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 3

증일아함경 제21권

동진 계빈 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김월운 번역

29. 고락품(苦樂品)

[ 1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이 세상에는 네 종류의 사람이 출현한다. 어떤 것이 그 네 종류의 사람인가? 혹 어떤 사람은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겁고, 혹 어떤 사람은 먼저는 즐거우나 뒤에는 괴로우며, 혹 어떤 사람은 먼저도 괴롭고 뒤에도 괴로우며, 혹 어떤 사람은 먼저도 즐겁고 뒤에도 즐겁다.

어떤 사람을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거운 사람이라고 하는가? 혹 어떤 사람은 비천(卑賤)한 집안에 태어나고, 혹은 사람을 죽이는 종족으로, 혹은 공사(工師) 종족으로, 혹은 삿된 도를 믿는 집안에 태어나기도 하고, 또 이와는 다른 가난한 집안에 태어나서 의식이 넉넉하지 못하기도 한다. 그러나 비록 그 사람이 그런 집안에 태어나기는 했으나 그 사람은 삿된 소견이 없어서 이렇게 생각한다.
‘보시(布施)도 있고 그것을 받는 이도 있다. 금세(今世)도 있고 후세(後世)도 있으며, 사문(沙門)도 있고 바라문(婆羅門)도 있으며, 아버지도 있고 어머니도 있으며, 아라한 등의 가르침을 받는 이도 있다. 또 선악(善惡)의 과보(果報)도 있다.’
또 그는 큰 부잣집을 보면 옛날에 덕(德)을 베풀고 방일(放逸)하지 않음으로 인한 과인 줄을 알고, 만약 의식(衣食)이 없는 가난한 집안을 보면 그들은 보시의 공덕을 짓지 않았으므로 항상 빈천(貧賤)하게 되었다고 안다. 그리하여 그는 이렇게 생각한다.
‘내가 지금 가난하여 의식이 없는 것은, 다 옛날에 복을 짓지 않고 세상 사람을 속이고 방일한 법을 행한 까닭이다. 그런 악행(惡行)의 과보로 말미암아 지금 이런 가난함을 겪으며 입고 먹을 것이 없는 것이다.’
또 사문이나 바라문들이 착한 법을 닦는 것을 보면, 곧 그들에게 참회(懺悔)하고는 현재 하던 짓을 고치며, 자기가 소유하고 있는 것에서 남는 것이 있으면 남에게 나누어준다. 그래서 그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천상(天上) 같은 좋은 곳에 태어나고, 만일 인간 세계에 태어나면 재물이 많고 보배가 넉넉해 조금도 부족한 것이 없다. 이런 이를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거운 사람이라고 하느니라.

어떤 사람을 먼저는 즐거우나 뒤에는 괴로운 사람이라고 하는가? 혹 어떤 사람은 귀족[豪族] 집안인 찰리(刹利) 종족이나, 혹은 장자(長者) 종족, 혹은 이름 있는 가문에 태어나기도 하고, 혹은 부잣집에 태어나 의식이 풍족하다. 그러나 그는 비록 그런 집안에 태어났기는 했으나 항상 삿된 소견을 가지고 치우친 소견에 호응하여 이렇게 생각한다.
‘보시도 필요 없고 그것을 받는 사람도 없으며, 또 현세나 후세의 과보도 없다. 아버지와 어머니도 없고 아라한도 없으며, 또한 증득한 사람도 없고 선악의 과보도 없다.’
그는 이런 삿된 소견을 가지고, 만일 부귀(富貴)한 집을 보면 이렇게 생각한다.
‘이 사람은 오래도록 이런 재물과 보배를 가지고 있었다. 남자는 오래도록 남자였고, 여자는 오래도록 여자였으며, 축생은 오래도록 축생이었다.’
그리하여 보시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계율(戒律)을 지키지 않는다. 그는 계율을 잘 지키는 사문이나 바라문을 보면 성내는 마음을 일으키면서 이렇게 생각한다.
‘이 사람은 거짓을 행한다. 어느 곳에 복의 과보가 있다는 말인가?’
그리하여 그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지옥(地獄)에 태어나고, 혹은 사람이 되더라도 빈궁(貧窮)한 집안에 태어나 입고 먹을 것이 없어서 늘 헐벗고 굶주릴 것이다. 이런 이를 먼저는 즐거우나 뒤에는 괴로운 사람이라고 하느니라.

어떤 사람을 먼저도 괴롭고 뒤에도 괴로운 사람이라고 하는가? 혹 어떤 사람은 빈천한 집안인 사람을 죽이는 종족, 공사(工師)의 종족이나 또는 하열(下劣)한 집안에 태어나서 입고 먹을 것이 없다. 그런 집에 태어난 그 사람은 다시 삿된 소견을 가지고 치우친 소견과 서로 호응하여 곧 이렇게 생각한다.
‘보시는 쓸데없고 그것을 받는 이도 없으며, 현세ㆍ후세에 선악의 과보도 없으며, 아버지와 어머니도 없고 아라한도 없다.’
그리하여 그는 보시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계를 받들어 지키지 않는다. 그는 사문이나 바라문을 보면 곧 성을 내어 현성(賢聖)들을 대하고, 또 그 사람은 가난한 사람을 보면 ‘오랜 세월 동안 저러했다’고 말하며, 부자를 보아도 ‘오랜 세월 동안 저러했다’고 말한다. 아버지를 보면 ‘옛날부터 아버지였다’고 말하고, 어머니를 보면 ‘옛날부터 어머니였다’라고 말한다. 그리하여 그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지옥에 태어나고, 혹 인간에 태어나더라도 매우 빈천하여 입고 먹을 것이 충분하지 못하다. 이런 이를 먼저도 괴롭고 뒤에도 괴로운 사람이라고 하느니라.

어떤 사람을 먼저도 즐겁고 뒤에도 즐거운 사람이라고 하는가? 혹 어떤 사람은 부귀(富貴)한 집안인 찰리(刹利) 종족이나 바라문 종족으로 태어나거나 혹은 국왕(國王)의 종족으로 태어나거나 혹은 장자(長者)의 종족으로 태어나거나 혹은 온갖 재물이 넉넉하고 보물이 많은 집에 태어나서 태어나는 곳마다 모자라는 것이 없다. 그런 집안에 태어난 뒤에도 그는 바른 소견을 가지고 삿된 소견이 없다. 그리하여 그는 이렇게 생각한다.
‘보시도 있고 그것을 받는 이도 있으며, 금세도 있고 후세도 있다. 세상에는 사문과 바라문도 있고, 선악의 과보도 있다. 아버지도 있고 어머니도 있으며 아라한도 있다.’
그리하여 그 사람이 부귀한 집안에 재물이 넉넉하고 보물이 많은 것을 보면 그는 곧 이렇게 생각한다.
‘이 사람은 옛날에 보시를 많이 한 까닭이다.’
또 만약 빈천한 집안을 보면 이런 견해를 가진다.
‘이 사람은 옛날에 보시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도 지금부터 수시로 보시하여 뒤에 다시 빈천한 집안에 태어나지 않도록 해야겠다.’
그리하여 그는 항상 사람들에게 보시하기를 좋아하고 기뻐한다. 그 사람은 사문이나 도(道 닦는 사람을 보면 수시로 그의 안부를 묻고 형편을 물어, 의복ㆍ음식ㆍ평상ㆍ침구ㆍ의약 등을 공급하며 무엇이든지 다 보시한다. 그리하여 그는 목숨을 마친 뒤에 천상의 좋은 곳에 태어나고, 만약 인간 세상에 태어나면 부귀한 집안에 태어나 재물이 넉넉하고 보배도 많다. 이런 이를 먼저도 즐겁고 뒤에도 즐거운 사람이라고 하느니라.”

그때 어떤 비구가 세존께 아뢰었다.
“제가 관찰해보니 어떤 중생은 현세에서 먼저는 괴로웠다가 뒤에는 즐겁고, 어떤 중생은 현세에서 먼저는 즐거웠다가 뒤에는 괴로우며, 어떤 중생은 현세에서 먼저도 괴롭고 뒤에도 괴로우며, 어떤 중생은 현세에서 먼저도 즐겁고 뒤에도 즐겁습니다.”

그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럴만한 인연이 있어서 중생들이 먼저는 괴로웠다가 뒤에는 즐겁고, 먼저는 즐거웠다가 뒤에는 괴로우며, 먼저도 괴롭고 뒤에도 괴로우며, 먼저도 즐겁고 뒤에도 즐겁게 되느니라.”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어떤 인연이 있기에 먼저는 즐거웠다가 뒤에는 괴롭고, 먼저는 괴로웠다가 뒤에는 즐거우며, 먼저도 괴롭고 뒤에도 괴로우며, 먼저도 즐겁고 뒤에도 즐겁게 되나이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비구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만약 사람이 백 살을 산다고 할 때 기껏해야 10에 10을 곱한 것이다. 그리고 그 목숨이 겨울ㆍ여름ㆍ봄ㆍ가을로 끝난다고 하자. 비구야, 백 년 동안에는 온갖 공덕을 짓고, 백 년 동안에는 온갖 악한 업과 모든 삿된 소견을 지으면, 그는 다른 때에 혹 겨울에는 즐거움을 받고 여름에는 괴로움을 받을 것이다.
또 백 년 동안에는 공덕을 두루 갖추어 모자람이 없고 백 년 동안에는 온갖 삿된 소견과 착하지 않은 행(行)을 지었다면, 먼저는 그 복을 받고 뒤에는 그 죄를 받을 것이다.
또 어릴 때에는 복을 짓고 자라서는 죄를 지으면 그는 후생에 어려서는 복을 받고 자라서는 죄를 받을 것이다. 또 어려서도 죄를 짓고 자라서도 죄를 지으면 그 사람은 후생에 먼저도 괴롭고 뒤에도 괴로울 것이요, 또 어렸을 때 온갖 공덕을 지어 여러 가지를 나누어 주어 보시하면 그는 후생에 먼저도 즐겁고 뒤에도 즐거울 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어떤 인연이 있어 먼저는 괴로웠으나 뒤에는 즐겁고, 먼저는 즐거웠으나 뒤에는 괴로우며, 먼저도 괴롭고 뒤에도 괴로우며, 먼저도 즐겁고 뒤에도 즐겁다’고 하는 것이니라.”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어떤 중생이 먼저도 즐겁고 뒤에도 즐겁고자 한다면 마땅히 보시를 행해 먼저도 즐겁고 뒤에도 즐겁기를 바라야 할 것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비구야, 네 말과 같다. 만일 어떤 중생이 열반과 아라한의 도와 나아가 부처의 도에 이르기까지 이 모두를 이루려고 한다면 마땅히 보시를 행하여 공덕을 지어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2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상에는 네 종류의 사람이 출현한다. 어떤 것이 그 네 종류인가? 혹 어떤 사람은 몸은 즐거우나 마음은 즐겁지 않고, 혹 어떤 사람은 마음은 즐거우나 몸은 즐겁지 않으며, 혹 어떤 사람은 마음도 즐겁지 않고 몸도 즐겁지 않고, 혹 어떤 사람은 몸도 즐겁고 마음도 즐거우니라.

어떤 사람을 몸은 즐거우나 마음이 즐겁지 않은 사람이라고 하는가? 복을 지은 범부는 의복ㆍ음식ㆍ침구ㆍ의약, 이 네 가지를 공양(供養)받으며 모자람이 없다. 그런데도 그는 아귀(餓鬼ㆍ축생(畜生)ㆍ지옥(地獄)의 세계와 그밖의 나쁜 세계를 면하지 못한다. 이런 이를 몸은 즐거우나 마음이 즐겁지 않은 사람이라고 하느니라.

어떤 사람을 마음은 즐거우나 몸은 즐겁지 않은 사람이라고 하는가? 말하자면 아라한이 공덕을 짓지 않아서 네 가지 공양을 스스로 마련해 얻지 못하는 것이다. 그는 다만 지옥ㆍ아귀ㆍ축생의 길을 면할 뿐이다. 비유하면 저 아라한 유유(唯喩)와 같다. 비구들아, 이런 이를 마음은 즐거우나 몸은 즐겁지 않은 사람이라고 하느니라.

어떤 사람을 몸도 즐겁지 않고 마음도 즐겁지 않은 사람이라고 하는가? 말하자면 범부가 공덕을 짓지 않아서 의복ㆍ음식ㆍ침구ㆍ의약, 이 네 가지 공양을 얻지 못하고, 또 지옥ㆍ아귀ㆍ축생의 길을 면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이를 몸도 즐겁지 않고 마음도 즐겁지 않은 사람이라고 하느니라.

어떤 사람을 몸도 즐겁고 마음도 즐거운 사람이라고 하는가? 말하자면 공덕을 지은 아라한을 일컫는 것이니, 그는 의복ㆍ음식ㆍ침구ㆍ의약, 이 네 가지 공양에 부족함이 없고, 또 지옥ㆍ아귀ㆍ축생의 세계를 면한다. 마치 저 시바라(尸波羅) 비구와 같은 경우이다.
비구들아, 이것이 세간(世間)에 네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아, 너희들은 방편을 구해 저 시바라 비구처럼 되도록 해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3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범천(梵天)의 복을 받는 네 가지 일을 설명하리라.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만일 믿음이 있는 어떤 선남자(善男子)와 선여인(善女人)이 아직 탑[偸婆]이 세워지지 않은 곳에 탑을 세우면, 이것이 범천의 복을 받는 첫 번째 일이다.
또 믿음이 있는 선남자와 선여인이 오래되어 낡은 절을 수리하면, 이것이 범천의 복을 받는 두 번째 일이다. 또 믿음이 있는 선남자와 선여인이 승가 대중을 화합(和合)시키면 이것이 범천의 복을 받는 세 번째 일이다. 또 다살아갈(多薩阿竭:如來)이 처음으로 법륜(法輪)을 굴릴 때 모든 하늘과 세상 사람들은 그것을 권유하고 간청하였다. 이것이 범천의 복을 받는 네 번째 일이다. 이것이 범천의 복을 받을 네 가지 일이라고 하는 것이니라.”

그때 다른 비구가 세존께 아뢰었다.
“범천의 복은 그 끝이 얼마나 됩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 잘 생각하고 기억하라. 내가 지금 설명해 주리라.”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염부리(閻浮里) 땅은 동쪽과 서쪽의 길이가 7천 유순(由旬)이나 되고, 남쪽과 북쪽의 길이는 2만 1천 유순이나 되며, 그 지형(地形)은 마치 수레의 모양과 같다. 그곳에 살고 있는 모든 중생들의 공덕은 바로 한 전륜성왕(轉輪聖王)의 공덕과 같다.

구야니(瞿耶尼) 땅은 세로와 너비가 32만 리(里)이고 그 지형은 반달[半月]과 같다. 비구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 염부지 사람들과 한 전륜성왕의 덕을 합해 이 사람에게 비교하면 이 한 사람의 덕과 같으니라.

또 비구들아, 불우체(弗于逮)의 땅은 세로와 너비가 36만 리이고, 그 지형은 방정(方正)하다. 염부리 땅과 구야니 두 지방의 복을 계산해보면 이 불우체에 살고 있는 한 사람의 복만 못하느니라.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울단왈(鬱單曰) 땅은 세로와 너비가 40만 리이고, 그 지형은 보름달과 같다. 저 세 지방의 중생들의 복을 계산해보면 이 울단왈에 살고 있는 한 사람의 복만 못하니라.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4천하 사람들의 복을 모두 합해 계산해보아도 사천왕(四天王)의 덕만 못하고, 4천하 사람들의 복과 사천왕의 복을 합해 계산해보아도 삼십삼천(三十三天)의 복만 못하며, 4천하와 사천왕과 삼십삼천의 복을 통틀어 계산해보아도 석제환인(釋帝桓因) 한 사람의 복만 못하고, 4천하ㆍ사천왕ㆍ삼십삼천과 석제환인의 복을 통틀어 계산해보아도 염천(艶天 한 사람의 복만 못하며, 4천하ㆍ사천왕ㆍ삼십삼천ㆍ석제환인ㆍ염천의 복을 통틀어 계산해보아도 도술천(兜術天) 한 사람의 복만 못하고, 4천하에서 도술천까지의 복을 통틀어 계산해보아도 화자재천(化自在天) 한 사람의 복만 못하며, 4천하에서 화자재천까지의 복을 통틀어 계산해보아도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 한 사람의 복만 못하고, 4천하에서 타화자재천까지의 복을 통틀어 계산해보아도 범천왕(梵天王) 한 사람의 복만 못하니라.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것이 곧 범천(梵天)의 복이다.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이 그 복을 구한다면 이것이 바로 그 칭량[量:秤量]이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아, 너희들이 범천의 복을 구하려고 하거든 마땅히 방편(方便)을 구해 먼저 그 공덕을 이루도록 하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4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중생들에게는 4식(食)이 있어 그것이 중생들을 장양(長養)하고 있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크거나 혹은 작은 단식(摶食:段食)ㆍ갱락식(更樂食:觸食)ㆍ염식(念食)ㆍ식식(識食), 이것을 4식이라 하느니라.

어떤 것을 단식이라 하는가? 단식이란 지금 인간 세상에서 먹는 것인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으로서 씹어 먹는 음식이니, 이것을 일러 단식(摶食)이라 한다.

어떤 것을 갱락식이라 하는가? 갱락식이란 의상(衣裳)ㆍ일산ㆍ온갖 향ㆍ온갖 꽃ㆍ피우는 불ㆍ향유(香油)와 부인들과 한데 모여 어울려서 몸에 감촉되는 것이니, 이것을 갱락식(更樂食)이라 하느니라.

저 어떤 것을 염식이라 하는가? 마음속 온갖 기억과 생각, 그리고 사유(思惟)하는 것으로서 혹은 입으로 말하고, 혹은 몸으로 부딪치는 온갖 소지(所持)하는 법이니, 이것을 일러 염식(念食)이라 한다.

어떤 것을 식식이라 하는가? 식식이란 마음으로 아는 것으로서 범천을 우두머리로 하여 나아가 유상무상천(有想無想天)은 다 식(識)으로 먹는 것을 음식으로 삼는다. 이것을 식식(識食)이라 하느니라.

비구들아, 이런 4식이 있다. 중생들은 이 4식으로써 나고 죽음에 흘러 전전하면서 금세(今世)로부터 후세(後世)에 이른다.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이 4식을 모두 버리도록 하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5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4변재(辯才)가 있다. 어떤 것이 그 4변재인가? 의변(義辯)ㆍ법변(法辯)ㆍ사변(辭辯ㆍ응변(應辯)을 말한다.

어떤 것을 의변이라고 하는가? 의변이라는 것은 저들이 하는 말, 즉 하늘ㆍ용ㆍ귀신들이 하는 모든 말에 대하여 그 뜻을 다 분별하는 것이니, 이것을 일러 의변이라고 한다.

어떤 것을 법변이라고 하는가? 여래께서 말씀하신 12부경(部經)인, 계경(契經)ㆍ기야(祇夜)ㆍ본말(本末)ㆍ게(偈)ㆍ인연(因緣)ㆍ수결(手決)ㆍ기설(己說)ㆍ조송(造頌)ㆍ생경(生經)ㆍ방등(方等)ㆍ합집(合集)ㆍ미증유(未曾有)와 그리고 모든 함이 있는 법[有爲法]ㆍ함이 없는 법[無爲法]ㆍ번뇌가 있는 법[有漏法]ㆍ번뇌가 없는 법[無漏法]으로서 이 모든 법은 진실한 것이라서 무너뜨릴 수 없고, 모두 가져야 할 것이니, 이것을 일러 법변이라고 하느니라.

저 어떤 것을 사변이라고 하는가? 만약 앞에 있는 중생들의 길고 짧은 말ㆍ남자의 말ㆍ여자의 말ㆍ부처의 말과 범지ㆍ하늘ㆍ용ㆍ귀신의 말과 아수륜(阿須倫:阿修羅)ㆍ가류라(迦留羅ㆍ진타라(甄陀羅:緊那羅)의 말에 대해서 그 근원(根原)을 따라 그들을 위해 설법하는 것이니, 이것을 일러 사변이라고 하느니라.

저 어떤 것을 응변이라고 하는가? 설법할 때에 겁내거나 연약해 하지 않고 두려움이 없으며,능히 사부대중들을 기쁘게 하는 것이니, 이것을 일러 응변이라고 하느니라.

나는 지금 너희들을 가르치고 타이른다. 너희들은 마땅히 마하구치라(摩訶拘絺羅)와 같이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구치라는 이 4변재를 다 갖추고 사부대중을 위해 자세히 분별하여 연설하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관찰한 바로는 이 모든 대중들 가운데에서 이 4변재를 얻은 사람으로 구치라보다 나은 이는 없다. 이 4변재는 여래가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너희들도 마땅히 방편을 구해 4변재를 성취하도록 하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6 ]2)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끝끝내 사유할 수 없는 것[不可思惟]3)이 네 가지 있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중생은 사유할 수 없는 것이고, 세계(世界)도 사유할 수 없는 것이며, 용도 사유할 수 없는 것이고, 부처의 경계도 사유할 수 없는 것이니라. 왜냐하면 그것을 말미암아서는 멸진열반(滅盡涅槃)에 이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왜 중생을 사유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하는가?
‘이 중생들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또 무엇으로부터 일어났고, 무엇을 좇아 마치며, 또 어디서부터 생겼는가?’
이와 같아서 중생은 사유할 수 없는 것이다.

왜 세계를 사유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하는가? 삿된 소견을 가진 사람들은 ‘세계는 아주 없어지고 마는 것인가, 세계는 아주 없어지지 않는 것인가? 세계는 끝이 있는가, 세계는 끝이 없는가? 이것은 목숨인가, 이것은 몸인가? 이것은 목숨이 아닌가, 이것은 몸이 아닌가? 이 세계는 범천이 만든 것인가, 큰 귀신이 만든 것인가?’라고 사유를 한다.”

그때 세존께서 곧 이 게송을 말씀하셨다.
사람은 범천이 만든 것이라느니
세상은 귀신이 만든 것이라느니
혹은 여러 귀신이 만든 것이라느니
이런 말을 누가 결정지어 말하겠는가?

탐욕과 성냄이 결박하는 것
저 세 가지가 모두 다 똑같다.
마음의 자재(自在)를 얻지 못한 것이니
이 세속(世俗)에는 재변(災變)이 있으리라.

“이와 같이 비구들아, 그래서 세계는 사유할 수 없는 것이다.
왜 용을 사유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하는가? 어떻게 이 비가 용(龍)의 입에서 나오겠는가? 왜냐하면 빗방울은 용의 입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 눈이나 귀나 코에서 나오는 것인가? 그것도 사유할 수 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빗방울은 용의 눈이나 귀나 코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용이 마음으로 생각하기에 달려 있다. 가령 악(惡)을 생각해도 비를 내리고, 또는 선(善)을 생각해도 비를 내린다. 또한 그 본래의 행(行)으로 말미암아 이 비를 내리는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 수미산 중턱에 대력(大力)이라는 하늘이 있는데, 그도 중생들의 마음속 생각을 알아차리고 비를 내리기 때문이다. 비는 저 하늘의 입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며, 눈이나 귀나 코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다. 다 저 하늘의 신력으로 말미암아 비를 내리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아서 비구들아, 용의 경계는 사유할 수 없는 것이다.

왜 부처님 국토의 경계를 사유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하는가? 여래의 몸은 곧 부모가 만든 것인가? 이것도 역시 사유할 수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여래의 몸은 청정하고 더러움이 없어 저 모든 하늘의 기운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사람이 만든 것인가? 그것도 또한 사유할 수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의 행보다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면 여래의 몸은 곧 크다고 할까? 그것도 사유할 수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여래의 몸은 만들 수 없는 것이어서 하늘로서도 어찌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래의 목숨은 짧은 것인가? 그것도 사유할 수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여래는 4신족(神足)이 있기 때문이다. 여래의 목숨은 긴 것인가? 그것도 사유할 수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여래는 일부러 세간(世間)에 출현하여 세간을 두루 돌아다니면서 훌륭한 권도[權]의 방편으로 서로 호응하기 때문이다.
여래의 몸은 어림짐작할 수가 없어 크다고도 말할 수 없고 작다고도 말할 수 없다. 여래의 음성(音聲)도 또한 규정할 수가 없다. 여래는 범음(梵音)이기 때문이다. 여래의 지혜와 변재는 사유할 수 없는 것이어서 세간 사람들로서는 미칠 수 없는 것이다. 이와 같아서 부처님의 경계는 사유할 수 없는 것이다.

비구들아, 이와 같이 이 네 가지 일은 사유할 수 없는 것이며, 보통 사람이 사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 네 가지 일에는 선근(善根)이 없어서 그것으로 말미암아 범행을 닦을 수 없고, 휴식(休息)할 곳에 이를 수도 없으며, 나아가서는 열반에 이를 수도 없다. 다만 사람으로 하여금 의심하고 현혹하게 하여 마음을 어지럽게 하고 온갖 의심의 번뇌[疑結]를 일으키는 것이다.

왜냐하면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과거 구원겁(久遠劫)에 이 사위성 안에 어떤 평범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이 세계를 생각해 보리라.’
그 사람은 곧 사위성을 나가 어떤 연못 곁에서 가부좌하고 앉아 이 세계를 생각해 보았다.
‘이 세계는 어떻게 이루어졌으며, 어떻게 무너질 것인가? 누가 이 세계를 만들었는가, 이 중생들은 어디서 왔으며, 또 무엇으로부터 태어났고 언제 생겼는가?’
그때 그는 이렇게 생각하다가 못 가운데에서 네 종류의 군사가 드나드는 것을 보았다. 이때 그 사람은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의혹에 빠져 마음이 어지러워졌다. 이 세간은 없는 것이다. 나는 이제 보았다.’
그때 그 사람은 사위성으로 도로 들어가 거리에서 이렇게 외쳤다.
‘여러분, 마땅히 알아야만 하오. 세계(世界)란 없는 것이오, 나는 이제 그것을 보았소.’

그러자 많은 사람들이 그 사람에게 말하였다.
‘세상이 없는 것을 당신은 어떻게 보았소.’
그때 그 사람은 많은 대중들에게 이렇게 대답하였다.
‘나는 아까 이렇게 생각하였소.
〈세계는 어디로부터 생겼는가?〉
그리고는 곧 사위성을 나가 어느 연못 곁에서 이렇게 생각하였소.
〈이 세계는 도대체 어디로부터 왔으며, 누가 이 세계를 만들었는가? 이 중생들은 어디에서 왔으며,누가 만들었는가? 또 목숨을 마친 뒤에는 장차 어느 곳에 태어날 것인가?〉
이렇게 생각할 때에 연못 가운데에 네 종류의 군사가 드나드는 것을 나는 보았소. 세계는 없는 것이오. 나는 이제 보았소.’
그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였다.
‘당신 같은 자는 정말 미친 어리석은 사람이오. 어떻게 연못 가운데에 네 종류의 군사가 있을 수 있단 말이오. 이 세계의 미치고 어리석은 사람들 중에서 당신이 제일이오.’

그러므로 비구들아, 나는 이런 이치를 보았기 때문에 너희들에게 말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선의 근본이 되는 공덕도 아니고, 이것으로는 범행(梵行)을 닦을 수도 없으며, 또한 열반(涅槃)에도 이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을 헤아리는 사람은 곧 사람을 미치게 하고 마음을 어지럽게 하느니라.
그러나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 사람이 네 종류의 군사를 본 것은 사실이다. 그 까닭을 말하리라. 옛날에 여러 하늘들은 아수륜(阿須倫)과 싸움을 벌였었다. 그때 하늘이 이기고 아수륜이 졌다. 그래서 아수륜들은 너무도 두려워 몸을 아주 작게 변화시켜 연뿌리 구멍을 통해 지나갔다. 그것은 부처님의 눈으로나 볼 수 있는 것이요, 다른 사람은 볼 수 없는 것이었느니라.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네 가지 진리를 생각해야 하느니라. 왜냐하면 이 네 가지 진리는 뜻이 있고 이치가 있어 범행을 닦고 사문의 법을 행함으로써 열반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이 세계의 법을 버리고 마땅히 방편을 구해 네 가지 진리를 생각해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7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4신족이 있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자재삼매행진신족(自在三昧行盡神足ㆍ심삼매행진신족(心三昧行盡神足)ㆍ정진삼매행진신족(精進三昧行盡神足)ㆍ계삼매행진신족(誡三昧行盡神足)이 그것이다.

어떤 것을 자재삼매행진신족이라고 하는가? 이른바 모든 삼매가 자유로와 뜻대로 마음대로 몸을 가볍고 편리하게 하여, 몸을 아주 작게 만들어 숨기는 것이니, 이것을 일러 첫 번째 신족이라고 한다.

어떤 것을 심삼매행진신족이라고 하는가? 이른바 마음으로 아는 법이 시방에 두루 차서 석벽(石壁)을 지나가더라도 아무런 걸림이 없는 것이니, 이것을 일러 심삼매행진신족이라고 한다.

어떤 것을 정진삼매행진신족이라고 하는가? 이른바 이 삼매는 게으름이 없고 두려움이 없으며 용맹스러운 뜻이 있는 것이니, 이것을 일러 정진삼매행진신족이라고 한다.

어떤 것을 계삼매행진신족이라고 하는가? 이른바 이 삼매는 중생들이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알아서 태어날 때와 사라지는 때를 모두 알며, 욕심(欲心)이 있는 것, 욕심이 없는 것, 성내는 마음이 있는 것, 성내는 마음이 없는 것, 어리석은 마음이 있는 것, 어리석은 마음이 없는 것, 미워하는 마음이 있는 것, 미워하는 마음이 없는 것, 어지러운 마음이 있는 것, 어지러운 마음이 없는 것, 작은 마음이 있는 것, 작은 마음이 없는 것, 큰 마음이 있는 것, 큰 마음이 없는 것, 헤아리는 마음이 있는 것, 헤아리는 마음이 없는 것, 고요한 마음이 있는 것, 고요한 마음이 없는 것, 해탈한 마음이 있는 것, 해탈한 마음이 없는 것을 모조리 다 아는 것이니, 이것을 일러 계삼매행진신족이라고 하느니라.

비구들아, 이와 같은 4신족이 있다. 만일 모든 중생들이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알고자 하거든, 마땅히 이 4신족을 닦아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8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애착[愛]을 일으키는 네 가지 법이 있다. 비구가 집착을 일으킬 때에는 곧 거기에 애착이 생긴다. 그러면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비구는 의복으로 말미암아 애착을 일으키고, 음식으로 말미암아 애착을 일으키며, 좌구(坐具)로 말미암아 애착을 일으키고, 의약(醫藥)으로 말미암아 애착을 일으킨다. 비구들아, 이것이 ‘애착을 일으키는 네 가지 법이 있어 거기에 집착한다’고 하는 것이니라.

어떤 비구가 의복에 집착하면 나는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는 의복을 얻지 못할 때에는 곧 불평하게 되고 아쉬워하는 마음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어떤 비구가 음식에 집착하면 나는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는 음식을 얻지 못했을 때에는 곧 불평을 하게 되고 아쉬워하는 생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어떤 비구가 좌구에 집착하면 나는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는 좌구를 얻지 못했을 때에는 곧 불평을 하게 되고 아쉬워하는 생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어떤 비구가 의약에 집착하면 나는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는 의약을 얻지 못했을 때에는 곧 불평을 하게 되고 아쉬워하는 생각을 일으키기 때문이니라.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나는 지금 의복에 대해 가까이해야 할 것과 가까이하지 않아야 할 것, 이 두 가지에 대해 말하리라. 어떤 것을 가까이해야 하며, 어떤 것을 가까이하지 않아야 하는가? 만일 의복을 얻어 그 의복에 지나치게 집착하여 착하지 않은 법이 일어나면, 그런 의복은 가까이하지 말아야 한다. 만일 의복을 얻어 착한 법이 일어나고 마음에 애착이 없으면 그것은 가까이할 만한 것이다.
만일 걸식(乞食)을 할 때에 착하지 않은 법이 일어나면 그것은 가까이하지 않아야 하고, 만일 걸식을 할 때에 착한 법이 일어나면 그것은 가까이할 만한 것이다.
만일 좌구를 얻었을 때에 착하지 않은 법이 일어나면 그것은 가까이하지 않아야 하고, 만일 좌구를 얻었을 때에 착한 법이 일어나면 그것은 가까이할 만한 것이다. 의약에 있어서도 그와 같으니라.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좋은 법을 가까이하고 나쁜 법을 버리도록 하라. 모든 비구들아,이와 같이 시주[檀越]로 하여금 그 공덕을 거두어 끝없이 복을 받게 하고 감로(甘露)의 열반을 얻게 하려거든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세존께서 곧 이 게송을 말씀하셨다.
의복을 보시 받고
음식과 침구를 보시 받더라도
거기서 애착을 일으키지 않아
온갖 세계에 태어나지 않도록 하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9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여기에 네 개의 큰 강이 있다. 그 강은 아누달(阿耨達)이라고 하는 샘에서 흘러나온 것이다. 어떤 것이 그 네 개의 강인가? 이른바 항가(恒伽:갠지스 강)ㆍ신두(新頭)ㆍ바차(婆叉)ㆍ사타(私陀)가 그것이다.
저 항가의 물은 물소[水牛]의 입에서 나와 동쪽으로 흐르고, 신두는 사자(師子) 입에서 나와 남쪽으로 흐르며, 사타는 코끼리의 입에서 나와 서쪽으로 흐르고, 바차는 말의 입에서 나와 북으로 흐른다.
이 네 강이 아누달이라는 샘을 에워싸고는 항가는 동쪽 바다로 흘러들고, 신두는 남쪽 바다로 흘러들며, 바차는 서쪽 바다로 흘러들고, 사타는 북쪽 바다로 흘러든다.

그러나 그 강들은 바다로 들어간 뒤에는 본래 지니고 있던 이름은 다 없어지고 그저 바다라고만 불리느니라.
이 또한 그와 같아서 네 가지 성(姓)이 있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 성인가? 찰리(刹利)ㆍ바라문(婆羅門)ㆍ장자(長者)ㆍ거사(居士)의 종족을 말한다. 그러나 그들 누구나 여래에게 나아와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의(法衣)를 입고 출가(出家)하여 도(道)를 배우면 본래 가지고 있던 성은 다 없어지고, 다만 석가의 제자 사문(沙門)이라고만 불리느니라. 왜냐하면 여래의 대중은 큰 바다와 같고 네 가지 진리는 네 개의 큰 강과 같아서 온갖 번뇌[結使]를 다 없애버리고 두려움이 없는 열반의 성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저 네 성의 사람들이 수염과 머리를 깎고 견고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게 되었다면 본래 지니고 있던 이름은 다 버리고 석가의 제자라고 스스로 일컬어라. 왜냐하면 나는 바로 석가의 아들로서 석가 종족(種族) 가운데서 출가하여 도를 배웠기 때문이니라.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만일 누구의 아들로 태어났는가를 말하려고 한다면 당연히 석가 종족의 아들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왜냐하면 태어나기를 나로 말미암아 태어났고, 법을 좇아 일어났으며, 법을 좇아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아, 마땅히 방편을 구해 석가 종족의 아들이 되도록 해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10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4등심(等心)1)이 있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자애로운 마음[慈]ㆍ불쌍히 여기는 마음[悲]ㆍ기뻐하는 마음[喜]ㆍ평정한 마음[護:捨]을 이르는 말이니라.
무슨 이유로 이것들을 범당(梵堂)이라고 하는가?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범(梵) 중에 대범(大梵)을 천(千)이라고 이름한다. 그와는 견줄 대상이 없고 그보다 더 뛰어난 자는 없어서 1천 나라를 통솔한다. 그러한 이의 당(堂)이기 때문에 범당이라 부르는 것이다. 비구들아, 이 네 개의 범당은 큰 세력(勢力)이 있어 1천 세계를 관찰할 수 있다. 그러므로 범당이라고 부르느니라.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만일 어떤 비구가 욕계(欲界)의 하늘을 벗어나 탐욕이 없는 곳에서 살려고 한다면, 그러한 사부대중은 마땅히 방편을 구해 이 네 개의 범당을 이루도록 해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주석
2 신수대장경 각주에 의하면 “송(宋)ㆍ원(元)ㆍ명(明) 3본에는 불가사유(不可思惟)가 불가사의(不可思議)로 되어 있다”고 한다.
3 4무량심(無量心)이라고도 한다.
1 고려대장경에는 이 음(陰)자가 없다. 아래 글 뜻으로 보면 마땅히 음(陰)자가 있어야 할 듯하다. 신수대장경 각주에 의하면 “송(宋)ㆍ원(元)ㆍ명(明) 3본에는 수여(受與) 아래 음의(陰義) 두 글자가 더 있다”고 한다.

증일아함경 제22권

동진 계빈 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김월운 번역

30. 수타품(須陀品)

[ 1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마갈국(摩竭國) 파사산(波沙山)에서 대비구(大比丘)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이른 아침에 고요한 방에서 나와 밖에서 거닐고 계셨다. 그때 수타(須陀)라고 하는 사미(沙彌)가 세존의 뒤를 따라 거닐고 있었다. 그때 세존께서 돌아보시며 사미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지금 너에게 어떤 이치를 물을 터이니,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해 보아라.”

수타 사미가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영원한 형상과 무상한 형상은 그 이치가 하나인가, 혹은 여러 가지인가?”

수타 사미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영원한 형상과 무상한 형상은 그 이치가 여러 가지이고, 한 이치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영원한 형상은 곧 안[內]이고, 무상한 형상은 바깥[外]입니다. 그런 까닭에 그 이치는 여럿이고, 하나가 아닙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수타야, 네가 한 말과 같다. 너는 그 뜻을 잘 설명하였다. 영원한 형상과 무상한 형상은 그 이치가 여럿이며 하나가 아니다. 어떠냐? 수타야, 번뇌[漏]가 있다는 뜻과 번뇌가 없다는 뜻은 그 이치가 하나인가, 혹은 여럿인가?”

수타 사미가 대답하였다.
“번뇌가 있다는 뜻과 번뇌가 없다는 뜻은 그 이치가 여럿이며, 하나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번뇌가 있다는 뜻은 곧 나고 죽음의 번뇌[結使]이고, 번뇌가 없다는 뜻은 열반(涅槃)의 법입니다. 그러므로 그 이치는 여럿이요, 하나가 아닙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수타야, 네가 한 말과 같다. 번뇌는 곧 나고 죽는 것이요, 번뇌가 없는 것은 곧 열반이니라.”
세존께서 다시 물으셨다.
“모이는 법과 흩어지는 법은 그 이치가 하나인가, 아니면 여럿인가?”

수타 사미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모이는 법의 형상과 흩어지는 법의 형상은 그 이치가 여럿이요, 하나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모이는 법의 형상은 4대(大)의 형상이요, 흩어지는 법의 형상은 괴로움이 다한 진리입니다. 이런 까닭에 그 이치는 여럿이요, 하나가 아니라고 말한 것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수타야, 네가 한 말과 같다. 모이는 법의 형상과 흩어지는 법의 형상은 그 이치가 여럿이요, 하나가 아니니라. 어떠냐? 수타야, 느낌의 이치[受義]와 쌓임의 이치[陰義]는 하나인가, 아니면 여럿인가?”

수타 사미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느낌과 쌓임[陰]2)의 이치는 여럿이요, 하나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느낌이란 형상이 없어서 볼 수 없는 것이요, 쌓임이란 형상이 있어서 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까닭에 그 이치는 여럿이요, 하나가 아닙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수타야, 네가 한 말과 같다. 느낌과 쌓임의 이치는 여럿이요, 하나가 아니니라.”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이름이 있는 것과 이름이 없는 것은 그 이치가 여럿인가, 혹은 하나인가?”

사미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름이 있는 것과 이름이 없는 것은 그 이치가 여럿이요, 하나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름이 있는 것은 곧 나고 죽음의 결박[結]이요, 이름이 없는 것은 바로 열반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까닭에 그 이치는 여럿이요, 하나가 아니라고 말한 것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수타야, 네가 한 말과 같다. 이름이 있는 것은 곧 나고 죽는 것이요, 이름이 없는 것은 곧 열반이니라.”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어떠냐? 수타야, 무슨 까닭에 이름이 있는 것은 곧 나고 죽는 것이요, 이름이 없는 것은 곧 열반이라고 말하느냐?”

사미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름이 있는 것은 태어남이 있고 죽음이 있으며, 끝이 있고 시작이 있는 것이며, 이름이 없는 것은 태어남도 없고 죽음도 없으며, 끝도 없고 시작도 없기 때문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수타야, 네가 한 말과 같다. 이름이 있는 것은 곧 나고 죽는 법이고, 이름이 없는 것은 곧 열반의 법이니라.”
그때 세존께서 사미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한 말이 참으로 통쾌하다. 나는 이제 네가 대비구(大比丘)임을 인정하노라.”

그때 세존께서는 보집강당(普集講堂)으로 돌아가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마갈국 경계는 유쾌한 이익을 얻었다. 수타 사미로 하여금 이 경계에서 유행하게 하였기 때문이다. 그에게 의복ㆍ음식ㆍ침구ㆍ의약을 공양한 이도 좋은 이익을 얻을 것이요, 그를 낳은 부모도 또한 훌륭한 이익을 얻을 것이니, 곧 수타 비구를 낳았기 때문이다. 또 수타 비구가 태어난 집도 곧 큰 이익을 얻을 것이다.
나는 지금 너희 모든 비구들에게 말하노라. 너희들은 마땅히 수타 비구처럼 되기를 배워야 한다. 왜냐하면 이 수타 비구는 매우 총명하여 설법을 하는데 조금도 걸림이 없고 또 겁내거나 연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수타 비구처럼 되기를 배워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2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열성(羅閱城)의 가란타죽원(迦蘭陀竹園)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는 무앙수(無央數)대중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인 채 설법하고 계셨다. 그때 어떤 장로(長老) 비구가 대중들 속에서 세존을 향해 발을 죽 뻗고 졸고 있었다. 그때 수마나(修摩那)라고 하는 사미는 당시 나이가 겨우 여덟 살이었는데 세존에게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가부좌하고 앉아 생각을 매어 앞에 두고 있었다.

그때 세존께서 발을 죽 뻗고 앉아서 졸고 있는 장로 비구와 단정히 앉아서 사유에 잠겨있는 사미를 보시고 곧 이 게송을 말씀하셨다.
수염과 머리를 깎았다 해서
반드시 그가 장로는 아니다.
그는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어리석은 그 행을 면치 못한다.

만일 네 가지 진리를 보고
어떤 생명도 해치지 않고
더럽고 나쁜 온갖 행 버리면
그야말로 장로라 부르느니라.

내가 지금 말하는 이른바 장로란
반드시 남 먼저 출가한 이가 아니다.
착한 그 본업(本業)을 닦고
바른 행을 분별하는 자이다.

설령 나이가 어리다 하더라도
모든 감각기관[根]에 번뇌와 결함 없으면
그 사람이야말로 장로라 이름하리.
그는 바른 법행(法行)을 분별하기 때문이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혹 이 장로가 발을 죽 뻗고 졸고 있는 것을 보았느냐?”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다 보았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이 장로 비구는 5백 생 동안 늘 용(龍)으로 살았다. 만일 지금 목숨을 마치면 틀림없이 다시 용으로 태어날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부처님과 법과 승가에 대해서 공경하는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만일 중생으로서 부처님과 법과 승가를 공경하는 마음이 없으면, 그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반드시 용으로 태어나리라.
너희들은 나이 겨우 여덟 살인데도 나에게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단정히 앉아 사유하고 있는 저 수마나 사미가 보이느냐?”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예, 세존이시여.”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사미는 앞으로 이레 뒤에는 꼭 4신족(神足)과 4제진법(諦眞法)3)을 얻고, 4선(禪)에서 자재(自在)를 얻고, 4의단(意斷)을 잘 닦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수마나 사미는 부처님과 법과 승가를 향해 공경하는 마음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언제나 힘써 부처님과 법과 비구를 공경하도록 하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3 ]4)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舍衛國)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서 대비구들 1,250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아나빈저(阿那邠邸)5)라는 장자가 있었다. 그는 재물이 풍족하고 보배가 많았으니, 그것은 곧 금(金)ㆍ은(銀)ㆍ진보(珍寶)ㆍ자거(車)ㆍ마노(馬瑙)ㆍ진주(眞珠)ㆍ호백(虎魄)ㆍ수정(水精)ㆍ유리(琉璃)ㆍ코끼리ㆍ말ㆍ소ㆍ양ㆍ노비ㆍ하인 등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었다. 또 그때 만부성(萬富城)6) 안에는 만재(滿財)라는 장자가 있었다. 그 또한 재물이 풍부하고 보물이 많아 자거ㆍ마노ㆍ진주ㆍ호박ㆍ수정ㆍ유리ㆍ코끼리ㆍ말ㆍ소ㆍ양ㆍ노비ㆍ하인 등 이루 헤아릴 수가 없었다. 또 그는 아나빈저 장자와 어려서부터 서로 친해 사랑하고 공경하여 잊어버린 일이 없었다.
그러나 또 이 아나빈저 장자는 항상 수천만의 보배와 재물을 저 만부성 안에 두고 장사를 하면서 만재 장자로 하여금 기록하고 보호하게 하였다. 그리고 만재 장자 역시 수천만의 보배와 재물을 사위성 안에 두고 장사하면서 아나빈저 장자로 하여금 기록하고 돌보게 하였다.

이때 아나빈저 장자에게는 수마제(修摩提)7)라는 딸이 있었다. 그녀는 얼굴이 단정(端正)하고 도화(桃花) 빛처럼 고와서 세상에서 보기 드문 존재였다.
그때 만재 장자는 작은 볼일이 있어서 사위성의 아나빈저 장자 집으로 찾아가 자리에 나아가 앉았다. 그때 수마제는 고요한 방에서 나와 먼저 그 부모에게 무릎을 꿇어 절하고 다음에는 만재 장자에게 꿇어앉아 절하고는 고요한 방으로 다시 들어갔다.

그때 만재 장자는 수마제의 얼굴이 단정하고 도화 빛처럼 고와 세상에 보기 드문 존재라는 것을 알고는 아나빈저 장자에게 물었다.
“저 여인은 어느 집 딸입니까?”

아나빈저 장자가 대답하였다.
“아까 본 그 아이는 내 딸입니다.”

만재 장자가 대답하였다.
“내게 아들이 있는데 아직 혼인을 시키지 못했으니, 저희 집으로 시집보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이때 아나빈저 장자가 대답하였다.
“그것은 마땅치 않습니다.”

만재 장자가 대답하였다.
“무엇 때문에 마땅치 않다고 하십니까? 족성(族姓) 때문입니까, 아니면 재물 때문입니까?”

아나빈저 장자가 대답하였다.
“종성(種姓)이나 재물은 서로 걸맞습니다. 다만 섬기는 신[神祠]이 우리와 다르기 때문입니다. 딸아이는 부처님을 섬기는 석가(釋迦)의 제자이고, 당신들은 외도(外道)를 섬기는 이학(異學)의 무리들입니다. 그 때문에 그 청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그때 만재 장자가 말하였다.
“우리들이 섬기는 것은 스스로 따로 특별하게 제사를 지내고, 그 처녀가 섬기는 것은 또 따로 공양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아나빈저 장자가 말하였다.
“만일 내 딸을 당신 집안으로 시집보낸다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재보(財寶)를 내놓아야 할 텐데, 당신이 헤아릴 수 없는 재보를 내놓으시겠습니까?”

만재 장자가 말하였다.
“당신은 지금 얼마큼의 재보를 요구하는 것입니까?”

아나빈저 장자가 말하였다.
“나는 지금 금 6만 냥을 요구하려고 합니다.”
그때 만재 장자는 즉시 금 6만 냥을 주었다.

이때 아나빈저 장자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방편을 써서 먼저 거절하려고 한 것이었는데, 오히려 물리치지 못했다.’
다시 그 장자에게 말하였다.
“만일 내가 딸을 보내려면 마땅히 부처님께 가서 여쭈어 보아야 합니다. 만일 세존께서 무슨 분부가 계시면 나는 그대로 받들어 행할 것입니다.”

아나빈저 장자는 거짓으로 일을 만들어 마치 무슨 일이 있어서인 것처럼 곧 성을 빠져나가 세존께서 계신 곳을 찾아갔다. 그는 머리를 조아려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섰다. 그때 아나빈저 장자가 세존께 아뢰었다.
“제 딸 수마제를 만부성의 만재 장자가 며느리로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보내야합니까, 보내지 말아야합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그대의 딸 수마제가 그 나라에 간다면 그 나라에 많은 이익을 주고 한량없이 많은 사람들을 제도할 것이다.”
아나빈저 장자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세존께서는 방편의 지혜로써 틀림없이 저 나라로 가실 모양이다.’

그는 머리를 조아려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리고 부처님을 세 번 돌고 떠나왔다.
그는 집으로 돌아와 갖가지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만재 장자를 대접하였다. 이때 만재 장자가 다시 물었다.
“내가 이 음식은 먹겠지만 딸을 우리 집에 시집보내시겠습니까, 안 보내시겠습니까?”

아나빈저가 대답하였다.
“생각이 꼭 그러하시면 그 뜻을 따르겠습니다. 지금부터 보름 뒤에 아들을 저희 집으로 오라고 하십시오.”
이렇게 말하자 그는 곧 떠나갔다.

그때 만재 장자는 필요한 물건을 모두 준비해 가지고 보배 깃털로 장식한 수레를 타고 80유연(由延:由旬)까지 나아갔다. 아나빈저 장자도 그 딸을 목욕시키고 향을 피우고는 보배 깃털로 장식한 수레를 타고 만재 장자의 아들을 맞이하기 위해 나아가 중도에서 서로 만났다. 그때 만재 장자는 그 처녀를 데리고 만부성으로 돌아갔다.

그때 만부성 사람들은 이런 규칙을 만들어 놓았었다.
‘만일 이 성에 살던 처녀가 다른 나라로 나가게 되면 중한 벌을 받는다. 또 다른 나라의 여자를 데리고 들어오는 사람도 중한 벌을 받는다.’

그때 그 나라에는 6천 명의 범지(梵志)들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이 나라 사람들이 받들어야 할 규칙을 만들어 놓고, 만일 이 규칙을 어기는 자가 있으면 그는 6천 명 범지들에게 식사를 대접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때 만재 장자는 그 규칙을 범한 것을 스스로 알았기 때문에 곧 6천 명의 범지들에게 식사 대접을 하기로 하였다. 범지들이 먹을 음식은 그들 모두가 먹을 만큼의 돼지고기와 돼지고기 국과 맑은 술이었다. 또 범지들이 입을 옷으로 흰 천이나 혹은 솜털로 만든 옷을 준비하였다. 그런데 그 범지들의 법에 나라로 들어올 때에는 옷으로 오른쪽 어깨만 덮고 몸의 반은 드러내게 되어 있었다.

그때 장자가 곧 그들에게 알렸다.
“때가 되어 음식이 다 준비되었습니다.”

그때 6천 명의 범지들은 모두 한 쪽만 옷으로 가리고 몸의 반은 드러낸 채 장자의 집에 들어갔다.

장자는 범지들이 오는 것을 보고 무릎으로 걸어 나아가 맞이하여 공경을 다해 예를 올렸다. 그러자 그 중 우두머리 범지가 손을 들어 장하다고 칭찬하고는 장자의 목을 끌어안고 자리에 나아가 앉았다. 다른 범지들도 저마다 차례대로 앉았다.

6천 범지들이 자리에 앉기를 마치자 장자가 수마제에게 말하였다.
“너는 화장을 하고 나와서 우리 스승들을 향하여 예를 올려라.”

수마제가 대답하였다.
“그만두십시오, 제발 그만두십시오. 시아버님[大家], 저는 옷을 벗은 사람들에게 예를 올릴 수 없습니다.”

장자가 말하였다.
“저분들은 옷을 벗은 것이 아니다. 부끄러움이 없는 것도 아니다. 다만 저분들이 입은 옷은 곧 법복(法服)일 따름이다.”

수마제가 말하였다.
“저들은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모두 몸을 밖으로 드러내 놓고 있습니다. 무슨 저런 옷을 법복으로 사용합니까? 장자께서는 들어 보소서. 세존께서는 세상 사람들이 귀하게 여겨야 할 것으로 두 가지를 말씀하셨습니다. 이른바 제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慚]과 다른 사람에 대해 부끄러워하는 것입니다.
만일 이 두 가지가 없었다면 부모ㆍ형제ㆍ친족과 다섯 친족(親族)들의 높고 낮음을 분별할 수 없게 되어, 지금은 닭ㆍ개ㆍ돼지ㆍ양ㆍ나귀ㆍ노새의 무리들과 다를 바 없이 높고 낮음이 없게 되었을 것입니다. 이 두 가지 법이 세상에 있기 때문에 곧 높고 낮음의 구분이 있는 줄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저 사람들은 이 두 가지 법을 여의어 흡사 닭ㆍ개ㆍ돼지ㆍ양ㆍ나귀ㆍ노새의 무리들과 같습니다. 저는 결코 저들을 향해 예를 올릴 수 없습니다.”

수마제의 남편이 그 아내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일어나서 우리 스승님들에게 인사를 드리시오. 이분들 모두 내가 하늘처럼 섬기는 분들이오.”

수마제 여인이 대답하였다.
“그만두십시오. 족성자(族姓子)여, 나는 스스로 부끄러워할 줄도 모르고 남부끄러운 줄도 몰라 몸을 들어낸 사람들에게 예를 올릴 수 없습니다. 나는 사람인데 어떻게 짐승들을 향해 예를 올리겠습니까?”

남편이 다시 말하였다.
“그만두시오. 그런 말하지 마시오. 그대의 입을 조심하여 죄를 짓지 마시오. 저분들은 짐승이 아니고, 또 미친 사람들도 아니오. 저분들이 입은 옷은 바로 법의(法衣)일 뿐이오.”

그때 수마제 여인은 얼굴빛이 변하고 눈물을 흘리며 슬피 울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차라리 우리 부모와 다섯 친척들에게 몸이 다섯 조각이 나 이 목숨이 끊길지언정 끝내 이러한 삿된 소견에 떨어지지는 않겠습니다.”

그때 6천 범지들이 저마다 큰 소리로 고함을 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그만두시오, 제발 그만 하시오. 장자여, 무슨 까닭에 그 여인으로 하여금 저렇게 욕을 하게 하는가? 만약 청하는 사람이 있으면 곧 음식을 돌리시오.”
그때 장자와 수마제의 남편은 곧 돼지고기와 돼지고기 국과 맑은 술을 내어 6천 범지들을 배불리 먹였다. 모든 범지들은 그것을 먹고 나서 얼마동안 이야기를 나누다가 곧 일어나 떠나갔다.

그때 만재 장자는 높은 누각에 혼자 앉아서 근심하고 슬퍼하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저 여자를 데리고 와서 이제 우리 집이 망하게 되었구나. 내가 우리 문중을 욕되게 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때 다섯 가지 신통[五通]8)을 얻고 모든 선정(禪定)을 다 얻어 만재 장자의 존경을 받고 있던 수발(修跋)9)이라는 범지가 있었다. 그때 수발 범지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장자와 헤어진 지도 오래되었다. 지금 가서 만나보리라.’
그는 만부성(滿富城)으로 들어가 장자의 집에 이르러 그 문지기에게 물었다.
“장자께서 지금 계십니까?”

문을 지키는 이가 대답하였다.
“장자께서는 지금 높은 누각 위에서 말할 수 없이 깊은 시름에 빠져 계십니다.”

범지는 누각 위로 재빨리 올라가 장자를 만나보았다.
범지가 장자에게 물었다.
“무엇 때문에 이처럼 근심하고 계십니까? 관청이나 도둑이나 수재(水災)나 혹은 화재(火災)의 변(變)을 당했습니까? 아니면 집안에 무슨 불화라도 생긴 것은 아닙니까?”

장자가 대답하였다.
“관청이나 도둑의 변은 없습니다. 다만 집안 일이 조금 뜻대로 되지 않아서 그럽니다.”

범지가 물었다.
“그 사정을 듣고 싶습니다. 무슨 사연입니까?”

장자가 대답하였다
“어제 우리 아이가 장가를 들어 아내를 맞이함으로 인하여 나라 법을 범(犯)하고, 게다가 다섯 친척들을 욕되게까지 하였습니다. 즉 여러 스승님들을 집에 초청하고 며느리를 데리고 가서 인사를 시키려고 하였으나 며느리가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범지 수발이 말하였다.
“그 여자의 집은 어느 나라에 있습니까? 가까운 데서 데려왔습니까, 아니면 먼 곳에서 데려 왔습니까?”

“그 여인은 사위성에 사는 아나빈저의 딸입니다.”

범지는 그 말을 듣고 나서 깜짝 놀라면서 두 손으로 귀를 막고 이렇게 말하였다.
“아아, 장자여, 매우 기이한 일이고 매우 특별한 일입니다. 그 여자가 아직 그대로 살아 있습니까? 또 자살(自殺)을 하지도 않았고 다락에서 몸을 던지지도 않았다니 참으로 매우 다행한 일입니다. 왜냐하면 그 여인이 섬기는 스승들은 모두 범행(梵行)을 닦는 사람들이기 때문이오. 그런데 아직도 그 여자가 살아 있다는 것은 매우 기이한 일이고 매우 특별한 일입니다.”

장자가 말하였다.
“내가 지금 당신 말을 듣고 나니 도리어 비웃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외도(外道)로서 배우는 것이 저들과 다른데 어째서 저 사문 석씨 아들의 행(行)을 찬탄하는 것입니까? 그 여자가 섬기는 스승이 무슨 위덕(威德)이나 무슨 신통변화라도 가지고 있습니까?”

범지가 대답하였다.
“장자여, 그대는 그 여인의 스승들이 가진 신령스러운 덕에 대하여 듣고 싶습니까? 내가 이제 대충 그 내력을 말해 주겠습니다.”

장자가 말하였다
“그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범지가 말하였다.
“나는 옛날 설산 북쪽에 가서 어떤 마을에서 걸식을 한 적이 있습니다. 나는 밥을 얻어 가지고 아뇩달(阿耨達)이라는 못으로 날아 왔습니다. 그때 저 하늘ㆍ용ㆍ귀신들이 멀리서 내가 오는 것을 보고 모두 칼을 들고 내게 와서 말하였습니다.
‘수발 선인이여, 이 못 가엔 오지 마시오. 제발 이 못을 더럽히지 마시오. 만일 우리의 말을 듣지 않으면 바로 그대의 목숨을 끊어버리겠소.’
나는 그 말을 듣고 곧 그 못을 떠나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밥을 먹었습니다.

장자여, 마땅히 알아야 합니다. 그 여자가 섬기는 스승들 중에 가장 어린 제자로서 균두(均頭)라는 사미가 있었습니다. 그 사미도 설산 북쪽에 가서 걸식(乞食)을 하다가 아누달이라는 못으로 날아와 두 손으로 무덤 사이에 있는 죽은 사람의 옷을 집었습니다. 그 옷은 피투성이에 매우 더러웠습니다. 그때 아누달이라는 못에 사는 큰 신(神)과 하늘ㆍ용ㆍ귀신(鬼神)들은 모두 일어나서 나아가 맞이하며 공경하고 문안하였습니다.
‘잘 오셨습니다. 사람들의 스승이시여, 이 자리에 앉으십시오.’
그때 균두 사미는 그 못으로 갔습니다. 장자여, 그 못 속에는 순금(純金)으로 된 책상이 있었습니다.
그때 그 사미는 죽은 사람의 옷을 물에 담가 푹 젖게 놔두고 물러나 앉아서 밥을 먹었습니다. 밥을 다 먹고 나서는 발우를 씻고 순금 책상 위에서 가부좌하고 앉아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고 생각을 매어 앞에 두고 초선(初禪)에 들었습니다.

그는 다시 초선에서 일어나 제2선에 들고, 제2선에서 일어나 제3선에 들고, 제3선에서 일어나 제4선에 들고, 제4선에서 일어나 공처(空處)에 들고, 공처에서 일어나 식처(識處)에 들고, 식처에서 일어나 불용처(不用處)에 들고, 불용처에서 일어나 유상무상처(有想無想處)에 들고, 유상무상처에서 일어나 멸진삼매(滅盡三昧)에 들고, 멸진삼매에서 일어나 염광삼매(炎光三昧)에 들고 염광삼매에서 일어나 수기삼매(水氣三昧)에 들었습니다.
다시 수기삼매에서 일어나 염광삼매(炎光三昧)에 들고, 다시 멸진삼매(滅盡三昧)에 들고,다시 유상무상삼매(有想無想三昧)에 들고, 다시 불용처삼매(不用處三昧)에 들고, 다시 식처삼매(識處三昧)에 들고, 다시 공처삼매(空處三昧)에 들고, 다시 제4선에 들고, 다시 제3선에 들고, 다시 제2선에 들고, 다시 초선에 들고, 초선에서 일어나서는 그 죽은 사람의 옷을 빨았습니다.
그때 하늘ㆍ용ㆍ귀신들 중에는 혹 그 옷을 밟아 주는 이도 있었고, 혹 씻어 주는 이도 있었으며, 혹은 물을 길어 마시는 이도 있었습니다. 그때 그는 옷을 다 빨고 나서는 공중에 널어 말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그 사미는 옷을 거두어 가지고 허공을 날아 돌아갔습니다.

장자여, 꼭 알아야만 합니다. 나는 그때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고 가까이 갈 수 없었습니다. 그 여자가 섬기는 스승의 제일 어린 제자에게도 그런 신력이 있었는데, 하물며 가장 큰 제자에게야 어떻게 미칠 수가 있겠습니까? 더구나 그들의 스승이신 여래ㆍ지진(至眞:阿羅漢)ㆍ등정각(等正覺)이야 어떠하겠습니까?
나는 이런 사실을 보았기 때문에 ‘매우 기이한 일이고 매우 특별한 일입니다. 그 여자가 아직 그대로 살아 있습니까? 또 자살(自殺)을 하지도 않았고 목숨도 끊지 않았습니까’ 하고 말한 것입니다.”

그때 장자가 범지에게 말하였다.
“우리도 그 여자가 섬기는 그 스승을 뵐 수 있겠습니까?”

범지가 대답하였다.
“그 여자에게 물어 보십시오.”

그때 장자는 수마제 여인에게 물었다.
“나는 지금 네가 섬기는 스승을 뵙고 싶다. 그분을 오시게 할 수 있겠느냐?”

그때 그 여자는 이 말을 듣고 못내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였다.
“원컨대 지금 음식을 준비하십시오. 내일 여래와 그 비구 스님들이 장차 이리로 오실 것입니다.”

장자가 말하였다.
“네가 지금 청해보아라. 나는 그 방법을 알지 못한다.”

그때 장자의 여자는 곧 목욕하고 손에 향로(香爐)를 들고 누각 위에 올라가 여래 계신 곳을 향해 합장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마땅히 잘 관찰해 보십시오. 당신의 정수리를 보는 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세존께서는 아무 일도 없고 살피지 못하시는 일도 없습니다. 소녀는 지금 여기서 곤액(困厄)을 당하고 있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꼭 잘 관찰해 보십시오.”

그는 또 이 게송을 말하였다.
보시지 못하는 세계가 없는
부처님 눈이 살피는 힘이시네.
온갖 귀신과 신의 왕들과
귀신들의 자식과 어미를 항복 받았네.

사람을 잡아먹는 저 귀신이
사람 손가락을 잘라 꽃다발을 만들고
마지막엔 다시 그 어미를 해치려 하였지만
부처님께서 그를 잡아 항복 받았네.

또 라열성에 있으면서
사나운 코끼리가 해치려 하다가
스스로 귀명(歸命)하여 의지했을 때
하늘들은 모두 장하다 찬탄했네.

그리고 저 마제국(馬提國)에서
다시 악한 용왕을 만났을 때에
용은 밀적(密迹) 역사(力士)를 보고
스스로 목숨 바쳐 귀의하였네.

헤아릴 수 없는 그 신통력
모든 것을 바른 길에 세워 주시네.
제가 지금 이 곤욕 당했으니
원컨대 세존이시여 굽어 살피소서.

그때 향불은 구름처럼 피어올라
멀리 허공에 달려 있다가
기원정사(祇洹精舍)를 두루 채우고
여래 앞에 와서 머물러 있었다.

제석천(帝釋天)은 저 허공에서
못내 기뻐하며 예를 올리고
또 그 앞에 피어오르는 향을 보았는데
그것은 수마제가 청하는 것이다.

갖가지 꽃들을 비처럼 내려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었고
저 기원림(祇洹林)에 가득 찼고
여래는 웃으시며 광명 놓으셨네.

그때 아난이 기원정사에 있는 미묘한 향을 보고 나서, 세존의 처소에 이르러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서 있었다.
그때 아난이 세존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것은 어떤 향이기에 기원정사에 두루 가득 찼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이 향은 곧 부처님의 사자(使者)이다. 만부성에 살고 있는 수마제 여인이 청하고 있다. 너는 지금 모든 비구들을 불러 한 곳에 모아 산가지[籌]를 돌리고 이렇게 명령하라.
‘모든 비구들이여, 번뇌가 없어진 아라한으로서 신통을 얻은 이는 곧 이 사라(舍羅)10)를 집어라. 내일은 마땅히 만부성으로 가서 수마제의 청을 받으리라.’”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때 아난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나서 곧 모든 비구들을 보회강당(普會講堂)에 모으고 이렇게 말하였다.
“도를 얻은 모든 아라한은 이 사라를 집으시오.”
그 당시에 많은 스님들의 상좌(上座) 군두파한(君頭波漢)11)은 수다원(須陀洹)이 되었으나 아직 번뇌[結使]가 다하지 못해서 신통을 얻지 못했었다. 그때 상좌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대중들 가운데서 제일 나이가 많지만 아직 번뇌가 다하지 못해 신통을 얻지 못했다. 나는 내일 만부성으로 가서 공양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나 여래의 여러 제자들 중에서 가장 나이 어린 균두 사미는 이런 신통이 있고 큰 위력(威力)이 있어서 저기에 가서 청을 받는다. 나도 이제 저기 가서 청을 받으리라.’
그때 그 상좌는 깨끗한 마음으로 아직 배워야 할 자리에 있지만 사라를 받았다.

그때 세존께서는 군두파한이 배워야 할 자리에 있으면서 사라를 받고 곧 무학(無學:아라한)이 된 것을 청정한 천안(天眼)으로 보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제자들 중에서 사라를 받기로 으뜸가는 사람은 바로 군두파한 비구이니라.”

그때 세존께서 이어 신통을 얻은 비구들인, 대목련(大目連)ㆍ대가섭(大迦葉)ㆍ아나율(阿那律ㆍ이월(離越)12)ㆍ수보리(須菩提)ㆍ우비가섭(優毗迦葉)ㆍ마하가필나(摩訶迦匹那13)ㆍ존자 라운(羅云)ㆍ균리반특(均利般特)14)ㆍ균두(均頭) 사미 등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신통으로 먼저 저 성으로 들어가라.”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때 많은 스님들의 사환으로 건다(乾茶)라고 하는 이가 있었다. 그는 이튿날 아침에 큰 가마를 몸소 지고 공중으로 날아올라 그 성(城)으로 갔다.

이때 장자와 모든 사람들은 높은 누각에 올라 세존을 뵈려고 하다가 멀리서 그 사환(使喚)이 가마를 지고 날아오는 것을 보았다. 장자는 그 며느리에게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흰옷을 입고 머리 기르고
드러낸 몸 빠르기가 바람 같구나.
거기에 또 큰 가마를 등에 졌으니
저분이 바로 너의 스승이신가?

그때 여자도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저 자는 스승의 제자가 아니라
저 자는 여래의 심부름꾼입니다.
그는 세 길에서 다섯 신통 갖추었으니
저 자의 이름은 건다라고 합니다.

그때 하인 건다는 성을 세 바퀴 돌고 장자의 집으로 갔다.

그때 균두 사미는 신통으로 5백 그루의 꽃나무를 만들었는데, 여러 가지 빛깔의 꽃이 피어 모두 무성하였고, 그 모양은 매우 아름다운 우발연화(優鉢蓮華) 같은 것이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았다. 그는 그 꽃을 가지고 그 성으로 갔다.

이때 장자는 멀리서 사미가 오는 것을 보고는 다시 게송으로 물었다.
저런 아름다운 여러 가지 꽃들이
모두 다 허공에 널려 있고
거기에 또 신통을 부리는 사람
저분이 바로 너의 스승이신가?

그때 여자도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저분은 수발이 예전에 말했던
못 가의 바로 그 사미입니다.15)
그의 스승 이름은 사리불(舍利弗)이고
저분은 그분의 제자입니다.

이때 균두 사미는 성을 세 바퀴 돌고 장자의 집으로 갔다.

이때 존자 반특화(般特化)는 신통으로 5백 마리 소를 만들었는데, 그 털은 모두 푸른빛이었다. 그는 소의 등에 가부좌하고 앉은 채 그 성으로 갔다.

그때 장자는 멀리서 그 모습을 보고 게송으로 여인에게 물었다.
저 많은 5백 마리 소 떼들
그 털이 모두 푸르구나.
그 위에 혼자 앉아 있는 이
저분이 바로 너의 스승이신가?

여자도 또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1천 비구를 잘 교화하며
기역원(耆域園)에서 살고
마음과 정신이 매우 총명하신 분
저분의 이름은 반특화입니다.

그때 존자 반특화는 성을 세 바퀴 돌고 나서 장자의 집으로 갔다.

그때 또 라운(羅云)은 다시 신통으로 5백 마리의 공작(孔雀)을 만들었는데 그 빛깔이 갖가지였다. 그는 공작의 등에 가부좌하고 앉은 채 그 성으로 갔다.

장자는 그것을 보고 다음 게송으로 여인에게 물었다.
저 5백 마리 공작 떼
그 빛깔 너무도 아름답구나.
저 군사들의 대장과 같은
저분이 바로 너의 스승이신가?

여자도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여래께서 금계(禁戒)를 말씀하시면
그 일체를 범하는 일 없이
계(戒)를 능히 잘 지키는
저분은 부처님의 아들 라운입니다.

이때 라운은 성을 세 바퀴 돌고 장자의 집으로 갔다.

그때 존자 가필나는 신통으로 5백 마리 금시조(金翅鳥)를 만들었다. 그 새들은 모두 매우 용맹스러웠다. 그는 그 새의 등에 가부좌하고 앉은 채 그 성으로 갔다.

장자는 멀리서 그것을 보고 다시 게송으로 여자에게 물었다.
저 5백 마리 금시조 떼
저들은 매우 용맹스럽구나.
그 등에 앉아 있는 두려움 없는
저분이 바로 너의 스승이신가?

여자도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드나드는 숨길을 잘 헤아릴 줄 알아
그것을 돌려 마음이 착해지고
지혜의 힘이 매우 용맹스러운
저분의 이름은 가필나입니다.

존자 가필나는 성을 세 바퀴 돌고 장자의 집으로 갔다.

그때 우비가섭은 신통으로 5백 마리의 용을 만들었다. 그 용들은 모두 일곱 개의 머리가 달려있었다. 그는 그 용의 등에 가부좌하고 앉은 채 그 성으로 갔다.

장자는 멀리서 그것을 보고 다시 게송으로 여자에게 물었다.
지금 일곱 개의 머리 달린 용들
위엄스런 그 얼굴 너무도 두려워라.
다가오는 저 헤아릴 수 없는 자
저분이 바로 너의 스승이신가?

그러자 여자가 대답하였다.
항상 1천 명의 제자를 거느리고
신통으로 빈비사라를 교화하신
우비가섭(優毗迦葉)이라는 분
저분이 바로 그분입니다.

우비가섭은 성을 세 바퀴 돌고 장자의 집으로 갔다.

그때 존자 수보리는 신통으로 유리(琉璃) 산을 만들고, 그 산에 들어가 가부좌하고 앉은 채 그 성으로 갔다.

그때 장자는 멀리서 그것을 보고 나서 게송으로 여자에게 물었다.
저 산은 너무도 아름답구나.
모두 다 유리로 만들어졌네.
지금 저 굴속에 앉아 있는 자
저분이 바로 너의 스승이신가?

그때 여자가 또 이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과거에 보시한 과보로 인해
지금 저러한 공덕을 얻고
이미 좋은 복밭[福田]을 이룬
공(空)을 잘 아는 수보리이십니다.

그때 수보리는 성을 세 바퀴 돌고 장자의 집으로 갔다.

그때 존자 대가전연(大迦旃延)은 신통으로 5백 마리 고니[鵠]를 만들었는데, 그 새들은 모두 새하얀 빛깔이었다. 그는 그 새떼를 거느리고 그 성으로 갔다.

장자는 멀리서 그것을 보고 게송으로 여자에게 물었다.
지금 저 5백 마리 고니
그 빛깔 모두 새하얗구나.
저 허공을 가득 채웠으니
저분이 바로 너의 스승이신가?

그때 여자가 다시 이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부처님 경전에서 말씀하신 바
그 깊은 이치를 잘 분별하고
또 번뇌 무더기를 연설하나니
저분의 이름은 가전연입니다.

그때 존자 대가전연은 그 성을 세 바퀴 돌고 장자의 집으로 갔다.

이때 이월(離越)은 신통으로 5백 마리의 호랑이를 만들고, 그 호랑이의 등에 앉은 채 그 성으로 갔다.

장자는 그것을 보고 나서 이런 게송으로 여자에게 물었다.
지금 저 5백 마리 호랑이 떼
그 털은 윤기가 잘잘 흐르네.
그리고 그 위에 앉아 있는
저분이 바로 너의 스승이신가?

그러자 여자도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옛날에 저 기원사(祇洹寺)에 있을 때
6년을 움직이지 않으셨네.
좌선으로 가장 으뜸이 되는
저분의 이름은 이월입니다.

이때 존자 이월은 성을 세 바퀴 돌고 장자의 집으로 갔다.

그때 존자 아나율은 신통으로 5백 마리 사자를 만들었는데, 그 사자들은 다 매우 용맹스러웠다. 그는 그 사자의 등에 앉은 채 그 성으로 갔다.

이때 장자는 그것을 보고 게송으로 여자에게 물었다.
이 5백 마리 사자 떼
용맹스러워 참으로 무섭구나.
저 사자 등에 앉아 있는
저분이 바로 너의 스승이신가?

그러자 여자도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저분이 태어났을 때 천지는 진동하고
온갖 보배는 땅 위로 솟아올랐네.
깨끗한 눈에 티가 없는 이
부처님의 제자 아나율입니다.

이때 아나율은 성을 세 바퀴 돌고 장자의 집으로 갔다.

그때 존자 대가섭은 신통으로 5백 마리 말을 만들었는데, 그 말들은 다 꼬리털이 붉고 금과 은으로 치렁치렁 장식하였다. 그는 그 말 등에 앉아 하늘 꽃을 뿌리면서 그 성으로 갔다.

장자가 멀리서 그것을 보고 나서 게송으로 여자에게 물었다.
저 말은 금빛에 꼬리는 붉고
그 마리 수는 5백이나 되네.
저분은 아마도 전륜왕이리니
저분이 바로 너의 스승이신가?

여자도 또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두타행(頭陀行)으로 으뜸이시고
빈궁한 이를 항상 불쌍히 여기며
여래께서 자리의 반을 나누어 주신
가장 어른 대가섭이 이분입니다.

이때 대가섭은 성을 세 바퀴 돌고 장자의 집으로 갔다.

그때 존자 대목련은 신통으로 5백 마리 흰 코끼리를 만들었는데, 그들은 모두 여섯 개의 어금니를 가지고 있고, 일곱 곳이 평평하며 금과 은으로 치렁치렁 장식하였다. 그는 그 코끼리 등에 앉은 채 오면서 큰 광명(光明)을 놓아 온 세계를 가득 채웠다. 성으로 갈 때에는 허공에서 풍류를 울리는 등 이루 다 말할 수 없었으며, 갖가지 꽃을 뿌렸다. 또 허공에 비단으로 만든 번기와 일산을 달아 놓았는데, 그것들은 매우 아름다웠다.

그때 장자는 멀리서 그것을 보고 나서 이 게송으로 여자에게 물었다.
여섯 개의 어금니를 가진 흰 코끼리
그 등에 앉으신 분 천왕 같구나.
이제 또 거기서 울리는 풍류 듣나니
저분이 바로 그 석가문(釋迦文)이신가?

여자도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그는 저 큰 산에 있을 때
난타(難陀)라는 용을 항복 받았던
신통에 있어 가장 으뜸가는
그 이름은 바로 대목련입니다.

우리 스승은 아직 오지 않았으니
이분들은 모두 그 제자들이십니다.
거룩한 스승님 이제 오시리니
그때는 광명이 비치지 않는 곳 없으리.

존자 대목련은 성을 세 바퀴 돌고 장자의 집으로 갔다.

그때 세존께서는 때가 된 줄을 아시고 승가리(僧伽梨)를 입고 땅에서 일곱 길쯤 떨어진 허공에 계셨다. 이때 존자 아야구린(阿若拘鄰)은 여래의 오른쪽에 서고 사리불은 여래의 왼쪽에 섰다. 그때 아난(阿難)은 부처님의 위신력(威神力)을 받들어 여래의 뒤에서 손에 불자(拂子)를 잡고 있었으며, 1천2백 제자들은 부처님을 앞뒤로 에워쌌고, 여래와 신통을 얻은 제자들은 그 한 가운데에 있었다.

아야구린은 변화하여 월천자(月天子)가 되고 사리불은 변화하여 일천자(日天子)가 되었다. 그밖에 다른 여러 신통력을 얻은 비구들은 혹은 석제환인(釋帝桓因)으로 변화하기도 하고, 혹은 범천왕(梵天王)으로 변화하기도 하였으며, 혹 제두뢰타(提頭賴吒)16)ㆍ비류륵(毗留勒)17)ㆍ비류박차(毗留博叉)18)ㆍ비사문(毗沙門)19)의 형상이 되어 여러 귀신들을 거느리기도 하였고, 혹은 전륜성왕(轉輪聖王)의 모양이 되기도 하였다. 혹은 화광삼매에 들기도 하고 혹은 수정삼매에 드는 이도 있었으며, 혹은 광명을 내 비추기도 하고, 혹은 연기를 뿜어내는 등 이런 갖가지 신통을 나타내었다.
그때 범천왕은 여래의 오른쪽에 있었고, 석제환인은 여래의 왼쪽에서 손에 총채를 잡고 있었으며, 밀적(密迹) 금강역사(金剛力士)는 여래 뒤에서 금강저(金剛杵)를 손에 잡고 있었고, 비사문천왕은 7보로 장식하여 만든 일산을 들고 여래의 위쪽 허공(虛空)에 있으면서 여래의 몸에 티끌이 앉을까 조심하였다.
반차순(般遮旬)은 손에 유리 거문고를 들고 여래의 공덕(功德)을 찬탄하였고, 모든 하늘 신들은 허공에 있으면서 수천만 가지의 악기를 연주하였으며, 하늘에서는 온갖 꽃을 여래 위에 뿌렸다.

그때 바사닉왕(波斯匿王)과 아나빈저 장자와 사위성 안의 모든 사람들은 여래께서 땅에서 일곱 길쯤 떨어져 허공에 계시는 것을 보고 모두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때 아나빈저 장자가 이렇게 게송으로 말하였다.
여래께선 참으로 신묘(神妙)하시네.
백성들을 어린아이처럼 사랑하시니
가슴이 시원하구나, 저 수마제여.
지금 여래의 법 받으리로다.

바사닉왕과 아나빈저 장자는 여러 가지 좋은 향과 꽃을 뿌렸다.
그때 세존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앞뒤로 에워싸여 있었고, 온갖 귀신들과 하늘들의 수효는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었다. 마치 허공을 날아가는 봉황새처럼 여래는 그 성으로 나가셨다.

그때 반차순이 게송으로 부처님을 찬탄하였다.
모든 생존의 결박 아주 없애고
마음이 고요해져 어지럽지 않으며
아무런 번뇌의 장애도 없이
지금 그 옛 나라로 들어오시네.

마음과 성품 지극히 깨끗하여
마(魔)의 삿된 생각 끊어버리고
그 공덕 저 큰 바다 같거니
지금 그 옛 나라로 들어오시네.

그 얼굴 모습 뛰어나 특별하고
모든 번뇌 영원히 일으키지 않네.
그러나 스스로 잘난 체 안하고
지금 그 옛 나라로 들어오시네.

네 가지 흐름[四流]을 건넘으로써
나고 늙고 죽는 것 이미 벗어나
모든 생존의 뿌리 끊으시고서
지금 그 옛 나라로 들어오시네.

그때 만재 장자는 멀리서 세존께서 오시는 것을 보았는데, 모든 감각기관[根]이 담박하고, 세상에서 보기 드문 세존의 모습은 깨끗하기가 마치 천금(天金)과 같았으며, 32상과 80종호로 그 몸을 장엄한 것이 마치 모든 산들 중에서 가장 빼어난 수미산(須彌山)과 같고, 또 금 덩어리가 광명을 놓는 것 같았다.

장자는 다음 게송으로 수마제에게 물었다.
저것은 태양의 모습인가
내 일찍 저런 얼굴 본 적 없나니
저처럼 빛나는 수천 억 광명(光明)
감히 눈이 부셔 자세히 못 보겠네.

이때 수마제 여인은 꿇어앉아 합장하고 여래를 향해 이런 게송으로 장자에게 대답하였다.
저분은 태양도 태양이 아닌 것도 아닙니다.
그러면서도 1천 가지 광명을 놓으시니
그것은 모든 중생 위하기 때문이라
저분이 바로 저의 스승이십니다.

온갖 중생들 여래 찬탄하는 것
그것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습니다.
지금 당장 큰 과보 얻으리니
온 정성을 다해 공양을 올리소서.

그때 만재 장자는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다시 게송으로 여래를 찬탄하였다.
10력을 가진 분께 귀의하나니
원만한 광명에 황금빛 몸
천상과 인간의 찬탄을 받는 분
저는 오늘 당신께 귀의합니다.

거룩한 당신은 중생의 태양
뭇별 속에 빛나는 달님 같구려.
건너지 못한 이를 건네주는 분
저는 오늘 당신께 귀의합니다.

거룩한 당신은 천제(天帝)의 형상
범행을 닦는 이의 자비심 같아
스스로 해탈하고 남도 해탈시키는 분
저는 오늘 당신께 귀의합니다.

천상과 인간에서 가장 높은 분
모든 귀신왕보다 더 뛰어난 분이여
저 모든 외도(外道)를 항복 받으셨으니
저는 오늘 당신께 귀의합니다.

그때 수마제 여인도 꿇어앉아 합장하고 세존을 찬탄하였다.
자기도 항복 받고 남도 항복 받으며
스스로도 바르고 남도 바르게 하며
스스로도 벗어나고 남도 벗어나게 하며
스스로도 해탈하고 남도 해탈케 하시네.

스스로 때를 버리고 남도 버리게 하며
스스로도 비추고 중생들도 비추어
제도하지 못할 이 한 사람 없고
싸움을 버리시어 다툼이 없네.

스스로 지극히 깨끗하게 머물러
그 마음 조금도 흔들리지 않으며
10력으로 세상을 가엾이 여기나니
거듭거듭 머리 조아려 예를 올립니다.

자애로운 마음ㆍ불쌍히 여기는 마음ㆍ기뻐하는 마음ㆍ평정한 마음을 가지시고, 공(空)ㆍ무상(無相)ㆍ무원(無願)을 갖추시어 욕계(欲界)에서 가장 높으시고 천상에서도 가장 뛰어나시며, 일곱 가지 재물을 원만하게 다 갖추시어 모든 천상이나 인간이나 자연이나 범들로서는 비교할 만한 이도 없고 본뜰 이도 없습니다. 저는 지금 당신께 귀의합니다.”

그때 6천 범지들은 세존의 이러한 신통을 보고 서로들 말하였다.
“우리들은 이 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로 가야겠다. 이 사문 구담(瞿曇)이 이미 이 나라 백성들을 다 항복 받았다.”
그때 그 6천 범지들은 얼마 안 있어 그 나라를 떠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비유하면 마치 백수의 왕인 사자가 산골짜기에서 나와 사방을 돌아보다가 세 번 포효하고는 먹이를 찾아 나서면, 모든 짐승들은 제각기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갈 곳을 몰라 혹은 날아가고 혹은 엎드려 숨기도 하며, 또 힘이 센 코끼리도 사자 소리를 들으면 제각기 치달리며 안심하지 못하는 것과 같았다. 왜냐하면 짐승들의 왕인 사자에게는 큰 위신(威神)이 있기 때문이다.
그와 같이 저 6천 범지들도 세존의 큰 음성이 한 번 울리는 것을 듣고 제각기 달아나며 어쩔 줄을 몰랐다. 왜냐하면 사문 구담의 큰 위력(威力) 때문이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온갖 신통을 다 거두시고 평상시와 같이 만부성 안으로 들어가셨다. 세존께서 성 문턱을 밟으시자 천지(天地)가 크게 흔들렸고 모든 신들은 꽃을 뿌려 공양(供養)하였다. 사람들은 감각기관이 고요하고, 32상과 80종호로 저절로 장엄(莊嚴)된 세존의 용모(容貌)를 보고, 백성들이 곧 이렇게 게송으로 말하였다.
사람 중의 높은 이 매우 묘하여
범지들도 그분을 감당 못하네.
이유 없이 저 범지들을 섬기다가
사람 중의 높은 분 잃을 뻔했네.

세존께서는 장자의 집으로 가 자리에 앉으셨다.
그때 그 나라 백성들은 매우 번성하였다. 때마침 집에 있던 8만 4천 사람들이 모두 구름처럼 몰려들어 세존과 비구 스님을 보기 위하여 장자(長者)의 방을 헐려고 하였다. 그러자 세존께서 이렇게 생각하셨다.
‘이 사람들이 큰일을 내고야 말겠구나. 신통력으로 온 나라 사람들이 모두 내 몸과 비구 스님들을 볼 수 있게 하리라.’
세존께서는 곧 신통을 부려 장자의 방을 모두 유리처럼 만들어 안팎에서 서로 보기를 마치 손바닥 위에 있는 구슬을 보는 것같이 하셨다.

그때 수마제 여인은 세존의 앞으로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슬픔과 기쁨이 한데 뒤엉킨 채 이렇게 게송으로 아뢰었다.
일체 지혜를 두루 갖추시고
일체의 법을 모두 벗어나셨네.
게다가 애욕의 결박마저 끊으신 분
저는 지금 당신께 귀의(歸依)합니다.

저는 차라리 제 부모에게
두 눈알을 뽑히는 일이 있더라도
삿된 소견으로 5역죄를 짓는
이곳으로 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전생에 무슨 나쁜 인연을 지었기에
지금 이곳에 오게 되었습니까?
마치 그물에 걸린 새와 같으니
원컨대 이 의심을 풀어 주소서.

그러자 세존께서 게송으로 그 여인에게 대답하셨다.
너는 지금 유쾌한 마음으로 아무 염려 마라.
담담하게 스스로 마음을 열어
집착하는 생각을 일으키지 말라.
여래가 이제 너를 위해 연설하리라.

네가 지금 이곳에 오게 된 것은
과거에 지은 죄 때문이 아니니라.
이런 중생들을 제도하겠노라고
서원(誓願)을 세운 과보(果報) 때문이니라.

이제 그 근원을 뽑아버렸으니
세 갈래 나쁜 길에 빠지지 않을 것이고
저 수천 중생들의 무리가
장차 네 앞에서 제도되리라.

오늘은 온갖 티끌 떨어버리고
그들로 하여금 지혜의 밝음 얻게 함으로
천상과 인간의 사람들로 하여금
너를 보기 구슬 보듯 하게 하리라.

그때 수마제 여인은 이 말을 듣고 나서 기뻐 뛰면서 어쩔 줄 몰랐다. 그때 장자는 하인[從僕]들을 데리고 갖가지 맛있는 음식을 내어 공양하였다.
세존께서 공양을 마치시자 그는 깨끗한 물을 돌리고 조그만 자리를 가져다가 여래의 앞에 앉았다. 그리고 경영에 종사하는 8만 4천 무리들도 저마다 차례대로 앉았는데, 어떤 이는 제 성명만 일컫고 앉기도 하였다.

그때 세존께서는 그 장자와 8만 4천 대중들을 위해 차근히 미묘한 논(論)을 말씀하셨다. 그때 논한 내용은 계론(戒論)ㆍ시론(施論), 그리고 천상에 태어나는 데 대한 논이었고, 탐욕과 번뇌는 더러운 것으로서 출가(出家)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그때 세존께서는 장자와 수마제 여인과 8만 4천 인민(人民)들의 마음이 열리고 뜻이 풀린 것을 보시고, 모든 부처님들께서 항상 말씀하셨던 법인 괴로움[苦]과 괴로움의 발생[習:集]과 괴로움의 소멸[盡]과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道]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그들은 각각 그 자리에서 모든 번뇌[塵垢]가 없어지고, 법안(法眼)이 깨끗해졌다. 비유하면 마치 지극히 깨끗하고 흰 천은 물감에 쉽게 물이 드는 것처럼, 만재 장자와 수마제 여인과 8만 4천 인민들도 모든 번뇌가 다하고 법안이 깨끗해져 다시는 의심이 없고 두려움이 없게 되었다. 그리하여 거룩한 3존(尊)1)께 저마다 귀의하고 5계(戒)를 받들어 가졌다.

그때 수마제 여인은 곧 부처님의 앞에서 이 게송을 말하였다.
여래께선 귀가 맑게 틔어
내가 당한 이 고통 들어 아시고
굽어 살피시어 여기에 내려와 교화하여
많은 사람들이 법안을 얻게 하셨네.

그때 세존께서는 설법을 마치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가셨다.

그때 모든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 수마제 여인은 과거에 무슨 인연을 지었기에 부귀(富貴)한 집안에 태어났으며, 또 무슨 인연을 지었기에 그런 삿된 소견을 가진 집안에 떨어졌습니까? 또 어떤 좋은 공덕을 지었기에 지금은 청정한 법안을 얻었으며, 또 무슨 공덕을 지었기에 8만 4천 사람들로 하여금 법안이 깨끗해지게 하였습니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구원겁(久遠劫)으로부터 이 현겁(賢劫)에 이르는 동안에 가섭(迦葉) 여래(如來ㆍ명행성위(明行成爲)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士)ㆍ도법어(道法御ㆍ천인사(天人師)ㆍ불중우(佛衆祐)라고 하는 분이 계셨다. 그는 바라내국(波羅㮈國) 경계를 유행하시며 중생들을 교화(敎化)하고 대비구(大比丘)들 2만 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애민(哀愍)이라고 하는 왕이 있었는데 그에게는 수마나(須摩那)라고 하는 딸이 있었다. 그때 그 딸은 지극히 공경하는 마음으로 가섭여래에게 향하였고, 계(戒)를 받들어 가졌으며, 항상 보시하기를 좋아하였고, 또 네 가지를 공양하였다. 어떤 것을 그 네 가지 공양이라고 하는가? 첫째는 보시(布施)요, 둘째는 애경(愛敬)이며, 셋째는 남을 이롭게 하는 것[利人]이요, 넷째는 이익을 고루 나누는 것[等利]이다.
그는 가섭여래의 처소에서 법구(法句)를 배우고 높은 누각 위에서 큰 목소리로 외우고 익히면서 이렇게 큰 서원(誓願)을 세웠다.
‘이 네 가지 받아들이는 법을 항상 가지고 여래 앞에서 법구를 외웁니다. 만일 거기에 털끝만한 복(福)이라도 있다면, 태어나는 곳마다 세 갈래 나쁜 세계에 떨어지지 말고, 또 가난한 집안에 태어나지 말며, 미래에도 역시 이런 거룩한 분을 다시 만나고, 저로 하여금 여자의 몸으로 태어나지 않게 하며, 법안을 얻게 하소서.’

그때 그 성중에 살던 사람들은 왕녀(王女)가 이와 같은 서원을 세웠다는 말을 듣고 모두 모여들어 그에게 나아가 이렇게 말하였다.
‘왕녀께선 지금 지극한 믿음이 독실하여 모든 공덕을 짓고 보시ㆍ겸애(兼愛)ㆍ남의 이익ㆍ고른 이익 등 네 가지 일에 이지러짐이 없습니다. 그리고 또 〈미래 세상에서도 이와 같은 거룩한 이를 만나게 하여 만일 저를 위해 설법하면 곧 법안이 깨끗해지게 하소서〉라고 서원을 세우셨습니다. 이제 왕녀께서는 〈아울러 우리나라 백성들도 저와 함께 제도 받게 하소서〉라고 서원을 세워주십시오.’
그때 왕녀가 대답하였다.
‘나는 이 공덕을 그대들에게 모두 베풀겠습니다. 만일 여래의 설법을 듣게 된다면 동시(同時)에 제도를 받을 것입니다.’

너희 비구들아, 너희들은 의심하고 있느냐? 그렇게 관찰하지 말라. 그때 애민왕은 바로 지금의 저 아나빈저 장자이고, 그때의 왕녀는 바로 지금의 저 수마제 여인이며, 그때 그 나라 백성들은 바로 지금의 저 8만 4천의 무리들이니라. 저 수마제 여인은 그 서원으로 말미암아 지금 나를 만나 법을 듣고 도를 얻게 되었고, 저 인민들도 다 깨끗한 법안을 얻게 되었다. 이것이 그 내력이니 마땅히 그렇게 생각하고 받들어 행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 네 가지 일은 가장 좋은 복밭[福田]이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만일 어떤 비구가 이 네 가지 일을 친근히 하면, 곧 네 가지 진리를 얻을 것이니, 부디 방편(方便)을 구해 네 가지 법을 성취하도록 하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주석
2 4제(諦)라고도 하며, 고(苦)ㆍ집(集)ㆍ멸(滅)ㆍ도(道) 4성제(聖諦)를 말한다.
3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經)으로는 송(宋) 시대 시호(施護)가 한역한 『불설급고장자녀득도인연경(佛說給孤長者女得度因緣經)』과 오(吳) 시대 지겸(支謙)이 한역한 『수마제녀경(須摩提女經)』과 오 시대 축율염(竺律炎)이 한역한 『불설삼마갈경(佛說三摩竭經)』이 있다.
4 급고독 장자Anāthapiṇḍika를 이르는 말이다.
5 팔리어로는 Pūrṇadhana라고 한다. 복증성(福增城)이라고도 하며, 부루나발타나성(富樓那跋陀那城)이라고 한다.
6 팔리어로는 Cūḷa-sudhaddā라고 한다. 또는 수마가제(修摩迦提)라고도 하고, 번역하여 선무독(善無毒)이라고 한다. 급고독(給孤獨) 장자(長者)의 딸이다.
7 5신통(神通)이라고도 한다. 즉 천안통(天眼通)ㆍ천이통(天耳通)ㆍ타심통(他心通)ㆍ숙명통(宿命通)ㆍ신족통(神足通)을 말한다.
8 팔리어로는 Sudhadda라고 하며, 또는 수발(須跋)이라고도 한다.
9 팔리어로는 saLākā라고 한다. 번역하여 주(籌)라고 하고, 또는 식권(食券)이라고도 한다. 사라는 본래 풀 이름이다. 그것으로 산가지[籌]를 만드는데, 지금은 대부분 대나무로 만든다. 그것으로 많은 승려들의 수효를 계산하는 데 사용하였다.
10 팔리어로는 Kuṇḍadhāna라고 한다. 또는 군두파한(軍頭波漢)ㆍ군두파막(軍頭波漠)이라고도 하며, 사위성에 살았던 사람이고, 바라문(婆羅門) 종족(種族)이다. 부처님의 제자 중에 산가지를 취하는 데 제일인 사람이다.
11 팔리어로는 Revata라고 한다. 또는 이왈(離曰)ㆍ이바다(離婆多)라고 쓰기도 하며, 번역하여 실성(室星)ㆍ성수(星宿)라고 한다. 그는 한가하고 고요한 곳을 좋아하여 인간 세계에 나가지 않았으며, 항상 좌선(坐禪)만을 생각하고 남과 다투는 일이 없었다. 그는 지관(止觀)에 상응(相應)하여 부처님의 제자 중에 선정(禪定)이 제일가는 사람이었다.
12 팔리어로는 Mahākappina라고 한다. 또는 대겁빈나(大劫頻那)ㆍ대계빈나(大罽賓那)ㆍ마하겁빈나(摩訶劫賓那)라고도 하며, 가족을 버리고 출가 수도하여 과(果)를 증득하였다. 그는 항상 부드러운 말만 하여 부처님 제자들 중에 연어(軟語)로 제일가는 사람이었다.
13 팔리어로는 Cūḻapanthaka라고 한다. 또는 주리반타가(周利槃陀伽)ㆍ반특(般特)으로 쓰기도 하며, 번역하여 노변생(路邊生)ㆍ계도(髻道)라고 한다. 사위성에 살았던 바라문의 아들로 태어나 과(果)를 증득한 후에 신족(神足)만 익히고 다른 법은 배우지 않아 늘 신통력으로 사람들을 교화하곤 하였다고 한다.
14 고려대장경에는 ‘중상사미자(衆上沙彌者)’로 되어 있으나 신수대장경 각주에 의하면 “송ㆍ원ㆍ명 3본에는 모두 중(衆)자가 천(泉)자로 되어 있다”고 한다. 내용상 ‘천상사미자(泉上沙彌者)’가 옳을 것으로 생각되어 위와 같이 번역하였다.
15 팔리어로는 Dhataraṭṭha라고 한다. 번역하여 지국천(持國天)이라고 하는데, 이 신장은 국토를 잘 보호해 주고 수미산(須彌山) 황금타(黃金埵)에 살고 있고 현상성(賢上城)에 머무른다고 한다. 사천왕(四天王)의 하나로 동방(東方)에 위치하고 있다고 한다.
16 팔리어로는 Virūḷha라고 한다. 번역하여 증장천(增長天)이라고 하며, 이 신장은 중생들의 선근(善根)을 증장(增長)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수미산 유리타(琉璃埵)에 거주하고 있고, 선견성(善見城)에 머무른다고 한다. 사천왕의 하나로 남방(南方)에 위치하고 있다고 한다.
17 팔리어로는 Viūpakkha라고 한다. 번역하여 광목천(廣目天)이라고 하며, 이 신장은 깨끗한 천안(天眼)으로 항상 염부제(閻浮提)를 관찰하고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수미산 백은타(白銀埵)에 거주하고, 주라선견성(周羅善見城)에 머무른다고 한다. 사천왕의 하나로 서방(西方)에 위치하고 있다고 한다.
18 팔리어로는 Vessavaṇa라고 한다. 번역하여 다문천(多聞天)이라고 하며, 이 신장은 중생들에게 복덕(福德)을 내려 주고 사방의 여론을 들어 아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수미산 수정타(水晶埵)에 거주하고 있고, 가외성(可畏城)ㆍ가경성(可敬城)ㆍ중귀성(衆歸城), 이 세 성에 머무른다고 한다. 사천왕의 하나로 북방(北方)에 위치하고 있다고 한다.
19 불ㆍ법ㆍ승 3보를 말한다.
1 구사미성(拘舍彌城)에 있던 구사라(瞿師羅) 장자가 부처님께 보시한 공원이다.

증일아함경 제23권

동진 계빈 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김월운 번역

31. 증상품(增上品)

[ 1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생루(生漏)라는 바라문이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와 서로 문안 인사를 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바라문이 세존께 아뢰었다.
“굴속에서 한가하게 사는 것은 매우 괴로울 일이요, 혼자 지내고 혼자 다니면서 마음 쓰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범지여. 네 말과 같다. 굴속에 한가하게 사는 것은 매우 괴로울 것이요, 혼자 지내고 혼자서 다니면서 마음 쓰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나도 옛날 아직 부처가 되기 전에 보살행(菩薩行)을 닦을 때에는 항상 ‘굴속에 한가하게 사는 것은 매우 괴로울 것이요, 혼자 지내고 혼자서 다니면서 마음 쓰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바라문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만약 족성자(族姓子)들이 견고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도(道)를 배운다면 사문 구담(瞿曇)께서는 가장 우두머리가 되어 많은 이익을 주시고, 저 중생들을 위하여 그들의 길잡이가 되어 주십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바라문아. 네가 한 말과 같다. 모든 족성자들이 견고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면 나는 그들의 우두머리가 되어 많은 이익을 주고, 또 저 중생들을 위해 그들의 길잡이가 되어준다. 그러나 저들이 나를 보고 부끄러운 마음[慚愧]을 일으켜 산이나 늪지대나 한적하고 고요한 굴속으로 나갔을 때, 나는 곧 이렇게 생각했다.
‘저 여러 사문이나 바라문은 몸으로 짓는 행(行)이 깨끗하지 못하다. 몸으로 짓는 행이 깨끗하지 못하면 사람이 없는 한적하고 조용한 곳을 친근히 하더라도 그것은 부질없이 수고만 더할 뿐이다. 그들은 진실한 행을 가지지 못해서 그 악하고 착하지 못한 법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오늘 몸으로 짓는 행이 깨끗하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고, 또한 한적한 곳에서 살기를 좋아한다. 몸으로 짓는 온갖 행이 깨끗하지 못하면서 한적하고 조용한 굴속을 친근히 하는 것은 나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 몸으로 짓는 행이 깨끗하여, 모든 아라한(阿羅漢)들로서 몸으로 짓는 행이 깨끗하고 굴속에서 한가히 살기를 좋아하는 이들 중에 내가 제일 우두머리가 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바라문아, 나는 내 몸의 행이 깨끗한 것을 스스로 관찰하였고, 한적한 곳에서 살기를 좋아할 때 그 기쁨은 곱절이나 더 늘어났느니라.

그때 나는 곧 이렇게 생각했다.
‘저 여러 사문이나 바라문들은 뜻으로 짓는 행이 깨끗하지 못하고 생활도 깨끗하지 못하면서 사람이 없는 한적한 곳에 살기를 친근히 한다. 그들이 아무리 그런 행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오히려 진정(眞正)한 것이 아니어서 악(惡)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그들은 모두 다 갖추고 있으므로 나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 몸ㆍ입ㆍ뜻ㆍ생활에서 짓는 행이 깨끗하기 때문이다.
만일 사문이나 바라문들이 몸ㆍ입ㆍ뜻ㆍ생활이 깨끗하면서 한적하고 청정한 곳에서 살기를 좋아한다면, 그것은 나와 관계가 있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 몸ㆍ입ㆍ뜻ㆍ생활이 깨끗하다. 몸ㆍ입ㆍ뜻ㆍ생활이 깨끗한 여러 아라한들로서 한적한 곳에 살기를 좋아하는 이들 중에 내가 가장 우두머리가 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바라문아, 나는 지금 몸ㆍ입ㆍ뜻ㆍ생활이 깨끗하였고, 한적하고 조용한 곳에서 지낼 때 그 기쁨은 곱절이나 더 늘어났느니라.

그때 나는 또 이렇게 생각했다.
‘저 사문이나 바라문들은 두려워하는 것이 많으면서 한적하고 조용한 곳에 살고 있다. 그때 그들은 곧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나는 오늘날 두려운 것이 조금도 없으면서 사람이 없는 한적하고 조용한 곳에 살고 있다. 저 사문이나 바라문들이 두려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한적하고 조용한 곳에서 사는 것은 나와 아무 상관이 없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 두려움이 조금도 없고, 게다가 한적하고 조용한 곳에서 지내며 스스로 즐겁게 노닐기 때문이다. 온갖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한적하고 조용한 곳에서 사는 것은 나와 아무 관계가 없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 괴로움과 근심을 여의어 그들과 다르기 때문이다.’
이와 같아서 바라문아, 나는 이와 같은 이치를 관찰하고 나서는 아무 두려움도 없었고, 그 기쁨은 더욱더 늘어났느니라.

저 모든 사문이나 바라문들은 남을 헐뜯고 자기 자신을 칭찬한다. 그러므로 그들은 한적하고 고요한 곳에 살고 있다 하더라도 오히려 그 생각이 깨끗하지 못하다. 그러나 범지야, 나는 남을 헐뜯지도 않고, 또 나 자신을 칭찬하지도 않는다. 자기 자신을 칭찬하고 남을 헐뜯는 모든 사람들은 나와 아무 관계가 없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 교만함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교만함이 없는 여러 성현(聖賢)들 중에서 내가 가장 우두머리가 된다.
나는 이와 같은 이치를 관찰하고 나서는 그 기쁨이 곱절이나 더 늘어났느니라.

저 모든 사문들은 이양(利養)을 추구하며 스스로 멈출 줄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오늘 이양을 추구하는 일이 없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 다른 사람에게 바라는 것이 하나도 없고 스스로 만족할 줄 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는 만족할 줄 아는 사람 중에서 가장 우두머리가 된다.
나는 이와 같은 이치를 관찰하고 나서는 그 기쁨이 곱절이나 더 늘어났느니라.

저 모든 사문이나 바라문들은 마음에 게으름을 품고 있어 부지런히 정진(精進)하지 않으면서 한적하고 조용한 곳을 친근히 한다. 그것은 나와 아무 관계가 없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 용맹스러운 마음이 있고 게으름을 피우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용맹스러운 마음을 가진 성현(聖賢)들 중에서 내가 가장 우두머리가 된다.
나는 이와 같은 이치를 관찰하고 나서는 그 기쁨이 곱절이나 더 늘어났느니라.

그때 나는 다시 이렇게 생각했다.
‘저 모든 사문이나 바라문들은 온갖 것들을 잘 잊어버리면서 한적하고 조용한 곳에 살고 있다. 비록 이러한 행(行)이 있더라도 그들에게는 오히려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이 있다. 그러나 나는 지금 온갖 것에 대하여 잊어버리는 일이 없다.’
범지야, 잊어버리는 일은 나와 아무 관계가 없다. 그러므로 잊어버리지 않는 여러 성현들 중에서 내가 가장 우두머리가 된다.
나는 이와 같은 이치를 관찰하고 나서는 한적하고 조용한 곳에 사는 기쁨이 곱절이나 더 늘어났느니라.

나는 그때 다시 이렇게 생각했다.
‘저 모든 사문이나 바라문들은 마음이 어지러워 안정되지 못하다. 그들은 곧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이 있어서 악한 행을 병행(竝行)하고 있다. 그렇지만 나는 지금 뜻이 끝까지 어지럽지 않고 마음이 늘 한결같다. 그러므로 저 뜻이 어지럽고 마음이 고요하지 못한 모든 사람들과 나는 아무 관계가 없다. 왜냐하면 나는 항상 마음이 한결같기 때문이다. 만일 마음이 일정(一定)한 성현들이 있다면 내가 가장 우두머리가 된다.’
나는 이와 같은 이치를 관찰하고 나서는 비록 한적하고 조용한 곳에 살고 있지만 그 기쁨은 곱절이나 더 늘어났느니라.

나는 그때 또 이렇게 생각했다.
‘저 모든 사문이나 바라문들은 어리석고 어둡기가 마치 양 떼와 같고, 또 저 사람들에게는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이 있다. 나는 저들과 아무 관계가 없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 항상 지혜롭고 어리석음이 없이 한적하고 조용한 곳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그와 같은 행이 있는 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과 나는 아무 관계가 있다. 나는 지금 지혜를 성취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혜를 성취한 모든 사람 중에서 내가 가장 우두머리가 된다.’
나는 이와 같은 이치를 관찰하고 나서는 비록 한가한 곳에 살고 있지만 그 기쁨은 곱절이나 더 늘어났느니라.

내가 항상 한적하게 지내는 동안에 혹 때로 나무가 부러지고 짐승들이 내달리는 일이 있다. 그때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이곳은 매우 두려운 숲이다.’
그러고 나서 나는 다시 이렇게 생각했다.
‘만일 두려움이 밀려오면 마땅히 방편을 구해 두려움이 밀려오지 않게 하리라.’
내가 거닐 때 두려움이 생기면, 나는 앉지도 않고 눕지도 않은 채 기어코 그 두려운 생각을 없앤 다음에야 비로소 앉았다. 내가 서 있을 때 두려움이 생기면, 나는 거닐지도 않고 앉지도 않은 채 기어코 두려움을 없앤 다음에야 앉았다. 내가 앉아 있을 때 두려움이 생기면, 나는 거닐지 않고 기어코 그 두려움을 없앤 다음에야 앉았다. 내가 누웠을 때 두려움이 생기면, 나는 거닐지도 않고 앉지도 않은 채 기어코 그 두려움을 없앤 다음에야 누웠다.

범지야, 꼭 알아야만 한다. 저 모든 사문이나 바라문들은 밤이고 낮이고 도법(道法)을 알지 못한다. 나는 지금 저 사람들을 매우 어리석은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범지야, 나는 밤이나 낮이나 할 것 없이 도법을 안다. 그리고 더욱 용맹스러운 마음을 내어 허망하지 않고 뜻이 어지럽지 않으며, 마음이 늘 한결같으니라. 그렇게 탐욕의 생각 없이 각(覺)과 관(觀)이 있어서 기쁨과 즐거움을 생각하면서 첫 번째 선정에 노닌다. 범지야, 이것을 일러 ‘내가 첫 번째 마음으로 현세(現世)에서 스스로 즐긴다’고 한다.
만일 각과 관을 없애고 안으로 기쁨과 한결같은 마음은 있으나 각과 관이 없으면 선정에서 기쁨과 즐거움이 생겨 제2선에서 노닐게 된다. 범지야, 이것을 일러 ‘두 번째 마음으로 현세에서 즐긴다’고 한다.
나는 스스로 마음속에 바라는 생각이 없는 것을 관찰해 알고 몸으로 즐거움[快樂]을 깨달아 모든 성현들이 희망(希望)하는 평정한 생각으로 즐거워하는 제3선에서 노닌다. 범지야, 이것을 일러 세 번째 마음이라고 한다.
또 괴로움과 즐거움이 이미 다 제거되고 근심과 기쁨도 없으면, 괴로움도 없고 즐거움도 없는 평정한 생각이 청정한 제4선에서 노닐게 된다. 범지야, 이것을 일러 ‘네 번째 보다 더 훌륭한 마음으로서 스스로 깨달아 알고 마음에서 노닌다’라고 한다.

지금 나는 한적하고 조용한 곳에서 지낼 때에 이 네 가지 증상(增上)하는 마음이 있다. 나는 이 삼매(三昧)에 드는 마음으로 말미암아 청정하여 더러움이 없고 또한 번뇌도 없으며, 두려운 것이 없어 전생의 무수한 겁(劫) 동안 있었던 일을 스스로 안다. 그때 나는 전생의 일인, 1생(生)ㆍ2생ㆍ3생ㆍ4생ㆍ5생ㆍ10생ㆍ20생ㆍ30생ㆍ40생ㆍ50생ㆍ백 생ㆍ천 생 동안의 일과 이루어지고 무너지는 겁 등의 일을 모두 다 안다. 즉 나는 과거에 저기에 태어났고 자(字)는 무엇이며, 이름은 무엇이었는지, 이와 같은 음식을 먹었고 이와 같은 괴로움과 즐거움을 받았다는 것과, 저기에서 죽어 여기에 태어나고 여기에서 죽어 저기에 태어난 인연의 본말(本末)을 모두 다 밝게 안다.

범지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나는 초저녁에 첫 번째 밝음[初明:宿命智證明]을 얻고 무명(無明)을 없애 다시는 어두움이 없고, 마음은 한적하고 조용한 곳을 좋아하면서 스스로 깨달아 안다. 또 삼매에 드는 마음으로 말미암아 더러운 티가 없어지고 또 번뇌[結使]도 없어지며, 마음과 뜻이 안정되어 두려움이 없게 되고, 다시 중생들로서 태어나는 이와 죽는 이를 다 알게 된다.
나는 다시 천안(天眼)으로 중생들로서 태어나는 이와 죽는 이ㆍ좋은 몸과 나쁜 몸ㆍ좋은 길과 나쁜 길, 혹은 좋고 추(醜)한 것이 다 그 행의 선악(善惡)을 따른다는 것을 모두 다 분별해 안다. 즉 어떤 중생은 몸으로 악을 행하고, 입으로 악을 행하며, 뜻으로 악을 행하여, 성현(聖賢)을 비방(誹謗)하고 항상 삿된 소견을 가져 삿된 소견과 서로 호응하고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지옥에 떨어진다.
또 어떤 중생은 몸으로 선을 행하고, 입으로 선행을 닦으며, 뜻으로 선행을 닦아 현성(賢聖)을 비방하지 않고 항상 바른 소견[正見]을 닦아 바른 소견과 서로 호응하고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천상(天上)과 같은 좋은 곳에 태어난다. 나는 다시 깨끗하고 더러움이 없는 천안으로 중생들로서 태어나는 이와 죽는 이ㆍ좋은 몸과 나쁜 몸ㆍ좋은 길과 나쁜 길, 혹은 좋고 추한 것은 그 본래의 행을 따른다는 것을 다 아느니라.

범지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처럼 밤중에 두 번째 밝음[第二明:生死智證明]을 얻고 다시는 어두움이 없이 스스로 깨달아 알면서 한적하고 조용한 곳을 좋아하느니라.
나는 다시 삼매에 드는 마음으로 말미암아 청정하여 더러운 티가 없고 또 번뇌[結使]도 없으며, 마음과 뜻에 안정을 얻어 두려운 것이 없고, 번뇌[漏]가 없어진 마음을 얻어 ‘이것은 괴로움이다’고 사실 그대로 진실하게 안다. 나는 이런 마음을 얻었을 때 욕루(欲漏)와 유루(有漏)와 무명루(無明漏)에서 마음이 해탈하였고 해탈함으로 인해 곧 해탈했다는 지혜를 얻는다. 그리하여 ‘나고 죽음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마쳐 다시는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고 사실 그대로 다 안다.

범지야, 이것을 일러 ‘내가 새벽에 세 번째 밝음[第三明:漏盡智證明]을 얻어 다시는 어두움이 없다’고 하는 것이니라.
어떠냐? 범지야, 너는 ‘여래는 탐하는 마음과 성내는 마음과 어리석은 마음이 다하지 못했으면서 한적하고 조용한 곳에 사는구나’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느냐?
범지야, 그렇게 관찰하지 말라. 왜냐하면 여래는 지금 모든 번뇌가 아주 없어지고서 항상 한적하고 조용한 곳을 좋아해 사람들 속에 살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나는 지금 이 두 가지 이치를 보았기 때문에 한적하고 조용한 곳을 좋아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그 두 가지인가? 또 스스로 한적하고 조용한 곳을 좋아하여 노니는 것과 아울러 중생들을 이루 헤아릴 수 없이 제도하는 것이니라.”

그때 생루 범지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중생을 위하고 일체 중생을 가엾이 여기기 때문입니다.”
범지가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제 그만두소서, 이제 그만두소서. 세존이시여, 충분히 들었습니다. 비유하면 마치 꼽추가 등이 펴지고 헤매는 이가 길을 얻은 것 같으며, 장님이 눈을 얻고 어두운 데에서 등불을 본 것 같습니다. 이와 같이 사문 구담께서는 무수한 방편으로 저를 위해 설법하셨습니다. 저는 부처님과 법과 승가에 귀의합니다. 지금부터는 5계(戒)를 받들어가져 다시는 살생하지 않고 우바새(優婆塞)가 되겠습니다.”

그때 생루 바라문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2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구심국(拘深國)에 있는 구사원(瞿師園)2) 과거에 네 분 부처님께서 계셨던 곳을 지나가셨다.

그때 우전왕(優塡王)은 5백 여인(女人)과 사미(舍彌) 부인 등과 같이 동산으로 놀이를 나갔다. 마침 그때 사위성에 있던 어떤 비구가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세존과 헤어진 지 오래이다. 지금 가서 예를 올리고 문안을 드리리라.’
그때 그 비구는 때가 되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에 들어가 걸식(乞食)한 뒤에 가사와 발우와 좌구를 챙겨두고, 신통력으로 허공을 날아 구심국 동산으로 갔다. 그때 그 비구는 신통을 거두고 어떤 숲으로 들어가 한적하고 조용한 곳에서 가부좌하고 앉아, 몸과 마음을 바르게 가지고 생각을 매어 앞에 두고 있었다.

그때 사미 부인이 5백 명의 여인들을 거느리고 그 숲으로 왔다. 그때 사미 부인은 멀리서 어떤 비구가 신통으로 나무 밑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나서, 비구 앞으로 다가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린 뒤에 합장하고 서 있었다. 5백 명의 부인들도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린 다음 그들도 또한 빙 둘러 서 있었다.

그때 우전왕은 5백 여인들이 합장한 채 그 비구를 둘러싸고 서 있는 것을 멀리서 보고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저 가운데에 틀림없이 사슴 떼든지 아니면 다른 짐승들이 있을 것이다.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때 왕은 곧 말을 타고 급히 달려 그 여인들이 모여 있는 속으로 갔다.

그러자 사미 부인은 멀리서 왕이 오는 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저 우전왕은 매우 흉악(凶惡)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반드시 이 비구를 붙잡아 해칠 것이다.’
그때 부인은 오른손을 들고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이 사람은 비구(比丘)입니다. 놀라지 마십시오.”

그러자 왕은 곧 말에서 내려 활을 버리고 비구에게로 가서 그 비구에게 말하였다.
“비구여, 나를 위해 설법하라.”

그때 그 비구는 눈을 들어 왕을 우러러보고는 잠자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왕이 다시 비구에게 말하였다.
“빨리 나를 위해 설법하라.”

그러자 비구는 또 눈을 들어 왕을 우러러보고는 잠자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때 왕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선정을 닦을 적에 그 사이에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 물어보리라. 만일 지금 나를 위해 설법을 하면 그를 공양(供養)할 것이요, 또 이 한 목숨 다할 때까지 의복ㆍ음식ㆍ평상ㆍ침구ㆍ의약을 공급할 것이지만, 만일 나를 위해 설법하지 못한다면 당장 잡아 죽이리라.’
왕이 다시 비구에게 말하였다.
“비구여, 나를 위해 설법해 보라.”
그런데도 비구는 여전히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그때 나무 신이 그 마음을 알고 멀리 사슴 떼를 변화로 만들어서 왕의 이목(耳目)을 어지럽혀 다른 생각을 일으키게 하였다. 그때 왕은 멀리서 그 사슴 떼를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우선 이 사문은 버려두자. 사문이야 결코 어디로 달아날 곳이 있겠는가?’
그리고는 곧 말을 타고 가서 사슴 떼를 쏘았다.

그때 부인이 비구에게 말하였다.
“비구여,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비구가 대답하였다.
“부처님께서 머물고 계시던 곳으로 가서 세존(世尊)을 뵈려고 합니다.”

부인이 말하였다.
“비구여,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어서 빨리 그리로 가십시오. 여기에 머물지 마소서. 왕의 해침을 받으면 왕의 죄는 매우 중할 것입니다.”

비구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가사와 발우를 챙겨 가지고 허공(虛空)을 날아 멀리 떠나버렸다. 그때 부인은 도인(道人)이 허공을 높이 날아 멀리 떠나는 것을 보고 멀리에서 곧 왕에게 소리쳤다.
“원하옵건대 대왕께선 저 비구를 보십시오. 저렇게 큰 신통이 있어 지금 허공에서 자유자재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고 있습니다. 저 비구도 저런 신통력이 있는데, 하물며 석가문(釋迦文)부처님이겠습니까?”

그때 그 비구는 구사원으로 가서 신통을 버리고 평상적인 법으로 돌아와 세존께 나아갔다. 그는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세존께서 그 비구에게 물으셨다.
“어떤가? 비구야, 사위성에서 여름 안거(安居)를 지냈느냐? 때를 따라 걸식하기가 피곤하지 않더냐?”

비구가 아뢰었다.
“저는 사위성에서 지내며 아무 괴로움도 없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그러면 왜 여기 왔느냐?”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께 문안드리려고 일부러 왔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나와 네 부처님께서 사셨던 이곳을 보느냐? 너는 지금 왕의 손아귀에서 벗어났으니 참으로 기이한 일이다. 너는 왜 왕을 위해 설법하지 않았느냐? 또 우전왕이 이렇게 말하지 않았느냐?
‘비구여, 지금 나를 위해 설법하라. 너는 지금 왜 나를 위해 설법하지 않느냐?’
비구야, 만일 네가 왕을 위해 설법하였더라면 우전왕은 매우 기뻐하였을 것이고, 이미 기뻐하고 나서는 목숨을 마칠 때까지 의복ㆍ음식ㆍ평상ㆍ침구ㆍ의약 등을 공양 받았을 것이다.”

그때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때 그 왕은 선정 중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물으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그 이치를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비구야, 너는 왜 왕을 위해 선정 중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설명하지 않았느냐?”

비구가 대답하였다.
“우전왕은 이 선정으로써 근본을 삼는다면서 흉포(凶暴)한 마음을 품고 자애로운 마음 없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중생들을 죽입니다. 그는 탐욕과 서로 호응하고 3독(毒)이 왕성하여, 깊은 구렁에 빠져 바른 법을 관찰하지 못하며, 의혹을 익혀 아는 것이 없고 온갖 악이 두루 모여 교만을 부리나이다. 그는 왕이라는 세력을 의지하여 재보(財寶)를 탐하고 집착하며, 세상 사람들을 업신여기는 눈이 없는 장님입니다. 이런 사람에게 무슨 선정이 필요하겠습니까?
대개 선정법(禪定法)은 모든 법 중에서도 가장 묘(妙)하여 깨달아 알기 어렵고 형상(形相)이 없으며, 마음으로 헤아릴 수 없는 것이어서 보통 사람으로서는 미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지혜로운 사람이라야만 알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 까닭에 왕을 위해 설법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가령 낡고 더러운 옷이라면 반드시 씻어야 깨끗해지고, 왕성한 욕심(欲心)은 반드시 깨끗하지 못한 생각을 관찰한 뒤라야 비로소 없어지며,만약 성내는 마음이 왕성하면 자애로운 마음으로 없애고, 어리석음으로 인한 어두움은 12인연법(因緣法)을 써야 없앨 수 있다. 그런데 비구야, 너는 왜 그 우전왕을 위해 설법하지 않았느냐? 만일 그때 그를 위해 설법해 주었더라면 그 왕은 매우 기뻐하였을 것이다. 아무리 왕성한 불이라 해도 끌 수 있는 것이거늘 하물며 사람이겠느냐?”
그러자 그 비구는 잠자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때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여래의 처세(處世) 방법은 참으로 기이하고 특별하다. 설령 하늘ㆍ용ㆍ귀신ㆍ건답화(乾沓惒)가 와서 여래에게 이치를 묻더라도 나는 그들을 위해 설명할 것이요, 가령 국왕(國王)ㆍ대신(大臣)ㆍ인민(人民) 등의 무리들이 여래에게 이치를 묻더라도 또한 설명해 줄 것이며, 만약 찰리(刹利) 등 네 가지 족성(族姓)이 와서 이치를 묻더라도 역시 설명해줄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 여래는 네 가지 두려움 없음을 얻었기 때문에 설법하는 데에 겁을 내거나 나약하지 않고, 또 4선(禪)을 얻었기 때문에 거기에서 자재(自在)로울 수 있으며, 또 4신족(神足)을 얻었기에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신통력이 있고, 또 4등심(等心)을 실천하기 때문에 여래는 설법하는 데에 겁을 내거나 나약하지 않다. 이런 것들은 아라한이나 벽지불(辟支佛)로서는 미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런 까닭에 여래는 설법하는 일에 있어서 아무 어려움이 없느니라. 지금 너희 비구들도 마땅히 방편을 구해 4등심(等心)인 자애로운 마음ㆍ불쌍히 여기는 마음ㆍ기뻐하는 마음ㆍ평정한 마음을 닦도록 하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왜냐하면 만일 비구라면 중생이나 선지식(善知識)을 위하거나 부모 또는 친척들을 만나면, 그때마다 마땅히 네 가지 일로써 그들을 가르쳐 법을 알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첫째는 부처님을 공경하는 것이다. 이때 여래란 지진(至眞)ㆍ등정각ㆍ명행성위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도법어ㆍ천인사ㆍ불중우를 말하는데, 그분은 한량없이 많은 사람들을 제도하신 분이시니라.
다음에는 마땅히 법을 구하는 것이다. 바르고 진실한 법을 수행하여 더럽고 나쁜 행을 제거해 버리는 것이니, 이것은 곧 지혜로운 사람이 닦고 실천하는 것이니라.
다음에는 마땅히 방편을 구해 비구를 공양하는 것이다. 여래 대중이란, 항상 서로 화합하여 다툼이 없고, 법을 성취하고 계(戒)를 성취하며, 삼매(三昧)를 성취하고 지혜(智慧)를 성취하며, 해탈(解脫)을 성취하고 해탈지견(解脫知見)을 성취한 사람으로서, 이른바 사쌍팔배(四雙八輩)와 12현사(賢士)이다. 이 여래의 성중(聖衆)은 존경할 만하고 높일 만하여 세상의 최상의 복밭[福田]이니라.
다음에는 마땅히 물들거나 더러움이 없고 지극히 고요하고 함이 없는 현성(賢聖)의 법과 도를 권하고 도와 행하게 하는 것이니라.
만일 비구가 도를 행하고자 하면 이 네 가지 법을 두루 다 행하도록 하라. 왜냐하면 3존(尊)에 법으로 공경하는 것은 가장 거룩하고 가장 높아 그 어느 것도 거기에 미칠만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3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4행적(行跡)3)이 있다. 어떤 것이 그 4행적인가? 첫째는 즐거움이 있는 행적이니, 그 행하는 것이 미련하다. 이것을 이름하여 첫 번째 행적이라고 한다. 다음에도 또 즐거움이 있는 행적이니, 그 행하는 것이 날카롭다. 다음에는 괴로움이 있는 행적이니, 그 행하는 것이 미련하다. 다음에도 또 괴로움이 있는 행적이니, 그 행하는 것이 날카롭다.

어떤 것을 즐거움이 있는 행적으로서 그 행하는 것이 미련하다고 하는가? 혹 어떤 사람은 탐욕이 불꽃처럼 왕성하고 성냄과 어리석음도 불꽃처럼 왕성하여, 그 행하는 것이 너무도 괴로워 행의 근본과 서로 호응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사람은 5근(根)이 어리석고 어두워 또한 민첩하지도 빠르지도 못하다. 어떤 것을 5근이라고 하는가? 이른바 신근(信根)ㆍ정진근(精進根)ㆍ염근(念根)ㆍ정근(定根)ㆍ혜근(慧根)이다. 그러나 만약 이 미련한 마음으로도 삼매(三昧)를 구해 번뇌를 다 없애면, 이것을 일러 ‘즐거운 행적의 둔한 근기[鈍根]로서 도를 얻은 사람’이라고 하느니라.

저 어떤 것을 즐거운 근기[樂根]로서 그 행적이 신속하고 빠르다고 하는가? 혹 어떤 사람은 탐욕이 없고 음욕이 없다. 그리하여 탐욕에 대해 항상 치우치게 줄이고 애쓰지 않으며, 성냄과 어리석음도 자꾸 줄인다. 또 5근은 민첩하고 빠르며 방일(放逸)하지 않다. 어떤 것을 5근이라고 하는가? 이른바, 신근ㆍ정진근ㆍ염근ㆍ정근ㆍ혜근이니, 이것을 5근이라고 한다. 그리하여 5근을 얻어 삼매를 성취하고 번뇌[有漏]를 다 끊고 번뇌가 없음을 이룩한다. 이것을 일러 ‘영리한 근기로 도적(道跡)을 행하는 것’이라고 하느니라.

저 어떤 것을 괴로운 행적으로서 그 행이 어리석고 미련하다고 하는가? 혹 어떤 사람은 음욕의 마음이 치우치게 많고, 성냄과 어리석음도 불꽃처럼 왕성하다. 그러나 그는 이 법으로 스스로 즐기면서도 번뇌를 다 끊어 번뇌가 없음을 성취한다. 이것을 일러 ‘괴로운 행적으로서 어리석고 미련한 근기’라고 하느니라.

어떤 것을 괴로운 행적으로서 그 행이 영리하다고 하는가? 혹 어떤 사람은 욕심도 적고, 음욕도 적으며, 성냄이 없고, 또 생각을 일으켜 이 세 가지 법을 행하지도 않는다. 그때 그는 이 5근을 가져 조금도 이지러져 새는 것이 없다. 어떤 것을 5근이라고 하는가? 이른바 신근ㆍ정진근ㆍ염근ㆍ정근ㆍ혜근이니, 이것을 5근이라고 한다. 그는 이 법으로써 삼매를 얻고 번뇌를 다 끊어 번뇌가 없음을 성취한다. 이것을 일러 ‘괴로운 행적으로서 영리한 근기’라고 하느니라.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4행적이라고 한다. 마땅히 방편을 구해 앞의 세 가지 행적은 버리고 뒤의 한 가지 행적을 마땅히 함께 받들어 행해야 하느니라. 왜냐하면 괴로운 행적의 삼매는 얻기는 어렵지만, 이미 얻고 나면 곧 도를 이루어 이 세상에 오랫동안 머무르기 때문이다. 그 까닭은 즐거움으로는 즐거움을 구할 수가 없고, 괴로움을 말미암고서야 도를 이루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항상 방편을 구해 이 행적을 성취하도록 하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4 ]4)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열성(羅閱城) 가란타죽원에서 대비구(大比丘)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모두 다섯 가지 신통[五通]을 얻은 네 범지가 착한 법을 수행하면서 한 곳에 모여 의논하였다.
‘죽음의 사자[伺命]가 오면 그 억센 힘을 피할 수 없다. 제각기 숨어서 그 사자로 하여금 어디로 와야 할지 모르게 하자.’

그때 첫 번째 범지는 허공으로 날아올라 죽음을 면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죽음을 면하지 못하고 공중에서 목숨을 마쳤다. 두 번째 범지는 큰 바다 밑으로 들어가 죽음을 면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거기서 목숨을 마쳤다. 세 번째 범지는 죽음을 면하려고 수미산(須彌山 중턱에 들어갔으나 거기서 죽고 말았다. 네 번째 범지는 땅 속으로 들어가 금강제(金剛際)에 이르러 죽음을 면하려고 하였으나, 그도 또한 거기서 목숨을 마치고 말았다.

그때 세존께서는 네 범지들이 제각기 죽음을 피하려고 하였으나 모두 한꺼번에 목숨을 마친 것을 천안(天眼)으로 보셨다.
그때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허공도 아니고 바다 속도 아니며
험한 산의 바위 속에 들어갈 일도 아니다.
어디로 가도 숨을 곳이 없으니
이것을 벗어나면 죽음을 받지 않으리.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구야, 어떤 네 명의 범지가 한 곳에 모여 죽음을 면하려고 제각기 돌아가야 할 곳으로 달아났다. 그러나 죽음을 면하지 못하였다. 한 사람은 허공에 있었고, 한 사람은 바다 속으로 들어갔으며, 한 사람은 산 중턱으로 들어갔고, 한 사람은 땅 속으로 들어갔지만 모두 한꺼번에 죽고 말았다.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죽음을 면하려고 하거든 마땅히 네 가지 법의 근본을 사유해야 한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일체의 행(行)은 무상(無常)한 것이다.’
이것을 일러 첫 번째 법의 근본이라고 하니, 마땅히 잘 사유해서 수행해야 한다.
‘일체의 행은 괴로운 것이다.’
이것을 일러 두 번째 법의 근본이라고 하니, 마땅히 다 함께 사유해야 한다.
‘일체의 법은 나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이것을 일러 세 번째 법의 근본이라고 하니, 마땅히 다 함께 사유해야 한다.
‘아주 사라져 다 없어진 것이 열반(涅槃)이다.’
이것을 일러 네 번째 법의 근본이라고 하니, 마땅히 함께 사유해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이 네 가지 법의 근본을 다 함께 사유해야 하느니라. 왜냐하면 곧 태어남ㆍ늙음ㆍ병듦ㆍ죽음ㆍ근심ㆍ시름ㆍ걱정ㆍ괴로움ㆍ번민을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괴로움의 근본이다.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방편을 구해 이 네 가지 법을 성취하도록 하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5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삼십삼천(三十三天)에 네 개의 공원이 있다. 여러 하늘들은 거기에서 다섯 가지 욕망[五欲]을 누리면서 스스로 즐기고 논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난단반나(難檀般那) 공원ㆍ추삽(麤澁) 공원ㆍ주야(晝夜) 공원ㆍ잡종(雜種) 공원이다.
그리고 그 네 개의 동산 안에는 네 개의 목욕을 할 수 있는 못이 있다. 지극히 차가운 목욕 못[極冷浴池], 향기롭고 맛있는 목욕 못[香味浴池], 몸이 가벼워지는 목욕 못[輕便浴池], 몹시 맑은 목욕 못[淸澈浴池]이니,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첫 번째는 이름이 난타욕지(難陀浴池)이고, 두 번째는 이름이 난타정욕지(難陀頂浴池)이며, 세 번째는 이름이 소마욕지(蘇摩浴池)이고, 네 번째는 이름이 환열욕지(歡悅浴池)이다.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 네 개의 공원에는 네 개의 목욕 못이 있어 사람의 몸을 향기롭고 깨끗하게 하여 때가 없게 하느니라.
왜 그 이름을 난단반나 공원이라고 하는가? 만일 삼십삼천이 그 난단반나 공원에 들어가고 나면 심성(心性)이 기뻐 스스로 이기지 못하고 그 가운데에서 스스로 즐기며 논다. 그런 까닭에 난단반나 공원이라고 한다.

또 무슨 까닭에 추삽 공원이라고 하는가? 만일 삼십삼천이 그 공원에 들어가면 몸이 매우 거칠어진다. 비유하면 마치 겨울에 향(香)을 몸에 바르면 몸이 매우 거칠어지는 것처럼, 이 또한 그러하여 만약 삼십삼천이 그 공원에 들어가면 몸이 매우 거칠어져서 보통 때와 같지 않다. 그러므로 추삽 공원이라고 하느니라.

또 무슨 까닭에 주야 공원이라고 하는가? 만일 삼십삼천이 그 공원에 들어가고 나면, 그때 모든 하늘들의 얼굴빛이 각각 달라져서 여러 가지 형체(形體)가 된다. 비유하면 마치 부녀자(婦女子)들이 여러 가지 옷을 입으면, 본래 형상과 같지 않은 것처럼, 그 또한 그러하여 삼십삼천이 그 공원에 들어가고 나면 여러 가지 모양으로 변하여 본래와 같지 않다. 그런 까닭에 주야 공원이라고 하느니라.

또 무슨 까닭에 잡종 공원이라고 하는가? 그때 가장 높은 하늘과 중간 하늘과 맨 아래 하늘이 그 공원에 들어가고 나면 모두 동일한 종류가 되지만, 가령 맨 밑에 있는 하늘이면 다른 세 개의 공원에는 들어가지 못한다. 비유하면 마치 전륜성왕(轉輪聖王)이 들어가는 공원이면 다른 왕은 그 공원에 들어가 목욕하지 못하고, 백성들은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처럼, 가장 높은 하늘이 들어가 목욕한 공원에는 다른 작은 하늘들은 들어갈 수가 없다. 그런 까닭에 잡종욕지라고 하느니라.

또 무슨 까닭에 그 이름을 난타욕지라고 하는가? 만약 삼십삼천이 그 못에 들어가고 나면, 매우 기쁜 마음이 생긴다. 그런 까닭에 난타욕지라고 한다.

또 무슨 까닭에 이름을 난타정욕지라고 하는가? 만일 삼십삼천이 그 못에 들어가고 나면, 서로 두 손을 마주잡고 그 정수리를 문질러 씻는다. 가령 천녀(天女)라 하더라도 역시 그와 같이 한다. 그런 까닭에 난타정욕지라고 하느니라.

또 무슨 까닭에 그 이름을 소마욕지라고 하는가? 만약 삼십삼천이 그 못에 들어가고 나면 그때 모든 하늘들의 얼굴 모습이 모두 사람의 모양과 같아져서 조금도 다름이 없다. 그런 까닭에 소마욕지라고 하느니라.

또 무슨 까닭에 그 이름을 환열욕지라고 하는가? 만일 삼십삼천이 그 못에 들어가고 나면, 모두들 높으니 낮으니 하는 교만한 생각이 없고, 바라는 마음이 아주 적어져서 그때는 꼭 같은 마음으로 목욕을 한다. 그런 까닭에 환열욕지라고 한다. 비구들아, 이런 인연이 있어 그런 이름이 있게 되었느니라.

여래의 바른 법 안에도 또한 이와 같은 네 공원의 이름이 있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첫째는 자원(慈園)이요, 둘째는 비원(悲園)이며, 셋째는 희원(喜園)이요, 넷째는 호원(護園)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여래의 바른 법 안에 있는 네 공원이라 하느니라.

어떤 것을 자원이라고 하는가?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 자원으로부터 범천(梵天)에 태어나고 범천에서 죽으면 귀족의 집안에 태어나 재물이 풍족하고 보배가 많으며, 항상 다섯 가지 즐거움[五樂]이 있어 스스로 즐기면서 잠깐도 눈을 떼지 않는다. 그런 까닭에 그 이름을 자원이라고 하느니라.

또 무슨 까닭에 비원이라고 하는가?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만일 불쌍하게 여김으로 해탈(解脫)하는 마음을 친근하면 범광음천(梵光音天)에 태어나고, 만약 인간 세상에 오면 귀족의 집안에 태어나서 성냄이 없고 재물이 풍족하며 보배도 많다. 그런 까닭에 그 이름을 비원이라고 하느니라.

또 무슨 까닭에 희원이라고 하는가? 만일 희원을 친근히 하면 광음천(光音天)에 태어나고, 만약 인간 세상에 오면 국왕의 집안에 태어나서 언제나 기쁨을 누린다. 그런 까닭에 그 이름을 희원이라고 하느니라.

또 무슨 까닭에 호원이라고 하는가? 만일 어떤 사람이 평정함을 친근히 하면 무상천(無想天)에 태어나서 8만 4천 겁(劫)을 살고, 만약 인간 세상에 오면 마땅히 중심국의 집안에 태어나서 성냄이 없고 언제나 법답지 않은 모든 행(行)에서 평정을 지킨다. 그런 까닭에 그 이름을 호원이라고 하느니라.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여래의 바른 법 안에는 이 네 개의 공원이 있어 모든 성문들로 하여금 그 안에서 즐거이 놀게 하느니라.
그런데 여래의 이 네 개 공원 안에는 또 네 개의 목욕할 만한 못이 있어서, 우리 성문(聲聞)들로 하여금 그 안에서 목욕을 하면서 즐거이 놀게 한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 못인가? 첫째는 각(覺)과 관(觀)이 있는 못이요, 둘째는 각도 관도 없는 못이며, 셋째는 평정한 기억의 못이요, 넷째는 괴로움도 즐거움도 없는 못이니라.

어떤 것을 각과 관이 있는 못이라고 하는가? 만일 어떤 비구가 초선을 얻고 나면, 모든 법 안에서 항상 각과 관이 있어서, 온갖 법을 생각하여 결박[結纏]을 다 제거하여 영원히 남음이 없게 한다. 그런 까닭에 각과 관이 있는 못이라고 하느니라.

또 어떤 것을 각도 관도 없는 못이라고 하는가? 만일 어떤 비구가 제2선을 얻고 나면 각과 관을 없애고 선정으로 음식을 삼는다. 그런 까닭에 그 이름을 각도 관도 없는 못이라고 하느니라.

또 어떤 것을 평정한 기억[念]의 못이라고 하는가? 만일 어떤 비구가 제3선을 얻고 나면, 각과 관을 없애버려 각도 없고 관도 없이 항상 제3선을 평정하게 기억한다. 그런 까닭에 그 이름을 평정한 기억[念]의 못이라고 하느니라.

또 어떤 것을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못이라고 하는가? 만일 어떤 비구가 제4선을 얻고 나면, 즐거움도 생각하지 않고 괴로움도 생각하지 않으며, 또한 과거(過去)와 미래(未來)의 법도 생각하지 않고 다만 현재(現在)의 법에만 마음을 쓴다. 그런 까닭에 그 이름을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은 못이라고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이와 같이 여래의 바른 법 안에는 이 네 개의 목욕하는 못이 있어서, 우리 성문들로 하여금 그곳에서 목욕하여 21결(結)5)을 없앤 뒤, 죽음의 바다를 건너 열반성(涅槃城)에 들어가게 하느니라.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만일 이 나고 죽음의 바다를 건너려고 하거든, 마땅히 방편을 구해 21결(結)을 없애고, 열반성에 들어가도록 해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6 ]6)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매우 사나운 네 마리 큰 독사(毒蛇)를 상자에 넣어 둔 것과 같다. 그때 어떤 사람이 사방에서 찾아왔는데, 그는 살기를 좋아하고 죽기를 싫어하였으며, 즐거움을 구하고 싶어하고 괴로움을 바라지 않았다. 또 그는 어리석지도 않고 어둡지도 않으며, 마음이 어지럽지도 않고 어디에 얽매인 데도 없었다.

그때 왕이나 혹은 대신이 그 사람을 불러 말하였다.
‘여기 매우 사납고 흉악한 네 마리 큰 독사가 있다. 너는 지금 그것을 수시로 목욕시켜 깨끗하게 기르되 수시로 먹이를 주어 그 뱀들이 굶어죽는 일이 없도록 하라. 지금 당장 가서 시행(施行)하라.’
그때 그 사람은 매우 두려운 생각이 들어 감히 그 앞에 나아가지 못하고, 곧 그것을 버리고 내달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왕은 다시 그 사람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지금 다섯 사람을 시켜 칼을 들고 네 뒤를 따르게 하리라. 그가 너를 잡으면 곧 죽일 것이니 너는 우물쭈물 하지 말라.’

그 사람은 네 마리 큰 독사와 또 칼을 든 다섯 사람에게 잡힐까봐 두려워서 동서(東西)로 치달리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왕은 다시 그 사람에게 말하였다.
‘다시 너와 원수진 사람 여섯 명을 시켜 네 뒤를 따르게 하리라. 만일 그들이 너를 잡으면 곧 죽일 것이다. 무슨 방법이 있거든 곧 마련하라.’
그 사람은 네 마리 큰 독사와 또 칼을 든 다섯 사람과 또 여섯 명의 원수가 두려워 동서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였다. 그 사람은 혹 빈 마을을 보고 거기에 숨으려고 들어갔으나 담이 무너져 허술하여 든든한 곳이 없었고, 또 빈 그릇에는 남아 있는 음식이 하나도 없었다.
그때 이 사람과 친한 어떤 사람이 그를 구원하기 위하여 그에게 말하였다.
‘이 쓸쓸하고 빈 마을에는 온갖 도적들이 수없이 많다. 무슨 방법이 있으면 네 마음대로 하라.’

그는 네 마리 큰 독사와 또 칼을 든 다섯 사람과 그리고 여섯 사람 원수와 또 빈 마을이 두려워 곧 동서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였다. 그는 다시 앞으로 나아가다가 큰 강물을 만났다. 그 물은 너무도 깊고 또 넓은데다가 사람도 없고 다리도 없어 그 물을 건너 저쪽 언덕으로 갈 수가 없었다. 그런데 또 그 사람이 서 있는 곳에는 온갖 악한 도둑들이 많았다.
그때 그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강은 매우 깊고 넓다. 게다가 온갖 도둑들도 많다. 나는 어떻게 해야 저쪽 언덕으로 건너갈 수 있을까? 나는 지금 나무와 풀을 모아 뗏목을 만들어 그 뗏목을 타고 이쪽 언덕에서 저쪽 언덕으로 건너가야겠다.’
그때 그 사람은 곧 나무와 풀을 모아 뗏목을 만들어 그것을 타고 이쪽 언덕에서 저쪽 언덕에 이르러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내가 지금 비유를 들어 말했으니 너희들은 마땅히 잘 생각하여 이해해야 할 것이다. 이 말을 했을 때 그 말에 어떤 뜻이 들어 있느냐? 네 마리 독사란 곧 4대(大)를 가리킨 것이다. 어떤 것이 그 4대인가? 말하자면 흙의 요소[地種]ㆍ물의 요소[水種]ㆍ불의 요소[火種]ㆍ바람 요소[風種]이니, 이것을 일러 4대(大)라고 한다. 칼을 든 다섯의 사람이란 곧 5성음(盛陰)을 가리킨 것이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인가? 말하자면 색음(色陰)ㆍ통음(痛陰:受陰)ㆍ상음(想陰)ㆍ행음(行陰)ㆍ식음(識陰)이니라.
여섯 명의 원수란 욕애(欲愛)가 바로 그것이다. 빈 마을이란 6입(入)을 가리킨 것이다. 어떤 것이 그 여섯 가지인가? 이른바 6입이란 안입(眼入ㆍ이입(耳入)ㆍ비입(鼻入)ㆍ구입(口入:舌入)ㆍ신입(身入)ㆍ의입(意入)이니라.

만일 지혜가 있는 이라면 이 눈을 관찰할 때에 그것은 모두 공한 것이어서 아무것도 없으며 또한 견고한 것도 아니다. 또 귀ㆍ코ㆍ혀ㆍ몸ㆍ뜻을 관찰할 때에도 그것은 모두 공한 것이어서 아무것도 없는 것이고, 모두가 공허하고 고요한 것이며, 또 단단한 것도 아니다.
강물이란 네 갈래 흐름을 가리킨 것이다. 어떤 것이 그 네 갈래 흐름인가? 이른바 욕망의 흐름[欲流]ㆍ생존의 흐름[有流]ㆍ무명의 흐름[無明流]ㆍ소견의 흐름[見流]이니라.
뗏목이란 현성(賢聖)의 8품도(品道)를 가리킨 것이다. 어떤 것이 그 여덟 가지인가? 바른 소견[正見]ㆍ바른 다스림[正治]ㆍ바른 말[正語]ㆍ바른 방편[正方便]ㆍ바른 업[正業]ㆍ바른 생활[正命]ㆍ바른 기억[正念]ㆍ바른 선정[正定]이다. 이것을 일러 현성의 8품도라고 하느니라.
물에서 건너기를 구하는 것이란 훌륭한 방편을 써서 정진(精進)하는 힘이다. 이쪽 언덕이란 몸에 대한 삿된 견해이고, 저쪽 언덕이라 그 삿된 견해가 사라져 없어진 것이다. 또 이쪽 언덕이란 아사세국(阿闍世國) 경계이고, 저쪽 언덕이란 빈비사라(頻毗沙羅) 왕의 국경이니라. 또 이쪽 언덕이란 파순(波旬)의 나라 경계이고, 저쪽 언덕이란 여래의 경계이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7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대비구(大比丘)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사위성에 어떤 우바새(優婆塞)가 있었는데, 그는 목숨을 마치고 도로 사위성에 있던 어떤 장자(長者)의 집안에 태어났게 되어 그 장자의 큰 부인의 몸에 잉태되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깨끗하여 더러운 티가 없는 천안(天眼)으로 그 우바새가 사위성 안의 제일 부자(富者)인 장자의 집에 태어난 것을 보셨다. 그리고 곧 그날 어떤 범지(梵志)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 지옥에 떨어졌다.
그때 세존께서는 또 천안으로 바로 그날 아나빈저(阿那邠邸) 장자가 목숨을 마친 뒤에 천상(天上)의 좋은 곳에 태어난 것을 보셨고, 그때 또 세존께서는 천안으로 바로 그날 어떤 비구가 멸도(滅度:涅槃)에 든 것을 보셨다.

그때 세존께서는 이 네 가지 일을 보시고 나서 다음 게송을 읊으셨다.
어떤 사람은 포태(胞胎)를 받고
악(惡)을 행하면 지옥에 들어가고
선을 행한 이는 천상에 태어나며
번뇌가 없는 이는 열반에 든다.

저 현자(賢者)는 지금 태(胎)에 들었고
범지는 지옥에 떨어졌으며
수달(須達)은 천상에 태어났고
저 비구는 열반에 들었네.

그때 세존께서 조용한 방에서 일어나 보집강당(普集講堂)으로 가시어 자리에 앉았다. 그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네 가지 일이 있다. 만약 사람이 그것을 닦아 행하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인간 세계에 태어난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 일인가? 이른바 몸[身]ㆍ입[口]ㆍ뜻[意]ㆍ생활[命]이니, 그것이 청정하여 더러운 티가 없으면 목숨을 마친 뒤에는 인간 세상에 태어나느니라.

비구들아, 또 네 가지 법이 있다. 만약 사람들이 그것을 익혀 행하면 지옥(地獄)에 떨어진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 이인가? 이른바 몸ㆍ입ㆍ뜻ㆍ생활이 청정하지 못한 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네 가지 법이 있다고 하는데, 만약 사람이 그것을 친근히 하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지옥에 태어나느니라.

비구들아, 또 네 가지 법이 있다. 그것을 익히고 수행하면 천상 같이 좋은 곳에 태어난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 법인가? 보시[惠施]ㆍ인애(仁愛)ㆍ남을 유익하게 함[利人]ㆍ평등한 이익[等利]이 그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사람이 이 법을 실천하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을 마친 뒤에는 천상과 같은 좋은 곳에 태어나는 것이라 하느니라.

비구들아, 또 네 가지 법이 있다. 만일 어떤 사람이 이 법을 행하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번뇌가 다 끊어지고 번뇌가 없음을 이룩하여, 마음이 해탈(解脫)하고 지혜로 해탈한다. 그래서 ‘나고 죽음은 이미 다하고 범행(梵行)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은 이미 마쳐 다시는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라고 사실 그대로 다 아느니라.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각(覺)과 관(觀)이 있는 선정ㆍ각도 없고 관도 없는 선정ㆍ평정한 기억의 선정ㆍ괴로움도 즐거움도 다 사라진 선정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네 가지 법이라고 한다. 만일 어떤 사람이 그것을 익히고 행하면, 번뇌가 다 끊어지고 번뇌 없음을 이룩하여, 마음이 해탈하고 지혜로 해탈한다. 그리하여 ‘나고 죽음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마쳐 다시는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라고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만일 족성자(族姓子)나 사부대중, 그 누구든지 인간 세계에 태어나고자 하거든 마땅히 방편을 구해 몸ㆍ입ㆍ뜻ㆍ생활에서 청정한 행을 닦아야 하느니라. 또 만일 천상에 태어나려고 하거든 또한 마땅히 방편을 구해 네 가지 은혜를 실천해야 하느니라. 또 만일 번뇌가 다 끊어지고 번뇌 없음을 이룩하여, 마음이 해탈하고 지혜로 해탈하려고 하거든 그 또한 마땅히 방편을 구해 4선(禪)을 닦아 행해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8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비사리성(毗舍離城) 밖 숲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옛날 불도(佛道)를 이루기 전이었다. 그때 저 대외산(大畏山)을 의지하여 머물러 있었다. 그때 그 산은 욕심이 있는 사람이던지 욕심이 없는 사람이던지 간에 누구나 그 산에 들어간 사람은 모두 두려워서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만약 또 한창 뜨거울 때에 아지랑이[野馬]가 이리 저리 아른거리면, 나는 몸을 드러내어 앉았다가 밤이 되어서야 곧 깊은 숲 속에 들어갔고, 또 몹시 추운 날에 바람과 비가 섞여 휘몰아치면 낮에는 곧 숲 속에 들어갔다가 밤에 한데로 나와 앉았다.

나는 그때 한 게송을 읊었다. 그것은 일찍이 듣지도 보지도 못하던 것이었다.
나는 대외산 속에서
밤에도 담담하고 편안하네.
내 형체를 드러내는 것
이것이 나의 서원이었다.

나는 무덤 사이로 가면 저 죽은 사람들의 옷을 주워 내 몸을 덮었다.
그때 저 안타(案陀) 마을 사람들은 내게 와서 나무 가지를 꺾어 내 귓구멍을 찌르기도 하고,혹은 콧구멍을 찌르기도 하였다. 혹은 침을 뱉는 이도 있었고 오줌을 깔기는 이도 있었으며, 혹은 흙을 내 몸에 끼얹기도 하였다. 그러나 나는 그때에도 끝내 그들에게 화를 내지 않았다. 그때 이런 평정한 마음[護心]을 가졌었느니라.
그때는 외양간에 가서 만약 송아지의 똥을 보면 곧 그것을 집어먹었고, 만약 송아지의 똥이 없으면 큰 소의 똥을 집어먹었다. 그때 나는 그것을 먹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제 나는 먹었으니 오늘은 온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으리라.’
마침 내가 이렇게 생각했을 때 저 모든 하늘들이 곧 나에게 와서 이렇게 말하였다.
‘너는 이제 단식(斷食)하지 말라. 그래도 굳이 단식을 하겠다면 우리는 마땅히 감로(甘露)로써 정기(精氣)를 유익하게 해 주어 목숨을 보전하게 할 것이다.’
그때 나는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단식하고 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저 모든 하늘들로 하여금 감로를 내게 보내오게 하겠는가? 그것은 지금의 내 자신을 속이는 짓이다.’
그때 나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부터는 깨와 쌀을 먹자.’

그때부터 나는 하루에 깨 한 알과 쌀 한 알씩을 먹었다. 그리하여 몸은 점점 쇠약해져 뼈와 뼈가 서로 맞붙고 정수리에는 부스럼이 생겼으며 가죽과 살이 저절로 떨어져 나갔다. 비유하면 마치 깨진 조롱박은 그 머리도 다시 온전할 수 없는 것처럼, 그 당시 나는 정수리에 부스럼이 생겨 가죽과 살이 저절로 떨어져 나갔다. 그것은 다 음식을 먹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또한 깊은 물속에 별이 나타나는 것처럼 그 당시 내 눈도 그와 같았다. 그것도 다 음식을 먹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비유하면 오래된 수레가 낡아 부서지는 것처럼 내 몸도 또한 그와 같아서 모두 부서져서 뜻대로 되지 않았다. 또 낙타(駱駝)의 다리처럼 내 두 엉덩이도 그와 같았다. 만약 내가 손으로 배를 어루만지면, 그때 곧 등뼈가 손에 만져지고 또 등을 어루만지면 뱃가죽이 손에 만져졌다. 몸이 이처럼 쇠약해진 것은 다 음식을 먹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때 깨 한 알과 쌀 한 알로 음식을 삼았으나 끝내 아무 이익이 없었고, 또 그 최상의 거룩한 법도 얻지 못하였느니라.
또 나는 대소변(大小便)이 보고 싶어 변소에 가려고 일어나면 곧 땅에 넘어져서 혼자서는 일어나지도 못하였다. 그때 저 여러 하늘들은 그것을 보고 나서 이렇게 말하였다.
‘이 사문 구담(瞿曇)은 이미 열반[滅度]에 들었다.’
또 어떤 하늘들은 이렇게 말하였다.
‘이 사문은 아직 목숨을 마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사문은 곧 죽고 말 것이다.’
또 어떤 하늘들은 이렇게 말하였다.
‘이 사문은 역시 죽지 않았다. 이 사문은 진실로 아라한(阿羅漢)이다. 대개 아라한의 법에는 이런 고행(苦行)이 있다.’

나는 그때 그래도 아직 의식이 있어서 밖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죄다 알 수 있었다. 그때 나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숨이 없는 선정에 들자.’
나는 곧 숨이 없는 선정에 들어 드나드는 숨을 헤아렸다. 나는 그 드나드는 숨을 헤아리다가 어떤 기운이 귀로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때 그 바람 소리는 우레가 울리는 소리 같았다. 그때 나는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입을 막고 귀를 막아 숨이 나가지 못하게 하자.’
그러자 숨이 나가지 않았다. 그때 안의 기운은 손과 다리로부터 나가고 정녕 기운으로 하여금 귀ㆍ코ㆍ입으로 나가지 않게 하였다.
그때 내 안에서 우레와 같은 소리가 울렸다. 나는 그때 또한 그와 같았다. 그때에도 의식[神識]은 여전히 온몸을 따라 돌았다.

그때 나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다시 숨이 없는 선정에 들어야겠다.’
나는 곧 모든 구멍의 숨을 다 막았다. 내가 드나드는 모든 숨을 다 막자 그때 곧 머리와 이마가 아픈 병이 생겼다. 마치 어떤 사람이 송곳으로 머리를 쑤시는 것처럼, 나 또한 그와 같아서 머리가 아파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
그런데도 나는 아직 의식이 있었다. 그때 나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다시 선정에 들어 숨길을 드나들지 못하게 하리라.’
그때 나는 곧 드나드는 숨을 막았다. 그러자 모든 숨은 다 끊어지고 뱃속에 모였다. 그때 나는 숨을 굴릴 때 그 움직임이 지극히 미세하였다.
그러나 비유하면 마치 백정이 칼로 소를 죽이는 것처럼 그 당시 나도 또한 그와 같아서 그 고통이 극심하였다. 또 건장한 두 사람이 연약한 사람을 함께 잡아다가 불 위에 구우면 그 고통이 지독하여 견딜 수 없는 것처럼, 그때의 내 고통도 그와 같아서 이루 다 말할 수가 없었다. 그때에도 나는 오히려 의식이 붙어 있었다.
내가 좌선(坐禪)할 그때의 내 형체는 사람 꼴이 아니었다. 그 중에 어떤 사람은 나를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이 사문(沙門)은 얼굴빛이 너무 검다.’
또 어떤 사람은 나를 보고 나서 이렇게 말하였다.
‘이 사문의 얼굴빛은 흡사 죽은 자 같구나.’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나는 6년 동안 이렇게 고행을 하였다. 그런데도 그 거룩한 법을 얻지 못하였다.

그때 나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오늘은 과일 하나를 먹자.’
그때 나는 곧 과일 하나를 먹었다. 과일 하나를 먹은 그날도 몸이 쇠약하여 스스로 일어날 수가 없었다. 나이 120살이 되어 뼈마디가 서로 떨어지고 흩어져서 부지할 수 없는 것과 같았다.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때의 과일 하나란 오늘날의 조그만 대추와 같았느니라.
그때 나는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렇게 하는 것은 도를 성취하는 근본이 아니다. 그러므로 마땅히 다른 길이 있을 것이다.’
그때 나는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옛날의 일들을 기억한다. 옛날 나는 부왕의 그늘 아래서 지낼 때, 음욕도 없고 탐욕이 없이 온갖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버리고 초선에서 노닐었고, 각(覺)과 관(觀)이 없는 제2선에서 노닐었으며, 평정한 기억이 청정하여 아무 생각도 없는 제3선에서 노닐었고, 다시는 괴로움도 즐거움도 없고 기억이 청정한 제4선에서 노닐었다. 이것이 혹 올바른 길일는지도 모른다. 나는 이제 마땅히 그 길을 찾아보자.’

이처럼 나는 6년 동안 수고롭게도 도(道)를 구하였으나 능히 얻지 못하였느니라. 혹은 가시 위에 드러눕기도 하였고, 혹은 널판자나 쇠못 위에 눕기도 하였으며, 혹은 땅에서 멀리 떨어져 새처럼 매달려 있기도 하였고, 두 다리를 위로 올리고 머리를 땅에 두기도 하였으며, 혹은 다리를 꼬고 걸터앉기도 하였고, 혹은 수염과 머리를 길러 아예 깎지 않기도 하였으며, 혹은 햇볕에 노출시키고 불로 굽기도 하였고, 혹은 한 겨울에 얼음 위에 앉기도 하였고, 혹은 몸을 물속에 담그기도 하였으며, 혹은 잠자코 아무 말하지 않기도 하였다.
혹은 하루에 한 끼니만 먹기도 하였고, 혹은 두 끼ㆍ세 끼ㆍ네 끼를 먹기도 하였으며, 나아가 일곱 끼니를 먹기도 하였다. 혹은 나물과 과일만 먹기도 하였고, 혹은 벼나 깨를 먹기도 하였으며, 혹은 풀뿌리를 먹기도 하였고, 혹은 나무의 열매를 따먹기도 하였고, 혹은 꽃과 향기를 먹기도 하였고, 혹은 여러 가지 과일을 먹기도 하였다.

혹 때로는 옷을 벗기도 하였고, 혹 때로는 해진 옷을 입기도 하였으며, 혹 때로는 띠 풀로 만든 옷을 입기도 하였고, 혹은 털옷을 입기도 하였으며, 혹 때로는 사람의 털로 몸을 가리기도 하였고, 혹 때로는 머리를 기르기도 하였으며, 혹 때로는 남의 머리털을 취하여 머리에 얹기도 하였느니라.
비구들아, 나는 옛날 이처럼 고행을 하였다. 그랬는데도 네 가지 법의 근본을 얻지 못하였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말하자면 깨닫기도 어렵고 알기도 어려운 현성(賢聖)의 계율(戒律)과 깨닫기도 어렵고 알기도 어려운 현성의 지혜와 깨닫기도 어렵고 알기도 어려운 현성의 해탈과 깨닫기도 어렵고 알기도 어려운 현성의 삼매(三昧)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네 가지 법이라고 한다. 나는 옛날에 그렇게 고행을 하였으나 이 법을 얻지 못하였느니라.

그때 나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꼭 위없는 도를 구해야 한다.’
어떤 것이 곧 위없는 도인가? 네 가지 법으로 향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니, 현성의 계율ㆍ현성의 삼매ㆍ현성의 지혜ㆍ현성의 해탈이다. 그때 나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처럼 쇠약한 몸으로는 그 위없는 도를 구할 수 없다. 얼마간 정미(精微)한 기운을 먹어 몸을 기르고 기력이 왕성해진 뒤라야 도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마땅히 정미한 기운을 먹자.’
이때 다섯 비구는 나를 버리고 돌아가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이 사문 구담은 그 성행(性行)이 어지러워져 참다운 법을 버리고 삿된 업[邪業]으로 나아갔다.’

나는 그때 곧 자리에서 일어나 동쪽을 향해 거닐었다. 나는 그때 이렇게 생각하였다.
‘먼 과거 항하(恒河)의 모래알처럼 많은 모든 부처님들께서 성도(成道)하신 곳은 어디일까?’
그때 허공에서 하늘 신(神)이 내게 이렇게 말하였다.
‘현사(賢士)여, 마땅히 알아야 한다. 과거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모든 불세존(佛世尊)들께서는 저 보리수의 시원한 그늘 밑에 앉아 성불(成佛)하셨다.’
그때 나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어디에 앉아 불도(佛道)를 성취하셨을까? 앉았었을까, 섰었을까?’
그때 모든 하늘들은 다시 나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과거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불세존들께서는 풀 자리에 앉아 부처님이 되셨다.’

그때 나에게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길상(吉祥)이라는 범지가 풀을 베고 있었다. 나는 곧 그에게 가서 물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당신 이름은 무엇이며, 성은 무엇입니까?’
범지가 대답하였다.
‘내 이름은 길상이고, 성은 불성(弗星)입니다.’
나는 그때 그 사람에게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합니다. 그런 성과 이름은 세상에 드뭅니다. 성명이란 헛되지 않아 반드시 그 이름대로 이룩하는 것이니 이 현세(現世)를 길(吉)하게 하여 유익하지 않음이 없게 하고, 태어남ㆍ늙음ㆍ병듦ㆍ죽음을 영원히 없앨 것입니다. 당신의 성(姓)인 불성(弗星)은 나의 성과 같습니다. 나는 지금 구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 풀을 조금만 나눠주시오.’
길상이 나에게 물었다.
‘구담이여, 지금 이 풀을 어디에 쓰려고 하십니까?’
그때 나는 길상에게 대답하였다.
‘나는 지금 그것을 나무 아래에 깔고 앉아서 네 가지 법을 구하려고 합니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이른바 현성의 계율ㆍ현성의 삼매ㆍ현성의 지혜ㆍ현성의 해탈입니다.’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때 길상은 몸소 풀을 안아다가 나무 밑으로 가서 깔았다. 나는 그 위에 앉아서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고 가부좌하고 앉아 생각을 매어 앞에 두었다.
그때 나는 탐욕의 마음이 풀리고 온갖 악한 법이 없어지고 오직 각(覺)과 관(觀)만 있어 그 뜻이 초선에 노닐었고, 다음에는 각과 관이 모두 다 없어져서 뜻이 제2선ㆍ제3선에 노닐었으며, 평정한 기억이 청정해지고 근심과 기쁨이 모두 없어져서 그 뜻이 제4선에 노닐었다. 그때 나는 이 청정한 마음으로 말미암아 모든 번뇌[結使]가 없어지고 두려움 없음을 얻게 되어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무수히 변해 내려온 전생의 일을 스스로 알았다.
나는 곧 스스로 무수한 세상에 있었던 일들을 기억해냈다. 혹 1생ㆍ2생ㆍ3생ㆍ4생ㆍ5생ㆍ10생ㆍ20생ㆍ30생ㆍ40생ㆍ50생ㆍ백 생ㆍ천 생ㆍ백천만 생ㆍ성겁(成劫)7)ㆍ패겁(敗劫:壞劫)8)ㆍ무수한 성겁ㆍ무수한 패겁(敗劫)ㆍ무수한 성패겁(成敗劫) 동안에, 나는 일찍이 여기에서 죽어 저기에 태어났고 저기에서 죽어 여기에 와서 태어났다는 시작이 없는 그 본말(本末)과 인연(因緣)의 무수한 세상 동안의 일을 모두 기억하였다.

나는 또 청정하여 더러운 때가 없는 천안(天眼)으로 중생들로서 태어나는 이ㆍ죽는 이ㆍ나쁜 세계[惡趣]ㆍ좋은 세계[善趣]ㆍ좋은 몸[善色]ㆍ나쁜 몸[惡色]과 혹은 좋고 혹은 추(醜)한 것은 모두 그 행의 근본을 따른다는 것을 다 관찰해 깨달았다. 혹 어떤 중생은 몸으로 악행(惡行)을 짓고 입으로 악행을 행하며 뜻으로 악행을 닦아, 현성(賢聖)을 비방(誹謗)하고, 삿된 업(業)의 근본을 짓고 삿된 업과 서로 호응하여,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지옥에 떨어졌다. 또 어떤 중생은 몸과 입과 뜻으로 선행(善行)을 지어 현성을 비방하지 않고, 바른 소견과 서로 호응하여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인간 세상에 태어났다. 이것을 일러 그 중생은 몸과 입과 뜻으로 삿된 업을 행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나는 삼매의 마음으로 청정하고 더러운 때가 없어져서 번뇌가 다 끊어져 번뇌가 다 없어지게 되어, 마음이 해탈하고 지혜로 해탈하였다. 그리하여 ‘나고 죽음이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마쳐 다시는 태(胎)를 받지 않는다’고 사실 그대로 깨달아 알고, 곧 위없이 바르고 참다운 도를 이룩하였느니라.

가령 비구들이나 혹은 어떤 사문(沙門)이나 바라문(婆羅門)이 모든 세계를 밝게 깨달아 안다면, 그 세계에는 본래의 내가 시작이 없는 과거에 일찍 거치지 않은 곳이 없다. 다만 한 정거천(淨居天)만은 예외로 이 세상에 오지 않는다.
또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이 장차 가서 태어나야 할 곳이지만, 그런데도 내가 거기에 가서 태어나지 않는다면 그것은 옳지 않은 것이요, 이미 정거천에 태어났다면 다시는 이 세상에 오지 않을 것이다. 그대들은 이미 현성의 계율을 얻었고, 나도 또한 그것을 얻었다. 현성의 삼매를 그대들은 얻었고, 나도 또한 그것을 얻었다.
현성의 지혜를 그대들은 얻었고, 나도 또한 그것을 얻었다. 현성의 해탈을 그대들은 얻었고, 나도 또한 그것을 얻었다. 현성의 해탈지견을 그대들은 얻었고, 나도 또한 그것을 얻었다. 그리하여 후세의 몸을 받는 근본을 끊고 나고 죽음이 아주 다하여 다시는 후세의 몸을 받지 않을 것이다.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방편을 구해 네 가지 법을 성취하도록 해야 한다. 왜냐하면 만약 비구가 이 네 가지 법을 얻으면 도를 이루기 어렵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오늘 위없이 바르고 참다운 도를 이룬 것도 다 이 네 가지 법으로 말미암아 그 과(果)를 이룩한 것이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9 ]9)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구원겁(久遠劫)에 삼십삼천(三十三天)의 석제환인(釋帝桓因)이 여러 옥녀(玉女)들을 거느리고 난단반나(難檀般那) 공원으로 나가 놀았었다.

그때 어떤 천인(天人)이 곧 이런 게송을 읊었다.
난단 공원을 보지 않고는
어떠한 즐거움도 알지 못하리.
모든 하늘들이 사는 곳으로
이보다 더 나은 곳 없으리.

그때 다시 어떤 하늘이 그 하늘에게 말하였다.
‘네가 지금 무지(無智)하여 바른 이치를 분별하지 못하는구나. 근심스럽고 괴로운 것을 도리어 즐거운 것이라고 말하고, 견고하지 못한 것을 견고하다 말하며,무상(無常)한 것을 도리어 영원하다 말하고, 긴요하지 않은 것을 또한 긴요한 것이라고 말한다. 무슨 까닭인가? 너는 끝내 여래께서 말씀하신 이런 게송을 듣지 못하였는가?
일체의 행은 덧없는 것이어서
태어난 것은 반드시 죽음이 있다.
태어나지 않으면 결코 죽지 않나니
그러므로 열반이 가장 즐거우니라.

저기에 이런 이치가 있기 때문에 또 이런 게송을 읊으신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곳이 가장 즐겁다고 말하는가?
너는 이제 마땅히 알아야 한다. 여래께서는 또 네 가지 흐름[四流]의 법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만약 일체 중생들이 누구나 이 흐름에 빠져 있으면, 그는 끝내 도를 얻지 못할 것이다. 어떤 것을 그 네 가지 흐름[四流]이라고 하는가? 탐욕의 흐름[欲流]ㆍ생존의 흐름[有流]ㆍ소견의 흐름[見流]ㆍ무명의 흐름[無明流]을 말한다.

어떤 것을 탐욕의 흐름이라고 하는가? 이른바 다섯 가지 욕망[五欲]이 바로 그것이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 욕망인가? 가령 눈으로 빛깔을 보면 빛깔이라는 분별을 일으키고, 귀로 소리를 들으면 소리라는 분별을 일으키며, 코로 냄새를 맡으면 냄새라는 분별을 일으키고, 혀로 맛을 보면 맛이라는 분별을 일으키며, 몸으로 부드러움을 알면 부드럽다는 분별을 일으킨다. 이것을 탐욕의 흐름이라고 한다.

어떤 것을 생존의 흐름이라고 하는가? 이른바 3유(有)가 곧 그것이다. 어떤 것이 그 3유(有)인가? 이른바 욕유(欲有)ㆍ색유(色有)ㆍ무색유(無色有)이다. 이것을 일러 생존의 흐름이라고 한다.

어떤 것을 소견의 흐름이라고 하는가? 이른바 소견의 흐름이란, 이 세상은 항상하다고 하는 소견과 무상하다고 하는 소견, 이 세상은 끝이 있다고 하는 소견과 끝이 없다고 하는 소견, 이 몸이 곧 목숨이라는 소견과 이 몸은 목숨이 아니라는 소견, 여래에게 죽음이 있다는 소견, 여래에게 죽음이 없다는 소견, 여래에게 죽음이 있기도 하고 죽음이 없기도 하다는 소견, 여래에게 죽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죽음이 없는 것도 아니라고 하는 소견이니, 이것을 일러 소견의 흐름이라고 한다.

어떤 것을 무명의 흐름이라고 하는가? 이른바 무명이란 앎이 없고[無知], 믿음이 없고[無信], 소견이 없으며[無見], 마음에 항상 탐욕이 있고 항상 희망(希望)하는 것이 있으며,또 탐욕의 덮개[貪欲蓋]ㆍ성냄의 덮개[瞋恚蓋]ㆍ수면의 덮개[睡眠蓋]ㆍ들뜸의 덮개[調戱蓋]ㆍ의심의 덮개[疑蓋], 이 5개(蓋)가 있다. 그리고 또 괴로움[苦]을 알지 못하고, 괴로움의 발생[集]을 알지 못하며, 괴로움의 소멸[盡]을 알지 못하고,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道]을 알지 못한다. 이것을 일러 무명의 흐름이라고 한다.
천자여, 마땅히 알아야 한다. 여래께서는 이 네 가지 흐름에 대하여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사람이든지 간에 여기에 빠져 있으면 역시 도를 얻을 수 없느니라.’

그때 그 하늘은 이 말을 듣고 나서 마치 역사(力士)가 팔을 굽혔다 펴는 것 같은 짧은 시간에 삼십삼천에서 사라져 내게로 왔다. 그는 머리를 조아려 내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서 있었다. 그때 그 하늘이 나에게 아뢰었다.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시여. 그런 말씀을 속 시원하게 해 주셨습니다. 여래께서는 곧 네 가지 흐름에 대하여 말씀하셨습니다. 만일 범부가 이 네 가지 흐름에 대한 설법을 듣지 못하면 그는 네 가지 즐거움을 얻지 못할 것입니다. 어떤 것을 그 네 가지라고 하는가? 이른바 휴식하는 즐거움[休息樂]ㆍ바르게 깨닫는 즐거움[正覺樂]ㆍ사문의 즐거움[沙門樂]ㆍ열반의 즐거움[涅槃樂]입니다. 만일 범부가 이 네 가지 흐름을 알지 못하면 그는 이 네 가지 즐거움을 얻지 못할 것입니다.’

이런 말을 마치자 나는 그에게 말하였다.
‘그렇다, 천자여. 네 말과 같다. 만약 이 네 가지 흐름을 깨닫지 못하면 이 네 가지 즐거움을 깨닫지 못할 것이다.’
나는 곧 그를 위해 차례로 설명해 주었다. 그때 설해준 논은 보시에 관한 론[施論]ㆍ계율에 관한 론[戒論], 그리고 천상에 태어나는 법에 대한 논[生天論]이었으며, 탐욕은 깨끗하지 못하다는 생각과 번뇌는 큰 근심거리이므로 그것을 벗어나는 것이 즐거움이라고 말하였다. 그때 천자는 기뻐하는 마음을 내었느니라.
그때 나는 다시 네 가지 흐름[四流]의 법과 네 가지 즐거움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때 그 천자는 전일한 마음과 한결같은 뜻으로 이 법에 대하여 사유하고 나서 온갖 번뇌가 다 없어지고 법안(法眼)이 깨끗하게 되었다. 나도 그때 이 네 가지 법과 네 가지 즐거움에 대해 설명하고는 곧 네 가지 진리의 법을 얻었었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10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마땅히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닦고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널리 펴라. 이미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닦고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널리 폈다면 욕계(欲界)의 애욕을 끊고 색계(色界)의 애욕을 끊으며 무색계(無色界)의 애욕을 끊을 것이다. 무명을 다 끊어 없애고 교만을 다 끊어 없애게 될 것이다. 비유하면 마치 초목(草木)에 불을 놓아 태우면 모두 다 없어지고 마는 것처럼, 이 또한 그와 같아서 만일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닦으면 일체 번뇌를 다 끊어 없앨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그 이유를 설명하리라.
먼 옛날 구원겁에 어떤 천자가 5백 옥녀(玉女)를 데리고 앞뒤로 둘러싸인 채 난단반나 공원의 유희장(遊戱場)에 나가 놀다가, 다시 가니(迦尼)라는 나무 밑으로 가서 다섯 가지 욕망을 스스로 즐겼다. 그때 그 천자는 나무에 올라가 놀고 있었다. 그는 나무 위에서 마음이 어수선해졌는데, 또 거기에서 꽃을 꺾다가 나무에서 떨어져 목숨을 마쳤다. 그리하여 그는 이 사위성 안의 큰 장자 집에 태어났다.
그때 5백 옥녀들은 가슴을 치고 울부짖으면서 어쩔 줄 몰랐다.

나는 그때 천안으로 천자가 목숨을 마치고 사위성 안에 살고 있는 큰 장자의 집에 태어난 것을 보았다. 8ㆍ9개월이 지나 곧 그는 사내아이를 낳았는데, 단정하기 짝이 없었고 도화(桃華 빛처럼 아름다웠다.
그때 장자의 아들이 점점 자라 어른이 되자, 그 부모는 그의 아내를 구해 장가를 들였다. 그러나 아내를 맞이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 그는 곧 죽었고 큰 바다의 용(龍)으로 태어났다. 이때 그 장자는 문에 서서 아들을 생각하며 울부짖고 통곡하면서 마음 아파하였다.
그때 그 용은 다시 금시조(金翅鳥)에게 잡아 먹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지옥에 떨어졌다. 그때 모든 용녀(龍女)들이 추모(追慕)한 간절한 정(情)은 이루 다 말할 수가 없었느니라.”

그때 세존께서 곧 이 게송을 말씀하셨다.
그 하늘 신 꽃을 꺾을 때
마음이 어지러워 편하지 못했네.
마치 큰물이 마을을 쓸어버릴 때
모두 빠져 구할 수 없는 것 같았네.

그때 아름다운 여인들
그를 둘러싸고 통곡하였네.
얼굴 모습은 너무도 단정했건만
그는 꽃을 사랑하다가 목숨 마쳤네.

인간으로 태어나서도 그 부모 통곡했으니
내 속으로 난 아들 잃어 버렸다 했네.
아이를 갖자마자 목숨을 마쳤으니
그것은 다 무상함으로 무너진 것이라.

용녀가 용의 뒤를 따를 때
모든 용들 다 모여들었네.
머리 일곱 달린 용 용맹했지만
이내 금시조에게 잡아먹혔네.

모든 하늘도 근심하고 걱정하고
세상 사람들도 또한 그러하였으며
용녀도 근심하고 걱정하였으나
그는 지옥에서 고통 받았네.

네 가지 진리의 묘한 법문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면
태어남도 있고 또한 죽음도 있어
긴 흐름의 바다를 벗어나지 못하네.

그런 까닭에 마땅히 생각을 내어
청정한 모든 법을 닦아 행하면
반드시 괴로움과 번민을 여의고
다시는 근심되는 몸 받지 않으리.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항상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닦아 행하고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널리 펴면, 곧 색계의 욕애를 끊고 무색계의 욕애를 끊으며, 또 교만을 끊고 무명을 영원히 끊어 남음이 없게 될 것이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11 ]1)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제자 목련(目連)과 제자 아난(阿難)이 서로 내기를 하였다.
“우리 둘이 소리를 내어 경을 외워보자, 누가 이기는가?”

그때 많은 비구들은 이 두 사람이 서로 내기를 한다는 말을 듣고,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많은 비구들이 세존께 아뢰었다.
“지금 저 두 사람이 ‘우리 둘이 소리를 내어 경을 외워 보자, 누가 더 잘하는가?’ 하고 내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때 세존께서 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가서 그 두 비구를 불러오너라.”

비구가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그 비구는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곧 그 두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가서 그 두 사람에게 말하였다.
“세존께서 당신들을 부르십니다.”

그때 두 사람은 비구의 말을 듣고 곧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섰다.

그때 세존께서 두 사람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어리석은 사람이로구나. 정말로 ‘우리 소리를 내어 경을 외워 보자 누가 더 잘하는가?’ 하고 그런 말을 하였느냐?”

두 사람이 대답하였다.
“그랬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혹 내가 서로 경쟁(競諍)하는 일에 대하여 설법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느냐? 그런 법이라면 범지들과 무엇이 다르겠느냐?”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여래께서 그런 법을 말씀하시는 것을 듣지 못하였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처음부터 모든 비구들을 위해 그런 법을 말한 일이 없다. 그런데 지금 서로 승부(勝負)를 다투어서야 되겠느냐? 내가 지금 설법하는 것은 항복(降伏)시키고 교화(敎化)하려는 것이다.
만일 어떤 비구가 내 법을 받을 때에는 마땅히 명심하여 네 가지 인연법(因緣法)을 생각해야 한다.
‘이 법은 계경(契經)과 아비담(阿毘曇)과 율(律)에 맞는가, 맞지 않는가?’
그렇게 생각해 보고서 만일 맞거든 받들어 행해야 하느니라.”

그때 세존께서 곧 이 게송을 설하셨다.
아무리 많이 외워도 이익 될 것 없나니
그 법은 훌륭하다 하지 않으리.
그것은 소의 머리수를 헤아림과 같나니
사문으로서의 중요한 일 아니다.

만약 적건 많건 외우고 익혀
그 법에 대해 법대로 따라 행하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훌륭하나니
정말 사문의 법이라고 할 만하니라.

아무리 1천 문장을 외운다 해도
이치가 아니면 무슨 이익 있으리.
그보다는 차라리 한 글귀나마
들어서 도(道)를 얻음만 못하네.

비록 천 마디 말 외운다 해도
이치 아니면 무슨 이익 있으리.
그보다 차라리 한 이치나마
들어서 도를 얻음만 못하네.

천에 천을 곱한 수의 적이 있을 때
나 혼자 그것을 이긴다 해도
자기를 이기는 것만 같지 못하니
스스로 참는 것이 제일이니라.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지금부터 이후로는 다투는 마음으로 승부를 겨루지 말라. 왜냐하면 일체 사람들을 항복시키려고 하기 때문이니라. 만일 비구가 승부를 겨루려는 마음으로 서로 다투면 곧 법률(法律)로써 그를 다스릴 것이다. 그런 까닭에 비구들아, 너희들은 제 자신을 닦아야 하느니라.”

그때 그 두 비구는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리고 잘못을 뉘우쳤다.
“지금부터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않겠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이 참회를 받아 주소서.”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이 큰 법 안에서 허물을 잘 고쳤다. 서로 겨루는 마음이 있는 줄을 스스로 알았구나. 너희들의 참회를 용서한다.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다시는 그런 짓을 말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증상(增上)ㆍ좌선(坐禪)ㆍ행적(行跡)과
무상(無常)ㆍ공원 못과
무루(無漏)ㆍ무식(無息)ㆍ선정과
네 가지 즐거움과 다툼 없음에 대하여 설하셨다.

주석
2 4제(諦)의 이치를 통달하여 열반(涅槃)으로 향하는 네 가지 무루(無漏) 성도(聖道)이다. 첫째 낙지통행(樂遲通行), 둘째 낙속통행(樂速通行), 셋째 고지통행(苦遲通行), 넷째 고속통행(苦速通行)을 이르는 말이다.
3 이 소경의 이역경(異譯經)으로는 후한(後漢) 시대 안세고(安世高)가 한역한 『불설바라문피사경(佛說婆羅門避死經)』이 있다.
4 진(瞋)ㆍ에해(恚害)ㆍ수면(睡眠)ㆍ조희(調戱)ㆍ의(疑)ㆍ노(怒)ㆍ기(忌)ㆍ뇌(惱)ㆍ질(嫉)ㆍ증(憎)ㆍ무참(無慚)ㆍ무괴(無愧)ㆍ환(幻)ㆍ간(姦)ㆍ위(僞)ㆍ쟁(諍)ㆍ교(憍)ㆍ만(慢)ㆍ투(妬ㆍ증상만(增上慢)ㆍ탐(貪) 등 21가지 번뇌를 말한다.
5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43권 1,172번째 소경인 「독사경(毒蛇經)」이 있다.
6 4겁의 하나. 이 세계가 성립하는 동안의 20중겁(中劫)을 말한다. 세계가 괴멸(壞滅)한 뒤 20중겁의 아무것도 없는 기간[空劫]이 지나가고, 다음에 중생의 업증상력(業增上力)에 의하여 미풍(微風)이 일어나 풍륜(風輪)이 생기고, 다음은 풍륜 위에 수륜(水輪)이 생기고, 수륜 위에 금륜(金輪)이 생기고, 거기에 수미산(須彌山)과 4대주(大洲)가 성립되고, 다음에 야마천(夜摩天) 등 여러 하늘을 이루는 것을 말한다.
7 4겁의 하나. 세계가 파멸(破滅)되는 기간 동안의 20중겁을 말한다. 19겁 동안 지옥(地獄)ㆍ축생(畜生ㆍ아귀(餓鬼)ㆍ아수라(阿修羅)ㆍ인간(人間)ㆍ천상계(天上界)에 살던 이 중에서 가장 나쁜 지옥에 있던 이부터 차례로 파멸하고[有情壞], 마지막 1중겁에 일곱 개의 해가 나타나 화재(火災)를 일으켜 먼저 지옥에서부터 색계(色界) 초선천(初禪天)까지를 태워버리고, 다음은 수재(水災)를 일으켜 색계 제2선천 이하를 떠내려 보내고, 다음엔 풍재(風災)를 일으켜 제3선천 이하를 불어 없앤다고 한다.
8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22권 576번째 소경인 「난타림경(難陀林經」과 『별역잡아함경(別譯雜阿含經)』 제9권 161번째 소경이 있다.
9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31권 1,138번째 소경인 「무위법경(無爲法經)」과 『별역잡아함경』 제6권 113번째 소경이 있다.
1 수다원ㆍ사다함ㆍ아나함ㆍ아라한의 성문 4과를 말한다.

증일아함경 제24권

동진 계빈 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김월운 번역

32. 선취품(善聚品)

[ 1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선한 무더기[善聚]에 대하여 설명할 것이니 너희들은 잘 사유하고 기억하라.”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모든 비구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고 있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저 어떤 것을 선한 무더기라고 하는가? 이른바 5근(根)이 그것이다. 어떤 것을 그 5근이라고 하는가? 이른바 신근(信根)ㆍ정진근(精進根)ㆍ염근(念根ㆍ정근(定根)ㆍ혜근(慧根)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5근이라고 하느니라.
만일 어떤 비구가 이 5근을 닦아 행하면, 곧 수다원(須陀洹)을 이루고 물러나지 않는 법[不退轉法]을 얻어 반드시 지극한 도(道)를 성취할 것이다. 그 행(行)을 더욱 정진하여 사다함(斯陀含)을 이룩하여 이 세상에 와서 괴로움을 끝까지 다 없앨 것이요, 그 도를 더욱 정진하여 아나함(阿那含)을 이룩하여 다시는 이 세상에 오지 않고 곧 반열반(般涅槃)을 취할 것이요, 그 행을 더욱 정진하여 번뇌[有漏]가 다하여 번뇌 없음[無漏]을 이룩하여 마음이 해탈(解脫)하고 지혜로 해탈하여 몸으로 증득(證得)하고는 스스로 유희(遊戱)할 것이다. 그리하여 ‘나고 죽음은 이미 다하고 범행(梵行)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쳐 다시는 태(胎)를 받지 않는다’라고 사실 그대로 다 알 것이다.

선한 무더기란 곧 5근이 그것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가장 큰 무더기요, 온갖 무더기들 중에서 묘(妙)한 것이기 때문이니라.
만약 이 법을 행하지 않으면 곧 수다원ㆍ사다함ㆍ아나함ㆍ아라한(阿羅漢)ㆍ벽지불(辟支佛 및 여래(如來)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 만약 이 5근을 얻은 사람은 곧 4과(果)2)와 삼승(三乘)의 도(道)를 지니게 될 것이다. 선한 무더기란 이 5근이 최상(最上)이 된다.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방편(方便)을 구해 이 5근을 행하여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2 ]3)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선하지 않은 무더기[不善聚]를 말할 터이니, 너희들은 잘 사유하고 기억하라.”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고 있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저 어떤 것을 선하지 않은 무더기라고 하는가? 5개(蓋)를 이르는 말이다. 어떤 것을 그 5개라고 하는가? 탐욕의 덮개[貪欲蓋]ㆍ성냄의 덮개[瞋恚蓋]ㆍ수면의 덮개[睡眠蓋]ㆍ들뜸의 덮개[調戱蓋]ㆍ의심의 덮개[疑蓋]이니, 이것을 일러 5개라고 한다.
선하지 않은 무더기를 알려고 하면, 이것을 이름하여 5개라고 한다. 왜냐하면 비구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 5개(蓋)가 있으면 곧 축생(畜生)ㆍ아귀(餓鬼ㆍ지옥(地獄)의 갈래가 있고, 모든 착하지 않은 법은 다 이것으로 말미암아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방편을 구하여 탐욕의 덮개ㆍ성냄의 덮개ㆍ수면의 덮개ㆍ들뜸의 덮개ㆍ의심의 덮개를 없애야 한다. 이와 같이 비구들아, 꼭 이것을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3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부처님을 받들어 섬기고 예를 올리면 다섯 가지 공덕이 있다. 어떤 것을 그 다섯 가지 공덕이라고 하는가? 첫째는 단정한 것이요, 둘째는 음성이 좋은 것이며, 셋째는 재물이 많아지고 보배가 많아지는 것이요, 넷째는 장자의 집안에 태어나는 것이며, 다섯째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천상(天上)과 같은 좋은 곳에 태어나는 것이니라. 왜냐하면 여래는 그 누구도 짝할 이가 없고,여래는 믿음이 있고, 계(戒)가 있고, 들음이 있고, 지혜가 있고, 좋은 몸을 성취하였기 때문이니, 그런 까닭에 다섯 가지 공덕을 성취하느니라.

또 무슨 인연(因緣)으로 부처님께 예를 올리면 단정함을 얻을 수 있는가? 여래의 형상을 뵙고는 환희(歡喜)하는 마음을 일으키기 때문이니, 이런 인연으로 단정하게 되느니라.
또 무슨 인연으로 좋은 음성을 얻게 되는가? 여래의 형상을 뵙고는 ‘여래ㆍ지진ㆍ등정각께 귀의(歸依)하나이다’ 하고 스스로 세 번 부르기 때문이니, 이런 인연으로 좋은 음성을 얻느니라.
또 무슨 인연으로 재물이 많아지고 보배가 많아지는가? 저 여래를 뵙고는 꽃을 뿌리고 등불을 켜며, 다른 여러 가지 보시할 물건으로 크게 보시하기 때문이다. 이런 인연으로 많은 재보(財寶)를 얻게 되느니라.
또 무슨 인연으로 장자(長者)의 집안에 태어나는가? 여래의 형상을 뵙고는 마음에 물들고 집착함이 없이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꿇어앉아 합장하고,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께 예를 올리기 때문이니, 이런 인연으로 장자의 집안에 태어나느니라.
또 무슨 인연으로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천상과 같이 좋은 곳에 태어나는가? 모든 불세존(佛世尊)께 늘 있어온 법에 ‘모든 중생들이 다섯 가지 일로 부처님께 예를 올리면 곧 천상과 같은 좋은 곳에 태어난다’고 되어 있기 때문이니라.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부처님께 예를 올린 인연으로 얻게 되는 다섯 가지 공덕이라고 한다.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어떤 선남자(善男子)와 선여인(善女人)이 부처님께 예를 올리려고 하면, 마땅히 방편을 구해 이 다섯 가지 공덕을 성취해야 한다. 이와 같이 모든 비구들도 꼭 이렇게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4 ]4)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마치 두 문이 마주하고 있는 어떤 집이 있고 그 안에 사람이 살고 있고 있을 때,어떤 사람이 그 위에 살고 있다면 그는 그 아래에서 사람들이 나고 드는 것과 가고 오는 것을 모두 다 보고 아는 것과 같다. 나도 그와 같아서 천안(天眼)으로 중생들을 다 관찰하여 태어나는 이ㆍ죽는 이ㆍ좋은 세계ㆍ나쁜 세계ㆍ좋은 빛깔ㆍ나쁜 빛깔ㆍ혹은 좋은 것ㆍ혹은 추(醜)한 것이 다 그들이 행하고 심은 그대로 된다는 것을 모두 아느니라.

만일 어떤 중생이 몸으로 선을 행하고 입으로 선을 말하며 뜻으로 선을 행하여 현성(賢聖)을 비방(誹謗)하지 않고, 바른 소견의 법을 행하고 평등한 소견과 서로 호응하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천상과 같은 좋은 곳에 태어날 것이니, 이것을 일러 ‘중생들이 선(善)을 행하는 것’이라고 하느니라. 또 어떤 중생은 이 착한 법을 행하고 나쁜 행을 짓지 않아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인간 세상에 와서 태어날 것이다.
또 어떤 중생이 몸과 입과 뜻으로 악(惡)을 행하고 착하지 않은 행을 지으면 목숨을 마친 뒤에는 아귀(餓鬼)의 세계에 태어날 것이다. 또 어떤 중생은 몸과 입과 뜻으로 악을 행하고 현성을 비방하며, 삿된 소견과 서로 호응하고는 목숨을 마친 뒤에 축생으로 태어날 것이다. 또 어떤 중생은 몸과 입과 뜻으로 악을 행하고 착하지 않은 행을 지으며, 현성을 비방하고는 목숨을 마친 뒤에는 지옥 속에 떨어질 것이다.

그때 옥졸(獄卒)은 그 죄인을 끌고 가서 염라대왕에게 보이면서 모두 이렇게 말한다.
‘대왕이여, 마땅히 아셔야만 합니다. 이 사람은 전생에 나쁜 마음을 먹고 온갖 악한 행을 저지르고 나서는 이 지옥에 태어났습니다. 대왕이여, 마땅히 관찰하셔야만 합니다. 이 사람은 무슨 죄로 다스려야 하겠습니까?”
그때 염라왕(閻羅王)은 가만히 그 사람에게 죄를 묻는다.
‘어떤가? 남자야. 너는 전생에 사람의 몸으로 있을 때, 어떤 태어나려고 하는 사람이 사람의 몸을 얻어 태(胎) 안에 있을 때에 너무도 괴롭고 힘들어 그 고통이 실로 감당하기 어렵고, 또 커서는 키우고 젖을 먹이며 목욕시켜야 하는 것을 보지 못하였는가?’
죄인이 대답한다.
‘진실로 보았습니다, 대왕이여.’

염라왕은 말한다.
‘어떠냐? 남자야. 너는 스스로 살아가는 법의 요긴한 행인, 몸과 입과 뜻으로 온갖 선한 무더기를 닦아야 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던가?’
죄인이 대답한다.
‘그렇습니다, 대왕이여. 대왕의 가르침처럼 다만 어리석고 미혹하여 착한 행을 분별하지 못하였습니다.’
염라왕이 말한다.
‘그대의 말은 사실로서 틀림이 없다. 또 그대는 몸과 입과 뜻으로 착한 행을 짓지 않았으므로 오늘과 같은 일이 있을 줄을 나는 알았다. 그런 까닭에 지금 너의 방일(放逸)한 죄를 다스리리라. 그것은 부모가 지은 것도 아니고, 국왕이나 대신들이 지은 것도 아니다. 본래 네 스스로 죄를 지어 오늘 그 과보(果報)를 받는 것이다.’

그때 염라왕은 먼저 그 죄를 묻고는 칙명에 의하여 다스리라고 한다.
또 두 번째 천사(天使)는 다시 그 사람에게 묻는다.
‘너는 전에 사람으로 있었을 때, 몸이 매우 연약하여 길을 걸을 때에는 헐떡거리고, 옷은 더럽기 그지없으며, 움직일 때마다 벌벌 떨고, 숨을 쉴 때는 끙끙 앓으면서 다시는 젊었을 때의 마음이 없는 노인을 보지 못하였느냐?’
이때 죄인이 대답한다.
‘그렇습니다, 대왕이여. 저는 이미 보았습니다.’
염라왕이 말한다.
‘너는 마땅히 〈나도 지금 또한 이 몸에 저렇게 늙는 법이 있다. 늙는 것은 싫다. 마땅히 착한 행을 닦아야 한다〉고 스스로 알았어야 했다.’
죄인이 대답한다.
‘그렇습니다, 대왕이여. 그때는 실로 그것을 믿지 않았습니다.’
염라대왕이 말한다.
‘나는 진실로 그것을 알고 있다. 너는 몸과 입과 뜻으로 착한 행을 짓지 않았다. 그래서 이제 마땅히 네 죄를 다스려 다시는 범하지 않게 하리라. 네가 지은 악(惡)은 부모가 지은 것도 아니고, 국왕이나 대신이나 백성들이 지은 것도 아니다. 네가 스스로 그 죄를 지었으므로 마땅히 스스로 그 과보를 받는 것이다.’

그때 염라왕은 두 번째 천사를 시켜 다스리게 한다. 다시 세 번째 천사를 시켜 그 사람에게 묻는다.
‘너의 전신(前身)이 이전에 사람의 몸으로 있었을 때에 똥오줌 위에 누워서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병든 사람을 보지 못하였는가?’
죄인이 대답한다.
‘그렇습니다, 대왕이여. 저는 진실로 보았습니다.’
염라왕이 말한다.
‘어떠냐? 남자야, 너는 스스로 내게도 저런 병이 있어 저런 걱정을 면하지 못할 것이라고 알지 못하였느냐?’
죄인이 대답한다.
‘실로 그랬습니다. 저는 그것을 생각지 못했습니다.’
염라왕은 말한다.
‘나도 네가 그랬을 줄 안다. 어리석고 미혹하면 그것을 알지 못한다. 나는 지금 네 죄를 다스려 너로 하여금 다시는 범하지 않게 하리라. 그 죄는 네 부모가 지은 것도 아니고, 국왕이나 대신이 지은 것도 아니다.’

그때 염라왕은 이렇게 가르치고 명령한다.
또 네 번째 천사를 시켜 그 사람에게 묻게 한다.
‘어떤가, 남자야. 몸이 마른나무와 같이 되어서 바람은 떠나고 불도 꺼져서 아무 감정과 생각이 없을 때 다섯 친족들이 빙 둘러싸고 통곡하며 울부짖는 것을 보았는가?’
죄인이 대답한다.
‘그렇습니다, 대왕이여. 저는 이전에 보았습니다.’
염라왕은 말한다.
‘너는 왜 〈나도 장차 이 죽음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라는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느냐?’
죄인이 대답한다.
‘그렇습니다, 대왕이여. 저는 그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하였습니다.’
염라왕은 말한다.
‘나도 또한 네가 그 법을 깨닫지 못하였으리라고 믿는다. 이제 너를 다스려 너로 하여금 다시는 범하지 않게 하리라. 그 착하지 않은 죄는 부모가 지은 것도 아니고, 국왕이나 대신이나 백성들이 지은 것도 아니다. 네가 본래 스스로 지어 지금 직접 그 죄를 받는 것이다.’

그때 염라왕은 다시 다섯 번째 천사를 시켜 그 사람에게 말하게 한다.
‘너는 이 전에 사람으로 있었을 때에 어떤 도둑이 담을 뚫고 집을 부수고서 남의 재산과 보물을 훔쳐서는 혹 불을 지르기도 하고, 혹은 도로(道路)에 숨겨두기도 하였다가, 만약 국왕에게 잡히면 혹 손과 발이 잘리기도 하고 혹은 죽임을 당하기도 하며, 혹은 감옥에 갇히기도 하고 혹은 뒤로 묶인 채 시장에 끌려 다니기도 하며, 혹은 모래나 돌을 짊어지고 다니게 하기도 하고 혹은 거꾸로 매달기도 하며, 혹은 화살을 모아 쏘기도 하고 혹은 구리쇠를 녹여 그 몸에 붓기도 하며, 혹은 불로 지지기도 하고 혹은 그 가죽을 벗겨 도로 그것을 먹게 하기도 하며, 혹은 배를 갈라 풀을 채우기도 하고 혹은 끓는 물에 삶기도 하며, 혹은 칼로 쪼개거나 바퀴로 그 머리를 갈리기도 하고 혹은 코끼리 발로 밟아 죽이기도 하며, 혹은 머리를 나무 가지에 달아 죽이기도 하는 것을 보지 못하였는가?’
죄인이 대답한다.
‘저는 그런 사실을 보았습니다.’
염라왕은 말한다.
‘너는 왜 남의 물건을 몰래 훔쳤느냐? 마음으로 그런 일이 있을 줄 알면서 왜 범했느냐?’
‘그렇습니다, 대왕이여. 저는 정말 어리석고 미혹하였습니다.’
염라왕은 말한다.
‘나도 네 말을 믿는다. 이제 네 죄를 다스려 너로 하여금 다시는 범하지 않게 하리라. 이 죄는 부모가 지은 것도 아니고, 국왕이나 대신이나 백성들이 지은 것도 아니다. 네 스스로 그 죄를 지어 네 자신이 직접 그 과보를 받는 것이다.’

그때 염라왕은 죄를 다 묻고 나서는 곧 옥졸들에게 명령하여, 빨리 그 사람들을 끌고 가서 감옥에 가두라고 한다. 그때 옥졸들은 왕의 명령을 받고 그 죄인들을 끌고 가서 옥에 가둔다.
그 지옥 왼쪽에는 불이 훨훨 타오르는데 안팎의 성은 모두 쇠로 되어 있고 땅도 쇠로 되어 있었다. 네 군데에 성문이 있는데, 지독히 더러운 냄새가 나서 마치 똥오줌이 있는 변소와 같다. 칼로 된 산과 칼로 된 나무들이 사방을 빙 둘러쌌으며, 또 쇠로 만든 듬성듬성하게 얽어진 그물이 그 위를 덮었느니라.”

그때 세존께서 곧 이 게송을 말씀하셨다.
네 벽과 네 성문은
넓고도 길어 진실로 든든하며
쇠 그물이 그 위를 덮었으니
나오려 해도 기약이 없다.

그때 다시 쇠로 된 땅은
불이 붙어서 지극히 치성(熾盛)한데
사방 벽은 1백 유순(由旬)이나 되고
동일한 빛으로 벌겋게 달아 있다.

그 한 복판에는 네 기둥이 있어
바라보기만 해도 진실로 두렵다.
그리고 칼로 된 나무 위에는
쇠 부리의 까마귀가 앉아 있다.

냄새나는 곳 실로 살기 어렵나니
보기만 해도 온몸의 털 일어선다.
여러 가지 무서운 기구가 있는
거기에는 작은 지옥 열여섯이 있다.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때 옥졸들은 여러 가지 고통스러운 기구로 이 사람을 친다. 그래서 그 죄인들이 다리를 들어 지옥에 들어갈 때에는 피와 살은 거기서 다 없어지고 오직 뼈만 남게 된다. 그때 옥졸들이 그 죄인들을 끌어다가 다시 날카로운 도끼로 그 몸을 쪼개면 그 고통이 이루 다 헤아리기 어려워 죽기를 바라지만 죽지도 않고, 반드시 그 죄가 다 없어진 뒤라야 비로소 그곳을 벗어나게 된다. 그들은 인간 세계에서 지은 죄업(罪業)이 반드시 다 사라지고 나서야 비로소 거기에서 나오게 되느니라.

그때 그곳 옥졸들은 그 죄인들을 데려다가 칼로 된 나무에 매달고는 혹은 올리고 혹은 내린다. 그때 죄인들은 나무 위에 있을 때면 쇠 부리가 달린 까마귀에게 먹히는데, 혹은 그 머리를 쪼아 뇌(腦)를 꺼내 먹기도 하고, 혹은 손과 발을 움켜쥐고 뼈를 쪼아 골수를 뽑아 먹기도 한다. 그러나 그 죄는 다 끝나지 않고, 만약 그 죄가 다 끝난 사람은 그때야 비로소 나오게 되느니라.

그때 옥졸들은 그 죄인들을 붙들어다가 뜨거운 구리쇠 기둥에 앉힌다. 그것은 전생에 음일(淫泆)한 짓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죄를 받는 것이다. 그 죄를 받았지만 그래도 끝내 벗어나지 못하느니라.
그때 옥졸들은 발뒤꿈치에서부터 정수리에 이르기까지 힘줄을 뽑아 앞에서 당기기도 하고, 혹은 수레에 싣고는 혹 앞으로 나아가기도 하고 혹은 뒤로 물러가기도 하면서 꼼짝 못하게 하는데, 거기서 받는 고통은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다. 그리하여 반드시 그 죄가 없어진 뒤라야 그곳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때 옥졸들은 다시 그 죄인들을 붙들어 화산(火山) 위에 올려두고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게 한다. 그리하여 몸이 다 문드러진 뒤라야 비로소 벗어나게 된다. 그때 그 죄인들은 이런 고통스러운 일 때문에 죽기를 바라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반드시 그 죄가 다 없어진 뒤라야 비로소 거기에서 나오게 된다.

이때 옥졸들은 또 그 죄인들을 붙잡아 혀를 뽑아 등 뒤로 던진다. 그곳에서 받는 고통 또한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지만 죽기를 바라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때 옥졸들은 다시 그 죄인들을 붙잡아 칼 산 위에 올려놓고 혹은 다리를 끊기도 하고, 혹은 머리를 베기도 하며, 혹은 팔을 자르기도 한다. 그러나 꼭 그 죄가 다 없어진 뒤라야 비로소 나오게 된다.

그때 옥졸(獄卒)들은 다시 뜨겁게 달군 큰 무쇠 잎사귀로 죄인들의 몸을 덮는데, 살았을 때에 옷을 입히듯이 한다. 그 당시의 고통 또한 너무도 혹독하여 견디기가 어렵다. 그것은 다 탐욕(貪欲) 때문에 그런 죄를 받는 것이다. 옥졸들은 다시 그 죄인들에게 다섯 가지 노역을 시킨다. 휘몰아 비스듬히 뉘이고 쇠못을 가져다가 그의 손과 발에 박고, 또 한 개의 못을 그 심장(心臟)에 박는다. 거기에서 받는 고통도 실로 말할 수 없는데, 반드시 그 죄가 다 없어진 뒤라야 비로소 그곳에서 나오게 된다.

그때 옥졸들은 다시 죄인들을 붙잡아 거꾸로 들어 끓는 가마솥에 집어넣는다. 그때는 몸이 내려갈 때에도 다 문드러지고 또 다시 올라갈 때에도 다 문드러지며, 사방으로 돌 때에도 다 허물어져 그 고통과 쓰라림은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다. 떠올라도 문드러지고 가라앉아도 문드러진다. 비유하면 마치 큰 가마솥에다 팥을 삶을 때에 팥이 떴다 잠겼다 하는 것처럼 지금 그 죄인들도 역시 그와 같아서, 떠올라도 문드러지고 가라앉아도 문드러진다. 거기에서 받는 고통 또한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다. 그러나 반드시 그 죄를 다 받고 난 뒤라야 비로소 그곳에서 나오게 되느니라.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혹 어떤 때는 그 지옥에서 여러 해를 지나 동쪽 문이 열린다. 그때 죄인(罪人)들이 그쪽으로 달려가면 문은 저절로 닫힌다. 그러면 죄인들은 모두 땅바닥에 쓰러진다. 그 가운데에서 받는 고통은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다. 그때 그들은 저마다 ‘너 때문에 문을 나가지 못했다’고 서로들 원망한다.”

그때 세존께서는 곧 게송을 설하셨다.
어리석은 이 항상 기뻐하는 것이
마치 저 광음천(光音天) 같고
지혜로운 이 항상 근심하는 것
마치 옥중에 갇힌 사람 같다.

그때 큰 지옥에서 백천만 년이 지나 다시 북쪽 문이 열린다. 그때 또 죄인들이 북쪽 문을 향해 달려가면 문은 곧 닫히고 만다. 반드시 죄가 다 없어진 뒤라야 비로소 그곳을 벗어날 수 있다. 그때 그 죄인들은 다시 수백만 년을 지내고 나서 겨우 그곳에서 나오게 되는데, 인간 세상에서 지은 죄가 반드시 끝나야만 한다. 옥졸들은 다시 죄인들을 잡아다가 쇠도끼로 죄인의 몸을 쪼개고, 얼마만큼 죄를 받은 뒤에 다시 받게 하는 등, 반드시 그 죄가 다 끝난 뒤라야 비로소 그곳에서 나오게 되느니라.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혹 때로는 그 지옥의 동쪽 문이 다시 한 번 열린다. 그때 그곳에 있던 중생들은 다시 동쪽 문으로 달려 나간다. 그러면 문은 다시 저절로 닫혀서 나갈 수가 없다. 가령 혹 나갈 수 있다 해도 다시 큰 산이 놓여있어서 그곳으로 가게 되어 있다. 그 산 속에 들어가면 두 산이 양쪽에서 합해지나니, 비유하면 마치 삼씨로 기름을 짜는 것과 같다. 그 가운데에서 받는 고통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으나 반드시 그 고통이 끝난 뒤라야 그곳을 빠져 나올 수가 있다.
그때 그 죄인들이 앞으로 더 나아가게 되면 다시 열회지옥(熱灰地獄)을 만나게 된다. 그 지옥의 길이와 너비는 수천만 유순(由旬)이며, 그 안에서 받는 고통도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다. 그러나 반드시 죄의 근본이 끝난 뒤라야 그곳에서 나올 수 있다. 거기에서 더 나아가면 다음에는 도자지옥(刀刺地獄)이 있다. 그때 그 죄인들이 다시 도자지옥에 들어가면 곧 큰 바람이 일어나 이 죄인의 몸과 힘줄과 뼈를 파괴한다. 거기에서 받는 고통 또한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다. 그러나 반드시 죄가 다 끝난 뒤라야 그곳을 빠져 나올 수 있다.

그 다음에는 또 대열회지옥(大熱灰地獄)이 있다. 그때 그 죄인들이 다시 이 대열회지옥에 들어가면, 몸이 문드러져 녹아내려 그곳에서 받는 고통이 한량없이 많다. 그러나 반드시 죄가 다 없어진 뒤라야 그곳에서 나오게 된다. 그때 그 죄인들은 비록 이 열회지옥에서 나오게 되더라도 다시 도검지옥(刀劍地獄)을 만나게 되는데, 그 지옥의 길이와 너비는 수천만 리(里)나 된다. 그때 죄인들이 이 도검지옥에 들어가면 그 가운데에서 받는 고통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다. 그러나 반드시 죄가 다 없어진 뒤라야 그곳에서 나오게 된다.

또 비시지옥(沸屎地獄)이 있다. 그 지옥 안에는 미세한 벌레가 있어서 뼈 속까지 파고 들어가 이 죄인을 먹어치운다. 비록 그 지옥에서 나오게 되더라도 앞으로 나아가다가 옥졸들을 만난다. 그때 옥졸들은 죄인들에게 묻는다.
‘그대들은 어느 곳으로 가려고 하는가? 또 어디서 오는 것인가?’
죄인들이 대답한다.
‘저희들은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겠고 또 장차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저 저희들은 너무도 배가 고프고 목이 말라 무엇이든 먹고 싶을 뿐입니다.’
옥졸들은 대답한다.
‘우리들이 지금 공급해 주리라.’
그때 옥졸들은 죄인들을 붙잡아 반듯이 눕히고 매우 뜨거운 큰 쇠 구슬을 가져다가 죄인들로 하여금 삼키게 한다. 그래서 죄인들이 받는 고통은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다. 그때 뜨거운 쇠 구슬은 입을 통해 아래로 내려가면서 창자와 밥통을 다 태우는데, 그 받는 고통은 한량이 없다. 그러나 반드시 죄가 다 없어진 뒤라야 그곳에서 나오게 된다.

그리하여 그 죄인들은 받는 고통을 견디지 못해 다시 열시지옥(熱屎地獄)ㆍ도검지옥ㆍ대열회지옥으로 다시 들어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많은 지옥을 거친다.
그때 그 중생들은 받는 고통을 견디지 못해 머리를 돌려 열시지옥으로 들어간다. 그때 옥졸들은 그 중생들에게 말한다.
‘그대들은 어디로 가려고 하며 또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죄인들 대답한다.
‘저희들은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고 또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옥졸들이 묻는다.
‘지금 무엇이 필요한가?’
죄인들이 대답한다.
‘저희는 몹시 목이 마릅니다. 물을 마시고 싶습니다.’
그때 옥졸들은 죄인들을 붙잡아서 반듯이 눕히고 구리쇠 녹인 물을 입에 쏟아 부어 밑으로 내려가게 한다. 그 속에서 받는 고통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다. 그러나 반드시 죄가 다 없어진 뒤라야 그곳에서 빠져 나오게 되느니라.
그때 그 사람은 받는 고통을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비시지옥ㆍ검수지옥ㆍ열회지옥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돌아와 큰 지옥으로 들어간다.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때 죄인들의 고통은 이루 다 헤아리기 어렵다. 가령 그 죄인들은 눈으로 빛깔을 보더라도 마음으로 사랑하지도 좋아하지도 않으며, 또 귀로 소리를 듣고, 코로 냄새를 맡으며, 혀로 맛을 보고, 몸으로 부드럽고 섬세한 감촉을 느끼며, 뜻으로 법을 알더라도 모두 성만 낸다. 왜냐하면 그것은 본래 착한 행을 짓지 않은 과보(果報)를 말미암고 항상 나쁜 업(業)만 지었기 때문에 그런 죄를 받는 것이니라.

그때 염라왕은 그 죄인들에게 명령한다.
‘그대들은 좋은 이익을 얻지 못하였다. 전생에 인간 세상에 있으면서 세간의 복(福)을 받았으나 몸ㆍ입ㆍ뜻으로 지은 행이 서로 호응하지 않았고, 또 보시[惠施]ㆍ인애(仁愛)ㆍ남을 이롭게 함[利人]ㆍ평등한 이익[等利]을 행하지 않았었다. 그런 까닭에 지금 이런 고통을 받는 것이다. 이 나쁜 행(行)은 부모가 지은 것도 아니고, 국왕이나 대신이 지은 것도 아니다. 모든 중생들이 몸ㆍ입ㆍ뜻이 청정(淸淨)하여 더러움이 없으면 흡사 저 광음천(光音天)과 같을 것이고, 모든 중생들이 온갖 악행(惡行)을 지으면 흡사 지옥과 같을 것이다. 너희들은 몸ㆍ입ㆍ뜻이 청정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지금 이런 죄를 받는 것이다.’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염라왕은 곧 이렇게 말한다.
‘나는 장차 언제나 이 고난을 벗어날 수 있을까? 인간 세계에 태어나 사람의 몸을 얻으면, 곧 출가하여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의(法衣)를 입고 비구가 되어 도(道)를 배우리라.’
염라왕도 오히려 이런 생각을 하거늘 하물며 너희들은 이제 사람의 몸을 얻어 사문이 되지 않았는가?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항상 몸ㆍ입ㆍ뜻으로 짓는 행을 염두에 두고 행하여 이지러짐이 없게 하라. 마땅히 5결(結)을 끊고, 5근(根)을 닦고 행해야 한다. 이와 같이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5 ]5)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舍衛國)의 동원(東苑) 녹모원(鹿母園)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이때 세존께서는 7월 15일에 한데다 자리를 펴고 앉으셨고, 비구들은 앞뒤로 빙 에워쌌다.
부처님께서 아난(阿難)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한데서 빨리 건추(揵椎)를 쳐라. 왜냐하면 오늘 7월 15일은 수세(受歲)6)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때 존자 아난은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꿇어앉아 합장하고 곧 이 게송을 읊었다.
깨끗한 눈은 짝할 이 없고
단련하지 않은 일도 없으며
지혜롭고 집착이 없는 분이시여
무엇을 수세라 부르나이까?

그때 세존께서 다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수세란 세 가지 업을 깨끗이 하는 것이니
몸과 입과 뜻으로 행한 일이니라.
비구들은 서로서로 마주 대하여
저마다 제 잘못을 고백(告白)하여라.

오늘은 대중들이 수세를 하려고
제각기 제 이름을 스스로 일컫나니
나도 깨끗한 마음으로 수세하련다.
원컨대 내 허물을 들추어내라.

그때 아난이 다시 게송으로 그 뜻을 여쭈었다.
항하(恒河)의 모래처럼 많은 과거 부처님과
벽지불(辟支佛)과 그리고 모든 성문(聲聞)들
그들도 모두 이런 부처님 법입니까?
오직 이 석가문(釋迦文)만 그러합니까?

그때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항하의 모래처럼 많은 과거 부처님과
그 제자들의 맑고 깨끗한 마음
그것은 모두 다 부처님의 법이요
지금의 석가문만이 아니다.

그러나 벽지불에게는 이 법이 없나니
수세도 없고 또 제자(弟子)도 없다.
짝 되는 동무 없이 홀로 가면서
남을 위해서 설법도 하지 않는다.

미래에 오실 불세존(佛世尊)
항하의 모래 같아 셀 수 없지만
그들도 모두 다 수세하나니
마치 지금 구담(瞿曇)의 법과 같다.

그때 존자 아난은 이 말을 듣고 기뻐 뛰면서 어쩔 줄 몰랐고, 곧 강당(講堂)으로 올라가 건추를 잡고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지금 이 여래의 신고(信鼓)를 치리니, 모든 여래의 제자 대중들은 다 모여라.”

그때 다시 이 게송을 외웠다.
모든 악마 원수의 힘 항복 받고
모든 결박 없애어 남음이 없네.
지금 이 한데서 건추를 치리니
비구들은 이 소리 듣고 모두 모여라.

나고 죽음의 바다 건너는
이 법을 듣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
이 묘(妙)한 울림의 소리 들리면
모두들 구름처럼 여기 모여라.

그때 존자 아난은 건추를 치고 나서 세존에게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서서 세존께 여쭈었다.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원컨대 세존이시여, 무엇을 시키시겠습니까?”

그러자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차례를 지켜 앉아라. 나 여래가 스스로 때를 알아서 하리라.”
그때 세존께서는 풀 자리에 앉아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도 다 풀 자리에 앉아라.”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때 모든 비구들은 각각 풀 자리에 앉았다.

그때 세존께서는 잠자코 모든 비구들을 바라보시고 나서 곧 모든 비구들에게 이렇게 분부하셨다.
“나는 지금 수세를 하고자 한다. 내가 대중들에게 허물은 없는가? 또 몸ㆍ입ㆍ뜻으로 범한 일은 없는가?”
여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으나 모든 비구들은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이때 세존께서는 두 번 세 번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수세를 하고자 한다. 그런데 내가 대중들에게 정말 아무 허물이 없는가?”

그때 존자 사리불(舍利弗)이 곧 자리에서 일어나 꿇어앉아 합장하고 세존께 아뢰었다.
“모든 비구들은 여래의 몸ㆍ입ㆍ뜻에 허물이 없다고 보나이다. 왜냐하면 세존께서는 오늘날까지 건너지 못한 이를 건너게 하셨고, 벗어나지 못한 이를 벗어나게 하셨으며, 열반(涅槃)하지 못한 이를 열반하게 하셨고, 구원할 자 없는 이를 구원해 주셨으며, 장님에게는 눈이 되어 주시고, 병자(病者)를 위해서는 큰 의사가 되셨습니다.
삼계(三界)에서 홀로 높아 아무도 미칠 이가 없으며 가장 높으시고 최상(最上)이어서, 도(道)의 뜻을 내지 않은 이는 도의 뜻을 내게 하셨고, 깨닫지 못한 대중들에게는 세존께서 깨닫게 해 주시며, 아직 법을 듣지 못한 이에게는 법을 듣게 해 주시고, 헤매는 이를 위해서는 항상 바른 법으로 지름길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러므로 여래께서는 대중들에게 허물이 없으며, 그리고 몸과 입과 뜻에도 아무런 허물이 없으십니다.”

이때 사리불은 세존께 여쭈었다.
“저는 지금 여래께 제 자신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여래와 비구 스님에게 허물이 없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대 사리불은 지금까지 몸과 입과 뜻으로 짓는 좋지 못한 행위가 전혀 없다. 왜냐하면 지금 그대의 지혜는 아무도 따라갈 이가 없다. 즉 갖가지 지혜[種種智慧]ㆍ한량없는 지혜[無量智慧]ㆍ끝없는 지혜[無邊智]ㆍ짝할 이 없는 지혜[無與等智]ㆍ빠른 지혜[疾智]ㆍ민첩한 지혜[捷智]ㆍ매우 깊은 지혜[甚深智]ㆍ평등한 지혜[平等智]이다. 게다가 욕심이 적고 만족할 줄 알며, 조용한 곳을 좋아하고 온갖 방편이 많으며, 생각이 어지럽지 않아 총지삼매(摠持三昧)의 근원(根原)을 원만하게 갖추었으며, 계(戒)를 성취하였고 삼매를 성취하였으며, 지혜를 성취하였고 해탈(解脫)을 성취하였으며, 해탈견혜(解脫見慧)를 성취하였다. 또 용감하고 날쌔고 잘 인내하며, 하는 말마다 악한 말이 없고, 법에 저촉되는 짓은 하지 않으며, 심성(心性)이 조용하여 사납지 않다. 비유하면 마치 전륜성왕(轉輪聖王)의 맏이인 태자가 왕위(王位)를 이어받아 법륜(法輪)을 굴리는 것처럼, 사리불도 그와 같아서 위없는 법륜을 굴리고 있다. 그 법륜은 하늘이나 세상 사람이나 용ㆍ귀신ㆍ마(魔)나 또는 마천(魔天)으로서는 본래 굴리지 못하는 것이다. 지금 너의 말은 언제나 법다워 이치에 어긋난 일이 없느니라.”

그때 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 5백 비구들도 다 수세(受歲)를 해야 합니다. 저들도 다 여래께 허물이 없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이 5백 비구들의 몸과 입과 뜻이 지은 행(行)에 대해서도 꾸짖지 않겠다. 왜냐하면 사리불은 대중들 가운데서 지극히 청정하여 더러움이 없다. 그리고 이 대중들 중에서 가장 작고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도 수다원(須陀洹)을 얻어 반드시 위로 향상하고 뒤로 물러나 변하지 않는 법에 이를 것이다. 그런 까닭에 나는 이 대중들을 꾸짖지 않는 것이다.”

그때 다기사(多耆奢)7)가 대중들 가운데 있다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의 앞에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에 예를 올리고 세존께 아뢰었다.
“제가 지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지금이 바로 그때이니라.”

다기사가 곧 부처님 앞에서 부처님과 비구 스님들을 찬탄하여 이런 게송을 읊었다.
맑고 깨끗한 이 보름날
5백 비구들 모두 모였네.
온갖 결박을 다 풀어버리고
애욕이 없어 다시는 나지 않네.

전륜(轉輪) 대성왕(大聖王)은
모든 신하들에게 둘러싸여
천상(天上)과 또 이 세간의
모든 세계를 두루 통솔한다네.

대장은 사람 중의 높은 이로서
사람들의 도사(導師) 되고
제자들은 따르기 좋아하나니
세 가지 환함과 여섯 가지 신통 트였네.

그들은 다 진실한 부처님의 제자로
티끌이나 때를 가진 이 없고
애욕의 가시를 끊을 능력 가진 이들로서
오늘 스스로 귀명(歸命)한다네.

그때 세존께서는 다기사가 한 말을 옳다고 하셨다. 다기사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여래께서 오늘 내가 한 말을 옳다고 허락하셨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기뻐 뛰면서 어쩔 줄 몰랐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 물러나 제 자리로 돌아갔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성문 제자들 중에서 게송(偈頌)을 제일 잘 짓는 제자는 다기사 비구이다. 또 하는 말마다 의심이 없이 말하는 이도 또한 다기사이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6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열성(羅閱城) 가란타죽원(迦蘭陀竹園)에서 대비구(大比丘)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삼십삼천(三十三天)의 어떤 천자(天子)의 형체에 다섯 가지 죽을 징조가 나타났다. 무엇이 그 다섯 가지 징조인가? 첫째는 꽃으로 만든 관[華冠]이 저절로 시드는 것이요, 둘째는 의상(衣裳)에 때가 끼는 것이며, 셋째는 겨드랑이 아래로 땀이 흐르는 것이요, 넷째는 본래의 자리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며, 다섯째는 옥녀(玉女)가 어기고 배반하는 것이다. 그때 그 천자는 시름하고 근심하고 괴로워하며 가슴을 치면서 탄식하였다. 그때 석제환인(釋帝桓因)은 그 천자가 시름하고 근심하고 괴로워하며 가슴을 치면서 탄식하는 소리를 듣고 곧 한 천자에게 물었다.
“저 소리가 무슨 소리이기에 여기까지 들리는가?”

그 천자가 대답하였다.
“천왕께선 마땅히 아셔야만 합니다. 지금 어떤 천자에게 목숨을 마칠 때 일어나는 다섯 가지 죽음의 징조가 나타났습니다. 첫째는 꽃으로 만든 관이 저절로 시드는 것이요, 둘째는 의상에 때가 끼는 것이며, 셋째는 겨드랑이 아래로 땀이 흐르는 것이요, 넷째는 본래의 자리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며, 다섯째는 옥녀가 어기고 배반하는 것입니다.”

그때 석제환인은 목숨을 마치려고 하는 그 천자가 있는 곳으로 가서 말하였다.
“너는 지금 무엇 때문에 그처럼 시름하고 근심하고 괴로워하는가?”

천자가 대답하였다.
“존자(尊者) 인제(因提)여, 어떻게 근심하고 괴로워하지 않겠습니까? 이제 목숨을 마치려나 봅니다. 다섯 가지 죽음의 징조가 나타났습니다. 즉 꽃으로 만든 관이 저절로 시들고, 의상에 때가 끼며, 겨드랑에서 땀이 흐르고, 본래의 자리를 좋아하지 않으며, 옥녀가 어기고 배반합니다. 이제 이 7보로 된 궁전을 모두 잃게 될 것이요, 5백 옥녀들도 모두 별처럼 흩어질 것입니다. 내가 먹는 감로(甘露)도 이제는 맛이 없습니다.”

그때 석제환인이 그 천자에게 말하였다.
“너는 여래의 게송을 듣지 못하였는가?
모든 현상[行]은 덧없는 것이어서
태어나면 반드시 죽음이 있네.
태어나지 않으면 또한 죽지도 않나니
저 멸도(滅度:涅槃)의 경계 가장 즐겁다.

너는 지금 무엇 때문에 그처럼 근심하고 괴로워하느냐? 모든 현상[行]은 덧없는 것이다. 그런 것은 오래도록 보전하려고 애써도 그렇게 되지 않느니라.”

천자가 대답하였다.
“어떻습니까? 천자여, 내가 어떻게 걱정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지금 내 몸은 하늘의 몸이라 청정하여 때가 없고, 그 광명은 해와 달에 비유할 만해서 비추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 몸을 버리고 나면 장차 저 라열성 안에 있는 돼지의 뱃속에 태어날 것입니다. 그곳에 태어나서는 항상 똥을 먹을 것이요, 죽임을 당할 때에는 칼에 베이게 될 것입니다.”

그러자 석제환인이 그 천자에게 말하였다.
“너는 지금 부처님과 법과 승가에 귀의(歸依)하라. 그러면 설령 그때를 당하더라도 세 갈래 나쁜 세계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때 천자가 대답하였다.
“지금 3존(尊)에 귀의하면 세 갈래 나쁜 세계에 떨어지지 않습니까?”

석제환인이 말하였다.
“그렇다, 천자여. 스스로 3존에 귀의하면 마침내 세 갈래 나쁜 세계에 떨어지지 않는다. 여래께서도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부처님께 귀의하는 모든 사람은
세 갈래 나쁜 세계에 떨어지지 않는다.
번뇌 다하여 하늘 위에 살다가
장차 곧 열반에 이를 것이다.

그때 그 천자는 석제환인에게 물었다.
“여래는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그때 천왕이 대답하였다.
“지금 여래께서는 마갈국(摩竭國) 라열성(羅閱城) 안에 있는 가란타죽원에서 대비구 5백 명과 함께 계신다.”

천자가 대답하였다.
“내겐 지금 그곳에 가서 여래를 뵐 만한 그런 기력이 없습니다.”

석제환인이 말하였다.
“천자여, 마땅히 알아야만 한다.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꿇어 앉아 합장하고 아래 방향에 있는 세계를 향해 이렇게 말하라.
‘원컨대 세존께서는 잘 관찰하소서. 저는 지금 곧 목숨이 끊어질 처지에 있습니다. 원컨대 가엾이 여기소서. 지금 저는 3존(尊)과 여래ㆍ무소착(無所着)께 귀의합니다.’”

그때 그 천자는 석제환인의 말에 따라 곧 꿇어앉아 아래 방향의 세계를 향해 자신의 성명을 일컫고 이렇게 말하였다.
‘지금 저는 부처님과 법과 승가 대중에게 스스로 귀의하오며, 목숨을 마칠 때까지 부처님의 참 제자가 되겠습니다. 천자의 자리는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이렇게 세 번 말하고는 ‘돼지의 태(胎)에 들어가지 않고 장차 장자(長者)의 집에 태어나리라’고 하였다.

그때 그 천자는 이런 인연을 보고 나서 곧 석제환인을 향해 이 게송을 읊었다.
좋은 인연이요 나쁜 인연 아니며
법을 위함이요 재물을 위함이 아니다.
바른 도(道)로써 인도하는 것
그것은 거룩한 이 찬탄하는 것이다.

악한 세계에 떨어지지 않는 천왕 말씀 들었거니
돼지의 태는 참으로 인연하기 어렵다.
스스로 관찰하여 장자의 집에 태어나
그로 인해 장차는 부처님을 뵈리라.

그때 천자는 수명(壽命)의 길고 짧음을 따라 라열성에 살고 있는 큰 장자의 집에 태어나게 되었다.
그때 장자의 부인은 자신이 아기를 밴 줄을 알았다. 그 부인은 열 달이 차서 한 사내아이를 낳았다. 그 아이는 단정(端正)하기 짝이 없어 세상에서 보기 드문 존재였다. 그때 석제환인은 그 아이가 열 살이 가까워진 줄을 알고 자주 찾아가 그 아이에게 말하였다.”
너는 과거에 지은 인연을 기억해 보아라. 너는 스스로 ‘나는 장차 이 인연으로 부처님을 뵈리라’고 말했었다. 지금이 바로 그때이다. 어서 가서 세존을 뵈어라. 만일 가지 않으면 뒤에 반드시 후회하는 일이 있을 것이다.”

그때 존자 사리불이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라열성에 들어가 차례로 걸식하다가 그 장자 집에 가까이 이르러 문밖에서 조용히 서 있게 되었다.

그때 장자의 아들은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있는 사리불의 얼굴이 특별하게 뛰어난 것을 보고 나서, 곧 사리불 앞에 나아가 이렇게 말하였다.
“여기 있는 당신은 누구십니까? 어느 분의 제자이며 어떤 법을 수행하십니까?”

사리불이 말하였다.
“내 스승은 석씨 종족에서 태어났다가 지금은 출가하여 도를 배우셨다. 스승님의 명호는 여래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이라고 하신다. 나는 항상 그분을 따라 법을 받아 배운다.”

그때 그 아이는 곧 사리불을 향해 게송으로 말하였다.
존자께선 지금 조용히 서 계시며
발우를 들었고 용모 또한 단정하네.
존자께선 지금 무엇을 구하며
누구와 이곳에 머물고 계십니까?

그때 사리불은 다시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나는 지금 재물을 구하는 것도 아니고
음식이나 옷이나 장식을 구하지도 않는다.
너를 위해 일부러 여기 왔으니
잘 살펴보고 내 말 들어 보아라.

과거에 네가 한 말 기억하는가?
너는 천상에서 맹세하며 말하기를
인간 세상에서 장차 부처님을 뵈리라고 했기에
그래서 일부러 여기 와서 말할 뿐이다.

세상에 부처님이 나타나기 어렵고
설법을 듣는 것도 또한 그러하며
사람의 몸을 얻기도 매우 어려우니
마치 우담(優曇)꽃 피는 것과 같다네.

너는 지금 곧 나를 따라와
함께 가서 여래의 모습 뵙자.
그분은 반드시 너를 위하여
극히 요긴한 좋은 이치 말해 주시리라.

그때 장자의 아들은 사리불의 말을 듣고 나서 곧 그 부모에게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서 있었다. 그때 장자의 아들이 부모님께 아뢰었다.
“원컨대 허락하소서. 저는 지금 세존께 나아가 받들어 섬기고 예를 올리고 강녕(康寧)하신지 문안을 드리고 싶습니다.”

부모가 대답하였다.
“지금이 정녕 그때이니라.”

장자의 아들은 곧 향과 꽃과 좋고 흰 천을 준비해 가지고 존자 사리불을 따라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서 있었다.

그때 사리불이 세존께 아뢰었다.
“이 장자의 아들은 저 라열성에 살고 있는데 3존(尊)을 알지 못합니다. 원컨대 세존께서 잘 설법하시어 이 사람으로 하여금 해탈(解脫)을 얻게 하소서.”

그때 장자의 아들이 멀리서 세존을 뵈오니, 위엄스런 모습이 단정하고 모든 감각기관은 고요하며, 32상과 80종호로 그 몸을 장엄한 것이 마치 수미산왕(須彌山王)과 같았으며, 얼굴은 해와 달 같아서 아무리 바라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았다. 그는 앞으로 나아가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서 있었다. 그때 장자의 아들은 곧 향과 꽃을 여래 위에 뿌리고, 다시 새롭고 흰 천을 여래에게 바친 뒤에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섰다.

그때 세존께서 그를 위해 차례로 설법하시니, 그때 설하신 논은 보시에 대한 논[施論]과 계율에 관한 논[戒論]과 천상(天上)에 태어나는 데 대한 논[生天論]이었다. 그때 또 탐욕(貪欲)은 깨끗하지 못한 번뇌로서 그것은 큰 근심거리이고, 출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때 세존께서는 그 어린아이의 마음이 열리고 뜻에 깨달은 바가 있음을 아셨다. 그래서 불세존(佛世尊)께서 항상 말씀하셨던 법인, 괴로움과 괴로움의 발생과 괴로움의 소멸과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하여 연설하셨다.

이때 그 장자의 아들은 그 자리에서 모든 티끌과 때가 다 없어지고 법안(法眼)이 깨끗해져 다시는 더러운 티가 없었다. 이때 그 장자의 아들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세존께 아뢰었다.
“오직 바라옵건대 세존이시여, 제가 출가하여 사문(沙門)이 되는 것을 허락하소서.”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대개 도를 닦으려는 사람은 부모에게 하직인사를 하지 않으면 사문이 될 수 없느니라.”

그러자 장자의 아들이 세존께 아뢰었다.
“그러면 꼭 부모의 허락을 받게 하여 주소서.”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지금이 바로 그때이니라.”

그때 장자의 아들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곧 그곳을 떠나 자기 집으로 돌아가 부모에게 아뢰었다.
“바라건대 사문이 되는 것을 허락하여 주소서.”

부모가 대답하였다.
“우리에게는 지금 오직 너 한 아들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집안 생활도 넉넉하여 재물도 풍족하고 보물도 많다. 또 사문의 법을 행하기는 그리 쉽지 않다.”

장자의 아들이 대답하였다.
“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시는 것은 억 겁(劫)을 지나야 비로소 있어 매우 만나기 어렵습니다. 모처럼 출현하시는 것이 마치 우담발화(優曇鉢華)가 모처럼 피는 것처럼, 여래도 또한 그와 같아서 억 겁을 지나야 비로소 출현하십니다.”

장자의 부모는 제각기 한숨을 지으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지금이 바로 그때이니라. 네가 마음대로 하라.”

그때 장자의 아들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곧 하직인사를 하고는 곧 떠나, 세존의 처소를 찾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서 있었다. 그때 그 장자의 아들이 세존에게 아뢰었다.
“부모님의 허락을 받았습니다. 원컨대 세존이시여, 도 닦기를 허락하소서.”

그때 세존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이 장자의 아들을 제도하여 사문이 되게 하라.”

사리불이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때 사리불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그를 제도하여 사미(沙彌)를 만들고는 날마다 가르쳤다.

그때 그 사미는 한가하고 조용한 곳에서 스스로 힘써 닦아, 족성자(族姓子)들이 출가하여 도를 배우면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위없는 범행(梵行)을 닦는 목적대로 괴로움을 여의고자 하였다. 그때 그 사미는 곧 아라한이 되어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이제 부처님을 뵙고 법을 듣고는 조금도 의심이 없게 되었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어떻게 부처를 보고 법을 듣고는 의심이 없어졌느냐?”

사미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색(色)은 무상(無常)한 것입니다. 무상한 것은 괴로운 것이요, 괴로운 것에 나[我]라고 할 것은 없으며, 나라고 할 것이 없으면 공(空)한 것이요, 공한 것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존재하지 않는 것도 아니며 또한 나라고 할 것도 없는 것입니다.
이것은 지혜로운 자만이 깨달아 아는 것입니다. 통(痛:受)ㆍ상(想)ㆍ행(行)ㆍ식(識)도 무상한 것입니다. 무상한 것은 괴로운 것이요, 괴로운 것에 나라고 할 것은 없으며, 나라고 할 것이 없으면 공한 것이요, 공한 것은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존재하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이것은 지혜로운 자만이 깨달아 아는 것입니다.
이 5성음(盛陰)은 무상한 것이요, 괴로운 것이며, 공한 것이요, 나라고 할 것이 없는 것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온갖 고뇌(苦惱)만 많아 다스릴 수 없는 것이요, 항상 냄새나는 곳에 있는 것으로서 오래 보전할 수 없는 것입니다. 모두 관찰해 보아도 거기에는 나라고 할 만한 것이 없습니다. 오늘 이러한 법을 관찰하고 곧 여래를 보았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사미야, 나는 네가 큰 사문임을 인정하노라.”

그때 그 사미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7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존자 나라타(那羅陀8)는 파라리국(波羅梨國)9) 어느 장자의 죽림(竹林)에 있었다.

그때 문다(文茶)10)왕의 첫 번째 부인이 목숨을 마쳤다. 왕은 그를 매우 사랑하고 매우 공경하였으며, 그를 생각하는 마음이 잠깐도 마음에서 떠난 일이 없었다.
그때 어떤 사람이 왕에게 와서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마땅히 아셔야만 합니다. 첫 번째 부인께서 지금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때 왕은 부인이 죽었다는 말을 듣고 매우 놀라고 슬퍼하면서 자신을 찾아온 사람에게 말하였다.
“너는 빨리 부인의 시체를 실어다가 참깨 기름에 담가 두고 나에게 보여라.”

그때 그 사람은 왕의 명령을 받고 곧 가서 부인의 시체를 가져다가 참깨 기름에 담갔다.

그때 왕은 부인이 죽었다는 말을 듣고는 매우 근심하고 번뇌하면서 아무것도 먹지 않고 마시지도 않았으며, 법을 가지지도 않고 왕이 해야 할 일을 처리하지도 않았다.

그때 왕의 곁에 가까운 신하가 하나 있었다. 그 신하의 이름은 선념(善念)이었는데, 그는 항상 대왕을 위해 칼을 잡고 있었다. 그가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마땅히 아셔야만 합니다. 우리나라에 나라타라는 사문이 계십니다. 그분은 아라한(阿羅漢)으로서 큰 신통[神足]이 있고, 식견이 넓고 아는 것이 많아서 익숙하지 못한 것이 없으며, 변재(辯才)가 있고 용기가 있고 지혜로우며, 언제나 웃음을 띠고 말씀하십니다. 원컨대 왕께서는 그분을 찾아가 그 설법을 들으소서. 만일 왕께서 그 설법을 들으시면 다시는 근심과 고통과 번민이 없게 될 것입니다.”

왕이 대답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그 말은 참으로 좋은 말이다. 선념아, 너는 지금 먼저 가서 그 사문께 말하라. 왜냐하면 대개 전륜성왕(轉輪聖王)이 어디 갈 때는 먼저 사람을 보내는 법이다. 사람을 먼저 보내지 않고 가는 것은 옳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자 선념이 대답하였다.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그는 왕의 분부를 받고 장자의 죽원(竹園)으로 갔다. 그는 나라타의 앞에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서 있었다.

그때 선념은 존자 나라타에게 말하였다.
“존자께서는 마땅히 아셔야만 합니다. 지금 대왕의 부인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왕은 그 일 때문에 아무것도 먹지 않고 마시지도 않으며, 왕의 법으로 나라를 다스리지도 않고 있습니다. 지금 그 왕이 와서 존자의 존안(尊顔)을 뵙고자 합니다. 바라건대 부디 그를 위해 설법하시어 왕으로 하여금 근심하거나 괴로워하지 않게 해 주소서.”

나라타가 대답하였다.
“오고 싶다면 지금이 바로 그럴 때이니라.”

그때 선념은 이 말을 듣고 나서 곧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이내 물러나 떠나갔다. 그는 왕이 있는 곳으로 돌아와 왕에게 아뢰었다.
“그 사문에게 이미 알렸습니다. 왕은 그리 아소서.”

왕은 곧 선념에게 명령하였다.
“너는 빨리 보배 깃털로 만든 수레를 장식하라. 내가 가서 저 사문을 뵈리라.”

선념은 곧 보배 깃털로 장식한 수레를 준비하고 왕에게 아뢰었다.
“수레가 이미 준비되었습니다. 왕은 그때를 아소서.”

왕은 곧 보배 깃털로 장식한 수레를 타고 성(城)을 나가 나라타가 있는 곳으로 나아가 장자의 죽원에 이르러서는 걸어서 들어갔다. 무릇 왕법(王法)의 다섯 가지 위용(威容)11)을 거두어 한쪽에 두고 나라타에게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이때 나라타가 왕에게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마땅히 아셔야만 합니다. 꿈같고 허깨비 같은 법은 근심과 걱정을 일으키고, 물거품 같은 법이나 눈덩이를 뭉쳐놓은 것 같은 법은 근심과 걱정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그런 까닭에 꽃과 같은 법을 생각함으로써 근심하거나 걱정해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다섯 가지 일은 가장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것을 다섯 가지라고 하는가?
대개 모든 색(色)은 다 없어지고 마는 것인데, 그런 색을 다 없어지지 않게 하려고 해도 그리 될 수 없는 것입니다. 모든 색은 다 사라지고 마는 것인데, 그런 것을 사라지지 않게 하려고 해도 그리 될 수 없는 것입니다. 대개 늙는 법을 늙지 않게 하려고 해도 그리 될 수 없고, 병드는 법을 병들지 않게 하려고 해도 그리 될 수 없으며, 죽는 법을 죽지 않게 하려고 해도 그리 될 수 없는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이것이 다섯 가지 일은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여래께서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때 나라타는 곧 이런 게송을 읊었다.
근심하거나 번민하는 것으로는
그 복됨을 얻지 못하나니
만일 근심과 걱정을 품고 있으면
바깥 경계가 그 틈을 엿보리라.

만일 지혜로운 사람이
마침내 이것을 생각하지 않으면
바깥 도둑은 도리어 근심하며
끝내 그 틈을 엿보지 못하리라.

위엄스런 거동과 예절 갖추고
보시를 좋아하여 아끼지 않으며
마땅히 힘써 좋은 방편 구하여
그 큰 이익을 얻도록 하라.

비록 어쩔 수 없는 것이라 해도
나나 또 저 여러 중생들
근심하지 않으면 재앙이 없으리니
그 행(行)의 과보가 어떤 줄 알리.

“또 대왕이여,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마땅히 잃게 되어 있는 것은 반드시 잃습니다. 그것을 이미 잃고 나면 곧 근심ㆍ걱정ㆍ고통ㆍ번민(煩悶)이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내가 사랑하던 것을 오늘 다 잃어버렸다’고 하는 것, 이것을 일러 ‘잃게 되어 있는 것은 반드시 잃게 되고, 거기에서 근심ㆍ걱정ㆍ고통ㆍ번민을 일으켜 이루 다 말할 수 없다’고 하는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이것이 첫 번째 근심의 가시로서 마음과 뜻을 더럽게 하는 것입니다. 범부에게는 이런 법이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태어남ㆍ늙음ㆍ병듦ㆍ죽음이 오는 곳을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대왕이여, 저는 또 들었습니다. 현성(賢聖)의 제자도 잃기 마련인 것을 반드시 잃습니다. 그러나 그때 그들은 근심ㆍ걱정ㆍ고통ㆍ번민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그런 까닭에 꼭 이렇게 공부해야 합니다.
‘내가 지금 잃은 것은 나 혼자만 그런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도 이런 일이 있다. 만약 내가 그것을 가지고 근심하고 걱정한다면 이것은 옳지 않다. 그것은 혹 친척들을 근심하게 하고 걱정하게 하며 원수들을 기쁘게 하는 것이다. 먹은 음식은 소화되지 않고 이내 병이 생겨 몸에 번열이 일어나고, 그로 말미암아 목숨을 마치게 된다.’
그때 곧 근심과 두려움의 가시를 빼면, 곧 태어남ㆍ늙음ㆍ병듦ㆍ죽음을 해탈하여 다시는 재앙과 걱정과 고뇌의 법이 없게 될 것입니다.

또 대왕이시여, 없어질 것은 반드시 없어지게 마련입니다. 그것이 없어지고 나면 근심ㆍ걱정ㆍ고통ㆍ번민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내가 사랑하던 것을 오늘 다 잃어버렸다.’
이렇게 생각할 터이니, 이것을 일러 ‘없어질 것은 반드시 없어지게 마련인데, 그것을 가지고 근심ㆍ걱정ㆍ고통ㆍ번민을 일으켜 이루 다 말할 수 없다’고 합니다. 대왕이시여, 이것을 일러 두 번째 근심의 가시로서 마음과 뜻을 더럽히는 것이라고 합니다. 범부에게는 이런 법이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그는 태어남ㆍ늙음ㆍ병듦ㆍ죽음이 오는 곳을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저는 또 들었습니다. 현성의 제자에게도 없어질 것은 반드시 없어지고 맙니다. 그러나 그는 근심ㆍ걱정ㆍ고통ㆍ번민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그런 까닭에 꼭 이렇게 공부해야 합니다.
‘지금 내게서 없어진 것은 내 혼자만 그런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도 이런 일들이 있다. 그런데도 내가 이것을 가지고 근심하고 걱정한다면 이것은 옳지 않다. 그것은 친척들을 근심하게 하고 걱정하게 하며, 원수들을 기쁘게 하는 것이다. 음식은 소화되지 않아 곧 병이 생겨 몸에 번열이 일어나고,그로 말미암아 목숨을 마치게 된다.’
그때 곧 근심과 두려움의 가시를 뽑아내면 곧 태어남ㆍ늙음ㆍ병듦ㆍ죽음을 제거해 버리고 다시는 재앙과 고뇌의 법이 없게 될 것입니다.

또 대왕이시여, 늙을 것은 반드시 늙게 마련입니다. 그것이 늙으면 근심ㆍ걱정ㆍ고통ㆍ번민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내가 사랑하던 것을 오늘 다 잃어버렸다.’
이렇게 생각할 터이니, 이것을 일러 ‘늙을 것은 반드시 늙게 마련인데, 그것을 가지고 근심ㆍ걱정ㆍ고통ㆍ번민을 일으켜 이루 다 말할 수 없다’고 합니다. 대왕이시여, 이것을 일러 세 번째 근심의 가시로서 마음과 뜻을 더럽히는 것이라고 합니다. 범부에게는 이런 법이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그는 태어남ㆍ늙음ㆍ병듦ㆍ죽음이 오는 곳을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또 저는 들었습니다. 현성의 제자에게도 늙을 것은 반드시 늙고 맙니다. 그러나 그는 근심ㆍ걱정ㆍ고통ㆍ번민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그런 까닭에 꼭 이렇게 공부해야 합니다.
‘내가 지금 늙은 것은 나 혼자만 그런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다 이런 법은 있다. 그런데도 내가 그것을 가지고 근심하고 걱정한다면 이것은 옳지 않다. 그것은 친척들을 근심하게 하고 걱정하게 하며 원수를 기쁘게 하는 것이다. 음식은 소화되지 않아 곧 병이 생겨 몸에 번열이 일어나고, 그로 말미암아 목숨을 마치게 된다.’
그래서 그때 곧 근심과 두려움의 가시를 빼면 곧 태어남ㆍ늙음ㆍ병듦ㆍ죽음을 제거해 버리고 다시는 재앙과 고뇌의 법이 없게 될 것입니다.

또 대왕이시여, 병들 것은 반드시 병들게 마련입니다. 그것이 병들면 근심ㆍ걱정ㆍ고통ㆍ번민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내가 사랑하던 것을 오늘 다 잃어버렸다.’
이렇게 생각할 터이니, 이것을 일러 ‘병들 것은 반드시 병들게 마련인데, 그것을 가지고 근심ㆍ걱정ㆍ고통ㆍ번민을 일으켜 이루 다 말할 수 없다’고 합니다. 대왕이시여, 이것을 일러 네 번째 근심의 가시로서 마음과 뜻을 더럽히는 것이라고 합니다. 범부에게는 이런 법이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그는 태어남ㆍ늙음ㆍ병듦ㆍ죽음이 오는 곳을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또 나는 들었습니다. 현성의 제자에게도 병들 것은 반드시 병들고 맙니다. 그러나 그는 근심ㆍ걱정ㆍ고통ㆍ번민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그런 까닭에 꼭 이렇게 공부해야 합니다.
‘내가 지금 병든 것은 나 혼자만 그런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다 이런 법은 있다. 그런데 내가 그것을 근심하고 걱정한다면 이것은 옳지 않다. 그것은 친척들을 근심하게 하고 걱정하게 하며 원수를 기뻐하게 하는 것이다. 음식은 소화되지 않아 곧 병이 생겨 몸에 번열이 일어나고, 그로 말미암아 목숨을 마치게 된다.’
그래서 그때 곧 근심과 두려움의 가시를 뽑아내면 곧 태어남ㆍ늙음ㆍ병듦ㆍ죽음을 제거해 버리고 다시는 재앙과 고뇌의 법이 없게 될 것입니다.

또 대왕이시여, 물질은 반드시 죽고 마는 것입니다. 그 물질이 죽으면 근심ㆍ걱정ㆍ고통ㆍ번민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이것을 일러 다섯 번째 근심의 가시로서 마음과 뜻을 더럽히는 것이라고 합니다. 범부에게는 이런 법이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그는 태어남ㆍ늙음ㆍ병듦ㆍ죽음이 오는 곳을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또 저는 들었습니다. 현성의 제자에게도 죽을 것은 반드시 죽고 맙니다. 그러나 그는 근심ㆍ걱정ㆍ고통ㆍ번민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그런 까닭에 꼭 이렇게 공부해야 합니다.
‘내가 지금 죽는 것은 나 혼자만 그런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다 이런 법은 있다. 그런데 내가 그것을 가지고 근심하고 걱정한다면 이것은 옳지 않다. 그것은 친척들을 근심하게 하고 걱정하게 하며 원수를 기쁘게 하는 것이다. 음식은 소화되지 않아 곧 병이 생겨 몸에 번열이 일어나고, 그로 말미암아 목숨을 마치게 된다.’
그래서 그때 곧 근심과 두려움의 가시를 뽑아내면 곧 태어남ㆍ늙음ㆍ병듦ㆍ죽음을 제거해 버리고 다시는 재앙과 고뇌의 법이 없게 될 것입니다.

이때 대왕이 존자 나라타에게 말하였다.
“이 법의 이름은 무엇이며, 어떻게 받들어 행해야 합니까?”

나라타가 말하였다.
“이 경의 이름은 ‘근심의 걱정을 고치는 것’이라고 합니다. 마땅히 그렇게 받들어 행해야 합니다.”

그때 왕이 대답하였다.
“진실로 말씀하신 것과 같이 시름과 근심을 고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이 법을 듣고 나서 모든 시름과 고통이 오늘 아주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만일 존자(尊者)께서 분부하실 것이 있으시면 자주 궁중으로 오십시오. 오셔서 공양하시고 법을 설해 온 나라 백성들로 하여금 한없이 많은 복을 받게 하소서. 원컨대 존자께서는 이 법을 널리 연설하여 이 세상에 오래 머무르게 하고, 사부대중들을 오래도록 안온하게 하소서. 저는 지금 존자 나라타께 귀의합니다.”

나라타가 말하였다.“대왕이시여, 저에게 귀의하지 말고 마땅히 부처님께 귀의하십시오.”

그때 왕이 물었다.
“지금 부처님께서는 어디 계십니까?”

나라타가 말하였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만 합니다. 가비라위(迦毗羅衛) 대국(大國)의 전륜성왕(轉輪聖王 종족으로서 석씨(釋氏)의 성으로 태어난 왕의 아들인데, 그 이름은 실달(悉達)이라 합니다. 그분은 출가하여 도(道)를 배워 직접 부처님이 되셨고 석가문(釋迦文)이라고 불렸습니다. 마땅히 그분에게 귀의하셔야 합니다.”

대왕이 또 물었다.
“지금 어디 계시며, 여기에서 거기까지는 거리가 얼마나 됩니까?”

나라타가 말하였다.
“여래께서는 이미 열반하셨습니다.”

대왕이 말하였다.
“여래께서 열반하심이 어찌 그리도 빠르십니까? 만일 지금 세상에 계신다면 몇 천만 유순(由旬)이 된다 해도 거기까지 찾아가 뵈었을 것입니다.”

왕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꿇어앉아 합장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저는 지금 여래와 법과 승가에 귀의합니다. 이 한 목숨 마칠 때까지 우바새(優婆塞)가 되어 다시는 살생(殺生)하지 않겠습니다. 외람되게도 나라 일이 너무 많아 궁중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나라타가 말하였다.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그때 왕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존자의 발에 예를 올린 뒤에 세 번 돌고 떠나갔다.

그때 문다왕은 나라타의 말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8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舍衛國)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병에 걸린 사람이 이 다섯 가지 법을 성취하면 그 병은 조금도 차도가 없고 항상 병상(病床)에 있게 된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 법인가? 병든 사람이 음식(飮食)을 가리지 않는 것, 때를 맞추어 먹지 않는 것, 의약(醫藥)을 가까이하지 않는 것, 근심과 기쁨과 성냄이 많은 것, 간호하는 사람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병에 걸린 사람이 다섯 가지 법을 성취하면 그 병이 조금도 차도가 없다’고 한다.

또 병에 걸린 사람이 다섯 가지 법을 성취하면 병이 곧 낫게 된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 법인가? 병이 든 사람이 음식을 가려서 먹는 것, 때를 맞추어 먹는 것, 의약을 가까이하는 것, 근심을 가지지 않는 것, 간호하는 사람들에게 모두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병에 걸린 사람이 다섯 가지 법을 성취하면 병이 곧 낫는다’고 한다.

이와 같으니 비구들아, 너희들은 앞의 다섯 가지 법은 항상 기억하여 마땅히 버려야 할 것이요, 뒤의 다섯 가지 법은 반드시 받들어 실천하도록 해야 하느니라.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9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병든 사람을 간호하는 사람이 이 다섯 가지 법을 성취하면, 그 병이 조금도 차도가 없고 항상 병상에 있게 된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 법인가? 간호하는 사람이 좋은 약을 분별하지 못하는 것, 게으르고 용맹스러운 마음이 없는 것, 항상 성내기를 좋아하는 것, 잠자기를 좋아하는 것, 다만 먹는 것만을 위해 병든 사람을 간호하면서 법으로써 공양(供養)하지 않기 때문에 병든 사람과 서로 오고가며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간호하는 사람이 다섯 가지 법을 성취하면, 그 병이 조금도 차도가 없다’고 한다.

또 비구들아, 병든 사람을 간호하는 사람이 이 다섯 가지 법을 성취하면, 그 병이 곧 나아 병든 사람이 병상에 눕지 않게 된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 법인가? 간호하는 사람이 좋은 의사를 분별할 줄 아는 것, 게으르지 않으며 먼저 일어나고 뒤에 자는 것, 항상 이야기하기를 좋아하고 잠을 적게 자는 것, 법공양(法供養)을 하고 음식을 탐하지 않는 것, 병든 사람을 위하여 설법해 주는 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병든 사람을 간호하는 사람이 이 다섯 가지 법을 성취하면, 그 병은 곧 낫는다’고 한다.

그런 까닭에 비구들아, 너희들이 만약 간호하는 사람이 되었을 때에는 마땅히 앞의 다섯 가지 법은 버려야 할 것이요, 뒤의 다섯 가지 법은 반드시 성취하도록 해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10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비사리(毗舍離)의 미후림(獼猴林)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사자(師子) 대장이 세존께 찾아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아 있었다.
그때 부처님께서 사자에게 말씀하셨다.
“어떠냐? 사자야, 집에 있을 때에 너는 늘 보시(布施)를 하느냐?”

사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네 성문 밖과 도시(都市)에서 수시로 보시하면서 조금도 모자라지 않게 하되, 음식을 필요로 하면 음식을 주고 의상(衣裳)ㆍ향(香)ㆍ꽃ㆍ수레ㆍ말ㆍ좌구(坐具)를 필요로 하면 그가 필요로 하는 것에 따라 모두 공급해 주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사자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그렇게 잘 보시하면서도 아까워하지 않는구나. 시주(施主) 단월(檀越)이 때를 따라 보시하는 것에 다섯 가지 공덕(功德)이 있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 공덕인가?
단월 시주의 명예가 사방에 널리 퍼져서 많은 사람들이 ‘어느 마을에 어떤 단월 시주가 있는데, 그는 항상 사문(沙門)과 바라문(婆羅門)을 대접하기를 좋아하여 요구하는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다 주어 모자람이 없게 한다’고 찬탄하고 칭찬하는 것이다.
사자야, 이것을 일러 단월 시주가 얻는 첫 번째 공덕이라고 하느니라.

또 사자야, 그런 단월 시주는 사문ㆍ찰리(刹利)ㆍ바라문ㆍ장자(長者)들 틈으로 가더라도 부끄러움을 가지지도 않고, 또한 두려움도 없다. 비유하면 마치 짐승의 왕인 사자가 사슴 떼 속에 있을 때에 아무 두려움이 없는 것과 같다. 사자야, 이것을 일러 단월 시주가 얻는 두 번째 공덕이라고 하느니라.

또 사자야, 단월 시주를 많은 사람들이 공경하고 우러러보면서 보는 이마다 기뻐하고 즐거워한다. 비유하면 마치 자식이 아버지를 우러러보되 조금도 싫증을 내지 않는 경우와 같다. 사자야, 이것을 일러 단월 시주가 얻는 세 번째 공덕이라고 하느니라.

또 사자야, 단월 시주는 목숨을 마친 뒤에 장차 천상(天上)이나 인간(人間), 이 두 세계에 태어난다. 그는 하늘에 태어나면 하늘 신들의 존경을 받고 인간 세상에 태어나면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다. 사자야, 이것을 일러 단월 시주가 얻는 네 번째 공덕이라고 하느니라.

또 사자야, 단월 시주의 지혜는 숱한 사람들보다 훨씬 뛰어나 현세(現世)의 몸으로 번뇌를 다 끊고 후세(後世)에까지 가지 않는다. 사자야, 이것을 일러 단월 시주가 얻는 다섯 번째 공덕이라고 하느니라.
대개 사람이 보시를 행하면 이 다섯 가지 공덕이 항상 그를 따르느니라.”

그때 세존께서 곧 이 게송을 설하셨다.
마음으로 항상 보시하기 좋아해
그 공덕 원만하게 갖추어 이루면
대중들 앞에서도 의혹이나 어려움 없고
또한 두려움도 없게 되느니라.

지혜로운 사람이 보시하면서
조금도 후회하는 마음이 없으면
그는 삼십삼천에서 지내며
옥녀(玉女)들에게 둘러싸이리.

왜냐하면 사자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 단월 시주는 좋은 두 세계에 태어나서 현재의 몸으로 번뇌를 다 끊고 함이 없는 곳[無爲處:涅槃]에 이르게 되기 때문이니라.

그때 세존께서 다시 이 게송을 설하셨다.
보시는 뒷세상의 양식이 되나니
반드시 최후의 경지[究竟處]에 가게 되리라.
선신(善神)이 항상 그를 잘 보호해 주고
그리고 또 즐거움을 이루게 해 주느니라.

왜냐하면 사자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보시할 때에 항상 기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몸과 마음이 견고하고 온갖 좋은 공덕을 두루 다 갖추며, 삼매(三昧)를 얻어 마음이 어지럽지 않아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떤 것을 사실 그대로 아는가? 괴로움의 진리를 사실 그대로 알고,12) 괴로움의 발생ㆍ괴로움의 소멸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하여 사실 그대로 안다.
그런 까닭에 사자야, 마땅히 방편을 구해 수시(隨時)로 보시해야 한다. 만일 그렇게 하면 성문(聲聞)의 도나 벽지불(辟支佛)의 도를 구하여도 모두 다 뜻대로 될 것이다. 사자야,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사자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11 ]13)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단월(檀越) 시주(施主)가 보시할 때에 공덕(功德)을 얻는 다섯 가지 보시가 있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 인가? 첫째는 목숨을 보시하는 것[施命]이요, 둘째는 몸을 보시하는 것[施色]이며, 셋째는 건강을 보시하는 것[施安]이요, 넷째는 힘을 보시하는 것[施力]이며, 다섯째는 변재[施辯]를 보시하는 것이니, 이것을 일러 다섯 가지라고 하느니라.
또 단월 시주가 목숨을 보시할 때에는 오래 살기를 희망하고, 형체를 보시할 때에는 용모가 단정하기를 희망하며, 건강을 보시할 때에는 병이 없기를 희망하고, 힘을 보시할 때에는 자기를 이길 사람이 없기를 희망하며, 변재를 보시할 때에는 위없이 바르고 참된 변재를 희망한다.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단월 시주가 보시할 때에는 이런 다섯 가지 공덕이 있느니라.”

그때 세존께서 곧 이 게송을 설하셨다.
목숨과 몸 그리고
건강ㆍ힘ㆍ변재, 이 다섯 가지를 보시하라.
이 다섯 가지 공덕을 갖추면
뒷날에 무궁(無窮)한 복을 받으리라.

지혜로운 사람은 보시하려고 생각할 때
탐하는 욕심을 제거해 버린다.
그는 이 세상에서 좋은 이름 퍼지고
천상에 태어나도 그러하니라.

“만일 선남자(善男子)와 선여인(善女人)이 다섯 가지 공덕을 얻고자 하거든, 이 다섯 가지 일을 실천하도록 하라.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12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시기적절한 보시에 다섯 가지가 있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인가? 첫째는 멀리서 오는 사람에게 보시하는 것이요, 둘째는 먼 길을 떠나는 사람에게 보시하는 것이며, 셋째는 병든 사람에게 보시하는 것이요, 넷째는 걸식하기 힘들 때1)에 보시하는 것이며, 다섯째는 처음 나온 과일과 채소와 햇곡식을 먼저 계를 지키고 정진하는 이에게 주고 나서 자기가 먹는 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이른바 시기적절한 다섯 가지 보시라고 하느니라.”

그때 세존께서 곧 이 게송을 말씀하셨다.
지혜로운 이는 때를 알아 보시하고
믿는 마음 끊어버리지 않는다.
이런 데에서 통쾌하게 즐거움 느껴
하늘에 태어날 온갖 덕 갖추네.

때를 따라 보시할 마음 가지면
복 받는 일 메아리와 같으리.
영원히 고단하거나 모자람 없고
태어나는 곳마다 늘 부귀 누리리.

온갖 행구(行具)를 보시하면
더 없이 높은 자리에 이르리.
수많은 보시에 아까운 마음 내지 않고
환희(歡喜)하면 마침내 이익 늘어나리.

마음속에 이런 생각을 내면
혼란한 뜻 영원히 남음 없으리.
깨달아 알면 몸이 안락(安樂)하고
마음에 곧 해탈을 얻으리라.

이런 까닭에 지혜로운 사람은
남자든 여자든 따질 것 없이
마땅히 이 다섯 가지 보시 행하고
방편을 잃지 않는 것이 옳으리라.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만약 선남자와 선여인이 이 다섯 가지 일을 행하려고 하거든 마땅히 시기적절한 보시를 행하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선(善)ㆍ불선(不善)ㆍ예불(禮佛)과
천사(天使)ㆍ해[歲]ㆍ다섯 징조와
문다(文茶)ㆍ가까이하기ㆍ간호와
다섯 보시와 시기적절한 보시에 대해 설하셨다.

주석
2 이 소경의 참고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28권 767번째 소경인 「취경(聚經)」이 있다.
3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중아함경』 제12권 64번째 소경인 「천사경(天使經)」과 동진(東晋 시대 축담무란(竺曇無蘭)이 한역한 『불설철성니리경(佛說鐵城泥犁經)』ㆍ『오고장구경(五苦章句經』과 유송(劉宋) 시대 혜간(慧間)이 한역한 『불설염라왕오천사자경(佛說閻羅王五天使者經)』이 있고, 참고할 경으로는 동진 시대 축담무란이 한역한 『불설니리경(佛說泥犁經)』이 있다.
4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雜阿含經)』 제45권 1,212번째 소경인 「회수경(懷受經)」과 『별역잡아함경(別譯雜阿含經)』 제12권 228번째 소경과 『중아함경(中阿含經)』 제29권 121번째 소경인 「청정경(請請經」이 있고, 이역경(異譯經)으로는 송(宋) 시대 법현(法賢)이 한역한 『불설해하경(佛說解夏經)』과 동진(東晋) 시대 축담무란(竺曇無蘭)이 한역한 『불설신세경(佛說新歲經』과 서진(西晉) 시대 축법호(竺法護)가 한역한 『불설수신세경(佛說受新歲經)』이 있다.
5 승가 대중이 여름 안거(安居)를 결속(結束)하는 날에 대중들 앞에서 자신의 죄를 참회(懺悔)하고 아울러 지정(指正)을 청하는 일로서 자자(自恣)라고 말한다. 여름 안거를 끝내고 자자행법(自恣行法)을 지내 3업(業)을 청정하게 할 때마다 승랍 하나를 더하기 때문에 수세(受歲)라고 한다.
6 팔리어로는 Vaṇgīsa라고 한다. 또 바기사(婆耆舍)라고 표기하기도 한다. 사위성에 살던 바라문의 아들로서 부처님의 제자 중에 게송을 지어 여래의 덕(德)을 찬탄하고 논리에 해박하여 막힘이 없기로 제일가는 비구였다고 한다.
7 팔리어로는 Nārada라고 한다. 또는 나라(那羅)ㆍ나라달다(那羅達多)라고도 한다.
8 팔리어로는 Pāṭaliputta라고 한다. 또는 파련불(巴連弗)ㆍ화씨성(華氏城)이라고도 하는데, 즉 파타리자성(波吒釐子城)을 말한다. 중인도(中印度) 마갈타국(摩竭陀國)의 도성(都城)으로 항하 강변에 위치하고 있다.
9 팔리어로는 Muṇḍa라고 한다. 아사세왕(阿闍世王)의 손자이다.
10 검(劍)을 지님, 일산을 씀, 화만(華鬘)을 가짐, 주병불(珠柄佛)을 지님, 잘 장식한 신을 신음이 왕의 다섯 가지 위용이다.
11 ‘괴로움의 진리를 사실 그대로 알고[苦諦如實而知]’라는 구절이 고려대장경 원본에는 없다. 신수대장경의 각주에 의하면 “송(宋)ㆍ원(元)ㆍ명(明) 3본에는 고제여실이지(苦諦如實而知)라는 글이 이 사이에 있다”고 하므로 역자가 보완하여 번역하였다.
12 참고가 될 경으로는 실역(失譯) 『불설식시획오복보경(佛說食時獲五福報經)』이 있다.
13 고려대장경 원본에는 이 부분이 ‘검시(儉時)’로 되어 있다. 팔리어본에는 ‘dud- dhikkha(難乞食)’로 되어 있으므로 그것에 따라 번역하였다.
1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42권 1,149번째 소경인 「칠왕경(七王經)」과 『별역잡아함경』 제4권 72번째 소경이 있다.

증일아함경 제25권

동진 계빈 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김월운 번역

33. 오왕품(五王品)

[ 1 ]2)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바사닉왕(波斯匿王)을 우두머리로 한 다섯 큰 나라의 왕들은 공원에 모여 각각 이런 변론을 하고 있었다. 다섯 왕이란 어떤 이들인가? 이른바 바사닉왕ㆍ비사왕(毗沙王)ㆍ우전왕(優塡王)ㆍ악생왕(惡生王)ㆍ우타연왕(優陀延王)이었다.

그때 다섯 왕은 한 곳에 모여 각각 이런 변론을 하고 있었다.
“여러분, 마땅히 알아야 합니다. 여래께서는 이 다섯 가지 욕망[五欲]을 말씀하셨습니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인가? 이른바 눈으로 빛깔을 보고는 매우 사랑하고 공경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것은 세상 사람들이 희망(希望)하는 것입니다. 혹은 귀로 소리를 듣고, 코로 냄새를 맡으며, 혀로 맛을 알고, 몸으로 감촉을 느끼는 것입니다. 여래께서는 이 다섯 가지 욕망에 대하여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면 이 다섯 가지 욕망 가운데 어느 것이 가장 즐거운 것인가? 눈으로 빛깔을 보는 것이 가장 즐거운가, 귀로 소리를 듣는 것이 가장 즐거운가, 코로 냄새를 맡는 것이 가장 즐거운가, 혀로 맛을 보는 것이 가장 즐거운가, 몸으로 감촉을 느끼는 것이 가장 즐거운가? 이 다섯 가지 중에 어느 것이 가장 즐거운가?”

그 중에 혹 어떤 왕은 빛깔이 가장 즐겁다고 말하고, 혹 어떤 왕은 소리가 가장 즐겁다고 말하며, 혹 어떤 왕은 냄새가 가장 즐겁다고 말하고, 혹 어떤 왕은 맛이 가장 즐겁다고 말하며, 혹 어떤 왕은 감촉이 가장 즐겁다고 말하였다.
그때 빛깔이 가장 즐겁다는 것은 우타연왕의 지론이고, 소리가 가장 즐겁다고 말한 것은 우전왕의 지론이며, 냄새가 가장 즐겁다고 말한 것은 악생왕의 지론이고, 맛이 가장 즐겁다고 말한 것은 바사닉왕의 지론이며,감촉이 가장 즐겁다고 말한 것은 비사왕의 지론이었다.
그때 다섯 왕은 각각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들이 이 다섯 가지 욕망에 대하여 논란을 벌였습니다. 그러나 어느 것이 가장 즐거운 것인지 알아내지 못하였습니다.”

그때 바사닉왕이 다른 네 왕에게 말하였다.
“지금 여래께서 여기에서 가까운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십니다. 우리 다 같이 세존께 가서 그 뜻을 여쭈어봅시다. 그래서 만일 세존께서 무슨 말씀이 있으시면 우리는 그대로 받들어 행합시다.”

그때 여러 왕들은 바사닉왕의 말을 듣고 곧 다 같이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바사닉왕이 다섯 가지 욕망에 대하여 논란을 벌인 일을 자세히 갖추어 여래께 아뢰었다.

그러자 세존께서 다섯 왕에게 말씀하셨다.
“여러 왕들의 주장은 저마다 때를 따라 모두 일리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대개 그 사람의 성행(性行)이 빛깔에 깊이 집착하면, 아무리 그것을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에게는 빛깔이 가장 묘하고 가장 즐거운 것이어서 그것보다 더 나은 것이 없습니다. 그때 그 사람은 소리ㆍ냄새ㆍ맛ㆍ감촉에는 집착하지 않으므로 다섯 가지 즐거움 중에서 빛깔이 가장 즐겁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또 어떤 사람의 성행은 소리에 집착합니다. 그래서 그는 소리를 듣고 나면 매우 기뻐하며 싫증을 내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에게는 소리가 가장 묘하고 가장 즐거운 것이어서 다섯 가지 즐거움 중에서 빛깔이 가장 즐겁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또 어떤 사람의 성행은 냄새에 집착합니다. 그래서 그는 냄새를 맡고 나면 매우 기뻐하며 싫증을 내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그 사람에게는 냄새가 가장 묘하고 가장 즐거운 것이어서 다섯 가지 즐거움 중에서 냄새가 가장 즐겁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또 어떤 사람의 성행은 맛에 집착합니다. 그래서 그는 맛을 보고 나면 매우 기뻐하며 싫증을 내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그 사람에게는 맛이 가장 묘하고 가장 즐거운 것이어서 다섯 가지 즐거움 중에서 맛이 가장 즐겁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또 어떤 사람의 성행은 감촉에 집착합니다. 그래서 그는 감촉을 느끼고 나면 매우 기뻐하여 싫증을 내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그 사람에게는 감촉이 가장 묘하고 가장 즐거운 것이어서 다섯 가지 즐거움 중에서 감촉이 가장 즐겁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또 만일 그 사람의 마음이 빛깔에 집착하면, 그때 그 사람은 소리ㆍ냄새ㆍ맛ㆍ감촉에는 집착하지 않습니다. 또 만일 그 사람의 마음이 소리에 집착하면, 그때 그 사람은 빛깔ㆍ냄새ㆍ맛ㆍ감촉에는 집착하지 않습니다. 또 만일 그 사람의 성행(性行)이 냄새에 집착하면, 그때 그 사람은 빛깔ㆍ소리ㆍ맛ㆍ감촉에는 집착하지 않습니다. 또 만일 그 사람의 마음이 맛에 집착하면, 그때 그 사람은 빛깔ㆍ냄새ㆍ맛ㆍ감촉에는 집착하지 않습니다. 또 만일 그 사람의 성행이 감촉에 집착하면, 그때 그 사람은 빛깔ㆍ소리ㆍ냄새ㆍ맛에는 집착하지 않습니다.”

그때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설하셨다.
하고자 하는 마음 왕성할 때는
그 욕망 기어코 이루려고 하나니
그것을 얻고 나서는 더욱 기뻐해
원하는 일에 대해 의심이 없다.

그는 이 욕망 이룸으로써
탐하는 마음이 풀리지 않아
그것으로써 기쁨을 삼나니
그를 따라 그것이 가장 즐겁다고 한다.

또 만일 소리를 들을 때에는
그 욕망 기어코 이루려고 하나니
그 소리 듣고는 더욱 기뻐해
원하는 일에 대해 의심이 없다.

그는 이 소리를 얻음으로써
탐하는 마음이 풀리지 않아
그것으로써 기쁨을 삼나니
그를 따라 그것이 가장 즐겁다고 한다.

또 만일 냄새를 맡을 때에는
그 욕망 기어코 이루려고 하나니
그 냄새를 맡고는 더욱 기뻐해
하고자 하는 일에 의심이 없다.

그는 이 냄새를 얻음으로써
탐하는 마음이 풀리지 않아
그것으로써 기쁨을 삼나니
그를 따라 그것이 가장 즐겁다고 한다.

또 만일 맛을 볼 때에는
그 욕망 기어코 이루려고 하나니
그 맛을 보고는 더욱 기뻐해
하고자 하는 일에 의심이 없다.

그는 이 맛을 얻음으로써
탐하는 마음이 풀리지 않아
그것으로써 기쁨을 삼나니
그를 따라 그것이 가장 즐겁다고 한다.

또 만일 감촉을 느낄 때에는
그 욕망 기어코 이루려고 하나니
그 감촉을 느끼고는 더욱 기뻐해
하고자 하는 일에 의심이 없다.

그는 이 감촉을 얻음으로써
탐하는 마음이 풀리지 않아
그것으로써 기쁨을 삼나니
그를 따라 그것이 가장 즐겁다고 한다.

“그런 까닭에 대왕들이여, 만일 빛깔을 가장 좋다고 말하는 이라면 마땅히 평등하게 그것을 주장해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빛깔에 그 기운과 맛이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빛깔에 아무 맛이 없었다면 중생들은 마침내 거기에 집착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거기에 맛이 있기 때문에 다섯 가지 욕망 가운데서 빛깔을 가장 절묘하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빛깔에는 또 과실(過失)이 있습니다. 만일 빛깔에 과실이 없었다면 중생들은 걱정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거기에 과실이 있기 때문에 중생들은 그것을 걱정하는 것입니다.
또 빛깔에는 벗어나는 길[出要]이 있습니다. 만일 빛깔에서 벗어나는 길이 없었다면 저 중생들은 나고 죽음의 바다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거기에서 벗어나는 길이 있기 때문에 중생들은 두려움이 없는 열반성(涅槃城)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다섯 가지 욕망 가운데 빛깔이 가장 미묘하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또 대왕들이여, 만일 소리를 가장 좋다고 말하는 이라면 마땅히 평등하게 그것을 주장해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소리에는 그 기운과 맛이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소리에 아무 맛이 없었다면 중생들은 끝내 거기에 집착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거기에 맛이 있기 때문에 다섯 가지 욕망 가운데서 소리를 가장 미묘하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소리에는 또 과실이 있습니다. 만일 소리에 과실이 없었다면 중생들은 걱정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거기에 과실이 있기 때문에 중생들은 그것을 걱정하는 것입니다.
또 소리에는 벗어나는 길이 있습니다. 만일 소리에서 벗어나는 길이 없었다면 저 중생들은 나고 죽음의 바다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거기에서 벗어나는 길이 있기 때문에 중생들은 두려움이 없는 열반성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다섯 가지 욕망 가운데 소리가 가장 미묘하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대왕들이여,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만일 냄새가 가장 좋다고 말하는 이라면 마땅히 평등하게 그것을 주장해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냄새에는 그 기운과 맛이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냄새에 아무 맛이 없었다면 중생들은 끝내 거기에 집착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거기에 맛이 있기 때문에 다섯 가지 욕망 가운데서 냄새를 가장 미묘하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냄새에는 또 과실이 있습니다. 만일 냄새에 과실이 없었다면 중생들은 걱정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거기에 과실이 있기 때문에 중생들은 그것을 걱정하는 것입니다.
또 냄새에는 벗어나는 길이 있습니다. 만일 냄새에서 벗어나는 길이 없었다면 저 중생들은 나고 죽음의 바다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거기에서 벗어나는 길이 있기 때문에 중생들은 두려움이 없는 열반성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다섯 가지 욕망 가운데 냄새가 가장 미묘하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또 대왕들이여, 만일 맛이 가장 좋다고 말하는 이라면 마땅히 평등하게 그것을 주장해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맛에는 그 기운과 맛이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맛에 아무 맛이 없었다면 중생들은 끝내 거기에 집착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거기에 맛이 있기 때문에 다섯 가지 욕망 가운데서 맛을 가장 미묘하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맛에는 또 과실이 있습니다. 만일 맛에 과실이 없었다면 중생들은 걱정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거기에 과실이 있기 때문에 중생들은 그것을 걱정하는 것입니다.
또 맛에는 벗어나는 길이 있습니다. 만일 맛에서 벗어나는 길이 없었다면 저 중생들은 나고 죽음의 바다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거기에서 벗어나는 길이 있기 때문에 중생들은 두려움이 없는 열반성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다섯 가지 욕망 가운데 맛이 가장 미묘하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또 대왕들이여, 만일 감촉이 가장 좋다고 말하는 이라면 마땅히 평등하게 그것을 주장해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감촉에는 그 기운과 맛이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감촉에 아무 맛이 없었다면 중생들은 끝내 거기에 집착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거기에 맛이 있기 때문에 다섯 가지 욕망 가운데서 감촉을 가장 미묘하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감촉에는 또 과실이 있습니다. 만일 감촉에 과실이 없었다면 중생들은 걱정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거기에 과실이 있기 때문에 중생들은 그것을 걱정하는 것입니다.
또 감촉에는 벗어나는 길이 있습니다. 만일 감촉에서 벗어나는 길이 없었다면 저 중생들은 나고 죽음의 바다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거기에서 벗어나는 길이 있기 때문에 중생들은 두려움이 없는 열반성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다섯 가지 욕망 가운데 감촉이 가장 미묘하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 까닭에 대왕들이여, 제 자신이 좋아하는 데에 마음이 집착하는 것입니다. 대왕들이여, 마땅히 이와 같이 알아야만 합니다.”

그때 다섯 왕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2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사위성에 살고 있던 월광(月光) 장자에게는 재물이 풍족하고 보배가 많았다. 코끼리와 말 등 7보가 다 갖추어져 있었고 금(金)ㆍ은(銀) 등의 보배도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었다.
그러나 월광 장자에게는 자식이 없었다. 그때 그 장자는 자식이 없었기 때문에 하늘 신[天神]에게 기도를 하였다. 즉 해ㆍ달ㆍ하늘 신ㆍ땅 신ㆍ귀자모(鬼子母ㆍ사천왕(四天王)ㆍ스물여덟 큰 귀신들의 왕ㆍ제석천ㆍ범천ㆍ산신(山神)ㆍ수신(樹神)ㆍ다섯 길[道]의 신과 풀ㆍ나무ㆍ약초(藥草) 등 어느 곳 하나 빠짐없이 모든 곳에 귀의(歸依)하여 아들 하나만 점지해 달라고 빌었다.

그런 일이 있고 나서 며칠 뒤에 그 장자의 부인이 곧 회임(懷妊)하고는 장자에게 말하였다.
“제 생각에 아기를 밴 것 같습니다.”
장자는 그 말을 듣고 몹시 기뻐하면서 어찌할 줄 몰랐다. 그는 곧 부인을 위해 좋은 자리를 펴고 맛있는 음식을 먹이고 좋은 옷을 입혔다.

부인은 8ㆍ9개월이 지나 아들을 낳았는데, 그 아이의 얼굴은 매우 단정하여 세상에 보기 드문 존재였고 복숭아꽃 빛깔처럼 아름다웠다.
그때 그 아이는 두 손에 값을 매길 수 없이 값진 마니주(摩尼珠)3)를 쥐고 곧 이런 게송을 읊었다.
보물과 곡식 등
이 집에는 재물이 많다.
나는 이제 그것을 보시해
가난한 이들이 부족함이 없게 하리라.

재물과 보배와 곡식 등
그런 재물이 만약 없어지면
값을 매길 수 없는 구슬 여기 있나니
이것으로써 항상 보시하리라.

그러자 부모와 집안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모두 달아났다.
“어쩌다가 이런 귀매(鬼魅)의 종자를 낳았는가?”
그러나 그의 부모는 아이를 불쌍하게 여겼기 때문에 동서(東西)로 달아나지 않았다. 그때 어머니는 아이를 보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너는 하늘이냐, 건답화(乾沓惒)냐?
귀매인가, 아니면 나찰(那刹)이냐?
너는 누구며, 성명은 무엇이냐?
나는 지금 그것이 알고 싶다.

이때 아이가 다시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저는 하늘도 아니고 건답화도 아니며
또 귀매도 아니고 나찰도 아닙니다.
저는 부모님에게서 태어난
사람이니 조금도 의심하지 마소서.

그때 부인은 이 말을 듣고 나서 기뻐하며 어찌할 줄 몰랐다. 그리하여 월광 장자에게 이 사실을 모두 말하였다.

그러자 장자는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것이 장차 무슨 인연일까? 나는 지금 이 일을 가지고 저 니건자(尼犍子)4)에게 가서 물어보리라.’
그리고는 곧 그 아이를 안고 니건자가 있는 곳으로 찾아가서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아 있었다. 그때 월광 장자는 그간에 있었던 사실을 모두 갖추어 니건자에게 말하였다. 그러자 니건자는 그 말을 듣고 장자에게 말하였다.
“이 아이는 박복한 사람이다. 그 아이의 몸에는 아무 유익함이 없다. 당장 잡아 죽여 버려야 한다. 만일 이 아이를 죽이지 않으면 온 집안이 망할 것이고 또 장차 집안사람들이 다 죽고 말 것이다.”

그때 월광 장자는 생각하였다.
‘나는 원래 자식이 없었다. 그런 인연 때문에 온 천지(天地)에 어느 곳 하나 빠짐없이 빌고 다녔었고 몇 해가 지나서야 겨우 이 아이를 낳았다. 나는 지금 이 아이를 감히 죽일 수 없다. 이제 다른 사문(沙門)이나 바라문(婆羅門)에게 물어보아 내 의심을 끊으리라.’

그때 여래께서는 성불(成佛)하신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데, 많은 사람들은 모두들 큰 사문이라고 칭송하였다. 그때 월광 장자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이 인연을 가지고 저 큰 사문에게 자세히 말해 보리라.’
그때 장자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그 아이를 안고 세존의 처소를 찾아갔다. 그곳으로 가는 도중에 그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저 장로 범지(梵志)는 나이가 대단히 많고 총명한 데다 지혜롭기까지 하여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 그런 사람도 오히려 이 일을 잘 모르고 있는데, 하물며 저 사문 구담(瞿曇)은 아직 나이도 젊고 도(道)를 배운 지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어떻게 이 일을 알 수 있겠는가? 아마 그도 지금 내 의심을 풀어 주지 못할 것이다. 나는 그만 집으로 돌아가야겠다.’

그때 옛날에 장자와 친구였던 어떤 하늘 신이 있었다. 그는 장자가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알고는 허공(虛空)에서 그에게 말하였다.
“장자는 마땅히 알아야 하리라. 어서 앞으로 나아가라. 반드시 큰 이익을 얻을 것이다. 또 마땅히 감로(甘露)가 내리는 곳에 이르게 될 것이다. 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심을 만나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여래께서 감로를 내리시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
또 장자여, 아무리 작다고 해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되는 네 가지가 있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국왕은 아무리 어려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되고, 불은 아무리 작아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되며, 용은 아무리 어려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되고, 도를 배우는 이는 아무리 어려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장자여, 이것을 일러 아무리 작다고 해도 가벼이 여길 수 없는 네 가지라고 한다.”

하늘 신은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국왕은 아무리 나이가 어려도
그 법을 따라 사람을 죽인다.
작은 불씨는 아직 치성하지 못하지만
결국 온 산의 초목(草木)을 다 태운다.

신령한 용은 아무리 작게 보여도
그때를 맞춰 비를 내리고
배우는 이는 나이 어려도
한량없는 사람을 건지느니라.

그때 월광 장자는 마음이 열리고 뜻에 이해가 생겨 매우 기뻐하면서 어쩔 줄 몰랐다. 그는 앞으로 나아가 세존께서 계신 곳에 이르러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아서 그 사실을 세존께 자세히 아뢰었다.

그때 세존께서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이 아이는 매우 큰 복(福)이 있다. 이 어린아이가 만약 장차 어른이 되면 틀림없이 5백 제자를 데리고 나에게 와서 출가하여 도(道)를 배워 아라한이 될 것이며,내 성문(聲聞)들 중에서 복덕(福德)이 제일이어서 아무도 그에게 미칠 자가 없을 것이다.”

그때 장자는 이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며 어쩔 줄 몰라서 세존께 아뢰었다.
“세존의 말씀과 같다면 저 니건자 말과는 너무도 다릅니다.”
이때 월광 장자가 거듭 세존께 아뢰었다.
“바라옵건대 이 아이를 가엾이 여겨 비구(比丘)들과 함께 제 청(請)을 받아 주소서.”
그러자 세존께서는 잠자코 그 청을 받아들였다.

그때 장자는 세존께서 잠자코 청을 받아들이시는 것을 보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이내 물러나서 떠나갔다. 그는 집으로 돌아와 갖가지 맛있는 음식을 장만하고 좋은 자리를 펴고는 이른 아침에 몸소 가서 아뢰었다.
“때가 되었습니다. 부디 세존께서는 왕림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때 세존께서는 때가 된 줄을 아시고 모든 비구들을 거느리고 비구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인 채 사위성(舍衛城)으로 들어가 장자의 집에 이르러 곧장 자리에 앉으셨다. 장자는 부처님과 비구 스님들이 자리에 앉으신 것을 보고 곧 갖가지 음식을 장만하여 손수 돌리면서 기뻐하며 혼란스러워하지 않았다. 공양이 끝나자 발우를 거두고 깨끗한 물을 돌린 뒤에 다시 작은 자리를 가지고 가서 여래의 앞에 앉아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미묘한 법을 듣고자 하였다.
그때 월광장자가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이제 우리 집과 농사를 모두 이 아이에게 맡겼습니다. 부디 세존께서는 이 아이의 이름을 지어 주시기 바랍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이 아이가 처음 태어났을 때에 사람들은 모두 동서(東西)로 달아나면서 말하기를 ‘저것은 시바라(尸婆羅) 귀신(鬼神)이다’라고 하였을 것이다. 그러니 저 아이의 이름을 시바라라고 하라.”

그때 세존께서 장자와 그 아내를 위해 미묘한 논(論)을 말씀하셨다. 그때 말씀하신 논은 보시에 대한 론(施論)과 계율에 대한 론(戒論)과 천상(天上)에 태어나는 법에 대한 논이었으며, 탐욕은 깨끗하지 못하다는 생각과 번뇌[漏]는 큰 근심이므로 그것을 벗어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그때 세존께서는 장자와 그 아내의 마음이 열리고 뜻에 이해가 생겨 다시는 의심이 없으리라는 것을 보시고,여러 부처님께서 항상 말씀하셨던 괴로움[苦]ㆍ괴로움의 발생[集]ㆍ괴로움의 소멸[盡]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道]을 말씀하셨다. 그리고 장자를 위해 설법해 주셔서 그로 하여금 기쁜 마음을 내게 하셨다. 장자 부부(夫婦)는 그 자리에서 모든 번뇌[塵垢]가 다 없어지고 법안(法眼)이 깨끗해졌다.
비유하면 마치 새로 짠 흰 천은 물감에 쉽게 물들어 빛깔이 있는 천이 되는 것처럼, 장자 부부도 역시 그와 같아서 그 자리에서 법안이 깨끗해졌다. 그래서 그는 법을 보고 모든 법을 분별하여 망설임이나 의심이 없어졌고, 두려움도 없게 되어 여래의 심오(深奧)한 법을 이해하고, 곧 5계를 받았다.

그때 세존께서 이 게송을 설하셨다.
제사에는 불이 으뜸이 되고
온갖 문장에는 게송이 제일이며
왕은 사람 중에 가장 높은 이요
바다는 모든 물의 근원이 되며
달은 별 가운데 제일 밝고
해는 밝은 빛 중에 제일이라네.

팔방과 또 위와 아래
거기서 태어난 모든 중생들
만일 그 복을 구하려고 한다면
3존(尊)이 그 중에서 가장 높다네.

그때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마치고 나서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가셨다.

이때 장자는 5백 동자(童子)를 구해 시바라를 모시게 하였다. 시바라는 나이 스무 살이 가까워지자 부모에게 가서 이렇게 아뢰었다.
“원컨대 부모님[二尊]께서는 제가 출가하여 도를 배우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그때 부모는 곧 허락하였다. 왜냐하면 세존께서 전에 ‘장차 5백 동자를 데리고 세존께 나아가 사문이 될 것이다’라고 예언하셨기 때문이다. 이때 시바라와 5백 동자들은 부모님의 발에 예를 올리고 곧 물러갔다. 그들은 세존의 처소를 찾아가서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린 뒤에 한쪽에 서 있었다.
그때 시바라가 세존께 아뢰었다.
“오직 바라옵건대 도 닦기를 허락해 주소서.”

그때 세존께서 곧 허락하시어 사문이 되게 하셨다. 그는 며칠이 못 되어 곧 아라한이 되어 여섯 가지 신통[六通]이 맑게 통하고 여덟 가지 해탈(解脫)5)을 두루 갖추었다.
이때 5백 동자들이 부처님 앞에 나아가 아뢰었다.
“오직 바라건대 세존께서는 저희들이 사문이 되는 것을 허락해 주소서.”
세존께서는 잠자코 허락하셨다. 그들은 출가한 지 며칠이 채 못 되어 모두 아라한이 되었다.

그때 존자 시바라는 본국인 사위국(舍衛國)으로 돌아갔다. 많은 사람들은 그를 공경하고 우러러 의복[衣被]ㆍ음식(飮食)ㆍ침구[牀褥臥具]ㆍ의약[病瘦醫藥] 등 네 가지를 공양(供養)하였다. 존자 시바라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지금 본국(本國)에 돌아와 있어보니, 매우 시끄럽다. 이제 인간 세상에 나아가 돌아다니면서 교화해야겠다.’
이때 존자 시바라는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으로 들어가 걸식하였다. 걸식을 마치고 나서 머물고 있던 곳으로 돌아와서 좌구(坐具)를 챙겨두고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기환정사(祇桓精舍)를 나와 5백 비구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인간 세상으로 나가 유행하였다. 그가 가는 곳마다 사람들은 모두 의복ㆍ음식ㆍ평상과 침구ㆍ의약 등을 공양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또 여러 하늘들은 모든 마을[村落]에 알렸다.
“지금 존자 시바라는 아라한이 되어 복덕이 제일(第一)인 사람이다. 5백 비구를 거느리고 인간 세상을 유행하면서 교화하고 있다. 여러분들은 어서 가서 공양하도록 하라. 지금 가서 공양하지 않으면 뒤에 후회해도 아무 소용이 없으리라.”

그때 존자 시바라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이 공양들이 매우 귀찮다. 장차 어느 곳으로 피해 사람들로 하여금 내가 있는 곳을 알지 못하게 할까?’
그때 그는 곧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갔다. 모든 하늘들은 다시 여러 마을에 알렸다.
“지금 존자 시바라가 이 산 속에 있다. 너희들은 어서 가서 공양하도록 하라. 지금 공양하지 않으면 뒤에 후회해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그때 사람들은 하늘의 말을 듣고 곧 음식을 짊어지고 존자 시바라를 찾아갔다.
“원컨대 존자 시바라시여, 저희들을 위해 저희들에게 와 주십시오.”

이때 시바라는 차츰 다시 인간 세상을 유행하다가 라열성(羅閱城) 가란타죽원(迦蘭陀竹園)으로 가서 대비구(大比丘) 5백 명과 함께 있었다. 거기에서도 의복ㆍ음식ㆍ평상과 침구ㆍ의약 등의 공양을 받았다. 그때 존자 시바라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서 여름 안거[夏坐]를 지내면서 사람들로 하여금 그 누구도 내가 있는 곳을 알지 못하게 할까?’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저 기사굴산(耆闍崛山) 동쪽에 있는 광보산(廣普山) 서쪽에서 여름 안거를 지내야겠다.’
그는 곧 5백 비구들을 데리고 그 산으로 가서 여름 안거를 보내고 있었다.

그때 석제환인(釋帝桓因)은 시바라가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알고 곧 그 산 속에다 변화로 부도(浮圖)를 만들었는데 그 동산에 과수목(果樹木)까지 모두 갖추어 만들었다. 그 주위에는 목욕할 못이 있고 5백 개의 높은 누대(樓臺)와 5백 개의 평상을 변화로 만들어 놓았고, 또 변화로 5백 개의 작은 평상과 5백 개의 노끈 평상을 만들어 놓았으며, 또 하늘의 감로(甘露)로 공양하였다.
그때 존자 시바라는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여름 안거를 마쳤다. 여래(如來)를 뵌 지 너무 오래되었다. 지금 가서 뵈어야겠다.’
그는 곧 5백 비구들을 데리고 사위성으로 갔다. 그때는 한창 더운 철이어서 비구 대중들이 모두 땀을 흘려 온몸이 더러웠다.

그때 시바라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비구 대중들이 매우 더워하고 있다. 잠시나마 구름이 끼고 보슬비가 내렸으면 좋겠다. 또 목욕할 만한 못이 있고 장(漿)이라도 조금 얻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생각하자 하늘에 큰 구름이 끼고 보슬비가 내렸으며, 목욕할 못이 나타났다. 또 비사문왕(毗沙門王)이 보낸 비인(非人) 네 사람이 달고 맛있는 장을 지고 와서 말하였다.
“원컨대 존자여, 이 달고 맛있는 장을 받아 비구승(比丘僧)들에게 주십시오.”
그래서 그 장을 받아 비구승들에게 주어 마시게 하였다.

그때 시바라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여기에서 쉬어야 하겠다.’
그때 석제환인(釋帝桓因)은 시바라가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알고, 곧 길가에다 5백 개의 방을 변화로 만들었다. 그리고 평상과 침구도 모두 갖추어놓았다. 그때 모든 하늘들이 음식을 바쳤다. 시바라는 공양을 마치고 나서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그때 존자 시바라의 숙부(叔父)가 사위성에 살고 있었다. 그는 재물이 풍족했고 보배도 많아 아쉬운 것이 없었다. 그러나 간탐(慳貪)이 많아서 보시(布施)하기를 좋아하지 않았고, 부처님과 법과 승가를 믿지 않았으며, 공덕을 짓지 않았다. 그때 그의 친족(親族)들이 그에게 말하였다.
“장자여, 그 재물을 다 어디에 쓰려고 하는가? 왜 후세의 자량(資糧)을 장만하지 않는가?”

그러자 그 장자는 이 말을 듣고 나서 하루 동안에 백천 냥의 금(金)을 외도(外道) 범지(梵志)들에게 보시하였다. 그러나 3존(尊)인 불(佛)ㆍ법(法)ㆍ승(僧)에는 보시하지 않았다.

이때 존자 시바라는 그 숙부가 백천 냥의 금으로 외도들에게는 보시하면서 3존(尊)에게는 보시하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다.
그때 존자 시바라는 기원정사(祇洹精舍)로 가서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세존께서 그를 위해 미묘한 법을 말씀하셨다.
그때 존자 시바라는 여래로부터 법을 듣고 나서 곧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리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곧 물러갔다.

이때 존자 시바라는 곧 그날로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으로 들어가 걸식(乞食)하면서 점점 그 숙부의 집으로 다가가 문 밖에 잠자코 서 있었다. 이때 장자는 존자 시바라가 문 밖에서 걸식하는 것을 보고 말하였다.
“너는 어제 왜 오지 않았느냐? 나는 어제 백천 냥의 금을 보시하였다. 나는 담요 한 장을 너에게 보시하리라.”

시바라가 대답하였다.
“저는 지금 담요가 필요 없습니다. 오늘 여기 온 것은 밥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장자가 말하였다.
“나는 어제 백천 냥이나 금을 보시하였다. 이제 또 보시할 수는 없다.”

그때 시바라는 장자를 제도하려고 곧 공중으로 날아올라 몸에서 물과 불을 뿜고, 앉기도 하고 눕기도 하고 거닐기도 하면서 마음대로 신통을 부렸다.
이때 장자는 이 변화를 보고 나서 이렇게 말하였다.
“내려와서 자리에 앉아라. 지금 보시하리라.”

이때 존자 시바라는 곧 신통[神足]을 버리고 잠시 후 내려와서 자리에 앉았다. 장자는 가장 나쁜 음식을 시바라에게 주었는데 너무도 거칠고 추한 음식이었다. 이런 것을 시바라에게 주면서 먹으라고 하였다. 그러자 존자 시바라는 부유한 집에서 자라나 음식을 마음대로 먹었었지만 다만 그 장자를 위해 그런 음식을 받아먹었다. 그리고 존자 시바라는 그것을 먹고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그날 밤에 하늘에서 하늘 신이 내려와서 장자에게 말하였다.
좋은 음식을 보시하는 것은 큰 보시이니
저 시바라 존자에게 곧 보시하여라.
탐욕 없으면 곧 해탈할 것이요
욕망이 끊어지면 의심이 없으리라.

또 밤중에도 새벽에도 이 게송을 말하였다.
좋은 음식을 보시하는 것은 큰 보시이니
저 시바라 존자에게 곧 보시하여라.
탐욕 없으면 곧 해탈할 것이요
욕망이 끊어지면 의심이 없으리라.

이때 장자는 하늘 신의 말을 듣고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어제 백천 냥의 금(金)을 외도들에게 보시했을 때도 이런 반응이 없었는데, 오늘은 나쁜 음식을 시바라에게 보시하였더니 이런 반응이 있구나. 날이 언제나 밝을 것인가?나는 백천 냥의 금을 저 시바라에게 보시하리라.’
장자는 그날로 온 집안을 샅샅이 뒤져 백천 냥의 금과 맞먹을 만한 물건을 가지고 시바라를 찾아갔다. 그곳에 이른 그는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서 있었다. 그때 장자는 백천 냥의 금을 시바라에게 바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바라옵건대 이 백천 냥 금을 받아 주십시오.”

그러자 존자 시바라가 대답하였다.
“지금 장자로 하여금 무궁(無窮)한 복을 받게 할 것이요, 저절로 장수하게 할 것입니다. 그러나 여래께서는 비구가 백천 냥의 금을 받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십니다.”

그때 장자는 곧 세존의 처소로 찾아가서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그 장자가 세존께 아뢰었다.
“오직 바라옵건대 세존께서는 저 시바라 비구가 이 백천 냥 금을 받게 해 주십시오. 그리하여 제가 복을 받을 수 있게 해 주십시오.”

그때 세존께서 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저 시바라 비구에게 가서 내가 부른다고 전하여라.”

비구가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그 비구는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곧 시바라에게 가서 여래의 말씀을 그에게 전했다.

그때 존자 시바라는 그 비구의 말을 받들고 곧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세존께서 시바라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저 장자의 백천 냥 금을 받아라. 그리하여 그로 하여금 복을 받게 하라. 그것은 전생의 인연[宿緣]이니 그 과보(果報)를 받아야 하느니라.”

시바라가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이때 존자 시바라는 곧 게송으로 축원[達嚫]6)을 하였다.
옷이나 그밖의 물건을 보시하여
그에 따른 복과 덕을 구하려고 하면
그는 저 천상이나 인간에 태어나
다섯 가지 즐거움을 스스로 누리리라.

그는 천상으로부터 인간에 태어나
존재를 끊고 의심이 없으리니
함이 없는 저 열반(涅槃)의 경계는
모든 부처님께서 즐기시는 것이다.

보시하면서 의심이 없으면
그것으로 말미암아 복 얻으리니
마땅히 사랑하고 은혜로운 마음 내어
복을 짓되 게으름 없이 하여라.

이때 존자 시바라가 장자에게 말하였다.
“이 백천 냥의 금을 가져다 내 방에 두시오.”
그러자 장자는 존자 시바라의 분부를 받고 그 백천 냥 금을 존자 시바라의 방에 가져다 두고 이내 떠나갔다.

그때 시바라가 모든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부족한 것이 있는 이는 여기 와서 가져가라. 만일 의복ㆍ음식ㆍ평상과 침구ㆍ의약 등이 필요하거든 여기 와서 그런 것들을 다 가져가고 다른 데 가서 구하지 말라.”
이렇게 서로서로 전하여 여러 사람들에게 알리게 하였다.

그때 많은 비구들이 세존께 아뢰었다.
“이 시바라는 전생에 무슨 복을 지었기에 장자의 집안에 태어났으며, 단정하기 짝이 없고 복숭아꽃 빛깔처럼 저렇게도 아름답습니까? 또 무슨 복을 지었기에 두 손에 구슬을 쥐고 어머니의 태(胎)에서 나왔습니까? 또 무슨 복을 지었기에 5백 사람이나 거느리고 여래께 나아가 출가하여 도(道)를 배우면서 여래의 세상을 만났습니까? 또 무슨 복을 얻었기에 그는 가는 곳마다 의복과 음식이 거절로 생겨 부족한 것이 없어, 어떤 비구도 그를 따를 수 없습니까?”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먼 과거 91겁(劫) 전에 비바시(毗婆尸)7) 여래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ㆍ명행성위(明行成爲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士)ㆍ도법어(道法御)ㆍ천인사(天人師)ㆍ불세존(佛世尊)이라고 불리는 분이 세상에 출현하시어 반두(槃頭)8)국 경계를 유행하면서 60만 8천 대중들과 함께 계셨다. 그리고 의복ㆍ음식ㆍ침구ㆍ의약 등의 네 가지 공양을 받았다.

그때 야야달(耶若達)이라는 범지(梵志)가 그 나라에 살고 있었다. 그는 재물이 풍족하고 보배가 많아, 금ㆍ은 등 갖가지 귀중한 보배와 자거(車)ㆍ마노(馬瑙)ㆍ진주(眞珠)ㆍ호박(琥珀) 따위가 이루 헤아릴 수 없었다. 그때 야야달은 그 나라에서 나와 비바시여래의 처소로 찾아가 서로 문안인사를 나누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비바시여래는 그를 위해 차례로 설법하여 기쁜 마음을 내게 하셨다. 그때 야야달이 비바시여래께 아뢰었다.
‘부디 바라옵건대 제 청을 받아 주십시오. 저는 부처님과 비구 스님께 공양하고자 합니다.’
그러자 여래께서 잠자코 허락하셨다. 야야달 범지는 세존께서 잠자코 허락하신 것을 보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을 세 번 돌고 떠나갔다.
그는 집에 돌아와 갖가지 맛있는 음식을 장만하였다.

그때 야야달은 밤중에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지금 갖가지 음식을 만들었다. 그런데 낙(酪)이 없다. 내일 아침 일찍 성에 들어가 낙을 파는 이가 있으면 그것을 모두 사 가지고 오리라.’
그때 야야달은 이튿날 아침에 좋은 자리를 펴 두고 이내 성으로 들어가 낙을 찾았다.

때마침 시바라(尸婆羅)라는 소치는 사람이 낙을 가지고 제사를 지내기 위해 사당으로 가고 있었다. 그때 야야달 범지가 소치는 사람에게 말하였다.
‘그대가 낙을 판다면 내 후한 값을 치르리라.’
시바라가 대답하였다.
‘저는 지금 이것으로 제사를 지내려고 합니다.’
바라문이 말하였다.
‘너는 하늘에 제사를 올려 무엇을 구하려고 하느냐? 그러지 말고 내게 팔아라. 그러면 매우 후한 값을 주리라.’
소치는 사람이 대답하였다.
‘범지여, 이 낙을 사서 어디다 쓰려고 하십니까?’
범지가 대답하였다.
‘나는 지금 비바시 여래와 비구 스님을 초청했다. 음식은 다 준비되었는데 다만 낙이 없다.’
이때 시바라가 범지에게 물었다.
‘비바시여래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범지가 대답하였다.
‘그 여래는 아무도 짝할 이가 없다. 계(戒)를 갖추어 청정하고 지혜와 삼매는 천상이나 인간 세상에서 아무도 따를 이가 없다.’

그때 야야달 범지는 이렇게 여래의 덕을 찬탄하였다. 시바라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이 열리고 뜻에 이해가 생겼다. 이때 시바라가 범지에게 말하였다.
‘제가 지금 직접 이 낙(酪)을 가지고 가서 여래께 보시하겠습니다. 그 뒤에 다시 하늘에 제사지내겠습니다.’
그때 야야달 범지는 이 소치는 사람을 데리고 집으로 갔다가 다시 부처님께 나아가 아뢰었다.
‘때가 되었습니다.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원컨대 여래께서는 왕림하소서.’

여래께서는 때가 된 줄을 아시고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비구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인 채 야야달 범지의 집으로 가셨고, 저마다 차례대로 자리에 앉았다. 이때 소치는 사람은 여래의 모습이 세상에 보기 드물고 모든 감각기관은 담박하며, 32상과 80종호로 장엄(莊嚴)한 그 몸은 해와 달과 같고, 또 숱하게 많은 산 위로 불쑥 솟은 수미산(須彌山)과 같으며, 그 광명이 멀리 비추어 혜택을 입지 않는 곳이 없는 것을 보았다. 그는 매우 기뻐하면서 세존 앞으로 나아가 이렇게 아뢰었다.
‘만일 여래의 공덕이 저 범지가 말한 대로라면 이 한 병의 낙을 가지고도 저 비구 스님들에게 충분하게 다 나누어 줄 수 있으리라.’
그때 시바라가 세존께 아뢰었다.
‘바라옵건대 이 낙을 받아 주십시오.’
그러자 여래께서 곧 발우를 내밀어 낙을 받으시고 다시 비구 스님들에게 나누어 주셨다. 그랬는데도 낙은 아직 남아 있었다.

그때 소치는 사람이 세존께 아뢰었다.
‘아직도 낙이 남았습니다.’
그러자 여래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다시 그 낙을 가져다가 부처님과 비구 대중에게 돌려라.’
그러자 소치는 사람이 말하였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때 소치는 사람은 다시 낙을 돌렸다. 그래도 낙은 남았다. 소치는 사람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아직도 낙이 남았습니다.’
그러자 여래께서 그 사람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그 낙을 가지고 가서 저 비구니(比丘尼)들과 우바새(優婆塞) 대중과 우바이(優婆夷) 대중들에게 나누어 주어 배불리 먹게 하라.’
그래도 낙은 남았다.
그때 부처님께서 소치는 사람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그 낙을 가지고 가서 저 시주[檀越]들에게 나누어 주어라.’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는 곧 그 낙을 가져다가 시주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런데도 낙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다시 걸인(乞人)들과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래도 낙은 남아 있었다. 그는 돌아와 부처님께 아뢰었다.
‘아직도 낙이 남았습니다.’
그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금 그 낙을 가져다가 깨끗한 땅에 버리던지 아니면 물에 쏟아라. 왜냐하면 나는 아직 여래를 제외하고는 어떤 하늘이나 사람도 그 낙을 다 소모시킬 수 있는 이를 보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소치는 사람은 곧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그 낙을 가져다가 물에 부었다. 그러자 잠시 뒤에 물 속에서 큰 불꽃이 일어나 수십 길이나 치솟았다.

그때 소치는 사람은 그 변괴(變怪)를 보고 일찍이 보지 못했던 일이라고 찬탄하였다.
그는 세존의 처소로 돌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합장하고 서서 다시 이렇게 서원(誓願)하였다.
‘지금 이 낙을 사부대중에게 보시하였는데, 만일 이것으로 인해 복덕이 있게 된다면 그 복으로 말미암아 여덟 가지 어려운 곳에 떨어지지 말게 하고, 가난한 집에 태어나지 말게 하며, 태어나는 곳마다 여섯 가지 감각기관을 완전히 갖추게 하고, 얼굴은 단정하게 하며, 또 속가에 있지 말게 하고, 미래 세상에서도 이와 같은 거룩한 분을 만나게 하소서.’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또 31겁 전에는 식힐(式詰)9)여래가 세상에 출현하셨다. 이때 식힐여래는 야마(野馬) 세계를 유행하며 교화하셨고 대비구 10만 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식힐여래는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성에 들어가 걸식하셨다. 그때 그 성에 선재(善財)10)라고 하는 큰 장사꾼[商客]이 있었다. 그는 멀리서 식힐여래가 모든 감각기관이 고요하고 얼굴이 단정하기 그지없으며, 32상과 80종호로 그 몸을 장엄하였고 얼굴이 해와 달과 같음을 보았다. 그러한 모습을 보고 나서 그는 매우 기뻐하는 마음을 내어 세존의 앞으로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그리고는 좋은 보배 구슬을 여래 위에 뿌려 작은 정성을 나타내면서 널리 서원을 세웠다.
‘이 공덕으로 말미암아 태어나는 곳마다 재물이 풍족하고 보배가 많아 부족한 것이 없고 손이 빌 때가 없게 하며, 나아가 어머니의 태(胎) 안에서조차도 또한 비지 않게 하소서.’

또 그 겁 중에 비사라바(毗舍羅婆)11) 여래ㆍ지진ㆍ등정각ㆍ명행성위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도법어ㆍ천인사ㆍ불세존이라는 명호를 가진 분이 출현하셨다. 그때 선각(善覺)이라는 장자가 있었는데, 그는 재물이 풍족하였고 보배가 많았다. 그 역시 비사라바 여래ㆍ지진ㆍ등정각과 비구 스님들을 초청하였다. 그러나 그에게는 시중을 드는 사람이 없어 몸소 갖가지 맛있는 음식을 장만해 가지고 여래께 공양하면서 이렇게 서원하였다.
‘저의 이 공덕으로 말미암아 태어나는 곳마다 항상 3존(尊)을 만나게 하고 가난하지 않게 하며, 늘 시중을 드는 사람이 많고 미래 세상에서도 오늘처럼 여래를 만나게 하소서.’

또 이 현겁(賢劫) 중에 구루손(拘屢孫)12) 여래ㆍ지진ㆍ등정각께서 세상에 출현하셨다. 그때 다재(多財)라고 하는 장자가 있었는데, 그 또한 구루손여래를 초청하여 이레 동안 그 부처님과 비구들께 공양하였고, 의복ㆍ음식ㆍ침구ㆍ의약 등을 공급해 주면서 이렇게 서원을 세웠었다.
‘태어나는 곳마다 항상 재물이 풍족하고 보배가 많게 하옵고, 빈천(貧賤)한 집안에 태어나지 말게 하시며, 언제나 네 가지 공양을 받게 하고 사부대중과 국왕과 백성들의 존경을 받게 하며,하늘ㆍ용ㆍ귀신ㆍ사람ㆍ비인(非人)들에게 대접받게 하소서.’

모든 비구들이여,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때의 야야달 범지가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그런 생각을 하지 말라. 지금의 저 월광 장자가 바로 그 사람이다. 그때의 소치는 사람으로서 낙을 부처님께 공양한 시바라는 지금의 저 시바라 비구가 바로 그 사람이다. 그때의 장사꾼 선재를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지금의 시바라 비구가 바로 그 사람이다. 그때의 선각 장자를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지금의 시바라 비구가 바로 그 사람이니라.

모든 비구들이여, 마땅히 알아야 한다. 시바라 비구는 이런 서원을 세웠었다.
‘태어나는 곳마다 항상 단정하기 짝이 없게 하고 늘 부귀(富貴)한 집에 태어나게 하며, 미래(未來) 세상에서도 저로 하여금 세존(世尊)을 만나게 하고, 만약 저를 위해 설법하시면 곧 해탈을 얻고 출가하여 사문이 되게 하소서.’
그런 공덕으로 말미암아 지금 시바라 비구는 부귀한 집안에 태어나게 되었고 단정하기 짝이 없게 되었으며, 지금 나를 만나 곧 아라한이 되었느니라.
또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다시 보배 구슬을 여래 위에 뿌린 그 공덕으로 어머니의 태 안에 있으면서 손에 두 개의 구슬을 쥐고 어머니의 태에서 이 세상에 나왔다. 그 구슬의 가치는 이 염부제(閻浮提)만한 값어치이다. 그는 세상에 나오는 때를 당하여 이렇게 말하였다.
‘구루손여래를 다시 초청하고 서원(誓願)하오니 이제 많은 심부름꾼을 가지게 하소서.’
그래서 지금 5백 사람을 거느리고 나에게 와서 출가하여 도(道)를 배워 아라한이 된 것이다.
또 이레 동안 구루손여래를 공양하고, 네 가지 공양을 얻기를 구했으므로 지금 의복ㆍ음식ㆍ침구ㆍ의약 등 어는 것도 모자람이 없다. 그런 공덕으로 인하여 다른 비구로서는 도저히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석제환인도 직접 와서 공양하여 그가 필요로 하는 것을 공급하고, 또 모든 하늘들이 여러 마을에 알려 사부대중들로 하여금 시바라가 있는 곳을 알려 준 것도 다 그 때문이다. 그러므로 내 제자 중에서 복덕으로 제일가는 이는 시바라 비구가 바로 그 사람이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3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전투를 하는 건장한 사람에는 다섯 종류가 이 세상에 있다. 어떤 것이 그 다섯 사람인가? 어떤 사람은 갑옷을 입고 무기를 들고 전투(戰鬪)에 나아가다가 멀리서 바람을 따라 일어나는 티끌만 보고도 곧 두려워한다. 이것을 일러 첫 번째 군인이라고 한다.

또 두 번째, 전투하는 사람 중에는 갑옷을 입고 무기를 들고 전투에 나아갈 때에, 가령 바람을 따라 일어나는 티끌을 보아도 두려워하지 않지만 높은 깃발만 보이면 곧 두려워하며 감히 나아가 싸우지 못하는 이가 있다. 이것을 일러 두 번째 군인이라고 한다.

또 세 번째, 전투하는 사람 중에는 갑옷을 입고 무기를 들고 전장에 나아가려고 할 때에, 바람에 일어나는 티끌이나 또는 높은 깃발을 보고도 두려워하지 않지만 활과 화살을 보면 곧 두려워하며 감히 싸우지 못하는 이도 있다. 이것을 일러 세 번째 군인이라고 한다.

또 네 번째, 전투하는 사람 중에 어떤 이는 갑옷을 입고 무기를 들고 전장에 나아가려고 할 때에, 바람에 일어나는 티끌을 보거나 높은 깃발을 보거나 활과 화살을 보고도 두려워하지 않지만 적진에 들어갔다가 곧 적에게 붙잡히거나 혹은 살해당한다. 이것을 일러 네 번째 군인이라고 한다.

또 다섯 번째, 전투하는 사람 중에 어떤 이는 갑옷을 입고 무기를 들고 전장에 나아가려고 할 때에, 만약 바람에 일어나는 티끌을 보거나, 또는 높은 깃발을 보거나 활과 화살을 보거나, 또는 적에게 붙잡혀 죽음에 이르더라도 두려워하지 않고,적군의 내외(內外 진지를 부수고 백성들을 거느린다. 이것을 일러 다섯 번째 군인이라고 한다.

비구들아, 이 세상에는 이와 같은 다섯 종류의 사람이 있느니라.
지금 이 비구 대중들 중에도 이러한 다섯 종류의 사람이 이 세상에 있느니라. 어떤 것이 그 다섯 종류인가? 혹 어떤 비구는 다른 촌락(村落)을 유행하다가 그 촌락의 어떤 부인이 단정하기 짝이 없고, 얼굴도 복숭아꽃 빛과 같다는 말을 듣는다. 그는 그 말을 듣고 나서는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그 촌락으로 걸어가서 걸식을 하다가 아름다기 짝이 없는 여자의 얼굴을 보고는 곧 탐욕의 마음을 일으켜 세 가지 법의(法衣)를 버리고 부처님의 금계(禁戒)를 버리고 속세로 돌아간다. 비유하면 저 첫 번째 군인이 바람에 일어나는 티끌을 조금만 보고도 곧 두려워하는 것처럼, 이 비구도 그와 같다.

또 어떤 비구는 어떤 촌락에 단정하기 짝이 없는 여자가 살고 있다는 말을 듣는다. 그리고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그 마을에 들어가 걸식을 하다가 그 여자를 보고 욕심을 내지는 않지만, 다만 그 여자와 서로 희롱하며 말을 주고받게 되면 그 희롱으로 말미암아 법복(法服)을 버리고 세속의 옷으로 갈아입고 만다. 이를 비유하면 저 바람에 일어나는 티끌을 보고 두려워하지는 않지만, 다만 높은 깃발을 보고 나서는 곧 두려워하는 두 번째 군인처럼, 이 비구도 그와 같으니라.

또 어떤 비구는 어느 촌락에 얼굴이 단정하여 세상에 보기 드물고 복숭아꽃 빛깔과 같은 여자가 살고 있다는 말을 듣는다. 그리고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그 마을에 들어가 걸식을 하다가, 그 여자를 보게 되어도 애욕의 생각을 내지 않고 서로 희롱하면서도 애욕의 생각을 내지 않지만, 다만 그 여자와 서로 손을 맞잡고 서로 만지작거리게 되면 그러는 사이에 곧 애욕의 생각을 일으켜 세 가지 법의를 버리고 세속의 옷으로 갈아입고 가정을 만든다. 비유하면 저 세 번째 군인이 적진(敵陣) 속에 들어가 바람에 날리는 먼지를 보거나 높은 깃발을 보고도 두려워하지 않다가 활과 화살을 보고는 곧 두려워하는 경우와 같으니라.

또 어떤 비구는 어느 촌락에 얼굴이 단정하여 세상에 정말 보기 드문 여자가 살고 있다는 말을 듣는다. 그리고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그 마을에 들어가서 걸식을 하다가, 그 여자를 보게 되어도 애욕의 생각을 내지 않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더라도 애욕의 생각을 내지 않지만, 그 여인과 서로 만지작거리게 되면 그러는 사이에 곧 애욕의 생각을 일으켜 법복을 버리고 가업(家業)을 익힌다. 비유하면 저 네 번째 군인이 적진에 들어가 적에게 잡히거나 혹은 목숨을 잃고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와 같으니라.

또 어떤 비구는 어느 마을에 의지해 살며 그런 여자가 그 마을에 살고 있다는 말을 듣는다. 그러나 그 비구는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마을에 들어가 걸식을 하다가, 그 여자를 보게 되더라도 애욕의 생각을 일으키지 않고, 서로 말을 건네며 웃더라도 애욕의 생각을 일으키지 않으며, 서로 만지작거리게 되더라도 애욕의 생각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때 그 비구는 이 몸속의 36가지 나쁘고 더러우며 깨끗하지 못한 물질1)을 관찰하고 ‘무엇이 이런 것에 집착하는가, 무엇 때문에 애욕을 일으키는가? 이 욕심은 어느 곳에 머무는가, 머리로부터 나오는가, 형체(形體)로부터 나오는가?’ 하고 관찰한다. 그 온갖 물질에 대하여 아무리 관찰해 보아도 그런 것들이 존재하는 곳이 없다. 머리에서 발끝까지도 역시 그와 같다. 오장(五臟)이 소속되어 있는 것도 그 형상을 생각할 수 없고, 또 어디서부터 온 곳도 없다. 그 인연의 근본을 관찰해 보아도 좇아 온 곳이 없다.

그는 또 이렇게 생각한다.
‘이러한 욕심은 다 인연(因緣)을 따라 생기는 것이라고 나는 관찰하였다.’
그 비구는 이렇게 관찰하고 나서는 욕루(欲漏)에서 마음이 해탈을 얻고, 유루(有漏)에서 마음이 해탈을 얻으며, 무명루(無明漏)에서 마음이 해탈을 얻고는 곧 해탈지혜[解脫智]가 생긴다. 그리하여 ‘나고 죽음이 이미 다하고 범행(梵行)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쳐 다시는 태(胎)를 받지 않는다’라고 사실 그대로 다 안다. 이는 비유하면 저 다섯 번째 전투하는 사람이 많은 적군을 어려워하지 않고 스스로 돌아다니면서 교화하는 경우와 같으니라. 그런 까닭에 나는 지금 말한다.
‘이 사람은 애욕(愛欲)을 버리고 두려움이 없는 곳에 들어가 열반성(涅槃城)에 이르게 되었다.’
비구들아, 이것이 ‘이 세상에는 다섯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한 것이니라.”

그때 세존께서 곧 이 게송을 설하셨다.
애욕아, 나는 너의 근본을 안다.
너는 생각을 의지해 생기는 것이다.
내가 생각을 일으키지 않으면
너도 또한 존재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음행(淫行)은 나쁘고 더러우며 깨끗하지 못한 것이라고 관찰하고 색욕(色欲)을 제거해 없애도록 해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4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전투하는 사람에는 다섯 종류가 이 세상에 있다. 어떤 것이 그 다섯 종류인가? 혹 어떤 사람은 갑옷을 입고 무기를 들고 군대에 들어가 전투를 한다. 그러나 그는 바람에 일어나는 먼지를 보고는 곧 두려워하며 감히 저 큰 군진(軍陣)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이것이 첫 번째 군인이니라.

또 두 번째, 전투하는 어떤 사람은 갑옷을 입고 무기를 들고 군대에 들어가 전투를 한다. 그는 바람에 일어나는 먼지를 보고는 두려워하지 않지만, 북을 치는 소리만 들으면 곧 두려워한다. 이것이 두 번째 군인이니라.

또 세 번째, 전투하는 어떤 사람은 갑옷을 입고 무기를 들고 군대에 들어가 전투를 한다. 그는 바람에 일어나는 먼지를 보고 두려워하지 않고 북을 치는 소리를 듣고도 두려워하지 않지만, 만약 높은 깃발을 보게되면 곧 두려워하여 감히 나가 싸우지 못한다. 이것이 세 번째 군인이니라.

또 네 번째, 전투하는 어떤 사람은 갑옷을 입고 무기를 들고 군대에 들어가 전투를 한다. 그는 바람에 일어나는 먼지를 보고도 두려워하지 않고, 또 북을 치는 소리를 듣고도 두려워하지 않으며,높은 깃발을 보고도 두려워하지 않지만, 적군에게 잡히면 혹 목숨이 끊어지고 만다. 이것이 네 번째 군인이니라.

또 다섯 번째, 어떤 사람은 갑옷을 입고 무기를 들고 군진(軍陣)에 들어가 전투를 한다. 그는 적군을 모두 무찌르고 넓은 땅을 점령한다. 이것이 다섯 번째 군인이니라.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지금 비구들도 다섯 종류가 이 세상에 있다. 어떤 것이 그 다섯 종류인가?
어떤 비구가 촌락(村落)에 살고 있는데, 그는 어떤 여인(女人)이 단정하기 짝이 없고, 얼굴이 복숭아꽃 빛깔처럼 아름답다는 말을 듣는다. 그 비구는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마을에 들어가 걸식을 하면서, 감각기관의 문[根門]을 지키지 않고 몸과 입과 뜻을 보호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만약 그 여인을 보게 되면 곧 애욕(愛欲)의 마음을 일으켜 금계(禁戒)를 버리고 돌아가 세속 옷으로 갈아입는다. 비유하면 저 첫 번째 군인이 바람에 먼지가 일어나는 소리를 듣고 감히 전투를 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나는 이런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또 어떤 비구가 촌락에 살고 있는데, 그는 어느 마을에 어떤 여자가 단정하기 비할 데 없고, 얼굴 모습도 복숭아꽃 빛깔 같다는 말을 듣고는 곧 계(戒)를 버리고 세속의 법을 익힌다. 비유하면 저 두 번째 군인이 북 소리만 듣고도 감히 싸우지 못하는 것과 같으니라.

또 어떤 비구가 촌락에 살고 있는데, 그는 어느 마을에 어떤 여자가 살고 있다는 말을 듣는다. 그 말을 듣고 나서는 곧 애욕의 마음을 일으킨다. 그러다가 그 여인을 보더라도 애욕의 생각을 일으키지 않다가, 오직 그 여인과 서로 희롱하는 동안에 곧 금계를 버리고 세속의 법을 익힌다. 비유하면 저 세 번째 군인이 멀리서 깃발을 보고 나서는 곧 두려워하며 감히 전투를 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그런 까닭에 지금 이런 사람에 대하여 말하는 것이다. 이것을 일러 세 번째 군인이라고 하느니라.

또 어떤 비구가 촌락에 살고 있는데, 그 비구는 어느 마을에 어떤 여자가 살고 있다는 말을 듣고 나서는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마을에 들어가 걸식하면서 몸과 입과 뜻을 단속하지 못한다. 그 여인이 단정하기 그지없음을 보고 그 사이에서 곧 애욕의 마음을 일으킨다. 그러다가 혹 그 여인과 서로 꼬집기도 하고 손을 마주잡기도 하다가 곧 금계를 버리고 세속의 법을 익힌다. 비유하면 저 네 번째 전투하는 사람이 큰 군진(軍陣)에 있으면서 적군에게 잡혀 목숨을 잃는 것과 같다. 그런 까닭에 지금 이런 사람에 대하여 말하는 것이다.

또 어떤 비구는, 어느 마을에 어떤 여자가 살고 있는데 세상에 보기 드물게 어여쁘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는 비록 그런 말을 듣더라도 애욕의 마음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 비구는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마을에 들어가 걸식하면서 몸과 입과 뜻을 잘 단속한다. 그는 비록 여인을 보더라도 애욕의 마음을 일으키지 않고, 삿된 생각이 없으며, 그 여인과 서로 말을 주고받으면서도 역시 애욕의 마음을 일으키지 않고 삿된 생각도 없다. 그러나 혹 그 여인과 서로 꼬집고 손을 마주잡게 되면 그 사이에 곧 애욕의 마음이 일어나 몸과 입과 뜻이 불꽃처럼 치성(熾盛)해진다. 그는 동산으로 돌아가 장로 비구들의 처소로 찾아가서 장로 비구들에게 그런 사실을 고백한다.
‘여러분은 지금 마땅히 아셔야만 합니다. 저는 지금 애욕의 마음이 불꽃처럼 일어나 스스로 금하고 억누를 수가 없습니다. 부디 바라옵건대 설법하시어 이 애욕의 더러운 오로(惡露)에서 벗어나게 해 주십시오.’
그때 장로 비구들은 이렇게 말한다.
‘너는 지금 잘 관찰해 보아라. 이 애욕은 무엇을 좇아 생기며, 무엇을 좇아 없어지는가? 여래께서는 〈대개 애욕을 버리려고 하거든 부정관(不淨觀)으로써 그것을 제거해 없애고 부정관의 도(道)를 닦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때 장로 비구들은 곧 이런 게송을 읊는다.
만약 전도(顚倒)된 생각을 알고 싶다면
그것은 불꽃같은 마음 때문이니라.
마땅히 온갖 불꽃같은 마음 버려라.
그러면 애욕은 곧 그치어 쉬느니라.

‘여러분, 알아야 하오. 애욕은 생각[想]을 따라 일어난다. 애욕의 마음을 일으키면, 곧 애욕의 뜻이 생기는 것이다. 혹 자기 자신을 해치고 또 다른 사람을 해치며, 여러 가지 재환(災患)을 일으켜 현세에서 그런 고통과 걱정을 받고, 또 후세에서도 한량없이 많은 고통을 받는다. 만일 애욕의 마음을 제거해 버리면, 또한 제 자신도 해치지 않고 또 다른 사람도 해치지 않으며, 현세에서도 괴로움의 과보(果報)를 받지 않는다. 그런 까닭에 너는 지금 마땅히 생각을 없애버려야 한다. 생각이 없으면 곧 애욕의 마음이 없어지고, 애욕의 마음이 없으면 곧 어지러운 생각이 없어질 것이다.’

그때 그 비구는 이와 같은 가르침을 받고, 곧 깨끗하지 못하다는 생각으로 사유(思惟)한다. 깨끗하지 못하다는 생각으로 사유함으로써 그때 번뇌[有漏]에서 마음이 해탈하여 함이 없는 곳[無爲處:涅槃]에 이르게 된다. 비유하면 저 다섯 번째 군인이 갑옷을 입고 무기를 가지고 군진에 들어가 전투에 나아갔을 때, 아무리 많은 적을 보아도 두려움이 없고, 비록 해치려는 사람이 오더라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며, 능히 외구(外寇)를 무찌르고 다른 세상에 사는 것과 같다. 그런 까닭에 나는 지금 이런 사람은 ‘마(魔)의 무리를 쳐부수고 온갖 어지러운 생각을 버려 함이 없는 곳에 이른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것을 일러 이 현재 세상의 다섯 번째 비구라고 한다.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 세간(世間)에는 이런 다섯 종류의 사람이 있다.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깨끗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늘 수행하도록 하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5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대개 땅을 소제(掃除)하는 사람에게 이런 다섯 가지 일이 있으면 공덕을 얻지 못한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인가? 땅을 소제하는 사람으로서 역풍(逆風)을 알지 못하고, 순풍(順風)을 알지 못하며, 또 모아서 무더기를 만들지 않고, 똥을 치우지 않으며, 소제한 곳이 또한 깨끗하지 않으면,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땅을 소제하는 사람에게 이런 다섯 가지 일이 있으면 큰 공덕을 이루지 못한다’고 한 것이니라.

또 비구들아, 땅을 소제하는 사람은 다섯 가지 공덕을 성취한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인가? 땅을 소제하는 사람이 역풍과 순풍의 이치를 알고, 또한 모을 줄 알고 치울 줄을 알며, 나머지를 남겨두지 않아 매우 깨끗하게 하면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이 다섯 가지 일은 큰 공덕을 성취한다’고 하느니라.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앞의 다섯 가지 일은 버리고, 뒤의 다섯 가지 법을 닦아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6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은 탑[偸婆]을 소제하고도 다섯 가지 공덕(功德)을 얻지 못한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공덕인가? 어떤 사람은 탑을 소제하면서 물을 땅에 뿌리지 않고, 기왓장이나 조약돌을 치우지 않으며, 땅을 편편하게 고르지 않고, 정성을 다하여 땅을 소제하지 않으며, 더럽고 나쁜 것을 치우지 않는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땅을 소제하는 사람이 다섯 가지 공덕을 성취하지 못한다’고 하는 것이니라.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탑을 소제하는 사람은 다섯 가지 공덕을 성취한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 공덕인가? 탑을 소제하는 사람이 물을 땅에 뿌리고, 기왓장이나 조약돌을 치우며, 땅을 편편하게 고르고 정성을 다하여 땅을 소제하며, 더럽고 나쁜 것을 치우면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다섯 가지 일이 있어 그 사람으로 하여금 공덕을 얻게 한다’고 하는 것이니라.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이 공덕을 얻으려 하거든 마땅히 이 다섯 가지 일을 행해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7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오래도록 나다니며 노는 사람은 다섯 가지 어려움이 있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 어려움인가? 항상 나다니며 노는 사람은 가르친 법을 외우지 못하는 것, 외웠던 법을 잊어버리는 것, 삼매(三昧)를 얻지 못하는 것, 얻었던 삼매를 잃어버리는 것, 법을 듣고도 가지지 못하는 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많이 나다니며 노는 사람은 이 다섯 가지 어려움이 있다’고 하느니라.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많이 나다니며 놀지 않는 사람은 다섯 가지 공덕이 있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 공덕인가? 얻지 못했던 법을 얻는 것, 이미 얻은 법을 잊어버리지 않는 것, 많이 들어 능히 잘 가지는 것, 능히 삼매를 얻는 것, 이미 얻은 삼매는 다시는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많이 나다니며 놀지 않는 사람은 이 다섯 가지 공덕이 있다’고 하느니라.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많이 나다니며 놀지 말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8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비구가 항상 한 곳에 오래 머무르면, 다섯 가지 법답지 않는 일이 있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인가? 비구가 한 곳에 오래 머무르면 그 집에 집착하여 남이 빼앗을까 두려워하는 것, 혹 재산(財産)에 집착하여 남이 빼앗을까 두려워하는 것, 혹 재물을 많이 모으기를 속인처럼 하는 것, 친한 이에게 집착하여 다른 사람이 그 친한 이의 집에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 항상 속인들과 서로 왕래하는 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한 곳에 오래 머무는 사람은 이 다섯 가지 법답지 않은 일이 있다’고 하느니라.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방편을 구해 한 곳에 오래 머무르지 말아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9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한 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 사람에게는 다섯 가지 공덕이 있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 공덕인가? 집을 탐하지 않는 것, 살림살이 도구를 탐하지 않는 것, 재물을 많이 모으려고 하지 않는 것, 친족들에게 집착하지 않는 것, 속인들과 서로 왕래하지 않는 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한 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 사람에게는 이런 다섯 가지 공덕이 있다’고 하느니라.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방편을 구해 이 다섯 가지 일을 행하도록 해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10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마갈국(摩竭國 광명(光明)이라는 못 가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인간 세상을 유행하고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는 멀리서 큰 나무가 불에 타는 것을 보셨다. 그 모습을 보시고 여래께서는 다시 어떤 나무 밑으로 가서 앉으셨다. 그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떠냐? 비구들아, 차라리 이 몸을 저 불 속에 던지겠느냐, 아니면 차라리 아름다운 여자와 사귀며 놀겠느냐?”

그때 모든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차라리 여인과 사귀며 놀지 저 불 속에 이 몸을 던지지는 않겠습니다. 왜냐하면 저 불은 독하고 뜨겁기가 이루 다 말할 수 없고, 목숨이 끊어지는 고통 또한 한량없기 때문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너희들에게 말하노라. 사문(沙門)의 행(行)이 아니면서 사문이라고 말하고, 범행(梵行)을 닦지 않는 사람이 범행을 닦는 사람이라고 말하며, 바른 법을 듣지 못했으면서 바른 법을 들었다고 말하고, 맑고 깨끗한 법이 없는 그런 사람은 차라리 저 불 속에 뛰어들지언정, 여자와 함께 사귀면서 놀지 말라. 왜냐하면 그 사람은 차라리 그런 고통을 받을지언정, 그 죄로 말미암아 지옥에 들어가 한량없이 많은 고통을 받지는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어떠냐? 비구들아, 사람의 예배(禮拜)와 공경(恭敬)을 받겠느냐, 아니면 사람들에게 예리한 칼을 주어 자신의 손발을 끊게 하겠느냐?”

모든 비구들이 아뢰었다.
“차라리 남의 예배 공경을 받을지언정 사람에게 예리한 칼을 주어 자기의 손발을 끊게 하지는 않겠습니다. 왜냐하면 손발을 끊는 고통은 이루 다 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너희들에게 말하노라. 사문의 수행을 하지 않으면서 사문이라고 말하고, 범행을 닦는 않는 사람이 범행을 닦는 사람이라고 말하며, 바른 법을 듣지 못했으면서 바른 법을 들었다고 말하고, 맑고 깨끗한 행이 없어 선근(善根)을 끊은 그런 사람은 차라리 몸을 맡겨 예리한 칼을 받을지언정 계행(戒行)도 없이 남의 공경을 받지는 말아야 하느니라. 왜냐하면 이런 고통은 잠깐이지만 지옥의 고통은 이루 다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니라.
어떠냐? 비구들아, 차라리 남의 옷을 받겠느냐, 아니면 뜨거운 쇠사슬로 그 몸을 감싸겠느냐?”

모든 비구들이 아뢰었다.
“차라리 남의 옷을 받을지언정 그런 고통은 받지 않겠습니다. 왜냐하면 그 고통은 이루 다 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거듭 너희들에게 말하노라. 계를 지키지 않는 사람은 차라리 뜨거운 쇠사슬로 그 몸을 감쌀지언정 남의 옷은 받지 않아야 한다. 왜냐하면 이런 고통은 잠깐이지만, 지옥의 고통은 이루 다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니라. 어떠냐? 비구들아, 차라리 신도가 주는 음식을 먹겠느냐, 아니면 뜨거운 쇠 구슬을 삼키겠느냐?”

모든 비구들이 아뢰었다.
“차라리 남이 주는 음식을 먹을지언정 뜨거운 쇠 구슬은 삼키지 않겠습니다. 왜냐하면 그 고통은 도저히 견디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너희들에게 말하노라. 차라리 뜨거운 쇠 구슬을 삼킬지언정 계를 지키지 않으면서 남이 믿음으로 주는 음식을 먹지는 말아라. 왜냐하면 뜨거운 쇠 구슬을 삼키는 고통은 잠깐이기 때문이다. 계를 지키지 않는다면 남이 믿음으로 주는 보시를 받지 말아야 한다.
어떠냐? 비구들아 차라리 남이 주는 침구(寢具)를 받겠느냐, 아니면 뜨거운 쇠 평상 위에 눕겠느냐?”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차라리 남의 침구를 받을지언정 뜨거운 쇠 평상 위에 눕지는 않겠습니다. 왜냐하면 그 고통은 이루 다 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저 어리석은 사람들은 계행(戒行)이 없다. 사문도 아니면서 사문이라고 말하고, 범행이 없으면서 범행을 닦는다고 말한다. 차라리 뜨거운 쇠 평상 위에 누울지언정 계행이 없으면서 남이 믿음으로 주는 보시를 받지는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뜨거운 쇠 평상 위에 눕는 고통은 잠깐이기 때문이다. 계행이 없다면 남이 믿음으로 주는 보시를 받지 말아야 한다.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나는 오늘 계행이 없는 사람이 나아가는 곳을 보았다. 그들은 혹 인간에 태어나더라도 몸은 바짝 마르고, 끓는 피가 얼굴 구멍으로 흘러나와 곧 목숨을 마치고 만다. 그래서 그는 여자와 사귀어 놀지도 못하고 남의 예경(禮敬)을 받지도 못하며, 남에게서 의복ㆍ음식ㆍ침구ㆍ의약도 받지 못한다.
저 계행이 없는 사람은 후세(後世)와 전세(前世)의 죄를 관찰하지 못하고 목숨을 돌보지 않다가 그런 고통을 받는다. 계행이 없는 사람은 반드시 세 갈래 나쁜 세계에 떨어질 것이다. 왜냐하면 악행(惡行)을 지었기 때문이다.

나 여래는 오늘 선(善)을 행하는 사람이 나아가는 곳을 보았다. 그들은 혹 중독(中毒)이 되거나 칼에 상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왜냐하면 그 몸을 버리고 하늘의 복(福)을 받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장차 좋은 세계에 태어날 것이다. 모두 전세(前世)에 닦은 선행(善行)으로 그 과보를 받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계행의 몸ㆍ선정의 몸ㆍ해탈의 몸ㆍ해탈지견의 몸을 늘 생각하고 닦아야 한다. 그래야 금생(今生)에서 그 과보를 얻어 감로(甘露)의 길을 얻고, 비록 남에게서 의복ㆍ음식ㆍ침구ㆍ의약을 받더라도 과실(過失)이 없으며, 또 시주[檀越]들로 하여금 무궁한 복을 받게 한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이렇게 설법하셨을 때 비구 60명은 번뇌[漏]가 다해 뜻에 이해가 생겼지만, 다른 비구 60명은 법복(法服)을 버리고 세속으로 돌아갔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다섯 왕과 월광 장자와
시바라와 두 가지 싸움과
두 가지 소제와 두 가지 행과
가고 머무름의 두 가지에 대해 설하셨고
메마른 나무에 대해 마지막으로 설하셨다.

주석
2 또는 말니(末尼)라고 쓰기도 하며, 번역하여 여의보(如意寶)ㆍ여의주(如意珠)라고 하는데, 이 구슬은 보물을 비 내리듯 한다고 한다.
3 팔리어로는 Nigaṇṭha-Nātaputta라고 한다. 또는 니건타야제자(尼乾陀若提子)라고 쓰기도 하며, 번역하여 이계친자(離繫親子)라고 한다. 온몸을 드러내고 다니는 외도(外道)로서 육사외도(六師外道) 중 하나이며, 그의 본명(本名)은 와록달마나(瓦錄達摩那)라고 한다. 그는 그 교의 무리들에게 대웅(大雄)이라고 불렸으며, 찰리종(刹利種) 출신으로 그 당시 아주 유명한 대종교가(大宗敎家)였다.
4 8배사(背捨)라고도 한다. 즉 여덟 가지 관념(觀念)을 말한다. 이 관념에 의하여 5욕(欲)의 경계를 등지고, 탐하여 고집하는 마음을 버리므로 배사라고 하고, 또 이것으로 말미암아 3계의 번뇌를 끊고 아라한과를 증득하므로 해탈이라고 한다. 여덟 가지란, 첫째, 안으로 색욕(色欲)을 탐하는 생각이 있으므로 이 탐심을 없애기 위하여 밖의 부정(不淨)한 퍼렇게 어혈(瘀血)이 든 색(色) 따위를 관하여 탐심을 다시는 일으키지 않게 하는 것[內有色想觀外色解脫]이다. 둘째는 안으로 색욕을 탐하는 생각은 이미 없어졌으나, 이것을 더욱 굳게 하기 위하여 밖의 퍼렇게 어혈이 든 색 따위를 관하여 탐심을 다시는 일으키지 않게 하는 것[內無色想觀外色解脫]이다. 셋째는 깨끗한 색을 관하여 탐심(貪心)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을 정해탈(淨解脫)이라고 하는데, 이 정해탈을 몸소 증득하여 구족원만(具足圓滿)하며 선정에 드는 것[淨解脫身作證具足住]이다. 넷째는 공무변처해탈(空無邊處解脫), 다섯째는 식무변처해탈(識無邊處解脫), 여섯째는 무소유처해탈(無所有處解脫), 일곱째는 비상비비상처해탈(非想非非想處解脫)이다. 네 번째부터 일곱 번째까지는 각각 능히 그 아랫단 계의 탐심을 버리므로 해탈이라고 한다. 여덟째는 멸수상정해탈신작증구족주(滅受想定解脫身作證具足住)인데, 이것은 멸진정(滅盡定)은 수(受ㆍ상(想) 등의 마음을 싫어하여 영원히 무심(無心)에 머물므로 해탈이라고 한다.
5 팔리어로는 dakkhiṇā라고 한다. 달친(噠嚫)으로 쓰기도 하는데, 친(嚫)을 번역하면 재시(財施), 또는 우수(右手)라고 한다. 재식(齋食)이 끝난 뒤에 재주(齋主)가 스님에게 재물을 보시하면, 스님은 오른쪽 손으로 그 보시를 받고 설법하여 보답하거나 또는 시송(施頌)을 읊기도 한다.
6 팔리어로는 Vipassin이라고 한다. 또는 유위(維衛)로 쓰기도 하며, 번역하여 승관(勝觀)이라고 한다. 과거 7불 중 첫 번째 분으로서 과거 장엄겁(莊嚴劫 중에 출현하신 부처님이시다.
7 갖추어 말하면 반두바제(槃頭婆提, Bandhumatī)라고 하며, 번역하여 친혜성(親惠城)이라고 한다. 비바시부처님의 부왕(父王)이 다스리던 나라의 도성(都城)이었다.
8 시기(尸棄, Sikhin)라고도 하며, 번역하여 정계(頂髻)ㆍ화(火)라고 하는데, 과거 7불 중 두 번째 위치에 계시는 분으로 과거 장엄겁 중에 출현하셨던 부처님이시다.
9 팔리어로는 Sudhana라고 하며, 또는 수두(須頭)로 쓰기도 한다.
10 비사부(毗舍浮, Vesabhū)라고도 하며, 번역하여 변일체자재(遍一切自在)ㆍ승존(勝尊)이라고 하는데, 과거 7불 중 세 번째 위치에 계시는 분으로 과거 장엄겁 부처님 중에 최후로 출현하셨던 부처님이시다.
11 구루손(拘樓孫, Kakusandha)이라고도 하며, 번역하여 영지(領持)ㆍ성취미묘(成就微妙)라고 하는데, 과거 7불 중 네 번째 위치에 계시는 분으로 현겁(賢劫 부처님 중 제일 먼저 출현하셨던 부처님이시다.
12 『증일아함경』 제2권 「광연품(廣演品)」 9번째 소경에서는 36가지 더러운 물질을 머리털[髮]ㆍ털[毛]ㆍ손발톱[爪]ㆍ이[齒]ㆍ피부[皮]ㆍ살[肉]ㆍ힘줄[筋]ㆍ뼈[骨]ㆍ골수[髓]ㆍ쓸개[膽]ㆍ간장[肝]ㆍ허파[肺]ㆍ심장[心]ㆍ지라[脾]ㆍ콩팥[腎]ㆍ대장(大腸)ㆍ백직(白䐈)ㆍ방광(膀胱)ㆍ똥[屎]ㆍ오줌[尿]ㆍ백엽(百葉)ㆍ창(滄)ㆍ장(腸)ㆍ위(胃)ㆍ포(脬)ㆍ닉(溺ㆍ눈물[淚]ㆍ침[唾]ㆍ콧물[涕]ㆍ고름[濃]ㆍ피[血]ㆍ방지(肪脂)ㆍ선(羨)ㆍ촉루(髑髏)ㆍ뇌(腦)라고 하였는데, 이중 몇 가지는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자세하지가 않다.
1 팔리어로 Viḍūḍabha라고 한다. 또는 비류리(毗流離)ㆍ비류리(毗琉璃)라고 음역하기도 하고, 번역하여 악생(惡生)ㆍ증장(增長)이라고 한다. 교살라국(憍薩羅國) 바사닉왕과 살라타 찰리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다.

증일아함경 제26권

동진 계빈 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김월운 번역

34. 등견품(等見品)

[ 1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존자 사리불은 사위성(舍衛城)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많은 비구들이 사리불(舍利弗)을 찾아가 서로 문안인사를 나누고 한쪽에 앉았다. 이때 비구들이 사리불에게 아뢰었다.
“계(戒)를 성취한 비구는 어떤 법을 사유(思惟)해야 합니까?”

사리불이 대답하였다
“계율을 성취한 비구는 ‘5성음(盛陰)은 무상(無常)한 것이요 괴로운 것이며, 번민이요 두려움이 많은 것이다’라고 사유해야 합니다. 또 ‘괴로운 것[苦]이요 공한 것[空]이며 나라고 할 것도 없는 것[無我]이다’라고 사유해야 합니다.
5성음(盛陰)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색음(色陰)ㆍ통음(痛陰:受陰)ㆍ상음(想陰)ㆍ행음(行陰)ㆍ식음(識陰)입니다. 계율을 성취한 비구가 이 5성음(盛陰)을 사유한다면, 그때 곧 수다원(須陀洹)의 도를 성취할 것입니다.”

비구들이 사리불에게 물었다.
“수다원을 성취한 비구는 어떤 법을 사유해야 합니까?”

사리불이 대답하였다.
“수다원을 성취한 비구도 ‘5성음(盛陰)은 괴로운 것이요, 번민이며 두려움이 많은 것이다’라고 사유해야 합니다. 또 ‘괴로운 것이요, 공한 것이며 나라고 할 것도 없는 것이다’라고 사유해야 합니다. 여러분, 꼭 아셔야만 합니다. 만일 수다원을 이룩한 비구가 이 5성음을 사유한다면, 그는 그때 곧 사다함과(斯陀含果)를 성취할 것입니다.”

모든 비구들이 물었다.
“사다함을 성취한 비구는 어떤 법을 사유해야 합니까?”

사리불이 대답하였다.
“사다함을 성취한 비구도 ‘이 5성음은 괴로운 것이요, 번민이며 두려움이 많은 것이다’라고 사유해야 합니다. 또 ‘괴로운 것이요, 공한 것이며 나라고 할 것도 없는 것이다’라고 사유해야 합니다. 사다함을 성취한 비구가 이 5성음을 사유한다면,그는 그때 곧 아나함과(阿那含果)를 성취할 것입니다.”

모든 비구들이 물었다.
“아나함을 성취한 비구는 어떤 법을 사유해야 합니까?”

사리불이 대답하였다.
“아나함을 성취한 비구도 ‘이 5성음은 괴로운 것이요, 번민이며 두려움이 많은 것이다’라고 사유해야 합니다. 또 ‘괴로운 것이요, 공한 것이며 나라고 할 것도 없는 것이다’라고 사유해야 합니다. 아나함을 성취한 비구가 이 5성음을 사유한다면, 그는 그때 곧 아라한(阿羅漢)을 성취할 것입니다.”

모든 비구들이 물었다.
“아라한을 성취한 비구는 어떤 법을 사유해야 합니까?”

사리불은 말하였다.
“당신들의 질문은 어찌 그리 지나칩니까? 나한(羅漢)이 된 비구는 할 일이 이미 끝나 다시는 업을 짓지 않습니다. 그래서 번뇌에서 마음이 해탈하여 나고 죽는 바다인 다섯 갈래의 세계로 향하지 않고, 짓는 바가 있는 존재의 몸을 다시는 받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여러분, 계(戒)를 지키는 비구도 수다원ㆍ사다함ㆍ아나함도 이 5성음(盛陰)을 사유해야 합니다. 비구들이여,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합니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사리불의 말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2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바라내(波羅㮈)의 선인(仙人)이 살던 녹야원(鹿野園)에 계셨다.

그때는 여래께서 도를 이루신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던 터이라 세상 사람들은 그분을 큰 사문[大沙門]이라 일컬었다.
그때 바사닉왕(波斯匿王)은 왕위를 새로 이어받았었다.
이때 왕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이제 새로 왕위를 이어받았으니 먼저 석가족 집안의 딸을 데려와야겠다. 만일 내게 딸을 준다면 내 마음이 흡족하겠지만 만일 주지 않는다면 내가 가서 힘으로 핍박하리라.’
그리고는 바사닉왕이 곧 어떤 신하에게 명령하였다.
“너는 가비라위(迦毗羅衛)의 석가족에게 가서 내 이름으로 그들 석가족에게 ‘바사닉왕은 문안드립니다. 기거는 편안하신가 하고 몇 번이고 묻습니다’라고 말하라. 또 그들 석가족에게 ‘나는 석가족의 딸을 데려 오고 싶습니다. 만일 내게 준다면 그 은혜를 길이 새기겠지만 만일 어긴다면 힘으로 핍박할 것입니다’ 하고 말하라.”

그때 대신은 왕의 명령을 받고 가비라국(迦毗羅國)으로 갔다. 그때 가비라위의 석가족 5백 명이 한 곳에 모여 있었다. 대신은 곧 5백 명의 석가족이 있는 곳으로 가서 바사닉왕의 이름으로 그들 석가족에게 말하였다.
“바사닉왕은 성심으로 문안드립니다. 기거는 편안하신 지 간절하기 한이 없습니다. 나는 석가족의 딸을 데려오고 싶습니다. 만일 내게 준다면 매우 다행스럽지만 주지 않으신다면 힘으로 핍박하게 될 것입니다.”

이때 모든 석가족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크게 화를 내었다.
“우리는 위대한 족성이다. 무엇 때문에 종년의 자식과 인연을 맺겠느냐?”
그들 중 어떤 이는 ‘주자’고 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줄 수 없다’고 하기도 하였다.

그때 그 무리 중에 마하남(摩呵男)이라는 한 석가족이 여러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여러분 화내지 마십시오. 왜냐하면 저 바사닉왕은 됨됨이가 포악하기 때문입니다. 만일 바사닉왕이 온다면 우리나라를 파괴하고 말 것입니다. 제가 지금 직접 가서 바사닉왕을 만나보고 이 사정을 말해 보겠습니다.”

이때 마하남의 집에는 여종이 낳은 한 처녀가 있었는데, 그녀는 세상에 드물 만큼 얼굴이 단정하였다. 마하남은 이 처녀를 목욕시킨 뒤 고운 옷을 입히고 보배 깃털로 장식한 수레에 태워 가지고 바사닉왕에게 가서 왕에게 이렇게 아뢰었다.
“이 아이는 제 딸입니다. 인연을 맺으소서.”

바사닉왕은 그 처녀를 맞아 매우 기뻐하였고 곧 그녀를 첫째 부인으로 삼았다. 며칠이 지나지 않아 부인은 아이를 배었고 8ㆍ9달이 지나 사내아이를 낳았는데, 얼굴이 단정하기가 짝이 없을 만큼 세상에서 빼어났다. 바사닉왕은 여러 관상가(觀相家)들을 불러 모아 태자의 이름을 짓게 하였다.

이때 관상가들은 왕의 말을 듣고 곧 이렇게 아뢰었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만 합니다. 대왕께서 부인을 구하셨을 때 여러 석가족들은 서로 다투었고 혹은 ‘주어야 한다’고 말하는 이도 있고, 혹은 ‘줄 수 없다’고 말하는 이도 있었으며 이쪽저쪽 무리로 갈라진 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그 이름을 비류륵(毗流勒)2)이라고 지어 올립니다.”
관상가들은 이름을 지어 올린 뒤에 제각기 자리에서 일어나 떠났다.

바사닉왕은 그 류리(流離)태자를 끔찍이 사랑하여 잠깐도 눈앞에서 떼어놓질 않았다. 그러나 태자가 나이 여덟 살이 되자 왕은 그에게 말하였다.
“너도 이제는 다 컸다. 저 가비라위(迦毗羅衛)로 가서 여러 가지 궁술[射術]을 배워야겠구나.”

이때 바사닉왕은 여러 시종들을 붙이고 큰 코끼리를 태워 석가족의 집으로 그를 보냈다. 그는 마하남의 집에 도착해 마하남에게 말하였다.
“바사닉왕께서 저를 이곳으로 보내면서 여러 가지 궁술을 배우라 하셨습니다. 원컨대 조부모(祖父母)님께서는 하나하나 가르쳐 주소서.”

그러자 마하남이 대답하였다.
“궁술을 배우려고 하면 잘 익혀야 할 것이다.”
마하남은 석가족 동자 5백 명을 모아 함께 궁술을 배우게 하였다. 그리하여 유리태자와 5백 동자는 함께 궁술을 배웠다.

그때 가비라위성 안에 큰 강당을 새로 세웠는데, 그곳엔 아직 하늘도 사람도 마(魔)도 혹은 마천(魔天)도 전혀 머무른 적이 없었다. 여러 석가족들은 제각기 서로 의논하였다.
“지금 이 강당은 완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그림과 단청도 이미 마쳐 마치 천궁이나 다름없다. 우리는 먼저 여래(如來)와 비구 스님을 청하여 이곳에서 공양하시게 하여 우리가 무궁한 복을 받도록 하는 것이 마땅하리라.”
그리하여 석가족들은 곧 강당 위에 갖가지 자리를 펴고, 비단과 번기와 일산을 달고, 향수를 땅에 뿌리고, 온갖 유명한 향을 피우고, 또 좋은 물을 준비하고, 모든 등불을 밝혔다.
이때 유리태자는 5백 동자를 데리고 강당으로 가 곧장 사자좌(師子座)에 올랐다. 여러 석가족들은 그것을 보고는 크게 화를 내며 곧 달려 나가 팔을 붙잡고 문 밖으로 내쫓으면서 모두들 꾸짖었다.
“이 종년의 자식아, 하늘도 사람도 아직 여기서 머무른 일이 없는데, 이 종년의 자식이 감히 이 안에 들어와 앉다니.”
그들은 다시 태자를 붙잡아 매를 치다가 땅에 메쳤다. 그때 유리 태자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길게 한숨을 지으면서 뒤를 돌아보았다. 이때 호고(好苦)라고 하는 범지(梵志)의 아들이 있었다. 유리태자는 범지의 아들 호고에게 말하였다.
“이 석가족들은 나를 붙잡아 이렇게까지 욕을 보였다. 만일 내가 나중에 왕위를 이어받게 되거든, 그때 너는 이 일을 내게 말해야 한다.”

그때 범지의 아들 호고가 대답하였다.
“태자의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그로부터 그 범지의 아들은 하루에 세 번씩 “석가족에게 당한 치욕을 기억하소서”라고 태자에게 아뢰고는 곧 이런 게송을 말하였다.
모든 것은 다 사라짐으로 돌아가나니
과일도 익으면 반드시 떨어지고 마네.
합하고 모인 것은 반드시 흩어지고
태어나면 반드시 죽음이 있을 따름이네.

그 무렵 바사닉왕은 천명대로 세상을 살다가 마침내 숨을 거두었고, 곧 유리태자를 옹립하여 왕을 삼았다. 이때 호고 범지는 왕에게 찾아가 이렇게 말하였다.
“대왕께서는 옛날 석가족에게 당한 치욕을 기억하소서.”

유리왕이 말하였다.
“징하고 장하구나! 과거의 일을 잘 기억하고 있구나.”
유리왕은 갑자기 분노를 일으키며 여러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지금 이 나라 백성들의 주인은 누구냐?”

신하들이 대답하였다.
“대왕이시여, 지금 이 백성들을 거느리시는 분은 유리왕이십니다.”
“너희들은 속히 수레를 장엄하고 네 종류의 군사를 모아라. 내가 지금 석가족을 정벌하러 가리라.”

모든 신하들이 대답하였다.
“그리하겠습니다, 대왕이시여.”
신하들은 왕의 명령을 받고 곧 네 종류 군사를 운집시켰다. 유리왕은 네 종류 군사를 거느리고 가비라월(迦毗羅越)로 떠났다.

그때 비구들은 유리왕이 석가족을 치러 온다는 말을 듣고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서서 이 사실을 자세히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이 말을 들으시고, 곧 유리왕이 온다는 길목으로 나아가 가지도 잎사귀도 없는 한 메마른 나무 밑에 가부좌하고 앉으셨다. 유리왕은 세존께서 나무 밑에 앉아 계시는 것을 멀리서 보고는, 곧 수레에서 내려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섰다.

그때 유리왕이 세존께 여쭈었다.
“저 가지와 잎이 무성한 니구류(尼拘留) 같은 다른 좋은 나무들도 많이 있는데 하필 이 메마른 나무 밑에 앉아 계십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친족의 그늘이 그래도 바깥사람보다 낫다.”

이때 유리왕은 생각하였다.
‘오늘 세존께서는 일부러 친족을 위해 이러시는 것이다. 그러니 나는 오늘은 본국으로 돌아가자. 저 가비라월을 정벌해서는 안 되겠다.’

유리왕은 곧 하직하고 돌아갔다.
그때 호고 범지가 다시 왕에게 아뢰었다.
“옛날 석가족에게 당한 치욕을 기억하소서.”

유리왕은 이 말을 듣자 다시 분노가 치밀었다.
“너희들은 속히 수레를 장엄하고 네 종류의 군사를 모아라. 내가 저 가비라월을 정벌하러 가리라.”

신하들은 곧 네 종류의 군사를 모아 사위성을 출발하여 석가족을 정벌하기 위하여 가비라월로 떠났다.

그때 비구들은 이 소식을 듣고 세존께 가서 아뢰었다.
“지금 유리왕이 군사를 일으켜 석가족을 치러 간다고 합니다.”

세존께서는 이 말을 들으시고, 곧 신통력으로 길가에 있는 한 메마른 나무 아래로 가서 앉아 계셨다.
유리왕은 세존께서 나무 밑에 앉아 계시는 것을 멀리서 보고, 곧 수레에서 내려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섰다. 그때 유리왕이 세존께 아뢰었다.
“다른 좋은 나무들도 있는데 거기 앉아 계시지 않으시고, 왜 세존께서는 지금 이 메마른 나무 밑에 앉아 계십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친족의 그늘이 그래도 바깥사람보다 낫다.”

그때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친족의 그늘은 시원하여라.
석가족이 부처를 내었다네.
저들이 모두 내 가지와 잎이니
그러므로 이런 나무 아래 앉아 있다네.

이때 유리왕은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의 세존께선 저 석가족 출신이시니, 내가 정벌해선 안 되겠구나. 이것을 그만두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마땅하다.’
유리왕은 곧 사위성으로 돌아갔다.

그때 호고 범지가 다시 왕에게 아뢰었다.
“왕께선 옛날 석가족에게 당한 치욕을 기억하소서.”

유리왕은 이 말을 듣고 다시 네 종류의 군사를 모아 사위성을 출발하여 가비라월로 나아갔다.

이때 대목건련(大目乾連)은 유리왕이 석가족을 정벌하러 온다는 소식을 듣고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섰다. 그때 목련(目連)이 세존께 아뢰었다.
“지금 유리왕이 네 종류의 군사를 모아 석가족을 치러 온다고 합니다. 저는 지금 유리왕과 그 네 종류의 군사들을 모두 다른 세계에 던져 버릴 수 있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대가 어찌 이 석가족의 전생 인연마저 다른 세계로 던져 버릴 수 있겠느냐?”

그러자 목련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진실로 그 전생 인연은 다른 세계로 던져 버릴 수 없겠습니다.”

그러자 세존께서 목련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자리에 돌아가 앉아라.”

목련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지금 이 가비라월을 저 허공에다 옮겨 놓을 수 있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대가 지금 석가족의 전생 인연도 허공에 옮겨 놓을 수 있겠느냐?”

목련이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목련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본래 앉았던 자리로 돌아가거라.”

그러자 목련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원컨대 제가 쇠로 새장처럼 성글게 엮어 이 가비라월성 위를 덮도록 허락하여 주십시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어떠냐? 목건련아, 그대는 쇠로 새장처럼 성글게 엮어 전생의 인연도 덮을 수 있겠느냐?”

목련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목련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본래 있었던 자리로 돌아가거라. 석가족은 이제 전생의 인연이 이미 다 무르익었다. 이제는 그 과보를 받아야 하느니라.”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비록 저 허공을 땅으로 만들고
또 이 땅을 허공으로 만들려 해도
과거의 인연에 묶인
그 인연은 영원히 썩지 않느니라.

그때 유리왕은 가비라월로 갔다. 모든 석가족은 유리왕이 네 종류의 군사를 거느리고 쳐들어온다는 소식을 듣고, 네 종류의 군사를 모아 1유순(由旬)이나 나아가 유리왕을 맞이하였다.
모든 석가족들은 1유순 안으로 유리왕이 들어오자 멀리서 유리왕에게 활을 쏘았다. 화살은 혹 귓구멍을 맞추면서 귀는 다치게 하지 않고, 상투를 맞추면서 머리는 다치게 하지 않기도 하였다. 혹은 활을 맞춰 부수고 활줄을 맞추면서도 그 사람은 해치지 않았다. 혹은 갑옷을 맞추면서도 그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고, 자리를 맞추면서도 그 사람은 해치지 않았으며, 수레의 바퀴를 맞춰 부수면서도 그 사람은 다치게 하지 않고, 깃대를 맞추면서도 그 사람은 해치지 않았다. 유리왕은 이것을 보고 매우 두려워하며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이 화살들이 어디서 날아오는지 알아보아라.”

신하들이 대답하였다.
“이 화살은 저 석가족들이 1유순 밖에서 쏘는 화살들입니다.”

유리왕이 말하였다.
“만일 저들이 마음먹고 우리를 죽이려 한다면 우리는 모조리 죽고 말 것이다. 이쯤에서 사위성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겠다.”

그때 호고 범지가 앞으로 나와 아뢰었다.
“대왕께선 두려워 마소서. 저 석가족들은 모두 계율을 지키는 자들입니다. 벌레도 죽이지 않는데 더구나 사람을 해치겠습니까? 지금 이대로 나아가면 반드시 저 석가족을 무너뜨릴 수 있을 것입니다.”

유리왕은 석가족을 향해 차츰 앞으로 나아갔고, 석가족은 물러나 성안으로 들어갔다.
이때 유리왕은 성 밖에서 외쳤다.
“너희들은 속히 성문을 열라. 만일 그러지 않으면 모조리 잡아 죽이리라.”

그때 가비라월성(迦毗羅越城)에 나이가 겨우 열다섯쯤 되 보이는 사마(奢摩)라고 하는 석가족 동자가 있었다. 그는 유리왕이 성밖에 있다는 말을 듣고 곧 갑옷을 입고 무기를 들고는 성 위로 올라가 혼자서 유리왕과 싸웠다.
그때 사마 동자는 많은 군사를 죽였다. 그들은 제각기 흩어져 달아나면서 모두들 이렇게 말하였다.
“저 사람은 누구냐? 하늘인가 귀신인가? 멀리서 보니 어린애 같던데.”

그때 유리왕은 갑자기 두려움을 느껴 참호 속으로 들어가 숨었다.

석가족은 동자가 유리왕의 군사를 물리쳤다는 소식을 듣고, 곧 사마 동자를 불러 말하였다.
“너 같은 어린애가 왜 우리 집안을 욕되게 하느냐? 우리 석가족은 착한 법을 수행한다는 것을 너는 어찌 모르느냐? 우리는 벌레도 해치지 않는데 더구나 사람의 목숨이겠느냐? 우리는 저 군사들을 다 쳐부술 수 있다. 한 사람이 저들 1만 명씩 대적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하자면 무수한 중생들을 죽이게 될 것이다’라고 생각하였다. 세존께서도 또한 ‘사람을 죽인 사람은 죽어서 지옥에 들어가고, 설사 인간으로 태어난다 해도 수명이 매우 짧다’고 말씀하셨다. 너는 이곳에 머물지 말고 빨리 떠나라.”

그때 사마 동자는 곧 그 나라를 떠나 다시는 가비라월로 들어오지 않았다.

이때 유리왕이 다시 성문으로 와서 외쳤다.
“빨리 성문을 열어라. 머뭇거릴 필요가 없다.”

석가족들은 서로 의논하였다.
“문을 열어야 할까, 열어서는 안 될까?”

그때 악마 파순(波旬)이 석가족의 형상을 하고 석가족들 틈에 있다가 여러 석가족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빨리 성문을 열어라. 오늘의 곤욕을 함께 당하지 말라.”

그래서 석가족은 곧 성문을 열어 주었다. 그러자 유리왕이 모든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지금 이 석가족 백성들은 그 수가 너무 많아 칼로는 다 죽일 수가 없다. 모두 잡아다 땅속에 다리를 묻은 뒤에 사나운 코끼리로 모두 밟아 죽이게 하라.”

신하들은 왕의 명령을 받고 곧 코끼리를 부려 밟아 죽였다.

유리왕은 또 신하들에게 명령하였다.
“너희들은 속히 석가족 여자 중에서 미인 5백 명을 뽑아라.”

신하들은 왕의 명령을 받고 곧 미인 5백 명을 뽑아 왕에게 데리고 갔다.

이때 석가족 마하남이 유리왕에게 찾아가 말하였다.
“제 소원을 들어주소서.”

유리왕이 말하였다.
“무슨 소원입니까?”

마하남이 말하였다.
“제가 지금 물속에 들어가 있겠사오니 제가 물속에서 견디는 동안만이라도 저 석가족들이 모두 도망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제가 물 밖으로 나오면 그때는 마음대로 죽이십시오.”
유리왕이 말하였다.
“그 일이 참 재미있겠습니다.”

그때 마하남은 곧 물속에 들어가 머리카락을 나무뿌리에 묶고는 목숨을 마쳤다.

그러자 가비라월성에 있던 모든 석가족들은 동문으로 달아났다가 다시 남문으로 들어오고, 혹은 남문으로 달아났다가 도로 북문으로 들어오며, 혹은 서문으로 달아났다가 다시 북문으로 들어오기도 하곤 하였다.
이때 유리왕이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마하남 조부께선 왜 물 속에 숨어 지금까지 나오지 않는지 살펴보아라.

신하들은 왕의 명령을 듣고 곧 물속으로 들어가 마하남을 끌어냈지만 이미 죽어 있었다. 유리왕은 죽은 마하남을 보자 그때서야 후회가 되었다.
“나의 조부께선 이미 목숨을 마쳤다. 그것은 모두 친족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분이 죽을 줄은 몰랐다. 만일 알았더라면 결코 이 석가족을 치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 유리왕은 9,990만 명을 죽여 그 흐르는 피가 강물을 이루었고, 가비라월성을 태우고는 니구류원(尼拘留園)으로 갔다.
유리왕은 5백 명의 석가족 여자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걱정하지 말라. 나는 너희들 남편이요, 너희들은 내 아내다. 우리 서로 즐기자.”

유리왕은 팔을 펴 한 석가족 여자를 잡고는 희롱하려 하였다.

그러자 그 여자가 물었다.
“대왕께선 무얼 하려는 겁니까?”

왕은 말하였다.
“너와 정을 통하고 싶다.”

여인이 왕에게 말하였다.
“내가 왜 종년에게서 난 종자와 정을 통하겠습니까?”

유리왕은 크게 분노하여 신하들에게 명령하였다.
“빨리 이년을 잡아다 손발을 자르고 깊은 구덩이에 던져 버려라.”

신하들은 왕의 명령을 받고 그녀의 손발을 자르고 구덩이 속에 던져 버렸다.
그러자 5백 이나 되는 여자들이 모두 왕을 욕하면서 말하였다.
“누가 이 몸을 가지고 종년에게서 난 종자와 정을 통하겠는가?”

왕은 화를 내며 5백 명의 석가족 여자들을 잡아다 모두 그 손발을 자르고 깊은 구덩이에 던져 버렸다.
유리왕은 가비라월(迦毗羅越)을 완전히 파괴한 뒤 사위성(舍衛城)을 향해 떠났다.

그때 기타(祇陀) 태자는 깊은 궁중에서 여러 미녀들과 즐기고 있었다.
유리왕은 풍류 소리를 듣고 물었다.
“저 소리가 무슨 소리기에 여기까지 들리느냐?”

신하들이 대답하였다.
“저것은 기타 왕자가 깊은 궁중에서 풍류를 즐기는 소리입니다.”

유리왕이 곧 몰이꾼에게 명령하였다.
“너는 이 코끼리를 돌려 기타 왕자에게로 가자.”

그때 문지기는 왕이 오는 것을 멀리서 보고 아뢰었다.
“왕께선 조금만 천천히 걸으십시오. 기타 왕자께서는 지금 궁중에서 다섯 가지 욕락(欲樂)을 즐기고 계십니다. 시끄럽게 굴지 마십시오.”
그러자 유리왕은 즉시 칼을 빼어 문지기를 죽였다.

이때 기타 왕자는 유리왕이 문밖에 와있다는 소식을 듣고 기녀들에게는 말하지 않고 곧 문 밖으로 나가 왕을 맞이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대왕이여, 잠깐 들어가 쉬십시오.”

그러자 유리왕이 말하였다.
“내가 저 석가족과 싸운다는 것을 너는 어찌 몰랐느냐?”

기타가 대답하였다.
“들었습니다.”

유리왕이 말하였다.
“그런데 너는 왜 기녀들과 즐기기만 하고 나를 돕지 않았느냐?”

기타 왕자가 대답하였다.
“저는 중생들의 목숨을 차마 죽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자 유리왕은 벌컥 화를 내며 즉시 칼을 뽑아 기타 왕자를 배어 죽였다. 기타 왕자는 목숨을 마친 뒤에 삼십삼천(三十三天)에 태어나 5백 명의 천녀(天女)들과 함께 즐겁게 놀았다.

그때 세존께서 천안(天眼)으로 기타 왕자가 목숨을 마치고 삼십삼천에 태어난 것을 보시고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인간과 천상에서 복을 누리는
기타 왕자의 덕이여
선(善)을 행하면 뒤에 과보 받나니
그건 모두 현세의 과보로 인해서이다.

여기서도 근심하고 저기서도 근심하니
저 유리왕은 두 곳에서 늘 근심하네.
악을 행하면 뒤에 과보 받나니
그건 모두 현세의 과보로 인해서이다.

마땅히 복의 공덕을 의지해야 하나니
앞에서 지은 것 뒤에도 그러하다.
혹은 혼자서 몰래 지으면
때로는 남들이 모를 수도 있을 것이다.

악을 행하면 그것이 악인 줄 아나니
앞에서 지은 것 뒤에도 그러하다
혹은 혼자서 몰래 지으면
때로는 남들이 모를 수도 있을 것이다.

인간이나 천상에서 그 복을 받는데
두 곳 어디서나 복을 누리네.
선을 행하면 뒤에 과보 받나니
그건 모두 현세의 과보로 인해서이다.

여기서도 근심하고 저기서도 근심하나니
악을 지으면 두 곳에서 다 근심하네.
악을 행하면 뒤에 과보 받나니
그건 모두 현세의 과보로 인해서이다.

이때 5백 명 석가족 여자들은 스스로 귀의하고는 여래의 명호를 칭송하여 부르며 이렇게 말하였다.
“여래께서는 이 나라에서 태어나셨고, 또한 이곳에서 출가하여 도를 배운 뒤에 깨달음을 얻으셨습니다. 하온데 지금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괴로운 일을 당해 모진 고통을 겪는데도 끝내 돌보지 않으십니다. 세존이시여, 왜 돌보지 않으시나이까?”

세존께서는 맑고 트인 천이(天耳)로 여러 석가족 여자들이 부처를 향해 원망하는 소리를 들으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모두 오라. 우리 다 같이 가서 저 가비라월을 살펴보고 또 죽은 친척들을 살펴보자.”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비구들을 데리고 사위성을 나가서 가비라월로 가셨다.
이때 5백 명 석가족 여자들은 세존께서 비구들을 데리고 오시는 것을 보고 모두들 벗은 몸을 부끄러워하였다.

그때 석제환인(釋提桓因)과 비사문왕(毗沙門王)이 세존의 뒤에서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세존께서 석제환인을 돌아보며 말씀하셨다.
“저 석가족 여인들이 모두들 부끄러워하는구나.”

석제환인이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석제환인은 곧 하늘나라 옷으로 그 5백 명 여자들의 몸을 가려 주었다.

세존께서 비사문왕에게 말씀하셨다.
“저 여인들은 굶주리고 목말라한 지가 오래되었다. 어떻게 하면 좋은가?”

비사문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비사문왕은 곧 천연의 하늘나라 음식을 마련해 모든 석가족 여자들에게 주어 배불리 먹게 하였다.

그때서야 세존께서는 그 여자들에게 미묘한 법을 차근차근 설명하셨다.
“이른바 법(法)이란 모두 흩어지기 마련이니, 만남이 있으면 반드시 이별이 있다. 여인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 5성음(盛陰:몸)은 다 이와 같은 고통과 온갖 번민을 받다가 다섯 갈래의 세계에 떨어지는 것이다. 이 5성음의 몸을 받으면 반드시 행(行)의 과보를 받기 마련이고, 행의 과보로 곧 태(胎)에 들어가게 되며, 태에 들어가고 나면 다시 괴롭고 즐거운 과보를 받아야 하느니라.
그러나 만일 이 5성음이 없다면 곧 몸을 받지 않을 것이요, 몸을 받지 않는다면 태어남이 없을 것이며, 태어남이 없기 때문에 늙음이 없고, 늙음이 없기 때문에 병이 없으며, 병이 없기 때문에 죽음이 없고, 죽음이 없기 때문에 만났다 헤어지는 괴로움이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여인들아, 이 5음(陰)이 이루어지고 없어지는 변화를 잘 사유(思惟)해야 하느니라.
왜냐하면 5음을 알면 곧 다섯 가지 욕망[五欲]을 알게 되고, 다섯 가지 욕망을 알면 애욕[愛]이라는 법을 알게 되며, 애욕이라는 법을 알면 곧 물들고 집착함[染著]이라는 법을 알게 될 것이다. 이런 여러 가지를 알고 나면 다시는 태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요, 태에 들어가지 않으면 태어남ㆍ늙음ㆍ병듦ㆍ죽음이 없을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여러 석가족 여인들에게 차례로 이런 법을 말씀하셨다. 즉 보시에 대한 논[施論]과 계율에 대한 논[戒論]과 천상에 태어나는 데 대한 논[生天論]과 탐욕은 더러운 것이므로 그것을 벗어나는 것이 즐거움이라는 가르침이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그들의 마음이 열리고 뜻에 이해가 생긴 것을 아시고, 모든 불세존(佛世尊)께서 항상 말씀하셨던 법인 괴로움[苦]ㆍ괴로움의 발생[集]ㆍ괴로움의 소멸[盡]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道]을 모두 설명하셨다.
그때 그 모든 여자들은 온갖 티끌과 때가 완전히 다해 법안(法眼)이 깨끗해졌고, 제각기 그 자리에서 목숨을 마치고는 모두 천상에 태어났다.

그때 세존께서는 성(城) 동쪽 문으로 다가갔고 성 안에서 연기와 불꽃이 왕성히 일어나는 것을 보시고 곧 다음과 같은 게송을 읊으셨다.
모든 현상은 덧없는 것이라서
태어나면 반드시 죽음이 있네.
태어나지 않으면 죽지 않나니
이 열반이 최고의 즐거움이네.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너희들은 모두 나를 따라 오라”고 하시고는 니구류원(尼拘留園)으로 가서 자리를 잡고 앉으셨다. 그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여기가 니구류원이다. 나는 옛날 여기서 여러 비구들에게 법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런데 지금은 텅 비어 아무도 없구나. 옛날 수천만 사람들이 이곳에서 도를 얻어 법안이 깨끗해졌느니라. 오늘 이후로 여래는 다시는 이곳에 오지 않을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설법을 마치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으로 가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저 유리왕과 그 군사들은 이 세상에 오래 살지 못할 것이다. 오늘부터 이레 뒤에는 모두 없어지고 말 것이다.”

유리왕은 세존께서 ‘유리왕과 그 군사들은 지금부터 이레 뒤에 모두 없어지리라’고 예언하셨다는 말을 듣고는 매우 두려워하며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여래께서 오늘 예언하시기를 ‘유리왕은 이 세상에 오래 살지 못하고 지금부터 이레 뒤에 군사들과 함께 모두 없어지리라’고 하셨다고 한다. 너희들은 도적이나 수재(水災)나 화재(火災)의 변이 우리나라를 침노하는 일은 없는지 바깥 경계를 잘 살펴보아라. 왜냐하면 모든 불여래(佛如來)께서는 두 갈래 말을 하지 않으신다. 그 말씀은 결국 틀림이 없기 때문이다.”

그때 호고 범지가 왕에게 아뢰었다.
“왕께선 두려워 마소서. 지금 바깥 경계에는 도적의 두려움도 없고 수재나 화재의 변도 없습니다. 지금 대왕께서는 마음껏 즐기소서.”

유리왕이 말하였다.
“범지여, 모든 불세존(佛世尊)의 말씀은 틀림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때 유리왕이 사람을 시켜 날짜를 세게 하였는데, 이레가 되자 대왕은 너무 기뻐 어쩔 줄 몰랐다. 그는 여러 군사들과 시녀들을 데리고 아지라(阿脂羅)라는 강가에 나가 즐기면서 놀다가 바로 그곳에서 밤을 보내게 되었다.
그런데 그날 한밤중에 갑자기 구름이 일어나더니 사나운 비바람이 몰아쳤다. 유리왕과 그 군사들은 모조리 물에 휩쓸려 모두 사라졌고, 몸이 무너지고 목숨을 마친 뒤에는 아비지옥(阿鼻地獄)에 떨어졌다. 또 하늘에서 불이 내려와 성 안에 있는 모든 궁전을 모두 불살랐다.

그때 세존께서는 천안으로 유리왕과 그 네 종류 군사들이 물에 휩쓸려 모조리 목숨을 마치고 지옥에 떨어지는 것을 관찰하셨다.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읊으셨다.
악을 행하되 매우 심하게 하는 것
그 모두는 몸과 입으로 행한 것이다.
지금 세상에서 몸으로도 고통 받지만
타고 난 목숨도 짧아지리라.

만일 집에서 지낼 때라면
그 집은 모두 불에 살리고
만일 목숨을 마치게 되면
반드시 지옥에 떨어지리라.

그때 많은 비구들이 세존께 아뢰었다.
“유리왕과 그 네 종류의 군사들은 지금 목숨을 마치고 어디에 태어났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유리왕자는 지금 아비지옥에 태어났다.

모든 비구들이 세존께 아뢰었다.
“저 석씨들은 과거에 무슨 인연을 지었기에 지금 유리왕에게 해침을 당하였습니까?”

그러자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이 라열성(羅閱城)에 한 어부들이 모여 살던 마을이 있었다. 마침 흉년이 들어 사람들은 풀뿌리를 먹었으니, 금 한 되로 쌀 한 되를 바꿀 정도였다. 그 마을에는 큰 못이 있었는데 또 그 못에는 고기도 많았다. 그래서 라열성 사람들은 그 못으로 가서 고기를 잡아먹고 살았었다. 그때 그 못에는 두 종류의 물고기가 살고 있었는데, 하나는 이름이 구소(拘璅)이고 다른 하나는 양설(兩舌)이라고 하였다. 그 두 물고기는 서로 의논하였다.
‘우리는 이전에 이 사람들에게 잘못을 저지른 적이 없다. 또 우리는 물에서 사는 짐승이라서 땅에서는 살지 못한다. 그런데도 이 사람들이 모두 와서 우리를 잡아먹고 있으니, 만일 우리가 전생에 조그만 복이라도 지은 것이 있다면 그것으로 원수를 갚자.’

그때 그 마을에 나이가 겨우 여덟 살쯤 되는 어린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물고기를 잡지도 않고 또 목숨을 죽이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는 물고기들이 언덕 위에 모두 죽어 있는 것을 보고는 매우 재미있어 했다.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너희들은 그때 라열성 사람들이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지금의 석가족이 바로 그들이었느니라. 그때 그 구소라는 물고기는 지금의 저 유리왕이고, 그때 저 양설이라고 하는 물고기는 지금의 호고 범지이며, 그때 언덕에 죽어 있는 물고기를 보고 웃었던 어린애는 바로 나였느니라.
그때 그 석가족은 앉아서 물고기를 먹었는데, 그 인연으로 무수한 겁 동안 지옥에 떨어졌다가 지금 이 지경이 된 것이다. 나는 그때 앉아서 바라보며 웃었기 때문에, 지금 머리를 돌로 치는 것 같고 또 머리에 수미산을 인 것 같은 두통을 앓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여래는 다시는 몸을 받지 않고 온갖 행(行)을 버렸으며 모든 액난(厄難)을 벗어났기 때문이니라.
비구들아, 이런 인연으로 말미암아 지금 이런 과보를 받은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몸과 입과 뜻으로 짓는 행을 잘 단속하고, 범행(梵行) 닦는 이를 생각하고 공경하며 받들어 섬기도록 해야 한다.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3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천자가 목숨을 마치려 할 때에는 전에 없었던 다섯 가지 징조가 앞에 나타난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인가? 첫째는 꽃으로 만든 관이 저절로 시들고, 둘째는 옷에 때가 끼며, 셋째는 몸에서 냄새가 나고, 넷째는 본래의 자리를 좋아하지 않으며, 다섯째는 천녀들이 별처럼 흩어지는 것이다. 이것이 이른바 ‘천자가 목숨을 마치려고 할 때에는 다섯 가지 징조가 나타난다’고 하는 것이니라.
그때 그 천자는 몹시 근심하면서 가슴을 치고 울부짖는다. 그러면 다른 천자들이 그 천자를 찾아와 이렇게 말한다.
‘그대는 지금 이렇게 가면 좋은 곳에 태어나 좋은 것을 얻고 좋은 이익을 얻을 것이오. 좋은 이익을 얻을 것이니 좋은 업에 편안히 머무를 것을 생각하시오.’
여러 천자들은 이렇게 가르칠 것이니라.”

그때 어떤 비구가 세존께 아뢰었다.
“삼십삼천은 어떤 좋은 곳에 태어나고, 어떤 좋은 이익을 얻으며, 어떤 좋은 업(業)에 머무릅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하늘에게는 인간세상이 바로 좋은 곳이다. 좋은 곳을 얻고 좋은 이익을 얻는 이는 바른 식견이 있는 집안에 태어나 선지식(善知識)과 함께 일하며, 여래의 법 안에서 신근(信根)을 얻는다. 이것을 일러 ‘좋은 이익을 얻는다’고 하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좋은 업에 편안히 머무르는 것인가? 그는 여래의 법 안에서 신근(信根)을 얻어 수염과 머리를 깎고 견고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도를 배운다. 그는 도를 배워 계성(戒性)을 두루 갖추고 모든 감각기관이 원만하며 음식에 만족할 줄 알고 항상 경행(經行)을 생각하며 세 가지 지혜를 얻는다. 이것을 일러 ‘좋은 업에 편안히 머무른다’고 하는 것이니라.”

그때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하늘에겐 인간세상이 제일 좋은 곳
선량한 벗은 좋은 이익이 되고
출가(出家)는 좋은 업이 되어
번뇌가 다해 번뇌가 없게 되네.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저 삼십삼천은 5욕(欲)에 집착한다. 그러므로 그에게는 인간 세상이 좋은 곳이 된다. 그래서 그는 여래의 법에 출가하여 좋은 이익을 얻고 세 가지 지혜를 얻는다. 왜냐하면 모든 불세존은 모두 인간에서 나왔고 하늘에서 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아, 여기서 목숨을 마치면 장차 천상에 태어나야 하느니라.”3)

이때 그 비구가 세존께 여쭈었다.
“비구는 어떤 좋은 곳에서 태어나야 합니까?”

“열반(涅槃)이 곧 비구에게는 좋은 곳이다. 비구야, 너는 이제 마땅히 방편을 구해 열반에 이르도록 해야 하느니라.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4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출가한 사문에게는 비방 받을 만한 다섯 가지 일이 있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 인가? 첫째는 머리를 기르는 것이요, 둘째는 손톱을 기르는 것이며, 셋째는 옷에 때가 낀 것이요, 넷째는 적절한 시기를 모르는 것이며, 다섯째는 말이 많은 것이다. 왜냐하면 말이 많은 비구에게는 또 다섯 가지 허물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 허물인가? 첫째는 남들이 그 말을 믿지 않는 것이요, 둘째는 남들이 그 말을 듣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남들의 미움을 받는 것이요, 넷째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며, 다섯째는 남을 싸우게 하는 것이다. 이것을 일러 ‘말이 많은 사람은 다섯 가지 허물이 있다’고 하는 것이니라.
비구들아, 너희들은 지금 이 다섯 가지를 버리고 삿된 생각을 없애도록 하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5 ]4)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서 5백 명의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그때 빈비사라왕(頻毗娑羅王)이 모든 신하들에게 명하였다.
“보배 깃털로 장식한 수레를 속히 준비시켜라. 내가 사위성으로 가서 친히 세존을 뵈리라.”

신하들은 왕의 명령을 받고 곧 보배 깃털로 장식한 수레를 준비하고 왕에게 나아가 아뢰었다.
“수레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대왕께선 때가 되었음을 아소서.”

그때 빈비사라왕은 보배 깃털로 장식한 수레를 타고 라열성(羅閱城)을 나서 사위성(舍衛城)으로 나아갔고, 점차 기원정사(祇洹精舍)에 이르러 기원정사로 들어가려고 하였다.
물로 관정의식을 치룬 왕의 법에는 다섯 가지 위용(威容)이 있다. 그런데도 왕은 그것을 모두 한쪽에 치워두고,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세존께서 그를 위해 점차적으로 미묘한 법을 설명하셨다. 왕은 그 법을 듣고 세존께 아뢰었다.
“원컨대 여래께서는 라열성에서 여름 안거(安居)를 지내소서. 의복ㆍ음식ㆍ침구ㆍ병을 치료하는 의약 등을 공양하겠습니다.”

세존께서는 잠자코 빈비사라왕의 청을 들어주셨다.
왕은 세존께서 잠자코 청을 들어주시는 것을 보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세 번 돌고는 물러갔다. 그는 라열성으로 돌아가 궁중으로 들어갔다.

그때 빈비사라왕은 한적한 곳에 있다가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목숨을 마칠 때까지 여래와 비구 스님들께 의복ㆍ음식ㆍ침구ㆍ의약 등을 공급할 수 있다. 그러나 빈약한 사람들도 가엾이 여겨야 한다.’
빈비사라왕은 곧 그날로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아까 ‘나는 목숨을 마칠 때까지 여래와 비구 스님들께 의복ㆍ음식ㆍ침구ㆍ의약 등을 공양할 수 있다. 그러나 빈약한 사람들도 가엾이 여겨야 한다’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너희들은 제각기 차례로 여래와 비구 스님들께 공양하도록 하라. 영원토록 무궁한 복을 받으리라.”
그때 마갈국(摩竭國)의 왕은 곧 궁궐 문 앞에 큰 강당을 세우고 또 갖가지 음식을 준비하였다.

그때 세존께서 5백 명 비구들을 데리고 사위성을 나와 세간에 노닐면서 차츰 라열성 가란타죽원(迦蘭陀竹園)에 가까이에 이르셨다. 빈비사라왕은 세존께서 가란타죽원에 오셨다는 말을 듣고, 즉시 보배 깃털로 장식한 수레를 타고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빈비사라왕이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한적한 곳에서 ‘지금 나는 당장이라도 의복ㆍ음식ㆍ침구ㆍ의약 등을 공급해 줄 수 있다. 그러나 저 빈약한 사람들도 생각해줘야만 한다’고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신하들에게 ‘너희들은 제각기 음식을 장만하여 차례로 부처님께 공양하라’고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어떻습니까? 세존이시여. 이것은 옳습니까, 옳지 않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합니다. 대왕이여, 그것은 많은 이익이 있을 것입니다. 천상과 인간을 위해 좋은 복밭을 만들었습니다.”

그때 빈비사라왕이 세존께 아뢰었다.
“원컨대 세존이시여, 내일은 궁중에 오셔서 공양하소서.”

빈비사라왕은 세존께서 잠자코 그 청을 들어주신 것을 보고, 곧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물러갔다.

이튿날 아침 세존께서는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성으로 들어가 왕궁에 이르러 차례로 앉으셨다.
왕은 갖가지 맛있는 음식을 자신의 손으로 손수 돌리면서 기뻐하였고 혼란스럽게 하지 않았다.
세존께서 공양을 마치시자 빈비사라왕은 발우를 치우고 곧 낮은 자리를 가져다 여래 앞에 앉았다.

세존께서는 왕을 위해 미묘한 법을 차례로 설명하여 그 마음을 기쁘게 해 주셨다. 그때 세존께서 왕과 신하들을 위해 설명한 미묘한 법은 보시에 대한 논[施論]과 계율에 대한 논[戒論]과 천상에 태어나는 데 대한 논[生天論]과 탐욕은 깨끗하지 못한 생각이고 음욕은 더러운 것이므로 그것을 벗어나는 것이 즐거움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때 세존께서는 그 중생들의 마음이 열리고 뜻에 이해가 생긴 것을 다시는 의심이 없음을 아시고, 모든 불세존(佛世尊)께서 항상 말씀하셨던 법인 괴로움[苦]ㆍ괴로움의 발생[集]ㆍ괴로움의 소멸[盡]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道]을 모두 말씀하셨다.
이렇게 세존께서 설법하시자, 그 자리에 있던 60여 명은 온갖 번뇌가 사라져 법안(法眼)이 깨끗해졌고, 60명 대신들과 5백 명 하늘 신들도 온갖 번뇌가 다 사라져 법안(法眼)이 깨끗해졌다.

그때 세존께서 빈비사라왕과 그 백성들을 위해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제사에는 불이 제일이 되고
글 중에는 게송이 으뜸이며
임금은 사람 중에 높은 이요
모든 물은 바다가 그 근원이며
별들 중에는 달이 가장 빛나고
광명 가운데는 해가 제일이네.

위와 아래와 또 사방에
존재하고 있는 모든 만물과
하늘과 세상사람 중에는
부처님이 가장 높은 분이시니
만일 그 복을 구하려거든
마땅히 부처님께 공양하여라.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마치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셨다.
그때 라열성 사람들은 그 귀하고 천함과 부유하고 가난한 형편에 따라 부처님과 비구들께 공양하였다.

그래서 세존께서 가란타죽원에 계시자 그 나라 사람으로 공양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그리고 그 라열성 안의 모든 범지들도 차례로 음식을 장만하였다. 그 범지들은 한 곳에 모여 의논하였다.
‘우리 각자 세 냥씩 돈을 내어 음식을 공양하자.’

그때 라열성에 계두(鷄頭)라는 범지가 있었다.
그는 너무도 가난해 달리는 업으로 겨우 살아갔으므로 거기 낼 돈이 없었다. 그래서 여러 범지들에게 내몰려 대중들로부터 쫓겨났다.

계두 범지는 집에 돌아가 그 아내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지금 알아야 하오. 나는 범지들 틈에 있지 못하고 쫓겨났소. 왜냐하면 돈이 없었기 때문이오.”

아내가 대답하였다.
“저 성으로 도로 들어가 남에게 빚을 내면 틀림없이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주인에게 ‘이레 뒤에 반드시 갚겠습니다. 만일 갚지 못하면 우리 부부가 모두 노비가 되겠습니다’라고 하십시오.”

범지는 아내의 말을 따라 곧 성 안에 들어가 여러 곳을 다니며 빚을 구했지만 끝내 얻지 못하였다. 그는 아내에게 다시 돌아와서 말하였다.
“나는 여러 곳을 다니며 구해보았으나 끝내 얻을 수 없었소. 어떻게 하면 좋겠소?”
이때 아내가 대답하였다.
“라열성 동쪽에 불사밀다라(不奢蜜多羅)라는 큰 장자가 있는데 그는 재물과 보배가 많습니다. 그에게 가서 빚을 구하되 ‘돈 세 냥만 빌려 주십시오. 이레 뒤에는 반드시 갚겠습니다. 만일 갚지 못하면 우리 부부가 모두 노비가 되겠습니다’라고 해 보셔요.”

그 범지는 아내의 말을 따라 불사밀다라에게 가서 돈을 구했다.
‘이레 안에는 반드시 갚겠습니다. 만일 갚지 못하면 우리 부부가 모두 노비가 되겠습니다.’
그때 불사밀다라는 곧 돈을 주었다.

계두 범지는 그 돈을 가지고 그 아내에게 돌아와 아내에게 말하였다.
“돈은 얻었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소?”

아내가 대답하였다.
“그 돈을 가지고 가서 대중들에게 내십시오.”

그 범지는 곧 그 돈을 가지고 가서 대중들에게 내었다. 범지들은 그 범지에게 말하였다.
“우리가 벌써 다 마련하였다. 그 돈은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라. 이 대중 속에 있을 필요가 없다.”

그 범지는 집으로 돌아가 그 아내에게 이 사실을 말하였다. 그 아내가 말하였다.
“우리 두 사람이 함께 세존께 찾아가 이 심정을 호소해 봅시다.”

범지는 그 아내를 데리고 세존께 나아가 문안드리고 한쪽에 앉았다. 그의 아내도 세존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이때 범지는 앞에 있었던 일을 세존께 자세히 아뢰었다.
그때 세존께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여래와 비구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라.”

그때 범지가 그의 아내를 물끄러미 쳐다보자 아내가 말하였다.
“부처님의 분부만 받들 뿐 어려워할 것은 없습니다.”

범지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앞으로 나아가 아뢰었다.
“원컨대 세존과 비구들께서는 저의 청을 들어주소서.”

세존께서는 잠자코 범지의 청을 들어주셨다.

그때 석제환인(釋提桓因)은 세존 뒤에서 합장하고 모시고 서 있었다. 세존께서 석제환인을 돌아보시고 말씀하셨다.
“너는 이 범지를 도와 함께 음식을 마련하라.”

석제환인이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때 비사문천왕(毗沙門天王)은 여래에게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귀신들을 거느리고 세존께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석제환인이 비사문천왕에게 말하였다.
“너도 이 범지를 도와 음식거리를 준비하라.”

비사문이 대답하였다.
“매우 훌륭합니다. 천왕이여.”

비사문천왕이 세존 앞에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부처님을 세 번 돌고 제 몸을 숨기더니 사람 모양으로 변해 5백 명 귀신들을 데리고 음식거리를 준비하였다. 그때 비사문천왕이 귀신들에게 명(命)하였다.
“너희들은 속히 저 전단(栴檀)숲으로 들어가 전단 나무를 가져다 쇠로 만든 부엌에 두어라.”
부엌에서는 5백 귀신들이 음식을 장만하였다.

그때 석제환인은 자재천자(自在天子)에게 말하였다.
“비사문은 지금 쇠로 부엌을 만들고 부처님과 비구들께 드릴 음식을 만들고 있다. 너는 지금 신통으로 강당을 만들어 부처님과 비구들께서 그곳에서 공양할 수 있도록 하라.”

자재천자가 대답하였다.
“그것은 매우 아름다운 일입니다.”
자재천자는 석제환인의 말을 듣고, 라열성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신통으로 금ㆍ은ㆍ수정ㆍ유리ㆍ마노ㆍ적주ㆍ자거의 7가지 보배로 된 강당을 만들었다. 그리고 다시 금ㆍ은ㆍ수정ㆍ유리의 네 층계를 만들었다.
금 층계 위에는 은 나무를 만들고 은 층계 위에는 금 나무를 만들었는데, 금 뿌리에 은 줄기와 은 가지와 은 잎이었다. 또 금 층계 위에는 은 잎과 은 가지를 만들고, 수정 층계 위에는 유리 나무를 만들어 그 갖가지들을 이루 다 말할 수 없이 많았다. 또 여러 가지 보배로 그 사이사이를 장식하고 다시 7가지 보배 그 위를 덮었다.
4방에는 좋은 금방울을 두루 달아놓았는데 그 방울들은 모두 여덟 가지 소리를 내었다. 다시 좋은 평상을 만들어 좋은 자리를 펴고, 비단과 번기와 일산을 달아 두었으니 세상에서 보기 드문 것들이었다.
그때 우두전단(牛頭栴檀)5)에 불을 붙여 밥을 짓자 그 향기가 라열성에서 12유순 안에 가득 찼다.

그때 마갈국의 왕이 신하들에게 물었다.
“나는 깊은 궁중에서 나서 거기서 자랐지만 이런 향내는 전혀 맡아보지 못하였다. 그런데 라열성 근처에서 무슨 일로 이런 향냄새가 나는가?”

신하들이 아뢰었다.
“이것은 계두 범지가 부엌에서 하늘나라의 전단을 태우는데 거기에서 나는 향내입니다.”

그때 빈비사라왕이 신하들에게 명하였다.
“보배 깃털로 장식한 수레를 속히 준비하라. 내가 세존께 나아가 어떻게 된 영문인지 여쭈어보리라.”

그러자 모든 신하들이 아뢰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대왕이시여.”

빈비사라왕은 곧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 있었다. 그때 국왕은 쇠로 만든 부엌에서 5백 명이 음식을 만들고 있는 것을 보고 말하였다.
“이것은 누가 장만하는 음식인가?”

귀신들이 사람 모양을 하고 대답하였다.
“계두 범지가 부처님과 비구들을 청해 공양하려는 것입니다.”

국왕은 또 멀리서 높고 넓은 강당을 보고 시자(侍者)에게 물었다.
“저것은 누가 지은 강당인가? 전에는 없었는데 누가 지었는가?”

신하들이 대답하였다.
“그게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때 빈비사라왕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지금 세존께 가서 그 까닭을 여쭈어 보아야겠다. 세존께서는 모르시는 일이 없고 못 보시는 일이 없다.’

그때 마갈국의 빈비사라왕이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빈비사라왕은 세존께 아뢰었다.
“전에는 이런 높고 넓은 강당을 보지 못하였사온데 오늘 이것을 보나이다. 전에는 이 쇠로 만든 부엌을 보지 못하였사온데 오늘 이것을 보나이다. 이것은 도대체 무슨 물건이며, 누구의 조화입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이 부엌은 비사문천왕이 만든 것이고, 또 이 강당은 자재천자가 만들었습니다.”

그때 마갈국의 왕은 그 자리에서 슬픔과 울음이 북받쳐 어쩔 줄 몰랐다. 세존께서는 그것을 보고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무슨 까닭에 그리 슬피 우십니까?”

빈비사라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어찌 감히 슬피 울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다만 생각건대 뒷세상 사람들은 성인의 출현을 직접 보지 못할 것입니다. 미래 사람들은 재물에 집착하고 위엄과 덕이 없어 이런 기이한 보물이 있다는 말을 듣지도 못할 텐데 하물며 어떻게 보겠습니까? 지금 여래께서 그런 기이하고 특별한 신통으로 세상에 나타내심을 뵈오니 저절로 슬픈 울음이 납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미래 세상의 왕이나 백성들은 결코 이런 신통을 보지 못할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 국왕을 위해 설법하시어 기쁜 마음을 내게 하셨다. 왕은 그 설법을 듣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비사문천왕은 바로 그날 계두 범지에게 말하였다.
“너는 오른팔을 펴라.”
계두 범지는 곧 오른팔을 폈다. 비사문천왕은 곧 그에게 금방망이를 주면서 말하였다.
“이 금방망이를 땅에 던져보아라.”

범지가 즉시 땅에 던지자 그것은 곧 백천 냥의 금이 되었다.
비사문천왕이 말하였다.
“너는 이 금방망이를 가지고 성 안에 들어가 갖가지 음식을 사서 이곳으로 가지고 오너라.”

범지는 천왕의 분부를 받고 곧 그 금을 가지고 성 안으로 들어가 갖가지 음식을 사서 부엌으로 가지고 왔다. 비사문천왕은 범지를 목욕시킨 뒤 갖가지 옷을 입히고 손에는 향불을 들게 하고는 ‘때가 되었습니다.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원컨대 존자께선 왕림하소서’라고 아뢰라고 시켰다.

범지는 그 분부를 받고 손에 향로를 들고 아뢰었다.
“때가 되었습니다. 원컨대 왕림하소서.”

그때 세존께서 때가 되었음을 아시고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비구들을 데리고 강당으로 가 앉으셨으며, 비구들도 차례로 앉았다.
그때 계두 범지는 음식은 매우 많은데 비구들이 너무 적은 것을 보고 앞으로 나아가 세존께 아뢰었다.
“지금 음식은 이처럼 풍족한데 비구 스님들이 너무 적습니다. 어찌하오리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범지야, 너는 지금 향로를 들고 높은 다락으로 올라가 동ㆍ서ㆍ남ㆍ북을 향해 ‘석가문불(釋迦文佛)의 제자들 중 여섯 가지 신통을 얻고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모두 이 강당으로 모이십시오’라고 그렇게 외쳐라.”

범지가 아뢰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범지는 부처님 분부를 받고 곧 다락 위로 올라가 번뇌가 다한 모든 아라한을 청하였다.
그때 동방에 있던 2만 1천 아라한이 동방에서 강당으로 왔고, 남방에서 2만 1천, 서방에서 2만 1천, 북방에서 2만 1천의 아라한이 이 강당으로 와 모였다. 그래서 그 강당에는 8만 4천 아라한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그때 빈비사라왕은 신하들을 데리고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또 비구 스님에게도 예배하였다. 계두 범지는 비구승들을 보자 너무 기뻐 어쩔 줄 몰랐다.
부처님과 비구 스님들에게 음식을 공양하되 자신의 손으로 직접공양하면서 기뻐해 마지않았다.
그러고도 음식이 남자 계두 범지는 세존께 아뢰었다.
“지금 부처님과 비구 스님들께 다 공양을 올렸는데도 아직 음식이 남아 있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부처님과 비구들을 청해 이레 동안 공양하라.”

범지가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구담(瞿曇)이시여.”
계두 범지는 곧 꿇어앉아 세존께 아뢰었다.
“지금 부처님과 비구들을 청해 이레 동안 공양하고, 다시 의복ㆍ음식ㆍ침구ㆍ의약 등을 공급해 드리겠습니다.”

세존께서는 잠자코 그 청을 들어주셨다.

그때 그 대중 속에 사구리(舍鳩利)라고 하는 비구니(比丘尼)가 있었다. 그 비구니가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혹 석가문불의 제자로서 번뇌가 다한 아라한 중에 이곳에 모이지 않은 이가 있는 듯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천안(天眼)으로 동방세계, 남방ㆍ서방ㆍ북방세계를 두루 살펴보았지만 오지 않은 이가 하나도 없이 모두 다 모였습니다. 지금 이 대회에는 순전히 나한(羅漢) 진인(眞人)들만 모였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사구리야. 네 말과 같다. 이 대회는 순전히 진인들만 동ㆍ서ㆍ남ㆍ북에서 빠짐없이 모두 다 와서 모인 것이니라.”
그때 세존께서 이 인연으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혹 비구니 중에서 천안이 이 비구니처럼 투철한 이를 본 적이 있느냐?”

비구들이 아뢰었다.
“보지 못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나의 성문 제자 중에 천안(天眼)이 제일인 이는 이 사구리 비구니이니라.”

이때 계두 범지는 이레 동안 의복ㆍ음식ㆍ침구ㆍ의약 등을 성중(聖衆)에게 공양하였고, 다시 향과 꽃을 여래 위에 뿌렸다. 그러자 그 꽃들은 허공에서 7보가 그물처럼 얽힌 누각으로 변하였다. 범지는 그 누각을 보고 너무 기뻐 어쩔 줄 모르면서 세존 앞으로 나아가 아뢰었다.
“원컨대 세존이시여, 저도 도에 들어가 사문이 되는 것을 허락하여 주소서.”

그때 계두 범지는 곧 도를 닦게 되어 모든 감각기관이 고요해졌고 스스로 그 뜻을 닦아 잠을 없애버렸다. 비록 눈으로 빛깔을 보더라도 생각을 일으키지 않았고, 그 눈도 나쁜 생각이 없어 잡생각으로 치달려가지 않았다. 그래서 눈을 잘 보호하였다. 또 귀로 소리를 듣거나 코로 냄새를 맡거나 혀로 맛을 보아도 그러했으며, 몸으로 보드라운 감촉을 느껴도 보드랍다는 생각을 일으키지 않았고, 뜻으로 법을 알아도 그 또한 그러하였다. 그래서 사람의 마음을 덮어 지혜 없는 사람으로 만드는 5결(結)과 5개(蓋)를 곧 없앴다.
살해할 뜻이 없이 그 마음을 깨끗이 하여 스스로 살생하지 않고, 살생할 생각을 하지 않으며, 남을 시켜 살생하게 하지도 않고, 칼이나 몽둥이를 손에 잡지 않았으며, 인자(仁慈)한 마음을 내어 일체 중생을 대하였다.
또 도둑질을 버리고 도둑질 할 생각을 내지 않아 그 마음을 깨끗이 하였으며, 항상 모든 중생들에게 보시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또 도둑질하지 못하게 하였다.
또 제 자신이 음행하지 않고 남을 시켜 음행하게 하지 않으며, 항상 범행(梵行)을 닦아 깨끗해 더러움이 없었으며 범행 안에서 그 마음을 깨끗이 하였다.
또 제 자신이 거짓말하지 않고 남을 시켜 거짓말하게 하지 않으며, 항상 진실만을 생각해 거짓말로 세상 사람을 속이는 일이 없이 그 안에서 마음을 깨끗이 하였다.

또 제 자신이 이간질하지 않고 남을 시켜 이간질하게 하지 않으며, 여기서 이 말을 듣더라도 저기 가서 전하지 않고 저기서 저 말을 듣더라도 여기 와서 전하지 않으면서 그 안에서 그 마음을 깨끗이 하였다.
그는 또 음식에 있어서도 만족할 줄을 알아 맛있는 음식에 대해서도 집착하지 않고, 고운 빛깔에도 집착하지 않으며, 기름지고 깨끗한 것에도 집착하지 않았다. 다만 그 몸을 지탱하고 목숨을 보존하며, 묵은 병을 고치고 새 병이 생기지 않게 하며, 도를 닦아 언제나 함이 없는 경지에 머무르려고 할 뿐이었다. 이를 비유하면 마치 남자나 여자가 부스럼에 고약을 바르는 것은 그 부스럼을 고치기 위해서인 것과 같았다. 그도 또한 마찬가지여서 음식에 있어 만족할 줄 알았던 것은 묵은 병을 고치고 새 병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함일 따름이었다.

또 그는 때로는 밤을 새우면서 도를 닦아 때를 놓치지 않고 37품도(品道)의 행을 잃지 않았다. 앉기도 하고 거닐기도 하면서 수면의 장애[蓋]를 없앴으니, 초저녁에는 앉기도 하고 거닐기도 하면서 수면의 장애를 없앴고, 한밤중에는 오른쪽으로 누워 다리를 포개고 마음을 밝은 데에 메어두었으며, 새벽에는 앉기도 하고 거닐기도 하면서 그 마음을 깨끗이 하였다.
그래서 그는 음식에 만족할 줄 알고 경행(經行)함에 있어 때를 놓치지 않았으며 탐욕과 더러운 생각을 버리고 어떤 나쁜 행도 없이 초선(初禪)에 노닐었다. 다시 이전부터 있었던 각(覺)과 관(觀)을 쉬고, 기억[念]과 기쁨과 즐거움으로 제2선(禪)에 노닐었다. 다시 즐거움이 없어지고 평정한 기억[念] 청정하고 스스로 몸의 즐거움을 느끼며, 성현들이 구하는 평정한 기억이 청정한 제3선에 노닐었다. 그는 다시 괴로움과 즐거움이 없어지고 아무 근심도 없으며, 괴로움도 즐거움도 없는 평정한 기억이 청정한 제4선에 노닐었다.

그는 청정하여 더러움이 없는 삼매에 든 마음[三昧心]으로 두려움이 없게 되었다. 다시 삼매를 얻어 무수한 세월 동안 겪은 일을 기억하게 되었으니,그는 과거 1생ㆍ2생ㆍ3생ㆍ4생ㆍ5생ㆍ10생ㆍ20생ㆍ30생ㆍ40생ㆍ50생ㆍ1백 생ㆍ1천 생ㆍ만 생ㆍ수천만 생과 이루어지는 겁[成劫]ㆍ무너지는 겁[敗劫]ㆍ이루어지고 무너지는 겁[成敗劫]에 있었던 일들을 다 기억하였다.
‘나는 예전에 어디에 태어났었고, 성(姓)은 무엇이었으며 이름은 무엇이었다. 어떤 음식을 먹었고 어떤 괴로움과 즐거움을 받았었다’라고 알았고, 또 수명이 길고 짧았던 것과 저기서 죽어 여기에 태어났고 여기서 죽어 저기에 태어났다는 그러한 인연의 본말을 모두 다 알았다.
그는 또 청정하여 더러움이 없는 삼매에 든 마음[三昧心]으로 두려움이 없게 되어, 태어나고 죽는 중생들을 관찰하였다. 그는 또 천안(天眼)으로 태어나고 죽는 중생들을 관찰하여 좋은 세계와 나쁜 세계, 좋은 모양과 나쁜 모양, 예쁜지 추한지 등 그 행에 따른 종류들을 모두 다 알았다.
또 어떤 중생이 몸과 입과 뜻으로 나쁜 짓을 저지르고 성현을 비방하며 온갖 삿된 업의 근본을 짓고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지옥에 태어나는 것을 알았고, 또 어떤 중생이 몸과 입과 뜻으로 선한 행을 하였고 성현(聖賢)을 비방하지 않아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천상의 좋은 곳에 태어났다는 것을 죄다 알았다.

그는 또 청정한 천안으로 중생들을 관찰하여 예쁘고 추함과 좋은 세계와 나쁜 세계, 좋은 모양과 나쁜 모양을 모두 다 알고 두려움이 없게 되었다.
그는 또 보시하는 마음이 있고 번뇌가 다한 뒤에는 괴로움을 관찰해 사실 그대로 알았으니, 즉 ‘이것은 괴로움[苦]이고, 이것은 괴로움의 발생[苦集]이며, 이것은 괴로움의 소멸[苦盡]이고, 이것은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방법[苦出要]이다’라고 사실 그대로 알았다. 그는 이렇게 관찰하고는 탐욕의 번뇌[欲漏]에서 마음이 해탈하고 생존의 번뇌[有漏]와 무명의 번뇌[無明漏]에서 마음이 해탈하였다. 이렇게 해탈하고 나서는 곧 해탈하였다고 아는 지혜[解脫智]를 얻었다. 그래서 나고 죽음은 이미 다하였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쳐 다시는 태(胎)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사실 그대로 알았다.
그때 계두 범지는 바로 아라한(阿羅漢)이 되었다.

그때 존자 계두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6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상에는 도저히 될 수 없는 것이 다섯 가지가 있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 인가? 없어질 물건은 잃지 않으려 하여도 그리 될 수 없고, 완전히 소멸할 법은 소멸하지 않게 하려 하여도 그리 될 수 없으며, 늙는 법은 늙지 않게 하려 하여도 그리 될 수 없고, 병드는 법은 병들지 않게 하려 하여도 그리 될 수 없으며, 죽는 법은 죽지 않게 하려 하여도 그리 될 수 없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도저히 될 수 없는 다섯 가지가 있다’고 하는 것이니라.
여래가 세상에 출현하건 출현하지 않건 이 법계는 영원히 머물러 여여(如如)하기 때문에 무너지지 않지만, 없어지고 소멸하는 소리와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것들은 생기거나 혹은 사라져서 모두 다 그 근본으로 돌아간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다섯 가지 법은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마땅히 방편을 구해 5근(根)을 닦아야 한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인가? 이른바 신근(信根)ㆍ정진근(精進根)ㆍ염근(念根)ㆍ정근(定根)ㆍ혜근(慧根)이니라.
비구들아, 이 5근을 닦아 익히면 곧 수다원(須陀洹)을 성취하고 가가(家家)와 일종(一種)을 성취하고, 더욱 나아가면 사다함(斯陀含)을 성취하고, 거기서 더 나아가 5결사(結使)를 없애면 아나함(阿那含)을 성취하여 거기에서 열반에 들고 이 세상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며, 거기서 더 나아가 번뇌가 다하면 번뇌가 없게 되어 심해탈(心解脫)하고 혜해탈(慧解脫)하며 몸으로 그것을 증득하여 자유롭게 노닐면서 다시는 태(胎)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사실 그대로 알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마땅히 방편을 구해 앞의 다섯 가지 일을 버리고 뒤의 5근(根)을 닦아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7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고칠 수 없는 다섯 종류의 사람이 있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 종류의 사람인가? 첫째 아첨하는 사람은 고칠 수 없고, 둘째 간사한 사람은 고칠 수 없으며, 셋째 입이 거친 사람은 고칠 수 없고, 넷째 질투하는 사람은 고칠 수 없으며, 다섯째 은혜를 모르는 사람은 고칠 수 없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다섯 무리의 사람은 고칠 수 없다’고 하는 것이니라.”

그때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간사하고 입이 거친 사람
질투하고 은혜를 모르는 사람
이런 사람들은 고칠 수 없나니
지혜로운 이 그를 버리느니라.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항상 바른 마음을 배워 질투를 버리고, 말한 바대로 법답게 위의(威儀)를 닦으며, 은혜를 기억해 갚을 줄을 알아야 하나니, 작은 은혜도 잊지 말아야 하거늘 하물며 큰 은혜이겠는가? 아끼고 탐내는 마음을 가지지 말고 또 자기를 칭찬하고 남을 비방하지 않도록 하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8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석제환인은 삼십삼천에게 이렇게 명령하였다.
‘만일 너희들이 아수륜(阿須倫)과 싸워 아수륜이 지고 하늘이 이기게 되거든, 너희들은 비마질다라(毗摩質多羅)6)아수륜을 잡아 이리 끌고 와서 그 몸을 다섯 군데를 꼭꼭 묶어라.’
그때 비마질다라아수륜도 여러 아수륜들에게 명령하였다.
‘너희들이 오늘 저 하늘들과 싸워 만일 이기게 되거든 석제환인을 잡아 결박해 이곳으로 끌고 오너라.’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때 그 둘은 서로 싸웠는데 하늘이 이기고 아수륜이 졌다. 삼십삼천은 아수륜의 왕 비마질다라를 잡아 그 몸을 결박하여 석제환인에게 끌고 가서 중문 밖에 두고 다섯 군데를 밧줄로 꼭꼭 결박하는 것을 직접 보았다.

그때 아수륜의 왕 비마질다라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하늘들의 법은 바르고 아수륜의 소행은 비법(非法)이다. 나는 이제 아수륜을 좋아하지 않고 지금부터는 이 천궁에서 살리라.’
그리고 그는 곧 말하였다.
‘하늘들의 법은 바르고 아수륜은 비법이다. 나는 여기서 살고 싶다.’
이렇게 생각하자, 그 즉시 아수륜들의 왕 비마질다라는 그 몸의 결박이 저절로 풀어지고 다섯 가지 욕망[五欲]으로 스스로 즐기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만일 아수륜들의 왕 비마질다라가 ‘하늘들은 비법이요 아수륜의 법만이 바르다. 나는 삼십삼천이 쓸데가 없다. 다시 아수륜 궁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나면, 그 즉시 아수륜왕의 몸은 곧 다섯 개의 밧줄에 묶이고 다섯 가지 욕망은 저절로 사라지곤 하였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결박의 빠르기가 이보다 더한 것은 없느니라. 그러나 악마의 결박은 이보다 더 심하니라. 설사 번뇌[結使]의 악마가 묶으려 하더라도 움직이면 악마에게 묶이겠지만 움직이지 않으면 악마에게 묶이지 않느니라.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방편을 구해 마음이 묶이지 않게 하고 한적한 곳을 좋아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 모든 번뇌는 악마의 경계이기 때문이다. 만일 비구가 악마의 경계에 머문다면, 그는 끝내 태어남ㆍ늙음ㆍ병듦ㆍ죽음을 벗어나지 못하고, 근심ㆍ걱정ㆍ괴로움ㆍ번민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나는 이제 이 괴로움의 한계를 말했느니라.
또 만일 비구가 마음이 움직이지 않아서 번뇌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그는 곧 태어남ㆍ늙음ㆍ병듦ㆍ죽음과 근심ㆍ걱정ㆍ괴로움ㆍ번민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나는 이제 이 괴로움의 한계를 말했느니라.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이렇게 배워서 번뇌를 없애고 악마의 경계를 초월해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9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존자 아난이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섰다. 이때 아난이 세존께 여쭈었다.
“없어짐[盡]을 말씀하시는데 어떤 법을 일컬어 ‘없어진다’고 합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색(色)은 함이 없는 인연으로서 그런 이름만 있다. 탐욕도 없고 함도 없는 것으로서 이것을 ‘아주 없어지는 법’이라고 한다. 그 없어지는 것을 ‘완전히 없어진다[滅盡]’고 말한다. 통(痛:受)ㆍ상(想)ㆍ행(行)ㆍ식(識)은 함도 없고 지음도 없다. 그것은 아주 다 사라지는 법으로서 탐욕도 없고 더러움도 없다. 그것은 완전히 없어지는 것이므로 ‘완전히 없어진다’고 말한다.
아난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5성음(盛陰)은 탐욕도 없고 지음도 없는 사라지는 법이다. 저 완전히 없어지는 것을 ‘완전히 없어진다’고 말한다. 이 5성음은 아주 없어져 영원히 생기지 않기 때문에 ‘완전히 없어진다’고 말하느니라.”

그때 존자 아난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10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생루(生漏) 범지(梵志)가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이때 생루 범지가 세존께 여쭈었다.
“어떻습니까? 구담(瞿曇)이시여, 어떤 인연이 있고 어떤 과거의 행이 있었기에 이 백성들이 없어지고 사라지고 줄어들게 된 것입니까? 예전엔 성이 있었는데 지금은 허물어졌고 예전엔 백성들이 살았는데 지금은 빈터가 되었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범지여, 알고 싶은가? 그것은 다 그 백성들의 소행이 법답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전엔 성이 있었는데 지금은 무너졌고,예전엔 백성이 살았는데 지금은 빈터가 된 것이다. 백성들이 간탐(慳貪)에 묶이고 애욕을 익힌 결과, 때 아닌 바람이 불고 비가 때맞춰 내리지 않아 심은 종자들이 자라지 못했고, 이곳에 살던 백성들의 시체가 길에 넘치게 된 것이니라. 범지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런 인연으로 나라가 무너지고 백성이 번성하지 못하게 된 것이니라.

또 범지야, 백성들의 소행이 법답지 않으면 뇌성벽력의 자연 현상이 생기고 하늘에서 우박이 내려 어린 벼[苗] 못 쓰게 만든다. 그럴 때 죽어가는 백성들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느니라.
또 범지야, 백성들의 소행이 법답지 않으면 서로 싸우고 다투게 되니, 주먹으로 치기도 하고 기왓장이나 돌을 던져 서로 생명을 잃게 하느니라.
또 범지야, 그 백성들이 서로 싸우며 자기들이 있는 곳을 불안하게 여기면 나라의 임금도 편안하지 않아 군사를 일으켜 서로 공격하게 되어, 칼에 찔려 죽기도 하고 창이나 화살에 찔려 죽기도 하는 등 죽는 사람이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이 많게 된다. 범지야, 이와 같은 인연으로 백성들이 줄어들고 번성하지 못하게 되느니라.
또 범지야, 백성들의 소행이 법답지 않기 때문에 하늘과 땅의 신이 도와줄 기회를 얻지 못하여 백성들은 재앙을 당하기도 하고, 질병으로 자리에 눕게 되면 항복 받는 이는 적고 병으로 죽는 이는 많게 되느니라.
범지야, 이것을 일러 ‘이런 인연으로 백성들이 줄어들고 번성하지 못하게 된다’고 하는 것이니라.”

그때 생루 범지가 세존께 아뢰었다.
“구담의 말씀은 매우 시원합니다. 이렇게 사람들이 줄어드는 이치를 말씀해 주시니, 진실로 여래의 말씀과 틀림이 없습니다. 예전엔 성이 있었는데 지금은 허물어졌고, 예전엔 사람이 살았는데 지금은 빈터가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법답지 않기 때문에 곧 간탐의 병이 생겼고, 간탐의 병이 생겼기 때문에 삿된 업이 생겼으며, 삿된 업이 생겼기 때문에 하늘이 때맞춰 비를 내리지 않아 오곡은 익지 않고 백성들은 번성하지 못하게 되었으며, 비법(非法)이 유행하게 되자 하늘이 재앙을 내려 모판을 못 쓰게 만든 것입니다.
그들이 비법을 행함으로써 간탐의 병에 집착하자 나라의 임금도 편하지 않아 제각기 군사를 일으켜 서로 공격하였고 죽은 사람이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습니다. 그리하여 나라는 황폐해지고 백성들은 사방으로 흩어지게 된 것입니다.
오늘 세존의 말씀은 참으로 훌륭하고 시원스럽습니다. 비법(非法)으로 말미암아 이런 재앙이 닥치게 되니, 즉 남에게 붙잡혀 그 목숨이 끊기게 됩니다. 비법으로 말미암아 도둑질할 마음이 생기고, 도둑질할 마음을 낸 뒤에는 왕에게 잡혀 죽게 되며, 삿된 업을 지음으로써 비인(非人)들이 그 틈을 엿보게 됩니다. 그 인연으로 말미암아 곧 목숨을 마치게 되어 백성들이 줄어들기 때문에 살만한 성이 없게 된 것입니다.

구담이시여, 오늘 너무도 많은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마치 꼽추가 등을 펴고 장님이 눈을 뜨며 어둠 속에서 등불을 얻은 듯, 눈이 없는 자에게 눈이 되어 주셨습니다. 이제 사문 구담께서는 무수한 방편으로 설법하셨습니다. 저는 이제 거듭 부처님과 법과 승가에 귀의합니다. 원컨대 우바새가 되는 것을 허락해 주소서. 이 목숨 다할 때까지 다시는 감히 살생을 하지 않겠습니다.
만일 사문 구담께서 제가 코끼리나 말을 탄 것을 보게 되시더라도 저는 여전히 공경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바사닉왕(波斯匿王)과 빈비사라왕(頻毗娑羅王)ㆍ우전왕(優塡王)ㆍ악생왕(惡生王)ㆍ우다연왕(優陀延王)으로부터 범지의 복을 받는 자1)로서 그 덕을 잃을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만일 제가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거든 세존께서는 저의 예배를 받아 주소서. 만일 제가 걸어가다가 구담께서 오시는 것을 보게 되면 저는 신었던 신을 벗겠사오니, 세존께서는 저의 예배를 받아 주소서.”

그때 세존께서는 고개를 끄덕여 허락하셨다. 그러자 생루 범지는 너무 기뻐 어쩔 줄 모르면서 부처님 앞으로 나아가 아뢰었다.
“저는 거듭 사문 구담께 귀의합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우바새가 되도록 허락해 주소서.”

세존께서는 그를 위해 차례대로 설법하시어 기쁜 마음을 내게 하셨다. 범지는 설법을 듣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그때 생루 범지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주석
2 비구들에게 인간세계를 천상보다 훌륭한 곳으로 말씀하시고 있는 문맥으로 보아 “비구들아, 여기서 목숨을 마치고 천상에 태어나지는 말라”가 되어야 옳을 듯하다.
3 서진(西晉) 시대 법거(法炬)가 한역한 『빈비사라왕예불공양경(頻毗娑羅王詣佛供養經)』을 참조할 것.
4 팔리어로는 gosisa-candana이고, 적동색을 띠며 전단향 중 최고로 좋은 향을 가졌다고 한다. 옛날부터 불상과 전각 등을 조성하는 데 사용되었던 고급목재이다.
5 팔리어로는 Vepacitti이고, 비마질다(毗摩質多)로 음역하기도 하며, 사종종(絲種種)ㆍ문신(紋身)으로 한역하기도 한다. 환술(幻術)에 능해 실 한 가닥으로 갖가지 조화를 부릴 수 있다고 한다.
6 고려대장경 원문은 ‘범지복(梵之福’이다. 이는 곧 범분(梵分)으로서 팔리어로는 brahma-deyya이고, 정시지(淨施地)라고 한역한다. 왕이 바라문에게 하사하는 봉지(封地)를 말한다.
1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44권 1,181번째 소경과 『별역잡아함경』 제5권 95번째 소경이 있다.

증일아함경 제27권

동진 계빈 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김월운 번역

35. 사취품(邪聚品)

[ 1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삿된 소견을 가진 무리에 속한 사람은 어떤 얼굴과 어떤 모양을 가지는가?”
비구들이 세존께 아뢰었다.
“여래께서는 모든 법의 왕이요, 모든 법의 어른이십니다.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시여. 모든 비구들을 위해 그 뜻을 말씀해 주소서. 저희들은 그 말씀을 듣고 나서 받들어 행하겠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잘 사유하고 기억하라. 내 너희들을 위해 그 뜻을 해설하리라.”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비구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있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삿된 무리에 속한 사람은 다섯 가지 일을 보면 알 수 있다. 다섯 가지가 보이면 곧 그 사람은 삿된 무리에 머물고 있음을 알 수 있느니라.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인가? 웃어야 할 때에 웃지 않는 것, 기뻐해야 할 때에 기뻐하지 않는 것, 사랑하는 마음을 내야 할 때에 사랑하는 마음을 내지 않는 것, 나쁜 짓을 하고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 좋은 말을 들어도 마음에 두지 않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반드시 삿된 무리에 머무는 사람임을 알아야 한다. 삿된 무리에 머무르는 사람은 이 다섯 가지 일로 알 수 있느니라.

또 바른 무리에 머무르는 사람은 어떤 모양과 어떤 인연을 가지고 있는가?”

모든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여래께서는 모든 법의 왕이요, 모든 법의 어른이십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비구들을 위해 그 뜻을 말씀하여 주소서. 저희들은 말씀을 듣고 나서 받들어 행하겠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잘 사유하고 기억하라. 내 너희들을 위해 그 뜻을 해설하리라.”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있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바른 무리에 속한 사람도 다섯 가지 일로 알 수 있다. 다섯 가지가 보이면 그 사람은 바른 무리에 머물고 있는 사람임을 알 수 있느니라.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인가? 웃어야 할 때에 웃는 것, 기뻐해야 할 때에 기뻐하는 것, 사랑하는 마음을 내야 할 때에 사랑하는 마음을 내는 것, 부끄러워해야 할 때에 부끄러워하는 것, 좋은 말을 들으면 마음에 두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바른 무리에 머물고 있는 사람임을 알아야 하느니라.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삿된 무리를 버리고 바른 무리에 머물도록 해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2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이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여래는 세상에 출현할 때 반드시 다섯 가지 일을 한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 일인가? 첫째는 법륜(法輪)을 굴리는 일이요, 둘째는 부모를 제도하는 일이며, 셋째는 믿음이 없는 사람을 믿음의 땅에 세우는 일이요, 넷째는 보살의 마음을 내지 못한 이로 하여금 보살의 마음을 내게 하는 일이며, 다섯째는 미래에 올 부처님을 예언하는 일이니라.
만일 여래가 세상에 출현하면 반드시 이 다섯 가지 일을 한다.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자애로운 마음을 내고 여래를 향하여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3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다섯 가지 보시는 복(福)을 얻지 못한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인가? 첫째는 칼을 남에게 주는 것이요, 둘째는 독약을 남에게 주는 것이며,셋째는 들소를 남에게 주는 것이요, 넷째는 음녀(婬女)를 남에게 주는 것이며, 다섯째는 귀신사당을 짓는 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이 다섯 가지 보시는 그 복을 얻지 못한다고 하는 것이니라.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또 큰 복을 얻게 하는 다섯 가지 보시가 있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인가? 첫째는 동산을 만드는 것이요, 둘째는 숲을 만드는 것이며, 셋째는 다리를 놓는 것이요, 넷째는 큰 배를 만드는 것이며, 다섯째는 미래와 과거를 위해 살집을 짓는 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이 다섯 가지는 복을 얻게 하는 것이다’라고 한 것이니라.

그때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동산 만들어 시원함을 베풀거나
또는 튼튼한 다리를 놓아
강나루 사람들을 건너게 해 주며
또 나그네 위해 좋은 집을 짓는 자

그런 사람은 밤이건 낮이건
언제나 그 복을 누리게 되리니
계율과 선정을 두루 성취한
그 사람 반드시 천상에 태어나리.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이 다섯 가지 보시 닦기를 생각해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4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여자는 다섯 가지 힘을 가지고 그 남편을 가볍게 본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인가? 첫째는 아름다운 용모[色]의 힘이요, 둘째는 친척의 힘이며, 셋째는 농사의 힘이요, 넷째는 아이의 힘이며, 다섯째는 스스로 지키는 힘이다. 이것을 일러 ‘여자에게는 다섯 가지 힘이 있다’고 하는 것이니라.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여자들은 이 다섯 가지 힘에 의지해 남편을 가볍게 여기느니라. 그러나 만일 남편에게 한 가지 힘만 있으면 그 여자를 눌러 버리고 만다. 어떤 것이 그 한 가지 힘인가? 그것은 이른바 부귀(富貴)의 힘이니라.
남편이 부하고 귀하면 아름다운 용모의 힘도 당하지 못하고, 친척과 농사와 아이와 스스로를 지키는 힘도 당하지 못한다. 그것은 이 한 가지 힘으로 저러한 힘들을 이기기 때문이니라.

저 악마 파순(波旬)에게도 다섯 가지 힘이 있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인가? 빛깔의 힘ㆍ소리의 힘ㆍ냄새의 힘ㆍ맛의 힘ㆍ감촉의 힘이 그것이다. 저 어리석은 사람들은 빛깔ㆍ소리ㆍ냄새ㆍ맛ㆍ감촉의 법에 집착하기 때문에 파순(波旬)의 경계를 벗어나지 못하느니라.
그러나 만일 성인의 제자로서 한 가지 힘만 성취한다면 그러한 힘들을 이길 수 있다. 어떤 것이 그 한 가지 힘인가? 이른바 방일(放逸)하지 않는 힘이다. 만일 성인의 제자가 방일하지 않음[無放逸]을 성취한다면 그는 빛깔ㆍ소리ㆍ냄새ㆍ맛ㆍ감촉에 얽매이지 않을 것이다. 5욕(欲)에 얽매이지 않기 때문에 능히 태어남ㆍ늙음ㆍ병듦ㆍ죽음의 법을 분별해 악마의 다섯 가지 힘을 이기고 악마의 경계에 떨어지지 않으며, 온갖 두려움을 벗어나 함이 없는 곳에 이르느니라.”

그때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계율은 달콤한 이슬 같은 길이요
방일은 죽음으로 가는 길이라네.
탐하지 않으면 죽지 않나니
도를 잃으면 스스로 죽느니라.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마땅히 기억해 수행하며 방일하지 말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5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여자들에겐 다섯 가지 욕망이 있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 욕망인가? 첫째는 세력 있고 귀한 집안에 태어나는 것이요, 둘째는 부귀한 집으로 시집을 가는 것이며, 셋째는 남편으로 하여금 제 말을 따르게 하는 것이요, 넷째는 아이를 많이 두는 것이며, 다섯째는 집에서 혼자 마음대로 하는 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여자들에게는 다섯 가지 욕망이 있다’는 것이니라.

비구들아, 이와 같이 우리 비구들에게도 욕심 낼 만한 다섯 가지 일이 있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인가? 이른바 계율[禁戒]ㆍ많이 들음[多聞]ㆍ삼매(三昧ㆍ지혜(智慧)ㆍ지혜해탈(智慧解脫)을 성취하는 것이다. 이것을 일러 ‘비구들에게도 욕심낼 만한 다섯 가지 법이 있다’고 하는 것이니라.”

그때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나는 세력 있는 종족으로 태어나
부유하고 귀한 집으로 시집가고
남편도 마음대로 부려 보았으면
그러나 복 없으면 되지 않는다네.

나는 많은 자식을 두고
향과 꽃으로 아름답게 꾸몄으면
비록 이러한 욕심은 있어도
그러나 복 없으면 되지 않는다네.

믿음과 계율을 완전히 이루고
삼매에 들어 흔들리지 않으며
지혜 또한 성취하는 것
이는 게으르면 되지 않는다네.

도의 과위를 빨리 얻고 싶고
생사의 깊은 연못을 벗어나
열반에 이르기를 바라고 원하지만
이는 게으르면 되지 않는다네.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방편을 구해 선(善)한 법을 행하고 선하지 않은 법은 버리며, 점차적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중간에 후회하는 마음을 가지지 말아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6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남을 향해 예배하지 않아야 할 다섯 때가 있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 때인가? 만일 탑 가운데 있을 때라면 예배하지 않아야 하고, 대중 가운데 있을 때라면 예배하지 않아야 하며, 길을 가고 있을 때라면 예배하지 않아야 하고, 병으로 누워 있을 때라면 예배하지 않아야 하며, 음식을 먹고 있을 때라면 예배하지 않아야 한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다섯 가지 경우에는 예배하지 않아야 한다’고 하는 것이니라.

또 때를 알아 예배해야 하는 다섯 가지 경우가 있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인가? 탑 가운데 있지 않을 때, 대중 가운데 있지 않을 때, 길을 가고 있지 않을 때, 병들지 않았을 때, 음식을 먹고 있지 않을 때이니, 그럴 때에는 예배해야 하느니라.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때를 따라 행하는 방편을 쓰도록 해야 한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7 ]2)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열성(羅閱城)의 가란타죽원(迦蘭陀竹園)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우두반(優頭槃)3)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라열성에 들어가 더운물을 조금 구해 오너라. 왜냐하면 내가 오늘은 등뼈에 풍병(風病)을 앓고 있어 아프기 때문이다.”

우두반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이때 우두반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때가 되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라열성에 들어가 더운물을 구하였다. 그때 존자 우두반은 이런 생각을 하였다.
‘세존께서는 무슨 이유로 나에게 더운물을 구해오라고 하신 걸까? 여래께선 모든 번뇌가 이미 없어지고 온갖 선을 두루 가지셨다. 그런데도 여래께서는 ‘나는 지금 풍병으로 앓는다’고 말씀하셨다. 또 세존께서는 누구네 집으로 찾아가라고 성명(姓名)도 가르쳐 주시 않으셨다.’

그때 존자 우두반은 라열성의 남자들 중에 반드시 제도해야 할 사람을 천안(天眼)으로 살펴보았다. 이때 선근(善根)을 심지 않고 계율도 없으며 믿음도 없고 사견을 가졌으며 부처님과 법과 승가에 대해 치우친 견해를 가진 비사라선(毗舍羅先)이라는 장자가 라열성에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보시의 덕도 없고 주는 일도 없고 받는 자도 없으며, 또 선악의 과보도 없다. 현세도 후세도 없고 아버지도 어머니도 없으며, 세상에는 현세와 후세에서 몸소 증득하여 스스로 노닐며 교화하는 사문 바라문 등의 성취자도 없다’는 이런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수명이 극히 짧아 닷새 뒤에는 반드시 목숨을 마치게 되어 있었고, 또 오도대신(五道大神)을 섬기고 있었다.
그때 우두반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여래께서는 반드시 저 사람을 제도하고 싶어하실 것이다. 왜냐하면 이 장자는 목숨을 마친 뒤에 반드시 제곡지옥(啼哭地獄)에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두반은 빙그레 웃었다. 오도대신은 멀리서 그가 웃는 것을 보고는 곧 제 모습을 숨기고 사람 모양으로 변해 우두반에게 와서 심부름꾼이 되었다. 그때 존자 우두반은 그 심부름꾼을 데리고 장자의 집으로 찾아가 문 밖에서 잠자코 서 있었다.

장자는 어떤 도인이 문 밖에 서 있는 것을 멀리서 보고 곧 이런 게송을 말하였다.
잠자코 서 있는 그대는 지금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었구나.
무엇을 구하려 하는가?
무슨 까닭으로 여기 왔는가?

그러자 우두반도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집착 없는 분이신 여래께서
지금 풍병으로 앓고 계시오.
만일 더운물이 있다면
여래께선 목욕하고 싶어하시오.

장자는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그때 오도대신이 비사라선에게 말하였다.
“장자는 더운물을 보시하라. 반드시 한량없는 복을 얻고 단 이슬 같은 과보를 받을 것이다.”

장자가 대답하였다.
“내게는 오도대신이 있는데 이 사문을 섬겨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오도 대신은 이런 게송을 말하였다.
여래께서 세상에 태어나실 때
하늘의 제왕도 내려와 모셨으니
그 누가 이분보다 더 빼어나
이분과 짝할 수 있을까?

아무리 오도대신 섬기더라도
구제 받는 일 있을 수 없으니
차라리 이 석씨 스승께 공양하라.
곧 반드시 큰 과보 얻으리라.

오도대신은 다시 장자에게 말하였다.
“너는 스스로 몸과 입과 뜻이 행하는 일을 잘 단속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너는 오도대신의 위력을 모르느냐?”
오도대신은 곧 큰 귀신의 형상으로 변해 오른손에 칼을 들고 장자에게 말하였다.
“지금 내가 바로 오도대신이다. 빨리 저 사문에게 더운물을 드려라. 주저하지 말라.”

이때 장자는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참으로 기이하고 참으로 특별나구나. 오도대신도 이 사문을 공양하는구나.’
그는 곧 향기로운 더운물을 도인에게 드리고 또 석밀(石蜜)까지 사문에게 드렸다.

이때 오도대신은 그 향기로운 더운물을 손수 들고 우두반과 함께 세존께서 계시는 곳으로 갔고, 향기로운 더운물을 여래께 바쳤다.
그때 세존께서 그 향기로운 더운물로 몸을 씻으시자 병은 즉시 차도를 보이고 더 이상 심해지지 않았다.

장자는 닷새 뒤에 목숨을 마치고 사천왕천(四天王天)에 태어났다.
그때 존자 우두반은 장자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 곧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우두반이 여래께 여쭈었다.
“그 장자는 목숨을 마치고 지금 어디에 태어났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 장자는 목숨을 마치고 사천왕천에 태어났느니라.”

우두반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 장자는 그곳에서 목숨을 마치면 다시 어디에 태어납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곳에서 목숨을 마치면 다시 사천왕천 중 삼십삼천에 태어나고 나아가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에 태어날 것이요, 그곳에서 목숨을 마치면 다시 사천왕천에 태어날 것이다. 이렇게 그는 60겁 동안 나쁜 세계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고 최후에는 사람의 몸을 얻어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의를 입고 출가하여 도를 배워 벽지불(辟支佛)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더운물을 보시한 그 복덕(福德)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우두반아, 많은 스님들을 목욕시키고 그 설법을 들어야겠다고 항상 생각해야 한다. 우두반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존자 우두반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8 ]4)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어떤 비구가 범행 닦기가 싫어져서 계율을 버리고 속가로 돌아가려고 하였다. 그는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그 비구가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이제 범행(梵行 닦기가 싫어져 계율을 버리고 속가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무슨 까닭에 범행 닦기가 싫어졌으며 계율을 버리고 속가로 돌아가려고 하는가?”

비구가 대답했다.
“저는 지금 마음이 치성(熾盛)하여 몸 안에서 불꽃처럼 훨훨 타오르고 있습니다. 저는 비길 데 없이 단정한 여자를 보게 되면, 곧 저 여자와 사귀어 보았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또 다시 ‘이것은 바른 법이 아니다. 만일 내가 이 마음을 따른다면 그것은 바른 도리가 아니다’ 하는 생각도 하곤 합니다. 저는 그때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이것은 나쁜 이익이요, 좋은 이익이 아니다. 이것은 나쁜 법이요, 좋은 법이 아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계율을 버리고 속가로 돌아가려는 것입니다. 사문의 계율은 실로 범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차라리 저는 속인으로 살면서 분수껏 보시나 하며 살겠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무릇 여자에게는 다섯 가지 나쁜 점이 있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인가? 첫째는 더러운 것이요, 둘째는 이간질하는 것이며, 셋째는 질투하는 것이요, 넷째는 성내는 것이며, 다섯째는 은혜를 모르는 것이니라.”

그때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기쁨은 재물에서 오는 것이 아니요
겉모양은 착하지만 속에는 독 품었네.
착한 길로 나아가는 사람 방해하나니
더러운 못을 버리는 매[鷹]같이 하라.

“그런 까닭에 비구야, 마땅히 더러운 생각을 버리고 깨끗한 관찰을 사유(思惟)하라. 만일 비구가 깨끗한 관찰을 사유한다면 그는 욕애(欲愛)ㆍ색애(色愛ㆍ무색애(無色愛)5)를 끊고 무명(無明)과 교만(憍慢)을 완전히 끊을 것이다. 비구야, 지금 너의 그 욕심은 어디서 생겨나느냐? 그 여자의 머리털에서 생겼느냐? 그러나 머리털은 더러운 체액처럼 더럽고, 모두 허깨비처럼 세상 사람을 속이는 것이다. 손ㆍ손톱ㆍ이[齒] 등 몸에 딸린 것들은 그 어느 것 하나 깨끗한 부분이 없다. 어느 것이 참되며 어느 것이 진실한가? 머리에서 발끝에 이르기까지 모두 이와 같으니라. 간ㆍ쓸개ㆍ5장(藏) 따위의 형상 있는 물건들은 하나도 탐낼 만한 것이 없다. 그 어느 것이 참된 것이냐? 비구야, 지금 너의 그 욕심은 어디서 생겼느냐? 네가 지금 범행을 잘 닦는다면 여래의 바른 법은 반드시 괴로움을 없애줄 것이다. 사람의 목숨은 너무도 짧아 세상에 오래 머물지 못한다. 아무리 오래 산다고 해도 1백 년을 넘기지 못하고, 혹 1백 년을 넘긴다 해도 얼마 되지 않아 죽느니라.

비구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여래가 세상에 출현하는 것은 참으로 만나기 어려운 일이요, 법을 듣는 것도 역시 어려운 일이다. 4대(大)로 된 몸을 받기도 어렵고, 모든 감각기관이 완전하기도 어려우며, 중국(中國)6)에 태어나기도 어렵다. 선지식(善知識)을 만나기도 어렵고, 그로부터 법을 듣기도 어려우며, 그 뜻을 분별하기도 어렵고, 법과 법을 성취하기도 어려우니라.
비구야, 만일 네가 지금 선지식을 따르고 잘 섬긴다면 법을 올바르게 분별할 수 있고, 또 남을 위해 그 뜻을 자세히 설명할 수 있다. 만일 법을 들은 뒤에 잘 분별할 수 있고, 그 법을 분별한 뒤에 그 뜻을 설명할 수 있으며, 탐욕의 생각, 성냄과 어리석음의 생각이 없어 이 3독(毒)을 여읜다면, 곧 태어남ㆍ늙음ㆍ병듦ㆍ죽음을 벗어날 것이니라. 나는 지금 그 뜻을 간략하게 말하였다.”

그때 그 비구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의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떠나갔다.

그때 그 비구는 한적한 곳에서 법을 깊이 사유하였다.
‘족성자들이 수염과 머리를 깎고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위없는 범행을 닦으려고 하는 까닭은 나고 죽음을 이미 다하고 범행이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쳐 다시는 태를 받지 않기 위해서이다.’
이와 같이 사유하여 사실 그대로를 알았다. 그때 그 비구는 곧 아라한이 되었다.

그때 그 비구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9 ]7)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가란타죽원에서 대비구(大比丘)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아난(阿難)과 다기사(多耆奢)8)는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성에 들어가 걸식하였다. 이때 다기사는 어떤 거리에서 한 여인을 보았는데 그녀는 세상에서 보기 드물 만큼 너무도 단정하였다.
그는 그 모습을 보고 난 뒤 마음이 어지러워져 평상시와 같지 않았다.

다기사는 곧 아난에게 게송으로 말하였다.
애욕의 불꽃이 훨훨 타올라
제 마음이 뜨겁게 달아오릅니다.
이를 끌 방법 말해 주시면
저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자 아난도 또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애욕이라는 전도(顚倒)된 법으로
마음이 맹렬히 타오른다는 걸 알아라.
모습을 떠올리는 생각 없애버리면
애욕은 곧 저절로 쉬게 되리라.

그때 다기사가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마음은 이 몸의 근본이 되고
눈은 바라보는 근원입니다.
꿈속에서 보고 가까이 했던 것
그 몸 시들은 어지러운 풀 같네.

이때 존자 아난은 곧 앞으로 다가가 오른손으로 다기사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이런 게송을 설하였다.
탐욕이 없으신 부처님께서
애욕 많은 난타(難陀)를 제도했던 때를 기억하라.
천상과 지옥을 함께 보이셨으니
마음을 제어하면 다섯 갈래 세계를 벗어나리라.

다기사는 존자 아난의 말을 듣고 이렇게 말하였다.
“이제 그만두소서. 아난이여, 함께 걸식을 마치고 세존께 돌아가십시다.”

그때 그 여인은 멀리서 다기사를 보고 방긋 웃었다. 다기사는 그 여인의 웃음을 보고 생각하였다.
‘지금 그대의 몸뚱이는 뼈를 세워놓고 가죽으로 둘러싼 것이다. 마치 더러운 것이 가득 담긴 화병(畵甁)과 같아 세상 사람을 홀리고 생각을 어지럽히는구나.’
존자 다기사는 그 여인을 머리에서 발끝까지 모두 관찰하였다.
‘저 몸뚱이에 탐할 만한 것이 무엇이 있는가? 서른여섯 가지 부위가 모두 다 더러운 것뿐이다. 지금 이 온갖 것들은 다 어디서 생겨났을까?’
존자 다기사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지금 남의 몸을 관찰하기보다는 차라리 내 몸 속을 잘 살펴보자. 이 탐욕은 어디서 생겨났을까? 흙의 요소에서 생겨났을까? 물이나 불이나 바람의 요소에서 생겨났을까? 만일 흙이라는 요소에서 생겼다면 흙의 요소는 단단하고 강해 부술 수가 없다. 가령 물이라는 요소에서 생겼다면 물이라는 요소는 너무 물러 가질 수가 없다. 또 불이라는 요소에서 생겼다면 불이라는 요소는 뜨거워서 가질 수가 없는 것이다. 가령 바람이라는 요소에서 생겼다면 바람이라는 요소는 형상이 없어 가질 수가 없다.’
이때 존자는 곧 ‘이 탐욕은 생각[思想]에서 생겨났을 뿐이구나’ 하고 깨달았다.

그는 곧 다음 게송을 읊었다.
탐욕아, 내 너의 근본을 아나니
너는 생각만으로 생겨나는 것
내가 너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너는 존재하지 못할 것이다.

그때 존자 다기사는 이 게송을 읊고 또 더럽다는 생각을 사유하여 그 자리에서 곧 번뇌로부터 마음이 해탈하였다.

아난과 다기사는 라열성을 나와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다시사가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지금 좋은 이익을 얻었고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무엇을 스스로 깨달았느냐?”

다기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색(色)은 견고하지 못한 것이고 단단하지도 못하며 볼 수도 없고 거짓되어 진실하지 못한 것입니다. 통(痛:受)은 튼튼함이 없고 견고하지도 않으며 또한 물거품과 같아 거짓되어 진실하지 못한 것입니다. 상(想)은 견고하지 못한 것이고 단단하지도 않으며 거짓되어 진실하지 못한 것이 또한 아지랑이와 같습니다. 행(行)도 또한 견고하지 못한 것이고 단단하지도 않으며 파초와 같아서 알맹이가 없습니다. 식(識)도 견고하지 못한 것이고 단단하지도 않으며 거짓되어 진실하지 못한 것입니다.”
그는 거듭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 5성음(盛陰)은 견고하지 못한 것이고 단단하지도 않으며 거짓되어 진실하지 못한 것입니다.”

이때 존자 다기사가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색(色)은 물거품 덩어리와 같고
통(痛)은 부질없는 거품과 같으며
상(想)은 마치 아지랑이와 같고
행(行)은 마치 파초와 같으며
식(識)은 허깨비와 같다 하나니
이것은 부처님의 말씀이시네.

이것을 깊이 사유한 뒤에
온갖 행을 자세히 관찰하면
그것은 모두 다 비고 고요해
진실로 참된 것 전혀 없나니
그것은 모두 이 육신 때문이라
이것은 선서(善逝)의 말씀이시네.

그러므로 마땅히 세 법을 없애고
그 색을 보거든 더럽다 여겨라.
이 몸도 또한 그와 같아서
허깨비처럼 거짓되어 진실 아니네.

이것을 해로운 법이라 하나니
5음(陰)은 결코 견고하지 않다네.
진실이 아닌 줄을 이미 알고서
나는 이제 훌륭한 길로 되돌아왔네.

“이와 같이 세존이시여, 제가 지금 깨달은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다, 다기사야. 5성음(盛陰)의 근본을 잘 관찰하였구나. 너는 이제 꼭 알아야 한다. 수행하는 자라면 이 5성음의 근본은 모두 견고하지 못한 것이라고 관찰해야 한다. 왜냐하면 내가 이 5성음을 관찰하고 보리수[道樹] 밑에서 무상등정각(無上等正覺)을 얻었을 때에도 그대가 오늘 관찰한 것과 같았기 때문이니라.”
이렇게 설명하셨을 때, 그 자리에 있던 60명 비구들은 다 번뇌가 없어지고 마음에 이해가 생겼다.

그때 존자 다기사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10 ]9)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승가마(僧迦摩)1) 장자의 아들이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이때 장자의 아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원컨대 세존이시여, 도를 닦도록 허락해 주소서.”

장자의 아들은 곧 도를 닦을 수 있게 되었다. 그는 한적한 곳에서 제 자신을 이겨내며 수행하여 그 법의 과(果)를 이루었다. 족성자(族姓子)들이 수염과 머리를 깎고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목적인 ‘나고 죽음은 이미 다하였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쳐 다시는 태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사실 그대로 알았다. 그때 승가마는 곧 아라한이 되었다.
그때 그는 한적한 곳에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여래가 세상에 출현하시는 것은 참으로 만나기 어렵다. 다살아갈(多薩阿竭)은 아주 가끔씩 세상에 출현하시니, 마치 우담발(優曇鉢) 꽃이 지극히 가끔씩 피는 것과 같다. 이 또한 그와 같아서 여래가 세상에 출현하는 일은 지극히 가끔씩 있는 일이다. 일체의 행이 사라지는 일도 만나기 어렵고 생사(生死)를 벗어나기도 어렵다. 그러므로 애욕이 다하고 탐욕이 없어진 열반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때 승가마의 장모는 그 사위가 도인이 되어 탐욕에 집착하지 않고 세속 집안의 번거로움을 버리고 또 자기 딸을 침 뱉듯 버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러자 그 장모는 딸에게 찾아가 물었다.
“네 남편이 도인이 되었다는 게 사실이냐?”

그 딸이 대답하였다.
“도인이 되었는지 소녀도 자세히 모르겠습니다.”

그 노모(老母)가 말하였다.
“너는 지금 당장 아름답게 꾸미고 좋은 옷을 입고 이 아들과 딸을 안아라. 승가마가 있는 곳으로 같이 가자.”
그 어머니와 딸은 함께 승가마에게로 찾아갔다. 그때 존자 승가마는 어떤 나무 밑에서 가부좌하고 앉아 있었다. 그때 그 모녀는 그의 앞에 아무 말이 없이 서 있었다.

그 노모와 딸은 승가마를 머리에서 발끝까지 바라보다가 그에게 말하였다.
“지금 자네는 왜 내 딸과 말을 하지 않는가? 이 아이들은 자네가 낳은 아들과 딸이라네. 자네의 지금 소행은 참으로 도리가 아닐세. 그 누구의 용서도 받지 못할 짓이네. 자네가 지금 생각하는 것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니리네.”

그러자 존자 승가마가 곧 이런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이 밖에 더 착한 일 없고
이 밖에 더 묘한 일 없으며
이 밖에 더 옳은 일 없고
이 보다 더 나은 착한 생각은 없다오.

그러자 장모가 말하였다.
“내 딸이 무슨 죄가 있고 무슨 법답지 못은 일을 하였는가? 지금 무슨 까닭으로 이 아이를 버리고 집을 떠나 도를 배운단 말인가?”

그때 승가마가 곧 이런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냄새나는 곳에서 더러운 짓하고
성을 잘 내고 거짓말을 좋아하며
질투하는 마음 옳지 않으니
이것은 여래께서 하신 말씀이라오.

그때 노모가 승가마에게 말하였다.
“유독 내 딸만이 그런 것이 아니라 모든 여자가 다 그렇다네. 이 사위성 사람들로서 내 딸을 본 자는 모두 정신이 아득하여 마치 목마른 사람이 물을 마시고 싶어하듯 정(情)을 통하고 싶어하고 아무리 보아도 싫증을 내지 않으며 모두들 집착하는 생각을 한다고 한다. 그런데 자네는 어째서 이 아이를 버리고 도를 배우며, 게다가 비방까지 하는가? 만일 네가 내 딸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면 자네가 낳은 아들과 딸이라도 자네가 보살피게.”

승가마가 게송으로 말하였다.
제게는 아들도 딸도 없으며
농사도 재물도 보배도 없고
또한 사내종 계집종도 없으며
권속도 거느리는 무리도 없습니다.

홀로 거닐며 짝하는 이 없이
한적한 곳에서 즐거워하고
사문(沙門)의 법을 실천하면서
바른 부처님의 도를 구하고 있습니다.

아들을 두고 딸을 두는 것
어리석은 자들이나 하는 짓이니
저는 항상 제 몸도 없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아들딸이 있을 수 있으리오.

그때 아내와 장모, 아들과 딸은 이 게송을 듣고 제각기 ‘저런 뜻을 본다면 결코 집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라고 생각하였다. 그들은 다시 승가마를 머리에서 발끝까지 살펴보고는 길게 탄식하고 앞으로 나아가 꿇어앉아 말하였다.
“설사 저희들이 몸과 입과 뜻으로 잘못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모두 용서하소서.”
그들은 승가마를 세 번 돌고 돌아갔다.

그때 존자 아난은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그 모녀를 만나게 되어 물었다.
“아까 승가마를 만나보셨습니까?”

노모가 대답하였다.
“비록 만나기는 했지만 만나지 않은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아난이 말하였다.
“이야기는 나누어 보셨습니까?”

노모가 대답하였다.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지만 제 마음에 들진 않았습니다.”

존자 아난은 곧 이런 게송을 설하였다.
불로 하여금 물을 내게 하고
물로 하여금 불을 내게 하려고 하였으며
공(空)한 법을 있게 하려하고
욕심 없는 자를 욕심내게 하려고 했네.

그때 존자 아난은 걸식을 마치고 기수급고독원으로 돌아와 승가마에게로 가서 한쪽에 앉아 승가마에게 말하였다.
“사실 그대로의 법을 알았는가?”

승가마가 대답하였다.
“저는 이미 사실 그대로의 법을 깨달아 알았습니다.”

아난이 말하였다.
“어떻게 사실 그대로의 법을 깨달았는가?”

승가마는 대답하였다.
“색(色)은 무상(無常)한 것이고, 이 무상한 것은 곧 괴로운 것이요, 괴로운 것에는 나[我]라고 할 것이 없으며, 나라고 할 것이 없으므로 곧 공(空)한 것입니다. 통(痛)ㆍ상(想)ㆍ행(行)ㆍ식(識)도 다 무상한 것이고, 무상한 것은 괴로운 것이요, 괴로운 것에는 나라고 할 것이 없으며, 나라고 할 것이 없으므로 공한 것입니다. 이 5성음(盛陰)은 무상한 것이요,무상한 것은 괴로운 것입니다. 나는 그것의 소유가 아니요, 그것이 나의 소유도 아닙니다.”그리고 승가마는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괴로움과 괴로움이 서로를 일으키니
괴로움 벗어남도 그와 같다네.
저 현성의 8품도
그것은 열반으로 이르게 한다.

다시는 이런 삶으로 돌아가지 않고
천상과 인간을 돌아다니다
장차 괴로움의 근본 없애고
영원히 쉬어 움직임이 없으리.

내 이제 공(空)의 자취를 보니
그것은 부처님의 말씀과 같네.
이제는 아라한을 이루었으니
다시는 중생의 태(胎)에 들지 않으리.

그때 존자 아난이 찬탄하였다.
“훌륭하다, 온갖 법을 사실 그대로 잘 깨달았구나.”

아난이 다시 이런 게송을 말하였다.
범행의 자취를 잘 지키고
또한 그 도를 잘 수행하여
일체의 결박을 끊어버렸으니
부처님의 참다운 제자로구나.

그때 아난은 이 게송을 마치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그는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그 동안의 사실을 전부 세존께 아뢰었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공정하게 아라한을 논하려 한다면 바로 승가마 비구가 그러한 이라고 말해야 할 것이요, 악마의 권속을 항복 받은 이도 바로 이 승가마 비구이니라. 왜냐하면 승가마 비구는 일곱 번이나 가서 마군을 항복 받고 이제 비로소 도를 이루었다. 지금부터는 일곱 번째 출가까지만 받아들인다. 이 한도를 넘어서는 것은 법이 아니니라.”

그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다시 말씀하셨다.
“내 성문(聲聞) 제자 중에 능히 마(魔)를 항복 받고 지금 도를 이루게 된 비구는 바로 승가마 비구가 그 첫째이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주석
2 팔리어로는 Upavāṇa이다. 우파마나(優波摩那)라 음역하기도 하고, 백정(白淨)으로 한역하기도 한다.
3 이 소경의 이역경(異譯經)으로는 안세고(安世高)가 한역한 『불설아난동학경(佛說阿難同學經)』이 있다.
4 욕애(欲愛)는 감각적 쾌락에 대한 갈망을, 색애(色愛)는 존재하는 것에 대한 갈망을, 무색애(無色愛)는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갈망을 뜻한다. 이를 욕애(欲愛)ㆍ유애(有愛)ㆍ비유애(非有愛)라고도 한다.
5 여기서는 인도(印度)를 가리킨다.
6 『잡아함경』 제45권 제1,214경을 참조하라.
7 팔리어로는 Vaṇgīsa라고 한다. 붕기사(鵬耆舍)ㆍ범기(凡耆)라고도 하며, 의역하여 취선(取善)이라고 한다.
8 이 소경의 이역경(異譯經)으로는 유송(劉宋) 시대 혜간(慧簡)이 한역한 『불설장자자육과출가경(佛說長者子六過出家經)』이 있다.
9 팔리어로는 Sabbakāma라고 하며, 승가라마(僧伽羅摩)라고도 한다.
1 팔리어로는 danta-kaṭṭha이고, 치목(齒木)이라고도 하며, 이를 닦을 때 썼던 작은 나뭇가지를 말한다. 인도에서는 사람을 초청하면 먼저 치목과 향수를 내놓아 건강을 기원하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증일아함경 제28권

동진 계빈 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김월운 번역

36. 청법품(聽法品)

[ 1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수시(隨時)로 설법을 들으면 다섯 가지 공덕이 있으니, 수시로 받들어 가지며 차례를 잃지 말라.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인가? 일찍이 들어보지 못했던 것을 듣게 되고, 이미 들었던 것은 외우게 되며, 소견이 삿된 데로 기울지 않고, 의심이 없어지며, 심오한 이치를 곧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수시로 설법을 들으면 이런 다섯 가지 공덕이 있느니라.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방편을 구해 수시로 설법을 들어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2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욕실(浴室)을 지으면 다섯 가지 공덕이 있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인가? 첫째는 풍기(風氣)를 없애고, 둘째는 병(病)이 나으며, 셋째는 때를 없애고, 넷째는 몸이 가뿐해지며, 다섯째는 살결이 하얘진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욕실을 지으면 다섯 가지 공덕이 있다’고 하는 것이니라.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만일 이 다섯 가지 공덕을 구하는 사부대중이 있거든 방편을 써서 욕실을 짓도록 권유하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3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사람들에게 양지(楊枝)2)를 보시하면 다섯 가지 공덕이 있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 공덕인가? 첫째는 풍기를 없애고, 둘째는 가래침을 없애며, 셋째는 생장(生藏)에 소화가 잘 되고, 넷째는 입에서 냄새가 나지 않으며, 다섯째는 눈이 맑아진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사람들에게 양지를 보시하면 다섯 가지 공덕이 있다’고 하는 것이니라. 만일 선남자(善男子)나 선여인(善女人)이 이 다섯 가지 공덕을 구한다면 마땅히 양지 보시할 생각을 하도록 하라.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4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백정이 그 재업(財業)으로 뒤에 수레나 말이나 큰 코끼리를 타고 다니는 것을 보았느냐?”

모든 비구들이 아뢰었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비구들아, 나도 또한 백정이 소 따위를 잡는 일이나 해 가지고 수레나 말이나 큰 코끼리를 타게 되었다는 말은 보지도 못했고 듣지도 못했다. 왜냐하면 나도 또한 백정이 수레나 말이나 큰 코끼리를 타고 다니는 것을 보지 못했으니, 그럴 이치가 없기 때문이니라. 어떠냐? 비구들아, 너희들은 양을 잡거나 돼지를 잡거나 혹은 사슴을 잡는 사람이 그런 악행을 저지른 뒤에 벌어들인 재물로 뒤에 수레나 말이나 큰 코끼리를 타고 다니게 된 것을 보았느냐?”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다, 비구들아. 나도 또한 백정이 살아 있는 동물을 죽여서 번 돈으로 수레나 말이나 큰 코끼리를 타게 되었다는 말은 보지도 못했고 듣지도 못했다. 그럴 이치가 없기 때문이니라. 비구들아, 너희들이 만일 수레나 말을 타고 다니는 백정을 보았다면 그것은 전생(前生)의 덕이 있어서이지 금생(今生)의 복은 아니니라. 그것은 다 전생에 이미 지었던 행으로 이루어진 것이니라.

너희들이 만일 양을 잡는 사람이 수레나 말을 타고 다니는 것을 보았다면,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것은 그 사람이 전생에 복을 심었기 때문이다. 그 까닭은 그들 모두 살생하는 마음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니라.
왜냐하면 만일 어떤 사람이 악한 사람들을 가까이 하고 살생하기를 좋아해서 지옥에 갈 죄를 심었다면, 혹 인간으로 태어나더라도 목숨이 매우 짧을 것이다. 또 만일 어떤 사람이 도둑질하기를 좋아하여 지옥에 갈 죄를 심었다면 마치 저 백정처럼 천한 것을 취하고 귀한 것을 팔면서 세상 사람들을 속이고 바른 법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저 백정도 그와 같아서 살생하는 마음 때문에 그런 죄를 짓고는 수레나 말이나 큰 코끼리를 타고 다니지 못할 것이니라.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일체 중생들에 대해 자애로운 마음을 내어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5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석제환인(釋提桓因)은 팔을 굽혔다 펴는 것만큼 주 짧은 시간에 세존께서 계시는 곳으로 와서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석제환인이 세존께 아뢰었다.
“여래께서도 말씀하셨듯이, 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시면, 반드시 다섯 가지 일을 하십니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인가? 법륜(法輪)을 굴리는 일, 부모를 제도하는 일, 믿음이 없는 이를 믿음의 땅에 서게 하는 일, 보살의 마음을 내지 않은 이들에게 보살의 마음을 일으키게 하는 일, 그 사이에 일어날 일에 대해서와 아무 부처가 될 것이라고 수기(授記)하시는 일입니다. 이 다섯 가지 인연(因緣)은 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시면 어느 부처님이시든 다 반드시 하시는 일입니다. 지금 여래의 어머니께서 삼십삼천에 계시면서 법을 듣고 싶어하시는데, 지금 여래께서 염부리(閻浮里)에 계시면서 사부대중들에게 둘러싸여 있고, 또 국왕과 백성들이 모두 찾아와 구름처럼 모여들었습니다. 훌륭하신 세존이시여, 삼십삼천으로 가셔서 어머님께 설법해 주소서.”
세존께서는 잠자코 청을 받아 주셨다.

그때 난타(難陀)용왕과 우반난타(優槃難陀)용왕3)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저 까까머리 사문들이 우리 위를 날아간다. 방편을 써서 허공을 날지 못하게 하자.’
이때 용왕은 곧 화를 내며 거대한 화염의 폭풍을 뿜어 염부리 안을 맹렬히 불태웠다.

그때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 염부리에 웬 일로 이런 불이 일어났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두 용왕이 ‘저 까까머리 사문들이 늘 우리 위를 날아다닌다. 우리가 저들을 제지해서 허공을 날지 못하게 하자’고 생각하고는, 곧 화를 내며 이런 불을 뿜어내는 것이다. 그 때문에 이런 변괴가 일어난 것이니라.”

그때 대가섭(大迦葉)이 곧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께 아뢰었다.
“제가 지금 당장 가서 저들과 싸우겠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저 두 용왕은 매우 흉악(兇惡)하여 교화시키기 어렵다. 그대는 자리에 앉아라.”

그때 존자 아나율(阿那律)이 곧 자리에 일어나 세존께 아뢰었다.
“제가 지금 당장 가서 저 악룡(惡龍)들을 항복 받겠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저 두 악룡은 너무도 사나워서 교화시키기 어렵다. 그대는 자리에 앉아라.”

그때 존자 이월(離越)ㆍ존자 가전연(迦旃延)ㆍ존자 수보리(須菩提)ㆍ존자 우다이(優陀夷)ㆍ존자 바갈(婆竭)이 각각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께 아뢰었다.
“제가 지금 당장 가서 저 악룡들을 항복 받겠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저 두 악룡은 매우 흉악하여 교화시키기가 어렵다. 그대들은 자리에 앉아라.”

그때 존자 대목건련(大目揵連)이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꿇어앉아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저들에게 가서 악룡들을 항복 받겠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저 두 용왕은 너무도 흉악해서 항복 받기 어렵다. 그대는 지금 어떻게 저들을 교화하려는가?”

목련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우선 저들에게 가서 먼저 아주 큰 형상으로 변화해 저 용들에게 겁을 주고, 그 다음엔 다시 아주 작은 형상으로 변화하고, 그런 연후에 다시 평상시의 모습을 보여 저들을 항복 받겠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목련아, 너라면 저 악룡들을 항복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목련아, 마음을 굳게 가지고 어지러운 생각을 일으키지 말라. 왜냐하면 저 용들은 흉악하여 너를 괴롭힐 준비가 잘 되어 있기 때문이니라.”

이때 목련은 곧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팔을 굽혔다 펴는 것처럼 아주 짧은 시간에 그곳에서 사라져 수미산(須彌山) 꼭대기로 갔다. 그때 난타용왕과 우반난타용왕은 수미산을 일곱 겹으로 에워싸고 잔뜩 성을 내며 큰 불을 뿜고 있었다.

그때 목련은 자신의 본래 모습을 숨기고 열네 개의 머리를 가진 큰 용왕으로 변화하여 수미산을 열네 겹으로 에워싸고 큰 불을 뿜어내며 두 용왕 위에 머물러 있었다.

난타와 우반난타용왕은 열네 개의 머리를 가진 큰 용왕을 보자 곧 매우 두려워하며 저희끼리 수군거렸다.
“우리들은 오늘 저 용왕의 위력을 시험해 우리를 이길 수 있나 알아보자.”

그때 난타용왕과 우반난타용왕은 꼬리로 바다를 쳐서 삼십삼천까지 물이 튀게 하였건만, 정작 목련의 몸에는 묻게 하지 못하였다. 그때 존자 대목련이 다시 꼬리로 바닷물을 치자 물은 범가이천(梵迦夷天)까지 치솟았고 아울러 두 용왕의 몸에도 쏟아 부었다.

두 용왕은 저희들끼리 말하였다.
“우리는 온 힘을 다해 물을 삼십삼천까지 튀게 하였다. 그런데 저 큰 용왕은 우리보다 더 위의 하늘까지 올라가게 한다. 또 우리는 머리가 일곱 개인데 저 용왕은 열네 개의 머리를 가졌다.
우리는 수미산을 일곱 겹으로 에워쌌는데 저 용왕은 열네 겹으로 에워쌌다. 이제 우리 두 용왕은 힘을 합쳐 함께 싸우자.”

이때 두 용왕은 잔뜩 성을 내며 우레와 번개와 벼락을 치면서 큰 화염(火焰)을 뿜었다. 존자 대목련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저 용들이 불과 벼락으로 싸우는데 만일 나까지 불과 벼락으로 싸운다면 저 염부리 사람들을 비롯한 삼십삼천이 다 화(禍)를 입을 것이다. 나는 이제 아주 작은 형상으로 변화해 저들과 싸우리라.’
목련은 곧 아주 작은 몸으로 변화하여 용의 입으로 들어갔다가 용의 코로 나오고 코로 들어갔다가 귀로 나왔으며, 다시 귀로 들어갔다가 눈으로 나오고 눈에서 나와서는 눈썹 위로 기어 다녔다.

그때 두 용왕은 매우 두려워하며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큰 용왕은 너무도 위력이 세어 입으로 들어갔다가 코로 나오고 코로 들어갔다가 눈으로 나올 수가 있구나. 우리는 오늘 진정으로 졌다. 우리 용의 종류에는 알에서 태어나는 것, 태에서 태어나는 것, 습한 곳에서 태어나는 것, 변화로 태어나는 것 등 네 가지 종류가 있다. 하지만 그들 중에 우리보다 나은 자는 아무도 없다. 그런데 이제 저 왕의 위력이 이와 같으니 감히 싸워 이길 수가 없구나. 이제 우리의 목숨은 경각에 달렸다.’
이런 생각을 한 그들은 겁이 나서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그때 목련은 용왕이 두려워하는 것을 보고 다시 그 모습을 숨기고 평상시의 모습으로 돌아와 용왕의 속눈썹 위를 걸어 다녔다. 그러자 두 용왕은 대목련을 보고 저희끼리 말하였다.
“이 사람은 목련이라는 사문이다. 용왕이 아니었구나. 참으로 기이하고 참으로 뛰어나며, 큰 위력을 가지고 있어 우리와 싸울 수 있었구나.”
그때 두 용왕이 목련에게 말하였다.
“존자께서는 왜 저희들을 이처럼 괴롭히십니까? 무슨 훈계할 말씀이라도 있으십니까?”

목련이 대답하였다.
“너희들은 지난날 ‘왜 까까머리 사문들이 항상 우리 위로 날아다니고 있으니, 우리가 지금 저들을 제어하자’고 하는 그런 생각을 하였느냐?”

용왕들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목련이시여.”

목련이 말하였다.
“용왕들이여,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 수미산은 모든 하늘들의 길이지 너희들만이 사는 곳이 아니다.”

용왕들이 대답하였다.
“부디 용서하시고 너무 꾸짖지 마소서. 지금부터 다시는 감히 괴롭히지 않고 나쁘고 어지러운 생각들을 내지 않겠습니다. 원컨대 저희들을 제자로 삼아 주소서.”

목련이 말하였다.
“너희들은 내게 귀의하지 말라. 내가 귀의하는 분께 너희들도 귀의하라.”

용왕들이 목련에게 말하였다.
“저희들은 지금 여래께 귀의합니다.”

목련이 말하였다.
“너희들이 이 수미산을 의지하고서는 세존께 귀의할 수가 없다. 이제 나와 함께 사위성으로 가면 귀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목련은 두 용왕을 데리고 팔을 굽혔다 펼 정도의 아주 짧은 시간에 수미산에서 사위성으로 갔다. 그때 세존께서는 한량없이 많은 대중들에게 설법을 하고 계셨다. 이때 목련이 두 용왕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지금 세존께서 한량없이 많은 대중들을 위해 설법하고 계시니 너희들 용의 모습으로는 세존께 갈 수 없다.”

용왕들이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목련이시여.”

용왕들은 용의 모습을 숨기고 사람의 모양으로 변화하였는데,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았으며 얼굴은 단정한 것이 복숭아꽃 빛과 같았다.

그때 목련이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리고 두 용왕에게 말하였다.
“지금이 바로 그때이다. 앞으로 나가거라.”

용왕들은 목련의 말을 듣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꿇어앉아 합장하고 세존께 아뢰었다.
“저희 두 족성자(族姓子)는 한 사람은 이름이 난타(難陀)이고 한 사람은 이름이 우반난타(優槃難陀)라고 합니다. 지금 여래께 귀의하여 5계(戒)를 받들어 가지겠사오니 원컨대 세존께서는 우바새가 되도록 허락하소서. 목숨을 마칠 때까지 다시는 살생을 하지 않겠습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손가락을 튀기며 허락하셨다. 두 용왕은 본 자리로 돌아가 앉아 법을 들으려고 하였다.

그때 바사닉왕(波斯匿王)이 ‘무슨 인연으로 이 염부리(閻浮利)에 이처럼 연기와 불꽃이 일어나는 걸까’ 하고 생각하고는 곧 보배 깃털로 장식한 수레를 타고 사위성을 나와 세존께 나아갔다. 사람들은 멀리서 왕이 오는 것을 보고 모두 일어나 맞이하면서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대왕이시여. 여기 앉으소서.”

그러나 두 용왕은 잠자코 있으면서 일어나지 않았다. 바사닉왕은 세존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대왕이 세존께 아뢰었다.
“제가 여쭙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일일이 자세하게 설명해 주소서.”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묻고 싶은 것이 있으면 지금 물으십시오.”

바사닉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무슨 인연으로 이 염부리에 이처럼 연기와 불꽃이 일어나는 것입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이것은 난타와 우반난타용왕이 일으킨 것입니다. 그러나 대왕께선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지금부터는 연기와 불꽃이 일어나는 변란이 없을 것입니다.”

이때 바사닉왕은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이 나라의 대왕으로서 인민들의 존경을 받고 이름이 사방에 알려져 있다. 그런데 저 두 사람은 어디서 왔기에 내가 오는 것을 보고도 일어나 맞이하지 않는가? 만일 내 나라 사람이라면 잡아서 가둘 것이요, 다른 나라에서 왔다면 잡아서 죽이리라.’

용왕들은 바사닉왕의 마음속 생각을 알고 곧 화가 났다. 용왕들은 그때 이렇게 생각하였다.
‘우리는 이 왕에게 아무 잘못도 없다. 그런데도 오히려 우리를 해치려 하는구나. 기어코 이 나라 왕과 가이국(迦夷國)4) 사람들을 모두 잡아 죽이리라.’
용왕들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의 발에 예배하고 바로 물러나 떠나갔는데 기원(祇洹)숲에서 얼마 안 가 그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때 바사닉왕은 그들이 떠나는 것을 보고 곧 세존께 아뢰었다.
“나라 일이 너무 많아 궁중으로 돌아갈까 합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형편대로 하십시오.”

바사닉왕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그리고는 신하들에게 명령하였다.
“아까 그 두 사람이 어느 길로 갔느냐? 빨리 가서 그들을 잡아오너라.”
신하들은 왕의 명령을 받고 즉시 달려가 찾아보았으나 간 곳을 알 수 없어 궁중으로 돌아갔다.

그때 난타용왕과 우반난타용왕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우리는 그 왕에게 아무 잘못이 없다. 그런데도 우리를 잡아 해치려고 하는구나. 우리는 저 나라 백성들을 남김없이 다 죽이리라.’
그러나 용왕들은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저 나라 백성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사위성 백성들을 죽이리라.’
그러다가 다시 생각하였다.
‘사위국 사람들이 우리에게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왕궁의 관리들만 모조리 잡아 죽이리라.’

그때 세존께서 용왕들이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아시고 목련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저 바사닉왕을 구하도록 하라. 난타용왕과 우반난타용왕이 해치지 못하도록 하라.”

목련이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목련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세존의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떠났다.
그는 왕궁 위에서 가부좌하고 앉아 모습을 감추었다. 그때 두 용왕은 우레를 울리고 벼락을 치며 사나운 비바람을 뿌려대면서 왕궁 위에 있었다. 혹은 기왓장이나 돌을 퍼붓기도 하고 혹은 칼을 퍼붓기도 했는데 그것들은 땅에 닿기도 전에 우발(優鉢)연꽃으로 변해 허공에 떠 있었다. 용왕들은 더욱 화가 치밀어 크고 높은 산을 궁전 위로 던졌다. 그러자 목련은 다시 그것을 갖가지 음식으로 변화시켰다. 용왕은 더욱 화가 치밀어 온갖 칼을 퍼부었다.
그때 목련은 다시 그것을 아주 예쁜 옷들로 변화시켰다. 용왕은 더욱 화가 치밀어 다시 바사닉왕의 궁전 위로 조약돌을 퍼부었지만 그것들은 땅에 닿기도 전에 7보로 변화하였다.

그때 바사닉왕은 궁중에 내리는 7보들을 보고 너무 기뻐 어쩔 줄 모르다가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염부리에 나보다 더 덕이 있는 사람은 여래를 제외하곤 아무도 없다. 왜냐하면 우리 집에서는 벼 한 포기를 심으면 그것이 자라 한 섬의 쌀을 거두게 하고, 밥을 지어 감자장(甘蔗漿)에 찍어 먹으면 너무도 향기롭고 맛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또 궁전 위에서 7보가 비처럼 쏟아지니, 내가 곧 전륜성왕(轉輪聖王)이 된단 말인가?’
그때 바사닉왕은 많은 채녀(婇女:시녀)들을 거느리고 그 7보를 거두고 있었다.

그때 두 용왕은 저희끼리 말하였다.
“지금 이게 무슨 의미인가? 우리들이 여기 올 때에는 바사닉왕을 죽이려고 한 것이었는데, 그런데 오늘 이렇게 변화하고 심지어는 여기에 온갖 힘을 다 써 보았지만 저 바사닉왕의 털끝 하나 움직일 수 없구나.”

그때 용왕들은 대목건련이 궁전 위에 바른 몸과 바른 마음으로 조금도 기울어짐이 없이 가부좌하고 앉아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 모습을 보고 나서 ‘이는 분명 저 대목련께서 부리신 조화일 것이다’라고 생각하였다. 그때 두 용왕은 목련을 보고 나서 이내 물러나 떠나갔다. 그때 목련은 용왕들이 떠나는 것을 보고는 다시 신통을 거두고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바사닉왕은 ‘지금 이 갖가지 음식은 내가 먼저 먹을 것이 아니라 여래께 바친 뒤에 먹어야 하리라’ 하고 생각하였다. 바사닉왕은 곧 보배와 갖가지 음식을 수레에 싣고 세존께 나아가 아뢰었다.
“이것은 아까 하늘이 내린 7보와 갖가지 음식입니다. 원컨대 받아 주소서.”

그때 대목건련은 여래에게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그때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이제 이 7보와 갖가지 음식을 저 대목련에게 주시오. 왜냐하면 왕께선 목련의 은혜를 입어 성현의 땅에서 다시 살아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사닉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무슨 인연으로 저에게 다시 살아났다고 말씀하십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는 아침에 내가 있는 곳으로 와 법을 들으려 하지 않았습니까? 그때 어떤 두 사람도 찾아와 법을 듣고 있었고, 왕은 그들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나는 이 나라에서 가장 세력이 있고 높아 사람들의 공경을 받는다. 그런데 저 두 사람은 어디서 왔기에 나를 보고도 일어나 맞이하지 않는가?’”

왕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정말 그랬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들은 사람이 아니라 바로 난타용왕과 우반난타용왕이었습니다. 그들은 왕의 뜻을 알고 저희끼리 말하였습니다.
‘우리는 이 사람들과 저 왕에게 아무 잘못이 없는데 왜 도리어 우리를 해치려고 하는 걸까? 반드시 방편으로써 이 나라를 없애버리리라.’
나는 곧 용왕들이 마음속에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알고 목련에게 ‘지금 저 바사닉왕을 구해 용들이 해치지 못하도록 하라’고 명령하였던 것입니다. 그는 내 분부를 받고 궁전 위에서 모습을 숨겨 나타나지 않고 그런 변화를 부렸던 것입니다. 그때 용왕들은 버럭 화를 내며 조약돌을 궁전 위에 퍼부었지만 그것들은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모두 7보ㆍ옷ㆍ 음식으로 변화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이런 인연으로 대왕께선 오늘 다시 살아난 것입니다.”

그때 바사닉왕은 곧 두려운 생각이 들어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그는 무릎걸음으로 세존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께서 너무도 돈독한 은혜를 베풀어 주시어 제가 생명을 건지게 되었습니다.”
다시 목련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아뢰었다.
“존자의 은혜를 입어 생명을 건지게 되었습니다.”

그때 국왕은 곧 이런 게송을 말하였다.
존자께선 그 수명 무궁하시고
언제나 그 목숨 보호하소서.
괴롭고 궁(窮)한 재앙 물리쳐 주시니
존자의 은혜로 어려움 벗어났다오.

그때 바사닉왕은 천상의 향과 꽃을 여래의 몸에 흩뿌리며 말하였다.
“저는 이제 이 7보를 3존(尊)께 바치나이다. 원컨대 받아 주소서.”
그는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의 발에 예를 올리고 세 번 돌고는 곧 물러나 떠나갔다.

그때 세존께서 이렇게 생각하셨다.
‘이 사부대중들은 게으름이 많아 모두들 법을 듣지 않고, 또 방편을 구해 몸으로 증득하려고 하지도 않으며, 또 거두지 못한 것을 거두고 얻지 못한 것을 얻으려 하지도 않는다. 나는 이제 이 사부대중으로 하여금 법을 간절히 우러르게 하리라.’
그래서 세존께서는 사부대중에게 알리지도 않고 또 시자(侍者)도 데리고 가지 않고 팔을 굽혔다 펼 정도의 아주 짧은 시간에 기환(祇桓)숲에서 사라져 삼십삼천으로 가셨다.

그때 석제환인은 세존께서 오시는 것을 멀리서 보고 여러 하늘들을 데리고 앞으로 나아와 세존을 맞이하고,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앉으시기를 청하면서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세존이시여. 오랫동안 뵙지 못했습니다.”

이때 세존께서는 이렇게 생각하셨다.
‘나는 이제 신통의 힘으로 내 몸을 숨겨 저 여러 사람들로 하여금 내가 어디 있는지 보지 못하게 하리라.’
세존께서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셨다.
‘나는 이제 이 삼십삼천에서 몸을 변화시켜 극히 넓고 크게 하리라.’

그때 천상의 선법강당(善法講堂)에는 가로 세로가 1유순이나 되는 황금으로 된 돌이 있었다. 그때 세존께서 그 돌 위에 가부좌하고 앉으시자 그 돌이 꽉 찼다. 그때 여래의 어머니이신 마야부인께서 여러 천녀(天女)들을 거느리고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이렇게 말하였다.
“뵙지 못한지 너무 오래인데 이제 이렇게 이곳으로 와주셨으니 참으로 다행입니다. 뵙기를 간절히 바랐더니 부처님께서 오늘 이렇게 오셨군요.”
마야부인은 머리를 조아려 발에 예배한 뒤 한쪽에 앉았다. 석제환인(釋提桓因)도 여래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고, 삼십삼천도 여래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모든 하늘들은 세존께서 그곳에 계시며 하늘 무리는 불어나고 아수륜 무리는 줄어들게 하시는 것을 보았다.

그때 세존께서는 그 하늘 무리들을 위해 미묘한 논(論)을 차근차근 말씀하셨으니, 그때 설하신 논은 보시에 대한 논[施論], 계율에 대한 논[戒論] 천상에 태어나는 데 대한 논[生天論]이었으며, 또 ‘탐욕은 깨끗지 못한 생각이고 음욕은 더러운 것이므로 그것을 벗어나는 것이 즐거움이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때 세존께서는 찾아온 여러 대중들과 하늘 사람들의 마음이 열리고 뜻에 이해가 생긴 것을 보시고, 모든 불세존(佛世尊)께서 항상 말씀하셨던 법인 괴로움ㆍ괴로움의 발생ㆍ괴로움의 소멸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모든 하늘들에게 자세히 설명하셨다. 그들은 그 자리에서 온갖 번뇌가 없어지고 법안(法眼)이 깨끗해졌다. 또 18억 천녀들은 도의 자취를 보았고, 3만 6천 하늘들은 법안이 깨끗해졌다. 이때 여래의 어머니께서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여래의 발에 예배하고 궁중으로 도로 들어갔다.

그때 석제환인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지금 어떤 음식을 여래께 올려야합니까? 인간의 음식입니까, 저절로 된 천상의 음식입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인간의 음식이 여래의 식사가 될 수 있다. 왜냐하면 나는 인간 세계에서 태어나 인간 세계에서 자랐으며 인간 세계에서 부처가 되었기 때문이니라.”

석제환인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이때 석제환인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천상의 시간에 맞추어야 합니까, 인간의 시간에 맞추어야 합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인간의 시간에 맞추어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때 석제환인은 곧 인간의 음식을 인간의 시간에 맞추어 여래께 공양하였다.

그때 삼십삼천은 저희들끼리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는 오늘 여래께서 온종일 공양하시는 것만 본다.”
이때 세존께서는 ‘나는 지금 이와 같은 삼매에 들어 저 하늘들을 오게 하고 싶으면 곧 오게 하고, 물러가게 하고 싶으면 곧 물러가게 하리라’고 생각하셨다. 세존께서는 이 삼매에 들어 때를 맞춰 그 하늘들을 나아가고 물러가게 하셨다.

그때 인간 세상의 사부대중들은 오랫동안 여래를 뵙지 못하자 아난에게 가서 물었다.
“여래께서는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간절히 뵙고 싶습니다.”

아난이 대답하였다.
“나도 여래께서 어디 계신지 모르오.”

이때 바사닉왕과 우전왕(優塡王)도 아난에게 와서 물었다.
“여래께서는 지금 도대체 어디 계십니까?”

아난이 대답하였다.
“대왕이시여, 저도 여래께서 어디 계시는 모릅니다.”

두 왕은 여래를 그리워하다가 결국 병이 났다.
그러자 많은 신하들이 우전왕에게 아뢰었다.
“지금 무슨 병에 걸리셨습니까?”

왕이 대답하였다.
“나는 지금 근심으로 병이 들었다.”

모든 신하들이 말하였다.
“어떤 근심으로 병이 들었습니까?”

그 왕이 대답하였다.
“여래를 뵙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일 내가 여래를 뵙지 못한다면 곧 죽을 것이다.”

신하들은 곧 이런 생각을 하였다.
‘어떤 방법을 써야 우전왕께서 돌아가시지 않으실까? 우리 이제 여래의 형상을 만들자.’
그때 신하들이 왕에게 아뢰었다.
“저희들이 여래의 형상을 조성하고자 합니다. 그러면 공경하고 섬기며 예배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너무 기뻐 어쩔 줄 모르면서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훌륭하구나. 그대들의 말이 참으로 미묘하구나.”

신하들이 아뢰었다.
“어떤 보배로 여래의 형상을 조성하오리까?”

그때 왕은 곧 온 나라 안의 뛰어난 조각가들에게 명령하였다.
“내가 지금 여래의 형상을 조성하고자 하노라.”

솜씨 좋은 장인(匠人)이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대왕이시여.”

그때 우전왕은 곧 우두전단(牛頭栴檀)5)나무로 높이 다섯 자 되는 여래상을 만들었다.

그때 바사닉왕은 우전왕이 높이 다섯 자 되는 여래상을 만들어 공양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바사닉왕도 온 나라 안의 뛰어난 조각가를 불러 명령하였다.
“내가 지금 여래의 형상을 조성하고자 한다. 너희들은 즉시 준비하라.”
이때 바사닉왕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어떤 보배로 여래의 형상을 조성할까?’
조금 있다가 다시 생각하였다.
‘여래의 몸은 마치 순금처럼 누렇다. 이제 금으로 여래의 형상을 만들리라.’
그래서 바사닉왕은 순전한 자마금(紫磨金)으로 높이 다섯 자 되는 여래상을 만들었다.
그때 염부리 안에 비로소 두 개의 여래형상이 있게 되었다.

그때 사부대중들이 아난에게 찾아가 물었다.
“저희들이 간절하게 여래를 뵙고 싶습니다. 지금 여래께서는 어디에 계십니까?”

아난이 대답했다.
“저도 여래께서 어디 계시는지 모릅니다. 우리 다 같이 아나율(阿那律)에게 가서 이 일을 물어 봅시다. 왜냐하면 존자 아나율은 천안(天眼)이 제일이어서 청정하여 더러움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천안으로 1천 세계ㆍ2천 세계ㆍ삼천대천세계(三千大天世界)를 환히 다 보고 압니다.”

이때 아난이 사부대중들과 함께 아나율에게 찾아가 물었다.
“지금 이 사부대중들이 저에게 찾아와 지금 여래께서 어디 계시는지를 물었습니다. 원컨대 존자께서 천안으로 여래께서 지금 어디 계신지 살펴봐 주십시오.”

그러자 존자 아나율이 대답하였다.
“여러분 잠시만 계십시오. 제가 지금 여래께서 어디 계신지 살펴보겠습니다.”

그때 아나율은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고 생각을 매어 앞에 두고 천안으로 염부리 안을 살펴보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그는 다시 구야니(拘耶尼)ㆍ불우체(弗于逮ㆍ울단왈(鬱單曰)을 살펴보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그는 다시 사천왕ㆍ삼십삼천ㆍ염천(豔天)ㆍ도술천(兜術天)ㆍ화자재천(化自在天)ㆍ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을 골고루 살펴보고 심지어는 저 범천(梵天)까지 죄다 살펴보았지만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다시 1천 염부지(閻浮地ㆍ1천 구야니(瞿耶尼)ㆍ1천 울단왈ㆍ1천 불우체ㆍ1천 사천왕ㆍ1천 염천ㆍ1천 도솔천ㆍ1천 화자재천ㆍ1천 범천을 골고루 살펴보았지만 여래를 볼 수 없었다. 다시 삼천대천세계의 모든 국토를 살펴보았지만 또한 보이지 않았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아난에게 말하였다.
“제가 지금 삼천대천세계의 모든 국토를 살펴보았지만 보이질 않습니다.”

그때 아난과 사부대중들은 잠자코 있었다. 아난이 생각하였다.
‘여래께서 반열반(般涅槃)하시려는 것은 아닐까?’

그때 삼십삼천들은 저희들끼리 말하였다.
“우리는 좋은 이익을 얻었다. 원컨대 일곱 부처님께서 항상 세상에 나타나 계시면 천상과 인간은 많은 이익을 얻을 것이다.”
어떤 천자는 이렇게 말하였다.
“일곱 부처님은 그만두고 여섯 부처님만 계셔도 너무 좋겠다.”
어떤 천자가 말하였다.
“다섯 부처님만이라도 계셨으면 좋겠다.”
혹은 네 부처님, 세 부처님을 말하고 혹은 “두 부처님이라도 이 세상에 출현하시면 많은 이익이 있을 것이다.”

이때 석제환인이 여러 하늘들에게 말하였다.
“일곱 부처님과……(이하 생략)……두 부처님은 고사하고 지금 저 석가문(釋迦文)부처님만이라도 이 세상에 오래 계신다면 많은 이익이 있을 것이다.”

그때 여래께서는 모든 하늘들을 오게 하고 싶어하면 하늘들은 곧 오고, 여러 하늘들을 가게하고 싶어하면 하늘들은 곧 떠났다. 삼십삼천들은 저희끼리 말하였다.
“여래께서는 왜 종일 잡수시는 걸까?”

그러자 석제환인이 삼십삼천에게 말하였다.
“여래께서는 지금 인간세계의 시간에 맞춰 잡수시고 천상세계의 시간을 쓰시지 않기 때문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그곳에서 석 달을 지내고 이렇게 생각하셨다.
‘지금 염부리의 사부대중들은 너무 오랫동안 나를 보지 못해 매우 애가 탈 것이다. 나는 이제 신통을 버리고 저 성문들로 하여금 내가 삼십삼천에 있는 줄을 알게 하리라.’
여래께서는 곧 신통을 버리셨다.

이때 아난은 아나율이 있는 곳에서 머물고 있다가 다시 아나율에게 말하였다.
“지금 사부대중들이 매우 애태우며 여래를 뵙고 싶어합니다. 여래께서 지금 열반하신 것은 아닙니까?”

아나율이 아난에게 대답하였다.
“어젯밤에 어떤 하늘이 나에게 찾아와 여래께서 지금 삼십삼천의 선법강당에 계신다고 알려 주었습니다. 그대는 잠시만 계십시오. 내가 지금 여래께서 어디 계시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존자 아나율은 곧 가부좌하고 앉아 몸과 뜻을 바르게 하고 마음을 움직이지 않고 천안으로 삼십삼천을 살펴보다가, 세존께서 사방 1유순이나 되는 돌 위에 앉아 계시는 것을 보았다. 아나율은 곧 삼매에서 일어나 아난에게 말하였다.
“여래께서는 지금 삼십삼천에서 어머님을 위해 설법하고 계십니다.”

아난과 사부대중들은 너무 기뻐 어쩔 줄 몰랐다. 아난은 사부대중들에게 물었다.
“어느 분이 저 삼십삼천으로 가서 여래께 문안드릴 수 있겠습니까?”

아나율이 말하였다.
“존자 목련께서 신족(神足)이 제일이시니 그 신력을 부려 부처님께 가서 문안드려 주소서.”

사부대중들도 목련에게 말하였다.
“지금 여래께서 삼십삼천에 계신다고 하니, 존자께서는 저희 사부대중들의 이름으로 여래께 문안드려 주십시오. 또 ‘세존께서는 이 염부리 세상에서 도를 얻으셨습니다. 원컨대 위신력을 부려 이 세상으로 돌아오시기 바랍니다’ 하는 이런 뜻을 여래께 말씀드려 주십시오.”

목련이 대답했다.
“매우 좋은 일입니다, 여러분.”

목련은 사부대중들의 부탁을 받고 팔을 굽혔다 펼 정도의 아주 짧은 시간에 삼십삼천에 도착해 여래께서 계시는 곳으로 갔다. 그때 석제환인과 여러 하늘들은 멀리서 목련이 오는 것을 보고 ‘분명 비구들의 심부름이 아니면 여러 왕들의 심부름일 것이다’ 하고 그렇게들 생각하였다. 모든 하늘들이 모두 일어나 맞이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존자시여.”

목련은 세존께서 한량없이 많은 대중들을 위해 설법하고 계시는 것을 멀리서 바라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세존께서는 이 하늘에 계시면서도 여전히 번거로우시구나.’
목련은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섰다.

그때 목련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사부대중들이 여래께 기거는 편안하고 행보는 건강하신지 문안드린다고 전해 왔습니다.”
또 이런 것도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염부리에서 자라나 이 세상에서 도를 얻으셨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이 세상으로 돌아오소서. 사부대중들은 애를 태우며 세존을 뵙고 싶어합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사부대중들로 하여금 수행에 게으름이 없도록 하라. 어떠냐? 목련아, 사부대중들은 유행하며 교화에 힘쓰고 있느냐? 서로 다투는 일은 없느냐? 외도들이 괴롭히지는 않느냐?”

목련이 아뢰었다.
“사부대중들은 게으름이 없이 열심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만 목련아, 그대는 조금 전에 ‘여래께선 여기서도 번거로우시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나는 여기서 설법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또 만일 내가 ‘이 하늘들을 오게 하고 싶다’고 생각하면 하늘들은 곧 오고,‘하늘들을 오지 못하게 하고 싶다’고 하면 하늘들은 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목련이여, 그대는 세상으로 돌아가라. 여래는 지금부터 이레 뒤에 승가시국(僧迦尸國) 큰 못 가로 가리라.”

이때 목련은 팔을 굽혔다 펴는 지극히 짧은 시간에 사위성 기수급고독원으로 돌아가 사부대중들에게 말하였다.
“여러분 마땅히 아셔야만 합니다. 지금부터 이레 뒤에 여래께서는 이 염부리 땅 승가시국의 큰 못 가로 내려오실 것입니다.”

사부대중들은 이 말을 듣고 너무 기뻐 어쩔 줄 몰랐다. 또 바사닉왕(波斯匿王)ㆍ우전왕(優塡王ㆍ악생왕(惡生王)ㆍ우다연왕(優陀延王)ㆍ빈비사라왕(頻毗娑羅王)도 여래께서 이레 뒤에 승가시국의 큰 못 가로 내려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기뻐 어쩔 줄 몰랐다.

또 비사리(毗舍離) 사람들과 가비라월(迦毗羅越)의 석가족들과 구이라월(拘夷羅越) 사람들도 여래께서 염부리 땅으로 내려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기뻐 어쩔 줄 몰랐다.그때 바사닉왕은 네 종류의 군사를 모으고 못 가로 나아가 세존을 뵈려고 하였다. 다섯 왕들도 모두 군사들을 거느리고 세존께서 오신다는 곳으로 나아가 여래와 그 대중들을 뵈려고 하였다. 가비라월의 석가족도 모두 세존께서 오신다는 곳으로 가고, 또 사부대중들도 모두 세존께서 오신다는 곳으로 나아가 여래를 뵈려고 하였다.

이레가 되자 석제환인은 자재천자(自在天子)에게 말하였다.
“너는 지금 이 수미산 꼭대기에서 승가시의 못 가까지 세 개의 길을 닦아라. 여래의 뜻을 살펴보니 신통을 부리지 않고 염부(閻浮) 땅으로 가려 하신다.”

자재천자가 대답하였다.
“참으로 좋은 일입니다. 지금 당장 닦겠습니다.”
자재천자는 곧 금ㆍ은ㆍ수정으로 된 세 길을 신통으로 만들었다. 가운데에 금 길을 두고 양쪽 가로 수정 길과 은 길을 만들고 길 가에는 금 나무를 심어놓았다. 그때 여러 신묘한 하늘들은 이레 동안 모두 모여 법을 들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수천만 무리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설법하셨다.
“5성음(盛陰)은 괴로운 것이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인가? 색(色)ㆍ통(痛:受)ㆍ상(想ㆍ행(行)ㆍ식(識)을 이르는 말이다.
어떤 것을 색음(色陰)이라고 하는가? 이른바 4대로 된 이 몸은 4대로 만들어진 색이니, 이것을 색음이라고 한다.

어떤 것을 통음(痛陰:受陰)이라고 하는가? 이른바 괴로운 느낌ㆍ즐거운 느낌ㆍ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이니, 이것을 통음이라고 한다.

어떤 것을 상음(想陰)이라고 하는가? 이른바 3세(世)가 함께 모인 것이니, 이것을 상음이라고 한다.

어떤 것을 행음(行陰)이라고 하는가? 이른바 몸의 행과 입의 행과 뜻의 행이니, 이것을 행음이라고 한다.

어떤 것을 식음이라고 하는가? 이른바 눈ㆍ코ㆍ귀ㆍ혀ㆍ몸ㆍ뜻의 식(識)이니 이것을 식음이라고 한다.

어떤 것을 색(色)이라고 하는가? 이른바 색이란 추위도 색이요, 더위도 색이며, 굶주림도 색이요, 목마름도 색이다.

어떤 것을 통(痛:受)이라고 하는가? 이른바 느낌이란 감각[覺]을 말하는 것이니, 무엇을 느끼는가? 괴로움을 느끼고 즐거움을 느끼며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음을 느끼므로 감각이라고 한다.

어떤 것을 상(想)이라고 하는가? 이른바 상이란 곧 앎[知]이니, 파랑ㆍ노랑ㆍ하양ㆍ검정을 알고 괴로움과 즐거움을 알므로 상이라고 한다.

어떤 것을 행(行)이라고 하는가? 이른바 행이란 능히 이루는 것이 있기 때문에 행이라고 한다. 무엇을 이루는가? 악행(惡行)을 이루기도 하고 선행(善行)을 이루기도 하기 때문에 행이라고 한다.

어떤 것을 식(識)이라고 하는가? 이른바 식이란 옳고 그름을 분별하고 온갖 맛을 분별하는 것이니 이것을 식이라고 하느니라.

천자들이여, 마땅히 알아야만 한다. 이 5성음(盛陰)에는 세 갈래 나쁜 길과 천상 길과 인간 길이 있는 줄을 알아야 하고, 이 5성음이 사라지면 곧 열반의 길이 있는 줄을 알아야 하느니라.”
세존께서 이렇게 설법하셨을 때 6만의 하늘 신들은 법안이 깨끗해졌다.

그때 세존께서는 하늘 신들에게 설법하신 뒤에 곧 자리에서 일어나 수미산 꼭대기로 가시어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부디 부지런히 공부하라.
부처님과 법과 성중 안에서
죽음으로 가는 길 부숴 없애되
갈고리로 코끼리를 다루듯 하라.

너희들은 만일 이 법에 대해서
게으르지 않고 힘써 닦는다면
나고 죽음을 이내 끝내어
괴로움의 근본이 없어지리라.

세존께서 이 게송을 말씀하시고 나서 곧 가운데 길로 나가셨다. 그때 범천은 여래의 오른쪽은 길에 서 있고 석제환인은 수정길 가에 서 있었으며, 여러 하늘 신들은 허공에서 꽃을 뿌리고 향을 사르며 풍악을 울려 여래를 즐겁게 하였다.

이때 우발화색(優鉢華色) 비구니는 오늘 여래께서 염부제(閻浮提) 승가시의 못 가로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사부대중들과 국왕과 대신과 온 나라 백성들이 모두 빠짐없이 나갈 것이다. 만일 내가 평상시의 모습으로 나간다면 그것은 옳지 못할 것이다. 나는 이제 전륜성왕의 형상으로 세존을 뵈러 가리라.’
우발화색 비구니는 곧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전륜성왕의 모습이 되어 7보를 두루 갖추었다. 7보란 이른바 윤보(輪寶)ㆍ상보(象寶)ㆍ마보(馬寶)ㆍ주보(珠寶ㆍ옥녀보(玉女寶)ㆍ전병보(典兵寶)ㆍ전장보(典藏寶)이니, 이것을 7보라고 한다.

그때 존자 수보리(須菩提)는 라열성(羅閱城)의 기사굴산(耆闍崛山) 어느 산기슭에서 옷을 깁고 있었다. 수보리는 오늘 세존께서 염부리 땅으로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사부대중들이 빠짐없이 뵈러 갈 것이니 나도 지금 제때에 가서 여래께 문안하고 예배해야 하리라’고 생각하였다. 존자 수보리는 옷 깁기를 그만두고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무릎을 꿇었다. 그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저 여래의 형상에서 무엇이 세존인가? 눈ㆍ귀ㆍ코ㆍ입ㆍ몸ㆍ뜻이 그것인가? 찾아가 뵈려는 자도 또한 땅ㆍ물ㆍ불ㆍ바람 4대(大)로 되어 있지 않은가? 일체 모든 법은 다 비고 고요하여 지을 것도 없고 지어진 것도 없다. 그것은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신 것과 같다.
만일 부처님께 예배하려고 하거나
가장 높은 이들께 예배하려 하거든
갖가지 종류의 음(陰)과 지(持)와 입(入)6)
그것들은 모두 다 덧없다 관찰하라.

먼 옛날 과거의 부처님들과
또 미래에 오실 부처님도
지금 현재의 부처님처럼
이들은 모두 다 무상(無常)한 것이니라.

만일 부처님께 예배하려 하거든
지난 과거와 다가올 미래
그리고 지금 현재에 대해
공(空)한 법이라고 관찰하여라.

만일 부처님께 예배하려 하거든
지나간 과거와 다가올 미래
그리고 현재와 모든 부처님
나라고 할 것도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여라.

그 속에는 나[我]도 없고 목숨[命]도 없으며 남[人]도 없다. 지을 것도 없고 지어진 것도 없으며, 형용할 가르침도 없고 가르치는 자도 없다. 모든 법은 비고 고요한데 어느 것이 나[我]인가? 나라고 주장할 만한 것이 없다. 나는 이제 진실한 법의 무더기7)에 귀의하리라.’
그래서 존자 수보리는 도로 앉아 옷을 기웠다.

그때 우발화색 비구니는 전륜성왕의 모습으로 7보를 앞뒤에 거느리고 세존께서 오신다는 곳으로 나갔다. 이때 다섯 나라 왕들은 멀리 전륜성왕이 오는 것을 보고 너무 기뻐 어쩔 줄 모르며 저희들끼리 말하였다.
“참으로 기이하고 참으로 놀랍다. 이 세상에 여래와 전륜성왕 두 보배가 나타나다니.”

그때 세존께서는 수만의 하늘 신들을 거느리고 수미산 꼭대기에서 못 가로 내려 오셨다. 세존께서 발을 들어 땅을 밟으시자 이 삼천대천세계(三千大天世界)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다.
이때 신통변화로 나타난 전륜성왕이 점점 세존께 가까이 다가가자 여러 작은 나라 왕들과 백성들은 모두 피하였다. 그때 신통변화로 나타난 성왕(聖王)은 세존께서 가까이 오신 것을 알고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 비구니가 되어 세존의 발에 예배하였다. 다섯 왕들은 그것을 보고 원망하면서 저희들끼리 수군거렸다.
“우리는 오늘 큰 손해를 보았다. 우리가 먼저 여래를 뵈어야 마땅한데 저 비구니가 먼저 뵈었다.”

비구니는 세존 앞에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이제 가장 높은 분에게 예배합니다. 오늘 제일 먼저 뵐 수 있었던 저 우발화색 비구니는 바로 여래의 제자입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그 비구니를 위해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착한 업으로 먼저 예배했으니
그대가 최초라 해도 허물이 없겠지만
텅 비어 아무것도 없는 저 해탈문(解脫門)
이것이 부처님께 예배하는 이치이니라.

만일 부처님께 예배하려 한다면
장차 다가올 미래와 지나간 과거
모두 공한 법이라 관찰하여라.
그것이 부처님께 예배하는 이치이니라.

그때 다섯 왕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은 모두 세존께 나아가 제각기 이름을 일컬었다.
“저는 가시국(迦尸國)의 왕 바사닉(波斯匿)입니다. 저는 발차국(拔嗟國)의 왕 우전(優塡)입니다. 저는 다섯 도시의 주인 악생(惡生)입니다. 저는 남해(南海)의 주인 우다연(優陀延)입니다. 저는 마갈국(摩竭國)의 왕 빈비사라(頻毗娑羅)입니다.”
그때 11나술(那術)8) 사람들이 운집하였고, 사부대중들 가운데 가장 높은 어른 1,250명도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섰다.

그때 우전왕은 우두전단으로 만든 여래상을 손에 들고 게송으로 여래께 아뢰었다.
제가 지금 여쭈고 싶은 게 있사오니
자비로 일체를 보호하는 분이시여
부처님의 형상을 만든 사람은
어떠한 복을 받게 됩니까?

그때 세존께서도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대왕께선 이제 들어보시오
조금이나마 그 뜻을 설명하리다.
부처님의 형상을 만드는 것에 대해
내 이제 간략히 설명하리다.

태어날 때부터 눈이 온전하였고
나중에는 또 천안을 얻게 되며
흰자위 검은 동자 분명한 것은
부처님의 형상을 만든 덕입니다.

온몸은 완전해 이지러짐 없고
그 뜻은 반듯해 미혹되지 않으며
그 힘은 보통사람 곱절이나 되나니
부처님 형상을 만든 사람입니다.

나쁜 세계에는 떨어지지 않고
마침내는 저 천상에 태어나며
그곳에서 그는 천왕(天王)이 되나니
부처님의 형상을 만든 복입니다.

그 나머지 복도 헤아릴 수 없어
그 복은 가히 생각할 수조차 없으며
그 이름 사방에 두루 퍼지나니
부처님의 형상을 만든 복입니다.

“훌륭하고 훌륭합니다, 대왕이여. 그것은 이익이 많아 천상이나 인간이나 모두 그 덕을 입을 것입니다.”

그때 우전왕은 너무 기뻐 어쩔 줄 몰랐다.

세존께서는 사부대중들과 다섯 왕을 위해 미묘한 논을 말씀하셨으니,그때 설하신 논은 보시에 대한 논, 계율에 대한 논, 천상에 태어나는 것에 대한 논이었으며, 또 탐욕은 더러운 생각이고 번뇌는 큰 재앙이므로 그것을 벗어나는 것이 가장 긴요한 일이라고 하셨다.
그때 세존께서는 사부대중들의 마음이 열리고 뜻에 이해가 생긴 줄을 아시고, 모든 부처님들께서 항상 말씀하셨던 법인 괴로움ㆍ괴로움의 발생ㆍ괴로움의 소멸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해 그들에게 모두 설명하셨다. 그때 그 자리에 있던 하늘과 사람 6만여 명은 모든 번뇌가 없어지고 법안이 깨끗해졌다.

그때 다섯 왕이 세존께 아뢰었다.
“지금 이곳은 묘한 복을 받은 가장 신령스런 땅이니, 여래께서 비로소 도술천(兜術天)1)에서 내려와 이곳에서 설법하셨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땅에 기념물을 세워 영구히 보존해 없어지지 않게 하고 싶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당신들 다섯 왕은 이곳에 절[神寺]을 세우십시오. 영원히 복을 누리며 끝내 무너지지 않을 것입니다.”

“절은 어떻게 세워야 합니까?”

그때 세존께서는 오른손을 펴 땅 속에서 가섭여래(迦葉如來)의 절을 집어 올려 다섯 왕에게 보이면서 말씀하셨다.
“만일 절을 지으려거든 이것을 법으로 삼으십시오.”

다섯 왕은 그곳에 큰 절을 세웠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과거 여래를 따랐던 무리들도 오늘과 다름이 없었다. 미래 모든 불세존을 따르는 무리들도 오늘과 다름이 없을 것이다. 지금 이 경 이름은 『유천법본(遊天法本)』이라 한다.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사부대중들과 다섯 나라 왕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주석
2 팔리어로는 Nanda와 Upananda이고, 각기 환희(歡喜)와 현희(賢喜)로 의역하며, 8대 용왕들 중의 하나이다.
3 팔리어로는 Kāsi라고 한다. 가시(迦尸)라고도 하며, 광(光)ㆍ노위(蘆葦)로 한역한다. 당시 16국 중의 하나로 중인도에 있었던 나라이다.
4 팔리어로는 gosisa-candana이고, 적동색을 띠며, 전단향 중 최고로 좋은 향을 가졌다고 한다. 옛날부터 불상과 전각 등을 조성하는 데 사용되었던 고급목재이다.
5 5음(陰:蘊)과 18지(持:界)와 12입(入:處), 즉 3과(科)를 말한다.
6 원문은 ‘진법지취(眞法之聚)’이고, 이는 곧 부처님의 법신(法身)을 말한다.
7 곧 나유타(那由他, nayuta)이고, 조(兆) 혹은 구(溝)라 한역한다. 수량을 나타내는 말이다.
8 신수대장경 각주에 의하면 “원ㆍ명 2본에는 도술천(兜術天)이 도리천(忉利天)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1 팔리어로는 Anotatta sara이고, 무열뇌지(無熱惱池)로 한역한다.

증일아함경 제29권

동진 계빈 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김월운 번역

37. 육중품(六重品)①

[ 1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여섯 가지 소중한 법을 잘 명심해 그것을 공경하고 소중히 여기며, 마음에 굳게 새겨 잊어버리지 말라.
어떤 것이 여섯 가지인가? 비구들이여, 몸으로 행할 때 자비를 생각하되 거울에 얼굴을 비춰보듯 하라. 그것은 공경할 만하고 귀히 여길 만한 것이니 잊어버리지 말라.

또 입으로 행할 때 자비를 생각하고, 뜻으로 행할 때 자비를 생각하라. 그것은 공경할 만하고 귀히 여길 만한 것이니 잊어버리지 말라.

또 법의 이익을 얻거든 범행을 닦는 모든 이들과 나누고 아까워하는 생각을 가지지 말라. 이 법은 공경할 만하고 귀히 여길 만한 것이니 잊어버리지 말라.

또 모든 금계(禁戒)는 썩지 않고 무너지지 않는 것이니 완벽하게 갖추어 이지러짐이 없게 하라. 이는 지혜로운 사람들이 귀히 여기는 것이니라. 또 그 계를 사람들에게 널리 펴고 싶으면 그 의미[味]가 똑같도록 하라. 이 법은 공경할 만하고 귀히 여길 만한 것이니 잊어버리지 말라.

또 바른 견해를 가진 성현[賢聖]이 번뇌를 벗어나게 되면 이러한 견해를 범행을 닦는 여러 사람들과 그 법을 나누려고 해야 한다. 이것 또한 공경할 만하고 귀히 여길 만한 것이니 잊어버리지 말라.

비구들이여, 이것이 이른바 ‘여섯 가지 소중한 법이 있어 공경할 만하고 귀히 여길 만한 것이니 잊어버리지 말라’고 한 것이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항상 몸과 입과 뜻의 행을 닦고 만일 이익을 얻거든 나누어줄 생각을 하며 탐내는 생각을 일으키지 말라. 이와 같나니 비구들이여,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2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아뇩달샘[阿耨達泉]2)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들은 다 나한(羅漢)으로서 세 가지 밝음[三達]3)과 여섯 가지 신족[六通神足]이 자유로워 마음에 두려움이 없었는데, 오직 한 비구가 그렇지 않았으니 그는 바로 아난이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가지가 7보로 된 금련화(金蓮華)에 앉으셨고, 5백 비구들도 각각 보배 연꽃에 앉았다. 그때 아뇩달(阿耨達)용왕은 세존께 나아가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섰다.

그때 용왕은 성중(聖衆)을 쭉 둘러보고 나서 세존께 아뢰었다.
“제가 지금 이 대중을 살펴보니 빠진 분이 계십니다. 존자 사리불께서 계시지 않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한 비구를 보내 사리불을 불러오게 하소서.”

그때 사리불은 기원정사(祇洹精舍)에서 낡은 옷을 깁고 있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목련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사리불에게 가서 ‘아뇩달용왕이 보고 싶어한다’고 전하라.”

목련이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존자 대목련은 사람이 팔을 굽혔다 펼 정도의 시간에 사리불이 있는 기원정사로 가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여래께서 아뇩달용왕이 그대를 보고 싶어한다고 전하라 하셨소.”

사리불이 대답하였다.
“당신이 먼저 가시오, 나는 뒤에 가리다.”

목련이 대답하였다.
“모든 성중(聖衆)과 아뇩달용왕이 속히 모습을 뵙고 싶어하니 부디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가십시다.”

사리불이 말하였다.
“당신이 먼저 가시오. 나는 뒤에 가리다.”

그러자 목련이 다시 말하였다.
“어떻소? 사리불이여, 신족(神足)으로 나를 이길 수 있겠소? 그래서 나를 먼저 가라고 하는 거요? 만일 사리불께서 곧장 일어서지 않으신다면 내가 당신 팔을 붙잡고 저 샘으로 가겠소.”

이때 사리불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오늘 목련이 일부러 나를 시험하고 놀리는구나.’

그때 존자 사리불은 몸소 갈지(竭支)4) 띠를 풀어 땅에 두고 목련에게 말하였다.
“만일 당신이 신족이 제일이라면 이 띠를 땅에서 들어 보시오. 그런 뒤에 내 팔을 붙잡고 저 아뇩달샘으로 데리고 가시오.”

이때 목련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사리불이 나를 놀리는구나. 서로 겨뤄보자는 것인가? 지금 띠를 풀어 땅에 놓고 〈이것을 들 수 있다면 내 팔을 붙잡고 저 샘으로 데려 가라〉고 하다니.’
그리고 목련은 다시 생각하였다.
‘이것은 반드시 까닭이 있으리라. 그러나 어려울 것은 없다.’
그는 곧 팔을 펴 띠를 집어 들었다. 그러나 털끝만큼도 그 띠를 움직일 수 없었다. 그때 목련은 온 힘을 다해 띠를 들려 하였으나 움직일 수 없었다.
그러자 사리불이 그 띠를 집어 염부나무 가지에 묶어 두었다. 이때도 존자 목련은 온 신통력을 다해 그 띠를 들려 하였으나 움직일 수 없었다.
그리고 막 그 띠를 들자 이 염부지(閻浮地)가 크게 진동하였다.

그때 사리불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목련 비구는 이 염부지도 진동시킬 수 있는데 하물며 이깟 띠겠는가? 나는 이제 이 띠를 2천하에 묶어두리라.’
그때 목련은 다시 그것도 들었고, 3천하 4천하에 묶어두었지만 마치 가벼운 옷을 들듯이 들었다.
이때 사리불은 ‘목련 비구가 4천하를 들 수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나는 이제 이 띠를 저 수미산 중턱에 묶어두리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목련은 다시 저 수미산과 사천왕의 궁전까지 움직일 수 있었고, 삼십삼천의 궁전까지 모두 흔들었다.
사리불은 다시 그 띠를 1천세계에 묶어두었지만 목련은 그것도 움직일 수 있었다. 사리불은 다시 그 띠를 2천세계, 3천세계에 묶어두었지만 목련은 그것도 움직일 수 있었다.
그때 온 천지가 크게 진동하였지만 여래께서 앉아 계시는 아뇩달샘만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것은 마치 힘센 장사가 나무 잎을 가지고 놀면서 아무 어려움이 없는 것과 같았다.

그때 아뇩달용왕이 세존께 아뢰었다.
“지금 이 천지가 왜 진동하는 겁니까?”

그때 세존께서는 용왕에게 그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셨다.
용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 두 사람의 신력(神力)은 어느 편이 낫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사리불 비구의 신력이 더 위대하니라.”

용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전에 ‘목련 비구는 신족이 제일이어서 그보다 나은 이가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용왕이여, 알아야 한다. 4신족(神足)5)이 있으니,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자재삼매신력(自在三昧神力)ㆍ정진삼매신력(精進三昧神力)ㆍ심삼매신력(心三昧神力)ㆍ시삼매신력(試三昧神力)이다. 용왕이여, 이것이 이른바 4신족의 힘이니라. 만일 이 네 가지 신력을 가지고 있고, 가까이하고 수행하며 버리지 않는 비구 비구니가 있다면 그가 곧 신력이 제일이니라.”

아뇩달용왕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목련 비구는 그 4신족을 얻지 못했습니까?”

“목련 비구도 이 4신족의 힘을 얻어 그것을 가까이하고 수행하며 조금도 버리지 않는다. 그리고 목련 비구는 한 겁 동안 살고 싶으면 그것도 능히 할 수 있다. 그러나 사리불이 드는 삼매에 있어서 목련 비구는 그 이름조차 모르느니라.”

그때 존자 사리불은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저 목련이 삼천대천세계를 모두 움직이는 바람에 고물거리는 벌레가 헤아릴 수 없이 죽는구나. 그러나 여래의 자리는 움직일 수 없다고 내가 직접 들은 적이 있으니, 나는 이제 이 띠를 여래의 자리에 묶어두겠다.’
그때 목련이 다시 신족으로 그 띠를 들려 하였으나 움직일 수가 없었다. 목련은 생각하였다.
‘내 신족이 퇴보한 것은 아닐까? 지금 이 띠를 들려 하여도 움직일 수가 없구나. 내 이제 세존께 나아가 그 이유를 여쭈어 보리라.’

목련은 그 띠를 버려두고 곧 신족으로 세존께 나아갔다. 그는 사리불이 여래 앞에 앉아 있는 것을 멀리서 보고 다시 생각하였다.
‘세존의 제자 중에 신족이 제일이기로는 나보다 나은 이가 없다. 그런데 내가 사리불만 못한 것일까?’
그때 목련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신족에 있어서 퇴보하지는 않았습니까? 왜냐하면 제가 기원정사에서 먼저 출발하고 그 뒤에 사리불이 출발하였는데, 지금 사리불 비구가 먼저 와서 여래 앞에 앉아 있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신족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다만 사리불이 들어간 신족삼매(神足三昧)의 법을 네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 왜냐하면 사리불 비구는 지혜가 한량없고 마음의 자재를 얻었기 때문이다. 너는 사리불의 마음 씀씀이만 못한다. 사리불은 심신족(心神足)에서 자재를 얻었으니, 사리불 비구는 마음으로 생각하는 법에서 곧 자재를 얻느니라.”
대목련은 즉시 침묵하였다.

그때 아뇩달용왕은 너무 기뻐 어쩔 줄 모르며 생각하였다.
‘지금 사리불 비구가 가진 뛰어난 신력은 불가사의하여, 목련 비구는 그가 들어간 삼매의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구나.’
그때 세존께서는 아뇩달용왕에게 미묘한 법을 설하여 그를 기쁘게 하셨고, 또 계를 말씀하셨다. 그리고 이른 아침에 비구들을 데리고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으로 돌아가셨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저희끼리 말하였다.
“세존께서는 당신 입으로 ‘내 성문 중에 신족이 제일인 자는 바로 목련 비구다’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오늘은 ‘사리불만 못하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비구들은 목련에 대해 업신여기는 생각을 가졌다. 그때 세존께서는 곧 ‘이 비구들이 목련을 업신여기는 생각을 가지고 있구나. 그러면 한량없는 죄를 받을 텐데’라고 생각하시고 곧 목련에게 말씀하셨다.
“너의 신력을 나타내서 이 대중들에게 보여 대중들이 게으른 생각을 내지 못하게 하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목련은 세존의 발에 예배하고 곧 여래 앞에서 사라져 동방으로 항하의 모래알 같은 세계를 일곱 개나 지난 곳에 있는 부처님 세계로 갔는데, 그 나라에는 기광(奇光) 여래ㆍ지진ㆍ등정각께서 출현해 계셨다. 목련은 평상시 차림으로 그 나라로 가서 그 여래의 발우 가장자리를 거닐고 있었다. 그 나라 사람들은 몸집이 매우 컸다.
그때 그 비구들은 목련을 보고 저희끼리 말하였다.
“그대들은 이 벌레를 보라. 꼭 사문 같구나.”

비구들은 그 벌레를 집어 부처님께 보이면서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지금 이 벌레는 꼭 사문 같습니다.”

그때 기광여래는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여기서 서방으로 항하의 모래알 같은 세계 일곱 개를 지나가면 인(忍)이라는 세계가 있는데 그 세계에는 석가문(釋迦文 여래ㆍ지진ㆍ등정각께서 출현해 계신다. 이 자는 바로 그 부처님의 제자로서 신족이 제일이니라.”
그리고 그 부처님께서는 목련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이 비구들이 너를 업신여기는 생각을 하는구나. 너는 신통을 나타내 이 대중에게 보여라.”

목련은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목련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발우를 담는 그물망에다 그 5백 비구를 담아 범천으로 올라갔다. 목련은 왼쪽 다리로 수미산을 딛고 오른쪽 다리를 범천에 올리며 곧 다음 게송을 읊었다.
더욱 정진할 것을 늘 생각하며
부처님의 법을 닦아 행하고
마군들의 원한 항복 받기를
갈고리로 코끼리를 다루듯 하라.

만일 능히 이 법 안에서
실천하며 방일하지 않는다면
괴로움의 근원을 완전히 없애
다시는 온갖 번뇌 받지 않으리.

그때 목련의 이 소리는 기원정사까지 두루 울렸다. 비구들은 이 소리를 듣고 세존께 아뢰었다.
“목련께서는 지금 어디서 이 게송을 읊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목련 비구는 이 부처님 세계에서 동방으로 항하의 모래알 같은 세계를 일곱 번 지난 곳에서, 그물망에 그곳의 5백 비구를 담고는 왼쪽 다리로 수미산을 밟고 오른쪽 다리로 범천을 디디며 그 게송을 읊었느니라.”

비구들은 처음 보는 일이라며 찬탄하였다.
“참으로 기이하고 놀랍습니다. 목련 비구께 그런 큰 신통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희들은 목련께 업신여기는 생각을 가졌었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목련 비구로 하여금 그 5백 비구들을 데리고 이리 오게 해 주소서.”

이때 세존께서는 도력을 멀리까지 나타내 목련이 그 뜻을 알아차리게 하셨다.

그래서 목련은 5백 비구들을 데리고 사위성 기수급고독원으로 돌아왔다.
그때 세존께서는 수천만 대중들에게 설법하고 계셨다. 목련은 5백 비구를 데리고 세존께 나아갔다. 석가문부처님의 제자들은 그 비구들을 우러러 보았다. 동방세계 비구들은 세존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세존께서 그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비구들은 어디서 왔는가? 누구의 제자인가? 도중에 며칠이나 걸렸는가?”

5백 비구들은 석가문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들의 세계는 동방에 있습니다. 그곳의 부처님 이름은 기광여래이시고, 저희는 그분의 제자입니다. 그러나 저희들은 오늘 어디로 왔으며 며칠이나 걸렸는지 모르겠습니다.”

“너희들은 부처님의 세계를 아는가?”

“모릅니다, 세존이시여.”

“너희들은 지금 그 세계로 돌아가고 싶은가?”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 세계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그때 세존께서 그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너희들을 위해 6계(界)의 법을 설명하리니, 잘 사유하고 기억하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비구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있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어떤 것을 6계(界)의 법이라 하는가? 비구들이여, 알아야 한다. 6계로 이루어진 사람은 부모의 정기를 받아 세상에서 태어난다. 그 6계(界)란 이른바 흙의 요소[地界]ㆍ물의 요소[水界]ㆍ불의 요소[火界]ㆍ바람의 요소[風界]ㆍ허공의 요소[空界]ㆍ식의 요소[識界]이니 비구들이여, 이것을 6계라 하느니라.
또 사람의 몸에는 부모의 정기를 받아 6입(入)이 생긴다. 어떤 것이 여섯 가지인가? 이른바 안입(眼入)ㆍ이입(耳入)ㆍ비입(鼻入)ㆍ설입(舌入)ㆍ신입(身入ㆍ의입(意入)이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이른바 ‘이 6입은 부모로 말미암아 생기게 된다’는 것이니라.
또 이 6입을 의지함으로써 곧 6식신(識身)이 있게 된다. 어떤 것이 여섯 가지인가? 만일 안식(眼識)6)에 의지하면 안식신(眼識身)이 있게 되고, 이식신(耳識身)ㆍ비식신(鼻識身)ㆍ설식신(舌識身)ㆍ신식신(身識身)ㆍ의식신(意識身)이 있게 된다. 비구들이여, 이것을 6식신이라 하느니라.
만일 이 6계(界)ㆍ6입(入)ㆍ6식(識)을 아는 비구가 있다면 그는 여섯 하늘7)을 건너 다시 몸을 받을 것이요, 만일 거기서 목숨을 마치고 이곳으로 와 태어난다면 총명하고 재주가 뛰어나 현재의 몸으로 번뇌[結使]를 없애고 열반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 목련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이 비구들을 저 부처님 세계로 다시 데려다 주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목련은 다시 그 5백 비구들을 그물망에 담아 부처님 주위를 세 번 돌고 곧 물러나, 팔을 굽혔다 펼 정도의 짧은 시간에 그 부처님 세계에 이르렀다. 목련은 그 비구들을 거기 두고 그 부처님의 발에 예배한 뒤 다시 이 인계(忍界)로 돌아왔다.
그때 그 세계 비구들은 이 6계(界)에 대한 설법을 듣고 모든 번뇌가 없어져 법안(法眼)이 깨끗해졌다.

그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제자 중에서 성문(聲門)으로서 그 신족이 제일이어서 따를 이가 없는 자는 바로 대목건련(大目乾連) 비구이니라.”

그때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3 ]8)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발기국(拔耆國)의 사자원(師子園)9)에서 신통이 있고 덕이 높은 비구인 현자(賢者) 사리불(舍利弗)ㆍ현자 대목건련(大目乾連)ㆍ현자 가섭(迦葉ㆍ현자 리월(離越)ㆍ존자 아난(阿難) 등 5백 비구와 함께 계셨다.

그때 목건련과 대가섭과 아나율은 이른 아침에 사리불이 있는 곳으로 갔다. 아난은 그 세 분의 큰 성문이 사리불이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을 멀리서 보고 리월에게 말하였다.
“저 세 성문들이 사리불께서 계시는 곳으로 가시는군요. 우리 두 사람도 사리불께 가십시다. 왜냐하면 사리불의 기묘한 법을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리월이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십시다.”

그래서 리월과 아난은 사리불이 있는 곳으로 갔다.
사리불은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여러분, 이 자리에 앉으십시오.”
그때 사리불이 아난에게 말하였다.
“제가 지금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이 우사자원(牛師子園)은 너무도 즐거운 곳으로,천연의 향기는 사방에 가득합니다. 무엇이 이 동산을 이처럼 즐겁게 할까요?”

아난은 대답하였다.
“어떤 비구는 듣고 잊지 않는 것이 많으며, 모든 법의 의미를 빠짐없이 기억하고, 범행을 갖추어 수행합니다. 그는 이런 법을 모두 완전히 갖추고 빠뜨리지도 않으며, 또 사부대중에게 설법하되 차례를 잃지 않고 사납지도 않으며 어지러운 생각이 없습니다. 그런 비구는 이 우사자원에서 지내며 즐거워할 것입니다.”

사리불은 다시 리월에게 말하였다.
“아난께서 지금 설명하셨으니, 나는 다시 당신에게 그 뜻을 묻고 싶습니다. 우사자원은 이처럼 즐겁습니다. 당신이 다음으로 그 말씀해 주십시오. 그 이유는 또 어떤 것입니까?”

리월이 대답하였다.
“이곳에서 비구들은 한적한 곳을 즐기며 고요히 생각하고 좌선하여 지관(止觀)과 상응합니다. 그런 비구는 이 우사자원에서 지내는 것을 즐거워할 것입니다.”

존자 사리불은 다시 아나율에게 말하였다.
“이번엔 당신이 즐거운 이유를 말씀해 보십시오.”

아나율은 대답하였다.
“어떤 비구는 천안(天眼)으로 환히 보아 중생들을 관찰하고는 죽는 이와 태어나는 이, 좋은 형상과 나쁜 형상, 좋은 세계와 나쁜 세계, 예쁜지 추한지 등을 모두 압니다. 어떤 중생이 몸과 입과 뜻으로 악을 행하고 성현을 비방했다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지옥에 태어나는지, 또 어떤 중생이 몸과 입과 뜻으로 선을 행하고 성현을 비방하지 않았는지, 마치 사람이 허공을 두루 살피듯, 천안을 가진 비구 또한 그와 같이 세계를 관찰하는데 조금도 어려움이 없습니다. 그런 비구는 이 우사자원에서 지내며 이처럼 즐거워할 것입니다.”

사리불은 다시 가섭에게 말하였다.
“제가 이번엔 당신에게 묻겠습니다. 이와 같이 여러분들이 즐거운 이유를 말하였습니다. 다음에는 당신께서 말씀해 보십시오.”

가섭은 대답하였다.
“어떤 비구는 스스로도 아련야행(阿練若行)을 행하고 또 남들도 아련야행을 행하게 하며, 또 한적한 것의 덕을 칭찬합니다. 스스로도 기운 누더기 옷을 입고 남들도 두타행(頭陀行)을 하게하며, 또 스스로도 만족할 줄을 알아 한적한 곳에서 살고 남들도 그런 행을 닦게 합니다. 스스로도 계덕(戒德)을 구족하여 삼매(三昧)를 성취하고 지혜(智慧)를 성취하고 해탈(解脫)을 성취하고 해탈지견(解脫知見)을 성취하며, 또 남들도 그런 법을 행하게 합니다. 스스로도 그 법을 칭찬하고 남을 교화하며, 남들도 그런 법을 행하고 가르치기를 싫어하지 않게 합니다. 이와 같은 비구는 이 우사자원에서 지내며 견줄 데 없이 즐거워할 것입니다.”

존자 사리불은 다시 대목련에게 말하였다.
“여러분께서 모두 즐거운 이유를 말하였습니다. 다음에는 당신께서 즐거운 이유를 말씀해 보십시오. 지금 이 우사자원은 비할 바 없이 즐겁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

목련은 대답하였다.
“어떤 비구는 큰 신통이 있고 그 신통에서 자재를 얻었습니다. 그는 수천 가지로 변화하는 데 조금도 어려움이 없고, 또 한 몸을 나누어 무수한 몸을 만들기도 하고, 혹은 그것을 다시 모아 하나가 되기도 하며, 석벽을 그대로 지나가고 거센 강물처럼 솟았다 사라지기를 마음대로 하며, 나는 새처럼 흔적도 없이 허공에 머물고, 사나운 불처럼 산과 들을 태우며, 해와 달처럼 비추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또 손을 들어 해와 달을 만질 수도 있고, 또 몸을 변화시켜 범천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이런 비구는 이 우사자원에 알맞을 것입니다,”

그때 목련이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우리는 제각기 분별해 말하였습니다. 이번엔 우리가 사리불께 그 이유를 묻겠습니다. 이 우사자원은 너무도 즐거운데 어떤 비구가 이곳에 알맞겠습니까?”

사리불이 말하였다.
“어떤 비구는 능히 그 마음을 항복 받되 그 마음은 그 비구를 항복 받지 못합니다. 만일 그 비구가 삼매를 얻고자 하면 곧 그 비구는 삼매를 얻을 수 있고, 뜻에 따라 예전과 최근에 성취한 삼매들을 즉시 갖출 수 있습니다. 마치 장자가 집에 좋은 옷을 상자에 가득 넣어 두었을 때, 그 장자는 마음에 따라 어떤 옷을 입고 싶으면 조금의 어려움도 없이 마음대로 꺼내 입는 것처럼, 그도 또한 마음대로 삼매에 들 수 있습니다. 그도 또한 그와 같아서, 그 마음은 그 비구를 부릴 수 있지만 그 비구는 그 마음을 부릴 수 있는 것이 아니며,1) 마음대로 삼매에 들어가는 데에도 조금도 어려움이 없습니다. 그와 같이 비구가 그 마음을 부릴 수 있고 마음이 그 비구를 부리는 것이 아니라면, 그런 사람은 이 우사자원에 머물기 적당할 것입니다.”

그때 사리불은 여러 현자들에게 말하였다.
“우리는 자기의 말재주를 따라 말하였고, 제각기 방편을 따라 그 뜻을 잘 설명하였습니다. 이제 우리 다 같이 세존께 나아가 어떤 비구가 이 우사자원에서 즐거워할 수 있는지를 여쭈어 보고, 세존께서 무슨 말씀이 있으시면 우리는 받들어 행합시다.”

비구들은 대답하였다.
“그렇게 합시다, 사리불이여.”

큰 성문들은 함께 여래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리고 대성문들은 있었던 일들을 자세히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아난의 말과 같으니라. 왜냐하면 아난 비구는 법을 들으면 기억할 수 있고 온갖 법에 빠뜨림이 없으며 범행을 갖춰 수행하나니, 그런 법을 잘 들어 잊지 않고 삿된 소견도 없으며, 사부대중에게 설법하되 말이 뒤섞이지 않고 또한 사납지도 않기 때문이다.

리월 비구의 말 또한 좋구나. 왜냐하면 그는 한적한 곳을 즐겨 사람들 속에 있지 않고, 항상 생각하고 좌선하며 다툼이 없고, 지관을 닦으면서 적막한 곳에서 한가히 살기 때문이다.

아나율 비구 또한 좋구나. 왜냐하면 아나율 비구는 천안이 제일이기 때문이다. 그는 마치 눈 있는 사람이 손바닥의 구슬을 살펴보듯 천안으로 삼천대천세계를 관찰한다. 아나율 비구 또한 그와 같아서 천안으로 삼천대천세계를 관찰하는 데 조금도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가섭 비구도 또한 좋구나. 왜냐하면 가섭 비구는 자신도 아련야행을 실천하고 또 한적한 곳에서 수행하는 것을 칭찬하며, 자신도 걸식하고 또 걸식하는 덕을 칭찬하며, 자신도 기운 누더기 옷을 입고 또 누더기 옷을 입는 덕을 칭찬하며, 자신도 만족할 줄 알고 또 만족할 줄 아는 덕을 칭찬하며, 자신도 바위 굴속에서 살고 또 바위 굴속에서 사는 덕을 칭찬하며, 자신도 계(戒)의 성취ㆍ삼매의 성취ㆍ지혜의 성취ㆍ해탈의 성취ㆍ해탈견해(解脫見慧)의 성취를 이루고 남들도 이 5분법신(分法身)을 성취하게 하며, 자신도 교화하고 남들도 그런 법을 실천하게 하기 때문이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목건련의 말과 같으니라. 왜냐하면 목련 비구는 큰 위력이 있고 신통이 제일이며 마음의 자재를 얻었기 때문에 그는 하고 싶다고 마음먹은 것은 곧 능히 할 수 있으니, 즉 하나의 몸을 억만 개로 나누기도 하고 혹은 다시 합쳐 하나가 되기도 하며, 전혀 막힘이 없이 석벽을 그대로 통과하고 솟았다 사라지기를 마음대로 하며, 거센 강물처럼 걸림이 없고 허공의 새처럼 흔적이 없으며, 해와 달처럼 비추지 않는 곳이 없고 몸을 변화시켜 범천에 이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훌륭하구나, 사리불의 말과 같으니라. 왜냐하면 사리불은 그 마음을 항복 받았으니, 그 마음이 사리불을 항복 받는 것이 아니다. 만일 삼매에 들고 싶으면 그는 조금의 어려움도 없이 곧 성취하나니, 마치 장자가 조금의 어려움도 없이 좋은 옷을 마음대로 꺼내 입는 것과 같다. 사리불 비구도 이와 같이 그 마음을 항복 받았고 그 마음이 사리불을 항복 받은 것이 아니며, 마음대로 삼매에 들어가 모든 것이 눈앞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비구들이여, 너희들의 말은 모두 방편을 따른 것이다. 이제 다시 내 말을 들어보아라. 어떤 비구가 이 우사자원에서 즐거울 수 있는가?
어떤 비구는 촌락을 의지해 살면서 때가 되면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마을에 들어가 걸식한다. 그는 걸식을 마치고는 머물던 곳으로 돌아와 손과 얼굴을 씻고 나무 아래에서 몸과 뜻을 바르게 하고 가부좌하고 앉아 생각을 앞에 매어 둔다. 그리고 그 비구는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이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고 기어코 번뇌를 없애고 번뇌 없음을 성취하리라.’
그래서 그 비구는 곧 번뇌에서 마음이 해탈한다. 그런 비구라면 이 우사자원에 머물기 알맞을 것이다.
이와 같나니 비구들이여, 항상 부지런히 정진하고 게으르지 않으면 어느 곳에서나 받들어 높이지 않는 이가 없으리라. 이와 같나니 비구들이여,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4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공양[呪願]이 지닌 여섯 가지 공덕을 설명하리니, 너희들은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고 기억하라.”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비구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있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여섯 가지 공덕이란 무엇인가? 첫째 그로 인해 시주 단월(檀越)들은 세 가지 법을 성취한다. 시주 단월이 성취하는 세 가지 법이란 무엇인가? 그로 인해 시주들은 믿음[信根]을 성취하고, 계덕(戒德)을 성취하며, 들음[聞]을 성취한다. 이것이 이른바 ‘시주 단월들은 세 가지 법을 성취한다’는 것이니라.
보시한 물건도 역시 세 가지 법을 성취한다. 어떤 것이 세 가지인가? 그 보시한 물건은 빛깔을 성취하고, 맛을 성취하며, 향기를 성취하게 된다. 이런 세 가지 법이 있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이른바 ‘이 여섯 가지는 큰 공덕을 얻고 이름과 덕망이 널리 알려지며 감로와 같은 과보를 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만일 이 여섯 가지를 성취하고 싶다면 늘 보시를 생각하라. 이와 같나니 비구들이여,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5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는 한량없는[無央數] 대중을 위해 설법하고 계셨다.
그때 그 자리에 있던 어떤 비구가 ‘여래께서 나에게 일러주는 말씀이 계셨으면’ 하고 생각하였다. 세존께서는 그 비구의 마음속 생각을 아시고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비구가 ‘여래께서 몸소 나를 가르쳐 주셨으면’ 하고 생각한다면, 그 비구는 계를 청정하게 갖추어 더러움이 없게 하고, 지관을 닦아 행하며 한적한 곳을 즐겨야 할 것이다.

또 만일 비구가 의복ㆍ음식ㆍ침구와 질병을 치료하는 의약품을 구하고자 한다면, 그도 계덕을 성취하고 공적하고 한가한 곳에 지내며 스스로 수행하여 지관과 서로 상응해야 할 것이다.

또 비구가 만족할 줄 알려거든, 그도 계덕을 두루 갖추려고 생각하고 한적한 곳에서 지내며 스스로 수행하여 지관과 서로 상응해야 할 것이다.

또 비구가 사부대중을 비롯한 국왕과 백성들과 형상이 있는 모든 중생들에게 알려지고 싶다면, 그도 계덕을 두루 갖추려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또 비구가 4선(禪)에서 후회하는 마음이 없고 또 변하지 않기를 바란다면, 그도 계덕을 성취하려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또 비구가 4신족(神足)을 얻고 싶다면, 그도 계덕을 두루 갖추어야 할 것이다.

또 비구가 8해탈문(解脫門)을 얻어 아무런 장애가 없고 싶다면, 그도 계덕을 두루 갖추려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또 비구가 천이(天耳)를 얻어 하늘과 인간 소리를 환하게 듣고 싶다면, 그도 계덕을 두루 갖추려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또 비구가 남의 마음속 생각과 모든 감각기관의 이지러짐을 알기를 바란다면, 그도 계덕을 두루 갖추려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또 비구가 중생들의 마음이 탐욕이 있는 마음인지 탐욕이 없는 마음인지, 성내는 마음인지 성냄이 없는 마음인지, 어리석은 마음인지 어리석음이 없는 마음인지 사실 그대로 알기를 바라고, 애욕의 마음인지 애욕이 없는 마음인지, 집착하는 마음인지 집착이 없는 마음인지 사실 그대로 알기를 바라며, 어지러운 마음인지 어지러움이 없는 마음인지, 병든 마음인지 병이 없는 마음인지, 소심한 마음인지 소심함이 없는 마음인지, 헤아리는 마음인지 헤아림이 없는 마음인지, 아파하는 마음인지 아픔이 없는 마음인지, 삼매의 마음인지 삼매가 없는 마음인지, 해탈한 마음인지 해탈이 없는 마음인지 사실 그대로 알기를 바란다면, 이러기를 바라는 사람은 계덕을 두루 갖추려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또 비구가 한량없는 신통을 얻어 한 몸을 나누어 무수한 몸을 만들고 그것을 다시 합쳐 하나로 만들며, 솟았다 가라앉기를 자유자재로 하고 몸을 바꾸어 범천까지 가려고 한다면, 그도 계덕을 두루 갖추려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또 비구가 전생의 무수한 겁 동안 있었던 일, 즉 1생이나 2생 내지 1천 생ㆍ백천억 생과 성겁(成劫)ㆍ패겁(敗劫)ㆍ성패겁(成敗劫) 등 헤아릴 수 없는 세월과 ‘나는 일찍이 여기서 죽어 저기에 태어났는데 이름은 무엇이고 자(字)는 무엇이었으며, 혹은 저기서 죽어 이곳에 와 태어났다’는 것 등을 스스로 기억하고 싶다면, 무수한 겁 동안 있었던 이러한 일들을 스스로 기억하고 싶다면 계덕을 두루 갖추려고 생각하고 다른 생각이 없어야 할 것이다.

또 비구가 천안을 얻어 중생들의 좋은 세계와 나쁜 세계, 좋은 형상과 나쁜 형상, 예쁜지 추한지를 사실 그대로 알고, 또 어떤 중생이 몸과 입과 뜻으로 악을 행하고 성현을 비방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 지옥에 태어나는 것을 보고, 어떤 중생이 몸과 입과 뜻으로 선을 행하고 성현을 비방하지 않으며 바른 마음과 소견으로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 천상의 좋은 곳에 태어나는 것을 환히 보려고 한다면, 이러기를 바라는 자는 계덕을 두루 갖추려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또 비구가 번뇌를 없애고 번뇌가 없게 되어 마음이 해탈하고 지혜로 해탈하여,‘나고 죽음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마쳐 다시는 태를 받지 않는다’고 사실 그대로 알려고 한다면, 그도 계덕을 두루 갖추려고 생각하고 어지러운 생각 없이 안으로 고요히 사유하며 한적한 곳에서 지내야 할 것이다.

비구들이여, 계덕을 두루 갖추려고 생각하고 다른 생각은 없도록 하며, 위의를 성취해 완전히 갖추려면, 조그만 허물도 두려워해야 하거늘 더구나 큰 허물이야 어떻겠는가?
만일 여래가 가르쳐 주기를 바라는 비구가 있다면 항상 계덕을 두루 갖추려고 생각해야 한다. 계덕을 두루 갖추었으면 들음[聞]을 두루 갖추려고 생각해야 하고, 들음을 두루 갖추었으면 보시[施]를 두루 갖추려고 생각해야 하며, 보시를 두루 갖추었으면 지혜(智慧)를 두루 갖추고 해탈지견(解脫知見)을 두루 갖추려고 생각해야 하느니라.
만일 비구가 계신(戒身)ㆍ정신(定身)ㆍ혜신(慧身)ㆍ해탈신(解脫身)ㆍ해탈지견신(解脫知見身)을 두루 갖춘다면, 그는 하늘ㆍ용ㆍ귀신의 공양을 받고 공경할 만하고 귀히 여길 만하여 하늘과 사람들이 모두 받들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5분법신(分法身)을 두루 갖춘 사람은 세상의 복밭[福田]으로서 그보다 더 훌륭한 이는 없다고 생각하라. 이와 같나니 비구들이여,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주석
2 3명(明)과 같고, 숙주지증명(宿住智證明)ㆍ사생지증명(死生智證明)ㆍ누진지증명(漏盡智證明)을 말한다.
3 팔리어로는 saṃkacchika이고, 승기지(僧祇支)라고도 한다. 또 엄액의(掩腋衣)ㆍ부견의(覆肩衣)라고도 하며, 5의(衣 가운데 하나이다.
4 4여의족(如意足)이라고도 하는 4종의 선정이다.
5 고려대장경 원문의 ‘안식(眼識)’은 문맥으로 보아 ‘안(眼)’이라야 옳다. 즉 ‘만일 눈에 의지하면……’이 되어야 한다.
6 곧 욕계(欲界) 6천을 말한다.
7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중아함경』 제48권 184번째 소경인 「우각사라림경(牛角娑羅林經)」과 서진(西晉) 시대 축법호(竺法護)가 한역한 『생경(生經)』 제2권 「비구각언지경(比丘各言志經)」이 있다.
8 팔리어로는 gosiṅgasāla vanadāya이고, 우각사라림(牛角娑羅林)이라고도 한다.
9 고려대장경 원문은 ‘심능사비구 비비구능사심(心能使比丘) 非比丘能使心’으로 되어 있다. 이것은 이 경의 앞뒤 내용과 상반되고,『중아함경』의 「우각사라림경」 내용과도 상반된다. 문맥에 따른다면 ‘비구능사심 비심능사비구(比丘能使心) 非心能使比丘,’ 즉 ‘그 비구는 그 마음을 부릴 수 있지만 그 마음은 그 비구를 부릴 수 있는 것이 아니며’가 되어야 옳을 것으로 생각된다.
1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중아함경』 제5권 24번째 소경인 「사자후경(師子吼經)」이 있다.

증일아함경 제30권

동진 계빈 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김월운 번역

37. 육중품②

[ 6 ]2)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존자 사리불은 세존께서 계신 곳에 나아가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사리불이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지금 사위성에서 여름 안거를 마쳤습니다. 이제는 세상으로 나가 유행하며 교화하고자 합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지금이 바로 그때이니라.”
사리불은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물러나 떠나갔다.

사리불이 떠난 지 오래지 않아 어떤 비구가 사리불을 비방하려는 마음으로 세존께 아뢰었다.
“사리불은 비구들과 다투고는 참회하지도 않고 지금 사람들 세상으로 나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세존께서 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빨리 가서 내가 사리불을 부른다고 일러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목련과 아난에게 분부하셨다.
“너희들은 절 안에 있는 비구들을 모두 세존이 있는 곳으로 모이게 하라. 왜냐하면 사리불이 삼매에 들어 여래 앞에서 사자처럼 외치려 하기 때문이니라.”

비구들은 부처님 분부를 받고 모두 세존께서 계시는 곳으로 모였고 세존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세존의 분부를 받은 비구는 곧 사리불이 있는 곳으로 가서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여래께서 뵙고자 하십니다.”

사리불은 곧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세존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아까 그대가 떠난 지 오래지 않아 행실이 나쁜 어떤 비구가 이곳으로 찾아와 ‘사리불 비구는 다른 모든 비구들과 다투고는 참회하지도 않고 사람들 세상으로 나가 유행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였다. 과연 그런가?”

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여래의 생각에 맡기겠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안다. 그러나 지금 대중들이 모두 의심하고 있다. 그대는 대중들에게 말하여 그대의 결백을 알려야 할 것이다.”

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어머니 뱃속에서 나와 나이 80이 되어가도록 늘 생각해 왔습니다. 즉 일찍이 살생한 적이 없고 거짓말한 적이 없으며, 설사 장난칠 때라 하더라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고 또 일찍이 남들과 다툰 적도 없습니다. 만일 정신을 차리지 못할 때라면 혹 그럴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마음이 깨끗한데 어떻게 저 범행을 닦는 이들과 다투겠습니까?
저 땅은 깨끗한 것도 받아들이고 더러운 것도 받아들이며, 똥ㆍ오줌 등 더러운 것도 모두 받아들이고 고름ㆍ피ㆍ눈물ㆍ가래마저도 거절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저 땅은 나쁘다고도 말하지 않고 좋다고도 말하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도 그와 같아서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데 어떻게 범행을 닦는 이들과 다투고 멀리 유행할 수 있겠습니까? 마음이 온전하지 못한 자라면 그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 마음이 바른데 어떻게 범행을 닦는 이들과 다투고 멀리 유행을 떠날 수 있겠습니까?
저 물은 좋아하는 물건도 깨끗하게 하고 좋아하지 않는 물건도 깨끗하게 하며, 저 물은 ‘나는 이것은 깨끗이 하고 이것은 그만두자’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도 그와 같아서 달리 생각하지 않는데 어떻게 범행을 닦는 이들과 다투고 멀리 떠나 유행할 수 있겠습니까?

맹렬한 불은 산과 들을 태우며 예쁘고 추한 것을 가리지 않고 끝내 다른 생각이 없습니다. 저도 그와 같거늘 어떻게 범행을 닦는 이들과 다툴 생각이 있겠습니까?
땅을 쓰는 빗자루3)는 예쁘고 추한 것을 가리지 않고 모두 쓸며 끝내 다른 생각이 없으며, 또 두 뿔이 잘린 소는 너무도 얌전하고 사납지 않아 잘 다룰 수 있어 마음먹은 곳으로 끌고 가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제 마음도 그와 같아서 헤치려는 생각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범행을 닦는 이들과 다투고 멀리 유행을 떠나겠습니까?
전다라(旃陀羅) 여인은 헤진 옷을 입고 세상에서 걸식하면서도 아무런 거리낌이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도 그와 같아서 다른 생각이 없는데 다툼을 일으키고 멀리 유행을 떠나겠습니까?
기름 가마가 군데군데 부서졌다면 눈 가진 사람은 누구나 곳곳에서 기름이 새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도 그와 같아서 아홉 구멍으로 더러운 것들이 새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범행을 닦는 이들과 다투겠습니까?
나이 젊고 얼굴이 단정한 여자의 목에 죽은 송장을 걸치면 그 여자는 싫어하고 괴로워합니다. 세존이시여, 저도 그와 같아서 이 몸을 싫어하고 괴로워하는 것이 그와 다름이 없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범행을 닦는 이와 다투고 멀리 유행을 떠나겠습니까? 그것은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께서도 그것을 아시고, 저 비구도 그것을 알 것입니다. 만일 그런 일이 있었다면 저 비구가 제 참회를 받아 주기를 바랍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그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스스로 참회해야 한다. 왜냐하면 만일 참회하지 않는다면 네 머리가 일곱 조각으로 부서질 것이기 때문이니라.”

그때 그 비구는 두려운 생각이 들어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여래의 발에 예배하고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이제 사리불께 잘못했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의 참회를 받아 주소서.”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비구야, 너는 사리불에게 참회하라. 만일 그러지 않으면 네 머리가 일곱 조각이 날 것이다.”

그러자 그 비구는 곧 사리불에게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사리불에게 아뢰었다.
“원컨대 제 참회를 받아 주십시오. 제가 어리석어 진실을 분별하지 못했습니다.”

그때 세존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이 비구의 참회를 받아 주고 또 손으로 그 머리를 어루만져 주어라. 왜냐하면 만일 이 비구의 참회를 받아 주지 않으면 머리가 일곱 조각이 날 것이기 때문이다.”

사리불은 손으로 그 머리를 어루만지며 그 비구에게 말하였다.
“그대 참회를 받아 주겠소. 그대는 어리석고 미혹한 사람과 같았지만 우리 불법은 매우 넓고 크오. 그대는 이제 제때에 뉘우칠 줄 알았으니, 훌륭하오. 내 이제 그대의 참회를 받아들이겠으니 이후로 다시는 그런 잘못을 저지르지 마시오.”
그래도 이렇게 두 번 세 번 되풀이하였다.

사리불은 다시 그 비구에게 말하였다.
“다시는 그런 잘못을 저지르지 마시오. 왜냐하면 지옥에 들어가는 여섯 가지 법이 있고, 천상에 태어나는 여섯 가지 법이 있으며, 열반에 들어가는 여섯 가지 법이 있기 때문이오.
어떤 것이 여섯 가지인가? 남을 해치려 하는 것,‘나는 이미 해치려는 마음을 일으켰다’고 하며 곧 기뻐 뛰면서 어쩔 줄 모르는 것,‘나는 다른 사람들도 남을 해치도록 가르쳐 그들이 해치려는 마음을 일으키도록 하리라’고 하는 것, 남을 해치고 나서 기뻐하는 것,‘나는 이런 향기롭지 못한 질문을 하리라’고 하는 것,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곧 근심하고 걱정하는 것이오. 이것이 이른바 ‘사람을 나쁜 곳에 떨어지게 하는 여섯 가지 법이 있다’라고 한 것이오.

어떤 것이 사람을 좋은 곳에 태어나게 하는 여섯 가지인가? 이른바 몸의 계행을 완전히 갖추는 것, 입의 계행을 완전히 갖추는 것, 뜻의 계행을 완전히 갖추는 것, 목숨을 청정하게 하는 것, 죽이고 해치려는 마음이 없는 것, 질투하는 마음이 없는 것, 이것이 이른바 ‘좋은 곳에 태어나게 하는 여섯 가지가 있다’라고 한 것이오.

열반에 이르기 위해 어떤 여섯 가지 법을 닦아야 하는가? 이른바 6사념법(思念法)이니, 어떤 것이 여섯 가지인가? 이른바 몸으로 자비를 행하여 더러움이 없는 것, 입으로 자비를 행하여 더러움이 없는 것, 뜻으로 자비를 행하여 더러움이 없는 것, 이익을 얻으면 남들과 고루 나누고 아까워하지 않는 것, 결점이 없는 금계(禁戒)를 받들어 지키고 지혜로운 자들이 소중히 여기는 이러한 계를 완전히 구족하는 것, 모든 삿된 소견과 바른 소견과 괴로움의 근본을 완전히 없앨 수 있는 성현의 출요(出要) 등 이런 여러 소견들을 모두 분명히 아는 것, 이것이 이른바 ‘사람을 열반에 이르게 하는 여섯 가지 법’이라 하는 것이오. 비구여, 그대는 이제 방편을 구해 이 여섯 가지 법을 행하도록 하오. 이와 같나니 비구여,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오.”

그때 그 비구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사리불의 발에 예배하고 말하였다.
“저는 이제 거듭 스스로 참회합니다. 어리석고 미혹한 사람처럼 저는 진실을 분별하지 못하였습니다. 원컨대 사리불께서는 저의 참회를 받아 주십시오. 이후로 다시는 범하지 않겠습니다.”

사리불이 말하였다.
“그대의 참회를 받아 주겠소. 성현의 법은 매우 넓고 크오. 그대는 과거를 고치고 미래를 닦아 다시는 범하지 마시오.”

그때 그 비구는 사리불의 말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7 ]4)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첫째가는 가장 공한 법을 설명하리니, 너희들은 잘 사유하고 기억하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비구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있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어떤 것이 가장 공한 법인가? 저 눈은 생길 때에는 곧 생기지만 그 오는 곳을 볼 수 없고, 멸할 때에는 곧 멸하지만 그 멸하는 곳을 볼 수 없다. 다만 임시로 이름이 붙여진 법[假號法]과 인연의 법[因緣法]은 제외한다.
어떤 것이 임시로 붙여진 이름과 인연의 법인가? 이른바 이것이 있으면 곧 있고 이것이 생기면 곧 생기는 것이다. 즉 무명(無明)을 인연해 행(行)이 있고, 행(行)을 인연해 식(識)이 있으며, 식을 인연해 명색(名色)이 있고, 명색을 인연해 6입(入)이 있으며, 6입을 인연해 접촉[更樂:觸]이 있고, 접촉을 인연해 느낌[痛:受]이 있으며, 느낌을 인연해 애욕[愛]이 있고, 애욕을 인연해 집착[取]이 있으며, 집착을 인연해 존재[有]가 있고, 존재를 인연해 태어남[生]이 있으며, 태어남을 인연해 죽음[死]이 있고, 죽음을 인연해 근심[愁]ㆍ걱정[憂]ㆍ괴로움[苦]ㆍ번민[惱] 등 헤아릴 수 없는 것들이 있게 된다. 이와 같이 괴로움의 쌓임은 이 인연으로 된 것이니라.

이것이 없으면 곧 없고 이것이 멸하면 곧 멸한다. 즉 무명이 멸하면 행이 멸하고, 행이 멸하면 식이 멸하며, 식이 멸하면 명색이 멸하고, 명색이 멸하면 6입이 멸하며, 6입이 멸하면 접촉이 멸하고, 접촉이 멸하면 느낌이 멸하며, 느낌이 멸하면 애욕이 멸하고, 애욕이 멸하면 집착이 멸하며, 집착이 멸하면 존재가 멸하고, 존재가 멸하면 태어남이 멸하며, 태어남이 멸하면 죽음이 멸하고, 죽음이 멸하면 근심ㆍ걱정ㆍ괴로움ㆍ번민이 모두 멸한다. 다만 임시로 이름이 붙여진 법만은 제외한다.

귀ㆍ코ㆍ혀ㆍ몸ㆍ뜻이라는 법도 또한 그와 같으니, 즉 생길 때에는 곧 생기지만 그 오는 곳을 알 수 없고, 멸할 때에는 곧 생기지만 멸하는 곳을 알 수 없다. 다만 그 임시로 이름이 붙여진 법만은 제외한다.
임시로 이름이 붙여진 법[假號法]이란 이것이 생기면 곧 생기고 이것이 멸하면 곧 멸하는 것이다. 이 6입도 지은 사람이 없고, 또한 명색과 6입도 부모로 말미암아 있기는 하지만 태에 들어간 자는 없다. 이것들은 인연으로 있는 것이요, 이 또한 임시로 붙여진 이름이며, 반드시 앞의 대상이 있은 뒤에야 비로소 있는 것이다.
마치 나무를 비벼 불을 구할 때 앞의 대상이 있는 뒤에야 불이 생기는 것과 같다. 그러나 불은 나무에서 나온 것도 아니요, 또 나무를 떠나 생기는 것도 아니다. 설사 어떤 사람이 나무를 쪼개어 불을 찾더라도 불을 얻지는 못하리니, 그것은 모두 인연이 모인 뒤에야 불이 있기 때문이다.
이 6정(情)5)이 일으키는 병 또한 그와 같아서 모두 인연이 모임으로 말미암아 그 가운데서 병을 일으킨다. 이 6입(入)은 생길 때에는 곧 생기지만 그 오는 곳을 볼 수 없고, 멸할 때에는 곧 멸하지만 그 멸하는 곳을 볼 수 없다. 그러나 임시로 이름이 붙여진 법만은 제외하나니, 그것은 부모의 인연이 모임으로 말미암아 있는 것이니라.”

그때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처음에는 어머니 태 안에 들며
차츰차츰 엉긴 수(酥)처럼 되다가
드디어 혹처럼 되고
그런 뒤 비슷한 형상으로 변한다.

머리와 목이 먼저 생기고
다음에 차츰 손발이 생기며
온갖 뼈마디가 제각기 생기고
털과 손발톱ㆍ이빨 생긴다.

만일 그 어머니 온갖 음식과
갖가지 요리를 먹으면
그 정기로써 살아가나니
태를 받은 목숨의 근본이니라.

그로써 형체가 이루어지고
모든 감각기관이 빠짐없이 갖춰져
어머니로부터 태어나게 되나니
태를 받는 괴로움 이러하니라.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인연이 모여 곧 이 몸도 이루어진 것이니라. 또 비구들아, 한 사람의 몸에는 360개의 뼈가 있고, 9만 9천 개의 털구멍이 있으며, 5백 개의 맥(脈)이 있고, 5백 개의 근육이 있으며, 8만 종의 벌레가 산다.
비구들아, 알아야 한다. 6입으로 된 이 몸에는 이런 재앙이 있느니라. 비구들아,‘누가 이 뼈를 만들었는가? 누가 이 근육과 맥을 붙였는가? 누가 이 8만 종의 벌레를 만들었는가?’라고 생각하고 사유해보아라.

그 비구가 이렇게 생각하고 사유해본다면 그는 곧 두 가지 과보를 얻게 되리니, 아나함(阿那含)이 되거나 혹은 아라한(阿羅漢)이 될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360개의 뼈가
사람의 몸속에 있네.
이는 과거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
나도 이제 그렇게 말한다.

근육은 5백 개
맥의 수도 그렇고
벌레는 8만 종
9만 9천 개의 털구멍.

마땅히 몸을 이렇게 관찰하며
비구들이여, 부지런히 정진하라.
아라한 도를 재빨리 얻어
열반의 세계에 이르게 되리라.

이런 법은 모두 비고 고요하건만
어리석은 사람들 그것을 탐내고
지혜로운 사람들 마음으로 기뻐하며
이 공한 법의 근본을 듣는다네.

“비구들아, 이것이 이른바 첫째가는 가장 공한 법이니라. 나는 여래께서 말씀하신 법을 너희들에게 설명하였다. 나는 이제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는 마음으로 할 일을 다 하였다.
너희들은 그 법을 수행하기를 항상 생각하고, 한적한 곳에서 좌선하며 사유하기를 게을리 하지 말라. 지금 수행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이익이 없을 것이다. 이것이 나의 교훈이다. 이와 같나니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8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생루(生漏) 범지6)는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서로 문안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생루 범지가 세존께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지금 찰리(刹利)는 마음으로 무엇을 바라고, 무슨 일을 하며, 어떤 가르침에 집착하고, 무엇을 구경(究竟)으로 여깁니까? 또 지금 바라문은 마음으로 무엇을 바라고, 무슨 일을 하며, 어떤 가르침에 집착하고, 무엇을 구경으로 여깁니까? 또 지금 국왕은 마음으로 무엇을 바라고, 무슨 일을 하며, 어떤 가르침에 집착하고, 무엇을 구경으로 여깁니까? 또 지금 도둑은 마음으로 무엇을 바라고, 무슨 일을 하며, 어떤 가르침에 집착하고, 무엇을 구경으로 여깁니까? 또 지금 여자는 마음으로 무엇을 바라고, 무슨 일을 하며, 어떤 가르침에 집착하고, 무엇을 구경으로 여깁니까?”

그때 세존께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찰리 종족은 항상 싸우기를 좋아하고, 온갖 기술이 많으며, 사무를 좋아하고, 중도에 쉬지 않고 끝까지 하기를 바란다.”

“바라문은 마음으로 무엇을 바랍니까?”

“바라문은 마음으로 주술을 좋아하고, 반드시 살 집을 지으며, 한적한 곳을 좋아하고, 범천에 뜻을 둔다.”

“국왕은 마음으로 무엇을 바랍니까?”

“범지여, 알아야 한다. 왕은 정치의 권력을 얻기를 바라고, 군대와 무기에 뜻을 두며, 재물에 탐착하느니라.”

“도둑은 마음으로 무엇을 바랍니까?”

“도둑은 훔칠 뜻을 품고 간사한 데 마음을 두며, 자기가 한 짓을 남들이 모르게 하려고 한다.”

“여자는 마음으로 무엇을 바랍니까?”

“여자는 남자에게 뜻을 두고, 재물에 탐착하며, 남녀 간의 일에 마음이 매여 있고 자유롭기를 바라느니라.”

그때 범지가 세존께 아뢰었다.
“참으로 놀랍고, 참으로 뛰어나십니다. 그런 일들을 다 아시고 계셨군요. 그것은 진실이요, 헛말이 아닙니다. 그러면 지금 비구는 마음으로 무엇을 바랍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계덕을 두루 갖추고, 마음은 도법에 노닐며, 뜻을 네 가지 진리에 두고, 열반에 이르려고 한다. 이것이 비구가 구하는 것이니라.”

이때 생루 범지가 세존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비구가 먹는 마음은 움직일 수 없습니다. 그 이치는 실로 그러합니다. 구담이시여, 열반은 매우 즐거운 것이고, 여래께서는 너무도 많은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마치 장님이 눈을 뜨고, 귀머거리가 소리를 듣게 되며, 어둠 속에 있던 자가 빛을 보는 것과 같습니다. 오늘 여래께서 하신 말씀도 그와 같아서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저는 이제 나라 일이 너무 많아 이만 돌아가려 합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때를 알아서 하라.”
그때 생루 범지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주위를 세 번 돌고 곧 물러갔다.

그때 생루 범지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9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생루 범지는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범지가 세존께 아뢰었다.
“이 가운데서 어떤 비구가, 또 어떻게 해야, 범행을 닦으며 번뇌가 흘러나오는 일이 없고 청정하게 범행을 닦을 수 있겠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사람이 계율을 완전히 갖추고 범하지 않는다면, 이것을 청정하게 범행을 닦는 것이라 한다. 또 범지여, 눈으로 빛깔을 보더라도 생각을 일으키지 않고 분별을 일으키지 않으며 나쁜 생각을 없애고 좋지 못한 법을 버려 눈을 온전하게 할 수 있다면, 이것이 이른바 ‘이 사람은 청정하게 범행을 닦는다’고 하는 것이다.
또 귀로 소리를 듣거나, 코로 냄새를 맡거나, 혀로 맛을 보거나, 몸으로 감촉을 느끼거나, 뜻으로 법을 알더라도 분별이나 생각이 전혀 없고 청정하게 범행을 닦아 그 뜻을 온전하게 할 수 있다면, 이런 사람은 범행을 닦으며 번뇌가 흘러나오는 일이 없을 수 있느니라.”

바라문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어떤 사람이 범행을 닦지 않고, 청정한 행을 두루 갖추지 못합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사람들이 함께 모여 있다면 그것은 범행이 아니니라.”

바라문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떤 사람이 번뇌가 있고 두루 갖추지 못합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어떤 사람이 여자와 교접하거나 손발을 서로 비비거나 그녀를 마음에 품고 잊지 않는다면, 범지여, 이것이 이른바 ‘행을 두루 갖추지 못하고, 온갖 음탕한 마음이 흘러나오는 것이며, 음욕ㆍ성냄ㆍ어리석음과 상응하는 것’이니라.

또 범지여, 여자와 장난을 치거나 서로 말을 주고받는다면, 범지여, 이것이 이른바 ‘이 사람은 행을 온전히 갖추지 못한 것이고, 음욕ㆍ성냄ㆍ어리석음이 흘러나오며, 범행을 갖추지 못하고 청정한 행을 닦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니라.

또 범지여, 어떤 여자의 음탕한 눈길과 서로 마주쳤는데도 눈길을 옮기지 않고 거기서 곧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생각을 일으켜 온갖 어지러운 생각들을 한다면, 범지여, 이것이 이른바 ‘이 사람은 범행이 깨끗하지 못하고 범행을 닦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니라.

또 범지여, 어떤 사람이 우는 소리나 웃는 소리를 멀리서 듣고 거기서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일으켜 온갖 어지러운 생각들을 한다면 범지여, 이것이 이른바 ‘이 사람은 범행을 깨끗이 닦지 않고, 음욕ㆍ성냄ㆍ어리석음과 상응하며, 행을 완전히 갖추지 못했다’고 하는 것이니라.

또 범지여, 어떤 사람이 일찍이 보았던 여자를 뒤에 다시 생각해 그 머리와 눈을 기억하고는 거기서 그리움을 내어 으슥한 곳에서 음욕ㆍ성냄ㆍ어리석음을 일으켜 나쁜 행과 상응한다면, 범지여, 이것이 이른바 ‘이 사람은 범행을 닦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니라.”

그때 생루 범지가 세존께 아뢰었다.
“참으로 놀랍고 참으로 뛰어나십니다. 사문 구담께서는 범행도 아시고 범행이 아닌 것도 아시며, 번뇌가 흘러나오는 행도 아시고 번뇌가 흘러나오지 않는 행도 아십니다. 왜냐하면 저도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여자와 손발이 서로 닿게 되면 곧 온갖 어지러운 생각들을 일으킵니다. 그때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이 사람은 행이 깨끗하지 못하고,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과 상응한다. 첫째가는 접촉은 여자이고, 첫째가는 욕망은 눈과 눈이 서로 마주치는 것이다. 그렇게 여자는 말과 웃음으로 남자를 얽어매고, 혹은 말을 걸어 남자를 얽어맨다.’
지금 저는 ‘이런 여섯 종류의 사람은 모두 깨끗하지 못한 행을 한다’고 이렇게 생각합니다. 오늘 여래께서는 너무도 많은 말씀을 해 주시니, 마치 장님이 눈을 뜨고 헤매던 사람이 길을 발견하며 어리석은 사람이 도를 듣게 되고 눈을 가진 사람이 빛깔을 보는 것과 같습니다.
여래께서는 그와 같이 설법하셨습니다. 저는 지금 부처님과 법과 승가에 귀의합니다. 지금부터 다시는 살생하지 않겠습니다. 원컨대 저를 우바새로 받아 주소서.”

그때 생루 범지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10 ]7)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비사리(毗舍離 교외의 숲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존자 마사(馬師)는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성에 들어가 걸식하였다.
그때 살차니건자(薩遮尼揵子)8)는 멀리서 마사가 오는 것을 보고 곧 마사에게 가서 말하였다.
“그대의 스승은 어떤 이치를 말하고, 어떤 교리와 어떤 계율로 그대들에게 설법하는가?”

마사는 대답하였다.
“범지여, 색(色)은 무상한 것이다. 무상한 것은 괴로운 것이요, 괴로운 것은 나[我]가 없으며, 나가 없는 것은 곧 공(空)한 것이다. 공하다면 그것은 내 소유가 아니요 나도 그것의 소유가 아니니, 이것이 지혜로운 자들이 배우는 것이다. 통(痛:受)ㆍ상(想)ㆍ행(行)ㆍ식(識)도 무상한 것이니, 이 5성음(盛陰)은 무상한 것이다. 무상한 것은 괴로운 것이요, 괴로운 것은 나가 없으며, 나가 없는 것은 곧 공한 것이다. 공하다면 그것은 내 소유가 아니요 나도 그것의 소유가 아니다. 그대가 알고 싶어하는 우리 스승의 가르침과 훈계는 그 이치가 이와 같고, 제자들을 위해 이런 이치를 말씀하신다.”

그때 니건자는 두 손으로 귀를 막으면서 말하였다.
“그만, 그만. 마사여, 나는 그런 소리 듣고 싶지 않다. 아무리 구담 사문이 그렇게 가르친다 해도 나는 조금도 듣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내 주장대로라면 색(色)은 영원한데 그 사문의 주장은 무상하다고 하기 때문이다. 언제 한 번 사문 구담을 만나 함께 변론해서 사문 구담의 뒤바뀐 생각을 고쳐 주리라.”

그때 비사리성에 살던 5백 동자는 한 곳에 모여 서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때 니건자가 5백 동자에게 가서 동자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모두 오라. 우리 함께 사문 구담에게 가자. 왜냐하면 저 사문 구담과 변론해서 저 사문이 바른 진리의 길을 볼 수 있도록 해 주고 싶기 때문이다. 저 사문은 색을 무상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내 주장대로라면 색은 영원한 것이다.
마치 역사(力士)가 털이 긴 양을 손으로 잡고 동ㆍ서 어디로든 마음대로 끌고 가되 아무 어려움이 없는 것처럼, 나도 그와 같이 저 사문 구담과 변론하며 마음대로 그를 잡았다 놓았다 하기에 아무 어려움이 없으리라. 또 여섯 개의 이빨을 가진 사나운 코끼리는 깊은 산에서 놀아도 아무것도 어려워 할 것이 없는 것처럼, 나도 이제 그와 같아 그자와 변론하기에 아무 어려움이 없으리라. 또 건장한 두 사내가 연약한 한 사람을 붙잡아 불에 지지며 마음대로 뒤집되 아무 어려움이 없는 것처럼, 나도 그와 같이 저와 변론하되 아무 어려움이 없으리라.
나는 변론으로 코끼리도 죽일 수 있거늘 하물며 사람이겠는가? 또 코끼리도 동ㆍ서ㆍ남ㆍ북으로 마음대로 부리는데 어찌 사람만 그리 못하겠느냐? 마음이 없는 물건인 이 강당의 들보나 기둥도 오히려 옮길 수 있는데 하물며 사람과 변론해서 이기는 일 정도이겠는가? 나는 그가 얼굴의 구멍에서 피를 쏟으며 죽게 하리라.”

그 모임에 있던 어떤 동자가 말하였다.
“니건자는 끝내 저 사문을 변론으로 대적할 수 없을 것이다. 아마 사문 구담이 니건자를 변론으로 대적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어떤 동자는 이렇게 말하였다.
“사문은 니건자를 변론으로 대적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니건자는 저 사문을 변론으로 대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 니건자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만일 저 사문 구담의 주장이 저 마사 비구의 말대로라면 상대할 만하겠지만 다른 이치가 있더라도 들어 보면 알 것이다.’

그때 니건자는 5백 동자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서로 문안하고 한쪽에 앉았다. 이때 니건자가 세존께 아뢰었다.
“어떻소? 구담이여, 어떤 교리와 어떤 계율로 제자들을 훈계하오?”

부처님께서 니건자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이렇게 주장한다. 색은 무상한 것이다. 무상한 것은 곧 괴로운 것이요, 괴로운 것은 나가 없으며, 나가 없는 것은 곧 공한 것이다. 공하다면 그것은 내 소유가 아니요, 나도 그것의 소유가 아니다. 통ㆍ상ㆍ행ㆍ식도 그러하니, 이 5성음(盛陰)은 다 무상한 것이다. 무상한 것은 곧 괴로운 것이요, 괴로운 것은 나가 없으며, 나가 없는 것은 곧 공한 것이다. 공하다면 그것은 내 소유가 아니요, 나도 그것의 소유가 아니다. 내 가르침은 이런 이치이니라.”

니건자는 말하였다.
“나는 그런 이치는 듣고 싶지 않소. 왜냐하면 내가 이해하기로는 색은 영원하기 때문이오.”

“그대는 일단 마음을 모으고 오묘한 이치를 사유해 보라. 그 다음에 다시 말하라.”

“내가 지금 말한 ‘색은 영원하다’는 이치는 이 5백 동자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대가 지금 말한 ‘색은 영원하다’는 이치는 이 5백 동자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너의 주장을 말하면서 왜 저 5백 사람을 끌어들이는가?”

니건자가 대답하였다.
“나는 ‘색은 영원하다’고 말하오. 사문께선 어떤 주장을 하고 싶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색은 무상하고 또한 나가 없다’고 말한다. 억지와 거짓으로 수(數)를 모아 이 색이 있는 것일 뿐, 진실함도 없고 단단함도 견고함도 없어 눈덩이와 같은 것이니, 그것은 없어지는 법이요 변하는 법이다. 너는 지금 ‘몸은 영원하다’고 말하였다. 내가 이제 너에게 물으리니 마음대로 대답하라. 어떤가? 니건자여, 전륜성왕은 자기 나라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 그래서 그 대왕은 놓아주지 않을 자도 놓아주고 결박하지 않을 자도 결박할 수 있는가?”

니건자가 대답하였다.
“성왕이라면 그런 자유로운 힘이 있어 죽이지 않을 자도 죽일 수 있고, 결박하지 않을 자도 결박할 수 있소.”

“어떤가? 니건자여, 그런 전륜성왕도 늙겠는가? 머리가 하얗게 세고 얼굴이 쭈글쭈글해지며 옷에는 때가 꼬질꼬질 끼겠는가?”
그러자 니건자는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세존께서 두 번 세 번 물었으나 그는 여전히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그때 밀적 금강역사(密跡金剛力士)가 손에 금강저(金剛杵)를 들고 허공에서 말하였다.
“네가 대답하지 않는다면 여래 앞에서 네 머리를 부수어 일곱 조각을 내리라.”

그때 세존께서는 니건자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허공을 보라.”

니건자는 공중을 우러러 밀적 금강역사를 보고 또 ‘만일 네가 여래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는다면 네 머리를 부수어 일곱 조각을 내리라’라는 공중의 그 소리를 들었다. 그는 그것을 보고 놀랍고 두려워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그는 세존께 아뢰었다.
“원컨대 구담이여, 나를 살려 주시오. 그리고 이제 다시 물으시오. 내가 대답하겠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어떤가? 니건자여, 전륜성왕도 늙겠는가? 그 역시 머리가 하얗게 세고 이빨이 빠지며 피부가 늘어지고 얼굴이 쭈글쭈글해지겠는가?”

니건자는 대답하였다.
“사문 구담이 그렇게 말하더라도 나는 ‘색은 영원하다’고 주장하겠소.”

“그대는 잘 사유해본 뒤에 대답하라. 앞뒤의 말이 서로 맞지 않는구나. 전륜성왕도 늙는지, 또 머리가 하얗게 세고 이빨이 빠지며 피부가 늘어지고 얼굴이 쭈글쭈글해지는지 그것만 논하라.”

니건자가 대답하였다.
“전륜성왕도 아마 늙을 것이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전륜성왕은 자기 나라에서는 언제나 자유로울 수 있는데, 왜 늙음과 병듦과 죽음은 물리치지 못하는가? 만일 ‘내게는 늙음과 병과 죽음이 필요 없다. 나는 영원히 이러하리라’고 하며 그렇게 하고 싶어한다면 그것이 과연 이치에 옳겠는가?”

그때 니건자는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고, 근심과 걱정으로 괴로워하며 잠자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니건자는 온몸에서 땀을 흘렸고 그 땀은 옷을 적시고 또 앉은자리와 땅까지 적셨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니건자여, 그대는 대중들이 있는 자리에서 이렇게 사자처럼 외쳤었다.
‘너희 동자들은 나와 함께 저 구담에게로 가자. 그와 변론하여, 마치 털이 긴 양을 손으로 잡고 동ㆍ서로 마음대로 끌되 아무 어려움이 없는 것처럼, 또 큰 코끼리가 깊은 산중에 들어가 마음대로 노닐되 두려움이 없는 것처럼, 또 건장한 두 사내가 연약한 한 사람을 잡고 불에 지지며 마음대로 뒤적거리는 것처럼 그를 항복 받으리라.’
너는 또 ‘나는 항상 변론으로 큰 코끼리를 죽일 수 있다. 이런 들보나 기둥이나 초목들은 다 마음이 없는 것이지만, 이런 것들과도 변론해 굽히고 펴고 숙이고 쳐들게 할 수 있고 또 겨드랑 밑으로 땀을 흘리게 할 수도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때 세존께서 세 가지 법의를 들추어 니건자에게 보이면서 말씀하셨다.
“너는 여래의 겨드랑이에 흐른 땀이 없는 것을 보라. 그런데 지금 너는 땀을 흘려 땅까지 적시는구나.”
니건자는 또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그때 모여 있던 대중들 가운데에 두마(頭摩)1)라는 동자가 있었는데, 두마 동자가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지금 베풀어 주신 것을 감당할 수 있고, 또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마음대로 말하라.”

두마 동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마치 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 목욕하기 좋은 연못이 있는데, 그 목욕하는 연못에 다리가 많은 벌레가 있는 경우와 같습니다. 그러면 그 마을 사람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그 목욕하는 연못으로 가 그 벌레를 잡아내고 제각기 기왓장이나 돌로 그 팔과 다리를 때려 잘라버립니다. 결국 그 벌레는 물로 도로 들어가고 싶어도 끝내 그리될 수 없습니다. 이 니건자도 그와 같습니다. 그는 처음에는 서슬이 시퍼런 마음으로 여래와 변론하려 하며 마음에 질투와 교만을 품었었는데, 이제 여래께서 그것을 완전히 없애 영원히 남김 없게 하셨습니다. 따라서 이 니건자는 다시는 여래께 찾아와 변론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때 니건자가 두마 동자에게 말하였다.
“너는 지금 어리석어 참과 거짓도 분별하지 못하는구나. 또 나는 너하고 변론하는 것이 아니라 사문 구담과 변론하고 있는 것이다.”
니건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치를 물어 주시오. 내가 다시 말하겠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어떤가? 니건자여, 전륜성왕이 늙음ㆍ병듦ㆍ죽음이 닥치지 않게 하려 한다면, 그럴 수 있겠는가?그 성스러운 대왕은 그 소원을 이룰 수 있겠는가?”

“그 소원은 이룰 수 없소.”

“이 색은 있게 하고 이 색은 없게 하려고 한다면 될 수 있겠는가?”

“될 수 없소, 구담이여.”

“어떤가? 니건자여, 이 색은 영원한가, 무상한가?”

“색은 무상한 것이오.”

“만일 무상하다면 그것은 바뀌고 변하는 법이다. 너는 그래도 ‘이것은 나다’라거나 ‘나는 저것의 소유이다’라고 보겠는가?”

“아니오, 구담이여.”

“그러면 통ㆍ상ㆍ행ㆍ식은 영원한가, 무상한가?”

“무상하오.”

“만일 무상하다면 그것은 변하고 바뀌는 법이다. 그런데도 너는 과연 그것을 있다고 보는가?”

“그것은 없는 것이오.”

“이 5성음(盛陰)은 영원한가, 무상한가?”

“무상하오.”

“만일 무상하다면 그것은 변하고 바뀌는 법이다. 그런데도 너는 과연 그것을 있다고 보는가?”

“그것은 없는 것이오.”

“어떠냐, 니건자야. 너는 ‘영원하다’고 말했었는데, 그 말은 이 이치와 어긋나지 않는가?”

그때 니건자는 세존께 아뢰었다.
“제가 지금 어리석어 진리를 분별하지 못하고 그런 감정을 품어 구담과 논쟁하며 ‘색은 영원하다’고 말했습니다. 어떻게 맹수인 사자가 멀리서 사람이 오는 것을 보고 두려워하겠습니까? 끝내 그럴 일은 없습니다. 지금 여래께서도 그와 같아 털끝만큼도 두려움이 없으십니다. 제가 지금 미치고 어리석어 깊은 이치를 알지 못하고 감히 사문 구담을 괴롭혔습니다.
사문 구담께서 많은 말씀을 해 주시니, 마치 장님이 눈을 뜨고 귀머거리가 소리를 듣게 되며 헤매던 이가 길을 발견하고 눈 없던 자가 빛깔을 보게 된 것과 같습니다. 사문 구담께서도 그처럼 무수한 방편으로 설법해 주셨습니다.
저는 이제 사문 구담과 법과 비구 스님들께 귀의합니다. 제가 우바새가 되도록 허락하소서. 지금부터 목숨을 마칠 때까지 살생하지 않겠습니다. 원컨대 구담과 비구 스님들께선 제 청을 받아 주소서. 저는 부처님과 비구 스님들께 공양을 올리고 싶습니다.”
세존께서는 잠자코 그 청을 받아 주셨다.

니건자는 세존께서 잠자코 청을 받으신 것을 보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주위를 세 번 돈 뒤에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떠났다.
그는 비사리의 동자들이 있는 곳으로 가 동자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내게 공양할 재료를 지금 곧 내게 가져오고 때를 어기지 말라. 나는 지금 사문 구담과 그 비구 스님들을 초청하였다. 내일 공양하리라.”

동자들은 각기 공양거리를 마련해 가지고 와서 그에게 주었다. 니건자는 그날 밤으로 갖가지 맛있는 음식을 장만하고 좋은 자리를 펴고 때가 되어 세존께 아뢰었다.
“이제 때가 되었습니다. 세존께서는 왕림하소서.”

세존께서는 때가 되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비구 스님들을 데리고 비사리로 가시어 니건자의 집에 이르러 자리에 앉으셨다. 비구들도 차례로 앉았다. 니건자는 부처님과 비구들이 좌정한 것을 보고 갖가지 음식을 손수 돌렸다.
그리고 부처님과 비구들이 공양을 마치자 그는 깨끗한 물을 돌리고, 곧 작은 자리를 가지고 와서 여래 앞에 앉아 설법을 듣고자 하였다.

그때 세존께서는 그를 위해 차근차근 미묘한 논을 말씀하셨다. 이른바 논이란, 보시론ㆍ계율론ㆍ하늘에 태어나는 것에 대한 논이요, 탐심은 더럽고 음욕은 깨끗지 못한 행이므로 그것을 벗어나는 것이 즐거움이라 하셨다.
세존께서는 니건자의 마음이 열리고 뜻이 풀린 것을 보시고는, 모든 부처님께서 항상 말씀하시는 괴로움과 괴로움의 발생과 괴로움의 소멸과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그 니건자에게 모두 말씀하셨다. 이때 니건자는 곧 그 자리에서 온갖 번뇌가 없어지고 법안이 깨끗해졌다.

그때 세존께서는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제사에선 불이 제일이 되고
문장에선 게송이 으뜸이 되며
사람 중에선 임금이 제일이고
모든 물은 바다가 근원이며
별 가운데에선 달이 가장 밝고
광명 중에선 해가 제일이라네.

위와 아래와 또 사방과
모든 땅에서 자라는 만물
하늘과 사람들 그 가운데서
부처님이 더 없이 높은 분이니
만일 그 덕을 구하고 싶다면
세 부처님을 최상으로 여겨라.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마치시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셨다.

이때 니건자의 5백 제자는 자신들의 스승이 부처님의 교화를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저희들끼리 말하였다.
“우리 스승께서 어쩌다 구담을 스승으로 섬기게 되었을까?”
그래서 그 제자들은 비사리성을 나서 길에 서서 기다렸다.
그때 니건자는 부처님께 나아가 법을 듣고자 하였고, 세존께서는 그를 위해 설법하시어 기뻐하게 하셨다. 니건자는 설법을 듣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물러나 떠났다.

니건자의 제자들은 멀리서 그들의 스승이 오는 것을 보고 저희끼리 말하였다.
“저 사문 구담의 제자가 지금 저기 온다.”

그리곤 제각기 기왓장과 돌을 들고 그를 때려 죽였다. 그때 여러 동자들은 니건자가 그 제자들에게 맞아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세존께 나아가 세존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동자들이 세존께 아뢰었다.
“여래께서 교화하신 니건자가 지금 제자들에게 살해당했습니다. 그는 지금 목숨을 마치고 어디에 태어났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는 덕이 있는 사람으로서 네 가지 진리를 완전히 갖추고 세 가지 번뇌[結使]를 없애 수다원(須陀洹)을 이루었으니 반드시 괴로움을 벗어날 것이다. 지금 그는 목숨을 마치고 삼십삼천에 태어났다. 그는 미륵부처님을 뵙고는 완전히 괴로움을 벗어날 것이니, 이것이 곧 그 이치이다. 그것을 생각하며 수행하라.”

그때 동자들은 세존께 아뢰었다.
“참으로 이상하고 참으로 놀랍습니다. 그 니건자는 세존께 찾아와 변론으로 겨루려다가 도리어 제 변론에 스스로 묶여 여래의 교화를 받았습니다. 여래를 뵙는 일은 결코 허망하지 않습니다. 마치 사람들이 바다에 들어가 보배를 구하면 반드시 그것을 얻고 끝내 헛되이 돌아오지 않는 것처럼, 어떤 사람이 여래께 찾아온다면 그는 반드시 법의 보배를 얻고 끝내 헛되이 돌아가지 않습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동자들을 위해 미묘한 법을 말씀하시어 그들을 기쁘게 하셨다. 그러자 동자들은 부처님으로부터 설법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주위를 세 번 돈 뒤에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곧 물러나 떠났다.

그때 동자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주석
2 고려대장경 원문에는 ‘쇄(灑’자로 되어 있으나 명본에는 ‘추(箒)’자로 되어 있다. 문맥으로 보아 ‘추’자가 합당하리라 여겨져 명본에 의거해 번역한다.
3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13권 335번째 소경인 「제일의공경(第一義空經)」이 있다.
4 여섯 감각기관인 6근(根)의 다른 이름이다. 즉 이 경의 앞뒤에서 말한 6입(入)을 가리킨다.
5 팔리어로는 Jāṇussoṇībrāhmaṇa이고, 생문(生聞) 범지라고도 한다.
6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5권 110번째 소경인 「살차경(薩遮經)」이 있다.
7 팔리어로는 Saccaka Nigaṇṭhaputto라고 한다.
8 팔리어로는 Dummukha이고, 또는 돌목가(突目佉)라고도 한다.
1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26권 692번째 소경인 「팔력경(八力經)」과 693번째 소경인 「광설팔력경(廣說八力經」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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