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 4

증일아함경 제31권

동진 계빈 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김월운 번역

38. 역품(力品)①

[ 1 ]2)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여섯 가지 보통의 힘이 있다. 어떤 것이 여섯 가지인가? 어린애는 울음으로 힘을 삼아 할 말이 있으면 반드시 먼저 운다. 여자는 성냄으로 힘을 삼아 성을 낸 뒤에 말을 한다. 사문과 바라문은 참음으로 힘을 삼아 항상 겸손할 것을 생각하고 남들보다 낮춘 뒤에 자신의 말을 한다. 국왕은 교만으로 힘을 삼아 그 큰 권력으로 자신의 말을 한다. 그리고 아라한은 골똘하고 정밀함으로 힘을 삼아 자신의 말을 한다. 모든 불세존(佛世尊)께서는 큰 자비를 성취하고 그 큰 자비로 힘을 삼아 중생들에게 널리 이익을 주느니라.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여섯 가지 보통의 힘이 있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항상 큰 자비를 수행할 것을 생각하라.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2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늘 무상하다는 생각[無常想:無常觀]을 사유(思惟)하고, 무상하다는 생각을 널리 펴라. 무상(無常)하다는 생각을 사유하고 무상하다는 생각을 널리 펴고 나면,욕계(欲界)ㆍ색계(色界)ㆍ무색계(無色界)에 대한 욕망을 모두 끊고 또 무명과 교만을 끊게 될 것이다. 마치 불로 초목을 태우면 남김없이 영원히 없어지고 흔적도 없는 것처럼, 이 또한 그와 같아 만일 무상하다는 생각을 닦는다면 욕계와 색계와 무색계의 욕망을 모두 끊고 무명과 교만도 남김없이 영원히 없어질 것이다.
왜냐하면 비구가 무상하다는 생각을 닦으면 마음에 욕심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는 욕심 없는 마음으로 곧 법을 잘 분별하고 그 뜻을 사유하여 근심ㆍ걱정ㆍ괴로움ㆍ번민이 없어지게 되고, 법의 뜻을 사유함으로써 곧 어리석음과 미혹이 없어질 것이다.
만일 수행하는 사람이라면, 싸우는 이를 보게 되면 그는 곧 이렇게 생각한다.
‘저때 여러 사람들은 무상하다는 생각을 닦지 않고 무상하다는 생각을 널리 펴지 않기 때문에 저렇게 싸우는 것이다. 저들은 싸우면서 그 뜻을 보지 못하고 그 뜻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곧 미혹한 마음이 있게 된다. 저들은 이런 미혹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 목숨을 마치면 곧 아귀ㆍ축생ㆍ지옥의 세 갈래 나쁜 세계로 들어가느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아, 무상하다는 생각을 닦고 무상하다는 생각을 널리 펴면, 곧 성내는 생각과 어리석은 생각이 없어져 능히 법을 보고 그 뜻을 보아 목숨을 마친 뒤에는 천상ㆍ인간ㆍ열반의 세 갈래 좋은 세계에 태어나게 될 것이다.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3 ]3)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마갈국(摩竭國 우가지강(憂迦支江) 가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어떤 나무 아래로 가 손수 자리를 펴고 앉아 몸과 뜻을 바르게 하고 생각을 매어 앞에 두고 계셨다.

그때 어떤 범지가 그곳을 지나가게 되었다. 그 범지는 세존의 발자국이 오묘한 것을 보고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것은 어떤 사람의 발자국인가? 이것은 하늘ㆍ용ㆍ귀신ㆍ건답화(乾沓惒:건달바)ㆍ아수륜(阿須倫)ㆍ사람 혹은 사람이 아닌 자의 발자국인가? 아니면 우리의 선조 범천의 것인가?’
범지는 곧 발자국을 따라 앞으로 나아갔다. 그는 세존께서 어떤 나무 아래에 앉아 몸과 뜻을 바르게 하고 생각을 매어 앞에 두고 계신 것을 멀리서 보았다. 그는 이 모습을 보고 말하였다.
“당신은 하늘입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하늘이 아니다.”

“건답화입니까?”

“나는 건답화도 아니다.”

“용입니까?”

“나는 용도 아니다.”

“열차(閱叉)입니까?”

“나는 열차도 아니다.”

“우리들의 선조입니까?”

“나는 그대의 선조도 아니다.”

그러자 바라문이 세존께 여쭈었다.
“그러면 당신은 누구십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애욕[愛]이 있으면 취함[受:取]이 있고 취함이 있으면 애욕이 있다. 인연이 모인 뒤에 서로가 서로를 일으키는 것이 이와 같아 이리하여 5성음(盛陰)의 괴로움은 끊어질 때가 없다. 그러므로 애욕을 알면 곧 다섯 가지 욕망[五欲]을 알게 되고, 또 바깥의 6진(塵)과 안의 6입(入)을 알게 되며, 곧 이 성음(盛陰)의 본말을 알게 되느니라.”

그때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세상에는 다섯 가지 욕망이 있고
뜻이 여섯째로 생겨나는 것이니
안팎의 여섯 가지 입처(入處)를 알아
괴로움을 완전히 없앨 것을 생각하라.

“그러므로 방편을 구해 안팎의 여섯 가지를 없애도록 하라. 범지여,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때 그 범지는 부처님의 이러한 가르침을 듣고 되풀이해 깊이 사유하며 마음에서 놓지 않았다. 그래서 곧 그 자리에서 온갖 번뇌가 없어지고 법안이 깨끗해졌다.

그때 그 범지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4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옛날 깨달음을 얻기 전 보살로 있을 때 이런 생각을 했었다.
‘이 세상은 너무도 괴롭다. 태어남이 있고 늙음ㆍ병듦ㆍ죽음이 있으며 이 5성음(盛陰)은 그 근본을 다할 수가 없다.’
그때 나는 다시 생각하였다.
‘어떤 인연으로 이 태어남[生]ㆍ늙음[老]ㆍ병듦[病]ㆍ죽음[死]이 있으며, 어떤 인연으로 이런 재앙이 있게 된 걸까?’
이렇게 사유했을 때 다시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태어남이 있으면 곧 늙음ㆍ병듦ㆍ죽음이 있다.’
이렇게 사유했을 때 다시 ‘어떤 인연으로 태어남이 있는 걸까? 이것은 존재[有]에서 생긴 것이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또 ‘존재는 무엇으로 말미암아 있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였고, 이렇게 사유했을 때 곧 ‘이 존재는 취함[受:取]으로 말미암아 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다시 ‘이 취함은 무엇으로 말미암아 있는 걸까?’ 하고 생각하였고, 그때 지혜로 관찰해보니 애욕[愛]으로 말미암아 취함이 있는 것이었다.
다시 ‘이 애욕은 무엇으로 말미암아 생기는 걸까?’ 하고 사유하였고, 거듭 관찰해보니 느낌[痛:受]으로 말미암아 애욕이 있는 것이었다.

다시 ‘이 느낌은 무엇으로 말미암아 생기는 걸까?’ 하고 사유하였고, 이렇게 관찰했을 때, 접촉[更樂:觸]으로 말미암아 이 느낌이 있는 것이었다.
다시 ‘이 접촉은 무엇으로 말미암아 있는 걸까?’ 하고 거듭 사유하였고, 내가 이렇게 생각했을 때, 6입(入)을 인연하여 이 접촉이 있는 것이었다.
이때 나는 ‘이 6입은 무엇으로 말미암아 있는 걸까?’ 하고 거듭 사유하였고, 이렇게 관찰했을 때, 명색(名色)으로 말미암아 6입이 있는 것이었다.
이때 나는 다시 ‘명색은 무엇으로 말미암아 있는 걸까?’ 하고 이렇게 생각하였고, 이렇게 관찰했을 때, 식(識)으로 말미암아 명색이 있는 것이었다.
‘이 식은 무엇으로 말미암아 있는 걸까?’ 하고 이렇게 관찰했을 때, 행(行)으로 말미암아 식이 생기는 것이었다.
이때 나는 다시 ‘행은 무엇으로 말미암아 생기는 걸까?’ 하고 이렇게 생각하였고, 이렇게 관찰했을 때, 행은 어리석음[癡]으로 말미암아 생기는 것이었다.
무명(無明)을 인연하여 행이 있고, 행을 인연하여 식이 있으며, 식을 인연하여 명색이 있고, 명색을 인연하여 6입이 있으며, 6입을 인연하여 접촉이 있고, 접촉을 인연하여 느낌이 있으며, 느낌을 인연하여 애욕이 있고, 애욕을 인연하여 취함이 있으며, 취함을 인연하여 존재가 있고, 존재를 인연하여 태어남이 있으며, 태어남을 인연하여 죽음이 있고, 죽음을 인연하여 근심ㆍ걱정ㆍ번민ㆍ고통이 헤아릴 수 없게 된다. 이것을 괴로움 무더기의 발생이라 한다.

나는 그때 다시 ‘어떤 인연으로 말미암아 태어남ㆍ늙음ㆍ병듦ㆍ죽음이 멸하는가?’ 하고 이렇게 생각하였고, 내가 그것을 관찰했을 때 태어남이 멸하면 늙음ㆍ병듦ㆍ죽음이 멸하는 것이었다.
그때 다시 ‘무엇으로 말미암아 태어남이 없게 되는가?’ 하고 생각하였고, 이 태어남의 근원인 존재가 멸하면 태어남도 곧 멸한다는 것을 관찰하였다.
다시 ‘무엇으로 말미암아 존재가 없어지는가?’ 하고 생각하였고, 이때 ‘취함이 없으면 존재가 없다’는 이런 생각을 일으켰다.
이때 나는 ‘무엇으로 말미암아 취함이 멸하는가?’라는 이런 생각을 하였고, 이렇게 관찰했을 때, 애욕이 멸하면 취함도 곧 멸하는 것이었다.
다시 ‘무엇으로 말미암아 애욕이 멸하는가?’라는 이런 생각을 하였고, 느낌이 멸하면 애욕이 멸한다는 것을 거듭 다시 관찰하였다.
다시 ‘무엇으로 말미암아 느낌이 멸하는가?’ 하고 사유하였고, 이렇게 관찰했을 때, 접촉이 멸하면 느낌이 멸하는 것이었다.
다시 ‘접촉은 무엇으로 말미암아 멸하는가?’ 하고 사유하였고, 이렇게 관찰했을 때, 6입이 멸하면 접촉이 멸하는 것이었다.

다시 ‘이 6입은 무엇으로 말미암아 멸하는가?’ 하고 관찰하였고, 이렇게 관찰했을 때, 명색이 멸하면 6입이 멸하는 것이었다.
다시 ‘명색은 무엇으로 말미암아 멸하는가?’ 하고 관찰하였고, 식이 멸하면 명색이 멸하는 것이었다.
다시 ‘이 식은 무엇으로 말미암아 멸하는가?’ 하고 관찰하였고, 행이 멸하면 식이 멸하는 것이었다.
다시 ‘이 행은 무엇으로 말미암아 멸하는가?’ 하고 관찰하였고, 어리석음이 멸하면 행이 멸하는 것이었다.
행이 멸하면 식이 멸하고, 식이 멸하면 명색이 멸하며, 명색이 멸하면 6입이 멸하고, 6입이 멸하면 접촉이 멸하며, 접촉이 멸하면 느낌이 멸하고, 느낌이 멸하면 애욕이 멸하며, 애욕이 멸하면 취함이 멸하고, 취함이 멸하면 존재가 멸하며, 존재가 멸하면 태어남이 멸하고, 태어남이 멸하면 늙음과 병듦이 멸하며, 늙음과 병듦이 멸하면 죽음이 멸한다. 이것이 이른바 5성음(盛陰)의 소멸이라 하는 것이다.

이때 나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식이 가장 근본이 되어 사람들에게 태어남ㆍ늙음ㆍ병듦ㆍ죽음이 있게 된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태어남ㆍ늙음ㆍ병듦ㆍ죽음의 근본 원인을 알지 못한다.’
마치 어떤 사람이 산 속의 작은 길을 따라 가다가 옛사람들이 다니던 옛날의 큰 길을 발견한 것과 같다. 이때 그는 그 길을 따라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다가 옛 성곽과 동산과 목욕하는 연못을 발견하였는데 수목이 우거지고 성에는 아무도 살고 있지 않았다. 그는 그것을 보고 본국으로 돌아가 왕에게 아뢰었다.
‘저는 어제 산 속에서 놀다가 아름다운 성을 발견하였는데 수목이 우거지고 그 성에는 아무도 살고 있지 않았습니다. 대왕께서는 사람들을 보내어 그 성에서 살게 하소서.’
이때 국왕은 그 사람의 말을 듣고 곧 사람들을 살게 하였다. 그래서 그 성은 옛날과 같이 백성들이 번성하고 즐거움이 견줄 데 없게 되었다.

비구들이여, 알아야 한다. 나는 옛날 보살이 되기 전에 산중에서 도를 배우다가 옛날의 모든 부처님들이 노니시던 곳을 발견하였고, 그 길을 따라 태어남ㆍ늙음ㆍ병듦ㆍ죽음이 일어나는 근본을 알았으며, 발생이 있고 소멸이 있음을 모두 분별하고, 태어남의 괴로움ㆍ태어남의 발생ㆍ태어남의 소멸ㆍ태어남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모두 알았다. 존재ㆍ취함ㆍ애욕ㆍ느낌ㆍ접촉ㆍ6입ㆍ명색ㆍ식ㆍ행ㆍ어리석음에 있어서도 또한 그러하나이다.
무명이 일어나면 행이 일어나고 행이 지은 것은 모두 식을 말미암았다. 나는 이제 이 식을 밝혀 사부대중에게 그 근본을 설명하는 것이다. 너희들은 그 근본의 일어남을 알아서 괴로움을 알고 괴로움의 발생ㆍ괴로움의 소멸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알고, 그것을 생각해 분명하게 해야 한다. 6입이 있으면 태어남ㆍ늙음ㆍ병듦ㆍ죽음이 있고, 6입이 멸하면 곧 태어남ㆍ늙음ㆍ병듦ㆍ죽음이 멸한다.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방편을 구해 6입을 멸하도록 해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5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부처님께서 한량없는 백천만 대중을 위해 설법하고 계셨다.
그때 아나율도 그 자리에 있었는데, 그 아나율은 대중 속에서 졸고 있었다.

그때 부처님께서 아나율이 조는 것을 보시고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법을 받들면 유쾌히 잠들고
그 뜻에 뒤섞인 어지러움 없다.
저 성현께서 말씀하신 법
지혜로운 이들이 즐기는 것이라.

마치 저 깊고 깊은 연못이
맑고 깨끗해 티끌 하나 없듯
그와 같이 법을 듣는 사람
청정한 마음으로 즐거이 받아들인다.

마치 저 크고 반듯한 돌이
바람에 조금도 움직이지 않듯
그와 같이 칭찬이나 비방을 듣더라도
그 마음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

그때 세존께서 아나율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나라의 법이나 도적이 두려워 도를 닦느냐?”

아나율이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그러면 너는 왜 출가하여 도를 배우느냐?”

“이 늙음ㆍ병듦ㆍ죽음과 근심ㆍ걱정ㆍ괴로움ㆍ번민을 싫어하고, 고통에 시달리기 때문에 그것을 버리기 위해 출가하여 도들 배우는 것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족성자야, 너는 지금 견고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있다. 그런데 지금 세존이 몸소 설법하는데 어떻게 거기서 졸고 있느냐?”

이때 존자 아나율이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길게 꿇어앉아 합장하고 세존께 아뢰었다.
“지금부터는 몸이 문드러지더라도 결코 여래 앞에서 졸지 않겠습니다.”

그때 존자 아나율은 새벽이 되도록 자지 않았다. 그러나 잠을 버릴 수는 없었고 결국 눈이 손상되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아나율에게 말씀하셨다.
“너무 열심히 정진하면 조바심이라는 덮개[調戱蓋]4)와 상응하고 또 너무 게으르면 결박[結]과 상응하게 된다. 너의 행동은 그 중간이어야 하느니라.”

아나율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전에 벌써 여래 앞에서 맹세하였습니다. 이제 와서 그 약속을 어길 수는 없습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의사 기역(耆域)5)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아나율의 눈을 치료해 주라.”

기역이 대답하였다.
“만일 아나율이 조금이라도 잠을 잔다면 저는 그 눈을 치료할 수 있습니다.”

세존께서 아나율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잠을 자라. 왜냐하면 모든 법은 먹어야 존재하고 먹지 않으면 존재하지 못하기 때문이니라. 눈은 잠으로 음식을 삼고 귀는 소리로 음식을 삼으며 코는 냄새로 음식을 삼고 혀는 맛으로 음식을 삼으며 몸은 감촉으로 음식을 삼고 뜻은 법으로 음식을 삼는다. 그리고 나는 지금 열반에도 음식이 있다고 말한다.”

아나율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열반은 무엇으로 음식을 삼습니까?”

“열반은 방일하지 않는 것으로 음식을 삼는다. 그러므로 방일하지 않는 것을 타고 무위(無爲)에 이르느니라.”

아나율이 부처님께 아뢰었다.“세존께서 비록 눈은 잠으로 음식을 삼는다고 말씀하셨지만 저는 차마 잘 수 없습니다.”

아나율이 낡은 옷을 깁고 있을 때였다. 이때 육안은 허물어지고 티 없이 맑은 천안을 얻었다.
그때 아나율은 보통의 방식대로 옷을 기우려 하였으나 실을 바늘구멍에 꿸 수가 없었다. 이때 아나율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세상에서 도를 얻은 나한은 나를 위해 바늘을 꿰어다오.’

세존께서는 깨끗한 천이(天耳)로 ‘이 세상에서 도를 얻은 아라한은 나를 위해 바늘을 꿰어다오’라고 하는 이 소리를 들으셨다. 세존께서는 아나율이 있는 곳으로 가 말씀하셨다.
“너는 그 바늘을 가져 오라, 내가 꿰매 주리라.”

아나율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아까 제가 말한 것은 세상에서 복을 구하려는 사람은 저를 위해 바늘을 꿰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세상에서 복을 구하는 사람으로 나보다 더한 사람은 없다. 여래는 여섯 가지 법에 있어서 만족할 줄을 모른다. 무엇이 여섯 가지인가? 첫째는 보시요,둘째는 교훈이며, 셋째는 인욕이요, 넷째는 법다운 설명과 이치에 맞는 설명이며, 다섯째는 중생을 보호하는 것이요, 여섯째는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를 구하는 것이다.
아나율야, 이것이 이른바 ‘여래는 이 여섯 가지 법에 있어서 만족할 줄을 모른다’는 것이니라.”

아나율은 아뢰었다.
“여래의 몸은 진실한 법의 몸이신데 다시 무슨 법을 구하려 하십니까? 여래께서는 이미 생사의 바다를 건너고 또 애착을 벗어나셨는데, 지금 또 애써 복의 도를 구하시는군요.”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렇다, 아나율야. 네 말과 같다. 여래도 이 여섯 가지 법에 있어서 만족할 줄 모른다는 것을 안다. 만일 중생들이 죄악의 근본인 몸ㆍ입ㆍ뜻의 행을 안다면 끝내 세 갈래 나쁜 곳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저 중생들은 죄악의 근원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세 갈래 나쁜 곳에 떨어지는 것이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힘 중에
천상과 인간에서 노닐게 하는 것
복의 힘이 가장 훌륭하나니
그 복으로 불도도 성취하네.

“그러므로 아나율야, 방편을 구해 이 여섯 가지 법을 얻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때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6 ]6)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모든 비구들이 사위성에 가서 걸식(乞食)을 하다가, 바사닉왕의 궁궐문 밖에서 많은 사람들이 손을 들고 부르짖으며 원통함을 호소하는 소리를 들었다.
‘우리나라에 앙굴마(鴦掘魔)7)라는 도적이 있습니다. 그는 매우 흉포(凶暴)하여 중생을 수 없이 죽입니다. 중생들에게 무자비하기 때문에 온 나라 사람들이 모두 그를 두려워합니다. 그는 날마다 사람을 죽여 그 손가락으로 목걸이를 만들므로 이름을 지만(指鬘)이라고 합니다. 원컨대 대왕께서 가시어 그와 싸우소서.”

비구들은 걸식을 마치고 기원정사(祇洹精舍)로 돌아와 가사와 발우를 두고 니사단을 어깨에 걸치고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비구들이 세존께 아뢰었다.
“오늘 저희 비구들은 사위성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많은 사람들이 궁궐 문밖에서 ‘지금 대왕의 나라에 앙굴마라는 도적이 있습니다. 그는 사람됨이 흉포하고 자비심이 없어 모든 중생들을 마구 죽입니다. 사람들이 없어지고 나라가 비게 되는 것은 모두 그 사람 때문입니다.
또 그는 사람 손가락을 잘라 꽃다발처럼 만든다고 합니다’ 하고 원통함을 호소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세존께서 비구들의 말을 듣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잠자코 걸어가셨다.

그때 세존께서는 곧장 그가 있다는 곳으로 가셨고, 땔감을 줍고 풀을 지며 밭갈이하던 사람들과 소나 염소를 치던 사람들은 세존께서 그 길로 가시는 것을 보고 제각기 아뢰었다.
‘사문이시여, 사문이시여, 그 길로 가지 마십시오. 왜냐하면 그 길 가에는 앙굴마라는 도적이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길로 가려는 사람은 반드시 열 명ㆍ스무 명ㆍ서른 명ㆍ마흔 명ㆍ쉰 명씩 모여서 가곤 합니다. 그렇게 하는데도 거기를 무사히 지나지 못하고 모두 앙굴마에게 잡히고 맙니다. 그런데 사문 구담께서 동행도 없이 혼자 가시다가 앙굴마에게 변을 당하신다면, 그건 너무 생각이 없으신 것입니다.”
세존께서는 이 말을 듣고도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가셨다.

그때 앙굴마의 어머니는 음식을 가지고 앙굴마가 있는 곳으로 갔다. 그때 앙굴마는 ‘내 손가락목걸이는 이제 그 수가 찼을까?’ 하고 생각하고는 곧 손가락 숫자를 세어 보았으나 아직 수가 차지 않았다. 다시 세어 보았으나 꼭 한 사람 손가락이 모자랐다. 앙굴마는 좌우를 둘러보며 살아 있는 사람이 있는지 찾아보고 잡아 죽이려고 하였다. 그러나 사방으로 멀리까지 살펴보았으나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우리 스승께선 〈만일 어머니를 죽일 수 있는 자라면 반드시 천상(天上)에 태어나리라〉고 가르치셨다. 그런데 지금 어머니가 몸소 이곳에 와 있다. 즉시 잡아 죽인다면 손가락 수도 채우고 또 천상에 태어날 수도 있으리라.’

이때 앙굴마는 왼손으로 어머니의 머리를 붙잡고 오른손으로 칼을 빼어들고는 어머니에게 말하였다.
“잠깐만 그렇게 계십시오, 어머니.”
그때 세존께서는 ‘저 앙굴마가 5역죄를 짓겠구나’ 하고 생각하고는, 곧 눈썹 사이에서 광명을 놓아 그 산을 두루 비추었다. 앙굴마는 광명을 보고 다시 그 어머니에게 말하였다.
“이 산을 비추는 것이 무슨 광명입니까? 국왕이 군사를 모아 나를 치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요?”

그 어머니가 말하였다.
“너는 이제 알아야 한다. 이것은 해나 달이나 불의 광명이 아니고, 제석이나 범천왕의 광명도 아니다.’

그때 그 어머니는 곧 이런 게송을 말하였다.
이것은 불빛이 아니고
해나 달, 제석이나 범천의 광명도 아니라네.
새와 짐승들도 놀라지 않고
즐거이 우는 소리 보통 때와 다르구나.

이 광명 너무도 맑고 깨끗해
사람을 한량없이 기쁘게 하나니
분명 저 존귀하고 가장 훌륭하신
10력(力)을 지니신 분 이곳에 오셨으리.

천상과 이 세상사람 중에서
천안으로 이 세계 살펴보시고
일부러 너를 제도하시고자
세존께서 이곳으로 오신 것이리.

앙굴마는 부처라는 말을 듣고 너무 기뻐 어쩔 줄을 모르면서 중얼거렸다.
“우리 스승께선 또 내게 ‘만일 네가 어머니를 죽일 수 있고 또 사문 구담을 죽일 수 있다면 반드시 천상에 태어날 것이다’라고 가르치셨다.”

이때 앙굴마가 어머니에게 말하였다.
“어머니, 여기 잠깐만 계십시오. 저는 먼저 사문 구담을 잡아 죽이고, 그런 뒤에 밥을 먹겠습니다.”

앙굴마는 곧 그 어머님을 놓아주고 세존을 쫓아갔다. 세존이 오는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니 마치 금덩이 같아서 비추지 않는 곳이 없었다. 그는 그 모습을 보고 웃으며 이렇게 말하였다.
“이제 저 사문이 내 손아귀에 들어왔으니, 반드시 죽이리라. 이 길을 지나려는 백성들은 모두들 무리를 지어 함께 지나가는데, 저 사문은 혼자 길동무도 없구나. 내 이제 저 자를 잡아 죽이리라.”

앙굴마는 곧 허리에 찼던 칼을 빼어 세존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곧 왔던 길로 발길을 돌려 천천히 걸어가셨다. 앙굴마는 온힘을 다해 달리며 뒤쫓았지만 여래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앙굴마는 세존을 향해 소리쳤다.
“멈춰라, 멈춰라, 사문아.”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멈추었는데 네가 멈추지 않는구나.”

앙굴마는 달려오면서 멀리서 게송으로 이렇게 말하였다.
도망가면서 도리어 멈췄다 말하고
나에게 멈추지 않는다 하는구나.
나에게 그 뜻을 설명해 보라
왜 너는 멈추었고 내가 멈추지 않은 것인지.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세존이 멈추었다 말하는 것은
모든 중생을 해치지 않는 것
너는 지금 죽이려는 마음을 가져
악의 근본을 벗어나지 못하는구나.

자비스런 마음의 땅에 나는 머물러
모든 사람 가엾이 여겨 보호하거늘
너는 지옥 고통의 종자를 심으며
악의 근본을 벗어나지 못하는구나.

앙굴마는 이 게송을 듣고 생각하였다.
‘내가 정말 악한 걸까? 우리 스승은 나에게 〈이것이 바로 큰 제자로서 큰 과보를 얻는 것이니, 천 사람을 죽여 그 손가락으로 목걸이를 만들 수 있다면 그는 소원을 이룰 것이다. 그런 사람은 목숨을 마친 뒤에 천상의 좋은 곳에 태어날 것이요, 만일 그를 낳은 어머니와 사문 구담을 죽인다면 반드시 범천에 태어날 것이다〉라고 말하지 않았는가?’
그때 부처님께서는 위신력을 부려 그가 정신을 번쩍 차리게 하셨다. 그는 생각하였다.
‘범지의 여러 서적에도 〈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심을 만나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니, 아주 가끔씩 몇 억겁 만에 출현하신다. 그분이 세상에 출현하시면 건너지 못한 이는 건너게 하고 해탈하지 못한 이는 해탈하게 하신다.〉
그분은 여섯 가지 소견을 없애는 법을 말씀하시니, 여섯 가지란 무엇인가? 나[我]가 있다는 소견을 가진 이를 위해서는 여섯 가지 소견을 없애는 법8)을 말씀하시고, 나가 없다는 이를 위해서는 나가 없다는 소견을 없애는 법을 말씀하시며, 나는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는 소견을 가진 이를 위해서는 나는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는 소견의 법을 말씀하시고,9) 또 스스로 관찰하면서 관찰하는 법을 말씀하시며, 스스로 나는 없다는 법을 말씀하시고, 내가 설명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설명하지 않는 것도 아니라는 법을 말씀하신다. 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시면 이 여섯 가지 소견을 없애는 법을 말씀하신다>는 이런 말이 있다.
또 나는 힘껏 달릴 때에는 코끼리나 말, 수레 및 어떤 사람도 따라잡을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저 사문은 빨리 걷지도 않는데 따라잡을 수가 없다. 저분이 분명 여래일 것이다’

그때 앙굴마는 곧 이런 게송을 말하였다.
거룩한 분께서 나를 위하여
미묘한 게송을 말씀하셨네.
이처럼 악한 사람 진리를 알았으니
모두 존귀한 분 위신력 덕분이네.

지금 즉시 이 날카로운 칼을
깊은 구덩이에 던져 버리자
저 사문의 발자국에 예를 올리고
지금 곧 사문이 되기를 구하리.

그때 앙굴마는 곧 부처님 앞으로 나아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원컨대 제가 사문이 되는 걸 허락하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잘 왔구나, 비구야.”
그 자리에서 앙굴마는 바로 사문이 되어 세 가지 법의를 입었다.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너는 이제 머리를 깎았으니
결박 버리기 또한 그같이 하라
결박이 없어지면 큰 과보 이루고
근심과 고뇌 다시는 없으리라.

앙굴마는 이 게송을 듣고 곧 온갖 번뇌가 없어지고 법안이 깨끗해졌다. 세존께서는 앙굴마 비구를 데리고 사위성 기원정사로 돌아가셨다.

그때, 바사닉왕은 네 종류의 군사를 모아 앙굴마를 치러가려고 하였고, 왕은 ‘나는 지금 세존께 나아가 이 사실을 세존께 자세히 아뢰고, 만일 세존께서 무슨 말씀이 있으면 받들어 행하리라’고 생각하였다. 바사닉왕은 곧 네 종류의 군사를 모으고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세존께서 왕에게 물으셨다.
“대왕께선 지금 어딜 가시는 길이기에 몸에 그처럼 먼지를 뒤집어썼습니까?”

바사닉왕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지금 우리나라에 너무도 흉포하고 모든 중생에게 무자비한 앙굴마라는 도적이 있습니다. 나라가 황폐해지고 백성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것은 다 그 도적 때문입니다. 그 자는 사람을 잡아 죽여 그 손가락으로 목걸이를 만든다고 합니다. 그는 악한 귀신이지, 사람이라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지금 그자를 치려고 합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만일 앙굴마가 견고한 신심으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것을 대왕께서 보신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만일 그러는 줄 안다면 마땅히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며 때맞춰 예배할 것입니다. 그러나 세존이시여, 그는 악한 사람으로 착함이라곤 털끝만큼도 없어 항상 중생을 죽이기만 하는데, 어떻게 그런 마음이 있어 출가해 도를 배울 수 있겠습니까? 결코 그럴 리가 없습니다.”

그때 앙굴마는 세존에게서 멀지 않은 곳에서 가부좌하고 앉아,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고 생각을 매어 앞에 두고 있었다. 세존께서는 오른손을 뻗어 그를 가리키며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저 자가 바로 그 도적 앙굴마입니다.”

왕은 그 말을 듣자 무서운 생각이 들어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가까이 가 보시면 의심이 저절로 풀릴 것입니다.”

이때 왕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앙굴마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네 성은 무엇인가?”

앙굴마는 대답하였다.
“제 성은 가가(伽伽)이고, 어머니 이름은 만족(滿足)입니다.”

그러자 왕은 곧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아 말하였다.
“이 바른 법 가운데서 즐거워하며 게으름 없이 청정한 범행을 닦는다면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날 것이오. 내가 목숨을 마칠 때까지 의복ㆍ음식ㆍ침구와 병을 치료할 의약을 공양하리다.”
앙굴마는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왕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세존께 돌아왔다.
그는 머리를 조아려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이때 왕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항복하지 않는 자를 항복 받고, 굴복하지 않는 자를 굴복시키시다니, 참으로 기이하고 참으로 놀랍습니다. 그처럼 극악한 자를 항복 받으시다니 일찍이 없던 일입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무궁한 수명을 누리시며 온 백성들을 길러 주소서. 세존의 은혜를 입어 이 어려움을 면하였습니다. 저는 나라 일이 너무 많아 이만 돌아가고자 합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왕께서 때를 알아 하십시오.”
대왕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리고 물러나 떠났다.

그때 앙굴마는 아련야(阿練若)를 닦으면서 다섯 가지 누더기 옷[五納衣]1)을 입고 때가 되면 발우를 가지고 집집으로 걸식을 다녔으며, 한 번 돌고는 다시 시작하였다. 헤어진 누더기를 입은 모습은 너무도 누추하였고, 한데 앉아서는 몸을 덮지도 않았다. 앙굴마는 한적한 곳에서 그런 행을 스스로 닦았다. 그리하여 족성자들이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목적인 위없는 범행을 닦으려하였고,‘나고 죽음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마쳐 다시는 태를 받지 않는다’고 사실 그대로 알았다.
이때 앙굴마는 바로 아라한이 되어 여섯 가지 신통이 맑게 트이고 더러움이 전혀 없는 아라한이 되었다.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에 들어가 걸식하고 있을 때였다. 그때 그는 어떤 부인이 산통을 심하게 겪고 있는 모습을 보고 생각하였다.
‘중생들은 극심한 고통을 겪으며 한없이 다시 태에 드는구나.’
앙굴마는 걸식을 마친 후 가사와 발우를 두고는 니사단을 어깨에 걸치고 세존께 나아가 머리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아 앉았다.
이때 앙굴마는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아까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아기를 배어 몸이 매우 무거운 어떤 부인을 보고 ‘중생들이 겪는 괴로움이 어찌 저리도 심한가’고 생각하였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그 부인에게 찾아가 ‘저는 성현에게서 다시 태어난 뒤로는 살생한 적이 없습니다’고 말하라. 이 정성스러운 말을 지니면 그 부인의 태는 별탈이 없을 것이다.”

앙굴마가 대답했다.“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앙굴마는 그날로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으로 들어가서는 그 산모를 찾아가 말하였다.
“저는 성현에게서 다시 태어난 뒤로 두 번 다시 살생하지 않았습니다. 이 정성스러운 말을 기억하신다면 순산할 것입니다.”

그때 그 산모는 곧 순산하였다.
언젠가 앙굴마가 성안에서 걸식할 때였다. 여러 남녀노소들은 그를 보고 저희끼리 말하였다.
“저 자는 앙굴마다. 중생을 헤아릴 수 없이 죽여 놓고 지금은 버젓이 성안을 다니며 걸식하는구나.”

성안의 백성들은 제각기 기왓장과 돌을 던졌고 개중에는 칼로 찌르는 자도 있었다. 그는 머리와 눈을 다치고 옷이 모두 찢어진 채 온몸에 피를 흘리며 곧 사위성을 벗어나 여래께서 계신 곳으로 갔다.
세존께서는 그가 머리와 눈을 다치고 피가 뚝뚝 흐르는 옷을 입고 오는 모습을 멀리서 보시고 말씀하셨다.
“너는 참아야 한다. 왜냐하면 그 죄는 오랫동안 받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때 앙굴마는 세존의 앞으로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앙굴마는 여래 앞에서 이런 게송을 말하였다.
견고한 마음으로 법의 글귀 듣고
견고한 마음으로 불법 행하며
견고한 마음으로 착한 벗 가까이하면
곧 저 열반에 이르게 되리라.

내 본래 큰 도적이었으니
그 이름은 앙굴마
악의 흐름에 떠다녔으나
고맙게도 존자께서 건져주셨네.

이제는 내가 지은 업을 보았고
또한 법의 근본도 관찰하여
세 가지 밝음[三明]에 이르게 되었고
부처님 행의 업을 성취하였네.

내 본래 무해(無害)라는 이름으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중생 죽였지만
지금은 이름이 진제실(眞諦實)
그 어떤 중생도 해치지 않네.

만일 이 몸이나 입이나 뜻에
해치려는 마음이 전혀 없다면
그 이름을 무살해(無殺害)라 하나니
하물며 다른 생각 일으킴이랴.

활 만드는 장인 뿔을 잘 다루고
뱃사공은 물길을 능숙히 타며
훌륭한 목수 나무를 잘 다루듯
지혜로운 사람 자기 몸을 다루네.

어떤 이 채찍으로 굴복시키려하고
어떤 이 말로써 굴복시키려하지만
나는 끝내 무기를 쓰지 않나니
나는 이제 스스로를 항복 받았네.

사람이 이전에 죄를 지었더라도
뒤에 그쳐 다시는 저지르지 않으면
이는 세상을 비추는 것
구름이 사라지고 달이 나타나듯.

사람이 이전에 죄를 지었더라도
뒤에 그쳐 다시는 저지르지 않으면
이는 세상을 비추는 것
구름이 사라지고 해가 나타나듯.

어리거나 젊거나 연로한 비구들이
부처님의 법을 닦아 행한다면
이는 세상을 비추는 것
구름 없는 하늘의 저 달처럼.

어리고 젊고 연로한 비구들이
부처님의 법을 닦아 행한다면
이는 세상을 비추는 것
구름 없는 하늘의 저 해처럼.

내 이제는 집착과 감정 적어지고
음식에 있어선 만족할 줄 알며
온갖 괴로움을 다 벗어났으니
과거의 인연 이제는 다하였네.

다시는 죽음의 길 받지 않고
구태여 살기를 좋아하지도 않나니
이제는 그저 때를 기다리며
스스로 기뻐하고 어지럽지 않노라.

이때 여래께서는 앙굴마의 말을 긍정하셨다. 앙굴마는 여래께서 긍정하시는 것을 보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리고 떠났다.

그때 비구들이 세존께 아뢰었다.
“저 앙굴마는 전생에 어떤 공덕을 지었기에 지금 저렇게 총명하고 지혜로우며 세상에 드물 만큼 얼굴이 단정합니까? 또 어떤 악업을 지었기에 지금 저 몸으로 헤아릴 수 없는 중생을 죽였습니까? 또 어떤 공덕을 지었기에 지금 여래를 만나 아라한의 도를 얻게 된 것입니까?”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아주 먼 옛날 이 현겁(賢劫)에 가섭(迦葉) 여래(如來)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이라는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출현하셨고, 그 가섭여래께서 세상을 떠난 뒤에 대과(大果)라는 왕이 나라를 다스리며 이 염부제(閻浮提)를 맡았었다. 그 왕에게는 8만 4천 명의 궁녀와 시녀가 있었지만 그 누구에게서도 자식이 없었다. 대과왕은 여러 나무신ㆍ산신ㆍ해ㆍ달ㆍ별 등에 빠짐없이 기도하며 자식을 얻고자 하였다. 그러자 왕의 첫째 부인은 곧 아이를 배었고, 8ㆍ9개월이 지나 아들을 낳았는데 세상에 드물 만큼 얼굴이 단정하였다. 그때 그 왕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몇 년을 자식도 없이 지내던 내가 이제야 비로소 아들을 얻었다. 이제 이름을 짓고 다섯 가지 욕망[五欲]을 마음껏 누리게 하리라.’

왕은 관상을 볼 줄 아는 여러 신하들을 불러 모으고 명령하였다.
‘내가 이제 아들을 얻었으니 각기 이름을 지어 보라.’
신하들은 왕의 분부를 받고 왕에게 아뢰었다.
‘이 태자는 너무도 기묘하고 비할 바 없이 단정하며 얼굴빛이 복숭아꽃 같습니다. 반드시 큰 세력을 가질 것이니 이름을 대력(大力)이라 하소서.’
관상가들은 태자의 이름을 짓고 제각기 자리에서 일어나 떠났다.

왕은 그 태자를 사랑하여 잠시도 눈앞에서 때어놓지 않았다.
태자가 나이 여덟 살이 되던 때였다. 그는 신하들을 거느리고 부왕에게 나아가 아침 문안을 드렸다. 왕은 ‘태자가 참으로 기특하구나’ 하고 생각하고는 곧 태자에게 말하였다.
‘내가 이제 너를 결혼시키고 싶은데 어떠냐?’
태자는 아뢰었다.
‘제가 아직 나이도 어린데 구태여 결혼해 무엇하겠습니까?’
부왕은 우선 참고 결혼시키지 않았다. 그렇게 20년이 지나 왕은 다시 말하였다.
‘내 너를 결혼시키고 싶구나.’
태자는 아뢰었다.
‘결혼은 해서 무엇하겠습니까?’
그때 부왕은 신하들과 백성에게 말하였다.
‘내 자식도 없이 오랫동안 지내다가 겨우 아들을 하나 낳았는데 결혼할 생각은 않고 티 없이 청정하게만 지내는구나.’
그래서 왕은 태자의 이름을 청정(淸淨)이라고 고쳤다.

청정 태자가 나이 30이 되자 왕은 다시 신하들에게 분부하였다.
‘나는 이제 이미 늙었고 다른 아들이 없다. 오직 청정 태자가 있을 뿐이니, 지금 왕위를 태자에게 주어야겠다. 그러나 태자가 다섯 가지 욕망을 좋아하지 않으니, 이 나라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겠는가?’
신하들은 아뢰었다.
‘방편을 써서 다섯 가지 욕망을 즐기게 하소서.’
부왕은 곧 종을 치고 북을 울려 온 나라에 영을 내렸다.
‘누구든 청정 태자로 하여금 다섯 가지 욕망을 좋아하게 할 수 있는 자가 있다면, 내 천금과 여러 가지 보물을 내리리라.’

그때 예순네 가지 술수를 환히 아는 음종(淫種)이라는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왕이 ‘누구든 청정 태자로 하여금 다섯 가지 욕망을 좋아하게 할 수 있는 자가 있다면 천 금과 여러 가지 보물을 내리리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소식을 듣고, 곧 왕에게 가서 아뢰었다.
‘저에게 천 금과 여러 가지 보물을 주신다면 태자로 하여금 다섯 가지 욕망을 즐기게 하겠습니다.’
부왕은 대답하였다.
‘정말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더욱 중히 상을 내리고 약속을 어기지 않을 것이다.’
그 음녀는 아뢰었다.
‘태자는 어느 곳에서 주무십니까?’
‘저 동쪽 별당에 있다. 거기는 여자란 없고 오직 남자 한 사람이 시봉하고 있을 뿐이다.’
‘원컨대 대왕께서는 내궁(內宮)에 영을 내려 마음대로 출입하되 막지 말게 하소서.’

그 음녀는 그날 밤 두 시를 알리는 소리가 나자 태자가 거처하는 방 문밖에서 거짓으로 소리 내어 울었다. 태자는 여자의 울음소리를 듣고 시자에게 물었다.
‘어떤 사람이 이곳에서 우는가?’
시자는 아뢰었다.
‘어떤 여자가 문밖에서 울고 있습니다.’
‘너는 빨리 가서 우는 까닭을 물어 보라.’
그 시자가 가서 우는 까닭을 묻자 음녀가 대답하였다.
“남편에게 버림받아서 울고 있는 것입니다.”
시자는 돌아와 태자에게 아뢰었다.
‘그 여자는 남편에게 버림받았고 또 도둑이 두려워 운다고 합니다.’
‘그 여자를 데려다 코끼리 우리에 두라.’
그러나 그곳에 가서도 또 울었다. 다시 마구간에 데려다 두었지만 거기서도 또 울었다. 태자는 다시 시자에게 말하였다.
‘이리 데리고 오라.’
곧 데려다 방에 들여놓았지만 거기서도 또 울었다. 태자는 친히 그에게 물었다.
‘왜 또 우는가?’
음녀는 대답하였다.
‘태자시여, 외롭고 연약한 여자라 너무도 두렵습니다. 그래서 우는 것입니다.’
‘이 평상 위에 올라오라. 무서움이 없어질 것이다.’
그때서야 여자는 잠자코 말이 없었고, 또 울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녀는 곧 옷을 벗더니 태자에게 다가가 태자의 손을 끌어다 자기 가슴 위에 얹었다. 태자는 곧 깜짝 놀랐지만 차츰차츰 흥분하게 되었고, 욕정이 일어 곧 그녀를 취하게 되었다.

이튿날 아침 청정 태자는 부왕에게 갔다. 부왕은 태자의 얼굴빛이 보통 때와 다른 것을 멀리서 보고 말하였다.
‘너는 바라던 일이라도 이루었는가?’
태자는 대답했다.
‘예, 대왕의 말씀대로 입니다.’
부왕은 너무 기뻐 어쩔 줄 모르며 말하였다.
‘소원이 무엇이냐, 내 뭐든지 들어주리라.’
‘소원대로 해 주시겠다는 약속을 중간에 후회하지 않으신다면 소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네 말대로 결코 중간에 후회하지 않으리라. 소원이 무엇이냐?’
‘지금 대왕께서는 이 염부제를 다스리며 무엇이든 마음대로 하실 수 있습니다. 염부제 안에 있는 모든 처녀들을 먼저 우리 집에 왔다가 그 뒤에 시집가게 하소서.’
‘네 말대로 하리라.’
왕은 곧 나라 안의 온 백성들에게 영을 내렸다.
‘아직 시집가지 않은 처녀는 먼저 청정 태자에게 보냈다가 시집가도록 하라.’

그때 그 성의 수만(須蠻)이라는 여자가 차례가 되어 왕에게 가게 되었다. 수만 장자의 딸은 벗은 몸에 맨발로 사람들 속을 다니면서도 부끄러움이 없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저희끼리 말하였다.
‘저 여인은 장자의 딸로서 그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어떻게 벗은 몸으로 사람들 속을 다니는가? 나귀와 무엇이 다른가?’
그녀는 사람들에게 대답하였다.
‘나는 나귀가 아니다. 너희들이 바로 나귀다. 너희들은 여자가 여자를 보고 부끄러워하는 것을 본적이 있는가? 이 성 사람들은 모두 여자고, 오직 청정 태자만 남자다. 나도 청정 태자의 문 앞에 가면 옷을 입을 것이다.’
그때 성 사람들은 저희끼리 말하였다.
‘저 여자 말이 참으로 우리 마음에 든다. 우리는 정말로 여자요 남자도 아니다. 오직 청정 태자만이 남자다. 우리도 오늘부터는 남자 노릇을 하자.’

그래서 그 성 백성들은 모두 전쟁 도구를 갖추고는 갑옷을 입고 몽둥이를 들고 부왕에게 가서 말하였다.
‘두 가지 소원이 있습니다. 들어주소서.’
왕은 물었다.
‘두 가지 소원이 무엇이냐?’
백성들은 왕에게 아뢰었다.
‘만일 대왕께서 살고 싶으시면 저 청정 태자를 죽이십시오. 만일 태자를 살리고자 하신다면 지금 당장 대왕을 죽일 것입니다. 우리는 이 나라의 법도를 능멸하는 저 청정 태자를 더 이상 받들어 섬길 수 없습니다.’

그때 부왕은 곧 이런 게송을 말하였다.
집안을 위해선 한 사람을 잊고
마을을 위해선 한 집안을 잊고
나라를 위해선 한 마을을 잊고
내 몸을 위해선 세상을 잊는다.

부왕은 이 게송을 말한 뒤 백성들에게 말하였다.
‘지금 곧 너희들 뜻대로 하라.’
그때 사람들은 곧 청정 태자를 잡아와 두 손을 결박하고 성 밖으로 끌고 가서 저희끼리 말하였다.
‘우리 다 함께 기왓장이나 돌로 때려죽이자. 어떻게 혼자 죽이겠는가?’

그때 청정태자는 죽음에 이르러 이렇게 말하고 맹세하였다.
‘여러분, 나를 마음대로 죽이시오. 부왕께선 내 소원을 들어주셨으니 나는 지금 죽더라도 감히 사양할 수가 없소.
제가 다음 세상에서는 이 원수를 꼭 갚게 하시고, 또 참사람 나한을 만나 빨리 해탈을 얻게 하소서.’
그때 백성들은 태자를 잡아 죽이고 제각기 흩어졌느니라.

비구들이여, 다른 생각을 말라. 그때 그 대과왕(大果王)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는가? 지금의 저 앙굴마의 스승이었던 자가 바로 그 사람이다. 그때의 음녀는 지금 그 스승의 아내요, 그때의 백성들은 앙굴마에게 죽은 8만 명의 백성들이며, 그때의 청정 태자는 지금의 앙굴마 비구가 바로 그 사람이니라.
그는 죽음에 다다라 그런 서원을 세웠기 때문에 손을 온전치 못하게 하리라고 하던 원한을 갚았고 그 인연으로 한없이 사람을 죽였다. 또 그 뒤에 부처님을 뵙고 싶다는 서원을 세웠기 때문에 지금 해탈을 얻어 아라한이 된 것이다. 이것이 그 경위이니 그렇게 알아야 하느니라.”

세존께서는 다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제자 중에서 제일 총명하고 지혜가 빠른 이는 바로 앙굴마 비구이니라.”

그때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주석
2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4권 101번째 소경인 「인간경(人間經)」과 『별역잡아함경』 제13권 267번째 소경이 있다.
3 도거악작개(掉擧惡作蓋, uddhacca-kukkucca-nīvaraṇa)라고도 하며, 5개(蓋) 중 하나이다. 마음이 들뜨고 불안한 것을 말한다.
4 팔리어로는 Jīvaka이고, 기역(祇域)ㆍ기바가(耆婆伽)라고도 하며, 활(活)이라 한역하기도 한다. 부처님 생존 당시의 명의이다.
5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38권 1,077번째 소경인 「적경(賊經)」과 『별역잡아함경』 제1권 16번째 소경, 서진(西晉) 시대 축법호(竺法護)가 한역한 『불설앙굴마경(佛說鴦掘摩經)』, 서진 시대 법거(法炬)가 한역한 『불설앙굴계경(佛說鴦崛髻經)』, 유송(劉宋 시대 구나발타라(求那跋陀羅)가 한역한 『앙굴마라경(央掘魔羅經)』이 있다.
6 팔리어로 Aṅgulimālā라고 하는데, Aṅguli는 손가락, mālā는 목걸이라는 의미이다. 앙굴마라(央掘魔羅)라고 음사하며, 의역하여 지만(指鬘)이라고 한다. 사람을 죽여서 그 손가락을 잘라 꿰어 목에 걸고 다녀서 붙여진 이름이다. 경전에 따르면 그는 사위성에 살던 바라문의 5백 제자 가운데 가장 뛰어났고 힘이 세고 용모가 준수했다. 어느 날 스승의 아내가 그를 유혹하자 이를 뿌리쳤는데, 앙심을 품은 그 아내가 일부러 자신의 옷을 찢어 남편에게 그를 모함했다. 이것을 믿은 스승은 그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백 명의 사람을 죽여서 그 엄지손가락으로 목걸이를 만들어서 목에 걸면, 그의 수행이 완성된다고 거짓을 말한다. 이것을 믿은 앙굴마라가 살인을 행하다가 부처님을 만나서 교화를 받고 참회한 후 출가하여 후에 아라한이 되었다고 한다.
7 고려대장경 원문이 ‘멸육견지법(滅六見之法)’으로 되어 있으나 내용상 ‘나가 있다는 소견을 없애는 법,’ 즉 ‘멸아견지법(滅我見之法)’이 되어야 옳을 것으로 생각된다.
8 고려대장경 원문은 ‘언유아견무유아견역여설유아견무아견지법(言有我見無有我見亦與說有我見無我見之法)’으로 되어 있다. 내용상 ‘멸(滅’자를 넣어 ‘언유아견무유아견역여설멸유아견무아견지법(言有我見無有我見亦與說滅有我見無我見之法),’ 즉 ‘나는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는 소견을 가진 이를 위해서는 나는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는 소견을 멸하는 법을 말씀하시고’가 되어야 옳을 것으로 생각된다.
9 부처님께서 제정하신 법의(法衣)는 버려진 천으로 만들었다는 의미에서 분소의(糞掃衣)라고도 하고, 또 여러 가지 색깔의 천을 이어 붙여 만든 옷이라 하여 5납의(納衣ㆍ백납의(百納衣)라고도 한다.
1 팔리어로는 Paṇḍava이고, 반다바(般茶婆)ㆍ반다바(槃茶婆)로 음역하며, 백산(白山)이라고 한역하기도 한다. 왕사성 5산의 하나이다.

증일아함경 제32권

동진 계빈 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김월운 번역

38. 역품②

[ 7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열성(羅閱城)의 기사굴산(耆闍崛山)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이 영취산(靈鷲山)을 보느냐?”

비구들은 아뢰었다.
“예, 봅니다.”

“너희들은 알아야 한다. 아주 먼 옛날에 이 산은 다른 이름이었느니라. 너희들은 또 저 광보산(廣普山)을 보느냐?”

비구들은 아뢰었다.
“예, 봅니다.”

“너희들은 알아야 한다. 아주 먼 옛날에 이 산은 지금과 다른 이름이었느니라. 너희들은 또 저 백선산(白善山)2)을 보느냐?”

“예, 봅니다.”

“아주 먼 옛날에 이 산은 지금과 다른 이름이었느니라. 너희들은 또 저 부중산(負重山)3)을 보느냐?”

“예, 봅니다.”

“너희들은 선인굴산(仙人掘山)4)을 보느냐?”

“예, 봅니다.”

“저 산은 아주 먼 옛날에도 지금 이름과 같았고 다른 이름이 없었다. 왜냐하면 저 선인산(仙人山)에는 신통이 있는 보살과 도를 얻은 아라한이 항상 있었고, 여러 선인들이 살았었기 때문이니라. 또한 벽지불도 저 산에서 노닐었느니라. 내 이제 그 벽지불의 이름을 말하리니, 너희들은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해 기억하라.
아리타(阿利吒)와 파리타(婆利吒)라는 이름의 벽지불(辟支佛)이 계셨고, 심제중(審諦重) 벽지불과 선관(善觀) 벽지불과 구경(究竟) 벽지불과 총명(聰明) 벽지불과 무구(無垢 벽지불과 제사념관(帝闍念觀) 벽지불과 무멸(無滅)ㆍ무형(無形ㆍ승(勝)ㆍ최승(最勝)ㆍ극대(極大)ㆍ극뇌전광명(極雷電光明) 벽지불이 계셨다.
비구들이여, 부처가 세상에 출현하기 전, 이런 5백 벽지불이 이 선인산(仙人山)에서 살고 있었다. 여래가 도술천(兜術天)에서 이 세상으로 내려오려 했을 때, 저 정거천자(淨居天子)가 먼저 이 세상에 내려와 두루 알렸다.
‘이 부처 세계를 깨끗이 하라. 지금부터 2년 뒤에는 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실 것이다.’

여러 벽지불은 이 말을 듣고 모두 허공에 올라가 이런 게송을 읊었다.
모든 부처님 세상에 나오시기 전
이곳에서 성현들이 살았네.
스스로 깨달은 벽지불들
언제나 이 산에서 살고 있었네.

이 산의 이름은 선인산(仙人山)
벽지불이 살던 곳
많은 선인과 아라한들 있어
이 산은 한 번도 빈 적이 없었네.

그때 모든 벽지불들은 곧 공중에서 몸을 불태워 반열반(般涅槃)에 들었다. 왜냐하면 세상에는 두 부처의 이름이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열반에 든 것이다. 한 무리의 상단에 두 길잡이가 있을 수 없고, 한 나라에 두 임금이 있을 수 없으며, 한 부처 세계에도 두 부처의 이름이 있을 수 없다.
왜냐하면 아주 먼 옛날 이 라열성에 희익(喜益)이라는 왕이 있었다. 그는 늘 지옥의 고통을 생각하고 아귀와 축생의 고통을 생각하였다. 그때 그는 생각하였다.
‘나는 항상 지옥ㆍ축생ㆍ아귀의 고통을 기억한다. 나는 다시는 이 세 갈래 나쁜 길에는 들어가지 않으리라. 그러기 위해서는 왕의 지위와 처자와 종들을 모두 버리고 견고한 믿음으로 집을 떠나 도를 배워야 한다.’

그래서 희익대왕은 그 지독한 괴로움이 싫어 곧 왕의 지위를 버리고는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의를 입고 출가하여 도를 배웠다. 그는 한적한 곳에서 자신을 극복하며 5성음(盛陰)을 관찰하고 그 무상함을 분명하게 관찰하였다. 즉 ‘이것은 색(色)이다. 이것은 색의 발생[色習]5)이다. 이것은 색의 소멸[色滅]이다. 통(痛:受)ㆍ상(想ㆍ행(行)ㆍ식(識)도 그와 같아서 모두 무상한 것이다.’
이렇게 5성음(盛陰)을 관찰했을 때 발생했던 법은 모두 소멸하는 법이 되었고, 이렇게 관찰하고 난 뒤 벽지불의 도(道)를 성취하였다.

그때 벽지불이 된 희익은 곧 다음 게송을 읊었다.
나는 저 지옥의 고통과
축생 등 다섯 갈래를 기억하고는
그것을 버리고 도를 배워
홀로 떠나 근심이 없네.

그때 그 벽지불도 저 선인산에 살았느니라. 비구들아, 이런 사실로 보아 알아야 한다. 저 산에는 언제나 신통을 얻은 보살과 도를 얻은 참사람[眞人]들이 살았고, 선인의 도를 배우는 사람이 그곳에서 살았기 때문에 이름을 선인산이라고 하였고, 다시 다른 이름이 없는 것이다.
여래가 세상에 출현하기 전에는 여러 하늘들이 늘 이 선인산에 내려와 공경하였다. 왜냐하면 이 산에는 순전히 참사람들만 살고 다른 잡된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다음에 미륵부처님이 세상에 강림하실 때에도 다른 산들은 제각기 다른 이름이 있겠지만, 이 선인산만은 다른 이름이 없을 것이다. 또 이 현겁(賢劫)6) 동안에도 이 산 이름만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너희 비구들이 이 산을 가까이하고 받들어 섬기며 공경한다면 온갖 공덕이 더욱 늘어날 것이다. 보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8 ]7)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생각을 오로지하여 스스로를 닦아야 한다. 어떻게 생각을 온전히 해야 하는가? 비구는 가야 할 때 갈 줄 알고, 움직이는 태도ㆍ나아가고 멈춤ㆍ굽히고 폄ㆍ구부리고 우러름ㆍ옷을 입는 법ㆍ잠자기와 깨기ㆍ말하기와 침묵하기에 있어 모두 때를 알아야 한다.
또 비구가 만일 마음이 온전하고 바르다면, 그 비구는 아직 생기지 않은 탐욕의 번뇌[欲漏]8)가 생기지 않고 이미 생긴 것은 곧 사라질 것이며, 아직 생기지 않은 생존의 번뇌[有漏]를 생기지 못하게 하고 이미 생긴 것은 사라지게 할 것이며, 아직 생기지 않은 무명의 번뇌[無明漏]를 생기지 못하게 하고 이미 생긴 것은 사라지게 할 것이다.
또 만일 생각을 오로지 해 6입(入)을 분별한다면 끝내 나쁜 길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6입(入)을 어떻게 분별하면 나쁜 길에 떨어지는가? 눈으로 곱거나 추한 빛깔을 볼 때 고운 것을 보면 기뻐하고 나쁜 것을 보면 기뻐하지 않으며, 귀로 곱거나 추한 소리를 들을 때 고운 소리를 들으면 기뻐하고 나쁜 소리를 들으면 기뻐하지 않으며, 코ㆍ혀ㆍ몸ㆍ뜻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이 하는 것이다.
마치 여섯 가지 동물이 그 성향과 행동이 각각 다른 것과 같다. 만일 어떤 사람이 개ㆍ여우ㆍ원숭이ㆍ상어ㆍ독사ㆍ새를 잡아 밧줄로 매서 하나로 묶고 풀어놓는다면, 여섯 동물은 각각 그 성향과 행동이 달라 개는 마을로 달아나려고 마음먹고, 여우는 무덤 사이로 달아나려고 마음먹으며, 상어는 물속으로 달아나려고 마음먹고, 원숭이는 숲 속으로 달아나려고 마음먹으며, 독사는 구멍 속으로 들어가려고 마음먹고, 새는 공중으로 날아가려고 마음먹는다. 이와 같이 여섯 동물들은 그 성향과 행동이 각각 다르니라.

또 어떤 사람이 이 여섯 가지 동물을 잡아 한 곳에 매어 두고 동서남북 어디로도 가지 못하게 한다고 하자. 그러면 그들은 비록 몸부림쳐보지만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한다.
우리의 6정(情)9)도 그와 같아 각각 주인이 따로 있어 행하는 것이 같지 않고, 좋거나 나쁘거나 그 보는 것이 각각 다르다.

그때 비구는 그 6정(情)을 한 곳에 매어 둔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생각을 오로지 해 어지럽지 않다면, 그때는 악마 파순이 그 틈을 노리지 못하고 온갖 착한 공덕은 모두 성취될 것이다.
이와 같이 비구들아, 눈을 완전히 갖출 것을 늘 생각한다면 곧 두 가지 과보를 얻으리니 현세에서 아나함과(阿那含果)를 얻거나 혹은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얻을 것이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9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바라나(波羅㮈)의 녹야원(鹿野園)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무상(無常)한 것이라는 생각[無常想:無常觀]을 닦고,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널리 펴라.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닦고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널리 펴고 나면 욕애(欲愛)를 끊고 색애(色愛)와 무색애(無色愛)10)를 끊으며 교만(憍慢)과 무명(無明)을 모두 끊게 될 것이다. 무엇 때문인가?
아주 먼 옛날에 선목(善目)이라는 벽지불이 있었다. 그는 용모가 단정하고 얼굴빛이 복숭아꽃 같았으며 눈길이 자상하고 입에서는 우발화(優鉢華) 향기가 나고 몸에서는 전단향 냄새가 났다.

어느 때 선목 벽지불은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바라나성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어느 장자 집에 이르러 문 밖에 잠자코 서 있었다. 그때 그 장자의 딸이 단정하기 짝이 없고 세상에 드물 만큼 얼굴이 빼어나며 입에서는 우발화 향기가 나고 몸에서는 전단향 냄새가 나는 도인이 문밖에 서 있는 것을 멀리서 보고, 갑자기 욕정이 일어 그 비구에게 다가가 말하였다.
‘당신은 너무도 단정하고 얼굴빛이 복숭아꽃 같은 것이 세상에서 보기 드문 분이십니다. 제가 비록 여자의 몸이지만 저 또한 그 단정함이 서로 짝이 될 만합니다. 그러나 우리 집에는 보배가 많고 재물도 한량없습니다. 그러므로 사문이 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벽지불이 물었다.
‘누이여, 지금 나의 어디를 좋아하는가?’

장자의 딸이 대답하였다.
‘저는 바로 당신의 눈빛을 좋아합니다. 또 입에서는 우발화 향기가 나고 몸에서는 전단향 냄새가 납니다.’

그때 벽지불은 곧 왼손을 펴고 오른손으로 그 눈을 빼어 손바닥에 놓고 말하였다.
‘그대가 좋아하는 눈이란 바로 이것이다. 누이여, 지금 어디를 좋아하겠는가? 이것은 마치 부스럼과 같아서 탐낼 것이 하나도 없다. 또 이 눈에서는 더러운 것이 새어 나온다. 누이여, 알아야 한다. 이 눈[眼]은 물거품 같아서 견고하지 않고, 허깨비처럼 진실한 것이 아니건만 세상 사람을 속이고 미혹하게 하는 것이다.
귀[耳]ㆍ코[鼻]ㆍ혀[口]ㆍ몸[身]ㆍ뜻[意]도 그와 같아서 견고하지 않고 거짓되어 진실하지 않은 것이다. 입은 침 그릇으로서 더러운 물질을 내뱉고, 순전히 흰 뼈만 머금고 있는 이 몸은 괴로움의 그릇으로서 없어질 법이요 언제나 더러운 것이 가득 차고 온갖 벌레가 득실거리는 곳이며, 또 그림을 그려 놓은 병과 같지만 그 안에는 더러운 물질이 가득하다.
누이여, 지금 어디를 좋아하겠는가? 그러므로 누이여, 마땅히 그 마음을 오로지하여 이것은 허깨비처럼 거짓되어 진실이 아니라고 생각하라. 만일 누이가 내 눈빛을 무상하다고 생각한다면 가지고 있던 좋아하던 생각과 욕심은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 귀ㆍ코ㆍ혀ㆍ몸ㆍ뜻도 다 무상하다고 생각하고 나면 가지고 있던 욕정은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 이렇게 6입(入)에 대해 사유한다면 욕정은 곧 사라질 것이다.’

그때 장자의 딸은 곧 두려운 생각이 들어 앞으로 나아가 벽지불의 발에 예를 올리고 아뢰었다.
‘지금부터는 허물을 고치고 선을 닦아 다시는 욕정을 일으키지 않겠습니다. 원컨대 저의 참회를 받아 주소서.’
이렇게 두 번 세 번 수행하기를 맹세하였다.

벽지불은 대답하였다.
‘그만하라, 그만하라. 누이여, 그것은 너의 허물이 아니다. 그것은 내가 전생의 죄로 이런 형상을 받았기 때문에,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욕정을 일으키게 한 것이다. 이 눈을 자세히 관찰해 보라. 이 눈[眼]은 나[我]가 아니요, 나 또한 그의 소유가 아니다. 또 내가 그것을 만든 것이 아니요, 그것이 나를 만든 것도 아니다. 그것은 없는 가운데서 생겨서는 곧 무너져 없어지는 것이다. 그것은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아니요, 모두 인연이 모여 된 것이다.
이른바 인연이 모인 것이란 ‘이것을 인연하여 저것이 있고 이것이 일어나면 저것이 일어난다. 이것이 없으면 저것도 없고 이것이 소멸하면 저것도 소멸한다’는 것이다. 귀ㆍ코ㆍ혀ㆍ몸ㆍ뜻도 그와 같아서 모두 비고 고요한 것이다.
그러므로 누이여, 눈빛에 집착하지 말라. 눈빛에 집착하지 않으면 곧 안온한 곳에 이르게 되어 다시는 욕정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누이여,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이렇게 벽지불은 그 여자에게 네 가지 무상한 법을 설하고 허공으로 올라가 열여덟 가지 신통을 보이고는 머물던 곳으로 돌아갔다.

그때 그 여자는 눈ㆍ귀ㆍ코ㆍ혀ㆍ몸ㆍ뜻을 관찰해 아무것도 없는 것임을 밝게 알고 한적한 곳에서 이 법을 깊이 사유하였다. 그리고 다시 6입(入)에 주인이 없음을 깊이 사유하고 4등심(等心)11)을 얻었다. 그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범천(梵天)에 태어났다.

비구들이여, 알아야 한다. 만일 무상하다는 생각을 사유하고 무상하다는 생각을 널리 편다면 욕애ㆍ색애ㆍ무색애를 모두 끊고 교만과 무명이 모두 없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때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10 ]12)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바사닉왕은 마부에게 명령하였다.
“너는 지금 보배로운 깃털로 장식한 수레를 준비하라. 내가 밖으로 나가 유람하고 싶구나.”

그는 왕의 명령을 받고 곧 보배로운 깃털로 장식한 수레를 준비하고 왕에게 나아가 아뢰었다.
“보배로운 깃털로 장식한 수레를 준비하였습니다. 왕께선 때를 알아 하소서.”

바사닉왕은 그를 데리고 사위성을 나서 동산으로 갔다. 동산의 숲에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사람들도 없어 매우 조용하고 공허하였다. 그는 이를 보고 여래께서 말씀하신 모든 법의 근본을 생각하였다.
그때 시자는 왕 뒤에서 왕에게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왕은 그에게 말하였다.
“이 동산의 과일나무들에선 어떤 소리도 없고, 또 사람들도 없어 매우 조용하고 공허하다. 지금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을 청해 이곳에서 노닐며 교화하게 하고 싶구나. 그러나 지금 어디 계시는지 모르겠구나. 내가 찾아가 뵙고 싶구나.”

시자는 아뢰었다.
“석가족 땅에 녹당(鹿堂13)이라는 마을이 있는데, 여래께서는 지금 그곳에서 노닐며 교화하고 계십니다.”

“그 녹당은 여기서 얼마나 되는가?”

“여래께서 머무시는 곳은 여기서 멀지 않습니다. 그 달리는 거리로 계산하면 3유순(由旬)쯤 될 것입니다.”

“보배로운 깃털로 장식한 수레를 빨리 준비하라. 내 지금 여래를 뵙고 싶구나.”

시자는 왕의 명령을 받고는 곧 수레를 준비하고 왕에게 나아가 아뢰었다.
“수레가 준비되었습니다. 왕께선 때를 알아 하소서.”
왕은 곧 수레를 타고 그 마을로 갔다.

그때 많은 비구들은 밖에서 경행(經行)을 하고 있었다. 왕은 수레에서 내려 그 비구들에게 갔다. 그곳에 도착해서는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서서 아뢰었다.
“지금 여래께서는 어디 계십니까? 제가 뵙고 싶습니다.’

비구들은 말하였다.
“세존께서는 저 강당 안에 계십니다. 가서 뵐 수 있으니 어렵게 생각지 마십시오. 왕께선 가실 때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소리가 나지 않게 하십시오.”
그때 바사닉왕이 시자를 돌아보았다.
시자는 생각하였다.
‘왕께서 지금 혼자 세존을 뵈려하시니, 나는 여기 있자.’

왕은 혼자서 세존께 나아갔다.
그때 세존께서는 천안으로 바사닉왕이 문밖에 서 있는 것을 보시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왕에게 문을 열어 주었다. 왕은 세존을 보자 곧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자기 성명을 일컬었다.
“저는 바사닉왕입니다.”
이렇게 이름을 세 번 일컬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당신은 왕이시고, 저는 석가족에서 출가하여 도를 닦는 자입니다.’

왕은 아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무궁한 수명을 누리시며 천상과 인간을 안락하게 하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대왕께선 무궁한 수명을 누리시며 법으로 다스리고 비법(非法)으로 다스리진 마십시오. 법으로 다스렸던 분들은 모두 천상의 좋은 곳에 태어났고, 목숨을 마친 뒤에도 그 이름이 시들지 않아 세상 사람들이 ‘옛날에 법으로 세상을 다스리며 왜곡시키는 법이 없었던 국왕이 계셨었다’는 말을 전하게 하였습니다. 만일 이 왕의 국토에 사는 백성들이 왕의 공덕을 찬탄하고 기억하며 잊지 않는다면 왕께서는 천상에서 여섯 가지 공덕이 늘어갈 것입니다.
그 여섯 가지란, 첫째는 천상에서의 수명이요, 둘째는 천상에서의 몸이며, 셋째는 천상에서의 즐거움이요, 넷째는 천상에서의 신통이며, 다섯째는 천상에서의 부유함이요, 여섯째는 천상에서의 광명입니다.
그러므로 대왕께서는 법으로 다스려야지 비법으로 다스려선 안 됩니다. 저도 지금 몸에 그런 공덕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의 공경과 예배를 받는 것입니다.”

왕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여래의 공덕이라면 마땅히 사람들의 예배를 받아야합니다.”

“대왕께선 어째서 여래는 사람들의 예배를 받아 마땅하다고 말씀하십니까?”

“여래에겐 여섯 가지 공덕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의 예배를 받아 마땅하십니다. 그 여섯 가지란, 여래의 바른 법은 너무도 부드럽고 아름다우며 지혜로운 사람들이 닦아야 할 것이니, 이것이 여래의 첫째 공덕으로서 섬길 만하고 공경할 만한 것입니다.

또 여래의 성중은 너무도 온화하고 유순하며 여러 법을 성취하였으니, 계율을 성취하고 삼매를 성취하고 지혜를 성취하고 해탈을 성취하고 해탈지견을 성취하였습니다. 성중이란 이른바 사쌍팔배(四雙八輩)14)니,이들이 바로 여래의 성중으로서 공경할 만하고 높일 만한 세상의 큰 복 밭입니다. 이것이 여래의 둘째 공덕입니다.

또 여래의 사부대중은 가르치는 행법(行法)을 잘 익히고, 거듭거듭 물음으로써 여래를 귀찮게 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여래의 셋째 공덕입니다.

또 세존이시여, 세상에서 뛰어난 큰 재주를 가진 찰리ㆍ바라문ㆍ거사ㆍ사문들이 모여 이렇게 논의하는 것을 저는 보았습니다.
‘우리는 이 이치를 저 사문 구담에게 가서 물어 보자. 만일 저 사문 구담이 이 이치에 대답하지 못한다면 그에게 부족한 점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만일 그가 잘 대답한다면 우리 모두 그 훌륭함을 칭찬하자.’
그래서 4성(姓)들은 세존께 나아가 그 이치를 묻기도 하고 혹은 잠자코 있기도 하였습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그들을 위해 설법하셨고, 법을 들은 그들은 다시는 묻지 못했는데 하물며 따지려 했겠습니까? 그들은 모두 여래를 스승으로 섬겼으니, 이것이 그 넷째 공덕입니다.

또 저 62가지 소견을 가진 이들이 세상 사람들을 속이면서 바른 법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로 말미암아 어리석게 됩니다. 그러나 여래께서는 그 여러 삿된 소견을 없애고 바른 소견을 닦게 하셨습니다. 이것이 여래의 다섯째 공덕입니다.

또 중생들이 몸과 입과 뜻으로 악을 행하다가도 목숨을 마칠 때 여래의 공덕을 생각하기만 해도 세 갈래 나쁜 길을 떠나 천상에 태어나게 되고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도 천상에 태어나게 됩니다. 이것이 여래의 여섯째 공덕입니다. 그래서 중생들은 여래를 뵙기만 하면 모두들 공경하는 마음을 내어 공양하는 것입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합니다. 대왕께서는 여래 앞에서 사자처럼 외쳐 여래의 공덕을 연설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대왕께서는 여래를 향하는 마음을 항상 가지도록 하십시오. 대왕이여,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합니다.”

이와 같이 세존께서는 바사닉왕을 위해 미묘한 법을 말씀하시어 그를 기쁘게 하셨다. 그때 대왕은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리고 물러났다.

그가 떠난 지 오래지 않아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이 법을 받들어 공양하고 잘 외워 익혀야 한다. 왜냐하면 이것은 저 바사닉왕이 한 말이기 때문이니라. 너희들도 사부대중을 위해 그 이치를 널리 설명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때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11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열성의 가란타죽원(迦蘭陀竹園)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아사세왕(我闍世王)은 신하들에게 명령하였다.
“너희들은 보배로운 깃털로 장식한 수레를 빨리 준비하라. 내가 세존을 뵈러 가고 싶구나.”

신하들은 왕의 명령을 받고 곧 보배로운 깃털로 장식한 수레를 준비하고 왕에게 나아가 아뢰었다.
“수레 준비가 이미 끝났습니다. 왕께선 때를 알아 하소서.”

이때 왕은 보배로운 깃털로 장식한 수레를 타고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아사세왕이 세존께 아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제 청을 허락하여 이 라열성에서 90일 동안의 여름 안거를 지내소서.”

그때 세존께서는 묵묵히 왕의 청을 허락하셨다. 왕은 세존께서 잠자코 청을 허락하시는 것을 보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물러갔다.

그리고 아사세왕은 때맞춰 의복ㆍ음식ㆍ침구ㆍ병을 치료하는 의약품을 공양하였다.

그때 비사리성(毗舍離城)에선 귀신이 흥성하여 죽는 사람이 헤아릴 수 없었으니, 하루 동안에 죽는 사람이 1백여 명이나 되었다. 귀신 나찰이 그곳에 가득 차 얼굴과 눈이 누렇게 떴고 어떤 이들은 3일이나 4일 만에 죽었다. 그래서 비사리성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며 모두들 한 곳에 모여 함께 의논하였다.
“이 큰 성은 너무도 번성했고 토지와 사람이 풍족해 한없이 부유하고 즐거워 저 석제환인이 사는 하늘의 궁전 같았다. 그런데 지금은 귀신의 피해를 입어 모조리 죽고 쓸쓸하기가 산이나 들과 같다. 누가 이 재앙을 물리칠 수 있는 신덕(神德)을 가졌겠는가?”

그때 백성들은 저희끼리 말하였다.
“우리는 사문 구담께서 가시는 곳에는 어떤 삿된 귀신도 침범하지 못한다고 들었다. 만일 그 여래께서 이곳으로 오신다면 이 귀신들은 모두 스스로 도망쳐 흩어질 것이다. 그런데 지금 세존께서는 라열성에 머무시며 아사세왕의 공양을 받고 계시니, 아마도 이곳으로 와 교화하지 않으실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하였다.
“여래께서는 큰 자비로 중생을 가엾이 여겨 일체를 두루 살피시고 제도하지 못한 이를 제도하시고, 일체 중생을 버리지 않으시기를 마치 어머니가 자식을 사랑하듯 하신다. 그러므로 만일 청하는 사람이 있다면 여래께서는 곧 오실 것이요, 아사세왕도 결국 만류하지 못할 것이다. 누가 저 아사세왕의 땅으로 가서 세존께 ‘지금 우리 성이 큰 곤욕을 당하고 있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가엾이 여겨 돌보아 주소서’라고 아뢸 수 있겠는가?”

그때 최대(最大)라는 큰 장자가 그 대중 가운데 있었다. 대중들은 그에게 말하였다.
“우리는 사문 구담께서 가시는 곳에는 어떤 나쁜 귀신도 피해를 입히지 못한다고 들었습니다. 만일 그 여래께서 이곳으로 오시기만 한다면 이 재앙을 능히 없앨 것입니다. 그대는 저 세존께 찾아가 이런 사정을 자세히 아뢰어 이 성이 영원히 존재할 수 있게 하십시오.”

장자는 잠자코 대중들의 말을 따라 곧 자리에서 일어나 집으로 갔다. 집에 도착해서는 여행 도구를 챙기고 여러 하인을 거느리고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장자는 세존께 아뢰었다.
“비사리성 사람들이 큰 재앙을 만나 많은 백성들이 죽어 나가는데, 줄지어 시체를 실어내는 수레를 계산해 보면 하루에도 1백여 대가 넘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가엾이 여기고 돌보시어 저 남아 있는 사람들을 안온한 곳으로 건져 아무 일도 없게 하소서. 또 저희들은 세존께서 가시는 곳에는 하늘도 용도 귀신들도 감히 침범하지 못한다고 들었습니다. 원컨대 저희를 살피시고 저희 성으로 오시어 백성들을 건져 안온하게 아무 일도 없게 하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이미 라열성 아사세왕의 청을 받아들였다. 모든 불세존은 두말하는 법이 없다. 만일 저 아사세왕이 허락한다면 여래는 가리라.”

최대 장자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아사세왕은 결코 우리나라에 오시도록 여래를 놓아주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아사세왕은 우리나라에 털끝만큼도 좋은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는 언제나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우리나라 백성들을 해치려고 합니다.
만일 아사세왕이 저를 본다면 그는 곧 저를 잡아 죽일 것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사정을 말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나라 백성들이 귀신들에게 피해를 입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면 그는 한량없이 기뻐할 것입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두려워 말고 지금 왕에게 가서 이렇게 말하라.
‘여래께서 왕의 신상에 대해 예언하셨는데, 그 말씀은 결코 거짓이 없고 두 말씀이 없습니다. 죄 없는 부왕을 죽였으니 왕께서는 마땅히 아비지옥(阿鼻地獄)에 태어나 그곳에서 1겁을 지내야만 합니다. 그러나 지금 그 죄를 벗어나 과거의 허물을 뉘우치고 여래의 법 안에서 믿음을 성취하였으니, 그 공덕으로 말미암아 그 죄가 남김없이 소멸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목숨을 마치게 되면 박구지옥(拍毬地獄)에 태어날 것이요,그곳에서 목숨을 마치면 사천왕천에 태어날 것이며, 거기서 목숨을 마치면 염천(豔天)에 태어날 것이요, 염천에서 목숨을 마치면 도술천(兜術天)ㆍ화자재천(化自在天)ㆍ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에 태어났다가 다시 차례로 내려와 사천왕천에 태어날 것입니다. 대왕께선 아셔야합니다. 그렇게 20겁 동안 나쁜 세계에 떨어지지 않고 항상 천상과 인간 세상에 태어날 것이며, 최후에는 인간의 몸을 받아 견고한 믿음으로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의를 입고 출가하여 도를 배워 제악(除惡)이라는 벽지불이 될 것입니다.’
그 왕이 이 말을 들으면 너무 기뻐 어쩔 줄 모르면서 ‘네 소원이 무엇인가? 내 어김없이 들어주리라’고 너에게 말하리라.”

장자는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이제 세존의 위신력을 받들어 저 왕에게 가겠습니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왕에게 갔다.

그때 아사세왕은 여러 신하들과 함께 높은 궁전 위에서 강론하고 있었다. 이때 이 장자가 왕에게 다가갔다. 왕은 멀리서 보고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만일 저 사람이 여기로 온다면 너희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러자 어떤 이는 “우리는 그를 잡아 다섯 동강을 내겠습니다”고 말하고, 또 어떤 이는 “목을 베어 나무에 매달겠습니다”고 말하였다.

왕은 말하였다.
“너희들은 빨리 저자를 죽여 나를 만나는 일이 없도록 하라.”

장자는 이 말을 듣고 너무도 두려웠지만 이내 소리를 높여 이렇게 외쳤다.
“저는 부처님이 보내서 왔습니다.”

왕은 부처님이라는 소리를 듣고 곧 자리에서 내려와 오른쪽 무릎을 땅에 꿇고 여래가 계신 곳을 향하며 장자에게 물었다.
“여래께서 어떤 분부를 하셨느냐?”

장자는 말하였다.
“세존께서 성왕(聖王)의 신상에 대해 예언하셨는데, 그 말씀은 결코 거짓이 없고 두 가지 말씀이 없습니다. 여래께서는 ‘왕께선 부왕을 죽였으니 그 죄로 말미암아 마땅히 아비지옥에 들어가 1겁을 지내야만 합니다. 그러나 이내 여래 앞에서 허물을 고쳤으니, 이제는 박구지옥에 태어나게 되었으며, 거기서 목숨을 마치면 사천왕천에 태어나고 계속해서 타화자재천에 났다가 다시 차례로 내려와 사천왕천에 태어날 것입니다. 그렇게 20겁 동안에 세 갈래 나쁜 세계에 떨어지지 않고 천상과 인간을 돌아다니다가 최후에는 인간의 몸을 받아 견고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제악(除惡)이라는 벽지불이 되어 세상에 출현할 것입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너무 기뻐 어쩔 줄 모르며 장자에게 말하였다.
“너의 소원이 무엇이냐? 내 들어주리라.”

장자가 왕에게 아뢰었다.
“소원이 있으니 왕께선 물리치지 마소서.”

아사세왕이 말하였다.“네가 무엇을 원하는지 말만 하라. 내 물리치지 않으리라.”

“비사리성 백성들이 재앙을 만나 귀신에게 피해를 입은 자들이 헤아릴 수 없습니다. 원컨대 대왕께서는 세존께서 저 나라로 가 저 귀신들을 모두 흩어 달아나게 하도록 세존을 놓아주소서. 왜냐하면 여래께서 가시는 곳에는 하늘도 용도 귀신들도 그 틈을 엿보지 못한다고 저희는 들었기 때문입니다. 원컨대 대왕께서는 세존께서 저 나라로 가도록 허락하소서.”

왕은 이 말을 듣고 곧 길게 탄식하며 말하였다.
“네 소원이 너무 커 보통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구나. 만일 네가 내게 성이나 마을이나 나라의 재물ㆍ처자를 요구했다면 나는 아까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네가 세존께서 가시도록 청할 줄은 내 미처 생각하지 못했구나. 그러나 나는 이미 네 소원을 들어 준다고 약속하였으니 이제 네 뜻을 따르리라.”

그때 장자는 매우 기뻐하면서 곧 자리에서 일어나 하직하고 물러갔다.
그는 세존께 나아가 아뢰었다.
“아사세왕이 세존께서 우리나라로 가시는 것을 허락하였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먼저 가거라. 여래는 때를 보아 가리라.”

장자는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한 뒤 부처님 주위를 세 번 돌고 물러갔다.

세존께서는 이른 아침에 비구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가란타죽원을 나와 비사리성으로 향하셨다.
그때 아사세왕은 일산을 든 한 사람과 함께 높은 누각 위에 있다가 세존께서 그 나라를 향해 떠나시는 것을 멀리서 보고 탄식하면서 좌우에 말하였다.
“우리가 그 장자에게 속았다. 저들을 살리기 위해 여래께서 이 나라를 떠나시게 하다니.”

아사세왕은 먼지로 세존의 몸이 더럽혀질까 염려해 곧 5백 개의 일산을 들고 세존을 배웅하였다. 라열성 사람들도 또 5백 개의 일산을 들고 여래의 뒤를 따랐다. 그때 또 석제환인(釋提桓因)도 세존의 마음속 생각을 알고 먼지로 여래의 몸이 더렵혀질까 염려하여 5백 개의 보배 일산을 허공에 두었고, 여러 강의 신들도 5백 개의 일산을 들고 허공에 있었다. 또 비사리성 백성들도 세존께서 성으로 들어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5백 개의 보배 일산을 들고 나와 세존을 맞이하였다. 그래서 2천5백 개의 보배 일산이 허공에 떠있게 있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그 일산들을 보고 빙그레 웃으셨다. 모든 불세존들의 상법(常法)대로 여래께서 웃으셨을 때 파랑ㆍ노랑ㆍ하양ㆍ검정ㆍ빨강의 다섯 가지 광명이 그 입에서 나왔다.

시자 아난은 그 광명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무슨 까닭일까? 세존께서 웃으실 때에는 반드시 인연이 있다. 함부로 그러시는 것이 아니다.’
그때 아난이 꿇어앉아 합장하고 세존께 아뢰었다.
“여래께서는 결코 함부로 웃지 않으십니다. 웃음에는 반드시 그 이유가 있으십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여래에게 공양한 저 2천5백 개의 보배 일산을 보느냐?”

아난이 대답하였다.“예, 봅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만일 여래가 출가하여 도를 배우지 않았다면 2천5백 세 동안 전륜성왕이 되어 백성들을 다스렸을 것이다. 그러나 여래는 출가하여 도를 배웠으니 다시는 저런 보배 일산 공양을 받지 않으리라.

아난아, 알아야 한다. 아주 먼 옛날에 선화치(善化治)라는 왕이 있었다. 그는 밀치라국(蜜絺羅國)을 법으로 다스리며 백성들을 대하는 데에도 법이 있었다. 그래서 이 염부리(閻浮里) 땅을 통솔함에 그 명령을 따르지 않는 자들이 없었다.
그 왕에게는 8만 4천 명의 부인과 시녀가 있었는데 모두 찰리(刹利) 종족이었고, 그 첫째 부인의 이름은 일광(日光)이었다. 그러나 대를 이을 자식이 없었다.

그때 왕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지금 이 염부리 땅을 통솔한다고는 하지만 자식이 없다.’
그는 곧 산신ㆍ나무신과 천지신명에게 자식을 점지해 달라고 빌었다. 그러자 며칠 지나지 않아 그 부인이 아이를 배었다. 일광 부인은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여, 아소서. 제가 지금 아이를 밴 것이 느껴집니다. 잘 보호해야 하겠습니다.’
그렇게 8ㆍ9개월이 지나 한 사내아이를 낳았는데, 용모가 단정하고 얼굴빛이 복숭아꽃 같았다. 부인은 그 모습을 보고 매우 기뻐하며 대왕에게 가서 보였다. 왕은 아이를 보고 너무 기뻐 어쩔 줄 몰랐고, 8만 4천 부인들도 새로 태어난 태자를 보고 다들 기뻐하였다.

그때 왕은 신하들과 나라의 스승과 도사들을 불러 아들의 상을 보게 하고 또 이름을 지어 세상에 퍼지게 하라 하였다. 관상가들은 왕에게 아뢰었다.
‘지금 태어난 태자는 너무도 단정한 것이 이 세상 사람들과 다르니, 보기만 하면 사랑하지 않을 자가 없습니다. 그러니 애념(愛念)이라 이름하소서.’
그들은 이름을 짓고 제각기 돌아갔다.
그때 왕은 태자를 사랑해 잠시도 눈을 떼지 않았고, 또 태자를 위해 세 계절15)의 강당을 짓고 미녀들을 가득 채워 태자와 즐기게 하였다.

그때 태자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미녀들 중에 과연 이 세상을 떠나지 않고 영원히 존재하며 또 변하거나 바뀌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저들을 관찰해보면 모두들 무상하여 이 세상에 영원히 존재할 자는 없다. 저들은 다 허망하여 진실이 아닌데도 사람들로 하여금 집착하고 사랑하며 즐기게 한다. 그래서 모두들 그것을 멀리 여읠 줄 모른다. 나에게 저들이 필요할까? 저들을 버리고 도를 배워야겠다.’
애념 태자는 곧 그날로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의를 입고 출가하여 도를 배웠고, 그 밤에 모든 결박을 끊고 ‘발생한 법은 모두 다 없어진다’는 것을 사유하여 벽지불이 되었다.
그는 벽지불이 되어 곧 이런 게송을 읊었다.
탐욕은 무상한 법
변하고 바뀌며 진실함도 안정됨도 없네.
이것이 큰 재앙이 됨을 알아
짝하는 이 없이 홀로 노니네.

벽지불은 이 게송을 마치고 곧 허공으로 날아올라 밀치라성을 세 바퀴 돌았다.

그때 국왕은 높은 궁전 위에서 궁녀들과 즐겁게 놀다가 그 벽지불이 성을 세 바퀴 도는 모습을 보고는 너무 기뻐 어쩔 줄 몰랐고 ‘나의 태자가 마치 새처럼 허공을 나는구나’라고 하였다. 그러나 그가 벽지불이 된 줄은 모르고 말하였다.
‘아들아, 이 궁전으로 내려오너라. 나와 함께 즐겁게 놀자.’
아난아, 그때 그 벽지불은 그 부모를 제도하기 위해 곧 궁전으로 내려 왔다. 이때 왕이 그에게 말하였다.
‘태자야, 지금 왜 그런 시녀들이나 입는 옷을 걸치고, 또 다른 사람들과 달리 수염과 머리까지 깎았느냐?’
벽지불은 대답하였다.
‘소자가 지금 입고 있는 옷은 매우 기이하고 고상하여 보통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 아닙니다.’
‘무슨 이유로 궁중에는 오지 않는가?’
‘지금부터 다시는 애욕을 익히지 않고, 다섯 가지 욕망 속에서 지내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만일 다섯 가지 욕망 속에서 지내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나의 후원(後園)에서 지내라.’

그때 국왕은 곧 몸소 동산으로 가서 집을 지었다. 벽지불은 그 부모를 제도하기 위해 그 동산의 집에 머무르며 왕의 공양을 받다가 며칠을 지낸 뒤 곧 무여열반(無餘涅槃)의 세계에서 반열반하였다.
왕은 그 사리를 거두어 화장하고 그곳에 큰 신사(神寺)를 세웠다. 세월이 흐른 뒤 왕은 그 동산으로 유람을 갔다가 그 절이 허물어지고 파괴된 것을 보고 생각하였다.
‘이곳은 내 아들의 절인데 벌써 이처럼 허물어졌구나.’
그때 국왕은 곧 자기 일산으로 그 신사를 덮어 주었으니, 그것은 다 사랑하는 마음이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느니라.

아난아, 그때의 선화왕(善化王)이 누구일까라는 생각은 말라. 그가 바로 나이니라. 나는 그때 아들을 위해 일산으로 그 절을 덮어 준 공덕으로 천상과 인간을 돌아다니면서 여러 백천 번 전륜성왕이 되었고 또 제석(帝釋)과 범천(梵天)이 되었다. 나는 그때 그가 벽지불인 줄을 몰랐었다. 만일 그가 벽지불인 줄 알았더라면 그 공덕은 이루 헤아릴 수 없었을 것이다. 만일 여래가 위없이 바른 도를 이루지 않았더라면 다시 2천5백 번이나 전륜성왕이 되어 천하를 다스렸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도를 이루었기 때문에 이 2천5백 개의 일산이 저절로 나타난 것이다. 아난아, 이런 인연으로 여래가 웃은 것이다. 모든 부처님을 섬기는 공덕은 이와 같이 헤아릴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난아, 방편을 구해 모든 불세존을 공양하도록 하라. 아난아,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비구들을 거느리고 비사리성에 도착해 성문에 서서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내 이제 여래가 되었으니
이 세상에서 가장 제일이라
이 정성스러운 말을 가지면
비사리성엔 재앙 없으리.

그리고 이 지성스런 법으로.
열반의 세계로 가게 되리라
이 정성스러운 말을 가지면
비사리성엔 재앙 없으리.

그리고 이 지성스러운 승가
여러 성현들 중 제일이니라.
이 지성스러운 말을 가지면
비사리성엔 재앙 없으리.

두 발 가진 사람도 안온을 얻고
네 발 가진 짐승도 또한 그러하며
길을 가는 이에게도 축복이 있고
길을 오는 이에게도 또한 그러하리.

밤이나 낮이나 안온을 얻고
괴롭히는 자가 없을 것이니
이 정성스러운 말을 가지면
비사리성에 재앙은 없어지리.

여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고 나자 나찰 귀신들은 그 자리에 있을 수 없어 제각기 달아나 다시는 비사리성으로 들어오지 못했고, 모든 병자들의 병이 낫게 되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미후지(獼猴池) 가에 머무셨고, 그 나라 사람들은 의복ㆍ음식ㆍ침구ㆍ병을 치료할 의약품으로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였다. 그리고 그 귀천을 따라 제각기 부처님과 비구 스님들께 공양하고 또 8관재(關齋)를 닦으며 그때를 놓치지 않았다.

그때 비사리성에는 외도들의 스승이 여섯 사람 있어 그곳에서 교화하고 있었다. 이른바 여섯 스승이란 불란가섭(不蘭迦葉)16)ㆍ아이단(阿夷耑)17)ㆍ구야루(瞿耶樓)18)ㆍ파휴가전(波休迦栴)19)ㆍ선비로지(先比盧持)20)ㆍ니건자(尼揵子)21) 등이었다. 이 여섯 스승들은 한 곳에 모여 이렇게 말하였다.
“저 사문 구담은 이 비사리성에 머무르면서 사람들의 공양을 받는데 우리는 그들의 공양을 받지 못한다. 우리는 그를 찾아가 누가 이기고 누가 지는지 변론해 보자.”

불란가섭이 말하였다.
“모든 사문 바라문들은 남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고 방편으로 힐난한다. 이것은 사문 바라문의 법이 아니다. 저 구담 사문도 남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고 방편으로 힐난한다. 우리가 어떻게 그와 변론할 수 있겠는가.”

아이단은 말하였다.
“보시는 없다. 받는 이도 없고 주는 이도 없다. 또 이승ㆍ저승도 없고 중생도 없고 선ㆍ악의 과보도 없다.”

구야루는 말하였다.
“항수(恒水) 가에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을 죽여 시체로 산을 이루고, 그 강 건너편에서 온갖 공덕을 짓는다하더라도 그로 인한 선ㆍ악의 과보는 전혀 없다.”

파휴가전은 말하였다.
“설사 항수 왼쪽에서 보시하고 계율을 지키며 때때로 이바지해 모자람이 없게 하더라도 그에 따른 복의 과보는 없다.”

선비로지는 말하였다.
“말도 없고 말의 과보도 없다. 오직 침묵만이 즐겁다.”

니건자는 말하였다.
“말도 있고, 말의 과보도 있다. 사문 구담도 사람이요, 나도 사람이다. 구담이 아는 것이 있으면 우리도 아는 것이 있다. 사문 구담에게 신통이 있으면 우리에게도 신통이 있다.
만일 그 사문이 한 가지 신통을 나타내면 우리는 두 가지 신통을 나타내고, 그가 두 가지 신통을 나타내면 우리는 4신족을 나타내며, 그가 네 가지를 나타내면 우리는 여덟 가지를 나타내고, 그가 여덟 가지를 나타내면 우리는 열여섯 가지를 나타내며, 그가 열여섯 가지를 나타내면 우리는 서른두 가지를 나타내어 언제나 그 보다 많이 나타내 끝까지 그에게 굴복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그와 힘을 겨룰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만일 그가 우리 변론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곧 그의 허물이다. 사람들은 듣고 나서 다시는 그를 공양하지 않을 것이고, 우리가 그 공양을 얻게 될 것이다.”

이때 어떤 비구니가 이 말을 듣고 말했다.
“저 외도의 여섯 스승이 한자리에 모여 ‘사문 구담은 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우리는 충분히 그를 이길 수 있다’고 논의하는구나.”
그때 수로니(輸盧尼) 비구니22)는 허공으로 날아올라 그 여섯 스승들에게 이런 게송을 읊었다.
아무도 우리 스승 짝할 이 없고
가장 높아 그보다 나은 이 없네.
나는 바로 그분의 제자
그 이름은 수로니(輸盧尼)라네.

만일 너희에게 깨침이 있다면
나와 함께 변론해 보자.
나는 낱낱이 그 물음에 대답하리.
마치 사자가 사슴을 낚아채듯이.

거룩한 우리 스승 제해 놓고는
여래라 일컬을 이 본래 없나니
내 비록 비구니이지만
외도들 항복 받기엔 충분하다네.

비구니가 이렇게 말했을 때 외도들의 여섯 스승은 그 얼굴조차 우러러 보지 못하였다. 하물며 변론할 수 있었겠는가?

그때 비사리성 사람들은 비구니가 허공에서 여섯 스승과 변론하는데 여섯 스승들이 능히 대답하지 못하는 것을 멀리서 보고, 모두들 칭찬하고 한없이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여섯 스승들이 오늘 저 분에게 항복하였다.”

그때 여섯 스승들은 큰 근심에 잠겨 비사리성을 떠났고 다시는 성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그때 비구들은 수로(輸盧) 비구니가 여섯 스승들과 변론해 이겼다는 소식을 듣고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그 사실을 세존께 자세히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수로 비구니는 큰 신통과 큰 위신이 있고 지혜롭고 많이 안다. 나는 ‘저 외도들의 여섯 스승과 변론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고, 오직 나와 저 비구니뿐이다’고 늘 생각했었다.”

세존께서는 다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저 비구니처럼 외도를 항복 받을 수 있는 다른 비구니를 본 적이 있느냐?”

비구들은 아뢰었다.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비구들아, 나의 성문 중에 외도를 항복 받을 수 있는 데 있어 첫째가는 비구니는 바로 저 수로 비구니이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12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여섯 가지 감각기관[六細滑更樂入]이 있다. 여섯이란 이른바, 안입(眼入)ㆍ이입(耳入ㆍ비입(鼻入)ㆍ설입(舌入)ㆍ신입(身入)ㆍ의입(意入)이니 이것을 6입(入)이라 한다.
범부들은 눈으로 빛깔을 보면 곧 집착하는 마음을 일으켜 그것을 버리지 못한다. 그는 그 빛깔을 보고 나서는 매우 애착하는 마음을 내어 생사에 떠다니면서 벗어날 때가 없다. 6정(情)1)에 있어서도 그와 같아서 집착하는 생각을 내어 그것을 버리지 못하고, 그로 말미암아 흘러 다니면서 벗어날 때가 없다.

그러나 세존의 현명한 제자들은 눈으로 빛깔을 보아도 집착하지 않고 더러운 마음이 없이 곧 ‘이 눈은 무상한 것으로서 괴롭고 공이며 나가 아닌 것이다’고 분별한다.
6정(情)에 있어서 이와 같이 더러운 마음을 내지 않고 ‘이 6정은 무상하고 괴로우며 공이고 나가 아니다’고 분별한다. 이렇게 사유할 때에 두 가지 과보를 얻게 되니, 현세에서 아나함이 되거나 아라한이 되느니라.
마치 매우 주린 사람이 보리를 찧고 까불러 깨끗이 해 먹고 굶주림을 제거하려고 하는 것처럼, 성중도 그와 같이 이 6정(情)을 나쁘고 더러운 것이라 생각하고는 곧 도를 이루어 무여열반의 세계에 들어가느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방편을 구해 이 6정을 없애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때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주석
2 팔리어로 Vebhāra이고, 비바라(毗婆羅)ㆍ비부라(毗富羅)로 음역하며, 방산(方山)으로 한역하기도 한다. 왕사성 5산의 하나이다.
3 팔리어로는 Isigili이고, 이사기리(伊師耆利)로 음역하며, 선탄산(仙呑山)이라 한역하기도 한다. 왕사성 5산의 하나이다. 신수대장경 각주에 의하면 “송ㆍ원ㆍ명 3본에는 모두 선인굴산(仙人窟山)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4 신수대장경 각주에 의하면 “원(元)ㆍ명(明) 2본과 성본(聖本)에는 색습(色習)이 색집(色集)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5 팔리어로는 bhadda-kappa이고, 발타겁(跋陀劫)이라고도 한다. 3겁의 하나로 과거의 주겁(住劫)을 장엄겁(莊嚴劫), 미래의 주겁을 성수겁(星宿劫)이라 하며, 현재의 주겁을 현겁이라 한다. 사람의 수명이 1백 년에 1세씩 늘어 10세에서 8만 4천 세까지 늘어났다가 다시 1백 년에 1세씩 줄어 8만 4천 세에서 10세가 되는 것을 20번 반복하는 동안 구류손불ㆍ구나함모니불ㆍ가섭불ㆍ석가모니불을 비롯한 천 불이 출현하므로, 수많은 현성(賢聖)이 출현하는 시기라 하여 이 겁을 현겁이라 한다.
6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43권 1,171번째 소경인 「육종중생경(六種衆生經)」이 있다.
7 유루ㆍ무명루와 함께 3루(漏)라고 한다. 무명을 제외한 욕계의 모든 번뇌를 욕루(欲漏)라 하고, 무명을 제외한 색계ㆍ무색계의 모든 번뇌를 유루(有漏)라 하며, 3계의 무명을 무명루(無明漏)라 한다.
8 6근(根)ㆍ6입(入)이라고 하며, 눈[眼]ㆍ귀[耳]ㆍ코[鼻]ㆍ혀[舌]ㆍ몸[身]ㆍ뜻[意]을 말한다. 근(根)에는 정식(情識)이 있기 때문에 정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9 욕계(欲界)에서의 갈애, 색계(色界)ㆍ무색계(無色界)에서의 갈애를 각각 욕애ㆍ색애ㆍ무색애라 한다.
10 4무량심(無量心)이라고도 하며, 자애로운 마음[慈]ㆍ불쌍히 여기는 마음[悲]ㆍ기뻐하는 마음[喜]ㆍ평정한 마음[捨]을 말한다.
11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중아함경』 제59권 213번째 소경인 「법장엄경(法莊嚴經)」이 있다.
12 팔리어로는 Metalāpa이고, 미루리(彌婁離)라고도 하며, 길상(吉祥)이라 한역하기도 한다.
13 예류향ㆍ예류과, 일래향ㆍ일래과, 불환향ㆍ불환과, 아라한향ㆍ아라한과의 네 쌍 여덟 무리를 말한다.
14 인도의 기후는 1년이 여름ㆍ겨울ㆍ우기로 나뉜다.
15 팔리어로 Pūraṇa-Kassapa이고, 부란나가섭(富蘭那迦葉)으로 음역하기도 한다.
16 팔리어로 Ajita Kesakambala이고, 아기다시사흠바라(阿耆多翅舍欽婆羅)로 음역하기도 한다.
17 팔리어로 Makkhali Gosāla이고, 말가리구사리(末伽梨瞿舍梨)로 음역하기도 한다.
18 팔리어로 Pakudha kaccāyana이고, 파부타가전나(婆浮陀伽旃那)로 음역하기도 한다.
19 팔리어로는 Sañjaya Belaṭṭhimputta이고, 산야이비라리불(散若夷毗羅梨沸)로 음역하기도 한다.
20 팔리어로는 Nigaṇtha Nāta putta이고, 니건자(尼乾子)라고도 한다.
21 신수대장경 각주에 의하면 “송ㆍ원ㆍ명 3본에는 수로니(輸盧尼) 비구니가 수로(輸盧) 비구니로 되어 있다”고 하며, 본 경의 뒷부분에서도 ‘수로 비구니’라 하였다.
22 여섯 감각기관인 6근(根)의 다른 이름이다. 즉 이 경의 앞뒤에서 말한 6입(入)을 가리킨다.
1 중아함 제2경인 『주도수경(晝度樹經)』과 송(宋)나라 시호(施護)가 한역한 『불설원생수경(佛說園生樹經)』을 참조하라.

증일아함경 제33권

동진 계빈 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김월운 번역

39. 등법품(等法品)

[ 1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비구가 일곱 가지 법을 성취한다면 현세에서 무궁한 즐거움을 누리고 번뇌를 없애려 하면 곧 없앨 수 있을 것이다. 일곱 가지 법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비구가 법을 알고, 이치를 알며, 때를 알고, 자기를 알며, 만족할 줄을 알고, 대중 가운데 들어갈 줄을 알며,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이니, 이것을 일곱 가지 법이라 하느니라.

비구가 법을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비구가 법을 안다는 것은 이른바 계경(契經)ㆍ기야(祇夜)ㆍ게(偈)ㆍ인연(因緣)ㆍ비유(譬喩)ㆍ본말(本末)ㆍ광연(廣演ㆍ방등(方等)ㆍ미증유(未曾有)ㆍ광보(廣普)ㆍ수결(授決)ㆍ생경(生經) 등을 아는 것이다. 만일 비구가 법을 모른다면 그것은 12부 경전을 모르는 것이며, 그는 비구가 아니다. 비구로서 능히 법을 알기 때문에 법을 안다고 한다. 이와 같이 비구는 법을 알아야 하느니라.

비구가 뜻을 이해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비구는 여래의 의도를 알고 깊은 이치를 이해하여 의심이 없어야 한다. 만일 비구가 깊은 이치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는 비구가 아니다. 비구로서 능히 깊은 이치를 이해하기 때문에 이치를 안다고 한다. 이와 같이 비구는 이치를 분별해야 하느니라.

비구가 적당한 때를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비구는 적당한 때를 알아, 관(觀)을 닦아야 할 때에는 곧 관을 닦고, 지(止)를 닦아야 할 때에는 곧 지를 닦으며, 침묵해야 할 때에는 침묵할 줄 알고, 가야 할 때에는 갈 줄 알며, 외워야 할 때에는 외울 줄 알고,남을 가르쳐야 할 때에는 가르칠 줄 알며, 말해야 할 때에는 말할 줄 알아야 한다. 만일 비구가 이것을 몰라 지를 닦고 관을 닦으며 나아가고 그쳐야 할 때를 알지 못한다면 그는 비구가 아니다. 만일 비구로서 그때를 알아 적당한 때를 놓치지 않는다면 이것을 일러 적당한 방법을 따르는 것이라 한다. 이와 같이 비구는 그 적당한 때를 알아야 하느니라.

비구가 스스로 자신을 닦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비구는 자기를 알아 ‘나는 지금 이런 소견과 지식과 생각과 앎을 가지고 있다. 이런 지혜가 있어 걸음걸이와 나아가고 멈춤을 항상 바른 법대로 한다’고 알아야 한다. 만일 비구가 지혜로운 드나듦과 가고 옴을 알지 못한다면 그는 비구가 아니다. 비구로서 적당한 나아감과 멈춤을 스스로 닦으면 이것을 자신의 행을 스스로 닦는 것이라 한다. 이것이 이른바 비구가 자기를 안다는 것이니라.

비구가 만족할 줄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비구는 스스로 잠자고 깨고 앉고 눕고 경행하고 나아가고 멈춤에 있어 그 적당함을 헤아려 능히 만족할 줄을 알아야 한다. 만일 비구가 그것을 알지 못한다면 그는 비구가 아니다. 비구로서 능히 그것을 알기 때문에 만족할 줄을 안다고 하는 것이다. 비구들이여, 이와 같은 것을 만족할 줄 아는 것이라 하느니라.

비구가 대중 가운데 들어갈 줄을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비구는 대중을 분별하여 ‘이들은 찰리 종족이고, 이들은 바라문들이며, 이들은 장자들이고, 이들은 사문들이다. 나는 이 법으로 적당하다면 저 무리 가운데로 들어가 말해야 할 경우와 침묵해야 할 경우를 모두 잘 알아서 하리라’고 알아야 한다. 만일 비구가 대중 가운데 들어갈 줄 모른다면 그는 비구가 아니다. 그가 비구로서 대중 가운데 들어갈 줄 알기 때문에 대중 가운데 들어갈 줄 안다고 한다. 이것이 이른바 비구가 대중 가운데 들어갈 줄 안다는 것이니라.

비구가 사람들의 근성을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비구들이여, 알아야 한다.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어떤 것이 두 종류인가? 어떤 한 사람은 동산으로 가서 비구를 직접 만나보려 하지만 다른 한 사람은 동산으로 가 비구 만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 경우 동산으로 가서 비구를 직접 만나보려는 사람이 더 훌륭한 사람이다.

비구들이여, 또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어떤 것이 두 종류인가? 어떤 한 사람은 비구가 있는 곳으로 찾아가기는 하더라도 안부를 묻지 않고, 다른 한 사람은 비구를 보려고 절에 가지도 않는다. 이 경우 절에 가는 사람이 더 훌륭한 사람이다.

비구들이여, 또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어떤 것이 두 종류인가? 어떤 한 사람은 비구에게 찾아가 절후의 안부를 묻지만 다른 한 사람은 비구에게 찾아가지도 절후의 안부를 묻지도 않는다. 이 경우 절에 가는 사람이 가지 않는 사람보다 더 훌륭하니라.

비구들이여, 또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어떤 것이 두 종류인가? 어떤 한 사람은 비구에게 찾아가 지극한 마음으로 법을 듣지만 다른 한 사람은 비구에게 찾아가지도 지극한 마음으로 법을 듣지도 않는다. 이 경우 지극한 마음으로 법을 듣는 사람이 듣지 않는 사람보다 더 훌륭하니라.

비구들이여, 또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어떤 것이 두 종류인가? 어떤 한 사람은 능히 법을 관찰하고 받들어 가지며 외우지만 다른 한 사람은 법을 받들어 가지고 외우지 못한다. 이 경우 법을 받들어 가지고 외우는 사람이 그러지 않는 사람보다 더 훌륭하니라.

비구들이여, 또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어떤 것이 두 종류인가? 어떤 한 사람은 법을 들으면 그 뜻을 이해하지만 다른 한 사람은 법을 듣고도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 경우 법을 들으면 이해하는 사람이 그러지 못하는 사람보다 더 훌륭하니라.

비구들이여, 또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어떤 것이 두 종류인가? 어떤 한 사람은 법을 듣고 그 법을 성취하지만 다른 한 사람은 법을 듣지도 않고 법을 성취하지도 못한다. 이 경우 법을 듣고 법을 성취하는 사람이 그러지 못하는 사람보다 더 훌륭하니라.

비구들이여, 또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어떤 것이 두 종류인가? 어떤 한 사람은 법을 들으면 그 수행을 감당하여 바른 법을 분별하고 보호해 가지지만 다른 한 사람은 그 법을 수행하는 일을 감당하지 못한다. 이 경우 법을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그 여러 종류의 사람 중에서 가장 높고 제일이니라.
마치 우유에서 낙(酪)이 생기고, 낙에서 소(酥)가 생기며, 소에서 제호(醍醐)가 생기면 제호가 제일이어서 어느 것도 따르지 못하는 것처럼, 만일 어떤 사람이 수행을 잘하면 그가 제일이어서 아무도 따르지 못하느니라. 이것이 이른바 비구가 사람의 근성을 관찰한다는 것이다. 만일 어떤 사람이 이것을 알지 못한다면 그는 비구가 아니다. 비구로서 법을 듣고 그 뜻을 분별한다면 그가 최상이다. 이와 같이 비구는 사람들의 성질을 관찰해야 하느니라.
만일 비구가 이 일곱 가지 법을 성취한다면 현세에서 즐겁고 함이 없을 것이요, 탐욕의 번뇌가 끊어지고 의심도 없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방편을 구해 이 일곱 가지 법을 성취하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때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2 ]2)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저 삼십삼천의 주도수(晝度樹)는 그 밑동의 세로와 가로가 각 50유순이요, 높이는 1백 유순이며 동서남북으로 드리운 그늘이 각각 50유순이나 된다. 삼십삼천들은 그곳에서 넉 달 동안 서로 어울려 즐기느니라.
비구들이여, 알아야 한다. 어떤 때에 그 주도수의 꽃과 잎이 시들어 땅위에서 누렇게 떨어지면 하늘들은 그 징조를 보고 다들 기뻐하며 즐거움이 솟아나 ‘이 나무는 오래지 않아 열매가 맺히겠구나’라고 한다.

비구들이여, 알아야 한다. 혹은 어떤 때에 그 나무의 열매가 모두 시들어 땅에 떨어지면 삼십삼천은 더욱 기뻐하며 그들끼리 말한다.
‘이 나무는 오래지 않아 잿빛이 되겠구나.’

비구들이여, 알아야 한다. 다시 시간이 흘러 그 나무가 잿빛이 되면 삼십삼천은 잿빛이 된 나무를 보고 나서 매우 기뻐하며 그들끼리 말한다.
‘이제 이 나무가 잿빛이 되었으니 오래지 않아 눈[羅網]이 생기겠구나.’
그 뒤 삼십삼천은 그 주도수에 눈이 생기는 것을 보게 되고, 또 오래지 않아 봉우리가 돋기 시작한다. 그때 삼십삼천은 그것을 보고 다시 기뻐하며 ‘이제 이 나무에 봉우리가 돋았으니 오래지 않아 봉우리가 터지겠구나’라고 말한다.

비구들이여, 알아야 한다. 삼십삼천은 그 나무의 봉우리가 조금씩 벌어지는 것을 보고는 모두들 기뻐하며 이렇게 말한다.
‘이 나무가 이제 점점 봉우리를 여는 것을 보니 오래지 않아 온 나무에 꽃이 활짝 피어나겠구나.’

비구들이여, 알아야 한다. 어느 날 그 나무는 모든 봉우리를 터트리고, 그 모습을 본 모든 이들은 기뻐하며 이렇게 말한다.
‘이 나무가 드디어 꽃을 활짝 피웠구나.’
그때 그 꽃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1백 유순까지 진동한다. 그때 여러 하늘들은 넉 달 동안 그곳에서 서로 어울려 즐기는데 그 즐거움은 이루 헤아릴 수 없느니라.

이와 같이 현성의 제자[賢聖弟子]가 출가하여 도를 배우려고 하는 때는 저 나뭇잎이 비로소 시들어 떨어지려고 하는 것과 같다.

또 현성의 제자가 처자와 재물을 버리고 견고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며 머리와 수염을 깎는 것은 저 나뭇잎이 땅에 떨어지는 것과 같으니라.

비구들이여, 알아야 한다. 현성의 제자가 탐욕스러운 생각 없이 착하지 않은 법을 버리고 기쁨과 즐거움을 생각하며 초선(初禪)에서 마음이 노니는 것은 저 주도수가 잿빛이 되는 것과 같다.

또 현성의 제자가 각(覺)과 관(觀)을 쉬고 마음속으로 기뻐하며 그 한마음을 오로지하여 각과 관도 없이 제2선에서 마음이 노니는 것은 저 나무에 눈이 생기는 것과 같다.

또 현성의 제자가 기억하고 평정을 유지하며 몸의 즐거움을 스스로 깨달아, 모든 성현들이 구하는 평정[護]과 기억[念]을 완전히 갖추어 제3선에서 마음이 노니는 것은 저 나무에 봉우리가 생기는 것과 같다.

또 현성의 제자가 괴로움과 즐거움을 완전히 없애고, 근심은 이미 없어졌으며, 괴로움도 없고 즐거움도 없는 평정한 기억이 청정한 제4선에서 마음이 노니는 것은 저 나무의 봉우리가 점점 벌어지는 것과 같다.

또 현성의 제자가 번뇌를 완전히 다하고 번뇌가 없게 되어, 마음이 해탈하고 지혜로 해탈하여 현세에서 스스로 즐거워하며 ‘나고 죽음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마쳐 다시는 태를 받지 않는다’고 사실 그대로 아는 것은, 저 나무에 꽃이 활짝 피는 것과 같으니라.

그때 현성의 제자는 그 계덕(戒德)의 향기가 사방에 두루 퍼져 칭찬하지 않는 이가 없으며, 저들이 넉 달 동안 스스로 즐기듯 4선(禪)에서 마음이 노닐며 그 행을 완전히 갖추게 된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방편을 구해 계덕의 향기를 갖추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때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3 ]3)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일곱 가지 물과 관련된 비유로 사람도 그와 같음을 설명하리니,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 잘 사유하고 기억하라.”

비구들은 아뢰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어떤 것이 일곱 가지 물과 관련된 비유로 사람도 그와 같다는 것인가? 물밑에 가라앉아 있는 사람이 있고, 또 잠깐 수면 위로 나왔다가 도로 가라앉는 사람이 있으며,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고 주위를 살피는 사람이 있고, 수면위로 계속 머리를 내밀고 있는 사람이 있으며,물에서 헤엄쳐 나아가는 사람이 있고, 물에서 나와 저쪽 언덕으로 가려는 사람이 있으며, 이미 저쪽 언덕에 이른 사람이 있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이른바 일곱 가지 물과 관련지어 비유할 수 있는 사람들이 세상에 있다는 것이니라.

어떤 사람이 물밑에 가라앉아 있으면서 나오지 못하는 사람인가? 이른바 어떤 사람은 착하지 않은 법이 그 몸에 가득 차서 몇 겁이 지나더라도 고치지 못한다. 그런 사람을 물밑에 가라앉아 있는 사람이라 하느니라.

어떤 사람이 수면 위로 나왔다가 도로 가라앉는 사람인가? 이른바 어떤 사람은 신근(信根)이 점점 엷어져 비록 착한 법이 있다지만 그것이 든든하지 못하다. 그래서 그는 몸과 입과 뜻으로 선을 행하다가 뒤에 다시 몸과 입과 뜻으로 악을 행하여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지옥에 태어난다. 그런 사람을 수면 위로 나왔다가 도로 가라앉는 사람이라 하느니라.

어떤 사람이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고 주위를 살피는 사람인가? 이른바 어떤 사람은 믿음의 선근(善根)이 있으나 몸과 입과 뜻의 행에 있어서 조금도 그 법을 늘리지 않고 스스로 지키기만 한다. 그래서 그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아수륜(阿須倫)에 태어난다. 그런 사람을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고 주위를 살피는 사람이라 하느니라.

어떤 사람이 물에서 계속 머리를 내밀고 있는 사람인가? 이른바 어떤 사람은 믿음으로 정진하여 3결(結)을 끊고 다시는 물러나지 않으며 반드시 구경에 이르러 위없는 도를 성취한다. 그런 사람을 물에서 계속 머리를 내밀고 있는 사람이라 하느니라.

어떤 사람이 물을 헤엄쳐 건너려는 사람인가? 이른바 어떤 사람은 믿음으로 정진하면서 항상 부끄러워하여 3결(結)을 끊고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엷어져 이 세상에 태어나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난다. 그런 사람을 물을 헤엄쳐 건너려는 사람이라 하느니라.

어떤 사람이 저쪽 언덕에 이르려는 사람인가? 어떤 사람은 믿음으로 정진하여 5하분결(下分結)을 끊고, 아나함(阿那含)이 되어 그곳에서 반열반에 들고 다시는 이 세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그런 사람을 저쪽 언덕에 이르려는 사람이라 하느니라.

어떤 사람이 이미 저쪽 언덕으로 건너간 사람인가?이른바 어떤 사람은 믿음으로 정진하면서 부끄러워 할 줄을 알고, 번뇌를 다해 번뇌가 없게 되어 현세에서 스스로 즐거워하며 ‘나고 죽음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마쳐 다시는 태를 받지 않는다’고 사실 그대로 안다. 그는 이 무여열반(無餘涅槃)의 세계에서 반열반한다. 그런 사람을 이미 저쪽 언덕으로 건너간 사람이라 하느니라.

비구들아, 이것이 이른바 물과 관련된 사람의 일곱 가지 비유인데, 이를 이제 너희들에게 말하였다. 모든 불세존(佛世尊)께서 수행해야 할 일인 중생 제도를 나는 이제 이미 행하였다. 너희들은 한적한 곳이나 혹은 나무 밑에서 이 말을 되새기며 좌선하기를 게을리 하지 말라. 이것이 나의 가르침이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4 ]4)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성왕(聖王)은 먼 곳에서 나라를 다스리지만 일곱 가지 법을 성취하기 때문에 원수나 도적에게 사로잡히지 않는다. 어떤 것이 일곱 가지인가? 그의 성은 매우 높고 가지런하게 정비되어 있다. 이것이 그 왕이 가장 먼저 성취하는 첫 번째 법이다. 또 그 성문은 매우 튼튼하다. 이것이 그 성이 성취하는 두 번째 법이다. 또 그 성 밖의 해자는 매우 깊고 넓다. 이것이 그 성이 성취하는 세 번째 법이다. 또 그 성안에는 온갖 곡식이 많아 창고에 가득 찬다. 이것이 그 성이 성취하는 네 번째 법이다. 또 그 성에는 섶과 풀이 풍족하다. 이것이 그 성이 성취하는 다섯 번째 법이다. 또 그 성에는 온갖 기구와 무기가 갖추어져 있다. 이것이 그 성이 성취하는 여섯 번째 법이다. 또 그곳의 성주는 매우 총명하고 재주가 뛰어나 사람의 마음을 미리 알고 매질할 이는 매질하고 다스릴 이는 다스린다. 이것이 그 성이 성취하는 일곱 번째 법으로서, 이럴 경우 다른 나라에서 침노하지 못한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이른바 ‘그 나라의 주인이 일곱 가지 법을 성취하면 남이 감히 넘보지 못한다’는 것이니라.

비구도 이와 같아서 일곱 가지 법을 성취하면 악마 파순(波旬)도 그 틈을 노리지 못한다. 어떤 것이 일곱 가지인가? 이른바 비구가 계율을 성취하고 위의를 완전히 갖추는 것이니, 소소한 계율도 범하기를 두려워하거늘 하물며 중요한 계율이겠는가? 이것이 이른바 비구가 성취하는 첫째 법으로서 악마 파순이 그 틈을 노리지 못하게 하는 것이니, 마치 저 성이 높고 크며 너무도 험준해 무너뜨릴 수 없는 것과 같으니라.

또 비구가 만일 눈으로 빛깔을 보더라도 집착하거나 기억하지 않고 눈을 온전히 해 번뇌가 새는 일 없이 눈을 잘 보호하고, 귀로 소리를, 코로 냄새를, 혀로 맛을, 몸으로 감촉을, 뜻으로 법을 인식할 때도 그와 같아서 잡된 생각을 일으키지 않고 뜻을 온전히 해 어지러운 생각 없이 뜻을 잘 보호한다면, 이것이 이른바 비구가 성취하는 둘째 법으로서 악마 파순이 그 틈을 노리지 못하게 하는 것이니, 마치 저 성문이 튼튼한 것과 같으니라.

또 비구가 많이 듣고 잊어버리지 않으며 항상 바른 법과 도의 가르침을 기억해 사유하며 과거에 겪은 일들을 빠짐없이 모두 다 안다면, 이것이 이른바 비구가 성취하는 셋째 법으로서 악마 파순이 그 틈을 노리지 못하게 하는 것이니, 저 성 밖의 해자가 매우 깊고 넓은 것과 같으니라.

또 비구가 온갖 방편을 갖추고, 가진 법은 모두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마지막도 좋으며 청정함을 완전히 갖추고 범행을 닦는다면, 이것이 이른바 비구가 성취하는 넷째 법으로서 저 성에 온갖 곡식이 많아 바깥의 도적들이 감히 침입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과 같으니라.

또 비구가 4증상심(增上心)5)의 법을 사유하여 빠뜨림이 없으면,이것이 이른바 비구가 성취하는 다섯째 법으로서 악마 파순이 그 틈을 노리지 못하게 하는 것이니, 마치 저 성에 섶과 풀이 많아 남들이 감히 침노하지 못하는 것과 같으니라.

또 비구가 4신족(神足)을 얻어 하는 일에 어려움이 없다면, 이것이 이른바 비구가 성취하는 여섯째 법으로서 악마 파순이 그 틈을 노리지 못하게 하는 것이니, 마치 저 성안에 무기가 완전히 갖추어져 있는 것과 같으니라.

또 비구가 음(陰)ㆍ입(入)ㆍ계(界)를 자세히 분별하고, 또 12인연으로 일어난 법을 분별한다면, 이것이 이른바 비구가 성취하는 일곱째 법으로서 악마 파순이 그 틈을 노리지 못하게 하는 것이니, 마치 저 성주가 총명하고 재주가 뛰어나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버릴 것은 버리는 것과 같다.

이제 이 비구도 그와 같아서 음ㆍ입ㆍ계의 모든 병을 자세히 분별해 안다.
만일 비구가 이 일곱 가지 법을 성취한다면 악마 파순이 끝내 그 틈을 노리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이 방편을 구해 음ㆍ입ㆍ계와 12인연을 잘 분별해 그 차례를 잃지 않는다면 곧 악마의 경계를 벗어나고 그 안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5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정신이 머무르는 일곱 곳[七神止處]6)을 설명하리라. 너희들은 자세히 듣고 잘 사유하고 기억하라.”

비구들은 아뢰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정신이 머무르는 일곱 곳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여러 가지 몸에 여러 가지 생각들을 가지는 중생들이 있으니 이른바 인간과 천상이니라. 또 여러 가지 몸에 같은 생각을 가지는 중생들이 있으니 이른바 이 세상에 처음으로 출현했다는 범가이천(梵迦夷天)이니라. 또 똑같은 몸에 여러 가지 생각을 가지는 중생들이 있으니 이른바 광음천(光音天)이니라. 또 똑같은 몸에 같은 생각을 가지는 중생들이 있으니 이른바 변정천(遍淨天)이니라. 또 한량없는 허공에 머무는 중생들이 있으니 그것은 공처천(空處天)이다. 또 한량없는 식(識)에 머무는 중생들이 있으니 그것은 식처천(識處天)이다. 또 아무것도 없는 경계에 머무는 중생들이 있으니 그것은 무유처천(無有處天)이니라.
비구들아, 이것이 식이 머무는 일곱 곳[七識住處]이다. 나는 이제 식이 머무는 일곱 곳을 설명하였다. 모든 불세존께서 시행하는 일인 중생 제도를 나는 이제 이미 마쳤다. 너희들은 한적한 곳이나 나무 밑에서 이를 잘 수행하며 게을리 하지 말라. 이것이 내 가르침이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6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존자 균두(均頭)는 중한 병이 들어 자리에 누워 스스로 기거하지 못하였다.
그때 균두는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여래 세존께서는 지금 나를 가엾이 여기지 않으시는구나. 이렇게 중한 병에 걸렸으니 목숨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고 약도 쓸 수 없으리라. 나는 세존께서 ‘한 사람이라도 건지지 못한 이가 있으면 나는 끝내 버리지 않을 것이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는데, 지금 이렇게 홀로 버림을 받았으니 이 괴로움을 어찌할까.”

그때 세존께서는 균두 비구가 원망하는 소리를 천이(天耳)로 들으시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모두 모여라. 균두 비구를 문병하러 가자.”

비구들은 아뢰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여러 비구들을 데리고 천천히 걸어 균두 비구의 방으로 가셨다. 그때 균두 비구는 멀리서 세존께서 오시는 것을 보고 곧 땅에 내려와 엎드렸다. 그러자 세존께서 균두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병이 매우 위중하다. 자리에서 내려올 것 없다. 나는 이 자리에 앉겠다.”

그때 세존께서는 균두에게 말씀하셨다.
“네 병은 더하냐, 덜하냐? 아니면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으냐? 내 말을 들을 수는 있겠느냐?”

균두 비구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지금 저의 병은 너무 깊어 더하기만 할 뿐 나을 기미가 없습니다. 약이란 약은 다 써 보았습니다.”

세존께서 물으셨다.
“병은 누가 간호하는가?”

“여러 범행자들이 찾아와 간호하고 있습니다.”

세존께서 균두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나에게 7각의(覺意)를 설명할 수 있겠는가?”

그때 균두는 7각의의 이름을 세 번이나 일컬었다.
“저는 지금 여래 앞에서 7각의법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만일 네가 여래에게 설명할 수 있다면 지금 바로 설명해 보라.”

그때 균두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7각의란 무엇인가 하오면, 이른바 염각의(念覺意)이니 이는 여래께서 말씀하신 바이며, 법각의(法覺意)ㆍ정진각의(精進覺意)ㆍ희각의(喜覺意)ㆍ의각의(猗覺意ㆍ정각의(定覺意)ㆍ호각의(護覺意)입니다. 세존이시여, 이른바 7각의란 바로 이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때 존자 균두는 이렇게 말하고 나자 앓던 병이 깨끗이 나아 아무 고통도 없게 되었다. 그때 균두가 세존께는 아뢰었다.
“약 가운데 가장 효험이 좋은 약은 바로 7각의법입니다. 약 가운데 가장 효험이 좋은 약을 말하자면 이 7각의를 능가할 것이 없습니다. 지금 이 7각의를 사유했더니 앓던 온갖 병이 모두 깨끗이 나았습니다.”

그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이 7각의법을 받아 지녀 잘 기억하고 외우며 부처님과 법의 승가에 대해 의심하지 말라. 그리하면 중생들의 모든 병은 모두 깨끗이 나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7각의는 매우 깨닫기 어렵고, 모든 법을 다 알아 모든 법을 밝게 비추게 하며, 또 좋은 약처럼 온갖 병을 치료하고, 감로처럼 아무리 먹어도 싫증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이 7각의를 얻지 못한다면 그런 중생은 생사에 흘러 다닐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아, 방편을 구해 이 7각의를 닦도록 하라.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7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전륜성왕이 세상에 출현하면 곧 7보가 세상에 나타나게 된다. 즉 윤보(輪寶)ㆍ상보(象寶)ㆍ마보(馬寶)ㆍ주보(珠寶)ㆍ옥녀보(玉女寶)ㆍ거사보(居士寶)ㆍ전병보(典兵寶)이니 이것이 7보다. 이것이 이른바 전륜성왕이 세상에 출현하면 곧 7보가 세상에 널리 퍼진다는 것이니라.

만일 여래가 세상에 출현하면 곧 7각의(覺意)의 보배가 세상에 나타난다. 일곱 가지란 이른바 염각의(念覺意)ㆍ법각의(法覺意)ㆍ정진각의(精進覺意)ㆍ희각의(喜覺意ㆍ의각의(猗覺意)ㆍ정각의(定覺意)ㆍ호각의(護覺意)로서 이것들이 세상에 나타난다. 여래가 세상에 출현하면 곧 이 7각의의 보배가 세상에 나타난다.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방편을 구해 이 7각의를 닦아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8 ]7)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전륜성왕이 세상에 출현한다면 그는 곧 좋은 땅을 골라 성을 세울 것이다. 그 성은 동서로 12유순에 남북으로 7유순이며, 토지는 기름져 즐겁기가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성은 외곽이 일곱 겹으로 둘러쳐지고 7보로 그 사이가 장식될 것이니, 7보란 금ㆍ은ㆍ수정ㆍ유리ㆍ호박ㆍ마노ㆍ자거이다. 이것을 7보라 하느니라.
다시 7보로 된 해자가 그 성을 일곱 겹으로 에워싸는데 매우 깊고 넓어 아무도 건널 수 없고 그 사이에는 모두 금모래가 깔린다. 또 7보 나무가 그 사이에 줄을 지어 자라고, 그 나무들은 일곱 가지 빛깔을 띠니 즉 금ㆍ은ㆍ수정ㆍ유리ㆍ자거ㆍ마노ㆍ호박 빛깔이니라.
또 그 성 안에는 돌아가며 일곱 겹의 문이 있는데 모두 튼튼하고 이것 또한 7보로 만들어진다. 은 문은 금으로 그 사이를 꾸미고, 금 문은 은으로 그 사이를 꾸미며, 수정 문은 유리로 그 사이를 꾸미고, 유리문은 수정으로 그 사이를 꾸미며, 마노 문은 호박으로 그 사이를 꾸미는데 그 아름답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느니라.
또 그 성 안에는 사방에 네 개의 목욕하는 못이 있는데 그 낱낱의 못은 세로와 가로가 1유순으로서 자연의 물이 흐르고 금ㆍ은ㆍ수정으로 만들어져 있다. 은 못의 물이 얼면 곧 은이 되고 금 못의 물이 얼면 곧 금이 되므로 전륜성왕이 이것을 사용한다.

또 그 성 안에는 일곱 가지 소리가 있다. 일곱 가지 소리란 이른바 고동소리ㆍ북소리ㆍ소고소리ㆍ종소리ㆍ장구소리ㆍ춤 소리ㆍ노래 소리니, 이것을 일곱 가지 소리라 한다. 그때 그곳의 백성들은 그것으로 항상 즐거워한다. 그리고 그 중생들에게는 추위와 더위가 없고 굶주림과 목마름이 없으며 또 병도 없다.
전륜성왕은 세상에 머물며 이리저리 다니면서 교화하고 이 7보와 4신족(神足)을 성취하여 모자람이 없고 끝내 잃어버리지도 않는다. 전륜성왕이 성취하는 7보란 무엇인가? 이른바 윤보(輪寶)ㆍ상보(象寶)ㆍ마보(馬寶)ㆍ주보(珠寶)ㆍ옥녀보(玉女寶)ㆍ거사보(居士寶)ㆍ전병보(典兵寶)이니라.
또 그에게는 매우 용맹스러운 천 명의 아들이 있어 외부의 도적들을 항복 받을 것이다. 그리하여 이 염부리 땅은 칼이나 몽둥이를 쓰지 않고 다스려질 것이다.”

그때 어떤 비구가 세존께 아뢰었다.
“전륜성왕은 어떻게 윤보(輪寶)를 성취합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전륜성왕이 보름날 이른 아침에 목욕하고 머리를 감고 큰 대전에서 미녀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면, 그때 천 개의 바큇살이 완전히 갖춰진 윤보가 동방에서 와서 대전 앞에 머무른다. 그 바퀴는 찬란히 빛나는 것이 사람의 솜씨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데, 땅 위로 일곱 길쯤 떨어져 차츰 왕 앞으로 다가와 머무른다. 전륜성왕은 그것을 보고 이렇게 말한다.
‘나는 옛날 사람들에게서 〈전륜왕이 보름날 머리를 감고 손을 씻고 대전 위에 앉아 있으면 윤보가 스스로 동방에서 와 왕 앞에 머무른다〉고 들었다. 내가 이제 이 윤보를 시험해 보리라.’
그때 왕은 오른손으로 그 윤보를 잡고 이렇게 말한다.
‘너는 지금 이치에 맞게 구르고 이치에 어긋나게 구르지 말라.’
그러면 윤보는 스스로 돌며 허공에 머무르고, 전륜성왕 역시 네 종류의 군사를 거느리고 허공에 머무른다. 이때 윤보가 굴러 동방을 향해 가면 전륜성왕도 윤보를 따라 간다. 또 윤보가 머무를 때에는 전륜성왕과 그 거느린 무리들도 따라 머무른다.

그때 동방의 여러 작은 나라 왕들과 백성들은 이 왕이 오는 것을 보고 모두 일어나 맞이하고, 또 금 발우에는 은가루를 담고 은 발우에는 금가루를 담아 전륜성왕에게 올리면서 아뢴다.
‘잘 오셨습니다. 성왕이시여, 지금 이 나라는 백성이 풍성하고 그 즐거움은 헤아릴 수 없습니다. 원컨대 대왕께서 이곳을 다스리소서.’
그러면 전륜성왕은 그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희들은 법으로 다스리고 법이 아닌 것으로 다스리지 말라. 또 살생과 도둑질과 음탕한 짓을 하지 말라. 부디 법이 아닌 것으로 다스리지 말라.’
그때 윤보는 다시 남방ㆍ서방ㆍ북방으로 옮겨가며 널리 백성들을 어루만져 교화하고는 왕이 본래 다스리던 곳으로 돌아와 땅위로 일곱 길쯤 떨어져 머무른다. 비구야, 전륜성왕은 이렇게 그 윤보를 성취하느니라.

비구는 다시 세존께 아뢰었다.
“전륜성왕은 어떻게 상보(象寶)를 성취합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비구여, 알아야 한다. 전륜성왕이 보름날에 목욕하고 큰 대전 위에 있으면, 그때 상보가 남방에서 온다. 그 코끼리는 여섯 개의 어금니를 가졌고 새하얀 털을 가졌으며, 일곱 부위가 가지런하고 온통 금ㆍ은의 보배로 주렁주렁 장식하였으며, 능히 허공을 날아다닌다. 왕은 그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한다.
‘이 상보는 너무도 훌륭하고 묘해 세상에선 보기 드물며 성질이 부드러워 사납지 않구나. 내 이제 이 상보를 시험해 보리라.’
그때 전륜성왕은 아침 해가 뜰 무렵 이 상보를 타고 천하 밖을 다니면서 백성들을 교화한다. 전륜성왕은 이렇게 상보를 성취하느니라.”

이때 비구가 세존께 아뢰었다.
“전륜성왕은 어떻게 마보(馬寶)를 성취합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전륜성왕이 세상에 출현할 때, 그때 마보가 서방에서 온다. 그 말은 새파란 털에 꼬리털은 붉고 빛나며 걸어도 몸이 흔들리지 않고 아무 장애도 없이 허공을 날아다닐 수 있다. 왕은 그것을 보고 매우 기뻐하면서 이렇게 생각한다.
‘이 말은 참으로 훌륭하고 묘하구나. 이제 부려 보리라. 또 성질이 선량해 사납지 않구나. 내 이제 이 마보를 시험해 보리라.’
그때 전륜성왕은 곧 그 말을 타고 4천하를 다니면서 백성들을 교화한 뒤에 왕이 본래 다스리던 곳으로 돌아온다. 비구여, 이렇게 전륜성왕은 마보를 성취하느니라.”

비구는 부처님께 다시 아뢰었다.
“또 어떤 인연으로 주보(珠寶)를 성취합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비구여, 전륜성왕이 세상에 출현할 때 주보가 동방에서 오는데, 그 구슬은 8각형에 네 면에는 불꽃같은 광명이 있으며 길이는 한 자 여섯 치다. 전륜성왕은 그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한다.
‘이 주보는 너무도 훌륭하고 묘하다. 내 이제 시험해 보리라.’
그때 전륜성왕은 한밤중에 네 종류의 군사를 모두 모으고 이 마니보(摩尼寶)를 높은 깃대 꼭대기에 다는데, 그때 그 광명은 그 나라 안의 12유순을 비춘다. 그때 성 안의 백성들은 그 광명을 보고 저희끼리 말한다.
‘해가 벌써 떴다. 집안일을 하자.’
그때 전륜성왕은 대전 위에서 백성들을 본 뒤에 다시 궁전으로 들어간다. 전륜성왕은 다시 그 마니(摩尼)를 궁전에 두는데 궁전 안팎이 모두 밝아 두루 비치지 않는 곳이 없다. 비구여, 이렇게 전륜성왕은 주보를 성취하느니라.”

비구는 부처님께 다시 아뢰었다.
“전륜성왕은 어떻게 옥녀보(玉女寶)를 성취합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비구여, 알아야 한다. 전륜성왕이 세상에 출현할 때 자연히 이 옥녀보가 나타난다. 그녀는 얼굴이 단정하고 얼굴빛이 복숭아꽃 같으며,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으며,희지도 않고 검지도 않으며, 성질이 부드러워 사납지 않고 입에서는 우발화(憂鉢華) 향기가 나고 몸에서는 전단향 냄새가 난다. 그녀는 항상 성왕의 좌우에서 시중들며 그때를 어기지 않고 언제나 온화하고 즐거운 얼굴빛으로 왕의 얼굴을 바라본다. 비구야, 이렇게 전륜성왕은 그 옥녀보를 성취하느니라.”

비구는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전륜성왕은 어떻게 거사보(居士寶)를 성취합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비구여, 전륜성왕이 세상에 출현할 때 곧 그 거사보도 세상에 나타난다. 그는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으며 몸은 붉은빛에 재주가 뛰어나고 지혜는 통달하여 어떤 일이고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 없으며, 또 천안통(天眼通)을 얻은 자이다. 그 거사는 왕에게 찾아가 이렇게 아뢴다.
‘성왕께서는 만수무강 하소서. 만일 왕께서 금ㆍ은과 보배를 원하신다면 모두 가져다 바치겠습니다.’
그리곤 그 거사는 천안으로 관찰해 보배창고가 있는 곳과 보배창고가 없는 곳을 모두 보고선 왕이 필요로 하는 보배가 있을 때 때맞춰 가져다 바쳤다. 그때 전륜성왕은 그를 시험하려고 곧 그를 데리고 강을 건너다가 반대쪽 언덕에 이르기 전에 그에게 말한다.
‘나는 지금 금ㆍ은ㆍ보배가 필요하다. 지금 당장 마련하라.’
장자(長者)는 이렇게 아뢴다.
‘저쪽 언덕에 가서 마련하겠습니다.’
‘나는 지금 당장 여기서 보배가 필요하다. 저쪽 언덕까지 갈 수 없다.’
그때 거사는 곧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물을 향해 합장하는데 그러면 곧바로 물속에서 7보가 솟아 나온다. 그때 전륜성왕은 그 장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만둬라. 그만둬라. 거사여, 더는 보배가 필요 없다.’
비구야, 이렇게 전륜성왕은 거사보를 성취하느니라.”

비구는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전륜성왕은 어떻게 전병보(典兵寶)를 성취합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비구여, 전륜성왕이 세상에 출현할 때 곧 이 보배가 있어 스스로 찾아와 응하는데, 세상을 뒤덮는 총명에 사람의 마음을 미리 알고 몸과 얼굴은 매우 아름답다. 그는 왕에게 와서 이렇게 아뢴다.
‘원컨대 성왕께서는 마음껏 즐기소서. 만일 성왕께서 군사가 필요하시면 곧 바로 대령하여 나아가고 그침을 적당히 하여 그때를 잃지 않겠습니다.’
그리곤 전병보는 왕의 생각을 따라 군사들을 구름같이 모아 왕의 좌우에 둔다. 그때 전륜성왕은 전병보를 시험하려고 ‘내 군사들이 지금 당장 구름처럼 모였으면’ 하고 생각한다. 그러면 군사들은 당장 왕의 문밖에 모인다. 만일 전륜성왕이 마음속으로 군사들을 머무르게 하고 싶어하면 군사들은 곧 머무르고, 나아가게 하고 싶어하면 곧 나아간다. 비구여, 이렇게 전륜성왕은 전병보를 성취하느니라. 비구여, 알아야 한다. 전륜성왕은 이렇게 7보를 성취하느니라.”

이때 그 비구는 다시 세존께 아뢰었다.
“전륜성왕은 어떤 4신족(神足)을 성취하여 좋은 이익을 마음대로 얻습니까?”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전륜성왕은 세상에 드물 만큼 용모가 단정하여 온 세상 사람들보다 뛰어난 것이 마치 저 하늘 사람은 아무도 따라올 자가 없는 것과 같다. 이것이 그 전륜성왕이 성취하는 첫 번째 신족이다.

또 전륜성왕은 세상을 뒤덮을 만큼 총명하여 익히지 못하는 것이 없는 사람 중의 영웅이다. 따라서 당대에는 그 지혜의 풍부함에 있어 아무도 전륜성왕을 능가하지 못한다. 이것이 그가 성취하는 두 번째 신족이다.

비구여, 또 전륜성왕은 병이 없이 몸이 건강하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저절로 소화되어 대소변에 괴로움이 없다. 비구여, 이것이 전륜성왕이 성취하는 세 번째 신족이다.

비구여, 또 전륜성왕은 그 수명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매우 길어, 당대 사람들의 수명으로는 아무도 전륜성왕의 수명을 능가할 자가 없다. 비구여, 이것이 전륜성왕이 성취하는 네 번째 신족이다. 비구여, 전륜성왕에게는 이런 4신족이 있느니라.”

그 비구는 다시 세존께 아뢰었다.
“전륜성왕은 목숨을 마친 뒤에 어느 곳에 태어납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전륜성왕은 목숨을 마친 뒤에 삼십삼천에 태어나고 그 수명은 1천 세다. 왜 그렇게 되는가? 전륜성왕은 스스로도 살생하지 않고 남들도 살생을 하지 않게 하며, 스스로도 도둑질하지 않고 남들도 도둑질을 하지 않게 하며, 스스로도 음행하지 않고 남들도 음행을 하지 않게 하며, 스스로도 거짓말하지 않고 남들도 거짓말을 하지 않게 한다. 그래서 스스로도 열 가지 착한 법을 행하고 남들도 열 가지 착한 법을 행하게 한다. 비구여, 알아야 한다. 전륜성왕은 이런 공덕으로 말미암아 목숨을 마친 뒤에 삼십삼천에 태어나느니라.”

그때 그 비구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전륜성왕은 참으로 흠모할 만하구나. 그를 사람이라고 하자니 사람이 아니요, 그는 사실 하늘이 아니면서 하늘의 일을 행해 온갖 묘한 즐거움을 누리고 세 갈래 나쁜 길에 떨어지지도 않는다. 만일 지금 내가 계율을 용맹스럽게 지켜 그 복으로 장래에 전륜성왕이 된다면 또한 유쾌하지 않겠는가?’

그때 세존께서는 그 비구의 마음속 생각을 아시고 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여래 앞에서 그런 생각을 말라. 왜냐하면 전륜성왕이 비록 7보와 4신족을 성취하여 아무도 따라올 자가 없다고는 하지만 그도 오히려 지옥ㆍ아귀ㆍ축생의 세 갈래의 나쁜 길을 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전륜성왕은 4선(禪)과 4신족(神足)과 4제(諦)를 얻지 못해 그 인연으로 다시 세 갈래 나쁜 길에 떨어지기 때문이다. 사람 몸을 얻기는 매우 어렵고 여덟 가지 어려움을 당해 헤어나기도 매우 어려우며, 바른 나라에 태어나기도 쉽지 않고 좋은 벗을 구하기도 쉽지 않으며, 선지식을 만나고 싶어해도 그 또한 쉽지 않고 여래를 따라 법 안에서 도를 배우려하여도 또한 만나기 어려우며, 여래가 세상에 출현하는 일은 매우 만나기 어렵고 그 설법하시는 가르침 또한 마찬가지라 해탈(解脫)과 4제(諦)와 4비상(非常)은 참으로 듣기 어렵다.
저 전륜성왕은 이 네 가지 법을 완전히 성취하지 못한다. 비구여, 여래가 세상에 출현하면 곧 7보가 세상에 나타난다. 여래의 7각의(覺意)라는 보배는 완전한 구경에 이르게 하는 것으로 천상과 인간이 기리는 것이다. 비구여, 지금 범행을 잘 닦으면 현재의 몸으로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날 것인데 저 전륜성왕의 7보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 비구는 여래의 이와 같은 가르침을 듣고 한적한 곳에서 도의 가르침을 깊이 사유하였다. 족성자들이 수염과 머리를 깎고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목적은 위없는 바른 업을 닦아 ‘나고 죽음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마쳐 다시는 태를 받지 않는다’고 사실 그대로 알기 위함이다. 그때 그 비구는 곧 나한이 되었다.

그때 그 비구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9 ]8)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존자 동진가섭(童眞迦葉)9)은 사위국의 주암원(晝闇園10)에 있었다.

가섭이 한밤중에 경행(經行)하고 있는데, 그때 어떤 하늘이 가섭에게 찾아와 허공에서 가섭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비구여, 이 집은 밤에는 연기가 피어나고 낮에는 불길이 치솟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또 바라문은 지혜로운 자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너는 이제 칼[刀]을 가지고 산길을 뚫어라. 산길을 뚫을 때 분명 등짐을 발견하게 될 것이니 너는 그것을 뽑아 버려야 한다. 너는 이제 산길을 뚫어라. 산을 뚫을 때 분명 산을 보게 될 것이니 너는 그 산을 버려야 한다. 너는 이제 산길을 뚫어라. 산길을 뚫을 때 분명 두꺼비를 발견하게 될 것이니 너는 그 두꺼비를 버려야 한다. 너는 이제 산길을 뚫어라. 산길을 뚫을 때 분명 고깃덩어리를 발견하게 될 것이니 고깃덩어리를 보게 되거든 그것을 버리고 떠나야 한다. 너는 이제 산길을 뚫어라. 산길을 뚫을 때 분명 칼[枷]11)을 발견하게 될 것이니 칼을 보게 되거든 그것을 버리고 떠나야 한다. 너는 이제 산길을 뚫어라. 산길을 뚫고 나면 분명 두 갈래 길이 나타날 것이니 두 갈래 길을 보게 되거든 그것을 버리고 떠나야 한다. 너는 이제 산길을 뚫어라. 산길을 뚫고 나면 분명 나뭇가지를 발견하게 것이니 나뭇가지를 보게 되거든 그것을 버리고 떠나야 한다. 너는 이제 산길을 뚫어라. 산길을 뚫고 나면 분명 용을 발견하게 될 것이니 용을 보게 되거든 이야기를 나누려하지 말고 스스로 귀의하며 사모하도록 하라.’
비구여, 이 뜻을 잘 생각해 보라. 만일 이해하지 못하겠거든 바로 사위성으로 가서 세존께 나아가 이 뜻을 여쭈어 보라. 그리고 만일 여래께서 말씀이 있으시거든 잘 명심하고 실행하라. 왜냐하면 나는 여태껏 여래와 여래의 제자 혹은 내게서 들은 자들을 제외하고는, 어떤 사문 바라문이건 악마이건 악마의 하늘이건 이 뜻을 아는 자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섭은 대답하였다.
“참으로 좋은 일입니다.”

가섭은 이른 아침에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아 그 사실을 세존께 자세히 아뢰었다. 그리고는 가섭이 세존께 여쭈었다.
“저는 지금 여래께 그 뜻을 여쭙나이다. 그 하늘이 한 말은 무슨 뜻입니까?왜 그 집은 밤에는 연기가 피어나고 낮에는 불길이 치솟습니까? 왜 바라문이라고 이름하고, 왜 지혜로운 자라고 이름했습니까? 산길을 뚫는다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그가 말한 칼[刀]도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왜 등짐이라고 말했습니까? 또 그가 말한 산(山)이란 무슨 뜻입니까? 왜 또 두꺼비를 말했습니까? 왜 또 고깃덩어리를 말했습니까? 왜 또 칼[枷]을 말했습니다. 왜 또 두 갈래 길을 말했습니까? 나뭇가지는 무슨 뜻입니까? 왜 용이라고 이름했습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집’이란 곧 이 몸뚱이니, 이는 물질인 4대(大)로 만들어져 부모의 혈맥을 받아 점점 자라나며 항상 먹이고 길러 부족함이 없게 하지만 그것은 곧 무너지고 흩어지는 법이다. ‘밤에는 연기가 피어난다’는 것은 중생들의 마음속 생각을 말한 것이요,‘낮에는 불길이 치솟는다’는 것은 몸과 입과 뜻으로 짓는 행을 말한 것이다. ‘바라문’은 아라한을 말한 것이요,‘지혜로운 자’는 공부하는 이를 말한 것이다.
‘산길을 뚫는다’는 것은 정진하는 마음을 말한 것이요,‘칼[刀]’은 지혜를 말한 것이며,‘등짐’은 5결(結)을 말한 것이요,‘산’은 교만을 말한 것이며,‘두꺼비’는 성내는 마음을 말한 것이요,‘고깃덩어리’는 탐욕을 말한 것이며, 칼[枷]은 다섯 가지 욕망[五欲]을 말한 것이요,‘두 갈래 길’은 의심을 말한 것이며,‘나뭇가지’는 무명을 말한 것이요,‘용’은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을 말한 것이다.
그 하늘이 한 말은 이런 뜻이다. 네가 이제 이 뜻을 깊이 사유한다면 오래지 않아 번뇌가 없어질 것이다.”

그때 가섭은 여래의 이러한 가르침을 받고 한적한 곳에서 스스로 수행하였다. 족성자들이 수염과 머리를 깎고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목적은 범행을 닦아 ‘나고 죽음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마쳐 다시는 태를 받지 않는다’고 사실 그대로 알기 위함이다. 그때 그 비구는 곧 나한이 되었다.

그때 가섭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10 ]12)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열성(羅閱城)의 가란타죽원(迦蘭陀竹園)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만원자(滿願子)13) 역시 5백 명의 비구들을 거느리고 고향에서 유행하고 있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라열성에서 90일 동안의 여름 안거를 마치고 천천히 세간을 유행하며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으로 오셨다. 그때 다른 비구들도 제각기 흩어져 세간을 유행하다가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모였다. 그들은 도착한 뒤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물으셨다.
“너희들은 어디서 여름 안거를 지냈는가?”

비구들은 아뢰었다.
“저희들은 고향에서 여름 안거를 지냈습니다.”

“너희들 고향에서는 어떤 비구가 스스로 아련야(阿練若)를 행하고 또 아련야를 칭찬하였으며, 스스로도 걸식하고 남들도 때를 어기지 않고 걸식하게 하였으며, 스스로도 누더기 옷을 입고 남들도 누더기 옷을 입게 하였으며, 스스로 만족할 줄 아는 행을 닦고 또 만족할 줄 아는 행을 칭찬하였으며, 스스로도 욕심을 적게 가지고 또 욕심을 적게 가지는 행을 칭찬하였는가? 또 스스로도 한적한 곳을 좋아하고 남들도 한적한 곳을 즐기게 하였으며, 스스로도 자기 행을 지키고 남들도 자신의 행을 지키게 하였으며, 스스로도 계행을 청정하게 온전히 지키고 남들도 계행을 닦게 하였으며, 스스로도 삼매를 성취하고 남들도 삼매를 닦게 하였으며, 스스로도 지혜를 성취하고 남들도 지혜를 닦게 하였으며, 스스로도 해탈을 성취하고 남들도 해탈을 닦게 하였으며, 스스로도 해탈의 지혜를 성취하고 남들도 그 법을 닦게 하였으며, 몸소 교화하기를 싫어하지 않고 설법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는가?”

그러자 모든 비구들이 세존께 아뢰었다.
“만원자(滿願子) 비구가 이 모든 비구들 중에서 능히 교화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스스로도 아련야행(阿練若行)을 닦고 또 아련야행을 칭찬하였으며, 스스로 누더기 옷을 입고 욕심을 적게 가지며 만족할 줄을 알았고, 용맹하게 정진하고 걸식하며 한적한 곳을 좋아하였으며, 계율ㆍ삼매ㆍ지혜ㆍ해탈ㆍ해탈지견을 성취하였습니다. 그는 또 남들도 그런 법을 행하게 하고 스스로 능히 교화하고 설법하기를 싫어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비구들을 위해 미묘한 법을 말씀하셨다. 비구들은 부처님 설법을 듣고 곁에 잠시 머물다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을 세 번 돌고 물러갔다.

그때 사리불은 세존에게서 멀지 않은 곳에서 가부좌하고 앉아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고 생각을 매어 앞에 두고 있다가 이렇게 생각하였다.
‘만원자는 지금 좋은 이익을 한껏 얻었다. 왜냐하면 범행을 닦는 모든 비구들이 그의 덕을 칭찬하였고 또 세존께서도 그 말을 옳다 하시면서 부정하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나는 언제나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을까?’

그때 만원자는 고향에서 교화를 두루 마치고 천천히 세간을 유행하며 교화하다가 세존께서 계시는 곳으로 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세존께서는 차근차근 그를 위해 설법하셨다. 만원자는 그 설법을 듣고 나서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물러갔다. 그는 니사단을 오른쪽 어깨에 걸치고 주암원(晝闇園)으로 갔다.

그때 어떤 비구는 만원자가 니사단을 오른쪽 어깨에 걸치고 그 동산으로 가는 것을 보고 곧 사리불에게 가서 말하였다.
“세존께서 항상 칭찬하시던 만원자가 지금 막 여래께 찾아와 부처님으로부터 설법을 듣고는 동산으로 갔습니다. 존자께서는 때를 알아 하십시오.”

사리불은 이 비구의 말을 듣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니사단을 오른쪽 어깨에 걸치고 그 동산으로 갔다.

그때 만원자는 어떤 나무 밑에서 가부좌하고 앉아 있었으므로 사리불도 어떤 나무 밑에 단정히 앉아 사유하였다. 그러다가 사리불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만원자에게로 가 서로 문안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사리불이 만원자에게 물었다.
“어떻습니까? 만원자여, 세존을 말미암으면 범행을 닦고 제자가 될 수 있습니까?”

만원자는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리불이 다시 물었다.
“세존으로 인해 청정한 계율을 닦을 수 있습니까?”

“아닙니다.”

“마음의 청정함을 말미암으면 여래 밑에서 범행을 닦을 수 있습니까?”

“아닙니다.”

“소견이 청정하면 여래 밑에서 범행을 닦을 수 있습니까?”

“아닙니다.”

“어떻습니까, 망설임이 없으면 범행을 닦을 수 있습니까?”

“아닙니다.”

“행적이 청정하면 범행을 닦을 수 있습니까?”

“아닙니다.”

“어떻습니까, 도(道) 안에서 지혜를 청정하게 닦으면 범행을 닦을 수 있습니까?”

“아닙니다.”

“어떻습니까, 지견이 청정하면 범행을 닦을 수 있습니까?”

“아닙니다.”

사리불은 말하였다.
“제가 여래 밑에서 범행을 닦을 수 있느냐고 물었을 때, 당신은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지혜롭거나 마음이 청정하거나 도와 지견이 청정하면 범행을 닦을 수 있느냐고 묻자 당신은 다시 아니라고 대답하였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지금 어떻게 여래 밑에서 범행을 닦을 수 있었습니까?”

만원자는 대답하였다.
“계율이 청정한 이치는 마음을 청정하게 했고, 마음이 청정한 이치는 소견을 청정하게 했으며, 소견이 청정한 이치는 망설임 없음을 청정하게 했고, 망설임 없음이 청정한 이치는 행적을 청정하게 했으며, 행적이 청정한 이치는 도를 청정하게 했고, 도가 청정한 이치는 지견을 청정하게 했으며, 지견이 청정한 이치는 열반의 이치에 들어가게 하였습니다. 이렇게 여래 밑에서 범행을 닦을 수 있었습니다.”

사리불이 물었다.
“당신이 지금 한 말씀은 무슨 뜻입니까?”

만원자가 말했다.
“제가 이제 비유를 들이 그 뜻을 설명해 보겠습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비유를 들면 그 뜻을 이해합니다. 지혜로운 분께선 스스로 깨달으십시오. 마치 지금 바사닉왕이 사위성에서 바지국(婆祇國)까지, 두 나라 사이에 일곱 대의 수레를 배치해 놓은 것과 같습니다. 바사닉왕은 성을 나와 먼저 첫 번째 수레를 탑니다. 그리고 두 번째 수레에 이르면 곧바로 두 번째 수레를 타고 첫 번째 수레를 버립니다. 조금 더 나아가서는 세 번째 수레를 타고 두 번째 수레를 버리며, 다시 더 나아가서는 네 번째 수레를 타고 세 번째 수레는 버립니다. 다시 더 나아가서는 다섯 번째 수레를 타고 네 번째 수레를 버리고, 더 나아가서는 여섯 번째 수레를 타고 다섯 번째 수레를 버리며, 다시 더 나아가서는 일곱 번째 수레를 타고 여섯 번째 수레는 버리고 바지국으로 들어갑니다. 바사닉왕이 궁중에 들어갔을 때 만일 누군가 ‘대왕께선 오늘 어떤 수레를 타고 이 궁전으로 오셨습니까’ 하고 묻는다면 그 왕이 무어라고 대답하겠습니까?”

사리불이 대답하였다.
“누군가 묻는다면 분명 ‘나는 사위성에서 나와 먼저 첫 번째 수레를 타고 두 번째 수레까지 왔고, 다시 두 번째 수레를 버리고 세 번째 수레를 탔으며, 다시 세 번째 수레를 버리고 네 번째 수레를 탔고, 다시 네 번째 수레를 버리고 다섯 번째 수레를 탔으며, 다시 다섯 번째 수레를 버리고 여섯 번째 수레를 탔고, 여섯 번째 수레를 버리고는 일곱 번째 수레를 타고 바지국에 도착하였다’고 대답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앞 수레로 말미암아 두 번째 수레로 왔고 이렇게 계속해 서로를 말미암아 그 나라에 이르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만일 누군가 묻는다면 분명 이렇게 대답할 것입니다.”

만원자는 말하였다.
“계율이 청정한 이치 또한 그와 같고, 마음이 청정함으로 말미암아 소견이 청정하게 되었고, 소견의 청정함으로 말미암아 망설임을 버린 청정함에 이르게 되었으며, 망설임 없는 이치로 말미암아 행적의 청정함에 이르게 되었고, 행적의 청정함으로 말미암아 도의 청정함에 이르게 되었으며, 도의 청정함으로 말미암아 지견의 청정함에 이르게 되었고, 지견이 청정한 이치로 말미암아 열반의 이치에 이르게 되어 여래 밑에서 범행을 닦게 된 것입니다.
왜냐하면 계율이 청정한 이치는 곧 받아들이는 형태인데 여래께서는 받아들임[受入]을 없애라고 말씀하셨고, 마음이 청정한 이치 또한 곧 받아들이는 형태인데 여래께서는 받아들임을 없애라고 말씀하셨으며, 나아가 지견의 이치 또한 받아들임인데 여래께서는 받아들임을 없애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나아가 열반에 이르러야 여래 밑에서 범행을 닦을 수 있습니다.

만일 계율의 청정함으로 여래 밑에서 범행을 닦을 수 있다면 범부들 또한 멸도(滅道)를 얻어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범부에게도 그런 계법(戒法)이 있기 때문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신 바는 차례를 따라 도를 이루어야 열반의 세계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지 계율의 청정함만으로 멸도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마치 어떤 사람 7층 다락 꼭대기에 오르려 한다면 반드시 차례대로 올라가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계율이 청정한 이치도 그와 같아 점점 마음에 이르게 되고, 마음으로 말미암아 소견에 이르게 되며, 소견으로 말미암아 망설임 없음에 이르게 되고, 망설임 없음으로 말미암아 깨끗한 행적에 이르게 되며, 깨끗한 행적으로 말미암아 도에 이르게 되고, 깨끗한 도로 말미암아 지견에 이르게 되며, 깨끗한 지견으로 말미암아 열반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자 사리불이 곧 찬탄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합니다. 그 이치를 잘 설명하였습니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여러 범행 비구들은 당신을 어떻게 부릅니까?”

만원자는 대답하였다.
“제 이름은 만원자(滿願子)이고, 어머니의 성은 미다나니(彌多那尼)14)입니다.”

“훌륭하고, 훌륭합니다. 만원자여, 우리 성현의 법에서 아무도 짝할 이가 없겠습니다. 마음에 감로(甘露)를 품고 끝없이 펼쳐 자세히 설명하였습니다. 제가 지금 매우 깊은 이치를 물었는데 당신은 모두 자세히 설명하셨습니다. 설사 모든 범행인이 당신을 머리에 이고 온 세상을 돈다하더라도 오히려 그 은혜를 갚지 못할 것입니다. 누구든 찾아와 가까이하고 문안하는 이가 있다면 그는 좋은 이익을 얻을 것입니다. 저도 오늘 좋은 이익을 얻고 그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만원자가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십니다. 당신 말씀과 같습니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이며, 여러 비구들은 당신을 어떻게 부릅니까?”

“제 이름은 우파제사(憂波提舍)1)이고, 어머니의 이름은 사리(舍利)이며 비구들은 저를 사리불(舍利弗)이라 부릅니다.”
만원자는 말하였다.
“저는 이제 어르신과 변론하였었군요. 법의 주인께서 이곳으로 찾아오신 줄 미처 몰랐습니다. 만일 존자 사리불께서 이곳을 찾아 주신 줄을 알았다면 그런 변론으로 문답을 주고받지 않았을 것입니다. 존자께서 그런 깊은 이치를 물으셨을 때 아마 전 바로 정신이 나갔을 것입니다. 훌륭하십니다. 사리불께서는 부처님 제자 중 가장 어른으로서 항상 감로 같은 법의 맛으로 스스로 즐기시는 분이십니다. 설사 모든 범행인이 존자 사리불을 머리에 이고 여러 해 동안 온 세상을 돈다하더라도 잠깐 동안의 은혜조차 갚지 못할 것입니다. 어떤 중생이라도 존자께 찾아와 문안드리고 가까이 한다면 그는 좋은 이익을 선뜻 얻게 될 것입니다. 저 역시 좋은 이익을 얻었습니다.”

그때 두 현자는 그 동산에서 이렇게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두 사람은 서로의 말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등법(等法)과 주도(晝度)와
물의 비유[水喩]와 성곽의 비유[城郭喩]와
식(識)ㆍ균두(均頭)ㆍ두 전륜성왕(二輪)과
파밀(波蜜)과 7거(車)에 대해 설하셨다.

주석
2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중아함경』 제1권 4번째 소경인 「수유경(水喩經)」이 있다.
3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중아함경』 제1권 3번째 소경인 「성유경(城喩經)」이 있다.
4 팔리어로는 cattāro adhipatī이고, 곧 4선(禪)을 가리킨다.
5 팔리어로는 satta viññāṇaṭṭhitiyo이고, 7식주(識住)ㆍ7식지처(識止處)라고도 한다.
6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장아함경』 제18권 「세기경(世記經」의 전륜성왕품이 있고, 송(宋) 시대 시호(施護)가 한역한 『불설전륜왕칠보경(佛說轉輪王七寶經)』이 있다.
7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38권 1,079번째 소경인 「유경(喩經」과 『별역잡아함경』 제1권 18번째 소경, 송 시대 시호(施護)가 한역한 『불설전륜왕칠보경(佛說轉輪王七寶經)』이 있다.
8 팔리어로는 Kumāra Kassapa이고, 동자가섭(童子迦葉)이라고도 하며, 구마라가섭(鳩摩羅迦葉)으로 음역하기도 한다.
9 팔리어로는 Andhavana이고, 암림(闇林)이라고도 하며, 안타림(安陀林)으로 음역하기도 한다.
10 죄인을 구속해 머리에 씌우던 형틀을 가리킨다.
11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중아함경』 제2권 9번째 소경인 「칠거경(七車經)」이 있다.
12 팔리어로는 Puṇṇa Mantāni-putta이고, 부루나미다라니자(富樓那彌多羅尼子)로 음역하기도 한다. 부처님의 제자 중 설법에 가장 뛰어났다고 한다.
13 팔리어로는 Mantāṇi이고, 미다라니(彌多羅尼)라고도 하며, 만자녀(滿慈女)로 한역하기도 한다.
14 팔리어로는 Upatissa이고, 우파제(憂波提)라고도 하며, 대광(大光)으로 한역하기도 한다.
1 팔리어로는 Cakkavāla-pabbata이고, 철륜위산(鐵輪圍山)ㆍ금강산(金剛山)이라고 한다.

증일아함경 제34권

동진 계빈 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김월운 번역

40. 칠일품(七日品)①

[ 1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많은 비구들은 식후에 모두 보회강당(普會講堂)에 모여 이런 논의를 하였다.
‘수미산은 너무나 넓고 커서 어떤 산도 그에 미치지 못한다. 매우 기이하고 뛰어나며 넓고 크고 극히 험준하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오래지 않아 모두 부서져 흔적도 없게 된다. 수미산에 의지해 큰 산들이 또 있지만 그것 역시 부서진다.’

그때 세존께서는 천이(天耳)로 비구들의 이런 이야기 들으시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그 강당으로 가 자리에 앉으셨다. 그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여기 모여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가? 무슨 일을 하려고 하는가?”

비구들은 아뢰었다.
“저희들은 여기 모여 법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지금껏 이야기한 것은 모두 법다운 이야기였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비구들이여, 너희들은 출가한 사람이니 응당 법을 논하고 또한 성현의 침묵도 버리지 않아야 한다. 왜냐하면 비구들은 한 곳에 모이면 두 가지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두 가지란 무엇인가? 첫째는 함께 법을 논하는 것이요, 둘째는 성현의 침묵이다. 너희들이 이 두 가지를 아울러 행한다면 마침내 안온을 얻고 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너희들은 아까 어떤 법다운 논의를 하였는가?”

비구들은 아뢰었다.
“저희들은 이곳에 모여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매우 기이하고 매우 뛰어나다. 저 수미산은 너무도 높고 넓고 크다. 그러나 그 수미산이 그렇다 해도 오래지 않아 부서지며, 또 그 주위의 철위산(鐵圍山)2) 역시 그와 같이 부서질 것이다.’
아까 저희들은 이곳에 모여 이런 법다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이 세상 경계가 부서지는 과정에 대해 듣고 싶으냐?”

비구들은 세존께 아뢰었다.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지금 곧 말씀하시어 중생들의 마음을 해탈시켜 주소서.

“너희들은 잘 사유하고 기억해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라.”

비구들은 세존께 아뢰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있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수미산은 너무도 넓고 커서 어떤 산도 그에 미치지 못한다. 비구들이여, 수미산을 알고 싶은가? 물 위로 나온 높이가 8만 4천 유순이요, 물속에 들어간 깊이 또한 8만 4천 유순이니라. 그 수미산은 금ㆍ은ㆍ수정ㆍ유리의 네 가지 보배로 되어 있고 그 네 모서리도 금ㆍ은ㆍ수정ㆍ유리의 네 가지 보배로 되어 있느니라.
금으로 된 성엔 은으로 외곽(外郭)이 둘러쳐졌고, 은으로 된 성엔 금으로 외곽이 둘러쳐졌으며, 수정으로 된 성엔 유리로 외곽이 둘러쳐졌고, 유리로 된 성엔 수정으로 외곽이 둘러쳐졌다.
또 수미산 위에는 다섯 종류의 하늘이 살고 있는데, 그들은 모두 과거 인연으로 그곳에서 사는 자들이다. 어떤 것이 다섯 종류의 하늘인가? 이른바 그 은으로 된 성에는 세각천(細脚天)이 그곳에서 살고 있고, 금으로 된 성에는 시리사천(施利沙天)이 그곳에서 살고 있으며, 수정으로 된 성에는 환열천(歡悅天)이 그곳에서 살고 있고, 유리로 된 성에는 역성천(力盛天)이 그곳에서 살고 있다.
금성과 은성 중간에는 비사문천왕(毗沙門天王)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야차들을 거느리고 그곳에서 살고 있고, 금성과 수성성 중간에는 비류박차천왕(毗留博叉天王)이 온갖 용신들을 거느리고 그곳에서 살고 있으며,수정성과 유리성 중간에는 비류륵차천왕(毗留勒叉天王)이 그곳에서 살고 있고, 유리성과 은성 중간에는 제두뢰타천왕(提頭賴吒天王)이 그곳에서 살고 있느니라.

비구들이여, 마땅히 알아야 한다. 수미산 아래에는 아수륜(阿須倫)이 살고 있다. 그 아수륜은 삼십삼천과 싸우려 할 때 먼저 세각천과 싸운다. 거기서 이기면 다시 금성으로 가서 시리사천과 싸우고, 시리사천에게 이기면 다시 수정성으로 가서 환열천과 싸우고, 거기서 이기면 다시 유리성으로 가고, 그곳의 역성천에게 이기면 곧 삼십삼천과 싸운다.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수미산 정상에는 삼십삼천이 그곳에서 살고 있는데, 밤낮으로 환하게 밝으니 이는 그들 자신의 몸에서 나온 빛들이 서로 비추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다.
수미산을 의지해 해와 달이 도는데, 일천자(日天子)의 성곽(城郭)은 세로와 가로가 51유순이요, 월천자(月天子)의 성곽은 세로와 가로가 39유순이다. 가장 큰 별은 세로와 가로가 1유순요, 가장 작은 별은 세로와 가로가 2백 걸음이다. 수미산 정산은 동서남북으로 세로와 가로가 8만 4천 유순이다.
수미산 가까이 남쪽으로 큰 철위산이 있는데 길이는 8만 4천 리요, 높이는 8만 리다. 또 그 산 주위로 니미타산(尼彌陀山)3)이 그 산을 에워싸고 있고, 니미타산과 떨어져 또 가라산(佉羅山)4)이 있으며, 그 산 밖에는 또 이사산(伊沙山)5)이라는 산이 있고, 그 산 밖에는 또 마두산(馬頭山)이라는 산이 있으며, 마두산 밖에는 비나야산(毗那耶山)6)이 있고, 비나야산 다음에는 철위산과 대철위산(大鐵圍山)이 있다.

철위산 중간에는 여덟 개의 큰 지옥(地獄)7)이 있고, 그 낱낱의 지옥에는 16격자(隔子)8)가 있다. 그 철위산은 염부리(閻浮里) 땅에 큰 이익을 준다. 왜냐하면 만일 철위산이 없었다면 이 세상은 항상 악취가 가득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철위산 바깥에는 향적산(香積山)이 있고 향적산 기슭에는 8만 4천 마리 흰 코끼리가 그곳에서 살고 있는데, 모두들 여섯 개의 어금니를 가졌고 금과 은으로 주렁주렁 장식하였다. 그 향산(香山)에는 8만 4천 개의 굴이 있어 코끼리들은 거기서 살고 있는데, 모두 금ㆍ은ㆍ수정ㆍ유리로 되어 있다. 그 중 가장 좋은 코끼리는 석제환인(釋提桓因)이 타고, 가장 나쁜 코끼리는 전륜성왕(轉輪聖王)이 타느니라.
향적산 기슭에는 또 마타(摩陀)라는 연못이 있는데 그곳에는 우발연화(優鉢蓮華)ㆍ구모두화(拘牟頭華) 등이 모두 자라므로 코끼리들은 그 뿌리를 파먹는다. 마타못 옆에는 우사가라(優闍伽羅)라는 산이 있는데 그 산에는 여러 가지 초목과 새와 짐승과 벌레들이 살고, 또 그 산을 의지해 신통을 가진 도인들이 그곳에서 살고 있다. 또 반다바(般茶婆)라는 산과 기사굴산(耆闍崛山)이 있는데 이 산들은 염부리 땅이 의지하는 곳이다.

비구들이여, 알아야 한다. 언젠가 때가 되어 이 세간이 부서지려 할 때면, 하늘이 비를 내리지 않아 심은 모종이 자라지 않고 작은 강과 샘들이 모두 말라버린다. 일체의 행(行)은 모두 무상하여 오래 머무르지 못하느니라.
비구들이여, 알아야 한다. 언젠가 때가 되면 이른바 긍가강(恆伽江)ㆍ사두강(私頭江)ㆍ사타강(死陀江)ㆍ바차강(婆叉江)의 네 개의 큰 강도 모두 바짝 말라버린다.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갖가지로 덧없이 변한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이니라.

비구들이여, 언제가 때가 되어 이 세상에 두 개의 해가 나타나면, 이때 온갖 초목은 모두 시들어 떨어진다.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무상해 오래 머무르지 못하고, 이때 온갖 샘과 작은 강들은 모두 말라 버리느니라. 비구들이여, 알아야 한다. 이 세상에 두 개의 해가 나타나면, 그때 네 개의 큰 바다도 아래로 1백 유순이나 말라버리고 점점 더해 아래로 7백 유순까지 바닷물이 말라버리느니라.

비구들이여, 알아야 한다. 이 세상에 세 개의 해가 나타날 때면, 네 개의 큰 바다는 아래로 1천 유순이나 말라버리고 점점 더해 아래로 7천 유순까지 바닷물이 말라버리느니라.

비구들이여, 알아야 한다. 이 세상에 네 개의 해가 나타날 때면, 네 개의 큰 바다는 그 깊이가 1천 유순밖에 되지 않는다.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모든 행은 무상해 오래 머무르지 못하느니라.

비구들이여, 알아야 한다. 언젠가 때가 되어 이 세상에 다섯 개의 해가 나타나면, 이때 네 개의 큰 바다는 7백 유순밖에 바닷물이 남지 않고 그것도 점점 줄어 1백 유순이 된다.
비구들이여, 알아야 한다. 다섯 개의 해가 나타날 때면, 이때 바닷물은 1유순밖에 남지 않고 그것도 점점 말라 완전히 없어진다. 다섯 개의 해가 나타날 때면 바닷물은 겨우 일곱 자 밖에 남지 않았다가 다섯 개의 해가 나타났을 때 바닷물은 남김없이 모두 말라버리고 만다. 비구들이여, 알아야 한다. 모든 행은 무상해 오래 머무르지 못하느니라.

비구들이여, 알아야 한다. 언젠가 때가 되어 여섯 개의 해가 나타나면, 이 땅은 6만 8천 유순 깊이까지 모두 타 연기가 나고 수미산 역시 점점 녹아 부서지게 된다. 여섯 개의 해가 나타날 때면 이 삼천대천세계가 모두 녹아 부서지게 되니, 마치 옹기 굴에 기와를 굽는 것과 같다. 이때 삼천대천세계도 그와 같이 온 세계가 빈틈없이 벌겋게 타오른다. 비구들이여, 알아야 한다. 여섯 개의 해가 나타날 때면, 여덟 가지 큰 지옥도 모두 녹아 없어지고 사람들도 죄다 죽으며,수미산을 의지해 있는 다섯 가지 하늘들도 모두 목숨을 마치고, 삼십삼천과 염천(豔天), 나아가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까지도 또한 모두 목숨을 마쳐 궁전이 텅텅 비게 된다. 여섯 개의 해가 나타날 때면, 이때 수미산과 삼천대천세계는 온통 활활 타올라 흔적도 없게 된다.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모든 행은 무상해 오래 머무르지 못하느니라.

비구들이여, 알아야 한다. 언젠가 때가 되어 일곱 개의 해가 나타나면, 이 땅 6만 8천 유순 깊이까지 그리고 삼천대천세계에 모두 불길이 치솟는다. 또 일곱 개의 해가 나타날 때면 저 수미산도 점점 녹아 내려 백천 유순 높이가 저절로 무너져 흔적도 없게 되니, 티끌이나 연기도 볼 수 없는데 더구나 그 재를 볼 수 있겠는가? 이때는 삼십삼천과 나아가 저 타화자재천의 궁전까지 다 불에 타고 그 불꽃이 범천(梵天)까지도 올라간다. 범천의 궁전에 새로 태어난 천자들은 지금까지 그런 겁의 말기에 일어나는 불길을 본적이 없으므로 그 불빛을 보고는 불에 탈까봐 모두들 두려워한다. 그러나 오래전 그곳에 태어난 천자들은 그런 겁의 말기에 일어나는 불길을 일찍이 본적이 있기 때문에 곧 뒤에 태어난 천자들은 찾아가 이렇게 위로한다.
‘너희들은 두려워하지 말라. 저 불은 결코 여기까지 오지 않는다.’
비구들이여, 알아야 한다. 일곱 개의 해가 나타날 때, 이 세간에서 여섯 하늘에 이르기까지 나아가 삼천대천세계가 모두 재가 되고 또 어떤 형태의 물질도 없게 된다.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모든 행은 무상해 오래 보존할 수 없고 모두 소멸도 돌아가고 마느니라. 그때 사람들은 목숨을 마치고 모두 타방 세계에 태어나거나 혹은 천상에 태어난다. 설사 지옥에 있던 중생이라도 묵은 죄가 이미 끝났다면 천상이나 혹은 타방 세계에 태어나고,지옥에 있던 중생으로서 지은 죄가 끝나지 않았으면 다시 타방세계로 옮겨간다. 비구들이여, 알아야 한다. 일곱 개의 해가 나타날 때면, 다시는 해와 달의 광명과 별들의 비춤이 없게 된다. 이때 해와 달은 이미 없어져 다시는 낮과 밤이 없다. 비구들이여, 이른바 인연의 과보로 말미암아 이렇게 파괴되는 것이니라.

비구들이여, 또 알아야 한다. 그 무너진 겁이 다시 이루어질 때, 언젠가 때가 되면 불길이 저절로 꺼지고 허공에서 큰 구름이 일어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이때 이 삼천대천세계는 물이 가득 차 범천까지 이르게 될 것이다. 비구들이여, 알아야 한다. 이때 그 물은 차차 정지했다가 스스로 말라버린다.
거기에 다시 수람(隨嵐9)이라는 바람이 일어난다. 그 바람은 그 물을 불어 한 곳에 모으고, 다시 1천 수미산ㆍ1천 기미타산ㆍ1천 니미타산ㆍ1천 가라산ㆍ1천 이사산ㆍ1천 비나야산ㆍ1천 철위산ㆍ1천 대철위산을 만들고, 또 8천 지옥을 만들며, 다시 1천 마두산ㆍ1천 향적산ㆍ1천 반다바산ㆍ1천 우사가산10)ㆍ1천 염부제ㆍ1천 구야니ㆍ1천 불우체ㆍ1천 울단왈을 만들고, 다시 1천 개의 사해(四海)를 만들며, 1천 개의 사천왕궁ㆍ1천 개의 삼십삼천ㆍ1천 염천ㆍ1천 도술천ㆍ1천 화자재천ㆍ1천 타화자재천을 만드느니라.

비구들이여, 알아야 한다. 언젠가 때가 되면 물이 없어지고 땅이 다시 생긴다. 그때 땅 위에 지비(地肥)가 저절로 생기는데, 너무도 향기롭고 맛있는 것이 감로(甘露)보다 훌륭하다. 그 지비의 맛이 궁금한가? 달달한 포도주 맛과 같으니라.
비구들이여, 알아야 한다. 언제가 때가 되어 광음천(光音天)은 저희끼리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 저 염부제로 가서 그 지형을 살펴보고 곧장 돌아오자.’
광음천자(光音天子)들은 이 세상에 내려왔다가 지비가 있는 것을 보고는 곧 손가락으로 찍어 맛보고는 집어먹었다. 이때 지비를 많이 먹은 천자는 점점 위신과 광명이 없어지고 몸이 무거워지며 뼈와 살이 생겨 곧 신족(神足)을 잃고 다시는 허공을 날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나 지비를 적게 먹은 천자는 몸이 무거워지지 않고 신족도 잃지 않아 허공을 날 수 있었느니라.

이때 신통을 잃은 천자들은 모두 울부짖으면서 저희끼리 ‘우리는 이제 너무도 처량한 처지가 되었다. 신통을 잃어 다시는 하늘로 돌아가지 못하고 이 세상에 살게 되었으니, 그것은 지비를 먹었기 때문이다’고 말하며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때 탐욕이 많은 천자는 곧 여자가 되어 정욕을 행하면서 서로 즐겼다. 비구들이여, 이른바 세상이 처음 생겼을 때 이런 음행하는 법이 있어 세상에 퍼졌으니, 이는 옛날부터 항상 있었던 법이다. 이 세상에는 반드시 여인이 있기 마련이니 이는 지금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옛날도 그러했다. 이때 다른 광음천들은 이 천자가 타락한 것을 보고 모두 와서 꾸짖었다.
‘너희들은 왜 이런 더러운 짓을 하느냐?’
그때 타락한 중생들은 생각했다.
‘우리는 방법을 궁리해 남들이 보지 못하게 하고 같이 자자.’
그렇게 해서 집을 짓고 그 몸뚱이를 가리게 되었다. 비구들이여, 이른바 이런 인연으로 지금의 집이 있게 되었다.

비구들이여, 알아야 한다. 언젠가 때가 되어 지비는 저절로 땅으로 들어가고 그 후 멥쌀이 자랐다. 그것은 너무도 곱고 깨끗하며 또 껍질이 없고 향기도 좋아 사람을 살찌우고 하얗게 한다. 그것은 아침에 베면 저녁에 다시 나고 저녁에 베면 아침에 다시 났다. 비구들이여, 이른바 그때 처음으로 멥쌀이라는 이름이 생겼다.
비구들이여, 언젠가 때가 되어 사람들은 게을러져 생활에 힘쓰지 않게 되었다. 그때 어떤 사람이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무엇 하러 날마다 이 멥쌀을 거두는가? 이틀에 한 번씩만 거두자.’
그래서 그는 이틀에 한 번씩 멥쌀을 거두었다. 그때 그들은 차차 아이를 배게 되었고, 그로 말미암아 ‘난다’는 사실이 있게 되었다.

또 어떤 중생이 그 중생에게 ‘우리 함께 멥쌀을 거두러 가자’고 말하자 그 사람은 ‘나는 이틀 양식을 이미 준비해 놓았다’고 대답하였다. 이 사람은 그 말을 듣고 ‘그럼 나는 나흘 치 양식을 쌓아두겠다’ 하고 생각하고는 곧 나흘 치 양식을 준비하였다.
또 다른 중생이 그 중생에게 ‘우리 함께 멥쌀을 거두러 가자’고 말하자 그 사람은 ‘나는 나흘 치 양식을 이미 거둬놓았다’고 대답하였다. 이 사람은 그 말을 듣고 ‘그럼 나는 여드레 치 양식을 준비하리라’고 생각하고는 곧 여드레 치 양식을 쌓아두었다.
그때부터 그 멥쌀이 다시는 나지 않았다.

중생들은 제각기 생각하였다.
‘세상에 큰 재앙이 닥쳤다. 이젠 멥쌀이 예전처럼 나지 않게 되었다. 이제 이 멥쌀을 고루 나누자.’
그들은 곧 그 멥쌀을 나눠가졌다. 그때 한 중생이 다시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내 멥쌀은 감추어 두고 남의 멥쌀을 훔쳐야겠다.’
그래서 그 중생은 자기 멥쌀은 감추어 두고 남의 멥쌀을 홈쳤다.
멥쌀 주인은 그것을 보고 그에게 말하였다.
‘너는 왜 내 멥쌀을 가져가느냐? 이번만은 네 죄를 용서해 주겠으니 다시는 범하지 말라.’
그때 이 세상에는 처음으로 도둑질하는 마음이 있게 되었다. 이때 또 다른 중생이 이 말을 듣고 생각하였다.
‘나도 이제 내 멥쌀을 감추고 남의 멥쌀을 훔치리라.’
그래서 그 중생은 곧 자기 몫은 놔두고 남의 몫을 가져왔다. 주인은 그것을 보고 그에게 말하였다.
‘네가 왜 내 멥쌀을 가져가느냐?’
그러나 그는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 주인은 곧 주먹으로 그를 때리면서 말하였다.
‘지금부터는 다시 침범하지 말라.’

그때 많은 사람들은 중생들이 서로 도둑질한다는 소식을 듣고 모두 모여 저희끼리 말하였다.
‘세상에 서로 훔치는 나쁜 법이 있다. 이제 우리의 토지를 지킬 사람을 세워 토지를 지키게 하자. 총명하고 재주가 뛰어난 사람을 우리의 토지를 지킬 자로 추대하자.’
그들은 곧 토지의 수호자들을 뽑고 그에게 말하였다.
‘당신들은 알아야 합니다. 세상에 물건을 훔치는 나쁜 법이 있으니, 당신들이 토지를 지켜준다면 값을 치르겠소. 누구든 몰래 들어와 남의 멥쌀을 훔치는 자가 있거든 곧 그 죄를 벌하시오.’
그때 토지의 수호자를 두게 되었다.
비구들이여, 알아야 한다. 그때 그 토지의 수호자를 찰리종(刹利種)이라 불렀느니라. 그러나 그것은 다 옛날 법으로서 지금의 법은 아니니라.”

그때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처음으로 찰리 종족이 생겨
모든 성 가운데서 최상이 되었고
총명하고 재주가 뛰어난 그들
천상과 인간의 존경을 받았네.

“그때부터 남의 물건을 침범하는 이가 있으면 찰리가 즉시 그들을 잡아들여 법으로 다스렸다. 그러나 그 죄를 고치지 않고 일부러 다시 범하는 자가 생기자 찰리의 주인은 곧 명령하여 칼이나 몽둥이를 만들게 하고는 그를 잡아들여 그 목을 베고 나무에 매달았다. 그때부터 이 세상에 처음으로 살생이 있게 되었느니라.
사람들은 ‘멥쌀을 훔치는 자는 찰리 주인이 곧 잡아서 죽인다’는 명령을 듣고 모두들 두려워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초막을 짓고 들어앉아 좌선하면서 범행을 닦으며 마음을 오로지하였다. 즉 가업과 처자와 며느리를 버리고 홀로 그 마음을 고요히 하며 범행을 닦았다. 이로 말미암아 바라문(婆羅門)이라는 성명이 있게 되었으니, 이렇게 그때부터 두 종성이 이 세상에 있게 되었느니라.

비구들이여, 알아야 한다. 그때 도둑으로 말미암아 살생이 있게 되었고, 살생으로 말미암아 칼과 몽둥이가 생기자, 그때 찰리 주인은 백성들에게 말하였다.
‘단정하고 재주가 뛰어난 자가 있으면 그로 하여금 이 백성들을 통치하게 하리라.’
또 말하였다.
‘남의 물건을 훔치는 자가 있으면 그로 하여금 그 죄를 다스리게 하리라.’
그때부터 비사(毗舍) 종성이 이 세상에 있게 되었다.

그때 여러 중생들은 생각하였다.
‘지금 중생들이 서로를 죽이는 것은 다 그 직업 때문이다. 나는 지금부터 그들을 위해 심부름해 줌으로써 생활해 가리라.’
그래서 그때부터 수다라(首陀羅) 종성이 이 세상에 나타났느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맨 처음엔 찰리종이 있게 되었고
그 다음엔 바라문이 있게 되었으며
다음 세 번째는 그 이름 비사
또 다음엔 수타라 성 있게 되었네.

이 네 가지 종성이 있어
차차 서로 의지해 살아가게 되었으니
그들은 모두 하늘에서 생긴 몸
모두가 같은 한 빛깔이다.

“비구들이여, 알아야 한다. 그때 죽이고 훔치는 마음이 있게 되자 그 자연의 멥쌀은 완전히 없어졌느니라.

그때 곧 다섯 가지 종자가 있게 되었다. 첫째는 뿌리 종자, 둘째는 줄기 종자, 셋째는 가지 종자, 넷째는 꽃 종자, 다섯째는 열매 종자와 또 그밖에 다른 방법으로 자라는 종자이다. 이것을 다섯 가지 종자라 하는데 이것들은 다 다른 나라에서 바람에 불려 온 것으로서 그것을 취해 종자로 삼아 스스로 살아가게 되었느니라.
비구들이여, 세상에는 이와 같은 징조로써 곧 태어남ㆍ늙음ㆍ병듦ㆍ죽음이 있어 오늘날 5성음(盛陰)의 이 몸이 있게 되었고 괴로움을 벗어나지 못하게 되었다. 이것이 이른바 겁이 이루어지고 무너지는 때의 변화이니라.
내가 너희들에게 한 말은 모든 불세존들께서도 항상 행하신 바로서, 이제 너희들에게 모두 설명하였다. 너희들은 고요한 곳에 한가히 지내기를 즐기고 고요히 생각하며 좌선하기를 게을리 하지 말라. 지금 정성을 들이지 않으면 뒤에 후회하여도 아무 이익이 없느니라. 이것이 내 가르침이니라.”

그때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2 ]11)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열성 가란타죽원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마갈국(摩竭國)의 왕 아사세(阿闍世)는 여러 신하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저 발지국(拔祇國)은 매우 풍요롭고 백성들이 매우 많다. 내 저 나라를 정벌해 저 땅을 빼앗으리라.”

이때 아사세왕은 바리가(婆利迦) 바라문에게 명령하였다.
“너는 지금 세존께 가서 내 이름으로 문안드리며 예를 올리고는 ‘아사세왕은 세존께 여쭈겠습니다. 저 발지국을 정벌하려하는데 어떻겠습니까?’ 하고 아뢰어라. 그리고 만일 세존께서 무슨 말씀이 있으시거든 너는 잘 기억해두었다가 내게 와서 말하라. 왜냐하면 여래께서는 결코 두 가지로 말씀하지 않으시기 때문이니라.”

바라문은 왕의 명령을 받고 세존께 찾아가 안부를 여쭙고는 한쪽에 앉았다. 이때 바라문이 세존께 아뢰었다.
“아사세왕은 세존께 예를 올리고 받들어 문안드렸습니다.”
또 거듭 아뢰었다.
“저 발지국을 정벌하려 하는데 먼저 부처님께 찾아와 여쭙습니다. 어떻겠습니까?”

그 바라문은 옷으로 머리와 다리를 감싸고 상아로 만든 신을 신고 허리에는 날카로운 칼을 차고 있었기 때문에 그에게는 설법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세존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발지 백성들이 일곱 가지 법을 닦는다면 결코 외적들에 의해 파괴되지 않을 것이다. 일곱 가지 법을 법이란 무엇인가? 만일 발지국 백성들이 모두 한 곳에 모여 흩어지지 않는다면 다른 나라에 의해 파괴되지 않을 것이니, 이것이 외적에게 패하지 않는 첫 번째 법이니라.

또 아난아, 발지국 백성들이 위아래로 서로 화합하고 순종한다면 그들은 바깥사람들에게 사로잡히지 않을 것이다. 아난아, 이것이 외적들에 의해 파괴되지 않는 두 번째 법이니라.

또 아난아, 만일 발지국 백성들이 음탕하지 않아 남의 여자를 탐내지 않는다면 이것이 외적들에 의해 파괴되지 않는 세 번째 법이니라.

또 아난아, 만일 발지국 백성들이 여기에서 들은 것을 저기 가서 전하지 않고, 저기에서 들은 것을 여기 와서 전하지 않는다면 이것이 외적들에 의해 파괴되지 않는 네 번째 법이니라.

또 아난아, 만일 발지국 백성들이 사문과 바라문을 공양하고 범행 닦는 이들을 섬기며 예배한다면 이것이 다섯 번째 법이니, 이때는 외적들에 의해 파괴되지 않느니라.

또 아난아, 만일 발지국 백성들이 남의 재물을 탐내지 않는다면 이것이 외적들에 의해 파괴되지 않는 여섯 번째 법이니라.

다시 아난아, 만일 발지국 백성들이 모두 한마음이 되어 절[神寺]만을 향하지 않고 그 뜻을 오로지 한다면 이것이 외적들에 의해 파괴되지 않는 일곱 번째 법이니라.

아난아, 이른바 저 발지국 백성들이 이 일곱 가지 법을 닦는다면 결코 외적들에 의해 파괴되지 않을 것이니라.”

이때 범지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설사 그들이 한 가지 법만 성취하더라도 파괴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일곱 가지 법을 닦는데 어떻게 파괴할 수 있겠습니까? 그만하시지요, 그만하시지요. 세존이시여. 나라 일이 너무 많아 이만 돌아갈까 합니다.”
그때 범지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났다.

그 범지가 떠난 지 오래지 않아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타락하지 않게 하는 일곱 가지 법을 설명하리니 너희들은 자세히 듣고 잘 사유해 기억하라.”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때 비구들은 부처님 가르침을 듣고 있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타락하지 않게 하는 일곱 가지 법이란 무엇인가?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만일 비구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 화합하고 순종하며 위아래가 서로를 받들고 위를 향해 자꾸 나아간다면, 온갖 착한 법을 닦으며 물러나지 않고 또 악마가 틈을 노리지 못할 것이니, 이것이 타락하지 않게 하는 첫 번째 법이니라.

다음에는 비구들이 서로 화합하고 가르침을 순종하며 위를 향해 자꾸 나아간다면 마왕에게 파괴되지 않을 것이니, 이것이 타락하지 않게 하는 두 번째 법이니라.

다음에는 비구들이 세상일에 집착하지 않고 세상의 영화에 힘쓰지 않으며 위를 향해 자꾸 나아간다면 악마의 하늘이 틈을 노리지 못할 것이니, 이것이 타락하지 않게 하는 세 번째 법이니라.

다음에는 비구들이 세상의 잡된 서적을 읽지 않고 온종일 그 마음을 채찍질하면서 위를 향해 자꾸 나아간다면 마왕이 틈을 노리지 못할 것이니, 이것이 타락하지 않게 하는 네 번째 법이니라.

다음에는 비구들이 그 법을 부지런히 닦으면서 잠을 떨어버리고 항상 스스로 깨어 있으면서 위를 향해 자꾸 나아간다면 마왕이 틈을 노리지 못할 것이니, 이것이 타락하지 않게 하는 다섯 번째 법이니라.

다음에는 비구들이 산술을 배우지 않고 또 남들에게 익히게 하지도 않으며, 한적한 곳을 즐기며 그 법을 닦는다면 악마가 틈을 노리지 못할 것이니, 이것이 타락하지 않게 하는 여섯 번째 법이니라.

다음에는 비구들이 일체 세간은 즐거워할 만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일으켜 선정을 익히고 어떤 가르침도 참아내면서 위를 향해 자꾸 나아간다면 악마가 틈을 노리지 못할 것이니,이것이 타락하지 않게 하는 일곱 번째 법이니라.
만일 비구들이 이 일곱 가지 법을 성취하여 서로 화합하고 순종한다면 악마가 틈을 노리지 못할 것이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세상의 잡된 일 덜어 버리고
또 어지러운 일 생각지 말라
만일 그렇게 행하지 않는다면
삼매도 또한 얻지 못하리라.

법을 즐거워할 수 있다면
그 법의 뜻을 잘 분별하리라
비구가 이 행을 즐거워한다면
그는 곧 삼매를 성취하리라.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부디 방편을 구해 이 일곱 가지 법을 성취하도록 해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3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이제 7사(使)12)를 설명하리니 너희들은 잘 사유해 기억하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비구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있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일곱 가지란 무엇인가? 첫째는 탐욕의 번뇌[欲使]요, 둘째는 성냄의 번뇌[恚使]며, 셋째는 교만의 번뇌[憍慢使]요, 넷째는 어리석음의 번뇌[癡使]며, 다섯째는 의심의 번뇌[疑使]요, 여섯째는 소견의 번뇌[見使]며, 일곱째는 욕심세계의 번뇌[欲世間使]니라.
비구들이여, 이른바 이 7사(使)가 중생들을 영원히 어둠 속에서 지내게 하고 그 몸을 묶어 세상을 이리저리 떠돌며 쉴 새 없게 하며, 또 생사의 근본을 알지 못하게 하느니라. 이는 마치 흰 소와 검은 소가 한 멍에에 묶여 서로를 끌어당기면서 서로 벗어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중생들도 그와 같아서 탐욕의 번뇌와 무명의 번뇌에 결박되어 서로 벗어나지 못하고, 그 나머지 다섯 가지 번뇌도 또한 추종하며 다섯 가지 번뇌가 따르게 된다. 7사를 따라 다니는 것도 그와 같으니라. 만일 범부가 이 7사(使)에 묶인다면 생사에 흘러 다니면서 해탈하지 못하고,괴로움의 근본도 알지 못할 것이니라.

비구들이여, 알아야 한다. 이 7사로 말미암아 곧 지옥ㆍ축생ㆍ아귀의 세 갈래 나쁜 길이 있게 되고, 또 7사로 말미암아 악마의 경계를 벗어나지 못하느니라.
그런데 이 7사에는 또 일곱 가지 약이 있다.
일곱 가지란 무엇인가? 탐욕의 번뇌는 염각의(念覺意)로 다스리고, 성냄의 번뇌는 법각의(法覺意)로 다스리며, 삿된 소견의 번뇌는 정진각의(精進覺意)로 다스리고, 욕심세계의 번뇌는 희각의(喜覺意)로 다스리며, 교만의 번뇌는 의각의(猗覺意)로 다스리고, 의심의 번뇌는 정각의(定覺意)로 다스리며, 무명의 번뇌는 호각의(護覺意)로 다스린다. 비구들이여 이른바 이 7사(使)는 7각의(覺意)로 다스리느니라.

비구들이여, 알아야 한다. 나는 옛날 불도를 이루지 못하고 보살행을 할 때, 보리수 밑에 앉아 이렇게 생각하였다.
‘욕심세계의 중생들은 무엇에 얽매여 있는가?’
그리고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중생들은 7사 때문에 생사에 흘러 다니면서 영원히 해탈하지 못한다. 나도 지금 이 7사에 얽매여 해탈하지 못하고 있다.’
그때 나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7사는 무엇으로 다스릴 수 있을까?’
그리고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7사는 7각의로 다스려야 한다. 나는 7각의를 생각하자.’
7각의를 생각했을 때 번뇌의 마음이 완전히 없어져 곧 해탈하였고, 그 뒤에 위없는 바른 도를 성취하게 되었으며, 7일 동안 가부좌하고 그 7각의를 거듭 사유하였었느니라.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7사(使)를 버리고자 한다면 이 7각의(覺意)를 생각하며 수행해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4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섬길 만하고 공경할 만한 사람이 일곱 종류 있으니, 이들은 세상의 위없는 복밭이니라. 어떤 이들이 일곱 종류의 사람인가? 첫째는 자애로운 이들이요, 둘째는 불쌍히 여기는 이들이며, 셋째는 기뻐하는 이들이요, 넷째는 평정을 지키는 이들이며, 다섯째는 공(空)을 아는 이들이요, 여섯째는 잡생각이 없는 이들이며, 일곱째는 바라는 것이 없는 이들이다. 이들이 이른바 섬길 만하고 공경할 만한 일곱 종류의 사람으로서 이들은 세상의 위없는 복밭이니라. 왜냐하면 이 일곱 가지 법을 행하는 중생이 있으면 그는 현세에서 그 과보를 얻기 때문이니라.”

그때 아난이 세존께 아뢰었다.
“어찌하여 수다원ㆍ사다함ㆍ아나함ㆍ아라한ㆍ벽지불은 말씀하지 않으시고 이 일곱 가지만 말씀하십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자애로운 이들을 비롯한 일곱 종류 사람들의 행은 수다원 내지 부처와 같지 않다. 비록 수다원과 내지 부처에게 공양한다하더라도 현세에서 그 과보를 얻지는 못한다. 그러나 이 일곱 종류 사람들에게 공양하면 그는 현세에서 과보를 얻는다. 그러므로 아난아, 부디 부지런히 힘쓰고 용기를 내어 이 일곱 가지 법을 성취하도록 하라. 아난아,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때 아난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5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비사리(毗舍離)의 미후지(獼猴池) 가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는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아난을 데리고 비사리로 들어가 걸식하셨다. 그때 비사리성에는 비라선(毗羅先)이라는 큰 장자가 있었는데, 그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재물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인색하고 탐욕스러워 보시할 마음은 조금도 없고 오직 과거에 지은 복을 먹기만 하고 새 복은 짓지 않았다. 그 장자가 많은 미녀들을 거느리고 후궁에서 풍류를 즐기고 있을 때였다.

그때 세존께서는 그 거리로 가시어 아시면서 일부러 아난에게 물으셨다.
“지금 풍류 소리가 들리는 저 집은 누구 집인가?”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것은 비라선 장자 집입니다.”

“저 장자는 지금부터 이레 뒤에 목숨을 마치고 체곡지옥(涕哭地獄)에 떨어질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늘 있어왔던 법도로서, 선근을 끊은 사람은 목숨을 마친 뒤 모두 체곡지옥에 태어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금 저 장자는 과거에 지은 복이 이미 다하고 새 복은 짓지 않았다.”

“혹 저 장자가 이레 뒤에 목숨을 마치지 않게 할 수 있는 인연이 있습니까?”

“목숨을 마치지 않게 할 인연은 없다. 과거에 지은 업이 이제 다했으니 그것은 면할 수 없느니라.”

“그러면, 저 장자를 체곡지옥에 태어나지 않게 할 방법은 없습니까?”

“이 방법을 쓴다면 저 장자를 지옥에 들어가지 않게 할 것이다.”

“어떤 방법이면 저 장자를 체곡지옥에 들어가지 않게 하겠습니까?”

“만일 저 장자가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의를 입고 출가하여 도를 배운다면 죄를 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제가 이제 저 장자를 출가시켜 도를 배우게 하겠습니다.”

아난은 곧 세존을 하직하고 그 장자 집으로 가서 문밖에 섰다. 그때 장자는 아난이 온 것을 멀리서 보고 곧 나가 맞이하며 앉기를 청하였다. 아난은 그 장자에게 말하였다.
“저는 방금 일체지(一切智)를 가지신 분에게서 들었습니다. 그런데 여래께서 그대가 지금부터 이레 뒤에 목숨을 마치고 체곡지옥에 태어날 것이라고 예언하셨습니다.”

장자는 이 말을 듣고 나서 마음에 두려움이 생기고 털이 모두 곤두서서 아난에게 물었다. “혹 제가 이레 뒤에 목숨을 마치지 않게 할 수 있는 인연은 있습니까?”

“이레 뒤에 목숨을 마치지 않게 할 인연은 없습니다.”

“그럼 혹 제가 목숨을 마친 뒤에 체곡지옥에 태어나지 않게 할 수 있는 인연은 있습니까?”

“세존께서는 또, 만일 장자께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의를 입고 출가하여 도를 배운다면 지옥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당신이 지금 출가하여 도를 배운다면 저쪽 언덕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장자는 말하였다.
“아난이여, 우선 먼저 가십시오. 저도 곧 바로 따라가겠습니다.”

아난은 곧 그를 두고 떠났다. 장자는 생각하였다.
‘이레라고 하였으니 아직은 멀었다. 나는 일단 지금은 다섯 가지 욕망[五欲]을 즐기자. 그런 후에 출가하여 도를 배우자.’

아난은 그 이튿날 다시 장자 집으로 가서 그에게 말하였다.
“하루가 지났으니 이제 엿새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지금 즉시 출가해야 합니다.”

장자는 말하였다.
“아난이여, 우선 먼저 가십시오. 저도 곧 바로 따라가겠습니다.”
그러나 그 장자는 여전히 떠나지 않았다.

그때 아난은 이틀 사흘 나아가 엿새가 되는 날에도 장자의 집으로 가 그에게 말하였다.
“지금 즉시 출가해야 합니다. 나중에 후회해도 소용없습니다. 만일 출가하지 않는다면 오늘 목숨을 마치고 체곡지옥에 태어날 것입니다.”

장자는 아난에게 말하였다.
“아난이여, 우선 먼저 가십시오. 곧 바로 뒤를 따라가겠습니다.”

아난은 말하였다.
“장자여, 지금 도대체 어떤 신통으로 저기 갈 수 있기에 저를 먼저 가라고 하십니까? 이번만큼은 우리 함께 갑시다.”

그리하여 아난은 그 장자를 데리고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지금 이 장자가 출가하여 도를 배우겠다고 합니다. 원컨대 여래께서는 수염과 머리를 깎도록 허락하여 도를 배울 수 있게 하소서.”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직접 그 장자를 제도하라.”

아난은 부처님 분부를 받고 곧 장자의 수염과 머리를 깎아 주고 세 가지 법의를 입히고 바른 법을 배우게 하였다. 이때 아난은 그 비구에게 이렇게 가르쳤다.
“그대는 생각하며 수행하라. 즉 부처님을 생각하고, 법을 생각하며, 비구승을 생각하고, 계율을 생각하며, 보시를 생각하고, 하늘을 생각하며, 휴식을 생각하고, 호흡을 생각하며, 몸을 생각하고, 죽음을 생각하라. 이와 같은 법을 수행하여야 한다. 비구여, 이른바 이 열 가지를 생각하는 자는 큰 과보를 얻어 감로법의 맛을 보게 될 것이다.”

이때 비라선은 이러한 법을 수행하고 나서 그날로 목숨을 마치고 사천왕천에 태어났다.

아난은 곧 그를 화장하고 세존께 돌아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섰다. 아난이 세존께 아뢰었다.
“아까 그 비라선 비구는 이제 목숨을 마치고 어디 태어났습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 비구는 목숨을 마치고 지금 사천왕천에 태어났느니라.”

“거기서 목숨을 마치면 어디에 태어나게 됩니까?”

“거기서 목숨을 마치면 삼십삼천에 태어날 것이요, 계속해서 다시 염천(豔天)ㆍ도술천(兜術天)ㆍ화자재천(化自在天)ㆍ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에 태어날 것이요, 거기서 목숨을 마치면 다시 돌아와 사천왕천에 태어날 것이다. 아난아, 이와 같이 비라선 비구는 일곱 번 천상과 인간을 두루 돌아다닌 후 마지막에 사람의 몸을 얻어 출가하고 도를 배워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날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여래를 믿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니라.

아난아, 알아야 한다. 이 염부제 땅은 남북이 2만 1천 유순이요, 동서가 7천 유순인데, 만일 어떤 사람이 이 염부제 땅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공양한다면 그 복을 많다고 하겠는가?”

아난은 아뢰었다.
“매우 많습니다, 매우 많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중생이 소 젖을 짜는 동안만이라도 믿는 마음을 끊지 않고 이 10념(念)을 닦는다면 그 복은 너무도 많아 헤아릴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아난아, 부디 방편을 구해 10념을 닦도록 하라. 아난아,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때 아난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6 ]1)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최고로 미묘한 법을 설명하리라. 그것은 처음도 중간도 마지막도 좋고 뜻이 심오하며 범행을 완전히 갖추어 닦을 수 있는 것이다. 이 경을 모든 번뇌를 깨끗이 하는 법이라 이름하나니, 너희들은 잘 사유하고 기억하라.”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비구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있었다.

왜 이 경을 모든 번뇌를 깨끗이 하는 법이라 이름하는가? 어떤 번뇌는 봄으로 말미암아 끊어지고, 어떤 번뇌는 공경함으로 말미암아 끊어지며, 어떤 번뇌는 가까이함으로 말미암아 끊어지고, 어떤 번뇌는 멀리함으로 말미암아 끊어지며, 어떤 번뇌는 즐김으로 말미암아 끊어지고, 어떤 번뇌는 위의로 말미암아 끊어지며, 어떤 번뇌는 사유로 말미암아 끊어지느니라.

어떤 번뇌가 봄[見]으로 말미암아 끊어지는가? 이른바 범부는 성인을 보지 못하고 여래의 법을 순종하지 않으며, 성현의 법을 옹호하지 않고 선지식을 가까이하지 않으며, 선지식과 함께 일하지 않는다.
그래서 법을 듣고 사유해야 할 법은 분별하지 않고 사유하지 말아야 할 것을 사유한다. 그래서 생기지 않았던 탐욕의 번뇌[欲漏]가 생기고 이미 생긴 탐욕의 번뇌는 더욱 많아지며, 생기지 않았던 생존의 번뇌가 생기고 이미 생긴 생존의 번뇌는 더욱 많아지며, 생기지 않았던 무명의 번뇌가 생기고 이미 생긴 무명의 번뇌는 더욱 많아진다. 이것이 사유하지 말아야 할 법을 사유한다는 것이니라.

그는 사유해야 할 어떤 법을 사유하지 않는가? 이른바 사유할 법이란, 생기지 않은 탐욕의 번뇌를 생기지 못하게 하고 이미 생긴 탐욕의 번뇌는 없애며, 생기지 않은 생존의 번뇌를 생기지 못하게 하고 이미 생긴 생존의 번뇌는 없애며, 생기지 않은 무명의 번뇌를 생기지 못하게 하고 이미 생긴 무명의 번뇌는 없애는 것이다. 이른바 이런 법은 사유해야하는데 사유하지 않고 사유하지 말아야 할 것을 사유한다. 사유해야 할 것을 사유하지 않아, 생기지 않았던 탐욕의 번뇌가 생기고 이미 생긴 탐욕의 번뇌가 더욱 많아지며, 생기지 않았던 생존의 번뇌가 생기고 이미 생긴 생존의 번뇌가 더욱 많아지며, 생기지 않았던 무명의 번뇌가 생기고 이미 생긴 무명의 번뇌는 더욱 많아진다.
그는 이렇게 생각한다.
‘어떨까, 아주 먼 옛날이 있었을까? 지금의 나도 아주 먼 옛날에 존재했을까?’
또 이렇게도 생각한다.
‘아주 먼 옛날이 없었을까? 아주 먼 옛날엔 어떻게 존재하게 되었을까? 아주 먼 옛날엔 누구로 있었을까? 어떨까, 또 아주 먼 미래가 있을까? 지금의 나도 아주 먼 미래에 존재할까?’

혹은 또 이렇게 말한다.
‘아주 먼 미래는 없을까? 아주 먼 미래엔 어떻게 존재하게 될까? 아주 먼 미래엔 누가 될까? 어떨까, 이 중생들은 아주 긴 시간 동안 존재할까? 이 중생들이 아주 긴 시간 동안 존재한다면 어디에서 온 걸까? 여기서 목숨을 마치면 어디에 태어날까?’
그는 이런 나쁜 생각을 내고는 곧 여섯 가지 소견을 일으키고 계속해서 삿된 소견을 낸다. 즉 ‘나[我]는 있다’는 소견을 확실히 가지고,‘나는 없다’는 소견을 확실히 가지며,‘나는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는 소견을 확실히 가진다. 또 그 몸을 관찰하고는 ‘자기에게서 자기를 볼 수 없다’는 소견을 일으키고,‘나 없음에서 나 없음을 볼 수 없다’는 이런 소견을 일으킨다. 그 가운데서 이런 소견들을 일으킨다. 그때 그들은 다시 이런 삿된 소견을 일으킨다.
‘나란 곧 금생에도 이러하고 후생에도 이러하다. 언제나 세상에 존재하면서 없어지지도 않고 변하지도 않으며 옮기지도 않는다.’
이것이 이른바 삿된 소견의 무더기이다. 삿된 소견의 재앙ㆍ근심ㆍ슬픔ㆍ괴로움ㆍ번민은 모두 이것으로 말미암아 생겨 고칠 수 없고 또 버릴 수도 없어 괴로움의 근본을 더욱 더해 간다. 그래서 사문의 행과 열반의 길을 가지 못하느니라.

또 비구들이여, 현성의 제자는 그 법을 닦되 차례를 잃지 않고 잘 옹호하며 선지식과 더불어 한다. 그는 능히 분별하여 사유하지 말아야 할 법도 잘 알고 사유해야 할 법도 잘 안다. 그래서 그는 사유하지 말아야 할 법을 사유하지 않고 사유해야 할 법을 사유하느니라.

그는 사유하지 말아야 할 어떤 법을 사유하지 않는가? 모든 법에 있어서 생기지 않았던 탐욕의 번뇌가 생기고 이미 생긴 탐욕의 번뇌는 더욱 많아지며, 생기지 않았던 생존의 번뇌가 생기고 이미 생긴 생존의 번뇌는 더욱 많아지며, 생기지 않았던 무명의 번뇌가 생기고 이미 생긴 무명의 번뇌는 더욱 많아진다면, 이른바 이런 법은 사유하지 말아야 할 법이므로 사유하지 않는다.

그는 사유해야 할 어떤 법을 사유하는가? 모든 법에 있어서 생기지 않은 탐욕의 번뇌가 생기지 않고 이미 생긴 탐욕의 번뇌를 없애며, 생기지 않은 생존의 번뇌가 생기지 않고 이미 생긴 생존의 번뇌를 없애며, 생기지 않은 무명의 번뇌는 생기지 않고 이미 생긴 무명의 번뇌를 없애며, 이른바 이런 법은 사유해야 할 법이므로 사유한다.

그는 사유하지 말아야 할 것은 사유하지 않고 사유해야 할 것은 사유한다. 그는 이렇게 사유하여 곧 세 가지 법을 없애니, 어떤 것이 세 가지인가?
몸이 있다고 보는 소견과 그릇된 계율에 대한 집착과 의심이다. 이것을 바로 알고 보지 못하면 번뇌의 행이 더할 것이요, 만일 잘 보고 듣고 생각하고 알면 번뇌의 행이 더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알고 이미 보았다면 번뇌가 생기지 않을 것이니, 이른바 이런 번뇌가 봄으로 말미암아 끊어지는 것이다.

그 어떤 번뇌가 공경함[恭敬]으로 말미암아 끊어지는가? 이른바 비구는 굶주림과 추위를 참고, 비바람ㆍ모기ㆍ등에와 욕설과 비난으로 매우 고달프고 몸에 병이 생겨 극심한 고통을 겪으며 곧 죽을 지경이 되더라도 그것을 능히 참아낸다. 만일 그렇게 하지 못하면 곧 괴로움이 생기고 만일 그것을 참으면 이런 괴로움은 생기지 않는다. 이른바 이런 번뇌가 공경함으로 말미암아 끊어지는 것이다.

그 어떤 번뇌가 가까이함[親近]으로 말미암아 끊어지는가? 이른바 비구는 조심해서 옷을 받고는 그것을 호사로 생각하지 않으며, 다만 그것으로 몸을 지탱하고, 추위와 더위를 피하며, 비바람이 몸에 들이치지 않게 하고, 몸을 가려 알몸을 드러내지 않을 생각만 한다. 또 조심해서 때맞춰 걸식하고는 그것에 집착하는 마음을 내지 않으며, 다만 그것으로 몸을 지탱하고, 묵은 병을 고치고 새 병은 생기지 않게 하며, 온갖 행을 잘 단속하여 범하는 일이 없고, 언제나 안온하게 범행을 닦으면서 세상에 오래 살 생각만 한다. 또 조심해서 침구를 가까이하고는 화려한 장식에 집착하지 않으며, 다만 굶주림과 추위ㆍ비와 바람ㆍ모기와 등에를 막고, 그 몸을 지탱해 도법을 행할 생각만 한다. 또 조심해서 의약을 가까이하고는 그 의약에 집착하는 마음을 내지 않고 다만 병을 고쳐 몸을 안온하게 할 생각만 한다. 만일 가까이하지 않으면 곧 번뇌의 근심이 생기고 가까이하면 번뇌의 근심이 없어진다. 이른바 이런 번뇌가 가까이함으로 말미암아 끊어지는 것이다.

그 어떤 번뇌가 멀리함[遠離]으로 말미암아 끊어지는가?이른바 비구는 마치 포악한 코끼리ㆍ낙타ㆍ소ㆍ말ㆍ호랑이ㆍ이리ㆍ개ㆍ독사와 깊은 구덩이ㆍ위험한 언덕ㆍ가시덤불ㆍ벼랑ㆍ진창 등을 멀리 피하듯이 어지러운 생각들을 없앤다. 또 나쁜 벗을 따르지 않고 나쁜 사람을 가까이하지도 않으며, 깊이 사유해 이런 생각을 마음에서 지우지 않는다. 만일 잘 단속하지 않으면 곧 번뇌가 생기고 잘 단속하면 번뇌가 생기지 않는다. 이른바 이런 번뇌가 멀리함으로 말미암아 끊어지는 것이다.

그 어떤 번뇌가 즐김[娛樂]으로 말미암아 끊어지는가? 이른바 비구가 탐욕이 생겨도 버리지 못하고 성이 나도 버리지 못하며 미움이 생겨도 버리지 못할 때, 만일 그것을 버리지 못하면 번뇌가 생기고 그것을 능히 버리면 번뇌가 일어나지 않는다. 이른바 이런 번뇌가 즐김으로 말미암아 끊어지는 것이다.

어떤 번뇌가 위의(威儀)로 말미암아 끊어지는가? 이른바 비구는 눈으로 빛깔을 보더라도 빛깔에 대한 생각을 일으키지 않고 또 더러운 마음도 일으키지 않아 눈을 온전히 하며, 결함도 샘도 없이 눈을 잘 단속한다. 귀로 소리를 듣거나 코로 냄새를 맡거나 혀로 맛을 보거나 몸으로 감촉을 느낄 때도 마찬가지며, 뜻으로 법을 알더라도 더러운 마음을 전혀 일으키지 않고 또 집착하는 생각을 일으키지도 않으며 그 뜻을 단속한다. 만일 그 위의를 갖추지 않으면 번뇌가 생기고 그 위의를 갖추면 번뇌의 재앙이 생기지 않는다. 이른바 이런 번뇌가 위의로 말미암아 끊어지는 것이다.

그 어떤 번뇌가 사유로 말미암아 끊어지는가? 이른바 비구는 염각의(念覺意)를 닦아 탐욕 없음에 의지하고 더러움 없음에 의지하고 완전히 사라짐에 의지하여 벗어남[出要]을 구하며, 법각의(法覺意)ㆍ정진각의(精進覺意)ㆍ희각의(喜覺意)ㆍ의각의(猗覺意)ㆍ정각의(定覺意)ㆍ호각의(護覺意)를 닦아 탐욕 없음에 의지하고 더러움 없음에 의지하고 완전히 사라짐에 의지하여 벗어남을 구한다. 만일 그것을 닦지 않으면 번뇌의 재앙이 생기고 그것을 닦으면 번뇌의 재앙이 생기지 않는다. 이른바 이런 번뇌는 사유로 말미암아 끊어지는 것이다.

또 비구들이여, 비구가 모든 번뇌에 있어서 봄으로써 끊을 것은 보아서 끊고, 공경함으로 끊을 것은 공경하여 끊으며, 가까이함으로 끊을 것은 가까이하여 끊고, 멀리함으로 끊을 것은 멀리하여 끊으며, 즐김으로 끊을 것은 즐김으로 끊고, 위의로 끊을 것은 위의로 끊으며, 사유로 끊을 것은 사유하여 끊는다면, 이것이 이른바 비구가 일체 위의를 완전히 갖추어 결박을 끊고 애욕을 떠나 네 가지 흐름[四流]을 건너 점점 괴로움을 벗어난다는 것이니라.
비구들아, 모든 번뇌를 없애고, 모든 불세존들께서 늘 행하시는 일인 형상이 있는 모든 중생들을 자비스레 생각하는 것을 나는 이제 다해 마쳤다. 너희들은 항상 고요한 곳이나 나무 밑을 좋아하며 부지런히 정진하고 게을리 하지 말라. 지금 부지런히 하지 않으면 뒤에 후회해도 아무 소용이 없느니라. 이것이 내 교훈이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주석
증일아함경 제35권

동진 계빈 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김월운 번역

40. 칠일품②

[ 7 ]2)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아유사강(阿踰闍江) 가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대균두(大均頭)는 한적한 곳에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항상 공덕을 더하는 어떤 이치가 있을까, 그런 이치는 없을까?’
균두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께서 계시는 곳으로 나아가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균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아까 한적한 곳에서 ‘혹 그 일을 하면 공덕을 더할 수 있는 그런 이치가 있을까’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저는 지금 세존께 여쭈옵나니, 원컨대 말씀해 주소서.”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공덕을 더할 수 있느니라.”

“어떤 일들이 공덕을 더하게 합니까?”
“공덕을 더하는 일곱 가지 일이 있으니, 그 복은 헤아릴 수 없고 또 그것을 헤아릴 수 있는 사람도 없느니라. 어떤 것이 일곱 가지인가? 이른바 족성자(族姓子)나 족성녀(族姓女)가 승가람(僧伽藍)3)이 없는 곳에 승가람을 세운다면, 이것이 첫 번째로서 그 복은 헤아릴 수 없다.

또 균두야, 만일 선남자나 선여인이 승가람과 비구 스님들에게 침상과 자리를 보시한다면, 균두야, 이것이 두 번째로서 그 복은 헤아릴 수 없다.

또 균두야, 만일 선남자나 선여인이 비구 스님들에게 음식을 보시한다면, 균두야, 이것이 세 번째로서 그 복은 헤아릴 수 없다.

또 균두야, 만일 선남자나 선여인이 선여인이 비구 스님들에게 비를 막을 옷을 보시한다면 균두야, 이것이 네 번째 공덕으로서 그 복은 헤아릴 수 없다.

또 균두야, 족성자나 족성녀가 비구 스님들에게 약을 보시한다면, 이것이 다섯 번째로서 그 복은 헤아릴 수 없다.

또 균두야, 선남자나 선여인이 광야에 좋은 우물을 판다면, 균두야, 이것이 여섯 번째 공덕으로서 그 복은 헤아릴 수 없다.

또 균두야, 만일 선남자나 선여인이 길가에 집을 지어 현재ㆍ미래ㆍ과거의 나그네들이 묵을 수 있게 한다면, 균두야, 이것이 일곱 번째 공덕으로서 그 복은 헤아릴 수 없느니라.

균두야, 이것이 이른바 일곱 가지 공덕으로서 그 복이 헤아릴 수 없다는 것이다. 다니거나 앉거나 혹은 목숨을 마치더라도 그 복은 그의 뒤를 그림자처럼 따른다. 그 덕은 헤아릴 수 없어 어마어마한 복이 있다고만 말하니, 이는 또한 바닷물을 말이나 되로 그 양을 잴 수 없어 어마어마한 물이라고만 말하는 것과 같다. 이 일곱 가지 공덕도 그와 같아서 그 복은 끝을 알 수 없느니라.
그러므로 균두야, 선남자와 선여인은 부디 방편을 구해 이 일곱 가지 공덕을 성취해야 하느니라. 이와 같나니 균두야,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때 균두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8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죽음에 대한 생각을 닦고 죽음에 대해 깊이 사유해야 하느니라.”

그러자 그 자리에 있던 어떤 비구가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항상 죽음에 대한 생각을 닦고 깊이 사유하고 있습니다.”

“너는 죽음에 대해 어떻게 사유하고 수행하는가?”

“죽음에 대해 사유할 때 ‘이레 동안만 살 수 있다면 7각의(覺意)를 사유하여 여래의 법에서 많은 이익을 얻고, 죽은 뒤에도 여한이 없을 것이다’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와 같이 죽음에 대해 사유합니다.”

“그만해라, 그만해라. 비구야, 그것은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방일하는 법이니라.”

또 다른 어떤 비구가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능히 죽음에 대한 생각을 닦을 수 있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죽음에 대한 생각을 어떻게 수행하고 사유하는가?”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엿새 동안만 살 수 있다면 여래의 바른 법을 사유한 뒤에 곧 목숨을 마치더라도 그것은 매우 유익한 일이다’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이렇게 죽음에 대해 사유합니다.”

“그만해라, 그만해라. 비구야, 그것도 방일한 법이다. 그것은 죽음에 대해 사유하는 것이 아니니라.”

또 다른 어떤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닷새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어떤 이는 나흘을 이야기하고, 또 어떤 이들은 사흘, 이틀, 하루를 이야기하였다.

그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만해라, 그만해라. 비구들아, 그것 역시 방일한 법이다. 죽음에 대해 사유하는 것이 아니니라.”

그때 다른 어떤 비구가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능히 죽음에 대한 생각을 닦을 수 있습니다. 제가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에 들어가 걸식하고는, 다시 사위성을 나서 머물던 곳으로 돌아와 고요한 방에서 7각의를 사유하고 목숨을 마치면, 이것이 곧 죽음에 대해 사유하는 것이라 여깁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만해라, 그만해라. 비구야, 그것도 죽음에 대해 사유하고 수행하는 것이 아니다. 너희 여러 비구들이 말한 것은 모두 방일한 행이요, 죽음에 대한 생각을 수행하는 법이 아니니라.”

그때 세존께서 거듭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저 바가리(婆迦利) 비구와 같은 이라면 그는 곧 죽음에 대해 사유한다고 할 수 있다. 그 비구는 죽음에 대하여 잘 사유하고 이 몸의 지저분한 분비물과 더러움을 싫어하였다. 만일 비구가 죽음에 대해 사유하며 생각을 매어 앞에 두고,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며 드나드는 호흡의 나가고 들어오는 횟수를 줄곧 생각하면서 그 사이에 7각의를 깊이 사유한다면, 여래의 법에 있어서 많은 이익이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행(行)은 다 비고 고요하여 생기는 것이나 사라지는 것 모두 허깨비로서 진실함이 없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만일 드나드는 호흡 속에서 죽음에 대해 사유한다면 곧 태어남ㆍ늙음ㆍ병듦ㆍ죽음ㆍ근심ㆍ걱정ㆍ괴로움ㆍ번민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나니 비구들이여, 마땅히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함을 알아야 한다.”

그때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9 ]4)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바사닉왕(波斯匿王)이 신하들에게 명령하였다.
“보배로운 깃털로 장식한 수레를 속히 준비하라. 내가 세존께 나아가 예를 올리고 문안드리리라.”

대왕은 곧 성을 나가서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세존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여래께서는 무수한 대중들에게 에워싸여 설법하고 계셨다. 이때 일곱 명의 니건자와 일곱 명의 옷을 벗은 외도와 일곱 명의 검은 범지와 일곱 명의 옷을 벗은 바라문이 세존 가까이 지나갔다.

이때 바사닉왕은 그 사람들이 세존 가까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멈추지 않고 지나가는 저 사람들을 보니 모두 욕심이 적고 만족할 줄을 알며 집도 직업도 없는 사람들입니다. 지금 이 세상 아라한들 중에서 저들이 가장 우두머리가 되겠습니다. 왜냐하면 저들은 많은 사람들 중에서 극심한 고행을 닦으면서 세상의 이익을 탐내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아직 진인(眞人) 즉 나한(羅漢)을 분별하지 못하시는군요. 옷을 벗었다고 아라한(阿羅漢)이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왕께서는 아셔야 합니다. 저것은 다 진실한 행이 아닙니다. 먼 과거부터 그 변화를 관찰해보아야 하고, 또 친해야 할 사람을 친할 줄 알고 가까이 할 사람을 가까이할 줄 아는지 관찰해 보아야 합니다.
어째서인가? 아주 먼 옛날에 일곱 범지가 한 곳에서 공부하고 있었는데, 그들은 매우 노쇠하였고 풀로 옷을 만들어 입고 나무 열매를 먹었습니다. 그들은 온갖 삿된 소견을 내어 제각기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우리는 이 고행의 덕택으로 뒤에 큰 나라의 왕이 되거나 혹은 제석이나 범천이나 사천왕이 되자.’

그때 그 바라문들의 조상인 하늘의 스승 아사타(阿私陀)가 그 범지들의 마음속 생각을 알고 곧 범천에서 사라져 일곱 바라문이 있는 곳으로 왔습니다. 하늘의 스승 아사타는 하늘의 복장을 버리고 바라문 모양을 하고는 맨 땅에서 경행하였습니다. 이때 그 일곱 범지는 아사타가 경행하는 모습을 멀리서 보고 제각기 성을 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 탐욕스러운 자는 대체 누구기에 감히 우리 범행인(梵行人)들 앞을 지나가는가? 당장 주문을 외워 재로 만들어 버리리라.’
그 일곱 범지는 곧 손으로 물을 움켜 그에게 뿌리면서 범지들은 주문을 외웠습니다.
‘너는 당장 재가 되라.’
그렇게 바라문들이 성을 내었지만 그 하늘 스승의 얼굴빛은 더욱 단정해졌습니다. 왜냐하면 자애로움으로 성내는 마음을 없앴기 때문입니다. 그때 일곱 범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계율에서 타락한 것은 아닐까? 우리는 이처럼 성을 내는데 저 사람은 저처럼 단정하구나.’

그때 일곱 범지는 하늘의 스승에게 이런 게송을 읊었습니다.
하늘인가 건달바인가
나찰인가 귀신인가
지금 그대의 이름은 무엇인가.
우리들은 그것을 알고 싶구나.

그때 하늘의 스승 아사타가 즉시 게송으로 대답하였습니다.
하늘도 아니요 건달바도 아니며
귀신도 아니요 나찰도 아니네.
하늘의 스승 아사타
내가 바로 그라네.

‘나는 너희들의 마음속 생각을 알고 일부러 저 범천에서 내려온 것이다. 범천은 여기서 너무 멀고, 제석천도 그러며, 전륜성왕도 될 수 없다. 그런 고행으로는 제석천도 범천도 사천왕도 될 수 없다.’

그리고 그 하늘의 스승 아사타는 곧 이런 게송을 말하였습니다.
마음속엔 여러 가지 생각
바깥 복장은 추하고 더럽구나.
그저 부지런히 바른 소견을 닦아
나쁜 길에서 멀리 떠나라.

마음으로 계율 지켜 행을 깨끗이 하고
입으로 말하는 행도 그와 같이 하며
나쁜 생각에서 멀리 떠나면
반드시 저 천상에 태어나리라.

그때 일곱 범지가 하늘의 스승에게 아뢰었습니다.
‘당신이 정말 하늘의 스승입니까?’
그는 대답했습니다.
‘그렇다. 명심하라. 범지들이여, 벌거벗는다고 천상에 태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그런 고행을 닦는다고 반드시 범천에 태어나는 것도 아니며, 또 알몸을 드러내고 갖가지 고행을 일삼는다고 그곳에 태어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마음을 잘 거두어 움직이지 않게 하면 곧 천상에 태어날 것이다. 그대들이 익힌 그런 행으로는 천상에 태어날 수 없느니라.’
대왕이여, 이 사실로 보더라도 옷을 벗었다 하여 아라한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범부는 진인(眞人)을 알아보고 싶어도 그럴 수 없습니다. 그러나 진인은 범부들이 익히는 그런 행을 잘 분별합니다. 또 범부는 범부의 행을 알아볼 수 없습니다. 진인이라야 범부의 행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대왕께선 아셔야 합니다. 부디 방편을 구해 먼 과거부터 있어왔지만 현재에는 맞지 않는 줄 아셔야 합니다. 부디 이렇게 관찰해야 합니다. 대왕이여, 방편을 구해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합니다.”

그때 바사닉왕이 세존께 아뢰었다.
“여래의 말씀은 너무도 시원스럽습니다. 이는 세상 사람이 깨달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나라 일이 너무 많아 이만 돌아가야겠습니다.”

“왕께선 형편대로 하십시오.”

왕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리고 물러갔다.

그때 바사닉왕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10 ]5)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석시가비라위국(釋翅迦毗羅衛國)의 니구루원(尼拘屢園)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는 공양을 마치고 니구루원에서 비라야(毗羅耶)로 가셔서 마을의 어떤 나무 밑에 앉아 계셨다.
이때 지팡이를 짚은 석가족 사람이 가비라월을 나와 세존께서 계신 곳에 나아가 잠자코 서 있었다. 그때 지팡이를 짚은 석가족 사람이 세존께 여쭈었다.
“사문께서는 무엇을 가르치고 무엇을 주장하시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범지는 알아야 하오. 내 주장은 하늘이나 용이나 귀신이 미칠 수 있는 것이 아니요, 세상에 집착하는 것도 아니고 또 세상에 머무르는 것도 아니오. 내 주장은 바로 이것을 말할 뿐이오.”

그러자 지팡이를 짚은 석가족 사람은 머리를 끄덕이며 찬탄하고는 곧 물러갔다. 이때 여래께서도 곧 자리에서 일어나 본 처소로 돌아가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조금 전 저 동산에 앉아 있었는데 지팡이를 짚은 어떤 석가족이 나에게 찾아와 ‘사문께서는 무엇을 주장하시오’라고 물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주장하는 것은 하늘이나 세상 사람들이 미칠 수 있는 것이 아니요, 세상에 집착하는 것도 아니고 세상에 머무르는 것도 아니오. 내 주장은 바로 이것을 말할 뿐이오’라고 대답하였다. 그랬더니 지팡이를 짚은 석가족 사람은 이 말을 듣고 곧 물러갔느니라.”

그때 어떤 비구가 세존께 아뢰었다.
“세상에 집착하지 않고 또 세상에 머무르지도 않는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주장하는 것은 이 세상에 전혀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경우에도 탐욕에서 해탈하고 그 석가족의 의심을 끊어 잡생각이 없다. 내 주장은 바로 이것을 말할 뿐이니라.”
세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고 곧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셨다.

이때 비구들은 저희끼리 말하였다.
“아까 세존께서 하신 말씀은 그 뜻이 너무 간략하다. 누가 능히 그 뜻을 자세히 설명할 수 있을까?”
또 그들은 말하였다.
“세존께서는 늘 존자 대가전연(大迦栴延)을 칭찬하신다. 지금 그 뜻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가전연뿐이다.”

이에 비구대중들은 가전연에게 말하였다.
“아까 여래께서는 그 뜻을 너무 간략히 말씀하셨습니다. 원컨대 존자께서 자세히 설명하고 낱낱이 분별해 이 사람들은 모두 이해시켜 주십시오.”

가전연이 대답하였다.
“마치 마을의 어떤 사람이 진귀한 목재를 구하려고 마을을 나섰다가, 큰 나무를 보고는 곧 그것을 베어 가지와 잎사귀만 가지고 나무는 버리고 떠나는 것과 같군요. 지금 그대들도 그와 같아서 여래를 버려두고 가지에서 목재를 찾는구려. 여래께서는 모든 것을 관찰하고 보아 세상을 빠짐없이 두루 비추시는 천상과 인간의 길잡이십니다. 여래께서 법의 참 주인이시니 그대들도 때가 되면 여래께서 그 뜻을 설명하시는 기회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비구들은 대답하였다.
“여래께선 법의 참 주인으로서 그 뜻을 자세히 설명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존자께서도 세존께 수기를 받으셨으니 그 뜻을 자세히 설명하실 수 있습니다.”

가전연은 대답하였다.
“그대들은 자세히 듣고 잘 사유해 기억하십시오. 내가 그 뜻을 분별해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비구들이 말하였다.
“매우 좋습니다.”
이때 비구들은 곧 그 가르침을 들었다.

가전연은 말하였다.
“여래께서는 ‘내 주장은 하늘이나 용이나 귀신이 미칠 수 있는 것이 아니요, 세상에 집착하는 것도 아니고 세상에 머무르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나는 거기서 해탈하였고 온갖 의심을 끊어 다시는 망설임이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중생들은 다투기를 좋아해 온갖 어지러운 생각을 일으키는데, 여래께서는 또 ‘나는 거기에 물들어 집착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것은 바로 탐욕의 번뇌[貪欲使], 성냄ㆍ삿된 소견ㆍ욕심세계의 번뇌, 교만의 번뇌, 의심의 번뇌, 무명의 번뇌로서 칼과 몽둥이의 고통스러운 과보를 초래하기도 하고, 사람들과 다투며 여러 가지 나쁜 행을 일으키고 어지러운 생각과 좋지 않은 행을 일으키게 합니다.
눈[眼]으로 빛깔[色]을 보면 빛깔이라는 분별[識想]이 일어나고, 이 세 가지가 서로 인(因)이 되어 접촉[更樂]이 있게 되며, 접촉으로 말미암아 느낌[痛]이 생기고, 느낌으로 말미암아 지각[覺]이 생기며, 지각으로 말미암아 생각[想]이 생기고, 생각으로 말미암아 곧 헤아리게 되며 거기서 온갖 집착하는 생각을 일으키게 됩니다.

귀[耳]로 소리[聲]를 듣고, 코[鼻]로 냄새[香]를 맡으며, 혀[舌]로 맛[味]을 보고, 몸[身]으로 감촉[細滑]을 느끼고, 뜻[意]으로 법(法)을 알고는 곧 그에 대한 분별을 일으킵니다. 이 세 가지가 서로 인(因)이 되어 접촉이 생기고, 접촉으로 말미암아 느낌이 생기며, 느낌으로 말미암아 지각이 생기고, 지각으로 말미암아 생각이 생기며, 생각으로 말미암아 곧 헤아리게 되고 거기서 온갖 집착하는 생각을 일으킵니다.
이것이 곧 탐욕의 번뇌, 성냄의 번뇌, 삿된 소견의 번뇌, 교만의 번뇌, 욕심세계의 번뇌, 어리석음의 번뇌, 의심의 번뇌로서 이것은 모두 칼이나 몽둥이의 변고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여러 가지 변고를 일으킵니다.

만일 어떤 사람이 ‘눈이 없고 빛깔이 없어도 접촉이 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옳지 않습니다. 또 ‘접촉이 없어도 느낌이 있다’고 말한다면 그것도 옳지 않습니다. 또 ‘느낌이 없어도 집착하는 생각이 있다’고 말한다면 그것도 옳지 않습니다. 또 어떤 사람이 ‘귀가 없고 소리가 없으며, 코가 없고 냄새가 없으며, 혀가 없고 맛이 없으며, 몸이 없고 감촉이 없으며, 뜻이 없고 법이 없어도 분별이 있다’고 말한다면 결코 그런 이치는 없습니다. 또 만일 ‘분별이 없어도 접촉이 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옳지 않습니다. 또 ‘접촉이 없어도 느낌이 있다’고 말한다면 그것도 옳지 않습니다. 또 ‘느낌이 없어도 집착하는 생각이 있다’고 말한다면 그것도 옳지 않습니다.
만일 어떤 사람이 ‘눈이 있고 빛깔이 있으면 거기서 분별이 생긴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반드시 그렇습니다. 또 ‘귀와 소리ㆍ코와 냄새ㆍ혀와 맛ㆍ몸과 감촉ㆍ뜻과 법이 있으면 거기서 분별이 생긴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반드시 그렇습니다. 여러분,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이런 까닭으로 세존께서 ‘내 주장은 하늘이나 세상 사람이나 악마나 혹은 악마의 하늘이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그것은 세상에 집착하지도 않고 세상에 머무르지도 않는 것이다. 나는 그 탐욕에서 해탈을 얻어 의심을 끊고 다시는 망설임이 없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세존께서는 이런 이유로 그 뜻을 간략히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대들이 만일 마음으로 이해하지 못하겠거든 다시 여래께 찾아가 이 뜻을 거듭 여쭈어 보십시오. 그리고 여래께서 무슨 말씀이 있으시거든 잘 기억해 받들어 가지십시오.”

그때 많은 비구들은 가전연의 말을 듣고 옳다고 말하지도 않고 그르다고 말하지도 않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났다. 그들은 저희끼리 말하였다.
“우리는 이 이치를 여래께 여쭈어 봅시다. 그리고 세존께서 무슨 말씀이 있으시면 잘 받들어 행합시다.”

그때 비구대중들은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세존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그리고 비구대중들은 조금 전 있었던 일을 빠짐없이 세존께 아뢰었다.
그때 여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가전연 비구는 총명하고 말솜씨[辯才]가 있어 그 뜻을 자세히 설명하였다. 만일 너희들이 내게 찾아와 그 뜻을 물었더라도 나 또한 그렇게 너희에게 설명하였을 것이다.”

그때 아난이 여래의 뒤에 있었는데,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 경의 이치는 너무도 심오합니다. 마치 어떤 사람이 길을 가며 갈증을 느끼다가 감로를 얻게 되었는데 그것을 맛보니 너무도 향기롭고 맛있어 아무리 먹어도 싫증이 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이것도 그와 같아서 선남자나 선여인이 찾아간 곳에서 이 법을 듣는다면 싫증을 내지 않을 것입니다.”
아난은 거듭 세존께 아뢰었다.
“이 경의 이름은 무엇이며, 어떻게 받들어 가져야 합니까?”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경의 이름은 ‘감로법미(甘露法味)’이다. 잘 기억해 받들어 가져야 하느니라.”

그때 아난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41. 막외품(莫畏品)

[ 1 ]6)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석시가비라위(釋翅迦毗羅衛)의 니구루원(尼拘屢園)에 계셨다.

이때 석가족 마하남(摩呵男)이 세존께서 계신 곳에 찾아와 세존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석가족 마하남이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여래로부터 직접 이렇게 들었습니다.
‘어떤 선남자나 선여인이 3결사(結使)를 끊으면 수다원(須陀洹)을 이루리니, 이를 불퇴전(不退轉)이라 한다. 그는 반드시 도(道)의 결과를 이루어 다시는 어떤 외도들도 찾지 않고 또 다른 사람들의 말도 깊이 새기지 않을 것이다.’
만일 그렇다면 그것은 옳지 않습니다. 저는 난폭한 소나 말이나 낙타를 보면 곧 두려움이 생겨 온몸의 털이 곤두서곤 합니다. 그때 저는 ‘만일 내가 지금 이렇게 두려움을 품고 목숨을 마친다면 어디에 태어나게 될까?’ 하고 생각합니다.”

세존께서 마하남에게 말씀하셨다.
“두려워하는 마음을 갖지 말라. 설사 목숨을 마친다 하더라도 세 갈래 나쁜 길에는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을 소멸하는 세 가지 이치가 있기 때문이다. 세 가지 이치란 무엇인가?
설사 음욕에 집착해 번민과 어지러운 생각을 일으키고, 또 남을 해치려는 마음을 일으켰다 하더라도 이미 그런 음욕이 없어지고 나면 남을 해치려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고, 현세에서 고뇌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또 온갖 나쁘고 좋지 않은 법으로 자기를 해치려 했더라도 만일 그것이 없어지고 나면 곧 혼란스러움이 없어지고 근심 걱정이 없어질 것이다.
마하남아, 이른바 이 세 가지 이치는 나쁘고 좋지 않은 법을 아래로 떨어뜨리고 모든 착한 법을 위로 올라오게 하느니라. 그것은 마치 소(酥)를 담은 병이 물속에서 깨졌을 때 깨어진 조각들은 곧 물밑으로 가라앉지만 소는 물 위로 떠오르는 것과 같다. 그와 마찬가지로 온갖 나쁘고 좋지 않은 법은 아래로 가라앉고 모든 착한 법은 위로 떠오르느니라.
마하남아, 알아야 한다. 나는 옛날 부처가 되기 전 우류비(優留毗)에서 6년 동안 고행할 때에 맛있는 음식을 먹지 않아 몸이 야위어 1백 살이나 먹은 사람 같았으니, 그것은 다 먹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때 나는 일어나려고 하다가는 곧 땅에 쓰러졌다. 이때 나는 이렇게 생각했었다.
‘만일 내가 지금 죽는다면 어디에 태어나게 될까?’
그리고 나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죽더라도 결코 나쁜 곳에는 태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치로 보아 즐거움으로 즐거움에 이를 수는 없다. 반드시 괴로움을 말미암은 후에 즐거움에 이를 것이다.’

나는 그때 선인굴(仙人窟)에서 노닐고 있었다. 그때 어떤 니건자(尼揵子)가 그곳에서 도를 공부하고 있었는데, 그 니건자는 손을 들어 해를 가리키면서 햇볕에 맨몸을 드러내는 수행을 하고 혹은 쭈그리고 앉는 수행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때 니건자에게 다가가 이렇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왜 자리를 떠나 손을 들고 까치발을 하고 있는가?’
그 니건자는 대답하였다.
‘구담이여, 알아야 한다. 옛날 우리 스승이 착하지 못한 것을 행하였다. 지금 내가 이렇게 고행하는 것은 그 죄를 소멸시키려고 하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몸을 드러내어 창피스럽고 욕을 당하지만 이것 역시 죄를 소멸시키는 것이다. 구담이여, 알아야 한다. 행(行)이 다하면 괴로움[苦]도 다하고 괴로움이 다하면 행도 다하며,괴로움과 행이 다하면 열반에 이르게 된다.’

그때 나는 다시 니건자에게 말하였다.
‘그것은 그렇지 않다. 행이 다한다고 괴로움이 다할 수는 없고, 괴로움이 다한다고 행이 다해 열반에 이를 수도 없다. 다만 괴로움과 행을 다하면 열반에 이르게 된다는 것은 그럴 수 있다. 다만 즐거움으로 즐거움에 이를 수 없을 뿐이다.’
니건자가 말하였다.
‘빈비사라왕(頻毗娑羅王)은 즐거움으로 즐거움에 이르니, 무슨 괴로움이 있겠는가?’
나는 그때 다시 니건자에게 말하였다.
‘빈비사라왕의 즐거움이 어찌 나의 즐거움만 하겠는가?’
‘빈비사라왕의 즐거움이 당신의 즐거움보다 낫다.’
나는 그때 다시 그 니건자에게 말하였다.
‘빈비사라왕이 나를 이레 낮 이레 밤 동안 가부좌하고 앉아 몸을 움직이지 않게 할 수 있는가? 단 엿새ㆍ닷새ㆍ나흘ㆍ사흘ㆍ이틀 내지 하루만이라도 가부좌하고 앉아 있게 할 수 있겠는가?’
‘아니다, 구담이여.’
‘나는 능히 가부좌하고 앉아 몸을 움직이지 않을 수 있다. 어떤가? 니건자여, 누가 더 즐거운가? 빈비사라왕이 더 즐거운가, 내가 더 즐거운가?’
그러자 니건자는 ‘사문 구담이 더 즐겁다’고 말하였다.

이와 같나니 마하남아, 부디 이런 방편을 구해 즐거움으로 즐거움에 이를 수 없고 반드시 괴로움에서 즐거움에 이르는 줄을 알아야 하느니라. 마하남아, 마치 큰 마을 좌우에 세로와 가로 1유순에 물이 가득 찬 큰 연못이 있는 것과 같다. 만일 어떤 사람이 와서 한 방울의 물을 떴다면 어떤가? 마하남아, 어느 물이 많은가? 한 방울의 물이 많은가, 연못의 물이 많은가?”

마하남이 대답하였다.
“연못의 물이 더 많지 한 방울의 물이 많은 것은 아닙니다.”

“이것도 그와 같다. 현성의 제자는 모든 괴로움이 이미 다하고 다시는 생기지 않아 남은 것은 겨우 그 한 방울의 물과 같은 정도이다. 내 제자 중에서 가장 도가 낮은 사람도 일곱 번 죽고 일곱 번 태어남을 넘기기 전에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난다. 다시 더 용맹스레 정진하면 곧 가가(家家)7)가 되어 도를 얻을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마하남을 위해 거듭 미묘한 법을 말씀하셨다. 그는 그 법을 듣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났다.

그때 마하남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2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존자 나가바라(那伽波羅)8)는 녹야성(鹿野城)에 있었다.

그때 나이가 많은 어떤 늙은 바라문이 있었는데 그는 옛날 존자 나가바라와 어릴 적 친구였다. 그 바라문은 나가바라를 찾아가 서로 문안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범지가 나가바라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즐거움 중에서도 최고의 즐거움을 누리는구려.”

나가바라는 물었다.
“그대는 대체 무슨 이유로 ‘즐거움 중에서 최고의 즐거움을 누린다’고 말하는가?”

바라문이 대답하였다.
“나는 이레 동안에 아들 일곱을 잃었다. 그들은 모두 용맹스럽고 재주가 많았으며, 지혜는 따를 이가 없었다. 그리고 엿새 동안에 일꾼 열둘을 잃었다. 그들은 부지런히 일하며 게으르지 않았다. 닷새 동안에 네 형제를 잃었다. 그들은 온갖 기술을 가져 못하는 일이 없었다. 나흘 동안에 부모님이 돌아가셨다. 그분들은 나이 1백 세가 되어 나를 버리고 세상을 떠나셨다. 사흘 전에는 두 아내가 죽었다. 그들은 세상에 드물 만큼 얼굴이 단정하였다. 또 집안에 보배를 묻어둔 구덩이가 여덟 개 있었는데 어제 찾아보았으나 찾을 수가 없었다. 이처럼 지금 나에게 닥친 고뇌는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다. 그러나 존자는 지금 그런 재앙을 영원히 떠나 다시는 근심 걱정 없이 오직 도로써 스스로 즐기고 있다. 나는 이런 이유로 ‘즐거움 중에서 최고의 즐거움을 즐기고 있다’고 말한 것이다.”

이때 존자 나가바라가 그 범지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왜 그 사람이 죽지 않도록 방편을 쓰지 않았는가?”

“나도 그들을 죽지 않게 하고, 또 재물을 잃지 않으려고 많은 방편을 썼다. 때를 따라 보시해 온갖 공덕을 지었고, 하늘에 제사도 지내고 장로 범지들에게 공양하였으며, 온갖 귀신을 보호하고 주술도 외웠다. 또 별자리를 보고 점도 쳤으며 온갖 약도 만들었고 또 맛있는 음식을 곤궁한 이들에게 보시하는 등 이렇게 한 것이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러나 그들의 목숨을 건질 수 없었다.”

그때 존자 나가바라가 이런 게송을 읊었다.
온갖 약초와 주술을 쓰고
의복과 음식의 모든 도구
보시해보았지만 아무 소용없이
여전히 그 몸엔 괴로움만 더했네.

신의 사당에 제사 드리며
목욕하고 향과 꽃을 바쳐보았지만
그 원인 살펴보아도
그것을 고칠 방법 없었네.

온갖 물건을 널리 베풀고
정진하며 범행을 지켰지만
그 원인 살펴보아도
그것을 고칠 방법 없었네.

이때 범지가 물었다.
“어떤 법을 행해야 이런 고뇌를 없앨 수 있겠는가?”
그러자 존자 나가바라는 곧 이런 게송을 말하였다.
은혜와 사랑은 무명의 근본
온갖 고뇌를 일으키나니
그것이 남김없이 사라진다면
곧 다시는 고통 없으리.

이때 그 범지는 이 말을 듣고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비록 늙었으나 아주 늙진 않았고
하는 짓도 내가 제자 같으니
원컨대 출가하여 도를 배워서
이런 재앙을 벗어나게 해 주오.

그때 존자 나가바라는 곧 그에게 세 가지 법의를 주고 출가해 도를 배우게 하였다. 그리고 말하였다.
“그대 비구여, 이제 이 몸을 머리에서 발끝까지 관찰해 보라. 이 머리카락과 털ㆍ손발톱ㆍ이빨 따위는 어디서 왔는가? 또 몸뚱이의 피부ㆍ골수ㆍ창자ㆍ위 따위는 어디서 왔는가? 만일 여기서 떠난다면 어디로 갈 것인가? 그러므로 비구여, 세상의 고뇌를 너무 근심하지 말라. 또 낱낱의 털구멍을 관찰하고 방편을 구해 네 가지 진리[四諦]를 성취하라.”

존자 나가바라는 곧 이런 게송을 말하였다.
잡된 생각 버리고 너무 근심치 말라.
오래지 않아 법안(法眼)을 얻으리라.
무상한 행(行)은 번갯불 같으니
이런 큰 행복은 만나기 어렵다.

그 낱낱의 털구멍과
나는 것 죽는 것의 근본을 관찰하라.
무상한 행은 번갯불 같으니
마음을 돌려 열반으로 향하라.

이때 그 장로 비구는 이 가르침을 받고 한적한 곳에서 그 이치를 사유하였다. 그리하여 족성자들이 수염과 머리를 깎고 견고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목적인 위없는 범행을 닦으려 하였고,‘나고 죽음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마쳐 다시는 태를 받지 않는다’고 사실 그대로 알았다. 그때 그 비구는 곧 아라한이 되었다.
그때 그 비구의 옛날 친구였던 어떤 하늘이 그 비구가 아라한이 된 것을 보고 곧 나가바라에게 찾아가 허공에서 이런 게송을 읊었다.
이미 구족계를 받고는
한적한 곳에서 지내며
집착 없는 도의 마음 얻어
근원적인 악의 근본 떨어버렸네.

그러자 그 하늘은 다시 하늘나라 꽃을 존자 위에 뿌리고는 곧 공중에서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그때 그 비구와 하늘은 존자 나가바라의 말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3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일곱 가지 선(善)과 네 가지 법(法)을 관찰하면 현세에서 상인(上人)이라 불릴 것이다. 비구들이여, 어떻게 일곱 가지 선을 관찰하는가? 이른바 비구는 자애로운 마음[慈心]으로 1방ㆍ2방ㆍ3방ㆍ4방을 가득 채우고 4유(維)와 상ㆍ하 또한 그렇게 하여 온 세상을 자애로운 마음으로 가득 채운다. 불쌍히 여기는 마음[悲心]ㆍ기뻐하는 마음[喜心]ㆍ평정한 마음[護心]과 공(空)ㆍ무상(無相)ㆍ무원(無願)의 삼매 또한 그렇게 하고, 모든 감각기관을 온전히 갖추고 적당히 음식을 먹으며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 비구여, 이와 같이 일곱 가지를 관찰해야 하느니라.

비구들아, 어떻게 네 가지 법을 관찰하는가? 이른바 비구는 안으로 몸[身]을 관찰하여 근심과 걱정을 없애고 몸이란 생각이 그치며, 밖으로 몸을 관찰하여 근심과 걱정을 없애고 몸이란 생각이 그치며, 안팎으로 몸을 관찰하여 몸이란 생각이 그친다. 안으로 느낌[痛]을 관찰하여 느낌이란 생각이 그치고, 밖으로 느낌을 관찰하여 느낌이란 생각이 그치며, 안팎으로 느낌을 관찰하여 느낌이란 생각이 그친다. 안으로 마음[心]을 관찰하여 마음이란 생각이 그치고, 밖으로 마음을 관찰하여 마음이란 생각이 그치며, 안팎으로 마음을 관찰하여 마음이란 생각이 그치고 근심과 걱정을 없애 다시는 괴로움이 없게 된다. 안으로 법(法)을 관찰하여 법이란 생각이 그치고, 밖으로 법을 관찰하여 법이란 생각이 그치며, 안팎으로 법을 관찰하여 법이란 생각이 그친다. 이와 같이 비구는 네 가지 법의 선을 관찰하느니라.

비구들아, 만일 이와 같이 일곱 가지 선과 네 가지 법을 관찰하면 현세에서 상인(上人)이 된다.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이와 같이 방편을 다해 일곱 가지 선을 갖추고 네 가지 법을 관찰하도록 해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이여,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4 ]9)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석시가비라월성(釋翅迦毗羅越城)의 니구루원(尼拘屢園)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세존께서 계신 곳에 나아가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많은 비구들이 세존께 아뢰었다.
“저희들은 북방으로 유행을 떠나고자 합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형편대로 하라.”
세존께서 다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사리불 비구에게도 하직을 고하였느냐?”

비구들이 아뢰었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너희들은 가서 사리불 비구에게 하직을 고하라. 왜냐하면 사리불 비구는 항상 범행을 닦는 이들에게 법을 가르치고 또 설법에 싫증을 내지 않기 때문이니라.”

그때 세존께서 비구들을 위해 미묘한 법을 설하셨다. 비구들은 법을 듣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리고 부처님 주위를 세 번 돌고 물러갔다.

그때 사리불은 석시(釋翅)의 신사(神寺)에 있었다. 비구들은 사리불에게 가서 서로의 안부를 묻고 한쪽에 앉았다. 그리고 많은 비구들이 사리불에게 아뢰었다.
“우리는 북방으로 가서 세간을 유행하며 교화하려고 방금 세존께 하직을 고하고 오는 길입니다.”

사리불은 말하였다.
“그대들은 알아야 합니다. 북방의 백성들과 사문 바라문들은 모두들 총명하여 그 지혜가 따르기 어렵습니다. 또 그 사람들은 찾아와 시험해보기를 좋아합니다. 만일 그들이 찾아와 그대들에게 ‘여러분은 무엇을 주장합니까?’라고 묻는다면 이러한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 생각입니까?”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만일 누군가 찾아와 묻는다면 우리는 이런 이치로 대답하겠습니다.
‘색(色)은 무상한 것이다. 무상한 것은 곧 괴로움이요, 괴로움에는 나[我]가 없다. 나가 없으면 공(空)이요, 공이기 때문에 나가 없고 그것은 공이다. 이것이 지혜로운 이가 보는 것이다.
통(痛:受)ㆍ상(想)ㆍ행(行)ㆍ식(識) 또한 무상하고, 괴로우며, 공이요, 나가 없다. 그것이 진실로 공이면 그것은 나가 없고 공이다. 이것이 지혜로운 이가 배우는 것이다. 이 5성음(盛陰)은 모두 공하고 모두 고요하며, 인연으로 모인 것으로서 모두 없어짐으로 돌아가 오래 머무르지 못한다.
그리고 여덟 가지 도(道)와 그에 따른 일곱 가지 법(法)이 있으니, 우리 스승의 말씀은 바로 이것이다.’
만일 찰리나 바라문이나 백성들이 찾아와 우리의 주장을 물으면 우리는 이런 이치로 대답하겠습니다.”

그러자 사리불이 말하였다.
“그대들은 마음을 굳게 가지고 가볍게 행동하지 마십시오.”

이때 사리불은 비구들을 위해 미묘한 법을 빠짐없이 설하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났다.

여러 비구들이 떠난 지 오래지 않아 사리불이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여덟 가지 도와 일곱 가지 법을 어떻게 행해야 하는가?”

비구들이 아뢰었다.
“저희는 그 이치를 들으려고 멀리서 왔습니다. 설명하여 주십시오.”

사리불이 말하였다.
“그대들은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 잘 사유하고 기억하라. 내 이제 설명하리라.”
이제 비구들은 그 가르침을 받았다.

사리불이 말하였다.
“만일 일심으로 바른 소견[正見]을 늘 생각하면 염각의(念覺意)가 어지러워지지 않을 것이다. 바른 다스림[等治]이란 일심으로 모든 법을 늘 생각하는 법각의(法覺意)요, 바른 말[等語]이란 몸과 마음으로 정진하는 정진각의(精進覺意)며, 바른 업[等業]이란 모든 법을 낼 수 있는 희각의(喜覺意)요, 바른 생활[等命]이란 성현의 재물에 만족할 줄 알아 집과 재물을 모두 버리고 몸을 편안히 하는 의각의(猗覺意)이다. 바른 방편[等方便]이란 성현의 네 가지 진리를 얻어 모든 결박을 다 제거하는 정각의(定覺意)요, 바른 기억[等念]이란 4의지(意止)1)를 관찰하여 이 몸은 견고하지 않고 공하며 나가 없다고 보는 호각의(護覺意)이며,바른 삼매[等三昧]란 얻지 못한 것을 얻고 제도하지 못한 이를 제도하며 증득하지 못한 이를 증득하게 하는 것이다. 만일 누군가 찾아와 어떻게 여덟 가지 도와 일곱 가지 법을 닦아야 하느냐고 묻거든 너희들은 이렇게 대답해야 한다. 왜냐하면 어떤 비구든 이 여덟 가지 도와 일곱 가지 법을 닦는다면 그는 번뇌의 마음이 곧 해탈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그대들에게 거듭 말하리라. 어떤 비구든 여덟 가지 도와 일곱 가지 법을 사유하며 수행한다면 그는 두 가지 과보를 이루어 의심이 없어질 것이니, 아나함이 되거나 아라한이 되어 이런 일마저 버리게 될 것이다.
만일 그것을 많이 행할 수 없다면 단 하루 동안만이라도 그 여덟 가지 도와 일곱 가지 법을 행하라. 그러면 그 복은 헤아릴 수 없고 아나함이나 아라한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여러분, 마땅히 방편을 구해 이 여덟 가지 도와 일곱 가지 법을 행하라. 그러면 의심 없이 도를 이룰 것이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사리불의 말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5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가섭(迦葉)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이제 너무 늙어 젊은 기운이 조금도 없다. 그러니 장자들이 주는 의복과 음식을 받는 것이 좋겠다.”

대가섭(大迦葉)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그들의 의복과 음식을 받을 수 없습니다. 지금 이 누더기를 입고 때맞춰 걸식하는 것이 비할 바 없이 즐겁습니다. 왜냐하면 미래에 분명 몸이 건강하면서도 좋은 의복과 음식을 탐내고, 선정에서 물러나 다시는 고행을 행하지 않는 비구들이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또 ‘과거 부처님 때의 비구들도 사람들의 초청을 받아들이고 옷과 음식을 받았는데 우리가 왜 옛 성인을 본받지 않겠는가?’라고 말하며 가만히 앉아서 의복과 음식을 탐내기 때문에 법복을 버리고 좋은 옷[白衣]을 입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성현들의 위신이 없어지고 사부대중을 점점 줄어들게 할 것입니다. 성중이 줄어들면 여래의 절도 허물어지고, 여래의 절이 허물어지고 나면 경법(經法)도 쇠퇴하게 될 것입니다.
이때 중생들은 더 이상 정기와 광명이 없게 되고, 정기와 광명이 없기 때문에 수명이 짧아지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중생들은 목숨을 마친 뒤에 모두 세 갈래 나쁜 곳에 떨어질 것입니다. 마치 오늘날에는 많은 중생들이 지은 복이 많아 모두들 천상에 태어나듯이 미래에는 짓는 죄가 많아 모조리 지옥에 들어갈 것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가섭은 세상에 많은 이익을 주고, 세상 사람들의 좋은 벗이며 좋은 복밭이구나. 가섭아, 알아야 한다. 내가 반열반하고서 천년 뒤에는 비구들이 선정에서 물러나고 다시는 두타법(頭陀法)을 행하지 않을 것이니, 누더기를 걸치고 걸식하지 않으며 장자들의 초청을 탐내 그 옷과 음식을 받을 것이요, 또 나무 밑이나 한적한 곳에서 지내지 않고 장식한 방을 좋아할 것이다.
또 대소변을 약으로 쓰지 않고 매우 달고 맛있는 약초만 집착할 것이요, 혹은 그 사이에서 재물을 탐내고 방을 아껴 늘 서로 다툴 것이다. 그러나 그때에도 단월(檀越)들은 불법을 독실하게 믿고 보시하기를 좋아해 재물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그리하여 단월들은 목숨을 마친 뒤에 모두 천상에 태어나지만 게으른 비구들은 죽어서 지옥에 들어갈 것이다. 가섭아, 이와 같이 일체 행은 모두 무상하여 오래 보존할 수 없느니라.

가섭아, 또 알아야 한다. 미래 세상에는 비구들이 수염과 머리를 깎고도 가업을 익혀 왼쪽에는 아들을 안고 오른쪽에는 딸을 안을 것이며, 또 쟁(箏)과 피리를 불며 거리에서 걸식할 것이다. 그런 때라도 단월 시주들은 무궁한 복을 받을 것인데 하물며 오늘날 지성으로 걸식하는 자들에게 보시하는 사람들이겠는가? 가섭아, 이와 같이 모든 행은 무상하여 오래 머물지 못하느니라.

가섭아, 알아야 한다. 미래 세상에 어떤 비구들은 여덟 가지 도와 일곱 가지 법을 버릴 것이다. 그리고는 3아승기 겁 동안 모은 지금의 법보(法寶)를 미래 비구들은 노래로 부르며 여러 사람들 속에서 걸식하여 그것으로 살아갈 것이다. 그때의 단월들이 그런 비구들에게 공양하더라도 오히려 복을 받을 것인데 하물며 지금의 비구들에게 보시하는 이들이 복을 얻지 못하겠는가?

나는 지금 이 법을 가섭과 아난 비구에게 부촉한다. 왜냐하면 나는 이제 늙어 나이 80이 되었으니, 여래는 오래지 않아 열반에 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이 법보를 너희 두 사람에게 부촉하나니, 잘 기억하고 외워 끊어지지 않게 하고 세상에 널리 펼쳐라. 누구든 성인의 가르침을 막거나 끊는 자가 있으면 그는 변방에 떨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이 경법을 너희들에게 부촉하는 것이니 잊어버리거나 잘못 전하지 말라.”

그때 대가섭과 아난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꿇어앉아 합장하고 세존께 아뢰었다.
“무슨 이유로 이 경법을 저희 두 사람에게만 부촉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부촉하지 않으십니까? 여래의 제자 중에는 신통이 뛰어난 제자가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그런데 왜 그들에겐 부촉하지 않으십니까?”

세존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천상이나 인간 중에서 가섭과 아난만큼 이 법보를 잘 받들어 가질 수 있는 이를 보지 못했고, 또 성문들 중에서도 너희 두 사람보다 뛰어난 이가 없기 때문이다. 과거 부처님 때에도 역시 두 사람이 경법을 받들어 가졌었다. 그러나 지금의 가섭과 아난 비구에 비하면 그대들이 훨씬 뛰어나고 묘하다. 왜냐하면 과거의 여러 부처님 때에도 두타행을 행한 비구가 있었지만 그들은 법이 존재하면 그들도 생존하다가 법이 멸하면 그들도 멸하였다. 그런데 지금의 가섭 비구는 이 세상에 머물다가 미륵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한 뒤에 열반에 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금의 가섭 비구가 과거의 비구들보다 훌륭하다는 것이니라.
또 아난 비구는 왜 과거의 시자(侍者)들보다 훌륭한가? 과거 여러 부처님의 시자들은 남의 말을 들은 뒤에야 이해하였지만 지금의 아난 비구는 여래가 말하기 전에 곧 이해하고 여래가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난 비구가 과거 부처님의 시자들보다 훌륭하다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가섭과 아난아, 내 이제 너희들에게 부탁하고 이 법보를 너희들에게 부촉하는 것이니, 이지러지게 하거나 줄어들게 하지 말라.”

그때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모든 행은 무상하여
생긴 것은 반드시 없어진다네.
생이 없으면 죽음도 없으리니
이런 사라짐이 최고의 즐거움이라.

그때 가섭과 아난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주석
2 승가라마(僧伽藍摩)라고도 하고, 약칭으로 가람(伽藍)이라고도 하며, 중원(衆園)으로 한역하기도 한다. 승려들이 거처하는 동산을 뜻하는데 사원(寺院)의 통칭으로 쓰인다.
3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중아함경』 제37권 151번째 소경인 「아섭화경(阿攝惒經)」이 있다.
4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중아함경』 제28권 115번째 소경인 「밀환유경(蜜丸喩經)」이 있다.
5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33권 930번째 소경과 『별역잡아함경』 제8권 155번째 소경이 있다.
6 18유학(有學)의 하나이다. 일래향(一來向)의 성자로 욕계(欲界) 수혹(修惑)의 3품 혹은 4품의 혹을 끊은 사람을 말한다. 가가(家家)란 인간에서 천인으로, 천인에서 인간으로 바꿔 태어난다는 뜻이다.
7 팔리어로는 Nāgasamāla이고, 나가바라(那伽婆羅)라고도 하며, 용호(龍護)로 한역하기도 한다. 부처님의 시자 중 한 명이다.
8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5권 108번째 소경인 「임경(林經)」이 있다.
9 4념처(念處)를 말한다.
1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중아함경』 제29권 124번째 소경인 「팔난경(八難經)」이 있다.

해제보기

증일아함경 제36권

동진 계빈 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김월운 번역

42. 팔난품(八難品)①

[ 1 ]2)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범부들에게는 설법을 듣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는 시절이 있다. 비구들아, 알아야 하느니라. 설법을 듣지 못해 사람이 수행할 수 없는 여덟 시절이 있느니라. 여덟 가지란 무엇인가?
여래가 세상에 출현하면 법의 가르침을 자세히 설명하여 열반에 이르게 한다. 그러나 이때 어떤 중생은 지옥에 태어나 여래가 행한 바를 듣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한다. 이것이 첫 번째 어려움이다.

또 여래가 세상에 출현하면 법의 가르침을 자세히 설명한다. 그러나 이때 어떤 중생은 축생으로 태어나 듣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한다. 이것이 두 번째 어려움이다.

또 여래가 세상에 출현하면 법의 가르침을 자세히 설명한다. 그러나 이때 어떤 중생은 아귀로 태어나 듣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한다. 이것이 세 번째 어려움이다.

또 여래가 세상에 출현하면 법의 가르침을 자세히 설명한다. 그러나 이때 어떤 중생은 장수천(長壽天)에 태어나 듣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한다. 이것이 네 번째 어려움이다.

또 여래가 세상에 출현하면 법의 가르침을 자세히 설명한다. 그러나 이때 어떤 중생은 변방에 태어나 성현을 비방하고 온갖 삿된 업을 짓는다. 이것이 다섯 번째 어려움이다.

또 여래가 세상에 출현하면 법의 가르침을 자세히 설명하여 열반에 이르게 한다. 그러나 이때 어떤 중생은 중심국[中國:인도]에 태어나기는 해도 여섯 감각기관이 온전치 못하고 또한 선악의 법을 분별하지도 못한다. 이것이 여섯 번째 어려움이다.

또 여래가 세상에 출현하면 법의 가르침을 자세히 설명하여 열반에 이르게 한다. 그러나 이때 어떤 중생은 중심국에 태어나고 또 여섯 감각기관이 완전하여 결함이 없기는 하나 ‘사람도 없고 보시도 없으며 받는 이도 없다. 또한 선악의 과보도 없고, 금생도 후생도 없고, 부모도 없으며, 세상에는 아라한이 되어 스스로 증득해 즐겁게 노니는 사문 바라문도 없다’는 삿된 소견을 가진다. 이것이 일곱 번째 어려움이다.

또 여래가 세상에 출현하지 않아 열반에 이르도록 설법할 수 없을 때, 어떤 중생은 중심국에 태어나고 여섯 감각기관이 온전하여 법을 받아들일 수 있으며, 총명하고 재주가 많아 법을 들으면 곧 이해하고 ‘물건도 있고 보시도 있으며 받는 이도 있다. 선악의 과보도 있고, 금생과 후생도 있으며, 세상에는 바른 소견을 고루 닦아 아라한을 증득한 사문 바라문도 있다’는 바른 소견을 닦는다. 이것이 여덟 번째 어려움으로서 이는 범행을 닦을 수 있는 시절이 아니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이른바 ‘이런 여덟 가지 어려움이 있고 이는 범행을 닦을 수 있는 시절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비구들이여, 범행을 닦는 사람들이 수행하는 한 시절이 있으니, 그 한 가지란 무엇인가? 이른바 여래가 세상에 출현하면 법의 가르침을 자세히 설명하여 열반에 이르게 한다. 이때 어떤 중생은 중심국에 태어나서 지혜롭고 훌륭한 말솜씨에 총명하여 부딪치는 사물마다 모두 통달하며, 바른 소견을 닦고 선악의 법을 분별하며 ‘금생도 있고 후생도 있으며, 세상에는 바른 소견을 닦아 아라한을 증득한 사문 바라문도 있다’고 한다. 이것이 이른바 ‘범행을 닦는 사람들이 이 한 시절에 수행하면 열반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곧 이런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한 가지가 아닌 여덟 가지 어려움은
사람이 도를 얻지 못하게 하네.
지금 현재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
이 세상 어디서도 만날 수 없으리.

마땅히 바른 법을 배워야 하고
또한 적절한 시기 놓치지 말라.
지나간 일들만 돌이켜 생각하면
곧바로 지옥에 떨어지리라.

여기서 탐욕을 끊어 없애고
올바른 법을 고요히 사유하라.
그러면 이 세상에 오래 머물며
끊기어 사라지는 그런 때 없으리.

여기서 탐욕을 끊어 없애고
올바른 법을 고요히 사유하라.
나고 죽는 근본을 영원히 끊고
이 세상에 오래 머물리라.

이미 사람의 몸을 받아
바르고 참된 법을 분별하고도
과보를 얻지 못하는 자들
반드시 여덟 가지 어려움에 봉착하리.

이제 여덟 가지 어려움 말했으니
이것은 불법의 중요한 행이라
이 어려움 벗어나기 한 가지도 너무 힘들어
바다를 떠도는 판자 만나는 것 같아라.

비록 한 가지 어려움을 벗어날
그럴 이치가 있다고는 하지만
네 가지 진리를 한 번 잃으면
영원히 바른 길을 벗어나게 되리.

그러므로 마음을 오로지하여
오묘한 이치를 고요히 사유하라.
지극한 정성으로 바른 법 들으면
무위의 경지를 얻게 되리라.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부디 방편을 구해 여덟 가지 어려운 곳을 멀리 떠나고 거기에 태어나기를 원하지 말라. 이와 같나니 비구들이여,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2 ]3)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여덟 개의 큰 지옥이 있다. 여덟 가지란 무엇인가? 첫째는 환활지옥(還活地獄)이요, 둘째는 흑승지옥(黑繩地獄)이며, 셋째는 등해지옥(等害地獄)이요, 넷째는 체곡지옥(涕哭地獄)이며, 다섯째는 대체곡지옥(大涕哭地獄)이요, 여섯째는 아비지옥(阿鼻地獄)이며, 일곱째는 염지옥(炎地獄)이요, 여덟째는 대염지옥(大炎地獄)이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여덟 개의 큰 지옥이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곧 이런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환활지옥과 흑승지옥
등해지옥과 두 체곡지옥
5역죄 지은 이 가는 아비지옥
염지옥과 대염지옥

이것이 여덟 지옥
그곳은 살 수 없는 곳
이 모두는 악을 지은 탓
열여섯 작은 지옥 그 주위를 에워쌌네.

쇠로 만들어진 감옥 위로는
거센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1유순 안은 온통
사나운 불길에 너무도 뜨거워라.

네 개의 성에 문도 네 개
그 사이는 너무도 평평하여라.
또 이렇게 쇠로 성을 만들고
단단한 철판으로 그 위를 덮었다네.

“이것은 모두 중생들이 죄를 지은 과보의 인연 때문으로 중생들로 하여금 한량없는 고통을 받게 하며, 살과 피는 모두 없어지고 오직 뼈만 남게 하느니라.
무슨 이유로 환활지옥(還活地獄)이라 하는가? 그곳의 중생들은 온몸이 쭉 잡아당겨져 움직이지 못하고 고통에 시달리되 도망갈 수도 없어 온몸의 살과 피가 없어지게 된다. 그때 그들은 저희끼리 말한다.
‘중생아, 다시 살아나라. 다시 살아나라.”
이때 그 중생들은 곧 저절로 다시 살아나게 된다. 이런 이유로 환활지옥이라 하느니라.

또 무슨 이유로 흑승지옥(黑繩地獄)이라 하는가? 그곳의 중생들은 몸의 힘줄이 모두 밧줄로 변하고, 그러면 톱으로 그 몸을 켠다. 그러므로 흑승지옥이라 하느니라.

또 무슨 이유로 등해지옥(等害地獄)이라 하는가? 이때 그곳의 중생들은 모두 한 곳에 모여 서로 그 목을 베는데 이내 다시 살아난다. 이러한 이유로 등해지옥이라 하느니라.

또 무슨 이유로 체곡지옥(涕哭地獄)이라 하는가? 그곳의 중생들은 선의 근본이 완전히 끊어져 털끝만큼도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그 지옥 안에서 한량없는 고통을 받는데, 그곳에선 원망하며 울부짖는 소리가 끊어지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체곡지옥이라 하느니라.

또 무슨 이유로 대체곡지옥(大涕哭地獄)이라 하는가? 그곳의 중생들은 그 지옥에서 가히 헤아릴 수 없는 그런 고통을 한량없이 받는다. 그러면 그들은 그곳에서 울부짖으며 가슴을 치고 제 몸을 쥐어뜯으며 한목소리로 부르짖는다. 이런 이유로 대체곡지옥이라 하느니라.
또 무슨 이유로 아비지옥(阿鼻地獄)이라 하는가?부모를 죽이고, 부처님의 탑을 부수며, 대중들과 싸우고, 그릇되고 뒤바뀐 소견을 익히며, 삿된 소견과 어울리는 중생들은 어떤 방법으로도 고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아비지옥이라 하느니라.

또 무슨 이유로 염지옥(炎地獄)이라 하는가? 그 지옥에 있는 중생들은 몸에서 연기가 나며 온몸이 문드러진다. 그러므로 염지옥이라 하느니라.

또 무슨 이유로 대염지옥(大炎地獄)이라 하는가? 그 지옥에 있는 중생들은 죄인들이 있었던 흔적조차 보지 못한다. 그러므로 대염지옥이라 하느니라.
비구들이여, 이른바 이런 이유로 여덟 개의 큰 지옥이라 하느니라.

그 낱낱의 지옥에 열여섯 개의 작은 지옥이 있으니, 그 이름은 우발지옥(優鉢地獄)ㆍ발두지옥(鉢頭地獄)ㆍ구모두지옥(拘牟頭地獄)ㆍ분다리지옥(分陀利地獄)ㆍ미증유지옥(未曾有地獄)ㆍ영무지옥(永無地獄)ㆍ우혹지옥(愚惑地獄)ㆍ축취지옥(縮聚地獄ㆍ도산지옥(刀山地獄)ㆍ탕화지옥(湯火地獄)ㆍ화산지옥(火山地獄)ㆍ회하지옥(灰河地獄)ㆍ형극지옥(荊棘地獄)ㆍ비시지옥(沸屎地獄)ㆍ검수지옥(劍樹地獄ㆍ열철환지옥(熱鐵丸地獄)이다. 이와 같은 열여섯 작은 지옥에 버금가는 한량없는 지옥이 있어, 중생들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을 마친 뒤에 그곳에 태어난다.

혹 바른 소견을 훼손하는 중생이 있어 바른 법을 비방하며 멀리한다면 그들은 목숨을 마친 뒤에 모두 환활지옥에 태어나고, 살생하기를 좋아하는 중생들은 모두 흑승지옥에 태어난다. 그 어떤 중생이 소나 염소 따위를 잡는다면 그는 목숨을 마친 뒤에 등해지옥에 태어나고, 그 어떤 중생이 주지 않는 것을 가지고 남의 물건을 훔친다면 그는 체곡지옥에 태어난다. 그 어떤 중생이 항상 음탕한 짓을 좋아하고 또 거짓말을 한다면 그는 목숨을 마친 뒤에 대체곡지옥에 태어나고,그 어떤 중생이 부모를 죽이고 절을 부수며 비구들과 싸우고 성인을 비방하며 뒤바뀐 소견을 익힌다면 그는 목숨을 마친 뒤에 아비지옥에 태어난다. 그 어떤 중생이 이곳에서 들은 말을 저기 가서 전하고 저기에서 들은 말을 다시 여기 와서 전하며 사람들을 이용한다면 그는 목숨을 마친 뒤에 염지옥에 태어나고, 그 어떤 중생이 닥치는 대로 싸우고 남의 물건을 탐내며 인색하고 미워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의심을 품는다면 그는 목숨을 마친 뒤에 대염지옥에 태어나느니라. 또 그 어떤 중생이 온갖 잡된 업을 짓는다면 그는 목숨을 마친 뒤에 열여섯 작은 지옥에 태어나느니라.

그때 옥졸들은 그 중생들을 부리며 헤아리기 어려운 고통을 주는데, 팔을 자르기도 하고 다리를 자르기도 하고 팔과 다리를 모두 자르기도 하며, 코를 베기도 하고 귀를 베기도 하고 코와 귀를 모두 베기도 한다. 나무더미를 가져다 누르기도 하고, 배 위에 풀을 덮기도 하며, 머리채를 잡아 매달기도 하고, 가죽을 벗기기도 하며, 살을 도려내기도 하고, 두 토막으로 가르기도 하며, 혹은 다시 봉해 합치기도 한다. 혹은 잡아다 다섯 부분으로 나누기도 하고, 잡아다 불에다 뒤적거리며 굽기도 하며, 쇠를 녹여 붓기도 하고, 다섯 갈래로 찢기도 하며, 그 몸을 잡아 늘이기도 하고, 날카로운 도끼로 목을 베기도 하지만, 곧 다시 살아난다. 그들은 반드시 인간세계에서 지은 죄가 끝나야만 그곳을 벗어난다.
이때 옥졸들은 그 중생을 잡아다 큰 몽둥이로 몸을 부수고 혹은 등골의 힘줄을 벗기기도 한다. 또 말에다 매달고 칼로 된 숲을 달려 올라갔다가 다시 말을 몰아 내려오는데, 이때 쇠 부리를 가진 까마귀들이 그 살을 쪼아 먹는다. 다시 다섯 겹으로 묶어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는 들어 끓는 가마에 던져 넣고 쇠꼬챙이로 그 몸을 푹푹 찌르지만, 바람이 그 몸에 스치면 본래대로 다시 살아난다.
이때 옥졸들은 다시 그 중생들을 칼날이 빽빽한 산과 불이 이글거리는 산에 오르게 하며 잠깐도 멈추지 못하게 하는데, 그곳에서 겪는 고통은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다. 그러나 그들은 반드시 인간세계에서 지은 죄가 모두 끝나야만 그곳에서 벗어난다.

그때 그 죄인들은 그 고통을 견디지 못해 다시 뜨거운 재로 가득 찬 지옥에 들어가기를 구하는데, 그곳에서도 한량없는 고통을 겪는다. 다시 그곳에서 나와 거꾸로 가시가 달린 지옥으로 들어가는데, 그곳에선 바람이 불면 그 고통이 한량없다. 다시 그곳에서 나오면 뜨거운 똥이 이글거리는 지옥으로 들어가는데, 이때 그 뜨거운 똥이 이글거리는 지옥에 있던 구더기들이 그 뼈와 살을 파먹는다. 그러면 중생들은 그 고통은 견딜 수가 없어 다시 칼이 숲처럼 빽빽한 지옥으로 도망치는데, 그 몸이 찢기는 고통은 참을 수가 없다.

그때 옥졸들이 그 중생들에게 묻는다.
‘너희들은 어디서 왔는가?’
죄인들은 대답한다.
‘저희도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디로 가는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릅니다.’
또 묻는다.
‘지금 무엇을 구하는가?”
그들은 대답한다.
‘저희는 굶주림과 목마름으로 너무도 괴롭습니다.’
그때 옥졸들은 불에 달군 쇠구슬을 죄인의 입에 집어넣는데, 몸이 타며 문드러지는 그 고통은 견딜 수가 없다. 그러나 반드시 그 죄의 근원이 없어진 뒤에야 목숨을 마친다. 이때 그 죄인들은 다시 많은 지옥을 거치며 그곳에서 수천만 년 동안 고통을 겪은 뒤에야 그곳을 벗어나게 되느니라.

비구들이여, 알아야 하느니라. 그때 염라대왕은 ‘몸과 입과 뜻으로 악을 짓는 중생들은 모두 이와 같은 죄를 받나니, 몸과 입과 뜻으로 선을 행하는 중생들은 이에 견주어 모두들 광음천(光音天)에 태어날 것이다’라고 생각하느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이런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마치 저 광음천에 사는 듯
어리석은 자들은 늘 기뻐하네.
마치 저 지옥에 있는 듯
지혜로운 이는 늘 두려워하네.

“그때 죄인들은 염라대왕으로부터 이런 분부를 듣는다.
‘나는 언제나 옛날에 지은 죄를 모두 없앨 수 있을까? 그래서 여기서 목숨을 마치고는 사람의 몸을 받아 착한 벗들이 모두 모이는 중심국에 태어나고, 불법을 독실하게 믿는 부모 밑에서 자라 여래의 제자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현세에서 번뇌를 없애 번뇌가 없게 될 수 있을까? 내 너희들에게 거듭 당부하나니, 너희들은 부지런히 노력해 여덟 가지 어려운 곳을 떠나고 중심국에 태어나 착한 벗을 사귀고 범행을 닦아 소원을 이루어 본래의 서원을 잃지 말도록 하라.’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만일 선남자나 선여인이 여덟 큰 지옥과 열여섯 작은 지옥을 떠나고자 한다면 부디 방편을 구해 8정도를 닦도록 하라. 이와 같나니 비구들이여,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3 ]①4)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비사리(毗舍離)의 나기원(㮈祇園)5)에서 5백 명의 대 비구들과 함께 계시면서 천천히 세간을 유행하고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는 비사리성를 돌아보시고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지금 보는 저 비사리
이후ㄹ 두 번 다시 보지 못하고
또 다시는 들어가지 못하리니
이제는 하직하고 떠나가야겠구나.

이때 비사리성 사람들은 이 게송을 듣고 모두 근심에 잠겨 세존의 뒤를 따라가며 눈물을 흘렸다. 그들은 저희끼리 말하였다.
“오래지 않아 여래께서 세상을 떠나시리니, 이 세상은 광명을 잃겠구나.”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만해라, 그만해라. 너희들은 근심하지 말라. 부서져야 할 물건은 부서지지 않게 하려 하여도 그것은 되지 않느니라. 나는 전에 네 가지 가르침으로 깨달음을 얻었고 또 사부대중에게 이 네 가지 가르침을 가르쳤다.
네 가지란 무엇인가?‘일체의 행(行)은 무상하다.’ 이것이 첫 번째 법이다. ‘일체의 행은 괴롭다.’ 이것이 두 번째 법이다. ‘일체의 행은 나가 없다.’ 이것이 세 번째 법이다. ‘열반은 완전히 사라짐이다.’ 이것이 네 번째 법의 근본이니라.
이와 같이 여래는 오래지 않아 세상을 떠날 것이다. 너희들은 이 네 가지 법의 근본을 알고 모든 중생들에게 널리 그 뜻을 설명하라.”

그때 세존께서는 비사리성 백성들을 돌아가게 하려고 곧 큰 구덩이를 신통으로 만드셨다. 그래서 여래께서는 비구들을 데리고 저쪽 언덕에 계시고 그 나라 백성들은 이쪽 언덕에 있게 되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자기 발우를 허공에 던져 그 백성들에게 주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이 이 발우를 잘 공양하고 또 재주가 뛰어난 법사를 공양한다면 영원히 한량없는 복을 얻을 것이다.”
세존께서는 그 발우를 주시고 곧 구시나갈국(拘尸那竭國)6)으로 가셨다.

그때 구시나갈국의 5백여 역사(力士)들은 한 자리에 모여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우리는 다 같이 우리가 죽은 뒤에 그 이름이 널리 퍼지고, 자손들이 ‘옛날 구시나갈 역사들의 힘은 미치기 어렵구나’는 말을 전하게 할 만한 특별한 일을 하자.”
조금 뒤에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어떤 공덕을 지어야 할까?’
그때 구시나갈국에서 멀지 않은 곳에 네모반듯한 큰 돌이 있었는데, 길이 120걸음에 너비는 60걸음이었다.
“우리는 함께 이 돌을 세우자.”
그들은 온 힘을 다해 세우려 하였으나 도저히 세울 수가 없었다. 움직이지도 않는데 어떻게 들 수 있었겠는가?
이때 세존께서 그들에게 다가가 말씀하셨다.
“동자들이여, 무엇을 하려 하는가?”

동자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는 얼마 전 ‘이 돌을 옮겨 대대로 이름을 전하자’고 의논하고는 이레 동안이나 힘을 썼지만 아직도 이 돌을 옮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너희들은 여래가 이 돌을 들어보게 하고 싶지 않으냐?”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이 돌을 들어 보소서.”

그때 세존께서는 오른손으로 그 돌을 들어 왼손바닥에 놓으시더니 다시 허공으로 던졌다. 이때 그 돌은 범천까지 올라갔다.

그 돌이 보이지 않자 구시나갈의 역사들은 세존께 아뢰었다.
“그 돌은 지금 어디까지 올라갔습니까? 저희는 모두 볼 수가 없습니다.”

“그 돌은 지금 저 범천 위에 있느니라.”

“그 돌은 언제 이 염부리(閻浮利) 땅으로 내려옵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내 이제 비유를 들리라. 지혜로운 사람은 비유를 들면 스스로 아느니라. 만일 어떤 사람이 범천에 올라가서 그 돌을 들어 이 염부리 땅으로 던지면 12년이 걸려야 이곳에 도착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여래의 위신력에 감응한다면 지금 당장 돌아올 것이다.”

여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그 돌은 곧 돌아왔고 공중에선 수백 가지 하늘 꽃이 비처럼 흩날렸다.

이때 5백여 명의 동자들은 멀리서 그 돌이 내려오는 것을 보고 제 자리에 있지 못하고 모두 흩어져 달아났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두려워하지 말라. 여래가 알아서 하리라.”

세존께서는 왼손을 쭉 뻗어 그 돌을 잡더니 오른쪽 손바닥에 세우셨다. 그때 삼천대천세계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고, 허공의 신묘한 하늘들은 온갖 우발연화(憂鉢蓮華)를 흩뿌렸다.
그때 5백 동자들은 모두 처음 보는 일이라고 찬탄하였다.
“너무도 기이하고 너무도 특별하구나. 여래의 위신은 참으로 따를 수가 없다. 이 돌은 길이가 120걸음에 너비가 60걸음인데 그것을 한 손으로 세우시다니.”

이때 5백 동자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여래께서는 어떤 힘으로 이 돌을 움직이셨습니까? 신통의 힘입니까, 지혜의 힘입니까? 어떤 힘을 써서 이 돌을 세우셨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신통의 힘도 쓰지 않고 지혜의 힘도 쓰지 않았다. 나는 부모의 힘으로 이 돌을 세웠다.”

“여래께서 부모의 힘을 쓰셨다니, 잘 모르겠습니다. 그건 어떤 것입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내 이제 너희들을 위해 비유로 말하리라. 지혜로운 이는 비유를 들면 스스로 아느니라. 동자들이여, 알아야 하느니라. 열 마리 낙타의 힘은 한 마리 보통 코끼리의 힘보다 못하고, 또 열 마리 낙타와 한 마리 보통 코끼리의 힘은 한 마리 가라륵(迦羅勒) 코끼리의 힘보다 못하며, 또 열 마리 낙타와 한 마리 보통 코끼리와 가라륵 코끼리의 힘은 한 마리 구다연(鳩陀延) 코끼리의 힘보다 못하니라.
또 열 마리 낙타와 한 마리 보통 코끼리와……(이하 생략)……구타연 코끼리의 힘도 한 마리 바마나(婆摩那) 코끼리의 힘보다 못하고, 또 이 코끼리들의 힘을 합해도 한 마리 가니류(迦泥留) 코끼리의 힘보다 못하며, 또 이 코끼리들의 힘을 합해도 한 마리 우발(優鉢) 코끼리의 힘보다 못하고, 또 이 코끼리들의 힘을 합해도 한 마리 발두마(鉢頭摩) 코끼리의 힘보다 못하며, 또 이 코끼리들의 힘을 합해도 한 마리 구모다(拘牟陀) 코끼리의 힘보다 못하고, 또 그것을 합해 비교해도 한 마리 분다리(分陀利) 코끼리의 힘보다 못하며, 또 그것을 합해 비교해도 한 마리 향(香) 코끼리의 힘보다 못하고, 또 그것을 합해 비교해도 한 마리 마하나극(摩呵那極)의 힘보다 못하니라.
또 그것을 합해 비교해도 나라연(那羅延) 한 명의 힘보다 못하고, 또 그것을 합해 비교해도 전륜성왕(轉輪聖王) 한 명의 힘보다 못하며, 또 그것을 합해 비교해도 아유월치(阿維越致)7) 한 명의 힘보다 못하고, 또 그것을 합해 비교해도 보처보살(補處菩薩)1) 한 명의 힘보다 못하며, 또 그것을 합해 비교해도 보리수 밑에 앉은 보살 한 명의 힘보다 못하고, 또 그것을 합해 비교해도 한 여래가 부모에게 받은 몸의 힘보다 못하다. 나는 이제 부모의 힘으로 이 돌을 세웠느니라.”

5백 동자는 다시 세존께 아뢰었다.
“여래께서 가지신 신통의 힘은 어떤 것입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옛날 내 제자 중에 목건련(目犍連)이라고 있었다. 그는 신통에 있어서 가장 뛰어난 자였다. 그와 함께 비라야죽원(毗羅若竹園)에 있을 때였다. 그때 그 나라에 심한 흉년이 들어 사람들은 서로를 잡아먹었고 길에는 흰 뼈가 가득했었다. 그래서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사람들은 구걸하기가 어려워 성중은 파리하게 여위었고 기운이 고갈되었다. 마을 사람들 역시 모두들 굶주린 낯빛으로 의지할 곳이 없었다.
그때 대목건련이 내게 와서 나에게 말하였다.
‘지금 이 비라야(毗羅若)는 심한 흉년이 들어 걸식할 곳이 없고 백성들은 굶주려 살 길이 없습니다. 저는 여래께서 〈이 땅 밑에는 너무도 향기롭고 맛있는 천연의 지비(地肥)가 있다〉고 하신 말씀을 직접 들었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그 지비를 땅 위로 끄집어내어 백성들이 먹을 수 있도록 하고, 성중도 기운을 차릴 수 있도록 제자에게 허락해 주소서.’

나는 그때 목련(目連)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땅 속의 꾸물거리는 벌레들은 어디다 두려는가?’
목련이 대답하였다.
‘한 손을 변화시켜 땅 모양으로 만들고 한 손으로 지비를 뒤집어 내면 그 꾸물거리는 벌레들은 다 제자리에서 편안할 것입니다.’
‘너는 무슨 마음으로 이 땅을 뒤집으려 하는가?’
‘제가 이 땅을 뒤집는 것은 마치 힘센 사람이 나뭇잎 한 장을 뒤집는 것과 같아서 전혀 어려움이 없습니다.’
나는 그때 다시 목련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그만두어라, 그만두어라. 목련아, 구태여 땅을 뒤집어 지비를 끄집어 낼 필요 없다. 왜냐하면 중생들이 그것을 보면 모두들 두려운 생각이 들어 온몸의 털이 곤두설 것이요, 또 모든 부처님의 절도 무너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 목련이 부처에게 말하였다.
‘그러면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 성중이 울단왈(鬱單曰)로 가서 걸식하도록 허락하소서.’

부처는 목련에게 말하였다.
‘이 대중 가운데 신통이 없는 자들은 어떻게 그곳까지 가서 걸식하겠는가?’
목련은 부처에게 말하였다.
‘신통이 없는 사람은 제가 그 국토로 데리고 가겠습니다.’
‘그만두어라, 그만두어라. 목련아, 과연 제자들이 거기까지 가서 걸식할 수 있겠느냐? 왜냐하면 미래 세상에도 지금처럼 이렇게 흉년이 들어 걸식하기도 어렵고, 사람들도 제 얼굴빛이 아닌 때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때 여러 장자와 바라문들은 비구들에게 〈당신들은 왜 울단월로 가서 걸식하지 않습니까? 옛날 석가의 제자들은 큰 신통이 있어 이런 흉년을 만나면 모두들 울단월로 가서 걸식하여 스스로 구제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석가의 제자들은 신통도 없고 위엄스러운 사문의 행도 없군요〉라고 말할 것이다. 그래서 비구들을 가벼이 여김으로써 그 장자 거사들로 하여금 모두 교만한 마음을 가져 한량없는 죄를 받게 할 것이다. 목련아, 알아야 한다. 이런 이유로 저 비구 대중들이 모두 그곳으로 가서 걸식하는 것은 옳지 않느니라.’

동자들아, 알아야 한다. 목련의 신통은 그 덕이 이와 같았다. 목련의 신통력을 계산하면 삼천대천세계를 빈틈없이 두루 채울 정도지만, 세존의 신통력만은 못해 그 백 배ㆍ천 배ㆍ수억만 배를 하더라도 비유로써도 견줄 수가 없다. 여래의 신통은 그 덕을 헤아릴 수가 없느니라.”

동자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여래께서 가지신 지혜의 힘은 어떤 것입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옛날 내게는 또 사리불이라는 제자가 있었다. 그는 지혜에 있어서 가장 뛰어난 자였다. 이 큰 바다는 세로와 가로가 8만 4천 유순이나 되어 물이 가득 차 있고, 또 수미산은 높이가 8만 4천 유순에 물 속으로 들어간 부분도 그와 같으며, 또 염부리(閻浮里) 땅은 남북으로 2만 1천 유순에 동서가 7천 유순이나 된다. 이제 비교해 보자면, 그 네 바다의 물을 먹[墨]으로 삼고, 그 수미산을 나무껍질로 삼고, 이 염부리 땅의 초목으로 붓을 만들어 삼천대천세계 백성들로 하여금 모두 사리불 비구의 지혜로운 업을 쓰게 한다고 하자. 동자야, 알아야 한다. 설사 먹으로 삼은 네 바다의 물이 다하고 붓이 다하고 사람들이 모두 죽도록 쓴다 하더라도 사리불 비구의 지혜는 다 쓸 수 없느니라.
동자들아, 이와 같이 그는 내 제자 중에서 지혜가 가장 뛰어난 자로서 사리불의 지혜를 능가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 사리불 비구의 지혜를 계산하면 삼천대천세계를 빈틈없이 두루 채울 정도지만, 여래의 지혜와 비교하려 한다면 그 백 배ㆍ천 배ㆍ수억만 배를 하더라도 비유로써도 견줄 수가 없다. 여래가 가진 지혜의 힘은 이와 같으니라.”

이때 동자들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혹 그 힘보다 더 큰 힘도 있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물론 그 모든 힘을 능가하는 힘이 있다. 그것은 무엇인가? 이른바 무상(無常)의 힘이다. 오늘 밤중에 여래는 쌍수(雙樹) 사이에서 무상의 힘에 이끌려 열반에 들것이다.”

그러자 동자들은 모두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하였다.
“여래께서 열반하심은 어찌 이다지도 빠르단 말인가? 이제 세상은 안목을 잃게 되었구나.”

그때 바라타(婆羅陀) 장자의 딸인 군도라계두(君荼羅繫頭) 비구니가 있었는데, 그 비구니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세존께서 오래지 않아 세상을 떠나신다는 소식을 들은 지 이미 며칠이 지났다. 지금 세존께 나아가 친히 뵙고 문안드려야 마땅하리라.’
그 비구니는 곧 비사리성을 나서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가다가, 비구 대중들과 5백 동자들을 거느리고 쌍수 사이로 가시는 부처님을 멀리서 보았다.

그 비구니는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를 올리고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세존께서 오래지 않아 열반에 드실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여래는 바로 오늘밤 열반에 들 것이다.”
그러자 비구니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출가하여 도를 배웠지만 아직 소원을 이루지 못하였습니다. 그런데 세존께서 저를 버리고 열반에 드시다니요. 원컨대 세존께서는 제가 소원을 이루도록 미묘한 법을 말씀해 주소서.”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괴로움의 근원을 사유하라.”

“정말 괴롭습니다, 세존이시여. 정말 괴롭습니다, 여래시여.”

“네가 어떤 이치를 관찰했기에 괴롭다고 말하는가?”

비구니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태어나는 괴로움ㆍ늙는 괴로움ㆍ병드는 괴로움ㆍ죽는 괴로움ㆍ근심하고 슬퍼하며 번민하는 괴로움ㆍ원수와 만나는 괴로움ㆍ사랑하는 이와 헤어지는 괴로움, 그 요점만 말한다면 5성음(盛陰)이 곧 괴로움입니다. 이와 같이 세존이시여, 저는 이런 이치를 관찰했기 때문에 괴롭다고 말한 것입니다.”

그때 비구니는 이 이치를 사유하고는 곧 그 자리에서 세 가지 통달한 지혜를 얻었다. 비구니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세존께서 열반에 드시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습니다. 원컨대 제가 먼저 열반에 들도록 허락하소서.”
세존께서는 잠자코 허락하셨다.

그러자 비구니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 발에 예를 올리고는 이내 부처님 앞에서 몸이 허공으로 날아올라 열여덟 가지 신통을 부렸다. 다니기도 하고 앉기도 하며 경행하기도 하고 몸에서 연기와 불을 뿜기도 하였으며, 아무런 걸림 없이 자유자재로 솟아오르기도 사라지기도 하였고, 물과 불을 뿜어 온 허공을 가득 채우기도 하였다.
그 비구니는 이렇게 무수한 신통변화를 부리고는 곧 무여열반의 세계에서 열반에 들었다. 그가 열반에 든 날 8만 천자는 청정한 법안(法眼)을 얻었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성문 중에서 지혜가 민첩하기로 제일인 비구니는 바로 군도라 비구니이니라.”

그리고 세존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쌍수 사이로 가서 여래를 위해 북쪽으로 머리를 두도록 자리를 펴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는 세존의 분부를 받고 쌍수 사이로 가서 여래를 위해 자리를 펴고는 세존께 돌아와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를 올리고 세존께 아뢰었다.
“북쪽으로 머리를 두도록 자리를 폈습니다. 때를 알아서 하소서.”

그러자 세존께서는 곧 그 나무 사이에 펴놓은 자리로 가셨다.
그때 존자 아난이 세존께 아뢰었다. “무슨 이유로 여래께서는 자리를 펴되 북쪽으로 머리를 두게 하라고 말씀하셨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열반에 든 뒤에 불법은 북천축(北天竺)에 있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북쪽을 향하도록 자리를 펴게 하였느니라.”

이때 세존께서는 세 가지 법의를 제정하셨다. 아난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무엇 때문에 여래께서는 지금 세 가지 법의를 나누어 제정하십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미래 세상의 단월 시주를 위해 이 옷을 나누어 제정하는 것이다. 그들이 복을 받게끔 하기 위해 옷을 나누어 제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세존께서는 입으로 오색 광명을 내어 온 사방을 두루 비추셨다. 그때 아난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또 무슨 이유로 여래께서는 지금 입으로 오색 광명을 내시는 겁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조금 전 이렇게 생각하였다.
‘과거 도를 이루기 전에 나는 오랫동안 지옥에서 뜨거운 쇠 구슬 삼켰었고, 혹은 풀과 나무를 먹고 이 4대(大)를 기르기도 했으며, 혹은 노새ㆍ나귀ㆍ낙타ㆍ코끼리ㆍ말ㆍ돼지ㆍ양이 되기도 했고, 혹은 아귀가 되어 이 4대를 기르기도 했으며, 혹은 사람이 되어 태에 들어가는 재앙을 겪기도 했고, 혹은 천상의 복을 누리며 천연의 감로를 먹기도 했다. 그런데 나는 이제 여래가 되어 근원이 되는 힘으로 도를 깨달아 여래의 몸이 되었다.’
이런 이유로 이처럼 입으로 오색 광명을 내는 것이니라.”

또 조금 있다가 입에서 미묘한 광명을 내니 먼저 광명보다 더 훌륭하였다. 그러자 아난이 다시 세존께 아뢰었다.
“또 무슨 이유로 여래께서는 아까보다 더 훌륭한 광명을 내시는 겁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조금 전 이렇게 생각하였다.
‘과거 모든 불세존들께서 열반에 드셨을 때, 남기신 그 법은 세상에 오래 머무르지 못했다.’
나는 거듭 사유하였다.
‘어떤 방법을 써야 내 법을 세상에 오래 존재하게 할까? 여래의 몸은 금강과 같은 몸이다. 나는 이 몸을 겨자씨만큼 잘게 부수어 세상에 널리 전해 미래 세상에 믿고 즐거워하는 단월로서 여래의 형상을 보지 못한 이들로 하여금 공양하는 인연을 짓게 하자. 그 복으로 말미암아 장차 네 가지 성(姓)의 집이나 사천왕ㆍ삼십삼천ㆍ염천(豔天)ㆍ도술천(兜術天:兜率天)ㆍ화자재천(化自在天)ㆍ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에 태어날 것이다. 또 그 복으로 말미암아 장차 욕계ㆍ색계ㆍ무색계에 태어나고, 혹은 또 수다원의 도ㆍ사다함의 도ㆍ아나함의 도ㆍ아라한의 도ㆍ벽지불의 도를 얻고 혹은 부처의 도를 이룰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이런 광명을 내는 것이니라.”

이때 세존께서는 몸소 승가리를 네 겹으로 접어 베고 오른쪽 옆구리를 땅에 대고 누워 다리를 포개셨다. 그러자 존자 아난은 슬피 울고 눈물을 흘리면서 어쩔 줄 몰랐다. 또 “나는 아직 도를 이루지 못해 번뇌에 묶여 있다. 그런데 지금 세존께서 나를 두고 열반에 드시다니 나는 누구를 의지해야 하는가?”라며 스스로를 책망하였다.

세존께서는 그런 줄을 아시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아난 비구는 지금 어디 있느냐?”

비구들이 아뢰었다.
“아난 비구는 지금 여래의 침상 뒤에서 슬피 울고 눈물을 흘리면서 어쩔 줄 모르고 있습니다. 또 ‘나는 아직 도를 이루지 못했고 번뇌를 끊지도 못했다. 그런데 지금 세존께서 나를 두고 열반하시다니’라며 스스로를 책망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쳐라, 그쳐라. 아난아, 근심하지 말라. 세상에 있는 물건으로서 무너져 소멸해야 할 것은 아무리 변하지 않게 하려 하여도 그리 될 수 없느니라. 더욱 부지런히 정진하며 바른 법 닦기를 생각하라. 그렇게 하면 오래지 않아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날 뿐만 아니라 번뇌 없는 행을 성취할 것이다.
과거 다살아갈아라하삼야삼불(多薩阿竭阿羅呵三耶三佛)에게도 그런 시자가 있었고, 또 미래 항하의 모래알같이 많은 부처님에게도 아난과 같은 그런 시자가 있을 것이다.
전륜성왕에게는 보기 드문 네 가지 법이 있다. 네 가지란 무엇인가? 이른바 전륜성왕이 나라 밖으로 나갈 때 이를 본 백성들은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다. 그때 전륜성왕이 어떤 명령을 내리면 이를 듣는 사람들은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다. 또 그 명령을 듣고는 아무도 싫증을 내지 않는다. 그때 전륜성왕은 침묵을 지키는데 백성들은 왕의 침묵을 보고 또 다시 기뻐한다. 비구들아, 이른바 전륜성왕에게는 이런 네 가지 보기 드문 법이 있느니라.

비구들아, 알아야 한다. 지금 아난에게도 네 가지 보기 드문 법이 있느니라.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만일 아난 비구가 잠자코 대중 가운데로 가면 그를 보는 사람들은 모두 기뻐한다. 또 아난 비구가 무슨 말을 하면 그 말을 듣는 사람들은 모두 기뻐하며, 침묵해도 그러하다. 또 아난 비구가 사부대중이나 찰리 바라문 대중에게로 가거나 국왕이나 거사들 가운데로 들어가면 그들은 모두 기뻐하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며 싫어하지 않는다. 또 그때 아난 비구가 무슨 말을 하면 그 법의 가르침을 듣는 사람들은 아무도 싫어하지 않는다.
비구들아, 이것이 아난의 보기 드문 네 가지 법이니라.”

그때 아난은 세존께 아뢰었다.
“여자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어떻게 처신해야 합니까? 가령 비구들이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집집마다 걸식하면서 그 복으로 중생들을 제도할 때 말입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서로 바라보지 말라. 서로 바라보게 되더라도 이야기를 나누지 말며, 만일 이야기를 나누게 되거든 부디 마음과 생각을 온전히 가져야 하느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곧 이런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여자들과 사귀지 말고
또 이야기를 나누지도 말라.
만일 여자를 멀리 떠난다면
여덟 가지 어려움을 벗어나리라.

주석
2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장아함경』 제19권 30번째 경인 「세기경(世記經)」의 지옥품이 있다.
3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서진(西晉) 시대 축법호가 한역한 『불설역사이산경(佛說力士移山經)』과 『불설사미증유법경(佛說四未曾有法經』이 있다.
4 팔리어로는 amba-vana이고, 암몰라원(菴沒羅園)이라고도 하며, 나씨원(㮈氏園)ㆍ나원(㮈園)ㆍ감리원(甘梨園)으로 한역하기도 한다. 중인도 비사리성(毗舍離城) 부근에 있었다고 한다. 신수대장경 각주에 의하면 “송ㆍ원ㆍ명 3본에는 나씨원(奈氏園)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5 팔리어로는 Kusinārā이고, 구시나라(拘尸那羅)ㆍ구시나갈라(拘尸那竭羅)ㆍ구이나갈(拘夷那竭)이라고도 하며, 상모성(上茅城ㆍ각성(角城)으로 한역하기도 한다.
6 범어로 avinivartanīya이고, 아비발치(阿鞞跋致)라고도 하며, 불퇴전(不退轉)이라 한역한다. 즉 성불의 길에서 물러서지 않는 보살의 계위를 말한다.
7 다음 생에는 부처가 될 보살, 즉 일생보처보살(一生補處菩薩)을 말한다.
1 팔리어로는 Channa이고, 차닉(車匿)이라고도 하며, 욕작(欲作)ㆍ부장(覆藏)이라 한역한다. 정반왕(淨飯王)의 노예 집안에서 태어났고, 부처님께서 성을 넘어 출가하셨을 때 몸소 말을 몰았던 사람으로서 부처님께서 도를 이루신 후 카필라성을 방문을 했을 때 출가하였다. 그는 육군비구(六群比丘)와 어울려 온갖 사견과 악행을 일삼다가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후 참회하고 아라한과를 증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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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일아함경 제37권

동진 계빈 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김월운 번역

42. 팔난품②

[ 3 ] ②
아난이 아뢰었다.
“차나(車那)2) 비구에게는 어떻게 처신해야 합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범법의 벌[梵法罰]3)을 주라.”

“범법의 벌은 어떤 것입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차나 비구와는 말하지 말라. 좋다고 말하지도 말고 나쁘다고 말하지도 말라. 그렇게 하면 그도 너에게 말하지 않을 것이다.”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만일 그가 저지르는 일을 따지지 않는다면 더욱 중한 죄를 짓지 않겠습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더불어 말하지 않기만 하라. 그것이 곧 범법의 벌이다. 그래도 고치지 않거든 여러 사람들에게 데리고 가서 사람들과 함께 꾸짖고 쫓아내라. 그에겐 계를 설명하지도 말고 법회에 참석하지도 못하게 하라.”

그때 세존께서는 곧 이런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저 원수에게
그 원한 갚고 싶다면
저 더없이 나쁜 사람과는
언제나 말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라.

그때 구시나갈 백성들은 여래께서 밤중에 열반에 드실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온 나라 백성들이 쌍수 사이로 나아가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백성들은 세존께 아뢰었다.
“여래께서 열반에 드신다는 소식을 지금 막 들었습니다. 저희들은 어떻게 정성을 표해야 합니까?”

그때 세존께서는 아난을 돌아보셨다. 아난은 곧 생각하였다.
‘지금 여래께서는 몸이 너무 피로하시어 나를 시켜 그 뜻을 가르치려 하시는구나.’
이때 아난은 오른 무릎을 땅에 붙이고 꿇어앉아 합장하고 세존께 아뢰었다.
“지금 바아타(婆阿陀)와 수발타(須拔陀)라는 두 종성이 찾아와 여래와 성중에게 귀의하면서 말하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희들이 우바새가 되도록 허락하소서. 지금부터 다시는 살생하지 않겠습니다.’
또 제사(帝奢)와 우파제사(優波帝奢), 불사(佛舍)와 계두(鷄頭), 이런 이들이 모두 찾아와 여래께 귀의하면서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희들이 우바새가 되도록 허락하소서. 지금부터 다시는 살생하지 않고 5계(戒)를 받들어 지키겠습니다’라고 하나이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그들을 위해 널리 설법하시고 돌려보냈다.
이때 5백 명의 마라(摩羅)들도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을 세 번 돌고 물러갔다.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 최후의 증명을 받은 제자는 저 구시나갈의 5백 마라들이니라.”

그때 수발(須拔) 범지는 다른 나라에서 구시나갈국으로 오다가 그 5백 인이 오는 것을 보고 곧 물었다.
“그대들은 어디서 오는가?”

5백 인은 대답하였다.
“수발이여, 아십시오. 여래께서는 오늘 쌍수 사이에서 열반에 드십니다.”

이때 수발은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시는 것을 만나기는 참으로 어렵다. 여래께서는 저 우담발화가 억 겁만에 한 번 피어나듯 아주 가끔 세상에 출현하신다. 나는 지금 이런 저런 의심이 있어 모든 법을 이해하지 못한다. 오직 저 사문 구담만이 나의 의심을 풀어줄 수 있다. 나는 이제 저 구담에게 찾아가 이 뜻을 여쭈어 보리라.’

수발 범지는 쌍수 사이로 가서 아난을 찾아가 아뢰었다.
“저는 세존께서 오늘 열반하신다고 들었는데 사실입니까?”

아난은 대답하였다.
“사실입니다.”

수발이 아뢰었다.“저에겐 아직도 의심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저 여섯 명의 스승의 말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사문 구담의 말씀을 들어볼 수 있겠습니까’라고 세존께 여쭐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아난이 말했다.“그만두시오, 그만두시오. 수발이여, 여래를 번거롭게 하지 마십시오.”

그러나 이렇게 두 번 세 번 되풀이하면서 다시 아난에게 아뢰었다.
“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는 것은 참으로 만나기 어렵습니다. 우발라화가 아주 가끔 세상에 피어나듯 여래께서도 아주 가끔씩 세상에 출현하십니다. 제가 지금 여래를 뵌다면 충분히 저의 의심을 풀 수 있습니다. 제가 지금 여쭈고 싶은 뜻은 말로 다할 수 없습니다. 아난이여, 저와 함께 세존께 가서 아뢰려 하지 않는군요. 또 저는 여래께서 과거의 무궁한 일도 아시고 미래의 무궁한 일도 아신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찌 오늘만은 받아들이지 않으십니까?”

그때 세존께서는 천이(天耳)로 수발이 아난에게 하는 말을 들으시고 아난을 불러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만두어라, 그만두어라. 아난아, 수발 범지를 막지 말라. 왜냐하면 그가 와서 이치를 물으면 많은 이익을 얻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내가 설법하면 그는 곧 제도될 것이다.”

이때 아난이 수발에게 말하였다.
“훌륭하십니다, 훌륭하십니다. 여래께서 안으로 들어가 법을 묻도록 허락하시는군요.”
수발은 이 말을 듣고 뛸 듯이 기뻐하며 어쩔 줄 몰랐다. 그는 세존께 나아가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수발이 세존께 아뢰었다.
“제가 지금 여쭈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세존께서 수발에게 말씀하셨다.
“지금이 바로 그때다, 지금 바로 물어라.”

수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온갖 산술을 알고 보통사람을 능가하는 면이 많은 여러 이교의 사문들, 즉 불란가섭(不蘭迦葉)ㆍ아이단(阿夷耑)ㆍ구야루(瞿耶樓)ㆍ파휴가전(波休迦旃ㆍ선비로지(先毗盧持)ㆍ니건자(尼揵子) 등 이러한 무리들도 3세(世)의 일을 압니까, 모릅니까? 그 6사 중에 여래보다 훌륭한 사람이 있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만두어라. 그만두어라. 수발아, 그런 것은 묻지 말라. 왜 번거롭게 누가 여래보다 나은지를 묻느냐? 나는 지금 이 자리에서 너를 위해 설법하리니 잘 사유하고 기억하라.”

수발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제 깊은 이치를 묻겠사오니, 원컨대 세존께서는 곧바로 말씀해 주소서.”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처음으로 도를 배울 때는 29세였고, 사람들을 제도하기 위해 35세가 되도록 외도들 속에서 공부하였다. 그러나 그 뒤로는 어떤 사문 바라문도 찾아가 보지 않았다. 그 대중에게 현성의 8품도(品道)가 없다면 사문의 4과(果)도 없을 것이다. 수발아, 이것이 이른바 세상은 텅 비어 도를 얻은 진인(眞人)이 없다는 것이다. 그 성현의 법 안에 성현의 법이 있다면 사문의 4과가 있느니라. 왜냐하면 사문의 4과는 모두 현성의 8품도를 말미암기 때문이니라.
수발아, 만일 내가 위없는 바른 도를 얻지 못했다면 그것은 현성의 8품도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현성의 8품도를 얻었기 때문에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그러므로 수발아, 부디 방편을 구해 성현의 길을 성취하라.”

수발은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도 그 현성의 8품도를 듣고 싶습니다. 원컨대 자세히 설명하여 주소서.”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8품도란 바른 소견[等見]ㆍ바른 다스림[等治]ㆍ바른 말[等語]ㆍ바른 생활[等命]ㆍ바른 업[等業]ㆍ바른 방편[等方便]ㆍ바른 기억[等念]ㆍ바른 삼매[等三昧]이니 수발아, 이른바 이것이 현성의 8품도이니라.”

이때 수발은 곧 그 자리에서 법안이 깨끗해졌다.
수발은 아난에게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저는 이제 좋은 이익을 얻었습니다. 원컨대 세존께 사문이 되기를 청합니다.”

아난이 말하였다.
“그대가 직접 세존께 나아가 사문이 되기를 청하십시오.”

수발은 세존께 나아가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를 올리고 세존께 아뢰었다.
“원컨대 세존께 사문이 되기를 청합니다.”
그때 수발은 바로 사문의 몸이 되어 세 가지 법의를 입었다. 수발은 세존의 얼굴을 우러러 뵙고는 그 자리에서 번뇌로부터 마음이 해탈하였다.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 최후의 제자는 바로 이 수발이니라.”

수발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세존께서 오늘 밤중에 반열반(般涅槃)에 드신다고 들었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제가 먼저 열반에 드는 것을 허락하소서. 저는 여래께서 먼저 열반하시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습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잠자코 허락하셨다. 왜냐하면 과거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모든 불세존들께서도 최후에 깨달은 제자가 먼저 반열반한 뒤에 여래께서 열반에 드셨기 때문이다. 이것은 모든 불세존들에게 늘 있는 법도로서 오늘에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발은 세존께서 허락하시는 것을 보고 곧 여래 앞에서 몸과 뜻을 바르게 하고 생각을 매어 앞에 두고는 무여열반(無餘涅槃)의 세계에서 열반에 들었다. 그때 온 땅은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다.

세존께서는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일체의 행은 무상한 것이어서
태어나면 반드시 죽음이 있네.
태어나지 않으면 죽지 않나니
그 적멸이 가장 즐거우니라.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 이제 분부하나니, 지금부터 비구들은 서로를 ‘그대[卿僕]’라고 부르지 말라. 나이 많은 이는 ‘거룩한 이[尊]’라 부르고 나이 적은 이는 ‘어진 이[賢]’라고 부르며 서로를 형제처럼 여겨라. 또 지금부터는 부모가 지어준 이름으로 부르지 말라.”

아난이 세존께 아뢰었다.
“그러면 이제 비구들은 그 이름을 뭐라고 불러야 합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젊은 비구는 늙은 비구를 장로라 부르고, 늙은 비구는 젊은 비구의 성명을 불러라. 또 비구들이 제 이름을 지으려면 불ㆍ법ㆍ승 3존을 의지해야 한다. 이것이 나의 훈계니라.”

그때 아난은 세존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4 ]4)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녹야원(鹿野苑)에서 대비구들 5백 명의 함께 계셨다.

그때 파하라(波呵羅) 아수륜(阿須倫)5)과 모제륜(牟提輪) 천자는 때 아닌 때에 세존께 나아가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여래께서 아수륜에게 물으셨다.
“너희들은 큰 바다를 매우 좋아하는가?”

아수륜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정말 좋아합니다.”

“큰 바다에 어떤 기특한 것들이 있기에 너희들은 그것을 보고 그곳에서 즐거워하는가?”

“큰 바다에는 보기 드문 여덟 가지 법이 있기 때문에 아수륜들은 그곳에서 즐거워합니다. 여덟 가지란, 저 큰 바다는 매우 깊고 또 넓습니다. 이것이 첫 번째 보기 드문 법입니다.

또 저 큰 바다에는 이런 신비로운 덕이 있습니다. 즉 5백 개의 작은 강들이 합쳐진 네 개의 큰 강이 저 큰 바다로 들어가면 그것들은 곧 본래 이름을 잊어버립니다. 이것이 두 번째 보기 드문 법입니다.

또 저 큰 바다는 어디나 똑같은 맛입니다. 이것이 세 번째 보기 드문 법입니다.

또 저 큰 바다는 드나드는 조수가 그때를 어기지 않습니다. 이것이 네 번째 보기 드문 법입니다.

또 저 큰 바다는 귀신들이 사는 곳으로서 형상이 있는 무리는 모두 그 속에 있습니다. 이것이 다섯 번째 보기 드문 법입니다.

또 저 큰 바다는 매우 큰 형체들, 즉 1백 유순ㆍ1천 유순……(이하 생략)……7천 유순이나 되는 형체도 모두 받아들이고 또 그래도 비좁지가 않습니다. 이것이 여섯 번째 보기 드문 법입니다.

또 저 큰 바다에서는 자거ㆍ마노ㆍ진주ㆍ호박ㆍ수정ㆍ유리 등 여러 가지 보배가 나옵니다. 이것이 일곱 번째 보기 드문 법입니다.

또 저 큰 바다 밑에는 금모래가 있고 네 가지 보배로 된 수미산이 있습니다. 이것이 여덟 번째 보기 드문 법입니다. 이것이 모든 아수륜들로 하여금 그곳에서 즐거워하게 하는 여덟 가지 보기 드문 법입니다.”

이때 아수륜이 세존께 아뢰었다.
“여래의 법에는 특별히 뛰어난 어떤 것들이 있기에 모든 비구들로 하여금 그것을 보고 그 안에서 즐거워하게 합니까?”

부처님께서 아수륜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비구들을 그 안에서 즐거워하게 하는 보기 드문 여덟 가지 법이 있느니라. 여덟 가지란 무엇인가? 내 법에는 계(戒)가 갖추어져 있어 방일한 행이 없다. 이것이 첫 번째 보기 드문 법으로서 비구들은 그것을 보고 마치 매우 깊고도 넓은 저 바다에서처럼 거기서 즐거워한다.

또 내 법 안에는 네 가지 종성이 있지만 그들이 내 법 안에서 사문이 되면 그전 이름을 쓰지 않고 다시 다른 이름을 짓는다. 마치 저 네 개의 강이 바다로 들어가면 똑같은 맛이 되어 다른 이름이 없는 것처럼 이것이 두 번째 보기 드문 법이니라.

또 내 법에서는 계를 제정해 놓았기 때문에 그것을 따라 차례를 어기지 않는다. 이것이 세 번째 보기 드문 법이다.

또 내 법은 똑같은 한 맛이니, 그것은 이른바 현성의 8품도이다. 이것이 네 번째 보기 드문 법으로서 저 큰 바다가 모두 똑같은 맛인 것과 같으니라.

또 내 법에는 갖가지 법이 가득 차 있다. 이른바 4의지(意止)ㆍ4의단(意斷)ㆍ4신족(神足ㆍ5근(根)ㆍ5력(力)ㆍ7각의(覺意)ㆍ8진직행(眞直行)6)이니, 비구들은 그것을 보고 마치 저 큰 바다에 사는 온갖 귀신들처럼 그 안에서 즐거워한다. 이것이 다섯 번째 보기 드문 법이니라.

또 내 법에는 갖가지 보배가 있으니, 이른바 염각의(念覺意)라는 보배와 법각의(法覺意)ㆍ정진각의(精進覺意)ㆍ희각의(喜覺意)ㆍ의각의(猗覺意)ㆍ정각의(定覺意ㆍ호각의(護覺意)라는 보배이다. 이것이 여섯 번째 보기 드문 법으로서 마치 저 큰 바다에서 온갖 보배가 나는 것처럼 비구들은 그것을 보고 그 안에서 즐거워한다.

또 내 법 안에서는 온갖 중생들이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의를 입고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무여열반(無餘涅槃)의 세계에서 열반에 든다. 그래도 마치 저 큰 바다는 여러 강물이 들어와도 늘거나 줄어듦이 없는 것처럼 내 법에는 늘거나 줄어듦이 없다. 이것이 일곱 번째 보기 드문 법으로서 비구들은 그것을 보고 그 안에서 즐거워하느니라.

또 내 법에는 금강삼매(金剛三昧)ㆍ멸진삼매(滅盡三昧)ㆍ일체광명삼매(一切光明三昧)ㆍ득불기삼매(得不起三昧 등 헤아릴 수 없는 갖가지 삼매가 있어 비구들은 그것을 보고 즐거워한다. 마치 저 큰 바다 밑에 금모래가 있는 것처럼, 이것이 여덟 번째 보기 드문 법으로서 비구들은 그것을 보고 그 안에서 즐거워한다. 나의 법에는 이런 여덟 가지 보기 드문 법이 있어 모든 비구들이 그 안에서 너무도 즐거워하느니라.”

이때 아수륜이 세존께 아뢰었다.
“여래의 법 가운데 한 가지 보기 드문 법만 있더라도 저 바다의 여덟 가지 보기 드문 법보다 뛰어나 백 배ㆍ천 배를 하더라도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니, 현성의 8품도가 바로 그것입니다.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시여, 그 법을 잘 설명하셨습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그를 위해 차례로 설법하셨다. 즉 보시론ㆍ계율론ㆍ천상에 태어나는 법과 탐욕은 더럽고 번뇌는 큰 재앙이므로 벗어나는 것이 가장 훌륭하다고 말씀하셨다.
세존께서는 그의 마음이 열리고 뜻이 풀린 것을 보시고 모든 불세존들께서 늘 말씀하시는 법인 괴로움[苦]ㆍ괴로움의 발생[集]ㆍ괴로움의 소멸[盡]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道]에 대해 모두 말씀하셨다.

그때 아수륜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다섯 가지 진리가 있는데 지금 세존께서는 네 가지 진리만 말씀하시고 하늘들에겐 다섯 가지 진리를 말씀하시는구나.’
이때 천자는 그 자리에서 법안(法眼)이 깨끗해졌다.
아수륜은 세존께 아뢰었다.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시여. 그 법을 잘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이제 제 집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형편대로 하라.”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를 올리고 발길을 돌려 떠났다.

이때 천자는 아수륜에게 말하였다.
“아까 네가 ‘여래께서는 하늘들을 위해 다섯 가지 진리를 말씀하시면서 나를 위해서는 네 가지 진리만 말씀하신다’고 한 것은 아주 잘못된 생각이다. 왜냐하면 모든 불세존께선 결코 두 말을 하시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부처님께선 결코 중생들을 버리지 않고 설법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으시며, 또 그 설법은 끝이 없다. 또 사람을 가려 설법하지 않고 평등한 마음으로 설법하신다. 네 가지 진리가 있으니 그것은 괴로움ㆍ괴로움의 발생ㆍ괴로움의 소멸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이다. 너는 이제 ‘여래께서는 다섯 가지 진리가 있다고 말씀하셨다’는 그런 헐뜯는 생각을 말라.”

아수륜은 대답하였다.
“내가 저지른 잘못을 스스로 참회한다. 반드시 여래께 찾아가 이 이치를 여쭈어보리라.”

그때 아수륜과 천자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5 ]7)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천지가 크게 진동하는 데에 여덟 가지 원인이 있다. 어떤 것이 여덟 가지인가?
비구들아, 알아야 한다. 이 염부리 땅은 남북으로 2만 1천 유순이요, 동서로 7천 유순이며, 두께가 6만 8천 유순이다. 또 물 두께가 8만 4천 유순이요, 불 두께도 8만 4천 유순이며, 불 아래 있는 바람 두께는 6만 8천 유순이요, 바람 밑에는 금강의 바퀴가 있는데 과거 모든 불세존들의 사리는 모두 그곳에 있다. 비구들아, 알아야 한다. 혹 어떤 때 큰 바람이 움직였다 하면 불도 움직이고, 불이 움직이면 물이 움직이며, 물이 움직이면 땅이 곧 움직인다. 이것이 땅이 크게 진동하는 첫 번째 원인이니라.

다음에는 보살이 도술천(兜術天)에서 내려와 그 신식(神識)이 어머니 태에 들 때에도 이 땅은 크게 진동한다. 이것이 땅이 크게 진동하는 두 번째 원인이다.

다음에는 보살이 어머니 태에서 나올 때 천지가 크게 진동한다. 이것이 천지가 크게 진동하는 세 번째 원인이다.

다음에는 보살이 출가하고 도를 배워, 위없이 바르고 참되며 평등한 바른 깨달음을 이룰 때 천지는 크게 진동한다. 이것이 땅이 진동하는 네 번째 원인이니라.

다음에는 여래가 무여열반(無餘涅槃)의 세계에 들어 열반할 때 천지는 크게 진동한다. 이것이 땅이 진동하는 다섯 번째 원인이다.

다음에는 큰 신통이 있는 비구가 마음이 자유롭게 되어 뜻대로 무수한 변화를 일으키되, 혹 몸을 백 천 개로 나누었다가 다시 하나로 합하기도 하고, 허공을 날고 석벽을 통과하고 솟아나고 가라앉기를 마음대로 하며, 땅을 보아도 땅이라는 생각이 없어 모두가 공인 것임을 알 때 땅은 크게 진동한다. 이것이 땅이 진동하는 여섯 번째 원인이니라.

다음에는 큰 신통과 신비스러운 덕이 한량없는 하늘 사람이 그곳에서 목숨을 마치고 다시 그곳에 태어나, 과거의 복된 행으로 말미암아 온갖 덕을 두루 갖춰 본래의 하늘 형상을 버리고 제석(帝釋)이나 범천왕(梵天王)이 될 때 땅은 크게 진동한다. 이것이 땅이 크게 진동하는 일곱 번째 원인이니라.

다음에는 중생들이 목숨을 마치고 복이 다할 때가 되어, 국왕들이 제 나라에 만족하지 않고 서로를 침공하여 사람들이 굶주림이나 혹은 칼날에 죽어갈 때 천지는 크게 진동한다. 이것이 땅이 크게 진동하는 여덟 번째 원인이니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은 여덟 가지 원인이 천지를 크게 진동시키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6 ]8)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존자 아나율은 네 부처님께서 머무셨던 곳을 유행하고 있었다.

그때 아나율은 한적한 곳에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석가문(釋迦文)부처님의 여러 제자 중에서 계덕(戒德)과 지혜(智慧)를 성취한 사람은 모두 계율을 의지하여 이 바른 법 안에서 자라난다. 여러 성문들 중 계율을 완전히 갖추지 못한 사람들을 모두 바른 법을 떠나고 계율과 상응하지도 못한다. 계율과 지식[聞], 이 두 가지 법에서 무엇이 더 훌륭할까? 나는 이제 여래께 찾아가 이 사실이 어떠한가를 여쭈어 보리라.’
아나율은 다시 생각하였다.
‘이 법은 만족할 줄 아는 이가 행할 바로서 만족할 줄 모르는 이가 행할 바가 아니다. 이 법은 욕심이 적은 이가 행할 바로서 욕심이 많은 이가 행할 바가 아니다. 이 법은 한가히 지내는 이가 행할 바로서 번잡한 곳에서 행할 바가 아니다. 이 법은 계율을 지키는 이가 행할 바로서 계율을 범한 이가 행할 바가 아니며, 삼매에 든 이가 행할 바로서 어지러운 이가 행할 바가 아니고, 지혜로운 이가 행할 바로서 어리석은 이가 행할 바가 아니며, 많이 아는 이가 행할 바로서 아는 것이 적은 이가 행할 바가 아니다.’
아나율은 이 여덟 가지 대인의 생각을 사유한 뒤에 ‘나는 지금 세존께 찾아가 이 뜻을 여쭈어 보리라’고 생각하였다.

그때 세존께서는 사위성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이때 바사닉왕은 여래와 비구 스님들을 청해 거기서 90일의 여름 안거를 지내시게 하였다. 아나율은 5백 비구를 거느리고 천천히 세간을 유행하여 드디어 사위성에 도착하였고, 세존께 나아가 세존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이때 아나율이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한적한 곳에서 ‘계율과 지식, 이 두 가지 법 중에서 어느 것이 더 훌륭한가?’에 대해 사유하였습니다.”

이때 세존께서는 아나율을 위해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계율이 훌륭한가, 지식이 훌륭한가
네가 이제 의심을 내는구나.
계율이 지식보다 훌륭하나니
거기서 어찌해 의심 내는가.

“왜냐하면 아나율아, 알아야 한다. 만일 비구가 계율을 성취하면 선정을 얻을 것이요, 선정을 얻으면 지혜를 얻을 것이며, 지혜를 얻으면 지식[多聞]을 얻을 것이요, 지식을 얻으면 해탈을 얻을 것이며, 해탈을 얻으면 무여열반에서 열반하게 될 것이니, 이로써 계율이 더 훌륭하다는 것을 환히 알 수 있느니라.”

이때 아나율은 세존 앞에서 그 여덟 가지 대인의 생각을 설명하였다.
부처님께서 아나율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아나율아, 네가 지금 생각하는 것이 바로 대인의 사유이다. 욕심을 적게 가져 만족할 줄을 알고, 한적한 곳에서 지내며, 계율을 성취하고, 삼매를 성취하며, 지혜를 성취하고, 해탈을 성취하며, 지식을 성취하라. 아나율아, 너는 이런 뜻을 세워 그 여덟 가지 대인의 생각을 깊이 사유하라. 무엇이 여덟 번째인가? 이 법은 정진하는 이가 행할 바로서 게으른 이가 행할 바가 아니다. 왜냐하면 미륵 보살은 30겁 동안 정진하여 위없이 바르고 참되며 평등한 바른 깨달음을 이룰 것이요, 나도 정진의 힘으로 초월하여 부처를 이루었기 때문이니라.

아나율아, 알아야 한다. 모든 불세존은 모두 똑같은 유(類)로서 그 계율과 해탈과 지혜가 같아 조금의 차이도 없으며, 또 공(空)이고 상(相)이 없고 원(願)이 없는 것도 같으며, 32상(相)과 80종호(種好)로 그 몸을 장엄하여 아무리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고 그 정수리를 볼 수 없는 것도 모두 같아 차이가 없다. 그러나 정진만큼은 같지 않으니, 과거와 미래의 모든 불세존 중에서 정진으로는 내가 제일이니라.
그러므로 아나율아, 이 여덟 번째 대인의 생각이 가장 뛰어나고 높고 귀한 것으로서 가히 비유할 바가 없느니라. 마치 우유에서 낙(酪)이 나오고 낙에서 수(酥)가 나오며 수에서 제호(醍醐)가 나오는데 그 중에서 제호가 가장 뛰어나 견줄 것이 없는 것처럼, 그 여덟 가지 대인의 생각 중에서 정진이 가장 뛰어나 진실로 견줄 것이 없느니라.

그러므로 아나율아, 그 여덟 가지 대인의 생각을 받들고 사부대중에게 그 이치를 설명해 주라. 만일 그 여덟 가지 대인의 생각이 세상에 널리 퍼진다면 나의 제자들은 모두 수다원의 도ㆍ사다함의 도ㆍ아나함의 도ㆍ아라한의 도를 성취할 것이다.
왜냐하면 나의 법은 욕심이 적은 이가 행할 바로서 욕심이 많은 이가 행할 바가 아니며, 나의 법은 만족할 줄 아는 이가 행할 바로서 만족할 줄 모르는 이가 행할 바가 아니며, 나의 법은 한가히 지내는 이가 행할 바로서 대중 속에서 사는 이가 행할 바가 아니며, 나의 법은 계율을 지키는 이가 행할 바로서 계율을 범하는 이가 행할 바가 아니며, 나의 법은 안정된 이가 행할 바로서 산란한 이가 행할 바가 아니며,나의 법은 지혜로운 이가 행할 바로서 어리석은 이가 행할 바가 아니며, 나의 법은 많이 아는 이가 행할 바로서 아는 것이 적은 이가 행할 바가 아니며, 나의 법은 정진하는 이가 행할 바로서 게으른 이가 행할 바가 아니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아나율아, 사부대중은 방편을 구해 이 여덟 가지 대인의 생각을 행해야 하느니라. 아나율아,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때 아나율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7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여덟 종류의 무리가 있으니 너희들은 알아야 한다. 여덟 종류란 무엇인가? 이른바 찰리 무리ㆍ바라문 무리ㆍ장자 무리ㆍ사문 무리ㆍ사천왕 무리ㆍ삼십삼천 무리ㆍ마왕 무리ㆍ범천왕 무리이니라. 비구들아, 알아야 한다. 나는 옛날에 찰리 무리들을 찾아가 서로 문안하고 변론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나만한 이가 아무도 없어, 내가 제일이었고 짝할 이가 없었다. 나는 욕심이 적고 만족할 줄을 알며, 생각이 어지럽지 않으며, 계를 성취하고, 삼매를 성취하며, 지혜를 성취하고, 해탈을 성취하며, 많은 지식을 성취하고, 정진을 성취하였기 때문이다.

나는 또 기억한다. 나는 바라문 무리ㆍ장자 무리ㆍ사문 무리ㆍ사천왕 무리ㆍ삼십삼천 무리ㆍ마왕 무리ㆍ범천왕 무리에게 찾아가 서로 문안하고 변론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내가 제일이요 짝할 이가 없어 그 중에서 가장 높았고 또 비슷한 이마저 없었다. 나는 욕심이 적고 만족할 줄을 알며, 마음이 어지럽지 않으며, 계를 성취하고, 삼매를 성취하며, 지혜를 성취하고, 해탈을 성취하며,많은 지식을 성취하고, 정진을 성취하였기 때문이다. 나는 그때 그 여덟 무리 가운데서 제일이요 짝할 이가 없었으며, 그 중생들의 덮개가 되 주었다.
그때 그 여덟 종류의 무리들은 내 정수리를 볼 수 없었고 감히 얼굴을 쳐다보지도 못했는데 하물며 서로 변론할 수 있었겠는가? 왜냐하면 나는 하늘ㆍ사람ㆍ악마 혹은 악마의 하늘ㆍ사문ㆍ바라문들 중에서 이 여덟 가지 법을 성취한 이를 보지 못하였고, 여래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것에 대해 말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부디 방편을 구해 이 여덟 가지 법을 행하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8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아나빈저(阿那邠邸) 장자는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가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이때 세존께서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장자의 집에서는 널리 보시하는가?”

장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는 밤낮으로 끊이지 않고 보시하나니 네 곳의 성문에서, 큰 저자에서, 제가 길을 가다가, 또 부처님과 비구 스님들, 이렇게 여덟 가지로 보시를 베풉니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이 그들이 요구하는 바대로 옷을 구하는 이에게는 옷을 주고 음식을 구하는 이에게는 음식을 주며, 나라 안의 보배라 할지라도 결코 거절하지 않으며 의복ㆍ음식ㆍ침구ㆍ질병에 필요한 의약품 등을 모두 보시합니다. 또 어떤 하늘은 제게 찾아와 공중에서 ‘거룩한 자와 비천한 자를 분별하라. 이 자는 계를 지키고, 이 자는 계를 범했다. 이 자에게 보시하면 복을 받고 저 자에겐 보시해도 과보가 없다’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마음에 이런 자 저런 자가 전혀 없어 더 주고 덜 주려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고 일체 중생에게 두루 똑같이 사랑하는 마음을 가졌습니다. 목숨을 의지하고 형체가 있는 중생들은 먹는 것이 있으면 살고 먹지 않으면 목숨을 보존하지 못합니다. 일체 중생에게 보시하면 그 과보가 한량없고, 그 받는 과보에도 늘거나 줄어듦이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장자여, 평등하게 보시하면 그 복이 제일 거룩하니라. 그러나 중생들의 마음엔 우열이 있으니, 계를 지키는 이에게 보시하는 것이 계를 범한 이에게 보시하는 것보다 훌륭하니라.”

그때 허공의 신들과 하늘들은 한량없이 칭송하였고,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거룩한 이 가려 보시하라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니
어리석은 이들에겐 늘어나고 줄어듦이 있기 때문이라.
좋은 복밭을 구할 양이면
여래의 대중보다 나은 자 누구인가?

“그렇습니다. 지금 세존께서 하신 말씀은 너무도 명쾌하십니다. 계를 지키는 이에게 보시하는 것이 계를 범한 이에게 보시하는 것보다 낫습니다.”

그때 세존께서 아나빈저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이제 너에게 성현의 무리를 설명하리니 잘 사유하고 기억해 마음 깊이 명심하라. 보시는 적어도 얻는 복이 많은 경우가 있고, 보시를 많이 하면 얻는 복도 많은 경우가 있느니라.”

아나빈저 장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그 이치를 자세히 설명해 주소서. 어떤 경우에 보시를 적게 해도 얻는 복이 많으며, 어떤 경우에 보시를 많이 하면 얻는 복도 많습니까?”

부처님께서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아라한을 향하는 이ㆍ아라한을 얻은 이ㆍ아나함을 향하는 이ㆍ아나함을 얻은 이ㆍ사다함을 향하는 이ㆍ사다함을 얻은 이ㆍ수다원을 향하는 이ㆍ수다원을 얻은 이가 있다. 장자여, 이른바 이런 성현의 무리에게는 보시를 적게 해도 많은 복을 얻고, 보시를 많이 하면 많은 복을 얻느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네 가지 향(向)을 성취한 사람
네 가지 과(果)를 성취한 사람
그들을 성현의 무리라 하나니
그들에게 보시하면 얻는 복 많으리.

“아주 먼 과거의 여러 불세존께도 꼭 지금의 나처럼 이런 성현의 무리가 있었고,미래에 여러 불세존께서 세상에 출현하시더라도 그분들 또한 이런 성현의 무리를 얻을 것이다. 그러므로 장자여,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성현의 무리들을 공양해야 하느니라.”

이때 세존께서는 그 장자를 위해 미묘한 법을 연설하시어 다시는 물러서지 않는 자리에 서게 하셨다. 장자는 그 법을 듣고 한량없이 기뻐하였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한 뒤 부처님 주위를 세 번 돌고 물러나 떠났다.

그때 아나빈저 장자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9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나 선여인은 재물을 보시할 때 여덟 가지 공덕을 성취한다. 여덟 가지란 무엇인가? 첫째는 때를 맞춰 보시하고 때가 아닌 때 하지 않는다. 둘째는 깨끗한 것을 보시하고 더러운 것을 보시하지 않는다. 셋째는 제 손으로 직접 보시하고 남을 시키지 않는다. 넷째는 서원을 세워 보시하고 교만 방자한 마음을 가지지 않는다. 다섯째는 보시했다는 생각으로부터 해탈하여 그 과보를 바라지 않는다. 여섯째는 보시로 열반을 구하고 하늘에 태어나기를 구하지 않는다. 일곱째는 좋은 밭을 찾아 보시하고 거친 토양엔 보시하지 않는다. 여덟째는 이런 공덕으로 중생에게 보시하고 자기를 위해 하지 않는다.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선남자나 선여인은 재물을 보시할 때 여덟 가지 공덕을 성취하느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지혜로운 사람 때맞춰 보시하며
아끼고 탐내는 마음 전혀 없고
자기가 지은 모든 공덕을
남김없이 남들에게 보시한다네.

이런 보시가 가장 훌륭하니
모든 부처님들 찬탄하는 바라
현재의 몸으로 그 과보를 얻고
죽어서는 천상의 복을 누리리라.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그런 과보를 받고싶다면 이 여덟 가지 공덕을 행하라. 그러면 그 과보는 한량이 없어 이루 다 헤아릴 수 없고, 감로(甘露)같은 보배를 얻어 차차 열반에 이르게 될 것이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10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지옥[泥犁]1)으로 가는 길과 열반(涅槃)으로 향하는 길을 설명하리니, 잘 사유해 기억하고 빠뜨림이 없게 하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있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어떤 것이 지옥으로 나아가는 길이며, 어떤 것이 열반으로 향하는 길인가?
삿된 소견[邪見]은 지옥으로 나아가는 길이요, 바른 소견[正見]은 열반으로 향하는 길이다. 삿된 다스림[邪治]은 지옥으로 나아가는 길이요, 바른 다스림[正治]은 열반으로 향하는 길이다. 삿된 말[邪語]은 지옥으로 나아가는 길이요, 바른 말[正語]은 열반으로 향하는 길이다. 삿된 업[邪業]은 지옥으로 나아가는 길이요, 바른 업[正業]은 열반으로 향하는 길이다.
삿된 생활[邪命]은 지옥으로 나아가는 길이요, 바른 생활[正命]은 열반으로 향하는 길이다. 삿된 방편[邪方便]은 지옥으로 나아가는 길이요, 바른 방편[正方便]은 열반으로 향하는 길이다. 삿된 기억[邪念]은 지옥으로 나아가는 길이요, 바른 기억[正念]은 열반으로 향하는 길이다. 삿된 선정[邪定]은 지옥으로 나아가는 길이요, 바른 선정[正定]은 열반으로 향하는 길이니라.
비구들이여, 이것을 지옥으로 나아가는 길과 열반으로 향하는 길이라 하느니라. 모든 불세존께서 늘 하시는 설법을 나는 이제 다 마쳤다. 너희들은 한가한 곳에서 지내고 나무 밑이나 한데 앉기를 즐거워하며, 훌륭한 법을 생각하고 닦으며 게으름을 피우지 말라. 지금 부지런히 행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해도 소용이 없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비시(非時)ㆍ니리(泥犁)ㆍ도(道)와
수륜천(須倫天)과 지동(地動)과
대인팔념(大人八念)과 중(衆)과
선남자시(善男子施)와 도(道)에 대해 설하셨다.

주석
2 팔리어로는 brahma-daṇḍa이고, 범벌(梵罰)ㆍ범단(梵檀)이라고도 하며, 묵빈(黙擯)이라 한역하는데, 함께 이야기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또 범천치죄법(梵天治罪法)이라고도 하는데, 범천에서는 서로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 방법으로 죄인을 다룬다고 한다.
3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중아함경』 제8권 35번째 소경인 「아수라경(阿修羅經)」이 있다.
4 팔리어로는 Pahārāda asurinda이고, 파라다(波羅陀) 아수륜ㆍ파라라(婆羅邏) 아수륜이라고도 한다.
5 즉 8정도(正道)이다.
6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중아함경』 제9권 36번째 소경인 「지동경(地動經)」이 있다.
7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중아함경』 제18권 74번째 소경인 「팔념경(八念經)」과 후한(後漢 시대 지요(支曜)가 한역한 『불설아나율팔념경(佛說阿那律八念經)』이 있다.
8 팔리어로 niraya이고, 니리야(泥犁耶)라고도 하며, 지옥(地獄)이라 한역한다.
1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49권 1,307번째 소경인 「적마경(赤馬經)」과 『별역잡아함경』 제15권 306번째 소경이 있다.

해제보기

증일아함경 제38권

동진 계빈 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김월운 번역

43. 마혈천자문팔정품(馬血天子問八政品)①

[ 1 ]2)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마혈천자(馬血天子3)는 인적이 없는 때에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를 올리고 한쪽에 서 있었다. 그때 천자가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땅 위를 걸어 이 세계 끝까지 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이제 세존께 여쭙니다. 걸어서 이 세계 끝까지 갈 수 있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무슨 뜻으로 그렇게 묻는가?”

천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옛날 언젠가 바가범천(婆伽梵天)4)에 갔었습니다. 그때 그 범천은 제가 오는 것을 멀리서 보고 ‘잘 오셨소. 마혈천자여, 이곳은 무위(無爲)의 세계로서 태어남도 없고 늙음도 없고 병듦도 없고 죽음도 없으며, 끝도 없고 시작도 없으며, 근심ㆍ걱정ㆍ괴로움ㆍ번민도 없소’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때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이곳이 바로 열반의 세계인가? 왜냐하면 열반에는 태어남ㆍ늙음ㆍ병듦ㆍ죽음과 근심ㆍ걱정ㆍ괴로움ㆍ번민이 없기 때문이다. 이곳이 세계의 끝인가? 만일 세계의 끝이라면 걸어서 세계 끝까지 갈 수 있는 것이구나.’”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어떤 신통을 가졌는가?”

천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마치 활을 잘 쏘는 역사의 화살은 걸림 없이 날아가는 것처럼 지금 제 신통도 그와 같이 걸림이 없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너에게 물으리니 마음대로 대답하라. 비유하면 다음과 같다. 활을 잘 쏘는 네 남자가 각각 사방을 향해 활을 쏠 때 어떤 사람이 와서 그 사방의 화살을 땅에 떨어지기 전에 거두어 잡으려 한다고 하자. 어떤가? 천자야, 그 화살을 땅에 닿지 않게 하는 그런 사람을 매우 빠르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천자야, 알아야 한다. 저 위의 해와 달 앞에는 첩보천자(捷步天子)1)가 있다. 그는 가고 오며 나아가고 그침이 저 사람의 민첩함을 능가한다. 그런데 해와 달의 궁전은 그보다 더 빠르다. 그러나 민첩한 그 사람과 첩보천자와 해와 달의 속도를 합친다 해도 삼십삼천(三十三天)의 빠른 속도만 못하고, 삼십삼천의 빠른 속도도 염천(豔天)의 속도만은 못하다. 이와 같이 모든 하늘이 가진 신통은 서로에게 미치지 못하느니라.
설사 네가 저 하늘들과 같은 그런 신통한 힘을 가졌다 하더라도 1겁에서 또 1겁, 내지 1백 겁 동안 가더라도 세계의 끝까지 갈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세계의 영역은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니라.

천자야, 알아야 한다. 나는 아주 먼 옛날에 선인(仙人)이었던 적이 있는데, 그 이름은 마혈(馬血)로 지금의 너와 같았다. 그때 나는 애욕이 이미 다하여 아무 걸림도 없이 허공을 날아다녔다. 나는 그때 신통력이 남달라 손가락을 퉁기는 사이에 사방의 화살을 땅에 닿기 전에 거둬 잡을 수 있었다. 이때 나는 그런 신통을 가지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이 신통으로 세계 끝까지 갈 수 있을까?’
그래서 세계를 걸어가 보았지만 그 영역을 벗어날 수 없었다. 그렇게 목숨을 마친 뒤에 덕을 늘리고 업을 닦아 깨달음[佛道]을 이루었고, 나무 밑에 단정히 앉아 옛날에 겪었던 일들을 사유하였다.
‘과거 선인이었을 때 그런 신덕(神德)으로도 그 방향의 끝에까지 갈 수 없었다. 어떤 신통력이라야 그 끝까지 갈 수 있을까?’
이때 나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반드시 성현의 여덟 가지 지름길로 가야만 생사(生死)의 끝까지 갈 수 있을 것이다.’

성현의 여덟 가지 지름길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바른 소견ㆍ바른 다스림ㆍ바른 말ㆍ바른 업ㆍ바른 생활ㆍ바른 방편ㆍ바른 기억ㆍ바른 삼매니라.
천자야, 알아야 한다. 이것을 현성의 8품도라 하며, 이것으로 세계의 끝까지 갈 수 있다. 세계를 벗어날 수 있었던 과거 항하수 모래알처럼 많은 부처님들께서도 모두 이 현성의 8품도로 세계 끝까지 갔고, 만일 미래에 여러 불세존께서 이 세상에 출현하신다면 그들도 이 성현의 길로 세계 끝까지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걸어가는 방법으론 끝이 없으리.
이 세계를 벗어날 수 있는 자
세계의 종류는 헤아릴 수 없나니
신통으로 갈 수 있는 것 아니네.

범부들 부질없이 마음을 내어
그 속에서 곧 미혹을 일으키며
참되고 바른 법 분별하지 못하고는
다섯 갈래 길을 돌고 도는구나.

성현들의 저 8품도
그것은 건너가는 배가 되나니
모든 부처님 그 길을 닦아
이 세계의 끝까지 갔었느니라.

장차 세상에 나타나실 부처님
저 미륵과 같은 그 부처님들
또한 이 8품도로
이 세계의 끝까지 가게 되리라.

그러므로 만일 지혜로운 사람이
성현의 이 8품도를 닦아
밤이나 낮이나 익히고 행한다면
저 무위의 땅에 이르게 되리라.

그때 마혈천자는 여래로부터 현성의 8품도에 대한 설명을 듣고, 그 자리에서 온갖 번뇌가 다해 법안이 깨끗해졌다. 천자는 곧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를 올리고 부처님 주위를 세 번 돌고 물러갔다.
그때 천자는 바로 그날 하늘나라의 갖가지 아름다운 꽃을 여래 위에 흩뿌리며 이런 게송을 말하였다.
오랫동안 생사에 굴러다니며
이 세계를 건너보려 하였지만
현성의 8품도는
알지도 또 보지도 못했네.

이제 나는 진리를 보고
또 8품도에 대해 들어
그 끝까지 갈 수 있었으니
모든 부처님께서 도달하신 곳이라네.

그러자 세존께서는 그 천자의 말을 인정하셨다. 천자는 세존께서 인정하시는 것을 보고 곧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리고 물러갔다.

그때 천자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2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성현의 8관재법(關齋法)5)에 대해 설명하리니, 너희들은 잘 사유하고 기억해 기쁘게 받들어 행하라.”
그러자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들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8관재법이란 무엇인가? 첫째는 생물을 죽이지 않는 것이요, 둘째는 주지 않는 것은 가지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음탕한 짓을 하지 않는 것이요, 넷째는 거짓말하지 않는 것이며, 다섯째는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요, 여섯째는 때를 지나서는 먹지 않는 것이며, 일곱째는 높고 넓은 평상에 앉지 않는 것이요, 여덟째는 풍류를 멀리하고 향이나 꽃으로 몸을 꾸미지 않는 것이다. 비구들이여, 이것을 성현의 8관재법이라 한다.”

이때 우바리(優波離)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8관재법은 어떻게 수행합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우바리야, 선남자나 선여인이라면 8일ㆍ14일ㆍ15일에 사문 혹은 장로 비구에게 찾아가 제 이름을 일컫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나한처럼 마음을 가져 흔들리지 않으며, 중생들에게 칼이나 몽둥이를 쓰지 않고 일체를 두루 사랑해야 한다.
‘저는 이제 재법(齋法)을 받들어 조금도 범하지 않겠습니다. 생물을 죽일 마음을 내지 않을 것이며, 저 진인(眞人)의 가르침을 익혀 도둑질하지 않고, 음탕한 짓을 하지 않으며, 거짓말을 하지 않고, 술을 마시지 않으며, 때를 지나서는 먹지 않고, 높고 넓은 평상에 앉지 않으며, 풍류를 즐기지도 향이나 꽃으로 몸을 꾸미지도 않겠습니다.’
만일 지혜로운 자라면 이렇게 말하겠지만 가령 지혜가 없는 자거든 그들에게 이렇게 가르쳐 주어야 한다. 또 그 비구는 그 하나하나를 지목해 주어 차례에서 빠뜨리거나 건너뛰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는 그들로 하여금 서원을 세우게 해야 하느니라.”

우바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어떻게 서원을 세워야 합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는 발원할 때 이렇게 해야 한다.
‘제가 이제 이 8관재법으로 말미암아 지옥ㆍ아귀ㆍ축생에 떨어지지 않고, 또 여덟 가지 어려운 곳에 떨어지지도 않으며, 변두리에 태어나지도 않고, 흉한 곳에 떨어지지도 않으며, 나쁜 벗과 사귀지 않고, 올곧은 부모를 만나며, 삿된 소견을 익히지 않고, 중국(中國:인도)에 태어나며, 좋은 법을 들고 그것을 분별하고 사유하여 법과 법을 성취하게 하여지이다.
이 재법의 공덕으로 모든 중생의 선법을 거두어 가지고, 이 공덕을 그들에게 베풀어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성취하게 하여지이다.
이 서원의 복으로 3승을 성취하고 중간에 물러서지 않게 하여지이다.
다시 이 8관재법으로 부처님의 도ㆍ벽지불의 도ㆍ아라한의 도를 배우고, 모든 세계에서 바른 법을 배우는 이들도 이 업을 익히게 하여, 장래 미륵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실 때 그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의 법회를 만나 곧바로 제도되게 하여지이다. ’
미륵께서 세상에 출현하실 때 성문들의 법회가 세 차례 있을 것이다. 첫 번째 법회 때에는 96억의 비구대중들이, 두 번째 법회 때에는 94억의 비구대중들이, 세 번째 법회 때에는 92억의 비구대중들이 모이는데, 그들은 다 아라한으로서 모든 번뇌가 이미 없어진 자들일 것이다. 또 그 나라의 왕과 그 나라의 스승들을 만나는데 그들도 이와 같은 가르침을 펴며 빠뜨림이 없을 것이다.”

이때 우바리가 세존께 아뢰었다.
“선남자나 선여인이 8관재를 지키더라도 서원을 세우지 않으면 왜 큰 공덕을 얻지 못합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비록 복을 얻기는 하나 그 복은 말할 것이 못 된다. 내가 이제 그 까닭을 설명하리라.

과거 세상에 보악(寶岳)이라는 왕이 있었다. 그는 법으로 다스리며 아첨이나 왜곡됨이 없이 이 염부제(閻浮提) 경계를 통솔하였다. 그때 부처님이 계셨으니, 보장(寶藏) 여래ㆍ지진ㆍ등정각ㆍ명행성위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도법어ㆍ천인사ㆍ불중우라 불렸던 분께서 세상에 출현하셨다.
그 왕에게는 모니(牟尼)라는 딸이 있었다. 그녀는 얼굴이 빼어나고 얼굴빛이 복숭아꽃 같았으니 그것은 전생에 여러 부처님을 공양한 결과였다.
그 부처님께서도 세 번의 법회를 가졌는데, 첫 번째 법회에 참석한 성문은 1억 6만 8천 명이었고, 두 번째 법회에는 1억 6만 명, 세 번째 법회에는 1억 3만 명이 모였는데, 그들은 모두 번뇌가 이미 다한 아라한이었다.

그때 그 부처님은 제자들을 위해 이렇게 설법하셨다.
‘비구들이여, 항상 좌선하기를 생각해 게으르지 말고, 또 방편을 구해 경전과 계를 외우고 익혀라.’
그 부처님의 시자는 만원(滿願)이었고 많이 들어 아는 것이 제일이었으니, 마치 많이 듣기로 제일인 지금의 아난 비구와 같았다.
이때 그 만원 비구는 보장 부처님께 아뢰었다.
‘여러 비구들은 모든 감각기관이 우둔하고 선정을 힘써 닦지 않으며 또 경전을 외우고 익히지도 않습니다. 이제 세존께서는 저들을 어떤 법에 두어 편안하게 하시겠습니까?’
보장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모든 감각기관이 우둔하고 선정을 닦을 수 없는 비구가 있다면, 그는 세 가지 상인(上人)의 법을 닦아야 한다. 세 가지란 무엇인가? 이른바 좌선(坐禪)과 송경(誦經)과 대중의 일을 돕는 것이다.’
이와 같이 그 부처님께선 제자들을 위해 이러한 미묘한 법을 말씀하셨느니라.

그때 역시 선정 수행을 감당할 수 없었던 어떤 장로 비구가 있었다. 그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너무 늙었고 또 선정을 닦을 수도 없으니, 서원을 세워 돕는 법을 행하리라.’
그 장로 비구는 곧 야마성(野馬城)으로 들어가 등불과 기름을 구해 날마다 보장여래께 공양하여 등불이 끊어지지 않게 하였다.

이때 왕녀 모니는 그 장로 비구가 거리를 다니며 구걸하는 것을 보고 그 비구에게 물었다.
‘비구께선 지금 무엇을 구하십니까?’
비구가 대답하였다.
‘성녀(聖女)여, 아십시오. 저는 이제 너무 늙어 선정을 닦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기름을 구걸해 부처님께 공양하여 광명을 이어가려는 것입니다.’
그 여자는 부처님이라는 말을 듣고 뛸 듯이 기뻐 어쩔 줄 모르며 장로 비구에게 아뢰었다.
‘비구여, 당신은 지금부터 다른 곳에서 구걸하지 마십시오. 당신께서 보시할 기름과 등불을 제가 모두 대어 드리겠습니다.’

이때 장로 비구는 그 여자의 보시를 받아 날마다 기름을 보장여래께 공양하고 그 공덕과 복업을 가지고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에 보시하면서 입으론 이렇게 연설하였다.
‘나는 이미 늙었고 또 근기가 우둔해 선정을 닦을 만한 지혜가 없다. 그러므로 이 공덕의 업으로 말미암아 태어날 때마다 나쁜 세계에 떨어지지 않으며, 미래 세상에선 지금의 보장여래와 똑같은 성인을 만나고 또 지금의 성중(聖衆)과 똑같은 성중을 만나며 또 그 설법도 지금과 똑같아지이다.’
그때 보장여래는 그 비구의 마음속 생각을 아시고 곧 웃으며 입에서 다섯 가지 색의 광명을 내시면서 말씀하셨다.
‘비구야, 너는 장차 무수한 아승기겁이 지난 뒤에 반드시 부처가 될 것이니 그 이름은 등광(燈光)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이니라.’
이때 장로 비구는 뛸 듯이 기뻐하며 어쩔 줄 몰랐고, 몸과 마음이 견고해져 뜻이 물러서지 않았으며 보통 때와 달리 얼굴빛이 빼어났다.

이때 모니라는 여자는 그 비구의 얼굴빛이 보통 때와 다른 것을 보고 곧 나아가 물었다.
‘비구여, 오늘은 얼굴빛이 너무도 빼어나신 게 보통 때와 다릅니다. 어떤 뜻을 얻은 까닭입니까?’
비구가 대답하였다.
‘왕녀여, 아십시오. 얼마 전 여래께서는 제게 감로를 부어 주셨습니다.’
모니가 물었다.
‘여래께서 어떻게 감로를 부어 주셨습니까?’
비구가 대답하였다.
‘저는 보장여래의 수기[授決]6)를 받았습니다. 여래께선 〈장차 무수한 아승기겁이 지난 뒤에 반드시 부처가 될 것이니, 그 이름은 등광(燈光)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이니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몸과 마음이 견고해져 뜻이 물러서지 않게 되었습니다. 왕녀여, 이와 같이 저는 여래의 수결을 받았습니다.’
‘그 부처님께서는 혹 저에게도 수기하셨습니까?’
‘그대에게 수기하셨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이때 왕녀는 비구의 말을 듣고 곧 보배스런 깃털로 장식한 수레를 타고 보장여래께 찾아가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왕녀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바로 단월 시주로서 필요한 기름을 항상 공급해드린 사람입니다. 그런데 지금 세존께서는 저 비구에겐 수기하시고 저만 수기하지 않으셨습니다.’
보장여래께서 말씀하셨다.
‘마음을 내어 원을 세우기만 해도 그 복이 한량없거늘 하물며 재물로 보시함이겠느냐?’
모니라는 여자는 대답하였다.
‘만일 여래께서 저에게 수기하지 않으신다면 저는 스스로 목숨을 끊겠습니다.’
보장여래께서는 말씀하셨다.
‘여자의 몸으로는 전륜성왕이 되려 하여도 결코 그리될 수 없고, 제석이 되려 하여도 또한 그리될 수 없으며, 범천왕이 되려 하여도 그리될 수 없고, 마왕이 되려 하여도 그리될 수 없으며, 여래가 되려 하여도 그리될 수 없느니라.’
‘그러면 저는 정녕 위없는 도를 이룰 수 없는 겁니까?”
‘될 수 있다. 모니 여인아, 너는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이룰 수 있다. 그러나 왕녀야, 알아야 한다. 무수한 아승기겁 뒤에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실 것이니, 그분이 너의 선지식이다. 그 부처님께서 너에게 수기하실 것이다.’

왕녀가 그 부처님께 아뢰었다.
‘보시를 받은 이는 청정한데 주는 이가 탁했던 것입니까?’
보장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지금 말하는 것은 마음이 청정하고 발원이 견고함을 말한 것이다.’
이때 왕녀는 말을 마치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를 올리고 부처님을 세 번 돌고는 물러갔느니라.

우바리야, 알아야 한다. 그 후 무수한 아승기겁 뒤에 등광(燈光)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여 발두마대국(鉢頭摩大國)에서 대비구들 16만 8천 명과 함께 계셨고, 국왕과 인민들은 모두 찾아와 받들어 섬겼느니라.
그때 그 나라에는 제파연나(提波延那)라는 왕이 있어 법으로 다스리면서 이 염부(閻浮) 땅을 통솔하였다. 그 왕은 부처님과 비구 스님을 청해 음식을 공양하였고, 이때 등광여래는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비구들을 데리고 성으로 들어가셨다.

그때 미륵(彌勒)이라는 범지의 아들이 있었는데, 그는 무리에서 홀로 두드러지게 얼굴이 단정하고 모습이 범천과 같았으며, 모든 경전을 통달해 두루 익히지 않은 것이 없고 온갖 글과 주술을 모두 밝게 알았으며, 천문 지리도 모르는 것이 없었다.
그 범지는, 세상에서 기이하게 여길 만큼 얼굴이 빼어나고 모든 감각기관은 고요히 안정되었으며 32상과 80종호로 그 몸을 장엄한 등광여래께서 오시는 모습을 멀리서 뵙고, 곧 기뻐하는 뜻과 착한 마음이 생겨 이렇게 생각하였다.
‘책의 기록에 따르면 여래께서 출현하시는 일은 매우 만나기 어려우니, 우발화(優鉢華)가 모처럼 피어나듯 아주 드물게 출현하신다고 한다. 그러니 나는 이제 가서 시험해 보리라.’
이때 범지는 손에 다섯 송이의 꽃을 들고 세존께 나아가다가 다시 이런 생각을 하였다.
‘32상(相)을 가진 자라야 깨달은 자이다.’
그는 곧 다섯 송이 꽃을 여래 위에 흩뿌리고 32상을 찾아보았지만 30상만 보이고 2상은 보이질 않았다. 그는 곧 ‘지금 세존을 살펴보니 광장설상(廣長舌相)과 음마장상(陰馬藏相)이 보이지 않는구나’고 의심하고는 곧 이런 게송을 말하였다.
듣기로는 서른두 가지
대인상(大人相)이 있다고 하던데
이제 두 가지가 보이지 않으니
그 상호 온전히 갖추고 계십니까?

과연 정결하고 음탕하지 않은
음마장을 갖추고 계십니까?
귀를 핥고 얼굴을 덮는
광장설을 갖추고 계십니까?

저를 위해 그 모습을 나타내어
의심의 모든 결박 끊어 주소서.
음마장과 광장설상
그것을 꼭 보고 싶습니다.

이때 등광부처님께선 곧 삼매에 들어 그 범지로 하여금 2상(相)을 보게 하셨다. 등광부처님께서는 다시 넓고 긴 혀를 내밀어 양쪽 귀를 핥고 큰 광명을 놓았다가 정수리로 다시 들어가게 하셨다. 그 범지는 여래께서 32상을 완전히 갖추신 것을 보고는 뛸 듯이 기뻐하고 어쩔 줄 모르며 이렇게 말하였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잘 관찰하소서. 저는 이제 이 다섯 송이 꽃을 여래께 올립니다. 또 이 몸을 성스러운 존자께 공양하겠습니다.’
이렇게 서원을 세웠을 때 그 다섯 송이 꽃은 공중에서 너무도 기묘하고 네 기둥에 네 문이 있는 보대(寶臺)로 변화하였다. 그는 이 교로대(交露臺)를 보고 뛸 듯이 기뻐하고 어쩔 줄 모르며 이런 서원을 세웠다.
‘제가 미래에 부처가 된다면 등광부처님처럼 되고, 뒤를 따르는 제자들도 모두 이와 같아지이다.’

이때 등광부처님께서는 그 범지의 마음속 생각을 아시고 곧 웃으셨다. 수기할 때 세존께서 웃으시면 입에서 다섯 가지 광명이 나와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비추는 것은 모든 불세존께 늘 있는 법이다. 그때도 광명이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비추어 해와 달이 빛을 잃게 한 뒤에 정수리로 도로 들어갔다.
만일 여래가 되리라고 수기하실 때라면 광명은 정수리로 들어가고, 벽지불로 수기하실 때에는 광명이 입에서 나와 귀로 들어가며, 성문으로 수기하실 때에는 광명이 어깨 위로 들어가고, 천상에 태어나리라고 수기하실 때에는 광명이 팔 속으로 들어가며, 인간으로 태어나리라고 수기하실 때에는 광명이 양 옆구리로 들어가고, 아귀로 태어나리라고 수기하실 때에는 광명이 겨드랑이로 들어가며, 축생으로 태어나리라고 수기하실 때에는 광명이 무릎으로 들어가고, 지옥에 태어나리라고 수기하실 때에는 광명이 다리 밑으로 들어간다.

그때 범지는 광명이 정수리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뛸 듯이 기뻐하며 어쩔 줄 모르고 곧 머리를 풀어 땅에 펴고 이렇게 말하였다.
‘만일 여래께서 저에게 수기하지 않으신다면 저는 이 자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어 모든 감각기관을 그대로 두지 않겠습니다.’
이때 등광부처님께서는 그 범지의 마음속 생각을 알고 곧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는 빨리 일어나라. 너는 미래 세상에서 부처가 되어 이름을 석가문(釋迦文)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이라 할 것이다.’
이때 그 마납(摩納)은 부처님의 수기를 듣고 마음으로 뛸 듯이 기뻐하며 어쩔 줄 몰랐다. 그는 곧 그 자리에서 변현삼매(遍現三昧)를 얻어 허공으로 솟아올라 땅에서 일곱 길쯤 떨어진 곳에서 등광여래를 향해 합장하였다.

우바리야, 너는 달리 생각지 말라. 보장여래 때의 장로 비구가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등광여래가 바로 그 사람이니라. 또 그때의 왕녀 모니는 바로 지금의 나이다. 그때 보장여래께서 나에게 석가문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셨느니라.7)
나는 이제 이런 인연으로 이 8관재법을 설한 것이다. 마땅히 서원을 세워야 하나니 원을 세우지 않으면 과보도 없느니라. 왜냐하면 그 여자도 그런 서원을 세웠기 때문에 바로 그 겁에 소원을 성취한 것이고, 만일 그 장로 비구가 서원을 세우지 않았더라면 끝끝내 불도를 이루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서원의 복은 이루 헤아릴 수 없으니 감로 같은 열반의 경지에 이르게 하느니라. 우바리야,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때 우바리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3 ]8)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마갈국(摩竭國)에 계시면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천천히 강가로 가셨다.

그때 세존께서는 강 한가운데 큰 목재가 떠내려가는 것을 보시고 곧 강가의 어느 나무 밑에 앉으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물에 떠내려가는 저 나무가 보이느냐?”

모든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예, 보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저 나무가 이쪽 언덕에도 닿지 않고 저쪽 언덕에도 닿지 않으며, 중간에서 가라앉지도 않고 또 언덕 위에 있지도 않으며, 사람에게 잡히지도 않고 사람 아닌 것에게 붙잡히지도 않으며, 물에서 빙빙 돌지도 않고 또 썩지도 않는다면, 저것은 차츰 바다에 이르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바다는 모든 강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너희 비구들도 그와 같아서 만일 이쪽 언덕에 닿지 않고 저쪽 언덕에도 닿지 않으며,중간에서 가라앉지도 않고 언덕 위에 있지도 않으며, 사람이나 사람이 아닌 것에게 붙잡히지도 않고 물에서 빙빙 돌지도 않으며 또 썩지도 않는다면, 그는 차츰 열반에 이르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열반이란 바른 소견ㆍ바른 다스림ㆍ바른 말ㆍ바른 업ㆍ바른 생활ㆍ바른 방편ㆍ바른 기억ㆍ바른 선정으로서, 이것이 열반의 근본이기 때문이니라.”

그때 난다(難陀)라는 목동이 지팡이를 짚고 서 있었다. 그 목동은 이런 말씀을 멀리서 듣고 천천히 세존께 나아가 섰다. 그때 목동이 세존께 아뢰었다.
“저 역시 이쪽 언덕에도 닿지 않고 저쪽 언덕에도 닿지 않으며, 중간에서 가라앉지도 않고 언덕 위에 있지도 않으며, 사람에게 붙잡히지도 않고 사람 아닌 것에게 붙잡히지도 않으며, 물에서 빙빙 돌지도 않고 또 썩지 않는다면, 차츰 열반의 경지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를 도 안에 있도록 허락하시어 사문이 되게 하소서.”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그 소를 주인에게 돌려준 뒤에야 사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목동 난다는 아뢰었다.
“이 소는 송아지를 그리워하는 생각에 스스로 집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도 안에 있도록 허락하소서.”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이 소가 알아서 제 집을 찾아가겠지만 그래도 너는 꼭 직접 가서 돌려주어야 하느니라.”

이때 목동은 그 분부를 받고 직접 가서 소를 돌려준 뒤에 부처님께 돌아와 세존께 아뢰었다.
“이제 소는 돌려주었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제가 사문이 되는 것을 허락하소서.”
그러자 여래께서는 곧 그가 사문이 되는 것을 허락하시고, 구족계를 주셨다.

그때 다른 어떤 비구가 세존께 아뢰었다.
“이쪽 언덕이란 무엇이고, 저쪽 언덕이란 무엇이며, 중간에서 가라앉는다는 것은 무엇이고, 언덕 위에 있다는 것은 무엇이며, 사람에게 붙잡히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이고, 사람 아닌 것에게 붙잡히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이며, 물에서 빙빙 돈다는 것은 무엇이고, 썩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이쪽 언덕이란 몸이요, 저쪽 언덕이란 몸이 소멸한 것이며, 중간에서 가라앉는다는 것은 욕망과 애욕이요, 언덕 위에 있다는 것은 다섯 가지 욕망이다. 사람에게 붙잡힌다는 것은 어떤 족성자가 ‘이 공덕과 복으로 국왕이나 대신이 되어지이다’라고 서원을 세우는 것이요, 사람 아닌 것에게 붙잡힌다는 것은 어떤 비구가 ‘사천왕의 세계나 다른 여러 하늘나라에 태어나 범행을 닦게 하소서. 이제 이 공덕으로 여러 하늘나라에 태어나리라’라고 서원을 세우는 것이니, 이것을 사람 아닌 것에게 붙잡힌다는 것이니라. 물에서 빙빙 돈다는 것은 바로 삿된 의심이요, 썩는다는 것은 삿된 소견ㆍ삿된 다스림ㆍ삿된 말ㆍ삿된 업ㆍ삿된 생활ㆍ삿된 방편ㆍ삿된 기억ㆍ삿된 선정이니 이것이 바로 썩는다는 것이다.”

이때 난다 비구는 한적한 곳에서 지내며 스스로 힘써 수행하였다. 그리하여 족성자들이 수염과 머리를 깎고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목적인 위없는 범행을 닦아, 나고 죽음이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서며 할 일을 이미 마쳐 다시는 태를 받지 않게 되었다. 그는 그 자리에서 곧 아라한이 되었다.

그때 난다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4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열성(羅閱城)의 가란타죽원(迦蘭陀竹園)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제바달두(提婆達兜)는 이미 신통을 잃었는데 아사세(阿闍世) 태자가 날마다 5백 가마의 밥을 보내 그를 공양하고 있었다. 이때 많은 비구 대중들은 제바달두가 이미 신통을 잃었는데 아사세 태자의 공양을 받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서로를 이끌고 부처님께 나아가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이때 많은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바달두는 너무도 큰 위력을 가졌습니다. 지금 아사세왕의 공양을 받고 있는데 날마다 5백 가마의 밥을 보내고 있답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이 말을 듣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제바달두 비구가 누리고 있는 이익을 탐내는 그런 마음을 가지지 말라. 저 어리석은 자는 그 이익으로 말미암아 스스로 멸망할 것이다. 왜냐하면 비구들이여, 제바달두는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사람으로서 그 소원을 이루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비구들이여, 알아야 한다. 마치 어떤 사람이 그 마을을 벗어나 날이 선 도끼를 들고 큰 나무를 찾아 나섰을 때, 원래 바랐던 것은 큰 나무였는데 정작 그 나무에 가서는 가지와 잎사귀만 가지고 돌아오는 것과 같다. 지금 저 비구도 그와 같아서 이익을 탐하고 집착한다. 그는 그 이익으로 말미암아 남들에게 자신을 뽐내고 남들을 비방하고 있으니 비구로서 마땅히 행해야 할 그 소원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 그는 그 이익으로 말미암아 방편을 구해 용맹스런 마음을 일으키지 않으니, 마치 보배를 원하고도 얻지 못하는 사람과 같아 지혜로운 이들의 버림을 받게 될 것이다.

설령 어떤 비구가 이익을 얻은 뒤에 스스로 자랑하지 않고 또 남을 비방하지도 않지만, 때로 남들에게 ‘나는 계를 지키는 사람이요, 저 자는 계를 범한 사람이다’라고 스스로 일컫는다면, 그는 비구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것이다. 마치 어떤 사람이 줄기[根]9)는 버리고 가지만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것과 같으니, 지혜로운 사람이 본다면 ‘저 사람이 가지를 들고 집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줄기는 모르는구나’라고 할 것이다.
여기 있는 비구들 또한 마찬가지이니, 이익을 얻고 계율을 받들어 지키며 아울러 범행을 닦고 삼매를 닦기 좋아한다 하더라도 그가 그런 삼매에 든 마음이라 하여 남들에게 ‘나는 지금 선정을 얻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선정이 없다’고 스스로 자랑한다면, 그는 비구로서 행해야 할 법에 있어서 그 결과를 얻지 못한다.
마치 어떤 사람이 그 재목을 구해 큰 나무가 있는 곳을 찾아가 재목감을 보고는 가지와 잎사귀를 버리고 그 줄기를 가지고 돌아가는 것과 같으니, 지혜로운 사람이 이것을 본다면 ‘저 사람은 줄기를 아는구나’라고 말할 것이다. 지금 여기 있는 비구들 또한 그와 같이 이익을 불러일으키고 계율을 받들어 지키며 스스로 자랑하지 않고 남을 비방하지도 않으며, 삼매를 닦는 것도 그렇게 하며 차근차근 지혜를 행하라. 지혜가 이 법에서 가장 으뜸가는 것이니라.
그러나 저 제바달두 비구는 이 법에서 지혜와 삼매를 끝내 얻지 못할 것이고, 또 계율의 법도 온전히 갖추지 못하였느니라.”

어떤 비구가 세존께 아뢰었다.
“어찌하여 저 제바달두를 계율의 법을 모르는 자라 하십니까? 그는 신묘한 덕을 가지고 있고 온갖 행을 성취하였습니다. 이런 지혜가 있는데 왜 계율의 법을 모른다 하십니까? 지혜가 있으면 삼매가 있고 삼매가 있으면 계율이 있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계율이란 법은 세속의 예사로운 법이요, 삼매의 성취도 세속의 예사로운 법이며, 신통으로 날아다니는 것도 세속의 예사로운 법이다. 그러나 지혜의 성취는 가장 으뜸가는 진리이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선정으로 말미암아 신통을 얻어
위로 간다 해도 끝까지 가진 못하네.
무위의 경지 얻지 못하면
다시 5욕(欲) 속에 떨어지리라.

저 지혜가 가장 으뜸이라
근심도 없고 걱정도 없네.
결국 끝에는 평등한 견해 얻어
나고 죽는 이 몸을 끊어버리리.

“비구들이여, 알아야 한다. 이런 이유로 제바달두는 계율의 법을 알지 못하고 지혜와 삼매의 행도 알지 못한다고 한 것이니라. 너희 비구들은 저 제바달두처럼 이익을 탐내고 집착하지 말라. 대개 이익이란 사람을 나쁜 곳에 떨어뜨려 좋은 곳으로 가지 못하게 하느니라.
만일 이익에 집착한다면 곧 삿된 소견을 익혀 바른 소견에서 떠나고, 삿된 다스림을 익혀 바른 다스림에서 떠나며, 삿된 말을 익혀 바른 말에서 떠나고,삿된 업을 익혀 바른 업에서 떠나며, 삿된 생활을 익혀 바른 생활에서 떠나고, 삿된 방편을 익혀 바른 방편에서 떠나며, 삿된 기억을 익혀 바른 기억에서 떠나고, 삿된 선정을 익혀 바른 선정에서 떠나게 되느니라.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이익을 얻으려는 마음을 일으키지 말고 억눌러 일어나지 못하도록 하며, 이익을 얻으려는 마음이 이미 일어났거든 방편을 구해 그것을 없애도록 해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이 미묘한 법을 연설하셨을 때 60여 명의 비구는 법복을 벗어버리고 속인으로 돌아갔으며, 60여 명의 비구는 번뇌가 다하고 뜻이 열려 온갖 티끌과 때가 없어지고 법안이 깨끗해졌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5 ]①10)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뗏목의 비유를 말하리니 너희들은 잘 사유하고 기억해 명심하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있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뗏목의 비유란 무엇인가? 너희들은 혹 길을 가다가 도적에게 사로잡히더라도 마음을 바로 가져 미워하는 생각을 내지 말고, 자애로운 마음[慈心]ㆍ불쌍히 여기는 마음[悲心]ㆍ기뻐하는 마음[喜心]ㆍ평정한 마음[護心]을 일으켜 모든 방위를 두루 채워 한량이 없고 헤아릴 수 없게 하라.
땅과 같은 마음을 가져야 하나니, 이 땅은 깨끗한 것도 받아들이고 더러운 것도 받아들여 똥과 오줌처럼 더러운 것도 모두 다 받아들이지만, 땅은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마음을 내지 않고 ‘이것은 좋고 이것은 더럽다’고 말하지 않는다. 너희들의 이와 같이 행동해야 하나니, 설사 도적에게 사로잡히더라도 나쁜 생각을 내거나 좋아하고 싫어하는 마음을 내지 말라.
땅과 마찬가지로 또한 물ㆍ불ㆍ바람처럼 나쁜 것도 받아들이고 좋은 것도 받아들이며 조금도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마음을 내지 말고, 자애로운 마음ㆍ불쌍히 여기는 마음ㆍ기뻐하는 마음ㆍ평정한 마음을 일으켜 일체 중생을 대해야 하느니라. 무슨 까닭인가? 좋은 법조차 버려야 하거늘 하물며 나쁜 법을 익혀서야 되겠는가?
마치 어떤 사람이 무섭고 험난한 곳을 당해 그 위험한 곳을 벗어나 안온한 곳에 이르려고 생각대로 이리저리 내달리며 편안한 곳을 찾는 것과 같다. 이때 그는 매우 깊고 넓은 큰 강을 만났는데 저쪽 언덕으로 건너갈 수 있는 다리나 배가 없었다. 그리고 그가 서 있는 곳은 너무도 두렵고 험난하였지만 저쪽 언덕은 무사태평하였다.

그때 그 사람은 방법을 강구하였다.
‘이 강물은 너무도 깊고 넓다. 이제 나무와 풀잎을 주워 모아 뗏목을 만들어 건너가자. 뗏목을 의지하면 이쪽 언덕에서 저쪽 언덕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는 곧 나무와 풀잎을 모아 뗏목을 만들어 이쪽 언덕에서 저쪽 언덕으로 건너갔다. 그는 저쪽 언덕에 이르러 다시 생각하였다.
‘이 뗏목은 내게 많은 이익을 주었다. 이 뗏목 덕택에 재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무서운 곳에서 편안한 곳으로 올 수 있었다. 나는 이제 이 뗏목을 버리지 않고 가지고 다니면서 쓰리라.’
어떤가? 비구들이여, 그 사람은 과연 이른 곳에서 그 뗏목을 스스로 쓸 수 있겠느냐?”

비구들이 아뢰었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그 사람의 소원이 이미 이루어졌는데 그 뗏목을 다시 어디 쓰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좋은 법조차 버려야 하거늘 하물며 나쁜 법이겠는가?”

그때 어떤 비구는 아뢰었다.
“어찌하여 ‘법조차 버려야 하거늘 하물며 나쁜 법이겠느냐?’라고 말씀하십니까? 저희들은 법으로 말미암아 도를 배우지 않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교만(憍慢)을 의지하여 교만(憍慢)ㆍ만만(慢慢)ㆍ증상만(增上慢)ㆍ자만(自慢)ㆍ사견만(邪見慢ㆍ만중만(慢中慢)ㆍ증상만(增上慢)을 없애는 것이다. 즉 교만이 없음으로써 만만(慢慢)을 없애고, 무만(無慢)ㆍ정만(正慢)을 없애며 사만(邪慢)과 증상만(增上慢)을 없애어 네 가지 만(慢)을 모두 없애느니라.
나는 옛날 아직 불도를 이루기 전이었을 때 나무 밑에 앉아 이렇게 생각했었다.
‘이 욕계(欲界)에서 누가 가장 세력이 있고 귀한가? 내 그들을 항복 받으리라. 그러면 이 욕계의 하늘과 사람들은 모두 항복하리라.’
이때 나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악마 파순(波旬)이 있다고 들었다. 나는 그와 싸우리라. 그 파순을 항복 받으면 세력이 있고 귀한 모든 교만한 하늘들도 다들 항복하리라.’
비구들아, 나는 그때 그 자리에서 웃으며 그 악마 파순의 경계를 모두 진동시켰다.

그랬더니 허공에서 게송을 읊는 소리가 들렸다.”
참되고 깨끗한 왕의 법을 버리고
출가하여 감로법을 배웠으니
저자가 만일 서원을 크게 세운다면
이 3악도를 텅텅 비우리라.

내 이제 군사들을 모아
사문의 얼굴을 살펴보고 있나니
만일 내 생각을 따르지 않는다면
다리를 잡아 바다 밖으로 던져버리리라.

주석
2 팔리어로 Rohitassa devaputta이고, 적마천자(赤馬天子)라고도 한다.
3 신수대장경 각주에 의하면 “송ㆍ원ㆍ명 3본에는 바가범천(婆伽梵天)이 사가범천(娑伽梵天)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4 신수대장경 각주에 의하면 “송ㆍ원ㆍ명 3본에는 첩보천자(捷步天子)가 건보천자(健步天子)로 되어 있다”고 한다.
1
5 8재계(齋戒)ㆍ8지포살(支布薩)이라고도 한다.
6 팔리어로는 veyyākaraṇa이고, 수기(授記)ㆍ수별(授莂)ㆍ기별(記別)이라고도 한다.
7 경의 앞부분에서는 등광불(燈光佛)이 미륵범지(彌勒梵志)에게 석가문불(釋迦文佛)이 되리라고 수기한 것으로 되어 있다. 경의 내용으로 보아 보장여래 때의 왕녀 모니가 등광여래 때 미륵범지가 되었고, 미륵범지가 석가모니불이 된 것으로 유추된다.
8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43권 1,174번째 소경인 「유수경(流樹經)」이 있다.
9 팔리본에는 sāra로 되어 있다. 이는 목재가 되는 나무의 심 부분을 말한다. 따라서 경의 내용에 맞추어 줄기로 번역하였다.
10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중아함경』 제54권 200번째 소경인 「아리타경(阿梨吒經)」이 있다.

증일아함경 제39권

동진 계빈 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김월운 번역

43. 마혈천자품②

[ 5 ]②
“그때 악마 파순은 분노가 불꽃처럼 일어나 곧 사자 대장에게 명령하였다.
‘네 무리의 군사를 속히 집결시켜라. 저 사문을 치러 가리라. 그리고 어떤 세력이 있기에 나와 싸울 수 있는지 관찰해 보리라.’
나는 그때 생각하였다.
‘보통 사람이 싸우려 해도 잠자코 있을 수 없는데 하물며 욕계(欲界)에서 세력이 있고 귀한 사람이겠는가? 반드시 저 자와 싸워 보리라.’

비구들아, 나는 그때 인자(仁慈)의 갑옷을 입고, 손에는 삼매(三昧)의 활과 지혜의 화살을 들고 그들을 기다렸다. 그때 악마 대장이 거느린 군사의 수는 18억이었고, 그들은 원숭이와 사자 등 제각기 다른 얼굴을 하고 내게 찾아왔다.

그때 나찰(羅刹)의 무리 중에는 한 몸에 몇 개의 머리가 달린 자도 있었고, 혹은 수십 개의 몸에 한 개의 머리만 가진 자도 있었으며, 두 어깨에 세 개의 목이 있고 가슴에 입이 붙은 자도 있었다. 어떤 자는 손이 하나뿐이고, 어떤 자는 손이 두 개, 또 어떤 자들은 손이 네 개였다.
두 손으로 머리를 받쳐 들고 입에 죽은 뱀을 물은 자도 있었고, 머리에서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입으로 불빛을 내는 자도 있었으며, 두 손으로 입을 벌리고는 달려들어 삼켜버리려는 자도 있었고, 배를 가르고 서로 마주 보며 손에는 칼을 잡고 창을 둘러멘 자도 있었다.
어떤 자는 절구를 들고 있기도 했고, 산을 짊어지거나 돌을 지고 큰 나무를 둘러멘 자도 있었으며, 두 다리는 위에 있고 머리가 밑에 있는 자도 있었다. 그들은 코끼리ㆍ사자ㆍ호랑이ㆍ이리ㆍ독충(毒蟲) 따위를 타고 다니기도 하였고, 혹은 걷기도 하며 공중을 날기도 하였다.
그때 악마는 이러한 무리들을 거느리고 내가 앉아 있던 보리수를 에워쌌다.

이때 악마 파순(波旬)이 내 왼쪽에서 내게 말하였다.
‘사문이여, 빨리 일어나라.’
비구들아, 나는 그때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이렇게 두 번 세 번 되풀이하였다. 악마가 나에게 말하였다.
‘사문이여, 내가 두렵지 않은가?’
내가 말하였다.
‘나는 지금 마음을 잘 단속하고 있으므로 두려울 것이 없노라.’
그러자 파순이 말하였다.
‘사문이여, 나의 이 네 무리 군사가 보이느냐? 그런데도 너는 혼자 몸으로 무기도 군사도 없이, 까까머리에 드러난 몸으로 세 가지 법의만 걸치고 서서 〈나는 두려울 것이 없다〉고 말하는구나.’

그때 나는 파순에게 이런 게송을 말하였다.
인자(仁慈)의 갑옷 입고 삼매의 활에
손에는 지혜의 화살을 들었네.
복된 업으로 군사를 삼았으니
내 이제 너의 군사 쳐부수리.

이때 악마 파순이 다시 내게 말하였다.
‘내가 그대 사문에게 많은 이익을 주리라. 그러나 만일 내 말을 듣지 않는다면 지금 당장 너를 잡아 그 몸을 가루로 만들리라.
또 그대 사문은 얼굴이 단정하고 나이도 한창 청춘이며 찰리의 전륜성왕 종족으로 태어났다. 빨리 여기서 일어나 다섯 가지 욕망[五欲]을 누리도록 하라. 내 장차 그대를 전륜성왕이 되게 하리라.’
나는 파순에게 대답하였다.
‘네가 말한 것들은 무상(無常)한 것이고 변하는 것이어서 그리 오래 머무르지 못한다. 그것은 버려야 할 것으로서 내가 탐내는 것이 아니다.’
악마 파순이 다시 나에게 말하였다.
‘사문이여, 지금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무엇을 마음에 두고 있는가?’
그때 내가 대답하였다.
‘내가 원하는 것은 근심과 두려움이 없는 곳, 즉 안온하고 담박한 열반(涅槃)의 성에서 지내는 것이며, 생사(生死)에 떠돌면서 고뇌에 잠겨 있는 이 중생들을 바른 길로 인도하는 일이다.’

악마는 나에게 말했다.
‘사문이여, 만일 지금 빨리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다면 네 다리를 잡아 바다 속으로 던져버리리라.’
이때 나는 파순에게 대답했다.
‘내가 천상과 인간을 관찰해보건대, 악마이건 마천(魔天)이건 사람이건 사람이 아니건, 또 너의 네 무리라 할지라도 나의 털끝 하나도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악마가 대꾸하였다.
‘사문이여, 지금 나와 싸우자는 것인가?’
내가 말하였다.
‘싸울 수도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악마가 대꾸하였다.
‘너의 원수는 누구인가?’

내가 말하였다.
‘교만이다. 교만이란 곧 증상만(增上慢)을 일컫는 말이니, 자만(自慢)ㆍ사만(邪慢)ㆍ만중만(慢中慢)ㆍ증상만이니라.’
악마가 나에게 말하였다.
‘네가 무슨 방법으로 그 여러 가지 교만을 없애려고 하는가?’
그때 내가 파순에게 대답하였다.
‘파순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자인삼매(慈仁三昧)ㆍ비삼매(悲三昧)ㆍ희삼매(喜三昧)ㆍ호삼매(護三昧)ㆍ공삼매(空三昧)ㆍ무원삼매(無願三昧)ㆍ무상삼매(無相三昧)가 있다. 자삼매(慈三昧)로 말미암아 비삼매를 얻고, 비삼매로 말미암아 희삼매를 얻으며, 희삼매로 말미암아 호삼매를 얻는다. 공삼매로 말미암아 무원삼매를 얻고 무원삼매로 말미암아 무상삼매를 얻나니, 이 세 가지 삼매의 힘으로 너와 싸울 것이다. 행(行)이 다하면 괴로움이 다하고 괴로움이 다하면 결박이 다하며 결박이 다하면 열반에 이른다.’

악마가 나에게 말하였다.
‘사문이여, 법으로써 법을 멸할 수가 있는가?’
내가 대답하였다.
‘법으로써 법을 멸할 수 있다.’
악마가 나에게 물었다.
‘어떻게 법으로써 법을 멸할 수 있는가?’
그때 내가 대답하였다.
‘바른 소견이 삿된 소견을 멸하고 삿된 소견이 바른 소견을 멸하며, 바른 다스림이 삿된 다스림을 멸하고 삿된 다스림이 바른 다스림을 멸하며, 바른 말이 삿된 말을 멸하고 삿된 말이 바른 말을 멸하며, 바른 업(業)이 삿된 업을 멸하고 삿된 업이 바른 업을 멸하며, 바른 생활이 삿된 생활을 멸하고 삿된 생활이 바른 생활을 멸하며, 바른 방편이 삿된 방편을 멸하고 삿된 방편이 바른 방편을 멸하며, 바른 기억이 삿된 기억을 멸하고 삿된 기억이 바른 기억을 멸하며, 바른 선정이 삿된 선정을 멸하고 삿된 선정이 바른 선정을 멸한다.’
악마가 나에게 말하였다.
‘사문이여, 그대가 오늘 비록 그렇게 말은 하지만, 그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너는 지금 빨리 일어나 내가 너를 잡아 바다 속으로 던지는 일이 없게 하라.’

이때 나는 다시 파순에게 말하였다.
‘너는 한 번 보시하는 복을 짓고도 지금 욕계(欲界)의 마왕이 될 수 있었는데 내가 옛날에 지은 공덕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다. 그런데도 너는 〈매우 어렵다〉고만 말하고 있구나.’
파순이 대답하였다.
‘내가 지은 복은 네가 지금 증험해 알고 있다. 너는 지금 무수한 복을 지었다고 스스로 말하는데 그것을 누가 증명하는가?’
비구들아, 나는 그때 오른손을 펴서 손가락으로 땅을 어루만지며 파순에게 말하였다.
‘내가 지은 공덕을 이 땅이 증명해 알리라.’
내가 이렇게 말하자 그때 지신(地神)이 땅에서 솟아올라 합장하고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마땅히 증명하리이다.’
지신이 이렇게 말하자 악마 파순은 근심하고 괴로워하더니 곧 물러나 사라졌다.

비구들아, 이런 사실로 보아 알 수 있다. 올바른 법도 오히려 없애야 하거늘 하물며 잘못된 법이겠느냐? 나는 오랜 세월 동안 너희들을 위해 일각유경(一覺喩經)을 설명하면서도 그 글을 기록하지 않았는데, 더구나 그 뜻을 해석한 것이겠는가? 왜냐하면 이 법은 오묘하고 깊어 이 법을 수행하는 성문(聲聞)이나 벽지불(辟支佛)은 큰 공덕을 얻어 감로(甘露) 같은 무위(無爲)의 경지를 얻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어떤 것을 뗏목의 비유라고 하는가? 이른바 교만을 의지하여 교만을 없애는 것이니, 교만이 모두 없어지면 다시는 온갖 번뇌의 어지러운 생각이 없게 되느니라. 마치 살쾡이의 가죽을 아주 잘 가공하면 주먹으로 치더라도 소리가 나지 않고 뻣뻣한 데도 없는 것처럼, 만일 비구에게 교만이 없어진다면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이 전혀 없게 되느니라. 그러므로 나는 너희들에게 말하는 것이다.
‘설사 도적에게 사로잡히더라도 나쁜 생각을 내지 말고 자애로운 마음으로 온 세상을 가득 채워라. 저 매우 부드러운 가죽처럼 그렇게 오래 시간을 보내면 그는 무위의 경지를 얻게 될 것이다.’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생각해야 한다.”

이렇게 설법하셨을 때 그 자리에서 3천 천자(天子)는 모든 번뇌가 다해 법안(法眼)이 깨끗해졌고,60여 비구는 법복을 벗고 속인으로 돌아갔으며, 또 60여 비구는 번뇌가 다하고 뜻에 이해가 생겼으며 법안(法眼)이 깨끗해졌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6 ]1)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마갈국(摩竭國)의 신령스러운 강 항수(恒水) 가에서 대비구(大比丘)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마갈국에 어리석고 지혜가 적은 목동이 있었다. 그는 항수 이쪽 언덕에서 저쪽 언덕으로 소를 건너게 하려고 하면서 양쪽 기슭의 깊고 얕은 곳을 살펴보지도 않고 곧장 소를 물로 몰아넣었다. 그는 여윈 놈과 아직 어린 송아지들을 먼저 건너게 하였는데, 그 소들은 강 가운데에 이르자 너무도 피로해 저쪽 언덕으로 건너갈 수가 없었다. 다음에는 그다지 힘세지도 않고 그리 약하지도 않은 중간 소들을 건너게 하였으나 그들도 건너지 못하고 중간에서 고통을 당하고야 말았다. 다음에는 아주 힘센 놈을 건너게 하였으나 그들도 강에서 곤란을 겪었다.

마찬가지로 지금 내 제자로 있는 비구들 중에도 마음이 어둡고 둔하며 지혜가 없어서 살고 죽을 자리를 분별하지 못하고 악마의 다리인지 배인지도 분별하지 못하면서 생사의 흐름을 건너려고 하는 자들이 있다. 그러나 그들은 금계(禁戒)의 법을 익히지 않았기 때문에 곧 파순이 틈을 노리게 된다. 그들은 삿된 길을 좇아 열반을 구하면서 멸도하기를 바라지만 끝내 그 결과를 얻지 못한다. 그래서 스스로 죄업을 짓고 또 남들을 타락시켜 죄에 빠지게 하느니라.
또 마갈국에 영리하고 지혜가 많은 목동이 있었다. 그는 소를 이쪽 언덕에서 저쪽 언덕으로 건네려고 할 때 먼저 깊고 얕은 곳을 살펴보고는 아주 힘센 소를 맨 앞에 건너게 하여 저쪽 언덕에 이르게 하였다. 그 다음에는 그다지 힘이 세지도 않고 그리 약하지도 않은 중간 소들을 건너게 하여 저쪽 언덕에 이르게 하였고, 다음에는 아주 약한 놈을 건너게 하여 무사히 건넜고 송아지들은 그 뒤를 따라 또 무사히 건너게 하였느니라.

비구들아, 여래도 그와 같이 금세(今世)와 후세(後世)를 잘 살펴보고, 생사의 바다와 악마의 길을 관찰하고는 스스로 8정도(正道)를 따라 생사의 재앙을 건넜으며, 또 그 길로 인도하여 건너지 못한 자들을 건네주느니라.
마치 저 소를 바르게 인도할 때 하나가 바르게 건너면 다른 놈들은 다 그 뒤를 따르는 것처럼, 나의 제자들도 마찬가지로 번뇌가 다하고 번뇌가 없게 되어 심해탈(心解脫)하고 혜해탈(慧解脫)하며, 현세에서 몸소 증득하고는 스스로 유행하며 교화하고 악마의 경계를 넘어 무위의 경지에 이르느니라.
또 저 힘센 소가 항수를 건너 저쪽 언덕에 이르는 것처럼, 나의 성문들도 그와 마찬가지로 5하분결(下分結)을 끊고 아나함(阿那含)이 되어서는 그곳에서 반열반에 들고 이 세상으로 돌아오지 않으며, 악마의 경계를 넘어 무위의 경지에 이르느니라.
그리 힘이 세지도 않고 그리 약하지도 않은 저 중간 소들이 항수를 아무런 의심 없이 건너는 것처럼, 나의 제자들도 그와 마찬가지로 3결(結)을 끊고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엷어져 사다함이 되어서는 이 세상으로 돌아와 괴로움을 완전히 없애며, 악마의 경계를 끊고 무위의 경지에 이르느니라.
저 쇠약한 소들이 많은 송아지들을 이끌고 저 항수를 건너는 것처럼, 나의 제자들도 그와 마찬가지로 결박을 끊고 수다원(須陀洹)이 되어 반드시 건너게 되며, 악마의 경계를 건너고 생사의 재앙을 건너게 되느니라.
저 어린 송아지들이 어미를 따라 건너는 것처럼, 나의 제자들도 그와 마찬가지로 믿음을 지키고 법을 받들어 악마의 모든 결박을 끊고 무위의 경지에 이르느니라.”

그때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악마에게 붙잡히면
생사의 끝을 다하지 못하네.
여래는 이제 끝까지 살펴
지혜의 밝음을 세상에 나타냈네.

모든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것
범지들은 밝게 깨닫지 못하고서
여전히 생사의 언덕을 거닐며
건너지 못한 이를 건네주려 하네.

이제 이 다섯 종류 사람들과
그밖에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이들
생사의 재앙을 건너고 싶다면
부처님의 위신력(威神力)을 끝까지 다하라.

“그런 까닭에 비구들아, 그 마음을 전일(專一)하게 가지고 게으름이 없이 실천하며, 또 방편을 구해 현성의 8품도를 성취하도록 하라. 성현의 길을 의지하면 스스로 생사의 바다를 건널 수 있으리라. 왜냐하면 저 어리석은 목동은 바로 외도 범지들에게 비유한 것이니, 그들은 스스로 생사의 흐름에 빠지고 또 남들을 타락시켜 죄에 빠지게 한다. 저 항수는 곧 생사의 바다에 비유한 것이며, 저 지혜로운 목동은 바로 여래에 비유한 것이니, 현성의 8품도를 말미암아 생사의 재앙을 건넌다. 그러므로 비구들아, 마땅히 방편을 구해 8성도를 성취하도록 하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7 ]2)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열성(羅閱城)에 있는 기바가이원(耆婆伽梨園)3)에서 1,250명의 제자들과 함께 계셨다.
그들은 다 아라한으로서 온갖 번뇌가 이미 없어졌고 여섯 가지 신통[六通]이 맑게 트인 자들이었는데, 오직 아난 비구 한 사람만은 그렇지 못했다.

그때 아사세왕(阿闍世王)이 7월 15일, 한해를 끝내는 때[受歲時]4) 밝은 별들이 초롱초롱한 한밤에 월광(月光) 부인에게 말하였다.
“오늘은 15일, 보름달이 둥글고 너무도 청명(淸明)하오. 이런 밤에 무엇을 하면 좋겠소?”

부인이 대답하였다.
“오늘은 15일, 계(戒)를 설하는 날입니다. 마땅히 창기들로 하여금 풍류를 울리게 하고 5욕(欲)을 즐기는 게 좋겠습니다.”

왕은 그 말을 듣고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왕은 다시 우다야(優陀耶)5) 태자에게 물었다.
“오늘밤은 너무도 청명하다. 무엇을 하면 좋겠느냐?”

우다야 태자가 왕에게 아뢰었다.
“이렇게 청명한 날 밤에는 네 종류의 군사를 모아 아직 항복하지 않은 외적(外敵)들이나 다른 나라를 정벌하러 가면 좋겠습니다.”

아사세왕은 그 말을 듣고 나서도 역시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다시 무외(無畏) 태자에게 물었다.
“이렇게 청명한 날 밤에는 무엇을 하면 좋겠느냐?”

무외 왕자는 아뢰었다.
“불란가섭(不蘭迦葉)은 온갖 산수(算數)에 밝고 더불어 천문(天文)과 지리(地理)를 잘 알고 있어서 사람들이 받들고 우러르니, 그에게 찾아가서 이 의심을 물어보소서. 그는 왕께 지극히 오묘한 이치를 설명하여 끝내 걸림이 없을 것입니다.”

왕은 그 말을 듣고 나서도 역시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왕은 다시 수니마(須尼摩)라는 대신(大臣)에게 물었다.
“이렇게 청명한 날 밤에는 무엇을 하면 좋겠느냐?”

수니마가 왕에게 아뢰었다.
“오늘밤은 이렇게 너무나도 청명합니다. 아이단(阿夷耑)이라는 사람이 여기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데, 그는 아는 것이 많습니다. 원컨대 대왕께서는 그에게 찾아가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를 물어보소서.”

왕은 그 말을 듣고 나서도 역시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그는 다시 바사(婆沙)라는 범지(梵志)에게 물었다.
“이렇게 청명한 날 밤에는 무엇을 하면 좋겠느냐?”

범지가 아뢰었다.
“오늘은 15일, 밤이 너무도 청명합니다. 지금 구야루(瞿耶樓)라는 사람이 여기에서 그리 멀지 않는 곳에 있습니다. 원컨대 대왕께서는 그에게 찾아가 그 뜻을 물어보소서.”

왕은 그 말을 듣고도 역시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그는 다시 마특(摩特) 범지에게 물었다.
“이처럼 청명한 밤에는 무엇을 하면 좋겠는가?”

범지가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마땅히 아셔야만 합니다. 파휴가전(波休迦旃)이라는 사람이 여기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원컨대 대왕께선 그를 찾아가 그 일을 물어보소서.”

왕은 그 말을 듣고도 역시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왕은 다시 군사를 맡은 색마(索摩)에게 물었다.
“이처럼 청명한 밤에는 무엇을 하면 좋겠는가?”

색마가 아뢰었다.
“선필로지(先畢盧持)라는 사람이 여기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는데, 그는 온갖 산수에 밝다고 합니다. 그에게 찾아가 그 일을 물어보소서.”

왕은 그 말을 듣고도 역시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그는 다시 최승(最勝)이라는 대신에게 물었다.
“오늘은 15일, 밤이 이처럼 청명한데 무엇을 하면 좋겠는가?”

최승이 왕에게 아뢰었다.
“지금 니건자(尼揵子)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모든 경전을 두루 보아 스승들 중에서도 최상입니다. 원컨대 대왕께서는 그를 찾아가 그 뜻을 물어보소서.”

왕은 그 말을 듣고도 역시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왕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모두들 이처럼 어리석고 미혹하여 진실과 거짓을 분별하지 못하고 교묘한 방편도 없구나.’

그때 기바가(耆婆伽)6) 왕자가 왕의 왼쪽에 있었다. 왕은 기바가를 돌아보고 물었다.
“이처럼 청명한 밤에는 무엇을 하면 좋겠는가?”

이때 기바가가 앞으로 나아가 꿇어앉아 왕에게 아뢰었다.
“지금 여래께서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빈취원(貧聚園)에서 노닐며 1,250명의 제자들을 거느리고 계십니다. 원컨대 대왕께서 찾아가 그 일을 물어보소서.
저 여래께서는 광명과 같으신 분이라서 어떤 의심이나 걸림도 없으시며, 3세의 일을 다 알아 꿰뚫지 않은 것이 없다고 합니다. 그 분이 왕을 위해 그 일을 연설하시면 왕께서 가지신 의심이 탁 트여 스스로 깨닫게 될 것입니다.”

아사세왕은 기바가의 말을 듣고 뛸 듯이 기뻐하였으며 착한 마음이 생겨 곧 기바가를 찬탄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왕자여, 그 말 참 잘하였다. 왜냐하면 지금 내 몸과 마음은 불타고 있다. 또 나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부왕을 죽이고 나서 항상 ‘누가 내 마음을 깨우쳐 주겠는가?’ 하고 생각했었다. 지금 기바가가 한 말은 내 마음에 쏙 드는구나. 참으로 기특한 일이다. 여래라는 말만 들고도 번쩍 크게 깨닫겠구나.”

이때 왕은 기바가에게 이렇게 게송으로 말하였다.
오늘 이 밤은 너무도 청명하건만
내 마음 깨달을 수가 없네.
너희들은 제각기 말해 보아라.
누구를 찾아가 이 이치 물어야 할까?

불란가섭과 아이단과
니건자와 범지의 제자들
그들은 의지할 수 없는 사람들
그들은 날 구제하지 못하리.

오늘 이 밤은 너무나 청명하며
조그만 티도 없고 달도 둥그네.
내 이제 기바가에게 묻나니
누구를 찾아가 이 이치 물어야 할까?

그러자 기바가도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그 부드러운 음성만 들어도
저 마갈어(摩竭魚)를 벗어나리니
원컨대 즉시 부처님께 나아가
두려움 없는 세계에서 영원히 사소서.

왕은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나는 옛날에 보시를 베풀었어도
부처님께는 아무 이익도 드리지 못했고
저 부처님의 참 제자를 죽였으니
그 이름은 빈바사(頻婆娑)라 하네.

이제 너무도 부끄럽고 창피해
세존을 뵐 낯이 없는데
너는 어떻게 내게 말하는가?
그 분을 찾아가 뵈라고.

기바가도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부처님은 이것저것 차별이 없고
온갖 번뇌가 이미 다 없어졌으며
평등하여 두 가지 마음 없나니
이것이 부처님 법의 본뜻입니다.

설사 전단향(栴檀香)을
오른손에 바른다거나
칼을 들어 왼손을 자르더라도
그 마음 조금도 흔들리지 않나니.

그 아들 라운(羅云)을 가엾이 여기듯
똑같은 숨길로 차별하지 않으며
마음을 지키면서 제바(提婆)를 대하니
원수이건 친구이건 다름이 없네.

원컨대 대왕께서는 몸을 굽히어
여래의 얼굴을 찾아가 뵈소서.
그 의심 끊어야 하나니
조금도 주저하실 것 없사옵니다.

이때 아사세왕이 기바가 왕자에게 말하였다.
“너는 지금 빨리 5백 마리 수놈 코끼리와 5백 마리 암놈 코끼리에 멍에를 메우고 5백 개의 등불을 밝혀라.”

기바가가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대왕이시여.”
그때 기바가 왕자는 곧 천 마리 코끼리에 멍에를 메우고 5백 개 등불을 켜고는 왕에게 나아가 아뢰었다.
“준비가 끝났습니다. 대왕께선 때를 아소서.”

아사세왕은 많은 시종들을 거느리고 이원(梨園)으로 가다가 도중에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어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왕은 기바가 왕자를 돌아보며 말하였다.
“내가 지금 너에게 속고 있는 것은 아니냐? 나를 원수에게 데려가는 것은 아니냐?”

기바가가 아뢰었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원컨대 대왕께서는 좀 더 앞으로 나아가소서. 여래께서는 여기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계십니다.”

아사세왕은 그래도 두려운 생각이 들어 거듭 기바가에게 말하였다.
“장차 너에게 유혹을 당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또 여래께서는 1,250명의 제자를 거느리셨다고 들었는데 지금 그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구나.”

기바가가 아뢰었다.
“여래의 제자들은 항상 삼매(三昧)에 들어 있어 어지러운 생각이 없습니다. 원컨대 대왕께서는 조금만 더 나아가소서.”

아사세왕은 곧 수레에서 내려 걸어서 문으로 들어갔고, 강당 앞에 이르러 잠자코 서서 성중을 관찰하다가 기바가를 돌아보며 말하였다.
“여래께서는 지금 어디에 계시느냐?”
그때 성중은 모두 염광삼매(炎光三昧)에 들어 강당(講堂)을 두루 비추고 있었다.

이때 기바가가 즉시 꿇어앉아 오른손을 펴 여래를 가리키며 말하였다.
“제일 한가운데 구름을 벗어난 태양 같으신 저 분이 바로 여래이십니다.”

아사세왕이 기바가에게 말하였다.
“참으로 기이하고, 참으로 특별하구나. 이 성중의 마음이 고요함이 이 정도라니. 또 이런 광명은 어떤 인연으로 있는 것인가?”

기바가가 아뢰었다.
“삼매의 힘으로 광명을 놓기 때문입니다.”

왕이 다시 말하였다.
“내가 지금 이 성중을 관찰해보니 너무도 고요하다. 우리 우다야 태자도 이처럼 고요하고 함이 없었으면 좋겠다.”
이때 아사세왕은 합장하고 자신의 이름을 밝히며 아뢰었다.
“원컨대 세존이시여, 저를 보아 주소서.”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잘 오셨습니다, 대왕이시여.”
왕은 여래의 음성을 듣고 매우 기뻐하였다. 여래께서 왕이라고 부르셨기 때문이었다.

아사세왕은 부처님 앞에 나아가 땅에 엎드려 두 손을 여래의 발 위에 얹고 자신의 이름을 밝히며 아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가엾이 여기시어 이 참회를 받아 주소서. 저는 죄 없는 부왕을 잡아 해쳤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이 참회를 받아 주소서. 다시는 그런 일을 범하지 않고, 과거의 잘못을 고쳐 미래를 닦아나가겠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지금이 바로 그럴 때입니다. 마땅히 지금 즉시 참회하여 때를 놓치지 마십시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허물이 있을 때 스스로 고칠 줄 알면 그를 상인(上人)이라고 말합니다. 나의 법은 매우 넓고 크니 지금 즉시 참회하십시오.”
이때 왕은 여래의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아 아뢰었다.

“여쭈고 싶은 것이 있사온데 여래께서 허락하신다면 감히 여쭙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의심스러운 것이 있으면 마땅히 지금 물으십시오.”

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현세(現世)에서 복을 지으면 현세에서 그 과보를 받습니까?”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과거에 이 이치를 누군가에게 물어본 적이 있습니까?”

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일찍이 이 이치를 다른 사람에게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또 불란가섭에게도 ‘어떤가? 불란가섭이여, 현세에서 복을 지으면 현세에서 그 과보를 받는가?’ 하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는 ‘복도 없고 보시도 없으며 이승과 저승, 그리고 선악(善惡)의 과보도 없다. 세상에는 아라한 따위를 성취한 이도 없다’고 저에게 대답했습니다.
저는 그때 과보를 받는 것에 대해 물었는데 그는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그것은 마치 어떤 사람이 오이에 대해 물었을 때 능금에 대해 설명하는 것처럼 저 가섭도 그와 같았습니다.
그때 저는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이 범지가 세력이 있는 종족인 왕이 묻는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고서 그저 임시방편으로 다른 일을 끌어다 대답하는구나.’
세존이시여, 저는 그때 그의 목을 베고 싶었지만, 그 말만 받아들이지 않고 곧 쫓아 보냈습니다.

언젠가 저는 다시 아이단에게 가서 그 이치를 물었습니다. 그때 아이단은 저에게 ‘설사 강 왼쪽에서 중생을 죽여 한량없는 죄를 짓는다 하더라도 그 죄도 없고 또한 나쁜 과보도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그때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나는 지금 현세에 과보를 받는 이치에 대해 물었는데 이 사람은 살생의 과보를 가지고 대답하는구나. 마치 어떤 사람이 배에 대해 질문을 하는데 능금에 대해 설명하는 것과 같구나.’
그래서 저는 곧 그를 버리고 떠났습니다.

저는 다시 구야루(瞿耶樓)에게 가서 그 이치를 물었습니다. 그 사람은 ‘강 오른쪽에서 헤아릴 수 없는 온갖 공덕을 짓는다 하더라도 거기에는 또 선한 행위의 과보가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때 저는 다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내가 지금 물은 이치에 대해 끝내 대답하지 못하는구나.’
그래서 그를 버리고 떠났습니다.

다시 파휴가전에게 가서 그 이치를 묻자 그는 저에게 ‘한 사람이 세상에 나오면 한 사람이 죽는다. 오직 한 사람이 있어 그가 왔다 갔다 하면서 그 괴로움과 즐거움을 받는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때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내가 지금 물은 것은 현세의 과보(果報)에 대한 것인데, 저 자는 생사(生死)를 오고가는 모습에 대해 설명하는구나.’
그래서 그를 버리고 떠났습니다.

저는 다시 선비로지(先毗盧持)7)에게 가서 그 이치를 물었습니다. 그때 그는 ‘과거는 이미 사라졌으니 다시는 생기지 않는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니 그것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는 머무르지 않으니, 머무르는 것은 곧 변하고 바뀐다’고 대답했습니다. 이때 저는 다시 생각하였습니다.
‘나는 지금 현세의 과보에 대해 물었는데 이 자는 3세를 가지고 대답한다. 이것은 올바른 이치가 아니다.’
그래서 그를 버리고 떠났습니다.

저는 다시 니건자에게 가서 그 이치를 물었습니다.
‘어떤가? 니건자여, 혹 현세에서 복을 지으면 현세에서 과보를 받게 되는가?’
그는 저에게 대답하기를 ‘아무 인(因)도 없고 아무 연(緣)도 없이 중생들은 결박되고, 또 아무 인도 없고 아무 연도 없이 중생들은 결박에 집착하며, 아무 인도 없고 아무 연도 없이 중생들은 청정해진다’고 했습니다. 그때 저는 다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이 범지들은 이처럼 어리석고 미혹하여 진실과 거짓을 분별하지 못하는 것이 마치 눈 없는 장님과 같구나. 묻는 뜻에는 끝내 대답하지 않는 것이 마치 전륜성왕의 종족들을 희롱하는 것 같구나.’
그래서 그를 버리고 떠났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그 이치를 여쭙습니다. 현세에서 복을 지으면 현세에서 그 과보를 받습니까? 원컨대 세존께서 그 이치를 자세히 말씀하여 주소서.”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시여, 제가 이제 왕에게 이치를 물을 터이니 좋을 대로 대답하십시오. 대왕이시여, 그 좌우의 심부름꾼에게 아끼던 물건을 상으로 주는 전주(典酒)나 주재(廚宰)가 있습니까?”

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예, 있습니다.”

“만일 그 심부름꾼이 오랫동안 수고했다면 또 상을 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 공을 따라 표창하여 원망이 없게 해야 합니다.”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이런 사실로 보더라도 현세에 복을 지으면 현세에서 그 과보를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대왕이시여, 이미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으로서 백성을 사랑한다면 상을 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맛있는 음식을 같이 먹으면 목숨을 걸고 원망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이런 사실로 보더라도 알 수 있습니다. 원래는 비록 천한 출생이었다 하더라도 점점 공을 쌓으면 왕과 즐거움을 같이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현세에서 복을 지으면 현세에서 과보를 받는다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공로가 있는 사람이 세월이 흐른 뒤에 왕을 찾아와 ‘저희들이 세운 공로는 왕께서 이미 잘 알고 계십니다. 왕께서 소원을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하고 말한다면 왕께서는 허락하시겠습니까?”

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들의 소원을 따라 주고 거절하지 않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공로가 있는 그 사람이 왕의 곁을 떠나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의를 입고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청청한 행을 닦으려고 한다면 왕께선 들어주시겠습니까?”

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예, 들어주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수염과 머리를 깎고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사람이 제 곁에 있는 것을 보게 된다면, 왕께선 무엇을 해 주고 싶습니까?”

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받들어 공양하고, 때때로 예배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이런 사실로 보더라도 현세에 복을 지으면 현세에 그 과보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만일 공로가 있는 그 사람이 계율을 완벽하게 지키고 범하는 일이 없다면 왕께선 무엇을 해 주고 싶으십니까?”

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목숨을 마칠 때까지 음식ㆍ의복ㆍ침구ㆍ병을 치료할 의약품을 공급해 주되 모자람이 없게 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이런 사실로 보더라도 현세의 몸으로 복을 지으면 현세에서 과보를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 만일 그가 사문이 되어서 번뇌를 다해 번뇌가 없어지고, 심해탈(心解脫)하고 혜해탈(慧解脫)하여 몸소 증득하고는 자유로이 노닐면서 ‘나고 죽음이 이미 다하였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쳐 다시는 태(胎)를 받지 않는다’고 사실 그대로 안다면 왕께서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목숨을 마칠 때까지 받들어 섬기고 의복ㆍ음식ㆍ침구ㆍ병을 치료할 의약품 등을 공급하되 모자람이 없게 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이런 사실로 보아서도 현세에 복을 지으면 현세에 과보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만일 그가 목숨을 마치고 무여열반(無餘涅槃)의 세계에서 반열반(般涅槃)한다면, 대왕께서는 무엇을 해 주고 싶으십니까?”

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네거리에 큰 절[神寺]을 세우고 또 향과 꽃을 공양하며 비단과 번기와 일산을 달고 받들어 섬기며 예배하겠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곧 하늘의 몸이요 사람의 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이런 사실로 보더라도 현세에 복을 지으면 현세에 그 과보를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이제 이 비유로 인해 이해하였습니다. 오늘 세존께서 거듭 그 이치를 설명해 주셨습니다. 지금부터는 그 이치를 믿고 받들겠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를 제자로 받아 주소서. 저 스스로 부처님과 법과 비구 스님들께 귀의합니다.
이제 거듭 참회합니다. 저는 어리석고 미혹해 아무 죄도 없는 부왕을 잡아 죽였습니다. 이제 몸과 목숨이 다하도록 귀의하겠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그 죄를 용서하시고 영원히 함이 없는 묘한 법을 연설해 주소서. 이와 같이 저는 지은 죄의 과보를 알고 선한 바탕이 없다는 것을 잘 압니다.”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이 세상에는 죄 없이 목숨을 마치고 나서 팔을 굽혔다 펼 정도의 아주 짧은 시간에 천상(天上)에 태어나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어떤 것이 그 두 종류의 사람인가? 첫째는 죄의 근본을 짓지 않고 선(善)을 닦는 사람이요, 둘째는 죄를 짓고 나서 곧 그것을 고치는 사람입니다. 이른바 이런 두 종류의 사람들은 목숨을 마치고 천상에 태어나며 또 아무런 지체함도 없습니다.”

그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사람이 지독한 악행을 지었어도
허물을 뉘우치면 차츰 엷어지나니
나날이 뉘우치길 쉬지 않으면
죄의 뿌리는 영원히 뽑히리라.

“그러므로 대왕이시여, 법으로 다스리고 잘못된 법으로 다스리지 마십시오. 법으로 다스리는 사람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좋은 곳인 천상에 태어납니다. 그가 목숨을 마치면 그 이름이 널리 퍼져 사방에 두루 알려지고, 뒷사람들은 다들 ‘옛날에 바른 법으로 다스려 교화하고 아첨이나 굽힘이 없었던 왕이 있었다’는 말을 두고두고 할 것입니다. 그가 태어난 곳을 일컬어 전하는 사람은 그 수명이 더욱 늘어나 일찍 죽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대왕이시여, 기뻐하는 마음을 일으켜 3존(尊)인 부처님과 법과 성중을 향하도록 하십시오. 대왕이시여, 마땅히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합니다.”

그때 아사세왕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의 발에 예를 올리고 이내 물러갔다. 왕이 떠난 지 오래지 않아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저 아사세왕이 부왕을 살해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오늘 사문의 첫째 과(果)를 얻어 사쌍팔배(四雙八輩) 속에 들어갔을 것이고,또 현성의 8품도를 얻어 여덟 가지 욕망을 없애고 여덟 가지 재앙을 벗어났을 것이다. 그래도 지금 큰 행운을 얻었으니, 즉 뿌리가 없었던 믿음[無根之信]8)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죄를 지은 사람은 방편을 구해 뿌리가 없었던 믿음을 성취하도록 해야 한다. 나의 우바새(優婆塞)들 중에 뿌리가 없었던 믿음을 얻은 사람은 아사세가 바로 그이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8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상에는 여덟 가지 법이 있어 세상을 따라 돌고 돈다.
어떤 것이 그 여덟 가지인가? 첫째는 이익[利]이요, 둘째는 손실[衰]이며, 셋째는 헐뜯음[毁]이요, 넷째는 칭찬[譽]이며, 다섯째는 칭송[稱]이요, 여섯째는 비난[譏]이며, 일곱째는 괴로움[苦]이요, 여덟째는 즐거움[樂]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여덟 가지 법이 세상을 따라 돌고 돈다’고 하는 것이다.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9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여래는 이 세상에 나타나 이 세계에서 부처의 도를 이루었다. 그래서 세상의 여덟 가지 법에 집착하거나 찾아 떠돌지도 않는다.
비유하면 마치 진흙탕에서 피어난 연꽃은 너무도 곱고 깨끗하며 티끌이나 흙탕물에 더러워지지 않아, 모든 하늘의 사랑을 받고 보는 이마다 기뻐하는 것처럼, 여래도 그와 같아서 태(胎)에서 생겨 거기서 자랐지만 부처의 몸을 이루었다.
또 마치 유리라는 보배와 물을 맑게 하는 보배는 티끌에 물들지 않는 것처럼, 여래도 그와 같아서 이 세상에 태어났지만 세상의 여덟 가지 법에 물들지 않느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정진하여 이 여덟 가지 법을 닦아야 한다.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10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생사에 떠돌지만 생사에 머무르지 않는 여덟 종류의 사람이 있다. 어떤 것이 그 여덟 종류의 사람인가? 수다원(須陀洹)으로 나아가는 이ㆍ수다원을 얻는 이ㆍ사다함(斯陀含)으로 나아가는 이ㆍ사다함을 얻은 이ㆍ아나함(阿那含)으로 나아가는 이ㆍ아나함을 얻은 이ㆍ아라한(阿羅漢)으로 나아가는 이ㆍ아라한을 얻은 이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여덟 종류의 사람들이 있는데 생사에 떠돌지만 생사에 머무르지는 않는다’고 하는 것이니라.
그런 까닭에 비구들이여, 부디 방편을 구해 생사의 재앙을 벗어나고 생사에 머무르지 말아야 하느니라.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마혈(馬血ㆍ재(齋)9)ㆍ난타(難陀)와
제바달(提婆達)과 선벌(船筏),
목우(牧牛)와 무근신(無根信)과
세법(世法)ㆍ선(善)ㆍ팔인(八人)에 대해 설하셨다.

주석
1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47권 1,248번째 소경인 「목우자경(牧牛者經」이 있다.
2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장아함경』 제27경 「사문과경(沙門果經)」과 동진(東晉) 시대 축담무란(竺曇無蘭)이 한역한 『불설적지과경(佛說寂志果經)』이 있다.
3 팔리어로는 jīvakambavana이고, 기바암바라림(耆婆菴婆羅林) 혹은 기구동자암바원(耆舊童子菴婆園)이라고도 한다.
4 여름 석 달 동안의 안거(安居)를 끝내면 1법랍(法臘)을 더하게 되므로 안거 해제일인 7월 15일을 불교에선 수세(受歲)라고 한다.
5 팔리어로는 Udaya이고, 우다야발다(優陀耶跋陀, Udaya-bhadra), 혹은 우야바다(優耶婆陀)라고도 하며, 의역하면 백현(帛賢)이라고 한다. 아사세왕이 사랑했던 아들이다.
6 팔리어로는 Jīvaka-komārabhacca이고, 기바(耆婆) 혹은 기역(祇域)이라고도 하며, 활(活)ㆍ수명(壽命)으로 한역한다.
7 산야이비라리불(散若夷毗羅梨沸, Sanjaya Belaṭṭhi-putta)이라고도 하며, 육사외도 중 한 사람이다. 앞에서는 선필로지(先畢盧持)라고 하였다.
8 애초에 믿음이 없었는데 지금 부처님의 은혜로 믿음이 생긴 것을 말한다.
9 고려대장경에는 ‘제(齊)’로 되어 있다. 신수대장경 각주에 의하면 “송(宋)ㆍ원(元)ㆍ명(明) 3본에는 제(齊)가 재(齋)로 되어 있다”고 하며, 또 8관재에 대해 설한 경의 내용으로 보아서도 ‘재(齋)’자라야 옳을 것 같아 바꾸어 번역하였다.

증일아함경 제40권

동진 계빈 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김월운 번역

44. 구중생거품(九衆生居品)

[ 1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아홉 가지 중생들이 사는 곳이 있으니, 그곳은 중생들이 사는 곳이다. 어떤 것이 그 아홉 가지인가? 어떤 중생은 여러 가지 몸에 여러 가지 생각들을 가지고 있으니 이른바 하늘[天]과 사람[人]이다. 어떤 중생은 여러 가지 몸에 똑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이른바 최초에 출현한 범가이천(梵迦夷天)이다. 어떤 중생은 같은 몸에 여러 가지 생각들을 가지고 있으니 이른바 광음천(光音天)이다. 어떤 중생은 같은 몸에 같은 생각들을 가지고 있으니 이른바 변정천(遍淨天)이다.
어떤 중생은 허공의 영역이 한량없으니 이른바 공처천(空處天)이다. 어떤 중생은 식의 영역이 한량없으니 이른바 식처천(識處天)이다. 어떤 중생은 아무것도 없는 영역이 한량없으니, 이른바 불용처천(不用處天)이다. 어떤 중생은 생각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영역이 한량없으니 유상무상처천(有想無想處天)이다. 모든 중생들은 이 아홉 곳에서 산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중생들이 살고 있는 아홉 곳이 있다’고 하는 것이니라. 많은 중생들이 그곳에서 일찍이 살았었고 지금도 살고 있고 앞으로도 살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부디 방편을 구해 이 아홉 곳을 떠나도록 해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2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친원(嚫願)1)의 아홉 가지 공덕을 설명하리니 너희들은 잘 사유하고 기억하도록 하라. 내 이제 그 이치를 설명하리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있었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저 어떤 것을 친원의 아홉 가지 공덕이라고 하는가?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단월(檀越)2) 시주(施主)가 세 가지 법을 성취하고, 보시한 물건도 세 가지 법을 성취하며, 보시를 받은 사람도 세 가지 법을 성취하게 된다.
그 단월 시주는 어떤 세 가지 법을 성취하는가? 단월 시주는 믿음을 성취하고, 서원(誓願)을 성취하며, 또 살생하지 않게 되나니, 이것을 일러 ‘단월 시주가 성취하는 세 가지 법’이라고 한다.
보시한 물건은 어떤 세 가지 법을 성취하는가? 그 보시한 물건은 빛깔을 성취하고, 냄새를 성취하며, 맛을 성취하게 되나니, 이것을 일러 ‘보시한 물건이 성취하는 세 가지 법’이라고 한다.
보시를 받은 사람은 어떤 세 가지 법을 성취하는가? 보시를 받은 사람은 계율을 성취하고, 지혜를 성취하며, 삼매를 성취하나니, 이것을 일러 ‘보시를 받은 사람이 성취하는 세 가지 법’이라고 한다.
이와 같이 달친(達嚫:보시)은 이러한 아홉 가지 법을 성취하고, 큰 과보를 얻게 하며, 감로(甘露)와 같은 적멸(寂滅)의 세계에 이르게 하느니라.
무릇 시주에게 그 복을 빌어 주고 싶다면 부디 방편을 구해 이 아홉 가지 법을 성취하도록 하라.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3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아홉 가지 법을 성취하는 것이 있다. 어떤 것이 그 아홉 가지인가? 뻔뻔스러움ㆍ욕됨을 참아냄ㆍ탐하는 마음ㆍ인색함ㆍ생각을 버리지 않음ㆍ잘 잊음ㆍ잠이 적음ㆍ숨어서 하는 음행ㆍ은혜를 갚지 않는 것, 이 아홉 가지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아홉 가지 법을 성취하는 것’이라고 한다.
나쁜 비구도 아홉 가지 법을 성취한다. 어떤 것이 그 아홉 가지인가? 나쁜 비구는 뻔뻔스럽고ㆍ욕됨을 참아냄ㆍ탐내는 마음이 있음ㆍ인색함ㆍ잘 잊음ㆍ잠이 적음ㆍ숨어서 음행을 함ㆍ은혜를 갚지 않음ㆍ생각을 버리지 않는 것 이 아홉 가지이다.

어떤 것을 나쁜 비구의 뻔뻔스러움이라고 하는가? 즉 나쁜 비구는 구하지 않을 것을 구하여 사문의 행에 어긋나나니, 이런 비구를 뻔뻔스럽다고 말한다.

나쁜 비구가 욕됨을 참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즉 나쁜 비구는 여러 어진 비구들 앞에서 자기를 칭찬하고 남을 비방하나니, 이런 비구를 욕됨을 참는다고 말한다.

비구가 탐심을 낸다는 것은 무엇인가? 즉 비구가 남의 재물을 볼 때마다 탐심을 내는 것이니, 이것을 탐심을 낸다고 말한다.

비구가 인색하다는 것은 무엇인가? 즉 비구가 자신이 얻은 가사와 발우를 남과 나누어 가지지 않고 항상 혼자 간직해두었다가 쓰나니, 이것을 인색하다고 말한다.

비구가 잘 잊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즉 나쁜 비구는 항상 묘하고 선한 말을 빠뜨리고 또 방편을 생각하지 않으면서 나라 일이나 전쟁하는 법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이와 같이 나쁜 비구는 이렇게 잘 잊음을 성취한다.

나쁜 비구가 잠이 적다는 것은 무엇인가? 즉 나쁜 비구는 사유해야 할 법은 사유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것을 나쁜 비구가 잠을 적게 잔다고 한다.

나쁜 비구가 숨어서 음행을 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즉 나쁜 비구는 숨어서 한 짓을 남에게 말하지 않고는 ‘내가 저지른 음행을 남들이 몰랐으면’ 하고 생각한다. 이런 것을 비구가 숨어서 저지르는 음행이라고 한다.

나쁜 비구가 은혜를 갚을 줄 모른다는 것은 무엇인가? 즉 나쁜 비구는 공경하는 마음이 없어 스승과 어른을 받들어 섬기지도 않고 귀중한 사람을 존경하지도 않는다. 이와 같은 것을 나쁜 비구는 은혜를 갚을 줄 모른다고 한다.

만일 나쁜 비구가 이 아홉 가지 법을 성취하여 생각하기를 버리지 않는다면 그는 끝내 도과(道果)를 이루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아, 모든 나쁜 법은 버리겠다고 생각해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4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공작새는 아홉 가지 법을 성취하였다. 어떤 것이 그 아홉 가지인가? 공작새는 얼굴이 단정하고, 소리가 맑으며, 걸음걸이가 조용하고, 때를 알아 움직이며, 음식을 절제할 줄 알고, 항상 만족스럽게 생각하며, 분산(分散)하지 않기를 생각하고, 잠이 적으며, 또 욕심이 적어서 은혜를 갚을 줄 안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공작새가 성취한 아홉 가지 법’이라고 하느니라.
현철(賢哲)한 비구들도 아홉 가지 법을 성취한다. 어떤 것이 그 아홉 가지인가? 어진 비구는 태도가 단정하고, 음성이 맑으며, 걸음걸이가 조용하고, 때를 알아 움직이며, 음식을 절제할 줄 알고, 항상 만족스럽게 생각하며, 흩어지지 않기를 생각하고, 잠이 적으며, 또 욕심이 적어서 은혜를 갚을 줄 아느니라.

어진 비구는 태도가 단정하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른바 그런 비구는 나가고 들어오고, 가고 오고, 나아가고 멈추는 것을 적절하게 하여 끝내 그 법도를 잃지 않는다. 이와 같은 것이 ‘어진 비구는 그 태도가 단정하다’는 것이니라.

비구의 음성이 맑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런 비구는 뜻과 이치를 잘 분별하여 끝내 착란(錯亂)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것이 ‘비구가 음성이 맑다’는 것이니라.

비구의 걸음걸이가 조용하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런 비구는 때를 알아 움직이되 차례를 잃지 않는다. 또 외울 만한 것은 다 외우고 익힐 만한 것은 다 익힐 줄 알며, 침묵해야 할 때는 침묵할 줄 알고 일어나야 할 때는 일어날 줄 안다. 이와 같은 것이 ‘비구가 때를 안다’는 것이니라.
비구가 때를 알아 움직인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런 비구는 가야 할 때 곧 가고 머물러야 할 때 곧 머무르며 절차를 따라 법을 듣는다. 이와 같은 것이 ‘그 비구는 때를 알아 행한다’는 것이니라.

비구가 음식을 절제할 줄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런 비구는 얻은 음식에 여유가 있으면 남들과 함께 나누어 먹으며 자기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것이 ‘그 비구는 음식을 절제할 줄 안다’는 것이니라.

비구가 잠이 적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런 비구는 초저녁에는 깨어 있음을 익히고, 37품(品)을 빠짐없이 익히며, 항상 경행(經行)하고, 혹 눕더라도 깨어 있어 그 마음을 깨끗이 한다. 또 한밤중에는 심오한 이치를 사유(思惟)하고, 새벽이 되면 오른쪽으로 누워 다리를 포개고 밝아오는 모습을 사유하다가 다시 일어나 경행하면서 그 마음을 깨끗이 한다. 이와 같은 것이 ‘그 비구는 잠이 적다’는 것이니라.

비구가 욕심이 적어서 은혜를 갚을 줄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런 비구는 3존3)을 받들어 섬기고 스승과 어른을 받들고 공경한다. 이와 같은 것이 ‘그 비구는 욕심이 적어서 은혜를 갚을 줄 안다’는 것이니라.
이와 같이 어진 비구는 아홉 가지 법을 성취하느니라. 부디 이 아홉 가지 법을 기억하고 받들어 행해야 하느니라.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5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여자는 아홉 가지 법을 성취하고 있어서 남자를 결박한다. 어떤 것이 그 아홉 가지인가? 이른바 노래하고ㆍ춤추고ㆍ재주부리고ㆍ연주하고ㆍ웃고ㆍ울고ㆍ항상 방편을 쓰고ㆍ스스로 요술처럼 얼굴과 몸을 꾸미는 것 따위이다. 그러한 것들을 모두 계산하여 그 백 배, 천 배를 하더라도 끝내 견줄 수 없을 만큼 강하게 사람을 결박하는 것은 접촉[更樂]이다.
내가 지금 모든 법을 관찰하건대 접촉이 사람을 제일 강하게 결박하는 것이다. 이 보다 더한 것은 없으니, 이것을 따르는 남자들은 아주 단단하게 결박을 당하게 되느니라.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부디 이 아홉 가지 법을 버려야 하겠다고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6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우가라죽원(優迦羅竹園)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이제 너희들을 위해 미묘한 법을 설명하리라. 이것은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으며 마지막도 좋다. 그 이치는 깊고 그윽하며 범행을 청정(淸淨)하게 수행하는 것이니, 이 경의 이름은 ‘일체 법의 근본[一切諸法之本]’이라고 하느니라. 너희들은 잘 사유하고 기억해야 한다.”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이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있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찌하여 ‘일체 법의 근본’이라고 하는가? 비구들아, 범부(凡夫)들은 성현(聖賢)의 가르침을 듣지 못하고 여래의 말씀을 보호하지 못하며, 선지식을 가까이하지 않고 선지식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들도 흙을 관찰하여 그것을 사실 그대로 안다. ‘이것은 흙이다’라고 그렇게 흙이라고 살펴 안다. 사실 그대로 이것은 흙이듯이 또한 이것은 물이고, 또 이것은 불이며, 또 이것은 바람이다. 그러나 이 4대가 합해서 사람이 되면 어리석은 사람들은 그것을 좋아한다.
하늘은 스스로 하늘인 줄 알고 하늘에서 좋아하나니, 범천(梵天)은 범천이라고 스스로 알고 있고, 대범천(大梵天)은 대범천이라고 스스로 알아 자기보다 나은 자는 없다고 하며, 광음천(光音天)들은 광음천에서 왔다고 스스로 알고 있고, 변정천(遍淨天)은 변정천이라고 스스로 알고 있으며, 과실천(果實天)은 과실천이라고 스스로 알아 착란하지 않는다.

또 아비야타천(阿毗耶陀天)은 아비야타천이라고 스스로 알고 있고, 공처천(空處天)은 공처천이라고 스스로 알고 있으며, 식처천(識處天)은 스스로 식처천이라고 알고 있고, 불용처천(不用處天)은 불용처천이라고 스스로 알고 있으며,유상무상처천(有想無想處天)은 유상무상처천이라고 스스로 알고 있다.
보는 자는 본다고 스스로 알고 있고, 듣는 자는 듣는다고 스스로 알고 있으며, 하고자 하는 자는 하고자 한다고 스스로 알고 있고, 지혜로운 자는 지혜롭다고 스스로 알고 있으며, 같은 무리는 같은 무리라고 스스로 알고 있고, 많은 무리는 많은 무리라고 스스로 알고 있으며, 모두 갖춘 자는 모두 갖추었다고 스스로 알고 있고, 열반한 자는 열반했다고 스스로 알아 그 안에서 스스로 즐거워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지혜로운 자들이 하는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중(聖衆)은 성인을 찾아가 뵙고 그 법을 받으며, 좋은 벗을 섬기고 항상 좋은 벗을 가까이한다. 이 흙의 요소를 관찰하고는 그것을 모두 분명히 알고, 그것이 온 곳을 알기 때문에 거기에 집착하지 않아 물드는 마음이 없다. 물ㆍ불ㆍ바람에 대해서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사람ㆍ하늘ㆍ범왕천ㆍ광음천ㆍ변정천ㆍ과실천ㆍ아비야타천ㆍ공처천ㆍ식처천ㆍ불용처천ㆍ유상무상처천과 보고 듣고 기억하고 아는 것과 같은 종류인지 다른 종류인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며, 나아가 열반에 있어서도 그 열반에 집착하지 않고 또 열반이라는 생각을 내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을 모두 잘 분별하고 잘 관찰하기 때문이니라.
만일 그 비구가 번뇌가 없어진 아라한으로서 할 일을 이미 마쳤고, 무거운 짐을 버렸으며, 생사(生死)의 근본을 알아 평등이 해탈한 자라면 그는 능히 흙의 요소를 분별하기 때문에 거기에 집착하는 생각을 전혀 일으키지 않는다.

사람ㆍ하늘ㆍ범왕천 나아가 유상무상처천에 대해서도 다 그러하며, 열반에 이르렀어도 열반에 집착하지 않고 열반이라는 생각을 내지 않는다. 왜냐하면 모두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없어졌기 때문이니라.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여래(如來)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은 흙이라는 요소를 잘 분별하기 때문에 흙의 요소에 집착하지 않고 흙의 요소라는 생각도 일으키지 않는다. 왜냐하면 애욕의 그물을 부수었기 때문이다.
존재[有]로 말미암아 태어남[生]이 있고 태어남으로 말미암아 늙음과 죽음이 있는데,그것을 모두 없앴기 때문에 여래는 가장 바른 깨달음을 이루었느니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을 때, 비구들은 그 가르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악마 파순이 그들의 마음을 막아 버렸기 때문이었다.

“이 경의 이름은 ‘일체 법의 근본’이라고 한다. 나는 이제 자세히 설명하였다. 불세존(佛世尊)이라면 누구나 수행해야 하는 일들을 나는 이제 완전히 시행하였다. 너희들은 부디 조용한 곳이나 나무 밑에서 뜻을 바르게 가지고 좌선(坐禪)하며 이 묘한 이치를 깊이 사유하라. 지금 실천하지 않으면 뒤에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 이것이 나의 가르침이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7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열성(羅閱城) 가란타죽원(迦蘭陀竹園)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라열성에 어떤 한 비구가 있었는데 그 비구는 병에 걸려서 매우 위중해져 누운 채로 대소변을 보면서 제 힘으로는 잘 일어나지도 못하고, 또 찾아가 돌봐주는 비구도 없었다.

그는 밤낮으로 부처님의 명호를 부르며 말하였다.
“어찌하여 세존께서는 저만 가엾게 여기지 않으시나이까?”
그때 세존께서 그 비구가 원망하고 부르짖으며 여래에게 귀의하는 소리를 천이(天耳)로 들으시고,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너희들과 함께 여러 방을 둘러보며 그들이 사는 곳을 살피리라.”

비구들이 아뢰었다.
“그렇게 하십시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앞뒤로 에워싸여 여러 방을 둘러보셨다.
그때 앓고 있던 비구는 세존께서 오시는 것을 멀리서 보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혼자서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때 여래께서 그 비구에게 다가가 말씀하셨다.
“가만있어라, 가만있어라. 비구야, 움직이지 말라. 나에게 좌구(坐具)4)가 있으니 나는 여기 앉으면 된다.”

그때 비사문천왕(毗沙門天王)은 여래께서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알고는 야마(野馬) 세계에서 사라져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와서는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를 올리고 한쪽에 서 있었다. 또 석제환인(釋提桓因)도 여래께서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알고는 곧 부처님께로 왔다. 범천왕(梵天王)도 여래의 마음속 생각을 알고 범천에서 사라져 부처님이 계신 곳으로 와서는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사천왕도 여래의 마음속 생각을 알고 부처님 계신 곳으로 와서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를 올리고 한쪽에 서 있었다.

이때 부처님께서 병든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너의 병은 좀 나았는가, 더하지는 않은가?”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자의 병은 갈수록 더하며 덜해지지 않습니다. 참으로 희망이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간호인은 어디 있는가? 누가 와서 돌보아 주는가?”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지금 이렇게 병이 들었는데도 아무도 돌보는 사람이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지난날 병들기 전에 너는 병자를 찾아가 문병한 일이 있는가?”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병자들을 찾아가 문병한 일이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바른 법 안에서 좋은 이익을 얻지 못하였다. 왜냐하면 문병하러 다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구야, 너는 이제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직접 너를 공양하며 조금도 불편이 없게 하리라. 나는 지금 천상과 인간에서 제일 뛰어나 짝할 자가 없고 또 일체 병자를 돌보아 줄 수 있다. 구호할 이 없는 이를 구호해 주고 장님에게는 눈이 되어 주며, 모든 병자를 구호해 준다.”
그때 세존께서 손수 더러운 것들을 치우고 다시 좌구를 까셨다.

이때 비사문천왕과 석제환인(釋帝桓因)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들이 알아서 이 병든 비구를 보살피겠습니다. 여래께서는 더 이상 힘든 일을 하지 마소서.”

부처님께서 모든 하늘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그만두라. 내가 스스로 알아서 하리라. 옛날 일이 기억나는구나. 여래는 아직 부처가 되지 못하고 보살행(菩薩行)을 닦고 있을 때에 비둘기 한 마리를 위해 스스로 목숨을 바친 적이 있거늘, 하물며 지금은 불도를 이루었는데 어떻게 이 비구를 버리겠느냐? 결코 그럴 수 없느니라. 또 석제환인도 일찍이 이 병든 비구를 돌보지 않았고, 또 세상을 보호하는 주인인 비사문천왕도 이 비구를 돌보지 않았다.”
그러자 석제환인도 비사문천왕도 모두 잠자코 대답을 못했다.

그때 여래께서는 손수 비를 들고 더러운 오물을 치우고 다시 자리를 깔아 주셨다. 또 그의 옷을 빨고 세 가지 법으로 보살피시고는 병든 비구를 부축해 앉히고 깨끗한 물로 목욕을 시켰다. 그러자 위에 있던 하늘들이 향수를 뿌렸다. 이때 세존께서는 그 비구를 목욕시킨 뒤에 평상 위에 앉히고 손수 밥을 먹여 주셨다.

세존께서는 그 비구가 밥을 다 먹은 것을 살피시고는 발우를 치우고 곧 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제 3세(世)의 병을 버려야 한다. 왜냐하면 비구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태어남[生]에는 태에서 지내야하는 괴로움이 있다. 태어남으로 말미암아 늙음[老]이 있으니, 대개 늙게 되면 몸이 여위고 기운이 고갈된다. 늙음으로 말미암아 병듦이 있으니, 대개 병이 생기면 앉거나 눕거나 신음하게 되고 404가지 질병이 한꺼번에 닥치게 된다. 병듦으로 말미암아 죽음[死]이 있으니, 죽게 되면 몸과 정신이 분리되어 좋거나 나쁜 세계로 가게 되는 것이다. 죄가 큰 사람은 지옥에 들어가 칼 산ㆍ칼 나무ㆍ불 수레ㆍ숯불이 가득한 화로에서 구리쇠 녹인 물을 마시게 될 것이다. 또 혹은 축생(畜生)으로 태어나 사람들에게 부림을 당하고 풀을 먹으면서 한량없는 고통을 받을 것이다. 또 헤아릴 수 없는 무수한 겁 동안, 수십 유순이나 되는 큰 키에 목구멍은 바늘처럼 작은 아귀의 몸이 되어 구리쇠 녹인 물을 그 입에 들이붓게 될 것이다.
그렇게 무수한 겁을 지나 겨우 사람의 몸을 얻더라도 몽둥이로 맞으며 이루 말할 수 없는 고문을 당할 것이다. 또 무수한 겁을 지나 천상에 태어나게 되더라도 사랑하는 이와 만나기도 하고 사랑하는 이와 헤어지기도 하면서 만족할 줄을 모르다가 성현의 도를 들은 뒤에야 괴로움을 떠나게 될 것이다.

여기 온갖 괴로움을 벗어난 아홉 종류의 사람이 있으니, 아홉 종류란 누구누구인가? 이른바 아라한으로 향하는 이ㆍ아라한을 얻은 이ㆍ아나함으로 향하는 이ㆍ아나함을 얻은 이ㆍ사다함으로 향하는 이ㆍ사다함을 얻은 이ㆍ수다원으로 향하는 이ㆍ수다원을 얻은 이와 아홉 번째는 종성(種性)5)의 사람이다.
비구야, 이것을 일러 ‘여래가 세상에 나타나는 것은 매우 만나기 어렵고, 사람의 몸을 얻기도 어려우며, 바른 나라에 태어나기도 어렵고, 선지식을 만나는 것 또한 그러하며, 설법을 듣는 것도 어려운 일이고, 법과 법이 서로 일어나는 것 또한 아주 가끔씩 있는 일이다’라고 하는 것이다.
비구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지금 현재 여래가 이 세상에 출현해 있어 바른 법을 들을 수 있고, 너는 모든 감각기관이 갖추어져 그 바른 법을 들을 수 있다. 그런데도 지금 힘쓰지 않는다면 후회해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내 가르침이니라.”

그때 그 비구는 여래의 가르침을 듣고 존귀한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곧 그 자리에서 세 가지 밝음[三明]6)을 얻어 번뇌가 다하고 마음에 이해가 생겼다.

부처님께서 그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병의 근본을 알았느냐?”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이미 병의 근본을 알고 태어남ㆍ늙음ㆍ병듦ㆍ죽음을 벗어났습니다. 이것은 다 여래의 신력(神力)에 힘입은 것입니다. 4등심(等心)으로 한량없고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일체 중생을 덮어 보호하심으로 인해 몸과 입과 뜻이 깨끗해졌습니다.”

세존께서는 다시 자세히 설법하시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가셨다.

그때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빨리 건추(揵椎)를 쳐서 라열성에 있는 모든 비구들을 빠짐없이 보회강당(普會講堂)에 모이게 하라.”

아난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아 곧 비구들을 모두 보회강당에 모으고 부처님께 나아가 아뢰었다.
“비구들이 다 모였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때를 아소서.”

세존께서 강당으로 나아가 자리에 앉아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국왕이나 도적이 두려워 출가해 도를 배우는 것인가? 비구들아, 견고한 믿음으로 위없는 범행을 닦는 까닭은 태어남ㆍ늙음ㆍ병듦ㆍ죽음과 근심ㆍ슬픔ㆍ괴로움ㆍ번민을 버리고자 함이요, 또 열두 개의 단단한 고리를 벗어나고자 함이다.”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출가한 자로서 같은 스승 아래 물과 젖처럼 화합한 자들이다. 그런데도 서로를 보살피지 않는구나. 지금부터는 부디 서로 서로 보살피도록 하라. 만일 병든 비구에게 제자가 없거든 대중들이 차례를 정해 병자를 간호하도록 하라. 왜냐하면 이 외에 병자를 간호하는 것보다 그 큰 복과 더 훌륭한 일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병자를 돌보는 것은 나를 돌보는 것과 다름이 없느니라.”

그때 세존께서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만일 누군가 내게 공양하고
과거 모든 부처님께 공양한다면
내게 베푼 그 복과 덕은
병자를 돌본 것과 다름이 없으리.

세존께서 이렇게 분부하시고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지금부터 비구들이 서로 서로를 돌보게 하라. 만일 비구가 알고도 행하지 않거든 법과 율로써 다스려라. 이것이 내 가르침이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8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공경할 만하고 귀하게 여길 만한 아홉 종류의 사람이 있으니, 그들을 공양하면 복을 얻을 것이다. 어떤 것이 그 아홉 종류인가?이른바 아라한으로 향하는 이ㆍ아라한을 얻은 이ㆍ아나함으로 향하는 이ㆍ아나함을 얻은 이ㆍ사다함으로 향하는 이ㆍ사다함을 얻은 이ㆍ수다원으로 향하는 이ㆍ수다원을 얻은 이, 그리고 향종성인(向種性人)이 그 아홉 가지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아홉 종류의 사람들이 있으니, 그들을 공양하면 복을 얻고 끝내 손해가 없을 것이다’라고 한 것이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9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열성의 가란타죽원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만호(滿呼) 왕자가 세존께 찾아와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아 아뢰었다.
“저는 일찍이 ‘주리반특(朱利槃特) 비구는 로가연(盧迦延) 범지와 변론하였으나 그 비구가 대답하지 못하였다’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저는 또 ‘여래의 제자들 중에서 모든 감각기관이 둔하고 지혜가 없기로는 그 비구보다 더한 자가 없고, 여래의 우바새(優婆塞)들 중에 집에서 지내는 자로서는 가비라위성(迦毗羅衛城)에 사는 석가족 구담(瞿曇)이 모든 감각기관이 둔하고 소견이 막혔다’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왕자에게 말씀하셨다.
“주리반특 비구는 신통력(神通力)이 있고 상인(上人)의 법을 얻었으나 세상에 변론(辯論)하는 법은 익히지 못하였다. 왕자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 비구는 아주 묘한 법을 가졌느니라.”

만호 왕자가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긴 하시지만 저는 여전히 ‘어떻게 큰 신력이 있는데 저 이학(異學)의 외도들과 변론하지 못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지금 부처님과 비구 스님들께 공양을 올릴 수 있도록 청합니다. 그러나 주리반특 한 사람만은 제외하겠습니다.”

세존께서 잠자코 그 청을 받아 주셨다. 이때 왕자는 세존께서 청을 받아 주신 것을 보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리고 오른쪽으로 세 바퀴 돌고 곧 물러갔다. 그는 그날 밤으로 갖가지 맛있는 찬과 음식을 장만하였고 좋은 자리를 펴고는 세존께 아뢰었다.
“때가 되었습니다.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그때 세존께서 주리반특에게 발우를 건네주며 뒤에 남아 있게 하시고는 여러 비구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라열성으로 들어가셨다. 왕자의 집에 이르러서는 제각기 차례대로 앉았다. 그때 왕자가 세존께 아뢰었다.
“원컨대 여래께서는 발우를 제게 주소서. 저는 이제 손수 여래께 공양을 올리겠습니다.”

세존께서 왕자에게 말씀하셨다.
“발우는 지금 주리반특에게 있는데 그만 가지고 오질 않았다.”

왕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께서 비구를 한 명 보내 그 발우를 가져오게 하소서.”

부처님께서 왕자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직접 가서 여래의 발우를 가져오너라.”

그때 주리반특 비구는 신통으로 5백 그루의 꽃나무를 만들었고, 그 나무 밑에 마다 주리반특 비구가 앉아 있었다.

이때 왕자는 부처님의 분부를 듣고 발우를 가지러 갔다. 그는 5백 그루의 나무 밑에 모두 주리반특 비구가 선정에 들어 생각을 매어 앞에 두고 앉아 흐트러짐이 없는 모습을 멀리서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누가 진짜 주리반특 비구일까?’
이때 만호 왕자는 곧바로 세존께 돌아가 아뢰었다.
“그 동산에 갔더니 전부가 주리반특 비구여서 누가 진짜 주리반특 비구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세존께서 왕자에게 말씀하셨다.
“그 동산으로 다시 가 한가운데 서서 손가락을 퉁기며 ‘진짜 주리반특 비구는 부디 자리에서 일어나 주시오’라고 말하라.”

왕자는 분부를 받고 다시 동산으로 가 한 가운데 서서 이렇게 말하였다.
“진짜 주리반특 비구는 부디 자리에서 일어나 주시오.”

왕자가 이렇게 말하자, 변화로 만들어진 5백 명의 비구는 저절로 사라지고 오직 주리반특 비구 한 명만 남았다. 이때 만호 왕자는 주리반특 비구와 함께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서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참회합니다. 저는 이 비구에게 큰 신통과 위력이 있다는 여래의 말씀을 믿지 않았습니다.”

부처님께서 왕자에게 말씀하셨다.
“너의 참회를 받아준다. 여래는 결코 두 말을 하지 않는다. 또 이 세상에는 이 세상을 오가며 돌아다니는 아홉 종류의 사람이 있다. 어떤 것이 그 아홉 종류의 사람들인가? 첫째는 남의 마음을 미리 아는 사람이요, 둘째는 말을 들으면 곧 아는 사람이며, 셋째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아는 사람이요, 넷째는 사리를 관찰한 뒤에야 아는 사람이며, 다섯째는 맛을 보고 난 뒤에야 아는 사람이요, 여섯째는 뜻을 알고 맛을 본 뒤에야 아는 사람이며, 일곱째는 뜻도 모르고 맛도 알지 못하는 사람이요, 여덟째는 사유와 신통의 힘을 배우는 사람이며, 아홉째는 배운 법이 적은 사람이니라. 왕자여, 이것을 일러 ‘이 세상에 있는 아홉 종류의 사람’이라고 하느니라. 이와 같이 왕자여, 저 모습을 보고 아는 사람이 그 여덟 종류 중에서 제일이니, 그보다 뛰어난 이가 없기 때문이니라.
지금 이 주리반특 비구는 신통은 익혔지만, 다른 법은 배우지 못하였다. 그래서 이 비구는 항상 신통으로 사람들을 설법하곤 하느니라. 지금 이 아난 비구는 모습을 보면 곧 그 사람의 마음을 안다. ‘여래에게는 이것이 필요하다. 이것은 필요하지 않다’고 알며, 또 ‘여래는 이것을 말씀하실 것이다. 이것은 여읠 것이다’라고 알아 그것을 모두 분명히 안다. 그런 점에서는 지금 이 아난 비구보다 나은 이가 없다. 그는 모든 경(經)의 이치를 두루 보아 통하지 못한 것이 없느니라.
또 이 주리반특 비구는 하나의 형상을 변화시켜 여러 가지 형상으로 만들고, 또 그것을 도로 합해 하나로 만든다. 이 비구는 뒷날 공중에서 열반할 것이다. 나는 이 아난 비구와 주리반특 비구처럼 열반에 들 다른 비구를 보지 못했다.”

이때 세존께서 다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의 성문(聲聞) 중에서 몸을 변화시켜 크게도 하고 작게도 하는데 있어서 제일인 비구로는 주리반특 비구만한 이가 없느니라.”

이때 만호 왕자는 손수 음식을 집어 여러 스님들을 공양하였다. 그리고 발우를 거두고는 작은 자리를 가지고 와서 여래 앞에 서서 합장하고 아뢰었다.
“원컨대 세존이시여, 주리반특 비구가 항상 저희 집으로 와서 그가 필요로 하는 의복ㆍ잡물과 사문의 법을 모두 저희 집에서 받도록 허락하소서. 마땅히 목숨을 마칠 때까지 그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이바지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왕자여, 너는 주리반특 비구에게 참회하고 네가 직접 그렇게 청하라. 왜냐하면 지혜롭지 못한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을 분별하려 한다면 그것은 될 수 없는 일이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을 분별한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니라.”

이때 만호 왕자는 즉시 주리반특 비구를 향해 예를 올리고 자기 성명을 일컬으며 용서를 구하였다.
“큰 신통을 가진 비구시여, 저는 교만한 마음을 품었었지만 지금부터 다시는 범하지 않겠습니다. 부디 저의 참회를 받아 주십시오. 다시는 감히 범하지 않겠습니다.”

주리반특 비구가 말하였다.
“그대의 허물을 용서하겠으니 이후로 다시는 범하지 마십시오. 또한 성현을 비방해서는 안 됩니다. 왕자여, 마땅히 알아야 합니다. 어떤 중생이라도 성인을 비방하면 그는 반드시 세 갈래 나쁜 세계에 떨어지고 지옥에 태어나게 됩니다. 왕자여, 마땅히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합니다.”

그때 세존께서 만호 왕자를 위해 매우 미묘한 법을 말씀하시어 그를 격려하고 기쁘게 해 주셨고,그 자리에서 이런 축원을 하셨다.
제사에서는 불이 으뜸이고
경서에서는 게송이 제일이다.
사람 가운데선 임금이 제일 높고
모든 흐름 중에선 바다가 최고이다.
숱한 별 가운데선 달이 첫째요
광명 가운데에서는 해가 제일이네.

위와 아래 그리고 사방의
형상이 있는 모든 것들과
천상과 또 인간 중에선
저 부처님이 가장 높나니
만일 복을 구하려 한다면
삼불타(三佛陀)7)에게 공양하여라.

세존께서 이 게송을 마치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그때 만호 왕자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10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아난이 세존께 아뢰었다.
“이른바 선지식(善知識)이란 곧 범행(梵行)을 행하는 사람의 절반입니다. 왜냐하면 좋은 길로 인도해 함이 없는 곳[無爲]에 이르게 하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선지식은 곧 범행을 행하는 사람의 절반이라는 그런 말을 하지 말라. 왜냐하면 무릇 선지식이란 범행을 행하는 사람의 전부이기 때문이니라. 그는 함께 종사(從事)하면 그를 인도해 좋은 길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나 역시 선지식으로 말미암아 무상정진등정각(無上正眞等正覺)을 이루었고, 그 도의 결과를 이룸으로써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는 중생을 제도하여 모두들 태어남ㆍ늙음ㆍ병듦ㆍ죽음을 면하게 한 것이니라. 이 사실로 보면 선지식은 범행을 행하는 사람의 전부임을 알 수 있느니라.

또 아난아,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이 선지식과 함께 종사한다면, 그는 신근(信根)이 더욱 튼튼해지고 들음ㆍ보시ㆍ지혜의 덕이 모두 갖추어지리라.
마치 달이 차려고 할 때면 그 광명이 보통 때보다 차츰 더하는 것처럼,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이 선지식을 가까이 한다면 믿음ㆍ들음ㆍ기억ㆍ보시ㆍ지혜가 모두 늘어날 것이다. 이런 사실로 보더라도 선지식은 곧 범행을 행하는 사람의 전부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느니라.

만일 내가 옛날에 선지식과 함께 종사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끝내 등광불(燈光佛)의 수기를 받지 못했을 것이다. 선지식과 함께 종사하였기 때문에 제화갈라불(提和竭羅佛)8)로부터 수기를 받은 것이니라. 이런 사실로 보더라도 선지식은 범행을 행하는 사람의 전부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느니라.

아난아, 만일 이 세상에 선지식이 없었다면 높고 낮은 차례도 없고, 부모ㆍ스승ㆍ형제ㆍ종친의 구별도 없었을 것이니, 저 돼지나 개와 똑같은 무리가 되어 온갖 나쁜 인연을 짓고 지옥으로 갈 죄의 종자를 심었을 것이다. 선지식이 있었기 때문에 부모ㆍ스승ㆍ형제ㆍ종친의 구별이 있게 된 것이니라.”

이때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선지식은 나쁜 사람이 아니고
그의 법은 물질을 위함 아니네.
그는 나를 좋은 길로 인도하나니
그 친구의 말이 가장 높은 말이다.

“그러므로 아난아, 다시는 ‘선지식은 범행을 행하는 사람의 절반이다’라고 말하지 말라.”

그때 아난은 부처님으로부터 가르침을 받고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는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11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열성의 기사굴산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석제환인(釋帝桓因)은 삼십삼천에서 사라져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와서는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를 올리고 한쪽에 서서 세존께 아뢰었다.
“하늘과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또 그 마음은 무엇을 구하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세상 사람들은 흐르는 물과 같아서 그 본성이 같지 않고 향하는 곳도 각기 달라 생각이 일정하지 않다. 천제(天帝)여, 마땅히 알아야 합니다. 나 역시 옛날 무수한 아승기겁 전에 이렇게 생각했었다.
‘하늘과 사람들의 마음은 어디로 향하며, 그 소원은 무엇일까?’
그러나 그 겁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 마음이 똑 같은 자를 한 사람도 보지 못하였다. 석제환인이여,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 세상 중생들은 뒤바뀐 생각, 무상(無常)한 것을 영원한 것이라고 헤아리는 생각, 즐겁지 않은 것을 즐겁다고 헤아리는 생각, 나[我]라고 할 것이 없는데 나라는 것이 있다고 여기는 생각, 깨끗하지 않은데 깨끗하다고 여기는 생각, 바른 길을 삿된 길로 여기는 생각, 악한 짓에 복이 있다는 생각, 착한 행에 악이 있다는 생각을 일으킨다. 이런 사실로 보더라도 중생들은 그 바탕을 헤아릴 수 없고 그 성행이 각기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느니라.

만일 중생들이 모두 똑같은 생각을 하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중생들이 사는 아홉 곳은 알 수도 없고, 또 중생들이 사는 아홉 곳이라고 분별하기도 어려울 것이며, 그 정신이 머무는 곳 역시 밝히기 어려울 것이다. 또 여덟 가지 큰 지옥이 있다는 것도 알 수 없고, 축생들이 가는 곳도 분별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옥의 고통도 분별할 수 없고, 부귀한 네 성(姓)이 있다는 것도 알 수 없을 것이며, 아수륜(阿須倫)이 나아가는 길도 알 수 없을 것이요, 또 삼십삼천에 대해서도 알 수 없을 것이다.
만일 그 마음이 모두 똑같다면 그것은 광음천(光音天)과 같은 것이다. 중생들은 여러 종류가 있어서 그 생각도 여러 가지이게 마련이다. 따라서 중생들이 사는 아홉 곳과 그 정신이 머무르는 아홉 곳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여덟 가지 큰 지옥과 세 갈래 나쁜 세계가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으며, 나아가 삼십삼천도 그와 마찬가지이다. 이런 사실로 보더라도 중생들은 그 본성이 같지 않고 그 행이 각기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느니라.”

그때 석제환인이 세존께 아뢰었다.
“여래의 말씀은 참으로 기이하고 아름답습니다. 중생들의 본성과 행(行)이 같지 않고 그 생각 또한 각기 다릅니다. 중생들은 그 소행이 같지 않기 때문에 파랑ㆍ노랑ㆍ하양ㆍ검정과 크고 작은 따위의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하늘 일이 너무 많아 이만 천상으로 돌아갈까 합니다.”

부처님께서 석제환인에게 말씀하셨다.
“때를 알아서 하라.”

석제환인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발에 예를 올리고 이내 물러갔다.

그때 석제환인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구지(九止)ㆍ친(嚫)ㆍ공작(孔雀)과
계박(繫縛)과 법본(法本)을 설하시고
병(病)ㆍ공양(供養)ㆍ반특(槃特)과
범행(梵行)과 약간상(若干想)에 대해 설하셨다.

주석
1 공양이 끝난 후 시주에게 보답하는 설법으로 달친(達嚫,dakkhiṇā:보시)과 시주의 복덕을 기리는 축원을 말한다.
2 팔리어로 dāna-pati이고, 다나발저(陀那鉢底)ㆍ다나파(陀那婆)라고도 하며, 시주(施主)ㆍ단주(檀主)로 한역하기도 한다.
3 불ㆍ법ㆍ승 3보를 말한다.
4 니사단(尼師檀)이라고도 하며, 이는 부구(敷具)ㆍ수좌의(隨坐衣)로 한역하기도 한다. 앉거나 누울 때 땅에 펴 쓰기도 하고, 와구(臥具) 위에 펴기도 한다. 비구 6물(物) 중 하나이다.
5 팔리어로는 gotrabhū이고, 종성지(種姓地) 혹은 향종성자(向種姓者)라고도 한다. 더 이상 세속의 범부가 아닌 사람으로, 사쌍팔배가 되기 직전의 위치에 있는 이를 가리키는 말이다.
6 3달(達)이라고도 한다. 숙주지증명(宿住智證明)ㆍ사생지증명(死生智證明)ㆍ누진지증명(漏盡智證明)을 말한다.
7 팔리어 Sambuddha의 음역이다. 정각자(正覺者)ㆍ등각자(等覺者), 즉 부처님을 뜻한다.
8 팔리어 Dīpaṃkara buddha의 음역이고, 등광불(燈光佛)ㆍ연등불(燃燈佛)ㆍ정광불(錠光佛)로 한역한다.

증일아함경 1, 증일아함경 2, 증일아함경 3, 증일아함경 4, 증일아함경 5, 한글대장경으로