로움을 꺼려하지 않았다.

이때 존자 사리불은 그 밤으로 반열반에 들어갔다. 그때 이 땅덩이는 여섯 번 진동(震動)하면서 큰 소리를 내고 온갖 하늘의 꽃이 비처럼 내리며 온갖 창기(倡伎)들이 온갖 하늘 풍류를 연주하고 모든 하늘들은 허공(虛空)을 막았다. 신묘(神妙)한 모든 하늘들은 구모두화(拘牟頭華)를 뿌리고, 혹은 전단(栴檀 가루 향을 그 위에 뿌렸다. 그때 사리불이 이미 멸도(滅度)에 들자, 모든 하늘들은 다 공중에서 슬피 울부짖으면서 어쩔 줄 몰랐다. 허공의 욕천(欲天)ㆍ색천(色天)ㆍ무색천(無色天)들은 모두 함께 눈물을 흘렸다. 마치 봄날 가랑비[細雨]가 화창(和暢)하게 내리는 것처럼, 그때도 그러하여 ‘지금 존자 사리불의 반열반이 어이 이다지도 빠르단 말인가?’라고 하였다.

그때 석제환인은 온갖 향(香)을 모두 모아 존자 사리불의 몸을 화장[耶維]하고 갖가지로 공양한 다음 그의 사리(舍利)와 의발(衣鉢)을 거두어 균두 사미에게 주면서 말하였다.
“이것이 바로 네 스승님의 사리와 의발이다. 가지고 가서 세존께 올려라. 그러고 나서 이런 사실을 세존께 갖추어 아뢰어라. 만일 무슨 말씀이 있으시거든 곧 그대로 받들어 행하라.”

그러자 균두가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구익(拘翼)이시여.”

그때 균두 사미는 가사와 발우와 사리를 가지고 아난의 처소를 찾아가서 아난에게 아뢰었다.
“저의 스승님이 돌아가셨습니다. 지금 그 사리와 의발을 가지고 와서 세존께 올리려고 합니다.”

그때 아난은 그것을 보고 나서 곧 눈물을 떨어뜨리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너도 오너라. 우리 함께 세존께 가서 이 사실을 아뢰고 만일 세존께서 무슨 말씀이 있으시거든 우리들이 그대로 받들어 행하자.”

균두가 말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존자여.”

아난은 균두 사미를 데리고 세존의 처소를 찾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아뢰었다.
“이 균두 사미가 저에게 와서 말하였습니다.
‘내 스승님은 이미 멸도하셨습니다. 지금 가사와 발우를 가지고 와서 여래께 올리려고 합니다.’
저는 오늘 마음이 괴롭고 정신이 아찔하여 동서(東西)를 분별하지 못하겠습니다. 존자 사리불이 반열반하셨다는 말을 듣고 나니 마음이 아프고 슬퍼져서 견딜 수 없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어떠냐? 아난아. 사리불 비구는 계(戒)를 잘 지키던 몸으로 반열반하였느냐?”

아난이 대답하였다.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어떠냐? 아난아. 사리불 비구는 선정의 몸[定身]ㆍ지혜의 몸[慧身]ㆍ해탈의 몸[解脫身]ㆍ해탈지견의 몸[解脫知見身]으로 반열반하였느냐?”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사리불 비구는 계의 몸[戒身]ㆍ선정의 몸ㆍ지혜의 몸ㆍ해탈의 몸ㆍ해탈지견의 몸으로써 멸도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사리불 비구는 항상 교화하기를 기뻐하고 설법하기를 좋아하여 만족할 줄 몰랐고, 모든 비구들을 가르치고 훈계하기에 또한 만족할 줄 몰랐습니다. 저는 지금 저 사리불의 너무나 많고 깊은 은혜를 생각하고 슬퍼하였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만두어라. 이제 그만두어라, 아난아. 근심하지 말라. 무상한 것을 영원히 보존하려고 해도 그 일은 그렇게 될 수가 없다. 무릇 생(生)이 있으면 반드시 죽음이 있기 때문이다. 어떠냐? 아난아. 과거의 모든 부처님들께서도 다 멸도하시지 않았느냐? 비유하면 마치 등불 심지에 기름이 다하면 등불은 곧 꺼지고 마는 것처럼, 보장(寶藏)ㆍ정광(定光) 두 여래로부터 지금의 일곱 부처와 그 제자들에 이르기까지 모두 다 반열반하지 않았느냐?
그와 같이 벽지불(辟支佛)인 심제(審諦)ㆍ고칭(高稱)ㆍ원문(遠聞)ㆍ니차우니(尼嗟優尼)ㆍ반차가라(般遮伽羅)ㆍ우반가라(優般伽羅) 등 그 많은 벽지불들도 다 멸도하지 않았느냐? 이 겁초(劫初)에는 큰 나라 성왕(聖王)의 이름을 선열마하제바(善悅摩訶提婆)라고 하였다. 이와 같은 전륜성왕은 지금 어디에 있느냐? 모두 다 반열반하지 않았느냐?”

그때 세존께서 곧 이 게송을 말씀하셨다.
일체의 행은 덧없는 것이어서
한 번 나면 반드시 죽음이 있나니
나지도 않고 또 죽지도 않는
그 멸도(滅度)가 으뜸이니라.

주석
2 또는 4정근(精勤)ㆍ4정단(正斷)ㆍ4정승(正勝)ㆍ4의단(意端)이라고 표기하기도 하며, 열반에 나아가기 위하여 수행하는 법 가운데 37류(類)가 있는데, 그 중 4념처(念處) 다음에 닦는 법. 선법(善法)을 더욱 자라게 하고 악법을 멀리 여의려고 부지런히 수행하는 네 가지 법. 첫째 이미 생긴 악을 없애려고 부지런히 수행함, 둘째 아직 생기지 않은 악은 미리 방지하려고 부지런히 노력함, 셋째 이미 생긴 선(善)을 더욱 자라게 하려고 부지런히 노력함, 넷째 아직 생기지 않은 선은 생기게 하려고 부지런히 노력하는 것이다.
3 팔리어로는 campaka라고 한다. 점파화(占婆華)ㆍ파화라고도 하며, 이를 번역하여 소향화(素馨華)ㆍ금색화(金色華)라고 한다. 노란 꽃이 피는데, 그 나무의 키는 크고 꽃의 향기가 매우 짙다고 한다.
4 팔리어로는 sumanā라고 한다. 또는 소마나화(蘇摩那華)라고도 하며, 번역하여 열의화(悅意華)라고도 한다. 그 꽃의 색깔은 노랗고 매우 향기롭다고 한다.
5 팔리어로는 vassikī라고 한다. 또는 바사가화(婆師迦華)ㆍ바리사가(婆利師迦)라고도 하며, 번역하여 하생화(夏生華)ㆍ우시화(雨時華)라고 한다. 목서과(木犀科) 식물로 여름에 꽃이 피며, 그 꽃은 희고 짙은 향기가 난다고 한다.
6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42권 1,146번째 소경인 「명명경(明冥經)」과 『별역잡아함경』 제4권 69번째 소경이 있고, 이역경으로는 유송(劉宋 시대 구나발타라(求那跋陀羅)가 한역한 『불설사인출현세간경(佛說四人出現世間經)』이 있으며, 참고가 될 만한 전적으로는 당(唐) 시대 현장(玄奘)이 한역한 『집이문족론(集異門足論)』이 있다.
7 또는 5의식(儀飾)이라고도 하며, 곧 검(劍)ㆍ일산[蓋]ㆍ화만(華鬘)ㆍ주병불(珠柄拂)ㆍ엄식사(嚴飾屣)를 말한다.
8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46권 1,240번째 소경인 「삼법경(三法經)」과 『별역잡아함경』 제4권 67번째 소경이 있다.
9 기와와 돌이라는 뜻으로, 아무 가치가 없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10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46권 1,227번째 소경인 「모경(母經)」과 『별역잡아함경』 제3권 54번째 소경이 있고, 이역경(異譯經)으로는 서진(西晉) 시대 법거(法炬)가 한역한 『불설바사닉왕태후붕진토분신경(佛說波斯匿王太后崩塵土坌身經)』이 있다.
11 팔리어로는 makara라고 한다. 또는 마가라(摩伽羅)라고 쓰기도 하며, 번역하여 대체(大體) 또는 경어(鯨魚)라고 한다.
12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35권 972번째 소경인 「삼제경(三諦經)」과 『별역잡아함경』 제11권 206번째 소경이 있다.
13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24권 638번째 소경인 「순타경(純陀經)」이 있다.
14 또는 균제(均提)로 쓰기도 한다. 즉 마하균두(摩訶均頭, Mahā-cunda)를 말하며, 번역하여 대수단(大瘦短)이라고 한다. 사리불(舍利弗)의 시자(侍者)로 7세에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증득하였다고 한다.
1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47권 1,265번째 소경인 「발가리경(跋迦梨經)」이 있다.

증일아함경 제19권

동진 계빈 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김월운 번역

26. 사의단품②

[ 9 ]②
세존께서 아난(阿難)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사리불(舍利弗)의 사리(舍利)를 받아 가지고 오너라.”

아난이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때 아난은 곧 사리를 받아 세존의 손에 올렸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사리를 손에 들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여기에 있는 이것이 사리불의 사리이다. 그는 지혜롭고 총명하였고, 뛰어난 재주와 지혜도 있었으며, 그밖에 여러 가지 지혜가 있었다. 그의 지혜는 이루 다할 수도 없었고, 또한 한정지어 말할 수도 없었다. 그에게는 신속하고 민첩한 지혜, 경편(輕便)한 지혜, 영리한 기미의 지혜, 매우 깊은 지혜, 자세히 살피는 지혜를 다 갖추고 있었다. 욕심이 적고 만족할 줄을 알며, 한가하고 고요한 곳을 좋아하였으며, 용맹스런 뜻이 있었고 하는 일이 어지럽지 않았으며, 겁내거나 나약한 마음이 없었고 모든 일에 인내하였으며, 나쁜 법을 없앴고 성품이 부드러워 다투기를 좋아하지 않았으며, 항상 정진(精進)하였고 삼매(三昧)를 행하며 지혜를 익히고 해탈을 생각하였으며, 해탈지견(解脫知見)의 몸을 수행하였었다.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비유하면 마치 가지가 없는 큰 나무와 같아졌구나. 그렇다. 비구들아, 지금 여래는 큰 나무인데 사리불 비구가 멸도(滅度:涅槃)하고 나니 큰 나무에 가지가 없어진 것과 같구나.
만일 사리불이 있었으면 그가 노니는 지방은 큰 행운을 만나게 되었을 것이니, 그들이 말하기를 ‘사리불께서 우리 지방에 계신다’고 하였을 것이다. 왜냐하면 사리불 비구는 외도(外道)나 그밖에 이교도(異敎徒)들과 변론(辯論)하여 항복 받지 못한 일이 없었기 때문이니라.”

이때 대목건련은 사리불이 멸도하였다는 말을 듣고 곧 신통[神足]으로 세존의 처소에 찾아가서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서 있었다.
그때 대목건련이 세존께 아뢰었다.
“사리불 비구는 이제 이미 멸도하였습니다. 저도 지금 세존께 하직인사를 하고 멸도에 들고자 하옵니다.”

세존께서는 잠자코 아무 대답도 하시지 않으셨다. 목건련은 이와 같이 두 번 세 번 세존께 아뢰었다.
“저도 멸도에 들려고 하옵니다.”
그런데도 세존께서 역시 잠자코 아무 대답도 하시지 않으셨다.

그때 목련은 세존께서 아무 대답도 없이 잠자코 계시는 것을 보고 곧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리고 물러나 떠났다.
그는 정사(精舍)에 돌아와 가사와 발우를 챙겨두고 라열성(羅閱城:王舍城)을 떠나 자신의 출생지인 고향으로 갔다. 그때 많은 비구들도 존자 목련의 뒤를 따라갔다. 목련은 많은 비구들과 함께 마수(摩瘦)라는 마을로 가서 노닐면서 교화하다가 몸에 중한 병이 들었다.

이때 목련은 몸소 맨 땅에 자리를 펴고 앉아 첫 번째 선정에 들었다. 첫 번째 선정에서 일어나 두 번째 선정에 들어갔고, 두 번째 선정에서 일어나 세 번째 선정에 들어갔으며, 세 번째 선정에서 일어나 네 번째 선정에 들어갔다. 다시 네 번째 선정에서 일어나 공처(空處)에 들어갔고, 공처에서 일어나 식처(識處)에 들어갔으며, 식처에서 일어나서 불용처(不用處)에 들어갔고, 불용처에서 일어나서 유상무상처(有想無想處)에 들어갔다. 다시 유상무상처에서 일어나 화광삼매(火光三昧)에 들어갔고, 화광삼매에서 일어나서 수광삼매(水光三昧)에 들어갔으며, 수광삼매에서 일어나 멸진정(滅盡定)에 들어갔다.
또 멸진정에서 일어나서 수광삼매에 들어갔고, 수광삼매에서 일어나서 화광삼매에 들어갔으며, 화광삼매에서 일어나 유상무상정(有想無想定)에 들어갔다.
다시 유상무상정에서 일어나서 불용처에 들어갔고, 불용처에서 일어나 식처ㆍ공처ㆍ네 번째 선정ㆍ세 번째 선정ㆍ두 번째 선정ㆍ첫 번째 선정에 들어갔으며, 첫 번째 선정에서 일어나 공중에 날아올라가 허공에 앉기도 하고 눕기도 하고 거닐기도 하였다.
몸 위에서는 불을 내기도 하고 몸 아래에서 물을 내기도 하였으며, 혹은 몸 아래에서 불을 내기도 하고 몸 위에서 물을 내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열여덟 가지 신통 변화를 나타내었다.

그때 존자 대목건련이 다시 내려와서 자리에 나아가 가부좌하고 앉아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고 생각을 매어 앞에 두고 다시 첫 번째 선정에 들었다.
첫 번째 선정에서 일어나 두 번째 선정에 들어갔고, 두 번째 선정에서 일어나 세 번째 선정에 들어갔으며, 세 번째 선정에서 일어나 네 번째 선정에 들어갔다.
다시 네 번째 선정에서 일어나 공처에 들어갔고, 공처에서 일어나서 식처에 들어갔으며, 식처에서 일어나 불용처에 들어갔고, 불용처에서 일어나서 유상무상처에 들어갔으며, 유상무상처에서 일어나 화광삼매에 들어갔다.
다시 화광삼매에서 일어나 수광삼매에 들어갔고 수광삼매에서 일어나 멸진정에 들어갔으며, 멸진정에서 일어나 도로 수광ㆍ화광ㆍ유상무상처ㆍ불용처ㆍ식처ㆍ공처ㆍ네 번째 선정ㆍ세 번째 선정ㆍ두 번째 선정ㆍ첫 번째 선정에 들어갔다.
다시 첫 번째 선정에서 일어나 두 번째 선정에 들어갔고 두 번째 선정에서 일어나 세 번째 선정에 들어갔으며, 세 번째 선정에서 일어나 네 번째 선정에 들어갔고, 네 번째 선정에서 일어나 조금 있다가 멸도(滅度)에 들어갔다.

그때 마하 목건련이 멸도에 들어가자 때맞추어 온 땅덩이가 크게 진동(震動)하였고, 모든 하늘들은 각각 저마다 아래로 내려와서 대목건련을 뵙고 가지고 온 것을 공양하였다. 혹은 갖가지 향(香)과 꽃으로 공양하는 이도 있었고, 공중(空中)에서 창기들이 풍악을 연주하였으며 거문고를 타고 노래하고 춤추면서 존자 목건련을 공양하였다.

그때 존자 대목건련이 이미 멸도하자 나라타(那羅陀)라는 마을에서 1유순(由旬) 이내에는 모든 하늘 사람들이 그 안에 가득 차 있었다. 그때 또 많은 비구들은 특별히 갖가지 향과 꽃을 존자 목건련의 시체 위에 뿌렸다.

그때 세존께서는 5백 비구를 거느리시고 라열성에서 걸식하시면서 인간 세상을 유람하며 교화하시다가 차츰 나라타라는 마을로 가시어 5백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그때 사리불과 목건련이 멸도에 드신 지 오래되지 않았다.
그때 세존께서는 한데에 앉아서 물끄러미 모든 비구들을 관찰하셨다. 물끄러미 모든 비구들을 관찰하시고 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이 대중들을 관찰해보았는데 왠지 텅 빈 것 같구나. 왜냐하면 이 대중들 가운데에는 사리불과 목건련 비구가 없기 때문이다. 만일 사리불과 목건련이 나가 노니는 중이라면 그곳은 아마도 쓸쓸하지 않을 것이요,‘사리불과 목건련이 지금 여기 계신다’는 소문이 퍼질 것이다. 왜냐하면 사리불과 목건련은 충분히 저 외도(外道)들을 항복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부처님께서 하시는 일은 참으로 기이하고 특별하구나. 지혜와 신통,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춘 제자가 반열반에 들었지만, 나 여래는 아무 근심도 없다. 과거의 항하강 모래알처럼 많은 여래에게도 또한 이러한 지혜와 신통이 있는 제자들이 있었고, 미래의 여러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셔도 지혜와 신통, 이 두 가지를 갖춘 제자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 세간에는 두 가지 보시의 업(業)이 있다. 어떤 것이 그 두 가지인가? 재물(財物)의 보시와 법(法)의 보시를 말하는 것이니라.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만일 재물의 보시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마땅히 사리불과 목건련 비구에게서 구해야 할 것이고, 만일 법의 보시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마땅히 나에게 와서 그것을 구해야 한다. 왜냐하면 지금 나 여래에게는 재물의 보시가 없기 때문이다. 너희들은 오늘 사리불과 목건련 비구의 사리(舍利)에 공양하여라.”

그때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사리불과 목건련의 사리에 어떻게 공양해야 합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갖가지 향과 꽃을 모아 네거리 길에다 네 개의 절[寺]과 탑[偸婆]을 세워라. 그 까닭은 만일 누가 절을 세우려고 하면 그는 네 가지 탑을 꼭 세워야 하겠기 때문이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전륜성왕(轉輪聖王)의 탑을 꼭 세워야 하고, 번뇌가 다 없어진[漏盡] 아라한(阿羅漢)의 탑을 세워야 하며, 벽지불(辟支佛)의 탑을 세워야 하고, 여래의 탑을 세워야 하느니라.”

그때 아난이 세존께 아뢰었다.
“어떤 인연(因緣)으로 여래를 위해 탑을 꼭 세워야 하며, 또 어떤 인연으로 벽지불과 번뇌가 다 없어진 아라한과 전륜성왕을 위해 탑을 세워야 한다고 하십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마땅히 알아야 한다. 전륜성왕은 스스로 열 가지 선행(善行)과 열 가지 공덕(功德)을 닦고, 또 다른 사람을 시켜서 열 가지 착한 공덕을 닦게 한다. 어떤 것이 그 열 가지인가? 자기 자신이 살생(殺生)하지 않고 또 다른 사람을 시켜서 살생하게 하지 않으며, 자기 자신도 도둑질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시켜 도둑질하게 하지 않으며, 자기 자신이 음행(淫行)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시켜서 음행하지 않게 하며, 자기 자신이 거짓말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시켜 거짓말을 하게 하지 않는다.
또 자기 자신이 비단처럼 부드러운 말을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시켜서 비단처럼 부드러운 말을 하게 하지 않으며, 자기 자신이 질투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시켜서 질투하게 하지 않으며, 자기 자신이 소송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시켜서 소송하게 하지 않으며, 자기 자신의 뜻도 바르고 다른 사람을 시켜서 다른 사람의 뜻도 어지럽게 하지 않으며, 자기 자신도 바른 소견을 가지고 다른 사람을 시켜서 바른 소견을 행하게 한다.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전륜성왕은 이런 열 가지 공덕이 있기 때문에 탑을 세워야 하느니라.”

그때 아난이 세존께 아뢰었다.
“또 무슨 인연으로 여래의 제자를 위해 탑을 세워야 하나이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번뇌가 다 없어진 아라한은 다시는 후생에서 몸을 받지 않고 깨끗하기는 마치 순금(純金)과 같으며, 3독(毒:貪ㆍ瞋ㆍ癡)과 5사(使:貪ㆍ瞋ㆍ癡ㆍ慢ㆍ疑)가 영원히 나타나지 않는다. 이런 인연으로 여래의 제자를 위해 마땅히 탑[偸婆]을 세워야 하느니라.”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무슨 인연으로 벽지불을 위해 탑을 세워야 합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벽지불은 스승이 없이 스스로 깨달아 모든 번뇌[結使]를 없애고 다시는 태(胎)를 받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탑을 세워야 하느니라.”

이때 아난이 세존께 아뢰었다.
“다시 무슨 인연으로 여래를 위해 반드시 탑을 세워야 합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여래는 열 가지 힘[十力]이 있고 네 가지 두려움이 없으며[四無所畏], 항복하지 않는 이를 항복 받고 건너지 못한 이를 건네주며, 도를 얻지 못한 이는 도를 얻게 해 주고 반열반하지 못한 이는 반열반하게 해 주며, 여러 사람들이 보고는 모두 기뻐한다. 그러므로 아난아, 여래를 위해 마땅히 탑을 세워야 하느니라.”

그때 아난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10 ]2)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존자 바가리(婆迦梨3)는 중한 병(病)에 걸려 대소변(大小便) 위에 누워 있으면서 마음속으로 칼로 자살을 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일어나 앉을 기운조차 없었다. 존자 바가리가 그 시자(侍者)에게 말하였다.
“너는 지금 칼을 가지고 오너라. 내가 자살을 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지금 석가모니(釋迦文)부처님의 제자들 중에서 신해탈(信解脫)을 얻은 사람으로 나보다 뛰어난 사람은 없지만, 그러나 나는 지금도 오히려 번뇌가 남아 있어 마음이 해탈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래의 제자들로서 고뇌를 당할 때에는 또한 칼로 자살을 하려고 하는 것이다. 나는 지금 이 목숨으로는 도저히 이 언덕에서 저 언덕으로 건너갈 수가 없다.”

그때 바가리의 제자는 출가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금세(今世)와 후세(後世)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였고, 이 언덕에서 저 언덕으로 건너가는 것도 알지 못하였으며, 또 여기서 죽어 저기에 태어나는 것도 알지 못하였다. 그리하여 곧 칼을 가져다주었다.
이때 바가리는 손에 칼을 잡고 나서 견고한 믿음으로써 칼로 자신을 찔렀다.

이때 바가리는 칼로 자신을 찌르고 나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석가모니부처님의 제자 중에서 하는 일이 법답지 않으며, 나쁜 이익만 얻고 좋은 이익은 얻지 못하였다. 그리고 여래의 법 안에서 증명을 받지 못한 채 목숨을 마치는 것이다.’
그때 존자 바가리는 곧 5성음(盛陰)을 생각하였다.
‘이것은 색(色)이다, 이것은 색의 발생[色習]이다, 이것은 색의 사라짐[色滅盡]이다, 이것은 통(痛:受)ㆍ상(想)ㆍ행(行)ㆍ식(識)이다, 이것은 통ㆍ상ㆍ행ㆍ식의 발생[習:集]이다, 이것은 통ㆍ상ㆍ행ㆍ식의 사라짐이다.’
그는 이 5성음을 깊이 생각하고 ‘생겨난 모든 법은 어느 것이나 다 사라지고 마는 법이다’라고 알았다.
그런 이치를 알고 나서 곧 번뇌가 있어 마음이 해탈(解脫)하게 되었다. 그때 존자 바가리는 무여열반(無餘涅槃) 세계에서 반열반(般涅槃)하였다.

그때 세존께서는 천이(天耳)로 존자 바가리가 칼을 구해 자살하였다는 말을 들으시고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사위성에 살고 있는 모든 비구들을 모두 한 곳에 모이게 하라. 내가 분부할 것이 있다.”

그때 존자 아난은 세존의 분부를 받고, 곧 모든 비구들을 보집강당(普集講堂)에 모았다. 그리고 그는 돌아가 세존께 아뢰었다.
“지금 비구들이 이미 한 곳에 모두 모였습니다.”

이때 세존께서는 비구승(比丘僧)들을 거느리고 앞뒤로 둘러싸인 채 바가리 비구가 살고 있는 정사(精舍)로 가셨다. 마침 그때 폐마(弊魔) 파순(波旬)은 존자 바가리의 신식(神識)이 어디 있는가를 알려고 하였다.
‘사람에게 있는가, 사람인 듯 사람 아닌 듯한 것에 있는가? 하늘ㆍ용(龍)ㆍ귀신(鬼神)ㆍ건답화(乾沓惒:乾達婆)ㆍ아수륜(阿須輪:阿修羅)ㆍ가류라(迦留羅:迦樓羅)ㆍ마휴륵(摩休勒:摩候羅迦)ㆍ열차(閱叉:夜叉)에 있는가? 지금 이 신식은 결코 존재하는 곳이 있는가, 있다면 어디서 놀고 있는가?’
동ㆍ서ㆍ남ㆍ북ㆍ사유(四維)ㆍ상ㆍ하를 두루 찾아보았으나 신식이 있는 곳은 알 수가 없었다. 이때 마(魔) 파순은 몸만 매우 고달프고 신식이 있는 곳은 알아내지 못하였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승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그 정사로 갔다. 그때 세존께서는 마왕(魔王) 파순이 신식이 있는 곳을 알려고 하는 것을 보시고,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이 정사 안에서 어떤 큰 소리가 나는 것을 들었느냐? 또는 어떤 괴상한 빛을 보았느냐?”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이미 보았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은 폐마 파순이 바가리의 신식이 있는 곳을 알아내려고 하는 것이다.”

그때 존자 아난이 세존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바라건대 바가리의 신식이 어디 있는가를 말씀하여 주소서.”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바가리 비구의 신식은 영원히 집착하는 데가 없어졌다. 그 족성자(族姓子)는 이미 열반에 들었으므로 그렇게 유지해 갈 것이다.”

그때 존자 아난이 세존께 아뢰었다.
“저 바가리 비구는 언제 이러한 네 가지 진리[四諦]를 깨달았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오늘 그 진리를 깨달았다.”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 비구는 병을 앓고 있은 지 이미 오래되었습니다. 그는 본래 범인(凡人)이었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아난아. 네 말과 같다. 다만 그 비구는 괴로움을 꺼려한 지 이미 오래되었다. 그래서 석가모니부처님의 여러 제자들 중에서 신해탈(信解脫)을 얻은 이로서는 이 사람이 제일이다. 그러나 아직 번뇌가 남아 있어서 심해탈(心解脫)을 얻지 못하였으므로 그는 ‘나는 이제 칼을 구해 자살한다’고 하였던 것이다.
그 비구가 자살하려고 할 때에 곧 여래의 공덕을 생각하였고 목숨을 버리던 날에는 5성음(盛陰)을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곧 이렇게 말하였다.
‘이것은 색(色)이다, 이것은 색의 발생[色習]이다, 이것은 색의 사라짐[色滅盡]이다.’
그때 그 비구는 이렇게 생각하고 나자 모든 존재의 발생 요인이 되는 법이 아주 다 사라져 없어졌다. 그래서 그 비구는 이미 반열반한 것이니라.”

그때 아난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네 가지 의단법(意斷法)과
네 가지 어둠[闇]과 늙음의 법과
아이(阿夷)와 법의 본말(本末)과
사리(舍利)와 바가리(婆迦梨)에 대해 설하셨다.

27. 등취사제품(等趣四諦品)

[ 1 ]4)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아, 내가 항상 설명하는 법은 이른바 네 가지 진리[四諦]이다. 그러므로 무수한 방편(方便)으로써 이 법을 관찰하고 그 뜻을 분별하여 사람들을 위해 널리 연설하였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괴로움의 진리[苦諦]이니, 무수한 방편으로써 이 법을 관찰하고 그 뜻을 분별하여 사람들을 위해 널리 설명하였다.
또 무수한 방편으로 그 발생[集]ㆍ사라짐[盡]ㆍ사라지는 길[道]의 진리를 설명하고 그 법을 관찰하고 그 뜻을 분별하여 사람들을 위해 널리 연설하였다.

너희 비구들은 마땅히 사리불 비구를 친근히 하고 받들어 섬기고 공양해야 하느니라. 그 까닭은 저 사리불 비구는 무수한 방편으로써 이 네 가지 진리를 설명하였고 사람들을 위해 널리 연설하였기 때문이다.
사리불 비구가 중생들과 사부대중들을 위해 그 뜻을 분별하였고 사람들을 위해 널리 연설할 때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중생들이 온갖 번뇌가 없어지고 법안(法眼)이 깨끗하게 되었느니라.

또 너희 비구들은 마땅히 사리불과 목건련 비구를 친근히 하고 받들어 섬기고 공양해야 한다. 왜냐하면 사리불 비구는 중생들의 부모요, 낳은 뒤에 길러서 자라게 한 것은 목건련 비구이기 때문이다. 그 까닭은 사리불 비구는 사람들을 위해 법을 설명하여 네 가지 진리를 반드시 성취시키고, 목건련 비구는 사람들을 위해 설법하여 최상의 진리[第一義]를 반드시 성취시키고 번뇌가 없는 행[無漏行]을 성취시켜주었기 때문이다. 너희들은 마땅히 사리불과 목건련 비구를 친근히 하여야 하느니라.”
세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고 나서 고요한 방으로 들어가셨다.

세존께서 떠나신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 사리불이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만일 네 가지 진리를 깨달은 이가 있으면 그 사람은 좋은 이익을 얻을 것입니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말하자면 괴로움의 진리[苦諦]이니, 무수한 방편으로 그 이치를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어떤 것을 괴로움의 진리라고 하는가? 태어나는 괴로움ㆍ늙는 괴로움ㆍ질병의 괴로움ㆍ죽음의 괴로움ㆍ근심하고 슬퍼하고 번민하는 괴로움ㆍ미워하는 이와 만나는 괴로움ㆍ사랑하는 이와 헤어지는 괴로움ㆍ구하여도 얻지 못하는 괴로움 등을 이르는 말이니, 통틀어 말하면 5성음(盛陰)의 괴로움입니다. 이것을 괴로움의 진리라고 말합니다.
어떤 것이 괴로움의 원인의 진리인가? 말하자면 애욕(愛欲)의 결박이 바로 그것입니다. 어떤 것이 괴로움이 사라지는 진리인가? 말하자면 괴로움이 사라지는 진리란 애욕의 결박이 아주 없어져 남음이 없는 것을 말하는 것이니, 이것을 괴로움이 사라짐의 진리라고 합니다.
어떤 것이 괴로움이 사라지게 하는 길의 진리인가? 현성(賢聖)의 8품도(品道)를 이르는 것이니, 즉 바른 소견[正見]ㆍ바른 다스림[正治]ㆍ바른 말[正語]ㆍ바른 방편[正方便]ㆍ바른 생활[正命]ㆍ바른 업[正業]ㆍ바른 생각[正念]ㆍ바른 선정[正定]이 그것입니다. 이것을 괴로움이 사라지게 하는 길의 진리라고 하는 것입니다. 중생으로서 좋은 이익[善利]을 얻는 것은 이 네 가지 진리를 듣기 때문입니다.”

그때 존자 사리불이 이 법을 말하였을 때에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중생들은 이 법을 듣고 온갖 번뇌[塵垢]가 없어지고 법안(法眼)이 깨끗하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들도 좋은 이익을 얻었습니다. 세존께서 우리들을 위해 법을 설명하시어 복의 땅[福地]에 편안하게 살게 하였습니다’라고 말하였다.

그러므로 사부대중들아, 너희들은 방편을 구해 이 네 가지 진리를 행하도록 해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2 ]5)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많은 비구들이 사위성(舍衛城)으로 들어가다가 많은 비구들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우리들이 걸식(乞食)하기에는 아직 때가 이르다. 우리들은 저 외도(外道) 이학(異學)들의 마을로 가서 함께 이치를 논해보리라.’

이때 많은 비구들은 곧 외도들의 마을로 가서 서로 문안인사를 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이학들이 도인(道人)에게 물었다.
“사문 구담(瞿曇)은 그의 모든 제자들을 위해 이런 법을 설한다.
‘너희 비구들은 모두 꼭 이 법을 배워 분명하게 다 알아야 한다. 분명하게 깨달아 알고는 마땅히 받들어 행해야 한다.’
우리들도 모든 제자들을 위해 이런 법을 설한다.
‘너희들은 다 꼭 이 법을 배워 분명하게 깨달아 알아야 한다. 분명하게 깨달아 알고 나서는 꼭 받들어 행해야 한다.’
그렇다면 사문 구담과 우리들과는 무엇이 다르며 무슨 더하고 덜한 것이 있는가? 그도 법을 설하였고 우리도 법을 설하였으며 그도 가르쳤고 우리도 가르쳤다.”

그때 많은 비구들은 이 말을 듣고 나서는 또한 옳다고 말하지도 않고 그르다고 말하지도 않으며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그때 많은 비구들은 서로들 말하였다.
‘우리들은 지금 이 이치를 가지고 세존께 가서 여쭈어보자.’

그때 많은 비구들이 사위성에 들어가 걸식하였다. 걸식을 마치고 나서는 가사와 발우를 챙겨두고 니사단(尼師檀)을 오른쪽 어깨에 걸치고 세존의 처소를 찾아가서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는 한쪽에 앉았다. 그때 많은 비구들은 그 사실을 자세하게 세존께 아뢰었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저 외도들이 이렇게 묻거든 너희들은 마땅히 이런 말로 그들에게 대답하라.
‘구경(究竟)은 하나인가, 구경은 여럿인가?’
혹 저 범지(梵志)들로서 평등(平等)하게 말하는 사람이라면 ‘구경은 하나이고 여럿이 아니다’라고 그렇게 대답할 것이다. 만일 그렇게 말하거든 ‘그 구경은 욕심이 있는 이의 구경인가, 욕심이 없는 이의 구경인가?’ 하고 다시 물어보아라. 그러면 그들은 ‘구경이란 욕심이 없는 사람의 구경이다’ 하고 대답할 것이다.
그렇게 말하거든 또 너희들은 ‘어떠냐? 그 구경은 성내는 사람의 구경인가, 성내지 않는 사람의 구경인가?’ 하고 물어라. 그러면 그들은 ‘이른바 저 구경은 성내지 않는 사람의 구경이요, 성내는 사람의 구경이 아니다’라고 할 것이다.
그렇게 말하거든 또 너희들은 ‘어떠냐? 그것은 어리석은 사람의 구경인가, 어리석지 않은 사람의 구경인가?’ 하고 물어라. 그러면 그들은 ‘저 구경은 어리석지 않은 사람의 구경이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렇게 말하거든 또 너희들은 ‘어떠냐? 그 구경은 애욕이 있는 사람의 구경인가, 애욕이 없는 사람의 구경인가?’ 하고 물어라. 그러면 그들은 ‘구경이란 애욕이 없는 사람의 구경이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렇게 말하거든 또 너희들은 ‘어떠냐? 저 구경은 집착이 있는 사람의 구경인가, 집착이 없는 사람의 구경인가?’ 하고 물어라. 그러면 그들은 ‘저 구경은 집착이 없는 사람의 구경이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렇게 말하거든 또 너희들은 ‘어떠냐? 그 구경은 지혜로운 사람의 구경인가, 지혜롭지 않은 사람의 구경인가?’ 하고 물어라. 그러면 그들은 ‘그것은 지혜로운 사람의 구경이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렇게 말하거든 또 너희들은 ‘그 구경은 성내는 사람의 구경인가, 성내지 않는 사람의 구경인가?’ 하고 물어라. 그러면 그들은 ‘저 구경은 성내지 않는 사람의 구경이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비구들아, 이런 두 가지 소견이 있다. 어떤 것이 그 두 가지 소견인가? 하나는 있다[有]는 소견이고, 다른 하나는 없다[無]는 소견이다. 모든 사문 바라문들로서 이 두 가지 소견의 본말(本末)을 알지 못하면, 그는 곧 탐욕의 마음이 있고 성내는 마음이 있으며, 어리석은 마음이 있고 애욕의 마음이 있으며, 집착하는 마음이 있게 될 것이니, 그는 곧 무지(無知)한 사람이다.
만일 그에게 성내는 마음이 있어서 법다운 행(行)과 서로 호응하지 못하면, 그는 태어남ㆍ늙음ㆍ병듦ㆍ죽음ㆍ근심ㆍ걱정ㆍ괴로움ㆍ번뇌를 벗어나지 못하고 온갖 고달픔을 겪으면서 괴로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모든 사문 바라문으로서 그것을 사실 그대로 알면 그는 곧 어리석음과 성내는 마음이 없고 항상 법다운 행과 서로 호응하여 남ㆍ늙음ㆍ병듦ㆍ죽음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괴로움의 근본을 이와 같이 설명하였다.
비구들아, 여기 묘(妙)한 법이 있으니, 그 이름을 평등한 법이라고 한다. 평등한 법을 행하지 않는 모든 사람은 곧 다섯 가지 소견에 떨어질 것이다.

나는 지금 네 가지 집착[受]6)에 대하여 설명하리라. 어떤 것이 그 네 가지 취함인가?이른바 탐욕에 대한 집착[欲受]ㆍ소견에 대한 집착[見受]ㆍ계율에 대한 집착[戒受]ㆍ나라는 것에 대한 집착[我受]이니, 이것을 네 가지 집착이라고 한다.
어떤 사문 바라문은 ‘탐욕에 대한 집착’이라는 이름을 안다. 그러나 그는 탐욕에 대한 집착이라는 이름은 알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로 호응하지는 않는다.
비록 그는 모든 집착의 이름을 알기는 하지만 먼저 탐욕에 대한 집착이라는 이름만 알고 소견에 대한 집착ㆍ계율에 대한 집착ㆍ나라는 것에 대한 집착이라는 이름은 알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 사문 바라문은 다른 세 가지 집착의 이름을 분별하지 못하기 때문이니라.
그리고 어떤 사문 바라문은 그 모든 집착을 다 분별하긴 하지만, 그는 다만 탐욕에 대한 집착과 소견에 대한 집착만 분별하고 계율에 대한 집착과 나라는 것에 대한 집착은 분별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 사문 바라문은 다른 두 가지 집착은 분별할 수가 없기 때문이니라.
또 어떤 사문 바라문은 모든 집착을 분별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갖추지 못한 것이 있다. 그는 다만 탐욕에 대한 집착ㆍ소견에 대한 집착ㆍ계율에 대한 집착만 분별하고 나라는 것에 대한 집착은 분별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 사문 바라문은 나라는 것에 대한 집착은 분별할 수가 없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또 어떤 사문 바라문은 모든 집착을 다 분별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갖추지 못한 것이 있다. 그것은 이른바 네 가지 집착이다.

어떤 뜻이 있고 또 어떻게 분별해야 하는가? 이른바 네 가지 집착은 애욕으로 말미암아 생기는 것이다. 이와 같이 비구들아, 이 묘한 법을 꼭 분별해야 하느니라.
만일 이 모든 집착을 행하지 않으면 그것은 평등이라고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모든 법의 이치는 깨닫기 어렵고 알기 어려우니, 그런 법답지 않은 이치는 삼야삼불(三耶三佛:正等覺)의 말씀이 아니기 때문이니라.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여래는 능히 모든 집착을 다 분별하고 모든 집착을 분별하므로 말미암아 곧 법(法)과 서로 호응하게 된다. 즉 탐욕에 대한 집착ㆍ소견에 대한 집착ㆍ계율에 대한 집착ㆍ나라고 하는 것에 대한 집착을 다 분별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여래는 모든 집착을 분별하고 법과 서로 호응하여 조금도 어긋남이 없느니라.
이 네 가지 집착은 무엇으로 말미암아 생기는가? 이 네 가지 집착은 애욕으로 말미암아 생기고 애욕으로 말미암아 자라나서 결국 이 집착을 성취하게 된다. 만일 이 집착을 항복 받으면 곧 다른 모든 집착을 일으킬 수 없을 것이다. 모든 집착을 일으키지 않으면 곧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요, 두려워하지 않으면 곧 열반에 들어, 나고 죽음은 이미 끝나고 범행(梵行)은 이미 이루었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쳐 다시는 후생에서 몸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사실 그대로 알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아, 이 묘한 법을 사실 그대로 알면 모든 법다운 행의 근본을 원만하게 갖출 것이다. 왜냐하면 이 법은 극히 미묘하기 때문이요, 모든 부처님의 말씀으로서 모든 행에 있어서 빠짐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비구들아, 여기 첫째 사문ㆍ둘째 사문ㆍ셋째 사문ㆍ넷째 사문이 있지만, 그 어떤 사문도 이것보다 더 훌륭한 것이 없느니라.”
부처님께서는 이와 같이 사자처럼 외치셨다.

그러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3 ]7)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아나빈저(阿那邠邸) 장자가 세존의 처소를 찾아가서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세존께서 장자에게 물으셨다.
“어떠냐? 장자야. 너는 속가(俗家)에서 늘 보시(布施)를 하고 있느냐?”

장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의 집에서는 늘 보시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보시하는 음식이 거칠고 맛이 없어서 평상시와 다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만약 보시를 할 때에는 그것이 좋거나 추하거나 많거나 적거나 상관없이 보시하는 일에 마음을 쓰지 않고 서원(誓願)을 세우지도 않으며, 또 믿는 마음이 없으면, 그 행(行)으로 인한 과보(果報)로써 태어나는 곳마다 좋은 음식을 얻지 못하고 마음이 좋아하는 것을 즐기지 못할 것이다. 또 좋은 의복을 입는 즐거움도 없고 좋은 토지를 가지는 즐거움도 없을 것이다. 마음도 또한 다섯 가지 즐거움을 누리지 못할 것이요, 비록 하인[從僕]과 남녀의 종[奴婢]이 있다 하더라도 그들은 명(命)을 받들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보시에 정성을 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런 과보를 받는 것이니라.
만일 장자(長者)가 보시할 때에 그것이 좋거나 추하거나 많거나 적거나 상관없이 마땅히 정성껏 마음을 쓰고 차별[增損]을 두지 않으며, 후세의 다리[橋梁]가 되겠다고 발원하면, 그는 태어나는 곳마다 음식이 저절로 생기고, 일곱 가지 재물[七財]8)도 두루 갖추어지며 마음은 다섯 가지 즐거움 속에서 항상 즐거울 것이요, 만일 남녀 종들과 하인들이 있으면 그들은 항상 명령을 잘 받들 것이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보시를 할 때에 늘 기뻐하는 마음을 내었기 때문이니라.

장자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과거(過去 구원겁(久遠劫) 이전에 비마라(毗摩羅)라는 범지(梵志)가 있었다. 그는 재물도 넉넉했고 보배도 진주ㆍ호박ㆍ자거ㆍ마노ㆍ수정ㆍ유리 등 아주 많아 그런 것으로 보시하기를 좋아하였었다. 그는 보시할 때에 8만 4천 개의 은(銀)발우에는 금(金)가루를 가득 담고, 8만 4천 개의 금발우에는 은가루를 가득 담아 보시하곤 하였다.
또 8만 4천 개의 금ㆍ은 대야를 보시하였고, 또 금ㆍ은으로 뿔을 싼 8만 4천 마리 소를 보시하였다. 또 8만 4천 명 미녀[玉女]를 의복을 입혀 보시하였고, 털과 비단으로 짜고 수를 놓은 천으로 덮은 8만 4천 벌의 침구를 보시하였으며, 8만 4천 벌의 의상(衣裳)을 보시하였고, 다시 금과 은으로 얽어 장식한 8만 4천 마리 큰 코끼리를 보시하였으며, 또 금과 은으로 만든 안장과 굴레를 씌운 8만 4천 마리 말을 보시하였고, 또 8만 4천 대의 수레를 보시하였으며, 8만 4천 채의 집을 보시하였다. 또 옛 성문에서 보시하되 음식을 요구하면 음식을 주고 의복을 요구하면 의복을 주어 의복ㆍ음식ㆍ평상ㆍ침구ㆍ의약 등을 모두 주었느니라.

장자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저 비마라가 비록 그런 보시를 하였지만, 그것은 집 한 칸을 지어 초제승(招提僧:客僧)에게 보시하는 것만 못하다. 이 복은 헤아릴 수 없이 많기 때문이니라. 또 그가 그렇게 보시하고 집을 지어 초제승들에게 보시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부처님과 법과 승가의 삼보(三寶)에 귀의하는 것만 못하다. 이 복은 헤아릴 수 없이 많기 때문이니라. 또 비록 그가 그렇게 보시하고 또 집을 지으며, 세 분에게 귀의하는 복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5계(戒)를 받들어 가지는 것만은 못하느니라.
비록 그 사람이 그렇게 보시하고 집을 지으며 삼보에 귀의하고 5계를 받은 복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잠깐 동안 중생들을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는 것만은 못하다. 이 복(福)의 공덕은 헤아릴 수 없이 많기 때문이니라.
또 설령 그 사람이 그렇게 보시하고 집을 지으며 삼보(三寶)에 귀의하고 5계를 받들어 가지며 잠깐 동안이나마 중생을 사랑하고 가엾이 여긴 복을 지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잠깐 동안이나마 이 세상은 좋아할 만한 것이 못 된다고 생각하는 것만 못하다. 이 복의 공덕은 헤아릴 수 없이 많기 때문이니라.

그리고 그가 지은 공덕을 나는 다 증명한다. 집을 지은 복도 나는 알고, 삼보에 귀의한 복과 5계를 받은 복과 잠깐 동안이나마 중생을 사랑하고 가엾이 여긴 복과 잠깐이나마 이 세상은 좋아할 만한 것이 못 된다고 생각한 복을 나는 다 안다.

그때 그와 같이 큰 보시를 행한 그 바라문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다른 사람일거라는 생각을 하지 말라. 왜냐하면 그때 그렇게 시주한 사람은 바로 나이기 때문이니라.
장자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나는 과거 구원겁(久遠劫)부터 공덕을 지을 때에는 믿는 마음을 끊지 않았고 애착하는 생각을 일으키지 않았었다. 그러므로 장자야, 만일 보시하려고 할 때에는 그것이 많거나 적거나 좋거나 추하거나 간에 즐겁게 보시하고 애착하는 마음을 내지 말 것이며 직접 보시하고 남을 시키지 말며, 서원을 세워 과보(果報)를 구하고 그 뒤에 복 받기를 구하면, 장자는 틀림없이 무궁(無窮)한 복을 받을 것이다. 장자야,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때 장자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4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해가 처음 뜰 때에는 사람들이 모두 들에 나가 농사를 짓고 온갖 새들은 구슬프게 울며 어린아이들은 애달프게 울어댄다.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것은 비유이다. 마땅히 그 뜻을 이해해야 하느니라. 그 뜻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해가 처음 뜨는 때라는 것은 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시는 것을 비유한 것이고, 사람들이 모두 들에 나가서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시주[檀越]가 수시로 의복ㆍ음식ㆍ평상ㆍ침구ㆍ의약 등을 공급해 주는 것을 비유한 것이며, 온갖 새가 구슬프게 운다는 것은 덕망(德望)이 높은 법사(法師)가 사부대중들을 위해 미묘한 법을 연설하는 것을 비유한 것이요, 어린아이가 애달프게 울어댄다는 것은 폐마(弊魔) 파순(波旬)을 비유한 것이니라.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해가 처음 뜰 때처럼 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시면 어두움을 없애어 밝게 비추지 않는 곳이 없다.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5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미륵보살이 세존께서 계시는 곳을 찾아가서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미륵보살이 세존께 아뢰었다.
“보살 마하살(摩訶薩)은 몇 가지 법을 성취해야 단바라밀(檀波羅蜜:布施波羅蜜)을 행하고 6바라밀을 원만하게 갖추어 위없이 바른 도[無上正眞道]를 빠르게 성취하게 되나이까?”

부처님께서 미륵(彌勒)에게 말씀하셨다.
“보살 마하살이 네 가지 법의 근본을 성취하면, 6바라밀을 두루 갖추고 위없이 바른 도를 빨리 성취할 것이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 법인가? 보살이 보시할 때에는 부처님과 벽지불(辟支佛), 그리고 그 밑으로 범인(凡人)에 이르기까지 모두 평등하게 보아 사람을 분별하지 말고 항상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모든 중생들은 먹는 것으로 말미암아 살아가고 먹지 않으면 죽는다.’
이것을 일러 ‘보살이 첫 번째 법을 성취하여 여섯 바라밀[六度]을 원만하게 갖춘다’고 하는 것이니라.

또 보살이 만약 보시할 때에는 머리ㆍ눈ㆍ골수ㆍ뇌(腦)ㆍ나라ㆍ재물ㆍ아내ㆍ자식 등을 즐겁게 보시하여 애착하는 생각을 내지 말아야 한다. 마치 죽어가던 사람이 갑자기 다시 살아나면 기뻐 뛰면서 어쩔 줄 몰랐다고 하는 것처럼, 그때 보살이 마음을 내어 기뻐하는 것도 그와 같이 하여 보시의 서원(誓願) 때문에 애착하는 생각을 내지 않아야 하느니라.

또 미륵아, 보살이 보시할 때에는 그 공덕을 일체에 미치게 하고, 자기만의 위없이 바르고 참다운 도를 위한 것이 아니어야 한다. 이것을 일러 ‘세 번째 법을 성취하여 6바라밀을 원만하게 갖춘다’고 하는 것이니라.
또 미륵아, 보살 마하살이 보시할 때에는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모든 중생들 중에서 보살이 가장 우두머리가 된다. 보살은 6바라밀을 원만하게 갖추었고 모든 법의 근본을 다 안다. 왜냐하면 그는 밥을 먹고는 모든 감각기관[根]이 고요하여 계(戒)를 생각하며, 성을 내지 않고 자애로운 마음을 수행하며 용맹하게 정진(精進)하여, 선법(善法)은 더욱 자라나게 하고 선하지 않은 법은 다 제거해 없애며, 항상 마음이 한결같아서 뜻이 어지럽지 않으며, 변재(辯才)를 원만하게 갖추어 법문(法門)에서 끝끝내 차례를 뛰어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모든 보시로 하여금 6바라밀을 원만하게 갖추고 단 바라밀을 성취하게 해 주십시오.’

만일 보살 마하살이 이 네 가지 법을 행하면 위없이 바르고 참다운 도를 빨리 성취하게 될 것이다. 그런 까닭에 미륵아, 만일 보살 마하살이 보시하려고 할 때에는 마땅히 이런 서원을 세워 모든 행을 원만하게 갖추도록 해야 한다.
미륵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미륵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6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여래는 비록 이 세상에 출현하셨으나 네 가지 두려움[四無所畏]이 없다. 여래는 이 네 가지 두려움이 없음을 얻어 곧 세상에 대한 집착이 없고 대중들 가운데서 사자처럼 외쳐 범륜(梵輪)을 굴리느니라.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나는 지금 이미 이 법을 성취하였다. 가령 저 사문이나 바라문ㆍ마(魔)ㆍ마천(魔天)이나 날짐승과 길짐승들이 대중들 가운데에서 ‘내가 이 법을 성취하지 못하였다’고 말한다면 그 일은 옳지 않다. 그 가운데에서 두려운 것이 없음을 얻었으니, 이것을 일러 첫 번째 두려움 없음이라고 하느니라.

가령 나는 오늘 모든 번뇌[漏]가 이미 다하여 다시는 중생들의 태(胎)를 받지 않을 것이다. 만일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 중생들이 대중들 가운데에서 ‘내가 번뇌를 다 끊지 못했다’라고 말한다면 그 일은 옳지 않다. 이것을 일러 두 번째 두려움 없음이라고 하느니라.

나는 이제 이미 어리석고 어두운 법을 여의었다. 나를 다시 어리석고 어두운 법으로 돌리려고 해도 그것은 끝끝내 그렇게 될 수 없는 일이다. 만일 사문 바라문이나 마와 마천 중생들이 대중들 가운데에서 ‘내가 어리석고 어두운 법으로 돌아갈 것이다’라고 말한다면 그 일은 옳지 않다. 이것을 일러 세 번째 두려움 없음이라고 하느니라.

모든 현성(賢聖)들의 번뇌를 벗어나게 하는 요긴한 법은 괴로움의 끝까지 완전히 벗어나게 한다. 나로 하여금 아무리 벗어나지 못하게 하려고 하여도 끝끝내 그렇게 될 수 없는 일이다. 만일 사문 바라문이나 마와 마천 중생들이 대중들 가운데에서 ‘내가 괴로움을 벗어나지 못하였다’라고 말한다면 그 일은 옳지 않다. 이것을 일러 여래의 네 번째 두려움 없음이라고 하느니라.

비구들아, 이와 같이 여래는 네 가지 두려운 것이 없어서 대중들 가운데에서 사자처럼 외쳐 범륜(梵輪)을 굴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방편을 구해 네 가지 두려움이 없도록 해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7 ]9)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여기 네 사람이 있는데 총명(聰明)하고 용맹스러우며, 옛것을 통하고 현재에 밝아 법과 법을 다 성취하였다. 어떤 것이 그 네 사람인가?
비구가 많이 들어 옛것을 통하고 현재에 밝으니 대중들 가운데에서 제일가는 것, 비구니(比丘尼)가 많이 들어 옛것에 통하고 현재에 밝으니 대중들 가운데에서 제일가는 것, 우바새(優婆塞)가 많이 들어 옛것에 통하고 현재에 밝으니 대중들 가운데에서 제일가는 것, 우바이(優婆夷)가 많이 들어 옛것에 통하고 현재에 밝으니 대중들 가운데에서 제일가는 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네 종류의 사람은 대중들 가운데에서 제일이라고 하는 것이니라.”

그때 세존께서 곧 이 게송을 말하였다.
용맹스러워 두려울 것 없고
많이 들어 설법을 잘 하며
대중들 가운데에서 사자가 되어
겁내고 약한 법이 없느니라.

비구는 계(戒)를 성취하였고
비구니들은 많이 들었고
우바새는 믿음이 있으며
우바사(優婆斯)도 그러하니라.

대중들 가운데에서 제일이 되어
능히 대중과 화(和)하고 순(順)하며
이러한 이치를 알려고 하는 이
그런 사람은 처음 뜨는 해와 같다.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옛것에 통하고 현재에 밝아 법과 법을 다 성취하도록 해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8 ]1)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네 종류의 금시조(金翅鳥)가 있다. 어떤 것이 그 네 종류인가? 알로 태어나는 금시조ㆍ태로 태어나는 금시조ㆍ습기로 태어나는 금시조ㆍ변화로 태어나는 금시조가 그것이다. 이것이 네 종류의 금시조이니라.
비구들아, 이와 같이 네 종류의 용(龍)이 있다. 어떤 것이 그 네 종류인가? 알로 태어나는 용ㆍ태로 태어나는 용ㆍ습기로 태어나는 용ㆍ변화로 태어나는 용이 있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네 종류의 용이라고 하느니라.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저 알로 태어나는 금시조가 용을 잡아먹으려고 할 때에는 철차(鐵叉)나무 위에 올라가 제 몸을 바다에 던진다. 그 바다는 세로와 너비가 각각 28만 리(里)이고, 바다 밑에는 네 가지 용궁(龍宮)이 있어서 알로 태어나는 용ㆍ태로 태어나는 용ㆍ습기로 태어나는 용ㆍ변화로 태어나는 용이 있다. 그때 알로 태어난 금시조는 큰 날개로 물을 한 번 쳐서 두 쪽으로 갈라서게 하여 알로 태어난 용을 잡아먹는다. 만일 어쩌다가 잘못 태로 태어난 용을 날개로 치면 금시조는 곧 죽고 만다. 그때 금시조가 물을 쳐서 용을 잡아먹고는 물이 미처 합해지기도 전에 철차나무 위로 다시 올라가느니라.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만약 태로 태어난 금시조가 용을 잡아먹으려 할 때에는 철차나무 위에 날아 올라가서 제 몸을 바다에 던진다. 그런데 그 바다는 세로와 너비가 각각 28만 리나 된다. 물을 쳐서 물을 가르고 날아 내려가서 태로 태어난 용이나 알로 태어난 용을 만나면 곧 잡아 입에 물고 바다 위로 나오지만 만일 습기로 태어난 용을 만나면 새 자신이 곧 죽고 마느니라.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만일 습으로 태어난 금시조가 용을 잡아먹으려고 할 때에는 철차나무 위에 올라가서 제 몸을 바다에 던진다. 그 새가 만일 알로 태어난 용이나 태로 태어난 용이나 습으로 태어난 용을 만나면 모두 잡아먹을 수 있지만, 가령 변화로 태어난 용을 만나면 새 자신이 곧 죽고 마느니라.

비구들아, 만일 변화로 태어난 금시조가 용을 잡아먹으려 할 때에는 철차나무 위에 올라가 제 몸을 바다에 던진다. 그런데 그 바다는 세로와 너비가 각각 28만 리나 된다. 물을 쳐서 그 물을 가르고 날아 내려가 알로 태어난 용과 태로 태어난 용과 습으로 태어난 용과 변화로 태어난 용을 만나면 그것들을 다 잡아먹고 바닷물이 미처 합해지기도 전에 철차나무 위로 다시 날아 올라오느니라.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만일 그 용왕(龍王)으로 하여금 직접 부처님을 섬기게 하면 금시조는 그 용을 잡아먹지 못한다. 왜냐하면 여래는 항상 4등심을 쓰므로 그 새가 용을 잡아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것이 그 4등심(等心)인가? 여래는 항상 자애로운 마음을 쓰고, 항상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쓰며, 항상 기뻐하는 마음을 쓰고, 항상 보호하는 마음을 쓴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여래가 항상 쓰는 4등심이라고 한다. 그것은 큰 근력(筋力)이 있고 큰 용맹(勇猛)이 있어서 막거나 무너뜨릴 수가 없다. 그런 까닭에 금시조는 용을 잡아먹지 못한다.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4등심을 써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9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가령 선지식(善知識)이 보시할 때에 네 가지 공덕(功德)이 있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때를 알아서 보시하고 때를 모르지 않는 것이며, 제 손으로 직접 보시하고 다른 사람을 시키지 않는 것이며, 항상 정결(淨潔)한 것만을 보시하고 정결하지 않은 것을 하지 않는 것이며, 미묘(微妙)한 것을 보시하고 더러운 것을 보시하지 않는 것이다. 선지식이 보시할 때에는 이런 네 가지 공덕이 있다.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선남자(善男子)와 선여인(善女人)도 보시할 때에는 이 네 가지 공덕을 갖추어야 한다. 이 공덕을 갖추면 큰 복업(福業)을 얻고 감로(甘露)의 열반을 얻을 것이다. 그리고 그 복덕은 이루 다헤아릴 수 없어서 얼마만한 복업이 있다고 말할 수 없고, 허공으로도 다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이를 비유하면 마치 바닷물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어 한 섬이니 반 섬이니 한 홉이니 반 홉이니 하고 숫자로 헤아릴 수 없는 것처럼 그 복업도 낱낱이 말할 수 없느니라.
이와 같이 선남자와 선여인이 지은 공덕은 헤아릴 수 없는 큰 복업을 얻고 감로의 열반을 얻어 얼마만한 복덕이라고 말할 수 없느니라.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선남자와 선여인도 마땅히 이 네 가지 공덕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10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네 종류의 사람이 있다. 그들은 공경할 만하고 귀하게 여길 만하며 세상의 복밭이 되는 분들이다. 어떤 것이 그 네 사람인가? 믿음을 가지는 사람ㆍ법을 받드는 사람ㆍ몸으로 증득한 사람ㆍ지혜가 밝은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어떤 이를 믿음을 가진 사람이라고 하는가? 혹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이 가르치는 교훈을 받고는 독실하게 믿는 마음이 있어서, 마음으로 의심하지 않고 여래(如來)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ㆍ명행성위(明行成爲)ㆍ세간해(世間解ㆍ선서(善逝)ㆍ무상사(無上士)ㆍ도법어(道法御)ㆍ천인사(天人師)ㆍ불세존(佛世尊)에 대해 믿음을 가진다. 또 여래의 말씀을 믿고, 범지(梵志)의 말을 믿으며, 항상 다른 사람의 말을 믿어 자기의 지혜에 맡기지 않는다. 이것을 일러 믿음을 가진 사람이라고 하느니라.

저 어떤 이를 법을 받드는 사람이라고 하는가? 어떤 사람은 법에 대하여 잘 분별하여 다른 사람을 믿지 않고, 법에 대하여 잘 관찰한다.
‘존재하는 것인가, 없어지고 마는 것인가? 진실한 것인가, 허망한 것인가?’
그는 곧 이렇게 생각한다.
‘이것은 바로 여래의 말씀이다. 이것은 곧 범지의 말이다.’
그리하여 여래의 법인 줄을 알면 곧 받들어 가지고 외도의 말이면 멀리 여읜다. 이것을 일러 법을 받드는 사람이라고 하느니라.

어떤 이를 몸으로 증득한 사람이라고 하는가? 어떤 사람은 자기 몸으로 증득하여 다른 사람을 믿지 않고, 여래의 말도 믿지 않으며, 모든 존자(尊者)가 말하여 가르치는 것도 믿지 않고, 자기 성품에 맡겨 즐겁게 논다. 이것을 일러 몸으로 증득한 사람이라고 하느니라.

저 어떤 사람을 지혜가 밝은 사람이라고 하는가? 어떤 사람은 3결을 끊고 수다원의 물러나지 않는 법을 이룩하였다. 그에게는 이런 소견이 있다.
‘보시하는 이도 있고 받는 이도 있으며, 선악(善惡)의 과보(果報)도 있고 이 세상과 저 세상도 있으며, 아버지도 있고 어머니도 있으며, 아라한 등의 가르침을 받는 이도 있다.’
그리하여 몸으로 믿고 증득하여 스스로 노닐면서 교화한다. 이것을 일러 지혜가 밝은 사람이라고 하느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아, 이러한 네 종류의 사람이 있는데, 너희들은 마땅히 앞의 세 사람은 버리고 몸으로 증득하는 법 닦기를 생각해야 하느니라.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주석
2 팔리어로는 Vakkalin이라고 한다. 또는 발가리(跋迦利)라고도 하며, 번역하여 착수피의(着樹皮衣)라고 한다. 사위성(舍衛城 사람으로 바라문(婆羅門) 종족 출신이며, 부처님의 제자 중 신해(信解)가 제일인 사람이다.
3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중아함경』 제7권 31번째 소경인 「분별성제경(分別聖諦經)」이 있고, 이역경(異譯經)으로는 후한(後漢) 시대 안세고(安世高)가 한역한 『불설사제경(佛說四諦經)』이 있다.
4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중아함경』 제26권 103번째 소경인 「사자후경(獅子吼經」이 있다.
5 수(受)를 느낌이라고 대부분 알고 있으나, 구역(舊譯)에서는 취(取)를 수(受)로 번역하였다.
6 이 소경과 비슷한 내용의 경으로는 『중아함경』 제39권 155번째 소경인 「수달다경(須達哆經)」이 있고, 이역경(異譯經)으로는 송(宋) 시대 법천(法天)이 한역한 『불설장자시보경(佛說長者施報經)』과 실역(失譯『불설삼귀오계자심염리공덕경(佛說三歸五戒慈心厭離功德經)』과 소제(蕭齊 시대 구나비지(求那毗地)가 한역한 『불설수달경(佛說須達經)』이 있다.
7 7성재(聖財)를 말하며, 또는 7덕재(德財)ㆍ7법재(法財)라고 쓰기도 한다. 세간을 초월한 사람이 지니는 일곱 가지 재보를 말하는 것으로, 즉 첫째 신재(信財), 둘째 계재(戒財), 셋째 참재(慚財), 넷째 괴재(愧財), 다섯째 문재(聞財), 여섯째 시재(施財), 일곱째 혜재(慧財)이다.
8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31권 873번째 소경인 「사종조복경(四種調伏經)」이 있다.
9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장아함경』 제19권 30번째 소경인 「세기경(世記經)」 용조품(龍鳥品)이 있다.
1 왕사성(王舍城)에 살았던 사람으로 또는 발제리가(跋提梨迦, Bhaddiya)라고도 하며, 의역하여 현선(賢善)ㆍ최승(最勝)이라고 한다.

증일아함경 제20권

동진 계빈 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김월운 번역

28. 성문품(聲聞品)

[ 1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열성(羅閱城) 가란타죽원(迦蘭陀竹園)에서 큰 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네 사람의 큰 성문들이 한 곳에 모여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 다 같이 이 라열성을 살펴보자. 누가 부처님ㆍ법ㆍ승가를 공양(供養)하고 받들지 않아 공덕을 짓지 않고 있는가. 본래부터 마음이 없는 이라면 마땅히 권유해서, 그로 하여금 여래ㆍ법ㆍ승가와 존자 대목건련(大目揵連)ㆍ존자 가섭(迦葉)ㆍ존자 아나율(阿那律)ㆍ존자 빈두로(賓頭盧)를 믿게 하자.

그때 발제(拔提)2)라는 장자(長者)가 있었는데, 그는 재물이 풍족했고 보물도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았으며, 금(金)ㆍ은(銀)ㆍ진보(珍寶)ㆍ자거(車ㆍ마노(瑪瑙)ㆍ진주(眞珠)ㆍ호박(琥珀)과 코끼리ㆍ말ㆍ수레ㆍ노비(奴婢)ㆍ하인[從僕]들도 모두 다 풍족하였다.
그러나 그는 인색하고 탐욕이 많아 부처님ㆍ법ㆍ승가(僧家)에 보시하기를 좋아하지 않았고, 털끝만한 선행(善行)도 없었으며, 독실한 믿음도 없었기 때문에 지은 복은 이미 다하였고, 다시 새로운 복은 짓지 않으며, 항상 삿된 소견[邪見]을 가지고 있었으니, 즉 ‘보시(布施)도 쓸데없는 것이고 복(福)도 없는 것이며, 받는 사람도 없고 금세(今世)니 후세(後世)니 하는 것이라든가 선악(善惡)의 과보(果報)도 없는 것이다. 부모도 없고 아라한도 없으며, 또한 진리를 증득하는 이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그 장자의 집은 일곱 겹의 문이 있었고, 그 문마다 지키는 사람이 있어 걸인(乞人)들을 문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였다. 다섯 개의 뜰에는 쇠 그물을 쳐놓아 새들도 들어와 앉지 못하게 해 놓았다.

그 장자에게는 난타(難陀)라는 누이가 있었다. 그 역시 인색하고 탐욕이 많아 보시하기를 좋아하지 않았고 공덕의 뿌리를 심지 않았기 때문에 지은 복은 이미 다하였고 새 복은 짓지 않았다. 그는 게다가 삿된 소견까지 가지고 있었으니,즉 ‘보시도 쓸데없는 것이고 복도 없는 것이며, 받는 사람도 없고 금세니 후세니 하는 것이라든가 선악의 과보 같은 것도 다 없는 것이다. 부모도 없고 아라한도 없으며, 또한 진리를 증득하는 이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난타의 집 문도 일곱 겹으로 되어 있었고 문마다 지키는 사람이 있어 걸인들을 들어오지 못하게 하였다. 또 쇠 그물을 그 위에 덮어 새들까지도 그 집 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였다.
그 성문들은 이런 것을 관찰하고 나서 ‘우리들이 오늘 저 난타로 하여금 부처님ㆍ법ㆍ승가를 독실하게 믿게 하자’고 의논하였다.

그때 발제 장자는 아침에 떡을 먹고 있었다. 이때 존자 아나율이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장자의 집으로 가서 땅 속에서 솟아올라 장자를 향해 발우를 내밀었다. 장자는 매우 근심하면서 떡을 조금 떼어 아나율의 발우에 던져주었다. 그러자 아나율은 떡을 얻어 가지고 있던 곳으로 되돌아왔다.

이때 장자는 곧 화를 벌컥 내면서 문지기를 꾸짖었다.
“내가 아무도 문 안에 들여보내지 말라고 그렇게 일렀는데 왜 사람을 들여보냈느냐?”
그러자 문지기가 대답하였다.
“문은 굳게 잠가 놓았었습니다. 그런데 그 도인(道人)이 어디로 해서 들어왔는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장자는 잠자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때 장자는 떡을 다 먹고 난 다음에 고기를 먹고 있었다. 존자 마하가섭은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장자의 집으로 가서 땅 속에서 솟아 나와 장자를 향해 발우를 내밀었다. 그러자 장자는 매우 불쾌해하면서 고기를 조금 떼어 주었다. 가섭은 고기를 얻어 가지고 거기에서 사라져 본래 있던 곳으로 되돌아왔다.

그러자 장자는 더욱 화를 내며 문지기를 꾸짖었다.
“너는 아까도 사람을 들여보내지 말라고 일렀는데, 왜 두 사문을 다 들여보내 걸식을 하게 하였느냐?”
그러자 문지기가 대답하였다.
“나는 그 사문이 어디로 들어갔는지 보지 못했습니다.”

장자가 중얼거렸다.
“저 까까머리 사문(沙門)은 요술을 부려 세상을 속여 미혹하게 할 뿐이요, 바른 행(行)은 없구나.”

그때 장자의 아내는 장자에게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앉아서 이 광경을 다 지켜보았다. 그런데 그 장자의 아내는 질다(質多) 장자의 누이동생으로서 마사산(摩師山)3)에서 데리고 온 여자였다. 그때 아내가 장자에게 말하였다.
“입을 조심하세요. ‘사문더러 요술이나 배우는 사람’이라고 그렇게 비방하지 마십시오. 왜냐하면 사문들에게는 큰 위신(威神)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분들이 우리 집에 온 까닭은 우리 집에 많은 이익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당신은 아까 먼저 온 그 비구가 누구인지 아십니까?”

장자가 대답하였다.
“알지 못합니다.”

아내가 말하였다.
“장자여, 당신은 혹 가비라위국(迦毗羅衛國)의 곡정왕(斛正王)의 아들 아나율이라는 사람을 들어본 일이 있습니까? 그가 태어날 때에 이 흙덩이가 여섯 번 진동하였고, 집 둘레로 1유순(由旬) 이내에 숨겨져 있던 보배들이 모두 저절로 드러났었습니다.”

장자가 대답하였다.
“나는 아나율이라는 말만 들었지 직접 보지는 못하였소.”

그러자 아내가 장자에게 말하였다.
“그는 귀족 집안의 아들로서 집을 버리고 출가하여 도(道)를 배우면서, 범행(梵行)을 닦아 아라한이 된 사람인데 천안(天眼)으로는 제일이어서 그보다 더 뛰어난 사람은 없습니다. 그래서 여래께서도 ‘내 제자들 중에 천안으로 제일인 사람은 바로 아나율 비구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다음 두 번째로 들어왔던 비구는 누구인지 아십니까?”

장자가 대답하였다.
“나는 모르는 사람이오.”

그 아내가 말하였다.
“장자여, 당신은 혹 이 라열성(羅閱城) 안에 사는 가비라(迦毗羅)4)라는 범지에게 재물이 풍족하고 보배가 많아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으며 999마리의 소로 농사를 짓고 있다는 말을 들은 일이 있소?”

장자가 대답하였다.
“나는 그 범지를 직접 보았소.”

아내가 말하였다.
“장자여, 당신은 혹 비파라야단나(比波羅耶檀那)5)라고 이름하는 그 범지의 아들이 몸은 황금빛[金色]이고,그 아내 바타(婆陀)6)는 여자 중에서 제일 뛰어납니다. 가령 자마금(紫磨金)을 그 앞에 갖다 놓으면, 마치 검은 것을 흰 것에 비교하는 것과 같다고 하는 말을 들은 일이 있습니까?”

장자가 말하였다.
“나는 이 범지의 아들 비파라야단나가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은 있지만 아직 그를 직접 보지는 못하였소.”

아내가 말하였다.
“좀 전에 왔던 사람 중에 뒤에 온 비구가 바로 그 사람입니다. 그는 그와 같이 아름다운 아내를 버리고 출가하여 도를 배워 지금은 아라한이 되었습니다. 그는 항상 두타행(頭陀行)을 하는데, 두타행을 두루 갖춘 모든 사람들 중에서도 저 가섭(迦葉:比波羅耶檀那)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여래께서도 ‘내 제자들 중에서 두타행으로 제일가는 사람은 바로 대가섭(大迦葉)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장자는 좋은 이익을 얻었기 때문에 곧 그런 성현을 여기 와서 걸식하게 하였던 것입니다. 나는 이런 뜻에서 당신에게 말하기를 ‘입을 조심하시오. 성현을 요술쟁이라고 비방하지 마시오’라고 하였던 것입니다. 그들은 다 석가(釋迦)의 제자들로서 모두 큰 신통력과 덕망이 있는 분들입니다.”

이렇게 말할 때에 존자 대목건련(大目揵連)은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허공에 날아올라 장자의 집으로 가서 쇠 그물을 부수어 떨어뜨리고 허공에서 가부좌하고 앉았다.

그때 발제 장자는 목건련이 허공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곧 두려운 마음이 생겨 이렇게 말하였다.
“그대는 하늘 신인가?”

목련이 대답하였다.
“나는 하늘 신이 아니다.”

장자가 물었다.
“그럼 그대는 건답화인가?”

목련이 대답하였다.
“나는 건답화도 아니다.”

장자가 물었다.
“그대는 귀신인가?”

목련이 대답하였다.
“나는 귀신도 아니다.”

장자가 물었다.
“그대는 사람을 잡아먹는 귀신[噉人鬼]7) 나찰인가?”

목련이 대답하였다.
“나는 사람을 잡아먹는 귀신인 나찰도 아니다.”

그때 발제 장자는 곧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너는 하늘 신이냐, 건답화냐?
나찰이냐, 귀신이냐?
이 물음에 너는 말하기를 하늘도 아니고
저 나찰도 또한 귀신도 아니다라고 했다.

이 지방에서 노닐고 있는 너는
건답화도 닮지 않았다.
이제 네 이름 그 무엇인지
나는 지금 그것이 알고 싶구나.

그때 목련도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나는 하늘이나 건답화도 아니고
귀신이나 나찰의 종류도 아니다.
3세(世)에 걸쳐 해탈을 얻은
지금의 나는 바로 사람 몸이다.

항복 받아야 할 악마를 항복 받고는
마침내 위없는 큰 도를 이루신
그 스승 이름은 석가모니(釋迦文)이시고
내 이름은 대목련(大目連)이다.

그때 발제 장자가 목련에게 말하였다.
“비구는 내게 무슨 부탁이 있는가?”

목련이 대답하였다.
“나는 지금 너를 위해 설법하려고 한다. 잘 생각해 보아라.”

그때 장자가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모든 도사들은 오랜 세월 동안 음식(飮食)에 집착해왔다. 그런데도 지금 저가 이야기하려는 것은 틀림없이 음식 이야기일 것이다. 만일 지금 나에게 먹을 것을 청한다면 나는 당연히 없다고 말하리라.’
그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잠깐 이 사람의 말을 들어보리라.’
그때 목련은 장자가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다 알고는 곧 이런 게송을 말하였다.
여래는 두 가지의 보시를 말씀하셨으니
법의 보시와 또 재물의 보시에 대해서이다.
이제 나는 너에게 법의 보시 말하리니
마음을 오로지하고 뜻을 다해 들어라.

이때 장자는 법의 보시를 말하리라는 말을 듣고 곧 기쁜 마음으로 말하였다.
“원컨대 지금 연설해 보라. 들으면 당장 알 수 있을 것이다.”

목련이 말하였다.
“장자여, 마땅히 알아야 한다. 여래께서는 다섯 가지 큰 보시를 말씀하셨다. 목숨을 마칠 때까지 마땅히 수행만을 생각하라.”

장자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목련이 아까는 법의 보시에 대하여 말하겠다고 하더니, 이제는 또 다섯 가지 큰 보시가 있다고 말한다.’
목련은 장자의 마음속에 품고 있는 생각을 알고 다시 장자에게 말하였다.
“여래께서는 두 가지 큰 보시에 대하여 말씀하셨다. 이른바 법의 보시와 재물의 보시이다. 나는 이제 법의 보시에 대하여 말하고 재물의 보시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으리라.”

장자가 대답하였다.
“다섯 가지 큰 보시란 무엇인가?”

목련이 대답하였다.
“첫째는 살생하지 않는 것이니, 이것이 큰 보시이다. 장자는 마땅히 목숨을 마칠 때까지 닦아 행하시오. 둘째는 도둑질하지 않는 것이니, 이것이 큰 보시이다. 마땅히 목숨을 마칠 때까지 닦아 행하시오. 다음에는 음행(淫行)하지 않는 것, 거짓말하지 않는 것, 술 마시지 않는 것이다. 마땅히 목숨을 마칠 때까지 닦아 행하시오. 장자여, 이것이 이른바 다섯 가지 큰 보시이니, 항상 생각하고 닦아 행해야 하느니라.”

이때 발제 장자는 그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설법은 매우 미묘하구나. 지금 연설한 것에는 보물도 쓸 데 없다. 지금의 나 같으면 살생하지 않을 수 있으니 그것을 받들어 행할 수 있다. 또 우리 집에는 재물도 넉넉하고 보배도 많으므로 도둑질하지 않아도 되니, 그것도 내가 실행할 수 있는 일이다. 또 우리 집에는 아름다운 여자가 많으므로 남의 여자와 음행하지 않아도 되니, 이것도 내가 실행할 수 있는 일이다. 또 나는 거짓말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거늘 어떻게 내 자신이 거짓말을 하겠는가? 이것도 내가 실행할 수 있는 일이다. 또 나는 지금 술은 생각지도 않거늘 하물며 직접 마시겠는가? 이것도 내가 실행할 수 있는 일이다.’
이때 장자가 목련에게 말하였다.
“이 다섯 가지 보시를 나는 다 받들어 행할 수 있습니다.”

그때 장자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이 목련에게 밥을 주리라.’
장자는 머리를 들어 목련을 우러러보며 말하였다.
“굽어 살펴 여기 내려와 앉으십시오.”

그러자 목련은 그의 말을 따라 내려와 앉았다.
그때 발제 장자는 몸소 갖가지 음식을 차려 목련에게 주었다. 목련은 공양이 끝나자 깨끗한 물을 돌리고 장자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털 담요 한 끝을 가져다가 목련에게 바치리라.’
그때 그는 창고에 들어가 흰 천을 가려 가져올 때 나쁜 것을 가지고 오려고 하다가 좋은 것을 가려내고 다시 좋은 것을 가렸다가는 이내 버리고 다시 제가 좋아하는 본래 것을 취하고, 그것을 버리고는 다시 다른 것을 취하곤 하였다.

이때 목련은 장자의 마음속에 품고 있는 생각을 다 알고는 곧 이런 게송을 말하였다.
보시와 마음 둘이 싸우더니
그대는 결국 보시의 공덕 버리는구나.
보시할 때에는 싸울 때가 아니다.
그 마음을 따라 곧 보시하라.

그때 장자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목련은 내가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다 알고 있다.’
그리고는 곧 흰 천을 가져다가 목련에게 바쳤다.

목련은 곧 이렇게 그를 축원하였다.
보시를 생각하는 것 훌륭하지만
현성(賢聖)이 있다고 아는 것은
보시 가운데서 가장 제일이 되나니
좋은 밭에서 과일이 나기 때문이니라.

그때 목련은 이런 축원을 마치고 나서 그 흰 털 방석을 받음으로써 장자로 하여금 끝없는 복을 짓게 하였다.

그때 장자가 한쪽에 앉았다. 목련은 그를 위해 묘한 논(論)을 설하였다. 그 논은 보시에 대한 논, 계(戒)에 대한 논, 천상에 태어나는 데 대한 논이었으며, 또 덧붙여 탐욕은 더러운 것이므로 그것을 벗어나는 것이 즐거운 일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모든 불세존(佛世尊)이 말씀하신 괴로움ㆍ괴로움의 발생ㆍ괴로움의 소멸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그때 목련이 그를 위해 이렇게 설법하자, 그는 곧 그 자리에서 법안(法眼)이 깨끗하게 되었다. 비유하면 마치 매우 깨끗한 옷에는 물감에 쉽게 물드는 것처럼, 이 발제 장자도 그와 같아서 그 자리에서 바로 법안이 깨끗하게 되었다. 그래서 법을 얻고 법을 보아 조금도 의심이 없었으며, 5계(戒)를 받고 부처님과 법과 승가에 귀의하였다.

목련은 장자의 법안이 깨끗해진 것을 보고 곧 이 게송을 설하였다.
여래께서 말씀하신 법은
그 근원이 다 갖추어졌으니
눈이 깨끗해 더러운 티가 없고
의심도 없고 망설임도 없다네.

이때 발제 장자가 목련에게 아뢰었다.
“지금부터 이 뒤로는 사부대중들과 함께 항상 내 공양을 받아 주십시오. 마땅히 의복ㆍ음식ㆍ평상ㆍ침구ㆍ의약 등을 공급(供給)해 드리되 조금도 아까워하지 않겠습니다.”
그때 목련은 장자를 위해 설법하고 나서 곧 자리에서 일어나서 떠나갔다.

다른 큰 성문(聲聞)인 존자 대가섭(大迦葉)과 존자 아나율(阿那律)이 존자 빈두로(賓頭盧)8)에게 말하였다.
“우리들은 이제 발제 장자를 제도하였소. 이제는 그대가 저 늙은 할미 난타에게 가 보시오.”

빈두로가 대답하였다.
“그 일이 매우 좋습니다.”

그때 노모(老母) 난타는 소병(酥餠)을 만들고 있었다. 존자 빈두로는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라열성(羅閱城)에 들어가 걸식(乞食)하면서 점점 노모 난타의 집으로 다가가서 땅 속으로부터 솟아 나와, 손에 들고 있던 발우를 내밀고 노모 난타에게 먹을 것을 빌었다. 그러자 노모는 빈두로를 보고는, 벌컥 화를 내면서 욕설을 퍼부었다.
“비구여, 마땅히 알아야 하오. 네 눈알이 빠지는 한이 있더라도 나는 끝내 너에게 밥을 주지 않을 것이오.”

그때 빈두로는 곧 삼매(三昧)에 들어 두 눈을 뽑아내었다. 그러자 난타는 갑절이나 더 화를 내며 이렇게 욕하였다.
“설령 너 사문이 공중에 거꾸로 매달린다 하더라도 나는 끝내 너에게 밥을 주지 않으리라.”

존자 빈두로는 다시 삼매의 힘으로 공중에 거꾸로 매달렸다. 그러자 노모 난타는 배나 더 화를 내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설령 너 사문의 온몸에 연기가 난다 하더라도 나는 끝내 너에게 밥을 주지 않으리라.”

그때 빈두로는 다시 삼매의 힘으로 온몸에 연기를 내었다. 노모는 그것을 보고는 더욱 화를 내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설령 너 사문의 온몸이 다 타서 없어진다 하더라도 나는 끝내 너에게 밥을 주지 않으리라.”

그때 빈두로는 곧 삼매에 들어 온몸에 불을 내어 다 태웠다. 노모는 그것을 보고 나서 다시 이렇게 말하였다.
“설령 너 사문의 온몸에서 물을 낸다 하더라도 나는 끝내 너에게 밥을 주지 않을 것이다.”

빈두로는 다시 삼매의 힘으로써 온몸에서 물을 내었다. 노모는 그것을 보고 다시 이렇게 말하였다.
“설령 너 사문이 내 앞에서 죽는다 하더라도 나는 끝내 너에게 밥을 주지 않을 것이다.”

그때 존자 빈두로는 곧 멸진삼매(滅盡三昧)에 들어가서 내쉬고 들이쉬는 숨이 없이 그 노모의 앞에서 죽었다. 그러자 노모는 들이쉬고 내쉬는 숨길이 없어진 것을 보고 곧 두려운 마음이 생겨 온몸의 털이 다 곤두선 채 이렇게 말하였다.
“석씨의 아들인 이 사문은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고 또한 국왕(國王)의 존경까지 받고 있는 자이다. 만일 우리 집에서 죽었다는 소문이 나면 틀림없이 관청에 붙잡혀 가서 그 죄를 면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이어 중얼거렸다.
‘만일 이 사문이 도로 살아난다면 나는 반드시 그에게 밥을 줄 터인데…….’
그러자 빈두로는 곧 삼매에서 깨어났다.

그때 노모 난타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떡은 너무 크다. 지금 작은 것을 새로 만들어 주리라.’
그때 노모는 밀가루를 조금 가져다가 반죽을 하여 조금만 떼어내 떡을 만들었다. 그런데 그 작은 떡은 웬일인지 점점 더 커졌다. 노모는 그것을 보고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떡은 너무 크다. 지금 다시 작은 것을 새로 만들어야겠다.’
그러나 떡은 더욱 커졌다.
‘이제 먼저 만든 것을 가져다주자.’
그리고는 먼저 만든 것을 집었다. 그러나 모든 떡이 한데 다 붙어 있었다. 그때 노모 난타가 빈두로에게 말하였다.
“비구여, 떡이 그렇게 먹고 싶으면 직접 집어먹을 일이지, 왜 이렇게 못살게 구느냐?”

빈두로가 말하였다.
“큰 누이여,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나는 음식이 필요 없습니다. 다만 노모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뿐입니다.”

노모 난타가 말하였다.
“비구여, 무슨 경계하여 부탁할 말이 있습니까?”

빈두로가 대답하였다.
“노모여,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우리 지금 이 떡을 가지고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갑시다. 만일 세존께서 무슨 경계하여 분부하시는 말씀이 있으시면 우리 그대로 받들어 실천합시다.”

노모가 대답하였다.
“그거 매우 통쾌한 일입니다.”

그때 노모는 몸소 그 떡을 들고 존자 빈두로의 뒤를 따라 세존의 처소로 갔다. 그곳에 이르러 그는 머리를 조아려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섰다.

그때 존자 빈두로가 세존께 아뢰었다.
“이 노모 난타는 발제 장자의 누이입니다. 인색하고 탐욕이 많아 혼자서만 먹으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기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바라건대 세존께서는 그를 위해 독실하게 믿는 법을 말씀하시어 깨우쳐 주소서.”

그러자 세존께서 노모 난타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이 떡을 가지고 여래와 비구 스님에게 돌려라.”

그러자 노모 난타는 곧 그 떡을 여래와 다른 비구 스님에게 바쳤다. 그래도 떡은 아직 남아 있었다. 노모 난타가 세존께 아뢰었다.
“아직 떡이 남았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부처님과 비구 스님에게 다시 돌려라.”

노모 난타는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다시 그 떡을 부처님과 비구 스님에게 돌렸다. 그런데도 아직 떡은 남았다.
그때 세존께서 노모 난타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제 이 떡을 가지고 가서 저 비구니(比丘尼)ㆍ우바새(優婆塞)ㆍ우바이(優婆夷)에게 주어라.”
그런데도 떡은 여전히 남았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이 떡을 가져다 저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어라.”

시키는 대로 다 했는데도 떡은 아직 남았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이 떡을 가져다가 깨끗한 흙이나 또는 깨끗한 물에 버려라. 왜냐하면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을 제외하고는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 그리고 하늘과 사람으로서는 이 떡을 다 소화할 이를 나는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때 노모 난타는 곧 그 떡을 가져다가 깨끗한 물에 버렸다. 그러자 곧 불꽃이 일어났다. 노모 난타는 그것을 보고 나서 곧 두려운 마음이 생겨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세존께서는 그를 위해 점차로 설법하셨다. 그때 설법한 논은, 보시에 대한 논, 계(戒)에 대한 논, 천상에 태어나는데 대한 논이었으며,또 탐욕은 더러운 것이므로 그것을 벗어나는 것이 즐거운 일이라고 하는 것 등이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노모 난타가 마음에 이해가 생긴 것을 보시고, 다시 모든 부처님께서 항상 설하셨던 법인, 괴로움ㆍ괴로움의 발생ㆍ괴로움의 소멸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하여 노모 난타에게 말씀해 주셨다.

그러자 그 노모는 곧 그 자리에서 법안이 깨끗하게 되었다.
비유하면 흰 천은 물감에 물들기 쉬운 것처럼 이 또한 그와 같아서 그때 노모 난타는 모든 번뇌가 다 없어지고 법안이 깨끗하게 되었다. 그는 법을 얻고 법을 이루어 아무 의심이 없었고, 이미 망설임을 벗어나 두려운 것이 없게 되었다. 그래서 3존(尊)을 받들어 섬기고 5계(戒)를 받들어 가졌다.
그때 세존께서 그를 위해 거듭 설법하시어 그로 하여금 기쁜 마음을 내게 하셨다.

그때 난타가 세존께 아뢰었다.
“지금부터 이후로는 사부대중들이 저의 집에서 보시를 받게 하소서. 지금부터는 항상 보시를 행하고 온갖 공덕을 닦으며, 모든 성현들을 받들겠습니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의 발에 예를 올리고 이내 물러나 떠났다.

그때 발제 장자와 그 누이 난타에게 우바가니(優婆迦尼)라는 동생이 있었다. 그는 아사세왕(阿闍世王)과 어릴 때부터 서로 친하게 사귀어 매우 사랑하는 사이었다. 그때 우바가니 장자는 농사를 짓고 있고 있었는데 그의 형 발제와 누이 난타가 여래에게 법의 교화를 받았다는 말을 듣고는 기뻐서 어쩔 줄 모르면서, 이레 동안 잠도 자지 않고 밥도 먹지 않았다. 그때 장자는 농사일을 마치고 라열성으로 돌아가던 도중에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먼저 세존께서 계시는 곳에 갔다가 다음에 집으로 가리라.’
그는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장자가 세존께 아뢰었다.
“저의 형 발제와 누이 난타가 여래의 교화를 받았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장자야. 지금 발제와 난타는 네 가지 진리를 보고 온갖 착한 법을 수행하고 있다.”

그때 우바가니 장자가 세존께 아뢰었다.
“저희 집안이 큰 이익을 얻었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장자야, 네 말과 같다. 지금 너의 부모(父母)는 매우 큰 이익을 얻었고, 후세의 복(福)까지 심었느니라.”

그때 세존께서 장자(長者)를 위해 미묘한 법을 설명하셨다. 장자는 그것을 듣고 나서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이내 물러나 떠나갔다.
그는 아사세왕의 처소를 찾아가 한쪽에 앉았다.

그때 왕이 장자에게 물었다.
“너의 형과 누이가 여래의 교화를 받았느냐?”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대왕이시여.”

왕은 이 말을 듣고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곧 종을 치고 북을 울려 성 안에 칙령을 내렸다.
“지금부터 이후로는 부처님을 섬기는 집안에는 세금을 받지 말고 또 부처님을 섬기는 사람은 마중하고 배웅하도록 하라. 왜냐하면 그들은 다 도법(道法)에서 나의 형제이기 때문이다.”

그때 아사세왕은 갖가지 음식을 내어 장자에게 주었다. 그러자 장자는 갑자기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아직 우바새로서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고 어떤 장을 마셔야 하는가에 대해서 세존께 듣지 못하였다. 나는 지금 우선 세존께서 계신 곳을 찾아가서 그 법을 여쭈어 본 뒤에 이 음식을 먹으리라.’

그때 장자는 측근에 있던 어떤 사람에게 말하였다.
“너는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내 말로 세존께 ‘우바가니 장자는 세존께 여쭙나이다. 대개 현자(賢者)의 법으로서는 몇 가지 계를 가져야 하며 몇 가지 계를 범하면 청신사(淸信士)가 아니옵니까? 또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고 어떤 장을 마셔야 합니까?’ 하고 여쭈어 보아라.”

그때 그 사람은 장자의 부탁을 받고 세존께서 계신 곳을 찾아가서,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서 있었다. 그때 그 사람은 장자의 이름으로 세존께 아뢰었다.
“대개 청신사의 법은 몇 가지 계를 가져야 하고, 몇 가지 계를 범하면 우바새가 아닙니까? 또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고 어떤 장을 마셔야 합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음식에는 두 종류가 있다. 친근히 해야 할 것이 있고 친근히 하지 않아야 할 것이 있다. 어떤 것이 그 두 종류인가? 만일 친근히 해서 먹었을 때, 착하지 못한 법을 일으키고 착한 법에 손해가 있으면, 그 음식은 친근히 하지 않아야 할 음식이고, 만일 그 음식을 먹어 착한 법이 늘어나고 나쁜 법은 줄어들면, 그 음식은 친근히 할 만한 음식이다. 장(漿)에도 또한 두 종류가 있다. 만일 장을 먹어서 착하지 않은 법을 일으키고 착한 법에 손해가 있으면, 그 장은 친근히 하지 않아야 하고, 만일 장을 먹어 착하지 않은 법은 줄어들고 착한 법에 이익이 있으면, 그 장은 친근히 해야 하느니라.
또 청신사가 지켜야 할 계에 다섯 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 한 가지 계ㆍ두 가지 계ㆍ세 가지 계ㆍ네 가지 계와 나아가 다섯 가지 계를 다 가질 수 있으면 모두 가져야 하고, 또 모두 가질 수 있다는 이에게는 두 번, 세 번 물어서 가지게 하라. 만일 청신사로서 한 가지 계를 범하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또 만일 청신사로서 한 가지 계만이라도 받들어 가지면 천상(天上)처럼 좋은 곳에 태어날 것이다. 더구나 둘ㆍ셋ㆍ넷ㆍ다섯 가지 계를 다 지키는 것이겠느냐?”
그 사람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나서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이내 물러나 떠나갔다.

그가 돌아간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지금부터 이후로는 우바새들에게 5계와 세 가지에 스스로 귀의(歸依)하는 것을 허락한다. 만일 비구가 청신사와 청신녀(淸信女)에게 계를 주려고 할 때에는 그로 하여금 팔을 드러내어 합장하게 하고 자기 성명을 대게 한 뒤에 ‘부처님과 법과 승가에 귀의하나이다’ 하고 두 번, 세 번 외치게 하라. 즉 자기 성명(姓名)을 대하고 ‘부처님과 법과 승가에 귀의하나이다’ 하고 말하게 하라. 그러고 나서 다시 스스로 일컬어 ‘나는 이제 이미 부처님과 법과 비구 스님에게 귀의하였습니다’라고 말하게 하라.
그것은 석가모니(釋迦文)부처님께서 세 가지에 스스로 귀의한다는 장사꾼 5백 명의 말을 최초로 받아들이고 ‘목숨을 마칠 때까지 살생(殺生)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음행(淫行)하지 않고, 속이지 않으며, 술을 마시지 않겠습니다’ 하고 말하게 한 것과 같으니라.
만일 한 가지 계를 가지면 다른 네 가지 계를 봉(封)하고, 만약 두 가지 계를 받으면 다른 세 가지 계를 봉하며, 세 가지 계를 받으면 다른 두 가지 계를 봉하고, 네 가지 계를 받으면 다른 한 가지 계를 봉하며, 만일 다섯 가지 계를 받으면 모두 다 갖추어 가지게 하였느니라.”

그때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2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해와 달에는 네 가지로 그늘이 드리워져 있어 광명(光明)을 들어 내지 못하게 한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첫째는 구름이요, 둘째는 티끌이며, 셋째는 연기요, 넷째는 아수륜(阿須倫)이다. 그것들이 해와 달을 가려 광명을 나타내지 못하게 한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네 가지 가리움이 있어 해와 달이 광명을 들어 내지 못하게 한다’고 말하는 것이니라.
비구들아, 이와 같아서 사람에게도 4결(結)이 있어 사람의 마음을 덮고 가려 열어 깨닫지 못하게 한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첫째는 탐욕의 번뇌[欲結]이니 그것이 사람의 마음을 덮고 가려서 열어 깨닫지 못하게 한다. 둘째는 성냄이고, 셋째는 어리석음이며, 넷째는 이양(利養)이니, 이런 것들이 사람의 마음을 덮고 가려서 열어 깨닫지 못하게 한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4결(結)이 있어 사람의 마음을 덮고 가려서 열어 깨닫지 못하게 한다’고 하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마땅히 방편(方便)을 구해 이 4결(結)을 없애도록 해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3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아라비(阿羅毗)라고 하는 사당 곁에 계셨다.
그때 한 겨울이어서 나뭇잎은 모두 말라 떨어졌다.

그때 수아라바(手阿羅婆)9)라고 하는 장자의 아들이 성을 나와 밖에서 거닐다가 점점 세존께서 계신 곳에 이르러 세존을 뵙고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그 장자가 세존께 아뢰었다.
“살피지 못했습니다. 어젯밤에 잘 주무셨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동자야, 기분 좋게 잘 잤다.”

그때 장자의 아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지금은 한창 추운 때라 만물(萬物)이 모두 시들어 떨어졌습니다. 더구나 세존께서는 풀 자리를 쓰고 계시며 입으신 옷도 매우 얇습니다. 그런데도 세존께서는 어떻게 잘 주무셨다고 말씀하십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동자야, 자세히 들어라. 내가 이제 너에게 물을 터이니 마음대로 대답하라. 만일 어떤 장자가 집을 단단하게 단속해서 바람이나 먼지가 없고, 방 안에는 짐승들의 가죽과 비단으로 된 침구가 있어 아무 불편이 없으며, 얼굴이 단정하고 낯은 도화(桃華) 같으며 세상에 보기 드물게 아름다워 아무리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은 미녀[玉女] 네 명이 있고, 또 등불이 켜져 있다면 그 장자는 유쾌하게 잘 잘 수 있겠느냐?”

장자의 아들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좋은 침상(寢牀)이 있으면 유쾌하게 잘 수 있을 것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어떠냐? 장자의 아들아, 또 그 사람이 유쾌하게 잘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때때로 탐욕이 일어난다면 그 탐욕으로 말미암아 유쾌하게 잘 수 없지 않겠느냐?”

장자의 아들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그 사람에게 탐욕이 일어나면 유쾌하게 잘 수 없을 것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그 사람은 탐욕이 왕성하지만, 지금 나는 그런 탐욕이 아주 다 끊어져서 남은 것이 없고, 또 근본이 없어 다시는 일어나지 않는다. 어떠냐? 장자의 아들아, 만일 성내는 마음과 어리석은 마음이 일어난다고 하면 그래도 유쾌하게 잘 수 있겠느냐?”

동자가 대답하였다.
“편히 잘 수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3독(毒)의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지금 여래에게는 그런 마음이 아주 다 없어져서 남은 것이 없고, 또 그 뿌리까지도 없느니라. 동자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내가 지금 네 가지 자리에 대하여 설명하리라. 어떤 것이 그 네 가지 자리인가? 낮은 자리[卑座]ㆍ하늘 자리[天座]ㆍ범 자리[梵座]ㆍ부처 자리[佛座]가 그것이다.
동자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낮은 자리라는 것은 곧 전륜성왕(轉輪聖王)의 자리이고, 하늘 자리라는 것은 바로 석제환인(釋帝桓因)의 자리이며, 범 자리라는 것은 곧 범천왕(梵天王)의 자리이고, 부처님의 자리라는 것은 바로 네 가지 진리의 자리이니라.
또 낮은 자리라는 것은 수다원(須陀洹)으로 향(向)하는 자리이고, 하늘 자리라는 것은 수다원을 얻은 자리이며, 범 자리라는 것은 사다함(斯陀含)으로 향하는 자리이고, 부처 자리라는 것은 4의지(意止)의 자리이니라.
또 낮은 자리라는 것은 사다함을 얻은 자리이고, 하늘 자리라는 것은 아나함(阿那含)으로 향하는 자리이며, 범 자리라는 것은 아나함을 얻은 자리이고, 부처 자리라는 것은 네 가지 평등한 자리이니라.
또 낮은 자리라는 것은 욕계(欲界)의 자리이고, 하늘 자리라는 것은 색계(色界)의 자리이며, 범 자리라는 것은 무색계(無色界)의 자리이고, 부처 자리라는 것은 4신족(神足)의 자리이니라.

그러므로 동자야, 여래는 이 4신족의 자리에 누워 유쾌하게 잘 잘 수 있고, 그 가운데에서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마음을 일으키지 않느니라. 이 3독(毒)의 마음을 일으키지 않기 때문에 곧 무여열반(無餘涅槃)의 세계에서 반열반(般涅槃)하였느니라. 그래서 나고 죽음이 이미 끝났고 범행(梵行)이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쳐 다시는 후생에서 몸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사실 그대로 알았느니라. 그러므로 장자의 아들아, 나는 이런 이치를 보았기 때문에, 그래서 ‘여래는 유쾌하게 잘 잘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그때 동자가 곧 이런 게송을 말하였다.
서로 보아온 지 얼마나 오래인가?
범지는 그 동안에 반열반하여
여래의 힘을 얻음으로써
자나 깨나 언제나 열반에 드시네.

낮은 자리와 하늘 자리와
범 자리와 부처 자리를
여래는 모두 분별하나니
그러므로 그는 잘 자게 되었네.

사람 중의 높은 이께 귀의하옵고
사람 중의 어른에게 귀의합니다.
그래도 나는 아직 알 수 없나니
그 어떤 선정(禪定)을 의지해야 합니까?

장자의 아들이 이렇게 말하자 세존께서는 옳다고 하셨다. 이때 장자의 아들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세존께서 옳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얼마나 기쁜지 스스로 어찌 할 바를 모르겠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리고 물러나 떠나갔다.

그때 저 동자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4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열성 기사굴산(耆闍崛山)에서 큰 비구(大比丘)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는 고요한 방에서 나와 영취산(靈鷲山)으로 내려가시어 녹두(鹿頭)라는 범지(梵志)를 데리고 자꾸 걸어서 크게 무서운 묘지 가까이에 이르셨다. 그때 세존께서 죽은 사람의 두개골을 집어 범지에게 주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범지야, 너는 지금 별[星宿]에 밝고 또 의술까지 겸하고 있어 온갖 병(病)을 다 고치고 모든 갈래의 세계를 다 알며, 또 사람들의 죽은 인연(因緣)까지 다 잘 안다. 나는 지금 너에게 묻는다. 이것은 어떤 사람의 두개골인가? 남자인가, 여자인가? 또 무슨 병으로 목숨을 마쳤는가?”

이때 범지는 곧 두개골을 들고 이리 저리 뒤척거리면서 관찰하다가 손으로 쳐보기도 하다가 세존께 아뢰었다.
“이것은 남자의 두개골이요, 여자가 아닙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범지야, 네 말과 같다. 이것은 남자이지 여자가 아니다.”

세존께서 다시 물으셨다.
“무슨 이유로 죽었느냐?”

범지는 다시 손으로 툭툭 쳐보더니 세존께 아뢰었다.
“이 사람은 온갖 병이 한꺼번에 생겨 온 뼈마디에 산통(酸痛)을 겪다가 죽었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무슨 약을 썼더라면 나았겠느냐?”

녹두 범지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하리륵(呵梨勒)의 열매에 꿀을 섞어 먹었으면 그 병은 나았을 것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네 말과 같다. 만일 이 사람이 그 약을 먹었더라면 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 이 사람은 지금 여기서 죽어 어디에 태어났겠느냐?”

그때 범지는 그 말을 듣고 나서 다시 두개골을 잡아 툭툭 쳐보더니 세존께 아뢰었다.
“이 사람은 목숨을 마치고 세 갈래 나쁜 길에 태어났을 것입니다. 좋은 곳에 태어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범지야, 네 말과 같다. 세 갈래 나쁜 길에 태어났느니라. 좋은 곳에 태어나지 못했느니라.”

그때 세존께서 다시 두개골 하나를 집어 범지에게 주면서 물으셨다.
“이것은 어떤 사람인가? 남자인가, 여자인가?”

범지는 다시 손으로 툭툭 쳐보고는 세존께 아뢰었다.
“이것은 여자의 두개골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무슨 병으로 목숨을 마쳤느냐?”

범지는 다시 손으로 툭툭 쳐보고는 세존께 아뢰었다.
“이 여자는 아기를 배었다가 목숨을 마쳤나이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이 여인은 무슨 이유로 아기를 배었다가 죽었느냐?”

범지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 여자는 아기 낳을 달이 차지 않았는데, 아기를 낳다가 목숨을 마쳤나이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범지야, 네 말과 같다. 그러면 그는 그때 어떤 약을 썼더라면 치료가 되었겠느냐?”

범지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와 같은 병자(病者)는 좋은 소(酥)나 제호(醍醐)를 먹었더라면 곧 나았을 것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그렇다. 네 말과 같다. 지금 이 여자는 여기에서 죽어 어디에 태어났겠느냐?”

범지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 여자는 여기서 죽어 축생(畜生) 속에 태어났을 것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범지야, 네 말과 같다.”

그때 세존께서 다시 두개골 하나를 집어 범지에게 주면서 물으셨다.
“이것은 남자냐, 여자냐?”

그때 범지는 다시 손으로 툭툭 쳐보더니 세존께 아뢰었다.
“이 해골은 남자의 두개골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네 말과 같다. 그럼 무슨 병으로 죽었느냐?”

범지는 다시 손으로 툭툭 쳐보더니 세존께 아뢰었다.
“이 사람은 목숨을 마칠 무렵 음식을 너무 많이 먹고 심한 설사를 만나 죽었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런 병은 무슨 약으로 고칠 수 있느냐?”

범지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사흘 동안 음식을 끊고 먹지 않으면 곧 나을 것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네 말과 같다. 그러면 이 사람은 여기에서 죽어 어디에 태어났겠느냐?”

그때 범지는 다시 손으로 해골을 툭툭 쳐보더니 세존께 아뢰었다.
“이 사람은 여기서 죽어 아귀(餓鬼)로 태어났을 것입니다. 왜냐 하오면 그는 물에 집착하였기 때문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네 말과 같다.”

그때 세존께서 다시 두개골 하나를 집어 범지에게 주면서 물으셨다.
“남자냐, 여자냐?”

그러자 범지는 다시 손으로 그 두개골을 툭툭 쳐보더니 세존께 아뢰었다.
“이 해골은 여자의 몸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네 말과 같다. 이 사람은 무슨 병으로 죽었겠느냐?”

범지는 다시 손으로 툭툭 쳐보더니 세존께 아뢰었다.
“아기를 낳다가 죽었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왜 아기를 낳다가 죽었느냐?”

범지는 다시 손으로 툭툭 쳐보더니 세존께 아뢰었다.
“이 여자는 기력(氣力)이 다 빠진데다 굶주리기까지 하여 죽었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러면 이 사람은 어디에 태어났겠느냐?”

그러자 범지는 다시 손으로 두개골을 툭툭 쳐보고는 세존께 아뢰었다.
“이 사람은 목숨을 마치고 사람의 세상에 태어났을 것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대개 굶어 죽은 사람은 좋은 곳에 태어나려고 하여도 그리 될 수 없다. 그리고 세 갈래 나쁜 길에 태어난다는 것은 이치로도 당연한 일이다.”

이때 범지는 다시 손으로 툭툭 쳐보더니 세존께 아뢰었다.
“이 여인은 계(戒)를 완벽하게 지키다가 죽었기 때문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네 말과 같다. 이 여자는 계를 완전히 가지다가 목숨을 마쳤다. 왜냐하면 대개 남자나 여자가 계를 완전히 지키는 이는 목숨을 마칠 때에 반드시 천상(天上)이나 인간(人間)의 두 세계에 태어나는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다시 두개골 하나를 들어 범지에게 주면서 물으셨다.
“남자냐, 여자냐?”

그러자 범지는 다시 손으로 그 두개골을 툭툭 쳐보고는 세존께 아뢰었다.
“이것은 남자의 두개골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네 말과 같다. 그러면 이 사람은 무슨 병으로 죽었느냐?”

범지는 다시 손으로 툭툭 쳐보더니 세존께 아뢰었다.
“이 사람은 병은 없었고 남의 해침을 입어 죽었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네 말과 같다. 남의 해침을 입어 죽었느니라.”
세존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이 사람은 여기서 죽어 어디에 태어났겠느냐?”

그때 범지는 다시 손으로 툭툭 쳐보더니 세존께 아뢰었다.
“이 사람은 여기서 죽어 천상의 좋은 곳에 태어났을 것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네가 말한 대로라면 앞에서 논한 이야기와 뒤에서 논한 이야기가 서로 맞지 않는구나.”

범지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어찌하여 앞뒤가 서로 맞지 않는다고 하십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남자와 여자들이 남의 해침을 입어 목숨을 마치면 다 세 갈래 나쁜 세계에 태어나는데, 너는 어째서 천상의 좋은 곳에 태어났다고 하느냐?”

범지는 다시 손으로 툭툭 쳐보더니 세존께 아뢰었다.
“이 사람은 5계를 받들어 가졌고 10선행(善行)을 겸하여 행하였기 때문에 목숨을 마치고 천상의 좋은 곳에 태어난 것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네 말과 같다. 계를 가진 사람이 그 계를 범한 일이 없으면 천상의 좋은 곳에 태어난다.”

세존께서 거듭 말씀하셨다.
“이 사람은 몇 가지 계를 지키다가 목숨을 마쳤느냐?”

범지는 전일하고 정밀한 마음으로 다른 생각 없이 손으로 툭툭 쳐보더니 세존께 아뢰었다.
“한 가지 계를 가졌던가, 그렇지 않았던가, 둘ㆍ셋ㆍ넷ㆍ다섯이었던가, 아니던가, 그렇지도 않으면 이 사람은 8재법(齋法)을 가지고 목숨을 마쳤을 것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네 말과 같다. 8재(齋)를 가지고 목숨을 마쳤느니라.”

그때 동방 경계(境界) 보향산(普香山) 남쪽에 살고 있던 우타연(優陀延)이라는 비구(比丘)가 무여열반의 경계에서 반열반하였다. 그때 세존께서는 팔을 굽혔다 펴는 동안만큼의 아주 짧은 시간에 그곳에 가서 그 두개골을 가져다가 범지에게 주면서 말씀하셨다.
“남자냐, 여자냐?”

범지는 다시 손으로 툭툭 쳐보더니 세존께 아뢰었다.
“제가 이 두개골을 살펴보니 원래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니옵니다. 왜냐 하오면, 제가 이 두개골을 관찰하오니 산 것이라고 볼 수도 없고 죽은 것이라고 볼 수도 없으며, 또한 그 정신이 돌아다니는 것이라고 볼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 까닭은 8방과 상하를 두루 살펴 보아도 도무지 아무 소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알 수 없나이다. 이것은 누구의 두개골입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만두라, 그만두라. 범지야, 너는 끝내 그것이 누구의 두개골인지 모를 것이다. 너는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 두개골은 마침도 없고 시작도 없으며, 또 나고 죽음도 없고 8방이나 상하, 그 어느 곳에도 가는 곳이 없을 것이다. 이것은 곧 동방 경계의 보향산 남쪽에 살고 있던 우타연 비구가 무여열반의 경계에 반열반한 것으로서 바로 그 아라한(阿羅漢)의 두개골이다.”

그때 범지는 이 말을 듣고 나서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고 찬탄하면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지금 개미 새끼를 보고도 어디서 온 줄도 다 알고 새나 짐승 소리를 들으면, 곧 그것이 수컷인지 암컷인지를 능히 분별해 압니다. 그러나 제가 지금 이 아라한을 보고는 전연 소견이 나지 않았습니다. 오는 곳도 볼 수 없었고 가는 곳도 볼 수 없었습니다. 여래의 바른 법은 매우 특별하고 기이합니다. 왜냐 하오면 모든 법의 근본은 여래의 신령스런 입에서 나오고, 아라한은 또 경법(經法)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범지야. 네 말과 같다. 모든 법의 근본은 여래의 입에서 나온다. 가령 모든 하늘이나 세상 사람이나 마(魔)나 혹은 마천(魔天)도 마침내 아라한이 가는 곳은 알지 못하느니라.”

그때 범지는 머리를 조아려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리고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아흔여섯 가지 도(道)가 나아가는 곳에 대해서는 다 알지만, 여래의 법이 나아가는 곳은 분별할 수 없습니다. 바라건대 세존이시여, 저도 그 도에 들어갈 수 있사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다! 범지야, 범행을 유쾌한 미음으로 잘 닦아라. 그러면 아무도 네가 나아가는 곳을 알지 못할 것이다.”

그때 범지는 곧 출가(出家)하여 도를 배우면서 한적하고 고요한 곳에서 도술(道術)을 생각하였다. 이른바 족성자(族姓子)로서 머리와 수염을 깎고 세 가지 법의(法衣)를 입는 것은 ‘나고 죽음이 이미 끝나고 범행이 이미 서고 할 일을 이미 다 마쳐 다시는 태(胎)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사실 그대로 아는데 있다’고 말한다.
그때 범지는 곧 아라한이 되었다.

그때 존자 녹두가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이제 아라한이 행해야 할 것과 닦아야 할 법을 알았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어떻게 아라한이 행해야 할 일을 알았느냐?”

녹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지금 4계(界)가 있습니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흙의 요소[地界]ㆍ물의 요소[水界]ㆍ불의 요소[火界]ㆍ바람의 요소[風界]가 그것입니다. 여래시여, 이것을 일러 4계라고 합니다. 사람이 죽으면 흙의 요소는 곧 흙으로 돌아가고 물의 요소는 곧 물로 돌아가며, 불의 요소는 곧 불로 돌아가고 바람의 요소는 곧 바람으로 돌아갑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어떠냐? 비구야, 또 몇 가지 계(界)가 있느냐?”

녹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실제로는 4계(界)가 있고, 이치로는 8계(界)가 있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어떤 것이 실제의 4계와 이치의 8계인가?”

녹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 4계란 흙ㆍ물ㆍ불ㆍ바람이니, 이것을 일러 4계라고 합니다.”
“저 어떤 것이 이치의 8계인가?”
“흙의 요소에 두 가지가 있으니, 흙에는 안의 흙(內地)의 요소와 바깥의 흙(外地)의 요소가 있습니다.”
“저 어떤 것이 안의 흙의 요소인가?”
“머리ㆍ털ㆍ손톱ㆍ발톱ㆍ이ㆍ몸뚱이ㆍ피부ㆍ힘줄ㆍ뼈ㆍ골수ㆍ뇌ㆍ창자ㆍ위ㆍ간ㆍ쓸개ㆍ지라ㆍ콩팥이니, 이것을 일러 안의 흙의 요소라고 합니다.”
“저 어떤 것이 바깥의 흙의 요소인가?”
“모든 단단한 것들이니, 이것을 일러 바깥의 흙의 요소라고 합니다. 이상의 것들을 일러 두 가지 흙의 요소라고 말합니다.”

“저 어떤 것이 물의 요소인가?”
“물의 요소에도 두 가지가 있으니, 안의 물의 요소와 바깥의 물의 요소가 그것입니다. 안의 물의 요소란, 가래ㆍ침ㆍ눈물ㆍ오줌ㆍ피ㆍ골수이니, 이것을 일러 안의 물의 요소라고 합니다. 바깥의 모든 연하고 축축한 것은 바깥의 물의 요소입니다. 이상의 것들을 일러 두 가지 물의 요소라고 말합니다.”

“저 어떤 것이 불의 요소인가?”
“불의 요소에도 두 가지가 있으니, 안의 불의 요소와 바깥의 불의 요소가 있습니다.”
“어떤 것이 안의 불의 요소인가?”
“모든 음식물을 다 소화시켜 남음이 없게 하는 것이니, 이것을 안의 불의 요소라고 합니다.”
“저 어떤 것이 바깥의 불의 요소인가?”
“모든 바깥 물건의 뜨거운 것들이니, 이것을 바깥의 불의 요소라고 합니다.”

“저 어떤 것이 바람의 요소인가?”
“바람의 요소에도 두 가지가 있으니, 안의 바람의 요소와 바깥의 바람의 요소가 그것입니다. 입술 안의 바람ㆍ눈의 바람ㆍ머리의 바람ㆍ내쉬는 숨의 바람ㆍ들이쉬는 숨의 바람과 모든 뼈마디 사이의 바람들이니, 이것을 일러 안의 바람의 요소라고 말합니다.”
“저 어떤 것이 바깥의 바람의 요소인가?”
“가벼이 날리고 움직여 흔들리며 빨리 달리는 물질이니, 이것을 바깥의 바람의 요소라고 합니다. 세존이시여, 이것이 이른바 ‘두 가지 요소에 실제로는 넷이 있으나,수효로는 여덟이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이 저는 이 이치를 관찰하고, 사람이 죽으면 4계(界)는 제각기 그 근본으로 돌아간다고 하나이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무상(無常)한 법은 영원한 법과 나란히 있지 못한다. 왜냐하면 흙의 요소에 안과 바깥의 두 가지가 있다. 안의 흙의 요소는 무상한 것이어서 변하고 바뀌는 법이지만, 바깥의 흙의 요소는 항상 머물러 변하거나 바뀌지 않는다. 이것을 일러 ‘흙에는 두 가지 요소가 있는데 무상한 것과 영원한 것이 서로 호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세 가지 요소도 그와 같아서 무상한 것과 영원한 것이 서로 호응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녹두야, 비록 여덟 가지가 있지만 실제로는 네 가지가 있을 뿐이다. 녹두야, 꼭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녹두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5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자세히 설명할 네 가지 큰 이치가 있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이른바 계경(契經)ㆍ율(律)ㆍ아비담(阿毘曇)ㆍ계(戒)이니, 이것을 일러 네 가지라고 한다.
비구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만일 어떤 비구가 동방(東方)에서 와서 경을 외우고 법을 가지며 금계(禁戒)를 받들어 가지면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능히 경을 외우고 법을 가지며 금계를 받들어 지키고 널리 배우고 많이 들었다.’
가령 저 비구가 이런 말을 하더라도,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독실하게 믿지 말고, 마땅히 그 비구를 붙들고 그 법을 따져 서로 변론해야 한다.

어떤 법을 따져 변론해야 하는가? 법을 따져 변론한다는 것은 이른바 자세히 설명할 네 가지 법이니, 즉 계경ㆍ율ㆍ아비담ㆍ계이다. 먼저 그 비구를 향해 계경을 설명하고 율을 펴 보이며 법을 분별해야 한다.
만일 그가 계경을 설명하고 율을 펴 보이고 법을 분별할 때에, 그 설명이 계경과 서로 호응하고 율과 법에 서로 호응하면 곧 받들어 가질 것이다. 만일 그것이 계경ㆍ율ㆍ아비담에 서로 호응하지 않거든 마땅히 그 사람에게 이렇게 대답하라.
‘그대는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것은 여래의 말씀이 아니다. 그리고 그대가 한 말은 바른 경전의 근본이 아니다. 왜냐하면 내가 지금 설명한 계경ㆍ율ㆍ아비담과는 전연 서로 맞지 않기 때문이다.’
계경이 서로 맞지 않거든 마땅히 다시 계행(戒行)을 물어 보아라. 만일 그것이 계행과 서로 맞지 않거든 마땅히 그에게 말하라.
‘이것은 여래의 본뜻이 아니다.’
그래서 곧 떨쳐 보내야 한다. 이것이 큰 이치의 근본을 연설하는 그 첫 번째이니라.

또 비구들아, 만일 어떤 비구가 남방(南方)에서 와서 경을 외우고 법을 가지며 금계를 받들어 가지면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능히 경을 외우고 법을 가지며 금계를 받들어 지키고 널리 배우고 많이 들었다.’
가령 저 비구가 이런 말을 하더라도,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독실하게 믿지 말고, 마땅히 그 비구를 붙들고 그 법을 따져 서로 변론해야 한다.
가령 그 비구의 말이 이치에 맞지 않거든 마땅히 떨쳐 보내고, 만일 이치에 맞거든 마땅히 그에게 이렇게 대답하라.
‘그것은 옳은 말이다. 그러나 바로 경의 근본은 아니다.’
그때 마땅히 그 이치는 취하고 경책[經本]은 받지 말라. 왜냐하면 이치는 경을 해설하는 근원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일러 큰 이치의 근본을 연설하는 두 번째라고 하느니라.

또 비구들아, 만일 어떤 비구가 서방(西方)에서 와서 ‘경을 외우고 법을 가지며 금계를 받들어 지키고 널리 배우고 많이 들었다’고 말하거든, 그 비구에게 계경ㆍ율ㆍ아비담을 설명하라. 그러나 그 비구가 문자만 이해하고 뜻을 이해하지 못하거든 마땅히 그 비구에게 이렇게 말하라.
‘우리는 이 말이 여래의 말씀인지 아닌지 분명히 모른다.’
만일 그가 계경ㆍ율ㆍ아비담을 설명할 때에 문자만 이해하고 뜻은 이해하지 못하거든, 비록 그 비구의 말을 듣더라도 훌륭하다고 칭찬하지도 말고 나쁘다고 말하지도 말라. 또 계행을 물어 보아 이치에 맞거든 받들어 가져라. 왜냐하면 계행은 문자와는 맞지만 그 뜻은 밝힐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을 일러 이치를 연설하는 세 번째라고 하느니라.

또 비구들아, 만일 어떤 비구가 북방(北方)에서 와서 경을 외우고 법을 가지며 금계를 받들어 행하면서 ‘여러분, 의심이 있거든 곧 내게 와서 그 뜻을 물어라. 내가 마땅히 설명하리라’ 하고 설령 그 비구가 말하더라도,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외우지 말고, 그 비구에게 계경ㆍ율ㆍ아비담ㆍ계를 물어 보아라. 그래서 서로 맞거든 곧 그 이치를 묻고 또 이치가 옳거든 그 비구를 이렇게 칭찬해 주어라.
‘훌륭하고 훌륭합니다. 현사(賢士)여, 그것은 진실로 여래께서 말씀하신 이치와 어긋나지 않고, 계경ㆍ율ㆍ아비담ㆍ계에 잘 맞습니다.’
그리고 공양으로 그 비구를 대접하라.
왜냐하면 여래는 법을 공경하기 때문에 법을 공양하는 이는 곧 나를 공경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법을 본 이라면 그는 곧 나를 보는 것이다. 법이 있으면 곧 내가 있고 법이 있으면 곧 비구승(比丘僧)이 있으며, 법이 있으면 곧 사부대중이 있고 법이 있으면 4성(姓)이 세상에 있다. 왜냐하면 법이 세상에 있으므로 말미암아 이 현겁(賢劫) 중에 큰 위엄스런 왕이 나오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로부터 곧 4성이 이 세상에 있게 된 것이다.

법이 이 세상에 있기 때문에 곧 4성이 이 세상에 있게 되었으니 곧 찰리(刹利)ㆍ바라문(婆羅門)ㆍ공사(工師)ㆍ거사종(居士種)이 그것이다. 만약 법이 있으면 곧 전륜성왕(轉輪聖王)의 자리가 끊어지지 않고, 만약 법이 이 세상에 있으면 사천왕(四天王)의 종족과 도술천(兜術天)ㆍ염천(艶天)ㆍ화자재천(化自在天ㆍ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이 이 세상에 존재하게 된다.
만약 법이 이 세상에 있으면 욕계천(欲界天)ㆍ색계천(色界天)ㆍ무색계천(無色界天)이 이 세상에 존재하게 된다. 만약 법이 이 세상에 있으면 곧 수다원(須陀洹)ㆍ사다함(斯陀含)ㆍ아나함(阿那含)ㆍ아라한(阿羅漢)ㆍ벽지불(辟支佛)과 불법(佛法)이 이 세상에 나타나느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아, 마땅히 법을 잘 공경해야 하느니라. 그 비구가 수시로 공양하고 그대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이바지하거든 그에게 이렇게 말하라.
‘훌륭하고 훌륭하다. 네 말과 같다. 그대가 오늘 말한 것은 바로 여래의 말씀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자세히 연설해야 할 네 가지 큰 이치라고 하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마음과 뜻을 바로 잡아 이 네 가지 일을 행하되 실수가 없도록 해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6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바사닉왕(波斯匿王)이 이른 아침에 네 종류의 군사를 거느리고 보배 깃털로 장식한 수레를 타고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세존께서 대왕에게 물으셨다.
“대왕이시여, 어디서 오시기에 그렇게 먼지를 뒤집어쓰고 네 종류의 군사를 모았습니까? 무슨 일이 있습니까?”

바사닉왕이 세존께 아뢰었다.
“지금 이 나라에 큰 도적이 일어났기 때문에 어제 밤중에 군사를 일으켜 그들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래서 몸이 매우 피곤하여 바로 궁(宮)으로 돌아갈까 하다가 도중에서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나는 여래를 먼저 찾아가 뵙고 그 다음에 궁전으로 돌아가자.’
이러한 인연 때문에 자나깨나 편치 못하였더니, 지금은 도적을 쳐부순 공로(功勞)가 있어서 너무도 기뻐 어쩔 줄을 몰라 일부러 이렇게 와서 뵈옵는 것입니다. 만일 내가 어젯밤에 군사를 일으키지 않았더라면 도적을 잡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대왕이시여, 대왕의 말과 같습니다. 왕은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거운 네 가지 일이 있습니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은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겁습니다. 기름과 소(酥)를 마시는 것은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겁습니다. 쓴 약을 마시는 것은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겁습니다. 살림살이와 혼인을 하는 것은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겁습니다. 대왕이시여, 이것을 일러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거운 네 가지 일이라고 말한 것입니다.”

그때 바사닉왕이 세존께 아뢰었다.
“세존의 말씀은 참으로 옳으신 말씀입니다. 그런 네 가지 일은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겁습니다. 왜냐 하오면 나는 오늘 그 네 가지 일을 손바닥 위에 있는 구슬 보듯이 환히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다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거운 것들입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왕을 위해 미묘한 법을 설하시어 기쁜 마음을 내게 하셨다. 왕은 설법을 듣고 나서 세존께 아뢰었다.
“나라 일이 너무 많아 돌아가고자 하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그때를 알아야만 할 것입니다.”

그때 바사닉왕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리고 부처님을 세 번 돌고 곧 물러갔다.

왕이 떠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거운 네 가지 일이 있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범행을 닦는 일은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겁다. 경문(經文)을 외우는 일은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겁다. 선정(禪定)을 닦는 일은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겁다. 들이쉬는 숨과 내쉬는 숨을 헤아리는 일은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겁다. 비구들아, 이 네 가지 일을 실천하는 것은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거운 것이니라.
또 만일 어떤 비구가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거운 네 가지 법을 행하면 그는 틀림없이 사문(沙門)으로서 뒷날에 즐거운 과보(果報)를 얻을 것이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만일 어떤 비구가 이 법을 부지런히 닦아 탐욕과 같은 나쁜 법을 없애고 기쁘고 편안함을 생각해 가지고 마음이 첫 번째 선정에 놀면, 이것은 사문의 첫 번째 즐거움이다.
또 거친 관찰[覺]과 세밀한 관찰[觀]을 쉬어 안으로 기쁜 마음이 있으면서 전일하고 정밀하고 한결같은 마음이 되고 거친 관찰과 세밀한 관찰이 다 없어지고 기쁘고 편안함을 생각해 가져서 두 번째 선정에 마음이 놀면, 이것을 일러 사문의 두 번째 즐거움이라고 하느니라.
또 기쁨의 생각이 없어지고 마음이 평정에 머물러서 항상 스스로 몸의 즐거움을 깨달아 알고, 모든 성현들이 바라는 바인 평정한 기억의 즐거움으로 세 번째 선정에 마음이 놀면, 이것을 일러 사문이 얻는 세 번째 즐거움이라고 하느니라.
또 괴로움과 즐거움이 이미 다하고 본래 있던 근심과 슬픔도 없어지며, 괴로움도 없고 즐거움도 없는 평정한 기억이 청정한 네 번째 선정에 마음이 놀면, 이것을 일러 사문의 네 번째 즐거움이라고 하느니라.

또 어떤 비구가 만약 먼저 이 괴로운 행(行)을 행하고 뒤에 사문의 네 가지 즐거운 과보를 얻으면, 3결(結)의 그물을 끊고 수다원의 물러나지 않는 법을 이루어 반드시 멸도(滅度:涅槃)에 이르게 되느니라.
비구들아, 만일 이 3결(結)을 끊고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엷어지면, 사다함을 이루어 이 세상에 한 번 와서 반드시 괴로움을 벗어나게 될 것이다.
또 비구들아, 만일 다시 어떤 비구가 5하분결(下分結)을 끊으면 아나함을 이루고 거기에서 열반에 들어가 다시는 이 세상에 오지 않느니라.

또 비구들아, 만일 다시 어떤 비구가 번뇌[有漏]가 다하고 번뇌가 없게 되어, 마음이 해탈하고 지혜로 해탈하면, 현재 세계에서 진리를 몸소 증득하여 스스로 즐겁게 노닐게 된다. 그리하여 나고 죽음이 이미 다하였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쳐 다시는 태(胎)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사실 그대로 다 아느니라.
이것이 저 비구들이 수행해야 할 먼저 괴로운 법을 닦아 뒤에 얻는 사문 4과(果)의 즐거움이니라.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방편을 구하여 저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거운 법을 성취하도록 해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7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상에는 네 종류의 사람이 출현(出現)한다. 어떤 것이 그 네 종류의 사람인가? 황람(黃藍)꽃과 같은 사문이 있고, 빈타리(邠陀利)꽃과 같은 사문이 있으며, 부드럽고 연약한 사문이 있고 부드럽고도 연약한 가운데 더욱 부드럽고 연약한 사문이 있다.

저 어떤 이가 황람꽃과 같은 사문인가? 혹 어떤 사람은 3결사(結使)를 끊고 수다원을 이루어 물러나지 않는 법에서 반드시 열반에 이른다. 그러나 지극히 더딘 이는 일곱 번 죽고 일곱 번 태어나야 한다. 혹은 가가(家家10)나 일종(一種1)이 되기도 한다. 비유하면 마치 황람꽃을 아침에 꺾으면 저녁에 자라나는 것처럼, 그 비구도 그와 같아서 3결사가 이미 다 끊어지고 수다원을 이루어 물러나지 않는 법에서 반드시 열반에 이른다. 그러나 지극히 더딘 이는 일곱 번 죽고 일곱 번 태어나야 한다. 그러나 만일 용맹스러운 마음으로 방편을 구하는 사람이라면 가가나 일종이 되어 곧 도적(道跡)을 이루게 된다. 이것을 일러 황람꽃과 같은 사문이라고 하느니라.

저 어떤 이를 빈타리꽃과 같은 사문이라고 하는가? 혹 어떤 사람은 3결사가 이미 다 끊고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엷어져서, 사다함을 이루어 이 세상에 한번 와서야 괴로움의 끝을 벗어난다. 그러나 만일 조금 더딘 이라면 이 세상에 와서 괴로움의 끝을 벗어나지만, 만일 용맹스러운 이라면 곧 거기에서 괴로움의 끝을 완전히 벗어난다. 비유하면 마치 빈타리꽃을 아침에 꺾으면 저물어서 시들어지는 것과 같다. 이것을 일러 빈타리꽃과 같은 사문이라고 하느니라.

어떤 이를 부드러운 사문이라 하는가? 어떤 사람은 5하분결(下分結)를 끊고 아나함을 이루어 거기에서 바로 열반에 들어 이 세상에 오지 않는다. 이것을 부드러운 사문이라고 하느니라.

저 어떤 이를 부드럽고 연약한 중에서도 더욱 부드럽고 연약한 사문이라고 하는가? 혹 어떤 사람은 번뇌가 다 끊어지고 번뇌가 없음을 이룩하게 되어, 심해탈(心解脫)하고 혜해탈(慧解脫)하여, 현재 세상에서 직접 진리를 증득하고는 스스로 즐겁게 노닌다. 그리하여 나고 죽음이 이미 다하였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쳐 다시는 태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사실 그대로 안다. 이것을 일러 부드럽고도 연약한 중에서도 더욱 부드럽고 연약한 사문이라고 하느니라.

비구들아, 이를 일러 이러한 네 종류의 사람이 세상에 있다고 하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방편을 구해 부드럽고 연약한 중에 부드럽고도 연약한 사문이 되도록 해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수타(修陀)와 수마균(修摩均)과
빈두로(賓頭盧)ㆍ가림[翳]ㆍ손[手]과
녹두(鹿頭)와 이치를 자세히 연설함과
뒤에 즐거움과 부드럽고 연약한 경을 설하셨다.

주석
2 팔리어로는 Macchīkasaṇḍa라고 한다. 사위성에서 30유순쯤 떨어져 있는 도시의 이름이다.
3 팔리어로는 KapiLa라고 한다. 또는 가비리(迦毗利)ㆍ가비리야(迦毗梨耶)라고도 하고, 번역하여 황두(黃頭)라고 한다. 대가섭(大迦葉)의 아버지이다.
4 또는 필발라야나(畢鉢羅耶那)라고도 한다. 이 사람이 바로 대가섭(大迦葉, Mahākassapa)이다. 번역하여 대음광(大飮光)이라고 한다.
5 또는 발타가비라(拔陀迦毗羅, BhaddākapiLānī) 또는 발타라가비리야(跋陀羅迦卑梨耶)라고도 하며, 번역하여 묘현(妙賢)이라고 한다.
6 또는 비사사(毗舍闍)라고 쓰기도 하고, 의역하여 담인정기귀(噉人精氣鬼)라고 한다. 동방(東方) 지국천왕(持國天王)의 권속으로 아귀(餓鬼) 중에 가장 뛰어난 귀신이며, 이 귀신은 사람의 정기와 피와 살을 먹는다고 한다.
7 범어로는 PiṇḍoLa-bharadvāja라고 하며, 16나한의 하나. 부동이근(不動耳根)이라고 번역하며, 석존의 제자이다. 빈두로는 이름이고, 파라타는 성이다. 하얀 머리와 기다란 눈썹을 가진 나한이다. 원래는 발차국(跋蹉國) 구사미성 재상의 아들이다. 어렸을 때 불교에 귀의. 출가하여 구족계(具足戒)를 받고, 여러 곳으로 다니며 전도(傳道)하였다. 부처님께서 성도한 지 6년에 이 나한이 왕사성에서 신통을 나타냈다가 외도(外道)들의 조소를 받았으므로 부처님께서 이 뒤에는 부질없이 신통을 나타내지 말라 하고, 서구야니주(西瞿耶尼洲)에 가서 교화하게 하다. 뒤에 다시 돌아오게 되고 부처님의 명(命)을 받아 열반에 들지 않고, 남인도의 마리산에 있으면서 부처님 멸도(滅度)하신 후에 중생들을 제도하며, 말세(末世)의 공양을 받아 대복전(大福田)이 되었으므로 주세(住世) 아라한(阿羅漢)이라고 일컫는다. 우리나라에서는 독성(獨聖) 나반존자(那般尊者)라고 하여 절마다 봉안하고 있다.
8 팔리본에서는 Hatthako, 즉 왕자(王子 하다(訶多)라고 하였다.
9 팔리어로는 koLaṅkoLa라고 한다. 사다함향(斯陀含向)의 성자 중에서 욕계에서 닦아야 할 9품(品)의 의혹 번뇌 가운데 앞의 3품 혹은 4품을 끊은 자를 말한다. 가가(家家)란 집에서 집으로 이른다는 뜻으로 인간계에서 천상계로 다시 천상계에서 인간계로 바꾸며 태어나는 것을 말한다. 인간계 두세 집과 천상계 두세 집에 태어난 후에 사다함과(斯陀含果)를 증득하게 되는 성자를 말한다.
10 팔리어로는 ekabījin이라고 한다. 아나함향(阿那含向)의 성자를 말한다. 이미 7품ㆍ8품까지의 의혹 번뇌를 끊었지만 제9품의 의혹 번뇌가 남아 있어서 다시 욕계의 인간계와 천상계에서 1생을 받아야 하는 것을 1간(間) 또는 1종자(種子) 또는 1종(種)이라고 한다.
1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雜阿含經)』 제16권 407ㆍ408번째 소경인 「사유경(思惟經)」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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